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

맑스코뮤날레,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토론회 관련 기사 (참세상) + α

새벽길 2008. 10. 28. 12:37

경제위기의 대안으로 케인즈주의가 아니라면 뭘까? 사실 그건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 금요일 있었던 맑스코뮤날레 토론회에 가보려 했는데, 프로젝트 작업 땜에 가지 못했다. 
곽노완 교수가 공세적인 선전전의 꺼리로 제시하는 사회주의 대안이 무엇일까. 토론회에 갔었으면 알 수 있었을까.
김창근 교수가 사회실천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줄은 몰랐다. 플로어 토론 말고 지정토론의 내용도 알고 싶었는데, 이게 빠져서 아쉽다. 기회가 되면 원문 자료를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의 글도 되새겨볼 만하다. 소위 진보매체라고 해도 이 정도의 문제의식을 말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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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케인스주의가 해법일까? (한겨레,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2008-10-24 오후 08:01:30)
 
작년 여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이번 세계경제 위기는 1980년대 이후 득세한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위기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또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과 규제 강화, 국유화 조처가 확산되자, 신자유주의 시대는 종언을 맞이했다고도 한다. 아울러 오늘날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은 케인스주의로 복귀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케인스주의적 분석과 처방은 이제 새로운 지배 이념으로 정착한 듯하다. 예컨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자유주의를 전도했던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스>와 같은 주류 매체들이 “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다”라고 개종 선언을 한다든가, “지금은 케인스적 처방을 요구하는 케인스적 상황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위기에 대한 케인스적 진단과 처방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정확하고 부적절하다. 우선, 이번 세계경제 위기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것이 아니라, 그 훨씬 전인 70년대 이후 이윤율의 장기저하에서 비롯된 장기불황의 연장선상에서 폭발했다.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는 70년대 이후 장기불황에 대한 지배계급의 대응으로 출현한 것으로서, 이는 금융화, 사유화, 세계화 및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 강화를 통해 불황을 타개하려는 전략이었다. 신자유주의 전략은 이윤율의 장기저하 추세를 역전시키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쌍둥이 거품(닷컴 거품과 주택 거품)에서 보듯이, 일시적인 거품 호황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는 70년대 이후 장기불황 추세 속에서도 30년대와 같은 대공황에 빠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그럭저럭 굴러올 수 있었다. 2007년 미국의 주택 거품 붕괴에서 시작된 오늘날의 세계경제 위기는 이제 거품 키우기를 통해 대공황의 도래를 지연하려는 신자유주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게 되었음을 입증하는 사태이다.
 
오늘날 세계경제 위기 국면에서 케인스주의가 부활하는 배경에는 케인스주의 덕분에 자본주의가 30년대 대공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는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30년대 대공황은 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영구 군비경제와 대량의 자본 파괴를 배경으로 한 이윤율의 상승과 함께 종식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또 자본주의 주요 국가가 적자재정을 중심으로 한 케인스주의를 본격적으로 채택한 것은 1970년대 이후 장기불황이 시작되면서부터인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하여 신자유주의로의 정책 전환으로 귀결되었다. 경제위기의 문제를 유효수요의 부족이나 금융 불안정성과 같은 유통과 금융의 문제로 파악하는 케인스주의로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내적 모순이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이윤율 저하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기껏해야 일시적으로 늦출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없다.
 
오늘의 세계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의 특정한 정책체제(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의 근본 모순에서 비롯된 위기이므로, 케인스주의라는 또다른 정책체제로 회귀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세계경제 위기는 현 체제하에서는 지난 세기 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능가하는 야만과 파괴의 과정을 통해 이윤율 상승의 새로운 기초가 마련돼야만 극복할 수 있다. 진보 진영이 이미 지배계급 이데올로기로 전화된 케인스주의(“좋은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운동과 민주적 참여계획경제 구현에 전력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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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대안, 케인즈는 아닌데 그럼 누구? (참세상, 유영주 기자, 2008년10월27일 8시45분)
맑스코뮤날레,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토론회
 
경제위기가 본격 도래한 가운데 ‘정치경제학’ 연구자와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위기 진단과 대응’을 토론하며 인식의 공통분모와 편차, 과제 등을 확인했다.
 
미국 발 경제위기로 보자면 2006년 하반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촉발된 지 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07년 9월부터 7개월 간 7번에 걸쳐 금리 3.25%를 인하하며 유동성 위기를 막아온 지 1년, 올해 9월 7일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파산이 현실화되고 9월 14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릴린치 인수와 15일 리먼브라더스 파산 보호 신청 사건 등 세계 경제위기의 전환점이 된 사건 발발 시점부터도 달 반이 지난 시점. 좌파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진단과 대응’ 토론 자리는 시기적으로도 늦은감이 없지 않았다.
  
24일 서강대 경영관에서 맑스코뮤날레가 주관하고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노동자의힘, 사회실천연구소, 연구공간 수유+너머, 진보전략회의가 공동주최한 토론회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는 현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좌파의 인식과 실천을 가늠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토론회는 정성진 경상대 연구자가 이끄는 가운데, 장시복 경상대 연구자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세계 경제의 위기’를, 곽노완 서울시립대 연구자가 ‘서브프라임 붕괴와 마르크스주의 공황론의 새로운 지평’을, 이한진 사무금융연맹 활동가가 ‘미국의 금융위기와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를 각각 발제했다.
 
김창근 사회실천연구소 연구자는 이한진 연구자의 발제에, 김태연 노동전선 활동가는 장시복 연구자의 발제에, 홍석만 노동자의힘 활동가는 곽노완 연구자의 발제에 토론을 부쳤다.
 
케인즈주의는 아니고... 대응 논의 사회주의 과제 원칙 수준의 언급
장시복 연구자는 2006년 하반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발발 이후 위기의 진행과정을 금융시장으로의 전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대응과 위기의 심화, 신용위기와 은행위기,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와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등으로 나누어 살폈다. 장시복 연구자는 “이미 일본과 유럽은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으며,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와 세계 경제의 동반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응에 대해 장시복 연구자는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 할 이야기는 없다. 사회주의적 대안은 가령 주택 문제가 생기면 분양 안 된 걸 살 테니 달라고 하면 된다. 국가를 통해 자본을 살리는 대응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하고 “그런 대안은 우리 역량이 후퇴한다 하더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기본관점을 견지할 필요를 강조했다.
 
곽노완 연구자는 “공황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법에 있어 가장 강력한 이론틀은 맑스의 이론틀로,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 논쟁도 많지만 자본론 3권의 신용 편을 들어 미국 모기지 공황 분석을 시도했다”며 발제문을 소개했다.
 
대응에 대해 곽노완 연구자는 “기본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각성이 커지고 한계 인식이 높아지겠지만 미국 좌파가 정치적으로 커질지는 모르나 집권은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좌파 진영이 자본주의와의 싸움에서 수세적이거나 어려움을 겪을 텐데, 좀더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대안을 갖고 공세적인 선전전이라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한진 활동가는 ‘신용 창출 및 위험 전가 경로’를 분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본질적인 원인을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 그 자체’로 결론지었다. 이한진 활동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사유화된 금융기관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분별하게 진행시켜온 과잉신용과 이를 통한 과잉유동성”이라고 지적하고 “시중의 유동성이 과잉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에 투기적 수요가 물려 가격 급등에 따른 버블을 조성하고, 버블 붕괴 과정에 자산가격의 급락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 이은 이명박 정부의 금융허브 정책에 대해 이한진 활동가는 “한마디로 영국, 미국과 같은 금융시스템을 만들자는 건데 정부가 물러설 생각을 보이지 않는다”며 “외자든 재벌 돈이든 한국 자본 시장으로 돈을 끌어들여 금융으로 먹고살아보자는, 그래서 공기업 민영화도 투자 대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응에 대해 이한진 활동가는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금융담론’을 들어 “금융과 관련한 투쟁이 거의 없는 상황이나 은행 영역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금융이 사회공동체를 위해 어떠한 기능을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할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케인즈주의.신자유주의 다음의 자본전략은 무엇?
이어진 플로어 토론. 먼저 강성윤 노사과연 연구자는 “신자유주의와 케이즈주의를 구분해서 접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성윤 연구자는 “국독자의 개입의 한계가 70년대 장기불황으로 이어졌고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했다고 하는데, 신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의 형식적 대립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자본주의 경제에 전면 개입한 것”에 주목했다.
 
대응에 대해 강성윤 연구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공황이 오래 갈 것이므로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는 우리의 선전선동이 잘 먹히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 말하고, 10년 전 노동운동의 지도부가 노사정 합의 등을 통해 휘둘린 사례를 언급하며 “저들의 공세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국민경제 살리기에 속지말자”고 호소했다.
 
조정환 자율과평론 연구자는 “좌파와 조선일보의 분석 패러다임에 차이가 없다”며 맑스주의적 해석이 갖는 문제를 지적해 논란이 되었다. 조정환 연구자는 금융 문제에 대해 “신용으로 통용되면서 가치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 서로 도와가면서 우리의 부를 증대시킬 수 있는데, 은행이라는 신용기관과 신용평가기관이 얹혀 권력체가 되면서 그들이 없었을 때 서로 돕던 생산 관계가 훨씬 위태로운 협력관계로 (바꼈는데) 그걸 은행이 매개하는 게 자본주의”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조정환 연구자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 안정망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하지 말고 거대한 권력의 매개로부터 벗어나 우리의 협력관계를 구조화 시켜내는 것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했다.
 
김인식 다함께 활동가는 초기 이데올로기 전투의 필요와 이윤율 저하에 따른 시스템 위기의 분석과 대응을 나누어 말하고, 현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개입의 필요를 제기했다. 김인식 활동가는 “정책 교정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면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위기와 대응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좌파들의 후퇴가 있었고, 사회주의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지 못해왔던 측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망한 사회주의, 북한식 사회주의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식 활동가는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하면 우파들이 엄청난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을 텐데 이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진경 수유+너머 연구자는 케인즈주의도 신자유주의도 아닌 자본의 새로운 축적전략에 대한 토론 과제를 제기했다. 이진경 연구자는 “신자유주의가 끝났다고 신문에서도 이야기하는데, 끝났다면 다음은 어찌 될까, 부르주아는 어디로 갈까”를 자문하고 “케인즈주의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없고 신자유주의도 막다른 골목”이라고 답하며 현 경제위기를 ‘근본 위기’로 인식했다. 이진경 연구자는 “다만 근본적인 위기가 파국이란 뜻은 아니며, 근본적인 새로운 축적전략의 큰 판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보고 “어디론가 탈출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이들(부르주아)도 모를 것 같긴 한데, 이들이 선택할 선택지와 폭이 어딘지, 어떤 축적전략인지를 밝히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연동되는 것”이라며 토론 과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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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보도, 진보·보수 차이가 없다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27일 (월) 08:49:49 이정환 기자)
[경제뉴스 톺아읽기] 자본주의 모순 근본 비판 없고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 주문만
 
종합주가지수 1000이 붕괴된 뒤 패닉에 빠진 것은 투자자들 뿐만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 인하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추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실물경제 침체를 막겠다는 딱히 새로울 게 없는 대책을 다시 내놓았다.
 
27일 아침 주요 언론은 경쟁이라도 하듯 위기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최근 경제 위기 관련 일련의 보도를 살펴보면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일정한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몇 년 만에 최악이라는 등의 호들갑스러운 제목과 함께 주가 전광판 사진을 1면에 내걸고 증권사 객장의 투자자들 표정을 전달하거나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비판하고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좀 더 강력한 선제 대응을 요구하는 정도가 고정 레퍼토리다.
 
위기의 원인을 시장의 탐욕에서 찾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고 당연히 그 해법 역시 규제 강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진보 성향의 경향·한겨레나 보수 성향의 조중동이나 논조의 차이는 거의 없다. 시장 원리를 강조해 왔던 경제지들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뒤흔든 금융 불안이 자산가격 거품과 과도한 규제 완화, 감독 부실, 그리고 도덕적 해이 등이 불러온 일시적인 위기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어디에서도 자본주의의 과잉축적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개입으로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만으로 이를 테면 과도한 레버리지를 낮추고 자산가격 거품을 인위적으로 꺼뜨리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재정지출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거나 세금을 풀어 금융회사들 도산을 미루면 이 만신창이가 된 시스템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주가가 무서운 속도로 폭락하면서 언론의 분석도 방향을 잃었다. 한 목소리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비판하지만 정작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개입이 위기를 키웠다고 비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시장의 불안과 공포심리를 앞 다퉈 확대 재생산하면서 정작 한국 경제가 심각하다는 외신 보도에는 발끈해서 우리 경제는 아직 끄떡없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이런 언론이 외국인들이 유독 우리나라 주식을 더 열심히 팔아치우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때 42%에 이르던 외국인 지분 비율은 29.5%까지 떨어진 상태다. 최근 금융위기를 2년 전에 예언해 주목을 받았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한국은 자금 흐름이 갑자기 막힐 경우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라며 또 "다른 금융위기로 향하는 듯 보인다"고 밝혔다.
 
루비니 교수가 지적한 우리나라 경제의 취약점은 높은 예대비율과 단기 외채의 빠른 증가, 경상수지 적자, 부동산 시장 둔화, 중소 건설업체와 소비자를 압박하는 비싼 유가와 식품가격, 수출 둔화에 직면한 대기업, 원화 가치 급락 등이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 신용위기 가능성 우려의 가장 큰 근원은 은행의 외화부채가 아니라 국내 부채"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정확히 미국이 갔던 길을 답습하고 있다. 미국의 위기는 곧 우리의 위기고 자본주의의 위기다. 투자자들의 패닉을 추종하고 정부의 땜질 처방을 주문하는 언론 보도는 오히려 자본주의의 모순을 은폐하고 모순의 해결을 가로막는다. 정부의 개입이 결국 자본주의의 기득권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부담이 결국 노동자 서민에게 돌아올 것임을 이들 언론은 지적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조금만 잘하면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일까. 이를테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해임하고 유능한 누군가를 앉히면 상황이 달라질까. 환율 시장에 아예 개입을 하지 않았거나 또는 제때 잘 개입을 했더라면, 일찌감치 금리를 낮췄더라면 주가가 반토막 나는 일이 없었을까. 시간이 좀 지나면 위기가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는 것일까.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김성구 교수는 최근 한 인터넷 신문 논설에서 "국가의 개입과 공적자금의 투입도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하는 길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가의 개입은 과잉자본의 청산을 지체시키고 위기를 지연시켜 그만큼 경제회복의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결국 과잉자본과 부실자본은 청산되는 게 아니라 많은 부분 전가되는 것이며, 누군가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국민들 세금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정치신문 최근호에 실린 노동자정치협회 논평도 주목할 만하다. "자본주의 공황은 단순히 경제정책의 문제나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로서는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법칙"이고 "신자유주의는 국가가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의 생존방식의 변화"라는 지적이다. "위기의 본질이 신자유주의나 케인즈주의라는 국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