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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새벽길 2022. 11. 28. 23:50

흥미로운 연구보고서다.

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저자 : 김수아, 이설희, 홍남희, 발행일 : 2022-10-31, 한국언론진흥재단
1. 서론

2. 선행연구의 검토 및 이론적 논의

3. 세대 갈등 보도 내용 분석

4. 언론의 세대 보도와 개선 방안: 기자 심층 인터뷰 및 전문가 자문 분석

5. 결론

2022 지정보고서 02번_본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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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결론
1. 연구 결과 요약
2017년부터 2022년 3월까지, 조국 사태, 2021년 대선, 국민연금, 부동산 및 재테크, 인천국제공항정규직전환, 코로나19라는 여섯 가지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세대 갈등에 대한 5개 일간지(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례)의 기사를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 주로 선거 국면에서 세대 담론이 부각되었으며, 세대 갈등이 사실상 정파성과 관련하여 동원되고, 청년 세대가 중장년의 목소리를 통해서 대상화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세대 명명이 주로 이대남 등 연령을 중심으로 하되 사실상 정치적 주체를 호명하는 담론 구성체에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이러한 대상화는 인용 인물의 분포와 활용하는 세대 명명에서 단적으로 드러났으며, 중장년층의 시각으로 해석된 청년들의 삶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설명되는 방식이 보도 기사의 다수를 차지했다. 언론의 프레임이 갈등 유발이나 책임귀인에만 몰려 있는 것은 아니고, 갈등의 해소 방안이나 원인 진단 등에 대해서도 분석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갈등의 책임 귀인에서 정파성에 따른 언론사별 차이가 발견되었다.
구체적으로 보도 방식을 살펴보면, 몇 가지의 고정관념이나 신조어를 통해 세대를 환원적으로 기술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다. 세대 내의 다양성과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피기보다는, 이미 구성된 세대 고정관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언론보도가 구성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대 갈등이 유도될 수 있는데, 세대를 대립시키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세대의 개념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세대 간 소통이나 갈등 해소에 대한 틀을 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취재원의 취약성, 다시 말해 온라인 취재원 등 한정되거나 과잉 대표되는 출처, 당사자 목소리의 부재 등과도 연결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치인들의 세대 프레임을 언론이 동조하거나, 혹은 받아쓰기에 그칠 경우, 특정 정치인의 발언이 세대의 의미를 구성하고 세대의 특성을 환원적으로 구성하여 갈등 요인으로 활용하는 결과를 낳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에,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거나 극복하고자 하는 대안적인 기사들도 일부는 나타나고 있었다. 세대 프레임이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는 면을 드러내는 보도나, 같은 세대 내에서도 지역, 학력, 젠더, 계층 등에 따른 인식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면서 다양성을 강조한 보도, 그리고 세대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노력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세대 보도의 문제를 인식하고 성찰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보도 분석의 진단에 기자 및 전문가 집단 역시 동의하는 경향이었다. 언론의 세대 호명과 담론 구축이 정파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며, 이에 따라 갈등을 더욱 날카롭게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세대 갈등이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유발되고 있다는 인식이 드러났다.
이러한 갈등 유발 보도는 포털 매개 뉴스 소비 환경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었다. 제목의 구조는 포털에 노출되기 적절한 길이를 지켜야 하기에 축약과 직접 인용, vs 구도 등을 채택하게 하고, 갈등 유도 기사의 높은 클릭율은 언론사 간 주목 경쟁을 위해서 갈등 유도적 고정관념, 과도한 어휘 등을 활용하게 한다. 커뮤니티발 여론이 정치적 맥락에서 중시되면서 ‘이대남’의 여론이 과잉대표되고 있으며, 디지털 맥락에서 커뮤니티 이슈가 ‘클릭 유발’ 콘텐츠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적이었다. 기존의 종이신문 중심 기사 생산보다 디지털화 이후로는 더 많은 뉴스를 생산하기에 발생하는 문제 역시 적지 않은데, 취재 시간 확보가 어렵기에 쉬운 정보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언론사 내의 세대 갈등이 보도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었다. 언론사 간의 소통구조에서 청년 세대의 발언권이 확보되는 것이 청년 세대를 대상화하지 않는 보도의 가능성을 높인다. 취재원의 확장 역시 기자집단의 구성과 관련된다. 다양한 계층, 지역성, 성별 등의 차이가 반영되려면 기자집단의 구성 역시 이러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은 독자론의 입장에서 갈등 보도를 클릭하지 않는 시민성의 함양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육 역시 강조하고 있었다.
이 연구는 세대 담론에 대한 선행연구에 기반하였으며, 세대 담론에 대한 깊이있는 이론적 개입을 시도하지는 못한 한계가 있다. 향후 세대 담론 연구에서 세대 개념 및 쟁점들을 이론적으로 다루며, 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적 도구의 개발을 위한 심층 연구가 요구된다. 또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일간지 중 특정 언론사를 중심으로 논의한 분석 결과로, 현재 한국의 포털 서비스 중심 뉴스 소비 환경을 고려할 때 보다 더 많은 언론사 자료의 수집과 분석이 요구될 수 있다.
 
2. 세대 갈등 보도 개선 방안
세대 갈등 관련 보도는 언론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보도 방식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세대 문제의 환원성이라는 문제와 더불어 포털 서비스 매개 뉴스 소비 경향과 맞물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언론의 정파성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세대를 호명하려는 정치인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거나 더 나아가 조장하는 방향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세대 이슈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갈등 해소 및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새로운 의제 설정의 장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이의 개선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보도 분석 내용 및 전문가와 기자집단 자문을 바탕으로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질문되어야 하는 것은 결국 ‘좋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남재일, 이강형(2017)은 최근 들어 우리 기자 사회에서 좋은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이 전통적 객관주의 규범이 아닌, 사회정의를 위한 실천과 관련된 규범적 가치에 더 기울어지고 있다고 분석하였으며, 그러나 이러한 규범적 가치와는 달리 실제 실천에서는 정치적 통제나 자본의 규제 등으로 인해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하였다. 면접에 참여한 기자들 역시 규범적 가치, 대안적 보도방식에 대한 고민을 전달하였다. ‘어떤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라는 원칙에 대한 갈망이 가이드라인의 요구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는 가이드라인의 도입이 시급하다기보다는, 좋은 저널리즘, 좋은 기사에 대한 기자 사회 내부의 소통, 공유, 토론과 더불어, 포털 서비스 구조와 정치적 요구라는 외부의 조건으로부터 어떻게 이러한 좋은 저널리즘 실천을 지켜낼 수 있을까에 관련된 원론적인 논의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언론환경의 구조적 요건 개선을 통해 기자의 저널리즘 실천에 대한 새로운 장을 만들어주는 것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 현재의 언론환경에서는 디지털화 이후 늘어난 기사량, 포털 중심의 클릭수 중심 평가 체계 등이 기사 생산의 규칙을 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대안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여기에 언론진흥재단의 일정한 역할을 요구할 수도 있다. 기자들 간의 소통과 성장을 위한 소모임 활동과 교육 활동, 언론사 간 및 언론사 내 세대 간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기획 기사, 특히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전달하면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의제 설정을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취재를 바탕으로 하는 기획 기사가 요구되는데, 젊은 기자 중심의 언론사 내부 팀 구성이나 2,30대 기자들로 이루어진 기획 취재 보도 팀을 지원하는 식으로 언론계에서 젊은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를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칼럼과 같은 의견 기사에서의 젊은 필진 확보도 중요할 것이다. 현재 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 기획 취재 지원사업 확대, 세대 관련 주제의 지정 기획 마련 등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포털 환경에 대한 대안은 기술적인 차원, 현재의 환경을 전환시키는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 등이 고민될 수 있다. 먼저 기술적인 차원으로는 어뷰징을 제한할 수 있는 포털 뉴스 생태계의 구조를 구축하는 것, 댓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클릭수를 확보하는 기사들이 생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댓글 정책의 전환 등이 요구될 수 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고민되는 공공 포털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며, 좋은 기사의 아카이빙 기능, 심층 보도의 유통 기능 등을 부여하여 ‘포털 서비스’의 이용자가 아닌, 뉴스 독자를 위한 새로운 장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단순하게는 언론이 자극적 어휘의 활용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담론장과 플랫폼의 필요성을 언급할 수 있다. 세대 갈등을 극화시키는 데에는 세대 조어와 밈화된 혐오 표현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전적인 언어와 담론 이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특정 어휘가 사고를 제한하고 사건을 인식하는 틀을 구성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대남’은 20대 남성 내부의 다양성을 바라보기보다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특정한 주장을 중심으로 경직된 사고를 하는 집단을 가리키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청년 세대의 계층, 기후위기, 젠더 억압적 사회구조에 대한 고민과 문제 제기가 환원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디지털로 표출되는 기사 제목에서는 클릭을 높이기 위한 조어를 사용하고 지면 신문에서는 순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경우도 있어, 조어와 밈의 사용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원칙을 구성해가는 담론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시민 및 독자 교육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현재 다양한 시민단체 및 공공기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명확한 체계가 제시되어 있지는 않으며 단체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가짜뉴스 판별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뉴스 독자가 뉴스에 대해서 어떻게 비판적으로 접근할 것인지와 더불어 시민의 의무로서 댓글과 소통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세대 보도에 대한 개선 노력은 언론 경영자, 생산자, 시민 모두의 책임이며 함께 수행해야 하는 문제이다. 극적이거나 감정적인 세대 담론을 만들어 내거나 수용하는 행위가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소외시킬 수 있으며,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공감이 우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변화는 세대 간/내의 차이에 대한 지속적인 다양성 교육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보도 내용 분석 및 기자와 전문가 면접 결과 한국의 언론환경에 따라 세대 갈등이 정치적 맥락에 따라 갈등 유도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를 위한 개선은 언론의 구조적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아울러 고민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저널리즘 실천이라는 맥락을 기반으로, 포털 중심 뉴스 소비 환경 개선의 방안, 좋은 보도에 대한 기자 사회 내부의 고민은 물론 어떻게 시민이 뉴스를 읽는 공중으로 이 미디어 환경에 참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모두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162
‘세대론’ 내세우며 갈등 심화 ‘악순환’ 만드는 한국 언론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2022.11.28 18:05)
세대 갈등 보도, 정치·선거와 연동…청년 세대 주로 언급돼
“언론이 갈등 유발”…기자들도 “세대론, 게으른 보도 방식”
‘세대론’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조국 전 장관 사태, 대통령선거 등을 거치면서 사회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청년층이 주 대상이었는데, 언론은 이대남·이대녀·MZ세대 등 키워드를 사용하며 청년층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대론 보도가 ‘문제 진단·해결’이라는 효과가 아니라 ‘갈등 심화’라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자들도 세대 갈등을 조명한 기사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달 31일 신문사의 세대론 관련 보도 분석과 기자·전문가 인터뷰를 담은 ‘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책임연구를 맡았다. 공동연구자는 이설희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홍남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보조연구자는 이진선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석사과정이다.
연구진은 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경향신문·한겨레 등 5개 언론사의 세대 갈등 보도 1021건을 분석했다. 연도별 세대 갈등 보도 건수는 2017년 43건, 2018년 66건, 2019년 180건, 2020년 109건, 2021년 449건, 2022년 1/3분기 174건 등이다. 2019년은 조국 사태로, 2021~2022년에는 대선 기간으로 인해 세대 갈등 보도가 늘어났다.
세대 갈등 보도 연관어를 보면 이준석·윤석열·민주당·정치권 등 선거 관련 어휘가 주로 등장했다. 여론조사·지지율 등 키워드와 세대 문제가 함께 언급되는 빈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세대 갈등이 선거 전략으로 동원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세대 갈등 보도 연관어. 사진=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기사 제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이대남’(18.5%)이다. ‘이대녀’가 제목에 쓰인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언론이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이대남’을 조명했다는 뜻이다. ‘MZ세대’가 제목에 들어간 보도는 10%다. 86세대(6.4%), 중장년(3.8%), 기성세대(1.6%), 노인(1.6%) 등이 제목에서 사용된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사 본문에 자주 등장한 세대 관련 용어는 청년·이대남·이대녀·신세대·MZ·2030·20대·90년대생(72.6%) 등 청년층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86세대·기성 세대·노인·중장년 등 용어가 나온 경우는 25.3%에 불과했다.
언론이 청년층을 주목한 것과는 별개로, 기사에 인용된 인물의 연령대는 60대가 가장 많았다. 50~60대 비율은 31.5%, 20~30대 인용 비율은 21.9%다. 연구진은 “관련된 사건과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60대의 목소리가 과도 표집 되는 것”이라면서 “세대 갈등과 관련된 기사 목록이 대체로 선거에 몰려 있고, 선거에서 인용하게 되는 주요 정당 인물들의 연령이 50~60대의 인물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세대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이 언론사별로 상반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는 세대 문제와 관련해 불평등·불공정 등 이슈를 주로 거론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페이스북, 여성가족부 등 폐지를 자주 언급했다. 연구진은 “정파성에 따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페이스북 인용 보도, 국민의 힘에서 제시한 세대 내 젠더 갈등 이슈 등이 중심적으로 표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보도에선 ‘책임 귀인·비난’을 세대 갈등 주제로 삼는 빈도가 높았다. 조선일보 보도 중 ‘책임 귀인·비난’ 관련 보도 비율은 47.47%, 중앙일보의 관련 보도 비율은 39.64%다. 한국일보의 경우 갈등 원인을 진단하거나 해소 방법을 제시한 보도 비율이 각각 43.28%, 35.07%였다.

▲사진=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언론, 세대 대립·분리하는 구도로 갈등 유발”
연구진은 언론이 세대별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양성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언론이 세대 관련 용어 및 세대별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면, 이들이 가질 수 있거나 배제할 수 있는, 혹은 세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할 수 있는 보완적 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언론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세대를 대비·대립·분리하는 구도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갈등을 유발했다. 대비와 대립의 구성 방식은 글을 명료하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자주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기사가 갈등 유발에서 그치는 건 언론이 사회갈등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세대 갈등의 현상적 보도와 더불어 이러한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며, 해소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취재원이 취약하다면서 “전문가들의 수가 적어서 좀 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또한, 선정적, 자극적, 감정적 언어가 자주 나타나는 온라인 취재원을 활용하는 문제도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진은 “세대 보도에 있어서는 특히 다양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려줄 필요가 있으며, 정보원의 대표성 문제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들도 문제로 꼽는 세대 갈등 보도
심층 인터뷰를 한 기자들도 연구진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기자 A씨(일간지 논설위원, 16년차)는 세대론이 낙인 효과를 일으킨다면서 “굉장히 위험하고 논란이 많을 수 있어서 언론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기자 B씨(일간지 평기자, 7년차)는 문제를 세대론으로 치환하는 건 “쉽고 게으른 보도 방식이다. 너무 남용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대론 보도에 대해선 △무턱대고 젊은 층을 라벨링하는 것 △MZ세대 분석이 겉돈다 △게으르고 뭉뚝하다 △심층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 이익을 주고 있다 등의 혹평이 나왔다.
기자들은 언론이 쉬운 취재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기사화했고, 그 결과 일부 여론이 과잉대표됐다고 봤다. 연구진은 “(정치권이) 특정 커뮤니티 발 이슈와 여론을 ‘20대 남자의 여론’으로 간주해 이를 인용하고 참고하며 선거 전략으로 삼은 정치적 맥락이 언론의 보도로 이어져 커뮤니티 발 여론이 20대 청년을 과잉 대표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기자 C씨(일간지 평기자, 6년차)는 “멀쩡한 언론사라면 (커뮤니티 게시물) 인용하긴 하되 그것만 듣지 않고 전문가 얘기도 듣고 종합적으로 쓸 것이다. 근데 그런 데(온라인 대응팀·자회사)서는 그렇게 쓰기가 쉽지 않다. 기사라고 할 수도 없는 기사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고 다들 포기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극적 제목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언론이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제목을 사용해 높은 PV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기자 D씨(일간지 기자, 9년차)는 “약간 클릭을 유발할 수 있는 제목을 좀 만들자고 편집하는 분들한테는 교육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기자 E씨(일간지 차장, 16년차)는 “온라인 유통팀에서 ‘타사에서는 클릭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제목이 심심하냐’고 하면 수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세대 갈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 E씨는 “(인종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장기간 경험한 국가 언론은) 기준 같은 게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깊숙하게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E씨는 “내부적인 기준이 약한 것 같다”면서 “큰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응이 그렇게까지는 빠르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언론 전문가 ‘독자 교육’ 강조…“시민의 비판적 사고, 언론 감시”
전문가들은 언론사 변화를 유도하는 것만큼 ‘독자 교육’이 중요하다고 봤다. 부적절한 갈등 기사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시민들이 이를 클릭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 전문가 F씨는 “시민들이 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거나 숙고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면 언론의 세대 갈등 프레임에 손쉽게 넘어가는 경향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 G씨는 “세대 갈등을 언론이 스스로 유발하는 다양한 보도 양상들을 점검하고 감시할 수 있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대중들은 물론 언론인들도 그 내용에 대해 주목하고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