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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이동권 쟁취 투쟁" 비난에 대한 단상

새벽길 2021. 2. 21. 17:29

지난 2월 15일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썼던 글.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국뽕 동영상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안전이나 도시철도 등의 대중교통, 그리고 K-방역 등에 관한 동영상이었다. 대한외국인의 눈을 통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알게 되고,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20여년 전까지 지하철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고, 화장실도 형편 없는 편이었으며, 냉난방도 시원찮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게 저절로 지금과 같은 괜찮은 공공서비스로 변했을까. 그렇지 않다. 당연히 여기에는 공공서비스의 생산자이자 이용자인 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불만토로와 개선 요구가 있었고, 장애인들의 이동권 쟁취를 위한 피나는 투쟁이 있었다. 우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그에 걸맞는 공공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국가들의 경우 이러한 개선 요구와 장애인들의 투쟁이 없었거나 부족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현재에 다다랐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2월 10일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있었던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 과정에서 지하철 연착으로 인해 장애인들에게 불만을 표시했던 많은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2022년까지 서울의 전역사 1동선 확보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전혀 예산에 반영하지 않아 장애인이 어쩔 수 없이 직접행동에 나서게 한 서울시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는 이동권 시위 때문에 시민들께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며 책임 회피, 책임 전가에 나섰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처럼 살아가야 할까.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나이 들면 장애인이 된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나몰라라 하는 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으로 더 많은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를 전국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모든 시민이 그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앞장"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