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은 잊히는 게 두렵다고 얘기한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경향신문에서 송년기획으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인터뷰했다. 오송 참사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는 뭔가 한 게 없는 듯하다. 집회 같은 것에도 참여하지 못했고...기억하기 위해 관련 글을 옮긴다.
그는 “오송 참사,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모두 재난”이라며 “만약 이런 재난 희생자들이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면 똑같은 재난이, 희생자들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우리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재난상황을 예방하는 전담조직이 꾸려졌으면 한다”며 “시민들이 거리에서 희생되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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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63545
유가족·생존자·시민·의원 한목소리 "오송참사 국정감사 실시하라" (오마이뉴스, 23.09.20 17:51 l 충북인뉴스 최현주(043cbinews))
20일 기자회견... "최종책임자 처벌만이 참사 반복되지 않는 최선책"
오송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여가 지났음에도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 생존자, 시민,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생존자협의회·시민대책위원회와 도종환(더불어민주당)·류호정(정의당)·강성희(진보당)·용혜인(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정감사는 국정전반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점과 대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라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진상규명을 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단대응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점과 대안을 찾아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발생 원인과 충청북도, 청주시, 행복청, 소방, 경찰의 대응, 유가족 및 생존자에 대한 지원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대응을 자세히 살펴보고 부실한 대응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유가족 대표 이경구씨는 "억울한 죽음에 대한 이유도 모르고, 가족을 문밖을 보내지 말아야했다고 후회하고, 오히려 원인을 저희 유족들 자신에게 묻고, 자책하며 가슴을 치고 버티고 있다"며 기관들의 책임전가식 발언은 듣는 유가족들은 현실이 너무도 슬프고 상처가 더해진다고 분노했다.
이어 "발생 초기 국무조정실은 어느 단체장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검찰에 인수인계했다. 현재도 참사 관련 정확한 정보도, 경과도 제공받지 못하며, 검찰의 수사 중이란 답변만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 기관들은) 참사초기 진심 어린 위로와 사죄, 아픔을 잊지 않고 함께 하겠다던 말과 달리 도의적인 책임만 지겠다고 선회하여 매뉴얼을 따랐다는 말로 책임을 미루고, 제방공사 발주와 오송지하도의 관리주체인 기관의 법적책임이 있다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참사의 최종책임자를 처벌하고 그 책임을 다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에서 반복되지 않는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생존자협의회 또한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낯 뜨거운 네 탓 공방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지자체장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잘 수행했는지, 공직기강은 잘 세웠는지, 매뉴얼은 잘 지켰는지 등 국회에서 진실을 규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여당 위원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현안질의를 파행시키고 주요 책임자인 충부고지사의 출석을 가로막았다"며 "윤석열 정부와 여당 지자체장이 그 어떠한 정치적·법적 책임도 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용혜인 의원은 "오송참사와 관련된 이들을 국정감사장에 불러내 충청북도가 예견된 집중호우와 미호천 범람 위험 신호에도 궁평2지하차도를 포함한 도로통제와 대피명령을 왜 하지 않았는지, 충북소방이 긴급구조기관의 의무를 다했는지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국가와 지자체는 책임을 다하지 않고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충북도와 청주시 등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생존자협의회·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중대시민재해를 유발한 최고책임자의 빠른 기소를 촉구하며 1만 3000여 명의 시민 서명과, 100여 개 인권·법률·시민사회·기후·환경·노동·사회적 재난과 피해가족 단체 등의 기소 촉구 성명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오는 21일 오후 2시 천주교 수동성당 강당에서 '오송지하차도참사 중대시민재해 올바른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는 ▲유가족 및 피해자들의 증언 ▲박상은 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의 사회적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의 문제와 개선 방안 ▲민주사회실현을위한변호사모임 손익찬씨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근거와 의미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토론자로는 박진희 충북도의원과 이선영 오송참사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이 참여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6507.html
넉 달째 기약 없는 오송 참사 수사…‘중대시민재해’ 적용될까 (한겨레, 정혜민 오연서 기자, 2023-11-16 07:00)
검찰이 ‘오송 참사’ 수사본부를 꾸린 지 4개월 가까이 흘렀지만 수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8개 기관·업체의 잘못이 중첩돼 발생한 오송 참사는 수사 대상이 많고 법리 구성도 어려운, ‘난도 높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수사팀이 ‘늪’에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유족들은 기관장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7월 충북 청주지검에 꾸려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검찰 수사본부’에 파견된 검사 9명은 현재까지도 원청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수사본부의 정희도 부본부장도 지난 9월 인사에서 안산지청장으로 발령 났지만 여태 정식 부임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수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수사 대상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입건된 피의자는 국무조정실이 의뢰한 36명과 생존자·유족 쪽에서 고소·고발한 기관장 6명 등 총 42명에 이른다. 수사본부가 현재까지 불러 조사한 인원은 피의자와 참고인을 더해 200명을 넘겼다. 기관 2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공무원 휴대전화도 200여대 확보한 수사본부는 현재 압수물과 참사 현장 검증자료를 분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세월호(해경)나 이태원·초량지하차도(경찰·지방자치단체·소방) 참사와 비교하면 오송 참사는 연루 기관도 8개 기관·업체로 방대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청북도, 충북경찰청, 청주흥덕경찰서, 청주시, 충북소방본부, 시공업체, 감리업체 등이다. 이들의 잘못이 중첩돼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수사할 양도 많지만 인과관계 구성도 쉽지 않다.
최근 법원이 대형 참사에 연루된 공무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는 점도 부담이다. 대법원은 지난 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받은 해경 지휘부의 무죄를 확정했다.
오송 참사와 유사한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고’에서도 기소된 공무원들이 1심에서는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는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거나 감형됐다.
오송 참사 피의자 중 한명의 변호인은 한겨레에 “쟁점이 굉장히 복잡한데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따지기도 쉽지 않다”며 “검찰은 윗선을 노리는 듯하지만 윗선의 지시나 방조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중대시민재해) 혐의 적용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 이경구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말단보다는 기관장을 처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는 윗선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기 때문에 중대시민재해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 쪽 법률대리인인 홍석조 변호사는 “각 기관이 실제 관리 주체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게 수사 결과로 밝혀지면 중대시민재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중대시민재해를 이유로 책임자가 기소된 사례는 없다.
현재까지 기관장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재난 사건은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책임자를 정확히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재난 사고와 비교하면 수사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사본부는 기관장 6명에 대해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312252105005
“잊힐까 두려워…다시는 시민이 거리에서 희생되지 않았으면” (경향, 이삭 기자, 2023.12.25 21:05)
이경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 인터뷰
강 임시제방 쌓은 행복도시건설청
충북도는 지하차도 도로 관리 책임
청주시는 범람한 미호강 관리 의무
한 곳이라도 대처했다면 달랐을 것
“잊히는 게 두렵습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한 카페에서 지난 13일 만난 이경구씨(49)는 덤덤하게 말했다. 이씨는 지난 7월15일을 잊지 못한다. 당시 오송읍 궁평리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참사로 스물네 살 조카 A씨를 잃었다.
“아침 일찍 누님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왔어요. 버스를 타고 KTX오송역으로 간다던 딸이 연락이 안 된다. 아무래도 지하차도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거 같다고.”
A씨는 구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고 다음날인 7월16일 오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이날 실종신고된 9명이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하루 뒤인 17일에는 5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 이번 참사 희생자는 모두 14명이다. 11명 생존자도 있다.
이씨는 희생자 발인을 모두 마친 뒤 지난 7월26일 희생자 유족들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를 발족했다. 오송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관련 기관들이 모두 개인정보라고 유족들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아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면서 연락처를 받아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며 “임시로 대표를 맡으려고 했는데 유족들 요구로 계속 대표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 등 유가족들은 미호강에 임시 제방을 쌓은 행복도시건설청을 비롯해 충북도와 청주시 모두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충북도는 참사가 난 지하차도 도로관리 책임이 있고, 청주시는 범람한 미호강 관리 책임이 있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이씨는 “각종 참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재난 대응 시스템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미호강 범람 위기 연락을 받고 어느 한 기관이라도 대처에 나섰다면 오송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관련 기관에서 남발하고 있는 재난문자조차 ‘면피’라고 생각한다. 오송 참사 때도 똑같았다”며 “위험을 미리 알려준 것으로 소임을 다 했으니 시민들에게 ‘알아서 피하라’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10월의 ‘맹탕 국감’도 한탄스러워
김영환 지사, 사과 없이 면피 발언
행복도시건설청장은 출석도 안 해
시민단체 연대로 유족들 버텨내
지난 10월10일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국정감사도 “한탄스러웠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에게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즉답을 피하는 김영환 충북지사의 태도도 실망스러웠다.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국감장에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씨는 “국감에서 김 지사가 사과발언을 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솔직히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면피성 발언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개탄스러웠다”고 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왔다. 폭우보다 폭설을 걱정해야 하는 계절이 됐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고통에 살아가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유가족 심리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붉은 버스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생존자 중 일부는 아직도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씨는 회사가 있는 청주 오창에서 오송으로 출근할 때마다 참사현장 주변을 지난다. 그때마다 조카의 얼굴이 떠오른다. 붉은색 747번 급행버스를 봐도 마찬가지다. 이씨의 누나는 딸을 잃고 원래 살던 곳을 떠났다. 빈집을 보면 딸이 자꾸 생각나서다.
생존자들도 불면증과 죄책감·불안감 등을 호소하고 있다. 생존자 중 한 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 또 다른 생존자는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 최근에서야 퇴원했다. 자살이 우려돼 강제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도 있다.
이들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심리치료는 지난달에서야 시작됐다. 유족 심리치료는 충북도 등의 지원을 받아 국립 공주병원 트라우마센터 직원들이 유족들을 찾아와 진행되고 있다. 이씨는 “유족들은 2주에 한 번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충북도 등에서 지원받았던 심리치료라고는 치료비 지원과 약 처방 등이 전부”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말들은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씨 조카가 생전에 촬영한 버스에서 물이 차오르는 영상에도 ‘왜 탈출하지 않고 영상을 찍느냐’는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씨는 “버스에서 탈출하지 못한 조카가 절박한 심정으로 영상을 찍어 보낸 것인데 그 영상조차 비난받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남의 일’이라고 시민들이 이기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한파가 찾아오는 겨울에도 이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들이 이들을 돕고 있다. 분향소 설치 문제로 충북도·청주시와 대립할 때도, 단체장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때에도 지역 시민단체들이 이들과 연대해 힘이 돼 줬다.
유가족협의회를 결성한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도 시민단체들이다. 유족들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 만에 철거 위기에 놓였던 분향소 운영을 100일 넘게 이어가고 있다. 오송 참사 100일에 맞춰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문화제 등도 함께했다.
이씨는 “시민단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외로운 싸움이 됐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정치색 등으로 꺼리는 유족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3대 국정조사 국회 처리 기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재발 방지
재난 예방하는 전담조직 꾸려져야
유족들의 목적은 오송 참사의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전 행복청장과 충북지사, 청주시장을 중대 재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도 그래서다. 단체장들이 시민 안전에 신경을 써 앞으로 이 같은 사고를 막아달라는 의미에서다.
유족들과 생존자들은 국정조사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사고 진상규명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쌍특검과 함께 이태원참사특별법, 3대 국정조사(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처리할 계획이다.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버스 또는 길거리에서 목숨을 잃고 있어요. 이제 다시는 제발 이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이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들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
그는 “오송 참사,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모두 재난”이라며 “만약 이런 재난 희생자들이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면 똑같은 재난이, 희생자들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우리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재난상황을 예방하는 전담조직이 꾸려졌으면 한다”며 “시민들이 거리에서 희생되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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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0 08:43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민재해 조항에 의해 처벌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홍수 경보 후 4시간 30분이 넘었고, 긴급통제 요청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조치가 없었던 오송 참사는 '관재' 성격이 강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탓이라 하며 책임을 전가하거나 아니면 오송 참사와 같이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다. 오송 참사는 인재로 파악되다 보니 대통령 책임론을 우려하여 무시하는 것이다. 이른바 무의사결정이다.
오송 지하차도의 문제는 단순히 재난시 진입금지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재난관리 시스템의 오류 문제다. 이러다 오송 참사가 그냥 묻힐 듯하여 관련 기사를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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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9042029005
오송 참사와 ‘단 두 평의 분향소’ (경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2023.09.04 20:29)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지난 9월1일로 49일째, 그날 참사 현장에서는 오후 5시부터 ‘49재 위령제’가 열렸다. 충청북도 부지사도, 세월호 참사·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한 위령제에서 오송 참사 유가족들은 단 두 평이라도 분향소를 유지해달라고 충북도와 청주시에 호소했다.
위령제를 마치고 청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1층에 있던 분향소로 돌아가려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들은 소식은 분향소가 철거되었다는 것. 충북도와 청주시는 그날 위령제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오후 8시40분부터 철거를 시작해 9시20분에 완료했다. 충북도나 청주시는 분향소를 49재까지 운영하기로 했고, 49재가 끝났으니 철거가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위령제에 참석해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보았을 텐데도 ‘엄정하게’ 행정력을 집행한 것이다.
저런 행정력이 왜 참사 당일에는 없었을까? 만약 단호하게 위험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면, 아니 차량의 지하차도 진입만이라도 막았다면, 최소한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 아닌가? 있어야 할 때와 장소에서는 보이지 않은 행정력이 가족을 잃고 오열하는 유가족이나 피해자들 앞에서는 그처럼 단호하게 엄정한 집행으로 나타났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극한호우’로 인해 미호강이 범람하던 그 시간에 충북도지사는 괴산에 있는 자신의 땅을 둘러보러 갔다는 의혹을 샀고, 오송의 상황을 보고받고도 자신이 간다고 달라질 게 뭐 있냐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이런 태도는 이미 대통령이 보였던 태도다. 대통령은 다른 참사 지역은 둘러보고도 굳이 오송 참사 현장은 방문하지 않고, 외면했다.
윤 정부의 참사를 대하는 다른 모습
윤석열 정부에서 예전과 다른, 참사를 대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그래도 이전 정부까지는 참사가 발생하면 합동분향소를 만들었고,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의 요구를 듣고, 협상을 진행한 뒤 합동장례식을 치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합동분향소는 4주기 때까지 유지됐다. 체육관에서라도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이 모여 지내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10·29 이태원 참사에서도, 이번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예전 정부가 행했던 최소한의 모습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태원 참사 뒤에 만들어진 ‘범정부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TF’의 결과였다. “지구온난화·기상이변으로 태풍, 집중호우, 가뭄, 폭염 등 재난이 과거 경험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강해지고, 일상화된 형태로 반복” 등이 문제임을 진단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위험 예측 및 상시 대비체계 강화,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안전관리 체계 전환 등 5개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관점, 방식, 행동(실천)의 대전환을 통해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래서 세부과제로 65개 분야를 선정했고, 상시적인 점검을 해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비전과 전략과 과제들은 새롭지 않다. 예전에도 참사 이후에는 안전시스템 점검이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실천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종합대책을 실천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두 평의 분향소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완강한 권력 행사의 모습에서 무슨 비전과 전략이 실현되기를 바랄까? 참사 50일이 지난 지금까지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는 깜깜이고, 오송참사시민대책위가 주장하는 ‘중대시민재해’로 “재해 예방과 대응에 미흡했던 지방정부에 책임을” 물으려는 적극성조차 찾을 길이 없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절실한 이유
제 사람 감싸기에 급급한 조사와 수사로는 반복되는 재난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는 재발방지 대책은 모두 공허한 염불일 뿐이다. 그래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요구한다. 참사 피해자들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으며,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무는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기구를 꾸려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법과 제도, 정책을 시행할 때 안전을 후퇴시키지 못하도록 안전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법안이 3년째 국회에 발의된 채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이 진행 중인 지금, 시민들이 나설 때 국회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07262.html
[전국 프리즘] 오송 참사 그후, 살아남은 자의 몸부림 (한겨레, 오윤주 기자, 2023-09-05 19:28)
슬픔과 미안, 잊힐지 모른다는 불안은 곁에 살아남은 자들만의 몫인가 보다. 14명이 희생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49재까지 치렀지만 유가족·생존자·시민 등의 한과 아픔은 낫기는커녕 덧나고 있다.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충북도·청주시 등이 마뜩잖다. 대표적인 게 ‘떠돌이 분향소’다. 참사 닷새 만에 충북도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2주 뒤 청주시 도시재생허브센터로 밀려났다. 30일 동안 운영된 분향소는 지난 1일 밤 충북도에 의해 기습 철거됐다. 철거 1시간 전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선 49재 추모 행사가 열렸고, 충북도는 “오늘 철거하지 않는다”고 공언까지 했다. 하지만 유가족·시민대책위원 등이 49재 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분향소는 사라졌다. “심리전까지 동원한 속전속결 군사작전이었다”는 유가족·시민대책위의 지적이 일리 있다.
유가족·시민 등은 기습 철거뿐 아니라 2시간 넘는 몸싸움·대치 끝에 얻어낸 분향소 재설치도 야속하다. “천막처럼 작게 만들어달라는 거잖아요. (오송 참사) 인재잖아. 누구 한명만 나갔어도 내 딸 안 죽었어.” 유가족의 절규·몸부림이 이어지자 청주시는 마지못해 손을 들었다.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위는 오송 참사 책임을 물어 36명을 수사 의뢰하면서도 단체장 등 선출직 책임자는 뺀 정부도 미덥지 못하다.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위가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한 이유다.
유가족협의회는 충북지역 재난·안전 최고책임자인 김 지사 주민소환에도 나선다. 김 지사는 지난 7월15일 참사 발생(아침 8시40분 추정) 1시간여가 지난 오전 9시44분 최초 보고를 받고도 괴산으로 향했다. 이날 새벽 괴산댐 월류로 주민이 대피했지만 김 지사 출발 무렵은 상황이 진정된 상태였다. 괴산 상황을 둘러본 김 지사는 오송 주변 옥산 맛집에서 점심까지 먹고 참사 현장엔 오후 1시20분께 방문했다. 집중호우 비상 3단계인 참사 전날엔 충북을 비우고 서울에서 지인과 간담회를 겸한 만찬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7월20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내가 현장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는 말로 안이한 늑장 대처의 정점을 찍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 지사 주민소환 의지를 밝혔지만, 지금 주민소환은 미래포럼 등이 주축이 된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추진한다. 이들은 오송 참사 부실·안이 대처뿐 아니라, 친일파 발언, 제천 산불 때 음주 파문 등을 주민소환 사유로 들고 있다. 김 지사 등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단죄하는 데 초점을 둔 시민대책위 등의 가세 여부가 주민소환 성패의 변수다.
주민소환은 주민이 부적합하다고 보는 자치단체장·지방의원 등을 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지금 김 지사뿐 아니라 김경일 경기 파주시장, 강영석 경북 상주시장 등의 주민소환도 진행 중이다. 2007년 이후 전국 곳곳에서 주민소환이 추진됐지만 소환이 성사된 것은 지방의원 2명뿐이다. 단체장 주민소환은 모두 무산됐다. 주민소환 투표를 위한 청구서명 정족수(유권자 10~15%), 투표율 기준(33.3%)을 채우지 못했다.
김 지사 주민소환 본부는 4일까지 주민소환 청구서명 수임인을 400여명 확보하고, 청주·충주·제천·보은 등 충북 전역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반대 또한 만만치 않다. 충북도의회 등 지방의회 10곳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과 보수성향 단체 등은 주민소환 반대 성명을 잇따라 내는 등 ‘김영환 구하기’에 나섰다. 이들은 김 지사 주민소환을 거짓 선전·선동으로 규정했다.
오송 참사를 두고 극과 극이 날을 세운다. 하지만 끓는 물과 얼음이 다 같은 물이듯 김 지사는 자신을 지지·반대하는 이 모두 시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 지사는 최근 “지난 1년 도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오를 범했다. 겸손하겠다”고 했다.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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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307162033015
작년 그 물난리 겪고서도…달라진 게 없다 (경향, 박용필·강정의 기자, 2023.07.16 20:33)
오송 지하차도 침수 인명피해 등
1년 전 ‘힌남노 수해 비극’ 되풀이
사전통제·대피 지시 없거나 혼선
재난 대응 시스템 무너진 ‘인재’
지자체 ‘판단 역량 부족’도 지적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충청·경북·전북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산사태와 지하차도 침수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번 호우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공식 집계한 사망·실종자는 16일 오후 6시 현재 46명이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발생 후 정부가 철저한 대비를 약속했음에도 지하 침수 등 피해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정부·지자체의 재난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컨트롤타워와 실행기관 간의 괴리 등 관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침수사고가 일어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의 경우 사고 수시간 전에 이미 인근 하천에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붕괴되면서 범람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하천 제방은 ‘공사 중’인 상태였다. 행정안전부 중심으로 꾸려진 중대본은 이번 집중호우를 앞두고 수차례 관계기관에 “산사태·급경사지 등 붕괴 우려 지역에 대한 예찰 강화와 해안가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등에 대비해 사전 통제와 주민 대피를 적극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가 제대로만 이행됐어도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건 컨트롤타워와 실행기관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은 ‘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라’ ‘침수 피해가 우려될 경우 차량 통행을 제한하라’는 방침을 정하고 실행 주체인 자치단체에 이를 지시한다.
그런데 ‘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어떤 상황일 경우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따로 지침을 주지 않는다. 정작 이를 스스로 판단해야 할 자치단체는 전문성이나 역량이 부족한 곳이 많다.
가령 지난 15일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와 감천면 벌방리는 예천군이 지정·관리하던 산사태 위험지역 66곳에 해당되지 않았다. 궁평 제2지하차도의 경우 관할 지자체는 지하차도 자체의 침수 수위만 살폈을 뿐 인근 하천의 범람 위험은 계산에 넣지 못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재난 대비 협력기관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이번 수해는 정황상 재난 대응 체계가 무너져 발생한 인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시설이나 장비 확충 위주의 대책에만 기댄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폭우로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바다가 된 이후 당국은 순간 배수용량을 늘리기 위해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완공은 일러야 2027년이다. 당장 지난 13일 강남역 도로에선 한때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등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관할 자치단체가 우기를 앞두고 최근 빗물받이 청소 횟수를 늘렸으나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주변 쓰레기들이 폭우에 떠내려가 빗물받이를 순식간에 막은 것이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자치단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부여한 응급조치, 통행금지, 교통통제, 대피명령 등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67275
지난해 힌남노 참사 교훈 잊었나 … 지하차도 침수 매년 반복 (내일신문, 김신일 기자, 2023-07-17 11:06:55)
집중호우로 사망·실종 54명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지하공간 침수로 인한 인명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북지역 산사태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 역시 재난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재난대응 전문가들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호우경보가 발령되고 4시간 30분이 지나도록 관계당국이 차량통제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 뿐만 아니라 제방이 유실된 미호강은 환경부가 관리 주체인 국가하천이다. 특히 제방 유실 지점은 국토부 소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강 교량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존 제방을 헐고 모래로 임시 제방을 쌓아둔 곳이다. 이 사고로 17일 9시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만 사망 13명, 부상 9명이다. 수색이 진행되면 피해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앞서 2020년에는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가 침수돼 시민 3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서울 한복판에서 침수로 인한 인명사고가 대량 발생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같은 사고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록적인 폭우라는 불가항력 상황도 있었겠지만 지자체 등 재난대응기관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천 등 경북지역 산사태 피해가 큰 이유도 사전에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리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인명피해가 난 지역 중 평소 산사태 위험이 있어 취약지구로 지정된 곳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한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전점검 대상도 아닌 지역이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많게는 600㎜ 이상 내린 집중호우에 인명과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매몰사고 희생자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3명이다. 경북 예천에서는 산사태로 5개 마을에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오전 6시 현재 집계된 집중호우 인명피해는 사망 39명, 실종 9명, 부상 34명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 사망자는 세종 1명, 충북 15명(오송 12명), 충남 4명, 경북 19명 등 모두 39명으로 집계됐다. 중대본 발표 이후 오송 지하차도에서 추가로 시신 1구가 더 수습돼 사망자는 40명으로 늘었다. 중대본의 집중호우 공식 피해에는 잡히지 않지만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도 5명이나 된다. 이번 집중호우로 54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셈이다.
대규모 이재민도 발생했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 일시 대피한 인원은 6255세대 1만570명이다. 모두 15개 시·도 111개 시·군·구에서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가까이에서 이재민이 발생한 셈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3326세대 5788명은 귀가하지 못하고 마을회관이나 학교 등 임시로 마련된 대피시설에 머물고 있다.
시설물 피해도 상당하다. 전국 곳곳에서 도로가 유실되거나 사면이 붕괴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지금까지 신고된 피해시설만 945건(공공시설 628건, 사유시설 317건)이다. 특히 하천 제방유실 사고가 169건이나 돼 주변 도로나 농경지 침수 피해가 컸다. 도로 사면유실·붕괴는 충남 87건, 경북 24건 등 146건이 발생했다. 도로 파손·유실도 49건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주택침수 139동, 주택 전파·반파 52동, 어선 피해 6척, 차량침수 64대 등 사유시설 피해도 극심했다. 농작물 피해규모도 1만9769㏊에 이른다. 가축은 소·돼지·닭 등 56만 마리가 폐사했다.
공공시설(628건)과 사유시설(317건) 피해도 충남과 경북을 중심으로 대폭 늘었다. 도로 사면유실·붕괴는 충남 87건, 경북 24건을 비롯해 146건 발생했으며, 도로 파손·유실도 49건으로 증가했다. 토사유출은 충남 58건을 비롯해 108건 발생했으며, 하천 제방유실도 169건 발생했는데 그중 대다수(127건)가 충남에 집중됐다.
낙석·산사태는 충남 5건 등 8건, 수목 전도는 충남 23건 등 25건이 발생했다. 경북에서는 상하수도 파손 49건과 문화재 침수 22건 피해도 있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67263
윤 "부실대응이 재난원인 … 가용자원 총동원" (내일신문, 김신일 이재걸 김기수 기자, 2023-07-17 11:13:03)
중대본 회의 "재난대응 기본원칙 지켜야"
사망·실종 54명 … 충청·남부 19일까지 비
장마철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50명을 넘어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지금의 상황을 모두 엄중하게 인식하고 군·경을 포함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신속한 구조 및 피해지원을 독려했다.
순방일정을 마치고 이날 새벽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윤 대통령은 2시간여 후인 오전 8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특히 구조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부실대응이라며 관계기관을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보면 산사태 취약지역 등 위험 지역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으로 판단이 된다"며 "위험 지역에 대한 진입 통제와 또 위험 지역으로부터의 선제적 대피를 지난해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재난대응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위험 지역에 있는 주민, 또 그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하면 선제적으로 판단해서 빨리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 대피를 시켜야 되고, 위험한 지역으로의 진입은 교통 통제, 출입 통제 이런 것을 시켜서 위험 지역으로는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런 재난 대응의 인명 피해를 막는 기본 원칙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이번 폭우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https://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1100458.html
‘오송 참사’ 원인 임시제방, 금강청·청주시·행복청 ‘무책임 삼각지대’ (한겨레, 최예린 기자, 2023-07-17 14:09)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확장공사하며
기존 제방보다 1.6m 낮게 임시제방 설치
오송 지하차도 침수의 직접적 원인이 된 미호강 범람 당시 하천 관리 책임이 있는 금강유역환경청(금강청)과 관할 지자체인 충북 청주시 모두 유실된 임시제방의 관리·감독에선 손을 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리 공사를 위해 임시제방을 만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강물이 넘치기 직전 제방 보강 공사까지 하고도 이 사실을 금강청이나 청주시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다. 각 기관이 제방 관리를 소홀히 하고 책임을 미루는 사이 강물이 범람해 1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당시 유실된 미호강 임시제방은 행복청이 시행한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 일부를 허물고 임시로 다시 쌓은 것이다. 임시제방은 하단부에 중량마대(톤백)를 쌓고 그 위에 흙을 다져 만들었는데, 원래 제방보다 견고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높이도 원래 제방(31.3m)보다 1.6m 정도 낮은 29.7m였다. 행복청은 <한겨레>에 “홍수경보가 발령된 뒤 임시제방을 보강하려고 방수천막을 덮고 흙을 덮는 등 작업을 했다”면서 “임시제방 높이는 원래 제방보다는 낮지만, 계획홍수위인 9.3m보다는 높았다”고 강조했다. 홍수시 최대수위보다는 1m가까이 높게 쌓았기 때문에 강물이 둑을 흘러넘칠 것이란 예상을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어난 강물은 임시제방을 넘어 오송 지하차도 쪽으로 밀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쌓아놓은 임시제방도 물에 쓸려나갔다.
문제는 하천 관리 책임이 있는 금강청과 청주시가 미호강 범람의 시작점인 임시제방에 대해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임시제방이 원래 제방보다 낮게 만들어졌다는 사실, 14~15일 미호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 홍수위에 근접하자 서둘러 방수포를 씌우고 그 위에 흙을 덧대는 작업을 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박길수 금강청 하천공사과장은 “우리는 임시제방 공사를 허가만 했지, 관리하지는 않았다. 임시제방에 관한 관리 책임은 전적으로 행복청에 있다”고 책임을 미뤘다. 청주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가영 청주시 하천과장은 “해당 제방과 관련한 사항은 공사 허가부터 유지·관리까지 모두 금강청 소관”이라며 “임시제방과 관련한 것은 우리 업무가 아니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하천법 27조5항에 따라 국가하천인 미호강 ‘제방’의 관리는 금강청 사무다. 청주시는 금강청의 위임을 받아 미호강 유지·관리를 맡고 있다. 지난 17일 참사 현장 브리핑에서 조희송 금강청장이 “문제가 된 미호강 임시제방 관리는 금강청과 청주시가 같이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범람 가능성을 우려해 임시제방 보강 작업을 한 행복청도 이 사실을 금강청과 청주시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다. 최병성 행복청 대변인은 “아침에 급하게 홍수경보가 발령되고 보강 작업을 한 거라 금강청이나 청주시에 따로 연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방 관리에서 손을 놓고 있던 청주시는 사고 발생 2~4시간 전 금강 홍수통제소로부터 홍수 경보에 이은 통행제한 조처를 요구받고도 하천 주변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다. 이런 무신경과 무책임은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하차도 참사로 이어졌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0500.html
‘행정 부재’ 오송 참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될까 (한겨레, 장나래 기자, 2023-07-17 16:38)
경찰 ‘중대시민재해’ 해당되는지 검토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의 주요 원인이 지자체의 행정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충북경찰청은 17일 송영호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88명의 수사본부를 꾸리고, 임시제방을 관리하지 못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비롯, 금강홍수통제소와 충북도·청주시·흥덕구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함께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 등에게 안전·보건조치 의무을 부여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공중이용시설 등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이번 사고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송궁평2지하차도는 2종 시설물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고 밝힌 뒤, 발주 공사 관리와 터널 진출입 통제를 하지 못한 지방자체단체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과) 역시 “공사 설계 단계부터 제대로 된 안전 조처를 했는지를 따져 미흡했다면 해당 행위자(건설사)뿐 아니라 관리·감독하는 기관에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 경찰은 지난 4월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보고, 신상진 성남시장과 김명수 당시 분당구청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717519741
관재(官災)가 부른 ‘오송 참사’, 수사·감찰 본격화 [전국 ‘물폭탄’] (세계일보, 청주=윤교근·강은선 기자, 구윤모·박지원 기자, 2023-07-17 18:30:00)
오송 실종 명단 14명 모두 사망
당국 사실상 내부 수색 마무리
전국 피해 사망 41명·실종 9명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이 반복되는 홍수경보와 교통통제 요청을 외면하는 사이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사고에 대한 수사와 감찰이 본격화한다.
충북경찰청은 17일 수사부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한 88명 규모의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수사본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수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제방 관리를 맡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현재 실종자 구조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구조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도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교통통제 미시행 등과 관련된 지자체와 경찰·소방 등의 안전조치 내역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인명피해 발생 경위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은 “사고 발생시간인 오전 8시40분보다 빠른 오전 7시2분과 7시58분에 주민 긴급대피와 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각각 한 차례씩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추가 신고 정황도 확인돼 신고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이번 폭우로 인한 전국 희생자는 세종 1명, 충북 17명(오송 14명), 충남 4명, 경북 19명 등 41명이다. 실종은 9명, 부상자는 경북 17명 등 34명이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로 인한 누적 사상자는 사망자 14명, 부상자 9명 등 23명이다. 당국은 이 사고로 실종신고된 명단이 모두 확인됨에 따라 사실상 내부 수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0566.html
‘안전시설’ 분류된 오송 지하차도…차단기 설치 한발 늦었다 (한겨레, 박수지 장나래 윤연정 기자, 2023-07-17 19:54)
3년 전 부산 지하차도 참사와 판박이
“안전 예산 편성 후순위…사고 반복”
집중호우로 인한 지하차도 참사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고 있지만, 관련 시설물 설치나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 정비는 더디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한번 물이 차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불어나는 지하차도의 특성상 적극적인 진입 통제를 위한 매뉴얼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발생해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사태는 진입통제만 제때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3년 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건과 유사하다. 2020년 7월23일 당시 부산 초량 일대에는 시간당 80㎜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상습 침수 지역인 초량 제1지하차도에도 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부산시와 동구청 어느 누구도 지하차도에 드나드는 차량을 막지 않았다. 출입통제 시스템은 3년 동안 고장 난 채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결국 대피하지 못한 3명이 숨졌다.
지난해 9월 관련 공무원 11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초량 지하차도 사건 1심 재판부는 “초량 지하차도는 출입통제 시스템이 있었는데, 당시 제대로 지침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대비책을 갖춰놓더라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이 이 사건에서 드러났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미호천교 근처의 임시 제방 일부가 무너지면서 물 6만여t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고, 2~3분 만에 손쓸 새 없이 침수됐다. 배수 펌프는 있었지만 갑자기 쏟아진 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범람으로 짧은 시간에 하천 물이 유입되다 보니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잇따르는 신고와 홍수 경보에도 경찰과 지자체 등이 교통통제에 나서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차량 진입을 막는 시설물 정비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 지하차도 침수 이후 행정안전부는 2020년 침수우려 지하차도 145개를 지정하고 차단기를 설치한다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오송 지하차도는 ‘안전한 시설’로 분류돼 ‘145개’에서 제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오송 지하차도는) 침수 이력이 없고, 차로가 협소한 편도 아니라 안전하다고 충북도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별도로 충북도가 지난달 행안부로부터 특별교부세를 받아 차단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미처 설치하기도 전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에 대한 예산 편성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데, 가장 후순위로 두니까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지하차도에도 자동차단시설을 설치하고 원격 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대책이 있었지만 빠르게 시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장 매뉴얼이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최근 기후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재난관리 담당자는 “교통통제는 전반적인 위험 상황 등을 고려해 판단하게 돼 있다. 너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시민들이 일부 교통통제를 무시하는 경우마저 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강남역 침수 사건도 118년 빈도로 발생한 일인데 대응이 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며 “기후변화 때문에 폭우 등 극단적인 자연재난이 생기는데, 재난 대응 방식의 기준은 이에 맞춰 바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307172035025
시민들 ‘생사’ 다툴 때…당국은 ‘책임 돌리기’ (경향, 이삭·김세훈·박용필 기자, 2023.07.17 20:35)
오송 지하차도 침수 원인 지목
‘미호강 범람’ 당시 상황 대응
소방, 참사 50분 전 신고 접수
청주시는 충북도에 전파 안 해
행복도시청 등 책임 회피 ‘급급’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번 참사를 두고 충북도와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관계당국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충북소방본부는 17일 수색작업을 통해 지하차도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12명 중 마지막 실종자를 포함해 시신 5구를 추가로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참사의 사망자는 14명으로 늘어났다. 참사 당시 지하차도 내부에 고립된 차량은 모두 17대로 파악됐다.
충북도와 소방당국은 행복청이 진행하는 미호천(강)교 신설 공사의 제방 붕괴를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하차도에서 300~400m 정도 떨어진 제방이 무너지면서 미호강이 범람해 흙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이다.
행복청은 오송읍 궁평리~강내면 탑연리 1.2㎞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행복청은 장마를 앞둔 지난 6월29일~7월7일 임시제방을 쌓았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은 행복청이 공사 과정에서 제방을 모래 등으로 부실하게 쌓아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궁평리 주민 양모씨(79)는 “단단히 쌓아야 하는데 모래로 제방을 쌓았다. 문제가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미호강 범람 위기에도 도로를 제때 통제하지 못해 사고를 키운 충북도와 청주시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청주 흥덕구는 참사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6시30분쯤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미호천교가 심각 단계에 도달했다. 계획홍수위(제방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수위)를 대비해 저지대 및 취약구간 주민 대피, 응급복구 조치 등 지자체 매뉴얼대로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흥덕구는 이 내용을 같은 날 오전 6시36분 청주시 하천과에, 오전 6시39분쯤 청주시 안전정책과에 각각 전달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이 내용을 오송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제도 하지 않았다. 해당 지하차도 관리 주체가 충북도라는 이유에서다.
청주시는 소방의 대응 요청도 묵살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참사 발생 50분 전인 당일 오전 7시51분쯤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오전 8시3분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도착해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전파했다.
경찰도 참사 20분 지나 출동…이번 호우 사망자 41명
소방 상황실은 청주시 당직실에 이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청주시는 해당 상황을 도로 관리 주체인 충북도로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차도 관리를 맡은 충북도는 제방을 쌓은 행복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는 자체적으로 통제 여부를 결정한다. 참사 당시에도 지하차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상황을 감시한 것이 전부다.
경찰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당일 오전 7시30분에서 9시 전후로 충북경찰청 112상황실에는 물난리와 관련된 신고 전화가 10여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오송 궁평 지하차도’를 통제해달라는 내용의 신고도 있었다.
경찰이 출동한 곳은 궁평 제1지하차도와 쌍청리 교차로였다. 파출소 인원이 3명뿐이라는 이유로 궁평 제2지하차도는 출동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이 궁평 제2지하차도에 도착한 것은 참사 발생 20여분이 지난 오전 9시쯤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1명, 실종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이후 역대 5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다.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1100580.html
매뉴얼 낡고 관리책임 회피…재난 부실대응 종합판이었다 (한겨레, 손지민 박다해 최예린 기자, 2023-07-18 05:00)
집중호우 참사…반복된 ‘인재’
매뉴얼은 낡고, 현장 관리는 비체계적이며, 신속히 판단하고 움직여야 할 행정 주체들은 무책임했다. ‘인재’라는 말로 부족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참사’였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한국 재난대응 시스템이 안고 있는 부실의 종합판이다. 2020년 7월 부산 초량1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당국은 매뉴얼 보완과 대응체계 정비, 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난 15일 충북 청주에서 유사한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5배에 가까운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오류와 실패가 반복되는 건 ‘후진국형 재난’의 특징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9년 침수 위험이 있는 전국의 지하차도 145곳을 3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호우특보가 발령되면 출입을 통제하게 했다. 하지만 홍수경보가 발령된 미호강변의 궁평2지하차도는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별도의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는 “자체 매뉴얼에는 지하차도 중앙이 50㎝ 잠겨야 도로가 통제되도록 돼 있어 사전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침수 속도가 느린 빗물 고임에 대해서만 대비가 있었지, 하천 범람에 따른 침수는 예상 시나리오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안일한 상황인식은 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2018년 2월부터 진행한 교량(미호천교) 확장 및 임시제방 가설 공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공사 편의를 위해 행복청은 원래 있던 둑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높이가 원래 제방(12.9m)보다 3m가량 낮은 10m였다. 행복청은 계획홍수위(9.3m)보다 높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기후위기에 따른 강우 패턴의 변화를 간과한 것이었다. 실제 나흘간 300㎜가 넘게 쏟아진 비로 불어난 물은 제방을 쉽게 넘었고, 물길이 트이자 약한 임시제방도 삽시간에 쓸려나갔다.
침수 위험이 높은 시설물이었음에도 관리·통제의 책임이 분산돼 있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지하차도를 통과하는 지방도 508호선의 관리 책임은 충청북도에 있었지만, 침수 사고의 원인이 된 다리 공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소관이었다. 범람한 하천의 관리 책임은 금강유역환경청(금강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청주시에 있었다. 사고가 일어나자 기관들은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재앙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에는 실무자들의 무책임이 있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침수 4시간 전부터 두 차례에 걸쳐 관할 지자체에 미호천의 위험 상황을 알리고 교통통제·주민대피 조처의 필요성을 통보했지만, 흥덕구청은 참사 당일 내내 그 사실을 부인하다가 하루 뒤인 16일에야 통보받은 것을 시인했다. 지하차도와 도로를 관리하는 충청북도 역시 “순식간에 물이 한꺼번에 쏠려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기상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에 맞춘 대책이 준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대원 엘아이지(LIG)시스템 재난안전연구소장은 “기후변화는 이제 일상”이라며 “과거처럼 ‘톱다운’ 방식의 관 중심 대응은 한계에 다다랐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아이디어를 받아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참여형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달라진 재난 양상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현장 대응을 개선하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강우 패턴에선 재산 피해는 막기는 어려운 만큼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매뉴얼과 현장 대응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 요인 못잖게 인간의 개입으로 달라진 물리적 환경도 살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경북 예천 산사태 상황을 분석한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사태가 일어난 상부를 보면 어김없이 계곡 급경사지에 벌목을 한 곳이 있다”고 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산사태 연구와 관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경사도와 토질, 식재된 수종이 아니라, 사람이 건드려 환경이 변한 곳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41명(세종 1명, 충북 17명, 충남 4명, 경북 1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저녁 8시 기준). 실종자는 9명(부산 1명, 경북 8명), 부상자는 34명(경기 1명, 충북 13명, 충남 2명, 전남 1명, 경북 17명)이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67369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관재' 규명되나 (내일신문, 장세풍 기자, 2023-07-18 11:05:06)
국토부 환경부 지자체 경찰 등 수사 대상 … 실무자만 처벌 관행 벗어나나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과 책임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에 사회적 관심이 쏠린다. 소위 '윗선'은 다 빠져나가고 실무자들만 다치는 전례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홍수 경보 후 4시간 30분이 넘었고, 긴급통제 요청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조치가 없었던 이번 참사는 '관재' 성격이 강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충북경찰청은 17일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88명 수사관이 참여하는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미호강 임시제방 붕괴 책임 소재와 홍수 위험에도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등과 함께 제방이 유실된 미호천 일대에 대한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이는 무너진 제방을 허술하게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제방 높이나 폭 같은 것들을 살펴보기 위한 기초조사"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임시 제방공사 배경과 붕괴 경위 조사를 위해 미호강 신설 교량공사 관계자 등을 소환할 계획이다. 폭우 예보에도 미호강 제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련자들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위험을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는데도 도로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도 수사 대상이다. 범람 위험 경보를 통보받은 흥덕구청과 청주시청, 충북도청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2차례 112신고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경찰도 책임소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함께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 등에게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장도 처벌 대상이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공중이용시설 등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다.
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보면 도로교량, 도로터널, 철도시설, 항만시설, 댐 시설, 건축물, 하천시설, 상하수도, 지하역사, 연면적 2000㎡ 이상 지하상가, 연면적 3000㎡ 이상 도서관·박물관, 연면적 430㎡ 이상 어린이집 등이다.
다만,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되려면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경우, 관리결함이 주된 원인이라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들은 오송궁평2지하차도는 2종 시설물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고 밝힌 뒤, 발주 공사 관리와 터널 진출입 통제를 하지 못한 지방자체단체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사고에 대해 "중대 시민재해에 해당한다"며 "제도적인 부분에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재해가 발생하면 단체장 등 소위 '윗선'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실무자들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중대재해법 이전인 2020년 7월 23일 시민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1지하차도 침수사고의 경우, 단체장을 제외한 부시장 등 부산시청 공무원 2명과 동구청 직원 9명만 기소돼 유죄가 선고됐다.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민재해 조항에 의해 처벌된 사례는 없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중대 시민재해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적용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장소가 일반 도로라 법상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많았다. 또 경찰은 지난 4월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보고, 신상진 성남시장과 김명수 당시 분당구청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17일 전국 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호우피해가 큰 충북·충남·경북·전북과 이날 밤부터 집중 호우가 예상되는 경기남부·제주 지역 경찰관서에 최고단계 비상령인 '갑호비상'을 발령했다. 갑호비상이 발령되면 해당 경찰관서 소속 경찰은 비상근무를 하면서 기능·관할과 상관없이 긴급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경찰은 또 3∼15일 이어졌던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10개 경찰부대 소속 경찰관 600여명을 수해를 입은 충북과 충남, 경북, 전북 지역에 투입한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선제적 교통통제와 위험지역 순찰 등 재난대응 활동에 나선다.
수도권 지역 나머지 60여개 경찰부대에는 호우상황에 대비해 출동태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침수가 우려되는 지하차도와 하상도로에는 위험 등급에 따라 경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경찰청 소속 치안감급 고위 경찰관 4명을 충북과 충남, 경북, 전북지역에 보내 피해 현장 복구실태를 점검하고 피해 예방 활동을 총괄하도록 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67618
충북 오송지하차도 관리 '총체적 부실' (내일신문, 김신일 기자, 2023-07-19 10:58:31)
도, 사고 30분 전 미호강 범람 알아
차량통제 기준 넘어섰는데도 무대응
내부 지하배수펌프 고장나 무용지물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궁평2지하차도) 관리주체인 충북도의 총체적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전 예방에서부터 침수 후 대응까지 어느 한 부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고 30분 전 미호강 범람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미 사고 전 차량통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9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도가 미호강 범람 사실을 처음 보고받은 시간은 사고 발생 27분 전인 오전 8시 3분이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충북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미호강 범람 사실을 보고했다. 119종합상황실은 곧바로 청주시청 당직실에 전파했다.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도 사고 전에 이미 폐쇄회로(CC)TV를 통해 차도에 빗물이 유입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도 발표자료에 따르면 '오전 8시 27분 지하차도 빗물 유입' '오전 8시 32분 지하차도 상단에서 빗물 유입(주행 어려움)'이라고 적시돼 있다. 사고 전 이미 침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충북도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교통통제 기준도 지키지 않았다. 충북도 '침수 위험지하차도 통제 및 등급화 기준'에 따르면 침수 위험 3등급으로 분류된 궁평2지하차도의 차량 통제 기준은 모두 5가지다. △침수심 도로 중앙 수위 50㎝ △미호강 하천 수위 29.2m △미호천교 교량 수위 29.2m △시우량 83㎜ △호우경보 발령 등으로 사고 직전 이미 3가지 사항을 충족한 상태였다. 지침대로라면 당연히 교통 통제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금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사고 발생 4시간 30분 전인 오전 4시 10분 미호강 수위는 27.47m였고,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사고 발생 1시간 30분 전인 오전 7시 10분에는 충북도 통제 기준 수위인 29.2m를 넘어선 29.34m였다. 미호강은 오전 7시 52분 월류가 시작됐고, 범람한 물이 궁평2지하차도에 차올라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8시 40분이다.
궁평2지하차도 내 배수펌프도 무용지물이었다. 설치된 배수펌프가 4대나 있었지만 사고 당시 배전반(전기실)이 물에 잠기면서 작동하지 않았다. 배전반을 지상으로 옮기고 방수시설을 설치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가 있었지만 예산 때문에 개선하지 못했다.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위험등급 3등급으로 분류된 것도 문제다. 충북도는 2020년 침수위험등급을 평가하면서 주변 공사상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에 정해진 등급이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의 지하차도 자동차단설비 구축사업 우선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뒤늦게 지난 5월 차단시설 설치사업비를 신청해 지난달 교부받았지만 장마 전 설치하지는 못했다. 충북도는 올해 중 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한편 충북도는 사고 이전 이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하천 범람 위기상황을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충북도는 처음에는 "연락받은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다 뒤늦게 "직원 실수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307192150035
오송 지하차도 참사, 첫 중대시민재해 되나 (경향, 이삭 기자, 2023.07.19 21:50)
시민단체·유족 “한 기관만 제 역할했어도…진상규명 해야”
충북지사·청주시장 등 중대재해 혐의 고발…경찰 검토 중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유족들이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충북지사·청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혐의로 지방자치단체장과 행정기관장이 처벌되면 시민재해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가 된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5개 단체는 19일 충북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사는 어느 한 기관만 제대로 역할을 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 어느 기관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4명이 희생됐지만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들을 고발할 수밖에 없다”며 “엄중 수사를 통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희생자 5명의 유족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족 대표로 나선 이모씨(49)는 “관련 기관들이 제때 대응하지 못한 인재로 14명이 희생됐지만 시장과 도지사 등 관련자들의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며 “꼬리 자르기식 책임 전가와 회피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충북도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20일 도청 신관 1층 민원실 앞 로비에 ‘궁평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이날 충북경찰청에 행복도시건설청장과 충북지사, 청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도 제출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역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누고 있다. 이 중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법 적용 대상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궁평 제2지하차도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이 법의 시행령에 따르면 터널구간이 100m 이상인 지하차도, 광역시·도의 터널, 3차로 이상의 터널 등이 공중이용시설이다. 궁평 제2지하차도는 왕복 4차로로, 터널구간은 430m이다. 관리 주체는 충북도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행복청의 부실공사로 인한 미호천교 제방 유실, 교통 통제를 하지 않은 충북도와 청주시의 대응 미흡 등이다. 최우식 변호사는 “사고 현장인 지하차도와 미호천교의 제방 둘 다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두 시설에 관리 등이 부족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5917
19명, 12명, 159명... 그리고 50명, 이건 정부 시스템의 실패다 (오마이뉴스, 최희천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 23.07.20 04:55)
[진단] 또다른 호우나 태풍에도 예천·오송 사례 반복 가능성... 재난대응체계 재설계 고민해야
우리는 며칠간 호우로 인해 46명의 소중한 생명(19일 오후 6시 기준, 실종자 4명)을 잃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닐지 모른다는 점이다. 언론에 나타난 정부 기관들의 입장은 '기록적인 폭우였다' '예측할 수 없었다'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고 본다'로 이해되지만, 인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며 '재난관리 체계 자체'에 대한 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선 평상시 재난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행위에만 집중하게 되면 재난의 문제가 개개인의 문제로 치환돼 담당자의 정신력이 부각돼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송 지하차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스템의 실패는 수많은 구조인력이나 군 장병 등 애쓰는 현장직의 부담이나 위험의 감수로 이어지고, 다른 곳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이 투입돼 추가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데, 정부 기관들과 자치단체를 비롯해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인명 피해 확대의 원인을 기록적 폭우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천·오송 참사에서 본 재난관리 체계 문제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이례적인 국지적 호우의 양상은 이미 여러 차례 겪었고 모두 아는 사실이다. 2022년 8월 9일, 동작구·서초구·강남구 일대에 시간당 141mm의 폭우가 쏟아졌던 기록이 있었고,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도 지역적으로 시간당 70~100mm가 넘어가는 강수량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통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폭우 기록에서 인명 피해의 원인을 찾는 것은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데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이은 재난에도 인명 피해가 계속된 것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8월에도 사흘간의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사망·실종 19명의 인명피해가, 연이은 9월 태풍 힌남노 시기에도 사망·실종 12명을 기록했다. 힌남노 다음달인 10월엔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재난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했고, 장마 직전에는 홍수로부터 시민의 생명안전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한 달 만에 44명 사망, 6명 실종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부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천 산사태나 오송 지하차도의 참사는 현재 재난관리 체계의 문제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예천의 경우에는 첫 산사태 신고가 접수된 건 새벽 0시 58분이지만, 예천군이 첫 대피 문자를 보낸 건 산사태가 발생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난 1시 47분이었다. 그마저도 '유사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 전부였다.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생존자들 또한 다른 생존자들의 도움을 받아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문제점들도 밝혀지고 있다. 인근 교량 공사의 편의를 위해 제방 일부를 허물고 허술하게 쌓은 임시제방은 주민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홍수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었다. 홍수통제소의 경고에도 권한을 가진 정부 당국은 안일하게 대처해 교통통제를 할 수 있었던 여러 차례의 기회도 지나쳤다. 관할 기관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유가족들에게는 필요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며, 피해는 진행 중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겠다고 경찰은 전담수사본부를 꾸렸고 국토교통부장관은 철저한 조사를 언급했다. 언론 또한 관련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책임소재와 함께 '왜 그렇게 재난관리 행정이 진행됐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정부기관간 협업,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다
지난해의 호우 기록들만 보더라도 오송 지하차도와 예천 산사태 모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별다른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재난 취약 지역의 발굴과 정리에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하천의 범람 위험에도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재난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이 없었거나 미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홍수와 산사태 위험 지도를 작성했지만, 재난에 대비한 실제 현장의 대응 계획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기관들간의 책임 떠넘기기 또한 재난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러한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었지만 이번 정부뿐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도 근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현재 우리의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등 시스템을 미국 등 재난관리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각각의 정부 기관들의 협업과 조정 및 지원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행법은 각 정부 주체들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행 시스템에서는 어느 기관이라도 찾아서 적극적으로 일들을 하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지만, 이번처럼 관할권을 해석하게 되면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재난 대응 체계의 한계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는 청와대와 중앙정부의 지휘 및 총괄적 조정 기능을 강조해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에선 자치단체의 실행 기능을 강조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각 정부 기관들간의 협업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태원 참사의 문제가 반복된 것으로 현재의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재설계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장마의 피해와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들을 볼 때, 국지성 폭우로 인한 침수나 산사태를 비껴간 지역 어디라도 예천 산사태와 오송 지하차도와 유사한 피해를 겪고 재난관리 시스템의 오류가 반복됐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당장 다가오는 주말의 호우나 여름 태풍에서 또 다른 오송과 예천의 참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다.
현재 상황에서 확실한 대처 방식은
이번 장마의 피해로 볼 때, 현재 장마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확실한 대처 방식은 '재난대응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각각의 정부 기관들이나 자치단체에서는 '현재의 기록적 폭우가 자신들의 관할 지역에 쏟아진다'는 가정 하에 '자신 이외에 다른 기관들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위험 지역이 어디인가를 예상하고, 지역 주민들에겐 어떻게 알리고 어느 순간에 누가 나가서 통제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 놓는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의 문제는 단순히 재난시 진입금지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재난관리 시스템의 오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IT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는 막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재난대응 시스템을 비롯해 재난 위험의 파악과 대비 계획 등 우리의 재난관리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인정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https://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1101052.html
미호강 범람이 환경단체 탓?…보수언론, 홍수에 4대강 끼얹기 (한겨레, 오윤주 최예린 기자, 2023-07-20 17:40)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미호강 범람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환경단체 책임론’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려던 하천 준설이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바람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옹호해온 보수언론들이 이번 참사에 책임이 큰 지자체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여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20일 ‘홍수대비 미호강 준설 사업, 2년 전 환경단체 반발에 막혔다’ ‘범람한 미호천교 부근, 강폭 넓히기 공사 중단만 안했어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15일 집중호우 당시 오송 일대를 물바다로 만든 미호강 범람에는 미호천교 아래 임시제방 축조와 관리를 부실하게 한 행정복합도시건설청의 잘못뿐 아니라, 2021년 하천 바닥 준설을 반대한 환경단체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을 본격화했다. 충청북도가 2021년 9월 미호강 지류 15곳에서 퇴적토 등 준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환경단체 반발에 막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하천 준설은 4대강 사업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환경단체가 따라다니며 ‘파헤치지 마라’고 반발하니 사업은 늘 제자리걸음”이라는 충북도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환경단체 때문에 준설을 못 해 강이 범람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조선일보 등이 언급한 2021년 미호강 준설 계획은 그해 9월14일 충청북도가 내놓은 ‘미호강 프로젝트’ 11쪽에 나온다. 보강천·성암천 등 지방하천 5곳, 수석천·여천천 등 소하천 10곳의 오염된 퇴적토를 제거하고, 인공습지 5곳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다음날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배 띄우고 놀이공원 짓겠다는 미호강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건 맞지만, 여기엔 ‘준설 반대’ 같은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오히려 “미호강 수질 개선 다음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수량·친수공간 확보가 아니라 홍수 완화를 위한 저류 공간 확보”라고 적시했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성명·기자회견 등에서 단 한번도 미호강 준설을 반대한 적은 없다. 괜한 트집”이라고 했다. 이근홍 충청북도 하천정비팀장도 “2020년 이후 미호강 준설 관련 환경단체 등의 민원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준설을 하지 못해 홍수 위험이 커졌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백경오 한경대 교수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준설 직후엔 담수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얼마 못 가서 흙으로 메워지기 때문에 홍수 예방에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최근엔 하천을 파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천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더 물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미호강에서도 홍수 예방을 위해 병목 지점인 미호천교 일대의 강폭을 350m에서 610m로 확장하려던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오송-청주 도로 확장 공사, 충북선 개량 공사에 밀려 중단됐다. 이 공사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관했는데, 행복청은 이번 미호강 범람의 가장 직접적 원인인 임시 제방 축조도 함께 했다.
충북지역 환경단체 풀꿈환경재단 등이 참여한 미호강유역협의회는 이날 “병목 지점인 미호천교 일대 강폭을 확장하는 사업을 제때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며 “미호강 범람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미호강 제방 붕괴 원인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7202133025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충북지사·청주시장 관리 책임” (경향, 윤기은 기자, 2023.07.20 21:33)
중대재해 전문가 네트워크
폭우 침수로 사상자 2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는 법률가들의 해석이 나왔다.
법률가, 노동 분야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20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청주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시민재해”라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번 사고가 미호강과 미호교 인근 임시제방, 지하차도 관리 문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발생한 재해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공중이용시설’ 설치·관리 문제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재해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고, ‘터널구간 100m 이상인 지하차도’와 ‘국가하천 제방’은 공중이용시설이다.
궁평제2지하차도의 터널구간은 430m이며, 무너진 미호강 임시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설치해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이 관리하고 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이 꼽은 중대시민재해 책임자 범위는 미호강, 강변 임시제방, 궁평제2지하차도 관리자로 나뉜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우선 하천 관리에 대한 1차 책임은 청주시장에게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호강 관리 권한이 환경부→충청북도→청주시 순으로 위임됐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올해 여름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계속된 상황에서 미호강 점검, 유지 관리가 어떻게 돼왔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환경부 장관과 충북도지사도 하천관리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 책임이 있었는지 보고 체계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무너진 임시제방 설치, 관리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공사를 진행하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공사 과정에서 허가를 받고 안전조치를 다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은 해당 임시 제방과 관련한 하천 점용허가를 내준 바 없다고 밝힌 터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지하차도 통행제한과 긴급안전조치 관리 책임은 청주시장과 충북도지사 모두에게 있다고 봤다.
사고가 난 차도는 지방도 508호의 일부로 관리 주체인 충북도지사는 긴급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난안전법상 청주시장도 관할 지역인 이곳에서 재난 예방을 위해 응급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참사 직후부터 충청북도, 청주시, 환경부 등 관련 행정부처와 지자체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누구도 이번 참사에 대해 도의적인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resident/article/202307232042005
‘오송 참사’ 명백한 인재인데…말 한마디 없는 윤 대통령 (경향, 유설희 기자, 2023.07.23 20:42)
순방 귀국 후 예천·공주 잇따라 찾으며 궁평지하차도는 제외
수색 중 순직 군인에 애도 메시지뿐, 공개적으로 언급 안 해
이태원 참사 때처럼 ‘인재’ 제기되자 ‘책임론 회피 의도’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수해 현장을 찾았지만 23일까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피해 현장은 가지 않았다. 애도 등 별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오송 참사에 대해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책임론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전 귀국한 당일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현장을 찾았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충남 공주시 농작물·축사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피해 현장은 찾지 않았다.
이날까지 오송 참사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경북 예천 피해 현장을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수근 해병대 상병에 대해 “고 채수근 일병(이후 1계급 추서)에게는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며 애도 메시지를 냈다. 오송 참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송 참사에 대해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예천 산사태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 양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 산사태는 천재지변이고, 오송은 인재라는 인식에 따라 대통령 책임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언급 또는 방문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인재라면 윤 대통령이 더더욱 참사 피해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재난의 컨트롤타워,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현장에 가면 정확한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상황이 정리가 (아직) 안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귀국 당일(지난 17일) 당시 예천은 수요일(지난 19일)까지 최대 300㎜의 비 예고가 있어 추가 인명 피해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재난을 대하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재로 빚어진 참사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때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발언 등을 통해 “죄송한 마음” 등의 사과성 메시지를 냈지만 유족들이 원하는 대국민 담화 형태의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경질론에 거리를 뒀다.
용산경찰서장, 112상황실장 등 일선 실무자에게만 책임이 전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고 장한나씨 어머니 임영주씨는 지난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금 1년도 안 됐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 되풀이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 존중에 대한 정부의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게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9459
경찰 내 “우리만 희생양” 반발…대통령실 “납득하기 어렵다” (중앙일보, 박태인·신진호 기자, 2023.07.24 00:01)
정부가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감찰을 진행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국조실)은 최근 감찰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고, 주말에도 조사관 전원이 출근해 관련자에 대한 문답과 자료 검토를 동시에 진행했다. 국조실은 지난 21일엔 참사 대응 관련 경찰의 허위보고 정황을 확인한 뒤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가능한 한 이달 말까지 감찰을 마무리하고 추가 수사 의뢰 대상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조실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한다. ‘잘못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구체적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제1 원칙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엄연히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원칙이 오송 참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감찰과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 범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막연히 고위직에 정치적 책임을 묻는 방식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조실은 경찰뿐 아니라 충북도청과 청주시, 흥덕구청 및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소방청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 중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경우 진술이 모순되고 참사 대응 관련 시스템 허위 입력 정황이 있어 신속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추가 수사 의뢰 대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조실은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 임시 둑 제방 유실과 관련해 공사 주체였던 행복청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조실은 오송 참사 관련 경찰관 6명에 대한 수사 의뢰 조치 뒤 경찰 내부망에 “경찰관이 희생양이 되는 것 같다”는 항의성 글이 잇따르는 등의 반발 움직임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도 상당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충북경찰청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참사 당일(15일)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고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안 했거나 출동을 안 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영상엔 오전 7시4분부터 9시1분까지 순찰차가 오송읍 쌍청리 회전교차로와 궁평1교차로 등지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경찰 브리핑과 영상 공개는 “112 신고 지령을 받은 순찰차가 위치를 착각해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궁평1지하차도로 출동했다”는 당초 보고가 사실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조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순찰차 근무 경찰관들은 참사와 관련한 신고 지령(15일 오전 7시58분)을 아예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순찰차가 우연히 궁평1지하차도를 거쳐 궁평1교차로에 도착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조실 관계자는 “112상황실에서 현장에 전해줬던 출동 요청 위치는 궁평2지하차도가 명백했다”며 “경찰의 영상 공개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국조실은 “(순찰차가) 아예 출동하지 않았던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또 참사 당시 흥덕경찰서 상황실은 신고 접수 10분여 만에 해당 신고를 시스템에 도착 종결 처리했다. 경찰은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종결한 이유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723/120373924/1
[사설]국조실-경찰 순찰차 출동 논란… 빗나간 ‘오송 참사’ 책임 공방 (동아일보, 2023-07-24 00:03)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당시 경찰의 출동 여부를 놓고 국가기관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국무조정실은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도 현장에 출동 자체를 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112 신고 처리 시스템엔 출동한 것처럼 허위 입력을 했다며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현장 순찰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어제 충북경찰청은 브리핑을 열고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7시 4분부터 약 2시간 동안의 출동 상황과 오송파출소 순찰차 이동 동선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다른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교통 통제를 하던 순찰차는 오전 7시 58분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10분 뒤 궁평1지하차도를 경유해 궁평1교차로에 도착했다. 순찰차가 궁평2차도가 아닌 1차도로 잘못 가긴 했지만 출동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충북청은 신고를 받은 충북청 112상황실이 신고 지역을 ‘궁평2지하차도’로 특정해 순찰차에 전달했다고 했다. 충북청은 장소를 제대로 알려줬는데 파출소 순찰차가 잘못 출동했다는 뜻이다. 인재이자 관재에 해당하는 참사 대응을 놓고 국조실은 경찰에, 도경은 일선 파출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한마음으로 참사 수습에 열중해도 모자랄 판에 국가기관끼리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일선 현장 실무자의 과실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이번 참사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재난 대응기관의 총체적 부실 때문에 빚어진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사고가 터지면 현장 인력을 강하게 질타하고 수사와 감사를 통해 일부 실무자만 엄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반복돼선 안된다.
단순히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차원을 넘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난관리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 개선도 필요하다. 위기 징후 무시, 유관기관의 공조 실패와 책임 떠넘기기, 무용지물이 된 재난안전통신망 등의 문제가 왜 반복되는지 짚어야 한다. 참사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고민 없이 희생양을 찾는 접근만으로는 또 다른 재난에 대비할 수 없다.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13135&code=11151100&cp=nv
지자체 넘겼더니 ‘구멍’… 6년간 홍수 피해 지방하천 93% (국민일보, 세종=심희정 기자, 2023-07-24 00:04)
정비·관리 여력없어 사실상 방치
‘오송 참사’ 미호강도 지자체 관리
국가하천 승격 늘리고 예산 확대
최근 6년 동안 홍수 피해를 본 시설의 93%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미호강 역시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지방하천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리고, 국가하천으로 격상이 필요한 하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재정분권 정착과 지방이양 사업 평가’ 보고서를 보면 2017~2022년 홍수 피해액은 지방하천이 2731억원으로, 국가하천(529억원)의 5배가 넘었다. 시설물 기준으로는 90% 이상이 지방하천이었다.
지방하천의 피해 규모가 큰 것은 하천 정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국가하천 정비율은 95.0%인 데 비해 지방하천은 77.5% 수준에 그쳤다.
지방하천의 정비율이 낮은 것은 정비지원 예산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관리가 미흡해졌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지방하천 정비 예산이 지자체로 옮겨간 이후 사업 예산이나 실적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에서 하천 정비를 후순위로 미뤄 폭우 등 재해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예정처는 “지방하천 정비, 소하천 정비, 생태하천 복원 사업의 경우 중앙부처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조사됐다”며 “현저하게 예산이나 실적이 감소하는 등 지자체의 관리가 미흡할 경우 중앙-지방 간 협력을 강화하거나 기능을 재배분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은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게 돼 있다. 유역면적 합계가 200㎢ 이상이거나, 다목적댐의 하류 및 댐 저수지로 인한 배수 영향이 미치는 상류의 하천 등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범람으로 인한 피해, 하천시설 또는 하천공작물의 안전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국가하천으로 승격되는 하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하천은 현재 73개가 지정돼 있다.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로 범람한 미호강은 ‘무늬만’ 국가하천이었다. 환경부는 국가하천 중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국고 지원 방식으로 지자체에 위임하고 있고, 미호강 역시 환경부에서 충북도로, 다시 청주시로 재위임해 관리 중이었다. 이 때문에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한 이후에도 관리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환경부의 하천 홍수 등 재해·재난 및 사고예방 예산은 1조2421억원이다. 이 중 국가하천 정비는 4510억원, 국가하천 유지보수는 2508억원이 배정돼 총 7018억원이 집행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는 국가하천 정비와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예산이 더 늘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는 방법으로 예산이 지원될 수 있다”며 “지방하천은 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로 제방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서 국가하천으로 승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부터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aeil.com/news_view/?su=Y&id_art=467992
[내일시론] 무책임 저신뢰 고위험 사회 (내일신문,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 2023-07-24 11:39:46)
오송 지하차도 수몰 참사는 여러 면에서 이태원 참사의 데자뷰다. 사고 발생 몇시간 전 인근 하천에 홍수경보가 내려지는 등 위험신호가 있었지만 교통통제 등 사고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큰 인명 피해가 났다. 참사 후 정부 관계자들이 서로 '우리 관할 아니다'며 발뺌하고 네 탓 공방하며 책임을 회피한 행태도 놀랍도록 비슷하다.
대통령실은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며 "지금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사고 발생 6일 만에야 사과하면서 "(일찍) 거기 갔다고 해도 상황이 바뀔 것은 없었다"고 말해 희생자 유가족 가슴을 멍들게 했다. 충북 경찰은 112 신고를 받고도 참사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이태원 참사 데자뷰
이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한 것과 흡사하다. 두달 앞서 서울지역 수해 때 일찍 퇴근한 윤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실이 "재난 발생 때 대통령실이 직접 지휘에 나설 경우 현장에 상당한 혼선이 발생한다"고 변명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론은 재난 그 자체 이상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와 고위 공직자의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의 무책임과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행태는 이태원 참사에서 이미 누누이 지적됐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재난 대응방식은 변하지 않았고, 사전에 긴밀히 안전조치를 취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국가가 존재하느냐는 물음과 함께 국가 시스템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위협받고 있다. 자본과 토지, 노동력 등 생산의 3요소만 갖춘다고 기업 활동 및 나라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같은 물건과 서비스라도 좋게 만들려면 기술과 디자인, 아이디어가 긴요하다. 여기에 기업 가계 정부 등 경제주체간 탄탄한 신뢰 구축을 비롯한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 충실해야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과 서비스가 가능하다.
국가 시스템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는 사회를 안정시키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기반인 사회자본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무책임한 정부와 무사안일한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위험을 증대시켜 우리 사회 전반을 '고위험 사회'로 만들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생 고령화만 걱정할 때가 아니다. 무책임 저신뢰 고위험 사회가 심각한 문제로 다가와 있다. 저출생 고령화는 청년층 등 경제활동인구의 고령층 부양 부담을 높이지만, 저신뢰 고위험화는 국가 시스템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다. 무책임 저신뢰 고위험사회는 미래 발전은커녕 오늘의 안녕도 담보하지 못한다.
'신뢰' 자본 약화 … 정부 책임성 회복 시급
사람들이 가슴 아픈 사고가 잇따라 뉴스 보기 힘들다고들 한다. 재난에 대한 사전대응과 위기관리가 소홀한 '무정부 상태' 경험이 누적되면서 여론은 물론 경제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 전반의 저심리 고위험화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와 공직사회의 책임성 회복이 시급하다.
기업이든 국가든 재난대응을 포함한 위기관리의 요체는 지도자의 리더십 발휘와 구성원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일이 터지면 최고 지도자가 제때 직접 나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다. 조직의 위기는 책임의식과 리더십 부재에서 잉태되고 커진다. 위기에 대한 관리를 넘어 기회로 전환시키려면 구성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책임지고 해야 한다. 권한이 큰 선출직 공직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지도자가 화를 내며 아랫사람만 다그쳐도 곤란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4개 주요 부문 중 경제 성과, 기업 효율성, 인프라는 개선되거나 지난해와 같았는데 정부 효율성만 미끄럼을 탔다. 특히 관료주의는 지난해 57위에서 최하위권인 60위로 추락했다. 위급한 재난 상황에도 움직이지 않고 묵묵부답인 정부를 보려고 국민이 세금 내는 게 아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72513485467184
[단독] 오송 참사 사건 재구성…긴급구조통제단 발동했는데 '도로 통제' 없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 2023.07.25. 15:01:53)
재난 통제 핵심은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여부…충북도는 가동조차 하지 않아
지난 15일 오전 8시 37분에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한 책임 소재를 두고 정부는 경찰의 잘못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이번 참사 예방 실패의 핵심은 '재난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느냐의 문제다.
충북 청주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미호천이 임시 제방을 넘어 범람한 지점은 지하차도에서 불과 250여 미터 떨어진 지점이다. 미호천이 범람해 물이 도로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빠르게 지하차도가 침수됐고, 미호천 범람 사실과 지하차도 침수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도로 통제를 적절하게 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범람을 사전에 인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했느냐 여부가 핵심이다.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미호천 임시 제방의 범람 가능성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은 사고 발생 한 시간 전인 오전 7시 51분. 궁평리 마을 주민 장모 씨가 119에 "미호천 임시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고 최초로 신고한 시점이다. 비슷한 시기인 오전 7시 58분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112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하지만 해당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는 경찰이 아니라 충청북도다.
충청북도 119상황실은 신고를 접수한 후 곧바로 관할 소방서인 청주서부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두 명을 출동시켰다. 신고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신고자 장모 씨에 따르면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신고자 본인과 아내 그리고 건설사 관계자 등 5~6명이 현장에 있었고, 당시 소방관은 현장을 목격하고 "큰일 났다", "이건 저희가 못 막는다"(KBS 보도 참조)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시점이 사고 24분 전인 오전 8시 3분이었다. 이미 당시 성난 물살은 제방을 무너뜨리고 범람하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 나온 소방대원들은 충북도 소방본부 상황실에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상황실은 궁평2지하도의 관리주체가 아닌 청주시 당직실에 "제방 범람 위급 상황이니 빨리 조치하라"고 전화를 걸었지만, 청주시 측은 충청북도에 이 상황을 전파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끝이었다. '위험 정보'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난안전 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궁평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경우, 방재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제방을 통제했느냐 부분에서 첫째, 미호천 수위 등 관리는 환경부 소관이고, 둘째, 미호천교 개축 공사를 위해 쌓은 임시 제방의 관리 주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다. 셋째, 도로 통제는 지방자치단체 사무다. 경찰은 '교통 통제'를 담당할 뿐 도로 통제와 관리 주체는 도로법에 따라 충청북도 또는 청주시다. 복합적으로 시스템이 작용해야 하지만,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 예방 핵심은 도로 통제에 있다.
도로통제의 주체는 충청북도와 청주시다. 그리고 충청북도는 안전을 총괄하는 도 소방본부를 직접 지휘한다. 특히 재난 상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긴급구조통제단의 가동 여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법이 강화되면서 육상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소방이, 해상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해경이 전권을 갖게 된다. 긴급구조통제단(통제단)을 가동할 경우 단장은 재난 관련 조치와 관련해 경찰 등 제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사고 발생 후에 뒤늦게 통제단이 가동되었다. 그로 인해 소방에서는 긴급구조통제단의 권한 행사가 극히 제한적 이었다. 이때문에 소방에는 도로 통제 등 응급조치 권한이 위력을 발휘 못한채, 경찰의 책임이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통제단이 가동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긴급구조통제단은 중앙긴급구조통제단과 지역긴급구조통제단이 있다. 지역긴급통제단의 경우 시·도긴급구조통제단의 단장은 소방본부장이 되고 시·군·구긴급구조통제단의 단장은 소방서장이 된다.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되면, 단장은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51조 2항에 따르면 "지역통제단장은 긴급구조를 위하여 필요하면 긴급구조지원기관의 장에게 소속 긴급구조지원요원을 현장에 출동시키거나 긴급구조에 필요한 장비·물자를 제공하는 등 긴급구조활동을 지원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즉시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당시 청주서부소방서는 지역긴급구조통제단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동 시점은 15일 새벽 6시 30분이었다. 이에 따라 청주서부소방서장이 단장이 된다.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되면 응급조치와 긴급구조의 사실상 전권에 대한 행사 주체가 지역통제단장이 된다. 궁평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서는 재난안전법 41조, 위험구역 설정 조문을 적용할 수 있다.
제41조(위험구역의 설정)
①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 방지나 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면 위험구역을 설정하고, 응급조치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사람에게 다음 각 호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1. 위험구역에 출입하는 행위나 그 밖의 행위의 금지 또는 제한
2. 위험구역에서의 퇴거 또는 대피
같은 법 48조에는 통제단장의 응급조치 등이 규정돼 있다.
제48조(지역통제단장의 응급조치 등)
① 지역통제단장은 긴급구조를 위하여 필요하면 중앙대책본부장, 시·도지사(시·도대책본부가 운영되는 경우에는 해당 본부장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시·군·구대책본부가 운영되는 경우에는 해당 본부장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제37조, 제38조의2, 제39조 및 제44조에 따른 응급대책을 요청할 수 있고, 중앙대책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② 지역통제단장은 제37조에 따른 응급조치 및 제40조부터 제43조까지와 제45조에 따른 응급대책을 실시하였을 때에는 이를 즉시 해당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다만, 인명구조 및 응급조치 등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우선 조치한 후에 통보할 수 있다.
즉, 사고 발생 전 이미 재난안전법상 소방서 단위 지역통제단이 가동 중이었으므로 지역통제단장의 권한에 따라 도로통제 권한이 당연히 부여된 상황이었다. 단장이 경찰 등 어떤 기관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응급대책'을 요청하면, 이들은 즉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다시 사고 시점 전으로 돌아가보면, 최초 미호천 범람을 인지한 소방대원에 의해 전파된 정보는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을 통해 사고 장소의 도로 관리 주체가 아닌 청주시에 전달됐을 뿐, 충북도 또는 그 소속기관에는 전달되지 않았으며, 나아가 재난안전법상의 긴급구조통제단이 할 수 있는 도로 통제 등의 추가적인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데는 충북소방본부가 도 차원의 긴급구조통제단을 발동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지역 소방서 차원에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된 상황이었기에 이 곳에라도 도로 통제 등 조치를 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사안에서 인명피해는 막지 못한 책임의 상당부분은 위험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충청북도와 청주시 그리고 미호천 범람의 위험 정보를 파악하고도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상태에서 도로 통제와 같은 응급조치 등 적극 행정을 하지 못한 소방 당국에 있다.
재난당국 관계자는 "사고 발생 전에 이미 청주서부소방서의 통제단 가동 중에 있었으므로 재난안전법상의 응급조치 등의 권한을 행사했다면 저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초 인지한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도로 통제만 빠르게 했어도 이번 참사는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차량 통제를 요청한 최초 신고가 오전 7시 58분에 있었다는 사실을 두고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도 현장에 출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112 신고 처리 시스템엔 출동한 것처럼 허위 입력을 했다며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당시 태블릿피시 오류가 있었다며 반박하고 있다. 재난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두고 엉뚱한 '범인 만들기'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당국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재난 안전 체계와 재난 예방 체계를 일원화하고 '적극 행정'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이틀 전인 13일 나토 순방 중에 집중호우와 관련한 범정부적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련해 각 부처에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대피와 통제를 확실하게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다면 신속하게 사전대피명령을 발동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지시는 이행되지 않았고, 충청북도는 긴급구조통제단을 발동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15일 아침, 위험 징후를 인지하고도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936006635678784
“오송 물난리 날 것 같아요” 참사 15시간 전 119에 걸려 온 전화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3-07-27 오후 9:20:27)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수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인재(人災)로 일컬어지는 가운데 사고 전날 119에 “물난리가 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전해졌다. 신고자는 임시 제방으로 쌓은 “성토 안으로 불어난 강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지만 즉각적인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 소속)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종합상황실 신고 접수 녹취록에는 사고 전날인 지난 14일 오후 5시 21분쯤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당시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건 한 남성은 “재해예방 신고가 가능한가요”라고 물으며, 이어 “미호천 교량 공사를 하고 있는데 기존 둑을 허물고 교각 공사를 했다. 교각 공사 밑에 임시로 흙을 성토해 놨는데, 차수막이나 이런 것을 안 대 놨다. 지금 건너오다 보니까 지금 강물이 불어서 그 성토 안 밑단을 지나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거기가 허물어지면 여기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교통이 마비되고, 오송 일대가 다 물난리 날 것 같다”며 “상류에서 지금 비가 안 오면 괜찮아도, 비가 오면 그럴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위험 상황을 알림에도 119 상황실 근무자는 “그렇게 되면은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할 거 같다”면서도 “청주 뿐만 아니라 전국에 우기가 심하게 와 출동 인력들이 다 거기에 대처하고 있어 예방 차원으로 갈만한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남성이 “어디다가 신고할 지를 몰라서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한다”고 하자 119 상황실 근무자는 “뭐 구청이나 이런 데 한 번 전화해 보시겠냐”고 말했다.
그러자 남성은 “아, 제가 할 일은 아닌거 같다. 그냥 물 들어오면 물 맞죠”라고 말했고 전화는 그대로 종료됐다.
사고 발생 약 15시간 전, 이 남성의 신고에도 아무런 후속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이 파악한 결과, 119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를 받은 뒤 지자체에 직접 연락하지도, 이러한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신고 내용을 다른 시간대 근무자들에게도 전달하지 않았다.
신고받은 후 적극적인 예방 조치가 있었다면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사망, 10명이 부상 당하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인재(人災)라는 비판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도 오송 침수 참사에 대해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27일 오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충분히 예방하고 희생을 막을 수 있었는데 무책임한 행정기관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불행한 사태가 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기관장들의 책임 의식이 전혀 없고, 희생자들이나 유가족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위로가 없다는 점에서 오송 참사는 이태원 참사와 판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에 재발 방지는 요원하다”며 어떤 기관의 수장들도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728047151001?input=1195m
"'위험' 청주시 신고만 10번"…"수많은 기회 살린 기관 없었다"(종합)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2023-07-28 11:58)
국무조정실, 오송 침수사고 감찰 결과 발표…총 36명 수사의뢰
미호천교 아래 부실 임시제방 '선행 요인'…당일엔 기관들이 경고 무시
미호천교 공사 감리단장, 행복청·청주시·112에 수 차례 '범람 위험' 신고
당일 112·119 신고 3건·전날 119 신고에도 조치 없어…직위해제 등 인사조치 추진
지난 15일 사상자 24명이 발생한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미호강 미호천교 다리 공사 현장의 부실 관리와,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이 계속된 경고를 무시한 상황이 겹치면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와 관련해 지난 17∼26일 충청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95명을 대상으로 감찰 조사를 실시한 국무조정실은 28일 청주시 관계자 6명과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5명 등 18명을 대검찰청에 추가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수사 의뢰된 인원은 36명으로 늘었다.
수사 의뢰와 별도로 과실이 확인된 5개 기관 공직자 63명은 소속기관에 통보해 징계 등 조치하게 할 예정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 미호천교 아래 부실 제방이 '선행 요인'…당일에는 '경고 무시'
국무조정실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선행 요인과 당일 조치 미흡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밝혔다.
먼저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 있는 미호강에서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미호천교 아래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 제방을 쌓은 것, 그리고 이를 지자체 등이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사고 선행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방이 부실한 상황에서 폭우가 쏟아지자 미호강이 범람, 지하차도가 속절없이 물에 잠겼다는 설명이다.
국무조정실이 사고 전후 사실관계를 따져본 바에 따르면 청주에는 사고 이틀 전인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날인 14일 낮 12시 10분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또 미호천교 지점은 사고 전날 오후 5시 20분에 이미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사고 당일 새벽 4시 10분에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홍수경보가 발령됐는데, 지자체나 소방 당국 어느 한 곳도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
미호강 수위도 점점 높아져 사고 2시간 전인 오전 6시 40분에는 물 높이가 미호천교의 계획 홍수위인 해발수위 29.02m에 도달했지만 지하차도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한폭탄'인 임시 제방이 겨우 버티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지한 주민들이 112·119에 여러 차례 신고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1시간여 전인 오전 7시 4분과 7시 58분에 112 신고가 들어왔고 7시 51분에는 119 신고가 접수됐지만 누구도 필요 조치를 전달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여러 차례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호천교 공사의 감리단장 A씨는 공사 책임기관인 행복청에 7차례 전화와 모바일 메신저로 범람 위험을 신고했다. 사고 당일 112 신고 2건도 A씨가 했다.
충북도는 행복청으로부터 3차례, 청주시는 A씨와 경찰청 등으로부터 총 10차례나 신고를 받았는데도 조치하지 않았다. 국조실 관계자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린 기관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고 40분 전인 오전 7시 50분, 미호천교 부근 임시 제방 쪽에서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한 번 넘친 빗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20분 만인 오전 8시 9분께 임시제방이 아예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부터 약 18분 후인 오전 8시 27분께부터 궁평2지하차도에 강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13분 뒤인 오전 8시 40분에는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방 실장은 "여러 기회가 있었는데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비극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충북도와 도로관리소 등은 재해·재난훈련이 발생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교육 훈련을 하고 있지만, 전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 실장은 "사고 당일 여러 신고가 접수돼 상황이 굉장히 복잡했던 것은 이해하나 사고 원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신고 지령과 관련해 지점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 총 36명 수사 의뢰…간부급 공무원 12명 포함
국무조정실은 앞서 지난 21일에 충북경찰 6명, 24일에 충북도와 행복청 관계자 등 12명을 대검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앞선 의뢰 대상에 들어가지 않은 기관인 청주시 관계자 6명과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5명이 포함됐다. 민간인인 미호천교 공사 현장 관계자 2명도 수사 의뢰됐다. 간부급 공무원인 실장·국장·과장급은 12명이 포함됐다.
국무조정실이 기관별로 적발한 내용을 보면 우선 청주시는 유관 기관들에서 미호강 범람 관련 위기 상황 통보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소방본부는 119 신고에 따라 범람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지만, 현장 요원이 상황 보고를 했는데도 119종합상황실이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지 않았다고 국무조정실은 지적했다.
게다가 사고 전날 오후 5시 21분에도 충북소방본부 119상황실에 미호천교 임시제방 관련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유관 기관에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공사 중이던 미호천교 아래 부실한 임시 제방이 설치된 것에 대해서는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를 발주한 기관인 행복청과 공사 현장 관계자인 감리단장, 시공사 대표에 책임을 물었다.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 관리주체이자 교통통제 권한을 가진 기관인데도 제대로 통제를 실시하지 않아 4명이 수사 의뢰됐다. 이전에 수사 의뢰된 인원까지 모두 9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충북경찰청은 이번 수사 의뢰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충북경찰청은 두 차례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받고도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출동한 것으로 종결 처리해 6명이 수사 의뢰됐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수사의뢰·징계요구와 별도로 직접적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는 직위해제 등의 인사 조처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 실장장은 "수사의뢰 대상이 안 됐더라도 모든 관련기관에서 지위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인사 조처를 요청할 것이고, 정무직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정부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외부 재난 전문가 포함 등 재난대응 거버넌스 강화, 지하차도 통제기준 개선, 진입 차단시설 설치 확대·의무화, 하천 정비, 산사태 취약지구 관리제도 재검토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재난 대응 부서 근무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능력과 역량이 있는 근무자들이 충분한 교육 훈련을 통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숙지된 상황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 개선도 개선 방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7281030001
‘오송 참사’ 막을 23번의 기회 놓쳤다…국조실 감찰조사 결과 발표 (경향, 박광연 기자, 2023.07.28 10:30)
국조실, 오송지하차도 참사 조사 결과 발표
제방 부실·통제 미비 총체적 ‘인재’가 참사로
총 36명 검찰에 수사의뢰…63명 징계하기로
정부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인재’였다고 확인했다. 당국은 임시제방 부실 공사를 방치했고, 참사 당일 사전에 23회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대응에 소홀했다.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민간인 등 총 3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직접적인 지휘 책임이 있는 기관장들을 인사조치한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러한 내용의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조실은 지난 15일 참사가 발생하고 이틀 뒤인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관련 기관 관계자 95명을 전방위적으로 감찰했다.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14명이 사망하는 등 총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참사 당일 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수위는 이틀 전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높아져 오전 6시40분 지하차도 통제 요건에 도달했다. 1시간여 뒤인 7시50분쯤부터 임시제방 쪽으로 물이 넘치기 시작했고 8시9분쯤 임시제방이 붕괴됐다.
임시제방이 무너지고 약 18분 뒤인 8시27분부터 지하차도에 강물이 유입돼 세종 방향 출입구가 먼저 침수됐다. 8시35분에는 차량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물이 찼고 8시40분쯤 완전히 침수됐다.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 관계 부처가 참사 발생 당일 사전에 범람·침수 위험 신고를 각각 수차례 받고도 대처하지 않은 ‘인재’로 평가된다. 국조실에 따르면 경찰은 2회, 소방은 1회 신고를 접수했다.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충청북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서 3회, 청주시는 미호강 임시제방 공사 감리단장과 행복청, 경찰청 등에서 총 10회 신고를 받았다. 행복청도 감리단장에게 7회 신고를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처럼 내부 시스템에 허위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 실장은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두 차례의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접수했으나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출동한 것으로 112신고 시스템에 입력 및 종결 처리했다”고 말했다.
방 실장은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궁평2지하차도와 주변 미호강 관련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여러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런 것(대응)들이 여러 기관에서 이뤄지지 않아 결국에는 비극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호강 임시제방이 부실하게 건설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 실장은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감시·감독 주체인 행복청에 책임을 물었다. 국조실은 “행복청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를 발주한 기관으로 해당 공사를 시행하는 시공사와 감리사가 하천점용 허가를 위반해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한 후 하천법 등에 따른 규격에 미달되는 부실한 임시제방을 설치한 것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조실은 행복청·충북경찰청·충북소방본부·충청북도·청주시 등 5개 기관의 공무원 34명과 임시제방 공사 관계자 2명 등 총 36명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수사의뢰 대상 공무원 중 12명은 실·국·과장급 간부다.
국조실은 수사의뢰와 별도로 5개 기관 공무원 63명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치를 추진한다. 방 실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접적인 지휘 책임이 있는 관리자에 대해 상응하는 인사 조치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거기에는 정무직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상래 행복청장, 이우종 충북도 행정부지사, 정희영 청주흥덕경찰서장, 신병대 청주시 부시장, 당시 충북소방본부장 직무대리도 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https://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1103338.html
‘오송 참사’ 책임론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 투표’ 추진 (한겨레, 오윤주 기자, 2023-08-07 16:31)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책임을 묻는 주민소환이 추진된다. 주민소환은 주민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자치단체장·지방의원 등을 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 준비위원회’(충북지사 주민소환 본부)는 7일 오전 충북도청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오송 참사의 직접 원인은 지하차도 침수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관리 책임자인 김 지사가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도정 최고 책임 자격을 상실한 김 지사가 직을 수행하면 도민 안전·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지사직 파면을 위한 주민소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충북지사 주민소환 본부는 이날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이현웅 미래포럼 대표를 주민소환 청구인대표자로 한 증명서 교부 신청을 했다. 선관위가 7일 이내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고, 서명을 공표하면 주민소환 서명이 본격화한다. 서명은 120일 동안 진행되는데, 선관위가 오는 14일 공표하면 12월12일까지 서명이 진행된다.
주민소환을 위한 연대 움직임도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충북도민과 지역 사회 의견을 수렴해 오송 참사 책임자인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선영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도 “김 지사 주민소환과 관련해 시민사회에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참여·연대 관련 내부 논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주민소환은 주민들이 주도하는 것이어서 민주당과 연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충북시민사회와 연대하는 것은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충북 보은군, 경기 하남시 등에서 주민소환이 추진됐지만 성사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절차·요건이 까다롭다. 먼저 주민소환 투표를 위한 청구인 서명 요건을 채워야 한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19살 이상 유권자의 10% 이상이 서명해야 주민소환 투표 청구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9살 이상 충북 유권자가 135만4373명이어서, 13만5438명 이상 서명해야 한다. 또 3분의 1 이상 시군(충북 4곳)에서 최소 서명인 수를 넘겨야 한다. 서명을 채우면 선관위가 주민소환 투표를 발의하고, 김 지사의 직무가 정지된다. 투표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 참여해야 개표하고, 개표 결과 과반이 찬성하면 직을 상실한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233.html
똑닮은 오송 참사와 잼버리…담당 공무원 찾아 전화 100통 (한겨레21 1476호, 신다은 기자, 2023-08-10 22:07)
최근 오송 지하차도 폭우 참사와 전북 잼버리 대회를 지켜보며 정부 조직 간에 긴밀한 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했습니다. 협업이 잘되려면 실무자들이 문제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서로의 일을 내 일처럼 고민하며 머리를 맞대야 하죠. 그러려면 조직 간 권한과 자원이 적절히 배분돼야 하고요. 실제로는 그런 일이 드뭅니다. 실무자와 상사, 조직과 조직,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소통이 헛돕니다. 서로가 체면을 차리며 장밋빛 미래만 말하거나 제 할 일만 하다가 어느 날 엉망진창인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책임과 의무가 분산되며 이런 현상이 심해지죠.
오송 폭우 참사의 경우 청주시와 충북도는 함께 사전 재난 훈련도 하고 홍수 대책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미호강이 범람하니 청주시는 관할 시설만 쏙 골라내 관리했습니다. 그 시각 충북도는 소극적으로 지자체 보고만 기다렸습니다. 광역-기초지자체의 소통이 평소에도 원활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잼버리 대회는 어떨까요. 전북도와 스카우트연맹은 매립도 안 된 땅에 무리하게 대회를 유치했다가 줄줄이 공사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긴 땅을 보고도 여성가족부 등 중앙정부는 “준비 완료”를 자신했습니다. 중앙-지방 정부의 상황 인식과 협업 체계가 엉망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길까요? “지자체가 역량을 기를 만한 기회와 자원이 그간 부족했어요. 중앙정부는 (지자체) 보고받고 지시하는 역할로 스스로 인식하고요.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중지를 모으기가 어려워요.” 한 균형개발 연구자의 분석입니다.
게다가 잘게 쪼개놓은 공무원 업무 체계는 위기 대응도 어렵습니다. 오송 참사 취재 당시 청주시와 충북도에 전화를 몇 통 했나 헤아려보니 나흘간 100통이 넘었더군요. 담당자를 찾느라 여러 부서로 전화가 계속 돌고 돈 겁니다. 그렇게 업무 분장이 세세하면 강이 범람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어떻게 통합적 대응을 할까 싶더군요.
잘되는 ‘척’의 한계는 결국 민낯을 본다는 점입니다. 국민은 정부 행정의 실패를 계속 목격하고 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국가 불신으로 번지기 전에 실패 원인을 근본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폭우 참사와 잼버리 대회가 다시 경고하고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814042100064?input=1195m
[오송참사 한달]① 바래지지 않는 슬픔, 반복되는 그날의 악몽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2023-08-14 14:00)
"왜 죽어야 했는지 알려달라"…떠나보내지 못하는 유족
생존자들은 사고 트라우마로 생계 끊기고 정신과 치료
편집자 주 = 지난달 15일 오전 8시40분. 충북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들이닥친 물로 순식간에 터널 전체가 잠겨버렸습니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17대의 차량 탑승객 가운데 14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 미호강 제방만 제대로 관리했거나, 미호강 홍수 경보가 난 직후 궁형 2지하차도를 통제만 했더라도 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 드러났습니다. 행복도시건설청(행복청)과 충북도·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 경찰·소방 등 재난·재해 대응 기관들의 총체적 부실이 부른 명백한 인재였음에도 참사 한달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이번에도 실무자 몇 명 꼬리자르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송 참사 한 달을 맞아 연합뉴스는 유가족·생존자가 겪는 아픔, 책임 규명에 나선 검찰의 수사 상황,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짚어보는 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존자들은 혼자 살았다는 죄책감과 사고 트라우마로 힘겨운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유족들, 준비하지 못한 이별에 "누구 책임인지라도 알고 싶어"
◇"두고 온 여성 자꾸 생각나"…참사 당일에 멈춰버린 생존자들의 시계
https://www.yna.co.kr/view/AKR20230812032900064?input=1195m
[오송참사 한달]② 원인·책임규명 맡은 검찰…윗선 책임 물을까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2023-08-14 14:00)
유족·시민단체 '중대시민재해' 적용 주장…"꼬리 자르기 안 돼"
검찰 수사본부 "책임있는 관계자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수사할 것"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맡은 검찰은 행복청과 충청북도, 청주시, 경찰, 소방 등 관계 기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등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시민재해 혐의가 최초로 적용될지가 수사의 최대 관심사다.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검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 의지와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 수사대상자 36명,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입증할까
이번 수사의 핵심은 미호강 미호천교 다리 공사 현장의 부실 관리와 관계기관들의 미흡한 대응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국무조정실은 감찰을 통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공무원 등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충북도가 9명으로 가장 많고,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8명, 청주 흥덕서 6명, 청주시 6명, 도소방본부 5명, 공사현장 관계자 2명이다. 공무원만 34명에 달한다. 검찰은 이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직무유기 혐의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경우 참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방지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 부적절한 대응이 영향을 미쳐 희생자들의 사망에 이르렀다는 부분까지 증명해야 한다.
직무 유기의 경우는 적용하기가 까다롭다. 지시를 아예 무시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수준이 아니라면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일부 경찰관에 대해서는 공전자기록위작 혐의도 적용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15일 오송파출소 순찰차가 사고 현장인 궁평2지하차도에 출동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출동한 것처럼 시스템에 '도착 종결'로 처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증거 확보를 위해 검찰 수사본부는 출범 사흘만인 지난달 24일 5개 기관(충북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1일 추가로 미호천교 임시제방의 시공을 맡은 시공회사 2곳과 감리업체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주요 참고인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벌였다.
또 제방과 하천, 수자원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위원도 구성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수사본부 내 검사 인력을 17명에서 21명까지 충원했으며 주말에도 쉴 새 없이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영환 지사 등 3명 중대시민재해 첫 적용대상되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3일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청장 등 3명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번 참사는 명백한 중대시민재해"라며 "부실한 임시 제방을 설치한 행복청, 도로 통제 권한을 지녔지만 대응하지 않은 충북도, 미호천 범람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청주시가 이번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지난달 19일 충북경찰청에 이들 3명을 고발했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다. 중대시민재해를 발생시킨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재까지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 전문가는 미호강 제방과 사고가 난 지하차도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등 중대시민재해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첫 처벌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8일 청주상생포럼이 주최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누가 책임져야 하나' 기자회견에서 "관리 책임이 있는 도지사와 행복청장은 명확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과거 참사 수사를 보면 하위직급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쪽으로 마무리된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참사의 책임은 물론 김 지사의 잦은 구설과 실정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지난 7일부터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이 당 차원의 서명운동에 나설 경우,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814061100064?input=1195m
[오송참사 한달]③ '복합재난 대비하려면'…기관간 유기적 협업 필수(끝)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2023-08-14 14:00)
구체적이고 명확한 협업 매뉴얼 필요…"재난안전통신망 활용도 높여야"
재난 관리체계 사전 예방에 중점 둬야…전문인력 양성·안전기준 업그레이드도 필요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자연 재난과 사회 재난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피해가 증폭됐다.
집중호우로 미호강이 범람해 순식간에 지하차도가 물에 잠겼고, 재난 대응 최일선에 있는 관계 기관들은 사고 발생 전부터 감지된 위험신호를 외면해 아무런 손도 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하는 대다수의 재난에서 이 같은 복합재난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기관 간 합동 대응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여기에 사전 예방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기관 간 소통체계 구축 필요…명확한 협업 매뉴얼 만들어야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통합적인 재난관리 방식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대형참사는 보통 관리 책임이 모호해 처리기관이 불명확한 곳에서 발생한다"며 "재난 유형에 따라 역할과 책임이 중복되거나 분산돼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자기 영역에서 벗어나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난관리 체계는 한 기관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다른 기관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이중 안전장치' 차원에서 설계됐으나 의도와는 반대로 '책임 떠넘기기', '부처 이기주의' 같은 행태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오송 참사 전날 "미호천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119 신고가 있었지만, 소방본부는 출동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직접 구청에 연락하라고 응대했다.
119 상황실 근무자는 전화를 끊은 뒤에도 제방 관리주체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나 상위 기관인 충북도에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에도 미호강 범람 위험에 관한 신고가 충북도, 청주시, 경찰 등에 접수됐으나 임시제방 상태를 점검하거나 지하차도 진입을 통제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는 기관은 없었다.
류 교수는 "모든 위험 요인을 헤아려 매뉴얼로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대신 긴급 신고가 접수되면 소방당국이나 경찰이 관계 기관에 직접 통보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협업 매뉴얼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선 제도적인 접근보다는 운영 측면에서 풀어가야 한다"며 "기관 간 월례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 소통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재난 기관 간 공조를 위해 1조 4천억원을 들여 만든 '재난안전 통신망'의 활용도도 높여야 한다고 류 교수는 제언했다. 그는 "이번 참사에선 소방과 경찰, 지자체가 서로 다른 통신망을 쓰느라 상황 전파가 원활하지 않았다"며 "옥상옥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면 몸에 익을 정도로 철저한 사전교육과 반복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 '사후복구' 보단 '사전예방'에 집중…재난 전문인력 양성·안전기준 개편
전문가들은 사전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재난 발생을 예방하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때 70%는 재난 복구에 나머지 30%는 예방 대책 수립 등에 사용한다"며 "이는 재난 예방보다 대응 및 복구 과정의 실적이 눈에 더 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 지하차도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에 진입 자동차단기를 선제적으로 설치했다면 오송 참사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예방 대책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전 예방 대책으로는 재난 전문인력 양성, 각종 안전기준 최신화, 공사 현장 관리·감독 강화가 거론된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담당 부서가 기피 대상이 되는 이유는 권한 없이 책임만 크기 때문"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지자체 결정권자가 재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부서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재 업무는 순환보직 형태로 운영돼 전문성을 갖기가 어렵다"면서 "민간 전문가를 투입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거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 자문위원회도 적극 활용해 중장기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황석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돌발홍수팀장은 각종 안전기준이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제방이나 배수시설을 설치할 때 아직도 50∼60년전의 과거 관측기록을 가지고 설계기준을 정한다"며 "최근 발생한 재난 경향들을 보면 과거의 기준은 의미가 없는 수준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상 기후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자연 재난 발생이 잦은 만큼 최신 지표를 반영해 안전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더 나아가 기존에 지어진 각종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고 우려가 높은 공사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도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임시제방 파쇄와 같이 하천 안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선 공사주체 뿐 아니라 허가 당국이나 관할 지자체가 직접 관여해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인력이 부족해 현장 방문 등이 여의치 않으면 상황 보고서라도 받아 이중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오송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임시제방 부실시공과 관련해 하천 점용 허가를 내준 금강유역환경청과 청주시는 관리·감독 소관은 공사 주체인 행복청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지난달 사후 복구 중심의 재난관리체계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 과거 10년, 20년이 아니라 기후 위기를 반영한 최근 5년 중심으로 설계기준, 통제·대피기준 등 각종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매뉴얼도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충북도 또한 "문서형 재난 대응 매뉴얼을 뛰어넘어 재난별로 현장 맞춤형 행동계획을 담은 '안전 충북 2030'을 수립하고, 실제 훈련을 시스템화하겠다"고 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813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시민재해 (매노, 유상철 공인노무사(노무법인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2023.08.17 07:30)
7월30일 경기 안양 인덕원을 출발해 서울 마포까지 이동을 했다. 운전을 시작할 무렵 빗방울이 후드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56분 [경기도청] “강한 소나기구름이 경기 남서부에서 북서부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하천변 및 계곡에서 즉시 이동하시고 반지하 거주자는 침수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내비게이션은 과천을 지나 사당, 올림픽대로, 여의교 지하차도, 양화대교를 거치는 경로를 안내했다. 남태령 고개를 넘을 무렵 예사롭지 않게 비가 내렸다. 오후6시28분 [행정안전부] “오늘 18시25분 서울(서남권) 호우경보, 산사태, 상습침수 등 위험지역 대피, 외출 자제 등 안전에 주의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사당역을 지나 올림픽대로에 접어들 무렵 와이퍼가 최대치로 작동하는 데도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에 차량들은 더디게 이동했고, 일부 도로에는 물이 고이고 차량이 지날 때 타이어 옆으로 거센 물줄기가 퍼져 나갔다. 도로 상황은 삽시간에 변했다. 오후 6시57분 [서울시청] “19시20분 현재 서울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오르면 즉시 지상으로 대피하세요. 차량 확인을 위한 진입도 자제해 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한강대교를 지날 무렵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여의교 지하차도에서 양화대교 방향으로 빠지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폭우로 변화된 도로 사정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문득 얼마 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떠올랐다. 굳이 위험하게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여의교 지하차도를 이용하기보다는 계속 직진하다가 성산대교를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몰라 지갑을 주머니에 챙겨 넣고 ‘여차하면 차를 버린다’고 다짐하는 사이 몸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바짝 당겨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여의교 지하차도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차량 통제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었고, 형광색 우의를 입은 경찰관이 경광봉을 연신 흔들고 있었다. 경찰이 도로통제를 하는 상황을 보고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던 낯선 경험의 순간이었다. 1시간30분가량 폭우 속에서 운전은 참혹했던 참사들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지난달 15일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1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미 2020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참사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사고를, 2022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9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경험했었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허술한 관리와 부실한 대응이 빚어낸 인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에 대한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중대시민재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같은달 20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기자회견을 통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며 하천·도로를 관리하는 환경부 장관·충북도지사·청주시장·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적용된다.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자체장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관련법에 따라 연장 100미터 이상인 지하차도, 국가하천의 제방 등은 공중이용시설로 분류되며,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공중이용시설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해 발생한 재해라는 점에서 중대시민재해 1호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같은달 31일 경향신문은 “재난 발생을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순식간에 벌어진 자연재해라서 정부 책임이 아니며, 문제의 원인과 배경은 모두 전 정권에서 비롯됐고, 그렇기에 사과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런 탓인지 행정부는 물론 지자체장들의 설화도 여기저기서 터지지만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재난과 비극의 원인과 배경이 무엇이든 이를 정치적 기회로 삼는 것도 특징이다”라고 꼬집었다.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도했던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원인과 책임주체들의 책임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1715590002671?did=NA
[사설] 오송 참사 ‘중대시민재해’ 적용하라는 생존자들의 절규 (한국일보, 2023.08.18 04:30 27면)
지난달 15일 14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턱까지 차오르는 물살에 떠밀려 사투를 벌이는 이 영상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몸서리치며 공포를 간접 체험했다. 시민들은 물이 천장까지 차오른 지하차도를 빠져나가기 위해 서로 손을 뻗어 힘을 합치기도 했고, 일부는 떠다니는 차량 위로 올라 119에 다급히 구조요청을 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국가도, 지자체도, 경찰도 없었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지지부진하다. 총리가 해임을 건의한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아직도 인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생존자협의회는 그제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 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가세해, 앞서 제천 산불 당시 술자리 논란 등을 일으킨 김 지사에 대해선 오송 참사를 계기로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심리적 외상에 시달리는 생존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나 피해보전도 없다며, 지하차도 자동통제시설 설치와 재난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도 함께 호소했다. 무엇 하나 틀린 게 없을 만큼 이들의 절규는 사고를 우연히 피한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
오송 참사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는 시민사회·전문가 목소리도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구나 법은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 한 사안에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그 책임을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장’에게 묻도록 하고 있다. 작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오송 참사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꼬리 자르기식 실무자만 처벌되는 ‘불의’가 반복될 것이다. 이태원 골목에서 먹통이던 재난대응체계는 오송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다. 국민안전을 지키는 국가 역할은 더는 인재, 관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자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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