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1년을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계산할 수도 있겠지만, MB의 임기시작을 기점으로 1년을 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취임 1년이 되는 2월 25일을 전후로 각종 여론조사와 1년 평가 토론회 및 관련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 그 내용이라고 해도 취임 100일, 취임 6개월, 대통령 당선 1년 당시의 평가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
그래서 작년 12월 이명박 1년을 민주주의 후퇴로 봤던 경향신문의 기사에 지난 1년간의 민주주의 역주행 기록을 표로 만든 한겨레 기사를 추가하였다.
--------------------------------------------------- 사정기관 총동원…‘법치’ 앞세우며 ‘공안통치’ (한겨레, 박병수 기자, 2009-02-24 오후 08:31:22)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세상살이 자유로워졌나
뿌리부터 흔들리는 민주주의
검·경·국세청 등 ‘표적조사’…기관장 임기제 무력화
피디수첩·미네르바 수사 강행…TK인사로 공안 장악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온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 1년을 거치며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외침에서 시작된 촛불시위대와 용산 철거민에게는 ‘법치’를 내세워 구속을 남발하면서도, 스스로는 군사독재 시절처럼 검찰·경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한 표적조사로 법으로 보장된 기관장 임기제마저 거리낌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인권은 후퇴하고 공무원은 ‘영혼 없는 조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른바 티케이 인사로 공안기관을 장악한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의 정치사찰을 합법화하는 법개정까지 추진함으로써 지난 20년 민주주의의 성과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려 하고 있다.
■ 권력기구의 정권 도구화 공공기관장 물갈이에는 감사원과 검찰이 동원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10일 전격적으로 31개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20일 만에 공기업의 경영비리를 폭로하는 예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본감사가 아닌 예비감사 결과 발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도 공기업 20여곳에 대한 ‘기획수사’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측면지원하기 위한 표적 감사, 표적 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 밀어내기에는 국세청도 나섰다. 감사원이 지난해 8월 한국방송에 대한 특별감사에 전격 착수해 경영 부실을 이유로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건의하고, 검찰은 정 당시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고, 국세청은 한국방송 외주제작사에 대한 세무감사를 벌이며 정 사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검찰의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수사도 권력기관의 정권 도구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피디수첩 수사팀장이었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제작진 기소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다 검찰 지휘부와 마찰 끝에 사직했다.
경찰도 정권 보위의 전위 역할을 떠맡고 나섰다. 촛불집회에 혼이 난 경찰은 지난해 7월 5공 시절 악명 높던 ‘백골단’의 부활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집회·시위 진압 목적의 경찰관 기동대를 창설했고, 지난 9일 한나라당과의 실무당정에서는 “최루탄 재사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정치개입, 민간인 사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정원은 “정치정보 수집이 불가피하다”고 공언하는 원장 체제 아래에서 직무범위와 권한을 대폭 확대해 과거 화려했던 시절로 되돌아갈 날만 손꼽고 있다.
■ 공공기관 임기제 흔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장의 임기제도 뿌리째 흔들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당시 원내대표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정부 출범 1달 만에 “이명박 정부와 이념이나 철학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물꼬를 튼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유례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정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물론이고 국책연구기관, 예술·문화단체 등 거의 모든 곳의 기관장과 임직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요구했다. 공공기관의 자율·책임 경영과 투명성 등을 보장하고 ‘낙하산 인사’의 폐단을 막기 위해 마련된 임기제의 취지를 무시한 조처였다. 이렇게 사퇴시킨 기관장 자리는 이른바 현정부와 코드가 맞거나 대선 때 공을 세운 인사들로 채워졌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303곳 공공기관 가운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80개 기관의 기관장이 새로 임명됐고 이 가운데 58명이 ‘낙하산 인사’로 밝혀졌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경향신문의 비판적인 기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어제는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후퇴했다고 평가했다는 기사를 내보내더니, 오늘은 왜 '민주주의 후퇴'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들을 보면 이명박 정부 1년은 '민주주의 후퇴'라고 정리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갈수록 경향신문이 맘에 든다. 아래 글은 기사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 국가주의의 부활과 시민 통제 광우병 파동 이후 이명박 정부는 ‘시민 통제’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촛불 민심 앞에 사과하던 정부는 촛불이 잦아들자 ‘공안 통치’로 대응했다. 시민의 이익이 아닌 정권이 설정한 자의적 ‘국가 이익’에 반하는 모든 저항적 행위는 무장해제 당하고 있다.
대규모 시위 등에 대해선 ‘집단소송’의 족쇄를 채우고 있고, 복면 금지 등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도 마련했다. 인터넷 여론엔 ‘사이버 모욕죄’라는 검열의 잣대를 들이댔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광우병대책회의’ 지도부는 모두 검·경 전담수사팀에 의해 수배·검거·구속의 길을 걸었고, 경제위기론을 예고했다는 이유로 네티즌 논객 ‘미네르바’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스스로 붓을 꺾었다.
그 공백의 자리엔 ‘새로운 보수(뉴라이트)’로 포장한 신권위주의적 국가관이 강요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이 주도한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등 매카시즘적 색깔론이 등장하고, 군 지도부는 공공연히 사병들의 ‘국가관’을 문제 삼았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과 이병순 사장의 선임, YTN 구본홍 사장 등 잇단 ‘낙하산’ 인사를 통한 언론계 판갈이를 진행 중이다. 사실상 정부 정책에 대한 일체의 ‘반대 의견’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시민과의 소통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의사 표현이 억압될 때 시민은 ‘저항’할 수밖에 없게 된다.
# 70년대식 관치의 재래와 시장 통제 ‘실용 정부’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자유 시장경제’ 구호는 현실에선 정부 주도 관치경제의 회귀로 나타났다. 정부 출범 초 수출주도 성장을 위한 인위적 ‘고환율 정책’이 단적이다. 실상 이 같은 목표지상주의적 관치의 징후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국가정보원은 올 초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대기업을 상대로 고용·투자 계획을 조사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물론 국정 당국자들이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권을 향해 연일 공개적 대출 압박을 가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동원경제의 옆에선 대기업·부자 중심의 정책으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종부세 등 각종 ‘부자 감세’ 논란, 대대적인 기업인 ‘양벌규정’ 정비,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는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와 서민 생활의 후퇴로 나타났다. 환율정책 실패 속에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000달러대로 주저앉았고, 고물가로 실질 구매력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의 낙폭을 기록중이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7%→6%→4%→3%→2%’로 연일 수정 중이다.
민생의 후퇴는 시민들이 사회·경제적 시민권의 약화를 뜻한다. 이는 또한 자살율·범죄율 증가 등 ‘사회적 위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 사상·문화의 억압과 권위주의 정당화 정부의 시민통제는 헌법이 보장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헌법 19조)를 부정하는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7월 베스트셀러가 포함된 23개 서적에 ‘불온’이란 딱지를 붙였다. 북한 찬양, 반미·반정부, 반자본주의라는 ‘주홍글씨’와 함께 영내 점검까지 실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 6종 55개 항목을 수정하라고 집필자에게 권고했고, 이들이 반발하자 출판사에 대해 직접 수정요구로 압력을 가했다. 교과서를 다시 정권의 이념·홍보 도구에 지나지 않던 국정 교과서 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뉴라이트계 학자와 보수인사들의 ‘현대사 특강’은 식민지를 긍정하고, 군사독재 시절을 미화하면서 ‘세뇌’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4·19 시민혁명’을 데모로 묘사한 영상자료를 배포했다가 회수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전방위의 양상이다.
그속에서 교육 현장은 경쟁만능의 교육개조가 한창이다. 초·중·고교의 일제고사가 부활했고, ‘3불’로 대표되던 평준화 교육은 형해화 됐다. 일제고사를 공개 거부한 교사들에 대해선 성희롱 교사에게도 내리지 않던 파면·해임의 중징계를 가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사상의 통제가 권위주의 시대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지난 민주화 역사를 모두 부정하는 또 다른 편향이다. 그로 인해 인간 내면과 양심의 자유는 상처를 입고, 우리 사회의 좌·우 이념적 거리는 멀어지고 있다.
# 다원성의 훼손과 획일적·불균형 사회
이명박 정부 1년간 민주 사회를 작동하는 근본 원리인 ‘다원성’은 위기를 맞고 있다. 복잡한 이해 관계와 욕망을 녹여낼 다양성은 외면받고, 사회적 평등의 감각도 무뎌지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갈등은 커지고 있고, 빈·부 계층간 골도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실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발표 후 기업들의 지방행 취소가 잇따르고 있고, 우리 사회 6가구 중 한 집의 가구주는 실직 상태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 추진, 최저임금제의 근간을 무너뜨린 ‘최저임금제 개선방향’ 등 친기업 정책의 뒤편에서 노동계는 철저히 소외됐다. 한국 사회는 획일화된 불균형의 사회로 변모 중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완충할 여론시장의 독과점은 심화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녹여내는 언론의 공공성은 아예 실종될 위기다. 신문·방송 겸업 허용, 대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 등을 통해 자본은 이제 ‘여론’ 영역까지 촉수를 드리우게 됐다. ‘시장 자율’을 명분으로 친재벌·친자본 중심으로 언론시장을 재편, 보수의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는 정권의 기조와 맞닿은 부분이다.
획일화된 사회는 곧 ‘창의성·다양성’이 실종된 죽은 사회를 의미한다. 특히 이 같은 획일화가 자본에 의해 주도되고, 불균형과 만날 때 그 사회는 통합성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 ‘권부’의 부활과 민주적 시스템의 해체
보수 재집권으로 과거 ‘정권의 주구’로 비판받던 검찰·경찰·정보기관 등의 모습도 퇴행하고 있다. 소위 명목적 ‘법치’를 앞세운 권력기관 통치다. 이는 곧 민주적 통치 시스템의 부재와 정권 유지를 위한 ‘공포의 지배’를 뜻한다.
경찰은 지난 촛불정국에서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직사하고, 20m 이내에선 사용을 금지한 안전규정도 무시했다. 지난 11일엔 아예 그 안전규정마저 삭제해 버렸다. ‘백골단’의 부활로 비난받는 전담체포조도 재구성했다. 검찰은 이미 죽은 법이라던 국가보안법을 되살려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오세철 교수 등을 구속하려 했다. 감사원은 정권의 공공기관 기관장 물갈이를 위한 압력 도구로 동원됐다. 국가정보원은 휴대폰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직무 범위를 확대한 국정원법, 테러방지법 등을 통해 아예 과거처럼 ‘정보 권부’로 역변신 중이다.
민주화 역사의 결과물과 제도적 장치들도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11일 조직과 인원을 절반으로 축소한 국가인권위가 단적인 예다. 엄혹한 과거사와의 화해·정리를 위한 13개 과거사위원회도 통·폐합될 운명이다. 감사원장 등 독립성 보장을 위한 권력기관장들의 ‘임기제’도 무용지물이 됐다. 견제와 균형의 장치들은 모두 해체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권옹위용 권부의 부활은 그 자체가 개인적 자유, 인권의 축소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법이 권위와 민주적 가치를 대체하고, 통치가 정치를 대체하는 ‘법의 지배’도 문제점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런 경우 제도적 제어장치가 작동할 수 없어 직접적·폭력적 양상을 띨 수밖에 없게 돼 결국 폭력과 폭력이 맞붙는 80년대식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정권의 정통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명박1년, 민주주의 후퇴]민주적 제도·가치 훼손 (경향, 김광호기자, 2008-12-16-18:02:40) ㆍ李대통령, 일방통행 리더십… 표현자유 제한·사상 통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에서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시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한하고 사상·양심을 통제하는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민주주의 제도와 가치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지난 6월 광우병 파동 이후 전방위적인 ‘시민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촛불집회와 같은 대규모 시위 차단을 위해 불법시위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입법들이 잇달아 추진됐다.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사이버 모욕죄’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은 ‘법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촛불집회를 주도한 ‘광우병대책회의’ 지도부를 수배·구속하는 등 ‘공안통치’적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정원은 헌법적 가치인 인권·사생활 보호 침해 우려가 큰 통신비밀보호법,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활동범위 확대를 추진 중이다.
또 KBS·YTN 사장을 여권 인사들로 교체하고, 방송법·신문법 등 언론관계법 정비를 추진하면서 언론통제 의혹도 제기됐다. 국방부가 지난 7월 ‘불온 서적’을 지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근·현대사 검정교과서 수정을 출판사에 요구하는 등 사상통제 움직임도 나타났다.
경제정책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고환율 정책’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은행권에 대한 공개적 대출 압박 등 과거 관치적 시장지배를 강화했다. 반면 지난 10월 대대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으로 서울과 지방의 갈등이 촉발되고, 지난 8일 최저임금제의 근간을 허무는 ‘최저임금제 개선’ 추진 등 다원성 확보를 통한 사회적 통합성도 약화되고 있다.
고려대 임혁백 교수(정치학)는 “한국 민주주의는 질적으로 후퇴했다. 견제가 없는 대통령은 국민의 의사를 경청하기보다는 자신의 말과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뱉고 강요한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를 제도화하고 실제로 작동시키는 것은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 ‘섬김의 리더십’ ‘머슴론’을 내세웠다. 3·1절 기념식 등에서 단상을 없애는 등 ‘격식 파괴’를 선보이며 실용, 실천, 현장, 변화를 역설했다. 하지만 실제 국정운영에서 나타난 것은 공권력과 행정력을 앞세운 ‘통치’와 ‘이명박식 법치’였다.
참여와 소통을 바탕으로 설득과 개방성·상호성·수평성·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자리를 배제와 통제, 폐쇄성·일방성·수직성, 정보·권력의 독점, 관(官) 우위 및 의회·정당 정치 경시 등으로 요약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메웠다.
이 같은 리더십은 첫 인사에서 예고됐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 ‘S라인’ 인사들로 내각과 청와대를 채웠고, 남주홍 통일부장관 내정자 등 예비각료 3명의 낙마로 이어졌다. ‘독주의 리더십’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파문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국민적 저항의 뿌리가 여론에 귀를 막은 국정운영 방식이었음에도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 문제로 환치했고, 결국 몇 차례의 사과와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이 대통령의 ‘통제적 리더십’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6월24일에는 “일부 정책에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며 ‘촛불집회’를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는 시위로 사실상 규정하고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의 국정기조와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을 국가와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했던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식사 정치’를 통해 ‘배제의 리더십’의 단면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한나라당 당직자, 당 사무처 직원, 이 대통령 후보 특보단, 뉴라이트전국연합 회원 등을 잇따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했지만, 비판세력과는 만나지 않았다.
이러한 ‘일방적 리더십’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할 정치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의 역할은 줄었고, 국회와 여야의 정부 감시·견제 기능은 약화됐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집회·결사·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사이버모욕죄 신설, 불법 집단행위 집단소송법 제정 같은 정부·여당의 시도로 직결됐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는 점점 가려졌으며 동시에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정부의 역할도 뒤틀렸다. 외국인 노동자 단속에 대한 법무부의 고무줄 정책에서 드러나듯 정부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오락가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둔 것이 대선 승리의 결정적 자산 중 하나였던 점도 한 이유다. 실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여의도 정치를 확 바꿔야 한다”고 주문처럼 반복해 강조했다. 이 대통령에게 ‘여의도’는 비효율과 당리·당략의 동의어인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되게 경제에 ‘올인’했지만 실은 처음부터 실패를 담보한 것이었다”면서 “다원화·다기화한 사회에서 경제를 살리려면 시민사회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국민 통합’이 필수적인데,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정치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정치와 정당의 역기능과 부작용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순기능에 눈길을 돌림으로써 민주주의를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국회가 강만수의 꼭두각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야가 만장일치로 상임위를 통과시킨 응급의료법 개정안 원안을 무시하고 법의 효력을 3년으로 제한해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뭐 하러 국회에 앉아 있느냐”는 야당의 힐난에도 불구, 절대적 지지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리더십으로 여당이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다. 여론을 수렴해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잘못 설계한 정책으로 인한 오류를 방지할 여당의 기본 기능이 취약해진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조차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됐다. 때문에 지방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대안을 찾을 기회는 사전에 봉쇄됐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대책도 발표 당일 형식적 당정협의만 거치고 발표됐다. 여당 내에서조차 “당이 반신불수 상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의 ‘여의도 무시·불신’은 국회의 무기력증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통령제 하에서 의회와 정부는 수평적 권력분립을 통해 상호 독립과 견제를 유지한다는 삼권분립이라는 기본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여론을 수렴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제어해야 할 국회의 고유기능을 약화시켜 대의정치의 실종으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국회를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나 통과시키는 ‘통법부’로 여긴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 국회의 고유 권한인 원 구성조차 대통령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다. 지난 7월31일 여야는 개원 두 달 만에 상임위원회 구성, 장관 인사청문회 등에 어렵게 합의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장관을 청문회 없이 임명하겠다”는 전화 한 통에 교섭단체 대표들이 서명한 합의서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지난 15일 “견제가 없는 대통령은 국민의 의사를 경청하기보다는 자신의 말과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뱉고 강요하게 된다”며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제도화는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팀 경질, 부자 감세 철회, 대북정책 전환, 과거 회귀 입법 철회 같은 야당 요구를 줄곧 외면했다. 신뢰가 깨지자 대통령과 야당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불편해졌다. 이달 초 예산안 처리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여야 대표 회동은 민주당 보이콧으로 무산됐다.
대화는 끊겼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단계에까지 왔다. 취임 9개월 만이다. 이는 민주당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만, 이 대통령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 지도자일 수도 있지만, 국가 원수이며 행정부 수반이다. 야당과 소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갈등과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야당을 ‘무시’한 채 일방 통행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5월 말 이 대통령은 야 3당이 반대하고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장관 고시를 강행했다. 야 3당이 ‘장관고시 강행 규탄 및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문’을 내고 긴급 정치회담을 요구했으나, 이 대통령은 거부했다. 지난 8월에는 “청문회 없는 임명은 안된다”는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교육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거대 여당의 ‘실질적 총재’가 “야당을 무시하고 오만하게 일방통행을 한다”(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는 ‘정쟁’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급기야 지난 12일 이 대통령으로부터 예산안 처리 독려를 받은 한나라당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촛불시위’ 초기인 지난 5월 초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서기관은 포털 ‘다음’ 측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의견을 제거하려는 처사로 해석됐다. 이것이 외부로 알려져 표현의 자유 훼손 논란이 일자 방통위 측은 “지시한 게 아니라 다음에서 문의해와 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곧이어 방통위 측이 이 문제를 놓고 정보기관 실무자와도 논의했다는 내부 직원들의 폭로가 터져나왔다. 치밀한 계획에 의한 포털 통제 조치란 의혹을 받을 소지가 충분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간섭은 계속됐다. 네티즌이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이 촛불시위 매도 등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면서 다음 등 온라인포털을 통해 이들 신문에 대한 구독거부 및 광고주 불매운동을 시작하자 또다시 정부가 나섰다. 검찰이 광고주 불매운동을 주도한 네티즌을 소환, 조사하고 사법처리한 것이다. 시민들이 유권자로서 ‘정부 비판’을 할 자유와 소비자로서 ‘주권 운동’을 펼칠 자유를 억압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국세청도 가세했다. 광고주 불매운동과 관련된 댓글을 삭제토록 하고, 다음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방통위의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사업자 허가에서도 다음은 고배를 마셨다. 더 나아가 정부는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이제 온라인은 숨죽인 공간이 돼가고 있다. 권력에 대한 비판글은 현격하게 줄었고, 논쟁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의 방송장악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강제로 몰아내는 일부터 시작됐다. 정 전 사장이 반발하자 감사원과 국세청, 검찰까지 동원해 결국 임기 전에 물러나도록 했다. 정부는 ‘KBS 대책회의’ 등을 통해 후임 사장 선임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이병순씨가 KBS 사장 자리에 앉은 이후 정부 비판 프로그램은 없어지거나 내용이 크게 변했다. 이 대통령 관련 보도는 비판없이 사실 보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련의 KBS 사태는 “방송을 장악해야 살 수 있다”는 비민주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크다.
정부는 또 YTN 등 방송사에 대통령 특보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앉혔다. EBS에 압력을 행사해 비판 보도나 프로그램을 빼라고 하기도 했다. 이는 다원주의를 훼손하고 일방의 목소리만을 전달케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방송은 매우 효과적인 여론의 전달 수단으로 다원성과 공익성을 생명으로 한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방송법에 보장한 것도 이처럼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공익을 실현하도록 제도적인 틀을 갖추라는 취지였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방송 및 포털 정책만 봐도 이 정부 출범 후 민주주의가 후퇴했음을 알 수 있다.
---------------------------------- [이명박1년, 민주주의 후퇴]사회안전망 확충 뒷전 (경향, 오관철기자, 2008-12-16-17:51:05) ㆍ부익부 빈익빈 정책… ‘부자를 위한 정책’ 중점
이명박 출범 이후 분배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대책은 거의 없는 반면 부유층에게는 감세와 온갖 특혜를 안겨주는 정책으로 사회통합의 기반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양극화 심화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3·4분기 전국 가구 중 가구주가 무직인 비율은 16.13%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7%)보다 0.56%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된 2003년 이후 3·4분기 기준으로 최고치다. 무직가구 수는 1년간 13만3000가구나 늘었다. 이는 근로 빈곤층과 취약 계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 들어 11월까지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4만4000명 줄어 제조업 일자리 감소폭(3만4000명)보다 컸다.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층 등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경제 정책에 주안점을 뒀다. 정부는 세제개편을 단행하면서 감세 혜택의 88%가 소득 상위 10% 계층에 집중되는 감세를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무시했다. 경기부양 효과만 고려하면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귀를 닫았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제분야의 민주주의 원칙은 훼손되고, 서민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이달 초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M&K 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설문 대상자의 36%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중 가장 불만스러운 것으로 ‘부유층 중심의 정책’을 꼽았다.
헌법 119조 2항은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력과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사회양극화 등으로 경제·사회적 긴장이 커져 민주주의가 위협받지 않도록 정부가 경제 운용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처럼 헌법에 명시된 경제 민주화 관련 조항과는 크게 어긋나는 쪽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기업과 부유층에 편중된 정책으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해쳤고, 시장 지배력 남용을 묵인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형식적으로라도 성장과 분배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던 참여정부와 달리 성장주의 경제정책에 집착하면서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추진한 고환율 정책은 불균형 성장 정책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수출 대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고환율 정책은 물가급등을 초래하며 서민가계를 위협했고,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환손실을 키웠다.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에게 세금을 거둬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역분배’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에서도 경기침체로 가장 타격받을 서민층에 대한 실효성있는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경감을 골자로 한 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6% 증가하면서 부유층과 일부 건설업체들은 수혜를 입게 됐다. 그러나 저소득·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확충 예산은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금융위기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수십조원의 돈을 풀며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서민금융 지원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가계가 살아나야 대출자산이 많은 은행들의 건전성도 개선될 수 있는데 정부 지원이 금융기관에 편중되고 있다”며 “사회적 형평성을 맞추는 것은 물론 경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서민금융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 지주회사 규제 완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금융규제의 빗장을 푸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규제 완화 정책은 대기업들의 금융업 진출기회를 확대하면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금융의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50원 넘게 급등하던 지난 10월초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들에게 환율 전망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졌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은 기자들과의 접촉을 가급적 피하고, 외환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정부가 시장 정보를 틀어 막을 경우 제대로 된 정보가 기관투자가나 시장의 ‘큰 손’들에게만 유통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확대되고, 기회의 편중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장정보가 통제되면서 ‘미네르바’ 등 인터넷 경제 논객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지난 2월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여의도 국회 앞.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던 코스콤 비정규직노조는 대통령 취임행사위로부터 초청장을 받고도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주최 측은 “초청장이 잘못 발송된 것”이라며 이들의 입장을 막았다. 보름 후 영등포구청과 경찰은 코스콤 비정규직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8월 말 현재 국내 임금노동자 수는 1610만4000명에 이른다. 인원으로만 따지면 우리 사회 최대 집단이다. 전체 인구의 30%가 넘는 이들을 배제한 통치 행위나 정책 결정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노동’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쉽게 배제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친기업적 규제 완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최소한의 노동보호 장치를 허물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임금제 개선방향’은 88년 이후 20년 동안 유지돼 온 최저임금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요 노동 관련 법과 제도는 노동계와 협의 없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노동계와의 ‘대화’는 ‘법치’로 대체됐고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 등 민주노총 주요 간부들이 사법처리됐다.
정부는 ‘노동’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GM이 부도위기에 내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 요구를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들어줬기 때문”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선 노조에 대한 적대감마저 읽힌다.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이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키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실제로는 1970~80년대 불균형 성장 방식을 토대로, 당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거대 재벌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주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박탈해 기업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정책은 기회의 형평성과 규칙의 공정성을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시장내의 여러 독과점적 행태를 규제해 불공정 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열위에 있는 기업들이 좀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기업정책은 이러한 방향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하대 김진방 교수는 “대기업·수출기업 위주의 성장방식이 이어지고 중소기업은 항상 손해를 보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거의 봉쇄되면서 경제 민주주의 후퇴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경제의 역동성, 장기적 성장성을 떨어뜨리는 폐해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은 현 정부가 추진중인 대표적인 재벌 규제 완화 정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대기업들의 출자액을 제한함으로써 계열사 확장을 방지하는 출총제가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된다며 폐지키로 했다. 또 금산분리 규정을 완화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증권사·보험사 등 비은행 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재벌들에게 규제 완화라는 ‘선물’을 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투자 활성화를 요구하는 식의 접근은 투자나 고용으로 바로 연결되지도 않을뿐더러, 재벌의 시장 지배력 강화로 대·중소기업간 불균형만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양혁승 교수도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하도급에 부담을 떠넘기는 형태로 비용을 절감하기 때문에 재벌 규제를 완화해주면 시장 독과점이 강화되고 중소기업들은 더 어려워지는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유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법인세 인하도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진보신당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0.1% 이내의 260개 대기업들이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감면 효과의 56%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의 9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미미하다. 수출 대기업에 유리한 고환율 정책은 물가부담을 가중시켜 중소기업이 가장 힘들어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 부진을 초래했다. 또 키코(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피해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는 유동성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재무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은행들이 소극적이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신문법·방송법 등 언론 관계법 개정안을 보면 어느 한 가지 목소리만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게 학자들과 시민사회의 판단이다. 특히 신문법·방송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민주사회의 핵심원리인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은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를 입법 취지로 표방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다양한 언로와 의견이 존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법안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언론사와 대기업에 지상파는 20%,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채널은 49%까지 지분을 갖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신문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 등 보수색채의 신문들은 자본을 무기로 방송에 진출할 게 뻔하다. 같은 보수적, 친정권적 성향의 대기업들도 언론에 진출해 자본의 이해 대변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 또 같은 성향의 신문과 대기업이 연합해 지상파 방송까지 소유할 수 있다. 반면 소외세력과 소수자 등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진보적 신문들과 지방지들은 자본력의 한계로 방송에 참여할 기회조차 상실해 입지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이렇게 되면 방송시장은 정권·자본에 친화적인 목소리와 보수적 논리로 급격히 재편될 수밖에 없다.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은 “현재 방송까지 포함하면 조·중·동의 영향력은 전체 미디어시장에서 10% 미만”이라며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면 방송의 다양성이 넓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관련 법안에 사회적 다원성의 확보나 여론 독과점에 대한 견제 장치를 두지 않아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보수신문들이 방송 진출을 하기 위해 정부 비판을 회피하고 있는 모습에서 법안 통과 후 재편될 미디어 시장의 획일화된 모습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에 신설된 ‘사이버 모욕죄’ 조항도 사회적 다원성에 치명타를 가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면 현행 형법보다 과중한 처벌을 받게 돼 표현 행위를 억압하는 독소 조항으로 비판받고 있다. 아울러 게시물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주체가 요청하면 포털 업체는 무조건 24시간 내에 블라인드(삭제) 조치를 하도록 해 선거과정 등에서 정당과 후보자의 검증과 비판을 가로막는 데 악용될 소지가 많다.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에 착수할 있는 ‘반의사 불벌죄’로 규정해 정부 정책이나 권력에 대한 비판까지 통제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은 문화산업과 예술현장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개입으로 요약된다. 콘텐츠산업 5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기업에 대한 직·간접 지원을 크게 늘렸다. 예술정책에서는 ‘선택과 집중’, 사후지원을 통해 예산을 소수정예에 집중하되 그 내용과 수준을 예술현장의 자율에 맡기기보다 행정절차에 따라 관리하도록 했다. 전반적으로 문화에서 효율과 수월성이 강조되면서 문화생태계의 파괴, 국가권력 확대, 표현의 자유 위축 등 문화분야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예산을 보면 문화콘텐츠산업, 차세대 융합형 콘텐츠산업 등 콘텐츠의 연구개발, 발굴·육성사업에 올해보다 2배 가량 많이 배정했다. 이는 문화를 발판으로 경제도약을 이루겠다는 새 정부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김범모 열린우리당 전문위원은 “콘텐츠를 강조하면서 문화를 향수하는 일반시민보다 기업이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올 한해동안 새 정부의 방침에 따라 운영 전반을 손질했다. 현장의 대표자인 예술위원 11명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예술위원들이 지원심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건수를 줄이는 대신, ‘예술성이 높은’ 소수작품에 대해 예산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간접지원으로 돌리기로 했다. 문화계에서는 내년 문예진흥기금 심사결과가 나오면 보수색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문화예술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준비중인데 여기에는 ‘아동청소년이용제한매체물 결정권’이 신설돼 선정적이고 음란한 것, 범죄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등 모호한 기준에 따라 매체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돼있다.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이를 '국가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직접 비난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국면전환을 진두지휘하려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일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지만, 국가 정체성에 대해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적, 폭력적 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자세를 한껏 낮췄던 지난 19일 특별기자회견 때의 태도가 닷새만에 공격형으로 돌변한 셈이다.
한편 청와대는 "국정기조가 개혁에서 안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지나친 해석"이라면서 선을 긋고 나섰다. <동아일보>에 의하면 정정길 신임 대통령실장은 최근 수석비서관들을 향해 "대선 기간 중요한 공약이었든, 지금까지 추진 중이었든 상관하지 말고 각 현장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이나 이슈를 먼저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청와대의 국정운영 기조가 '개혁'에서 '안정'으로 급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각종 개혁정책이 상당 기간 보류되거나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대변인은 "정정길 실장의 발언은 그날의 정확한 발언과도 좀 차이가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설정한 개혁과제는 특별한 예외가 아니고는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경중과 완급의 조절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를 '개혁의지 퇴색' 등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식 개혁'을 예정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 유인촌 "촛불을 꺼야 할 때"…대대적 진압 예고 (프레시안, 임경구/기자, 2008-06-24 오후 3:05:56) 경찰-법무부 "폭력시위 엄정대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4일 "이제 촛불을 끄고 일터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정부도 민생경제 안전을 위해서 불법과 폭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부청사 별관에서 가진 국무회의 브리핑을 통해 "고유가 사태로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이제 불법 시위는 그만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가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적, 폭력적 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경 대처를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경찰청과 법무부 등 촛불집회 관련 당국의 강경 대처 기조가 보고되기도 했다. 유 장관에 따르면 어청수 청장은 "추가협상 결과 발표 등 일련의 정부 조치로 일반 시민의 참여가 대폭 감소했으나 일부 세력에 의해 대정부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훼손된 법질서가 회복되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주최단체 집행부 12명에 대한 엄정조치와 함께 장기간 도로점검, 과격폭력 행위자에 대해선 현장체포를 하기로 했다. 또한 사이버상의 불법행위 선동과 모욕,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는 한편, 전·의경 부상 및 장비파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다.
김경한 법무부장관도 "앞으로 불법적인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처를 하겠다"며 "시청 앞에 무질서하게 쳐 있는 천막시설도 철거하도록 권유하겠다"고 보고했다. 김 장관은 특히 일부 네티즌들이 벌이는 '조·중·동 신문광고 거부운동'과 관련해 "광고주에 대한 공격"이라며 "여러 업체들이 피해를 입어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만큼 이러한 위해 환경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 닷새만에 다시 도진 'MB본색' (프레시안, 송호균/기자, 2008-06-24 오후 3:11:38) "뼈저린 반성" 한다더니…'역공' 진두지휘
이명박 대통령이 전면에 선 정부여당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6월10일을 정점으로 촛불집회가 사그러들고 있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여당이 한 목소리로 '배후론'을 재차 제기했고, 검찰과 경찰은 일제히 시민들에 대한 강경진압과 사법처리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도 직접 '국가정체성'을 운운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자신이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자책', '뼈저린 반성'을 언급하면서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인지 불과 5일 만의 일이다.
한반도 대운하 등 그 동안 논란을 불러왔던 정책추진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이러저러한 꼬리표가 달리긴 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스톱'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었다", "개혁보다 안정으로 국정운영의 목표가 바뀌었다"는 해석을 내 놨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일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겠지만 국가 정체성에 대해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적, 폭력적 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관 대변인 역시 "국정기조가 개혁에서 안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지나친 해석"이라면서 향후에도 '이명박식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다렸다는 듯 정부와 경찰은 소매를 걷었다. 이날 국무회의 직후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은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불법시위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촛불을 끄고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일부 세력에 의해 대정부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인터넷 방송을 통한 모욕 및 명예훼손 행위 또는 경찰 진압관련 허위사실 유포, 불법시위 선동에 대한 수사를 할 예정이고 전의경 부상 및 장비 파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당에선 "소 잔등에 올라타 불법·폭력집회를 해 오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나라를 거덜내고, 국민을 거덜내자는 것(강재섭 대표)", "촛불집회에서 10%정도는 시민이고 나머지는 프로들"(홍준표 원내대표)"이라는 강경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대(對)언론 장악력의 강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광우병 사태의 확산과정에 일부 언론의 '선동'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 아니냐"며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청와대 조직개편안만 봐도 이명박 대통령의 노림수는 명확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보와 정무기능의 강화가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수석급인 '홍보기획관실'을 신설했다. 산하에는 홍보1-2비서관, 국민소통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 등 4비서관 체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필두로 YTN 구본홍 사장 등 언론계 곳곳에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제사람 심기'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이번 '광우병 사태'의 확산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여권이 대대적인 ‘촛불끄기’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고 정부와 여당,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까지 합세한 전방위적 역공이다. 여권은 물리적 제압과 함께, 촛불시위의 배후를 ‘반미·좌파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색깔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여권이 ‘수세적 사과모드’를 ‘공세적 압박모드’로 바꾼 것은 지난 21일 발표된 미국과의 추가 협상 이후다. 촛불시위 약화 움직임과 보수언론의 대대적 지원공세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정국을 공세적 국면으로 전환해 기나긴 촛불 시국의 터널을 빠져나가려는 게 여권 핵심부의 전략인 것 같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여기서도 밀리면 정권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쇠고기 시국이 마침내 바닥을 쳤다고 보는 것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우리로선 이번 협상이 마지막 결정이다. 이제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선 공권력을 동원해 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함에 따라 향후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지금보다 훨씬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불법’과 ‘폭력’에 대한 판단이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마찰이 예상된다.
--------------------------------------------------- 李정부 국정기조 다시 ‘강경’…“개혁 후퇴는 없다” (경향, 최재영·김정선기자, 2008년 06월 27일 03:21:04) 李대통령 “순서 정해서 공기업 선진화 추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기조가 다시 ‘강경’으로 가고 있다. 촛불집회가 확산되면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는 등 다소 멈칫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경제살리기’를 앞세우며 공기업 민영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을 밀어붙일 태세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 24일 국정과제전략회의에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결정했다. 촛불시위에서 나온 원칙있는 공기업 개혁 요구나 공교육의 시장화 반대 등 목소리는 외면한 채 또다시 ‘일방통행’을 하는 흐름이다. ‘촛불’ 진압을 위해 재등장한 물대포 대응이나 “개혁에 후퇴는 없다”(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는 입장이 이런 강경 기조를 웅변한다.
이 대통령은 26일 쇠고기 고시 관련 관계장관 회의에서 추가 협상에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한 뒤 ‘나를 믿고 따르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추가 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면서 “식품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니 믿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곧이어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같은 기류가 이어졌다. 시민 불편과 서민 생계에 지장을 주는 불법 시위에 적극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실 이 대통령은 국정기조나 정책 방향에 대한 반대 여론이 표출된 촛불집회를 개혁과 변화에 따르는 저항이나 진통쯤으로 여기고 있다. 그 바탕에는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시민들이 거리와 광장으로 나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따라서 공기업 민영화, 한·미 FTA, 기업 규제완화 등이 이뤄져 경기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사회적 스트레스’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살리기’를 촛불집회의 ‘소화기’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촛불시위 배경을 두고 “경제적 어려움이 깔려 있다”고 풀이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경제재정, 금융, 총무 장관을 지내며 5년여 동안 우정 민영화 등 정부 개혁을 주도한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를 만나 현 국정기조 유지 방침을 분명히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도 여러 개혁을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혁이 끝나면 환영 받겠지만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서를 정해서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하려 한다. 당장 어렵다고 개혁을 미루면 국가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촛불집회의 장기화, 일부 폭력성에 대한 비난여론 고조 등으로 참석자 수가 줄기는 했지만 ‘마음 속의 촛불’이 꺼진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독주가 계속되거나 쇠고기 문제 같은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지난 6·10 촛불집회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명박정부 반년만에 무너지는 ‘민주화 20년’ (경향, 김광호기자, 2008년 08월 01일 03:09:20) 경찰 ▷ 진압 전문 ‘백골단’ 부활 “불법시위 엄단”
국방부 ▷ 시대착오적 불온서적 단속 전군에 지시
방송장악 ▷ 날치기 선임·KBS특감 ‘전방위 압박’
한국 사회가 민주화 20년 동안 축적한 민주주의 성과가 이명박 정부 6개월 만에 무너지고 있다. 폭력으로 군사정권을 옹위하던 ‘백골단’이 부활했다. 검찰은 다시 정권의 도구로 돌아가고 있다. ‘불온’ 딱지의 ‘금서(禁書) 목록’이 재등장했다. 방송을 정권의 이익을 선전하는 관영방송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언론 자유는 사선(死線)에 섰다. 이명박 신권위주의 정권은 폭력과 탄압의 도구를 벼리며 사상·표현·양심의 자유에 대한 통제로 유지되던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으로 돌아간 듯하다.
경찰은 지난 30일 시위진압 전문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을 가졌다. 17개 기동대 1400여명 규모다. 80년대 시위진압 및 시위대 체포를 위해 창설돼 강경·폭력 진압으로 악명을 떨친 ‘백골단’과 같은 역할이다. 촛불 민심을 수용한다던 정부는 최근 촛불집회 참여 시민 1000여명을 기소하고, 100만~50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방송 장악 움직임엔 브레이크가 없다. 한나라당은 30일 과거 언론통제 기구를 연상시키는 ‘미디어 정상화 특별위원회’ 설치를 검토키로 했다.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독립적이어야 할 국가 감시기구들이 전방위 퇴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감사원은 특별감사, 검찰은 배임 혐의 수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사퇴 압력 등을 가하며 정권의 도구임을 자처했다. 앞서 17일엔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노조의 저지와 ‘날치기’ 논란 속에도 YTN 사장에 선임됐다.
검찰에는 ‘권력의 시녀’라는 꼬리표가 다시 붙고 있다. 지난 29일 검찰은 사실상 ‘PD수첩’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제작진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까지 했다. ‘증거 제일주의’에 입각해 사실을 밝혀야 할 국가기관의 자기부정이나 다름없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촛불집회를 생중계한 인터넷방송 ‘아프리카’의 문용식 나우콤 대표를 구속했고, 법무부는 22일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방침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국방부는 22일 인문교양서와 베스트셀러까지 포함된 ‘불온 서적’ 차단대책을 전군에 지시했다. 자신의 책 ‘대한민국 사’가 금서 목록에 포함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식 인식과 사고”라며 “한국 민주주의가 침탈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MB, '융단폭격' 준비 완료 (프레시안, 임경구/기자, 2008-08-01 오후 2:51:32) '촛불 족쇄' 벗어났다?…다시금 'MB 본색'
청와대의 자신감이 넘친다. 쇠고기 협상의 족쇄에 질질 끌려 다니던 시기는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승전보와 독도 문제와 관련한 미국발 낭보가 자신감의 계기가 됐다. 곧바로 '공격 모드'로 돌입했다. 휴가 복귀 후 일성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감 선거에 대해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규제완화와 공기업 개혁 등 개혁정책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청와대 참모진들을 독려했다.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의미'에 주목해 'MB식 개혁'을 밀어붙일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다는 얘기다.
역공은 전방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PD수첩>을 뒤지고,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 900여 명에게 벌금형을 때리는 공안당국의 앙갚음이 당장 눈에 보인다. 하지만 진짜 역공은 조용하고 치밀하게 진행된다. 교육감 선거와 직결되는 교육정책은 물론이고 이 대통령이 예로 든 규제완화와 공기업 정책, 미디어 정책, 부동산 정책 등이 '촛불 족쇄'를 벗고 'MB 본색'을 드러낼 채비를 갖췄다.
이 대통령이 0순위로 꼽은 공기업 정책과 규제완화는 당·정·청이 한마음이다. 정부는 촛불 민심의 눈치를 보며 미뤄뒀던 공기업 관련 프로그램을 8월에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꼬투리로 잡고 있으나 언론과 금융공기업에 속속 투하되는 '낙하산 인사'가 공기업 구조개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은 한 귀로 흘린다. 기업 규제완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금산분리 완화 내용을 담은 은행업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담은 산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등을 포함해 보험업법, 자본시장통합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대부업법 등 무려 24개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작심하고 밀어붙일 태세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9월 정기국회에서는 법인세 등 종합적인 감세안과 함께 적대적 M&A 방어장치 도입,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계획했던 친기업적 입법들이 가시화돼 기업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작심하고 밀어붙이는 미디어 분야는 공격의 그물망이 가장 촘촘하다. 이미 미디어 관련법이 줄줄이 발의됐거나 대기 중이다. 인터넷과 포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특히 집요하다. 진성호 의원 등은 지난 24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이나 명예훼손 게시물을 올린 사이트에 대해 폐쇄권을 갖게 된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8일 전송망 차단까지 가능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놓았고,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명예훼손 관련 댓글을 임시조치하지 않을 경우 포털에 대한 처벌조항 등 50개 세부대책을 담은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사이버 모욕죄'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또한 김영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문법 개정안은 포털의 초기화면 중 뉴스 비율이 50% 이상이면 언론사로 규정해 의무와 책임을 지우도록 했다. 심재철 의원이 별도로 낸 신문법 개정안도 포털을 언론기능을 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로 규정하고 포털이 기사의 조회수를 조작했을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토록 했다.
이밖에 신지호 등 한나라당 의원 53명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을 내고 시민단체 회원이 집시법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그 단체의 정부보조금을 환수토록 했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 17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불법시위 참여 단체에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 이명박 정부 ‘독선’…국정독주 가속 (한겨레, 신승근 기자, 2008-08-07 오전 08:18:19 ) 청문회 없이 장관임명-법률 무시 KBS 장악
지지율 10%대 불구 상식·민심·국회 무시 계속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마치 100% 지지를 받고 있는 양 독선·독주를 하고 있다. 두 달 전 기자회견에서 밝힌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겠다”던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의회 무시, 상식 무시, 법률 무시의 일방주의가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정국은 안정을 찾기보다 더욱 파행으로 흐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8월 6일 여야의 원구성 합의를 무시하고 교육·농림·복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친이명박계 한 의원은 “당에서 민주당과 원구성 협상을 위해 장관 임명을 다음주까지 늦추는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를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도 위법 논란이 일고 있지만 괘념하지 않을 태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감사원법상의 해임 요구 규정을 스스로 어기면서 방송 장악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는 비판이 빗발치지만, 법과 논리를 존중할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 문책 경질한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각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와 아시아국의 주요 대사로 발탁했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잘린 사람은 자기가 왜 잘렸는지 납득이 잘 안 되고, 자르는 사람은 자르는 사람대로 미안하다 보니, 자리가 나면 보내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심’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내부 ‘정분’으로 인사를 하다 보니 정부·여당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조차 ‘비상식적인 인사의 극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외교에서도 막연한 미국 중심 외교에만 매달리느라 대북, 대일, 대중 관계가 다 엉망이 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한 전문가는 “국내의 지지를 받아야 외교도 잘할 수 있는데, 국내 지지가 엉망이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외교를 뒷받침할 체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지지율 10%대의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화와 타협을 장려해 고착상태의 정국을 풀고, 자신은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진력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게 먼저”라며 “여야가 마련한 타협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원희룡 의원도 “합법성뿐만 아니라, 정당성을 갖춰서 구성원들 동의를 얻어내는 게 좋은 정치”라며 “좀더 세련되고 명분을 존중하는 방법론으로 접근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 악법들이 몰려온다 (한겨레21 2008년08월28일 제725호, 최성진 기자) 대기업과 부유층만 혜택 입는 부동산·세제 법안과 ‘복면금지법’ 등 ‘보복법안’들, 18대 국회 활동 개시
--------------------------------------------- 한나라, '나라 뒤집기' 팔 걷었다 (프레시안, 천안=윤태곤/기자, 2008-08-28 오후 5:13:42) 고강도 '보수입법' 청사진 공개…'밀어붙이기' 결의
법제사법위와 행정안전위를 통할하는 제1정조위는 "지난 몇 년 동안 떼법이 판을 치면서 법치주의가 붕괴되고, 국가기강은 무너졌다"면서 "불법 시위자들을 철저한 채증으로 끝까지 추적 검거토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인터넷 유해환경 개선' 방안도 주요 추진 과제로 포함, 대대적인 인터넷 여론 통제를 예고했다.
경제분야를 담당하는 제3정조위는 출총제 폐지, 결합재무제표 작성의무 폐지 등 각종 재벌규제 완화안을 재확인했다. 부동산을 담당하는 제4정조위원회는 "정해진 것은 없다"는 기존 공식입장과 달리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대상확대'를 '건설경기 보완' 방안으로 포함시켰다.
사회분야에 대해선 강경한 보수화 정책이 예고됐다. 촛불민심에 눈치보던 때는 옛말. 이날 제1정조위 장윤석 위원장은 "법질서와 공권력을 유린한 촛불집회의 주도세력 및 불법시위에 대한 정부의 엄정 대응 및 국민불안 최소화에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형사상 최고형 및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엄정 책임 부과 △집회 주최자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 추진 △시위자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가할 수 있는 '간접강제' 적극 신청 △중고교 과정부터 불법 폭력시위의 폐혜 교육 실시 등이 제시됐다.
특히 집단소송제와 관련해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광화문 촛불시위 대상 소송 같은 경우 쉽게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내달 3일 토론회 이후 구체적 법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행법상 불법집회 등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배상 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피해집단의 대표만 소송해도 일괄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유해환경사범에 대한 엄정 대처방안'으로 반의사불벌죄인 '사이버모욕제' 신설 방안이 제시됐다. 친고죄인 형법상 모욕죄와 별개로 법안을 신설하겠다는 것.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가 제기되지만 반의사불벌죄는 고소없이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해 처벌할 수 있다. 예컨대 각종 인터넷 댓글이나 게시물의 모욕성 여부를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수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현행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 원이하의 벌금을 처벌규정으로 두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제시한 예시 법안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명시됐다.
노동분야를 맡고 있는 5정조위원회는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발표 등과 관련해 한국노총은 대정부 협상, 민주노총은 투쟁동력 결집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한국노총과 정책협의를 강조했다.
미디어를 담당하는 6정조위원회는 방송법·신문법·언론중재법 개정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선 고흥길 문광위원장, 공성진 최고위원 등이 'KBS2TV와 MBC 민영화 추진'까지 언급한 바 있다.
-------------------------------------- 민주주의 역행하는 ‘반촛불법안’ (내일, 선상원 기자, 2008-09-02 12:32) 여당, 집시법 개정안에 ‘집단소송제’ 도입 … ‘사이버 모욕죄’도 신설
법조계·학계·시민단체 “헌법상 기본권 침해, 과잉금지 원칙 위반”
정부여당이 ‘반촛불’ 법안을 무더기로 밀어붙이면서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 을 받고 있다. 개방과 자율이 확대되는 시대 변화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해 법을 손질하는 것이 아니라 침해하는 방향으로 입법화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한나라당이 “떼법을 방지한다”며 준비 중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장윤석 한나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불법 시위와 파업으로 한 해에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이 12조”라며 집단소송제 도입, 시위자 복면 착용 금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제, 집회 적용 말도 안돼 = 시위에 대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법적인 타당성과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집단소송제는 사회적 약자인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환경파괴 등을 막기 위해 대기업을 겨냥해 만들어진 제도인데 이를 사회적 약자가 마지막 수단으로 강구하는 집회 및 시위에 적용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또 헌법상 다른 기본권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는 집회의 자유를 집단시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재산권과 교통편의보다 아래에 두는 것은 위헌적인 법 개정이라는 지적이다.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는 오히려 야간 활동이 늘어난 사회변화에 맞춰 야간집회를 허용, 집회 결사의 자유를 넓히고 경찰서장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지금도 경찰서장이 금지통보 권한을 활용,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사회적 약자의 보호 수단으로 발달된 집단소송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려 하지 말고 현행 집시법의 모호한 규정을 고쳐 집회에 대한 판단권을 국민과 법원에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서 복면을 착용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하면 처벌한다는 집시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지난 8월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복면 착용은 물론 이를 소지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착용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했는데, 이는 집회와 시위를 계획 단계부터 봉쇄하고 무조건 범죄자로 치부한다 점에서 과잉조치다.
◆사이버모욕죄, 긴급조치 연상케 해 = 정보통신망법을 개정,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은 대통령을 욕했다는 이유로 처벌한 70년대 긴급조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여당은 사이버모욕죄를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 불벌죄로 규정, 수사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반의사 불벌죄인 명예훼손죄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반면 모욕죄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지 않는 가벼운 욕설 정도에 대해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다. 그런데 사이버모욕죄는 형법상 모욕죄와는 달리 인터넷상의 의견 표출에 녹아있는 가벼운 비난까지도 명예훼손죄처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김갑배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게시글을 삭제할 수 있고 고소까지 할 수 있는데 사법기관이 임의적으로 수사해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은 비판적 의견, 언로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모욕죄가 있음에도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입법의 남용으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도 논란거리다. 법안은 시민단체 회원이 집시법 등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경우 해당 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을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불법 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에 대해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시민단체 길들이기로 이어진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보조금은 정부가 할 수 없는 공적 서비스인 복지나 여성 인권 보장, 환경 보호 등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민간이 위탁받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보조금은 정치적인 상황과 상관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들에 쓰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이버 모욕죄’ 올해 안에 신설 (경향, 김정선기자, 2008년 09월 25일 18:24:06) 李대통령, 국가경쟁위서 “법치로 투자 유치”
평화시위구역도 지정… 野 “공포정치 부활”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7차 회의를 열고 ‘법질서 확립과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내에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고, 사회지도층 비리 근절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대검찰청에 설치하는 것 등이 골자다.
법치 확립을 통한 경제 살리기와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논리가 동원됐지만 사이버 모욕죄 신설, 평화시위 구역 지정, 시위 시 마스크 착용 제재 등을 두고 ‘과잉 금지 및 처벌 위배’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표현·언론의 자유 제한’ ‘공안 통치적 발상’이란 지적이 나왔다. 특히 사이버 모욕죄의 경우 김경한 법무장관이 지난 7월 들고나왔다가 “기존 형법의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 데도 이를 신설하는 것은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없었던 일로 했던 터다.
이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임기 중에 정말 법질서를 지키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며, 여기서는 어느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법 질서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법 준수의 논리가 아니라 결국 이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회의에서 인터넷 공간의 법질서 확립을 위해 연내 사이버 모욕죄 신설,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 도메인 등록·실명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첨단 범죄수사부 확대와 유관기관 합동 TF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직자·기업인·사회지도층의 비리 근절을 위해 오는 11월 대검찰청에 유관 기관이 참여하는 범 정부적 TF를 구성키로 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개정해 공직자·기업인의 뇌물죄에 대해 징역형 외에 뇌물수수액의 최대 5배까지 벌금을 함께 부과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평화시위구역을 지정해 이곳 외에서 벌어지는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한편 소음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마스크 착용·폭력물품 제조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형사책임과 별도로 기물파손 등 피해액에 대한 민사손해배상 청구 등 사법·행정적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사이버 모욕죄 신설과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는 인터넷 법질서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촛불민심을 주도한 네티즌에 대한 보복성 탄압”이며 “사정기관 합동 TF 구성은 사실상 5공식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부활해 ‘공포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질서 확립이나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은 ‘이명박표 법치주의’의 구체적 청사진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나 강력한 범정부적 사정기구의 출현 우려를 낳고 있다.
검·경·국세청 TF 설치 → 공룡조직 표적수사 우려 ■ 합동수사팀, 무소불위의 사정기구? 법무부는 “공직자나 사회지도층 비리에 대한 범정부적 공동대응이 필요해 11월까지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합동수사팀에는 검찰·경찰·국세청 등이 참여하고,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나 지방검찰청에 둬 사실상 검찰이 이를 주도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옥상옥팀’의 출현이나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사나 정보, 인력 면에서 고유의 성격과 권한을 지닌 기관들의 기능을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합쳐 놓을 경우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정치적 이용의 ‘유혹’이 뒤따를 게 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침 옛여권 인사를 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는 본격적 사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금융범죄 등 전문 분야 수사 때 유관기관과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2007년부터 주요과제로 연구해 온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평화시위구역 설치 → 도심 집회·시위 금지 ‘신호탄’ ■ 정부가 시위구역까지 정해주나 ‘평화시위구역’ 지정 등을 담은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인권·시민단체들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적 권리인데, 정부는 그보다 하위 개념인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기준으로 집회·시위를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안을 내놓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로 직접피해 1조574억원, 간접피해 2조6939억원 등 모두 3조7513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약자들이 ‘정부로부터의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인데, ‘시위구역’까지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외딴곳에 평화시위구역을 정해 놓고, 조금이라도 교통 혼잡이 발생하는 다른 집회에는 정치·사회·도덕적 부담을 지우겠다는 노림수”라며 “평화시위구역을 핑계로 한 도심 집회 금지가 노골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불법체류 단속강화 → 토끼몰이식 인권침해 가중 ■ 불법체류자 무한 단속 법무부와 노동부가 마련한 외국인 노동자 대책은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사업주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뼈대다. 불법체류자 감소 목표 설정은, 인권 침해적인 무리한 단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우삼렬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소장은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한 채, 이들을 음지로 몰아넣는 것은 오히려 불법체류자들의 범죄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에게 숙식비를 빼고 임금을 줄 수 있게 관련법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잦은 임금 체불과 퇴직금 미지급 문제 때문에 사업자들에게 ‘의무’ 가입하도록 한 체불임금 보증보험과 출국만기보험도, ‘임의’로 가입할 수 있게 바꾸는 방안도 내놨다. 최저임금 10% 감액 적용기간도 현행 3개월에서 더 늘릴 방침이다. 이정원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은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더 싸게 부리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