길 위에서의 생각/여성,소수자,인권,가족

“퀴어 축제, 도심 외곽서 열린다”는 안철수 발언은 틀렸다

새벽길 2021. 2. 21. 23:49

아무리 생각해도 안철수 씨는 서울시장감이 아니다.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그의 발언을 패러디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뭐가 틀렸는지를 지적해줄 필요가 있다.

 

저는 안철수의 발언이 듣기 싫은데, 저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 받을 수 있는지요? (@홍성수, 2월 19일 오후 7:08)

"그런 것들을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차별에 누구보다 반대하고 타인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를 배제하겠다거나 거부하겠다는게 결코 아닙니다. 방송이나 시내 중심에 출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뿐입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가서 말하는건 괜찮습니다.

 

안철수의 헛소리 (@희일이송, 2월 19일 오후 2:59)
안철수 후보가 토론회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보기에 불편하니 도시 외곽에서 하는 게 좋겠다 말씀하신 모양이다. 그 이유로 1. 성적 수위가 높아서 2. 샌프란시스코 같은 곳에서도 퀴어 퍼레이드가 외곽해서 진행되므로. 
이 양반은 계속 왜 약장수 약 파는 소리를 늘어놓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자신이 버니 샌더스와 같은 아웃사이더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었다. 미안하지만 샌더스와 닮은 점이라곤 콧구멍 두 개, 지구인이라는 점 외에는 전혀 없다. 한 개도 안 닮았다. 심지어 버니 샌더스는 1980년대부터 벌링턴 시장으로서 퀴어 퍼레이드를 적극 지지했다면, 당신은 21세기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서울 한복판에서 퀴어 퍼레이드 여는 게 아주 못마땅하다고 혐오를 노정한 호모포비아다. 정반대인데, 도무지 뭐가 닮았다는 이야기인가? 약 좀 그만 파시라. 
첫째, 성적 수위가 높아서 안 된다는 주장. 
신박한 헛소리 되겠다. 신촌 물총 축제 가봐라. 헐벗고 물에 젖은 이성애자들의 신체가 하루 종일 흐느적거린다. 안철수를 비롯해 호모포비아들은 대부분 신촌 물총 축제가 '성적 수위가 높으므로' 도시 외곽에서 축제를 열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바로 그게 차별이다. 온 도시에 러브 모텔 천지에, 룸싸롱이며 뭣이며 유흥가들이 도시 전체를 잠식하고 있는 게 바로 서울이다. 이성애 섹스 산업이 도처에 널려 있다. 
헌데, 성소수자들이 1년에 딱 한 번 2시간 가량, 그것도 원하는 사람들만 노출을 하는 것도 고까워 도시 외곽으로 퍼레이드를 밀어내자고 말하는 게 합당한 이야기인가? 그 노출이라는 것도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신체를 노출함으로써 성적 자기 결정권을 재현하고 수행하는 일종의 소수자들의 시위 형태다. 
도심 광장에서 보수 기독교 세력처럼 혐오를 발산하고 언어 폭력을 수행하는 집회는 허용 가능하지만, 몸의 시위는 한사코 거부하겠다는 것. 그게 차별이고 억압이다. 누가 걸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어디 이상한 데 혼자 걷지 말고, 전세계 퀴어 퍼레이드 좀 댕겨보고 그래봐라. 한국 성소수자들은 착해 빠져가지고 어디 노출 축에도 못 낀다.  
둘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퀴어 퍼레이드가 도시 외곽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 
어디에서 약을 파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번화가가 '마켓 스트리트'다. 제일 번화한 곳이고, 최근에는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다. 샌프란시스코 퀴어 퍼레이드, 이곳에서 열린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패스됐지만, 2019년에도 마켓 스트리트에서 잘만 열렸다. 도대체 어디에서 약을 파나. 
게다가 당신이 샌프란시스코 외곽이라고 지칭한 '카스트로 스트리트'는 그냥 단순한 외곽이 아니다. 바로 근대적인 게이 커뮤니티가 처음 구축된 역사적 장소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바로 그 항만에서 게이 커뮤니티가 시작됐다. 시원적 장소다. 당연히, 그 소중한 곳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도 열리고 퍼레이드를 한다. 
가령, 뉴욕에는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그리니치 빌리지 같은 뉴욕 한복판에서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바로 스톤월 봉기가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 서울의 경우 어떨 것 같은가? 서울 지도를 가로 세로 두 번 접어 보시라. 종로가 나올 것이다. 한국 게이 커뮤니티의 시원적 장소는 을지로, 명동, 신당동, 그리고 종로다. 역사적으로 봐도, 서울 한복판에서 하는 게 당연하다. 
아니 구글링만 해도 전세계 도시 한복판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다는 걸 금방 알 텐데,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약을 파는지 모르겠다. 호모포비아에, 심지어 약장수다. 가짜뉴스 전파자다. 
당신은 아닙미당. 서울시장감이 아닙미당.

지난 2019년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에서 수만명의 시민들이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발단이 된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기념하는 ‘자긍심 행진’을 벌이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퀴어 축제, 도심 외곽서 열린다”는 안철수 발언은 틀렸다 (한겨레, 임재우 기자, 2021-02-21 15:32)
안철수, 서울시장 단일화 토론서 언급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중심가서 열려
토론토·타이베이 등 주요 도시도 마찬가지
지난 18일 열린 제3지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텔레비전 토론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 후보가 퀴어 축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금태섭 예비 후보의 질문에 “퀴어 축제를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거긴 자원해서 보려고 오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하면서다.
안 후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퀴어 축제가 도시 외곽에서 열린다면서 “카스트로 스트리트라는 곳에서 하는데,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남부 쪽에 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저 역시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재차 “미국 사례를 들어 축제 장소를 도심 이외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는 시 중심가 ‘시청 광장’서 열려
사실일까. ‘세계 성소수자의 수도’, ‘성소수자의 아지트’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매년 6월 마지막 주말에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가 열린다. 이맘때쯤 샌프란시스코 시 청사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이 내걸리고, 최대 100만명의 방문객이 모인다. 축제는 주로 샌프란시스코 시의 행정 중심 구역인 샌프란시스코 시청 광장(Civic Center Plaza)에서 열린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광장은 샌프란시스코 시 청사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관, 중앙도서관, 전쟁기념 오페라하우스 등 주요 기관들이 모여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중심 중 중심이다.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의 핵심 행사인 퍼레이드 역시 시 중심을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6월 마지막 일요일 아침 10시30분께 시작돼 대개 다섯시간 넘게 이어지는 퍼레이드의 행진 경로는 빌 스트리트에서 시작해 샌프란시스코의 번화가인 ‘마켓 스트리트’를 거쳐 도시 중심가를 관통한 후 시청 광장 근처에서 마무리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퀴어 축제가 ‘도시 외곽’에서 열린다는 안 후보의 주장은 틀린 주장인 셈이다.
다만 안 후보는 샌프란시스크의 최대 퀴어 축제인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가 아닌 그보다 규모가 작은 ‘카스트로 스트리트 페어(Castro Street Fair)’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10월 열리는 ‘카스트로 스트리트 페어’는 이름처럼 시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카스트로 거리(시청 광장에서 남쪽으로 차로 13분 거리)에서 열린다. 하지만 카스트로 거리를 단순히 시 외곽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카스트로 구역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첫 선출직 공직자였던 하비 밀크 샌프란시스코 시 의원의 선거구였다. 하비 밀크는 당선 1년만인 1978년 시 청사에서 다른 시 의원에 의해 살해되지만, 카스트로 거리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 성소수자 문화를 상징하는 거리로 남아있다. 안 의원의 주장처럼 세간의 시선을 피해 외곽에서 열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소수자 역사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열리는 축제인 것이다.
북미 최대 축제 ‘프라이드 토론토’도 시 중심가 관통
샌프란시스코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도시들의 퀴어 축제는 모두 도시 중심에서 열린다. 북미 지역 최대 퀴어 축제는 ‘프라이드 토론토’도 마찬가지다. 매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프라이드 토론토’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소수자 축제 중 하나로, 최대 100만명이 운집하는 토론토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2017년에는 현직 총리 중 처음으로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프라이드 행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퍼레이드는 토론토를 남북으로 가로지는 중심가인 ‘용 스트리트(Yonge Street)’에서 벌어진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19년 5월 동성혼을 합법화한 대만 타이베이의 퀴어 퍼레이드도 마찬가지다. 매년 10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퍼레이드는 타이베이 시청 앞에서 시작된다. 행진 대열은 시청 앞 광장에서 출발해 타이베이의 ‘강남’인 중샤오둥루, 런아이루 등을 거쳐 대만 총통부 앞 거리인 카이다거란 대로 근처에서 끝난다. 동성혼이 합법화된 2019년에는 20만명이 운집해 퍼레이드에 동참했고, 코로나 팬더믹이 한참이던 지난해에도 13만명이 축제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뉴욕, 런던, 베를린, 마드리드 등에서 열리는 주요 퀴어 축제나 퍼레이드는 모두 도시 중심에서 열리고 중심가를 관통하면서 행진한다. 안 의원이 주장하는 ‘도시 외곽’에서 열리는 퀴어 축제는 적어도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주요 도시의 사례 중에서는 찾기 힘든 것이다.
대학로 70명에서 시작해 시청광장 15만명으로
21년 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70여명의 참가자로 시작해 15만여명(2019년 주최 쪽 추산)이 참여하는 축제로 성장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한국의 중심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2000년 ‘차 없는 거리’인 대학로를 행진하며 시작된 ’퀴어축제’는 이후 14년간 종로, 청계천, 홍대 등지를 돌아가며 열렸다. 하지만 2013년 홍대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의 흥행을 계기로,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들의 방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14년 신촌에서 열린 행진을 기독교 단체 관계자들이 막아섰고, 2015년에는 동성애 반대단체들이 축제를 막기 위해 대학로에 집회신고를 해놓았다. 마포구청, 서대문구청 등은 행사를 허가해주지 않았다.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 없었던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는 기대없이 서울광장에 신청서를 냈고, 서울시는 덜컥 승인을 냈다. 성소수자의 행렬을 사회 주변부로 밀어내려 했던 시도가 축제가 서울 중심으로 옮겨오게 된 기회가 된 셈이다.
이후 퀴어축제는 수십개의 참가 부스를 설치하고 참가자가 1만명 대를 넘는등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서울퀴어문화축제 기획단장을 맡았던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지난 2019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서울시청 앞에서 퀴어 축제가 열리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청 앞에서 성소수자가 다 함께 모인다는 것은 시민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국에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었다. 축제가 상징성이 있는 서울의 가장 중심부 공간으로 나오면서 참가자들 스스로도 더 당당해졌다.” 안 후보의 바람과 달리 퀴어축제가 서울 중심부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