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만 보더라도 무력감이 든다. 이스라엘의 학살 앞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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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긴급행동 9차 성명]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중단하라! (2024.2.17,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이스라엘은 지난 2월 9일(현지시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인 라파 지역을 전면 공습하고 있다. 집단 학살을 중단하라는 세계 곳곳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단 학살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와 맞닿아 있는 라파는 구호물자 반입의 주요 통로이자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온 가자지구 주민 절반 이상이 머물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이스라엘은 전투기 뿐 아니라 탱크와 전함 등 육해공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있다.
인종청소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 북부에 공습을 가하며 가자 주민들에게 남부로 강제 대피령을 반복해서 내렸다. 이에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전쟁 초기 남부 중심 도시인 칸유니스로 이동했으나 이스라엘 점령군은 칸유니스를 집중 폭격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 칸유니스를 직접방문한 CNN 기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참상”이라고 그 잔혹함을 묘사했다.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계속 쫓겨난 피란민들은 가자지구 최남단인 라파로 밀집했고, 그 결과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의 65%에 달하는 150만명이, 28만명이 살던 이 좁은 지역에 모이게 된 것이다. 공습을 피해 이미 대여섯 번 거처를 옮기고 이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풍찬노숙 중인 피란민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이 상황은 인종청소와 다를 바 없다.
지난 130여일간의 집단 학살로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에서만 최소 28,663명이 사망하였으며, 68,395명이 부상당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역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규모이다. 매일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몸이 찢기고, 남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 속에 하루 종일 이를 지켜보며 자기 차례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에게 보내지는 구호물자조차 막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등 국제 구호 기구들은 가자로 향하는 구호물자 절반이 이스라엘군의 검문에 막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93%가 “위기 수준의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뿐만 아니라 물, 의약품 등 필수 자원이 고갈된 채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바로 어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마지막 남은 대형 병원 나세르 병원을 습격했다. 병원은 혼란과 공포, 총소리와 박격포의 폭발음, 의료인들과 환자들의 비명으로 가득찼다. 이 병원에는 환자만 8천여 명이 머물고 있다. 이스라엘이 ‘인질 구출’을 명분으로 습격해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인질은 없었다. 계속된 병원 표적 습격으로 인해 현재 가자는 의료 붕괴 상황이다. 마지막 남은 대형 병원 마저도 기습한 이스라엘의 만행은 이들이팔레스타인 인종학살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무기공급 중단하라!
한편 그간 이스라엘을 두둔하며 집단 학살을 지원해 온 유럽 주요 국가들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조차 라파 공습을 규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휴전에 응할 수 있도록 협상을 이루기 위해 미국은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여전히 이스라엘에 학살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13일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영국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영국의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에 책임이 있는 미국, 영국 및 서방 주요 국가들은 말로만 중단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모두 중단하고, 그간의 집단 학살 지원을 반성 및 사과하고, 집단 학살을 멈추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무기 공급 중단을 위해서는 한국을 포함한 무기 수출국 노동자, 시민들의 항의가 매우 중요하다.작년 10월 23일, 벨기에 운수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이스라엘로 가는 군수품의 하역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어서 지난 2월 6일 벨기에 왈론 지방정부는 이스라엘로 무기 수출 2건의 허가를 보류하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난 일주일 동안 라파 학살을 반대하며 긴급집회를 조직했다. 지금 이 시간 “라파 공격 반대! 가자 집단 학살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에 해방을!”이라고 외치는 국제적인 반전 운동이 6개 대륙 100여개가 넘는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에 반대하는 세계적인 대열과 함께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과 점령에 반대하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천인공노할 인종청소에 반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이스라엘은 당장 집단 학살을 중단하고 봉쇄를 해제하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포함한 모든 군사점령지에서 당장 철수하라!
미국도 주범이다 집단 학살 지원 중단하라!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수출 중단하고, 집단 학살 중단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라!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3021742001
“이스라엘, 마취제·산소통·인공호흡기까지 막고 있다” (경향, 김지혜 기자, 2024.03.02 17:42)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303_0002645897&cID=10101&pID=10100
EU "구호 트럭 참사, 어떤 경우든 이스라엘에 책임"[이-팔 전쟁]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2024.03.03 02:16:05)
공정한 국제 조사 통한 책임 소재 규명 촉구
유엔 대표단 "부상자 상당수가 총상 입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0307140003055?did=NA
군용기로 3만8000명분 식량 투하… 가자 휴전 협상 진통에 고육책 (한국일보,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조아름 기자, 2024.03.03 07:37)
미국, 첫 시도… 육로 제한 탓에 불가피
원활하려면 전투 멈춰야… “하마스에 공”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의한 공습과 고립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만 명이 처참한 곤경에 빠져 있는 가자지구에 4만 명분 가까운 식량을 군용기로 공중 투하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진통을 겪자 한계가 뚜렷한 고육책을 동원한 것이다.
트럭에 한참 모자란 수송 역량
중동 등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2일(현지시간) 요르단 왕립공군과 공조한 자국 공군 C-130 수송기 3대가 가자지구 상공에서 3만8,000명분 식량을 아래로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이번 항공 투하는 가자 주민 생명을 구하려는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지원 노력에 기여한다고 사령부는 부연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3대의 비행기가 각각 22개의 꾸러미를 투하했다”며 “투하 장소는 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대피해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가자에 대한 또 다른 형식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 및 키프로스, 유엔, 기업 등과 협력 중”이라며 “가자까지 해로로 직접 식량을 전달하는 경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등이 해 온 구호품 항공 투하에 미국이 동참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에서 “가자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가능성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실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가자에 유입되는 구호품의 물량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다”며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호품의 항공 투하는 이스라엘의 검열 등 때문에 육로 수송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형편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대안 성격이다.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15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800명에 육박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당국자는 “항공기의 경우 C-130 같은 대형 수송기조차 운반할 수 있는 보급품 양이 트럭의 일부에 불과하고, 지상에 투하된 구호품은 아무래도 필요한 이들을 상대로 질서 있게 배분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실제 가자지구 내 구호품 독점과 약탈 등 불법이 횡행한 게 현실이다. 그는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훨씬 더 많은 트럭의 가자 진입이 가능하도록 전투를 잠시 멈추는 협상을 타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0일 라마단 시작 전 타결 노력”
줄곧 난항을 겪어 오다 ‘구호 트럭 참사’ 뒤 성사 여부가 더 불투명해진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은 하마스의 서명만 남겨 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미국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병자와 부상자, 노약자, 여성 등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 요구를 하마스가 수용한다면 가자에서 당장 오늘이라도 6주간 휴전이 개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협상안에 동의한 만큼 공은 하마스에 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시작되는) 라마단(이슬람 단식 성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미국, 카타르, 이집트는 하마스를 상대로 6주간 휴전 및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간 교환이 골자인 협상을 이어 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1단계인 약 40일간 이스라엘 인질 수십 명과 팔레스타인 포로 수백 명을 교환하는 협상 타결을 시도 중이며, 이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을 허용하게 된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03032127035
‘구호트럭 참사’ 전 세계 충격…“즉시 휴전을” (경향, 선명수 기자, 2024.03.03 21:27)
가자 민간인 최소 118명 사망·760명 부상…대다수 총상
이스라엘군 ‘무차별 공격’ 의혹…구호품 전달 방해 계속
휴전 물밑 협상 속도…하마스 “48시간 내 합의할 수도”
https://www.ytn.co.kr/_ln/0104_202403041118590502
이스라엘군 "민간인 참사 원인은 압사"...휴전 협상 '난항' (YTN 이상순 기자, 2024년 03월 04일 11시 18분)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32229.html
이스라엘군, ‘알고도’ 난민 배급센터 공습…유엔 직원 23명 사상 (한겨레, 홍석재 기자, 2024-03-14 11:50)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식량 배급 센터를 공격해 2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국제 인도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의 식량 배급 센터를 공격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이 기구 직원 1명뿐 아니라 주민 등 모두 5명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이스라엘군이 라파흐 동부에 있는 배급센터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배급센터에서 일하는 사미 아부 살림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유엔이 운영하는 센터여서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고,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때 필요한 식량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왔는데 갑자기 미사일 두 발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배급센터에는 직원 6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곳곳에 웅덩이가 파였고 희생자의 피가 고였다. 배급센터는 기아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식량을 나눠주고 생필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도 쓰였다. 줄리엣 투마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현장에 있던 우리 팀이 사상자와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며 “이스라엘군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페 라차리니 집행위원장도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이 식량 부족과 기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몇 개 남지 않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배급센터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우리는 매일 가자 전역의 모든 (유엔) 시설의 좌표를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 분쟁 당사자들과 공유하고 있고, 이스라엘군 역시 어제 이 시설의 좌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난민기구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에 있는 이 기구 직원 1만3천명 가운데 160명 이상이 숨지고, 시설 150곳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시설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공습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이 기구 직원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아부 하스나가 하마스 무장조직의 대원이었고, 그를 제거하기 위한 ‘군사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어 “하마스 작전 부대의 테러리스트 하스나를 정확히 조준해 제거했다”며 “그는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을 통제해 테러리스트들에게 분배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월 이스라엘은 이 기구의 직원 일부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고, 이에 미국과 독일·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 최소 9개국이 이 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이 기구 활동 중단까지 요구했고, 유엔은 이를 비판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당시 “소수 직원의 혐의에 대한 대응으로 기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가자지구에서는 현재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외에 현재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단체가 없다. 사만다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최고 관리자는 시비에스(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인구의 90%가 난민인데,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를 빼면) 가자지구에 생필품을 분배할 효과적인 대안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다른 어떤 기관도 대신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이를 대체할 단체와 조직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32601265693453
유엔 안보리, 이-팔 전쟁 반년 만에 처음으로 휴전 결의안 채택 (프레시안, 이재호 기자 | 2024.03.26. 07:26:10)
미국 기권으로 결의안 통과…이스라엘, 대표단 미국 방문 취소하며 반발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33912.html
미국, 이스라엘에는 “유엔 결의안 구속력 없다” 이중잣대 (한겨레, 김미향 기자, 2024-03-26 16:15)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즉각 휴전”(immediate ceasefire)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25일(현지시각) 통과시켰지만, 미국이 이 결의안에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한국을 포함한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을 의미하는 ‘E10’(Elected 10)이 제안한 이번 결의안에 대해 “미국은 이 구속력 없는 결의안의 중요한 목표 중 일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미국은 이 문서의 모든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 문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계속 쫓는 데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 헌장 25조에는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정을 이 헌장에 따라 수락하고 이행할 것을 동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미국이 안보리 결의에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회원국들은 반박했다. 그린필드 미국 대사에 뒤이어 발언한 사무엘 즈보가르 유엔 주재 슬로베니아 대사는 “우리는 안보리 결의의 구속력을 상기하며 이 명확한 결의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안보리 결의는 구속력이 있다”며 “우리는 당사자들이 유엔 헌장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이라며 “따라서 (이번 결의안도) 국제법으로서 구속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이 결의안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유엔 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유엔 안보리 결의 법적 구속력에 대해 결의안의 구체적인 문구에 따라 각기 해석된다는 입장을 1971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결의안에는 즉각 휴전을 “요구한다”(demand)라는 이행 의무를 나타내는 표현이 사용되어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강제할 확실한 방법은 없다. 유엔 헌장 제7장에는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조처”라는 이름으로 “군사적 조처” 가능성까지 제재 수단으로 적혀있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제재인 군사적 조처는 현재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이며, 경제 제재 정도가 제재 수단이다.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 조처가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한 행태로, 미국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안보리 결의 준수를 강력히 촉구해왔다.
아에프페(AFP)통신은 “궁극적으로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안보리가 더이상의 조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의안 이행을 위한 강제 조처는 사실상 부재하다고 언급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3262135005
미 “구속력 없다…하마스 쫓는 이스라엘 능력에 영향 안 미쳐” (경향, 손우성 기자, 2024.03.26 21:35)
유엔 안보리, ‘가자지구 즉각 휴전’ 결의안 채택
미, 국제사회 눈치보며 기권…사실상 이스라엘 편들기
휴전 시점 등 결의 내용도 ‘허점’…이, ‘불이행’ 가능성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726
팔레스타인, 끝날 줄 모르는 전쟁 (매노, 미니(평화운동가), 2024.03.28 11:38)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34219.html
‘민간인 학살’ 이스라엘군 떠나면 하마스 다시 똬리 터 (한겨레, 홍석재 기자, 2024-03-28 13:16)
최대 의료시설 알시파 병원 재차 공격
‘하마스 대원 800명 체포 발표’의 역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40318152862306
미·영, 구호 활동가 살해에 "분노"…궁지 몰린 네타냐후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 2024.04.03. 20:01:35)
바이든 "이스라엘, 구호 활동가·민간인 충분히 보호 안 해"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135292.html
가자 전쟁 6개월…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 깨졌다 (한겨레, 정의길 선임기자, 2024-04-04 17:08)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4051958001
유엔 인권이사회, 이스라엘 전쟁범죄 우려 결의 채택…미국 반대 (경향, 손우성 기자, 2024.04.05 19:58)
“반인륜 범죄 가능성…책임져야”
이스라엘 무기 판매 중단 촉구도
미국 반대에 “바이든 연기” 비판
유엔 인권이사회가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이 전쟁범죄 소지가 있다며 이에 책임을 묻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미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 정책 수정’ 발언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인권이사회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제55차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찬성 28표, 반대 6표, 기권 13표로 가결했다. 이번 결의안은 파키스탄이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표해 초안을 작성했다.
통과된 결의엔 우선 “이스라엘에 무기와 탄약 및 군사 장비의 판매와 이전, 전용 허가를 중지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나아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범죄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경고 메시지도 실었다. 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즉각 휴전과 인도주의 구호 활동 확대를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반발했다. 메이라브 예일론 샤하르 제네바 주재 이스라엘대표부 대사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 국민을 버린 지는 오래”라며 “인권이사회는 오랫동안 하마스를 옹호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여러분 앞에 놓인 결의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국민을 보호할 권리를 박탈당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인을 살해하고 고문할 권리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즉각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뒤에선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결의가 채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을 급습한 하마스에 대한 규탄이 빠졌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독일·아르헨티나·불가리아·말라위·파라과이 등 평소에도 미국과 호흡을 맞춰온 국가도 결의에 반대했다.
이에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 대책을 즉각 세우지 않으면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변화를 가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이 힘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 백악관은 앞서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약 30분간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주의 활동가 공격과 전반적 인도주의 상황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 인도주의 고통, 구호 요원들의 안전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조치를 발표하고 이행해야 한다”며 “미국의 정책은 이스라엘 조치를 평가해 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자지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는 연기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또 인권이사회 결정은 정치적으론 무게감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0510290005220
가자 전쟁 6개월에 이스라엘 '사면초가'... ①미국 외면 ②국내 혼란 ③주변 적뿐 (한국일보, 위용성 김정우 기자, 2024.04.05 20:00)
내우외환 이스라엘, 반년 만에 막다른 길
편들던 미국도 정책 수정 시사 ’최후통첩’
국내 반정부 시위에도 이란과 강대강 대치
팔 3만3000명 사망… 111만명은 ’재앙·기아’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만 6개월을 맞으면서 이스라엘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밀어붙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팎에서 고립되고 있다. 우방 미국으로부터 최후통첩성 경고장을 받았고, 내부에선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반년 동안 이어온 무자비한 보복전은 중동 내 반미 세력 ’저항의 축’과의 대리전만 키우고 있다.
①'영원한 우방' 미국은 휴전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와 30분간 통화하며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와 인도적 고통 등을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휴전 등을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결과에 따라 대(對)이스라엘 정책을 재고하겠다는 통첩성 발언까지 날렸다. 미국이 정책 기조 수정까지 시사한 것은 전쟁 개시 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우방의 분노를 산 직접적 계기는 사망자 7명이 발생한 지난 1일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공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 중 ”용납할 수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질타했다고 한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층인 아랍계 표심이 이탈하자 바이든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있다.
굽힐 줄 모르던 네타냐후 총리도 일단은 물러서는 분위기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구호품 수송을 위해 자국 내 아슈도드 항구를 임시로 개방하고, 폐쇄했던 가자지구 북부의 에레즈 교차로 통과도 다시 허용할 예정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태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②폭발 직전 '저항의 축'… 내부선 반정부 시위
이스라엘은 '내우외환' 상황이다. 가자지구 전쟁은 사실상 이란을 맹주로 한 ’저항의 축’과의 싸움으로 번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이라크 민병대 등과도 싸우면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이란영사관 폭격으로 확전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보복을 벼르자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1일 이후 방공망 운용 경험이 있는 예비군을 추가 동원하는가 하면 모든 전투 병력의 휴가를 중단시킨 상태다.
집안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는 1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우파 연정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다. 반년이 지나는 동안 여태 인질을 제대로 데려오지 못했다는 비판과,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반정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내각에서 ‘9월 조기 총선’ 주장이 나오는 등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③팔레스타인 희생자 3만3000명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쟁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3만3,000명을 넘어섰다. 하루 약 180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전체 사망자의 65%는 여성과 어린이다. 설상가상으로 WCK 폭격 사건 이후 구호단체들이 안전을 우려하며 활동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 총인구 230만 명 중 111만 명이 ’재앙·기아’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6개월간 하마스는 24개 대대 중 대부분을 잃고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도 해외 망명 신세지만, 이스라엘은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려 있는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405150751099?input=1195m
바짝 숙인 이스라엘…"구호트럭 오폭 중대 실수"(종합)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2024-04-05 22:15)
오폭 책임 영관급 장교 2명 해임…WCK "신뢰 못해" 독립조사 촉구
유엔 인권이사회, 대이스라엘 무기판매 중단 결의 채택하기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0522360004047?did=NA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어린이들 평생 건강 문제 겪을 것” (한국일보, 김정우 기자, 2024.04.05 23:56)
개전 6개월... 이스라엘군 포위 공격에 ‘기아’ 위기
“영양실조로 뇌·신체 발달 못 해 면역체계 약해져”
“이, 의료체계 조직적 파괴… 슬로모션의 대학살”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4220945001
이스라엘의 난민촌 공격에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서 ‘총파업’ (경향신문, 선명수 기자, 2024.04.22 09:45)
이스라엘군, 난민촌 공격해 최소 14명 사망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정착민 폭력 급증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4241619001
전쟁 200일, 포성 멈추지 않는 가자···이스라엘 공세 강화 (경향, 선명수 기자, 2024.04.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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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1712450002312
'백기 든 인질 오인 사살' 후폭풍... 수세 몰린 이스라엘, 휴전 협상 재개 압박 받나 (한국일보,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이유진 기자, 2023.12.17 20:00)
이스라엘군, 자국인 인질 3명에 총격... "책임 통감"
"하마스와 협상 나서라" 압박↑... 군사작전 불신
때마침 협상 재개설... 궁지 몰린 네타냐후 선택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1811020005850?did=NA
이스라엘, 이번엔 '민간인 생매장 의혹'… 잔혹해지는 전쟁 (한국일보, 김현종 기자, 2023.12.18 18:30)
"이 불도저, 난민 텐트 철거 중 부상자 매장"
PA 보건부·국제단체·언론 등 국제 조사 촉구
안보리 휴전 결의안 재표결 예정… 미국 압박
https://www.yna.co.kr/view/AKR20231219002900081?input=1195m
美 국방, 이스라엘 찾아 "가자지구 저강도 전쟁 전환 논의" (모스크바·파리=연합뉴스, 최인영 송진원 특파원, 2023-12-19 02:34)
이스라엘 갈란트 국방장관과 회담…헤즈볼라·후티 반군엔 '경고'
이 국방 "곧 가자지구 지역 구분할 수 있을 것"…단계 전환 시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21428.html
사망 2만명 중 74%가 어린이·여성…피 멎지 않는 가자지구 (한겨레, 홍석재 기자, 2023-12-22 05:01)
이스라엘 ‘일시적 전투중지’ 하마스 ‘영구 휴전’
서로 입장 차이 커 2차 휴전 전망 어두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2516100000854?did=NA
성탄 전야에도 가자 때린 이스라엘…전쟁 지속 다짐에 무색해진 '저강도 전환' (한국일보, 류호 김현종 기자, 2023.12.25 18:00)
미국과 '저강도 전쟁 전환' 논의 하루 만에
이스라엘, 가자 전역에 공습… 250명 사망
네타냐후 "승리할 때까지 전투 계속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2910180000022?did=NA
①휴전 ②저강도 전쟁 ③포스트 하마스...가자지구 운명 어디로 (한국일보,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2023.12.29 18:30)
이스라엘, 곧 '가자지구 통치계획' 첫 논의
미국 "안정화 단계" 거론… 국면전환 기대↑
내달 초 윤곽... 이스라엘 강경파 반발 변수
https://www.yna.co.kr/view/AKR20231230039700009?input=1195m
"두달간 3만발 투하…이스라엘, 가자 가정집마저 70% 파괴"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2023-12-30 18:40)
인프라 70% 손실…의료·통신·상업 등 모두 '쑥대밭'
이라크전 8배 폭격…드레스덴 같은 '인류 흑역사'로
"전후 불발탄 제거에만 1년…재건에 수십년 걸린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가자지구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면서 이 지역 주택과 의료시설, 공공기관 등의 70%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 개전 이후 가자지구 주택 43만9천채 중 약 70%와 건물 절반 이상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훼손되거나 파괴됐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이스라엘군이 개전 후 이달 중순까지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과 포탄 등 탄약을 총 2만9천개로 집계한다. 이는 미군이 2004~2010년 이라크에 투하한 3천678발의 8배에 달한다.
미국이 이 기간 이스라엘에 제공한 탄약에는 2천 파운드(약 907kg)짜리 '벙커 파괴용' 폭탄도 포함됐다. 이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피해 우려 때문에 통상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작전에서 사용된다. 가자지구는 세종시와 비슷한 면적에 2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세계 최대 인구 밀집지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폭격 속에 가자지구 병원 36곳은 문을 닫았고, 교회와 고대 모스크, 호텔과 쇼핑몰 등 도시 인프라 전반이 파괴됐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2일 기준, 공원·법원·도서관 등 공공시설 72%가 피해를 봤다고 평가했다. 또한 의료시설의 77%, 통신 인프라의 68%, 상업지구의 76%가 훼손됐고, 도로의 절반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 70곳을 포함해 342개 학교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피해를 봤다.
가자지구 북부만 보면 건물 80%가 훼손되거나 파괴됐다고 뉴욕시립대와 오리건주립대 소속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농경지의 경우 20%가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허 인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 지리학과 조교수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의 붕괴 수준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은 독일 드레스덴의 피해에 비견된다고 평가했다.
1945년 2월 나치 치하이던 드레스덴은 연합군의 공습을 받아,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되고 2만 5천 명이 사망했다.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가자'라는 단어는 드레스덴 등 폭격을 받아 유명해진 다른 도시들과 함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보고 있는 것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보복 작전의 상위 25%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전쟁 후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일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호단체 '쉘터 클러스터'는 전쟁 후 불발탄 제거 등 잔해를 치우는 데에만 최소 1년이 걸리고, 주택 재건에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건축 자재들이 제대로 조달될 때를 상정한 경우다.
지난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종종 건축 자재를 하마스가 유용할 수 있다며 반입을 차단했고, 그 결과 휴전 이듬해에 지을 수 있던 건물은 주택 한 채뿐이었다고 WSJ은 전했다.
영국 킹스턴대의 전후 재개발 전문가인 캐럴라인 샌더는 "(가자지구 재건에) 수십 년이 걸린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1092133005
가자 어린이 최소 9천명 사망…“생존한 유아들 영양실조 직면” (경향, 선명수 기자, 2024.01.09 21:33)
이스라엘 공습 3개월…주민 최소 2만2835명 희생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1150600025
이·하마스 전쟁 100일…팔레스타인인 2만3000여명 사망 속 평화는 ‘감감’ (경향, 최서은 기자, 2024.01.15 06:00)
팔 주민 “100년은 된 것 같다”…이스라엘은 “전쟁 계속”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지 14일(현지시간)로 100일째를 맞았다. 폐허로 변한 가자지구는 전체 인구의 약 1%가 사망했고, 80% 이상이 난민이 됐다. 13일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후 2만384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으며, 이 중 3분의 2는 여성과 미성년자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며 “시신들이 길에 방치돼 있고, 민간인들의 대피장소에도 이스라엘의 포격이 강화됐다. 더 이상 가자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가자지구를 찾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도 “지난 100일간 벌어진 막대한 죽음과 파괴, 피란민 발생, 굶주림, 상실과 슬픔이 우리 모두의 인간성을 더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칸유니스의 한 주민은 알자지라에 “벌써 100년은 된 것 같다”면서 “230만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누구도 우리가 100일 동안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겨울이 되면서 야외 생활을 하는 난민들은 더 큰 위협에 놓였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가자지구의 어린이 모두가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면서 “질병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이 구호물자 반입을 제한한 탓에 기근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전쟁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는 하루 동안 135명이 사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0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포함한 그 누구에 의해서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노사이드(대량학살) 혐의로 제소된 이스라엘에 대해 ICJ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무시할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울러 전쟁 동안 가자 북부의 난민들이 자신의 고향에 되돌아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00일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얻은 것은 많지 않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300여명의 목숨을 빼앗긴 이스라엘은 지금도 가자지구 내에 억류된 인질 130여명을 구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 기습 당시 드러난 이스라엘군의 무능함으로 네타냐후 내각에 대한 신뢰도와 지지율은 급락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전쟁 발발 100일을 앞둔 이날 미국,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 전역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송환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한 인질 가족은 “나는 잊지 않을 것이고,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텔아비브에서는 네타냐후 내각에 대한 반대 시위도 함께 벌어졌다. 일부 시위자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퇴임을 요구하며 그의 사저까지 행진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11518053051570
'누구도 이스라엘 막을 수 없다'…가자전쟁 100일, 끝이 안 보인다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 2024.01.15. 18:59:46)
레바논서 홍해, 예멘까지 확전 위기만 커져 …이스라엘 '전쟁 새 단계' 공언에도 가자서 일평균 130명 사망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231
가자 공격 100일, 기자 사망 112명...“유례없는 속도로 기자 살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4.01.17 21:42)
남아공 “이스라엘 집단학살 방지 협약 위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팔레스타인 기자 전례없는 속도로 살해…집단학살 의도 공표”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폭격을 시작한 뒤 100일을 넘긴 지난 15일(현지시간), 112명에 달하는 언론인이 이스라엘에 의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언론인 연합(PJS)이 밝혔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비영리단체인 PJS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100일째에 이르는 날 언론인 사망자 수는 여성 동료 14명을 포함해 112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점령군이 팔레스타인 일반인을 학살하려는 맥락에서 진실 말살 시도의 일환으로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표적살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정부 가자지구 언론국에 따르면 10월7일 이래 언론인 사망자는 11일 기준 117명이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7일 이후 첫 7주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언론인 수는 70명으로 베트남전쟁과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언론인 숫자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기자는 63명, 2차 세계대전에서 6년 간 사망한 총 언론인 숫자는 69명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서 보도를 이어가는 팔레스타인 기자 모타즈 아자이자는 X(트위터)에서 “100일 동안 나는 거짓말도, 필터도 없이 전세계에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줬다. 가장 잔혹한 점령의 실태를 보여줬다. 누구도 내가 잃은 사람들, 전쟁 이전부터 파괴된 내 정신을 원래대로 돌려줄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남아공,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 제소 “언론 접근 제한하며 유례없는 속도로 기자 살해”
한편 유엔(UN)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제소한 ‘집단학살 협약 위반’ 사건을 심리 중인 가운데, 언론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일조하거나 활용된 사례가 주요하게 언급됐다.
이스라엘이 10월7일 이래 가자지구 내 언론인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살해하고 있는 한편 이스라엘 군과 정부, 의회 고위 관료들이 언론을 통해 집단학살의 ‘의도’를 공공연히 밝히고 이스라엘 언론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가 게시한 제소문을 보면, 남아공 측은 ‘팔레스타인인에 자행된 집단학살 행위’를 다루며 언론인과 의료진 사망에 무게를 실었다. 남아공 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고의로 통신을 차단하고 조사기구와 국제 언론의 접근을 제한하는 상황”이라면서 “동시에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은 지난 100년 간 발생한 어떤 분쟁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살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외신 언론 접근을 막으면서 제한된 언론인만 군인 취재원에 기반해 취재하도록 하고 보도내용을 검열했다고도 주장했다.
남아공 측은 제소문 제출일 기준 △의사와 간호사, 구급차 운전사 등 의료종사자 311명 △언론인 103명 △잔해에서 희생자를 찾는 민방위대원 40명 △교사 209명 등이 이스라엘에 의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은 특히 “가자지구 어린이들에게 죽음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며 매일 115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가자지구에서 살해당하고 있다고 했다.
남아공은 이스라엘 군과 정부 책임자들이 외신과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집단학살 의사를 공표해왔다고 강조했다. 집단학살 협약상 집단학살 행위가 성립하려면 ‘국민, 인종, 민족, 종교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다양한 경로로 이를 공공연히 밝혔다는 것이다.
제소문은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가자지구 폭격 엿새째인 10월12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책임이 있는 것은 민족(nation) 전체다. 민간인이 관여하지 않았고 모른다는 표현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사례 등 수 차례 발언을 나열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가자지구에 전기와 음식, 물, 연료 공급을 완전히 봉쇄했다면서 “우리는 인간 짐승과 싸우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제소문에서 “이런 인종학살 수사(rhetoric)가 이스라엘 시민사회에서도 평범한 일”이라며 “인종학살 메시지가 이스라엘 미디어에서 어떤 검열이나 제재 없이 일상적으로 방송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언론들이 “하마스가 제거돼야 하는 게 아니라 가자지구가 지워져야 한다” “무고한 사람은 없고 250만 명의 테러리스트가 있을 뿐이다” 등 집단학살 주장을 담은 보도 사례를 들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남아공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집단학살 방지 협약을 위반한 ‘집단학살’에 해당한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조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 년이 걸리지만, 남아공이 요청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 즉각 중지’ 임시명령 여부는 수주 내로 결정된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회원국 간 문제를 판결하는 유엔 최고법원으로, 그 판결이 구속력을 갖지만 이를 집행할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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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12784.html
가자지구, 전쟁 직전 이미 3천명 사상…툭하면 맞고 있었다 (한겨레, 정인환 기자, 2023-10-19 15:07)
[한겨레21] 가자의 참극
이스라엘 올해 거센 공격 계속해와
6~9월에만 1504명 체포, 학교 철거도
“나크바(대재앙) 75주년 아닌 75년째”
지독히 낯익은 참극이 펼쳐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민간인을 향한 반인도적 범죄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진다. 분노가 선택적일수록, 비극의 그림자는 짙어진다. ‘지옥은 텅 비었다.’ 모든 악마가 여기, 우리와 함께 있다. 미국 진보매체 <데모크라시나우>는 2023년 10월9일 피해자 가족의 애끓는 사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 하마스 테러범의 수레에 실려간 두 딸과 아내
“어제 아내 도론이 어린 두 딸을 데리고 가자지구 인근 니르오즈 키부츠에 사는 장모님을 뵈러 갔다. 큰애 라즈는 5살, 작은애 아비브는 2살이다. 아침에 아내에게 전화했는데, 집 안에 테러범들이 있다고 했다. 나중에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비디오를 봤다. 아내와 두 딸, 장모님이 수레 비슷한 데 실려 있었고, 하마스 테러범들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 하마스 쪽에 요청한다. 제발 가족을 해치지 말아달라. 어린아이를, 여성을 해치지 말아달라. 가족 대신 나를 원한다면, 기꺼이 갈 준비가 돼 있다.”(이스라엘 주민 요니 아세르)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굉음이 들리더니 모든 게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아이들은 내 곁에 있었다. 한 명은 내 발 옆에, 또 한 명은 나와 나란히 있었다. 남동생 사베르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 아이들을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갑자기 사베르의 외침이 들렸다. ‘나 여기 있다’고 외쳤다. 구조대가 내 목소리를 듣고 안정시키고는 나를 덮은 건물 잔해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3시간 정도 걸렸다. 아이들은 모두 죽었다. 칼레드도 죽었고, 카이스도 죽었도, 마리암도 죽었고, 아세프는 아직 찾지 못했다.”(가자지구 주민 사프린 아부 다카)
2023년 10월7일 오전 6시30분께(현지시각) ‘지옥’의 문이 열렸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치세력 하마스가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 수천 발을 쏘아올렸다. 비슷한 시각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 등 무장단체 소속 1천여 명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분리한 철조망을 뚫었다. 작전명 ‘알아크사 홍수’의 시작이었다.
이스라엘 쪽은 즉각 “전례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내 무차별적 공습을 개시했다.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졌고, 병력 30만 명이 가자지구를 에워싸고 있다.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선 하마스의 기습을 ‘이스라엘판 9·11 테러’로 규정하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말로 향후 이스라엘 쪽이 어떤 행동을 하든 묵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가자지구 연안 지중해로 급파했다. 이스라엘군 쪽은 “미군 중부사령부의 정보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0월10일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지중해와 이스라엘, 이집트와 맞닿은 가자지구에서 유일한 활로는 이집트로 연결되는 남쪽 끝 라파 국경검문소뿐이다.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격화하면서 안전을 이유로 라파 검문소를 전격 폐쇄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자기 땅에 갇혔다. 하늘에서 폭탄이 연일 비처럼 쏟아진다.
■ 학교 부수고 어린이도 공격했던 이스라엘
이스라엘과 서방 쪽 주장과 달리 하마스의 공세는 ‘예상 밖’의 일이 아니다. 2023년 내내 이스라엘의 거센 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9월 말까지 이스라엘군과 유대정착민(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으로 이주한 유대인)에게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은 모두 230명에 이른다. 2022년 한 해 희생자 204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이자, 2005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일방적으로 철군을 단행한 이래 최대 규모다. 2023년 들어 양쪽 갈등이 비등점을 향해 치달아왔음을 알 수 있다.
토르 베네슬란 유엔 중동평화 특별조정관이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334호(2016년)에 따라 제출한 정례보고서 최신판(2023년 6월15일~9월15일)을 보면 이런 상황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안보리는 결의에서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서 이스라엘 쪽이 모든 정착촌 건설 활동을 즉각적이고 완전하게 중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베네슬란 조정관은 “이스라엘 쪽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6300곳의 정착민용 주택 건설 계획을 지속하고 있고, 동예루살렘에서도 3580곳의 주택 건설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8월15일 데인사미야 지역의 팔레스타인 학생 80명이 다니는 학교가 새 학기를 앞두고 이스라엘 쪽에 의해 철거됐고, 팔레스타인 학생 6500여 명이 다니는 59개 학교도 철거 위기에 직면한 상태”라고 보고했다.
안보리 결의는 “민간인에 대한 테러 행위를 포함한 모든 폭력 행위와 도발 및 파괴 행위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도 규정했다. 보고서 작성 기간 동안 어린이 18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 68명이 이스라엘 보안군에 의해 철거 충돌 군사작전 등의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같은 기간 여성 30명과 어린이 559명을 포함해 모두 28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271명은 실탄을 맞았다. 이와 따로 유대정착민의 공격을 받아 팔레스타인 주민 2명이 숨지고, 여성과 어린이 각각 6명을 포함해 모두 73명이 다쳤다.
같은 기간에 이스라엘 보안군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1042차례 수색체포 작전을 벌였고, 어린이 88명을 포함해 모두 1504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체포됐다. 이스라엘 쪽은 현재 1264명을 이른바 행정구금(기소나 재판을 거치지 않은 행정명령에 따른 인신 구속)한 상태로, 지난 10년여 동안 최대 규모다. 하마스의 공세 직전까지, 가자는 대체 어떤 상황이었나?
■ 75만 명이 어느 날 갑자기 난민이 됐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당시, 팔레스타인 주민 약 75만 명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 건국 기념일을 팔레스타인에서 ‘나크바’(대재앙의 날)로 부르는 이유다. 가자지구 주민 60%가량이 당시 난민의 후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랜 갈등을 접고 1993년 9월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세우는 ‘2국가 해법’이 뼈대다. 이에 따라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중심으로 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서안 지역 라말라에 들어섰다.
평화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2005년에야 가자지구에서 유대정착민과 군대를 철수시켰다. 이듬해인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결과는 ‘변화와 개혁’을 내건 하마스의 압승이었다. 자치의회 전체 132석 가운데 하마스가 절반을 훌쩍 넘은 74석을 차지한 반면, 아라파트의 후계자인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이 이끈 집권 파타당은 45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이 선거로 집권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집트에서 출발한 무슬림형제단의 가자지구 지부 격으로 1987년 창설된 하마스는 정당이자 빈민구제 단체이며, 산하에 무장단체까지 두고 있다.
같은 해 2월19일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 정부가 출범했다. 파타 쪽은 선선히 권력을 넘기지 않았다.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의 집권에 ‘경악’한 미국과 유럽연합 각국은 팔레스타인 원조를 끊었다. 무력시위와 봉쇄 위협을 가하던 이스라엘은 2006년 6월27일 작전명 ‘여름비’를 단행했다. 가자지구 철군 이후 첫 군사작전으로 그해 11월26일까지 다섯 달가량 이어졌다. 명목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사로잡힌 이스라엘 탱크병 길라드 샬리트 상병 구출이었지만, 이스라엘 언론조차 “하마스 붕괴가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 쪽은 파타까지 아우른 거국내각을 구성했지만, 파타의 하마스 흔들기는 계속됐다. 결국 2007년 6월13일 하마스 소속 무장요원들이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파타 보안군 본부를 무력으로 장악했다. 아바스 대통령은 즉각 거국내각을 해산하고 ‘비상내각’을 출범시켰다. 서안과 가자로 갈려 팔레스타인에 2개의 정부가 들어선 게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즉각 팔레스타인 원조를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에 들어갔다.
■ 물도 일자리도 없는데 봉쇄는 지속
팔레스타인 메잔인권센터가 2023년 3월 펴낸 ‘2022년 가자지구 경제·사회·문화권 상황 보고서’를 보면, 봉쇄 16년째를 맞은 가자지구의 오늘을 엿볼 수 있다. 가자지구 주민은 가자 밖으로 나가려면 이스라엘 쪽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22년 도보로 이스라엘 출입이 가능한 에레츠 검문소 쪽에 출입신청을 한 가자지구 노동자 건수는 모두 7만9602건이다. 이 가운데 65.8%가 불허됐다. 가자지구의 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이른바 ‘이중용도 품목’이란 명목으로 생산활동에 쓰이는 원자재·기계류·장비·부품 등의 반입도 엄격히 통제된다. 2022년 가자지구에서 운영되는 공장 40곳에서 기계류·장비·부품·원자재의 반입을 신청했다. 단 한 곳도 허가받지 못했다. 제조업자와 공장 운영자 등이 신청한 600건의 출입신청도 불허 처분을 받았다.
해상 봉쇄도 지속됐다. 이스라엘 해군은 팔레스타인 어민을 향해 474차례 총기를 사용해 23명이 다쳤다. 또 어린이 8명을 포함해 64명을 임의 체포했으며, 어선 23척을 압류했고 10차례 어업용 장비를 파손했다.
만성적인 마실 물 부족 사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수원지에서 나온 물 96.2%는 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밖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전력난도 심각하다. 가자지구에서 한 해 필요한 전력량은 420㎿인데, 자체 조달 가능한 양은 189㎿가 고작이다. 필요량의 절반이 넘는 237㎿가 부족해 역시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통해 추가 공급받아야 한다.
봉쇄 이후 물도, 전기도, 식량도, 의약품도 이스라엘이 손에 쥐고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가 됐다. 봉쇄된 가자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 됐다.
이스라엘은 봉쇄된 가자를 툭하면 때려댔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점령지인권정보센터’(베첼렘)의 자료를 보면, 2008년 12월27일부터 해를 넘겨 22일간 이어진 작전명 ‘케스트 리드’로 가자 주민 1391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759명은 민간인이며, 318명은 18살 이하다.
이후에도 △필라 오브 디펜스(2012년 11월, 167명 사망) △프로텍티브 엣지(2014년 7월8일, 2203명 사망) △가디언 오브 더 월(2021년 5월10일, 232명 사망) △브레이킹 돈(2022년 8월5일, 33명 사망) 등 대규모 군사작전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무한 폭력의 독트린, 혹은 국가테러주의
‘다히아 독트린’이라 한다.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합참의장이 고안한 ‘비대칭적 군사전략’이다. 적대세력의 민간용 사회기반시설을 파괴하는 압도적 무력을 행사해, 그들의 전투요원들이 이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2006년 레바논의 무장 정치단체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일 때 이스라엘군이 초토화한 베이루트 인근 다히아 지역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력망과 상하수도를 비롯한 가자지구의 기반시설은 지난 16년 동안 초토화됐다.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특별보고관(2008~2014년)을 지낸 리처드 포크 미국 프린스턴대학 명예교수(국제법)는 “무한 폭력의 독트린은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 바로 국가테러주의”라고 짚은 바 있다.
이스라엘은 또다시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발표했다. 식량과 마실 물, 연료와 전기 공급이 차단됐다. 가자지구 유일의 발전소는 연료를 다 소진한 채 10월11일 운영을 멈췄다. 가자지구 병원들은 자체 발전기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 등 구호단체의 설명을 종합하면, 하루이틀이면 연료가 동나 전기가 끊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해 가자지구를 포위하고 지상군 투입 태세를 벼르고 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하마스를 끝장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특별보고관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2023년은 나크바 75주년이 아니다. 나크바는 75년째 지속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13127.html
[세계의 창] 진짜 경계선은 이-팔 사이에 있지 않다 (한겨레, 슬라보이 지제크 I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경희대 ES 교수, 번역 김박수연, 2023-10-22 18:59)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저지른 야만적인 공격은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비난받아야 한다. 이 전제 아래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이 공격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하는 일이다.
먼저 대다수 팔레스타인인의 삶이 절대적인 절망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과거 자주 있었던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살 공격을 생각해 보자. 평범한 팔레스타인인이 자신도 죽을 것을 알면서도 유대인에게 접근해 칼로 찌른 뒤 자신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그들은 어떤 조직을 배후로 두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해방!’ 같은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그것은 정치적 기획이 아니라 그저 완벽한 절망 상태에서 나온 행위였다.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가 집권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그는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영토의 합병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들과 연합해 새 정부를 구성했고, 극우적 인물들로 내각을 채웠다. 네타냐후 정권의 이스라엘은 사실상 신정국가다. 이 정부의 첫번째 원칙은 “유대 민족은 이스라엘 땅의 모든 지역에 대해 배타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갖는다. 이스라엘 정부는 갈릴리, 네게브, 골란고원, 유대와 사마리아 등 이스라엘의 모든 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촉진하고 발전시킬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이렇게 공식적으로 배제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거부한다고 팔레스타인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하마스 공격은 이스라엘이 그간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부 장악 시도로 깊은 내부 갈등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과 관련해 읽어야 한다. 지난 몇개월 이스라엘은 네타냐후의 사법부 장악 시도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이들 사이의 충돌로 심각한 분열로 치달았다. 그러던 중 하마스 공격이 일어났다. 분열은 종료되었고, 대신 국가 통합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부 분열이 외부로부터의 공통의 적이 출현해 갑자기 극복되는 익숙한 상황.
이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이스라엘이 반유대주의에 비판적이면서 협상 의지가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스라엘 극우파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두 반유대주의자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인이 다 광신적 국가주의자가 아니듯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극심한 절망과 혼란에 빠져 있고 이런 상황이 악한 일들이 발생하는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면, 자신의 땅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과 과거 비슷한 역사를 겪은 유대인들이 기묘하게 닮았다는 사실도 볼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불리지만, 1940년대에는 팔레스타인에서 영국군에 저항하던 유대인들이 그렇게 불렸다.
누가 테러리스트인지 논쟁이 있지만, 그 뒤에는 지난 수십년 림보 상태에 갇힌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있다. 그들이 사는 땅은 ‘이스라엘 점령지’, ‘서안지구’, ‘유대와 사마리아’인가, 또는 139개국이 인정하고 유엔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국가인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유대인만이 시민인 ‘정상’ 국가를 세우는 것을 방해하는 임시 정착민이자 걸림돌로만 취급해 왔다. 이스라엘은 한번도 그들에게 손을 내민 적이 없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강경파는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는 경계선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강경파 사이에 그을 게 아니라, 두 극단 세력들과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믿는 이들 사이에 그어야 한다. 우리는 두 극단 세력과 협상해선 안 되며, 대신 반유대주의와 싸우면서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이상적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두 투쟁은 동일한 투쟁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자신을 테러에서 방어할 권리를 무조건 지지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점령지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처한 절망적 상황에 무조건 공감해야 한다. 두 입장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 생각이 문제의 해결을 사실상 막는 일일 것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10222032015
팔레스타인을 위하여 (경향, 채효정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2023.10.22 20:32)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이 땅의 비극과도 닿아 있다. 강대국 간의 전후 협상이 비극의 씨앗이 되고, 전쟁이 끝났을 때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던 곳.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언한 해는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분단 상태로 각각의 정부가 수립된 해다. 이 땅의 일제강점기는 36년이었지만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제 점령은 올해로 75년에 이른다. 만약 이 땅의 식민지 역사가 그때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시키는 대로 복종하면서, 때리면 맞고 죽이면 죽임당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전쟁에 대한 기사와 댓글은 압도적으로 이스라엘 편이다. 무장독립운동은 점령국의 입장에선 언제나 폭동이고 테러로 규정되는데,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테러리스트라 부르는 일본 우익에 대해선 식민지 민중의 입장에서 분노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점령국이 아닌 약소국의 입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선 점령국의 입장에 선다.
‘이제 하마스는 끝났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없앨 명분을 잡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불쌍하게 됐다….’ 가장 선량한 사람들의 태도라 할 만한 동정심도 여기에 머문다. ‘먼저 공격했기 때문에’가 지금 일어나는 보복학살의 명분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전쟁은 하마스의 기습에 의해 개전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이스라엘 군대와 민병대에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은 230명에 이른다. 2022년 한 해 희생자는 204명이었다. 하마스의 작전 직전인 올해 6월15일부터 9월15일까지 3개월 동안 팔레스타인 부상자는 2830명이고, 1504명이 체포당했으며, 68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75년 동안 겪어온 고난은 극단에 달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누가 시작했는가’가 아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 아랍병원에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에 촬영된 영상이다. 어린이들이 동그랗게 손에 손을 잡고 서서 노래를 부르며 함께 웃는 모습. 어른들은 종종 어린이들을 이 병원 안마당으로 데리고 왔다. 어린이들이 공습에 겁에 질려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놀고 난 후에는 함께 마당을 청소하기도 했다. 자신의 삶터를 돌보고 가꾸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거기 있었던 사람들은 지금은 없다. 가장 많이 울었지만 나는 비로소 전쟁에서 죽음만이 아니라 삶도 보게 되었다. 주검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지켜왔는지를 영상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어야 할 것은 그것이 누구의 폭탄인가가 아니라 그곳에 어떤 삶이 있었는가라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도 삶이 있다. 내일 결혼할 부부가 있고, 오늘 태어난 아이가 있으며, 선생님이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교가 있고, 친구들과 놀고 싶은 아이들이 있다. 죽지 않고 살기를 원하고,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그곳에서 살아내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생지옥’이라 묘사하는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서로를 돌보며 최후까지 존엄을 지키는 인간의 모습을 나는 팔레스타인에서 본다. 무엇에서 시작되었든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은 명백한 집단학살이고 인종청소다.
우리의 침묵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감행할 용기를 준다. 전쟁은 전쟁 수행자만이 아니라 전쟁을 바라보는 사람의 존엄과 인간성도 파괴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우리는 무력감과 자기혐오에 빠진다. 그러니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시작하자. 전쟁에 반대한다. 학살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https://www.naeil.com/news_view/?su=Y&id_art=477105
[내일시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평화의 길 (내일신문, 장병호 외교통일팀장, 2023-10-23 11:26:09)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며 연일 공습을 확대하고 있다. 민간인 피해도 급증해 22일 현재 양측이 밝힌 희생자는 이스라엘 1400명, 가자지구 4600명을 넘었다. 이중 상당수는 어린아이들이다.
헤즈볼라와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자 진입시 '또 다른 전선이 열릴 것'이라며 개입의지를 밝혔다. 미국은 항공모함 2개 전단을 배치해 헤즈볼라 등의 참전을 억제하고 있지만, 가자 진입 이후에도 억지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웠다고 하던가. 가자지구를 둘러싼 위기가 심화되며 이 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진척을 보이지 않던 '두 국가 해법'이 다시 등장했다.
'두 국가 해법' 무산시킨 네타냐후와 하마스의 적대적 공존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이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각각 별도의 국가로 공존하자는 구상이다. 이스라엘이 건립된 만큼 가자와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두 국가 해법은 1993년 미국 중재 아래 이스라엘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아라파트 의장이 오슬로협정을 맺고, 서로를 인정하고 팔레스타인 국가건설을 통한 공존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오슬로협정은 팔레스타인 국가건설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슬로협정 좌초는 난민 귀환, 국경 획정, 정착촌 문제, 동예루살렘 영유권 등 핵심쟁점에 합의가 어려웠던 점도 있지만 이스라엘 극우파인 네타냐후와 팔레스타인 극단세력인 하마스 책임도 크다. 1995년 라빈 총리가 광신자에 의해 피살된 후 평화협상은 지지부진해졌다. 극우파 네타냐후는 이듬해 총선에서 오슬로협정 반대를 내걸고 승리하자, 평화공존을 걷어차고 정착촌 건설 등 팔레스타인인 추방정책을 추진했다. 이스라엘 존재를 부정하는 반시온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하마스도 자살폭탄테러 등 극단적 저항으로 오슬로협정 무산을 가속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슬로협정 불씨를 되살린 것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이다. 하마스의 잔인한 이스라엘인 살육과 네타냐후 극우정부의 극단적인 가자지구 봉쇄와 보복전이 벌어지자 전세계가 나서 평화정착을 외치기 시작했다.
두 국가 해법을 가장 먼저 언급한 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다. 푸틴은 하마스침공 4일 후인 11일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팔레스타인은 독립해야 한다"며 즉각적 휴전과 협상을 주장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두 국가 해법을 거론했다. 바이든은 15일 CBS에 출연해 "하마스가 완전히 제거돼야 하지만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이 필요하다"며 "두 국가 해법은 수십년간 미국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19일 이집트 총리와 만나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하는 게 급선무"라며 두 국가 방안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밝혔다. 인도 외무부는 12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국제인도법 준수와 팔레스타인 국가를 향한 협상을 촉구했다.
아프리카연합과 아랍국가연맹은 15일 공동성명에서 '가자지구에서 적대행위 즉각 중단'과 '두 국가 비전에 기초한 정치적 해결책이 이 지역 평화와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21일 이집트 평화회의에서 많은 나라가 평화정착을 외치지만 이스라엘의 불참과 미국의 침묵으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스라엘 3단계 군사작전, 문제 해결보다 상황만 악화시킬 우려
이스라엘 갈란트 국방장관은 20일 의회 보고에서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3단계라고 밝혔다. 공습을 통한 군사인프라 파괴→가자 진입을 통한 하마스 파괴→하마스를 대신할 새통치기구 수립이 그것이다. 공습을 통한 군사인프라 파괴는 하마스가 민간시설과 연계해 활동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민간인 피해를 낳고 있다. 또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500km 땅굴을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단기간에 이를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하마스 파괴도 마찬가지다. 설령 하마스를 대부분 파괴해도 현 적대정책이 이어지는 한 제2, 제3의 하마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자지구 통치권 교체도 매우 어렵고, 아랍 각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내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문제 해결보다 상황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얼마나 많은 희생이 더 이어져야 두 국가 해법이 실현될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113320.html
팔레스타인 분쟁을 가자에 가두는 ‘잔디 깎기’ 전략의 붕괴 (한겨레, 정의길 선임기자, 2023-10-24 05:00)
정의길의 세계만사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102310022911216
가자지구 문제의 근원, '이스라엘은 유대인 국가여야만 한다'는 이념 (프레시안,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2023.10.25. 06:36:25)
[장석준 칼럼] 탈시오니즘화 없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사슬 풀 수 없어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13678.html
[세상읽기]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수 없다는 당신에게 (한겨레, 김정희원|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2023-10-26 07:00)
참혹한 소식이 이어지던 어느 늦은 밤, 절친한 활동가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꽤 긴급한 모양이었다.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하마스 때문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냐는 질문이었다. “이스라엘도 나쁘지만 팔레스타인도 나쁘다”는 양비론을 마주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치 앞에서는 둘 다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 사태가 깨끗한 진공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런 의견도 일리 있을지 모른다. 나는 이스라엘이 살해한 민간인 수가 월등하게 더 많다는 사실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접근이 어려워 가짜 뉴스가 난무하니 하마스의 잔혹행위가 사실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억눌린 민족을 대변해 식민권력에 맞서는 하마스의 폭력은 무조건 정당하다고 외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은 정당하지 않다. 그리고 새로운 하마스의 출현을 막아낼 유일한 길은 바로 팔레스타인의 해방이다. 우리는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바로 지금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말해야 한다.
1948년 땅을 빼앗긴 채 강제 이주를 당한 이후로 가자지구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얼마 전 가자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겨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단 병원들이 자체 발전기를 돌릴 수 있겠지만 그 연료도 며칠 뒤면 바닥난다고. 가자지구 전체가 암흑에 빠져 이제는 모든 민간인의 생존이 위태롭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우리는 왜 묻지 않을까. 전시 상황에 물, 가스, 전기가 없는 것은 당연해서? 전쟁 중에 발전소를 돌릴 수는 없을 테니까?
지상전이 전개되기도 전에 왜 발전소가 멈추는가. 그것은 애초에 연료 공급도, 전기 공급도 이스라엘 마음먹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기 공급의 3분의 2는 이스라엘이 통제하며, 나머지 3분의 1을 담당하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는 주기적으로 이스라엘이 폭격한다. 그래서 가자지구의 사람들은 24시간 전기를 쓸 수 있었던 날이 없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일평균 7시간, 2019년 일평균 12시간 동안 전기를 쓸 수 있었다. 그나마 올해에는 전쟁 전까지 하루 13시간이나 전기가 공급되었으니 다행이라고 말할 것인가? 물론 이스라엘은 발전소에서 사용할 연료를 포함해 다른 물자의 공급도 마음껏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자지구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 최소한의 의식주도, 이동의 자유도, 언어와 문화를 지킬 자유도, 직업 선택의 자유도,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자유도. 당신은 이런 삶을 수십년간 버틸 수 있겠는가? 오늘 태어난 내 아이가 기약 없이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면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식민 통치자의 변덕과 보복에 좌지우지되는 삶은 어떤 삶인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비상사태에 태어나, 평생을 비상사태로 살다가, 그렇게 비상사태를 맞아 죽는다. 이렇게 지옥이 일상이 되고, 위기가 영원이 되는 데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강자의 편에 서는 자들의 공모, 그것만 있으면 된다.
한때 우리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지 묻지 않았던가. 마치 봄이 오듯 저절로 해방이 오지 않으며, 식민권력이 선의로 계획을 바꿀 리 없다. 세계의 권력자들과 결탁한 이스라엘은 더욱 그렇다. 그러니 팔레스타인은 맞서 싸워야 하고, 우리는 모두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운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이 끝없는 폭력을 종식시키고 세계 여론의 지형도를 바꿔낼 것은 우리의 연대뿐이다.
어차피 죽은 목숨으로 살고 있는 세계에서 팔레스타인은 저항할 수밖에 없다.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 채 평화의 이름으로 부당한 강요를 받느니, 차라리 피지배자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배자와 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절박한 투쟁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하마스를 핑계로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회피하지는 말자. 비폭력은 팔레스타인에 강요해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비폭력의 세계를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억압받는 이들의 해방이므로, 이제 함께 외치자.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386
가자지구 통신 차단 “뉴스의 정전” “이스라엘 잔학행위 은폐”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3.10.29 15:38)
공습으로 전화·인터넷 전면 차단, 언론인보호위원회 입장문
미·이스라엘, 현장 보도 압박·사상자 통계 부인도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14028.html
“이-팔 휴전을” 유엔 압도적 결의…세계 곳곳 ‘공격 중단’ 촉구도 (한겨레, 박병수 선임기자, 2023-10-29 13:23)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102916011863557
가자 사망 7700명 넘어서며 미·영서도 "공격 중단" 거센 시위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 2023.10.29. 16:10:00)
에르도안, 튀르키예 수십만 규모 집회서 "이스라엘은 전범"…유엔 총회, 인도주의적 휴전 촉구 결의안 채택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14201.html
“바이든, 지적 파산선언”…21세기 최악 ‘인종학살’ 앞에서 (한겨레21, 정인환 기자, 2023-10-30 16:49)
[한겨레21] 2023 가자의 참극
미 대외원조 최대 수혜국 이스라엘 추가지원
군사원조 총괄 국무부 정치군사국 과장 사표
“안보도 평화도 실패한 정책, 실수 가담 않겠다”
“나크바 테러조직 요원 수십명과 하마스 방공망 책임자를 무력화했다.”(2023년 10월14일)
“니림 키부츠 학살 책임자인 나크바 테러조직 사령관을 무력화했다.”(10월15일)
“하마스 무장요원 2명을 추가로 무력화했다.”(10월18일)
“테러 목표물 수백 곳을 타격하고, 10월7일 학살에 가담한 하마스 무장요원을 무력화했다.”(10월20일)
“하마스 포병부대 부사령관 무함마드 카트마시를 무력화했다.”(10월22일)
이스라엘 국방부가 연일 보도자료를 쏟아낸다. ‘빛나는 전공’을 뽐낸다. ‘무력화’(또는 중성화)는 죽음을 뜻하는 전쟁용어다. 전투 도중 민간인이 죽거나 다치는 건 대수롭지 않게 ‘부수적 피해’로 부른다. 10월25일엔 더욱 생경한 용어가 등장했다. 이스라엘군 쪽은 이날 자료를 내어 하마스의 해군 부대장을 지냈고 무기 제조 관련 활동을 해온 하마스 북부 칸유니스 대대장인 타이시르 무바셰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2001년 9·11 동시테러 이후 미국이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일 때 횡행했던 “가장 좋은 테러범은 죽은 테러범”이란 말이 떠오른다.
■ ‘하마스 궤멸’ 뒤 새로운 체제 구축하겠다는 이스라엘
10월7일 개전 직후부터 이스라엘군은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해 가자지구를 에워싸고 지상군 병력 투입을 준비했다. 10월26일엔 “다음 단계 전투 준비 차원에서 (전날 밤) 가자지구 북부에 탱크와 보병부대를 투입해 타격을 가한 뒤 철수했다”고 밝혔다.
인질의 안전을 우려한 미국의 만류로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이 미뤄진다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대규모 공습으로 가자지구를 초토화한 뒤 진입해야 병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이 커 보인다. 이스라엘 군당국의 지상군 투입은 “시점의 문제일 뿐”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10월20일 의회(크네세트)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상군 병력 투입 등 향후 가자지구 공세와 관련해 취해질 조치를 3단계로 나눠 자세히 밝혔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갈란트 장관의 말을 따 “이번 전쟁의 목표에 군사 및 국정운영 능력을 파괴함으로써 하마스를 궤멸하는 것이 포함됐다. 하마스 궤멸 이후 최종 목적은 가자지구에서 ‘새로운 안보체제’를 구축해, 이스라엘이 향후 가자지구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우리는 현재 전쟁의 1단계에 있다. 공습을 포함한 군사작전이 진행 중이며, 향후 하마스를 패퇴시키기 위해 지상군 병력을 투입해 무장요원을 사살하고 인프라를 파괴할 것이다. 2단계에 들어서면 전투는 지속되겠지만, 산발적인 저항을 무력화하는 저강도 전투가 될 것이다. 3단계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일상생활 유지에 이스라엘의 책임을 없애기 위한 새 안보체제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자지구 인근 거주자를 포함한 이스라엘 시민이 새로운 안보 현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갈란트 장관이 언급한 ‘새 안보체제’는 하마스 제거 뒤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장악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쪽에 가자지구의 모든 책임을 이관하는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자치정부 쪽이 가자지구의 민심을 달랠지는 미지수다. 실제 2006년 1월 실시된 자치의회 선거에서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얻은 민심을 발판 삼아 자치정부를 대표하는 정당인 파타를 압도적 표차로 누른 바 있다.
그해 6월15일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국의 중동 민주화 촉진 정책: 이슬람주의자 딜레마’란 제목의 보고서를 펴내고, “이라크에서 시아파 이슬람주의 정당이 부상하고 팔레스타인에선 ‘근본주의 세력’인 하마스가 자치정부를 장악했다. 미국이 중동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강조하다 의도치 않게 강경 이슬람 세력을 강화한 꼴이 됐다”고 짚었다.
당시 ‘반하마스 연대’에 나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등에 업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쪽은 하마스에 정권을 순순히 넘기지 않았다. 결국 1년여 뒤 하마스는 무력을 동원해 가자지구에서 자치정부를 몰아내고 집권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빌미로 가자지구 봉쇄에 나섰다.
하마스 제거 뒤 자치정부 쪽에 가자지구를 넘긴다면, 이스라엘은 17년째 이어온 봉쇄를 풀까? 자치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 속에 하마스 잔존 세력이 저항에 나선다면, 지금보다 훨씬 극단적인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 “하마스 무장능력, 이스라엘에 아무런 군사 위협 안 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면전의 상대가 될까?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2023년 세계군사연감>을 보면, 이스라엘은 현역 병력 16만6500명과 언제든 동원 가능한 예비군 병력 46만5천 명을 갖추고 있다. 육군은 탱크 2200대와 야포 530문을 보유했고, 공군은 F-35 전투기 30대와 F-15 전투기 83대, 아파치 공격용 헬기를 포함한 헬기 142대를 보유하고 있다. 해군은 잠수함 5척과 함정 49척을 운용 중이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받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2년 이스라엘의 국방예산 규모를 234억달러로 추산했다. 2018~2022년 5년간 1인당 평균 국방예산은 미국(2101달러)보다 많은 2535달러로, 카타르(3379달러)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하마스는 어떤가? IISS는 하마스가 1991년 산하 무장조직으로 창설한 알카삼 여단 소속 병력을 1만5천 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미국 쪽에선 3만~4만 명 규모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유한 무기류는 게릴라전에나 어울릴 수준이다. 대전차유도미사일과 휴대용대공미사일 등을 갖췄고, 사거리 10㎞에서 250㎞에 이르는 다양한 로켓을 보유한 정도가 고작이다. 미 정보당국은 “하마스의 무장능력은 이스라엘에 아무런 재래식 군사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군사지원을 즉각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월23일치에서 “미국은 군사고문단과 최첨단 방공시스템을 이미 이스라엘로 보냈다”며 “파견된 군사고문단에는 이라크 팔루자 등지에서 극단적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운 경험이 있는 제임스 글린 미 해병대 중장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어 “군사고문단이 실전에 가담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뒤 벌어질) 도심 전투에 대한 조언과 민간인 피해 경감 방안 등을 전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바삐 움직였다. 그는 10월20일 밤 ‘하마스 테러리스트의 이스라엘 공격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지속하는 야만적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란 제목으로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하마스와 러시아를 ‘같은 편’으로 치부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143억달러)과 우크라이나(614억달러)에 대한 막대한 추가 군사지원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의회조사국(CRS)이 3월1일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이스라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최대 대외원조 수혜국이다. 1946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은 이스라엘에 △군사부문 1144억달러 △경제부문 343억달러 △미사일방어 부문 99억달러 등 모두 1586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자금을 지원했다.
2020년 이후 경제원조는 중단된 상태지만, 2021년 이후 3년 연속 연간 33억달러씩 군사원조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미사일방어 관련 예산은 별도로 총 25억달러를 지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쪽에 전투기(F-35)·공중급유기(KC-46A)·수송용 헬기(CH-53K) 등 각종 무기를 공급하는 한편, 첨단 군사기술 이전에도 적극적으로 공들였다.
이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2021년에만 모두 113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수출한 방위산업 강국으로 떠올랐다. 가자의 참극 속에 추가 지원마저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 내부에서 ‘자성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미국 내 자성론…“수십년 해온 실수 다시 반복”
“분명히 밝혀둔다.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은 그저 끔찍한 정도가 아니라, 끔찍한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 이란과 연계된 (레바논 무장 정치세력) 헤즈볼라나 이란이 직접 개입한다면 작금의 비극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음도 잘 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과 그에 대한 미국의 지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점령 정책 유지를 지지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주민들의 고통을 더욱 심화할 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슈아 폴 전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국(PM) 과장은 10월18일 공개한 ‘사직의 변’에서 이렇게 썼다. 미 국무부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실에 딸린 정치군사국은 의회 및 여론 대응과 함께 수천억달러 규모의 대외 군사원조 및 군수지원 업무를 총괄한다. 2012년 4월부터 11년을 넘겨 일했던 자리에서 폴 전 과장이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한 이유는 뭘까? 그는 이렇게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미 의회의 대응은 확증편향에 따른 즉흥적인 반응일 뿐이다. 정치적 편의에 따른 행태이자, 지적 파산 선언이며, 관료적 관성에 따른 것이다. 대단히 실망스러운 한편,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평화를 위한 안보’란 이름으로 한 치의 변화 없이 수십 년 이어온 정책은 안보도 평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한쪽에 대한 맹목적 지원은 장기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주민들에게 파괴적 효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해온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게 두렵다. 더는 그 실수에 가담하기를 거부한다.”
이른바 ‘평화를 위한 안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란 두 국가 건설을 뼈대로 한 오슬로협정(1993년) 체결 뒤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지원을 지속한 기본 전제다. 곧 미국의 막대한 군사지원으로 이스라엘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에 필요한 양보 조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리라는 계산이다.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폴 전 과장은 10월23일치 <워싱턴포스트>에 따로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이 제공한 무기는 이스라엘을 평화로 이끌지 못했다. 되레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유대 정착촌 건설을 강화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에선 지속적인 폭격으로 사망자가 빈발하고, 주민들은 만성적인 트라우마 속에 살아가면서 이스라엘 안전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
■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희생자 규모 넘어서
2023년 10월25일 오후 6시(현지시각) 현재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6547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68%가 어린이와 여성이다. 부상자는 1만7439명으로 집계됐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사상자 통계와 별개로 어린이 900명을 포함해 모두 1600명이 실종된 상태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갇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내놓은 최신 자료를 보면, 10월24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에만 어린이 344명을 포함해 모두 756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월7일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시작된 지 19일 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OCHA 쪽은 전날 내놓은 자료에서도 “10월23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에만 어린이 305명을 포함해 모두 704명이 목숨을 잃었다. 개전 이래 하루 사망자 최고치”라고 밝혔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10월26일 “가자지구에서 숨지고 실종된 이들의 규모가 (1992~1995년 발칸반도를 피로 물들였던 보스니아 내전 참극을 상징하는)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의 희생자 규모를 넘어섰다”고 짚었다. 1995년 7월11일 세르비아계 민병대가 보스니아계 무슬림 남성 약 8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인종학살’이었다. 가자에서, 참혹한 죽음의 기록이 매일 깨지고 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10302038015
정의가 시작될 자리 (경향,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23.10.30 20:38)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 언제나 비슷한 구도다. 이스라엘 정부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또는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고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군사작전과 방화로 집을 빼앗기고 쫓겨난다. 도시에서 한두 사람이 총격을 당하는 일은 일상이다. 일자리는 불안정하고 물과 전기는 언제나 부족하다. 조직되거나 조직되지 않은 저항이 이어진다. 돌을 던지거나 행진을 하거나 무장하여 일어난다. 이스라엘 군대의 집중 공격이 시작된다. 병원과 학교가 포격을 당하고 가족과 이웃이 죽임을 당한다. 유엔이 제지하기 위해 나선다.
유엔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권리를 보장하라거나 불법 점령한 땅을 반환하라고 지속적으로 말해왔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분리장벽이 위법하므로 철거하라 했고, 국제형사재판소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조사를 시작했다. 아주 느리게 이스라엘의 불법성을 확인해온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이스라엘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연되어온 과정에 가깝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정지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세계는 이스라엘 정부의 인종학살을 승인 중인 셈이다.
미국이 늘 앞장서 정의를 지연시킨다. 얼마 전 유엔 긴급총회가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때에도 미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올해 초 서안지구 불법 정착촌 건설을 규탄하는 결의안에도 반대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도 대체로 미국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일의 역사적 맥락을 모르기 때문이기보다, 이스라엘의 불법성에 대한 그들 자신의 책임을 모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유엔 권고를 무시하는 상황은 방치된다. 가자지구를 반환하라는 결정에 이스라엘은 세상에서 가장 집요한 봉쇄로 응답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신을 향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지목하며 국제사회의 지속된 요구를 거부한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방어할 권리를 가진다며 거들고 나선다.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기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지독한 전도다. 지그문트 바우만(<현대성과 홀로코스트>)은 홀로코스트를 문명으로부터의 일탈로 이해하는 것에 반대하며, ‘독일을 유대인 없는 곳으로 만들자’는 나치의 목표를 실현시킨 것은 광기와 폭력이 아니라 현대(성)라는 문명 자체임을 강조했다. 이 기억을 “자국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부당한 행위에 대한 선지급금”으로 삼고 “어제의 고통에 복수하면서 내일의 고통을 예방하고 있다는 확신”을 조직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유대인인 그는 홀로코스트의 가장 큰 저주로 느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 축출’을 ‘유대인 정착’으로 부르고, 특정한 무감각과 고유한 사명감을 고취시키며 자국의 시민들을 마비시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자결권을 보장하는 질서를 만들지 못했고 이스라엘 정부의 인종주의 범죄가 허용되는 질서에 가담하고 있다. 75년에 걸쳐 팔레스타인 땅이 팔레스타인인 없는 곳으로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문명이라면, 더 늦기 전에 기원으로 돌아가 정의를 세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달 시작된 유례없는 규모의 폭격을 보며 나는 어느 때보다 입을 떼기 어려웠다.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을 옹호하는 말은 어렵지 않았다. 그게 익숙해서, 팔레스타인 민중의 편에 서 있다고 착각한 내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수십명이 사망하는 공습은 뉴스도 안 되는 세계가, 나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쳐다보는 방관자들과 함께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어떻게 당하는지를 알았을 뿐 그들이 무엇을 해내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매일 ‘마지막 날’을 살고 있다”는 그들이 하루하루 만들어내는 삶, 그것이 정의가 시작될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지켜야 한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1101_0002505373&cID=10101&pID=10100
이스라엘, 가자지구 난민촌 공습…수백명 사상(영상) (서울=뉴시스, 현성용 기자, 2023.11.01 16:18:45)
난민촌에 거대한 분화구…맨손 구조작업
"국제법 위반" 인접국 등 국제사회 비판
미국 "인도적 일시 교전 중단 필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117330001353?did=NA
"하마스 사냥한다"며 빵 사려고 줄 선 난민들에 폭격..."전쟁 사망자 1만명 돌파" (한국일보, 이유진 조아름 기자, 2023.11.01 19:55)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에 이스라엘 미사일
"예상 못한 생지옥"...어린이 등 수백 사상
IDF "민간인 떠나라 사전 공지했다" 발뺌
안보리 논의 다음날 또 폭격...국제사회 '분노'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11061651001
가자지구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경향, 최서은 기자, 2023.11.06 16:51)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오는 7일(현지시간)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양측 사망자 수가 만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공습과 봉쇄라는 이중고를 겪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사상 최악의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7일 하마스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최소 9770명이 사망했고, 2만480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지난 15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전체 사망자 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 수가 4000명을 넘어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실종자 수도 2000여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포위 공격을 이어나가고 있다.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난민촌, 학교, 병원, 구급차, 교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습이 이어졌다. 국제법에 따라 의료시설과 학교 등은 보호받아야 한다. 유엔은 매일 이스라엘측에 주민 보호 시설의 좌표를 알리고 있는데도 공격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무차별적 폭격이 가해지면서 병원에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넘쳐나고, 땅에는 시신이 묻힐 묘지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공습의 잔해에서 시체를 끌어내고, 식량과 깨끗한 물을 찾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가자시티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한 주민은 “당신이 감옥에 있고, 교도관들이 높은 탑에서 사람들을 겨냥해 한 명씩 죽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면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가자지구에는 남은 것이 없다. 식량, 물, 의약품, 전기, 연료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부족하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를 “전례 없는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의 식량 공급이 위험한 수준에 처했다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확대해 줄 것을 긴급 호소했다.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은 “지금 가자지구의 부모들은 오늘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일 수 있을지, 내일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면서 “불과 몇 미터 거리에 있는 국경 너머에 서 있는 사람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인터넷과 통신도 두절됐다. 팔레스타인 통신업체 팔텔은 네트워크가 부서져 가자지구 전역의 모든 통신망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고 공지했고, UNRWA 역시 “가자지구 내 UNRWA 팀원 대다수와 통신이 끊긴 상태”라고 5일 전했다. 통신이 끊긴다는 것은 가자지구에 사는 주민들이 외부와 전혀 소통할 수 없고, 현지 의료시설 등에 긴급 구급 요청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양은 너무 적고, 이 역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라파 국경을 통한 구호품 지원이 허용된 후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구호품은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가자지구의 구호품 수요를 충족시키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구호품 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국경 인근에서 대기 중인 구호품 반입을 승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일부 목격자들과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 사이에서는 구호품 반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게다가 가자지구의 많은 거리가 포격으로 파괴되고 건물 잔해들로 뒤덮여 운송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적신월사 측은 가자지구 북부 지역이 공습으로 심각하게 파괴돼 구호품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제 연료는 거의 고갈 단계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가자지구에 연료 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주요 병원의 발전기 가동이 중단됐고, 일부 병원과 구호 단체들은 연료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다. 이스라엘군은 본격적인 지상 작전을 시작하면서 가자지구 북부 깊숙이 진입하고 있으며, 최근 민간인 밀집 지역인 자발리야 난민촌을 공습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에게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남아있다. 중환자들은 애초에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일 뿐 아니라, 무차별적 폭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고지조차 없는 남부로 이동한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에 현재 최대 40만명이 남아있다.
이스라엘군은 5일 “가자지구가 ‘북(北)가자’와 ‘남(南)가자’로 쪼개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앞서 4일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면서 3시간 동안 고속도로 통행을 일시적으로 허용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동 와중에도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움직이는 것조차 겁을 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유엔 주요 기관 18곳의 수장들은 6일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쟁 30일이 지났다. 이 정도면 됐다”며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 이제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가자지구에서 많은 민간인이 끔찍하게 살해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가자지구에 더 많은 원조와 연료를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가자지구 전쟁 한달, 가자지구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건물도, 생명도, 희망도.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11062026005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탈지구화’의 시대 (경향,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2023.11.06 20:26)
지구화는 반드시 지구 차원의 평화 체제와 함께 가게 되어 있다
강대국들끼리 갈등이 자주 터진다면, 지구화가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스라엘 - 하마스 전쟁을 기점으로 어쩌면
예민하고 복잡한 전쟁이 곳곳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힘 잃은 지구화는 ‘탈지구화’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지구화는 돌이킬 수 없이 상처를 입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11072158005
[사이월드] 갇혀버린 봄 ‘가자 지구’…앗긴 삶은 다시 피지 않았다 (경향, 노정연 기자, 2023.11.07 21:58)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16년
2007년부터 시작된 봉쇄와 반복되는 전쟁…물도 전기도 일자리도 사라져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다음 전쟁을 겪어야 한다는 것일 뿐…“죽게 된다면, 죽겠다”
‘지상 최대 감옥’ 만든 이스라엘, 전쟁 뒤엔 재점령 뜻…끝 모를 비극 예고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 살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바질 아부 사다(35)는 폭격으로 초토화된 도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과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모든 것을 파괴했지만 사다 가족은 살기 위해 떠난다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한다.
사다의 증조부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인한 ‘나크바’(팔레스타인인 강제이주 조치) 당시 고향 땅을 뺏기고 자발리야로 쫓겨왔다. 자발리야는 가자지구 내에서 가장 큰 난민촌이 위치한 곳이다.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며 힘겹게 삶을 꾸려온 그의 가족에게 이번 전쟁은 ‘제2의 나크바’와도 같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대규모 폭격을 가하며 남쪽으로 떠나라고 대피령을 내렸다. 대피하지 않는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그러나 봉쇄된 가자지구 내 어디에도 피란처는 없다는 걸 사다와 가족들은 알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그는 친척 10명을 잃었다. 사다는 “이제 더 이상 상관하지 않는다”며 “죽게 된다면, 죽겠다”고 지난달 2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언제나 죽음은 삶보다 가까웠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봉쇄는 가자지구로부터 물도, 전기도, 일자리도 뺏어갔다. 전쟁은 4차례나 반복됐고,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곧 다음 전쟁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었다.
안전밸브 없는 가자지구는 결국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은 이스라엘이 16년간 지속해온 가자지구 봉쇄 정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준다. 장기간 이어온 압박과 봉쇄는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을 빈곤과 고립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으며, 이스라엘의 안보도 지켜내지 못했다.
고압전류 장벽으로 막힌 ‘지상 최대 감옥’
가자지구는 길이 25마일(약 40㎞), 너비 6마일(약 10㎞)의 좁은 땅이다. 세종시보다 작은 약 365㎢ 면적에 230만명가량이 살고 있다.
가자지구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높이 8m의 장벽으로 이스라엘과 분리돼 있다. 남쪽 이집트와의 국경선도 철제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바닷길 역시 이스라엘 해군이 봉쇄했다.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는 북쪽의 에레즈 검문소와 이집트 국경 라파 검문소뿐이지만 이곳을 지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체포된 전력이 있을 경우 통행증이 발급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지상에서 가장 큰 야외 감옥’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처음 장벽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바로 다음해부터였다. 이 사실이 보여주듯 오슬로 협정은 그저 선언에 그쳤을 뿐이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위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중동평화회담은 2000년 결국 결렬됐고, 그해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 아리엘 샤론이 무슬림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도발적으로 방문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2차 인티파다(봉기)가 시작됐다.
이후 가자지구의 삶은 또 한번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스라엘은 2001년 가자지구 경계선에 세워진 장벽 일대를 ‘접근금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장벽에서 300m 이내 농장을 전부 갈아엎어버렸다. 2014년 팔레스타인인권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이 파괴한 농장은 가자지구 전체 농토의 20%에 달했다. 접근금지구역에 가까이 가면 무자비한 총격이 가해졌다. 이스라엘군 몰래 올리브나무에 물을 주러 가던 농부들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은 2005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 따라 가자지구에 주둔하던 이스라엘군과 정착촌의 유대인들을 철수시켰지만,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무장 저항을 주장하는 하마스가 승리하자 이듬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다. 그리고 가자지구 주민 14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첫번째 가자전쟁 이후에는 장벽에서 1.5㎞ 떨어진 곳까지 접근금지구역을 확대했다.
가자 어민들이 해안가로부터 조업이 가능한 제한거리도 2006년 18㎞에서 2009년 6㎞로 줄였다. 이스라엘 해군이 제한선에 접근한 어선에 총을 쏘거나 어민을 납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물도 전기도 없다…한계 다다른 가자
농지도 뺏기고 바다도 뺏겼다. 영공과 해안선을 포함해 국경을 오고가는 모든 길이 막혔다. 팔레스타인 알메잔 인권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가자지구 노동자들이 에레즈 검문소에 출입 신청을 한 건수는 모두 7만9602건이었다. 가자지구 내에는 일자리가 없으니 이들이 먹고살려면 요르단강 서안지구나 이스라엘 내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신청 건수 가운데 65.8%는 불허됐다.
심지어 이스라엘 당국은 의료 인프라가 붕괴한 가자지구 내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의 이동까지 가로막았다. 2020년 가자지구에 사는 조마 알나자르는 간질을 앓고 있는 2개월 된 딸 주드를 이스라엘의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끝내 검문소 통과는 불허됐고, 주드는 결국 가자지구의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이렇게 출입허가를 받지 못해 숨진 환자들은 2022년에도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8명에 달한다.
가자지구의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유로메드인권모니터가 올해 1월 펴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실업률은 2005년 약 23.6%에서 2022년 약 47%로 증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인구의 60%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약 64%는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만성적인 물 부족과 전력난은 더욱 심화됐다. 2021년 기준 가자지구의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88ℓ로 세계 최저치인 100ℓ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알메잔 인권센터는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폭격과 봉쇄가 가자지구의 물 부족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수도관을 다시 지으려면 기계류와 콘크리트, 상하수도관 등이 필요하지만, 하마스가 군사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물품의 반입을 이스라엘군이 모두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에서 한 달 동안 필요한 전력량은 640㎿이지만 조달 가능한 양은 195㎿에 불과하다. 지역에 하나뿐인 발전소가 연료 부족으로 멈춰 서면 가자지구는 암흑에 휩싸인다. 가자지역 주민들은 하루 6~8시간 정도 전기를 공급받고 있었지만 이번 전쟁으로 지난달 11일 이 발전소마저 가동을 멈췄다.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는 ‘실패’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봉쇄만이 양측 국민을 보호하고 하마스를 궤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2007년부터 16년째 이어져온 봉쇄 전략이 실패로 끝났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인프라 자재의 반입까지 금지했지만, 하마스가 수천발의 로켓을 비축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하마스의 땅굴은 지난 16년 동안 더욱 길고 정교해졌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봉쇄 정책은 사실상 가자지구의 생존을 압박함으로써 주민들의 봉기를 통해 하마스 정부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전략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위험한 역설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극한의 압박은 가자의 분노를 기반으로 하마스의 힘만 키웠을 뿐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일명 ‘잔디깎이’ 전략도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잔디깎이는 한동안 하마스의 작은 도발을 지켜보다가 일정 수위를 넘는다 싶을 때 압도적인 공세를 퍼부은 뒤 당분간 평화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동안 웃자란 ‘하마스 잔디’를 성공적으로 깎아냈다고 자찬해왔지만 잔디는 매번 더욱 억세게 자라났고 잔디 깎는 비용과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전쟁 이후다. 가자지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말처럼 결코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미 실패로 끝난 봉쇄 정책을 되풀이할 수도 없다.
‘하마스 궤멸’을 외치며 가자 봉쇄와 공습을 진두지휘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의 안보는 이스라엘이 책임질 것”이라며 필요할 때까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체적인 안보책임을 지지 않았기에 이번 전쟁과 같은 ‘테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혹한 봉쇄 정책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을 고사시키려 했던 이스라엘이 책임지는 안보가 과연 이곳에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라파엘 코헨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부패한 하마스와 무능력한 팔레스타인 정부 외에 정치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은 잔디가 다시 자라는 것을 보기 위해 잔디를 깎는 반복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을 설립하는 방안, 유엔이 임시로 가자지구를 감독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전후 대책을 거론하고 있지만, 가자 주민들의 정치적 선택권이 배제된 상태에서 불안의 씨앗은 언제든지 싹틀 수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을 명분 삼아 아예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 밖으로 밀어내려 한다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 수십만명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강제이주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라고 보도했다.
쏟아지는 폭격 아래 자발리야를 지키고 있는 사다는 과연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고향을 떠나 자발리야로 쫓겨났던 증조부처럼 대를 이어 ‘제2의 나크바’를 겪게 될까. 죽거나 혹은 영원히 고향을 떠나거나. 두 가지 선택지를 강요당하고 있는 사다에게 희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617140005214?did=NA
이스라엘-하마스 ‘피의 보복’ 1개월, 출구가 없다... 확전 불씨도 여전 (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2023.11.07 04:30)
[이·하마스 전쟁 한 달] 현황과 전망은
희생자 늘어나며 ‘생지옥’ 된 가자지구
휴전 요구 받아들이기 힘든 이스라엘
가자시티 포위… “48시간 내 시가전”
이란·헤즈볼라 개입 땐 중동 전역 확전
종전 이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도 ‘부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15944.html
“가자 즉각 휴전” 런던서 30만명이 외쳤다 (한겨레, 정의길 박병수 선임기자, 2023-11-12 16:28)
파리·브뤼셀 등 유럽 각지서도
“이스라엘, 학살 멈추라” 시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영국 런던에서 최대 규모인 30만명이 참여해 열렸다.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각지에서도 시민들이 휴전을 호소했다.11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촉구 및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연대를 표방하는 평화 행진에 수십만명이 참여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영국 경찰은 전국에서 모여든 30만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고, 주최 쪽은 참가자가 80만명에 육박한다며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라고 주장했다.
이날 행진은 1차대전 종전일을 맞아 전몰자들을 추모하는 영국의 현충일(Remembrance day)에 맞춰 열렸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토요일마다 런던에서는 휴전을 촉구하는 행진이 열려왔는데, 이날 최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전까지 최대 규모는 10만명이었다.전국에서 버스와 열차로 모여든 참가자들은 하이드파크에서 시작해 템스강을 건너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봉쇄 중단’ ‘즉각 휴전’이라는 펼침막을 들었다. 선두부터 끝까지 길이가 4㎞에 달했다.하지만, 이날 행진에 반대하는 극우 세력과 이슬람 혐오주의자, 훌리건들이 아침부터 전몰자 위령비 앞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등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이들은 평화 행진에 나선 시위대 기습을 시도하고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이날 폭력사태로 경찰관 9명이 부상했다며, 폭력을 행사한 극우 활동가 등 126명을 체포했다.
리시 수낵 총리 내각 주요 인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집회에 최근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점이 극우세력의 도발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지난 8일 ‘타임스 오브 런던’에 기고한 글에서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집회를 금지하지 않는 편향된 경찰력 집행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최근 주말마다 열린 집회가 평화적이었음에도 “혐오 행진자” “이슬람주의자” “폭력배” 등으로 참가자를 비난했다. 브레이버먼은 인도계 이민자인 가정 출신임에도 이민과 소수자들에 극히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인물이다.브레이버먼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영국 총리실은 기고문이 실린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권 보수당의 의원들도 브레이버먼의 사임 촉구에 가세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가디언에 수낵 총리도 해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11일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휴전 촉구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자에서의 학살을 멈추라”는 구호 아래 수천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마르세유, 툴루즈, 렌, 보르도 등 프랑스 도시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렸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2만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한편,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튀르키예 등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이슬람협력기구(OIC)와 아랍연맹(AL) 합동 정상회의를 열어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범죄의 책임은 이스라엘 점령 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naeil.com/news_view/?su=Y&id_art=480229
[미국현장 리포트] 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에 가해지는 매카시즘 (내일신문, 남수경 뉴욕주 변호사, 2023-11-21 11:26:55)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대응을 두고 국제사회의 입장이 첨예하게 나뉜 가운데 미국에서도 친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각자의 의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입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진행되면서 매카시즘 재연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지금까지 1만5000명 이상의 가자 주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잔해에 묻혀 아직 수습되지 못한 시신까지 더하면 사망자 수는 2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병원과 학교 등 민간인 시설을 가리지 않고 폭격하면서 사망자의 70% 가까이가 아이들과 여성들인 상황이다. 즉각적인 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스라엘 공격반대가 인종혐오로 해석돼
이런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미국정부는 전폭 지지하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가자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이스라엘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학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항의시위에 유대계 미국인들 또한 많이 참여하면서 이스라엘정부에 대한 반대가 반유대인 인종혐오(anti-semitism)라는 우파의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지난달 뉴욕의 그랜드센트럴역을 기습점거해 시위를 벌인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 소속 유대인들이다. 이들은 체포를 불사하고 "우리의 이름으로 (팔레스타인을) 공격하지 마라"고 외쳤다.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연방의회는 최근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하원의원인 라시다 탈리브 의원에게 징계 중 하나인 '견책(Censure)' 처분을 내렸다. 탈리브 의원이 소셜미디어(SNS)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올린 영상이 반유대주의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다. 영상에 나오는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의 대표적인 구호인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이다'라는 구호가 요르단강에서 지중해 사이에 있는 유일한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을 없애고 유대인 인종청소를 선동한다는 것이다. 문구 자체에 직접 이스라엘이나 유대인을 공격하는 내용이 없지만 친이스라엘 측의 자의적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그 구호가 수십년 간 고통과 억압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해방돼 그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면서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것이지, 현 이스라엘의 정책처럼 특정인종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탈리브 의원은 '이스라엘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유대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낙인 찍는 것은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이러한 입막음 시도는 영향력 있는 인사뿐 아니라 일반시민들, 특히 다양한 의견이 토론돼야 할 대학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고한 가자 주민 학살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인 혐오표현으로 규정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표현이나 문구를 검열, 삭제하고 학내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콜럼비아대 등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조직들의 활동을 금지시켰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주지자가 직접 나서 플로리다의 모든 공립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그룹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런 조치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즉각 플로리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에 대한 반감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진행속도가 훨씬 빨라서 1950년대 악명 높았던 매카시즘의 복귀를 염려할 정도다. 팔레스타인 지지성명이나 집회에 가담하는 학생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이들의 신변에 대한 위협과 징계, 해고 등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압력과 불이익이 가해지고 있다.
뉴욕대 로스쿨 학생회장인 리나 워크맨은 이스라엘의 불법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을 학생들에게 보냈다가 엄청난 곤경에 빠졌다. 흑인이자 성소수자인 리나는 인종과 성소수자 혐오가 가득 찬 위협적인 메시지를 수없이 받았을 뿐 아니라 예정됐던 대형로펌의 취업을 취소당했고 현재 학교로부터 징계 조사를 받고 있다. 리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개인적으로 당하고 있는 고통도 힘들지만 자신에게 가해지는 위해가 '칠링이펙트(chilling effect)', 즉 비슷한 처지에 놓일까 두려워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위축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을 염려한다고 밝혔다.
불행히도 리나가 예외는 아니다. 하버드대 학생연합단체 '하버드 팔레스타인 연대위원회'는 하마스 테러가 진공상태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수십년 동안 자행된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냈다. 이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소수 백인정권이 흑인들을 대상으로 행한 악명 높은 인종분리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는 국제법상 범죄행위다. 학생들의 주장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을 비롯한 여러 인권단체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비판해온 바 있다.
하지만 성명서가 공개된 후 학생들은 엄청난 공격에 직면했다. 월가의 유력기업과 후원자들이 학교측에 학생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징계하지 않으면 거액의 기부금을 중단하겠다는 압력을 넣었다. 연관된 학생들의 이름과 심지어 가족사항이 온라인에 공개되고, 한 대형로펌 역시 연루 학생들에 대한 채용 취소를 통보했다. 일부 기업들은 반유대인 학생들의 취업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다. 한 보수단체는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대학캠퍼스 앞에서 이른바 '반유대주의자' 학생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는 대형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을 세워두는 위력시위까지 벌였다. 미 상원은 만장일치로 '반이스라엘, 친하마스' 학생들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타깃은 학생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코넬대 역사학과 러셀 릭포드 교수는 집회에서 팔레스타인 저항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콜럼비아대 교수는 하마스의 공격을 모호하게 표현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 요구와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해고·입사취소 등 생계 끊는 불이익
미국의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을 지원하는 법률단체인 '팔레스타인 리걸(Palestine Legal)'에 따르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팔레스타인 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이전에도 빈번했지만 10월 7일 이후 특히 더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불과 2주 동안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 해고 등 부당행위에 처해진 사건이 300여건 넘게 접수됐다고 한다. 예년의 경우 이는 한 해 동안 들어오는 전체 사건 분량과 맞먹는 엄청난 증가 속도다. 또 하나 두드러지는 특징은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나 소셜미디어 포스팅 때문에 해고되거나 징계조사에 회부되고, 입사를 취소당하는 등 사람들의 생업을 타깃으로 삼는 경향이라고 한다. 대학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문화 예술계 등 사회 곳곳에서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다.
팔레스타인 리걸 소속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공범이 되는 것이라 생각해 탄압에 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을 맺었다.
https://www.naeil.com/news_view/?su=Y&id_art=480775
이-하마스 휴전 끝나면 어떻게 되나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 2023-11-24 10:42:10)
국제사회는 영구 휴전 압박 … 이스라엘 "휴전 후 치열한 전투 재개" 단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위한 나흘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향후 휴전 연장이나 영구 휴전 등 추가 조치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 후 전투 재개에 대한 의지가 단호하고, 하마스 역시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측의 휴전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담당했던 마지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일시 휴전 마지막 날에 추가적인 인질 석방을 위한 후속 합의가 이뤄지고 인도적 휴전이 영구 휴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휴전 협상에 이집트와 함께 보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인질에 대한 추가석방 가능성을 흘리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간 인질석방 및 나흘 휴전합의가 있기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 측 제안을 이스라엘에 직접 전달하며 수용을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하마스가 50명의 석방 대상 인질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면서 1차 50명에 이어 향후 추가로 20여명을 석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격에 관여한 혐의로 이스라엘에 구금돼 있는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50명을 석방하라는 하마스 측 요구를 전달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이 합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재자로 나선 카타르가 하마스의 합의 수용을 압박하도록 미국이 카타르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행을 앞둔 1차 인질-수감자 맞석방 및 나흘 휴전에 이어 추가적인 석방 및 휴전 연장 논의의 단초가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는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데이비드 바르니아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국장과 논의를 이어가며 인질 석방 협상에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전후 처리를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간 이견도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는 텔아비브에서 대면한 네타냐후 총리와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사이에 전후(戰後) 가자지구 통치 방향을 둘러싸고 이견이 노출됐다고 소개했다.
맥거크 조정관이 전쟁 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에서 역할을 하길 원한다는 미국 입장을 밝히자 네타냐후 총리가 강하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들은 일시 휴전이 아닌 영구 휴전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중동, 유럽 국가 등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는 지중해연합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논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지중해연합 정상회담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이상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아직 영구 휴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23일 이스라엘 해군 특공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테러단체 하마스와 짧은 일시 휴전이 끝나면, 이스라엘군은 최소 2개월간 치열한 전투를 재개할 것"이라며 "여러분은 다가오는 며칠간 처음으로 인질들이 풀려나는 것을 보게 되겠지만, 이런 상황은 짧게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기간 여러분은 전열을 정비하고 싸움의 재개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음 인질 그룹의 석방을 위한 추동력을 쌓기 위해 전투를 계속 해야 한다. (하마스를) 압박해야만 그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정부는 이스라엘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사망자 수가 1만4854명으로 집계됐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하마스 측은 이 가운데 아동이 6150명, 여성이 4000여명이며, 부상자는 3만600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일시 휴전이 알려진 시점에도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난민촌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자발리아 난민촌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산하 학교를 이스라엘이 공격, 약 3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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