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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한동훈의 ’아이비캐슬’? … ‘부적격 이유’ 조목조목 따져봤다 (한겨레, 22.5.14)

새벽길 2022. 5. 15. 01:03

"민주당 인사청문회 주력이 처럼회 소속으로 한동훈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 인사청문회가 돼버린 것 같았다"고 한 진중권 전 교수의 말이 맞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후보자를 조국 전 장관과 비교하고,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려다 보니 제대로 된 인사검증을 하지 못하고 헛발질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한동훈 후보자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한겨레신문이 사소한 걸 가지고 한동훈 후보자의 꼬투리를 잡으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 사안이 신문 1면에 나와야 할 만큼 다른 사안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한겨레가 오바하는 측면이 분명 있긴 하지만, 한동훈 후보자가 부적격한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보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한동훈 같은 자가 장관이 되려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려는 것 자체의 문제를 짚어야 한다. 조국 전 장관과 비교할 게 아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42819.html
[논썰] 한동훈의 ’아이비캐슬’? … ‘부적격 이유’ 조목조목 따져봤다 (한겨레, 박용현 논설위원, 2022-05-14 08:59)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계속되는 의혹
케냐·방글라데시에까지 뻗친 논문 대필 의혹
등록 논문들은 하버드대 공모전 주제와 일치
“3년간 쓴 글”“입시용 아니다” 등 해명 의문
진술거부 공무원 파면 미국 ‘개리티원칙’ 왜곡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러가지 부적격 사유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청문회 이후에도 추가 의혹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워낙 많은 의혹과 논란이 벌어져서 무엇이 무엇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송구” 발언 불구 ‘논문 대필’ 의혹 해명 안돼
하버드대 공모전 출품, 그래도 ‘스펙쌓기’ 아니다?
‘표절’ 의혹 제기되자 뒤늦게 저작권 허락 받아
노트북 기부 과정 “상세히는 모른다”
앱 대회 출품작도 ‘대리 제작’ 의혹
국민 박탈감 안중에 없는 듯…‘공직자 자질’ 의문
다른 시각에서 보면 부모의 인사검증에 자녀가 소환돼 학습·입시 과정이 세세히 들춰지고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모의 심정도 이해됩니다. 그러나 자녀의 입시 준비와 관련해 ‘부모 찬스’나 허위·과장 등 불공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이미 고위 공직자 검증의 한 기준이 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검증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한 후보자는 조 전 장관 인사검증을 수사로 전환해 고강도 수사를 벌였던 장본인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한 후보자의 자녀 관련 의혹이 부각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조 전 장관 때처럼 자녀의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하며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자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조 전 장관 수사도 그런 점에서 과잉 수사였다고 판단합니다. 자녀를 검증대에 올려놓고 비난의 화살을 퍼붓기보다는 그 부모와 기성세대가 부끄러워 하고 성찰해야 할 일입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지적했듯이 “진정한 피해자는 이 거대한 경쟁사회 속에서 부모의 스펙 지도에 휘둘리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찬스는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상처를 받는 국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고위 공직에 있거나 오르려는 사람은 애초에 이런 의혹의 여지를 차단하는 게 맞습니다. 한 후보자는 더욱 그랬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해 결국 인사검증에서 의혹이 제기됐으면 성실히 해명하고 깊이 머리 숙여야 마땅합니다. 그 결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깨끗이 물러나는 게 공직 후보자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스펙쌓기용 아니냐’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심을 부정하며, 불법이나 위법이 드러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입니다. 지극히 ‘검사스러운’ 태도입니다. 이런 태도야말로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검사가 아닌 국무위원으로서 국정을 끌어나갈 자질을 갖췄는지,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소양을 갖췄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인사청문회는 법적인 차원뿐 아니라 도덕·윤리적 결격사유까지 검증하는 장입니다. 국민들의 박탈감은 안중에 없이 ‘불법이 있었는지 밝혀보라’며 당당해하는 한 후보자나, ‘청문회에 한방이 없었다’며 희희낙락하는 국민의힘이나 참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대전화 비번’ 관련 ‘개리티 원칙’ 왜곡 발언
표현의 자유 경시, 법원 판결 무시, 말장난 발언
한 후보자 임명은 ‘검찰공화국’ 완결판
지금까지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위주로 짚어봤는데,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격 여부를 따질 때 이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차대한 대목이 있습니다. 한 후보자 지명 때부터 줄곧 제기됐던 ‘검찰 장악’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검찰 천하’라고 부를 만한 대통령실 인사를 냈습니다.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 인사비서관에 이원모 전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수원지검 부장검사,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부속실장에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 마치 검찰청을 옮겨다 놓은 듯합니다. 권력의 핵심 길목을 검찰 출신들로 채운 이번 인사에서 ‘검찰 공화국’의 짙은 그림자를 보게 됩니다. 특히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시원 전 부장검사를 공직기강을 다루는 비서관에 발탁한 것을 보면 ‘검찰은 치외법권을 누리는 집단’이라는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우려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후보자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절제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검찰 내 ‘윤석열 라인’의 핵심이자 ‘소통령’으로까지 불리는 정권 실세가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 됐을 때 검찰이 중립적·독립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때처럼 비공식적 수사지휘가 얼마든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한 후보자는 고발사주 사건 이후 축소된 대검찰청의 정보 기능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고발사주는 대검 정보 부서가 특정 정당과 결탁해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뿌리째 흔들어버린 사건입니다. 이런 행위가 벌어진 정보 부서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도 없는 태도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법치, 정의, 공정을 상징하는 자리입니다. 검찰의 생명인 정치적 중립성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한 후보자는 직업윤리와 상식도 강조해왔습니다. 이 모든 가치에 비춰볼 때 한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논썰>은 판단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Y_gBehd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