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에는 유럽의 공공부문 긴축정책과 노동운동의 대응 웨비나에 참석했다. 온라인으로도 진행되었지만, 실제 참석한 이는 노조 정책실과 사회공공연구원의 연구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어디서나 대표자들의 인사말이 길었는데, 이 웨비나에서 PSI 의장의 인사말이 거의 발제 수준이었다.ㅠㅠ
암튼 리차드 폰드 유럽공공노련 단체교섭정책국장의 발제가 흥미로웠는데, 유럽 여러 나라의 상황을 전달해줘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그래서 그에 대한 질문도 제일 많았고...
직접적인 민영화 대신 시장자유화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EU 집행위원회가 통과시킨 적정한 최저임금(Adequate Minimum Wage) 지침의 경우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과 관련된 중요한 새로운 권리도 제공한다는 점 등도 인상깊은 점이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이 한국 정부의 긴축정책과 공공운수노조의 대응에 대해 발제한 것도 좋았다. 한국 정부의 위기 대응으로 민영화, 긴축재정, 임금 억제, 공공요금 인상을 제시하고 이러한 것이 공공부문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으로 공공부문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 확대, 실질임금 삭감,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 강화를 들었다. 공공운수노조의 대응은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노동권 강화 요구와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파업이다. 아래는 발제문의 주요내용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시장주의-긴축정책에 반대하며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 6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 민영화를 중단하고 사회공공성을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차별적인 공공요금 인상과 국민 부담 전가에 반대하며 공공서비스 적자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입, 공공서비스 공급체계의 (재)공공성 강화를 대안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물가 폭등 시기 국민의 생계 부담 완화는 물론, 녹색 전환과 공공서비스의 보편적 이용권 강화로 나아가고자 한다.
둘째, 실질임금의 인상 임금 격차 축소를 위해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월29만2천원 정액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정부의 직무성과급 강제 도입을 중단하고 평등한 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노정협의를 요구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압하고 있는 직무성과급제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 불평등과 안정성을 침해하고,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며, 협업의 파괴와 공공서비스의 후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공공운수노조는 직무성과급이 아니라 공공부문의 기관별 차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해결 할 수 있는 통합적이고 평등한 임금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과 정부, 각 기관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교섭이 필수적이다.
넷째, 공공부문 인력 충원과 일자리 확대를 요구한다.
다섯째, 노동개악과 노조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여섯째, 공공부문의 노정교섭을 요구한다.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실질적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의 교섭은 회피하며 기관별 교섭만을 강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교섭에 대한 권리는 형해화되고 노사관계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ILO는 2023년 6월 한국 정부의 ILO핵심협약 제87호·제98호 비준 이후 한국 정부에 보낸 첫 번째 권고에서 ▲정부의 각종 지침 등에 의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침해 실태를 확인하고 ▲대안으로 노정교섭 협의의 제도화를 촉구하였으며 ▲그 일련의 이행결과 및 조치사항을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 고용 등에 대한 핵심 사항을 정부와 노동조합의 교섭을 통해서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대정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2023년 하반기 3차례에 걸친 공동파업 투쟁을 결정하고 준비 중이다. 9월 중순 1차, 10월11일 2차, 그리고 11월1일 3차 등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공동파업에는, 공공기관 노동자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등 9만여명이 중심에 설 계획이며, 25만 조합원이 총력투쟁 방식으로 함께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공동의 요구를 내걸고 대정부 공동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처럼 파업을 준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정부의 민영화-영리화 정책이 도를 넘어 강행되며 국민의 기본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공공성이, 재벌을 더 배불리려는 불공정과 불평등 앞에 위태롭게 서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의 삶을 지키는 파업에 모두가 함께 나선다.
2023년 세계 공공부문 노동자의 투쟁은 매우 닮아 있다. 공정한 임금 인상, 민영화와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반대와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적 책임과 민주적 운영 강화, 연금 등 사회보장 후퇴 방어와 복지 확대 등 요구도 비슷하고, 파업, 거리 집회 등 투쟁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2023년 공공부문 노동자의 투쟁의 승전보가 한국에서도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연대와 지지를 요청드린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155
우파정부 공공 긴축 맞서 유럽은 “투쟁 중” (매노, 이재 기자, 2023.09.06 07:30)
영국·프랑스·이탈리아 잇단 파업 … 윤석열 공공부문 축소 한국도 “총파업”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공공부문 노동조건이 후퇴하면서 유럽 각지에서도 파업이 잇따랐다. ‘감세’와 ‘긴축’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파업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5일 오후 주최한 유럽의 공공부문 긴축재정과 노동운동의 대응 웨비나에서 리차드 폰드 유럽공공노련(EPSU) 단체교섭국장은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이후 긴축 시도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유럽 내 각국에서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유럽 각국은 2008~2009년 금융위기와 달리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확장재정을 강조하고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에도 이를 급격히 회수하는 긴축재정으로 회귀하기보다 공동기금을 조성하고 최저임금과 단체교섭권과 관련한 입법 조치를 이루는 등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우파정부가 잇따라 수립되고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긴축재정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각국 노동계의 대응은 파업과 단체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보건의료에 관한 협약(segur협약) 체결을 앞두고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부문 쟁의행위가 진행됐다. 영국 역시 2022년 말과 올해 초 왕립간호대학(RCN) 간호사노조가 사상 첫 파업을 했다. 파업투표 기준치에 최소 투표율을 부과하는 법안 통과에 저항하는 파업도 발생했다. 3개 총연맹이 있는 이탈리아 노동계도 공동파업을 2020년 12월 하루 실시했다. 폰드 국장은 “유럽 각국의 노조 형태와 각 부문별 노동조직이 상이해 일반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노조들은 공공부문 임금과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하려 사회와 경제를 위해 공공부문 노동자가 수행하는 중요하고 필수적인 기여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일은 공공부문 노조가 단체교섭 기간 정기적 경고파업에는 참여했으나 실제 공공부문 전체에 걸친 대규모 파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최근 윤석열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정책에 맞서 공공부문 파업을 앞두고 있다. 특히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통제와 함께 민영화 시도가 지속하는 점이 주요 쟁점이다. 공성식 노조 정책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감세와 작은 정부, 시장주의 같은 교조적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적 규제를 철폐해 시장화, 영리화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며 “이는 공공부문 노동자에게 고용불안과 실질임금 후퇴, 노동강도 강화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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