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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에 맡긴 일이 필수유지업무?

새벽길 2009. 4. 28. 08:09
 필수유지업무를 둘러싼 중앙노동위의 결정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필수유지업무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다. 필수유지 업무는 말 그대로 공익을 위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업무이다. 그런데 그런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게 말이 되는가. 절대 중단되어서는 안될 업무라면 외주화되어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성원개발(주)의 사례는 2008년 1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시행된 이래 하청업체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인정한 첫 사례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공공노조가 낸 성원개발(주) 필수유지업무 결정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한 마디로 중노위가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악용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 번 죽이고 있는 셈인데, 이런 결정은 노동부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한다. 하긴 노동부의 ‘노동부 산하(유관) 공공기관 단체협약 분석 및 개선방안’ 논란을 통해 개별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걸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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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 재심 앞둔 보건노조 "필수유지업무 운영수준 재조정해야" (매일노동뉴스 3월31일, 조현미 기자) 
중노위 결정 사업장 필수유지 인원 100%…"파업 불가능"
   
병원 사업장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필수유지업무 재심 결정을 앞두고 보건의료노조가 “쟁의권과 공익의 조화를 이루는 결정”을 촉구했다. 노조는 30일 오후 서울 공덕동 중노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사자율로 필수유지업무를 타결한 사업장의 사례를 참조해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을 전면 재조정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경북·서울·전북·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필수유지 운영수준을 결정한 고대의료원·강남성모병원·성모병원·서울보훈병원·서울적십자병원·영남대의료원·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세종병원 등 9개 병원에 대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한 바 있다.
 
자율로 필수유지업무를 타결한 고신대병원·제일병원이 응급의료업무에 대해 필수유지 인원을 각각 60%·30%로 결정한 데 반해, 이들 사업장에 대해서는 100% 유지가 결정됐다. 영남대의료원과 세종병원의 경우 중환자치료 업무를 병동까지 확대해 파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나순자 위원장은 “현행 노동법상 파업 참가자의 50%까지 대체근로 투입이 가능하고 파업시 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결정을 통해 30일간 쟁의를 금지시키는 긴급조정제도가 있다”며 “필수유지업무제도마저 사측의 요구를 100% 수용하는 것은 쟁의권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비대위 위원장은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없어도 병원에서 파업을 할 때에는 필수인원을 유지해왔다”며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면 결국 파업을 봉쇄하기 위한 악법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노위에 요구안을 전달한 노조 지도부는 31일 나순자 위원장을 시작으로 1인 시위에 나선다. 한편 중노위는 오는 1일 특별조정위원회를 열고 재심 결정에 관한 일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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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에 맡긴 일이 필수유지업무? (참세상, 안보영 기자, 2009년04월24일 14시48분)
중앙노동위원회 성원개발분회 재심신청 기각
 
하청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인정하는 중노위의 결정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17일 공공노조가 낸 성원개발(주) 필수유지업무 결정 재심신청을 기각한 것.
 
공공노조와 성원개발분회는 2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노동위원회가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악용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성원개발(주)이 (원청이자) 필수공익사업장인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수탁받아 수행하는 산소공급 및 발전 업무는 노조법이 정한 병원사업의 필수유지업무로, 일시정지되거나 폐지될 경우 환자의 생명, 건강 등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로 재심신청 기각 결정서를 공공노조에 송부했다.
 
김태인 공공노조 성원개발분회장은 "우리는 1년 계약직 하청노동자로 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거기에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런 하청노동자들에게까지 필수유지업무를 확대시켜 노동자를 죽이고 있다. 시대의 악법인 필수유지업무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원개발분회는 지난 2008년 1월에 사용자인 성원개발(주)과 '시설유지보수 및 관리용역계약서'를 작성해 "노사분규 등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성원개발(주)의 책임하에 대체방안을 강구해 업무를 수행하고 그러지 못했을 경우라도 그 책임은 성원개발(주)에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
 
성원개발분회는 "원청인 서울대병원(필수공익사업장)이 일부 필수유지업무를 외주업체에 위수탁한 것은 해당 외주업무가 대체가능하다는 원청의 판단이 전제되어있는 것으로 얼마든지 다른 업체가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절대 중단되어선 안되는 필수유지업무라면 외주화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게 노조의 입장.
 
구권서 공공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중노위가 나서서 필수유지업무제도로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제약한다면 어렵게 교섭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불법을 감수하지 않으면 어떤 투쟁도 할 수 없는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금이라도 반성해서 자기 이름에 걸맞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환 노무사는 "성원개발 뿐만 아니라 가스기술공사, 철도, 발전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권리가 중노위에 의해 박탈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노위와 중노위가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에 속해있는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해 거의 100%에 가까운 유지율을 내리면서 파업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편파적이고 정치적인 행동이며 이런 결정을 내린 공익의원들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원개발(주)의 사례는 작년 1월 필수유지업무제가 시행된 이래 하청업체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인정한 첫 사례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공공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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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필수유지업무제도를 악용하여 비정규직노동자를 두 번 죽인 중앙노동위원회는 해체하라 !! (2009년 4월 24일 중앙노동위원회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 필수유지업무결정재심결정에 대한 무성의하고 무능한 사건진행에 부쳐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자본과 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도입되어 1년 4개월이 지나는 이 시점,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산하 사업장들의 많은 필수유지업무결정 사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4월 21일 성원개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결정을 재선언한 중앙노동위원회를 보노라면, 그들의 공정한 역할을 한순간 믿었던 순진함이 우리 스스로 안쓰러울 뿐이다.
 
애초 우리연맹은 산업 특수성에 기반하여 합리적 집단교섭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측과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무시하였고 악법의 뒷구멍을 이용하여 일방적 결정신청을 주고 받으며 우리 공공부문노동자들을 이미 기만한 바 있다. 실제로 파견업체인 성원개발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필수유지업무 결정을 통해 노동기본권 박탈하여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켰으며, 가스공사 및 가스기술 공사 필수업무유지율을 100%로 결정하고 발전?철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폭 제한하는 등, 각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명박 정권의 기만적인 노사선진화 장단에 춤추며 노동인권 후퇴에 앞장서는 꼭두각시로 전락하였다. 이에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공공운수연맹을 중심으로 깊은 논의를 거쳤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사건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인가를.
 
장고 끝에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는 공정하고 사려 깊을 것이라 믿으며 재심신청을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각 단위사업장 조합원들과 노동조합이 합심하여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의 비논리성과 위법성을 지적하기 위하여 밤새 연구하고 토론하였다. 또한 노동기본권과 공익권의 조화가 무엇인지를 우리가 스스로 고민하여 그 대안을 제사하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치열하였으며 그 만큼 중앙노동위원회 사건 진행에 당당하게 참여하여 우리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가 보여준 태도는 무성의와 무능함의 결정판이었으며,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만든, 불신의 높은 장벽 그 자체였다. 일례로 가스공사 재심사건 진행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은 생색내기 조사에만 급급하여 차타고 공장을 한 바퀴 도는 초등학생 견학만도 못한 형식적 조사를 진행하였고 이에 대해 쓴 소리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지적이 듣기 싫어 귀를 막고 꽁무니 빼는 옹졸한 행태를 보여줬다.
 
또한 성원개발노동자들에 대한 필수유지업무 결정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고, 새로운 법제도의 취지와 엄격한 적용이라는 원칙은 깡그리 무시되었다. 또한 중노위는 초심결정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짧은 전화 통화를 걸어주는 친절 아닌 친절을 보여주며 자신의 무관심과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필수유지업무제도라는 악법을 이용하여 꽁꽁 묶어버리기 위하여 4월 21일 성원개발 초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선언해버렸다 .
 
우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다시금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우리는 단 한 번도 우리의 편이 되어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 우리가 원한 건 성실하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진지한 자세와 공정함뿐이었다. 어차피 우리 권리를 지킬 논리와 힘은 노동자가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알기에 우리의 주장을 검증해 줄 성의 있는 태도를 중앙노동위원회에 요청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중앙노동위원회의 무능함과 무성의함뿐이었다.
 
이제 중앙노동위원회는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 지난 기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업신여기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해체할 것인지 아니면 반성과 사과를 바탕으로 성실한 사건 진행을 진심으로 약속할 것인지를. 그러나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 특히 성원개발과 같은 비정규직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담보로 보여준 중앙노동위원회의 불성실하고 무능한 태도에 대한 사과는 절대 형식적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본 재심이 공익위원과 해당 공무원에겐 '사건'이지만 우리공공부문 노동자들과 당사자인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생존'의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공공운수연맹은 15만 공공부문 노동자와 필수공익사업장 당사자 조합원들을 대표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성원개발분회에 대한 재심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담당 공익위원들을 즉각 파면하라!!
둘, 중앙노동위원장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현실적인 방안을 당사자 노동조합과 전면 재논의하여 재심사건을 통한 실질적 권리구제를 보장하라!!
셋, 이명박 정권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말살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시행을 현 시점부터 즉각 중단하고 대안입법을 마련하라!!
넷, 이명박 정권은 공공부문 노동 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시행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 및 공기업 선진화 계획 등 노동운동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제까지 지적한 중노위의 자기 명예훼손적 행위에 대한 진심어린 안타까운 마음과 진언을 전하고자 한다. 지난 3월 말 국제노동기구(ILO)는 다시금 한국정부에 대한 경고를 통해 노동악법인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노동위원회는 노동문제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행정기관이 아니던가? 이제 국제적 지적과 국내적 요구에 부응하여 스스로의 명예를 더럽히는 창피한 일을 중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