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노래가 된 김지하의 시를 옮겨왔는데, 사실 그보다는 <지리산>이라는 노래와 시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어서였는데, 옆길로 샜다. 그리고 계속 딴짓하긴 뭐하고, 대충...
지리산 관련 노래 하면 역시 <지리산, 너 지리산이여>다. 물론 이 노래는 지금은 안치환이 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80년대 운동권들에게는 민중문화운동연합,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 웅장함와 장엄함 때문에 민문연 등에서도 공연 때 이 노래를 많이 불렀고, 대학 대동제 때에도 불려지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_m7yZ9PeXI
하지만 그보다는 김지하의 시에 박종화가 곡을 붙인 <지리산>이 훨씬 더 인상적이다. 이 노래는 바쳐야 한다, 투쟁의 한길로, 여성전사, 파랑새, 한별을 우러러보며 등의 곡을 쓴 박종화가 옥중에서 낸 노래창작집 "분노"에 실려 있다. 한별? 여기서 한별이 그 한별 맞다. 당연히 예나 지금이나 '주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주변에 박종화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중독성이 있다. 박종화의 창작집 "분노" 테입은 음치가 부르는 듯한 노래와 전라도 사투리가 배여있는 낭송(이른바 아지)이 특징이다. "분노는 계속됩니다!"하던 거 기억날까. 박종화가 부르는 <지리산>도 그리 잘 부르는 것 같지 않지만, 그것대로 맛이 있다.
“나는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지리산>은 1절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 빨치산의 투쟁을 노래하고, 2절에서는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의 투쟁을 노래한다. 김지하의 <지리산>은 당연히 2절의 내용은 없다.
시와 노래를 비교해보면 김지하의 시 가운데 일부만 빌려와서 박종화가 노랫말을 썼다고 해도 될 듯하다. 아무튼 김지하가 동학농민군뿐만 아니라 빨치산의 투쟁까지 시로 녹여냈다는 사실에 놀랬다.
지리산
김지하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샾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돌아오마던 덧없는 약속 남기고
가버린 것들이여
지금도 내 가슴에 울부짖는 것들이여
얼어붙은 겨울 밑
시냇물 흐름처럼 갔고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이렇게 나를 못살게 두드리는 소리여
옛 노래여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샾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아아 지금도 살아서 내 가슴에 굽이친다
지리산이여
지리산이여
올해 42주년 5.18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고 한다.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고 하는데, 나도 기념 삼아 이 노래를 올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fv7XJDY4DvE
지리산
박종화 곡/글
1
나는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
눈 쌓인 저 산만 보면
지금도 흐를 그 붉은 피
내 가슴에 살아솟는다
불덩이로 일어난 전사의 조국사랑이
골깊은 허리에도 울부짖은 가슴에도
덧없이 흐르는 사랑
저 산맥도 벌판도 굽이굽이 흘러
가슴깊이 스미는 사랑
나는 저 산만 보면 소리 들린다
헐벗은 저 산만 보면
지금도 울리는 빨치산 소리
내 가슴에 살아 들린다
2
나는 이 길에 서면 분노가 인다
도청 앞 금남로에 서면
지금도 짓밟는 군홧발 소리
불타는 적개심 인다
불덩이로 일어난 전사의 조국사랑이
치열했던 도청에도 비좁은 골목에도
덧없이 흐르는 길아
금남로도 광장도 굽이굽이 흘러
가슴깊이 스미는 사랑
나는 이 길에 서면 소리 들린다
금남로 한 벌판에 서면
지금도 울리는 칼빈 총소리
내 가슴에 살아 들린다
불덩이로 일어난 전사의 조국사랑이
치열했던 도청에도 비좁은 골목에도
덧없이 흐르는 길아
금남로도 광장도 굽이굽이 흘러
가슴 깊이 스미는 사랑
나는 이 길에 서면 소리 들린다
금남로 한 벌판에 서보면
지금도 울리는 칼빈총소리
내 가슴에 살아 들린다
지금도 울리는 칼빈총소리
내 가슴에 살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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