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여전히 감이 안잡힌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602138100003?input=1195m
[이재명 당선 확실] 재생에너지 드라이브 걸리나…기후에너지부 신설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2025-06-04 00:28)
李, 에너지 분야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RE100 실현' 공약
'햇빛·바람연금'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확대…원전 정책 방향도 '주목'
6·3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일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강화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등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이 후보 공약에 따라 '기후에너지부'가 새로 출범할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운명이 엇갈렸던 원전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정책 '콘트럴타워' 기후에너지부 뜬다
이 후보는 정책 공약집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RE100 실현'을 에너지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이 후보는 이 같은 복합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구조적 해법으로 정부 부처 개편을 통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기후에너지부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연계한 기후·에너지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대선부터 이 후보가 언급해 온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문을 떼어 한데 모으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9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후 위기에 따른 에너지·산업 전환 문제는 환경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환경은 규제 중심으로, 에너지는 산업 지원 중심으로 가다 보니 (정책이) 충돌한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산업·에너지·통상 정책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부문을 떼어내면 산업 부문과 에너지 부문이 괴리돼 전력 공급 안정성이 떨어지고 산업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기후에너지부 출범 문제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처 개편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 태양광·풍력 확대…원전 포함 '에너지 믹스' 추진 전망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의 보급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공약을 통해 산업단지 및 일반 건물, 주차장 등에 루프톱 태양광을 확대하고, 수명이 다한 태양광 설비의 업그레이드(리파워링)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건물 외장재에 태양광 발전 기능을 더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을 통해 도심 속 분산 전원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처럼 생활 곳곳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동시에 새만금, 경기 남동부, 전남 등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기 남동부에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전남 RE100 산단도 조기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햇빛연금'(태양광), '바람연금'(풍력) 등 이익 공유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발굴해 주민소득을 증가시키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추진하고, 탄소중립 산업법을 제정해 전기차,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 탄소중립 산업에 대한 지원은 강화한다.
2040년 완공 목표로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해 전국에 해상망을 구축함으로써 호남과 영남의 전력망을 잇고, 동해안 해상풍력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후보는 공약집 등에서 원전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담지 않았다. 다만, 대선 캠페인과 TV 토론 등에서 "원전, 재생에너지, 다른 에너지가 모두 복합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고 밝히며 '탈원전'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꾀하면서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과 원전 생태계 복원의 필요성 등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수준의 에너지 믹스를 가져가는 실용 노선을 걷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공급하고 합리적으로 에너지 믹스를 추구하겠다는 방향 등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현재 계절에 따라 태양광이 과잉 공급되는 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공약에 원전 관련 언급이 없었지만, 올해 초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 2기 건설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국가적 논란을 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01365.html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사회’, 무엇이 가로막고 있나? (한겨레, 최원형 기자, 2025-06-05 18:20)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 보고서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 비전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저해하는 세 가지 ‘병목’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가 전력망 미비, 비효율적인 전력구매계약(PPA), 유명무실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이다. 낯선 전문용어인 이 제도들은 도대체 어떤 것들이며, 무슨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일까?
에너지·환경 문제를 금융·재무와 연관시켜 분석하는 연구소인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한국의 재생에너지 성장을 가로막는 세 가지 병목 요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전세계적인 흐름인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난해에서야 비로소 10%를 넘기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지부진한 구조적인 원인을 세 가지 요소로부터 찾았다. 한국전력공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13년부터 2023년 사이 6배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산 능력이 늘어도 실제 생산량은 늘지 않도록 만드는, 어딘가 구조적으로 막힌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국가 전력망 미비
보고서가 지적한 첫 번째 병목은 ‘국가 전력망 미비’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햇빛, 바람 같은 자원이 풍부한 곳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제 소비가 많은 지역으로 전력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강화된 송·배전 시설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송·배전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종종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치고, 그 결과 송·배전 시설이 확충되지 않으면 발전량을 줄여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송·배전시설 부족으로 인해 2019~2023년 전국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에서 발전량 ‘제한’이 각각 603%, 62% 급증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전력망 건설 계획을 최대 11년까지 지연시킨다고 지적했다.
송·배전 시설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부르는 핵심 원인은, 발전하는 곳 따로 있고 소비하는 곳 따로 있는 현실이다. 보고서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서울, 대전, 경기 지역은 각각 자신들이 발전하는 양의 10배, 33배, 2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반도체 산업 기반,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이 한곳에 몰리면, 현재 미비한 국가 전력망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영 에너지 기업인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시장 구조는 국가 전력망 미비를 부르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한전은 송·배전 시설의 건설·유지·관리 등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해왔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고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높은 누적 적자(40조원대)를 안고 있는 데다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도 어려워, “전력망 확장 및 현대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고도 짚었다.
보고서는 전력망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한국에 160개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알이(RE)100 같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온실가스 배출범위 공시(SCOPE 1,2,3) 등 전세계적인 탄소 규제 흐름들도 강화하는 추세다.

비효율적인 전력구매계약(PPA)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이란,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체결해 전력을 공급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장려해 ‘탄소중립’ 목표를 빠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국제단체 ‘기후그룹’ 집계를 보면 전세계 알이100 회원사 가운데 31%가 2022년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했는데, 월마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 티모바일, 네슬레, 애플 등이 여기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전력구매계약이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성장을 가로막는 두 번째 병목으로 지적됐다. 우리나라에선 중개자 없이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직접 전력구매계약’)과 한전이 중개자 구실을 하는 방식(‘제3자 전력구매계약’) 두 가지 전력구매계약 방식을 운용하는데, 보고서는 이처럼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인해 제한적이고 복잡한 규칙과 규제”가 “재생에너지 공급업체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출에 주력하는 한국 기업 중 직접 전력구매계약(10.1%) 또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10.1%)을 사용하는 기업은 2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 시장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여러 국가 등에선 재생에너지 발전사, 재생에너지 공급자, 소비자 등 여러 전력구매계약 참여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을 만들어 이들끼리 시장에서 부족한 전력을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에선, 직접 전력구매계약에서 중개자 구실을 하는 재생에너지 공급자는 부족분을 조달할 수가 없다. 오직 소비자가 한전으로부터 산업 요금으로 전력을 구매하거나 직접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전력구매계약 방식으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의 전력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도 제도 정착을 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한전이 공급하는 싼 산업요금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전력구매계약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데 별다른 이점이 없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력구매계약 가격은 왜곡된 전력 시장 구조, 제한된 재생에너지 공급, 지연된 ‘그리드 패리티’(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시점)로 인해 일반적으로 시장 가격보다 높다”며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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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RE100 회원사들의 전력 조달 현황.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는 20%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 갈무리
비생산적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재생에너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또 다른 제도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도 세 번째 병목 요소로 지목됐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2012년부터 500㎿(메가와트) 용량을 초과하는 발전 회사에게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29개의 회사들이 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를 따라야 한다. 이 제도에 따른 의무 발전 비율은 탄소중립 목표가 강화됨에 따라 꾸준히 함께 증가해, 2012년 2%에서 2024년 13.5%로 증가한 상태다. 2026년에는 1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발전 회사들이 실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의 양은 의무 비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보고서는 이런 차이가 “제도의 허점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는 발전 회사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직접 늘리지 않고 전력거래소(KPC)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법으로도 의무 비율을 충당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란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1㎿h(메가와트시) 생산하면 발급해주는 인증서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발전 회사 입자에선 스스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기보다 인증서를 구매하는 것이 편하므로, 의무 이행을 위해 주로 인증서 구매에 의존해온 것이다. 2024년 의무 발전량 비율이 13.5%까지 증가했는데도, 한전과 발전사의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이 국가 전체 전력 생산에서 2%(2023년 기준)로 부진한 이유다. 같은 기간 민자발전사업은 23%를 기여했다.
보고서는 “인증서 구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저해한다”고 짚었다. 재생에너지 생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증서 가격이 오르고, 이처럼 오른 인증서 가격은 다시 발전 회사들의 비용이 된다. 발전 회사들의 비용은 전기요금, 곧 국민들의 부담으로 최종 연결된다. 또 “현재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발전하는 것을 촉진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를 연결하는 전력구매계약 제도와 일치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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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부과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비율(노란선)과 실제 재생에너지 생산량(푸른 면)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보고서 갈무리
이런 병목 요소들이 서로 얽혀,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에 견줘 재생에너지 발전이 “최소 15년 이상 뒤처졌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2024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0%란 수치는 전세계(30.25%)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33.49%), 아시아(26.73%)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따라서 보고서는 “한국이 재생에너지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주요 병목 요인을 제거하고 더 유기적이고 통합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국가 전력망 미비와 관련해서는 “재원 마련을 위한 민관 파트너십 강화” 등 전력 시장의 구조개편이, 비효율적인 전력구매계약과 관련해서는 이원화된 체계의 통합·간소화가, 비생산적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주도해서 직접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제언을 내놨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채원 연구원은 “국가 전력망 확충, 전력구매계약,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녹색 보호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질적 성장을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03141.html
이재명 정부가 말하지 않는 환경 문제는…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25-06-17 06:00)
새 정부에 바란다 - 기후
2023년 영국에선 해상풍력 전기 가격이 50% 이상 상승했다. 고정식 해상풍력은 메가와트시(㎿h)당 44파운드에서 73파운드로, 부유식은 116파운드에서 176파운드로 올랐다. 그해 9월 경매에 어떤 발전사도 전기를 팔려고 내놓지 않아, 영국 정부가 가격을 억지로 올려준 결과다. 당시 발전사들은 ‘물가와 이자율이 올라 풍력발전소 건설 비용이 급등했는데도 전기의 시장 가격이 너무 낮다’며 이런 일을 벌였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4개의 풍력발전 단지를 보유하고 전체 전력 생산량의 30%를 풍력에 의존하는 영국이지만, 정부·공공기관이 보유한 풍력발전소는 거의 없다. 민간 회사들에 끌려가는 구조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데, 이를 누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필수재인 에너지는 전통적인 ‘국가사업’이었다. 민간에 맡기면 가격이 치솟고 생산-소비가 불일치해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때문에 석탄이나 핵발전(원전)처럼 재생에너지도 민간에 맡기기보단 공공이 맡아서 해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특히나 규모가 큰 해상풍력을, 곧 석탄발전을 멈춰야 하는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에 맡기자는 식이다.
실제 유럽연합 국가들은 자국 공기업을 키워 세계 풍력발전 시장을 공략해왔다. 외르스테드는 덴마크 정부가 50.1%, 에퀴노르는 노르웨이 정부가 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바텐팔도 스웨덴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국영기업이다. 영국 해상풍력의 절반 남짓이 이들 외국 공기업 소유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국내도 현재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자의 90% 이상이 외국 자본과 국내 민간 대기업”이라며 “이렇게 민간이 주도하게 두면, 재생에너지 생산이 ‘민간 과점’화 되어 막대한 보조금을 들이면서도 국가의 에너지 통제력이 약해지는 결과가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공공재생에너지’ 논의가 있으나,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는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경쟁력 확보” 정도의 언급만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 하는 숙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기후·환경 문제를 ‘공존과 보전’의 생태적 관점이 아닌, ‘성장과 발전’의 차원으로만 다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가덕도 등 신공항 건설을 철회하지 않은 것, ‘탈플라스틱’의 핵심인 ‘생산 감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 대통령실의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이 ‘에이아이(AI)미래기획수석’ 아래로 배치된 것 등이 그렇게 풀이된다.
녹색연합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성명으로 “지속가능성과 생태 정의를 국정 운영의 중심 철학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녹색전환연구소도 “기후생태 헌법 반영을 위한 개헌 논의”를 주문했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새 정부는 에너지고속도로, 알이(RE)100 같은 큰 그림을 구체적 실행 방안 없이 성장 위주로만 얘기한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환경·생태 공약들이 자칫 헛된 구호로 끝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https://kptu.net/board/detail.aspx?mid=BCB52DDC&idx=53083
공공성 기반 에너지 전환의 길을 모색하다 -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이 18일 국회에서 진행 (공공운수노조 주요소식, 2025-06-18)
강성규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이를 대응하기 위한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석탄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정부의 무책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석탄발전소 폐쇄가 기후위기 대응의 필수적인 조치임을 언급하며, 그 과정에서 노동자 고용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민간 중심 재생에너지 확대가 투기 자본과 재벌의 이익만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공공부문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해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자의 자긍심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공공운수노조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혔다.
발표1의 션 스위니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세계적으로 민간 중심의 탈탄소화가 실패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적하며,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EU, 미국 등의 자유화 기반 기후 정책이 시장의 한계로 인해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멕시코와 뉴욕주의 공공 주도형 전환 사례를 긍정적으로 소개했다. 스위니는 민간 경로가 아닌 공공 경로가야말로 에너지 전환과 사회적 정의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며, 이를 위한 국제적 연대와 공공재정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표2의 구준모 (공공재생에너지연대 활동가)는 한국 에너지 전환의 현실이 민영화와 재벌 중심 구조로 인해 정의롭지 못하고 지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1년 이후 전력산업의 민영화와 발전부문의 자회사화로 인해 민간발전 비중이 급증했으며, 재생에너지의 경우 90% 이상이 민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공재생에너지 법 제정과 공적 투자 확대를 통해 에너지 공공성을 복원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표3의 베라 웨그만 (국제공공노련연구소 소장)은 유럽의 에너지 민영화 실패 사례를 통해 공공적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과 독일 등에서 민영화가 전력 요금 상승, 공급 불안정, 공공성 훼손을 초래했으며, 재공영화 흐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에너지 시스템의 공공적 운영과 민주적 통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이 가능함을 강조하며, 한국이 이를 참고해 공공재생에너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표문에 대한 토론은 5명이 지정되었으나, 토론3의 임국현 (산업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토론문을 작성하지 않았다.
토론1의 김석(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악순환을 이루는 구조를 지적하며, 공공재생에너지 확대가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전략적 기획임을 주장했다. 그는 에너지 통제와 산업 재구성이 기후정의 실현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한 대중적 운동과 국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2의 김동주(한국환경사회학회 기획이사)는 제주도의 풍력자원 공유화(공풍화) 운동을 소개하며 지역주민의 자산으로서 재생에너지 개발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회 주도의 에너지 자립과 생태적 보전을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며, 공공재생에너지 모델의 지역 확산을 제안했다.
토론4의 이정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공공재생에너지 법제화의 필요성과 재생에너지 고착 현상 타개를 위한 정책적 변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국내외 발표자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공공재생에너지 실현을 위한 정치·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토론5의 김보림(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은 기후위기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 실천을 넘어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지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 정의를 동시에 실현하는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며, 청소년세대의 목소리와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발전법 중 해상풍력법은 민주당과 국힘의 야합에 의해 실질적으로 민간에게 전기를 생산하고 팔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발표자들과 토론자들 모두 외국의 사례를 비추어 보았을 때 민간 전기 회사들을 재공영화 하는 흐름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는 공공화 되어야 하며, 이것은 미래 세대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염두를 두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582
외국 전문가들 “국제 추세는 에너지 민영화 거부” (매노, 정소희 기자, 2025.06.18 19:34)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 개최 … “경쟁체제? 전기요금 인상에 연료 빈곤”
전력시장을 개방하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 가격을 내리는 효과가 생긴다는 주장과 관련해 실제로는 공공이 주도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배분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공공 소유 늘어난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공공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에너지 민영화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토론회는 정진욱·박지혜·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면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높아져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발전량의 30%를 차지한다.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은 2030년에는 2024년보다 2.7배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필요성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의 시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이미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의 발전설비용량 97.7%를 민간발전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노동·환경계는 국가가 발전설비를 소유하고, 전력망을 가지는 공공재생에너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석탄화력에서 재생에너지로, 민간이 아닌 국가가 에너지를 생산·배분하는 에너지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토론회 발표자인 션 스위니(Sean Sweeney)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전력시장 사유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멕시코·콜롬비아나 미국 뉴욕주는 기업의 에너지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국유화를 포함한 공공의 (발전설비)소유와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며 “민간발전사로 인해 전기요금이 인상하고, 전기 필요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가 비싸게 전기를 구매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력 민영화 반대 경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 민영화는 기업 간 경쟁체제를 만들어 가격은 내리고 품질을 올릴 것’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자본 조달과 관련된 비용을 중심으로 단순한 상황을 가정해서 공공재생에너지와 민자재생에너지 비용을 비교할 때, 민자재생에너지는 공공재생에너지보다 높은 수익을 목표로 해 더 높은 이자와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며 “20년간 발전비용을 비교할 때 민자재생에너지는 공공재생에너지보다 수조 원의 비용을 더 발생시킨다. 다시 말하면 공공재생에너지의 편익이 그만큼 더 크다”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 전기요금 69% 오를 때
공공 소유 프랑스는 4%·15% 올라”
에너지 민영화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성도 제기됐다. 베라 웨그만(Vera Weghmann) 영국 그리니치대학 국제공공노련연구소장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에너지 전환과 민영화를 시도한 영국은 1980년대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연료 빈곤이 증가하고 (탄광 폐쇄로)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민영화는 실패했지만 일부 주주는 배당금을 가져갔고,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정부조차 에너지에 개입하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프랑스는 공공 소유 전력 시스템을 유지해 정부가 주민을 에너지 위기의 가장 심각한 영향으로부터 보호했던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던) 유럽에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유럽 국가의 가스 가격이 111%, 전기요금이 69% 급등했지만 프랑스는 전기요금을 2022년 4%, 2023년에는 15% 인상으로 제한할 수 있었다”며 “발전공사가 전력 시스템과 전력망을 소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619085000003
재생에너지 대전환 예고…2030년 에너지고속도로 첫 개통 속도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2025-06-19 11:51)
태양광·풍력 전기 K-반도체 만든다…'RE100 산단' 조성 추진 본격화
서해 HVDC 송전망 건설만 8조원대…해상풍력·ESS까지 수백조원 시장 예고
AI 전기수요 급증 시대…재생에너지·원전 '상호보완·공존' 방향 접근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분야 핵심 공약인 '에너지 전환을 기반으로 한 산업 업그레이드' 실현을 위해 정부가 2030년경까지 '제2의 경부고속도로'에 비유되는 '에너지고속도로' 개통에 속도를 낸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전환에 뒤쳐져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로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전기 특구' 격인 RE100 산단 조성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본격화한다.
◇ "에너지고속도로, 산업 지도 바꿀 인프라"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정기획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핵심 당국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새 정부 정책 방향에 업무를 맞춰가는 방향으로 준비했다"며 "(이 대통령의) 공약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접근을 했고, 많이 고민하면서 공약보다 더 진전시킨 실행 방안도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확충 노력,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RE100 산단 추진 등 세 가지가 핵심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산업부는 이날 보고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의 2030년경 첫 개통 목표 달성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총력 대응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흔히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송전망을 비롯한 전력계통 부족은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확충에 핵심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나온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상으로 2023년 30GW이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을 2038년 121.9GW로 확대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7GW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해야 한다. 그러나 현 추세대로라면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연간 재생에너지 보급은 2020년 4.5GW로 정점을 찍었고 원전에 정책 무게를 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연간 3GW 수준에서 정체됐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집중된 호남권 생산 전기를 수도권 등 수요지로 나를 특단의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38.6GW인데 이 중 약 20%인 7.1GW가 광주·전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 사업은 한국 산업화의 원동력이 된 '제2의 경부고속도로'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정기획위는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사람과 물류, 경제의 흐름을 바꿨듯이 에너지 고속도로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지도와 에너지 흐름 그리고 지방 경제의 운명을 바꿀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은 공약으로 2030년 서해안에 우선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이를 남해안, 동해안으로까지 넓혀 2040년에는 전 국토에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가 놓이게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책임지고 건설하는 서해안 HVDC는 신해남∼태안∼서인천을 거치는 구간이 430㎞, 새만금∼태안∼영흥 구간이 190㎞에 이른다. 총비용은 7조9천억원, 수송 능력은 8GW에 이른다.
산업부는 과거 고질적으로 반복된 공기 연장 문제 없이 목표대로 2030년경 에너지 고속도로 첫 개통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당초 2036년까지 서해 HVCD망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4개 루트로 세분화해 첫 구간을 우선 2031년에 처음 준공하기로 했다.
◇ 해상풍력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RE100 지원으로 수출 경쟁력 지원
대규모 신규 태양광 발전소 건설 용지 마련이 녹록지 않아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양적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신규 계획 개발이 가능한 해상풍력에 드라이브를 건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우선 약 14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도입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산업부는 주민 수용성 개선을 위한 이익 배분 제도 활성화,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 공동 접속 설비 대상 선제적 전력망 투자 강화,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시장 확대, 국내 풍력발전 소부장 공급망 강화 등 방안을 인라 보고 내용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협력사들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이행을 요구 중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RE100 산단을 조성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경기 남동부에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예고된 전남 RE100 산단도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산업부는 산단 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수요 기업이 가상 방식으로 전기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PPA(직접구매계약) 활성화 등 제도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의 RE100 수요를 뒷받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의 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이 구체화하면 향후 수백조원 규모의 시장이 국내에서 개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확정된 11차 전기본을 시행하기 위해서라도 2023년 30GW이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2038년 4배 수준인 121.9GW로 늘어나야 한다.
약 91GW의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 최신 원전 1기 설비용량이 약 1.4GW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설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공공·민간 차원에서 수백조원으로 추산되는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수반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구축에도 수십조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11차 전기본상으로 2038년까지 총 23GW(기가와트)의 ESS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여기에 약 4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실용 정부'을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합리적 공존'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접근하고 있어 산업부는 이번 보고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실현 방안에 방점을 두면서도 '합리적 에너지 믹스' 차원의 원전 활용 방안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한국적 특성으로 원자력 발전 등과의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부 핵심 당국자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같이 간다는 방향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정해져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방향으로 하되 구체적인 플랜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는 새 정부의 지침을 받아 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391
“민간 자본 중심 에너지 전환은 실패했다”…“전 세계의 대안은 공공재생에너지” (참세상, 류민 기자 2025.06.19 16:29)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민간 중심 시장 모델은 이미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6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에서 첫 발표자로 나선 션 스위니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TUED) 코디네이터는, 30년 이상 지속되어온 민간 자본 중심의 시장화된 에너지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실패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대안으로 공공 소유와 민주적 통제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public pathway)’를 짚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공공재생에너지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정진욱·박지혜·허성무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의 공동주최해, 세계 각국에서 추진 중인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의 흐름을 조망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안적 경로를 탐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스위니는 "전 세계 기후·에너지 정책의 지배적 흐름이었던 민영화와 ‘넷제로(Net-zero)’가 다수의 국가에서 포기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은 이제 주류 정책 담론에서도 인정되는 사실"이라며 우리 앞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트럼프나 EU처럼 기후정책 자체를 약화하거나 포기하는 길, 둘째는 지금까지처럼 민간 투자자 중심의 신자유주의 시장 메커니즘을 고수하는 길이다. 스위니는 이 두 가지 경로는 모두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해왔고, 앞으로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며, 우리의 실질적 대안은 기후 목표는 유지 또는 강화하면서 공공 소유와 민주적 통제를 기반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공공적 경로'라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 콜롬비아, 미국 뉴욕주 등 세계 곳곳에서, 신자유주의적 민영화를 '즉흥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넘어서 '목적 의식적으로' 에너지의 공공 소유와 민주적 통제를 통한 에너지 민주주의를 탈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 역시 이 "에너지를 공공의 소유로 되돌리려는 전 지구적 흐름"의 중요한 일부라고 평했다.
아울러 공공재생에너지의 경제적 강점도 짚었다. 민간 기업은 정부와 맺은 계약을 근거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면서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게 된다. 반면 정부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전기 판매 수익으로 공공의 자산을 확충하고 계약의 민주적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와 함께 '에너지 요금의 안정성을 통한 에너지 접근권 보장'과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권리 실현' 등을 공공재생에너지의 장점으로 제시하면서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입법이 반드시 이루어지길"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신자유주의적 민영화 모델의 실패로 드러난 시점이며, 공공재생에너지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지체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이 민간 자본 중심으로 설계되어 전력산업 전반의 우회적인 민영화를 강화하는 부정의한 방식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98%가 민간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해상풍력 사업 허가의 94%가 초국적 에너지 자본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에 주어진 상황이다. 구 실장은 이러한 민영화 흐름이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위협할 뿐 아니라, 에너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발전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파괴할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다.
구 실장은 공공이 소유하고 노동자와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공공재생에너지’만이 "신속한 재생에너지 확대,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존엄한 일과 삶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 저렴한 자금조달과 편익 공유, 환경파괴와 인권침해 최소화"를 위한 최선의 대안임을 강조했다.
베라 웨그만 영국 그리니치대학교 국제공공노련연구소(PSIRU) 소장은 “유럽 에너지 민영화의 실패와 공공적 대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유럽이 20년 이상 추진해온 전력 시장 자유화가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웨그만 소장은 “민영화로 가격은 오르고, 소수 기업의 시장 집중도는 강화됐으며, 수많은 소매 전력 기업이 파산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은 심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마저도 에너지 시장이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웨그만은 유럽 각국의 사례를 통해 공공 소유와 민주적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인 송·배전망은 자연독점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공공이 운영해야 하며, 이를 민영화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심각한 투자 부족과 가격 폭등, 에너지 빈곤 문제가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전력망과 발전, 소매까지 공공이 일관되게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는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유럽 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요금 인상률을 4%로 억제할 수 있었으며, 이는 “공공 소유의 강력한 방어 기능을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영국은 그 반대 사례로 제시됐다. 1980년대부터 에너지 산업 민영화를 선도해온 영국은 민영화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과 에너지 빈곤층의 확대, 민간 주주의 배당금 수취 등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됐으며, “이는 공공재를 시장 논리에 맡긴 결과”라고 비판했다. 덴마크의 경우 지역 협동조합 중심의 풍력 확대에 성공했지만, 그 역시 국유 전력망과 공공투자 없이는 불가능했으며, 최근에는 국영 기업이 해외에서 민간 기업처럼 이윤만을 추구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웨그만 소장은 “공공 소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공공 기업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에너지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보편적 권리로 보아야 하며, 한국은 유럽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노동조합과 기후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한국사회 에너지 전환의 현실과 공공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나눴다.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공공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불평등한 체제를 넘어서는 능동적이고 대안적인 기획”이라고 평가하며,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을 통해 폐쇄 예정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의 고용 보장과 정의로운 전환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대중적 운동의 조직과 국제 연대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김동주 한국환경사회학회 기획이사는 도민이 주체가 되어 모두의 자원인 바람으로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그 이익을 공동체에 환원한 제주도의 ‘공풍화’ 운동을 소개하며, 제주의 경험을 보완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정치적 의지,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온실가스 수치만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두의 안전과 존엄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민간 중심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위험과 불안은 지역에, 이익은 자본에 집중시키는 "위험의 재편"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며, 공공이 주도하고 공동체가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임국현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도 참여했다. 임 과장은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소개하며 재생에너지에서의 공공성 확보 방안으로 경기 여주시 구양리, 전남 신안군 등 주민 이익 공유 사례를 참고해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공 중심'의 재생에너지 전환보다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에 무게를 뒀다.
이에 대해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 내용적으로는 과거 정부들이 이름만 바꾸어 추진해온 민간 자본 중심의 시장주의적 에너지 전환 정책의 흐름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외주화를 강제하는 RPS 제도, 재생에너지 투자 유인이 부족한 경영평가 시스템 등 에너지 공기업 확대의 제약 요인을 걷어내고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적극적 정책 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전환은 계속 지체되고 부정될 것"이라 경고했다.
플로어 토론에서도 "민간과 공공의 조화"를 강조한 정부 입장에 대한 질의와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의 한 활동가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한전이 아닌 SK, GS 등 대기업 계열의 민간 사업자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그 과정에서 민간 기업들이 높은 수수료를 취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구조가 과연 공공과 민간의 조화로운 발전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한전이 매일 수백억 원의 이자를 지불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로, 수익성 있는 에너지 사업은 민간에 넘기고 손실은 공공이 떠안아온 구조적 문제를 꼽으며, 한국사회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고도 짚었다.
기후정의동맹 한재각 활동가도 올해 12월로 예정된 태안석탄화력발전소 1호기 폐쇄와 관련된 현황을 환기하면서 정부 정책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바로 앞바다에 해상풍력단지가 새로 조성되지만,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수많은 노동자들이 신규 해상풍력 발전소로 재고용돼 일과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공공이 앞에서 길을 닦지만, 결국 민간 자본이 사업을 소유하고 이익을 가져가고 노동자와 지역 주민에 대한 책임은 피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현실을 '공공주도'라고 부르는 것은 기만”이라 지적하고 발전노동자와 기후운동의 연대가 만들어낸 공공재생에너지가 진정한 대안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입법 운동에 노동자 시민의 너른 연대를 호소했다.
심포지엄의 마무리 발언에서 션 스위니는 2000년대 초 독일의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지만, 결국 전기요금 부담 증가로 인해 저항을 초래한 사례를 들며 ‘정책 전염(policy contagion)’ 현상을 지적했다. 이후에는 경쟁입찰제도가 또 다른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그 표면적 효과는 사실상 저금리 덕에 가능했던 것이며 현재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런 정책을 ‘좋은 것’이라 여겨 차용하지만, 실제 그 안에 내재된 결함은 간과된다"고 짚었다. 또한 그는 민간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우려를 표하며, "빈번한 전력구매계약(PPA) 재협상과 취소가 공공전력회사의 재정위기를 낳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공공과 민간의 관계는 매우 긴장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진정한 해법으로는 "한전의 재통합과 지역·지방정부가 전력 운영에 참여하는 ‘통합된 공공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을 위한 입법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 법이 논의되고 통과된다면, 한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 힘을 실었다.
베라 웨그만은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열정과 활발한 토론에 감사를 표하며, 다섯 가지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우선"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터빈 등 핵심 기자재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하는지를 포함한 ‘공급망’ 문제를 전략적으로 바라봐야" 하며, 이러한 "핵심 산업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당장 재생에너지로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가스·석탄·원자력 등의 에너지도 얼마간은 필요하다"면서 그것들도 "공공이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안정적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셋째로 "에너지 접근권의 보장"을 강조하며, "에너지 빈곤과 불평등 심화를 막아야 한다"고 짚었고, 넷째로는 "어렵지만 어디서, 누가 에너지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감축'의 문제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노동운동과 기후환경운동이 세대와 부문을 넘어 함께 연대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 연대가 국제적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준모 활동가는 "공공과 민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현재의 논의가 완전한 민영화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지금의 수준으로는 우리가 겪고 있는 지체되고 부정의한 전환의 실효적 대안을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이제 정부가 균형자적 역할에서 벗어나서 공공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한 공격적 변화에 나설 시점"이라 짚고는, 공공재생에너지의 핵심은 "공적 소유뿐만 아니라 민주적 운영, 공적 투자라는 세 요소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구 활동가는 공공재생에너지가 "관료적이고 시장주의적인 기존 공공부문의 속성을 유지하거나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공공적 가능성을 실현하자는 것임을 깊이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면서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한층 더 성장하고, 우리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참여자들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민간 자본 중심 에너지 전환의 세계적 실패를 함께 확인하고, 에너지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전 지구적 실천의 일환으로서 한국사회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의 필요성을 톺아봤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이번 토론을 시작으로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개혁을 끌어낼 너른 연대가 모아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광화문에서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청원'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입법 운동에 나선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651
[인터뷰] “재생에너지전환, 공공이 에너지시스템 모두 소유해야 가능” (매노, 정소희 기자, 2025.06.23 07:30)
션 스위니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 코디네이터·베라 웨그만 영국 그리니치대 국제공공노련연구소장
정부가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7기를 순차적으로 폐쇄한다.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는 당장 올해 말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전환도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계는 환경·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공재생에너지연대나 공공재생에너지포럼 같은 모임을 꾸려 민간기업이 아닌 국가가 주도하는 재생에너지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공공운수노조 등을 포함한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지난 18일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발표자로 션 스위니(Sean Sweeney·69)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TUED) 코디네이터와 베라 웨그만(Vera Weghmann·40) 영국 그리니치대학 국제공공노련연구소장이 참여했다. 2012년 발족한 TUED는 기후위기와 민영화·에너지전환에 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노조 간 네트워크 조직이다. 48개국의 120여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가 함께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들을 인터뷰했다. 에너지 민영화에 실패한 해외 사례와 공공재생에너지 전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통역은 오성희 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이 맡았다.
- 산업전환과 무관한 노동자도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션 스위니 : 에너지전환과 산업전환, 기후와 관련된 문제는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특히 이 문제에 영향을 받는 대부분은 노동자일 것이다. 옥외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는 여름에 온열질환 영향도 크게 받고 있고 (노동조건이) 날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런 노동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다. 에너지가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에너지는 값싸게 공급해야만 하고 모두가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공공)에너지전환 투쟁에 모든 노동자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해외에서도 에너지 갈등 잇따라”
- 한국에서 에너지전환은 불평등 문제이기도 하다. 수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전력 자급률 대비 전력 사용량이 무척 높다. 이들이 쓰는 전기는 대부분 지역에서 생산한다. 그러다보니 농어민인 지역 주민은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나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해외도 비슷한 갈등이 있나. 에너지민주주의는 어떻게 달성해야 하나.
션 스위니: 해외에서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대규모 풍력·태양광 프로젝트가 벌어지는 모든 곳에서 이런 유사한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멕시코나 스웨덴 북부·영국 북부·미국 등에서도 (지역의) 저항과 갈등이 있다. 이 문제로 지역사회가 분열되기도 한다. 태양광 발전기업에 땅을 빌려주는 농부는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이웃들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8~9%(2023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9.67%)에 그치는 데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40~60%까지 올라간다면 저항과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농민과 지역 주민의 저항은 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어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반자본주의 운동을 하거나 환경운동을 하는 이들이 기후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과 만나 이 세력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문제도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에 대규모 풍력 단지가 들어선다고 가정할 때 아마 일반적으로 주민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 주면서 갈등을 해결하려 하겠지만 이는 좋은 방법도 아닐뿐더러 여러 문제를 동반한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모든 종류의 에너지가 파괴적이고, 기후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면?’ 사람들은 수력·석탄·가스·태양광·풍력·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원에 대해 (각자 다른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이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스코틀랜드에서는 송전탑·송전선로가 거주지와 가까워 소음이 크게 발생했다. 독일 북동부지역도 풍력발전 시설과 선로가 자연경관을 해치고 주민의 반대에 부딪치자 선로를 지하에 건설했다. 훨씬 많은 공사 비용이 들었지만, 독일은 부유한 국가니까 가능했다. 다른 모든 국가들이 독일 같은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활동가로서, 사회학·생태학적 관점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갈등을 덜 유발하는 탈탄소화 기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베라 웨그만 : 실제로 지역사회 안에서 이런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지역마다 다른 조건에 놓여 있어 청사진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지역사회를 (개발·논의 과정에)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 역시도 나라마다 다른 조건이겠지만.
덴마크는 에너지전환을 처음 시도한 나라 중 하나다. 석탄에서 풍력으로 에너지전환을 이뤘고, 이제 덴마크 에너지원의 60%는 풍력에서 나오고 있다. 덴마크는 면적이 작아 (설비를 세울)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고, 초기에 터빈을 구매하는 자금을 지역사회에서 조달받았다. 그래서 때때로 덴마크 사례를 지역단위로 봐야하는 지에 대한 논쟁이 있기도 하다. 어쨌든 덴마크는 에너지전환을 국가가 주도해서 갈등이 적었다. 중앙 정부는 지역에는 세제 혜택을 줬고, 지역 협동조합에는 투자를 했다. 전력망·전력인프라를 국가가 소유했고, 지역사회 일원이 개발 초기부터 과정에 참여했다. 국가적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저항과 갈등이 적었다.
그리고 (육상 풍력으로 발생하는 문제·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에는 점점 더 해상풍력이 많아지고 있다. 바다로 가면서 발전설비가 더 커지고 발전용량이 많아졌지만, 설비를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노동자들은 더 큰 영향(안전 위험)을 받게 됐다.
“공공재생에너지, 금융·재정측면에서 민자발전보다 낫다”
- 한국은 이미 재생에너지 97%를 민간이 발전하고 있다.
션 스위니 :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생에너지를 민간에 의존하고 있지만 민자발전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부와 기관이 민자발전을 선택했을 뿐이다.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재생에너지 민자발전) 사례는 정부 보조금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민자발전이 자유시장에서 보조금 없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할 바에는 공공이 재생에너지를 발전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공공재생에너지는 금융·재정측면에서 민자발전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아마 독자 중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아니 석탄화력발전에도 보조금을 줬는데 재생에너지에는 보조금을 주면 안 된다는 거냐.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연간 5조원의 보조금이 화석연료에 지출된다고 한다. 그런데 석탄과 재생에너지의 보조금은 개념이 다르다. 화석연료 보조금의 90%는 소비자 보조금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산유국이라 자국에서는 휘발유 등을 국제유가보다 싸게 판다. 일부 기업이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 같은 소비자 보조금과 ‘민간기업을 발전산업에 유인하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을 의미하는 기업복지(보조금)와 혼용한다. 기업에 줄 보조금을 절약해 공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인구가 1억8천만명이고 바람이 적어 풍력발전이 적합하지 않다. (이런 나라들에게까지 당장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 않나.) 에너지 절약을 포함해 여러 대안을 고려해야 하는데,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대부분의 국민보다 기업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즉 에너지전환에서 공공영역을 확대하는 우리의 투쟁(재공영화 요구 과정)에서 에너지 계획과 관리, 발전방식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덧붙이자면 한국도 대규모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것으로 아는데, 전 세계적으로 스페인·덴마크·중국 같은 4~5개 국가가 풍력발전산업을 주도하고 있고 상위 10개 기업 중 5개가 중국 기업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갈등뿐 아니라 외국계 대기업과의 관계와 협상 또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 에너지전환, 생태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나.
베라 웨그만: 독일의 탈원전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독일은 원전을 공공이 소유했기 때문에 탈원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원래는 3개 기업이 원전을 갖고 있다가 독일이 탈원전 계획을 발표하자 기업들은 240억유로를 국가에 주면서 소유권을 넘겼다. 기업들은 원전 폐기물을 처리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240억유로는 매우 부족한 돈이었지만) 정부가 원전을 소유하면서 폐기물 처리를 포함해 탈원전이 가능했다.
독일 사례로 우리는 ‘비재생에너지는 법적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전시스템의) 소유권을 공공에게 가져와야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TUED는 이것을 포괄적 탈환이라고 하는데) 에너지 발전체계·시스템 모두를 공공이 소유해야 제대로 된 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어떠한 관점에서든 공공소유권을 확보하는 게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전환이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다.
션 스위니 : ‘석탄은 환경에 유해하고, 재생에너지는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250년 넘게 화석연료에 의존해 왔고, 화석연료에 기반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1990년대보다 지금 화석연료 사용량은 2배 이상 늘었다. 불과 40여년 만에 사용량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에 우리가 완전히 화석연료를 벗어나는 일은 기술적으로도 아마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모든 사회·경제 시스템은 화석연료 위에 구축됐기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전환에 통제권을 가져야 하고, 그러니까 공공이 소유하는 재생에너지전환이 가장 합리적이다.
“공공재생에너지,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요구이기도”
- 정의로운 전환에서 고용보장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베라 웨그만 : 국제적으로도 어려운 문제다. 독일은 탈석탄과 관련한 에너지전환을 최근 시작했다. 독일은 탈석탄을 이행하는 20년동안 400억유로를 노동자 조기퇴직 보상금, 이주·교육 비용에 쓰기로 했다. 문제는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나 비정규직은 배제되고 있는 현실이다. 전환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션 스위니 : 현대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불안정화는 에너지 분야에서만 나타나진 않는다. 우리가 에너지 분야에 국한해 이야기하지만 ‘경쟁과 시장이 합리적’이라는 논리가 비정규직·외주화를 양산하고 노동자들의 처우와 임금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2011년에 녹색에너지가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하는지 연구하다가 미국 에너지산업협회에 연락해 질문한 경험이 있다.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지냐고 물었더니 협회에서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설명하면 에너지전환에 대한 지지도 높아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더니, 협회에서 투자자자들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하더라.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건 인건비가 많이 지출되는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본은 에너지전환에서도 노동자 권리의 문제를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요구는 반드시 가족을 부양하고, 괜찮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요구이기도 하다.
-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24일부터 공공재생에너지법 청원 운동을 시작한다. 국가가 지역사회·환경·노동자를 배제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이행할 책임이 법안에 담겨 있다.
션 스위니 : 법안의 목적을 지지하고,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추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안과 입법 캠페인은 공공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여러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입법을 청원하는 캠페인을 통해 신자유주의 민영화법을 폐지하고, 에너지를 공공소유로 돌려야 한다.
중국·인도·한국·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의 에너지 국영기업은 이제 거대 다국적 기업과 같이 빈곤한 국가를 대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개발도상국 국민의 에너지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을 지연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법안은 에너지 공기업이 에너지전환을 관리하는 역할과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에너지전환, 노동계급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 영국 노동당 정부는 최근 GBE(Great British Energy)를 설립해 에너지민영화 실패를 만회하려고 한다.
베라 웨그만 : 아직은 GBE의 성격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논하기가 이른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GBE를 기대했고, 에너지의 공공소유권을 회복하는 기업일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름조차 매력적이고 멋지게 들리지 않나.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일종의 에너지개발을 위한 공적 투자펀드, 투자기금 수준에 그치는 것 같다. 평가하긴 이르지만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위험을 줄이는 기관으로서의 공적자금 역할, 즉 민간자본을 에너지전환에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펀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GBE가 지역사회 풍력발전을 위해 돈을 쓸거라고 발표한 것과 다르게 원자력발전에 투자한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TUED) 코디네이터로서 에너지전환·정의로운 전환에 있어서 노조 간 국제적 연대·네트워킹이 왜 중요한지 말해 달라.
션 스위니 : 노조 간 연대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회운동과 연대도 중요하다. 내가 아는 유일한 사회운동이 노동운동이라 나는 10대때부터 지금까지 노동운동에 참여해 오고 있다. (웃음) 지금까지 경험을 반추해 보면 나는 여전히 에너지분야에 대해 노조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든 에너지전환에 대해 노동계급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에너지전환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발전노동자라면 이미 200미터 상공에서 해상풍력발전기를 돌리는 일의 위험성과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테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노조가 기후위기 대응이나 재생에너지를 반대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여러 노조가 TUED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에 동참하지 않지만 제러미 코빈(Jeremy Corbyn)이 노동당을 이끌 때 많은 노조 지지로 영국 의회는 탈탄소 의제와 에너지 공공소유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13년간 TUED 활동을 통해 배운 것은 우리가 제시한 공공재생에너지라는 경로에 대해 명확하고, 분석적인 분석과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내일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자’라는 어떤 슬로건보다는 말이다. 이 일(기후위기 대응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고,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과 일을 조직하고, 정책을 만들고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시도를 통해 점점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62008084256143
[기자수첩]전기료 혁신 없인 재생에너지 정책 없다 (아시아경제, 심성아 기자, 2025.06.23 09:38)
"3차 공고를 또 할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난 3월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민간 보급을 추진해 온 광주시 담당자의 목소리엔 사업 초반의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야심 차게 시도한 사업이지만 1차 공고에서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최근 2차 모집에는 그 많던 문의 전화조차 뚝 끊긴 탓이다.
ESS는 낮에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피크 시간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 수요조절, 계통 안정화에 꼭 필요한 기반 시설이다. 광주를 포함한 호남권은 이미 변전소 용량이 포화 상태에 달해 2031년 말까지는 사실상 신규 발전소 건립이 불가능하다. 광주가 ESS 민간 보급 사업에 선제적으로 첫발을 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ESS는 전기가 싼 시간에 저장해 뒀다가 비쌀 때 판매해 이익을 내는 구조인데, 현재 한전이 적용하는 시간·계절별 요금 차이는 이익을 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예컨대 중소기업에서 많이 쓰는 300㎾ 미만(산업용 전력 갑Ⅰ저압) 기준으로 여름철 전력량 요금은 1㎾h당 116.2원, 봄·가을철은 94.4원이다. 20원 남짓한 차이로는 설치에 수억 원이 드는 ESS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광주도 5억원의 투자금 회수까지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행 요금 구조의 격차가 ESS 민간보급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력시장 민영화가 활발한 미국 텍사스주는 민간 전력 공급회사가 구입하는 도매 전력 가격이 소비자의 전기요금 고지서에 실시간 반영돼 가격 신호가 뚜렷하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ESS 설치율이 가장 높았으며, 국내 기업 SK가스 등도 텍사스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ESS를 가동 중이다.
현재 한국에서 송전망을 비롯한 전력 계통 부족은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확충에 핵심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한전은 전기요금을 대외 환경에 맞춰 올리지 못하면서 누적 부채가 200조원에 달한다. 한전 혼자만으론 전력수급기본계획 목표를 달성하기에 역부족이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채우기 위해선 태양광·풍력 설비뿐만 아니라 ESS 보급이 확대될 수 있는 전기 시장 구조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중립 시대엔 기업 경쟁력과 지역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다. 지금 필요한 건 환경 구호가 아닌 전력 시스템 재설계다. 다양한 공급자가 참여하는 전력 시장을 열고, ESS 설치가 가능할 만큼의 요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아지고, 전기 소비자도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398
② “태양과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 민영화의 명분이 되고 있는 기후정책, 누가 돈을 내고 누가 이익을 얻나? (참세상, 녹색당 그린워싱 감시본부 2025.06.23 16:35)
[편집자 주] 지난 21대 대선 기간 녹색당은 기후생태위기와 관련하여 기후정의에 반하는 잘못된 공약 및 주장에 대해서 감시하고 비판하는 "그린워싱 보고서"를 발간했다. 참세상은 이 그린워싱 보고서가 새 정부에서 추진할 ‘기후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5회에 나눠 게재한다. ‘기후’를 명분으로 기후와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 정책이 추진되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에 특혜와 지원이 몰리는 현실에서 실질적이며 정의로운 기후위기 해결을 고민하는 독자들의 판단에 좋은 준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1. 기후위기 시대, 대선 후보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가?
대선 시기 각 후보들은 어떤 기후 공약을 제시했을까요? 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그 내용과 의미, 문제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민주당 이재명은 후보는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는 공약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제시합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AI 에너지 3대 강국 도약’ 공약에서 “AI 산업 필수 인프라 전력 안정적 확보”를 공약하면서, “에너지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를 정교하게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제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아예 ‘기후’나 ‘재생에너지’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고, 1차 TV토론에서는 재생에너지 이용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마저 드러냈습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기후정의 확립으로 생태평등사회로의 전환’ 공약에서 “조속한 탈석탄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현”을 제시하였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24.12월 기준)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여전히 최하위 수준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비중은 원자력 31.7%, 석탄 28.1%, LNG 28.1%, 재생에너지 9.5%, 신에너지 1%입니다. 석탄 비중을 최소화하고 LNG 비중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 비율을 신속히 늘려야 합니다. 전남·전북의 풍부한 풍력과 태양광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경제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겠습니다. 에너지 경쟁력이 곧 산업 경쟁력입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전환 선도 국가로 도약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은 선관위 제출 공약에서 아래와 같은 보다 세부적인 정책을 제시합니다.
-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하여 공공재생에너지를 전면 확대
-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하여 2035년 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및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 해상풍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 중단과 가스산업의 공공성 강화
-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의 민주적 개혁과 통합을 통한 공공적 에너지전환 역량 강화
- 지역에너지공사 및 시민참여 협동조합과 협력하고 지원하여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 공유재인 재생에너지 이용 수익 활동에 이용 부담금 부과, 보편적인 이익 공유
2. [이재명 후보] 재생에너지 확대? 민영화 현실은 외면, 공공재생에너지 요구에는 침묵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대부분이 민간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심각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2023년 현재, 태양광의 98.5%, 풍력의 91.2%가 민간기업에 대해서 소유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4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현황(90개 사업, 30.69GW)을 살펴보면, 민간 기업이 전체의 9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에퀴노르, 오스테드 등과 같은 해외 기업에 의한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48개로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민간 발전사들이 전체 발전설비의 46%를 차지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발전산업의 민영화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대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면 한국의 발전산업은 완전한 민영화를 달성하게 된다는 거죠. 게다가 해외 기업에 의한 ‘국부 유출’이 발생하고, ‘에너지 주권’이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민영화 추세가 고착된다면, 발전산업과 에너지 시장은 민간 기업과 금융 자본의 수익성 최대화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민간발전사들의 이런 기회주의적 행태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1-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해외에서 석탄과 LNG를 수입하여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비자들은 41.4%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해야 했고 한전은 더 큰 전기요금 인상을 피하기 위해서 43조 원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지만, 오히려 재벌 민간 발전사(SK, GS, 포스코)는 5조 8천억 원의 수익을 냈습니다.
한편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불투명해지자, 세계 곳곳의 민간 발전사들은 추진하던 해상풍력사업을 포기해 철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고, 이는 한국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민간 기업이 해상풍력을 개발할 경우, 높은 자본 이익률과 대출금리로 인해서 공공 개발에 비해서 연간 최대 1,980억 원의 추가적 ‘민영화 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확실해지고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민영화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다르게,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하고 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해상풍력 민영화 중단, 공공적 에너지전환 역량 강화 등의 세부적인 과제와 함께, 부유층과 대기업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묻는 기후정의세 도입과 이를 주요 재원을 삼는 녹색공공투자은행을 설립하여 이를 지원한다는 재원 조달 방안도 제시합니다. 이런 권영국 후보의 정책은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위의 기후환경소위의 핵심 과제들과 강한 연속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공약은 석탄발전소 폐쇄로 일자리 상실 위협에 놓은 발전노동자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기후정의운동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3. [이재명 후보] 햇빛·바람 연금? 기업과 자본의 이익 독식은 방치하고 국민들에게 부담 전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안으로 ‘햇빛·바람 연금 확대’를 공약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아래와 같은 구상을 밝혔습니다.
“햇빛·바람 연금을 확대해 소멸 위기 지역의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전남 신안군은 수년 전부터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총 220억 원을 배당했습니다. 2032년이면 1인당 연 600만 원 배당도 가능합니다. 이런 성과 덕분에 신안군은 인구 소멸 위기 지역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햇빛?바람 연금’을 전국으로 확대해 주민 소득을 늘리고, 사람이 돌아오는 지역으로 만들겠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종종 말하고 있는 것처럼, “햇빛과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따라서 공유재인 재생에너지를 사업화해 얻은 이익은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햇빛·바람 연금’은 이를 실현할까요?
앞서 확인했지만, 현재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간 기업과 자본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수익의 대부분도 독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한 발표에 의하면, 민간기업이 6조 원을 투자하여 1GW의 해상풍력을 건설·운영하면, 연간 7천 8백억 원 20년간 15조 8천억 원의 수익을 낼 것이라 합니다. 수익의 대부분은 민간 자본 투자자와 금융사들이 투자와 대출의 대가로 독차지하게 됩니다. “햇빛과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명제는 민간 기업이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얻는 수익의 일부라도 시민들과 나눌 수 있을 때 성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햇빛·바람 연금’이 그 해법인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햇빛·바람 연금’의 재원은 민간 기업과 자본이 공유재인 햇빛과 바람으로 만들어낸 기업의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기업이 독차지하고, 정부와 한전이 ‘햇빛연금’의 재원 부담을 지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결국 전기요금을 통해 그 부담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은 민간 기업이 독차지하고, 연금 재원은 전기요금을 통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계획인 것입니다. 이런 정책은 진정한 ‘이익 공유’와는 거리가 먼, 속임수입니다. 시민과 공유되는 것은 연금 재원을 위한 부담인 셈입니다. 또한 민간 기업이 공유재인 햇빛과 바람을 공짜로 사용하면서 개발의 이익을 독차지하는 현재의 잘못된 민영화 관행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모범사례로 종종 인용하는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에 대한 한 연구기관의 분석에서도 드러납니다.
ㅇ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제도와 신안군의 사례
전남 신안군은 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유치하여, 주민들에게 5년간 220억 원의 '햇빛연금'을 지급하였다. 그 영향으로 전남 내 인구 감소 지역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인구가 증가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지급된 햇빛연금의 재원은 정부가 주민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참여를 독려한다는 명분으로 시민이 낸 전기요금 수입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지역 인근 주민들이 전체 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할 경우에, 해당 태양광 발전설비가 생산한 전력량에 비례하여 발급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추가로 20% 늘려서 발전사업자에게 발급해 준다. 해당 발전산업자는 추가 지급받은 REC 판매 수입을 주민들에게 주는데, 이는 전기 판매자인 한전(궁극적으로는 전기소비자인 시민)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발전사업자가 자신의 수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4)
4. 이재명 후보의 농어촌 주민 태양광? 민간 금융의 먹잇감으로 전락 우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햇빛·바람 연금과 농가 태양광 정책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금융 자본의 먹잇감으로 농어촌 지역을 내어주는 출발점이 될까 우려됩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큰 초기 투자 비용을 필요로 하는 사업인데,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재정 마련을 민간 금융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국가 에너지전환 우수사례’로 꼽혔던 100MW 규모의 철원 두루미 태양광 사업은 주민들이 지분 20%를 가지고 참여한다고 알려지면서 ‘태양광 연금’ 사업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80% 지분이 외부 금융 투자와 대출을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은폐되었습니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방문하였던 여주 구양리의 ‘햇빛 두레’ 사업은 마을 공동체가 태양광발전소를 공동으로 소유 운영하고 수익을 전부 마을 주민복지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또한 마을 공동 부지를 내어주고 민간 금융사로부터 장기 저리의 정책자금 융자를 받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정부의 공적 지원이 아닌, 민간 금융사에 의존하는 방식은 향후 마을 공동체의 공익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농촌 재생에너지 사업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각종 ‘브로커’에게 현혹되어 고리로 자금을 제공하는 민간 금융사에게 이익은 모두 빼앗기고, 지역사회는 난개발로 몸살만 앓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를 투자자 모델로 이해하여 주민들이 투자에 참여해야만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재생에너지가 공유재이기에 투자 참여 없이도 주민들(나아가 시민 모두)이 이익을 공유받을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권영국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공유재인 재생에너지 이용 수익 활동에 이용 부담금 부과, 보편적인 이익 공유’ 정책은 이러한 철학을 반영합니다. 이는 제주도에서 이미 존재하는 사례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조례를 통해 풍력발전에 의한 당기 순이익의 17.5%를 기부받아 조성하는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제도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5/06/24/5O3RIEBGEZDGTGDEV6YV42LBVI
[사설] '전기가 국가 경쟁력' 시대, 이념 개입 안 돼 (조선일보, 2025.06.24. 00:02)
산업통상자원부가 국정기획위에 “고압 송전선 설치를 동의하는 주민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해 수익을 받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핵심 공약인 ‘햇빛·바람 연금’을 송배전망 확충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수조 원을 들인 삼척 화력발전소가 올 초 개통 직후 멈출 정도로 곳곳에선 송배전망이 문제다. 송배전망 설치를 위한 주민 설득은 시급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원전 등에 비해 경제성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태양광·풍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우리는 이념에 경도된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나라에 해를 끼치는지 이미 경험했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울산의 AI 데이터센터 준공식에서는 ‘전기가 국가 경쟁력’인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존이 SK와 함께 울산에 7조원을 들여 짓기로 한 AI 데이터센터는 ‘AI 두뇌’이자 ‘AI 고속도로’에 비유된다. 이를 유치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 바로 인근에 복합 발전소 등 안정적인 전기 공급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AI, 전기차 등의 시대를 맞아 전기 없는 성장은 불가능해졌다. 안정적이고 풍부한 전기 없이는 나라가 존재하기도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그 때문에 탈원전, 재생에너지의 선두 주자 유럽에서는 탈원전 폐기, 신규 원전 허가 등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1979년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외면하다시피 한 미국도 2050년 원자력 발전량을 지금의 4배로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도 값싼 원전은 멈춰 놓고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는 일이 벌어지는 게 우리 현실이다. 부채 205조원, 하루 이자만 130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전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용 전기 요금을 올려 적자를 메우고 있다. 이래서 어떻게 AI 등 미래 산업을 키울 수 있겠나. 철강, 석유화학 업종 등에서는 “중국 공세, 트럼프 관세만큼 무서운 게 우리 전기 요금”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새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에너지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기 없이 불가능한 ‘AI 강국’이 과연 재생에너지로 가능하겠나.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686
1.5도 기후 경계선을 넘을 이재명 정부의 첫 과제 (매노,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2025.06.24 07:30)
더 이상 ‘위기’의 느낌이라고는 없고 사회적 문젯거리 정도로만 여겨지는 ‘기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떤 대응하는지와 무관하게,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지구적 위기는 어김없이 한 발자국씩 더 가깝게 우리의 삶을 압박해 온다. 기후위기를 피할 경계선 1.5도 온도상승이 2년도 남지 않았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이를 입증해 준다.
60명의 주요 기후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2년 이내에 1.5도를 넘을 것은 물론 1.7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도 9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이번 세기말까지 세계는 2.7도 지구 가열화를 향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해 1.52도가 올랐는데 이 가운데 인간이 유발한 상승분은 1.36도로 사실상 대부분이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해수면도 4.3센티미터가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이 그렇게 반복해 경고했던 1.5도 경계선을 어째서 기어이 넘어갈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했을까?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5년 파리협약을 맺으면서 세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5년 527억 톤이었던 글로벌 배출량은, 2023년까지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546억 톤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이제 추가로 800억 톤을 더 배출하면 1.5도 경계선은 무너지게 될 전망이다. 현재 매년 500억 톤 이상 배출을 하는 상황이니 2년 이내에 그 시점이 온다는 말이다. 이는 새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가 조만간 직면할 냉엄한 현실이다. 2030년까지 임기가 예정된 이재명 정부가 ‘기후 정부’가 돼야 한다고 기후 운동에서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이재명 정부는 위기의 변곡점을 넘어가는 기후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전환이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래 지구 가열화 추이가 세기말까지 4~5도 온도상승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그나마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에너지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악은 피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2024년 34%로 줄었고, 반면 재생에너지는 32%까지 급상승하여 올해는 두 발전원이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가 심각히 늦어져, 지난해에 겨우 재생에너지가 10%를 턱걸이했고 석탄발전 역시 선진국에서는 드물게 여전히 30% 가깝다는 사실이다. 당연하게도 2030년까지 40%를 줄이기로 했던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지금으로서는 절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서 얼마간 성과가 난다고 해도 결국 기후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될 위험성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해 역대 어떤 정부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 이제 기후 대응의 핵심 수단일 뿐 아니라 함께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강력한 지렛대가 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주민의 추가적 수익원이 되기도 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사회 인프라이며 대규모 산업전환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지역별 산업 배치를 바꾸게 되는 엄청난 국가 기획이다.
특히 석탄에서 석유나 가스로 전환하는 ‘화석연료 안에서의 전환’과는 달리, 화석에너지 대신에 재생에너지를 주 전력원으로 교체하는 에너지 전환은 발전에서 송전과 배전, 에너지 소비 패턴 전부에서 대규모 변화를 수반한다. 산업화나 정보화를 추진했던 이전 정부들보다 훨씬 거대한 전환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정책목표나 제도설계, 재원마련, 공적-지역적 추진 주체 등 모든 영역이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다. 때문에 1.5도 경계의 붕괴를 직면할 이재명 정부가 돌파해야 할 첫 관문은, 아마도 ‘기후에너지부’를 가능한 빨리 구성하여 힘을 실어주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추진 주체가 명확해야 부족한 준비를 하나씩 채우면서 속도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410
"모두를 위한 공공재생에너지법, 우리 힘으로"... 5만 국민동의청원 모은다 (참세상, 류민 기자 2025.06.24 15:11)
"왜 전환은 늘 누군가의 해고와 고통 위에 서야 합니까? 왜 바람과 햇빛처럼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할 에너지가 누군가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까? 기후위기의 책임은 함께 나눠야 하면서, 그 위험은 왜 가장 약한 이들에게 집중됩니까? 이제는 공공의 힘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도, 에너지 전환도, 일자리의 문제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합니다."
"모두의 존엄한 일과 삶을 보장하는 에너지 전환"을 향해, 노동자?시민들이 힘을 모은다. 24일 오전,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2025 공동행동'(이하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을 위한 '5만 국민동의청원'의 시작을 알렸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협동조합 및 시민과 협력하여, 공공 소유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법"으로 "2030년까지 전체 재생에너지중 최소 50%를 공공재생에너지로 할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민영화 저지와 공공성 확대"라는 다급한 과제에 대한 대안인 동시에, 석탄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될 발전 노동자들과 폐쇄 발전소 소재 지역사회 주민들의 노동권?생존권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실현 방안이기도 하다. 해당 법안은 노동조합과 기후환경 및 사회운동단체들이 오랜 시간 함께 연구와 토론을 거듭해 수립했다.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에는 공공재생에너지연대를 비롯하여,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기후정의동맹,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국민중행동, 노동당?녹색당?민주노동당?진보당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 국회에 국민동의청원서를 등록했고, 1시간여 만에 청원 공개의 최소 요건인 100명 이상의 찬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후 국회 사무처의 청원 요건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되면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한 달간 공식 입법 청원이 시작된다. 30일 이내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에 법안이 회부된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의 전환을"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12월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2038년까지 폐쇄될 "전국 40기의 석탄발전소에는 8,41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나, 이들의 일자리를 지킬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고 짚었다. "게다가 폐쇄를 이유로 발전소 현장 인력을 줄이고 있는데, 최근 발생한 고 김충현 노동자의 사망사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부담을 노동자에게, 그리고 지역사회에 전가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그래서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주민, 기후활동가와 연구자, 시민들이 모였고, 우리가 전환의 희생자가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 손으로, 공공재생에너지 입법을 통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의 전환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작년 겨울 당진과 태안 등 폐쇄를 앞둔 석탄발전소 현장을 돌며, 우리 사회가 위험을 어떻게 방치하고 전가하며, 삶의 기반과 공동체를 무너뜨리는지를 직접 확인했다"면서 "우리는 기후위기의 위험을 넘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윤 활동가는 "그 시작이 바로 공공재생에너지법"이라며 이는 "공공이 책임지고, 누구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시도"로 "지금이 가장 안전한 전환을 만들 마지막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재생에너지가 민생"... 양대노총 "이재명 정부 약속 지켜야"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자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이재명 정부가 철도노동자인 김영훈 민주노총 전 위원장을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해 언론에서는 파격적 인사라는 평을 받고,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관을 1만 명으로 증원하겠다고 발표도 있었다"고 환기하면서 "이러한 인사도 중요하겠으나, 바로 닥쳐오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정의로운 산업 전환과 기후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구체적인 노동?환경?기후 정책이 수립되고 이행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부위원장은 "공공재생에너지법은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전체 국민의 민생이 걸린 절박한 제도"라며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입법 청원 운동에 적극 나서고, 법 제정 이후에도 관련 정책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뜻을 같이하고 희생을 감수해 왔다"면서 "폐쇄의 시간은 매일매일 노동자들의 목을 조여오는데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너무나도 늦었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이제 정부와 국회가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호소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류 사무총장은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 수립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지원특별법 제정,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및 지속가능한 고용대책 마련 등에 대한 정책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대선 당시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고 강조하고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 실현 방안이 마련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짜 민주주의로 가는 길 여는 공공재생에너지, 우리의 힘으로"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작년 기후헌법소원의 판결과, 지난 겨울 광장의 목소리에 담긴 공통점은, 바로 헌법이 보장하는 '모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빌미로 소수의 이윤을 챙기고 특정기업을 배불리는 방식은 모두의 권리와 공공성을 지키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재생에너지법은 다른 세상을 만드는 길, 모두를 위한 진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서 "재생에너지 확대하겠다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면서 "새 정부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도 덧붙였다.
황 위원장은 또한 "공공재생에너지 입법은 모두를 위한 전환을 위한 활동"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를 바라는 기후단체, 에너지 민영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일자리와 삶을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 양대노총, 진보정당, 종교?시민?환경?청소년 등 각계 각층이 함께한다"고 환기했다.
그는 "5만 입법청원은 국회의 법안 발의와 제정을 위한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누군가의 선의와 시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당사자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지속적인 대중행동을 만들어갈 것"으로 "노동자들은 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9월에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에서도 공공재생에너지를 위한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 이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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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청원 시작, “정부·시민 힘 모아 에너지 전환”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2025.06.24 18:16)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 기자회견 열고 청원 시작 알려
“개별 기업 수익성 아닌 모두의 이익 위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해야”
중앙 정부·지방 정부·협동조합·시민이 서로 협력해 공공 소유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전노동자들의 고용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기 위한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24일 시작됐다.
200여 개 노동·시민사회·정치·종교단체 연대체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청원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공공재생에너지법이 제정된다면 정부·시민이 힘을 모아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며, 이 법안이 “개별 기업의 수익성에 따라 투자가 결정되는 것을 막고,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서 등록 후 30일 이내에 100명의 찬성을 얻을 시 7일 이내에 요건 검토를 거쳐 정식으로 공개된다. 공개 후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는다면 국회 소관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된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이 청원은 현재 100명 찬성을 얻어 청원 요건 검토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공동행동은 “우리 앞에는 △기후 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정의로운 전환 △에너지 민영화 저지와 공공성 확대 등이 과제로 놓여 있다”며 “이 과제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지만, 상호 연결돼 있기 때문에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지금은 발전소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들이 각자도생 방식으로 발전소 폐쇄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쇄를 앞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지난 2일 숨진 2차 하청노동자 고 김충현 씨의 휴대전화에서도 농기계나 직업훈련 교사 자격증 취득 등 자구책을 찾거나 발전소 폐쇄에 관한 뉴스를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발전소 노동자들만 일자리를 잃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협력업체 노동자와 지역 상권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면서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노동자 등 취약 계층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으로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 겨울부터 당진, 태안, 영흥, 삼천포, 하동 등 5곳의 석탄발젼소를 돌며 현장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계획 없는 전환은 누군가의 고용을 끊고 지역을 버리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 채 위험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 위기의 위험을 넘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속도’가 아닌 ‘방식’으로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석탄과 노동 존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정부에도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닥쳐오고 있는 (전환에 대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기후 정의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노동·환경·기후 정책이 나와 실현돼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청원 요건 검토가 끝나고 청원이 정식으로 공개되면 5만 명의 동의를 얻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청원이 성사된 후에도 대국회 활동과 발전비정규직 파업, 9월 기후정의행진 등으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재생에너지를 상징하는 바람개비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입법동의청원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당부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901
‘따라잡는 나라’에게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육성법 (시사IN, 이종태 기자, 2025.06.25 08:25)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압도적 지위로 부상하며 서방국가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중국의 산업정책에서 배워야 한다.
시진핑은 중국 국가주석 취임 2년 뒤인 2014년에 ‘에너지 생산의 혁명’을 선언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당시 막대한 규모로 석탄과 석유를 수입하고 있었다. 당초 정책 목표는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중국 공산당은 ‘에너지 혁명’의 목표를 뒤집는다. 인류의 미래를 지배할 신재생에너지 산업(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및 풍력 발전)에서 중국을 글로벌 최고의 지위로 끌어올리는 것.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2025년 6월 현재, 서방국가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계획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현재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압도적인 글로벌 1위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생산능력은 미국에 비해서 약간, 유럽연합(EU)보다는 많이 낮았다. 그러나 2015년 전후 무렵엔 미국, 2020년쯤엔 유럽연합(EU)을 추월한 뒤 격차를 급속히 벌려나간다(〈그림 1〉 참조). 전기차 판매량도 2021년에 EU를 따라잡은 뒤 가파르게 치솟았다(〈그림 2〉 참조). 중국은 고작 10여 년 만에 기적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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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산업정책의 성과다. 중국 전기차의 판매량이 어떻게 급등하게 됐는지 보면 된다. 우선, 중국 정부는 전기차 업체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국가 지원’을 퍼부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직접 보조금’이다. 설비 확대, 연구개발, 생산라인 자동화 등에 쓰라고 주는 돈이다. 삽시간에 크고 작은 전기차 브랜드 수백 개가 설립되어 보조금을 타냈다. 이 과정에서 형편없는 품질의 차량을 내놓거나 판매량을 부풀려 보조금을 늘리는, 사기꾼에 가까운 업체도 많았다. 그러나 옥석은 가려지기 마련이었고 ‘옥’에 대한 보조금 정책은 지속되었다. 중국 정부는 부정 사례가 있다고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끊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를 뒷배로 둔 ‘국가 주도 펀드’들도 전기차 업체들에 투자했다. 이 펀드들은 국유은행, 지방정부, 민간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약 2000개 국가 주도 펀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수십억 달러를 운용한다. 이 밖에 법인세를 수년에 걸쳐 면제하거나 깎아주는 ‘간접 지원’도 시행됐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국가 지원(‘그림자 지원’)도 존재한다. 시장금리의 절반 수준인 은행 대출, 국유지의 헐값 매각, 국유기업을 통한 철강 및 전기의 할인 판매, 기업 부채의 사실상 탕감 등이다. 심지어 전기차 업체가 협력업체에 납품 대금을 지연할 수 있도록 권력기관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급자(기업)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산업을 키울 수 없다. 기업들에겐 ‘수요’가 필요하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매입하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의 40~60%를 보조했다. 판매세(가격의 10%를 소비자가 부담)도 면제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들에겐 전기차 구입을 의무화했다. 일종의 ‘정부 조달’이다.
가계의 소비성향을 바꾸는 정책도 시행되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교통 정체와 미세먼지로 악명 높은 대도시에선 차량 번호판을 얻기가 쉽지 않다.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이른다고 한다. 등록 규제로 차량의 수를 억제한 것이다. 내연기관 차량은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특정 요일의 운행이 금지되었다. 대신 전기차에 대해서는 무조건 번호판을 내주고 운행도 제한하지 않았다. 중국 인민들은 보조금에 등록 우대, 자유로운 운행까지 겸비한 전기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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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도 시행되었다. 연간 3만 대 이상 차량을 제조하는 회사는 전체 생산량의 10%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야 했다. 내연기관 차량의 공장 건설은 억제되었다. 시가지의 건물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관련 자금을 지원했다.
신산업은 시장에 맡길 수 없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 급증과 산업 발전의 뒷배는 시장이 아니라 중국 정부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고문인 스콧 케네디는 2024년 6월 발간한 논문 ‘중국의 전기차 딜레마(The Chinese EV Dilemma)’에서, 중국 정부가 2009~2023년 전기차 제조에 투입한 지원금이 2309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 금액에 국유지 헐값 매각, 시장금리 이하 대출 등 ‘그림자 지원’은 합산되지 않았다.
이 같은 산업정책이 전기차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에 적용되었다. 예컨대 전력회사는 발전(發電)의 상당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전력 사용 측면에서도 같은 의무를 부과받았고, 미이행 시엔 제재를 당했다.
CSIS가 2022년 5월에 발간한 보고서(‘중국 산업정책 지출 국제 비교’)를 보면, 중국은 2019년 산업정책에 4060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일본의 산업정책 지출은 각각 중국의 5분의 1(840억 달러), 14분의 1(270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한국은 이보다 적은 150억 달러다.
아래 〈그림 3〉은 중국이 산업정책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설명한다. ‘시장금리 이하 대출(시장금리보다 낮은 만큼 업체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셈)’이 약 30%(1200억 달러)로 가장 크고, 그다음은 ‘연구개발 이외 세제 혜택(22%)’ ‘직접 보조금(21%)’ 순이다. ‘그림자 지원’도 15%에 이른다.
중국의 산업정책 지출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 이후 더 커졌다. 2022년에는 태양열 및 풍력발전, 전기차, 배터리 등에 5460억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같은 용도의 EU 지출은 1800억 달러, 미국은 1410억 달러였다. 지난해에도 중국은 약 6800억 달러를 청정에너지 부문에 지출했다. 미국과 EU의 지출을 합친 금액과 비슷하다.
스콧 케네디는 2022년 분석에서 중국의 산업정책 지원 규모(정부 조달과 저금리 대출, 국가 주도 펀드까지 포함)가 최대 GDP의 4.9%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산업정책을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산업정책을 운용해왔다.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국내에서 운영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 산업 육성에 나섰다. 미국의 ‘(중국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 독립’을 위한 조치였다. EU도 보조금, 세제 혜택, 인허가 간소화 등 산업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의 보조금은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더욱이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기보다 세액공제 같은 간접적 지원을 선호했다. 중국은 국가가 시장을 만들어주고 소비 행태까지 바꿨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시장과 소비자에게 ‘선택’을 맡겼다. 중국에 비해 수요와 투자를 신재생에너지 부문으로 끌어들이는 인센티브가 약하다. 지금까지의 승자는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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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급속히 발전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생산능력에선 OECD 하위권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전체 전력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몫)’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EU 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이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5.3%다. 글로벌 평균은 30.3%. 미국과 일본도 20%대 초중반이다. 한국은 9.67%(에너지공단)이다.
‘윤석열 3년’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도 치명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로 높이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대형 발전소는 일정 비율 이상의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했다. 대형 발전소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엔 중소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부터 의무량을 ‘고정가격(중소형 발전소의 수익을 보장하는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및 ESS(에너지 저장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 증가 및 시장 조성을 촉진하려 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엔 ‘운동권 출신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한답시고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다(카르텔)’라는 프레임이 야권과 보수언론에서 제기되었다. ‘운동권-신재생에너지-중국-국고 도둑’이라는 담론이 형성됐다.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정책 기조를 ‘원전 비중 확대’로 180도 바꾸더니 검찰과 감사원을 통해 ‘카르텔 색출’에 들어갔다. 일부 태양광 사업자가 제도의 빈틈을 악용해서 수익을 챙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발되었다. 그러나 이를 신재생에너지 업계 전반에 적용해서는 안 되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사기꾼들’ 때문에 국가 지원을 끊었다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발전할 수 없었을 터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내리는 한편 원전 비중은 32.4%로 올렸다. 참고로 중국의 원전 비중은 2024년 현재 4.5~5%다.
신재생에너지는 미래의 기반 산업이다. 뒤처지면 가까운 미래에, 이 부문의 절대 강자인 중국으로부터 정치·경제적 압박을 당하는 처지로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 산업의 급속한 발전이 필요하다면, 그 임무를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제 발로 설 때까진 국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박정희 시대처럼 정부와 산업, 금융이 일체화되어 움직이는 중국의 산업정책을 그대로 복제해오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확고한 방향을 제시하고 시장을 조성하며 약속한 정책은 거침없이 추진하는, 산업정책의 ‘합리적 핵심’은 중국으로부터라도 진지하게 배울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진국이라기보단 다시 ‘추적을 시작해야 하는’ 나라의 국가수반으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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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두려운 이유, 신재생에너지 때문에 (시사IN, 이종태 기자, 2025.06.25 08:24)
중국은 이미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엄청난 규모로 늘려간다. 중국의 궁극적 의도는 무엇일까?
한국인 대다수는 다가오는 치명적 위기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미래산업의 기반 기술인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중국이 보유한 압도적 글로벌 지배력이다. 중국은 만족을 모른다. 부동산 침체 및 소비심리 저조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만은 계속 크게 늘리고 있다. 전 세계가 두려워하고 있다. 절대 실현되지 말아야 할, 살벌한 시나리오 하나가 여기 있다.
"가까운 미래인 2030년대 초중반의 세계. 각국은 신재생에너지(태양열이나 풍력으로 만든 무탄소 전기)로 생산한 상품이 아니면 수출과 수입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더 이상 석유나 석탄, LNG 등의 화석연료로 생산시설을 가동하면 안 된다’는 국제규범이 더욱 강화되었다. ‘화석연료 에너지’로 생산된 제품들은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수준의 ‘탄소 국경세’를 적용받거나 아예 공급선 자체가 막혔다. 수출경쟁력, 심지어 수출 가능 여부가 제조원가나 품질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로 만들었나’로 바뀐 것이다.
한국은 탄핵된 윤석열의 집권 3년(2022년 5월~2025년 3월) 동안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오히려 퇴보했다. 2025년 6월 조기 대선으로 집권한 새 대통령은 ‘서남해안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공약을 냈으나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만다. 야권과 반(反)헌정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은 한국을 중국에 팔아먹으려는 친중 음모’라며 정책 추진을 막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경제단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이들의 ‘반중 드라이브’를 막지는 못했다.
2025년 당시 중국은 이미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물론 ‘에너지 저장장치(ESS,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기술)’ 등에서 압도적인 글로벌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그 전해인 2024년 8월에 나온 〈월스트리트저널〉 기사가 신재생에너지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와 차원이 다르다(China is in a league of its own)”라고 논평할 정도였다. 중국은 질적으로 우수한 데다 저렴하기까지 한 관련 장비들을 대량 수출하고 있었다. 어떤 나라든 중국산을 전혀 쓰지 않고 자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긴 어려웠다. 한국은 중국을 추적해야 할 중요한 5년을 ‘친중’ 논란으로 허비하고 만다.
결국 2030년대 초중반에도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은 2025년 초와 마찬가지로 OECD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내 생산 전기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도 글로벌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주력 수출품이 글로벌 규범에 묶여 해외로 나가기 어렵게 되었다. 한국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옵션’을 갖게 됐다. 하나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한 중국,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 아니면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등의 핵심 부품을 중국에서 더 많이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중국은 한국 핵심 산업의 에너지망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게 되었다. 중국은 한반도를 ‘전통적 영향권’으로 간주해왔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에 ‘타이완과 비공식 외교관계 단절’ ‘한·미 연합훈련 즉각 중단’ ‘첨단 반도체 기술의 대중국 수출 허용’ ‘북한 지역에 대한 주권 포기’ 등을 요구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과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는다. 이로써 한국은 산업발전은 물론 외교와 영토 주권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극단적이지만 가능한 미래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일부 정치인과 젊은 시민들은 기후위기 담론을 페미니즘, 정체성 정치 등과 함께 ‘정치적 올바름(PC)’ 운동의 일종으로 경시한다. 개혁신당은 21대 대선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공약을 아예 내지 않았다. 한국의 미래를 맡겠다는 ‘젊은 정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신재생에너지는 인공지능(AI)과 함께 앞으로 글로벌 통상 구도는 물론 산업의 발전 방향, 생산 방식, 경제 인프라, 일자리,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 나아가 글로벌 지정학을 깡그리 바꿔놓을 기반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버금갈 신재생에너지 산업
20세기 초에 태동한 자동차산업을 떠올리면 된다. 자동차는 ‘일개 산업’이 아니었다. 자동차에서 시작된 ‘조립 라인을 통한 대량생산’ 방식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현대적 대량생산 체계와 소비사회를 만들어냈다. 자동차에 필요한 철강·고무·유리·석유 등의 산업에서 일자리가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졌다. 포장도로 같은 인프라들이 국가 주도로 구축되었다. 자동차는 값비싼 내구재이기 때문에 긴 시간에 걸쳐 할부로 매입하는 ‘소비자 금융’이 탄생했다. 이 금융 혁신은 다른 고가 내구재와 주택으로 확산된다. 자동차는 20세기 산업자본주의의 핵심 기술로 세계를 바꿨다. 자동차 강국이 정치·경제 강국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자동차 못지않게 세상을 바꿀 기술이다. 에너지는 산유국이나 초국적 석유 메이저가 아니라 중소 업체 및 가계들까지 생산에 참여 가능한 상품으로 변모한다.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한 가계는 쓰고 남은 에너지를 ESS에 저장해 판매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전기차 등 첨단 ICT와 결합해 건물과 도로·차량·전력망 등을 연결시키고 도시의 풍경을 바꿀 것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2030년까지 일자리 3000만 개 이상(태양광 패널 설치, 풍력 터빈 유지·보수, ESS 제조)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과 글로벌 지정학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강국’들이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산업을,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아니라 권위주의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이 지배력은 장차 경제 영역을 넘어 총체적 국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웃 국가인 한국은 긴장해야 한다. 자동차·조선·철강·가전 등 한국의 전통적 주력 산업에서 중국은 이미 가장 무서운 경쟁자다. 중국이 사실상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한국 해상무역의 생명줄 같은 통로다. 중국은 북한과 군사조약을 맺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한반도에 극적인 위기를 추동할 수 있다.
2025년 6월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신재생에너지(이 기사에선 풍력과 태양광 발전만 다룬다) ‘생산능력(capacity)’을 보유한 나라다. 여기서 ‘생산능력’은, 해당 국가가 자국에 이미 설치한 신재생에너지 시설과 설비로 만들 수 있는 전력의 규모를 가리킨다. 생산능력 기준으로 2위 국가는 미국이다. 그러나 1위와 2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은 미국의 4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IRENA의 공식 보고서 ‘재생에너지 생산능력 통계(Renewable Capacity Statistics 2025)’에 따르면, 2024년 말 현재 중국의 풍력과 태양광 전기 생산능력은 총 1409GW(기가와트)에 달한다. 태양광 887GW, 풍력 522GW다. 2위인 미국은 330GW(태양광 177GW, 풍력 153GW)에 불과하다. 그다음으로는 독일(162GW), 인도(146GW), 일본(97GW), 브라질(86GW), 스페인(70GW), 이탈리아(49GW), 영국(48GW), 프랑스(46GW), 오스트레일리아(38GW), 네덜란드(35GW) 등이 늘어서 있다. 한국은 29GW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2021년 1월) 전후부터 신재생에너지의 국가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매년 30~40GW를 증설하는 데 머물렀다. 중국은 2021년 한 해 동안 100GW 증설에 이어 2022년 123GW, 2023년 293GW, 지난해(2024년)엔 무려 358GW 규모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을 신규로 설치했다. 더욱이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대형 태양광(Utility-scale solar) 발전소의 70%가 중국에 있다. 에너지의 전기화(electrification)가 중국에서 유례없이 무서운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5월12일)는 “중국이 10년 뒤쯤엔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용량이 석탄화력 발전을 처음으로 초과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전기화’를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전기차(배터리 전기차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이다. 불과 4년여 전인 2020년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대수는 100만 대 정도였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약 5%에 불과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2025년) 중국 내의 전기차 판매량은 무려 1250만 대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대수를 웃돌 전망이다. 주요국에선 처음 발생할 케이스다.
중국에 집중된 신재생에너지 공급망
이제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을 기술별로 따져볼 차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 기술 전망(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24)〉에 따르면,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전 과정을 국내에 보유하고 있다. 광석을 채굴·제련해서 원하는 금속을 뽑아내고, 그 금속으로 신재생에너지 소재와 부품을 제작한 뒤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전 단계가 중국 내에서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IEA는 2023년 말 현재, 청정에너지 6대 핵심 기술(태양광·풍력·전기차·배터리·전해조·히트펌프)에서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모든 나라의 생산능력 가운데 중국의 비율)이 70%(제조 부가가치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을 보면, 태양광발전에서 소재에 따라 80~95%, 풍력은 50~65%에 이른다. 배터리(2차 전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는 배터리로 전기차 등에 사용)의 경우엔 85~98%를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의 구성 요소는 셀과 음극재, 양극재인데 중국이 글로벌 대비 각각 85%, 98%, 90%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을 분해해서 ‘그린 수소’를 만드는 장치인 전해조(Electrolyser)는 글로벌 대비 60%, 히트펌프(전기 에너지로 열을 이동시켜 냉난방기로 모두 사용)에서는 약 40%의 생산능력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그 나머지를 한국·일본·미국·EU·인도 등이 나눠 가진 양상이다.
더욱이 중국은 생산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의 점유율은 2021년 70%에서 2023년엔 90%, 배터리 셀은 80%에서 85%, 폴리실리콘은 80%에서 90%, 풍력 블레이드는 50%에서 60%, 전해조(electrolysers)는 35%에서 약 60%로 증가시켰다(〈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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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는 이 보고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앞으로도 한동안 유지되거나 더 높아질 것으로 봤다. 지금도 대규모 투자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이 산시성에 건설 중인 태양광 패널(태양 빛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장치) 시설은 완공 이후 유럽연합(EU) 전체의 수요를 거의 충족시킬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 공급망까지 장악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리튬의 약 65%, 코발트의 약 70%, 흑연의 약 99%, 희토류의 약 9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그림 2〉 참조).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일로 맥브라이드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3월3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청정에너지 기술 전반에서 가진 독보적 지위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중국과 다른 나라들의 격차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중국에서 신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신(新)산업이 아니다. 본격적 성장기로 진입한 징후가 보인다. 신산업은 투자·고용·소비가 모두 미미하고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작기 마련이다. 이 단계(도입기)에서 망하지 않고 계속 성장하면 소비시장이 형성되어 점점 수요가 늘어난다(성장기). 이에 따라 생산량이 증가하면 상품 단위당 생산비(나아가 가격)가 떨어져 ‘수요 증가→생산량 증가→투자 및 고용 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성장기의 신산업 주변으로 다른 관련 산업과 인력, 자본, 연구기관들이 몰려들면서 그 파급효과가 커진다. 이는 신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중국에선 실제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비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에너지 생산 비용’ 추산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는 ‘균등화 발전 비용(LCOE)’이다. 특정 발전소(석탄화력·원자력·태양광·풍력·수력 등)의 건설에서부터 폐쇄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총비용을 해당 발전소의 전기 생산량으로 나눈다. 그렇게 하면 그 발전소에서 전기 1단위(예컨대 1㎿h)의 생산에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에너지 관련 리서치 업체인 우드매켄지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중국에서 1㎿h(1㎿의 전력을 한 시간 동안 사용한 전기량)당 비용이 가장 높은 발전원은 ‘석탄화력(60달러대 초반)’이다. 그다음은 해상풍력(바다에 설치된 풍력 발전 설비, 50달러대 초반), 수력발전(50달러대 초반), 태양광발전(30달러대 초반), 육상풍력(육지에 설치된 풍력 발전 시스템, 20달러대 초중반) 순이다. 더욱이 석탄화력의 LCOE는 2030년까지 완만하게 오르는 반면 태양광 및 풍력의 비용은 지속적해서 하락 추세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원자력발전의 LCOE는 어느 정도일까?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블룸버그NEF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자료를 살펴보니 80~100달러(신규 원전 기준)다. 우드매켄지 자료에서 가장 LCOE가 높은 석탄화력보다 20~40달러나 더 높다. 적어도 중국의 발전 단가 기준으로 보면 원자력은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석탄화력보다 경제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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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중국 정부가 6월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시장가격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고정가격으로 매입해왔다.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비용이 높은 만큼 시장에선 석탄화력 전기보다 훨씬 비싸서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업체들이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도록 고정가격이라는 명목으로 보조금을 준 것이다. 그러나 최근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전기의 생산비가 석탄화력보다 낮아지면서 보조금 없이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비싼’ 석탄화력 전기는 차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며 ‘탄소 중립’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중국 정부는 전망하는 듯하다.
한편 지난 2월 발표된 핀란드 연구기관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청정에너지 부문(태양광 패널 생산, 풍력 터빈 제조, ESS, 전기차, 관련 인프라 건설)에서 2024년 창출된 부가가치는 모두 1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 GDP(18조8000억 달러)의 10%를 약간 넘는 규모다. 중국의 주요 산업인 부동산 판매(1조3300억 달러)나 농업(1조2600억 달러)보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더욱이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5.0%)의 25%가 청정에너지 산업의 발전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중국 GDP가 연간 1조 달러 늘었다면 이 중 2500억 달러는 청정에너지 부문의 성장분이었다는 의미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국가경제의 주력 산업이자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진짜 목표
중국은 자국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신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자국에 설치하고 남는 시설과 설비는 해외로 수출한다. IEA는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수출액이 계속 증가하면서 2035년엔 3400억 달러를 돌파하리라 예측한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석유 수출액을 합친 액수와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을 촉진하는 반면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예산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양국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제공하는 국가 지원과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중국 공산당의 목표는 단지 에너지 자급자족이나 ‘탄소 중립’이 아니다. 앞선 시나리오에서 봤던 것처럼 미래의 글로벌 지배를 염두에 둔 국가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엄청난 리스크다.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압도적 생산능력을 갖게 된 비결은 적극적 산업정책이다. 한국의 개발독재 시기에 박정희가 추진한 산업정책 중 다수를 중국 공산당이 따르고 있다. 당시 한국은 중공업 부문의 ‘추적자’로서 선진국들의 설비와 소재를 수입해 내재화하는 방법으로 그들을 따라잡았다. 앞으로 한국이 신재생에너지의 글로벌 공급망 어딘가에서 강력한 지위를 갖는 데 실패한다면, 경제·안보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 새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부터 강력한 산업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2412141640371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청원 돌입…"기후위기, 누구 버리지 말고 함께 살자" (프레시안, 손가영 기자 | 2025.06.25. 15:28:00)
청소년도 발전소 노동자에 연대…"폐쇄 발전소 8418명 노동자 삶 보호"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 청원 운동이 시작됐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국가가 노동자, 지역 주민 등 직접 타격을 받을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을 주도하면서 인프라의 소유·운영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입법 청원자들은 오는 7월 23일까지 청원 동의 5만 명을 달성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성공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고, 전기 민영화를 막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오늘부터 국민 동의 청원을 시작한다. 5만 명 시민의 힘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올해 초 총 19조로 구성된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안을 개발해 제안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산업을 개발·소유·운영하는 공적 투자 주체와 관련 절차를 명시하고, 화석연료 발전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의무와 절차를 명시한 법이다. 자연을 활용하는 재생에너지 산업은 민간 기업이 사유화할 수 없으며, 이윤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공공부문이 주도해야 재생에너지 전환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노동자 등 특정 집단에 책임과 피해가 전가되는 문제를 막고자 한다.
가장 먼저 충청남도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오는 12월 폐쇄를 앞두고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 연대 집행위원장은 "발전소 비정규직으로 26년 일했다. 충남 태안은 내 고향이고, 두 딸과 어머니와 살고 있다"며 "굴뚝은 내 삶의 절반이고, 생계이고, 국민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이었으나, 어느 순간 이 일터가 기후 악당이 됐다. 사람들은 석탄 발전소를 없애야 한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발전소는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우리 일의 가치가 투영되고 땀과 눈물이 깃든 곳"이라며 "그럼에도 사라지는 봄과 40도(℃)가 넘는 노동 현장에서 죽는 노동자들, 삶터를 잃는 뭇 생명들, 기후 위기 대응이란 시대적 과제가 놓여있기에 단순히 발전소를 지키는 게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석탄화력 발전소 현장엔 불안함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회전 설비에 끼여 사망한 2차 하청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의 휴대전화에도 고용 불안에 대한 언급이 자주 기록돼 있었다. 김 씨는 지인과 화력발전소 폐쇄 기사와 자료를 자주 공유했다. 폐쇄에 대비해 농기계 정비 자격증, 직업능력 개발 훈련 교사 자격증 등을 따고 있다는 문자 기록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12월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2038년까지 40개가 넘는 발전소가 문을 닫지만, 그 안의 8418명 비정규직 및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며 "기후 위기 대응도, 에너지 전환도, 에너지 문제도 누구도 배제되지 않게 다시 설계돼야 한다.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위험을 나누며, 함께 안전해지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언한 청소년 기후활동가 윤현정 씨는 "7년 동안 기후 운동을 하며 수많은 석탄발전소 앞에서 탈석탄을 외쳐 왔는데 태안, 당진, 영흥 등 석탄화력발전소 5곳을 방문해 그곳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입을 꾹 닫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껏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 본 게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윤 씨는 "전환이 더 많은 고립과 배제를 남기고 있었다. 계획 없는 전환은 누군가의 고용을 끊고, 지역을 버리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 채 위험을 되돌리는 방식이었다"며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조건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엔 양대노총도 함께 하고 있다. 발언에 나선 홍지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과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김영훈 기관사를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한 데 대해 "노동 존중은 단순한 인사가 아닌, 정책이 나와야 노동 존중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부위원장은 "인사도 중요하겠지만, 당장 닥쳐온 석탄 화력 발전소 노동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정의로운 전환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노동정책, 환경정책, 기후 정책이 나와서 실현될 때만이 이재명 정부는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이자 민생이고 기후 정의 당면 과제이기에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절박하다"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도 "노동존중 사회는 국무위원 한 사람 임명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한국노총과 정책 협약을 맺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 수립,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 특별법 제정,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 등을 약속했다. 약속을 지켜라"고 발언했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바라는 기후단체, 에너지 민영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일자리와 삶을 지키려는 노동자들, 민주노총, 한국노총, 진보정당, 환경단체, 종교인, 연대 시민, 청소년 등이 모두 입법청원에 함께 하고 있다"며 "소수 기업의 배만 불리는 방식의 전환이 돼선 안 된다. 모두의 권리 지키는 게 바로 다른 세상 만드는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2030년까지 전체 재생에너지 중 최소 50%를 공공 재생에너지로 확충하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나라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의 90% 이상이 민간 자본에 부여됐고, 외국자본의 비중도 60%에 달한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의해서 이루어지면, 필요 이상으로 전기요금이 상승하고 에너지 주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람과 햇빛은 우리 모두의 것으로 사유화할 수 없다"며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협동조합 및 시민과 협력하여, 공공 소유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법"이라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04707.html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소 90%가 민간…‘공공재생에너지’ 필요한 이유 (한겨레, 윤연정 기자, 2025-06-25 18:45)
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Q.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약속했는데, ‘공공재생에너지’란 건 또 뭔가요?
A. ‘공공’(公共)은 “국가나 사회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으로, 기본적 삶의 조건인 에너지 역시 여기 해당합니다. 에너지는 오랫동안 국가가 소유·통제해왔으나,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유기업을 민간에 팔고(민영화) 경쟁 체제를 도입(시장화)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자유화’ 바람이 일었죠. 그러나 민간 기업들만 이익을 챙기고 소비자 가격은 오르는 등 ‘시장의 실패’란 지적이 나왔어요. 게다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한데, 민간 기업들은 이익을 따지느라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있어요.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경우에만 투자하고, 그 수익도 재투자하지 않거든요. 이 때문에 국가 소유·통제 아래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공공재생에너지’ 주장입니다.
“한국, 멕시코 ‘공공경로’에 주목하라”
지난 18일 국내에서 열린 ‘세계는 지금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한 션 스위니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TUED) 코디네이터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대표단을 꾸려 멕시코 에너지부를 방문해 만나보라” 제안했어요. 2013년 멕시코 페냐 니에토 정부는 전력시장을 대대적으로 민간에 개방하는 등 ‘자유화’ 조처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국외 자본의 배만 불려주고 전기요금은 치솟았다’는 비판이 나왔어요. 정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발전사들은 따박따박 전기료를 받아가는데, 전력망 등 인프라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이 높은 요금을 부담하면서도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죠. 이에 따라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 집권 이후 멕시코는 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공공경로’(public pathway)로 나아가고 있어요.
특히 현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국가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천명해 주목받고 있어요. 기후과학자 출신으로 멕시코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 셰인바움은 “가장 중요한 건 국영 에너지 공기업이 저렴하고 깨끗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 선언하고, 헌법·법 개정 등을 통해 일련의 ‘에너지 개혁’을 추진 중입니다. 연방전력공사(CFE, 우리나라 한전에 해당)와 멕시코국영석유회사(Pemex, 우리나라 석유공사에 해당)에 ‘공공 국유기업’으로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고, 국가 전력망에 공급되는 전력의 54% 이상은 연방전력공사가 공급하도록 보장한 것 등이 그 핵심으로 꼽혀요.
“탄소중립·에너지 자립·산업 보호 한꺼번에”
이는 “2030년까지 전력 생산 45%를 재생에너지로 달성한다”는 목표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2024년 멕시코는 전체 전력의 22%를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11.8%)로 생산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32%), 중남미 평균(62%)보다 훨씬 낮아요. 대신 58%를 가스발전에 의존하며, 원료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하죠. 비영리 기후단체 엠버는 최근 멕시코가 ‘2030년 재생에너지 45%’ 목표를 달성할 경우 연간 16억달러의 에너지 수입 비용을 아끼고, 46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새로 지으면 43만4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어요. 현재 멕시코에게 재생에너지 전환은 탄소중립뿐 아니라 에너지 자립과 국내 산업 보호까지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에요. 멕시코는 소노라주에 연방전력공사와 지방정부 주도로 중남미 최대이자 세계 8번째 규모인 1GW의 태양광 발전단지를 설립하려는 계획도 추진 중이에요.
‘시장의 실패’를 경험한 여러 다른 나라들도 재생에너지 확대 갈림길에서 ‘공공경로’에 다시 눈을 돌리는 추세라 합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베라 웨그만 영국 그리니치대 국제공공노련연구소장은 영국 등 유럽에서 전력시장 ‘자유화’ 조처가 재생에너지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들을 소개했어요.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모든 부문이 제각각 민영화되어 있다 보니, 저마다 주주 이익을 위해 전체 전력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반면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90%가 민영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현재 발전 분야 일부가 민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에선 앞으로 민영화·시장화 가능성이 커요. 심포지엄에 참석한 구준모 공공재생에너지연대 활동가는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60%, 재생에너지 발전소 90% 이상이 민영”이라 짚었어요. 올해 3월까지 허가받은 95개 해상풍력발전(31.8GW) 사업 가운데 87개, 발전용량으로 따지면 94%가 민자 사업이고, 국외 자본이 61%를 차지해요. 해상풍력발전 1GW당 필요한 투자비가 6조원가량인데, 정부 보급 목표인 2030년 14.3GW를 달성하려면 전체 86조원 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이처럼 커질 재생에너지 투자를 누가 어떻게 조달하고, 그 수익을 누가 어떻게 누릴 것인지는 앞으로 큰 문제로 불거질 수 있어요.
과거 ‘자유화’를 추진했던 사람들은 “정부 예산은 부족하고 민간은 돈이 많기 때문에 민간 투자가 필요하다” 등의 논리를 앞세웠지만, 국외 전문가들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해요. 션 스위니는 “민간 기업도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 그렇다면 공공이 민간보다 더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공공의 전력 판매 수익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공공으로 되돌아온다”, “공공이 에너지 전환 결정을 더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다” 등 공공에너지의 장점 8가지를 소개했어요. 베라 웨그만은 “재생에너지에 보조금을 주는 등 위험을 감수하는 건 어차피 공공 자금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만으론 ‘탈탄소화’가 실현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어요.
“공공재생에너지법 만들라” 청원 시작
그렇다면 공공재생에너지를 키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구 활동가는 “민자 사업자가 우후죽순 사업권을 선점하고 수익성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설치와 운영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관련 제도와 법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션 스위니 역시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이 필수적”이라 했어요. 멕시코의 사례처럼, 공공재생에너지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국가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키우겠다’는 정확하고 뚜렷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거예요.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모인 ‘정의로운전환2025공동행동’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국회 입법청원(‘국민동의청원’)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어요. 국회는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받은 청원을 정식 의안으로서 처리해야 하거든요.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법안은 “재생에너지는 공적으로 개발, 소유, 운영, 관리하는 것을 원칙”(제4조)으로 하고, 국가·지방자치단체에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는 의무를 부여(제5조)하며, 이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노동단체·기후환경단체·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국가 공공재생에너지위원회’를 설치(제8조)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요.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 폐쇄되는 화석연료 발전 분야 노동자를 우선 고용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의무’(제15조)도 담았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우리나라는 과연 과감하게 ‘공공’이란 말을 붙일 수 있을까요?
https://www.yna.co.kr/view/AKR20250626132900054
환경단체 "한빛1·2호기 수명연장 중단…재생에너지 확대"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2025-06-26 16:00)
광주 환경단체가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한 광주·전남 미래 성장 방안에 대한 답으로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1·2호기 수명연장 철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환경연합)은 26일 보도자료를 내 "한빛1·2호기 수명연장 절차를 중단한다면 9가지 정책 효과가 발생한다"며 "송전용량을 재생에너지와 RE100 산업 기반으로 전환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산업의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한빛1·2호기를 멈추면 그 송전용량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어 지난 윤석열 정부 당시 제한됐던 계통연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명 만료 원전을 폐쇄함으로써 방사능 위험성과 사고 가능성에서 지역을 보호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SK하이닉스 등 국내 RE100 기업의 지역 진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호남은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생산 역량을 갖춘 지역"이라며 "기존 한빛원전 송전망을 재생에너지에 활용하면 예산도 절감하고 주민들의 반대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빛1·2호기의 수명연장을 중단해 호남을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대표 지역으로 세우는 것이 더 나은 미래로 나가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한빛1·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12월(1호기)과 2026년 9월(2호기) 각각 설계수명(40년)이 끝나는 한빛1·2호기를 각각 10년씩 연장해 발전소를 더 가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원안위는 최장 2년간 분야별 심사를 거쳐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https://newscham.net/articles/113458
석탄발전소 폐쇄의 정의로운 전환이 제대로 준비되었더라면 (참세상, 한재각(기후정의동맹) 2025.06.30 10:53)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청원에 동참을 호소하며
발전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6년 만에 너무도 흡사한 사고가, 다시 서부발전 태안석탄발전소에서 발생했다. 혼자 일하다 가동되는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사고의 이유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시도까지도 비슷했다. 그러나 김용균의 죽음이 그렇듯, 김충현의 사망사고도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던 구조적인 원인이 밝혀지고 있다.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 당시 민주당 정부가 약속했던 위험 업무 2인 1조 작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이번 사고는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똑같지는 않았다. 이번 김충현 사망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할 때, 이전과 다르게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맥락이 있다. 2020년대 들어 본격화하기 시작한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우선적인 대상이 되면서,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발전소를 차례로 폐쇄하기로 한 정부 계획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이미 서천, 삼천포, 보령, 호남 발전소들의 전부 혹은 일부가 폐쇄되었고, 여기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노동자는 신규 가동되는 다른 석탄발전소로 전환배치되어 다행히 일자리를 유지했다.(그러나 보령과 호남 발전소의 2차 하청 노동자들은 그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전환배치할 신규 석탄발전소는 없고, 올해 12월 말 문을 닫는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석탄발전소가 폐쇄된다. 그러면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발전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발전사 협력업체들은, 발전소가 폐쇄되면 발생하게 될 '유휴인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소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은 현장을 돌며 발전노동자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듣고 있다.
이번 김충현 사망사고에서 그가 2인 1조로 일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따로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발전사 협력업체들이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주어진 업무에 '언더 TO'(정해진 필요 인원 수 이하로 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의미)로 인력을 운영해 온 것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은 추가로 발생할지 모르는 노동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꼭 짚어야 할 점이다. 협력업체들이 '언더 TO'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왜 기업들이 석탄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언더 TO' 방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을까? 그 이유도 물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협력업체들은 발전소 폐쇄가 이루어졌을 당시에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던 인력의 수를 최대한 줄여 어딘가로 전환 배치하거나, 혹은 해고해야 할 '유휴인력'-이 표현 자체도 슬프고 부당하다-의 수를 줄여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기업들은 마땅히 전환배치할 곳도 없고 그럴 만한 역량이 안된다고 호소한다. 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다 틀린 말도 아니다. 정부가 소유 운영하는 발전공기업의 협력업체가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 대책이 제대로 없으니, 협력업체들이 어떻게든 부담을 줄이려 자구책을 찾아 나선 것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인력이 부족해도 충원이 되지 않아 일하기 힘들다고 계속 하소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더 복잡한 이야기도 숨겨져 있다. 발전노동자들은 폐쇄를 앞둔, 말 그대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 발전소 일자리를 계속 지켜야 하는지 걱정한다. 이미 삼천포 1,2호기 석탄발전소 폐쇄 이후,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른 곳으로 이직하려는 (특히 젊은) 노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발전소 현장의 인력 부족 현상은 가중되고 있다. 떠나기 힘든 이들만이 이를 악물고 버티는 형국이다.
결국 정부가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명확히 보여주지 못해 회사나 노동자 모두가 각자도생의 길에 나선 꼴이다.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 모두를 고용할 방안을 제시하고 필요한 규제와 지원책을 마련해 왔다면 어땠을까? 발전노동자들은 석탄발전소 폐쇄의 대책으로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것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강제할 수만 있다면, 발전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는 일도, 또 회사들이 폐쇄 시 유휴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더 TO' 방식으로 운영하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충현 사망사고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발전노동자들은 기후위기에 맞서고자 하는 시민들과 함께,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더라도 발전노동자의 총고용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정의로운 전환의 요구를 구체화한 대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발전공기업이 빠르게 해상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전개해서,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해서 발생하는 '유휴인력'을 전환배치하여 고용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이때 발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대안을 빠르게 법제화했더라면, 다시 직면한 이번 비극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충현 사망사고와 김용균 사망사고는 많은 것이 닮았다. 그러나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싸우는 동료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요구가 노동안전 이슈 그 자체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노동안전의 문제가 석탄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만큼, 정의로운 전환 쟁취라는 요구도 함께 주장되어야 한다. 김충현 사망사고 대책위가 내세운 4대 요구안의 하나로,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정책,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가 제시된 이유이기도 하다.
6월 27일(금)부터 발전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준비해 온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청원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고 김충현 님의 사망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발전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 입법청원을 넘어 계속되는 투쟁에도 주목하고, 나의 투쟁으로 함께 만들어주면 좋겠다.
국회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청원에 동의하러 가기: http://bit.ly/공공재생에너지법청원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460
③ 부정의하고 반생태적인 ‘에너지고속도로’ 파헤치기 (참세상, 녹색당 그린워싱 감시본부 2025.06.30 15:48)
기후정책으로 포장된 대기업 지원 정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제성장의 대동맥, 에너지고속도로”를 핵심적인 기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에 U자형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촉진하고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RE100 달성을 지원한다는 취지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을 제시한 2번 공약에서 “AI 산업 필수인프라 전력 안정적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에너지고속도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핵발전소 비중 확대와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를 강조하는 반면,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강조한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은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대기업 지원을 통한 경제성장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21대 대선 녹색당 그린워싱 감시본부 보고서 3탄은 거대양당의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에 대해 살펴보고, 이것이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기후정의 원칙과는 어느 정도나 부합하는지를 분석해봅니다.
보고서 3탄을 통해 드러난 분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에너지고속도로, 그리고 이와 연계된 ‘지능형 전력망’ 정책은 기후정의와 무관한 대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입니다. 둘째, 에너지고속도로는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비수도권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셋째, 에너지고속도로는 전국 곳곳에 초고압 송전탑을 비롯한 송전선로 건설을 초래해 생태계 파괴와 지역 주민의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사업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 에너지의 민영화를 가속화할 우려가 매우 큽니다.
에너지고속도로란?
에너지고속도로는 세로축으로 ‘서해안 HVDC’와 가로축으로는 ‘동해안~수도권 HVDC’를 건설하여 호남과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와 수도권 전력수요량, 특히 ‘반도체, 바이오 등 신규 첨단산업 신규 투자 전력수요량을 충당’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HVDV(초고압직류송전)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고압의 교류전력을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고압의 직류전력으로 변환시켜 송전한 후 다시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교류전력으로 변환하는 공급 방식으로, 송전 거리가 멀수록(지중 600km, 해저 50km) 유리한 기술입니다.
에너지고속도로가 공약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재명 후보는 2022년 대선 때도 ‘지능형 전력망’에 기반해 송배전망을 확충하겠다며 에너지고속도로를 공약화했습니다. 전력망 부족으로 지방의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소, 동해안 신규 민간 석탄발전이 인위적으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제시된 전력망 확충 계획인 것이었습니다. 같은 문제의식에서 산자부는 2023년 12월, 제30차 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발표했고,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시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핵심 공약으로 다시 제시된 에너지고속도로는 이런 맥락을 가집니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선관위에 제출한 이재명 후보 10대 공약 중 10 순위 환경·산업 공약,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에 “경제성장의 대동맥,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이라는 정책으로 포함되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추진”을 공약하면서, 이것이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운영하는 ‘지능형 전력망’“이자 “‘에너지산업 육성’ 및 공급망 내재화를 통한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것이라 제시했습니다.
또한 4월 24일에는 페이스북에 “에너지고속도로로 대한민국 경제도약과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포스트를 올려 에너지고속도로를 “경제성장과 기후 대응의 대동맥”이라 표현하면서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만드는 계획의 일환으로 소개했습니다. 전력 수요가 많은 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문제를 거론하며 “분산 에너지 편익 제공과 인센티브 강화로, 이들 기업을 지역에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습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대규모 산업지역을 연결해 전국에 ‘RE100 산단’을 조성”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대기업 지원 정책을 기후정책으로 포장한 그린워싱
그러나 이렇게 제시된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고속도로는 그린워싱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 없이 수도권 중심으로 삼성과 SK가 주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 계획으로 제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1순위 경제·산업 공약(‘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습니다’)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및 국가 혁신거점 육성”을 공약하고 있는데, 에너지고속도로가 이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6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서울시 주택 전력소비량(2021년 기준)을 넘어서는 양이며 산업단지까지 포함한 수도권 전력 소비량 40GW의 40%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고속도로의 목적은 재생에너지 확대나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수도권의 반도체 클러스터나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산업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 내외로 OECD 국가 중 꼴찌입니다. 신속하고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만이 아니라 호남 핵발전소와 동해안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런 점에서 핵에너지 중심 무탄소 전원 강화에 기반한 윤석열 정부의 전략망 정책이나 핵발전소 증설을 통해 수도권 산업단지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김문수 후보의 에너지고속도로 정책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이나 ‘균형발전’과 연결시키지만, 이는 삼성과 SK 등 대기업 지원을 통해 ‘경제도약’ ‘경제강국’ 등을 꾀하려는 성장정책을 녹색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산에너지 체계 말하면서 수도권으로 전력 집중
이재명 후보의 기후위기 대응 핵심공약 시리즈 2 “이제부터 진짜 탄소중립”에서도 에너지고속도로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전력수요처를 연결해 “분산에너지 편익 제공”하겠다 밝히는 등 에너지고속도로가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을 위한 것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구상은 가로축(동해안~수도권), 세로축(호남~수도권)을 연결하는 기존 정부안에 더해 동해안~남해안~서해안을 모두 잇는 U자형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해 수도권에 연결되는 ‘에너지 외곽 순환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수도권은 이미 10GW의 전력을 비수도권에서 끌어와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도권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가로 조성한다면 30GW 가까운 전력을 비수도권에서 끌어와야 합니다. 에너지고속도로는 결국 대기업이 주도하는 첨단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에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고도의 중앙집중적 전령망이자, 수도권을 위해 지역을 희생시키는 전력망의 그림인 것입니다.
서해안의 송전선로를 가장 우선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은 재생에너지와 핵에너지가 남아도는 호남 지역을 전력 생산의 1차 타겟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햇빛·바람 연금’을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한 이익을 공유하겠다고 말하지만, 감시보고서 2탄에서 밝힌 것처럼 연금을 위한 재원은 민간 발전 사업자의 수익이 아니라 시민이 내는 전기요금에서 마련되는 것일 뿐입니다. 기업은 수익을 그대로 챙기고 시민이 전기요금을 통해 ‘연금’의 재원을 제공하는 데다, 고압 송전선로와 송전탑 건설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지역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는데, 이재명 후보는 이런 점은 은폐하려고 합니다.
전력 생산지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분산 에너지 체계를 말할 거라면, 전력 소모가 많은 산업 시설은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에 건설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지역에 산업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추상적인 이야기 외에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먼 곳에서 수도권까지 초고압 전류를 송전하는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분산 에너지’와는 거리가 먼,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오는 거짓말입니다.
전 국토 송전탑으로 인한 생태 파괴와 지역 공동체 피해
이재명 후보가 기후위기 대응책이자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포장하고 있는 에너지고속도로는 수도권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친자본 성장정책일 뿐만 아니라 반생태적인 정책이기도 합니다. 에너지고속도로가 현실화되면 호남뿐만 아니라 전 국토는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가득 차게 됩니다. 밀양에서 수년간 벌어졌던 송전탑 반대 싸움을 통해 우리는 고압 송전선로가 주민과 생태에 어떤 피해를 가져다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당진과 홍천 등 고압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보상금을 통해 마을을 갈라치기 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지역 공동체의 신뢰와 연대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산지에 건설되는 고압 송전탑은 생물생태계 파괴도 가속화합니다. 홍천의 경우 멸종위기종인 산양, 담비 등의 생물종이 확인된 ‘명품산’, 가리산에 송전탑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꼭 멸종위기종이 아니더라도 원거리 송전선로와 송전탑 건설은 무시할 수 없는 생태파괴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협을 가져옵니다. 이재명 후보나 김문수 후보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이 지역 주민의 피해와 생태파괴를 가져온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지역소멸 방지’, ‘지역균형 발전 추진 및 지역산업 생태계 안정 도모’(6번 국토균형발전 공약), ‘생물 다양성 복원’(10번 환경·산업 공약) 등의 공약까지 제시하고 있는데, 에너지고속도로는 이런 공약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공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에너지고속도로는 전력의 과잉 생산, 과잉 소비를 가속화하는 반생태적이고, 기후 위기 대응 보다는 삼성이나 SK 등 반도체 대기업을 위한 산업 지원정책의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생산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핵에너지를 수도권에 밀집해있는 첨단산업 시설에게 효율적으로 끌어다 바치기 위한 친자본 기획일 뿐입니다. 마치 일제시대 곡물을 수탈하기 위해 곡창지대에 철로가 놓여진 것처럼, 에너지고속도로는 ‘전력 생산 기지’로서 내부 식민화된 영호남, 동해안 지역을 수탈하기 위한 부정의한 정책이자 생태파괴를 가속화하는 반생태적 정책입니다. 이를 ‘기후정책’으로 포장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입니다.
에너지고속도로와 에너지 민영화의 위험
정부나 기업에서 ‘전력계통 혁신’이라는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에너지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지펴집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에너지고속도로를 적극적으로 제시했을 때에도 이것이 전력시장의 재편과 에너지공기업의 민영화 추진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에너지고속도로가 "민영화가 아닌 국가주도의 대대적 투자에 따른 민간투자 유치 추진"이라며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와는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수십조 원에 이르는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결국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 선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노동계에서도 에너지고속도로가 한전이 독점한 송배전망의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송배전망 확충은 국가 투자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민간투자는 재생에너지 생산설비와 한전의 사업 영역이 아닌 지능형 전력망, ESS(에너지저장장치), V2G(전기차연계망) 등 신사업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민영화 의혹을 부정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고속도로를 공약으로 내걸며 대규모 초고압 송전망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지능형 전력망’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에너지 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영향력 강화와 궁극적인 에너지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게 합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분산전원 정책이 일부 지역에서는 배전망과 전력 판매 부문의 민영화를 허용하는 통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지금과 같이 한전이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고, 부자감세로 인해 정부의 재정 능력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공기업이 맡겠다고 하는 송배전망 확대도 민간 투자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이미 한전의 송전망 사업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지난 윤석열 정부는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해 ‘서해안 해저 전력고속도로’를 건설하려다 비판에 직면해 철회한 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도 에너지 민영화는 안 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민간기업이 전체 발전용량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는 진척된 상황에서, 에너지고속도로는 민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힘듭니다.
민간 투자를 통해 송배전망이 건설된다면, 송배전망에 대한 민간자본의 장악력이 커지고 그 영향력은 다른 에너지 산업으로 뻗어 나갈 것입니다. 꼭 송배전로 민영화가 아니더라도 민간기업의 투자 참여는 민간기업의 에너지 산업 진출과 이로 인한 산업 장악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민영화와 유사한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돈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대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에너지라는 공공재와 공공서비스의 형평성과 공공성은 파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302115005
[세상 읽기]모두의 전환을 시작하자 (경향,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25.06.30 21:15)
기후위기를 생각하지 않고 세계를 살아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폭염과 폭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여름은 시작부터 두렵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 한 귀퉁이에도 기후위기가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서 편리함이 읽히던 시절은 오래전 끝났다. 모두의 삶과 모든 곳에서 연결된 문제가 기후위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래서 ‘전환’이라는 화두에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어떻게 전환하자는 이야기가 공론장에 오르는 일은 별로 없다.
무언가 만들고 쓰고 버릴 때마다 온실가스가 나온다니 어쩌라는 것인지 엄두가 안 난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들고 용광로를 달구어 철강을 만들고 연료를 태워 자동차가 달리고. 그렇게 출퇴근하며 배달에 기대 겨우 하루씩 살아내는데 어디에서 전환이 시작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러던 중 취임 연설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하는 대통령이 등장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자고 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열쇠 중 하나. 이제 전환이 시작될까?
이명박 정부는 ‘해상풍력 3대 강국’을 만들자 했고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냈다. 재생에너지가 주목받은 시간이 무색하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여전히 10% 남짓으로 매우 낮다. 역설적이게도 재생에너지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정부 역할은 새로 시장을 만들어주는 데 그쳤다. 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에너지 공급이 중요했기에 전체 발전량은 줄지 않았고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함께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 에너지 고속도로는 다를까. RE100이 수익성을 높이니 기업들에 재생에너지를 더 보내자고, 풍력과 태양광이 어디서든 생산되고 판매될 수 있도록 송배전망을 구축하자는 것이 에너지 고속도로다. 세계는 그대로다.
달라지는 것은 희미한데 사라지는 것은 선명하다. 대선 전날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구성된 특조위 권고만 이행했더라도 막을 수 있던 죽음이다. 위원회는 공정을 분리해 소통을 단절시키는 외주화 자체가 위험을 만드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외주화 철회가 첫 번째 권고였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폐쇄될 발전소보다 먼저 생명이 폐쇄당했다. 재생에너지 고속도로는 이 세계에 닿아 있지도, 다른 세계로 길을 내지도 않는 듯하다.
전환은 세계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사라지는 세계를 남기고 떠나는 일을, 떠나는 이들은 작별이라 부를지 모르나 남겨진 이들은 약탈이라 불렀다. 성장의 지표만 보게 하려는 세계에서, 어떤 존재들은 보이지 않게 지워졌고 사라진 세계는 흔적도 잊혔다. 댐을 건설한다며 누군가의 삶을 수몰시키고 송전탑을 짓는다며 공동체를 파괴해온 세계는 그렇게 제 길을 갔다. 수익성이 자원의 이용과 배분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무엇이든 쓰고 버리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세계가 기후위기를 불렀다.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부터 시선을 빼앗아 햇빛과 바람을 기업의 이윤 수단으로 만드는 사업에 소모된다면 이런 모순이 따로 없다.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 시작되었다. 공공이 소유하고 함께 운영하는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김용균과 김충현으로부터, 가장 밀려나고 버려지기 쉬운 곳에서부터 방향을 바꾸는 일을 시작하자고 한다. 그래야 전환일 것이므로.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청원이 열렸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삶이 폐쇄당할 위기에 처한 발전소 노동자들이 큰 걸음을 내디뎠다. 더 많은 이들이 연결될수록 더 큰 전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접속해 연결을 시작할 수 있다. 모두의 전환, 우리가 시작하자.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472
"한국 공공재생에너지법, 에너지 전환의 세계사 바꿀 수 있어" (참세상, 류민 기자 2025.07.03 11:32)
[인터뷰]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TUED) 션 스위니 코디네이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공공재생에너지법 청원 캠페인이 한창이다. 션 스위니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TUED) 코디네이터는 이 법이 "에너지 전환의 세계사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3년 결성된 TUED에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하여 48개국 120여 개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있다. 션 스위니는 TUED를 이끌면서 시장주의적 기후 대응 정책의 실패에 관한 분석을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의 민주적이고 공공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다수의 연구를 발표한 국제 에너지 전환 운동의 대표적 전문가다.
션 스위니는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재생에너지 국제 심포지엄'에 참여하면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시장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민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이미 전 지구적으로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공공 소유'와 '민주적 통제'에 기반한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public pathway)’를 짚었다.
션 스위니는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전환 정책이 붕괴"하는 가운데 "에너지를 공공의 소유로 되돌리려는 전 지구적 흐름"들 사이에 있다면서, 지난 30년간 거듭된 "부정의한 시장주의적 기후 정책들의 세계적 '전염' 현상"과 단절하고, 공공적 에너지 전환 정책의 국제적 '확산'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스위니는 그 선례가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운동)이 될 수 있다면서, 노동조합과 기후운동, 시민사회 사이의 강력한 연대에 바탕을 둔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 국제사회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참세상'은 지난 6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션 스위니와 만나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선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활동가가 통역을 맡아 도움을 주었다.
ㅇ 지난 국제 심포지엄에서 “신자유주의적 민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실패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요. 한국사회는 그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 국제 사회의 '기후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에는 ‘시장은 절대 틀린 일을 하지 않고, 정부는 절대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이는 1990년경 시작된 유엔 기후 협상의 분위기에도 강하게 반영됐습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 역시 “시장 메커니즘이 기후위기를 포함한 모든 환경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라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었죠.
이후 30년간 이러한 시장주의적 기후 대응은 세 단계의 실패를 경험해 왔습니다. 첫 번째는 “시장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실패한 것입니다. 화석연료가 점점 고갈되고 있으니, 시장이 알아서 대안을 찾을 거란 논리였는데, 이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죠.
2006년 무렵부터 실패의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됩니다. 이때는 “정부가 오염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고(탄소 가격제), 민간 재생에너지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접근이 나오죠. 즉, 민간 재생에너지와 '녹색 기술'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접근은 흔히 ‘채찍(탄소 가격)’과 ‘당근(보조금)’ 전략으로 불렸습니다. 이러한 전략도 시장이 '기후위기 대응'이 큰돈을 벌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실패했습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오염자에게 가격을 매길 수 없다면, 국가가 나서 위험을 제거(de-risk)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합니다. 이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개념은 즉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적 민영화는 에너지 시장에 ‘위험’을 도입하면서 효율성을 기대했는데, 이제는 그 위험을 국가가 제거해 민간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하려 한다는 겁니다.
북반구 국가들은 이를 위한 재정을 당장은 감당할 수 있다고는 해도, 남반구 국가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북반구 국가들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의 붕괴로 '기후 재정'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엉뚱하긴 하지만, 사실상 진실을 말한 셈이에요. 기후위기 대응은 돈이 되지 않습니다.
2019년경부터 정부들은 넷제로를 마치 유행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2050년, 2060년까지 넷제로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것은 선전용일 뿐 실질적 계획이나 정책은 아닙니다.
어떤 정부는 “우리는 여전히 넷제로에 헌신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하는 것은 거의 없고, 어떤 정부는 대놓고 “우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이 바로 정책이 붕괴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약속들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북반구 정부들이 돈을 아끼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그것을 ‘기후 재정’이라 부르려는 모델 자체가 실패하고 있는 겁니다. 민간 부문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후 보호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성장을 민간 부문이 주도할 것이라는 믿음이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죠. 저는 그것이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만의 실수가 아닙니다. 국제적인, 그리고 역사적인 경험들을 살펴볼 때 실제로 민간 부문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그렇게 나서지도 않을 거라고 봅니다.
ㅇ 한편, "시장주의적 기후대응의 실패"에 맞서 "에너지를 공공의 소유로 되돌리려는 세계적 흐름"에 대해서도 짚었습니다.
- 지금 우리가 맞이한 시점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붕괴하는 국면입니다. 진보 진영, 기후운동, 노동운동 입장에서 보자면, 기후를 위한 정책이라고 간주되어 왔던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 따라가느냐,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그걸 따라가는 건 전략적으로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는 붕괴 중인 ‘녹색성장’ 모델을 뒷받침하게 되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 모델의 붕괴를 막을 것이 아니라, 그대로 붕괴하게 두어야 합니다. 다만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하죠. 바로 그 지점에서 ‘공공에너지’가 중요해집니다.
우리가 ‘기후 보호 2.0’을 원한다면, 공공재생에너지와 공공에너지 체제로의 새로운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후변화를 제어하려면, 전체 에너지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신자유주의 모델을 거부하는 두 가지 형태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략적 대안이 부재한 '즉흥적(impromptu)' 거부에 가깝고 , 다른 하나는 보다 의식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거부입니다. 저는 멕시코의 사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2018년, 모레나(Morena)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예기치 못한 승리였죠. 멕시코는 50년 넘게 우파가 통치해 왔고, 콜롬비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좌파 정부들이 집권하면서, 에너지 안보와 전환 문제를 동시에 다루게 됐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그 후계자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명확하게 말했어요. “신자유주의적 민영화는 여기서 끝내겠다.” 이 정도로 분명하게 말한 정부는 전 세계에서 거의 없습니다.
이 정부는 공기업을 재구성하고, 특히 미국산 가스 수입을 줄이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췄습니다. 신자유주의 시기에 방치됐던 수력발전소를 손 봐서, 태양광이나 풍력에서보다도 더 많은 전력을 확보했죠.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송전·배전 인프라에도 투자했습니다.
스페인의 다국적 전력회사 이베르드롤라(Iberdrola)의 자산을 재국유화했고, 이에 대해 보상한 후 이 회사는 신속히 멕시코에서 철수했습니다. 이 조치를 두고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은 WTO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ISDS)를 근거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멕시코에 경고장을 보냈지만, 실제 조치는 아직 없습니다. 현재는 멕시코가 가장 멀리 나아갔고, 콜롬비아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ㅇ 한국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그러한 국제적 흐름에서 어떤 위치와 의미를 갖고 있나요.
- 한국의 경우 노동조합과 기후운동, 시민사회의 강력한 연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한국이 사회운동과 노동조합이 함께 협력하는 측면에서 어쩌면 가장 앞서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공재생에너지 입법 운동의 경우도 노동조합과 기후운동이 함께 좋은 연대체를 구성했고,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공동의 입법안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발의된 것은 아니지만요. 비슷한 사례를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에서 이 대화에 함께하게 된 것이 무척 기쁩니다. 이곳의 운동이 무엇을 성취해 왔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를 배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앞에 아직도 큰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는 걸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5~10년 동안, 세계 어디서든 에너지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투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에너지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고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에너지와 이민 문제가 핵심입니다. 이민 문제는 더 '독성'이 강한 이슈일 수 있지만요.
그렇기에 한국의 운동이 지금까지 해온 일이 중요한 겁니다. 그건 하나의 정치적 방법론이에요. “우리가 어떤 전환을 원하는가? 그걸 실현하려면 법의 수준에서 무엇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접근 방식이죠. 그래서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을 법제화하려는 이번 시도는 굉장히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법이 통과된다면,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비시장(non-market) 모델로 되찾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향후 몇 년 안에 발생할 정책적 공백을 고려할 때, 기후 운동과 노동조합은 더 체계적이고 정책 지향적인 접근, 즉 공공적 전환 경로에 더 강하게 결합해 나가야 할 겁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에너지 법제를 폐지하는 하나의 나라, 선례가 필요해요. 그럼 어떻게 되냐면, 저는 그걸 '정책의 전염(policy contagion)'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이 태양광 발전에 대한 고정가격매입제도(feed-in-tariff)를 도입했을 때, 많은 나라들이 “이건 효과 있다”며 따라 했고, 150개국이 비슷한 모델을 채택했어요. 하지만 곧 실패했고, 이후 경쟁입찰 모델로 넘어갔죠. 그런데 그 모델도 이제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어요. 다음 단계는 뭐가 될까요?
한국처럼 경제적 무게가 있는 나라가 신자유주의 민영화 정책을 폐기하고 공공전환의 길을 여는 법을 통과시킨다면, 다른 나라들이 따라 하게 될 겁니다. 우리에겐 ‘좋은 선례가 전파되는 힘’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에너지 전환의 세계사를 바꿀 나라일 수 있어요.
ㅇ TUED는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를 강조하면서 '공공 소유'와 '민주적 통제'를 주장해 왔습니다.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도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한국 시민사회 내에서는 시장주의적 기후대응에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도 국가나 공공기관을 통한 '공공 소유' 모델에 대한 우려를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권위주의적인 정치권력에 대한 경험을 비롯해 공공기관이 지역 공동체와 환경을 파괴해 온 사례들이 이어져 온 한국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소유의 문제와 함께 '민주적 통제'가 무척 중요할 텐데요. 어떻게 '공공 소유' 뿐만 아니라 국가와 공공기관에 대한 노동자·시민의 '민주적 통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요. 혹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사례가 있나요.
- 그건 아마도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일 거예요. 이미 많은 공공 소유 형태가 존재합니다. 석유와 가스 분야의 공공기업들처럼요. ‘공공소유와 민주적 통제’라는 개념은 기후위기 이전부터 좌파 진영에서 형성된 구호였죠. 공공 소유는 중요하다고 인식됐지만, 민주적 통제는 그만큼 중시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는 다른 공공서비스와 달리, 의사결정이 어디에서 이뤄져야 하는지가 매우 모호합니다. 결정이 국가 수준에서 내려져야 할까요? 한 가지 인상적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006년경 에콰도르에서 코레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농촌 지역에 전기를 공급할지 여부를 두고 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코레아는 “우리에겐 수력발전 잠재력이 있고, 농촌 인구의 절반이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으니, 총 8기가와트 규모의 수력발전소 5개를 지어 농촌의 에너지 빈곤을 없애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농촌 주민들, 특히 원주민 공동체 일부는 이 전력공급을 원하지 않았어요. 전기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댐 건설로 인해 자신들의 조상 대대로 이어진 터전이 훼손되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이건 큰 사회적 논쟁이 되었습니다. 코레아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이건 민주주의다. 국민이 나를 뽑았고, 우리는 민주적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래도 이건 우리가 직접 영향을 받는 문제다. 대저택에 사는 이들이 아니라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고 맞섰죠. 이 논쟁은 결국 명확한 해결 없이 정부 권력 쪽으로 귀결됐습니다. 결국 수력발전소는 지어졌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할 시간은 없지만, 그 과정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요. 어쨌든 발전소는 완공됐고, 역할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공 사례였지만, 원주민 지역 주민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만족스러운 답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1930년대 뉴딜 시기엔 ‘공공서비스위원회’ 같은 규제 기관이 생겼습니다. 이들은 매년 공기업의 지출 내역과 전기요금 책정 근거 등을 보고받았죠. 하지만 1990년대 민영화 바람 속에서 민간자본이 위원들을 매수하면서, 이 제도의 명성은 크게 추락했습니다. 그래서 참고할 수 있는 역사적 사례는 있지만, 운동 차원에서도 이 영역에 훨씬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기업은 부패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만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민간 기업도 부패했기 때문이죠. 공기업이 사람들을 강제로 억압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 소유'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듯, 민간 기업의 지배가 해결책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우리에게 더 나은 모델이고, 무엇이 우리가 개입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모델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정치문화 속에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대중이 주요 경제사회적 결정에 참여하는 정치문화 말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ㅇ '민주적 통제'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 체제 안과 밖에서 어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 우선, 저는 자본주의 체제가 기후의 가장 근본적인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차단하기 위해 어떤 전략 산업들을 장악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내일 한국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좌파가 집권해 혁명정당이 권력을 잡는다고 해도, 여전히 자본주의의 성장 논리라는 문제와 마주해야 할 겁니다.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통제는 혁명적 프로젝트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물론 다른 산업들에 대한 통제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좌파, 특히 급진좌파의 많은 이들은 금융 시스템에 집중하는데, 제 생각엔 돈보다 에너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정부는 통화를 찍어낼 수 있죠. 물론 국제 경제 체제 안에서 그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정말 중요한 게 그거였다면 진작 해결됐을 거예요. 핵심은 에너지입니다. 에너지에 대한 통제는 혁명적이고 급진적인 프로젝트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걸 상상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논의는 대체로 행정적이거나 기술관료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위원회가 있고, 그들이 1년에 한 번 회의한다”는 식이죠. 그게 민주적 통제인가요? 아마도 아니겠죠. 자본주의 기업들도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이 화석연료에서 철수하자는 결의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만약 대중적 합의가 존재한다면, 즉 화석연료에서 저탄소 에너지, 나아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사회적 지지가 있다면,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에너지 사용을 훨씬 더 세밀하게 관리하게 되면, 대중 참여의 문도 열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건 주요 경제 부문에 대한 공공 소유와 통제가 수반될 때 가능하겠죠. 예를 들어, 슈퍼마켓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게 지역 주민들에 의해 통제된다면, 그들은 어떤 상품을 둘지, 냉장고가 필요한지, 조명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결정할 수 있어요. 지역 주민들은 슈퍼마켓 운영에 의미 있는 참여를 할 수 있는 거죠. 그건 당연히 에너지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공공 유틸리티 회사가 지금처럼 전기를 많이 팔수록 수익을 내는 방식, 즉 상품화 모델로 운영되지 않게 되죠.
우리가 원하는 건, 전환 임무를 부여받은 공공 에너지 회사입니다. 예를 들어, 감시원이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며 “지난 두 달 동안 전력 사용량이 10% 증가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과 진열대를 같이 살펴봅시다. 어디에서 전력을 더 쓰고 있죠?” “보세요. 이 에어컨은 지난 10년 동안 청소 한 번 안 해서 효율이 20%밖에 안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에너지 절약이 훨씬 중요한 사안이 되고, 동시에 대중 참여의 공간도 열리게 됩니다. 시민 대표가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걸 상상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상상력을 동원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떠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먼저, 우리가 통제권을 가져야 해요. 소유를 해야 하죠. 그리고 공공회사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생활 수준을 저해하지 않고도 에너지 소비를 10% 줄였습니다.”
운송 부문에서도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나 예시를 들어 볼게요. 지금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가면 자동으로 요금을 내죠. 만약 대형 SUV를 몰고 주유소에 가면 센서가 그 차량의 연비가 리터당 5km밖에 안 된다는 걸 인식할 수 있다면, 그 센서는 즉시 연료비를 두 배로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건 법으로 만들 수 있어요. 의회 수준의 민주적 통제만 있으면 됩니다.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에너지를 남용하는 것, 예를 들어 전용기 같은 걸 억제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미래의 세계에서는 자본주의적 축적과는 다른 우선순위를 기반으로, 대중 참여를 가능하게 할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 앞에는 아직도 큰 장애물이 여럿 놓여 있고,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풍부하고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습니다. 실제 우리의 운동은 어떤 조건에 놓여있고, 정말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 생각에는 기후 문제가 당장에 사람들을 거리로 나서게 하는 그런 사안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사람들, 특히 기후정의 운동가들에게는 최우선 과제일 수 있지만, 대중을 실제로 움직이는 이슈가 무엇이 될지는 달라요. 그게 기후일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크죠. 정치적 부패일 수도 있고, 전쟁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지켜보고 있듯이, 정세는 계속 변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미국의 트럼프는 이란 사태로 인해 지지 기반을 잃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를 ‘평화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서 찍었는데 말이죠.
어떤 이슈든 간에, 정부가 집권하고 나면 ‘이제 에너지 전환은 어떻게 하지?’ 하며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저는 콜롬비아에서 그걸 직접 봤어요. 그러고 나서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관련 전문가가 누구인지 찾는 데만 몇 년이 걸려요. 1973년 칠레의 쿠데타를 생각해 보면, 그건 명백히 CIA가 개입한 잔혹한 쿠데타였죠. 그때 그들이 한 일은 뭐였을까요?
그들은 시카고대학교 경제학파, 이른바 ‘시카고 보이즈(Chicago Boys)’를 불러와서 나라 전체의 경제를 재설계했어요. 그렇다면 우리의 ‘시카고 보이즈’는 어디에 있죠? 만약 좌파가 집권한다면, 그들은 “한국의 이 연합체에 가서 우리 정책을 함께 설계하자”고 말해야 해요. 바로 그런 야망이 필요합니다. 제 낙관은 여기서 옵니다. 기후 문제 자체만으로는 세상을 바꾸는 핵심 이슈가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무엇이 그 계기가 될지는 몰라요. 외계에서 UFO가 올 수도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투쟁이 있을 것이고, 승리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그게 핵심입니다.
제가 이 나이에 아직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도 우리가 준비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에요. 지금은 정치적으로 암울해 보일 수 있지만, 5년 뒤에 어떤 새로운 운동이 일어난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제 에너지는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간을 활용해야 해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미국 속담으로 ‘오리들을 한 줄로 세워라(get your ducks in a row)’는 말이 있죠. 우리가 그 준비를 해놓는다면 빠르게 움직일 기회가 생길 수도 있어요. 트럼프 시절 헤리티지 재단이 한 것과 똑같아요. 그들은 트럼프의 연설문을 쓰고, 대본을 쓰죠. 트럼프는 자기가 뭘 말하는지도 잘 몰라요. 그들은 지난 50년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거예요. 우리도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ㅇ 그런 준비를 위해서 당신은 오랫동안 TUED 활동을 이끌어 왔습니다. 지난 경험들에서 무엇을 얻었고,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의제와 이후의 전망들은 무엇인가요.
- 저는 대부분 긍정적인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한 노동조합들’이라는 이름은 긍정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에너지 민주주의’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열린 채로 남겨뒀기 때문이죠. 이 개념은 미국의 물 운동, 즉 ‘물 민주주의’에서 차용한 건데, 지금은 그 틀에 잘 맞지 않아요. 하지만 그 문제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고요.
정치적 방법론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면, 그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노동조합들을 모아야 했고, 그런 다음엔 모인 사람들 각자의 경험에서 배워야 했습니다. 그게 2012년 뉴욕이었고, 제가 그때 논문을 하나 썼어요. 지금 보면 좀 부끄럽기도 해서 다시 들여다보진 않지만요. 거기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저탄소 미래로의 에너지 전환이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후퇴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책 담론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아주 싸질 것이고, 에너지가 어디에나 존재하게 될 것이며, 모두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제 에너지 전환의 흐름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그 담론을 비판했어요. 하지만 소수였죠. 아무도 우리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돈도 안 주었어요. 노동조합들만 빼고요.
처음 6년간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기반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환경운동과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시장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이건 정치적 의지만의 문제다’라는 환상을 마치 마법의 음료처럼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 시기에 제가 “이건 야망과 정치적 의지의 문제야”라는 말을 들은 횟수는 셀 수 없어요. 하지만 이건 야망의 문제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는 정치경제의 역학을 바꾸는 문제이고, 결국 사회주의적 의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주의 전통으로부터, 그것이 완벽하지는 않고 특히 여성 문제에서는 부족하지만, 계획경제의 중요성과 공공재 접근의 중요성을 빌려왔습니다.
이것이 TUED 프로젝트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초기 몇 년은 완전히 ‘신화 깨기’였죠. 에너지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그 생각을 깨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지난 6년은 대안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2017년에 ‘공공적 경로(Public Pathway)’ 문서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제가 뭘 말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지만, 논문 하나는 쓸 만큼은 알고 있었죠. 그리고 그게 당시 노동운동 내에서 나왔던 것들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기된 그 아름다운 질문들에 대해 프로그램적으로 훨씬 더 강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최종 해답이다. 나는 모세다. 여기에 십계명이 있다”는 식으로 답할 수는 없죠. 결국 그 돌판들도 길에서 잃어버렸잖아요. 그래서 이건 훨씬 유기적인 과정이고, 학습의 과정입니다.
이제 운동은 단순한 저항 모델을 넘어설 준비가 점점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운동의 지도자들조차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요.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가 자본주의 모델에 얽매여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이건, 에너지와 기후 문제에 뿌리내린 현대적 사회주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와 같은 접근법은 노동, 보건, 교육 등 다른 경제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어요. 지난 30~40년간의 이데올로기적 붕괴를, 우리는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재건해야 합니다.
그날은 반드시 올 거예요. 제 생애에는 아닐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애에는 올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우리는 모두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 미래에 도달하는 방법’까지 제시하는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어요.
그게 정말 핵심입니다.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그 승리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시도해야 해요. 어떤 다른 선택지가 있겠어요.
ㅇ 마지막으로 한국의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 저는 앞으로 정말 중요한 순간들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특히 남한은 새로운 접근법의 최전선에 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 일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어딘가에서 반드시 성공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공통된 사상과 명확한 정책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때가 오면 개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활동이 아주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계속 이어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입법 캠페인 과정에서 혹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을 진지하게 논의의 장으로 끌어오지도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오늘의 상황일 뿐입니다. 3년 후의 한국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다음 주에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단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1980년대의 경험 등 강력한 노동자 투쟁과 사회운동의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죠. 그 용기는 전 세계에 영감을 줬습니다. 저에게도 한국의 사회운동의 역사적 경험들은 체 게바라보다도 훨씬 먼저 영감을 줬어요.
최근 탄핵 때나 다른 여러 순간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커다란 대중운동은 다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준비된 명확한 대안을 구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지 맙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70810193001344
돈 아끼려 노동자 건강·생계 '쥐어 짜는' 전기 민영화 (프레시안, 구준모(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 | 2025.07.08. 17:00:57)
[태안화력 고 김충현 대책위 연속기고] ③ 비용절감 명목으로 후퇴한 재생에너지 공적 투자와 안전 관리
③ 민영화 비용 절감이란 명목으로 후퇴된 안전관리와 재생에너지
지난달 2일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 님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폐쇄를 앞둔 석탄발전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또한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고 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악화한 발전산업의 문제와 하청 구조를 드러낸다.
발전공기업에 강요된 재정 건전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재무위험기관 14곳을 선정했다. 민간기업의 신용평가 방법을 적용해서 2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14점 미만이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했다. 한국전력과 5개의 발전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은 모두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됐다. 기재부는 재무위험기관을 사업 수익성 악화기관과 재무구조전반 취약기관으로 구분했는데, 서부발전을 포함한 한전 계열사는 모두 전자로 분류했다.
재무위험기관은 부채감축 및 자본확충을 위해 자산매각, 경영효율화 등의 방식으로 2022~2026년 5년 동안 재정 건전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수익성 악화기관은 재무지표 점수를 개선하고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떨어뜨려 5년 안에 재무위험기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에 따라 발전공기업 등 재무위험기관은 재정 건전화 계획을 수립하고, 자산매각, 사업 조정, 경영효율화, 수익 확대를 추진했다.
공기업은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 공급이 과거의 주요 목표였다면, 지금은 그에 더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재부의 재무위험기관 선정은 공기업의 역할과 운영을 민간기업처럼 수익성에 맞춘다. 사실 부채비율 200%라는 기준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전기를 공급하고 그에 따라 안정적으로 매출이 보장되는 공기업의 부채는 시장의 변덕에 노출된 민간기업의 것과 성격이 다르고 그 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에 커다란 설비투자 비용이 들고 이를 20~30년 동안 회수하는 구조다. 국제시장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고 전량을 수입해야 하는 화석연료와 달리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들지 않는다. 따라서 공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 설비투자 비용을 공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공기업이 엄격한 부채비율을 맞추려면, 채권 발행을 할 수 없으므로 고비용의 민간 자본을 동원하거나, 지분 투자 방식으로 간접적으로만 사업을 해야 한다. 재정 건전화라는 굴레는 발전공기업이 기후위기 시대에 수행해야 할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
재생에너지 투자 축소와 발전 정비 비용 절감
발전공기업은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발전소 정비 비용 절감을 계획했다. 예를 들어, 서부발전은 2022년 8월 정부에 '한국서부발전 22~26년 재정 건전화 계획'을 제출했다. 해당 계획서를 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자체 사업 축소 1704억 원, 신재생에너지 투자사업 축소 3,870억 원이 포함됐다.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그 비중이 가장 낮다. 재생에너지 핵심 시설인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 중 공기업의 비중은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는 개인이나 민간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발전공기업의 재생에너지 직접 사업을 늘리고 공공부문 책임하에 에너지 전환을 책임지는 일이 중요해진 시기에, 재정 건전화 강요가 재생에너지 투자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 압박은 발전소 노동자들의 안전도 위협한다. 서부발전은 발전소 계획예방정비 공사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서 5년간 1185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경상정비 축소 등을 통해서 5년간 1560억 원을 절감하겠다 밝혔다.
경상정비는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정비 업무다. 발전공기업은 이를 한전KPS, 금화PSC, 한국발전기술 등의 하청업체에 외주화했다. 고(故) 김충현 노동자는 한전KPS가 재하청한 한국파워O&M 소속이었다. 발전사의 경상정비 예산이 축소되면, 발전소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에 비용압박이 전가되고,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와 노동조건에 영향을 준다.
계획예방정비 공사는 발전소의 가동을 1~2개월 동안 중단하고, 터빈 등의 핵심 설비를 분해해서 점검하는 대규모 정비로 통상 2년 주기로 시행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그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늦춘다면 핵심 설비의 안전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기를 그대로 두더라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이나 공기를 줄인다면 노동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
발전소 정비의 경쟁입찰은 2002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발전산업의 우회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본격 도입됐다.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저가 입찰 경쟁을 부추겨 안전과 하청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구성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경쟁입찰 중단과 발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안전을 위한 첫 번째 조치로 꼽았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발전정비산업의 민영화와 경쟁체제를 종식하고, 경상정비 업무 자체를 재공영화하는 것이 발전산업의 정상화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대안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요한 굴레, 이제는 벗겨내야
윤석열 정부가 강요한 재정 건전화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막고 발전공기업의 사업을 화석연료에 고착시키는 조치였다. 또한 발전정비 산업의 하청구조를 존속시키고 비용절감으로 더욱 악화시키는 조치였다. 2022년 재정 건전화 계획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는 더 따져 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재정 건전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잘못된 지침을 폐기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발전공기업의 비전과 운영을 혁신해야 한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서부발전(도급)과 한전KPS(원청), 한국파워O&M(하청)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발전산업의 하청구조가 만든 김충현 노동자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요구다. 재정 건전화 강요는 발전산업 하청 구조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고 김충현 노동자를 죽음에 내몬 발전산업의 구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515
5월이 제출 마감이었는데… ‘탄소중립 기본계획’도 안 낸 지자체들 (더스쿠프, 이서연 연구원, 김정덕 기자, 2025.07.09)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법적 의무
기초지자체 절반가량 의무 방기
강원 지자체 공개율 27.8% 꼴찌
구보다 시ㆍ군 단위 공개율 저조
기후위기 대응 법적 의무 다해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할 의무가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란 목표가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탄소중립법에 이 의무를 명시해 놨다. 이를 근거로 2023년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수립됐다. 그런데 적지 않은 지자체가 아직까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버젓이 법을 어기고 있다는 건데, 이래도 괜찮을까.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038
고 김충현 대책위-정부 간 협의체 구성·내용 가닥 잡혀 (매노, 임세웅 기자, 2025.07.11 07:30)
정규직화·안전대책·증원·발전소 폐쇄 대책 논의할 듯 … 원청 정규직 한전KPS노조도 협의체 참여 요구
정부가 발전소 안전대책과 비정규직 고용보장 등을 위한 협의체 구성 방향과 의제에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속하지 않은 발전노동자들도 협의체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현재까지 협의체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하고, 위원장 1명과 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에서 각 1명, 정부 추천 전문가위원 3명, 현장노동자 대표 4명, 대책위 추천 전문가위원 3명으로 구성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협의체에서 논의할 의제는 한전KPS 하청노동자 직접고용을 포함한 발전소 비정규직 정규직화, 안전대책 및 인력확충, 발전소 폐쇄 관련 대책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협의 대상인 고 김충현 대책위에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가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원청 정규직 노조인 한전KPS노조가 협의체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전KPS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겨울, 5천여명의 한전KPS노조 조합원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광장을 지켰다”며 “다시 찾은 민주주의와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공정과 상식 원칙을 믿는 만큼, 협의체에 노조 참여를 보장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협의체에서 발전소 현장 안전과 인력 확충, 발전소 폐지에 따른 대책이 논의된다면 발전노동자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체 발전노동자들이 함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전KPS노조는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갖고 있다.
한전KPS노조는 발전소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와 관련해 KPS 노동자들이 핵심 관계자로서, 전환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짚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비사업 물량 보장, 별도의 추가정원 인정 등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 김충현씨가 하청업체 노동자였고, 대책위가 처음부터 대화를 요구한 만큼 이에 응해 협의를 시작해 왔다”며 “아직 협의체 구성이 완료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구성이나 의제 등은)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김충현씨는 지난달 2일 작업도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김씨는 서부발전이 경상정비공사를 위탁한 한전KPS의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이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71109253350537
북극곰만이 아니라 발전 노동자 삶도 함께 살려야 하지 않습니까? (프레시안, 김선철(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 | 2025.07.11. 11:57:59)
[태안화력 고 김충현 대책위 연속기고] ④ 발전소 폐쇄 및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담보돼야 할 공공성
6년 반 전 발전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2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김충현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다단계 원하청 구조 속에서 지속되는 '위험의 외주화'에 사회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현장과 언론에서 안타까움과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의장까지 현장을 방문해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질책했으나, 며칠 후 태안화력에서는 또 한 명의 하청 노동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연달아 들려오는 발전 노동자의 희생은 '기후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발전소 폐쇄의 맥락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해 12월 태안화력 1·2호기를 시작으로 2036년까지 발전소 28곳이 폐쇄된다. 사측은 발전소 폐쇄를 인력 충원을 하지 않는 명분으로 활용했고, 이는 최소한의 인원 배치조차 무시하는 잘못된 관행을 강화했다.
발전소 폐쇄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응당 석탄발전소가 폐쇄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이것은 모든 지구 구성원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자는 명분을 가진 에너지 전환과 발전소 폐쇄가 정작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뿌리 뽑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피할 길이 없다.
수십 년 전기 만든 노동자가 북극곰보다 못한 취급
모두를 살리는 에너지 전환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추진돼선 안 된다는 말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지금의 에너지 전환이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발전소 폐쇄를 핑계로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강도와 위험이 커졌다는 것은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발전소 폐쇄로 인해 수천 명 발전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와 발전공기업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만드는 것과 함께, 발전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북극곰을 살려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북극곰만이 아니라 발전 노동자의 삶도 함께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더라도 그 안에서 일해온 노동자들,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도 계속돼야 마땅하다."
지난 5월 31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을 앞두고 한 발전 비정규 노동자가 쓴 글은 발전 노동자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에도 에너지 전환에 적극 지지할 뜻을 꾸준히 밝혀온 노동자가 '북극곰'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것만 같은 현실에 대한 절망감마저 엿보인다. 에너지 전환이 최소한의 형평성을 갖춘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한다는 노동자의 절규에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삶의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고 모두에게 삶의 기초를 보장할 수 있는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을
김용균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2019년 8월, 특조위 간사 권영국은 김용균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원인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했던 구조"에 있다면서, 이 구조가 "외주화와 민간 개방이라는 정책"의 결과라 진단했다. 김용균, 김충현과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외주화를 되돌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하며, 이는 민간이 아닌 공공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권고였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것도 공공부문이다. 발전소 폐쇄의 맥락에서 수많은 발전 노동자가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외주화와 민간 개방'이라는 정책 틀 안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의 위협은 다단계 원하청 구조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재생에너지가 90% 이상 민간에 의해 독점된 상황에서 발전 노동자들이 옮겨갈 일자리 찾기는 어렵다.
석탄발전소 폐쇄를 앞둔 태안군은 11조 원 이상을 투입해 태안 앞바다에 1.4GW(기가와트) 규모의 3개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3개의 해상풍력단지 사업자는 모두 민간기업이고, 이 중 2개 사업자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뷔나에너지와 독일 전력기업인 RWE 등 해외 기업이다. 해상풍력은 고용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공공에서 주도할 때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고용위기를 막고 발전 노동자들을 재배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해상풍력 사업을 민간 주도로 추진하면서 고용 안정의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노동조합과 기후정의운동이 마련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이 그것이다. 이 법의 목적은 민간이 주도하면서 지체된 재생에너지 확대를 신속히 이루고, 기후 위기 대응이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전환의 이익이 공유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해소하고, 발전소 폐쇄에 따라 고용 위기를 겪는 노동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민간기업이 추진했을 때 야기되는 환경파괴와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을 통해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약속했고, 새 정부는 '모두가 상생하는 공정경제'를 표방했다. 빈말이 아니라면,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와 발전 노동자 고용 위기에 대해 서둘러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 방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공공의 역할이 돼야 할 것이다. (끝)
https://www.yna.co.kr/view/AKR20250711042251008
李대통령 "RE100 산단, '규제 제로' 검토"…재생에너지株 급등(종합)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2025-07-11 15:54)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본격 추진되자 11일 OCI홀딩스 등 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이 급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OCI홀딩스는 전장보다 11.9% 오른 9만4천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OCI홀딩스는 코스피에 상장된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는 한때 14.29% 오른 9만6천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OCI홀딩스는 태양광 밸류체인의 핵심 기초소재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공급하는 업체로,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이다.
이와 함께 그린케미칼[083420](3.41%), 한화솔루션(2.02%), HD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2.99%), SK이터닉스(0.66%) 등 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는 정부가 전날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고 밝히는 등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산단 조성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원칙적으로 (RE100 산단의 경우) '규제 제로' 지역이 되도록 검토해달라"며 "교육 정주 관련 지원도 더 획기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산단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전기료 할인 혜택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132100015
재생에너지에 ‘공공’을 입히자 (경향, 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2025.07.13 21:00)
여름 폭염이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지만,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더 힘들다. 올여름은 밖에 나가기가 겁날 정도다. 갈수록 달구어지는 세상을 생각하면 한시바삐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하지만 우리는 전환 속도가 너무 느리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10.5%)를 기록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중은 35.84%로 우리가 2038년 목표로 잡은 29.2%보다 높다. 정부는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그 공백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메우려는 계획이지만, LNG는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뿐 석탄처럼 화석연료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90%가 민영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원’의 전환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LNG 발전에 필요한 인력은 석탄발전의 절반가량으로 LNG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 충격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으로 쏠릴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무릇 정의로워야 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존 고용이 보장될 때 최소한의 정의가 실현된다. 한편, 정의로운 전환은 일자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에너지 없이는 누구도 살 수 없기에 에너지는 누구나 누려야 하는 공공재이자 기본권이다. 에너지 전환의 과정과 결과에서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총고용을 보장하고 에너지 공공성과 기본권을 존중하는 전환을 하려면 전환의 주체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90% 이상 민영이다. 올해 3월까지 허가받은 해상풍력 발전사업도 발전용량 기준 94%가 민간자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의 민간 주도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이윤의 최대화가 목표인 사적 자본에 정의로운 전환을 기대할 순 없다. 더 많은 이윤이 보장되면 민간자본도 정의를 지향할진 몰라도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석탄발전소 폐쇄가 세계적 추세인데도 지난해와 올해 삼척에서는 30년 수명의 신규 석탄발전소 2기가 상업 발전을 개시했다. ‘삼척블루파워’는 탄소중립을 약속한 2050년이 되어도 3년이나 더 온실가스를 뿜어낼 것이다. 이런 까닭에 비판과 반대가 숱하게 쏟아졌지만, 포스코는 합법이라며 자본의 길을 ‘꿋꿋이’ 걸어갔다. 민간자본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익’을 고려해서 수익이 나는 합법적 사업을 포기할 리 없다. 마찬가지로 에너지 전환에서 노동자 고용 승계는 민간자본의 주 관심사가 아니다. 에너지 공공성은 더더욱 그렇다.
자본에 ‘정의로운 전환’ 못 맡겨
공공은 ‘사회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이란 뜻이다. 식량과 물처럼 에너지도 공공에 속한다. 정부가 농업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수자원공사가 물을 관리하듯이 전력 생산을 발전공기업이 주도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LNG와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민간 발전이 늘면서 공공재인 전력이 사유재, 곧 상품으로 변하고 있다. 전력이 시장의 상품이 되면 가난한 사람의 전력 이용은 어려워진다. 여름이면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에 대책 없이 노출되는 사람이 많아진다.
1999년 볼리비아는 세계은행의 압력으로 대도시 코차밤바에서 수도를 벡텔을 비롯한 민간자본에 넘겼다. 이후 물값이 300%나 뛰었고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코차밤바 물 전쟁’은 공공재 사유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우리나라 헌법 제120조는 햇빛과 바람처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사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속하며 국가는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도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유롭게 누리는 햇빛과 바람에서 만드는 에너지는 함께 누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고용 잠재력이 풍부하지만, 사적 자본은 저렴한 노동력에 관심이 있을 뿐 폐쇄될 석탄발전소 노동자의 고용 보장에는 관심이 없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설비 건설 중에 생기는 지역주민의 피해나 자연생태계 훼손에도 큰 관심이 없다. 재생에너지를 청정에너지라고 하는데 노동자와 지역주민과 빈민의 삶과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며 생산한 재생에너지는 ‘피 묻은’ 에너지다. 깨끗하지 않다. 진짜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원뿐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삶도 ‘재생산’한다. 생명은 제쳐두고 수익만 찾는 재생에너지는 가짜다.
모두의 삶을 ‘다시 살리는’ 재생에너지는 ‘공공’을 입을 때만 가능하다. 물론 사적 자본인 양 이윤과 효율만 좇아 하청에 하청을 방치하는 지금 같은 발전공기업으로는 어림도 없다. 고용 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에너지 공공성, 자연생태계 보전을 중시하는 공적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맡아야 한다.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이 7월27일까지 진행된다. ‘우리 모두가 누리는 재생에너지’를 현실로 만들 기회를 놓치지 말자.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1412460001223?did=NA
‘RE100 산단’ 왜 진작 못했나 (한국일보, 정영오 논설위원, 2025.07.14 16:00)
중국 등 세계가 RE100 산단 속속 가동 때
윤 정부, 원전 위주 무탄소 구상에 매달려
이제라도 첨단 배후도시 등 균형발전 속도
정부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100% 사용하는 ‘RE100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입주 기업에는 전기료를 파격적으로 할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해 이르면 내년에 첫 산단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무탄소 사회를 목표로 하는 세계적인 에너지 대전환 흐름에 동참하고, 국토 균형 발전까지 도모하려 한다.
이 좋은 계획을 왜 진작 착수하지 못했을까. 윤석열 정권은 지난 3년간 재생에너지를 전 정권 주변 인사 돈벌이용 수단쯤으로 치부하며 관련 투자를 외면했다. 대신 원자력발전 확대에 몰두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 제안은 2년이 다 된 지금, 허공으로 사라졌다. 당시 국책기관 ‘에너지경제연구원’마저 “CFE가 RE100을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그 사이 세계는 속속 원자력을 배제한 RE100 산단을 현실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에 조선 산업을 빼앗기며 침체를 겪었던 스웨덴 예테보리는 재생에너지를 늘려, 이곳에 입주한 볼보 등의 배터리 공장은 이미 RE100을 실현했다. 북유럽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단지도 탈탄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찾아 차세대 교통, 자율주행, 정보통신 등 첨단 스타트업들이 몰려든다. 미국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 주도로 RE100 데이터센터와 캠퍼스를 구축했다.
황사 발원지 정도로만 알고 있는 중국 내몽골도 선두 주자다. 내몽골 오르도스(중국어 어얼둬쓰)에는 이미 2022년 세계 최초 무탄소 산업단지가 가동됐다. 오르도스 RE100 산단에는 배터리,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전기차, 그린수소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소재·화학 등 산업이 입주해 있다. 지난해 7월에는 2단계 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원전 약 10기 규모인 10기가와트로 늘려 연간 1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려 한다. 내몽골의 또 다른 RE100 산단 바오터우에는 2022년 착공한 RE100 산업단지에 탈탄소 시대 주요 에너지인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생산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의 RE100 산단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그래도 속도를 낼 여건은 갖췄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전남 서남해권, 경남 동해안권, 전북 새만금권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넉넉한 산업 용지가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컴퓨팅 자회사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등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런 앵커 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등이 모이면서 짧은 시일 내에 청정 에너지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변덕스러운 날씨 같은 자연환경이나, 스마트 그리드·대규모 ESS 구축 같은 기술적 과제가 아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강력한 수도권 흡입력이다. 정부가 구상 단계부터 외국인 학교, 대학 유치 등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교육 등 정주 요건을 잘 갖춘 쾌적한 배후도시 조성이 RE100 산단 성공의 결정적 조건임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한 송전 인프라에 5조 원, 용수 인프라에 또 2조 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RE100 산단 주변 배후도시 건설비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전국 곳곳 RE100 산단 주변에 미국 텍사스 오스틴 인근 라운드록, 프랑스 그르노블, 핀란드 에스푸 같은 첨단 청정 도시가 들어서 국토 균형 발전의 주축이 될 날을 기대한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07953.html
[뉴스룸에서] 재생에너지 ‘보완’ 아닌 ‘전환’ 위해 필요한 것 (한겨레, 최원형 | 지구환경부장, 2025-07-14 20:00)
“가격은 틀렸다”(The Price is Wrong)
번역 출간되길 기다리고 있는 책의 제목이다. 지은이는 브렛 크리스토퍼스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 플랫폼부터 지식재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자본주의가 단지 ‘소유하기’만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체제라는 사실을 파헤친 전작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를 인상 깊게 읽었다. ‘재생에너지의 가격’ 문제를 톺아보며 “자본주의 체제가 지구를 구하지 않는 이유”(책의 부제다)를 분석한다는 이번 책도 기대가 된다.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기후 대응의 핵심 과제인데, 지은이는 여기에서 과연 어떤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냈을까? 지은이의 인터뷰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은 이렇게 축약할 수 있을 듯하다.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낮아져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담보할 수 없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낮아지면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압도하게 될 거라 여겼고, 이를 위해 많은 정부들이 재생에너지가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보조금 등으로 지원하는 것을 주된 기후 대응 정책으로 시행해왔다. 지난 우리나라 대선 과정 중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그나마 ‘토론’이라 할 만한 이야기가 오간 것도 바로 이 주제였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한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원전은 싸고 재생에너지는 비싸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전세계적으론 태양광·풍력의 발전비용이 이미 원전보다 더 낮아졌고, 국내에서도 곧 그렇게 될 거란 취지로 반박했다.
이런 추세 자체는 확실하다. 재생에너지는 그간 발전비용을 떨어뜨리며 급격하게 성장해왔고, 2023년 기준으로 전세계 전체 발전량에서 태양광·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이면 재생에너지가 전세계 전력 생산의 46%를 차지하고, 태양광·풍력의 비중은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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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3분의 2는 여전히 화석 연료로 충당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 갈무리
문제는, 점차 이것이 ‘전환’의 과정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 분석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환경과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최근 인터뷰에서 “1997~2025년 사이 전세계 화석연료 소비는 62% 증가한 반면, 전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쳐 여전히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탈탄소화’를 이루기는커녕 화석연료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세계의 에너지 총수요 자체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을 메꾸고 있는 건 여전히 화석연료다. 이를 두고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현재 재생에너지는 그간 화석연료가 맡아왔던 공급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완’하는 데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재생에너지가 늘어도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않는다면, 곧 ‘전환’이 아니라면 기후위기 대응에 의미가 없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지 근본적으로 톺아봐야 할 시점이다. 크리스토퍼스는 ‘가격’이 낮아져도 ‘수익’이 충분치 못하면 자본주의적 주체들은 결코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애초 에너지(전기)는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재화가 아니며, 겉으론 시장에서 거래되는 듯 보여도 근본적으론 국가의 개입과 보조금, 규제 등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 핵심 문제는, 이런 체제 아래에서 민간 주체들은 화석연료에 관해선 오랫동안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을 개발해왔으나, 재생에너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아무리 내려가도, 기업들은 수익률이 낮은 재생에너지보다는 높은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된 화석연료에 우선 투자할 것이다. 언젠가는 수익률이 역전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그때 지구의 온도가 얼마나 더 높아져 있을지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는, 국가는, ‘공공’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하며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조만간 출간될 크리스토퍼스의 책에, 또 현재 진행 중인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 청원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이유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715_0003252778
정부, RE100 산단 조성 본격 추진…관계부처 합동 TF 출범 (세종=뉴시스, 손차민 기자, 2025.07.16 06:00:00)
1차 회의 개최…기업 유치 등 과제 구체화
'규제 제로' 기업 환경 조성…전기료 인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71611513457785
화석연료에 173조 묶인 한국 금융, 새정부 '에너지 전환' 걸림돌 우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 2025.07.16. 11:53:00)
화석연료 신규 투자, 재생에너지보다 7배 많아…글로벌 흐름과 역행
국내 금융기관들이 2024년 한 해 동안 신·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7배 더 많은 자금을 투자·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화석연료를 앞지르는 추세와는 반대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사장 김영호)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실이 16일 공동 발간한 '2024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화석연료 금융의 규모는 173.7조 원(보험 규모 포함 372.3조 원)이다. 이에 대해 포럼은 "상당액이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그 자회사에 집중된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5년부터 화석연료 발전 수요는 감소하고 재생에너지 수요는 본격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투자 흐름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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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2024년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신규 실행액은 화석연료 부문이 32.8조 원,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4.8조 원으로 약 7배의 격차를 보였다(국민연금 제외). 이는 글로벌 흐름과 다르다. 미국, 중국, EU 등 주요국들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앞다퉈 확대했고, 그 결과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규모는 약 2조 330억 달러로, 화석연료 투자(1조 198억 달러)를 1.7배 웃돌고 있다.
누적 투자 규모에서도 격차는 두드러진다. 국내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121.8조 원으로, 신·재생에너지금융(24.5조 원)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금융이 성장세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포럼은 지적했다. 2023년 기준, 신규 실행액은 전년 대비 11% 감소하며 하락폭이 커졌다. 전체 규모를 보면 민간금융이 17.7조 원(72.2%), 공적금융이 6.8조 원(27.8%)으로, 민간이 주도하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을 이끌기엔 절대적인 자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부진한 원인으로, 전 정부의 비우호적인 재생에너지 정책 기조가 금융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는 "국내 화석연료금융은 한전 중심의 석탄화력에 과도하게 투자하며 이 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화석연료금융의 잔액 중 3분의 1에 달하는 55.2조 원이 한전과 그 자회사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현행 기준으로는 투자 제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한전 중심의 왜곡된 투자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국제 흐름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탈석탄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11369875
“규제 없어, 전기료도 낮아…당근 쏟아내는 李정부 핵심국정 과제 ‘RE100 산단’ (매경, 유준호 기자, 2025-07-16 22:42:30)
관련부처TF 출범…첫 회의
첨단기업 유치 파격 인센티브
교육·정주 여건 획기적 개선
RE100산단 지역발전 기회로
전력기금 부담·통상분쟁 우려
넘어야할 극복과제도 여전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정부는 파격적인 전기료 인하와 청년층이 선호하는 교육과 정주 여건 조성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후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에 공감대를 이뤘다.
TF 1차 회의에서는 관계부처들이 규제 ‘제로(0)’ 기업 환경과 매력적인 교육·정주 여건 조성, 강력한 전기요금 인하 등 첨단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필수적인 인센티브 방안 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RE100을 규제가 아닌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균형발전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며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발굴해 RE100 산단의 신속한 조성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100 산단은 재생에너지가 공급되는 지역에 에너지 수요 기업을 유치하는 개념이다.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끌어올리는 현행 에너지 수급 방식 대신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에 기업들을 유치해 송전망 구축비용 절감, 에너지전환 가속화,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호남권에 RE100 산단을 조성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유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관계 부처는 격주 정례 회의를 통해 연내 산단 조성 방안과 특별법 제정안 마련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TF는 산업·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다.
산업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세계적인 RE100 의무화에 앞서 우리 산업의 체질을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지금은 기업들의 선택에 맡겨져 있지만 앞으로는 RE100이 제시하는 기준을 필수적으로 맞출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RE100 산단을 테스트베드로 우선 조성하고, 이를 전체 산단으로 확대해 가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파격적인 전기료 할인 혜택’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는 평균적인 전기보다 훨씬 비싼 값에 공급된다. 지난해 한전의 평균 전력구입 단가는 1킬로와트시(lkWh)당 134.8원인데, 태양광은 1kWh당 200원대, 해상풍력의 경우 단가가 1kWh당 400원대에 달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 할인은 전력기금의 지원이 됐든 한전의 부담이 됐든 결국 직간접적인 국민 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는 것도 숙제다. 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제조시설은 24시간 가동을 요구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는 시간대와 자연조건에 따라 전기 생산 편차가 크다.
RE100 산단 입주 기업에 전기요금을 인하해 줄 경우 외국 기업의 반덤핑 제소 등 통상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철강업계는 한국 기업들이 낮은 전기요금을 통해 사실상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트집을 잡고 있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07/17/6KJZOIVATZGNZBW5IZGECRSB2E
재생에너지만 쓰는 'RE100 산단' 추진… 한전 빚 더 늘어나나 (조선일보, 전준범 기자, 2025.07.17. 00:33)
대통령실 로드맵의 딜레마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RE100 산업단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첫 산업 정책 청사진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풍부한 전남, 울산 등지에 재생에너지만으로 공장을 돌리는 산업단지를 만들어,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만 몰리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주춧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RE100 산단 추진이 ‘에너지 대전환’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협력사들에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수출 기업들로선 RE100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정부는 연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도 산단 입주 기업의 전기 요금 부담 대폭 완화를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관건은 기업들에 싼값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냐는 점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한국전력이 사들이는 가격은 태양광 kWh당 130.5원, 풍력 123.6원이다. kWh당 80원인 원자력의 1.5배 가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결국 전기 요금 인상이나 한전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0조원을 넘어선 한전의 부채가 더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이 구매 원가를 밑도는 요금을 받으면, 그 차액이 한전의 적자 요인으로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까지 시행된 상황이라 한전으로선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비싼데, 대통령 “요금 감면”
올해 3월 말 기준 한전 부채는 206조8020억원이다. 이자 비용으로만 작년 한 해 4조6651억원을 썼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까지 1조1171억원을 이자 비용으로 냈다. 한전은 강도 높은 자구책으로 지난해 4년 만에 흑자 전환(3조2000억원)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조9000억원의 영업 이익을 냈다. 누적 적자는 30조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RE100 산단을 추진할 경우 한전이 큰 부담을 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전은 과거에도 신재생에너지 구입 비용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RE100 산단 조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망 확충도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주로 지방에 위치하고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탓이다. 막대한 송전망 구축 비용도 한전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법 개정도 부담 요소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안도 한전으로선 딜레마다. 최근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거쳐 시행됐기 때문이다. 한전의 소액주주 비율은 36.83%에 달한다. RE100 산단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전의 재무 상태가 다시 악화된다면, 한전 주주들이 과거에 비해 반대 목소리를 높일 환경이 된 것이다. 올해 초 2만원을 밑돌았던 한전 주가는 이달 초 3만7000원대로 상승했지만, RE100 산단 발표 이후 약세다. RE100 산단 조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추후 현실로 다가올 경우 한전 주가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송전망 부족 문제와 지역 간 불균형 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RE100 산단은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다만 RE100 산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나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 요금 혜택분이 한전 부채로 전가되는 구조로 설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전력산업 기반 기금 일부로 RE100 산단 입주 기업 전기료를 지원하거나 기업 유치로 지방 세수를 늘린 해당 지역 지자체가 세수 일부를 산단에 투입하는 식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157
김정관 산자부 장관 후보자 “해상풍력 공기업 검토” (매노, 임세웅 기자, 2025.07.17 16:46)
해상풍력 활용 방안 적극 검토 … 에너지 고속도로 현실성은 해소 못 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국내 해상풍력 전담 공기업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비전인 ‘에너지 고속도로’와 ‘RE100 산업단지 조성’의 현실성에는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외국산 해상풍력 선호, 현장 경험 활용할 것”
김 후보자는 17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산자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해상풍력 전담 공기업 설립으로 공공성과 산업경쟁을 확보해야 하지 않느냐”는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내 공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해상풍력을 담당할 수 있는 방안을 전담개발공사를 포함해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상풍력이 외국기업 중심으로 된 부분이 안타까웠고, 국내 공기업들조차 외국 해상풍력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간에서 일할 당시에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장관이 된다면 현장 경험을 통해 (해상풍력을) 뚫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후보자가 되고 첫 간담회를 해상풍력 전문가들과 가졌는데, 특별히 해 보고 싶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전력 노사는 전력에너지의 정의로운 전환과 전력 공공성, 산업 생태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상풍력 산업을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역량 있는 국내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경쟁 시장에 맡기면 국내 발전공기업 입지가 축소해 해상풍력 민영화로 이어지기 쉽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2030년 에너지 고속도로 개통 ‘의지’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공약은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는 “한국전력은 2031년 12월까지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대통령 공약은 2030년까지 설치다. 가능하느냐”는 허종식 민주당 의원 질의에 “반드시 해야 할 숙제”라고 답했다.
RE100 산업단지 조성 역시 의지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RE100 산업단지 및 에너지 신도시 조성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냐는 허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RE100이 필요한 기업이 있는 현실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데다 송전망 비용 절감 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면,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지방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동시에, 지역 재생에너지 생산지까지 연결해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비전이다.
다만 에너지 고속도로가 무위에 그칠 경우 비전은 구상에만 그친다. 에너지 고속도로 설치의 골자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인 호남권의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설치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 중심으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을 만든 뒤, 2040년까지 영호남과 동해안까지 연결해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2023년 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서는 준공 시기가 2032년 이후로 잡혀 있다. 2023년부터 2년간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1950
“공공 부문에서 에너지 공급 주도해 나가야” (환경일보, 박예진 기자, 2025.07.21 17:02)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재생에너지 공공성 관련 여론조사” 실시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재생에너지 공공성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의 만 14세~69세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국민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서 공공의 적극적인 역할과, 국제 기준에 상응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동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설문은 7월 4일부터 9일까지 6일간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3%p다.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통상 여론조사와 달리,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까지 수렴하기 위해 조사 대상을 만 14세 이상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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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공급 주체로서 공공 부문 우선에 대한 동의 정도 /자료제공=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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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공급 주체로서 공공 부문 우선에 대한 찬성 이유(복수응답 2개) /자료제공=녹색연합
“재생에너지 공급을 민간기업이 아니라 공공에서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동의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8%가 ‘동의한다’고 답하여 공공 부문에서 에너지 공급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확인되었다. 공급 우선 주체로 공공을 선택한 이유로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65.6%) “전력공급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와 직결된 공공서비스”임을 들었다. 이는 ‘전력은 시민의 기본권이자 공공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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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공공성 주요가치 우선순위(1+2+3순위) /자료제공=녹색연합
전력 에너지 공공성의 주요 가치를 묻는 문항(1,2,3순위 합산)에 대해서는 ‘적정 수준의 전기 요금’(69.5%), ‘전력 공급의 안정성’(65.6%), ‘환경문제와 기후위기 대응’(58%)의 지표로 반영돼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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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사업 주체 /자료제공=녹색연합
‘재생에너지 사업에 가장 적절한 주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2.8%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가장 적절한 주체로 중앙 및 지방정부와 공기업을 택했다. 특히 가장 많은 응답자가 ‘중앙정부 및 공기업’을 선택했으며(66.7%), 그 뒤로 ‘지방정부 및 지방공기업’(16.1%)을 적절한 주체로 꼽았다.
한편 해상풍력 사업 88개 중 48건이 외국기업이 추진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53.3%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34.4%,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2.3%에 불과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에너지 안보 위협(60.9%), 국내 산업생태계 악화(52%), 사업수익 해외유출(51.3%)를 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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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전환 시급성 /자료제공=녹색연합
재생에너지 전환 시급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86.7%가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바람과 햇빛은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서 얻은 발전사업자의 수익 일부(당기순이익의 2/10 정도)를 부담금으로 징수해서, 공익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동의한다는 응답이 7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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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동의 정도 /자료제공=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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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감축경로(2031~49년) 수립에 대한 동의 정도 /자료제공=녹색연합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IPCC가 권고하는 수준(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 이상으로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는 것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문항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9.6%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이 장기 온실가스 감축경로(2031~49년)를 수립하는데 있어서, IPCC가 권고하는 수준(2019년 대비 2035년까지 60%, 2040년까지 69% 감축)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묻는 문항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응답자가(81.3%) 동의한다고 밝혔다.
동의한 이유로는 ‘기후위기 피해가 이미 시작되고 있고,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으며(75.9%),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비용과 사회적 피해가 커지기 때문’(48%), ‘한국은 선진국으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적·경제적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36%) 순으로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녹색연합 오송이 활동가는 “절대다수가 체감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피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과학적 근거와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한 기준에 맞춰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시급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서 공공의 중심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민들의 여론”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한국의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살펴보면 90% 이상이 민간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 우려되는 바”이며 “전력에너지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679
① 김용균·김충현의 동료들은 왜 공공재생에너지를 외치나 (참세상, 류민 기자 2025.07.23 14:52)
[필자 주] '모두의 전환'을 내걸고 지난달 27일 시작된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입법 청원' 캠페인이 어느덧 마감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모두에게 필요한 전기를 만들어온 발전 노동자들을 비롯해 여러 노동자·시민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청원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왜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고 나섰을까. 공공재생에너지가 정말 '모두'를 위한 전환을 실현하는 대안일까. <참세상>은 세 개의 연속 기사를 통해, 공공재생에너지(법)에 담긴 노동자·시민들의 절실한 고민과 바람을 톺아봤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고 김용균과 김충현을 떠나보낸 자리에서 '죽음의 발전소'를 멈추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고 나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재생)에너지 민영화 문제를 쪽방촌 주민들이 마주한 에너지 빈곤의 현실과 교차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사회운동 주체들의 고민을 소개한다.
지난 7월 16일 오후, 전국 여러 지역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총파업 대회 현장 곳곳에는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입법 청원’에 참여를 호소하는 마음과 몸짓들이 분주했다. 충남 천안에서 열린 총파업대회 한편에는 내려오는 비를 맞으며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있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현수막에는 “김충현의 동료들을 살릴 <공공재생에너지법> 청원에 함께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난 6월 2일,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씨가 ‘선반기계’에 몸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7년 전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이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바로 그 발전소였다.
김용균과 김충현이 떠난 자리,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반복되는 참사를 막아낼 대안 중 하나로,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을 꼽고 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도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다. 고 김용균·김충현의 동료들은 왜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요구하는 것일까.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죽음의 발전소’를 이 법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참세상>은 김영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을 지난 7월 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만나 고민을 나누었다. 김 지회장은 고 김충현 노동자와 같이 한전KPS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해왔다. 김 지회장의 이야기와 함께, 기후정의 활동가들과 노동계·시민사회의 여러 분석들도 톺아봤다.
김용균, 다시 김충현, 왜 참사는 반복되었나
2002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으로 발전 산업의 우회적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부문은 5개의 자회사로 분할되고, 경쟁입찰제도가 도입됐다. 발전 현장의 다단계·중층적 원하청 구조는 갈수록 심화됐고, 비용 절감을 최대의 목표로 앞세우고 노동자의 안전은 뒤로 미루면서, 위험한 업무는 “더 아래로, 아래로” 흘러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김영훈 지회장은 스물셋이던 2016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전KPS와 계약을 맺은 2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해왔다.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경상정비 업무를 하청받은 한전KPS는 다시 2차 하청업체들에 업무를 쪼개어 맡겼다. 고 김충현 노동자는 한전KPS와 계약을 맺은 2차 하청업체 중 한국파워O&M 소속이었고, 김 지회장은 대광이앤씨라는 업체에서 시작해 현재는 삼신 소속이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것이 저희에게는 계속되는 일상이었어요. 어느 순간에는 겪고, 어느 순간에는 겪지 않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저희에게는 이런 하청 구조 자체가 계속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었죠."
한국서부발전, 한전KPS, 한국파워O&M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는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고 김충현의 휴대전화에는 원청인 한전KPS가 공식 작업절차를 무시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나 구두를 통해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정황이 여럿 남아 있었다. 고되고 위험한 업무를 절차를 거슬러 직접 ‘긴급 지시’하는 흔적들은 많았지만,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등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한 경험은 찾기 어려웠다.
고 김충현이 사고를 당한 기계에는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조차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을 알린 건 고인의 비명도, 동료의 다급한 외침도 아닌 기계음이었다"고 밝혔다.
김 지회장은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안전 지적’이 나왔을 때 그 현장이 위험하다는 뜻이잖아요. 그 위험한 곳에 대해서 저희 2차 하청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요. 그럼에도 인원이 모자라거나 대규모 공사가 필요할 때는 원청에 요청을 해요. 그 때 원청은 대부분 비용을 우선시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너희가 알아서 고치라는 태도로 버티죠. 그래서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한 일을 위험한 장소에서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예요. 안전을 위한 작업들을 한다면서, 안전하지 않은 현장의 위험 리스크들을 모두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거죠. 그게 수십 년 동안 반복되고 묵인돼 온 발전 현장입니다.”
위험한 업무를 떠맡으면서도 내내 고용 역시 불안했다. 김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들이 겪는 고용 불안정에 대해 "매년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길면 1년 단위로 계약하다 보니 너무나 깊은 불안과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9년 동안 일하면서 기억하는 것만 9개 이상의 회사를 거쳤다"고 이야기했다. “소속된 회사는 바뀌지만, 일하는 현장과 업무는 같았다.”
“임금 문제에서도 굉장히 고충을 겪는 게, 한전KPS에서 업체들과 계약을 할 때 공사비나 노무비를 삭감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 시기에 한전KPS가 인원을 내보내고 싶으면 그렇게 노무비를 깎아요. 우리는 2차 하청업체에 고용된 상태지만,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은 한전KPS죠. 그런 방식으로 하청 노동자들에게 나갈 거냐 말 거냐는 간접적인 ‘선택지’를 줘요. 한전KPS가 어떤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면 1년마다 돌아오는 계약 시기에 임금을 비롯해 여러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있는 거죠. 고 김충현 동지도 그런 부분들을 매우 힘들어하셨어요.”
김충현 노동자 사망 이후 대책위는 원청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과 함께 한국파워O&M과 각 회사 관계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법률 전문가들은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들어낸 안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결국 사망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반복되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직접 고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 특조위’)도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 경쟁입찰제도를 중단하고,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대책위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발전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모두 10명에 이른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죠.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어졌지만, 참사의 구조적 원인인 다단계 하청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고 그 사슬을 끊어내지는 못했어요. 2차 하청노동자를 포함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를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요. 위험이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번지는 하청 구조 아래에서 다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돌아가신 겁니다."
눈앞으로 다가온 발전소 폐쇄… 교차하는 위기, 깊어지는 위험
잇따른 참사의 현장인 석탄화력발전소의 위험하고 불안한 노동환경은 정부의 발전소 폐쇄 계획과 맞물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10차·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총 40개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계획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하에 올해 12월부터 고 김충현 노동자가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의 1호기를 시작으로 30년 이상 가동된 전국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연쇄적 폐쇄가 추진될 예정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원청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는 이 같은 발전소 폐쇄 계획을 명분 삼아 현장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고, 하청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업무량과 책임은 더욱 가중되어 왔다. 고 김용균과 김충현, 그의 동료들은 그토록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터를 “모두에게 필요한 전기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지탱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발전소 폐쇄로 인해 그러한 일터마저 잃게 될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22일 발행한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정부 계획으로 2036년까지 30개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됨에 따라, 모두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 5개사가 소유·운영하는 이들 발전소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가 더욱 심각하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발전 5개사의 지난해 말 국회 제출 자료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현재 해당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2,328명의 87.89%에 이르는 2,046명(정년퇴직자 제외, 청소 업무 종사자 등 자회사 유휴인력 48명 포함)이 2036년까지 발전소 폐쇄로 인해 유휴인력으로 전환되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 12월 태안화력 1호기 폐쇄로 발전 비정규직 중 48명이 유휴인력이 되고, 다수의 발전소 폐쇄가 예정된 2027년과 2029년에는 각각 353명과 591명의 유휴인력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쇄적 폐쇄로 누적 유휴인력은 꾸준히 늘어나 2036년에는 1,998명(자회사 유휴인력 48명 제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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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발전 비정규직 유휴인력 추정. 공공재생에너지연대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터를 잃고,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삶도 벼랑 끝을 향하고 있지만, 정부와 발전공기업들은 이렇다 할 고용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고 김충현 노동자도 이 문제를 깊이 걱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훈 지회장은 "김충현 동지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발전소 폐쇄로 본인도 직장을 잃게 될까 봐 늘 불안해했죠. 실제로 자격증도 따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로부터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어렵게 지탱해온 일터가 문을 닫는 것에 찬성하고 나섰다. 다만 “석탄화력발전은 멈춰도, 노동자와 시민들의 삶까지 멈출 수는 없다”면서 발전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지역 주민과 시민 모두의 살아갈 권리를 함께 실현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동자들과 기후정의 활동가들이 수년간 머리를 맞대어 찾은 해법이 바로 ‘공공재생에너지(법)’이다.
"대안은 있다, 공공재생에너지"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우리 모두의 것인” 태양과 바람을 민간 기업들이 사유화하는 것을 막고,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 노동자·시민의 민주적 협력과 공적 투자를 통해 신속하고 정의롭게 재생에너지를 개발·소유·운영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정부가 계획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최소 50%를 공공재생에너지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새롭게 만들어질 재생에너지 발전 현장에 우선 고용되어 일과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고용 효과는 어떨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들의 수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분석을 살펴보면, 주요 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하나인 해상풍력 사업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유휴인력의 상당 부분을 고용 유지할 수 있다. 2032년까지 발전공기업이 참여하는 19개 해상풍력사업이 계획대로 완공되어 운영된다면, 2,458명의 운영 관리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발전공기업이 운영 중인 3개 해상풍력 사업 중 가장 먼저 가동을 시작한 탐라해상풍력의 MW(메가와트, 발전 용량)당 고용 인력 수인 0.43명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이는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위협에 놓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인 1,998명을 모두 수용하고도 남는 규모다.
최근 해외 연구의 MW당 고용 인력 지수 0.28을 기준삼는 경우에는 2032년까지 1,601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자의 모델보다 다소 작은 규모이나, 2036년까지 발생하는 전체 유휴인력의 80%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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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의 해상풍력 사업을 통한 고용 인력 전망. 공공재생에너지연대
물론 해상풍력을 통한 고용 전환에는 몇 가지 한계들도 존재한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섯 가지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최소 10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추가 계획하여 해외 연구 등에서 기준삼은 낮은 고용창출계수에 근거하더라도 충분히 석탄발전소 유휴인력 모두의 일자리를 담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연대는 관련해서 2038년까지 폐쇄되는 석탄발전소들의 총 발전용량이 15,120MW에 이르는 반면, 2032년까지 준공 예정인 해상풍력단지의 총 발전용량은 그 1/3 수준인 5,716.2MW에 그친다는 점도 환기하고 있다. △둘째, 석탄발전소 폐쇄 시기와 해상풍력 사업 진행 일정 간의 시간적 불일치 문제가 있다. 석탄발전소는 2025년부터 폐쇄되지만, 현재 계획된 해상풍력 사업은 2028년부터 가동된다. 공공재생에너지 연대는 이 기간 동안 유휴인력이 된 노동자들이 해상풍력발전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셋째, 현재 발전공기업들은 계획된 해상풍력 사업에 필요한 인력 규모와 확보 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풍력발전에 필요한 기계·전기 분야의 상당한 기술을 보유한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 추가적인 교육훈련을 받고, 해상풍력 사업에서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실효적 대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넷째, 해상풍력을 포함하여 재생에너지로의 전면적 산업전환 과정에서, 기존 석탄발전 현장의 구조적 폐해인 다단계 하청구조를 부수고, 발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할 필요도 제기된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과제들을 담고 있는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이 신속히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들의 고용 효과가 석탄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로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당장 올해 12월 1호기가 폐쇄되는 태안화력발전소 인근 바다에는 태안군이 약 11조 이상을 투입해 1.4GW(기가와트) 해상풍력단지 3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들 모두 민간 기업이 사업권을 얻었고, 이 중 두 곳은 싱가포르와 독일에 기반을 둔 해외 자본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발전소 폐쇄 이후, 내가 일하고 살아왔던 지역에 만들어질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새롭게 “깨끗한” 전기를 만들며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마음에 품었지만,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민간 주도 모델의 한계 탓에, 태안군도 기업들도 고용 연계에 대한 논의에 나서고 있지 않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이 제정된다면, 공공의 협력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일자리를 잃은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을 우선 고용하여 배치할 수 있게 되고, 고용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교육과 훈련 등도 지원하게 된다.
또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만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발전소’를 멈추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제도적 기반으로서도 제시되고 있다. 민간기업 주도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수익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노동 안전이나 고용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반면 공공 주도의 재생에너지는 수익보다는 필수재인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과 함께 노동자의 일할 권리와 안전할 권리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가치와 공공적 책임을 구현할 수 있다.
김영훈 지회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동자들이 재생에너지 발전 현장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지금과 같이 다단계 하청구조가 유지되고, 위험의 외주화가 이어진다면 또다시 참사가 반복될 것입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 주도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공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서만 발전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명을 함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공공재생에너지법이 꼭 필요하고, 그 법을 통해서 고용 전환의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재생에너지, "모두를 위한 전환"
한편, 김영훈 지회장은 자신과 동료들이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에 나선 이유가 다만 발전 노동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는 모든 노동자·시민들이 존엄하게 일하고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저희가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우리 발전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안전만을 생각해서는 아니에요. 모든 시민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 공공성을 지키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민간 기업들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막대한 ‘민영화 비용’이 시민들에게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겁니다. 전기가 비싸지면 결국 그 피해는 이미 가난하고 불안한 이들에게 더 크게 다가갈 거예요. 격차가 더 벌어지고 불평등이 심화될 겁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사업의 대부분을 초국적 해외자본과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는 너무 느리잖아요. 이윤을 좇으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하기를 반복하는 무책임한 민간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업을 맡겨서는 기후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봐요.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공공의 힘으로 빠르고 정의롭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절실합니다.”
김영훈 지회장은 정의로운 전환을 보장하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이 위기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법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지금 석탄화력발전소만 폐쇄되는 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나 다른 여러 산업에서도 전환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모든 것들이 정말 빨리 바뀌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그 전환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필요로 추진되는 산업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당연히 담보되어야 하죠. 발전 산업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다른 산업에서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발전소에 기대어 삶을 일구어온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도 환기했다. "태안 같은 경우는 발전소가 지역경제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발전소가 폐쇄되면 지역 상권이나 주민들의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돼요. 그래서 공공재생에너지법을 통해 지역사회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지역주민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원 마감 D-4, 애타는 마음들
이 같은 고 김충현과 김용균의 동료들의 절실한 요구를 담아, 지난 6월 27일부터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을 위한 5만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에는 23일 오후 2시 기준, 약 4만 명 이상이 참여한 상황이다. 마감일인 27일까지 남은 기간은 단 4일, 1만 명이 청원이 더 필요하다.
김영훈 지회장은 대화의 끝자락, 시민들에게 이렇게 마음을 전했다. “발전소 현장의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사실 누군가의 피와 땀이 밴 노력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노동자들이 계속 모두에게 필요한 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그 현장에서 다시는 일하다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없도록, 가난한 사람들도 삶에 꼭 필요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로부터 우리 모두의 삶을 지켜낼 수 있도록, 공공재생에너지법에 꼭 관심을 가지고 청원에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https://kidd.co.kr/news/242614
해상풍력발전, 계통연계 고려한 장기적 계획 필요해 (산업일보, 김진성 기자, 2025-07-24 16:45:21)
COP 홍정우 상무. “케이블 교차에 대한 개발사간 협의 지원해야” 언급
재생에너지 활용이 에너지 분야의 전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해상풍력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계통연계를 고려한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OP의 홍정우 상무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풍력발전 네트워킹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아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치면서 국내 해상풍력발전의 계통효율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그리드-계획·건설·운영에 대한 방안 및 제언’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홍 상무는 “9차 송변전설비 계획의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진행됐으나, 10차 프로젝트들은 아직 초기단계”라며 “한전의 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서해안 HVDC(대용량 전기 장거리 송전 기술)는 특정 재생에너지와의 직접 접속보다는 전력 과잉 지역의 송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하며, 수도권과 호남을 잇는 총 8GW규모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홍 상무는 이 자리에서 ‘U자형 고속도로와 해상풍력 연계’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서해안을 따라 해상풍력을 U자형 전력망에 연계해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 수요지로 송전하는 것이 이 개념의 골자다.
홍 상무는 이 개념을 언급하면서 “현재는 해상풍력이 전력망에 접속하기 위해 개별 양육 케이블을 통해 한전 변환소갂지 직접 연결해야 하며 해저 및 지중 케이블 공사가 필수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현행 계약 전력에 대해 “기존의 화력발전이나 태양광, 육상풍력 등은 발전설비와 접속점이 근거리에 있어 발전기 정격 용량과 접속점 최대 전력의 차이가 없어 관행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며 “해상풍력과 관련해 계통 포화 측면이 아닌 제한된 영토 내에서 에너지 최적화 측면으로 접근해 계약전력과 발전기의 정격 용량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저케이블의 교차에 대해 홍 상무는 “해상풍력의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전력케이블이나 통신케이블, 파이프 등과 발전용 케이블이 교차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호 간섭 및 운영의 복잡성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 뒤 “케이블 포설을 고려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유관기관 사이에도 케이블 교차에 대한 개발사간의 협의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739
② 쪽방에서 석탄발전소까지, 5만 명의 바람 "공공재생에너지" (참세상, 류민 기자 2025.07.25 17:36)
동자동 쪽방에서, 태안 석탄화력발전소까지
지난 5월 31일, 대선을 사흘 앞둔 주말, 폐쇄 예정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태안과 경남 창원에서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는 노동자·시민들의 행진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기후정의버스'를 타고 모였던 2천 5백여 명의 참가자들 사이에는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도 함께였다.
차재설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공동대표는 이날 태안에서 행진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었다. "정부에게 버려진 쪽방촌 주민들과 발전 노동자들의 삶이 꼭 닮아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힘을 합해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집, 가난해도 돈 걱정 없이 필요한 전기를 쓰며 여름과 겨울을 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면 좋겠어요."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서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까지, 발전 노동자들과 쪽방 주민들의 일과 삶은 어떻게 관계맺고 있을까. ‘모두의 전환’을 내건 공공재생에너지법으로 연결된 이들의 고민과 바람은 무엇일까.
"에너지는 '상품' 아닌 '권리'여야"
"저희가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우리 발전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안전만을 생각해서는 아니에요. 모든 시민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 공공성을 지키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을 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의 이야기이다. 그는 “지금처럼 민간 기업들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막대한 '민영화 비용'이 시민들에게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것”이라 우려했다. “전기가 비싸지면 결국 그 피해는 이미 가난하고 불안한 이들에게 더 크게 다가갈 거예요. 격차가 더 벌어지고 불평등이 심화될 겁니다.”
쪽방촌 주민들과 반빈곤·주거권 운동을 함께해온 빈곤사회연대의 재임 활동가는, 최근 공공재생에너지법 청원 캠페인에 참여를 호소하는 글에서 한 홈리스 시민의 쪽방 입주를 도왔던 경험을 환기했다.
“특약이 빼곡한 (쪽방) 임대차계약서에는 전기밥솥과 전기장판, 선풍기, 커피포트 등을 쓰면 월세에 더해 1~2만 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끼니를 때울까. 난방을 땔까’ 고민이 커집니다. 먹고 자는 데 꼭 필요한 전기조차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사치로 취급됩니다.”
재임은 "‘전기요금이 무섭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민간 기업과 자본이 장악한 구조에서는 에너지조차 불평등하게 배분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를 만든 건 에어컨 빵빵 틀고 자동차 타고 다닌 사람들인데, 기후위기의 피해는 왜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못 놓는 쪽방 주민들이 봐야 하나"라는 한 쪽방 주민의 말이 "기후위기의 불평등을 정확하게 지적한다"고 소개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와 반빈곤 활동가, 쪽방 주민들은 에너지는 '상품'이 아니라 '권리'여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의 삶에 꼭 필요한 전기가, 민영화된 에너지 체계 아래에서 점점 더 소수 기업의 이윤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깊이 우려한다. 그런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마저도, 초국적 민간 기업들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이익 역시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격차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익은 기업들이, 비용은 시민들이"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이달 16일과 18일 발표한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현재 발전산업의 민영화는 이미 절반 가까이 진행됐고, 재생에너지 분야는 그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하다. 2023년 기준 전체 발전 설비 중 45.9%는 민간 소유이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경우 민간 부문의 비중이 76.5%에 이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가장 많은 발전 용량을 담당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각각 98.5%, 91.2%가 민간기업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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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2023년 기준 전체 발전설비의 54.1%를 담당했던 공공 부문 비중이 2038년에는 40.3%로 감소하고, 민간 부문은 59.7%로 증가해 발전산업의 민영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공공재생에너지연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 수요 및 공급 전망·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현재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용량의 민간 비중이 유지됐을 때의 수치를 산출한 것이다. 발전공기업들은 폐쇄가 예정된 석탄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발전설비를 구성하고 있는 반면, 확대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주로 민간사업자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이 같은 추세라면 이후 재생에너지가 더 확대될 발전산업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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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해 공공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선다면, 이 같은 발전산업 민영화를 막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기됐다. 공공재생에너지법에서 명시한 것과 같이 2030년부터 태앙광과 풍력 발전 용량에서 공공과 민간의 비중을 각각 50:50이 되도록 하고, 이를 유지한다면, 2038년에는 전체 발전 산업에서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6%로 증가하고, 민간 부문은 39.5%까지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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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발전산업 민영화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꼽힌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주요 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하나인 해상풍력을 기준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민간 기업보다 공공부문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때의 경제적 이익이 훨씬 컸다.
1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을 공공 부문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개발할 경우, 자본 조달 비용에서 민간 부문보다 연간 96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공공 부문이 낮은 금리의 공적 금융을 이용할 경우에는 그 차이가 연간 1,980억 원으로 벌어진다.
해상풍력을 20년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PF 방식의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의 비용 차이는 1조 9,200억 원에 이르고, 공공 부문이 공적 금융을 이용할 때는 민간 부문과의 소요 비용 차이가 3조 9,600억 원까지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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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이러한 분석이 해상풍력 사업을 민간사업자에게 맡기는 경우,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민영화 비용’을 드러낸다면서,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민간기업들은 이 막대한 비용을 결국 전기요금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가할 것이라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가정만은 아니다. 이달 8일 반빈곤운동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는 ‘아랫마을’에서 만난 빈곤사회연대 재임 활동가는 에너지 산업 민영화 이후 에너지 요금이 급등한 유럽의 사례를 통해 그 심각성을 지적한다. "유럽의 사례들을 보면, 에너지 민영화가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너무나 분명해요. (여러 에너지 접근권 관련 통계들을 살펴보면) 유럽에서는 2000년 이후 저소득 가구의 소득 중 에너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 배가 되었다고 해요. 유럽인 10명 중 1명은 적절한 난방을 하지 못하고, 매년 최대 10만 명의 유럽인이 추운 집에서 사망한다는 거예요. 영국에서는 추울 때 난방을 포기하는 가구가 35%고, 스페인에서는 자동차 사고보다도 에너지 빈곤으로 인한 조기사망이 더 많다는 분석도 있어요."
한국에서도 이미 에너지 비용 상승의 부담은 가난한 이들의 삶을 더 고되게 하고 있다. 재임 활동가가 소개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초 난방비가 급등했을 때 저소득 노동자들은 소득의 약 9-10%를 난방비로 지출했다. "임금이 적을수록, 에너지 비용 부담은 더 컸고요. 응답자의 대부분은 생필품 가격도 올라서 다른 필수 소비도 줄이고 있다고 답했어요. 가장 먼저는 식비를 줄였고, 난방비 등 공공요금까지 줄이면서 겨울을 견뎌야 했던 거죠."
"일반적으로 에너지빈곤 가구는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취사, 조명 등과 같은 광열비로 지출하는 가구'라고 정의해요. 이 지표는 소득대비 에너지비용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고소득·에너지 과지출 가구 또한 에너지빈곤가구로 포함돼요. 그래서 경제적 이유로 에너지소비를 비정상적으로 줄이는 가구는 비가시화된다는 한계가 존재하죠."
재임 활동가는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의 2022년 수급자 가계부 조사 결과도 환기했다. "조사 참여 가구의 월평균 수도·광열비는 26,037원이었는데, 2022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나타나는 평균 연료비는 154,000원이에요. 수급자에게 요금 감면·할인 또는 에너지바우처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해도 적은 금액이죠. 조사에 참여한 수급가구 대부분이 광열비 지출을 포기하고 있었어요. 겨울에도 난방을 떼지 않고 온수 목적으로만 보일러를 튼다거나, 외투를 입고 자는 등의 생활을 했다고 해요. 이런 조사나 통계에 다 담지 못하는 숫자 너머의 현실은 더 가혹해요."
주거·에너지 빈곤이 맞물린 자리, 매일의 재난
서울역 인근 빌딩 숲 사이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촌이 자리해 있다. 1960년대부터 도시 빈민들이 모여 형성된 동자동 쪽방촌에는 현재 850여 명의 주민들이 평균 1.5평 남짓한 방에 3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부담하며 살아간다. 폭염과 혹한, 폭우와 가뭄, 감염병이 예고 없이 일상을 삼키는 기후위기의 시대, 쪽방촌 주민들은 매일 재난을 마주한다.
타오르는 여름, 쪽방의 내부 온도는 쉽게 40도에 이른다. 지난 15일 동자동에서 만난 정대철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는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방에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겨우 잠이 들었다가도 자꾸 깰 수밖에 없고요”라고 말했다. 정대철 이사는 오랜 시간 어머니와 함께 쪽방에서 살아왔다. “너무 더운 날에는 밤에 골목에 나가서 잠을 청하는 때도 많았어요. 지난주에도 이웃들 몇 분은 너무 더워서 한밤중에 길에 나와 주무시기도 했어요.”
앞선 11일, 동자동과 도로 하나를 맞대어 자리한 양동 쪽방촌에서 만난 50대 주민 배모 씨도 “낮에는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주방이 따로 없어 조리를 하려면 방안에서 가스버너를 켜야 하는데, 한여름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아 식사를 포기하는 일도 잦았다. 방안의 유일한 냉방 시설인 선풍기를 켜봐도 숨 막히는 뜨거운 공기만 더 번질 뿐이다. “밤에도 몇 번씩 (방 밖, 복도에 있는 공용 샤워실에) 왔다 갔다 하면서 찬물을 끼얹으면서 버티는 거죠”.
“창문도 없는 쪽방들이 많아요. 창문이 있는 방은 5만 원 더 비싼데 바람이 잘 통하는 창문이 아니라, 맞은편 쪽방이나 건물 벽에 가로막힌 것들이 여럿이죠. 공기 순환도, 단열도 되기 어려운 노후한 건물들이다 보니까 에너지 효율이 무척 떨어지는데 방 안에서는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는 거죠.” 재임이 전한 이야기다.
“몇몇 건물 복도에는 에어컨들이 설치되어 있기는 해요. 양동 쪽방촌에는 대부분 설치되어 있고, 동자동은 드문 편이고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고 민간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쪽방촌에 에어컨 달기 사업을 벌였는데, 쪽방을 나눈 벽들 대부분이 얇은 합판이어서 에어컨을 달면 무너질 위험이 있기도 하고, 방마다 설치할 만큼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등의 이유로 방안이 아닌 건물 복도에 에어컨을 달았어요. 방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려면 결국 방문을 열어 놓아야 하는데, 주민이 아닌 사람들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쪽방 건물 구조상 안전 문제에 대한 위협도 크죠. 특히 여성 주민들의 경우에는 걱정이 더할 거고요. “안전함과 시원함” 중에 선택해야 하는 거예요.”
실제 양동 쪽방촌에서 만난 한 80대 여성 주민은 “너무 더워서 어쩔 수 없이 내내 문을 열어 놓지만, 오가는 사람들에게 방안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것이 걱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게다가 문을 열어 두어도, 복도 제일 끝에 위치한 그의 방으로는 에어컨 바람이 잘 닿지도 못했다.
서울시는 이 밖에도 폭염 대책으로 골목이나 건물 입구에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장치)를 설치하고, 무더위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임 활동가는 이 같은 대책들은 "결국 주민들이 집을 나와야만 시원해질 수 있는 조치들"이라면서 "주민들이 방안에서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차재설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공동대표는 "동자동 주민이 800명이 넘는데, 쪽방상담소 지하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8~10명 정도만 잠을 청할 수 있는 텐트들이 겨우 마련되어 있다"면서 "실제 다녀온 주민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시끄럽고 불편한 환경으로 제대로 잠을 청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양동 쪽방촌에서 만난 60대 주민 박모 씨는 "너무 더운 날에는 밤 더위 대피소 등을 이용하거나 PC방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면서 "내 방을 놔두고 밖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게 서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쪽방 안에서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냉난방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으로 만만치 않다. 쪽방들은 일반적으로 월세에 전기요금이 포함돼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자제품을 방안에서 사용한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달마다 추가 전기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한 쪽방 임대차 계약서의 특약사항에는 주민들이 공용시설 외 방안에서 밥솥, 전기장판 등 별도 전자제품들을 쓰면 월세에 더해 1~2만 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차재설 대표에 따르면 "이 같은 '특약'은 동자동에서 흔한 경우로, 많게는 3만 원까지 매달 전기요금 명목으로 추가 요금을 받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 7월부터 9월까지 달마다 10만 원씩 총 30만 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에어컨의 경우도, "사용량을 초과했다면 집주인들이 주민들에게 전기요금을 추가 징수하는 경우도 잦다"고도 덧붙였다.
이렇게 추가된 요금은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다. 차 대표는 "주민들은 매달 76만 원 수준의 생계급여로 생활하는데, 병원비와 식비, 최소한의 교통비와 통신비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 말했다.
게다가 집주인들은 전기요금 상승을 명분 삼아 월세를 인상하기도 한다. 차재설 대표는 "우리 건물 월세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1만 원이었는데, 관리인이 바뀌면서 25만 원, 30만 원, 지금은 35만 원에서 40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며 "집주인들은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핑계를 대면서, 주거급여가 오르는 것 이상으로 매년 월세를 올려대는데, 사회적으로 큰 낭비"라고 생각한다면서, "쪽방 주민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집주인들도 잘 알고 있으니,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라고 이야기했다.
"가난한 이들의 권리, 공공재생에너지"
이처럼 ‘에너지 빈곤’과 ‘주거 빈곤’이 맞물린 현실 속에서, 쪽방 주민들은 공공이 책임지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지하고 나섰다.
차재설 대표는 "쪽방촌에서 생활하면서 해마다 지구가 더워지는 것을 무섭게 실감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민간)기업이 하게 되면 결국 자신들 이득만 챙길 뿐 노동자나 주민들의 삶은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재생에너지마저도) 민영화되면, 쪽방촌 주민들을 비롯한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이 해도 잘못은 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들보다는 우리가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문제가 생겨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도 짚었다.
박종만 양동쪽방촌주민회 위원장도 역시 에너지 민영화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쪽방촌 주민들을 비롯한 도시빈민들의 삶을 위해서는 공공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박 위원장은 "철도, 의료와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전기가 민영화되면 당장 요금이 오르고, 안전 문제도 더 소홀해질 것"이라면서 "민영화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동 쪽방촌 주민들은 완공을 앞둔 공공 임대 주택에 다음 달이면 입주를 하게 되는데, 입주 후에 각자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에 대한 걱정도 크다"면서 "민영화로 에너지 요금이 오르게 되면 우리같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더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나 주택 같은 것들은 다 당연히 공공이 나서서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임 활동가는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공공성이 중요하다"면서 "집과 에너지와 같이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이 개인의 능력과 경쟁에만 떠맡겨질 때, 빈곤과 불평등은 모두에게 가까운 일이 되고 기후재난의 피해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짚었다.
재임은 또한 "공공성이란 이윤보다 삶의 지속을 우선하는 사회적 결정"이라며, 쪽방촌 주민들이 오랜 시간 요구해 온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공공재생에너지 입법 등 주거권 운동과 기후정의 운동의 의제를 연결해 "주거빈곤과 에너지 빈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자 결과인 불평등한 사회적 구조를 바꾸어 내고, 사회공공성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들을 함께 꾸려나가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25일 오전,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끌어낸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에는 이 같은 고민과 바람들이 연결돼 있다. 법안은 "우리 모두의 것인" 태양과 바람을 초국적 대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사유화하는 것을 막고,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 노동자·시민의 민주적 협력과 공적 투자를 통해 신속하고 정의롭게 재생에너지를 개발·소유·운영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5만 명의 청원 동의 기준을 달성한 법안은 이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 절차를 밟게 됐지만,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와 심사, 본회의 통과 등 실제 법 제정과 이행에 이르기까지 아직 산적한 과제들이 여럿이다.
재임 활동가는 입법 청원을 알리는 호소문에서 "에너지는 생존의 권리"로, "시장이 아닌 공공이 책임져야 하고, 가난한 이도 요금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가난한 이들의 권리,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가난한 이들도 삶에 꼭 필요한 전기를 쓸 수 있는 세상, 에너지가 '상품'이 아니라 '권리'로서 차별 없이 고르게 가닿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연대는 다시 시작이다. 입법 청원은 27일까지 계속된다. 청원 마감일까지, 청원 마감 이후에도 더 너르고 단단한 사회적 힘이 필요한 때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72415500185663
'국민주권시대'라는 이재명 정부, 에너지 주권은? (프레시안,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 2025.07.25. 19:13:56)
[초록發光]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보루, 공공재생에너지법
여지없이 기후재난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25년, 우리는 산불, 폭우와 폭염이 치명적인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정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란·외환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대통령령에 따라 국정기획위원회가 운영 중에 있으며, 새 정부의 내각도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 정책공약의 5대 전략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제법 많은 분량으로 제시했다. 국정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 TF를 거쳐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은 윤석열 정부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포스트 내란과 정권 초반 허니문이라는 시간적 영향도 있겠지만,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높은 편이고 일정 수준에서 개혁적 스펙터클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정신 건강에 해로울 때가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행태가 그중 하나이다. 지난 6월 2일 사고가 발생한 이후 6월 17일 장례와 7월 20일 49재가 지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간담회에서 더 이상의 불행을 막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무엇을 말하고, 또 무엇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후보자 시절 장례식장을 찾아갔던 김민석 총리는 김충현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 걸까.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고용·안전 협의체'의 앞날은 불확실하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재난적 폭염 속에서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협의체가 운영된다 한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사항이 충실히 이행됐더라면, 어쩌면 죽음의 발전소라는 오명을 쓰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2018년 1차 하청 사고는 2025년 2차 하청 사고로 재발했다. 김충현 협의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위험의 외주화를 온전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 김충현 사망사고 수사·감독 등을 통해 안전 관련 제도개선 등 후속 조치 마련, △발전산업 안전강화방안 이행점검 및 미이행 원인 파악과 대안 마련, △한전 KPS 하청노동자의 한전 KPS 직접고용을 충실히 협의해야 한다.
탈석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석탄 화력 발전소 폐쇄에 따른 석탄발전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강화를 위한 종합 방안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는 올해 12월에 폐쇄될 예정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26년 3기, 2027년 5기, 2028년 3기, 2029년 6기, 2030년 2기. 2031년 2기, 2032년 2기, 2034년 2기, 2036년 2기, 2037년 4기, 2038년 5기, 이렇게 총 37기의 석탄발전소(태안, 보령, 하동, 삼천포, 당진, 영흥 등)가 폐쇄 절차에 들어간다. 현재 운영 중인 61기 석탄발전소 중 60%에 해당한다. 1.5도로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려면 국내 탈석탄은 2030년, 늦어도 2035년에 달성해야 한다는 과학적 정책 제안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현재 정부 계획은 이렇다.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정책공약을 꼽자면, 탈석탄 시점을 밝혔다는 데 있다. 2040년까지 탈석탄을 추진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폐쇄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24기를 포함해 기존 로드맵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탈석탄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만큼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산업전환, 노동전환, 지역전환이 관리돼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체 산업 육성, 노동자·주민 지원 등의 시책을 탈석탄 폐지지역 지원법에 담겠다고 한다. 현재 22대 국회에서 14개의 관련 법률이 계류된 상태이다. 그러나 법안 대부분은 '탈석탄법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준비한 '석탄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법률'에 비해 실효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국회는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법의 구성과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은 패키지 입법 과제이다. 6월 28일부터 7월 27일까지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2025 공동행동' 제안 바로가기). 재생에너지 확대에 이견은 없다지만, 에너지 전환의 육하원칙(5W1H),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대해서는 입장이 사뭇 다르다.
최근 쟁점이 되는 해상풍력의 경우에는 이런 질문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무질서하게 벌어지고 있다. 민간기업과 해외자본의 시장 잠식, 금융 조달 지연으로 인한 사업 지연, 난개발과 지역 주민·이해당사자와의 갈등, 전기요금 인상 우려, 공공성과 수익성의 충돌, 그리고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과의 연계성 부재 등 숱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현 추세라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트로이 목마에 의해 취약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민주권시대'를 표방한 새 정부라면, 에너지 주권에 대해서도 새롭게 논의하길 제안한다. 에너지 주권은 적정한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범위 내에서 시민, 공동체, 국가가 자신의 에너지 생산, 분배, 소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리고 다른 시민과 공동체,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속가능성을 간과하고 에너지를 시장 상품으로 접근하는 전통적인 에너지 안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새로운 에너지 주권은 공공재생에너지와 공공협력에 그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의 공공성 강화 및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경쟁력 확보'를 정책공약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추정컨대, 공공재생에너지법과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겠지만, 재생에너지 공공성이라는 공통어로 그 간극을 충분히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기후·에너지 정책을 개혁해야 하는 과업도 많지만, 전환의 영점은 공공재생에너지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최악을 경험했더라도, 우리의 정치 기준을 과거에 맞추면 곤란하다. 새로운 출발은 새로운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도 마찬가지이다. 공공재생에너지 입법 캠페인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되고 사회적 공론화도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청원 마지막 날인 7월 27일, 공공재생에너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길 바란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742
③ 5만 청원 이뤄낸 "모두의 전환"... "지금부터 시작" (참세상, 류민 기자 2025.07.28 18:15)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 제정 입법 청원이 성사됐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간 국회전자청원 웹사이트에서 진행된 이번 ‘국민동의청원’은 마감을 이틀 앞둔 25일 오전 9시경, 이미 목표했던 청원 성사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달성했다. 마감일인 27일까지 모두 51,431명이 참여해 공공재생에너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너른 관심과 지지를 드러냈다.
법안은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 노동자·시민의 민주적 협력과 공적 투자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신속하고 정의롭게 개발·소유·운영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정부가 계획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최소 50%를 공공재생에너지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새롭게 만들어질 재생에너지 발전 현장에 우선 고용되어 일과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명시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자원의 개발 이익을 노동자·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할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기본법은 “우리 모두의 것인” 태양과 바람을 민간 기업들이 사유화해 에너지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고, 가난한 이들도 ‘상품’이 아닌 ‘권리’로서 에너지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대안이기도 하다.
<참세상>은 세 개의 연속 기사를 통해 공공재생에너지(법)에 담긴 노동자·시민들의 절실한 고민과 바람을 톺아봤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고 김용균과 김충현을 떠나보낸 자리에서 '죽음의 발전소'를 멈추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고 나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재생)에너지 민영화 문제를 쪽방촌 주민들이 마주한 에너지 빈곤의 현실과 교차해 살펴봤다. 이번 마지막 기사에서는 공공재생에너지(법)에 대한 여러 사회운동 주체들의 고민들을 환기하고, 청원 성사 이후 과제들을 짚어본다.
"누구도 버려두지 않는 전환을"
이번 청원 캠페인의 슬로건은 “모두의 전환, 공공재생에너지”였다. 청원을 주도한 ‘정의로운전환 2025 공동행동’에도 200여 곳 이상의 사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는 4개의 연대체(공공재생에너지연대,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전국민중행동)를 비롯해, 진보정당(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양대노총(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참여해 시민사회 각계의 고민과 바람을 반영했다.
이들은 공공재생에너지법이 ‘전환’에 대한 사회적 관점을 새롭게 설정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 짚었다.
이달 8일, <참세상>과 만난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에너지 산업 전환 과정에만 관계맺는 대안이 아니라, 노동자·시민의 삶에 대한 이 사회의 관점을 바꾸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노동과 삶을 어떻게 보는지, 인간과 뭇생명의 일과 삶을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 사실 발전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많은 전환들이 이루어져 왔고, 앞으로는 더 빠르게 이루어지겠죠. 그 과정에서 많은 영역의 일들이 어느 순간 '불필요'한 것으로 밀려날 수도 있어요. 어떤 산업(정책)이 바뀌는 것에 따라서 그 산업에서 일을 하며 우리 사회에 기여해왔던 이들도 지워져야 할까요? 저는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해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일과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노동을, 개인의 능력이나 생존의 수단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다시 설계하고, 그것을 사회가 함께 지원할 수 있는 관계를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도 14일 <참세상>과의 대화에서 "공공재생에너지 법의 핵심은 산업의 ‘전환’이라는 것이 노동자·시민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관점을 세우는 것이라고 짚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하나의 산업 부문이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사례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 첫 단추를 꿰느냐에 따라서 다른 부문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클 겁니다. 전환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그 산업과 관계맺고 있는 지역사회와 그 주민들의 삶에 대한 책임도 마찬가지고요."
앞서 4일, 함께 이야기를 나눈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윤현정 활동가 역시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전환의 방향을 새롭게 결정 짓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기후위기 시대, '전환'은 꼭 필요하지만 그 방향에 따라서 더 커다란 고통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에너지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사회의 바탕이 되는 부분이죠. 그 바탕을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일터와 삶터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사회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갈 전환은 누군가의 고통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어지게 되겠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생각이예요. 지금 이 에너지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느냐가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또 다른 여러 위기로부터의 전환을 결정짓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현정 활동가의 이야기이다.
김보림 활동가도 전환의 방향성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시급하지만, 그 전환이 지금 사회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위험들, 불안정성, 불평등을 더 강화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옳은 전환일까요? 기후위기를 마주한 지금 우리의 사회는 개인이 자신이 가진 취약성에서 견뎌내기 위한 역량을 스스로 담보하지 않으면 그냥 도태되고 배제되어 버리죠. 그런데 그 위기와 위험에 에 대응하는 전환의 방향과 내용 마저도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전환은, 위기를 명분으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구성원의 일과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면서, 함께 위험을 계속 줄여나가고, 충분한 안전망을 만들기위해 노력해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첫 시작이 공공재생에너지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일상에 가격표 붙이는 민영화 막아내야"
이들은 또한 민간기업 중심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었다.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민영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에도, 현재의 에너지 전환은 민영화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우회적 민영화' 혹은 '은폐된 민영화'인 것이죠.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공공 부문이 운영해온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데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공공재생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민영화입니다. 우리 모두의 것인 햇빛과 바람, 물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을 민간 기업들의 이윤 추구 대상으로 내맡기겠다는 것은 민영화죠. 지금 이대로 가면 2030년에서 35년경에는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50% 이상이 민간에서 나올 것입니다."
김 국장은 때문에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산업은 "발전 노동자의 노동권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 민영화로 모든 시민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민영화 비용은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전체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특히 도시빈민 등 취약계층들이 경험하는 에너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 지적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부터, 민영화가 심화되고 공공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의료와 교통 등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여러 부문들도 민영화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게되면 우리 일상에 가격표가 붙는 일들이 더 늘어나는 것이죠. 공공성이 담보되는 사회에서는 우리의 존재 자체가 사회적 권리들을 누릴 수 있는 기준이 된다면, 민영화가 심화된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산이 생존의 기준이 되는 거잖아요. 저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그런 선례를 만들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해요."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역시 민영화된 에너지 체계는 "삶의 필수재인 에너지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하고 불평등을 강화해 더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더 취약한 사람은 더 많이 취약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사회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위험들, 불안정성, 불평등을 더 강화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옳은 전환일까요? 기후위기를 마주한 지금 우리의 사회는 개인이 자신이 가진 취약성에서 견뎌내기 위한 역량을 스스로 담보하지 않으면 그냥 도태되고 배제되어 버리죠. 그런데 그 위기와 위험에 대응하는 전환의 방향과 내용마저도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전환은, 위기를 명분으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구성원의 일과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면서, 함께 위험을 계속 줄여나가고, 충분한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첫 시작이 공공재생에너지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노동자·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전제"
이같은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공공 중심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재생에너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이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 등 국가가 나서서 부정의한 개발을 주도했던 경험들을 환기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의 주체로서 '공공'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그러한 의문과 회의가 자라난 배경에 공감하면서, 공공재생에너지 개발·소유·운영 과정에서 노동자·시민의 민주적 통제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고 있다.
윤현정 활동가는 "발전공기업을 비롯해 국가기관들, 공공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갖는 것에 대해서 공감이 가는 면도 있다"면서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윤만을 앞세우는 민간 주도 전환이 대안인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윤 활동가는 "공공재생에너지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개발과 소유·운영 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라며 "민주적 운영 방안을 함께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현하는 것이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김보림 활동가도 "국가, 공공기관의 작동 방식과 원리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국가기관의 역할은 민간 기업이 이익을 독점하거나 사유화하려는 걸 앞서서 도와주고 그 규모의 경제를 뒷받침해 주는 기능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사회에 필요한 공적 책임과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 정책국장 역시 "공공재생에너지법에서 이야기하는 '공공'이라는 것이 현재 상태 그대로의 발전 공기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기업들이 현재처럼 시장 논리에 따라서 운영된다면 (민간 주도 모델과) 사실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재생에너지는 공공부문의 개혁과 민주적 운영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정부의 일관성 있는 계획과 책임 아래,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민주적이고 정의롭게 운영되는 공공부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사회의 실현가능성, 증명하는 과정"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또한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 지닌 국제적 함의에도 주목했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초월한 전지구적 과제입니다. 한국이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서 탄소 배출량에 0에 이른다해도 , 글로벌 차원의 기후위기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본질적으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김 국장은 그러한 기후위기 대응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에서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모델이 국제사회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그 두 가지 영향을 짚었다. "첫째, 한국사회에서 공공재생에너지 입법을 통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실행 가능한 대안을, 다른 국가의 노동자·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이러한 모델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대중운동이 어떻게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증명할 수 있고요."
더불어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전과 가스공사 등 국내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이는 화석연료 기반 발전사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도상국들이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직면하는 기술적·재정적 장벽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전지구적 에너지 산업 공급망 사슬에 개입하면서, 대중운동이 국제적 연대를 통해 정책적 대안과 사회적 힘을 함께 확장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단순한 반대 투쟁을 넘어, 미래 사회의 구체적 비전과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전환적 기획'이라고도 강조했다. 공공재생에너지가 사회의 다양한 영역 및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며, "단일 정책을 넘어 사회 전체의 구조적 전환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현 시점에서 사회운동과 변혁 운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현 가능한 대안적 기획입니다. 공공재생에너지가 실제로 작동 가능함을 입증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 사회의 실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 대중적으로 가시화될 때 운동의 확장성도 담보됩니다. 이는 국내적 차원뿐 아니라 국제적 연대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제 전환을 논할 때, 현 체제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대안적 체제의 핵심적 구성요소이자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원 성사, 또 다른 시작... "더 너르고 강력한 사회적 연대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 제정 청원은 이 같은 노동자·시민들의 절실한 고민과 바람들이 맞물려 51,431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청원 성사로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 절차를 밟게 됐지만, 실질적인 입법과 제도 이행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들이 많다.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지금 시점의 가장 큰 과제로 "시민들의 너르고 강력한 사회적 압력"을 꼽았다. "공공재생에너지가 실제 추진되려면 시민들의 압력이 크게 존재해야 하거든요. 청원 참여 숫자 등으로 표현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현 정부가 그러한 시민들의 요구를 커다란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진 않아요." 그는 정부와 국회가 여전히 "시장 우위, 민간 우위의 관성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이를 바꾸어낼 수 있는 조직된 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국회의 문턱을 통과해 법이 제정되더라도, 그 법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짚으며 "청원 성사 이후 실제 입법까지, 그리고 입법 이후 실행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더 크고 넓은 사회적 힘이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입법과 실행을 둘러싼 정치 과정에 시민들의 주체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가 거대 보수 양당 등 소수에게만 맡겨진 일이라는 인식을 넘어서야 해요. 여러 사회적 의제와 주체들을 연결하고, 우리의 일상과 공공재생에너지가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생활의 언어로 이야기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석 국장은 이러한 사회적 힘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그에 대한 사회적 연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저는 발전 노동자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생각해요. 2002년 당시 발전노조가 38일간 파업을 하며 공공부문 민영화에 맞선 사회적 힘을 조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죠. 당장 올해 12월 태안 1호기부터 석탄화력발전소의 연쇄적 폐쇄가 예정돼 있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8월과 12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두 차례의 총력 투쟁을 계획 중입니다. 이 투쟁들이 커다란 사회적 지지와 연대로 다른 투쟁들과 연결되어가며 확대되는 것이, 우리가 공공재생에너지를 시작으로, 전환기의 '대안적 기획'을 구현해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042
5만 1,431명의 ‘공공재생에너지법’ 요구···“국회, 즉각 입법해야”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2025.07.29 17:21)
6월 27일 공개된 공공재생에너지법 국회 국민동의청원 성사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 9월 서울서 ‘기후정의행진’ 예고
공공 소유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발전노동자의 고용과 지역사회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룬다는 취지의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 촉구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2025 공동행동(약칭 정의로운전환 2025 공동행동, 이하 공동행동)’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청원 성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간 국민동의청원 진행 경과와 결과를 보고하고,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 운동의 취지와 결의를 전하기 위해 열렸다. 이 청원은 지난 6월 24일 등록, 같은 달 27일 정식으로 공개됐다. 동의 기간 마감일인 7월 27일까지 총 5만 1,431명이 청원에 동의하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출이 가능하게 됐다.
공동행동은 이번 5만 청원 성사가 “법안을 준비하고 청원을 조직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기후정의운동이 만든 소중한 성과”였다며 입법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벌인 1,5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가장 적절한 주체를 ‘공공’으로 꼽았다”며, 전기가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직결된 공공서비스’라는 데 시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동행동은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2040년까지 탈석탄 달성을 공약한 바 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기후 목표에 부합하도록 빠르게 이루려면 공공재생에너지를 중심에 세워야 한다. 국회 산자위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을 검토하고 입법화할 방안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동행동 소속 단체들은 향후 공공재생에너지를 현실화하고 법안 입법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은 공동행동은 청원과 별개로 국회의원들과 소통해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안 추가 발의를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비정규직 단위들은 오는 8월과 9월 파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공동행동은 9월 27일 서울에서 ‘기후정의행진’을 벌이며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기후 정의 실현’을 촉구하기로 했다.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8430
(The 에너지) 공공재생에너지 성공을 위한 필요 조건 (전기신문,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2025.07.30 11:50)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안) 제정을 위한 입법 청원에 7월 25일 기준 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지난 6월 27일에 등록된 공공재생에너지법 국회청원은 3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국민동의를 받음에 따라 앞으로 정식 의안으로 처리된다.
이번 법안과 관련된 일련의 행사 중 하나로 2월 6일에 공공재생에너지포럼 출범식 및 토론회가 열렸다. 필자는 이 토론회를 참관하고 전기신문에 ‘공공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필요 조건’이란 글을 게재한 바 있다(3.28). 해당 글에서 필자는 토론회와 발표내용을 요약 소개하면서 공공재생에너지의 대중적 논의와 관련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관측 내지 제안을 남겼다.
ⅰ) 공공성과 민영화라는 중요한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재하다. ⅱ) 공공재생에너지 논의의 내용이 전력 부문의 발송배판 가운데 발전 측면에 집중돼 있다. ⅲ) 원가와 경제성은 공공성이란 명제에 파묻혀 거의 토의가 안되고 있다. ⅳ) 재생에너지는 확대 과정에서 지역 편재성, 간헐성, 변동성같은 특징으로 인해 전력신산업 창출로 이어질 여지가 많은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ⅴ) 재생에너지는 실시간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견인할 가격체계가 기존 전기보다 훨씬 중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vi) 재생에너지 수급을 위해선 에너지저장장치 등 계통안정화 설비 투자에 큰 규모의 민간 참여가 필요한데, 한전이 송배판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ⅵi) 전력시장의 개방과 민영화는 엄연히 다른 개념임에도 개방을 계속해서 민영화라고 표현하며 의도적인 용어 혼동을 유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ⅶi) 석탄발전의 질서있는 퇴출을 위해 석탄발전 5사 통합은 찬성하나, 이 과정에서 총괄원가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필자가 주목해온 문제점들이 일부라도 해소되길 기대하면서 이번 법안의 청원 과정과 내용을 검토해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위에서 밝힌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늘어만 났다. 청원의 취지와 청원 법안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청원인은 ‘청원의 취지’에서 “석탄발전은 멈추더라도 그 자리에 남은 지역과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라고 했다. 이러한 호소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이어서 “공공이 함께 만드는 재생에너지전환이라면, 태안, 하동, 삼천포, 보령, 당진, 영흥과 같은 석탄발전이 있던 지역이 이제는 기후위기를 막는 전환의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지역 편재성이다. 입지조건을 위한 발전시설의 일부 이동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지역에 공공이 아닌 민간 재생에너지가 들어선다고 해서 그 지역 주민들의 정의로운 전환이 침해될 이유는 전혀 없다.
이어서 “바람과 햇빛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민간이 재생에너지 개발을 독점하면 필요 이상으로 전기요금은 오르고, 지역사회는 소외되고, 전환의 이익은 소수가 독점하게 됩니다”라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바람과 햇빛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나아가 바람과 햇빛은 청원인과 소속 단체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짚고 싶다.
같은 대목에서 “민간이 재생에너지 개발을 독점하면 필요 이상으로 전기요금은 오르고, 지역사회는 소외되고, 전환의 이익은 소수가 독점하게 됩니다”라는 주장의 근거가 궁금하다. 오늘날 국내 현실에서 재생에너지는 아직까지도 ‘정상적인’ 가격체계가 없다. 계통안정과 REC 및 PPA 규정에 의해 ‘정책적으로’ 요금이 책정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결정되는 진정한 시장가격이 없다. 이러한 가격체계의 부재가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중에서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꼴찌를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우리나라 10.5%, 바로 위 멕시코 18.9%, 평균 35.8%). 재생에너지 수급을 늘리기 위해 가격체계의 ‘정상화’가 너무나 시급한데, 이를 필요 이상으로 오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소외도 언급되는데, 전남 신안군에서 시행하는 햇빛연금과 같은 사례에서 관련 조례는 지자체에서 제정했지만 결국 이익 공유는 공공이 아닌 민간 발전 사업자의 수익에서 나오는 방식이다.
취지문은 이어서 “지금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느리고, 방향도 틀렸습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달성이 불가능합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10%도 안 됩니다. 그 마저도 대부분 소수의 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전환의 속도도, 안전도 보장되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설명은 일부 맞다. 그런데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전환의 속도도, 안전도 보장되지 않습니다’라는 주장은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재생에너지가 기업들 입장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사업이라 소수 기업이 기를 쓰고 독점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심각하게 늦어져 많은 국내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로 도산하거나 발을 뺐고, 해외 기업들 역시 일찌감치 한국 사무실을 두고 시장 확대를 기대했건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다수가 철수한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다음은 법안 내용에 대한 검토사항이다. 우선 법 제3조에 의하면 이 법은 공공재생에너지와 노동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이행 의무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토록 되어 있다. 한마디로 특별법의 지위를 가진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그동안 궁금했던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의가 법 제2조에서 드러난다. 법 제2조 2항은 공공재생에너지란 공적 투자로 다음과 같은 항목의 어느 하나에 의해 개발, 소유, 운영되는 시설을 통해서 이용되는 재생에너지를 말한다고 적으며 “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상의 공공기관, 나. <지방공기업법> 상의 지방직영기업, 지방공사 지방공단, 다.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상의 출자기관, 출연기관, 라. 가,나,다의 기관과 협력하는 <협동조합 기본법>상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육성법>상의 사회적 기업, 행정안전부의 지정을 받는 마을기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협동조합 등”을 명시했다. 다시 말해서 공공재생에너지란 위와 같은 기관들에 의해 개발, 소유, 운영되는 시설에서 나오는 재생에너지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공적 투자’일 텐데, 법안에는 별도의 용어 정의가 없다. 이미 경제성있는 대부분의 해상풍력 단지에는 민간이 진입해있다. 여기에 아주 조금이라도 지분 참여를 하게되면 공적 투자에 해당되는지, 지분이 과반 이상이거나 100% 참여해야 공적 투자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전자라면 오히려 공적 기관이 대기업과 해외자본에 기생해서 공급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지 걱정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제2조 9항의 노동자에 대한 정의다. “화석연료 발전사업 종사 노동자”란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근무하거나 근무하였던 노동자 및 화석연료 발전산업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였던 노동자를 말하며, 근로계약의 상대방이 민간위탁 업체인 경우를 포함한다고 되어있다. ‘근무하거나’에 더하여 ‘근무하였던’은 무엇이며, 발전사업과 ‘발전산업’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민간위탁 업체도 포함한다는 것이 그 범위와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혼란스럽다.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한다는 규정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위와 같은 노동자의 정의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같은 법 제 제15조 때문이다. 제15조에 의하면 이러한 노동자는 석탄발전소 폐쇄 시 우선적으로 고용을 해야 하고, 특히 근로 조건이 종전에 적용받던 것보다 낮아져서는 안 되며, 실업이 발생되면 안 된다고 되어있다. 대상이 어디까지인지도 불분명한데, 이 분야의 노동자만이 산업전환 과정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내용에 대한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현재 있는지도 의문이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장은 민간과 해외자본을 부정하거나 배척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행과정에서 우선적인 배려가 일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최종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경쟁을 통해 공공재생에너지가 시장에서 우월성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지역-노동자-산업간의 지속가능한 공존과 수익창출이 없다면 공공재생에너지라는 담론 역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공공부문 실패의 사례로 귀결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크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142
밀양에서 멈춘 전력망 갈등, 독일에서 해법을 찾다 [독일 현지 취재] (시사인, 베를린·이오성 기자, 2025.07.31 07:26 호수 932)
우리는 밀양으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AI와 반도체산업을 위해 전력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넘쳤지만, 전력망 확충 논의는 제자리였다. 독일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거대한 구멍이 있다. 어느 날 생긴 싱크홀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눈앞에 뻔히 보이던 구멍이다. 언젠가 저곳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질 줄 알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모른 척, 안 보이는 척하며 현실을 방치했다.
10여 년 전 일을 떠올려보자.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은 단일 국책사업에 대해 최장기간 최대 규모로 이어진 주민 저항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에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분노했고, 한국전력(한전) 측은 이를 보상금을 앞세워 무마하려 했다. 공사를 강행하려는 한전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10년 동안 벌어졌다. 383명이 입건되었으며, 현장 응급 이송 사례가 100건이 넘었다. 마을 주민 두 명이 분신과 음독으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는 밀양으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전기 먹는 하마’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과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전력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넘쳤지만, 전력망 확충 논의는 인기 없는 주제였다. 어떤 이들은 밀양 주민 때문에 전력망 건설이 멈춰 섰다며 밀양 사태를 기후위기 대응의 흑역사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밀양 사태를 촉발시킨 근본 원인, 즉 ‘주민 수용성’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사회적 논의는 거의 전무했다. 그러는 사이 전력 수요는 매년 최고점을 경신하고, 폭염과 홍수 등 극한기후 현상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때부터 ‘에너지 고속도로’를 공약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2030년까지 서해안 전력망을, 2040년까지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유(U)자형 전력망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국회가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전력망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허가 및 규제를 대폭 줄인 것이 골자다. 한전은 지난 5월 2038년까지 전력망 확충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AI(인공지능) 확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전기차 보급 등에 따라 2년 전보다 투자비가 16조3000억원(28.8%) 늘었다. 2023년 대비 송전선로는 약 1.72배, 변전소는 약 1.43배 늘어나게 된다.
이는 모두 ‘거대한 구멍’을 메우기 위한 계획이다. 이 구멍의 이름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부족’이다. 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구조 개편에 필수적이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송전망 확충은 더욱 더디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발전설비는 154%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송전망은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도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하는 ‘출력제한’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가뜩이나 모자라는 국내 재생에너지가 송전망 부족으로 허공에 내다 버려지는 셈이다.
‘전력망 확충’이라는 발등의 불 앞에서 전국 각지는 분쟁의 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송전망 계획이 발표된 지역마다 주민대책위가 꾸려져 격렬한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남해안 태양광·풍력 발전단지와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이 가는 길목에 있는 전북의 경우 정읍·완주·무주·진안·부안·장수·임실·고창 등 8개 지역에서 송전탑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제9~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라 총 21개 노선, 627㎞ 초고압 송전선로와 대형 변전소 등이 건설될 예정인 전북 지역 8개 시군은 지난 5월 ‘송전탑 백지화 전북 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수도권의 식민지가 되기를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송전망 갈등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수도와 지역, 산업지역과 농촌 사이 에너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탓에 송전망 확충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한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이다. 〈시사IN〉은 기후시민프로젝트와 함께 독일 현지를 찾았다.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기후시민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망을 확충할 것을 촉구하는 단체다.
독일은 2000년 재생에너지법 입법을 필두로 바람과 햇빛의 ‘전기화’에 박차를 가하는 나라다. 2024년 기준 전체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달한다.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이라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곳곳에 흩어진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더욱 촘촘한 전력망의 확충이 독일에서 시급한 사회적 과제다. 재생에너지 강국 독일은 송전망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을까. 그로부터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7월3일(현지 시각) 오전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작은 소도시 베벨스플레트.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북해 쪽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풍력발전 적지인 이곳은 쥐트링크(Suedlink) 프로젝트의 북쪽 시작점에 속한 곳이다. 이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독일 북부에서 산업이 발달한 남쪽(sued) 바이에른주 및 바덴뷔르템베르크주까지 700㎞ 길이의 초고압직류(HVDC) 송전망을 건설하는 독일 최대 전력망 사업이다. 2023년 하반기에 첫 삽을 떴고,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에 빗대 ‘전기 아우토반’이라고도 불린다.
공사 현장 입구에는 쥐트링크 정보센터가 있었다. 사업에 대한 개괄은 물론 독일 전력 수요 현황,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 등을 두루 홍보하고 있었다. 공사가 진척될 때마다 마을 주민, 향우회, 관련 기관 관계자 등이 방문해 사업 정보를 공유한다고 전력망 운영사 테넷(TenneT)의 모아나 씨가 설명했다. 이곳에는 VR(가상현실) 체험 도구를 통해 지하 공사 현장을 탐방할 수 있는 기기도 설치돼 있었다. 인근 엘베강을 지하 20m 깊이로 관통하는 터널 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염려를 불식하려는 목적이었다.
쥐트링크 프로젝트의 사업자는 초기부터 지역 정부, 주민, 환경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머리를 맞댔다. 어느 지역에 송전탑이 지나면 안 되는지, 공사 차량이 진입해서는 안 되는 구간은 어디인지 등을 논의했다. 독일에서는 법에 따라 ①망 건설 수요계획 단계 ②송전망의 시작점과 종점 결정 단계 ③계획 확정 단계 등 세 차례에 걸쳐 일반 시민이 송전망 계획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송전망 계획 3차례에 걸쳐 시민 참여
온라인에 공개된 지리정보 시스템(SuedLink WebGIS)에 접속하면 사업 노선 및 공사에 쓰이는 장비 등은 물론 생태환경 관련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그림〉 참조). 가령 정보센터에서 약 5㎞ 떨어진 공사 예정지 몇 곳을 클릭했더니 ‘양서류 서식지에 대한 조사 수행’ ‘갈대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와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사업 시행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관련 협회 등이 제출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일반 시민이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SuedLink WebGIS’ 사이트는 송전망의 영향을 받는 400여 개 지자체와 공동 설계로 구축했다.
이날 쥐트링크 정보센터에는 마을 주민과 베벨스플레트의 시장이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다. 주민 사스키 씨는 약 4년 전 송전망 계획에 대한 정보를 알았다. 테넷 직원들이 찾아와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사스키 씨는 “구체적인 노선에 대한 정보보다는 쥐트링크 사업 이후 만들어질 미래상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행정 책임자인 볼튼 시장은 그보다 일찍 사업계획을 알았다. 볼튼 시장은 초기부터 송전망 운영사 측에 지역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운영사 측은 마을 북쪽에 있는 수로를 공사 기간에 막았다가 열기로 했는데, 볼튼 시장은 “그럴 경우 지하수가 다시 수로에 흐르기 어렵다”라며 불가 방침을 밝혔다. 결국 운영사는 지적을 받아들여 다른 경로로 공사 계획을 바꿨다. 볼튼 시장은 이후 39개 마을을 찾아 주민 1300여 명을 만나면서 쥐트링크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사업계획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것도 독려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주민 참여가 보장된다고 해도 어찌 됐든 송전망 건설은 마을의 땅이 파이고, 소음과 분진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송전망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는 없었을까. 사스키 씨와 볼튼 시장은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을 뜻하는 이 말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독일인에게는 익숙하다. 낡은 에너지에 작별을 고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담은 이 단어는 이제 ‘옥토버페스트’처럼 독일을 상징한다. 독일 공영방송의 메인 뉴스에 ‘에네르기벤데’라는 고정 코너가 있을 정도다. 에너지 전환을 25년 이상 본격 논의해온 독일 사회이기에 송전망 사업에 대한 시민의 태도가 긍정적인 것일까. 볼튼 시장과 사스키 씨는 “에너지 전환에 찬성하면서도 내 집 앞에 공사 차량이 드나드는 건 싫다는 사람은 늘 있다. 그래서 투명한 정보공개와 토론이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밀양 때 그랬듯 한국의 송전망 건설 계획은 어느 날 날벼락처럼 ‘통보’된다. 독일 취재 후 전북 완주군에서 만난 박성래 대승한지마을 이장(완주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장)에게도 그랬다. 독일처럼 시종점 결정 단계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기는커녕 계획이 확정된 지 5개월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2023년 12월에 완주군과 마을 인근이 ‘송전선로 최적 경과대역’에 포함됐지만, 이듬해 5월8일에야 통보를 받았다. 한전 측에서 대단한 권한이라도 주는 것처럼 송전탑을 어디에 세울지 결정하라고 하더라. 주민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쥐트링크 정보센터 옆 송전망 공사 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멀리 둥그런 구조물이 보였다. 그 유명한 브록도르프(brokdorf) 원전이었다. 과거 3만명이 몰려가 점거 시위를 벌이는 등 세계적으로 원전 반대 운동의 상징이었던 이 원전은 1986년 가동을 시작해 2022년 1월1일 꺼졌다.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약속에 따른 결과였다. 그러니까 독일은 탈원전의 상징적 장소에서 재생에너지를 송전하는 최대 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한 셈이다. 폐쇄된 브록도르프 원전 부지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주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모아나 씨가 설명했다.
독일의 송전망 건설 계획이 갈등 없이 진행된 건 아니다. 한국이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갈등이라면, 독일은 남북 갈등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바람이 잘 불고 인구가 적은 북부와 동부에 풍력발전을 대거 설치했다. 거기서 생산한 전기를 뮌헨·프랑크푸르트 등 산업단지가 밀집한 남부로 보내려면 초고압 송전선이 필요했다. 2012년 ‘전력망 개발 계획(Netzentwicklungsplan Strom)’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된 북-남 송전망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대로면 2022년에 완공됐어야 한다.
독일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말 중에 ‘하이맛(Heimat·고향)’이 있다. 여러 맥락이 있지만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강조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녹색당이 연정의 주요 세력이 될 만큼 세계적으로도 환경 감수성이 뛰어난 독일인에게 일부 지역의 송전망 건설 계획은 곧 ‘하이맛’의 파괴로 여겨졌다. 그런 까닭에 쥐트링크 프로젝트도 2015년 무렵부터 강력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지역 정부가 인허가를 지연시키고, 지역 정치인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특히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도 산업단지도 없는 지역, 또는 태양광 등으로 100% 에너지 자립에 성공해 더 이상 송전망이 필요 없는 소도시에서 “왜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라며 반발이 거셌다. 자연경관 파괴, 전자파 유해성 등 한국에서도 익숙한 논란이 이어졌다.
독일 정부는 초강수를 뒀다. 경관을 해치고 전자파 논란을 일으키는 송전탑을 없애버렸다. 전체 700㎞ 길이 송전선을 모조리 지중화, 즉 땅에 파묻기로 했다. 송전탑이 필요치 않은 지중화(지중선로)는 공중에 전선을 잇는 가공선로보다 몇 배나 비용이 많이 든다. 독일 정부는 이와 함께 주민 참여 절차 등을 강화했지만, 결정적으로 주민 수용성을 높인 건 결국 지중화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쥐트링크 프로젝트는 계획한 지 10여 년 만에 착공했다.
한국에서도 송전망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지중화 요구가 제기된다. 특히 대도시 인구밀집지역과 농촌지역의 ‘지중화 불평등’ 문제가 쟁점이다. 지난해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의 지중화율은 62.2%인 반면, 경상북도는 7.8%였다. 격차가 약 8배에 이른다. 지중화율이 높은 지역은 서울 다음 대전(57.6%), 인천(47.1%), 세종(46.7%), 부산(45.3%)이었고, 낮은 지역은 경북 다음 충남(12.5%), 전북(12.4%), 강원(11.2%), 전남(9.3%) 등이었다.
지난 2월 강원도 홍천군민들은 HVDC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전면 지중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경기도 가평군 묵안리 구간은 지중화 공사가 진행 중이며, 2단계 사업 지역인 경기도 양평, 하남 구간은 총 50㎞ 중 80%에 해당하는 40㎞를 지중화하는 공사가 계약 중인 것으로 안다. 왜 강원도에서는 지중화가 불가능한가”라고 따졌다.
‘지중화’는 독일에서도 뜨거운 감자
지금 독일에서도 지중화는 뜨거운 감자다. 물론 비용 때문이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독일에서는 앞으로 2045년까지 송배전망 비용으로 3140억 유로(약 506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인데 여기에 지중화 작업까지 더해지면 재정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베벨스플레트 지역의 주민과 시장은 지중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독일에서 만난 기후에너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몇몇 불가피한 지역 외에는 지중화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전환에는 비용이 든다. 석탄화력이나 원전처럼 한곳에서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곳곳에 흩어져 십시일반 발전을 수행하는 재생에너지는 더 많은 송배전망이 필요하다. 독일의 에너지 기후보호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아고라)’에서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염광희 박사는 “독일의 경우 2030년대 중반부터 송배전망 비용이 내려가리라 전망한다”라며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송전선을 지중화하지 않을 것, 둘째는 망 투자금을 국가가 싼 이자로 대출해줄 것, 셋째는 전력 사용 시간대에 따른 전기료 차등제를 확대하는 등 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
송전망에 더 많은 돈이 투자되는 건 소비자에게도 부담이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한국엔 없는 것이 있다. ‘전력망 이용료(Grid Fee)’다. 전력망 확충 및 운영 등에 쓰이는 돈이다. 전기요금의 약 25%를 차지한다. 전기료가 10만원이면, 2만5000원이 전력망 이용료인 셈이다. 왜 송전망 운영사가 아닌 소비자가 이 돈을 내야 하는 걸까. 전력망 관리기구인 독일연방네트워크청(BNetzA)의 보도 헤르만 박사는 “최종 소비자가 전력 생산과 송전의 전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알게끔 하기 위해서다. 망 운영사들은 이 돈을 올리고 싶어 하지만, 과도한 이용료를 책정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비용에는 이처럼 일반 시민이 치른 몫이 컸다.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무한정 돈을 투자할 수 없는 한 송전망 건설 논의는 다시 주민 수용성 문제로 모아진다. 독일 아고라에서 전력총괄을 담당하는 필립 고드론 씨는 20년 전 전력망 운영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통해 주민 의식의 변화를 설명했다. “20년 전에는 주민들에게 많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a(시작점)와 b(종점)를 알려주는 수준이었다. 그 결과 많은 시민단체가 생겼고. 주민들이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그다음에는 송전망 기술자를 지역에 보내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자 더 많은 시민단체가 생겨났다. 그 뒤로 많은 게 변했다. 에너지 전환의 목적을 설명하고 사전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주민의 동의를 구했다. 송전망 노선을 바꾸거나 지중화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이후에는 소송이 줄고, 건설 기간도 짧아졌다.”
독일 사회에서도 전력망은 그다지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다. 기후에너지 전문가들은 그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진 건 오래되지 않았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한 언론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자부하는 정치인들은 풍력발전기 앞에서 섹시하게 폼을 잡고 싶어 했을 뿐, 보기 싫은 송전탑 앞에 서고 싶어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전력망 문제에 먼저 대응하기 시작한 건 기업이다. 테슬라, BMW 등 자동차 회사들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북부지역으로 공장을 세우거나 옮기고 있다. BMW는 공장 옆에 직접 풍력발전기를 세우기도 했다. “기업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 정치권과 일반 시민들도 전력망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라고 앞서의 언론 관계자는 말했다.
어느 시골 마을 노인의 싸움
독일 베를린에서 차로 약 70분 거리에 있는 브란덴부르크주 센프텐휘테 마을. 주민 170여 명이 사는 이 작은 마을에는 독일 송전망 반대 투쟁의 상징적 인물이 있다. 올해 78세인 린드너 씨. 그는 고등학교에서 역사와 정치를 가르치다가 1993년에 이 마을로 이주했다. 울창한 숲과 탁 트인 들판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돼서다. 린드너 씨는 “380㎸ 초고압 송전선 지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며 방문객을 맞았다.
마을의 평화가 깨진 건 2008년 무렵이었다. 전력망 운영사인 50헤르츠(50Hertz)가 마을을 관통하는 115㎞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북동부에서 생산한 풍력발전 에너지를 보내기 위한 선로였다. 마을에는 이미 과거에 설치된 송전선이 지나고 있었지만 초고압 송전망으로 대체하기 위해 높이 60m, 너비 20m에 달하는 송전탑이 세워질 계획이었다. 더욱이 이 마을은 자연보호구역이었고, 송전선 계획 구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유럽 조류 보호구역이 세 곳이나 있었다. “처음 송전망 건설 계획을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라고 린드너 씨는 말했다.
린드너 씨는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고 의회에도 도움을 청했다. 시민운동 단체인 ‘에너지 아래 생물권’과 함께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전자파로 인한 건강 문제, 기술적 대안(기존 송전선로를 이용하는 방법), 자연경관 보호, 조류 보호 등 네 개 영역에 걸쳐 외부에 조사 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2년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
긴 소송전 끝에 2016년 독일 연방법원은 브란덴부르크주 광업·지질·자연자원청의 송전망 건설 계획 승인 결정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전자파 문제나 기술적 대안 제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자연경관과 조류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독일 언론 〈베를리너 차이퉁〉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전선을 멈췄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전력망 운영사는 일부 지역을 지중화하는 등 건설 계획을 변경해 재승인을 요청했다. 결국 2018년 연방법원은 수정된 계획을 승인했다. 멈췄던 공사는 다시 재개되고 송전망 건설은 완료됐다. 이후에도 린드너 씨는 소송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최종 패소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었다면 법원에서 승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가 가속화하면서 당시 녹색당 출신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송전망 건설을 재촉하는 등 사회적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린드너 씨의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에게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기후변화는 거짓말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자연보호와 충돌하면 안 된다. 에너지를 한 지역에 집중하지 말고 분산할 수는 없는지, 송전망 건설 계획이 너무 과한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길도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길이든, AI와 반도체산업 육성의 길이든 방향은 같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길을 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전력망 확충이 중대한 과제가 된 지금, 우리는 또다시 ‘압축성장’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독일이 지난 20년 동안 겪은 사회적 논란도 단시간 안에 지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음 호에서는 국내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갈등 현장을 다룬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11022.html
전국 ‘지능형’ 재생에너지 전력망 구축한다…“에너지 민주주의 실현” (한겨레, 옥기원 신형철 기자, 2025-07-31 18:53)
분산 에너지를 AI로 제어하는 차세대 전력망
RE100 산업단지와 함께 “2050 에너지 대전환”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재생에너지의 공급과 수요를 늘리는 ‘지능형’ 전력망 구축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수도권으로의 일방적인 공급에서 벗어난 ‘분산형’ 에너지 수급 정책의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가 “지능형 전력망을 전국에 촘촘하게 깐다 이런 의미지, 서울로 가는 걸 길을 만든다 그런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3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망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며,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방안을 모색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날 최연우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관은 브리핑을 열고 “전세계적으로 투자가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분산 에너지를 인공지능 기술로 제어해 전력 생산부터 저장, 소비를 최적화하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기존 전력망은 대형 발전원(원전·화력)에서 수요처로 연결되는 ‘단방향’ 구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배제하는 문제가 있었다. 전기를 사용처로 옮기는 송·변전 체계에서 전력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아 일정 주파수(60㎐)를 벗어나면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력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태양광 등 전력 생산량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을 강제로 차단하는 ‘출력제어’ 조처를 해왔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놓고도 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버리는 일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차세대 전력망은 지역 단위로 촘촘한 배전망을 구축한 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인근 지역에서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다시 송전망으로 보내는 ‘양방향’ 계통을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삼는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급 예측 시스템을 전력망 운영에 접목해, 과잉 땐 충전하고 부족 땐 방출하는 방법 등으로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최 정책관은 “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전력망이 확충되면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 수급 균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호현 산업부 2차관을 단장으로 관계부처, 지자체,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전남에서 실증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전남엔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자원이 있지만 계통 한계로 출력제어가 빈번했고, 전력망 연구기관(에너지공대·GIST), 공기업(한전·전력거래소) 등이 밀집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만 자체적으로 전력을 조달하는 미국 존에프케네디공항처럼, 무안공항에 ‘마이크로그리드’(분산형 전력 시스템)를 구축하는 것을 대표 사업으로 꼽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연 브리핑에서 “공항, 석유화학 공장, 대학 캠퍼스, 농공단지 등 부문별로 마이크로그리드를 대여섯개 만드는 사업에 내년부터 2천억원 예산을 반영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번 지능형 전력망 사업은 알이(RE)100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특히 기존의 ‘중앙집중형’이 아닌 ‘분산형’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해 “‘수도권 일극주의’로 불리는 불균형 성장 전략이라는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꽤 전문가라고 보여지는 영역에서조차 에너지고속도로(라) 하니까 서울로 다 집중하자는 거냐 이런 비난, 비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요즘은 고속도로가 반드시 서울로 가지는 않는다. 에너지고속도로란 서울로 가는 뻥 뚫린 길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첨단 전력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쓴다’(지산지소)는 데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한 것이다.
지능형 전력망 구축과 알이100 산단,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 등 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 ‘패키지’가 서로 상승효과를 낳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는 “효율적인 송배전망이 구축되면 재생에너지 생산자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줄어 발전을 늘리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알이100 산단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 짚었다. 또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서는 지역별 요금제뿐 아니라 에너지 수급의 효율성 자체가 높아져 전체적인 전기요금 할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차세대 전력망 구축 사업이 지난번 정부가 발표한 ‘알이100 산단 조성 계획’과 ‘호남권 재생에너지 전력망 접속 대책’의 후속 조처로, “2050년 국가 에너지 대전환 프로젝트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다. 21세기에 “전기는 그 자체만으로 성장산업”으로, 지역의 에너지 산업과 인재를 집적화해 “케이(K)재생에너지 ‘원팀’을 만들어 전력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에너지산업을 장차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만든다는 게 대통령의 구상”이란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이익공유’ 모델을 적용해 주민이 자기 지역의 마을, 학교 등의 전기 생산에 참여하는 ‘에너지민주주의’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도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11346.html
“원전 더 안 지어도 된다…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 600TWh” (한겨레, 옥기원 기자, 2025-08-03 17:42)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대응전략 토론회
“원전을 새로 짓지 않아도 미래 전력 공급이 가능한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의 전망을 앞세워 최근 곧잘 제기되는 질문이다. 태양광 전문가인 한치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확보 가능한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의 시장 잠재량은 약 600테라와트시(TWh, 연간)에 달하기 때문에, 신규 원전 없이 기존 원전(189TWh)만 잘 활용해도 2038년 예상 전력 수요량인 735TWh를 충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 연구원은 “신규 원전 건설 없이도 미래 전력 수요와 탄소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 그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이 2038년 예상 전력 수요 90%를 감당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잠재량은 지형·기술적 제약뿐 아니라 정부 지원책과 규제 등 경제성까지 반영한 가장 보수적인 미래 발전량 예측 방법으로 평가된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형과 정부 지원책, 규제 등의 경제성까지 반영할 때 현재 시장에서 실제로 활용 가능한 태양광 잠재량은 495TWh, 육상과 해상을 합친 풍력 발전의 잠재량은 171TWh였다. 이를 합한 재생에너지 총 시장 잠재량은 666TWh로 2038년 예상 전력 소비량 735TWh의 약 90%에 달한다. 태양광과 풍력의 시장 잠재 발전량은 실제 건설할 수 있는 발전 설비량에 운영 효율(태양광 20%, 풍력 40%)을 반영해 환산했다.
한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원전 발전량이 189TWh, 액화천연가스 발전량이 167TWh임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667TWh)을 잘 활용하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도 충분한 전력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140TWh를 달성해 ‘무탄소 발전 비중’이 53%가 되면, 석탄발전소(발전량 167TWh)를 폐쇄해도 추가 원전 건설 없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후연구단체인 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염광희 선임연구원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와 온대 기후 조건 등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독일 사례를 예로 들어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본격화한 지 20여년 만에 전체 전력량 중 절반 이상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충당하며 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은 지난 2023년 총 36개 원전 전부를 폐쇄하며 탈원전을 달성한 국가이기도 하다.
염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한해 2.5억톤 탄소 감축 효과뿐 아니라 한해 300억유로(약 48조원)에 달하는 투자로 40만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짚었다. 또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을 위해 에너지저장시설(ESS) 확충, 수요관리 같은 통합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면 10년 뒤엔 전체 전력 80%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 ‘정치적 결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재생에너지 전력 설비를 확대해 원전 추가 건설 없이 석탄발전소를 줄여나가는 과정은 한국형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과제”라며 “재생에너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인 만큼 정책 일관성과 제도 투명성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매주 목요일 점심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1인 시위를 무기한 진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인 지난 3월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SMR 4개 모듈) 건설 계획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032046015
IEA “재생에너지, 내년 세계 최대 전력원 될 것” (경향, 오경민 기자, 2025.08.03 20:46)
수요 증가분 90% 충족 예상
석탄, 점유율 33% 아래로
내년에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력 공급원이 될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예측이 나왔다.
3일 IEA가 공개한 ‘2025년 전력 보고서(Electricity Mid-Year Update 2025)’를 보면, 늦어도 내년에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석탄화력발전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2026년이 석탄화력발전이 100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발전량 3분의 1 미만을 차지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IEA는 풍력과 태양광이 올해 5000TWh(테라와트시), 내년에는 6000TWh가 넘는 전력을 생산해 내년 전 세계 전력 생산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27%, 1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전력의 14%를 점하는 수력발전은 정체 상태를 유지하다 내년에 2% 이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석탄화력발전은 유럽연합(EU)과 중국에서 단계적으로 퇴출되면서 2026년 100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33% 미만을 점유할 것으로 예측됐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내년까지 연평균 1.3%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 LNG 발전량이 늘어나 확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발전도 연평균 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노후 원전 재가동, 한국·중국·인도 등에서의 신규 원자로 가동 등으로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IEA는 향후 2년간 전력 수요가 지금까지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고, 수요 증가분의 90%를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충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산업 발전, 에어컨 사용 증가, 데이터센터 확장, 난방 및 운송의 전기화 등으로 전력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석연료 에너지 발전은 대체로 감소하고 온실가스 저배출 에너지원이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발전 부문 탄소배출량은 정체기를 맞을 것이라고 IEA는 전망했다. 발전 부문 탄소배출 증가율은 2023년 1.6%, 지난해 1.2%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IEA는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211516.html
[왜냐면] 공공주도 해상풍력,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한겨레, 정세은 |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공공재생에너지포럼 대표, 2025-08-04 16:54)
이재명 정부가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을 핵심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목표는 2030년까지 14.3기가와트(GW)를 보급하는 것이지만, 현재 상업운전 규모는 325메가와트(㎿)로 정부 목표의 약 2.2%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지난 3월 기존 민간 주도 방식에서 정부 주도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하는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공공 주도형 해상풍력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되어 공공의 역할이 지금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은 총 30.2GW인데, 공공의 비중은 10% 수준으로 현재 공공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해상풍력 보급에서 공공의 역할이 강화된다면, 해상풍력 사업의 확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단위당 발전 비용’(LCOE)이 빠르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에 따르면, 영국은 2014년 첫 해상풍력 설치 이후 2024년까지 누적 설비용량이 15.9GW로 증가하는 동안 발전단가가 294달러에서 112달러로 6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각각 291달러에서 124달러, 271달러에서 132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공공의 역할을 실제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해상풍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과정에서 이미 사업성에 대한 엄격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업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는 일률적인 예타 적용으로 많은 사업들이 좌초해 왔다. 지난 3월 통과된 해상풍력특별법에는 다행히 예타 면제 조항을 포함시켰으나, 임의 조항에 불과해 향후 시행령을 제정할 때 면제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예타 면제가 어렵다면, 예타 시기를 현행 개발 초기 단계에서 장기고정가격 낙찰 이후로 조정하는 것도 대안이다. 동시에 예타 평가항목인 소비자물가지수 적용 기간을 기존 3년에서 최소 5년 이상으로 늘리고, 비용편익 항목에서도 알이100(RE100)을 비롯해 에너지 안보와 환경 개선 효과를 반영하는 등 제도 전반에 걸친 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공공은 해상풍력 사업을 직접 주도하는 방식 대신 민간 주도 사업에 지분 참여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가령 올해 상반기 발전사업허가용량 30.2GW 중 외국기업 보유 용량이 14.6GW(약 48%)에 달했는데, 공기업이 여기에 지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의 이점은 제한적이다. 외국기업은 공기업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공공입찰 시장에서 우대받는데, 공기업은 지분만큼 수익을 가져갈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기업의 해상풍력 개발 역량 제고, 국산 기자재 확대와 유지보수 시스템 국산화, 향후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근본적 이점을 취하기 어렵다.
바로 지금이 해상풍력 추진에 본격 시동을 걸어야 할 골든 타임이다. 민간의 역할은 지금까지와 같이 미래에도 중요하지만, 공공의 역할이 더해진다면 2030년 14.3GW라는 목표 달성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GWJ9C1R06
'태양광 과속'에 전력균형 무너져…"ESS·송전망 확충 서둘러야" (서울경제, 마드리드·바르셀로나=주재현 기자, 2025-08-07 18:00:23)
[K에너지 시프트] <2> 남의 일 아닌 '스페인 대정전'
10시간 넘게 전기 끊겼던 스페인
보조금 주며 태양광 설비 늘렸지만
전력망 투자 뒷전…감당 못해 탈 나
韓 재생에너지 비중 10→20%로
제조업 중심 국가서 정전땐 '재앙'
전력망 확충해 산업생태계 지켜야
스페인에서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대정전)이 일어난 배경에는 2000년대 중반 진행된 재생에너지 ‘과속’ 보급 대책이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04년 태양광과 같은 청정에너지를 보급한다는 목표 아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발전 사업자들은 25년 동안 높은 고정 가격에 전기를 팔 수 있도록 보장받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태양광 사업자들이 몰려들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빗대 ‘태양광 골드러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스페인의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이 시기 급격히 늘어 현재의 재생에너지 쏠림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스페인의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34.7GW로 원전 35기분에 달한다.
대정전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이 급증한 데 비해 이를 감당할 전력망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월 28일(현지 시간) 발생한 스페인 대정전은 스페인 서남부 엑스트레마두라주의 한 발전소에서 갑자기 출력이 0으로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1.5초 뒤 같은 현상이 한 번 더 발생하자 이상 현상을 감지한 프랑스 측이 스페인과의 전력 연결선을 차단했다. 전력망을 보호하기 위한 자동 조치였다. 이와 함께 스페인 전력망의 주파수와 전압이 크게 흔들리자 여러 발전소들이 잇따라 전력망에서 자동으로 분리됐다. 단 5초 만에 당일 스페인 전력 생산량의 60%에 가까운 15GW의 전력이 전력망에서 증발했다.
그런데 대정전 당일 스페인에서 전기는 부족하기는커녕 오히려 넘쳐났다. 스페인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 비중이 전체의 66%에 육박하는데 봄철에는 태양광의 효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실제 스페인 전력공사인 레드일렉트리카는 대정전 발생 12일 전인 4월 16일 하루 동안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했다는 공식 발표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전체 발전량이 전력망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 균형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이후 봄철 태양광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도매가격(SMP)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력 시장을 관리하는 이베리아전력거래소(OMIE)에 따르면 2023년만 해도 봄철(3~5월) SMP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경우가 전혀 없었지만 2024년에는 142시간 동안 SMP가 음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올해 들어 404시간으로 급등했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깨끗하지만 의존도가 너무 커지면 전력 불안정성도 같이 늘어난다”며 “충분한 송전 시설을 확보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보호 방안을 갖추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려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버터(전기 변환 장치) 방식의 태양광발전소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를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도 스페인 대정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력·화력·원자력발전소는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전력망에서 탈락해도 터빈이 서서히 멈추며 일정 시간 전기를 공급한다. 이상 현상에 대처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이야기다. 반면 태양광발전소는 인버터로 통제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한순간 전력망에서 분리돼 전력망 부담을 가중한다. 태양광·풍력발전 시설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고 전력망을 보강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이 같은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넘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 선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2038년 태양광·풍력발전소 설비용량은 117.9GW로 올해(37GW)보다 3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제조업 중심 국가인 한국에서 대정전이 난다는 것은 스페인과는 다른 의미”라며 “특히 반도체 설비의 경우 정전 전후 생산 물량을 폐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장비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강·석유화학 역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굉장히 중요한 업종”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제철소나 석화단지에는 자체 발전소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작정 태양광 에너지만 외치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80717351032760
누구를 위한 에너지 전환인가 (프레시안, 해미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2025.08.08. 07:27:52)
[인권으로 읽는 세상] 공공재생에너지가 우리의 대안이다
폭우로 동네 하천이 넘쳤다는 소식, 폭염에 일하던 노동자의 산업재해 소식이 들려온다. 생존이 걸린 기후재난 앞에서, 심화하는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데엔 이제 이견이 없는 듯하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해 온 윤석열 정부를 끌어내리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이 "생존의 문제"라며 '에너지 전환'을 하겠다고 공표하고 있다. '기후 정부'로 주목받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기후위기를 넘어설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산업 성장의 수단으로 전락한 '재생에너지 확대'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의 주된 방향은 '재생에너지 확대'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축소하고, 전국 각지에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이라기보다는 '산업 성장 전략'에 가깝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녹색산업'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고 있으며, 주요 메시지 또한 '산업 경쟁력' 'RE100 대응' 등 기업 중심 키워드에 집중되어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이며, 이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총량을 줄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온실가스의 상당량은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산업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에너지 소비도 줄이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 전체 에너지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더군다나 정부가 미래산업으로 키우려는 반도체·이차전지·AI·수소 등은 에너지 집약산업이라는 점에서 전력 수요는 더 급증할 걸로 예상된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력 수요 증가를 전제로 하며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공급 확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추기는 방향인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다고 해도 에너지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조건이 달라지지 않으면 기후위기 대응은 어렵다.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에너지 소비가 계속 증가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미봉책일 뿐이며, 산업 성장 기조 하에 배치된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해 온 '과잉생산 과잉소비'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이루어지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한계가 분명하다. 가령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하더라도, 산업이 여전히 더 많은 생산을 위해 자원 채굴과 폐기물을 늘린다면 지금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탄소 배출은 줄일 수 있을지라도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인 자원 착취와 과잉생산이 그대로 남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데 그칠 수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싸고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위해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함께 던져져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전환인가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이 '에너지 고속도로'와 'RE100 산업단지'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에너지 생산지에서 전국 산업단지로 전력을 신속하게 이송하기 위한 대규모 송전망 사업으로 서해안을 시작으로 남해안과 동해안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누구나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분산형 에너지 네트워크'로 소개하며, 재생에너지를 전국 곳곳에 전달하는 '고속도로'로써 기후위기 대응책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해안 지역의 해상풍력발전소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산업단지와 대도시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경로를 육상의 초고압 송전탑뿐 아니라 해저 케이블까지 동원하며 송전망 체계를 바다에까지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 산업과 대도시를 위한 에너지 공급 기지로 지역을 취급해 온 문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에너지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참여를 배제하며 민주적 절차와는 거리가 멀었던 추진 과정과 함께 해왔다. 송전탑 건설은 지역 주민들에게 생업을 흔들며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지만,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은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알량한 보상으로 주민들을 가르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며 강행되어왔다. 재생에너지가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예컨대, 햇빛과 바람으로 소멸 위기의 지방을 살려보겠다며 "에너지 기본소득"을 내세우는 전남에서는 도내 마을을 관통하는 고압 송전선로가 총 627킬로미터(km) 건설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소음과 진동, 전자파 피해, 삶의 터전 파괴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수많은 결정이 비공개적으로 진행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서도 반복될 우려가 크다.
RE100 산업단지는 지역이 에너지 생산지인 동시에 기업을 위한 소비지로써 이용되는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RE100 산업단지는 입주한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정책이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은 기후위기 시대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기요금 할인, 세제 감면, 규제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의 자원을 장기적으로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 주된 방향이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겠다며, '규제 제로' 구역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녹색'과 '상생'을 앞세운 기업 유치 정책일 뿐이다 이미 지자체 간 경쟁에 돌입했는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공론화하는 과정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개발 이익이 우선되며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도 크다. '생존의 문제'로 이야기되는 에너지 전환이 거꾸로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모두'를 위한 에너지 전환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그 생산과 소비를 모두 민간 기업에 내맡기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기업에게 더 많은 자원과 권한을 몰아주는 현재의 방향은, 기후위기의 책임이 있는 기업들에 또 다른 돈벌이의 기회를 제공해 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누가, 어떤 방향으로 전환을 이끌 것인지가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의 90% 이상이 민간 소유이며, 해상풍력 사업의 절반 이상을 해외자본이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는 한번 건설되면 수십 년간 유지되어야 하지만, 민간 자본은 단기적인 수익성에 따라 투자와 철수를 결정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의 일관성과 그에 대한 책임이 확보되기 어렵다. 민간 자본에게 에너지 전환이라는 공공의 과제를 맡긴다면 위기를 낳은 시스템만 강화할 뿐, 진정한 전환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공공재생에너지운동'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공공재생에너지는 모두의 것인 햇빛과 바람이 특정 기업의 이윤 수단으로 독점되지 않도록 그 소유와 운영, 계획과 결정 권한을 공공과 시민이 함께 나누는 체계를 지향한다. 발전공기업, 지자체, 시민협동조합이 사업 초기부터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에너지를 모든 이들의 자원으로 만들어가는 구조다. 이는 단지 소유나 운영의 주체를 전환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제껏 에너지 정책에서 시민들의 자리를 지워온 불평등한 구조를 바로잡아 공공성과 민주성을 되찾자는 시도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전환은 무엇을 위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방향에 대한 전환으로 이어진다. 지금처럼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태적 한계를 고려하여 산업별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고,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은 에너지를 이윤의 수단이 아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 자원이자 권리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이는 과잉 생산과 소비를 전제로 한 기존의 산업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에너지원만 바꾸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공공성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에너지 전환, 이것이 기후위기 시대 우리 모두를 위한 전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를 권리로 : 지금, 여기의 정의로운 전환
"기후위기의 책임은 함께 나눠야 하면서, 그 위험은 왜 가장 약한 이들에게 집중됩니까?"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외침이다. 올해 말부터 태안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일자리 대책 넘어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그동안 발전공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위험 작업을 외주화하며 비정규직 노동을 확대해왔다. 그 위에 김용균의 죽음이 있었다면, 이제는 발전소 폐쇄까지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더 쉽게 회피하는 명분으로 더해지며 김충현의 죽음이 있었다. 이러한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정부를 향해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지 않는 전환을 요구하며 발전노동자들은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에 나섰다.
지난 7월 27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로 성사되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제안에 많은 이들이 기꺼이 힘을 모아주고 있다. 성장을 내세우며 산업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전환에만 골몰하는 정치에 우리의 삶과 미래를 내맡길 수 없다. 공공성과 생명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 권력이 아니라 권리가 중심 되는 전환. 지금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길 위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현실로 만들어가자.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102108015
[조현철의 나락 한 알]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에 바람 (경향, 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2025.08.10 21:08)
지난달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청원’이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관위원회에 넘겨지게 됐다. 폭염과 호우가 반복하는 기후재난의 여름,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에 힘을 주는 소식이다. 공공재생에너지는 공공 부문이 주도해 정의로운 전환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자는 운동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단계적으로 폐쇄될 석탄발전소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에너지 공공성과 지역의 사회적 생태적 여건을 존중하는 에너지 전환이다.
‘발전공기업’ 법적 근거 마련해야
먼저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으로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될 새로운 발전공기업 설립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이라고 저절로 ‘공’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이는 민간기업인 양 이윤과 효율을 앞세워 비정규직 양산과 위험의 외주화를 방치하는 지금 발전공기업의 실태가 잘 보여준다. 고용과 안전, 인권, 생태와 기후 등 공공의 가치를 좇는 발전공기업이 되려면 소속 노동자와 지역주민, 시민사회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열린 의결 구조에 기반한 민주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새로운 발전공기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기관과 협력하고 공공성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과 주민 참여를 촉진해 재생에너지를 신속히 확대해야 한다. 햇빛과 바람이 어디에나 있듯이, 재생에너지는 본디 지역 분산형으로 지역 생산과 소비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지산지소(地産地消)하는 재생에너지라야 에너지 지역자립을 이루고 장거리 송전의 부작용도 막는다. 더는 지역이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고 에너지 민주주의도 실현된다. ‘재생’에너지가 송전탑·송전선으로 지역주민의 삶과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이왕이면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 에너지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공공성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재가 신자유주의의 민영화(사유화) 바람으로 사적 이윤의 먹이로 떨어졌다. 돌봄과 보건과 의료, 교육과 주거와 교통을 비롯한 사회적 공공재는 시장의 상품이 됐고, 산과 강과 바다와 갯벌 같은 생태적 공공재는 경기 부양을 노린 개발 대상이 됐다. 자연생태계 훼손, 안전과 효용과 경제성과 관련한 합리적 비판에도 집요하게 추진되는 설악산과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새만금공항과 가덕도공항 사업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 수준이 얼마나 얕은지 보여준다.
삶의 공동 기반인 공공재 이용 원칙은 사회적 이익과 생태적 안정이어야 한다. 사적 이윤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없던 울타리가 생겨나 이전에 함께 누리던 풍요로움은 줄어들고 희소성은 커진다. 공공재는 공정하고 포용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게 관리할 공적 기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번에 잘만 만들면 공공재생에너지법이 우리 사회의 공공성 회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성장 신화 넘어서 ‘적은 에너지’로
햇빛과 바람이 깨끗한 에너지원이라지만, 이 에너지원을 담는 설비는 깨끗하지 않다. 만일 화석연료 발전을 모두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제조에 은·구리·납·아연·알루미늄·철·네오디뮴 등 막대한 양의 광물이 필요하다. 광물 추출에는 오염과 자연 파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심각한 사회적 생태적 비용이 따르고, 추출과 설비 제조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전력 저장과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제조에는 엄청난 리튬이 소요된다. 리튬 1t 생산에 200만ℓ가량의 물이 들어가 지하수 고갈과 수질오염 등 생태적 교란이 일어난다. 게다가 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가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듯이 이런 광물은 대부분 남반구에서 착취적 노동으로 추출된다.
오늘날 세상은 성장이 진보이자 삶의 향상이라고 믿는다. 성장은 정치 성향을 초월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이며 물질과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물질적 과정이다. 성장에 매달리는 한, 재생에너지를 늘려도 그 효과는 에너지 대체가 아니라 늘어난 에너지 수요를 보충하는 데 그친다. 성장에 고삐를 채우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의 효과는 퇴색한다.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다며 재생에너지와 함께 핵발전도 늘려야 한다는 궤변이 힘을 얻는다.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수록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필요한 광물의 양이 늘어나 추출 방식이 공격적으로 되면서 사회적 생태적 비용도 커진다. 무엇보다 지구의 광물량은 유한하다. 정의로운 전환은 물론 유한한 광물량을 생각하면 재생에너지는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에너지 감축 없이 지구적 공정을 포함하는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생산은 불가능하다.
공공재생에너지 운동도 결국 성장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화석연료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적은 에너지’로도 대체해야 한다는 생태사상가 웬들 베리의 말에 귀 기울이며 성장 신화에서 벗어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403846642266336
해풍법 시행에 기대 커졌지만…"시행령 꼼꼼히 손봐야"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2025-08-11 오전 5:00:00)
공기업 참여 발목 잡던 예타 면제에
석탄화력 공공기관 참여 우대 조항도
"시행령에서 필요 규정 더 명확히해야"
올 3월 국회를 통과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해풍법)이 내년 3월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관련 업계에서는 해상 풍력 보급 촉진과 함게 공공 주도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하위 법령에서 공기업의 예타 면제 등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내년 3월 해풍법 시행에 맞춰 하위 시행법령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법의 주된 내용은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방식 도입을 통해 수십여 인·허가 등 어려움으로 지금껏 지지부진했던 해상풍력 보급을 촉진하자는 것이지만, 이와 함께 국내 관련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가·에너지 안보 기여 목적, 즉 공공 주도 사업 확대를 지원하는 내용도 다수 담겼다.
공기업의 해상풍력 사업 참여의 걸림돌로 손꼽혀온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항을 담은 게 대표적이다. 발전 공기업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려면 경제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예타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에너지 안보와 국내산업 육성을 고려치 않고 중국산 기자재를 도입해 사업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쉬웠다.
일례로 발전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라는 정부 목표에 부응해 총 3조 1000억원을 들이는 390메가와트(㎿)급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을 추진해 2023년 정부로부터 20년 고정가격 계약을 통한 안정적 수익도 확보했으나, 지난해 예타 탈락으로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공기업들은 내년 3월 해풍법 시행과 함께 이 같은 딜레마 없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해풍법은 200㎿ 이상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공공기관은 각종 입찰에서 우대한다는 조항도 담은 만큼, 5개 석탄화력발전 공기업(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의 참여는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실제 이들 기업은 지분참여 등 형태로 해상풍력 발전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새 특별법이 효과를 내려면 하위법령에서 필요한 규정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공공재생에너지포럼 대표)는 “해풍법 내 예타 면제는 임의 조항에 불과하므로 하위 시행령 제정 때 면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며 “공기업이 예타를 받는 시점을 현행 개발 초기가 아닌 (사업성을 확보하는) 정부 장기고정가격 계약 낙찰 이후로 조정하는 등의 여러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056
“재생에너지 시대, 전력시장체계 가격입찰제로 바꿔야” (매노, 임세웅 기자, 2025.09.04 18:40)
KDI 보고서에서 “전력도매시장서 수익 확보할 수 있어야”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하는 상황에 맞춰 전력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하는 가격입찰제 방식 전력도매시장으로 현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을 때 작동가능했던 현재의 전력도매시장 구조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현재 전력시장은 경직적 가격 체계다. 생산 안정성이 있는 화력과 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 발전원들은 연료비가 전체 발전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전력가격은 연료비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발전사가 직접 입찰시 공공성이 필요한 전력가격을 담합으로 올릴 우려가 있어 운영기관이 직접 가격을 산정하도록 설계했다. 연료비는 객관적인 수치기 때문에 가격 결정이 투명하고 예측가능했다.
전력 수급 균형이 어긋나면 송전시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주파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지거나, 운영비용이 불필요하게 증가하는 특성상 수요공급의 균형을 실시간으로 맞춰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운영비가 중심이 되는 현재의 전력도매가격 시장이 설계됐다.
문제는 연료비가 없고, 공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의 특성이 현 시장에서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전력공급의 일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이 들쭉날쭉할 경우 생산량이 높을 때 에너지를 모았다가 생산량이 낮을 때 방전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그런 상황에서 시간대별 가격 차익이 충분하지 않고 ESS를 도입한다 해도 보상 역시 높아지지 않아 설비투자 유인이 없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순간적으로 과잉 공급되는 경우 적정 주파수를 벗어날 수 있어 출력을 하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발전비중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3년 기준 8.5%에서 2038년 29.2%까지 높이기로 했다.
KDI는 가격 체계가 수요와 공급을 유연하게 반영하는 가격입찰제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여창 KDI연구위원은 “변동성을 완화하고 유연성을 제공할 설비가 부족하면 전력도매시장 운영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며 “전력도매시장의 가격 기능을 강화해 ESS와 같이 전력시장에서 필요한 자원들이 전력도매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하는 가격입찰제 방식 전력도매시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https://www.fnnews.com/news/202509091817272711
[fn사설]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하나 급진, 과속은 경계를 (파이낸셜뉴스, 2025.09.09 18:17)
6차 신재생에너지 계획 논의 시작
과도한 탄소 감축은 기업에 부담
정부가 '제6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른 법정 계획으로 5년마다 하는 절차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다는 목표 아래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수소에너지나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약을 지키기 위해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이재명 정부는 2018년 대비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30년 40%에서 대폭 올릴 게 확실하다. 발전 부문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발전량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10.6%이고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른 2034년 목표치가 25.8%다.
정부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후환경에너지부를 신설한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6차 기본계획에서는 비중을 25.8%에서 더 높일 게 분명하다. 환경부는 지난 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2035 NDC 초안을 40%대 중후반, 53%, 61%, 67% 네 가지로 제시했다. 2030년보다 최고 27%p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40%대는 산업부안, 나머지 세가지는 환경부안이다.
문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의 목표치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환경부의 최고 높은 안인 67%로 결정되지는 않겠지만, 정부 조직개편까지 더해 기업들의 걱정은 태산이다. 조직개편으로 앞으로 에너지 정책의 주도권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넘어가면 2035년 NDC가 50%를 훌쩍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환경부의 67%안은 국회에 발의된 여당 의원들의 안보다 더 높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급진·과속의 에너지정책은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환경부의 67%안은 제철소와 석유화학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업계의 반응이 결코 지나친 것은 아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과 조직개편은 원자력 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자력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규제를 중시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재생에너지에 정책의 중심을 두고 원전 정책을 주도하면 신규 원전 건설이 어려워지고 원전 생태계가 파괴되는 제2의 탈원전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멀쩡한 산을 파헤치거나 호수를 뒤덮는 등 환경파괴의 주범이 됐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은 국가에서는 무턱대고 비중을 높일 수 없는 에너지다. 탈원전 정책을 폈던 독일이나 대만이 다시 원전을 건설하고 재가동하고 있는 것은 원전의 이점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탄소 저감을 위한 발전 정책은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을 확대하는 방향이 맞고 빠른 길이다. 더욱이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보급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 공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로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 에너지 정책은 환경보다는 산업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한번 세워 놓으면 쉬 바꾸기도 어려워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탈원전 정책이 끼친 해악을 상기해 보면 더욱 그렇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3580002095
미래 투자를 위한 전력망 이용요금의 합리화 (한국일보, 정구형 한국전기연구원 에너지신산업연구센터장, 2025.09.10 04:30)
대한민국 전력망은 심각한 병목에 갇혀 있다. 동해안과 호남 지역에서는 전력망 부족으로 전력 생산을 억지로 줄여야 하고, 수도권 첨단산업 단지는 전력공급 부족을 호소한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곧 국가 경쟁력 위기로 직결된다.
문제는 전력망이다. 지역주민 민원과 지자체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은 수년째 늦춰지고,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역시 10년 넘게 지체됐다. 전력망 건설 지연에 따른 국가적 손실은 상당하다. 발전소를 건설했지만,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지 못해 발전기 가동을 100%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법은 ‘에너지 고속도로’다. 이는 단순한 송전선이 아니며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그리드, HVDC,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에너지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대한민국 전력시스템 대전환의 설계도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등 첨단산업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서해안 라인을, 2040년대에는 전국을 잇는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제11차 장기송변전계획에 따르면, 에너지고속도로를 포함한 전력망 확충에 2038년까지 약 73조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원 마련이 문제다.
주요 경쟁국은 이미 전력망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한다. 유럽연합(EU)은 재생에너지와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 2030년까지 약 840조 원을 투자하는 ‘슈퍼그리드’ 건설을 추진 중이며, 이 자금은 정부 지원과 함께 송배전이용요금 인상으로 충당한다. 미국 역시 그리드 현대화와 망요금의 연계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전력망은 노후화와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증가 등으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2030년까지 38~80GW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연방정부는 인프라 법안을 통해 그리드 확장을 추진하면서, 재원의 상당부분은 망요금 인상으로 충당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국가 전력망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며, 합리적 망요금 조정 없이는 전력망 확장은 곤란하다는 점이 명확하다. 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대규모 전력망 투자는 더욱 그렇다. 요금이 오르면 당장 부담이 되겠지만, 전력망이 안정되면 AI·반도체 산업이 성장해 일자리와 경제가 살아난다.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지금,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은 국가 경제와 산업의 심장을 뛰게 하는 미래 성장 혈관이며, 이를 위한 합리적 망요금 조정은 미래 산업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의 시작이다. 지금 당장 속도를 내야 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1013310000800
해상풍력 사업, 금융·제도 총동원해 돕는다...범정부 보급TF 출범 (한국일보, 오지혜 기자, 2025.09.10 16:00)
범정부 해상풍력 TF 킥오프 회의 개최
관계 부처 원팀으로 해상풍력 가속화 추진
정부가 해상풍력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한팀으로 뭉쳤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인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대전환'의 성패가 해상풍력 활성화에 달려있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이다. 정부는 사업자들의 애로를 해소하고 항만 등 관련 인프라도 선제적으로 갖춰 지금보다 더 빨리 해상풍력을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력기반센터에서 국방부·해양수산부·환경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관계 기관이 함께하는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해상풍력은 삼면이 바다인 국내 입지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이다. 특히 전력 수요가 많아지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탄소 배출 규제까지 충족할 수 있는 핵심 전원으로 꼽힌다. 또 건설 과정에서 조선·철강 등 연관 산업에 파급 효과가 커 미래 핵심 산업으로 여겨진다.
아직 한국은 해상풍력 보급이 더디다. 운영 중인 규모는 0.35기가와트(GW) 수준이고 2022년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 입찰제 도입 이후 총 4.1GW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선정해 추진 중이다. 이호현 산업부 차관은 "모든 전문가들이 지금을 국내 해상풍력 활성화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본다"며 "낙찰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이 앞으로 해상풍력 보급 가속화의 전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낙찰 사업들이 진행 과정에서 차질을 겪지 않게끔 종합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특히 복잡한 인허가, 인프라 부족, 금융 조달 등에서 애로가 많이 생기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게끔 역량을 모아 나가기로 했다.
향후 해상풍력 사업이 확대될 상황에 대비해 특수 선박이나 전용 항만 등 인프라도 선제적으로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또 올해 3월 통과된 해상풍력특별법도 하위 법령 제정 작업이 한창이라 2026년 상반기 법적 기반까지 완성되면 보급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09/15/2ORKKQMC2JDRZHBANXCYN6AQCM
李는 '태양광 속도전' 주문… 현장선 '신재생 과잉' 비상 (조선일보, 전준범 기자, 2025.09.15. 00:46)
이미 넘쳐… 가을철 대정전 우려
전력 당국이 태양광발(發) 전력 과잉 공급에 따른 가을철 블랙아웃(대정전)에 대비한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속도전’을 주문했지만, 정작 현실에선 재생에너지 급증에 따른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블랙아웃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일조량은 많고 냉난방기 사용은 줄어드는 봄가을, 남는 전기를 저장할 에너지 저장 장치(ESS) 같은 전력망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발전소 가동을 강제 중단하는 ‘출력 제어’가 급증하는 등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육지 출력 제어, 3년 전엔 0회였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전력거래소·한국전력 등과 함께 가을철 전력 공급 과잉 상황에 대비한 ‘전력계통 비상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19일에는 ‘가을철 경부하기(輕負荷期) 계통 안정화 대책 기간’ 운영 계획도 발표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한 태양광발전 설비 탓에 봄가을마다 ‘고(高)발전, 저(低)수요’ 현상이 되풀이되자 202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책이다. 블랙아웃은 전력 공급이 부족해도 일어나지만, 공급이 전력망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도 발생한다. 전력 표준 주파수(60Hz)가 올라가서 전압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지난봄 대책 기간은 3월 1일부터 6월 1일까지 93일로,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가을 대응 기간은 11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자가용 태양광 운영 최소화, 발전 사업자에 출력 제어 사전 안내 등이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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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당국이 올가을 특히 긴장하는 건 지난봄 태양광뿐 아니라 연료전지 발전소에 대해서도 긴급 출력 제어 지시가 나갈 만큼 상황이 급박했던 탓이다. 연료전지 발전은 날씨에 상관없는 사실상의 기저 전력이다. 전체 발전 비율의 1% 미만인 연료전지 발전소에 대해 다급하게 가동을 멈추라고 지시한 건 올봄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량은 72.3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연간 제어량(20GWh)의 3.6배에 달한다. 72.3GWh는 국민 1800만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원자력발전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 출력 제어는 올해 상반기에만 25회였다. 2020년 2회, 2022년 4회, 2023년 7회에 비하면 급증세다. 한빛·한울·고리·신고리·새울 등 거의 모든 주요 원전이 제어 대상에 포함됐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출력 제어는 비상시에 발령하는데, 점차 전력 계통 운영이 능력치를 넘어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李 “재생에너지 1~2년 안에 대대적 건설”
봄가을 전기 과잉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전력망이나 ESS를 빠르게 확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로 인한 투자 여력 부족,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주민들 반대로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없는 상태다.
이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빠른 전력 공급은 태양광·풍력”이라며 “1~2년 안에 대대적으로 건설하라”고 속도전을 지시했다. 정책 방향과 전력 현실의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년도 재생에너지 예산을 올해보다 50% 증액했다. 오는 11월부터는 국가·지자체·공공기관 등이 설치·운영하는 80면 이상 주차장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가 의무화된다.
에너지 정책 주도권이 산업부에서 환경부(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가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환경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되, 송전망 같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규제 권한은 강하지만 대형 투자·인프라를 총괄한 경험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계절에 따라 전기가 남아돌아 정전이 걱정되는 시대가 열렸다”며 “재생에너지의 무조건적인 확대보다는 적절한 통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안정적 전기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09/15/CVFFZKJ7KFF37IJYGZ3FYI6INI/
전력 생산 너무 많아도 블랙아웃… '발전소 가동 강제 중단' 급격히 늘어 (조선일보, 정한국 기자, 2025.09.15. 00:46)
재생에너지 비중 커져 균형 깨져
전력 시스템에 부담 줘 사고 발생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전력 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냉·난방 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생기는 ‘전력 부족’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반대로 봄, 가을에 ‘전력 과잉’으로 블랙아웃(black out)이라 불리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력 부족도 블랙아웃의 요인이 되지만, 반대로 전력이 남아돌아도 전체 전력 시스템에 부담을 줘서 각종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전력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전력망을 관리한다. 예컨대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으면 발전소의 발전기부터 각 가정의 크고 작은 전자 기기 등이 정상 범위보다 더 작동하며 과열되는 일이 벌어진다. 반대로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적으면 각종 기기의 작동 효율이 떨어져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력 계통은 모두 60Hz(헤르츠)의 주파수에 맞춰져 있는데, 전력망에서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지면 주파수 변동 범위가 커져 전력망과 각종 기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전력 시스템은 지역별로 전기 생산이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거나 적어지지 않도록 강제 차단 장치를 자동으로 작동시킨다. 발전소가 멈추거나, 각 지역에서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이유다.
과거 대형 발전소만 주요 전력 생산원일 때는 발전소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발전원 가운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서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풍력, 태양광 발전의 특징인 ‘간헐성’ 탓이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 강한 낮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고, 풍력 발전은 바람이 불어야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보조 장치가 대거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간헐성이란 단점을 보완하는 게 바로 ESS(에너지 저장 장치) 같은 설비다. 수요가 적을 때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수요가 급증할 때 꺼내 쓰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드는 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전기료도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190600011
[단독] 재생에너지 발전하랬더니…‘돈’으로 때운 발전 5개사 (경향, 오동욱 기자, 2025.09.19 06:00)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 ‘25%’ 차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할당량
대부분 민간 발전사서 REC 구매
허종식 의원 “해상풍력 등 투자를”
국내 발전 공기업 5개사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할당량’(RPS)을 자체 발전보다 ‘돈’으로 메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 5개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받는 기업들 총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5개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억3916만 이산화탄소상당량톤(tCO2eq·이하 t)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온실가스 할당대상업체·목표관리업체 1167곳의 배출량은 5억6652t이었는데, 발전 5개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이다. 할당대상업체와 목표관리업체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가로부터 관리를 받는 기업을 말한다.
발전 5개사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부발전으로 지난해에만 총 3116만6623t을 배출했다. 남동발전(3071만313t), 서부발전(2696만3939t), 동서발전(2597만7192t), 남부발전(2434만6135t)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RPS를 대부분 외부 조달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RPS는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할당량을 정해준 제도다.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발전하는 ‘자체 조달’ 방식으로 충당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민간 발전사의 REC를 구매하는 ‘외부 조달’ 방식으로도 채울 수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면 발급받는 인증서를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그게 아니면 민간에서 구매하라는 취지에서 제도가 시행됐다.
발전 5개사의 선택은 후자였다. 발전 5개사의 평균 REC 구매량은 2020년 약 40억6929만REC에서 지난해 82억2318만REC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5년간 REC 구매 총액은 8조1753억원으로, 2020년 1조3542억원에서 지난해 1조8509억원으로 36.7% 늘었다. 지난해 RPS 이행 실적 중 REC 구매 비율은 동서발전(97%), 중부발전(90%), 남동발전(80%), 남부발전(66%), 서부발전(63%) 순으로 많았다.
반면 발전 5개사의 신재생에너지 자체 조달 평균 비율은 2022년 20%, 2023년 17%, 2024년 21%로 제자리걸음했다. 특히 동서발전은 지난해 RPS 자체 조달 비중이 가장 낮았다. RPS 이행량의 3%만이 자체 조달이었다. 중부발전이 10%, 남동발전 20%, 남부발전 34%, 서부발전이 37%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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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플랜1.5의 최창민 정책활동가는 “발전사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만드는 게 RPS 제도의 본 취지이고, (REC 구매는) 정 안 되면 시장에서 사서 메우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전사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거의 안 하고 시장에서 사니 REC 가격이 높아지고,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 가격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전 5개사의 재생에너지 발전 역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석연료 기반의 덴마크 발전공기업인 오스테드가 세계 풍력발전 시장을 주도한 것은 시장이 형성될 무렵부터 풍력발전에 뛰어든 ‘경험’ 때문인데, 한국은 과도한 REC 구매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한국은 풍력발전을 오스테드와 비슷한 시기(2011년)에 했고 심지어 발전소·터빈 기술은 더 빨랐다”며 “자체 발전 없이 사서 쓰는 방식이 계속되면 재생에너지 역량이 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REC에 의존해 RPS 의무를 충당하는 방식은 쉽고 빠른 길만 택하는 안일한 대응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공언한 만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과감히 투자해 책임 있는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REC 구매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한다”면서도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화력발전소를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RPS의무이행량 중 외부조달 상당 부분은 우리가 지분투자한 SPC(특수목적법인) 등 자회사에서 구매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같은 회사인데 제도상으로만 (외부 조달로) 분류가 된 것뿐”이라고 전해왔다.
https://www.thepowernews.co.kr/view.php?ud=202509191107402909de3f0aa1be_7
정부 부처 개편에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전력망 법안 의결·가스공사 개별요금제 경쟁력 부각 (더파워 이경호 기자, 2025-09-19 11:09)
하나증권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 부처 개편과 전력망 투자 법안 의결이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강화하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가스공사의 발전용 천연가스 개별요금제가 시장 점유율 방어에 성공하며 가격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망특별법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345kV 기준 평균 13년이 걸리던 전력망 건설 기간이 9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수급 시차가 불가피해 선제적 투자 필요성이 크지만, 투자비를 요금이나 한전 자본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화 난관이 지적됐다.
https://cli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1911090509790de3f0aa1be175193255143.jpg&nmt=7
가스공사의 발전용 천연가스 시장 방어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부발전이 직도입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한 이후 발전 자회사들의 직도입 확대 검토가 이어졌지만, 최근 인천 복합·연료전지 발전소에서 개별요금제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스공사의 가격 경쟁력이 다시 확인됐다.
정책 측면에서는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새로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 변화가 주목된다. 하나증권은 “정부 국정과제 관리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확대가 예상된다”며 “기존 산업부가 주도하던 원전 중심 장기 에너지 믹스에서 새로운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대재해 업종에 전기가 새롭게 포함되면서 송배전·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규제 강화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종목별로는 한국전력이 전주 대비 2.8% 하락했다. 오는 22일 발표 예정인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될 경우, 그간 요금 인상 기대감이 선반영된 만큼 단기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하나증권은 다만 “단기 조정 시 매수 접근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한전KPS는 전주 대비 4.1% 내렸다.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1단계 개방 이후 ‘위험의 외주화’가 부각됐고, 2단계 도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당분간 수의계약 중심의 현 시장 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923025500003
산업부, 해상풍력 사업자들과 보급 가속화 논의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2025-09-23 11:00)
고정입찰 선정사 간담회…"앞선 낙찰사업 성공적 정착 중요"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고정가격 계약 경쟁 입찰을 통해 해상풍력 사업을 벌이는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호현 산업부 2차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는 풍력발전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상풍력 보급 가속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민간 중심 풍력발전 개발 사업 활성화 흐름에 따라 지난 2022년 풍력발전 고정가격 계약 경쟁 입찰 제도를 도입했다. 고정가격 경쟁 입찰에서 선정된 사업자는 생산한 전기를 20년간 고정 가격에 판매할 권리를 보장받아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2022년 이후 15개 프로젝트가 고정가격 경쟁 입찰에서 선정됐다. 총 설비용량은 4.1GW(기가와트)에 달한다. 이 가운데 1개 프로젝트가 준공되고, 2개 프로젝트는 착공 후 건설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군 작전성 협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등 복잡한 인허가, 해상풍력 설치선 전용 부두 같은 인프라 부족,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산업부는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건 이재명 정부는 계획적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해상풍력을 재생에너지 확충의 핵심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4∼2038년 적용)에는 2030년까지 우선 약 14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도입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여기에만 약 100조원 규모의 민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향후 확정할 12차 전기본(2026∼2040년)을 통해 이보다 보급 목표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호현 차관은 "국내 해상풍력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낙찰 사업 4.1GW의 성공적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는 선행 프로젝트들이 책임 있게 완주하며, 후속 프로젝트들의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국내 해상풍력 보급 확산 기반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397
“공공성 위한 전력시장 밖 PPA, 전면 재검토 필요” (매노, 임세웅 기자, 2025.09.25 07:30)
기업이 부담 회피해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되는 구조 지적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유로 도입한 전력구입계약(PPA) 제도가 이대로라면 전력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시민·환경단체의 제언이 쏟아졌다.
24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전력판매시장 공공성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참여자들은 “PPA가 공공성을 훼손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위한 PPA, 기업들 비용 감축 수단 구조 돼
PPA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접 전력거래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국제적으로 기업 사용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쓰는 RE100(재생에너지 100%)이 강조되면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만 따로 떼어 구매할 수 없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를 꾸준히 공급받기도 어려운 구조다. 가장 낮은 가격으로 생산한 전력이 가장 많이 쓰이는 시장이다. 전력원도 가리지 않는다. 발전사가 전력거래소에 전력을 도매로 내놓으면, 전력거래소는 전력단위당 비용이 가장 적은 발전원부터 차례로 채택한다.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전량 구매한 뒤 최종소비자들에게 정부가 승인한 요금제에 따라 제공한다.
이 구조에서는 전력 공급이 안정되고,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며 전력가격을 안정화시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전력단위당 생산비용이 아직은 높은 재생에너지가 많이 팔릴 수 없고, 재생에너지만 떼어서 소비자가 구매하기도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PA를 2021년부터 도입했다. 전기는 한전 송전망을 타고 흐르지만 발전사와 기업이 직접 요금계약을 체결하는 일종의 직거래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는 장기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고, 최종소비자도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아 RE100을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PPA에서의 재생에너지 가격이 한전이 판매하는 전력가격보다 낮아지는 경우다. 기업들만 저렴한 전력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 경우 전력시장에 남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김종호 부경대 교수(경제학)은 “2024년 기준 산업용 고객 수(고객호수)는 1.7%지만 판매전력량 비중은 52.6%고, 주택용은 63.1%대 15.8%이다”며 “전력 접근 불균형이 심화해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를 전력 시스템에 통합할 때 발생하는 추가 사회적 비용을 PPA시장에 있는 기업들은 부담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꾸준히 안정적으로 생산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현 발전 체제에, 날씨나 환경 변동에 따라 불규칙하게 달라지는 재생에너지를 편입시키기 위해서 송배전망과 설비 등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기존 시장에 있는 사람들만 부담한다는 지적이다. 김종호 교수는 “사회 전체가 부담할 비용을 시장 참여자만 부담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 구조에서는 PPA를 통한 전력공급이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며 “PPA 확대는 판매시장 직접 개방과 형식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고, 특히 직접PPA 방식은 체리피킹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폐지나 전면 개편 필요
토론회 참여자들은 PPA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종호 교수는 “한전이 통합관리하는 소매시장을 통해 재생에너지 판매와 공급이 확대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제도가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현 제도 내부로 편입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PPA 비중이 커지면서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사업이 확대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PPA사업 자체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PPA 비중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이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우 변호사(민변 복지재정위원회)는 “시대가 변화하며 전력망과 전력시장 변화가 필요할 수 있지만, 그 방식이 불필요한 쪼개기를 통한 민간개방일 필요가 없다”며 “폐지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전환시대성장포럼, 내일의 공공과 에너지·노동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김주영·김동아·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 전력연맹, 혁신더하기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했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4206
공공재생에너지로, 모두의 존엄 향한 지렛대를 (참세상, 류민(기후정의동맹) 2025.09.25 12:12)
폭염과 한파, 가뭄과 혹한, 산불과 홍수가 예고 없이 뭇 생명의 일과 삶을 쓸어가버린다. 매일의 재난, 매일의 참사를 마주하는 절망과 무력함 사이에서, 저무는 여름이나 번져가는 가을의 정취에 더는 마음을 빼앗길 겨를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9월 무렵에는 마음이 달아오른다. 이 타오르는 지구에, 단비를 불러올 기후정의행진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돌아오는’ 행진은 해마다 ‘거듭’되는 하루짜리 행사일 수 있다는 일각의 세평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재난이 일상이 된 세계를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 시민, 비인간 존재들은 해마다 수개월간 이날의 행진을 함께 준비하면서 절망과 무력함 사이 희망을 발견한다. 기후위기가 뿌리내린 이 가혹한 체제가 조각내고 찢어놓은 저마다의 분투를 연결하고, 그 체제에 균열을 낼 더 너르고도 날카로운 사회적 힘을 벼려낸다.
기후정의행진은 다만 한국사회, 서울 도심의 경계에도 갇히지 않는다. 행진은 일국을 넘어선 촘촘하고 깊이 얽힌 사슬로 우리의 일과 삶, 생태를 파괴해 온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는 전 세계적 기후 정의 운동의 일부로서, 국가와 지역을 넘고 연결하며 지구적 차원의 실천을 이어왔다.
지난해 9월에는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수만 명의 외침이 한국사회 자본주의 체제의 심장부인 강남 한복판과 지역 곳곳을 두드렸다. 올해는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여러 지역에서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며 마음을 모으고 있다.
우리의 광장, 우리의 민주주의
927 기후정의행진이 환기하는 지난 겨울과 봄의 광장에서, 우리는 윤석열의 파면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 짚었다.
광장을 밝히고 넓힌 불빛들은 정권 교체만이 아니라, 모두의 평등하고 존엄한 일상을 구현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선출된 권력’이 민중을 배반하고 뭇 생명을 짓밟도록 허용하는 ‘쭉정이’ 민주주의가 아니라, 평범한 이들 모두가 자신과 이웃들이 어떻게 일하고 관계맺고 나누며 살아갈 것인지를 평등하게 토론하고 함께 결정할 수 있는 온전하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함께 꿈꿨다.
하청 노동자이고, 성소수자이고, 장애인이고, 여성이고, 이주민이고, 쪽방촌 주민이며, 무엇인 동시에 또 다른 무엇인 이들은 그 광장에서 ‘우리’가 되어, 내란 이후 새로운 세상이 “윤석열들 없는 나라,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여야 한다고 마음을 모았다.
대통령은 바꾸어냈지만, 우리는 아직 광장에서 꿈꾸었던 나라를 만나지 못했다. 광장의 힘으로 집권한 이재명 정부 역시 노동자와 시민, 뭇 생명의 일상을 재난의 한복판에 버려두는 불평등과 차별, 혐오에 맞설 국가 권력의 책임보다는, 자본의 이윤만을 담보하는 부정의한 성장주의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은 927 기후정의행진에서 다시 ‘평등 시민’들의 고민과 바람을 이어 간다. 우리가 함께 광장에서 꿈꾸고 구현했던 민주주의는 다만 ‘투표할 권리’에 갇히지 않고, 누구나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과정이자 결과라는 것을 환기한다. 그 민주주의가 우리 삶 곳곳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할 토대로서, 공공성의 ‘탈환’을 요구한다. 시장과 기업들의 이윤 경쟁에 내맡겨져 부서진 우리 삶의 기반들을 되찾고, 모든 이들의 존엄한 일상을 위한 필요와 책임을 우선해 사회적 자원과 역량을 민주적으로 재편하는 경로를 함께 질문한다.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탐색해 온 그 구체적 경로 중 하나는 공공재생에너지다.
공공재생에너지로, '공공(성)'의 민중적 가치를 탈환하자
타오르는 지구에서 모두의 절멸과 정의로운 전환 사이, 절박한 분투를 이어가는 이때, 한국사회 에너지 전환은 여전히 이윤만을 좇는 민간 기업들에 내맡겨져, 더디고 부정의한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이같은 현실에 맞서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를 제시한다. 초국적 민간 기업들의 이윤 경쟁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 노동자·시민의 민주적 협력과 공적 투자를 통해 ‘공공’이 재생에너지를 신속하고 정의롭게 개발하고 소유하며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정부가 계획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최소 50%를 공공재생에너지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새롭게 만들어질 공공재생에너지 발전 현장에 우선 고용되어 일과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담보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자원의 개발 이익을 노동자·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할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공공재생에너지는 “우리 모두의 것인” 태양과 바람을 민간 기업들이 사유화하면서 그 비용은 시민들에게 떠넘겨 에너지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고, 가난한 이들도 ‘상품’이 아닌 ‘권리’로서 삶과 사회의 필수재인 에너지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대안이기도 하다.
전기는 이 가혹한 체제의 불평등과 부정의가 타고 흐르는 통로이기도 했다.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지구의 생태를 위협하는 온실가스를 내뿜는 동시에, ‘우회적 민영화’로 심화된 중층적 원하청 구조 속에서 ‘위험을 외주화’하며 고 김용균·김충현과 같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국가와 공기업들은 공공의 책임보다는 민간 기업과 다름없이 이윤을 추구하며, 전기가 흐르는 길을 따라 노동자의 생명과 지역 주민의 일상,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가난한 이들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접근권마저도 위협하는 폭력을 자행해 왔다.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이처럼 시장화된 국가와 공기업들이 오염시킨 ‘공공(성)’의 민중적 가치를 탈환하는 시도다.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민주적인 통제를 통해서, 전기를 정의롭게 생산하고, 그 전기가 뭇 생명이 흘리는 눈물을 타고 재벌 대기업들을 위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존엄을 향해서 평등하고 평화롭게 흐르는 길을 함께 밝힌다.
지금 여기, 우리가 발 딛고 선 체제 안에서 체제 너머를 향한 민중의 상상력을 실험하며, 자본의 이윤이 아닌, 모두의 존엄을 우선하는 세상을 향한 지렛대를 놓는다.
이같은 대안을 구현할 힘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더 이상 대통령 한 사람이나 국회의원, 권력자들 몇몇에게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우리의 열망을 매어두지 않는다. 우리는 광장을 넓히고 밝혀온 우리의 민주주의로, 모두의 존엄을 향한 민중의 대안들을 함께 요구하고 실현해 나갈 것이다. 927 기후정의행진에서 그 여정을 다시 시작하자. ”공공성으로 평등하자” 함께 외치며 기후가 아니라, 이 참혹한 세상을 바꾸자.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92415165300994
전남은 '에너지 소득'의 땅? "앉아서 현금 받는다고 과연 좋기만 한가?" (프레시안, 손가영 기자 | 2025.09.25. 10:02:56)
전남도의회 전국 처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촉구… "화려한 홍보 뒤 파괴된 전남 땅"
전남도의회는 지난 19일 열린 제393회 본회의에서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 제정 촉구 건의안’을 가결했다. 정부에 “재생에너지 사업의 민영화를 억제하고, 에너지 주권과 생태계·공동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공영화 체계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 결의안이다. 재적 의원 61명 중 40명이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홍보하는 '햇빛·바람연금' 정책에도 "기업 중심 주민참여 이익공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소득 증대 기회 지역으로 주목받아 온 전남에서 무슨 일일까. <프레시안>은 24일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박형대 전남도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프레시안 : 전남도의원 40명은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왜 발의했나?
박형대 :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국가,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전남은 특히 풍력, 태양광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다. 그런데 대부분 민간자본 소유다. 현재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의 90% 이상을 민간이 부여받았고, 이 중 60%가 해외 자본이다. 바람과 햇빛은 모두의 자산이며, 공공적 자원이다. 이런 게 사기업, 해외기업 이윤 추구 수단으로만 전락해도 되나? 그리되면 초래될 결과는 뻔하다. 불합리한 전기요금 상승, 에너지 주권 상실, 지역 사회 소외다.
프레시안 : 정부는 햇빛·바람 연금 등의 정책을 홍보한다. 주민에게 이익이 분배된다고 한다.
박형대 :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인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중심' 이익 배분 사업이다. 거기에 주민참여형이 추가될 뿐이다. 대부분 수익을 민간 자본이 가져가는데, 제한적으로 주민이 참여해 일부 이익을 분배받는다. 예전보다 주민과 소통이 더 늘었고, 과거보다 발전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주민 반발을 쉽게 해결해서 개발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활용되는 것 같다.
수익은 대부분 도시 사는 사람들에게 흘러가더라. 주민이 수익 일부를 분배 받는다지만,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라. 그렇게 돈을 버는 사회가 좋은 사회인가? '앉아서 에너지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게 과연 좋기만 한가? '농사짓고, 노동해서 소득을 잘 벌 수 있다'로 가야 한다. '농사보다 태양광 하면 돈 벌어요' 하는 정치는 잘못된 정치다. 정부가 철학 없이 흔들리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농사와 태양광 사업이 병립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게 아닌가?
박형대 :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는 건 찬성이다. 농촌에 유휴부지 많다. 농지와 산지, 갯벌, 염전을 먼저 파헤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니었다. 민간자본, 개발업자들이 밀고 들어와 강행하면 이뤄졌다. 생계 수단 파괴, 생태계 훼손, 산사태 등의 문제를 각 지역에서 숱하게 봐왔다. 농토엔 임차농이 많다.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데, 이들은 그대로 생존권을 잃었다. '농지를 내주면,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 얼마씩 준다'며 '이익 공유'한다는데, 누가 막 반대부터 할까. 이런 식으로 개발업자들이 막 들어왔다. 도민들은 그동안 평화롭게 농사짓고 염전을 일궜다. 뒷산도 마을 공동재산이었다. 도의원들은 그런 게 깨지는 사건들을 수 년간 봤다.
"햇빛연금? 기업·자본 이익 더 큰 정책"
프레시안 : 주민참여형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은 어떤가?
박형대 : 협동조합으로 주민이 참여하긴 하지만, 실제론 기업이 주체인 곳들도 있다. 공익, 책임성, 이런 가치가 중심이 아니라 REC(재생에너지 보조금)로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되지 않은 협동조합 사례들이 있다. 공동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협동조합 가입자에게만 이익금을 주니 지역사회가 갈린다. 전남의 바람과 태양은 특정 지역, 특정 자본이 아닌, 도민 모두의 공유자산이다. 공익을 중심에 둔 분배 방식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참여 의원 수가 많고 의회 가결 속도도 매우 빨랐다. 도의회의 합의가 이미 이뤄져 있었나?
박형대 : 도의원들이 민간 자본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의 폐해를 오래 지켜봤기에 합의가 이뤄져 있었다. 전남은 그 폐해 때문에 2021년에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가 만들어졌다. 연대회의는 그 대안으로 '공영화'를 생각했다. 함께 재생에너지 공영화 방식을 고민한 도의회는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도 2022년 제정했다. 전남도가 도 내 공공기관·공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생태계와 공존하는 발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정한 조례다.
프레시안 : 국가 주도가 아닌 한 예산과 조직이 한정된 지자체로선 한계가 있을 듯하다. 어떤 대안을 주장하고 있나?
박형대 : 전남개발공사가 있지만, 일부 부서가 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공영화 추진에 동력이 약한 편이다. 제주와 비교하면, 제주는 상위법이 있어서 제주에너지공사가 있고 공공이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반면 전남은 상위법이 없어 제도적인 한계가 크다. 의회는 이런 제도적 한계를 개선하고, 전남에너지공사를 빨리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또 개발을 생태계·공동체 파괴를 최소화하도록, 유휴부지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로 올해 11월 28일부턴 공영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한다. 법적 의무다. 이를 공공이 주도하잔 거다. 공공이 직접 투자하고, 도민 펀드나 기금을 조성해 공공지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풍력에 비해 태양광은 초기 자본이 더 적으니, 전남개발공사 등이 공적인 SPC(특수법인)를 설립해서 시도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제주도는 풍력 사업자의 이익 일부를 도가 환수해 기금을 만들고, 전체 도민을 위해 쓰고 있다.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다. 전남도 고민 중인가?
박형대 : 당연히 고민했고, 도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주도처럼 상위법이 없어 관련 조례 등을 만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마침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공공재생에너지 기본법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안했고, 지난 7월 5만 명 청원 동의를 달성해 성사했다. 에너지 공공성을 원칙으로, 현재 민영화 방식을 막고 공공의 에너지 인프라 소유와 운영 방식 등을 규정한 기본법이다. 우리에게도 절박한 법이다.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 전남도 이 법에 근거해 최소한 2030년까지 지역 내 재생에너지 50% 이상은 공공이 소유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 등을 만들고 싶다.
프레시안 :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추진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박형대 : 화력발전 등 기존 에너지는 대부분 공기업이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된 부분이 큰 재생에너지는 앞으로가 정말 걱정된다. 국가가 방치할 게 아니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당장 돈 된다고 사기업들이 여기저기 발전소 세우게 하고, 난개발하고, 주민들 갈등이 있으면 돈으로 무마하고, 이렇게 가선 안 된다. 재생에너지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고,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갖추지 않고 양적인 문제에 집착해 속도만 내지 않길 바란다. 지역엔 너무 위험한 일이다.
그리고 너무 '돈돈돈' 거리는 측면도 있다. 단순히 이익이 발생하니 주민이 나눠 갖자, 이렇게만 접근하지 말자.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나아가는,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옳은 방향임에도 문재인 정부가 왜 실패했는지를, 왜 보수언론의 표적이 됐는지를 진지하게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68780
"재생에너지 확대는 해외투기자본 아닌 공공재로 해야" (오마이뉴스, 윤성효(cjnews) 기자, 25.09.25 16:23)
공공운수노조 경남본부-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토론회 열어... 하동-삼천포화력 812명 고용 위기
기후위기 속에 석탄발전소 폐쇄가 현실로 닥친 가운데,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고용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해외투기자본이 아닌 공공재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운수노조 경남본부는 김정호?허성무 국회의원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과 25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전국적으로 석탄발전소 폐쇄가 줄을 잇고 있다. 삼천포화력 1?2호기는 이미 2021년 폐쇄되었고,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가 올해 말 가동을 멈추며, 2036년까지 전국 28기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된다. 경남에서는 하동?삼천포화력발전소(10기)가 2026년부터 10년 사이 차례로 문을 닫는다.
이에 석탄발전소에서 일해온 노동자들은 해고 위기에 놓여 있다. 삼천포화력 463명, 하동화력 349명이 일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노동자들의 고용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호 의원(김해을)은 서면자료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역경제와 공동체에 큰 충격을 남길 것"이라며 "대안은 공공성과 고용 안정성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경남이 해상풍력의 최적지라고 한 김 의원은 "여러 산업적 기반을 활용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일자리 창출, 발전소 인력의 전환 고용,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안전망이자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허성무 의원(창원성산)은 "태양광, 풍력, 수소와 연료전지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공공 주도의 투자와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라며 "발전소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고용대책과 재교육, 재취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민자?외국기업 투자가 아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의로운 전환으로 총고용과 지역을 살려야 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철저히 공공의 영역이어야 한다"라며 "태양광, 풍력 에너지가 재벌과 외투자본의 먹잇감으로 민영화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최승제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서면인사말을 통해 "이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전력 공기업, 지역의 삶을 책임지는 지방정부가 화답할 때가 되었다"라며 "발전공기업은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민간에 넘기지 말고 직접 책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석탄발전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약속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직업 전환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경남도를 향해 최 대표는 "도민 의견을 반영하고 중앙정부의 전략과제에 호응해야 한다"라며 "우선 경남에너지공사를 설립하고 발전공기업과 협업하여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분산(로컬)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보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충남에서 시행된 '정의로운 전환 조례'와 위원회, 기금 마련을 거론한 최 대표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 직업훈련으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공백을 책임있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공기업-지방정부-발전노동자의 상설협의체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
"탈석탄 지역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경남지역 발전노동자들은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일자리 대안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대체 건설만이 아니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도 함께 지지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재생에너지 전략의 지역적 거점이 될 기관?제도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중앙정부와 발전공기업과의 협력?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지역 안에서 '공공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경남 해역에서 해상풍력 관련 공유수면 사용허가 신청은 현재 1건이고, 현대건설이 욕지도 인근에 해상풍력 건설을 위한 해상 기상관측기 설치를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주민참여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 전남, 전북 등 사례를 든 한 집행위원은 "전국적으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지방자치단체 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경남에서도 공공해상풍력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자치법규의 일괄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역 해상풍력의 공적 개발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그는 (가칭)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고 '기후정의세' 재원으로 '녹색투자은행'을 신설할 필요가 있고, 정부 재정투자와 지자체 여유재원을 결합한 뒤 금융채권 발행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경남에서 공공 해상풍력 개발을 위한 지역에너지공사 설립과 공적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라며 '(가칭) 경남 공공재생에너지연대 구성과 공공 해상풍력 전략 공유', '경남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포럼' 구성', '중앙정부와 발전공기업의 협력과 지원 확보, 탈석탄 지역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해상풍력에 해외기업 참여는 시민들에게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미래에 에너지 주권에 대한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준다"라며 교량, 도로의 해외민영화로 인한 피해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 위원은 "경남은 해상풍력을 위한 제조업 기반이 뛰어나다. 해상풍력은 경남도가 주도하고 발전공기업이 힘을 합쳐 공공협력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며 "경남도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자치법규 정비를 서둘러야 하고, 지역에너지공사 신설 혹은 경남개발공사 내 재생에너지사업부 설치를 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https://www.etnews.com/20250928000058
[르포]제주 바다 파력·해상풍력으로 만드는 '해양그린수소' (전자신문, 제주=조성우 기자, 2025-09-28 12:19)
# 제주도에서 국내 최초로 해상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해양그린수소 원천 기술을 확보하면 탄소중립 실현은 물론, 수소 자급모델 구축과 수소경제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최초 고정식 해양그린수소 생산시스템…대용량 수소 생산 가능
지난 26일 방문한 제주도 서쪽의 한경면 용수리.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바다 한 가운데 선명한 적색, 검은색 조합의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수면 위로 10m 가량 솟아오른 이 구조물은 제주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의 파력발전 설비다. 옆으로는 해상풍력단지가 있다.
제주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은 아시아 최초로 구축된 5㎿급 계통연계 해양에너지(파력·풍력) 실해역시험장이다. 이곳에서는 파력, 해상풍력에서 얻은 전기로 담수한 물을 활용해 바다 위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해양그린수소' 생산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시설에는 파력발전 구조물과 더불어 수심별로 설치된 5개의 정박지와 해저케이블, 수중커넥터 등 해양에너지 성능평가와 설치·회수기술 검증, 운용기술 최적화 등이 가능한 실증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해상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만큼 부지 확보와 같은 제약이 없고 바닷물을 담수해 순도 높은 물을 확보할 수 있어 대량의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네덜란드,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들도 바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파력, 풍력발전에서 100㎾ 전력을 가지고 와 에너지저장장치(ESS) 500㎾h 용량에 저장해 담수화 시스템을 이용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수소를 저장, 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규제가 있어 생산한 수소를 공기 중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해놓은 상태로, 향후에는 일체형 및 대용량 집중형 해양그린수소 생산저장시스템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2040년 상용화 목표…해양그린수소 산유국 도약
해양그린수소는 2040년까지 ㎏당 3000원 수준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양그린수소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제기술 선도와 미래 에너지 시장 주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문제 해결도 가능하다. 해양그린수소를 생산해 저장하고 이를 연료전지로 모듈화해 전기를 만들어 도서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배, 항만 등에 설치해 모빌리티를 충전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그린 수소 생산, 보급, 활용 등 생태계 전주기를 시스템 만들었다”라면서 “수소생산 단가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중앙정부 정책이 설계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92209340512084
"李 정부, 재생에너지 '돈 놓고 돈 먹기' 게임 만들지 않으려면…" (프레시안, 손가영 기자 | 2025.09.29. 05:28:26)
[이재명 정부, 어디로 가나④]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민영화 가속화 우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배로 확대하려 한다. 현재 35GW(기가와트)에서 78GW로 증대할 계획이다. 매년 9GW가량은 신설해야 하는 목표다. 대부분 서남해안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지역에 풍력, 태양광 대규모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뒤따를 지역 반발은 '햇빛연금'으로 알려진 주민참여형 에너지 생산 방식 등을 통해 잠재우면서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또 다른 축이다. 서해안-동해안-수도권을 잇는 'U자형'의 전 국토 단위 전력망 인프라로,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지금보다 30% 더 확충된다. 지금도 대부분 재생에너지 생산이 서남해안에 몰려 있기에,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균형을 송전선로 확충으로 해결하는 것이 골자다. 당장 전북을 지나는 초고압 송전선로만 13개가 신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이때 에너지 전환의 육하원칙 중 입장 차이가 첨예한 요소는 '누가'와 '어떻게'이다. 공공과 민간, 누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그 경로는 어떤 원칙을 지키는 길이 돼야 하나? 이재명 정부는 민간의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발언 중에 국가 주도의 에너지 생산이나 공공성 등을 강조한 적이 없고, 국가 재정 투자 규모도 지나치게 적은 데다 공기업의 역할과 비중을 정책화하지 않았다.
공공성은 학계, 산업계, 관료사회를 통틀어 전기·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듣기 힘든 단어다. 비교적 논의가 활발한 유럽, 남미 등과 대조적이다. 이 와중 지난해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출범했다. 공공성과 민주성을 근간으로 한 에너지 전환 새판짜기를 주장하는 시민, 전문가들이 모였다. <프레시안>은 연대 구성원인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을 지난 17일 만나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프레시안 : 이재명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설계에 대해 총평하자면?
한재각 :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보다는 훨씬 낫고, 문재인 정부보다도 좀 더 진일보했다. 실용주의 정부라 자임해서 그런지, 일단 근본적인 문제는 피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자는 태도가 느껴진다. 이를테면 핵발전 문제다. '탈원전'을 얘기하진 않고, 덮고 간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비슷한데,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하지만, 이걸 누가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있어선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간기업과 시장이 늘리도록 하고, 이들을 잘 지원하겠다는 걸로 보인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늘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가속하는 방식으로 확대가 될 것 같다.
국가 주도·공공성, 자취 감춘 단어
프레시안 : 민영화의 가속화라면, 현재도 한국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민간 기업이 많이 소유하고 있나?
한재각 : 한국은 전력시장 민영화의 역사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추진된 민영화는 당시 거센 반발에 부딪혀 1단계만 추진된 채 나아가지 못했다. 현재 전국 각지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 공기업 6개사는 당시 민영화 과정에서 한전에서 분리된 것들이다. 이후 지금까진 '우회적 민영화'가 진행됐다. 신규 발전에 민간 기업 진출을 허용한 방식이다. 주로 LNG(천연가스) 발전소가 그랬다. 57%(2021년 설비용량 기준)가량이 민간발전사 소유다.
풍력, 태양광 발전소는 97.7%가 민간 소유다. 지난 3월까지 허가받은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보면, 95개 중 87개가 민자 사업이다. 용량으론 94%다. 이 중 해외자본이 60.7%가량을 차지한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안은 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 대부분이 민간 기업 소유로 구성된다. 그래서 우회적 민영화다.
프레시안 : 재생에너지는 늘리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민영화인지, 공영화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재각 : 에너지 민영화가 진행되면, 결국 모든 시민이 더 비싼 전기요금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기 싸게 써온 거 아니야?'라는 질문과는 구분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이윤을 더 가져가기 위해 그 비용을 시민들이 더 내게 되는 문제를 말한다. 기업은 수익성 중심으로 투자할 텐데, 재생에너지가 수익이 안 되면 정부를 협박할 거다. '재생에너지 늘리고 싶으면, 보조금이든 뭐든 지원하라'는 식으로. 그럼 전기요금을 인상하든, 보조금을 늘리든, 국가가 감당하는 방식으로 지원은 늘 거다.
전기요금은 국가가 마음대로 못 올린다. 올릴 수 있어도 한계가 있다. 국가 재정상 보조금도 한계가 있다. 자기 목적만큼 돈을 못 번다면 기업은 '배 째라' 식으로 철수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해가 되는 결과다. 이런 불확실성은 줄곧 있었다. 발전사업 허가 다 받아놓고 '금리나 자재비가 높아서 불리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착공을 미룬다. 전력 당국은 계획대로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민간기업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 약속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늦추면 사업 허가를 취소하는 페널티 조항이 도입됐던 이유다.
프레시안 : 에너지 민영화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나?
한재각 : 유럽은 1998년부터 전력, 에너지 부문을 적극적으로 민영화해 온 대표 지역이다. 그런데 이제는 에너지 인프라가 '재공영화'되는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뿐 아니라, 수도, 교통, 폐기물처리 등 공공서비스 전반이 그렇다. 민영화의 실패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했고, 에너지 빈곤층이 양산됐다. 유럽연합이 보고서로도 여러 번 인정한 결론이다.
유럽연합은 2023년 총인구의 약 10.6%가 자택 난방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남부 유럽 경우 15%를 넘었다. 또 민간기업은 재생에너지의 큰 투자 비용과 낮은 이윤율, 긴 원금 회수 기간, 변동성 등의 문제로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재공영화가 활발한 나라 중 하나가 독일이다. 2005~2017년 동안 독일에서는 284건의 에너지 인프라 재공영화 사례가 발생했다. 함부르크 주민들은 주민투표 등을 통해 2013년엔 송전망을, 2019년엔 가스망을 민간기업에서 주 공기업 소유로 바꿔냈다. 에너지를 완전히 민영화했던 영국조차 올해 국영 재생에너지 투자 기관(GBE)을 설립했다. 한국에선 잘 조명되지 않는 얘기다.
프레시안 : 한국전력,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 5곳(한국수력원자력 제외)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한재각 : 맞다. 대부분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데, 정부는 2040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존폐 기로다. 근데 왜 안 할까? 언론들이 취재해달라. 부족한 노력 문제는 차치하고, 그들도 비공식적으로는 할 말이 많을 거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보자. 기획재정부는 2022년 한전과 발전공기업 6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까지 선정하며 쪼았다. 부채율이 높다는 이유다. 이때 가장 먼저 축소된 게 재생에너지 투자 계획이다. 부채율을 '악화'하는 사업 구조여서다. 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원금 회수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가가 재정 통제만 하지 투자를 안 하니 불거지는 문제다. 공기업 자본을 늘려주든지, 회사채를 발행해 주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공기업은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럼 기획재정부가 줄 세우는 재정 건전성 지표에 당장 걸린다.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구조가 있다.
발전공기업 경영평가 지표를 봐도 100점 만점에 재생에너지 사업 지표는 3점이다. 공기업 사장들이 이걸로 동기부여가 될까? 2023년엔 재생에너지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서부발전이 최종 평가에선 5개 사 중 꼴찌를 했다. 국가가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정확히 공언하고, 충분하게 재정을 지원하고, 명확히 방법을 제시해야 공기업이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있는가?
"7조 원? 턱 없이 부족… 민간 자본 끌어오겠단 뜻"
프레시안 : 결국 정부의 공적 투자 규모로 귀결되는 것 같다. 정부는 향후 5년간 7조 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한재각 : 턱 없이 부족하다. 송배전로 보강 등을 다 빼고 발전(생산) 부문만 산술적으로 보면,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략 1년에 20조 원 정도가 든다. 문재인 정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자료에 근거한 계산이다. 정부는 이렇게 말할 거다. '정부가 돈이 없지 않습니까' 라고. 즉 5년간 7조 원만 배정했단 건, 민간자본 끌어온다는 말이다.
7조 원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마중물이 될 것 같다. 가령 6조 원 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있다면 이게 성공할지 모르는 투자 불확실성이 있으니, 정부가 먼저 투자금을 넣고 이걸 최후순위 채권으로 둔다. '수익 나면 기업이 먼저 뽑아가고, 손해가 나면 공공이 보겠으니 투자하라.' 이렇게 자본을 조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용이 상승할 거다. 저리 융자 정책자금 등 공공기관이 직접 투자할 때 금리가 1.75~3% 정도이고 민간에서 조달한 자본의 금리는 6%라고 비교하면 쉽다. 민간자본은 훨씬 높은 금리로 수익을 20년간 '쑥쑥' 뽑아간다.
프레시안 : 그럼 무엇을 할 수 있나?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재정 원칙과 구상은 무엇인가?
한재각 : 재정 부문에선 '기후정의세' 도입과 '녹색공공투자은행' 설립이 골자다. 기후정의세는 탄소 배출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소득세와 법인세의 누진율을 강화해 조성하는 세금이다. 녹색공공투자은행은 이를 주 재원으로, 발전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지원하는 국가은행이다.
공적 투자는 불필요한 '민영화 비용'을 없앤다. 수익성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버려두는 기업의 변덕 문제를 해소해, 에너지 정책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민간 자본 조달에 따른 비용 증가도 방지한다. 해상풍력을 민간사업자가 개발할 경우, 1GW 용량 기준으로 연간 2000억 원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 기업은 공공기관보다 약 3%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니, 민간 자본이 공적 투자보다 약 15%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는 햇빛바람연금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 발전 수익의 일부를 보상받는 제도다. 에너지 전환과 지역 반발 완화, 주민 소득 증가 등의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어떻게 보나?
한재각 : 우려스러운 점은 언론, 정치권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것 같다. 수사적 측면은 지지하고 찬성하나, 실제로 그게 어떻게 작동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가려져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 단지는 땅값이 가장 낮은 곳부터 차례로 채워졌다. 서남해안이다. 그리고 돈(투자금)이 있는 자가 누구인가? 부유층, 대기업이다. 거기서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는데, 일부 투자할 기회를 열어 줄 테니 주민들이 와서 가져가라는 구조다. 재원은 한전의 전기요금 수입이다. 각 가구 전기 고지서에 적힌 '기후환경요금'에서 REC 판매 수입(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나간다.
더 근본적으로는 '투자자 모델'의 문제다. '이익을 분배받길 원하면 투자하라'는 것인데, 재생에너지원은 공유재다. 공유재를 쓰면서 '공유재 모델'은 배제하고,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계층만 이익을 취한다. 시민들의 전기료가 주주 배당, 금융 조달 비용이란 명목으로 투자자와 금융기관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 구조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 금융산업으로 전락할지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햇빛과 바람은 모두의 것"이라 했다. 공유재는 사적 소유될 수 없다는 뜻 아닌가? 민간사업자가 공유재 재생에너지로 이익을 얻으면, 이를 독점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시장, 공유재 활용해 수익은 사유화
프레시안 : 공유재 재생에너지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
한재각 : 제주에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가 있다. 풍력발전사 당기 순이익의 17.5%를 기부받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을 조성하는 제도다. 개발 이익을 도민에게 환원해,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 기금에 쓰도록 한 조례다. 제주도는 이미 선례가 있었다. '지하수 공수화' 원칙이다. 제주도는 2000년 특별법을 통해 지하수를 도민 공동자산으로 명시하고, 사유재로 이용되는 걸 지양해 민간 기업의 진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제주 지하수 먹는 샘물 사업은 제주도개발공사와 한국공항(대한항공 자회사)밖에 하지 못한다. 한국공항은 법 제정 이전부터 사업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포함됐다. 지난 7월 27일엔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추진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이 5만명 청원을 얻어 국회 정식 의안으로 상정될 자격을 얻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19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 제정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프레시안 : 에너지 시장 확대를 주장하는 측은, 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한전의 송·배전망 독점 구조가 비효율성을 늘린다며 독점을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재각 : 한전이 그동안 재생에너지 투자를 제대로 안 한 건 맞고, 비판받아야 한다. 배전망 개선 얘기가 나온 지 10여 년이 더 지났는데, 이제야 관련 계획을 꺼내 든다. 배전망은 쉽게 전봇대를 생각하면 된다. 원래는 전기가 일방향으로 소비지로만 향했다면, 지금은 태양광이 배전망에 물리면서 전력이 들어오고, 전압도 올라가는 등 복잡해지는 거다. 인프라 개선과 관리가 필수인데 한전이 방치했다. 그런데 동시에 왜 투자를 못 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발전 공기업은 기획재정부의 재정 건전성 평가에 발목 잡힌다. 더 근본적으론 국가가 재정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또 이 주장의 함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봐야 한다. 결국 더 많은 에너지 인프라가 시장화되는 결론이다. 통신에 빗대보면, 과거 공기업 한국통신(KT 전신)이 공적 투자로 통신망을 깔아서 제공하던 통신 서비스가 지금은 민영화돼 민간 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뽑아가고 있는 것처럼, 전력 서비스도 민영화를 하자는 이야기다. 통신업계의 '망중립성' 주장처럼, 발전 자회사를 가진 한전이 다른 민간사업자를 '차별'할 수 있다면서 '전력 산업의 망중립성' 주장까지 한다. 민간사업자들이 돈 벌어갈 수 있도록, 한전은 망이나 잘 깔고 유지하라는 소리다. '에너지로 돈을 버는 게 뭐가 어때서?'라 물으면, 돈 벌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순간 에너지는 공유재에서 멀리 벗어나 돈을 벌 투자 상품으로 전락한다. 마치 땅처럼. 과거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 기술 발전 등으로 투자 상품이 돼 돈 있는 사람이 더 많이 투자해서 더 많이 이윤을 뽑아가는 수단이 된다.
프레시안 : 이 대통령은 발전공기업 통합을 직접 주문했다. 무엇이 기대되고, 무엇은 우려되나?
한재각 : 대통령의 직접 지시 사항이니 발전공기업은 어떻게든 통합될 거다. 민영화 추진은 중단됐는데 6개로 분사된 발전공기업 구조는 그대로니, 불필요한 경쟁 비용만 발생한다는 비판은 오래 있었다. 그러나 이 체제로 20여 년이 흘렀으니, 이런저런 기득권이 형성돼 반발은 만만찮을 수 있다. 이들이 지자체에 냈던 세금도 상당하다.
여러 개 안이 거론된다. 6개사를 모두 통합하자,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사를 통합하자, 5개사를 지역별로 여러 개로 통합하자 등의 안이다. 한수원은 나머지 5개사와 상황이 달라서 6개사를 통합하는 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나머지 5개사를 두고 에너지원별, 지역별 통합 등이 거론되는데, 에너지원별 통합은 부적절하다. 석탄은 쇠퇴하고, 재생에너지는 확대되는데 원별로 구분하는 건 상생의 구조가 아니다. 연대는 '한국발전공사법'을 제안했다. 발전 공기업을 통합한 한국발전공사에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란 공적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정의로운 전환의 의무를 명시한 법이다. 발전 공기업 통합은 원·하청 발전노동자들이 화석연료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으로 옮겨 가 총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동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https://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96927
정부의 해상풍력 공공성 강화 전략, 바람직하다 (에너지플랫폼뉴스 박병인 기자, 2025.10.08 18:23)
최근 정부는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고정식 해상풍력 공공주도형 4개 프로젝트(689MW)는 낙찰됐으나 일반형 입찰은 모두 실패했다. 이는 정부의 해상풍력분야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공주도형 4개 프로젝트 모두 전력, 발전분야 공기업이 참여했으며 이에 높은 점수를 받아 낙찰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부는 안보 및 공급망 평가를 강화하면서 시행된 것으로서 해상풍력 보급 과정에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낙찰된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은 모두 터빈 등 핵심부품을 국내 공급망 기업으로부터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해상풍력분야의 정부 움직임은 향후 확대될 해상풍력시장의 공공성 강화와 함께 국내 공급망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지원하게 되면서 ‘일석이조’의 정책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앞서 태양광을 확대하던 시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태양광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을 때, 민간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졌다. 특히 공급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보급확대 정책만 추진하다보니 주로 외국계, 특히 중국산 패널이 다수 보급됐다.
저가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들어오다보니 국내 기업들은 경쟁에 한계가 있었고 결국 공급망 자체가 붕괴돼 버린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에너지안보, 국내 공급망기업 육성 모두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해상풍력 확대 정책은 과거 태양광 확대 정책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입찰을 통해 공공성 강화와 공급망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대외적으로 표명됐다. 물론 해상풍력분야 일부 민간, 외국계 자본의 불만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향후 국내 공기업과의 연계, 국내 공급망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입찰률을 높여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미래 에너지원인 해상풍력이 공공성 강화를 통해 국내 산업 발전, 나아가 국가 경쟁력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131611001
기업이 쓴 재생에너지, 85%는 ‘무늬만 친환경’···돈으로 때운 ‘녹색프리미엄’ 함정 (경향, 반기웅 기자, 2025.10.13 16:11)
한전에 웃돈 주고 ‘재생에너지’ 인증 받아
실제로는 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효과 없어
기업들 ‘감축 성과’ 홍보, 사실상 ‘그린워싱’
최근 5년간 국내 기업들이 조달한 재생에너지의 85%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녹색프리미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녹색프리미엄제도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 녹색프리미엄 인증 재생에너지 ‘33TWh’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형 RE100(K-RE100)에 참여 등록한 기업은 올해 8월 말 기준 967곳이다. 2021년 제도 시행 이후 이들 기업의 전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 38TWh(25년 8월 기준) 가운데 85.3%(33TWh)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녹색프리미엄 방식이었다.
K-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RE100 캠페인을 국내 여건에 맞춰 설계한 제도다. K-RE100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 등의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식은 녹색프리미엄이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일반 전기요금 외에 한전에 웃돈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증받는 제도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절차가 간단해 대부분의 기업이 녹색프리미엄을 택하고 있다.
https://img.khan.co.kr/news/2025/10/13/news-p.v1.20251013.40ad28ba70644563b0906e9c9c77e8d7_P1.webp
녹색프리미엄 입찰 참여 기업은 2021년 59곳(중복제외)에서 지난해 171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녹색프리엄 구입액도 147억원에서 1161억원으로 뛰었다. 녹색프리미엄으로 인정받은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21년 1440GWh에서 2023년 8156GWh로 늘었다가 지난해 1만1594GWh로 증가했다. SK, LG화학, LS전선, KT, 한화솔루션 등이 대표적인 구매 기업이다.
녹색프리미엄 내세워 친환경 ‘그린워싱’
문제는 이처럼 ‘친환경’으로 인증받은 전력이 실제로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녹색프리미엄 전력은 이미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RPS)를 통해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은 전기다. 기업이 이 전력을 다시 사서 감축 효과를 주장하면, 한 번 줄인 온실가스를 두 번 줄였다고 중복 계산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녹색프리미엄은 배출권거래제(K-ETS)나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서도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수 기업은 녹색프리미엄 구매 실적을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기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SK와 포스코가 ‘녹색프리미엄 구매로 온실가스를 줄였다’는 허위 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환경기술원에 신고했다.
이 의원은 “녹색프리미엄은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없는 전형적 그린워싱 제도”라며 “정부가 중복산정 문제를 바로잡고,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설비 추가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132020005
재생에너지 걸림돌 된 ‘한국형 RE100’ (경향, 반기웅 기자, 2025.10.13 20:20)
기업 재생에너지 85% 구매에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 별로 없어
최근 5년간 국내 기업들이 조달한 재생에너지의 85%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녹색프리미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형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지난 8월 말 기준 967곳이다. 2021년 제도 시행 이후 이들 기업의 전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 38TWh(지난 8월 기준) 가운데 85.3%(33TWh)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녹색프리미엄 방식이었다.
한국형 RE100은 기업이 쓰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RE100 캠페인을 국내 여건에 맞춰 설계한 제도다.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 중 선택할 수 있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일반 전기요금 외에 한전에 웃돈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증받는 제도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절차가 간단해 대부분 기업이 택한 방식이다.
녹색프리미엄 입찰 참여 기업은 2021년 59곳에서 지난해 171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녹색프리미엄 구입액도 147억원에서 1161억원으로 뛰었다. 녹색프리미엄으로 인정받은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21년 1440GWh에서 2023년 8156GWh, 2024년 1만1594GWh로 증가했다. SK, LG화학, LS전선, KT, 한화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전력이 실제로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한다. 녹색프리미엄 전력은 이미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를 통해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은 전기다. 기업이 이 전력을 다시 사서 감축 효과를 주장하면, 한 번 줄인 온실가스를 두 번 줄였다고 중복 계산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녹색프리미엄은 배출권거래제나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에서도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구매 실적을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기재하고 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74067
재생에너지 전환, 누가 해야 할까? (오마이뉴스, 진보당(jinboparty), 25.10.16 16:20)
지난 여름, 전국 평균 폭염특보 일수는 17일이었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긴 기간이다. 폭우 피해액은 2조 원을 넘어섰고,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매년 반복된다. 지구 온도가 1.5도를 넘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최근 몇 년간 일상에서 와닿고 있다. 에어컨을 껐다 켜는 손끝, 이전에 없던 벌레떼의 습격, 집 앞 배수구가 감당하지 못하는 빗물 속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위기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전체 전력 중 60% 이상이 아직 석탄과 가스로 만들어진다. 온실가스의 40%는 화력발전에서 나오고, 원전도 안전하지 않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130건이 넘는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보고됐다.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말은 넘치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 에너지 전환의 속도는 아직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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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는 이미 충분하다. 진보정책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실시한 내셔널 어젠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9%가 "화석·원자력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환 주체에 대한 인식도 흥미롭다. '누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58.8%가 '중앙정부'를 꼽았고, '지자체·지역사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응답도 76.3%에 달했다. 특히 지방정부를 주체로 본 이유는 '지역의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47.5%), '수도권 집중 에너지 체제를 바꿀 수 있다'(28.8%)가 주된 이유였다. 즉, 국민은 이미 '재생에너지 전환은 필요하다'는 데서 나아가 '지역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데까지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당국의 의지와 실행 뿐이다.
민간 중심 재생에너지의 그늘
하지만 현실은 국민적 열망과 다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철저히 민간 자본 중심으로 돌아간다. 전체 발전설비의 절반 가까이가 민자발전이며, 특히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하는 해상풍력의 경우 94%가 민자, 그중 절반 이상은 외국계 금융자본이다. 맥쿼리, 블랙록 같은 글로벌 투자회사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다. 이대로 가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 에너지 민영화라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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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의 경우 94%가 민간 자본, 그 중 절반 이상은 외국계 금융자본이다. ⓒ 진보당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이 구축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이재명 정부의 대표 정책인 '에너지 고속도로'다.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10GW인데, 이 중 7GW를 호남지역의 재생에너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호남지역의 재생에너지 개발도 국내 최대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SK E&S가 주도하고 있으며, 그 외 대기업들의 참여가 줄을 이을 예정이다. 대기업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국가가 나서서 송·변전소를 설치하여 대기업 공장으로 보내주는 꼴이다.
공영화의 첫걸음을 뗀 전라남도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전라남도는 2022년 11월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전남은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의 약 40%가 밀집한 지역으로 풍력·태양광 개발 과정에서 주민 갈등과 투기, 환경 훼손이 잇따랐다. 민간 중심 사업의 폐해를 줄이고 지역이 직접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례의 핵심은 시군이나 지방공사 등이 공영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도가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의견 수렴, 이익공유 계획, 환경영향평가 등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며, 이를 심의·조정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영·공존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또한 발전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도록 '지역공존사업'을 명문화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법률 차원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업 인허가권과 송전망·전력판매권은 여전히 중앙정부와 공기업(한전)에 집중돼 있어 실질적 주도권을 가지기 어렵다.
또한 조례는 지방세나 기금 등 안정적인 재원 조항이 없어 도 재정 여건에 따라 지원 규모가 들쭉날쭉하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지역 에너지자립을 총괄하는 법률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조례만으로는 체계적 전환정책을 설계하기 어렵다. '전남형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하려면 조례 수준을 넘어 국가 법률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공공주도, 지역자립, 주민참여의 원칙으로
진보당은 재생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민간에서 공공으로, 중앙집중에서 지역자립으로 옮겨야 한다고 봤다. 누구의 것도 아닌 물과 바람, 햇빛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여기서 나온 이익 역시 모두를 위해 쓰자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전망을 건설해 전기를 보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우선 사용하고, 주민 복지, 산업 유치, 농림어업과의 공존으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주요 내용은 다섯 가지다.
첫째, 에너지 지역 자립의 법제화다. 「에너지법」을 개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생에너지 자립 의무를 명시하고, 각 지역에너지계획에 '자립'과 '공영화' 항목을 포함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 재생에너지 공공화 원칙의 확립이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약칭: 신재생에너지법)에 태양·바람·물·지열 등 '자연력'을 이용한 발전은 국·공유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지방 단위의 재생에너지공사 설립 근거를 마련하도록 제안한다.
셋째, 주민협의 의무화와 지역기금 조성이다. 모든 발전사업자는 사업 과정에서 주민과의 협의를 의무적으로 거치고, '자연력 사용 부담금'을 납부해 그 재원을 지역기후대응기금으로 환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넷째, 정의로운 전환의 제도화다. 석탄·원전 등 기존 발전소가 축소될 때 그 종사자를 공공재생에너지 분야에 우선 고용하고, 노동조건이 후퇴하지 않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기후대응 재정의 분권화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50%를 기후대응기금으로 전입하고, 그중 70%를 지역기후대응기금으로 배분해 지방정부가 재정적으로도 독립적인 기후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가능성을 보여준 구양리
경기도 여주 구양리의 '햇빛두레 발전소'는 이 정책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70여 가구의 작은 농촌 마을이 융자를 포함해 16억 원을 모아 6기의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다.
그리고 발전소의 수익을 개인에게 배당하지 않고, 마을 전체 기금으로 운영한다. 그 돈으로 무료 마을식당을 열고, 조리사와 사무장을 고용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결합해 일자리를 만들고, 마을 행사와 경로잔치 비용도 공동기금에서 충당한다. '행복버스' 한 대를 사서 노인대학이나 병원에 가는 주민을 태워주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태양광 발전은 주민들의 생활도 변화시켰다. 더 이상 쓰레기를 태우지 않고, 전기농기계와 저탄소쌀을 기획하며 기후위기 대응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기후위기는 기술만으로 막을 수 없다. 불평등 구조를 외면한 녹색전환은 극우정치에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 세계가 미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기후 백래시를 목도하고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진보의 대안은 공공이 주도하고, 지역이 자립하며, 주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4414/
뉴욕의 대담한 공공전력 투쟁 (참세상, 소피 셰퍼드(Sophie Shepherd) 2025.10.27 09:53)
미국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싸움 속에서, 뉴욕 시민들은 2019년과 2023년에 두 건의 중요한 입법 성과를 끌어냈다. 지금 이 역사적인 법안의 실현 여부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해당 입법 약속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되살아난 트럼프 행정부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굴복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2019년, 청년 주도의 기후 운동이 정점을 찍던 해에, 뉴욕은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해 7개 주와 함께 100% 청정에너지 목표를 설정했다. 당시 통과된 ‘기후 리더십 및 지역사회 보호법(The Climate Leadership and Community Protection Act)’은 뉴욕주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70% 달성, 2040년까지 배출 제로 에너지 전환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9년 말, 지역사회 활동가들과 환경 정의 단체들, 그리고 민주당 소속 주의원들이 힘을 모아 ‘공공전력 뉴욕(Public Power NY)’ 연대를 결성했고, 그들의 해법으로 ‘공공재생에너지 구축법(Build Public Renewables Act, 이하 BPRA)’을 제안했다.
공공재생에너지 구축법이란?
BPRA는 뉴욕이 지닌 독특한 공공기관인 뉴욕 전력청(New York Power Authority, 이하 NYPA)을 활용하는 법안이었다. NYPA는 1931년 당시 주지사였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가 창설한 공공전력 회사로, 캐나다 국경에 두 개의 주요 댐을 건설했고, 이 댐들은 현재 뉴욕 전력의 약 20%를 공급하고 있다. 루스벨트는 공공전력 기관이 에너지 자원을 독점하는 이윤 중심의 기업들을 견제하고, 뉴욕 시민들에게 더 저렴한 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BPRA는 NYPA에 새로운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저장 설비를 건설하고 보유할 권한을 부여했고, 이를 통해 2019년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저소득층에게 청정에너지 크레딧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노조 노동자를 통한 공사 의무화, 그리고 여름철 피크 시기에 흑인과 라틴계 지역사회를 오염시키는 고배출 화력 발전소(피커 플랜트)의 폐쇄 조항도 포함했다. 여러 면에서 BPRA는 주 차원의 ‘그린 뉴딜’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주 상원의원 줄리아 살라자르(Julia Salazar)와 주 하원의원 사라하나 슈레스타(Sarahana Shrestha)는 이렇게 밝혔다.
“루스벨트의 비전과 뉴욕 시민들의 투쟁 정신 덕분에, 우리는 모두를 위한 공공전력의 새 시대를 열 준비를 갖추었다. NYPA를 통해 우리는 100% 재생에너지, 풍부한 노조 일자리, 저렴한 전기요금, 그리고 더 깨끗하고 건강한 공기를 갖춘 진정한 녹색 뉴욕을 만들 수 있다.”
공공전력 뉴욕 연대는 BPRA 통과를 위해 4년 동안 캠페인을 벌였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영리 전력회사가 도시와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리기 위해 주 전역에서 설명회와 시위를 조직했다. 예컨대 콘에디슨(Con Edison)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부과하면서도, 재생에너지에 반대하고 에너지 시장 규제를 완화하려고 로비하는 미국 가스 협회(American Gas Association)에 연간 140만 달러의 회비를 내고 있었다.
이러한 시민 압박에 대응해,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 주지사는 BPRA를 2023~2024년도 주 예산에 포함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원안에서는 NYPA가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건설할 권한을 갖는 수준이 아니라, 민간 시장이 2019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NYPA가 직접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무까지 부여되었다. 그러나 예산안에 포함된 ‘BPRA 라이트’ 버전에서는 NYPA가 시장의 진척 상황을 평가할 의무는 있지만, 목표 미달 시 이를 보완할 법적 책임은 없다.
당시 공공전력 지지자들은 이러한 개정안이 NYPA에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고 비판했다.
슈레스타 의원은 2023년 <프로스펙트>(Prospect)와의 인터뷰에서 “그(호컬 주지사)의 법안은 실패하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 공공전력의 현재
현재 뉴욕의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분의 1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수십 년 전 NYPA가 건설한 수력발전소에서 나온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뉴욕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도 채 오르지 않았다.
2024년 6월, 공공전력 뉴욕은 NYPA가 2030년까지 15기가와트(G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1,2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에 발표된 NYPA의 초안은 고작 3.5GW 규모의 프로젝트만 포함했고, 이에 따라 캠페인 측은 5,300건의 시민 의견서를 제출해 전체 15GW 계획을 요구했다.
공공의 압박에 대응해 NYPA는 2025년 7월, 태양광 발전소 17기와 풍력 발전소 3기를 추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용량을 7GW로 끌어올렸다.
공공전력 뉴욕 공동의장이자 세인 에너지 프로젝트(Sane Energy Project) 부이사인 마이클 폴슨(Michael Paulson)은 최근 이메일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2030년까지 최소 15GW 규모의 공공 재생에너지를 건설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래야 인종차별적 피커 플랜트를 줄이고, 뉴욕 시민들의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녹색 노조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후 목표를 다시 궤도에 올릴 수 있다. 15GW를 달성하면 2만 5천 개의 노조 일자리, 고배출 발전소의 5년 앞당긴 폐쇄, 그리고 현 계획의 두 배에 달하는 전기요금 인하 혜택이 따라온다. 안 할 이유가 없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70% 달성이라는 법적 목표는 단지 시간과의 싸움만은 아니다. BPRA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활용하기 위한 입법 도구였다. 이 법은 재생에너지 건설을 위한 세액공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재임 첫날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이 법을 폐기 대상으로 삼았다.
IRA 세금 혜택의 종료는 2025년 7월에 트럼프가 서명한 법안 H.R.1,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을 통해 이뤄졌다. 이 법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IRA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026년 7월 이전에 착공하거나, 2027년 말까지 서비스를 개시해야 한다.
슈레스타 의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IRA를 해체하고 재생에너지에 공격을 가하는 상황은 오히려 우리가 더 과감하게 공공전력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NYPA는 IRA 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NYPA 대변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연방 차원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9월에 열린 미국 기후 연합(U.S. Climate Alliance) 회의에서 호컬 주지사는 NYPA가 재생에너지를 건설하면서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도록 주 예산에서 2억 달러를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초, 호컬 주지사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뉴욕이 2019년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그는 최근 가스 파이프라인 부활과 1GW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포함한 대체 에너지 프로젝트들을 승인하고 지지하고 있다.
뉴욕 에너지의 상반된 미래
8월 초, 호컬 주지사는 이전에 뉴욕 규제 당국이 거부했던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NESE 프로젝트(Northeast Supply Enhancement)’를 부활시켜 100개가 넘는 기후 단체로부터 비판받았다. 주지사는 어떠한 거래도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가해진 중단 명령을 해제하는 대가로 NESE 파이프라인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뉴욕 곳곳에서는 이 파이프라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NESE 외에도 트럼프와 호컬은 다른 에너지 계획들도 논의했다. 호컬 주지사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줄 것을 트럼프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6월, 호컬 주지사는 NYPA가 뉴욕 북부에 1GW 규모의 첨단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뉴욕주 법에 따르면 원자력은 재생에너지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이 발전소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70% 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않는다.
NYPA 이사회가 7월에 개최한 회의에서 부사장 알렉시스 할리(Alexis Harley)는, 새로운 원자력 시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를 감당하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호컬 주지사는 뉴욕 북부를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 산업 중심지로 개발하는 데 적극적이다.
전국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매우 높아, 기존 화력 발전소의 폐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인 AI 데이터센터 하나는 10만 가구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고, 컴퓨터 냉각을 위해 수십억 갤런의 물을 사용한다.
할리 부사장은 이사회에서 “무엇보다도 원자력은 연방 정부의 우선순위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전력 지지자들은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가 재생에너지 목표에서 시민들의 시선을 돌리게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폴슨은 이렇게 말했다. “캐시 호컬은 공공전력을 외면하고, 기술 재벌, 가스회사 CEO,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짠 에너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를 마구 소비하고 일자리를 줄이는 AI 데이터센터 중심 경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윌리엄스 NESE 파이프라인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사실상 ‘트럼프-호컬 파이프라인’이라 불러도 무방하고, 이는 뉴욕 시민들의 에너지 비용을 더 높이는 길이다.”
공공전력 뉴욕은 2030년까지 15GW 재생에너지 건설을 위해 NYPA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9월 말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를 포함한 연방 하원의원 6명이 NYPA CEO 저스틴 드리스콜(Justin Driscoll)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이 목표를 지지했다.
3월에는 환경단체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가 뉴욕 환경보전청과 호컬 주지사를 상대로, 2024년 1월까지 발표되었어야 할 기후 규제를 내놓지 않은 책임을 물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행동연대(Citizen Action of New York) 정책연구 국장 밥 코헨(Bob Cohen)은 이렇게 밝혔다. “호컬 주지사와 환경보전청이 우리 기후법의 명확한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서, 뉴욕 시민들은 더 잦은 폭풍과 극단적인 기상 현상, 심각한 대기오염, 살기 어려운 미래를 떠안게 됐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때다.”
트럼프 행정부, 호컬 주지사, 공공전력 뉴욕 연대는 분명 서로 다른 에너지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뉴욕은 2019년에 법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미래를 약속했다. NYPA와 2023~2024년 주 예산에 포함된 BPRA 법안을 활용하면,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들 수 있으며, 다른 주들에도 모범이 될 수 있다.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뉴욕 시민들이 싸워 얻은 공공전력에 대해 호컬 주지사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것인지에 달려 있다.
[출처] New York’s Bold Fight for Public Power - CounterPunch.org
https://www.counterpunch.org/2025/10/23/new-yorks-fight-for-public-power/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863027
[사설]재생에너지 수익, 기본소득화하자 (새전북신문, 2025년 10월 27일 16시13분)
전북도의회가 재생에너지 수익을 모든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기본소득화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태양과 바람은 국민 모두의 공공자산인 만큼 그 수익은 소수의 기업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기본소득으로 순환돼야 마땅하다”라는 게 건의안의 뼈대다.
그간 재생에너지 개발이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주민과의 갈등, 심한 경우 주민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빈번했던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 제안이 분명하다.
도의회는 결의안에서 “현재 전북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는 민간 중심의 재생에너지 개발은 생태계 훼손, 공동체 갈등, 주민생계 위협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라며 “정부는 즉각 그 민영화 경향을 재검토하고, 공공이 주도하는 ‘공익형 재생에너지 공영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자원의 공공 소유와 수익공유 체계를 법적으로 보장할 ‘공공 재생에너지 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그 수익 일부를 국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할 ‘재생에너지 공유기금’을 설치하고, 이를 주도할 ‘재생에너지공사’를 설립하자는 구체적 제안도 내놓았다.
전남 신안군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이 좋은 본보기다. 햇빛연금은 신안군이 지난 2018년 10월 지역 주민과 태양광 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조례 제정으로 시작된 것으로 태양광 개발이익을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의 주민과 사업자가 함께 나누는 게 골자다.
‘바람 연금’ 역시 2033년까지 8.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면 연간 3,000억 원이 주민소득으로 환원될 것으로 내다 뵌다.
그간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은 민간의 수익 추구에만 그친 게 현실이다. 도의회의 건의안이 앞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이 수익보다 공익, 공존, 복지 중심으로 인식체계를 바꾸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111715300852241
"화석연료→재생에너지 투자 전환, 일자리 두 배 증가" (프레시안, 손가영 기자 | 2025.11.17. 23:01:46)
기후솔루션·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한국 공적 금융기관 에너지 분야 금융지원 분석
한국이 공적 수출금융기관이 투자 대상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면 전환할 경우, 창출되는 국내 일자리가 두 배 넘게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가가치 기대 효과도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나타나, 수출금융기관이 화석연료 지원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17일 <한국 공적 수출금융의 전환 :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공적 수출금융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이 있다. 수출·수입, 해외투자 사업에 융자나 보증 등의 지원을 해주는 공공기관이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인프라에 대한 금융 지원 규모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한국의 공적 수출 금융이 청정에너지 전환이란 세계적 흐름 속에서 어떤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간 한국의 공적 수출금융 지원 규모는 총 약 61조 3000억 원이다. 연평균 12조 3000억 원가량이다. 이 중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 규모가 74.5%를 차지했다. 천연가스 약 35조 6000억 원(58.1%), 석유 약 10조 원(16.3%) 등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배터리 제조 7.3조 원(11.9%), 태양광 약 3.9조 원(6.4%), 풍력 약 3.9조 원(3.8%),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 약 6000억 원(0.9%) 등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제 기후금융 공약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원에 따른 지리적 편향도 발견됐다. 보고서는 "청정에너지 수출금융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제조 허브를 향한 반면, 화석연료는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대규모 석유·가스 프로젝트 지원으로 집중됐다"며 "이는 좌초자산, 장기 수익성 약화, 그리고 한국 금융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탄소 고착화(Carbon lock-in)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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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공적 수출금융 지원 규모 및 비중(2020-2024년) ⓒ기후솔루션
석탄·석유, 곧 경제성 떨어질 좌초 자산 우려
연구진은 경제적 효과 분석을 위해 비교 대상을 4단계로 나눴다. 탈탄소화 경향이 낮은 순으로, △현재 배출량 유지(BAU) △현재 정책 유지(STEPS) △공식 탄소 감축 목표 달성(APS) △2050년 탄소 순 배출 0 달성(NZE) 등의 경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세계 에너지 전망 시나리오 기준에 근거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 공적 수출금융기관의 에너지 투자 비중과 이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 투자 축소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경향이 뚜렷할수록 경제적 기대 효과도 커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탄소 배출 제로(NZE) 경로에 따라 2035년 발생할 총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9조 5550억 원으로, 현재 배출량을 유지하는 경로보다 약 5조 4570억 원 크게 나왔다. 특히 재생에너지 산업 투자 확대로 창출되는 부가가치 규모는 10배 이상 늘었고, 화석연료 투자에 따른 부가가치는 오히려 현재 기준보다 1조 1340억 원 줄었다.
취업유발효과 분석 결과도 유사했다. 근로 시간을 정규직 1명 고용으로 환산한 결과, 탄소 배출 제로(NZE) 경로 기준 2035년 발생하는 일자리는 총 11만 616명이었다. 현 상태 유지의 5만 1497명보다 두 배 더 높았다. 이 또한 탈탄소화 경향이 증가할수록 일자리 창출 효과도 증가했고, 대부분의 고용 효과는 재생에너지 투자 부문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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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공적 수출금융 지원으로 발생하는 국내 취업유발효과 ⓒ기후솔루션
연구진은 이에 "화석연료 중심의 금융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수출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하고 재정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은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주요 공적 금융기관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석유·가스 부문 지원 축소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부재하다"며 "이는 좌초자산 리스크를 심화하고, 납세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공적 금융기관이 청정에너지 목표 비율을 법제화하고 2040년까지 지원 대상을 청정에너지로 100% 전환해야 한다"며 "현재 25% 수준인 청정에너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 재생에너지·배터리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석유·가스 부문의 금융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중단 시한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며 "화석연료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금융 지원을 제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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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894
[공공재생에너지법안 보니] 정부·지자체만 재생에너지 취급, 발전 5사 재통합 (매노, 정소희 기자, 2025.01.21 19:22)
참여 원하는 민간기업은 특허 받아야 … 한국발전공사 설립해 중복투자 방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만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발전시설을 소유·운영하도록 하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공공재생에너지법)의 초안이 공개됐다. 노동·환경·시민단체와 정당이 토론을 거쳐 만든 이 법안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화석연료 발전사업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후위기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수인데 민간보다 공공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공공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도 명기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공공재생에너지, 왜 사회대개혁의 주요 과제인가’토론회를 열었다. 연대에는 공공운수노조·기후정의동맹·진보당 등 15개 단체가 함께한다.
연대는 이날 공공재생에너지법안과 한국발전공사법안의 초안을 공개했다. 연대는 초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거듭해 법안을 확정하면 본격적인 입법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안은 ‘공공’재생에너지를 규정하고 재생에너지 개발 원칙을 정한 게 뼈대다. 재생에너지 관련 개발·소유·운영·관리 주체를 정부나 지자체 같은 공공에 한정하되 민간이 개발에 참여하려면 정부나 지자체의 특허를 받아야 한다. 또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민간사업자에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발전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도 눈에 띈다. 2030년부터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공공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최소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목표를 법률안에 적었다. 에너지사업을 수행하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노동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행할 의무도 담았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를 공공재생에너지 기관이 우선 고용하도록 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한국발전공사법안은 발전 5사 통합법안이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을 합병해 한국발전공사로 만든다. 중복투자를 막고 안정적인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민간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전기요금에 전가”
연대는 에너지 민영화를 막기 위해 공공재생에너지를 원칙으로 하는 법률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9%에 그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가속화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늘 수밖에 없다. 공공재생에너지 원칙을 사회적·법적으로 세우고 공공부문이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공공재인 재생에너지 개발 이익을 민간이 독점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중심이 될 해상풍력 발전사업에서 2023년 8월 기준 사업허가를 받은 사업 77개 중 민간발전사의 비중이 90%를 넘어선다”며 “민간발전사에는 해외자본도 포함돼 에너지주권 문제도 고민해야 할 판국”이라고 우려했다.
공공부문이 민간기업보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했을 때 국민들의 비용 부담이 훨씬 줄어드는 등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위원은 “우리나라는 전력시스템 대부분을 발전공기업이 소유·운영하고 있어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며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다르게 높은 수익성이 필요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저렴하게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위원은 “연구에 따르면 해상풍력 1GW(기가와트)를 개발할 때 민간기업은 공기업과 달리 1천920억원을 추가 지출하게 된다”며 “민간기업이 비용을 보전하려면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12313515995111
글로벌 RE100 캠페인 "한국,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상향해야"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 2025.01.23. 13:52:08)
글로벌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인 'RE100 캠페인'이 한국 정부에 RE100 기업의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연내 확정 예정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상향할 것을 촉구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발전된 전력만을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한 기업들로 구성된 자발적 기업 이니셔티브로, 현재 전 세계 43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36개의 한국 기업이 RE100에 참여 중으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해외 기업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160개 이상까지 늘어난다.
캠페인은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24년 5월에 발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목표치는 21.6%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목표에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과 같은 비재생에너지원인 ‘신에너지’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 재생에너지 비율은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캠페인은 "RE100은 이러한 낮은 목표가 신속한 탄소배출 감축은 물론, 기업 투자 촉진 및 글로벌 시장 요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전기본 확정 과정에서 목표치를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라이밋 그룹 (Climate Group)의 RE100 총괄인 올리 윌슨 (Ollie Wilson)은 "RE100 캠페인에 합류하는 새로운 대기업이 늘어나면서, 재생에너지를 향한 글로벌 여정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RE100 회원사의 총 연간 전력 소비량이 이제 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초과함에 따라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 라며 "한국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여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기업들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미래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기에, 한국 정부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윌슨 총괄은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목표에 부응하며, 민간 부문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 장벽을 제거하여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100 한국 로컬캠페인파트너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취임으로 인한 ESG 기조 후퇴 우려 속에도 국내 기업 대상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이 국제 시장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은 필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촉구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 기회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특히 오는 2월 한국을 포함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은 상향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해야 한다. 캠페인은 "RE100은 NDC 제출과 11차 전기본 확정을 앞둔 한국 정부의 결단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돕고, 글로벌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101
노조·시민사회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 힘 모은다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2025.02.06 17:21)
6일 공공재생에너지포럼 출범식 개최
공공성 담보된 재생에너지 전환 강조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현재(고용)’와 ‘미래(전환 속도)’ 사이에서 긴장 관계를 드러내기도 한 노동조합과 기후환경운동·시민사회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 속도를 높이되, 이 과정에서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이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출범식과 토론회를 개최했다. 포럼엔 한국노총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 녹색연합, 에너지정의행동, 60+기후행동,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함께한다.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포럼은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의 출발점”이라며 “기후위기 앞에서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든 시민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며 지속 가능한 전력산업의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기후 정의를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야 한다”면서 “공공에 기반한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넘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구축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했다.
정세은 공공재생에너지포럼 대표(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신속하고 질서 있고 비용 절약적으로(고수익·고비용을 피하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향후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면서 “이는 에너지를 공기업이 100% 생산해야 한단 의미가 아니라, 에너지 공공성을 존재 원칙으로 하는 주체가 주도해야 한단 뜻이다. 그래야 안정적이고 안전한 에너지,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민주주의도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은 강조했다. 포럼은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가치를 확립하는 일은 시민의 기본권과 안전한 삶을 지키는 데 핵심적인 과제”라며 “에너지 전환은 소수의 전문가나 특정 집단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민주적 통제를 통해 공공성을 확대하며, 공동의 노력을 통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kptu.net/board/detail.aspx?mid=F686C1F3&idx=52260
[성명] 전기민영화 가속화 해상풍력특별법 폐기하라 (2025년 2월 11일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초기 개발비용 부담은 정부가, 안정적 돈벌이 사업은 재벌이?
전방위적 규제완화 30여개 법안 무력화 … 기존 해상풍력사업허가 전면 재검토해야
햇빛과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 보장하라
국회 산자위는 2월 17일 소위원회, 19일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해 해상풍력특별법(이하 ‘해풍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반도체특별법 내 주52시간 적용 제외 문제에 가려져 에너지3법(해상풍력특별법, 전력망특별법, 고준위방폐법)은 그 쟁점의 엄중함, 심각성에 비해 언급조차 덜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해풍법은 전기민영화 가속화로 인한 전력공공성 파괴 우려는 물론,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환경파괴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성과 환경을 파괴하는 해풍법의 졸속 심의 및 통과를 반대하며, 공공성과 환경안정성, 지역주민과의 원만한 협의 속 발전공기업이 우선하는 공공재생에너지발전소, 공공해상풍력 도입을 요구한다.
포장은 난개발 막는 해풍법, 실상은 해상풍력 재벌퍼주기?
그 동안 재벌과 해외투기자본은 한국바다 어디든 사업지역을 선정하여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는 등 해상풍력 사업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주인 없는 바다의 점용․사용권 획득 후 큰 수익이 예상되면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를, 아닐 경우 점용·사용권을 판매하는 등의 ‘알박기식’ 바다 땅투기를 해왔다. 문제는 해풍법이 바다의 투기성 난개발 방지 취지로 해상풍력발전 계획입지를 지정한다고 하나, 이는 풍력자원조사와 입지선정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초기사업과정을 모조리 국가가 수행하고, 입지 조성 후 돈벌이가 되는 실사업은 민간재벌이 하는 ‘위험제거국가’ 모델을 따른다는 점이다. 일례로, 71개월이 예상되는 기존 해상풍력발전사업의 경우, 해풍법 통과시 정부 32개월, 사업자 31개월로 총 63개월이 예상된다. 사업기간 축소란 명분이 무색하게 총 사업기간은 고작 8개월 줄어드는 반면, 사업자의 초기사업부담은 절반 가까이 정부가 대폭 떠안는 방식이다. 심지어 고작 8개월을 단축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영향평가 등 30여개에 달하는 각종 인허가 절차가 무시된다. 정부는 이를 ‘공공주도’ 해상풍력이라 부르며 마치 공공성이 담보된 것 마냥 포장을 하지만, 현실은 정부가 앞장서 환경을 파괴하고 재벌에게 해상풍력발전의 초기비용을 보태주는 것 다름 아니다.
이미 해상풍력발전사업허가 민간재벌 93%, 해외투기자본 63% … ‘알박기’ 발전사업허가권 전면재검토해야
한국의 해상풍력발전은 이미 상당부분 민영화되어 있다. 24년 12월까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90개중 발전공기업이 받은 사업허가는 단 7개다. 전체 설비용량 약 30GW 중 발전공기업의 발전용량은 2GW도 되지 않는다. 사업개수, 설비용량 모두 90%이상 재벌·해외투기자본으로 인해 민영화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해풍법은 어떻게 민영화를 막고, 공공성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되려, 이미 풍황계측기를 설치했거나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기존사업자에 대한 기득권보장과 우대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미처 마련되기 전 터잡은 사업자에 대한 명백한 특혜이며, 민영화조치이다. 기존 발전사업허가는 송전망연결문제,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주민보장, 금융조달, REC계약, 공사착공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치기 전의 말 그대로 사업허가일 뿐이다. 예상수익이 안될 경우 발전사업허가가 발전사업으로 이행되지 않고 무산된 수많은 사례들을 감안한다면, 발전사업허가권만을 놓고 발전사업자로 인정해서는 안 되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햇빛과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
헌법 제120조 1항은 천연자원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가의 소유이며, 이를 사적소유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햇빛과 바람 등 자연력은 공동체 전체의 존속과 공유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천연자원의 사적사용을 인정하려면 그 혜택이 공동체 구성원들의 일반적 복지 향상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해상풍력발전과 해풍법은 헌법적 의무를 방기한 채, 국내외 사기업에게 공짜로 해상풍력자원의 개발과 이용을 허락하고 있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유수면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해상풍력의 제한 없는 이윤 추구는 모두의 자원인 햇빛과 바람을 사유화하는 것과 같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해 재생에너지분야의 확고한 공공성 원칙을 요구하는 기후정의단체들은 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한국발전공사법 제정을 요구한다. 발전공기업을 통합해 대규모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훨씬 저렴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을, 그리고 그 과정에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발전노동자들을 고용해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것을 요구한다.
2025년 공공운수노조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재벌 중심의 돈벌이 재생에너지가 아닌 공공성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지키고 지역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만들어 낼 것이다.
https://kptu.net/board/detail.aspx?mid=BCB52DDC&page=1&idx=52328
“해상풍력 민영화와 난개발 우려” 토론회 개최 -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 강조 (공공운수노조 주요소식, 2025-02-19)
"해풍법, 기후위기 대응에도 역행 - 공공성 보장해야"
"해풍법, 바다를 기업 이익 수단으로 전락시킬 우려"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확대, 사회적 논의 필요"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19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해상풍력 민영화와 난개발을 우려한다”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상풍력특별법’(이하 해풍법)이 현재 형태로 통과될 경우, 재생에너지 민영화 및 난개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마련됐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기후위기 해결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민영화가 아닌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며, 이를 실현할 법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한국발전공사법’을 제안했다.
토론회에서 제용순 발전노조 위원장은 해풍법이 현재 상태로 통과될 경우, 공공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민주당 역시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첫 발표를 맡은 김동주 한국환경사회학회 이사는 한국의 풍력발전 역사를 되짚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공공부문이 주도했던 풍력 개발이 민영화 이후 투기 대상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운영 중인 육상풍력 발전의 약 80%가 민간 소유로, 발전사업 허가권 거래, 지분 매각 등으로 투자 수익만을 노리는 행태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해풍법이 기존 민간발전사에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해상풍력 민영화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며, 해풍법이 이를 더 촉진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구 실장은 “정부 주도의 입지 계획이 필요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결국 사업권이 민간에 양도돼 대기업과 외국자본의 이익만 보장될 것”이라며, “공공투자가 오히려 비용 절감과 공공성 강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항주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정부가 해상풍력 인허가 지연을 환경규제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이는 정책 미이행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해풍법이 덴마크 모델을 참고했다면서도, 오히려 기업 특혜 조항을 추가하고 환경규제 절차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입법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명목으로 난개발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노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해풍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보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해풍법이 바다 난개발을 조장하는 민간사업자의 장애물 제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전환하려면 공공재생에너지법 같은 대안적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유근 한국노총 전력연맹 정책실장도 해풍법이 공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공공주도 입찰 시장과 공공가점제를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민간 기업의 독점을 막을 장치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선미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해풍법이 생태계 보호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은 특별법 형태로 제정될 경우 향후 재생에너지 법안 마련에도 제약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해풍법이 국가 및 지자체의 역할 분담, 전력계통 확보, 주민참여 이익공유, 공유수면 사용료 부과 등의 문제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상풍력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원칙을 설정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제기된 문제점을 국회, 정부, 산업계에 전달하고, 해풍법 개정과 보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반에서 공공성과 환경성, 민주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보호할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ttps://climateandcapitalism.com/2025/02/20/renewable-energy-why-the-price-is-wrong/
What’s stopping a transition to renewable energy?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막는 것은 무엇일까 (Climate & Capitalism, Martin Empson, February 20, 2025, Book Review)
재생 에너지 비용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회사들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 시스템에서는 환경적 이익보다 단기적인 이윤 극대화가 우선되어, 지속 가능한 기술로의 전환이 어려웠다. 결국, 재생 에너지 전환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전면적인 국유화 없이는 실현되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Brett Christophers, THE PRICE IS WRONG: Why capitalism won’t save the planet, Verso, 2024 서평.
https://newscham.net/articles/112251
'에너지3법' 국회 본회의 통과...시민사회 "부정의한 기후 악법" 졸속 처리 규탄 (참세상, 류민 기자 2025.02.27 17:53)
공유재 사유화하고 지역 주민 삶과 생태계 파괴할 것
해상풍력특별법을 비롯한 이른바 '에너지3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민사회 기후환경단체들은 그동안 해당 법안들이 '부정의한 기후악법'이라 우려하며, 특별법안들의 전면 폐기와 기후정의 원칙을 반영한 재수립을 촉구해 왔다. 여야정은 시민사회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명분으로 에너지3법 제정에 속도를 냈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회 법안 소위를 통과한 후 불과 열흘 만에 본회의 문턱마저 넘은 것이다.
에너지 3법은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해상풍력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고준위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전력망특별법)을 묶어 이르는 말이다. 시민사회 기후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을 위한 법제도 개선은 절실하나, 현재의 에너지3법은 오히려 '기후부정의를 가속화할 악법'이라 비판해 왔다.
해상풍력특별법안은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입지를 계획하되, 이후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사업자 등에게 사업권을 양도하고, 여러 인허가 규제를 간소화해 해상풍력의 '신속한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환경단체들은 현재의 법안이 해외 민간 자본이 다수를 차지하는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특혜를 줘, 이미 심각한 해상풍력 민영화를 더욱 촉진시킬 위험이 크다고 우려해 왔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자들이 주도하는 해상풍력 사업은 수익성에 따른 과잉 투자와 투자 철수가 반복되고 결국 신속하고 체계적인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경성 평가 등 각종 인허가 규제를 의제처리하여 무력화하면서 계획입지 제도의 취지를 몰각하고, 지역 공동체와 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을 용인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날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해상풍력특별법은 전력망특별법과 고준위특별법 등과 함께, 계엄으로 인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민생법안으로 둔갑하여, 여야 합의 아래 속전속결로 통과되었다. 풍력산업협회 등 산업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였다. 그러나 이 법을 포함하여 소위 에너지3법은 기업 특혜법일 수는 있어도 민생법일 수는 없다. 기업/자본의 이해와 다르게, 우리는 이 법이 우리 모두의 공유재를 사유화하고 난개발을 야기할 것으로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공유수면과 바람을 포함해서 재생에너지가 공유재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이것을 공적으로 개발하고 소유.운영할 때 해상풍력은 더욱 신속하게 개발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기후환경시민단체와 노동조합 그리고 진보정당들은 오래전부터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주장해왔고 법안도 개발해두었다. 곧 입법청원 운동을 비롯해, 국회에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는 입법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행 <해상풍력특별법>을 폐기하고,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는 대안임을 분명히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위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와 처분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시민사회는 이번 특별법안이 기존 핵발전소 부지 내에 핵폐기물을 임시 보관할 수 있도록 열어두어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등 핵진흥 정책을 강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방폐장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절차과 기준들도 완화해 핵발전소 지역을 '핵폐기장화'하는 법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후환경단체들은 고준위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설 구축과 운영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처리 시설 지역을 선정하고 운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력망 특별법은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단지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을 신속하게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사회는 '밀양 송전탑 사업'을 환기하면서 이러한 특별법안이 "수도권을 위해 지역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지역 주민의 삶과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 지적해 왔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입장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재생에너지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후정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환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같은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간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이번 국회에서 논의된 에너지 3법과 11차 전력계획은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왜곡하고, 산업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국적 갈등이 생길 것이다. 전력망 확대와 해상풍력 보급, 고준위핵폐기물 관리라는 중요한 의제는 단순히 절차 간소화와 행정편의에 따라 접근될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참여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앞으로 에너지 3법과 11차 전력계획이 추진되는 과정 전체를 면밀해 감시하고 보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 밝혔다.
정의당도 같은 날 성명에서 "에너지3법은 거대양당의 합의로 지역주민과 기후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진행"되었다면서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전력체계 개편은 필수이지만, 안전성과 환경성, 생활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갈등 요소가 내포되어 있어 세심한 정책 수립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세 가지 법안은 모두 이런 지점이 미흡한 상태"라고 짚었다.
진보당도 에너지3법을 "민주파괴 기후악법"이라 규정하고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섰고 "반기후 폭정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 밝혔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21120004235
활력 잃은 '한국 해상풍력'..."1MW당 5,000만 원에 팔리던 사업권도 찾지 않아요" (한국일보, 이상무 기자, 2025.02.27 04:30)
[활력 잃은 한국 해상풍력]
국내 업체들 도전하지만 인허가에 10년
인허가 과제 수행에 쓰는 돈만 '수천억 원'
국내 자본 조달 어려운 군소업체들 포기
사업권 팔아 탈출...그 자리를 외국계가
이런 외국계마저 "이젠 사업권 안 산다...
현재 프로젝트 상업 운전까지도 구만리"
그나마 운전 중인 '네 곳'은 정부가 주도
"속도 너무 더뎌 수익성 의심" 목소리도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 중인 정동식(58)씨는 전남에서 2년 전까지만 해도 '해상풍력개발업체' 대표였다. 약 4년 전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까지 따냈지만 이후 이어지는 30여 개 인허가 단계에서 들어갈 돈을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 '풍력의 날(2월 27일)'을 하루 앞둔 26일 본보와 만난 정씨는 "크진 않아도 해상풍력단지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인허가 과정에만 수백억 원이 필요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개발업체에 발전사업허가권(사업권)을 넘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씨는 자신의 상황을 두고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자조했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개발업체가 사업권을 따면 이걸 중견 개발업체나 외국계 에너지 기업들이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사들이는 사업권 시장이 돌아갔다. 정씨는 이런 시장의 덕을 본 경우라는 거다.
이제는 이런 시장조차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계 기업들의 사업권 매입도 사실상 멈췄다. 정씨는 "사업권을 산다 해도 실제 국내에서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까지 구만리"라며 "이런 현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개발업체들은 웃돈을 줘가며 사업권을 사지 않고 외국계 기업들도 한국 해상풍력시장을 불안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국내 개발업체들이 해상풍력단지 개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로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외국계 기업마저 물음표 단 한국 해상풍력 시장
한동안 국내 해상풍력개발 시장을 두고 '외국계 자본이 잠식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해외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이런 외국계 자본도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덩달아 국내 개발업체들의 설 땅은 좁아지고 있다. 사업허가권을 팔아 수익을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내 금융기관의 도움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수도 없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돈이 돌지 않고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니 국내 해상풍력개발 시장이 활력을 잃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외국계 자본이 들어왔다는 결과만 돋보이게 할 게 아니라 해상풍력개발 시장이 선순환하기 위해 외국계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현실론도 나온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왜 국내 개발업체들이 나가떨어졌는지 정확한 원인을 찾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30개 인허가 통과하는데 10년...쓰는 돈 최대 2,000억 원
해상풍력개발은 ①초기 개발 ②개별 인허가 ③건설 ④운영 네 단계로 나뉜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풍량 계측기를 1, 2년 동안 운영해 해상풍력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본다. 이를 바탕으로 기본적 인허가인 '발전사업허가'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아낸다.
②단계에서는 세부 인허가가 줄을 잇는다. △개발행위 허가(지방자치단체, 해양수산부) △해역이용협의(해수부) △환경영향평가(환경부) △군사작전 영향평가(국방부) △항로 및 항만 영향평가(해수부, 해양경찰청) △전력 계통 연계 허가(한국전력, 전력거래소) △건설 인허가(지자체, 해수부) 등이다. 30개에 가까운 인허가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건설, 운영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주목할 건 '돈'이다. ①단계에서는 국내 군소 개발업체들이 어떻게든 자기자본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따지만 ②단계부터는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달라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풍량계측기를 설치하고 운영해 발전사업허가를 따는 데 10억~20억 원이 든다면 세부 인허가 단계로 들어가면 수백억 원부터 많게는 2,000억 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부처 및 기관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 위한 조사, 설계, 엔지니어링 과제를 수행하는 데 길게는 10년도 걸린다"며 "이 사이 인건비, 시설, 용역 비용만 따져도 저 정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굳게 닫힌 은행...1MW당 5,000만 원에 허가권 판 국내 업체들
상당수 국내 개발업체들이 나가떨어지는 건 ②단계다. 자기자본 규모가 크지 않으니 수많은 인허가를 통과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쉽사리 대출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은 개발업체들은 대부분 해상풍력개발을 성공시킨 이력이 없다"며 "국내에서 해상풍력 인허가를 끝내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려 성공 경험도 없는 업체에 장기간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개발업체들은 사업권을 따내는데 들어간 비용에 프리미엄을 얹어 팔고 빠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구역에 따라 가격은 달랐지만 최근까지 거래된 통상 가격은 1메가와트(MW)당 5,000만 원(비용+프리미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발전사업허가 용량이 100MW면 50억 원에 사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장이 형성되자 아예 사업권을 팔기 위해 초기 개발까지만 진행하는 업체들이 생겼고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2024년 12월까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90개 해상풍력 사업 중에 48개를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고 있고 전체 허가 설비용량 30.69기가와트(GW) 중에 외국계 비중이 19.41GW로 63%에 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현재 한국 해상풍력시장에 나선 외국계 기업으로는 코리오 제너레이션(영국계), 오스테드(덴마크계), 에퀴노르(노르웨이계), 퍼시피코 에너지(미국계) 등이 있다.
문제는 외국계 기업들도 현재 한국의 해상풍력발전 시장 상황을 보고 답답해한다는 점이다. 넘어야 할 인허가가 많은 탓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도 실제 상업 운전에 들어간 외국계 기업은 아직 없다. 그나마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단지도 △제주 탐라단지(30MW) △영광단지(34.5MW) △서남해실증단지(60MW) △제주 한림단지(100MW) 등 정부가 주도한 '네 곳' 뿐이다. 한 외국계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한국이 해상풍력 잠재력이 큰 시장이긴 하지만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 수익성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있다"며 "최근 사업권을 사려는 외국계 기업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진출한 외국계 기업과 '윈윈'하는 모델 등장
이런 탓에 국내 해상풍력개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시장에 들어온 외국계 기업과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현실론이 우선 제기된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해상풍력단지를 완공한 뒤 20년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다만 외국계 기업들은 해상풍력단지를 완공해도 20년 동안 운영할 여력이 모자란다. 수시로 배를 타고 나가 발전소를 점검하고 개·보수를 해야 하는데 외국계 기업에는 장기간 관련 인력을 고용하고 운영하는 게 부담인 것이다.
건설 이후 운영 단계에서 대주주 지분과 운영권을 국내 발전 공기업에 넘기는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 사하구 해상 일대의 96MW급 '다대포해상풍력단지'가 대표적이다. 해당 단지를 개발하고 있는 영국계 해상풍력개발기업 코리오는 완공 후 대주주와 운영 주체로 한국남부발전을 고려하고 있다. 남부발전도 내부적으로 이를 검토하고 있다. 최우진 코리오 대표는 "이 모델이 성사되면 코리오는 소수주주가 된다"며 "남부발전 같은 공기업이 국내 해상풍력단지를 운영하고 수익을 가져가면 외국계 기업과 한국 정부가 윈윈(Win-Win)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2030년까지 풍력발전에 필요한 대출 자금만 '105조 원'
해상풍력업계에서는 국내 자본의 적극 투입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사업허가권을 따낸 국내 개발 업체들에 투자가 제때 이뤄졌다면 지금처럼 꽉 막힌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상일 한국풍력에너지학회장(군산대 교수)은 "국내 자본이 꼭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쉽게 꺼내지 못했던 문제"라며 "어떤 기관이나 기업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오랫동안 투자하라고 요구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정책 자금으로라도 자본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으로 필요한 자금은 상당하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신재생발전 개발 업체들이 증설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려야 할 자금 규모를 161조 원으로 예상했다. 이 중 약 75%(105조 원)는 풍력발전이 차지했다. 산업은행은 "특히 초장기 투자가 필요한 해상풍력 발전은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총 사업비 30% 수준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수 있는 모험 자본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이상일 회장은 "정부는 지난해 9조 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를 만들었다"며 "이를 마중물로 내놓고 시중은행 등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인데 정부 구상이 제대로 실천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515150005175?did=NA
국회 통과한 해상풍력특별법, 지지부진 해상 풍력 업계 '새 바람' 될까 (한국일보, 오지혜 기자, 2025.02.28 10:00)
해상풍력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정부 주도 계획 입지로 바다 정리가 핵심
"인허가 기간, 사업 불확실성 줄 듯"
시장 활성화 → 공급망·인프라 고도화 기대
중요 세부 사항들 시행령·고시에 넘겨
"준공까지 속도 내게 구체화해야"
해상풍력 보급과 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된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27일 통과했다. 복잡하기로 악명 높았던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정부 주도로 입지를 고르고 인허가를 이끌어 발전 사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시장이 활기를 띠면 국내 공급망 활성화 및 인프라 확충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만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을 뿐 입지·사업자 선정 기준과 환경성 평가 항목 등 구체적 사항을 정하지 못해 앞으로도 협의는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상풍력특별법, 무엇이 바뀌었나
해상풍력업계에 따르면 본래 해상풍력발전을 위해서는 발전 사업자가 수십 개의 개별법에 따라 입지 발굴부터 주민 협의, 환경·군 관련 인허가 등을 알아서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설비 용량은 30.3기가와트(GW)인 반면 발전량은 0.23GW에 그친 것도 복잡하고 불확실한 개발 과정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상풍력특별법은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정부가 적절한 입지를 미리 고르는 '계획입지' 방식을 도입한 게 눈에 띈다. ①해상풍력입지정보망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안성맞춤 지역을 '예비지구'로 뽑는다. ②이 지구에 대한 기본 계획 마련과 주민 협의도 정부가 한다. ③절차를 마친 곳은 '발전지구'로 지정,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뽑아 공을 넘긴다.
사업자는 정부가 기본 인증을 마친 땅에서 사업을 준비하니 비교적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인허가 역시 관계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단계에서 끝내 부담도 줄어든다. 또 입찰로 사업자를 뽑으니 발전 단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제는 디테일 싸움... "착공 넘어 준공에도 구체적 지원 있어야"
문제는 공포 이후 1년 안에 마쳐야 하는 시행령·고시 등 하위 법령을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별법은 △지구 지정 요건 △심의·의결을 전담하는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의 구성·범위 △민관협의회 구성 및 조정 방식 △환경성 평가 등 중요 사항을 하위 법령으로 넘겨뒀다. 양예빈 기후솔루션 정책연구원은 "기존 환경영향평가, 해양이용영향평가 대신 실시되는 환경성 평가 항목이 구체적이지 않아 규제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최근 일었다"고 설명했다.
해상풍력 발전 속도가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시행 이후 발전 지구 선정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실질적 사업자 선정은 한참 뒤에나 이뤄질 거란 이유에서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법안을 검토한 결과 착공까지 63개월이 걸려 기존보다 8개월 줄어들 거란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법 공포 이후 3년 동안 기존 방식의 발전사업허가를 하기 때문에 개발이 멈춘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구 선정의 밑바탕이 되는 입지정보망을 구축 중이며 법 시행 전까지 마무리할 것"이라며 "기존 사업자에게는 지금의 인허가 방식과 발전지구 편입 중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어떤 부지를 발전지구로 편입할지 기준이 고시에 담길 예정이라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미 사업 허가 용량이 2030년 보급 목표치(14.3GW)의 두 배 이상이라 그중 일부만 고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준공 과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착공 이후 해상풍력발전기가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발전된 전기를 나를 전력망이나 조립을 위한 전용 항만 등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구축할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김범석 제주대 대학원 풍력공학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제때 공사를 끝내는 것도 필수적"이라며 "(발전기의) 계통 연계나 건설·유지 보수에 필요한 항만 시설에 대한 지원 방법을 구체화해야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90312.html
[왜냐면] 기후위기에도 감세 정책만 내놓는 대선 잠룡들 (한겨레, 윤성민 | 평범한 시민, 2025-04-02 19:13)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10월 ‘탄소배출 격차 보고서’를 발간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과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 맺은 산업화 대비 1.5도 상승 저지 목표 간 차이를 분석한 보고서다.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2023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7.1Gt(기가톤)로 역대 최고치였고, 주요 20개국(G20)은 77%인 40.9Gt를 배출했다.
유엔환경계획은 보고서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약 목표인 1.5도 상승 저지를 위해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2% 줄여야 한다”라며 “지20 국가들이 감축을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엄중한 경고도 했다. “더 이상 말뿐인 정책은 필요 없다.”
계엄 이후 뉴스는 탄핵, 파면, 대선 잠룡들의 지지도로 도배됐다. 대선 잠룡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상속세·소득세·법인세 감면 정책을 말한다. 안타깝다. 기후 정책을 말하는 정치인이 없다. 유엔환경계획은 말만 하지 말라 했지만, 우리나라는 말조차 없다.
일각에서는 경제가 기후보다 우선이라 말한다. 기후도 복지처럼 성장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기후 정책이 곧 경제 정책이자 복지 정책이다. 기후 없이는 경제와 복지도 있을 수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보고서에서 기후 정책을 도입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성장률은 -0.3%포인트, 금융 손실은 약 46조원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정부 직접 일자리 예산 규모는 7조원이었다. 46조원이면 정부 직접 일자리 규모를 7배 늘릴 수 있다. 기초연금은 1.6배, 아동수당은 15배 늘릴 수 있고,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4.6배 더 할 수 있다.
유럽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제품이 생산 단계에서 배출한 탄소만큼 추가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즉, 탄소배출량만큼 비싸진다는 것이다.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기업에 큰 악재다.
최근 중국의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5분 충전으로 400㎞를 가는 기술을 선보였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중국이 전세계 태양광 패널의 95%를 점유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점유율이 어떤 무역 무기로 활용될지 알 수 없다. 중국은 더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친환경 리더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이제 막 10%가 된 우리나라로서는 부럽기만 하다.
세계 경제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 주도로 기업의 녹색 경쟁력을 높이고, 녹색 기술 초격차와 녹색 장벽을 만들고 있다.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는 이에 대응할 기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경제가 살고, 복지와 국민 삶의 질이 유지된다. 다음 대통령이 중요한 이유다.
대선에서 감세를 공약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안다. 하지만 지금 정치인들이 해야 할 건 혼란한 틈에 감세 표를 얻는 게 아니다. 기후위기에서 경제와 복지를 살리기 위한 대규모 기후 정책 시행 방안과 대규모 예산 마련 방안을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기후 증세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덜떨어진 리더가 뭔지,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우리는 목격했다. 차기 대통령은 기후위기 앞에 녹색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해 실행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대선 잠룡들은 그 비전과 시행 방안, 예산 마련 방안을 지금 말해야 한다. 지나고 후회하면 늦는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94566.html
“새정부 3대 과제, 기후 거버넌스 개편·산업 탈탄소·재생에너지 확대” (한겨레,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2025-04-28 05:00)
HERI 이슈|한겨레 ‘H-ESG 포럼’ 개최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7곳, 정책 제안
“기후·에너지를 함께 맡는 기후경제부 신설 등 정부 거버넌스 재편, 산업분야 저탄소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과 전환금융체계 확립, 그리고 전기판매 경쟁체제 도입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
기후변화센터,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사단법인 넥스트, 에너지전환포럼, 플랜 1.5 등 국내 대표적인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7곳이 6·3 조기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를 향해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3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싱크탱크들은 지난 22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류이근)과 함께 ‘2025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정책제안’을 주제로 제21회 에이치-이에스지(H-ESG) 포럼을 열고, “지금처럼 하면 2050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싱크탱크들은 또 탄소중립 대응을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처럼 핵심 경제정책으로 격상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산업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대비 40% 줄이기로 약속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올해 안에 2035년 목표를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 또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26년 2월까지 2031~2049년 감축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들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새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학영 국회 부회장은 축사에서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라며 “새 정부가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국회가 H-ESG 포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싱크탱크들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월 H-ESG 포럼을 열고 “각 정당은 총선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 기후선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또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한전 적자 해결,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2030년 NDC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H-ESG 포럼은 사람 중심 이에스지(ESG)를 지향하는 경영계·노동계·투자자·시민사회·언론계·학계·연구기관·공공기관·정부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지식허브이다. 이번 포럼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사장 김현대)의 후원으로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렸다.
기후 거버넌스 개편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후 거버넌스 개편’ 주제발표에서 “에너지 위기 이후 미국·유럽연합·중국은 모두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한국은 에너지 안보를 전담하는 정부부처조차 없다”면서 “탄소중립기본법에 주무부처로 환경부를 명시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계획·실행체제가 모두 갖춰져 있지만, 환경부-산업부 간 갈등,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조정권한 부족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부처가 기후정책의 일원이 되도록 정부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산업부에 환경부의 기후탄소 업무를 통합해서 기후·에너지·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기후경제부’(기후에너지산업부)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탄녹위에 기후예산 사전심의 및 권고 권한을 부여하고, 시민참여를 위해 기후시민회의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기후경제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022년 대선공약으로 내건 ‘기후에너지부’(산업부의 에너지와 환경부의 기후탄소업무 통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94.33%를 차지하는 에너지·산업부문의 탈탄소화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디. 반면 거대 부처 신설에 대한 견제와 산업계의 반대도 예상된다. 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지금의 한국처럼 기후와 에너지 업무를 각기 다른 부처가 맡는다. 반면 호주·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등은 두 업무를 통합해 한 부처가 맡는다.
권오성 기후솔루션 팀장은 “기후헌법 논의를 본격화해서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의 기본 책무로 천명하고, 세대 간 정의와 지속가능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리고, 이를 뒷받침할 기후·경제 컨트롤타워를 확립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탄녹위 공동위원장을 직접 맡아 기후 리더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주헌 넥스트 수석정책전문위원은 “전력 공공기관들이 혁신적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시도할 수 있으려면, 이를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감독할 수 있는 독립적 에너지 규제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며 “권한이 집중된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두 부처 안에 각각 기후·에너지·산업 전담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형식적 거버넌스 개편을 넘어 실질적 정책 통합과 조정, 명확한 정책 우선순위 설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부문 저탄소 전환
한국은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산업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기준 38.3%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다.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에너지 분야와 함께 산업분야의 탈탄소 전환이 시급한데, 전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저탄소 전환 촉진” 주제발표에서 “주요국은 그린산업 전략을 통해 전환투자 촉진과 기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한국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행력과 민간 유인체계가 부족하다”면서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정부의 전환 투자 지원 정책과 전환금융 체계 확립이 시급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분담을 위한 탄소세 도입 준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사무국장은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며 “투자를 집중할 탄소중립 기술을 선정하고 업종과 공급망에 기반한 탄소 데이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전환을 실행하려면 전환금융 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며 “감축 파급 효과가 큰 산업공정에 대한 우선순위 설정과 집중 육성”을 주문했다. 이어 “책임있는 비용 분담을 위해 탄소가격제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탄소중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분담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탄소세 도입 준비를 시작하고 사회적 대화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주헌 넥스트 수석정책전문위원은 “철강·석유화학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15년 동안 총 15조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탄소차액계약제 도입 예산 확대와 탄소집약적 산업의 청정 전환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을 제안했다. 탄소차액계약제는 기업이 저탄소 기술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에너지 전환 가속화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에너지 전환 가속화 전략” 주제발표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폭증에 대처하려면 재생에너지로는 부족하고, 원전 확대와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엔비디아와 중국 딥시크 사례가 보여주듯이 반도체의 지속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과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한 AI 효율 개선이 서로 융합효과를 일으켜 전력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며 “무작정 설비를 확충하기보다 효율혁신과 구조개혁을 통한 AI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수도권 전력부족 사태는 송전선 건설 지연이 아니라 과도한 외부전력 의존에 따른 전압 불안정 때문인데도, 한전은 수도권 송전선 증설을 지속한다”며 “신규 산업전력 수요를 전력이 풍부한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방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충돌하면서 전력생산을 줄이는 출력감발과 송전망 접속제한이 발생하는 문제와 관련 “공급 쪽에서는 양수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 등 무탄소 유연자원을 늘리면서 경직성 전원인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수요 쪽에서는 AI와 IT(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혁신적이고 유연한 전기요금제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석 전문위원은 “스웨덴은 시간·지역에 따라 정교하게 차등화한 전기요금제를 시행해 전기가 남아돌아 요금이 싼 북부지역으로 산업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이루고, 반대로 전기가 부족해 요금이 비싼 남부지역은 소비자의 변동형 요금제 선택으로 전력소비를 줄이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 지역 간 전력불균형을 완화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영국 전력시장 1위인 옥토퍼스에너지는 IT를 기반으로 100% 재생에너지와 다양한 변동형 요금제를 앞세워 소매전력시장에서 최저요금을 구현하고, 전력망 안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재생에너지 문제를 송전선 확장만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은 한계에 직면했고, 합리적 시장제도와 AI·IT 기술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 전문위원은 “그러나 한전은 IT업계의 전력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며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을 개혁하지 않고는 지역별 요금차등제조차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이 205조원의 부채 부담을 발전자회사에 전가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집중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며 “산업계, 발전자회사, 지역사회가 한전 전력산업 독점 해체와 판매시장 경쟁도입을 요구하는 새로운 개혁 연합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의 알이(RE)100(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전기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 이행과 분산전원(전력이 필요한 지역 근처에 소규모 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방식) 확대를 가로막는 전력시장의 4대 병목 현상으로 한전과 정부·국회 간 정보비대칭, 한전의 발전·송전·배전·판매 수직독점, 경직적인 전기요금, 계통제약과 송전혼잡 등 송전선 지역갈등을 꼽으면서, 그 정책대안으로 독립된 전문 전력시장 규제기관 설립, 한전에서 송전망 분리, 전기판매 경쟁 및 자율요금제 도입, 지역별 소매전기요금 차등제를 제안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운영의 어려움을 관리하려면 시장 메커니즘이 필수”라며 “스웨덴, 영국처럼 지역별·시간별 차등 요금제, AI 기반 그리드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한전 수직독점, 경직적 전기요금, 계통 제약과 송전혼잡이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어, 한전 망사업 분리와 독립 송·배전사업자 설립, 발전자회사의 전력판매시장 참여 허용,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이 필요하다”며 “전력시장 개혁이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권경락 플랜 1.5 정책활동가도 “새 정부는 전력산업 개편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의 의제
이주헌 넥스트 수석정책전문위원은 “대한민국의 경제회복을 위한 ‘그레이트 리셋’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넷제로 경제를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격상할 것을 제안한다”며 “침체된 내수시장 활성화, 신성장동력 확보, 제조업을 미래산업으로 전환,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이행으로 국가신인도 제고 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후위기 관련 산업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산업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권오성 기후솔루션 팀장은 “총 360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된 용인 반도체 산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부터 연간 2594만톤에 달해 탄소중립 기조와 충돌한다”면서 “반도체 산단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경락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기후재정 규모를 현재 GDP의 0.5%보다 4배 많은 2%(약 50조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130600011
민주당이 밀던 기후공약 ‘탄소세’···이번 대선에서 사라진 이유 (경향, 반기웅 기자, 2025.05.13 06: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21대 대선 환경 공약에 탄소세 도입이 빠졌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탄소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는데 이번 대선 공약에는 담기지 않은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성장을 앞세우고 증세와 거리두기에 나선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에 따른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민주당 중앙선대책위원회 정책본부가 낸 이 후보의 ‘10대 정책공약’을 보면 환경 분야인 기후위기 대응은 열번째 공약에 올라있다. 기후 위기 대응의 주요 내용으로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2035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 2040년 석탄화력발전 폐쇄, 햇빛·바람(태양광·풍력 발전) 연금 확대,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추진, 탄소중립 산업 전환, 건축·수송 부분 탈탄소화 등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공약에 탄소세 도입은 담지 않았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배출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탄소세를 도입해 세수 일부를 기본소득과 산업 전환 재원으로 쓰겠다고 공약했다. 탄소 배출량 t당 5만∼8만원을 부과하면 30조∼64조원 규모의 재원이 마련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열린 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약에도 탄소세 도입을 공약했었다. 지난해 3월 민주당은 기후·환경 분야 총선 공약으로 탄소무역장벽에 대비한 탄소세 도입 공론화 및 단계적 추진을 제시했다.
이 후보가 꾸준히 주장했던 탄소세 공약을 이번 대선에서 철회한 배경에는 ‘증세’를 피하고 성장을 강조해 중도·보수 표심을 잡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세에 대한 저항감이 높기 때문에 더군다나 새로운 세제를 만들어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민주당을 ‘중도보수정당’으로 규정한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 당에서 정책 선회가 있었다”며 “새로운 세목을 만들려면 과세 체계를 종합적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기후위기대응위원회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탄소세 도입이 메인 공약에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실적인 (탄소세 도입) 실현 가능성 여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를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탄소세 부과(t당 11만원)를 공약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탄소세 도입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다. ‘기후정치바람’이 지난달 7~30일 시민 44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2%가 탄소세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새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의 40% 수준으로 줄이기로 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올해 안에 2035년 목표를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민주당 환경 공약에서 산업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은 의미가 있다”며 “다만 탄소세 도입이 빠지면서 공약을 이행할 재원 마련 부분에 구멍이 생겼다”고 말했다. 반면 에너지정의행동은 성명에서 “2024년 총선에서 10대 공약 중 3번에 위치했던 기후 정책은 이번에 마지막 순번으로 배치됐다”며 “이는 단순한 배열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정책의 후퇴이며, 기후위기에 대한 감수성과 정책적 책임 의식이 크게 결여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97476.html
[왜냐면] 새 정부는 ‘안전 없는 에너지 전략’ 폐기해야 (한겨레, 이정윤 |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2025-05-14 18:28)
폭염과 산불, 한파와 집중호우, 태풍과 해수면 상승.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예외적 재난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위기가 기존 에너지 인프라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라며, 특히 냉각수 등 외부 자연조건에 의존하는 원전의 구조적 취약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2022년 여름, 프랑스는 기록적 고온과 냉각수 부족으로 원전 4기의 가동을 중단했고, 북유럽 국가들 역시 강의 수온 상승으로 출력 제한 조치를 반복했다.
한국 역시 해수 온도 상승, 지진대 인접, 급격한 강우 변화 등 복합 재난 요인에 노출되어 있지만, 원전 정책의 중심은 ‘안전’이 아니라 ‘공급’과 ‘확대’에 치우쳐 있다. 지난해 기준, 총 26기의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전체 전력 생산의 31%를 넘는다. 이는 세계 평균(9.2%)의 세배가 넘는 수치로, 프랑스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토 면적 대비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 인구 밀도 대비 원전 수 또한 최상위권이다.
반면 우리의 제도적 안전 기반은 심각하게 취약하다. 첫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독립기관’이라지만, 실제로는 예산과 인사에서 정부에 종속해 있다. 규제 기능보다 사업자 입장을 반영하는 ‘안전 관리’ 역할에 머물고 있으며, 사무처 중심으로 관료화되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강조하는 전문성과 독립성 측면에서도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둘째, 지진·홍수·해수온난화·테러 등 다양한 재난 시나리오에 대한 정량적 영향 평가나 중대 사고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대피 계획과 훈련도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밀집된 인구 밀도를 감안할 때, 하나의 사고가 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음에도 이 위험성을 공론장에서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다.
셋째, 원전 관련 정보는 대부분 비공개로 관리하며, 시민의 감시와 참여는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원전은 공공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알 권리와 참여권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정책 전반에 걸쳐 구조적 개편에 나섰다. 27기를 영구 폐쇄하고 현재 14기가 가동 중이다. 한 기당 2조원에 달하는 안전 설비 투자를 거쳐, 신설한 까다로운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규제기관(NRA)의 심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재가동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민 동의와 지역 협의 절차가 포함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에 투입한 예산이 3천억원에 불과하며, 그나마 절반은 안전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주민 상생자금이었다. 형식적인 수명 연장 모습은 일본의 재가동 노력과 대조된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고가 보여주었듯이, 원전 안전은 ‘사고가 나지 않았으므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철저히 대비해야만 안전한 것’이다. 특히 원전 사고는 단 한번의 사고로 국가 전체가 회복이 불가능한 사회적 재앙을 초래한다.
최근 일부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이유로 원전 확대를 주장한다. 이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수요 관리 전략보다 전력 수요 증가에 비중을 둔 논리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결여된 발전 확대는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할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선언으로서의 안전은 실제 구조로 전환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나 기술적 낙관주의가 아니라, 관료화를 탈피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혁신적인 제도적 개혁과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규제기관의 전문성 확보와 함께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투명한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52
[함께하는 미래] 기후를 묻다 (경기일보, 장동빈 경기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2025-05-14 19:12)
산업화 이전 比 지구 1.55도 상승
해수면도 10년간 연평균 4.7㎜↑
에너지 불평등·폭우 등 문제 야기
‘기후’ 단일 의제 대선 토론 소망
최근 발표된 세계기상기구(WMO)의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는 작년 한 해 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상승한 것으로 발표했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협약을 통해 약속했던 제한선인 ‘상승 폭 1.5도’가 불과 9년 만에 깨져 지구촌의 노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보고서는 북극 해빙 면적이 지난 18년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티핑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는 남극 해빙 면적도 지난 3년간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과 함께 지구 해수면은 10년 동안 연평균 4.7㎜씩 높아지고 있다는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내용들이 담겨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은 10년 전과 거의 변함이 없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은 단순 명료하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전력과 에너지원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탄소흡수원을 확대하거나 보호하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국가도 소외 및 배제되지 않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해야 하는 ‘시급성’을 견지하고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바로잡는 ‘정의성’을 지키며 지구의 생태적 한계선과 인간의 사회적 기초를 반영하는 ‘충족성’을 동시에 이행해야 가장 현명하고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얼마 전 환경단체가 발표한 ‘전기 생산하는 시원한 주차장-전국 주차장의 태양광 잠재량 평가 보고서’에서 분석한 자료만 보더라도 전국 50구획 이상 주차장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2.91GW 용량으로 연간 5천115G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작은 공간만 이용하더라도 손쉽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제21대 대선을 향한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돼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보자와 정당에서 수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가 ‘지구 가열화’란 절체절명의 위기 시대에 같은 행성에서 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기후 유권자는 대선 후보자들이 내놓는 정책에서 미래 비전을 찾고 그들이 찾는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시대 변화의 중심성을 확인하고, 그들의 발걸음이 닿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희망을 찾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와 불확실성이 높아진 농민과 농업이 있고, 폭우로 인한 수재민이 있고, 삶의 기초마저 위협받는 지하·반지하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로 고통받는 야외 노동자와 온열과 한랭질환자들의 생존마저 기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석탄발전소의 폐쇄로 인해 일과 생계를 걱정하는 노동자와 가족이 있으며 대규모 송전선로로 인해 삶의 터전과 일터마저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위기’는 경쟁과 불평등, 부정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후보자와 정당은 그 해법을 현장 속에서 찾으시길 바란다.
다행히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기후 단일 의제 대선 TV 토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한 번도 듣지 못한 대답, 대선 후보들은 기후위기 해법을 말하라!’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기후정치를 호소하며 대선 후보자들에게 듣고 싶은 질문을 취합하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기후’ 단일 의제로 후보 토론회를 개최해 달라는 유권자의 목소리가 성사되기를 소망한다.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651
전력연맹, 민주당과 ‘전력에너지 공공성 강화’ 정책 협약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2025.05.15 23:23)
한국노총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철호, 이하 전력연맹)이 더불어민주당과 ‘전력에너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협약을 맺었다.
전력연맹과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전력에너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협약식 및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식’을 개최했다.
정책 협약서엔 △한국전력공사의 투자 역량 개선을 통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경쟁력 확보로 재생에너지 공공성 강화 △해상풍력 생태계 구축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법 제정을 통한 정의로운 전환 실현 △에너지 안보와 발전 정비 품질 향상을 위한 발전 정비 안전 강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다양한 발전원으로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공공기관 관리 체계 개편 △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사회대전환 등이 담겼다.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대전환의 시대에 전력에너지 공공성과 정의로운 전환을 담은 이번 협약이 진짜 대한민국 사회대전환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력산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국가 전략산업”이라며 “이번 정책 협약을 통해 공공성과 에너지 안보, 정의로운 전환이란 세 가지 원칙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 노동본부장은 “노동 없는 정의로운 전환은 존재할 수 없다”며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권리를 보장하는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동아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은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민간 주도로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데, 자칫 공공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재생에너지에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력연맹은 지난달 11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수호, 노동 존중 정권 수립, 전력산업 공공성 확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을 지지한다’고 정치 방침을 정했다.
https://vop.co.kr/A00001671008.html
[녹색전환을 한다고요?] 기후민주시민은 누구인가? (민중의소리,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2025-05-17 14:53:32)
전국 4,482명 기후와 민주주의 인식조사 결과
12월 3일 한밤, 국회 앞에 나타난 탱크와 무장한 군인들은 민주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믿음에 충격을 가했다. 명백한 불법 계엄이었음에도 여론이 극단적으로 쪼개지고 폭력사태까지 빚어지면서 혹여 내전 상황이 벌어질까 하는 불안도 커졌었다. 계엄사태는 탄핵 결정 인용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언젠가 또 반대 세력을 척결한다는 구실로 군대를 동원하거나 법치를 무너뜨리려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남았다. 그리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던 중,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울진으로까지 번져 28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36,674명이 집을 잃고 피난하는 초유의 재난상황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심해지고 일상화되고 있는 재난이 언제 어떻게 나와 이웃에게 닥칠까 걱정이 엄습해 온다. 민주주의와 기후변화의 중첩적 위기 속에서 대선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대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온 국민이 뼈아프게 실감한 민주주의의 위기 그리고 기후위기에 제대로 응답할 준비가 되었을까?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함께 구성한 기후정치바람은 선거 국면을 ‘질문과 응답의 시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애써왔다. 누구를 찍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투표할지를 물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기후의제를 중요시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했었고, 2025년 올해는 기후의제와 민주주의 신념에 대해 질문하며 기후민주시민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응답자의 48%는 적극적 기후시민
전국 4,482명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기후정치바람’은 ‘기후시민’을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이를 막기 위한 개인과 국가의 실천을 중요시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시민으로 정의 내렸다. 구체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쓰레기양을 줄이는 개인적 실천과 함께, 정부가 탄소중립과 2030 NDC 달성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일관되게 답한 응답자들이다(‘보통이다’ 답변 제외). 이들은 전체의 47.9%에 달했다.
기후시민의 비율도 중요하지만 사안에 따른 응답의 경향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일반적 여론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동의(찬성)’와 ‘부동의(반대)’ 로 이분( ‘보통이다’ 제외)하여 비교해 보면, 예컨대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지켜야 한다’에 대한 동의는 부동의 보다 4배, ‘기후재난은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에 대한 부동의는 동의보다 4.7배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탄소중립을 빨리 달성해야 한다’에 대한 동의는 부동의 보다 무려 10배 높게 나왔다. ‘향후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부동의한 응답자의 4.8배에 달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적극적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는 부동의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시민들은 배출규제와 감축 의무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또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규제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동의가 확인된 것이다. 예컨대 ‘대형주차장에는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에 대한 동의는 83.4%로 부동의 보다 8배 많았다. 폭우 폭염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작업중지 의무화’는 선택지 중 빈도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평균 44.6%) ‘에너지효율등급에 따라 부동산거래를 제한’하는 제도에 대한 찬성(64.2%)은 반대(22.3%)보다 약 3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 건물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데에도 찬성은 반대보다 15.7배 높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차량등록 대수를 규제’하는 것에도 찬성(65.3%)이 반대(26.7%)보다 2.4배, 심지어 ‘2035년부터의 내연기관차 신규판매 중단’에 대한 찬성( 61.1%)도 반대(28.6%)보다 높았는데 정치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도 찬성(62.2%)이 반대(31.4%)의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아무도 규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선입견과 상반된다. 그동안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해외의 일반적인 규제도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유보시켜 왔다. 단적인 예로 2023년 EU는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결정하면서 전기차비율이 급증해 현재 15.2%에 이르렀다. 내연기관차 퇴출을 검토만 하는 한국의 전기차 비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한 규제라면, 단계를 설정해서라도 빠르게 시작해야 산업계도 시민들도 그에 맞게 경제 행위를 조정할 수 있다. 기후환경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가 제구실을 하지 않으니 기후시민들은 오히려 애가 탄다.
탄소세 찬성 그리고 유류세 인하도 찬성
탄소세 도입에 대해 과반의 다수인 71.3%가 찬성했다는 점도 놀랍다. 자녀가 있거나 학력이 높거나 소득과 자산이 높을수록 찬성비율은 높아졌고, 보수성향의 응답자에서도 찬성(69.9%)은 반대(23.2%)보다 3배 높았다. 탄소세를 기반으로 한 국민배당 제도의 신설에 대해서도 동일한 정도의 동의가 나타났다. 그런데 유류세 인하 조치에 대해서는 다수(71.4%)가 찬성했고 반대는 16.1%로 낮았다. 이 경우 차량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18% 더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결과는 시민들이 처한 상황을 드러냈다. 기후시민들은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매일의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이고 자영업자이기도 하다. 탄소세를 부과해서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함에 찬성하지만, 당장 오늘은 최저가 주유소를 검색해야 하는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자동차 등록 대수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후시민이라도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으면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 없다. 이 딜레마 상황을 풀어나갈 해법은 정부가 나서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대중교통무상화(찬성 59.2% 반대 33.9%) 및 시내버스 공영제(찬성 71.9% 반대 18.7%)에 대한 응답자들의 지지도 명확하다.
기후위기 인식과 민주주의
기후위기 인식과 민주주의 인식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기후정치바람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후위기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두 가지 축으로 응답자의 성향을 분석했다. 민주주의자들을 ‘시민의 권리 옹호, 공권력의 감시, 권력의 분립, 언론의 자유 등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지 않는 시민’으로 정의 내렸다. 이 정의에 부합하는 민주주의자들은 전체의 61.3%로 나타났다.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거나 유보하는 진술에 대한 동의는 평균 12%~20% 비율로 나타났고 보수성향으로 답변한 응답자에서 수치는 더욱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는가’에 대해 평균 17.4%, 보수 성향의 응답자는 33.6%가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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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인식과 민주주의 인식 상관관계 분석 ⓒ기후정치바람
기후시민과 민주주의자 두 가지 축으로 응답자를 구분한 결과는 위와 같다(보통이다 제외). 기후위기 대응은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원칙은 부정할 수 있는 시민(13.9%) 그리고 민주주의는 중시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우선시하지 않는 시민(27.5%)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사이에 별다른 상관성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가장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것은 기후위기 인식이 높은 경우에, 민주주의 신념이 높은 경우이다. 기후시민이 민주주의 신념을 지지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2.4배나 높았다.
기후정치의 바람이 불어 가는 곳
설문조사의 결과를 톺아보면 시민들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총량제, 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차량 등록대수 제한, 내연기관차 금지 등의 규제도 수용할 의향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책들은 이해 관계자들이 당장의 이익 감소를 이유로 반대할 수 있다.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절충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시간이 걸린다. 차라리 강력한 권한을 가진 지도자가 하향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빠를 수 있다. 에너지전환에 성공하고 있는 중국의 기후권위주의(climate authoritarianism) 체제는 대표적 사례다. 기후위기가 비상이라는 인식이 민주주의를 유보해도 된다는 태도로 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 설문조사의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향이 우세함을 보여준다. 즉 기후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옹호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다양한 참여가 필요하다’에 대한 동의는 매우 높았다. 대표적으로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입법과정에는 청소년, 청년세대의 의견을 반영하고 아동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서 반영해야 한다’에 대한 동의는 부동의보다 11.7배 높았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경제와 사회의 전환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후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기를 원치 않는다. 독단적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법치를 실현하며, 권력은 감시와 견제를 수용하는 민주국가를 더 선호하고 있다. 안정적인 민주국가의 기반 위에서 정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며, 책임과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며, 장기적 전환의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다. 충분한 정보를 가진 시민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하고 정부는 시민의 평가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에야 기후변화와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강한 규제도 모두를 위한 정책으로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은 기후변화를 막고 기후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제 역할을 다하는 정부를 바라고 있다. 상대편이 잘못하기를 기다렸다 반사이익을 얻기에 급급한 무능한 정치, 당장의 어려운 과제를 뒤로 미루고 모호한 정책들로 시간을 때우는 안일한 정부로는 이 위기를 넘어갈 수 없다. 기후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제대로 된 민주정부가 필요하다. 다시 시작된 선거의 시간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진전시키는 시간이어야 한다. 기후정치의 바람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불고 있다.
*2025 기후위기 인식조사 설문조사 결과 https://www.localenergy.or.kr/forum/view/1227419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000
에너지정의행동 “원전 수명 연장·신규 설치 조항 삭제” (매노, 이재 기자, 2025.05.19 15:34)
원자력안전법 개정 등 탈핵사회법 패키지 입법 요구 … 9월 시행 앞둔 고준위 방폐법 36조6항 유지 강조
환경단체가 원자력발전소 수명 연장 절차 삭제를 뼈대로 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 같은 탈핵사회법 패키지를 입법하라고 요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19일 탈핵사회 실현을 위한 차기정부 과제로 원자력안전법 개정과 핵발전소 해체 및 정의로운 전환 지원법 제정 등 10가지 입법과제를 제안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11차 전력수급기본게획 등에 따라 신규 핵발전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등이 예정돼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탈핵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차기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며 “지난 정부(윤석열 정부) 정책대로라면 우리나라 핵발전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심지어 2097년에야 핵발전을 중단한다는 현실을 직시해 이번 제안을 차기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발전소 해체 절차·전환 지원법 제정 촉구
원자력안전법 개정 요구는 수명 연장 절차 삭제가 뼈대다. 수명 연장 자체를 법률로 금지하는 것이다. 또 신규 핵발전소 건설 절차도 조문에서 삭제해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 다리를 끊자는 제안이다.
핵발전소 해체 및 정의로운 전환 지원법은 제정법으로 △원자력안전법상 원전 해체 규정 관련 별도 법률 제정 △영구정지에서 해체 완료에 이르는 세부적 절차 마련 △해체 과정 정보공개와 지역주민 의견 수렴 절차, 해체 폐기물 관리방안 등 마련 △핵발전소 1기당 8천726억원으로 고정된 해체 비용 정기 재산정 △단계적 핵발전소 폐쇄 일정 바탕으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하청업체·지역 주민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 △해체 인력 충당 및 연구개발 등 지원 방안 내용을 담는다.
패키지 입법 마지막 요구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전소주변지역법) 개정도 요구했다. 이 법률은 1990년 핵발전소 인근 지자체 지원을 위한 법률로, 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는 현재에는 지원금 규모 축소 등 반발의 배경이 되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발전소주변지역지원기금을 만들어 지원금을 기금으로 바꿔 지원을 지속하고, 기금 계정에 정의로운 전환을 추가해 발전소 폐쇄·해체 등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노동자와 지역주민 지원에 사용하도록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핵폐기물 부지 내 저장 기간 명시한 개정 요구
이 밖에 △핵에너지 규제 및 행정기관 개편 △핵발전소 안전과 방재 대책 마련 △에너지 민주주의 강화 △핵발전소 폐쇄에 따른 전력망·전력수요 대책 수립 △핵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지원과 연구개발 전환 △정의로운 핵폐기물 관리 정책 마련 △핵발전소 해외 수주 검증 △핵물질 관리 및 비핵화를 요구했다.
특히 이미 발생한 핵폐기물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 관리 대책을 촉구했다. 현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오는 9월 시행을 앞뒀지만 부지 내 저장시 설계수명 초과 금지 조항을 반드시 유지(36조6항)하고, 고준위핵폐기물 부지 내 저장에 대한 저장기한을 명시하는 개정입법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36조6항은 시행을 앞둔 법률에 포함돼 있지만 초과를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지금의 핵 발전 비중을 유지 또는 확대하면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며 “핵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과 부담도 증가하고 핵폐기물 증가는 미래세대에게 더없이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0580
‘기후위기 대응’ 이재명·권영국뿐… 환경단체, 실효성 담은 정책 요구 (경인일보, 송윤지 기자, 2025-05-22 20:34)
李, 2030년 NDC 목표달성 추진
權, 탄소중립 단계별 목표 제시
金, 기후환경부 개편·하천 정비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중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2명뿐이다. 이번 대선에선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현안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수준 대비 40%로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2021년 제출했다. 정부는 유엔 권고에 따라 2035년까지 이행할 새로운 NDC를 올해 9월 밝힐 계획이다.
대선 후보 6명 중 기후위기 대응 관련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10번째인 ‘환경·산업’ 분야에서 2030년 NDC 목표 달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035년 이후 로드맵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수립하겠다며 명확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태양광·풍력 등 탄소중립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담았다.
권 후보는 10대 공약 중 5번째인 ‘보건의료·환경’ 공약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5년 NDC를 70%(2018년 대비)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40년 85%, 2045년 95%, 2050년 100% 감축이라는 단계별 목표도 제시했다. 2035년 안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2040년엔 탈핵을 달성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은 기후위기 대응과 밀접한 공약이 부재하다. 김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고, 기후재난 대응을 위해 하천 정비 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이 후보는 ‘건설교통부’를 신설해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일부 기능을 통합하겠다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이 전부다.
23일 오후 8시에 진행되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회에선 ‘기후위기’를 주제로 다룬다. 온실가스 감축 등 후보들의 환경 관련 공약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다.
이에 앞서 22일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녹색연합 등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은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들은 실효성 있는 기후환경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탄소저감형 교통수단 확대 ▲탄소흡수원 보존 및 확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 김하나 간사는 “2030년은 차기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이자, 한국 정부가 UN에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달성했는지 1차 검증이 이뤄지는 시기”라며 “이번 대선 공약에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실효성을 담보한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7374.html
‘AI 뒤처질까’ 핵발전 공약 난립…지역은 전기 식민지가 아니다 (한겨레21, 김양진 기자, 2025-05-23 12:51)
AI 산업 내세우며 ‘장및빛 흥분’ 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의 ‘탈탄소’… 2030 탈탈탈 기후순례단, 삼척~광화문 연인원 295명 400㎞ 걸으며 기후 대책 호소
인구 절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에서 쓰이는 전기는 대부분 땅값이 싸고 유권자가 적은 해안가 시골 마을에 지어진 거대한 발전소에서 생산된다. 그 시골 마을에서 수도권으로 수백㎞에 걸쳐 놓인 송전시설은 가난한 마을들을 가로질러 전기를 실어나르며 공해와 위험을 노출한다. 이런 불의에 더는 눈감지 말자며 ‘2030 탈탈탈 기후순례단’이 신발 끈을 고쳐맸다. ‘탈탈탈’은 탈핵·탈석탄·탈송전탑을 일컫는다. 2022년 5월 순례 이후 3년 만이다. 이들은 주변 석탄발전소 10기와 핵발전소 8기가 포진한 강원도 삼척에서 2025년 4월25일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6·3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2030년까지 핵·석탄발전소와 송전탑에서 탈출할 것”을 공약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21일 동안 연인원 295명이 400㎞를 걸어 5월15일 서울 광화문에 도착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리인(위성곤 의원)을 만나 요구서를 전달했다. 한겨레21이 막바지 20·21일차 순례에 함께하며 순례자들이 한걸음 한걸음에 담아 보낸 목소리를 전한다.
2030 탈탈탈 기후순례 제21차 광화문 기자회견 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RHDtqOWAelU
석탄발전소·시멘트공장 밀집한 삼척이 출발지
2025년 5월14일 아침 8시 경기 남양주 지금동성당. 30여 명의 기후순례자가 둥글게 모여 섰다. ‘우리 모두 소박한 삶을 살아감으로써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지 않게 하소서.’ 기도문을 읽은 뒤 20일차 순례가 시작됐다.
“의로운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서 5월5일 (강원) 횡성에서부터 이날로 열흘째 함께 걷고 있어요.” 강원 영월에서 온 순례자 신명식(69)씨가 말했다. 그는 “석탄·핵 발전소는 대기업과 건설업자들이 큰돈을 버는 일이지 않나”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 세금이 투명하게 쓰여서 가난한 사람들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서 온 순례자 정선애(57)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계속 걷고 외치고 토론하고 만나고 얘기하고 제안하면, 우리 사회의 약한 사람들, 소수자, 어린아이들, 동물들 이런 모든 존재가 공평하고 편안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함께 걷게 됐다”고 말했다. 7·8일차(강원 평창 구간)를 걸었던 강원 삼척 주민인 순례자 김형연(23)씨는 “2024년 12월3일 내란 다음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매일같이 기후순례를 하는 삼척우체국을 찾아갔다가 탈탈탈 순례에 함께하게 됐다”며 “내란으로 확인된 우리 사회 민주주의 문제가 지방 식민지화·황폐화 그리고 국토 난개발 문제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후순례’는 2013년 삼척 핵발전소 반대 투쟁이 한창 벌어질 때 성원기 강원대 교수(현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후 핵발전소 백지화(2019년 5월)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핵’을 넘어서니 ‘석탄’이, 다시 ‘핵’이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기후순례가 서울의 정치인들과 언론이 외면하는 지역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타지역·단체들이 연대하는 ‘하나의 매체’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이번 순례를 포함한 ‘삼척~서울’ 탈탈탈 기후순례는 총 17차례 이뤄졌다. ‘마지막 석탄발전소’ 삼척석탄발전소(블루파워) 공사가 시작된 2021년 12월15일부터 삼척우체국~삼척시청 구간 순례가 매일매일 이어져왔고(870차례·5월21일 기준), 매주 수요일에는 삼척우체국 앞에서 탈탈탈 미사(127차례)가 열리고 있다. 2023년 11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서 ‘탈탈탈 미사’ 참여가 공식 결정되기도 했다. “이 정도 안 하면 대선 후보들이 우리 얘기를 들어주겠습니까?” 하태성 기후순례단 단장(동해삼척기후비상행동 상임대표)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삼척 같은 곳에서 환경운동을 안 하면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삼척 시내 중심가에서도 석탄발전소 굴뚝이 2개(반경 4㎞ 내 GS동해파워·삼척블루파워), 시멘트공장 굴뚝이 1개(삼표시멘트)가 보인다. 대기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소·제철소(DB메탈)·시멘트공장이 전부 밀집한 곳은 삼척이 유일하다. 석탄발전소 하역부두는 물론 세계 최대 규모 엘엔지(LNG) 생산기지(하역부두)까지 들어서는 바람에 삼척 바닷가는 해안침식에 몸살을 앓고 해양생물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하 단장은 “식민지처럼 전기는 뽑아 쓰고 공해물질은 너희가 다 가져가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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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마지막 핵발전소 가동 중단
성원기 명예교수는 “탈핵·탈석탄·탈송전탑은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는 호남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대규모 송전탑을 깔 필요가 없다. 남쪽 외벽을 전부 태양광 모듈로 덮어서 서울 도봉구청과 같은 모델로 정부가 태양광 발전소에 대해 제대로 설계하고 재정 지원을 한다면 수도권 에너지 자급률이 높아진다”며 “이런 선택지를 두고 전기생산량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인 핵발전을 늘린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공급과 이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가적인 에너지 정책 전환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2025년 2월2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핵발전소 신설을 포함한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했다. “삼척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또다시 핵발전소 갈등이 벌어지려 해요. 작은 마을의 일부 주민에게 접근해 핵발전소를 계속 짓도록 설득할 궁리를 하는 거죠. ‘더럽고 위험한 삶’을 일부 지역에 언제까지 전가할 건가요. 대통령 혼자 원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야 하고, 대만처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죠.”(성원기 명예교수)
2025년 5월18일 대만의 마지막 핵발전소(마안산 원전 2호기) 가동이 중단됐다. 2021년 12월18일 국민투표로 핵발전소 운영 반대(52.84% 득표) 여론을 확인한 결과다. 한국은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온 주요 후보들의 에너지 관련 공약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해 남서해안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 비중 확대를 통해 에이아이(AI·인공지능) 시대 에너지 공급능력을 확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2035년 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탈핵기본법 제정으로 2040년 탈핵 달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 데이터센터 등 전력 과소비를 풀려면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주요 후보들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대선 후보 1차 티브이(TV)토론에서 “원전을 짓지 않고 AI 3대 강국이 어떻게 가능한가”(김문수 후보), “AI 산업 발전을 위해선 전력 확보가 중요하다. (핵과 재생에너지 가운데) 어느 게 효율적인지는 이미 드러나 있다”(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의 발언이 나왔다. 이재명 후보도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언주 민주당 중앙공동선대위원장은 “우파 에너지, 좌파 에너지가 따로 없다. 전세계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육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2월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며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이언주 위원장에 대한 해임을 촉구(5월19일)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 유일하게 탈핵(2040년까지 탈핵 달성)을 언급했다.
“지금 한국 정치권과 언론 반응을 보면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며 거의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치게 흥분된 상태예요. AI 산업 발전을 통한 사회적 의미와 정책 방향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평가하지 못하고 있어요. 관련 업계 등 투자가 필요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만 과도하게 반영돼 장밋빛 희망만을 강조하고 있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 말했다.
이 정책위원은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이 연평균 전력 증가를 16.8%로 과도하게 전망하는 점(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연평균 9.9%로 전망) △10~15년 뒤 준공이 가능한 핵발전소·SMR을 이미 본격화한 AI 개발 경쟁의 대안으로 거론하는 점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사회적 반감과 비용이 많이 들어 추가 설치가 쉽지 않은 전력망(송전탑)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점 등을 현재 AI 개발을 위한 전원 개발 논의의 문제점들로 지적했다.
AI에 흥분해 ‘디지털 절제’ 거론조차 안 해
‘AI와 기후의 미래’(착한책가게 펴냄)를 쓴 김병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독일이 2027년까지 데이터센터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했고, 아일랜드는 2022년 7월 탈탄소화와 디지털화를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국도 에너지법(2025년 1월 시행)으로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연 10%씩 증가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2024년 12월 통과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AI 기본법)에 기후위기 대응 내용을 전혀 담지 않았다.”
독일·아일랜드·중국은 미국과 함께 전세계 AI 관련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한 국가들이다. 김 작가가 이어 말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발전소 건설 시간이 짧은 ‘가스 발전’을 ‘플랜B’로 생각한다. SMR은 ‘플랜C’ 정도로 거론됐을 뿐인데, 이게 한국으로 오면서 점핑돼 AI 발전을 위한 핵심으로 바뀌어버린다. AI로 인한 전력 부담과 이로 인한 기후·환경 부담 등도 함께 거론되는 미국 등 다른 나라 사례와 달리, 우리는 AI로 에너지 효율화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기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만 부각된다. 그러다보니 디지털 절제(Digital Sobriety·기후 환경 부담을 줄이고자 AI 등 디지털 기술 사용을 줄이는 일) 같은 개념은 거론조차 잘 안 되는 형편이다.”
“더 편하고 안락하게 살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을 건드려 이 사회의 악은 우리가 삼척·울진·고리·월성·영광 그리고 태안·당진 등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의 고통을 외면하고 강요하는 죄를 짓게 했습니다. 수도권과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발전소로 인해 생기는 부조리한 문제를 알려고 하지 않고 모른 척한 태도는 결국 밀양 할매들(2013년 송전탑 반대)의 고통을 다시 한번 홍천군민(현재 양수댐 반대)과 하남시민(현재 변전소 증설 반대)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5월15일 서울 광화문 탈탈탈 기후 미사에서 양기석 신부가 한 강론이다.
5월14일 20일차 순례길을 함께한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 논리로, 국제적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연이 희생되고 또 주민들이 희생되는 걸 너무 당연시하고 있어요. 생태적인 연결성을 하찮게 생각하는 지금의 문화가 너무도 안타까워요. 석탄발전소로 기후변화가 일어났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가난한 약자들이고 자연이잖아요. 프란치스코 교황님(4월21일 선종)이 ‘찬미받으소서’ 회칙(2015년 5월 발표)을 통해 가난한 약자와 자연에 대한 보살핌을 우선하라고, 저희에게 그 책임을 촉구하고 있죠.” “더 많은 사람이 경제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대선) 후보들이 경제 분야 공약을 주로 내놓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삶의 토대인 환경이잖아요. 우리가 지금처럼 익숙한 삶을 계속 살면, 편리를 추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환경이 될 수 없어요. 우리, 특히 기성세대가 어느 정도는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지구가 지켜지죠. 미래세대가 자기 꿈을 펼쳐나간다는 건 정말 큰 보람이잖아요.” 순례길에서 만난 김규봉 신부(지금동성당·가평구리남양주양평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말했다.
‘핵발전소 백지화’ 승리의 경험을 전국으로
삼척 근덕면에는 두 차례(1998·2019년)에 걸쳐 핵발전소 백지화를 이뤄낸 두 개의 기념비가 놓여 있다. 그저 소박한 삶을 꾸려가길 원했던 주민들은 1991년 3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7년9개월, 이어 2010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8년5개월 두 차례 ‘전쟁’에 내몰렸다. 핵발전소 추가를 선언한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되고 닷새 뒤인 2025년 2월26일 삼척시청 앞에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핵발전소 결사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 승리의 기쁨을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물려주신 조상에 바친다. 우리의 반핵 의지를 이 땅을 지켜갈 후손에 계승한다.’ 1998년 첫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251950001
[사설] 외면할 수 없는 기후위기 대응, 대선 토론에선 실종 (경향, 2025.05.25 19:50)
21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 정당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실종 상태에 가깝다. ‘기후공약’이라고 할 만한 정책은 10대 공약 하위 순위에 있거나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23일 기후위기를 대선 TV토론 사상 처음으로 ‘사회 분야’ 공식 주제로 다룬 2차 토론에서도 확인됐다. 구체성 있는 기후 대책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는커녕 공약을 제시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버젓이 내놓으며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이번 선거에서 기후 관련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지만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다. 올해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 후보와 권 후보가 공약에 명시하긴 했지만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는 윤석열 정부도 밝혀왔던 것이어서 아쉬운 대목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기후 관련 공약이 아예 없다.
토론에선 구체적인 정책이 제시됐어야 하지만 내용은 부실했고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난무했다. 김문수 후보는 “후쿠시마(사고)는 폭발이 아니”라고 했는데 당시 후쿠시마 원전 건물들이 수소폭발로 날아간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이 가스발전으로 대체되며 수십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 왜곡이다. 가스발전 비중이 높아진 것은 석탄발전 비중 감소를 대체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RE100을 달성했는데, “‘RE100’은 불가능하다”고 한 김 후보의 인식 수준은 보기 딱할 정도다. 김 후보는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비중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하지 못한 현실은 외면했다. 공약은 내놓지 않은 채 종이 빨대가 인체에 해롭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한 이준석 후보 역시 유감스럽다. 국내 기업들의 노력을 폄훼한 것일뿐더러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어서 “기후 없는 이준석”(권영국 후보)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기후위기는 생존과 직결돼 있는 중차대한 과제다. 폭염·호우, 봄철의 산불까지 온 국민이 기후재난을 겪고 있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를 줄여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추세와 엇박자를 내는 퇴행을 거듭했다. 남은 기간동안 후보들은 이를 바로잡을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기후 유권자들의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2422270005462?did=NA
이재명 '에너지고속도로' VS 김문수 '원전 60%'...임기 내 실현 가능성은 (한국일보, 이상무 기자, 2025.05.26 04:30)
"에너지고속도로...재원 방안 없어"
"원전 60% 확대, 부지 없어 어려워"
"후보들 에너지 위기 고민 부족하다"
'에너지고속도로'와 '원자력발전소 비중 6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 두 대선 후보가 내건 대표 에너지 공약이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해저 송전망을 마련해 주요 산업 단지의 전기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고 김문수 후보는 원전을 확실한 기저 전원으로 키워 안정적이고 싼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두 후보의 공약 모두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달성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현재 한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에너지 위기의 핵심은 인공지능(AI)·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 현장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인데 이에 대한 단기 대응 대책을 내놓는 후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재명표 '에너지고속도로'...2030년까지 실현?
이 후보는 기후에너지 대표 공약으로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내걸었다. 20기가와트(GW) 규모의 서남해안 해상풍력을 만든 전기를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 후보가 호남 지역의 남는 전기를 태우겠다는 해상 전력망은 해저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인데 육상 송전망과 비교해 주민 민원이 적고 송전 효율 또한 높다는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력업계에서는 "공약 자체는 유의미하지만 2030년까지 실현시키긴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미 서해안 HVDC는 정부의 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포함돼 있는데 예산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서해안 HVDC를 완성하는 데만 최소 10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이 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해 투입할지는 공약에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문수 원전 60%? 부지는?
김 후보는 32.5% 정도인 원전 비중을 6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원전의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기업과 가정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형원전 6기 추가 건설 △기존 원전 계속 사용 △소형모듈원전(SMR) 조기 상용화 △해체 원전 한국형 신형 원전(ARP1400)으로 전환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 원전은 부지 선정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우리 국토에서 추가로 원전을 지을 땅은 거의 없다"며 "또한 대형 원전 공사 기간만 2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 에너지 위기 고민 부족하다"
이런 탓에 후보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5년이라는 대통령 임기 안에 시급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기대했는데 전혀 없다"며 "최소한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 수도권 몇 곳에 천연가스복합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당장 실현 가능한 구체적 목표라도 내걸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262108005
‘발등의 불’ 기후위기…이재명 ‘3년 전보다 후퇴’, 김문수 ‘외면’ (경향, 오경민 반기웅 기자, 2025.05.26 21:08)
⑤ 기후·환경
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구체적 수치 없거나 재원 불분명
김, 원전 비중 60%까지 확대 구상
이준석, 풍력발전과 ‘친중’ 연관
기후위기·환경 보전 공약 없어
권영국 ‘정의로운 전환’ 긍정 평가
탄소감축 비용·설계 현실성 부족
폭염, 폭우, 산불 등 기후재난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도가 갈수록 커지면서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지난 23일 열린 제21대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에서는 처음으로 기후 의제가 별도 주제로 다뤄졌다. 그러나 후보들의 공약에서 기후·환경 분야는 대체로 후순위에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 방향성은 뚜렷하나 구체성이 떨어지고 일부 논쟁적 사안은 피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에너지 정책 수준에 그쳤다. 기후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거나 사실상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가장 적극적으로 기후 공약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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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탄소 감축, 이번 대선에 달렸다
기후변화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이번 대선으로 뽑히는 21대 대통령은 최소 10년간의 한국 탄소 감축 로드맵을 짜야 한다. 세계 각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를 담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한다. 올해는 ‘2035년 NDC’를 제출해야 한다. 감축 목표를 얼마나 높게 세울지는 새 정부에 달려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NDC를 이미 선언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새 정부에 달려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NDC 목표를 언급한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권 후보 둘뿐이다. 두 후보 모두 2030년 NDC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035년 NDC 수립에 관해선 온도차가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계획을 수립하겠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2030년 목표를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에 비하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권 후보는 2035년 달성해야 할 목표를 2018년 대비 70%로 잡았다.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건 에너지 영역이다. 더운 날이 늘어나 냉방 수요가 증가하고 인공지능(AI) 산업 등이 발전하면서 전력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다. 전력생산을 늘리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묘안이 필요하다. 후보들은 원자력발전(원전) 혹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와 권 후보는 재생에너지 전면 확대 방침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주민 주도 태양광, 풍력 발전 사업을 ‘햇빛·바람 연금’이라고 부르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개선하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해 재생에너지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원전이 “위험한 에너지”라면서도 기존 원전과 수명 연장이 가능한 원전은 계속 쓰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재명 후보와 각을 세웠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고 해상풍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현재 30% 수준인 원전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완공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TV토론에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적 캠페인인 ‘RE100’에 대해 “구호일 뿐 불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10대 공약에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TV토론에서 “중국이 많이 장악한 풍력 시장”이라며 재생에너지를 ‘친중’과 연관시켰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원전을 가보지 않았다고 하는 것에서 얼마나 이념에 경도되어 원전에 대한 오해를 하고 계신지”라며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공격했다. 정작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 등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권 후보는 2035년까지, 이재명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없애겠다고 했다. 권 후보는 석탄과 핵발전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도 함께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산불, 폭염…기후재난 어쩌나
후보들은 기후재난과 관련한 공약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재난 통합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산불 진화 헬기와 고성능 진화 차량을 확충하는 등의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김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해 기후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기경보 시스템, 재난정보를 통합하는 플랫폼 등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권 후보도 싱크홀과 침수위험 지하차도 등 재난과 관련한 정보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한편 기후재난 긴급안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산불 발생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 보호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장기 공약도 내걸었다. 권 후보도 생태보호지역을 국토 및 해양의 30%까지 지정하겠다고 했다. 권 후보는 폭염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노동자 권리 강화, 기후수당과 기후휴가 도입 등도 약속했다. 저지대, 반지하, 쪽방 등 기후재난 취약계층의 주거에 대한 대책을 언급한 것도 권 후보뿐이다. 권 후보는 녹색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플라스틱, 신공항…산적한 ‘기후 과제’
오는 8월 플라스틱 생산, 소비, 폐기물 처리 등 전체 주기에 걸쳐 플라스틱 오염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국제협약을 도출할 마지막 회의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플라스틱 관련 공약을 내놓은 사람은 이재명 후보와 권 후보다. 두 후보 모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바이오플라스틱 산업 육성을, 권 후보는 화학산업 분야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언급했다. 두 후보는 전자제품을 고쳐 쓸 수 있는 ‘수리할 권리’를 언급했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관련 공약이 없다.
가덕도, 새만금 등에 예정된 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선 후보 간 입장이 엇갈렸다. 이재명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토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전략적 목표와 지역 소외, 정치적 혼란 이런 것들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 같다”며 “보완해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는 지난 13일 부산 집중유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발언했다. 권 후보는 전국의 신공항 건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물 관련 공약도 있다.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는 반려동물 진료비를 경감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 지원 확대, 동물원·수족관 환경 개선, 동물대체시험활성화법 등을 약속했다. 권 후보는 공장식 축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답보’ ‘후퇴’ ‘비현실’…더 나은 공약?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과 2025~2030년 연간 총수입증가분으로 기후 공약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증세 없이 기후 적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대전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대선 때 내세웠던 탄소세 공약 등을 유보하면서 재원 소재가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목표들이 2022년 대선 공약과 비교해 유보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후보의 기후·환경 관련 공약은 제3호 공약인 ‘AI·에너지 3대 강국 공약’과 제8호 공약인 ‘재난에 강한 나라,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 공약에 쪼개져 있어 목표 자체를 기후위기 대응이나 환경 보전으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탄소 감축, 탈석탄, 재생에너지 전환, 플라스틱 감축 등에 관한 공약은 전무하다. 이준석 후보에게서는 환경부를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와 함께 건설교통부로 통합하겠다는 것 외에는 관련 공약을 찾아볼 수 없다.
권 후보의 공약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언급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만 녹색전환연구소는 권 후보의 탄소 감축 공약은 높은 목표에 비해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수반 비용과 연도별 믹스 구성 등 현실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99304.html
“모른다”에서 “불가능하다”로…국힘 ‘RE100 폄훼’에 산업계 “무책임” (한겨레, 옥기원 기자, 2025-05-26 07:00)
지난 23일 토론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알이(RE)100’은 사실상 불가능”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알이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등)로 충당한다는 국제 캠페인이다. 2022년 대선 후보 토론회 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알이100이 뭐죠?”라고 발언해 ‘기후·에너지에 대해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알이100은 한물간 구호”라는 논평까지 내, “무지에 이어 왜곡”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는 지난 23일 토론회에서 “‘알이100’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다. 그 자체는 좋은 구호이긴 하나 상당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에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다음날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알이100은 한물간 구호”,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유토피아적 선언”이라며 김 후보의 발언을 옹호했다.
그러나 김 후보 및 국민의힘쪽 주장과는 달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알이100은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국제사회의 약속으로 자리잡았다. 캠페인을 제안한 ‘클라이밋그룹’은 지난해 기준으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나이키, 샤넬, 지엠 등 430여개 글로벌 기업이 알이100에 가입했으며, 이들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570테라와트시(TWh)를 초과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연간 소비량(2023년 기준 546TWh)을 넘어서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할 경우 감축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은 무려 4억3320만톤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세계 탄소배출량 중 에너지 부문(전력 생산·에너지 소비 등)의 비중이 8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수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이100은 중요하다. 자체적으론 목표를 달성한 애플·구글 등이 주요 협력사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부품을 공급하라고 요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애플의 경우 자사 제품의 ‘탄소중립’을 위해 협력사에 2030년까지 알이100을 달성할 것을 요구했다. 글로벌 대기업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등을 공급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5년 안에 알이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경쟁사인 중국 기업에 협력사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알이100 달성이 어려워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관련 캠페인이 마치 이를 대체할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원전과 무관하게 이미 국제사회의 표준이기 때문이다. 클라이밋그룹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입사들의 이행률은 평균 50%를 넘어섰다.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글의 경우, 이미 2017년에 자사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고 밝히는 등 알이100은 이미 국제적인 대세로 자리잡았다. 애플도 2018년 자사 건물 및 매장 등에서 사용하는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상황이다. 원전의 필요성은, 재생에너지를 대체한다기보다 ‘부족하면 다른 수단을 더하겠다’는 차원으로 논의되는 것에 더 가깝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때 무탄소에너지를 띄울 목적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발주한 용역 보고서에서조차 “(정부가 추진하는) 무탄소에너지가 알이100을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평가가 담긴 바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에스케이(SK)그룹, 엘지(LG)전자 등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대표 기업 16곳도 이미 알이100에 가입해 이행 현황 등을 해마다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지난해 기준 이행률은 10% 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 정부가 원전을 핑계로 재생에너지 투자에 소홀한 결과다.
이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알이100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걸 두고 산업계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내 수출 기업 임원은 “기후 대응을 위한 글로벌 약속 이행과 탄소세(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부과 같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알이100 목표를 맞춰가야 할 상황인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후보가 알이100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건 한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기업들의 미래 계획에 불안감만 키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산업계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당연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연구단체인 ‘3세대환경주의’(E3G)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15개국 연매출 100만달러 이상 기업의 경영진 1477명 가운데 78%가 “2035년 전까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시스템으로 전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인도 105명 포함됐다. 응답자 52%는 “5년 내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높은 시장으로 사업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49%는 “공급망(협력사 및 부품 공급) 이전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단지 원전 산업을 비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이100 등 국제사회 표준으로 자리잡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부정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가장 값싼 에너지로 자리잡았고,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가진 미국에서조차 매해 태양광 설비가 20% 이상 빠르게 급증하는 등 재생에너지가 ‘대세’ 위치를 굳히고 있다. 알이100 캠페인이 갑자기 좌초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영국의 연구단체 엠버가 최근 발표한 ‘2025 글로벌 전력 리뷰’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2024년 역대 가장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국 에너지관리청은 2025년 미국에서 새로 추가될 발전용량 가운데 52%가 태양광, 29%가 배터리저장장치(ESS), 12%가 풍력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그룹 공동대표는 지난해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전세계적 기후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발전까지 10년 이상 걸리고 엄청난 비용(1기당 약 10조원)이 들어가는 원전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2030년 21.6%)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 한국 기업과 경제를 위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52717054645446
'기후 없는' 김문수·이준석, 원전 불가피하다는 이재명, 기후 위기 미래는? (프레시안,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2025.05.28. 11:36:41)
[초록發光] TV 기후토론, 난장판 속에 기후정의와 공공재생에너지
대선 기후정책 토론, 김문수와 이준석이 만든 난장판
지난 23일 열린 대선 TV토론에서 처음으로 '기후위기'가 대선 토론의 주제로 잡혔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여러 기후단체들과 '기후시민'들이 노력한 결과다. 향후 5년간 한국을 이끌어 나갈 대통령 후보들이 전지구적 기후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지 묻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사실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기도 하다. 벌써 전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파리협정이 정한 1.5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하자면 그렇다.
그러나 후보들의 기후정책 토론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그랬다. 기후 공약 자체가 없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적절히 이름 붙인 것처럼, '기후 없는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비난에만 몰두했다. 민주당이 빠르게 팩트체크한 것처럼,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기후정책이라고는 핵발전 확대 주장 빼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어디서 새로운 부지를 찾을 수 있냐?"(이재명 후보)는 질문과 핵폐기물 처리 방법이 없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권영국 후보)라는 비판에 제대로 답도 못한 채, "재생에너지 비싸다"와 "핵발전 60% 확대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TV 토론장에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핵발전 만세!"만을 외쳤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나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답답했다.
원전 위험하지만 불가피하다는 이재명, 기후 불평등 타파하겠다는 권영국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와 이준석 후보에 맞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했지만, 핵발전에 대해서는 오락가락했다. 핵발전의 위험성과 핵폐기물 처리의 곤란함에 대해서 인식하고는 있지만, '에너지 믹스'를 이야기하면서 핵발전도 재생에너지와 함께 쓰자는 절충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원전의 경직성 때문에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와 조화시키는 것이 어렵고 위험하다는 지적은 무시하고 있었다. 기후위기 해결이나 핵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목표보다는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을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본적 전략 아래에서만 가능한 입장이다.
권영국 후보는 기후논쟁에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그는 부유층과 대기업들이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배출하고 그 피해는 가난한 이들이 감당하는 "기후불평등"을 바로잡겠다 주장했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부자들에게 '기후정의세'를 매겨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고, 그 돈으로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들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라서 대응은 어떤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동안 봉인되어 있던 '기후정의'의 질문을 던진 것이다.
대선 TV 토론에서 밝혀진, 발전산업 민영화 위기. 재생에너지 미래는?
그나마 의미 있는 토론은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권영국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에너지 민영화 현실을 지적하면서 공공재생에너지를 50%까지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방향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된 것이다.
권영국 후보는 발전산업의 46%가 민영화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2023년 말 현재 상황으로, 공공재생에너지운동이 계속 지적했던 사실이다. 2021년에 39%였던 것이 3년 사이에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민간 발전사들이 LNG 발전소를 빠르게 늘린 탓이다. 게다가 민간발전사가 석탄발전 사업까지 진출한 결과이기도 하다(포스코의 삼척 블루파워 등). 2000년대 초반, 발전노동자들이 파업 투쟁까지 벌이면서 막았던 발전산업 민영화가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20여 년 만에 거의 절반이나 악화된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의 민영화 현실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상태다. 오늘 권영국 후보가 시간 부족으로 명확히 짚지 못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의 민영화 수준은 76%까지 올라가고, 향후 급속히 증가하게 될 태양광과 풍력에만 초점을 맞추면 그 비중은 훨씬 더 치솟는다. 태양광은 99%, 풍력은 91%가 민영화되어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게다가 주목받고 있는 해상풍력도 향후 90% 이상이 민간 소유이며, 멕쿼리와 같은 해외 자본과 기업의 수중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가 이런 민영화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민주당 공약, 정책 자료, 후보 발언 어디에도 민영화 현실을 짚고 문제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 주변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시장을 통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에 훨씬 관심이 크다. 이재명 후보 직속이라는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공동 상임위원장이 GS풍력 부사장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신안군 사례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대신할 수 있나?
이재명 후보는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50% 확대 정책에 동의한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30% 정도 사업권을 주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신안군의 '햇빛연금'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동의한 것일까?
우선 주민들이 30%의 사업권을 준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탄소중립'을 위해 향후 수백조 원이 투자되어야 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30%까지 소유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 많은 자금을 구할 방법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신안군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사업에 일부 지분 투자로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사업이 전체의 30% 정도 되면 좋겠다는 말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말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민 참여가 마치 공공재생에너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히려 민영화 현실을 가리는 일이다. 이와 반대로 발전공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시민참여 협동조합이 협력하여, 공공 부문이 중심이 되어서 재생에너지를 개발하여 민영화를 저지하자는 것이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이다.
이재명 후보의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30% 그리고 '햇빛연금' 정책은 민간 발전사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90%나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는데, 아무런 대책이 될 수 없다. 향후 더욱 심화될 재생에너지 민영화로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국부 유출과 에너지 주권 위협 우려도 해결할 수 없는 정책이다. 오히려 민간 발전사가 '우리 모두의 것'인 태양광과 바람의 이익을 독차지하는 것을 숨긴 채, 전기소비자인 전 국민들에게 떠남겨진 전기요금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생색내는 정책일 뿐이다.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에 이재명 후보가 순순히 동의한다는 답변은 그저 새로운 토론의 출발점일 뿐이다. 권영국 후보의 계속된 추궁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후정의의 새로운 길이 열린다.
https://www.ytn.co.kr/_ln/0101_202506010458065184
대선판 주요 의제 된 '기후 위기'...공약은 후순위? (YTN 김민경 기자, 2025.06.01. 오전 04:58)
[앵커] 기후 재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도 '기후위기'가 처음으로 논의됐습니다. 앞다퉈 대응책을 내세우지만, 정작 공약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후순위에 머물고 있고 재원 마련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민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 토론회에 화두로 떠오른 '기후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후에너지부라는 전담 조직을 만들고,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요 대응책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우리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비율) 9%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 중심의 산단 즉, RE100 산단을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야 우리가 새로 살 길이 생긴다.]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과 탈탄소 지원 등을 강조했지만, 10대 공약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배치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기후위기를 늦추는 핵심으로 원자력 발전을 강조했습니다.
[김문수 / 국민의힘 대선후보 :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가 바로 원자력 발전입니다.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고 AI 사용으로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이럴 때 값싸고 안정적이고 깨끗한 원자력 발전을 많이 준비하는 것이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바꾸고 기후재난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내용은 8번 재난 공약의 일부에 그쳤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환경 문제는 감정적 대응보다 과학적 근거가 중요하며, 데이터 기반의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준석 / 개혁신당 대선후보 : 환경과 기후 대응은 매우 중요합니다. 비과학적 환경주의가 아니라 과학과 상식, 그리고 국제적 기준에 입각한 합리적 기후 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러나 정작 10대 공약 안에는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대기업과 부유층에 '기후정의세'를 부과해 기후 불평등을 줄이는 등 주요 공약 5순위로 높은 비중을 뒀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지만, 당장 성과를 보기 어려운 데다, 기업 등의 반발을 고려해 정부도, 정치권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미뤄온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실천을 담보한 공약으로 선택받기를 유권자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348625
RE100 vs CFE, 기후에너지부 vs 기후환경부…정책 향방 가른다 (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2025-06-01 05:00)
6·3 장미 대선 기후대응 공약 비교
이재명 "재생에너지 확대…4대강 보 전면개방"
김문수 "원전 포함 무탄소에너지 부국 도약"
글로벌 기후대응 참여·식량안보 강화는 한목소리
6·3 장미 대선 본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주요 대선 후보의 공약은 크게 재생에너지와 원전 확대 여부에서 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탈원전을 내세우진 않았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RE100 실현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원전을 포함한 개념의 무탄소에너지(CFE) 확산을 내걸면서도 미래 원전 비중을 60%까지 올렸던 기존 공약을 35%로 수정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와 균형 추진' 입장을 제시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1대 대선 공식 슬로건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공약집을 통해 '진짜성장' 5대 과제 중 두 번째 과제로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공약집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산업경쟁력은 약화되고, 홍수·가뭄·산불 같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약자와 소외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 추진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실행에 옮길 컨트롤타워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부문을 신설 부처로 이관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밖에도 △기후위기에 따른 글로벌 환경무역 대응역량 강화 △기후위기 관련 남북협력 및 다자협력 △해운 규제 대응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법 제정을 통한 친환경설비 교체 및 세제혜택 △중소기업 녹색전환을 위한 전환금융 지원 강화 △기업의 기후공시 강화 및 기후위기 대응계획과 감축목표, 이행현황 등을 주주총회에서 표결대상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ESG(환경·사회·거버너스) 경영 확산 지원 등 기후변화 대응을 성장 전략으로써 접근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이 후보의 기후환경 공약 중엔 4대강 재자연화(Rewilding)가 눈에 띈다. 금강 및 영산강 보 해체 결정 취소를 원상태로 회복하고, 낙동강 등 4대강 보 전면개방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대신 산간지역 물부족을 해소할 샌드댐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또 낙동강 녹조 등에서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 기준 마련도 공약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국민과 함께 새롭게 대한민국' 공약집을 통해 "지속가능한 원전 정책으로 AI(인공지능) 시대 전력 공급도 원활하게 하고 산업용 전기요금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SMR(소형모듈식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예산 및 제도 지원 확대, SMR 파운드리 산업 육성 및 종주국 지위 회복을 내세웠다. 충남 등 석탄발전 폐지지역을 수소에너지와 SMR 등 청정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원전 수출 진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 연료 농축·재처리 권리를 확보하겠다고 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다만 탄소중립 무역장벽 대응에 있어선 기업의 CF100 외에도 원전이 포함되지 않는 RE100도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2차 TV토론회에서 "RE100은 실현 불가능한 구호"라던 입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원전 비중 공약을 기존 60%에서 35%로 수정하면서 올초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방향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전기본상 2038년 재생에너지 비중도 29%를 넘게 된다.
김 후보도 기후변화 대응 거버넌스를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컨트롤타워로는 환경부의 기후 부문을 강화한 '기후환경부'를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에너지 전환에 중점을 둔 이 후보와 달리, 기후재난 대응 차원에서 접근해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분석하고 관련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산불예방 등 기후위기에 대비할 첨단 인공강우 기술 고도화 계획도 넣었다.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현안이 된 만큼, 두 후보의 공약이 맞닿는 지점도 있다. 이 후보의 △농업 부문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한 식량자급 확대 △기후위기에 따른 수산업 육성 계획은, 김 후보의 △농축수산 분야 기후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기후변화에 강한 농작물 개발 및 보급 △기후변화 대응 현장 적응성 품종 개발 보급 △저탄소 농축산물인증제 확대로 저탄소 농산물의 생산·유통·소비 유도 △양식장 및 어촌마을 친환경 에너지 설비 보급사업 확대 △기후변화에도 지속가능한 수산업 육성 공약과 방향이 비슷하다.
외교에 있어서도 김 후보는 글로벌 미래세대에 책임을 다하는 기후변화 외교 전개, 주요국과 기후변화 동맹강화 및 파리기후협정 창의적 활용을 제시했고, 이 후보는 글로벌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외교를 추진하고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협상 및 다양한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00563.html
[김형준의 메타어스] 그리고 기후는 없었다 (한겨레,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2025-06-01 18:42)
지난 5월2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2차 티브이 토론이 있었다. 사회 갈등, 연금, 의료, 기후위기 등 사회 분야 전반에 걸친 공약을 검증하는 시간이었다.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공식 의제로 채택된 것은 처음이었고 전체 토론 시간의 삼분의 일 정도가 사용되었다. 이는 기후위기가 더는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현실임을 반영한 현상이라 생각된다. 다만 오랜 기대가 무색하게도 토론의 내용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공약은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 도롱뇽과 터널 건설, 탈원전과 태양광 보조금 등 지엽적 대립 구조를 교묘히 정치 문제화하고 정작 기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과학과 상식 그리고 국제적 기준에 입각한 합리적 기후 정책을 마련한다고 하는 그의 말이 의심스럽게 들렸던 이유일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은 향후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에너지 전환에 집중되어 있다. 급격하게 변해 가는 국제적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동시에 지역 균형 발전을 포괄하는 정책을 이야기한다. 다만 기후 변화 대응의 또 다른 축으로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응’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 그의 말에 아쉬움이 느껴졌던 이유일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미래에 늘어날 에너지 수요와 우리의 편리한 삶을 위해 발전 단가가 저렴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을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운용과 처리 과정에 존재하는 비가역적 위험 비용은 외면하고 과소평가한다. 그의 말이 무섭게 느껴졌던 이유일 것이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재해 피해자 중심의 기후 불평등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해 이야기하며 제한적이지만 적응과 완화 양쪽의 의제를 아우른다. 하지만 근거와 현실이 결여되어 있는 선언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비전을 엿볼 수 없었음은 그의 말이 공허하게 들렸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어지는 토론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지엽적인 논쟁에 매몰되다시피 했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완화의 측면에 존재하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 기후위기 대응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 구조 변화, 사회적 불평등 해소 등 완화와 적응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적인 논의는 부족했고 일부 후보들은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리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새가 날기 위해서 좌우 두 날개가 균형 있게 움직여야 하듯, 사회와 국가, 그리고 개인의 인식 역시 치우치지 않아야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은유이다. 기후위기 대응 또한 마찬가지다. 완화의 날개만으로는 안전이 없고 적응의 날개만으로는 미래가 없다. 완화와 적응의 균형이 잡혀야 비로소 보다 안전한 기후 미래를 향해 날아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완화와 적응 전략의 최적화는 경제적으로도 남는 장사다. 글로벌 비영리 정책연구기관인 기후정책이니셔티브(CPI)의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액이 세계적으로 최대 320경원에 이를 수 있다. 다만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면 피해를 150경 정도로 줄일 수 있고 그때 필요한 비용은 40경이 채 되지 않는다.
이번 대선 토론은 기후위기가 정치의 중심 의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나 정치권의 고민은 여전히 부족했다. 장장 두시간에 걸친 사회 분야 전체 토론의 마무리 발언으로 각 후보는 헌정 질서 회복, 민주주의 수호, 사회 불평등 해소, 구태정치 청산 등을 이야기했다. 물론 매우 중요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기후’는 없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52722421032362
권영국 '기후정의', 이재명 '기후산업', 김문수·이준석 '기후빌런' (프레시안, 손가영 기자 | 2025.06.02. 06:33:02)
[내란, 그 다음의 세상-기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부터 실종된 대선… 노동자·시민·약자 관점, 민주노동당만
① 기후 망친 부유층… "오염자가 책임져" 말하는 후보는?
기후재앙을 막는 마지노선이라 불렸던 1.5도(℃)는 깨졌다. 1.5도는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약으로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이 선은 넘지 말자'고 약속한 기준이다. 과학계는 1.5도를 넘으면 빙하가 급속히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변화한 기후를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3월,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올랐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은 기후 재난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마련하고 있을까. <프레시안>은 지난 3월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발표한 10대 개혁 과제 중 기후정의·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을 기준으로 주요 후보 4명의 공약을 비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기후 공약이 없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비교 대상이 될 굵직한 공약은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산업 중심의 기후 적응',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공공성 중심의 기후 정의'로 요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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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발표한 10대 개혁 과제의 기후 분야 중 '기후위기 책임 묻는 누진세 강화와 과감한 재정 투자로 주택·교통·식량·에너지 생태공공성 강화' 분야 과제. ⓒ프레시안
지난 7일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1990~2020년 지구 온난화의 65%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0% 계층에 책임이 있다'는 논문(☞바로가기)이 발표됐다. 이 중에서도 상위 1%는 20%의 책임을, 전 세계 80만 명밖에 되지 않는 상위 0.1% 계층은 8%의 책임이 있다고 분석됐다. 상위 10%는 연 소득 4만 2980유로(6700여만 원), 상위 1%는 14만7200유로(2억 3000여만 원), 상위 0.1%는 53만 7770유로(8억 3800여만 원) 이상을 버는 계층이다.
연구진은 "모두가 연 소득 하위 50%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했다면, 1990년 이후의 지구 온난화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 세계 인구가 상위 10%, 1%, 그리고 0.1%처럼 배출했다면, 지구 기온 상승은 각각 2.9도, 6.7도, 생물이 생존할 수 없는 수준인 12.2도에 달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정의는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진단하고, 책임을 오염자에게 정확히 묻자는 관점이다. 부유층과 부유국에 전적인 책임이 있지만, 피해는 저소득층과 빈곤국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남반구 국가들은 부유국과 다국적 화석연료 회사들의 탄소 배출량에 세율을 매겨 '기후손해배상세'를 걷은 뒤 UN 기후지원 자금에 적립하자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기후정의세'(2013), '탄소세'(2021, 2024) 등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왔다. 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화석연료 기업에 세금을 매겨, 탄소 배출량도 줄이고 기후 불평등 대응 재원을 마련하자는 안이다.
기후정의를 전제한 후보는 네 후보 가운데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밖에 없다. 권 후보는 "상속세 및 소득세, 법인세 등 최고세율 인상으로 기후정의세를 도입하고 국책은행 녹색공공투자은행을 설립해 재원을 조달하자"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배출량거래제 보완에 그쳤다. 기업마다 탄소 배출량의 한 해 상한을 두고, '폰 데이터사용량 거래'처럼 기업끼리 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정한 제도다. 이 후보는 21대 대선에선 탄소세를 공약했으나 이번 대선에선 제외했다. 증세 공약을 배제하며 탄소세까지 제외한 '우클릭'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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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폭 강화와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을 ‘기후정의법’으로 전면 개정' 과제 관련 비교 표. ⓒ프레시안
② 온실가스 감축 목표, 권영국만 밝혔다
한국은 올해 UN에 2035년까지 감축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23년 6차 보고서를 내고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를 2035년까지 60%(2019년 대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2021년,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40%로 UN에 보고했는데,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 수준인 50%에 못 미쳐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50년 탄소 순배출 '0'을 달성하겠단 정부 계획에도 한참 부족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그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헌재는 2031~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세우지 않은 데 대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한다"며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 최소한의 성격을 못 갖췄다"고 밝혔다.
2035년 감축 목표치를 밝힌 후보도 권영국 후보 단 한 명이다. 권 후보는 70%를 목표치로 제시했고 정부의 기존 계획인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며 "헌재 결정을 감안해 책임있는 중간목표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밖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기후 위기 대응 문제를 푸는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고 탄소중립 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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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및 발전노동자 고용 보장' 과제 관련 비교 분석 표. ⓒ프레시안
③ 대규모 해고 위기, 노동자·주민 대변 진보정당만
화석연료 감축은 탄소중립의 핵심이다. 2023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 374억 톤 중 절반이 넘는 200억 톤을 36개 화석연료 기업이 배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41.4%가 석탄으로 인한 배출량이다. 한국도 전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76%(2022년 기준)가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까지 노후 화력발전소 40기(총 5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 말 태안화력 1기가 폐쇄된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폐쇄 과정과 그 이후의 계획을 아직도 전달받지 못했다. 2026년엔 3기, 2027년엔 5기가 차례로 폐쇄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화력발전소 폐쇄로 2030년 약 1만 6000명(2019년 대비)의 인력이 감축된다고 추산했다. 산업부의 2021년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충남도는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27조 원의 경제적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 화석연료 발전 중단 과정에 주민과 노동자의 동등한 참여가 필수적인 이유다.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공약한 후보도 권영국 후보에 그친다. 정의로운 전환을 주장하는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는 지난 22일 "주요 후보들의 탈석탄 정책은 안일하기만 하다"며 "이재명 후보는 2040년 탈석탄이라는 미진한 목표를 제시했고, 김문수 후보는 그러한 언급조차 없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권영국 후보만이 2035년 탈석탄을 공약했고 공공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전환 역량을 강화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후 변화에 따른 노동자의 타격과 관련해 권 후보는 "정의로운 탈석탄법을 제정해 발전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하고, 내연기관 산업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며 "단체 교섭 범위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및 고용 전환과 신산업 역량 개발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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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생태 위기에 대응하는 헌법 개정' 관련 비교 표. ⓒ프레시안
④ 김문수·이준석 '핵발전', 이재명 '민영화', 권영국 '공공화'
화석연료 감축과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확충해야 한다. 한국은 전체 발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10.5%(2023년)로 OECD 38개국 중 가장 낮다. 이마저 90%가량은 해외자본과 민간기업의 투자로 이뤄졌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단지는 92.8%가 국내 대기업과 해외 다국적 기업의 투자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적 개입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민영화된 구조를 상수로 둔다. 주민 참여형 에너지사업 경우, 표면적으로는 이익이 공유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에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 전력 구매자(한국전력 등)가 이를 부담하고, 이는 시민들의 더 비싼 요금 납부로 이어진다는 위험도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도 지역 간 불평등과 주민 수용성 문제를 피하지 못한다. 밀양은 울산 신고리 핵발전소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올리는 데 필요한 송전탑을 세우려다 격렬한 주민 반발을 야기한 지역이다. 현재 에너지 고속도로가 관통할 정읍, 완주, 무주, 진안, 부안, 장수 등의 주민들도 지역마다 대책위원회를 꾸려 "송전선로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권 후보는 "기후·에너지·산업을 총괄하는 '기후경제부'를 신설하고, 국회 기후특위에 입법권과 예산심사권을 부여하며, 재생에너지 전문 국책 연구 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발전공기업 5개사의 석탄발전소를 2035년까지 조기 폐쇄하고 공공 재생에너지로 신속히 전환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60%까지 달성하겠다"며 "해외 자본에 의한 해상풍력 추진을 규제해 국부 유출을 막고, 막대한 민영화 비용을 줄이겠다"고 제안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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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1312217005
윤 정부, ‘원전 중심 정책’ 노골화 (경향, 박상영 기자, 2024.01.31 22:17)
발전량·전력가격 보장, 수익성 개선… 업계에 3조원대 일감 제공
보조금 삭감으로 재생에너지 혜택 축소…태양광·풍력 위축 가속
정부가 원자력 발전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에 발전량과 가격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혜택은 축소키로 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이 올해 더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산업부는 원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원전 차액계약을 도입하기로 했다. 원전 차액계약은 한수원과 전력구매자인 한국전력이 계약물량과 가격을 사전에 정하는 제도다. 그동안 ‘정산조정계수’ 적용을 통해 초과이윤을 회수당해온 한수원으로서는 고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산조정계수 제도는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 지수가 낮아지면 발전 자회사의 이익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지난해 발전비용보다 싼 가격으로 한전에 전력을 판매해 적자를 감수해야만 했다.
원전 발전량을 보장하는 방안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재생에너지 속도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전력망 구축이 늦어지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강제로 낮추는 출력제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발전량을 보장하면, 이런 출력제어 조치에 예외 적용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원전을 예외로 적용한다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제어가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빠르게 진행해 원전 업체에 3조3000억원 규모의 일감도 제공하기로 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원전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규모도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고, 원전 분야 핵심 기술을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 지원은 줄이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보급·융자 지원제도는 자기 부담률을 높이고, 정부 보조 비율은 낮추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주요 수익원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도 낮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2012105015
재생에너지 로드맵 실종…이대로 가면 경쟁력 있는 산업 ‘탈한국’ 못 막는다 (경향,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2024.02.01 21:05)
경향신문·경실련 10대 총선 의제 - ⑨ RE100
재생에너지 비중 낮춘 정부, 원전 포함한 CF100까지 추진…국제적 망신 우려
탈석탄 로드맵도 현실성 결여…국내 반도체·배터리 공장 해외 이전 땐 중기도 타격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로 충당한다는 개념으로,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기후그룹(Climate Group)의 주도로 2014년 시작된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400개 이상이며, 2022년 7월 현재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롯데칠성 등 21개 국내 기업도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RE100 이행은 2050년 일어날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인 사건이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의 평균 달성 목표 연도는 2030년이다. 또한 기업이 직접적으로 또 에너지 사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뿐만 아니라 협력사의 제조와 물류 과정, 유통, 폐기 등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탄소 전체(스코프3 배출량)를 포괄해 RE100을 구현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2년 국내 3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해외 거래처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은 기업이 이미 30%에 육박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과 관련해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이용을 조건으로 내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KOTRA ‘해외 기업의 RE100 이행 요구 실태 및 피해 현황 조사’에 따르면 BMW, 볼보 등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이유로 한국 부품사들과 맺은 계약을 잇따라 취소했다. 글로벌 서버 1위인 델테크놀로지스와 MS는 2030년까지 스코프3 배출량을 각각 45%와 50% 감축하겠다고 하고, 애플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각각 2030년, 2040년까지 스코프3를 포함한 RE100 달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여전히 미미하고, 주요 산업들이 RE100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도 부재하다. 윤석열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10차 전기본)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2%에서 21.5%로 낮추고, 23.9%로 낮춘 원자력 비중을 10%포인트 정도 높은 32.8%로 올리겠다고 제시했다. 나아가 RE100 대신에 원전을 포함한 CF100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CF100 추진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망신만 당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재탕이 될 것이고, 그 후과는 제조업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탄소중립 이행의 핵심인 탈석탄 로드맵도 현실성이 없다. 10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0년과 2036년에 석탄발전 비중을 각각 19.7%와 14.4%로 유지하고, 화력발전을 LNG발전으로 바꾸고 궁극적으로 수소발전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화력발전소 폐쇄로 탈석탄을 달성하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경제적 수명의 반도 안 쓰는 단기적 LNG발전을 거쳐 가장 비싸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수소발전으로 전환한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글로벌 지속가능성센터는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종료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 종료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은 아직 정부도, 여야 정당들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대로 가면 경쟁력 있는 산업과 대기업들은 국외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현재 국내에선 전력 수요의 2.7%만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 사업장에서는 이미 RE100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고 텍사스 테일러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인데, 앞으로 20년간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의 해외 공장 이전도 진행형이다. SK온은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헝가리에 지었고, LG에너지솔루션도 폴란드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산업 공동화를 막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RE100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 그린 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제조업 위기와 RE100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남권에 RE100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산업정책도 필요하다. 이곳에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부품 등의 주요 기업들을 유치하고,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분산형 전력공급망 구축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제조업 붕괴도 지방소멸도 막을 수 있다.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2684
"재생에너지 공적 기관이 개발해야", 노조·환경단체들 총선 뒤 국회 제안키로 (비즈니스포스트, 이경숙 기자, 2024-02-16 09:42:23)
"재생에너지 공적 기관이 개발해야", 노조·환경단체들 총선 뒤 국회 제안키로
헌법에 규정한 대로 ‘자연력’이 공공재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개발을 공적 기관이 공적 투자를 통해 수행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왔다.
16일 ‘2024년 총선, 기후위기 대응 공공재생에너지 정책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와 녹색연합 등 8개 단체들은 4월10일 총선 이후 구성될 제22대 국회에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전략으로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을 제안했다. 이 자료는 ‘공공재생에너지’를 “대규모 공적 투자로 공적 기관에 의해서 개발되고 소유, 운영되는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로 정의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헌법에도 명시된 것처럼 천연자원이 모든 국민의 공공재로서 기능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부문의 민영화, 시장화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20조 제1항은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수산자원·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은 민간 부문이 주도하고 있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민간발전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는 전체의 90%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3년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사업 가운데 92.7%인 70개 사업이 해외자본과 대기업이 사업주체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등 탈탄소 발전원으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한 위원은 “재생에너지 또한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 모두의 부를 약탈하는 불공정한 게임이 펼쳐질 것”을 우려했다.
한 위원은 “인상된 전기요금으로 에너지 빈곤층이 추위와 더위에 내몰리고 한전은 더욱 심각해진 적자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민간발전사들은 가스 직도입제도와 발전시장의 가격결정제(SMP)를 활용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속에서 엄청난 초과 이익을 누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개발 또는 이용 사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해야 한다고 한 위원은 주장했다.
가장 좋은 예가 제주에너지공사와 미국 뉴욕전력청(NYPA)이다. 제주도는 2011년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풍력발전의 공공적 관리 조항을 포함시키고 관련조례를 통해 풍력발전지구 지정과 제주에너지공사 설립을 통한 공적 개발,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2023년 5월 공공재생에너지구축법(BPRA)를 제정하고 공기업인 뉴욕전력청이 2023년까지 청정에너지에서 모든 전력을 생산하도록 했다. 뉴욕주는 또 지자체가 소유한 병원, 학교, 공공주택, 공공교통 등 시설은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되 중소득 소비자에게는 더 저렴한 요금으로 재생에너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 위원은 “공공재생에너지 전략의 추진 주체는 발전공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발전공기업 및 협력사들의 통합과 ‘한국발전공사’의 설립을 제안했다. 재원 마련과 공적 투자를 위해서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상향해 ‘탄소소득세’를 도입하고 국가재생에너지투자은행을 설립하자고 한 위원은 덧붙였다.
이에 각 정당 정책 담당자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공공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윤종석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국제사회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보다 추가로 25.7GW(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공공투자를 통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상 재생에너지 용량은 2023년 32.8GW에서 2030년 72.7GW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재생에너지 3배’ 목표인 98.4GW에 못 미친다는 이유다.
다만 윤 위원은 “재생에너지 생산에 있어 민간과 시장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공공과 민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발전사 재통합’을 통한 한국발전공사 설립 방안에 대해선 “자칫 몸집 불리기를 통한 과거로의 회귀라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어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종민 녹색정의당 정책위의장은 “발전자회사들과 재생에너지공사가 병존하면 신속한 재생에너지 보급과 정의로운 전환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며 한전 발전자회사 통한을 통한 한국발전공사 설립안에 찬성을 표했다. 아울러 에너지 분권과 자치라는 측면을 더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정의당은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태양광과 풍력 시설을 설치할 때엔 주민의 동의와 참여를 의무화하는 ‘지역공동체 재생에너지투자법’, 주택태양광 등 지역에너지 자치를 위한 ‘지역에너지전환공사’ 신설을 2022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적 있다.
박정윤 진보당 정책실장은 "공공에 맡겨지지 않는 (에너지) 전환은 필연적으로 농민들을 내쫓는다"며 '전남 재생에너지 공영화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전라남도 사례를 생태계와 마을공동체가 공존하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혜경 노동당 정책위 의장은 "공공재생에너지정책에 적극 동의하며 이를 총선 핵심 공약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2222040005
“원전에 4조”…윤 정부 에너지 정책 ‘역주행’ (경향, 박상영 기자, 2024.02.22 20:40)
창원 등에 ‘SMR 클러스터’…투자 촉진 위해 세액공제
윤 대통령 “원전 재도약 해”…‘RE100 외면’ 비판 증폭
‘원자력발전 최강국’을 내건 정부가 시설 투자 촉진을 위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예산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창원 등 경남 지역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가 커지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에만 치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한 14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원전산업 정상화를 넘어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칠 것”이라며 “3조3000억원 규모의 일감과 1조원 규모의 특별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원전 신규 투자에 마중물을 붓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형 원전 제조기술’을 신규 반영하고, 기존 세액공제 대상이었던 ‘SMR 제조기술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원자력 R&D를 SMR과 4세대 원전 등 차세대 유망기술 중심으로 개편하고,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실제 올해 전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과 달리, SMR 기술 개발사업은 지난해 69억8000만원에서 606억5000만원으로 8배가량 뛰었다.
원전기업들에 대한 특별금융 프로그램도 2023년 5000억원에서 올해에는 1조원 규모로 2배 늘리기로 했다. 2~3%대 저금리 융자 지원에 더해 ‘원전 수출보증 지원사업’도 신설한다.
창원 등 경남은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육성한다. 정부는 ‘공장에서 원전을 만들어 수출하는 시대’가 열릴 것에 대비해 창원 등 경남 원전기업의 R&D와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링 등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SMR은 발전용량이 300㎿(메가와트)가량으로, 일반적인 대형 원전 1기 발전용량(1000㎿)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형 원전에 비해 SMR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원전에만 치중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업계의 매출과 고용 등 주요 지표들은 개선되고 있지만 태양광·풍력 산업은 지원 축소로 위축된 상황이다. 국내 최대 태양광업체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지난해 11월 생산직 근로자 1800명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12월에는 충북 음성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RE100에 대한 수요 증가로 미국을 중심으로 공장을 증설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직 불투명한 SMR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한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 인증까지 받는 등 전 세계 SMR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앞섰던 미국 뉴스케일 SMR 프로젝트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비용이 대폭 불어나 결국 무산됐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0890.html
경기 수출기업 10곳 중 2곳, RE100 이행 요구받아 (한겨레, 최우리 기자, 2024-03-05 05:00)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 요구 ‘최다’
친원전 정책에 수출전선 빨간불
경기도에 있는 수출 기업 10곳 중 2곳 남짓은 국내외 거래 업체로부터 알이(RE)100(기업이 쓰는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 이행 요구를 받았다. 이행 계획을 제출하지 않는 등 이런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거래 중단 등 경영에 심각한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이들 기업은 느끼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알이100 이행에 필수인 재생에너지 확충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원자력 발전에 매달리면서 국내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4일 입수한 ‘경기도 RE100 수요조사 및 지원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는 경기도 내 주요 산업단지에 있는 수출 기업의 녹색 전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8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출 실적이 있는 117곳 가운데 26곳은 “고객사가 알이100 이행과 증빙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수출 실적이 없는 기업 4곳도 같은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의뢰로 (사)한국에너지융합협회가 지난해 7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한 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녹색 전환과 관련해 기업이 마주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요구사항은 다양했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 제출 요구’가 16건(이하 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스지(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10건, 생산·제조·폐기·재활용 등 제품의 생애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측정 결과를 보여주는 엘시에이(LCA) 평가 요구도 9건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은 이런 요구에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수출 실적이 있는 117곳 가운데 22곳(18.8%)은 “매출·수출과 경영 위협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특히 관련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피해로 ‘수출 비용의 증가’(91건)를 가장 많이 꼽았다. ‘수출 물량 감소’(79건)나 ‘투자 유치 축소’(70건)를 꼽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공급 계약 해지’(58건), ‘국외 경쟁사에 주요 거래처 빼앗김’(45건)이란 응답도 있었다.
연구 책임자인 김봉영 박사는 “유럽·미국 기업 중심으로 알이100 이행 등 녹색 전환 요구가 확대되면서,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아시아 지역 내 공급망에 속하는 기업들도 국내 기업에 녹색 전환 관련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녹색 전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31032.html
[사설] RE100 수출장벽 가시화, 이념적 에너지정책 버려야 산다 (한겨레, 2024-03-05 19:06)
경기도 내 수출 기업의 20%가량이 거래 업체로부터 알이(RE)100 이행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4일 보도한 ‘경기도 알이100 수요조사 및 지원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알이100 수출 장벽이 본격화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알이100은 기업이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서약으로 전세계 주요 400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형식은 자율성을 띠고 있지만,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알이100을 선언한 애플은 전세계 협력사들이 생산 공정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지를 추적할 방침이다. 협력업체가 알이100을 이행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표도 달성할 수 없으므로 거래를 끊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알이100을 이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2022년 기준 국내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반토막으로 줄이는 등 홀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며 투자를 늘렸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이념적 환경정책”이라고 공격하며 거꾸로 가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애초 30.2%에서 21.6%로 낮췄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선후보 토론에서 알이100 대책을 묻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알이100이 뭐죠”라고 되물어 망신을 산 적이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이와 관련해 “알이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 알이100은 현실적으로 달성 어렵다. 우리는 탄소를 낮추는 것을 중심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알이100 대안이라고 밀고 있는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무탄소에너지(CFE)’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탄소에너지야말로 사냥꾼에 쫓겨 머리만 처박는 꿩 같은 짓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다녀온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에이에스엠엘(ASML)은 최근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밝히며 고객사에도 원전을 배제한 100% 재생에너지를 요구했다. 이러다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에이에스엠엘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33134.html
재생에너지 낙후국 한국, ‘글로벌 RE100’서 낙제점 (한겨레, 기민도 기자, 2024-03-20 17:06)
‘RE100 보고서’·‘CDP 한국 보고서’로 본 한국 재생에너지 상황
글로벌 ‘알이100’(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전세계 기업 164곳(2022년 기준) 가운데 66곳(40%)은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실상 ‘꼴찌’ 수준입니다. 대만(33%)이나 싱가포르(27%), 일본(24%), 러시아(21%), 사우디아라비아(21%)보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이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기업들에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지요.
이런 결과는 영국 기반의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지난 6일(현지시각) 발간한 ‘2023 알이100 연간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13개 기업이 2022년 동참하는 등 현재 국내 36개 기업이 알이100 캠페인에 가입해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지난 연례 보고서 이후 알이100에 가입한 전력 소비량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은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나머지 3개 기업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어떤 국가나 지역보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알이100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곳은 32개사, 재생에너지의 높은 비용과 제한적인 공급을 언급한 기업은 27곳으로 나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장벽’이 있다고 응답한 곳은 66곳입니다.
이런 ‘장벽’은 재생에너지 사용률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2022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알이100 기업 164곳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9%에 불과하다고 조사됐습니다. 스페인(157개 기업)은 100%, 독일(186개) 89%, 영국(212개) 88%, 미국(254개) 77%와 비교하지 않아도 한국의 저조함은 도드라집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중국(249개) 50%, 인도네시아(121개) 35%, 베트남(126개) 30%, 일본(205개) 25%, 인도(185개) 23%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거든요.
실제 한국에너지공단의 확정치 통계를 보면, 한국의 2022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만406GWh(기가와트시)로, 총 발전량(62만6448GWh)의 8.1%입니다. 2022년 기준 국내에 있는 알이100 기업 164곳의 전력소비량 6만GWh에 못 미치는 공급량입니다. 물론 정부는 기업의 알이100 목표 달성 시기는 2050년 또는 2040년이라며, 준비할 수 있다고 해명합니다.
지난 14일 발간된 ‘2023 시디피 한국 보고서’의 알이100 동향 브리프를 보면 우려가 더 커집니다. 이 보고서에는 2023년 국내 알이100 참여 기업 30곳과 시디피에 응답한 국내 기업 180곳의 전력사용량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시디피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수립했다고 응답한 국내 기업은 2022년 29개에서 2023년 43개로 늘었습니다. 또한 이들이 보고한 국내외 전력사용량 합계는 2022년에 견줘 약 2.7배 증가한 83TWh(국내 전력사용량 64.8TWh)에 달했습니다.
보고서는 “글로벌 알이100 회원사 75개는 공급망 기업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또는 목표 수립을 필수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국내에서도 스코프3(공급망 포함) 배출량 관리 등의 목적을 위해 국내 기업이 국내외 협력사에 요청하는 형태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국내 협력사의 전력 수요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많이 증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 차이가 심하니 국내 기업들의 알이100 달성률이 국내와 해외에서 크게 차이 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2023년 시디피 조사에서 국내 알이100 기업(30개)의 경우, 해외사업장에선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66.3%였지만, 국내 사업장은 8.7%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알이100 달성률은 31%인데, 실상을 뜯어보면 국내에선 9%밖에 충당하지 못하고 97%를 해외 사업장에서 채운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아예 국내 알이100 달성률이 0%입니다. 그나마 해외에서 19%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알이100 달성률이 7%에 그쳤습니다.
국내 알이100 참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알이100 기업의 국내와 국외 조달 방법을 분석해보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64.7%, 녹색요금제 34.2%로 집계됐습니다. 이런 방식은 기존 전기요금에 웃돈을 지불해 재생에너지 실적을 인정받거나, 실제로는 화석연료 전기를 사용하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구매했다는 이력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인정받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급 기여도가 낮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수단인 자가발전과 재생에너지 공급자와의 직접전력거래(PPA)는 각각 0.3%, 0.8%에 그쳤습니다.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제 알이100을 달성하는 방법까지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2416140001715?did=NA
루이비통·현대차 '탄소 상생' 이유 있다…"RE100 시대, 중소기업 대응 못하면 대기업까지 위기" (한국일보, 이상무 기자, 2024.04.25 04:30)
SDX재단 주최 '리월드포럼 2024' 개최
대·중소기업 RE100 실현 전략 집중 논의
"중소기업 RE100 인지 및 대응력 떨어져"
중소기업-대기업 공급망으로 얽혀 있어...
대기업 차원, 중소기업 교육 및 지원 필요
https://www.naeil.com/news/read/508712
뜨거워지는 지구를 구할 대안 에너지들 (내일신문, 남준기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 2024-04-26 13:00:01)
태양이 지구에 보내는 빛에너지는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 1만배 … ‘저장’과 ‘송전’이 걸림돌
22개국 70명의 연구진이 참여하는 ‘드로다운 프로젝트’(http://www.drawdown.org )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에너지 대안들을 소개한다. 각 솔루션은 투입량 자원 산출 등 3단계 검증 과정을 거쳤다. ‘드로다운(DRAWDOWN)’은 지구 대기중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이른 뒤 매년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① 풍력발전 터빈 전세계 전기 사용량 중 육상풍력 비율을 현재의 3~4%에서 2050년까지 21.6%로 끌어올리면 84.6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풍력발전은 ㎾/h당 2.9센트, 천연가스복합발전은 3.8센트,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은 5.7센트다. 비판자들은 터빈이 시끄럽고 보기 흉하며 철새들에게 위험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설계되는 터빈은 날개가 느리게 회전하고 철새 이동경로를 피한다.
② 마이크로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 등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 단위로 모아 전력저장소에 저장하고 부하를 관리한다. 이 방식은 대규모 전력망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더 효율적이다.
③ 지열 지구는 지각과 맨틀에 있는 칼륨 토륨 우라늄 동위원소의 지속적인 방사성 붕괴를 통해 38억년 동안 열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 에너지는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000억배나 된다. 지열발전이 2050년까지 4.9%로 늘어나면 16.6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④ 태양광발전 햇빛은 무제한이고 깨끗하고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지구 표면에 내려쪼이는 태양광의 파장과 입자는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1만배에 이른다. 태양광 실리콘 패널은 태양의 광자를 포집한다. 광자는 전자에 동력을 공급해 전류를 일으킨다. 대규모 태양광발전은 전세계 태양광발전 용량의 65%를 차지한다. 발전단지는 사막이나 황무지, 군사기지, 폐쇄된 매립장, 저수지 위에도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단지 건설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석탄이나 천연가스, 원자력발전소보다 훨씬 싸고 빠르다. 소규모 지붕형 태양광이 2050년 7%까지 늘어나면 24.6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고 가정용 에너지 비용을 3조4000억달러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⑤ 파력과 조력 파력과 조력의 매력은 ‘항상성’이다. 대규모 해상풍력과 같은 경관 훼손도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어업 피해는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강화도나 가로림만 조력발전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파력과 조력은 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비싸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화석연료가 퇴출되면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다. 밀물과 썰물, 파도는 밤낮과 계절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⑥ 집광형 태양열발전 집광형 태양열발전소는 거울로 태양 직사광선을 모아 증기 터빈을 돌린다. 전기를 만들기 전에 용융염을 끓이기 때문에 전기 저장장치가 필요없다. 낮 동안 태양열로 데워진 용융염은 5~10시간 동안 뜨겁게 유지된 후 밤에 전기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강렬한 태양빛이 집중되기 때문에 새들이 발전소 상공으로 날아가다가 불타서 죽는 것이다. 최근 새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했다고 한다.
⑦ 바이오매스 바이오매스는 바람과 태양의 시대로 가는 ‘교량’이다. 단기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매스는 목재생산 부산물 등 적절한 공급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제일 심각한 것은 숲을 벌채해서 소각하는 것이다. 나무는 다시 자란다고 하지만 그러기까지 수십년 이상이 걸린다. 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너무 긴 시간이다. 숲에 있는 나무들의 탄소흡수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산불 피해지 등에서 대규모 벌목이 벌어진다. 이 나무들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에 혼합소각용으로 공급된다. 나무에 의존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해결책이 아니다.
⑧ 원자력 원자력은 결국 후회막심한 해결책이다. 3중수소 방출, 우라늄광산 오염, 냉각시스템으로 빨려들어가는 수생생물, 수천년 동안 관리해야 하는 핵폐기물 등이 원자력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태양과 풍력은 갈수록 비용이 줄어드는데 원전은 40년 전에 비해 4~8배나 비싸졌다. 육상풍력의 비용은 원전의 1/4이다. 세계 1위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빠른 속도로 원전을 건설중이다. 동시에 수십건의 석탄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 1위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중국은 2023년 상반기에만 태양광 154%, 풍력 78%를 추가했다.
⑨ 열병합발전 화력발전이나 원전은 효율이 약 34%에 불과하다. 열에너지 2/3를 냉각수로 식혀서 버리기 때문이다. 열병합발전은 이 열을 포집해서 열에너지로 사용한다. 덴마크는 지역난방의 80%와 전기 수요의 60% 이상을 열병합발전으로 충당한다. 2050년까지 열병합발전이 5.4%까지 늘어나면 4기가톤 가까운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할 수 있다.
⑩ 마이크로 풍력발전 마이크로 풍력터빈은 100㎾ 이하의 소형 풍력발전기다. 경관을 해치지 않고 소음도 거의 없다.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11억 인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수직축 풍력터빈 ‘비전에어’는 저속에서 인간의 속삭임보다 조용하다. 높이 3.2미터에 3.2㎾의 출력을 낸다. 풍속 14.5㎞에서 가동되고 최대 177㎞ 풍속까지 견딘다.
⑪ 메탄 소화조 유기성 폐기물이 산소가 부족한 밀폐탱크(혐기성 소화조) 안에서 뒤섞이면 바이오가스가 위로 걸러진다. 동물과 인간의 배설물, 음식물 쓰레기, 채소 부산물 등 유기성 폐기물은 메탄 소화조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강의 오염을 막고 메탄을 포집해 온실가스 배출을 막아준다. 독일은 약 4000㎿ 규모의 메탄 소화조 8000기를 보유해 세계를 선도한다. 중국은 약 1만개의 소형 메탄 소화조를 운용한다.
⑫ 조류식 수력발전 조류식 터빈은 댐이 아닌 자유롭게 흐르는 강에 설치한다.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강물의 유체동력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한다. 알래스카의 개울,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수로, 도시의 대형 상수관과 하수관에도 적용할 수 있다.
⑬ 전력망 유연성과 에너지 저장 인류문명은 전력을 저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석탄화력과 원전을 24시간 가동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햇빛과 바람과 같은 에너지로 전환하면 에너지 저장장치를 포함하는 전력망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고 송전손실이 적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와 에너지 저장기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온 현실적인 저장기술은 ‘양수발전’인데 낮은 에너지 효율과 생태계 훼손이 문제다. 기존 수력발전댐에서 방류한 물을 다시 양수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은 철도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장치를 실험중이다. 전력이 충분할 때 화물열차에 230톤의 바위와 시멘트를 싣고 로키산맥 해발 914미터까지 올라간다. 열차에는 2㎿ 모터가 장착돼 올라갈 때는 모터로 쓰고 내려올 때 발전기로 사용한다. 집광형 태양열발전도 에너지 저장의 최전선이다.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분산형 기술도 유용하다. 테슬라는 가정이나 학교 벽에 붙이는 충전식 배터리 ‘파워월’을 보급중이다.
⑭ 태양열 온수 샤워, 세탁, 설거지에 사용되는 온수는 전세계 주거용 에너지의 1/4을 소비한다. 태양열 온수는 연료 소비를 50~70%까지 줄여준다. 북위 40도 아래 위치한 한국의 경우 입춘(2월 3일)부터 입동(11월 7일)까지 태양열로 샤워와 난방이 가능하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405162148025
정부, 뒤늦은 재생에너지 정책…전 정부 비난하다 실기 지적도 (경향, 김경학 기자, 2024.05.16 21:48)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만에 첫 에너지전환 로드맵 발표
연평균 약 6GW 발전 시설 보급…해상풍력 지원·태양광 활성화
규제로 시장 위축시켜 놓고 ‘산업전반 지원’…“1~2년 빨랐다면”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공급망 등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정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재생에너지 관련 개발·제조·수요 기업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GS풍력발전·HD현대에너지솔루션·동국S&C·LS전선·두산에너빌리티·한화솔루션·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소규모 민간 중심이 아닌 정부 주도의 “질서 있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을 지원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정부 주도로 연평균 약 6GW(기가와트)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보급을 추진한다. 한때 연평균 4GW대 중반에 달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3GW대로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해상풍력의 경우 국회에 계류 중인 ‘해상풍력특별법’ 등을 법제화해 입지를 발굴하고, 사업 실패나 지연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사업 과정 전반을 지원한다.
법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집적화단지 제도’를 활용해 지자체가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 수용을 끌어내면 단지 지정과 유인책 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강화한다. 또 향후 2년간 입찰 물량·시기·평가 등을 담은 해상풍력 공급망 강화 로드맵을 오는 7월 발표하고, 미래에너지펀드 등 자금 조달 원활화를 위한 금융 지원 방안도 발굴한다.
태양광은 주민 수용성이 양호한 산업단지 중심으로 활성화를 추진한다. 업종이나 입지 관련 규제를 완화해 입주 기업의 참여율을 높이고, 현재 울산 미포·부산 명지녹산에 추진 중인 150㎿(메가와트) 공공 시범사업 ‘햇빛산단 프로젝트’에 기업 수요 150㎿를 추가 발굴해 300㎿ 규모로 진행할 계획이다.
국회·업계·전문가 등과 폭넓은 논의를 거쳐 재생에너지 거래 시장 등 관련 제도 개편도 대폭 추진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시장에서 정부 역할을 강화하고,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시장 확대를 위해 전력구매 규제와 거래 편의를 개선할 계획이다.
우선은 정부 중심으로 시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이 주도하는 ‘자발적 재생에너지 거래 시장’(가칭)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또 향후 중동이나 유럽 등에 태양광 중심으로 수주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민관 협동 ‘재생에너지 해외 진출 협의회’(가칭)도 구성한다.
근래 국제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신규 발전 설비 투자(8200억달러) 중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가 80%(6590억달러)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이권 카르텔 비리’로 지칭하며 전 정부를 비난하느라,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재생에너지에 대해 규제하다가 늦게라도 친화적 정책이 나온 건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것이 없어 평가하기는 다소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어 1~2년만 더 일찍 내놨으면 피해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41671.html
바람·햇빛은 공공재…‘재생에너지 민영화’ 방치해선 안돼 [왜냐면] (한겨레, 구준모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 2024-05-22 19:24)
발전 비정규직과 정의로운 전환 ②
누구나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는 시대이지만, 전환은 더디고 부정의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2년에 8%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축소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데 핵심 문제는 재생에너지 비중에만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의 90% 이상을 민간사업자가 소유하고 있다. 작년 8월까지 허가받은 77개 해상풍력발전 용량의 92%도 민간사업자의 손에 쥐어졌다. 1기가와트(GW)당 6~7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해상풍력 사업에 2030년까지 100조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대기업은 이를 새로운 먹잇감으로 보고 있다. 20년 동안 전기요금과 보조금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민자사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맥쿼리 같은 투기자본과 해외기업이 대거 진출하고 국내 대기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이 될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대거 민영화된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이윤을 좇는 민간사업자에 의해 이뤄지면서, 햇빛과 바람과 같은 무상의 자연자원을 사업자가 사유화한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설 투자비가 가장 낮은 곳, 즉 토지 비용이 적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사업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이 농지를 강탈하는 일이 늘어나자 그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풍력 사업도 생태계 파괴 논란을 낳고 있고, 거주지 근처에 지어져 저주파 소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생긴다. 해상풍력도 생태계 파괴와 어업권 논란을 낳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하고 지불할 것인가는 앞으로 이뤄질 전환에서 핵심 문제다. 주요 재생에너지 시설이 해외자본과 민간기업에 의해 장악된다면 민영화로 높아진 비용을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전환이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 사기업의 부를 채워주는 과정이라면 전환의 정당성도 훼손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 재생에너지의 민영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14일 47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공공재생에너지 선언’을 발표했다.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부문을 통해 계획적이고 정의롭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는 요구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6개로 쪼개져 경쟁하고 있는 발전공기업을 통합해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통합 한국발전공기업으로 개혁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내년부터 폐쇄되는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재배치할 수 있다. 해상풍력 사업을 통해 석탄발전소 폐쇄 후 대체 건설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통합된 발전공기업이 공공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가능한 일이다.
공공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은 우리나라 헌법에도 근거하고 있다. 바람과 햇빛은 누구의 것인가? 헌법 제120조 1항은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유재이기 때문에 국가가 관리한다는 의미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바람과 햇빛은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연력이다.
공공재생에너지는 커다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민영화의 다른 이름) 이후에 고착되어 발전해온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또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에너지 전환을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효과적으로 추진해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기후위기 대응을 늦출 수 없다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현실화하려면, 공공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42148.html
“현 전력산업체제에선 요금 정상화·재생에너지 확대 불가능” (한겨레,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속기록 김효진 보조연구원, 2024-05-27 09:00)
5회 에너지정의포럼-전력산업구조 모색
전문가·시민사회·경제계·노조 한목소리
발전자회사 분할 뒤 20년만 2차 논의
독립적 규제기구·취약계층 지원도 일치
에너지 전환 관련 국내 학계와 전문가, 시민사회, 경제계, 전력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현재의 전력산업체제와 운영방식으로는 전기요금 정상화와 한전부채 해결, 재생에너지 확대가 모두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개선방향에서는 전력판매시장의 경쟁체제 전환, ‘망 중립성’ 확보를 위한 송전망 분리 등 한전의 수직적 독점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 등 공기업의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선진국처럼 독립적인 전력시장 규제기구에 시장감시와 소비자 보호 기능을 맡기고, 요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에는 모두 뜻을 같이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이봉현)이 주관하는 ‘제5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전력산업구조 모색’을 주제로 열렸다. 전력산업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한전에서 5개 화력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분할하는 1차 구조개편이 이뤄진 뒤 노무현 정부에서 발전자회사 매각과 도매경쟁체제 도입이 중단됐다. 이후 20여년 간 다양한 논의가 있었으나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했는데,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다시 전력산업 2차 구조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전력산업구조에 대한 미래지향적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발제는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이 맡았다. 토론은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유수 에너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세은 충남대 교수, 김경식 이에스지(ESG) 네트워크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하지현 기후솔루선 전력시장계통팀장, 남태섭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김양기 알더블유이(RWE) 리뉴어블즈 코리아 수석, 이정남 산업부 전력시장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전력산업구조에 대해 의견이 다른 분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인 듯 싶다”면서 “양쪽 주장 모두 나름 일리가 있는 만큼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축사에서 “전기요금이 너무 낮아 가격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문제는 한전 독점의 전력산업 구조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을 직시하고, 여야·이념·진영을 탈피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2대 국회에서 여야를 대표하는 기후위기 전문가로 꼽히는 김소희(국민의힘), 박지혜(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확충과 같은 당면 과제들은 전력산업구조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면서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합의점을 찾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 한전 독점구조 개편론
‘한전독점 개편-공공 강화’ 개선안 상반
“판매 경쟁체제·송전망 분리” 주장에
“공기업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 반론
석광훈 전문위원은 “부채가 200조원을 넘는 한전의 위기는 결국 요금의 원가반영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공기업 구조(발전-송전-판매로 이어지는 수직적 독점체제)에 기원한다”면서 “국가독점 시장구조에서는 독립적인 시장규제기관도 유명무실하고, 재정건전성을 위해 공기업에 복지비용을 떠넘기는 기획재정부와, 선거를 의식한 집권여당의 기회주의적 정책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기업 독점구조 개혁 없이는 요금 정상화와 한전부채 해결은 불가능하다”면서 1990년대 유가자유화 때처럼 전력판매시장 경쟁도입과 요금 자유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전력산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한전 부채와 적자 누적으로 전반적인 전력공급의 안정성이 저해되는 상황으로, 낮은 전기요금과 판매시장 독점은 신규 사업의 태동과 발전 기회를 차단한다”며 판매시장 경쟁체제 전환에 동의했다. 판매시장이 경쟁체제로 전환되면 소비자들이 전기도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여러 판매자가 내놓는 다양한 요금제 중에서 자신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인 2021~2023년 3년간 원가 이하의 판매로 발생한 영업손실이 연결기준 43조원에 이르고, 누적 총부채가 지난해말 기준 202조원을 넘는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16일 누적적자와 부채를 해결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석 전문위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 그칠 정도로 부진한 원인도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발전·송전·판매 수직독점체제로 인한 ‘경로의존성’에서 찾았다. 그는 “한전은 물론 해외 수직독점 전력사들은 재생에너지 혁명으로부터 기존 원전·석탄·가스 발전 자산을 방어하기 위해 한결 같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송전망 구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태업을 벌인다”면서 “선진국들이 송전부문을 발전·판매부문에서 분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경식 대표도 “중장기적으로 한전에서 송전부문을 떼어낸 뒤 국가기관인 전력거래소와 통합해 ‘망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현 팀장은 망 중립성 확보와 관련 “통신영역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투명성, 차별금지 등의 원칙을 전력산업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송전망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송전제약’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석 전문위원은 “영호남 위주로 태양광 발전이 급성장했으나 최근 신규설비의 전력망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동해와 서해안의 초고압직류송전(HVDC·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유리) 건설도 추진 중이지만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시간별 전기요금 차등화를 하면 산업시설의 지방 분산, 송전제약 완화, 수도권 재생에너지 촉진이 가능하다”면서 “6월부터 분산에너특별법을 시행할 때 도매전기 뿐만 아니라 소매전기까지 요금차등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재생에너지의 핵심으로 꼽히는 해상풍력은 송전망 부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조영준 원장은 “최근 계통망 부족 문제로 전기위원회에서 해상풍력 인허가가 나지 않아 한국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신규설치된 상업용 해상풍력 설비는 전무한 실정이고,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은 12.5MW로 전체 신재생에너지의 0.3%에 불과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한 해상풍력(14.3GW)과 신재생에너지(21.6%) 목표 달성이 모두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양기 수석은 “재생에너지 개발 밀집지역과 주요 전력 소비지 간 전력수송을 위해서는 전력망 보강이 절실한데 한전의 경과지 선정, 토지보상, 낮은 주민수용성으로 인해 송전선로 건설에 보통 10년이 소요된다”면서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전력망 보강 사업을 자금난에 빠져있는 한전이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 전력산업 공공역할 강화론
정세은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의 지연,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한 한전 적자 누적과 에너지 낭비 등 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지만, 위기의 원인이 한전 독점체제에 있어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진짜 위기 원인은 국가의 무능하고 비상식적인 전력산업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남태섭 사무처장도 “전기요금 정상화를 가로막은 적은 물가관리만 앞세우는 기획재정부, 요금 인상으로 선거에서 표를 잃기 싫어하는 정치권”이라면서 “연료비 급등을 한전 적자로 떠넘겨도 외상처리에 불과해서, 결국은 국민이 다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전 독점체제 비판에 대해 “발전시장은 이미 한전 이외에 다수의 발전사가 존재하는 경쟁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남 사무처장도 “발전부문은 경쟁체제 도입과 시장개방이 상당히 진행되어 민간기업이 발전용량 기준 40%, 전력거래량 기준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발전분야에서 공공부문이 줄고 민간이 늘어나면서 전력산업 공공성이 축소되는 ‘우회적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전력산업의 불안정성이 심화됐다”면서 “규모의 경제 회복을 위해 기존 5개 발전자회사의 재통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경식 대표는 “한전의 독점체제 개편과 경쟁체제 전환을 (경영권을 민간자본에 넘기는) 민영화라고 비판하는 것은 오해”라면서 “국가기관인 우체국(우정사업본부)이 택배·금융(예금과 보험)사업에서 민간과 경쟁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판매시장 개방에 대해 “이윤 추구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국내외 대형 민간자본이라는 호랑이를 풀어놓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에 대해 “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정부에 의해 배제당하고 있다”면서 “한전은 재생에너지 투자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 조달,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 투자를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말했다. 남 사무처장은 “송전망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발전계획과 망계획의 분리,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 재생에너지 공급과 수요처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와 남 사무처장은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전력산업의 가장 큰 위기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공기업은 망관리자로 위축되고 시장이 장악하는 체제로 전환이 이루어져 국내외 대기업과 다국적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것”이라면서 “공기업에 재생에너지 발전 책임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처장도 “전력산업의 이해도가 높은 발전공기업 중심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 최소화와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해서도 발전 공기업 중심으로 질서있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서는 전기판매를 하는 한전은 직접적으로 발전사업을 할 수 없다.
■ 독립적 규제기구와 취약계층 지원
토론 참석자들은 전력요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과 독립적 규제기구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부담 증가는 에너지 재난 지원금 등 정부 재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전력정책과 복지정책의 분리를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영국, 독일은 국제 가스가격 폭등으로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자 각각 에너지 재난지원금을 737억파운드(117조원)와 970억 유로(140조원)씩 조성해 2년간 가계와 기업의 전기, 가스요금을 보조했다. 일본도 2023년 정부재정 3조2천억엔(30조원)을 조성해 가계 및 기업의 전기, 가스요금을 지원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두차례 주택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취약계층에게는 2년간 적용을 유예했는데, 이에 따른 지원규모는 2023년 1860억원, 2024년 2615억원, 2025년 274억원 등 총 4749억원에 그친다.
정세은 교수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이 두렵다면 위원회를 만들어 요금을 투명하게 결정하고, 복지차원에서 저소득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태섭 사무처장도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력시장 규제기구인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탁 교수는 “전력시장은 개방을 하더라도 소비자 보호, 공정한 요금 등을 위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자유화보다는 경쟁체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현 팀장은 “전기위원회가 미국과 영국처럼 강력한 권한을 확보하고 시장감독이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고, 공정위도 독일 연방담합청과 유사하게 적극적으로 전력시장 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지금까지 발전사 소유구조 중심으로 진행된 전력산업 재편과 공공성 논의를 사회적 통제와 기후정의 원칙에 맞게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공공이든 민간이든 사회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기구와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산업부 거수기로 비판받아온 전기위원회 개편, 도소매 가격 결정을 위한 시장운영규칙 전면 개정,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송변전 정보 투명성 제고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OECD 회원국 대부분 전력시장 경쟁체제 전환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뒤 경제복구를 위해 많은 나라가 전력 공기업을 설립했다. 하지만 적자 누적 등 경영 비효율 문제에 직면하자, 1980~90년대에 대부분 공기업을 해체했다. 발전·판매는 민간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송전은 민간 또는 독립적 비영리기업들이 운영한다. 대신 전력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독립적 규제기구가 불공정행위 감시와 소비자 보호 기능을 맡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전력 공기업이 남아있는 나라는 한국·프랑스·이스라엘·멕시코 4개국 뿐인데, 프랑스와 이스라엘도 2000년대 이후 발전·판매부문 경쟁제체 전환, 송전부문 분리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한다. 이스라엘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인 재생에너지 30%를 달성하려면 전력시장 경쟁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2020년 전력 공기업인 아이이씨(IEC)의 발전·송전·판매 부문간 회계분리를 단행했다. 이어 올해 신규 발전소 건설 금지, 기존 5개 발전소 민간 매각, 고용 25% 축소, 판매시장 경쟁체제 도입 방안을 결정했다.
프랑스는 공기업인 이디에프(EDF)가 전체 발전시장의 85%를 차지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7년 판매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현재 민간점유율이 35%로 높아졌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EDF의 소매전기요금을 통제하면서, 2022년 에너지 위기 이후 부채가 88조원으로 급증하며 한전과 비슷한 재정 문제에 직면했다.
일본은 10개 지역별로 민간독점 전력사 체제였으나 1995년 이후 단계적으로 발전·판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16년 모든 소비자가 전력공급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전면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또 2020년에는 발전·판매부문의 공정경쟁을 위해 지역독점 전력사들로부터 송전부문을 분리했다. OECD 회원국은 아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도 2023년 수직독점 공기업 에스콤(ESKOM)에서 송전부문을 떼어내 별도 공기업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유럽처럼 이웃 나라와 전력망을 통합할 필요가 있는 나라는 개방이 유리하지만, 한국은 유효경쟁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지 못해 경쟁체제의 이점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1143561.html
“전 세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3배 확대’ 말뿐” (한겨레, 신기섭 선임기자, 2024-06-05 11:32)
국제에너지기구 “각국 정책 볼 때 2.2배 증설 그칠 것”
전세계가 지난해 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각국의 정책을 볼 때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4일(현지시각) 세계 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관련 서약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1만1천GW(기가와트)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 때까지 확보될 발전 용량이 7903GW로, 2022년의 2.2배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 평가는 세계 145개국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 관련 정책 등을 분석해 나온 것이다.
세계는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린다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서약’에 합의한 바 있다.
보고서는 세계 194개국이 지금까지 탄소 배출 국가별감축목표(NDC)를 제출했지만 이 가운데 93개국만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수치화해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2030년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명시적으로 거론한 국가는 14개국뿐이었다. 이를 종합할 때 각국이 구체적으로 약속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확대 규모는 1320GW이며 이 가운데 1200GW는 중국이 차지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이런 움직임에 힘입어 중국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022년의 2.5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을 뺀 세계 나머지 나라의 2030년 발전 용량은 4720GW로 2022년의 2배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계획 중 절반은 태양열 발전이었고, 전체의 26%는 풍력 발전이었다. 보고서는 60개국이 수력 같은 다른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확대 계획을 밝혔다며 수력, 바이오에너지, 지열 등 다른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린다는 목표는 야심찬 것이지만 달성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며 “다만 정부들이 약속한 바를 재빨리 행동 계획으로 바꿀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 나라들은 더 안전하고 더 알맞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향한 진전을 가속화할 주요 기회를 맞고 있다”며 각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43608.html
재생에너지 경쟁체제 통해 ‘정의로운 전환’ 가능하다 [왜냐면] (한겨레, 김경식 | ESG네트워크 대표, 2024-06-05 15:12)
최근 ‘왜냐면’에 실린 ‘바람·햇빛은 공공재…재생에너지 민영화 방치해선 안돼’(한겨레 5월23일치 25면)를 읽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2년에 8%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축소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이윤을 좇는 민간사업자에 의해 이뤄지면서 태양광은 농지 강탈, 육상 풍력은 저주파 소음, 해상 풍력은 어업권 논란을 낳고 있다” “주요 재생에너지 시설이 해외자본과 민간기업에 의해 장악된다면 민영화로 높아진 비용을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전환이 우리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 사기업의 부를 채워주는 과정이라면 전환의 정당성도 훼손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 재생에너지의 민영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현재 6개의 발전공기업을 통합해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개혁이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나의 반론과 의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다. 그러면 다른 회원국들은 왜 높은가? 모든 결과에는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배경과 산업구조적 요인이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다 독점도, 공기업도 아니고 경쟁적이다. 둘째, 공기업이 하면 농지 강탈, 저주파 소음, 어업권 논란 등이 없는가. 그 방법이 궁금하다. 셋째, 민간기업이 하면 높아진 비용을 국민이 부담한다고 주장했는데 현실은 그 반대다. 현재 공기업은 모든 비용을 보장해 주는 ‘총괄원가주의’ 적용을 받고 있어서 국민은 ‘묻지 마’식 부담을 하고 있다. 반면에 민간기업은 잘못하면 퇴출이다. 넷째, “정의로운 전환이 주머니를 털어 사기업의 부를 채워주는 과정이라면 전환의 정당성도 훼손된다”는 주장에서 ‘전환의 정당성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섯째,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민영화는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정의로운 전환의 전제가 비정규직이라도 소속이 공기업이어야 하는가. 더 안정적이고 더 복지적인 전환이 우선 아닌가. 더구나 재생에너지는 공기업이 다 할 수도 없고, 더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 여섯째, “발전 6개 공기업을 통합하자”고 주장했는데, 총괄원가 보장 없이 전력시장을 경쟁체제로 한다는 전제 아래 석탄발전 5사 재통합은 나도 찬성한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가 목표를 축소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했는데, 재생에너지는 목표가 높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는 지역적 편재성·간헐성·변동성이 심해서 수요 조절 능력이 있어야 확대가 가능하다. 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서 날씨와 기후를 분석·예측하고, 누가 언제 어떤 전기를 사용할지도 분석·예측해야 한다. 이러한 양쪽의 예측을 연결시켜 주어야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 즉, 재생에너지 활성화는 ‘공급 목표’가 아니라 ‘수요 조절’의 문제이고 이를 실현시켜 주는 시스템과 설비의 문제다. 수요 조절자는 결국 ‘합리적 예측이 가능한, 투명한 가격 결정 시스템’이다. 그 방법은 독점도 아니고 민영화도 아니고 경쟁체제다. 우체국과 민간이 택배와 금융 경쟁하는 것과 같다. 그 속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우선순위와 완급 조절을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06518_36515.html
[단독] RE100 "한국 매우 실망스럽다. 세계시장 잃는 실수 될 것" (MBC뉴스 현인아 기자, 2024-06-10 20:38)
앵커: 정부는 2년마다 15년 치의 전력수급계획을 세워 발표하는데요. 지난달 나온 계획을 봤더니 2030년의 재생에너지 목표가 2년 전의 계획과 똑같은 수준, OECD 37개국 중 최저였습니다.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RE100 캠페인의 책임자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한국은 세계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인아 기후 전문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헬렌 클락슨/클라이밋 그룹 (RE100 주관기관) 최고 책임자] "저는 헬렌 클락슨입니다.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기후 그룹의 최고 책임자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은 36개입니다. 한국 회원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헬렌 클락슨/클라이밋 그룹 (RE100 주관기관) 최고 책임자] "한국에서 회원사들은 전력의 약 9%만을 재생에너지로 공급받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회원사 평균인 50%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말 정부는, 15년치 신재생에너지 확충 계획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2030년 공급 목표는 21.6%였습니다. 이것은 세계 주요국이 지금까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입니다. 영국 85, 독일 75, 미국 59, 일본 38% 등으로 한국 OECD 37개국 중 최저였습니다. 한국의 목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헬렌 클락슨/클라이밋 그룹 (RE100 주관기관) 최고 책임자]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022년 기준으로 32.5GW입니다. 32.5기가와트의 3배는 97.5GW죠.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인 72GW보다 35% 이상 더 많습니다. 정부는 2038년까지 신형 원전 1기를 비롯해 무탄소 전원인 원전 4기를 더 짓기로 했습니다. 원전도 무탄소 전원인데 RE100이 재생에너지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헬렌 클락슨/클라이밋 그룹 (RE100 주관기관) 최고 책임자] "한국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새 원전을 짓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2024년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14년간 그만큼의 탄소를 줄이지 않고 계속 배출하겠다는 거죠."
한국이 원전을 잘 활용하는 건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춰 잡은 건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밀리는 실수가 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금 우리 제조 수출기업의 16.9%가 제품을 납품할 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고 그중 41.7%가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헬렌 클락슨/클라이밋 그룹 (RE100 주관기관) 최고 책임자]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를 급속히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방향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고, 각국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수출업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100이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에 주는 조언은 명확하고 간결했습니다.
[헬렌 클락슨/클라이밋 그룹 (RE100 주관기관) 최고 책임자] "미래에는 원자력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만 다른 나라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116460001151?did=NA
2011년생 동갑내기 발전소… 왜 석탄은 살아남고 풍력은 삽도 못 떴나 (한국일보, 김현종 김나연 기자, 2024.06.17 04:30)
[화성에서 온 재생e, 금성에서 온 원전]①-1 숨은 승자, 화석연료
'미래 산업 육성' 포부 서남해 해상풍력
석탄 중심 전력 시스템 탓에 완공 지연
제도 개선 시도, 양극화된 정쟁에 표류
원전도 흔들… '발전량 60%' 화석연료
<편집자주> 인구소멸과 기후변화 등으로 구조적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5년 단임 정부는 갈수록 단기 성과에 치중해 장기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정권교체마다 전 정부를 부정하는 정치적 갈등으로 정책적 혼선도 가중됩니다. 한국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런 문제를 진단하면서 구조 개혁을 이루기 위한 초당적 장기 전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2011년은 어쩌면 '한국 에너지 전환이 시작된 해'로 기록될 수도 있었다. 그해 11월 전북 서해안 일대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명박 정부가 부안 먼바다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정부가 표방하던 '녹색성장'의 일환이었다. 국내 굵직한 기업들도 참여했다.
반면 과거 에너지 정책 답습 흐름도 여전했다. 같은 해 강원 삼척시에서 시멘트 제조 공장을 운영하던 동양그룹은 폐광산 부지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국제 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정책 역행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1년생 동갑내기 발전소'가 각각 추진되기 시작한 지 13년이 지난 현재, 두 발전소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서남해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본 사업을 위한 삽조차 뜨지 못했다. 반면 삼척 석탄발전소는 2014년 사업권이 포스코(포스파워)로 넘어간 뒤 '삼척블루파워'라는 이름으로 올해 완공됐다. 석탄이 살아남고, 바람은 꺾인 것이다.
이는 양극화된 한국 정치가 장기 국정 과제 대응에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화석연료 체제의 관성을 벗어나려면 강도 높은 정책이 필요했지만 개혁 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실상 백지화됐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지지로 분열된 정치 지형은 정책을 널뛰게 한 주범이었다.

한국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향후 30년 한국 사회가 초당적으로 협력,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언한다. 첫 번째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 그중에서도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국내 전력은 아직도 60%가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된다. 그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3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송(전기차), 산업(설비 전기화), 난방(히트펌프) 등 '깨끗한 전력'에 기대는 다른 부문의 탄소 중립 정책도 요원하다.
어떤 제도들이 화석연료 발전을 지탱하고 있는가. 에너지 전환 시도는 왜 무너졌을까. 향후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3회에 걸쳐 진단한다.
미래 품었던 풍력, 과거에 머문 석탄
2011년 11월 11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이날 4층 행사장은 국내 에너지 관련 인사로 북적였다. 김정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부터 정헌율 전북 부지사,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 등 정부·공기업 고위직 인사뿐 아니라, 굵직한 제조사 8곳의 임원들도 총집합했다. 두산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 현대중공업(현대건설), 삼성중공업 등도 포함됐다.
행사 이름은 '서남해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 협약식'. 앞서 2년 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녹색성장 정책'의 세부 그림이 세상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정부는 한국 조선·기계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북 부안·군산 앞바다에 2.5기가와트(GW·1GW급 발전설비는 이용률 100% 기준 250만 가구가 매일 사용할 전력 생산) 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탈(脫) 탄소 흐름에 맞춰 해상풍력 산업 진흥을 통해 '녹색'과 '성장'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김정관 차관은 "이 사업은 향후 한국의 신국부 창출을 견인할 중차대한 사업"이라며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업은 한국전력이 특수합작법인(SPC) '한국해상풍력'을 만들어 주관하고, 제조사들은 풍력 터빈을 만들어 공급하기로 했다.
당시 산업계도 이 발표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사실은 원전을 잔뜩 짓고 싶으면서도 '물타기'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앞세운다"고 의심했지만, 실제 '녹색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국제사회가 선도국만 탄소 감축 의무를 지던 '도쿄의정서(1997년)' 체제를 떠나 모든 국가가 규제를 받는 '파리기후협정(2015년)' 체제로 이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사업 참여 기업에서 실무를 총괄했던 한 관계자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해양플랜트 기술을 확보하는 등 풍력산업을 선도할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정권 기조에 맞춰주기 위해 구색만 갖추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3년 2월 4일 강남 한국전력 사옥에는 환경단체 활동가가 몰려들었다. 이날 정부는 6차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발표를 앞두고 공청회를 열었다. 전기본은 향후 15년치 전력 생산을 다루는 국가 계획으로, 대형 발전소 건설의 출발점으로 인식된다. 이 계획에는 삼척블루파워를 포함, 신규 석탄발전소 12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환경단체들은 이 계획을 두고 "졸속 추진"이라고 질타했다. 석탄발전 증설 계획이 2011년 9월 15일 초유의 정전 사태 여파로 성급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가을철 전력 수요를 과소평가했고 그 결과 일부 지역이 전력 공급을 끊는 '후진국형' 순환정전 사태를 맞았다. 이후 예비 전력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타고 기업들의 '석탄 러브콜'이 쏟아졌다. 동양그룹도 2011년 11월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합작법인(SPC) '동양파워'를 만들고 이듬해 7월 지식경제부에 건설의향서를 제출했다.
실제 6차 전기본은 당시 위원회 내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불과 2년 전인 2009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공식화했던 것과 대비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삼척블루파워의 설비 용량은 2.1GW로, 연간 탄소배출량이 약 1,300만 톤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 한국이 감축한 온실가스(2,220만 톤)의 58.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당시 전기본 분과위원이었던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전 전력거래소 이사장)는 "탈탄소 기조와의 정합성을 위해 배출량이 비교적 적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좌초자산 논란에도… 석탄 지켜준 전력 제도
6차 전기본 공청회는 환경단체 항의로 30분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정부는 2013년 2월 24일 서남해 해상풍력과 삼척블루파워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계획은 둘 다 챙기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운명은 엇갈렸다.
전기본 공개 이후 삼척블루파워는 호랑이 등에 탄 것과 같았다.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일단 시작된 석탄 발전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 석탄발전소는 무조건 손해 보지 않는 수입원이었다. 국가가 비용 상당 부분을 보전해 주는 '총괄원가보상제'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발전소에 전기 생산 및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데, 그 대가로 건설투자비와 고정비용을 '용량요금'(CP)이라는 형태로 지원해줬다. 국가 기간시설인 발전소가 망하지 않도록 정부가 최소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삼척블루파워에 대해 "탄소중립 정책 등 사업변동성이 내재돼 있다"면서도 "총괄원가보장 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이 확보돼있다"고 평가했다.
탄탄한 인허가 절차 역시 사업성을 보장해주는 주요 축이었다. 당시 정부는 전기본에 오른 모든 발전소에 대해 관례적으로 발전사업 허가를 내어줬고, 이 허가를 취득한 발전소는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후속 인허가 절차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정부는 인허가를 굉장히 널널하게 다뤘다"며 "일단 민간사업자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면, 허가가 하나의 기득권처럼 작용해 후속 절차를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가치가 약 240억 원에 불과했던 동양파워는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것만으로도 평가가 훌쩍 뛰었고, 2014년 8월 4,311억 원에 포스파워에 매각됐다.
풍력에는 맞지 않은 낡은 제도들
사실 석탄발전소의 경제성과 행정 절차를 보장해주는 제도들은 과거 한국 경제에 필요한 면이 있었다. 고도성장기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재빠르게 채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들은 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발전원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대표적으로 서남해 해상풍력은 총괄원가보상제를 적용받지 못했다. 정부가 발전량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해상풍력 발전량은 바람 등 자연 현상에 의해 결정되므로 거래소 지시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의도적인 차별이라기보다는 발전원 특성 차이에 따른 결과였다는 얘기다. 실제 해상풍력에 CP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그 결과 해상풍력의 사업성이 불안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2년 이명박 정부는 보조금 성격을 갖는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 발급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다. 그러나 해상풍력 발전단가는 전기 1킬로와트시(kWh·100만분의 1GWh)당 약 300원으로 매우 비싼 반면, 지원액은 160원 수준에 그쳐서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새 발전원에 맞는 제도 개선이 부족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인허가 절차에서 발생했다.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 입지가 어민들의 어업 구역과 겹치면서 '주민수용성'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는 입지 선정이 비교적 자유로운 화석연료 발전소가 크게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었다. 삼척블루파워는 산 중턱 폐광산 부지에 있어 인근 주민 사업에 거의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풍속, 연계거리, 지반 등 입지 제약 조건이 많은 해상풍력은 부지를 쉽게 옮기기 어려웠고, 어민과 갈등을 빚을 공산이 컸다.
군사정부 시절인 1978년 제정된 전원개발촉진법은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는 데 적합하지 않았다. 백옥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법체계는 인허가의 마지막 단계에서 주민과 소통하도록 구성된 측면이 있다"며 "(사업 초기에) 주민 의견을 듣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사업에서 소외됐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정부와 한국해상풍력은 결국 2016년 3월 1단계 사업에 한해 전원개발촉진법 적용을 강행했다. 이에 어민 반발이 쏟아졌고 공사는 2017년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사업은 2018년 0.06GW 규모로 준공됐다. 기존 계획보다 설비용량은 0.04GW 적고, 시점도 4년 늦었다. 이때 불거진 갈등은 사업이 향후 2, 3단계로 뻗어나가지 못하게 막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해결책은 13년 전부터 있었는데...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국책연구원과 사업자, 관계 부처 등은 법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쏟아냈다. 어쨌든 탈탄소 전환은 시대적 과제였으므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었다. 이때 제안된 내용들은 현시점에서도 해상풍력 도입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국내 전문가들은 2010년부터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특정 해역에 대해 정부가 먼저 인허가 및 주민 설득 절차를 마친 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사업자를 공모하는 방식이다. 사업 말미에 민간 사업자가 주민과 충돌하는 사태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일종의 '해상풍력 국가책임제'로, 덴마크와 영국은 각각 1995년, 2008년부터 이러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0년 두 국가의 정책을 분석하며 "국내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2011년 무역투자연구원은 당시 지식경제부의 용역을 받아 계획입지제 도입을 위한 법안을 작성했고, 2015년 한국법제연구원은 산업부 용역으로 해상풍력단지 주변 지역 보상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가 달라졌다. 특히 전문가들은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로 권력이 이동한 뒤 법 개정 동력이 꺼졌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심이 원전으로 완전히 쏠리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의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7월 박근혜 정부는 7차 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2기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반면,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내용을 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책 연구기관에서 해상풍력 사업 진행을 지켜봤던 연구원은 "사업 연구를 수행해 보고해도 정부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가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외친 것"이라고 한탄했다. 삼성중공업과 효성은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만인 2014년 서남해 사업 참여를 포기했고, 현재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만 참여하고 있다.
정권 교체에 꽉 막힌 에너지 전환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사업 동력을 되살리려 애썼다. REC를 통한 해상풍력 보조금 을 전기 1kWh당 대략 300원까지 높였고, 2021년 서남해 2단계 사업에 발전사업 허가도 내줬다. 같은 해 국회에서는 '해상풍력특별법(해풍법)'이 발의되며 계획입지 제도가 뒤늦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상풍력은 또다시 휘청였다. 같은 해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해상풍력 사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해풍법도 지난달 21대 국회가 종료되며 폐기됐다. 다만 현재는 여당도 해상풍력 필요성에 동의하는 분위기이며, 한국해상풍력은 민관협의회를 만드는 등 주민과 소통 창구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13년간 소모적인 정쟁이 남긴 결과는 처참하다. 올해 한국 해상풍력 설비 용량은 고작 0.12GW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 세계 해상풍력 설비 용량이 64GW로 2011년 대비 20배 이상 급증한 데 비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표다. 원전도 정권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여서 2011년 20GW에서 지난해 24GW로 4GW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석탄발전 설비 용량은 2011년 약 25GW에서 지난해 39GW까지 늘었다.
에너지 산업 전문가인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정부 계획이 성공하기만 했어도 현재 세계적인 해상풍력기업이 최소 2개는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석탄발전 사업자들이 웃음 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발전소가 '좌초자산(외부 환경 변화에 의해 가치가 급락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2일 방문한 삼척블루파워 현장은 이따금씩 공사 마무리를 위한 덤프 트럭만 오갈 뿐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배기가스를 멀리 날려버리겠다며 250m 높이로 지은 굴뚝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송전망을 계획대로 늘리는 데 실패하면서 전기 보낼 곳이 없어졌고, 발전소가 놀고 있기 때문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좌초자산 우려는 2010년대 초반에도 제기됐다"며 "이제는 송전망이 확충되더라도 원전·재생에너지가 먼저 접속해 석탄발전소가 정상 가동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2014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송전제약 문제를 지적했다.
재생에너지도, 원전도, 석탄발전도 모두 미래 계획이 흔들리고 있는 게 한국 에너지 정책의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일관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는 선언만 했을 뿐 치열한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며 "정량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미래 에너지 구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019130003323?did=NA
'5년 만에 원전 2배' 널 뛴 에너지 대계...정치에 감전된 전력 계획 (한국일보, 이윤주 김나연 기자, 2024.06.17 11:00)
[화성에서 온 재생E, 금성에서 온 원전] ①-1 숨은 승자, 화석연료
전력수급기본계획 5~10차 전문위원 분석
보수 정권은 정부·공공기관 인사가 절반 넘어
文정부는 재생에너지 옹호 인사 대거 유입
'18기 대 30기.' 불과 5년 사이에 뒤바뀐 국내 원자력발전 운영 기수 전망치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2031년에 원전을 18기만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 후 윤석열 정부는 2036년 원전을 30기나 돌리겠다고 계획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발전소 운영 방침, 에너지 정책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널뛴 것이다. 이런 정책 불확실성은 국가 전체에 막대한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계획을 어떻게 짜길래 정책이 이토록 요동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허술한 계획 수립 시스템'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미래 방향을 고민하기보다는, 정권 입맛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그 정점으로 꼽힌다. 전기본은 15년 장기 전력 수급 계획을 2년마다 작성하는 국가 계획으로 국가 전력 믹스(발전원별 비중)를 결정하는 '바이블'로 불린다. 관계 부처와 공공기관, 학계 전문가, 발전사업자 등이 모여 미래 에너지 방향을 논의하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문재인ㆍ윤석열 정부의 원전 계획도 각각 8, 10차 전기본에 담겨 있다.
그러나 16일 한국일보가 5~10대 전기본 작성자 명단을 전수 분석한 결과 현행 전기본의 의사 결정 구조는 사실상 형해화돼 있었다. 특히 보수·진보 정부를 떠나 위원 과반이 정부 입맛에 따라 찬성표를 던져주는 '들러리'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위원들은 "에너지 믹스 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보장받지도 못하며 반론이 있더라도 정부 기조와 다르면 묻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허술한 정책 계획 수립

도대체 누가 전기본 작성에 참여한 걸까. 한국일보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 때인 5차(2010년 12월)부터 윤석열 정부 때인 10차(2023년 1월)까지 전기본 논의에 참여한 전문가위원회(워킹그룹) 명단을 입수해 소속과 성향을 전수 분석했다. 결론은 어느 정부의 전기본 전문가 위원회든, 참여한 민간위원이 정부안의 당위성을 확인해주는 들러리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먼저 ①정부, 공공기관, 국책연구소 인사를 '범정부 위원'으로 묶고 ②그 외 전문가를 민간위원으로 분류해 학계와 시민단체, 기타로 나눴다. ③민간위원의 성향은 다시 친재생(탈원전)과 친원전, 중립으로 나눴다.
자의적 성향 평가를 줄이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자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거나 칼럼이나 토론회 등 공개석상에서 이런 의견을 직접 언급한 경우에 한해 '친재생(탈원전)' 인사로 했다. 친원전 인사로 분류할 때도 마찬가지 기준을 썼다. 대한상공회의소, 민간발전협회 등 전력 수요자, 공급사는 산업군으로 구분해 최종 중립으로 뒀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친재생(탈원전)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예컨대 한 언론사 포럼에서 "원전은 마피아가 맞다"며 탈원전 정책 필요성을 강조한 홍준희 가천대 교수는 친재생(탈원전) 인사로, 전력저장장치(ESS) 분야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일부 언론이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로 꼽은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중립 인사로 분류했다(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박 교수를 친원전 인사로 꼽았다). 한 칼럼에서 "솔직히 우리의 여건에서 원전을 대체할 만한 전원이 존재하는가"라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친원전 인사로 뒀다. 에너지업계에서 대표적 친원전 인사로 꼽는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책연구원 소속으로 전기본 논의에 참여해 '범정부 위원'으로 분류, 성향 분석에서 뺐다. 전기본 회의 분과 중 태양광 발전 비율이 높은 제주소위원회 전문위원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고 여러 분과에서 활동한 인사는 참여한 소위원회 수만큼을 곱했다.
출신 기관 등 보완하니 정부 입맛 맞춘 인사가 과반

그 결과 민간위원 중 중립 의견을 가진 인사가 압도적으로 많아 △5차 80% △6차 86% △7차 74% △8차 64% △9차 78% △10차 83%에 달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6차 전기본부터 범정부 인사보다 민간위원 비중이 높아 '톱다운(top-down) 방식'의 회의라는 세간의 비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 때인 8차와 9차 전기본의 민간위원 중 친재생 인사가 각각 12명(31%), 10명(20%)으로 비중이 늘었다.
겉으로 본 구성으로는 정부 반대편의 목소리도 담은 모양새다. 정부를 상대로 신고리원전 승인 취소 소송을 내는 등 탈원전 인사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박근혜 정부(7차)와 문재인 정부(8차) 전기본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역시 강성 친원전 인사로 꼽히는 정범진 경희대 교수도 문재인 정부의 전기본 전문위원(8, 9차)을 지냈다. 전기본 작성에 참여했던 고위 관료 출신 A씨는 "정해진 기간에 결론을 내야 해 가급적 중립 의견의 전문가를 위촉하고 친재생, 친원전 인사 중에서도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 분을 모셨다"고 말했다.
그런데 분류 과정에서 본보는 이상한 특징을 발견했다. 중립 민간위원 중 공공기관, 국책연구소를 거쳐 학계로 진출했거나 반대로 학계 인사 중 공공기관 수장을 맡은 인사가 상당했다는 점이다. '에너지의 정치화'가 본격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변호사가 전문가위원을 맡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이들은 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또는 산하기관에 자문을 한 적이 있었다. 정부·공공기관 출신 및 자문 변호사 등을 '범정부 인사'에 포함시켜 범정부 대 민간 비율을 다시 계산한 결과 보수 정권에서 꾸린 전기본 전문가위원회(5~7회, 10회)의 범정부 인사 비중은 최소 51%, 최대 67%로 모두 절반을 넘었다.
'탈원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전기본 전문가위원회는 민간 비중이 더 높지만(8차 66%·9차 60%), 범정부 인사와 친재생(탈원전) 성향의 민간위원을 합치면 각각 62%, 56%에 달했다. 결국 2010년 이후 구성된 여섯 차례 전기본 전문위원회는 모두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민간 전문위원 "애초에 자료 검증 한계...정부안 반박 어려워"
본보 인터뷰에 응한 5~10차 전기본 전문위원들은 성향에 상관없이 모두 "애초에 정부안을 반박하기 어려운 회의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의 전기본 실무안 작성에 참여했던 B위원은 "전력 관련 자료가 너무 방대하고, 공공 발전소 등 국가 보안 시설 자료도 많아 정부가 아니면 모으고 분석할 수 없다"며 "전력거래소 등 관계 기관이 지역별, 용도별 전력 수요와 발전량 등을 토대로 전력 수요 전망, 전원 믹스 등을 산출해오면 민간 자문위원들이 산출 근거, 인용한 경제 모형 등을 물어보고 문제점을 지적해 보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 전기본 작성에 참여한 C위원도 "전기본을 마련할 때 분과별로 10여 회 이상 회의를 열지만 1, 2시간에 그쳐 사실상 정부 보고를 듣고 한두 마디 의견을 덧붙이는 수준의 논의만 가능했다"고 말했다.
탈원전이 정쟁화된 이후 일부 회의에서는 아예 '새 정부 국정 운영 방향에 맞춰 전기본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전기본 논의에 모두 참여한 D위원은 "(두 정부 모두) 관료가 첫 회의에 대선 공약을 기초로 국무회의에서 정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갖고와 '이 내용을 바탕으로 전기본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고 공지하고 논의를 시작했다"며 "당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위원은 회의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설비 계획 등 기술·실무를 논의한 협의체에 이름을 올린 여러 인사는 이런 요구를 받은 적 없었다고 답했다. 정부안에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묵살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전기본 실무안 작성에 참여한 E위원은 "정부안에 반대 의견을 냈고 그걸 회의록에라도 기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이 정치에 좌우되다 보니 전기본에 담긴 전력수요 전망, 전원 믹스 목표가 시시때때로 바뀌었고 그만큼 현실과 엇박자를 냈다. 2011년 9월 예비 전력이 급감하며 서울을 비롯한 212만 가구의 전기가 한꺼번에 나간 대정전 사태 당시 한국전력이 집계한 연간 전력 수요는 496테라와트시(TWh)였지만, 1~5차 전기본은 2011년 전력수요를 최대 27% 적은 363~444TWh로 전망했다. 이때를 교훈 삼아 만든 6차 전기본(2013년 2월)에서 정부는 5년 뒤인 2018년 전력수요를 590TWh로 예측했는데, 이 수요는 4년이 지난 2022년에서야 달성했다.
가장 편차가 큰 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치인데, 흥미로운 건 이명박 정부인 5차 전기본(2010년 12월)에서 연도별 신재생 발전량 목표가 가장 높고, 이후 모든 정부에서 차츰 목표치를 줄였다. 예를 들어 2019년 신재생 발전량 목표는 △5차 50.69TWh △6차 44.35TWh △7차 47.03TWh △8차 42.71TWh였고 한전이 집계한 실제 발전량은 36.77TWh에 그쳤다.
원전 규모는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널을 뛰었다. 8차 전기본에선 신규 원전 6기 중단, 노후 원전 10기 수명연장(계속 운전)을 금지해 18기만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만든 10차 전기본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노후 원전 수명을 연장하기로 한 데 이어(30기), 최근 발표한 11차 전기본에서는 신규 원전 3기 건설 계획까지 꺼냈다. 원전 발전량 목표 비중은 23.9%에서 35.6%로 늘었다.
"정부 계획-현실 괴리 심해...실효성 의문"

대부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기본과 실제 전력 시장의 괴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8년부터 이어진 밀양송전탑 갈등을 계기로 전국 곳곳의 송배전망 건설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2023년 국정감사 기간 양향자 전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송·변전망 구축 사업 42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제때 지어진 사례는 7건에 그쳤다. 나머지 83%(35건)는 평균 41개월(3년 5개월) 이상 지연됐고 최대 7년 6개월 동안 늦어진 공사도 있었다. 전력망 확충이 늦어지면서 2022년 강릉에코파워 등 동해안에 석탄발전소들이 지어졌지만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이 때문에 에너지 업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설비 계획 중심의 전기본을 만들기보다 국책연구원 등 신뢰할 만한 기관이 시나리오별 전력 수요 정도만 전망하는 '아웃룩(Outlook)' 체제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지난해 열린 전력산업연구회 정책 세미나에서 "국가 에너지 수급 계획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상에 치우쳐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고 에너지 안보를 오히려 위협한다"며 "개발 경제 기간 동안 안정적 전력 공급에 기여한 수급 계획이 이제는 그 시효를 다했다"고 말했다. 전기본 논의에 참여했던 공공기관 출신 F씨도 "(아웃룩 전환에) 동의한다"며 "수급 계획은 정부의 정책 의지를 담고 있어 상당한 구속력을 갖는데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민간 사업자가 급증해 정부가 통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부 관료 역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아웃룩 전환에 찬성했다. 전기본의 상위 계획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이 윤석열 정부에서 없어졌는데 에너지 정책이 큰 혼란을 빚지 않으면서 '없어도 되더라'는 인식이 퍼졌다. 정부가 2008년부터 5년 단위로 만든 에기본은 전력, 가스, 석유 등 에너지 관련 20년 장기 정책을 망라한 계획으로 이를 바탕으로 전기본을 비롯한 각종 하위 계획이 마련됐다. 하지만 2022년 3월 탄소중립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에기본의 법적 근거가 담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폐지됐고 21대 국회에서 근거법 개정도 실패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4차 에기본을 마련하지 않았다. 전기본에 참여한 전문위원 중 4차 에기본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있었다. 에너지 전문가조차 폐기 사실을 모를 만큼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었던 셈이다.
A씨는 "에기본 폐기 때도 앞으로 전문성을 가진 기관이 에너지 수요 전망치 정도를 담은 아웃룩을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국무회의를 통해 집권 정부의 전력 정책 방향이 큰 틀에서 나오면 발전원별 하부 계획에 구체적 실행 방법을 담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조 따라 요동치는 정책 전원부터 없애야"
정부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도 미국, 유럽처럼 전력 아웃룩만 내놓는 정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 다른 관료 출신 G씨는 "한전과 공공·대형 민간 발전사 정도면 정부 주도의 전력 계획이 실현 가능하지만 이제 우리나라 전력시장에도 플레이어(태양광 등 민간발전업자)가 너무 많아졌다"며 "원칙과 기준, 절차를 정해 개별 플레이어가 전력시장 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 중심의 톱다운 전력 정책을 해외처럼 바꿀 때,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 출신 F씨는 "시장이 믿을 만한 전력 수요 전망을 내놓을 전문 기관과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 각 발전원별 설비 계획을 모아 국가 에너지 믹스를 조율할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본을 유지하면서 정치 논쟁을 피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정범진 교수는 "(우리 산업 구조에서) 전기본은 필요하다"며 "전기본을 논의할 때 정책 전원(원전, 신재생 등 정부 기조에 맞춰 발전량을 미리 계획하는 전원)의 기본값을 두지 말고 전원별 가격 곡선을 그려 가장 효율적 전원 믹스를 찾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 저감 전원에 비중을 두고 싶다면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가격에 탄소세 비중을 높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52716260000163?did=NA
"원전과 재생에너지, 적으로 두지 말라" 프랑스·스웨덴서 찾은 교훈 (한국일보, 리옹·브루마스·오콩쿠르(프랑스)= 신은별 특파원, 2024.06.18 04:30)
[화성에서 온 재생e, 금성에서 온 원전]
①-2 에너지 정책 교집합은 없나
원전 강국 프랑스, 재생에너지도 포기 안 해
스웨덴 "절대적으로 옳은 에너지 전략은 없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414270005603?did=NA
"2050년 재생에너지 최소 30% 필수"… 나머지 70% 발전원 '답이 없다' (한국일보, 김현종 기자, 2024.06.18 10:00)
[화성에서 온 재생e, 금성에서 온 원전] ①-2 에너지 정책 교집합은 없나요
'발전량 데이터 분석' 전문가에 예측치 질의
"재생 30%" 합의 불구 원전 가능 전망 갈려
"재생만 하면 100조 더 비싸, 감당 가능한가"
"원전 부지 4기 분량 남아… 최대 20%" 분분
정부, 명확한 로드맵 없이 "나중에 논의" 관망
'한국 발전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지난 10여 년간 들끓었던 에너지 정쟁은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미래 전력을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등 어떤 발전원에서 어떤 비율로 조달할지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좌 재생에너지 우 원자력발전' 지지로 분열된 정치 지형 탓에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려웠다.
한국일보는 최근 국내 전력·원자력 전문가들에게 미래 에너지 구성에 대한 의견을 '숫자'로 물어봤다. 30년 뒤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이 몇 퍼센티지(%)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데이터를 두고 논의를 함으로써 정쟁의 말씨름을 벗어나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기대도 있었다.
2022년 기준 국내 발전원 비중은 화석연료가 61.0%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원전(29.6%),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8.0%) 순이다. 그렇다면 2050년 발전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결코 단정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2050년 기준) 재생에너지가 최소 30%는 차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원전 비중을 얼마나 늘리든, 현재 10%를 밑도는 재생에너지 비중은 반드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머지 70%'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원전 비중이 20%를 넘기기 어렵다는 답변과 50%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교차했다.

"원전 50%여도 재생e 30%는 필수"
인터뷰에는 기후 싱크탱크 넥스트의 송용현 부대표, 엄지용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장),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발전원 구성 변화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원전·재생에너지에 '기술 중립적 자세'를 표방하는 점도 공통적이다.
'재생에너지 30%'라는 최저선은 원전업계에 가까운 이종호 연구원도 동의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을 지냈던 이 연구원은 "2050년 원전 비중이 30~50%는 돼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최소 30%"라고 답했다. 또 송용현 부대표는 넥스트 보고서에서 61%를 제시했고, 엄지용 교수 연구에서는 43~89%가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필요성을 주장한 배경에는 "원전 비중이 과반일 경우 전력 계통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아직까지는 '경직성 전원'으로 평가 받는 원전의 비중이 50%를 넘어서면 전력 초과 공급 가능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력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도 정전이 발생한다.
실제 이종호 연구원이 지난달 8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각각 50%, 30%일 때 봄철 저녁에 전력 공급 과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2050년 전력 수요를 기반으로 전력 수급 상황을 예측한 결과, 1년 중 전력 수요가 가장 적은 봄철에는 전체 수요 대비 원전 비중이 90%에 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원전이 초과 공급 위험 수위까지 건드리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핵분열을 활용하는 원전이 출력량을 제어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이론적 잠재력만 따져도 원전은 출력량을 50%이하로 내리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이마저도 현실에서는 연료봉 교체 주기 등에 따라 제약이 생긴다. 게다가 국내 원전은 상업운전 중 출력량을 80% 이하로 내린 경험이 없어서 환경단체들은 운전 방식 변화에 따른 안전성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봄철 수요가 예상 평균치보다 급격히 떨어질 경우 원전 경직성에 따른 정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연구원은 "원전 비중을 과반으로 높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사용해 공급 과잉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발전원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정 정도를 재생에너지 및 수소 발전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비용, 실현 가능성과도 직결"
다만 '나머지 70% 비중'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 연구원은 원전 비중이 50%가 될 때 가장 '비용 효율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송 부대표는 2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엄 교수는 20~30%는 넘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원이 '원전 30~50%'를 주장하는 근거는 비용이다. 그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는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 관점에서 비용 문제를 제기했다. 태양광 발전소가 낮에 초과생산한 전력을 저녁에 나눠 쓰기 위해서는 ESS가 필요한데, 재생 비중이 50%일 경우 설비 비용이 급증한다는 논리다.
특히 그가 분석한 '재생 50% 원전 30%' 시나리오 봄철 수급 패턴을 보면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봄철 낮 시간 태양광의 발전량이 순간 최대 300기가와트시(GWh)를 뛰어넘으면서, 동시간대 전력 수요(약 170GWh)를 130GWh나 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밤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0'에 수렴하면서 나머지 발전기의 생산량(100GWh)이 수요(140GWh)보다 40GWh나 부족할 전망이다. 1GWh는 한국 약 28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연구원은 "'재생 50% 원전 30%' 시나리오에서는 ESS 용량이 1,160기가와트(GW)나 필요하게 된다"며 "'재생 30% 원전 50%'에 비해 연간 발전 비용이 74조 원 비싸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수원 자료를 바탕으로 ESS 가격을 1GW당 4,000억 원으로 산정했다.
엄 교수 역시 연구가 제한된 조건하에 진행됐다는 점을 전제로 2050년 원전 비중이 '20~30% 정도'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경제성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부문별·발전원별 시나리오를 분석한 보고서를 2021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원전 비중을 20% 이하로 제약할 경우 전환 비용이 급격히 커진다고 결론을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책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제한할 경우 탄소중립 비용은 계속 치솟아 2050년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90%에 달하는 반면, 원전 비중은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을 가정한 결과다. 반면 시장 경쟁에 따라 원전 도입을 허용할 경우 재생·원전 비중은 각각 47%, 50%로 바뀐다. 이 경우 탄소중립 비용은 2050년 GDP의 약 3.6%로 예상된다. 원전 도입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가 GDP의 0.9%포인트나 차이 나는 셈이다.
다만 엄 교수가 신규 원전이 없을 때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 비용은 2050년까지 총 100조원 정도로, 이 연구원의 추정치인 '연간 74조원'보다 훨씬 적다. 두 전문가가 계산에 사용한 발전원·ESS설비 가격 전망치가 다른 탓이다. 엄 교수는 "계산에 사용한 발전단가(LCOE)가 얼마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건설 기간·기술 지연 등 비정량적 변수가 얼마나 개입하는지 등에 따라 예측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100조 원 가량이 더 든다면 과연 사회가 수용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원전 부지 없는데... 어떻게 추가로 짓나
물론 신규 원전 건설도 한계가 있다. 부지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 원전을 지을 만한 지역은 포화 상태이며, 주민들의 안전 우려 탓에 추가 부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송 부대표는 "국내에 남은 원전 부지는 과거에 예정 구역으로 확정됐던 지역 정도뿐일 것"이라며 "신규 원전은 2~4기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2050년 상업운전 원전은 최대 34기로, 발전 비중이 20%를 넘지 못하리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현재 국내에서 공식 검토되고 있는 원전 부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던 강원 삼척(대진 원전)과 경북 영덕(천지 원전)이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 두 곳은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지정을 해제한 뒤 유치 동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특히 삼척은 현재 해당 부지에 복합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송 부대표는 "부지 확보 문제는 (신규 원전 건설 논의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사항"이라며 "주민 수용성 외에 해당 지역의 송전 용량이 신규 원전의 발전량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강원 삼척은 2022, 2024년 신한울 1·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송전 용량에 비해 발전소가 너무 많아 석탄발전소들이 가동을 못 하고 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대형 원전으로는 발전량 비중이 30%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사용하면 50%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바닷가 이외 지역에도 설치할 수 있는 SMR이 개발되면 신규 후보지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SMR은 상용화된 적이 없고 실현 가능성 역시 여전히 논란이 많다.
꽉 막힌 에너지 정책… 정부, 계획은 있나
결국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마음껏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탄소중립에 '2050년'이라는 데드라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 시간마저 부족하다. 원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부지 문제를 적극 해결하든,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든, 명확한 정책 추진이 시급한 이유다.
그러나 정치는 명확한 합의를 내리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공개한 11차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대표적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공공·민간위원안'이지만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해 그 의중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선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에 관한 명확한 설명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전기본 위원들은 2038년까지 1.4GW(1GW급 발전설비는 이용률 100% 기준 250만 가구가 매일 사용할 전력 생산) 대형 원전 3기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면서도 "부지 확보 등을 고려하여 정부가 최적안을 도출할 것을 권고한다"고 논의를 미뤘다. 제1 우선순위인 부지 문제를 외면한 것이다. 게다가 '3기 이후'에 대한 계획 역시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무안이 확정되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부지 선정 관련) 후속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보급 측면에서도 이 계획안은 턱없이 부족하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2038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불과 147GW로 설정했다. 이는 송 부대표가 추가 원전 건설 없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 300GW(2040년)보다 153GW나 부족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의 강도를 생각하면 이 같은 대응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2021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2050년 전력 수요를 1,200테라와트시(TWh·1TWh는 1,000GWh)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발달, 산업·수송 전력화 등 영향으로 지난해(588TWh)의 2배가 넘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전이 발전원 비중 50%를 넘으려면 매년 1.4GW급 대형 원전을 3, 4기씩 착공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60%를 확보하려면 매년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2.5GW) 같은 대규모 단지를 2개씩, 태양광 발전소를 경기 수원 면적(121㎢)만큼 늘려야 한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과속을 해야 겨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엄 교수는 "최근 여러 연구 결과들이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현재의 정부 정책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목표를 진정성 있게 이행하려 한다면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송 부대표도 "과제의 크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지금이 데드라인"이라며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제·해상풍력특별법 제정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6589
재생에너지 확대하겠다며, 대체 왜 석유가스 시추를? (비마이너,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24.06.27 11:55)
[인권으로 읽는 세상]
지난 6월 3일, 22대 총선 참패 이후 대국민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나선 첫 국정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뜬금없이 ‘동해 석유가스전 탐사시추’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산유국을 꿈꾸는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함께 탐사업체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들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5월 31일, 산업통산자원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했다. 2024년~38년까지 전력수급 기본방향을 담은 11차 전기본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2038년 전력수요가 23년 대비 최소 31%(30.6GW)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밝혔다. 한편 핵발전 확대 일변도이던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간담회’를 열어 10여 개 에너지 대기업들에게 적극적인 정부 지원도 약속했다.
가장 더운 6월이라며 폭염에 대한 뉴스는 반복되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야기하면서도 핵발전 확대와 더불어 화석연료까지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마치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라는 명확한 전략 아래 추진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전환보다 이윤’이라는 속내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 자본주의 산업화의 첨병, 국가 전력체계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는 당연히 윤석열 정부 차원의 정책을 넘어선다. 길게는 1960년대 시작된 국가 개발독재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61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부는 자본주의 산업화를 위한 국가 인프라로서 전력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당시 존재하던 전기회사 3개를 통합해 ‘한국전력’을 만든다. 당시 미국의 차관원조와 자문에 기초해 진행된 국가 전력체계의 특징은 남동부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을 통해 남동임해 중공업단지와 서울수도권 경공업단지로 공급하는 것이다. 즉 전력 생산의 일차 목표는 자본주의 산업화/공업화를 위한 ‘저렴한 전기에너지’의 공급이었던 것이다. 농촌지역에 전기가 들어간 것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 이후였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1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인프라로서 ‘전원(電源)개발 5개년 계획’을 동시에 추진했는데, 당시 군사정부의 경제개발/전원개발 계획들은 문자 그대로 군사주의를 전체 사회로 확장하면서 추진되었다. 자본주의 산업화/공업화는 대외원조와 초기 자본축적을 통해서 시도되는데, 바로 초기 자본축적에 중요한 요소가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었다. 분단상황과 반공주의 아래 군사작전을 하듯 발전소, 송전망 건설 사업이 진행되었고, 이는 노동자와 지역주민, 자연에 대한 엄청난 착취와 수탈, 폭력을 통해 관철되었다. 전력다소비 기업에 혜택을 주는 에너지 공급체계, 모두를 위해 일부가 희생해야 한다는 ‘국책사업’ 논리가 이때 자리를 잡았다.
- ‘혁신과 성장’으로 간판을 바꾼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
1990년대에 한국 정치는 군사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해갔지만, 경제는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커녕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었다. 오히려 공공이 담당하던 에너지, 교통, 통신 등 기반시설에 대한 민영화/사유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이제 자본은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외환위기 이후 집권한 민주당 정권의 신자유주의 민영화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었다. 구조개편으로 한전은 ‘송전, 배전, 판매’를 담당하고, 기존의 발전부문은 6개 발전공기업으로 분할되어 전력시장에 새롭게 들어온 대기업 민자 발전사와 경쟁하게 된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발전공기업 경영의 결과였다. 발전공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위험 작업을 외주화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을 대폭 늘렸고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모든 사항들은 아껴야 할 비용이 될 뿐이었다. 이제 민자발전의 비중은 전체 전력 설비의 40%를 넘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도 민자발전사는 역대급 이윤을 기록했고, 이들의 전기를 비싼 값에 구매해야 했던 한전은 수십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이러한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 흐름이 기존 전력산업의 권위주의적 개발정책과 결합해 자행된 폭력의 현장이 ‘밀양’이다. 수익과 매출실적 압박에 내몰린 에너지 공기업들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대대적인 해외 자원에너지 사업에 나서게 된다. 2009년 한전은 아랍에미리트와 원전 수출계약을 맺는데, 수출 모델이 된 신고리 3호기가 2015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지체 보상금을 물도록 계약한 것이다.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송전선로가 완성되어야 했고, 2014년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이 자행됐다.
- ‘에너지 시장화, 상품화’에 날개를 단 ‘2050 탄소중립’
지난 20여 년 동안 이어진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 시장화 흐름은 2019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날개를 달게 된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녹색산업을 자본의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적극적인 자본 유치와 투자 촉진을 통해 신자유주의 녹색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정부 지원으로 돈이 되니 크고 작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뛰어들었고,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허가로 산비탈이 깎이고 태양광 패널로 논밭이 뒤덮였다. 대규모 발전시설인 해상풍력의 경우, 현재 사업허가를 받은 77개 가운데 71개가 대기업과 해외 투기자본이다. 이대로라면 2038년까지 120GW로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대부분을 민간자본이 소유하고 운영하게 된다.
이에 더해 2021년에 시행된 ‘기업PPA’ 법안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기업에 직접 전력을 판매하고, 지난 6월 14일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특별법’으로 지역에너지사업자가 특정 지역 내에서 직접 전력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 재생에너지, 지역분산형 에너지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이를 ‘에너지 시장화/상품화’를 통해 이루겠다는 게 핵심이다. 누구에게나 존엄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에너지’는 사회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평등하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화/상품화’는 그 어떤 사회적/민주적 통제도 거부하면서 오직 시장논리에 따라, 구매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윤축적과 시장확장을 목적으로 할 뿐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나, 생태적 지속가능성과는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오직 이윤과 시장 확대 가능성이 모든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9차 전기본에서 2034년까지 총 30기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을 밝힌다. 그런데 9차 전기본에는 포스코, 두산, SK, GS 등 에너지 대기업들이 참여한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면서, 핵발전소 건설과 석유가스전 개발에도 뛰어드는 것은 해당 산업계의 이해를 충실히 따른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에너지 전망보고서’는 큰 폭의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재생에너지가 대폭 확대되고 있지만, 결코 온실가스 감축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더 큰 폭으로 에너지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확대된 재생에너지는 늘어난 에너지 소비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반도체 산업확장,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무려 30.6GW나 에너지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바로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의 작동방식이다. 기후정의운동은 이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인지(RE100), 화석연료로 공급할 것인지 묻는 프레임 자체를 바꿔내야 한다. 생태적 한계를 넘어 이윤을 위해 무한 팽창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에너지 체제에 맞선 투쟁으로, 체제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에 함께 맞서 싸우는 이들
지난 5월 28~29일 이틀 동안 부산에서 공공운수노조 발전HPS 지부의 첫 파업투쟁이 펼쳐졌다. 발전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남부발전의 하청업체로 전국 곳곳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총고용 보장’,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정의로운 전환 이행!’을 요구하며 싸움에 나선 것이다. 발전산업 민영화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위험하고 힘든 일로 내몰리던 노동자들이 정부의 대책 없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맞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총고용 보장을 주장하며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정의로운 전환을 외쳐왔던 기후정의활동가들의 힘찬 연대투쟁이 함께했다.
정부는 대규모 해고가 불가피하다며 석탄화력발전소 수십 기를 폐쇄하면서 신규 민자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고,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전 노동자들이 ‘공공재생에너지’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통해 전환의 경로를 제시한 것이다. 이틀간의 파업투쟁을 마친 발전HPS 노동자들은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 투쟁 집회에 함께 하며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삶을 살리는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자고 외쳤다.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 아래 빼앗기고 짓밟혀온 이들이 함께 모여 이 체제에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하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 공공재생에너지 운동,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에 맞선 싸움의 다른 이름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공공이 직접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환에 나서, 공공 소유/운영의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운동이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 시스템은 지금의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지난 70여 년 동안 개발독재, 신자유주의 민영화, 에너지 시장화와 상품화라는 다양한 작동방식이 착종되며 유지되고 있는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체제가 기후생태위기를 초래했음에도 오히려 에너지 산업을 혁신하고 키워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며 끝없이 팽창하며 모두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이 이 에너지 체제의 주연과 조연을 번갈아 가며 맡으면서 말이다. 이 세상의 정언명령이 된 ‘이윤추구’에 맞선 투쟁으로부터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향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그동안 자본축적의 선도자, 보조자 역할을 자임했던 ‘공공’을 탈환하고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단지 공공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소유/운영을 넘어,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사회생태적 재생산을 목표로 공공이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전면적인 재배치와 계획/조정자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진다. ‘무엇을 위한 에너지 생산인가’,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할 것인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윤’이 아닌 모두의 평등하고 존엄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에너지라는 원칙에서 출발할 것이다.
https://vop.co.kr/A00001657814.html
RE100 압박에 해외로 떠나는 기업, 붙잡으려 안간힘 지자체...“소도 외양간도 잃는다”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2024-07-16 18:33:53)
이러다 정말 수출기업들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1718100004981?did=NA
변전소 하나 못 지어 2.6조 투자 기회 날려...지금 대한민국은 'RE100 빈곤국' (한국일보, 무안= 이상무 기자, 나주예 신혜정 기자, 2024.07.22 04:30)
[2050, RE100 달성 가능한가]
국내에 'RE100 데이터센터' 짓겠다던 외국 기업
재생에너지 쓸 변전소 없자...'필리핀'으로 떠나
RE100 달성, 기업에 '미룰 수 없는 다급한 과제'
글로벌 스탠더드이자 무역장벽화 된 'RE100'
"한국은 달성할 수 있는 환경 갖췄나" 질문
본보, 재생e 잠재량·발전단가·전력망 등 진단
RE100이 무엇이길래, TGK는 한국을 떠나 필리핀으로 갔을까.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줄임말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최근 2, 3년 사이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동참하면서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인 IDC를 운영하는 기업들에는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TGK도 이런 흐름 속에 있는 기업 중 하나다.
RE100 이행에 따라 수출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RE100이 사실상 '무역 장벽' 역할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 특성을 감안하면 RE100 이행은 곧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솔라시도 관계자의 말처럼 국내 상황은 여의치 않다.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더욱 그렇다"는 비관적 전망을 담은 목소리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2050년 RE100 달성, 한국에선 가능성이 낮은가
한국에서 RE100 달성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한국일보는 5~7월 약 3개월 동안 RE100 달성에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지정학적 잠재량 및 정책 역량(전력 계통 등)을 평가해 실제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여건이 갖춰져 있는지 따져봤다. 재생에너지 규모를 키우는 데 있어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 나가는 에너지 선진국의 정책 현장을 취재하고 전문가 인터뷰와 데이터 분석 의뢰를 통해 RE100 이행의 현주소와 한국 재생에너지의 앞날을 예상했다.
그 결과 국내 지리 여건과 기술 요소를 고려하면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을 모두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예측됐다. 이에 발맞춘 전력망 보강 계획도 세워져 있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2050년에 가까워질수록 싸지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러 규제를 대입하면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대폭 줄어들었다. 전력망 보강 계획 중 유의미하게 실행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보강 계획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의 당위성을 확인하게 됐다. 이에 한국일보는 "제도 변화 없이는 2050년 RE100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보도할 예정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1921420005865?did=NA
일본기업 "재생에너지 3배 늘려달라" VS 한국기업 "해외 투자할 수밖에" (한국일보, 나가노·도쿄= 신혜정 기자, 나주예 이상무 기자, 2024.07.24 04:30)
[2050, RE100 달성 가능한가]
日 "기업 요구로 정부·전력업계 움직여"
韓 "정부·한전 중심 체제에서 눈치만 봐"
전력시장 독점 깬 일본, 재생에너지 확대
“2018년에 처음 재생에너지 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전력회사들이 ‘정말 (이 비싼) 재생에너지를 살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공급도 부족해 매우 애를 먹었지만, 장기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5일 일본 나가노현 엡손(EPSON) 히로오카 사무소에서 만난 가쓰미 기무라 지구환경전략추진실 부실장은 처음 재생에너지 조달을 위해 나섰던 6년 전을 이렇게 회고했다. 글로벌 프린터 제조기업인 엡손은 당시 다른 기업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고생길’을 택했다. 2018년 일본 전력 구성비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9%에 불과했기에 엡손의 의지도 머지않아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엡손은 그러나 지난해 일본 국내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 84만2,837메가와트시(MWh)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채웠다. 일본 제조기업 중 최초로 재생에너지(RE)100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 디스플레이·반도체 소재기업인 LG이노텍(87만2,537MWh)의 2022년 세계 사업장 소비전력과 비슷한 양이다.
엡손은 최근 나가노현, 지역 기업들과 함께 수력발전소를 개발하는 ‘신슈 그린 프로젝트’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일본 기업의 RE100 가입 증가로 재생에너지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공급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쓰미 부실장은 “지금까진 해외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는 수준이었지만, 조만간 ‘요구’로 바뀔 것”이라며 “경쟁력을 지키려면 한발 앞서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긴 마찬가지인데, 대응 다른 한·일
‘2050년까지 기업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글로벌 RE100 캠페인은 2014년 출범 당시만 해도 산업계의 기후변화 대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사실상 ‘무역 장벽’이 됐다. 수출중심 경제인 아시아 국가, 특히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과 일본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지고 있다. 영국 비영리단체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RE100 가입 기업들을 대상으로 RE100 여건을 조사한 결과, 한국과 일본은 ‘가장 장벽이 많은 나라’ 1, 2위에 각각 꼽혔다. 둘 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가 적은 데다, 전력망으로 치면 고립된 섬이다 보니 유럽처럼 해외 조달도 어렵기 때문이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양국 산업계의 대응 방식은 사뭇 다르다. 한국 기업들이 조용히 속앓이를 하는 것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자국 내 재생에너지 조달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를 향한 메시지도 명확하다. 지난달 25일 파나소닉, 기린홀딩스 등 88개 기업이 일본 정부에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공급을 현재의 3배로 늘려달라’고 정책 제안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소니, 소프트뱅크 등 92개 기업이 정부에 2030년 에너지기본계획의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40~50%로 상향하라고 요구했고, 22~24%였던 목표가 36~38%로 수정됐다.
여기에는 249개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단체 ‘일본 기후리더 파트너십(JCLP)’이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 3일 도쿄에서 만난 JCLP의 부의장 아베 사토시 리코(RICOH) ESG센터장은 “일본에서도 약 10년 전엔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같은 업계 단체의 영향이 강해 재생에너지 관련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2015년 파리협정 등 국제사회의 변화가 뚜렷해지면서 탈탄소 대응 시급성을 느낀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RE100에 가입한 프린터·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 리코가 JCLP 활동을 주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 센터장은 “수요자인 기업이 나서서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야 정부도 전력업계도 확신을 갖고 공급에 나선다”며 “덕분에 최근 관련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수요 맞춰 다양한 발전원 개발한 일본
한국 기업들도 위기의식은 크다. 해외 고객사들의 공급망 탈탄소화 요구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 분야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독일 공급망실사법이 시행되면서 독일 고객사들로부터 ‘빠른 시일 내에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이 독일의 두 배나 되는 현 상황에서는 결국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일본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중요한 제도적 차이가 있다. 전력시장이 한국전력 독점 구조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2016년 전면 개방됐다. 일본 전력시장은 1995년 발전시장 자유화를 시작으로 2001년 대형 수요자 대상 소매자유화, 2016년 전면 소매자유화까지 차근차근 변화했다. 각 지역 전력회사가 수요에 맞춰 다양한 방식의 발전원을 개발하고, 기업들도 전력을 구매할 때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재생에너지가 여전히 화석연료보다 비싸지만, 경쟁을 통해 가격이 점차 안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직된 전력시장은 기업들을 침묵하게 한다. 전원 공급도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중심으로 결정되니 변화의 여지가 적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연구원장은 “기업들도 재생에너지가 더 필요하고 너무 비싸다고 여기지만, 정부가 전력 계획을 좌우하고 모든 사업이 한전 중심인 현 체제에선 말을 못 하고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외 재생에너지로 국내 RE100, 궁여지책
한국 기업들은 결국 해외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은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갖춰진 호주로 눈을 돌렸다.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운영해온 아연 제련소(썬메탈) 인근에 2018년 자체 대규모 태양광발전소(125MW 규모)를 건설해 사용전력의 20% 이상을 조달하고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해외 자회사 아크에너지의 풍력발전소 지분 30%를 인수해 자금을 지원했다. 고려아연은 이 풍력발전소 발전용량(923.4MW) 중 30%를 썬메탈에 공급할 계획이다. 썬메탈 연간 사용전력량의 약 21.8%에 해당하는 양이다. 썬메탈은 이로써 사용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태양광과 풍력이 만든 전기로 채우게 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로 제련소를 운영하면 비용 측면에서 상당히 부담되는 반면, 호주는 태양광, 풍력발전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RE100 달성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궁극적으로 호주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그린수소1를 만들어 국내 RE100 달성에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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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생에너지, OECD 최하위 수준 (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2024.07.25 17:50)
환경‧시민단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비판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탈석탄법연대, 탈핵시민행동 등 4개 연대체로 꾸려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백지화 네트워크’는 1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시민사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 15일 전력수요와 탈핵을 중심으로 살펴본 1차 토론회에 이은 두번째 토론회로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력 계획의 원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발제에서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제11차 전기본에 따라 “2038년에도 석탄발전 비중이 10%를 넘고 2040년 이후에도 석탄 사용이 지속될 것이며 이는 1.5도 목표(50% 확률)에 한참 부족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암모니아 혼소와 LNG열병합과 수소혼소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그는 “조기 탈석탄을 위해서는 22대 국회에서 탈석탄법 요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 관점의 공통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시민사회 차원의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국제적으로 3배 확대하겠다는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정의로운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점과 이윤을 중시하는 민간 기업 중심의 전환의 문제점을 함께 짚었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서 정의로운 방식을 위해서는 발전공기업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정의로운 전환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공적 투자를 통해 공적 기관에 의해서 개발되고 소유, 운영되는 공공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 발제에서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재 전력계획은 집권 정권의 방향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는 것과 수요 전망 등 불확실한 전망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 폐쇄적 수립 구조를 가진다는 등의 문제를 짚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실효성 있는 계획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며 재분배와 재조직, 재권위, 재상상 등 사회적 계획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또한 “성장·수출 패러다임에서 포스트성장 등 대안 패러다임 담론과 전략을 담아 대안적 전력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국장은 “누구를 위한 수요 전망인지 모르겠다. 지금의 발전 설비 계획은 지역의 갈등을 유발한 것“이라며 “에너지 민주주의에 기반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며 수요지와 공급지의 일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재백 발전노조 부위원장은 석탄발전의 폐쇄는 8000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고용 측면의 부정의함을 지적했다. 이재백 부위원장은 “석탄발전 노동자들도 석탄 폐쇄에 동의한다. 하지만, 고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석탄발전을 폐쇄하라고 적극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노동자들과 기후운동이 함께 정의로운 투쟁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과거 전기본이 국가 투자계획이었다면,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반영하는 계획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시장주의와 민영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전력계획은 무한한 성장의 예측이 아니라 생태적 한계 내에 머무는 규범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공공적인 지역분권 계획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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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재생에너지에 대한 적대감은 어디서 오는가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2024.08.19 15:27)
RE100 동참 글로벌 기업들, 한국에 설자리 없어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자국에서 사용할 만큼의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서는 놀라우리만치 적대적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재생에너지뿐이다.
원전조차 우라늄을 수입해야 하며, 우라늄 수입은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니라 국제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수급을 장담할 수 없다.
2023년 COP28 당사국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확대 합의했지만,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재생에너지에 대한 감사와 수사를 시작했다. 정부가 나서 공포감을 조성하니 재생에너지업계는 숨을 죽였고, 당연히 재생에너지 보급은 지지부진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적대심을 조성하는 데는 언론도 한몫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옆 태양광의 빛 반사로 인해 교통사고 증가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실제로는 낭설에 불과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확대가 차질을 빚으면서, 탄소중립 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국내의 재생에너지 공급물량이 너무 부족해 해외로 공장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기업인 볼보와 같은 기업들은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50%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전체 에너지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구할 수 없는 기업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에 진출하려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의 지자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영암군은 기업들의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영암 RE100' 비전을 공개하며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기도 역시 4가지 분야에서 2030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준을 3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알렸다.
그러나 지방은 땅은 있지만, 인력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소 용지와 가까운 거리에 계통망 인프라 부족으로 태양광을 연결할 수 없다는 점과 장기간의 인허가, 이격거리 규제, 고금리 등으로 실제 사업 추진에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현실적인 해결방법으로는 산단 인근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에너지 생산원과 수요처가 붙어 있으므로 수송과정에서의 전력손실도 줄일 수 있고, 대규모 송전망 건설로 인한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다.
산업단지는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인허가와 함께 전력수요가 가장 많고 태양광 기준 40GW(기가와트)를 설치할 수 있는 지분이 장점이다. 다만 산업단지에 재생에너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들의 협조와 함께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0년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 세계 전력수요는 꾸준히 상승 중이며, 화석연료 비중은 내려가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올라갔다. 기후변화 대응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발전원이 된 셈이다.
반면 우리는 말로만 재생에너지를 외칠 뿐, 현장에서는 외면하거나 심하게는 배척받고 있다. 지자체의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는 재생에너지를 혐오시설로 낙인찍고 있다. 정부는 진정 재생에너지 확대를 원하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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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 “정서가 열악”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2024.08.12 19:18)
재생에너지 잠재력‧‧‧ “자국 사용 가능한 전력 충분히 생산”
글로벌 RE100 요구에 국내 중소‧중견사 해외로 공장 이전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한 게 아닌, 재생에너지 정서가 열악하다.” 지난달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에서 주관한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정책토론회’에서 패널토론자로 나온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이같이 경고했다.
이 교수는 “전 데이터를 보는 엔지니어로 말하자면, 산업부 관계자들도 그렇고 재생에너지가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이런 잘못된 생각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그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자국에서 사용할 만큼의 전기를 충분히 생산 가능하다. 반면 재생에너지 정서는 정책의 일선 현장에서 아직까지 작용을 할 만큼 금융권, 주민들에게도 공포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이 교수는 “현 정부가 출발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감사와 수사로 시작을 했다. 정부가 하니 당연히 무섭다. 이렇게 생긴 공포 분위기를 해소하는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런 공포감에 언론도 한몫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옆 태양광의 빛 반사로 인해 교통사고 증가했다고 부풀렸는데 결국 낭설에 불과하다. 이런 것들로 인한 부정적 정서를 해결하고 교정해야 재생에너지 정책 활성화 및 시행이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현재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0년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 세계 전력수요는 꾸준히 상승 중이며, 화석연료 비중은 내려가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올라갔다. 기후변화 대응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발전원이 된 셈이다.
자국서 재생E 인프라 미흡 시, 사업장 이전밖에‧‧‧
2023년 COP28 당사국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확대 합의했으며, 기업들이 RE100으로 인해 받는 압박은 현실이며 최악의 경우 사업장 이전을 통해 대응을 하겠다는 곳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최근 중소‧중견 기업 대상 인터뷰를 통해 “해외의 탄소중립 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국내의 재생에너지 공급물량이 너무 부족해 해외로 공장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보와 같은 저명한 글로벌 기업들은 아주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50%를 요구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없는 기업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 지방으로 공장을 가려는 입장이다.
이러한 추세다 보니, 영암군은 기업들의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영암 RE100' 비전을 공개하며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유진 소장은 “지역소멸이나 지역 일자리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고 조언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RE100을 어느 지역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당 토론회에 참석해 환영사를 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소득양극화에 대한 불평등 해소,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경기도가 기후변화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경기RE100이 전국적으로 퍼져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전했다.
이날 경기도는 크게 4가지 분야에서 2030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준을 3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알렸다. 4가지 분야란 ▷공공기관, 공유부지 RE100 ▷RE100 특구 조성 및 산업단지 RE100 전환, RE100 기금 조성 및 운영과 중소기업 에너지 효율화 ▷RE100 마을‧농촌, 기후행동 기회소득 공급 ▷E100 플랫폼 개발, 기후테크 발굴 육성, RE100 스테이션‧클러스터 구축 등이다.
경기도 등 중앙보다 지자체에서 ‘재생E' 공급 나서
또 국내 최초로 ‘자가소비형’ 재생에너지 인증서 발급‧거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가소비형 태양광 프로젝트의 발전량 인증 플랫폼을 통해 기업 RE100 이행에 활용하고, 시간 단위의 사용인증이 가능한 정책과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혁신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RE100 인증 못 받는 자가소비 재생에너지 및 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경기 RE100 인증서’를 발급해 재생에너지 공급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산업군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실질적인 한계점들이 제기됐다. 민현기 LS일렉트릭 전력그리드영업팀 파트장은 “재생에너지 건설을 위해선 땅이 필요한데 땅은 지방에 있다. 그러나 지방은 인구가 소멸 중이기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만 건설되면 계획이 수립되다 보니 계통 포화로 연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소 부지 지근거리에 계통망 인프라 부족으로 태양광을 연결할 수 없다는 점과 장기간의 인허나, 규제, 고금리, 치열한 RE100 경쟁력에 의해 실질적으로 노지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RE100, 국가적으로 ‘산업단지’ 통해 끌어올려야”
그렇기에 민 파트장은 국가적으로 RE100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트리거의 무대는 ‘산업단지’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인허가와 대한민국의 전력수요가 가장 많고 태양광 기준 40GW(기가와트)를 설치할 수 있는 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단에 RE100을 정착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민 파트장은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책 역시 요구된다”고 봤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현진 재생에너지정책과 행정사무관은 “해상풍력은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보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제조, 설치, 금융 등 적극적 지원할 예정”이라며, “태양광 부문은 산단 태양광, 영농형, 건물일체형까지 여러 다양한 법안들과 제도적 개선들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격거리 규제 개선은 합리적으로 개선 및 추진할 예정이며, 제도적 부분도 현재 RE100 수요 대응을 위해 같이 연계해서 추진하고 RE100 기업 지원 부문 역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503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더 미룰 수 없다 (매노,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2024.09.03 07:30)
2024년 여름은 악화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민들이 다시 한번 체감하게 만들었다. 올해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20.2일이었는데, 1994년의 16.8일이나 2018년의 16.7을 4일 가까이 초과한 사상 최대였다. 서울만 볼 때 34일간 이어진 열대야는 1907년 이후 118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그 탓으로 전력수요 역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5일 93.8기가와트를 넘더니 20일에는 무려 97.1기가와트로 역대 최고 기록을 연속 경신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했던 8월7일 전력수요 90.7기가와트보다 무려 5.65% 증가한 수치다. 그나마 총수요가 최대에 달한 시점에서 전체 전력공급의 17.5%를 차지했던 19기가와트의 태양광 발전이 수요 증가 충격을 완화해 줬다.
이처럼 기후 대응 지연이 폭염과 혹한과 같은 기후재난 확대로 이어지고, 다시 여기에 적응한다고 에너지소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막아야 한다. 그 유일한 방안은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하고 대규모적인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에너지 공급의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다. 즉,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에너지는 전기로, 모든 전력은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는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대대적인 에너지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NEF)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발전소 용량의 무려 91%가 태양광과 풍력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재생에너지 신설 절대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며, 핵발전에 집착하느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과 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심지어 에너지전환에 따라 완전히 재편해야 할 전력망 재구축이 지지부진한 결과, ‘송전 능력 포화’라는 명분으로 기존 태양광과 풍력은 출력제한을 강제당하거나, 아예 신설 허가를 미루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요구에 따라 2021년 이후 글로벌 에너지 요금 인상 요인을 자체로 감당한 탓에, 203조원까지 불어난 한전 적자는 공격적인 송전망 투자의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물론 지난 2년 동안 전기요금을 44% 인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면 기후재난과 에너지 수요 증가라는 악순환을 하루빨리 끊어 낼 확실한 해법이며,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검증된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핵발전은 재생에너지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폐기물 문제를 포함해서 핵발전이 내재한 고유의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핵발전의 긴 건설 기간은 기후 대응의 골든타임인 당장 10년 동안을 무력하게 만든다. 더욱이 핵발전은 시간이 지나도 건설과 운영비용이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경제적으로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글로벌 발전시장에서도 재생에너지가 핵발전보다 압도적으로 규모가 큰 것은 물론이다.
둘째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정책과 제도, 공공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22대 정기국회에서 기후상설특위를 가능하게 할 입법은 물론, 탈석탄법, 태양광과 풍력 관련 입법을 서두르는 한편 유틸리티 규모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한 공적 재원 마련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력망 재편과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이미 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전환에 따라 전력망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리라고 조언했지만, 한국은 전력망을 책임진 한전의 적자를 핑계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전의 적자는 경영 실패가 아니라 명확한 정책 실패의 결과다. 급등한 에너지 요금 부담 경감 명목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업 에너지 보조금과 보건복지부의 가계 에너지 복지 비용을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해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적 재원을 투입해서 표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는 한편, 적정한 에너지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대신, 중소기업의 에너지 비용부담 경감 대책과 서민의 에너지복지 확충 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마침 여야 대표 회담에서 비록 모호하지만 “반도체 산업, AI 산업, 국가 기반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방안”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구체적인 후속 조치에 포함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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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 재생에너지 전환, ‘어렵다’ (참여와혁신, 최성중 기자, 2024.09.10 18:42)
중국, 공공주도로 재생에너지 세계 선두
민간 재생에너지 정부 보조금에 의존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 구체적 계획 필요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호주 등의 공공 에너지 전환 활동가들은 민간 중심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공공 중심의 정책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1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바비엥2 교육센터 3층 컨퍼런스룸에서 공공재생에너지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공공운수노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사회공공연구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공동 주관했다. 이날 미국, 호주 멕시코 등 세계 각지 참가자들도 온라인 화상대화로 함께했다.
이날 기조 강연을 진행한 션 스위니(Sean Sweeney)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실패했다며 민간 부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션 스위니는 “1990년대 초부터 (주요 선진국들) 재생에너지 전환 방향의 우선순위 정책은 민간 부문에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단지 민간 부문이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션 스위니가 이날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약 90억 톤에 달하는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은 1990년과 비교해 두 배로 늘어났고 이산화탄소배출량 또한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이후 60% 증가했다. 션 스위니는 이 같은 데이터가 “민간-시장주도형 에너지 전환 접근법의 처참한 실패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션 스위니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시각 차이가 투자 금액에 대한 차이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의 80%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 금액은 1조 2,820억 달러로 유럽(5,870억 달러)과 미국(4,550억 달러)을 크게 웃돈다. 현재 중국의 태양광·풍력 전력 생산 능력은 나머지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합친 것보다 4배 이상 많은 양이다.
션 스위니는 중국과 미국·유럽의 차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도하는 주체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유럽과 달리 공기업이 재생에너지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민간에 생산을 맡기고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의존했다.
민간 주도 정책 한계인 호주 사례
정부가 먹여 살리는 민간 재생에너지 회사
콜린 롱(Colin long) 호주 빅토리아주 노동조합협의회 정의로운전환 담당은 민간 주도 논리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호주를 제시했다. 호주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가전력시장(NEM, 한국의 경우 전력거래소)을 관리할 때 ‘비드-스택(bid-stack)’ 시스템을 사용한다.
간단히 말해 각 에너지 생산자(발전기)가 입찰(bid)에 참여하고 여기서 가장 낮은 비용의 발전사 전기가 먼저 사용되고 가장 높은 비용의 발전사는 나중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이때 전력 가격은 가장 높은 비용이 드는 전력원을 기준으로 한다. 가령 입찰을 통해 태양광 발전사, LNG 발전사, 석탄 발전사가 참여하고 있고 이중 석탄의 비용이 가장 크다면 태양광 가격이 0원이라도 전력 가격은 석탄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호주는 한국과 달리 가정마다 옥상 태양광 설치가 대중화돼 있다. 이 때문에 낮 동안에는 가정이 전력을 자급해 국가전력시장 수요가 크게 줄게 된다. 이때 국가전력시장이 발전사들에 제시하는 전력 수요는 태양광 발전사 공급만으로 충분하다. 또 호주는 태양광 발전 단가가 낮아서 낮 시간 동안 국가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전력 가격은 크게 떨어진다.
태양광 발전이 전력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태양광 발전사가 국가전력시장에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낮에만 전력 생산이 가능한 태양광 발전사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
반대로 밤에는 태양광 발전이 없어 국가전력시장에서 전력 수요가 많아진다. 이때 전력을 공급하기 쉬운 화석연료 발전사는 발전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이익을 얻는다. 이 구조 속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을 높이는 등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렵다. 결국 정부는 민간 주도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재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세금으로 재생에너지 기업의 수익을 보전해야 하는 이중 비용이 발생한다.
콜린 롱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민간 투자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공공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면 공공이 직접 소유하고 공공 자금을 투자하면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졌다.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
정치적 힘과 전략적인 계획 모두 중요
패트릭 로빈스(Patrick Robbins) 미국 뉴욕 에너지민주주의연합 코디네이터는 뉴욕에서 재생에너지를 공공의 품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패트릭 로빈스는 성공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이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정치적 힘과 전략적인 계획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패트릭 로빈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우리는 ‘공공재생에너지건설법(BPRA)’을 개발했다”며 “이 법안은 뉴욕 전력청이 2030년까지 뉴욕주의 기존 기후 목표인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70% 달성을 위해 충분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로빈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안의 설계부터 정치 참여까지 단계적 접근을 했다. 패트릭 로빈스는 “우리는 단순히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건설하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며 “뉴욕 전력청을 통해 뉴욕주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치적 논리를 바꾸고 싶었다. 이를 통해 노동조합, 저소득층 요금 납부자, 화석연료 발전소에 피해를 당하는 유색인종 공동체에 도움이 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뉴욕 전력청이 소유하고 있는 10개의 가스화력발전소는 뉴욕시의 흑인 거주 지역에 있다. 가스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를 유색인종이 감당하는 상황이었다. 또 미국의 노동조합들은 공공 부문이 전력을 생산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패트릭 로빈스는 이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재생에너지건설법 문안 작업 단계부터 미국노총(AFL-CIO)을 참여하게 하고 입법부 담당자, 뉴욕주의 노동조합 지도부 간 대화를 이어갔다. 아울러 패트릭 로빈스는 “우리는 뉴욕에서 집집이 방문해서 설득했다”며 “정전 피해를 당하는 지역이나 전력이 차단된 지역 주민들은 지금의 전력 공급망이 실패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패트릭 로빈스가 속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는 법안 통과를 위해 선거에 출마했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의 일원인 사라나 슈레스타(Sarahna Shrestha)는 뉴욕시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구에서 14년 동안 의원을 지낸 케빈 케이힐(Kevin cahill)을 꺾고 당내 경선을 통과해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2023년 5월 공공재생에너지건설법(BPRA)는 뉴욕주 예산에 포함됐다. 그 결과 올해 1월 뉴욕전력청은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은 민간 발전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발전원별로는 가스발전소의 60%가 민간 주도며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90% 이상이 민간 주도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한정하면 97.7%에 달할 정도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기후위기 속에서 사회 전체가 에너지 전환에 동참해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민간과 시장이 주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 고도 성장기에 전력 공기업을 통해서 빠르게 전력 생산을 확대했던 것처럼 이후에도 전력 공기업이 주도하게 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신속하고 비용 절약적인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노동조합과 시민 사회가 합의된 실행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공기업 형태가 적합할지 합의를 이루고 하나의 목소리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뉴욕의 전략은 한국 공공운수노조의 공공 재생에너지 추진 기조와 많은 면에서 유사하다”며 해당 사례가 공공운수노조에게 의미 있는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공운수노조는 공공 재생에너지 추진의 네 가지 전제로 ①공공 소유구조 ②(노동자와 지역주민, 전문가 등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운영구조 ③국민의 에너지 기본권 보장 ④양질의 국가 책임 일자리와의 연결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 노동자를 조직하고 연대를 확장하며 구체적인 입법 요구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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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90% 민간 소유, 이대로면 ‘전기민영화’” (매노, 강석영 기자, 2024.09.19 19:02)
남태섭 전력연맹 처장, 발전공기업 중심 재생에너지 확대 제안
발전공기업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의 90% 이상은 민간 소유다.
남태섭 전력연맹 사무처장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본사회포럼 1차 릴레이 토론회 ‘에너지전환과 공유부 기본소득’에서 “지난 5월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태양광 풍력 설비용량 증가만 전망했지, 소유·운영을 어떻게 할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포럼은 국회 기본사회포럼과 사단법인 기본사회가 공동주최했다.
그는 민간에 재생에너지 설비 소유·운영을 맡긴 현 상황이 계속되면 ‘전기민영화’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남 사무처장은 “이미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의 90% 이상이 민간 사업자 소유”라며 “현재 국내 해상풍력 사업을 위한 발전사업허가권 83개 중 77개는 맥쿼리·블랙록 등 초국적 금융자본과 포스코·SK 등 국내외 대기업이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자본과 민간기업이 전체의 93%를 차지하고, 공공은 7% 남짓 비중에 컨소시엄 형태로 적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남 사무처장은 “사라져야 할 석탄발전소는 발전공기업이 90%를 차지하고 있고, 새로 만들어져야 할 재생에너지의 90%는 민간이 차지하게 된다면 이는 곧 전기에너지의 민영화”라며 “특히 미래세대의 전기에너지를 앞당겨 민영화시켜 놓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발전공기업 주도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 사무처장은 “RE100 확산과 EU/국내 택소노미(지속가능한 경제활동) 제도 수립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수요 대응을 위한 발전공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발전공기업의 축적된 기술 역량과 전력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통해 안정적·효과적 에너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최소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 다 달성하기 위해서도 발전공기업 주도의 대규모 발전설비 구조 전환이 필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남 사무처장은 “대규모 태양광발전 균등화발전비용은 공공이 민간 대비 약 7.2% 저렴하다”며 “소규모의 경우 민간 대비 약 6.4%가 싸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이 한전 적자를 공유하며 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로 한전의 투자여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남 처장은 강조했다. 아울러 발전 5사 경쟁체제가 아닌 대통합을 통해 에너지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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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떠오르는데, 공기업이 안 보인다 (매노, 강석영 기자, 2024.09.26 18:03)
“시장·민간주도 산업, 인허가 문제로 지체돼”
해상풍력발전이 재생에너지 기대주로 떠오르는 가운데, 해상풍력 산업에 공기업이 뛰어들 수 있도록 인력·조직·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력연맹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공주도 해상풍력 필요성과 전략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의원인 국회 대전환시대 성장포럼이 주관하고, 김교흥·김성환·장철민·허종식·김동아·박지혜·송재봉 민주당 의원 등과 공동주최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선 풍력발전량이 가스발전량을 처음 추월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풍력은 태양광보다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해상풍력이 미래 에너지전환의 주역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의 장점으로 규모의 경제가 꼽힌다. 초기 발전소 건설 비용이 크지만 일단 발전소를 짓고 나면 풍속이 약간만 증가해도 에너지 생산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해상은 육지보다 풍속이 빠르고 안정적이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1년 기준 8.6%로 매우 낮은 수준인데, 그마저도 태양력 중심이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해상풍력 3대 강국’ 계획을 발표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2020년 발표된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 비전’도 목표치의 100분의 1 수준의 해상풍력을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지체되는 이유로 시장·민간주도 방식이 지목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해상풍력 선진국이 채택하는 정부 주도 해상풍력 계획입지 대신 민간사업자가 직접 입지를 선정하고 개발 전 과정을 수행하는 오픈도어 방식을 운영한다”며 “민간사업은 인허가와 주민수용성 확보 문제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기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단지 중 92.8%가 해외자본·대기업 등 민간부문이 개발했다.
해상풍력에 공기업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영상 연세대 교수(산업공학)는 “지금 상태라면 석탄발전소가 폐쇄되고 탄소중립 이후 발전공기업의 역할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한전 등 발전공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할 인력과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지분 투자도 어렵다”며 “관련 인력·조직·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신재생 투자는 예외적으로 재무위험성 평가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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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 폐쇄한 英…“부작용도 고려해야” (이코노믹리뷰, 김효경 기자, 2024.10.02 16:42)
英,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G7 중 처음
석탄 자리 차지하는 ‘재생 에너지’
단계적 폐쇄로 지역 주민 피해 우려도
유럽에서 전통 에너지의 대명사격인 석탄이 순차 퇴출되고 있다. 2050년 넷제로 방침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의 흐름에 대비해 현실적 후폭풍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탈석탄 시대…이탈리아·프랑스도 문 닫는다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9월 30일(현지시간) 가동을 중단했다. 로이터, BBC 등 현지 외신들은 잉글랜드 노팅엄셔의 ‘랫클리프 온 소어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고 2년간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1882년 런던에 세계 최초 석탄 화력 발전소가 문을 연지 142년 만이다. 마이클 생크스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부장관은 “랫클리프 폐쇄는 한 시대의 종말”이라며 “국가는 140여 년간 전력 공급에 기여해온 석탄 노동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1967년 개소해 56년간 운영되던 ‘랫클리프 온 소어 발전소’를 끝으로 영국의 화력발전 시대는 막을 내렸다. 석탄 화력 발전으로 1차 산업혁명을 이뤘던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먼저 석탄 화력을 중단한 나라가 됐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등의 이유로 석탄 발전 의존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번 영국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도 2030년까지 발전 부문 탈탄소화, 2050년까지 국가경제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한다는 영국 정부 목표에 따른 것이다.
2012년부터 영국의 석탄 발전 비중은 빠르게 감소했다. 2000년 이후로 25개의 석탄 발전소가 문을 닫거나 다른 연료로 전환했다. 그 중 15개는 2012년 이후에 폐쇄됐다.
탄소 배출량도 2012년 1억6000만톤에서 지난해 4000만톤으로 74% 감소했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석탄 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36%에서 지난해 17%로 떨어졌다. 38개 회원국 가운데 27개국이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할 계획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내년까지, 프랑스는 2027년, 캐나다는 2030년, 독일은 2038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은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앞서 스웨덴, 벨기에 등이 석탄발전을 중단했다.
석탄발전 쇠퇴…풍력·태양광의 급성장
탈탄소를 목적으로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반면,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율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화력 발전량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IEA는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수력, 태양열, 풍력 및 기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전력 생산은 2023년 30%에서 2025년 3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양열 발전이 수요 증가의 절반을, 풍력 발전이 25%를 충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엠버도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2012년 이후 영국 석탄 발전이 감소함에 따라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6%에서 지난해 34%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 해당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는 2800만 톤의 석탄을 대체하고 2023년 석탄 가격을 기준으로 약 29억 파운드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부연했다.
데이브 존스 엠버 디렉터는 “전력 부문의 탄소 배출 감소는 이제 불가피하다”며 “2023년은 전력 부문 배출량이 정점에 달했고, 감축 속도는 재생에너지가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발전소 폐쇄가 가져올 영향 생각해야”
한국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 화력발전 비중을 14.4%까지 감소한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또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내년부터 2036년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이중 충남 태안에서는 화력발전 총 10기 중 6기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쇄, 경남 하동의 화력발전소도 2027년부터 순차적 폐쇄를 앞두고 있다.
탄소중립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절차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의 감소는 더욱 그렇다. 다만 지역 주민들의 생계가 달린 만큼 성급한 폐쇄는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발표된 국책 연구기관 발표에 따르면 화력발전 폐쇄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생산유발 감소 7조8680억원, 부가가치 유발 감소 3조222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9월 9일, 태안지역 사회단체와 이장단, 발전 비정규직 노조 등은 태안화력발전소폐쇄대책위원회를 출범, 각계에 대책을 요구한 배경이다.
이날 문필수 위원장은 “태안화력발전소 폐쇄가 태안군 지역에 가져올 사회·경제적 문제,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하동군은 사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인구감소, 지방세 손실, 지역경제 위축 등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군에 따르면 하동 화력발전소는 현재 1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폐쇄 시 일자리 감소는 물론 발전소 인근 금남·금성면 등 지역 상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군은 자체분석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 및 직원 요구를 반영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한국남부발전 및 인근 지역대학과 화력발전 협력사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 전환 지원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승철 군수는 “화력발전소 폐지는 단순히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 차원의 대응을 위해 경남도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410092013045
RE100 기업 수요 못 따라가는 재생에너지 (경향, 김세훈 기자, 2024.10.09 20:13)
국내 36곳 전력 사용량, 서울의 1.4배…반도체 분야 기업에 집중
태양광 등 단가 비싼 탓 발전 비율 낮아…정부, 인프라 조성 시급
‘RE100’을 선언한 기업 36곳의 지난해 전력사용량이 서울 전체 전력사용량의 1.4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으로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나는데 정부가 시급히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9일 한국전력 자료를 분석한 결과, RE100(2050년까지 사용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조달) 참여를 선언한 국내 36개 기업의 지난해 전력사용량은 5만6936GWh(기가와트시)였다. 서울 전체 전력사용량(3만9128GWh)보다 1.45배 많다. 이들 기업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쓴 전력량은 3만2588GWh로 지난해 전체 전력사용량 대비 57% 수준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전력소비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분야 기업들의 전력 사용량이 특히 많았다. 전력사용량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8.5% 늘어난 2만3579GWh 전력을 썼다. 삼성전자 한 곳의 전력사용량이 부산(2만1555GWh)·전북(2만1443GWh)보다 많았다. SK하이닉스는 8008GWh를 사용해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5550GWh), 현대자동차(2275GWh), LG전자(1849Gwh) 순이었다.
향후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전략으로 전력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입주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연간 전력사용량은 5만7600GWh(16GW)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0% 수준이다.
문제는 RE100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이다. 글로벌시장분석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올해 발간한 ‘기업에너지시장 현황’을 보면, 국내 RE100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비중 8%로 36개국 중 32위였다.
이는 독일(52%)·영국(41%)은 물론, 중국(28%)·일본(21%)·호주(24%)·미국(19%)보다 낮다. 한국보다 비중이 낮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0%), 아랍에미리트연합(2%), 싱가포르(4%) 정도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022년 기준 9.2%다. 세계 평균인 30%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자연스레 생산단가도 올라가게 된다. 2020년 BNEF 조사에 따르면 태양광 재생에너지 생산단가는 중국 42원, 미국 48원인데 비해 한국은 116원으로 2배 이상 비쌌다. 화력발전 생산단가는 48.4~71.4원으로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했다. 이런 탓에 2022년 기준 삼성전자 국내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3%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외 포함 전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16.3%)보다 크게 낮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략 부재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차 의원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망 구축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기업의 국내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668
“해상풍력 확장, 민간자본에 맡겨둬서는 안 돼” (매노, 제정남 기자, 2024.11.13 16:35)
‘공공성 강화 해상풍력특별법’ 국회 토론회 … 민주당, 공공부문 주도 에너진전환 추진할 듯
더불어민주당이 해상풍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주요 정책방향으로 잡아가는 모양새다. 기후·환경단체는 해상풍력을 민간자본이 아니라 공공부문이 주도해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대전환시대 성장포럼과 공공재생에너지포럼 준비위원회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해상풍력특별법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당 정책 연구모임인 포럼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 민주당의 정책 방향을 논의·모색하는 모임이라고 볼 수 있다.
22대 국회에서 여야는 해상풍력발전 확충을 위해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담고 있는 특별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대체로 법적 규제와 절차를 간소화해 전환 속도를 높이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발제를 맡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대부분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민간기업의 발전 비중을 늘림으로써 전력산업 사유화가 진행되는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력시장의 사유화는 요금 인상, 전력 주권, 이익 유출과 같은 전통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전력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잃어버리게 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 정책위원은 해상풍력특별법을 통해 지역 주민 의견수렴과 환경 영향 평가 등이 충실히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과 '생태 전환' 방식의 에너지 전환을 도모하자고 제안했다.
김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은 발제에서 “해상풍력발전에 있어서는 공공성이 우선 돼야 하고,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산업적 이윤을 논하는 것이 순리”라며 “공공성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공기업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상풍력발전 확대를 공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해상풍력특별법 논의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해상풍력을 포함한 에너지 공급은 사적 영역에만 맡길 수 없다”며 “해상풍력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 자원 역시 초기 단계부터 공공성을 명확히 해 국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12015005
[김경식의 이세계 ESG]트럼프도 못 막는 재생에너지 이행의 시대 (경향,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2024.11.21 20:15)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기세가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미 우리는 45대 대통령 트럼프를 경험한바, 이러한 기세가 미풍이나 허풍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민자 추방, 연방정부 권한 축소, 중국을 비롯한 적대국에 대한 슈퍼관세 등은 상당 부분 추진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에너지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은 그의 기후 관련 정책이다. 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약 탈퇴,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 풍력발전 프로젝트 중단 등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몇 가지 정책 변화를 두고 기후정책 전반의 진화 방향성을 부정하고 다시 화석에너지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 이행기’다.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돌보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청동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동기시대가 끝난 것은 구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청동기를 만드는 주석을 구하기 어려울 때 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주석은 소수 지역에 부존했고 운반도 어려웠다. 그렇다보니 청동기는 모든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 지배층을 위한 장식품이 되었다. 그에 반해 철은 민주적 소재였다. 철광석과 이를 용융·환원하는 목탄은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풍부하고 단단해서 농기구도 만들고, 무기도 만들고, 바퀴를 만들어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원활하게 했다.
탄소 감축에 그린수소 경쟁력 높아
시간이 흐르면서 철광석으로 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연료(환원제)도 바뀌게 되었다. 목탄을 만드는 나무가 고갈되어 사막화될 때 석탄이 발견되었다. 환원제인 석탄도 이제 가스를 거쳐 그린수소로 전환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석탄보다 그린수소가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풍요로움은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원료의 등장이 일자리를 더 만들어주고 부가가치를 높여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류의 에너지원도 바뀌고 있다. 나무에서 석탄으로, 석유로, 가스로, 이제 재생에너지와 동시에 그린수소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또한 나무가, 석탄이, 석유가, 가스가 고갈되어 그런 게 아니다. 이러한 ‘시대 이행기’에 우리는 트럼프를 맞았다.
질풍노도의 트럼프는 이 ‘시대의 이행’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또한 이유는 간단하다. 과반수의 미국 국민이 화석에너지보다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지지하고 있고, 이것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고, 이것이 미국이 가진 강력한 경쟁우위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주에서 재생에너지가 석탄발전보다 더 저렴해졌다. 특히 아이오와 등 풍력발전 투자 상위 5개 주와 신규 청정에너지 투자의 3분의 2가 집중된 오클라호마, 텍사스, 사우스다코타는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다.
더 후퇴하기 어려운 것은 그린수소의 경쟁력이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모든 인류가 지향하는 마지막 에너지 목적지다. 2023년 현재 미국의 그린수소 생산원가(㎏당)는 약 5달러(7000원) 수준이다. 2030년 말에는 약 1달러(1400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 약 7유로(1만원)다. 수소환원제철을 준비하는 EU의 철강회사들은 7유로로는 경쟁력이 없어 수소환원제철이 불가능하다며 EU와 각국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가를 계산해볼 정도의 그린수소가 없다. 앞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미국의 그린수소는 셰일혁명보다 더 강력하게 세계 에너지시장을 흔들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가진 이 경쟁력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가 되돌리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미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한 전환에 깊숙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제조활동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RE100은 미국 기업들이 더 강조하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국 반도체회사들의 RE100이다. 글로벌 ESG공시도 되돌릴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업가능성보고지침(CSRD)과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에서 요구하는 각종 공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 핵심은 기후 관련 사항이다.
‘유상할당’ 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문제는 대한민국 재생에너지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파리협약에 따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700여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재생에너지 확대로 연계되어 있다. 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유엔에 2025년 2월까지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현 2030 NDC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므로 2035 NDC는 후퇴금지 원칙에 따라 40% 이상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2030 NDC 40% 감축도 불가능한데 ‘40% 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전력계통망 부족으로 현재 재생에너지 투자를 해도 2031년 이후에 계통 접속이 가능하다. 2030 재생에너지 목표(21.6%)는 불가능하고 계속 10% 이하에 머물 것이다.
하나의 대안이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 대비 탄소 배출량은 할당 업체 전체적으로는 2.6% 줄었고, 발전부문은 12.1% 감소했으나 철강부문은 7% 증가했다. 발전부문은 유상할당을 하고 있으나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은 무상할당을 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제4기(2026~2030)부터 발전부문은 100% 유상할당을 하고 나머지 부문도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단, 유상할당으로 조성된 자금을 그 기업의 탄소 감축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꼭 필요하다. 이러한 자금이 그린수소와 수소환원제철 투자 같은 곳에 요긴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탄소 감축과 그린수소로의 이행은 트럼프도 되돌리지 못하는 방향이다. 우리도 빨리 가야 하고 그 길은 유상할당 확대를 통한 배출권 거래시장의 활성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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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51013.html
[사설] 날로 값싸지는 재생에너지, 원전에 목맬 때가 아니다 (한겨레, 2022-07-14 18:59)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지난해 전세계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비용이 1년 전보다 13~15% 낮아졌다는 내용을 담은 ‘2021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보고서를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지난해 새로 추가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균등화발전비용’을 분석해 봤더니, 신규 육상 풍력의 평균 발전비용은 전년보다 15%, 태양광과 해상풍력은 13% 떨어졌다는 것이다. 균등화발전비용은 발전에 투입된 모든 비용을 발전량으로 나눈 값인데, 발전원별 경제성을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늘어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전체 신규 발전설비의 81%로, 전년보다 2%포인트 증가했다고 한다. 경제성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원전=값싼 에너지’란 인식이 여전히 강고하지만, 세계적으로는 경제성 측면에서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압도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태양광의 1메가와트시(MWh)당 평균 발전단가는 2009년 359달러에서 지난해 36달러로 90%나 저렴해졌다. 풍력도 135달러에서 38달러로 7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전의 발전단가가 123달러에서 167달러로 36% 오른 것과 비교된다. 원전이 이미 재생에너지보다 4.5배가량 비싼 에너지가 된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지구적 흐름을 타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날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반면, 원전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비 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앞다퉈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현재 22%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1년 전 목표치(40%)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에너지 위기의 해법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세우며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한다. 기존 재생에너지 목표치(2030년 30.2%)가 너무 높으니 낮추겠다는 취지다. 머잖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 시장성마저 불투명한 원전 산업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2812362382015
'RE100' 주관 단체 "재생에너지 목표 축소는 상당한 후퇴" (프레시안, 이상현 기자 | 2022.11.28. 13:05:05)
재생에너지 100% 캠페인 주관하는 클라이밋그룹,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 맞춰 서한 발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 'RE100' 주관 그룹이 윤석열 대통령에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을 28일 공개했다.
RE100 주관단체 중 하나인 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은 마이크 피어스 RE100 캠페인 임시대표 명의로 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21.6%로 축소한 것은 상당한 후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정부가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라이밋그룹은 "한국 내 RE100 가입 기업 중 28개 주요 기업은 77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사용하는 등 국가 에너지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52개 글로벌 기업 또한 한국 내 사업장을 운영" 중이어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룹은 그러나 "한국은 재생에너지 조달에 가장 어려운 지역"이라며 "RE100 가입 기업들이 사용 전력 중 오직 2%만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클라이밋그룹은 이 상황에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한 데 대해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만족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맞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에서 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3일 발전공기업 등 대규모 발전사가 총발전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한 RPS 비율을 하향해 중장기적으로는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8일 오후에 진행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 맞춰 발표됐다.
공청회에 앞서 공개된 실무안에는 2030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재생에너지는 21.6%, 원자력 32.4%, 석탄 19.4%, 액화천연가스(LNG) 22.9%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이전 정부가 발표했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0.2%에 비해 후퇴한 목표로서 환경단체 등에게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38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은 가입을 선언한 RE100 주관 그룹에서도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후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지난 9월 RE100 가입을 선언한 삼성전자 또한 "핵심 반도체 사업장이 자리 잡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여건이 상대적으로 안좋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라며 한국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진 이유를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클라이밋그룹은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에 긴급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 잠재성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목표 확대, 발전시설 부지 선정 및 인허가 절차 개선, 재생에너지 전력 시장 개편 등을 촉구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211282153005
“윤 정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후퇴…국가 경쟁력 저하시킬 것” (경향, 박상영 강한들 기자, 2022.11.28 21:53)

‘RE100’ 주관사,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 비판
“윤 정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후퇴…국가 경쟁력 저하시킬 것”
신재생 비중, 2030년 21.6%로 문 정부 목표안 30.2%서 대폭 축소
원전 비중은 확대…환경단체 “핵폐기물 늘리는 무책임한 행동”
정부 “10차 계획, 2036년까지…기업들 RE100 이행 차질 없을 것”
향후 15년간 전력수급의 기본 뼈대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후퇴시킨 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해외 비영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 ‘RE100’ 캠페인 공동 주관기관인 클라이밋그룹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시급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정부안을 보면 2030년 원자력발전 비중 목표가 32.4%로 제시됐다. 지난 8월 총괄분과위원회가 제시한 실무안(32.8%)보다 0.4%포인트 줄었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에서의 원전 비중(23.9%)과 비교하면 8.5%포인트나 늘어난 수준이다.
원전 18기의 수명연장과 신한울 3·4호기 신규 건설을 추진하면서 원전 비중이 큰 폭으로 뛰게 생겼다. 이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대폭 축소됐다.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는 21.6%로 ‘2030 NDC 상향안’ 비중(30.2%)보다 8.6%포인트나 낮아졌다.
석탄발전 비중은 21.8%에서 19.7%로 줄었다. 석탄발전소 58기 중 노후 설비 20기를 폐지하고 석탄발전량을 제한하겠다는 목표다. 대신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은 22.9%로 NDC 상향안(19.5%)보다 3.4%포인트 늘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 비중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등 11개 기후환경단체는 이날 오후 세종 산업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할 방법도, 장소도 없는 상황에서 폐기물을 계속 늘리는 수명연장과 신규 건설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미래로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정책 후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클라이밋그룹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 맞춰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재생에너지 목표를 30%에서 21.6%로 낮추는 것은 상당한 후퇴”라고 했다.
클라이밋그룹은 “(한국) RE100 회원사들은 전체 사용 전력의 2%만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고 있다”며 “한국은 RE100 회원사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조달하기에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낮출 경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다른 선진국에 뒤처질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RE100에 참여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총 28곳이다. RE100 참여 기업 중 한국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외국계 기업도 52곳에 달한다.
반면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제10차 계획 기간인 2036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은 30.6%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목표를 달성할 경우 기업들의 RE100 이행에도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75207.html
[단독] ‘재생에너지 확대’ 3차례나 거부…산업부, 환경부 요구 외면 (한겨레, 기민도 기자, 2023-01-11 05:00)
지난해 2년단위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 마련
대폭 낮춘 재생에너지 상향 요구 끝내 모르쇠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라는 환경부의 요구를 세차례나 받고도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도 비슷한 시기, 정부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산업부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와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산업부는 지난해 8월 10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한 뒤 환경부와 관련 협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세차례 요구한 환경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기본은 정부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전력 설비와 전원 구성(에너지 믹스)을 설계하는 1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제10차 전기본 초안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2%에서 21.6%로 낮추고,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4%로 높이기로 한 바 있다. 전기본 정부안은 실무안, 초안 순서로 마련되며, 현재 이 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와 전력정책심의회 심의·확정만 남겨두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제10차 전기본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청을 하며 “에너지 안보, 산업부문 전기화, 아르이(RE)100 참여기업 증가 전망 등을 고려(해), 재생에너지 비중 상향 방안 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을 1차로 제시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세울 때 환경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국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같은 달 24일 제10차 전기본 협의 검토 의견에서 “산업계의 안정적 경영, 국제사회 경쟁력 확보 및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제시된 재생에너지 비중보다 진전된 목표 제시 필요”라며 2차로 재생에너지 비중 상향 의견을 냈다.
그러나 산업부는 이튿날 환경부에 제출한 ‘제10차 전기본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서 “10차 전기본은 에너지안보, 산업부문 전기화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산정했다”며 재생에너지 비중 상향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환경부는 그해 11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제10차 전기본 협의 내용 알림에서 ‘아르이100 등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 동향(과) 관련(해) 발전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차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부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은 환경부뿐만이 아니다. 탄녹위도 같은 해 10~11월 세차례 회의를 열어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발전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산업부에 보냈다.(<한겨레> 12월20일치 1면) 탄녹위는 온실가스 감축 등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산업부는 환경부와 탄녹위의 요구에도 제10차 전기본 정부안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바꾸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 간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부는 이 안에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요구와 관련해 “향후 수립 예정인 2030 엔디시(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정안 등을 고려해 차기(제11차) 전기본에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100939.html
삼성전자 막는 무역장벽 RE100…미적대는 정부, 기업들 ‘각자도생’ (한겨레, 최우리 기자, 2023-07-20 06:00)
미래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르이100’(RE100)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각자도생이 진행중이다. 아르이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8∼9%에 불과한 국내에선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아르이100을 맞추지 못해 수출 길이 막히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국외로 공장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아르이100에 가입한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스는 최근 스페인 카탈루냐주에 동박 공장을 2024년까지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박은 이차전지 음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스는 사업 확장을 위해 세계 전역으로 이를 수출해야 한다. 스페인 공장에만 5000억원을 투자해 연 2만5천톤(t)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스 대표는 “스페인은 태양광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전기료가 유럽 내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와 스페인 공장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아르이100을 충족하겠다는 목표다.
볼보그룹코리아는 국내에서 방법을 찾았다. 볼보는 경남 창원에 있는 공장의 아르이100 달성을 위해 엘에스(LS)일렉트릭과 구매협약을 맺어 태양광 에너지를 20년 동안 연 평균 55GWh 들여오기로 했다. 창원공장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연간 약 7.6GWh(14%)의 전력을 공급하고, 나머지는 엘에스일렉트릭과 전력구매계약(PPA)를 통해 공급받기로 했다.
산업단지가 몰려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는 직접 나섰다. 경기도에는 아르이100에 가입한 대기업만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에스디아이(SDI), 네이버, 케이티(KT) 등 7곳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한해 26TWh(2021년 기준) 전력을 쓰는데 300조원을 들여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해 23.4TWh를 쓰는 에스케이하이닉스도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들 기업이 앞으로 아르이100을 지키기 위해선 막대한 재생에너지 추가 공급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아르이100에 가입한 애플, 쓰리엠(3M) 등 외국 기업들의 공급망에 관련된 사업장 57곳도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는 지난 17일 기업의 아르이100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단지 RE100’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에스케이이엔에스·엘에스일렉트릭·삼천리자산운용·한국중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11개 기업이 4조원을 투자한다. 2026년까지 경기도 내 산업단지 50곳에서 공장 옥상 등에 2.8G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태양광 에너지를 연간 약 3.6TWh를 생산할 계획이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재생에너지 비중은 국가 평균보다 낮아 향후 기업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경기도는 산업단지 지붕 외에도 태양광 발전 부지를 더 마련해 연간 11.8TWh를 추가 생산할 계획도 세웠다.
컨설팅업체 ‘커니코리아’의 원성호 파트너는 “일부 기업들은 위기감을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역 장벽인 아르이100 규제의 의미를 잘 모르는 눈치”라고 짚으면서 “지금처럼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 가면 힘들다. 정부는 수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도 재생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308070600005
작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재생에너지 비중 겨우 ‘10%’ (경향, 박상영 기자, 2023.08.07 06:00)

거꾸로 가는 ‘친환경’
배터리·반도체 업종 빼면 ‘1%’
세계 ‘RE100’ 요구 높아지는데
태양광 규제 등에 전환 늦어져
지난해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약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터리와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대다수 기업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1%에도 못 미쳤다.
폭우와 폭염 등 기상 이변이 빈번해지면서 세계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향신문이 6일 기업들이 공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지난해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 중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한 19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소비전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평균 10.6%로 집계됐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이 탄소중립 전환에 상대적으로 늦은 건설·조선사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비중이 높아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배터리·반도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가장 빨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전체 소비전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56%에 달해 30대 기업 중 유일하게 50%를 웃돌았다. 삼성전자(30.7%)와 SK하이닉스(29.6%)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에 미국과 유럽, 중국 공장에서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한 삼성전자는 지난해는 베트남·인도·브라질 공장도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모두 충당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해외 사업장만 RE100을 달성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5% 내외에 그쳤다. 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GS리테일과 롯데쇼핑 등 유통사 같은 내수업종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글이나 테슬라 등 주요 기업들이 납품업체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할 경우 타 업종에도 이런 요구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에는 전기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손쉬운 해외에 공장이 없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국내는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부족해 기업들이 RE100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태양광 발전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309102138005
재생에너지 정책 ‘역주행’…태양광 기업, 존폐 기로 (경향, 박상영 기자, 2023.09.10 21:38)

내년 정부 지원 예산 반토막…대기업은 해외 비중 늘리며 생존 안간힘
국내 최대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 내수 매출 줄어들자 모듈 생산량 축소
중견업체 신성이엔지도 감산…원자력 중심 에너지 정책 재편에 직격탄
한화큐셀(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은 최근 국내 태양광 수요가 부진하자 충북 음성공장의 태양광 모듈 생산량을 축소했다. 음성공장은 진천공장과 더불어 이 업체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제품 생산시설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사업환경 변화로 생산량을 일부 축소한 것”이라며 “추가적인 생산량 조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산량 감축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정부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한화큐셀의 1~6월 내수 매출액은 12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38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한화큐셀의 수출액은 9066억원에서 1조3765억원으로 1.5배 늘었다. 대미 수출뿐 아니라 미국 현지 사업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화큐셀은 지난달부터 미국 조지아주 돌턴 공장에서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애초 계획보다 4개월가량 앞당겨 제품을 생산 중이다.
2019년부터 돌턴에서 1.7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인 한화큐셀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현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에 힘입어 생산 규모를 순차적으로 늘려 5.1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자력발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태양광산업이 빠르게 침체하고 있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국내 태양광 신규 설비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7% 감소한 2.5GW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신규 설비는 2020년 4.12GW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같은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존폐 기로에 서있다. 중견기업인 신성이엔지는 최근 태양광 모듈 생산량을 축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573억원에 달한 태양광 제품 국내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318억원으로 줄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다보니 지난해부터 가동률이 50% 이하로 줄었다”며 “대안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태양광산업에 부정적인 정부의 정책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제도’ 종료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20년간 고정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정책이다. 그동안 수익성 보장을 기반으로 태양광산업이 국내에 빠르게 정착하는 데 기여했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사업 예산은 해마다 줄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보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재생에너지 지원’ 항목 예산은 6054억원으로 올해(1조490억원)보다 42.3% 감소했다. 2022년 예산(1조2657억원)에 비해 52.2%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나 관련 설비를 제작하는 사업자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하는 사업 예산이 올해에 비해 27.5% 삭감됐다. 주택이나 건물 등에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은 35.4%, 청정에너지원을 사용해 생산하는 전력을 우선 구매하는 사업은 65.1% 깎였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11222130005
토막 난 신재생에너지 예산, ‘재생’될까 (경향, 박상영 기자, 2023.11.22 21:30)

내년도 정부안, 2022년 대비 절반
사업자 융자·보급지원 모두 차질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에 ‘직격탄’
국회 산업위 대폭 증액, 심사 착수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내년 금융·보급 지원 예산을 2년 만에 반토막 내면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산업부 예산 심사에 착수했다. 이번 심사 대상에는 산자위에서 예산이 대폭 증액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를 확충하는 사업자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2021년 금융지원을 받고 전력을 생산한 신재생에너지 규모는 839GWh(기가와트시)로,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난 규모(3392GWh)의 25%를 차지했다. 2022년에도 사업자들은 금융 지원을 받고 718GWh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했다.
그러나 2022년 5691억원이던 예산은 올해 4673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는 3389억원까지 줄어든다. 2030년까지 정부 목표대로 신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공을 들여야 하지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산업부는 “그간 재생에너지 초기 시장 조성과 보급 확대를 위해 융자 예산을 대폭 확대했지만 기술과 시장의 성숙, 수익성 향상 등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사업’도 주요 심사 대상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주택과 건물 등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가 설치비의 50%를 지원하면 지자체와 사업자가 나머지 50%를 부담하는 구조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사업은 신청자가 몰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2022년 3214억원이던 정부 예산이 올해는 2470억원, 내년에는 1595억원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도 2022년 7만3600TOE(석유환산톤)에서 내년에는 목표치 기준 3만6300TOE로 반토막이 났다.
관련 예산이 줄어들면서 사업 차질도 현실화됐다. 복수의 지자체에 따르면 태양광 등을 설치하기 위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예산은 줄면서 사업이 조기 종료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전기요금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정에 소형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그러나 관련 예산이 대폭 줄면서 신청자 모집을 조기에 마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 국고 지원마저 줄면 사업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관련 예산 축소로 국내 태양광 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화큐셀은 모듈 판매량 감소로, 희망퇴직을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접수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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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81401071827100001
몸집 불리는 신재생에너지, 외국계 회사만 배불리나 (문화일보, 유회경 기자, 2018년 08월 14일(火))
국내설치 573개 풍력발전기 중
외국계 발전기 비중 52% 달해
품질·가격 경쟁력 면에서 앞서
국내 업체들은 초보 수준 역량
현대·삼성重 등 4곳 사업 철수
태양광도 中 업체들 저가 공세
정부가 에너지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국내 관련 산업 발전보다는 외국계 회사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강한 상황에서 관련 기업 육성과 이에 따른 신규 일자리 창출 계획 없이 시장 확대에 나설 경우 시장 확대의 과실이 상당 부분 외국계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14일 한국풍력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에는 573개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 중 미국 GE, 독일 지멘스, 덴마크 베스타스 등 외산 풍력 발전기 비중은 52%(29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산 풍력 발전기는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 면에서 한국산 제품에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국계 풍력 발전기 제조회사들은 자국 내 수요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이 사업을 시작한 데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사업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일단 현재까지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았다. 국토가 협소한 데다 바람의 질(質)이 풍력 발전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풍력 발전기 제조를 추진했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사업을 접었고 현재는 두산중공업, 유니슨, 효성, 한진산업 등 4개 회사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아직 이들 회사의 역량은 초보 수준이다. 풍력 발전기 제작 건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 수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풍력 발전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입장에선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회피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발전 공기업 발주로 풍력 발전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도 예상되는 가운데 외산 풍력 발전기 독식은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풍력과 함께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 다소 사정이 낫다.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신성ENC 등이 태양광 패널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다만 태양광 발전 시장에선 저가 중국산 공세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국 태양광 패널 회사들은 저가 공세로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초토화시킨 바 있다. 중국 JA솔라는 국산 제품에 비해 20∼30%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파상 공세를 벌여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의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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