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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111011400621064
네팔 'Z세대 혁명' 다시 읽기…혁명의 유산, 누가 네팔의 미래를 훔친 걸까? (프레시안, 전명윤 주간 인도동향 편집장, 아시아 역사문화 탐구자 | 2025.11.11. 05:46:52)
[다시! 리영희] 잿더미 위의 공화국, 네팔 봉기가 부순 것과 남긴 것
2025년 9월 8일 오전 9시에 시작된 네팔 시위는 다음 날 오후 2시 42분 K.P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하면서 끝났다. 물론 여진과 약탈은 이튿날까지 이어졌지만, 적어도 정권을 붕괴시켰다는 관점으로만 본다면 걸린 시간은 29시간 42분. 수실라 까르끼 임시 총리의 선서까지 본다면 107시간, 약 나흘하고 열한 시간 만에 기존 정권이 붕괴하고 임시 총리 취임까지 사건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발화점은 올리 정부의 전격적인 SNS 차단이었지만 그 위에 얹힌 장작은 부패와 불평등, 그리고 세습 특권에 대한 젠지 세대의 누적된 분노였다.
네팔에서 SNS의 위상은 한국 등 일세계에서 보이는 자기애 과시와 여흥이 아닌 생계 수단에 가깝다. 네팔은 인구의 10%가량인 약 350만 명이 해외 취업 중으로 이들의 본국 송금액이 국가 총생산의 30~35%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흔히 네팔 하면 관광업을 떠올릴 수 있는데 총생산 대비 관광업 비중은 약 6.7~8%, 관광업으로 인한 고용도 7.7%가량이니 네팔 제일의 산업은 해외 인력 송출업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NS의 접속 차단은 대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는 해외 근무 가족들과의 연락 두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이루어지는 호텔, 레스토랑 예약 업무의 중단, 해외 취업자에 대한 줌을 이용한 면접 시스템 이용 불가 같은 광범위한 문제를 야기시키며 네팔 경제 전반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장기화될 경우 많은 네팔 국민들이 생계에 치명적 타격을 입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SNS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수반하기 마련이다. 네팔에서는 SNS 차단이 있기 전, 정치인과 관료들이 자신들의 가족에게 비공식적 방법으로 특혜를 제공하는 족벌주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었다. 네팔에서는 이런 식으로 '아빠 찬스' 특혜를 받는 고위 정치인과 관료들의 자녀들은 네포키즈(Nepokids)라고 부르던 중이었다.
9월 8일 재난 지원 사업을 주로 하던 하미 네팔(Hami Nepal)을 위시한 몇몇 NGO들이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은 그때까지 네팔 당국에 의해 차단되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인 디스코드에 서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집회 당시 외칠 구호 선정, 경찰 진압에 대한 대응 가이드 등을 배포했다. '무슨 무슨 투쟁위' 같은 공식 지도부는 없었다. 디스코드에는 다양한 시위 의견이 올라왔고, 시민들은 그 안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가장 많은 호응 의견이 올라오면 그게 채택되는 안건이 됐다.
오전 9시, 우리나라의 정부종합청사 격인 싱하 두르바르 광장에서 시위가 열렸다. 시위 규모는 생각 외로 크지 않아 수만 명 수준이었다. 카트만두의 인구는 320만이다.
싱하 두르바르 광장은 청와대가 있던 시절 광화문 광장 같은 곳이다. 싱하 두르바르 안에 총리 공관, 거의 모든 정부 부처, 네팔 연방 의회가 모두 붙어 있다. 즉 한국의 과거 청와대보다 상징성이 더 큰 곳이다.
그러니 시위는 일부에 의한 경찰 저지선 돌파 시도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 대열 간의 충돌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사후 네팔 경찰의 변명에 의하면 이날 네팔 경찰은 비살상 무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수년에 걸쳐 비살상 무기 구입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처음엔 최루탄과 물대포를 썼지만 얼마 안 가 경찰 저지선이 붕괴하자 실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총성은 모든 걸 바꿨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시대, 현장의 처참함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네팔 정부의 SNS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틱톡과 같은 일부 SNS는 정부 정책 협조를 약속하며 제외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튿날 분노한 시민들은 경찰 저지선을 붕괴시키고 정부종합청사로 난입해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디스코드에는 정치인들의 집 주소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좌표가 찍힌 그곳으로 모여들었고, 주요 정치인의 집에도 방화가 시작됐다.
네팔 정부는 너무나 급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대응을 하지 못했다. 발포당일인 9월 8일 내무부 장관이 유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다음날 정부는 SNS 금지 정책을 철회했으나, 수많은 시신을 본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SNS의 금지·재개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9월 9일 오후 2시 45분 총리인 K.P 샤르마 올리가 사임을 발표했다.
시위는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대통령이 사임한 K.P 샤르마 올리에게 혼란을 수습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임시 총리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혼란은 9월 12일 전 대법원장 수실라 까르끼가 시위대와 군부, 대통령의 추인을 받아 임시 총리에 오를 때까지 이어졌다.
파괴
29시간 만에 정권이 붕괴됐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29시간 만에 벌어진 파괴 행위 또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싱하 두르바르에 속한 연방 의회, 총리실, 각 정부 부처의 반절가량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됐다. 화재는 종이로 된 모든 자료를 태워버린다. 디지털은 화재에도 불구하고 복구 시도라도 해볼 수 있지만 종이는 끝이다. 9월 9일 화재로 대법원도 함께 불에 탔는데, 네팔의 고질적인 부정부패 수사 자료와 오랜 시간 축적해놓은 재판 자료들도 모두 불에 타 사라졌다. 시위대의 가장 큰 요구 중 하나는 부정부패 일소였는데, 그 부정부패를 수사할 증거들이 모두 사라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폭력 사태는 수도인 카트만두뿐이 아니었다. 전국 753개 지방 정부 중 300개가 불에 탔고, 인구 밀집 지역인 카트만두 계곡 일대에 있던 218개의 경찰서 중 112곳이 전소, 98곳이 화재 피해를 입었다. 한국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전국에서 약 1만4000여 명의 죄수가 교정 시설에서 탈옥, 현재까지도 6000여 명이 도주 중이며, 봉기 당시 총기 1200여 정과 탄약 10만 발이 탈취, 현재까지 행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폭력은 국가 공권력에 대해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최소 37곳의 보건 시설도 전소됐고, 이 중 백신을 보관하는 콜드체인 시설 13곳도 불에 탔다. 이로 인해 네팔의 영유아 의무 접종이 일부 불가능해졌다. 1인당 GDP가 US$1,193에 불과한 네팔의 보건소 시설은 유니세프 자금으로, 골드체인 시설은 일본 ODA로 건설됐기 때문에 자력으로 재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마오이스트-왕국군과의 내전 기간에도 보건 시설이 공격당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네팔 사회의 충격은 더 크다.
이외에도 전국 약 60개의 은행이 공격을 받아 ATM의 현금이 모두 강탈됐고, 싱하 두르바르 안의 네팔 국경 은행에서만 금 18kg이 탈취당했으며, 전국 체인 마트인 바트 바테니의 매장 28곳 중 21곳이 약탈 대상이 됐다. 이게 불과 수십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대략 3조 네팔 루피로 추산되는데, 이는 네팔 연간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민주의자, 공산주의자, 그리고 마오이스트
이번 분노를 달군 상징은 네포키즈라 불리던 혁명 1세대 정치 엘리트 자녀들이 SNS에서 보여준 노골적인 플렉스였다. 청년들은 '우리가 해외로 떠나거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목숨을 거는 동안 누군가는 부모 잘 만나 SNS 속에서 부를 과시한다'고 느꼈다. 이는 확실히 분노의 트리거로 작동했다. 관련한 해시태그와 밈이 증폭 장치가 되면서 '부패와 특권' 프레임이 정서적 동력이 됐다.
네팔의 원래 국명은 KINGDOM OF NEPAL, 즉 네팔 왕국이었다.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국이 최초로 탄생한 게 2008년이다. 공화국이 탄생하기 전 네팔은 마오이스트의 봉기로 인한 10년 내전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입헌 군주국이었던 네팔 왕국의 주요 정당 중 하나가 네팔 국민회의, 그리고 네팔 공산당 마르크스 레닌(이후 네팔 공산당 ML)이다. 네팔 국민회의는 당시 1당으로 네팔 왕국군을 지휘해 마오이스트와 맞섰고, 원내에 있던 네팔 공산당 ML도 마오이스트에 대해 극좌적 모험주의라며 적대시했다.
전황은 왕국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얼마 전까지 농민이었던 반군에게 왕립군이 패배했고, 내전 말기로 가면 카트만두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를 제외한 네팔의 전 국토가 반군에게 떨어졌다.
2005년 왕은 무능한 정치인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치안 회복과 반군 극복을 이유로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의회가 해산됐고, 전제 정치가 부활됐다.
이 일을 계기로 네팔 내 모든 정치 세력이 왕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국왕과의 대결, 즉 민주주의 회복을 선언했다. 이들이 왕과 맞설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마오이스트들이 제공했다. 2005년 11월 네팔의 주요 정치 세력들은 12항 합의를 발표한다. 주체는 크게 둘, 왕정에 맞서는 네팔 7개 정당 연합 그리고 마오이스트들이었다. 마오이스트가 정치 세력이자 민주화 운동의 주체로 인정받았고, 토벌군을 지휘하던 구 여당 네팔 국민회의와 반군인 마오이스트가 군주제 타도라는 전선 속에 동지가 됐다.
이들의 합의는 총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1. 입헌 군주제 종식. 이 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입헌 군주정을 지지하던 네팔 국민회의의 양보가 있었다.
2. 헌법 제정 회의 소집
3. 마오이스트 무장 투쟁 종식, 마오이스트 정치 참여 수용, 좌파 블록이지만 입장을 달리했던 네팔 공산당 ML이 유일한 좌파 합법 세력이라는 독점적 위치를 마오이스트와 나누는 쪽으로 양보한 결과다.
4. 평화적 시위와 시민 불복종 운동 병행. 이 건에 대해서는 마오이스트가 무장 투쟁 포기로 양보를, 네팔 국민회의가 마오이스트에 대한 입장을 기존 테러 집단에서 정치 주체로 인정하며 양보했다.
여파는 엄청났다. 합의 직전 마오이스트들은 네팔의 75개 구 중 68개 주를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 또한 상당했다. 2006년 4월 록탄트라 안돌란, 번역하자면 민주주의 운동이 재개되면서 19일간에 걸친 총파업과 수십만 명이 참여한 카트만두 시위 끝에 갸넨드라 국왕은 항복을 선언, 2002년 본인이 해산시킨 의회를 복원시켰다.
복원된 의회는 즉각 왕의 모든 권한을 박탈했다. 2008년 5월 제헌 의회 선거가 실시됐고, 이 선거 결과 10년간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총을 들고 왕정에 맞선 마오이스트가 제1당으로 화려하게 제도권에 입성했다. 2008년 5월 28일 제헌 의회는 첫 번째 회의에서 왕정 종식을 결의하고 연방 민주 공화국 건설을 선포했다. 10년 내전 기간 마오이스트 반군을 이끌던 프라찬다가 공화국의 첫 번째 총리가 되었다.
혁명의 유효기간
새로 수립된 네팔 공화국은 대중들에게 토지 개혁과 과거사 청산 그리고 네팔을 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선보였다. 특히 토지 개혁은 10년 내전 기간동안 마오이스트가 농민들의 지지를 받는 핵심 동력이었다. 산에서 전투만 벌이던 마오이스트들에게 제헌 의회 1당을 몰아준 것도 이런 염원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1당이래 봐야 601석 중 229석이었다. 내각제 하에서 총리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한때 마오이스트들이 타도해야 한다는 왕정 하의 그 제도권 정당과 말이다. 연립 정부 구성의 핵심 쟁점은 토지 개혁 문제였고, 마오이스트 지도자 프라찬다는 그 핵심 쟁점을 유예시킴으로 총리직에 오른다.
더 큰 문제는 마오이스트 엘리트들 스스로가 새로운 기득권층, 어찌 보면 카트만두의 새로운 왕족이 되었다.
산속에서 총을 들었던 그들은 국회의원이 돼 특권을 누렸고 수도의 화려한 저택에서 살며 한때 그들이 타도하고자 했던 지주, 엘리트 계층과 얽히기 시작했다.
네팔의 과거사 청산은 10년 내전 기간 동안 약 1만 7천 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실종자를 낳은 전쟁 범죄를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주장이고, 이는 공화국 성립 당시 모든 정당의 공통된 약속 중 하나였다. 문제는 이 전쟁범죄라는 것이 한쪽이 일방적으로 저지른 게 아닌, 정부군 혹은 마오이스트 반군이 모두 얽혀 있는 데다, 양쪽 세력이 제헌 의회 수립 직후부터 연립 정부를 구성하면서 다시 한 번 얽히고설킨 상황이다 보니 결국 누구도 이 문제를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
심판 받아야 할 자들이 심판자가 된 셈이다. 2015년이 돼서야 정치적 흥정 끝에 과거사 위원회가 발족했다. 그럼에도 6만 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지만 단 한 명의 고위급 가해자도 처벌받지 않았다. 정부군, 마오이스트 모두 말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은 나라를 가리지 않고 '안정'이다. 네팔 혁명은 많은 나라가 혁명 후 겪는 일종의 혼란한 청산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채, 급속도로 기득권이 되어버린 혁명가들의 얼굴만 남겼다.
프라찬다, 왕을 몰아낸 세 명의 새로운 왕 중 하나
마오이스트 지도자 프라찬다의 본명은 푸시파 카말 다할. 프라찬다는 '사나운 자'라는 의미로 그가 반군 지도자였던 시절 알려진 이름이다. 지금이야 엄연히 푸시파 카말 다할 의원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프라찬다라고 부른다. 그는 10년 간의 네팔 내전을 이끌며 네팔 전 국토의 80%를 실질 지배한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그와 관련된 삶에서 가장 수수께끼인 부분은 인민 혁명의 문턱에서 왜 타협했는가라는 점이다. 인민 전쟁(네팔 내전) 말기 네팔은 전 국토의 80%가 마오이스트의 수중에 떨어졌고, 왕국이 작동하는 지점은 카트만두와 포카라 등 몇몇 거점 도시들뿐이었다. 게다가 왕이 전제정을 선언하며 대부분의 정당이 군주제 타도를 외치는 와중에 군사력을 가진 그는 기존 정당을 흡수할 수도 있었다. 적어도 당시 상황에서 보면 시간은 프라찬다의 편이었다.
그는 산에서 내려온 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상황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밝혔는데, 크게 요약하자면, 카트만두 점령을 시도했을 경우 격렬한 시가전이 필연적으로 동반돼 카트만두가 피바다가 됐을 텐데, 이럴 경우 인도가 군사 개입을 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게다가 당시 미국 역시 마오이스트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왕립군을 지원하고 있었다.
만약 인민 전쟁에 성공했다고 해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처럼 국제적 고립이 필연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굳이 무리하게 인민 혁명으로 가지 않아도 갸넨드라 국왕이 전제적으로 선포하면서 스스로 고립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프라찬다는 위의 두 가지 이유로 본인은 혁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혁명의 방식을 수정했다고 주장한다.
공화정 수립 과정까지만 보면 그의 입장 변화는 궁극적으로 그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겼다. 그는 반군 지도자에서 민주화 운동 지도자로 화려하게 변신했고, 록탄트라 안돌란을 승리로 이끌며 총 한 방 쏘지 않고 카트만두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문제는, 이 위대한 타협이 공화국 수립의 토대가 되었지만, 동시에 함께 혁명 정신의 배신이라는 씨앗도 잉태했다는 점이다. 전술했듯 제헌 의회 선거에서 마오이스트는 압도적인 1당은 됐지만 과반은 차지하지 못했다. 당시 마오이스트의 승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만큼 농촌에서의 지지가 압도적이었고, 이는 농민들은 토지 개혁을 원했음의 방증이다. 문제는 내각제하에서 과반수를 넘지 못한 1당은 별 의미가 없었다.
당시 대부분의 정당은 마오이스트에 적대적이었기에 1당을 배제한 연립 정부 구성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그는 총리가 되기 위해 불과 얼마 전까지 총을 겨누던 세력과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그 조건은 토지 개혁의 유예였다. 10년간 그는 농민들에게 토지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연립 정부 구성의 대가로 그가 제일 먼저 유예시킨 것은 바로 그 약속이었다(인민전쟁 시기 마오이스트가 점령한 지역에서는 토지개혁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2006년 평화협정 세부조항에서 '마오이스트가 점령지에서 몰수한 재산은 원상복귀한다'는 세부조항이 들어가서 원점화된 것이다).
토지 개혁이 실패하고 과거사 청산이 봉인된 상태에서 그에게 남은 건 권력뿐이었다. 정글에서 입던 군복을 벗고 카트만두의 저택으로 이사하면서 그건 이미 예고됐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의 측근들은 국회의원, 장관, 공기업 사장이 됐고, 그가 타도하려 했던 바로 그 왕족이 되었고, 엘리트가 되었다. 혁명은 국가 재산을 사유화하고, 부패 카르텔을 형성하고, 자녀들에게 특권을 세습하기 위한 과정이 되었다.
프라찬다 본인은 세 차례의 총리직을 역임했다. 제헌의회 당시 프라찬다 1기 내각은 내전 당시의 교전 당사자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했고, 이후 네팔 정치의 과정이 수많은 원칙없는 이합집산(심지어 네팔공산당 ML와 왕당파가 연립정권을 구성하기도)을 거치며 너무나 쉽게 권력에 포섭되었고 프라찬다와 그의 가문도 사회개혁의제보다는 권력 쟁탈과 권력유지, 족벌 간 이권 나누기에 뛰어들었다. 동생은 상원 의장이고, 딸은 바랏뿌르시 시장, 며느리는 장관이자 하원 의원이었다. 손녀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친중 정권의 붕괴인가?
네팔 사태는 한국에서 좀 묘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29시간 만의 초단기 정권 붕괴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네포키즈와 기득권이 된 혁명가 서사에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네팔 사태를 친중 정권 붕괴, 공산당 정권 붕괴 서사라는 단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이러니 네팔 관련 방송을 하거나 글만 쓰면 양쪽 사람들이 모두 들러붙어 공격을 해댄다.
일단 축출된 KP 샤르마 올리 총리가 친중이었냐를 따지기 전에 우리는 네팔의 지리적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네팔은 고전 지정학의 교과서라 불린다. 네팔의 남쪽 국경에는 인도가 있다. 네팔은 국토의 75%가 산악 지대다. 그것도 그냥 산이 아니라 히말라야다. 유일한 평야는 인도와 맞닿아 있는 남부 지대다. 북쪽은 다들 알다시피 히말라야다. 히말라야를 넘으면 티베트 고원이 펼쳐진다. 즉 국경을 접한 단 두 개의 두 나라가 인도와 중국이다. 오죽하면 네팔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두 개의 거대한 바위 사이에 낀 연약한 고구마라고 부를 정도다.
이러한 지리적 운명은 수백 년간 네팔의 외교를 규정해왔다. 티베트 고원을 중국이 지배하기 전의 북쪽 이웃인 티베트는 1대 1로 비교했을 때 네팔에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남쪽의 인도는 네팔에 단순한 이웃이 아니었다.
인도 관점에서 네팔은 중국 세력과 직접 국경을 맞닿지 않게 하는 전략적 안보 완충지대이자 문화적 세력권에 속한다. 인도는 1950년 네팔과 평화 우호 조약을 맺었는데, 이 조약은 '양국은 상호 안보와 평화 유지를 위해 외교적 협의에 따른 행동을 취한다'는 문구로 네팔의 대외 정책 자율성을 부정했고, '인도는 네팔군 현대화와 군사 장비 공급에 협조한다'는 문구로 네팔이 군사적으로 인도에 종속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양국 국민은 상대국 내에서 거주, 재산 소유, 무역, 취업에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한다면 네팔에 전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다. 경제적으로 네팔은 인도에 예속될 수밖에 없게 설계됐다.
인도는 이를 근거로 네팔의 왕위 계승부터 총리 임명, 헌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네팔의 내정에 간섭했다. 그리고 인도의 이런 갑질을 모르는 네팔 사람들은 없다.
인도 내정 간섭의 결정적 사건은 2015년에 터졌다. 네팔이 7년간의 진통 끝에 새 헌법을 공포하자 네팔 남부, 인도 국경 지대의 마데시 족이 시위를 시작했다. 인도는 시위로 인한 안전 문제를 들며 네팔로 향하는 모든 물류를 끊어 버렸다. 문제는 그로부터 불과 5개월 전 네팔은 치명적인 지진을 겪었고 이때까지도 의약품이 부족하던 실정이었다는 점이다.
네팔은 이때까지만 해도 인도를 통해 석유, 의약품, 생필품의 100%를 의존하고 있다. 특히 석유 의존도 100%는 치명적이었다. 이 봉쇄로 인해 네팔 경제는 완전히 마비되었다.
이 시절의 총리가 이번에 축출된 K.P 샤르마 올리다. 그는 중국 페트로 차이나와 유류 공급 MOU를 체결, 그해 11월 첫 번째 중국발 석유 인도분이 네팔에 도착한다. 비슷한 시기 올리는 중국을 통한 인터넷망 연결을 허용하고, 중국 항구를 이용할 수 있는 무역·운송 협정을 체결한다. 그 전까지 네팔은 반드시 인도를 거쳐 무역과 운송을 했는데, 이제 중국 내륙을 가로질러 중국 항구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뚫은 것이다. 올리는 이로 인해(이 시기) 인도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네팔을 구한 국민 영웅으로 등극한다.
한국에서 친중이라 엮는 프레임을 네팔에서는 인도로부터의 주권·자주라고 읽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네팔의 현실은 여전히 인도에 압도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네팔 전체 교역의 70%는 여전히 인도와 이루어지고 있으며, 노동 시장, 문화, 종교, 심지어 네팔 정치인의 사적 네트워크까지 모든 것이 인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네팔 국민에게 인도는 '우리의 내정을 언제든 간섭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피곤한 강대국'이다. 반면 중국은 '인도를 견제할 유일한 카드이지만, 그들의 돈이 어떤 위험을 가져올지 모르는 미지의 존재'에 가깝다.
2025년 9월, Z세대가 반정부 투쟁을 시작한 이유는 올리가 친중이라서도, 반인도라서도 아니다. 그들의 분노는 프라찬다(마오이스트), K.P. 올리(공산당 ML),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국민회의) 등 왕정을 뒤엎은 '혁명 1세대' 전부를 향한 것이었다.
그들이 어느 나라와 친하게 지내든 상관없이, 그들 모두가 똑같이 부패했고, 똑같이 자녀들에게 특권을 세습했으며, 자신들의 미래를 훔쳐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친중 정권 붕괴'라는 프레임은 이 잿더미 속에서 '부패 일소'를 외친 네팔 청년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위험한 오독에 불과하다.
미심쩍은 9월 9일의 대화재
9월 23일 <뉴욕타임스> 탐사 보도팀은 네팔의 '젠지 혁명'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가 우발적 분노가 아닌 조직적 방화인 것으로 보인다는 장문의 기사를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의 특종, 그리고 이후 네팔 매체를 통해 추가 보도된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9월 8일 발포 직후 디스코드에 주요 정치인의 거주지를 구글 맵에 표시한 좌표가 유포되기 시작했고, 실제로 좌표에 찍힌 대부분의 집이 하나 혹은 둘로 보이는 집단에 의해 순차적으로 방화되기 시작했다.
싱하 두르바르 광장의 정부 부처 또한 일련의 집단에 의해 시차를 두고 방화가 이루어졌다. 뼈대만 남은 정부 부처 건물의 방화는 보통의 화재에서 발생하는 화력으로는 손상이 불가능하다. 내부에 화학 물질이 놓였고, 미리 창문을 열어(평소에 창문은 항상 닫혀 있다고 한다.) 환기가 이루어지도록 도운 흔적도 있다.
'젠지 시위대'는 방화 초기부터, 이런 행동은 내부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런 폭력적 행동에 대해서 격렬하게 비판해 왔다.
아무튼 대법원의 사건 기록까지 모두 타버린 현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구 정치 세력이다. '젠지 혁명' 이전에도 지지부진하나마 부정부패 수사는 이뤄지고 있었고, 수사 당국의 칼날 또한 무디긴 했으나 현역 정치인들을 겨누고 있었다. 즉 대법원과 공공 기록 보관소의 화재는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는 완벽한 증거 인멸이다.
두 번째 이익 집단은 왕당파다. 2008년 궤멸됐다고 여겨졌던 왕당파는 공화국의 실패, 즉, 1세대 혁명가들의 타락을 자양분 삼아 꾸준히 세력을 불려왔다. 최근 몇 년간 카트만두에서는 이럴 거면 차라리 왕정이 낫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들려왔다. 왕당파의 관점에서 Z세대의 분노는 '공화국 자체의 실패'를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들에게 의회와 정부 청사는 공화국의 상징이다. Z세대의 분노는 어쩌면 그들이 극복하려 했던 두 개의 구시대에게 하나는 면죄부를, 또 하나에게는 기회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진실은 잿더미에 묻혔다. 9월 23일 <뉴욕타임스>는 화재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수실라 까르끼 임시 내각은 조사 위원회를 발족한다고 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열흘만 있으면 불이 난 지 두 달이 다 돼 간다. 방화의 증거 또한 이미 소실됐다.
잿더미 위에 선 임시정부
6개월 기한의 수실라 까르끼 임시 정부가 출범했다. 1년 전 비슷한 정권 타도에 성공한 방글라데시가 선(先)개혁, 후(後)선거를 표방한 반면 수실라 까르끼 정부는 2026년 3월까지 선거를 치르는 게 목적임을 표방했지만 이제는 혁명의 주체로 격상된 Z세대들은 조급하다. 6개월 안에 개혁도, 부패 척결도, 선거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수실라 까르끼가 물려받은 건 번듯한 집무실도 없는 모두 타 버린 정부 청사, 천막에서 근무하는 공무원과 경찰, 관광업을 비롯해 붕괴된 핵심 외화벌이 산업, 그리고 거리를 활보하는 탈옥범, 사라진 총기, 시위대에 발포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경찰, 다음 달 월급 지급도 걱정해야 하는 파산 상태의 국가다.
여기에 기존 주요 정당은 수실라 까르끼 총리가 국회의원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총리직에 임명될 권한 자체가 없다며 한 달 만에 문을 연 대법원에 연이어 총리직 임명과 의회 해산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요구하고 있다. 수실라 까르끼 임시 정부는 그를 추대한 Z세대 시위대를 제외하면 사방이 적이다. 출범부터 고립무원이었는데, 벌써부터 그동안 한 게 뭐냐는 Z세대 일부의 푸념이 나온다. 다들 알다시피 시위대는 어느 순간 갑자기 흩어진다.
쫓겨난 전직 총리 K.P 샤르마 올리와 그의 정당인 네팔 공산당 ML은 내년 3월 선거 보이콧을 결정했고, 마오이스트와 네팔 국민회의도 선거 보이콧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수실라 까르끼 임시 정부가 부여받은 단 하나의 공적 임무인 선거 실시조차 불투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24년 방글라데시 총선은 '선거'라는 행위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장례식'이 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당시 제1야당 BNP는 공정한 선거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총선 보이콧을 선언했고, 여당 아와미 리그는 유권자의 30%도 안 되는 투표율로 의석을 싹쓸이했다. 선거는 치러졌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정치적 참극'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정부는 공무원 할당제에 분노한 청년들의 시위로 붕괴했다.
만약 이들 3대 정당이 모두 선거를 보이콧한다면, 수실라 까르끼는 Z세대가 배출한 신생 정당들과 함께 '그들만의 선거'를 치러야 한다. 결과는 뻔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정통성 시비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도합 당원 수만 230만에 달하는 주요 세 개 정당은 신정부를 끊임없이 흔들며 제2의 혁명 혹은 반혁명을 도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공화국의 실패'를 외치며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왕당파의 복귀 시도까지 겹친다면, 네팔의 혼돈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미 마감 직전 왕당파가 대규모 집회를 선언했고, 수실라 까르끼가 왕당파 지도자를 만나고 있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선거가 앞으로 다가올수록 네팔 정국은 더 거친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Z세대는 29시간 만에 '파괴'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은 '건설'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제반 여건은 최악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성공한 몇 개의 혁명만 기억할 뿐, 잘된 혁명도 그리 많지 않았다. 혁명이란 늘 혁명을 지키려다 망한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4554
1968년 5월에서 Z세대까지: 저항이 민주주의에 주는 의미 (참세상, 미셸 위비오르카(Michel Wieviorka) 2025.11.11 10:51, 번역: 이꽃맘)
집단적 전망이 질식되는 우경화의 맥락 속에서, 68년 5월의 기억은 종종 ‘쇠퇴의 기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그 유산은 깊은 사회적 변화가 ‘아래로부터’ 탄생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전 세계적으로 Z세대는 오늘날 엘리트를 비판하고, 상징을 새롭게 만들며,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원을 되살리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변혁의 약속일까?
프랑스 정치 및 지적 삶의 우경화 경향은 기준점 상실의 맥락 속에서 나타난다. 누가 감히 저항국민위원회(Conseil national de la Résistance,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세력이 조직한 통합 기구)가 말했던 것처럼 다가올 ‘행복한 나날’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프랑스 공산당이 전성기 때 노래했던 ‘노래하는 내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좌파 진영에서의 담론은 낙관적이지 않다. 논의는 주로 위기들에 집중되며, 그 시야는 2027년 대통령 선거 이상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전망의 부재는 참담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참혹함,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불안정한 지정학은 국제 정치의 행위자들과 쟁점들이 거의 모든 논의를 차지하게 만들고, 그것들이 해당 사회 내부의 사회적·정치적 역동성과는 단절된 듯 보이게 만든다. 민족주의를 제외하면 말이다.
우경화는 사회적 요구가 경제에 미칠 ‘가정된’ 영향을 이유로 그것을 배제하고, 공화주의적 보편주의의 이름으로 문화적 요구를 ‘국가의 통합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함으로써 민주적 토론을 훼손한다. 우파와 극우파는 특히 68년 5월과 그 행위자들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들이 권위를 약화함으로써 ‘워크주의(wokisme, 원래는 인종차별·성차별·사회적 불평등 등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사회 정의 의식을 뜻했으나 현재는 ‘과잉한 진보주의’, ‘정체성 집착’, ‘검열과 도덕적 강박’을 뜻하는 비판적·조롱적 용어로 쓰임)’와 그 밖의 ‘병폐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변화
1968년 5월은 집단적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권력의 정치적 게임이나 기술관료적 공공정책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저항으로 인해 사회가 탈산업화 시대로 진입하도록 가속하고, 심지어 그 진입을 촉발했다. 이 사실에서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68년 5월의 긍정적 유산은 우리에게 적어도 최근 혹은 동시대의 몇몇 사회운동을 신뢰와 호의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초대하며, 그것을 단순한 위기의 표지로 보기보다는(혹은 그것만으로 보지 말고) 새로운 시대에 고유한 갈등이거나, 그 시대를 열어젖히는 과정으로 볼 것을 요청한다.
과거에는 권위주의적 권력에 맞서는 인상적인 집단행동이 있었다.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우산 운동’,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2009년 이란의 대선 이후 ‘녹색 운동’, 그리고 2022~2023년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라는 젊은 쿠르드 여성의 사망으로 촉발된 ‘여성·생명·자유(زن، زندگی، آزادی)’ 운동 등이 그것이다.
오늘날 동원되고 있는 것은 대략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즉 Z세대다. 모로코, 마다가스카르, 인도네시아, 네팔, 페루, 케냐 등지에서 Z세대 운동은 지배계급과 그들의 사치스럽거나 최소한 불필요한 지출 — 예를 들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물, 전기, 그리고 인간다운 주거를 제공하는 것보다 덜 시급한 경기장 건설 같은 — 을 문제 삼는다.
물론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Z세대는 부패, 족벌주의, 공공 서비스의 결함, 사회적 불의, 불안정한 삶을 고발한다. 그들은 경청을 갈망하고, 권리를 요구하며, 폭력적인 탄압과 부당한 투옥에 맞서 싸운다. 그들은 다양한 요구를 위해, 동시에 그 요구들이 정치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조건 — 다시 말해 민주주의 혹은 그 확대 — 을 위해 싸우고 있다.
Z세대는 그 시대의 산물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이 세대의 운동은 유머를 섞어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디스코드(Discord)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조직된다. 그들의 문화적 현대성은 전 세계적이며, 만화 ‘원피스’를 참조하거나 주인공 루피의 해적단 깃발을 상징으로 채택하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루피는 민중을 해방고 부패한 정부와 싸우는 인물이다.
이 운동은 세대적이지만, 다른 세대들과의 전쟁은 아니다.
Z세대가 오래 지속되거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탄압이 언제든 이길 수 있다. Z세대는 사라질 수도 있고, 제도화되어 정당을 낳을 수도 있으며, 타락해 폭력의 악순환, 테러, 내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이 운동이 분노와 격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정치적 출구를 찾지 못할 때 폭동과 약탈 등으로 표출된다는 점이 관찰된다. 그러나 68년 5월처럼, 이 운동 역시 그 긍정적인 면(높은 수준의 기획력, 문화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기본권을 위한 동원력)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에서도 Z세대 운동과의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년만 보더라도, 생태주의·페미니즘·반인종주의 운동, 노란 조끼 운동, ‘누이 드부(Nuit debout, 2016년 봄, 프랑스 전역을 휩쓴 노동법 개악 반대 사회운동의 이름)’ 운동, 연금 개혁 반대 시위 등이 그러하다.
이 운동들의 사회적 요구는 소득, 정의, 평등, 교육·보건·주거·고용에 대한 접근, 부패 반대 등으로, 이는 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문화적 요구는 환경 문제나 사회적 소수의 정체성과 관련될 수 있으며, 윤리적 측면에서는 남녀 관계의 재정립, 인종차별·반유대주의 반대, 생명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다. 이러한 주제들은 해외의 Z세대 운동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서로 모순되지는 않는다.
현대의 운동들도 Z세대처럼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수평적 자율관리의 논리를 중시하고 지도자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상징적인 대상이나 색깔을 채택하기도 한다. 2013년 브르타뉴에서는 붉은 모자, 2018~2019년에는 노란 조끼가 그러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프랑스에서도 세대적 특성은 확인되지만, Z세대형의 강력한 집단적 행동이 나타난 적은 아직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로부터 나온 요구들이 정당·기구·제도 등에서 다뤄지지 못할 때, 일부는 폭력이나 혁명적·반란적 공상으로, 다른 일부는 무기력과 낙담으로, 또 다른 일부는 권위주의적 해법에 대한 끌림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스펙트럼의 극단 세력들은 일부 요구를 흡수하거나 왜곡해 자기들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란 조끼 운동은 참여자 담론 속에서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이 차지한 비중이나, ‘이성애 백인 남성 중심’의 성향 때문에 비판받았다. 그러나 본질을 흐트러뜨린 일탈 때문에 그 전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의미는 행동의 일탈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더 높은 차원의 의미 속에서 읽혀야 한다.
사회를 바꾸는 일
프랑스의 여러 사회운동과 Z세대 운동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사회 유형의 변화를 촉진하는가 아닌가, 그리고 그 변화를 누가 주도하는가에 따라 구분된다.
사회학자 프랑수아 뒤베(François Dubet)의 최근 개념을 빌리자면, 노란 조끼나 연금 개혁 반대 같은 투쟁이 탈산업사회적 운동의 전형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경멸이 아니다. 즉, 자연과 환경에 대한 새로운 관계, 생산과 소비에 대한 다른 관점을 지향하는 운동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그들의 사회적 요구는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지만, 사회의 구조적 전환을 겨냥한 ‘대안적 사회 구상’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운동들이 사회를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려는 수준의 기획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물론 사회와 환경을 결합하려는 시도(예를 들어 CFDT와 약 60여 개 단체가 추진한 ‘삶의 권력 협약(Pacte du pouvoir de vivre)’)은 예외적으로 그러한 성격을 지닌다.
이미 언급했듯, 대안 사회에 대한 요구는 반드시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려는 열망은 종종 과거의 매력을 지키려는 욕망과 뒤섞이거나 충돌한다. 노란 조끼들은 엘리트들이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할 때, 자신들은 ‘월말의 끝’을 이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이미 풍부한 분석과 경고, 그리고 민주주의·정치적 대표성·정당·제도·공화국 모델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제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위기 담론에만 매달릴수록 권력 획득에 몰두하고 다음 대선을 향한 집착적 계산에 갇히게 된다.
우리는 흔히 다른 관점을 너무 쉽게 잊는다. 사회가 그 운동들, 즉 저항하는 행위자들에 의해 살아 있고, 갈등적 역동성이 대안적 사회 구상을 그려내는 공간으로서의 관점이다. 알랭 투렌(Alain Touraine)의 사회학이나 클로드 르포르(Claude Lefort), 폴 리쾨르(Paul Ricœur)의 정치철학에서 그러한 모습이 드러난다. 이들은 지난 세기의 후반부와 이번 세기의 초기에 걸친 아름다운 지적 인물들이었다. 그 교훈은 시간적으로 멀지 않은 과거, 즉 이 사상가들과 68년 5월에서 비롯되었고, 공간적으로도 멀지 않은 곳, 즉 Z세대에게서 온다.
이 교훈을 성찰하지 않거나, 설령 그 움직임이 미약하더라도 우리가 더 빠르고 더 나은 방식으로 탈산업 시대에 진입하도록 이끌 수 있는 동원들을 과소평가하거나, 더 나아가 그것들을 폄훼한다면, 그것은 오늘날 공동체적 삶의 우경화에 기여하는 일이며, 극단주의와 권위주의가 다시금 발호할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출처] De Mai 68 à la génération Z : ce que les révoltes apportent à la démocratie
https://theconversation.com/de-mai-68-a-la-generation-z-ce-que-les-revoltes-apportent-a-la-democratie-267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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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8 07:17
Z세대의 젠지 혁명은 어디까지, 언제까지 계속될까? 선진국에서의 극우 열풍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확산되고 있는 젠지 혁명에 관심을 가져보자.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25803.html
“우리가 99.9%다” 거리 나선 전 세계 젠지, 정치 개혁 물꼬 틀까 (한겨레, 윤연정 기자, 2025-10-28 06:00)
남미·아프리카·아시아 등 곳곳서
부패·불평등·청년 실업률에 분노
SNS 통해 자발적 결집 ‘기본권’ 요구
“우리는 권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해할 권리, 알권리, 감시할 권리를 요구합니다. 총리 임명은 어떠한 대화도, 투명성도 없이 이뤄졌습니다. 이는 우리가 규탄해온 과거 관행으로의 회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혁명이 빼앗기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다가스카르 청년단체 ‘제트 세대 마다’(Gen Z Mada)는 지난주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20일 마다가스카르 임시 대통령 마이클 란드리아니리나가 전 비엔아이(BNI) 은행 회장 헤린찰라마 라자오나리벨로를 신임 총리로 임명한 뒤였다. 마다가스카르를 뒤흔들었던 청년들의 시위로 지난 14일 탄핵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자리는 군 엘리트 조직 캡사트(CAPSAT) 지휘관이던 란드리아니리나 대령이 차지했다. 17일 임시 대통령에 오른 그가 의회와 협의해 발탁한 신임 총리를 두고 ‘제트 세대 마다’는 “이번 결정은 국민이 요구한 ‘(부패) 단절의 정신’과 ‘신뢰할 수 있는 전환’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마다가스카르 청년들은 지켜보고 있으며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군부와 비즈니스 엘리트가 다시 결탁하면서 쿠데타에 따른 군정 수립과 정세 불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제트(Z) 세대’(1997~2012년생·젠지) 청년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아프리카와 남미로 번지며 전 세계적 물결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네팔에서 ‘네포 키즈’(Nepo Kids)라 불리는 특권층 2세들의 사치 행태와 정부의 소셜미디어 차단에 분노한 제트 세대의 시위가 정권 교체로 이어진 지 두달. 이제는 마다가스카르·모로코·페루·파라과이 등지에서도 같은 세대가 “청렴·공정·기회·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위가 촉발된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청년층 비중이 많고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특권층의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돼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마다가스카르는 세계 최대 바닐라 생산국이지만, 수도 안타나나리보조차 단전·단수가 일상이다. 10년째 현지에 사는 교민 황종연(56)씨는 “물은 사서 써야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정전이 나는데 정부는 교통체증 해소를 명분으로 아무도 안 쓰는 도심 케이블카를 세워 ‘돈잔치’를 벌였다”며 “온화하던 국민들이 더는 불공정과 부패를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 참가자 로버트(가명·20)는 국제앰네스티에 “너무 오랫동안 젊은이들이 무시당해왔다. 우린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기본권을 외친 것”이라며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면 소수의 부패한 정치인과 사업가들은 계속 부를 축적하고, 마다가스카르 국민들은 세대를 거쳐 계속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다가스카르는 평균 연령이 19살인 젊은 국가인데, 국민의 75%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조준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센터 선임연구원은 “결국 이번 사태도 군부가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정국이 쉽게 흔들리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며 “특히 군부와 비즈니스 엘리트가 결탁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번 청년 시위대의 편에 선 캡사트 부대는 2009년 라조엘리나 전 대통령을 지지해 정권 교체를 도운 바 있다.
다만 조 선임연구원은 “기술 발달로 정보 차단이 어려워지면서 청년들이 객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민생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도 지난달 27일부터 ‘제트 세대 212’가 주도한 청년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졌다. 이들은 정부의 2030 월드컵 등 대회 유치 예산 낭비를 비판하며 교육·의료 등 기본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경고’를 받아든 모로코 정부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늘리는 데 국가 예산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페루와 파라과이에서도 젊은 세대가 부패한 권력 구조에 맞섰다. 파라과이 청년들은 “우리가 99.9%다”를 외치며 예산 투명성과 치안 개선을 요구했다. 페루에서는 정부가 청년에게 민간 연금 기금 납입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시위에 불이 붙었다. 지난 10일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에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사망자와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결국 22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하상섭 외교안보연구소 조교수는 “정당 정치가 무너진 사회에서 분노가 거리로 분출됐다”며 “비정규직이 80%를 넘는 노동 구조 속에서 연금 의무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온라인에서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며 사회문제를 ‘자기 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는 페루의 전체 노동력 중 72%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의원 주택수당이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10배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위가 시작됐고, 20대 오토바이 배달 청년이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으면서 전국적으로 퍼졌다. 인도네시아 학생 데리(25)는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항의 행위가 아니라 양심선언이다. 우리에게 침묵은 공범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권위주의적 관행의 부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국제앰네스티에 말했다.
이외에도 필리핀에서는 정부의 공공사업 예산 비리 문제로, 동티모르에서는 의원 차량 지급 및 평생 연금 제공에 분노해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도 제트 세대들은 기득권층의 부패, 사회경제적 불평등, 높은 청년실업률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다. 특정한 정치 지도자 없이 틱톡 등 소셜미디어와 디스코드(게임 메신저 앱) 등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집해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기존과는 달리 스마트폰을 전략적 정치 도구로 활용해 빠르게 디지털 시민운동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에 부패한 정권을 밀어낼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소셜미디어와 정보의 세계화로 저개발국의 젊은 세대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게 됐다. 현 정부의 잘못된 거버넌스를 훨씬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힘이 실제 정치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제도권 정치와 연대해 청년들의 목소리가 제도권 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초기에 정치적 기반을 잘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 언론 카트만두포스트는 지난 12일 “임시 정부가 제트 세대 구성원들이 여러 집단으로 나뉘어 서로 상충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분열 조짐이 보인다”며 “초기 제트 세대를 대표해 임시 총리를 지명한 수단 구룽이 이끄는 하미네팔 단체에 다른 제트 세대 집단들이 ‘외부 세력’, ‘반국가적’이라고 비난하며 시위를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트 세대 운동의 리더로 알려진 수단 구룽 하미네팔 리더는 소셜미디어에 “더 큰 의제에 집중하는 것보다 먼저 한달 동안 다양한 제트 세대 그룹을 통합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고 올렸다.
일각에서는 네팔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난 일련의 청년 시위를 두고 ‘아시아의 봄’이라고 부르지만, 조 센터장은 “기득권 구조에 대한 분노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민주주의의 새 물결로 단정하긴 이르다”며 “아랍의 봄이 제도적 민주주의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번 움직임이 제도적 개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110215313233906
"이대론 못 살아, 우리도 대통령 바꾼다" 탄핵 몰고 간 마다가스카르의 원동력은 (아시아경제, 김은하 기자, 2025.11.02 18:08)
SNS로 조직되고 확산되는 시민 참여
국경과 제약을 넘어선 풀뿌리 정치 참여
지난 10월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시민이 주도한 대규모 시위 끝에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탄핵됐다. 최근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처럼 SNS를 통해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센터(센터장 김태균)가 지난달 31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28회 아프리카 세미나 '아프리카의 SNS 이용과 청년 정치 참여'에서 솔로몬 위니 우간다 마케레케대 정치학과 교수는 "SNS가 아프리카의 정치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확산으로 시민들이 정보를 수용하고 동시에 직접 생산·공유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SNS는 정보를 수용하는 동시에 생산하고 공유하는 '쌍방향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며 "이는 일방적 전달에 머무는 기존 언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더 이상 투표나 정당 활동 같은 전통적 방식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공간에서 직접 목소리를 낸다. SNS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일상이 된 것이다.
실제로 마다가스카르뿐 아니라 케냐와 모로코에서도 시민들이 SNS를 활용해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케냐에서는 증세 반대 시위와 정부 부패, 경찰의 가혹 행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수도 나이로비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모로코에서는 전국적으로 교육·의료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9∼10월 두 달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치 행동이 과거 민족주의나 지역 이슈 중심의 시위에서 벗어나, 경제적 불평등과 정부 실패 같은 공공 의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위니 교수는 "시민들은 특정 지도자 없이도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위를 조직하고 소통한다"고 말했다. 또한, 검열이나 인터넷 차단 등 국가 통제를 피해 VPN, 블루투스 메신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연대가 국경을 넘어 확산된다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 시위 당시 시민들은 SNS를 통해 네팔과 모로코 활동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SNS가 정치 참여의 장벽을 낮추고, 공공 의제 중심의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며, 국제적 연대를 촉진한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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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245
인도네시아, 네팔, 다음은? 아시아 국가 덮친 ‘불평등 도미노’ (더스쿠프, 한정연 기자, 2025.09.10)

더스쿠프 마켓톡톡
네팔 반정부 시위로 19명 사망
인도네시아 유혈시위로 장관 경질
방글라데시·스리랑카 정권 붕괴
경제적 불평등 방치한 결과
불평등 악화 동북아 3국 안심 못 해
네팔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反 정부 시위로 지난 8일까지 최소 19명이 사망했다. 이로써 지난 13개월 동안 아시아에서 대규모 유혈 시위가 벌어진 국가는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를 포함해 3개 나라가 됐다. 2022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스리랑카도 포함된다. 이중 절반인 2개 나라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표면적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 밑단엔 경제적 불평등과 부패가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의 불평등 도미노를 자세히 살펴봤다.
■ 네팔=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총리가 사임했지만, 시위대는 지난 9일에도 대통령궁과 대통령 사저, 여당인 네팔회의당 당사에 불을 질렀다. 대규모 시위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강경 진압의 표면적인 이유는 소셜미디어(SNS) 접속 차단이다.
네팔 정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26개 해외 SNS가 2023년 제정한 규칙에 따라 정부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SNS 차단의 진짜 이유는 경제적 불평등에 분노한 네팔 국민들이 SNS를 통해서 이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네팔 시위대의 주요 구호 중 하나가 “부패 종식”인 이유다.
네팔 청년들은 최근 유행한 ‘네포 키드(Nepo Kid)’ 게시물을 정부가 막으려 한 데 분노했다. 네팔 ‘카트만두 포스트’는 지난 6일(현지시간) “최근 네팔 청년들은 해외 거주 동포들이 어려운 삶을 보내는 영상과 전직 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 자녀들이 해외에서 호화롭게 생활하는 영상을 대조하는 게시물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팔 경제는 해외로 이주한 자국민의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네포’는 족벌주의, 편애주의를 뜻하는 네포티즘(nepotism)의 약자로 권력자들이 친족을 중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네팔의 경제적 불평등은 2008년 국왕 제도가 없어진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비영리단체 ‘네팔 경제 포럼’은 이 나라 소득 상위 10%의 평균 가처분 소득이 하위 40% 평균의 3배 이상이고, 자산 상위 10%의 재산이 하위 40% 평균보다 26배 많다고 지적했다.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10년 0.490으로 세계 최악의 수준이었는데, 2019년 소득 지니계수는 0.585로 오히려 악화했다. [※참고: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 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 사망자는 8일까지 최소 8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하원의원 580명이 지난해 9월부터 월 5000만 루피아(약 422만5000원)에 달하는 주거 수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가 시작됐다. 하원은 이 수당을 올해 10월 이후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시위는 중단되지 않았다.
급기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9일 경제학자 출신 재무부 장관 스리 물야니 등 장관 5명을 경질했다. 5000만 루피아는 올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지역의 법정 최저 월급 539만6760 루피아(약 45만6000원)보다 10배 많고, 자바주州 최저 월급인 216만 루피아(약 18만2520원)보다는 20배 이상 많은 돈이다.
시위대가 공식적으로 밝힌 ‘17+8’이란 대對정부 요구사항을 보면 이번 시위가 경제 불평등 문제로 발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시위대는 ▲예산 투명성, ▲대량 해고 방지, ▲계약직 근로자 보호, ▲최저임금과 파견근무 문제 해결, ▲부패 자산 몰수법 시행, ▲경제 및 고용 정책 재검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통계청은 지난 7월 이 나라 빈곤 인구가 전체 인구 2억8400만명 중 10%가 안 되는 2386만명에 불과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8월 물가상승률은 2.3%로 하락했고, 지난 2월 발표한 실업률은 4.8%였다.
그런데 이런 인도네시아 경제 통계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인 경제법률연구센터(CLEAS)는 유엔에 공식적으로 경제 통계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실 역시 다르다.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는 지난 4일 “2014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40명의 자산은 국민 평균 자산의 69만배였지만, 2024년에는 126만배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지난해 시위대가 정권을 무너뜨린 방글라데시는 20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하며 세계 32위 경제 대국에 이름을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일반 청년들에게 불리한 공무원 채용 할당제가 문제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분배 없는 성장에 이어 셰이크 하시나 정권이 ‘부자감세·서민증세(간접세 증세)’에 나선 것이 정권 붕괴의 본질이다.
특히 수출을 주도한 섬유산업에서 부를 축적한 ‘얼굴 없는 부자들’의 부패가 사회를 분열시켰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과거에는 중산층을 의미했고, 지금은 상류층을 뜻하는 무역업 종사 부자들을 코티포티(kotipoti)라고 부른다(독립언론 다카 쿠리어). 코티포티가 소유한 은행 계좌 수는 전체의 1% 미만인데, 이 계좌가 보유한 예금액은 국가 예금 전체의 43.4%에 달한다(방글라데시 중앙은행).
2009~2018년 방글라데시의 모든 무역 거래에서 관세의 17.3%가 누락됐는데, 미국 싱크탱크 ‘세계 금융 무결성’은 연평균 82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 누락금이 수출업체가 무역 송장에서 거래 액수를 위조해 빼돌린 돈으로 추정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가 발생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1월 부자일수록 세율이 내려가는 역진적인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율을 2년 만에 15.0%로 3배 높이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에서 25.0% 내리며, 재산이 4억 타카(약 44억 원)가 넘더라도 1년간 소득이 없으면 세금을 면제해 주는 식으로 재산세 부과 대상을 축소했다.
스리랑카 시위대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국가부도 상황을 초래한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시위대는 2022년 7월 대통령궁을 점거했다. 대통령과 총리를 오가며 2004년 이후 스리랑카를 장악했던 라자팍사 대통령은 즉시 사임했다.
시위대가 처음부터 대통령궁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 2022년 4월 식품과 조리용 가스 등 물가상승률은 30.2%에 달했고, 정전도 수시로 발생했다.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시위가 잦아졌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런데 그 목적은 물자 확보가 아닌 국민들의 침묵이었다. 정부는 시위 방지를 위해서 36시간 전국 통행금지령을 내렸고, SNS 접속을 차단했지만, 오히려 시위를 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스리랑카의 불평등은 세계 최악 수준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23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스리랑카를 중국, 미얀마, 태국, 인도와 함께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5개국 중 하나로 꼽았다.
UNDP는 “스리랑카 국민 상위 1%가 국가 전체 자산의 31%를 소유했는데, 하위 50%는 전체 자산의 4%도 채 소유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스리랑카의 2022년 물가 상승률은 70%, 식품 물가상승률은 90%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부도로 이 나라 경제 정책 통제권을 사실상 대신 행사하면서 공공기관 430개를 민영화해 일자리 50만개를 추가로 없애라고 지시했다. 법인세를 최저로 유지하고, 근로소득세와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18%로 3%포인트 인상하라는 IMF의 요구는 이 나라 불평등을 오히려 악화했다. 스리랑카의 불안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시위대 3.5%의 법칙=최근 몇년간 아시아 4개국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2개 나라 정권을 갈아치울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시위대의 조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조직되지 않은 세력이 분을 못 이겨 거리로 나서면서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이 더 강경해졌다. 그 결과 사망자가 발생했고, 역설적으로 시위대 수는 더 증가했다.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PRIO)의 에리카 체노웨스는 1900~2006년 비폭력 시위를 조사해 “비폭력 시위대가 인구의 3.5%를 넘어서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3.5%의 법칙을 완성했다.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선 것은 시위 인원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인데,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결국 정권 붕괴로까지 연결된 셈이다.
인도네시아 시위에서는 지난 8월 28일 오토바이를 몰던 21세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이 경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하면서 시위가 격화했다. 방글라데시 시위에서는 지난해 7월 16일 25세 대학생 아부 사예드가 경찰이 15m 앞에서 쏜 산탄총에 사망했다. 2022년 4월 19일 경찰의 총격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했던 스리랑카 시위에서도 시위대 대부분은 그 지역 동네 주민이었다. 19명이 사망한 네팔 시위는 ‘Z세대 시위’로 불리는 만큼 사망자 대부분이 청년일 것으로 보인다.
■ 동북아는 안전할까=아시아 4개국 시위의 본질은 경제적 불평등을 정부가 방치한 데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3년 1월 “2020년 이후 새롭게 창출된 42조 달러의 막대한 자산 중에서 3분의 2가 가장 부유한 1%의 차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올해 1월 세계 36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경제적 불평등 설문을 실시한 결과, 54.0%가 자국의 빈부 격차가 매우 큰 문제라고 답했고, 60.0%가 부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한중일 동북아 3국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불평등연구소(WIL)는 지난해 1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 수준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빠져 2020년 현재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수준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WIL은 일본의 불평등 역시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소득 상위 10%의 세전稅前 소득은 1990년대 전체의 30%대였지만, 2000년 이후 40%대로 증가했다. 중국의 소득 불평등도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악화해 2003년 이후 2019년까지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소득 하위 50%가 전체 소득의 10%대를 가져가는 데 그친 것과 대조된다.
동북아 3국의 불평등 처방은 제각각이다. 일본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에 나섰지만,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은 3년 연속 줄고 있다. 중국은 검열과 삭제를 택했다. 2023년 12월 중타이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리쉰레이가 베이징 사범대의 2021년 자료를 인용해 “월 소득 2000위안(약 38만원) 미만인 사람이 9억6400만명에 이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게재했는데, 이 글이 하루 만에 삭제된 건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대기업과 고소득층 세금 감면 등 부자 감세를 주도했고, 예상과 달리 이재명 정부에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와 같은 초부자 감세 정책을 확정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7191
‘젠지’ 혁명…아시아 부패권력이 떨고 있다 (중앙일보, 이창훈 기자, 2025.09.16 01:09)
2022년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를 거쳐 최근 네팔까지 번진 남아시아의 반정부 시위엔 공통점이 있다. 청년 실업과 부패 권력에 분노한 ‘젠지(GenZ·Z세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가 시위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남아시아 시위를 “젠지 혁명”이라고 부르며 이를 주도한 청년세대에 주목했다. 중위 연령이 낮은 젊은 국가인 네팔(25.3세)·인도네시아(30.4세)·방글라데시(26.0세)·스리랑카(33.3세) 모두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청년이 분노하자 정권이 무너졌다.
2022년 7월엔 스리랑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방글라데시에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쫓겨났다. 인도네시아에선 지난달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장관 5명이 해임됐다. 지난 9일부터 시위가 이어진 네팔에선 샤르마 올리 전 총리가 물러난 뒤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를 맡았다.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서 대통령궁과 정부 청사 등에 불을 지르고 정치인을 구타하는 등 폭력도 불사했다.
FT가 진단한 남아시아 청년들의 분노엔 ① 청년 실업 ② 부를 독점한 정치 엘리트 ③ 부패 문제가 깔려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청년실업률(15~24세)은 스리랑카(22.3%)와 네팔(20.8%), 인도네시아(16%) 모두 세계 평균(13.5%)을 웃돌았다. 방글라데시(11.46%)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전의 사다리가 끊겼다”고 진단했다. 청년 노동력을 수용할 일자리가 부족하자 정부에 대한 불만은 높아져 갔다.
권력을 장기간 독점한 정치권력의 부패도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스리랑카의 라자팍사 전 대통령 가문은 2005년 이후 20년 동안 대통령과 총리 등을 배출했고, 정부가 맺은 계약에서 수수료를 뜯어내며 가문 재산을 늘렸다. ‘국부(國父)’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의 딸인 세이크 하시나 전 총리는 5연임을 하며 수도 다카 주변 노른자 땅을 소유하는 등 부정축재를 해 왔다. 그가 인도로 도피한 후 동결된 일가 소유 재산만 4753만 달러(약 700억원)다.
인도네시아에선 지난해 9월부터 국회의원들이 1인당 5000만 루피(약 422만원)의 주택수당을 매달 받아 온 사실이 알려지며 젊은이들이 분노했다. 해당 금액은 인도네시아 근로자 평균 월급(284만 루피·약 24만원)의 17배가 넘는다. 네팔에선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의 자녀인 ‘네포 키즈’가 화려한 명품을 두르고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SNS로 공유되면서 젠지 세대의 분노를 샀다. FT는 “청년 인구가 많고 경제적 조건이 비슷한 파키스탄 등에서도 유사 시위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젠지 세대가 정치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63206
Z세대 혁명 도미노...불평등에 분노한 네팔 격변 (JTBC 최수연 기자, 2025.09.16 17:21)
발단은 SNS차단, 그러나 뿌리는 더 깊어
청년이 이끈 '젠지 혁명'...새로운 저항 방식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에서도 시위
네팔 시위의 발단은 정부의 SNS 차단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사태의 본질은 부패와 불평등이 쌓여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시위는 청년들이 주도하면서 '젠지 혁명'이라고도 불리는데 네팔시위, 왜 일어났고 무엇을 남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시위 격화와 정치 지형 변화〉
대통령궁과 의회를 비롯해 곳곳이 불에 탔습니다. 정치인들은 거리에서 폭행 당하고, 헬기 줄에 매달려 탈출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의 분노가 향한 곳은 부패한 정치 권력이었습니다.
[시위대 청년] "잔혹한 나라, 잔혹한 행정이 돼 버렸어. 어떤 나라도 이렇게 돌아가지 않아."
[아바시 레그엠/25살/ 시위대] "부패한 정치인들은 이 의회에서 몰아내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지도자들을 이곳에 임명해야 합니다."
72명이 숨지고 2천여명이 부상, 국가 기반시설 피해액은 2조 원에 달합니다. 총리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청년층의 지지를 받는 전직 여성 대법원장인 수실라 카르키가 임시 총리에 취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발단은 'SNS 차단', 그러나 뿌리는 더 깊다〉
네팔 정부는 가짜뉴스가 확산한다며 유튜브와 인스타 등 26개 SNS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이때는 #NepoKids 네포키즈라는 해시태그로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모습이 공유되며 젊은층 공분이 커지던 때였습니다. 이런 영상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모습과 교차 편집돼 퍼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빈부격차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SNS를 막는데 나섰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며 대중들의 분노를 키웠습니다.
[사란 슈레슈타/ 27세/시위대] "정부는 소셜 미디어 금지와 온갖 부패로 우리를 억압했습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구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젠지(Gen Z)의 새로운 저항 방식〉
이번 시위를 이끄는 게 전통적 노조나 정당이 아니라 젊은 세대란 점이 특징입니다. 청년들은 SNS 숏폼 영상과 해시태그를 활용해 저항의 메시지를 공유했습니다. SNS라는 디지털 광장은 권위주의에 맞서는 새로운 무대가 되는 겁니다.
〈네팔의 불평등과 부패, 무능〉
네팔 청년 실업률은 22%. 일자리가 없어서 중동과 동남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납니다.
[네팔 노동자/19살] "수천만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로) 해외로 떠나야 했습니다. 그런 날이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패지수는 100점 만점에 34점으로 최하위권, 빈곤층 역시 인구 5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17년 동안 총리가 열 댓번 교체될 정도로 정치권은 혼란스러웠는데 부패 척결 등의 중요 공약은 이행되지 못했습니다. 시위대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시스템 자체의 변화와 공정과 평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속 네팔〉
네팔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도 국회의원들이 받는 특혜에 대중이 폭발했습니다. 의원들이 받아온 월 주택 수당만 최저임금의 10배가 달한 겁니다.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정부는 일부 특혜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방글레데시에서도 참전용사의 자녀에게 공무원 직위를 30%까지 할당하자 실업에 시달리던 청년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모두 기득권층의 특혜와 우대 정책이 국민에게 불공정하게 느껴지며 폭발하는 형태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지역적 사건이 아니라 불평등과 부패가 만든 구조적인 문제의 표출이란 지적입니다. 근본적인 개혁이 없다면 잇따른 남아시아의 시위처럼 어디서든 다시 터져나올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7479
[고영경의 아세안 워치] 동남아 흔드는 시위…성장의 그늘·부패에 맞선 시민의 반격 (중앙일보, 고영경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 2025.09.17 00:22)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경찰 장갑차가 오토바이 택시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을 치고 가는 영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분노한 시위대가 국회의원과 재무장관의 집을 습격해 방화와 약탈로 이어지는 폭력 사태로 번졌다. 10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급하게 중국 방문을 취소했다가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권력 카르텔로 인한 불합리 구조
정치적 격변 사태 휘말린 동남아
냉정한 판단으로 리스크 관리를
시위의 도화선은 국회의원 580명에게 매달 5000만 루피아(약 417만원)의 주택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정부 결정이었다. 자카르타 최저 임금의 10배,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지역의 최저임금 20배가 넘는 금액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부 의원이 이를 비판하는 시민을 “바보”라고 조롱한 것이다.
의원 특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쌀값 급등으로 서민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전임 농업부 장관과 신임 노동부 차관이 각각 13억9000만 루피아(약 1억1860만원)와 55억 루피아(약 4억6890만원)의 거액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관련자의 집에서 현금과 스포츠카가 발견되며 정치권 부패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견제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주요 정당 8개 중 7개가 연정에 참여해 국회 의석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나머지 투쟁민주당조차 ‘야당’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견제 기능을 포기한 상태다. 정치권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제동을 걸 유일한 수단은 SNS 비판과 거리 시위뿐이다. 시위대의 ‘17+8 국민 요구’에는 군의 치안 개입 중단과 의원 특혜 동결, 국회 개혁, 재산 공개 등이 담겼다.
부패인식지수 하위권 포진한 동남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사태는 단순한 ‘사회 혼란’이 아니다. 성장에 가려져 있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100만명이 넘는 오토바이 택시 기사 등 비공식 노동자의 불만, 중산층 감소 등 커지는 빈부 격차가 시위의 사회적 배경이다.

겉으로 보이는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은 장밋빛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1조4000억 달러의 세계 16위 경제 대국이자 브릭스(BRICs) 가입으로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다. 2024년 경제성장률(5.03%)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인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2019년 230억 달러에서 2024년 553억 달러로, 불과 5년 만에 2.4배 이상 증가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8% 성장률을 공약했지만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은 이를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지적한다. 구조적 한계가 성장 동력을 제약하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세계 경제 질서 재편 속에서 외자 유치와 수출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내수도 침체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시위 상황에서 급락한 주가지수와 흔들리던 환율은 일단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정치 불안이 반복되면 투자 위축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시장의 신뢰를 받던 스리물리야니 재무장관을 지난 8일 전격 교체하자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 신임 재무장관이 성장 드라이브를 강조하면서 재정 건전성 완화와 포퓰리즘 우려가 커지고 경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정치적 무능과 제도화한 부패, 그에 따른 사회 혼란은 인도네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여름 동남아시아 일대가 정치적 격변에 휩싸였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 처리 과정에서 해임됐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개혁 의지 부족으로 비판받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5456억 페소(약 11조원) 규모의 홍수 방지 사업 중 상당수가 ‘유령 사업’으로 드러나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2024년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인도네시아(99위)와 태국(107위), 필리핀(114위) 모두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과 비교해도 대부분 국가의 순위와 점수가 정체되거나 악화했다.
동남아의 부패는 집중된 권력과 불투명한 입법 절차, 연줄 정치가 공공재를 사적 이익으로 전용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이제는 ‘제도화한 부패’가 된 것이다. 정치 엘리트가 권력을 갖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시민사회의 견제를 차단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성장과 함께 시민 의식이 높아지며 이에 대한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동남아 정치 리스크 대비 전략 세워야
인도네시아 등에서 발생한 시위는 단순한 혼란이 아닌 구조적 문제의 폭발이다. 태국과 필리핀 등은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성장을 이어왔지만 정치 시스템이 국가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민 사회의 요구를 제도화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역량을 키우지 못한다면 성장 모멘텀은 언제든 꺼질 수 있다.
이러한 도전적 상황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와 관련해 개별 기업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동남아 정치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 대비로 지원하고, 동시에 기업은 현지 정부·국영기업과의 관계 중심 리스크를 관리하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뉴스 헤드라인에 이끌려 극단적인 공포심에 휩쓸리기보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공포에 사로잡힌 접근은 성장 시장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리스크 없는 해외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남아의 정치적 불안정을 인정하되 이를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접근하는 것이 진짜 전략이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61307
정권 무너뜨린 네팔 Z세대의 분노…혁명은 이뤄질까? [특파원 리포트] (KBS뉴스, 정윤섭 기자, 2025.09.18 16:04)
■ 거리에서 쓰러져 간 네팔 청년들…"명백한 살인 행위"
아들의 관을 붙들고 오열하는 엄마. 올해 23살의 라식 카티와다는 거리의 시위에 나섰다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습니다. 현지 시각 지난 16일, 네팔 카트만두에서는 이번 시위에서 숨진 이들의 합동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곳곳에서 가족들이 오열했고, 생때같던 자식들은 한 줌의 재가 됐습니다.
올해 19살의 아유시 타파는 운동을 좋아하고, 항상 밝았던 청년이었습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위해 카트만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던 아유시는 지난 8일 거리로 나섰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고 숨졌습니다.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애지중지 키우던 아유시의 사망 사실을 아직도 모릅니다. 여전히 그가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카트만두 포스트)
올해 26살이 이쇼트 아디카리는 육군 소령 출신 아버지의 제안으로 시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쇼트 스스로 "우리 Z세대의 운동"이라며 시위에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영국 유학을 위해 여권 갱신을 기다리던 이쇼트도 결국 거리에서 경찰이 쏜 총에 숨졌습니다.(카트만두 포스트)
사망 72명 부상 2천백여 명.
네팔 정부는 희생자들을 '순교자'로 지칭하고,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네팔 매체들은 이번 시위 과정에서 숨진 청년들의 사연을 잇따라 지면에 싣고 있습니다. 네팔 사회가 나라의 미래였던 이들의 죽음을 기리고, 기억하는 방식일 겁니다.
그러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잇따라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난 8일, 19명이 한꺼번에 숨지게 된 상황을 복기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네팔 육군 장교 출신으로 분쟁 전문가인 프라나야 슘셔 J.B. 박사는 네팔 영문 매체 <더라이징 네팔>과의 인터뷰에서 "비무장 시민들의 생명을 몇 분 만에 앗아간 명백한 살인 행위"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군인도 비상 상황에서는 무릎 아래 사격이 기본인데, 당시 네팔 경찰에게 시민들의 생명이 하찮게 보인 것"이라며 당시 일선 경찰과 장관, 총리에게까지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네팔 정부는 이번 시위 과정에서 숨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18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정했습니다. 모든 관공서와 해외 공관에선 네팔 국기를 반기로 게양했습니다.
■ 정권 무너뜨린 네팔 청년의 분노…도망가기 바쁜 권력자들
네팔 청년들이 거리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네팔 정부의 SNS 차단 조치였습니다. '허위 정보 확산'을 방지한다며 지난 5일 26개의 '등록되지 않은' SNS를 전격적으로 차단했습니다. 네팔 청년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던 유튜브, 페이스북, 엑스(구 트위터) 등도 포함됐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허위 정보', 네팔 청년들은 권력층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때마침 직전까지 이른바 '네포 키즈(Nepokids)' 운동이 SNS로 확산하던 중이었습니다.
'네포 키즈'는 부모의 배경으로 기득권을 누리는 자녀들을 지칭하는데, 네팔에선 권력층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고발하는 방식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들의 사진과 가난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사진을 대비한 콘텐츠를 퍼뜨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완곡하게나마 부패한 권력층을 비판해 오던 네팔 청년들, 아예 이걸 막아버리자 분노가 폭발한 겁니다.
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 전현직 장관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집이 불탔습니다. 청년들은 곳곳에 숨어있던 장관들을 찾아내 거리로 끌고 와 폭행했습니다. 정권은 무력했습니다. 시위가 벌어진 8일 당일, SNS 차단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발표뿐, 청년들이 분노한 근본 원인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시위가 더 커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장관들이 잇따라 사임하고 총리도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도망가기에 바빴습니다. 샤르마 올리 전 총리는 결국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도주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네팔 인구 3천 명 가운데 20% 이상이 빈곤층. 22%가 넘는 15~24세 실업률. 전체 660만 가구 가운데 23%의 가족 중 한 명은 해외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하는 가난한 나라.
그런데도 고가 명품을 구입하고 해외 호화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SNS에 올려 자랑하는 부패 권력층의 자녀들. 네팔 청년들의 분노는 결국 정권을 붕괴시켰습니다.
■ 새 총리에 'Z세대 인기' 전직 여성 대법원장…정부 구성에도 참여
시위대에 쫓겨 달아난 총리. 그 자리에 올해 73살의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임명됐습니다. 람 찬드라 포우델 네팔 대통령은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임명하고, 하원을 해산하는 한편 내년 3월 5일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네팔의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상징적 존재로, 의례적인 권한만 행사. 실제 국정 수반은 총리.)
네팔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카르키 임시 총리는 2016년 7월 역시 첫 여성 대법원장으로 부임해 특히 권력층과 부패 사건에 대한 소신 있는 판결을 해온 인물입니다. 시민 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판결, 네팔 정부의 경찰청장 임명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취임을 취소한 판결 등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받아왔습니다.
카르키 임시 총리의 임명 과정엔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하미 네팔(우리는 네팔이다)'이 참여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추천했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카르키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부패 근절'과 '경제적 평등'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시위에 나선 네팔 Z세대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겁니다.
장관직도 속속 새 인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엔 재무부 장관, 내무부 장관, 에너지부 장관이 발표됐는데 역시 모두 'Z세대'가 선호하는, 청렴한 인물들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 "우리 모두가 Z세대"…앞으로 6개월이 관건
시위가 벌어진 수도 카트만두 등 주요 도시들은 평온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통행금지도 해제됐고, 대중교통 운행이 재개됐으며, 시장과 상점 등이 다시 문을 열고 있습니다. 불에 타고 파괴된 건물에 대한 복구 작업도 시작됐습니다. 시민들은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지금의 불편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Z세대 (We all are Gen Z)"
현지 시각 18일 네팔 매체 <카트만두 포스트>에 실린 칼럼의 제목입니다. 글쓴이는 시위 직전까지도 '네포 키즈' 운동을 알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스스로를 포함한 기성세대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이 SNS로 보다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무지한 세대로 치부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네팔의 변화를 가져온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바래지 않으려면 그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Z세대'의 특성만으로 이번 상황을 재단하지 말고, 국민 모두가 스스로 'Z세대'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요구와 의견을 앞으로 변화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네팔 매체들은 특히 총선이 치러질 내년 3월 5일까지, 앞으로 6개월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시 '기득권'을 노리고 곳곳에서 등장할 기회주의자들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Z세대가 그들을 용납하지 않을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008년 왕정이 붕괴되고 연방민주공화국이 출범했을 때, 삶의 질이 나아질 거란 기대가 가득했지만 역시 그들만의 나눠 먹기, 부패가 만연하며 네팔 사회가 한 걸음도 나아가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임시 정부는 당파를 초월한 Z세대의 열망을 실현해야 하기 위해선 '꼭두각시의 등장'을 차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4149
네팔, 남아시아 봉기 물결에 합류: 억압과 불평등 누적이 대중 저항으로 폭발 (참세상, 상카 수브라 비스와스(Sankha Subhra Biswas) 2025.09.19 16:40, 번역 이꽃맘)
2022년 이후 스리랑카에서 시작된 운동의 물결이 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24년 반(反)쿼터제 운동이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고, 셰이크 하시나 정부는 강력한 탄압으로 대응했다. 이에 맞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부에 맞선 봉기의 요구가 거세지자, 하시나는 대중운동을 억누르려 했음에도 결국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 물결이 이웃 네팔에 도달했다. 정치적으로는 좌파와 우파가 사태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네팔 대중운동의 배경에 미국 제국주의의 영향을 지목하고 있다. 아직 직접 개입의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이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이르다.
그러나 네팔의 봉기를 단순히 제국주의적 음모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약 20년 동안 정치 세력이 민중을 희생시키며 벌여온 권력놀음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였다. 최근의 소셜미디어 금지가 그 불만에 불을 붙였다. 방글라데시의 쿼터제 항의 시위가 대중의 깊은 불만을 드러냈듯, 네팔에서의 반민중적 소셜미디어 차단 역시 정권을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십 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투쟁 끝에 2008년 네팔 민주주의 수립은 역사적 이정표였다. 공산당들이 세계적으로 후퇴를 겪던 시기에, 공산주의 지도부가 국가권력을 장악한 네팔은 좌파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대중 봉기는 기존 체제를 무너뜨렸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네팔의 세 주요 정당 ― 네팔 의회당, 네팔공산당(통일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주의센터 ― 은 권력을 놓고 자리바꿈만 거듭했다. 그 결과, 서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더 살펴보기 전에, 현재의 시위를 이해하려면 네팔 반왕정 운동의 역사를 간략히 되짚을 필요가 있다.
네팔 반왕정 운동(2001~2008년)
2001년 6월, 네팔 왕궁에서 비극적인 학살 사건이 일어나 비렌드라 국왕, 아이슈와랴 왕비, 왕세자 디펜드라 등 왕실 거의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뒤 기아넨드라 싱이 왕위에 올랐으나 곧 광범위한 대중의 불만을 샀다. 2005년 2월, 기아넨드라는 의회를 해산하고 행정권을 장악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언론은 탄압당했으며 정당 활동은 사실상 금지되었다. 국제 언론은 이를 권위주의적 행보로 규정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정치 세력과 마오주의자들은 2005년 델리에서 역사적인 ‘12개항 합의’를 체결했다. 주된 목표는 군주제를 전복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세우는 것이었다. 2006년 4월, 제2차 인민운동이 시작되었다. 연일 통행금지를 무릅쓰고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 학생, 여성, 농민 모두가 합류했다. 압력이 거세지자 기아넨드라는 결국 의회 복원을 선언했고, 이는 군주제 몰락의 시작이었다.
2007년 12월, 임시의회는 군주제를 공식 폐지하는 결의를 통과시켰고 이는 공화국 선포의 토대를 마련했다. 국제 언론은 “수백 년 된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국을 선언하기로 의원들이 공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2008년 4월 10일 제헌의회 선거에서 마오주의자들이 최다 의석을 차지했고, 곧 군주제가 사라질 것임을 선언했다.
마침내 2008년 5월 28일, 제헌의회 첫 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되었고, 560명이 찬성, 4명이 반대했다. 이로써 네팔은 연방민주공화국으로 선언되었다. 같은 날 나라얀히티 왕궁의 왕실 깃발이 내려지고 국기가 게양되었으며, 왕궁은 박물관으로 전환되었다.
2008년 이후 공산당 통치와 논란
네팔이 연방 민주 공화국이 되면서 많은 사람은 안정적이고 진보적인 정부가 나라를 앞으로 이끌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네팔의 공산당 주도 정부는 비난과 불안정, 분열에 직면했고, 그 결과 국민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공산당 내부의 갈등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마오주의 무장 반란에서 등장한 정당은 권력을 잡으면 새 헌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의회와 정부를 권력 강화를 위해 사용했다. 마오주의 지도부는 부패, 족벌주의, 국가 기구에 대한 과도한 통제 혐의를 받았다. 그들은 꾸준히 헌법 제정 과정을 지연시켰고, 이는 권력 균형을 둘러싼 의회의 갈등을 낳아 결국 국민에게 불확실성을 키웠다.
네팔의 또 다른 강력한 정치 세력은 통일마르크스레닌주의당, 즉 CPN(UML)이었다. 그들은 때로는 마오주의자와 동맹을 맺었고, 때로는 대립했다. 2018년에는 CPN(UML)과 마오주의센터가 합쳐져 네팔공산당을 창당하는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총리 K. P. 샤르마 올리와 전 마오주의 지도자 프라찬다가 공동 지도 체제로 권력을 잡았다. 많은 사람은 이 통합이 장기적인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내부 갈등은 곧 드러났다. 올리는 권력 독점을 시도하고 헌법 기관을 약화시키며, 사법부와 대통령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또한 행정 명령으로 의회를 우회하고 비판자들을 억압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2020년 정치 위기는 정점에 달했다. 올리가 갑작스럽게 의회 해산을 발표한 것이다. 반대자들은 이 행위를 위헌일 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반민주주의적 조치라고 규정했다. 결국 대법원은 의회를 복원했다. 이 격동의 시기에 대규모 시위가 거리에서 발생했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약화됐다. 네팔공산당의 통합도 오래가지 못했다. 2021년, 법원은 등록 오류와 내부 갈등 해결 실패를 이유로 이 당의 법적 존재를 무효화했다. 그 결과 마오주의센터와 CPN(UML)은 다시 분열했다. 이 분열은 네팔 좌파 정치를 약화시키고 대중의 눈에 그들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정부의 활동은 특히 다양한 부패 스캔들로 인해 심각한 비판에 직면했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의 불규칙, 당 지도자들에게 재정적 혜택을 제공하고 공공 자금을 낭비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언론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공산당 지도자들이 보통 시민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국가 자원을 권력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고 꾸준히 보도했다. 국민 신뢰가 무너진 주요 요인은 팬데믹 시기 정부의 뚜렷한 무능과 부실한 관리였다. 불충분한 보건 서비스, 열악한 백신 조달 정책, 구호 배분 과정의 부패는 코로나19 내내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반대 목소리를 억압했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비판적인 언론인을 겨냥한 소송, 시민사회 지도자에 대한 위협,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은 네팔의 민주주의 관행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2019년에는 온라인 포털 <잘잘리야>(Jhaljhaliya)의 편집장 켐 타팔리야와 <이잘코>(Ijhjalco)의 사잔 사우드가 반란 공산당 조직과의 연계 혐의로 체포됐다. 또한 <라디오 네팔> 이사 디팍 파타크는 전 총리를 소셜 미디어에서 비판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2025년 3월 카트만두에서 열린 친왕정 집회에서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포함한 무력을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두 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반민주적 사건이 이어졌다. 인권 단체들은 정부가 평화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했다고 꾸준히 비난했다. 더 나아가 소수 민족 집단과 달리트 공동체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 점도 점점 분명해졌다.
네팔 공산주의 운동의 또 다른 중요한 약점은 내부 파벌주의였다. 올리, 프라찬다, 그리고 이후 CPN(UML)에서 분열해 네팔공산당(통일사회주의당)을 이끌게 된 마다브 네팔은 각각 당을 자신들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이용했다. 그 결과 정권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2008년부터 2025년까지 네팔은 12차례가 넘는 정권 교체를 겪었는데, 대부분 좌파 또는 좌파 주도의 정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정은 국민에게 일관된 발전이나 민주적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대신 평범한 시민들은 공산당 지도자들이 권력 다툼에만 몰두한다고 인식했다.
내부 갈등 외에도 네팔의 외교 정책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인도와의 관계 관리, 중국의 영향력 확대 대응, 국제 기부자들의 압력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비평가들은 공산당 정부가 때로는 중국의 영향력에 굴복하고, 또 다른 때는 인도의 압력에 굴복해 네팔의 독립적 의사결정 능력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민족주의 운동과 친왕정 세력의 지지가 증가했다.
공산당 주도 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지 못한 것이었다. 새 헌법 제정 과정은 지나치게 지연됐고, 새로운 지방 구조의 실행은 비효율적이었으며, 경제적 불평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정당 간 합의의 부재와 지속적인 권력 다툼은 국민의 좌절감을 높였다. 많은 분석가는 네팔의 정치 지형이 순환적 패턴에 갇혀 있다고 본다. 좌파 정당이 권력을 잡고, 부패와 억압으로 실패하며, 새로운 연합이 나타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2022년 카트만두 시장 선거
2022년 카트만두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 발렌 샤의 승리는 네팔 정치 지형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왔다. 오랫동안 공산당은 수도와 국가의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많은 사람은 네팔공산당의 지방선거 지배력이 분열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샤의 승리는 이러한 가정을 무너뜨리며 네팔 공산당 지도부에 조기 경고 신호를 보냈다.
샤는 주로 래퍼이자 무소속 문화인으로서 인기를 얻었고,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그는 기존 정치 체제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카트만두 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많은 사람은 그의 출마를 상징적 도전으로만 보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단순히 상징적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그를 선출함으로써 기존 정치 체제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 카트만두 같은 핵심 지역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들의 후보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는데, 오랜 집권, 부패 혐의, 내부 분열, 권력 투쟁이 국민을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샤는 선거운동에서 이러한 좌절감을 파고들었다. 그는 깨끗한 도시, 더 나은 서비스, 책임 있는 행정을 약속하며 유권자를 끌어들였다.
샤의 승리는 네팔 정치 지형에 새로운 문을 열었을 뿐 아니라 공산당의 한계를 드러냈다. 샤의 성공은 단순히 무소속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기존 정치 세력에 대한 대중의 신뢰 상실을 반영한 것이다. 2008년 왕정 붕괴 당시 분명했던 좌파 정치에 대한 신뢰는 이번 선거에서 약화되기 시작했다. 카트만두 같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시에서 공산당 후보가 패배한 것은 그들의 조직적 약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2022년 이후 네팔의 정치·사회 지형은 점차 더 복잡해졌다. 카트만두에서 샤의 승리는 대중의 좌절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몇 년간 중앙 정부는 이 메시지를 외면한 채 구시대 정치의 수렁에 계속 빠져 있었다. 그 결과 행정 실패, 부패, 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네팔의 거버넌스 체계는 깊은 위기에 빠졌다.
2022~23년 회계연도에 15~24세 청년 실업률은 22.7%에 달해 1995~96년의 7.3%에서 크게 증가했다(CESLAM). 전체 실업률도 2017~18년 11.4%에서 12.6%로 올랐다(CESLAM). 그 결과 실업 청년들의 좌절감은 커졌고, 정부에 대한 환멸도 확산됐다.
경제적 불평등은 계속 심화됐으며,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커졌다. 2022~23 회계연도에 생활비 기준 이하 빈곤율은 도시 지역에서 18.34%였던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24.66%였다(Asia News Network). 도시 엘리트는 대부분의 부와 혜택을 독점했고, 농촌 인구는 방치됐다. 농업 부문은 위기에 빠져 생산성이 하락했다.
많은 청년은 국내 고용 기회 부족으로 이주를 모색했다. 이주 노동자의 송금은 어느 정도 경제를 떠받쳤지만, 내부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네팔 인구의 20%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같은 보고서는 국가 내 상위 10%의 소득이 최하위 40%의 소득보다 세 배 이상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상류층과 하류층 간의 상당한 소득 격차를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항의 운동과 현 상황
오늘날 네팔의 반정부 대중운동은 자발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20년에 걸친 공산당의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정치의 결과로 발전했다. 미국 제국주의를 둘러싼 서사가 퍼질 수는 있지만, 현실은 네팔의 민주적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극심한 억압, 권력 분산 실패, 관료제 구축은 힘이 곧 권력이라는 인식을 낳았고, 체제 붕괴를 불가피하게 했다.
우파가 미국이 인도를 겨냥한 음모라고 여러 이야기를 꾸며낼 수는 있겠지만, 좌파가 노동계급의 정치적 자각을 간과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민주주의와 평화 수립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중앙아시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수많은 나라에서 제국주의적 침략을 감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좌파의 의무는 이러한 나라 국민과 연대하며 국제주의를 우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민주주의 투쟁을 제국주의 음모로 치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오만을 드러낼 뿐이다.
먹을 권리와 민주주의 요구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좌파가 권력을 잡았을 때 불평등과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함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국가 행정에서 가장 주변화된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지배 구조를 민주화하는 것이다. 만약 독재와 관료 집단 형성을 통해 사회 권력을 중앙집중화하려 한다면, 대중의 반란은 불가피하다. 그러한 반란의 결과는 당시 운동 안에서 가장 조직된 세력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파일 수도 있고 좌파일 수도 있다.
네팔의 경우 긍정적인 신호는 다양한 좌파 세력이 거리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 운동의 일부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지도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파에 맞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게다가 네팔회의당 같은 정당은 미국 군사 기지 설립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이 이 운동을 어떻게 활용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민주주의 투쟁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요구가 무시되고, 개인이 단지 제국주의 세력의 꼭두각시로 간주된다면, 그들은 본질적으로 외부 세력에 의해 조종되는 ‘수동적 객체’로 전락하는 것이다.
네팔의 정치 체제와 잇따른 좌파 정권은 노동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군주제 종식 이후 시작된 개혁의 약속은 예측 불가능성, 당내 갈등, 광범위한 불만의 패턴으로 전락했다. 이 실패는 정치 지도자들의 신뢰를 훼손했고, 신흥 사회운동과 자치 조직이 기존 정치 세력의 지배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안정을 회복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중요한 미해결 질문은 좌파가 다시 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혁명 시기가 멈춰서 더 깊은 사회 변화를 향한 피상적 개혁에 머물면, 이는 노동계급과 약자에게 중대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는 실망을 낳을 뿐 아니라 반동적 대안의 부상, 진보 세력의 쇠퇴, 혁명이 만들고자 했던 민주적 공간의 약화를 초래한다.
오늘날 네팔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좌파가 성과를 공고히 하고 혁명의 열망을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의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불안정한 공백이 생겼다. 만약 독재적이거나 사리사욕적인 세력이 이 공백을 메운다면, 2008년 공화 혁명의 원래 목표는 심각하게 지연되거나 훼손될 수 있다. 시급한 문제는 안정이 돌아올 것인가가 아니라 ? 안정은 매우 가능성이 높다 ? 그것이 누구의 지도 아래,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이다.
좌파에게 도전은 막대하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통합된 조직적 틀을 세우고, 책임성, 포용성, 진정한 민주적 과정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뤄야 한다. 그러한 변화 없이는 혁명의 역사적 의의가 점점 더, 권력을 부여받은 이들에게 지속적인 원한을 남긴 ‘놓쳐버린 기회’로 기억될 위험이 있다.
https://links.org.au/nepal-joins-regional-wave-revolt-popular-anger-repression-and-inequality-spreads-across-south-asia
Nepal joins regional wave of revolt as popular anger at repression and inequality spreads across South Asia (LINKS, Sankha Subhra Biswas, 12 September, 202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313420005527
네팔의 젠지가 부러운 이유 (한국일보,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 2025.09.23 18:00)
네팔에서 '디스코드'(음성채팅 플랫폼)로 새 총리를 뽑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젠지 혁명'이라 불리는 네팔의 반정부 시위에서, 젊은 세대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국회와 법원이 불타는 상황까지 갔지만 시위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디스코드 서버에 모여서 사태를 수습할 지도자를 토론했다. 일주일 동안의 투표 끝에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선출했다.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인 그는 이제 네팔 최초의 여성 총리다.
네팔의 젊은 세대가 거리와 온라인 서버를 오가며 지도자를 직접 논의하고 선택한 경험은 한국의 현실과 조금 달라 부럽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높은 주거 비용, 기성 정치의 무능에 대한 불신은 한국에서도 제법 크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리더를 토론하고 요구하며 세우는 경험은 거의 하기 어렵다. 선거 때마다 청년의 문제를 듣겠다는 선심성 기획이 만들어지지만, 실질적으로 젊은 세대의 요구를 대의할 인물이나 기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네팔의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라는 디스코드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했다. 카르키 총리는 '젠지 세대가 요구하는 부패 종식, 좋은 정치, 경제 평등을 수용하겠다'고 말한다. 디스코드를 통해 익명의 투표를 거쳐 총리를 뽑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 절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거리의 요구가 휘발되지 않고 대의할 인물을 교체해 냈다는 경험이 남았다. 다음 의회는 어떤 인물로 구성해야 할까. 네팔의 젠지는 이 질문을 시작했다.
광장과 거리의 열기는 결국 누가 이 문제를 대의할 건지, 제도 안에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어떻게 작동되게 만들 건지 등 인물 교체와 의사 결정 구조의 변화로 귀결된다. 대만은 이 과제를 제도화했다. 30대 장관 오드리 탕은 60대의 총통을 멘토링했다. '역멘토링'은 정부 전체로 확산됐다. 대만 내각에는 35세 미만으로 구성된 청년자문위원회가 있는데, 이들의 제안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대만은 '내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젊은 시민의 의식이 가장 높은 나라이자 국회의원 4명 중 1명(28%)이 30대·40대인 나라가 됐다.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장면이 여기 있다. 한국도 광장의 역동을 경험한 나라다. 하지만 거리의 분노는 기존의 인물과 정당, 정부와 의회의 구조로 수렴됐다. 정부와 의회가 더 다양한 시민을 대의할 수 있는 구조가 되려면 어떤 모델로 변화해야 하는지, 정당은 어떻게 다음 세대 리더를 길러서 유권자에게 공급할 건지,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를 극복하며 미래 전략을 세울 건지 새로운 모델을 아직 찾지 못했다.
우리가 해야할 질문이 여기 있다. 헌법은? 선거는? 정당은? 정부는? 의회는?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내 미래를 지금의 정치에 맡길 수 있을까. 모든 산업은 위기 때마다 조직 모델을 혁신하는데 정치라고 달라야 할까. 선거 때마다 꼬박꼬박 투표하는 유권자로서 지금의 정치가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정치일지 질문하면 서럽다.
우리는 더 나은 의사 결정 모델을 가질 수 있다. 대만의 사례처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레퍼런스도 얼마든지 있다. 민주주의의 희망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젊은 리더를 더 많이 등장시키기 위해 경쟁하는 외국의 모습을 부러워만 해야 할까. 미래의 정치 모델을 만들 몫은 우리 세대에게 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92414375057054
[아시아르포]네팔 Z세대의 분노…히말라야 마오이즘의 몰락 (아시아경제, 정호재 아시아비전포럼 사무국장, 2025.09.25 14:28)
히말라야 트래킹과 참선으로 유명한 네팔의 카트만두. 그리고 국립 트리부반대학 앞 광장에 학생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마이크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혁명은 진즉 끝났다. 이제 일자리를 달라." 이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1996년 인민전쟁이 시작될 때보다 훨씬 뒤에 태어난 네팔의 Z세대(Gen Z) 청년층은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국이 수립되었다는 정치적 전환보다 "매일 아침 무엇을 먹고 또 어디서 일할지"가 더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선배 마오이스트 정치인들은 이제 청년세대 좌절의 절대적 배경이 되었다.
2025년 9월 초, 네팔 정부가 26개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록을 요구하며 일부를 차단하자 Z세대 중심의 청년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카트만두에서 수천 명이 행진하고 국회의사당, 총리 관저 등 정부 건물에 불이 붙는 등 충돌이 격화되었고, 경찰이 발포하면서 최소 70여명이 사망, 수천 명이 다치는 정치 급변이 일어났다. 결국 현직 총리 샤르마 올리(K.P. Sharma Oli)가 사임하고 과도 정부가 구성되었다.
구르카 용병의 후예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 네팔 청년들은 현대판 '구르카 용병' 역할을 한다. 이들이 한때 영국군에 합류해 전 세계 전장을 누볐듯, 네팔 청년들은 고용허가제(EPS)를 통해 한국의 공장·농업·건설 현장으로 건너온다.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비행기를 타서 먼 땅에 도착한 그들은 땀의 거래자로, 머나먼 가족과 마을의 생계 보루가 된다.
한국에 체류 중인 네팔 국적 주민 수는 6만여명으로 EPS를 통한 입국자 규모가 매년 증가 중이다. 2023년 한 해만 해도 약 2만명의 네팔 노동자가 한국행 허가를 받았고, 지금까지 누적으로 10만명 가까운 청년이 EPS 체계를 통해 한국과 연결됐다. 이들은 매달 가족에게 송금하고, 마을에 도로를 놓고 학교를 세우며, 집을 고치고 자식을 공부시키는 자본의 원천이기도 하다.
네팔은 가난한 아시아 국가다. 2024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1500달러 수준. 높은 실업률(10.7%)이 더 큰 문제다.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20.82%로 교육을 받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숫자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는 말 이상이다. 교육을 마쳤음에도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지, 도시와 농촌 사이의 기회 격차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는 선택지가 얼마나 자주 고려되는지를 보여준다.
2008년 왕정이 몰락한 이후 권력은 마오이스트 공산당이 차지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권력자는 총리를 세 번 역임한 푸슈파 카말 다할(일명 프라찬다·Prachanda). 그는 1996년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왕정을 향해 무장 저항을 이끈 인물이다. 그 전쟁은 수많은 희생을 낳았지만 결국 2006년 평화협정으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2008년에는 공화정으로 결실을 보았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이후 마오이스트 지도부는 점점 초기의 급진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권력 유지를 위한 타협의 정치를 택했다. 연방제의 비효율성, 토지 개혁 지연, 소수민족 및 여성 권리 확대가 더딘 것이 그 증거다.
혁명가에서 구태 권력자로
일부 마오이스트들이 잠시 실용주의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당내 지도력 경쟁과 권력 분배에서 프라찬다 중심의 구조와 충돌했다. 이념적 논쟁을 넘어 권력자 중심주의, 지도자 이미지의 상징자본, 그리고 조직 내부 인사의 유불리 배치 등이 분열의 씨앗이 되었다. 왕정 폐지, 공화국 설립, 일부 카스트 차별 철폐, 연방제 도입 등 마오이스트들이 이룬 성과들은 거대하다. 하지만 정부가 '혁명의 영광'을 잃고 현실의 무게에 눌릴수록, 청년들은 약속이 현실이 되지 못한 부분들에 분노한다.
공공 서비스는 낙후되어 있고, 교육비는 비싸졌으며, 의료·교통·전기 등의 기본 인프라 개선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청년들은 한국행 EPS 시험 준비로 시간을 낭비하고, 시험에 떨어지면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떠나야만 살 수 있는 세대"라고 자조한다. 한 대학생 활동가 수무크타 카르키는 이렇게 말한다. "마오이스트들은 왕을 몰아냈지만, 스스로 왕이 되었다."
이들의 분노는 영웅적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을 지탱하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절박한 항의다. 혁명의 언어는 거창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언어다.
최근 아시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것은 젊은 세대의 단순한 반정부 감정이 아니라 기성 정치를 향한 강한 불신과 "내 삶의 질 변화"를 요구하는 명확한 목소리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September 21' 반부패 시위가 벌어지며 수만 명의 학생과 시민이 정부의 인프라 프로젝트 부정비리와 정치인 특권을 비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학생 주도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며, 교육 및 복지 삭감, 의회의 특권, 청년 고용의 부재가 주요 쟁점이다. 정책보다 입장과 이미지가 앞서는 정치가 불만의 핵심이다.
네팔의 Z세대 항의도 이 지역적 흐름의 일환이다. 정치가 구호와 상징에서 벗어나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기회, 책임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이 흐름은 단발성 폭발이 아니라 지속적 변혁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히말라야의 산맥은 여전히 장엄하다. 그러나 그 위에 세워졌던 마오이즘의 이상은 지금 젊은이들의 삶 앞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545
'네포 키즈'에 폭발한 네팔 Z세대의 분노 (시사인, 2025. 9. 25.)
네팔 공화국 17년 차, 위기가 왔다. 히말라야 왕국의 군주로 200년 넘게 군림해온 샤 왕조가 붕괴되기 시작한 건 2006년 4월부터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319160000962
교복 입은 10대들이 정부를 무너뜨렸다... 네팔 Z세대 혁명의 전말 (한국일보,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2025.09.26 04:40)
<57> 아시아 반부패 시위 물결
“공정과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청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능력보다 출신과 연줄이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세대·계층 간 불평등이 분노의 뿌리였다.”
네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Z세대 활동가 중 한 명인 샤스왓 라미차네(18)는 23일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저항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시위 과정에서 소통의 장이 된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채널, '부패에 맞서는 청년들(Youths Against Corruption)' 운영진 가운데 한 명이다. 시위대가 임시 총리 추천을 위해 군과 만났을 때도 현장에 있었다. 시위 중심 인물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패가 청년 미래 가로막아"
지난 8일 네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안돼 정권은 무너졌다. 조직화된 정당도, 군부 쿠데타도 아닌 교복을 입은 10대와 대학생이 주축이 된 Z세대의 봉기가 낡은 질서를 무너뜨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석 달밖에 안된 라미차네도 그중 하나다.
발단은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단 조치였다. 그러나 뿌리는 훨씬 깊었다. 정부 부패와 족벌주의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은 이미 켜켜이 쌓여 있었다. 인구 3,000만 명 중 4분의 1이 빈곤선 아래 살고, 청년 실업률은 22%를 넘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생계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사이, 네포키즈(nepokids)로 불리는 기득권층 자녀들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영위했다. 이 모습이 SNS를 통해 퍼지며 청년들의 분노를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플랫폼 금지는 폭발을 촉발한 불씨가 됐다.
라미차네는 “SNS 차단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억압이었다. 그러나 더 큰 분노는 특권과 세습, 부패가 젊은 세대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강조했다. “네포키즈는 그 자체로 체제의 불공정성을 상징했다”며 “우리의 앞날이 도둑맞고 있다고 느꼈다. 환멸은 분노로 바뀌었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시위는, 부패와 불평등으로 미래를 빼앗긴 Z세대가 마지막 남은 소통 창구마저 막히자 터져 나온 필사적 저항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7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화가 난 일부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와 정부 청사를 불태우기도 했다.
디지털 의회가 된 '디스코드'
네팔 시위가 다른 나라 반정부 운동과 달랐던 점은 청년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Z세대는 정부 통제를 비웃듯,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저항을 조직했다. 특히 핵심 도구는 게이머들이 주로 쓰던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였다. 여러 채널 가운데 시민단체 ‘하미 네팔(우리는 네팔이다)’이 운영하는 서버 ‘부패에 맞서는 청년들’은 최대 규모다. 시위 전 2,000여 명이던 회원 수는 8일 시위 직후 4만 명이 넘었다. 나흘 뒤에는 15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채널은 곧 공론장이자 ‘디지털 의회’가 됐다. 온라인상에서는 ‘누가 차기 수장에 적합한가’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고 모의 투표 결과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시위대는 여론을 아쇼크 라즈 시그델 육군 참모총장에게 전달했고, 람 찬드라 포우델 네팔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임명했다. 정부가 막으려 했던 SNS가 역설적으로 차기 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라미차네는 “(디스코드 투표는) 선거를 감독할 수 있는 임시 지도자를 제안하는 게 목표였다”며 채널이 네팔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운영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라미차네는 “가장 어려웠던 점은 포용성과 질서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다”면서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개방성과 투명성이 기존 정치와는 다른 정당성을 줬다”고 평가했다.
시위대가 특정 인물에게 ‘대표성’을 부여하지 않았던 만큼 혼란도 적지 않았다. “시그델 참모총장이 11일 시위대를 육군본부 회담에 초청했을 때, 약 20개의 그룹이 있었다. 총장도 시위대가 얼마나 분산돼 있는지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결국 우리에게 함께 앉아 ‘공동의 의제’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라미차네는 당시 논의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 붕괴 역시 예상 밖 결과였다. 시위대가 분노하긴 했지만, 정권 교체가 향후 ‘선거’로 이뤄질 것이라고 여겼지, 곧바로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네팔 향한 첫 출발
시위 발생 2주가 지난 지금, 수도 카트만두 등 주요 도시는 안정을 되찾고 있다. 파괴된 시설 복구 작업도 한창이다. 시민들은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다.
라미차네는 앞으로 네팔 정치가 △제도적 공정성 △디지털 거버넌스 △포용적 민주주의를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빽’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는 사회, 누구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 청년·여성 등 소외된 집단들이 단순한 상징이 아닌 주체로 참여하는 사회가 그가 꿈꾸는 미래다. 카르키 임시 정부의 출범은 엘리트 세력과의 단절이자 새로운 네팔로 향하는 첫걸음이 됐다.
이번 시위를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라미차네는 “시민이 단결하면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답했다. 그는 “권력은 결코 성역이 아니며 부·지위와 무관하게 누구도 정의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부패가 반복될 경우 시민은 또다시 들고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 여정을 언급하며 국제 연대도 호소했다. “한국 청년들이 촛불을 들어 기득권에 평화적 저항의 힘을 보여줬던 것을 기억한다. 작은 불꽃은 모여 무시할 수 없는 빛의 물결이 됐고, 그 장면은 네팔 청년들을 크게 고무시켰다. 언어와 시위 형식은 달랐지만 그 정신은 같다. 한국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용기를 준 것처럼, 우리의 이야기가 아직 일어서지 못한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930004800087
남미서도 목격되는 Z세대 시위…정계부패·실업에 공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2025-09-30 05:09)
파라과이·페루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부상자 속출
기득권 부패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반발하는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 반정부 시위가 동남아시아·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이어 남미에서도 펼쳐졌다.
29일(현지시간) 파라과이 경찰 엑스(X·옛 트위터)와 페루 내무부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전날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청년들은 공공 서비스 부실과 일자리 기회 부족 등에 대한 공분을 표출하며 거리 행진을 했다.
국민 다수의 뜻이라는 점을 주장하는 '우리가 99.9%다'라는 구호 아래 시위대는 정치권 부패를 비판하며 국가 예산 투명성과 치안 개선 등을 요구했다.
ABC콜로르를 비롯한 파라과이 언론은 "그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뜻을 공유하다가 자발적으로 이곳에 나왔다"는 시위자들 언급을 곁들이면서, 현장에서 정당을 상징하는 깃발이나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청년은 최근 다른 나라의 청년 주도 반정부 시위에서 '억압에 맞서는 상징'처럼 사용된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해적단 깃발을 들고나왔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파라과이 경찰은 최루가스를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일부 참가자들은 돌을 던지며 이에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과이 당국은 "경찰관 8명이 다쳤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3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 진압 과정에서 피해를 본 시위자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페루에서도 연금가입 의무화와 고용 불안정에 항의하며 정부와 국회를 규탄하는 Z세대 시위가 지난 27일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청년들은 경찰관을 향해 화염병과 폭죽 등을 투척했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탄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과 현장 기자를 포함한 최소 19명이 다쳤다고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보도했다.
페루에서는 특히 그간 정파적 이해득실에 따른 이전투구나 특정 원주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 등을 기화로 한 시위가 최근 주를 이뤘으나, 이번처럼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회 불만을 집단적·공개적으로 드러낸 건 다소 드문 상황이라고 한다.
페루 사례 역시 파라과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패와 결핍을 방관하지 말자"는 취지의 의견을 교환하다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네팔,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마다가스카르 등 최근 목격된 Z세대 시위 확산 양상과 대동소이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 '아랍의 봄'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 변화 흐름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는데, 한 편에서는 Z세대 시위가 제도권 정당에 포섭될 위험에 있거나 구체적인 구심점을 찾지 못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21622.html
마다가스카르 내각 해산…‘Z세대 시위’ 아프리카·남미로 확산 (한겨레, 윤연정 기자, 2025-09-30 18:26)
아프리카 동남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정부가 정전 및 단수 사태에 항의하는 젊은 세대 중심 시위에 백기를 들고 “내각 해산”을 발표했다. 최근 네팔·인도네시아 등에 잇따른 ‘제트(Z) 세대’(1997~2012년생·젠지) 주도 남아시아 반정부 시위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국가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아에프페(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29일 내각 해산을 선언하고 사흘 내로 새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국영방송 ‘텔레비지오나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현 정부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의 임무를 종결시키기로 결단했다”며 “정부 구성원들이 할당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 26일 직무 소홀을 이유로 에너지부 장관을 해임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내각 해산”을 선언한 것이다. 앞서 지난 25∼26일 정전 및 단수에 항의하는 시위가 제트 세대를 일컫는 ‘젠지’를 중심으로 번진 이후 29일에도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고, 대통령 사임 구호도 등장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네팔의 청년들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에서 정부 비판의 상징으로 사용된 일본 만화 ‘원피스’의 해적단 깃발도 시위에 등장했다.
이날 유엔 인권사무소는 정부의 폭력적 대응으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마다가스카르 정부를 비판했다.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5일 아침 시위 도중 대형 쇼핑몰이 약탈당하고 불에 탔으며, 두 의원의 집도 약탈당하고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섬인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커피와 바닐라 등이 재배되며 니켈 등 광물자원도 있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정치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기준 545달러에 불과할 만큼 가난한 나라다. 2009년에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여파로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당시 대통령이 하야했고, 이때 디제이(DJ) 출신으로 당시 35살에 불과했던 라조엘리나가 임시 대통령에 취임해 2014년까지 집권했다. 이후 그는 2019년에 다시 대통령에 올라 2023년 재선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 자신이 30대에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집권했지만 마다가스카르의 만성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특히 마다가스카르 전체 인구 36%만이 일상적으로 전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전력난이 심각하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마다가스카르 국영 전기 및 수도 회사인 지라마는 거의 매일 같이 정전 일정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정전 기간이 더 길어져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달 초 발생한 소셜미디어 금지령으로 촉발된 네팔 젠지 시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청년 세대 시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2010년대 초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일어난 ‘아랍의 봄’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현상을 두고 ‘아시아의 봄’이라고도 표현했는데, 시위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로도 번지고 잇다.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부패, 청년 실업,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전날 남미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도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공공 서비스 및 일자리 부족을 비판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27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도 연금 개편안과 고용 불안정 문제 등에 항의하는 청년 세대 주도 시위가 있었다. 이달 중순 동티모르에서도 대학생 시위로 국회의원 평생 연금이 폐지되고 의원 신차 구매 결정이 번복됐다. 지난 주말부터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청년들이 의료·교육 서비스 개선을 촉구하고 청년 실업 문제 등을 거론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젠지 시위대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전국적으로 시위를 조직했다.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2025/10/01/20251001014007
부패·불평등에 분노… 아프리카·남미 Z세대도 거리로 나왔다 (서울신문, 최영권 기자, 2025-10-01 00:13)
마다가스카르·모로코 등 시위 확산
SNS 통해 뜻 공유하며 항의 목소리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29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단수 및 정전 사태와 관련해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항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은 청년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Z세대가 주축인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며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 사퇴까지 촉구하자 정부는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의회를 해산했다.
20·30대 청년층인 ‘Z세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앞서 네팔,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마다가스카르 등 최근 목격된 Z세대 시위 확산 양상과 유사하다.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Z세대가 주도한 단수·단전 사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각지 도시에선 수천 명의 청년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며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해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명이 다쳤다.
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청년단체 ‘Z세대 212’, ‘모로코 청년의 목소리’가 주도한 대규모 시위가 전역에서 벌어졌다. 청년들은 정부가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동 개최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등 스포츠 행사 유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자지라방송은 명확한 지도부가 없는 Z세대 청년 단체가 소셜미디어(SNS) 틱톡, 디스코드를 통해 시위대를 모았다고 전했다.
전날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는 대학생 등 청년들이 부실한 공공 서비스와 일자리 부족 문제에 분노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이들 ‘우리가 99.9%다’라는 구호 아래 시위대는 정치권 부패를 비판하고, 국가 예산의 투명성 확보와 치안 개선을 요구했다.
파라과이 현지 매체 ABC콜로르는 “SNS로 서로 뜻을 공유하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에 나왔다”면서 “현장에서 정당을 상징하는 깃발이나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페루에서도 지난 27일 연금가입 의무화와 고용 불안정에 항의하는 Z세대 시위가 열렸다. 청년들은 경찰관을 향해 화염병과 폭죽 등을 투척했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탄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과 현장 기자를 포함한 최소 19명이 다쳤다.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페루에서 청년층이 사회적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4233
동티모르 Z세대가 이끄는 새로운 시민운동 (참세상, 아토 ‘레키나와’ 다 코스타(Ato ‘Lekinawa’ da Costa) 2025.10.01 09:57)
연속 사흘 동안 딜리(Dili, 동티모르 수도)의 거리는 구호와 현수막, 그리고 굴하지 않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수천 명의 청년들이, 주로 동티모르의 Z세대가 주도한 이번 시위는, 국회의원들에게 평생 연금을 지급하는 법과 함께 의원들을 위한 고급 차량 구입 예산으로 400만 달러를 배정한 국회의 논란 많은 결정에 맞서고 있다.
이 시위의 중심에는 더 깊은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부패, 불평등, 그리고 해방의 약속이 평범한 동티모르 시민들에게는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는 좌절감이다.
비밀 조직, 육체적 용기, 손으로 쓴 전단을 통해 독립을 위해 싸웠던 저항 세대와 달리, 동티모르의 Z세대는 인터넷과 함께 성장했다. 그들에게 행동주의는 디지털 세계와 분리될 수 없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플랫폼, 특히 페이스북과 점점 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틱톡은 이들의 조직화 무대다. 경찰과의 충돌 장면, 부상당한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은 즉시 네트워크 전반에 공유되어 분노를 확산시켰고, 더 많은 학생들이 시위에 동참하도록 이끌었다.
자신들의 투쟁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은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기성세대가 여전히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의존하는 반면, Z세대에게 소셜미디어는 하나의 가상 광장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토론하고, 조직하며,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디지털 콘텐츠의 빠른 확산은 동원 속도를 높이고, 목소리를 더욱 크게 만들며, 당국이 이를 무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1997년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동티모르의 Z세대는 인구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은 이전 어떤 세대보다 세계와 연결된,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자라온 세대(digital natives)다. 그러나 이런 연결성은 동시에 깊은 환멸감도 낳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은 여전히 불균등하지만, 스마트폰은 청년층 사이에서 보편화되어 있다. 스마트폰은 교육, 사회적 교류, 행동주의로 향하는 주요 관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접근성은 온라인 폭력, 괴롭힘, 유해 콘텐츠 같은 위험에 젊은 세대를 노출시킨다. 그럼에도 이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부모 세대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투명성을 요구하고, 부정을 폭로할 수 있게 만든다.
이들의 관심사는 호화 차량을 훨씬 넘어선다. 많은 이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 과밀 학급, 저임금 교사, 재정 부족한 학교에 좌절하고 있다. 공교육은 여전히 취약한 반면, 사립학교와 국제학교는 주로 엘리트층만을 위한 공간이다. 매년 1만 5천 명 이상의 중등학교 졸업생과 4천 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만, 기회는 제한적이다. 청년 실업과 불완전 고용이 만연하며,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가 과연 동티모르에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동티모르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지난 10년 가까이 약 30.6%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다. 노동력의 상당수는 여전히 저생산성의 비공식 부문에 갇혀 있다. 이로 인해 이주는 탈출구로 점점 더 인식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 동티모르인 절반 가까이가 이미 해외 취업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주된 목적지는 호주, 한국, 영국이다.
이러한 인재 유출은 단순히 경제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현재 국가 발전 경로에 대한 세대적 불신을 반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딜리 시위가 젊은 세대의 마음을 깊이 울린 이유를 보여준다. 이 젊은이들은 단순히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 동티모르를 완전히 떠나기보다 더 나은 나라를 위해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디지털 행동주의’에도 함정이 있다. 소셜미디어는 힘을 실어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허위정보, 정치적 조작, 극단적 양극화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부족해 많은 이들이 거짓 서사에 쉽게 노출된다.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등장한 운동은 조직적 기반이 약할 경우 급격히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경찰의 강경 진압 이후 폭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정당한 분노가 얼마나 빠르게 불안정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동티모르의 Z세대는 나라의 행동주의 지형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그들의 시위는 단지 의원 차량이나 연금 제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책임성, 평등, 존엄성을 위한 더 넓은 투쟁의 일부다.
동티모르는 이제 막 20여 년 된 신생국가로, 여전히 석유 의존 경제에서 다각화된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미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세계화된 세대이지만 현지 현실에 뿌리내려 있으며, 부패를 참지 않으면서 깊은 애국심을 지니고 있다. 환멸을 느끼면서도 침묵을 거부한다.
그들의 행동주의는 디지털에 능숙하고, 국가적 자각이 분명하며,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시민 참여 시대의 서막을 알린다. 만약 그들의 투명성과 기회에 대한 요구가 충족된다면, Z세대는 단순히 행동주의를 재정의하는 세대를 넘어, 동티모르 자체를 다시 세우는 세대가 될 수 있다.
[출처] The digital generation rising: Gen Z and activism in Timor-Leste
https://www.greenleft.org.au/2025/1438/world/digital-generation-rising-gen-z-and-activism-timor-leste
https://www.yna.co.kr/view/AKR20251001136651009
모로코서도 Z세대 시위 격화…"더나은 교육·의료 원한다"(종합) (서울·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유현민 특파원, 2025-10-01 23:31)
온라인 규합 시위대, 부패 종식 요구하며 주요 도시서 당국과 충돌
내무부 "폭력 시위로 경찰관 263명, 민간인 23명 부상…409명 구금"
모로코에서도 'Z세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기득권의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반발해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의 시위가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에 향상된 교육·의료 서비스를 요구하는 모로코의 청년 시위대가 전날 여러 도시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Z세대 212'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느슨하게 규합된 청년단체들은 지난 27일부터 나흘째 수도 라바트와 남부, 동부 도시 등에서 정부의 예산 지출 행태를 비판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민은 부패의 종식을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청년들은 정부가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동 개최와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유치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에 크게 실망해 거리로 나섰다. 현지 보도와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수도에서 560㎞ 떨어진 아이트 아미라에서는 시위대가 정부 차량을 전복하고 은행을 불태웠고 남부 도시 인제가네에서는 가면을 쓴 시위대가 물대포를 쏜 경찰과 충돌했다.
수도 인근 테마라에서는 수백명의 젊은 시위대가 집회를 해산하려 나선 보안군을 향해 돌을 던졌다. 차가 불에 타고 시위대가 대형 슈퍼마켓으로 돌진하는 모습 등을 담은 영상도 인터넷에 게시됐다.
모로코 국영 뉴스통신 MAP은 동부 도시 우즈다에서 한 청년이 보안군 차에 치여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모로코인권협회(AMDH)는 시위에 참여한 청년 37명이 조사를 받은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전했고 이틀 전 카사블랑카 고속도로를 봉쇄한 시위자 24명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전날 밤 여러 도시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로 경찰관 263명과 민간인 23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이어 시위대가 칼을 사용하고 화염병과 돌을 던졌으며 409명이 경찰에 구금됐다고 덧붙였다. 모로코 정부는 앞선 성명에서는 '제도적인 틀과 공공의 장'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청년들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020600011
“불평등 더는 참지 않아” 디스코드로 ‘고인 물’ 흔든 청년들 (경향, 윤기은 최경윤 기자, 2025.10.02 06:00)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불평등 사회’를 방치한 정부를 겨냥한 대규모 시위가 연달아 일어났다. ‘Z세대’ 주도로 일어난 시위 물결은 2022년 4월 스리랑카에서 시작돼 방글라데시(2024년 7월)와 인도네시아(2025년 8월), 네팔·동티모르·필리핀(2025년 9월)까지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14일부터 온·오프라인 시위에 참여한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의 10대~30대 9명과 서면·화상·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로 수천㎞ 떨어진 곳에서 사는 이들이 말하는 자국의 상황은 비슷했다. 경제난 속에서 생계유지 수단인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뇌물과 뒷배가 횡행한 취업 시장에선 기회의 평등이 주어지지 않았다. 정부 고위직은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려 이 상황을 지적하는 시민들을 탄압했다. 청년들은 “기회의 불평등이 반복되는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
대학생 올든 루스파이(21)가 지난 8월25일(현지시간) 자카르타 대로변에 들어서자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던졌다. 시위대는 순간 뒤로 밀려났지만 해산하진 않았다. 인도네시아 국기를 노란색 단체복에 부착한 루스파이는 친구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인도네시아 국민 만세!”
인도네시아에선 지난 8월 국회의원 주택수당 인상 계획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집회가 열렸다. 이미 대학생 학생회와 노동조합은 올해 초부터 권위적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를 주최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정권은 군 출신 인사를 주요 직책에 대거 임명하고 역사 교과서에서 과거 수하르토 독재정권의 화교 대학살 내용을 축소했다.
루스파이의 부모는 1998년 수하르토 정권에 맞선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는데, 수비안토 대통령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다. 루스파이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는 민주주의 속에서 자라서 억압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불의에 맞서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죠.”
멜리니시아 쿠스티아니(24)는 SNS에 인도네시아 사회의 문제점을 정리한 이미지를 공유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는 통번역학을 배워 통역사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대학에 갈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구한 음식점, 식료품점, 의류점 일자리의 월급은 약 200만루피아(약 17만원)에 불과했다. 자카르타 외곽 치비농에 사는 쿠스티아니는 학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두거나, 글을 못 읽는 친구와 이웃을 보며 자랐다. 그는 “경제적 제약으로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특권층에게 억압받으며 살고 있다”며 “숨 쉬는 공기, 사용하는 물, 낮은 임금, 매일 내는 세금 모두 정치 문제”라고 말했다.
쿠스티아니의 경우처럼, 네팔과 방글라데시 청년들도 취업난과 저임금 노동을 경험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 불평등과 정부 부패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인 하산 우짜만 엔디(36)는 취업비자를 통해 2018년 한국에 들어와 인천 서구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고향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일자리는 좀처럼 구해지지 않았다. 하산은 특히 공공기관에 취업하려면 인사 결정자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고 했다.
20년간 집권한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1996년~2001년, 2009년~2024년)는 부정부패를 없애기는커녕 반대파를 탄압했다. 하시나 전 정부는 지난해 공무원 채용 정원의 30%를 독립전쟁 참전 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는 제도를 부활시켰다. 대학생들은 ‘할당제 개혁 및 차별 반대 운동’을 조직해 이 제도가 특정 정치 세력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시위를 일으켰다.
방글라데시 청년(15~24세) 실업률은 11.46%다. 방글라데시인 100만여명은 일자리를 구하러 해외로 나갔다. 하산의 아내 카툰 라비아(36)의 가족과 친구들도 뿔뿔이 해외로 흩어졌다. 이들 부부는 온라인 시위에 동참했다.
일자리를 찾아 약 350만명이 해외로 나간 네팔도 비슷한 상황이다. 청년 실업률 20.65%, 물가 상승률 5.44%인 상황에서 전직 총리, 장관 자녀들은 SNS에 고급 호텔 식사, 해외여행 사진을 올렸다. 네팔 청년들은 이들을 ‘네포 키드’(특권층 자녀)라 부르며 분노했다. 네팔에선 공산당 세력이 2000년대 후반 혁명을 일으켜 샤 왕정을 무너뜨리고 정부 요직을 차지했다. 이들은 대기업 가문과 유착해 불공정하게 공공사업을 발주하거나 세무조사를 무마시켰다.
네팔 대학생 아비기야 수베디(26)는 “시위는 소수의 특권층이 능력과 공정성을 깔아뭉개며 기회와 자본을 독점하는 족벌주의 시스템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또래 친구들이 인맥에 좌우되는 시스템 속에서 꿈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가는 모습을 봐왔다”며 “부패와 족벌주의에 대한 집단적 환멸은 경제적 불만과 함께 시위의 주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Z세대가 ‘먹고 사는 문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시작된 시위는 불공정한 경쟁 환경, 고위 관료의 부패, 국가 폭력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저항 성격으로 흘렀다. 청년들은 특정 정치 세력을 겨냥하기보다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방화와 약탈, 폭력 등을 저질러 비판받기도 했다. 네팔 재무장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반나체상태로 시위대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는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인도네시아에선 정부 청사와 지방 의회가, 방글라데시에선 하시나 전 총리 조카의 집이 불에 탔다.
이와 관련해 루스파이는 “시위대 대부분은 평화 시위를 했다”며 “일부가 돈을 받고 폭력 시위를 이끌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쿠스티아니는 “정부 건물에 방화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회의장에 모인 청년들
SNS 접속 차단을 하며 많은 시민의 분노를 산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가 시위 여파로 지난달 9일 사임하자 음성·영상·텍스트 채팅 SNS인 디스코드 단체 대화방이 분주해졌다. 이곳에는 14만여 명이 모여있었다.
청년들은 어떤 사람이 다음 임시 총리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했다. “부패한 정치권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청년 문제를 이해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온라인 투표 끝에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낙점해 정부 측에 의견을 전달했고, 그는 임시 총리로 취임했다.
단체방에 접속했던 산딥 아디카리(24)는 “에너지 넘치면서도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네팔의 미래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는 회의) 세션 같았다”며 “우리 모두가 중요한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평소 게이머들이 주로 사용하는 디스코드는 시위 국면에서 디지털 회의장 역할을 했다. 디스코드는 보안에 강해 정부 검열을 피할 수 있다. 청년들은 디스코드를 통해 시위 참가자를 모았고, 시위 대응 전략을 토의했다. 정부가 SNS 접속을 차단했을 당시에도 누리꾼들은 가상사설망(VPN)을 우회해 디스코드에 접속했다.
SNS는 아시아 청년들이 사회적 문제의식을 느끼게 한 학습교재가 되기도 했다. 아디카리는 “전에는 주로 내 일에만 집중하며 살았지만 틱톡에서 ‘네포 키즈’를 비판하는 영상을 보고 부패와 족벌주의가 나라를 어떻게 발목 잡고 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 시위에 나갔다. 현장에는 수천 명이 모여있었다. “많은 청년과 함께 행진하면서 강한 연대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세대가 네팔의 미래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각국 청년들을 기다린 건 총과 최루탄, 물대포 등이었다.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네팔(59명), 방글라데시(1000여명), 인도네시아(10여명)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SNS는 시위 현장 상황을 전하는 뉴스 채널 역할을 했고, 성난 민심은 들불처럼 번졌다. 21세 인도네시아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이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영상도 SNS를 통해 확산했다.
바다 건너 시민들도 SNS를 통해 현지 시위대를 지지했다. 인도네시아 시위대가 엑스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자 한국과 호주, 미국 시민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 ‘그랩’에서 자카르타의 한 호텔로 음식과 의료용품을 주문했다.
대규모 시위가 나라를 휩쓸자 각국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방글라데시에선 하시나 총리가 망명한 이후 무함마드 유누스 과도정부 최고 고문이 취임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빈곤층 전용 대출 금융기관인 ‘그라민 은행’을 만들어 노벨 평화상을 탄 인물이다. 네팔에서는 그간 올리 정권의 탄압을 받아왔던 각계 전문가들이 내각에 참가했고, 시위 사망자들은 국가의 ‘순교자’로 인정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위를 촉발한 국회의원 주택수당 특혜를 없애기로 했다.
시위 참가 청년들의 마음속에는 희망과 불안감이 공존했다. 인도네시아인 라마다니(27)는 “적어도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 정부를 압박하면 정의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하산은 “유누스 총리 아래 관료들은 그대로다. 시스템도 아직 바뀐 게 없다”고 우려했다.
아시아의 청년들이 한국 청년들에게 보낸 메시지
그랩 푸드 운동을 통해 우리를 지지해줘서 감사합니다. 전 세계 Z세대가 어디에 있든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인도네시아·라마다니
삶에서 불의를 목격하거나 경험하면 목소리를 내고, 저항을 멈추지 마세요. - 인도네시아·멜리니시아 쿠스티아니
청년들의 힘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네팔 Z세대가 보여준 것은, 한 세대가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면 부패한 체제와 낡은 지도력이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으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침묵을 거부한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 네팔·산딥 아디카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222025.html
“월드컵 아닌 건강에 돈 쓰라” 거리 나선 모로코 Z세대…2명 숨져 (한겨레, 천호성 기자, 2025-10-02 16:09)
네팔·마다가스카르 등에 이어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도 ‘제트(Z) 세대’(1997∼2012년생·젠지)가 의료·교육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대거 거리로 나섰다.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2명이 사망하는 등 시위가 격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프랑스24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저녁 모로코 수도 라바트와 카사블랑카, 탕헤르, 마라케시 등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모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공공 의료·교육서비스 개선과 기득권에 만연한 부패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12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축구대회), 2030년 월드컵 개최에 막대한 예산을 붓는 점도 비판한다.
시민들은 집회에서 “건강이 먼저다, 월드컵은 필요 없다”, “경기장은 준비됐는데 병원은 어딨나?”, “자유·존엄·사회정의”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지즈 아칸누시 모로코 총리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8월 모로코 아가디르의 한 공립 병원에서 임신부 8명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뒤 사망한 사건이 여론의 분노에 불을 당기며 시위를 촉발했다고 리베라시옹은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이 보건 참극은 공공 서비스 붕괴를 상징하며, 의료 접근성이 극도로 불평등한 ‘두 개의 모로코’를 드러냈다”며 “모로코의 인구 1만명당 (의사·치과의사 등) 의료인은 7.7명으로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말 제트 세대가 애용하는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젠지 212’(GenZ 212)라는 토론 채널이 개설되며 시위 일정이 구체화됐다. 개설자가 확인되지 않은 이 채널은 “보건·교육·반부패 등 모든 시민에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는 토론 공간”으로 규정한다. 익명의 시민들이 이곳에서 시위 일정과 장소, 구호를 실시간 투표 등을 통해 논의한다. 아랍어의 북아프리카 방언인 다리자어와 프랑스어, 영어가 자유롭게 쓰인다. 첫날 2000여명이었던 회원 수는 이날 13만7000명으로 불었다.
애초 젠지 212은 평화 시위를 주창했지만, 이날 사망자가 나오는 등 치안 당국과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이날 늦은 밤 해안도시 아가디르 인근에 경찰서를 습격한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발포하면서 시민 2명이 숨졌다. 현지 관리들은 경찰이 “탄약·장비·무기를 탈취”하려는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밤엔 동부 우즈다의 대로에서 경찰 차량이 청년 한명을 들이받은 뒤 사라지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에 퍼지기도 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날만 전국에서 4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최근 네팔·인도네시아·마다가스카르 등 세계 각지 ‘젠지 시위’에 이어 벌어졌다. 앞서 지난달 초 네팔에선 청년 세대가 소셜미디어 금지령 등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끝에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전 총리가 사임한 바 있다. 아프리카 동남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지난달 말 젠지 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가 확산해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내각 해산을 선언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030600001
밈으로 저항하는 세대, 거리와 SNS를 장악하다 (경향, 최경윤 기자, 2025.10.03 06:00)
불평등 사회와 부패한 정부에 맞서 시위에 나선 아시아 청년들은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과 개성 있는 시위 아이템을 통해 저항하고 연대했다.
인도네시아 청년들은 ‘용감한 분홍’(브레이브 핑크) 운동을 벌이며 SNS를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이들은 분홍색 색감의 필터를 씌운 ‘셀카’나 풍경 사진, K팝 아이돌 사진 등을 공유하거나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했다.
누리꾼들이 분홍색을 선택한 이유는 지난 8월28일(현지시간) 자카르타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시위에 나타난 한 여성 때문이다. 분홍색 히잡을 쓴 이 여성은 무장한 경찰이 시위대를 밀치자 이들 앞으로 다가가 대나무 막대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이 모습은 용기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분홍색은 올해 인도네시아 시위의 상징색이 됐다.
SNS에는 한글 암호도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청년들은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옮겨 적은 문장으로 소통했다. 여러 누리꾼은 정부를 향해 “팅갈 민따 마앞 트루스 등으린 락얏 아파 수샇냐”라고 적었다. 이는 인도네시아어로 ‘그냥 사과하고 국민 말 좀 들으면 되는데 그게 뭐 그리 어렵나’라는 뜻이다.
일본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해적 깃발도 인도네시아 시위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부패한 세력과 싸우기 위해 모험하는 만화 주인공 루피는 배에 이 깃발을 꽂고 다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해적 깃발이 지난 7월부터 사용됐다. 시민들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독립기념일(8월17일)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국기 게양을 강요하자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반발하기 위해 해적 깃발을 대신 내걸었다. 지난 8월 국회의원 주택수당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에서도 해적 깃발을 들고나왔다.
해적 깃발 시위는 필리핀 시위 현장으로 번졌다. 검은색 옷을 입은 시위대는 지난달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해적 깃발을 흔들며 경찰과 대치했다.
필리핀 청년들은 시위 현장에서 악어 모형을 꺼내 들기도 했다. 시위대는 지난달 21일 필리핀 다바오시에서 약 5m 길이의 초대형 악어 모양 케이크와 ‘레촌 부와야’라고 불리는 구운 악어 고기 등을 나눠 먹었다. 악어 모양의 인형을 들고 오거나 악어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악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부패한 정치인’을 상징한다.
필리핀 정부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은 3년간 6160억필리핀페소(약 15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홍수 기반시설에 투입했지만 일부 시설은 부실 시공되거나 착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외신들은 탐욕스럽게 입을 벌리고 있는 악어 모형이 홍수 대응 예산을 횡령해 젊은이들의 미래를 집어삼키는 정치인과 사업가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1002149900009
지구촌 휩쓰는 'Z세대 시위'…'아시아→남미·아프리카'로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2025-10-03 08:01)
부패·경제난 반발 청년들 거리로…시위 격화로 사상자도 속출
SNS 매개로 자발적으로 뭉쳐…"현장에 정당 깃발 없어"
지구촌 곳곳에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로 특권층의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반발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분노하는 Z세대가 소셜미디어(SNS)를 매개로 뭉쳐 기득권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 인니 '의원 주택 수당' 공분…네팔 'SNS 접속 차단' 폭발
아시아에서 벌어진 도미노 반정부 시위는 지난 8월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됐다. 작년 9월부터 인도네시아 하원 의원 580명이 주택 수당으로 1인당 월 5천만 루피아(약 430만원)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분노한 대학생과 노동자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해 방화와 약탈 등이 벌어졌다.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와 의회가 의원 주택수당을 포함한 여러 특혜를 폐지하고 내각 개편을 단행하면서 시위는 진정됐다.
이어 네팔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5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26개 SNS 접속을 차단한 것을 계기로 폭동 수준의 과격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특권층 부패를 지켜보며 빈곤을 견디던 네팔 Z세대는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하다가 SNS 접속 차단을 계기로 폭발했다.
행정 수반인 샤르마 올리 총리와 장관 4명의 사임에도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와 올리 총리 자택 등지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는 격화했다. 지난달 8∼9일 이틀 동안 벌어진 시위로 네팔에서 경찰관 3명을 포함한 72명이 숨지고 2천113명이 다쳤다.
동남아시아 최빈국 동티모르에서는 의회가 국회의원 65명에게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지급하려고 예산 420만 달러(약 58억2천만원)를 편성하자 대학생들이 반발했다. 대학생 2천명은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수도 딜리에서 공공기관 건물을 파손하고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를 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달 21일 홍수 예방 사업 비리 발각을 계기로 정치권 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마닐라의 대통령궁으로 향하던 시위대는 경찰이 차량으로 도로를 막자 돌멩이와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 216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95명이 다쳤다.
◇ 마다가스카르 단수·단전 항의…모로코 '월드컵 유치' 예산 지출 비판
아시아에 이어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Z세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동시다발로 펼쳐졌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는 지난 28일 대학생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공공 서비스 부실과 일자리 기회 부족 등에 대한 공분을 표출하며 거리 행진을 했다. 국민 다수의 뜻임을 주장하는 '우리가 99.9%다'라는 구호 아래 시위대는 정치권 부패를 비판하며 국가 예산 투명성과 치안 개선 등을 요구했다. 파라과이 경찰은 최루가스를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일부 참가자들은 돌을 던지며 이에 맞서는 등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페루에서도 연금 가입 의무화와 고용 불안정에 항의하며 정부와 국회를 규탄하는 Z세대 시위가 지난달 27일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청년들은 경찰관을 향해 화염병과 폭죽 등을 투척했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탄으로 대응했다.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하순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만연한 빈곤과 잦은 단수·단전에 항의하는 청년층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 확산에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총리와 내각 전원을 해임하고 국가 차원 문제 해결을 약속했으나 시위대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엔은 지난달 25∼26일 마다가스카르 경찰이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 다쳤다고 발표했다.
모로코에서도 지난달 27일부터 정부에 향상된 교육·의료 서비스를 요구하는 청년 시위대가 시위를 벌여 여러 도시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특히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동 개최와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유치를 위한 재정 집중 투입을 등 정부의 예산 지출 행태를 비판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지난달 30일 여러 도시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로 경찰관 263명과 민간인 23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 "소셜미디어로 뜻 공유하다가 자발적으로 나와"
나라마다 시위를 촉발한 사건은 다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층이 부패를 저지르는 특권층을 지켜보며 느끼는 분노가 공통적인 동력으로 꼽힌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높은 실업률 등으로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는 와중에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고 권력층의 부패도 만연해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10년간 5%대 경제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올해 상반기 공식적으로 해고된 노동자 수는 4만2천명을 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급증한 수치다.
네팔은 인구 3천만명 가운데 20% 이상이 빈곤층이며, 1인당 연 소득도 1천400달러(약 194만원)에 불과해 남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대다수 네팔 청년과 달리, '네포 키즈'(nepo kids)로 불리는 부유층 자녀들은 사치와 특권을 누리고 있다.
Z세대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활동하다가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점도 특징이다. 특정 정당이나 노동조합 등이 주도하는 기존 시위와는 다른 양상이다. ABC콜로르를 비롯한 파라과이 언론은 파라과이 시위 현장에서 정당을 상징하는 깃발이나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뜻을 공유하다가 자발적으로 이곳에 나왔다"는 시위자들 언급을 덧붙였다.
페루에서도 파라과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패와 결핍을 방관하지 말자"는 취지의 의견을 교환하다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모로코에서는 'Z세대 212', '모로코 청년의 목소리' 등 온라인에서 느슨하게 규합된 청년단체가 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은 틱톡 등을 통해 메시지를 공유하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51003/132519124/2
‘원피스’ 깃발 든 젠지 시위 물결… 亞 넘어 아프리카-남미로 확대[글로벌 포커스] (동아일보, 김보라 임현석 기자, 2025-10-04 01:40)

亞 국가들 정권교체 태풍 된 Z세대 분노
네팔 실업률 20.8%, 경제난 심각… 부자-형제 등 세습 정치 이어져
인구 비율 높은 청년층서 분노… 日 애니 등 대중문화 활용해
공감대 쌓고 풍자 효과까지… SNS로 다른 국가 확산도
“‘아랍의 봄’과 비슷하게 대안세력 없어 한계”
지난달 3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 깃발이 등장했다. 이 깃발은 아시아 국가들의 젠지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쓰였다. 자카르타=AP 뉴시스
“우린 월드컵 대신 병원이 필요하다.”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인 모로코에서 지난달 27일(현지 시간)부터 청년들이 주도해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2일까지 계속되며 3명이 숨졌다. 수도 라바트를 비롯해 다른 주요 도시로도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시위대는 더 나은 학교와 병원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아지즈 아카누시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모로코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공동으로 ‘2030 월드컵’을 개최한다. 이를 위해 경기장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는데,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AP통신은 이번 시위의 원인을 이같이 진단하며, 참가자 70%가 10대 미성년자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올 7월부터 본격화한 아시아권의 반정부 시위와 닮은꼴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번지는 반정부 시위들의 공통점은 젊은 층이 주축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아시아에서 시작된 청년 주도 반정부 시위를 ‘젠지(GenZ·Z세대·1995∼2010년 출생자) 혁명’이라고 명명했다. 또 경제난과 부패, 그리고 권위주의에 대한 젊은 층의 분노가 시위의 원동력이라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는 이들의 불만을 표현해 확산시키고, 시위를 조직하는 강력한 도구가 됐다. 일각에서 이번 젠지 혁명을 2010년대 초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 중동 아랍권 국가들에 들불처럼 번진 ‘아랍의 봄’에 비견하는 이유다.
젠지 반정부 시위 확산
2025년 9월 25일~현재 : 모로코, 마다가스카르, 파라과이 등 시위
(아프리카, 남미 대륙 등 확산)
2025년 9월 15~17일 : 동티모르 시위
(의원 차량 지급 계획에 분노, 정부 차량 구매 계획 철회)
2025년 9월 12~21일 : 필리핀 시위
(홍수예방 사업 부패에 항의, 부패 의혹 조사 약속)
2025년 9월 8~13일 : 네팔 시위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 계기, 샤르마 올리 총리 사임)
2025년 8월 26일~9월 5일 : 인도네시아 시위
(국회의원 특혜 계기로 시위 촉발)
2024년 7~8월 : 방글라데시 시위
(독립유공자 일자리 할당제에 분노, 셰이크 하시나 총리 사임 후 인도 도피)
2022년 3월 말~7월 말 : 스리랑카 시위
(연료 및 식량 부족, 라자팍사 가문 장기집권 불만이 원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사임 후 망명)
● 경제난과 지도층 특권에 성난 청년층이 시위 주도
젠지 혁명이 처음 불붙은 아시아 국가들은 인구에서 청년층 비율이 높고, 중위연령(모든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나이)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엔이 2023년에 집계한 중위연령은 네팔 24.6세, 방글라데시 25.3세, 인도네시아 29.8세, 스리랑카 32.8세다. 이른바 2030세대가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 전반을 흔들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또 경제난으로 청년 실업이 급증하는 가운데서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국가 지도층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는 특권층의 특혜가 시위를 촉발했다. 올 8월 하원의원 580명이 주택 수당으로 1인당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 원)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는 자카르타 지역 월 최저임금의 약 10배다. 시위 도중 20대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면서 시위가 확산됐다. 이에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과 부디 구나완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 등 핵심 각료 5명을 경질했다.
네팔에선 젊은 층이 민감해하는 소셜미디어 차단이 시위에 불을 질렀다. 지난달 5일 정부가 잘못된 여론을 조장한다며 유튜브, 페이스북 등 26개 소셜미디어를 차단한 것.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되면서 51명이 숨지고 1300명이 다쳤다. 분노한 일부 시위대는 의회, 대통령실, 친정부 언론사를 습격하기도 했다. 결국 샤르마 올리 총리가 소셜미디어 차단을 해제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네팔은 청년층 상당수가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 왔는데, 코로나19로 관광수익이 급감하며 민심이 악화된 상태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네팔의 청년실업률은 20.8%에 달한다.
동티모르 역시 사회 지도층의 특혜가 문제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동티모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454달러(약 204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가 약 58억 원을 들여 의원 65명에게 새 차를 지급하려 하자 20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직 의원들도 재직 당시 급여만큼 평생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도 분노를 일으켰다. 시위대는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공공기관을 파손하고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맞섰다. 결국 동티모르 의회는 새 차 지급 계획을 철회하고, 의원 종신연금을 폐지키로 했다.
각각 2022년 9월과 지난해 7월 대규모 소요 사태를 경험한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도 심각한 경제난을 경험하고 있는 나라다. 스리랑카는 2022년 당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실정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놓이자,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불붙었다. 그 결과 라자팍사 대통령이 몰디브로 도피하며 정부가 붕괴됐다. 이후 좌파 인민해방전선(JVP) 소속의 아누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지난해 집권해 정권 교체를 이뤘다.
방글라데시에선 독립유공자 자녀를 위한 정부 일자리 할당제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과잉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 규모가 더 커졌다. 결국 15년간 집권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사임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 세습정치에 부정부패 겹치며 반발 폭발
젠지 세대는 세습 등 특권에 대한 반감이 다른 세대보다 큰 편이다. 최근 반정부 시위가 확산된 필리핀은 정치 가문 중심의 권력 구조가 공고하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1986년 민중혁명으로 축출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다. 부통령인 사라 두테르테는 전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 소수의 정치 명문가들이 권력을 나눠 가지면서 부패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필리핀에선 지난달 21일 홍수 방지 기반시설 사업에서 불거진 대규모 부패 의혹이 최소 2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수도 마닐라의 루네타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최소 4만9000명이 참여했다. 필리핀학생연맹 등 청년 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이날 시위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계엄령을 선포한 지 53년이 되는 날 열렸다. 세습과 부정부패에 대한 반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 마닐라 집회에 참석한 학생 운동가 알테아 트리니다드는 AP통신에 “우리는 가난에 허덕이면서 집과 미래를 잃어가는 동안 지배층은 세금으로 호화 차량과 해외여행을 누리며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리핀은 태풍 등으로 홍수 피해가 잦은 국가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 9800건이 넘는 홍수 예방 사업에 6160억 필리핀페소(약 15조 원)를 투입했다. 그러나 정부 조사 결과 일부 시설은 부실 시공되거나, 아예 착공조차 되지 않았다. 랠프 렉토 재무장관은 이로 인한 경제 손실을 423억∼1185억 필리핀페소(약 1조300억∼2조8800억 원)로 추산했다.
여기에 필리핀 상원 청문회에서 건설사 사주 부부가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을 포함한 하원의원 17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이자 실세인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은 결국 사임했다. 앞서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도 홍수 예방사업 계약 업체와의 연관설이 제기되면서 교체됐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리랑카는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2005년 11월∼2015년 1월 재임)과 그의 동생 고타바야 전 대통령(2019년 11월∼2022년 7월 재임) 집권 기간 족벌정치 비판을 받았다. 두 형제 대통령은 국회의원, 농업장관 등을 역임한 D A 라자팍사의 아들이다. 두 사람은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 반군 간 내전을 종식했지만, 정부 요직에 친인척과 측근을 앉히며 권위주의 통치를 이어갔다.
방글라데시는 하시나 전 총리가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을 이끈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의 딸이다. 하시나는 5번이나 총리직을 맡아 장기 집권하는 동안 야당 탄압 및 부정부패 비판을 받았다. 폴 스타니런드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경제 침체 속에서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여겨지는 정치 엘리트가 아시아에서 반발을 확산시켰다”며 “각국에서 반발이 정부를 무너뜨릴 만큼 강력했다”고 말했다.
● 소셜미디어, 대중문화 상징 통해 공감대 확산
아시아 각국에서 청년 세대가 주도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된 배경에는 소셜미디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분노가 빠르게 확산됐고, 특히 대중문화적 상징을 활용해 청년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젠지 세대의 문화적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네팔에선 소셜미디어가 금지되기 몇 주 전부터 정치인 자녀들이 고급 자동차나 명품 가방, 해외 휴가를 즐기는 영상이 확산됐다. 1인당 GDP가 1400달러(약 190만 원)에 불과한 네팔에서 이 같은 영상은 공분을 일으켰다. 네팔 시위에 참가한 법대생 안잘리 샤(24)는 FT에 “정치인 자녀들이 호화 생활을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과시하는 동안 우리는 안전한 식수도, 일자리도 없이 살았다”고 말했다.
젠지 세대가 소셜미디어에서 대중문화 코드를 통해 공감대를 넓히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네시아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밀짚모자 해적단의 깃발이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원피스는 주인공 루피가 동료들과 함께 폭압적인 지배 권력에 맞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렸다.
원피스 깃발은 수비안토 대통령이 올 7월 말 독립기념일을 맞아 국기 게양을 촉구한 뒤 더욱 확산됐다. 해적단 깃발은 부패하고 억압적인 통치자에게 맞선다는 의미가 부여돼 젠지 세대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주민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국가를 싫어해 국기 대신 원피스 깃발을 게양한 게 아니다”라며 “엘리트를 편애하고 서민을 무시하는 공직자들의 행동과 정책에 실망한 사실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등을 차용한 행동은 정치적 탄압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고, 젠지 세대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풍자 효과도 크다. 안드레아 호르빈스키 미 버클리대 연구원은 CNN에 “(원피스 주인공) 루피는 좌절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주인공이 집념을 보여 주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위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앞서 2020년 태국 반정부 시위에선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에 나오는 세 손가락 경례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 경례는 영화에서 억압적 정권에 대한 연대와 저항을 의미한다. 태국 시위자들은 왕실과 군부를 비판하며 이 제스처를 사용했고, 이는 미얀마로도 확산됐다.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같은 경례를 사용하며 군부독재에 저항했다.
● 아프리카, 중남미로도 젠지 시위 확산
최근 젠지 시위는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중남미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국의 시위 장면 영상이 퍼지면서 다른 대륙으로 영향력이 전파되고 있는 것. 네팔 시위 참가자인 야티시 오자(25)는 “우리는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시위에서 처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동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선 젠지 세대를 중심으로 지난달 25, 26일 정전 및 단수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도 안타나나리보 등에서 벌어졌다. 이 시위에도 원피스 해적단 깃발이 등장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내각 해산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모로코에서는 ‘Z세대 212’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성된 청년 단체들이 교육과 의료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중남미 파라과이에서도 지난달 대학생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우리가 99.9%다’라는 구호 아래 공공 서비스 부실 및 일자리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여기서도 젊은 층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원피스 해적단 깃발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페루에서도 지난달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연금 가입 의무화와 고용 불안정에 항의하는 청년층 주도 시위가 벌어져 경찰관과 기자 등 최소 19명이 다쳤다. 두 나라 모두 청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패와 결핍을 방관하지 말자”는 의견을 교환하며 거리로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AP통신은 “젠지 시위가 단순한 항의에서 불공정한 국가 체제를 공격하는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했다. 반면 젠지 세대 시위가 구심점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작가 미나 칸다사미는 뉴욕타임스(NYT)에 “2010년에 트위터(현 X)가 아랍의 봄을 촉발했다면, 오늘날 아시아에선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아랍권에서 분노를 대안으로 조직할 만한 리더십이 없었던 것처럼 아시아 젠지 시위도 비슷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https://www.news1.kr/world/asia-australia/5933661
인니→네팔→동티모르→필리핀…1020 분노, 소셜미디어 타고 날다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2025.10.05 오전 06:00)
유희처럼 시작된 '해적기' 게양, 분노·저항 상징으로 변모
경제난·부패 신음하던 1020, 소셜미디어로 정보·담론 공유
만화 '원피스'의 '밀짚모자 해적단' 깃발로 상징되는 청년 세대의 분노가 9월 한 달에 걸쳐 인도네시아·네팔·동티모르·필리핀 등으로 확산되며 'Z세대' 1020 청년층 주도 반(反)정부 시위에서 분노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에 집집마다 국기 대신 게양된 해적기는, 불과 몇 주 뒤 네팔 정부 청사 '싱하 두르바르'가 불타는 모습을 배경으로 정문 꼭대기에 내걸렸다. 만화 속 해적기가 상징하는 '자유와 저항'의 이미지가 현실 정치와 공명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시위대가 공유하고 있는 경제난·구직난·고질적 부패에 대한 불만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분출하며 집단행동으로 확산한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구 5분의 1 청년층, 실업난에 신음…부패 권력층 '플렉스'에 분노
시위가 일어난 동남아시아 4개국의 인구 구조는, 청년층이 두터운 전형적인 '피라미드형'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 공식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15~24세 청년층 인구 비중은 약 17%, 네팔은 약 19%, 동티모르는 약 22%, 필리핀은 18% 등이다.
이들은 경제 구조를 떠받치고 있지만 정작 청년층 실업률은 20% 내외에 달해 5% 내외의 전체 경제활동인구 실업률을 훨씬 웃돈다. 대체로 비정규직과 일용직, 서비스직을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며 정규직 진입 기회를 거의 제공받기 어렵다. 특히 네팔의 경우 국내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해외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네팔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해외 노동자 송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5~28%에 달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해적기'는 사소한 계기로 등장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8월 17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국기 게양 운동을 제안했는데, "조국의 국기는 부패한 정부를 위해 걸기에는 너무 신성하다"며 만화 '원피스'의 '밀짚모자 해적단' 깃발을 대신 게양하는 운동이 유행처럼 번졌다.
8월 말, 인도네시아의 국회의원들이 지난해부터 매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 원)의 주택수당을 받아 온 사실이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지며 민심이 폭발했다. 해당 금액은 인도네시아 최저임금의 10배에 이른다. 만성적 부패에 염증을 느끼던 인도네시아 시민들은 계기가 주어지자 해적단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평화적으로 시작한 시위를 최루탄, 고무탄 등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배달 기사 아판 쿠니아완(21)이 경찰 전술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브 워버튼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이번 시위에 대해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의 계급 격차가 경제 상황 변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팔의 경우 2008년 왕정이 폐지 후 주요 3개 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회전문 정치'에 대한 실망이 축적되어 왔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권력층 자녀들이 사치를 과시하는 유행을 폭로·비판하는 '네포키즈'(#NepoKids)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됐다.
네팔 정부가 '가짜뉴스 척결'을 명목으로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를 시행하자,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은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계를 꾸려 오던 소상공인, 해외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친지와 연락이 끊긴 가족들까지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동티모르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새 차량을 지급하기 위한 420만 달러(약 58억 2000만원) 규모 예산 편성에 반발해 시위가 일어났고, 필리핀 시위는 대규모 홍수 방지 사업 예산이 부실 공사 등으로 횡령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동남아 디지털 기기 도입률은 급성장 중…시위서 '해시태그' '분산 조직' 전술 활용
동남아 국가들의 디지털 기기 도입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 비판 담론이 확장되는 데 한몫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플랫폼 이용률은 세계 평균치보다도 높은데, 실시간 시위 정보 및 상황 공유에 소셜미디어가 활용됐다.
그 중에서도 디지털 전문 조사기관 데이터리포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기기 보급률은 인구 대비 125%(약 3억 5600만 대)로 매우 높은 편이다. 네팔의 경우 60% 내외, 동티모르는 40~48%, 필리핀은 70~75% 정도로 집계된다. 또 UNFPA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플랫폼 이용률은 △필리핀 82% △인도네시아 50.2% △네팔 45% △동티모르 35% 등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대 국제관계 석사 과정 프로그램 책임자인 루멜라 센은 알자지라에 "젊은 인구 구조를 갖추고 있고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 능력도 겸비한 덕에, 이들 국가의 Z세대가 디지털 플랫폼을 공동체 형성·조직화·자기표현에 손쉽게 활용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 사용되는 해시태그 캠페인, 분산형 조직화 등의 시위 전술이 디지털 시위의 새로운 플레이북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거센 반발에 당황한 정부와 정치권이 시위대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시위는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향후 관건은 정치권의 추가 대응과 제도적 수용 여부다.
일례로 네팔의 경우 청년들이 인스턴트 메시징 플랫폼 '디스코드'를 이용해 중지를 모으고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추대했지만, 내년 3월 임시정부 해산과 조기 총선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제·사회적 배경이 비슷한 국가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영향을 받아 또다른 시위의 불씨가 타오를 것인지도 주목된다. 이미 남아메리카의 페루,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반정부 시위대 군중 속에서 해적기가 목격됐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010_0003358131
원피스 해적 깃발…Z세대 시위 상징으로 떠오르다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황다혜 인턴기자, 2025.10.11 04:00:00)
아시아부터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젊은 층의 반정부 시위, 이른바 '젠지 혁명'의 시위대가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One Piece)'의 해적기를 상징으로 사용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독일 매체 DW에 따르면 원피스의 상징인 '해골에 밀짚모자' 깃발이 최근 세계 곳곳의 Z세대 주도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당 깃발은 만화 속 '스트로햇(밀짚모자) 해적단'의 기함으로, 자유와 우정, 부패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만화 주인공 루피가 권력에 맞서 자유를 찾아 나서는 서사가, 부패한 기성 권력에 저항하는 Z세대들의 새로운 상징으로 변모했다.
이 해적기는 지난 7월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일부 시민들이 정부 정책과 부패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 위해 처음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정부는 독립 80주년을 맞아 국기 게양을 촉구했지만, 수도를 비롯한 곳곳에는 국기 대신 밀짚모자를 쓴 해골이 그려진 해적 깃발이 내걸렸다.
이후 소셜미디어(SNS)통제로 시작된 네팔의 대규모 반부패 시위에서 시위대가 국회 건물에 원피스 깃발을 내걸면서 이 상징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네팔 시위는 소셜미디어 금지 해제와 총리 사퇴를 이끌어냈고, 이러한 성공 사례는 필리핀, 세르비아, 마다가스카르 등 다양한 국가의 젊은 층에 영향을 줬다.
이후 이 깃발은 마다가스카르 시위대 SNS 계정의 공식 로고로 활용되는 등 혁명을 대표하게 됐다.
사회운동가 버질러스 슬램은 DW에 "(원피스 주인공) 루피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친구들과 심지어 적들까지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이"라며 원피스가 젊은 시위대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를 분석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 누리안티 잘리는 미국 매체 더컨버세이션에 "이 해적기는 대중문화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정부가 억압하기 어렵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원피스'는 부패한 권력과 불합리한 시스템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고 불의를 타파하려는 해적단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의 만화 시리즈다. 1997년 첫 연재 이후 현재까지 5억부 이상 판매됐고 TV시리즈와 영화까지 제작되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만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122112005
장갑차 호위 받으며 광장으로…마다가스카르 반정부 시위, 군인도 합류 (경향, 배시은 기자, 2025.10.12 21:12)
Z세대 ‘단수·정전 항의’로 촉발
경찰 강경 진압에 최소 22명 사망
일부 군인들 ‘명령 불복종’ 촉구
전 세계에서 ‘Z세대’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Z세대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시위대에 일부 군인들까지 합류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부터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 청년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잦은 단수와 정전 사태에 항의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가디언은 11일 안타나나리보에서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이 장갑차를 몰고 온 군인들과 함께 ‘5·13 광장’으로 행진했다고 전했다.
마다가스카르 민주화의 상징인 5·13 광장은 시위가 일어나는 동안 출입이 금지됐으나 이날 시위대는 군인들의 호위를 받아 광장 진입에 성공했다.
앞서 SNS에는 육군인사행정센터(CAPSAT) 소속 군인들이 동료들에게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할 것을 촉구하는 영상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들은 “군인과 헌병, 경찰이 힘을 합쳐 우리의 친구와 가족을 쏘고 돈을 받는 것을 거부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가 지도자들은 권력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군인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APSAT는 2009년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것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PSAT의 지도자인 리리송 르네 드 롤랑은 5·13 광장에서 시위대를 향해 연설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활동가는 “지난 쿠데타에 CAPSAT가 연루된 것을 생각하면 우려스럽다”며 이날 연설을 비판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잦은 단전과 단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25일 시위를 시작했으며 이는 정권의 부패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인구 3200만명 중 4분의 3이 빈곤층이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총리와 내각 전체를 해임했으나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대통령실은 “국가 업무를 잘 살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은 마다가스카르 경찰이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정부 치안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탄 등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이날 시위 중 CAPSAT 군인들과 정부 치안군 사이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이 치명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https://www.rosalux.de/en/news/id/53901/the-philippines-a-country-on-the-edge-of-insurrection
필리핀, 분노한 청년들이 외치는 “혁명”: 늦은 자본주의의 고통 속에서 The Philippines: A Country on the Edge of Insurrection? (ROSALUX, Herbert Docena, 10/13/2025)
Decades of exploitation and corruption have pushed many Filipinos to the brink
2025년 9월,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스캔들을 계기로 필리핀 청년층이 거리로 나서며 “혁명”을 외치고, 일부는 경찰과 충돌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빈곤, 구조적 불평등, 경찰 폭력, 해외 노동에 의존한 경제 등 필리핀 국가의 오랜 억압과 실패에 분노하고 있으며,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드러내고 있다. 필리핀은 아직 봉기 직전의 단계에 있지만, 축적된 고통과 분노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임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223270.html
시위대·군부 반기에 생명 위협 느낀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피신 (한겨레, 윤연정 기자, 2025-10-14 15:33)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 중인 ‘제트(Z) 세대’(1997~2012년생·젠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군이 동참하면서 군부 쿠데타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신변 안전”을 이유로 피신했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리 라조엘리나(51)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으로 중계한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달 25일부터 나의 생명을 노린 암살·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일부 군 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은 나를 암살하려 했다”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을 찾아야 했다”고 피신 사실을 밝혔다. 피신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이어 그는 “헌법에 따라서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며 “해결책을 찾기 위한 임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임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앞서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실은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국영방송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방송은 두 차례 지연됐고 영상은 소셜미디어에만 공개됐다. 프랑스 공영 국제라디오방송 에르에프이(RFI)는 프랑스 시민권자인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논의 뒤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안타나나리보를 떠나 두바이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인 마다가스카르는 지난달 25일부터 수도 안타나나리보 등지에서 젊은 층이 주축이 된 반정부 시위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잦은 단수와 정전 문제에 항의하는 목소리로 시작된 시위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생기며 전국적으로 퍼졌다.
이에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고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등 즉각적인 수습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더 격화됐다. 3주째 접어든 시위에서 시민들은 빈곤과 생계비 부족, 교육 기회 불평등 등의 누적한 문제에 항의하며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09년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정권을 장악할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육군 행정·기술 장교 중심의 캡사트(CAPSAT) 부대가 지난 11일 “(대통령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위대에 합류하면서, 정권 통제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안타나나리보 시장 출신인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09년 당시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쿠데타 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과도 정부 수반이 됐고, 2014년까지 권력을 장악했다. 2019년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는 2023년 11월 대선에서 또 당선되면서 3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이중 국적자인 것이 드러나 대통령직 박탈 위기에 놓였지만, 헌법재판소가 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 일단락됐다.
로이터는 마다가스카르 의회 야당 대표를 인용해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이미 12일 마다가스카르를 떠났다며 “젊은 시위대가 정부를 전복한 두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초 네팔 청년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바뀐 바 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1014514910
[데스크의 눈] Z세대 시위가 말해주는 것 (세계일보, 이진경 국제부장, 2025-10-14 23:05:03)
전 세계서 Z세대 시위 이어져
고용 불안·기득권 부패 불만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
한국 현실 어떤지 돌아봐야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입법부에 행동을 촉구하는 집회·시위는 전 세계 어디서든 진행되는, 그리 특별하진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 해외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공통점 한 가지가 눈에 띈다. 바로 ‘Gen Z(Z세대)’다. Z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 출생, 2030대 청년층을 말한다.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곳곳에서 Z세대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Z세대 반정부시위의 시작은 지난 8월 인도네시아였다. 의원들이 주택 수당으로 1인당 월 5000만루피아(약 430만원)를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분노를 샀다. 시위는 네팔로 이어졌다. 정부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26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을 차단하자 Z세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동티모르와 필리핀에서도 시위가 잇따랐다.
파라과이에서는 청년들이 정치권 부패와 일자리 부족 등을 비판하고 국가 예산 투명성과 치안 개선 등을 요구하며 대학생들이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가 99.9%다’라는 구호 아래 뭉쳤다. 국민 다수의 뜻임을 의미한다. 페루에서도 연금 가입 의무화와 고용 불안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Z세대 시위는 아프리카 모로코와 마다가스카르에서도 나타났다. 모로코에서는 낙후한 교육·의료 서비스가,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만연한 빈곤과 잦은 단전·단수가 청년층의 분노를 키웠다.
각국 시위의 계기는 다르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고용 불안, 양극화, 기득권의 부패가 기저에 깔렸다는 점에서는 같다. 청년들은 열심히 삶을 살아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아무리 해도 돈과 권력을 쥔 기득권층을 따라잡긴 어렵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일 수밖에 없다. 정치인을 포함한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부와 권세를 공고히 하는 데만 관심을 가진다. 대다수 서민 삶에 필요한 교육, 치안, 사회 인프라 개선은 뒷전이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화로 무장한 Z세대는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불평등과 부패를 알게 된 이들은 참지 않는다.
시위를 주도하는 특정 인물이나 조직은 없다.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밀짚모자를 쓴 해골 깃발’을 상징으로 쓴다는 점이 특이하긴 하다. 해골 깃발은 Z세대에게 인기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인공 몽키 D 루피가 배에 내거는 깃발이다. 해골 깃발은 불의·억압에 대한 저항과 자유를 상징한다.
거리로 나선 Z세대가 바라는 것은 ‘변화’다. 정부가, 정치가,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Z세대의 목소리는 조금씩 반영되기 시작했다. 네팔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물러났고, 동티모르에서는 추진하려던 국회의원 새 차량 지급을 철회하고, 국회의원 종신 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마다가스카르 대통령도 흔들리고 있다.
해외 청년층의 행보를 전해 들으며 한국의 상황을 돌아보게 된다. 시위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는 부패가 없는 민주사회이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의 대가가 따라오는 공정한 시스템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직 크게 터져 나오는 목소리가 없다고 불만이 없는 것일까.
지난 8월 청년층 고용률(15~29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45.1%로 60세 이상 고용률보다 낮다. 취업을 위해, 큰 돈벌이를 위해 캄보디아까지 갔다가 생명까지 위협받는 사건은 분노를 넘어 아픔으로 다가온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24년도 국가청렴도(CPI·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180국 가운데 30위로 상위권이지만, 암호화폐 범죄 등 신종 부패 발생 요인 확대와 정쟁으로 인한 양극화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초 발표된 ‘청년 삶 실태조사’를 보면 청년의 우울 증상 유병률은 8.8%로 2년 만에 2%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Z세대에 대해 종종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개성과 관심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성은 ‘이기적’이라고 취급된다. 질문해도 답을 안 하고 빤히 바라보는 ‘젠지 스테어’라는 단어가 등장, 소통 능력 부족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들이 힘겨워하고 좌절한다면 우리 사회 미래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Z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고민해볼 때다.
https://transform-network.net/blog/analysis/nepals-republic-in-crisis-after-the-streets-erupted/
네팔 공화국, 무너진 약속에 분노한 Z세대가 거리로 나서다 Nepal’s Republic in Crisis: After the Streets Erupted (transform-network, Sushovan Dhar, 15 Oct 2025)
네팔은 군주제를 폐지한 지 17년 만에, 청년층 주도의 대규모 시위로 다시 정국 위기에 직면했다. 고질적인 부패, 실업, 물가 상승, 이민 의존 등이 쌓이면서 “빵과 일자리, 정의”를 외치는 Z세대가 전국에서 봉기했고,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이번 저항은 단순한 외부 개입이 아닌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국내 청년 세대의 절박한 호소로, 2026년 선거와 함께 네팔의 미래를 가를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Seventeen years after the palace’s fall, Nepal’s fragile republic faces another reckoning. The September uprising revealed a generation’s anger and the unfulfilled promises of democracy.
https://www.yna.co.kr/view/AKR20251014194451099
마다가스카르 'Z세대 시위'에 대통령 탄핵…군부가 임시통치(종합)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2025-10-15 02:06)
'행방 묘연' 대통령 의회 해산령에도 '직무 포기' 탄핵 의결
Z세대 중심 시위 19일 만에 대통령 축출…"최대 2년 과도기"
2주 넘게 'Z세대 시위'가 이어진 마다가스카르의 의회가 14일(현지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군부는 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 정권 장악을 선언하며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의 해산을 명령했다고 AFP·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의회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의회해산령을 거부하고 이날 대통령이 직무를 포기했다며 전체 163석 가운데 130표의 찬성으로 탄핵을 의결했다. 탄핵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었다.
탄핵 의결 직후 지난 11일 시위대 합류를 선언한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엘리트 군조직 캡사트(CAPSAT) 부대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국영 라디오에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고 선언했다. 이어 탄핵을 의결한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이후 기자들에게 "최대 2년의 과도기 동안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며 "이 기간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관 설립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실효적인 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에게 국가원수로서의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의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과 군정 수립 선언으로 군경의 반정부 시위대 합류 이후 위기가 고조된 마다가스카르 정국의 혼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궁 앞에 무장 군대가 주둔하는 것은 명백한 쿠데타 시도"라며 "대통령은 임기를 보전하며 헌법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청년층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급기야 지난 11일 시위에서 수도 안타나나리보 외곽 소아니에라나 지역의 캡사트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튿날인 12일 불법 쿠데타가 시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캡사트 부대 장교들은 같은 날 쿠데타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군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캡사트 부대에 이어 헌병대와 경찰도 잇따라 시위대 합류를 선언하자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전날 늦은 밤 페이스북으로 중계한 대국민 연설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밝히고 헌법에 따라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사임을 거부했다. 그의 행방은 현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 만에 의회의 탄핵 의결과 군정 수립 선언으로 사실상 축출됐다. Z세대 시위 발발 19일 만으로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나라가 됐다.
2009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과도 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불출마했으나 2018년 대통령에 당선돼 복귀했고, 2023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2009년 정권 교체를 도운 캡사트 부대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며 재선 임기를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야당 관계자, 군 소식통, 외교관 등을 인용해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12일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외국으로 도피했다고 전한 바 있다.
생태학적 다양성과 세계 최대 바닐라 생산국으로 유명한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에도 정치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의 약 75%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할 정도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51016/132570046/2
또 정권 밀어낸 Z세대 시위… 네팔 이어 마다가스카르 정부 붕괴 (동아일보, 김윤진 기자, 2025-10-16 03:00)
젠지 시위, 亞 넘어 중남미-阿로 확산
부패-실업난-불평등에 불만 누적
마다가스카르 청년들 反정부 시위… 의회-군부도 합세해 대통령 탄핵
모로코도 화들짝, 민심 수습 서둘러

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3주째 이어진 ‘젠지(Z세대·1995∼2010년 출생자) 시위’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지난달 네팔에 이어 젠지 시위로 정부가 붕괴된 두 번째 사례다. 올 8월 아시아에서 시작된 반정부 젠지 시위는 파라과이와 페루 등 중남미를 넘어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케냐 등 아프리카로 확산하고 있다. 나라마다 시위를 촉발한 구체적인 사건들은 다르지만 만성적 부패, 실업난, 경제 불평등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이 공통 요인으로 꼽힌다.
● 의회-군부 합세해 해외 도피한 대통령 탄핵
AP통신 등에 따르면 14일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전체 의석 163명 중 130명의 찬성으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전날 해외로 도피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탄핵을 막기 위해 대통령실 페이스북을 통해 의회 해산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야당 지도자인 시테니 란드리아나솔로니아이코 의회 부의장은 “의장과 사전 협의 없이 내려진 해산 명령은 법적으로 무효”라며 탄핵 절차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대신 젠지 시위에 동참한 군이 정권을 장악했다. 이날 캅사트(CAPSAT·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엘리트 부대) 부대의 미카엘 란드리아니리나 부대장(대령)이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군이 권력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탄핵을 의결한 의회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한다며 “최대 2년의 과도기 동안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다가스카르 헌법재판소는 란드리아니리나 대령에게 국가원수로서의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마다가스카르에선 지난달 25일 안타나나리보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된 후 여러 도시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레오(Leo·지긋지긋하다는 의미)” “물과 전기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우리는 생존(survive)하는 게 아니라 살고 싶다(live)”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정부의 강경 진압에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군부의 정권 장악 선언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마다가스카르 공화국은 무력으로 인질이 될 수 없다. 국가는 여전히 굳건히 서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권 뒤 무능과 부패로 민심을 잃은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다시 권력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 정권 붕괴 후 정치 대안 부재가 함정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있는 인구 3000만 명의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뒤에도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 나라 인구의 약 80%가 빈곤선(하루 소득 2.15달러) 이하일 정도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 인식 지수에선 180개국 중 140위다.
마다가스카르 젠지 시위는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물결과 맞닿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청년들은 자신이 나이 든 남성으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에 의해 통치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들이 젊은 세대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악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 왔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나 정부 붕괴 이후 정치적 대안이 부재한 상태란 점에서 민주정이 안착할지는 불확실하다. 로이터통신은 “1972년 마다가스카르의 필리베르 치라나나 정권 붕괴 후 두 명의 군부 지도자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음에도 많은 시위자들에게 (군의 정권 장악이) 큰 걱정거리가 아닌 듯하다”고 논평했다.
● 모로코 재무장관, ‘신속한 개혁’ 강조
지난달 27일부터 반정부 젠지 시위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 모로코에선 정부가 여론 수습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디아 페타 알라위 모로코 재무장관은 14일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주최 토론회에서 “경제 이론이 작동해 (저절로) 일자리가 생겨주기만을 기다릴 순 없다. 당장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국에서 벌어진 젠지 시위가 나라를 위한 ‘경종’이 됐다면서 “예산 한 푼, 한 푼이 최대한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europe-solidaire.org/spip.php?article76664
모로코 ‘GenZ212’ 운동, 의료·교육·반부패 외치며 전국으로 확산 Morocco’s ’GenZ212’ movement: youth take their own affairs in hand (Europe Solidaire, Friday 17 October 2025, by ELALAOUI Charif)
2025년 9월 말 모로코에서 시작된 ‘GenZ212’ 운동은 병원 부실로 인한 여성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의료 개혁, 공교육 강화, 반부패를 요구하는 Z세대 주도의 전국적 항의 시위로 확산되었다. 정당이나 정치세력과 거리를 두며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조직된 이 운동은, 강한 정치 의식을 바탕으로 정부 사퇴까지 요구하며 정권과 충돌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모로코 디아스포라와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10월 18일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새로운 정치적 에너지를 형성 중이다.
Since late September, Morocco has been shaken by a large-scale social movement. Mobilising a youth advocating for social justice and an end to corruption, the demonstrations have nonetheless encountered repression. Charif Elalaoui, a doctor in political sociology and specialist in social and environmental mobilisations in France and Morocco, offers analytical insights based on localised social science research conducted in Morocco. In this interview, he shares his observations and discusses the origins and structure of the movement as well as its current challenges, after nearly three unprecedented weeks of mobilisation.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017_0003366025
페루 Z세대 시위 “임시 대통령도 사임” 요구…1명 사망·100여명 부상 유혈 사태로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2025.10.17 06:42:09)
AP “만연한 범죄와 부패, 수십 년간 정부에 대한 국민 환멸 바탕”
네팔·필리핀·인니·모로코·마다가스카르 등 Z세대 시위 물결 지속
임시 대통령 과거 “Z세대는 민주주의를 강타하려는 갱단” 발언
페루에서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시위로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을 당한 후에도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내년 4월까지 임시 대통령을 맡고 있는 대통령도 물러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의 강경진압 속에 15일 시위에서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하면서 유혈 사태로 번지고 있다.
앞서 국회는 10일 디나 볼루아르테(63) 대통령을 탄핵하고 즉각 호세 헤리(38) 국회 의장이 신임 대통령에 취임했다. 볼루아르테는 2년여 전 시위대 강경 진압 지시에 따른 학살 혐의와 ‘롤렉스 스캔들’ 등 부패 의혹으로 쫓겨났다. 페루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볼루아르테 역시 의회가 전임자를 탄핵한 후 2022년 12월에 취임했었다. 헤리는 지난 8년 동안에만 7번째로 취임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지 5일 만인 15일 시위대는 ‘정치 계층’이라고 부르는 권력층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서 “깨끗한 시작”을 요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보도했다.
이날 수도 리마 도심 프란시아(프랑스) 광장과 산마르틴 광장 주변에서 진행된 집회와 거리 행진에는 교사, 예술가, 의사, 상인을 비롯해 일반 시민까지 참여했다. 페루 경찰은 일몰을 전후해 시위대 해산에 나서 곳곳에서 강한 충돌이 빚어졌다.
BBC는 시위대가 정부가 부패와 범죄, 특히 갱단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버스와 택시 운전사를 상대로 한 일련의 강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루이스의 시신을 리마 병원에서 수습하고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시청각 증거와 탄도 증거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과 보안 카메라 등에 따르면 15일 오후 시위에 참가한 힙합 가수 에두아르도 루이스(32)는 달아나는 시위자 중 한 남성이 쏜 총에 맞았다. 목격자들은 총격범이 시위대 사이에 잠입한 사복 경찰관이라는 혐의를 받자 도주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헤리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객관적으로 밝히기 위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 인권감시국에 따르면 이날 시위 중 최소 24명의 시위대와 80명의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 페루 전국언론인협회에 따르면 기자 6명이 산탄총알에 맞았고, 4명이 경찰의 폭행을 당했다. 시위는 지난달 Z 세대를 중심으로 연금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작됐으며 만연한 범죄와 부패, 수십 년간의 정부에 대한 환멸에 지친 국민들의 고민을 담아 확대됐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페루 시위는 정부에 대한 세대 간 불만과 젊은이들의 분노로 촉발된 전 세계 시위 물결 속에서 발생했다. 올해 들어 Z세대가 중심된 시위는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 케냐, 동티모르, 모로코,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발생했다. 시위대는 밀짚모자를 쓴 해적 해골이 그려진 검은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수도 리마의 중앙광장에 있는 전기 기술자 데이비드 타푸르(27)는 틱톡에서 시위에 대해 알게 된 후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폭력적인 시위로 50명이 사망한 정부의 탄압을 언급하며 “우리는 같은 것을 위해 싸우고 있다. 부패한 자들에 맞는 것”이라며 “그들 역시 살인자”라고 말했다.
헤리 신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전직 판사 에르네스토 알바레스를 총리로 임명하고 최근 급증하는 범죄를 통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시위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헤리 신임 대통령은 과거 Z세대가 “민주주의를 강타하려는 갱단”으로 “공부하고 일하는 젊은이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AP 통신은 페루 국민들은 이번 시위는 국민들이 수십 년간 좌절감을 느껴온 데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국민들은 지도자들이 부패 스캔들에 시달리는 것을 지켜보았고 이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에게 냉소주의가 싹텄다는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224041.html
Z세대가 끌어내린 마다가스카르 대통령…그 자리에 또 군부 수장 (한겨레, 김지은 기자, 2025-10-17 21:58)
마다가스카르에서 ‘제트(Z) 세대’(1997년~2012년생·젠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권력을 장악했던 군부 수장이 17일(현지시각)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아에프페 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51) 대령은 이날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있는 고등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마다가스카르 육군 행정·기술 장교 중심의 엘리트 캡사트(CAPSAT) 부대 지휘관이었던 랜드리아니리나는 지난 11일 “(대통령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뒤 부대를 이끌고 시위에 합류했다. 이는 확산하는 반정부 시위에 흔들리던 안드리 라조엘리나(51) 대통령의 통제력은 급격히 약화했고, 13일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국외 피신 및 탄핵으로 이어졌다.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해 지난달 25일 시작된 젊은이들의 시위를 과잉 진압해 수십명의 사망자가 생기며 번진 결과였다.
랜드리아니리나는 대통령 선서 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변환점”이라며 새 헙법과 선거법을 만들기 위해 모든 세력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위를 추동한 젊은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군이 “무정부 상태와 무질서를 피하라”는 최고 법원의 요청에 따라 개입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쿠데타를 감행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라조엘리나 대통령 축출에 마다가스카르의 제트세대는 환호했지만 아프리카연합(AU)과 유엔 등은 쿠데타에 따른 군정 수립과 정세 불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랜드리아니리나는 국정 장악 뒤 “최대 2년의 과도기에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며 하원을 제외한 국가기관의 기능 일시 정지를 선언했다. 아울러 18~24개월 안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군 관계자들과 정치인들 제트 세대 시위를 이끈 대표들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 러시아, 프랑스 등 외국 대표단이 참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랜드리아니리나는 프랑스어로 한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과거와 단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의 주된 목표는 나라의 행정, 사회경제적, 정치적 통치 시스템을 완전히 개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마다가스카르를 떠나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확인된 라조엘리나 전 대통령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로이터는 그가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향했다고 전한 바 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는 이로써 1972년과 2009년에 이어 군부에 의한 세 번째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2009년 캡사트 등 군부 쿠데타 세력의 지지로 권력을 잡았던 라조엘리나 전 대통령도 결국 군부 세력으로 교체된 것이다.
https://theconversation.com/ironi-populisme-era-jokowi-dan-prabowo-memperkuat-elite-meminggirkan-rakyat-266349
조코위와 프라보워 시대의 포퓰리즘 역설: 민중을 외면하고 엘리트를 강화하다 Ironi populisme era Jokowi dan Prabowo: Memperkuat elite, meminggirkan rakyat (The Conversation, October 20, 2025 6.40am, Andhik Beni Saputra)
인도네시아의 조코위(Jokowi)와 프라보워(Prabowo)는 포퓰리즘을 통해 민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집권 이후 오히려 엘리트 중심의 권력 구조를 강화하며 시민 참여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해 왔다. 개발 명분 아래 추진된 대형 사업들은 실상 엘리트 연합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었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공공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이러한 흐름은 포퓰리즘이 본래 지향하는 구조적 변화가 아닌, 권력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선거 이후 민중은 다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https://www.greenleft.org.au/2025/1441/world/peru-gen-z-protests-against-new-president-self-serving-ruling-elite
페루 Z세대의 분노: 부패한 엘리트와 신임 대통령에 맞선 전국 시위 Peru: ‘Gen Z’ protests against new president, self-serving ruling elite (greenleft, Ben Radford, Trujillo, October 20, 2025, Issue 1441)
2025년 10월, 페루 전역에서 Z세대가 주도한 대규모 시위가 부패, 빈곤, 치안 불안, 불평등에 항의하며 일어났다. 국민의 2% 지지도 받지 못한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탄핵된 후, 강간 혐의를 받는 제리 의원이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분노가 폭발했다. 시위대는 “모두 물러가라”는 구호 아래, 기득권 정치와 조직범죄에 유착된 국가 권력에 맞서 정의와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1020124100009
마다가스카르 Z세대 "대통령 교체가 끝 아냐…시스템이 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2025-10-20 16:11)
일각서 군정의 체제 유지 가능성 우려…"필요하면 다시 거리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체제 변화를 원한다."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무너뜨린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대통령의 교체를 넘어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된 체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가 최근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군부 수장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데 대해 양면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시 지도부가 Z세대의 우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인지 이전처럼 외면할 것인지 의구심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시위 단체의 연합인 'Z세대 공동 행동'을 이끄는 올리비아 라페티슨은 군부가 국민 보호에서 정권 장악으로 전환했다면서 "이에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 갈등이 있다"라고 말했다. 라페티슨은 "군부가 후속 조처를 하기를 바란다"면서 "이것은 투쟁의 끝이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 교체가 아니라 시스템 변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Z세대 단체 대표 앨리시아 앤드리아나는 현 상황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니다"며 "우리는 물과 전기, 모든 가족이 충분히 먹을 식량을 요구했지만, 아직은 이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 지도자들이 "마다가스카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Z세대 일부는 군정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체제를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Z세대는 군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다시 거리로 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Z세대 단체의 대변인인 톨로트라 앤드리아니리나는 "우리는 거리로 다시 나갈 것"이라며 "한번 했으니, 필요하다면 다시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젊은 층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군부의 통치를 불러온 사례가 적지 않다. 개혁을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시위가 군부의 권력 장악이라는 엉뚱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잦은 단전·단수 등에 항의하는 Z세대 젊은이들의 시위가 지난달부터 2주 넘게 이어졌다.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청년층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고, 군부까지 시위에 합류했다.
지난 14일 의회가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고, 육군 엘리트 조직 캡사트(CAPSAT) 부대는 탄핵이 의결되자마자 국정 장악을 선언했다. 지난 17일에는 군부 수장인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마다가스카르는 평균 연령이 19세일 정도로 '젊은' 국가이지만, 지금까지 잇달아 집권한 기성세대 지도자의 실정으로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있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지난 202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으며 인구의 4분의 3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202059035
부패 정부에 맞서는 Z세대, 해적기를 드는 이유는? (경향, 조문희 기자, 2025.10.20 20:59)
애니 ‘원피스’ 보고 자란 청년세대
‘불의에 저항·도전’ 상징으로 활용
일본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밀짚모자 해적단 깃발’(해적기)이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시위 현장에서 권위에 맞선 저항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피스>는 주인공 루피가 이끄는 해적단이 억압적인 ‘세계정부’에 맞서 자유로운 바다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들의 해적기엔 밀짚모자를 쓴 해골 뒤로 X자 뼈가 그려져 있다.
올해 해적기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서 시민들이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을 때였다. 이어 네팔에서 기득권층 세습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로 촉발된 시위 현장,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프랑스와 남미 페루,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도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 속에 해적기가 등장했다.
스티비 수안 호세이대 교수는 “주인공들이 불공정한 시스템에 도전한다는 내용이 부패한 정부와 싸우려는 시위의 구도와 이어진다”고 19일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해적기가 상징하는 저항정신이 시위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공유하는 ‘문화 코드’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원피스> 누적 발행 부수는 5억1000만부에 달하며, 이 중 1억부 이상이 해외에서 발행됐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영상 플랫폼을 통해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로 확산한 것도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마다가스카르 시위에 참여한 26세 청년 카이는 “Z세대 대다수처럼 나도 <원피스>를 보며 자랐다”면서 “이 깃발(해적기)은 우리 세대의 상징”이라고 AFP에 말했다. 네팔 카트만두포스트 관계자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시위에서 이 깃발(해적기)이 게양된 데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해적기가 SNS에 게시될 경우 시위 장면을 ‘밈’처럼 만들어 전파성이 커진다는 특징도 거론된다. 또 현실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상징보다 추상적·은유적이기 때문에 검열은 물론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에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해적기를 내건 시위대에 대해 “그들은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로 연결돼 있으며, 대중 서사와 반체제 정치를 결합해 이미 최소 두 개의 정부를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라킵 하미드 나익 조직증오연구센터 대표는 “우리는 디지털·팝·게임 문화의 영향 아래, ‘공통 언어’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직화의 시대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ttps://www.mt.co.kr/opinion/2025/10/22/2025102117172478308
남일로만 볼 수 없는 'Z세대 시위' 바람[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5.10.22 04:02)
모로코 정부는 19일(현지시간) 의료와 교육에 쓸 예산을 18%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두 분야에서 일자리 2만7000개도 만들 계획이다. 또 35세 미만이 국회의원 선거 출마할 경우 선거 비용의 75%를 지원하고,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은 출마를 막는 개혁 조치도 마련했다. 이런 정책을 급히 마련한 건 젊은층 주도의 시위가 모로코에서도 거세졌기 때문이다.
2030년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월드컵을 개최하는 북부 아프리카의 모로코는 관련 시설에 예산을 쓰려고 했는데, 청년들은 사회 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포츠에 돈을 쓴다고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35세 이하 인구가 절반이 넘는 젊은 이 나라에서 청년 실업률은 35%가 넘고 대졸자 실업률만도 20%가량 된다.
모로코는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 당국이 대응한 경우다. 최근 '젠지(Generation Z·Z세대) 시위'라고 불리는 젊은층 주도의 시위는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곳곳에서 확산되며 정권 교체를 비롯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 통상 1990년대 말에서 2010년 정도에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젠지는 인터넷이 일상에서 쓰일 때 태어난 세대다. 이번 시위에선 따로 수장 없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하는 특징도 보인다.
지난달 네팔에서는 정부의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를 계기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청년 실업률이 20.8%(2024년 기준)일 만큼 일자리 부족으로 해외에서 일하는 국민이 많고, 이들의 송금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에서 가족·친구 간 소통 수단이 통제됐다. 소셜미디어는 권력층 가족이 자신들이 화려한 삶의 모습을 공개해 국민 불만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어려운 삶과 기득권 부패에 대해 쌓인 불만이 터져나왔다. 의회, 법원 건물 등이 불에 타는 등 격렬했고 시위 관련해 70명 넘게 사망했다. 시위 이후 총리와 장관들이 물러났다. 네팔은 6개월 내 총선을 새로 치른다.
경제난 속에 잇따른 물·전기 부족이 시위를 촉발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는 군과 경찰까지 시위대를 지지하며 지난주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국회의원이 최저 임금 10배 수준의 주택수당을 받는다는 소식이 지난 8월 거센 시위를 부른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통령이 중국 방문 일정까지 취소하며 의원 수당 폐지 등 수습에 나섰다. 페루, 파라과이, 동티모르, 필리핀 등에서도 Z세대를 중심으로 한 '변화' 요구 시위가 이어졌다.
'젠지 시위'는 대체로 젊은 인구가 많고, 정치적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낮고, 국가경제도 강하지 않은 국가들에서 많이 발생한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이를 남의 얘기라고만 볼 수 있을까.
모로코에서 차량공유 앱을 통해 운전을 하는 한 29세는 화려한 도심을 지나가면서 블룸버그 기자에게 "나는 집을 절대 가질 수 없을 거라는 걸 안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빈부격차 확대 등 경제적 불안정, 사회의 불공정성, 기후 위기를 긴 삶에서 겪어야 한다는 점 등은 젠지 시위를 관통하는 우려들이다. 런던 정경대학교의 정치 및 커뮤니케이션 교수인 바트 카마르츠는 CNN에서 "Z세대는 부모 세대에겐 있었던 '기회'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느낀다"고 짚었다.
올해 초 퓨 리서치가 공개한 36개국 대상 조사(2024년 봄 진행) 결과를 보면 고소득 국가에서 "자녀의 삶이 부모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성인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에선 66%, 미국은 74%가 그렇게 답했다. 기성세대도 Z세대에 공감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36개국 중 33개국에선 자국 경제 시스템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찬성률이 높았는데, 한국도 3분의 2가량이 이같이 답했다. '어떻게' 바꾸냐를 답하긴 매우 어렵지만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인구 구조상 줄어들고 있는 젊은층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1022083100009
'Z세대 시위 격화' 페루 수도에 30일간 비상사태 선포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2025-10-22 11:44)
집회·이동 자유 제한·거리에 군인 배치…대통령 "국민 안녕 위한 것"
페루에서 대통령 탄핵 후에도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수도 리마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호세 헤리 페루 신임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리마와 인근 카야오 지역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비상사태는 22일 0시부터 30일간 지속된다. 헤리 대통령은 "우리는 범죄와의 싸움 중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 싸움은 수백만 페루 국민의 평화와 안녕, 신뢰를 되찾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선포에 따라 리마에서는 앞으로 집회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 경찰의 범죄 단속을 지원하기 위해 군인들이 거리에 배치되고, 영장 없는 가택 수색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10일 디나 볼루아르테 당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된 이후에도 반정부 시위가 가라앉지 않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 강력 범죄 급증으로 극심한 치안 불안을 겪어온 페루에서는 정부의 대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청년들을 중심으로 교사, 예술가, 의사, 상인 등 일반 시민들까지 거리로 나와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유명 래퍼인 30대 시위자가 경찰의 총격에 숨지면서 시위대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볼루아르테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헤리 대통령은 내년 4월 예정된 대선까지 치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위대의 구심점인 'Z세대' 청년들은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무능한 기득권층이 페루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224804.html
페루 ‘제트 세대 시위’ 격화에 새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 (한겨레, 천호성 기자, 2025-10-22 15:30)
수도 리마·인근 카야오 지역에 선포
집회·이동 제한, 영장 없는 가택 수색
‘제트(Z) 세대’(1997년~2012년생·젠지) 주도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탄핵된 페루에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아에프페(AFP)·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호세 헤리 페루 신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방송 담화에서 수도 리마와 인근 카야오 지역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비상사태는 이날 자정부터 30일간 이어진다. 헤리 대통령은 “전쟁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긴다”며 “우리는 범죄와의 싸움에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싸움은 수백만 페루 국민의 평화와 안녕, 신뢰를 되찾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상사태 선포 지역에선 집회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 군인들이 경찰을 지원해 거리에서 범죄를 단속하고 영장 없는 가택 수색도 허용된다.
헤리 대통령은 이런 조처의 이유로 ‘범죄와의 싸움’을 내세웠지만,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제압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페루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치안 악화와 빈곤, 부패, 청년 실업 등에 항의하는 제트 세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경찰을 향해 화염병 등을 던지고 경찰은 고무탄·최루가스로 대응하면서, 시민 1명이 숨지고 경찰·기자 등 100여명이 다쳤다.
이에 지난 10일 디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당하고, 의회 의장이던 헤리가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페루 헌법상 대통령이 사임하면 다음 대선 전까지 부통령이 대통령을 맡지만, 볼루아르테 정부에 부통령이 없어 다음 계승 순위인 의장이 대신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기존 정치 엘리트를 신뢰할 수 없다’며, 헤리 사임·조기 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헤리 대통령은 “국가의 안정을 유지하는 게 내 책무”라며 사임을 거부한 상태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1022516186
대통령 탄핵에도 Z세대 시위 격화… 페루 수도에 30일간 비상사태 선포 (세계일보, 임성균 기자, 2025-10-22 19:40:00)
집회·이동 자유 제한… 거리에 군인 배치
임시 대통령 “국민의 안녕 위한 것” 강조
남미 브라질 서쪽에 있는 페루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이끄는 반정부 집회가 대통령 탄핵 후에도 잦아들지 않으면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호세 헤리 페루 임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수도) 리마와 인근 카야오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범죄와의 싸움 중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로써 정부는 수백만 국민의 평화와 안녕, 신뢰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사태는 22일 0시부터 30일간 지속된다. 이 기간 집회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 경찰의 범죄 단속을 지원하기 위해 군인들이 거리에 배치되고, 영장 없는 가택 수색도 가능해진다.
헤리 대통령은 지난 10일 디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에도 전국적인 반정부 집회가 가라앉지 않자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페루는 올해 들어서만 최소 47명의 버스 운전사가 금품 갈취와 관련된 공격으로 사망하는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해 극심한 치안 불안을 겪고 있다. 이에 Z세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교사, 예술가, 의사, 상인 등 일반 시민들까지 거리로 나와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지난 15일에는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유명 래퍼인 30대 시위자가 경찰의 총격에 숨지고 100여명 이상이 다치면서 시위대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헤리 대통령은 내년 4월 예정된 대선까지 치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위대의 구심점인 청년들은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무능한 기득권층이 페루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한편 페루에서는 정치권 부패와 정치 세력 간 알력 다툼이 심해지면서 최근 몇 년 새 탄핵을 통한 대통령 낙마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0일 탄핵당한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포함해 2018년 이후 7년여간 탄핵으로 중도에 하차한 대통령은 7명에 달한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61099246&code=11141100&cp=nv
불공정에 레드카드… 우레 같은 젠지혁명 (국민일보, 나성원 기자, 2025-10-25 00:02)
전세계 Z세대 시위
“이게 나라냐” 숨막힌 현실에 저항·분노
8월 인니서 시작 아프리카·남미로 불길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청년들이 주요 도시에서 정부 예산 지출 행태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청년 시위대는 ‘젠지(Z세대) 212’라는 디스코드(게임 메신저 앱) 익명 서버를 중심으로 세를 불렸다. Z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젊은층을 뜻하며 ‘212’는 모로코의 국제전화 국가 번호다. 디스코드 서버 회원은 단 며칠 만에 3000명에서 13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Z세대 시위대는 자신들에게 친숙한 소셜미디어를 시위 정보 교환 창구로 활용했다.
모로코 청년들은 정부가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동 개최에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교육·의료 서비스는 등한시하는 것에 분노했다. 시위대는 “축구 경기장은 있는데 병원은 어디 있느냐”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 8월 한 공립병원에서 임산부 8명이 제왕절개 후 잇따라 사망한 사건이 시위에 불을 지폈다. 정치인들 자녀가 다니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간 수준 격차도 비판 대상이 됐다.

최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서 청년층이 주축이 된 ‘Z세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Z세대 시위는 특정한 정치적 리더 없이 청년들에게 친숙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부실한 공공 인프라와 경제난, 기득권층 특혜와 불평등에 청년들이 분노했다는 점도 공통분모다. 인터넷 시대에서 성장한 최초의 세대인 Z세대가 광범위하게 보급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대중 시위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도미노처럼 이어진 반정부 시위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9월부터 인도네시아 하원의원 580명이 주택수당으로 1인당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원)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분노한 대학생과 노동자 수천명이 거리로 나왔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와 의회는 특혜성 의원 주택수당을 폐지했다.
네팔의 소셜미디어에선 8월 말부터 소수 권력층 자녀들이 최고급 호텔에서 명품을 과시하는 사진이 퍼졌다. “너희의 사치, 우리의 고통”과 같은 반발 심리를 담은 메시지도 함께 등장했다. 네팔 정부는 ‘가짜 뉴스’라며 소셜미디어 26개 플랫폼 접속을 차단했다. 이는 대통령 관저 방화와 장관 집단 구타 등 폭동 수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불렀다. 시위 진압 등의 과정에서 70여명이 숨졌고 결국 행정 수반인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했다.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Z세대 마다가스카르’라는 지도자 없는 단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에서 결성됐다. 잦은 단전·단수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의 시위가 지난달부터 2주 넘게 이어졌다. 이들은 앞선 네팔의 시위 방식 등을 참고해 디스코드와 메시지 앱 시그널을 통해 익명으로 소통했다. 결국 대통령이 국회 탄핵으로 축출됐고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다. Z세대 시위대는 향후 군부가 국민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다시 시위를 벌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Z세대 단체 대변인인 톨로트라 앤드리아니리나는 로이터통신에 “한 번 했으니 필요하다면 (시위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미국 월가 점령 운동, 2010~2012년 사이 ‘아랍의 봄’ 시위도 대부분 젊은 세대 주도로 이뤄졌다. 최근 Z세대 시위는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시위 상황과 계획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다른 나라의 시위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팔 시위에 참여했던 유잔 라즈반다는 AP통신에 “네팔 시위 이후 일어난 변화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며 “우리는 디지털 공간이 우리 모두를 연결하고 전 세계에서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밀짚모자를 쓴 해골 해적기가 시위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만화는 단행본으로 출간돼 전 세계적으로 5억부 이상 판매됐다. 해골 모양 깃발은 주인공 루피가 이끄는 해적단의 트레이드마크인데, Z세대 시위대는 저항과 공감의 상징으로 해적기를 사용한다. 네팔에서 시위대가 정부 청사 앞에 이 깃발을 걸기도 했다.
2018년 미 국방부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Z세대의 반란 워게임 시나리오에도 눈길이 쏠린다. 온라인 매체 ‘더 인터셉트’의 정보공개 청구를 계기로 공개된 관련 문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사회적 불만에 가득찬 Z세대 중심의 소요 사태를 상정한 대응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시나리오는 시위 참가자들이 다크웹에서 지령을 주고받거나 온·오프라인에서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으로 묘사했는데 최근 상황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디지털에 기반한 지도부 없는 시위가 국가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부족하다는 진단도 있다. 마다가스카르처럼 Z세대 시위 결과로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경우 실질적 변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선임연구원 스티븐 펠드스타인은 BBC에 “소셜미디어는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변화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며 “변화를 위해선 분산된 온라인 운동에서 벗어나 장기적 비전과 물리적 유대감을 가진 그룹으로 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것을 없애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정치적 전략을 생각해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68978_36799.html
해적 깃발 들고 "이게 나라냐"‥'Z세대 혁명' 전 세계 봇물 (MBC뉴스 손하늘 기자, 2025-10-26 20:24)
앵커: 기득권층의 부패와 사회 불평등에 맞서 세계 여러 나라 'Z세대'들이 해적 깃발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정권교체로도 이어지고 있다는데요, 손하늘 기자입니다.
리포트: 네팔과 인도네시아, 프랑스, 페루. 해골에 밀짚모자를 씌운 우스꽝스러운 해적 깃발이 대륙을 넘나들며 출몰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불공정에 분노한 10대·20대 청년들을 거리로 끌어내고 있습니다.
시작은 아시아였습니다. 서민들은 상상도 못 할 주택수당을 국회의원들이 챙겨간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독립기념일마저 국기 대신 해적 깃발을 내걸며 저항했고, 결국 국회의원 수당은 폐지됐습니다.
깃발을 이어받은 건 네팔. 고위층 자녀들의 사치가 SNS를 타고 퍼지며 여론이 끓어오르자, 정부는 SNS를 차단해 버렸습니다.
[사지나 구릉/네팔 시위대] "우리는 어떠한 기회도 갖지 못했습니다. 기회의 부재였습니다."
폭발한 청년들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사당에 대법원까지 불살라버렸고, 멈출 줄 모르는 기세에 총리는 사임했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아프리카에서도 청년들의 저항이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물과 전기조차 해결 못 하는 정부의 무능에,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는 지난달 전국적 시위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습니다.
[라라 헤리조 안드리아마미티아나/마다가스카르 시위대] "이제 우리는 대화가 아니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합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해적 깃발은 올랐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사이 태어난 이른바 'Z세대'의 기득권에 대한 불만이, 온라인에서 응집해 오프라인에서 터지는 'Z세대 혁명'. 그 상징이 바로 억압과 부패에 맞서고 자유를 꿈꾸는 만화 속 해적단의 깃발인 겁니다.
해적 깃발을 내건 시위는 이제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미 페루, 유럽의 프랑스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만화와 밈을 공유하고 SNS로 실시간 소통하는 청년들의 문화 코드가, 시위와 혁명마저 기성 정치 언어 대신 문화로 풀어내는 또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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