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이길저길-샛길(펌글)

전염되는 '무책임'이 우려스러운 것은 (내일신문, 박준규 기자, 23.8.28)

새벽길 2023. 8. 30. 13:11

정권은 염치도 없고, 책임도 없고, 대책도 없고...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71593 
[내일의 눈] 전염되는 '무책임'이 우려스러운 것은 (내일신문, 박준규 기자, 2023-08-28 11:11:31)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달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보다 무거울 것 같다. 그 무게를 한몸으로 받아 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게다. 드라마같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자리를 내놓거나 처벌을 감내하는 '윗사람'이 멋져 보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책임의 뒤안길엔 끝 모를 나락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활인의 불안감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책임을 피하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고 이는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책임'은 선의에 기대기보다 타의에 의해 제대로 따지는 게 중요하다. 요즘 같이 대형사건이 또다른 대형사건으로 덮이는 '사건 사고의 릴레이' 국면에서는 '근본책임'을 찾아가는 작업이 절실하다.
이태원 참사, 잼버리 부실 진행, 오송 지하차도 사고, LH 무철근 부실공사,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등 연쇄 사고가 줄지어 일어났다.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사고 후 조치'다. 책임을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있다. 그 주요 역할을 정치권이 하고 있다.
잼버리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규명하려는 국회 상임위가 여야의 증인채택 실패로 무산됐다. 여당 뒤에 숨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야당 의원들이 찾아 나섰다는 것을 알고도 여야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불출석을 선언하고는 보란 듯이 정치권에 "안타깝다"는 일침을 날렸다.
민주당이 요구한 '1특검·4국정조사'는 '정쟁'으로 흘렀다. 여야는 표심 계산기만 두드렸다. 결국 정치권은 책임을 규명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한 '무책임 집단'으로 전락했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지만 그래서 모두 자유로워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는 '법률에 규정한 책임'만 지겠다는 '책임 법률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법률이 '도덕의 최소한'인 것처럼 '책임의 최소화'로 이어졌다.
권한과 책임의 구조가 왜곡됐다. 권한이 많은 사람이 책임도 중해야 하는데 실제는 반대다. 권한은 위로 갈수록 커지는 역삼각형 구조이지만 책임 구조는 아래로 내려올수록 강해지는 삼각형이다.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구조다. 고 채수근 상병 사망에 대한 책임에서 사단장과 여단장을 빼고 2명의 대대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시도는 군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 가족과 장병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고 군 사기 역시 추락할 게 뻔하다.
'무책임의 전염'이 문제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아는 것'처럼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으면 무책임이 당연한 줄 알게 된다. 사건은 덮일지 몰라도 이는 또다른 대형사고를 만드는 숙주로 작동할 수 있다. 벌써 어떤 큰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돼 버리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