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대안사회, 대안이론

포스트 87년 체제를 고민하자

새벽길 2021. 2. 21. 12:52

"분명한 건 87세대와 같은 특정 세대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는 사회가 “실재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왜곡하면서 이 정치의식들이 공론장에 “온전히 표상되지 못하게”(남재일) 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회는 “위험한 불평등의 시대”를 맞아 “도처에 편재한 계급갈등의 불씨를 정치가 대변하고 정책으로 승화하는 것이 역사적 과제”(신진욱)가 된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삶의 경험을 기저에서 규정하는 가부장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투쟁에 나서고 있는”(남재일) 여성을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위축시킨다."
 
민교협이 ‘87년 체제’의 시대적 소명은 끝났다며 ‘2.0 선언’을 공식화했는데도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재훈 기자가 이에 관한 칼럼을 썼다. 
“조 교수 가족이 드러내준 문제가 한국 교육과 사회 불평등의 핵심에 걸쳐 있고, 이것을 직시해야” 함에도 이른바 87년 체제는 이를 외면하고 검찰개혁으로 덮어버렸다. 뭔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실제 바뀐 것은 별로 없다. 여전히 계급갈등과 사회경제적 문제는 주된 사회적 의제로 제기되고 있지 않다(일종의 무의사결정).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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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 87세대 한계 드러내…교수·지식인이 특권임을 몰랐다” (한겨레, 최원형 기자, 2021-02-09 04:59)
[창립 33년만에 ‘민교협 2.0’ 선언]
조국사태로 민교협 균열 표면화
말과 행동 불일치에 분노·실망
이를 극복해 민주평등사회 실현
세대와 젠더, 불평등의 문제에
예민한 시각 없인, 설득력 없어
대학내 신분 안정된 지식인 소수
대부분 비정규직…각자도생 몰려
이젠 새로운 운동 주체 세울 때
선언은 ‘민주평등사회의 실현’을 지향점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세대와 젠더,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예민한 시각 없이는 설득력 있는 시민운동도, 새로운 민주주의도 없다는 것을 깊이 새기고 시민사회 운동의 주체를 형성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선언은 “수도권과 국립대학 일부 정규직 교수들은 안온과 권세를 누리지만, 이는 비정규직 교수와 지역 및 여성 연구자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대가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남성, 수도권, 정규직 교수’에서 벗어나 ‘신진, 지역, 여성연구자, 독립연구자’ 등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도 꼽았다.

 

[한겨레 프리즘] 이미 태어난 새것의 정치 (한겨레, 이재훈ㅣ사회정책팀장, 2021-02-16 17:44)
수구 쪽으로 기울어진 기성언론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고,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앞다퉈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코어 지지층도 강력하다. 이를 바탕으로 국회 의석수마저 174석(58%)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점점 격차가 커지고 있고, 젠더 불평등 문제는 별반 나아질 기미가 없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진정한 위기는 낡은 것은 죽어가는 반면 새것은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고 했지만, 한국 사회는 어쩌면 이미 태어난 새것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억누름이라는 건 권력자만 할 수 있는 행위라는 사실은 모른 체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