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정치과정,의회정치,법제도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죽었다

새벽길 2021. 3. 8. 03:06


조형근 선배의 칼럼도 좋지만, 칼럼과 관련하여 페북에 쓴 글이 더 울림이 있다. 아마도 이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론이 앞서는 것만 입법하겠다면 정치는 필요하지 않다. 그때그때 여론조사로, 디지털 직접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동성혼인제도도, 사형제 폐지도 여론이 앞서서 입법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가 소명감을 갖고 역할해서 가능했다. 정치를 욕하다가도 정치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들이다. 변희수와 그녀의 벗들의 죽음을 통해서 드러난 비극 중 하나는 지금 이 나라에서 정치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5756.html
[세상읽기] 함께 해서 즐거운 인생 (한겨레, 조형근ㅣ사회학자, 2021-03-08 02:39)
성소수자는 특별하지 않다. 좋고, 나쁘고, 이상한 이들이 다 있다.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차별 없이 함께 살기를 바란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트랜스젠더 군복무 차별 조치를 폐지했다. 막장 도널드 트럼프가 만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린 사례 중 하나다. “미국은 포용력이 있을 때 국내와 세계에서 더 강력하다”며. 세계가 무릎 꿇고 한국을 칭송한다는 ‘국뽕’의 시대라서 그런지 ‘천조국’ 미군의 사례도 안 먹힌다. 마크 램자이어 교수와 일본 우익의 한국인 혐오는 틀렸지만, 나의 성소수자 혐오는 맞다. 죽음을 전하는 기사의 댓글들을 보니 네이버와 다음이 총단결이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좌우가 따로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성소수자를 거부할 권리도 소중하다며 퀴어축제를 외곽으로 내몰겠다고 선언했다.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아예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정체성을 반대한다니 놀랍고 아득하다. 노무현 정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처음 발의했지만 지금의 정부여당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검찰개혁 말고 정권에 부담스러운 의제는 꺼내지 말라는 것처럼 보이는 자칭 촛불정부다. 그사이 사람들이 추락하고 있다. 떠미는 손들에 내 손이 섞여 있는 것만 같아 명복을 빌기가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