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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뒤흔든 ‘자민당 비자금’ 특종의 전말…일본공산당 기관지 ‘신문 아카하타’

새벽길 2024. 4. 10. 23:52

본 자민당 비자금 특종에 아카하타가 있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공산당 또한 지지를 얻으면 좋겠는데...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134807.html
일 뒤흔든 ‘자민당 비자금’ 특종의 전말…‘음식 없는 파티’ 실마리 (한겨레, 도쿄/김소연 특파원, 2024-04-02 08:00)
일본공산당 기관지 ‘신문 아카하타’
“문제의식과 금기없이 추궁할 의사가 중요”
지난해 11월부터 집권 여당인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문제가 일본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파벌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오래전부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여러 차례 사죄를 표명하며 정치개혁을 공언하고 있다. 60년 이상 이어진 자민당의 파벌 6개 중 4개가 이미 해체를 결정했다. 도쿄지검 특수부 수사에 이어 자민당에선 해당 의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추진되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일본 사회를 강타한 비자금 문제는 한 신문사의 특종에서 시작됐다. 수백만부의 부수를 자랑하는 거대 미디어가 아니다. 야당인 일본공산당의 기관지 ‘신문 아카하타(적기)’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4일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일본공산당 당사에서 고기소 요지(69) 아카하타 편집국장과 야마모토 도요히코(61) 아카하타 일요판 편집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첫 보도 때는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야마모토 편집장은 “파벌의 정치자금 파티는 오래전부터 주목했던 사안”이라며 “정치인 개인에 대해선 기업과 단체의 헌금(후원)이 금지돼 있지만, (정치자금 모금 행사의) 파티권을 사거나 정당의 본부, 지부는 (기업·단체의 후원이) 가능하다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일본공산당 당사 앞 게시판에는 기관지인 ‘신문 아카하타’를 크게 확대해 게시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취재는 작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보통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위한 자민당 파벌 파티에선 음식이 나온다.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때 음식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전과 같이 파티권 1장당 2만엔(약 17만원)을 받는 것을 보고 담당 기자가 정치자금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일본 총무성과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이 관리하는 전국에 약 5만개에 이르는 정치단체의 보고서를 하나하나 살펴 파티권 구입 내역을 조사했다. 이를 자민당 파벌이 반드시 써야 하는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와 비교했다. 담당 기자와 데스크까지 나서 대략 4~5개월 정도 걸리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자민당 5개 파벌이 2018~2020년 3년 동안 약 2500만엔(약 2억2천만원)의 돈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는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2022년 11월6일 아카하타 일요판을 통해 이런 사실을 폭로했다.
아카하타의 보도 이후 고베학원대 한 교수가 이 사안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1월 도쿄지검 특수부가 1년 만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그동안 꽁꽁 감춰져 있던 자민당 파벌 비자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야마모토 편집장은 “검찰의 수사가 없었다면 언론은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힘으로 보도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등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언론이 이것을 피하는 느낌이다.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카하타의 특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엔 일본 해상자위대 사령관과 대원들이 원양 실습 항해에 앞서 수십년 동안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집단 참배를 해왔던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냈다. 고기소 편집국장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다는 것은 침략전쟁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참배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의 사퇴까지 이어진 이른바 ‘스가 블랙리스트’로 불린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 문제도 아카하타가 2020년 10월 폭로한 내용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검찰 조사까지 받게 한 ‘벚꽃을 보는 모임’ 보도(2019년 10월)도 아카하타의 작품이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 주민과 후원회원을 정부 공식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거 초청하는 등 사실상 세금으로 지지자를 접대해 논란이 됐다.
아카하타의 잇따른 특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고기소 편집국장은 “문제의식과 그것을 금기 없이 추궁할 의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일요판 편집장도 “저널리즘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민당 파벌의 파티나 ‘벚꽃을 보는 모임’은 모두 공개된 행사로 주요 언론들이 늘 취재를 해왔던 사안이다. 야마모토 편집장은 “다른 언론은 누가 참여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중심으로 취재를 했다”며 “우리는 자민당 파벌들의 파티에서 기업·단체가 사실상 헌금(후원)이 가능하다는 허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벚꽃을 보는 모임’도 정치의 사유화라는 시각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특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아카하타는 1928년 2월 창간한 96년의 역사를 가진 신문이다. 창간 당시부터 일본공산당의 방침에 따라 조선의 독립운동을 지지했고, 식민지배의 철저한 반성을 호소하는 등 일본에선 가장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요판, 지방 주재, 해외 특파원까지 포함해 기자 수만 350여명이다. 월~토요일까지 평일판이 있고, 일요판은 스포츠·연예·기획보도 등 별도로 발행하고 있다. 유료 부수는 85만부에 이른다.
두 사람에게 앞으로 어떤 신문을 만들고 싶은지 물었다. 야마모토 편집장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권력을 감시하는 보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소 국장은 “정치가 끔찍한 상황이지만 여기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희망은 그냥 오지 않는다. 진실을 바탕으로 금기 없는 보도를 통해 ‘이것을 바꾸면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02년의 역사’ 일본공산당 어떤 곳
일본공산당은 1922년 창당해 무려 10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야당이다. 태평양전쟁 이전 만들어진 일본 정당 중에선 유일하게 당명을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여러 부침 속에서도 소련 공산당이나 북한 정권과 선을 긋고 ‘평화와 자주독립’을 중시하며 풀뿌리 정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선 신장위구르자치구나 홍콩에 대한 인권 탄압을 두고 “공산당의 이름에 걸맞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짓밟는 침략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당 중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며 권력을 감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9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아베 신조 총리의 모리토모학원, 가케학원, ‘벚꽃을 보는 모임’ 등 3대 스캔들에 대해 국회에서 매섭게 추궁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 주민과 후원회원을 정부 공식행사에 대거 초청해 검찰 수사까지 갔던 ‘벚꽃을 보는 모임’은 일본공산당의 기관지 아카하타(적기)의 특종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올해 1월 일본공산당 위원장에 다무라 도모코(58) 정책위원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당대표 격인 위원장에 여성이 취임한 것은 당 역사상 처음이다. 다무라 위원장은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고, 현재 3선 의원이다. 다무라 위원장은 2019년 국회에서 ‘벚꽃을 보는 모임’과 관련해 아베 총리를 상대로 끈질기에 몰아붙여 여론의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일본공산당은 중의원(하원) 10명, 참의원 11명(상원) 등 국회의원이 21명으로 소수 정당이긴 하지만 지방의원은 2329명에 달한다. 일본공산당은 기업·단체의 후원금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당 교부금도 받지 않고 있다. 당 수입의 80% 이상은 아카하타 구독료와 유관 사업으로 충당하고 있다. 당원이 약 25만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고, 고령자 비율이 높은 것은 일본공산당의 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