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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 관련 기사

새벽길 2024. 5. 27. 23:31

실 한국에서도 기후소송이 실제 제기될지 몰랐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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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1516.html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공방…“정부 의지 안보여” “첫술에 배부르랴”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24-05-21 20:56)
헌재, 기후소송 최종 공개 변론
‘파리협정’ 준수 부합 여부 쟁점
최종 결론 이르면 9월께 나올듯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인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할 한국의 법적 수단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다. 한국은 이 법과 시행령을 통해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으로 잡아놓았지만, 2030~2050년까지는 연간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소송’ 마지막(2차) 공개 변론에선 이 목표가 파리협정이 정한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한가를 두고, 헌법소원 청구인 쪽과 정부 쪽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지난달 23일 1차 변론에선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적절성 전반을 다뤘다면, 이번 변론에선 국제법적 관점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이 적정한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진 것이다.
이날 기후소송 청구인 쪽에선 국제경제법을 전공한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정부 쪽에선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이 정부 쪽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파리협정 전문가들로, 두 사람은 책 ‘파리협정의 이해’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든 국가가 기후위기에 공동의 책임이 있지만, 각 나라의 역량을 고려해 차별화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파리협정의 대원칙(CBDR·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을 해석하는 부분에서부터 의견이 갈렸다. 박 교수는 ‘공동’이라는 부분에, 유 총장은 ‘차별화’ 쪽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먼저 진술에 나선 박 교수는 “파리협정이 각국의 감축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한 건, 중국을 비롯한 더 많은 국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타협”이라며 “우리나라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선진국에 속하는, 그래서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현재 40% 감축 목표가 매우 높다고 하지만, 1990년부터 2018년까지 (배출량을 줄이지는 않고) 지속적으로 늘려 왔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행적을 보면 화력발전소를 더 건설하고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강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대한민국은 땅이 좁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 총장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정부의 목표치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해 일종의 사회적 합의 도출에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탈탄소가 어려운 세 가지 산업으로 흔히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을 드는데, 우린 이 세 분야를 다 가지고 있어 산업구조의 조정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지만 앞으로 네번의 기회가 더 있다”고 말했다. 현행 한국의 탄소중립기본법이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중장기·연도별 감축 목표를 재검토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 것이다. 그는 “현 감축 목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두차례 재판을 끝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번 기후소송 변론 절차는 모두 끝났다. 이후 재판관들은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빠르면 이은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올 9월 이전에 결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41515.html
‘우리의 권리를 지킬 판결’ 손팻말 들고 기후소송 법정 선 초등학생들 (한겨레, 옥기원 기자, 2024-05-21 20:46)
헌재 마지막 공개변론…청구인 3명 직접 발언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 두번째 공개 변론이 열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최종 진술자 3인 중 한명인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이 최후 진술문과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는 꽃말의 마리골드 종이꽃을 손에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 소송에 참여한 것은 미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입니다. 어른들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국내 최초의 ‘기후소송’ 두번째 공개 변론이 이뤄진 2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선 한제아(12) 어린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한제아 학생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너무 낮아 미래세대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22년 ‘아기기후소송’을 낸 62명의 어린이 중 한 사람이다.
한제아 학생은 2020년 3월부터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김서경(청소년기후소송)·황인철(시민기후소송) 청구인과 함께 ‘복잡한 법 용어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이 소송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기 위해’ 이날 헌재 발언대에 섰다. 법정으로 향하는 세 사람의 손에는 ‘우리의 권리를 지킬 판결’이라는 팻말과 종이로 접은 국화과 꽃 ‘마리골드’가 쥐어져 있었다. 마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다.
한제아 학생이 기후소송에 참여한 건, 2년 전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그의 장래 희망 중 하나는 “감자·고구마를 키우는 농부가 되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기후위기 대응 중요성을 배우고, 학교 주변 쓰레기를 줍거나 나무를 심는 ‘환경보호 지킴이’로 활동하며 배운 그대로 실천하며 농부가 되길 꿈꿔왔던 그가 기후소송에 나선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을 것이다. “2022년 여름, 하루 동안 엄청난 비가 쏟아져 집 건물 1층이 물에 잠겼어요. 집 주변을 살피러 엄마가 밖에 나갔을 때는 다치거나 못 돌아올까봐 무서웠어요.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죽기도 했잖아요. 기후위기로 지구에 사는 많은 생명이 위태롭게 됐어요. 제가 이 자리에 선 건, 2살 된 사촌 동생 아윤이와 가족, 친구, 동물 등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한제아 학생이 힘주어 말하는 모습에 함께 기후소송에 참여한 어린이 및 청구인 70여명도 긴장한 채 주먹을 움켜쥐었다. 절절한 호소에 중간중간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는 “2년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어린이가 뭘 알고 했겠어, 부모가 시켰겠지’와 같은 댓글이 있었다”며 “대부분의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세상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은)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을 피하고, 미래의 어른인 어린이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달 1차 공개 변론 당시 방청석에서 기후소송을 지켜봤다”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게 세워 실패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낫다’는 정부 쪽 설명에 “지금 할 수 있는 걸 나중으로 미룬다면 우리의 미래는 물에 잠기듯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제아 학생과 함께 발언대에 선 김서경(22)씨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4년”을 기다려왔다고 밝혔다. 공개 변론 시작 전 한겨레와 만나 “눈앞에 벌어진 기후위기 앞에서 정책 결정자들의 자발성만을 믿고 기다릴 수 없어서 헌법소원이란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내로 막아 안전한 삶을 보장해달라는 청소년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기후정책이 없었어요.”
김씨는 이와 관련해 2021년 5월, 탄소중립 로드맵 설계를 위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 청소년 위원으로 참석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의견을 내도 실제로는 반영이 하나도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사실상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방안을 다 짜놓고, 청소년 위원 등은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는) 명분을 세우기 위해 들러리를 세운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민기후소송 대표자로 발언대에 선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 제정을 청원하고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거리 시위를 해도 정부와 국회의 응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운동을 하며 사과 농사를 망쳐버린 농부, 열사병으로 쓰러진 건설노동자, 폭우를 걱정하는 반지하방 거주 주민 등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해왔다”며 “‘기후위기는 인권의 문제’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미 있는 판단도 있었지만, 정부 정책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한제아 학생을 비롯한 세 사람은 재판관 9명을 향해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 소송은 정부가 배제한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허울뿐인 정책과 말이 아니라, 명확한 책임과 안전을 원합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41572.html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청구인들 “모든 것 포기해야 할 수도” (한겨레, 2024-05-22 12:50)
헌법재판소 기후소송 청구인 3인 진술서 전문
아기 기후소송 한제아 “2031년 만 19살… 지구온도 얼마나 올라갈까”
청소년 기후소송 김서경 “기후위기, 평범한 모든 사람 약자로 만들어”
시민 기후소송 황인철 “북극곰과 아스팔트 노동자 처지, 다를게 없어”
지난 21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선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 가치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 두번째 공개변론이 있었다. 2020년 3월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이 낸 헌법소원과 이후 시민·영유아 등이 청구한 다른 3건의 기후소송이 병합된 것이다. 2019년 네덜란드 ‘위르헨다 판결’을 시작으로,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등 세계 각지에서 의미 있는 기후소송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엔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 정부의 부적절한 기후위기 대응을 ‘인권 침해’로 판단했다. 한겨레는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인 기후소송 두번째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진술자로 나선 3인의 진술서 전문을 옮겨와 싣는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흑석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입니다. 저는 아기 기후소송에 참여한 예순한 명의 동생들과 2살 된 사촌 동생 아윤이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부분 어른은 어린이들이 세상을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말을 잘 들으라고 우리에게 어린이다움을 강조하지만,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하는 듯하고 어쩌면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는 열 살 때 멸종위기 동물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드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많이 이야기했고, 저는 지구환경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알면 알 수록 제 미래가 위험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실천했습니다. 좋아하는 인형이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가 된다는 걸 알고는 더는 사지 않으려 했고, 더불어 플라스틱이 많이 들어간 물건도 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 산 위에 도토리나무도 심었고, 자원처리시설도 가봤습니다. 이 소송에 참여한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도 함께 노력해왔습니다.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였을 때, 음식을 남기거나 물건을 살 때,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갈 때 불편한 마음을 느꼈었나요? 학교에서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줬나요? 저희는 이미 학교에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어떤 일이 생기는 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2년 전 제가 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어린애가 뭘 알고 했겠어? 부모가 시켰겠지’와 같은 댓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억울했습니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저의 진지한 생각이 무시당하는 듯했습니다. 어른들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었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이 소송에 참여한 것이 미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유일한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지난번 1차 공개 변론에 참여해 5시간 동안 방청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2031년 이후 미래 세대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정부는 “목표를 높게 세우고 실패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목표가 낫다”고 했습니다. 마치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세대의 문제 해결보다는 현재 세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2031년이 되면 저는 만 19살 성인이 됩니다. 그때까지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요. 저는 이 소송이 2030년 그리고 2050년까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우리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습니다.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우리는 꿈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기후재난은 이미 현실입니다. 2022년 8월, 하루 동안 엄청나게 비가 쏟아진 적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 집 건물은 언덕 위에 있는데도 1층이 물에 잠겼습니다. 집 주변을 살피러 엄마가 밖에 나갔을 때는 다치거나 못 돌아올까 봐 무서웠습니다. 산사태가 날까 봐 밤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폭우는 단 하루 만에 우리나라를 물에 잠기게 했고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미 지구에 사는 많은 생명이 기후 문제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는 생명도 줄어들 것입니다. 지구는 행성이니까 계속 존재하겠지만, 사람을 비롯한 많은 생명은 멸종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나중으로 미룬다면 우리의 미래는 물에 잠기듯 사라질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저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미래, 우리가 사는 지구,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가족, 친구, 사람들 그리고 동물이 위험 없이 살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 한제아
 
안녕하세요. 저는 2020헌마389 사건 청소년 기후소송의 원고인 김서경입니다.
이 자리에서 가장 적합한 말이 무엇일지 생각했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인지 고민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에서, 그리고 이 소송에서 가장 오랫동안 존재한 활동가이자 당사자이긴 하지만 그것이 기후위기의 모든 당사자를 대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시민과 청소년, 어린이를 구분하여 청소년 정체성을 부각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제가 단지 청소년이기에, 미래세대라는 정체성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후위기를 인지한 후 자신을 당사자라 정의했고 개인적인 실천 이상의 변화가 기후대응을 가능케 할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그래서 혼자가 아닌 단체에서 함께 기후대응을 요구했고 그 대상은 대부분 정부나, 국회, 기업과 같은 사회의 거대한 권력집단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이라 정의했습니다. 얼마큼 줄였는지의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수치가 기후위기의 위험 수준을 낮출 만큼 충분한지가 중요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국제사회의 약속이라던가 흐름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삶을 무너트릴 만큼의 거대한 재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냥 위기를 좀 아는 것 정도로 세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기후위기는 “심각한 건 알지만 대응하긴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정확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텀블러를 쓰고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할 수는 있어도 온실가스를 줄이고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저지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뭘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안전할 수 있는 대응책을 달라고 요구해도 돌아오는 답은 “기특한 청소년”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우리의 외침은 아이들의 투정이나 동정심, 연민 정도로만 받아들여질 뿐 동등한 주체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기후행동을 하며 고민한 끝에 헌법소원을 선택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속도에 맞춰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요구하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정책결정자들의 자발성만을 믿고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2020년 헌법소원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후로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첫해에는 국회에 요구했습니다. 1.5도 이내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막고 기후위기 안에서 안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행동을 바랐습니다. 이에 정말 많은 국회의원이 응답하였고 국회는 기후비상선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제정된 탄소중립 기본법은 기후대응을 목적으로 함에도 1.5도를 지키지 못하는 법이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고 탄소중립 로드맵 설계를 위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기후위기를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던 우리에게도 탄소중립위원회의 논의테이블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단지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로만 바라보기에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너무 중요했습니다. 직접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들어갈 기회는 우리에게도 처음이었기에 우리 삶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청소년은 장식이었습니다.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여 만들었다는 명분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지 실제로 석탄 투자를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을 얼마나 하고 당자사의 삶을 어떻게 대변할 수 있는지를 논의해서는 안 됐던 것입니다. 청소년은 학교 결석한 이야기나 하라는 말을 듣고서야 우리가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래도 이번 만큼은.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고 이번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청소년이 참여했다는 명분만으로 이용당하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청소년기후행동은 탄소중립위원회를 사퇴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논의테이블을 제안하기도 했고 정치 안에서 기후위기가 다뤄질 수 있게 캠페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해마다 헌재 앞에 출석도장을 찍었습니다. 활동 할수록 할 수 있는 것이 줄어갔습니다. 시위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의견을 전달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당장의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기후위기는 어느덧 가시화된 문제로 우리의 일상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폭우로 피해를 보는 것과 기후재난은 다릅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년, 수차례에 걸쳐 더 강도 높은 재해로 찾아옵니다. 내가 약자라서,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기후위기라는 게 평범한 모든 사람을 약자로 만들어버립니다. 우리가 정부와 정책결정자들에게 기후대응을 요구해왔던 이유는 더는 이건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재난의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국가 기후위기 대응의 기준점이 되는 법은 우리 삶의 최저선을 결정합니다. 앞으로의 기후대응에 있어 최소한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며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무엇인지를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당사자라 부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 헌법소원은 우리가 던지는 마지막 믿음입니다.
우리의 자리를 내어준 이 판단을 마지막으로 믿어보고 싶습니다.
‘청소년 기후소송’ 청구인 김서경(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안녕하십니까. 시민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청구인 황인철입니다. 저는 한 사람의 시민이자 녹색연합이라는 환경단체의 활동가입니다. 전국 16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기후위기비상행동’에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환경단체에서 일한 지 14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환경 사안을 겪었습니다. 4대강에 가고, 설악산을 오르고,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찾아갔습니다. 때론 성과가 있었지만, 그보다 많은 실패가 있었습니다. 2018년 전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1.5도 목표와 탄소 예산 소진의 위기가 언급된 것도 이즈음이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안이었지만, 그 시급성과 중차대함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다른 여타의 환경 사안보다 더 어렵고 거대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지금의 사회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민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했습니다. 2019년 9월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에 5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후위기 문제로 가장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선 첫 사례였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될 때 국회로 달려갔고,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할 때는 정부를 찾아갔습니다. 이 정도의 법과 감축 목표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국민의 안전한 삶을 지킬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행정부도 입법부도,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데 무능하고 무책임했습니다. 2021년 123명의 시민소송 청구인들이 헌법재판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헌법소원 제기 전 2020년 저는 41명의 시민과 함께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진정인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자신들이 겪는 인권침해의 현실을 증언하였습니다. 몇 년 후 국가인권위는 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의미 있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정부를 강제할 힘이 없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 한계를 뛰어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할 결정을 내릴 곳은 헌법재판소밖에 없습니다.
헌재의 판결로 기후위기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헌법이 명령하는 국가의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기후위기 시대 국가의 우선적인 책무가, 시민의 삶과 기본권을 지키는 것임을, 헌법재판소가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기후위기 시대의 권리장전으로 기록되길 희망합니다.
2019년 저는 많은 시민과 폭염 모니터링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휴대용 온도계를 나눠주고 각자의 일터에서 체감하는 폭염을 측정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참가자 중에는 가스검침원, 비닐하우스 농민, 배달노동자, 택배 기사도 있었습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선 체감할 수 없는 수치들이 이들의 온도계에 찍혀 있었습니다. 어느 한 분이 말했습니다. “빙하 위 북극곰이나 아스팔트 위 노동자나, 그 처지가 하나 다를 게 없군요.”
갈라지고 무너지는 것은 북극의 빙하만이 아닙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안전한 사회의 토대가 무너지고, 불평등의 골이 깊어집니다. 인간과 비인간,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가장 약한 자리부터 무너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많은 것을 앗아갑니다. 그런데, 소중하지 않은 것은 잃어도 아프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지키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이 기후소송을 지켜보는 이유는, 이 땅을 살아가는 평범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그토록 소중하고 존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공동체를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기후운동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상기온으로 사과농사를 망쳐버린 농부, 폭염에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 간 건설노동자, 바닷속 미역이 사라져 한숨짓는 해녀, 장마가 지고 태풍이 오면 밤잠을 못 이루는 반지하 방의 주민. 이 모두가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기후위기 한복판에서 각자의 삶과 우리 모두의 공동체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이 나라의 주권자들입니다.
이들에게 희망과 버팀목이 되는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제 진술을 마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 기후소송’ 청구인 황인철(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1651.html
국제해양재판소 “온실가스는 해양 오염 물질, 감축 의무 있어”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 2024-05-22 17:52)
21일, 재판관 6인 만장일치로 ‘권고적 의견’
“해양협약 당사국들에게 감축 의무” 첫 판단
국내 ‘기후소송’ 등 긍정적 영향 기대감 고조

‘기후변화와 국제법에 관한 군소도서국위원회’(COSIS)의 파얌 아카반 수석 변호사(오른쪽 둘째)가 21일(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 소재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온실가스는 해양 오염 물질이며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있다는 권고 의견을 처음으로 내놓자 동료 변호사들과 손가락으로 승리를 상징하는 ‘브이’(V) 자를 만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함부르크/연합뉴스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온실가스를 해양 오염물질로 규정하며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들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가스를 감축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제해양법재판소가 협약 당사국들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직접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해양재판소의 이런 공식 의견이 향후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후소송’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 소재 국제해양법재판소는 21일(현지시각) 재판관 6인 만장일치로 “대기에 인위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건 (유엔해양법) 협약 의미 안에서 해양 환경 오염에 해당한다”는 ‘권고적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협약 당사국은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다른 국가와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며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기후협정을 고려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법규를 채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구체적 의무가 있다”고도 밝혔다.
재판소의 이런 권고적 의견은 2022년 12월 투발루와 앤티가바부다 등 9개 작은 섬나라로 구성된 ‘기후변화와 국제법에 관한 군소도서국위원회(COSIS)가 ‘해양온난화와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등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한 기후문제와 관련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가지는 구체적 의무가 무엇이냐’고 공식 의견을 요청하면서 나왔다. 재판소가 협약에 대해 법적 해석을 내놓으면 협약 당사국들은 이를 따르도록 권고받는 만큼, 재판소의 공식 의견을 받아내 선진국 등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압박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유엔해양법협약은 해양의 이용과 관리에 관한 거의 모든 사항을 망라해 가장 방대한 국제협약으로,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160여개국이 비준했다.
군소도서국위원회는 “재판소가 역사를 만들었다”며 권고적 의견을 환영했다. 개스톤 브라운 앤티가바부다 총리는 이날 군소도서국위원회 설명자료에서 “우리는 주요 오염국(온실가스 배출국)들이 국제법을 존중해 우리에게 재앙적 피해를 입히는 것을 너무 늦기 전에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의견은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들에게 더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기호 국제법 전문 변호사는 “재판소가 이번에 내놓은 해양법협약에 대한 ‘해석 의견’은 구체적 분쟁 해결이나 분쟁 이전 상태에서 당사국들의 의무를 확인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당장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낸 헌법소원 등의 기후소송 대리인인 윤세종 변호사은 “유엔 차원의 사법기구가 국가에 온실가스를 감축할 국제법상 의무가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의견을 냈다는 것은 각국에서 진행되는 소송에서도 분명히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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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422_0002708855&cID=10201&pID=10200
4년 만에 첫 헌재 변론 23일 열린다…기후위기 대응 놓고 '공방'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24-04-22 07:40)
청구인 측, 소송 제기 뒤 기후변화 상황·아동 기회박탈 설명
정부 "피해 추상적·불확실…현재 탄소감축 목표도 부담"
헌법재판소에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린다. 2020년 3월 사건이 처음 제기된 지 4년만이다. '헌법에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정부의 노력이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치 않아 환경권?생명권?건강권 등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소송들이다.
22일 환경계·법조계에 따르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기후소송의 첫번째 변론이 열린다. 이번 공개변론은 헌재에서 진행 중인 총 4건의 기후 소송을 병합해 진행된다.
한국의 기후소송은 지난 2020년 처음 제기됐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이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문제 삼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듬해 환경단체연합과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 123명이 제기한 시민 기후소송, 2022년 영유아 62명 명의로 제기된 아기 기후소송, 2023년 정치하는엄마들이 제기한 기후소송 등이 제기됐다.
약 4년간 재판이 지연된 것은 이 판결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헌재 설명이다. 헌재는 기후소송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묻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선진 외국의 헌법재판 판례, 관련 기관의 의견 취합 등 절차를 거친 후 신중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므로 심리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공개변론의 쟁점은 기후변화에 따른 소송 당사자 혹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다. 청구인들은 공개변론을 통해 지구 온난화가 각자 혹은 세대에 얼마큼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아동·청소년의 기회 박탈에 대한 내용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들은 기후변화로 기본권에 심각한 위협이 생겼는데 국가가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입장으로 "한국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남아있는 탄소예산을 과도하게 소진해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 막대한 감축부담과 기후변화 피해를 전가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기후소송 공동 대리인단의 윤세종 변호사는 "현재 탄소배출량은 미래 세대의 권리를 끌어다 소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는 것이 헌법재판소 본연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추상적이고 불확실해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환경부는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온실가스 감축에 불리하고, 현재 탄소중립 목표가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한다는 취지 의견을 낸 바 있다.
한편 이날 전문가 참고인으로는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박덕영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청구인 측으로,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와 유연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정부 측으로 변론에 출석할 예정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222054005
23일 아시아 첫 ‘기후소송’ 변론…한국 청소년들의 외침 통할까 (경향, 최혜린 기자, 2024.04.22 20:54)
소송 4년 만에 침묵 깬 헌재
미·유럽선 “국가 책임” 판결
23일 헌법재판소에서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린다. 2020년 3월13일 청소년 19명이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청구인들은 변론에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 이로 인해 미래세대의 생명권·환경권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부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추상적이어서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미 충분한 대응 정책이 마련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세계 전역에선 10여년 전부터 기후위기를 방치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책임을 묻는 기후소송이 잇따르며 유의미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그 시작은 2013년 네덜란드 ‘우르헨다 소송’이었다. 이는 환경재단 우르헨다가 시민 886명과 함께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며 제기한 소송이다. 1심과 2심, 대법원이 모두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을 확정한 기념비적인 판결로 기록됐다.
한국 기후소송의 청구인들과 유사하게 청소년들이 나선 경우도 많다. 지난해 8월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주 정부가 화석연료 생산을 승인해 헌법상 권리인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했다며 청소년 16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화석연료 정책을 승인할 때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노년층이 제기한 기후소송에서도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스위스 환경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은 한국 청구인들과 같은 해인 2020년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9일 승소했다. ECHR은 스위스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정책이 폭염에 취약한 여성 노인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조정하라고 명령했다.
기후소송 판결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우르헨다 판결에 따라 2022년 정부 예산안에 ‘우르헨다 판결에 따른 조치’를 명시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승리한 이후 기후정책 후퇴 우려도 나왔지만, 대법원 판결은 여전히 기후정책의 기준선이 되어주고 있다.
물론 정책의 영역에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지는 논쟁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이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의회와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의 소송이 다른 나라에서도 변화를 일으키며 법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런던정경대(LSE) 보고서는 “2022년부터 1년간 세계 전역(미국 제외)에서 제기된 기후소송 중 55%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면서 “소송 과정 자체가 의사결정권자에게 영향을 주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422_0002708855&cID=10201&pID=10200
헌재, '기후위기 부실대응은 기본권 침해' 심판 시작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2024.04.23 06:00:00)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미비가 기본권 침해
헌재, '기후위기 부실대응은 기본권 침해' 심판 시작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가리는 절차를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처음으로 시작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기후변화 소송 4건을 병합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변론 심판 대상은 녹색성장 기본법, 탄소중립 기본법 등이 청구인들의 기본법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한 온실가스 40%를 줄이기로 법률로 정했지만, 해당 내용의 목표가 너무 낮다는 위기 때문이다.
청구인들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충분하지 않아 미래 세대에게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비롯한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피청구인인 정부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네덜란드와 독일, 유럽인권재판소 등에서 각국 정부의 부실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했기 때문에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전문가 참고인으로는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박덕영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청구인 측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와 유연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산업 측으로 변론에 출석할 예정이다.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의 윤세종 변호사는 "우리는 지금 미래 세대의 권리를 끌어다 소진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다수에 의한 소수 권리의 침해"라며 "이와 같은 침해를 막는 것이 헌법재판소 본연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구일초등학교 4학년 3반 이예솔 어린이는 지난 11일 "요즘 점점 기후 변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지구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온갖 자연재해가 일어난대요"라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133658
"정부가 기본권 침해했다" 기후소송 4년만에 변론 개시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2024-04-23 04:00)
23일 헌법소원 첫 변론…국내 최초,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청구인 측 "온실가스 감축 불충분…미래세대 기본권 침해"
정부 측 "현실 반영한 정책…기본권 침해나 헌법위반 없어"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기후소송 변론이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시작된다. 최초 헌소 제기로부터 4년만에 이뤄지는 이 소송은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최초 사례로 통한다.
헌재는 이날 오후 소송 청구인 측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첫 공개변론 기일을 연다. 정부 측 참고인으로는 안영환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온실가스감축 분과위원장이 출석한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이나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 정부가 수립한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에 불충분해 국민의 생명권, 환경권,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이다.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상 203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2018년의 총배출량 대비 40%를 줄이도록 돼 있다.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의 수립과 이행과정 설정이 타당했느냐는 헌법재판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는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헌소를 최초 제기한 이래 4년만이다. 헌재는 이와 함께 시민 123명의 헌소(2021년 10월), 영유아 62명의 헌소(2022년 6월), 시민 51명의 헌소(2023년 7월)까지 같은 취지의 4개 사건을 병합 심리한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 불충분…미래세대 차별"
청구인 측 입장은 파리협정 등 국제 합의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정부 역시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을 한계치인 '탄소예산' 범위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현저하게 불충분하고 실효성이 부족한 40%로 설정했고, △이후 탄소중립 목표 연도인 2050년까지의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았으며, △감축목표의 집행을 보장하는 방법도 미비하거나 불충분하다는 주장이다.
2030년 감축목표 설정마저 과학적이지 못해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 배분될 탄소예산을 2030년 이전 모두 소진하고 만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상실할 미래세대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받는다는 얘기다.
탄소중립에 이르기까지의 감축경로 등 중대사항에 국민의 결정권이 박탈된 채 대통령에게 결정 권한이 위임됨에 따라, 의회유보원칙과 포괄위임 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청구인 측은 제기하고 있다.
"현실 반영한 정책 이행, 기본권 침해 없어"
반면 정부 측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기본권 보호를 회피한 점이 없으므로 위헌 소지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서 산업구조의 현실과 현재 가용한 기술 수준을 감안해 목표가 설정됐다고 해서 불비하다는 단정은 무리라는 반박이다. 후반부에 목표량이 높은 감축경로는 관련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시간, 정책의 본격적 시행과 효과 발생 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연도별 감축목표라는 행정계획 역시, 국가로서는 행정목표 달성을 위한 각종 수단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광범위한 재량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회유보원칙이나 포괄위임 금지원칙 위배될 게 없다는 얘기다.
미래세대에 대한 기본권 제한 주장에 대해서도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는 입장이다. UN이 산정한 온실가스 감축량은 전세계가 달성할 목표일 뿐, 각국에 할당한 탄소예산이 아니라는 얘기다.
헌재는 이날 변론에 이어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청구인 측),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정부 측) 등을 출석시켜 추후 2차 변론기일을 갖는 등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독일, 美몬태나 시민들 승소 사례
이번 기후소송은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 사례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시아 일대에서는 사례가 드물지만, 유럽과 미국 일대에서는 시민들의 국가 상대 승소 사례가 많다.
기후소송의 효시는 네덜란드의 환경단체 우르헨다 재단과 시민 886명이 2013년 '국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다. 2019년 네덜란드 사법부는 정부의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에서 25%로 확대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미래세대 보호를 위한 예방조치도 국가의 의무'라며 정부의 현행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미국 몬태나주에서도 주정부의 화석연료 친화 정책이 미래세대 권리를 침해한다는 청소년들의 소송에서 주법원이 행정부 책임을 인정했다.
헌재 출석을 앞둔 조천호 전 원장은 "기후위기는 인류가 극복해왔던 지난 위기들과는 질적으로 다르고 문명 붕괴로까지 갈 수 있다는 점, 이에 대한 정부의 준비가 안이하다는 점을 진술하겠다"며 "정부나 의회의 기후대응이 미비해 사법부로부터 답을 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https://www.naeil.com/news/read/508327
‘기후위기 부실대응’ 기본권 침해? (내일신문, 김선일 기자, 2024-04-23 13:00:09)
헌재, 기후소송 제기 4년 만에 첫 공개변론
“생명권·환경권 침해” vs “40% 감축 문제없다”
청소년 활동가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기후소송’ 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2시부터 청소년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기후변화 소송 4건을 병합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이날 공개 변론은 첫 기후 소송이 제기된 이후 4년 1개월 만이다. 기후소송 공개 변론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처음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지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청소년 환경 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2020년 3월 헌법재판소에 국내 첫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부가 옛 녹색성장법과 시행령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4.4%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기후 위험을 예방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 2022년 같은 법 시행령이 차례로 제정돼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그럼에도 청소년기후행동은 △옛 녹색성장법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구체적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행정부에 백지위임한 것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불이행한 것 등이 자신들의 환경권과 생명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시민 123명, 영유아 62명의 부모, 다른 시민 51명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잇따라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나서 하나로 병합됐다.
이날 공개 변론의 쟁점은 기후변화로 인해 소송 당사자 혹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는지 여부다.
청구인들은 “예상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포함하는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한국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남아있는 탄소 예산을 과도하게 소진해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 막대한 감축부담과 기후변화 피해를 전가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의 윤세종 변호사는 “우리가 미래세대의 권리를 끌어다 소진하고 있는데 이는 다수에 의한 소수 권리의 침해”라며 “침해를 막는 것이 헌법재판소 본연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근거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각국의 산업 구조, 배출량 정점 및 감축 시작 시기 등 실정에 맞춰 결정하는 것인데 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40% 감축’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측은 “한국은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법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 왔으므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조업 비율이 높은 국내 여건에서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산업 부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인 조치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이 2028년 이후 높아지는 이유는 감축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시간, 정책 효과 발생을 위한 시차 등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또 정부는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들 및 계획의 효력을 직접 받는 상대방이 아니고 사실상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므로 자기관련성이 없다”며 “심판대상조항들 및 계획은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시책 등으로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므로 직접성이 없으며, 심판대상계획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현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론에는 전문가 참고인으로 청구인측이 추천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국무조정실장 등 정부 이해관계인측이 추천한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가 출석한다.
한편 서울 구일초등학교 4학년 3반 이예솔 어린이는 지난 11일 기후소송 변론에 앞서 “요즘 점점 기후 변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지구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온갖 자연재해가 일어난대요”라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https://www.inews24.com/view/1711522
[지금은 기후위기] 정부의 탄소중립 '미적미적' 대처→기후소송, 그 끝은?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24.04.23 13:33)
헌법재판소, 23일 공개변론
국가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해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3일 공개변론을 시작한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2시부터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기후변화 소송 4건을 병합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이번 심판 대상은 녹색성장 기본법, 탄소중립 기본법 등이 청구인(청소년과 시민단체 등)의 기본법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부분이다.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 40%를 목표로 삼았다. 시민단체 등은 감축 목표가 너무 낮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 목표로는 가속하는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윤석열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 산업부문 감축 목표치를 줄이면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헌법 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미래 세대에게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비롯한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기후솔루션 측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관련 공개 변론을 앞두고 “최근 농산물을 비롯한 필수재 물가 상승 등 ‘기후 인플레이션’조차 기후위기로 겪을 피해의 서막일지도 모른다”며 “평균 기온 상승에 따라 극단적으로 발생할 이상기후, 자연재해, 이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과 사회 인프라 균열 등은 기후위기와 기후 불평등의 다른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세대는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더 다양한 양상과 극단적 방식으로 피해를 겪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위협을 느끼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측은 “23일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될 청소년과 아기들이 청구인이 돼 제기했던 기후 헌법소원을 포함한 헌법소원 4건에 관해 헌법재판소에서 첫 공개변론을 가진다”며 “청소년들이 첫 기후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무려 4년 만”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개변론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선 최초로 정부가 정한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청구인들의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비롯한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 여부를 헌재 재판관 9인이 자세히 따져보는 자리라는 거다.

윤석열정부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중에서 산업 부문에 대한 비중을 줄였다. [사진=탄녹위]

기후솔루션 측은 “기후위기가 많은 사람의 기본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정부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라고 판결한 2019년 네덜란드의 우르헨다 판결을 시작으로 사법부발 기후 물결은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기후소송’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환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22년 기후 소송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국가의 전반적 야망을 증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즉, 기후위기 시대에 각국 법원의 준엄한 결정은 정부로 하여금 기후위기 대응에 실효성 있는 대응에 나서도록 하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우리나라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현 NDC가 담긴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 측은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할 판결을 내린다면 우리나라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벽이 될 것”이라며 “기후로 연결된 세계 인류 공동체의 권익 보호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막중한 역할에도 이바지하는 위대한 결정이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353344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첫 변론…“정부 계획 안일” vs “기본권 침해 아냐” (이투데이, 김이현 기자, 2024-04-23 16:14)
청소년 활동가들이 쏘아 올린 기후 소송, 4년 만에 헌재 심리
“정부, 구체적 대책 없어” vs “현재와 미래 같단 가정은 모순”
이종석 “해외에선 다양한 결론…국민적 관심 인식해 충실히 심리”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 첫 공개 변론이 4년 만에 헌법재판소에 열렸다. 청소년 활동가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이번 소송에서 양측은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현 탄소중립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와 시행령 등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첫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은 2020년 3월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 19명이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이후 같은 취지로 시민 123명의 헌법소원(2021년 10월)?영유아 62명의 헌법소원(2022년 6월)? 시민 51명의 헌법소원(2023년 7월)이 제기되면서 4개 사건이 하나로 병합됐다.
이들은 예상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포함하는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미래 세대의 권리를 끌어다 쓰고 있는데, 정작 정부의 목표 수립과 이행은 미비하거나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를 줄이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2050년에는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0으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날 변론에서 청구인 측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계획은 지나치게 안일하고 작위적인 목표”라며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에 따라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도록 합의했지만, 한국은 현재까지 제출된 모든 목표를 통해 감축한다고 해도 온도가 그 이상으로 오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년도 목표치뿐 아니라 매년 배출량이 중요한데 연도별 대책은 없고 2031년부터는 아예 계획이 없다. 앞선 연도에 실패했을 때 다음연도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다”며 “정부는 앞서 한 번도 목표를 지킨 적 없고, 집행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변화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헌재가 제동을 걸어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정부 측 변호인단은 “파리협정의 기본 원칙은 ‘공통되지만 차별화된 책임’이다. 각 국가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감축 경로에서 하나의 수치만 들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건 파리협정 정신에 맞지 않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기후재난 발생 가능성만으로 청구인들의 구체적, 직접적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와 미래 상황을 동일하게 비교해 차별 취급 여부를 논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기후소송이 제기돼 다양한 결론이 나온 바 있고,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며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네덜란드에서는 환경재단인 우르헨다가 2013년 시민 886명과 함께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후위기를 막기에 부족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최종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4월 정부의 기후보호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독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겼다. 지난해 8월 미국 몬태나주 법원도 주정부의 화석연료 친화 정책이 미래세대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청소년들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42317531067244
[강윤경 칼럼] 기후 소송이 시작됐다 (부산일보, 강윤경 논설위원, 2024-04-23 17:58:55)
헌재, 23일 ‘기후 위기 헌소’ 공개 변론
정부 온실가스 정책 기본권 침해 쟁점
재판 결과 따라 기후 정책 전환점 전망
기후 재앙 기업 책임 묻는 소송 봇물
‘인재에 의한 불의’의 관점으로 접근
기업들 ‘기후 문해력’ 하루빨리 높여야
헌법재판소가 23일 ‘기후 소송’의 공개 변론을 시작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환경권과 생명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청소년단체 등이 낸 헌법소원 4건을 병합해 본격 심리에 들어간 것이다.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2020년 3월 헌법재판소에 첫 헌법소원을 낸 지 4년 1개월 만이다. 2021년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 등 130명이 참여한 ‘시민기후소송’, 2022년 태아를 포함한 어린이 62명을 원고로 한 ‘아기기후소송’, 2023년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제기한 기후 소송 등 유사 헌법소원이 이어졌다.
청구인들은 정부가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가 기후 위기 대응에 부족하고 미래 세대에 피해를 전가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산업구조의 현실과 가용한 기술 수준을 감안해 설정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헌재가 기후 소송을 심리한 전례가 없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청구인들은 “기후 위기가 단순히 경제나 환경 정책 문제가 아닌 기본권 문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기후 위기 대응이 인권과 기본권 문제라는 결정이 나오면 아시아, 나아가 세계적 기후 문제 해결의 큰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첫발을 뗀 소송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책임을 묻는 판결이 잇따랐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2019년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20%에서 25%로 확대하라’는 ‘우르헨다 소송’ 판결로 기후 소송의 새 역사를 썼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 조치도 국가 의무’라며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미래에 떠넘기는 현행 법령은 위헌이다’고 결정했다. 독일 정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65%, 2040년 88%로 상향하고 탄소 순 배출량 0이 되는 탄소 중립 목표 연도도 2045년으로 5년 앞당겼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몬태나주 법원이 ‘정부가 에너지 사업 허가를 내주면서 기후 영향을 고려하지 않도록 한 조항이 위헌’이라며 정부 기후 대응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최근 ‘스위스 정부의 온실가스 정책이 충분하지 않아 2000명이 넘는 여성 노인들의 인권을 명백히 침해했다’며 ‘8만 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후 소송이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과 자본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 시카고주는 6개 글로벌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이 석유와 천연가스 상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의로 호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한 기업은 호주 티모르해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다 온실가스 배출로 주민 재산권과 환경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등은 2월 국민연금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국민연금공단이 ‘탈석탄 선언’을 했음에도 좌초 자산이 될 수 있는 석탄기업에 투자를 확대해 국민연금에 재정적 위험을 초래했다는 취지다.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친환경이 아닌 이른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은 환경단체의 주요 소송 타깃이다. 항공사에서부터 패션업계, 육가공업체에 이르기까지 허위 광고 ‘그린워싱’ 사례로 소송을 당하는 일이 줄을 잇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그린워싱’ 판단 기준 마련을 위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을 개정했다. 기후 공시제도가 의무화하면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기업에도 이제 먼 나라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 각국이 판결을 통해 기후 문제를 구체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각국의 기후 소송은 고유한 법과 제도에 기반하고 있지만 기후 과학에 근거한 기후변화 목표 설정이나 국가와 기업의 책임 범위 등은 국제법상 공통의 법적 문제로 각국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국내 로펌들이 최근 환경부 고위 공무원을 영입하는 등 환경팀을 키우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상 기온과 기후 재앙은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사과가 금값이 되는 ‘기후플레이션’ 파괴력도 현실이 됐다. 결국 이는 통계적으로 구체화하고 기후 소송의 근거가 될 것이다. 기후 위기는 이제 환경단체가 벌이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급증하는 기후 소송은 세상이 기후변화를 ‘천재에 의한 불운’이 아닌 ‘인재에 의한 불의’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한 우리 기업, 특히 지역 기업의 대응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기후 문해력’을 빨리 익히지 않으면 결국 ‘기후 악당’이나 ‘기후 문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423110951004?input=1195m
기후대책 첫 헌법재판…"부실해 기본권 침해" vs "산업계 부담"(종합)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2024-04-23 18:25)
청소년 등 헌법소원…재판관들 "2050년까지 구체적 목표 없냐" 지적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비롯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실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첫 헌법재판 공개변론이 23일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께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기후소송 4건을 합쳐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변론을 시작하면서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고, 이는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돼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며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청구인 측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줄이기로 한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 국가 기본계획 등이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등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파리협정 등 국제조약에 따라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수준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적 책임이 있음에도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정한 탄소예산의 관점에서도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은 기존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한 것이고,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주요 선진국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이 늦은 점 등을 고려하면 경제계·산업계에서 부담을 느낄 만큼 온실가스 감축의 폭이 크다고 맞섰다.
또 IPCC는 탄소예산을 국가별이 아닌 전 지구적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각국에 예산이 할당된다고 볼 수 없고, 후반부에 감축 목표량을 높인 이유는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관들은 정부 측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규정과 기준을 마련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하기도 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2030년 이후 2050년 탄소중립에 이르기까지 감축 목표와 경로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청구인 측 주장을 언급하며 "2030년 이후 목표에 대한 법령이 없으면 혼선이 발생하지 않겠냐"고 지적했고, 이미선 재판관도 "2030∼2050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정부 발표를 보면 감축 목표연도와 목표점이 계속 변경되고, 일관되게 순배출량을 계산해 비교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국제사회나 환경단체가 정부의 조치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헌법소원을 낸 청소년·시민단체 등은 이날 변론 시작 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정부의 기후대응 실패가 국민과 다음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세계 각국 최고 법원이 과학적으로 요구되는 감축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을 연이어 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변론은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이 2020년 3월 헌법소원을 처음 제기한 뒤 4년 만에 열렸다. 이후 유사한 청구가 3차례 더 제기됐으며 250여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전문가 참고인으로는 청구인 측에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정부 측에서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가 출석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4231835001
[사설] 아시아 첫 기후위기 헌재 소송을 주목하는 이유 (경향, 2024.04.23 18:35)
헌법재판소가 23일 시민들의 ‘기후소송’에 대한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의 첫 헌법소원 후 4년1개월여 만이고, 아시아권에선 최초의 기후소송이다. 기후위기의 심각한 현실, 정부의 미진한 대응, 헌재 결정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국내외 시민들이 이 소송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헌재가 전향적 결정으로 정부·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높이고 기후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헌재의 공개변론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제기된 4건의 기후 관련 헌법소원을 병합해 진행됐다. 영유아 62명을 포함해 모두 255명의 시민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쟁점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정책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느냐 하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비교해 낮고 그 이행도 2028년으로 미뤄져 문제라고 본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역대급 산불·폭염·홍수 등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식량·식수난도 심해지고 있다. 기후 영향으로 인한 ‘기후플레이션’이 시민들 삶을 옥죄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대응은 안일함을 넘어 후퇴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감축 목표의 75%를 임기 뒤로 미루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로 줄였고, 총선에 맞춰 그린벨트 대폭 해제 등 토건공약만 쏟아냈다. 국제적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추세와 엇나가는 CF100(원전 포함 무탄소 연료) 정책으로 산업 경쟁력 훼손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헌재가 극히 제한적으로 채택하는 공개변론을 기후소송에서 연 것은 의미가 깊다. 정부 대처를 헌법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선 이미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등에서 국가 책무를 인정한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 9일 스위스의 소극적 기후정책이 여성 노인들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첫번째 책무다. 헌재와 사법부도 예외일 수 없다. 미실현의 위험까지 현실로 바라보고 대비하는 것이 안전의 궁극적 방법론임을 우리 사회는 세월호·이태원·오송 참사 당시 ‘국가의 부재’에서 보았다. 헌재는 기후위기 해결의 전기가 될 기념비적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37857.html
51개국 2340건 ‘기후소송’…“탄소정책 불충분 위헌” “인권 침해” 판단 잇따라 (한겨레, 정봉비 기자, 2024-04-23 18:39)
전세계 기후소송
한국에서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시작됐지만, 세계 각지에선 이미 국가를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들어 전세계 법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더 많은 시민·지역사회가 정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기후소송에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최근 펴낸 ‘세계기후소송 동향’ 보고서를 보면 1986년부터 지금까지 51개 국가에서 2340건(2023년 집계 완료 전)의 기후소송이 제기됐다. 이런 기후소송은 2000년대 초반까지 드물게 이뤄지다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환경단체 위르헨다가 2013년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해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 정부의 탄소 제로(0) 정책 목표가 불충분하다며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일(현지시각)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고령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하며, 정부의 부적절한 기후위기 대응을 ‘인권 침해’(유럽인권협약 제8조 위반) 문제로 판단하는 데까지 나갔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 미국 하와이에선 10대 청소년 14명이 ‘정부의 교통시스템 관리 부실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리가 시작될 예정이다. 하와이주 교통부가 화석연료 소비 촉진과 온실가스 생성을 돕는 고속도로 개발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주 헌법에 명시돼 있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8월 몬태나주 지방법원이 ‘주 정부의 화석연료 개발 정책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원고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한 이후 이뤄지는 첫 사례라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월 칠레와 콜롬비아가 미주인권재판소에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의 법적 의무를 명확히 해달라’며 권고 의견을 요청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미주인권재판소의 권고 의견은 미주 지역 법원들에 지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방출한 북반구 국가에 손실·피해 보상과 관련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한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24~25일)와 브라질(5월27일)에서 다양한 기관 및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개인들의 의견을 듣는 공개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그린피스 북유럽 등이 2016년 노르웨이 정부가 북극에서 석유를 탐사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돼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며 2022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한 건도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지난 9일 스위스 정부의 부적절한 기후위기 대응이 유럽인권협약에 위밴된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 이번 헌법소원도 같은 협약 조항을 근거로 제기된 만큼 승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인권협약의 효력이 협약 체결국 전체(46개국)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단이 46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423515808
"정부가 환경권 침해" vs "현실 반영한 정책" (세계일보, 이종민 기자, 2024-04-23 19:11:34)
헌재, 기후소송 4년 만에 변론
청구인들, 정부의 소극 대응 지적
“온실가스 40% 감축 계획 불충분
2031년~2050년 목표 설정 안 해”
정부, 기후변화 종합적 접근 강조
“제조업 중심 韓, 타국과 비교 불가
탄소배출 감축 목표 초과달성 중요”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가리는 ‘기후소송’이 헌법재판소에서 처음 열렸다. 청구인들은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환경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현실적인 대책을 펴고 있다며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맞섰다.
헌재는 23일 청소년과 시민단체 등이 옛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기본법 등에 대해 제기한 위헌확인 사건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변론은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이 2020년 3월 헌법소원을 처음 제기한 뒤 4년 만에 열렸다. 영유아 부모와 시민단체 등이 유사한 취지로 제기한 3건의 청구도 함께 변론이 이뤄졌다.
이번 소송의 심판 대상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정한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기본법 및 시행령 등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203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청구인들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충분하지 않아 환경권과 같은 기본권이 침해된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파리협정 등 국제조약에 따라 정부가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수준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현재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이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정한 ‘탄소예산’(잔여 탄소배출허용총량)의 관점에서도 불충분하다는 게 청구인 입장이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이날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폭우, 폭염, 태풍 등 재난과 재해는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 재산권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며 “입법과 행정, 재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게 법적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정한 것이 △탄소예산 관점에서 현저하게 불충분하고 실효성이 부족한 점 △2031년 이후 탄소중립 목표 연도인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점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집행을 보장하는 방법도 규정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규정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하한선만 정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라고도 지적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면서 재생에너지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문제가 없고 기후 변화에는 종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으론 △기존 목표보다 대폭 상향한 값이라는 점 △한국이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라 경제·산업계에서 부담이 큰 점 △각국의 실정에 맞게 감축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어 주요 국가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40% 감축’ 목표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규율할 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이 있어 위임의 구체성이나 명확성 요건이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탄소배출 감축은 높은 목표 수립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획대로 또는 목표를 초과 달성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 변화 대응은 감축과 적응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했다.
변론에 앞서 이종석 헌재소장은 “기후소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며 “재판부는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충실히 심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추가 기일을 열고 양측이 신청한 또 다른 참고인들의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191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막 올렸다 (매노, 이재 기자, 2024.04.23 19:17)
헌재 4개 소송 병합 첫 공개변론 … “미래세대 권리 침해” 비판
기후위기 부실대응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헌법재판소는 23일 오전 미온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등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 같은 환경권과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다투는 헌법재판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 재판은 청소년 기후행동을 비롯한 청소년·시민·영유아 등이 제기한 기후소송을 병합해 심리한다.
이런 소송이 우리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유럽인권재판소는 2020년 11월 스위스 여성과 노인이 제기한 유사한 소송에서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결했다.
소송 제기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앞선다.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은 2020년 3월 당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미온적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4년 만에 첫 재판인 셈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소송보다 5년 앞선 2015년 6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73%를 감축 목표로 유엔에 제출했다. 2019년 목표량을 일부 수정해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로 제시했다. 이런 목표는 2021년에서야 비로소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로 대폭 상향했다. 그러나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등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또 파리기후협약 같은 국제조약에 따라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하기 위한 국가적 책임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이 제기한 소송은 구체적으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현재 폐기)이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해당 법률을 계승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이 법 시행령, 국가기본계획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탄소중립기본법의 위헌 여부를 다툰다.
소송을 대리하는 윤세종 변호사는 이날 공개변론에 앞선 소송인단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미래세대 권리를 끌어다 소진하고 있다”며 “명백한 다수에 의한 소수 권리 침해로, 이같은 침해를 막는 게 헌법재판소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라며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고, 국내에도 보도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2318200003062?did=NA
헌재서 열린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공개변론... 기본권 침해 인정될까 (한국일보, 신혜정 기자, 2024.04.23 19:20)
청소년·아기기후소송 등 4건 병합
2020년 청구 4년만에 첫 변론
청구측 '정부 목표 미흡해 기후위기 못 막아'
정부측 '미래 기본권 침해 예측 판단 어려워'
“재판관님, 이 작은 발은 ‘아기기후소송’의 청구인인 태아 ‘딱따구리’가 세상에 태어난 직후 찍은 사진입니다. 이 아이가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기후위기 헌법소원(일명 기후소송)의 청구인 측 대리인인 이병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모두변론 도중 사진을 가리켰다. 엄마의 손바닥에 놓인 갓난아이의 발을 찍은 것이었다. 2022년 10월생인 청구인 최희우(딱따구리)는 태어나기 네 달 전부터 다른 영유아 61명과 함께 자신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헌법소원에 참여했다. 정부의 탄소감축 목표와 달성 계획이 기후위기로부터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데 충분하지 않아 변경해야 한다는 호소다.
이날 헌재는 희우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청소년과 어른들의 헌법소원에 대해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을 제기한 지 4년 1개월 만이다. 시민기후소송(2021년 10월),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2023년 7월) 등 비슷한 사건도 병합됐다.
헌법소원의 주요 심리 대상은 탄소중립기본법과 기본계획상 명시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2030년 탄소배출량을 배출 정점인 2018년보다 40%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청구인 측 이치선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이 목표가 기후위기를 막기에 미흡해 미래 세대는 물론 현재 세대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이들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려면 더욱 강화된 목표를 세워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측 대리인인 김재학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정부의 목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권고 범위에 있으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고려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목표를 세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되 각국의 사정에 맞게 이행해야 한다’는 파리협약의 원칙에 따라 목표를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이 기후위기 대응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긴다는 주장도 쟁점이었다. 청구인 측 이병주 변호사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0년 이전에 우리나라에 허용된 탄소예산을 모두 써버릴 것”이라고 했다. 탄소예산은 IPCC가 제시한 개념으로,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지 않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이다. 정부 측 정한결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탄소예산은 국제적 기준일 뿐 각국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미래에 예측되는 기본권 침해는 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청구인 측은 또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평가하고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변론했다. 정부가 2010년 구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설정한 2020년 감축목표를 지키지 않고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 김형두 재판관 등이 정부 측에 “실제로 목표를 지키지 못했나”라고 묻자, 김재학 변호사는 “2020년 목표를 이후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으로 옮긴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재판정은 방청객으로 가득찼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헌재가 내릴 결정이 아시아 등 다른 국가의 법원과 정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판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기후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온실가스감축분과 위원)를 참고인으로 불러 질문하기도 했다.
헌재는 다음 달 21일 한 차례 더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네덜란드, 아일랜드, 독일 등 여러 나라의 기후소송 판결 관련 양측의 입장과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만큼, 최종 결정에 해외 사례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기본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독일의 경우 2021년 우리나라의 헌재에 해당하는 연방헌법재판소가 기후보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대폭 조정됐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를 감축하려던 당초 목표가 65% 감축으로 강화됐고, 2050년이던 탄소중립 시점은 2045년으로 5년 앞당겨졌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7871.html
“기후위기 대응, 내일이란 없다”…청구인들 ‘위헌’ 판단 절실한 호소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 옥기원 기자, 2024-04-23 20:05)
헌재, 기후소송 4년만에 첫 공개변론
2020년 청소년 제기한 4건 병합 진행
“정부에 기후대응 요구할 권리 있어
헌법소원 통해 그 권리 되찾을 것”
전문가 “낮은 환경인식 깨는 계기”
헌재 2~4개월안에 결정 가능성
이번에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까지 이어진 기후소송은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2020년 3월13일 첫 헌법소원을 내며 물꼬를 텄다. 이 소송을 시작으로 헌재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모두 4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이번 공개변론은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 기후소송’과 2022년 6월 5살 이하 영유아 40명 등 62명이 참여한 ‘아기 기후소송’ 등 4건이 병합된 것으로, 청구인은 모두 255명에 이른다.
소송 청구인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도록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옛 녹색성장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미래 세대를 포함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계획이 달성되더라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출량(탄소 예산)이 초과하게 되고,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제35조 제1항)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시작한 건, 소송이 처음 제기된 지 4년1개월 만이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헌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헌재는 ‘쟁점이 많고 사안이 복잡하여 심층적으로 이해 중’이라며 본격적인 심리를 미뤄왔다.
기후소송 청구인들은 23일 첫 공개변론 시작에 앞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에게는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는 원칙적으로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 헌법소원을 통해 그 권리를 되찾아오고 싶다”고 밝혔다.
윤세종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우리에게 나중은 없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못하면, 남은 탄소 예산을 모두 소진하면 기후변화 마지노선이 무너질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의 기후대응 실패가 우리 국민, 특히 다음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변론은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력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두차례로 나눠서 진행된다. 변호인단은 헌재가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2차 변론 뒤 2~4개월 안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헌재가 기후소송을 심리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청구인들은 지난해 8월2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에서 정한 탄소 감축 목표치가 낮고 2031년 이후 감축 목표가 없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점을 들어 위헌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소송 대리인이었던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헌재가 공개변론까지 열었다는 건 사안이 갖는 중요도를 높게 보는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지 않고 기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유럽인권재판소에서 포르투갈 시민들이 제기한 기후소송에 대해 다른 법적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후소송이 결과를 떠나 우리 사회의 낮은 환경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현재 국가의 환경 정책은 이후 기후재난뿐 아니라 우리 경제와 미래 세대의 일자리 및 생존권과도 연관된 중요한 문제”라며 “청소년들의 기후소송은 경제 발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환경 문제를 등한시한 우리의 낮은 환경 인식을 조금씩 깨부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92005_36515.html
"기후 위기 대응 없다면 미래도 없다"‥세계도 한국 기후소송 주목 (MBC뉴스 김민욱 기자, 2024-04-23 20:22)
앵커: 공교롭게도 오늘 세계기상기구는 지난해 아시아에서 온난화가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기후재난도 아시아가 가장 심각했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기후변화의 위협이 우리에게 더욱 거세지고 있는 건데요.
오늘 공개변론을 맞아 헌법재판소를 찾은 기후소송 청구인들은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대응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최지아·희우 남매가 어머니 이동현 씨와 전철에 오릅니다. 헌법재판소를 가는 길입니다. 지아와 희우는 2022년 제기된 기후소송의 청구인입니다. 태어난 지 17개월 된 희우는 당시 엄마 뱃속에 있었습니다. 딱따구리라는 태명으로 소송에 참여하면서, 태아 청구인으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동현/아기 기후소송단 최지아·희우 어머니] "(기후변화가) 기본권 뿐만 아니라 재산권이나 이런 부분을 침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함께 하게 됐는데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고…"
전 세계 기후소송 최연소 청구인 희우. 헌법재판소에는 처음입니다.
[김영희 변호사/아기 기후소송 대리인] "희우가 직접 가장 어린 청구인으로서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2020년 국내 첫 기후소송에 고등학생 청구인으로 참여한 김서경 씨. 이제 성인이 된 김 씨는 4년이 지나서야 변론이 진행된 것이 무척 아쉽다고 합니다.
[김서경/2020년 청소년 기후소송 청구인] "기후 위기라는게 시간 제한이 분명히 있는 문제다 보니까 이게 너무 늦어지면 실제로 이게 위헌 판결이 나와도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마음이 조급했던 것도 있었고…"
이른바 '미래세대' 중심의 기후소송 청구인들. 지금 당장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없다면, 자신들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말합니다.
[한제아/2022년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 "학교에서도 글쓰기 주제로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냐' 이런 것이 나왔는데. 계속 생각해보니까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는 거예요. 미래에."
기후변화 대응을 두고 사법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유엔 기후소송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전 세계 기후소송은 모두 2180건입니다. 2017년 884건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런 기후소송들이 선언적 의미를 넘어 정부와 기업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선 처음 이뤄지는 이번 우리나라 기후 소송에 국제 사회가 주목하는 이윱니다.
[루시 맥스웰/기후소송네트워크 공동대표·국제인권변호사] "유사한 기후소송을 검토 중인 여러 국가의 법원들은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특히 한국 최고 법원의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유럽에 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여성 노인 2천 명이 제기한 기후 소송에서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서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습니다. 네덜란드, 독일, 미국 몬태나주에서도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과연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37874.html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한국, 온실가스 감축 책임 방기”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24-04-23 20:20)
‘청소년기후행동’ 소송 등 총 4건 병합 진행
“국민적 관심”…104석 대심판정 방청객 꽉 차 
청구인 쪽 “미국, 유럽연합보다 감축률 낮아”
정부 쪽 “제조업 비중 높아 즉각적 감축 힘들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부족해 국민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후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대 ‘무리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기업경쟁력 약화와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2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국내 최초의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시작됐다. 이날 변론은 2020년 3월13일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이 낸 헌법소원과 이후 시민·영유아 등이 청구한 다른 3건의 기후소송이 병합돼 진행됐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이날 공개변론을 시작하며 “기후소송인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최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다양한 결정이 선고됐고 최근엔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려 국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며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변론에 대한 이례적 관심”(헌재)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날 104석 규모의 헌재 대심판정은 거의 자리가 채워졌다. 헌재는 이날 대심판정 옆 소심판정(40석 규모)에서 실시간 중계방송을 시청하도록 방청객들에게 개방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그 시행령을 통해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하고 있다. 오후 2시부터 5시간가량 진행된 첫 공개변론에서 양쪽 대리인들은 정부의 감축 목표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내용의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에 미흡한지를 두고 열띤 공방을 이어갔다.
청구인 쪽에서는 ‘정부가 정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책임을 외면하고 후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위헌을 주장했다. 이병주 변호인은 이와 관련해 “2031년부터 2042년까지는 세부 감축 계획이 없고 연도별 대책도 없으며, 앞선 계획들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할지 계획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정부 쪽에서는 파리협약이 우리 헌법적 가치보다 상위에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나라가 처한 사정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는 게 맞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재학 변호인은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즉각적인 감축이 힘들다”며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즉각적인 감축이 힘들다”며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의 연도와 산업구조, 감축을 시작한 시기 등이 달라 실정에 맞게 감축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아울러 청구인 쪽에서는 “한국은 1인당 배출량 7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 13위로 책임이 크지만 (2010년을 기준으로 한) 감축률은 27% 수준으로 낮다”며 “미국, 유럽연합 등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주요 국가들(40~50%)에 비해 한국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윤세종 변호인)이라고도 지적했다. 반면 정부 쪽에선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해 에너지 소비가 많은 환경적 요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구조가 제조업 중심”이라며 “(현재 목표도) 사회경제적 대전환이 필요한 도전적 목표”(김재학 변호인)라고 반박했다.
‘탄소 예산(1.5℃ 이하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 배출량) 소진 시기가 임박했다’는 주장 등을 놓고서도 양쪽이 충돌했다. 청구인 쪽 이병주 변호인은 “남아 있는 전세계 탄소예산(5천억톤가량)을 각국의 인구 비례 기준으로 나누면 한국은 33억4천만톤인데, 한국은 2030년 이전에 1.7도 예산까지 다 소진된다”며 “현재 감축 목표가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 쪽 정한결 변호인은 “글로벌 탄소예산을 국가별로 배분하는 방식은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 인구 비례를 기준으로 감축 경로를 설정하는 경우 한국은 당장 산업구조 전반을 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변론 과정에서 헌재 재판관들은 정부 쪽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규정과 기준을 마련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하기도 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2030년 이후 감축 목표와 경로가 없다’는 청구인 쪽 주장을 언급하며 “2030년 이후 목표가 없으면 혼선이 발생하지 않겠냐”고 했고, 문형배 재판관은 정부가 2030년은 순배출량을 적용하면서도 2018년엔 총배출량을 적용한 점 등을 지적하며 “개념을 섞으니 국제사회나 환경단체가 정부의 조치가 투명하지 않다고 하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또 김형두 재판관은 ‘2020년 감축목표를 지키지 않고도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청구인 쪽 주장을 들어 “실제로 목표를 지키지 못했나”라고 묻기도 했다. 김재학 변호인이 김 재판관의 질문에 “2020년 목표를 이후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으로 옮긴 것일 뿐”이라고 답변하자, 방청객들 사이에선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기후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를 각각 청구인과 정부 쪽 참고인으로 불러 질문하기도 했다. 조천호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이 매일 공부해서 10~20점 올리는 건 대단히 쉽지만 90점이 된 뒤에 1~2점 올리는 건 어렵다”며 “처음에 많이 줄이고 뒤에 가서 천천히 줄이는 형태는 국제사회의 권고이면서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안영환 교수는 “1.5도 목표에서는 멀어지고 있고, 기회의 창은 닫히고 있다”고 동의하면서도 “다만 탄소중립기본법에 이행점검 조항(9조)이 있고, 그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해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4232034025
기후위기는 인권의 위기다 (경향,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2024.04.23 20:34)
지난 4월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의 64세 이상 여성 2400여명으로 구성된 ‘기후보호를 위한 노인단체’(KlimaSeniorinnen Schweiz)와 스위스 정부의 기후소송에서 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후보호를 위한 노인단체는 기후변화가 여성 노인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스위스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미흡한 노력이 인권침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고령 여성이 폭염으로 인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건강이 악화되었고, 외출 시에도 질병 및 사망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이는 유럽인권협약 제8조(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지역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인권협약에 포함된 모든 국가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현재 유럽인권재판소와 각국 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기후소송도 이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정부는 새로운 석유 및 가스 면허 발급과 관련한 문제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의해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되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온도 의존성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한 남성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고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한 바 있다. 영국에서도 장애인 권리 운동가가 정부가 기후변화가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을 비롯한 다수의 장애인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22년 폭염이 찾아왔을 때 의도치 않은 ‘동면’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미래세대도 기후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20년 9월 포르투갈 청소년 및 어린이 6명은 미래세대가 산불 재난 등 더욱 강한 기후 피해를 볼 것이라며 생명권 침해를 근거로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법원을 먼저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럽인권재판소에서는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았지만, 젊은 세대의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이번 소송의 판결이 발표된 직후, 재판소 밖에서 기후보호를 위한 노인단체 일원들과 포르투갈 소송에 참여했던 청소년, 스위스 어린이들, 미래세대 기후운동가의 대표 격인 그레타 툰베리가 함께 승리를 축하하는 장면은 기후위기에 대한 노력을 촉구하는 세대 간 연대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후진정 및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6일 노년층으로 구성된 ‘60+기후행동’은 정부가 기후위기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아 노년층의 생명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 밖에도 미래세대인 청소년,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제기된 기후소송들도 진행 중이다. 이번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은 기후위기가 인권침해를 수반한다고 주장하는 소송의 선례를 제시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이어질 기후행동과 기후소송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232045015
4년 전 청소년 19명 ‘기후소송’…2년 전엔 5세 이하 아기들도 헌법소원 (경향, 이홍근 기자, 2024.04.23 20:45)
주변국들도 헌재 판단 주목
62명의 기후소송 청구인 중 한 명인 김나단군은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다. 2022년, 엄마 손을 잡고 헌법재판소를 찾았던 김군의 키는 그때보다 30㎝가 자랐다. 2020년 고등학생이던 김서연양은 학교를 졸업해 청년 활동가가 됐다. 아기기후소송 당시 20주차 태아였던 ‘딱따구리’는 엄마 배 속을 나와 최희우란 이름을 얻었다.
23일, 헌법소원 제기 4년 만에 열린 기후소송 공개변론을 앞두고 뭉친 이들은 “이제는 위기가 아닌 판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기후소송의 출발은 2020년 3월13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이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옛 녹색성장기본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감축량이 기후위기를 막기에 부족하며, 기후위기를 방치하는 것은 생존권과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1년 9월 녹색성장기본법을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대체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35% 이상으로 정한 이 법은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만들어진 최초의 국내법’으로 알려졌으나, 환경단체는 이 역시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목표치가 탄소예산을 근거로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정해져 위헌이라는 주장을 폈다. 탄소예산이란 위험한 수준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허용 가능한 온실가스 최대 배출량을 말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이런 주장을 골자로 2021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탄소중립기본법도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됐다.
2022년엔 만 5세 이하 ‘아기’들도 헌법소원에 나섰다. 헌법소원 청구서에 첨부된 자료를 보면, 지구 기온 상승이 1.5도로 제한될 경우 2017년에 태어난 아기는 1950년에 태어난 어른보다 배출할 수 있는 탄소가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5세 이하 아기 40명, 6~10세 어린이 22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은 이것이 평등권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4월 발표된 탄소중립기본계획도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지난 2월15일 이 4개 사건을 병합 결정하고 이날 공개변론을 열었다. 최초 소송 제기 이후 4년 만에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된 것이다.
이번 기후소송은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게 책임을 물은 세대 간 소송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나단군은 “정부는 지금 온실가스를 조금만 줄이겠다고 하면서 나머지는 우리에게 떠넘기겠다고 한다”며 “온실가스를 줄일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고 하는데, 헌법재판관님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늦기 전에 우리가 살아갈 권리를 지켜달라”고 했다.
김서연 활동가도 “안전은 지금 당장의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는 것도 있지만 다가올 위기를 막아주는 것도 포함한다”면서 “국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헌재의 판단은 동아시아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 감축 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해당 판결을 참고해 독일 기후보호법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232045025
청구인 “정부의 기후대응 부실, 국민기본권 침해”…정부는 “무리한 탄소감축 목표, 기업경쟁력 약화” (경향, 김혜리 기자, 2024.04.23 20:45)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실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논의하는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이 23일 열렸다. 국내에서 이른바 ‘기후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이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 등은 충분하다”며 맞섰다. 재판관들이 질문을 던지고 양측의 답변이 오가면서 약 5시간 동안 변론이 이어졌다.
헌재는 이날 기후위기 헌법소원 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기후소송 4건을 병합해 열린 자리였다. 2020년 제기된 청소년기후소송, 2021년 시민기후소송, 2022년 아기기후소송, 2023년 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등이다.
청구인 측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국제사회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구인 측 윤세종 변호사는 “다른 국가들이 한국과 비슷하게 노력하면 지구 온도를 3도까지 올릴 수 있다”며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지수는 67개국 중 64위로, 산유국들과 함께 최하위로 평가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나 감축 이행을 보장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주요하게 지적했다. 청구인 측 이병주 변호사는 “2031년 이후 감축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독일 기후소송에서도 이 부분이 문제가 돼 독일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고, 후속 입법이 바로 이뤄져 2045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감축 목표는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 막대한 감축 부담과 기후변화 피해를 전가해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폈다.
정부 측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다른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맞받았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데도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할 정도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 측 대리인은 “무리한 감축 목표는 기업경쟁력을 약화해 도리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상적인 목표 수립보다 현실적으로 설정된 목표의 이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관들은 정부 측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규정과 기준을 마련했는지 물었다. 정정미 재판관은 “2030년부터 2050년까지 아무런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내버려둬도 되는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공백이란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부 측은 “5년마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후퇴 금지’ 원칙에 따라 강화된 목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상 국제 신뢰도 문제와 연결돼 이행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재판관이 “이행이 중요한데 이행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묻자 정부 측 참고인인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6년밖에 남지 않아서 녹록지 않은 목표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변론에선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을 발표하면서 ‘이중기준’을 사용한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문형배 재판관은 “2030년도에 순배출량을 적용했는데 왜 2018년도엔 총배출량을 적용했나”라며 “개념을 섞으니 국제사회나 환경단체가 정부의 조치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부 측은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선진국들이 사용해온 방식”이라며 “기준을 통일할지는 향후 기본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헌재는 다음달 21일 2차 공개변론을 열어 재판을 이어간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3857871&code=11171111&cp=nv
[사설] 법정에 선 기후 정책… 기후위기 대응 숙고의 계기되길 (국민일보, 2024-04-24 00:35)
헌법재판소에서 23일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렸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이후 비슷한 청구가 3차례 더 제기됐고 헌재가 기후소송 4건을 합쳐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정부·공공기관에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2013년 환경재단 우르헨다가 시민들과 함께 네덜란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후위기를 막기에 부족하다며 제기한 소송이 계기가 됐다. 1·2심과 대법원이 모두 이들의 손을 들어줘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을 확정한 판결로 기록됐다. 지난해 8월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주 정부가 화석연료 생산을 승인해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했다며 청소년 16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9일엔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스위스의 소극적 정책이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조정하라고 명령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라며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5월에도 한 차례 더 공개변론을 열고 심리한 뒤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정책의 영역에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 과정이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의회와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송 과정 자체가 정책당국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이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숙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https://www.seoul.co.kr/news/society/law/2024/04/24/20240424008007
“미래세대 기본권 침해” vs “발생하지도 않은 재난” (서울신문, 이성진 기자, 2024-04-24 8면, 2024-04-24 00:37)
헌재, 亞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
청구인 “탄소 감축 목표 못 지켜”
정부 “각국 실정에 맞게 노력”
헌재 2차 변론기일 지정 계획
“현재 제출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지구 온도의 2.9도 상승을 야기할 겁니다.”(소송 청구인 측 대리인 윤세종 변호사)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기후 재난 가능성을 두고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정부 측 대리인 김재학 변호사)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미흡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지에 대한 첫 헌법재판 공개 변론이 23일 열렸다. 기후 소송 공개 변론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이날 변론은 2020년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 19명이 정부의 소극적 기후 위기 대응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이 외에 시민 123명, 영유아 62명의 부모, 다른 시민 51명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3건까지 총 4건을 병합해 본격 심리가 시작됐다.
청구인 측은 변론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행이 불충분하며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한다’는 목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이행 시기도 너무 늦다는 것이다. 청구인 측 대리인 김영희 변호사는 “205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으며 감축을 보장하는 방법 또한 없거나 불충분하게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무조정실장, 환경부 장관 등 정부 측 대리인인 정한결 변호사는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와 산업구조, 배출 감축을 시작한 시기 등이 달라 실정에 맞게 감축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이행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정부 측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규정과 기준을 마련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2030년 이후 목표에 대한 법령이 없으면 혼선이 발생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고, 이미선 재판관도 “2030~2050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변론은 양측 대리인의 모두 변론 이후 재판부 질의응답, 참고인 진술 순으로 4시간가량 이어졌다. 헌재는 2차 변론기일을 지정해 심리를 이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기후 소송에서 정부의 대응 책임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 2021년 독일 헌재는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예방 조치도 국가의 의무”라고 판단했다. 네덜란드 대법원도 2019년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25%까지 감축하라”고 판결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0424/124623433/1
“소극적 기후대책, 기본권 침해” vs “제조업 중심 韓경제 고려” (동아일보, 장은지 최미송 기자, 2024-04-24 03:00)
청소년단체 헌법소원 4년만에
헌재, 亞최초 기후소송 공개변론
‘온실가스 감축 목표’ 놓고 공방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청구인 측)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감안해야 한다.”(정부 측)
헌법재판소가 2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른바 ‘기후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청소년 기후 행동’ 회원 19명이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변론이 열린 것이다.
이날 청구인 측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40%로 줄이기로 한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헌법이 보장한 환경권·생명권·건강권 등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청구인 측은 “정부의 감축 계획은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유효하고 적절한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지나치게 안일하고 자의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 결정이 유라시아의 많은 최고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정부 측은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국민의 권리나 의무를 직접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맞섰다. 또한 ‘제조업 비율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부 측은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며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감축은 국가산업 전반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감축 목표가 선진국 대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선 정부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 ‘우르헨다’ 소송이 대표적이다. 환경단체 우르헨다재단과 시민 886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네덜란드 대법원은 2019년 12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25%까지 감축하라’고 판결했다. 미국 몬태나주 법원도 지난해 8월 주정부의 책임을 인정했고,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후변화대응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국내 법조계에선 정부가 기후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을 청구인 측이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공개변론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것이어서 130여 명이 방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헌재는 다음 달 21일 공개변론을 이어간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재판부도 이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하게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2315320002591?did=NA
[사설] 4년 지나 열린 기후소송 변론, 결정까지 늦어져선 안 된다 (한국일보, 2024.04.24 04:30)
국내에서 기후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아시아 최초란 의의가 있지만, 본격 심리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기후소송 승소 판결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신속히 결론을 내길 바란다.
어제 헌재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이 불충분해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등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정부 측은 정책에 위헌 요소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소송은 2020년 3월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 19명이 정부의 탄소감축 목표 등이 미흡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시작됐고, 이후 영유아의 부모 등 세 건의 기후소송이 더해졌다. 그사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2030년까지 24.4%(2017년 대비)에서 40%(2018년 대비)로 상향되긴 했지만, 이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청구인 측의 주장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 임기인 2027년까지 연평균 감축 목표는 1.9%에 불과하고, 2028~2030년 각 9.3%씩 감축하겠다고 미뤄놓은 상태라 실현 의지도 의문이다. 직접 감축 대신 해외 조림(造林), 탄소포집 저장·활용(CCUS)과 같은 불확실한 방식의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이다.
사법부는 행정부의 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꺼리기 마련이다. 탄소감축 노력도 행정부의 소관이 맞지만,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면 적극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세계 10위인데, 기후대응 성과는 온실가스 배출 상위 60개국 중 57위에 불과하다.
헌재에 어떤 식의 결론을 내라고 압박할 순 없는 일이다. 그러나 2013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미국 몬태나주, 최근 유럽인권재판소에서 기후소송이 승소하는 사례가 쌓이면서, 각국의 미흡한 탄소감축 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헌재의 결론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만시지탄이 되지 않도록 신속성도 잃지 말아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38487.html
헌재도 ‘설마’ 했다…“한국이 정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지킨 적 없나요?”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24-04-29 05:00)
헌재 재판관도 궁금해한 기후소송 쟁점 
2018년 이후 전년대비 -4.2% 목표
‘팬데믹’ 영향 미친 2020년에만 달성
정부, 사실상 감축 목표 이행한 적 없어
세계적으로 2340여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23일 한국 헌법재판소에서도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렸다.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소송으로,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두 차례(2차 5월21일) 잡았다. 공개변론 현장에서 헌법 재판관들이 한 실제 질문을 중심으로 기후소송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청구인 쪽은 지금까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단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지난 2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소송 공개변론에서 김형두 재판관이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소송 원고와 정부를 대변하는 변호인단을 향해 물었다. 이번 소송은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등에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가 국제법이 요구하는 1.5도 온도 제한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환경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다.
실제로 한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도달한 적이 사실상 한번도 없다. 2030년까지 4억3660만톤으로 배출량을 줄인다는 현재 국가 목표를 기준으로 보면, 기준인 2018년 이후 해마다 전년 대비 4.2%씩 지속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이상으로 줄인 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뿐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상황을 두고 ‘목표를 지켰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는 2010년 처음 정해진 뒤 2016년, 2021년 두 차례 새로 설정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서 정한 목표치는 ‘2020년 5억4300만톤’(전망치 대비 30% 감축)이었으나, 목표 설정 이후에도 배출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앞둔 2015년 6월 박근혜 정부는 기존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목표치(전망치 대비 37% 감축한 5억3600만톤)를 시점만 10년 뒤로 연기한 2030년으로 잡아 유엔에 제출했다. “사실상 이전 목표를 폐기한 것이며,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온실가스 감축 기회를 날려버린 헌법에 위반되는 공권력 행사”(청구인 쪽 변호인단)란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정부 쪽 변호인들은 이에 대해 “교토의정서 체제(1997년)에서 파리협정 체제(2015년)로 넘어가면서 목표 시점을 이동시킨, ‘평가의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2018년까지 배출량은 계속 늘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정점(7억2500만톤)을 찍고 감소 추세에 있으나, 줄어든 양이 목표치엔 미치지 못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6억9920만톤으로 확인된 2019년에는, 집계 이래 처음 배출량이 전년 대비 3.9% 줄었으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을 줄인 것이 주된 이유였다. 2020년(6억5440만톤)엔 무려 6.4%가 줄었는데, 팬데믹 때문이었다. 2021년(6억7660만톤)에는 배출량이 다시 3.4% 늘었다. 2022년(6억5400만톤, 잠정치)엔 3.3% 줄었지만, 이 시기는 한해 전 4.3%였던 경제성장률이 2.6%로 떨어지는 등 경기 둔화가 이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배출량은 온전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2.5% 정도 줄 전망(국회 예산정책처)이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그만큼의 부담이 남은 시기 전체로 넘어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낸 ‘경제 현안 분석’ 자료에서 “2022년까지 배출량이 (2018년 대비) 연평균 1.6%만 감소했다”며 “남은 기간의 연평균 감축률을 5.4%로 높여야” 2030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한해 한해 목표 달성에 실패할 때마다 남은 시기의 감축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4월 확정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오히려 후퇴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4월 확정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의 연도별 계획을 내놨는데, 현 정부 임기 내 감축률을 연평균 2%로 설정했다. 전체 감축량의 75.2%인 1억4840만톤을 다음 정부인 2028~2030년 마지막 세 해에 할당해놨다. 감축률로 연간 9.1%에 달한다. 팬데믹 때인 2020년에 줄어든 배출량이 4400만톤인데 이것의 세배 이상 규모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39088.html
헌재도 ‘갸우뚱’ 했다…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충분한가요?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24-05-02 17:22)
헌재 재판관도 궁금해한 기후소송 쟁점 ②
1.5도까지 ‘탄소예산’ 10년도 남지 않았는데
정부 “산업 구조상 지금 감축 목표도 도전적”
청구인 “주요국에 현저히 뒤처지는 감축 목표”
“(정부 쪽은) 파리협정이 각국의 자발적 목표 설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관한 법령이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죠?”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후소송 1차 공개변론에서 나온 김형두 재판관의 질문이다. 파리협정도 각국이 알아서 하라는데, 제조업 중심인 우리의 산업구조를 보면 지금 목표도 충분한 것 아니냐는 게 정부 쪽 주장이다. 한국의 현재 국가 목표는 2030년까지 직전 배출 정점이었던 2018년 배출량의 40%를 감축하는 것이다. 반면 청구인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시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 목표가 충분한가, 아닌가를 따지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파리협정은 인류가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체결한 국제 조약이고, 그 방법은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견줘 1.5도 이내로 묶어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2050년 이전 탄소 중립을 이뤄야 한다. 개별 국가의 목표가 충분한지를 따지려면 이 목표가 인류 전체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봐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는 한 번 배출되면 수백 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문다. 때문에 탄소 중립만 달성해선 안 되고 그 이전까지 쌓이게 될 누적 배출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개념화한 것이 ‘탄소예산’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백만분의 1 단위(ppm)로 표기하는데, 지난해 전 지구 평균 온실가스 농도는 419ppm이었다. 지구 대기 기체 분자 100만개 가운데 419개가 온실가스라는 뜻이다. 이 수치는 2015년 처음 400을 넘어섰고, 이대로 450을 넘어가면 회복 불가능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 예산은 이 수치가 450이 될 때까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간한 6차 평가보고서(AR6)를 보면, 2020년 1월1일을 기준으로 한 탄소 예산은 3천억~2조3천억톤(이산화탄소환산톤)이다. 목표 온도와 달성 확률에 따라 이 구간 내에서 숫자가 달라진다.
1.5도 목표를 50% 확률로 달성할 때, 탄소예산은 5천억톤(500Gt)이 되고, 1.7도를 67% 확률로 달성할 때의 양은 7천억톤(700Gt)이다. 최근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한 해에 370억톤가량이니, 탄소예산 5천억톤일 경우 아무 감축 없이 이대로 가면 2033년에 탄소예산이 다 소진된다. 즉 9년 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게 된다.

문제는 이 예산을 국가별로 어떻게 나누느냐다. 몇 가지 방안이 논의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유럽과학자문위원회’는 파리협정의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BDR·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 원칙에 따라 남은 탄소 예산에 대해 인류가 모두 동등한 권리가 있다는 관점에서 인구 비례로 먼저 나누고, 선진국과 개도국, 과거 누적 배출량과 현재 소득수준(감축 비용 부담 능력)을 고려해 조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은 단순 인구 비례로 했을 때보다 할당량이 적어진다. 온실가스 배출량 13위, 누적 배출량 1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인당 배출량 7위의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먼저 단순 인구 비례로 계산해보면 한국은 전체 탄소 예산 5천억톤의 0.67%(2019년 세계 인구 기준)인 33억5천만톤을 할당받는다. 7천억톤으로 계산하면 46억9천만톤이다. 최근 한국의 한 해 배출량이 6억5천만톤가량이니 계산하면 소진 시기가 각각 5년, 7년 뒤로 나온다. 단순 인구 비례만으로도 이러하니 우리의 책임까지 고려하면 남은 탄소 예산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당장 획기적인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우리는 미래세대가 사용할 탄소 예산까지 지금 당장 소진해버리는 셈이다.
한국의 감축 목표가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치 않다는 건 비슷한 수준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확연하다. 각국의 2030년 배출량 목표는 기준 시점과 목표 감축률이 제각각이다. 한국이 공식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목표를 설정한 2010년을 기준으로 각국 목표 감축률을 계산하면, 한국의 목표 감축률은 27%다. 반면, 미국 47%, 유럽연합 45%, 독일 52%, 영국 58%, 일본 38%, 호주 43%, 캐나다 41% 등이다. 이를 연간으로 보면 한국은 3.7%지만 독일 5%, 미국 3.8%, 프랑스 4.8%, 영국 4.7%, 캐나다 4.2%, 이탈리아 4.1% 등이다. 우리보다 먼저 감축을 시작한 나라들이 우리보다 더 빨리 줄여가고 있다. 청구인 쪽은 “한국은 2010년 이후에도 2018년까지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왔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였던 2018년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 쪽은 오히려 파리협정의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각자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아 “한국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도 불구, 대단히 도전적인 목표를 잡아놓고 있다”며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청구인 쪽 대리인인 이병주 기독법률가회 공동대표는 “유엔이 각국의 감축 목표를 종합한 뒤 이를 파리협정의 1.5도 목표와 비교해 펴낸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보면, ‘현재 각국 목표대로 감축이 이뤄져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2.9도 상승할 것이며, 모든 국가가 지금보다 목표를 36~40% 현격히 상향해야 한다’고 했다. 목표 상향 없이 이대로 가면 기후파국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40790.html
헌재도 ‘우려’했다…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있어야지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24-05-16 14:00)
헌재 재판관도 궁금해한 기후소송 쟁점 ③ 
2030~2050년 감축 목표치 부재 지적에
정부 “5년마다 재검토하고 새로 수립·시행”
청구인 “미래세대 보호 조치의 전적인 부재”
“2030년부터 2050년까지 20년 구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으면 혼선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후소송 1차 공개변론 자리에서 정정미 재판관이 정부 쪽 변호인들에게 한 질문이다. 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관련 시행령에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고, 2030년부터 2050년까지는 목표치가 없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미선 재판관도 “2030~2050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정부 쪽은 “탄소중립기본법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명확히 선언하고 있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진전의 원칙’(역진 방지)에 따라 5년마다 강화된 목표를 설정하게 돼 있”는 만큼, 2030년 이후 연도별 목표치를 굳이 일일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기본법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중장기·연도별 감축 목표를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하고,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도 5년마다 새로 수립해 시행해야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현재의 법적 구조가 결국 ‘2050 탄소중립’을 지키도록 돼 있으니, 법에 연도별 목표를 일일이 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번 소송과 ‘닮은 꼴’인 2021년 독일의 기후소송을 한번 살펴보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그해 3월24일 정확히 그 이유로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9년 제정된 이 법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독일 헌재는 “이 목표대로면 2030년 이후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여야 한다”며 “이는 인간의 생활영역 전체가 위협받는 것으로,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재 세대가 탄소예산을 과도하게 소진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자유권을 제약하고 그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독일 정부와 의회를 향해 “감축 부담의 적절한 배분을 위한 경로 설정”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위헌 결정으로 독일 연방정부와 의회는 5개월 뒤인 8월18일 연방기후보호법을 개정했다. ‘제3조 국가기후목표’ 내용 가운데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당기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55%에서 65%로 상향한 것이다. 또한 기존 법엔 없던 2040년 감축 목표를 신설해 88%로 명시하고 2050년엔 탄소중립을 넘어 ‘음’(negative)의 온실가스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목표 상향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철강 등의 산업에 대해 최소 50억유로(7조4천억원)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도 했다. 국내 기후소송 청구인 쪽 변호인들은 독일 헌재의 결정을 두고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부와 국회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한 선도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탄소중립기본법 뿐만 아니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도 2031년 이후 기간의 감축 목표치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이 계획을 확정하며 현 정부 임기(2027년)까지는 온실가스를 연평균 2%씩 줄이다가, 2028년부터 그 폭을 크게 늘려 3년 동안 9.1%씩 줄이도록 했다. 사실상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떠넘긴 셈이다.
청구인단 변호인들은 이를 두고 “미래세대 보호 조치의 전적인 부재”(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변론요지서에서 “결국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선언하면서도 실천 방법은 전부 백지 상태로 놓아둔 채 막연한 약속과 기대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미래세대인 청구인들에겐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설정과 집행을 국가에게 정당하게 요구할 헌법적 권리가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