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관련된 기사. 한겨레의 '6411의 목소리'에 이들에 관한 기고글이 실려서 담아놓는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16127.html
[6411의 목소리] 산불 끄는 진화대원 향한 관심은 꺼지지 않았으면 (한겨레, 김진성(가명) | 산불진화대원, 2025-08-31 15:50)
2000년대 초 아이들을 다 독립시키고 경북으로 귀농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농사짓는 것을 보고 자랐지만, 막상 내 손으로 작물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몇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자 어느 정도 농사일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농사라는 게 땅과 하늘이 하는 일이다 보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군청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이하 산불진화대)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활동기간은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마침 농한기에 가계 수입에도 도움이 되고, 내가 사는 마을도 지키는 의미 있는 활동이란 생각에 두번 생각할 것 없이 지원했고, 올해까지도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리고 올봄 영남지역을 집어삼킨 큰 산불이 발생했다.
그날도 오전 순찰을 마치고 점심식사 전 잠깐 휴식 중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신고된 주소를 보고 산길을 달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산불이 엄청난 기세로 타오르고 있었다. 인근 소방서에서도 출동했지만, 산불 현장은 소방청이 아닌 산림청 관할이다 보니 나 같은 산불진화대원들이 먼저 투입이 됐다. 불은 며칠간 계속됐고 산불진화대원들도 밤낮없이 출동했다. 새벽에 출동 명령을 받고 나가면 하루 종일 진화 활동을 하고 밤늦게 돌아왔다. 산불진화대원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나이 60이 넘은 나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산과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산불은 산불진화대원들뿐 아니라 수많은 소방관의 수고와 전 국민의 염려 속에서 불씨가 꺼졌다.
이번 산불은 엄청난 피해를 낳으며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일선에서 산불을 감시하고 예방하고 진화 활동을 하는 산불진화대의 활동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산불의 규모가 크다 보니 그만큼 전문인력에 대한 필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난 5년간 산불진화대원으로 활동해왔다. 활동기간은 산림청이 정한 산불예방기간인 매년 11월부터 5월까지다. 대부분의 산불진화대원은 현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나는 농번기에는 농업 활동을 하고, 농한기인 겨울에는 산불진화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불진화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간단한 이론시험과 면접, 체력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이때 체력시험이 매우 중요하다. 보통 15㎏ 등짐 펌프를 메고 1㎞ 이상 걸으면서 체력 테스트를 하는데, 고령자들이 많은 농촌인 것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시험이다. 그럼에도 평생 노동에 단련된 몸들은 시험을 통과해내곤 한다. 그렇게 산불진화대원으로 선발되면 정해진 교육을 거쳐 산불 예방 활동과 진화 활동을 하게 되는데, 10명이 한 조가 되어 장비정비조, 대기조, 순찰조로 나누어 활동한다.
언론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대형 산불은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작은 산불들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산 아래 크고 작은 농가나 밭, 산소 등에서 행해지는 불법 소각 감시 활동도 모두 산불진화대원의 일이기 때문에 수시로 출동할 일이 생긴다. 어쩌면 이렇게 현장에서 일차적으로 작은 불씨를 미리 감시하고 진화하는 산불진화대가 있어 큰 산불로 이어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령화와 비전문성, 단기 근무 등의 현실적인 문제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앞으로 기후 위기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을 것이고, 덩달아 산불 위험 또한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실에 맞는 산불 위기 대처 능력도 키워야 한다. 산불은 해당 지자체가 담당하는데 신속한 현장지휘가 어려워 산불을 보고 있는 우리 속이 타들어갈 때가 있다. 또 고된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과 처우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불타는 산이 떠오른다. 산불은 실화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쓰레기를 태우거나 논두렁을 태운다고 산불이 나기도 한다. 결국 사람이 산불을 낸다. 하지만 산불을 끄고 예방하는 것도 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올해 엄청난 재앙을 보았고 불이 날아다니는 생지옥을 경험했다. 산불은 모두 꺼졌지만, 꺼진 불과 함께 산불진화대에 대한 관심까지 꺼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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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504031000001
“예방진화대원 사망, 예견된 일…일 터지면 그때만 반짝, 이번엔 다를까요?” (경향, 임아영 기자, 2025.04.03 10:00)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인 김우종씨(31)가 특수진화대원이 된 계기는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록>이었다. 산불 공중진화대원이 출연해 산불 진화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그런 멋진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채용 공고를 찾아 지난해 12월 시험을 봤고 올해 1월 13일 수도권 한 국유림관리소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두 달여만에 ‘역대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영남지역 산불 현장’에 투입돼 경남 산청과 경북 영양에서 진화 작업을 했다.
TV 속 이야기는 현실과 달랐다. 입사 후 교육은 없었고 2주 만에 바로 산불 진화 출동을 나갔다. 작업복도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창고에 있는 겉옷을 입고 바지는 사이즈가 맞지 않아 사비로 구매했다. 소방서에서 군 생활을 했던 그는 모든 장비가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던 소방서 때와 달리 헬멧도, 랜턴도, 장갑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신발도 지급받지 못해 등산화를 신고 출동했다. 그는 그때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산에 깔린 마른 낙엽은 산불 상황에선 ‘휘발유’나 다름없다. 낙엽을 제거하면서 불이 못 넘어오게끔 ‘진화선’을 구축해야 한다. 불타고 연기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곡괭이질을 하는 걸 하루 이틀 배웠다. 동료들이 ‘이렇게 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는 게 교육이었다. 신현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장은 “산림청이 매년 발간하는 ‘전국 산불 방지 종합대책’ 자료를 보면 산불 진화 개인 장비를 준비하지 않은 대원은 산에 올라갈 수 없지만 지켜지지 않는다”며 “진화대원들의 전문적 역량을 키우겠다는 계획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산불재난예방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모두 비정규직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예방진화대는 6~7개월 근무하는 단기 계약직, 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소속 공무직이다. 특수진화대는 예방진화대처럼 계약직이었지만 산불 진화 인력 처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커지면서 2016년 특수진화대가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고 순차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신 지회장은 ‘산불 영웅’이라는 말을 들으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번 산불로 창녕군 소속 예방진화대원 3명이 사망했고 5명이 부상으로 치료 중이다. 그는 “예방진화대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더 높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 이들을 ‘재난 필수업무 노동자’로 지정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처우 개선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체감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인당 월 4만원씩 위험수당 예산(2억900만원)을 편성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순천국유림관리소 산불특수진화대원 정지성씨(35)는 “장관, 대통령 등이 말을 해도 몇 년 동안 처우 개선이 잘 되지 않는 걸 보면 법이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산불예방진화대원, 특수진화대원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는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서 더 위험이 커지고 있는 대형 산불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삼척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원 신현훈씨(63·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장)와 수도권 한 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원 김우종씨(31), 순천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원 정지성씨(35)와 지난해 말까지 전남 장흥군 예방진화대원으로 일했던 박남철씨(63)를 2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회의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예방진화대원을 7부 능선까지 가게 하다니...”
“장비를 버리고 내려갈 만큼 위급한 상황”
이번 ‘역대 최악의 산불 현장’은 진화대원들에게도 기록적으로 위험했다. 6년차 정지성씨(35)는 지난달 22일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돼 열흘간 진화 작업을 했다. 재난 현장을 많이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소방관들이 민가를 지키지 못해 집이 무너져 가는 현장은 처음이었다. 그는 “여기가 전쟁터구나”라고 생각했다.
산속 계곡 바람은 수시로 변해서 예측할 수 없다. 간신히 불이 넘어오는 걸 막은 뒤 잠시 밥을 먹고 다시 올라갔는데, 같은 계곡에서 다시 불이 넘어왔다. 갇힐 뻔했다. 새벽 1시 연무로 인해 시야가 제한되는 상황이라 헬기도 뜨지 못했다. 방염 텐트를 펼까 고민하다 철수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싶어 호스를 다 불태우면서 내려왔다. 신 지회장은 “장비를 버리고 내려간다는 건 정말 위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남 지역 산불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사망자 30명, 부상자 45명 등 총 75명이다. 창녕군 공무원 1명과 예방진화대원 3명이 먼저 사망했고 이후 주민들 피해가 이어졌다. 박남철씨는 뉴스를 통해 예방진화대원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는 강풍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는데 7부 능선까지 올라간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바람이 그렇게 심하게 부는 산불 상황에 예방진화대원을 투입했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목숨 내놓고 뛰어드는 꼴이죠.”
산불이 나면 119로 접수된다. 소방청이 접수한 후 산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지자체로 연결된다. 지자체에선 먼저 예방진화대를 출동시키지만 산불이 커지면 주불을 잡는 건 지상에서 진화하는 특수진화대다. 공중진화대가 헬기에서 물을 뿌리고 특수진화대가 올라가 주불을 진화하면 잔불을 예방진화대가 정리한다. 박씨는 “예방진화대원의 주요 역할은 산불 예방과 순찰”이라고 했다.
예방진화대원들의 평균 연령은 61세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공공근로 직접 일자리 사업’의 재정지원을 받아 저소득 고령층을 우선 선발한다. 이들은 지자체 소속으로 보통 6~7개월 계약을 맺고 일하는 단기 계약직으로 최저임금을 받는다. 신 지회장은 “위험한 순간이어도 공무원들의 지시를 듣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 선발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초단기 노동자들이다 보니 입도 뻥끗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흥군에서는 위험 수목 제거 작업을 하다가 나무가 쓰러지면서 예방진화대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는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절하지 못해 벌어진 사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방진화대원 사고는 ‘예견된 일’
정지성씨는 예방진화대원의 사고가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 1명도, 예방진화대원 3명도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텐데 상부에서 잘 모르는 상태로 지시하고 진화 인력을 투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라 본다”고 했다.
의성으로 출동했던 신 지회장은 연기가 가득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데다 바람이 심상치 않아 대원 모두에게 큰일이 생기겠다 싶어 우선 안전한 장소로 피했다. 옮겨서 대기하는데도 바람이 잦아들지 않았고 그 바람이 청송에서 안동으로, 영양, 영덕까지 내려갔다. 신 지회장은 더는 올라가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조를 나눠 민가를 중심으로 순찰했다.
정씨는 “지회장님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철수해서 순찰한 것”이라며 “산불 현장에서는 이런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 지회장은 “공무원들은 계속 부서가 바뀌니 지휘 체계가 구성될 만한 환경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고에서 공무원도 사망했는데 누가 더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건조특보 등이 줄어들면서 산불 피해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그로 인해 올해 산불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방진화대는 2021년 1만110명에서 지난해 9604명으로 감소했다. 박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방을 잘해서 산불이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방진화대원들이 순찰 예방 활동을 잘해서 초기에 진압하면 큰 산불로 번지지 않는다”며 “그렇게 열심히 하면 산림청이나 중앙 부처에서는 산불이 적었으니 예산을 줄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늘 그렇게 왔어요. 별일이 없으면 굳이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인원을 줄이죠. 그만큼 활동 반경이 좁아지는 거죠. 재난 업무라는 건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하는 게 아니잖아요. 안타깝습니다.”
장비도, 교육도 없다,
청년들이 떠난다,
“계속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산림청에는 5개 지방청과 27개 국유림관리소가 있다. 이곳에 배치된 특수진화대원은 435명이다. 양산 국유림관리소가 경상남도 전체를 책임지는데 이를 담당하는 특수진화대원은 24명뿐이다. 관할 구역은 넓지만 재난 업무 특성상 평소에는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 그러다 보니 산림청 내부에는 다양한 시선이 있다. “노는 것처럼 보고” 업무 범위를 넘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한다. 2020년 9월에는 동부지방산림청 소속 국유림관리소장이 민간인과 협약을 맺고 4년간 민간인의 문중 묘역을 벌초해주는 일도 있었다. 이 벌초에 10여명의 특수진화대원들을 동원했다. 신 지회장은 “업무 범위를 넘는 일은 청소, 쓰레기 버리기, 임도에 가서 풀 깎는 일 등 다양하다”고 했다.
정지성씨는 지난해 6월 팔 수술을 했다. 수개월 동안 예초기 작업을 했던 후유증 때문이었다. 산불 조심 기간이 끝나니 5월부터 예초기 작업을 해 풀을 깎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비가 오는 날에도 나가야 하느냐”고 물으니 “어차피 쉴 거면 산에 가서 쉬어”라는 식이었다. 임도에서 풀을 깎다가 답답한 생각이 들어 항의했다. “임도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하는 거냐”고 하니 “인화 물질을 제거하라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기가 있는 풀은 그냥 둬야 불이 안 납니다. 풀을 깎아서 죽은 풀을 쌓아두고 인화 물질을 만들러 다니라는 거냐고 항의했습니다. 항의하니 저한테는 안 시키고 다른 사람들은 시키더라고요.”
30대 특수진화대원들의 이직률은 높은 편이다. 신 지회장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있는 친구들인데 입사해보면 옷도 안 주고 풀 깎기나 청소를 시키니 자부심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장비는 부족하다. 산림청 산불관리 통합규정을 보면, 진화대원의 안전 장비는 방화용 장갑, 안전모, 안전화, 손전등, 방화복, 방연마스크, 방염텐트, 개인 구급 약품 등이다. 여기에 등짐펌프와 잔불 정리용 갈퀴가 지급된다. 그러나 실제로 예방진화대원들에게 편성되는 장비 예산은 1인당 4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필수 안전 장비인 방염텐트 한 개만 해도 4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방화복과 펌프, 갈퀴 정도만 쓴다. 특수진화대원은 사정이 좀 낫지만 김우종씨는 입사 이후 새 헬멧을 받지 못했다. 지급받은 헬멧 제조 일자는 2019년이었는데, 확인해보니 내구 연한이 5년이라 기한을 지난 장비였다. 산림청 내부에 건의했지만 “지침 문제로 빨리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 동료는 산림교육원에서 앞으로 산불 진화 시스템에 드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교육을 듣고 드론(초경량 비행장치 면허) 자격증을 사비로 땄다. 같은 팀 10명 중 4명이 200만원씩 들였다. 그러나 드론은 보급되지 않았다. 김씨는 “다양한 장비가 있다고 보여주지만 현장엔 지급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교육은 부실하다. 산불방지기술협회 교육은 수년째 같은 교재로 진행된다. 신 지회장은 “산림청은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 의지가 없고 교관도 없다”고 했다. 특수진화대원들이 산림교육원에 의뢰해서 함께 교과 과정을 만들고 필요한 강사를 배출하겠다는 얘기를 꺼내 봤지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아니다. 예방진화대원 교육도 비슷하다. 박씨는 “협회에서 강사진이 오지만 이틀 일정을 하루에 끝내는 경우도 많고 교육 내용도 형식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산불 방지 및 진화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진화대원들은 현장에서 타 기관과 공조는 잘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신 지회장은 “산에 올라가면 지자체, 산림청, 소방청 각각 불을 끈다”며 “통합으로 지휘본부가 설치됐다고 하는데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타 기관과 협조가 안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신분’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씨는 “소방·지자체 공무원들이 공무직 말을 들어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와중에 진화대원들은 독자적인 출동 권한이 없어 출동도 늦다. 산불이 나서 119로 신고가 들어오면 산림청에서 먼저 확인하고 다음으로 지자체에서 확인한다. 산불 감시원들이 상황을 체크한 후 국유림관리소로 특수진화대를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와야 출동할 수 있다. 여러 번을 거치기에 빠를 수 없다. 정씨는 “산불은 장기전이라 급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지회장은 “소방청장, 산림청장, 경찰청장이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만나서 정책 협의를 하고 서로 공조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 이후 이들이 일하는 환경은 달라질 수 있을까. 박씨는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다”며 “대한민국은 대형 사고가 터지면 그때만 반짝하고 끝난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6813
산불진화대원들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 열악한 처우와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 (노동과세계, 공공운수노조, 2025.04.03 11:40)
경남·경북 지역의 대형 산불 진화 중 발생한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와 연이은 부상
산불진화대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
특수진화대의 고강도 노동과 건강위험도 큰 문제
위험수당을 공무원에게만 지급하고 정작 현장에 투입되는 특수진화대원은 제외하는 건 차별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에서 ‘산불진화대원이 말하는 산불 재난 현장’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되는 대형 산불에 맞선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의 열악한 처우와 위험을 외면한 정부의 대응 시스템에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기자회견은 경남·경북 지역의 대형 산불 진화 중 발생한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와 연이은 부상 사례를 계기로 마련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산불 진화 중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당사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현훈 산림청 삼척국유림관리소 소속 특수진화대원은 “산불 현장에서 부상을 입어도 치료비를 스스로 감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출장비도 없어 하루면 끝날 일을 며칠씩 끌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가족수당, 위험수당, 출장여비 등 기본적인 수당조차 지급되지 않는 현실은 차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수진화대의 가장 큰 문제는 체계적이지 않은 교육훈련과 불안정한 지휘체계로 지적됐다. 신 대원은 “신규 채용자가 정식 교육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필요한 기술은 선배에게 구두로 전수받는다”며 “운영규범이나 야전 교범 없이 지침만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국정감사(2024.10.26)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그는 “5개 지방산림청과 27개 국유림관리소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 일관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진화대의 고강도 노동과 건강위험도 큰 문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소장은 “진화대원들은 보호장비 없이 유해물질이 가득한 산불현장에 투입돼 암과 심혈관질환에 노출된다”며 “911 테러 복구작업에 동원된 인력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화대원들은 “대원 대부분이 60~70대 고령자이며, 단기 채용 구조로 젊은 인력이 유입되기 어렵다”며, “대원 충원과 함께 전문교육시설 설치, 인력 대기 공간 확보, 예방활동 예산 확대 등 종합적 대응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장 임상섭'은 24년 국정감사에서 송옥주 의원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화대원들과 매달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있고, 교육훈련 및 처우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했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어기구 위원장에게는 “위험수당을 공무원에게만 지급하고 정작 현장에 투입되는 특수진화대원은 제외하는 건 차별”이라 강한 질타를 받았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대형 재난을 맞선 ‘산불진화대원’들을 위해 작년 10월 산림청장이 약속한 대로 “올해 추경예산에 진화대의 안전과 처우개선을 위한 항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0312500003185?did=NA
"불덩이 날아다니는데 진화복도 안줘" 산불진화대원 '눈물의 호소' (한국일보, 송주용 기자, 2025.04.03 16:00)
[산불진화대 열악한 노동 환경]
"각종 장비 지급 늦고 품질 낮아" 분노
"민간 벌초와 청소, 용접까지 투입"
소방관은 24주 교육, 진화대는 1시간?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된 지 한달이 넘도록, 현장에서 착용할 진화복조차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제 돈으로 사제 진화복을 사 입고 불길을 잡으러 산을 올라가는 현실입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입사 3개월 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A씨
경상 지역을 할퀸 대규모 산불이 가까스로 진압됐지만 산불 대응 체계 전반이 총체적 부실 상황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산불 현장에서 직접 진화작업을 하는 산불진화대가 제대로된 장비조차 구비하지 못했다는 현장 증언이 잇따라 나온다.
2016년 시범사업을 시작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소속 비정규직 공무직으로 총 435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45명은 계약직이다. 통상 6~7개월씩 근무하는 단기 계약직인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산불감시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한다. 특수진화대가 큰 불길을 잡으면 예방 진화대는 잔불을 정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진화복 못 받고 고글은 구멍 숭숭"
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에서 개최한 '산불진화대원이 말하는 산불 재난 현장' 기자회견에는 현직 특수진화대원과 전직 예방진화대원이 참석해 산불진화대원들의 열악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들은 ①전문적인 교육훈련 미비 ②전문 장비 부족 ③업무 외 임무 투입 등 "산불진화대 관련 모든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1월 13일 특수진화대원이 됐다는 A씨는 "입사 일주일 뒤 신규 진화대원 교육을 받았는데 영상 시청 교육이 전부였다"며 "방화선 구축, 방수훈련은 팀원들에게 배우라는 인수인계 교육만 있었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소방관은 채용 후 24주, 해양경찰은 52주, 경찰은 34주 훈련 후 현장에 투입되는데 특수진화대는 영상시청 등을 제외한 실질적 진화 교육 시간이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각종 장비 문제도 심각했다. 강풍을 만난 산불현장에서 불덩이가 날아다니는데도 전문 장비 지급이 늦거나 품질이 낮아 진화대원들이 위험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A씨는 "특수방호복을 입사한 지 한 달이 지난 2월19일에 지급받았다"며 "그사이 세 번의 출동을 나갔고, 진화복을 받지 못해 사비 7만7,000원을 들여 사제 방호복을 사 입고 출동했다"고 말했다. 15개월 차 특수진화대원 B씨는 "뒷부분이 박살난 헬멧을 교체해주지 않아 본드로 붙여서 사용하는 대원도 있다"며 "보급받은 고글은 구멍이 많아 산불 현장 연기가 마구 스며들어와 사비로 고글을 구매해 착용했고, 1년 3개월 동안 불타고 찢어진 장갑도 4, 5번 정도 구매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산불진화대원을 각종 업무 외 잡일에 투입하는 주먹구구식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신현훈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장은 "민원 해결 명목으로 특수진화대를 일 년에 두 번씩 민간인 묘지 벌초에 투입하는 일도 있었고 공무원 이삿짐을 나르는 데 동원하거나 조경, 청소, 철탑 용접 등 다양한 일을 시키고 있다"며 "전문적인 훈련을 해야 할 시간에 임무 외 업무에 투입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산불 진화 작업 중 사망한 경남 창녕군 소속 예방진화대원들(3명)과 인솔 공무원(1명)도 담당 업무인 잔불 정리 수준을 벗어나 큰불 진화에 섣불리 투입됐다 화를 당했다는 것이 신 지회장 주장이다.
산불진화대원들은 전방위적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산불진화대원 노동실태와 제도개선 논의에 산불진화대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안전장비 확충과 교육훈련 예산 확보, 산불진화에 필요한 지휘체계 확립 등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90551.html
영남 산불 끈 진화대원 “작업화·장갑 못 받아서 제 것 썼습니다” (한겨레, 김해정 기자, 2025-04-03 18:42)
기자회견서 열악한 처우 증언
“헬멧 녹슬고 곰팡이 슬어 버텨줄지 불안했다”
“출장비·위험수당도 없어 소방으로 많이 넘어가”
“특수진화대에 입사한 지 두달이 넘었지만, 진화복, 작업화, 장갑도 못 받았습니다. 이에 이번 산불 현장에 제 등산화를 신고 3엠(M) 장갑을 끼고 나갔습니다. 아직 전문 교육도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김아무개씨는 3일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에서 열린 ‘산불진화대원이 말하는 산불 재난 현장’ 기자회견에서 이번 산불 진화 현장 상황을 증언했다. 지난 1월 특수진화대원이 된 그는 지난달 24~28일 경남 산청, 경북 영양에 발생한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산불 재난 대응 전문 인력인 특수진화대는 전국 5개 지방 산림청 소속으로, 현재 435명(2024년 기준)이다.
김씨는 “헬멧은 지급되지만, 공용인데다 제작된 지 6~7년 지나 녹슬고 곰팡이까지 생겼는데도 예산이 없다며 교체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투입된 산청의 경우 바위산이었는데 부실한 헬멧이 낙석을 버텨줄지 불안했다”고 말했다. 또 “입사 뒤 방화선 구축 등 실무교육은 한 시간에 불과했다”며 “팀원들에게 알음알음 배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특수진화대원은 소방관의 24주 교육보다 훨씬 짧은 2박3일 교육을 받는데, 김씨는 이마저도 받지 못한채 현장에 투입됐다.
열악한 처우에 대한 또 다른 증언도 나왔다. 특수진화대 15개월차인 김아무개씨는 “출장비도 따로 없고 자칫 죽을 수 있는 위험한 현장에도 위험수당도 없다”며 “이런 처우에 소방으로 넘어가는 특수진화대원들이 많다”고 했다. 재난안전 업무를 상시 수행하는 공무원은 월 8만원 특수업무수당을 받지만, 같은 일을 하는 특수진화대는 위험수당이 없다. 게다가 재난 재해로 연간 130회 이상 출장을 가는데도 출장비마저 없다. 이들의 출장비가 예산에 편성되지 않은 탓이다.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025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특수진화대 위험수당, 출장여비 등 8억700만원 증액안을 통과시켰지만, ‘12·3 내란’으로 정부안대로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반영되지 못했다.
산불 진화에 투입된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불이 날 때 생기는 검댕 연기에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등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소방관들이 방화복과 호흡보호구를 착용하고도 화재 현장에서 유해물질 노출을 피하기 쉽지 않아 일반 사람보다 폐암, 백혈병 등에 걸리기 쉽다”며 “특수·예방진화대의 경우 제대로 된 보호구도 착용하지 못하고 화재 진압에 투입돼 훨씬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특수·예방진화대원들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산불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산불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예산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에 △산불진화대 노동 실태조사 △안전 장비 확충, 진화대 전문교육·훈련 등 예산 확보 △전문인력 양성과 인력 증원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190
영상 두 번 보고 산불 진압 “우리 특수·전문진화대원 맞나요?” (매노, 정소희 기자, 2025.04.03 19:14)
교육·훈련 부재에 노동자·시민 안전 위협 … “제도 개선 논의에 노동자 목소리 반영해야”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발생한 산불은 인명과 재산에서 최대 피해를 내면서 역대 최악의 재난으로 남게 됐다. 이상기온과 건조한 대기환경으로 초대형 산불 위험이 높아지며 산불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산불 재난 최일선에서 일하는 진화대원이 제대로 된 교육과 장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산림청 공무직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조합원으로 있는 공공운수노조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진화대원들은 “교육·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장비를 확충하는 재난 대응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이번 산불, 날 살린 건 교육 아닌 동료들”
산불 대응을 관할하는 산림청 진화인력은 공무원인 공중진화대, 공무직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림청 직접일자리사업으로 산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기간제 노동자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나뉜다. 100여명뿐인 공중진화대가 헬기로 앞서나가며 주불을 잡으면 특수진화대가 지상에서 뒤쪽과 옆으로 나가는 불길을 끄고, 예방진화대가 불씨와 잔불을 제거해 뒷불을 감시한다. 소방대원은 인명구조와 민가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산불 소화에는 특수·예방진화대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재난에 대처하는 소방관·경찰과 달리 진화대원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입사해 두 차례 교육을 받고 이번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된 김아무개(31) 특수진화대원도 “입사 뒤 산림청이 제공한 교육은 외부기관 강사가 영상을 틀어 주는 것이었다”며 “현장에 필요한 교육은 동료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대형 산불현장에서 살아남게 해 준 건 산림청 교육이 아니었다”며 “팀원들이 매일같이 해 줬던 교육과 인수인계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기간제 노동자인 예방진화대원도 관련 지침에 따라 10시간 사전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될 뿐이다.
반면 신임 소방공무원은 직렬에 따라 중앙소방학교에서 12주 혹은 24주의 교육을 받고 소방서에 배치된다. 21주간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교육 후 3주간 소방관서 실습도 한다. 신임경찰관도 중앙경찰학교에서 28주간 교내교육과 10주간 현장실습을 받는다. 소방기본법과 경찰공무원법에 교육시설 설치 근거가 명시돼 있어 교육권이 보장된다. 교육내용·과정 등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이나 행정규칙에 위임하고 있다.
진화대원은 부재한 교육체계로 발생하는 사고 위험과 재난대응의 부담감을 오롯이 떠안는다. 9년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인 신현훈 노조 산림청지회장은 “진화대원 이름에 전문·특수라는 이름이 들어가지만 우리는 정말 전문적이었을까, 특수했을까 산불을 끄며 이런 고민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혹시라도 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 빚어진 피해로 사람들이 죽고 재산을 잃은 것이 아닌가 늘 마음이 편치 않다”고 토로했다.
박봉에 이탈하는 청년 진화대원
곰팡이 핀 안전모, 헐거운 안전화
산불은 봄가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 진화대원들은 여름에는 장마에 따른 산사태 위험을 관리하고, 겨울에는 농업 부산물을 제거해 쓰레기 소각으로 발생하는 산불을 예방한다. 이런 현장 출동 시간 외 대기시간도 상당한데 교육훈련이 없다 보니 진화대원이 자구책으로 교육훈련과 체력단련·장비점검 등을 한다. 그런데 지자체나 국유림관리소는 재난대응을 준비하는 대기시간에 진화대원을 동원해 벌초를 시키는 등 민원업무에 투입시키는 일도 부지기수다.
전남 장흥군 소속으로 지난해까지 예방전문진화대로 일한 방남철(63)씨는 “지난해 수목제거 작업을 하다 진화대원 한 분이 돌아가시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방씨는 “사망 당시는 언론이 달려들었지만 몇 달이 지나니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해졌다”며 “부디 이번에는 진화대원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 간청했다.
처우개선도 과제다. 특수진화대원은 공무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로 인식돼 적지 않은 청년이 들어오지만 열악한 처우 탓에 이탈률이 높다. 근속수당이나 호봉제가 없어 장기근속 유인책이 없다 보니 공무직으로 경력을 쌓다 소방·경찰공무원으로 이직한다. 1년에 평균 130차례로 외근이 많지만 출장비도 없고 위험수당·가족수당도 없어 박탈감에 시달린다.
휴가나 보상제도도 문제다. 진화대원은 현장업무가 많아 잦은 부상에 시달리지만 산재 신청까지 이르기는 어렵다. 소방공무원 등 공무원은 공무상 재해로 휴직할 경우 봉급과 수당 전액을 지급하지만 공무직·기간제 노동자인 진화대원은 70%의 휴업급여만 지급받는 탓이다. 특수진화대원은 연 132만원의 명절휴가비와 복지포인트 50만원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기준 월 270만원의 기본급과 월 14만원의 급식비가 전부다. 산재를 인정받더라도 생계비 부족을 감내해야 한다.
노후화한 장비 개선·확충도 시급하다. 제대로 된 안전장비가 지급되지 않아 진화대원들은 사비로 장비를 구입한다고 입을 모았다. 2년차 특수진화대원인 김기명(가명·34)씨는 “최근 지급받은 안전화는 5단위가 없어 헐겁거나 작아 사비로 등산화를 구입하고 있다”며 “연기를 막아줄 보안경도 구멍이 많아 고글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진화대원도 “산림청에서 지급한 안전모가 내구연한이 지나 곰팡이가 피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진화대원 건강 추적관리해야”
노조는 이날 진화대원의 안전과 전문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요구안을 제시했다. 산불 진화와 대응이 정부부처 간 협력과 지방·중앙정부와 산림청, 소방청, 군과 경찰 등 여러 기관의 합동대응으로 이뤄지는 만큼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진화대원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예방진화대원의 경우 지자체마다 임금과 노동조건의 차이가 발생해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체계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재난 현장에서 일하는 진화대원에 대한 심리치료지원·건강예방 중요성도 부각된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화재로 인한 연기에는 다수의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포함돼 있는데 특히나 제대로 된 보호장구가 없는 진화대원은 소방대원보다 훨씬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돼 왔을 것”이라며 “이들의 호흡기와 심혈관계와 관련된 건강위험을 추적하고 관찰해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ttps://www.seoul.co.kr/news/society/accident/2025/04/04/20250404010007
[단독] 3년간 72명 산불 진화 중 부상… 곰팡이 헬멧 배급받은 대원도 (서울신문, 김주연·김우진 기자, 10면, 2025-04-04 00:25)
산불 참사로 본 안전불감증
올 ‘영남 산불’ 소방대원 18명 부상
특수진화대원 “실질 교육 1시간뿐”
고글엔 구멍… 마스크·장갑도 안 줘
벌초·이삿짐 정리 등에 동원되기도
최근 3년(2022~2024년)간 소방대원과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특수진화대)·예방진화대 72명이 산불 진화 중 각종 안전사고로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발생해 역대 최대 사상자가 나온 ‘영남권 산불’ 소방대원 부상자(18명)까지 합치면 총 90명이다. 영남권 산불에 투입된 진화대원들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비가 노후한 데다 교육 체계도 제대로 수립돼 있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 서울신문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2022~2024년 부상자(72명) 중 소방대원은 ▲2022년 18명 ▲2023년 15명 ▲2024년 3명, 특수진화대·예방진화대는 ▲2022년 13명 ▲2023년 8명 ▲2024년 15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산불예방진화대원까지 포함하면 산불을 끄다 다친 이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교육과 열악한 장비 등으로 매년 부상자가 줄어들지 않는 데다 이번 영남권 산불에서는 진화대원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산불진화대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조합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특수진화대원은 “정식 신규 교육은 영상 시청이 대부분이고 방화선 구축이나 안전 교육은 1시간뿐”이라며 “이번 현장에는 낙석이 많았는데 내구연한이 지난 헬멧을 쓰고 출동했다”고 전했다. 산림보호법에 따라 특수진화대나 예방진화대는 연간 10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실질적인 교육은 1시간에 그친다는 얘기다.
이들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원단의 제조사조차 적혀 있지 않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진화복과 녹슬고 곰팡이가 핀 헬멧을 받기도 한다. 15개월째 특수진화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32)씨는 “오래된 고글은 구멍이 많아서 연기가 다 들어와 따로 샀고 마스크와 장갑은 아예 받지도 못했다”면서 “적어도 10㎏ 장비를 지고 산을 올라야 하는데 신발도 잘 맞지 않아 사비로 사는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1년 단위 공무직인 특수진화대와 달리 봄·가을철마다 뽑는 예방진화대는 더 열악하다. 신현훈 산림청지회장은 “대기 시간에 훈련을 받거나 장비 정리를 해야 하는데 묘지 벌초나 이삿짐 정리 등 다른 업무를 지시받는다”면서 “예방진화대는 특수진화대보다 장비가 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18982&ref=A
7년째 월급 ‘제자리’…위험수당 없는 특수진화대 (KBS 뉴스 박기원 기자, 2025.04.04 09:55)
앵커: 이번 대형 산불에서도 확인했듯, 특수 진화대원들은 산불 최전선에서 밤낮없는 사투를 펼칩니다. 하지만, 경력이 쌓여도 월급은 오르지 않고, 위험수당도 없어 젊은 대원들이 그만두고 있습니다. 박기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든 급경사지에서 특수진화대원들이 곡괭이로 방화선을 구축합니다. 특수진화대원들은 산불 최전선에서 밤낮으로 사투를 벌이지만, 열악한 처우가 문제입니다.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은 430여 명은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대부분 전환됐지만, 연차가 쌓여도 월급은 오르지 않습니다. 호봉제 적용을 받지 못하고, 단일 직무급제로 임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신입 대원이 받는 월급은 세전 270만 원 정도. 7년 차 베테랑이 되더라도 급여는 비슷합니다. 20~30대 젊은 대원들이 이탈하는 이유입니다.
[정지성/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 "잘하는 사람이나 이제 들어온 신입이나 (급여가) 다름이 없습니다. 경력이 있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만 열심히 하게 되는 구조도 있고, 안타까움이 좀 있죠."]
수당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산림청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위험수당과 재난 업무 수당, 가족 수당은 특수진화대원에게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신현훈/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불을 끄는 우리는 위험수당, 특수근무수당이 없고 밑에서 지원하거나 대기하는 공무원들은 위험수당을 받고…."]
부실한 교육도 위험을 키웁니다. 채용 뒤 24주 교육을 받은 소방대원과 달리 실무교육 없이 곧장 현장에 투입됩니다. 산불 기간을 피해 2박 3일 교육을 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음성변조 : "전혀 교육도 안 돼 있는 그런 사람이 들어온단 말이에요. 위험할 수도 있고. 굉장히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되잖아요. 그렇게 안 돼요."]
대형 산불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특수진화대원들의 처우 개선은 제자리입니다.
https://news.lghellovision.net/news/articleView.html?idxno=502486
[산불 그 후]②환갑' 넘은 산불진화대…전문성 강화 '시급' (헬로tv뉴스 정승환 기자, 2025.04.04 15:54)
[앵커] 산불 예방·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진화 이후 신속한 복구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반복되는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과 대응력 강화입니다.
이번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서는 60대 진화대원 3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런 희생을 막고 진화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인력과 장비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정승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진화 인력은 전국적으로 만 명가량. 산림청 소속인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그리고 지자체와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불전문예방 진화대가 있습니다. 이중 산불전문예방 진화대가 전체 인력의 95%를 차지합니다.
예방진화대는 평소엔 산불을 감시하며 예방 활동에 치중하고, 산불 발생 시에는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역할을 맡는 현장 투입 인력입니다. 긴박한 재난 현장, 특히 경사진 산에 투입되다 보니 불을 끄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체력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지재빈 / 춘천시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 "이런 현장에 등짐 메고 갈퀴 들고 올라가려면 힘들죠. (맨몸으로) 걸어가는 게 아니라 진화 호스를 끌고 가야 되거든요. 400m 진화 호스를 끌고 올라가려면 20∼30분 걸리죠."]
[기자 :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실제 산불 현장에 투입될 때 쓰는 물통 펌프와 갈퀴입니다. 제가 이 장비를 직접 착용하고 산불 피해 현장을 올라가 보겠습니다."]
진화 작업 시 착용하는 등짐 펌프는 물통 크기만 15ℓ. 진화선을 구축할 때 쓰는 갈퀴와 개인 장비까지 더하면 장비 무게는 15㎏을 훌쩍 넘습니다.
[기자 : "지난달 산불이 발생한 춘천시 신북읍 현장입니다. 제가 이곳까지 올라오는 데는 30분가량이 걸렸는데요. 숨이 넘어갈 듯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문' 예방진화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노인 일자리 사업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활동 중인 예방진화대 중 60대 이상이 대원의 비중은 75%에 달합니다. 봄과 가을철 6개월 정도만 기간제로 운용하는 데다 보수도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대부분 지원자가 60대 이상 고령자인 겁니다.
산불이 잦은 강원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강원지역 진화대원 천118명의 평균연령은 62세. 특히 태백은 69세, 동해는 67세로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평균연령이 60대 미만인 곳은 18개 시군 중 영월과 양양 단 두 곳에 불과했습니다.
[춘천시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 "비탈길로 올라갈 때는 힘은 당연히 들죠. 안 들 수가 없어요. 젊은 사람들도 힘들 거니까. 그런데 문제는 길어야 6개월짜리예요. 그리고 최저임금 받고 솔직히 젊은이들 누가 하겠어요."]
진화대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10시간의 법정 교육 외엔 별도 훈련이나 교육이 없습니다. 산림청 지침상 주 2회 이상 산불방지 교육·훈련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춘천시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 "실습까지 합니다. 처음에 바로. (이후에도 하시나요?) 근무 기간에는 안 했던 것 같아요."]
짧은 채용 기간에 더해 선발 시 3년 연속 참여자에겐 오히려 감점을 주는 것도 전문성을 저하하는 요인입니다.
[강원도산불방지센터 관계자 : "사각지대에 있는 그런 분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사업이거든요. 그래서 매번 똑같은 분이 2년 연속 3년 연속하면 감점이나 탈락되게끔 그렇게 돼 있어요."]
최근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대원 3명이 불길에 고립돼 목숨을 잃었습니다. 숨진 이들은 모두 60대였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진화 인력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https://www.ytn.co.kr/_ln/0108_202504100523314534
목숨 잃은 산불진화대...법 제정만으로 희생 막을 수 있나 (YTN 김민경 기자, 2025.04.10. 오전 05:23.)
[앵커] 영남권 초대형 산불로 드러난 또 하나의 문제, 바로 산불 예방진화대의 고령화입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데다 계약직이라는 여건 속에 3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초대형 산불의 경고] 시리즈 다섯 번째, 오늘은 오랫동안 지적됐던 진화대의 구조적 한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산불로 목숨을 잃은 진화 인력은 5명, 이 중 3명이 산불 예방 진화대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산불 진화 인력은 10,143명. 이 가운데 94.6%가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로, 봄·가을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사전 예방 업무 등을 담당합니다.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산불 예방 진화대원의 70%가량이 60세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사실상 노인 일자리로 운영되는 셈인데, 근무 기간이 불안정하고 하루 일당이 최저임금 수준인 80,240원인 것도 고령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병두 / 국립산림과학원 박사(3월 28일, 'YTN 뉴스 START' 출연) : (산불 예방진화대원들은) 봄철 계약하고, 가을철 계약하고 이러다 보니까 사람도 바뀌고 그다음에 계약직이다 보니까 젊은 분들이 안 오시는 거죠.]
이런 문제는 앞서 2022년 울진·삼척 산불과 2023년 예천 산사태를 계기로 더욱 불거졌고, '산림 재난 방지법' 제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부터는 산불 예방진화대를 산사태 예방과 병해충 예찰을 통합해 '산림 재난 대응단'을 운영하게 됩니다. 연중 운영 체제와 교육·훈련 강화로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종근 / 산림청 대변인 : 산불, 산사태, 산림 병해충을 통합 관리하고 인력을 연중 고용함으로써 전문성을 강화하고 평균 연령을 낮출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가 온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입니다. 2020년에 공무직으로 전환됐던 산불 특수진화대 역시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교육 부족과 임금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YTN 취재 결과, 현재 413명 규모의 산불 특수진화대는 경력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급여를 받는 데다 산불 발생이 많다 해도 추가 지급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현훈 /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 지회장 : 현장 지휘 교본도 완성된 게 없고, 교육 훈련 체계도 아직도 잡히지 않은 상태로….]
[방남철 /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전 현장노동자 : 처우 개선에 대해 얘기를 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예산이 없다는 얘기를 합니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는 초대형 산불의 위력, 더는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선 단순히 법 제정을 넘어 탄탄한 교육 체계와 근무 여건을 갖추는 등 실효성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110600061
[단독]산불예방진화대 10명 중 7명이 60대 이상…규제 완화로 고령자 3배 급증 (경향, 안광호 기자, 2025.04.11 06:00)
산불 예방과 진화 활동에 투입되는 산불예방진화대 10명 중 7명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자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들은 2023년 관련 규정이 완화되면서 전년보다 3배 가량 급증했다. 산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예방진화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3월말 기준 산불예방진화대원 9446명 중 60대 이상은 7071명으로 전체의 74.9%를 차지했다.
산불진화대는 크게 공중진화대·산불재난특수진화대·산불전문예방진화대 등으로 구분된다. 공중진화대는 전체 103명 중 60대 이상이 한 명도 없고, 재난특수진화대는 410명 중 19명(4.6%)만 60대 이상이다.
2003년부터 운영된 예방진화대는 산불방지 계도와 홍보, 산불 진화와 뒷불 감시 등을 맡는다. 주로 봄과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에 6~7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일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대원들을 관리하며,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을 우선 선발한다.
예방진화대의 60대 이상 비율은 산림청이 관련 지침을 완화한 2023년부터 급증했다. 산림청은 2022년까지 ‘재정지원일자리 종합 지침’에서 예방진화대의 ‘반복·중복 참여 제한’ 요건을 뒀다. 이는 ‘직전 3년 이내에 2년 이상 직접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이력이 있으면서, 최근에 참여한 직접 일자리 사업 종료 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신청자는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중복 참여 제한은 ‘전일제(주 30시간 이상) 사업으로서 모든 직접 일자리 사업과 중복참여를 제한한다’고 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2023년부터 반복 참여를 허용하고, 시간대가 겹치지 않을 경우 중복 참여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역에서 산불 대응 경험이 있는 인력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짐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지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반복·중복 제한 규정’을 유지할 경우 지역에서 산불예방진화대로 활동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반복·중복 참여 규정을 푼 결과 2021년과 2022년 23.6%였던 예방진화대의 60대 이상 비율은 2023년 69.7%, 지난해 74.9%로 3배 가량 상승했다.
예방진화대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구조상의 문제인데 결과적으로 산불 발생시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 의원은 “예방진화대는 고령자 비율이 높은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공공일자리이지만, 산불 발생 시엔 직접 산불 진화에 참여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체력이 요구되는 영역이기도 하다”며 “예방진화대의 산불 대응 역량을 키우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396
[단독] 산불특수진화대 10명 중 4명, 일하다 다쳐도 산재 ‘미신청’ (매노, 어고은 기자, 2025.04.16 07:30)
정규직 전환한 뒤에도 ‘문턱’ 여전 … “비급여 항목 부담에 사용자 눈치 보여”
산불 현장 최전선에 투입되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10명 중 4명은 업무상 사고를 당해도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산재신청 ‘문턱’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고 작은 업무상 사고 노출
5년간 30건 중 12건 미신청
15일 <매일노동뉴스>가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산림청에서 받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산업재해 신청 및 승인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업무상 사고 30건 중 12건(40%)이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았다. 산재를 신청한 나머지 18건은 전부 승인됐다. 산림청에 보고·기록된 현황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사고 이후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사례가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사고 유형은 ‘넘어짐’(11건)이나 ‘부딪힘·맞음’(6건)이 많았고, ‘절단·베임’이나 ‘뇌진탕, 골절’ 같은 중상도 각각 1건씩 있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김주영 의원쪽에 특수진화대원이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2018년 출범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난이도가 높은 산림이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 중심으로 투입되는 만큼 크고 작은 업무상 사고에 처할 위험이 높다. 이들은 원래 계약직이었는데 2020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현재 435명 중 413명(94.9%)이 공무직이다.
대부분 비정규직 신분에서 벗어났지만 산재신청 문턱은 높다. 산림청 자료를 고용형태별로 보면 공무직 20명 중 8명이, 기간제는 10명 중 4명이 산재를 신청하지 않았다. 특수진화대원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지회장 신현훈)는 △산재 보장 범위가 좁고 △기간제 노동자일 때 고용불안에 따른 ‘눈치 보기’ 조직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신현훈 지회장은 “산재신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산재 요양기간 중 (휴업급여는) 평균임금의 70%만 받을 수 있고 비급여항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계약직일 때 ‘산재신청을 하면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인식과 문화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산재신청은 본인의 권리”라며 “직원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산재신청을 이유로 한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풀 깎다가 질병 생겨 수술한 사례도
김주영 의원 “위험수당·안전장비 예산 편성해야”
산불진화 작업이 아닌 업무에 투입됐다가 질병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회 설명을 종합하면 특수진화대원들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대기기간’에 교육이나 훈련 대신 청소나 풀 깎기 등 업무 범위 바깥의 일에 투입돼 왔다. 6년차 특수진화대원 정지성(35)씨는 지난해 6월 방아쇠 수지 수술을 받았다. 정씨는 “(대기기간인) 5월부터 10월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산에 가서 풀을 깎아야 했다”며 “예초기 진동작업에 많이 노출된 탓에 (입사 이후 2년 만인) 2022년에 방아쇠 수지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상태가 악화해 수술을 받은 뒤 산재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비급여항목은 지원하지 않는 탓에 수술비 약 70만원 중 20여만원만 산재보험으로 보장받았고 나머지는 실비 보험과 개인 부담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는 “처리 절차도 복잡하고 기간도 (사고에 비해) 오래 걸리는데 보장 범위마저 너무 좁은 것 같다”며 “이러면 누가 산재처리를 하겠나. 동료들에게도 선뜻 추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주영 의원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공무직으로 전환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업무상 사고를 당해도 산재신청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산불피해 복구 외에도 최전선에서 산불을 진화한 특수진화대원의 처우 개선과 안전 보장을 위해 위험수당과 안전장비 지급 등 예산을 조속히 편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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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41622001
재난 관리의 외주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예방진화대’…단기 계약직에 위험수당도 거부 (경향, 임아영 이종섭 기자, 2025.03.24 16:22)
산불재난예방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산불이 나면 직접 현장에 출동해 불을 끄는 노동자다. 이상 기후가 잦아지면서 태풍, 산불 등 재난 상황이 발생하는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공무원들이 담당하던 재난 안전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자 재난 업무를 외주화하는 일자리도 생겨나고 있는데 처우가 열악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산청 산불로 3명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희생됐다. 예기치 못한 역풍으로 대원들이 고립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예방진화대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진화 인력이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공공근로 직접 일자리 사업’의 재정지원을 받아 저소득 고령층을 우선 선발한다. 이에 따라 예방진화대의 평균 연령은 61세다.
예방진화대원은 지자체 소속으로 보통 6~7개월 계약을 맺고 일한다. 보통 산불 예방 기간에 맞춰 11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며 최저임금 기준으로 일당 8만240원을 받는다. 올해 2월 기준, 예방진화대는 전국에 9604명이 배치돼 있다. 산불이 많은 강원특별자치도에 1118명, 경상남도 1071명, 경상북도 1077명 등이 배치돼 있고 지방산림청에 배치되는 산림청 소속도 1405명이다.
예방진화대는 평상시에는 산불 감시 초소에서 주로 산불 감시 업무를 한다. 큰불이 나면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주불을 진압하고 예방진화대가 잔불을 진화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 맡는다.
2018년 창설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번지는 산불을 진화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산불재난 대응 임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인력으로 전국 5개 지방산림청에 소속돼 있다. 현재 435명으로 지난해 기준 평균 연령은 39.4세다. 특수진화대도 기간제 노동자였으나 지속적인 문제 제기 이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 중이다. 정부가 2022년 이들을 ‘재난 필수업무 노동자’로 지정했지만 출장 수당도 없는 등 노동 조건 개선은 더디다. 지난해 1인당 월 4만원씩 위험수당 예산(2억900만원)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거부하며 좌절됐다.
이들은 앞으로 산불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진화대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이들의 노동 조건을 잘 들여다보고 대형 산불 진화 경험이 많은 진화대원들이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현훈 공공운수노조 국가공무직지부 산림청지회장은 “보통 공무원들이 진화 작업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계가 크다”며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진화대원이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7097200053?input=1195m
"국가재난에 무대책·무전략"…산불대응 예산만투입 효과 거꾸로 (청송=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2025-03-27 14:00)
산불 전문가 진단…"국내 산불진화대 1만1천명 중 95% 일자리 사업"
"진화 자원 고령화…로봇·드론 투입 계획은 실효성 없어"
산불, 울진 거쳐 강원도까지 북상 가능성 제기…"효율 대처가 관건"
"경북 산불 못 끄는 이유요? 산불 현장을 다녀보면 산림청은 제대로 된 전략도, 전술도 하나 없어요. 대응책조차 현실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엿새째 확산 중인 경북 산불이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계속해서 번지는 가운데 산불 주무관청인 산림청의 대응책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산불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됐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산불 진화 자원의 '고령화'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황 소장은 "국내 산불진화대 1만1천여명 중 95%가 재정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돼 고령화 되어 있고 심지어 90대까지 산불 진화에 투입되기도 한다"며 "진화대는 산불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동원되는 인력인데, 연령층이 높아 실제 투입이 가능한 수준은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화가 힘든 험준한 지형에 투입하기 위해 도입한 특수진화대 역시 대형 산불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정도로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산림청이 최근 도입한 웨어러블 로봇이나 드론은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실효성은 입증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황 소장은 "2017년 강릉·삼척·상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 국가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했다고 알렸지만 2년 뒤에는 고성 산불이, 그로부터 1년 뒤에는 안동 산불이, 2022년에는 역사상 가장 큰 울진 산불이 났다"며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산불 대응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3일 의성 산불 현장에서 열린 산불 대응 전략회의 때 24일 오후부터 산불이 재발화해 청송과 안동과 확산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산림보다 민가와 시설물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시됐다고 했다.
"산불 1·2일 차에 들어 연무가 심해지면서 불완전 연소 가능성이 엿보였어요. 산화 과정에서 불완전 연소로 연기가 생기면 시야 확보가 안 돼 항공 진화가 어려워지거든요. 항공 진화는 잔불이 아닌 주불을 끄는 데 활용해야 하는데 화선이 잘 안 보이면 효율성도 떨어지고 헬기 사고 확률도 높아져요."
이후 마치 황 소장이 예견한 것처럼 산불은 청송과 안동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헬기 추락 사고로 기장 1명도 사망했다.
황 소장은 진화 상황에 따라 이번 산불이 울진을 거쳐 강원 삼척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불길이 영덕 바다까지 갔고 북쪽으로는 울진으로 번지던 중 습도가 높아져 일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북동풍 영향으로 울진까지 산불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며 "2022년 울진·삼척 산불로 다 타버린 지역이 이번 산불의 방화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번 산불 진화의 열쇠는 '효율적인 인력배치'에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주요 우수 진화 인력·장비는 불머리를 잡는 데 투입하고, 불꼬리에는 의용소방대 등을 배치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화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산불 대응책의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시스템, 조직, 교육 훈련 세 박자에 변화가 없는 이상 앞으로도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89256.html
60대 진화대원 “800m짜리 무거운 호스 들고 산 중턱까지…” (한겨레, 이승욱 기자, 2025-03-27 16:11)
[인터뷰] 헬기가 큰 불길 잡지만 진화대원 없으면 완진 못 해
팀장 포함 대부분 계약직 탓…60대 이상이 대부분
“살수 호스가 800미터 정도 됩니다. 무거운 호스를 들고 산 중턱 정도까지 올라가야 하니 엄청 힘들죠.”
27일 낮 12시50분께 경북 안동시 임동면의 한 국도변 휴게소에서 만난 경북 문경시 소속 60대 산불진화대원 ㄱ씨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음 산불 발생 지역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전 내내 산불을 끄다 온 ㄱ씨에게서 매캐한 냄새가 났고, 옷에는 재가 묻어있었다. ㄱ씨가 속한 팀은 이날 오전에도 산림 4900여㎡ 면적의 불을 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이 산불 진화에 한번 투입되면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을 내리 일하게 된다. 집결지에서 당일 업무 지시를 받는 시간과 식사를 위해 등산 및 하산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한 6∼8시간은 산에서 불과 사투를 벌인다. ㄱ씨는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산에 올라가면 3∼4시간씩 불을 끄고 내려온다. 우리 팀이 담당한 곳의 산불을 다 끌 때까지 있어야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호스가 무거우니까 7명이 호스를 잡고 있고 1명이 불이 난 곳에 물을 뿌린다. 그러면 나머지 2명이 갈고리를 이용해서 남은 불을 땅속에 묻는 방식으로 진화가 이뤄진다”고 했다.
ㄱ씨가 속한 문경시 산불진화대에는 대원 10명으로 구성된 팀이 모두 4개 있다. 이들은 경남 산청군에서 산불이 났을 때부터 교대로 한 팀씩 지원 근무를 하고 있다. ㄱ씨도 나흘 전 경북 의성에서 난 산불 진화에 투입됐는데 이날 안동에 재투입됐다고 한다.
불과 직접 대면하면서 작업을 하는 업무 특성상 위험도도 높다. 특히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면 불을 끄지 못했어도 철수를 해야 한다. ㄱ씨는 “산에 올라가면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그때 불이 바람을 타고 우리를 덮칠 수 있으니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산불 진화 헬기가 주로 불을 끈다고 생각하지만 지상의 진화대원이 없으면 산불은 끝나지 않는다. ㄱ씨는 “산불 진화 헬기가 한번 물을 뿌려도 큰 불길만 잡을 뿐 나뭇가지 등이 쌓인 곳의 속불은 못 잡는다”며 “우리가 그 불에 물을 뿌리고 직접 갈고리질을 해서 불을 끄는 것이다. 불 바로 앞에서 일을 하게 되니까 화상을 입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산불 진화에 없어서는 안 되지만 이들은 매년 계약을 통해 산불이 집중되는 봄철에만 일한다. 특히 현장에 투입되는 팀의 팀장도 계약직 신분이다. 60대 이상이 주로 산불진화대원으로 일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ㄱ씨는 “여러 해 동안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산불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했고 전문성도 높다”며 오후에 맡은 산불 진화 지역으로 바쁘게 발길을 옮겼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89273.html
최악 대형산불 7일째…지쳐가는 60대 고령 예방진화대원들 (한겨레, 김해정 기자, 2025-03-27 17:09)
평균나이 61세 고령인데다 숙련도 낮아
특수보호장비 못받아 무방비 위험 노출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일주일째 지속되면서,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진화대원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전체 산불진화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방진화대’는 고령에다 업무 숙련도가 산불특수진화대보다 떨어져 업무상 재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산림청 자료를 보면, 산불진화대는 크게 공중진화대, 산불특수진화대, 산불예방진화대로 나뉜다. 난이도가 높은 산림이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투입되는 특수진화대는 435명(2024년 기준)이다. 이 가운데 413명이 공무직, 나머지는 기간제 노동자다.
이들이 ‘주불’을 잡으면 뒤따르며 잔불을 진압하고 뒷불을 감시하는 이들이 예방진화대다. 산림청 국유림관리소와 지방자치단체가 1년에 6개월 남짓 기간제로 채용하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9604명에 달한다. 평균 나이가 61살이며, 직무교육도 부족해 큰 불에는 취약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22일 경남 산청에서 창녕군청 소속 예방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한 명이 산불을 진화다가 숨지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강원도에서 산림청 소속 예방진화대로 활동 중인 70대 ㄱ씨는 “예방진화대는 보통 잔불 정리 등을 하는데 최근 큰불이 난 산불 현장에 투입돼 놀랐다”며 “예방진화대엔 고령자가 많은 데다 방염텐트 등 전문장비도 지급받지 않아 큰 산불을 진화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전남에서 지자체 소속 예방진화대로 일한 ㄴ씨도 역시 “반기에 열 시간씩 교육받지만 형식적인 교육”이라며 “산불 관련 영상을 보고 갈퀴로 잔불 정리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정도”라고 했다. 예방진화대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으로 지역 주민 등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채용한다. ㄴ씨는 “예방진화대는 계약기간이 짧아 다음 선발에 영향을 미칠까봐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육훈련 부족은 특수진화대도 비슷하다. 특수진화대 신규채용자는 채용 직후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지난 5월 이후에야 진행되고, 그 기간도 2박3일로 짧다. 소방관들이 24주씩 교육받는 것에 견줘 턱없이 짧은 편이다. 강원도 삼척에서 특수진화대로 7년째 활동 중인 신현호씨는 “현재도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투입된 신입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현실적으로 예방진화대의 경우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수준인데, 큰 산불 현장에 투입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예방진화대의 경우 소방관 혹은 특수진화대 보조 역할로 변경하고 특수진화대의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론 산림청 소속 진화대를 대폭 늘리던지 산불 진화 업무를 소방청으로 이관하던지 업무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 역시 “산불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고령자가 다수인 예방진화대를 계속 현장에 투입하면 이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진화대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론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89710.html
매년 산불 덩치 커지는데…진화대 95%는 비전문 인력인 현실 (한겨레, 이준희 기자, 2025-03-31 06:00)
최악 산불 무방비 한국
(1) 후진적 진화시스템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이 30일 마침내 모두 꺼졌다. 피해 면적은 서울의 약 80%에 해당하는 4만8238㏊에 이르고, 인명 피해도 사망 30명, 부상 45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산청 산불은 주불 진화까지 213시간34분이나 걸렸다.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대형 살수 헬기 부재, 낡은 장비, 고령의 진화 인력 등 진화 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시골 마을 고령층과 농촌 취약계층이 큰 피해를 보게 돼 지역 불균형 문제도 노출했다. 한겨레는 기획 시리즈로 이번 산불이 준 교훈을 짚어보고 대책을 모색해본다.
경북 의성에서 강풍을 타고 넘어온 산불을 마주한 오도창 영양군수는 사흘 만인 지난 28일 긴급호소문을 냈다. 오 군수는 “산불 진화에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했으나 역부족”이라며 “사흘 동안 기상 악화로 헬기가 전혀 지원이 안 됐다”고 했다. 오 군수는 군민들에게 “불 끄기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대부분이 70∼80대인 영양 주민 중 2천여명이 등짐 펌프를 메고 잔불 정리에 나서거나 자원봉사에 동참했다. 인구 1만5271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가 벌인 사투였다.
영양군은 전날인 27일 임차 보유 중이던 진화헬기 1대를 임차 업체 소속 조종사와 함께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연기가 시야를 가리면서 진화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 헬기는 26일 의성군 신평면에서 추락사고가 난 기종(S76)과 같은 기종으로, 30년 전 생산됐다. 산불과 사투를 벌인 지자체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산림 당국 등은 산불이 경북 북부 전체로 확산하기 시작하자 매일 인력 5천여명과 헬기 80여대 등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은 산불 현장에서 목숨을 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초대형 화마 앞에서 우리나라의 산불 대응체계는 총체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경북 곳곳에서 산불과 맞선 평균 나이 61살의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은 매일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을 내리 일했다. 산을 오르내리는 시간과 식사 시간 등을 제외해도 하루 8시간가량 직접 불과 사투를 벌였다. 산불진화대는 각 10명으로 구성된 4개 팀이 교대로 이런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산불진화대는 크게 산불특수진화대, 산불예방진화대, 공중진화대로 나뉜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불예방진화대는 6개월~1년 계약을 체결한 기간제다. 전문적인 직무 교육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주로 산불 예방과 잔불 정리 작업을 맡지만, 이번 산불처럼 대형 산불에는 진화에 직접 투입된다. 지난 22일 경남 산청에서는 창녕군청 소속 예방진화대원 3명이 작업 도중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이런 위험한 업무를 맡는 건 국내 산불진화대의 인력 현실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전체 산불진화대(1만143명) 중 산불예방진화대는 95%인 9604명에 이른다. 한 60대 산불진화대원은 “영농기엔 농사를 짓고,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초봄에 진화대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전문인력인 산불특수진화대(공무직)는 435명, 공중진화대(공무원)는 104명이다. 특히 평균 나이 41살로 비교적 젊은데다 진화가 어려운 높은 산지 등에 투입하는 특수진화대는 2019년에야 정식 출범했지만 부족한 예산 탓에 저임금에 시달렸고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열악한 장비는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한국은 산악지형이 많아 고성능 장비를 이용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야간에는 헬기 운용이 어려워 지상에서 이를 메워줘야 한다. 그런데 기존 산불진화차량(800~1200리터)보다 물탱크가 3배 이상 크고 험로 주행이 용이해 ‘야간진화헬기’로 불리는 고성능 산불진화차량(3600리터)은 2024년 기준 29대로 전체 산불진화차(1438대)의 2%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이번 산불 때 지상 방어선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공중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은 산불의 헬기 진화율이 80%에 이를 만큼 헬기 운용이 산불 진화에서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 산불 때 산림청 보유 헬기 50대 가운데 35대만 현장에 투입됐다. 러시아제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 수입이 끊겨 운용이 불가능했고, 7대는 1980~90년대 도입한 600리터급 소형 헬기라서 대형 산불 현장에 투입할 수 없었다.
이런 인력과 장비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문제는 예산이다. 산림청은 2023년 ‘산불 백서’에서 야간 산불 대응력 등을 키우기 위해 2027년까지 산불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를 25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또 담수량 5천리터 이상 대형 헬기를 확충하고, 12개 산림항공권역당 최소 대형 헬기 2대 이상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년 동안 산불특수진화대 등은 전혀 인력 충원이 없었다. 헬기 충원은 중형 헬기 2대에 그쳤다. 2023년 강릉 산불 뒤 예산 80억원을 투입해 담수 용량이 크고 기상 영향을 덜 받는데다 야간에도 운용이 가능한 ‘고정익 항공기’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무산됐다.
산불 진화 체계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산불은 대형화·연중화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봄에 주기적으로 비가 내려 산불 발생이 적었던 2024년을 제외하고 2017년부터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또 겨울이 건조하고 따뜻해지면서 12월과 1월 평균 산불 발생 건수가 1990년대 38건에서 최근 5년 동안에만 75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1991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1만560건의 산불 위치정보를 토대로 산림청이 만든 산불다발지역 지도는 서울, 인천, 부산, 대전, 대구 등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산불 위험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갈수록 대형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커지는 산불 위험에 대응할 체계를 만들기 위한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류주열 연구사는 “정부와 국회가 산불 진화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첨단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며 “특수진화대원의 경우도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고용 확보와 업무영역 확장을 통해 지상진화력을 증대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312144035
산불 진화 노동자의 속타는 외침 (경향,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2025.03.31 21:44)
2022년 5월16일 경남 거제시 선자산 위를 날던 헬기가 추락해 2명이 사망했다. 추락한 헬기의 기령은 52년이었다. 사고 헬기와 노동자는 산림청이 아니라 에어팰리스라는 민간업체 소속이었다. 3월26일 경북 의성 산불을 끄기 위해 비행하던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사망했다. 사고 헬기는 30년 이상 된 낡은 모델이었다. 이번에도 에어팰리스다. 국가는 산불 진화와 구조에 필수적인 헬기와 정비업무를 민간에 맡기고 민간업체는 사고 위험이 높은 낡은 헬기를 노동자에게 맡겼다.
거제에서 사망한 박병일은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다. 동료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늘로 올랐다. 김성규 조합원은 산재사고에 대한 회사의 사과를 요구하며 에어팰리스 모회사인 선진그룹 인근 통신탑에 올랐다. 40일이 지나 회사의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우리가 노동자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면 의성 사고를 막았을지도 모른다.
국가와 회사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진압하기 바빴다. 거제 사고가 있기 전인 2021년 10월 충남지노위는 산불 진화용 헬기를 운영하는 헬리코리아 직원들을 필수유지업무 인원으로 지정했다.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되면 노조는 파업 중 일을 할 노동자 명단을 회사에 넘기고 회사는 명단에 있는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 노동자가 이를 어기고 파업에 동참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충남지노위는 헬리코리아 관리직원 5명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를 파업에 참여할 수 없게 했다. 충남지노위 결정을 다른 헬기회사들도 활용하면서 노동자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반면 헌법상 권리를 박탈해서라도 유지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국가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땅 위에서 산불에 맞서는 이들도 있다. 산림청 특수진화대원이다. 국가는 이들을 10개월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했다가 2019년 강원도 산불 이후에야 공무직이라는 이름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고용안정이 차별을 해소해주지는 않았다. 산림청 직원들이 받는 가족수당과 출장비를 대원들은 공무직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위험수당 4만원도 기재부에 막혔다. 대형 산불이 나자 기재부 장관 최상목은 뻔뻔하게 ‘모든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총력 대응해달라’ 말했다.
노동자들은 참사 이전부터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2024년 10월16일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장 특수진화대원 신현훈은 산이 아니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올라 노동자의 현실을 증언했다. 신입대원들은 교육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재난 현장에 투입되고 있었다. 교육 내용도 9년째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 3월20일 그는 다시 국회를 찾아 공무직 노동자의 현실을 증언했다. 9년째 같은 내용으로 교육받는다는 증언은 10년째로 바뀌었다. 대원들은 진화복, 방염장비도 없이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가 하면 민간인 벌초 작업에 투입되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 일어난 대형 산불 진화 과정에서 신현훈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30명이 사망했다.
국가는 신현훈의 목소리를 외면했지만 그와 동료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불타는 산에 올랐다. 산불은 꺼졌다. 검게 그을린 노동자의 외침에 정부와 기재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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