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정신질환 산업재해의 현실

새벽길 2021. 2. 17. 18:48

산업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니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준 경험이 있는 이라면, 국민일보의 이 이슈&탐사 시리즈 기사를 봐야할 것 같다. 이어지는 추가 기사가 나오면 챙겨봐야겠다. 
나나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의 범주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나는 물론 내 주변 이들에게도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잘해준다는 게 제로섬게임 같다는 점.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 어떻게 윈윈게임으로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다.
덧, 국민일보에서 이런 기획기사가 나오는 게 조금은 신기하다.  

 

------------------------------

직장서 잘 나가던 민우씨,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이슈&탐사]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2021-02-17 00:02)
[일이 부른 마음의 병] ①직장인 142명의 자살 경로 분석해보니
산업 현장에서 물리적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마음을 다쳤다고 호소하는 직장인도 많습니다. 업무 스트레스와 괴롭힘, 성희롱 등으로 마음의 병이 생긴 경우에도 산업재해 신청이 가능합니다.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정신질환 산재의 현실을 5회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첫 회는 업무로 정신질환이 생겨 극단적 선택을 한 직장인 142명의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하루에 적어도 한 명이 ‘일·노동’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2020년 자살예방 백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인한 자살’이 487건이다. 사흘에 네 명꼴이다. 같은 해 발생한 살인 건수(309건)보다 170여건 많다.
하지만 자살이 업무 탓이라며 산업재해 피해 보상을 신청하는 경우는 연 60~70건이다.
업무가 바뀌고 마음이 힘들어졌다
분석 결과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은 평균 약 3개(2.95개)의 업무 스트레스 요인이 단기간 집중적으로 중첩되면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재로 인정받은 사람들은 평균 3.4개의 업무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정신질환의 업무 관련성을 조사하면서 ‘스트레스 요인’을 10가지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업무 스트레스로 볼 수 있는 건 ‘업무의 양·질 변화’ ‘업무의 실수·책임’ ‘배치전환’ ‘업무 부적응’ 네 가지다.
직장인의 자살은 흔히 떠올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상사의 갑질, 사용자의 노동자 탄압 등으로 인한 예외적 사건이 아니었다. 업무 환경의 급변, 업무량과 질의 악화, 과도한 책임감에 비해 줄어든 권한 등 여러 요인이 중첩되면서 노동자를 짓누를 때 누구든 피해자가 됐다.
김인아 한양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스트레스가 될 큰 사건을 겪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다시 좌절과 불안을 느끼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진이 불러온 비극
김인아 교수는 자살 노동자들은 대개 회사에서 평가가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고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못 하고 일을 껴안고 하는 스타일”이라며 “일을 큰 문제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니 회사에서는 중요한 일을 맡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그게 노동자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민감하게 캐치해서 조정해줘야 한다. 잘한다고 일을 계속 주고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산재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인력 충원이나 업무의 효율적인 조정을 제안한다. 한 직업환경 전문의는 “‘서로 욕하지 말고 대화는 이렇게 해’라고 하면 근본적 문제인 업무 분장, 부족한 인력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직장 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 이상 남성이 다수
전문가들은 여성의 산재 신청 요구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고 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 수입원이 남성 가장이 갑자기 상실될 경우 가족 입장에서는 절박함이 커 산재 신청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며 “반면 여성은 보조 노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산재보상 판정 요구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재 신청 제도 자체가 ‘안정적인 정규직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짜였다는 점도 지적한다. 비정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 산재 신청 자체가 적어 여성 노동자의 자살이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