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경제, 재정, 예산, 금융

미국발 금융위기 관련기사 1

새벽길 2008. 9. 17. 22:00

미국의 금융위기가 점입가경이다. 이는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지구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의 신문들도 온통 이와 관련된 기사도 도배되었다. 미국 대선의 초점도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에 대한 관심에서 다시 경제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MB정부는 정신 못차리고 있다. 한국 상황까지는 언급할 가치가 없을 듯하다. 무슨 말이 나와도 듣지 않을 넘들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고, 아래에서는 그 대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기사들을 모아서 발췌하였다. 이런 짓을 하는 건 순전히 내가 답답해서이다. 덧붙여 레디앙에 실린, 미국발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좌파들의 시각을 담은 9월 17일자 가디언 기사도 참고할 만하다. 물론 이 중에 SWP의 활동가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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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신'의 자리에서 내려오다 (2008년 09월 17일 (수) 18:47:04 레디앙 기자)
'가디언', 미국 금융위기 보는 정치인-영화감독 등 좌파 시각 소개 
 
세계에서 가장 큰 신자유주의 국가가 은행들을 국유화하기 시작할거라니... 우리는 믿지 못할 광경에 눈을 비비며 있을 따름이다.
시장이 신이라는 믿음은 끝났다. 이제 그것은 조절의 대상이다.
 
금번의 위기는 대안적 경제 모델들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나는 직접적인 사회적 결과들이 염려스럽다.
정부 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신성한 교리로 삼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는 정부 앞에서 손발을 빌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개입은 무엇이 있는가? 저렴한 사회주택 건설 같은 뭔가 말 그대로 지상의 구체적인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가? 민중들이 그러한 정책과 집행의 중심에 서면 안될 이유가 있는가?
 
보다 많이 국가개입으로 회귀해야 할 것이다. 상품의 교환과 분배를 위한 시스템으로서 우리는 시장을 뛰어넘을 수 없다.
실제 문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에게 필요한 국제적 구조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심지어 조지 부시도 현재 이 사태를 주목하고 있어서 우리가 국제적 조절 기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본시장에서 거래하는' 사람들과 행위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 있다. 영국에서는 현실화될 것이다.
 
자본주의를 타파할 수 없으며, 상거래를 폐절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좌파의 분석은 날카로우면서 견고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제 현실의 민중들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잘됐군, 인과응보야" 하는 식의 자족적인 언사들은 안된다. 은행가들 뒤에는 커다란 곤경에 처한 보통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의 고삐풀린, 제어되지 않은 자본주의를 끝내야 할 때다. 금융은 지구적 경제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의 역할로 돌아가도록 해야 하며, 금융 제도들을 보다 작은 단위들로 쪼개어야만 한다.
신용이 초래한 금융위기에 대해서 금융과 세제를 다시 규제해 들어가야 한다. 조세 피난처를 통제하고, 개인 은행업을 상업 은행 및 증권 시장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가속화하는 기후변화에 대해서 지구온난화에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유가 위기에 대해서, 우리는 피크 오일에 대응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시장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으며 자본주의는 불안정하고 난폭하다.
현 시기는 좌파들에게 또 다른 기회다. 우리는 절대로 그냥 보내서는 안된다.
 
자본주의 핵심 특질은 그것이 매우 융통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파괴불가능한 것으로, 한 머리가 잘리면 그 자리에 다른 게 자라나는 히드라와 같이 움직인다. 이 사태가 화폐와 신용에 사로잡힌 사회의 종말이라고? 터무니없다.
 
우리는 며칠 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국유화를 목격했으며 그걸로 끝이 아니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이 영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건 남아있는 우리다.
분명 좌파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두각을 나타내야 하고 자본주의 세계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어제 모든 매체 표지를 장식한 것은 리먼 브라더스 은행원들이 짐싸들고 떠나는 장면이었다는 것이었다. 진정 고통받고 있는 이들은 미화원들이고 비서들일텐데 말이다.
우리는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문제들만 보았기 때문이다.
 
신노동당을 믿든 말든, 당신은 자본주의를 간병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동학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지닌 새로운 노동운동이 여기로부터 태어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올해 노동당 대회에는 일종의 대항 회의가 필요하다는 좌파의 합의가 존재한다.
 
이 점증하는 위기는 노동자들에게 공포를 의미할 것이고 우리가 그간 자유시장에 대해 말해왔던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좌파는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 사람은 일할 권리가 있고 주택 위기를 겪고 있는데 왜 노동자들은 주택을 더 짓지 못하는지. 우리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또한 좌파들이 스스로를 개조할 역사적인 기회이다.
 
좌파들이 우려하는 대로, 자유민주당은 이번 주 사태에 직면하여 상당히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신노동당은 아주 오래 전에 자신들의 영역을 버렸다. 나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중 속에서 보다 크고 넓고 진보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좌파가 여전히 극복해야 하는 게 있다. 일반 대중이 이해하는 언어로 말하는데 무능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죽은 러시아인들과 논쟁하는 걸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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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실패 국가의 귀환] 미국 ‘신자유 시장’에 혈세 수혈, 깨어나면 과연… (한겨레, 류이근 기자, 2008-09-18 오전 08:00:10)
금융시장 ‘월가 쇼크’
기업 국유화·구제금융 지원 ‘구원 투수’ 등판
시장, 불편한 국가 개입에 ‘고삐’ 넘겨 줄까
 
 
불과 두 달여만에 미 금융시장에서는 짐 버닝 공화당 상원의원이 걱정했던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9월 들어서 미 정부는 민간 주식회사였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소유·경영을 아예 국가가 맡는 ‘국유화’를 단행했다. 16일에는 민간 보험사인 에이아이지(AIG)에 850억달러를 투입하면서, 정부관리체제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 연방은행은 신용이 경색된 금융시장에 500억달러를 풀었다. 정부가 금융시장의 실패와 낙오자들의 구원자로 나선 것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2월 파산을 앞둔 모기지 업체 노던록을 국유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이런 일련의 사태의 공통점을 “국가의 귀환”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30년동안 미국 경제를 지배한 건 민영화·자유화·탈규제의 3가지 주문이었다. 그동안 정책결정자들은 국가의 역할을 축소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정책을 답습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앵글로-아메리카식의 자본주의가 심하게 금이 가”(<파이낸셜타임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 “미국 경제의 커다란 부분이 (과거 정부의 간섭을 꺼렸던) 관련 업계의 열광적인 호응 아래 정부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며 “월가의 도산이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고삐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공고화시켰다”고 전했다.
 
국가의 역할은 금융시장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일 미 상원은 고속도로 건설에 자금을 조달하는 ‘유에스트러스트펀드’에 8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승인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뉴스>가 보도했다. 도로·교량·철도 등 사회기반시설 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인 셈이다. 생존의 기로에 선 지엠 등 미 자동차 3사는 이달 들어 의회에 500억달러의 특혜성 자금의 지원을 요청했다.
 
지금 시장의 실패는 역설적이게도 오랫동안 정부의 개입 축소를 일종의 절대선으로 여겨온 시장이 자초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 진보성향의 주간 <네이션>은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1930년대 뉴딜(정책)로부터 내려온 규제의 틀을 거세하거나 파괴했다”며 “그들의 탈규제 정책은 경제적으로 시민사회에 가장 위험한 죄수들이 수감된 감옥의 문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8일 지적했다. 금융시장 실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탈규제가 지목되는 이상, 앞으로 시장실패 예방을 이유로 국가의 시장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1930년대 월가가 몰락했을 때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붕괴한 은행산업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감독을 강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느슨한 금융규제 시대의 종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예상했다.
 
앞으로 국가의 입김이 커지면서, 시장만능론자들의 목소리는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인디펜던트>는 “2008년 시계추가 1930년대식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향해 다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오는 11월 존 매케인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1980년 레이건이 집권할 수 있었던 보수적인 움직임이 ‘김이 다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바꿀 순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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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책 (한겨레, 김동환/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제도연구실장, 2008-09-17 오후 07:27:52)
 
혹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하는 투자은행(IB)의 파산을 두고 금융자본주의가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침소봉대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따지고 보면 작금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산유동화에 따르는 위험의 성격과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다소 비장한 어투로 대변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본래 자산유동화에는 신용위험, 유동성위험, 구조위험과 같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컨대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모기지론이 부실화되면 모기지론을 기초로 하여 발행한 유동화증권(MBS)의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져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치고(신용위험), 일시적으로 유동성시장이 위축되어 신용을 경색시키며(유동성위험), 유동화 과정에 참여한 금융기관에 법적 책임을 물어 경제적 손실로 연결시키게 된다(구조위험). 이때 신용위험의 규모는 비교적 손쉽게 파악될 수 있지만,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은 구분하기 어렵고, 구조위험은 실현되기까지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투자은행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신용위험, 즉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손실에 있지만, 아직까지 구조위험이 실현되지 않아 잠재부실의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기지론의 손실률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손실을 대신 지불하는 조건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계약을 상업은행 등과 체결한 바 있는데, 이 손실은 상업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론을 대차대조표에서 차감하거나 부외처리하여야 비로소 실현되는 성질을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위험이 실현되는 과정에서는 상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론의 부실규모가 드러나 자칫 유동성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유불급’이란 사자성어로 축약할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자산유동화시장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급자족 경제를 추구하지 않는 한, 우리 역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약소국의 비애라고 자학할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사항에는 유념해야 한다.
 
첫째, 국내 투자자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요인과 파급 채널을 분석하여 잘못된 루머가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즉, 신용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거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을 엄밀히 구분하여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을 꾀하며, 구조위험을 보완하거나 경감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준법 감시·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둘째, 국내 경제의 중장기 불안요인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부풀리는 빌미로 작용하지 않도록 안정화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되 불필요한 과잉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예컨대 고물가·저고용의 딜레마를 치유하기 위해 대체에너지원 등을 개발하여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유발형 첨단산업을 육성하며, 자산가격 거품의 붕괴, 신용경색 및 양극화 확산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되, 경기대책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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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만능주의 사고 버릴 때 (한겨레, 2008-09-17 오후 08:22:34)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적한 대로, 1929년 월스트리트 붕괴와 비교되는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회사들의 부정직과 정책 결정자들의 무능이 빚어낸 산물이다. 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8개국 정상회의 때만 해도 미국은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고 했으나,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는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시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적 기능을 갖췄다는 논리에 근거해 지난 20여년 구가해온 신자유주의 신화가 여지없이 깨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좇아 시장만능주의를 추앙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가던 미국에서 시장은 스스로 국가를 불러들였고 국가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스티글리츠는 “장사가 잘될 때 정부 개입을 꺼리다가도 망하게 되면 어김없이 손을 벌리는” 시장의 위선을 통렬히 지적했다. 감세,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같은 시장주의 정책은 하나같이 그러한 위선과 위험 요인을 내포하고 있는 것들이다.
 
미국에서 보듯 시장 영역을 확대하는 감세와 작은 정부는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2 대 8의 불평등사회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 규제 완화와 금융 규제 완화도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시장의 절대 강자이면서 내부 투명성은 떨어지는 재벌을 풀어주면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으며 재벌기업마저 부실화될 수도 있다. 국내 은행·증권사들은 내년으로 예정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미국식 투자은행을 꿈꿔 왔는데, 이제 시장 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이 급선무가 됐다. 금산 분리 완화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시장만능주의로는 시장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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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잃은 정부,위기관리 구멍… 경제 정책 오락가락·해외 정보력 부재 (국민일보, 이성규 기자, 2008.09.18 00:41)
 
정부의 경제위기 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9월 위기설'을 넘기자마자 미국 리먼브러더스 부실 문제가 우리 금융시장을 강타했지만 정부는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때까지 경고는 물론 어떤 대비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란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대외 악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던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장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유독 컸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시아 주요 국가에 비해 환율 급등락이 컸고, 주가도 대폭락했다. 시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신흥국 증시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거래량이 많아 외국인이 주식을 쉽게 팔고 쉽게 살 수 있는 구조 때문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이런 정부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뒤 베어스턴스 파산 등 서너차례 대형 악재가 터질 때마다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해왔다.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국제 금융가에서 지난 3월부터 유포된 리먼브러더스 위기설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산업은행이 리먼의 파산 직전까지 고가로 인수를 검토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으며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다음날 코스피지수는 6% 이상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을 꼽는다. 대표적인 것은 오락가락한 환율정책.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투기세력이 오히려 정부의 시장 개입 방향성을 예단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된 것이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 관련 부처와 기관간 관계도 유기적이지 못하고 뒷북치기에 급급하다. 정부는 금융시장이 한바탕 혼란을 겪은 뒤인 17일에야 '금융시장안정대책팀'을 구성했다. 이는 각 부처가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부처 이기주의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 등이 경제부총리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괜찮다'는 시그널에 집중하기보다 정확한 사태 파악과 일관된 정책 시행으로 정부의 리더십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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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근본주의 붕괴…규제 아닌 재설계 필요” (경향,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2008년 09월 18일 18:09:41)
노벨경제학상 스티글리츠 교수의 충고
“CEO 단기성과 집착 관행 버려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17일 헌팅턴포스트 인터뷰와 CNN 온라인 기고문을 통해 “세계화의 아젠다는 시장근본주의자들과 긴밀하게 연계돼왔지만 자유시장과 금융자유화의 이데올로기는 끝났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가라앉고 있다”면서 “지난 5년 간 집값 거품이 미국경제를 떠받치면서 부의 양극화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시켰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어 “지금은 단순히 시장 규제의 재조정이 아니라 규제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월스트리트의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6가지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는 우선 현재 매년 지급하는 금융기관 경영자들의 인센티브를 5년 정도의 장기간으로 묶어 단기간 과도한 리스크를 좇는 관행을 없앨 것을 제안했다. 금융상품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위원회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점검할 위원회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정보 제공 없이 자유로이 영업을 해온 월가의 영업방식에 족쇄를 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에서부터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위기는 대출의 급속한 증가에서 온다면서 ‘과속방지 턱’을 만들 것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 금융기관간 경쟁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덩치가 너무 커서 실패해선 안된다”는 대마불사론이 문제라면 큰 금융기관을 잘게 쪼개야 할 것이라고 처방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시장은 어떠한 규제책을 내놓아도 교묘히 우회할 것”이라면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론을 펼쳤다. 다만 “위기의 개연성을 줄이거나 피해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들이 반 시장주의적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그는 세계화 시대를 열었던 클린턴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내면서 최고의 호황을 일궜던 인물이다. 스티글리츠는 “월가 금융기관들이 전세계로 위기를 분산하지 않았으면 미국 경제의 타격은 더 컸을 것”이라면서 “세계화된 시장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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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금융규제 완화 ‘실패한 美’ 답습 우려 (경향, 서의동기자, 2008년 09월 18일 18:04:08)
산업은행 민영화, 수입원 고갈·中企지원 약화
금산분리 원칙 무시 비금융 회사 허용 무리수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돼온 금융규제 완화 흐름을 계승, 한국에서도 글로벌 금융플레이어가 나오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목표이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모델로 추종해온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몰락하면서 정책추진의 타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일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금융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일단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산업정책적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전철 밟을 우려 큰 금융정책=산업은행을 민영화,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미국 투자은행들의 몰락 이전에도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에는 투자은행의 주 수입원이 되는 인수·합병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데다 주식이나 채권발행시장도 활발하지 않는 등 투자은행의 토양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우선 제기된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할 경우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정책금융 기능이 약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지분매각으로 조성되는 한국개발펀드(KDF)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금융 등 정책을 간접금융(On-Lending)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일식 주거래은행 등 간접금융의 토양이 없는 상태에서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 지원금융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신용파생계약을 활용한 유동화 등 다양한 자산유동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금융위의 방침은 미국 금융위기에서 드러나듯 신용리스크(위험)를 키워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활성화도 단기 투기성 자본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넘는 금융규제 완화=이명박 정부는 비은행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비금융회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재벌기업의 금융 및 비금융계열사 동시지배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뒤흔들 것으로 지적된다. 세계 100대 은행중 산업자본이 실제 은행경영을 지배할 정도로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4개에 불과해 금산분리는 대다수 국가에서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정책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키로 한 것도 과도한 규제완화의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금융정책에 대해 금융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성장론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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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위기 해법·진단 제각각…政·靑 낙관-銀 신중 (경향, 박병률기자, 2008년 09월 18일 17:16:57)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 금융 당국자의 진단과 해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임승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사태는 이제 마무리 단계, 즉 끝 물의 출발점에 섰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미국 정부가 AIG에 850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것을 ‘금융위기의 마무리’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임 사무처장의 이같은 지난달 26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후반전’과 ‘마무리 단계’는 명백히 다른 것으로 ‘후반전’은 끝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임 사무처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섣부른 낙관론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에 나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후반전에 돌입했지만, 일단 회복 조짐이 보이면 회복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투자은행의 몰락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했지만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90포인트 급락하면서 1400선이 무너지는 ‘검은 화요일’이 연출됐다.
 
반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불안이 이제 다 지나갔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한승수 총리가 “시장에 혼란을 준다”며 비공개 경고를 했지만 이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해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더 지속될 것이고, 실물경제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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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신자유주의] ① 셀(sell) USA (내일, 박준규 김선일 기자, 2008-09-18 11:33)
부동의 AAA<미국 국가신용등급>가 흔들린다
정부 배척한 투자은행 백기 … 달러자산 매도

 
미국에서는 ‘셀 유에스에이(Sell USA)’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 투자자들이 미국 통화, 채권, 주식 등을 팔아치우고 있다. ‘셀 USA’가 장기화되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기축통화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게 된다.
 
7월 한달간 미국 시장에서 빠져나간 투자액만 약 748억달러에 달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된 작년 8월(-1625억달러) 이후 최대폭이다. 지난 5월 41억달러 순유출에서 6월에는 599억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했지만 결국 한달만에 순유출로 되돌아갔다.
 
‘해외의 대미 증권(증권과 채권) 투자’가 256억달러 순유출을 보였다. 특히 채권투자는 -198억달러로 199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주식에서도 6월 18억달러에서 7월 58억달러로 순유출 규모가 커졌다. 666억달러의 대규모 예금 인출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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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신자유주의]‘대마불사’ 부추기는 미 정부 (내일, 박준규 기자, 2008-09-18 오전 11:59:59)
부실 커지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메꿔
재정투입·금리인하 ‘양동작전’
기업 개인, 정부 개입 기대 확산
 
미국은 80년대이후 10년마다 금융위기에 빠져들었다. 미국정부는 이때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진화에 나섰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동시에 퍼붓는 융단폭격에 금융쇼크는 진압됐다. 달러공급통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버티고 있어 자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만병통치약 ‘공적자금’은 그러나 미국정부와 기업, 개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도덕적 해이를 심어줬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기대감이 확산됐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부실 금융기관 처리는 ‘안일한 대응에 이은 공적자금 투입’ ‘금융사를 활용한 지원’ ‘규제 완화’ ‘금리 인하’라는 측면에서 80년대와 90년대 금융위기를 모두 합한 정부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