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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국가적 연구·규제역량 부재에 쿠팡 뒤로 빠지고 논란 커졌다"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 2025.11.21. 13:04:31)
[새벽배송 논란, 현실과 과제] ①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장
<야간노동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의학적 정설이다. 야간노동 규제는 국제적 대세다.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산업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거의 이뤄진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새벽배송 논란이 그 합의가 어떤 영역에서는 단단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균열은 왜 생겼을까.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있어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이며,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프레시안>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에게 새벽배송 논란을 지켜보며 한 생각을 물으려 한다. 편집자>
강태선 사이버대학교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근로감독관 출신으로 현장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 산업안전보건 연구자다. 새벽배송 논란에 대해 강 교수는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논의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벽배송이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장기 역학연구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물론 이 말은 새벽배송 등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강 교수는 한국의 새벽배송을 콕 집은 역학연구가 있었다면, 지금 일고 있는 사회적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연구가 없는 이유로 그는 국가적 차원의 독립적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부재를 꼽았다. 당장 해야 할 일로는 그간 쌓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새벽배송에 대한 후향적 코호트(cohort, 특정 기간 공통 경험이나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 역학연구를 꼽았다. 화학물질에 적용되는 '노 데이터 노 마켓(No Data, No Market)', '입증책임 전환' 등 원칙을 야간노동 분야에 적용하자고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진짜 원인 제공자인 기업에 건강 위험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지난 10일 강 교수와 전화로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프레시안 : 새벽배송 논란이 한창이다. 이를 보며 산업안전보건 연구자로서 어떤 생각을 했나?
강태선 :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다만 이 논쟁에서 과학이 도외시되고, 원인 제공자인 기업이 빠진 채 이념화, 정치화된 논란이 벌어지는 데 대해 대단히 우려한다. 사회적 대화를 해도 사고, 과로, 심혈관질환, 암 등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에 관해서는, 과학적 팩트체크를 통해 양보해서는 안 되는 선을 그어야 한다.
프레시안 : 이번 논쟁에서 야간노동의 위험성은 많이 환기된 것 같기도 하다.
강태선 : 일반적인 야간 교대근무(night shift work)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는 꾸준히 수행됐다. IARC(국제암연구소)가 야간 교대근무를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으로 구분한 배경이다. 그 외 일반적으로 사고나 질환 위험도도 야간근무자에게 더 높다.
심혈관질환 관련 역학연구를 종합한 메타연구 중 가장 최근 연구(Jiayu Xi 등, 2025)에 따르면, 비야간근무자에 비해 야간근무자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약 10% 이상 높았다. 야간근무가 5년 증가할 때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7%,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4%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새벽배송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노동형태다. 노동인구도 대규모라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더 심각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데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
"독립적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있었다면, 사회적 논란 상당 부분 해소됐을 것"
프레시안 : 새벽배송에 대한 역학연구는 어느 수준인가?
강태선 : 올해로 새벽배송이 시작된 지 10년 넘었다. 2022년 이래 실태조사 수준 연구가 일부 진행됐을 뿐이다. 한국의 새벽배송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역학연구는 없고, 고안조차 안 되고 있다. 그런 연구가 있었다면 지금 사회적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소됐을 거다.
최근 폐암 산재가 다발하고 있는 학교 급식 노동자 상황이 비슷했다. 2021년부터 급식실 조리사 폐암이 산재로 승인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관련 근거가 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 진행된 조리사 폐암 역학연구였다. 해당 지역의 고온 튀김요리 관행이 폐암 위험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한국 요리는 좀 다르니 급식 노동자의 폐암 위험도가 높지 않을 거란 짐작이 있었고, 산재 승인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뒤늦게 한국의 급식 노동자 폐암 위험에 대한 역학연구가 진행됐다. 15년 이상의 자료를 모아 후향적으로 인과관계를 볼 수 있는 장기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고, 중국 조리사보다 더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그런 논란은 종식됐다.
프레시안 : 새벽배송 분야에서는 왜 그런 연구가 안 됐을까.
강태선 : 한국에는 독립성을 가진 노동과학연구소가 없다. 1977년에 만들긴 했는데 12년 만에 없애버렸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그런 일을 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여기는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등이 기반이다.
프레시안 :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있지 않나.
강태선 : 산안공단은 주로 사업장에 안전보건 기술지원 또는 재정지원 사업을 하는 곳이다. 선진국 중에 재정사업을 하는 기관 밑에 산업안전보건을 다루는 연구원을 두고 그걸 국가연구원이라고 하는 나라는 없다. 규모도 작다. 50, 60명 정도 전담 연구자로 한국 정도 규모가 되는 나라의 산업을 커버하는 안전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연구 역량이 부족하니 연구원들이 자체 연구를 하기보다 주로 5~8개월 짜리 연구 용역을 발주해 관리한다. 직업과 산업재해의 단순 상관관계를 볼 수 있는 단면연구도 1년 이상 걸린다. 장기 코호트는 수 년에서 수 십년 걸린다. 한국은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 코호트 연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다.
노동과학연구소가 살아 있었다면, 그래서 국가 과학기술 R&D 사업에 산업안전보건이라는 코드가 명확히 존재해 새로 등장하는 위험한 노동 문제에 대해 중장기 예산을 배정했다면, 새로운 직종이 탄생할 즈음에 관련 연구가 이미 만들어졌을 확률이 높다.
프레시안 : 그런 연구기관이 만들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강태선 :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차관급으로 격상되면서 독립적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들었다. 내부 반대가 있다는 소리도 들리는데, 그걸 뚫고 꼭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 수천만 명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다.
"야간노동에도 '노 데이터 노 마켓' 원칙 세워야"
프레시안 : 변화가 일어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당면한 야간노동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강태선 : 일단 지금이라도 한국의 새벽배송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이미 시작됐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속성으로 파일럿 연구를 수행하고 장기 연구가 가능한 연구기관 설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책 면에서 화학물질 사례를 볼 필요도 있다. 산업 발전과 함께 각종 화학물질이 개발돼 광범위하게 시판됐다. 기업은 화학물질의 긍정적 효과만 선전하고 부작용은 감추려 하거나 연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은 나중에야 드러났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만연한 후 제조사도 '먹튀'하고 나면, 국가가 막대한 자원을 들여 피해를 조사하고 보상해야 했다.
1945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혁신적 살충제로 홍보되며 농업·방역을 넘어 가정에까지 판매된 DDT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레이첼 카슨이 DDT의 해악을 경고하는 <침묵의 봄>을 썼을 때, 화학기업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감성적 과장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방역과 농업과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도 공격했다.
화학제품의 역사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그래서 유럽에서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질은 금지할 수 없다'는 일반적 법 논리를 뚫고, 피해가 뒤늦게 드러나는 화학물질의 속성에 적합한 사전예방주의 원칙에 따른 입법이 시작됐다.
유럽연합 화학물질 관리 규정인 '리치(REACH)'가 대표적이다. 여기 담긴 정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노 데이터 노 마켓'이다. 기업이 새로운 화학물질을 시장에 도입하려면 독성 데이터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으라는 거다. 한국의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이를 계수한 것이다.
프레시안 : 야간노동의 일반적 위험성이 인정되고 피해가 뒤늦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두 사례가 정말 비슷해 보인다.
강태선 : 야간노동에도 화학물질 규제와 비슷한 법제를 만들어야 한다. 새벽배송 같은 야간노동 서비스를 지속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진짜 책임자인 기업이 코호트 연구에 자금을 대고 안전성을 입증하라고 해야 한다. 기업에만 맡겨놓으면 유리한 데이터만 내놓으려 할 거니까 국가기관이나 사회적 대화 형식의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은 새벽배송으로 성장한 쿠팡 같은 기업이 이 논쟁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112181507
"새벽배송은 2급 발암물질"…노동장관 주장, 근거 찾아보니 [이슈+] (한경,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2025.11.22 12:26)
노동장관 "2급 발암물질" 민주노총 주장 반복
실제론 위험성 평가한 분류 기준 아냐
"햇빛도 1급 발암물질…낮시간 활동 금지해야 하나"
"(새벽배송은) 국제암센터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해로운데, 이를 감내해야만 할 정도의 서비스인지 공론화돼야 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20일 새벽배송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이는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야간노동은 2급 발암 물질"이라며 새벽 배송 전면 금지를 주장한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장관이 근거로 든 국제암연구소(IARC)의 자료를 실제로 들춰보면, '2급 발암물질'이라는 말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IARC는 발암 요인을 '등급(grade)'이 아니라 '군(group)'으로만 분류하고 있고, '새벽배송'이라는 특정 서비스도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국제암연구소 "발암성 분류체계, 위험 평가 아니다"라는데
IARC는 각종 화학물질과 직업적 노출, 생활 습관 등을 검토해 '발암성 분류 체계'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1군·2A군·2B군·3군·4군으로 나뉜다. △1군은 인체에 발암성과 관련한 충분한 근거 자료가 있는 경우로, 다이옥신과 벤조피렌, 석면, 담배, 가공육 등이 포함된다. △2A군은 인체 발암성 추정 물질이 들어가는데, 우레탄, 질소머스타드 등이고, △2B군은 인체 발암성이 있을 수 있는 것 △3군은 발암성 여부를 분류할 수 없는 것 △4군은 인체 발암 가능성이 없고, 동물실험도 부족한 경우다.
숫자에 '급'을 붙여 위계처럼 읽기 쉽지만, IARC 원문 어디에도 '1급'이나 '2급'이라는 표현은 없다. 우리나라 국가암정보센터나 다수 전문기관도 IARC 분류를 '군'으로 번역한다.
더 중요한 차이점은 IARC가 평가하는 것은 암이 실제로 발생한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측정하는 '위험(risk)'이 아니라 '유해성(hazard)'이라는 점이다. '해당 물질이 원리적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가'만 따질 뿐, 실제 생활에서 어느 정도 노출됐을 때 어느 정도의 위험이 되는지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IARC는 "유해성과 위험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IARC 분류 방식에 따르면 "암 발생 위험이 매우 낮더라도 암 유해성이 있는 요인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논쟁에서는 '2A군'을 '2급 발암물질'로 번역해 정치적 구호로 재가공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IARC가 '2A군'으로 분류한 대상조차 정확히 '새벽배송'은 아니다. IARC는 2019년과 2020년 '야간 교대 근무(Night shift work)'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며 "활동 주기를 교란하는 야간 교대근무"를 2A군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말하는 교대 근무는 일반 인구가 자는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근무, 일정 기간 이상 반복되는 교대 스케줄, 수면 리듬·호르몬 분비·대사 리듬이 장기간 깨지는 환경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의료기관의 간호사와 병원·요양시설 야간근무자, 항공 승무원, 장거리 운송 기사 등 폭넓은 직군이 여기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렇게 폭넓은 분류 체계를 근거로 '발암 가능성이 있으니 금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김 장관의 "2급 발암물질" 발언을 거론하며 "같은 논리라면 1급 발암물질인 햇빛을 피하기 위해 지금부터 온 국민의 낮시간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민노총 "새벽배송 금지" 주장하는데…현장·소비자 목소리는 달라
이번 논쟁은 지난달 여권이 주도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논의에서 민노총이 "야간 노동이 '2급 발암 요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해롭다"며 새벽 배송 제한을 주장하며 시작됐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라는 명분에 '2급 발암물질'이라는 자극적 표현이 더해지자, 정치권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과 소비자의 목소리는 이와는 괴리가 있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는 "기사 93%가 새벽 배송 제한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쿠팡 노조는 "민노총을 탈퇴한 쿠팡 노조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는 새벽배송은 이용하는 이들의 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13일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은 자신을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작성자가 등장한다.
작성자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민주노총이 '새벽 배송 전면 금지'를 요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청원을 올린다"며 "이미 국민의 일상에서 떨어질 수 없는 필수 서비스나 마찬가지로, 저출산이 대한민국의 심각한 문제인 현실에서 육아를, 일상생활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택배 기사님들의 야간 노동이 발암 요인이라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신문 기사를 보니 돼지고기·소고기·튀김도 같은 발암 요인이라고 한다. 민주노총이 너무 억지 부리는 것 아닌가"라며 "국회와 국토부에서도 민주노총의 목소리만 들으시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새벽배송은 2급 발암물질"이라고 말한 김 장관을 향해 민주노총의 쿠팡 보복에 굴복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당사자와 소비자 모두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민주노총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장관이 민주노총 출신이라 해도 공직자가 된 이상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eirdhat.net/blog/archives/9163
심야노동을 할 거냐 말 거냐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블로그, 2025년 11월 22일 by 이상한 모자)
SNS에서 새벽배송 논쟁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는 했다. 그러나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SNS 입씨름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 예를 보지 못했다. 논쟁의 당사자들은 자기들끼리 뭘 배웠다는 둥 진도를 나가자는 둥 하지만, 다 자기만족적 서사에 그칠 뿐이다. SNS 논쟁이라는 걸 한지 15년도 넘었을 텐데, 아직도 담론 수준이 이 모양 이 꼴이라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SNS는 공론장도 뭐도 아니고, 술자리에서 떠들다 사라졌을 옹알이들이 온라인에 그럴듯한 얘기처럼 나열되어 있는, 노이즈의 집합체일 뿐이다.
그러니 그냥 SNS에는 일기나 적고 만족하는 것이 좋다. 자기 생각 정리용으로는 괜찮다. 그러나 남의 일기에 관심을 가질 필연은 없다. 이게 내가 SNS 논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이다.
유일하게 SNS 논쟁이 효용이 있는 분야라고 한다면, 메타-SNS적 분석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SNS에서 떠드는 양상 자체를 분석하는 것은 유의미하다는 거다. 가령 필터버블이니 뭐 그런 얘기 있잖나.
하여간, 그런 와중에 이 얘기를 소재로 조선일보가 토요일자 칼럼에 떡하니 써놨기에, 여기다가 생각 정리용 메모를 남기는 것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2025/11/21/5JUEK4CTHNCCRDZRPCERBLNEKA/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 글의 등장인물들이 실제 어떤 주장을 했는지 난 정확히 모른다. 지금 쓰는 것도 저 사람들 주장에 대한 얘기가 아니고, 그간 언론에 등장한 새벽배송을 둘러싼 여러 얘기에 대한 거다. 그러나 나한테 와서 저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 얘기는 하지 마시길 바라고.
새벽배송에 대한 토론이니 주장이니 보고 느낀 바는, 그래서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라는 점, 어떤 의미에서는 우선순위의 문제라는 것이다. 가령 여러 우려를 할 수 있다. 심야노동을 금지하면 노동자의 임금 손해가 우려되지 않는가? 그렇다. 심야노동을 금지하더라도 노동자는 임금 보전을 위해 투잡을 뛰지 않겠는가? 그럴 수 있다. 그 외 여러 부작용이 있지 않겠는가?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심야노동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퇴행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런 논쟁, 처음하는 게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노래를 보면, 이런 가사가 있다. “어느 새 탕뛰기의 노예가 되어 힘겨운 하루가 덧없이 저무네” … 이건 일전에 여기다가 기록을 남겨놓은 바 있으니 궁금하면 찾아보시고… (클릭). 아무튼 이 가사에 나오는 ‘탕뛰기’가 뭐냐면 돈을 일당으로 주는 게 아니고 건당으로 주는 거다. 한 번 왔다갔다 하는 걸 단위로 돈을 주기 때문에 건설기계를 다루는 노동자들이 잠을 줄여서 일을 한다. 한 탕이라도 더 뛰어야 기대수익을 채울 수 있으므로…
이때 노조 등의 주장은 탕뛰기를 거부하고 일당으로 받자는 거였다. 저 노래도 그런 바탕에서 나왔기 때문에 ‘탕뛰기의 노예가 되어’라는 대목이 있는 거다. 현장에서 당연히 볼멘소리들이 있지 않았겠나? 열심히 일한만큼 능력대로 가져가는 게 낫고 그게 더 이익이다 라는 식인데, 그게 사실인 부분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일당으로 받자고 한 이유가 뭐겠나? 대개의 사람은 돈이 걸리면 자기 몸을 제대로 챙기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을 하는 분야는 자기 혼자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 남까지 불행하게 할 수 있다. 사고라도 내봐라. 실제 그런 불행이 있으니까 이런 결론으로 간 거다.
갑자기 탕뛰기가 왜 나오냐 할 수 있는데, 노동조건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반드시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는 얘길 갖고 입씨름 하는 이 구도 자체가 이미 고전이고 클리셰라는 거다. 때마다 나오는 거다. 주52시간 얘기 할 때도 똑같이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래서 그 결론이 대안을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거냐로 가느냐에 있다. 가령 위의 조선일보 글에 나온 표현을 쓰자면, 쿠팡만큼 중소기업의 임금이 인상되어야 한다… 그런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심야노동 제한 또는 금지를 추진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대안도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전반적인 임금 인상이 어렵기 때문에 심야노동 제한 또는 금지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가령 주5일제든, 주52시간제든, 아니면 심야노동 제한 또는 금지이든 그걸 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고 하면, 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업계의 전반적 임금 인상은 언제 달성되는가? 그것에는 전제가 없는가? 이런 저런 전제를 얼마든지 달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의미에서는 그게 진보의 목표가 아니었던 적도 없다. 늘 모색하지만 잘 안 되는 여러 주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담론은 보통 조선일보가 썼듯 ‘현실을 모르는 책상머리 진보’, ‘선의의 부작용’, ‘감성에 의존하는 낭만적 진보’ 류의 정치적 프레임으로 연결된다.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는 얘길 하기 위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서두에도 썼는데, 내 주요 관심사는 이런 식의 프레이밍에 있다. 진보가 뭘 하자고 주장을 하면 보수 이데올로그들이 보통 이런 구도를 형성한다. 주52시간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문통이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했다는, 사실이 아닌 핵발전주의자들의 주장도 거의 사실처럼 보도하고 주장했는데, 이것도 같은 프레임(감성과 선의에만 기댄, 현실을 모르는 책상머리 낭만적 진보)에 속해 있다. 조선일보가 이번 일을 소재로 칼럼을 쓴 것도 정확히 여기에 들어간다. 이런 태도는 결국 ‘고통스러운 오늘이 최선’이라는 것으로, 애초에 진보의 주장과 행동을 무력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야노동의 제한 또는 금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오히려 여러 절충안을 얘기하고 있다. 금지는 아니더라도 업무를 줄여 시간을 조정해보자, 정 어려우면 2교대를 해라, 일단 논의에 참여해라 등등… 이런 논의가 담긴 언론 보도와 칼럼을 유튜브에서 소개했는데, 내 나름대로의 노력이다.
상대편에서는 쿠팡 새벽배송이 무슨 택배기사의 축복인 것처럼 떠들기도 했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는 주장과 보도도 꽤 있었다. 새벽배송 기사들을 대상으로 과거 조사한 결과가 그랬고, 사망한 기사의 유족이 밝힌 것처럼 남의 아이디를 빌려서라도 연속 근무를 대리점이 강요했다는 정황도 있다.
왜 쿠팡은 침묵하고 노동자와 노동자, 노동자와 소비자 간의 대립구도만 남았느냐에 대한 탄식도 있었는데, 당연하지 않나? 다들 이렇게 자본이 가려는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서 싸워주고 있는데 기업이 뭐하러 나서겠나?
계획을 최대한 신중하게 세워야 하는 문제가 많지만, 일단 행동에 나선 이후에 고쳐나갈 문제도 있을 것이다. 여러 대안을 통해 심야노동 제한 또는 금지의 조건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만, 심야노동 제한 또는 금지로부터 시작해야 나머지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가령 여러 반대와 이런 저런 전제 조건을 거론하는 목소리에도 불구, 주52시간을 도입했기 때문에 생긴 긍정적 변화들이 있지 않는가. 물론 상대쪽에선 이런 저런 부작용을 열거하겠지만, 그건 주52시간의 토대 위에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가면, 이게 뭐 그리 긴박한 문제냐 라는 공격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쿠팡이든 SPC든 심야노동을 제한하는 것은 긴박한 과제이다. 심야노동이 발암물질이라면 고등어는 왜 먹느냐 라는 비아냥도 보수언론에 많이 등장하지만, 고등어에는 적어도 선택권이 있다. 그 외 그럴거면 이것도 금지해라, 저것도 금지해라 이딴 소리도 하는데, 할 수 있으면 해야지. 하시죠 그럼? 아무튼, 이건 노동이 밤을 자본에게 속절없이 내주고 있는, 전선의 문제라는 게 본질이다. 많이들 보셨겠으나, 경향신문의 김승섭 교수 인터뷰가 이 문제를 잘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192122005
앞에서 쓴 내용 다 관련 기사다 칼럼을 링크할 수 있는데, 어차피 읽지도 보지도 않을 것이므로 안 한다. 심야노동에 대한 얘기를 우리만 하는 게 아니고 서구권도 다 한다. 다만 노동이 상대적으로 강력하게 조직되어 있는 쪽과 아닌 쪽의 상황이 다른 거다. 이런 상황을 조망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면서 메신저에 대해서만 떠드는 일은 이제 피곤하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30763.html
류현철 산안본부장 “새벽배송 의학적 문제 명백…사회적 관리 방안 찾아야” (한겨레, 남지현 기자, 2025-11-23 16:20)
국민의힘 주장에 정면 반박
“새벽배송이 발암물질이니 금지하자는 식으로 연결시킬 것이 아니라, 야간노동의 건강위험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얘기하는 하는 게 맞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차관급)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벽배송 관련 논의에서 국민 편의, 기업 이윤, 일자리 문제를 잠시 물러두고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 문제만을 오롯이 두고 본다면 현재 같은 새벽배송 시스템의 문제는 의학적으로 명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에서 민주노총이 제시한 심야배송 제한 요구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확산한 가운데, 국민의힘 등에서 제기한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글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김치나 스마트폰도 2급 발암물질이며, 발암물질이라는 이유로 모든 활동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루 전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심야노동은 2급 발암물질”이라고 한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류 본부장은 “산업보건 분야에서 위험(risk)은 ‘유해성(hazard)×노출(exposure)’”이라며 “국제암연구소가 이렇게 유해성이 확인된 물질이나 업무 등에 대해 제시해주면 ‘실제 생활에서 어느 정도 노출됐을 때 어느 정도 위험이 되는지를 평가’하는 건 기업이나 정부, 학계의 책임과 역할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야간 교대 노동’에는 “새벽배송도 당연히 해당한다”며 “야간교대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위협하는 게 ‘암’만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뇌심혈관계질환, 소화기계질환, 수면장애, 모성건강 위험, 사회적 단절” 등이 문제가 되는데 “심지어 발암 위험성까지 있으니 사회적 관심과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타 직종이나 업종과 비교해도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짚었다. 류 본부장은 “의료기관 야간 교대근무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항공 승무원에 대해서는 항공안전법에 따라 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새벽배송 노동자들에게도 건강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사회적으로 찾아봐야 한다는 논의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류 본부장은 “건강상 위험을 관리하는 가장 우선적이고 근원적인 방법은 유해성을 없애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대부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보니 덜 위험한 물질이나 업무방식으로 대체하거나 노출시간이나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며 “그 위험을 합리적으로 실행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낮게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산업보건, 직업의학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역할에 대해 류 본부장은 “고용노동, 안전보건 행정의 역할은 이런 과학적, 의학적 사실에 기반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노동 현장에서 집행·실현하는 것임을 명심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30806.html
쿠팡 ‘저녁 6시~새벽 4시’ 일하던 30대 사망…다짜고짜 “지병” 탓이라니 (한겨레, 남지현 송상호 기자, 2025-11-23 19:57)
1년 넘게 야간노동 계약직 숨져
올해 물류센터 3명 ‘반복된 죽음’
사인 밝혀지기 전에 “지병” 운운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에 일하던 30대 계약직 노동자가 회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 중 발생한 사망은 올해 들어 세번째다.
23일 고용노동부와 화성동탄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경기도 화성시 신동에 있는 쿠팡 동탄1센터에서 일하던 30대 남성 ㄱ씨가 지난 21일 밤 10시30분께 구내식당에서 쓰러진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ㄱ씨는 1년 넘게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을 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해 9월30일부터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계약직으로 전환된 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야간조에서 고정 근무했다. 물류센터에서 간선 차량으로 물품을 출고하는 아웃바운드(OB) 업무가 그의 일이었다.
ㄱ씨는 아웃바운드 업무 중에서도 ‘워터 업무’를 주로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터 업무는 빈 플라스틱 상자를 정리·분배하거나 포장에 필요한 물품을 채우는 역할을 말한다. 이 업무는 물류센터에서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할 뿐만 아니라, 무거운 물건을 계속 옮겨야 하는 터라 업무 강도가 높은 쪽에 속한다. 2020년 10월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장덕준씨가 맡은 일도 ‘워터 업무’였다.
쿠팡에선 노동자들이 야간에 일하다가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엔 안성물류센터에서 50대 계약직이, 8월엔 용인물류센터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야간노동 중 숨졌다. ㄱ씨를 포함하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올해만 야간노동 중 3명이 숨진 셈이다. 전국택배노조는 2020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택배기사 등 모두 27명이 일을 하다 숨졌다고 추산한다.
한편 쿠팡 쪽이 ㄱ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고인에게 지병이 있었다”고 대외적으로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 쪽이 ㄱ씨 사망 사실이 알려진 직후 언론에 “최근 3개월간 평균 주당 근로일수는 4.3일이었다. 주당 평균 40시간(실근무시간 기준) 미만 근무했다”며 “고인에게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야간노동이 아닌 지병에 따른 사망이라고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아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고인의 지병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지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추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화성동탄경찰서 관계자도 “정확한 사망 원인은 24일 예정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 따라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ttps://www.mt.co.kr/industry/2025/11/24/2025112319405627776
'0~5시' 노동 때문에 과로·사고?… "시간대 문제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5.11.24 04:03)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車 안막히고 수입 좋아" CPA 93% '폐지' 반대
"중단땐 큰 불편 겪을것" 일반소비자 64%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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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심야배송을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해야 한다"며 '심야노동 철폐'를 들고 나오자 쿠팡은 "심야배송은 이미 생활 인프라로 자리잡았고 물류 효율성 측면에서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벽배송 금지 논의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민주노총과 택배노조가 심야노동 개선을 이유로 제안한 뒤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심야배송 강도와 위험이 과도하다"면서 '심야노동 금지'를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쿠팡의 배송을 담당하는 위탁기사들의 의견은 전혀 달랐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명이 소속된 택배영업점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소속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3%가 민주노총의 '심야배송 금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쿠팡도 심야배송의 필요성을 물류구조 측면에서 설명한다. 오전 7시까지 도착하는 '새벽배송' 물량은 특정권역에 집중돼 있어 밀집도가 높고 심야시간대 배송도 낮보다 교통환경이 안정적이어서 동선낭비가 적은 데다 작업효율이 20% 이상 높단 것이다. 기사 입장에서도 동일한 시간 대비 배송건수가 늘며 주간 대비 1.5~2배 수준의 수익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는 게 쿠팡 측 입장이다.
실제 설문결과에서도 심야배송의 장점으로 '주간보다 교통혼잡이 적고 엘리베이터 사용이 편하다'(43%)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수입이 더 좋다'(29%) '주간에 개인시간 활용 가능'(22%) '주간 일자리가 없다'(6%)는 의견도 나왔다. 응답자의 70%는 '야간배송을 규제하면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겠다'고도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도 "새벽배송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또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 소비자층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CJ대한통운·한진 등에 속한 일반 택배기사 600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비노조택배연합 측도 적은 교통량과 짧은 이동시간, 낮은 업무강도 등의 장점으로 새벽배송이 택배기사에게 유리하다며 민주노총 입장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새벽배송 전면금지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오전 5시 출근조가 긴급한 새벽배송을 담당하는 안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쿠팡은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0~5시 배송금지 자체가 곧 새벽배송 금지라고 선을 그었다. 택배기사는 적재된 물량에 따라 100~200가구 이상 돌아다니는데 2시간 만에 고객을 찾아 배송하는 구조는 불가능하단 지적이다.
민주노총 택배노조에 따르면 쿠팡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다회전 횟수는 2.3회, 캠프와 배송지를 오가는 거리는 평균 35.5km로 평균 1시간18분이 걸린다. 오전6시면 차량 이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서울과 경기권에선 7시 이전 배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쿠팡 측 분석이다.
일각에선 "굳이 오전 7시까지 배송을 반드시 해야 하나"라는 의견도 있다. 반드시 필요한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새벽배송이 필요하지 않단 측면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비자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9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1%가 '심야배송이 중단되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식자재를 새벽에 공급받아 영업을 준비하는 중소상공인은 물론 시간활용에 제약이 큰 워킹맘·1인가구 등 많은 소비자가 새벽배송에 의존하고 있단 의미다.
쿠팡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물품 역시 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데 그것을 특정하고 제한하는 것 자체가 서비스 품질을 낮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https://www.news1.kr/bio/general/5986596
'2급 발암물질' 논쟁…국제 기준은 업종 아닌 '반복되는 야간근로'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2025.11.25 오전 08:54)
수면·멜라토닌·대사 교란…야간근무 위험의 공통 분모
항공·의료는 기준 마련…물류·배송만 관리 공백 지속
새벽배송을 둘러싼 '2급 발암물질'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기준과 연구 결과는 특정 업종 자체보다 반복되는 야간노출 구조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IARC는 2019~2020년 발표한 '발암요인 평가 보고서 제124권'을 통해 '야간 교대근무'를 '인체 발암 가능 요인(Group 2A)'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는 특정 직업이 아니라 일반 인구의 수면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을 기준으로 한다. IARC는 수면, 멜라토닌, 신진대사 리듬이 장기간 교란될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IARC는 직업명이나 산업군을 열거하지 않는다. 발암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업종보다 '노동시간대·반복성·교란 여부' 등 노출 양상이 더 중요한 평가 요소이기 때문이다. 직종명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발암 가능 분류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WHO 역시 야간노동을 '일주기 리듬의 교란'으로 정의하며, 이로 인한 혈압·혈당 조절 장애, 인지기능 저하,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를 경고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야간근무자들을 '건강 보호 조치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며, 근무 패턴 조정과 연속근무 제한 등을 권고한다.
밤샘노동을 금할 것인가, 관리할 것인가…의료계 답변은
밤샘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암, 심혈관 질환, 정신 건강, 사고 위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보고됐다. 지난 2022년 하버드 의대와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진은 23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장기간 야간근무를 한 여성의 경우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유럽 직업환경건강안전청도 야간에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억제되면, 세포 속 DNA 손상을 회복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심혈관계 영향도 확인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공중보건대학원은 17만 명 코호트 연구에서 야간근무자의 심혈관 사망률이 주간근무자보다 높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맨체스터대 공동연구팀은 2021년 발표한 메타분석(65개 연구·140만 명 대상)에서 야간근무와 불면·우울·인지기능 저하가 관련된다고 밝혔다.
야간노동이 재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 환경보건학 연구진은 야간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이 낮 시간대보다 1.6~2.0배 높다고 분석했다. 장시간 운전과 회복 부족이 겹치면 사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신·모성 건강에 대한 영향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팀은 2023년 임신 근로자 10만 명을 6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야간근무 집단의 조산 위험이 1.42배, 임신성 고혈압 위험이 1.31배 높다고 밝혔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도 야간근무가 수면·대사 리듬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태아 성장 지연과 연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항공 승무원과 간호사 등 일부 직종을 중심으로 근무시간·휴식시간 기준이 마련돼 있다. 항공안전법은 승무원의 비행 및 휴식시간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교대간호사를 대상으로 연속 야간근무 제한과 최소 휴식시간 확보 지침을 적용한다. 반면 야간근로 비중이 높은 물류·운송업 등 민간 서비스업에서는 유사한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야간노동 위험은 '업종 금지 여부'가 아니라 '노출 시간 조정·휴식 보장·교대 방식 설계' 등을 통한 관리체계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근무 형태, 교대 주기, 연속 야간근무 횟수에 따라 건강영향이 달라지는 만큼 업종별·직무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은 "IARC가 제시한 것은 야간근무가 발암 가능 인자라는 사실이며, 이를 기반으로 실제 위험을 평가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정부와 산업계의 몫"이라며 "새벽배송 논쟁이 단순한 ‘등급 공방’으로 흐르면 건강권 보호라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환경의학회 관계자는 "야간노동은 금지 여부가 아니라 반복되는 노출 조건을 어떻게 조절할지의 문제"라며 "IARC 분류는 유해성 확인 자료일 뿐이며, 실제 위험 관리는 각국의 정책 설계 영역"이라고 했다.
https://www.fnnews.com/news/202511251843170913
[기자수첩] 새벽배송, 소모적인 ‘이분법 논쟁’ (파이낸셜뉴스, 이정화 기자, 2025.11.25 18:43)
새벽배송 심야작업 제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산업계와 노동계, 소비자 사이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 안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과로와 사고 위험을 줄이고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는 타당하다. 문제는 해법이다. '심야배송 전면 중단'이라는 극단적 접근이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새벽배송은 이미 단순한 편의서비스의 범위를 벗어났다. 국내에서 새벽배송을 경험한 인구가 수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맞벌이 가정과 1인가구, 육아가정의 시간 기반 생활구조를 떠받치는 생활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받아볼 수 있다는 '시간 확장'은 소비자의 일상 설계방식을 바꿨다. 새벽배송 중단은 하루 일정이 아니라 장보기, 식사 준비, 육아·출근 동선까지 생활방식 전반을 흔들 수 있다.
업계는 심야배송 제한이 곧바로 가격 인상과 서비스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류 운영이 지연되면 폐기·보관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배송 지연과 품질 저하가 반복되면 소비자의 신뢰 하락으로 시장 전체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단순한 시간 조정이 아니라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심야배송 제한은 단순한 속도 조절이나 서비스 축소 차원의 논의가 아니다. 노동자 보호와 산업 지속성이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문제는 지금의 논의가 '멈춰야 한다 vs 유지해야 한다'는 이분법에 갇히며 현실적 개선책을 모색할 여지를 좁히고 있다는 점이다. 교대제 조정·인력 확충·자동화 투자 등 개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극단적 선택을 전제로 한 논의가 이어진다면 남는 것은 갈등 심화뿐이다.
새벽배송 논쟁의 핵심은 배송 속도가 아니다. 안전 확보와 공급망 유지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새벽배송은 생산자·물류·플랫폼·소비자를 잇는 연결구조 위에 있어 한 단계를 멈추는 방식은 시스템 전체 균형을 흔들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중단과 유지만을 두고 겨루는 이분법이 아니라 노사·정부·업계가 현실적 개선안을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다. 속도를 멈추지 않고 안전을 높일 해법은 존재한다. 정책의 역할은 멈춤이 아니라 조정의 기술이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지금 필요한 이유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52158005
‘노동의 새벽’, 유럽도 매한가지 (경향,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2025.11.25 21:58)
새벽마다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는 이제 한국 소비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빠른 배송은 일상의 편리함을 주지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밤과 건강을 대가로 유지된다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과로 논란은 새벽배송 체계의 현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으며,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형 쇼핑 이벤트가 다가오면 노동의 취약성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유럽과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마존 물류센터는 쇼핑 성수기가 다가오면 주당 60시간 가까운 노동을 요구한다. 로봇과 알고리즘이 노동자의 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며, 하루 수만보를 걸어야 하는 창고 노동자들은 만성 통증과 부상을 호소한다. 영국에서는 창고 노동자의 80% 이상이 지속적인 근골격계 통증을 경험하며, 이들의 부상 신고는 매년 늘고 있다. 작업 속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시간 초과’ 경고가 울리고, 이는 해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속도를 맞춰야 한다.
유럽의 플랫폼 배달 시장에서는 젊고,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이러한 노동을 가장 많이 떠안는다. 최근 연구자들은 특히 미등록 이주민 배달노동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 계정을 만들 수 없어 다른 이들의 계정을 빌려 일하며, 법적 보호 밖에서 위험한 노동을 감수한다. 사고가 나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장비비와 계정 사용료를 충당하기 위해 하루 12~15시간씩 일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배달노동자가 타인의 명의와 계정을 빌려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관심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빠른 배달’이 전 세계 시장의 기본값이 되면서 기업은 위험을 하청과 플랫폼 구조에 떠넘기고, 알고리즘은 노동자의 속도와 휴식을 철저히 통제한다. 그 결과 노동자는 점점 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소비자가 아무 때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상품이 도착하는 세계가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시기가 다가오면 이 구조는 더욱 가속화된다.
한국의 새벽배송 기사들은 평소의 몇배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해야 하고, 유럽과 영국의 플랫폼 배달과 아마존 물류센터도 비상 체제로 운영된다. 기업은 임시 단기 인력을 급히 투입하고, 그만큼 사고와 과로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영국, 독일, 미국 등 20개국 이상에서 수천명의 아마존 노동자들이 파업과 시위를 벌여 더 나은 노동환경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모든 상품이 정말 다음날, 혹은 몇시간 안에 도착해야 할까?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누군가의 수면을 빼앗고 건강을 희생시켜도 괜찮은가? 한국, 영국, 유럽의 사례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 시스템 전반이 속도 경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적 문제이며, 동시에 소비자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인식과 감각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편리함의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노동자에게만 전가될 것이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112517325009152
"사람을 '장기판 말'로 쓰는 쿠팡…사업 계획에 '건강'이란 허들 놓아야 한다"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 2025.11.26. 05:16:00)
[새벽배송 논란, 현실과 과제] ②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
김혜진 불안전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오랜 시간 비정규직과 함께 활동해 온 이다. '쿠팡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서 자꾸만 사람이 죽는 쿠팡의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오기도 했다.
새벽배송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도 그는 시민들이 여전히 '누구도 일하다 죽으면 안 된다'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새벽배송이 노동자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며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 운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널리 확인되면 논의 지형은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가능한 변화로는 주문 마감시간을 오후 7~8시 정도로 당기는 것, 새벽배송을 원하지 않는 시민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는 것 등을 꼽았다. 그러면 0~5시 배송은 하지 않아도 되며,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활동가는 이런 노력을, 사람을 '장기판의 말'처럼 다루는 쿠팡의 사업 계획에 '노동자 건강'이라는 허들 하나를 놓는 것에 비유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미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바꿔온 노조는 물론 쿠팡이 두려워하는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야간노동 일반에 대해서도 원칙적 금지, 노동시간 상한 설정, 적정 휴게시간 부여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김 활동가와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프레시안 : 새벽배송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는 것이었다고 했다. 어떤 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김혜진 : 쿠팡과의 인연은 2020년 부천 신선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때 시작됐다. 피해자들과 상담하며 처음 쿠팡 노동자를 만났다. 그 중 한 분의 남편은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식물인간 상태로 몇 년 간 누워 계시다 얼마 전 돌아가셨다. 감염자들이 심리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너무 심각한 피해를 많이 입었는데 쿠팡은 지원대책을 일절 이야기 안 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피해자 모임을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게 지금 쿠팡대책위의 전신이다.
쿠팡 노동실태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으면서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고용구조는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 뒤 장덕준님이 돌아가셨고, 부모님과 이야기하며 심야노동의 심각성을 확인했다. 그 뒤에도 굉장히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 유가족을 만나면서는 '쿠팡이 사람을 장기판의 말로 본다'고 생각했다. '물건을 제때 배송해야 한다'는 지상명제를 수립하고 사람을 이렇게 배치하고 저렇게 배치하며 노동강도를 최대치로 올리는 실험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
프레시안 : 이번에 터져 나온 새벽배송 논란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김혜진 : 많은 분이 새벽배송을 밤에 일하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새벽배송은 그냥 낮에 하던 일을 밤에 하는 게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마감이다. 11시 59분에 주문한 물건을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달하는 시스템이 새벽배송이다. 그 7시간 안에 물품을 포장하고, 다시 간선차량으로, 허브로, 캠프로 옮기고, 집까지 배송하는 모든 공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쿠팡이 사람을 얼마나 쪼겠나. 쿠팡이 새벽배송을 지키기 위해 0시부터 7시까지 과도한 노동을 강요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죽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시민들은 '일하다 죽으면 안 된다'는 가치 공유하고 있다"
프레시안 : 여론은 노동자의 죽음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산업안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처럼 보였는데, 이 문제에서는 아니었다. 왜였을까?
김혜진 : 나는 여전히 시민들이 '누구도 일하다 죽으면 안 된다'는 가치를 마음 속에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새벽배송이 정말 생명, 안전에 관련된 문제라는 걸 이해하면 논쟁 지형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이미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다만 이번에는 처음에 프레임이 이상하게 짜였다. '0~5시 초심야시간 배송을 금지하자'는 택배노조 안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해 보자'며 나온 여러 안 중 하나에 불과했다. 새벽배송을 전면금지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안 중 하나를 딱 뽑아서 '택배노조가 새벽배송 전면금지를 주장한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새벽배송이 생명과 관련한 문제라는 걸 미처 돌아보지 못하게 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프레시안 : 새벽배송이 너무 친숙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김혜진 : 지금 사람들이 너무 바쁘다. 많은 사람이 '시간의 빈곤' 속에 허덕이며 살고 있다. 여유 있게 장을 보는 것도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로 느낀다. 이걸 보완해 주는 장치가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었다. 자신의 삶과 연결된 문제라고 느끼다 보니 시민들도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
또 쿠팡에서 일하거나 일했던 사람,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자영업을 하다 잘 안 되면 쿠팡에 가서 일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인들에게서도 생활이 어려우니 쿠팡에서 일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한국에서 웬만한 일터는 다 진입장벽이 높은데, 쿠팡은 진입장벽이 아주 낮은 일터다.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 쿠팡에 가면 생존은 가능한 구조가 있다. 그런 일터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루를 일해도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조의 노력
프레시안 : 고용규모가 3위에 달하는 쿠팡이 위험한 데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시키는 일자리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새벽배송 문제가 터졌을 때 페이스북에 그런 쿠팡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이 많은 일을 했다고 썼다. 어떤 일을 해왔나?
김혜진 : 쿠팡에 여러 노조가 있다. 라이더유니온에 쿠팡이츠 조합원이 있고, 쿠팡 택배기사가 가입한 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회가 있다. 물류센터 노동자가 가입한 쿠팡물류센터지회도 있다.
먼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해마다 폭염기 대응을 정말 최선을 다해서 했다. 서명도 받고, 파업도 하고, 국회 토론회도 하면서 에어컨, 환기시설, 휴게시간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 그래서 얼마 전 폭염, 한랭기에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 덥거나 추운 곳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중요한 변화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쿠팡이 취업규칙을 개정해 일용직에게 퇴직금을 안 줬을 때도 처음에 피해 노동자를 모으고 설득한 건 노조였다. 채용제한 목적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쿠팡의 사과를 이끌어 낸 것도 노조였다. 코로나19 집단감염 문제도 얼마 전 쿠팡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기로 하고 6년 만에 마무리됐다.
택배노조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상시해고제도로 운영되던 '클렌징'이라는 이름의 배송구역 회수 제도 문제를 드러냈다. 안 그래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까지 하던 문제도 폭로했다. 정슬기님 등 택배노동자들의 산재사망사고에도 최선을 다해 대응해 유족과 쿠팡 간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말 많은 변화를 만들어왔다. 쿠팡에 문제가 너무 많으니 그 중 몇 개가 개선된 걸로는 큰 변화가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야기한 문제들은 노조가 없었다면 드러나지도 않았을 거다.
프레시안 : 그런데도 노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왜일까?
김혜진 : 노조가 어떤 조직인지 체감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기업에서는 노조가 익숙한데, 플랫폼·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노조가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쿠팡에 있는 노조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동자들도 노조를 하고,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게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프레시안 : 노조가 없었다면, 쿠팡에서 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자기 몫을 빼앗겼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김혜진 :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슬로건이 '단 하루를 일해도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다. 쿠팡의 고용규모가 3위라는데 연인원으로는 더 많을 거다. 쿠팡에서 아르바이트로 하루 일할 수 있다. 그래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인간답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시흥센터에서 김명규 님이 이틀 일하고 돌아가셨다. 급성과로 문제는 하루만 일해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노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내몰린 일자리…장기 건강 영향, 외면하면 안 돼"
프레시안 : 노동자들이 쿠팡에서 일하는 건 자발적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쿠팡도 그렇게 주장하는 것 같다.
김혜진 :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기반 위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을 자발적 선택이라고 부르는 건 왜곡이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기반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않아 사람들이 쿠팡으로 내몰린다고 생각한다.
쿠팡의 심야노동과 관련한 집담회에 나온 쿠팡 노동자는 대학원생으로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생계를 유지하려면 쿠팡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대부분 초단시간인데 그걸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는 거다. 공부를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있었다면 쿠팡에서 일하지 않아도 됐을 거다.
프레시안 : 쿠팡 노동자들이 자발적 선택에 따라 일하고 있다는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혜진 : 장시간 노동, 심야 노동을 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런 분들이야말로 노동안전을 위해 더 애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쿠팡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면, 더욱더 쿠팡을 안전한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
물류센터 노동강도 조사를 할 때 한 의사가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10년, 20년 지나면 여파가 올 거다,' 지금 건강을 저당 잡혀가며 일하면 언젠가 그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이런 일을 막아야 한다는 합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건강에 해를 끼치는 심야노동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뤄지면, 배송단가를 올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택배기사의 생계 유지를 위한 다른 대안도 논의할 수 있게 될 거다. 실제로 쿠팡이 배송단가를 계속 낮추고 있다. 그러면 택배기사들은 이전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쿠팡을 지금처럼 두면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일한다고 더 많은 돈을 벌 수조차 없다.
"쿠팡의 사업 계획에 '건강'이라는 허들 하나를 놓자"
프레시안 : 결국 쿠팡의 책임이 관건인 것 같다. 쿠팡의 그간 노동 관련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혜진 : 쿠팡은 한국사회의 노동기준을 너무 많이 깨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에서 야간노동이 있다 하더라도 그간 대부분 교대제로 운영됐다. 고정야간노동은 드물었다. 야간 전담 간호사 제도를 만들 때도 난리가 나서 월 근무회수가 제한되기도 했다. 그런데 쿠팡은 노동시간 상한도 없고 근무일수 제한도 없는 고정 야간노동을 시킨다.
또 물류, 택배는 상시 업무인데 다 일용직을 쓴다. 이것도 굉장히 이상한 구조다. 일용직에게 퇴직금을 안 주려고 하면서는 '순수 일용직'이라는 표현을 썼다. 퇴직금 지급 관행을 이상한 개념 하나 들고 와 깨려 했다. 심지어 물류센터 기본급이 주간노동을 할 때보다 야간노동을 할 때 낮다. 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도 안 준다.
이런 일들 왜 못 바꾸겠나. 다만 비용이 들 뿐이다. 쿠팡이 그 비용을 내야 한다.
프레시안 : 이번 새벽배송 논란에서도 쿠팡이 뒤로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혜진 : 새벽배송도 세팅을 조금만 바꾸면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문 마감시간을 전날 오후 7시나 8시 정도로 바꿀 수 있다. 바쁜 사람도 그 즈음에는 주문을 할 수 있을 거다. 새벽배송이 필요하지 않은 고객에게 다른 선택지를 줄 수도 있다. 이러면 초심야시간 배송은 안 해도 된다.
이런 틀을 짜는 건 쿠팡이다. 쿠팡이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사람을 배치한다. 우리는 여기에 노동자 건강이라는 허들을 하나 놓자는 거다. 그러면 다음에 다른 사업을 할 때도 건강을 염두에 두고 틀을 만들 거다.
"새벽배송·야간노동 규제는 가능하다…관건은 쿠팡의 결심"
프레시안 : 정부도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김혜진 : 쿠팡이 저절로 변할 것 같진 않다.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 새벽배송 논란이 있기 전에 노동부가 이미 야간노동 용역연구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조만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는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규제를 해야 한다. 교대근무만 가능하게 한다든지, 심야노동 중에 휴게시간을 배치하고, 심야노동 근무일을 제한하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야간노동 규제는 꼭 필요하다. 없는 게 말이 안 된다.
프레시안 : 그런 일을 이루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김혜진 : 이제 정말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사실 누군가의 죽음이 담긴 물건을 받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새벽배송 문제로 잠깐 흔들렸지만, 지금부터라도 중심을 잘 잡고 먼저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새벽배송이나 야간노동을 운영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서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남는 건 쿠팡에 변화를 요구하는 거다. 쿠팡이 정말 말을 안 듣는데, 소비자를 상대하는 곳이라 시민들의 목소리는 두려워 한다. 덕평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불매운동이 일었을 때도 움찔했다. 꼭 불매운동까지 하지 않아도 물건을 주문할 때 노동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적을 수도 있다.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을 시민들이 원한다는 메시지를 쿠팡에 전달해야 한다. 나아가 쿠팡 없이 사는 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한다. 다른 축은 노조다. 노조의 폭염기 건강권 확보 투쟁이 제도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양쪽에서 같이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거대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 이뤄졌으면 한다. 노동권과 관련한 각종 금기를 깨면서 플랫폼이나 알고리즘 핑계를 대는 일을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고용관계나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은폐하고 다른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쿠팡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고 있는 노동 속에서 큰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쿠팡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혁신'이라고 이름 붙인다고 피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60832001
쿠팡에서 또 노동자 사망…경기 광주 물류센터 새벽 근무 50대 쓰러져 (경향, 김태희 기자, 2025.11.26 08:32)
경기 광주시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새벽 근무 중이던 50대 노동자가 쓰려져 숨졌다. 26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4분쯤 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근무 중이던 A씨(50대)가 쓰러졌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단기 계약직 노동자였던 A씨는 당시 카트에서 상품을 담아 옮기는 집품 업무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사고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경찰은 A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관계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 회사는 유가족 지원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사인은 수사기관에서 부검 등을 통해 파악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계약직으로 입사해 최근 3개월간 평균 주당 4.8일 근무했으며, 평균 근무 시간은 주당 41시간이었다”며 “고인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억측은 삼가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 10시 30분에는 화성시 신동에 위치한 쿠팡 동탄1센터 내 식당에서 계약직 노동자였던 B씨(30대)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그는 사망 당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B씨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사인은 “지병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0139
“내 차례가 될 줄은…” 경기지역 쿠팡 물류센터 야간근무 잇단 사망(종합)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2025.11.26 10:44)
동탄 이어 광주센터서도 노동자 숨져…경찰 부검 의뢰, 노동계 “업무 과중 의혹”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61503001
또 쿠팡 야간노동자 사망…“지병 악화했다면 산재로 봐야” (경향, 김남희 기자, 2025.11.26 15:03)
쿠팡 물류센터에서 또다시 야간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새벽배송 중 사망한 제주 택배노동자, 21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30대 근로자 사망에 이어 밤 시간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6일 오전 2시 4분쯤 경기 광주시 문형동 ‘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집품 업무를 맡고 있던 50대 계약직 근로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그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야간 근무가 예정돼 있었다. 쿠팡 측은 “최근 3개월간 주당 평균 근무 일수는 4.8일, 평균 근무시간은 41시간”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제주에서 화물차로 새벽배송을 하던 오모(33)씨가 전신주와 충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지난 21일에도 오후 10시 30분 화성시 쿠팡 동탄1센터에서 30대 계약직 노동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그는 사망 당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쿠팡 측은 “고인이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지병에 의해 사망한 것이란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
그러나 노조는 쿠팡이 고인의 지병을 언급하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쿠팡이 명확한 진상 조사도 없이 고인의 지병과 평균 근무 일수 등을 운운하며 죽음을 고인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고강도 야간 노동이 누적되면서 발생한 산업재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선 강도 높은 야간 근무가 지병을 악화시켰다면 산재로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며 ”대법원은 ‘업무상 사유로 질병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병이 자연 경과를 넘어 악화된 경우’도 산업재해로 판단해왔다“고 밝혔다.
주간 근무시간이 52시간 이내라 해도 야간노동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건강에 큰 위협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대형 물류센터 야간조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근무하며 주 4.5일 기준 약 36~40시간을 일한다. 그러나 생체리듬을 붕괴시키는 고위험 시간대 노동임을 고려하면 단순히 ‘주간 근무시간 40시간’으로 치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해진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물류센터 특성상 작업자 임의로 속도를 낮출 수 없어 심혈관·대사계 질환을 가진 노동자에게 치명적”이라고 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사망사고들이 “회복 시간을 빼앗는 심야노동이라는 동일한 조건 아래서 반복되고 있다“며 ”한국의 법·제도가 심야노동을 위험 노동으로 규정하는 최소 기준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연속근무 제한과 심야노동 총량 관리, 실질적 휴식권을 포함한 교대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https://vop.co.kr/A00001683569.html
심야근무 노동자 죽음에도 ‘선택적’ 정보 공개하는 쿠팡 (민중의소리, 윤정헌 기자, 2025-11-26 17:53:30)
3개월치 근무일수·시간 확인했으면서... 새벽근무 지속 여부엔 입 닫은 쿠팡
또 쿠팡에서 ‘야간 근무’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작 쿠팡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쿠팡은 사고 발생 직후 ‘공식입장’으로 회사에만 유리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해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오전 2시4분쯤 광주시 문형동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50대 A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쓰러질 당시 카트에 물품을 담아 옮기는 집품(피킹) 업무를 하고 있었다. 집품은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카트에 담아 옮기는 업무다. 경찰은 A씨가 사고 전날 오후 6시에 출근해 이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발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A씨의 죽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쿠팡도 공식입장을 내놨다. 핵심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회사가 유가족 지원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내용과 ▲고인이 지난 3월 계약직으로 입사해 최근 3개월간 평균 주당 4.8일 근무했으며,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41시간이었다는 내용이다.
이에 더해 쿠팡은 “(고인의)사인은 수사기관에서 부검 등을 통해 파악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인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억측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쿠팡의 공식입장은 사실상 ‘고인의 죽음이 과로사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쿠팡 공개한 정보도 ▲지난 3월 계약직 입사 ▲3개월간 평균 주당 4.8일 근무·평균 근무시간 주당 41시간 등이 전부다.
반면 ‘고인이 계약직 입사 이후 사망한 당일까지 계속 새벽근무를 해온 것이냐’는 질의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미 고인의 최근 3개월간 근무일수와 근무시간까지 확인했으면서도 말이다. ‘지속적인 새벽 근무’가 고인의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도를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통상 고인과 같은 계약직의 경우 처음 배정받은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게 업계 정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쿠팡은 답을 피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계약직은 기본적으로 해당 업무를 배정받고 쭉 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일용직인 경우엔 근무 시간대가 유동적일 수 있지만, 계약직이라면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쿠팡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노동자들이 지속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지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초심야시간(자정~05시)대 노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31442.html
쿠팡 야간노동자 또…올해만 4번째 ‘죽음의 행렬’ 언제까지 (한겨레, 남지현 기자, 2025-11-26 19:25)
경기광주 물류센터 50대 계약직
휴게시간 짧은 고강도 노동
https://www.seoul.co.kr/news/editOpinion/column/journalist-viewpoint/2025/11/27/20251127031007
[데스크 시각] ‘새벽배송 논쟁’이 놓친 것들 (서울신문, 임일영 경제정책부장, 2025-11-27 00:27)
국민 편익, 일자리 중요하지만
최소한 수면, 건강권 보장돼야
야간노동 폐해 최소화 고민할 때
“슬기님 (오전) 6시 전에는 끝날까요? A님 어마어마하게 남았네요.” “최대한 하고 있어요. 개처럼 뛰는 중이요.”
지난해 5월 숨진 쿠팡 야간 배송기사 정슬기씨가 평소 관리자와 새벽에 나눈 메신저 내용이다.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질환. 과로사였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판정서엔 ‘발병 전 4주간 매주 평균 74시간 24분’을 일했다고 돼 있다.
죽음은 계속됐다. 26일에도 경기 광주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남성이 쓰러졌다. 지난달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첫 회의에서 ‘0시~오전 5시 배송 제한’을 제안한 배경이다. 과로사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수면·건강권을 보장하는 안을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파문은 커졌다. ‘새벽배송 전면 금지’로 곡해 또는 오해한 이들의 반론이 이어졌다.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를 비롯한 소비자 선택권과 청년 일자리가 흔들리고, 기업의 혁신 성장도 저해된다는 논리였다. ‘자영업자라던데, 싫으면 낮에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얹어졌다. 그러는 동안 쿠팡은 계속 침묵했고, 본질은 점점 희미해졌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쿠팡맨’이란 이름으로 택배노동자를 직접 고용했다. 하지만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굳힌 뒤 배송 부문을 자회사(CLS) 및 하청 체제로 재편했다. 쿠팡CLS가 중간 영업점과 계약하고, 대리점은 다시 택배노동자와 계약하는 식이다. CLS에 직접 고용된 ‘쿠팡친구’가 7500명,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노동자(퀵플렉스)가 2만여명쯤 된다. 과로사 문제는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놓인 ‘특고’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퀵플렉스들은 하루 11시간 일하고 주 52시간제와 야간근로수당, 연속 휴식 보장 등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자영업자일까. 가격 협상이 가능하고, 원하면 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지난 9월 택배노조와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퀵플렉스 679명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더 선명해진다. 월 150만원 정도 추가 수입이 심야배송을 택하는 이유인 것은 맞지만 대리점에서 계약 조건에 야간배송을 임의로 집어넣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불이익이 우려돼 새벽에 일한다는 응답이 88.0%였다. 무늬만 개인사업자일 뿐 실질적으론 종속된 노동자에 가깝다는 얘기다.
명확한 진실은 야간노동이 건강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멜라토닌 분비를 기준으로 생체리듬이 고정된 야간근무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경우는 2~3%에 불과하다. 급성심근경색증처럼 생명을 즉각적으로 위협하거나 몸 안에 위험을 서서히 쌓아 가는 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노동(night shift work)을 ‘2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2~3일 연속 하지 못하도록 권고한 이유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IARC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해로운데, 감내해야만 할 정도의 서비스인지 공론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커피, 김치, 스마트폰, 임플란트 등도 2급 발암물질이다. 모두 금지할 거냐”고 반박했다.
발암물질이니 금지하자는 게 아니다. 필수 야간노동처럼 여겨지게 된 새벽배송의 위험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다. 병원 야간근무자에겐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이, 승무원에겐 항공안전법에 따른 관리기준이 있듯 택배기사 건강권도 산업보건 영역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특수고용직이니 놔두자는 건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을 법으로 금지할 것인지 혹은 제한·보상·기술적 대체를 논의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논의의 출발점이 과학과 사실 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직업환경의학 전문가인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교수의 말을 모두 곱씹어 봤으면 한다.
https://kptu.net/board/detail.aspx?mid=BCB52DDC&page=1&idx=54339
“동료의 발인 날, 또 다른 동료가 죽었다”... 멈추지 않는 쿠팡 물류센터의 죽음, 정부 책임론 확산 (공공운수노조 주요소식, 2025-11-27)
II 노조·대책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긴급 기자회견 개최
II “노동자를 로켓 연료로 쓰는 시스템이 원인... 특별근로감독 및 야간노동 규제 절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는 침묵과 분노로 가득찬 노동자와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닷새 사이 연이어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야간노동자들의 사망사고에 대해 사측과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11월에만 배송을 포함하여 벌써 세 번째로 들려온 비보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1월 21일 쿠팡 동탄1센터 야간조 노동자 고 김○○ 님이 쓰러져 끝내 사망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 고인의 발인조차 끝나지 않은 26일 새벽 경기광주5센터에서 또 다른 야간노동자가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로써 25년 한 해 동안 쿠팡 물류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총 4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들 모두 ‘야간노동자’였다는 공통점이 확인되었다.
이날 발언대에 선 현장 노동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연쇄 사망이 단순한 우연이나 개인의 지병 탓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공공운수노조 박정훈 부위원장은 죽음이 일상화된 현실을 개탄했다. 박정훈 부위원장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또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난 21일 동탄 사고가 뒤늦게 보도된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26일 광주 센터의 새로운 사망 소식이었다”며 “누가 어디서 죽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죽음이 익숙해지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쿠팡 측이 노동자의 죽음을 지병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자신들이 죽인 책임을 뻔뻔하게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자가진단”이라고 일축하며, “노동자의 죽음 뒤에 ‘또’라는 말이 붙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또’ 같은 대책이 아닌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을 죽음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동헌 지회장은 “시민들의 편리함과 자본의 논리 뒤에서 노동자들은 로켓배송을 위한 연료로 소모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지회장은 “책임 당사자인 쿠팡은 숨어서 방관하고 있으며, 연이은 사망사고는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지회장은 고정 야간노동의 위험성이 이미 알려져 있음에도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쿠팡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 정부와 관계 당국의 책임 또한 크다고 꼬집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11월에만 제주, 동탄, 광주에서 세 번째 산재 사망이 발생했고 모두 심야 시간대였다”며 “얼마나 더 많은 애도를 바쳐야 이 죽음의 행렬이 멈추겠느냐”고 반문했다. 권 영국 대표는 작년 토론회 당시 유족들이 “열 명까지 더 만들 셈이냐”며 절규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 이후에도 7명이 더 사망해 유족이 10명으로 늘어난 현실을 고발했다. 권 대표는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거치며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지만,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산업구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강제수사권과 특별근로감독권 등 발동 가능한 모든 권한을 사용해 죽음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휴게시간 부족 문제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지적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배송 노동자들이 마감을 맞추기 위해 뛸 때,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함께 뛰어야 한다”며 배송과 물류센터의 노동강도가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했다. 유청희 활동가는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해 “쿠팡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타 센터보다 높지만 휴식 시간은 가장 짧다”며 “다른 곳은 50분 근무 후 10분 휴식이 있지만 쿠팡은 9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일하는 날이 허다하다”고 폭로했다. 유 활동가는 야간노동 자체가 유해 요인임에도 쿠팡은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위험성평가 실시 내역과 노동자 참여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회견문을 통해 정부와 쿠팡을 향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담은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제시했다. 이들은 우선 고용노동부가 즉각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형식적인 조사가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따져 쿠팡 경영진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야간·심야노동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쿠팡의 새벽배송 체계와 야간노동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의 핵심 원인임을 정부가 인정하고, 인력 충원과 추가 휴게시간 보장 등 노동자 보호 조치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와 사업장 위험성평가 과정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이들은 고용노동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물론, 범정부 차원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택배뿐만 아니라 물류산업 전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노조와 대책위 대표단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 요구서를 공식 접수했다. 이들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더 이상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다가오는 혹한기에 또다시 노동자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부의 즉각적인 개입을 거듭 호소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112709462571538
"쿠팡의 '마법' 새벽배송, 수도꼭지 틀면 나오는 물처럼 노동자 대한다"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 2025.11.27. 13:22:57)
[새벽배송 논란, 현실과 과제] ③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 교수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새벽배송 문제를 오래 들여다 본 연구자다. 올해도 쿠팡의 로켓배송을 소재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노동통제와 사용자 책임 은폐 매커니즘을 다룬 공저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에서도 새벽배송은 한 장을 차지한다.
새벽배송에 대한 이 교수의 관심은 독일 베를린 체류 당시의 경험과 귀국 후 마주한 한국의 현실을 대비하며 시작됐다. 독일에도 편리한 배송 서비스가 있었지만, 한국과 같은 새벽배송은 상상도 하기 힘든 '마법' 같은 일이었다. 그 뒤에서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그가 새벽배송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이유다.
연구를 수행하며 이 교수는 새벽배송 기사들이 처한 현실을 나타내기 위해 '액화노동'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고 잠그면 멈추는 물처럼, 기업이 노동자를 독립 계약자, 긱 노동자(일회성·초단기 업무 노동자)와 같은 불안정한 지위에 묶어둔 채 필요할 때만 쓰고 책임은 지지 않는 현실을 나타낸 말이었다.
모성보호 등 야간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적 보호장치도 독립 계약자인 새벽배송 기사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 속에서 새벽배송 기사들은 우울증, 수면장애, 사고 위험 등에 시달리며 고강도 노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한국사회에 소비자의 권리가 누군가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합의에 이르고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는 나와 내 가족, 동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아울러 짚었다.
아래는 지난 20일 서울 동작 중앙대 연구실에서 이 교수와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프레시안 : 새벽배송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저술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승윤 : 불안정 노동 연구를 계속해 왔다. 특히 변화하는 노동과 기존 제도가 부정합해 생긴 간극에 놓인 분들이 경험하는 불안정성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복지 연구자로서 그걸 이해해야 사회보장 등과 관련한 제도 개혁 원칙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독일 베를린에 교환 교수로 체류하게 됐다. 그때도 식료품, 신선제품 등의 배달 서비스를 매우 편리하게 이용했지만, 당일배송 선택지는 아예 없었다. 오늘 오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후 뒤로 배송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기본값으로 설정된 시간에 물건을 받으면 무료배송이고, 더 빨리 받으면 추가 요금을 냈던 걸로 기억한다.
2020년에 중앙대로 이직하며 한국에 돌아왔다. 아파트 입구에서 '자기 전에 주문하면 아침에 도착한다'는 배송광고를 봤다. 믿을 수가 없어서 한 번 해봤다. 식구들끼리 '정말 내일 아침에 물건이 오면 마법 같은 일'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물건이 와 있었다.
에어캡과 보냉팩을 활용한 완벽한 포장도 인상적이었다. 독일에서는 쇼핑백에 물건을 담아 배송하는 정도였다. '상품 보호는 완벽하게 하는데 노동자 보호도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한 첫 연구주제를 새벽배송으로 잡고 이후로도 팀을 꾸려 추적 연구를 했다.
"쿠팡, 노동자를 수도꼭지 틀면 나오는 물처럼 대한다"
프레시안 : 연구 과정에서 본 새벽배송 기사의 특성은 어땠나.
이승윤 : 대부분 새벽배송이 주업이었는데, 불안정성이 상당히 중첩돼 나타났다. 표준적 고용형태에서 벗어나 회색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겪는 극단적 불안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액화노동'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종사상 지위로 보면, 독립계약자나 긱 노동자가 많았다. 독립계약자인 이들은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중간지대에 있었다. 주유비 등 업무에 필요한 돈은 자기가 내는데, 지위나 비용부담에 걸맞은 업무 자율성은 없었다. 설문에서 74.3%가 작업 내용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64%는 작업순서조차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임금노동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상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볼 수 있는 결과였다.
종사상 지위가 야간노동의 위험도 가중시킨다. 근로기준법에 그나마 있는 모성보호 등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가 독립계약자인 새벽배송 기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다른 사회안전망을 적용받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고, 여전히 가입률이 전체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다.
지휘·감독은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졌다. 알고리즘으로 노동시간, 일 양, 속도, 순서 등이 영향받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답의 비율이 유럽의 조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알고리즘 통제의 핵심은 사용자 은폐다. 형식적으로는 독립계약자고 사용자도 알고리즘 뒤에 숨어 있으니, 노동강도가 높아져도 자발적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느끼는 착시현상이 나타난다.
요컨대, 종사상지위, 보호 부재, 알고리즘 통제라는 세 요소가 중첩돼 기사들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었다. 쿠팡이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고 잠그면 멈추는 물처럼 노동을 다룬다는 생각도 했다. 그속에서 노동자들은 예측가능성, 안정적 소득, 휴식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프레시안 : 연구에서 확인한 새벽배송 기사의 노동강도나 건강 위험은 어땠나?
이승윤 : 택배 과로사 대책위 연구를 보면, 주 평균 노동시간은 64.6시간이었고, 일 평균 배송 건수는 77건이었다. 31.4%는 주 6일 근무했다.
우리 연구에서는 세 명 중 한 명 정도가 교통사고가 날 뻔한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상당히 위험한 노동을 하고 있었던 거다. 20.7%는 새벽배송을 마치고 곧바로 다른 일터로 출근한다고 했다. 정신적 위험신호도 있었다. 일반 노동자 대비 수면장애가 3.3~3.9배, 우울증이 3배 이상, 자살생각은 6.7배 높았다. 야간노동이 생체리듬 교란은 물론 사회적 관계 단절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생활시간과 자신의 생활시간이 달라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잠을 자다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하면 깬다는 사람도 꽤 됐다.
"야간노동, 국제적으로는 규제가 원칙…한국도 달라질 것"
프레시안 : 독일에서 생활할 때는 새벽배송 같은 서비스는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왜 그런 차이가 날까?
이승윤 : 야간노동 규제가 이미 상당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선 규제'가 있으면, 기업은 사업을 확장하기 전에 그에 따른 비용을 떠올리게 된다. 국제노동기구(ILO) 171호 '야간노동에 관한 협약'도 야간노동을 0~5시를 포함해 7시간 일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그 위험성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휴식권 보장, 연속 야간노동 제한, 무상 건강검진권 보장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려면 비용이 든다.
한국에는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그 규제마저 비켜나갈 수 있는, 모호한 고용관계에 놓인 사람도 많다. 쿠팡이 그런 사람들을 활용해 새벽배송을 확대한 것 같다. '후 규제'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니 어렵다. 소비자도, 이익집단도 늘었다.
프레시안 : 실제 새벽배송 규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고려할 때 새벽배송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65.8%가 '불필요하다'고 답한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의 지난해 10월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이 간극은 어떻게 해석하나?
이승윤 : 설문조사를 할 때 '노동자의 과로를 유발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겠나'라고 묻는 것과 그냥 '새벽배송, 빠른배송이 좋나'라고 묻는 게 다르다. 질문을 하기 전 과로를 언급하는 건 그에 대한 숙의와 판단을 요청하는 거다.
나는 시민들이 소비자의 권리가 노동자의 생명에 우선한다고 생각할 만큼 우리 시민사회가 후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새벽배송 노동자가 어떤 위험에 노출됐는지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해외에도 사례가 거의 없어 축적된 연구도 없다. 그래서 반대 여론이 더 강해 보인 것 같다.
프레시안 : 왜 새벽배송만 규제하느냐는 여론도 있다.
이승윤 :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한 업종에서 이렇게 많은 산재사고가 일어나는 건 정말 특이한 상황이다. 물류, 택배를 합쳐 코로나19 이후로 쿠팡에서만 20명이 넘는 과로사 의심 사례가 있었다. 그러면 그에 맞는 특수한 기준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왜 다른 데 놔두고 새벽배송만 문제 삼느냐고 묻는다면, 다른 데가 문제라면 거기에도 개입하자고 답하고 싶다. 다른 업종에서도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산재가 일어나면, 당연히 개입해야 한다.
프레시안 : 지금도 산재가 빈발하는 건설업이나 작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수한 산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에는 논란이 없다.
이승윤 : 그렇다. 새벽배송의 위험성도 더 널리 알려야 한다. 새벽배송의 위험에 대해 인식하면 시민들도 다른 판단을 할 거라고 믿는다. 그래도 시민들이 새벽배송을 원할 거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시민들을 너무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워킹맘 대 새벽배송 기사' 식의 대립구도를 만들거나, 2000만 명의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정확하지도 않고 발전적 논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한국사회가 새벽배송 논의를 통해 야간노동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기준을 만들려는 논의 중에 있다고 생각하다. 내 권리가 누군가의 생명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데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시민들이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를 밝히면, 기업은 그에 따른 선택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책임이다. 지금은 고강도, 고위험으로 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놔둔 채 노동자와 소비자의 선택이 낳은 결과라는 논의 속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기업은 빠져있다. 이런 식으로 논의가 앞으로 나가야 한다.
"야간노동 규제 만들고, 노동자 오분류 문제 바로잡아야"
프레시안 : 새벽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대안이 필요할까?
이승윤 : 먼저 야간노동 일반에 대해 말하면, 한시라도 빨리 ILO 야간노동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가 수많은 논의를 거쳐 만든 협약을 한국사회도 무겁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토대 위에서 0~5시를 포함한 7시간 이상의 야간노동은 최소한의 필수성이 있는 곳에만 허용해야 한다. 병원, 소방서, 경찰처럼 공익적 목적이 있는 곳이 대표적이다. 또 산업 구조상 야간에도 연속작업이 필요한 곳이 있다. 그런 업종도 한번 살펴봐야 한다. 야간노동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교대제를 시행한다든지, 최소한의 휴식시간과 건강검진을 도입하되 소득 감소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새벽배송 기사들을 위한 특별한 조치도 필요할까.
이승윤 : 결국 노동자 오분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택배기사들이 독립 계약자 신분으로 배달 건수에 따라 돈을 벌면, 휴식시간을 부여해도 실제로는 못 쉴 수 있다. 특수건강검진도 마찬가지다. 검진을 받는 시간만큼 일을 못해 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이라면 안 받을 수도 있다.
노동자처럼 일하면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법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임금노동자는 적어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게시간을 부여받고, 소득감소 없이 건강검진을 받는다.
프레시안 : 그런 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승윤 : 사회를 유지하고, 개개인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상당히 촘촘하게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우리가 계속 환기하고, 인지하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들을 위해 어떤 기준을 만들지도 이야기할 수 있다.
노동자끼리 혹은 기업과 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하지 말고, 시민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그런 논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물건을 시키면 마법처럼 문 앞에 와 있지만, 그 뒤에는 분명 보이지 않는 노동자가 있다. 그건 나일 수도, 내 자식이나 동료일 수도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71544001
올해 쿠팡서만 야간노동자 6명 숨졌는데 쿠팡·정부 ‘방관’···노동계 “특별근로감독을” (경향, 최서은 기자, 2025.11.27 15:44)
화성·광주서 물류센터 노동자 잇단 사망
쿠팡 “지병” 등 말 되풀이하며 책임 회피 일관
노동부도 미온적 태도···“모든 권한 발동해야”
쿠팡에서 일하던 야간노동자가 연이어 숨지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쿠팡과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그 책임을 가장 먼저 져야 할 기업과 정부가 외면한다면, 죽음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특별근로감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26일 새벽 경기도 광주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조로 일하던 50대 계약직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했다. 앞서 닷새 전인 21일에도 경기 화성 동탄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다. 쿠팡 물류센터 야간노동자의 사망은 올해만 네번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쿠팡 택배노동자 새벽배송 문제 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고강도 야간 노동 문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업무 노동자가 사망한 숫자는 27명에 달한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4명, 택배노동자 4명 등 총 8명이 사망했다. 이 중 6명이 야간노동자였다. 물류센터 노동자 4명은 모두 야간 업무였고, 택배노동자는 2명이 야간, 2명이 주간이었다.
이같이 반복되는 사망 사고에도 쿠팡은 별다른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 “지병” 또는 “법정 근로시간 준수” 등의 말만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과 산업재해를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역시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방관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은 27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사망사건 관련 노동부의 수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같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연달아 목숨을 잃고 있지만 쿠팡 물류센터는 어떠한 변화도 없이 여전히 밤새 가동 중”이라며 “지금 이대로라면 5번째, 6번째 사망자가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가 쿠팡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니 쿠팡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쿠팡의 법 위반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동헌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그간 책임의 당사자인 쿠팡은 꽁꽁 숨어 방관하기만 했다”며 “무소불위의 권력 쿠팡에서 더 이상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을 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권영국 쿠팡대책위·정의당 대표는 “11월 쿠팡에서만 세번째 산재 사망, 얼마나 더 많은 애도를 바쳐야 하냐”며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쿠팡의 산업구조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강제수사권, 특별근로감독권 등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발동하여 죽음을 멈추라”고 했다.
쿠팡은 국정감사와 국회 청문회 이후 과로사 방지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연이은 사망사고에도 휴게시간 보장이나 인력 충원 등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망 사고의 근본 원인은 쿠팡이 강제하는 살인적인 고강도 노동 환경에 있다”며 “쿠팡은 반복되는 사망의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완화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쿠팡의 과로 유발 요인을 철저히 적발해 개선을 명령하라”며 “국회와 정부는 플랫폼·물류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모는 현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쿠팡 택배노동자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진행중이고, 사망사건에 대해 노사 입장이 달라 조사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과로사 의혹들과 관련해선 업무와의 연관성, 고용관계 등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근로감독 계획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0387
[사설] 죽음으로 드러난 야간노동의 현실 (인천일보, 2025.11.27 20:01)
지난 26일 새벽 광주시 쿠팡물류센터에서 50대 계약직 노동자 A씨가 야간근무 중 쓰러져 숨졌다. 불과 닷새 전인 21일에도 화성 동탄1센터에서 30대 노동자 B씨가 식사 도중 사망했다. 올해 들어서만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 중 숨진 노동자는 4명에 달한다. 반복되는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지병이나 불운으로 설명할 수 없다.
새벽배송을 위한 장시간 노동과 야간 근무,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를 더는 무시해선 안 된다. 이번에 숨진 A씨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10시간 야간근무 예정이었고, B씨 역시 같은 시간대에 근무하다 쓰러졌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밝힌 바에 따르면 A씨의 최근 3개월 평균 근무 시간은 주 41시간, 근무 일수는 주 4.8일이었다. 법정 기준 내지만, 야간노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야간노동은 심혈관 질환과 수면장애 위험을 높인다. 특히 새벽배송 체제는 노동자에게 과도한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한다. 인력이 부족하면 1명이 여러 라인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경우도 잦다. 인력 부족은 반복되는 문제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적정 인력배치' 원칙을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다.
2021년부터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건은 10건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의 자율적 개선에만 맡겨두었고, 실질적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했다. 노동계가 수없이 경고했음에도 '개인 질병'이라는 기업의 해명을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는 사실상 방관에 가깝다.
이제는 구체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 첫째, 야간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연속 야간근무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 인충원을 통해 업무 과중을 해소해야 한다. 인력배치 기준을 정부가 마련하고 감독해야 한다. 셋째, 노동자의 건강검진을 정례화하고, 심혈관 질환 등 고위험군에 대한 사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반복되는 사망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과로사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80601001
닷새 사이 물류센터서 노동자 2명 사망···쿠팡 ‘책임 회피’ 언제까지 (경향, 이성희 기자, 2025.11.28 06:01)
물류·택배 업무 중 올해 7명 사망
사과는커녕 개인 문제로 몰아
‘심야배송’ 논란 속 내부서 자성 목소리
각계각층서 구조적 문제 해결 촉구
‘7명’. 올해 쿠팡 업무를 하다 사망한 노동자 수다. 이들 중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과 계약직은 물론 쿠팡과 계약한 대리점 소속 택배 배송 기사들이 포함돼 있다. 사망 시간은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였다. 새벽배송으로 인한 심야노동이 노동자 건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붙은 요즘, 잇단 노동자 사망사고까지 겹치면서 쿠팡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40조원’을 달성한 쿠팡이 올해도 5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새로운 ‘유통공룡’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는 2014년 시작한 로켓배송 역할이 컸다. 로켓배송은 새벽배송(익일 오전 7시까지 배송)과 당일배송(오전 주문 시 당일 배송) 등으로 이어졌는데, 전국 곳곳에 구축한 물류망 덕분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송 속도경쟁에다 멤버십(와우) 구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쿠팡플레이) 등 쿠팡의 ‘록인(Lock in) 전략’이 지금은 성공 불문율처럼 됐다”며 “쿠팡이 만든 판에 다른 기업들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 논란으로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쿠팡이 주문을 무제한으로 받으면서 지나치게 빠른 배송을 강조하다 보니 벌어지는 부작용이다. 택배업체들은 대개 한 번 상차 후 1회전 배송을 하지만 쿠팡은 2~3회전 배송을 한다. 특히 마감시간(주간 신선식품은 오후 8시, 야간 상품은 오전 7시)이 있는 배송 시스템이다 보니 노동자들은 뛰어야 한다. 택배 기사들뿐 아니라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함께 고강도 업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쿠팡이 촉발한 배송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네이버도 컬리와 손잡고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부정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작 당사자인 쿠팡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며 “쿠팡이 여러 가지 업계 표준을 만들고 있어 새벽배송 논란 대응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닷새 사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 2명이 사망했지만, 쿠팡은 사과는커녕 이렇다 할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숨진 노동자들의 월평균 근무 일수와 주당 근무 시간 등을 알리는 데 급급했다. 과로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쿠팡의 이 같은 대응은 향후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심야노동 감축이나 대체인력 투입 등 개선안을 내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출은 성장세지만 좀처럼 1%대 영업이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쿠팡으로서는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회사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인 만큼 주가나 투자자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9월 출범한 ‘택배 분야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 중이라는 점도 쿠팡이 굳이 나서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대화기구에 참여 중인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심야업무가 과로사와 밀접한 영향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설날 전까지는 어느 정도 합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기구는 28일 3차 회의를 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 품목 제한 등 절충안이 있을 것”이라며 “유통업계는 물론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쿠팡도 사회적 책임을 논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 내부에서도 자성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쿠팡 사정을 잘 아는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캐치프레이즈가 고객에게 큰 감동을 주자는 ‘와우 더 커스터머’(wow the customer)인데, 또 다른 고객인 노동자들을 위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실무단이 안전 관리 부문에서 개선할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channel/2025/11/28/RQ5FTLU3OBAJXFAEERKJP5BWK4
[단독] 쿠팡 노조, 민주노총 반대로 ‘새벽 배송 금지’ 논의 회의 참석 불발 (조선일보, 권유정 기자, 2025.11.28. 16:16)
28일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3차 회의’ 개최
쿠팡 노조 “사회적 대화 민주노총 전유물 아냐”
쿠팡 노동조합(노조)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3차 회의’에 민주노총 반대로 참석이 불발됐다. 쿠팡 노조는 당사자를 배척하는 사회적 대화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입장문도 냈다.
정진영 쿠팡 노조 위원장은 이날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택배기사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회적 대화가 새벽 배송 금지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본질에서 벗어난 논쟁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자 국회를 찾아가 3차 회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쫓겨났다”고 밝혔다.
쿠팡 노조는 이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쿠팡 노조를 환영했지만, 민주노총은 어떤 자격으로 당사자인 쿠팡 노조 참석을 반대하는 것인가”라며 “민주노총 전국 택배 노동조합(택배 노조)의 야간 배송 기사 조합원은 30~4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민주노총이 어떻게 수만 명의 야간 배송 기사를 대표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쿠팡 노조는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회의에 당사자를 배척하고 회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회적 대화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당사자인 야간 택배기사들은 물론 수많은 소비자를 배제한 채 나온 결과를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쿠팡 노조는 “밀실 합의를 막지 못하면 일부만 물량 수혜를 받게 되고 수만 명의 택배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국 민주노총 산하 소수 조합원과 택배비 인상을 기대하며 관망하는 일부 택배사, 이런 와중에 새벽 배송을 시작한 일부 중국 전자 상거래(이커머스) 기업만 배불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3차 회의도 새벽 배송 금지와 관련해 결론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택배기사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9월 출범했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 민주노총, 쿠팡·CJ대한통운·컬리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 택배 노조가 지난달 22일 열린 1차 회의에서 새벽 배송 금지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뒤 2, 3차 회의로 이어진 사회적 대화는 한 달째 공전하는 상황이다. 이날 3차 회의 내용은 비공개로 1, 2차 사회적 합의 내용에 대한 점검 결과 등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90700011
“3년간 36명···주간배송 노동자 사망률이 더 높다”? 팩트체크 해보니 (경향, 김남희 기자, 2025.11.29 07:00)
최근 한 매체가 “주간배송 노동자 사망률이 야간배송보다 높다”고 보도하면서, 해당 주장이 새벽배송 제한 논의를 반박하는 근거처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사가 인용한 원자료는 ‘사망률’ 계산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작성된 단순 사망자 수 통계다. 오히려 최근 3년간 야간배송 노동자의 산업재해 증가 속도는 주간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근거가 된 자료는 김위상 국민의힘이 의원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용으로, 2017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택배기사의 과로사 추정 사망은 36건이라는 것이다. 뇌혈관·심장질환과 같은 ‘과로사’ 추정 질환으로 사망해 산재 통계에 포함됐다. 사망자가 발생한 업체들이 경동택배, CJ대한통운 등 주간배송 중심 사업체였다는 점에서 “주간배송 사망률이 더 높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모집단을 알 수 없어 ‘사망률’이라 부를 수 없다. 사망률을 산정하려면 전체 주간배송 노동자 수와 야간배송 노동자 수, 그리고 각각의 사망자 또는 산재자 수가 필요하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택배업·화물운송업의 구체적 가입 현황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전체 인원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36명은 단순 사망자 수일 뿐 ‘비율’ 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단순 사망자 수를 놓고 비교해도 주간배송 사망이 더 많게 집계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운 결과다. 전체 택배업체 대부분이 주간에 배송하고 있으며, 새벽배송은 쿠팡과 마켓컬리 등 소수 기업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운수업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택배 종사자 수가 8만 95명으로 집계됐으며, 최근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쿠팡에서 배송을 전담하는 특수고용직 배송기사 ‘퀵플렉스’는 2만3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택배노조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와 택배기사 등 사망자는 총 28명으로, 이 가운데 과로사로 산재 승인을 받은 사례는 3건에 불과하다. 과로사로 추정되지만 아직 판정이 나지 않은 사례도 14건에 이른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서 ‘승인된 과로사’만 볼 경우 실제 위험이 축소될 수 있는 셈이다. 산재 승인 기준이 까다롭고 심사 기간이 길게는 수 년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통계가 위험도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최근 연구에서는 야간배송의 산업재해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가 지난 15일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배달업의 야간시간대(오후 10시~오전 6시) 산업재해는 2022~2024년 사이 4.0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야간시간대 증가율은 1.88배에 그쳐, 야간 배송의 산재 증가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새벽배송의 위험이 단기간 통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특성을 지적한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간시간대의 작업이 주간보다 더 위험이 높다는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라며 “최근 통계만 보고 ‘야간배송 사망이 적다’고 단정하는 것은 부당한 비교”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0~5시 심야노동은 금지하고, 오전 5~7시에는 새벽배송 우선 품목만 배송하자”고 제안한다. 생필품 등 긴급도가 높은 제품은 새벽 배송을 유지하되, 시급성이 낮은 품목은 주간으로 돌리자는 취지다. 그러나 쿠팡 측은 해당 제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11204659b
노동자의 안전 vs 소비자 편의…논란의 새벽배송 (한경, 김정우 기자, 2025.11.29 08:58)
[비즈니스 포커스]
배송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뀐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4년 쿠팡이 구매한 상품을 다음 날 집 앞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다. ‘로켓배송’이다.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주문한 상품을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더 이상 번거롭게 대형마트를 찾아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쿠팡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쿠팡의 ‘배송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비스는 더욱 진화했다. 쿠팡은 이용자가 급증하며 벌어들인 돈을 물류망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에 썼다. 그 결과 전날 밤 주문한 상품을 이른 아침 배달해주는 일명 ‘새벽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새벽배송은 현재 많은 이들이 누리는 일상이 됐다.
이렇게 탄생한 새벽배송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자는 주장을 내놓으면서다. 심야 근로를 없애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막자는 취지다. 이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일각에선 이를 두고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외면한 이기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 10월 22일이다. 이날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회의가 열렸다. 배송 택배기사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쿠팡, 컬리, CJ대한통운 등 주요 유통업체와 노동조합, 정부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였다.
회의에서 민주노총은 택배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밤 12시~오전 5시 사이 초심야 배송을 금지하자고 제안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골자는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심야 배송을 금지하고 오전 5시 출근과 오후 3시 출근 2개 조에 주간 배송을 맡기는 것이었다. 이후 정치권과 노동계 등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규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새벽배송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건 이번 사안을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쿠팡 등 이커머스 멤버십 가입자 등을 기준으로 추산되는 새벽배송 이용자 규모는 약 2000만 명에 달한다. 국민 절반가량이 이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서비스다.
민주노총도 이런 논란을 예상치 못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배송을 멈추자는 제안을 띄운 것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고 때문이다. 새벽배송 시장 자체의 규모가 커진 이면에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꾸준히 증가하는 산업재해다.
민주노총은 늘어나는 이용자 수만큼 새벽배송 노동자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자료에 따르면 새벽배송 산재의 경우 2019년 10명에 불과했으나 2023년 151명으로 14배 증가했다.
예컨대 쿠팡의 경우에도 최근 새벽배송 기사가 사망 전 주 6일 동안 새벽배송을 하면서 73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원청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직원의 “달려주십쇼”라는 지시에 “개처럼 뛰고 있다”고 답한 카톡 내용이 퍼지며 안타까움을 샀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현재 새벽배송 시스템은 주간(오전 8시 반~오후 8시), 야간(오후 9시~오전 7시) 등 2개 조로 구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오전(오전 5시~오후 3시), 오후(오후 3시~자정)로 재편해 새벽 내내 일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들의 주장대로 새벽배송을 금지했다가 애꿏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새벽배송 서비스가 금지되면 소비자는 늦은 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다음 날 아침 상품을 받아 보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소비자들만 피해 볼 수도”
이를 우려해 새벽배송 금지를 막아달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최근 등록된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 글의 경우 5일 만에 1만 건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 청원에서 두 자녀를 둔 맞벌이 주부라고 밝힌 청원인 최모 씨는 “저희 부부와 같은 맞벌이는 장 보는 것도 새벽배송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새벽배송 관련 일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 직원에게 새벽배송은 삶의 터전이다.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
민주노총이 보호하겠다는 배달기사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배달기사는 “교통 체증이 덜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배달기사들이 새벽배송을 선호한다”고 했다.
실제로 쿠팡의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동조합’은 민주노총의 입법 추진을 “민주노총 탈퇴 사업장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쿠팡노조는 2023년 11월 조합원 93%의 찬성을 얻어 민주노총을 탈퇴한 바 있다. 당시 쿠팡노조는 “정치활동에 대한 요구를 못 참겠다”, “조합원 권익보다 산별노조의 여러 활동 참여 요구가 잦았다” 등의 주장을 했다.
새벽배송 금지가 토종 이커머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원활한 새벽배송을 위해 물류센터 건설 및 설비 투자, 배송기사 채용 등에 6조원 넘게 투자했다. 내년에는 3조원을 추가로 투입해 2027년에는 익일 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전국으로 넓힌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이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컬리도 마찬가지다. 상장을 준비 중인 이 회사는 새벽배송이 주력 서비스다. 새벽배송을 금지하면 샛별 컬리의 상장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자가 돈 때문에 안전을 포기하니 새벽배송을 막자는 건 자유선택권 침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현재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자동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물류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도 로봇을 사용하고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문제해결을 하는 쪽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새벽 시간은 ‘낮에 일할 사람들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역할을 위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를 지지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의 안전을 위해 소비자들이 아침에 정말 필요한 상품들만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새벽배송 금지는 하지 않더라도 이번 논쟁을 계기로 택배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존재한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23
쿠팡 새벽배송, 이토록 많은 사람이 연루된 논쟁 (시사IN, 전혜원 기자, 2025.11.30 17:55)
택배노조가 밤 12시에서 새벽 5시까지 배송을 제한하자고 했다. 쿠팡 야간 배송기사들의 일자리를 지키려면 단가를 올리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렇게 문제를 풀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쿠팡은 2014년 3월24일 대구·대전·울산에서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밤 12시 전에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하는 서비스다. 2014년 5월 서울·김포·용인으로 지역을 확대했다. 1년 안에 경기·광주·부산에도 적용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로켓배송은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오전 7시 전에 받는 ‘새벽배송’,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받는 ‘당일배송’ 등으로 진화했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품목 역시 몇백 개 수준에서 500만 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월 7890원을 내고 ‘새벽·당일 배송’, ‘무조건 무료배송’을 포함한 혜택을 누리는 로켓와우 회원은 2023년 말 기준 1400만명에 이른다.
이 같은 서비스는 그동안 새벽에 배송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쿠팡의 배송기사들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뉜다. 야간조는 밤 9시에 상품을 싣는 장소인 물류센터(캠프)로 출근해 밤 10시30분에 1회전 배송을 나간다. 밤 12시30분에 다시 캠프로 돌아와 상품을 싣고 이튿날 새벽 1시에 2회전 배송을 나간다. 새벽 3시30분에 또다시 캠프로 돌아와 상품을 실은 뒤 새벽 4시에 3회전 배송을 나간다. 오전 7시까지 배송을 마치고 퇴근한다.
택배노조는 10월22일 ‘택배 분야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밤 12시에서 새벽 5시까지의 배송(이하 새벽배송)을 제한하자고 했다. 대신 배송기사들을 새벽 5시에 출근해 오후 3시에 퇴근하는 조, 그리고 오후 3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조로 나누자고 했다. 이러면 밤 12시에서 새벽 5시까지는 배송을 하지 않게 된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제안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도 처음에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만 생각했다. 그런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을 만나보니 ‘연속적인 고정 야간노동은 인간의 생체리듬에 맞지 않으므로, 노동시간 단축만으로는 안 되고 야간노동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하더라. 의학적 검토를 바탕으로 가장 위험한 시간대(밤 12시~새벽 5시)의 배송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사회에는 야간노동을 하는 직군이 존재한다. 경찰·소방·병원 등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곳이 대표적이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대개 교대제로 주간과 야간을 며칠씩 번갈아 일한다. 쿠팡 배송기사처럼 고정적으로 야간에 일하지 않는다. 사람은 적응하기 마련이고 성향도 다 다르므로, 일하는 시간이 계속 바뀌는 교대근무보다는 고정 야간근무가 더 낫지 않을까?
이는 야간노동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다. “멜라토닌 분비를 기준으로 생체리듬이 고정 야간근무에 얼마나 적응하는지를 검토한 한 리뷰 연구에 따르면, 포함된 6개 연구에서 총 76명의 고정 야간근무자 중 완전한 생체리듬 적응을 보인 사람은 단 2명(2.6%)에 불과했으며, 어느 정도의 조정 효과라도 보인 사람은 16명(21%)뿐이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생체리듬의 조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강모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고정 야간작업,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1월11일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뉴스레터).” 이 글에 따르면 한 메타분석 연구 총설(2025년)에서는 기존 여러 메타분석 결과를 종합해 야간전담 근무와 순환 교대근무의 건강 영향 차이를 검토했는데, 고정 야간근무의 경우 심혈관 및 대사질환 위험이 순환 교대근무보다 더 높았다. 반면, 순환 교대근무에서는 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고정 야간노동이 교대제 야간노동보다 낫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의미다.
거의 없다시피 한 야간노동 규제조차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노동(night shift work, 교대근무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근무를 의미)을 ‘그룹 2A’, 즉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분류했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간근무는 과로사뿐 아니라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을 유발하는 발암 요인이다. 유방암의 경우 야간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총 야간근무 일수가 증가할수록 그 발생이 증가했다. 야간노동은 몸이 적응하는 과정이 아니라, 회복되지 못한 생체리듬의 파괴가 누적되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1990년 국제노동기구(ILO) 야간노동 권고 178호는 24시간 내에 야간노동을 8시간 넘게 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 기구는 야간노동을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시간을 포함한, 연속 7시간 이상 수행하는 모든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2003년 유럽연합(EU)의 노동시간 지침도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을 명문화했다. ‘야간노동 수행과 관련된 것으로 인정되는 건강 문제를 겪는 야간 노동자는, 가능한 경우 적합한 주간노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한국은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한 나라다. 임산부와 18세 미만에 대해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노동을 금지하고(근로기준법 제70조),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하는 야간노동에 대해 시급의 1.5배 이상을 주도록 하며(근로기준법 제56조), 야간노동을 일정 기간 고정적으로 수행할 경우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할 뿐이다(산업안전보건법 제130조). 그런데 쿠팡 배송기사 대부분은 이런 조항들마저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초 쿠팡은 ‘쿠팡맨(현 쿠팡친구)’이라 불리는 배송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 서비스를 홍보했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배송기사 대부분을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성격을 모두 갖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전환시켰다. 현재 쿠팡 배송을 수행하는 인력 중 정규직 ‘쿠팡친구’는 7500명이고, 특수고용직으로서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쿠팡 CLS)의 대리점과 계약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퀵플렉스’는 2만3000명 수준이다. 쿠팡친구는 전반적인 캠프 업무를 보조하고, 퀵플렉스가 배송을 전담한다.
바로 이 퀵플렉스 중 한 명으로 쿠팡 남양주 2캠프에서 일하던 정슬기씨(41)가 2024년 5월28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사망했다. 사인은 심실세동·심근경색 의증이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적 요인이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미쳐 고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라며 정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했다. 정씨는 밤 9시에 업무를 시작해 오전 7시까지 배송을 마치고 퇴근하는 야간조 퀵플렉스로 주 6일 일했다. 업무상 질병을 판단하기 위한 노동시간을 계산할 때 밤 10시에서 오전 6시 사이 야간노동은 30% 가산해 계산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고인의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 시간은 74시간24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 시간은 73시간21분으로 확인”되었다.
위원회는 업무 부담 가중 요인으로 “주 6일 고정 야간근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되는 점,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배송 마감 시간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 상태로 업무상 부담이 가중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들었다. 생전에 쿠팡 CLS 쪽 담당자가 배송을 독촉하자 정씨가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한 카카오톡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씨가 답을 한 시각은 새벽 5시24분이었다. 정씨가 숨진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024년 7월21일 또 한 명의 쿠팡 야간조 퀵플렉스가 자택에서 쉬던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되었다가 사흘 뒤인 7월24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 역시 산재로 인정되었으며, 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 부담 가중 요인으로 “고정 저녁·야간 근무”를 들었다.
이러한 ‘야간조 쿠팡 퀵플렉스들의 연이은 과로사’를 막을 방법으로 택배노조가 제시한 안이 ‘밤 12시에서 새벽 5시 사이 배송 제한’이다. 현재 특수고용직 배송기사인 퀵플렉스 2만3000명 중 200명이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회’로 조직되어 있다(이하 조합원 숫자는 모두 해당 조합 추산 기준). 이들이 속한 택배노조는 조합원이 약 7000명인데, 소속사별 인원은 CJ대한통운 3000명, 우체국택배 2000명, 롯데·한진·로젠택배 각 500~700명씩이다. 택배노조는 코로나19 당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2021년 1·2차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다. 주요 택배사들과 합의한 결과, 택배기사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던 ‘분류 작업’을 택배기사의 업무에서 분리하고 주 60시간 넘는 노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당시 쿠팡 CLS는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한다는 이유로 1·2차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 9월29일 출범한 택배 분야 ‘3차 사회적 대화 기구’에는 쿠팡 CLS도 참여하기로 했다. 잇따른 과로사·산재 논란으로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올해 1월 국회 청문회에서 비판을 받은 뒤다. 그러나 10월22일 3차 사회적 대화 첫 전체회의에서 택배노조가 제시한 ‘밤 12시~새벽 5시 배송 제한’을 10월28일 〈한국경제〉가 ‘[단독] “새벽배송 금지하라”···도 넘은 민주노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논쟁은 ‘새벽배송 금지 찬반’으로 흘렀다.
밤 12시에서 새벽 5시 배송을 멈추더라도 기존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을까? 택배노조 구상에 따르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다른 택배사들처럼 배송 외 업무에 대해서는 쿠팡이 책임져야 한다. 예컨대 분류 작업의 경우 다른 택배사에서는 더 이상 택배기사가 하지 않고 별도 인력을 채용하거나 최저임금 이상의 대가를 지급하지만, 쿠팡에서는 ‘통소분’이라고 해서 여전히 배송기사가 기사 2명분의 물품에서 자기 담당 물품을 분류해내야 한다. 또한 ‘프레시백’이라 불리는 다회용 보냉 가방을 건당 100원에 회수하는 등의 업무도 기사 몫이다. 이런 부담을 덜어 배송기사가 집하와 배송만 하게 해야 한다.
둘째, 아침 7시에 받아야 할 품목을 제한하면 5시에 출근해 7시까지 배송 완료해야 할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손톱깎이나 옷걸이, 비누, 휴지 같은 물건을 꼭 아침 7시까지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셋째, 아침 7시라는 마감 시간을 7시30분이나 8시 등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결국 지금까지의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자기보다는, 어떻게 조정할지 논의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일본에서는 (정부가 배송기사들의 노동시간을 제한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2024 물류 문제’로) 온라인 쇼핑 회사들이 느린 배송을 적극 추천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하면 할인 혜택을 주도록 바뀌었다. 택배 요금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는 이유로 ‘무료배송’이라는 말도 안 쓰기로 했다. 우리도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안을 만들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정규직 배송기사인 쿠팡친구로 구성되어 있는 ‘쿠팡노동조합(조합원 500명)’의 정진영 위원장은 “조합원 중 40%가 야간에 일한다. 간병이나 육아 등 개인적 사정으로 그 시간대밖에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라고 말했다. 고 정슬기씨가 일하던 남양주 2캠프에 퀵플렉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출근한 김 아무개씨(59)는 “중소기업 공장에 다니는데 월급이 부족해서 투잡 뛰러 나왔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일감이 없다”라고 말했다. 주민과 마주칠 일이 적고 차가 막히거나 주차 공간이 부족할 일도 없어 야간노동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야간에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특정 시간대 노동을 제한하기보다는 배송 가격을 높여서 그 돈을 배송기사의 건당 수수료를 올리고 건강을 위한 조치를 하는 데 사용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가격을 조정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좀 다르다.” 경제학자인 이상헌 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이 말했다. “시간에 대한 규제 없이 프리미엄(추가 수당)만 올리면 기업 처지에선 야간노동을 쓸 인센티브가 줄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야간노동에 뛰어들 유인이 커진다. 우리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야간노동은 개인의 (단기적) 이해관계와 사회 전체의 (장기적) 이익이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가격뿐 아니라 시간 규제라는 접근 방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량 늘었는데 해마다 배송단가는 하락
이 문제 해결에 서비스 가격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시장경쟁이 작동한다면, 야간노동에 대한 추가수당은 기업이 야간노동에 의존한 배송을 줄이게 만들 수 있다. 비용 압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쿠팡은 온라인 주문 시장에서 꽤 큰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러면 심야배송의 오른 가격을 소비자에게 이전할 수 있다. “배송기사뿐 아니라 소비자가 강력한 이해관계자로 광범위하게 존재하기에, 기업이 뒤로 빠지기 쉬운 구조다. 결국 논의가 성립하려면 소비자의 심야배송 반대(불매) 운동이 함께 결합해줘야 하는데, 어쩌면 너무 늦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회의 이슈 중에서 이렇게 거의 모든 사람이 ‘연루’되어 있는 논쟁이 있었을까?”
택배노조가 9월8일부터 9월22일까지 퀵플렉스 총 67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당 배송 수수료 중윗값은 아파트의 경우 야간 850원, 주간 655원이었다. 빌라 등 일반 번지 배송 수수료 중윗값은 야간 940원, 주간 730원이었다. 최근 3년간 물량은 많아졌는데 배송 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하루 평균 11.1시간 근무하는 퀵플렉스가 식사와 휴게를 위해 보내는 시간은 22.6분에 불과했다.
나금찬씨(36)는 택배노조 조합원이다. 주중에는 일반 택배회사에서 주간 배송을, 주말에는 쿠팡 퀵플렉스로 야간 배송을 한다. 나씨는 아침잠이 많아 야간 배송이 더 체질에 맞는다면서도 “야간노동을 줄여가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밤 12시에서 새벽 5시 배송 전면 제한에는 반대한다. “몸을 갈아 넣는 직업인 건 맞는데, 받는 페이까지 따져서 생각해보면 일반 중소기업보다는 낫긴 하다. 심야배송 단가를 올려주고 오전 7시인 마감 시간을 30분이라도 연장해준다면, 지금처럼 뛰어다니면서 배송하기보다 중간에 30분이라도 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적정한 물량을 배송할 수 있다면 수입이 조금 줄더라도 80~90% 정도 가져가면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30분 쉬면 ‘미스’가 나고(7시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그게 누적되면 배송 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다. 노동강도만 조금 낮춰줘도 과로사가 훨씬 줄 것 같다.”
쿠팡 물류센터에 고용된 인원도 전국 5만~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는 정규직, 40%는 일용직, 나머지는 계약직이다. 3개월 수습기간을 거쳐 9개월, 12개월 계약을 거친다. 주간조(오전 7~8시 출근, 오후 5~6시 퇴근)·야간조(오후 6시~새벽 4시)·심야조(일부 센터, 밤 10시~오전 7시)로 나뉘어 일한다. 정동헌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우리도 한 시간 식사 시간 외에 추가 휴게시간이 거의 없고 야간이라고 더 쉬지도 못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서 야간수당은 1.5배 받지만, 내가 일하는 동탄물류센터 기준 주간조 시급(12개월까지)이 1만220원, 야간조 시급이 1만70원으로 야간조 시급이 더 낮다. 우선은 이런 문제들부터 바로잡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남궁수진 활동가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4학년 딸을 키우며 종종 마켓컬리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매번 죄책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돌보는 내 주변 40~50대 여성, 장시간 노동을 하는 1인 가구, 혹은 장애나 질병이 있는 경우도 오프라인 장보기가 버거워 새벽배송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과도한 노동과 공적 돌봄이 부족한 사회적 체계가 또 다른 과도한 노동과 과로사를 부르는 것 아닐까. 물론 아이들이 오전 8시20분에는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배송 마감 시간이 연장된다면 힘든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쉴 권리, 안전, 건강’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무엇보다 이 논의에서 기업이 빠져 있다는 것에 큰 분노를 느낀다. 주간에 시켜도 기업들의 편의를 위해 새벽배송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사회적 공백을 통해 큰 이윤을 얻고 있는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시사IN〉이 입수한 ‘택배분야 사회적 대화기구 1차 실무회의 논의 결과’ 자료를 보면, 쿠팡 CLS는 밤 12시에서 새벽 5시까지 배송을 중단하자는 택배노조의 제안에 대해 “배송 시간 부족으로 인한 기사 과로 위험 증가”를 이유로 “수용 불가”하다고 답했다. 새벽배송 품목 제한도 “소비자의 수요가 다양하여 수용 불가”하다고 했다. 〈시사IN〉은 쿠팡 측에 ‘야간 고정노동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하는지’ ‘새벽배송 가격을 올리거나, 새벽배송이 아니라 더 늦은 배송을 받도록 소비자가 선택하게 할 예정은 없는지’ ‘최근 몇 년간 배송단가가 낮아진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436311
[단독]쿠팡 '과로노동' 시스템 여전…배송압박에 클렌징 (제주CBS/노컷뉴스, 고상현 이창준 기자, 2025-12-01 14:32)
과로노동 시달리다 사고로 숨진 기사
쿠팡 없애겠다고 한 클렌징제도 버젓이
당일 배송 위해 '실시간 배송압박'도
쿠팡노조 "여전한 과로노동 시스템들"
제주에서 새벽배송하다 사고로 숨진 쿠팡 노동자 고(故) 오승용 씨(향년 33세). 사고 직전까지 야간근로 기준 '주 83.4시간' 고강도 노동을 해야 했다. '과로노동'엔 실시간 배송압박, 클렌징 등이 자리한다. 이는 쿠팡 측이 과로사 예방책으로 없애겠다고 한 것들이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실시간 배송압박…"과로노동 시스템 중 하나"
1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제주시 오등동 쿠팡 제1캠프 소속 주간조 배송기사 A씨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영업대리점 측에서 실시간으로 배송압박을 하는 정황이 나온다. 쿠팡 제1캠프는 승용 씨가 속했던 물류터미널로, A씨는 승용 씨와는 다른 대리점 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오후 6시 2분쯤 대리점 측에서 카카오톡 업무용 단체방에 '배송기사 이름, 가구 수, 남은 배송물량, 노선'이 적힌 표를 올린다. 이러한 내용의 표는 같은 날 오후 7시와 오후 7시 27분 두 차례 더 올라온다. 이는 당일 오후 8시까지 배송을 끝내라는 압박용이라는 것이다.
A씨는 "쿠팡이 아닌 다른 택배회사의 경우 당일 배정받은 물량은 48시간 안에 배송 처리하면 되는데, 쿠팡만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대리점 측에서 당일배송 마감시간인 오후 8시가 다가오면 계속해서 남은 물량이 표시된 표를 올리면서 실시간 배송압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야간조인 승용 씨도 마찬가지였다고 쿠팡노조는 설명한다. 주간조 배송 마감시간은 당일 오후 8시, 야간조는 익일 오전 7시다. 그때까지 배송하지 못하면 남은 물량을 계속해서 업무용 단체방에 올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새벽배송하다 숨진 정슬기 씨도 실시간 배송압박에 시달렸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장은 "과로노동은 장시간 육체적인 노동에 의한 것도 있지만 시스템적인 부분도 있다. 쿠팡의 노동 강도를 올리는 시스템 중 하나가 실시간 배송압박이다. 마감시간 안에 배송 못하면 계약에 불이익을 줘서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정슬기 씨 사건 이전까지는 쿠팡로지스틱스(CLS) 직원이 직접 배송기사들과 연락하며 남은 물량을 관리했다. 하지만 과로사가 문제가 되자 대리점에 기사 관리를 떠넘겼는데, 사실상 남은 물량 자료를 대리점에 보내주면서 실질적으로 배송기사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없애겠다고 한 클렌징 제도도 버젓이 이뤄져"
지난해 새벽배송 기사의 연이은 과로사로 쿠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CLS)가 과로사 예방 대책으로 없애겠다고 발표한 클렌징(배송구역 회수) 제도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클렌징'은 대리점이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CLS가 배송구역을 회수하거나 물량을 조절하는 제도다.
A씨가 속한 대리점 업무용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대리점 측이 기사들의 평일·주말 수행률(배송률+반품회수율)을 올린다. 기사들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평가한다. 또 수행률에 따라 초록색, 연녹색, 주황색으로 표시하는데, 주황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면 배송기사가 교체된다고 주장한다.
A씨는 "대리점 측에서 매주 업무용 단체방에 수행률을 올리고 수행률이 낮으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받는다. 실제로 쿠팡CLS에서 수행률이 낮은 특정 구역 기사를 교체하지 않으면 구역을 회수한다고 해서 한 배송기사는 계약기간도 다 채우지도 못하고 그만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강민욱 위원장은 "쿠팡 측에서 클렌징 제도를 폐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빈도만 줄어들었을 뿐이지 사라지지 않았다. 매주 CLS에서 수행률 자료를 보내주면서 대리점은 이를 공유하고, 기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역시 배송기사들을 과로노동으로 내모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쿠팡 배송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다. 오승용 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당시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건을 싣기 위해 물류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사고다. 오씨는 사고 직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야간노동을 계속해서 해왔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에도 하루 쉬고 다시 야간근무에 투입됐다가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사망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32181.html
노동부 쿠팡 야간노동 점검한다지만…적용할 법규 자체가 미비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5-12-01 15:52)
쿠팡 물류센터와 택배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을 하다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가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야간노동 규제 법규 자체가 미비한 상황이라, 규제 강화 논의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부는 오는 10일부터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물류센터 4곳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배송캠프 3곳·택배영업점 15곳을 대상으로 야간노동 실태점검에 착수한다고 1일 밝혔다. 이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지난 28일 밤 경기 고양 시에프에스 물류센터를 불시 점검한 뒤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야간 노동·휴게시간과 건강진단·휴게공간 등 건강권 보호조처에 관한 실태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점검을 통해 ‘위법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행 법령상 야간노동 규제 자체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의 야간근로수당 지급, 산업안전보건법상 야간 근무자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의무 등 적용할 법령 자체가 적다. 이마저도 택배기사(퀵플렉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법 적용이 더욱 협소해진다. 노동부가 지난해 10~11월 시엘에스 본사와 서브허브 34곳, 배송캠프 12곳, 택배영업점 35곳 등 대대적으로 진행됐던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에서도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아 부과된 과태료(540만원) 등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적발 사항이 없었다.
노동부가 법 위반까진 아니라도 개선 사항을 여러가지 지적했다. 당시 노동부는 “무리한 야간노동은 뇌심혈관계 질환 등 여러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며 “주 5일 근무, 야간 배송 방식 조정, 배송거점 추가 확보 등 택배기사의 야간 업무 경감방안을 마련하라”고 시엘에스에 요구했다. 택배기사들의 업무시간·강도를 늘리는 분류작업·프레시백(신선 제품을 담은 다회용 박스) 회수 작업 개선과 특수건강검진에서 제외되는 야간고정 택배기사에 대한 주기적 건강검진 지원도 권고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행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노동부의 권고를 시엘에스가 이행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노동부 관계자는 “야간업무 경감은 사실상 3회전 배송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이었다”며 “권고다 보니 강제하기는 어려워 시엘에스에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위법사항은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상, 이번 노동부의 실태점검이 노동조건 개선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국정과제에 담은 ‘야간노동 규율 방안’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동부는 야간노동 관련해 주간보다 더 많은 휴게·휴일, 더 짧은 노동시간을 보장하게 하고, 연속적인 야간노동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국정과제에 포하시켰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노동부가 야간노동 규제 신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야간노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근로기준법에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도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까지 규율할 수 있는 산안법에 야간 연속근무일수 제한 등의 원칙을 신설하고, 업종 특성에 맞는 규제를 시행령·시행규칙에 담는 방법이 빠르고 효과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476307
[기자 발언대] 과로사와 쿠팡 새벽배송 (경남신무, 어태희(사회부), 2025-12-01 19:51:32)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 노동자 사망부터 쿠팡 노동자 사망까지 우리 사회에 과로사 논의가 뜨겁다. ‘일하다 죽는 것’부터 그 전제가 허망하지만 ‘일을 많이 해서 죽었다’는 비현실적인 수준이다.
쿠팡의 새벽배송 논의를 위해 취재했던 지역의 택배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이전에도 과로사 문제를 다루며 들은 바 있었다. 택배 노동자들이야말로 ‘과로’의 최전선에 있었던 이들이었기에.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택배 노동자 26명이 잇따라 과로사로 사망했었다. 이들이 과중한 업무에 노출됐던 이유는 명확하다. 사측의 최대 이윤을 위해서다.
오전 상하차 근무 이후 배송, 캠프에 간선차가 도착하면 또 택배를 분류하고 할당량을 모두 채우기 위해서 늦은 밤까지, 혹은 날을 넘기면서까지 택배를 날랐다. 주 6일로 쉴 새 없이 일했다고 한다.
이들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노동자이자 개인 사업자이기도 한 이들 특성에 따라 수익을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등 캠프 소장의 눈 밖에 나면 배송 구역을 뺏겨버리는 횡포를 겪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할 일이 못 되니까 다른 곳에 일할 수 없는 사람들만 택배 전선에 뛰어들었다.” 2021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상황에 대해 택배 노동자가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들이 또 한 번 거리로 나온 이유를 가늠할 수 있었다. 유통 업계 공룡 기업인 쿠팡의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등 ‘성공적인’ 정책은 동종 기업의 노동 환경을 바꾸기에 충분한 저력을 가졌다. 실제로도 다른 유통 기업들도 하나둘 ‘7일 배송’ 카드를 들기 시작했다.
쿠팡 새벽배송 논의는 짧은 시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논의에는 실제 쿠팡의 물류를 책임지는 배송 노동자들의 현장 목소리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새벽배송을 해야만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쿠팡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는 환경을 바꿔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예컨대 과거 택배 노동자들을 과로로 몰았던 배송 구역 회수 제도를 없애는 등 당장 철폐할 수 있는 요인부터 없애 나가야 할 것이다.
한 택배 노동자의 얘기에 나도 공감하며 말했다. “택배, 하루 늦게 받아도 상관없어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32151.html
쿠팡 ‘새벽배송’ 기사 지난 10월 뇌졸중 사망…올해 8번째 사망자 (한겨레, 남지현 기자, 2025-12-01 13:57)
지난 10월 새벽배송 뒤 자택서 쓰러져
올해 택배기사·물류센터서 8명 숨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022126005
숨진 택배노동자 정보 공개 거부한 쿠팡 (경향, 최서은 기자, 2025.12.02 21:26)
당시 근무 환경 등 공개 요청에 한달 넘도록 “유족 원치 않아” 불응
노조 “지병 이유 책임 회피 급급”…쿠팡 “사인은 폐렴 합병증” 해명
https://www.mt.co.kr/opinion/2025/12/03/2025120207460955435
[기고]새벽배송 논란과 노동 인식 전환 (머니투데이,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2025.12.03 05:50)
새벽 배송과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쿠팡 노동자의 연이은 사망사고로 민주노총 택배노조 등 노동계에서는 심야 노동 철폐 및 새벽 배송 금지를 주장한다. 쿠팡과 배송업계 등 다른 한쪽에서는 소비자 편의와 후생 감소, 물류 시스템 효율성과 시장 자율성 침해, 그리고 심야 교통량 감소와 짧은 배송 시간, 생계 선택권 등 또 다른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새벽 배송의 일상화로 삶의 편리함을 누리는 있는 이 순간에도 노동자가 계속해서 죽어간다는 사실이다.
논쟁의 핵심은 결국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 보호, 그리고 과로사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정책 선택지는 크게 다음 세 가지다. 먼저, 새벽 배송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다. 택배 노동자의 적정 노동시간과 임금 확보,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확보된다면 가장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택배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심야 노동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새벽 배송 과정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 개별 노동자의 절대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추가적 택배비용 부과와 배송시스템 전환으로 배송물량, 즉 택배 노동량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도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한 택배 노동자 임금 보상이 쉽지 않고, 후생 편의와 추가 비용 부가에 따른 소비자 반감도 문제다.
그렇다면 택배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은 없는 걸까.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주요 이해관계 행위자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를 최소화할 방안 마련은 가능하다. 매년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쿠팡은 늘어난 이윤만큼 노동자의 적정 노동시간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 보상수준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 보호를 위한 적정한 보상 체계, 휴식 보장, 정기적 건강검진 지원 등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택배 노동자도 노조를 통해 자신들의 노동 권리와 생명 보호를 더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노동도 살기 위해 하는 것이지, 죽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동 시스템도 한 사회 고유의 제도이고 문화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쿠팡 노동자의 사망사고에서 보듯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지 않은 한 우리 모두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과로와 장시간 노동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 새벽 배송을 통해 생활하는 사람들 역시 삶의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몸도 바쁘고, 마음도 덩달아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행복감이 생겨날 삶의 여유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끔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다 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다음 날 새벽 배송을 받지 못하더라도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 주문하고, 일정한 기간을 기다릴 여유를 갖고 살아야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숨을 쉬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곰곰이 되물어봐야 할 때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032202005
저도 노동자인데요 (경향, 남지원 젠더데스크, 2025.12.03 22:02)
‘쿠팡’ ‘워킹맘’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포털 뉴스 검색을 했다가 워킹맘 당사자로서 조금 황송해졌다.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장은 어디서 보나, 워킹맘의 분노” “워킹맘까지 들고 일어났다, 새벽배송 금지가 답일까” “워킹맘은 웁니다, 새벽배송 사라질 수도”라는 헤드라인들이 검색창을 뒤덮고 있어서다. 나의 분노와 슬픔에 이 사회가 그동안 이렇게까지 공감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아무튼 워킹맘으로서 말하자면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살림의 책임을 자연스럽게 엄마 몫으로 돌려버리는 언어에 대해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다. 어째서 아침 식재료를 사고 아이 준비물을 챙기고 집안의 자잘한 생필품을 보충하는 일은 모두 ‘워킹맘’의 역할인 건지, 워킹대디는 왜 안 들고 일어나는지. 돌봄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시대착오적 성별 고정관념은 이와 같은 보도 언어를 통해 더욱 공고해진다.
장시간 노동과 성별 고정관념 속
새벽배송을 ‘워킹맘 분노’로 포장
노동자들끼리 싸움 붙이는 현실
안전한 일터 만드는 게 우선이다
사실 새벽배송은 지금 우리 가족에게 필수재에 가깝다. 다섯 살 딸을 키우는 우리 부부는 출근과 퇴근 시간을 서로 엇갈리게 맞추고, 아이를 유치원에서 1분이라도 더 빨리 데려오려고 매일 발을 동동 구르며 산다. 장은 보통 퇴근하는 버스나 늦은 밤 잠들기 직전 휴대전화와 손가락으로 본다. 컬리와 오아시스에서 새벽배송으로 식재료를 받아보는 게 일상이다. 4년 전 복직하면서 가입한 쿠팡 유료 멤버십은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 새벽배송 옵션을 클릭할 때면 죄책감을 느끼지만 마트에서 카트를 끌 시간은 정말 없다. 정확히는 그럴 시간이 구조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없는 이유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 한국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이 과도하게 길기 때문이다. 매일 칼퇴근을 사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주중 개인 여가시간을 최소화하는데도 아이는 유치원에서 하루에 9시간을 보낸다. 엄마아빠를 우주만큼 사랑한다는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두세 시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가끔씩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그러니까, 워킹맘도 노동자인지라, 워킹맘에게 필요한 것은 새벽배송이라기보다는 시간이다. 워킹맘의 고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에 빛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의 보편적 고충이자 여성에게 돌봄 책임을 떠넘기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산물이다.
이런 문제는 항상 외면하는 주체들이, 오로지 기업 논리를 방어하거나 노동시간 규제를 비판할 때만 ‘워킹맘’을 핑곗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좀 치사하고 비겁한 일이다. 주 52시간제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해서 문제라고 하지 않으셨는지, 주 4.5일제는 시기상조라고 하지 않으셨는지…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기업의 혁신을 위해 새벽배송 서비스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노동자가 원하면 얼마든지 장시간 노동도 야간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할 수 있다는 프레임은 결국 장시간 노동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고, 칼퇴근해서 아이를 하원시키러 뛰어가야 하는 노동자를 직장에서 죄인으로 만들 뿐이다.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배송기사가 올해만 4명이라고 한다. 물류센터 야간노동자까지 합치면 8명이나 죽었다. 플랫폼 기업의 특성, 인센티브 기반의 임금 구조, 배송 마감시간 압박, 특수고용직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등이 구조적으로 과로를 유발한다. 어떤 노동자들이 밤새 속도전과 과로를 감내해야 다른 노동자들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곱씹어보면 정말 기이하다. 아니 그리고 정말 새벽배송이 그렇게까지 필수적인 인프라라면 그 배송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지 않나.
워킹맘을 만능방패 삼아 노동자끼리 싸움 붙이는 대신, 어떻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말처럼. 혹시 바쁜 맞벌이 부부를 위해 뭔가 도움을 더 주고 싶으시다면, 부디 연간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아래로 줄이는 데 힘을 보태주시길.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468.html
‘로켓’ 옵션 꺼도 검색 상위… 공급이 만들어낸 ‘새벽배송’ 수요 (한겨레21, 박준용 류석우 기자, 2025-12-04 22:25)
비신선식품도 ‘새벽 도착 보장’ 위주 추천… 소비자는 원치 않아도 쿠팡이 만든 알고리즘 벗어나기 어려워
열쇠고리, 수족관 온도계, 습기제거제, 배수구 덮개, 옷, 배수관 클리너, 드럼(악기) 패드 세트, 헤어스프레이, 사무용 의자, 장갑, 휴대전화 케이스, 전기 매트 및 장판, 의자, 담요, 반려묘 스크래처, 반려견 울타리….
한겨레21 기자가 2025년 11월10일부터 11월15일까지 쿠팡 택배기사와 함께 심야노동을 하면서 새벽배송으로 아침 7시까지 반드시 배송해야 했던 제품들이다.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받아야 상하지 않는 신선식품 외에 다양한 품목이 새벽배송 서비스로 주문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물건 반드시 내일 아침 필요한가
물론 택배기사가 의무적으로 새벽배송을 해야 하는 제품 중에는 신선식품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심야노동 4일차인 11월13일, 포장을 뜯지 않고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물품 86개 가운데 신선식품은 60개로 69.8% 수준이었다. 신선식품이 아닌 것도 많았다. 라면·쌀·과자 등이 8개였고, 18개(20.9%)는 비식품류였다. 비식품류에는 세제 등 생필품도 있었지만 이불과 서랍장도 있었다. 이날을 포함해 배송 품목을 집계한 사흘 동안 24~30%가 비식품류·비신선식품에 해당했다. 소비자는 신선식품이 아니어도 새벽배송을 이용하고 있었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신선식품과 생필품이 아닌 물품도 ‘당장 내일 새벽에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다. 다만 반드시 빠른 배송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물품이 적지 않았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상임대표는 한겨레21이 파악한 물품 내역에 대해 “긴급한 물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랍장 등은 없으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 선임활동가도 “어르신이나 아기를 돌보는 경우에는 식재료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 외에 당장 그날 아침에 필요한 물건이 얼마나 될까”라며 “(한겨레21이 파악한 가구 등은) 새벽에 (그 물건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소비자가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이유에는 빨리 물건을 받고 싶은 소비심리 영향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소비자 단체는 쿠팡의 시스템도 한몫했다고 말한다. 공급자인 쿠팡 쪽이 만들어내는 새벽배송 수요라는 것이다.
쿠팡 앱 상위에 노출된 물품은 비식품인 경우에도 ‘새벽 도착 보장’이 많다. 가령 한겨레21이 12월1일 기준 휴대전화에서 쿠팡 앱을 열고 ‘로켓’ 옵션(빠른 배송 옵션)을 끈 채 ‘휴대전화 케이스’를 검색해봤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 케이스가 긴급을 요하는 물품이 아닌데도, 알고리즘상 상위 노출 1~6위 또는 1~8위까지 ‘새벽 도착 보장’ 상품으로 검색됐다.
‘도착일시 변경’ 기능 찾기도 어려워
이는 ‘쿠팡 와우’ 멤버십 이용자에게 새벽배송을 추천하는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월 7890원을 내고 쿠팡 와우에 가입하면 각종 드라마나 영화, 스포츠 콘텐츠가 유통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를 볼 수 있다. 또한 ‘로켓’으로 시작되는 당일, 익일 새벽, 익일 등 빠른배송 서비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쿠팡 와우 이용자가 무료로 새벽배송을 이용하게 되면서, 새벽배송 상품이 보편 서비스가 됐다. 그러면서 자연히 새벽배송 상품이 알고리즘상 상위권을 차지하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노출 순서상 새벽배송이 아닌 다른 상품을 이용하기도, 찾기도 쉽지 않아졌다. 김정덕 선임활동가는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된다’는 점에 소비자가 습관적으로 길든 것도 있다”며 “쿠팡플레이를 보기 위해 월 정기 요금을 내면, 새벽배송 물품을 주문하게 되는 식으로 (소비 행태를) 확장한 것 같다”고 했다.
소비자가 쿠팡의 ‘새벽배송 추천’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쿠팡은 굳이 새벽배송이 필요 없는 경우 ‘도착일시 변경’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해뒀다. 하지만 이 기능은 사용하기 어려운데다 그런 기능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특히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쿠팡 앱에서 ‘제품 구매하기’를 누르고, 신용/체크카드 변경→스크롤을 내려 도착일시 변경 터치→도착날 변경까지 일일이 해야 한다. ‘도착일시 변경’은 손톱보다 작은 글씨로 적혀 있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생필품·신선식품이 아니어도 자연스레 새벽배송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쿠팡을 연구해온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코로나19 시기에 택배업이 성장한 것은 (소비자의) 수요가 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보지만, 새벽배송까지 수요가 주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오히려 (쿠팡의) 공급 중심으로 새벽배송 시장이 확대된 면이 다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소비자가 과중한 심야노동에 기반하는 새벽배송에 동의하느냐도 논쟁거리다. 쿠팡은 심야노동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이어가는 것이 ‘소비자 편익’을 위한 것이라며 대부분 소비자가 새벽배송에 찬성한다고 밝힌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와함께는 “새벽배송은 평일에 장을 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워킹맘, 자영업자에게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닌 생활 필수 인프라이자 공공재”라며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하자는 주장에 한해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과중한 심야노동, 소비자가 원하나
그러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보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유미화 대표는 “택배 과로사 1·2차 사회적 합의를 하지 않았던 쿠팡에서 과로사가 많이 했다는 것이 아직 덜 알려져 있다. 쿠팡 노동자가 많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는 놀란다”며 “노동조건과 관계없이 대부분 소비자가 새벽배송을 원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쿠팡의 과로사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리며 쿠팡에서 탈퇴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안정희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소비자운동팀 부장이 그랬다. 그는 몇 년 전까지는 쿠팡을 활용했지만 과로사 문제가 제기된 뒤 ‘새벽배송이 좋고 편하지만, 내 습관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굳이 새벽배송을 선택하지는 않겠다’라는 글을 SNS에 올리고 쿠팡에서 탈퇴했다. 이 글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새벽배송 논쟁이 왜곡된 채 소비자에게 알려지며 일이 꼬인 측면도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심야배송 제한을 제안했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를 ‘새벽배송 전면금지 제안’이라 못박고 무조건 새벽배송을 없애자는 주장으로 호도했다. 결국 심야노동을 줄이는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새벽배송 찬성 vs 반대’라는 단순 구도로 논의가 흘러갔다. 안 부장은 “새벽배송 찬반보다, 불필요한 물품까지도 빠르게 받으려는 점을 성찰하고 (심야노동을 줄이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가 무조건 새벽에 물품을 받아야 하는지, 한두 시간 늦춰진다고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등 해결책을 언론이 다뤄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미화 대표도 “소비자의 편리와 긴급히 필요한 물품 배송의 길은 풀어주면서, 노동조건을 합의할 기준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484.html
심야배송 7일, 신체 변화 측정했더니… 수면·혈압 등 온갖 데이터에 경보음 (한겨레21, 류석우 박준용 기자, 2025-12-05 14:45)
쿠팡 심야-주간 14일 배송노동 일기
심야배송 6일차 수면효율 68%로 ‘잠의 질’ 낮아… 야간 혈압 하강 폭 작아 수면 중 심혈관계 회복도 ‘위험’
새벽배송을 위해 연속으로 심야에 일하는 것은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한겨레21 류석우 기자는 쿠팡 심야배송 노동이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2025년 11월10일부터 22일까지 2주 동안 쿠팡 택배기사와 동일한 일정으로 일했다. 첫 주 6일은 밤 9시에 출근해 이튿날 아침 6~7시까지 심야배송을 했고, 하루 쉰 뒤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7~8시까지 주간배송 6일을 연속으로 경험했다. 류 기자는 신체 변화 측정을 위해 24시간 활동혈압계, 수면을 기록하는 액티그래프, 피부온도를 측정하는 바이탈링을 착용했다. 택배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활동혈압계를 착용할 수 없어 수면 및 피부온도만 측정했다. 모든 생체 신호는 직업환경전문의 김현주 이화여대목동병원 교수의 조언을 받아 분석했다.
주간노동 전환하자 수면 안정성 빠르게 회복
2주간의 데이터가 보여준 심야노동과 주간노동의 수면 양상 차이는 컸다. 가장 먼저 드러난 차이는 수면의 질이었다. 수면 효율은 ‘누워 있던 시간 중 실제 잠든 비율’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85% 이상이면 양호한 수면으로 본다. 기자의 심야배송 초반에 수면 효율은 80~84%로 시작했지만 4일차부터 74%, 5일차 72%, 6일차엔 68%까지 떨어졌다.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생활이 반복되자 수면의 연속성과 깊이가 눈에 띄게 무너졌다. 주간배송으로 전환하자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첫날 80%였던 수면 효율은 이틀째에 바로 87%로 회복됐고, 이후 하루(72%)를 제외하고 모두 안정적인 80%대를 유지했다.
수면 중 깨어 있는(뒤척인) 시간(WASO·Wake After Sleep Onset)과 뒤척인 횟수는 그 차이를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야배송 첫 6일 동안 기자의 WASO는 평균 90분, 수면 중 뒤척임 횟수는 18회였다. 잠이 들어도 1시간30분 가까이 뒤척이거나 깨어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주간배송으로 전환한 뒤에는 WASO가 평균 55분, 뒤척임 횟수가 11회로 크게 줄었다. 심야노동이 수면의 연속성을 심하게 깨뜨리는데, 주간노동으로 전환만 해도 수면 안정성이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심야배송은 혈관과 심장에도 영향을 줬다. 정상적인 수면 중에는 낮보다 10~20% 혈압이 떨어지는 ‘야간 혈압 하강(dipping)’ 현상이 나타난다. 이 하강폭이 작으면 심혈관계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본다. 기자가 심야배송을 시작하고 4~5일차(11월13~14일, 48시간 기준)의 수면 중 수축기 혈압은 약 13.4%, 평균 동맥압(동맥에서 순환하는 피의 압력)은 17.6% 하강했다. 이에 견줘 주간배송 4~5일차(11월20~21일, 48시간 기준)는 수면 중 수축기 혈압이 17.2%, 평균 동맥압이 19.9% 내려갔다. 김 교수는 “심야배송 뒤 수면에서 나타난 13%대 혈압 하강은 정상 범위 안이지만, 같은 사람이 주간배송을 할 때보다 회복이 덜 되는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며 “주간배송 시기 수면 중 혈압 하강은 (심야배송 때보다) 전반적으로 더 뚜렷하고 깊어, 심야의 생리적 ‘휴식 모드’가 더 강하게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몸은 자고 있어도, 혈관과 심장은 충분히 쉬지 못한다는 의미다.
피부온도가 말해준 ‘낮과 밤의 충돌’
우리 몸은 낮과 밤의 주기에 맞춰 일정한 리듬을 유지한다. 심부온도(인체 내부의 중심 온도)는 보통 새벽 3~5시에 가장 낮고, 늦은 오후에 가장 높다. 반대로 손목·손·발 등 말단 부위의 피부온도는 밤에 높고 낮에 낮아지는 등 심부온도와 반대로 움직인다. 바이탈링으로 측정된 피부온도는 이러한 생체리듬 변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기자의 심야배송 5일차 피부온도의 최고점은 새벽이 아니라 오후 1시18분이었다. 김 교수는 “심야 활동과 수면 부족으로 생체시계가 뒤틀릴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형태”라고 설명했다. 고정 주간배송을 하는 쿠팡 기사 문지훈(46·가명)씨는 피부온도의 최고점이 자정~새벽 1시로 관찰돼, 기준 시점(새벽 3~5시)과 2시간 정도 차이 날 뿐 리듬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피부온도의 ‘진폭’도 리듬 변화에 힌트를 준다. 심야배송 기사 김호준(43·가명)씨의 경우 하루 평균 피부온도와 최고온도의 차이가 6.48℃로 크게 벌어진 반면, 문지훈씨는 2.02℃였다. 기자 역시 심야배송을 할 땐 2.44℃였는데, 주간배송 시기엔 1.69℃로 줄어들었다. 이는 심야노동이 체온 리듬을 흔들고, 주간노동이 리듬을 다시 좁혀준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밤에 일하면 언젠가는 ‘밤형 리듬’으로 완전히 적응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결과는 정반대의 사실을 말한다. 김 교수는 “심야노동자는 대부분 낮에 활동하도록 짜여 있는 생체시계를 유지한 채 밤에 일하는 미적응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연구도 장기간 심야노동자 중 완전히 ‘밤형’으로 적응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보고한다.
김 교수는 기자가 2주간 심야·주간 택배기사로 일하며 기록한 생체신호는 한 가지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심야노동은 수면을 흔들고, 회복을 방해하며, 생체시계를 뒤틀어 장기적인 건강위험을 높인다. 반대로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기본 리듬만 회복해도 몸은 놀랄 정도로 빠르게 안정된다. 즉, ‘피곤하다’는 느낌 뒤에는 실제로 수면·혈압·체온·신경계가 모두 뒤틀린 몸의 기록이 있었던 셈이다.
“시간 압박 있는 심야노동, 역학조사 반드시 필요”
생체리듬의 혼란은 단순히 피곤함이나 집중력 저하에서 끝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수면 박탈과 리듬 교란이 반복되면 교감신경 항진, 만성염증 반응, 혈압·혈당 조절의 불안정이 겹치면서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역시 심야 교대근무를 ‘인체 발암 가능 요인’(Group 2A)으로 분류한다. 장시간의 심야노동이 일부 암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축적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겨레21의 실험 결과는 쿠팡의 심야배송 기사의 건강 악화가 이미 상당 부분 누적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실험에 도움을 준 전문가들은 심야배송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더 위험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전통 제조업과 달리 (쿠팡 심야배송은) 누적 효과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위험을 충분히 감지하지 못한 상태”라며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독립계약자 신분이기 때문에 고위험 노동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개개인이 배송 작업으로 암에 걸렸다고 입증하기는 대단히 힘들지만, 경향성을 반드시 띨 것”이라며 “시간 압박이 있는 ‘의존형 노동’을 심야에 할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나오면 문제가 있을 거라고 본다. 역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원인 제공자(쿠팡)도 사전에 예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485.html
10시간 쉬지 않고 계단 뛰었다… 죽음의 새벽배송 “쓰러지기 전까진 ‘그때’를 모른다” (한겨레21, 류석우 기자, 2025-12-05 15:07)
쿠팡 심야-주간 14일 택배노동 일기
심야 3회전·마감 압박…더 빨리 더 많이 배송하게 하는 ‘심야배송’ 체념의 현장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737
제주 쿠팡 택배기사 숨진 지 한 달···쿠팡 청문회 촉구한 유족들 (참여와혁신, 강성진 기자, 2025.12.10 17:48)
지난달 10일 제주서 야간 배송 중 쿠팡 택배노동자 사망 사고 발생
유족 “국회가 청문회 열어 쿠팡·대리점 책임 물어야”
제주시에서 야간 배송 업무를 수행하던 쿠팡 택배노동자 오승용 씨가 숨진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오승용 씨의 유족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하 기후에너지환노위) 위원들이 국회 청문회를 열어 쿠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김광석, 택배노조),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진보당 쿠팡 과로사 대책위원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쿠팡 청문회 개최 촉구 유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새벽 제주시 노형동에서 야간 배송 업무를 수행하던 쿠팡 택배노동자 오승용(33) 씨가 운전 중 통신주를 들이받아 숨졌다. 고인은 쿠팡의 물류 부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와 위탁 계약을 체결한 택배대리점 칸로지스틱스와 계약을 맺고 야간 배송 업무를 수행했다.
택배노조는 고인이 과로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이 휴일 없이 주 7일 이상 배송 업무를 수행한 기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 사고 2일 전까지 부친의 장례를 치른 뒤 택배대리점에 이틀 휴무를 요청했지만, 하루밖에 쉬지 못한 채 업무에 나서 피로가 가중된 상태였을 것으로 봤다.
강민욱 택배노조 부위원장 겸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고인은 생전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켜놓은 상태에서 근무했다. 구글 지도 타임라인(방문 장소·경로·시간을 기록하는 서비스)을 통해 확인한 결과 10월 8일부터 15일까지 8일 연속 야간 배송 업무를 수행한 게 확인됐다”며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배송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앱은 주 7일 이상 연속으로 로그인할 수 없게 돼 있다. 고인이 일했던 대리점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주 7일 이상 일할 수 있게 타인의 계정을 쓰도록 한 것”이라 말했다.
이어 “고인은 사고 이틀 전까지 부친의 장례를 치렀다. 장례를 마친 뒤 대리점에 2일 휴무를 요청했지만, 택배대리점에선 1일 휴무를 부여했다”며 “결국 고인은 장례를 치른 뒤 하루만 쉬고 야간 배송 업무를 수행하다 숨졌다. 주 7일 이상 연속 야간 노동과 장례를 치르느라 누적된 피로 때문에 고인의 몸 상태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나빠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인의 배우자 A씨는 국회 기후에너지환노위에서 청문회를 열어 고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쿠팡과 택배대리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남편이 새벽 배송을 하다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쿠팡은 고인과 유족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며 “최근 대리점에서 보여준 남편의 계약서엔 처음 보는 막도장이 찍혀 있었다. 남편이 직접 작성한 계약서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남편은 쿠팡과 대리점의 무관심과 구조적 방치 속에서 죽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이유로 숨졌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쿠팡과 대리점에 책임을 묻고, 사고 원인을 밝히길 바란다. 다른 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했다.
기후에너지환노위 소속 위원들도 청문회를 개최해 쿠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은 고 오승용 씨가 숨진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쿠팡은 한 달간 유족에게 공식적 사과조차 거부하며 택배대리점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며 “하지만 속도 경쟁 속에서 대체인력조차 충분치 않은 배송 시스템을 설계한 것은 쿠팡 원청이다. 청문회를 열어 쿠팡에 책임을 묻고, 쿠팡의 실질적 총수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국회로 소환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오늘도 쿠팡에선 연속야간노동, 충분한 휴식이 없는 고강도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구조를 방치해선 안 된다”며 “기후에너지환노위에서 시급히 쿠팡에 책임을 묻는 청문회를 개최하고, 김범석 의장을 출석시켜야 한다. 쿠팡 택배노동자, 물류센터노동자의 연이은 과로사와 편법을 활용한 연속적 새벽 배송 등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국회 기후에너지환노위에서 청문회를 열어 쿠팡 택배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점검하고, 쿠팡에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1·2차 사회적 합의(이하 사회적 합의) 이행 확약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 1월 쿠팡이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배송 물량 분류 작업 전가 금지, 과로 문제 개선 등이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사회적 합의 이행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난 청문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타인의 계정을 이용한 연속 야간 노동도 사고의 원인이다.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쿠팡 택배노동자가 과로하는 이유를 잘 살피고, 쿠팡에 사회적 합의 이행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쿠팡과 칸로지스틱스 측은 고 오승용 택배노동자가 과로 때문에 숨졌단 기자회견 참석자들의 주장에 대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102001025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경향, 김광호 논설위원, 2025.12.10 20:01)
‘노동의 조건’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일하는 사람을 지킬 최소조건조차 없다면, 과거 노동자를 갈아넣던 ‘노동 정글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새벽배송 제한’ 논쟁은 이처럼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의지로 노동 조건을 선택하는가. 삶이 하나의 출구뿐인 미로에 갇혀 있다면, 그 출구를 향한 조급한 걸음을 자유라 할 수는 없다. 노동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그런 미로에 가두지 않으려는 투쟁의 역사였다.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지난해 5월 숨진 쿠팡 새벽배송 기사 정슬기씨가 원청의 “달려주십쇼”라는 지시에 남긴 답 문자다. 고인은 숨지기 전 6일 동안 새벽배송을 하며 주 73시간 이상 일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숨진 오승용씨도 8일 연속 야간배송을 했다. 올 들어서만 쿠팡의 택배·물류센터 노동자 8명이 과로로 숨졌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2020년 야간근무를 ‘발암 가능 요인’으로 분류하면서 노동시간대·반복성·교란 여부를 중요 요소로 평가했다. 이처럼 야간노동이 건강에 치명적임은 인간이면 직관적으로 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수면·건강권을 위해 ‘0~5시 배송’을 제한하자는 택배노조 제안에 기업은 물론 소비자단체, 일부 택배기사들까지 반발했다. 소비자 권익을 무시하고, “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느냐”는 이유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또한 자유의지라는 반발인데, 이를 선선히 수긍해도 될까. ‘편리’와 ‘필요’로 마음을 가리고 위험을 모른 체하는 건 아닌가.
노동 선택의 자유가 기만인 역사적 사례는 숱하다. 산업혁명기 도시로 이농한 노동자들은 법적 자유민이었으나 생계 때문에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19세기 리얼리즘 문학이 고발하듯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강제노동’이었다. 경제개발기 얼마나 많은 이 땅의 누이들 또한 ‘근면·저임금이 미덕’이란 위선 속에 야근과 잔업에 삶을 저당 잡혔는가.
이런 역사적 경험의 결과 한 사회의 지속을 위해 최저임금, 노동시간 규제 등 노동의 최소조건은 국가의 책무가 되었다. 지금은 택배기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이 녹아내리는 것도 모른 채 ‘자기 착취’를 강요받는다. 성실한 만큼 더 큰 대가를 받는다는 ‘인센티브 임금’의 덫에 과로를 선택하지 않으면 게으르거나 무능한 게 된다.
쿠팡을 보며 내내 의문스러운 건 ‘혁신기업’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과거에 없던 야간노동 형태를 만든 게 정말 혁신일까. 그저 노동을 갈아넣는 방편이라면 과학기술을 나쁜 형태로 훔친 것에 불과하다. 자본의 탐욕에 맞서 권리를 지켜온 인류가 이번엔 ‘알고리즘’이라는 가장 비인간적인 적을 만났다.
노동 조건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힘의 균형 속에서 결정돼야 한다. 기업과 시장은 효율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을 분해하고 최소조건조차 무화하려 한다. 일하는 사람들에겐 힘 모아 싸우는 것만이 무기였다. 국가는 ‘법’으로 최소한의 조건을 제도적으로 중재·보장한다. 그게 노동권 신장의 역사였다.
한 사회가 진전시켜온 인간 권리를 지킬 책무는 구성원 전체에게 있다. 그 맨 앞에 정치가 있음은 물론이다. 새벽배송 문제를 ‘표’가 아니라 인간과 역사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지속 가능한 사회의 문도 열린다.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각자 절실한 이유로 새벽배송을 선택한다’ 같은 논리는 죄책감을 덮으려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을 방편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은 파괴한다.
이 글의 목적은 부끄러움을 쓰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더 많은 공감으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쿠팡을 궁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이용하는 이들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오만하던 쿠팡도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로 벼랑에 몰렸다. 200만명의 이용자가 며칠 새 이탈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권익이 침해당한 데 대한 정당한 응징이다. 그 정의로움이 새벽배송 제한에도 이어졌으면 싶다. 쿠팡이 15년 만에 연매출 40조원 기업으로 성장할 동안 노동자든 입점업체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기업이 소비자를 경시하는 것 또한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우리 삶이 왜 흔들리는지 아는가. 옆에 또 다른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확률 속에서 부르르 몸을 떠는 ‘양자 진동’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선택의 자유’라는 자본의 거짓을 방치할 때, 그 위선은 우리 자신의 위선이 된다. 새벽배송이 과연 이용할 만한 서비스인가, 누군가의 삶을 소모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한번 더 의심해보았으면 한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523.html
“심야배송은 수십년 연구로 축적된 확인된 위험” (한겨레21, 류석우 박준용 기자, 2025-12-12 10:55)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교수 인터뷰 “건강·수명 소모되지 않는 노동구조 만들어야”
‘원래 하면 안 되는 시간대에 하는 노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김현주 이화여대목동병원 교수는 고정적 심야노동(0~새벽 5시)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그렇게 일하는 것은 일반적인 야간노동보다 더 건강에 위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야간노동이 단순히 ‘피곤한 시간대에 일한다'가 아니라, “이미 많은 연구로 확인된 위험”이라는 뜻에서다. 낮과 밤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인체의 일주기 리듬을 장기간 거스르면 수면 부족을 넘어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암까지 발병할 수 있다.
택배 종사자 산재 2배 늘때 야간 산재 4배 늘어
최근 수년간 확장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위해 택배 종사자는 심야노동을 매일 고정적으로 하고 있다. “확인된 위험”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심야배송 업무를 맡는 택배노동자에게서다. 2025년 11월15일 김 교수가 중간 발표한 연구를 보면, 2024년 택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산업재해는 2022년에 견줘 2.12배 늘었다. 특히 야간시간대(밤 10시~새벽 6시) 산재는 같은 기간 4.04배나 늘었다. 비야간시간대 산재는 1.88배 늘었다.
이 결과는 ‘새벽배송 논쟁’에도 시사점을 준다. 아침 7시까지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새벽배송 시스템에 제어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택배노동자의 야간시간대 산재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물론 “야간노동은 쿠팡 택배기사가 스스로 내린 선택이고,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쿠팡 택배노동자가) 건강을 잃어가며 버텨야만 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꿔야 하는 것”이라며 “(야간노동은) 개인의 판단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진단을 넘어 사후관리와 노동환경 개선을 결합한 산업보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한겨레21은 2025년 12월5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목동병원의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ㅡ택배노동자의 야간시간 산재 증가율이 급증했다. 이 결과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심야배송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쿠팡·마켓컬리·이마트 ‘쓱배송’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야배송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산재가 늘고 있다는 경향을 시사한다.”
ㅡ국제암연구소(IARC)는 활동주기를 교란하는 야간교대근무를 ‘2A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밤에 강한 인공조명을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멜라토닌은 디엔에이(DNA) 손상 복구, 세포 성장 조절, 산화 스트레스 완화 같은 암 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반복적으로 억제되면 생체시계 전체가 교란되고, 그 결과 유방암·전립선암·대장암 등 특정 암의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연구가 수십년 축적됐다. 노동자 개인의 체력이나 생활습관 차원이 아니라 작업 형태 자체가 만성적인 생체리듬 교란을 유발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ㅡ아크릴아마이드나 우레탄 같은 화학물질도 야간노동과 같은 2A군 발암물질이다. 왜 야간노동의 위험성이 더 강조될까.
“아크릴아마이드 같은 2A군 물질은 조리 방식과 작업 공정 등 관리체계로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해성은 있지만 위험은 관리 가능’하다. 반면 야간노동은 ‘노출을 선택하거나 피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특히 심야배송처럼 고강도·고속도의 노동과 결합하면 매일, 수년간 지속되는 ‘고강도·지속적 노출’이 된다. 단순히 등급만 놓고 ‘같은 급이니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후 건강관리로 노동환경 개선해야
ㅡ심야에 배송하는 노동자와 낮에 일하는 노동자의 가장 큰 의학적 차이점은 무엇인가.
“밤은 우리 몸이 회복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중량물 반복 취급, 뛰다시피 하는 배송 동선, 집중을 요구하는 운전, 시간 압박이 그대로 진행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그러면 혈압 비하강(non-dipping), 우리 몸의 생체시계, 즉 일주기 리듬 붕괴 같은 변화가 겹쳐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상당히 증가한다.”
ㅡ쿠팡은 현재 퀵플렉서(특수고용 배송기사)에게 건강검진 비용만 제공한다. 어떤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강진단 체계를 배송기사뿐 아니라 전속성이 높은 특수고용 노동자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건강진단뿐 아니라 건강상담 제공 등 사후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CJ 대한통운은 공공기관에 의뢰해 건강진단 결과 이상자에 대해서 상담을 제공하고 있고, 마켓컬리도 전문단체와 계약해 월 1회 방문상담을 하고 있다. 쿠팡은 물론이고 다른 배송 기업들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체계다. 하지만 건강관리는 검진과 상담만으로 끝나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을 악화하는 구조적 요인인 노동강도, 노동시간, 물량 알고리즘을 모니터링해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차·물량 알고리즘의 투명성, 노동강도·노동시간의 지속적 모니터링, 과도한 물량 증가를 개선하는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건강진단은 출발점이고, 진짜 필요한 것은 사후관리와 노동환경 개선을 결합한 산업보건 체계다.”
ㅡ현재 국회 주도로 노동계와 기업이 참여하는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은.
“장시간노동·야간노동 규제와 표준 수수료 체계를 반드시 함께 논의해야 한다. 현재 택배노동의 장시간·고정 야간노동과 과도한 노동강도는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수수료 체계가 노동시간을 늘리고 위험한 시간대 노동을 사실상 유도하는 구조와 연결됐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낮으면 기사들이 더 많이, 더 늦게까지 일해야 수입이 맞춰지는 구조가 되면서 과로와 심야노동이 고착화된다. 수수료 인상 자체는 필요하지만, 그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더 오래, 더 늦게 일하도록 압력을 만드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적정 시간 내에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선택의 자유’가 보호하지 못하는 건강과 수명
ㅡ쿠팡 소속 배송기사들과 면담하고 연구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대다수의 야간배송 기사는 현재 업무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금의 수입을 다른 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야간시간대 노동이 초래하는 건강위험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야간노동의 건강 영향은 대개 서서히, 누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쿠팡의 야간 고정 노동자들이 지금의 일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 선택의 결과로 발생하는 위험은 시간이 지나며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죽도록 일하면 정말 일찍 죽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의 건강과 수명도 소모되지 않는 노동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회가 책임져야 할 역할이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524.html
로켓처럼 빠른데 공짜인 배송은 없다 (한겨레21,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부, 2025-12-12 10:56)
비용·건강 위험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혁신’…‘소비자 편의’가 규제 기준인 사회는 당연한가
쿠팡의 새벽배송 논쟁이 야간근무의 생리적 위험에 집중되고 있지만, 실제 배송기사의 과로사와 건강위험을 만드는 구조는 따로 있다. 야간근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하는 저임금 구조와 속도 경쟁을 강제하는 빠른 배송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노동자들이 야간근무를 ‘선택’한다고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 수준 기본급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야간수당이 포함된 고정 야간근무를 하는 것이다.
쿠팡이 한국에 구현한 ‘아마존 경제’
정치경제학자 캐슬린 실렌은 미국의 아마존을 분석하며 “낮은 가격-낮은 임금-높은 편의”라는 삼각 구조를 설명했다. 쿠팡은 이러한 ‘아마존 경제’를 한국의 토양 위에 구현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쿠팡의 사업모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소비자에게는 무료에 가까운 빠른 배송을 제공하고, 노동자에게는 낮은 비용과 높은 유연성을 요구하며,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회사와 사회가 아니라 노동자 개인이 떠안는 구조.
쿠팡이 내세우는 로켓배송, 로켓와우 무료배송, 로켓프레시 새벽배송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이다. 밤 11시 전에 휴대전화로 몇 번만 터치하면 다음날 새벽 현관 앞에 물건이 도착한다. 대형마트에 갈 필요도, 아이를 데리고 장을 보러 나갈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 편의를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따라가보자.
먼저 낮은 가격을 통한 시장 점유다. 쿠팡은 출혈경쟁 수준의 가격정책과 무료 또는 저렴한 배송을 결합해 시장점유율을 키워왔다. 소비자는 ‘오프라인보다 싸거나 비슷한 가격인데, 배송까지 공짜’라고 느낀다. 다음은 이른 새벽 배송 서비스라는 높은 시간적 편의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빠른 배송 약속을 브랜드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삶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서비스다.
그러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아주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경제학적으로 ‘로켓처럼 빠르면서도 공짜인 배송'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송 비용은 어디선가 누군가가 부담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 그 비용은 상당 부분 물류·배송 노동자의 낮은 단가와 과도한 작업 강도, 그리고 과로로 인한 질병과 산업재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 가족 돌봄 공백 등 공공 사회보장제도가 부담해야 할 외부 비용으로 전가된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새벽 시간대에 극단적으로 압축된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해진 시간 안에 수십 개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없는 다세대주택을 수십 차례 오르내리기도 한다.
이 구조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진화한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혁신 관련 법 제도 등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소비자의 만족’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이익 창출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은 결과다.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과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혁신적 기업'으로 인정받는 동안, 그 뒤편에서는 누군가가 저임금으로 건강위험을 담보한 채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제도 안에 단단히 새겨졌다.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독립계약자는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심야 택배 종사자의 산업재해 승인과 사망 사례가 급증하고, 사망자 53명 중 상당수가 과로사로 분류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쇼핑 플랫폼’에 유리한 지형
하지만 기업이 이 구조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확대하는 이유가 있다. 쿠팡의 시장 지배력, 물류센터의 열악한 환경, 새벽배송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문제 삼으면 금세 돌아오는 반응은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싸지 않으냐”는 것이다. 규제 기준이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가격과 편의'가 되는 순간, 플랫폼 기업은 정치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쿠팡은 이제 더는 하나의 ‘쇼핑 앱'이 아니라 수많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의존하는 유통 인프라에 가까워졌다. 많은 가구가 식료품과 생필품 구매를 이미 쿠팡 같은 플랫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이 “새벽배송을 제한하겠다” “야간 상업배송에 규제를 두겠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한 기업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 수백만 소비자에게 “당신의 생활이 지금보다 불편해질 수 있다”고 통보하는 일처럼 비친다. 누가 로켓배송을 줄이는 정치인, 정책수립자 역할을 자청하겠는가? 여기서 핵심은 사람들의 정체성이 ‘시민’이 아니라 ‘소비자’로 우선 작동한다는 점이다.
시민이라면 우리는 야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과로사 문제, 지역 상권 붕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 통제 같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로서 앱을 열고 상품을 고르는 순간, 우리의 관심은 “얼마나 싸게, 얼마나 빨리”로 좁혀진다. 정치적 논쟁도 이 틀에 갇힌다. “로켓배송을 규제하자”는 이야기는 쉽게 “국민의 편의를 빼앗는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프레이밍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란 말이 규제 논의를 압도한다.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단순히 ‘기업이 착하게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규제의 기준과 담론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지금처럼 “소비자가격과 편의”만을 중심에 놓는다면, 어떤 규제든 곧바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제”로 비난받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그 편의가 누구의 몸과 시간을 대가로 삼는가, 그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사회적 비용은 누가 떠안는가를 함께 묻는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심야 상업배송의 시간대를 제한하자는 논의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필수재가 아닌 상품에 대해서는 최소수면 시간이 보호될 수 있도록 배송시간을 제한하고, 힘든 노동에 대한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물류센터를 더는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사실상 수천 명이 상시 근무하는 ‘대형 작업장'으로 규정해 냉난방, 환기, 휴게공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로만 살까, 시민으로 살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로 길든 우리의 정체성을 조금씩 재구성하는 일이다. 혁신에 대해 던지는 질문 역시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싸고 더 빨리 배달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모두가 인간다운 속도와 조건 속에 일하면서도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물어야 한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지, 그리고 나는 소비자로만 살지 아니면 시민으로 살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65703109&code=11151400&cp=nv
옐로카드 아랑곳 않는 배송 속도전 (국민일보, 이다연 기자, 2025-12-15 02:04)
쿠팡사태로 심야배송 재조명 속
유통시장 ‘쿠팡 답습’ 아이러니
이커머스 속도전 더욱 거세져
이커머스 시장이 딜레마에 봉착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쿠팡’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배송 속도전’에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과도한 성장중심주의와 속도 경쟁이 쿠팡 폐단의 핵심 원인이라는 공감대가 두터운데도, 시장에서는 쿠팡의 성공전략을 답습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
새벽배송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빠른 배송 방식에서 빠져 나오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현재 두 갈래의 파고를 맞고 있다. 한쪽에서는 평균 1~2시간 내 도착을 앞세운 퀵커머스 경쟁이 치열하고 탈쿠팡족을 끌어들이기 위한 새벽배송 강화에 나섰다. 다른 한쪽에서는 초심야 배송 제한 논의가 불붙으며 새벽배송의 지속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새벽배송을 중단하자는 게 과연 가능하냐”는 의견과 “그 속도가 과연 지속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팽팽히 맞선다. 속도전이라는 현실과 속도조절이라는 명분이 뒤엉킨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쿠팡 답습 양상이 뚜렷하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을 해 오던 컬리와 SSG닷컴은 각각 15일과 19일까지 새벽배송 무료 기준을 4만원에서 2만원으로 낮췄다. 다른 이커머스업체들도 빠른 배송을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의 속도 전략이 시장의 표준으로 굳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속도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퀵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주문은 2년 새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늘드림은 전국 매장과 도심형 물류센터(MFC)를 연결해 평균 55분 내 배송을 구현한다. 배달플랫폼 쿠팡이츠는 앱 메인에 ‘평균 30분 무료배송’을 앞세워 1위 사업자 배달의민족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GS25·CU를 비롯해 GS더프레시, 킴스클럽, 신세계 뷰티 편집숍 시코르까지 속속 입점하면서 퀵커머스 시장 확대를 노린다. 배달의민족은 B마트를 통해 신선식품·밀키트·생활용품·소형가전 등 다양한 상품을 즉시 출고하며 퀵커머스 시장을 선점했다. 평균 배송 시간은 30분~2시간이다.

시장의 양상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일단 명분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야간 노동이 너무 가혹해 노동자가 심야 노동 중에 많이 사망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에 적용되는 야간노동 50% 할증 규정 가운데 특히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의 추가 인상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심야노동 규제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물론이고 ‘새벽배송 생태계’에 의존하는 소상공인과 물류센터 노동자 등 곳곳에서 반발이 거세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새벽배송 금지를 막아달라”는 워킹맘의 청원은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상임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있다. 물류센터 일자리 감소 우려 뿐 아니라 택배 노동자들이 높은 수입과 낮은 교통 혼잡을 이유로 심야 근무를 선호한다는 점도 거론된다.
빠른 배송이 일상인 상황에서 이를 강제로 막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의견도 끊임없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만든 속도 기준은 서비스 수준을 넘어 소비자 락인(lock-in)을 고착시킨 산업 규칙”이라며 “경쟁사들도 생존하려면 비용을 감수하고 속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51215102628876
[전문가 기고] 편리한 새벽배송 서비스, 이대로는 안된다 (아주경제, 이나경 기자, 2025-12-16 05:00)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기고
최근 '새벽배송·로켓배송·총알배송'으로 대표되는 초고속 배송 서비스는 대한민국 유통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소비자들은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서 신선식품을 받는 편리함을 누린다. 그러나 화려한 편의 뒤에는 심야 시간에 극한 노동을 견뎌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이 숨겨져 있다.
새벽배송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심야에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검수하고 포장해야 한다.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국민이 잠든 시간에 새벽배송 차량을 몰아 위험천만한 도로를 달린다. 문제는 야간·심야 노동이 인간의 생체리듬을 깨뜨려 만성질환, 과로사, 산업재해 위험을 급격히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야간 고정근무는 신체가 적응할 수 없으며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폭증하며 과로사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됐고 2021년 택배업계·노조·정부·소비자단체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까지 이뤄졌다. 당시 합의문에는 '밤 9시 이후 심야 배송 제한'과 '분류작업은 배송기사 업무에서 제외'가 명시됐다.
그럼에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택배기사의 평균 노동시간은 여전히 주당 약 70시간에 육박하며 설령 아프더라도 쉬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0일 제주에서 새벽 배송을 마치고 복귀하던 30대 기사가 사고로 숨졌다.
조사 결과 그는 주 6일·하루 11시간 30분을 고정적으로 근무했고 야간 할증 기준을 적용하면 주 83.4시간의 노동이었다. 심지어 쉬어야 할 하루마저 타인의 아이디로 대체해 일할 수밖에 없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올해만 야간노동과 새벽배송으로 인해 4명이 숨졌다. 전국택배노조는 2020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택배기사 등 모두 27명이 일을 하다 숨졌다고 추산한다.
이것은 단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강요다. 택배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한다면 마땅히 근로시간 제한, 안전장치, 휴식권 보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성을 인정하면서 노동시간 규제는 외면하는 것은 반쪽짜리 법·제도에 불과하다.
새벽배송의 실체는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가 턱없이 낮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일부 대기업은 '택배기사 연 소득 6900만원'이라는 홍보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차량비·유류비·보험료·수리비 등을 제외하면 연 소득이 4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한밤중 폭우·폭설 속에서 생명을 걸고 일하는 노동자가 사무직 평균 연봉 수준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과연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것인가.
또 물류센터의 냉난방 시설 미비 또한 여전히 심각하다. 신선식품 물류센터에서는 난방기 가동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겨울에도 장시간 추위에 노출된다. 기술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단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하지 않을 뿐이다. 결국 비용 절감의 대가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다.
택배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필수 공공서비스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과 정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만 관심을 보일 뿐이며 구조적 개선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 국민의 편의 뒤에서 누군가의 건강과 삶이 무너지고 있다면 결코 선진국의 모습이 아니다.
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새벽배송의 대가로 누군가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 정당한가. 새 정부와 국회는 심야·새벽배송이 초래하는 위험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빨리빨리' 문화가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함께'와 '안전'이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며 선진국이다. 국민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택배 서비스 뒤에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 택배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음으로 삶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1493619
낮엔 학교·회사, 밤엔 물류센터로 …"새벽 노동은 착취 아닌 선택" (매경, 최예빈 기자, 2025-12-16 17:57:21)
'새벽배송 제한' 논란 속 쿠팡 물류센터서 일해보니
생활비 벌러 온 학생·직장인
"2030 일자리 왜 뺏나" 분통
생활 인프라 된 새벽배송
물류센터 새벽시간 셧다운땐
2천만여 이용자 불편 우려
중요한건 시간 아닌 근무여건
적절한 보상·안전확보 우선
"정치인들이 왜 막나요. 이건 제 선택인데요." 밤 9시 경기도 광주 쿠팡 곤지암1센터의 출고 라인. 신선식품을 다루는 현장인 만큼 실내 온도계가 3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지급받은 방한복과 방한화를 착용한 채 카트를 끌며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작업자는 토드(상자)에 상품을 차곡차곡 담아 컨베이어벨트에 올린다. 신선식품으로 가득 찬 토드는 쉼 없이 흘러갔고 심야 작업은 새벽 2시에 끝났다.
기자는 직접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으로 일하며 휴식 시간마다 동료 근로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시간대에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최근 불거진 '새벽 노동 금지' 논의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업무는 크게 입고(IB), 출고(OB), 재고관리(ICQA), 허브(HUB)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입고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을 물류센터에 배치하는 역할이고, 출고는 고객 주문에 따라 상품을 토드에 담아 내보내는 작업이다. 재고관리는 물류센터 내 재고의 정확성을 점검하는 일이다. 허브는 각 지역 배송지에 맞게 물품을 분류하거나 상하차하는 업무를 맡는다. 허브는 작업 강도가 높은 편이라 지원자가 적다. 일부 센터에서는 다른 공정 인원에게 추가 수당 3만원을 제공하며 허브 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허브를 제외한 나머지 세 업무는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편이다. 출고 공정에서 집품(picking)에 투입된 기자 역시 '1+1 우유 상품' 14개를 나눠 담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단순 업무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일을 마칠 무렵 휴대전화를 켜보니 그날 찍힌 발걸음 수가 2만보를 훌쩍 넘었다. 두툼한 방한복은 이미 허리춤에 반쯤 걸쳐 있었다.
곤지암센터에서 만난 20대 커플은 새벽배송 금지 논란에 대해 "왜 국가가 내가 일할 시간을 대신 정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데이트 비용을 벌려고 함께 나왔다"며 "이것도 일종의 데이트"라면서 웃었다. 낮에는 각자 학교 일정으로 바쁘다 보니 주말 밤이 유일하게 맞는 시간대였다. 이들에게 새벽 노동은 착취가 아니라 일정과 소득을 동시에 맞출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였다.
또 다른 20대 여성 A씨는 유럽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 물류 일을 택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비교적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며 "같은 시간 동안 낮에 일해서는 이만큼 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센터에서 출고 업무를 해봤지만 크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새벽배송 금지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B씨는 틈날 때마다 쿠팡 물류센터 야간 일용직으로 일한다. 그는 새벽배송 논란에 대해 "현장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허브 업무를 해보면 컨베이어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시간에 맞춰 화물을 6~8단으로 쌓아올려야 한다. 새벽배송을 금지할 경우 물류센터에 쌓이는 방대한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B씨는 "입고·출고·허브를 모두 해봤는데 주간조와 야간조가 교대되는 잠깐의 시간을 제외하면 물류센터는 사실상 24시간 돌아간다"며 "소비자에게는 새벽배송이라는 편의를, 2030세대에게는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구조인데 이를 왜 무너뜨리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C씨는 주말마다 쿠팡 일산캠프에서 주간 및 야간직을 병행했다. 본업 소득만으로는 외벌이 가계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한 번 근무하면 10만~13만원의 일당을 받을 수 있어 '투잡'으로 쿠팡만 한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쿠팡 겸업과 투잡 관련 정보가 다수 공유되고 있다. 공무원이 아니고, 본업과 부업을 합한 월 소득이 637만원을 넘지 않으며 월 60시간 또는 월 8회 이상 근무하지 않을 경우에는 쿠팡 일용직으로 근무한 사실이 본업 회사에 통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C씨도 이 기준을 활용해 매주 토요일 네 차례 주야간 근무를 해왔다. C씨는 "집 근처 역에 위치한 배달의민족 B마트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는 응모를 해봤지만 한 번도 당첨되지 않았다"며 "배민에 비해 쿠팡 물류센터 알바는 외곽으로 가야 하지만, 셔틀이 오고 밥도 줘서 다닐 만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노동계 일각에서는 새벽 노동이 건강과 안전을 해친다며 새벽배송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공통된 인식은 달랐다. 본질적 문제는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아니라 근무 환경과 조건이라는 것이다. 강요 없는 선택인 이상 그에 걸맞은 보상이 주어지는지, 근무 현장에서 충분히 안전이 확보되는지가 핵심이라는 주장이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444140
'과로사 논란' 심야 배송…편리함 뒤의 희생, 해법은? (CBS노컷뉴스 장세인 기자, 2025-12-16 19:26)
"쿠팡, 노동 환경 개선에 역행하며 급성장"
"기독 시민사회, '윤리적 불편함' 감수해야"
[앵커] 연이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로 새벽 시간까지 이어지는 '심야 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특히 온라인 유통 공룡으로 급성장한 쿠팡의 '로켓 배송'이 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데요. 문제의 원인을 짚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소비자의 편익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편리한 소비 생활 뒤에 가려진 노동자의 고된 현실과 생명권.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의 핵심에는 쿠팡을 필두로 한 심야, 새벽 배송 경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영등포산업선교회가 마련한 심야배송 집담회에서는 쿠팡의 배송 구조가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2021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물류가 늘어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택배업체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제외됐고, 택배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 노력에 역행하며 택배시장의 '교란종'으로 급성장했다는 분석입니다.
[녹취] 우상범 박사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전 연구원 "기존 택배사들은 이 (합의)조항을 지키면서 질서를 만들어갔는데 (쿠팡) 택배가 그 조항을 다 어기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면서 CJ를 밀어내고 쿠팡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합니다."
택배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편의와 일할 권리를 들어 심야배송 서비스가 현재처럼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배송 제도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노동 강도를 견뎌야 한다는 점입니다. 새벽 배송 노동자들은 대부분 아침 7시가 되기 전까지 하루 3회전 배송을 소화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80년대 노동운동 이전의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손은정 총무 / 영등포산업선교회 "이 쿠팡은 시장을 독점하면서 동시에 '전쟁 같은 밤일'을 부활시켰어요. 지난 5년 사이에 30명 정도 사망했습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기독 시민사회에서 먼저 '윤리적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단순한 편리함의 추구가 누군가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단 겁니다.
[녹취] 이창호 본부장 / 기윤실 자발적불편운동본부 "내 소비가 정말 누구에게 이익을 가장 가져다 줄 것인가? 내가 이 소비를 함으로 해서 기업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서 내가 절제하고 조금 더 어렵고 어쩌면 아파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서 소비를 줄여 나가는…"
이들은 신선식품 등으로 심야 배송 품목 제한, 야간 할증료 부과, 새벽 배송 인력 확충 등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 상생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권을 담보로 한 무한 경쟁이 아닌, 모두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업, 정부, 그리고 소비자의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35423.html
‘탈팡’도 고민했지만…시민 10명 중 4명 ‘새벽배송 이용 줄였다’ (한겨레, 정인선 기자, 2025-12-19 05:01)
새벽배송 대표 플랫폼인 쿠팡에서 노동자 과로 사망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10명 중 4명꼴로 새벽배송 이용을 줄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안과 우려에도 ‘탈팡’(쿠팡 탈퇴)이 여의치 않은 사정은 있지만, 새벽배송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강한 규제를 희망하는 심리도 포착됐다.
한겨레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여론조사기관 ‘시그널앤펄스’와 진행한 ‘쿠팡 및 새벽배송 서비스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18일 보면, ‘쿠팡의 노동자 과로사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새벽배송을 줄였다’는 응답이 42.7%였다. 응답자 70.5%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새벽배송 노동자 건강과 안전이 우려된다는 응답도 59.8%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전국 만 18살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ARS) 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모두 729명이었는데,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자 사망 사고 뒤에도 ‘새벽배송 이용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 비중은 절반이 넘는 50.5%였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시간 부족(27%), 생활의 일부로 적응(22.9%), 가족 돌봄 시 필요(15.3%), 주변 기반시설이 부족해 대체 구매 경로 없음(14.5%) 등이 꼽혔다.
10년차 방송국 프로듀서인 ㄱ(33)씨는 “새벽배송 노동자들이 과로사한 뉴스가 몇년째 나오는데도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기업들 모습에 실망해 ‘쿠팡 탈퇴를 고민했다”면서도, “막상 촬영 현장에서 급히 필요한 소품 등을 쿠팡이 아니라면 어디서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정아무개(39)씨도 “아이 어린이집 준비물이나 부모님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 등을 급히 조달하려면 새벽배송이 아닌 일반배송으로는 일정을 못 맞추기 일쑤”라고 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불편한 이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상당수 시민은 정부 규제를 통해서라도 새벽배송 플랫폼의 노동·개인정보 문제가 해소되길 바랐다. 개인정보 보안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시민이 81.6%, 노동시간 관리 등 노동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54.9%였다. 김기수 시그널앤펄스 대표는 “국민 상당수가 바라듯 정부가 적절한 규제를 통해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환경을 개선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자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36248.html
[단독] 쿠팡 “유족에 노동강도 높았다는 자료 주지 말라”…산재 회피 모의 (한겨레, 박태우 박다해 기자, 2025-12-23 20:05)
2020년 쿠팡 물류센터서 노동자 잇따라 사망
쿠팡이 2020년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고강도 노동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를 유족에게 주지 않거나 노동부 조사에서 ‘업무량이 많아 보였다는 말을 하지 말라’ 등 산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대책을 조직적으로 모의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3일 한겨레가 확보한 2020년 11월11일 쿠팡 인사·노무·대관·법무 담당자들 사이에서 오간 전자우편 내용을 보면, 쿠팡은 그해 5월27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인천4 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을 하다 심장질환으로 숨진 계약직 ㅅ씨 유족이 산재 신청을 위해 요청한 자료의 제공 여부를 검토했다.
쿠팡은 ㅅ씨 유족 대리인이 요구한 9가지 중 ‘노동 강도’와 관련된 자료는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쿠팡에서 업무지원 총괄을 맡은 변호사 ㅇ씨가 자료 제공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 당시 쿠팡에서 인사 업무를 총괄했던 해롤드 로저스(현 쿠팡 한국 법인 대표이사) 등 임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ㅇ씨는 “급여명세서의 경우 4월치 유피에이치(UPH·시간당 생산량) 인센티브 수당이 4월치 1만원, 5월치 20만5천원이 지급됐다”며 “5월치 수당이 많이 지급돼 노동강도가 높았다는 근거로 활용되거나 다른 용도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급여명세서는 유족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노동강도는 근로복지공단이 과로사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내용이다. 노동부 고시인 뇌심혈관질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은 12주·1개월·1주 평균 업무시간을 산정해 만성·급성 과로 여부를 판단한다. 이때 ‘교대제 업무’(야간노동)나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가중요인으로 봐 과로에 해당하지 않아도 산재로 인정한다.
ㅅ씨가 숨지기 전 5월27일까지 유피에이치 수당 20만5천원을 받은 것은 매일 정해진 목표량을 초과 또는 최대치로 달성했다는 뜻이다. 유피에이치는 노동자 개인의 시간당 처리 건수를 실시간 측정하는 성과 지표다. 당시 목표를 채우면 하루 5천원, 초과달성 땐 1만원, 최대치 달성 땐 2만원이 지급됐다. 같은 인천4 물류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는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장은 “유피에이치 수당의 구체적 지급기준을 노동자들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한달에 20만원을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 자체로 과중한 노동을 해왔다는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10일 경기 이천 쿠팡 마장물류센터에서 화동하이테크 소속 노동자 ㄱ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서도 쿠팡은 자신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것을 우려해 대책을 세웠다. 화동하이테크는 씨에프에스와 물류 자동화 설비(컨베이어벨트) 설치 공사 계약을 맺은 회사다. 당시 설비 검수 업무를 하던 ㄱ씨는 동료와 대화하던 중 쓰러져 숨졌다. 유족들은 주 8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11월18일 쿠팡 임원들 사이에서 오간 전자우편에는 고용노동부 조사에 대비하는 내용도 담겼다. 노동부 성남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이 ㄱ씨가 쓰러지는 걸 목격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직원을 면담하겠다고 요청하자,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쿠팡에서 업무지원 총괄을 맡은 변호사 ㅇ씨가 임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엔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소속 목격자) ○○님은 고인이 자키(팰릿 이송 장비)를 사용해 남은 부품, 설비 등을 정리하는 작업을 옆에서 도와주었는데 이는 선의로 화동하이테크의 업무를 도와준 것”이라며 “업무량이 많아 보여서 도와줬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고 지침을 내린다.
쿠팡은 물류 자동화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을 ‘건설공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해 1월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면서 도급인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강화됐지만, 건설공사 발주자에겐 도급인 책임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쿠팡에 두 사망 사고에 대한 사실관계와 대응방침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였지만, 문건을 제보한 쿠팡 전직 임원 ㄱ씨가 해고 조처에 대한 불만을 갖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ㄱ씨는 현재 쿠팡과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36249.html
“근로감독 강화될라”…쿠팡, 과로사 노동자 산재 취소 소송까지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5-12-23 20:15)
산재 은폐·축소 이어 ‘반노동 행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승인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노동자는 2021년 4월 물류센터에서 야간 고정 노동을 하다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쿠팡이 산재 은폐·축소에서 한발 나아가 산재로 인정된 사안을 법원에서 뒤집으려 소송을 낸 사례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씨에프에스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지급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건 지난해 6월이다. 씨에프에스는 “노동부의 강화된 근로감독을 받아들여야 한다” “유족이 민사소송을 내는 경우 불리해질 수 있다” “같은 업종의 산재보험료가 오른다” 등의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공단의 잘못된 판단으로 감당하지 않아도 될 불이익을 쿠팡뿐만 아니라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도 받게 됐다는 취지다. 씨에프에스 쪽은 한겨레에 “공단이 불승인 결정한 이후 다시 산재 신청이 들어오자 승인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중”이라며 “씨에프에스나 쿠팡 관계사에서 공단의 산재 승인에 행정소송을 낸 것은 이 사안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씨에프에스 쪽이 소송을 낸 산재 사고는 2021년 4월26일 발생했다. 이 회사 용인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최성락(당시 65살)씨가 직장 동료들과 음주 회식을 마치고 귀가해 잠든 이후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최씨는 2020년 10월8일부터 야간에만 상품 분류·적재 등의 업무를 해왔다.
유족급여 청구를 한차례 받아들이지 않은 공단은 유족이 다시 청구한 뒤에야 2023년 11월 고인의 사망을 산재로 인정하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업무상 질병 판정서에는 “교대제 근무(야간노동),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소음에의 노출을 고려하면 개인적 소인(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을 감안하더라도 업무와 사인(심근경색) 사이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인의 장남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사 쪽에서 ‘산재 인정이 안 될 수 있으니 합의하자’며 합의금 3천만원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며 “아버지 목숨값으로 3천만원을 제시한 것 자체에 화가 나 산재를 꼭 인정받고 싶었다”고 했다. 고인의 장남과 차남은 모두 씨에프에스에서 근무 중이었다. 그는 “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회사가 소송을 낸 후 퇴사했다”고 말했다.
https://www.socialkorea.org/news/articleView.html?idxno=4958
영국은 어떻게 '공통의 휴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소셜코리아, 조현재 / 데이터 분석가, <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2025.12.29 07:47)
[View] 영국 크리스마스 규제가 한국 새벽배송에 던지는 질문
영국에서 유학 중인 필자에게 가장 낯선 장면 중 하나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도시가 멈춘다”는 사실이다. 학교 커뮤니티에는 마트가 문을 닫으니 미리 식료품을 준비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명절에도 극장과 마트가 문을 열고, 새벽배송이 멈추지 않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가게와 식당, 심지어 크리스마스 당일엔 대중교통까지 멈추는 영국의 연말 풍경은 놀라움을 넘어 이상하게까지 느껴졌다.
크리스마스엔 도시가 멈추는 영국, 명절에도 24시간 돌아가는 한국
영국에 거주하면서, 이곳 사람들은 한국보다 더 여유롭고 덜 일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노동시간(Hours worked) 지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취업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한국이 1872시간인데 반해 영국은 1542시간에 그친다. OECD 평균은 1742시간이다.
이 차이를 단순히 문화나 규제의 차이로 설명하다보면 한계가 뚜렷하다. 영국의 낮은 노동시간은 주당 근로시간 상한, 법정 휴가, 규제 등 여러 제도가 결합된 결과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성원들이 같은 시간에 쉬지 못한다면 누구도 제대로 쉬기 어렵다는 공통의 감각이 있다. 가족이 함께하는 연말에도 누군가는 계속 일해야 한다면, 그 휴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자 공동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에서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영국은 어떻게 도시가 멈추는 수준의 ‘공동의 휴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공통의 휴식’이라는 감각
영국의 일요일 영업 논쟁은 공동체의 리듬을 어떻게 제도화할지에 대한 긴 실험이었다. 종교의 영향이 강한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일요일이 쉬는 날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당위적인 선언일 뿐, 영국에서도 노동시간이 계속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1950년, 영국은 상점법(Shops Act 1950)을 통해 일요일 영업을 제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1986년 대처 정부 시기에는 오히려 일요일 거래 제한을 폐지하고, 휴일 노동을 자유화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해당 개정안은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하원에서 부결되었다.
90년대, 영국 사회에서는 일요일 영업 제한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확산된다. 이때 제시된 중요한 논거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같은 시간’에 쉬어야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실제로 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이 논쟁의 핵심은 특정 산업군 노동자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의 리듬(동시성)을 지키는 문제로 간주되었다.
물론 공동의 휴식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일을 해야만 한다. 특히 공공 서비스가 그렇다. 영국에서도 병원, 치안 등의 핵심 서비스는 휴일에도 계속 운영되고, 소형 매장도 명시적인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따라서 당시 논의는 일요일 영업에 대한 허용 또는 금지나 모두가 휴식해야 된다는 규칙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다수가 공유하는 여가 시간에 대해 침범할 수 없는 최소한을 규정하고자 했다.
기업·노동조합·종교계·소비자 단체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자, 각 진영은 저마다의 해법과 모델을 제시하며 맞섰다. 정부는 단일 해법을 밀어붙이기보다 전면 규제·전면 자유화·부분 자유화라는 3가지 선택지를 한 법안에 담아 의회가 선택하도록 했다. 의회도 당론투표가 아닌 자유투표를 통해 쟁점을 좁혀 갔다. 최종적으로 부분 자유화가 채택되면서 1994년 일요일 거래법(Sunday Trading Act 1994)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280㎡를 초과하는 대형 매장에 대해 일요일 10시~18시 사이 연속 6시간에 한해 영업을 허가했다. 즉, “다 같이 쉰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에서, 영국(잉글랜드·웨일즈) 사회는 구성원 다수의 공유 시간이 무제한으로 잠식되지 않도록 일요일 저녁 무렵이라는 최소한의 공통 시간대를 만들고 그 시간만큼은 지켜내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했던 것이다.
주목할 점은 영국이 일요일 영업을 규제하면서 단순히 영업 금지나 휴식권 보장뿐만 아니라, 동시에 노동자가 일요일 근무를 거부할 권리 및 이에 따른 불이익 금지를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장치는 사회가 동시성을 지킴으로써 새롭게 발생하는 비용이 노동자에게만 전가되지 않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는 목적을 지닌다.
크리스마스는 이 논리가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 사례다. 일요일 규제로 ‘공동의 휴식’에 대한 사회적 타협이 이루어졌음에도, 2000년대 초 경쟁이 심해지자 일부 대형 매장들이 크리스마스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04년, 잉글랜드·웨일즈는 크리스마스 데이(거래)법(Christmas Day (Trading) Act 2004)을 통해 크리스마스 당일 대형 매장 개점을 금지했고, 그 배경에는 노동조합의 문제 제기와 여론의 우호적인 반응, 정부의 지지가 있었다.
영국의 휴일 논쟁이 한국사회에 던진 질문
한국의 새벽배송과 대형마트 강제 휴무 논쟁을 살펴보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 놓은 구조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은 몹시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다. 소비자들은 편의성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구조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에 기반해 운영되는 여러 산업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사례를 참고할 때, 새벽배송과 대형마트 휴일 영업 문제는 특정 비즈니스에 대한 금지·허용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구성원에게 보장할 최소한의 휴식이 어느 정도인지, 공동체가 동의하는 시간의 규칙이 먼저 설계되고 이에 대한 합의를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이 최소선이 설정되어야 비로소 그에 따른 비용을 산정할 수 있고, 그 비용을 소비자·기업·노동자·개인사업자 등 주요 이해관계자가 얼마나 분담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규칙이 만들어지면 누군가는 불편을 겪을 것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자영업자,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는 원하는 시간에 배송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소득이 줄어들 수 있고, 기업은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새로운 규칙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특정 집단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도 이 점을 감안했고, 그 결과 휴일 노동에 대한 긴 교착 상태를 해결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새벽배송과 대형마트 휴무 논의는 시간의 규칙을 합의하기 위한 유의미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영국 사회의 선례처럼 ‘시간의 가치가 다르다’는 감각과 더불어 공동체가 함께 비우는 시간, 노동자가 일하기 위험한 시간, 소비자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는 점을 명확한 제도와 관행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이재명 정부에서도 주요 의제로 제시되었다. 모쪼록 새해에는 새벽배송과 대형마트 휴무를 둘러싼 논쟁이 허용 대 금지, 사용자 편의 대 노동자 건강을 넘어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시간을 어떤 비용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보다 깊이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292045005
“심야배송 기사들 수면 중 혈압 높아 위험” (경향, 김남희 기자, 2025.12.29 20:45)
노동부 용역 연구…대상 절반, 정상 기준 못미쳐 ‘뇌졸중’ 등 우려
허용 노동시간 1.5배 초과해 과로 누적…“작업시간·물량 규제를”
고용노동부 의뢰로 진행 중인 연구에서 심야배송뿐만 아니라 주간배송을 포함한 택배노동 전반의 과로 위험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수면 중 혈압 이상 등 건강 지표를 근거로, 특정 배송 형태가 아닌 택배노동 전체에 대한 노동시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제5차 회의에서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김형렬 교수 연구팀이 노동부 의뢰로 수행 중인 ‘택배노동자 야간노동의 건강위험성 연구’ 중간보고서가 공개됐다.
연구진은 심야배송 택배기사의 혈압 데이터(3일치)를 측정했는데, 이 중 절반의 수면 중 혈압 하강폭은 정상 기준인 10%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수면 중 혈압 하강률이 5% 안팎에 그치거나, 수면 중 혈압이 오히려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이는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 증가와 직결되는 지표로 평가된다.
택배기사들의 과도하게 긴 노동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야배송의 최대 허용 노동시간은 평균 5.8시간이지만 실제 노동시간은 8.7시간으로 1.5배를 넘었다. 주간배송 역시 최대 허용 노동시간 6.2시간에 비해 실제 노동시간이 12.1시간으로 2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은 주간노동자 4명(쿠팡)과 야간노동자 10명(쿠팡 8명, 마켓컬리 2명)으로 노조와 회사 추천을 고르게 받아 선정했다. 실제 노동시간을 최대 허용 노동시간으로 나눈 신체부하지수는 심야배송 1.51, 주간배송 2.04로 집계됐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 지수가 1.5를 넘을 경우 뇌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배송 환경은 노동자의 신체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야간배송뿐만 아니라 주간배송 역시 과로 위험이 구조적으로 누적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동시간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주야간을 포함한 주당 노동시간은 40~46시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야간노동은 월 12회를 넘지 않도록 하고, 연속 야간노동은 최대 4일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10월 택배노조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쿠팡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1시간, 주 6일 기준 66.6시간에 달한다.
아울러 연구진은 노동시간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배송 마감을 ‘예상 배송시간’ 기준으로 전환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물량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택배기사들이 하는 소분류 작업과 프레시백 수거·세척 과정을 개선한다면 최대 허용 노동시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분류 작업을 물류센터 단계에서 완료하고, 프레시백 회수도 배송 연결 가구에 한정하는 식으로 별도 가구 방문을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는 이러한 중간보고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심야배송 규제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3681
“주당 40시간까지만”…새벽배송, 금지 대신 절충안으로 (중앙일보, 세종=김연주 기자, 2025.12.30 00:01)
‘택배 사회적 대화’ 보고서
야간근무 횟수는 월 12회 이내로, 4일 넘게 연속으로 야간에 일하는 건 금지.
새벽배송 노동자의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전면 금지’ 주장까지 있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논의 방향을 근로시간 규제 강화로 틀었다. 29일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올해 마지막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택배노동자 야간노동의 건강 위험성 연구 중간 결과’를 보고받았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택배노조, 택배사 등이 참여하는 논의 기구다. 이날 나온 보고서의 핵심은 근로시간 규제다. “한 달 총 야간노동은 12회를 넘지 않도록 하고, 이때 총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52시간 상한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야간 근로시간은 30% 할증해 계산한다. 또한 연속 야간근무는 4일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새벽배송은 주당 40시간을 넘겨선 안 된다는 제안이 담겼다.
고용노동부 의뢰로 이뤄진 이 연구는 김형렬 카톨릭대 교수(직업환경의학) 등이 진행했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새벽배송 규제 방안을 갖춰 나기로 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적정한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보고서에 담겼다.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택배기사가 다른 일을 추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 안대로라면 새벽배송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 보고서에서도 야간배송료 인상이 직접 언급됐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벽배송이 근로자 건강권에 좋지 않다는 건 모두 동의하지만, ‘비용 부담의 합의점’을 찾는 게 관건”이라며 “이미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새벽배송을 급한 규제로 접근하면 되레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모든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소비자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은 한 달 만인 이달 13일까지 6만7928명의 동의를 받으며 마감됐다. 해당 청원은 30일 이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자동 회부된 상태다. 다수의 택배노동자도 새벽배송 규제를 두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 자체 조사에서 93%의 기사들이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했다. 정진영 쿠팡 노조위원장은 “새벽배송 금지로 발생할 고용불안과 임금 손실은 누가 책임지나”라며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비현실적 발상”이라고 국회에서 발언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소분류나 재사용 박스 회수 등 부가적 업무를 (택배근로자의 업무에서) 제외할지 여부, 제외한다면 적정한 1일 노동시간과 주 노동시간이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지를 주요 쟁점으로 삼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새벽배송 의제와 관련해 “쿠팡이 적극적인 계획과 의견을 내지 않으면 논의 진전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과거 1·2차 합의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마무리한 뒤에야 새벽배송 논의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쿠팡이 사실상 이전에 합의한 사항을 따르지 않고 있어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2021년 마련된 1·2차 사회적 합의에는 물품 분류 작업을 배송기사가 아닌 전담 인력이 맡고 사회보험료를 사측이 전액 부담하는 내용이 담겼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사회적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서류 제출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사실상 ‘침대축구’(시간끌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53701
쿠팡 로켓 배송 구조 개선 안 되면 노동자 계속 쓰러진다 (경남도민일보, 안지산 기자, 2026.01.04 16:10)
노동계 ‘과한 배송경쟁’서 과로사 온다는 지적
현장은 낮은 단가, 고강도·장시간 업무 시달려
택배 건당 수수료 개선·속도경쟁 중단 등 촉구
“쿠팡 노동자가 계속 쓰러지는 건 결국 장시간 노동 구조 때문이다. 주·야간 배송 업무 강도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쿠팡의 새벽·당일배송 체계에 갈려나가는 구조를 지적해야 한다.”
배송 노동자들은 최근 쿠팡 대표가 국회 연석 청문회에서 주·야간 배송 업무 강도의 동등함을 주장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과로사를 막으려면 주·야간 구분 없는 장시간 노동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오승용 씨를 포함한 쿠팡 노동자 4명이 지난해 숨졌다. 오 씨는 운전 중 전신주를 들이받아 숨졌다. 택배노조는 오 씨가 사고 직전 주에 83.4시간 일했다고 주장했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는 지난달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장시간 야간 노동, 산재 은폐 의혹 등을 두고 ‘문제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해럴드 로저스 대표는 주·야간 노동의 강도가 같다고 주장하며, 노동자 과로사 축소 지시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야간 근무가 주간보다 더 힘들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국회의원에게 야간 택배 체험을 하자고 역제안까지 했다.
노동계는 주·야간 노동 구분할 것 없이 쿠팡 노동자가 과로사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쿠팡의 배송 경쟁 체계를 손봐야 죽음의 배송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쿠팡의 현 노동 실태는 저단가·고강도 장시간 업무로 설명된다. 창원 한 쿠팡 대리점에서 3년 동안 택배 노동자로 일한 ㄱ 씨는 “주간·야간배송 모두 정해진 물량을 마감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며 “그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배송구역 회수 등의 페널티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는 통상적으로 오후 9시께 물류센터로 출근해 택배를 분류하고 상차한다. 이후 배송지로 이동해 배송을 시작한다. 분류부터 배송 완료까지 한 사이클을 ‘1회전’이라 하는데, 새벽배송 노동자는 3회전 해야 한다. 이 작업은 오전 7시까지 완료돼야 한다. 쿠팡이 소비자에게 약속한 로켓배송·로켓프레쉬 배송시간에 따라서다. ㄱ 씨는 이 같은 업무를 통상적으로 주 6일간 한다고 전했다. 하루 10시간씩 6일 일한다고 봤을 때 한 주 노동시간은 60시간에 달한다.
택배노조, ㄱ 씨 등에 따르면 쿠팡 노동자가 택배 한 건당 받는 수수료는 700원, 프레시백 회수 수수료는 100원이다. 최근에는 ‘합포장(여러 물품을 한 곳에 담는 포장 방식)’으로 노동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는 견해도 나온다. ㄱ 씨는 “합포장 방식도 택배 한 건으로 규정하는데, 수십㎏ 나가는 상자 배송도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 한다”며 “프레시백 회수는 낮은 단가임에도 회수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받기에 해야 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수년 간 이어진 쿠팡의 배짱 경영을 질타하며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택배노조는 쿠팡의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 미이행 △3차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서 이행계획 미제출 등을 들어 규탄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지난 1·2차 택배 사회적 합의에서 ‘주 60시간·하루 12시간 초과 노동 금지’ 등 내용의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안을 내놓은 바 있다.
택배노조는 쿠팡이 지금도 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장시간 노동 구조 개선·노동 착취 중단 등을 촉구했다.
박원대 택배노조 쿠팡본부 부산지회장은 “지난 수년간 쿠팡은 매해 택배 노동자들에게 임금과 같은 수수료를 삭감해왔다”며 “쿠팡 정상화 시작은 택배노동자들에게서 갈취했던 수수료 개선”라고 말했다.
성상영 택배노조 경남지부 사무국장은 “쿠팡은 삭감된 수수료로 말미암은 수입 감소를 물량 확대로 보전하고 있지 않냐는 식으로 말한다”며 “쿠팡이 속도 경쟁을 중단해야 노동자 배송 업무 강도를 낮출 수 있고, 비로소 과로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12곳은 국회 청문회 마무리 직후 쿠팡을 향해 과로사 책임 등을 묻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고강도 대응을 예고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Id=N1008391617
"11시간씩 새벽배송"…쿠팡 노동자 산재 인정 (SBS뉴스, 채희선 기자, 2026.01.04 20:48)
<앵커> 지난해 11월 쿠팡 새벽 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 오승용 씨에 대해 산업재해가 인정됐습니다. 그동안 쿠팡 협력업체는 숨진 오 씨가 음주 운전을 했다는 허위 사실을 주장했고, 쿠팡은 침묵만 지키다 청문회가 열리고 나서야 사과했습니다. 채희선 기자입니다.
<기자> 1톤 트럭 앞면이 완전히 찌그러졌습니다. 지난해 11월 10일 새벽 2시 쿠팡 협력업체 소속 30대 택배 노동자 오승용 씨는 새벽 배송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당시 오 씨는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이틀 만에 다시 새벽 배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가족 측은 오 씨가 생전 주 6일 하루 11시간씩 야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조혜진/변호사 (고 오승용 씨 산재 신청 대리인) : 휴식을 하게 되면 7시 마감 배송을 할 수가 없어서 11시간 가까운 장시간 노동을 하는 동안에 1분의 휴게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지난해 11월 20일 산업재해를 신청하자 오 씨가 속해 있던 쿠팡 협력업체는 오 씨의 음주 운전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무근이었습니다. 쿠팡은 침묵만 지켰습니다. 유가족들은 최근 쿠팡 청문회에 나와 쿠팡의 사과와 산재 인정을 요구했고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는 논의 중이라며 답하지 않았습니다.
[오혜리/고 오승용 씨 유족 (지난해 12월 31일, 쿠팡 청문회) : 지금이라도 공식적으로 사과해 주시고 산재 인정해 주시고.]
[해롤드 로저스/쿠팡 임시대표 (지난해 12월 31일, 쿠팡 청문회) : 현재 그 논의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신청 한 달여 뒤인 지난해 12월 31일 오승용 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공식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쿠팡 협력업체도 산재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국택배노조는 고인의 죽음이 살인적인 노동환경이 빚어낸 업무상 재해임을 국가가 뒤늦게나마 인정한 거라며 쿠팡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0년 쿠팡 노동자 고 장덕준 씨의 사망사건을 포함한 쿠팡의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labor/2026/01/08/MHP2KUTGOZBEFISP37VS3QF6TY/
[단독] 야간 택배기사 10명 심박수 측정해놓고… 與 '새벽 배송 제한' 근거로 내놔 (조선일보, 김아사 기자, 2026.01.08. 05:04)
손목에 스마트 기기 채워 진행
전문가 "0.1% 표본, 대표성 없어
심박수로 판단하기도 어려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가 새벽 배송 제한을 추진하는 근거로 제시한 연구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야간 배송 근로자 단 10명만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노동 시간에 따라서만 변한다고 단정하기 힘든 심박 수와 혈압을 주요 지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5조원 규모의 새벽 배송 제한을 추진하면서, 전체 야간 배송자의 0.1%도 안 되는 표본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건 연구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문제가 된 연구용역은 고용노동부 의뢰를 통해 만들어진 ‘택배 노동자 야간 노동의 건강 위험성 연구’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이를 보고받은 후 “노동 시간이 과로사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했다.
본지가 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보니, 연구팀은 야간 배송자 10명, 주간 배송자 4명을 대상으로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심박 수,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야간 배송자의 평균 심박 수가 주간 배송자보다 높고, 혈압이 수면 중 덜 떨어졌다며 야간 배송자의 1일 최대 허용 노동 시간을 5.8시간으로 규정했다. 이를 통해 야간 노동 시간을 주 40~46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0명짜리 표본 연구로 이런 결론을 도출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야간 배송자들의 연령, 성별, 직업 숙련도, 환경 등이 다양한데, 10명으로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과소 표본은 연구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심박 수’와 ‘혈압’이 노동 시간 때문에 달라진다는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심박수나 혈압은 측정 당시 신체와 심리 상태에 따라 크게 변하고 일의 숙련도나 기온 영향도 받는데, 무조건 장시간 노동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과도한 일반화라는 것이다.
표본 대상이 모두 ‘마켓컬리’와 ‘쿠팡’ 노동자인 것도 문제로 꼽힌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가진 CJ대한통운의 야간·새벽 배송자는 1600명가량으로 마켓컬리(1500명)보다 많지만 제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통해 도출된 야간 노동을 주당 40~46시간으로 제한하자는 제언은 지난해 11월 민노총이 제기한 주당 46시간 제한 주장과 같다.
연구를 주도한 A 교수는 지난 2021년에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당시 A 교수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356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실태 조사를 해, 응답자 70%가 근육통·전신 피로를 겪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당시 특정 노조의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조사 대상을 모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A 교수는 “표본이 적은 건 맞지만, 야간 노동자 10명의 5일 치를 조사해 개인차에 따른 오류를 줄였다”며 “연구 시 택배 회사가 도와주지 않아 노조를 통해 참여자를 모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labor/2026/01/08/3IHFITBA2ZCJPG7DKO3CEW3Q3A/
[단독] 쿠팡 택배 기사 90% "새벽배송 시간 제한하면 '투잡'·이직 불가피" (조선일보, 윤상진 기자, 2026.01.08. 15:28)
최근 야간 배송자의 야간 노동 시간을 주 40~46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당사자인 쿠팡 택배 기사 대부분이 ‘새벽 배송 시간 제한’ 방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야간 배송 근로자 10명과 주간 배송자 4명을 대상으로 심박 수와 혈압을 측정해 비교했는데, 야간 배송자의 평균 심박 수와 혈압이 높게 나타났다는 이유로 1일 최대 허용 야간 노동 시간을 5.8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8일 쿠팡 택배 영업점 단체인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6~7일 이틀간 택배 기사 20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5%가 야간 배송 시간을 40~46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을 제한하면 정상적인 새벽 배송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CPA는 쿠팡 위탁 택배 기사 1만명이 소속돼 있는 단체다. 쿠팡에는 위탁 택배 기사 2만여 명과 정규직 택배 기사 6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야간 노동 시간이 제한될 경우, 택배 기사 10명 중 9명은 ‘투잡’을 구하거나 택배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4.4%는 “소득 감소로 다른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고 했고, 35.9%는 “택배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으로 옮기겠다”고 응답했다. 기존처럼 야간 배송을 계속하겠다는 비율은 7.8%였고, 주간 배송으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CPA 측은 “야간 배송 기사들은 시급제가 아니라 건당 수익 구조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제한한다는 것은 ‘돈을 덜 벌라’는 의미”라며 “수익 보전 대책 없는 규제는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택배 기사들은 야간 배송 횟수를 월 최대 12회로 제한하는 방안과 연속 야간 근무를 4회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각각 94.7%, 93.9%가 반대했다. 주·야간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95.6%가 반대 의견을 냈다.
기사들이 건강권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은 대안은 ‘휴무일 확대’가 5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타’(42.8%), ‘연속 야간 배송 제한’(2.6%), ‘업무 시간 제한’(2.4%), ‘최대 야간 배송 제한’(0.8%) 순이었다. 선호하는 휴무 방식으로는 ‘자율 휴무’가 85.2%로 가장 많았고, ‘의무 휴업 지정’은 14.8%에 그쳤다. 지역별로 물량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휴무일을 지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CPA는 이날 “일자리와 생계를 함께 보호해 달라”는 의견을 담은 탄원서 3500부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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