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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도덕적 파산

새벽길 2009. 4. 8. 22:08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게 대충 넘어가진 않을 것이고, 노무현 정부 자체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그렇게 시나리오는 흘러갔다. 
 
노무현 정부는 무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덕성이 있고 청렴했다는 마지막 남은 흔적마저 깨끗하게 지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검은 돈을 가지고 검은 정치를 해왔다는 것 아닌가. 그들이 도대체 이명박 정권과 다른 게 뭔가. 처음부터 아예 도덕성 같은 걸 언급하지 말든지...
 
노무현 정부가 도덕적으로 파산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보다는 아무리 뭐라고 해도 노무현 대통령을 감싸고 돌았던 노빠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노빠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정권을 잡으면 다 저렿게 되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글쎄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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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참여정부’…박연차수사로 ‘도덕성·청렴’ 허상으로 (경향, 최우규기자, 2009-04-01 18:01:05)
ㆍ기업 인수·합병개입 ‘친인척 비리 전형’
ㆍ비리의혹 측근들 입법·행정부까지 망라
 
‘박연차 리스트’ 수사는 노무현 정부의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덕성과 청렴’을 기치로 정권을 잡았고, 이를 계기로 정치·사회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그토록 주창해온 도덕성과 청렴은 자존을 넘어 자만까지 갔고, 스스로의 덫이 돼 버렸음을 작금의 ‘박연차 수사’가 보여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3김(三金)의 적폐와 구태’에서 스스로를 단절하는 새로운 정치를 내세웠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지지자들은 ‘돼지 저금통’을 모아 전달했다. 이는 신선한 충격을 줬고, 집권의 주요 동력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초반 형 건평씨 청탁 의혹에는 “힘 없는 시골 노인에게 머리 조아리지 말라”고 했고,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과 신정아씨 사건 때 “ ‘깜’도 안되는 의혹” “소설 같다”고 두둔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무균실은 아니지만, 그 어느 정권보다 깨끗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돈 주머니는 참여정부의 ‘비리 저수지’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후원자’라던 박 회장의 손은 노 전 대통령 주변에 그물망처럼 뻗어 있었다. 친형 건평씨는 박 회장의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해 ‘검은 돈’을 받았다. 여당의 총선 후보에게 박 회장을 소개하고 정치자금을 주선하는 등 친·인척 비리 전형을 보여줬다. 그리고 박 회장 돈 50억원이 노 전 대통령 조카 사위에게 들어간 게 드러나면서 검찰 칼 끝은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양상이다.
 
비리 의혹을 받는 측근들도 입법·행정부를 망라한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이광재 의원도 박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 서갑원 의원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박정규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최측근 중 정치권을 떠난 이들만이 수사망에서 비켜난 정도다. 하지만 향후 수사에서 누가 새로 등장할지 모른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1일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나오니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실주의자들은 실현 가능한 해결방안을 찾지만, 이상주의자는 높은 목표만 좇는 경향이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룰을 통해 움직이는 정치에서 도덕을 강조하는 이상주의로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민주정부라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친·인척 비리가 벌어진 것은 우리의 정치·사회 수준을 보여준다”며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권력을 사유화하는 세력이 있고, 그 주위에 들러붙는 세력이 있는 한 이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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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덫에 걸린 참여정부, 도덕성 파탄났다 (경향, 김광호기자, 2009-04-08 00:28:53)
ㆍ盧 관여 확인땐 ‘치명적 상처’
 
한마디로 도덕성은 ‘노무현 정치’의 자양분이었고, 위기를 돌파하는 무기였다. 노동·인권 변호사의 이력부터가 그랬고, 1989년 국회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투척하던 ‘청문회 스타’의 배경이기도 했다. 2002년 대선후보 시절엔 “불법정치 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민초들의 ‘돼지 저금통’ 후원 신드롬으로 이어져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재임기간 내내 도덕성에 대해선 ‘결벽증’에 가까운 집착과 자부심을 보였다. 2003년 10월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자 “내가 모른다고 할 수 없다”면서 ‘재신임’이란 승부수를 던진 것이 단적이다. 그 즈음 대선자금 수사 때도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이권 개입이나 인사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다짐했고, 친형인 건평씨의 청탁 의혹에는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머리 조아리지 말라”고 일갈했다. 2007년 변양균 전 정책실장 등의 수뢰 의혹엔 “요즘 깜도 안되는 의혹이 춤추고 있다”고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임기말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해선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 “이 정도면 괜찮은 대통령인데, 국민이 영 눈이 높아 안쳐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연차 리스트’라는 ‘비리의 블랙홀’은 모든 것을 한순간 집어삼키며 허상으로 만들었다. 친형은 검은 돈을 받아 정치에까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조카 사위에게도 50억원의 검은 돈이 들어갔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의원 등 그가 “동지”라며 애정을 보였던 386 측근들이나, 박정규 전 민정수석 등 참모들도 모두 비리의 덫에 걸렸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 부부 외에 그의 주변이 모두 몰락한 상황에서 권 여사의 ‘검은 돈’ 수수로 이제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진 셈이다.
 
특히 검찰이 검은 돈 수수 시점을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인 2005~2006년으로 보고 있는 점은 치명적이다. 권력형 비리로 이어지는 고리여서 최소 권 여사는 검찰의 수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도 2003년 12월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나. 제 모습이 거기에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 것처럼 그 자신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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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사과문, 노림수 주목한 언론 (미디어오늘, 2009년 04월 08일 (수) 06:52:39 류정민 기자)
[아침신문 솎아보기] ‘박연차 돈’ 참여정부 도덕성 치명타
 
주요 아침신문은 노 전 대통령의 7일 사과문에 대한 기사를 1면 머리기사는 물론 종합면과 사설 등에 담았다. 참여정부 도덕성에 대한 질타는 공통분모였다.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비판한 언론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언론도 있었다.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한 배경에 주목했다. 사과문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반격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연차 판도라’는 청렴성을 최대 치적으로 삼아왔던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정치권을 강타한 폭풍우는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정부 검찰은 무능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도덕성 문제만 놓고 볼 때 검찰은 봉하마을 쪽에 완승했다. 부인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았다고 해도 도덕적 책임은 노 전 대통령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한겨레는 3면 <형님 이어 부인까지…노무현 전 대통령 '도덕성 치명타'>라는 기사에서 “검은돈, 검은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어느 정권보다도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의 기반이 와르르 무너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은 가족이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3면 <혹시나 했던 '몸통'이 결국…참여정부 도덕성 회복불능>이라는 기사에서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추락했고, 친노 진영은 패가망신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5면에 <검은 덫에 걸린 참여정부, 도덕성 파탄났다>는 기사를 실었다.
 
세계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끝내 몸통이었다니>라는 사설에서 “치가 떨리고 분통이 터진다.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하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일국의 대통령이 부정부패의 원흉이었다니 차마 믿기지가 않는다. 그런 대통령을 지도자로 믿고 산 국민이 불쌍하고 억울하다. 국가적 수치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봉하마을을 아방궁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충격과 실망…돈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사설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10여 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직접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무엇보다 '왜 우리 대통령들은…' '왜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하는 탄식을 하고도 남을 국민이 안쓰럽고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노 정권의 도덕성은 허구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1989년 5공 청문회 때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명패를 던진 '청문회스타'로, 도덕성을 내세워 대통령까지 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과 봉하마을 쪽은 법적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은 어떤 의미일까. 언론은 변호사 출신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에 주목했다. 서울신문은 3면 <측근 잇단 사법처리에 심경 변화…검찰 수사 선긋기?>라는 기사에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초강수에 당황해 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사과 글이 결국 검찰과 현 정권을 향한 승부수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3면 <10억은 시인, 50억은 부인…노 '계산된 사과'?>라는 기사에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 출두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노 전 대통령이 치밀한 법리 검토를 바탕으로 사법 처리를 피하기 위한 '차단막'을 치고 나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온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단순히 자기 방어용이 아니라 현 정권을 향한 반격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3면 <사과문 직접 쓴 노 전 대통령…"응분의 법적 평가" 뭘까>라는 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파장을 부를 사과문을 쓴 이유는 뭘까. 답은 글 속에 있다. 문제는 "응분의 법적 평가"란 수상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도 3면 <형님·후원자·친구 줄줄이…특유의 벼랑끝 '폭탄' 승부수>라는 기사에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우선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 성격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 문제를 감추거나 우회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정면 돌파 전략을 자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는 돈이 의혹의 전부인가 여부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했지만 박연차 회장이 연철호씨에게 전달했다는 500만 달러의 ‘종착역’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다.
  
경향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백, 국민은 참담하다>라는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스스로 밝혔듯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여 한치 의혹도 없이 진상을 밝히고 이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직 대통령으로서 한 때 그를 성원했던 지지자들과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죄를 구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 국민 가슴에 대못 박았다>라는 사설에서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이었지만, 청렴성만큼은 믿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가슴엔 대못을 박았다. 이제 전직 대통령으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건 진실의 고백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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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사태, 민주파에 재난적 상황" (레디앙, 2009년 04월 10일 (금) 10:12:26 김경탁 기자)
[인터뷰-박상훈 대표] "파장 오래갈 것…돈의 힘 작용 못하도록 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자금 수수 고백이 정치권은 물론 전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실망했다"는 반응이 일부 제기되는 가운데 "내가 오히려 죄송하다"거나, 오히려 "떳떳한 고백이 멋있다"는 류의 대중적 반응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도 있다. 특히 대표적 친노사이트인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아이디:독고탁)는 7일 "대통령님,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갚아야 할 빚은 어쩌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것을 헤아리지 못한 것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기까지 했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분간 비정치적 강연이나 특강을 제외한 일체의 강연을 중단하겠다면서 "그분과 함께 한 시대를 살았다는 자부심은 버리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이번 사태가 "민주화운동세력에게는 재난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파장의 부정적 결과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디앙>은 박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금 수수 고백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번 고백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그간 노무현 정부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금전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남들보다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그것이 무너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간 재벌들에게 청탁이나 돈을 받지 않고, 자기 주변의 누구라도 받으면 처벌하겠다고 이야기했으며,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받았다고 말을 했는데, 실제 드러난 결과는 자기 주변의 최측근 세력뿐 아니라 부인까지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고백도 노무현 대통령의 원래 성격상 밀려서 드러나기보다는 자신이 공세적으로 사건을 말하고 대응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전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낸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정상문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자기 밑에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식의, 어떤 세력의 우두머리로서의 이상한 심리 같은 것도 엿보이고 해서 그렇게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실토가 어떤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
=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민주화운동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 문제가 드러난 것은 민주화운동세력에게 재난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민주화운동세력에 대해 아무런 부채감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진보개혁진영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여기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또 (이번 사태의 파장이)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고백한 내용마저도 사실이 아니고 돈을 더 받았다는 쪽으로 드러나면 진짜 끝장나는 것이다. 이제는 적절하게 이 정도 선에서 노무현 정부와 민주화세력의 관계가 정리되어서 새출발을 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복잡한 심정이다. 
 
- 노사모 등 지지세력 일각에서는 제기되는 노 대통령의 고백에서 드러난 문제가 우리 정치 자체의 구조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
= 지지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다. 노무현을 통해 한국사회나 한국정치가 뭔가 바뀌기를 기대했던 사람들로서는, 딱히 다른 사람을 지지하려고 해도 진보파들이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개혁세력들도 그저 그러니까 그런 점에 대한 실망이 자꾸 노무현을 이해해주고 싶은 정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를 선택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런 돈과 권력, 공천이 사유화되는 구조를 바꾸라는 것도 있었는데 정작 본인이 그런 것을 바꾸지 못하고 정책도 대개는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다. 노무현 정부 5년의 결과를 되돌아보면 결국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돈을 받은 것도 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집권 말기로, 돈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하고 나서 돈을 챙긴 것이니까 더 문제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3월 '정치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정치해봐야 돈도 없고 고달프기만 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던 것도 이런 사태를 알고 미리 복선을 깔아놓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치해보니까 정치가 이렇더라'는 메시지를 통해 나중에 돈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 자체의 문제이지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그런 글을 미리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다른 사람과 달리 우리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사람은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데, 그런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그 동안에 유지되고 있었던 자신의 지지 기반을 여전히 사유화하려는 태도는 위험하고 좋지 않은 것이다. 참 복잡하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비판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노사모 등 지지자들도 절망적으로 노무현을 옹호하고 싶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이 모두 한국정치의 비극 같다.
 
- 노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정치자금과 관련된 제도개선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사실 진보정당의 국회의원들도 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가끔씩 흘러나온다.
= 노무현 대통령 치하 열린우리당 다수당 시기에 '개혁'을 표방하면서 '돈 안 드는 선거'라는 방향으로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막고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정치자금법'이 지향해야 하는 핵심은 '돈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의 힘이 작용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었을 때 했던 정치자금법 개정은 정치와 돈의 역설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현대정치에는 돈이 들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같은 경우 핵심은 돈에 대한 접근성을 조율함으로써, 돈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힘이 가지 않을 수 있도록 노조나 이런 약자들이 자신의 이념이나 정책에 맞는 사람에게 돈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돈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된다. 자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면 정치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곤란한 것이다. 참여정부 하의 정치인들이  사실상 이런 비극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돈에 대한 접근성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돈을 못쓰게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자들만 정치하라는 뜻밖에 안된다.
 
19세기 영국에서 벌어졌던 '차티스트운동'에는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여성이나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에게도 선거권을 달라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시 차티스트 운동의 중요한 요구사항 중에 하나는 노조도 자기를 대표하는 사람에게 정치자금을 줄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함께 노동자대표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월급을 주라는 것이었다. 월급을 못받는다는 이야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하라는 것인데, 그 사람들에게 월급을 줌으로써 노동자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돈을 못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돈의 힘이 작용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진보정치를 하는 사람이 사람들에게 돈을 후원받아서 쓸 수 있게 하도록 열어놓고 이후에 이 돈을 투명하게 쓰는지를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을 개혁이라고 하면서 열린우리당이 해놓아 버리니까 그 결과로 보통사람들은 기여하기가 참 어렵게 되었고, 돈 많은 사람들은 자기 돈을 가지고 정치를 주무르게 되면서 한국정치가 전체적으로 다 잘못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돈이 드는 것을 핑계로 돈 받은 것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참...(어이없다) 자기들이 그렇게 해놓은 것이지 않나. 참 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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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지식인' 여러분, 제 말씀 좀..." (레디앙, 2009년 04월 10일 (금) 10:39:41 박노자 / 노르웨이 오슬로대)
[노무현 게이트를 보고] 자유주의적 개혁의 한계와 좌파의 세력화
 
요즘 '노무현 게이트' 터진 데에 대해서는, 저는 이상하게도 별다른 관심조차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는 것은, 2002년 벽두 대선 결과를 봤던 제 시선을 생각할 때에 그렇다는 것이지요. 푸틴의 러시아, 고이즈미의 일본, 부시의 미국에 비해서는, '노무현의 한국'은 그 당시로서 왠지 '희망의 오아시스'로까지 느껴진 부분은 있었지요.
 
그러나 그 뒤로는 가슴 아픈 일이 하도 많아 '그 때 그 감동'은 결국 여지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시민 김선일의 희생된 목숨과 함께 말씀이지요.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의 죽음 이후에는 제게 '노무현'이란 더이상 그 어떤 '의미 있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지지한 일도 없고 약간의 '희망'을 가져봤을 뿐인데, 2003년 이후로는 그 '희망'도 없어지고 말았고, "일체 보수 정치인에 대한 관심을 아예 끊는 게 좋다"는 결심은 섰습니다. 지금도 그 결심대로 살고 있지요. 하여간 저도 '노무현 게이트'가 있으나 마나 "보수 정치인이란 대한민국에서는 원래 그것이지요..."라는 생각 이외에 별다른 감상이 없는 것이고, "정치인이란 원래 그냥 도둑이다, 단 일반적인 도둑보다 훨씬 악질적이다"라는 상당수 한국인들의 정치관을 공유하는 제 아내도 무관심, 무표정이었습니다.
 
저야 '추락한 노무현'에 대한 눈물도, 솔직히 이렇다 할만한 분노도 관심도 없는데, 제 주위에 이번 일을 많이 비관하실 분들이 좀 계십니다. 다름이 아닌 노무현을 '끝까지 지킨' 소위 '개혁적 지식인' 분들입니다. 이 분들의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 비정규직 양산 등에 대한 감상은 저와 별로 다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개혁이지 않나", "그래도 역사의 진보이지 않나"라는 말로 끝내 '차악론'을 펼치신 것입니다. 즉, 노무현 정권도 '문제'가 많지만 '반대쪽'에 비해 그래도 덜 악하고 조금 더 선하지 않나, 조금 더 '개혁 지향적'이지 않나, 이것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말씀하시는 '개혁'이란 뭔지 제가 늘 궁금해왔는데, '햇볕 정책' 이외에는 대체로 △악법 (국보법 등) 폐지 △ 관료제 합리성 제고 (각종 토착 비리 척결) △월권을 행사해온 각종 대자본 (특히 삼성/조중동)에 대한 적당한 국가적 견제 △부동산 시장 정상화 ('거품 터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단계적 땅값 내림세 유도, 투기 방지책), 그 정도였습니다.
 
이 자유주의적 '개혁론'의 기본적 문제점이란, '자유주의'라는 틀에 갇혀 있는 이상, 위에서 나열한 아주 '온건한' 목표들도 사실 달성할 수 없다는 슬픈 현실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완전한 실패는 바로 이 부분을 입증하기도 합니다. '온건한 자유주의적 노선'마저도 사실상 '자유주의'보다 더 진화된 (사회주의적/사민주의적) 세력들만이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게 '한국적 정치'의 재미있는 역설입니다. 그게 한국 자본주의 형성 과정, 성장 통로, 그리고 현존 지배계급 새력 분포/지배 형태와 관련이 있어요. '온건 자유주의 개혁' 목표 별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지요:
 
1) 악법 폐지
국보법 폐지라도 성취하자면 한국적 '지배 연합'의 한 축인 '안보 블록' (군+ 정보기관)과의 심각한 대결을 불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군 고위급들의 현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대결을 법제화시키는 국보법이야말로 '거대한 육군'의 존재 근거이기도 합니다.
 
국보법을 폐지해가면서 이북과의 '평화공존'을 심화시키자면 "꼭 군인 머릿수가 70만이어야 되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런데 그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고 너무나 귀중한 '밥통'의 문제입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에서 '자유주의 정치인' 중에서 '안보 블록'과의 아주 심각한 불화를 감수할 사람은 있나요?
 
2)관료제 합리성 제고
사실 조금씩 나아져가고 있긴 하지만, 중앙, 지방에서 엄청난 토건 예산을 풀어주곤 하는 '토건 국가' 체제 안에서는 예산 집행자와 시공업자 사이의 '검은 컨넥션'을 완전히 끊기는 어렵지요. 한국보다 훨씬 진화된 일본의 관료제 작동법을 보시면 아실 것이지만, '토건 국가'로서의 한계라는 게 있어요. 그러면 '토건 국가' 자체를 점차 해체시키자면, (역시 토건 업자들에게 여러가지 신세져온) '자유주의 정치인'으로서는 불가능하지요.
 
3) '문제적 대자본' 견제
총수출의 15%를 삼성전자 하나가 보태주는 '독점 자본 위주의 수출 주도 모델'라는 틀 안에서는 그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각종 '삼성관'이 많이 새워진 '명문대'를 봐도, 상당수 최고 국가 기관들의 현황에 대한 X파일이 제공하는 정보를 봐도, 삼성경제연구원과 역대 정권들의 경제 비전을 서로 대조해봐도 이 나라를 누가 실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는지 오척동자도 알 것입니다. 이건 본격적으로 해결하자면 아예 수출 주도 모델을 해체시켜가면서 주요 독점 자본에 대한 준국유화 정책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그걸 '개혁주의자"들이 해낼 것 같아요?
 
4) 부동산
한국 지배계급의 가장 선호하는 저축 형태이기도 하고, 중산층 상위, 중위 부문의 포섭 도구이기도 합니다. 월급쟁이가 서울/경기도의 '괜찮은 동네'에서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어도 벌써 '서민' 대열을 이탈해 '신분 상승'한 것처럼 느끼니까요. 부동산 시장 대수술을 계획하자면 역시 상류층뿐만 아니고 중간 계층들의 '윗부분'들의 반감 살 일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어느 자유주의자도 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혁' 담론이라는 게 한국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요. 물론 제2, 제3의 노무현도 집권할 수야 있지만, 그 실적은 제1대 노무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걸요. 자유주의자들은 그 무슨 '개혁' 이야기를 들먹여도 '한국적 체제' - 군사/안보 국가, 부동산 과열, 토건 집중, 관료들에 대한 대자본의 지배, '명문대' 학벌 우대, '현대판 천민' (비정규직) 과중 착취 등등 - 그냥 그대로 갈 것입니다.
 
1998~2007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면, 그게 아예 바뀔 수 없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사회주의적/사민주의적 세력들이 정치, 사회적으로 '세력화'되지 않고서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