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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버린 장애인권리예산, 이제 국회 몫으로 (비마이너, 2022.09.13)

새벽길 2022. 9. 15. 04:23

연 장애인권리예산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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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버린 장애인권리예산, 이제 국회 몫으로 (비마이너, 하민지 기자, 2022.09.13 20:47)
전장연 36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
용산에서 여의도까지 지하철로 3시간
이 중 2시간은 엘리베이터 대기시간
기획재정부가 끝내 장애인권리예산을 외면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35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하고, 100명이 넘는 장애인이 삭발하며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결국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로 넘겼다.
이제 국회의 몫이다. 기재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심의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13일 오전 7시 30분, 4호선 삼각지역에서부터 ‘3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전개하고, 국회를 향해 “장애인권리예산을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활동가들이 지하철 투쟁 중이다. 한 활동가가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있는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피켓에는 ‘이동하교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사회 함께 살자.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정부 “사회적 약자 예산 증액”… 장애인권리예산은 사실상 삭감
지난 8월 30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예산안에 전장연이 9개월 넘게 투쟁하며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정부가 편성한 장애인 관련 예산안은 전장연이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보다 약 1조 5천억 원 적다.
가장 큰 부분은 활동지원예산이다. 전장연은 올해 1조 7500억 원에서 내년 2조 9천억 원으로, 1조 2500억 원 증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1조 9천억 원을 편성해 2500억 원을 증액하는 데 그쳤다.
장애인노동권 예산은 삭감당했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 예산의 경우 올해는 27억 6800만 원이었지만 내년에는 23억 1백만 원이 편성됐다. 삭감액은 4억 6700만 원에 달한다. 기재부와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의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며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로지원인 예산은 동결됐지만 사실상 삭감된 거나 다름이 없다. 근로지원인 사업은 중증장애인 고용을 촉진하는 중요한 정책사업 중 하나다. 2017년부터 시작해 매년 인원이 증가했다. 올해에는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신청이 증가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선착순으로만 신청을 받았다. 상황이 이런데 기재부와 노동부는 근로지원인 인원을 올해와 같은 1만 명으로 동결해 예산을 책정했다.
전장연은 근로지원인 인원을 1만 5천 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전장연은 “내년에는 권리중심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근로지원인 예산을 동결했다”고 규탄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서울역에서 내려 줄지어 있다. 열차는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시민으로 꽉 차 있다. 사진 하민지 
발달장애인 지원, 장애인탈시설 등 정부가 편성한 장애인 관련 예산과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의 차이는 약 1조 5천억 원이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사회적 약자 복지예산을 대대적으로 증액했다고 홍보 중이다. 최상대 기재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예산, 4대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최상대 차관은 저소득층, 장애인, 취약청년, 노인·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복지 예산을 올해 65조 7천억 원에서 8조 7천억 원 증액한 74조 4천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일전에 전장연을 만나 ‘이것저것 다 들어주면 나라 망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권리예산 부족분 1조 5천억 원을 포함해 총 75조 9천억 원을 편성하면 나라가 망하는가? 만약 국회가 이렇게 편성해도 끝까지 반대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은 지난 2일,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해 수정을 거친 뒤 의결하면 2023년 예산은 확정된다.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이제 국회에 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제 국회의원이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일 가까운 삼각지역에서 국회의사당역까지 지하철 타기 투쟁을 전개한다. 모든 정당의 주요 인사를 따라다니며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이미 제출했다. 확실하게 보장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용산에서 여의도까지 3시간… 이 중 2시간은 엘리베이터 대기시간
전장연 활동가 50여 명은 13일 오전 7시 30분, 4호선 삼각지역부터 9호선 국회의사당역까지 지하철역마다 천천히 타고 내렸다. 비장애인 기준으로 21분이면 가는 거리가 3시간이 걸렸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한 활동가들은 5시간 동안 지하철 연착 투쟁을 진행했다.
여의도까지 걸린 3시간 중 2시간은 엘리베이터 대기시간이다. 전장연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5호선을, 여의도역에서 9호선을 갈아탔다. 두 역 모두 환승 구간에 엘리베이터가 한 대밖에 없어서, 휠체어 이용자 수십 명이 환승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긴 시간 대기해야 했다.
또한 바쁘다며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는 일부 시민 때문에 대기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그들은 휠체어 이용자들을 보더니 “살기 좋은 세상인데 왜 시위를 해?”, “시민에게 불편 주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해?”, “씨발놈들, 내 길 막지 마”라고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고선 줄 선 휠체어 이용자들을 밀치고, 바쁘다며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오전 10시 40분경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지상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면 또 1시간을 대기해야 했기에, 환승통로가 넓은 구간에서 마무리 집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를 상대로 투쟁을 선포하는 집회인데 국회를 코앞에 두고도 가지 못했다.
마무리 집회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여기까지 오시는 길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하면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죄송하다. 국회에서 제 책임을 다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때 무료급식소에서 배식봉사를 했는데, 그런 쇼는 그만 두고 예산으로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전장연은 오는 19일 월요일 오전 8시에 ‘3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1984년, ‘서울 거리의 모든 턱을 없애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순석 열사의 기일을 맞아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위한 집회를 함께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