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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윤창현, 진보는 김상조를 좋아해 (미디어오늘, 2008년 12월 26일, 이정환 기자)

새벽길 2009. 1. 3. 15:11
미디어오늘 기사에는 이정환 기자의 블로그에는 있는 아래의 부분이 빠져 있다. 사실 어쩌면 이 부분이 핵심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긴 조금은 민감한 서술이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310.html
"원하는 답변만 끌어내는 맞춤 인터뷰, 객관성 상실 우려."
 
이 같은 취재원 편향이 갖는 한계는 지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자유기업원과 공동으로 금산분리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는데 참석자들이 김정호 원장을 비롯해 김정식 연세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등 금산분리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당연히 좌담회의 결론도 금산분리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쪽으로 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짜고 치는 고스톱은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숱하게 발견된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기사에서 재벌이 모든 경제문제의 핵심 원인이라는 성급한 결론으로 치닫는 인상을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한겨레는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을 앞장서서 대변하면서 주주자본주의의 확산에 기여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겨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를 여러 차례 인터뷰했으면서도 장 교수의 참여연대에 대한 비판이나 이른바 사회대타협론 등 재벌 친화적인 주장은 지면에 반영하지 않았다.
 
김성구 한신대 교수는 김상조 교수 등을 "좌파인 척하는 신자유주의자"로 평가한다. 재벌 개혁을 요구하고 정부 조세정책과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비판하지만 결국 자본주의와 시장의 질서를 강화하는데 기꺼이 협력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이들 신자유주의자들이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거나 시장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본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겨레가 이들을 맹종하는 것은 자가당착적이라는 이야기다.
 
삼성경제연구소 인용 기사 역시 문제가 많다. 금산분리 완화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주장은 물론이고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경영권 보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언론 지면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정책 어젠더 역시 상당 부분 이 연구소의 보고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다양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적당히 친하고 적당히 잘 알려져 있는 취재원들에게 의존하는 관행이 문제"라며 "기자들이 이미 기사를 다 써놓고 한줄 멘트를 채워 넣기 위해 취재원을 찾기 때문에 기사가 새로운 맥락을 파고들기 보다는 기존의 입장을 단순 재생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신문도 문제지만 방송의 경우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성해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기계적 균형을 맞춘 양시양비론도 문제가 많지만 재벌 비판에 시민단체 소속 교수를 인용하는 것은 안일하고 손쉬운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누가 봐도 무슨 말을 할지 뻔한 사람 말고 좀 더 중립적인 취재원에게 다양한 주장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해외 언론 보도를 비판 없이 인용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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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윤창현, 진보는 김상조를 좋아해 (미디어오늘, 2008년 12월 26일 (금) 15:01:54 이정환 기자)
[경제뉴스 취재원분석] 논조 따라 취재원 편중 심각… 삼성경제연구소는 어디나 ‘약방에 감초’ 
 
미디어오늘이 올해 1월1일부터 12월21일까지 전국 단위 중앙 일간지와 경제지 18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언론사의 성향과 논조에 따라 취재원 구성이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금산분리를 찬성하고 한겨레는 반대한다. 독자들도 모두 알고 있고 이 신문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굳이 숨기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윤창현을 인터뷰하고 한겨레는 김상조를 인터뷰한다. 그 반대의 경우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 신문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논조에 맞는 취재원을 골라 그들에게 자신들이 바라는 답변을 얻어낸다. 취재의 형식을 띄고 있긴 하지만 질문하기 전부터 답변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 18개 언론사 김상조 한성대 교수 인용건수 (1월1일~12월1일)(사진 위), 삼성경제연구소 인용 건수.
 
금산분리란 금융과 산업을 분리한다는 말이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지배할 경우 특정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거나 자금을 빼돌려 금융회사가 부실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예탁자 보호를 위해 만든 최소한의 원칙이다. 문제는 이 원칙 때문에 삼성그룹의 경우 당장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데 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고리가 끊기면 이건희 전 회장 일가의 지배력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보수·경제지들은 국내 자본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매각을 앞둔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을 외국 자본에 넘기지 않으려면 국내 자본, 이를 테면 삼성 같은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들 신문들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같은 사람들을 앞에 내세워 왔다. 윤 교수는 뉴라이트 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진보 성향 신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신문은 금산분리 원칙이 후퇴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게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신문들은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 같은 사람들 입을 빌려 그들의 주장을 담아낸다. 금산분리 완화를 둘러싼 논쟁은 그래서 언뜻 재벌과 재벌 친화적인 학자들, 그리고 재벌 개혁을 외치는 시민단체 소속 학자들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언론이 그 들러리를 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상조 교수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면 지난 1년 동안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78건과 102건의 기사에서 김 교수를 인용했는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각각 8건과 9건, 10건에 그쳤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도 11건과 6건에 그쳤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를 각각 23건과 41건의 기사에서 인용했는데 ‘조중동’은 모두 1건씩에 그쳤다.
 
재벌 문제 권위자인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도 한겨레의 단골 취재원이다. 한겨레의 경우 79건의 기사와 칼럼에 김 교수의 주장이 실렸는데 ‘조중동’, 매경·한경에는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김 교수의 이름이 실리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나 전창환 한신대 교수,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홍종학 경원대 교수 등도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만 등장하는 취재원이다. 한편,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 진중권 편애도 두드러졌다. 이 신문들은 올해 진중권 중앙대 교수를 직간접적으로 인용하거나 진 교수의 동정을 담은 기사를 각각 49건과 33건씩 썼다. ‘조중동’은 13건과 13건, 10건에 그쳤다.
 
반면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이나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보수·경제지들이 선호하는 취재원들이다. 좌 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출신이고 김 원장이 소속돼 있는 자유기업원 역시 전경련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는 자유기업원을 30차례 인용했는데 한겨레는 4차례에 그쳤다. 좌 원장의 경우도 매일경제는 12차례나 인용했지만 한겨레는 단 한차례도 인용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보수 진영 전문가 풀이 협소한데다 대중적 인지도나 호감도도 떨어지는 편이라 보수·경제지들은 특정 교수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전경련이나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기업 단체들이나 삼성경제연구소 같은 기업 부설 연구소 또는 증권사 연구원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정부 관료들이 이 신문들 논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외부 취재원을 활용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 대한 맹신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 1년 동안 18개 신문이 이 연구소를 인용해 쓴 기사는 모두 3197건에 이른다. 매일경제가 272건으로 1위를 차지했는데 이 신문의 경우 휴일을 빼면 날마다 연구소에 대한 기사를 한 건 이상씩 내보낸 셈이다. 동아일보가 255건, 한국경제가 234건, 조선일보가 202건, 중앙일보가 196건 등이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20건과 89건으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