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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10주년 기념토론, ‘세계경제위기와 남한민중운동의 전망’(08-12-07) / 금융경제연구소, 외환위기 11주년 기념 토론회(08-12-12)

새벽길 2008. 12. 17. 17:02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과 실천 만들어가기로 (참세상, 김용욱 기자, 2008년12월08일 17시30분)
사회진보연대 10주년 기념토론, ‘세계경제위기와 남한민중운동의 전망’
 
지난 7일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는 사회진보연대 창립 10주년 기념 ‘세계경제위기와 남한 민중운동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의 주 발제와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기획국장, 김태연 노동전선 정책선전위원장, 전원배 경기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제위기 속에서 어떻게 투쟁전선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논의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운동의 전략에 대한 평가, 연대연합에 대한 입장 등에서 토론자간 차이를 드러냈다. 또한 좌파 운동진영의 실천적인 모색을 위한 모임을 즉석에서 제안하고 이후 공동의 실천을 결의하기도 해 현 정세의 긴박감을 드러냈다.
 
이현대, "신자유주의 대응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다"
주 발제에 나선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피할 수 없는 세계 대불황과 만성적 불황이후 불어 닥친 남한 경제의 위기를 설명하고 신자유주의에 맞선 남한 민중운동의 한계와 과제를 밝혔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IMF시기 남한 민중운동의 대응에 대해 “세계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반격’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98년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노사정 사회협약’을 통해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법제화’에 합의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이후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지속적인 패퇴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남한 민중운동의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응은 초기부터 오류와 한계를 노정했다”면서 다섯 가지 오류와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첫째로 “‘자본시장 개방, 외환 자유화, 외국인 소유제한 완화·폐지, 금융 선진화 등 남한사회의 경제구조의 전면 재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중운동을 조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IMF 경제위기와 함께 남한 민중운동의 적나라한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운동진영은 정권과 자본의 ‘경제위기’와 ‘고통분담’ 이데올로기에 압도당했다”고 평가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특히 ‘비정규직 운동 혹은 투쟁’을 어떤 관점으로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적인 평가를 하고자 한다고 전제하며 이날 토론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을 던지기도 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향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축소와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 경제투쟁의 중요성에 착목하면서도 경제투쟁의 양적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의 형성과 단결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투쟁의 요구를 마련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정규직 철폐’를 당면 목표로 사고하고 ‘정규직화 쟁취’를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평가했다. 또한 “당면 현실에서 ‘정규직화 쟁취’를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순간 해당 정세와 운동의 주체적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개별 사업장에서 ‘정규직화’를 관철해야 하는 모순에 부딪힌다”고 주장했다. 결국 될 때까지 투쟁하고 승리하지 못하면 조직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이현대 위원장은 “당장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일부 사업장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화될 수 없기에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작은 경제투쟁의 성과라도 노동자운동 전체 차원에서나 해당 노조의 차원에서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의 확대와 강화, 의식화·조직화를 통한 운동의 주체형성이라는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는지가 관건적”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제출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조건 개악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후퇴하다가 정작 ‘주5일제’을 법제화를 앞두고 ‘주 5일제 시행’과 맞바꾸어진 ‘노동법 개악’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네 번째는 ‘사회공공성’ 투쟁이 의도했건 아니건 함축하고 있는 물, 에너지, 교통,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등 ‘사회공공성’의 확대, 강화를 통한 ‘사회변혁’이라는 관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사회공공성 개념은 공기업화(국유화)의 확대를 통한 반독점 사회화 이행전략의 차원과 공공부문의 방어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의 방어라는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고 전제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사회공공성’ 즉, 공공성/사회복지를 ‘이행의 전략’ 차원에서 접근(‘이행을 위한 이행’의 문제점)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공공성 투쟁에 대한 관점은 임금투쟁에 대한 관점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 임금투쟁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제한하기 위한 투쟁이지만 임금제도 자체의 혁파를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써만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이어 현 시기 대중투쟁 요구로 △노동자의 생존의 권리가 중요한가 vs 경제위기 주범인 재벌과 자산계층의 재산권이 중요한가를 제기하고 △ 현재 위기를 심화시키는 금융선진화 계획 중단과 금융자본 통제 강화를 위한 요구의 전면화를 제안했다. 또한 공동투쟁과 실천을 위해 △노조운동의 전망 모색을 위한 공동의 논의를 시작 △민주노조운동의 분열을 막고, 노조운동의 재조직화를 위해 ‘좌파적 정당운동’의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민생민주국민연합에 대한 비판도 곁들였다.
 
김진억, "핵심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토론자로 나선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기획국장은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철폐라는 전략적 목표가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지나치게 요구관철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 정규직에 의탁해서 실리적 비정규운동을 전개해 조직은 남았으나 새로운 주체형성은 실패한 역편향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억 국장은 공동 투쟁에 대해서는 “경제위기에 대한 싸움에서 물리적 싸움 이전에 이데올로기 싸움이 중요하며 이 싸움에서 밀리면 해결책이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진억 국장은 또 “이미 현장은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고 전제하고 “주요 요구 중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전가 반대를 넘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 하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경제위기 책임자 처벌 등 대중적 분노를 모으고 쟁취 가능한 요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적자금이 투여된 금융이나 기업에 대한 사회화를 요구하는 투쟁. 물, 전기, 가스 등 필수공공재에 대해서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확대할 수 있는 대중투쟁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김태연, "좌파 활동가 긴급토론회 개최를 제안"
김태연 노동전선 정책선전위원장은 비정규직 운동 평가에 대해 “이전의 쟁점이던 비정규직 철폐냐 차별철폐냐 등의 쟁점은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핵심은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김태연 정책선전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요구를 낮추고 단결을 꾀하자는 문제의식은 동의가 안된다”고 밝혔다.
 
김태연 위원장은 경제불황시 노동자민중운동의 기본방향을 구호로 표현해보기도 했다. 구호는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가 깨지면 다 죽는다" "해고는 더 이상 안된다" "공적자금을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적자금 수혈받는 기업을 민주적 민중적 통제하에!" "파탄과 고통의 주범 신자유주의는 이제 그만" 등이다. 김 정책선전위원장은 특히 지난 10년 동안 해고를 통해 기업과 경제를 살렸는데 이제는 더이상 안된다는 요구를 전면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연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공동실천을 위해 좌파 활동가 긴급토론회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정종권, "좌파단체들의 공동행동기구는 별도로 고민해야"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발제문에 다소 강한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종권 위원장은 “정규직화냐 차별철폐냐가 아니라 정세적, 실천적 기여라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하는 데서 필요한 자세”라고 주장하고 “더 나아가 계급적 단결을 도모할 실천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사회연대 전략등의 문제에서 정규직 책임론 등의 공방이 있었다고 본다. 이런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공공성문제에 대해서는 “반독점 국유화 이행전략에 대한 과잉의미 부여에 동의하지만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민중의 보편적 권리를 향한 투쟁의 의미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민주연합 비판에 대해서 "국민회의에서 거국내각을 입장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채택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이에 초안이 검토됐으나 진보신당을 비롯한 참여자들의 문제제기로 누락되었다. 일정정도 성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종권 위원장은 또 "국민회의를 민주연합의 발상, 그것의 조직체로 사고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것은 좌파들의 고질적 고립주의를 반영한 것이며 좌파단체들의 공동행동기구는 그것과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객석에 있던 윤애림 불안정노동 철폐연대 활동가도 비정규직 운동 평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윤애림 활동가는 “발제문에 있는 비정규노조운동 10년 평가중 동의되지 않는 부분 많이 있다”고 말하고 “일차적으로는 비정규직 조직화운동에 대해 사실관계와 투쟁 자체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윤애림 활동가는 “비정규직 철폐를 전략적 과제로 내세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비정규직의 세세한 사항과 결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정규직화가 높은 수준이고 차별철폐가 낮은 수준이고, 그래서 낮은 수준으로 낮추면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애림 활동가는 또 “중요한 것은 어떻게 노동통제, 분할, 초과착취에 대해 인식을 확보하고 공동투쟁을 해 낼 것인가, 민주노조운동이 갈등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관리하려고 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과 임금의 방어를 가지고 자기중심적, 실리적 대응을 하면 희망이 없기에 자기 단사 중심, 자기 기업 중심의 자본 살리기 위한 타협이 아니라 대안적 전망을 가지고 비정규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되고 정규직과 함께 투쟁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공동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해 노동조합만의 대응이 아니라 사회운동, 정치운동 등의 공동요구로 일치된 투쟁 만들자는 공감대가 이뤄졌고 12월 둘째 주에 간담회 등을 통해 긴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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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은행 국유화'…어떻게?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2008-12-14 오후 12:04:45)
"공적자금 투입, 10년 전 실패 반복해선 안 돼"
 
'은행 국유화'는 더 이상 좌파들의 과격한 주장이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일부 은행을 국유화했다.
 
한국도 아직은 아니지만 공적자금 투입이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4분기 한국경제가 전기대비 마이너스 1.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은행들의 사정이 크게 좋아질리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행들에게 연말까지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을 12% 수준으로 끌어올리라고 주문했지만, 후순위채 발행 등 빚을 내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을 동원해 '유사 공적자금'의 형태로 국민들의 세금이 은행들에 들어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은행들이 BIS 비율 등 건전성을 이유로 돈을 풀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극약 조치가 필요하다. 해가 바뀌면 공적자금 투입은 정해진 수순이다.
 
경제위기로 은행들이 부실해지고, 은행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사태는 10년 전에도 동일하게 일어났던 일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168조 원 중 87조 원이 금융권에 투입됐다. 그러나 10년 만에 또다시 위기가 왔다.
 
국유화, 만병통치약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의 절반가량이 투입된 은행들에 지난 10년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 10년 전 공적자금 투입의 대가로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방만한 경영의 책임을 경영진이나 주주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진 셈이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정리해고로 살을 뺀 은행들을 다시 민간에 팔았다. 이때 외국자본이 대거 샀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의 높은 외국자본 비율은 이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주인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은행들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영으로 일관하다가 또다시 부실해지게 됐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에만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12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주최한 외환위기 1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은행 국유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면서 "특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치중할 경우,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가 했던 것처럼 정부가 민간 주주보다 더 무서운 형태로 수익률을 올리라는 극단적인 주문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마저도 민영화하겠다던 정부다. 이런 정부에서 위기에 몰려 시중은행들까지 부분 국유화하게 생겼으니, 최대한 포장을 할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더라도 경영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이 요구를 수용할 태세다. 조 연구위원은 현재 진행되는 방식대로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 10년 전 실패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이런 식으로 갈 경우 은행의 부실에 대해 사실상 면책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면서 "재발 방지 대책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구제금융 및 부분 국유화 원칙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며 "특히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공정한 고통분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방만 경영과 위기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은행 경영진들에게 물어야 하고, 주주들에게도 감자 등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관료들에게도 금융 관리ㆍ감독 실패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또 "정부의 직접 개입이 특정 이익집단 보호를 위한 산업정책적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건설회사를 다 살려주겠다고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불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정부가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조 위원은 따라서 '건설업 지원 중단' 등이 전제 조건이 돼야 하고, 공적자금의 조성과 집행에 대한 국회의 감시감독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의 운용을 관리감독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있었으나, 재경부 산하에 설치돼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는 "은행 국유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공공성에 기반한 자금중개기관으로써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소유의 주체'만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 그는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모델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 선진화' 정책의 전면 포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 이후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는 금융개혁 노선의 포기를 의미한다. 외환위기 직후 국가가 주도한 금융구조조정의 방향은 미국식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었고, 그 결과 미국 시스템 이식에는 성공했지만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심화됐다. 단기적 수익성 논리에 더 매몰되면서 결과적으로 10년 만에 다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은행 국유화'가 명분과 당위 차원의 논란을 넘어서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은행들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안들을 내놓고 현실적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정책 노선의 변경만 해도 정권 뿐 아니라 현재 상층부 경제관료들의 상당수가 물러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경제관료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정말 나라가 망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현 경제관료들의 인적 청산이 가능한가. 털끝도 못 건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민간에 맡기면 될까"라고 반문하면서 "국민연금 운용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는데, 민간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이들이 시장논리로 접근하게 될 경우 시스템 위기를 촉진하거나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은의 독립성을 강화해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처럼 은행들에 대한 감독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은행의 목표를 현 통화가치 안정에서 자산가격 안정까지 포함된 좀더 포괄적인 통화금융시스템 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가계 등 금융약자들을 위한 은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층적 금융 산업구조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이 커질수록 이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은행들 입장에서 이들은 대출을 떼일 위험이 크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들 집단도 다른 집단과 마찬가지로 대출을 떼일 위험이 높은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혼재해 있다. 은행이 이들을 일일이 구분하기 어려울 뿐이다. 정 교수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역에 기초한 풀뿌리 금융기관을 여러 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소규모 은행에서는 지역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대출 위험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연구위원도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정부 출자 풀뿌리 서민금융기관이 필요하다"며 "서민금융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민간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서민금융기관의 경영원칙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모두 공감한 사실은 "조만간 국내 은행들에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정부가 직접 은행 경영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관치금융 찬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의 측근들이 시중 은행장 자리에 오르는 등 이미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온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조혜경 연구위원은 "공적자금 투입을 계기로 정부가 은행 경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관치금융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제한장치를 구체적으로 제안하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적자금은 받지만 관치금융은 안 되므로 은행 경영에는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정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채언 전남대 교수는 "관치금융과 국유화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라면서 "관치금융은 국유금융과 민간금융이 병존하며 각종 금융정보가 극소수에게만 공개되지만 국유화는 그 반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