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이길저길-샛길(펌글)

이준구 교수의 글 - 슬픈 종부세, 영혼이 없는 존재, 오락가락 정부

새벽길 2008. 10. 1. 23:46

어디서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준구 교수는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내는 것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를 쓰는 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그가 쓴 미시경제학 교과서와 재정학 교과서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되는 책이 되었고, 그 중에 나오는 오탈자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에서는 오탈자 찾기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이준구 교수는 교과서에서 우리가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르는 prisoner's dilemma도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들을 가지고 하는 게임이므로, 죄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용의자라고 해야 한다고 하면서 용의자의 딜레마로 바꿔 게임이론 부분을 서술하였다. 지금은 용의자의 딜레마라는 용어도 상당히 대중화되었다. 그 만큼 개념의 엄밀성과 합리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그리고 한겨레신문의 칼럼을 통해 MB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과거의 그를 생각하면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겠으나, 주류경제학자인 그의 눈으로 보기에도 MB의 경제정책은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이기에 이를 토로하고 있다고 파악하면 될 듯하다. 이에 비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용 교수의 경우는 조금 실망스럽다. 그래도 케인즈주의 학자인 줄 알았더니 잘못 파악한 모양이다.
 
아무튼 이준구 교수가 최근에 홈페이지에 쓴 종부세 폐지 등의 글을 담아놓는다. '슬픈 종부세'라는 글은 프레시안에 소개되기도 했고, 다른 글도 언론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다. 이준구 교수의 글쓰기를 배우고 싶긴 한데, 이것도 아마 내공이 수반되어야 가능하겠지.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고, 주택가격 폭등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까지 뽑아놓으면 우리 경제는 주택시장발 폭풍에 주기적으로 시달리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지적이다. 여기서 '최후의 안전핀'이 가리키는 것은, 물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이 교수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슬픈 종부세"라는 글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현 정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종부세 완화 주장이 합리적 근거에 바탕한 게 아니라 선동적 논리를 따르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이다.
  
이 글에서 그는 "정부는 이 세금(종부세)을 내는 2%의 납세자가 마치 좌파정책의 순교자라도 되는 양 사회정의가 온통 무너져 내린 것처럼 야단을 쳐대고 있다"며 "이보다 몇 배나 더 되는 사람들이 그날그날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이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나보다"라고 꼬집었다.
  
"최소한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지는 말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그로 하여금 A4용지 9장 분량의 글을 쓰도록 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태도 앞에서 이런 간절함은 강렬한 불안으로 바뀐다. 이 교수는 이 글에서 "전혀 걱정하는 기색 없이 이런저런 부양정책을 쏟아놓는 정부를 보면 폭약을 갖고 노는 어린애를 보는 것 같은 불안한 심정이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허락을 얻어, "슬픈 종부세"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