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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한 팔 없는 방송인 ‘어린이 프로’ 진행 논쟁

새벽길 2009. 3. 2. 22:00
한국이라면 어떠했을까.
아마 한 팔 없는 방송인이 '어린이 프로'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의제로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에서도 국영방송인 BBC였으니까 가능했으리라. 수익성과 효율성, 이윤추구만을 추구하는 상업방송에서는 이러한 논란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직도 마음 속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물론 나 또한 직접적으로 그런 사안에 부딪힌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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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한 팔 없는 방송인 ‘어린이 프로’ 진행 논쟁 (경향, 구정은기자, 2009-03-01 18:14:26)
ㆍ“혐오감 준다” “오히려 박수 쳐줘야” 엇갈린 반응
 
선천성 기형으로 한쪽 팔이 없는 여성 방송인이 영국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BBC방송 어린이프로그램 진행자인 그를 놓고 “아이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며 몇몇 시청자들이 항의하자, 한쪽에서는 “장애와 싸워온 이에게 오히려 박수를 쳐줘야 한다”며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사회적 반성을 촉구했다.
 
이슈의 주인공은 BBC방송 어린이채널 ‘C비비스(CBeebies)’의 유아 프로그램 ‘베드타임 아워(Bedtime Hour)’의 진행자 세리 버넬(29·사진). 버넬은 선천성 기형 때문에 오른쪽 팔의 팔꿈치 아랫부분이 없는 장애인이다. 맨체스터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BBC의 방송진행자 오디션에서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지난 1월 말 데뷔했다. ‘베드타임 아워’에서는 유아들과 함께하는 ‘발견하고 해보기’ 코너를 이끌고 있다.
 
버넬의 등장 뒤 이 방송에는 25건 이상의 항의 편지와 전화가 왔고, 인터넷 게시판에도 불만의 글이 올라왔다. 한 남성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어린 자녀와 신체장애 문제를 얘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했다. 버넬의 출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아이들이 무서워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맞지 않는 혐오스러운 인물”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버넬을 옹호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가디언은 “TV 속 장애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닌 부모들”이라고 질타했다. 버넬은 지난 28일 더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7년 전 배우가 될 때도 ‘장애인이 어떻게 연극을 하느냐’던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장애인인 나에게서 오히려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5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싱글맘인 그는 “내 프로그램을 본 부모들이 나 때문에 장애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BBC방송은 그의 출연을 중단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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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팔 없는 ‘어린이 프로 진행자’ 둘러싸고 입씨름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2009-03-02)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고 부모들이군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런던에서 팀)
 
한쪽 팔이 없는 여성이 영국 BBC의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로 등장하자 일부 부모들이 준비 안된 어린이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시청자 불만을 전달하자 그녀의 진행을 중단시켜선 안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고 일간 ‘더 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BBC 어린이 채널 ‘C비비스(CBeebies)’의 유아 프로그램 ‘잠자리 시간(Bedtime Hour)’ 중 ‘발견하고 해보기(Discover and Do)’ 코너를 지난 1월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세리 버넬(29·). 날씬한 몸매에 금발이 인상적인 버넬은 선천성 기형 때문에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없다. 맨체스터에서 드라마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7년 동안 연극배우로 활동해온 그는 BBC 오디션에서 1000대 1 경쟁률을 뚫고 남자 한 명과 함께 선발됐다.
 
드라마 학교를 졸업할 때 의수를 착용하도록 권고받았지만 마다했던 그녀다. "의수를 끼지 않으면 연극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들 했지만 그녀가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만약 오디션을 앞두고 마찬가지 압력이 있었다면 난 그냥 (오디션을 포기하고) 걸어나갔을 거예요." 버넬은 5개월 된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하다.
 
그녀가 텔레비전에 나타나자 인터넷 채팅 등에 걱정과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BBC에는 9건의 공식 항의가 접수됐다. 한 아버지는 "아마도 잠을 못 이루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 큰딸 마음을 달래느라 고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버넬이 이런 부모들 때문에 상심했을까.아니다. 그녀는 “이런 차별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투쟁의 한 종류일 뿐”이라면서 “난 사람들이 이런 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사실이 반갑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서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물론이다.
 
사실 버넬이 영국 텔레비전에 처음 등장한 장애인은 아니다. BBC 스코틀랜드지국에서 방영하는 어린이 시리즈물 ‘밸라모리’에는 휠체어 장애인 여배우 킴 체르키지가 출연하고 있다.
 
BBC 프로그램 등에 스턴트맨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휠체어농구 선수인 아데 아데피탄은 “만약 그런 부모들이 정말로 자신이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금세 깨닫게 될 것”이라며 “유혈충돌, 어린이 학대, 에이즈 창궐, 수백만 어린이의 아사 등이 지구에서 벌어지는데 어린이들이 방송에 출연한 장애인 한 명에 그렇게도 두려움을 갖는다고 정말 믿는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