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넘었고, 참사의 주범에게는 징역 15년이라는 나름 중형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이후부터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에 대한 판결이 나온 시점까지 관련 글을 옮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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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na.co.kr/view/AKR20250923129951061
[2보] '23명 사망' 아리셀 박순관 대표 징역 15년…중처법 최고형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2025-09-23 16:17)
"예측 불가 불운한 사고 아닌 예고된 일"…5명 법정구속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23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기소된 사건에서 내려진 최고 형량이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박 본부장 공범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는 징역 2년, 금고 1∼2년, 벌금 1천만원 등이 선고됐다. 보석 석방돼 재판받던 박 대표를 포함해 아리셀 임직원 등 5명은 선고 직후 모두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박순관은 아리셀 설립 초기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 사건 화재 시까지 동일하게 유지된 점, 일상적 업무는 박중언이 하도록 하면서 주요 상항을 보고받아 경영 판단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순관은 비상구와 비상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되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른 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며 "박순관은 박중언에게 기업의 매출은 강조한 반면 근로자에 대한 안전 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예측 불가한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예고된 일이었다"며 "그 이면에는 생산과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노동자 안전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우리 산업 구조 현실과 파견근로자의 노동현장 실체가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박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후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왔다. 박 총괄본부장은 전지 보관 및 관리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 등 아리셀 임직원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화재로 숨진 23명 중 20명이 파견근로자였으며, 사망자 대부분이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231706001
“‘합의하면 선처’ 악순환 뿌리 뽑아야”…‘23명 사망’ 아리셀 화재 참사 재판부의 일침 (경향, 김태희 기자, 2025.09.23 17:06)
“기업가는 (피해자와 합의한) 다른 기업가가 선처받는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이윤 극대화에만 몰두한다. 이런 악순환을 뿌리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3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산업재해 발생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산재 발생 기업이 여전히 ‘예방’보다 ‘합의’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재판부가 지적한 것이다.
아리셀 화재 참사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은 계속해서 유족들과의 합의를 시도했다. 피해자 18명의 유족들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했고, 2명의 피해자들의 일부 유족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합의에 대해 “경제적 형편 등 여러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규정하며 “제한적으로 양형 사유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재판에서 합의 여부가 큰 감형요소로 작용하는 것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날 박 대표는 징역 15년을,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징역 15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 중 최고 형량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임직원 등 5명에게는 징역 2년, 금고 1∼2년, 벌금 1000만원 등이 각각 선고됐다. 박 대표와 실형을 선고받은 직원 4명은 모두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이날 2시간 가량 판결문을 읽으면서 이윤 극대화에만 치중하는 기업,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일용직·파견직 등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불안정한 노동 실태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예측 불가능하였던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였다”면서 “그 이면에는 기업의 생산량 증대에 따른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노동자의 안전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우리 산업 구조의 현실이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생산량을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안전에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돌아보지 아니하고 아무런 대비도 없이 생산 공정을 계속해 피해자들을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를 입게 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일용직, 파견직,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인) 피해자들은 작업장 구석에 모여들어 걱정스레 화재 모습을 지켜보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생사가 오가는 귀중한 골든 타임을 놓쳤다”면서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비상구에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아침에 집에서 일터로 향한 소중한 가족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튬 1차전지 폭발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이로 인한 화재 대피 교육을 받았더라면 이 사건 화재가 최초에 발생한 것을 인지한 시점에 즉시 출입문 또는 비상구를 향해 뛰쳐나가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 쟁점 중 하나였던 박 대표의 중처법상 경영책임자 지위 인정과 관련해서 재판부는 “박순관은 아리셀 설립 초기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 사건 화재 시까지 동일하게 유지된 점, 일상적 업무는 박중언이 하도록 하면서 주요 상항을 보고받아 경영 판단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쯤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박 본부장은 같은 사고와 관련해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본부장 등 아리셀 임직원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노동자 23명 중 3명은 정규직이였고, 나머지 20명은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였다. 전체 사망자 중 19명(이주노동자이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한 1명 포함)은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이날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대부분 인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15년은 아직 좀 미흡하다”며 “참사는 23명만 죽인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가족들의 목숨까지도 앗아간 참사”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선고로 그동안 박순관이 해왔던 무죄 주장은 모두 무너졌다”며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것들은 우리 사회가 곱씹어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20519.html
“바지사장 말고, 진짜 책임자 불러 와”…아리셀 판결은 말한다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5-09-24 17:36)
지난 23일 수원지법은 최악의 화재참사로 파견노동자 등 26명을 숨지게 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 부자에게 나란히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벌뿐만 아니라, 2021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제정 이후부터 기업들이 모호하다고 주장해왔던 경영책임자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이른바 ‘바지사장’처럼 권한 없는 대표이사나, 대표이사만큼 권한이 없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시에스오)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의 아리셀 사건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중처법의 경영책임자의 개념에 대해 8쪽에 걸쳐 설명했다. 중처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하 사업총괄책임자)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하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을 경영책임자로 보고,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재판 과정에서 박순관 대표이사는 경영책임자가 자신이 아니라 아들 박중언 본부장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긴 분량을 할애해 경영책임자의 개념을 설명한 이유다.
“바지 사장 내세운 뒤 실질적 권한 행사하는 자 처벌해야”
재판부는 “안전·보건에 관한 의무를 실행할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를 경영책임자등으로 보아 처벌하는 것”이 중처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대표이사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며 제3자가 실질적으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에 명목상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등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고, 오히려 명목상 대표이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의 뒤에 숨어 회사를 장악하며 실질적으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형식상의 직위나 명칭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으면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며 그 판단기준으로 “직무, 책임·권한,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준은 기업 ‘총수’ 또는 ‘대주주’인 경영자들이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도 중처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사례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역시 ‘중처법 1호 사건’이라 불리는 삼표산업 채석장 매몰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봐 기소한 사례가 있다. 당시 검찰은 정 회장이 사고현장의 채석 방식을 최종결정하는 등 사업에 관여해왔고, 안전보건업무에 대해서도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가 아님에도 기소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표이사가 경영에 대한 어떠한 권한을 실제로 전혀 행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도 있지 않아, 명목상 대표이사에게 중처법상 작위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해 대표이사가 아닌 제3자를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와 동등한 권한 없는 CSO, 경영책임자 될 수 없어”
중처법 제정 이후 기업들은 시에스오를 선임한 뒤, 시에스오가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책임자(안전보건업무책임자)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기준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전보건업무책임자’를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 등에 관해 대표이사 등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해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최종 결정권을 가지는 사람”이라며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대표이사에게 있고, 대표이사의 권한과 동등한 수준으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면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시에스오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려면, 안전·보건에 권한이 대표이사와 동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존재하는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 등 사업총괄책임자와 함께 처벌되는지, 안전보건업무책임자만 처벌되는지도 논쟁거리였다. 재판부는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선임돼있는 경우 사업총괄책임자는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지 않아 면책된다”면서도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선임돼있다 하더라도 개별적인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 결정권을 사업총괄책임자가 행사한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를 경영책임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밝힌 경영책임자 판단 기준은 중처법 시행 즈음 나온 대검찰청과 고용노동부의 중처법 해설서 내용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다만 법원이 판결을 통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한겨레에 “이번 판결은 중처법 문언과 입법취지에 비춰 당연한 해석”이라며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선, 근로감독관 등이 수사 역량을 키위 ‘오너’든 ‘대표이사’든 그들이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는 증거를 얼마나 잘 수집하고 법관을 설득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도 “재판부는 조직·예산·인력에 대해 대표이사만큼 자율성이 있어야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수준의 시에스오는 상정하기 힘들다”며 “시에스오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313420001392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징역 15년… 중대재해처벌법 '역대 최고형' (한국일보, 이종구 기자, 2025.09.23 17:38)
1심 법원 "이익 극대화 집중, 근로자 안전 뒷전"
총괄본부장 아들도 징역 15년, 5명 법정 구속
23명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간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화재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최고경영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징역 15년은 2022년 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받은 형량 가운데 가장 무겁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 고권홍)는 23일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 위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공범 혐의를 받는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는 징역 2년, 금고 1∼2년, 벌금 1,000만 원 등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경영책임자인 박순관은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박중언은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장 건축물에 설치해야 하는 비상구나 비상 통로를 이용하기 어렵게 유지하는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두 피고인은 기업의 매출은 강조한 반면 근로자 안전 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꾸짖으며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예고된 일이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사고 이전 일어난 수 건의 산업재해 사건을 언급한 뒤 “그 이면에는 기업의 생산량 증대에 따른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일용·파견직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9월 구속 기소됐다가 올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받던 박 대표를 포함한 아리셀 임직원 등 이 사건 피고인 5명은 선고 직후 모두 법정구속됐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같은 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됐다.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지침)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박 총괄본부장은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 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 관리(안전 교육·소방 훈련 미실시)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화재 당시 박 대표 등 아리셀 임직원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 2층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재난 상황 시 대피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923158400061
"합의하면 선처, 산재 악순환 뿌리 뽑아야"…아리셀 재판장 일침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2025-09-23 18:10)
"막다른 곳 몰린 파견근로자들…비상구조차 몰라" 안전불감증 지적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확인된 아리셀 화재 현장 작업장을 보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전지를 등 뒤에 두고 막다른 곳에서…, 근로자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위험해 보입니다."
23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리셀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된 수원지법 201호 법정에서 재판장인 형사14부 고권홍 부장판사는 1시간 30분 넘게 판결문을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던 중 한 대목에서 목이 메인 듯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폭발 위험성이 존재하는 리튬 일차전지를 지척에 두고 작업하다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숨진 근로자들이 평소 일하던 작업장을 떠올리게 된 지점에서다.
고 부장판사는 판사석에 준비된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선고를 이어갔다.
아리셀 공장 화재로 숨진 23명 중 20명은 파견근로자였으며, 이들은 제대로 된 안전보건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비상시 대피로나 비상구의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고 부장판사는 "(작업 현장에 대한) 불안감은 피고인들이 아리셀을 운영하며 이 사건 화재 발생 전에 느꼈어야 한다. 이를 방치한 것이 바로 안전불감증"이라며 "피고인들 스스로나 가족이 그 작업장에 앉아 작업했다면 그런 불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직접 작업하는 것처럼 위험 대비하는 것이 근로자를 위한 안전보건 법령을 준수하는 것이고 업무상 주의의무"라며 "이 사건 화재 이전 유사한 폭발 사고가 있었음에도 같은 날 생산된 전지에 대한 후속 공정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것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아무런 대비 없이 생산 공정을 계속해 피해자들을 사망하게 했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아리셀의 불법 파견이 다수 사망을 야기한 한 원인이라고도 꼬집었다. 고 부장판사는 "아리셀이 불법 파견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제조업체들의 인력난이라는 사회구조적 측면보다는 피고인들이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급작스럽게 전지 생산량을 증가시켰기 때문으로 피고인들 스스로 야기한 측면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한 피해자들이 평소 제대로 된 리튬 일차전지 폭발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화재 대피 교육을 받았더라면 화재 직후 출입문 또는 비상구로 뛰쳐나가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부분 피해자는 작업장 구석에 모여 걱정스레 화재 모습을 지켜보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쳤다. 더군다나 이들은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고, 파견근로자들이 평소 드나들 수 없게 보안장치가 된 곳에 비상구로 가는 통로가 위치했다"고 설명했다.
유족과 합의한 사정이 경영책임자에게 관대한 처벌로 이어진 경향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부장판사는 "기업가가 평소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에 온 힘을 쏟는 반면,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부분에는 최소화해 이윤을 극대화해 오다가 막상 산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으로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유족은 막다른 길에 몰려 생계 유지를 위해 선택의 여지 없이 합의에 이르게 된다"며 "결국 기업가는 합의됐다는 이유로 선처받게 되는 선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학습효과로 이윤 극대화에 몰두하는 기업 경영을 하게 된다.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그동안 벌어 놓은 돈으로 합의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악순환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산재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유족과 합의했다는 사정은 일부 제한적으로만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표에게는 징역 15년, 그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이 밖에 공범인 홍모 아리셀 상무와 정모 파견업체 한신다이아 대표 등 2명에게는 징역 2년씩, 박모 아리셀 안전보건관리담당자에겐 금고 2년, 오모 아리셀 생산파트장에게는 금고 1년이 각각 선고됐다. 아울러 주식회사 아리셀에 벌금 8억원, 주식회사 한신다이아 및 메이셀에 각 벌금 3천만원, 강산산업건설 주식회사에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박 총괄본부장은 전지 보관 및 관리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재판받았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20343.html
법원, 아리셀 참사 “가벼운 형 안돼”…‘중대재해 솜방망이 처벌’ 관행 바뀌나 (한겨레, 남지현 박태우 기자, 2025-09-23 20:25)
대표·아들 15년형 선고
지난해 6월 공장 화재로 노동자 23명 숨져
“다수 근로자들이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경한(가벼운) 형이 선고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높은 법정형의 처벌 규정을 둔 의의가 무색하게 된다.”
지난해 6월 공장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23일 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이 선고되면서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중대재해처벌법 양형 관행이 바뀌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부의 판단은 형량과 취지까지 기존 판결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중대재해는 엄하게 처벌한다는 법의 취지가 명확히 담겼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그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나란히 내려진 징역 15년형은 전례가 없었다.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 후 역대 최고형이다. 지금껏 중처법 위반 최고형은 징역 2년이고, 평균 형량은 징역 1년 남짓이었다. 법에서 정한 하한선(1년)에 근접한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실형 선고도 10건 중 1건에 그쳤다. 그간 법원 판결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재판부 스스로 법원 판단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하며 중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산업재해 사고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부과해왔던 양형 경향과 산업재해의 빈번한 발생 현실에 비춰보면 형벌의 일반예방 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명시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근본 원인이 이윤 추구에 매몰된 경영자의 인식이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재판부는 “아리셀에서 불법파견을 받게 된 근본 원인은 제조업체 인력난이라는 사회구조적 측면보다 피고인들 스스로 야기한 측면이 훨씬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산량 맞추기에 급급해 안전에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돌아보지 않았고, 아무런 대비도 없이 생산 공정을 계속해 피해자들을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게 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양형 참작의 전가의 보도로 여기는 가해자 쪽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기업가가 평소에는 이윤을 극대화하다가 막상 산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유족은 막다른 길에 몰려 생계유지를 위해 합의에 이르게 되어 결국 기업가는 선처를 받게 된다”며 “이런 악순환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쪽은 선고 형량이 검찰 구형(20년)에 미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참사로 남편을 잃은 최현주씨는 “오늘 형량이 역대 최고 형량이라지만 사망자 1명당 징역 1년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신하나 변호사는 “형량은 아쉽지만, 판시 내용의 의미를 우리 사회가 곱씹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향후 중처법에 대한 양형기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 양형기준 신설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최소한의 판단 기준이 없는 탓에 소극적 양형이 이어졌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대검찰청이 제정한 구형기준만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중처법 위반 사망사고에 대해 최대 징역 40년형을 구형할 수 있다. 사안에 밝은 한 국회 관계자는 “양형위원회가 내년 초까지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걸 목표로 관련 논의에 나설 예정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220527.html
[사설] 안전 경시 기업에 경종 울린 ‘아리셀 참사’ 15년형 선고 (한겨레, 2025-09-24 18:00)
지난해 6월 23명의 노동자가 숨진 화재 참사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 23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동자의 안전을 경시하고 기업 이윤에만 몰두해온 기업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다.
이날 박 대표와 그 아들(운영총괄본부장)에게 내려진 징역 15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형이다. 여태껏 최고형은 징역 2년에 불과했고 평균 형량도 1년 남짓이었다. 실형 선고도 10건 중 1건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번에는 확연히 달랐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여러차례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우선 재판부는 회사 쪽 주장처럼 예측 불가능했던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사망한 피해자들이 평소 리튬 1차전지 폭발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불이 난 뒤 신속히 대피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화재 사고 직전에 이미 폭발 사고라는 중요한 전조 현상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대비 없이 생산 공정을 이어간 것도 ‘안전불감증’과 다름없다고 했다.
18명 유족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처벌을 내린 점도 의미가 크다. 통상 유족 합의는 감형으로 이끄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업이 안전·보건 비용을 최소화하다가 산재가 발생하면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결국 이를 통해 선처를 받는 악순환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생계유지의 어려움에 처해 선택의 여지 없이 합의를 해야 했던 유족을 두번 울리는 관행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불법파견 사업주에게도 이례적으로 실형(징역 2년)을 선고하는 등 산재 사고를 유발하는 고용구조의 문제도 분명하게 짚었다. 화재 참사 피해자 중 20명이 불법파견 노동자였다. 작업 환경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다수 투입된 게 대규모 인명 피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이 기업의 안전불감증을 끊어내는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반복적 산재 사고를 내는 기업에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양형기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대재해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은 물론이고, 산재 사고 예방을 어렵게 만드는 불법파견 근절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68495
아리셀 대표 15년형, 그러나 상처는 치유되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충북인뉴스 최현주(043cbinews), 25.09.24 18:11)
[기고] 참사로 남편 잃은 최현주 <충북인뉴스> 부국장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 화성시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 쌓여 있는 리튬전지에서 시작된 폭발은 순식간에 거대한 화마가 되어 23명의 귀한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그리고 1년 3개월을 꽉 채운 지난 9월 23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본부장이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이라는 점에서 유가족의 마음이 조금은 치유받을 수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런다고 세상을 떠난 가족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점에서 감히 그 고통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충북인뉴스> 최현주 부국장 또한 이 참사로 남편을 잃었습니다. 기자가 자사에 기사가 아닌 기고문을 쓰는 게 흔한 일을 아니지만 기자이기 전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자, 다른 유가족들과 1년 3개월 동안 합당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이어온 유가족 대표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눈물을 참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힘겹게 쓴 심경을 기고문으로 싣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인간의 존엄한 가치의 근원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결과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 회복될 수 없다는 점에서 사망의 결과를 야기한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중략) 박순관 징역 15년, 박중언 징역 15년에 벌금 100만 원."
이 말을 듣기까지 꼬박 1년 3개월이 걸렸습니다.
판사의 선고를 듣는 순간, 이미 1년 3개월 전에 떠나버린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남편이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무어라 말할까.'
홀로 상상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 3개월, 절망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난 1년 3개월. 그 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하루에도 수차례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망을 느끼며, 서울, 화성, 용인, 청주 등을 오갔습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목이 터져라 외쳤고, 아리셀 본사 에스코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땡볕, 매서운 추위, 눈보라,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맨몸으로 맞으며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허공에 대고 소리소리 질렀고, 외면하는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눈물로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로는 남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아리셀 측 변호인들의 억측을 무방비 상태에서 들어야만 했습니다. 사과다운 사과는커녕 '손해배상 소송하겠다', '합의하면 사과하겠다'는 황당무계한 말도 들어야만 했습니다. 겪지 말아야 할, 겪을 필요가 없는 일들을 너무 많이 겪었습니다.
남편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산재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나의 투쟁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수십 번 수백 번 고민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편 곁으로 가고 싶은 충동마저 느꼈습니다.
언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15년이면 '최고 형량'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검찰이 주장했던 혐의를 판사가 거의 대부분 인정해서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가슴속 상처와 구멍은 왠지 더욱 커진 느낌입니다.
맞습니다. 최고 형량도 맞고, 불법파견, 안전 교육 부실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해 판사는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각인시켜 주었고, 이후 중대재해 사건 판결에 있어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합의했던 유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처벌불원서'가 박순관·박중언 부자 양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8개월간 단 한 번의 표정 변화가 없던 박순관 대표도 휘청거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어찌된 일인지 저의 가슴속 상처와 구멍은 왠지 더욱 커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그 무엇을 준다 해도, 어떠한 판결이 난다 해도 상처는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이제 일단락되었으니 앞으로 더욱 힘내'라고 말입니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도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힘내'라는 말도, '회복될 것'이라는 말도 먼 산속에서 들리는 메아리 같습니다.
1심 판결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과정이 다행히 잘 지나갔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성취감'보다는 '허무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직도 남편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20944.html
아리셀 참사의 교훈…산재 키우고 은폐시킨 근본 원인은 ‘불법파견’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5-09-26 15:23)
최악의 화재참사로 파견노동자 등 26명을 숨지게 한 아리셀 대표이사 부자에게 지난 23일 나란히 징역 15년을 선고한 수원지법 재판부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불법파견’를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노동자를 공급한 ‘파견사업주’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불법파견과 피해자 사망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6일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의 아리셀 사건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화재로 숨진 노동자 23명 가운데 20명이 ‘불법’으로 파견된 노동자들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사망 자체도 중대한 결과이나 ‘파견노동자들’의 사망을 특별히 지적하는 이유는 그것이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가 실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 노동자 파견을 금지한다. 그러나 아리셀은 파견허가를 받지 않은 한신다이아·메이셀에서 3년 가까이 이주노동자 등을 당일 수요에 따라 일용직 형태로 공급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아리셀 경영진은 “인력난과 수주 실적에 따라 인력 수요가 달라지므로 생산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기 어려웠다. 이는 영세 제조업체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리셀의 특수성 탓이 아니라 영세 제조업체 일반의 문제로 불법 파견노동자 사용이 불가피했다는 항변인 셈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시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화재 무렵 아리셀이 다수의 파견근로자를 공급받은 이유는 아리셀이 수주한 군납 전지의 품질 때문에 국방기술품질원으로부터 시정조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 생산차질이 빚어졌으며, 다가오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급작스럽게 증가시켰기 때문”이라며 “결국 화재 피해자 대부분이 파견노동자들이 된 이유는 사회구조적인 측면보다 피고인들이 스스로 야기한 측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아리셀은 불법으로 파견노동자를 쓰면서도,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리튬 1차전지의 화재 위험성, 화재 시 대처방법, 탈출경로 등을 교육받았다고 한다면 전지의 폭발 직후 곧바로 외부로 대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탈출이 가능한 비상구 방향으로 대피하는 등 사망의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된다”고 했다.
판결문에는 경영계가 줄기차게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 금지’에 대해서도 언급돼있다. “제조업 특성상 노동자가 각종 공정기술을 습득하고 전문적인 설비를 취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숙련되지 못한 파견노동자가 업무의 내용이나 작업 환경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업무에 투입될 경우 사고가 발생하거나 작업의 안정성·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번 화재도) 비숙련 파견노동자들을 다수 투입한 결과에서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이어 “정규직이 아닌 파견노동자들이 투입되고 잦은 인력교체가 있었던 이유로 안전보건교육과 소방훈련이 내실 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분명하므로 파견법이 금지하는 불법파견과 피해자들의 사망의 결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파견법상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 금지는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미 발생한 산재 은폐 이유도 불법파견
아리셀 참사는 불법파견이 산재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발생한 산재를 은폐하는 유인이 됐음을 드러낸다. 한겨레가 아리셀 피해자 유족 대리인단을 통해 받은 공판기록을 보면, 정아무개씨가 운영하던 파견업체 한신다이아는 2021년 11월부터 노동자를 파견하면서 아리셀로부터 4대 보험료를 도급대금에 포함해 받고도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막상 2022년 2월 파견노동자가 손가락 끝이 절단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자, 아리셀과 정씨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노동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는 ‘공상처리’를 하기로 한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추후 노동부에서 산업안전 감독이 나올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의금 역시 산재보험료를 받았던 한신다이아가 아니라 아리셀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는 정씨가 “한신다이아에서 산재 처리를 할 경우, 사고발생 현장(아리셀)과 한신다이아 사업장 주소가 달라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실태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아리셀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산재처리에 수반되는 노동부 감사, 불법파견 적발가능성 등에 대해 보고 받고, 당장의 경제적 손실과 불법파견의 지속가능으로 인한 장기적인 인건비 절감 이익 등을 비교형량해 내린 경영상 판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불법 파견사업주 정씨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도 불법파견과 산재은폐라는 죄질이 나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파견법은 불법파견을 받은 사업주(사용사업주)과 파견을 보낸 사업주(파견사업주) 모두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파견사업주는 벌금형을 받거나 기소유예 처분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정씨 역시 2015년 불법파견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정씨가 파견노동자들을 유해·위험한 작업장으로 파견하며 아무런 관리조처도 취하지 않아 파견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그대로 위험에 노출됐다”며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러 결국 파견노동자들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노동부, 불법파견 감독·처벌 적극 나서야”
사정이 이렇지만 산업단지를 비롯한 제조업 현장에서 불법파견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노동부가 지난해 파견·사용업체와 사내하도급업체 577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했더니, 480곳에서 무려 2714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대상 업체 가운데 83%에서 위법 사실이 적발됐고 사업장 한 곳당 위법사항이 5.6건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불법파견으로 확인된 원청 사업장수는 49곳에 이른다. 그만큼 노동자 파견·사내하도급 사업장에 불법파견을 비롯한 노동관계법 위반이 만연했다는 뜻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유지해온 불법파견이 큰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사건이 바로 아리셀 참사”라며 “산업재해 예방은 구조적 원인 제거에서 시작되는 만큼, 노동부는 불법파견 감독과 처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69705
[전문] 아리셀 대표 '악' 소리 내게 만든 판결문...그 속에 담긴 양형 이유 (오마이뉴스, 전선정(sljeon) 소중한(extremes88), 25.10.02 06:54)
1심 징역 15년 선고, "가벼운 형 부과하는 경향" 지적하며 '중대재해처벌법 목적' 강조...15쪽 분량 설명
아침에 집에서 일터로 향한 소중한 가족이 남은 가족의 품으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 아리셀 참사 책임자들의 1심 판결문 중
245쪽. 출근길이란 일상을 영원한 이별이란 비일상으로 만들어버린, 아리셀 참사 책임자들의 1심 판결문 쪽수다. 별지를 제외하고도 198쪽에 이른다.
수천, 수만 쪽의 판결문이라 한들, 말할 수 없게 된 고인 스물세 명과 할 말을 잃은 여러 유족의 한을 다 담을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판결문에 담긴 "엄중한 처벌"의 까닭은 주목할 만한 문구로 채워졌다.
특히 형량을 결정하는 '양형 이유' 부분이 15쪽에 달했다. 대부분 아리셀 회사(벌금 8억 원), 그리고 부자 관계인 박순관 대표(징역 15년), 박중언 총괄본부장(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 원)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 사건에서 "과실"이란 이유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부과하는 경향"을 지적하며 이렇게 적었다.
다수 근로자들이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가벼운 형이 선고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높은 법정형의 처벌 규정을 둔 의의가 무색하게 된다.
재판부는 "합의가 되었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게 되는 선례" 또한 꼬집었다. 그러한 합의가 "사망해 어떤 의사표시도 할 수 없는 고인의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밝히며 말할 수 없게 된 스물세 명 고인의 의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대신 전했다.
기업가는 평소 매출 증가에 온 힘을 쏟는 반면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부분에는 비용을 최소화해 이윤을 극대화해 오다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족과 합의를 시도한다. 유족은 막다른 길에 몰려 생계 유지를 위해 선택의 여지 없이 합의에 이른다. (중략) 이러한 악순환을 뿌리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지난 9월 23일 "징역 15년" 선고 직후 법정에서 "악!" 소리를 내며 얼굴을 감싸쥔 박순관 대표는 이틀 만에 항소했다. 유족들은 선고 후 법원 앞에서 "희생자 1명당 징역 1년도 안 된다"며 "항소심(2심)에서 죗값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1심 재판부(수원지법 제14형사부, 재판장 고권홍 부장판사, 강동관·류호정 판사)의 판결문 중 아리셀·박순관·박중언의 '양형 이유'를 그대로 전한다.
※ 1심 판결문 '주문' 및 '양형 이유'
<주문>
[박순관] 피고인을 징역 15년에 처한다.
[박중언] 피고인을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아리셀] 피고인을 벌금 8억 원에 처한다
<양형 이유>
[피고인 박순관, 박중언, ○○○·□□□·△△△(모두 아리셀 직원 - 기자 주)에 대한 공통된 양형 이유]
사람의 생명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본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이다. 사람의 생명은 그 연령이나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고, 그 자체로 존엄한 것이므로 절대적으로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결과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는 점에서 사망의 결과를 야기한 범죄에 대하여는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사건 화재 사고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상해를 입었는바, 범행으로 인한 결과가 매우 중하여 이에 상응하는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
이 사건 공장이 전소되고 난 이후 감식을 위하여 이 사건 화재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 나타난 피해자들의 유해는 형체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피해자별로 신원을 확인하여 시신을 수습하기조차 어려웠다.
피해자들에게는 대부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다. 부부, 자매 또는 이종사촌이 함께 사망하는 등 가까운 친족이 동시에 사망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화재 당시부터 현재까지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것으로 보이고, 재판 과정에서 그 피해의 중대성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피해자 김○○, 최○○, 주○○의 유족, 강○○, 강△△의 일부 유족이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 사건 화재로 사망한 피해자들 중 20명이 파견근로자이다. 피고인들은 아리셀에서 파견근로자들을 고용한 이유는 인력난과 수주 실적에 따라 인력 수요가 달라지므로 생산직 근로자들을 직접고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고, 이러한 현실은 다수의 영세 제조업체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그러한 문제가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원론적인 측면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화재 무렵 아리셀이 다수의 파견근로자들을 공급받은 이유는 아리셀이 수주한 군납 전지에 대하여 요구되는 품질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기품원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고 그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점점 다가오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하여 일 5,000개씩으로 생산량을 급작스럽게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사건 화재 발생 무렵 아리셀에서 공급받는 파견근로자들이 급증하였고 아리셀에서 근로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파견근로자들이 사망하기도 하였다. 결국 이 사건 화재의 피해자들 대부분이 파견근로자들이 된 이유는 사회구조적인 측면보다는 피고인들이 스스로 야기한 측면이 훨씬 크다.
근로자들의 사망 자체도 중대한 결과이나 '파견근로자들'의 사망을 특별히 지적하는 이유는 그것이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가 실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파견법 제5조 제1항에서 직접생산공정업무를 근로자파견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그중 하나는 제조업의 특성상 근로자가 각종 공정기술을 습득하고 전문적인 설비를 취급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숙련되지 못한 파견근로자가 업무의 내용이나 작업 환경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업무에 투입될 경우 사고가 발생하거나 작업의 안정성·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17. 12. 28. 선고 2016헌바34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 사건에서 화재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제조상의 결함이 내부 단락을 야기한 것은 분명하며 그것이 비숙련 파견근로자들을 다수 투입한 결과에서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규직이 아닌 파견근로자들이 투입되고 잦은 인력교체가 있었던 이유로 안전보건교육과 소방훈련이 내실 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분명하므로 파견법이 금지하는 불법파견과 피해자들의 사망의 결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파견근로자들 중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언어적인 문제로 전문용어가 포함된 업무 교육 및 안전보건교육과 소방훈련을 내실 있게 실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견근로자들이 평소에는 드나들 수 없게 보안장치가 된 곳에 비상구로 가는 통로가 위치하였다는 점이 파견근로자인 피해자들이 사망하게 된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으므로 이 사건에서 파견근로자들의 사망을 특별히 엄중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 화재의 정확한 세부적인 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으나, 리튬을 사용한 전지의 폭발 위험성은 여러 사례를 통해 사회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고 아리셀에서는 이미 여러 번 폭발 사고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화재 직전에는 선행 폭발 사고라는 중요한 전조증상이 있었고, 이러한 사고가 있었다면 동일 로트에서 생산된 전지에 대한 후속 공정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 그렇게 높은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2024. 6. 22. 생산된 전지의 개수는 많아야 18개의 트레이 1152개의 전지에 불과하여 아리셀의 생산능력에 비추어 낭비되는 전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리셀은 생산량을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안전에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돌아보지 아니하고 아무런 대비도 없이 생산 공정을 계속하였다. 그로 인한 참혹한 결과는 피고인들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온전히 부담하게 되었다. 이 사건 화재 이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확인된 이 사건 공장 3동 2층 작업장의 모습을 보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전지를 등 뒤에 두고 막다른 곳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위험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불안감은 피고인들이 아리셀을 운영하며 이 사건 화재 발생 전에 느꼈어야 하는 불안감이고 이러한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고 근로자들을 방치하는 것이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피고인들이 스스로 또는 피고인들의 가족이 화재가 발생한 작업장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 어쩌면 그러한 불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피고인들이 직접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마치 그러한 작업을 자신들이 하는 것과 같이 위험에 대비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보건관련 법령을 제정한 목적이고 리튬 1차전지 생산근로자들의 상급자들이 부담하는 업무상 주의의무이다.
그동안 산업재해로 근로자들이 사망한 사건들에 있어서 고의범과 달리 업무상과실치사죄와 같은 과실범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부과하는 양형의 경향이 있어왔고,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경우에도 양형에 있어서는 과실범에 준하여 취급하여 왔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해자들이 다수로서 피해가 매우 중대하고, 화재의 발생이 결국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내지 안전보건 확부의무 위반에 따른 결과가 실현된 것이며, 사상의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인들이 쉽게 준수할 수 있는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법위반의 정도가 심히 중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한 피해자들이 평소에 제대로 된 리튬 1차전지 폭발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이로 인한 화재 대피 교육을 받았더라면 이 사건 화재가 최초에 발생한 것을 인지한 시점에 즉시 출입문 또는 비상구를 향해 뛰쳐나가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 중 일부는 불을 끄려고 하였고,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작업장 구석에 모여들어 걱정스레 화재 모습을 지켜보는 등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생사가 오가는 귀중한 골든 타임을 놓쳤다. 더구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비상구에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결국 아침에 집에서 일터로 향한 소중한 가족이 남은 가족의 품에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예측 불가능하였던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였다. 그 이면에는 기업의 생산량 증대에 따른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노동자의 안전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우리 산업 구조의 현실과 일용직·파견직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의 실태가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
피고인들이 피해자 18명의 유족들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하였고, 2명의 피해자들(피해자 강○○, 강○○)의 일부 유족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한 점은 유리한 정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유족의 처벌불원이 사망하여 어떠한 의사표시도 할 수 없는 망인의 의사를 대체할 수 없을뿐더러, 합의한 유족들조차 한국에 머물며 장기간에 걸친 법적 분쟁을 버틸 수 없거나 경제적 형편 등 여러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 등을 들며 피고인들이 이 사건 화재 사고에 대하여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고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아야만 진정한 용서를 할 수 있다는 등으로 현재의 피해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사정도 존재한다.
특히 기업가가 평소에는 기업의 운영에 있어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에 온 힘을 쏟는 반면,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부분에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윤을 극대화하여 오다가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유족은 막다른 길에 몰려 생계 유지를 위하여 선택의 여지 없이 합의에 이르게 되어 결국 기업가는 합의가 되었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게 되는 선례가 많다.
자신의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고,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당장 장부상에 숫자로 찍히므로 기업가는 다른 기업가가 위와 같이 선처를 받는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이윤 극대화에 몰두하는 기업 경영을 하게 된다. 나중에 매우 낮은 확률로 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그동안에 벌어 놓은 돈으로 합의를 하면 선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뿌리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유족들과 합의하였다는 사정은 일부 제한적으로만 양형 사유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 박순관에 대한 구체적 양형 이유]
중대재해처벌법은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및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는바, 그중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안전을 중시하는 기업의 조직문화의 부재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산업재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을 입법취지로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제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산업재해의 발생은 재해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을 유발한 행위자들이나 구체적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중간관리자들에게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환경 즉,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대표이사와 같은 경영책임자 등에게도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사업장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안전보건관리체제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감소하지 아니하고 근로자들이 사상을 입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경영책임자 등에게 무거운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응당한 결과이고 자기책임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피고인은 박중언에게 영업 현황을 보고하도록 지시하며 기업의 매출을 증가시키라는 지시는 강조하여 반복하는 반면 근로자들의 안전에 유의하라는 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영책임자등의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하여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고, 경영책임자등이 스스로 높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형벌만이 정답은 아니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나, 앞서 본 그동안의 산업재해 사고의 양형 경향과 산업재해의 빈번한 발생 현실에 비추어 보면 형벌의 일반예방 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인다. 이 사건과 같이 다수의 근로자들이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경한 형이 선고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높은 법정형의 처벌 규정을 둔 의의가 무색하게 된다.
또한 피고인은 장기간 다수의 파견근로자들을 고용하여 전지를 생산하여 왔는바, 이 사건에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형태가 불법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지위와 경력이 있음에도 파견법 위반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아리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한 컨설팅을 받던 중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점,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상이나 파견법상 자신의 책임을 면할 목적으로 자신의 아들인 박중언을 내세워 아리셀을 경영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고, 실제로 상당한 권한을 박중언으로 하여금 행사하게 하여 아리셀의 실무는 박중언이 총괄하였던 점, 피고인이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정상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피고인 박중언에 대한 구체적 양형 이유]
피고인은 아리셀의 운영총괄본부장으로서 대표이사인 박순관으로부터 위임받아 아리셀 실무의 대부분을 총괄하여 왔다. 피고인은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상해를 입게 하는 중대한 피해를 야기하였다.
이 사건 화재와 사상의 결과는 여러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중첩되어 발생한 것인데 피고인은 판시 범죄사실에 기재된 모든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크다. 또한 피고인이 건축법을 위반하여 대수선한 결과 이 사건 비상구의 이용이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가 되었다.
피고인은 장기간 불법으로 다수의 파견근로자들을 고용하여 전지를 생산하여 오면서 이들을 위험에 노출시켰고, 급기야 이 사건 화재 사고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하였다.
피고인이 군납 전지의 품질보증검사를 통과하기 위하여 수검용 전지를 교체하는 등 업무방해와 사기 범행을 자행한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편취금액이 크다. 군부대에서 고성능의 전지를 요구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성능을 요구하는 이유는 군사상 목적에 따른 것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러한 성능에 맞는 전지를 생산하고 그러한 전지로 품질보증검사를 통과하였어야 한다. 군납 전지를 생산 단가에 비하여 저렴하게 판매하였다는 사정도 피고인의 경영상 선택에 의한 것이므로 업무방해와 사기 범행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아리셀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고,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기계 등을 사용하였으며, 건강진단 이후 근로자들에게 취하여야 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피고인은 이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이행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였고, 그러한 인식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인다.
다만, 피고인이 일부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업무방해와 사기 범행과 관련하여 방위산업청이 요구하는 손해배상금 52억 원을 전액 배상하기로 합의하였고, 그중 35억 원 상당을 배상하여, 피해금 45억 원 중 일정액이 변제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정상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피고인 아리셀에 대한 구체적 양형 이유]
피고인이 박순관, 박중언, ○○○의 범행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였다면 이 사건 화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사법상 근로자들을 사용하는 주체나 사업을 통하여 얻은 이익이 귀속되는 주체는 법인이므로 법인에게도 책임에 상응하는 벌금형을 부과하여 경제적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이 실제 행위자인 경영책임자등이나 사업주로부터 위임받은 실무자로 하여금 근로자들의 안전·보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도록 하고 불법파견을 방지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밖에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628
아리셀 참사 1심 판결이 주는 교훈 (매노, 정상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시대), 2025.10.13 07:30)
지난해 6월4일 아리셀 화성공장에서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9명이 다치는 비극이 발생했다. 사망자 중 20명이 파견업체 소속이었고,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수원지법은 지난달 23일 아리셀 화재 참사의 책임자인 대표이사 박순관과 총괄본부장 박중언(아리셀 경영진)을 각각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 등의 1심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결을 뜯어보겠다. 법원은 2019년께 군납 배터리에서 발생한 250억원 손해 상당의 화재, 2021·2022년과 참사 이틀 전까지 네 차례 반복해 발생한 폭발 및 화재, 동종 업체에서 2017년에 발생한 화재 등으로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의 폭발 및 대형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을 아리셀 경영진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화재의 발생 원인이 리튬전지 제작공정에서 발생한 결함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제조업체에 높은 수준의 안전상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참사 이틀 전 발생한 화재에도 문제가 된 전지의 후속 공정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한 잘못도 지적했다.
또한, 아리셀이 무허가 파견사업주로부터 320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파견받아 현행법상 금지되는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 투입한 사실, 소방계획을 세우지 않고 소방훈련도 하지 않은 사실, 사고 전년부터는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정기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화재 원인인 제조상 결함이 비숙련 파견노동자들을 다수 투입한 결과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짚었다. 파견노동자를 처음 채용한 때나 작업내용의 변경이 있을 때에도 사고 발생 시 긴급조치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파견노동자들이 화재 당시 대피로가 없는 쪽으로 피하다가 피해가 커졌다고 봤다. 파견노동자가 수시로 교체된 사정과 이주노동자의 언어 장벽도 참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아리셀이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발굴해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감소 대책을 수립할 의무를 위반한 점도 지적했다. 참사 전 3년간 발생한 3번의 동종 사고를 위험성 평가에 반영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피로로 사용되는 비상구에 보안 장치가 설치돼 파견노동자들의 출입이 제한됐고, 비상 통로에 전지 등 물건이 적치돼 있어 다수의 사상자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판결은 원칙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상 ‘사업총괄책임자’로서의 형사책임을 지워야 함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실행할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를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대표이사가 다른 경영책임자를 내세워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따른 책임을 손쉽게 모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참사에 대한 형사책임으로 경영진에게 부과된 15년의 징역형과 아리셀 법인에 대한 벌금 8억원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노동자의 안전을 방치하는 기업 현실과 불안정 노동의 실태를 바로 바라본 점은 의미가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후 유족과 합의해 선처를 받는 관행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유족과의 합의를 제한적으로 반영한 대목도 의미 있다.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합의하면 선처받는 기존 관례로는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은 등한시하고 이윤추구에만 몰두하는 악순환을 뿌리 뽑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다른 사건에서 법원이 소극적으로 형을 선고해 온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다. 법 시행 뒤 여태까지 양형기준이 수립되지 않은 점도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법부가 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 책임의 무게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어떤 법관은 산재사망을 교통사고에 빗대 불가피한 결과라고 인식하며, 헌법재판소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심사를 청하는 결정을 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위험성 평가시 노동자를 참여시키도록 정하는 데 그치고 있다. 모든 노동자는 일터에서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가진다. 그렇다면 그러한 권리를 가진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평가한 요인을 사업주로 하여금 예방·해소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가 요구한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중대재해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아리셀 참사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주객이 전도된 파견제도를 금지하고 직접고용 원칙을 다시 세우는 제도 변화가 없는 한 위험의 외주화를 결코 멈추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23725.html
23명 숨진 아리셀, 그 대표의 패가망신을 걱정하는 우재준 의원에게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5-10-16 14:13)
현장에서
“아리셀 배터리 공장 1심 징역 15년이면 패가망신 아닙니까? 그게 업무상 과실치사인데 간첩 혐의보다도 높게 받았어요.”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 발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취재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순간 귀를 의심했다. 우 의원은 국감 시작 전부터 ‘민주노총 간첩 사건’을 언급하며 민주노총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와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사업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노동자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공장 화재 사건으로 노동자 23명이 숨진 참사의 책임을 물어 징역 15년이 선고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에 대한 형벌이 가혹하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을 하다보면 실수로 사고가 나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징역 15년을 선고해 패가망신시키는 것이 온당하냐’는 주장으로 읽힌다.
변호사 출신인 우 의원의 발언은 팩트부터 틀렸다. 먼저 박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중처법은 경영책임자의 ‘과실’이 아니라 ‘고의’가 있어야 유죄가 인정된다. 박 대표가 아리셀의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고의로 위반했기에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지난달 23일 선고된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의 아리셀 사건 판결문을 보면 “박 대표에게 중처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있다는 점 및 이를 위반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적혀있다.
우 의원은 산업재해에 따른 노동자 사망은 ‘과실치사’인데 무거운 형을 부과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과 법원 판결 경향에 대해 비판하면서 박 대표에게 엄벌을 선고해야 하는 이유를 판결문에 적어뒀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사망한 사건들에 있어서 고의범과 달리 업무상과실치사죄와 같은 과실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부과하는 양형의 경향이 있어 왔고, 노동자 사망으로 인한 산안법 위반죄도 과실범에 준하여 취급해왔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피해자들이 다수로서 피해가 매우 중대하고, 화재의 발생이 결국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내지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에 따른 결과가 실현된 것이며, 사상의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피고인들이 쉽게 준수할 수 있는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법 위반의 정도가 심히 중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시했다.
사실 중대재해를 과실치사로 봐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사례를 없애기 위해 입법된 것이 중처법이다. 재판부는 중처법 입법 취지를 설명하면서 “경영책임자등에게 무거운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응당한 결과이고 자기책임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 의원은 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물릴 것이 아니라 피해자 배상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처법에는 중대재해에 따른 손해의 5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있다. 하지만 중처법 시행 3년을 넘도록 해당 조항이 적용돼 징벌적 손배가 인정된 사례는 없다. 2022년 3월에 발생한 사고가 아직도 수사 중일 정도로 수사에 장시간이 걸리고 있어, 당장 생계가 급한 피해자 유족들이 가해자인 기업과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 의원이 피해자 유족들이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손해를 제대로 배상 받기를 원한다면, 노동부·검찰의 수사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과거 윤석열 정부 노동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가장 위에 있었던 것이 산업재해 예방이었다. 물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수단으로 사업주를 엄벌하는 것이 온당하냐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이자 국회 기후노동위 위원인 우 의원이 기업의 매출에 목을 매며,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시키지 않아 23명을 숨지게 한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형이 선고된 것을 두고 과실치사나 가혹하다고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리셀 판결문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이 사건 화재 이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확인된 이 사건 공장 3동 2층 작업장의 모습을 보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전지를 등 뒤에 두고 막다른 곳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위험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불안감은 피고인들이 아리셀을 운영하며 이 사건 화재 발생 전에 느꼈어야 하는 불안감이고 이러한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고 노동자들을 방치하는 것이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피고인들이 스스로 또는 피고인들의 가족이 화재가 발생한 작업장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 어쩌면 그러한 불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같은 질문을 우 의원에게 던져본다. 우 의원이, 또는 우 의원의 가족이 화재가 발생한 작업장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 박 대표의 ‘패가망신’이 가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 의원이 아리셀 참사에 대해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국정감사 질의서를 작성하기 전에 아리셀 판결문을 읽어보기라도 했었다면,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저런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늦게라도 우 의원이 아리셀 1심 판결문을 읽어보길 권한다. 공교롭게도 우 의원이 강조하는 민주노총 간첩사건 1심 재판부와 같은 재판부에서 선고됐다. 굳이 법원행정처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수원지법 누리집에 게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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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0412280295106
23명 목숨 앗아간 아리셀 참사 1년…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프레시안, 박세연 아리셀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공동상황실장 | 2025.06.05. 11:47:06)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년] ① 아리셀 참사의 현재
리튬배터리 폭발사고로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최악의 이주노동자 집단 산재사망 사건인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기가 다가온다.
2024년 6월 24일 10시 30분. 경기 화성 전곡산업단지에 소재한 ㈜아리셀이라는 회사에서 리튬배터리가 폭발했다. 작은 연기와 함께 시작된 화재가 엄청나게 쌓여있던 리튬배터리들의 연쇄폭발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의 소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고 시작 42초 만에 걷잡을 수 없는 화염과 검은 연기에 의해 희생자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23명의 희생자는 17명이 중국, 1명이 라오스, 5명이 한국 국적을 가진 이들이었고,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불법파견으로 고용된 다수의 이주노동자는 제대로 된 안전보건교육 한 번 받지 못했고, 화재 속에서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솟아오르는 불길을 피하다 출입문 반대편 구석에서 고립된 채 희생됐다.
참사의 주 원인…위험의 이주화, 엉망인 안전보건관리 체계
아리셀 참사의 배경에는 수많은 문제가 난맥처럼 얽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공단에 만연한 불법적인 고용구조의 문제다. 여기에는 이주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존재로 만드는 이주노동자 정책도 얽혀 있다.
공단의 많은 사업장이 그러하듯 아리셀도 불법적인 인력공급구조를 이용해 노동자를 고용했다. 23명의 희생자 중 많은 이가 도급을 가장해 불법파견으로 고용된 중국 국적 재외동포비자 소지 여성이었다. 최저임금에 출퇴근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용도 불안정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아리셀은 고용과 해고를 수시로 반복하기 위해, 일용직 고용이 가능한 동포 노동자에게 일을 시켰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에 따른 위험부담은 없었다. 한국 정부는 고용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질 낮은 일자리에 동포 노동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비자정책을 교묘히 바꿔왔다. 동포 노동자는 미등록 상태가 아니어서,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있어서 오히려 일용직, 불법파견 같은 열악한 고용구조에 더 많이 노출된다. 매일 아침 봉고차에 실려 와서 그날 할당된 물량 앞에 도착해, 바로 일을 시작하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두 번째 구조적 원인은 일상적 안전보건관리 부재다.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공장에서는 2021년 11월부터 참사 전까지 4건의 리튬배터리 폭발사고가 있었다. 심지어 참사 이틀 전에도 비슷한 폭발사고가 있었다. 작지만 계속되는 전조현상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고에 대해 회사는 원인을 찾지도, 예방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또한 참사 발생 석 달 전 화성소방서는 2급 위험시설인 아리셀 공장을 조사한 결과, 참사 발생 현장 3동 건물을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지역’으로 지목하고 ‘제품 생산라인의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를 경고했다. 아리셀은 이런 경고를 모두 무시했고 결국 참사가 벌어졌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사업장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도 참사에 일조했다. 아리셀은 산업안전공단의 위험성평가 인정심사를 통해 2021년부터 우수사업장으로 지정돼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있었다. 위험성평가는 윤석열 정부가 2022년 11월 30일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내용이다. 회사는 형식적 셀프평가를 통해 안전하다는 서류를 내고, 정부는 이를 심사해서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한 것이다. 자본은 이윤을 위한 탐욕으로 가득 차 노동자 안전은 안중에 없었고, 정부는 이를 방조하고 묵인해 참사를 키웠다.
중대재해법 혐의로 최초 구속기소된 아리셀 대표이사
아리셀 참사는 중대재해 참사이자 사회적 참사다. 이전에도 무수한 사회적 참사가 있었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우리사회는 사회적 참사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해 왔다.
아리셀 참사 당일부터 생명·안전의제를 다루는 단체들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이 참사 현장과 희생자가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아다니며 참사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100여 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를 출범했고,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참사 초기,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던 희생자 유족들도 다른 유족들과 만나며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 협의회를 구성하고 대책위와 공동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피해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함께 싸워왔다.
지난 1년 동안 투쟁의 과정은 지난했다. 피해가족들과 대책위는 참사가 일어난 화성시청에 거점을 마련하고, 7월 1일부터 9월 말까지 매일 저녁 화성시청 분향소 앞에서 시민추모제를 진행했다. 또한 7월 22일부터 9월 말까지 가족 직접행동을 통해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고 책임이 있는 아리셀이 운영하는 공장,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 본사와 안산사업소, 경기·서울고용노동지청, 국방부, 삼성 등을 찾아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성실한 교섭을 요구했다. 역대급 폭염 속에서도 땡볕에 몇 시간씩 길 위에서 투쟁하고, 저녁에는 시민추모제를 통해 매일 희생자를 추모하고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그 투쟁의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대재해의 최고 책임자인 최고 경영자를 구속 수사하게 만드는 소중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박순관 에스코넥 대표이사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 구속된 이후에도 사건 해결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투쟁의 파고를 높이기 위해 가족협의회는 10월 10일부터 에스코넥 본사로 거점을 옮기고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아리셀의 모회사를 겨냥한 투쟁을 본격화한 것이었다.
아리셀 참사의 최고 책임자인 박순관 대표이사는 에스코넥의 경영자다. 에스코넥은 아리셀의 지분 96%를 소유하고 있었다. 에스코넥은 아리셀에 자금을 투자하고 대여금을 지급하면서 운영비를 마련해줬고, 출자와 대여뿐 아니라 지급보증까지 섰다. 아리셀이라는 기업명도 2017년 에스코넥의 한 부서에서 만들기 시작한 1차 리튬배터리 제품명 ‘아리셀’에서 따온 것이었다. 2020년 아리셀이 설립된 이후에도 에스코넥은 ‘아리셀’은 자신들의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해당 제품은 국방부로도 납품됐는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군납 비리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비리가 처음 시작된 곳도 에스코넥이었다.
그렇기에 피해가족은 에스코넥의 책임을 묻기 위해 에스코넥 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며 겨울을 맞았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친 교섭 공문 발송에도 에스코넥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참사가 해결될 때까지 장례를 미뤄왔던 가족들도 더는 희생자들을 냉동고에 둘 수 없었기에 11월 3일, 모든 희생자의 장례를 마쳤다.
투쟁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12월 24일, 아리셀 제품을 납품받던 삼성전자 본사 앞 추모제를 마지막으로 농성투쟁에서 법률투쟁으로 투쟁방식을 전환했고, 여전히 법률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 투쟁은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집단적인 이주노동자 중대재해 사망사건에서 한국 국적이 아닌 피해가족들이 협의회를 만들고 공동 대응을 한 것은 최초였다.
또한 이 투쟁은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가능했다. 100여 개가 넘는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아리셀 참사를 사회화하고 투쟁을 위한 재정을 만들어 냈다. 참사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물어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5개월이 넘는 숙식 지원도 이끌어 냈다. 참사 발생 55일째인 2024년 8월 17일에는 전국에서 55대의 희망버스가 참사현장을 찾았다. 희망버스에 참석한 2000여 명의 시민은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결의를 함께 다졌다. 이후 지금까지도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아리셀 참사는 해결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리셀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되고 있을까. 진정한 사과 한 번 없이 제대로 된 배보상안도 마련하지 않고 개별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사, 지난 2월 에스코넥의 경영을 책임지겠다며 보석을 신청한 박순관 대표와 이를 허락한 재판부, 사업장 안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 시료 바꿔치기 등 군납 비리를 저지른 아리셀-에스코넥을 묵인했거나 적어도 적발하지 못한 국방부, 공급망 관리에 실패한 삼성 등 누구 하나 참사의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대화하자는 이조차 없었다.
지난 2월 24일 고용노동부가 아리셀중대재해참사 후속조치로 실시한 ‘불법파견 감독과 인사노무 종합컨설팅’ 결과는 더 참혹하다. 전국 산업단지 영세제조업체 229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90개 사업장에서 948건의 법 위반이 적발됐다. 조사대상의 83%가 법 위반을 저질렀다. 불법파견 사업장만 38%에 달했다. 그런데 그 결과서에 ‘불법을 일벌백계하고 개선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직접채용 여력이 없으니 파견고용을 합법적으로 하게 해달라’는 기업 입장만 담겼다. 아리셀 참사 후속조치 결과가 파견고용 확대라는 노동부 발표에 할 말을 잃었다.
일터에서의 죽음 역시 되풀이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계속된 죽음에도 최고경영자 허영인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지 않은 SPC에서 지난 5월 19일 여성노동자가 또 죽었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도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은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지난 2일 하청노동자가 또 죽었다. 이 죽음을 얼마나 더 두고 봐야 하는가.
아리셀 참사 1주기가 다가온다. 한국사회의 온갖 구조적 모순과 비리가 합쳐져서 빚어낸 끔찍한 비극의 희생자인 고인들을 다시 기억하자. 뭉뚱그려진 23명의 노동자가 아니라 온전한 하나의 우주로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며 추모하자.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아 대책위와 가족협의회는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한다. 6월 19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제목의 국회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이어 6월 21일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우리의 결의를 다지는 추모대회가 열린다. 참사의 최고 책임자인 박순관 대표이사와 박중언 본부장의 피의자 심문이 예정된 6월 23일에는 이들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탄원서 서명을 시작한다. 그리고 참사 1주기인 6월 24일, 참사 현장인 아리셀 공장에서 피해자 가족들과 희생자를 위로하는 추모제가 준비되어 있다. 아리셀 참사와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소망하는 분들의 참석을 요청드린다.
한 가지 이야기가 남아 있다. 참사 이후, 사건조사 과정에서 참사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출입구의 존재가 드러났다. 사고 과정에서 대피할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이주노동자, 일용직노동자 누구 한 사람이라도 그 문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희생자들은 살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 문은 정규직이나 연구원이 가진 카드키나 미리 등록된 지문으로만 열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 사회와 자본이 가진 민낯이다. 차별과 배제, 그것으로 누군가는 이윤과 권력을 갖게 되고, 누군가는 소외당한 채 고통받고 죽어간다. 차별 없고 평등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투쟁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1017511870280
아리셀 참사 1년…유가족이 싸우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프레시안, 김태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 | 2025.06.11. 10:33:49)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년] ②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자를 위해 투쟁하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년을 돌아보며 ‘산 자는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고, 죽은 자를 추모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를 생각해 본다.
세월호·이태원·오송·무안제주항공참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는 SPC 노동자의 죽음. 태안화력 하청노동자의 죽음…. 일상을 함께 했던 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이 단순히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만의 분노이고 아픔일까?
그랬다. 유가족들도 남의 얘긴 줄만 알았다. 그러나 참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까이 있었다.
하루 6명, 매년 2500여 명의 노동자가 안전하지 못한 일터와 일상 속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자본의 이윤을 위한 탐욕에 상시 노출돼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 이들 또한 자본과 정권에 의한 잠재적 참사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산 자 역시 참사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해진다. 왜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지 명백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해 반복되는 죽음을 막아야 한다. 사회적 구조를 바꾸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연대와 투쟁을 통해서만 산 자의 트라우마는 조금씩 치유 되어갈 것이고, 죽은 자를 진정으로 추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됐다.
2024년 6월 24일 자본의 탐욕이 부른 기업살인
아리셀은 2022년부터 군 부대에 리튬배터리를 납품하면서 국방기술품질원의 자격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시료를 바꿔치기하고 문서를 조작해 47억 원에 이르는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나, 국방부는 법적 책임을 묻는 대신 제때 납품할 것만을 강제했다. 더군다나 아리셀에서 납품받은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는 군 부대 내에서도 세 차례 이상 있었던 상황이었다.
참사 직전 아리셀은 군납비리 적발 뒤 재납품 물량의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허가받지 않은 파견업체를 통해 미숙련 노동자를 대거 투입해 하루 5000개(평소 2배)에 달하는 배터리를 생산하게 했다. 외부 충격에 민감한 배터리를 고무망치로 두들겨 끼워 케이스에 넣게 했고, 이물질이 들어갔거나, 발열이 의심되는 위험한 배터리를 손으로 만져 열을 감지하게 해 분리했다가 그마저도 기일이 촉박해지자 완성 배터리에 포함시켰다.
참사 당일 현장의 CCTV를 보면 출입구 앞쪽에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한 3만 5000개의 배리가 적재되어 있고, 한 곳에 있던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자 일반 소화기로 진화하려는 노동자들이 보인다. 38초 후 순식간에 연쇄 폭발이 일어나며 1000도가 넘는 화마가 23명의 노동자를 처참히 삼켜버렸다.
리튬배터리는 외부의 충격으로 분리막이 훼손되거나 전해질 주입 후 발열이 지속될 경우 열 폭주로 폭발해 버리는 특성이 있어, 완성된 배터리는 개별케이스에 넣어 소량씩 구분해 콘크리트로 된 공간에 보관해야 하고, 폭발의 위험이 있을 경우 리튬용 소화기나 대량의 물로만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23명의 노동자는 알지 못했다.
폭발사고 발생 시 리튬소화기가 없으니 일반소화기로 진화하려 하지 말고 무조건 대피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그 비상구라고 하는 것마저도 일부 임직원만이 지문 인식을 하거나 ID카드가 있어야만 열 수 있는 문이라는 사실 또한 아무도 몰랐다. 내가 어떠한 위험 물질을 다루는지 모르던 미숙련 노동자들은 아무런 안전교육이나 대피 훈련 없이 자본의 이윤을 위해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한 소모품에 불과한 존재였던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법조치 65건, 과태료 82건), 업무상 과실치사상, 불법파견, 불법 건축물 개조, 소방법 위반, 사기 및 업무방해 등 아리셀은 불법의 온상이자 죽음의 공장이었다.
공급망 상위 책임자들의 무도한 민낯
아리셀은 에스코넥의 자회사다. 엄밀히 말하자면 에스코넥의 배터리 사업부서로 기능했다. 2000억 원 이상 자본 잠식 상태임에도 에스코넥은 아리셀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본을 집행·관리했고, 지분의 96%를 가지고 있었다. 아리셀과 에스코넥의 대표이사는 박순관이고 아리셀의 총괄본부장은 그의 아들인 박중언이었다.
압수수사 결과, 에스코넥이 이미 2017년~18년에 시료 바꿔치기와 성적을 조작하고 문서를 위조해, 국방부를 상대로 82억 원 상당의 부당한 이익을 취했고, 아리셀에 해당 업무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밝혀졌다. 이 모든 사실이 에스코넥이 진짜 사장임을 가리키고 있다.
이 공급망의 최정점에 삼성이 있다. 에스코넥은 삼성전자에 핸드폰 부품을, 삼성SDI에 이차전지를 납품하고 있다. 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은 삼성시계 출신이다.
삼성은 ‘협력사 행동규범’을 통해 안전보건의무등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 거래 중단 등을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지금까지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
부패한 정부가 부른 사회적 참사
시료를 바꿔치기 하고 품질검사 결과를 조작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납품받은 군납배터리에서 세 차례 폭발이 있었음에도 에스코넥과 아리셀에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던 국방부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에스코넥의 군납비리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방연구원 출신 임원의 극단적 선택이 과연 국방부의 무책임한 행태와 무관한 것인지 의구심만 증폭한다.
아리셀을 고위험사업장으로 선정하고도 사고 예방 대책이나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고용노동부는 어떠한가? 노동부는 아리셀이 자체적으로 작성해 제출한 위험성평가서로 3년 연속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해 산재보험료를 감면해 줬다. 그마저도 2023년 위험성평가서는 전년도 평가서를 ‘복붙’한 것이었다.
참사 전 아리셀 공장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몇 번의 폭발을 제대로 감독했다면, 특히 참사 2일 전인 22일 폭발사고 때 특별근로감독을 했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해서, 사람이 죽지 않아서 특별감독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이정식 당시 노동부 장관의 답변이었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혐오하는 김문수 전 노동부 장관은 어떤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투쟁의 성과로 노동부는 ‘불법파견 감독과 인사노무 종합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전국 영세중소사업장 229곳 중 83%가 법을 위반했고, 38%가 불법파견이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파견을 합법적으로 해달라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파견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참사의 원인이 불법적 고용구조에 있었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겠다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참사를 되풀이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노동부의 발표에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참사가 벌어지면 정부는 제일 먼저 장례 절차와 공단이 지급하는 산재보험 청구에 관해 말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중대재해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집행하는 근로감독관의 직무에 관한 집무규정에 ‘2명 이상 산재사망발생시 즉시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노동부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의 지난 1년
유가족이 싸우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파하는 것도 목 놓아 우는 것도 유가족들에게는 사치다.
참사 발생 이틀 뒤 화성시로 유가족들이 모이면서 유가족협의회가 구성됐고 공동대응을 결의했다. 이후 100여 개가 넘는 지역 노동시민단체가 대책위를 구성해 함께 투쟁을 만들어 나갔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폭염과 폭우, 추위와 폭설을 뚫고 화성시, 경기도, 노동부, 국방부, 국회, 삼성,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싸웠고, 에스코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거리투쟁도 진행했다. 그 결과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6개월 간의 숙식지원(사업주에게 구상권 청구)을 이끌어 냈다. 추모공원 조성을 위한 조례제정과 부지선정 논의도 현재 진행 중이다.
참사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초로 대표이사와 본부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검찰이 그들을 구속기소해 현재 재판 중에 있다.
박순관 대표이사는 김앤장의 입을 빌어 ‘나는 경영책임자가 아니다. 본부장인 아들이 경영책임자이고 나는 죄가 없다’고 했다. 박중언 본부장도 ‘안전 보건 의무는 미흡하지만 진행했다. 22일 폭발사고시 생산한 배터리는 참사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궁색하고 파렴치한 변명만 내놓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억울한 죽임을 당한 관리 책임자와 연구소장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군납비리와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에스코넥 임원에 대해서도 ‘생전 그의 전횡과 비리가 심했다’며 모든 책임을 고인에게 떠 넘기고 있다.
대표이사와 본부장은 참사 발생 다음 날 언론을 통해 국민들 앞에 사죄한다고 허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정작 유가족들에게는 죄를 인정하거나 진심 어린 사죄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협의회와 대책위와의 면담을 거부 한 채 대리인을 앞세워 개별 유가족에게 접근해 중국 길림성 기준 일실수입 산정, 동의 시 위자료 5000만 원 지급, 비자에 따른 차등 지급 등이 적용된 배보상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했다. 추방 협박과 처벌불원서 작성까지 요구하며 파렴치함의 끝을 보였다.
게다가 최대 주주인 박순관은 구속 직전 에스코넥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임했다. 직무대행인 김치원은 박순관과 더불어 삼성시계 출신이다. 부사장인 강동균은 에스코넥의 2대 주주인 사내복지기금 대표로 아리셀 등재이사다. 둘은 에스코넥 설립 멤버이기도 하다.
유가족들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민사소송으로의 전환 이전에 박순관과 박중언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배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법인이자 진짜 사장인 에스코넥 앞에 천막을 치기로 결정했다.
3개월여 천막농성과 매일 추모문화제. 시민 선전전과 집중투쟁을 진행했으나 책임있는 이들의 사과와 면담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임원들의 차량은 천막을 친 이후 보이지 않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공장의 문은 도발을 유도하려는 듯 열려 있었고 영업방해와 손배청구를 하기 위한 CCTV로 도배돼 있었다.
공단으로 향하는 골목에 위치한 에스코넥은 하루에도 수십 대의 대형화물차량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새벽 물류를 나르는 차들의 과속으로 인한 공포를 견뎌가며 농성을 지속했다.
유가족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무 성과가 없진 않았다. 배보상 일실수입 산정기준이 길림성에서 한국 기준으로 바뀌었고 위자료도 투쟁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바뀐 안이 사측 대리인과의 교섭 자리에서 나오긴 했다.
그러나 피치못할 개인적 사정으로 중국으로 가는 유가족과 민사소송으로 갈 경우 지난한 투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하는 가정도 늘어났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유가족들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지난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중대재해 참사의 책임자임을 부정하고 죄를 인정하지 않는 박순관과 박중언에 대해, 유가족에게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구하고 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후안무치하고 무도한 에스코넥과 아리셀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다.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24년 6월 24일에 멈춰 있는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유가족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611516445
[단독] 23명의 목숨 잃고도… 대책은 여전히 ‘검토 중’ [심층기획-아리셀 참사 1년] (세계일보, 이지민·김승환 기자, 2025-06-11 18:23:01)
23명의 희생 계기로 안전 강화 나서
격벽·화재감지·경보설비 설치 지원
외인 근로자 교육 강화 등 내놨지만
“내부 검토” 말만 되풀이 실현 저조
전문가 “정책 우선순위 정해
법 개정·정부 주도 구별해야”
“정부 정책 지원 아니면 제재
생계 급한 소규모 사업장들
지원책을 활용할 여력 없어”
리튬전지 폭발로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2024년 6월24일) 1주기가 임박했지만 정부가 참사 이후 내놓은 여러 대책들 상당수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올해 안에 개정하겠다고 한 법, 규칙, 고시도 많은 경우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가 당장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내놨던 대책이라 “예견된 일”이란 평가를 내놨다.
실제 정부는 아리셀 참사 후 세 달도 채 되지 않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종합 대책을 두 차례에 걸쳐 쏟아냈다. 사업장 내 비상구가 제대로 완비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드러나자 비상구 형광 표시 등 지원 방안을 내놓거나, 사망자 다수가 이주노동자였던 점을 고려해 그간 일부 비자에 제한해 진행되던 안전교육을 전체 이주노동자 대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책 상당수가 최근까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심지어 지난해까지 완료하기로 했던 과제조차 이미 한 해의 절반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 중”이라거나 “막바지 단계”라고 해명할 뿐이었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참사 후 3주가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 ‘외국인 근로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엔 비상구 형광 표시 등 작업장 안전 디자인 개선, 화재 감지·경보 설비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재 감지·경보 설비 지원의 경우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작업장 안전 디자인 개선 또한 지원 작업장 수가 3곳에 그쳤다. 고용부 측은 이와 관련해 “대상 사업장들이 노후·위험공정 개선을 우선 신청해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용부가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강화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한 ‘안전보건 통역사’ 자격 제도도 여전히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 제도는 외국인 유학생, 결혼 이민자 대상으로 외국인 안전교육 전문강사 자격을 부여하는 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관련 연구용역 계약을 맺었고, 국가기술 자격에 포함할지 말지 등을 향후 살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엔 총 37개 과제를 포함한 ‘전지 공장 화재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엔 모든 이주노동자가 업무 현장에 투입되기 전 의무적으로 안전보건교육과 소방안전교육을 듣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현재는 비전문취업(E-9) 비자와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에게만 교육 수강의무가 있다. 재외동포(F-4) 비자 외국인이 단순노무 직종에 불법 취업을 하면 안전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실제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에 종사한 근로자 14.7%가 외국인이었고, 이들 체류자격을 보면 F-4 비자가 50.4%로 전체의 절반이었다.
아리셀 화재 참사 사망자도 18명이 외국인 근로자였고, 이 중 11명이 F-4 비자, 2명이 결혼이민(F-6) 비자였다. 다만 고용부는 1년간 모든 외국인 근로자 대상으로 기초안전보건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했지만 법 개정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제화는 국회 사정으로 늦어진 면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가 올해까지 개정하겠다고 한 법이나 규칙, 고시 등도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소방청은 화재 위험성이 높은 리튬전지를 화재예방법에 따른 특수가연물로 지정하고 제품 적재·보관, 내화구조·방연재료 사용 등 관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연구용역이 여태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소방청 관계자는 “연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고 나서 법 개정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리튬전지 제품의 저장·취급 관리 강화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리튬전지를 화재예방법에 따른 특수가연물로 지정하고 보관·취급·공정상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다고 했다. 산업부는 현재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으며 공청회 1번, 간담회 2번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향후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고시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목표 일정을 지키지 못한 과제도 여럿 확인됐다. 환경부의 경우 지난해 유해화학물질 안전 가이드를 마련하고 폐전지 보관·운반 안전기준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여태까지 마무리짓지 못한 상황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모면용으로 정책을 열거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에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라도 우선순위를 정해 정책을 재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법 개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과 지금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이 미진한 데 관해서는 단순지원 제도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정부 정책은 ‘지원’ 아니면 ‘제재’인데 중소사업장 경우 생계가 급한 와중에 이런 지원책을 활용할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장 안전에 노사 양측이 모두 공감하게 하고 안전 감수성을 끌어올리는 게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611516414
아리셀 참사 유가족 “눈뜨면 그날의 악몽 떠올라… 진심 어린 사과 듣고 싶다” [심층기획-아리셀 참사 1년] (세계일보, 청주·수원·안산=김승환 기자, 시흥=이지민 기자, 2025-06-12 06:00:00)
<상>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대국민사과는 쇼
대표는 아들에게 아들은 임원들에 책임 넘기기 바빠”
“아내와 처제 참변 비정규직 노동자
비상구 이용 못해 안전 차별에 분노”
“영상 속 사촌동생 폭발 후 경직된 채 놀라 벌벌 떨기만
안전교육 못받아”
리튬전지 폭발로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참사’는 여전히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아리셀 참사는 그간 산업재해 대책 사각지대라 평가받던 불법파견·영세업체·이주 노동자에 그 피해가 집중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백화점식 대책을 쏟아냈지만 상당수가 여태까지 시행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아리셀 측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에 대한 1심 재판도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참사 사망 노동자의 가족들은 아리셀 측엔 ‘진실된 사과’를, 정부에는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여전히 외치고 있다. 본보는 아리셀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현재진행형인 참사의 고통을 살펴보고 정부가 내놨던 대책을 점검해본다.
“그냥 6월24일(아리셀 참사일)을 계속 살고 있어요.”(아리셀 참사 유가족 최현주씨)
“주위에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잖아요.”(〃 허헌우씨)
“자려고 눈을 감았다가도 죽은 동생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이 들면 깨서 혼자 울어요.”(〃 여국화씨)
리튬전지 폭발로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 1주기(6월24일)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기자가 만난 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했고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남편이 변을 당한 최현주씨는 “(사고 이후) 1년이란 시간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여전히 자주 숨쉬기 힘들고 물도 한 모금 못 넘기는 때가 찾아온다”고, 아내를 잃은 중국동포 허헌우씨는 “(이런 사고는) 모두 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겪고 나니 이렇게 아플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리셀에서 일하던 사촌이 숨진 중국동포 여국화씨는 “사고로 팔도, 다리도 사라지고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 훼손된 동생의 모습이 자주 생각난다”고 했다.
여전히 참사를 살아내고 있는 이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건 아리셀 박순관 대표의 진심 어린 사과였다. 박 대표 측이 그간 개개 유가족 측에 접촉을 시도하면서 개별 보상에 대해서만 제안했을 뿐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대표가 사고 다음날 한 ‘대국민 사과’나, 올 1월 법정에서 한 사과는 전부 언론과 재판부를 향한 것으로 본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게 유가족 측 입장이다.
◆“진짜 사과 듣고파”
“다른 게 아니라, 진짜 사과를 원해요. 그걸 들어야 남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씨는 1일 충북 청주와 11일 수원지법 근처에서 총 두 차례를 만나 사과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하며 “배신감이 아직까지도 사무친다”고 했다. 수원지법은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곳이다. 최씨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재판이 열릴 때마다 법원을 찾아 방청 중이다. 11일 공판에서도 본인이 아리셀의 실질적 경영자가 아니란 박 대표 측 주장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 공방이 오갔다. 박 대표는 아들인 박중언 경영본부장이 실질적으로 아리셀을 경영했단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씨는 이런 박 대표 측에 대해 “황당하다”며 “박 대표는 아들에게, 아들인 박중언 본부장은 남편을 포함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임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최씨 남편 고 김병철씨는 아리셀 연구소장이었다. 고인은 2022년 일을 관뒀다가 혈액암이 발병했다. 이 기간 박 본부장이 1년 반 정도 고인이 지내던 청주를 거듭 찾아 복귀를 제안했다. 최씨는 고인이 치료를 마친 뒤 복귀한 건 박 본부장에 대한 ‘인간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애들 아빠가 박 본부장네에 자녀가 태어났을 때 미역이랑 호박즙도 사주고, 일을 떠나 신뢰하는 관계였다”고 했다.
그러나 사고가 나고 한참 동안 박 본부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 최씨는 “사고 3일째 되는 날에야 아리셀 직원이 전화를 해왔을 뿐”이라며 “그때 일었던 화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고 다음날 아리셀 측이 김앤장을 선임했다고 했다. 누구는 가족을 잃고 아무런 정신이 없는데, 자기들은 어떻게든 살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지난달 중순쯤 박 대표 측으로부터 합의를 제안하는 연락을 또 한 번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사과부터 받아야겠다’고 했더니, 그쪽에서 ‘합의 먼저 해야 사과도 가능하다’고 했다”며 “그걸 듣고 박 대표 측이 정말 진실된 사과를 할 마음이 없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탄했다.
◆“내·외국인 모두 안전해야”
“그렇게 위험한 곳인 줄 알았다면 아내를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참사로 아내 강순복씨와 강씨 여동생 강금복씨를 한꺼번에 잃은 중국동포 허씨는 아리셀 내 비상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문제를 언급하며 이같이 한탄했다. 수사 결과, 일부 비상구가 피난 방향이 아닌 발화부 쪽으로 열리도록 돼 있었고 일부 문은 보안장치가 설치돼 출입증을 소지한 ‘정규직’만 출입할 수 있었단 사실이 드러났다. 아내 강씨 같은 비정규직 외국인 근로자는 비상구를 이용한 탈출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이다.
허씨는 2023년 11월부터 아리셀로 출근한 아내 강씨가 한 번도 직장에 대한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말동무할 여동생이 있어 좋다는 이야기뿐이었단다. 허씨는 “울화통이 치미는 일”이라며 “비상 대피로도 없었다는 게 제일 분하다. 사람 목숨 갖고 장난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박 대표가 유가족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벌을 안 받을 수 있구나’ 생각하지 않겠냐”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대재해법으로 걸린 사람이 몇 사람 없고, 걸려봐야 변호사를 사서 이렇게 저렇게 빠지지 않냐”며 “어찌 보면 돈 없는 사람들의 비애”라고도 했다.
아리셀 참사로 사촌동생 이모씨를 잃은 중국동포 여씨도 정규직만 비상구를 이용할 수 있었단 사실을 언급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안전에서도 차별이 있었단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위험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우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어디 얘기도 못 하고 혼자 참아야 하는 일이 잦다”고 호소했다.
여씨는 숨진 사촌동생 이씨가 사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전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 중에 공장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틀어줬는데, 폭발 직후에 동생이 아무것도 못 한 채 놀라서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팔로 몸을 감싸고 떨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걔가 그런 데서 일하는 걸 알았으면 내가 정말 못 다니게 말렸을 것”이라고 했다.
여씨는 그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며 “내가 겪어 보니깐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런 일이 다신 반복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그는 “외국인 근로자도 다 같은 사람”이라며 “우린 죽으려고 온 게 아니라 더 잘살아보려고 여기 온 것이다. 내국인도, 외국인도 모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교육과 대책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1114385707166
드러나는 그날의 전말, 아리셀은 언제든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곳이었다 (프레시안, 윤성민 변호사(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 | 2025.06.12. 14:29:56)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년] ③ 공판 上 안전 빼고 위험 넣고…아리셀의 기이한 생산공정
지난 2025년 1월 초, 아리셀 참사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즈음. 반팔티가 패딩으로, 더운 숨결이 차가운 입김으로 바뀐 그 계절에 유가족과 아리셀참사대책위(이하 ‘대책위’), 그리고 대책위 산하 법률지원단(이하 ‘대리인단’)이 수원지방법원 201호에 모였다. 바야흐로 아리셀 참사로부터 반년이 지나고 나서야 아리셀 및 그 대표이사인 박순관, 박순관의 아들이자 아리셀 본부장인 박중언, 기타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되었다. 가해자들의 죄를 밝히기 위한 이 공판은 매주 수요일마다 열린다. 유가족과 대책위, 대리인단은 매주 공판을 방청하며 아리셀 참사의 진실을 두 눈, 두 귀로 더듬었다.
그리고 다시 여름. 참사 이후 다시금 반팔티의 계절을 맞이한 유가족과 대책위, 대리인단은 여전히 매주 수요일마다 수원지방법원 제201호에 모여 공판을 방청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죄에 합당한 형벌을 받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지금이 원시시대? 기계 아닌 손을 이용해 발열검사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피고인들이 리튬 1차전지(즉 배터리)의 보관·관리상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다. 한편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및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건대 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원인은 아리셀이 생산한 배터리 내부에서 비정상적인 단락(쇼트)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배터리에서 열이 발생했으며 발열이 계속되자 배터리가 터졌고 그것이 연쇄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배터리의 발열을 점검하여 배터리의 폭발 및 연쇄폭발을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가진다. 검사는 박중언이 이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해 업무상과실치사죄를 범했다며 그를 기소하였다.
‘발열검사’라 하여 거창한 방식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다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 식당, 건물마다 설치된 열화상카메라를 기억할 것이다. 체온이 높은 사람을 선별하고 싶다면 열화상카메라에 기준 온도를 설정한 후 사람들로 하여금 카메라 앞을 지나게 하면 그만이다. 이처럼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하면 쉽고도 효과적으로 발열을 검사할 수 있다.
그런데 웬걸, 공판에서 드러난 사실은 아리셀이 열화상카메라가 아닌 손으로 발열검사를 하도록 지시하였다는 점이다. 아리셀 내부 CCTV 영상에서, 노동자는 배터리를 손으로 잡아보고는 열이 느껴지면 트레이에 담고 열이 느껴지지 않으면 정상 전지로 분류해 포장하였다. 열화상카메라 등 장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배터리의 발열 여부는 오로지 노동자, 그것도 다수의 미숙련 일용직 노동자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었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 일찍이 발열검사의 중요성을 인지해 열화상카메라를 도입하였다. 가령 아리셀의 경쟁사인 비츠로셀의 경우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여 밀봉한 이후부터 쭉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배터리 온도가 41도 이상인지를 확인하였다. 즉 비츠로셀은 발열의 기준(41도)을 마련하고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그 기준에 해당하는 전지를 선별함으로써 객관적이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유지하였다. 아리셀 역시 조금의 비용을 통해 열화상카메라를 설치 및 활용했다면 23명의 무고한 생명이 지금쯤 숨 쉬고 있었을까. 사람의 목숨보다 값비싼 것은 없거늘, 아리셀이 열화상카메라 비용을 아낀 이유가 전연 이해되지 않는다.
비상식적 방법으로 전지 보관, 그로 인한 연쇄 폭발
발열검사만큼이나 중요한 공정은 발열 전지를 정상 전지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리튬 1차전지는 폭발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연쇄 폭발을 막아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아직 열이 발생하지 않은 전지라 할지라도 언제든 열이 발생하여 폭발할 수 있으므로, 전체 생산 공정에서 배터리의 발열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각 배터리를 서로 분리해 보관하여 연쇄 폭발을 방지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는 피고인들의 배터리 보관·관리상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포함된다.
공판이 거듭될수록, 아리셀이 엉터리 발열검사에 이어 엉터리로 배터리를 보관해 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낳았다. 내부 CCTV 영상에 따르면, 아리셀 측 관리자는 2024년 6월 초경 발열 전지와 일반 전지를 구별하지 말고 전부 정상 전지와 함께 보관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는 발열전지가 시간이 지나면 식으니 위험하지 않다는, 비합리적 믿음에서 기인한 조치였다. 이후 같은 달 말경 아리셀 참사가 발생하였다. 폭발한 전지야 다시 생산하면 되지만, 23명의 노동자는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에이징(aging) 공정 역시 위험투성이였다. 에이징 공정이란 갓 생산된 배터리가 아직 안정되지 않아 위험한 바, 배터리가 폭발할 경우를 대비해 배터리들을 최대한 분리해 보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에이징 공정은 별도 공간에 격벽을 설치하고는 배터리를 각각 분리해 보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리셀의 경우 세척 후 에이징을 실시한다고 내부 표준 작업문서에 규정해 두었다.
그런데 아리셀은 세척을 마친 배터리를 별도 에이징 공간이 아닌 (참사가 발생한) 공장 3동 2층으로 옮겼다. 그곳은 다수의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공간인바 별도의 공간에 해당하지 않으며 배터리 사이 격벽도 없었다. 요컨대 참사가 일어난 장소에 보관되어있던 배터리들은 에이징도 발열검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언제든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위험한 전지들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3동 2층이 작업공간이라 격벽을 설치하기 곤란했다는 등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위험의 이주화, 대형 참사의 또 다른 원인
아리셀 노동자의 인적 구성만 보더라도 아리셀은 늘 위험한 사업장이었다. 아리셀 노동자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은 위험한 배터리 생산 공정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맡기는 것도 모자라, 한국말이 서툰 이주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행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측으로부터 통역을 제공받지 못했고, 다만 한국어를 잘하는 이주노동자 1인이 다른 노동자들에게 사측의 안내 사항을 전달해 왔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발열검사 등에 대해서도 아리셀로부터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고, 동료 노동자들로부터 ‘만졌는데 따끈한 전지 있으면 빼놔라’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발열 전지를 분류하였다. 이처럼 아리셀은 업무에 관한 교육을 거의 진행하지 않았고 그조차도 한국어로 하여 참사 발생의 위험을 가중하였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615508333
[단독] 입국 전후 안전교육 늘렸지만… “한국어 등 내실화 필요” [심층기획-아리셀 참사 1년] (세계일보, 공주=이지민 기자, 김승환 기자, 2025-06-16 06:00:00)
<중> 외국인 안전 사각지대
당국, 사고 후 E-9 특화훈련 규모 확대
3주간 무료 교육 … 노사 만족도 높지만
인력공백 우려 탓 현장 수요 저조 문제
언어 서툴러 위험한 상황 처할 수 있어
업계선 “한국어가 안전만큼 중요” 인식
사업장 특성 반영한 ‘맞춤형 교육’ 시급
“직장에서 쓰는 한국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요. 언어 장벽을 느껴 한국말을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달 13일 충남 공주시 대한상공회의소 충남인력개발원에서 비전문취업(E-9) 특화훈련 수업을 받고 있던 네팔인 타망 크리티(23)씨는 교육을 받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4월22일 입국한 그와의 대화는 번역 애플리케이션 없이는 불가능했다. 경기 화성시의 어묵 공장에서 일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탓에 그는 아직 별다른 안전사고를 겪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입국 전 교육 기간은 너무 짧은 것 같다”며 “더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취업 인구 대비 산업재해 사망률이 3배 이상 높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학 교육 등도 내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 규모는 지난해 5월 기준 101만명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2857만6000명)의 3.5%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서 지난해 외국인 산재 사망자는 102명으로 집계돼 전체 산재 사망자(2098명)의 12.3%였다. 업무 도중 사고로 사망할 확률을 따지면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더 높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는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가 산재에 더 취약한 현실을 드러냈다. 동시에 정부의 안전 교육이 형식적이고 부실하단 지적도 잇따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후속 조치로 외국인 근로자 산업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한 이유다. 아리셀을 계기로 E-9 근로자들이 입국 전 받는 안전보건교육은 1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났다. 입국 뒤 원하는 사업장에 한해 무료로 지원하는 E-9 특화훈련 규모를 확대한 것도 마찬가지 취지에서다.
◆지난해 예산 소진 22% 그쳐
E-9 특화훈련은 외국 인력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2023년 조선업에 한정해 시범 시행됐다. 지난해부터는 제조업, 광업 등으로 업종을 확대했다. 기간은 3주 이상이며 커리큘럼은 한국어, 산업안전, 직무교육으로 구성됐다. 참여 외국인은 훈련 일체 비용을 포함해 숙식도 제공받는다. 예산도 매해 늘어나 올해는 지난해(144억원) 대비 50% 늘어난 216억원이 편성됐다.
전액 무료 훈련인데도 현장 수요는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가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E-9 특화훈련 참여 외국인 근로자는 1264명으로 목표(4000명)에 크게 미달했다. 예산 소진율도 22%에 그쳤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분기까지 참여 근로자는 343명, 예산 소진율은 4.3%에 불과하다. 이대로면 올해도 목표(6000명)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고용부는 특화훈련에 참여를 망설이는 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9 근로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즉시 투입할 인력이 필요해 채용한 건데 교육 기간에 발생하는 인력 공백을 감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안산의 제조 중소기업 지엔텍에서 외국인 채용을 담당하는 유강욱 인사관리부장은 한 달 가까운 기간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 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 비자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서 다음 사람을 뽑곤 해서 그 사이에도 공백이 있기 마련”이라며 “거기에 3주 추가 공백이 생긴다면 반길 사업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엔텍에는 현재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 10명이 근무 중이다.

◆“사업주·근로자 교육 뒤엔 만족”
특화훈련을 받은 사업체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충남인력개발원에서 지난달 12일부터 3주간 특화훈련에 참여한 E-9 근로자 8명은 4개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데 4개 사업장 중 3개 업체가 지난해와 올해 훈련에 참여한 곳이다. 개발원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훈련을 완료한 9개국 47명에게 만족도 설문을 한 결과 만족도 만점(10점) 비율은 각각 93%, 68%에 달했다. 권혁대 충남인력개발원장은 “사업장과 참여 근로자 모두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며 “한번 참여한 사업주들이 또 훈련생을 보낸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충남인력개발원에서는 E-9 근로자 8명이 특화훈련 2일 차에 돌입해 산업안전 수업을 듣고 있었다. 각각 네팔, 인도네시아, 태국 국적의 근로자들은 작업장에서 기계 오작동이 났을 때, 감전 사고가 났을 때 등의 조치 요령을 익혔다. 개발원 소속 김학식 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는 “앞서 기계 사고에서는 빨리 전원부터 껐지만 감전사고는 다르다”며 설명에 한창이었다.
훈련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한목소리로 만족과 기대감을 표했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와유디(24)씨는 “안전 문제가 돈보다 중요하다고 느낀다”며 교육의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12월4일 입국해 대전에 있는 가구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그는 “반년간 사고는 날카로운 물건에 긁힌 정도여서 크게는 없었지만 언제든 안전사고가 있을 수 있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결국 특화훈련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산업인력공단 ‘E-9 근로자 입국 전후 취업교육 내실화 및 개편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E-9 근로자를 고용한 949개 기업 중 ‘특화훈련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26.3%에 불과했다. 농축산 분야는 18.9%로 더 낮았다. 연구진은 “정부 정책에서 홍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짚었다.
◆“한국어 교육 내실화 병행해야”
중소기업계에서는 한국어 교육이 안전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위험할 수 있는 이유도 한국어가 서툴러서이기 때문이다. 유 부장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에서 제공하는 E-9 근로자 후보에 체격 조건 등과 함께 한국어 수준이 상·중·하로 명시되지만 ‘상’이라고 명시된 근로자를 뽑아도 ‘하’와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바로 입국한 근로자들은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사업장에서 안전 교육을 하려 해도 한국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도 ‘추가로 필요한 교육 내용’을 설문한 결과 11개 응답 중 ‘일상생활 한국어 회화’와 ‘직무 관련 한국어 회화’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해당 교육에 대해 ‘매우 필요함’ 응답은 각각 31.3%, 29.1%에 달했다.
유 부장은 현재와 같이 사업장이 다른 사람들을 한데 모아서 하는 집체교육은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마다 근무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작업장에서 별도 교육이 또 필요하다”고 했다.
김태윤 아리셀 중대재해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김 대표는 “산업안전교육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교육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사업장에서 특정 유해물질이 있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 맞게 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최근 발간한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예방 강화 방안’에서도 유사한 제언이 나왔다. 연구진은 “안전보건교육에 관해 제조업과 건설업 모두 입국 시 교육에 관해 질의한 결과 너무 오래돼 기억이 없거나 입국 시 교육 대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는 것으로 응답했다”며 “구체적인 직무 특성을 반영한 교육 및 적절한 시기에 교육 진행이 필요하다고 해 맞춤형·주기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615508334
“일터에 가면 가장 처음 듣는 말이 ‘빨리빨리’” [심층기획-아리셀 참사 1년] (세계일보, 이지민 기자, 2025-06-16 06:00:00)
‘산재 피해’ 외국인 근로자 3人 목소리
작업 중 손가락 절단 등 사고 당했지만
사업장서 산재 처리 꺼려 치료 늦어져
“다쳤을 때 대응방안 교육받아야” 강조
“사장님은 세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한테 시켜요. 외국인 근로자가 농장에 가면 가장 처음 듣는 말은 ‘빨리빨리’예요.”
파르틱 보허랄(32)씨는 ‘지난해 아리셀 사고를 보면서 어떤 기분이었냐’는 질문에 지난달 26일 이렇게 답했다. 2018년 비전문취업(E-9) 비자로 네팔에서 입국한 그는 의사소통이 겨우 가능한 정도로 한국말이 서툴렀다. 그는 입국 전 E-9 비자 근로자가 받아야 하는 필수 교육은 들었지만 사업장에서 별도 안전 교육이나 기계 작동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보허랄씨는 2023년 4월 왼쪽 손가락 5개가 모두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2019년부터 2년간 일했던 경기도 여주의 양계장에 다시 돌아가 일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컨베이어벨트에 묻은 닭 분변을 청소하다 벌어진 사고였다. 컨베이어벨트에 손이 들어갔고, 기계 작동을 멈춰줄 동료는 없었다.
라미차 네리아(38)씨와 비렌드라 쿠마르(31)씨도 산재로 각각 오른손과 왼손을 잃다시피했다. 네리아씨는 물티슈 공장에서, 쿠마르씨는 철강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세 사람 모두 사고 직후 사업장에서 산재 처리를 해주기를 꺼렸고, 치료가 늦어져 고통이 심했다고 했다. 산재 후유증에 지금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정신과에서 이들이 받은 진단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불안과 우울이 혼합된 감정을 동반한 적응 장애다.
팔꿈치 인공관절 수술까지 총 21번의 수술을 받은 네리아씨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수술 횟수가 늘어났고, 잦은 수술에 빈혈과 간 기능 수치가 악화했다고 했다. 15번 수술을 받은 보허랄씨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모두 “빨리 산재 처리가 됐으면 계속 아프지도 않았을 것이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외국인 근로자가 또 나오지 않으려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쳤을 때 대응 방안’을 교육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리아씨는 “사장님들은 산재 처리하면 기록이 남아 자비로 치료비를 준다는 사람이 많다”며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니까 변호사, 노무사라는 사람한테 사기당하는 외국인도 많다”고 했다. 보허랄씨도 “산재가 많이 나오면 사장님이 문을 닫아야 하니까 사업주가 개인 부담으로 끝내려 한다”고 말을 보탰다.
궁극적으로는 의무 교육이 늘고 속도만을 중시하는 사업장 내 관행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다. 보허랄씨는 “사장님들이 외국인들을 차별해 더 위험한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기계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도 사장님들은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하기 전에 안전교육을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616514558
공동안전관리자 유명무실… 中企, 인건비 부담에 손사래 [심층기획-아리셀 참사 1년] (세계일보, 이지민·김승환 기자, 2025-06-17 06:00:00)
<하> 겉도는 중소기업 산재 대책
2024년 공동관리자 채용률 61%
정부, 인건비 최대 月250만원 지원
수요 늘어나는데 인력 공급은 제한
몸값 높아져 月400만∼500만원대
“불경기에 매출 반토막… 여력 없어”
로펌 배불리는 ‘중대재해법’
기업, 처벌 면할 서류작업만 ‘급급’
제조 대기업 64% 대형 로펌 선임
사업장 예방규율 확립 취지 무색
“안전=비용으로 인식하는게 문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계기로 도입된 중소기업 산업안전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인 안전체계가 개선되기보다 기업들이 처벌을 면할 서류작업(페이퍼 워크)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1월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이 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업장의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안전사고가 났을 때 안전관리자가 없을 경우에는 사업주가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처벌받는다. 안전보건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계가 법 적용 확대에 크게 반발한 이유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공동안전관리자 제도를 도입한 건 이 같은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사각지대를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20인 이상 제조업이나 임업 등 5개 업종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별도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단독으로 안전관리자를 두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10개에서 최대 20개 기업이 공동으로 안전관리자를 채용케 지원한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제도에 예산 126억원을 편성했다. 지원 규모는 공동안전관리자당 인건비 최대 80%, 월 250만원이다.
현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16일 고용부가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공동안전관리자 채용 인원은 363명으로 목표(600명) 대비 60.5%에 그쳤다. 올해는 목표가 400명으로 줄었고, 지난달까지 260명이 채용됐다. 지난해 중소기업 협단체에서 채용했던 곳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지원에도 비용 부담 여전”
공동안전관리자 요건은 산업안전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거나 안전 실무 경력을 갖춘 사람이다. 지난해 기준 363명이 총 3622개 사업장을 맡아 1인당 평균 9.97곳을 관리했다. 평균 근속 기간은 6.06개월이었다.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 줘도 중소기업들이 공동안전관리자 선임을 꺼리는 데는 안전관리자들의 높아진 몸값이 한몫한다. 인력 공급은 제한돼 있는데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이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한 광역시 기계협동조합의 공동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중대재해법 이후 인력 수요가 많아져 월급 300만원대를 받는 사람은 잘 없다”며 “최소 400만원, 흔하게 500만원대를 받는다”고 말했다. 공동안전관리자이면서 동시에 협동조합의 공동안전관리자 채용 업무도 하는 그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이해된다고 했다. 고용부에서 250만원을 지원해 준다고 해도 기업들이 추가로 월 200만원가량은 공동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짧은 근속기간의 배경 역시 안전관리자들이 대기업으로 쉽게 이직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한 단체의 경우 공동안전관리자가 세 번 바뀌었다”며 “지방에서 일하다가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매우 잦은 편”이라고 했다.
중소기업계 대표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직원 30명 규모의 제조 업체 영신코아스를 운영하는 장승원 대표는 “경기가 안 좋아 매출이 반 토막 난 데도 많은데 안전관리자까지 챙길 여력이 있는 데가 어디 있겠냐”고 토로했다.
홍보 미흡도 지적된다. 직원 10명 규모의 제조업체 오성스프링을 운영하는 조성기 대표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알려도 관심을 보일까 말까 한데 (공동안전관리자) 관련 홍보물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더 문제는 지원금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내년 사업 예산이 줄어들 전망이라는 점이다. 고용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올해(126억원) 대비 크게 줄어든 금액을 제출했다고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집행이 저조한 탓”이라며 불가피했다는 취지를 밝혔다.
공동안전관리자들은 당장 이 제도가 내년에 유지되지 못할 수 있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A씨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소기업은 더 타격이 커서 안전관리자 선임 중요성도 더 크다”며 “인건비 지원 확대에 더해 장기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식주의 아닌 노사 인식 전환 필요”
중대재해법 시행 뒤에도 중소기업이 산업재해와 중대재해에 취약한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대재해법으로 사업장의 예방 규율이 확립되기보다 로펌에 중대재해 발생 뒤처리를 맡기는 관행이 굳어져서다. 로펌만 배를 불리는 이 같은 상황은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도 비껴간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로펌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으로 입건된 1000명 이상 제조업 대기업 10곳 중 6곳꼴로 국내 10대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뒤 2022∼2023년 입건된 510건 중 345건(67.6%)이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이른바 김앤장·광장 등 국내 10대 대형 로펌을 선임한 비율은 238건(47.6%)이었다. 제조업의 경우 규모별로 50∼100인 13건(23.6%), 100∼500인 44건(45.8%), 500∼1000인 13건(37.1%), 1000인 이상 54건(64.3%)을 기록했다.
고용부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가 안 나게 하는데 치중해야 하는데 기업은 최악의 사항을 고려해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안 지게 할지에 골몰하기 마련”이라며 “고용부는 ‘현장을 한 번이라도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기업에 설파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안전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이를 외부로 떠넘기려 하는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경영하는 사람들이 안전을 깊게 고민하라는 요구였다”며 “그런데 로펌에만 맡기거나 비용이 드니 안전관리자마저 선임하지 않는 식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안전이 기업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단순 지원책이 아닌 보다 창의적인 관점에서 사업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616514556
위험성평가 관리자의 전문지식 5점 만점에 3.19점 [심층기획-아리셀 참사 1년] (세계일보, 김승환 기자, 2025-06-17 06:00:00)
중소건설현장 대상 운영실태 조사
정부 “산업재해 감축” 3년째 추진
근로자 참여·교육내용도 부정평가
중소 건설업 관계자들이 실제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위험성평가 제도와 관련해 관리감독자의 전문지식·근로자 참여 수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하는 제도다. 정부가 3년째 추진 중인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내 핵심 예방수단이기도 하다.
16일 학술지 ‘문화기술의 융합’ 11권2호에 게재된 논문 ‘중소건설현장 위험성평가에 대한 실태조사 및 실행력 제고 방안’(조승관·오태근)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공사비 50억원 미만 중소건설사업장에 종사하는 관리자·근로자 대상으로 설문조사 108부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위험성평가 절차와 방법에 대한 관리감독자의 전문지식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성평가 운영실태 관련 6개 문항(5점 만점) 중 관리감독자의 전문지식 수준 관련 문항에 대한 응답 평균값(3.19)이 가장 낮게 나온 것이다. 이어 두 번째로 부정적 평가 수준이 높았던 게 위험성평가 근로자 참여를 위한 교육 훈련 방법 제공 여부에 대한 문항(응답 평균값 3.28)이었다.
연구진은 “(중소 건설현장 위험성평가와 관련해) 근로자 참여와 교육 내용 개선이 필요하고 또 관리감독자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향후 위험성평가 제도의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안전관리 강화와 근로자 참여를 촉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아리셀 참사 당시 사고 사업장이 위험성평가 인정 심사에서 3년 연속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제도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했다. 아리셀은 우수사업장 인정으로 산재보험료까지 감면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만 해도 위험성평가 인정 사업장 중 중대재해가 발생한 곳은 아리셀을 포함해 24곳에 달했다. 다만 올 1분기에 단 한 곳도 이런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고용부는 아리셀 참사 이후 지난해 말 위험성평가 인정사업 지침을 개정해 심사·관리를 강화한 상태다. 인정 기준을 기존 종합점수 70점에서 90점으로 올렸고 인정 후 사후점검 대상도 모든 인정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1709440308955
'리튬배터리 화재 위험' 상식인데… 아리셀만 "모른다" (프레시안, 김수영 변호사(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 법률지원단) | 2025.06.17. 10:44:05)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년] ④ 공판 中 핵심 쟁점 '배터리 화재 예측 가능성' 두고 아리셀 "예측 못 해" 주장
무려 23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이례적인 참사. 그런데 아리셀 참사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그 ‘이례성’이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면 무슨 말일까.
피고인 측은 ‘예측 불가능성’을 핵심 방어 논리로 내세운다. 변호인들은 “완성품인 전지가 아무 이상 없이 평온하게 보관 중인 상태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생한 화재”라며, 화재의 구체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들이 화재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예견할 수 없는, 너무나 이례적인, 다시 말해 천재지변과 같은 사고였기 때문에 참사를 방지할 의무도 없다는 주장이다.
리튬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은 상식
비행기를 타기 전 짐을 꾸릴 때 리튬배터리를 캐리어에 넣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내에 들고 타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튬배터리의 발열 화재는 흔한 일이다. 간단한 통계만 보아도 확인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리튬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가 612건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312건(51%)은 배터리가 과충전 상태일 때 발생했다. 이어 비충전일 때 60건(9.8%), 보관 중 49건(8%), 수리 중 45건(7.4%), 사용 중 44건(7.2%), 충격 후 17건(2.8%)의 순이었다.
아무 충격이 없더라도, 평온히 보관하는 중에도, 비충전 상태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리튬배터리다. 심지어 이들 배터리는 2차 전지다. 아리셀에서 생산했던 1차 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제품으로써 재충전이 불가하기 때문에 제조 시 완충, 즉 100% 충전을 해야 한다. 당연히 에너지 밀도가 높고 그만큼 보관 과정에서 화재 위험성이 커진다. 그뿐만 아니다. 1차 전지는 음극재로 리튬 메탈을 사용하여 용량은 크지만 그만큼 약간의 단락(쇼트)으로도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반면 2차 전지에서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은 비록 용량이 줄어들지만 상대적으로 구조가 안정적인 물질이다. 2차 전지는 분리막 기술도 1차 전지 대비 고도화되어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라 평가된다. 그런데도 종종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리튬배터리다.
사정이 이러한데 1차 전지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피고인들이 “보관 중인 배터리에서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몰상식한 일이다.
법리와 상식의 간극을 넓히려는 형식논리
피고인 측은 “리튬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라 위험물질로 지정되어 있지만, 리튬배터리는 위험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화재폭발 위험이 지적되어 철저히 격리 보관하는 등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되었던 전지는 “폐전지”라며, “완성품은 폐전지와 달라 화재 발생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리셀 공장에서 2024년 5월부터 발생한 “미세발열” 현상은 이번 폭발로 이어진 “열폭주”와 다른 현상이며, 아리셀 공장에서 2021년 11월 전지 단락으로 발생한 폭발과 12월 전지 운반 중 낙하로 인한 폭발은 “작업자 과실로 인한 영역이고 이번 화재는 제조물 자체 화재로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지엽적인 사실관계의 틈을 무리하게 확대하여 법적 책임을 축소하려는 형식논리다. 리튬이 위험물질인 이상 리튬을 이용하는 배터리 생산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함이 당연한 일이다. 폐전지의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면 생산 과정에 있는 전지의 위험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미세발열과 열폭주를 나누는 것에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아리셀 회사 내에서 발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6개월 가량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묵살하였음이 드러난 진실이다. 당장 아리셀 공장에서 2021년 11월 12일부터 2022년 3월 29일 사이에만 폭발과 화재가 세 차례 발생했는데도 더 큰 폭발과 화재를 우려하지 않았다면 지독한 안전 불감증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참사 불과 이틀 전인 2024년 6월 22일, 2동 1층 드라이룸에서는 전해액 주입을 마친 전지가 이례적으로 뜨거워진 뒤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위와 같은 형식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상식적인 위험과 충분했던 대책
보관 중인 전지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과 달리, 우리네 상식에 부합하듯 아리셀 참사 이전에도 보관 중인 리튬 1차 전지의 폭발 사례는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전지의 폭발이 대형 화재 사고로 번지지 않기 위한 대책들 역시 충분히 구체적으로 현존하고 있었다.
아리셀이 전지를 납품한 군의 경우, “국군 리튬배터리 폭발·화재 사고 및 대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31건의 리튬배터리 폭발사고가 보고되었고 이 중 3건이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이 납품한 전지가 파열한 사고였다. 이에 국방부는 2020년경 리튬 1차 전지 보관 창고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항온항습기를 설치하고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유사 화재가 발생한 비츠로셀도 보관 중인 전지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공장 6개 동 중 4개 동이 소실된 뒤, 전지 보관 구역을 공정별로 격리하고 격벽마다 소화시설을 설치했다. 보관 창고 등 사무동을 뺀 모든 건물을 두께 30cm의 철근 콘크리트 격벽 구조로 구축했으며 열화상카메라 등 발열·화재 감지장치를 설치했다.
아리셀의 주요 납품 대상인 군이 인지했던 위험과 마련했던 대책이 있었고, 아리셀과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던 경쟁 회사에서의 화재 사고와 예방 대책이 뻔히 존재했다. 그러나 아리셀은 이 모든 위험과 대책을 남의 일인 것처럼 무시했다. 너무도 무책임한 일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라도 노동자들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훈련되어 있었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생존 노동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적 없다”, “월수금 아침조회에서 10분 정도 업무 관련 주의사항을 들은 것이 전부”라고 증언했다. 심지어 한 파견근로자는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교육 명부에 서명만 한 일이 있음을 진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화재가 발생하고 40초 내 암전될 정도로 급격히 확산”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소방훈련이나 안전교육도 실효성이 없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쯤이면 도를 넘는 책임 회피이자 궤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들은 리튬 1차 전지의 상식적인 위험성을 인지하고 현존하는 대책을 도입해야 했다. 이를 외면한 채, 나아가 화재 발생 시 대피를 위한 최소한의 교육마저 방기한 점에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어야
법리는 법의 원리 또는 법의 이치를 뜻한다. 법리 구성에 있어 기본은 ‘경험칙과 논리법칙’이다.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말하는 상식은 일반적 견문뿐만 아니라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를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경험칙과 논리법칙이란 대부분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 때문에 법리와 상식의 간극을 벌리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무리하고 무용하다. 또한 법리와 상식의 간극이 커질수록 사법에 대한 신뢰회복이 멀어진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도는 해악적이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어야 한다. 길게 이어지는 공판기일에서의 공방에도 그 끝은 상식에 맞는 판결일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39887
1년 전 사망자 명단에 동생 이름이... 그의 세상이 무너졌다 (오마이뉴스, 이슬하(yongkyun2019), 25.06.18 16:55)
[김용균재단 청년기자단③] 아리셀 참사 1년, 가족들이 보낸 시간... 이순희-여국화씨 이야기
권미정 활동가는 참사 대응 과정에서 이전의 참사들과는 달랐던 점을 설명했다. 우선 아리셀 참사 희생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였기에 비자 문제 등이 걸려 있었다. 이는 단순히 회사와의 교섭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를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였다. 또한 권 활동가는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정주노동자 산재 때와 달랐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혐오세력이 유가족 앞에서 피케팅을 벌이는 등 보다 직접적인 혐오가 자행됐다. 한국 사회의 끔찍한 단면은 일터에만 머물지 않았다.
문제 해결은 요원한 한편, 세상의 관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참사 초기만큼 기자들이 많이 찾지 않는 현장을 여국화씨는 직접 핸드폰으로 담기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이대로 파묻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참사 이후 여씨는 또 다른 사고 소식을 들을 때면, 유가족들을 찾아가 만나보고 싶은 마음부터 든다. 1년이란 시간이 그를 그렇게 바꿔놓았다.
1주기를 앞둔 현재 가장 바라는 바를 묻자, 가족들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첫째는 제대로 된 사과"라고 대답했다. 지난 1년 동안 가족들이 그토록 원했으나 받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어진 답변에서 가족들은 '다시는'이란 말을 되풀이했다.
"우리가 맨날 쓰는 핸드폰을 만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대신 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터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때는, 어떤 조처를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해야 하는 게 상식이잖아요." (이순희)
"우리가 공장에 일하러 가지 죽으러 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일터에서 이주민이라고 차별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달라는 게 제일 큰 바람인 것 같아요." (여국화)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3546
경기도 1년 공들인 아리셀 백서 이름은 ‘눈물까지 통역해달라’ (경인일보, 이영지 기자, 2025-06-18 20:48)
참사 1주기 온·오프라인 서점 유통 검토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40281
아리셀 참사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이주노동자 인권 (오마이뉴스, 오혜성(yongkyun2019) 25.06.19 07:30)
[김용균재단 청년기자단④]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
아리셀 참사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그중 17명이 중국 동포였다. 참사를 계기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한국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아리셀 참사 이전에도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참담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다 죽고 다치는 이주노동자
베트남 이주노동자 즈엉 반 응웬씨가 하루 10시간, 주6일 노동으로 인해 과로사한 사건, 태국 이주노동자 프레용 자이분씨가 건설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일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사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난방이 끊긴 비닐하우스 숙소 안에서 사망한 사건, 네팔 이주노동자 수매씨가 한우 공장에서 일하다 사료 만드는 기계에 왼쪽 손가락 4개가 잘린 사건 등 많은 이주노동자가 죽거나 다쳤다. 특히, 속헹씨의 사망은 비닐하우스 숙소 폐지 운동 활성화의 계기가 되었다.
참사 이후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속헹씨 사망 후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4년 10월, 태국 이주노동자 2명이 비닐하우스 숙소 안에서 난방용 LPG 기기를 틀어놓고 잠을 자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일터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은 죽어간다. 2025년 2월 돼지 축사에서 일하던 네팔 이주노동자 툴시 푼 마가르씨는 사업주와 팀장의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숙소와 위험한 작업장에서 죽고 다치고 있으며,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공격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이 현재 한국 산업 구조에서 많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주노동자에게 가혹한 시선을 보낸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만드는 구조적 문제는 외면하고 '불법'이라 낙인찍으며 공격하는 식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자국민보호연대(아래 자보연)다.
2018년 12월, 박진재씨의 주도로 설립된 자보연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법적인 검문·체포를 실시하고 있다. 박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도망가거나 저항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체포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의 유튜브에는 현재까지 800개가 넘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자보연만 이주노동자들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4월 2일 열린 구로구청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도 '외국인 불법체류자 완전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혐오는 아리셀 참사에서도 등장했다. 2024년 6월 화성화재이주민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공원에 분향소를 설치하자, 그 지역을 관할하는 파출소장 찾아왔다. 그는 "분향소는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설치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희생자들의 추모받을 권리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에는 중국 동포들을 겨냥한 혐오성 댓글들이 등장했다.
지난 7월 25일에는 "아리셀 희생자 지원 그만", "행정 정상화", "분향소는 아리셀 공장으로" 등의 피켓들을 든 신원 미상의 20여 명이 유가족들 앞을 가로막았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은 아리셀뿐만 아니라 사회의 시선,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도 싸워야 했다.
작은 움직임에서 큰 흐름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편,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2020년 이주노동운동단체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등록 체류자들의 자진 출국을 유도하는 법무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 대책'을 비판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코로나 시기 이주민에 대한 마스크 지급 차별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주노동자들과 이주 공동행동 등 이주·인권단체 회원들이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 제한'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박씨가 올린 이주노동자 혐오 영상을 찾고 시민들과 함께 영상을 유튜브에 신고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 바꾸기 위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아리셀 참사 이후에는 여러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사람이 왔다'라는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사람이 왔다'는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공동행동 진행, 출입국 폭력단속 규탄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숙소를' 서명 캠페인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숙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10월 17일 오후 2시 토론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모여있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는 '이주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10대 정책요구안'을 발표하는 등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은 이주노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을 공약집에 담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라는 차별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여러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으며, 이들의 처지는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력' 즉, '노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동에 이용되는 도구'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산업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부속품으로 여겨지며, 그들의 권리는 중시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죽고 다치고 있다.
아리셀 참사 1주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곧 있으면 1주기를 맞는 아리셀 참사는 이러한 현실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아리셀 참사의 해결은 단순히 사건 해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진짜 책임자 박순관의 사과와 처벌은 물론, 한국사회 이주노동의 현실을 돌아보고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오는 6월 19일 대책위와 유가족협의회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제목의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6월 21일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연다.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정주노동자의 안전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노동할 때, 모두가 안전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리셀 참사를 기억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리셀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한다. 끝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1908561351383
아리셀 중대재해 재판, '진짜 사장' 가리는 김앤장 (프레시안, 양미도 변호사(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 법률지원단) | 2025.06.19. 13:02:39)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년] ⑤ 공판 下 '에스코넥-아리셀-파견업체' 관계, 두 원청 '책임없다' 일관하는 경영진·김앤장
아리셀의 경영책임자를 찾아서
'사장님'은 어떤 사람일까? 나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사장님일까? 나의 채용 여부를 결정해 주는 사람이 사장님일까? 형식적으로는 A 사장님이 월급과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이 B 사장님이라면, 나의 사장님은 A일까, B일까? 그리고 B 사장님은 C 사장님으로부터 매달 몇억 원씩 운영비를 빌리고, 중요한 계약도 모두 C가 진행하며 단지 이름만 B 사장님의 것을 빌렸다면, 진짜 사장님은 누구일까?
아리셀 참사에서 사망한 많은 노동자는 형식적으로는 한신다이아와 메이셀에서 고용되었고, 이들 회사는 '도급'의 형식으로 아리셀에 근로자를 파견하였다. 이는 현행 파견법상 금지된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 대한 불법 파견에 해당하며, 명백한 위법이다. 실제로 아리셀의 파견법 위반은 형사재판에서 아무도 다투지 않을 만큼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아리셀 참사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형사재판에서조차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피상적으로 보자면 '아리셀'이 불법 파견을 통해 노동자들을 고용했고, '아리셀'이 독립된 법인으로 이들의 사망에 책임 있는 주체처럼 보인다.
아리셀은 에스코넥의 '외피'에 불과하다
아리셀 참사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리한 생산 강행'은 그중 하나의 핵심 요인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2024년 4월, 아리셀에 시정조치 요구를 내려 생산이 일시 중단되었다. 그러나 지체상금이 두려웠던 아리셀은 같은 해 5월 13일 임의로 생산을 재개했고, 6월 3일부터는 1일 생산 목표량을 기존의 2배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미숙련 이주노동자의 수가 30명에서 6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시정조치는 아리셀이 군납 전지에 대한 실험결과를 조작했기 때문에 내려진 것이었다. 그런데 실험결과 조작을 먼저 시도한 곳은 다름 아닌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이었다.
에스코넥은 원래 일차 전지사업을 직접 운영하다가 2020년 아리셀을 분사시켰다. 처음에는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했으나, 아리셀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자 투자자들은 모두 빠져나갔다. 이후 에스코넥은 매달 5~10억 원의 자금을 전환사채 형식으로 아리셀에 지원했고, 결국 아리셀의 지분 96%를 확보했다. 나머지 4%는 아리셀과 에스코넥 양쪽의 대표이사인 박순관이 보유하고 있다.
아리셀에는 독립된 회계담당자도 없었다. 형사재판에서 김앤장 측은 "아리셀이 위치한 곳이 시골이라 회계담당자를 구하기 어려웠다"며 에스코넥의 회계직원이 아리셀의 회계업무를 겸해온 사실을 해명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2024년까지 4년 동안 회계담당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정상적인 회사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아리셀이 진정 독립적인 회사였다면 회계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자원을 확보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에스코넥의 회계 직원이 이를 대신한 것은 아리셀이 에스코넥에 종속되어 있었음을 방증한다.
아리셀의 이사진은 박순관, 박중언, 강 모 씨로 구성되어 있다. 박순관은 에스코넥과 아리셀의 대표이사이고, 박중언은 그의 아들이며 아리셀의 경영책임본부장이다. 강 씨는 에스코넥의 이사이다. 아리셀의 감사는 최 모 씨이며, 그는 에스코넥의 경영관리팀장이다. 이처럼 아리셀은 재무적, 인적 구성 모든 면에서 에스코넥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었다. 아리셀 참사는 아리셀에서 발생했지만, 그 책임이 아리셀만의 것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순관은 아리셀의 대표이사지만, 책임자는 아니다?
아리셀의 대표이사는 박순관, 경영책임본부장은 그의 아들 박중언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대표이사가 모든 업무를 일일이 보고받거나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리셀의 경우 박순관은 생각보다 많은 세부 사항까지 직접 보고받고 있었다.
박중언은 매주 '주요 업무 보고'를 통해 인력 충원, 도급 계약, 조직 개편, 계약 현황 등 세세한 내용까지 박순관에게 보고했다. 박순관은 이러한 보고를 바탕으로 "품목별 세분화와 원가 절감 목표 설정", "인력 감축 후 비용 절감 효과 분석" 등을 지시했다. 2022년 2월 파견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 당시에는 위자료 지급을 승인하는 등, 안전보건과 관련된 최종 결정까지 직접 수행했다.
그런데도 김앤장은 박순관이 단지 자금 조달을 위한 '형식적 대표이사'였고, 실질적 책임자는 박중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회사인 아리셀이 회계 담당자조차 구하지 못할 정도로 영세한 회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개 본부장'이 대표이사이자 아버지인 박순관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경영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앤장의 논리는 아리셀이 때로는 대기업처럼, 때로는 영세 중소기업처럼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황에 따라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처럼 보인다.
아리셀과 에스코넥에 대한 가압류와 민사소송
2024년 9월 23일, 유가족들은 아리셀과 박순관, 그리고 모회사 에스코넥의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는 민사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 책임자들이 재산을 은닉해 배상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였다. 법원은 같은 해 11월 6일, 가압류를 인용했다.
그러자 에스코넥은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12월 9일 가압류 해제를 위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 주장은 "에스코넥은 아리셀과 별개의 법인이며, 법적 책임이 없고, 아리셀과 박순관의 재산만으로도 충분히 배상할 수 있으므로 가압류는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률지원단은 에스코넥이 아리셀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왔고, 아리셀과 박순관의 자산이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소명했으며, 법원은 결국 에스코넥에 대한 가압류를 유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계속될 싸움, 진짜 책임자는 누구인가
아리셀 참사는 단일 기업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고, 법인을 분리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구조, 그리고 대표이사에 책임이 미치지 않게 하려는 각종 논리가 결합한 '법적 책임의 외주화'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리가 '진짜 사장', '진짜 책임자'를 끝까지 찾아야 하는 이유다. 형사재판 1심은 마무리되어 가지만, 정의로운 결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604
[최악의 참사 겪었지만] 아리셀이 들춘 이주노동·작은사업장·불법파견 ‘해결은 없었다’ (매노, 이재 기자, 2025.06.19 19:42)
작은사업장 공동안전체계 구축 예산 전액 삭감 … 외국인 안전 사인 등 개선 사업 실적 3건 불과
최악의 중대재해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은 또 다른 재난이었다.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뒤 이주노동자·작은사업장·불법파견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지만 정작 정부는 작은사업장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관련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가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아리셀 참사 1주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참사 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꼬집었다.
산재 사망사고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 증가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아리셀 참사 유가족의 바람 중 하나가 재발방지인데 올해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참담하다”며 “정말 끔찍한 참사를 겪었는데 맹탕 대책만 내놓고 그마저도 집행을 안 할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최 실장이 지목한 것은 지난달 21일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이다. 1분기 동안 노동자 137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이주노동자)이 20명(14.6%)이다. 최 실장은 “매년 산재사망의 10% 내외였던 이주노동자 비중이 더욱 높아졌는데 이조차도 빙산의 일각으로 이주노동자 산재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사에서 배우지 못한 방증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 대응정책은 아리셀 참사가 드러낸 이주노동자·작은사업장·불법파견 문제의 산업안전보건정책상 취약점을 비껴간 대목이 드러난다. 참사 이후 그해 8월 가장 먼저 발표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강화 대책은 주요 대책으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인상 등 안전 인프라 강화 △스마트 안전장비 확산 지원 △소규모 사업장 위험성 평가 인프라 지원 △안전문화 실천단 연계 4대 금지 캠페인 △재해예방기관 컨설팅 품질 제고 등이다. 대부분은 정부가 이미 계획했거나 추진 중인 대책이라 재탕이라는 혹평도 받았다. 최 실장은 “이주노동자를 불법고용한 제조업 사업장 참사인데 건설업 대책이 웬말이냐”며 “피해를 키운 주요 요인인 불법파견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9월 전지공장 화재 재발방지 대책으로 외국인 노동자 소방안전 교육 필수 포함이나 리튬 배터리 안전 관련 법령 마련과 개정 같은 과제가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추진은 이뤄지지 못했다.
집행 실적 미비한 ‘아리셀 대책’
더 큰 문제는 집행이 부실했다는 대목이다. 8월 대책 집행 실적을 보면 화재·폭발 예방 및 건설업 안전 인프라 강화를 위해 비상구 형광 표시와 외국인 안전 사인 등 작업장 디자인 개선을 지원한 실적은 올해 사업장 3곳 1천796만6천원에 불과했다. 보관시설이나 격벽 설치 같은 화재감지·경보설비 지원은 한 건도 없다.
소화설비 및 경보·대피설비 지원 현황은 그보다 많지만 대책 발표 이후 올해까지 소화설비 18곳, 경보·대피설비 8곳 지원에 그쳤다. 외국인 근로자 산업안전보건교육 의무화를 위한 법령 개정 작업은 연구용역 1건과 간담회 4차례 진행 이후 중단했다. 최 실장은 “그 외 기존 각종 교육에 이주노동자 안전관련 내용을 끼워넣기식으로 운영한 것이 전부”라며 “이주노동자 증가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 조선업을 봐도 안전교재 개발 보급, 홈페이지 공유 등 실적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획기적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방안으로 선전한 게 외국인 안전리더이나 현재까지 47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50명 미만 적용 확대가 이뤄지면서 함께 대책으로 논의되다 아리셀 참사가 발생하면서 필요성이 부각됐던 작은사업장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사업은 올해 들어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참사 1주기를 맞아 아리셀 참사가 드러낸 사회적 문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은 “아리셀 참사는 모두가 알다시피 예견된 참사이고,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막지 못했다는 것이 전제”라며 “왜 그런 결과가 발생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파견 드러났는데 파견업종 확대라니”
이주노동자, 작은사업장 문제와 함께 이태원 참사 피해를 키운 요소는 불법파견이지만 이후에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영세 제조업체 불법파견 근로자실태 감독 결과 229곳 중 190곳(83%)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이 드러났고 87곳이 불법파견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 등 제도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대표는 “불법파견 조사 이후 되레 기업이 어려우니 파견업종을 확대해 달라는 재계 요구에 일부 정치인들이 호응까지 했다”며 “제대로 된 정책을 펴 다시는 노동자가 일하러 갔다가 죽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3627
국회서 아리셀참사 1주기 토론회 “참사 진상규명·수사 진행 상황 알고 싶어” (경인일보, 목은수 기자, 2025-06-19 19:46)
유가족 “정부, 장례 절차만 안내”
“수습 회복 등 인권 관점서 대응”
“유족들은 가족들이 왜 죽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19일 아리셀참사 1주기를 맞아 국회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 토론회에 참석한 한 유가족은 “참사 이후 정부의 역할은 장례절차와 산재보험 지급 방법 등을 안내하는 것에 집중됐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참사의 진상규명과 수사 진행 상황이 공유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이날 열린 토론회에는 권향엽·김주영·송옥주·신장식·용혜인·이용우·이학영·정혜경·한창민·허성무 국회의원도 주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첫 발표를 맡은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은 “아리셀 참사 이후에도 SPC 제빵공장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사고가 나는 등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반복되는 ‘예견된 참사’를 멈추기 위해서는 아리셀 참사의 근본 원인과 배경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발제를 통해 “매년 산재 사망자의 10%내외였던 이주노동자 비중이 올해 1분기 14.6%까지 높아졌다”면서 “특히 제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자 중에서 24.1%가 이주노동자로, 제조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더 취약한 상태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참사의 대응과 수습 회복 전반에서 인권의 관점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활동가는 “다수의 피해자였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와 다른 경제·문화·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음에도 세밀한 통·번역과 접근이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동포를 향한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마주해야 했다. 이를 규제할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3659
[아리셀 참사 1년 무엇이 바뀌었나·(上)] 여전히 일하는 이주노동자들 (경인일보, 마주영·목은수기자, 2025-06-19 20:51)
노동자들은 오늘도 ‘살아내고’ 있다
지붕은 뚫리고 벽은 구부러지고
아직도 참혹한 현장 모습 그대로
분주한 공장들 사이서 홀로 적막
노동부 재발방지 대책 지지부진
2년간 화재 감지·경보 지원 ‘0건’
아리셀 참사가 오는 24일이면 발생 1년을 맞는다.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였다. 하지만 참사 이후에도 이주노동자 산업재해는 더욱 늘어났고 현장의 위험성은 높아졌다. 화성 아리셀 참사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 23명이 숨진 참사가 던진 질문에, 1년 뒤 다시 현장에서 답을 찾아본다. → 편집자 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지만 남 일 같지 않았어요.”
19일 오전 10시께 찾은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아리셀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찾은 공장은 여전히 참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불이 난 공장 3동의 지붕은 완전히 녹아내려 뻥 뚫렸고, 벽은 엿가락처럼 구부러진 철근만 앙상하게 남았다. 공장 부지 바닥에는 새카맣게 그을린 건물 잔해가 엉겨붙어 있었다.
인근 제조업 공장 앞에서 만난 이주노동자 A씨는 사고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주변 공장에 큰불이 났다며 오늘은 그냥 집에 가라는 사장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서 “다음 날 뉴스에서 그 공장에서 사람들이 죽었고,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라더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이날 찾은 공장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사고로 숨진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으로 밝혀지면서 관련 논의가 오갔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한 노동 환경에 노출돼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사고 사망자 137명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14.6%로 집계됐다.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자 비율은 매년 10%내외를 유지하는데, 이번 1분기에서는 이를 넘어 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재발 방지를 공언했으나, 대부분이 설익은 방지책이었다고 노동계는 평가했다. 게다가 일부 대책은 시행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화재 감지 및 경보 설비 지원은 한 건도 없었다. 올해 소화 설비를 지원한 사업장 역시 1곳에 불과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는 “입국 전후 산업 안전 교육 시간 확대, 외국인 전용 교육 자료 배포 등 정부가 마련한 대책들은 실제 일하는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고, 산재 집계에 누락된 사례를 감안하면 사고 피해는 훨씬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점심시간을 앞두고 분주하게 돌아가는 공장들 사이에서 아리셀은 홀로 적막이 흘렀다. 경비원 한 명만이 정문에 남아 외부인의 출입을 경계했다. 공장의 울타리를 빙 두른 파란색 추모 리본들은 빛이 바랬다. ‘돈보다 생명’이라고 적힌 글씨가 희미해질 동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리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김모(49)씨는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잇따라 들리고 공장 지붕 위로 불꽃이 튀어 오르는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이런 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사 희생자인 고(故) 김병철 아리셀 연구소장의 유족인 최현주씨는 “화재로 남편을 잃은 뒤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1918492001147
"국가는 아리셀을 버렸다" 울분 쏟아진 1주기 토론회 (프레시안, 손가영 기자 | 2025.06.20. 11:58:32)
[토론회] "지난 1년 정부는 대책도, 의지도, 이행도 없었다" 한 목소리… 유족 "관심가져 달라" 당부
"1년이 다 됐지만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다. 어제 법정에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렇게 고혈압으로 (혈관이) 터져서 죽겠구나 했다. 죽은 사람들에게 죄를 떠넘기고 자기들은 다 죄가 없단다. 대한민국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대체 지자체, 노동부는 이런 사고 안 일어나게 왜 대책을 못 세웠나?"(고(故) 엄정정 씨의 유족 이순희 씨)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근로감독관 규정을 보면 2명 이상 사망한 사건이면 검사에게 구속영장 신청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근데 하셨냐? 저희가 몇 개월 동안 싸우니 그제야 하지 않았나? 불법파견 문제도 치 떨리고 참담하다. 죽음의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건가? 명확히 대책 내놓고 그에 따라 관리감독하라. 아니면 이 반복되는 죽음을 어떻게 막을 건가?"(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기 토론회가 끝나기 전 10여분 동안, 참석한 유족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화학사고예방과 과장과 행정안전부 국토산업재난대응과 사무관의 '불충분한' 답변을 듣고 나서였다.
토론회에서 유관 부처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지적이 2시간 동안 줄곧 이어졌지만,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 과장의 답변은 '15초'에 불과했다. "지난해에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했으나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돌아가서 이런 부분들 잘 챙겨보겠다"는 발언이 다였다.
이에 "뭐야?", "왜 왔어요?", "더 할 말 없습니까?", "무책임하다" 등의 질타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사회를 본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도 "마지못해 하는 게 다 보이지 않느냐"며 "과장님은 1년 지나 다른 데 발령 나면 그만이죠"라 지적했다. 그는 "유족들은 울고불고 천리행군에, 눈발에, 장맛비에 1년, 2년 투쟁을 해야 겨우 바뀌는데, 공무원들은 그저 진급할 사람 진급하고 그게 끝이다"라며 "오늘 토론회 내용 반드시 숙지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시라. 그래야 새로운 나라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도 "이렇게 내팽개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라며 지난 1년간의 정부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국장은 참사 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내용의 80%가 참사와 무관하게 그 전부터 계획했던 "맹탕 대책"이었으며, 이마저도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국장은 "'건설업 산업안전관리비 인상', '스마트 안전장비 확산' 이런 게 대체 왜 아리셀 참사 대책에 들어가 있느냐"며 "이주민을 안전보건 교육리더로 양성한다고 했는데, 1년간 47명 양성했다. 전체 이주민 사업장 대비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또 "안전대책 지원 사업장은 26곳에 불과하다"며 "장기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도 없다. 연구용역은 1건에 불과한데, 아직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이주민 산재 사망 실태는 전보다 더 심각해졌다.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 137명 중 이주노동자는 20명으로 14.6%다. 매년 평균 10% 정도를 기록해 온 것에 비해 대폭 늘었다. 제조업으로 한정해서 보면, 전체 사망자 29명 중 이주민이 7명으로 24.1%다. 직원 수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의 사망자는 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명이 늘었다.
불법파견은 무대책… "파견법 근본 검토 필요"
최 국장은 참사의 핵심 요인인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도 "형식적 감독만 진행할 뿐, 대책이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아리셀 참사 후 고용노동부는 일차 전지 제조업체 43곳, 산업단지 내 영세 제조업체 229곳의 불법파견 문제를 조사해 37%가 불법파견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최 국장은 "법 위반을 적발하고도 그 대책은 '컨설팅'뿐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아리셀의 모기업 에스코넥 내의 불법파견도 확인했으나 "회사 건물에 입주한 1차 하청업체의 불법파견 위반으로 적발했지, '진짜 원청'인 에스코넥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 국장은 "공소장에도, 재판 과정에서도 에스코넥이 아리셀의 실질적 경영 책임자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게 드러났으나, 노동부도, 검찰도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짜 사장'에 대한 문제는 지난 1월부터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신하나 변호사는 "아리셀은 에스코넥에 재정적으로 완전히 종속된 회사고, 에스코넥의 재무팀 직원이 아리셀 통장을 관리했고, 핵심 경영사항을 에스코넥 및 아리셀 대표이사인 박순관이 보고받고 지시도 했다"며 "그러나 대리인 김앤장 측은 그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경영본부장이 경영 책임자고, 박순관 사장은 '바지 사장'이라거나 조언을 해주는 '인생선배'라는 식으로 변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은 "다단계 생산 구조에 있어서 국제사회에서는 공급망 사슬에 있는 원청의 책임을 묻고 있으나, 한국에선 이게 되고 있지 않다"며 "이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리셀과 같은 참사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용역, 파견, 도급, 소개, 하청 등 간접고용이 계속 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 출발점이 27년 전 제정된 파견법"이라며 "불안정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확대하고 있는 법이다. 이 법을 그대로 둔 채 관리감독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인가"라고 물었다.
구멍 뚫린 피해자 알 권리… 하향식 지원 바뀌어야
피해자 지원도 형식은 갖췄으나 실질적 내용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피해자의 진실을 알 권리는 진상규명뿐 아니라, 정보에 접근할 권리, 정보의 취합과 공유를 요구하고 참여할 권리까지 포괄한다"며 "그러나 정보 제공은 제한적이었고 소통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와 정부 부처 등이 유족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구성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를 배척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도 밝혔다. 안 활동가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 대응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시민들의 참여와 논의로 함께 해결해 나갈 때 더 원활한 대응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목소리 연구소장도 "'왜 박순관은 아직도 체포가 안 되는 거냐', '왜 책임지고 면직되는 관료가 없는 거냐' 등의 질문을 유족이 계속 물었다"며 "정부가 참사 동안 얼마만큼 유족에게 그것을 설명하고 이해시켰는지, 중국 동포인 특수성을 잘 헤아렸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소장은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없다는 말처럼, 이주민의 노동환경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며 "노동 3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별노조로 이주노조 조직 기능을 강화해 국적 구분 없이 내·외국인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있게 하는 게 궁극적 방향이 아닐까"라고 제안했다.
박순관 대표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형사 재판은 지난 1월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오는 7월 박순관 대표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유족은 지난 6월 아리셀 경영진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고 김병철 씨의 유족 최현주 씨는 "우리 투쟁 아직 안 끝났다. 끝까지 형사재판에서 책임자가 엄중히 처벌받고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도와 달라"며 "잊히지 않게 알려달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620061300061
[아리셀 참사 1년] ①군납 욕심에 안전은 뒷전…23명 숨진 예고된 참변 (화성=연합뉴스, 김솔 기자, 2025-06-21 07:00)
검사시료 바꿔치기하고 비숙련자 투입, 납기일 맞추려 무리한 가동
정부, 전지공장 안전관리지침 강화…"지속적 감시·교육 이뤄져야"
1년 전 경기 화성시에 있는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화재는 이 업체의 공장 3동 2층에 쌓여 있던 리튬 배터리 더미에서 시작됐다. 첫 배터리 폭발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폭발이 이어졌고, 이후 동시다발적인 폭발이 발생하면서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배터리 폭발이 시작된 지 불과 42초 만에 작업장은 검은 연기로 가득 차 내부는 암흑으로 뒤덮인다.
폭발이 발생하자 공장 관계자들은 주변에 쌓인 완제품들을 치우거나 분말 소화기를 뿌리며 진압을 시도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번지는 화마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리튬 배터리 화재의 경우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는 불을 완전히 끄기가 어렵고 초기 불길도 매우 거세 소방 당국의 진압 작전에도 어려움이 컸다.
이 화재 사고로 23명(내국인 5명, 중국 국적 17명, 라오스 국적 1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8명이 다쳤다.
경찰 수사 결과 화재는 리튬 배터리의 군납 기준을 맞추려는 욕심에 근로자의 안전을 뒷전으로 두면서 불거진 총체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아리셀은 군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군납 기준을 맞추기 위해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의 품질 검사 전 밀봉돼있던 시료의 봉인을 몰래 뜯은 뒤 미리 준비한 품질 검사용 전지로 바꿔치기하고, 훼손 방지를 위한 서명을 위조하는 방식이었다. 타 기관으로부터 받은 시험성적서의 데이터를 조작해 기품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화재 사고 약 2달 전에는 기품원 측에 의해 이러한 불법 행위가 들통나면서 아리셀은 앞선 납품분을 재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새로운 납품분의 납기일까지 다가오자 아리셀은 일평균 생산량의 2배인 '하루 5천개 생산'이라는 목표 아래 제조 공정을 무리하게 가동하기에 이른다.
이 공장에서는 참사가 발생하기 불과 이틀 전 발열전지 1개가 폭발해 불이 난 적도 있었으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경찰은 숙련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투입돼 수작업을 하던 중 제품의 절단면에 뾰족한 형태의 잉여 부분이 발생했고, 이것이 외부에서 들어온 금속 이물질과 함께 폭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공장 내 대피로 역시 제대로 조성돼있지 않았다. 불이 난 공장 작업장에 설치된 출입문 일부는 피난 방향과 반대로 설치돼 있었다.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는 보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근로자들은 배터리 폭발 시 즉시 대피해야 한다는 안전지침조차 교육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최초 폭발이 발생한 시점부터 출입문을 통해 근로자가 마지막으로 대피하기까지의 골든타임 '37초'를 놓쳤다.
아리셀 화재 사고 이후 당국과 각계 기관을 중심으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각 부처와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는 관내 전지업체 및 유해화학·금속성 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국방부도 부대 내 리튬전지 보관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위험성이 높은 전지공장을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매년 안전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리튬전지 등을 '특수가연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하고, 리튬 등 위험물 저장·처리시설에 화재 위험이 높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소방청은 리튬 사고 발생 시 대원들의 임무와 역할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주노동자의 안전권에 대한 문제의식도 확산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이민자 사회통합 프로그램에 '안전보건기본교육' 과정을 신설했으며, 고용허가제(E-9 비자) 외국인 근로자에 한해 이뤄졌던 산업안전교육 의무 대상자를 확대했다. 이처럼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닮은 꼴'의 사고가 반복되곤 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우려가 높은 사업장에 대해 실효성 있는 감시와 제재를 지속하는 것이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정공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 관리는 교육이든 점검이든 결국 지속해서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특히 리튬 배터리 화재 등 상대적으로 생소한 화재 유형의 경우 전 국민을 상대로 실효성 있는 안전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에 맞게, 관련 사고 발생 시 회장 등 가장 윗선에까지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며 "'근로자의 안전을 위시하면 업체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620065200061?input=1195m
[아리셀 참사 1년] ②기약 없는 단죄…유가족 시간은 작년 6월 24일에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2025-06-21 07:00)
중처법 위반 기소된 대표, 경영책임 부인…유족들 "분통 터져"
관련 판결 37건 중 실형 5건…중견·대기업 사례는 1건 불과
"경영책임자 아니어서 책임도 못 진다며. 이것도 사과냐?" 지난 1월 6일 아리셀 박순관(65)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이 열린 수원지법 형사법정 안은 유가족들이 뱉어낸 울분 섞인 외침으로 가득 찼다.
박 대표는 지난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된 이후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서서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한 첫 발언이자 첫 사과였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유족 등 20여명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 대표가 사과문을 읽는 내내 한숨과 탄식이 이어졌고, 일부는 욕설을 뱉어내기도 했다. 유가족들의 이런 격한 반응은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이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대표 측 변호인이 한 발언으로 촉발됐다.
당시 박 대표 변호인은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 실질적 경영자"라며 "피고인은 모회사 에스코넥 대표로서 아리셀에 대한 일정 부분을 보고받았을 뿐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등기상 대표인 것이고 아들이 아리셀의 실질적 경영자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을 때도 변호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아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박 대표의 발언에 방청 중이던 유가족들은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이순희 아리셀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아들은 사건 중 세상을 떠난 직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분통이 터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월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단체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2025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아리셀을 선정한 배경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박 대표 측 논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피고인은 아무도 없을 전망이다. 아들인 박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만 기소됐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는 적용받지 않았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이 실형으로 이어진 사례는 흔치 않다. 21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3월 17일까지 선고된 판결 37건을 분석한 결과 유죄 선고는 33건(89.2%)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중 실제 징역으로 이어진 것은 5건에 불과했고, 징역형 집행유예가 26건, 벌금형은 2건으로 집계됐다. 실형 5건 중에서도 4건은 중소기업, 나머지 1건은 중견기업 사건이었다. 대기업이 적용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박 대표에 대한 공판은 속행 중이며, 언제 1심이 마무리될지는 기약이 없다. 그러는 사이 박 대표는 구속기한 만료를 며칠 앞둔 지난 2월 19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유가족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사고 초기 여러 차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없이는 합의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유족들도 현재는 생활고 등으로 3가구를 제외하곤 모두 합의를 마쳤다.
그러나 합의 여부와 별개로 유가족들은 박 대표를 비롯한 사고 책임자들이 제대로 된 법의 처벌을 받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후속 대책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싸워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유족들은 오는 24일에 있을 사고 1주기를 맞아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참사가 남긴 교훈과 과제를 정리하는 토론회를 가졌고, 21일 오후 4시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1주기 추모대회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23일에는 수원지법 앞에서 박 대표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주기 당일인 24일에는 화성 아리셀 참사 현장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이 공동대표는 "지금도 박 대표의 재판 때마다 방청하는 유가족들이 많게는 20명도 모인다"며 "외국인이 많기 때문에 많은 분이 한국말에 서툴고, 그래서 재판부가 변호인들 입장을 더 들어주는 거 같아 속상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이렇게 뭔가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 속 울분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딸이 죽은 게 아니라 어딘가에 독립해 잘살고 있겠거니 스스로를 속여보려 노력 중"이라며 "우린 아직 작년 6월 24일, 그날에 묻혀 있다"고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118060001832?did=NA
"23명 삶 파괴한 책임은..." 아리셀 참사 1주기의 눈물 (한국일보, 김혜영 기자, 2025.06.21 18:27)
1주기 추모대회에 약 300명 참석
"중대재해처벌법이 목적대로 쓰여야"
'참사 1년 되도록 책임자들은 회피만'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633
“아리셀 진상규명 투쟁,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매노, 이재 기자, 2025.06.21 18:46)
아리셀 피해자 배우자 최선호씨 편지 … 참사 1주기 사흘 앞두고 추모대회 열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622_0003222580
경기도, 아리셀 참사 1주기 보고서…'눈물까지 통역해 달라'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2025.06.22 15:55:34)
경기도가 24일 화성 전지공장 아리셀 화재사고 1주기를 맞아 참사 원인, 대응, 정책 전환 등의 과정을 담은 종합보고서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경기도 전지공장 화재사고, 그 기록과 과제'를 발간한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단순한 사고 경위서가 아닌, 경기도가 지난 1년간 무엇을 반성하고 어떻게 변화로 이어갔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또 지방정부가 피해자의 목소리로 완성한 국내 최초의 '피해자 중심' 종합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는 이 사고를 작업장에서의 예외적 사고가 아닌 산업현장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이주노동자의 제도적 배제가 빚어낸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했다. 서울대 백도명 명예교수(자문위원장)는 "위험의 외주화·이주화가 반복적으로 누적돼 발생한 필연적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1부 '경기도의 대응', 2부 '자문위원회의 분석과 권고'로 구성됐다. 1부는 폐쇄회로(CCTV) 분석, 화재 진압과 소방본부의 재현 실험, 긴급생계비·통역·의료·심리지원 등 경기도 대응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김동연 지사의 '이주노동자도 경기도민'이라는 선언 아래, 법적 지원체계가 불명확한 외국인 유가족까지 지원한 전국 최초 사회적 재난 지원, 재난안전대책본부 현장 설치, 솔루션 회의 등 대응 체계에 대한 논의 과정과 성과가 포함됐다. 현장 관계자들의 발언은 구술형 기록으로 재구성해, 기존 행정 백서와는 다른 '기억 중심의 기록물'로 완성됐다.
2부에는 '경기도 전지공장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 제언을 중심으로 이민사회, 노동, 안전정책 전환, 위로금 제도화 등 실제 정책 수용 내용과 향후 과제까지 함께 담았다.
도는 화재 당시 '리튬전지 화재에 물을 이용한 소화방식이 옳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대응 매뉴얼의 적절성을 되짚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뤄냈다.
먼저 '이주노동자 보호정책'을 '이민사회 정책'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이민사회국'을 신설했고, 올해 7월에는 '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를 통해, 노동, 안전, 정착지원, 차별예방 등 4대 분야 33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사회적 재난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당시 법의 사각지대를 과감히 넘어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 유가족에게 긴급생계비를 지급했고, 이후에는 전국 최초로 중경상 피해자까지 지원하는 '경기도형 재난위로금'을 정착시켰다. 이는 사회적 참사에서 새로운 재난 보상의 기준이 됐다.
산업안전 정책도 구조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도입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산재 예방을 도모했다. 또한 ‘노동안전지킴이’ 인력을 확대하고, 산재율을 반영한 ‘정책 인센티브제’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도는 근로감독 권한의 일부를 지방정부가 공유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는 경기도 누리집(gg.go.kr)에서 전자책 형태로 게재되어 누구나 열람 가능하며, 공공기관, 도서관, 이주민 지원기관에는 무상 배포될 예정이다. 또 다음 달 중순부터는 전국 주요 서점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유료 판매도 시작된다.
김동연 지사는 보고서 발간에 부쳐 "단지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경기도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보고서가) 사회적 재난의 예방과 대응 매뉴얼로 쓰이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6월 넷째 주를 노동안전주간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23일에 경기도 31개 시·군이 참여하는 '산업재해예방포럼'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노동 안전·추모 캠페인을 실시한다. 24일에는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1주기 추모제가 현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25일에는 대형 물류창고 안전 점검 및 현장 컨설팅도 병행할 예정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622048800061?input=1195m
경기도, 오는 24일 아리셀 참사 1주기 맞아 종합보고서 발간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2025-06-22 17:00)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3540
[뉴스 속으로] 아리셀 참사 1주기…총체적 인재, 처벌도 변화도 사과도 없었다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2025.06.22 18:34)
불법 고용·피난로 無 작업장 참사
1심 결론도 안나…대표 보석 상태
“사람도 배터리 취급 문제” 지적도
政, 특별 점검·안전교육 강화 발표
“계류 중 재발방지법 개선” 목소리
아리셀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여전히 2024년 6월 24일에 머물러 있다. 참사 이후 80여 차례 추모제와 집회, 토론회 등이 열렸고 재판도 진행 중이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참사 이후 지금까지 사측으로부터 단 한 차례 진심 어린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기억하고 기록하며 사과와 처벌,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아리셀 참사는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다.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 피난로조차 없던 작업장 구조, 불법 파견 고용, '이주화된 위험'까지 산업안전 시스템 전반의 붕괴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인재'이자 '사회적 재난'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는 책임 부인…중처법 적용 쟁점
2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1월 시작된 재판은 6개월여가 지난 이달 기준 18차 공판까지 진행됐음에도 아직 1심 결론조차 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박 대표는 첫 공판에서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 경영은 아들인 박 본부장이 맡았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박 대표가 서류상 대표이자 모회사 에스코넥 회장으로서 실질적 경영책임자라고 보고 있다. 유족들은 “책임 통감 발언과 달리 실제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판 쟁점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다. 박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만 적용돼 있다. 박 대표가 책임을 부인할 경우 중처법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 구조적 결함이 만든 예견된 참사
아리셀은 리튬전지 군납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가동했고 비숙련 인력을 대거 투입한 채 불량률 급증에도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비상구는 화재 방향과 맞지 않게 설치돼 대피가 어려웠다. 이로 인해 23명이 숨지고 그중 18명은 불법 파견 상태 이주노동자였다. 당시 리튬전지는 관련법상 위험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보관 기준이 없었다. 아리셀은 3년 연속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증을 받았지만, 실효성 없는 평가와 미흡한 예방 조치로 인한 관리 공백이 지적됐다. 이러한 구조는 아리셀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용균재단 권미정 운영위원장은 “배터리가 고장 나면 새것으로 교체하듯 일하는 사람도 그렇게 취급되는 구조가 문제”라며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다루는 인식, 책임을 외주화하는 고용구조, 형식에 머무는 위험성 평가 시스템이 맞물리며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1년간 무엇이 바뀌었나…대책은 선언뿐
정부는 참사 이후 고위험 사업장 특별 점검,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강화 등을 발표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배터리 제조업체 430곳에 대한 집중점검을 시행했고, 경기도는 참사 1주기를 맞아 23일 산업재해 예방 포럼을 열고 '근로감독권한의 지방 공유' 필요성을 제기할 예정이다.
다만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는 '아리셀 재발 방지 5법(산안법·파견법·화재예방법 등)'이 발의돼 있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정부가 위험성 평가 고시 등 일부 손봤지만, 핵심 개선은 빠져 있다”며 “작은사업장 안전관리자 제도는 예산이 삭감됐고 원청 책임이나 이주노동자 보호도 여전히 공백 상태여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50581545&code=11131100&cp=nv
23명 숨졌는데 ‘기약 없는 단죄’… 유족 “삶이 무너졌다” (국민일보, 이찬희 조민아 기자, 2025-06-22 18:47)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1년
중처법 위반 부인하는 회사 대표
2월 보석 석방, 솜방망이 처벌 우려
정부 약속 후속 대책도 지지부진
“우리는 아직도 1년 전 6월 24일에 멈춰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에서 22일 만난 고 박영화(49)씨 유족 이승철(57)씨는 “매일 법원과 시청, 아리셀 앞에서 농성을 하다 결국 직장까지 잃게 됐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삶이 무너졌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며 “1심 재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6월 24일 화성 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로 23명이 숨진 지 1년이 흘렀지만 유족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제도 개선은 더디고,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당시 사고는 회사 측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 근로자를 제조 공정에 불법 투입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폭발해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구 문은 피난 방향과 반대로 설치돼 있었고, 신규 채용이나 작업 내용 변경 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할 안전 교육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총체적인 안전 부실이 드러났다.
아리셀 참사 이후 박순관 대표는 지난해 9월 중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중처법 시행 이후 대표가 구속된 첫 사례였다. 그러나 박 대표 측은 “실질적 경영자는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라며 “피고인은 모회사의 대표로서 일부 보고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유족들은 책임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고 엄정정(24)씨의 유족이자 아리셀 산재 피해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이순희(51)씨는 “박 대표가 책임을 아들에게 떠넘기며 중처법 처벌을 피하려고 바득바득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23일 수원지법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실제 중처법 위반으로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는 드물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15건에 그쳤다. 이 중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확정받은 사례는 징역 1년이 선고된 1건뿐이다. 나머지 14건은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정부가 약속한 후속 대책 이행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아리셀 참사 이후 총 37건의 개선 과제를 확정했다. 하지만 관련 법령 개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은 화재 위험성이 높은 리튬전지 등을 화재예방법상 특수가연물로 지정·관리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현재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다.
고용부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법안 발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장 배치 전 기초 안전보건교육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며 “사업주가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행상태를 점검받는 공정안전관리(PSM) 제도의 구체적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처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처법 전문인 조재민 변호사는 “중처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시행령에 안전보건 조치 기준을 구체화해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며 “중처법이 성립될 수 있음에도 검찰이 불기소하고 있는 관행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696002
[사설] 화성 아리셀 참사 1년, 안전은 의무다 (중부일보, 2025.06.22 19:01)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화성시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일어난 이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철저히 예고된 인재(人災)로 밝혀지면서다. 리튬 배터리 화재라는 본질적인 위험에 더해, 안전을 뒷전으로 미뤄둔 채 납품 일정 맞추기에만 급급했던 경영진의 무책임과 허술한 안전관리와 반복되는 행정의 안이함이 겹쳐 만든 비극이었다.
당일 사고는 공장 2층에 쌓여 있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됐는데 첫 폭발 후 불과 42초 만에 작업장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불길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일반 소화기로는 진압이 불가능했던 리튬 배터리 특성에 대한 인식도 초기 대응 능력도 모두 부재했다. 사전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골든타임 37초를 허비한 끝에 수많은 목숨이 희생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참사의 이면이다. 아리셀은 군납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시료 바꿔치기, 시험성적서 조작, 위조된 서명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다. 문제가 발각된 뒤에도 반성과 개선이 아닌, 단기 납품량 채우기에만 몰두했고, 평소보다 두 배 높은 생산량을 강요하며 작업 강도를 극단적으로 높였다. 사고 이틀 전에도 같은 배터리가 폭발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중대한 경고였음에도 아무도 멈추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당국은 사고 이후 뒤늦게나마 각종 대책을 내놨다. 리튬전지 공장을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소방청은 리튬 화재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고, 법무부는 이주노동자에게 안전보건기본교육을 신설했다. 우리는 이런 대응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 자문하고 있다. 참사가 날 때마다 쏟아지는 대책은 늘 비슷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무뎌진다. 제도는 있지만 실효성이 없고, 기준은 있으나 감시는 느슨하며, 경각심은 늘 단기 기억에 머문다. 아리셀 화재는 단순히 어느 중소기업의 관리 부실만이 아니다. 한국 산업현장의 고질적 문제, 즉 생산성과 납기를 우선시하는 문화와, 안전을 비용으로만 보는 시각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인 탓이다. 그 피해는 늘 가장 약한 고리,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에게 집중된다. 이번 사고에서도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재발 방지를 위한 진정한 해법은 뒷북 대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감시와 실효성 있는 처벌, 그리고 현장에서 실천되는 안전문화의 정착이다. 기업 경영진에게 실질적인 법적 책임을 묻고, 관리 감독기관 역시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개입과 예방 중심의 행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위험은 감지될 수 있고 방지할 수 있다.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한 채 불행한 사고로 포장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다. 산업 현장에서 안전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근로자의 안전을 위시하면 공장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모든 사업장에 깃들도록 법과 문화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3826
“한국어 소통 문제 없어… 안전교육만 했어도 참사 없었을 것” [아리셀 참사 1년 무엇이 바뀌었나·(中)] (경인일보, 마주영·목은수기자, 2025-06-22 19:38)
인력업체 고용된 중국동포들
숨진 23명 중 中 국적자 17명 달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은 불법
위험한 일터라고는 상상조차 못해
이주노동자 이유 피해 경시 시선도
“CCTV를 보니까 불이 난 것을 보고도 어쩔 줄 몰라 하더라고요.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겁니다.”
아리셀참사 희생자인 고(故) 엄정정씨의 어머니 이순희(52)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난 2023년 중국 옌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온 엄씨는 아리셀에서 일한 지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딸은 메신저 대화도 한국어로 할 정도로 한국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연쇄 폭발 가능성이 있어 곧바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교육만 이뤄졌어도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일차전지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폭발사고로 숨진 23명 가운데 중국 국적자는 17명에 달했다. 엄씨 역시도 F-4(재외동포) 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생활하던 중국동포였다. 희생자들이 중국동포에 집중된 건 한국사회에 만성화된 ‘불법파견’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참사 이후 이뤄진 고용노동부 수사에서 아리셀이 지난해 5월부터 무허가 인력파견업체 (주)메이셀을 통해 노동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법상 업무의 위험성과 고용안정 등을 이유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파견 노동자를 두는 건 불법이다. 그러나 이들은 파견업체를 통해 리튬전지를 제조하는 주요 공정에 투입됐고, 제대로 된 소방·안전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유족들 역시 지인 소개나 단순 공고를 보고 일을 시작했을 뿐, 위험한 일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내 강순복씨와 처제 강금복씨를 잃은 허헌우(52)씨는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1년 가까이 쉬다가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었다”면서 “공장에서 한 번 불이 났다고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진압됐다고 하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위험한 곳인 줄 알았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건설업 등에 비해 임금이 낮은 제조업을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면서 중국동포 등 이주노동자들이 빈 자리를 메운다”며 “불법으로 파견된 외국인들은 하루이틀 일한다는 이유로 안전교육 없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장에서는 아직도 불법파견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여전히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참사 이후 노동부 조사에서 한국의 만연한 불법파견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노동부가 1차전지 제조업체를 포함해 229개소를 대상으로 한 불법파견 감독 과정 결과를 보면, 190개소에서 총 94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87개소에서는 무허가 파견 등 불법파견 문제가 밝혀졌다. 유족들은 중국동포 등 희생자들 중에는 이주노동자가 많았다는 이유로 피해를 가볍게 여기는 시선에 속이 상한다고 했다. 이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사과를 받고자 애쓰고 있는데,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시위를 본 적이 있었다”면서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면서 법을 어긴 적도 없고, 세금도 한국인보다 많이 냈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은 외국인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15206642204672
아리셀 참사 1년, 이주노동자들은 안전해졌나[이희용의 세계시민] (이데일리, 이희용 언론인·이데일리 다문화동포 자문위원, 2025-06-23 오전 5:00:00)
작년 산재사망 12%가 외국인, 위험업무 많고 작업환경 열악
안전장비·교육 강화, 통역 지원
신속구제·엄정 법집행 받쳐줘야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니고 자연재해가 덮치지도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니라 늘 일하던 데서 숨진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선진국 한국에서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2098명에 이른다. 하루 5.7명꼴이다. 지난해 사고사망만인율(산재보험 적용 대상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은 0.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29보다 훨씬 높다.
천수를 누렸어도 모든 죽음은 안타깝고 유족을 슬프게 만든다. 일터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갑자기 목숨을 잃는 것은 더욱 황망하고 비통하다. 그 가운데서도 억울하고 서럽기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외국인 산재 사망자는 102명으로 전체(2098명)의 12.3%에 이른다. 2024년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가 101만 명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의 3.5%인 것을 고려하면 내국인 산재 사망자보다 월등히 많다.
내국인이 꺼리는 위험한 일을 맡다 보니 사망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 신분상 약점이 있고 국내 실정에 어두워 열악한 작업 환경에 항의하거나 무리한 지시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은 말할 것도 없고 체류자격을 어긴 취업자라면 위험도가 높아진다. 안전 교육이 미비할 뿐 아니라 현장에서 관리자나 동료 작업자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산재를 당해도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장애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데다 방법과 절차를 몰라 피해 보상을 제대로 못 받기 일쑤다. 노동지원단체나 공익법률지원기관이 있긴 하지만 농어촌이나 소도시에서는 도움의 손길이 너무 멀다.
외국인 산재 사망자들은 마지막 가는 길마저 쓸쓸하다. 비용 부담과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유족이 사고 현장에 와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신도 화장해 유골만 본국에서 인도받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6월 24일은 경기 화성시의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일어나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등 23명이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총체적 부실로 인한 최대 규모의 이주노동자 참사였다. 아리셀 대표를 비롯한 사고 책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 뒤로도 참혹한 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태국 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지난 12일에도 중국과 스리랑카 노동자가 각각 차량·벽면 사이와 파쇄기에 끼여 사망했다.
이주노동자 산재를 줄이는 방법은 모두 알고 있다. 안전시설과 장비 확충, 안전 수칙 및 점검 강화와 인력 확보, 안전 교육 강화, 통역 지원,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 피해구제 절차 보완, 엄격한 법 집행 등이다.
그러나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귀찮고 번거롭다는 핑계로,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이주노동자 인권을 무시하는 편견으로 위험한 산업 현장을 지금까지 방치해 온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사망 사고 위험에 훨씬 더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고 예방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인이어서 목소리가 작고 분산해 있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왔다가 차디찬 주검이나 한 줌 재로 모국에 돌아간다면 그의 가족, 친구, 이웃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더욱이 고용주가 사고 경위를 은폐한 채 사과와 보상마저 거부한다면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요즘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발달 덕분에 국내 외딴곳에서 일어난 일도 곧바로 이주노동자 고향에 알려지고 금세 주변에 퍼진다. 경제성장과 민주화, 한류 등으로 쌓아올린 우리나라의 국격과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 이제는 각국이 노동력 유치 경쟁을 벌이는 시대고 노동자들도 취업하고 싶은 나라를 고르는 세상이다.
구구한 설명 다 필요 없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이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우리가 발 뻗고 편하게 잠들 수는 없지 않은가.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42751
"노동자는 바꿔끼는 배터리 같은 존재인가" (오마이뉴스/화성시민신문 윤 미(hspress2020), 25.06.23 17:29)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년 토론회 개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기 토론회가 열렸다.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와 국회의원 권향엽, 김주영, 송옥주, 신장식 등이 공동주최했다. 토론회는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의 '아리셀 중대재해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질문'이라는 주제 발제로 시작했다.
"노동자는 배터리처럼 바꿔끼는 존재"
권미정 운영위원장은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빈소에 방문했을 때 한 조문객이 '일 시키는 사람에게 노동자는 바꾸기만 하면 되는 존재'라는 말을 했다"라며 "일하는 사람도 배터리 교체하듯 그런 존재로 취급당하고 있는 세상이라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아리셀에 의해 2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원청의 책임을 정확하게 묻고, 불안정 노동의 불법적 고용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구조의 문제로부터 생기는 불법 파견 등의 불안정 노동에 대한 안전망이 마련돼야 하며, 이주노동자와 동포 노동자의 문제나 여러 어려움을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청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생산 구조,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공급망의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
"아리셀 참사 후 더 증가한 작은 사업장 사고 사망"
이어진 토론에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실장이 산업재해 측면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남긴 과제란 주제로 발표했다. 최명선 실장은 아리샐 재해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이주 노동자 사망 비율은 더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는 "50인 미만 제조업에서 2025년 1분기 19명이 사망했다. 2025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중 이주노동자는 총 20명으로 전체의 14.6에 달한다. 매년 산재사망의 10% 내외였던 이주노동자 비중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라며 재발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마련한 대책 역시 '맹탕'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 요구안을 전면 무시하고 맹탕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이주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위한 노동부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작은 사업장 공동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법제화해야한다. 또 위험성 평가에 있어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
"진실을 알 권리, 너무 중요해"
세 번째 발제로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피해자 권리 측면에서 바라본 아리셀 참사에 대해 밝혔다. 안은정 활동가는 "재난 참사에서 모든 피해자는 진실을 알 권리를 가진다. 아리셀 참사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사전에 충분한 정보 제공이나 산재 사망에 대한 원인에 대한 정확한 브리핑을 받기 어려웠다. 재난 참사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것은 공통의 재난을 겪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적 과정"이라며 "화성시와 피해자의 논의를 통해 더 안전한 지역사회, 일터를 만들기 위한 시간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은 이주노동자 사업장이라서 피해가 컸던 게 아니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리셀은 모순투성이 사업장이라 내국인이 자리를 채웠더라고 매한가지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리셀 참사는 위험의 외주화와 안전장비 미비로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었던 참사였으며 노동환경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아리셀 투쟁은 기다리면 해결될 것 같지 않아 유족 당사자가 직접 싸우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투쟁이었다. 동포 노동자와 이주 노조 간의 연대와 화합을 통해 당면 의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참혹할 정도로 뻔뻔한 비극"
아리셀 화재로 인한 참사에 대해 현재 민·형사 재판 동시 진행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자 처벌을 위한 형사재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한다. 신하나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법률지원단 변호사는 '아리셀 참사 1주기, 법정에서 드러난 진실과 쟁점'을 위주로 밝혔다.
신하나 법률 지원단은 아리셀 참사가 한국의 노동 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희생자 대다수가 불안정한 신분의 이주노동자였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노동권과 인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 사건의 핵심적 쟁점은 예견된 참사인가 원인불명 참사인가이다. 민사소송에서 주요 쟁점은 누가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다."
아리셀 참사에 따른 민형사 소송은 이주노동자의 잃어버린 소득(일실이익)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법적 질문이 다뤄지고 있다. 아리셀은 한국 기준이 아닌, 피해자들이 떠나온 고향에서의 기준으로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족들은 이번 참사가 없었다면 만 65세까지 대한민국 내에서 체류하며 일했을 것이므로 대한민국 도시 지역 보통 인부의 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일실이익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론회는 백도명 경기도자문위원회 위원장의 '지역에서 안전시스템 만들기', 손성길 고용노동부 화학사고 예방과장과 조호명 행정안전부 국토 산업재난대응과장의 토론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은 형사 재판에서 아리셀 참사 책임자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고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240600021
아리셀 참사 1년 흘러도···위험의 이주화·불법 파견·책임자 처벌 ‘미해결’ (경향, 탁지영 기자, 2025.06.24 06:00)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배터리가 폭발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24일로 1년이 된다. 위험의 이주화·외주화, 불법 파견, 안전보건관리 미비 등 누적된 노동 문제가 중첩해 터진 참사였지만 책임자 처벌 및 사고 원인 예방 등은 아직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험의 이주화
23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산업안전 관리는 아리셀 참사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아리셀 참사로 목숨을 잃은 23명 중 18명(라오스 1명·중국 17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요구한 중소·영세 사업장의 안전 점검 강화,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교육 실질화,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대책 전담 부서 설치 등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강화 대책’에는 입국 전후 산업안전교육 시간 확대, 외국인 전용 앱·사례집 등 제작·보급 확대, 안전보건통역사 제도 도입, 외국인 안전 리더 발굴 등의 내용만 포함됐다.
이주노동자 사망사고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올해 1~3월 사망사고 중 이주노동자는 20명으로 14.6%에 달한다. 이 중 제조업 종사 이주노동자가 7명(24.1%)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2022년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874명)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9.2%(85명)였고, 2023년에는 812명 중 85명으로 10.4%였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은 “법무부, 노동부, 출입국사무소 등 이주노동자 관리 주체가 찢어져 있다 보니 이주노동자가 어떻게 유입되고, 어떻게 죽는지 등이 전혀 관리되지 않는다”며 “이주노동자 전반을 관리하는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불법 파견 대책 없어”
불법 파견 문제도 감독을 강화한 수준에 그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원칙적으로 파견을 금지한다. 하지만 아리셀은 메이셀(업체명 변경 전 한신다이아)이라는 업체로부터 이주노동자를 공급받았다. 메이셀은 아리셀과 주소가 같았고 직업소개업 등록이나 파견 허가도 보유하지 않았다.
메이셀은 중국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구직 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올리고 연락해온 노동자들에게 전화·문자·카카오톡으로 아리셀 통근버스 위치를 알려줬다. 공장에 도착하면 아리셀 담당자가 인솔해서 근무에 투입됐다. 메이셀은 아리셀에 인력 공급만 했을 뿐 기본적인 노무 관리를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불법 고용 구조는 이주노동자의 안전을 취약하게 만든다. 원청은 안전 관리 책임을 파견업체에 떠넘기고, 인력 공급 업체에 불과한 파견업체는 안전 교육을 하지 않는다.
노동부는 아리셀 참사 이후 전국 산업단지의 영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불법 파견 감독을 벌였다. 지난 2월 노동부는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메이셀)로부터 164명을 불법 파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리셀의 모기업인 에스코넥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는 형식적 감독만 진행하고 불법 파견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허울뿐인 중대재해처벌법
박순관 아리셀 및 에스코넥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표가 구속된 첫 사례였다. 검찰은 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특정했지만, 박 대표는 1심 공판에서 “실질적 경영자는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운영총괄본부장”이라며 부인했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박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만 기소됐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는 적용받지 않는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받는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 말까지 노동부에 재판 결과가 확정돼 통보된 사건은 15건이다. 경영책임자 15명에게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지만 실형은 징역 1년의 1건뿐이었다. 징역 1~3년 집행유예가 14건이었다.
유족들은 1주기를 맞아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을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대책위와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는 23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명 운동을 벌인 뒤 박 대표 등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수원지법 형사14부에 서명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672
[아리셀 참사 1년] ‘숨진 노동자’가 발열검사 생략 지시했다는 아리셀 (매노, 홍준표 기자, 2025.06.24 07:30)
박중언 “연구소장이 전지 분류해 진행 결정” … 아리셀 부자, 책임 회피로 일관
“피고인은 2024년 6월4일께 발열전지가 식으면 정상제품으로 분류해서 후속공정 진행하라고 지시했나요?” (재판장)
“제가 아니고 김병철 연구소장과 김남협 생산품질팀장이 협의해서 (후속공정 진행을) 결정한 것입니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 지난 18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열린 피고인신문에서 이 같이 발언하자 방청객에서는 유족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박 총괄본부장은 리튬전지 발열 검사의 생략을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목숨을 잃은 김병철 연구소장과 김납협 팀장이 전지 생산을 결정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아리셀은 폭발 위험성이 큰 리튬전지의 발열검사를 손으로 쥐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가 사고 직전 물량을 늘린다며 이마저도 생략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본부장은 끝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장이 “(연구소장 등이) 피고인에게 (후속공정 진행에 관해) 보고하지 않고 결정했나”라고 재차 물었지만, 박 총괄본부장은 “기술적으로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연구소장에게 권한을 위임했다”고 답했다. 발열검사 생략에 대해 일체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재판 내내 화를 참지 못했다. 김병철 연구소장의 아내 최현주(54)씨는 아직 회사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이날 재판 이후 새벽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변호사에게 전화해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없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8개월째 1심 진행, 박순관 대표 “경영책임자 아냐”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화재 참사가 1년이 됐다. 유족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박순관 전 아리셀 대표(현 에스코넥 대표)와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의 사과는 없었다. 박 대표는 지난해 9월24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두 번째로 구속됐다. 그해 10월21일부터 재판이 시작돼 20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그 사이 올해 2월 박 대표는 보석으로 석방됐다.
재판은 회사 관계자 등 증인신문을 거치며 종반을 향해 가는 상태다. 핵심 쟁점은 ‘진짜 사장이 누구인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도록 한다. 검찰은 등기부등본상 아리셀 대표이사이자 모기업 에스코넥 회장인 박순관 대표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특정했다.
실제 박 대표의 경영책임자 지위는 재판에서 상당히 입증된 상태다. 박 총괄본부장은 주간업무보고를 통해 박 대표에게 인력 충원·계약 사항·조직개편 등 회사 핵심 운영상황을 보고했다. 박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품목을 세분화하고 아이템별로 원가 절감 목표를 수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22년 파견 직원의 손가락 절단 사고를 은폐하는 과정에서도 박 대표는 박 총괄본부장에게서 “한신다이아(인력파견업체)에 일부 위자료 협의 및 지급 예정”이라는 내용의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
경영책임자 회피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전략”
그러나 박 대표쪽은 경영책임자를 재판 내내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5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대표를 변호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라며 “피고인(박 대표)은 모회사 에스코텍 대표로서 아리셀에 대한 일정 부분을 보고받았을 뿐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단지 등기상 대표일 뿐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책위쪽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전략이라고 비판한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인 신하나 변호사는 “박 대표쪽은 업무지시를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 수준이었다며 의미를 축소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 대표쪽은 지난해 11월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젊은 아들에게 자신이 지은 죄를 떠넘기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형사재판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주장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아리셀 재판은 아리셀 부자 모두 ‘책임 회피’로 일관한다고 요약된다. 유족들은 합의도 지연한 채 방어권 행사에만 치중하는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전지 발열검사 생략에 책임이 없다고 발언한 박중언 총괄본부장 진술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신하나 변호사는 “박순관 대표는 아들인 박 총괄본부장에게, 아들은 망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천인공노할 짓이다. 재판부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순관 대표 부자에게 중한 벌을 꼭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대책위, 엄벌 촉구 서명에 민사소송 제기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23일 20차 공판이 열린 지난 23일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순관은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석방돼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며 “참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였고 경영책임자가 아니라고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산재피해 가족협의회는 다음달 중으로 박 대표 재판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4부에 서명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대책위쪽은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박순관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재판 방청과 서명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유족 10여명은 지난 9일 수원지법에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대책위 법률지원단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아리셀은 합의해야 사과하겠다는 둥 유족들에게 굴욕적인 처사를 강요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취지에 따라 참사 책임을 묻고자 집단 민사소송에 나선다”고 말했다.
대책위 등 유족들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24일 오전에는 화재 발생 현장인 화성시 아리셀 공장을 방문해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4352.html
아리셀 참사 1주기, 안창호 인권위원장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해결돼야” (한겨레, 정봉비 기자, 2025-06-24 10:00)
지난해 6월 배터리 폭발 사고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재발 방지를 위해 위험의 외주화·이주화가 해결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24일 성명을 내어 “참사 1주기를 맞아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의 반복된 희생을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이주화의 구조적 문제가 근절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아리셀 참사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 지적하며 “노동 현장에서의 기본적인 안전교육 및 안전조치 미비와 책임 있는 관리 체계의 부재, 불법파견 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에는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과 책임 회피를 위하여 안전사고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을 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조차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아리셀 참사는 23명의 사망자 중 20명이 비정규직이어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비상구를 열 수 있는 카드도 없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또 “최근에는 위험의 외주화에 더해 저임금·고위험·고강도의 노동환경으로 인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산업구조 말단부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는 ‘위험의 이주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외국인 산재 사고 사망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중에 비해 3배 이상 높아 외국인 근로자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리튬배터리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해 위험 요인에 대응한 노동인권 증진 방안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대응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637126642205000
'아리셀 참사 1주기' 인권위 "위험의 이주화 뚜렷…안전 보장해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2025-06-24 오전 10:00:00)
인권위 "언어와 문화 다른 이주노동자에 효과적 안전교육해야"
"희생자 넋 기리고 유가족 위로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해야"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화재 참사’ 1주기를 맞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비정규직·이주노동자의 반복된 희생을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24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참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존엄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우리 노동 현장의 현실을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노동 현장에서의 기본적인 안전교육 및 안전조치 미비와 책임 있는 관리 체계의 부재, 불법파견 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는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과 책임 회피를 위해 안전사고와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을 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조차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불안정 고용에 더해 안전과 생명 위협이라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아리셀 참사를 계기로 2024년 7~11월 전국 산업단지 내 영세 제조업체 229개소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감독을 실시했다”며 “불법파견, 비정규직 차별,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 948건이 적발됐으며 이중 불법파견은 87개소에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는 곧 아리셀 참사가 특정 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최근 위험의 외주화와 더불어 저임금·고위험·고강도의 노동환경으로 인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산업구조 말단부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는‘위험의 이주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외국인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중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보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인권위의 노동인권 증진 방안 실태조사 연구가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도록 조속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 인권위도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2412564364397
아리셀 유족의 애끊는 재판 방청 "사람을 죽여 놓고 사과하는 게 어렵습니까?" (프레시안, 최현주(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고 김병철 씨 배우자) | 2025.06.24. 12:58:48)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년] ⑥ 유족 최현주 씨 "사망한 남편에 책임 전가… 인간 도리 저버린 아리셀 경영진"
2024년 6월 23일 일요일 오후 4시경, 남편은 다음날 출근을 위해 화성으로 갈 채비를 했습니다. 자동차 시동을 걸며, 잔뜩 찡그린 얼굴로 "아~ 가기 싫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런 남편에게 "웬 투정이야? 가야지"라고 말했고, 남편은 "알았어"라며 웃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엑셀을 밟았습니다. 그것이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다음날인 6월 24일 월요일 오후 12시 30분. 평소보다 일찍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온 저는 곧바로 속보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는 익숙한 '아리셀'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고, '폭발'이라는 글자도 쓰여 있었습니다. 심장이 요동쳤고,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음성을 수차례 들은 후 저는 곧바로 화성으로 내달렸습니다. 2시간 동안 신호위반과 속도위반을 거듭하며 가까스로 도착해 보니, 화성 아리셀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시커멓게 변한 공장 위로 연기가 피어올랐고, 기자, 소방관, 경찰 등 수백 명이 아리셀 건물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누구 하나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애끊는 심정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을 즈음, 화성소방서로부터 온 한 통의 문자.
'고 김병철 님 송산장례문화원 안치.'
다리에 힘이 풀린 저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기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곳에 주저앉아 있는데, 그들은 어이없게도 기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진상규명·진정한 사과·책임자 처벌, 수없이 외쳤지만…
참사가 일어나고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유족들은 에스코넥은 물론 국방부, 노동부, 삼성, 국회, 박순관 대표 자택 등 아리셀과 관련된 곳이라면 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사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상태에서 뜨거운 폭염과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국의 노동·시민·진보정당·사회단체 등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연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유족들은 견디지도, 버티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지리한 투쟁 속에서 유족들은 아리셀이 국방부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성적을 조작하고 시료를 바꿔치기했으며,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숙련되지 못한 이주 노동자를 마구 채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세발열 배터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생산을 멈추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 남편의 의견이 무시됐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중대재해 참사 중 유일하게 구속수사를 받는 박순관·박중언 부자를 보면서, '그래도 법은 살아있구나'라는 희망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리한 투쟁의 시간을 견디며 순간순간 저 자신에게 반문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남편이 다시 살아 돌아오는 것이지만, 이것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압니다. 그 무엇을 준다 해도 끝없는 자책과 절망, 그리움, 공허한 가슴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포함한 유가족들이 현재 바라는 것이 있다면, 1000도(℃)가 넘는 뜨거운 화염 속에서 죽어간 가족을 이제라도 잘 보내고 싶다는 소망 하나입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의 사과가 필요합니다. 박순관 부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속에서 남편의 넋을 달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다시 힘을 내 제대로 살아가는 것, 제가 원하는 것은 그것 하나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1년이 지나도록 박순관 대표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합의해야 사과한다고? 인간의 도리 저버린 사람들
사과란 무엇일까요? 사전에는 '상대에게 자기 잘못에 대해, 또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거나 뉘우치고 미안하게 생각함을 밝히는 것'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맞습니다. 유치원생도 알만한 상식입니다.
그러나 아리셀 측은 이 상식적인 일을 아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최근 황당무계한 말을 듣고 말았습니다. 아리셀과 사측 변호인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합의를 권유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저는 합의를 권유하는 사측 변호인에게 '사과가 우선돼야 하지 않겠냐'며 박순관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사측은 합의를 먼저 해야 사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박순관 대표의 뜻이라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줬습니다.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지 소름이 돋습니다. 정말이지 묻고 싶습니다. '사람 죽여놓고 사과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아버지→아들→죽은 자… "죄인은 누구인가?"
저는 현재 유가족들과 매주 아리셀 형사 재판 방청을 위해 수원지방법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을 방청하는 것은 유가족에게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들은 또 죽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매주 보며 견디고 있습니다.
아리셀 측은 남편을 죽인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죽은 자의 자존심과 영혼마저도 짓밟더군요. 아리셀의 생산관리 부실은 이미 고인이 된 생산관리팀장에게, 발열 배터리 관리 부실은 제 남편인 연구소장에게, 군납 비리와 관련해서는 스스로 극단 선택을 한 에스코넥 임원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박순관 대표는 단순 투자자이기 때문에 죄가 없고, 박중언 본부장은 배터리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또 죄가 없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아리셀의 최고 책임자는 누구이고, 최고 책임자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입니까?'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지극히 기초적인 상식이 법정에서는 다툼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대표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대표의 말 한마디가 직원들에게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정말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은 생산·안전 관리에 책임이 없습니까? 정말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은 배터리 기술에 책임이 없습니까? 정말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은 군납 비리에 책임이 없습니까? 무죄를 주장하는 사측 변호인들의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 도대체 법의 정의는 무엇인지 되묻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
솔직히 말하면, 이제 저는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으로부터 사과받는 것을 거의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서 '진심 어린 사과란 원래부터 없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한줄기 소망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명예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빠와의 추억과 사랑을 되새기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 아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여전히 지옥 속에서 견디고 있는 유족에게, 그리고 고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그들에게서 보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이제라도 남편을 제대로 보내고, 아이들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241430011
사망률 15%와 95%의 간극···비정규직·이주노동자라서 죽었다, 비상문 열 권한도 없어서 (경향, 김태희 기자, 2025.06.24 14:30)
아리셀 참사, 정규직 20명 중 3명 숨져
이주노동자는 20명 중 1명만 살아남아
접근 가능한 유일한 비상문 ID카드 필요
이주노동자들은 접근 권한 없어 못 피해
“차별·혐오 깔린 낡은 인식이 근본 원인”
“정규직 직원은 20명 중 3명(15%)이 사망했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는 20명 중 19명(95%)이 사망했다.”
경기도가 아리셀 참사 1주기인 24일 발간한 참사 분석 보고서 <눈물까지 통역해달라>에 등장하는 문구다. 이 참사를 분석한 경기도 전지공장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는 이처럼 사망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이자 ‘비정규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리셀 화재 참사 당시 같은 건물, 같은 층에 근무하고 있던 노동자는 총 43명(정규직 20명, 비정규직 23명)이었다. 정규직은 20명 중 3명(15%)이 숨졌지만, 비정규직은 23명 중 20명(87%)이나 사망했다.
참사는 이주노동자에게 더 가혹했다. 당시 근무하고 있던 비정규직 23명 중 내국인은 3명, 이주노동자는 20명이었다. 내국인 노동자는 3명 중 1명(33%)이 숨졌지만, 이주노동자는 20명 중 19명(이주노동자이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한 1명 포함·95%)이 숨졌다.
같은 공간에서 일한 노동자였지만 비정규직의 사망률은 정규직보다 2배 더 높았고,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도 이주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보다 3배 더 높았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의 사망률은 정규직 내국인 노동자보다 6배 높았다.
이런 차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의 권한 차이에 있었다. 화재 발생 당시 정규직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있었던 ‘탈출 권한’이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없었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화재가 발생한 이후 연기가 내부를 가득 채우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7초다. 이후에는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기 때문에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골든타임 동안 각각의 노동자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는 당시 내부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담겼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1명이 어떤 문 하나를 열자 다수가 이 문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은 대피로를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화재 발생 당시 밖으로 향하는 비상구 대부분은 불길로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사실상 접근 가능한 비상구는 단 하나였는데, 이 비상구는 정규직 직원들이 탈출한 그 문이었다. 해당 문을 열기 위해선 ID카드나 지문 인식이 필요했다.
그러나 일용직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이 문에 접근할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 나아가 대다수는 해당 문의 존재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리셀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은 애초부터 대피할 수 없는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문위는 이런 결과를 불러온 근본적인 배경에는 비정규직과 이주 노동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깔려 있다고 판단했다.
자문위는 “불법 파견이나 불법 사내하청 구조의 인사관리 이전에 이들을 이런 지점까지 몰아넣었던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시스템이 있었다”라며 “차별과 혐오 때문에 인권이나 안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임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이를 분명히 밝히지 못했다.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는 시스템과 우리 사회 정책 수립 주체들의 낡은 인식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리셀과 같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가진 곳에서 일하면서 당사자들이 이를 지적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 구조적 시스템이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자문위가 내린 결론이다.
백도명 경기도 전지공장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이주노동자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혐오와 차별을 없애지 않는 한 이주와 노동이 교차하는 제도적 빈틈 속에서 앞으로도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그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204421.html
[현장] “얼마나 무서웠니”…아리셀 참사 1주기, 유족의 눈물 (한겨레, 이정하 기자, 2025-06-24 14:57)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691
안창호 인권위원장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해결돼야” (매노, 임세웅 기자, 2025.06.24 16:01)
“비정규직 위험에 내몰려, 이주노동자 생명·신체 보호 고민할 때”
지난해 6월 배터리 폭발 사고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아 국가인권위원회가 재발 방지를 위해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구조적 해결을 촉구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24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발생한 아리셀 참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존엄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우리 노동 현장의 현실을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며 “노동 현장에서의 기본적인 안전교육 및 안전조치 미비와 책임 있는 관리 체계의 부재, 불법파견 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어 “우리 사회에는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과 책임 회피를 위해 안전사고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을 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조차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아리셀 참사는 23명의 사망자 중 20명이 비정규직이어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비상구를 열 수 있는 카드도 없었다는 점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의 외주화에 더해 저임금·고위험·고강도의 노동환경으로 인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산업구조 말단부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는 ‘위험의 이주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외국인 산재 사고 사망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중 내국인 비중에 비해 3배 이상 높아 외국인 근로자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더 많이 노출돼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보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리튬배터리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해·위험 요인에 대응한 노동인권 증진 방안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대응하고 비정규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가인권위는 사각지대 취약계층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692
[아리셀 참사 1주기] “원청도 책임져라” 위험성평가 강화법 발의한다 (매노, 이재 기자, 2025.06.24 16:24)
김태윤 대표 “아리셀, 예고된 기업살인” … “위험방지 조치대상 하청·특고로 확대”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아 위험성평가를 실질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된다. 민주노총은 2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1주기를 맞아 형식적 위험성평가 제도를 바꾸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한다”며 “위험성평가 내실화 법 개정으로 노사가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내고 개선해 산재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험성평가 결과 노동부 보고, 위반시 처벌”
개정안은 위험성평가에서 개선조치 등 원청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을 포함해 △위험성평가 위험방지 조치 대상을 하청·특수고용직으로 확대 △노동자 대상 위험성평가 교육 실시 의무화 △위험성평가 전 과정에 노동자 참여 실질화 △위험성평가 결과 노동부 보고 의무 및 미보고시 처벌 △위험성평가 결과 정기감독 의무화 및 미실시 혹은 부적절 실시시 처벌 등이다.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 등 감정노동도 위험성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아리셀 참사는 미숙련 노동자들이 내가 어느 소속 노동자고 누가 진짜 사장인지, 어떤 유해물질을 다루는지조차 모른 채 안전교육이나 소방훈련 없이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대거 투입돼 일하다 벌어진 예고된 기업살인이고 사회적 참사”라며 “위험성평가 적용을 사업장 규모로 차등하지 말고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위험을 확인하고 예방하는 제도로 윤석열 정부에서 산재예방 대책으로 손꼽은 정책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27일~10월16일 민주노총이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소속 사업장 462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위험성평가를 한 번도 실시한 적 없다는 응답이 22.9%를 차지했다. 위험성평가를 해도 감정노동과 정신건강 분야는 실시하지 않는 비율이 22.4%로 나타났다. 실시 대상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응답이 28.6%를 차지했다.
법률상 위험성평가 전 과정에 노동자 참여가 보장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34%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성평가를 해도 이후 형식적으로만 개선하거나 개선이 아예 없다는 응답이 65.8%로 집계돼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형식적인 위험성평가 운영을 방치하면 기업의 안전보건조치 면피용으로 전락할 것이며 중대재해는 줄지 않고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에 사과 한마디 없는 박순관”
이날은 아리셀 참사 1주기로, 민주노총은 화성 전곡산단 아리셀 참사 현장에서 1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화재사고로 노동자 23명이 단 42초 만에 목숨을 잃었다”며 “아리셀 대표 박순관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거부했고 유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법정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라고 주장하며 그 책임을 숨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지만 법원은 박순관에게 보석을 허가했다”고 비판했다.
아리셀 참사는 지난해 6월24일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아리셀 화성공장에서 불량전지 발열에 따른 폭발과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사고다. 이 가운데 18명은 이주노동자로, 파견법을 어겨 채용돼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62
아리셀 1주기···끝나지 않은 유가족들의 투쟁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2025.06.24 17:50)
24일 ‘아리셀 참사 1주기 추모 위령제’ 열려
유가족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사과 요구···위험성 평가 제도 개선 촉구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희생됐다. 참사 1주기가 됐지만 여전히 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24일 오전 11시 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현장 앞에서 고인들을 추모하는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가 열렸다. 추모 위령제는 아리셀 산재 유가족 협의회,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진상 밝혀질 때까지 싸울 것”···유가족들, 지지·연대 호소
김태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 협의회 공동대표는 “박순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본인은 죄가 없고, 아들인 (박중언) 본부장에게 죄를 떠넘기고 있다”며 “아들도 잘못이 없다고 한다. 고인이 된 생산관리팀장, 연구소장 등이 죄가 있다고 하고 자기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 하고 있다. 너무나 분노스럽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태윤 공동대표는 “유가족들은 (박순관 대표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묻기 위해 다시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며 “유가족들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여기 있는 분들이 많이 연대하고 기억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지난해 9월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박순관 대표는 지난 2월 보석 석방되면서 불구속 상태로, 박중언 본부장은 구속된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이들 변호인 측은 박순관 대표가 참사 당시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터리 관리 등의 책임이 고인이 된 생산관리팀장, 연구소장 등에게 있단 입장이다.
고 엄정정 씨 어머니 이순희 씨는 “자식을 잃고 나니 정부가 너무 원망스럽다. 안전 교육도 없고 위험한 건물이 있는 곳에 어떻게 노동자를 파견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내 자식이 왜 이렇게 죽어야 했는지 아직도 모른다”면서 “많은 분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발언했다.
연대사에 나선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본부 본부장은 “민주노총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에 함께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23명의 영혼이 편안하게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그리고 책임자가 유가족과 우리 모두에게 사과하는 것이 온전하게 치유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유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추모 위령제에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추모사 낭독과 추모 의식, 헌화, 유가족 발언과 연대사 등이 이어졌다. 이후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건물 앞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아리셀 참사를 상징하는 색깔인 하늘색 종이꽃을 건물 안으로 던지며 위패를 태웠다.
아리셀 산재 유가족 협의회,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박순관 대표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지난 23일 박순관 대표 등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되는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순관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강력하게 처벌되도록 방청 투쟁, 서명 운동을 전면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이주노동자 대책, 작은 사업장 안전 대책, 불법파견 대책, 산재 피해자 지원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고 집행되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리셀 참사로 ‘위험성 평가’ 문제 드러나
“책임자 처벌 강화 등 실효성 높여야”
민주노총은 아리셀 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험성 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아리셀 참사 1주기인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는 사업주가 주도해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 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제도로,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 과정에서 노동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8월 27일부터 10월 16일까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462곳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에 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위험성 평가를 한 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22.9%로 드러났다. 위험성 평가 전 과정에 노동자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4%였다.
민주노총과 이용우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리셀은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는데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 평가 인정 심사를 통과했다. (아리셀이) 3년 연속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돼 2022년에서 2024년까지 산재보험료율 17~20%를 감면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험성 평가 제도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을 사전에 확인하고 예방하는 것이야말로 산업재해 감축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정부도 매번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위험성 평가에 모든 노동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위험성 평가를 부실하게 하거나 실시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위험성 평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의원은 위험성 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엔 △위험성 평가 전 과정에 노동자 참여 실질화 △(사업주에) 위험성 평가 결과에 관한 노동부 보고 의무 및 미보고 시 처벌 조항 도입 △위험성 평가에서 원청의 개선 조치 등 원청의 의무 명확화 △위험성 평가에 따른 위험 방지 조치 대상을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까지 확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3834
[사설] 아리셀 참사 1년, 대체 뭐가 달라졌나 (인천일보, 2025.06.24 17:52)
6월24일은 아리셀 참사 1주년이었다.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생산업체에서 불량 배터리 폭발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으나 한국 사회의 반성과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무리하게 군납 일정을 맞추려고 비숙련 외국인노동자를 안전교육도 없이 투입했던 업체 측은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소방 관련 규정은 법 개정을 핑계로 보완되지 않은 상태이며, 이주노동자 안전관리 대책도 이행되지 않았다.
아직도 진행 중인 1심 재판에서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박순관 회장은 지난 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박 회장은 참사의 책임을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돌리고 있다. 아리셀 화재가 발생하기 전 이미 4차례나 리튬전지 폭발 화재가 있었으나 회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오히려 비상구도 없이 전지 3만5000개가 쌓인 작업장에 외국인노동자를 투입해 조업을 강행했다. 참사로 숨진 23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노동자였다. 회사는 유족들이 80여 차례나 집회와 행사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성의 있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 주도로 4개분야 37개 과제를 재발방지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리튬전지를 특수가연물로 지정 관리하는 시스템은 아직 연구 중이고, 소방 관련 5개 대책은 법령 개정이 안 돼 진척이 없으며,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전담 부서 설치는 감감무소식이다. 경기도 산업단지 200여 곳 가운데 반경 10㎞ 내에 소방서나 119안전센터가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이래서야 대형화재가 다시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는 전혀 생겨날 수가 없다.
경기도가 참사 1주년을 맞아 발간한 백서의 제목은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다. 참사의 아픔을 보듬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책임자 처벌, 진정한 사과와 적절한 배·보상, 제도의 허점과 미비한 시스템 보완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람의 목숨을 소모품으로 다루는 한 안전한 나라는 요원하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4097
[사설] 아리셀 참사 1주기, 희생자 추모 재판으로 완성해야 (경인일보, 2025-06-24 19:50)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7306
"아리셀 같은 참사 다신 없게" ··· '현장 노동자가 직접 위험성 평가 참여' 개정안 발의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5.06.24 20:05)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기
위험성평가 실질화 산안법 개정
참사가 있기 전까지 수차례 화재와 폭발 위험이 감지됐던 아리셀은, 참사 직전까지 고용노동부의 위험성 평가를 통과했을 뿐 안이라 3년 연속 우수사업장을 선정되기까지 했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는 허울뿐인 위험성 평가가 어떻게 참사로 이어지는지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아리셀(모회사 에스코넥) 중대재해 참사 1주기를 맞아, 민주노총은 위험성 평가가 '기업들의 안전보건조치 면피용'이 아닌 실질적으로 노동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노총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기, 위험성 평가 실질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발의 기자회견이 24일 오후 4시 40분 국회소통관에서 개최됐다. 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고객에 의한 폭언 폭행 등 감정노동을 위험성 평가 대상 포함 ▲원청의 개선조치 등 원청의 의무 명확화 ▲위험 방지 조치 대상을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확대 ▲노동자 대상 교육 실시 의무 ▲평가 전 과정에 노동자 참여 실질화 ▲노동부 보고 의무 및 미보고시 처벌조항 도입 ▲정기 감독 의무 및 미실시하거나 부적절하게 실시할 경우 처벌조항 도입 등이다.
이중 위험성 평가 전 과정에 노동자 참여 실질화를 위한 개정에는 노동자대표나 명예산업안전보건감독 등의 참여 보장과 위험성 평가 참여 시간을 유급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하청, 특수고용노동자, 감정노동 등 모든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를 명시하고 있다.
이들은 "아리셀은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복사 붙이기식으로 진행했는데도 위험성 평가 인정심사를 통과했다. 3년 연속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돼 2022년에서 2024년까지 산재보험료율 17-20% 감면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업장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확인해 조치하자는 위험성 평가 제도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더해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벌보다 예방이라며 위험성 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했으나 로드맵에서 발표했던 위험성 평가 처벌조항 도입조차 추진하지 않고, 현장에서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가 횡행하고 있다. 정부도 매번 외치고 있지만 실질 제도개선과 대책은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을 이어갔다.
이미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파면된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의 핵심 사업으로 위험성 평가에 감독행정, 사업,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부었지만, 현행 법에서는 위험성 평가에 대한 아무런 처벌 조항도 없고 노동부 보고의무도 없어 정부 감독은 커녕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전한 뒤 "민주노총은 아리셀 참사 1주기, 다시 투쟁을 결의한다. 중대재해 처벌 강화만이 노동자 산재사망을 줄이는 길이며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인 위험성 평가 실질화를 위한 법개정으로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노동부는, 아리셀이 자체적으로 평가해 매해 해당년도만 바꾼 위험성 평가서를 토대로 3년 연속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산재보험료를 감면해줬다. 또한 고위험 유해물질 사업장임을 알고도, 4차례의 폭발 특히 참사 2일 전인 22일 폭발사고에 특별근로 감독을 실시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현실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진상을 규명해야만 반복되는 죽음을 막을 수 있다. 단편적인 위험성 평가의 기준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안전한 고용의 구조, 산업안전보건 전반에 걸친 문제로 연결돼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아리셀에 대한 위험성 평가는 형식적인 평가뿐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매년 사업주에게 실시 의무를 부여했음에도 각 노동현장에 맞는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실질적인 현장 변화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사업주가 형식적으로 진행하더라도, 노동자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현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더해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바로 노동자들이다. 위험 기준을 정하고, 위험을 추정한 후 평가하고 제거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 노동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특히나 현재 법제도에서 전혀 규정하지 못 하고 있는 하도급 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유해.위험 요인에 대해서, 그리고 특수고용형태근로자의 유해.위험 요인 역시 이들의 평가 과정을 통해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아리셀 참사 1주기에 산자들이 바꾸어나가야 할 작은 노력이지만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일이다. 더 이상 안전을 뒷전에 두고 형식적 안전관리체계로 대충 넘기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현장으로 바꿔나갈 것이다. 모든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산재를 줄이는 제도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204701.html
내란수괴도 카메라 앞에 서는데…아리셀 참사 책임자는 예외? [왜냐면] (한겨레, 손익찬 | 아리셀참사 법률대리인단 변호사, 2025-06-25 18:30)
매주 월요일, 내란수괴 윤석열의 형사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윤석열은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짧은 순간, 그는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드러낸다. 제대로 된 답변을 한 적은 없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다. 그런 윤석열의 모습은 분노와 실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국민은 최소한 한가지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구나.”
그런데 전직 대통령보다 더한 특혜를 누리는 이가 있다. 바로 지난해 6월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 1차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잃게 만든 아리셀의 대표이사 박순관이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윤석열보다 더 철저하게 얼굴을 숨기고 있다. 아리셀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박순관은 법원이 제공한 별도 통로를 이용해 재판에 출석했고, 기자들의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특혜다. 전직 대통령도, 재벌 총수도 받지 못한 대우를, 다른 누구도 아닌 아리셀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박순관이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24일, 그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도 박순관은 법원의 협조 아래 일반 피의자들과 달리 언론의 시선을 피했다.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 책임자가 언론을 피해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이 나라가 23명 노동자는 지켜내지 못하면서, 박순관의 ‘안전’만은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사실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알고 싶다. 아리셀 참사 책임자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태도로 재판에 임하는지. 그리고 듣고 싶다. “죄송하다”는 단 한마디라도. 그러나 박순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기자들의 질문은 애초에 닿지 못하게 차단한다. 수원지방법원이 마련해준 우회 통로 덕분에 그는 얼굴을 숨긴 채 재판정을 오간다. 재벌 총수도, 전직 대통령도, 심지어 내란수괴조차 카메라 앞에 서는데, 박순관만은 예외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첫 구속 대상자인 박순관이 이토록 특혜를 받는 현실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든다.
법원은 피고인의 안전이나 공공질서 유지를 이유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 정당한 범위를 명백히 넘어섰다.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 책임자가 귀빈처럼 언론과 유가족을 뒤로한 채 재판에 출석한다는 사실은, 어떤 기준으로도 상식적이라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묻고 싶다. 아리셀 참사 책임자는 언론을 피할 권리가 있고, 국민은 그에게 질문할 권리가 없는가? 유가족이 사과받을 권리보다, 박순관이 ‘안전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더 중요한가? 박순관은 자신을 위해 일하던 노동자 23명을 지키지 못했는데, 법원은 기자들의 질문으로부터 그를 지켜주고 있는 이 현실이 타당한가? 법원이 진정 지켜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법원이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4243
[노트북] 공장만 멈췄을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인일보, 마주영 사회부 기자, 2025-06-25 20:12)
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6월24일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졌다. 희생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고민거리를 던졌다.
지난 1년간 밝혀진 사고의 전말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현실을 드러냈다. 제조업체에 속하는 아리셀은 법적으로 파견 근무가 금지된 곳이다. 하지만 희생자 대부분은 파견업체를 통해 공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하루이틀 일하고 떠나는 파견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이뤄질 리 없었다.
사고 후 1년이 지난 지금, 유족들은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화재로 20대 딸을 잃은 어머니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한 번만 제대로 물어봤다면, 위험한 곳에서 일하면 안 된다고 말렸을 텐데. 이제는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작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사회는 노동자들에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정부는 사고 이후 각종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핵심 문제로 떠오른 불법파견을 제대로 관리·감독할 방안은 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이주노동자 20명이 일하다 죽었다. 매년 산업재해 사망자의 10% 내외를 차지하던 비율이 올해는 14.6%까지 오른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고용노동부의 느슨한 감시 덕에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불법으로 위험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화마의 흔적이 무색하게 아리셀 공장을 둘러싼 산업단지는 지금도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산단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는 “그날 사고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서도 안전 문제에 관해 묻자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알면서 애써 외면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일상이 너무 닮아서다.
공장만 멈췄을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문제로, 다른 사고를 기다리고 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2610423589559
아리셀 유족은 산 자의 죽음 막기 위해 오늘도 싸운다 (프레시안, 최명선(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 공동상황실장) | 2025.06.26. 14:58:21)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년] ⑦ 참사 후 이주노동자 사망 더 증가… "가끔 추모하고 결국 변명했던 정부, 너희가 죽였다"
'가끔 추모하고, 가끔 분노하다 결국 변명으로 침묵했던 너희가 나를 죽였다.'
아리셀 참사가 발생하고 대구의 한 시인이 쓴 추모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지난해 폭염과 물 폭탄 같은 폭우 속에 시작된 아리셀 피해자 유족과 대책위의 투쟁은 윤석열 내란과 탄핵 국면에서도 진행됐고, 올해 4월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 직전까지 피해자 유족들은 에스코넥 농성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형사재판, 집단 민사소송으로 법률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내란과 탄핵 국면에서 우리는 광주항쟁의 죽음이 산 자를 구하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이야기해 왔다. 산재 사망 투쟁은 그 정신과 흐름이 너무도 분명하다. 그래서 4.28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의 날의 슬로건은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최대의 집단 산재 참사이자 23명의 노동자의 죽음은 아직 '산 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1년이 지났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그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1주기를 계기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다시 논의되고 추진돼야 한다. 가끔 추모하고, 가끔 분노하다 결국 변명으로 침묵하기만 한다면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없기에.
참사 후 더 증가한 이주노동자·작은 사업장 사망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 중 이주노동자는 20명에 달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4.6%로 매년 10% 내외였으나 가파르게 증가했다. 아리셀과 같은 제조업으로 좁히면 7명 사망으로 제조업에서는 24.1%에 달한다. 50인 미만 제조업에서는 전체 19명이 사망했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2%가 증가했다.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오히려 죽음은 더 증가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나마, 참사 이후 이주노동자 비율이 얼마인가를 발표했다는 것만 달라졌다.

정부 재탕, 삼탕, 맹탕 대책… 집행 실적도 없어
사망이 증가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재발 방지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리셀 참사 이후 정부는 8월과 9월에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8월 발표 대책은 '작은 사업장 안전, 이주노동자 안전대책'이었다. 그러나 스마트 안전 장비 확산, 노동자의 안전 수칙만 강조하는 4대 금지 캠페인같이, 참사 전부터 정부가 추진 중이던 대책이 80%를 넘었다. 이주노동자 안전교육도 '현장에서 진행하는 모국어 교육'이 아니라 대상 확대 중심이어서 '재탕 삼탕 맹탕 대책'으로 지탄받았다.
그러나 그 맹탕 대책마저 집행 실적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화재 감지 경보설비지원은 0건이다. 경보 대피설비 지원은 8개 사업장, 소화설비 지원은 18개 사업장이다. 비자별로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연구용역과 간담회로 그쳤고, 이주노동자 교육자료 1~2쪽을 끼워 넣거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게 전부였다. 외국인 안전 리더 양성은 47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사업 실적은 제시되지 않았다. 안전보건 통역사 제도는 아직 연구용역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앞두고 진행된 공동안전보건관리자 사업은 시범사업처럼 운영되더니, 2025년도에는 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중소 영세기업에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으로의 전환을 정부가 포기한 것이다. 9월에 발표한 전지 산업 안전대책은 집행 실적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에스코넥 불법파견·쪼개기 경영 외면한 정부
참사 이후 정부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불법파견 감독을 했다. 229개 사업장 감독에서 190개 사업장이 법을 위반했고, 불법 파견이 적발됐다. 그러나 컨설팅과 파견 확대라는 황당한 주장이 이어졌다. 아리셀과 똑같이 파견업체가 에스코넥 사업장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됐지만, 에스코넥은 면죄부를 받았다. 에스코넥은 아리셀 주식의 90%를 소유하고, 이사회도 구성하고, 재정도 지원하고, 회계장부 작성도 에스코넥 담당자가 했지만, 노동부와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참사에서 드러난 위험성 평가제도의 현실은 비참했다. 아리셀은 복사 붙이기로 위험성 평가를 하고도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고, 산재보험료 감면을 받았다. 하지만 참사 이후에도 실시하지 않았고, 부적절한 실시에 대한 처벌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원래도 당연했던 '국적과 상관없이 '라는 중언부언 고시 규정만 개정했다. 화재 대피 교육은 정기안전교육의 여러 주제 중의 하나로 추가됐다. 할지 말지는 사업주의 선택이다. 23명 노동자의 죽음에 이은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고 궁색하다.
'인생 선배' ' 조언자'이지 경영책임자는 아니라는 박순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재판에서 쏟아내는 아리셀의 황당무계하고 파렴치한 주장이다. 재판 초기부터 '원인을 알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화재 사고였다''아리셀의 경영책임자는 박중언이고, 박순관에게 아리셀 경영을 보고하고 의견을 들은 것은 인생 선배, 경영 선배로서의 조언이었다' 등 황당무계한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사고 원인을 기술직이었으나 현장에서 함께 사망한 고인에게 뒤집어씌우는 파렴치한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각종 불법이 난무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작두로 분리 작업을 하고, 손으로 미세발열 여부를 가리는 위험천만의 현장이 아리셀이었다. 화재 폭발 위험이나 비상 출입구 존재 자체도 모르고, 정규직만 사용할 수 있는 현장이 아리셀이었다. 그러나 온갖 법 기술이 동원되고, 거짓에 거짓을 더하는 법정에서 피해 유가족들은 가슴에 대못이 박히고도 어떤 권리도 없다. 산업재해에 대한 형사처벌에서 검사와 피고인, 그리고 변호사만이 재판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피해 유가족이나 전문가의 참여 여부는 오로지 검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죽음이 산 자의 죽음을 막도록
참사는 끝나지 않았고, 투쟁도 끝나지 않았다. 내란과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 외로운 투쟁을 전개했던 피해자 유족의 손을 굳건히 잡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투쟁에 다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년 10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한 즉각적인 대책 수립이다.
첫째, 중소 영세기업의 위험한 작업환경과 위험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대책이 필요하다. 입국 전후로 진행하는 안전교육, 안전공단 홈페이지에만 잔뜩 쌓여있는 외국어 안전보건 교재, 안전표지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실제 작업하는 현장의 위험에 대해 모국어로 안전교육이 진행돼야 하고, 이는 중소기업 자체로는 해결이 어렵다. 이주노동자가 집중 투입되는 업종, 산업단지 등을 우선으로 국적별, 작업별 집단 교육이 시행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이주노동자 피해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제도화돼야 한다. 이주노동자 유가족은 국내에 오래 머무를 수 없고, 의사소통 문제로 진상규명이나, 피해보상에서 절대적인 어려움에 있다. 죽음이 은폐되고, 헐값의 보상이 반복되는 동안 대책 수립은 요원하고 이주노동자 사망은 증가할 것이다.
아리셀 참사 1년,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대책은 단 한 걸음의 진전도 하지 못했다.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으로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제 그만
어제도 오늘도 한국 산재 사망의 80%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해 왔다. 그러나 대책은 수십 년째 각종 지원사업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시행 전후로는 매년 수천억에 달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일회성 지원은 산재 감축에 아무런 효과를 주지 못했다. 사업장 자체의 예방 체계는 없는 상태에서 각종 설비지원, 컨설팅은 안전으로 돈벌이하는 기관과 기업만 양산될 뿐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보건 체계 구축 의무가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제외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예외 조항이다.
매년 정부 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이 80%가 넘게 나온다. 법에 각종 규정이 있어도 중소기업에는 담당자가 없으니 지켜지지도 않고, 매번 몰랐다는 답변만 주구장창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사업장에도 생산 파트, 기술 파트, 재무 파트는 있다. 그런데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고, 기업 피해도 심각한데도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사람도 체계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의 안전교육이 될 리가 없고, 최소한의 대피 조치가 될 리가 없다.
모든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의무를 두고, 작은 사업장은 여러 사업장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공동안전보건관리자를 둬야 한다. 정부가 인건비 지원을 하고, 산업단지나 지자체가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관리하도록 하면 된다. 이것이 작은 사업장이라도 예방 체계를 구축해서 재해를 줄여 나가도록 하는 방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엄정 집행이 관건
안전보건 관련 수많은 법령이 있고, 수십, 수백 개의 전문기관이 있어도 그동안 산재 사망은 줄지 않았다. 법을 위반해도 솜방망이, 꼬리 자르기 처벌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산재 사망의 실질적 감소를 위한 대책'의 분기점이다. 이에 재벌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끊임없이 저항하고, 왜곡하고, 언론과 법 기술자를 동원한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 법 취지를 몰각한 검찰의 2년 구형과 법원의 집행유예 남발은 한국 사회를 또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다.
군납 배터리 결과 조작, 불법파견, 산재 은폐, 무리한 인력 투입,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 각종 산안법 위반 등 23명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아리셀의 범죄행위는 차고도 넘친다. 참사 이후 1년이 다 돼 이제 고통은 온전히 피해자 유족의 몫이 됐고, 사회적 관심이 멀어진 가운데 재판정에서는 김앤장의 현란한 법 기술과 천인공노할 주장이 난무한다. 엄정한 법 집행과 처벌이 되도록 온 사회가 감시하고 피해 유가족과 함께 싸워야 한다. 아리셀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죽음이 죽음을 막아내는 또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270700001
[점선면] ‘비정규직 출입 불가’, 참사로 이어졌다 (경향, 문광호 기자, 2025.06.27 07:00)
아리셀 화재참사 1주기
희생자 중 여성 74%·이주민 78%·비정규직 87%
“해당 비상구에 이르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문을 통과해야 했다. 문제는 그 문이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ID카드나 지문 인식 없이는 열 수 없는 보안문이었다는 점이다. 접근 권한은 정규 사무직에게만 주어졌고 일용직으로 파견된 이주노동자들에겐 권한이 없었다.”
지난 24일 1주기를 맞아 발간된 아리셀 화재참사 분석 보고서 ‘눈물까지 통역해달라’에 적힌 내용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경기도 전지공장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는 사망자 대부분이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였던 이유 중 하나로 비상구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비상구로 탈출할 수 없었던 희생자들은 대부분 출구 반대편 창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참사 당시 닫혀 있던 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점선면은 아리셀 참사를 통해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구조화된 차별이 얼마나 약자들을 생명이 위협받는 공간으로 내몰고 방치하는지를 짚어봅니다.
점(사실들) : 42초 만에 번진 연기에 23명 사망
2024년 6월24일 오전 10시30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3동 2층의 리튬배터리 상자 한 곳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습니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노동자들은 제품 상자를 맨손으로 옮기고 분말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몇 차례 작은 폭발이 이어졌고, 연기는 점차 커져 이내 작업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첫 발화 후 고작 42초 만이었습니다.
이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2층에는 총 43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이었는데요. 정규직 20명 중 3명(15%)이, 비정규직 23명 중 20명(95%)이 사망했습니다. 국적별로는 한국 국적 23명 중 5명(귀화 1명 포함)이, 외국 국적 20명 중 18명(중국 17명, 라오스 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희생자 23명 중 여성은 17명(74%)입니다.
참사 이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 2월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아리셀 측은 리튬 배터리는 위험물질로 미지정돼있고 비상 출입구 설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유족들은 1주기를 맞아 박순관 대표와 아들 박중언 아리셀 운영총괄본부장을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선(맥락들) : 안전교육 있었더라면
“절체절명의 순간, 왜 그들은 모두 출구가 아닌 방향으로 향했을까.”(‘눈물까지 통역해달라’ 중에서)
지난해 8월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골든타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리셀 측이 일용직 파견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고, 리튬전지 폭발 뒤 대피를 안내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한 정규직 노동자는 화재가 발생하자 발화지점 쪽의 출구 대신 다른 방향의 비상구로 향해 지문을 찍은 뒤 탈출했습니다. 이 노동자를 따라간 파견 노동자 2명도 목숨을 건졌습니다. 살아남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전)교육을 받지 못해 비상구 위치를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왜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을까요?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업체의 안전관리·감독 책임을 약화하는 불법 파견 구조가 있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의 생산공정 업무에 원칙적으로 파견을 금지하는데 아리셀은 메이셀이라는 업체로부터 이주노동자를 파견받았습니다. 메이셀은 아리셀에 인력 공급만 한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노무 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원청은 안전 관리 책임을 파견업체에 떠넘기고, 인력 공급 업체에 불과한 파견업체는 안전 교육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불법 고용·파견 구조는 이주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이용하려는 업체들의 꼼수에서 생겨납니다. 아리셀 참사의 희생자 중 11명도 단순노무직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였는데요.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자기들이 일을 시켜놓고 이제 와 불법을 운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업현장에서는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3D 업종 노동의 대부분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 이주노동자의 사망사고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2022년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874명)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9.2%(85명)였고, 2023년에는 812명 중 10.4%(85명), 2024년에는 827명 중 12.3%(102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1분기 기준 전체 사망자의 14.6%(20명)가 이주노동자입니다.
정부는 참사 대책으로 지난해 8월13일 모든 이주노동자가 비자 종류와 관계없이 최소 한 번 이상은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10일에는 고위험 사업장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주기를 앞둔 지난 23일 민주노총은 “8월 발표 대책은 80% 이상이 기존에 발표했던 재탕, 맹탕 대책이고 이주노동자 안전강화 사업장 지원은 3개 사업장, 소화설비 및 경보대피시설 지원 26개 사업장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면(관점들) : 여성·이주노동자 피해 왜 컸나
아리셀 참사 희생자 중 여성 비율이 74%에 달했다는 점도 지나쳐선 안 될 문제입니다. 여성 희생자가 많았던 이유는 공장에서 배터리 검수와 포장 업무를 맡은 것이 주로 여성 이주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인데요. 여성 이주노동자를 연구해온 한 학자는 “여성 이주노동자는 서비스업에서 많이 일하기는 하지만 제조업에서도 상당 부분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 여성 이주노동자의 지위는 남성보다 더 불안정하고 열악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은 임시·일용근로자 비율이 48.2%로 남성(29.2%)보다 높았고, 상용근로자 비율은 45.7%로 남성(67.2%)보다 낮았습니다. 여성은 꼼꼼하게 일하지만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다는 현장의 통념 때문에 전기·전자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중소영세 사업장에 여성 노동자가 많다고 합니다. 생산 설비부터 작업 도구까지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되는 제조업 공장에서 여성에 맞춰진 안전교육은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이주민 차별·혐오 정서는 참사를 공론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아리셀 화재참사로 딸을 잃은 재외동포 이순희씨는 지난해 7월 화성시청 앞 분향소 앞에서 “세금 축내지 말고 나가라”는 화성시 통장·이장협의회의 반발을 마주했던 것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한국 법, 한국말 모르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소리쳤어요. 우리도 몸에 피가 흐르는 사람이에요. 한국인과 똑같은 사람이라고요.”
유족들의 통역을 전담했던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1주기 보고서에서 “이주민의 정당한 요구는 ‘세금은 내고 말하냐’, ‘한국이 싫으면 니네(너희) 나라로 돌아가’ 식의 비난에 가로막힌다”고 말합니다. 이주민을 막무가내식으로 배제하는 언어들이 참사와 관련된 건설적인 논의를 막고 있다는 겁니다. 희생자들이 이주노동자이기 이전에 올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이자 집에 손 벌리지 않으려던 23살 평범한 청년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죠.
보고서 속 도면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갈 수 없었던 출구 너머에는 연구·개발실이 있었습니다. 열리지 않는 문은 벽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은 위태로운 산업현장으로 내몰리고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다시 차별을 마주해야 했던 셈입니다. 이제는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에게도 열려 있는 안전망이 갖춰지길 바라봅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292055005
[시선] 아리셀 참사 1년, 바뀐 것은 (경향,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 2025.06.29 20:55)
경기 화성시의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아리셀 공장에서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었다. 이 사고로 23명의 작업자가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추진했고, 대형 폭발 발생 전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조치 없이 작업이 재개됐다. 아리셀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 심사를 거쳐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위험 요소들이 방치된 곳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도, 유증기를 막을 환기시설도 없었다. 비상구 문은 정규직만 열 수 있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탈출할 수 없었다.
피해자들은 불법 파견과 도급 형태로 고용된 이주노동자였다. 이들은 기본적인 안전 교육도 받지 못했다. 대피로 안내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일했다. 외국국적동포 체류자격을 가진 이들이 다수였다. 단순노무직에서 일할 수 없는 자격이지만, 피해자들은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를 포장·운반하는 업무에 투입됐다. 이는 이후에 사업주가 보상액을 줄이기 위한 핑계로 사용됐다. 이주노동자에게 체류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지시한 것은 사용자인데, 그 일을 했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사망에 따른 보상금을 깎으려 한 것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을 때, 그 보상은 국민의 경우보다 현저히 낮을 수 있다. 체류자격이 만료하는 시점 이후부터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라 상정해 해당 국가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일실수익을 낮게 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이주노동자는 체류를 연장하고, 영주권이나 귀화를 통해 한국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들이었다. 법과 제도는 그들의 ‘삶의 지속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한 채 죽음의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한 죽음이 통계로조차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더 참담하다. 사망 이주노동자 통계나, 죽음 원인 분석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출입국 사무소에 신고된 이주노동자 사망자는 3340명에 이르지만 기초 신상정보가 기록된 이는 214명에 불과하다. 3126명의 죽음은 그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건강함을 신체검사로 확인하고 한국에 온 이들이 왜 이렇게 많이 죽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경기도가 참사 1주기를 맞아 낸 백서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는 참사 배경에 비정규직·이주노동에 대한 구조적 차별·혐오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인권과 노동자 권리가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결국, 이들의 목숨을 가벼운 것으로 여기고 이를 보호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온 한국 사회의 정책 결정·집행 구조와 사회적 인식에 존재한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등으로 형사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사업주가 구속기소 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2025년 2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이 법적 책임 규명을 넘어, 한국 사회가 사업주의 의무와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물음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959
아리셀 1주기, 참사의 나라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는 (시사IN, 문준영 기자, 2025.06.30 07:46)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915
아리셀 불법파견, ‘일상적’ 구조가 키운 참사 (매노, 이재 기자, 2025.07.04 16:17)
공장 ‘완전도급’ 주고 인력공급 받으면 파견법 ‘원청 무죄’ 성립
아리셀 참사 피해를 키운 불법적인 노동자 파견 관행이 1주기가 지나면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제조업체가 밀집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인력공급업체들이 사실상 채용경로를 틀어쥐고 중간착취를 하는 관행이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아리셀과 모기업 에스코넥에서 이러한 전형적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오히려 정부가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것이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로 본 제조업 근로자 공급사업과 불법파견 문제’ 토론회에서 “아리셀 모기업 에스코넥은 공장을 통째로 삼영피앤텍에 도급을 줬고 삼영피앤텍은 한신다이아로부터 인력을 불법으로 공급받았는 점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서 드러났다”며 “그러나 정부는 에스코넥에게 불법파견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에스코넥으로서는 삼영피앤텍이라는 법인을 한신다이아와의 사이에 끼워넣음으로써 불법파견 처벌을 피해간 셈이다.
노동부 감독 결과 “원청 28곳·하청 59곳” 구분
이런 사례는 에스코넥에서만 발견된 이례적 행태가 아니다. 김 상임활동가는 노동부가 올해 2월24일 발표한 불법파견 감독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감독 결과 노동부는 제조업체 229곳 중 87곳이 불법파견을 했다고 밝혔다. 이를 원청 28곳과 하청 59곳으로 구분했는데 김 상임활동가는 원청이 에스코넥 형태에, 하청이 삼영피앤텍 형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 상임활동가는 “이미 안산지역에서는 공장을 통째로 도급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완전도급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실제로는 모기업이 인력을 파견하고 생산량도 통제하는 등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영이앤텍이 실제로는 에스코넥 안산공장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도 형식적인 계약관계를 따져 원·하청을 구분해 면죄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일부의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단지의 소규모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인력공급업은 불법과 편법을 오가는 방식으로 증식했다. 김 상임활동가는 “연구 등에 따르면 인력파견업체들이 용접직종이나 PCB제조 공정의 입직구를 장악해 파견업체를 통하지 않고는 취업을 할 수 없고 기업도 채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업체들은 위장도급업체, 미등록 파견업체를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급망 최하단에 위치한 산단 중소제조업체가 인력난을 겪으며 인력공급업체에 의존적으로 변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 납품처가 생산물량을 결정하는 구조 아래 정규직 채용을 유지하거나 자체적으로 인력을 구인할 여력마저 갖추지 못한 중소제조업체들을 갉아먹는 인력업체들이 구조화돼 있다.
노동부 황당 요구 “현장 어려우니 파견법 개선”
노동부가 제대로 된 감독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인다. 노동부는 심지어 2월 근로감독 이후 컨설팅 과정에서 에스코넥 같은 원청 사업주와 파견노동자와 면담을 진행한 뒤 “현장 기업들이 경기·물량 변동에 따른 유연한 인력 운영 필요, 직접 채용 여력 부족 등으로 파견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외부업체 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김 상임활동가는 “(노동부가) 인력업체를 활용한 탈법 운영을 확인하면서도 근로자파견제도 등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불법파견 합법화 가능성을 내비친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영주·결혼 등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인력풀’ 형성
이처럼 산단 노동시장을 인력업체가 점거해가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유입은 보다 용이한 인력풀을 제공했다. 단기취업비자가 아니라 영구적이고 자유로운 취업이 가능한 노동자가 대상이 됐는데, 아리셀 참사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 가운데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비자 등이다. 또 다른 유형인 방문취업(H-2)은 300명 미만 중소 제조사업장에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 김 상임활동가는 “현재 고용허가제 적용대상(E-9)은 31만명 수준이나 취업활동에 제한이 없는 영주, 결혼이민자 등은 33만명 수준이며 방문취업제와 외국국적동포 64만명을 더하면 97만명이 자유로운 이주노동자로 산단 인력업체의 이주노동자 풀로 형성됐다”고 꼬집었다.
이날 전문가들은 산단 노동시장을 좌우하는 인력업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인력공급사업에 대한 공공적 개입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폐지를 요구했다. 인력공급사업에 공공기관의 감독이나 참여를 늘려 공공성을 확보해 중소제조업체의 구인 경로를 갖추고, 파견법을 폐지해 중간착취자의 이윤 갈취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작은 산단, 영세사업체가 인력난에 직면한 현실을 무시하기 어려우나 그것이 간접고용형태로 발현될 필요는 없고 인력업체가 중간착취 형식으로 이윤을 갈취하는 현실을 방관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지적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7385
‘아리셀 참사 1년’ 제조업 불법·편법 파견 문제 여전 (노동과세계, 금속노조, 2025.07.07 18:23)
금속노조, 파견법 폐지 촉구 … “정부 무대책, 관리 감독 미흡”
금속노조가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아 정부에 제조업 불법파견 근절, 직접고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정부가 아리셀 참사 피해를 키운 불법파견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문제 제기했다.
금속노조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리셀 참사 1년이 지났지만, 노동부는 간접고용 고용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았고 산업단지 불법파견에 형식적인 근로감독을 하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투쟁, 김용균재단 등이 함께 했다.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아리셀 참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23명 대부분은 아웃소싱업체를 통해 아리셀로 불법 파견됐다”라며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불법파견 상태로 일하는지도 모르고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일을 하다 희생당했다”라고 지적했다.
아리셀은 파견대상 업종이 아닌 제조업 직접공정에 노동자를 파견받았다. 아리셀 파견업체인 메이셀은 파견법상 파견업체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명백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위반이다.
정부가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손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상섭 수석부위원장은 “산업단지 제조업 고용은 이제 불법파견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리셀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제조업 현장의 불법파견은 여전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상섭 수석부위원장은 “노동부는 불법파견 문제 해결은커녕, 불법파견 업체를 단속할 의지도 없다. 노동부 방치로 불법파견 피해 노동자만 계속 늘어난다”라며 노동부를 향해 불법파견 근절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아리셀 참사 초기, 희생자들이 어느 업체와 고용관계를 맺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경악스러울 정도였다”며 “불법파견 문제가 대형 참사를 불러올 정도로 심각한데도 노동부는 오랜 시간 방관, 방치해왔다. 파견법이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아리셀은 언제든 나타난다. 직접고용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에 불법파견 문제 해결책으로 ▲파견법 폐기 및 직접고용 원칙 강화 ▲불법 인력파견업체 전면 수사 및 근로감독 강화 ▲원청 사용자성 확대 및 노조법 2·3조 개정 ▲공공고용서비스 확대 등을 촉구했다.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41263
[아침을 열며] 누가 '시민'인가 (경남도민일보, 리샤오나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사무국장, 2025.07.08 18:02)
화성 화재 참사 1년 이주민 위험 여전해
보호망 없는 '약한 고리'로 계속 둘 건가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6547
아리셀 참사 피해자 첫 법정 진술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2025.07.17 19:13)
수원지법, 23일 결심 공판 진행
피해자측 “사실 규명…정의요구”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266
[속보] ‘23명 사망 참사’ 아리셀 대표, 검찰 징역 20년 구형 (매노, 홍준표 기자, 2025.07.23 14:56)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7192
[아리셀 참사 결심 공판] “사과는커녕 오리발만…제발 엄중 처벌을” 눈물의 호소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2025.07.23 20:09)
유족·대리인, 20여분 법정진술
“피해자에 책임 전가…2차 가해”
대표 20년·아들 15년 징역 구형
아리셀 법인·하청업체엔 벌금형
“제대로 된 사과를 듣고 싶어 1년 동안 재판을 지켜봤지만 박순관 대표는 '내 잘못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사과는커녕 오리발만 내미는데 제발 엄중히 처벌해 주십시오.”
23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아리셀 참사 관련 결심공판에서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은 눈물 섞인 목소리로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날 유족 4명과 대리인은 재판 시작 전 20여분간 법정 진술에 나섰다. 유족들은 “일부 사망자가 현장 관리자였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건 2차 가해”라며 “박 대표는 '합의하면 사과하겠다'는 태도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피해자 남편은 “아내와 처제가 사고로 숨졌고, 장모님도 그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우리 가족만 세 명이 희생됐다. 사망자는 23명이 아니라 24명”이라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 아내는 “아리셀 변호인들은 사고가 천재지변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에이징(안정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배터리에서 발생한 사고 책임을 망자인 남편에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 등을 포함한 방청객들로 법정 73석은 가득 찼고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 동안 곳곳에서 흐느낌이 이어졌다. 재판부가 약 10분간 휴정을 선언하자 일부 유족은 피고인 측 변호인단을 향해 “내 새끼 살려내라”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아리셀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20년,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외에도 안전관리자 등 임직원 5명에게 징역 또는 금고형을, 아리셀 법인에는 벌금 8억원, 하청업체 한신다이아와 메이셀 등에는 각각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로 피해자 대부분이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주노동자였다”며 “피고인들이 경영 책임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특히 “박 대표는 노동자들 목숨보다 이윤을 앞세워 위험 요소를 방치했고 박 본부장은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채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리셀 변호인단은 “피해자들에게 깊은 애도와 사과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원인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례적 사고이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결과가 드러난 지금 기준으로 사고가 예견 가능하다고 하지만 당시로선 누구도 단정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24일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하지 않고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24일 구속기소 됐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박 본부장도 전지 보관·관리 과정에서 발열 감지 미흡, 화재 대비 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 등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명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7115
“박순관, 참사 책임 회피” 아리셀 유가족 엄벌 호소 (경인일보, 목은수 기자, 2025-07-23 20:34)
‘중처법 위반’ 징역 20년 구형
“화재로 아내·처제 잃어…” 울분
檢 “반성 없이 아들에 책임 전가”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72318372459323
검찰, 23명 목숨 앗아간 '아리셀 참사' 박순관 대표에 징역 20년 구형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 2025.07.23. 21:04:12)
대책위 "23명이 목숨 잃었는데 아쉬워…재판부, 경각심 울리는 판결하길"
https://www.ytn.co.kr/_ln/0102_202507241051110240
검찰,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에 증처법 ‘최고 구형’ 위험의 외주화 막을 수 있을까 (YTN 김세령 기자, 2025.07.24. 오전 10:50)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7월 24일 (목요일)
■ 대담 : ☎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 조태현 기자(이하 조태현) : 저희가 준비한 소식이 많죠. 함축적으로 가보겠습니다. <취재수첩 생생타임즈> 시간이고요. 한국경제신문 강영연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기자님 나와 계십니까?
◇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이하 강영연) : 네 안녕하세요.
◆ 조태현 : 안녕하십니까? 기자님 지난해 6월이었죠.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많은 분들이 생을 빼앗기는 그런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는데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20년이 구형됐네요.
◇ 강영연 : 네 다들 이 참사를 기억하실 텐데요. 23명의 노동자들이 이 대형 화재로 숨졌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기소가 됐었는데요.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이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구형량 중에서 역대 최고 형량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 과실치사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이죠. 박중헌 아리셀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는 징역 15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는 각각 징역 3년, 금고 1년에 6월 3년 그리고 벌금 천만 원이 선고됐는데요. 그리고 아리셀 회사 법인에도 법인을 벌금을 8억 원 선고했고요. 인력 공급 등의 연료 업체인 한신다이아, 메이셀, 강산산업건설 등에도 벌금 천만 원에서 각 3천만 원씩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 조태현 : 이렇게 구형한 배경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 강영연 : 네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이었죠.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래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큰 화재가 됐는데 이에 대해서 박 대표가 유해의 위험 요인을 점검하지 않았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24일이었죠. 구속 기소됐는데요. 그 이후에는 보석으로 석방돼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아들인 박중헌 총괄본부장 같은 경우에는 전지 보관 및 관리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 이런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요. 그래서 검찰은 박 총괄 본부장 될 아리셀 임직원이 생산 편의를 위해서 방화 구획 목체를 임시적으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하는 등의 구조를 변경하고 가벽 뒤에 출입구가 있는데 여기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을 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최악의 대형 인명 사고로 피해자들 대부분이 안전 보호 관리에 취약한 불법 이주 노동자였다는 점에 주목을 했는데요. 그래서 이번 사고는 파견 근로자를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해서 그 죄질이 불량하다라고 구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박순관 대표 같은 경우에는 아리셀의 경영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전관리 구축을 포기하고 방치했으며 오로지 저임금 노동력으로 생산성을 높여서 회사 이익을 증대하기 위한 작업을 하도록 했다라고 했고 이러면서 사람 목숨보다는 이윤을 앞세운 것이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영 책임을 아들인 박중헌 본부장에게 전가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라고 검찰은 지적했고요. 그 박종헌 총괄본부장에 대해서 역시 안전 불감증으로 안전관리 책임자의 의무를 방관했고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해서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검찰에서는 한국에서의 행복한 삶을 그리던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온 지 몇 달도 안 돼서 삶을 마감했다면서 이렇게 생명을 경시한 아리셀의 인력 외주화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그 응분의 책임을 물어서 안전관리에 책임이 있는 경영 책임자들에게 책임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 조태현 : 총체적인 난국이었네요. 우리 노동자분들은 물론이고요. 먼 나라에 와서 일하다가 세상을 떠난 외국인 근로자분들 다시 한 번 명복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유족분들의 발언도 있었다고요?
◇ 강영연 : 네 어제 결심 공판에 앞서서 이 참사 피해자 유족 4명이 발언 기회를 얻어서 재판장에게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일부 유족은 피고인석을 향해서 울분을 쏟으면서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참사로 아내를 잃은 한 유족 같은 경우에는 우리 가족은 이번 사고로 일상도 미래도 모두 무너졌다. 지금도 문득 아내가 제 옆에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아무런 죄가 없는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책임자들은 진심 어린 사과조차 안 한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을 위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의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화재로 숨진 분들이 23분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 중에 20명이 파견 근로자였고요. 사망자 대부분이 입사 3개월에서 8개월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이런 천민자본주의적인 후진국적인 사고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주제로 넘어가 보도록 할게요. 단통법 폐지 저희도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 폐지된 지 3일차가 됐습니다. 그래서 많이 달라질까 이렇게 기대하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별로 안 달라진 것 같아요.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 강영연 : 네 맞습니다. 단통법 폐지로 지금 보조금 상한이 없어졌는데요. 일단 초반에 기본적으로 일선 유통망에서 일정 조건을 기준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곳은 손쉽게 찾을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소위 성지라고 불리죠. 이런 곳에 가보면 갤럭시 S25에 울트라를 구매하는 대신에 다른 이통사로 번호 이동을 하고 11만 원대의 요금제를 한 6개월 정도 유지를 하면은 13만 원 정도 현금을 지급한다라고 안내를 하기도 했고요. 이번 주에 사전 개통을 시작한 갤럭시 지플립, 지폴드 그리고 지플립7 같은 경우에는 이 업장에 따라서 번호 이동 기기 변경을 모두 포함해서 공짜폰이거나 5만 원에서 16만 원의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현금 지급까지는 안 되더라도 일반적으로 지플립7 같은 경우에는 4만 원에서 한 32만 원 지폴드 7은 88만 원에서 126만 원 정도 구입이 가능하다 이런 시세표 같은 게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그래서 중위값을 구해봤을 때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성지 기준으로 했을 때 SK텔레콤 가입자가 갤럭시 S25에 울트라 256기가바이트를 구매할 경우에 기기 변동을 하면 한 60만 원 정도 번호 이동을 하면은 KT로 가면 40만 원, LG로 가면 한 10만 원대 정도로 변경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조태현 : 그런데 생각보다 아직 혜택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 같아요.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11만 원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하려면 그냥 안 받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 강영연 : 네 맞습니다. 이전부터 단통법이 폐지되면 과거에 소위 ‘공짜폰’ 이런 유통업계의 마케팅 과열이 다시 부활할 것이다라는 기대와 우려 섞인 시각이 모두 나오고 있었는데 폐지 이후에 시장이 의외로 고요했다라는 게 업계 목소리인데요. 그 유통사들이 폐지 직후에 보조금 규모를 기존 대비 많이 올리지 않은 데다가 유통점에서 제공하는 추가 지원금 규모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인데요. 예를 들어서 말씀드렸다시피 SK텔레콤에서 갤럭시 지폴드7을 구매하면은 유통망 추가 지원금에 보조금 이런 거 합쳐서 한 54만 원 정도 기기값을 할인 받을 수 있는데 이것도 9만 원 정도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를 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고가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할인을 해주는데 이게 단종법 폐지 이전과 비 비슷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지원금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선착순 개통 인원 같은 경우에는 추가 할인을 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크게 단말기 가격을 낮추지는 못했고요. 아무래도 1위인 SK텔레콤이 공격적으로 지원금 마케팅을 펼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KT 그리고 유플러스도 숨고르기를 하는 중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시피 그 성지에서도 일부 기기 반납 등의 조건으로 건 성지는 드물었지만 고가의 요금제 가입 유지 기간은 대체로 동일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성지를 찾았다가 예상 밖의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조태현 : 저는 제일 저렴한 요금제를 쓰는데 그것도 다 못 쓰고 이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뭐가 달라지는 건지 뭐가 더 좋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배경을 보자면 단통법이 시행됐던 당시의 환경과 달라졌다 이런 것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분석도 나오는 것 같거든요.이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 강영연 : 네 시장 상황이 당시와는 180도 달라졌다라는 게 업계의 주장인데요. 일단 휴대폰 가격이 너무 비싸졌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초고가 모델이 한 9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였는데 이번에 갤럭시 폴더블 7 시리즈를 봤을 때 모델에 따라서 기기값만 200만 원이 넘잖아요. 이렇다 보니까 유통점에서 아무리 보조금과 추가 지원금 등의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공짜까지 휴대폰 가격을 떨어뜨리는 건 쉽지 않다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그리고 워낙 휴대폰이 비싸다 보니까 교체 주기가 굉장히 길어졌는데 저도 지금 한 5년째 쓰고 있거든요.
◆ 조태현 : 저랑 비슷하시네요.
◇ 강영연 : 네 대체적으로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에 출혈 경쟁이 일어나지를 못하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지원금이 많다고 해서 고가의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이용자가 많이 줄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렇게 그냥 단순 지원금을 주는 것만으로 신규 이용자를 끌어오기엔 역부족이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단통법 폐지와는 관계없이 선택약정 할인을 이용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러니까 지원금을 받는 대신에 그냥 매달 요금에서 25% 할인을 받기를 선택하는 이용자 비율이 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렇게 추가 지원금을 선택하는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왜 그런가 하면 이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냥 중고폰을 사거나 알뜰폰 자급제 단말기 같은 거를 사서 그냥 기존의 선택 약정을 받는 게 훨씬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그만큼 휴대폰을 구매할 수 선택지가 늘어난 거죠. 그러니까 이통사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도 쉽게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경쟁자가 많아졌고 그렇기 때문에 공짜폰 정도의 출혈 경쟁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조태현 : 맞아요. 스마트폰 예전보다 많이 비싸지기도 했고 예전에는 한 2년 정도 쓰면 버벅이고 그래서 바꿔야 될 때가 됐는데 는 하드웨어 내구성도 많이 좋아졌고 다른 방법도 많이 생겼고 확실히 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호 이동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있긴 있는 것 같아요. 여론조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강영연 : 네 시장조사 업체 컨슈머 인사이트가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경쟁이 활발해질 경우에 응답자의 32%가 통신사를 전환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이게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4세에서 64세 휴대폰 사용자 3187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조사였는데요. 시기별로 봤을 때 올해 하반기에 구입 예정자의 47% 그리고 내년 하반기 구입 예정자의 41%가 통신사를 바꿀 생각이 있다라고 대답을 했는데 아무래도 당장 핸드폰을 바꿔야 하시는 분들은 그 보조금을 준다고 하면 전환할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들은 단통법 폐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였습니다. 이렇게 기대 효과로는 단말기 가격이나 보조금 경쟁 확대 결국 단말기 가격이 떨어질 것을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조태현 : 저는 그냥 2,3년 더 쓸랍니다. 같이 그렇게 오래 쓰시죠? 지금까지 한국경제신문 강영연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 강영연 : 네 감사합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313
[단독] 아리셀 ‘역대 최고 구형’이라지만 … 구형기준 ‘최고’의 절반 수준 (매노, 홍준표 기자, 2025.07.25 07:30)
박순관 대표 징역 20년 구형, 검찰이 만든 최고 구형은 ‘징역 40년’
“검찰에서는 박순관 피고인의 죄책이 (박중언 총괄본부장보다) 더 중한 걸로 생각하나요.”
검찰이 지난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자 재판장이 이렇게 질문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순관 대표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의 구형량인 징역 15년보다 박 대표의 구형량이 높아 물어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24일 노동자 23명이 배터리 폭발 화재로 숨진 사고와 관련해 박 대표에게 검찰이 내린 구형량은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최고 구형량’이다. 통상 징역 1~2년에 머물렀던 기존 중대재해 사건 구형량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높다.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단일 사고로 큰 인명피해와 더불어 불법파견 이주노동자 고용 문제가 겹쳐 구형량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다만 검찰이 마련한 구형기준의 최고 등급에 미치지 못해 미흡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형기준 34개 세분화, 최고등급보다 세 단계 낮아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박 대표에게 내린 구형량인 징역 20년은 검찰의 구형기준 최고등급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이 2022년 12월 발간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판 실무상 쟁점’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초범일 경우 범죄등급을 1~34등급으로 구분해 징역형과 벌금형 기준을 마련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구형량인 징역 20년은 ‘31등급’에 해당했다. 31등급은 징역 20년(240월)~25년(300월)이 속하는 구간이다.
최고 등급(34등급)은 징역 30년(360월)~40년(480월)이다. 박 대표에 대한 구형량(20년)은 최고 등급에서 세 단계 낮다. 검찰은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범죄의 기본구간을 징역 2년6월 이상에서 징역 4년으로 정하면서 22등급으로 나눴는데, 박 대표 구형량은 기본등급에서 9등급 높은 수준이다. 대검은 사망사고 발생시 1년 이상 징역에서 30년 이하 징역(병과 가능)까지 가능하다고 정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리셀 구형량이 검찰이 마련한 ‘가중·감경인자’에 적합한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검찰은 가중인자로 △유사사고 재발 △사고 규모 및 중대성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 △피해 회복 및 구호조치 미흡 △사고발생 책임 및 비난 가능성 등 △동종전력 존재 등을 제시했다. 감경인자로는 △사고 발생 경위 참작사유 △합의 및 피해 회복 △진지한 반성 △동종전력 부존재 등이 포함됐다.
반성 없는 아리셀, 가중인자 얼마나 반영?
아리셀의 경우 노동자 23명이 숨져 사고 규모와 중대성 등 가중인자에 대부분 접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사고 1년이 지나도록 유족 모두와 합의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태도를 봤을 때 감경인자는 적용할 여지가 적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 대표쪽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아니다”며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실질적인 대표라고 주장해 왔다. 박 대표는 결심공판에서도 최후진술을 통해 “책임이 제 아들에게 지워진다는 현실이 아버지로서 참혹하고 비통하지만 법정은 진실을 밝히는 곳이라 생각한다”며 “검사가 아리셀을 경영했다고 말한 사항은 아버지로서, 경영선배의 조언에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밝힌 공소사실 요지를 보더라도 가중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반복된 화재’를 프레젠테이션(PPT) 앞쪽에 배치했다. 아리셀에서는 2021년에만 11~12월 연속으로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고, 이듬해 3월 폐전지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22일 전지 폭발 사고로 이어졌고, 이틀 뒤에는 23명이 죽고 9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더구나 수사 과정에서 △대한산업안전협회의 화재 위험성 지적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시정조치 요구 무시 △작업량 증가와 비숙련 이주노동자 투입 등이 드러났다.
박 대표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가 중대한 점 역시 가중인자에 꼽힌다.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중대재해 발생시 위험요인 제거 등 매뉴얼 마련(4조8호) 등 5개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기존 중대재해 사건에서 경영책임자에게 적용된 시행령상 의무 위반 사항이 3~4개인 점을 보면 위반 정도가 많은 편에 속한다.
법인 구형량 상한선의 16% “최고 구형했어야”
아리셀 법인에 대한 구형량도 주목할 지점이다. 검찰은 법인에 벌금 8억원을 구형했다. 박 대표 구형량과 동일한 범죄등급 31등급(초범 기준 벌금 8억원~9억5천만원)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대형선박 수리조선소 삼강에스앤씨 법인에 ‘벌금 20억원’의 최고액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어 아리셀 법인에 대한 구형량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형 상한선이 벌금 50억원이라 아리셀 법인 구형량은 상한선의 16%에 그친다.
구형량이 선고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고 결과도 주목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선고된 48건 중 실형은 단 5건에 머물고 있다. 통상 구형량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선고가 나와 최고 구형량이 나왔어야 한다고 법조계는 본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인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단일 산재사고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피해의 심각성과 법 위반의 정도, 반성이 전혀 없고 이후 피해 회복이 전혀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최고 구형이 걸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는 “검찰 기준에 따르더라도 사고 규모 및 중대성, 피해회복 및 구호조치 미흡 등 가중인자를 적극 고려해 구형기준표상 최고 수준을 적용해 징역 30년형을 구형했어야 마땅하다”며 “여전히 검찰은 중대재해 사건 법 집행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참사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 구형이) 중형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23명의 목숨에 비해서 너무나도 가벼운 형량”이라며 “그럼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수준의 구형량은 아리셀 참사가 단순 사고가 아닌 계획된 살인에 가까웠음을 법정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7602
[인터뷰…공감] 중처법 시행 이후 최악의 인명 사고… 아리셀 참사 유가족 최현주씨 (경인일보, 목은수 기자, 2025-07-29 18:49)
“이젠 말할 수 없는 남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던 진술… 힘들어도 지켜봐야만 했다”
그간 23차례 공판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느라 매달 엔진오일 교체
임원이던 남편에 과실 전가 불안, 판사 심기 건드릴까 분노도 삼켜
사고 후 회사는 침묵… 아직 사과도 없이 배·보상 안내문자만 보내
9월 법원 선고 매우 중요… 23명 목숨 앗아간만큼 새 판례 남겨야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56756
"대피 지시, 사장이 할 일이냐?"... 아리셀 대리인, 공식 세미나서 궤변 (오마이뉴스/충북인뉴스 오옥균(043cbinews), 25.08.13 16:13)
https://www.cb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639
아리셀 유족, “더 이상 못 참아”…사측 대리인 고소 (충북인뉴스, 오옥균 기자, 2025.08.19 10:51)
18일 충북경찰청에 사자명예훼손 혐의 고소장 접수
“고인에 책임 떠넘기는 행태…법적 책임 물을 것”
https://www.news1.kr/local/gyeonggi/5890581
'눈물까지 통역해달라' 아리셀 참사 종합보고서 서점서 만난다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2025.08.26 오전 09:17)
경기도 발간 재난보고서…9월 1일부터 교보문고 판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826515574
‘제2 아리셀 참사’ 없게… 반성·성찰의 기록 (세계일보, 수원=오상도 기자, 2025-08-27 06:00:00)
‘눈물까지 통역해달라’ 보고서
경기도, 9월부터 서점서 판매
불법하청·이주노동자 차별 등
사회 재난 적시… 방지책 제시
“연간 1000명에 가까운 산재 사망이 보고되기에 하루 몇 명의 산재 사망은 뉴스도 되지 않는다.”(아리셀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
경기도가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 종합보고서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사진)를 다음 달 1일 시중 서점에 내놓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시도한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책(보고서)은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 유성규 성공회대 겸임교수,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공동대표 등 7명의 외부 자문위원이 집필했다. 도의 대응과 화재 조사, 자문위 분석으로 이뤄졌는데 사고의 발단과 수습, 아리셀 공장의 실태,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과 이주노동에 대한 혐오, 구조 전환 필요성, 이주노동자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동연 지사는 화재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25일 이처럼 보고서를 남길 것을 지시하면서 “부족한 부분도 그대로 나오게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24일 화성시의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선 리튬 배터리가 폭발해 23명이 사망했다. 이 중 20명은 비정규직이었고, 또 18명은 외국인(중국·라오스) 근로자였다. 자문위는 “이 사고는 일반적 산재가 아니었다”며 “같은 층에 근무하던 정규직 20명 중 3명(15%)이 사망했으나 비정규직은 23명 중 20명(87%)이 사망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이주노동자 불법하청이 연루된 사회 재난이었기에 당시 도와 화성시 담당자들은 “표준화된 보고서 서식이 없었다”거나 “고인의 통장 계좌 확인과 해지가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수사당국도 사망자 신원 파악을 못해 DNA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가족의 사망자 확인을 늦추는 등 혼란이 불거졌다.
자문위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에 대한 차별·혐오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분화했다고 판단했다. 적당한 경제적 필요와 정치적 담합하에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시스템, 정책을 수립·집행한 주체들의 낡은 인식을 근본 문제로 지적했다.
사고 직후 도는 이주노동자도 도민이라며, 규정에 머무르지 않고 책임지는 자세를 취했다. 긴급생계비 등 유가족 지원과 출입국·장례 절차 유연화, 혐오 표현 금지 조례 제정 등으로 대응했다. ‘반성을 실천으로’라는 표어 아래 “리튬전지 화재에 물을 이용한 소화방식이 옳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대응 매뉴얼의 적절성을 되짚었다. ‘이주노동자 보호정책’을 ‘이민사회 정책’으로 확장해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이민사회국을 신설했고, 지난달에는 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아울러 ‘경기도형 재난위로금’을 정착시켰고, ‘주 4.5일제 시범사업’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산재 예방을 도모하고 있다. ‘노동안전지킴이’ 인력 확대와 산재율을 반영한 ‘정책 인센티브제’도 뒤따랐다. 중앙정부에 근로감독 권한의 일부를 지방정부가 공유하는 법 개정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827081100001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 아리셀 참사 유족 만나 위로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2025-08-27 12:11)
李대통령 '치유의 대화' 후속조치…6주간 참사 유가족 간담회
대통령실은 27일 전성환 경청통합수석이 1차전지 업체 아리셀 화재사고 유가족 대표들과 만나 경청 간담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전 수석은 관계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과 함께 간담회에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요청사항에 답변할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이름의 간담회를 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사회적 참사 유족 200여명을 초청해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뜻을 전하며 "여러분의 아픈 말씀을 듣고 필요한 대책을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6주간 제천 화재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광주 학동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부천 화재 찬사 유가족 대표를 차례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969.html
참사 1년 지나도록 고인 탓하는 그 노무사 (한겨레21, 신다은 기자, 2025-09-05 18:00)
공개 석상 “사람 아닌 배터리 구했다” 비난… 유족 “더는 못 참아” 사자명예훼손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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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254
아리셀 참사 발생 49일,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 "아직 어떤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8.11 16:40)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49재 현장스케치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812010001143
[현장르포]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현장 49재 추모행사 (경인일보, 김형욱 기자, 2024-08-11 20:33)
화마의 고통앞에 숨죽인 폭염…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
영정사진 앞 음식물 올리며 오열
"사건 잊히지 않게 끊임없이 투쟁"
유가족 대표, 아리셀 박순관 규탄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8121200001
잊혀져 가는 아리셀 참사…우리 안의 차별·혐오 직시해야 (경향,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백기완재단 고문), 2024.08.12 12:00)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은 일반적으로 위험하고 힘들다. 적어도 내가 이주노동자 진료소에서 만나는 분들의 직업환경은 그러하다. 긴 노동시간, 무거운 물건을 나르느라 힘든 일들, 계속되는 반복 동작들, 그리고 소음, 먼지, 냄새에 찌든 사업장들이 그러하다. 실제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사망률은 같은 업종을 놓고 보더라도, 정주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더 높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제공하는 기회라도 잡으려고 온 분들이지만, 그 기회는 아직까지 매우 불공정한 기회일 뿐이다.
한국이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엘리트 체육의 과정은 일종의 국가가 운영하는 노동과정이다. 이러한 국가 운영 노동과정을 통해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다른 나라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위치가 세계적으로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경기 결과가 아니라, 경기에 임하면서 갖는 과정에 만족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것은 기회의 평등 속에 정의로움을 발견하고 그에 만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국가 운영 과정에서 선수 보호가 국가 이익에 우선해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그만큼 인권 감수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의와 형평성에 대한 민감 지수가 높아진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직 이주노동자에게 주어지지 않고 있는 기회의 평등을 삶의 과정으로 돌아보지 못한다는 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단지 차별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에 상관없이 단지 현재의 위치만으로 차별이 당연해진 혐오의 시각에 오염돼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그가 누구이든 주어지는 노동이 위험하고 힘들어도 상관없다는 편견이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무관심으로 포장된 혐오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월남전 시기에는 한국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의사가 되기 위해 떠난 사람들이 의대 졸업생의 절반을 넘었다. 비슷한 시기, 한국 기지촌에서 만난 미국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사람도 많이 있었다. 용산 미군 121후송병원에 결혼을 앞둔 진료에서 의사와 환자로 만나기도 했다. 이들 의사와 기지촌 종사자들이 미국에 가서 겪는 이주노동은 한국에 있으면서 했을 정주노동에 비해 어떠했을까? 일부 회고록 등의 기록은 미국 주류사회보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 사회로부터 더 큰 선입관에 시달렸을 가능성도 제시한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들의 자살률이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들보다 더 높다는 통계는 좀 더 나은 기회를 얻는 것처럼 보이는 이주노동이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동포들이 있다. 이들은 해방이 돼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남아 있어 재외동포가 된 사람들이다. 같은 한민족이 해방된 후 잠시 떨어져 있다가, 채 50년이 되지 않은 시점부터 한국에 들어와 대부분 이주노동자로서 생활한다. 단지 부모들의 선택으로 중국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됐다. 비록 이들의 노동은 이주노동이지만, 한국 사람이 미국에 건너가 겪는 이주노동보다 언어나 문화적으로 훨씬 덜 생경한 노동이다. 그렇다고 한국에 와서 위험에 처해 죽어야 했다면 그 과정을 공정하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
안전하지 않은 일을 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안전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도 차별도 공정하지 않다. 단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 그리고 그들에 대한 혐오는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고 지속하기 위한 기제다. 특히 인도의 불가촉천민, 그리고 일본의 부라쿠민 등에 대해 그들이 현재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더라도 계속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명확한 편견이자 혐오이다. 그렇지만 한국에 이러한 인도식 불가촉천민, 혹은 일본식 부라쿠민이 없을까?
한국은 소위 국민국가 건설을 거치면서 신분제가 무너졌기 때문에 산업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이야기한다. “우리도 한 번 잘살아보세”의 우리가 적어도 신분으로 나누어지지 않은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식민과 전쟁으로 그 밑바닥까지 밭을 뒤엎었던 한국 사회에서 이제 와 내부의 이주노동자이든 아니면 외부로 떠난 이주노동자든, 천하고 더럽고 힘든 일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의 본래 신분이자 성격인 것처럼 생각하는 편견과 혐오가 점점 더 꿈틀대고 있다.
통계로 잡히는 꿈의 미국은 그 실상이 없다. 특히 꿈의 한국은 아직 그 개념도 없다. 아리셀 사태를 대하면서, 한국 언론의 침묵과 대비되는 영국 방송의 보도, 그리고 한국사회 전체의 무관심은 깊어만 가는 그 편견과 혐오의 깊이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꿈을 깨고 우리 안의 차별과 혐오를 직시해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 위험한 일을 해도 되는 사람이란 없다. 마치 국가가 관리하는 올림픽 선수들처럼.
오는 17일 ‘죽음과 차별을 멈추는 아리셀 희망버스’가 ‘혐오를 넘어 긍지’를 담아내고자 화성으로 출발한다.
https://workright.jinbo.net/xe/issue/86209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함께 해결하고 함께 살아가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박세연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2024.08.12 12:56)
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 화성의 전곡산업단지에 위치한 아리셀이라는 공장의 3동 건물, 2층 작업장에 쌓인 리튬배터리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가 점점 많이 나자 주변에 있던 노동자가 쌓여 있던 리튬배터리들 상자들을 서둘러 옮겨 보지만 곧 폭발이 일어나면서 불길이 솟아 올랐다. 몇 명의 노동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와 진화를 시도하지만 리튬배터리 상자 더미에서 연쇄폭발이 일어나며 불길은 강해진다. 곧 현장은 검은 연기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42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검은 연기로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 현장에서 23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고, 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사망한 23명의 희생자는 1명의 라오스 국적, 17명의 중국 국적, 5명의 한국 국적을 가졌다. 최악의 이주노동자 집단 산재 참사인 이번 사건의 원인은 일상적 안전보건관리의 부재,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의 고용구조, 가장 힘들고 위험한 현장에서 쓰고 버리는 존재가 된 이주노동자 정책 등이 불러온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화’의 결과다. 수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불법파견의 문제다. 아리셀은 실제로는 위장도급으로 불법파견된 노동자들을 포함해서 1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신고되어 있었다. 그 결과 안전보건관리자의 선임이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이 적용제외 되어 있었고, 리튬배터리와 같은 고위험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임에도 안전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다. 희생자를 포함해서 많은 수의 파견, 하청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교육이나 안전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 4차례나 화재가 발생했었고, 참사 이틀 전에도 화재가 있었지만 소방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사 이후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렇게 현장이 위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리셀은 2021년부터 3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험성 평가 인정심사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어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이번 참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둘째, 이주노동자 안전대책의 문제다. 한국에서는 매년 8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하고 있고, 그중 이주노동자의 사망자 수는 100명이 넘는다. 이주노동자는 고위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다. 사업장 자체가 취약한 안전보건 구조에서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문화 차이라는 이중, 삼중의 위험에 노출되어 왔다. 입국 시의 형식적인 안전교육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기에 몇 년째 정부에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서의 안전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실시 방안을 요구해 왔지만 무시되었고 그 결과가 이번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아리셀과 같은 제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많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건설업과 조선업종에서도 되풀이되는 문제다. 문제는 안전대책이 없다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가 중대재해를 당해도 사고 원인 조사에서 고용구조나 안전교육 여부 등의 정보제공도 되지 않고 제대로 된 조사와 진상규명이 되고 있지 않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한국에 와서도 체류나 언어소통 등에 어떠한 지원도 되지 않는다. 사망자 수가 한두 명인 경우에는 노동부나 경찰로부터 사고원인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다. 1년에 100명이 넘게 계속해서 이주노동자들이 죽어 나가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되지 않았기에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는 리튬배터리와 같은 고위험 물질에 대한 안전보건 대책의 문제다. 아리셀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리튬배터리를 생산했고 이는 군사작전용 무전기에 사용되었다. 폭발에 취약해서 ‘잠재적 폭탄’이라고 불리는 리튬배터리는 이전에도 빈번하게 폭발사고가 발생해 왔다. 불량품이 제대로 검수되지 못하고 충전된 상태에서 폭발하면 다른 배터리로 순식간에 옮겨붙기 때문에 불량품 검수가 철저해야 한다. 또한 위험을 대비해 포장된 배터리를 조금씩 나누어 보관해야 하며, 열감지 센서 등을 비치해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소화장치가 작동되어야 한다. 리튬 등 화학물질이 폭발할 경우 짙은 연기가 발생하여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작업하는 내부공간을 단순하게 설계하고 대피로도 여러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법과 제도에는 이런 내용들이 전혀 없다. 가장 위험한 공정인 배터리 검수 및 포장공정은 숙련노동자가 해야 하지만 위험업무의 도급금지 조항은 무시되었고, 아리셀은 이주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고용해서 안전교육도 없이 일을 시켰다. 이것이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이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명백한 사회적 참사다. 이전에도 무수한 사회적 참사가 있었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우리는 사회적 참사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해 왔다. 이번에도 참사 당일부터 생명안전의제를 다루는 단체들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이 참사현장과 희생자가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아다니면서 참사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96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계속 확대 중)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출범하고 활동하고 있다. 희생자의 유족들도 참사 초기,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다가 다른 유족들과 만나며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 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참사에 대응하고 있다. 총 23명의 희생자 중 20명의 가족들이 가족협의회에 함께하고 있다. 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이번 참사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사측을 대상으로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요구다. △ 정부에 요구한다. 고용노동부, 경찰, 행정안전부 등 정부는 피해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중대재해 사고조사에서 확인되는 내용과 재해조사의견서, 경찰 수사과정에서 확인되는 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번 중대재해 참사 해결 전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피해자들이 연대해서 대응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 원청인 에스코넥과 아리셀에 요구한다. 사측은 이번 참사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부상당한 노동자에 대한 지원과 생존대책을 마련하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에게 심리지원과 생계 대책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번 참사가 해결된 이후에도 희생된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 지자체에 요구한다. 화성시와 경기도는 아리셀중대재해참사 해결과 재발방지대책수립에 최선을 다하라.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경기도와 화성시는 이주노동자의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불안에 떨고 있을 이주민과 아리셀과 유사한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심리지원과 안전대책을 마련하라.
둘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다. △ 사업자가 스스로 하는 ‘위험성 평가’와 작성된 서류만 확인하는 고용노동부의 관리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위반할 때 엄중한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위험물질인 리튬전지산업에 대한 공정안전관리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이번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리튬전지산업에서의 사내외 하도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또한 기술안전표준을 공개하고 기업 책임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인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아리셀과 메이셀, 에스코넥을 넘어 산업단지에서의 불법파견 실태를 조사하고 파견법 폐지를 포함한 간접고용 관련 법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유가족 추천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간합동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가족협의회와 대책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라 .
셋째,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다. △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 다양한 형태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라. △ 이주노동자의 산업안전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라. 업무현장에 맞는 안전교육을 이주노동자 모국어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위한 통번역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위해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안전한 숙소를 보장하라. △ 정주노동자의 세 배에 달하는 이주노동자 산재사망률을 줄여야 한다. 고용노동부 내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대책부서를 설치하라.
대책위가 출범한 7월 2일부터 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위의 요구내용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만 진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참사 한 달이 넘도록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참사의 원인에 대해 수사 중인 사항이라 가족에게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유가족에 대한 체류지원 중단과 분향소 이전 등을 거론하며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7월 5일 첫 교섭 이후 단 한 차례도 연락도 없는 아리셀과 에스코넥 사측은 유족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합의를 위해 희생자와 유족의 체류자격과 기한을 운운하며 협박하는가 하면,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중국의 임금수준으로 책정하는 등 상식에도, 도의에도 맞지 않는 일들을 계속 벌이고 있다. 사측과 정부, 지자체 그 누구도 가족협의회와 대책위를 인정하지 않고 참사 해결의 주체로 함께하지 않으며 일방적인 행보만 이어 나갈 뿐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33일이 되면서 이제 유가족에게 허락된 공간은 화성시청의 분향소와 화성시청 부속건물인 모두누림센터 210호, 두 개만이 남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개의치 않는다. 사랑하는 이의 억울한 죽음을 풀기 위해,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되어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투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참사 이후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기도 힘들어하던 가족들은 이제 살기 위해 투쟁에 나선다. 그 투쟁에 우리 사회 모두가 관심과 연대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함께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기 위해서.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81208041287329
죽음의 외주화 종식 위해 백기완재단이 '아리셀 1호 희망버스' 운행합니다 (프레시안, 양규헌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상임이사 | 2024.08.12. 13:02:53)
[아리셀 희망버스 ①] 아리셀 참사 현장으로 가는 백기완 연대버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53530.html
아리셀 참사 특별감독 했다지만…‘불법 파견’ 외면, 맹탕 대책만 (한겨레, 전종휘 기자, 2024-08-13 16:06)
이정식 노동장관, 이주노동자·소규모 사업장 안전 대책 발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경기 화성 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특별감독 결과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동계는 참사 원인을 밝히지도 못한 채 나온 대책이 ‘맹탕’에 과거 대책 ‘재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에서 지난 6월24일 일어난 아리셀 공장 배터리 화재 참사 관련해 벌인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아리셀 쪽이 공장 2곳의 비상구 문을 피난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설치하고, 인화성 액체의 증기가 발생하는 곳에 가스 검지 및 경보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65건의 적발 사항에 대해선 사법 조처키로 하고 나머지 노동자 대상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 82건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감독은 참사가 난 공장은 수사 중이란 이유로 점검 대상에서 빠지고, 나머지 공장들만이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사건 초기부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파견 등 희생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과 관련한 내용은 빠진 데다 이날 발표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마저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머문다는 평가다.
우선 불법 파견이 이미 오래전부터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제조업 산업단지의 고용 구조 관련한 개선 대책은 없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 23명 가운데 18명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 관련 대책이라곤 안전보건 수칙과 사망사고 사례, 현장 용어 번역 앱을 소규모 사업장에서 활용토록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노동부는 불법 파견 등 희생자들 고용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경기고용노동지청 등이 수사를 벌이고 있어 추후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참사의 특성 중의 하나인 폭발에 가까운 연소가 일어나는 리튬 배터리 화재 관련한 정부 대책도 기업이 금속화재 소화용 팽창 질석과 마른 모래를 사는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정도로 그쳤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제조업 산업단지 대책도, 리튬 배터리 화학 폭발사고에 대한 대책도 없다. 개탄과 분노를 일으켰던 위험성평가 제도는 전면 개편은커녕 인정 심사를 일부 강화하는 것뿐”이라며 “정부가 아리셀과 무관하게 이미 추진하던 대책으로 숫자 늘리기에 나서 노동자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그동안 단기 취업에 해당하는 이(E)-9, 에이치(H)-2 비자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한테만 의무화된 산업안전교육을 중장기로 들어오는 모든 취업 비자 대상자까지 확대키로 한 대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규모 사업장에 취업하는 이주노동자가 해당 작업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낸 논평에서 “정부가 제시한 형태의 교육은 산업안전 전반에 대한 기본교육에 그칠 수 있으므로 작업장 배치 전 작업장 특성에 맞는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산안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리셀 참사 유족과 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참사는 사실상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고위험 사업장에 투입돼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 이주노동자 죽음에 대해서는 산재통계로도 별도로 다루지 않는 현실, 가장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이를 거부할 수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도, 사업장을 이탈할 수도 없는 문제 등이 켜켜이 중첩돼 나타난 문제”라며 정부의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81217383896130
법률가들이 8월 17일 '아리셀 희망버스'를 타는 이유 (프레시안, 정병욱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2024.08.13. 14:02:04)
[아리셀 희망버스 ②] '중대재해→늑장수사→합의강요→면죄부' 악순환 끊어야
8월 11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의 49재가 화성 참사 현장에서 봉행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역만리 먼 땅에서 돌아가신 이주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참사 이후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대책위가 노력하고 있으나 사측은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 당국은 책임자 처벌에 있어서 49일이 지났음에도 더디게 수사 중이며 사실 수사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사측은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가 없는 실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을 다녀가고 아리셀 참사를 언급하였지만, 이미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눈에서 이 사건이 잊힌 지 오래인 듯합니다.
아리셀 참사는 이주노동자 최대의 산재 참사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아리셀 공장의 노동자들은 2층 작업장에서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공장 구조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하다가 값싼 인력을 무분별하게 착취한 자본에 의해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포천이주민센터의 김달성 목사님은 “인간으로서 기본권인 산재 신청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 속에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에 대해 노동자들이 감히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위험이 있어도 말할 사람이 없다 보니 사업주들은 그런 환경을 개선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고 결국엔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며 “내가 만난 산재 피해자들이 겪은 사고는 모두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12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총 510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으며, 13건에서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건은 아직 노동청·검찰 수사 단계에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기소된 사건에서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13건 중 실형은 1건 나머지 12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510건 중 2.5%만 기소되어 처벌되고, 나머지 97.5%는 수사 중이며 시간을 끌어 처벌을 모면하려 합니다. 법 시행 전이나 시행 후나 크게 바뀐 게 없습니다. 여전히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측은 노동자와 합의하기 바쁘고, 수사기관은 더디게 수사하고, 뒤늦게 기소가 되면 대표이사는 집행유예로 빠져 나옵니다. 다만 대표이사가 무죄가 아니라 집행유예로 유죄를 선고 받는 것 정도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러니 무엇이 바뀌겠습니까. 지난주에도 구로역에서 2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법이 있어도 노동부, 경찰, 검찰, 법원이 모두 자본을 비호하고 옹호합니다. 노동자들은 그저 기계 부속품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마저도 사회적인 약자의 지위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더 보호받기 어렵고 힘듭니다.
제대로 된 수사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진정한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민들이, 노동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더 이상 사측, 검경, 법원이 시간 끌기, 합의 강요, 면죄부 주기로 노동자들을 중대재해 사망 사고로 몰아넣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시민과 노동자가 해야 합니다. 8월 17일 법률가들이 희망버스에 함께 탑승하는 이유입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4358&ref=A
노동계, ‘아리셀 후속대책’에 “불법파견 문제 빠진 맹탕” (KBS뉴스, 최유경 기자, 2024.08.13 18:29)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특별감독 결과와 후속 안전 대책에 대해, 노동계와 유족들은 불법 파견구조 등 근본 원인이 빠진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오늘(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대책은 찾아볼 수 없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와 이주노동자 안전대책을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오늘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를 열고, 화성 아리셀 공장 특별감독 결과 비상구 부적정 설치, 안전교육 미실시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6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교육 의무화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격벽 설치와 비상구 시설 개선 등에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이에 대해 “극히 일부의 원인만으로 참사를 축소하고 접근하는 고용노동부의 편협한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며 “위험의 이주화로 표현되는 한국사회의 왜곡된 고용구조에 대한 접근을 비켜나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사실상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고위험사업장에 투입돼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산재통계로도 별도로 다루지 않고 있는 현실, 가장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이를 거부할 수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도, 사업장을 이탈할 수도 없는 문제 등이 켜켜이 중첩되어 나타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책위와 산재피해가족협의회가 요구한 ‘산업안전보건본부 내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전담부서 설치’를 통해 근본적인 이주노동자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지금이라도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민주노총도 오늘 입장문을 내고 “대책위 요구 반영은 단 한 줄도 없이 백화점식 맹탕 대책만 늘어놓았다”며 “23명의 노동자 사망에 50일을 넘겨 발표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50인 미만 사업장 신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해 나간 아리셀 참사의 근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조사나 대책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이주노동자가 집중 투입되는 고위험 제조업 산단에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이주노동자가 실제 일하는 현장 위험에 대한 공동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전문가와 대책위의 제언은 깡그리 무시됐다”고도 밝혔습니다. 또 “최악의 화학 폭발사고인 아리셀 참사는 단순 화재 사고로 둔갑해 비상구, 대피로 대책만 늘어놓고 있다”며 “위험성 평가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나 처벌조항 도입은커녕 땜질 처방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노총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 발표 내용은 최소한의 안전대책일 뿐, 이 정도로 실질적인 산재예방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번 정부 대책에는 아리셀 참사의 핵심 원인이었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다”며 “실질적인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파견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정부가 아무리 안전보건 정책과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정작 사업주가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관심이 없다면 정부 대책은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사업주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 제도를 의무화하고 관련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노동계 입장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불법파견 부분은 지금 수사 중”이라며 “경찰은 경찰대로 노동부는 노동부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리튬 배터리와 관련된 좀 더 기술적이고 고도로 특수화된 부분은 행정안전부에서 8월 말에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132108015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구조’ 놔두고…정부 “안전교육 강화” (경향, 조해람 기자, 2024.08.13 21:08)
노동부 ‘아리셀 참사’ 대책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구조’ 놔두고…정부 “안전교육 강화”
비자 관계없이 기초 안전보건교육 최소 1회 이상 의무화
리튬배터리 폭발사고 대응책 부재…노동계 “맹탕”비판
정부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비자 종류와 관계없이 최소 한 번 이상은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 6월24일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로 이주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이 도마에 오르면서 마련한 대책이다. 하지만 이 참사의 핵심 원인인 불법파견 등 고용구조 개선 대책 등이 누락돼 변죽만 울린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약 92만명의 이주노동자에게 비자와 관계없이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용허가제(E-9, H-2)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전후로 기초 안전교육을 받지만, 이번 사고에서 다수 희생된 재외동포 등 F계열 비자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법무부 사회통합 프로그램에 안전교육을 포함하고, 사업장 배치 전 기초 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통역사’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장기 근속 이주노동자 등을 사내·지역 ‘외국인 안전리더’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화재·폭발 예방을 위해 사업장에 비상구 형광 표시나 격벽, 소화·경보·대피설비 등을 설치하면 최대 1억원의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건설공사 발주자가 시공사에 지급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10년 만에 평균 19% 인상하고, 스마트 안전장비 구입·임대비 지원을 현행 40%에서 단계적으로 100%까지 올린다.
위험성 평가 인정제도와 컨설팅도 개편한다. 아리셀은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고 산재보험료도 감면받았는데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인정심사 때 위험성 평가 시 노동자 참여 여부 등 배점을 강화하고, 인정 기간 중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재보험료 감면액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계는 이번 대책을 “백화점식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제조업 산업단지 대책도, 리튬배터리 화학폭발 사고에 대한 대책도 없다”며 “개탄과 분노를 일으켰던 위험성 평가 제도는 전면 개편은커녕 인정심사를 일부 강화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법파견 등 산업단지 고용구조 개선 방안이 이번 대책에 빠져 있다. 23명의 사망자 중 20명은 인력공급업체 메이셀을 통해 고용됐는데 일용직 파견노동자로 일한 탓에 이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총은 “이주노동자의 실질적인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불법파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파견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등 근본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주노동자 안전교육도 정기교육 등에 관한 내용이 빠진 터라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에서 잠깐 교육받는 것으로 되겠느냐”며 “안전교육은 개별 사업장 상황에 대한 교육이 핵심인데, 지금은 그렇게 하도록 돼 있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도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부는 이날 아리셀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도 발표했다. 노동부가 지난달 3일부터 16일까지 감독을 실시한 결과 비상구 부적정 설치, 가스 검지·경보장치 미설치, 안전교육 미실시 등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65건의 법 위반 사항을 사법조치하고 안전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276
"산업안전 모범사례 공유하겠다" 23명 노동자 참사현장 2주간 둘러본 노동부가 내놓은 대책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8.13 21:38)
아리셀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
"박순관 대표 증거 은폐 정황 ··· 빠르게 구속수사 해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 65건에 대해서는 사법조치를 실시하고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화성시 화재 사고 사례뿐 아니라 화재·폭발 예방조치를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전지 업체 사례 등을 토대로 전지 산업 안전가이드를 마련하고, 업계에 공유·전파할 계획이다."
23명의 노동자가 한순간에 화마에 덮여 목숨을 잃은 대형참사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단 한 장의 형식적인 문서로 정리했다. 유가족들은 "23명의 노동자 사망에 50일을 넘겨 발표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것이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이정식 노동부 장관까지 줄줄이 현장을 찾아가 외치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인가"라고 절규했다.
민주노총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는 이미 7월2일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요구를 제시했고, 지난 7월22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부, 환경부에도 전달됐다. 유족들은 이후 한번의 회신이나 회신조차 없던 고용노동부가 이같은 '맹탕대책'을 내놓았다면서 기함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13일 오후 3시 30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은 고용노동부의 7월 3일~16일 2주간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실시 결과 발표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제조업 산업단지 대책도, 리튬 밧데리 화학폭발사고에 대한 대책도 없다. 개탄과 분노를 일으켰던 위험성 평가제도는 전면 개편은 커녕 인정심사를 일부 강화하는 것 뿐"이라고 일갈했다. 아리셀과 무관하게 이미 추진하고 있던 대책으로 숫자늘리기로 노동자 시민은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방치된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안전대책, 소규모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개선대책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역 산업단지의 왜곡된 고용구조(불법 하도급)를 어떻게 손봐갈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어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대책에 대한 어떠한 검토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더해 대책위는 "아리셀 참사의 주범인 박순관 대표이사가 산안법, 중처법 위반의 혐의로 입건된 현재 상태에서도 증거조작과 은폐를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중범죄자를 구속수사하지 않는 현실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조속한 구속을 촉구했다.
김태윤 협의회 공동대표는 "가장 큰 문제인 불법 파견과 위장 도급,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대한 문제들 밝혔어야 했다. 그게 우리 아리셀 참사 유족들과 고인들에게 제대로된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결과는 말도 안된다. 정부당국에 조사를 맡길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어 "유족 추천 실질적인 민간합동기구를 만들어서 제대로 다시 지금당장 조사하라. 지금 정부당국이 이따위로 조사하는 사이에 23명을 죽인 박순관 사장은 증거들을 조작하고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며 애를 태웠다.
대책위 법률지원단장 신하나 변호사는 "결국 정부가 내세운 대책들은 돌고 돌아 회사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직접 조심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을 하고 봤을 때 결국 이 참사의 공범은 정부와 고용노동부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https://vop.co.kr/A00001659540.html
“이게 안전한 나라냐” 정부 맹탕 대책에 분통 터트린 아리셀 유가족 (민중의소리, 남소연 기자, 2024-08-14 15:26:49)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53797.html
‘아리셀 희망버스’라는 절망버스를 기다리며 [시론] (한겨레, 손호철 | 서강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백기완재단 자문위원, 2024-08-15 08:00)
‘신생국 중 유일하게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에 성공한 나라.’ 보수세력이 우리 현대사를 자랑하며 자주 사용하는 구호다. 맞다. 카타르, 싱가포르 등은 ‘경제발전’에 성공해 1인당 국민소득이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민주주의는 4, 5등급에 머물고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에 성공했지만 경제는 실패한 신생국도 많다. 이 점에서, 아직 부족한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는 주장은 맞다. 아니다. 대한민국만은 아니고 대만까지 두 나라다.
하지만 보수세력처럼 이러한 성과에 취해 자만에 빠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이들 성과 뒤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어둠들’을 주목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세계 최저의 출산율,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행복지수, 최하위 수준의 사회복지지출 등 그 목록은 길다. 이들에 눈을 감고 성과만 자랑하는 것은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암세포는 외면하며 외형적 건강만 자랑하는 얼간이와 다름없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과 산재사망률이다. 대한민국은 부끄럽게도 먹고살기 위해 출근했다가 산재 사고를 겪고 차가운 주검으로 집에 돌아올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비극적 산재 희생자인 태안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 김용균 열사의 어머니 김미숙 여사와 정의당의 단식투쟁 등으로 어렵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겼지만 산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리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이 리튬전지 제조업체는 2024년 여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6월 말 아리셀에서 폭발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비극이 생겨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산재 예방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3명의 사망자 중 18명이 불법파견 노동자, 특히 중국과 라오스 등에서 ‘코리안드림’을 갖고 찾아온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원청인 아리셀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들을 고용했으며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나 안전시설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 사건이 정규직이 꺼리는 ‘위험하고 더러운 작업’을 비정규직에게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상징한다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위험의 외주화’에 더해져 우리 경제가 위험한 작업은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위험의 이주화’에 기초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다. 부끄럽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이후 유가족과 노동 및 사회단체들은 피해자가족위원회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수립, 차별 없는 피해자 권리보장, 이주노동자 실질 안전 대책 등을 요구하며 화성시청 안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매일 추모제를 여는 등 투쟁하고 있다. 한심한 것은 이러한 비극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화성시와 아리셀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피해자 가족의 회유 등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자들과 이주민들의 생명과 권리를 우려하는 사회 원로들과 시민들은 ‘더 이상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과 이주노동자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55일째인 8월17일 전국에서 ‘죽음과 차별을 멈추기 위한 아리셀 희망버스’ 55대로 출발해 아리셀 참사 현장에 집결한다. 2011년 대량 정리해고에 저항해 복직을 요구하며 부산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리기 위해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문정현 신부 등이 중심이 되어 시작해 ‘21세기 한국 사회운동의 새로운 투쟁 방식’으로 자리 잡은 희망버스는 이번 아리셀 희망버스로 26번째가 된다.
아리셀 희망버스의 일환으로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이 추진하는 ‘제1차 백기완 연대버스’ 탑승을 기다리며 나는 기원한다. 일터로 나간 아빠와 엄마, 오빠와 언니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오지 않는 대한민국, 비인도적인 파견법이 없는 대한민국, 이주노동자의 차별이 없는 대한민국, 위험의 외주화·이주화가 없는 대한민국, ‘희망버스라는 절망버스’가 필요 없는 대한민국을. 해방 80년의 성과를 자랑하기에 앞서, 죽음과 차별을 멈춰야 한다.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18537
'차별과 죽음 없는 세상' 향해 아리셀 참사 현장으로 달린 희망버스 (경남도민일보, 김다솜 기자, 2024.08.17 16:49)
전국 각지서 2000여 명 희망버스 본대회 참가
아리셀 참사 희생자에게서 자신을 본 참가자들
불법파견·위험의 이주화·위험한 노동 사라져야
https://www.ajunews.com/view/20240818151858958
제2의 아리셀 막겠다더니…재발 방지책 "맹탕" 지적 (아주경제, 주혜린 기자, 2024-08-18 15:46)
유가족·노동계" 불법도급, 불법파견 문제 대책 없어"
화성 아리셀 대책위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등 요구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8182058005
“일하러 갈 때 목숨 걸지 않도록”…화성 향한 희망버스의 외침 (경향, 박채연 기자, 2024.08.18 20:58)
시민 2500여명 아리셀 현장 찾아
참여자들 ‘파란 리본’ 추모
민주노총 “정부는 어디 있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촉구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18673
[사설]불법파견·위험의 이주화 철폐하라 (경남도민일보, 2024.08.20 01:03)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상자 31명은 대부분 사내하청 노동자와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정직원이 아닌 인력파견업체 소속이었고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나 안전시설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위험한 유해물질을 다루는 공장임에도, 더구나 화재사고가 났었는데도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안전 불감증'이 낳은 참사인 것이다.
아리셀 화재 참사 이후 50일 넘도록 사태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화성시와 아리셀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피해자 가족 회유 등으로만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희망버스가 다시 시동을 건 이유다.
17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진보정당,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등 80여 명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2000여 명이 아리셀 참사 현장으로 향했다.
경남 지역사회는 '죽음과 차별을 멈추는 아리셀 경남 희망버스'를 꾸려 아리셀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과 연대했다.
아리셀 참사는 산업 현장의 각종 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 불법파견이 상시로 이뤄졌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됐음에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해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법이 제정되고 시행됐지만, 2년 7개월 동안 500여 건 중에 10여 건만 법원 판결이 내려졌을 뿐이다. 대부분 집행유예로 빠져나왔다.
아리셀 노동자의 죽음은 우연이 아니다. 아리셀 참사는 현재 우리 사회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묻는다. 내 친구, 내 가족, 내 이웃이 살아가야 할 사회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돈보다 생명이 중시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비인도적인 파견법이 없는 세상,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 위험의 외주화·이주화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23명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노동시민사회가 제기한 재발방지 대책을 포함한 근본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632
[기자수첩] ‘위험의 이주화’ 멈출 근본적인 대책은 어디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2024.08.20 15:36)
지난 6월 24일, 또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이 대한민국을 덮쳤다. 경기도 화성시 소재 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많은 노동자가 희생되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특히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취업한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화재 이후 진행된 아리셀 사업장 전반에 대한 특별감독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한 사항이 65건이나 적발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사회적으로 공분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13일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내놨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부장을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이번 참사의 원인을 소규모 사업장의 취약한 안전관리 역량, 한국 문화에 생소하고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들에 대한 안전교육 부족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이를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사를 부른 또 다른 원인인 ‘정부의 관리감독 미흡’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예를 들어 이날 고용노동부는 화재·폭발 우려 업종 중 최근 3년간 감독·점검을 받지 않은 고위험 사업장 200개소를 우선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정작 이 같은 사업장들이 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위험’함에도 감독·점검을 받지 않았는지 설명이나 향후 개선방향은 전무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역시 정부의 대책을 두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아리셀을 ‘고위험 사업장’으로 선정하고도 단 한 차례도 감독·행정에 나서지 않았다”며 “아리셀을 3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해 산재보험 감면혜택을 받도록 해준 것이 고용노동부”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 대책에서는 전지에 초점을 맞춘 방안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책위가 지난 7월 초 2차 전지 사업장를 전수조사 해 해당 산업을 PSM(공정안전관리제도) 대상에 포함하고 리튬전지 산업에서 사내 외 하도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대책 중 하나로 입국비자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취업하는 모든 외국인이 기초적인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아리셀 참사로 숨을 거둔 외국인 근로자들 대다수는 동포비자(F-4) 자격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허가제(E-9, H-2) 비자로 입국할 경우 입국과 취업 시 산업안전 교육을 의무로 받아야 하지만, 그 외 다른 비자로 입국한 근로자는 취업 시에만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교육을 시키도록 돼 있다.
이 같은 대책에도 노동계는 불법파견과 같은 아리셀 참사의 근본 문제를 빠트렸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위장도급·불법파견이 만연해 내국인 노동자조차 사업장의 위험요인 및 대처법을 교육받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원론적인 기초교육을 제공하거나 위험성평가만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참사의 23명의 희생자 가운데 20명은 인력공급업체 메이셀을 통해 파견됐으며, 일용직 파견노동자로 일하면서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50인 미만 사업장 신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해 나간 아리셀 참사의 근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조사나 대책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 또한 “이주노동자의 실질적인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불법파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파견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이자 반월시화공단노조 월담 조영신 운영위원도 지난 14일 열린 ‘아리셀 화재참사를 통해 본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노동과 산재사망사고 개선과제’ 현장토론회에서 이주노동자 파견노동의 폐해로 △저임금·소득불안 △근로기준법 위반 △고용불안 △노동안전에 관한 권리로부터의 배제 △과다한 수수료 청구 등의 차별 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는 대부분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일용직 신분이었다.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고용주가 죽고 사는 문제인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타국에서 목숨을 잃게 됐다. 그 뒤에는 불법 파견, 근로자 차별, 열악한 근로환경 등 ‘위험의 이주화’가 자리했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불을 끄기에만 급급해 뿌리를 정비하는 게 아닌 가지를 쳐내는 것에 불과한 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정작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더 이상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에 불러다 사용하는 ‘노동력’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닌 불법파견이 고착화된 이주노동현장 내 구조적 원인을 파악해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 또 파견 및 사용사업주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와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불법적인 파견과 인력알선 행위에 대한 노동당국의 강화된 관리·감독도 절실하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없는 땜질식 조치로는 제2의, 제3의 아리셀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지금 바로 잡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비통한 심정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충격적이고 참혹한 사고 현장과 슬픔으로 얼룩진 유가족들의 얼굴을 말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2115180004685
아리셀 참사, 두 달이 풀지 못한 과제 (한국일보, 이왕구 전국부장, 2024.08.21 19:00)
참사 2개월, 희생자 연대하는 시민 나와
아리셀 사측 '법적책임' 요구에는 모르쇠
참사 근인 불법 파견 문제 해결 계기 돼야
두 달 전 리튬전지 화재사고로 23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앞에 지난 주말 시민 2,000여 명이 모였다.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온 시민들은 공장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참배를 하고 화성시청까지 도보로 행진을 했다. 세월호, 이태원 등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가족들이 소외되거나 공격당하고 조롱거리까지 되는 일이 반복됐기에, 유가족들의 고립을 막겠다는 시민적 연대감의 표시였다.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발생했던 부산의 한진중공업(2011년), 원전 전력을 대도시로 보내는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전개됐던 경남 밀양(2014년)의 경우처럼, 이번에 희망버스가 화성으로 향한 동기는 명료하다. 버스를 탄 시민들이 찾은 곳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들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중국 동포 17명, 라오스인 1명)이었고, 여성은 15명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력이면서도 내국인보다 사회적 처지가 낮고 처우는 열악한 이들이다. 한 전문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혐오 및 젠더적 인종주의에 가장 취약한’ 존재들이다. 우려했던 대로 화성시의 행정적·법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세금 축내지 말고 나가라”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주민들이 나오고 있다. 참사 직후 “유족에게 진심을 다하겠다”던 아리셀 측이 이후 유가족 협상창구인 유가족 협의회를 무성의하게 상대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모른다.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가량 됐지만 보상논의는 고사하고 7명의 희생자 유가족이 장례를 미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루하루가 다이내믹한 한국사회에서 참사는 벌써 먼 일처럼 느껴지고, 공분은 희미해졌겠지만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다시 아리셀 참사의 교훈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리셀 공장에서는 과거 참사 때마다 지적됐던 문제가 되풀이됐다. 4년 전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 때는 사측이 냉동창고의 결로(結露)를 막겠다며 비상구를 폐쇄하는 바람에 대피로를 찾지 못한 많은 이들이 희생됐는데, 아리셀 화재에서는 비상구 앞에 인화물질이 잔뜩 쌓여 있어 비상구 반대편에서 희생자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언어 장벽이 있고 고용관계가 복잡한 희생자들이 대피교육을 제대로 받았을 가능성도 낮다.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리튬 같은 가연속 금속 화재의 전용소화기에는 성능기준이 없어 화재에 무방비라는 점이 이번에 알려졌고, 신분이 불안정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 쉬운 단기 이주노동자들뿐 아니라 외국인 중 신분이 가장 안정된 재외동포들마저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새로 조명됐다.
하지만 정작 참사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이면서 중소 제조업 노동시장의 병폐인 불법 파견 문제를 따지는 데는 진전이 없다. 쉽게 말하자면 누가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근태를 관리했는지 안전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진짜사장’을 찾는 문제는 등한시되고 있다는 얘기다. 업무지시를 아리셀이 했다는 노동자들의 일관된 증언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은 인력공급 업체에 있다고 주장하며 합의를 종용하는 아리셀은 말할 것도 없고, 당국도 무심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주 65가지 문제를 지적한 아리셀 특별감독 결과와 제도개선책을 내놨지만 아리셀의 파견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노동자들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하고 사용자들의 안전책임을 최소화하는 불법파견 문제를 그대로 둘 참인가. 노동자들의 희생이 밑거름이 됐던 안전권 진전의 역사가 묻고 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268
화성 아리셀 참사와 노조법 2·3조 개정 (매노,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2024.08.22 07:30)
지난 17일 전국 각지에서 2천명 가까이 되는 노동자·시민이 아리셀 희망버스를 타고 화성시청 앞으로 모였다. 그들은 아리셀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열망을, 그리고 유가족 곁에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 정신을 보여줬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그저 모두 똑같은 한 명의 사람이었고, 다시는 죽음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진 이들이었다.
희망버스를 타고 방문한 아리셀 공장은 지난 6월24일 참사 이후 시간이 멈춘 듯 참혹했다. 화재로 까맣게 그을린 현장 위로 아리셀 간판이 보였고, 공장은 참사 순간과 대비되듯이 매우 고요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장은 마치 시간이 흐르는 것을 거부라도 하듯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자기 살길만을 찾고자 하는 아리셀 대표와 관계자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제자리에 있는 것은 아리셀 공장만이 아니었다. 아리셀 참사의 문제 요인인 간접고용은 언제 어디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채 우리 주변에 여전히 남아 있다. 아리셀 대표와 관계자와 마찬가지로 간접고용의 책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기만 살려는 모습을 보일 뿐, 피해자에게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언제 멈춘 지 모르는 그 시간과 문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간접고용 구조와 반복되는 문제
간접고용을 하는 원청은 하청과의 계약을 통해 비용 절감과 책임 회피, 두 목적을 모두 달성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하청에 그 책임을 떠넘긴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하청을 넘어 개별 계약을 하는 비정형 노동 형태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번 아리셀 참사도 간접고용에 불법파견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참사는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같은 유형의 문제가 있었다. 파리바게뜨 때도 그랬고, 대우조선 때도 그랬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문제임에도 여전히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를 뿐이다.
사람도 살다 보면 같은 문제를 몇 차례 되풀이할 수도 있고, 그래서 실수 몇 번은 봐주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간접고용으로 인해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반복해 일어나고 있음에도 해결하고자 고민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문제를 문제로 놔두니 원청에서는 계속해서 간접고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같은날 광화문에서는
화성으로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모인 날 서울 광화문에서는 노조법 2·3조 거부권을 거부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노조법 개정의 핵심은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타나고 문제로 남겨둔 간접고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거부권이 반복적으로 행사되면서 노조법 개정의 핵심은 가려진 채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을 뿐이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수많은 하청노동자는 노동기본권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고, 원청은 계속해서 간접고용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아리셀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 자체가 계속 막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제 어디서 같은 문제가 터지더라도 새롭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언젠가 일어날 사고를 옆에 두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 고질적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법 개정과 함께 원청에 대한 책임을 계속해서 물어야만 한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55003.html
아리셀 참사 ‘안전 실종’…“납품 맞추려 비숙련공 무리한 투입” (한겨레, 이정하 기자, 2024-08-23 10:42)
수사본부, 박순관 대표 등 구속영장 신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2614
“지체상금 일70만원…매일 5000개 생산 밀어붙였다”…아리셀 참사 전말 (중앙일보, 손성배 기자, 2024.08.23 11:35)
경찰이 군납 리튬전지 폭발 사고로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성 아리셀 공장 참사는 ‘무리한 공장 가동이 빚은 인재’(人災)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 24일 사고가 일어난 지 60일 만에 나온 수사 결론이다. 아리셀 공장은 규격 미달로 납품이 중단되자 다음 납기일에 맞춰 하루 5000개 전지 생산 목표를 세우고, 불량품을 정품으로 둔갑한 정황까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23일 박중언(35) 아리셀 공장 운영총괄본부장과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A씨(48)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별도로 고용노동부는 박 본부장의 아버지인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박중언 본부장과 파견 업체 메이셀의 경영책임자 B씨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수사로 경찰이 입건한 피의자는 총 18명이고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구속영장을 신청한 피의자는 모두 4명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이날 합동 브리핑을 통해서 아리셀 공장이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제조 공정 가동을 결정,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는 등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서 제품 불량률이 급증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발열 전지 선별 작업까지 중단하면서 폭발 화재가 발생했다고 참사 원인을 짚었다.
경찰에 따르면 아리셀은 지난 1월11일 방위사업청과 2·4·6·8월 총 4번에 걸쳐 34억원(30만6000여개) 상당의 리튬전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아리셀은 2월분을 정상 납품했으나 4월분 납품을 위한 국방기술품질원 품질 검사에선 ‘규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이때 국방기술품질원은 아리셀 측의 수검용 전지 바꿔치기를 적발했다.
수사 과정에 국방기술품질원 품질 검사를 위해 봉인한 샘플 시료 전지를 별도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바꿔치기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도 확보됐다. 경찰은 “2021년 최초 군납 물량 수검부터 수검용 전지를 별도 제작해 검사를 통과시켰다”는 관계자 진술까지 확보했다. 아리셀이 각 군에 수년간 납품한 리튬 1차전지가 이런 ‘꼼수’로 통과한 불량품일 수 있단 의혹이 나온다.
수검용 전지 바꿔치기 적발로 납기일을 지키지 못한 아리셀은 5월 1일부터 매일 약 70만원씩 지체상금(遲滯償金)을 부담하게 됐다. 이에 6월 납기를 앞두고 아리셀은 ‘일일 5000개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 목표 설정을 박 본부장이 하고 중간 간부가 생산 직원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무리한 제조 공정 가동과 새로 들어온 비숙련공이 대거 투입되면서 제품 불량률이 높아졌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우레탄 망치로 리튬전지 케이스를 억지로 결합하고, 발열 전지까지 양품화한 뒤 납품됐다고 한다.
정밀한 절단이 필요한 데도 작두로 리튬전지 재료를 잘라내 발열과 폭발 화재를 야기했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게다가 참사의 전조 증상이 있었고, 위험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단 점도 확인됐다. 참사 이틀 전인 6월 22일 발열전지 1개가 폭발해 불이 났으나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다는 내용이다. 이때 폭발한 전지가 아무런 조치 없이 참사 당일 오전 9시 19분쯤 3동 2층으로 옮겨졌고 1시간 10분 뒤 큰불이 났다.
화재가 발생한 3동 2층 방화 구획을 허가 없이 해체한 건축법 위반 혐의도 포착됐다. 사고 발생 시 긴급조치 및 대피요령 등에 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비상구는 전지 트레이 등의 물건으로 막혀있어 희생자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한 점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 30분 3초쯤 최초 폭발 이후 적잖은 시간이 있었지만 피난 등 소방 훈련·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출입구 반대편에서 대부분의 희생자가 나왔다. 실제 출입문으로 대피한 마지막 직원의 대피 시각은 최초 폭발 이후 37초가 흐른 10시 30분 40초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 및 인명 피해를 키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하던 도중 군납전지 납품 관련 업무방해 혐의를 인지했다”며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납품 비리에 대해선 집중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823_0002860255
"납기 맞추려 비숙련공 대거 투입" 31명 사상 아리셀 참사, 결국 '인재'(종합) (화성=뉴시스, 양효원 기자, 2024.08.23 12:47:03)
방위산업부 납품 위해 국방기술품질원 속이다 덜미
납품 차질에 주요 공정 비숙련공 투입…불량품 나와도 '나몰라라'
31명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는 업무상 과실과 안전관리 미흡이 만들어 낸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서부 화재 사건 수사본부장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는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 결정에 따른 비숙련공 대거 투입과 불량률 급증 미조치, 발열 전지 선별작업 중단 등이 원인이다"며 "또 비상구 설치 규정 미이행 등 소방 안전과 관련한 총체적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아리셀은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5월 이후 인력공급업체 메이셀로부터 근로자를 다수 받았다. 이들은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됐고, 이는 불량률 급증으로 이어졌다.
불량 리튬배터리는 결국 사고 원인이 됐다.
화재 장소의 비상구 등 소방시설 역시 문제 투성이였다.
화재가 발생한 3동 2층(리튬배터리 완제품 검수장)은 모두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만 비상구에 도달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일부 비상구 문은 피난 방향이 아닌 발화부로 열렸다.
또 비상구로 연결되는 대피로에는 전지트레이를 적치하는 등 장애물도 많아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는 원인이 됐다.
◇주요 공정에 비숙련공 투입
아리셀은 2024년 1월부터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 리튬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납품 일정은 2월(8만3724개), 4월(8만3733개), 6월(6만9280개), 8월(6만9292개) 등이다.
아리셀은 2월분은 정상 납품했으나 4월 납품을 위한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납품은 중단됐고 재생산에 착수했으나 5월부터 매일 70만원 상당 지체상금이 부과됐다. 지체상금은 화재 발생일인 6월24일 기준 3800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 속 6월분 납기가 도래하자 아리셀은 5월10일 '하루 5000개 생산'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다.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결정한 무리한 제조 공정 가동은 메이셀로부터 신규 근로자 53명을 받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 공정에 투입됐다.
이들이 투입된 공정은 메쉬 절단과 라미네이션, 와인딩, 시팅 등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리튬배터리 내외부 단락 원인(폭발)이 될 수 있는 주요 작업이었다.
비숙련공이 투입된 뒤 아리셀 리튬배터리 불량률은 3~4월 평균 2.2% 수준이던 게 5월 3.3%, 6월 6.5% 수준으로 급증했다.
시팅 공정 과정에서 케이스가 찌그러지거나 핀홀(실구멍)이 생기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불량품도 나왔다.
아리셀은 불량률이 급증하고 기존에 없던 불량품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않았다. 대신 케이스를 우레탄 망치로 억지 결합하거나 핀홀을 재용접해 양품화하는 생산을 강행했다. 그 결과 5월16일 리튬배터리 발열 현상이 일어났다. 원인은 미세단락으로 추정됐고, 아리셀은 정상 전지와 분리했다.
그러나 아리셀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별도 안전성 검증 없이 발열이 일어나는 배터리 선별 작업을 중단했다. 분리해 보관하던 발열배터리도 양품화했다.
결국 6월22일 마지막 작업 단계인 전해액 주입이 끝난 발열배터리 1개가 폭발했다. 아리셀은 원인 분석이나 적정한 조치 없이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고, 폭발 배터리와 같은 시점에 전해액을 주입한 배터리들은 24일 오전 9시19분 사고 장소로 옮겨졌다. 이후 1시간여 만인 같은 날 오전 10시30분께 31명 사상자를 낸 폭발 화재가 일어났다.
◇비상구는 어디에…안전 체계 총체적 난국
불량 배터리를 양산해 발생한 폭발로 31명 사상자가 나왔다.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상시 사용 불가 비상구와 안전교육 미비가 지적됐다.
사고가 난 곳은 출입구 1곳과 비상구 1곳이 있었다. 출입구는 불이 난 곳 바로 뒤에 있어 대피가 불가능 했다. 작업자들은 비상구로 나와야 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상구 존재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비상구는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데, 이 출입문을 열기 위해서는 정규직만이 가진 '아이디'가 필요했다.
화재 당시 현장에는 '37초'의 골든타임이 있었다. 폭발이 일어나고 연기로 뒤덮이기 전 37초 안에 대피했다면, 23명은 생존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은 출입문, 비상구와 반대편 건물 구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들이 발견된 곳에서 출입문까지는 23m, 비상구까지는 60m였다.
경찰 수사 결과 골든타임 내 '대피'를 유도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과 아이디 유무 문제가 드러났다. 화재 직후 대피한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은 근처에 있던 정규직이 비상구로 향하는 문을 열면서 함께 대피했다. 나머지 정규직 1명은 발화 이후 출입문으로 나갔다. "대피 하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직사각형 모양 사무실은 오른쪽 끝 문 2개를 통과하면 비상구가, 왼쪽 끝에는 출입구가 있는 형태다. 사무실 중간에는 가벽이 세워져 있다.
출입문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문이고, 비상구는 아이디를 필요로하는 2개의 문을 지나야 한다.
리튬배터리 위험성과 대피 필요성, 비상구 존재를 몰랐던 비정규직 근로자 23명은 발화가 시작된 출입문 바로 앞에서 점점 멀어져 반대편으로 향했다. 이때 오른쪽으로 대피했다면 비상구가 있었지만, 가벽이 시선을 차단했다. 이들은 아이디도 없었다.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비상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부에 따라 문을 닫아버린 셈이다.
아리셀은 인력 공급 업체를 통한 근로자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마다 진행해야 할 사고 발생 시 긴급조치와 대피요령에 대해 교육하지 않았다. 또 불이 난 3동 건물은 2급 소방안전관리 대상이었지만, 계획서를 작성하거나 훈련도 전무했다.
◇인재(人災)가 만든 대형 사망 사고
아리셀은 방위산업부에 34억원 상당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이는 방법을 썼다. 국기원 검사 과정에서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하거나 시험 데이터를 조작하는 방법이었다.
국기원은 지난 4월 검사자가 미리 선정해 봉인한 '샘플 시료전지'를 아리셀 관계자들이 별도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몰래 바꾸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에서 포착했다.
수사 결과 아리셀은 2021년 최초 군납 물량 수검부터 '수검용 전지'를 별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량검사 통과를 위해 시료를 바꿔치기하고 조작된 데이터를 활용해 검사를 통과한 뒤 군에 납품했다. 아리셀이 이렇게 납품한 배터리 물량은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에 달한다.
이러한 업무방해 범행은 박중언 아리셀 총괄 본부장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 오랜 기간 다수 관계자가 공모한 조직적 범행이었다.
결국 아리셀의 업무방해 행위는 들통났고, 이는 납품 불가로 이어졌다. 납품 불가는 무리한 생산 공정 강행 결정을 불러왔고 비숙련공이 투입된 공정은 불량품을 생산해 대규모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경찰과 노동부는 6월24일 각각 수사본부를 꾸려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 등 수사를 벌여왔다. 현재까지 경찰에 입건된 관계자는 박중언 아리셀 본부장을 비롯한 18명(업무상과실치사 6명·업무방해 11명·건축법 위반 1명)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박순관 대표와 박 본부장, 메이셀 대표자 3명을 입건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이날 박 대표와 박 본부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종민 수사본부장은 "화재 발생 원인을 확인, 책임 관계자를 입건하고 책임이 중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화재 사고 보강 수사와 함께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군납전지 납품 관련 업무방해 사건에 대해 집중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https://m.yna.co.kr/view/AKR20240823105400530
비정규직은 알지도, 열지도 못했던 비상구…'안전 실종' 아리셀 (서울·화성=연합뉴스, 고미혜 권준우 기자, 2024-08-23 15:56)
일부 비상구, '정규직'만 열 수 있어…대피로와 반대로 열리기도
불법파견된 근로자들, 비상구 존재조차 몰라…"얼마나 위험한지 몰랐을 것"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는 군납 비리와 무리한 제조공정 등 외에도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로 빚어진 참사로 드러났다.
비상구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비상구는 출입증을 소지한 '정규직'만 출입할 수 있었다.
불법으로 파견돼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들은 비상구가 어디인지, 자신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됐는지도 몰랐다. 이는 결국 20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간 비극으로 이어졌다.
◇ 대피로와 반대로 열리는 비상구…'정규직'만 열 수 있는 곳도
23일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의 수사현황 브리핑에선 지난 6월 24일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이 사실상 '안전 공백' 상태였음을 보여줬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아리셀에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 등에 따라 적정한 비상구가 설치돼야 하고,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이 실시돼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화재 발생 장소에서는 총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일부는 피난 방향이 아닌 발화부 방향으로 열리도록 돼 있었다. 또 비상구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하지만, 일부 문에는 보안장치가 설치돼 있어 아이디 카드를 소지한 '정규직'만 출입할 수 있었다.
다만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던 이번 화재 희생자들의 경우 아이디 카드가 없어 탈출을 못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오전 10시 30분 3초에 최초 폭발이 발생하고 10시 30분 40초에 마지막으로 대피한 사람이 확인된다"며 희생자들은 탈출 시도 흔적 없이 고립돼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화지점에서 양쪽 비상구까지 60m, 23m뿐이라 이 골든타임 37초 동안 누군가 대피 안내만 했었어도 상당수 희생자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동부가 이번 화재가 발생한 3동을 제외한 아리셀 공장 나머지 10개 동에 대해 벌인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에서도 비상구 부적정 설치와 안전교육 미실시 등 65건의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노동부는 아리셀의 총체적인 안전 부실에 경영책임자인 박순관 대표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산안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외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2022년 1월 처음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이다.
노동부는 이전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사례가 몇 차례 있지만 발부된 적은 없어서, 이번에 박 대표가 구속되면 첫 사례가 된다.
◇ '불법파견'도 사실로…비상구 어딨는지도 교육 못 받아
노동당국의 조사에선 불법파견 혐의도 인정됐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23명 중 20명은 비정규직으로, 인력공급업체 소속이었다.
아리셀은 인력공급업체와 도급 계약 형태로 근로자를 공급 받았는데, 노동당국은 아리셀이 사실상 이들 근로자에게 지휘·명령을 한 것으로 보고 도급이 아닌 '파견'이라고 결론지었다.
파견법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사업을 하려면 일정 조건을 갖춰 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파견 업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 제한돼 있다.
아리셀에 인력을 보낸 메이셀과 전신 한신다이아의 경우 파견사업 허가업체가 아닌 데다, 근로자들이 종사한 검수·포장 업무도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여서 명백한 불법이다. 이 같은 불법파견도 참사 피해를 키운 요소였다.
파견 근로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기는커녕 비상구가 어디인지도 몰랐고,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공정에 투입됐는지도 알지 못했다.
경찰은 "인력공급업체를 통한 근로자 채용과 작업내용 변경 시마다 사고발생 시 긴급조치 및 대피요령 등에 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메이셀 근로자 대다수는 비상구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화재 당시 3동 2층엔 정규직 근로자 20명과 비정규직 23명이 있었는데,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사고 현장에 있던 비정규직 근로자 중 단지 3명만 생존한 것이다.
경찰은 희생자들에 대해 "이분들은 얼마나 위험한지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했고, 노동부 관계자도 "폭발이 발생하면 대피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없다 보니 한자리에 있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이번 파견법 조사 과정에서는 근로자 321명에 대한 임금체불도 확인됐다. 아울러 아리셀이 2022년 발생한 하청업체 근로자 손가락 부상을 산업재해로 처리하는 대신 합의금을 주고 은폐한 사실도 확인됐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57000
아리셀 화재, '비상구' 길목에 정규직만 여는 문 있었다 (오마이뉴스, 24.08.23 17:05 l 김성욱(etshiro))
60일 만에 수사결과 발표 "군납 배터리 바꿔치기에 '작두' 수작업, 임금체불... 총체적 부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12
[욕망이 부른 아리셀 참사] 군납비리 손실 메우려 불법파견에 불량품 양산 ‘쾅’ (매노, 이재 기자, 2024.08.23 17:09)
참사 이틀 전 화재 부른 동일 배터리서 또 불나 … 경찰 “비상구까지 60미터, 안전교육 받았다면 대피 가능”
지난 6월24일 발생한 화성 아리셀 참사는 경영진의 돈에 대한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 인재였다. 아리셀 경영진은 2021년 군납 시작 단계부터 시료 바꿔치기 등 비리를 저질렀고, 재납품을 위한 추가물량을 생산하면서 불법으로 이주노동자를 파견받아 썼다. 이 과정에서 안전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고 잠긴 비상구가 어딘지도 몰랐던 노동자 23명이 불에 타 죽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 비정규직·이주노동자가 안전보건 사각지대에서 일하다 사망한 전형적인 ‘위험의 이주화’다.
아리셀·하청 대표에 구속영장 신청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2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아리셀 화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2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업무상과실치사상 6명, 업무방해 11명, 건축법 위반 1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박순관 아리셀·에스코넥 대표이사와 그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경영총괄본부장, 아리셀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 대표(옛 한신다이아)에 대한 구속영장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시작한 대담한 비리
국가 상대로 시료 ‘바꿔치기’
수사 결과 드러난 정황은 심각했다. 우선 아리셀이 국가를 상대로 납품비리를 자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12월 군과 리튬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한 아리셀은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배터리를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품질이 좋은 테스트용 수검배터리를 별도로 제작하고, 국방기술품질원이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무작위로 지정·봉인한 샘플 시료배터리와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납품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런 수법은 지난 4월에야 드러났다. 올해 1월11일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체결한 아리셀은 2월분 8만3천724개를 납품한 뒤 4월분 8만3천733개 납품을 위한 국방기술 품질검사에서 시료를 바꿔치기했다가 들통났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아리셀에 납품 중단을 통보하고 다시 품질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5월1일부터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매일 70만7천169원씩 부과받게 된 아리셀은 품질 재검사 통과를 자신한 가운데 6월분 납기 물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생산에 돌입했다. 경찰은 “박중언 총괄본부장을 중심으로 매일 배터리 5천개 생산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기존 공장 설비만으로는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 없이 불법파견 노동자 대거 투입, 불량품 급증
이 과정에서 대규모로 이주노동자를 불법파견 받았다. 하루 5천개 생산을 위해 메이셀로부터 5월 이후 노동자 53명을 새로 충원했다. 경기지청은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하나 실질은 파견이었고, 메이셀은 파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점,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은 파견이 금지된 업종인 점 등 종합해 불법파견으로 결론났다”고 설명했다.
불법파견 된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다. 경찰은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까지 투입해 불량률이 급증했고 새로운 유형의 불량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리튬의 빠른 손실을 저지하는 니켈 소재의 얇은 망인 메쉬를 절단하는 공정 같은 업무에 무분별하게 투입하면서 되레 불량률이 상승했다. 경찰에 따르면 3~4월 평균 2.2% 수준이던 불량률은 5월 이후 3.3%로 높아졌고, 6월에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 6.5%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게다가 아리셀은 공정 중 배터리 케이스가 찌그러지는 등 새로운 유형의 불량이 발생하자 우레탄 망치로 억지로 리튬배터리를 결합하거나 재용접하는 등 불량을 알면서도 생산을 가속했다.
경찰은 “5월16일 배터리 발열 현상을 최초 인지하고 초기에는 정상 배터리와 분리했지만 별도 안전성 검증 없이 6월8일 이후 발열 배터리 선별을 중단했고 분리해 보관하던 발열 배터리도 양품화했다”고 설명했다. 참사 이틀 전에 발생한 화재사고도 무시했다. 6월22일 낮 12시39분께 전해액 주입을 완료한 발열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조치 없이 생산을 지속했다.
이런 안이한 대처는 결국 끔찍한 사고로 돌아왔다. 6월22일 폭발한 배터리와 같은 시기에 전해액이 주입됐던 전지들이 같은달 24일 오전 9시19분 사고장소인 아리셀 공장 3동 2층으로 이동됐고, 10시30분 화재가 발생했다. 국가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에 따르면 비숙련 노동자까지 투입된 메쉬 공정 과정에서 이물질이 배터리 구조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비숙련공 대거 투입과 발열 배터리와 불량 케이스 양품화 등 제조공정이 부실한 상태에서 분리막 손상이나 전해액 누액 등 (배터리) 내·외부에 단락이 발생해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리셀은 납품비리가 적발되는 통에 납품이 밀렸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생산 목표를 잡은 뒤 불법파견 노동자까지 사용했고, 불량품을 양산하면서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6월22일과 24일 화재사고를 부른 배터리는 모두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생산한 제품이다.
비상구에 보안장치, 정규직 아니면 출입 불가능
사고 이후 피해를 키운 것도 아리셀이다. 아리셀은 리튬과 염화티오닐 같은 위해·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라 법령에서 정한 비상구를 설치해야 하고 노동자에게 안전과 소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이뤄진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알려진 대로 비상구는 없었다. 도면상 폭발·화재가 발생한 3동 2층에는 비상구가 5개 있지만 화재현장을 벗어나기 위한 비상구는 보안장치가 설치돼 지문인식이나 출입증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했다. 아리셀은 이주 파견노동자인 희생자들의 지문을 등록하거나 출입증을 나눠주지 않았다.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정규직 1명이 대피하는 것을 본 이주노동자 2명이 재빨리 뒤따라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리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 진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교육하지 않아 이미 공개된 CCTV에서 확인된 것처럼 노동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진화를 시도했다. 비상구에 대한 교육도 받지 않아 비상구의 존재도 몰랐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로부터 가까운 비상구까지의 거리는 고작 60미터로, 안전교육을 받았다면 진화를 시도하지 않고 비상구로 대피할 수 있었던 시간과 거리다. 경찰은 “37초가 골든타임이었다”며 “누군가 비상구가 있으니 나가라고, 대피하라고 했다면 모두를 살릴 순 없었더라도 조금이라도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족 경악 “국방부까지 관리·감독 부실, 참담한 인재”
이날 수사결과 발표 이후 정부는 아리셀의 군납비리 수사를 지속하고 박순관 대표의 혐의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업무상과실치사와 관련해서는 한 번도 참고인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다방면으로 수사했으나 기업 경영에 사실상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혐의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며 “고소장이 제출돼 있어 참고인 조사를 시작으로 혐의점을 다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찰과 노동부 브리핑을 지켜본 아리셀 참사 유가족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태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 대표는 “그간 유가족이 제기했던 안전교육 등 다양한 불법이 드러났고 국방부 납품 같은 그 이면의 문제들까지 연루된 것을 보면서 참담한 심경”이라며 “이처럼 불법이 만연하고 관리·감독이 허술했던 게 누적돼 결국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에 인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 변호인쪽은 박순관 대표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신하나 민변 노동위원장은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고소까지 했는데 박 대표는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며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니 증거인멸이나 입을 맞추는 일이 없게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55235.html
아리셀 참사 두달…여전히 현장은 참혹, 보상은 지지부진 (한겨레, 이정하 천경석 기자, 2024-08-25 17:46)
경찰·노동부 조사 결과, 총체적 부실로 인명 피해 키워
유가족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첫걸음은 대표 등 구속”
https://www.sedaily.com/NewsView/2DD5LNB6IZ
"원청도 재정 지원…안전원팀 꾸리게 도와야" (서울경제, 세종=양종곤 기자, 2024-08-25 17:25:35 수정 2024.08.25 17:25:35)
['아리셀 참사' 재발 막으려면] 안전관리능력도 대·중기 격차 심화
정부, 공동관리 인센티브 제공해
자발적 '안전 네트워크' 조성 추진
업종별 포럼 등 현실적 대안 떠올라
“모든 중소사업장에 대한 행정 감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사내·외 도급사와 공동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이달 22일 아리셀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3명의 근로자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사고 이후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역량이 높은 대기업이 원청으로서 하청의 안전관리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효과적이란 조언이다.
25일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원청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짜여지면서 산재사고 피해도 대다수 하청으로 몰리고 있다. 전체 사업장 중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망자 비율은 1998년 49.8%에서 2020년 80%를 넘었다. 작년에도 812명 산재사망자 가운데 50인 미만 발생 비중이 78.4%를 기록했다. 역으로 대기업인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재사망자가 줄면서, 산재에서도 양극화인 이중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중소기업은 고질적인 인력난과 경영난 탓에 안전관리 능력이 답보인 구조적인 한계에 갇혔다.

노동계는 정부가 전체 사업장을 촘촘하게 관리·감독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하지만 산재대응 부처인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약 2300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감독관 1명이 2500여곳을 담당하는 구조여서 감독 사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원·하청 스스로 공동으로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 네트워크’가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기되는 배경이다. 여러 방안 중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이 대표적이다. 원청이 하청을 돕는 안전 활동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작년에만 모기업 329곳의 협력업체 3844곳이 참여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안전 관리 덕분에 작년 12월 참여 협력업체의 사고사망 만인율은 전년동기 대비 50% 줄었다.
특히 이 사업은 원청이 일회성 지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전역량 강화를 결정한 게 긍정적이다.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등 28개 참여 기업은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예산을 전년 보다 10% 이상 늘렸다. SK텔레콤과 현대인프라코어의 경우 700억 원대 상생협력펀드까지 운영하고 있다. 고용부가 6월부터 반도체를 시작으로 자동차, 통신, 철강, 바이오 등 업종별로 열고 있는 안전보건 상생협력포럼에도 대상 기업 90% 이상 참여했다. 현대차 안전 부문 관계자는 “작년엔 108곳, 올해는 200곳의 중소기업을 지원했다”며 “지원을 받은 한 협력사 대표는 ‘안전경영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업의 우려는 현장 수요만큼 지원 예산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예산은 작년 99억 원, 올해 118억 원을 기록했다. 내년 예산은 조만간 확정된다.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를 고려하면 내년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 가능성이 낮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826010002592
[안은정의 '문득, 인권'] 당신의 시선이 머물러야 할 곳 (경인일보,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2024-08-25 19:21)
아리셀, 軍 납품 리튬전지 시료
바꿔치기 들통 무리한 생산 사고
정부기관 침묵 책임지는곳 없어
유가족 답답·피해자들 인권 멈춰
많은 시민 그들의 기댈곳 돼주길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28
아리셀 참사의 공범, 국방부와 삼성 (매노, 윤효원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2024.08.26 07:30)
아리셀 참사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의 배후에 국방부와 삼성이 자리 잡고 있다. 아리셀로부터 납품을 받은 국방부와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의 중요 고객사인 삼성은 아리셀을 둘러싼 공급망에서 직간접으로 이해관계자(stakeholders)의 위치에 있다.
가장 많은 세금을 쓰는 정부 기관인 국방부와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인 삼성이 제대로 정책을 만들고 실천했으면 아리셀 참사는 예방됐거나,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리셀은 2021년부터 전지를 국방부에 군납해 왔다. 납품기일에 쫓긴 아리셀은 인력공급업체인 메이셀로부터 불법으로 파견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아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했다.
국가 재정의 최대 지출자인 국방부는 정부 공공조달의 중심에 있다. 국방부가 올바른 공공조달 정책을 갖고 있었더라면, 납품업체인 아리셀에 대해 인권과 환경 문제에서 실사(Due Diligence)가 가능했을 것이다. 인권의 핵심은 노동자 권리다. 환경의 핵심은 근로환경, 즉 안전보건이다.
국방부가 공공조달에서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 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해 민감했더라면, 국방부가 법무부·고용노동부·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공동조달 공급망에서 인권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확인·평가·조사·시정하는 실사 체제를 제대로 갖췄더라면 아리셀 같은 업체는 애당초 공공조달에 입찰할 자격을 박탈당했을 것이다.
이번 참사의 책임자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순관은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대표도 맡고 있다. 2000년 1월 설립된 에스코넥은 경영진으로 사내이사 박순관(전 삼성시계 근무), 김치원(전 삼성시계 근무), 강동균(전 KPMG 공인회계사), 사외이사 안홍기(전 국세청 근무, 현 김&장법률사무소 소속 세무사), 감사 서정해(전 한국산업은행 경기본부장)를 두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에스코넥 최대 고객사가 삼성이라는 사실이다. 에스코넥은 갤럭시 시리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어 삼성에 공급한다. 에스코넥의 영어 이름은 ‘S Connect’인데, 회사명의 S가 삼성(Samsung)의 S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납품처가 삼성 중심이다.
에스코넥은 아리셀(일차전지 제조판매), 중국 동관삼영전자(핸드폰 내외장부품 제조판매), 베트남 에스코넥 BG VINA(핸드폰 내외장부품 제조판매), 에코하이테크(이산화탄소 저감장치 제조판매) 등 4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올 상반기 에스코넥의 총매출 1천462억원 중에서 아리셀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며, 89.41%가 핸드폰 부품업에서 창출됐다. 에스코넥은 삼성의 공급망에 절대적으로 종속돼 삼성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업체인 것이다.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에 제출된 에스코넥의 2024년 반기보고서는 “핸드폰 금속부품은 핸드폰 제조업체의 생산계획에 의한 주문생산 방식이며, 30일 내외의 단기발주형식으로 주문을 받아 생산 및 납품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국방부에 납품하는 공장에서,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삼성의 공급망 아래에서 10년 넘게 사업해 온 협력업체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됐다. 그 결과 23명이 죽었다. 국가의 공공조달과 전자제품 공급망을 지배하는 국방부와 삼성이 협력업체의 인권과 환경 문제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데 실패하면서 노동시장 하층의 노동자들이 죽어 나갔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화재 수사본부’ 및 노동부 경기지청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 및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인력공급업체 메이셀 경영자 등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렇게 4명만 처리하면 아리셀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아리셀 소유주 박순관과 임원들은 당연히 중형에 처해야 하지만, 공공조달과 공급망이라는 거대 구조에서 이들은 아리셀 참극의 깃털일 뿐 몸통은 아니다. 몸통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공공조달과 공급망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와 대기업의 정책과 인식을 변화시키고 이들에 대해 사회적 책임과 공적 규제를 가하지 않는 한 참극은 반복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825580082
[사설] 아리셀 참변의 명백한 불법, 4명 처벌이 끝인가 (경기일보, 2024-08-26 03:00)
생각하고 싶지 않은 참변이었다. 6월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아리셀이었다. 생산 중인 일차 리튬전지가 폭발했다. 배터리 연속 폭발로 진압이 어려웠다. 소방 인력 159명과 소방 장비 63대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23명이 근로자들이 화마에 숨졌다. 외국 국적자는 중국 17명, 라오스 1명이었다. 많은 이들이 ‘처음 접하는 화마’로 규정했다. 리튬전지의 특성이 화재를 키웠다고 했다. 그런데 다가 아니었다. 수사 결과는 인재였다.
엉터리 납품 비리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군에 일차전지를 납품하고 있었다. 2021년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품질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했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다. 남품을 관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였다. 이렇게 납품한 전지가 올 2월까지 47억원어치다. 올해 4월분 납품 검사에서 사달이 났다.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때 모든 납품이 중단됐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납품 양을 재생산해야 했고 이미 계약된 납품 양까지 겹쳤다. 또 불법이 시작됐다. 하루 5천개 생산을 밀어붙였다. 평균 생산량의 두 배였다. 다른 업체에서 근로자 53명을 공급받았다. 주요 제조 공정에 투입했다. 파견법에 규정된 파견근로 허용 업종이 아니었다. 불량률이 치솟았다. 3~4월 2.2%였는데, 5월 3.3%, 6월 6.5%까지 갔다. 케이스를 망치로 쳐 억지로 결합하고, 구멍 난 케이스를 재용접하고, 메시 절단은 일용직이 작두로 했다.
이런 엉터리 작업에서 비극이 시작됐다. 미숙련 근로자들이 절단한 면에 뾰족한 형태의 잉여 부분이 생겼다. 이게 외부에서 들어온 금속 이물질과 함께 폭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이다. 참변 이틀 전인 6월22일 발열 전지 1개가 폭발했지만 무시하고 돌렸다. 이때 전해액이 주입됐던 전지들이 사고 장소로 옮겨졌고 이 전지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적어도 화재 발생은 리튬전지의 특성과는 전혀 상관 없다.
군 납품에 불법이 확인됐다. 그때 제조 중단은 불가능했을까. 근로자 53명 충당에 불법이 있었다. 그때 부당 노동 행위 적발은 불가능했을까. 이틀 전 폭발해 불까지 났었다. 그때 화재 예방 매뉴얼을 적용할 수는 없었을까. 돌이켜보면 비극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짧게는 48시간 전, 길게는 3~4년 전부터 내달리고 있었다. 경찰이 아리셀 대표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과연 이들 외에 책임 질 사람들은 없을까. 더 있지 않겠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82610360013110
불법이 아니라, 책임과 권리가 없는 일터가 문제다 (프레시안, 가원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 2024.08.26. 12:01:38)
[인권으로 읽는 세상] 아리셀, 법·제도가 만들어 낸 참사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난 화재로 23명이 희생된 아리셀 화재 참사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참사 발생 두 달 만에 발표됐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아리셀 대표를 비롯한 4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에 관한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성장 녹색 산업의 핵심이라며 국가가 온갖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배터리 산업은 확장일로다. 1,2차 리튬전지 업체들은 사업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확장이 곧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번 아리셀 참사로 다시 확인됐다.
아리셀 참사 이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전기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났다. 이로 인해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주민 수백 명이 대피했다는 소식에 배터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몇 가지 안전 권고사항을 발표했지만 정작 배터리 폭발 화재에 대비할 이렇다 할 사회적 인프라나 소방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미봉책일 뿐이다. 기후 위기와 산업전환의 시대, 각광받는 새로운 물질은 계속 등장할 테지만 지금과 같은 재난 대응 시스템, 안전은 언제나 뒷전인 일터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아리셀 참사는 무엇이 배터리를 제조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을 체계적으로 생산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적극적으로 방치된 위험한 일터
아리셀 참사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폭발성 화학 물질인 리튬을 제조하는 업체에 화재를 진압할 시설도, 안전소방 교육도 없었고 비상구 설치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 소량의 완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배터리는 작업장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 보관해야 했지만, 노동자들의 작업 현장에는 3만5000개의 배터리가 있었다. 순식간에 23명의 노동자들이 희생되었다. 이번 참사 이전에 아리셀에 4번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지만 지금껏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은 세워지지 않았고 이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규제도 처벌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오히려 고용노동부는 아리셀을 3년 연속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했다.
산업재해의 발생에는 위험관리에 따르는 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서부터 사업주의 의지, 비용투자의 우선순위, 규제 정책의 실행 방식 등의 여러 요인이 결부되어 있다. 그런데 일하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사업장의 차이가 사업주의 책임을 덜어주는 근거가 된다. 해당 법이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되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에 여력이 없는 중소 영세 사업체는 업체 운영을 금지하거나, 공적 지원을 통해 이를 채워야 함에도 안전관리 책임을 면제해준다. 단적으로 사업장의 위험과 특히 화학물질 유해성 관리에는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에서 면제된다. 지난 3년간 매출이 5배 성장한 아리셀이지만, 서류상 고용된 직원 수를 3년 내내 41명으로 유지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화재 안전 관리에서도 사업장 규모가 작으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물론 소방당국의 화재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1차 전지 공장 10곳 중 8곳이 이러한 점검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의무조차 없는 미등록 영세 사업체까지 포함하면 이른바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 범위는 더 커진다. 이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며 정부는 위험성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사업주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찾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자기규율이다. 정부는 관여하지 않을 테니 그냥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아리셀을 3년 연속 위험성 평가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한 정부의 책임이 사라질 순 없다.
국가가 나서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 의무를 더 가볍게 또는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본디 사각지대란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는, 의도치 않게 생기는 제도의 공백을 의미한다. 그런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만연한 산업재해 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이를 안전관리 사각지대라고 부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그보다 지금의 사각지대는 정부도 기업도 보지 않으려는 의지가 반영된, 의도적으로 노동자 생명과 안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적극적으로 방치된 위험한 일터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진짜 사장'이 책임지게 하자
8월 23일, 고용노동부는 아리셀이 희생된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고, 제조업에서 금지되어 있는 노동자를 파견받아 쓴 것이라며 이를 도급이 아닌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희생된 노동자들은 아리셀이 방위사업청에 납품해야 하는 리튬전지 생산지연에 따른 하루 5000개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투입되었다. 급하게 생산한 배터리에서 불량품이 만들어졌고, 그 배터리를 검수하고 포장했던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노동부와 경찰 조사 결과,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없었고 아리셀 직원들에게 나눠준 비상구 출입카도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아리셀이 희생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았고, 실제 지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아리셀은 인력 파견업체였던 메이셀과 도급계약을 맺었다. 아리셀 공장에서 아리셀의 배터리를 생산하지만, 자신들은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기 위해 도급계약을 맺은 것이다. 메이셀의 공장에서 메이셀 노동자들이 도급계약 맺은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이런 억지 논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고용 전반에 대한 노동자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 주체로서 사용자가 져야 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와 목적을 가진 적극적인 행위였다. 누가 봐도 도급이 아닌 인력파견이었고, 고용노동부는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그간 경영계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인력난이나 '고용 유연성' 필요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파견과 도급 허용 업종과 공정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이에 호응하며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노동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로 파견제도 선진화를 포함시켰다. 아리셀 참사 며칠 뒤인 6월 28일 국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자 파견의 복잡한 절차 때문에 사업주들이 이를 도급으로 위장하고 있으므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번 참사의 후속 과제가 위장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제조업 파견을 확대해서 불법파견을 없애야 한다는 의미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불법파견이 합법 파견이 된다고 한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이 강화될 리 없다. 파견이라는 제도 자체가 바로 실제 일을 시키는 사용자는 노동자와 아무런 계약도 맺지 않는, 보장되어야 할 노동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불법 여부가 아니라, 일터에서 사용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지우는 게 중요하며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등장한 파견과 도급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 어떠한 의무와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사용자의 행태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고용관계를 바꿔야 한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요구가 가리키는 것
23명의 희생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이다. 아리셀은 희생된 노동자의 보상 기준을 비자 종류에 따라, 체류 기간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한다.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한 경우 불법취업과 비자 연장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체류 기간 7년 이후 중국 임금 기준으로 보상하겠다는 꼼꼼한 기준도 세웠다. 사망 이후 사측이 보인 태도는 살아생전 이들이 대우받던 모습과 하등 다르지 않다. 참사는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본과 정부가 만든 무권리 상태의 일터에서 발생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은 무권리 상태의 일터 자체를 바꾸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유가족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누가 어떤 업무지시를 했는지,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일했는지,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에 관한 진상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회적으로 분명히 밝히고 바꿔나가야 할 것은 일터의 안전 관리에 대한 정부 제도가 만들어 낸 위험과 일터의 위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고용관계의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이다. 그것이 유가족들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가 가리키는 것이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우리들의 싸움이기도 하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66
아리셀 대표 28일 영장심사 ‘범죄 중대성’ 판가름 (매노, 홍준표 기자, 2024.08.27 19:14)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첫 구속되나 … 법조계 “증거인멸 우려 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95
[단독] 과거 ‘산재은폐’ 혐의 드러난 아리셀 대표 (매노, 홍준표 기자, 2024.08.28 16:15)
검찰,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5가지 위반 판단 … “박순관 대표, 실질적 최종 경영책임자”
화성 일차전지공장에서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은 화재사고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순관(64) 아리셀·에스코넥 대표이사가 과거 산재를 은폐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리셀은 전지를 군납하는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이 시료 바꿔치기 행위에 3차례 시정지시를 했는데도 올해 4월 또 시료를 바꿔치기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박 대표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를 다수 위반했다고 본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기술품질원의 세 차례 시정지시에도
시료 바꿔 조작하고 작업량 늘려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이날 오전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행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박 대표를 ‘실질적인 최종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진술했다. 이날 오전 9시10분께 수원지법에 출석한 박 대표는 10시부터 약 2시간30분 만인 오후 12시40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박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35) 아리셀 경영총괄본부장,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A씨,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의 정용환 대표(실소유자)가 피의자로 출석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측에서는 검사 3명이, 박 대표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8명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유족 2명(한국인·중국인 각 1명)과 피해자 지원 변호사 1명도 이례적으로 심사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만 있는 정 대표는 분리해 구속심사가 진행됐다.
심사에서 ‘불법 제조공정’이 새롭게 확인됐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아리셀측의 시료 바꿔치기 행위에 대해 세 차례나 시정지시를 내렸는데도 아리셀은 올해 4월22일 또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5월에는 용량 미달이 적발됐지만 개선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임의로 생산을 재개해 하루 목표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고용노동부와 경찰 수사 결과와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2022년 산재노동자에 3천만원 주면서 ‘은폐’ 공모
불량 전지를 걸러 내는 작업도 전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리튬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해 배터리 발열을 감지하는 절차를 한 번만 실시했을 뿐, 손으로 발열을 검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불량 전지가 6월24일 화재 참사가 난 작업장에 적재됐는데도 작업량을 늘려 비숙련 노동자 53명을 공급받아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이 현장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아리셀의 ‘산재은폐’ 혐의가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다. 2022년 2월18일 메이셀 소속 노동자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산재를 입었는데, 당시 박 대표는 노동자에게 3천만원을 주면서 산재은폐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박중언 경영총괄본부장이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고 박 대표에게 보고하고, 메이셀 정 대표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합의서를 작성해 공모했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박 대표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했다. 박 대표가 아들인 박 경영총괄본부장으로부터 안전사고 등에 전반적인 업무보고를 받고 인사노무·안전보건·자금집행에 최종적인 권한을 가졌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2021년 발생한 안전사고 동영상을 박 경영총괄본부장에게서 보고받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보건 목표 마련’ 박 대표 “모른다”
박 대표에게 적용된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혐의만 5가지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정한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4조8호) 등을 박 대표가 어겼다고 판단했다. 박 대표측은 심사에서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마련’에 관해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표의 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검찰은 ‘위험의 외주화’ 등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커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불구속 수사시 경영책임자 지위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사 주인은 나”라고 공언했다고 올리기도 했다. 또 화재참사 피해자에게 개별 합의를 종용하는 등 증거인멸도 현실화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수원지법에 출석할 때 노동부 차량에 탑승해 1층 로비가 아닌 법원 지하 주차장으로 곧바로 내려가 유족의 반발을 불렀다. 유족들은 “박 대표를 보려고 2박3일간 법원 앞에서 지냈다”며 “법원은 왜 범죄자를 빼돌리냐. 법원장이 사과하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 대표는 경찰서에 이송되며 “무리하게 제조공정을 돌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인정하냐” 등 취재진 질의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들어갔다. 박 대표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828170852061?input=1195m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중대재해법 첫 사례(종합)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2024-08-29 00:09)
법원 "혐의 사실 중대"…아들 총괄본부장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 구속
공장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28일 고용노동부에 구속됐다.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 대표에 대해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업체 대표가 구속된 첫 사례다.
손 부장판사는 산업안전법 및 파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받는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도 같은 사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력공급업체 한신다이아 경영자 정모 씨와 아리셀 안전관리팀장 박모 씨 등 2명에 대해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노동부는 이달 23일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정씨 등에게 산업안전법 및 파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박 총괄본부장과 아리셀 안전관리팀장 박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노동부와 경찰의 영장 신청을 검토한 뒤 "범죄 혐의와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법원에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올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수사 결과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 근로자를 제조 공정에 불법으로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폭발 및 화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상구 문이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되는가 하면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있는 등 대피경로 확보에도 총체적 부실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8291332001
검찰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도 불법파견 받은 걸로 보여” (경향, 김지환 기자, 2024.08.29 13:32)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396
"삼성, 반사회적 기업 에스코넥과 거래 끊어야" 아리셀 참사 책임 촉구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8.30 13:22)
"불량품 속여팔고 비정규직은 비상구도 못열게한 반사회적 기업"
아리셀-에스코넥 중대재해 참사 삼성 책임촉구 2차 기자회견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와 관련한 충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진 뒤 대표이사가 구속된 가운데, 삼성을 향해 반사회적 기업 에스코넥(아리셀)과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노동시민사회의 촉구가 거듭 나왔다.
아리셀-에스코넥 중대재해 참사에 대한 삼성 책임촉구 2차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진행됐다. 자회사 아리셀은 사실상 에스코넥의 사업부서로 기능하고 있었다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설명했다. 1차 기자회견은 일주일 전 같은 시각 진행됐는데, 이 날은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아리셀 참사 합동수사 결과를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합동수사 발표에 따르면, 아리셀은 무리한 생산목표를 정하고 비숙련 노동자를 대규모로 채용해 주요 생산 공정에 투입했고 그 결과 불량률이 급증, 불량전지를 억지로 고쳐 양품으로 쓰려하는 바람에 화재위험이 커졌다. 2021년 12월부터는 리튬 1차전지를 군에 납품하기 시작할 때부터 품질검사용 전지를 따로 제작해 시료 전지와 바꿔치기, 데이터 조작 등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여왔다. 그 규모는 47억 원에 달한다.
아리셀은 참사 이틀 전에도 불량전지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당시 만들어진 전지들을 양품으로 쓰기 위해 그대로 방치했다가 결국 화재 참사를 일으켰다.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없이 생산현장에 투입되어 비상구의 위치도 알 수 없었다. 비상구는 아이디 카드나 지문이 등록된 정규직만 열 수 있었으며, 불법으로 건축물 구조를 변경해 비상구 사용을 어렵게 만들었던 점도 드러났다. 화재위험에 취약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면서도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비상훈련도 없었다. 37초의 시간동안 탈출하라고 대피안내만 했더라도 참사였다는 내용이다.
아리셀은 사실상 에스코넥의 '부서'격으로 운영돼왔고, 실질 경영관리의 책임은 에스코넥에 있다는 게 이들 참가자의 주장이다. 올 상반기 에스코넥 총매출 중 아리셀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며, 89.41%가 삼성 갤럭시 휴대폰 부품 납품에서 창출됐다면서 "삼성의 공급망에 절대적으로 종속되어온 에스코넥이 삼성과의 거래망이 살아있는 한 박순관 대표의 처벌은 반쪽짜리가 될 것"이라고 거래중단을 촉구했다.
구속된 아리셀- 에스코넥 대표 박순관은 삼성출신으로 에스코넥은 삼성과 오랫동안 협력사 관계를 맺어왔다. 에스코넥은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삼성SDI에 2차배터리 부품을 납품해 온 삼성의 협력사이므로 삼성전자/삼성SDI 협력사 행동규범에 명시된 노동인권, 안전환경 위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은 이미 10년 전부터 준법경영을 선언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공급망 체계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더 이상 방조하지 말고 중대재해 참사를 일으킨 모기업 에스코넥에 대해 지금 당장 거래를 중단하라"고 했다.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 '공급망 참여 및 책임 이행' 이를 충실히 지키지 않은 업체와는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삼성 SDI 파트너사 행동규범에도 비슷한 골자의 내용이 명시돼있다.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에스코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삼성에 경고하러 다시 왔다. 불법 파견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며 배터리 부품을 만들고 있는 에스코넥 제품 계속 사용하는게 맞냐. 이렇게 위험한 안전 소홀과 불안한 고용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배터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삼성 제품을 이용하는 모든 시민들의 안전과도 연결된 부분이다. 당연히 거래는 중단돼야한다"고 했다.
권영국 정의당 당대표는 "에스코넥은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을 보장하고, 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함에도 책임을 외피하며 삼성의 행동규범을 현저히 위반했다. 이에 삼성은 위반사항 근본 개선조치와 책임있는 사후조치를 요구하고, 조치가 없을경우 반사회적 에스코넥과의 거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상임활동가는 "국제사회는 공급망 체계에서의 원청의 역할과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몇년 전 정기검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협력사와의 거래중단 조치를 취한 바도 있다. 그렇다면 국제기준에도, 삼성의 행동규범에도 반하는 에스코넥과의 거래중단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면서 촉구했다.
조영훈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사무국장은 "그야말로 갖가지 불법과 비리와 탐욕이 결합해 예견된 참사였다. 그저 안타까운 불운한 사고가 아닌 부른 명백한 인재다"라면서 "김앤장 호화 변호인단도 막을 수 없었던,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 첫 구속 사례가 된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삼성이 스스로 만든 협력회사 행동 규범을 이번 사태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삼성이 협력회사 행동 규범을 공표한 진위는 크게 의심받을 것이며, 모든 시민들의 분노는 곧장 삼성을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수열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수사 결과는 우리가 요청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안전조치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을까 싶은 사업장이었다"면서 "박순관은 구속되며 대표이사직을 사직했다. 아리셀의 문제가 에스코넥으로 번지는 것을 걱정했다고 본다. 그러나 아리셀은 사실상 에스코넥의 1개 전기사업부 정도였고, 실질적인 책임은 에스코넥에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삼성이 지금까지 정말 몰랐더라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알아야한다. 돈에 미쳐서 안전을 내팽개치는 경영진이 만든 회사에서 납품받아 만든 제품은 없어야 한다. 거래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피켓을 들고 삼성본관~강남역 8번출구~6번출구~삼성본관을 행진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56427.html
인간에 대한 예의를 내던진 아리셀의 자본가들 [6411의 목소리] (한겨레, 최현주 | 고 김병철씨 아내, 2024-09-02 09:30)
6월24일 오전 10시31분,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스물세사람의 생명이 하늘로 떠났다. 이주민이 열여덟명이었고, 한국인이 다섯명이었다. 그 다섯명 중에 나의 남편이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남편, 아리셀 연구소장 김병철(얼굴사진 오른쪽)씨가 세상을 떠났다. 참사가 일어난 날부터 나에게 지난 두달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남편의 죽음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고, 나에게 닥친 일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목숨보다 더 소중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성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린 자본가의 잔인함을 나는 두 눈으로 봐야만 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나를 힘들고 아프게 할 것 같다.
남편이 눈을 감고 나서 참사의 책임자인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 아들 박중언 본부장이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다. 회사는 남편에게 연구개발 담당자로 스카우트 제의를 했고, 남편은 1년 반을 고사한 끝에 입사를 결정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나는 남편과 아리셀 회사의 관계가 단순히 경영자와 노동자 관계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생전의 남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불이 나자 어떤 관리자보다 먼저 남편이 공장으로 뛰어들어갔다.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은 처참한 현장에 뛰어들어간 남편은 나오지 못했다. 작별 인사도 남기지 못했다.
남편의 사망 이후 회사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기 전에 우리나라 최고의 로펌을 선임해 자신의 살 궁리를 먼저 마련했다. 나에게는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 연구소 부하 직원을 시켜 전화를 걸어왔다. 물론 함께 사망한 이주민 노동자들에게는 이마저도 없었으니 그나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참사의 책임자들은 일주일 동안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사고 직후 내가 아닌 기자들에게 사과했다. 사람이라면 기자가 아닌 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다. 자기 잇속 계산하기 전에 함께 울었어야 했다.
남편과 함께 생을 달리한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이고 여성들이다. 아리셀 회사는 재빠르게 이주노동자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돌려 합의하라고, 빨리 합의하면 조금이라도 웃돈을 얹어 주겠다고 회유했다. 아리셀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불법파견을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는데도 가족들에게 어떠한 미안함도 책임감도 없었다.
아리셀 회사 쪽은 ‘도급계약서’라고 쓰인 종이 한장을 들고 ‘도급’이라고 주장했다. 아리셀 경영자들이 구속되기까지 꼬박 두달이 걸렸는데, 고용노동부는 사고 조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유가족들에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왜 내 가족이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다고, 수사를 똑바로 하라고, 수사 과정을 알려달라고, 회사 대표를 구속하라고, 유가족들은 거리를 돌고 기자회견을 하고 행진을 했다.
지금 나는 아리셀 회사가 생각하는 남편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한다. 퇴근 뒤에도, 주말에도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후배들을 다독였던 남편을 회사는 ‘부품’쯤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내가 아리셀 유가족들과 함께 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람의 진심을 짓밟은 그들의 죗값을 묻기 위해서다.
누군가는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회사의 경영이 사람의 목숨보다, 인간이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보다 우선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나이 오십이 넘었지만 이 사회에 영원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줄 말이 없다.
아리셀 참사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나와 같이하는 아리셀 유가족들, 중국동포들을 대신해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구라도 참사의 책임자 중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더라면, 같이 살아남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500
아리셀 사고 책임을 삼성에 묻는 까닭은 (매노, 이재 기자, 2024.09.03 07:30)
모회사 에스코넥 ‘매출 89%’ 삼성전자 … “직접생산 없는 아리셀도 삼성 공급망 포함”
리튬배터리 폭발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화성 아리셀 참사 유가족이 삼성전자와 삼성SDI에 책임을 묻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아리셀 모기업인 에스코넥으로부터 각각 휴대폰 부품과 리튬 2차 배터리 부품을 납품받은 공급망 상위기업이다. 특히 삼성전자와의 거래가 에스코넥에 절대적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에스코넥 사업 가운데 휴대폰 금속부품을 만드는 무선 사업부문 매출은 올해 6월 기준 1천307억2천200만원으로 전체 매출 1천462억300만원의 89.41%에 달한다. 삼성SDI와는 리튬 2차 배터리 납품 계약 등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131억4천700만원(8.99%)이다. 에스코넥은 같은 보고서에서 “당사는 삼성전자와 거래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
“위험 노출 노동자 교육·관리 받아야”
아리셀 참사에 삼성전자의 공급망 책임이 불거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2012년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을 처음 만들어 적용한 뒤 올해 3월 공급망 참여와 책임 이행 의무를 강화한 버전 6.0을 내놨다. 삼성SDI도 2017년 6월 파트너사 행동규범을 제정한 뒤 지난해 10월 버전 2.0을 개편했다. 두 기업은 모두 공급망 업체를 대상으로 업체 선정 단계부터 종료까지 모니터링과 개선활동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아리셀에서 발생한 사고는 두 기업이 제정한 행동규범에 전면적으로 위배된다.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을 살펴보면 협력회사는 “근로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근로조건을 문서화하고 전달”(강제근로 금지)하고 “급여명세서를 제공(임금 및 복리후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된 근로자들은 적절한 설계, 엔지니어링 및 행정적 통제, 예방적 차원의 유지 관리, 안전한 작업 절차 구축을 통해 파악, 평가 및 통제돼야 하며 지속적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조사 등에서 드러난 아리셀 현장은 이런 규범이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삼성SDI의 파트너사 행동규범도 표현이 다를 뿐(강제근로 금지→자발적 취업)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특히 산업 안전과 관련해서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수준이다.
EU 시작으로 국제규범 형성
우리나라도 입법 추진
이런 행동규범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공급망 실사와 관련한 입법지침을 확정해 실정법으로 공급망 상위기업 모니터링과 개선 의무를 부과했다. 우리나라도 21대 국회에서 이미 공급망 실사 법률안이 발의됐고, 22대 국회에도 관련 입법이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EU가 공급망 실사 관련 입법지침을 확정하면서 무역 상대국인 우리나라도 입법 압박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리셀이 삼성전자나 삼성SDI에 납품하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그렇지만 공급망 실사 지침의 입법 취지 등에 따르면 실사 대상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강민주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 한국 대표는 “단순한 납품계약과 기업 간 지배구조에 국한하지 않고 공급망 내에서 발생한 노동환경과 인권 문제 해결이라는 입법 취지를 보면 아리셀도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공급망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이 삼성전자 등에 공급망 책임을 물어 이의제기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0603
"초일류라는 삼성, 아리셀 참사 방관은 '행동규범 위반'" (오마이뉴스, 24.09.04 09:17 l 임석규(rase21cc))
아리셀 참사 가족협·대책위, 삼성전사 서초사옥 앞에서 시민추모제 진행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5043
[현장에서] 아리셀 화재 원인과 대책 (인천일보, 이상필 경기본사 사회2부 국장, 2024.09.04 17:50)
화재의 원인은 무리한 제조 공정 가동과 관련한 여러 안전 문제였다.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고 불량률 급증에 따른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으며 발열 전지 선별 작업이 중단된 점 등이다.
특히 화재 감지 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화재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더라면 초기 단계에서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비상 대피 경로의 부적절한 관리도 문제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에서는 일부 비상구가 잠겨 있었거나 장애물로 인해 대피가 어려웠다는 증언이 나오며 대피 훈련의 미비와 대피 경로 점검 부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소방 호스나 소화기 등 소방 시설의 노후화도 큰 문제였다.
이러한 대형 화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모든 건물에는 현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화재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비상 대피 경로의 확보와 정기적인 대피 훈련을 통해 긴급 상황 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소방 시설의 현대화와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화재 발생 시 효과적인 진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아리셀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가 화재 예방과 안전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과 실천이 시급하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9052154015
‘화재참사’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 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은폐 의혹 (경향, 김지환 기자, 2024.09.05 21:54)
사건 이후 88명 직접 고용
“파견법 위반 혐의 수사해야”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2405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불법행위의 종합물 (오마이뉴스,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은율), 김용균재단 감사, 민변 노동위 노동자건강권팀 팀장, 24.09.10 11:26)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진상규명만이 중대재해 예방의 길
지난 6월 24일 아리셀 공장 중대재해 참사 사건으로 23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 가족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산업현장에서 아직도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 그러한 기업이 여러 불법행위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위험한 공간에서 불법파견된 이주노동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일을 하고 있는 고용구조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너무도 안타깝고 기가 막힌 건, 이러한 재해가 발생한 경위다. 현재까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회사가 지연된 납품 일정으로 발생한 지체상금을 줄이려고 리튬배터리 제조라는 위험한 작업에 비숙련공 이주노동자들을 다수 불법파견을 받고, 갑자기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은커녕 제대로 된 대피로 안내 등의 기본적인 교육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화재폭발이 발생하여 제때 대피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사망한 사고라는 것이다.
위험물을 관리하는 사업장에는 불법파견을 할 생각조차 못하게 행정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이 있었더라면, 리튬배터리가 갖는 제품 특성을 고려하여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이러한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던 작업장에 화재 대피로가 미리 개선이 되었더라면, 이주노동자들에게 업무의 위험성과 함께 안전한 대피로에 대한 사전 교육이 단 10분만이라도 있었더라면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발생 연결고리의 어느 한 고리만이라도 끊어졌더라면 23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리셀은 여러 불법행위를 하였으나 사건 후 현재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가 없다.
하루 70여 만 원의 지체상금은 아까워 하면서... 생명과 안전은?
아리셀 참사에서 사측이 무리한 생산일정을 단행한 동기는 하루 70여 만 원의 지체상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4년 8월 23일 경기남부경찰청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아리셀은 군납 과정에서 지연된 납품일정으로 하루 70여 만 원의 지체상금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일정으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하고,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하여 5월 이후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60여명을 불법적으로 공급받아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하였다.
수사과정에서 아리셀은 문제는 명확히 확인됐다. 아리셀은 시료 바꿔치기를 통해 품질을 속이고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47억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한 것이다.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도 자회사 아리셀을 만들기 전인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에도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군의 품질검사를 통과하여 납품권한을 따낸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아리셀은 위험물을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사고발생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위치도 알려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는 게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화재를 대비한 비상구도 규정을 위반하여 설치하였고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대피로에는 전지트레이 등이 적치되어 있었다.
이처럼 위험물 관리가 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과 안전교육 미비 등의 각종 위법행위가 계속되는 와중에 행정 당국의 근로감독을 통한 제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하지 않는 정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통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필요
불법행위로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고 노동자 안전에 무책임한 기업이 더 이상 기업활동을 할 수 없도록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 내 진상규명 재발방지팀이 지난 9월 5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차 보고서'에서 밝힌 진상규명의 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리튬배터리와 같이 위험물질이 다루어지는 사업장에 제대로 된 위험물 관리 및 규제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아리셀과 같은 중소기업에 사업장의 안전보관리체계가 부재하고 작동하지 않는 원인과 이유를 밝혀야 한다. 형식적인 위험성평가 위주로 유해, 위험관리를 사업장 자율로 맡겨두는 것이 타당한지 밝혀야 한다. 셋째,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로 불리는 불법파견 고용구조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안전관리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대책위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는 바,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조사위원회를 조직해야 할 것이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5857
위험물 사업장 불법파견 금지 (인천일보, 이경훈 기자, 2024.09.12 19:26)
경기도, 화성 아리셀 화재사고 후속 조치
경기도가 이주노동자 불법파견뿐만 아니라 안전교육 미이행에 따른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화성시 사업장에 안전교육을 권고했다. 지난 6월 31명의 사상자가 난 화성시 아리셀 화재사고 이후 도의 후속 조치다.
도는 오는 13일부터 27일까지 화성시에 있는 사업장 676개소 중 50인 미만 사업장 587개소를 대상으로 불법 파견 방지, 이주노동자 안전교육을 할 것을 권고 했다.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해서는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해당 교육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정기교육은 물론, 신규 근로자를 채용할 때와 작업 내용을 변경할 때도 반드시 이수 해야 한다. 도는 ▲근로자파견 금지 준수 여부 안내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정기적인 안전교육 실시 준수 ▲이주노동자를 위한 외국어 위험표시 및 안내 표지판 설치 협조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작업절차 교육 및 각종 보호장비 사용법에 대한 교육 ▲작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 파악, 유해화학물질 유출 등에 따른 긴급 상황 대처방법 교육 등도 있다.
앞서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31분쯤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찰과 노동당국의 수사 결과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 근로자를 제조 공정에 불법으로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폭발 및 화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구 문이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되는가 하면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있는 등 대피경로 확보 등에도 총체적 부실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 근로자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지난 6일 아리셀 임직원 3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종돈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은 “리튬공장 등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주노동자의 언어 소통 문제 등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일터 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6229
송옥주 의원, 제2의 아리셀 막는다…아리셀 참사 재발방지 5법 대표발의 (인천일보, 남창섭 기자, 2024.09.22 14:55)
“대형 화재 참사 재발방지 및 유가족의 신속한 보상 위한 법 개정 시급”
제2의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한 국회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옥구(경기 화성갑) 국회의원은 22일 아리셀 참사 원인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사회적 참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아리셀 참사 재발방지 5법’을 대표발의했다.
송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재난안전기본법, 재해구호법, 화재예방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법으로 아리셀 참사의 원인에 따른 재발방지 대책과 사회적 참사 유가족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6월 24일 발생한 화성 전지공장 아리셀 화재는 국내 화학 공장 화재사고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특히, 전지산업의 화재안전관리 규제 공백, 제조업에 만연한 불법파견 등 위험의 외주화 문제, 사업자 자율규제 중심의 산업재해 예방 정책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야기된 것으로 유사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법·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에는 신속한 유가족 보상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배상금을 우선 지급할 수 있도록 대위변제 및 구상권 제도를 도입하여 국가의 사회재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해구호법 개정안은 국가의 재난구호 지원 시 유가족 지원을 확대하는 법이다. 직계가족에 한정된 유가족의 범위를 형제·자매 및 친인척까지 확대하고, 임시지원시설 지원의 종류 및 지원기간을 명확히 규정했다.
화재예방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관리하는 화재예방강화지구에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는 공장을 추가하고, 리튬이온전지 등 금속류를 특수가연물로 지정하는 것이 주요골자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위험성 평가 결과를 관할 지방청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 정부의 관리 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처벌규정을 신설하여 실효성을 담보하는 내용을 담았다.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은 근로자파견사업을 금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업무에 ‘제품 및 검사 포장 업무’도 포함하도록 명확히 하고, 일시적·간헐적 인력 확보가 필요한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고용노동부 승인을 거치도록 하여 근로자파견 제도의 악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송옥주 의원은 “아리셀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수사단계에서 업체 대표가 구속된 최초의 사례로 매우 엄중한 사안인 만큼 유사한 사례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며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가족들의 마음이 치유되기 바라며 충분한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34842
송옥주 의원, '아리셀 참사 재발방지 5법' 대표발의 (신아일보, 화성/문인호 기자, 2024.09.23 12:49)
제2의 아리셀 막는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2323901
[단독] '화성 화재 참사' 아리셀, 희망퇴직·정리해고 돌입 (한경, 곽용희/정희원/김다빈 기자, 2024.09.23 17:43)
내달 25일까지 구조조정 진행
"사업 어려워 사실상 폐업 수순"
지난 6월 배터리 화재 사고로 총 23명의 직원이 숨진 경기 화성의 제조업체 아리셀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되자 경영 활동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23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과 업계에 따르면 아리셀은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5일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아리셀은 회사 공문을 통해 지난 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임직원에게 2개월분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25일자로 ‘해고 예고’를 통보할 계획이다. 최종 정리해고는 한 달 후인 다음달 25일 진행된다. 희망퇴직 기회를 주되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정리해고(구조조정)를 하겠다는 취지다.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대상은 사고 수습 인력과 산재 요양 중인 직원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이다. 산재 등으로 요양 중인 직원은 법적으로 휴업 기간 중 해고할 수 없다.
아리셀은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으로 공장 재가동과 작업 재개가 불확실하다”며 “화재 사고로 인한 보상금과 구상금, 과태료 등으로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주요 거래처의 수주 중단으로 업무가 감소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구조조정 사유를 설명했다. 또 “재해자에 대한 산재 지원금 협의, 형사 사건 입건 임직원에 대한 변호인 조력 등은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실업급여 신청 자격도 안내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정리해고 사유 등을 보면 사업을 유지하기보다는 폐업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리셀 관계자는 폐업 여부 등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회사 측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주요 임직원이 회사를 그만둘 경우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한편 아리셀 화재 사고로 숨진 근로자 23명 중 중국 국적 근로자 5명의 장례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책임자 처벌과 사고원인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217411
"안전보다 이윤…최악 참사" 檢, 아리셀 대표 등 기소(종합)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4-09-24 13:28)
검찰, 박순관 아리셀 대표, 중대재해법 구속 기소
아리셀 총괄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재판행
"안전보다 이윤, 안전불감증, 위험의 외주화로 발생한 참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0924120300061
경찰, 대표 구속기소 된 아리셀 '품질검사 조작 의혹' 계속 수사 (화성=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2024-09-24 16:03)
검사용 전지 별도 제작해 시료와 바꿔치기 수법으로 데이터 조작
아리셀 및 에스코넥 전현직 임직원 24명 입건 업무방해 혐의 입건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구속기소 된 가운데 아리셀 등이 국방부의 품질검사를 조작해 불량 배터리를 납품한 혐의에 대해선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업무방해 혐의로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 24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일차전지 군납을 위한 품질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품질 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 등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 및 국방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리셀 화재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리셀이 2021년 군납을 시작할 당시부터 줄곧 품질검사를 조작해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을 납품한 정황을 포착했다.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 역시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군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입건된 24명은 모두 아리셀과 에스코넥의 전현직 임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표는 아직 입건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향후 수사 방향에 따라 박 대표가 조작에 가담하거나 지시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추가 입건될 가능성은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납품된 아리셀의 일차전지는 안정성과 지속시간 등에서 기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해 군이 작전 수행에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성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리셀은 지난 4월 국방기술품질원에 조작행위가 발각돼 시정조치를 받은 후에도 불량원인 파악이나 품질 개선 노력 없이 납품 지연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는 등 무리하게 생산을 강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지난 6월 24일 23명의 사망자를 야기한 폭발 및 화재 사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품질검사 조작 혐의와 관련해 지난 5일 에스코넥 본사와 아리셀 본사 등 6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 대표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박 총괄본부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92412114916401
'아리셀 참사' 박순관 대표 구속기소…중대재해법 적용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 2024.09.24. 16:46:24)
검찰 "고귀한 생명 앗아간 최악의 참사"…유족·대책위 "환영"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925010002489
[기고]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경인일보, 한상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 대변인·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정책기획국장, 2024-09-24 20:13)
박순관 대표, 희생자 및 유가족에
진정성은 커녕 형식적 사과도 안해
아리셀은 이주노동자 차별 일삼아
지금껏 배·보상 교섭요구 안 응해
납품받는 회사의 결단이 필요한때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925010002575
'아리셀 참사'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 (경인일보, 한규준 기자, 2024-09-24 20:24)
박순관 대표·'아들' 총괄본부장 구속
안전 예산 최소화·담당 인력 감축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을 앞세워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은 24일 박 대표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 등으로, 박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아리셀 임직원 6명과 4개 법인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사고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회사의 이윤을 앞세운 경영과 사고 징후가 다수 발견됐음에도 안전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은 안전불감증에 의해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 320명을 아리셀의 직접 생산공정에 허가 없이 파견했고, 2020년 5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은 안전·보건 예산을 최소한으로 편성해 집행하고 담당 부서 인력을 감축했으며, 안전보건관리자는 퇴사 후 약 4개월간 공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지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직원을 안전보건관리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 등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철거한 후 대피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고,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노동자만 오갈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설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봤다. 박 총괄본부장은 방위사업청과 전지 납품계약 후 전지 성능이 기준치에 미달하자 시료 전지를 바꿔치기하고 데이터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소재 리튬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불의의 사고가 났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808
“아리셀, 오로지 이윤 극대화” 뼈 때린 검찰 (매노, 홍준표 기자, 2024.09.25 07:30)
박순관 대표와 아들 구속 상태서 재판 … “극도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인재”
“극도의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예고된 인재.”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다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참사’를 보는 검찰의 시각은 명확했다. 검찰은 기술력 부족을 노동력으로 때우려다 ‘위험의 외주화’를 불렀고, 그 결과 사망자 23명 중 파견노동자가 20명이나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불법파견 → 무리한 공정 →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연쇄작용에 검찰 “안전 도외시한 경영, 생명 뒷전”
수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은 24일 “노동력만으로 이윤을 추구했다”며 리튬전지 제조업체 박순관 아리셀(전 에스코넥 대표) 대표이사를 구속기소했다. 적용된 혐의만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세 가지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경영총괄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돼 구속기소됐다. 회사 상무 등 관계자 6명과 4개 법인은 불구속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최초로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 대표는 25일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사고 당일인 6월24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경찰·노동청과 함께 압수수색을 벌였고 지난달 23일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해 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구속기소는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운 경영 △다수의 사고 징후에도 위험 방치 △불법파견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 △기술력 부족을 숨기려 품질검사 결과 조작 등을 참사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 무리한 공정 →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으로 이어진 행위가 참사 원인으로 판단했다. 모회사 에스코넥의 자금지원을 받았는데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아리셀이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인력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대거 받아 안전교육 없이 공정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대표는 안전을 도외시한 경영으로 근로자 생명과 안전은 뒷전에 두고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영에만 치중했다”고 질타했다.
수차례 사고 징후, 품질검사 결과까지 조작
노동계 “사측은 교섭, 검찰은 에스코넥 수사”
‘사고 징후’가 수차례 있었는데 이를 막지 못했던 부분도 구속기소 판단에 작용했다. 아리셀 공장에서는 이번 참사 이틀 전 불이 나 배터리 등 물건이 출입구와 복도에 적재된 부분을 지적받은 바 있다. 검찰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지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다수의 전지를 소분하지 않고 적재해 연쇄폭발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형식적인 안전관리자 선임으로 최소한의 안전조치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파견노동자를 직접생산공정에 투입한 경위 역시 ‘전형적인 파견법 위반’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작업의 위험성을 모른 채 코리안 드림을 꿈꾼 이주노동자들이 무고한 참변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위장도급 형태로 공장을 운영해 파견노동자들의 안전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 파견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를 은폐하려 한 점도 제시했다. ‘품질검사 결과 조작’ 정황도 확인됐다. 아리셀은 전지를 군납하는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이 시료 바꿔치기 행위에 3차례 시정지시를 했는데도 올해 4월 또 시료를 바꿔치기했다.
유족과 노동계는 교섭 이행을 촉구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박 대표는 희생자 가족과 교섭을 회피하며 에스코넥으로 책임이 확대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검찰은 여전히 자기 살길만 도모하는 박 대표가 저지른 죄에 합당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회사는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교섭에 즉각 나서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에 에스코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3015160000920?did=NA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국감에 부른 의원 단 2명… "국회 망신, 부끄럽다" (한국일보, 송주용 기자, 2024.09.30 17:30)
"중처법 제정 이래 최악 산재 사건" 불구
여야 셈속에 사건관계자 국감 소환 전무
국회 환노위 국감 증인·참고인 35명 확정
큐텐 구영배·쿠팡CLS 홍용준 증인 포함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도 참고인으로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10011810001
[사설] 아리셀 참사 국감 증인 채택은 전무, 외국인 재해라 외면했나 (경향, 2024.10.01 18:10)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30일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35명을 확정했지만, 이 가운데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 아리셀 배터리 공장 관련자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이용우 의원이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여당이 민주당 소속 정명근 화성시장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맞선 끝에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를 따지느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아리셀 참사’ 관련자를 1명도 안 부른 셈이다. 정치권의 이런 무신경은 피해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인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주노동자는 죽어서까지 차별받아도 괜찮다는 것인가.
아리셀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싸우고 있다. 그간 회사 측은 유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은 채 개별 접촉해 합의를 종용하는 식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고 한다. 회사 측이 시간을 끄는 동안 유가족들은 “세금 축내지 말고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2차 가해도 당해야 했다. 참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내국인이었어도 이랬을까.
아리셀 희생자들은 불법파견 노동자들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노동에 몰리는 배경엔 정부가 불법파견 노동에 눈감고 있는 현실이 있다.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를 계속 늘려왔지만 그에 따른 처우 개선이나 불법노동 등은 사실상 방치해 왔으니 사업장 안전도 제대로 감독 될 리가 없었다. 불법파견이 참사의 직접 원인은 아닐 수 있으나 피해를 키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대책에는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교육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참사의 근본원인인 불법파견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
아리셀 참사는 ‘위험의 외주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종을 울렸다. 배터리 공장 안전 관리부터 외국인 노동자 안전교육, 불법파견까지 제조업 사업장의 병폐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야는 고용노동부 및 관계기관 국감 전에 환노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박 대표와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인 데다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가 여전한데도 정치권이 책임과 진상을 따지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0602.html
툭하면 없던 일, 불법파견 [한겨레 프리즘] (한겨레, 박태우 | 노동·교육팀장, 2024-10-01 18:52)
지난 8월23일, 고용노동부는 하청·이주노동자 등 노동자 23명을 숨지게 한 경기 화성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의 원·하청 임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리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지였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사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리셀 대표이사와 하청업체 메이셀의 실제 경영자에 대한 영장 신청 혐의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었다.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노동자 파견을 금지하고, 허가받지 않은 파견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부는 파견노동자를 공급받아 사용한 아리셀 대표이사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파견노동자를 공급한 메이셀 실제 경영자에게 파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동부의 신청을 받은 검찰의 영장 청구 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검찰은 파견업체가 무허가 파견을 통해 얻은 이익을 ‘범죄수익’이라 일컬으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꽤 오랜 기간 노동 분야를 담당했지만, 파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1998년 파견법이 시행된 이후 구속영장 청구가 과연 몇건이나 있었을까 싶다. 불법파견을 받은 사업주는 “파견이 아니라 도급”이라고 주장하고, 불법파견을 입증할 증거들은 사업주들이 숨기게 마련이어서 강제수사가 필수적이지만 압수수색조차 드물었다. 이 때문에 파견법 위반 수사는 늘 더뎠다. 2004년 완성차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논란이 처음 발생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동자들이 낸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한 지 5년 만인 2015년에야 전 사장과 법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고, 8년이 더 지난 지난해 1심이 선고됐다. 현대차 전 사장과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벌금은 8천만원에 그쳤다. 그동안 현대차가 벌어들였을 ‘범죄수익’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불법파견은 처벌도 약하지만, 애초에 기소되는 사례도 드물다. 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진정이나 근로감독을 통해 파견법 위반이 확인된 경우 사용사업주(원청)에게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해, 25일 이내에 이행하기만 하면 형사입건조차 하지 않고 ‘없던 일’로 만들어준다. 회삿돈을 횡령한 사람이 횡령한 돈을 돌려줬다고 해서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돈을 돌려준 사실은 형량을 참작하는 요소가 될 뿐, 이미 발생한 ‘범죄’를 없던 일로 만들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파견을 비롯한 대부분의 노동법 위반 사건에서는 사업주에게 일정한 시정 기간을 주고 기간 내에 시정하면 처벌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연장근로 한도 위반이나 휴게시간 미부여는 3개월 이내에 시정하면 처벌되지 않는다.
이런 ‘조치기준’은 노동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정리돼 있는데, 이 규정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 결국 노동부가 임의로 정한 기준에 따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를 확인하고도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시정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사업주를 압박해 시정을 유도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업주가 ‘걸릴 때까지 불법’을 저지르다가 걸리면 시정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형사처벌 조항이 촘촘히 규정돼 있음에도 노동법 위반이 번번이 발생하는 이유다.
불법파견이 아리셀 참사의 희생자를 키웠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불법파견이 산업 현장에 만연하게 된 책임은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와 이를 방치한 노동부에 있다. 정부가 “불법행위는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한다면, 수사권을 가진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법률에 따라 수사하고, 법률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사업주들을 사법처리 해야 할 것이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1002010000121
아리셀 참사 100일, 이주노동자 원론적 안전교육만… "사업장 감독 강화해야" (경인일보, 김지원 기자, 2024-10-01 20:00)
'F' 비자 대상 확대… 현장 '글쎄'
노동계, 책임자 처벌규정 요구도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흐른 시점에서 향후 이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리셀 참사 이후 정부는 이주노동자 대상 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남아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13일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산업안전 사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산업안전교육을 전체 비자 대상 외국인들에게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산업안전교육 의무 대상자를 기존 고용허가제(E-9) 비자 외에 재외동포(F-4),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 등 'F계열' 비자 노동자로 확대했다. 이는 아리셀 참사로 사망한 노동자 23명 중 14명이 F계열 비자(재외동포 11명, 영주권자 1명, 결혼이민자 2명)를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취업 시 전문교육기관에서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게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아리셀 참사 유족들을 비롯한 노동계는 정부의 이러한 일괄적인 안전교육 대책이 실제 현장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경찰은 아리셀 참사 관련 수사 브리핑에서 사망자들이 소방과 안전교육이 없어서 전지 폭발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피난훈련을 포함한 대피요령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사고 위험이 높은 현장 내 실전 교육이 중요함에도 정부가 제시한 부분은 원론적인 안전교육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상진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아리셀 관계자도 초반에 자신들은 안전교육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단순히 비자 체류 자격에 따른 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1차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계는 책임자 처벌 규정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이주노동자들은 이번 아리셀 불법파견 사례처럼 법과 제도에 더 취약한 대상인만큼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처벌을 강화해 사업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1002010000093
'보고싶다' 잊힐세라… 더 나부끼는 아리셀 공장 울타리 '파란 리본' (경인일보, 김지원 기자, 2024-10-01 20:32)
폭발한 배터리 파편 아직 남아
심경 묻는 직원 표정엔 그늘만
화성 분향소 찾는 발길도 줄어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963
[아리셀 참사 잊었나] 불법파견 감독 느긋한 노동부 (매노, 강예슬 기자, 2024.10.04 07:30)
8월 기준 감독수행률 52% … 박홍배 의원 “아리셀 참사 구조적 원인 방치”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033
[단독] 아리셀 ‘2천800개 전지’ 발열에도 내부 경고 무시 ‘폭발‘ (매노, 홍준표 기자, 2024.10.09 11:41)
“원인 제거 위해 6개월 연구 필요하다”는데도 생산 강행 … 검찰 공소장서 “경영진, 발열전지를 정상 분류 지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참사 20일 전 무려 2천800여개의 전지에서 발열이 계속돼 위험성을 경고한 내부 의견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아리셀측은 발열이 계속된다는 보고에도 군납 기일을 맞추기 위해 전지 생산을 강행해 대형 화재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알려진 화재 원인에 더해 내부 경고까지 외면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재판에서 ‘범죄 중대성’에 쟁점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맨손’ 발열 확인, 작업량 압박에 이마저 ‘생략’
9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35쪽에 달하는 아리셀 공소장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화재의 주된 원인인 ‘발열전지’를 사측이 이미 사고 한 달 전 감지했다는 점은 공소사실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올해 5월13일께 전지에 발열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의 아들인 박중언 경영총괄본부장이 이를 무시한 채 전지 운반을 지시했다고 봤다.
‘전지 발열’을 확인한 이후 조치는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발열 확인은 작업자들이 ‘맨손’으로 전지를 만지는 방식으로만 이뤄졌다.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인 박 총괄본부장은 발열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사내 기술연구소 이사 A씨는 6월4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전해액 안의 불순물이 발열 원인일 가능성이 높고 불순물 제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선 6개월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냈다. 박 총괄본부장은 구매팀으로부터 전해액 제조사를 변경했는데도 전지 발열이 계속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내부 경고’는 무시됐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은 전지 발열현상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거나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위사업청과의 계약에서 정한 납품기일과 납품수량을 맞추기 위해 전지가 식으면 정상제품으로 분류해 후속공정이 진행되는 3동 2층으로 운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생산관리팀은 6월4일 발열전지를 선별해 별도로 보관한 트레이를 정상전지와 함께 운반했다. 발열이 생긴 전지만 약 2천496개에 달했다.
참사 약 보름 전인 6월8일부터는 그나마 작업자들의 ‘맨손’으로 확인했던 발열 여부 검사와 별도 트레이 보관도 진행되지 않았다. 박중언 총괄본부장의 압박이 있었다. 검찰은 “생산관리팀 책임은 박중언 총괄본부장의 작업량 증가 지시 압박으로 작업자들에게 전지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발열전지를 정상제품으로 분류할 것을 지시했다”며 “작업자들은 별도 트레이 6개(전지 약 400개)에 보관한 발열전지를 정상전지와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관했다”고 설명했다.
네 차례 폭발 사고에도 방치, 노동자 살릴 기회 놓쳐
위험은 결국 현실화했다. 참사 이틀 전인 6월22일 전지가 뜨거워진 것을 확인한 작업자가 해당 전지를 옮기고 약 5분 뒤 전지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검찰은 아리셀이 올해 5월21일부터 6월8일까지 무리한 생산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약 2천800개의 전지가 발열했는데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화재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발열 원인을 찾아 해결할 의지만 보였다면 대규모 화재로 번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큰 셈이다.
‘발열전지 방치’ 외에도 노동자들을 살릴 기회가 최소 4번 있었다. 공소장을 보면 △반복된 화재 △대한산업안전협회의 화재 위험성 지적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시정조치 요구 △작업량 증가와 비숙련 이주노동자 투입 등이 드러났다. 2021년에만 11~12월 연속으로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고, 이듬해 3월에는 폐전지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6월22일 전지 폭발 사고로 이어졌고, 이틀 뒤에는 23명이 죽고 9명이 다치는 대참사를 불렀다.
리튬전지의 화재 취약성 역시 아리셀측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동종업체의 두 차례 화재사고를 언론으로 접해 배터리 제조공정의 화재 취약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9년 발생했던 군납 전지의 두 차례 화재사고에 따른 후속조치를 강조하는 육군본부 공문을 2022년 8월 받기도 했다. 아리셀과 안전관리자 위탁업무 계약을 맺은 대한산업안전협회 또한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해 △소화기 위치 확인 △비상구 관리 △배터리 전해액 분리막 파손 위험성을 요청했다.
군납 과정에서의 ‘시료 바꿔치기’ 혐의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아리셀은 올해 1월 방위사업청과 총 네 차례 리튬전지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기품원의 품질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올해 4월 두 번째 납품 과정에서 시료를 바꿨다. 기품원 직원이 이를 적발해 1차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전지용량 부족으로 국방규격 불일치 판정이 나오며 시정조치 요구를 재차 받았고, 아리셀이 결과보고서를 제출했으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차 시정조치를 요구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 5개 적용, 산재은폐 혐의도
아리셀은 결국 기품원의 시정조치 요구로 인한 경제 손실을 막기 위해 올해 5월 전지 생산을 재개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게다가 박 총괄본부장은 6월 품질경영팀 이사에게 일평균 생산량 2배에 달하는 전지 5천개를 매일 생산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에서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대거 불법파견받았다. 올해 5월에는 일용직 파견노동자가 하루 30여명 수준이었는데, 생산량을 늘린 6월 중순께는 하루 60명이 넘었다. 대부분 비숙련 이주노동자였다.
검찰은 박 대표에게 다수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을 적용했다.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중대재해 발생시 위험요인 제거 등 매뉴얼 마련(4조8호) 등 5개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박 총괄본부장의 범죄행위는 더 많다. 비상구 설치 등 산재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지를 비상통로에 적재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재은폐’ 행위는 재판의 스모킹건이 될 확률이 높다. 2022년 2월 메이셀 소속 파견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피해자에게 회삿돈으로 3천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해 ‘공상처리’했다. 메이셀 대표는 피해자에게 돈을 주면서 민·형사상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경영책임자 잘못 명백” 21일 첫 재판
법조계는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사고를 키웠다고 본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전지 폭발로 인한 화재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경영상의 목표가 애초 없었다”며 “위험요인을 파악하려는 조치와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중지나 대피 매뉴얼이 전혀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경영책임자 잘못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는 “검찰이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의 안전보건 의무를 5가지나 위반한 것으로 공소사실을 기재했다”며 “사실상 안전보건체계 확보를 위한 의무이행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법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본 셈”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성평가 부실’이 공소사실에 포함된 점이 유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리셀은 수차례 폭발 사고에도 2022년 위험성평가에서 유해·위험요인으로 보지 않고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 대표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가 사업주 의무인데도 벌칙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까지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취급받았다”며 “다른 중대재해 사건도 아리셀 사건처럼 위험성평가를 업무상 주의의무로 충분히 볼 수 있다.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실시되도록 지도·감독해 재해 발생을 예방할 필요성이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등에 대한 첫 재판은 21일 오후 3시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 부장판사)에서 열린다. 경기도가 구성한 ‘전지공장 화재사고의 조사와 회복을 위한 자문위원회’는 지난 8일 박 대표를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055
위험성평가 우수 아리셀, 알고보니 ‘복붙’으로 심사 통과 (매노, 임세웅 기자, 2024.10.09 20:05)
2022·2023년 날짜만 다른데도 안전보건공단 인정 … 이용우 “위험성평가 총체적 실패, 부실 심사 방지대책 필요”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41010050008
'복붙' 아리셀 위험성평가서, 그대로 심사 통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4.10.10 05:53)
검찰의 아리셀 공소장 확인결과
아리셀 2023년 위험성평가 2022년 평가서에서 날짜만 바꿔 거짓 실시
안전공단은 해당 위험성평가서 사후심사에서 그대로 인정
아리셀이 2023년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고도 가짜로 실시한 것처럼 꾸며 중대재해법으로 기소가 됐는데, 정작 그 가짜 자료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인정 심사를 통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아리셀에 대한 검찰공소장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검찰은 아리셀이 ‘위험성평가 관련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중대재처벌법을 어겼다 보고 기소했다.
공소장 내용을 보면 검찰은 아리셀이 “2023년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아니하였음에도 2022년 위험성평가 자료의 시행일만 2023. 10. 경으로 변경하여 2023년에도 마치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것처럼 2023년 위험성평가 자료를 조작”했다고 봤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노-사가 스스로 발굴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제도로, 산업안전보건법 상 사업주의 의무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법4조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처벌한다.
아리셀의 가짜 위험성평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리셀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 제도를 통해 3년간 계속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정사업장 제도는 100인 미만 사업장이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심사해 인정(70점 이상)하고, 산재보험료 할인(50인 미만)등 혜택을 준다. 교육과 컨설팅 후 실시한 위험성평가에 대해 심사하고 인정이 이뤄지면, 이후 2년간 매년 사업장이 자체로 실시한 위험성평가에 대해 사후심사를 하는데, 아리셀은 2021년에는 81점, 22년에는 88점, 23년에는 75점을 받아 모두 심사를 통과했다.
즉 검찰수사대로라면, 아리셀은 23년에 위험성평가를 하지도 않고 기존 위험성평가서를 날짜만 바꿔 소위 ‘복붙’해 제출했지만, 산업안전공단은 사후심사에서 이를 확인도 안 하고 승인해 준 셈이다. 위험성평가 관련 제도가 얼마나 졸속으로 운영되고 관리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아리셀은 2024년에는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 재신청을 하지 않았고, 위험성평가 자체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2023년 상시근로자 수가 41명이던 아리셀이 2024년부터 상시근로자 수가 52명이 되면서, ‘50인 미만 대상인 보험료 할인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이용우 의원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22년 중대재해감축로드맵을 발표하고, 위험성평가 중심으로 자기규율예방체계를 만들겠다며 정책을 전면 전환하고 있다. 안전보건감독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대신 위험성평가 특화점검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까지 올인(All-In) 중이다.
이용우 의원은 “아리셀 사례는 현재 위험성평가 제도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준다”며 “보험료 할인 목적의 형식적인 사업장 위험성 평가와 거짓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심사 개선”등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http://m.kyeongin.com/view.php?key=20241010026529349
경찰, 아리셀·에스코넥 ‘군납비리’ 책임자 3명 구속영장 신청 (경인일보, 조수현 기자, 2024-10-10 13:29)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3958
조작된 아리셀 위험성평가서, 산업안전보건공단 심사 통과 (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2024.10.10 13:55)
산업안전보건공단, 2021~2023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7778
아리셀 화재, 예고된 참사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2024.10.10 19:12)
전지 2800개 발열 내부 경고 무시…군납 기일 맞추려고 생산 강행
23명 희생자를 낸 화성 아리셀이 화재 사고 직전에 전지 2800여개의 발열 현상에 대한 내부 경고를 무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군납 기일을 맞추기 위해 생산을 강행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김주영(민주당·김포갑) 국회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아리셀 폭발 화재 사건 공소장'을 보면 아리셀 경영총괄본부장 A씨는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발열 경고를 무시하고 생산을 강행했다. 그는 지난 6월 화재 참사 이전부터 '전지 2800여개'에서 발열 현상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량 제품을 정상 제품처럼 분류해 국방부 등에 납품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아리셀 직원들은 폭발 사고 발생 한 달여 전인 지난 5월13일 제조공정 중 전해액 주입을 마친 전지에서 발열 현상을 확인하고 A씨에게 보고했다. A씨는 3일 뒤인 5월16일 사내 기술연구소 B 이사 등과 함께 전지에 발열이 발생한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B이사는 A씨에게 발열 원인 해결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는 이를 무시한 채 정해진 납품 기일과 수량을 맞추기 위해 전지가 식으면 정상 제품으로 분류해 납품할 것을 지시했다.
검찰은 아리셀이 군납 기일을 맞추기 위해 작업량을 무리하게 늘렸다고 판단했다.
아리셀은 지난 1월 방위사업청과 4차례 34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2번째 납품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 품질 검사 중 시료를 바꿔치기하려다 적발돼 3차까지 시정조치 요구를 받았다.
A씨는 품질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발생하는 지체상금(1일 70만원 상당) 누적을 막기 위해 6월 초부터 하루 생산량 2배에 해당하는 전지 5000개를 매일 생산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군납 비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전지 품질 검사 당시 데이터와 시료 등을 조작한 혐의로 아리셀과 에스코넥 핵심 책임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리셀 군납용 전지 수검 부서(품질팀) 총책임자인 C 이사는 2021년부터 A씨와 함께 품질 검사 조작을 주도, 에스코넥의 전지 수검을 담당한 관리자급 직원인 D, E씨는 2017~2018년까지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 시험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지난 6월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작업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067
중대재해 반복 ‘모르쇠’ 영풍·아리셀 ‘대표이사 구속’ 결정타 (매노, 홍준표 기자, 2024.10.11 07:30)
2년 전 비소 중독사고에도 재발방지 부실
아리셀도 4번 화재사고 무시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103
아리셀 참사, 이제는 법원의 시간 (매노,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2024.10.14 07:30)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10251425001
‘23명 사망’ 아리셀 박순관 대표, 국정감사 동행명령 거부 (경향, 김지환 기자, 2024.10.25 14:25)
https://www.yna.co.kr/view/AKR20241104130651061
아리셀 화재 희생자 23명, 사고 132일 만에 장례 마무리(종합)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2024-11-04 18:03)
'품질검사 조작' 등 경찰 수사도 모두 끝나…김동연, 도청분향소 조문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희생자 23명의 장례 절차가 사고 발생 132일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4일 김성중 행정1부지사, 주요 실국장들과 수원 도청사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추도했다.
이날 조문은 화재사고 희생자 23명의 장례가 지난 3일 모두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라고 경기도는 설명했다. 지난 6월 24일 화재 발생 이후 132일 만이다.
앞서 김 지사는 화재 당일 현장을 찾아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게 화재진압에 나설 것을 당부하고 사고 수습과 유가족·부상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도는 이에 따라 '24시간'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부상자들의 생활안정, 외국인 희생자들의 유족을 위한 항공편, 체재비 등을 지원했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도내 리튬 취급사업장과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등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도 실시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물리적인 여건을 고려해 어제 자로 장례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며 "이와는 별개로 대책위는 에스코넥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에 나설 때까지 유족들과 협업하며 단체 행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및 업체 측 '품질 검사 조작' 혐의와 관련한 경찰 수사도 이달 들어 모두 마무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품질검사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며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납한 혐의로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업체 관계자 등 총 12명을 지난 1일 불구속 송치했다.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 관계자 7명(1명 구속)도 이 같은 방식으로 82억원의 전지를 납품한 혐의를 받아 지난달 25일 검찰에 넘겨졌다.
박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지난 6월 24일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같은 혐의를 받는 다른 아리셀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 등 4개 법인도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https://newstapa.org/article/kW2BF
무시와 차별, 망각...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얼어붙은 길 위에 있다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 2024년 11월 19일 11시 38분)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979
“아리셀 참사 책임, 모기업 에스코넥이 사과하라” (매노, 제정남 기자, 2024.11.28 18:53)
유가족·대책위, 시민 대상 ‘항의 연서명’ 추진 … 에스코넥 면담·항의서한 전달 추진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91540011
아리셀 참사 유족 “참사 6개월, 박순관 대표 사과 아직도 없어…반드시 책임 물어야” (경향, 김태희 기자, 2024.12.09 15:40)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164
아리셀 유가족 “재판 해 넘기면 박순관 구속 만료돼” (매노, 이재 기자, 2024.12.09 17:15)
준비기일만 3차례, 12월 추가 재판 일정 없어 … 검찰, 군납비리 관련 추가기소할 듯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183
시민 2천145명 “에스코넥, 아리셀 참사 책임져라” (매노, 이재 기자, 2024.12.10 16:59)
아리셀 대책위·가족협의회 항의서한 전달 … 박순관 아리셀 대표, 겸직하다 구속 전 에스코넥 사퇴
아리셀 참사 유족과 시민들이 아리셀 모기업인 에스코넥에 참사 해결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와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는 10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에스코넥 본사 앞에서 시민 2천145명의 서명을 담은 항의서한을 에스코넥에 전달하고 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군납 배터리 비리 조작과 불법파견, 각종 안전조치 위반으로 아리셀에서 노동자 23명이 참혹하게 죽었다”며 “아리셀 지분 96%를 소유한 에스코넥은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아리셀을 일개 부서처럼 운영했지만 (참사가 발생하자) 대표이사인 박순관은 아리셀을 정리하고 모기업 에스코넥만 살리는 기사회생을 도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당초 아리셀과 에스코넥 대표를 겸했지만 아리셀 중대재해 혐의에 따른 구속을 앞두고 에스코넥 대표직을 내려놨다. 아리셀에 대해서도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 경영을 일임했다며 중대재해 책임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아리셀은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리튬전지를 생산해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아리셀이 제대로 된 실적을 내지 못하자 에스코넥이 차입금 155억원을 투입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에스코넥과 아리셀을 분리하려는 시도에도 경찰은 에스코넥을 압수수색하고 임직원 등을 송치했다.
아리셀 참사 이후 대책위와 유족은 아리셀에 교섭을 요구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현재는 아리셀 모기업인 에스코넥에 책임을 추궁하면서 이날로 62일째 아리셀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한편 아리셀 참사는 지난 6월24일 리튬 일차전지를 생산하는 아리셀 화성공장에서 화재로 대피하지 못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사고다. 이 가운데 18명은 이주노동자로,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아 불법파견 혐의를 받고 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6201
[기고] 아리셀 산재참사, 체류허가제도와 고용형태가 낳은 노동안전 문제 (노동과세계, 신하나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 2024.12.11 15:47)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기획 연재 ③
2024년은 고용허가제 도입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20년 전 도입 당시 산업연수생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6월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23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 참사는 현행 고용허가제와 이주노동자 고용구조의 심각한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화, 허술한 안전관리, 노동자 권리 보장의 부재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중첩되어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31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에 위치한 일차 리튬전지 업체 주식회사 아리셀의 공장 내 3동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다.
참사의 핵심적 원인 중 하나는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다. 아리셀은 실제 100여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이었으나, 인력공급업체를 통한 파견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더욱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은 파견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상시적으로 불법파견이 이루어졌다.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주식회사 한신다이아와 주식회사 메이셀은 근로자파견허가를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물적·인적 기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까지 파견으로 볼 수 있을지, 직업소개로 법리를 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지만, 현재 검찰은 불법파견으로 보아 기소한 상태이다.
이러한 간접 고용은 아리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근로감독이 부실한 상황에서 많은 중소제조업체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채용 등 인사노무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파견업체가 책임진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국인들의 중소제조업 기피가 심해지면서 중국동포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으로 자리를 메우고 있다. 문제는 파견을 통해 확보하는 ‘노동 유연성’은 임금체불이나 4대 보험 미가입, 산업재해, 부당해고등 노동자의 권리 침해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간접고용으로 인한 차별은 아리셀 참사 원인 중 하나였다. 경찰의 수사보고에 따르면, 사고 당시 화재가 발생하고 37초의 골든 타임이 있었고, 피해자들이 60m만 도망쳤어도 질식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두 개의 출입문이 있었는데, 피해자들은 파견 근로자이기 때문에 화재 대피 교육을 받지 못해 각 출입문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였다. 만약 알았다고 하더라도 지문 등록이나 아이디 카드 발급은 정규직만 가능하였기에, 파견 근로자인 피해자들은 해당 문을 열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참사가 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식 당시 노동부장관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우리나라 파견노동자가 10만~20만 명밖에 안 되는 이유가 법을 실효적으로 집행하기 힘든 제도 미비가 있다’, ‘파견제도가 현실적으로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작동해야 하고, 파견도급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정부 지침이 나가야 한다’고 말함며 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3명의 목숨을 잃은 참사 앞에서도 반성이 없는 태도이다.
아리셀 참사 피해자의 대다수가 이주노동자였다는 점은 ‘위험의 이주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전체 노동인구의 4% 정도지만, 산재 사망자 중에서는 10-12%를 차지한다. 이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한 작업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이주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재보험 가입률도 낮고, 산재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농축산업 분야의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조차 적용받지 못하며,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와 같은 불법 가설건축물에서 숙식하는 등 이중, 삼중의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언어 장벽으로 인해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위험상황에서의 대처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의 고용형태는 체류자격에 따라 다양하다. H-2(방문취업), F-4(재외동포), F-6(결혼이민), 난민신청자, 유학생 등 여러 체류자격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 파견업체나 사설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H-2나 F-4 비자 소지자들의 경우 고용센터와 같은 공적 직업알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사설업체가 제공하는 구직의 편리함과 신속성, 직장 선택의 자유로움 때문에 이를 선호한다.
한편 인력난에 시달리는 영세 사업주들은 신속한 인력 수급을 위해 불법 파견업체를 이용한다. 안산, 시흥 지역의 경우 불법파견업체 이용자의 90%가 이주노동자라는 충격적인 통계가 보고된 바 있다. 아리셀 사례에서 보듯 파견업 등록조차 하지 않은 업체들이 불법으로 인력을 공급하거나,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노동자를 파견하는 등 불법행위가 만연해 있다.
이러한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이 적발될 경우 파견법에 따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소된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적발 자체가 어려워 대부분의 불법행위가 음지에서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법파견의 만연화는 이주노동자들을 이중, 삼중의 착취구조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파견업체와 사업주 사이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는 지속적으로 침해되고 있으며, 불법적인 지위로 인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외국인력 도입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3년 고용허가제 쿼터를 11만 명으로 대폭 확대했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 없는 단순한 인력 확대는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정책 기조는 '권리 없는 이주노동자 확대'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방향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이주노동자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이들은 더 이상 ‘일시적 손님’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아리셀 참사는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대우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이제라도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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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cham.net/articles/111474
아리셀 참사 184일, "우리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참세상, 류민 기자 2024.12.24 22:09)
성탄 전야 밝힌 연대의 다짐...삼성전자 앞 투쟁 문화제 열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434
“개별접촉 그만” 아리셀 유가족 ‘손배’ 제기한다 (매노, 이재 기자, 2024.12.26 07:30)
배·보상보다는 ‘사회적 해결’ 추진, 사실상 무산 … “죄송하다”더니 책임 없다는 아리셀 경영진
아리셀 참사 피해 유가족이 아리셀쪽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참사 이후 6개월간 교섭을 통한 참사 수습이 아리셀쪽의 거부로 정체를 거듭해 대응 방식을 전환한다. 다음달께 소송 접수가 예상된다.
개별합의로 처벌불원 요구 지속
“합의 의사 없음” 확인, 징벌적 손배로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참사 대책위원회는 그간 아리셀과 그 모회사 에스코넥에 직접적인 사과와 교섭을 요구하고 가치사슬 상단의 삼성전자에 사태 개입을 촉구하던 대응에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아리셀에 지우고 법정 투쟁에 나서는 것으로 대응 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 당초 배·보상 문제로 사고 수습이 왜곡되는 것을 우려한 유가족과 대책위는 교섭을 통한 제대로 된 사과와 사고 수습을 요구하고, 공급망 책임 등을 강조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책임을 추궁하는 등 법정 공방보다 사회적 해결을 우선했다.
사태 수습이 장기화하면서 사용자쪽의 개별합의 회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직접적 배경이 됐다. 아리셀쪽은 참사 발생 초기 한 차례 유가족과 만난 뒤 개별가족에게 합의를 제안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아리셀 경영진 등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요구했다. 가족협의회는 개별접촉 시도 중단을 요구했지만 회유가 지속됐다. 김태윤 가족협의회 대표는 “민사소송은 지속되는 개별합의 시도에 합의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하는 성격도 갖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 개별합의 시도를 제한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리셀 참사와 관련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은 지난 9월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스코넥 전 대표)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혐의와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업무방해 및 건축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이 밖에도 아리셀 임직원 6명과 아리셀 등 4개 법인을 기소했다.
모르쇠 박순관 “실질적 경영책임자는 아들”
재판은 최근까지 공판준비가 진행됐고, 내년 6일께 첫 공판이 열린다. 공판준비기일에서 아리셀쪽은 지속해서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며 사실상 무죄를 주장했다. 실질적 경영자는 아들인 박 총괄본부장이라는 것이다. 김태윤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실형이 많지 않고 형량도 법정형에 비해 낮은 점 등을 고려해 박 총괄본부장에게 책임을 몰고 양형을 다투려는 것”이라며 “아들에게 모든 책임을 밀어놓고 가겠다니, 파렴치하다”고 비판했다. 아리셀측의 논리는 실제 공판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은 23명이 사망한 중대재해처벌법 사상 최악의 참사인 만큼 중형을 요구하고 있다. 형사재판이라 직접 심리에 참여하기 어렵다 보니 현재 공판에서 발언기회를 얻기 위해 협의 중이다.
아리셀 참사는 6월24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산단에 위치한 아리셀의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다. 사고 전 군납비리를 자행하다 발각되자 밀린 납품량을 기일에 맞추기 위해 하루 전지 1천개를 생산하는 무리한 계획을 추진하다 안전 관련 법규를 사실상 모두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으로 노동자를 파견받아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을 시켰고,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상구 통행이 가능한 ID카드도 지급하지 않아 참사 피해를 키웠다. 사망 노동자 23명 가운데 17명이 이주노동자다. 사고 이후 고개를 숙였던 박 대표 등 아리셀 경영진은 사고가 법원으로 향하자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513
[10대 노동뉴스 3위] 돈에 눈이 멀어 생명을 경시한 최악의 중대재해, 아리셀 참사 (매노, 이재 기자, 2024.12.30 07:30)
아리셀 참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뒤 최악의 참사다. 숱한 징후에도 이윤에 눈이 먼 경영진은 안전을 도외시했고,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불법파견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아리셀 참사는 6월24일 발생했다. 화성 전곡산업단지에 위치한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23명이 사망했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에 따르면 아리셀은 군납비리를 자행하다 적발되자 밀린 납품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이주노동자를 불법파견 받아썼고, 이 과정에서 안전을 도외시해 참사가 났다.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아리셀은 2021년 12월 군과 리튬전지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테스트용 수검전지를 별도 제작했고, 국방기술품질원이 성능 테스트를 위해 무작위로 지정해 봉인한 시료전지와 바꿔치기했다. 4월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납품을 중단하고 품질검사를 다시 실시했다. 5월부터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매일 70만7천169원씩 부과받자 무리한 생산에 돌입했다. 구속된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매일 전지 5천개 생산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정하고 대규모로 이주노동자를 불법파견 받았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안전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제조과정에서 발열 현상이 발생했지만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참사 직전인 6월22일에도 전지가 발열해 폭발했지만 무시했다. 이 결과 6월24일 오전 9시19분 아리셀 공장 3동에서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아리셀은 비상구에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정규직이 아니면 출입이 가능한 ID카드를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의 피해를 키웠다. 일반 소화기로 리튬 화재를 진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교육하지 않아 다수의 노동자가 소화기를 들고 진화를 시도하다 죽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참사 직후 고개를 숙였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 아리셀 모기업인 에스코넥 대표도 겸했던 박순관 대표는 구속 직전 에스코넥 대표직을 사임했다. 에스코넥 역시 아리셀과 마찬가지로 불법파견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리셀 참사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리튬전지 제조공정의 불안전성 문제를 부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재판은 지속됐고 리튬 취급 공정에 대한 안전조치 개선은 공염불이 됐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45346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첫 재판서 유족에게 사과…유족들 반발 (KBS뉴스, 신지수 기자, 2025.01.06 16:46)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76640.html
참사 책임지겠다는 아리셀 대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는 부인 (한겨레, 김해정 기자, 2025-01-06 19:26)
지난해 6월 발생한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참사 6개월 만에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 등 회사 관계자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박 대표는 방청석에 나온 유족들에게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자신은 ‘아리셀의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유족들이 반발했다.
6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 심리로 열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에서 박 대표는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얻어 “아리셀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와 관련해 그 어떤 책임도 회피할 생각이 없다. 제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책임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그는 방청석에 앉은 유족 10여명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경영책임자가 아니라 책임을 못 지겠다며”, “이것도 사과냐”며 박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지겠다”는 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는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때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데, 박 대표는 아리셀의 경영책임자가 대표이사인 자신이 아니라 아들 박중언 경영총괄본부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 등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박 대표 변호인은 증거 채택을 거부하면서 “(전체 메시지를 보면) 박순관이 아리셀을 직접 경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사로 딸을 잃은 이국화씨는 재판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입구도 몰라서 좁은 곳에서 사람들이 숨졌다. 그래 놓고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아들한테만 책임을 몰며 뻔뻔스럽게 앉아 있다”며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 밖에서 우리가 농성할 땐 투명인간 취급하더니, 이런 건 사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634
[아리셀 참사 1차 공판] “화재대피 교육 없었다” 쏟아진 노동자 진술 (매노, 홍준표 기자, 2025.01.07 07:30)
박순관 대표, 법정 첫 출석해 유족에 사과 … 경영책임자 지위 여전히 부인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은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공장에서 일한 파견노동자 수십 명이 “제대로 된 화재대피 교육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내용이 법정에서 확인됐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정작 혐의는 부인했다.
파견노동자 “화재사고에도 작업 강행”
“연구소 출입문 존재 몰랐다” 증언도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열린 박 아리셀 대표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 1차 공판에서 검찰은 아리셀 직원과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에서 파견된 노동자들의 검찰 진술조서를 일일이 공개했다.
이날 박 대표는 지난해 9월 구속된 이후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들 박중언 아리셀 운영총괄본부장과 함께 녹색 수의를 입은 박 대표는 안경을 끼지 않은 채 착석했다.
아리셀 참사는 지난해 6월24일 공장에서 리튬전지에 불이 붙으며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검찰 조사 결과 아리셀이 군납 기일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목표 생산량을 늘리고 메이셀로부터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대거 불법파견 받고도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검찰은 서증조사를 통해 아리셀 사고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40명이 넘는 파견노동자들의 진술을 나열하며 ‘예견된 사고’를 강조했다.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일용직 파견노동자 A씨는 “화재발생에 대비한 대피교육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노동자 B씨도 “아침 조회에서 배터리 폭발을 주의하라는 언급만 있었을 뿐, 별도의 안전교육은 없었다”고 했다.
특히 사고 이틀 전인 6월22일 발생한 전지 폭발 화재사고에도 작업이 강행됐다는 진술이 쏟아졌다. 파견노동자 C씨는 “22일 화재 당시 직원을 모아 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다”며 “불을 끄고 점심식사 후 다시 작업했다”고 진술했다. 정직원인 D씨도 “22일 2동 1층 전해액 주입실에서 전지가 뜨거워진 것을 알고 난 후 폭발해 불이 나자 소화기로 불을 껐다”며 “이후에도 계속 근무했다”고 밝혔다.
작업자 대부분이 ‘비상구’를 알지 못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공장(3동 2층) 연구소에 출입구가 있었지만, 연구원들만 카드키나 지문으로 출입이 가능했고 파견노동자들은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3동에서만 근무한 파견노동자 E씨는 “화재 당시 직원들이 연구소 쪽으로 대피했는데 출입구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연구실 출입문으로 탈출한 베트남 국적 노동자 역시 “화재 때 처음 출입문 존재를 알았다”고 진술했다.
박순관 대표 “모든 방법 동원 피해 회복 노력”
유족들 분통 “경영책임자 아니라 했지 않나”
심지어 아리셀에서 2022년 5월부터 근무한 경비원조차 소방안전관리교육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 경비원은 참사 당시 비상벨이 울렸지만 오작동인 줄 알고 비상벨 작동버튼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표는 법정에서 준비해 온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며 유족에게 사과했다. 그는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아리셀 대표로 책임을 통감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리셀은 수년간 적자로 유족 합의금을 사비로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합의를 다 이루지 못하고 있어 원만히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박 대표측은 여전히 경영책임자 지위를 부인했다. 박 대표를 변호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출한 박 대표의 SNS 대화 내용과 관련해 “수십만 건의 업무 관련 빈도와 내용을 보면 실질적으로 박 대표가 직접 아리셀을 경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과관계를 다투기에 앞서 피고인 ‘지위’ 자체를 부인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표측은 지난해 11월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경영은 사실상 박중언 본부장이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방청석에서는 “경영책임자가 아니라 책임을 못 진다고 하지 않았냐” “이것도 사과냐” 등 유족들의 분통이 터져 나왔다.
박 대표측이 경영책임자 지위를 부인하는 만큼 재판 쟁점은 △박 대표의 경영책임자 여부 △업무상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행위자의 특정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재판은 8일 오후 속행된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94458
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과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의 갑을계약 (오마이뉴스, 25.01.07 16:57 l 권미정(yongkyun2019))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참사 107일만에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형사재판
해가 바뀌었지만 새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달력이 바뀐 것 뿐이다. 2024년의 문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고 새해의 희망을 말하려면 거리로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몰락은 기정사실이 되어 결과물이 나와야 할 때가 됐지만, 안하무인 대통령은 완강하게 버티고 권력을 나눈 정당은 그 자를 지키기에 모든 걸 걸고 있다. 그들 때문에 고생하고 피해보는 건, 시민들이다. 지난 1월 5일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 한남동 대로를 사수했던 '키세스 시위대'와 '응원봉 시위대'가 진짜 시민이다. 절박하지만 흥겨운 시민들의 몸부림이 넘쳐나는 거리에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가족들도 새로 만날 세상을 위해 함께했다.
갑작스러운 참사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거리에 나선 지 1월 6일 현재 107일이 되었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이사와 박중언 운영본부장은 구속된 상태로 수의를 입고, 다른 피고인 6명은 평상복 차림으로 수원지방법원의 한 법정에 모였다. 공판준비기일을 세 번 거친 후 첫 공판이 있는 날이다.
아리셀 중대산업재해로 23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입었던 참사는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사과도 배상도 책임도 처벌도 추모도... 가해자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야만 '배상 합의'를 할 수 있다는 회사측의 요구에 떠밀려 합의서를 받아든 유족들이 일부 있지만 그들의 현재도 평온하지는 않다.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합의도 필요없다는 유족들은 여전히 거리에 남았고, 유족들과 변호인단을 포함한 아리셀 대책위원회 성원들이 첫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재판정을 채웠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책임 가리키는 증거들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어진 첫 공판은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고 그 증거를 채택하는 시간이었다. 당일 검찰은 피고측에서 핵심증거를 부동의한 것들이 있고 그 내용은 증인 신문으로 보강하겠다고 했다. 3시간 30분 동안 아리셀에 파견되었던 노동자들의 진술, 아리셀 정직원의 진술, 메이셀 관련자의 진술, 아리셀 일용직이었던 노동자의 진술, 아리셀 경비노동자의 진술, 아리셀 관리자의 진술, 피고인들의 진술, 수사자료를 포함한 관련 자료, 참고 자료, 이메일 보고서, 관련 업체 자료, 안전보건기관들의 진술, 각종 계약서·3동2층 도면·각종 계획서·cctv내용 등 수 많은 증거와 사실이 쏟아져나왔다. 증거자료들을 훑고 지나가는 화면을 모두 그대로 기록하고 싶을 정도였다.
"기본만 지켰어도 이런 사고는 없을텐데"
"에스코넥 없었으면 진즉 아리셀은 망했겠네"
"박순관 당신이 경영책임자야"
"안전교육이나 소방훈련은 한 적이 없네"
"불법 파견 안 들키려고 저렇게나 애를 썼네"
"정규직들도 비상구를 잘 몰랐다니"
"운영총괄본부장인 아들이 대표이사인 아버지에게 주차별 업무보고를 했구나"
"배터리 관리 잘하라는 얘기는 들었어도 대피방법 얘기 들은 노동자는 아무도 없구나"
"산재 은폐도 엄청 조직적으로 하고, 박순관 승인도 얻었네"
"하지도 않은 위험성평가를 했다고 하려면 제대로 하지, 오타까지 그대로 복사하니 들키지"
하나 하나 할 말이 많은 증거들이었다. 검찰의 증거자료를 확인하기 전 피고인 '박순관'이 유족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일명 '사과'라는 걸 하겠다 했다. 박순관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기 위해 그 시각을 쓴 거 같았다. 유족들은 일명 '사과'에 더 화가 났다. 박순관은 여전히 자신이 경영책임자가 아니고 회사 운영은 모른다고 했고 그래서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을 왜 사과한다는 것인지... 수많은 증거와 증언들 중에서 다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에스코넥과 아리셀은 한 몸이고 박순관이 실질적 경영책임자라는 증거
박순관이 형식상 대표이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라는 근거는 차고 넘쳤다. 아버지 박순관 대표이사는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이 실질적 대표였다고 했지만 박중언 본부장은 대표이사는 자기가 꽂히는 부분은 꼭 개입했다고 진술했고, 검사는 "박순관은 보고 받은 것 중에서 관심있는 것은 언제든 관여했다는 박중언의 진술조서"가 있다고 했다.
업체 노동자가 산재를 당했는데 사고 처리를 할 경우 불법 파견 문제가 제기될까 봐 아리셀 상무와 메이셀(당시 한신다이아) 대표가 공상처리를 합의하고 그 합의금을 아리셀이 지급해주는 방안이 박순관에게 이메일로 보고되었다. 에스코넥 부사장의 PC에서는 에스코넥 내부 자료로 적법 도급검토 자료도 확인되었고, 아리셀 상무의 진술에 의하면 아리셀의 자금관리는 에스코넥 직원이 하고 있다고 했다. 아리셀의 자금일보가 증거로 제출되었는데 담당이 에스코넥 직원이다. 아리셀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한 달에 5억~10억을 에스코넥에서 주 단위로 차입하여 사용하였고 이를 위해 아리셀의 자금출납, 법인통장 관리를 모두 에스코넥 직원이 하고 있었다.
에스코넥 재무담당이 작성하여 발송한 메일에는 '아리셀의 손익분석자료, 제품원가분석, 제조원가자료, 제품 및 생산수량, 예상 손익손실자료'가 2024년 5월까지도 존재하고 있었다. 모기업이라고는 하지만, 분리된 법인의 생산수량이나 손익계산, 원가분석까지 해주는 경우가 있을까. 한 몸이지 않고는 할 수가 없다.
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이 연대보증하여 아리셀 자금을 대출받았다는 아리셀 이사회 회의록이 있고, 아리셀이 5억 원의 자금차입을 위해 작성한 계약서에는 '갑: 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 /을: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이라고 명기된 것도 있었다.
이쯤 되면 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이 책임져야 할지,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이 책임져야 할지 고민된다.
이제 형사재판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어지는 공판들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다. 1월 8일, 1월 13일은 이미 공판이 잡혀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관도 가능하니 재판정에 와서 직접 보시기를 권한다. 속이 답답해지고 화가 솟구치는 위험은 있으나 진실을 정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5982
"눈물 없는 하루 보낸 적 없다"…아리셀 유족들 아리셀 측 엄중 처벌 호소 (인천일보, 최인규 기자, 2025.01.08 16:37)
“눈물 없는 하루를 보낸 적이 없습니다. 박순관과 박중언을 엄중 처벌해주세요.”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78567
[포커스] ‘2024 최악의 人災’ 아리셀 참사의 교훈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2025.01.10 07:23)
안전성 전수조사·안전관리 강화
지난해 6월 말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화재 참사를 신속하게 수사해 법 위반 사실을 입증한 김기영 경기고용노동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감독관이 '2024년 올해의 산업안전감독관'으로 선정됐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 예방과 중대재해 수사를 통한 법 집행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산업안전감독관 6명을 '올해의 산업안전감독관'으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번에 선정된 '올해의 산업안전감독관'은 880여명의 산업안전감독관 중 산재예방 지도·점검,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안전문화 확산 등 본연의 업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가진 전문지식, 경험 등을 바탕으로 동료와 후배감독관들을 위한 멘토링, 학습동아리 운영 등 조직 전체의 업무역량 향상에도 노력해 주변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모범적인 직원들"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올해의 산업안전감독관'으로 선정된 6명 중 김기영 감독관은 아리셀 화재 참사 발생 후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주도했다. 현장감식과 압수수색 등 치밀한 수사로 사고 원인과 법 위반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경찰, 검찰과의 긴밀한 수사 공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초로 경영책임자를 구속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사건은 송치까지 평균 10개월 소요되나 김 감독관은 이번 사건을 2개월여 만에 신속히 처리했다.
이 외에도 김 감독관은 방사능 피폭사고, 건설현장 끼임사고 등에 대해 유관기관과 수사 전략회의, 공동조사, 동영상 분석 등 세밀한 증거 분석을 비롯해 철저한 현장검증으로 법 위반 사실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로 정부 차원에서 일차전지와 이차전지에 대한 안전성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산업계 등에서 안전관리가 강화됐다.
산업안전감독관, 중대재해 수사 등 큰 성과
산재예방 사각지대 해소 공로 커
한편 아리셀 화재 참사는 지난해 말 '올해 최악의 인재'로 기록됐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수사를 합동으로 진행하며 "총체적인 부실로 발생한 사고"라고 규명했다. 실제로 아리셀은 일차전지 군납을 실시할 때인 2021년부터 검사용 시료를 몰래 바꿔치는 방식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여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분 납품을 위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에서는 '국방 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이 중단되자 무리한 제조공정으로 기한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작업량이 증가하자 숙련되지 않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 등을 현장에 무리하게 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 인해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8일 수원지방법원이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의 사건 2차 공판기일을 열었을 때 재판에 참석한 유족들은 발언 기회를 얻어 "박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 등을 엄하게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2024년 올해의 산업안전감독관'에는 김 감독관을 비롯해 철도 점검·수리작업자의 산재예방 사각지대 해소에 크게 기여한 신철임 서울청 산재예방지도과 감독관과 전문건설업체 교육·캠페인 중심의 건설업 사망사고 감축에 기여한 정연희 의정부지청 건설산재지도과 감독관이 선정됐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에 기여한 최재원 창원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감독관, 적극적인 수사로 화학물질 중독사고의 법 위반을 입증한 이자영 대구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감독관, 민간 경험을 활용해 사업장 안전수준 향상에 기여한 이광호 군산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감독관이 선정됐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689
[아리셀 참사 2차 공판] CCTV가 찍은 ‘처참한 그날’ 방청석은 ‘오열’했다 (매노, 홍준표 기자, 2025.01.08 19:05)
15초 만에 화염 확산하는데 노동자들 ‘우왕좌왕’ … 유족 “박순관 대표 부자 엄중 처벌해 달라”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751
아리셀 “화재 원인 몰라, 책임 없다” (매노, 이재 기자, 2025.01.13 18:45)
참사 책임 부정하고 에스코넥 관련성도 부인
아리셀 참사 공판에서 사용자쪽이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리셀 참사는 지난해 6월 리튬전지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중대재해 참사다.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3차 공판에서 아리셀쪽은 참사 당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고, 참사 이전 발생한 3차례의 화재는 참사 각기 원인이 달라 참사 당시 화재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아리셀 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아리셀이 군납전지 시료를 바꿔치기하다 적발돼 납품분을 재상산해 납품할 상황이 되자 불량률이 늘어가는 중에도 생산을 강행하고, 막바지에는 불량전지 분류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불량 전지에서 화재가 난 것으로 결론내렸지만 아리셀은 공판에서 이를 부정한 것이다. 김태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관리부실 같은 안전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리셀쪽은 에스코넥과의 관계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코넥은 아리셀 지분 97%를 갖고 있는 모기업이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는 구속 직전까지 에스코넥 대표도 겸했다. 아리셀 안전관리 책임이 에스코넥까지 번지자 고리를 끊기 위해 사퇴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매월 에스코넥이 아리셀의 재정을 보고 받고 들여다봤다”며 “그럼에도 에스코넥은 투자자로서의 행위였다며 책임을 부정했다”고 말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866
아리셀 유가족 “삼성 준법감시위, 참사 해결나서야” (매노, 이재 기자, 2025.01.20 17:42)
21일 준법감시위 개최, 아리셀 참사 다룰 듯 … 삼성 협력회사 행동규범 “공급망 안전 책임”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6209
‘아리셀 참사’ 박순관 대표 보석 신청 (매노, 어고은 기자, 2025.02.12 19:00)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다” … 구속 기한 다음달 23일
https://www.laodongqushi.com/migrant-worker-korea/
희생관절: 한국은 산업적 위험을 감수할 '유연한' 이주노동자가 필요하다 (laodong qushi, 탐사 엔지니어, 2025년 2월 11일)
한국 산업의 '희생된 관절' ? 위험을 떠맡는 '유연한' 이주 노동자들
아리셀(Aricell) 화재 사고에서 사망한 23명 중 18명이 이주 노동자로, 한국 산업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위험한 일자리에서 희생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의 이주 노동자 정책은 출신 국가와 비자 유형에 따라 철저히 분리되며, 이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단결을 막는 구조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정규직을 줄이고 위험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노동 비용을 절감하며, 이 과정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위의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큰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221_0003074073
'23명 사망 아리셀 화재' 박순관 대표 석방…法, 보석허가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2025.02.21 14:17:31)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6401
[대표 사임했는데] “에스코넥 경영상 필요” 박순관 아리셀 대표 보석 허가 (매노, 이재 기자, 2025.02.23 14:46)
지난해 9월28일 구속, 지난 19일 보석 석방 … “처벌불원 회유도 거부한 유족 피눈물”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6429
[아리셀 참사 이후 노동부 감독 결과] 전국 산단 영세 제조업체 83% 노동관계법 ‘위반’ (매노, 어고은 기자, 2025.02.24 19:07)
87곳 884명 불법파견 적발 … 아리셀 모기업 에스코넥 협력업체 ‘무허가 파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414340002559?did=NA
곳곳에 도사린 아리셀 참사… 229곳 조사했더니 884명 불법파견 적발 (한국일보, 송주용 기자, 2025.02.24 17:00)
[고용부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
아리셀 모기업(에스코넥) 하청 164명 불법파견
고용부 "에스코넥은 불법파견 없다" 결론 내
아리셀 유족 측 "철저한 감독 이뤄졌는지 의심"
최저임금·연장수당 미지급도 118곳 적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부터 4개월간 실시한 영세제조업체 229곳(원청 115곳, 하청 114곳)에 대한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 87개 업체에서 불법파견 884명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은 지난해 6월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1차전지 제조회사 아리셀 화재 사고를 계기로 시행됐다. 당시 참사가 커진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불법파견이 지목된 바 있다.
아리셀 하청업체, 노동자 164명 '불법파견' 받아
영세제조업체에 널리 퍼져 있는 불법파견은 이번 조사에서 재확인됐다. 아리셀 모기업인 에스코넥의 1차 협력사(하청) 두 곳에서 노동자 164명을 불법으로 파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외형상 부품납품 등 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로는 하청근로자를 지휘·명령해 회사 업무에 투입하는 방식을 썼다. 에스코넥 자체는 불법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무허가 파견으로 적발된 업체는 에스코넥 하청업체를 포함해 총 73곳이고, 불법파견 노동자는 836명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14개 업체는 법이 정한 일시·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이유가 없음에도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근로자 48명을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아리셀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신하나 변호사는 "에스코넥 내부에 불법 파견업체 직원들이 다수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불법파견이 이주민,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을 때 철저한 감독이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기타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로 비정규직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 여성근로자 차별이 적발됐다. 13개 업체에서 이들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명절 상여금, 가족수당 등을 차별해 총 3,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연장근로수당 등 12억4,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회사 118곳도 적발됐다.
사람 23명 죽었는데…아쉬운 '현장 목소리' 수렴
고용부는 엉뚱하게 파견을 확대하길 바라는 듯한 기업 등의 면접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경기 안산시 소재 제조업체 115곳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했더니, 현장 기업들은 "직접 채용 여력이 부족해 파견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 "외부업체 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조차 "원·하청 근로조건에 큰 차이가 없어 원청에 직접고용 될 유인이 적다", "직접고용보다 자유로운 근무환경과 임금 수준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리셀 사건에서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제대로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고용부는 파견 확대에 더 목소리가 쏠린 듯한 결과 중심으로 공개했다. 김유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근로감독뿐만 아니라 고용구조 개선 컨설팅 등 종합적인 개선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고용부가 불법파견 문제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지만 윤석열 정권 들어 더욱 심해진 것 같다"며 "아리셀 노동자들 사망 규모가 커진 배경으로 불법파견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불법파견 업체들의 현실적 고충을 이해하는 듯한 의견을 내놓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241200011
제2의 아리셀 우려…영세제조업체 229곳 중 87곳 ‘불법파견’ (경향, 최서은 기자, 2025.02.24 12:00)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6642
[아리셀 공판 재개] ‘보석’ 박순관 “경영책임자 아니다” 발뺌 지속 (매노, 이재 기자, 2025.03.10 07:30)
재판부 변경으로 한 달여 멈춰 … “경영은 아들이 전담” 책임 전가
재판부 변경 등으로 약 한 달간 멈췄던 아리셀 공판이 12일 재개한다.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 부장판사)는 12일 아리셀 참사 8차 공판을 열고 지난달 17일 이후 멈췄던 재판을 재개한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 보석 허가 뒤 첫 공판이다. 월요일이던 공판기일은 수요일로 옮겨져 매주 열릴 전망이다. 이달 26일 10차 공판까지 예정돼 있다.
당초 재판부 변경으로 판사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 부장판사를 제외한 배석판사 2명만 교체돼 재판을 이어 가게 됐다.
200차례 보고받고도 “채권자일 뿐”
재판 쟁점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전 에스코넥 대표)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는 경영책임자인지다. 변호인쪽은 박 대표가 명목상의 대표일 뿐 아리셀 경영에 사실상 참여하지 않았고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 경영을 도맡았다고 주장한다. 참사 책임을 아들에게 떠민 셈이다.
재판 내내 박 대표쪽은 박 총괄본부장으로부터 주간 업무보고를 200여차례 받은 것 역시 채권자로서 확인 용도였기 때문에 실질적 경영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게 묻는 처벌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검사쪽은 박 대표가 에스코넥 대표로 아리셀에 전폭적인 자금지원을 해 왔고, 주주총회를 소집하거나 이사회를 총괄할 수 있는 지위라는 점을 들어 경영책임자로 지목했다.
김태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박 대표는 재판 중 신상 발언을 신청해 직접적 과실은 없지만 사재를 털어 유족 보상을 하고 있다면서 재판부를 향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경영에도 관여한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 원인도 “알 수 없다”
박 대표쪽은 공장에서 전지가 폭발이 발생한 원인도 “알 수 없다”며 부인했다. 앞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아리셀 참사 원인을 조사하면서 아리셀이 군납용 리튬전지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리려 하면서 불량품을 선별하는 과정을 생략했고, 생산한 리튬전지를 격벽으로 분리해 보관하지 않아 폭발을 가속했다고 봤다. 검찰도 이런 경찰과 정부 조사를 바탕으로 박 대표 등을 기소했다.
그러나 박 대표쪽은 폭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참사 전 발생한 화재와 참사 당시 발생한 폭발·화재는 다른 양상이었다며 “원인불명”을 주장하고 있다.
안전관리 여부도 쟁점이다. 경찰과 정부는 참사 조사 당시 불법고용된 이주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사실상 전무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아리셀은 교육이 있었다고 재판에서 주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조업 시작 전 아침조회를 하면서 교육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속 전 사임한 에스코넥 경영 이유로 보석 허가
유족쪽은 박 대표의 보석 허가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보석신청 사유 중 하나가 에스코넥 경영 때문이라고 하는데, 모두가 기억하다시피 박 대표는 구속 전 에스코넥 대표직을 사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인심문이 마무리됐고, 에스코넥 경영이 어렵다며 박 대표가 신청한 보석을 인용해 지난달 19일 석방했다.
아리셀 참사는 지난해 6월24일 화성 전곡산단 아리셀 리튬전지 생산공장에서 전지 폭발에 이은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대형참사다. 23명 가운데 18명은 이주노동자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한 불법고용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경찰·노동부의 참사조사 결과 등을 넘겨받아 지난해 9월24일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8명과 법인 4곳을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업무상과실치사·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314096500061?input=1195m
품질검사 조작 아리셀 전 직원들 "오너가 탐욕서 비롯된 범죄"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2025-03-14 14:59)
재판부에 선처 호소…검찰, 6명에 실형 및 징역형 집행유예 구형
군납용 전지 품질검사 과정에서 시험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전 직원들이 "오너가의 탐욕에서 비롯된 일련의 범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고려해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14일 수원지법 형사13부(장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전 아리셀 직원 A씨 등 6명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결심 공판에서 이들의 변호인 법률사무소 하이스트 오준권 대표 변호사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 뒤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오 변호사는 "아리셀 근로자에 불과한 피고인들은 오너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전혀 없었다"며 "군납 전지 납품 관련 범죄 행위는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시절부터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계속됐고 박순관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직원들에게 부당한 업무 수행을 강요해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박 본부장과 기술연구소에 관련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말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박 본부장은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피고인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범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 아리셀 공장 화재 이후 정리 해고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리셀이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하기 시작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군납용 전지에 대한 품질검사 과정에서 시험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A씨 등 2명에게 징역 5년과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하고, 나머지 직원 4명에 대해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또 다른 직원 2명은 추후 기일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아리셀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박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박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으며 최근 군납용 전지에 대한 품질검사 과정에서 시험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재판부에서 병합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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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418530005324?did=NA
슬리퍼 차림 아버지 "딸 좀 찾아주세요"... 화염이 삼킨 ‘코리안 드림’ (한국일보, 이유진 기자, 2024.06.24 19:02)
사망자 22명 중 외국인 노동자 20명
중국 18명·라오스 1명·미확인 1명 등
유족 "죽은 아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
"우리 딸 이름, OOO입니다."
중국인 채모(73)씨가 24일 오후 서툰 한국어로 다급하게 말했다. 그는 뉴스를 보자마자 슬리퍼 차림으로 경기 시흥시에서 급하게 올라왔다고 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20대 딸을 찾고 있었다. 채씨의 딸은 이날 아침 일찍 경기 화성시의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선 오전 10시쯤 리튬 전지 폭발로 불이 나 다수의 사상·실종자가 발생했는데, 그의 딸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채씨의 딸 사례처럼, 이번 리튬 전지 공장 화재 사상자 다수는 외국인 노동자다. 그러나 외국인인 탓에 신원파악부터 유족에게 연락하기까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인 노동자가 다수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화성 서산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전지가 폭발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6시까지 집계된 공식 사망자는 22명이다. 화성소방서 관계자는 "회사 관계자 말로는 화재 현장 안에 1명이 추가로 더 있을 수 있다고 해 몇 차례에 걸쳐 소방 대원들이 수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의 대다수는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였다. 큰 돈 벌어보겠다고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으로 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중국 국적이 18명으로 제일 많았고, 라오스 국적이 1명, 국적 미상 1명까지 총 20명이 외국인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1층에서 탈출한 직원 이모(59)씨는 "2층 안에는 완제품을 포장하는 ‘패킹룸’이 위치해 있었다"면서 "단순 포장 작업이라 외국인 노동자가 유독 더 많이 몰려있던 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희생자의 다수가 외국인인 만큼, 화재 후 사망자들의 신원 파악도 쉽지 않았다. 화성시청은 이날 오후까지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로부터 해당 공장에 근무하던 외국인들의 신원을 요청해 둔 상태"라며 체류 형태나 가족 관계에 대해선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이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아웃소싱 형태로 고용된 일용직이라, 명단 확보를 하는 것부터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상황 대처 역시 현장 근로자 대부분이 일용직 외국인이어서 더욱 어려웠다는 게 소방당국의 판단이다. 공장 내부 구조가 낯설어 발화 지점 바로 근처에 있던 대피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인명피해가 많았던 이유는 결국 대피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인 데다 일용직이 대부분이라 공장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찾으러 왔지만 언어 소통도 안 돼
어렵게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근로자 가족들의 속도 타들어 갔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신원 파악이 늦어 가족에게 연락이 가지 않거나,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 도착해도 언어 문제로 소통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 중국인 근로자의 가족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귀에 착용한 통역기구로 겨우 당국자와 대화를 이어가는 등 현장 곳곳에서 안타까운 모습이 이어졌다.
실종자 다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불통’은 계속됐다. 현장을 배회하던 유족이 이송된 병원을 몰라 헤매는 상황도 발생했다. 딸을 찾아 헤매던 채씨는 "아이가 일하는 공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도, 죽었다는 소식도 연락 한 통이 없다"고 분개하며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는데 어디로 가야 볼 수 있나"라고 울먹였다.
더 큰 문제는 이들처럼 가족이 한국에 들어와 있지 않고 본국에 남아있을 사망자들이다. 국내에 가족이 없는 사망자들은 사고 소식조차 뒤늦게 전해 들을 가능성이 크다. 화성소방서 관계자는 "현재 시신 훼손상태가 심각해 육안으로는 남녀 정도만 구분 가능하다"며 "(국적 외) 구체적인 인적 상황에 대해선 DNA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유족과 부상자를 돕는 통합센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화성시청에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24시간 운영하고, 전담 공무원을 일대일로 배치하겠다"며 "외국인 유족들에게 항공료, 통역비, 체류비를 모두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624580380
안전점검 제대로 안 받은 화성 배터리 공장… 火 키웠다 (경기일보,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 김은진 김도균 한준호 박소민 오종민 기자, 2024-06-24 19:32)
‘샘플 점검’ 탓 산단 입주 후 점검 無, 스프링클러 의무대상도 아냐
전문가 “산단 업체별 특성 맞는 매뉴얼 제작, 정기적 점검해야”
市 “인력 부족 전체 전수조사 어려워… 강화된 시스템 만들 것”
화성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 화재로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공장이 제대로된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단지 내에 있는 모든 공장 중 임의로 한 공장만 선정해 점검에 나서는 이른 바 ‘샘플 점검’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4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업체 아리셀은 지난 2017년 6월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 입주계약을 맺고 2018년 8월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산업단지에 대한 안전점검은 입주계약 이후 설립 완료 신고 시 현장 점검과 입주 이후 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 안전점검으로 이뤄진다.
입주 후 안전점검은 안전관리자를 대동해 현장 주의사항 안내판 부착 여부, 소방설비 등을 점검하는 절차다.
문제는 이 점검이 ‘샘플 점검’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모든 업체에 대한 점검이 아닌 한 업체를 임의로 선정, 점검이 이뤄지는 형식이다.
아리셀은 2018년 설립 완료 신고 당시 소방시설 등에 대한 현장점검은 받았지만 ‘샘플 점검’ 탓에 산업단지 내 입주 후 점검을 받지 않았다.
이와 함께 아리셀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시설법상 2018년 기준 6층 이상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이지만 아리셀의 경우 2017년 준공됐기 때문이다. 공장 내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고 해도 리튬 배터리 특성 상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물로 불길을 잡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업단지에 대한 정기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업단지 화재 발생 시 피해가 크기 때문에 정기적 점검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 화재의 경우와 같이 업체별 특성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어 의무적 점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 관계자는 “분기별 안전점검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입주업체 지원을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며 “인력부족 등 문제로 산업단지 입주업체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어려운 점이 있으나, 올해부터 안전점검 강화를 위해 시와 합동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강화된 점검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화재사고와 관련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해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업체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이후 경기지청장, 경기지청 산재과장 등을 현장투입해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며,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해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6241945001#c2b
사망자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위험의 외주화’ 넘어 “위험의 이주화” (경향, 김지환 김태희 기자, 2024.06.24 19:45)
숨진 노동자들 인력사무소 통해 아리셀서 ‘일용직’
고용부,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 조사 착수
금속노조 “더 싼 인력 찾아 아래로만 간 탓” 성명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이들 대다수가 이주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4일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무 중이던 노동자 2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숨진 노동자 중 20명은 이주노동자다. 아리셀은 고용허가제 사업장이 아니어서 숨진 20명 중 일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추정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숨진 이주노동자들은 ‘인력사무소’를 통해 아리셀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단체들은 이번 화재사고가 단일사고로는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사고(10명 사망), 2020년 4월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3명 사망) 등보다 사망자 규모가 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참사 피해는 더 낮은 곳을 향했다. 실종자 다수가 이주노동자”라며 “위로는 이윤을 찾지 못하니, 아래로 더 싼 이주노동자만 찾아 착취한 제조업이 참극을 불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주노동자는 급하니 일단 불러 쓰는 소모품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안전에 대한 체계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노동부는 이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행정안전부·소방청·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노동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총괄 지원한다. 노동부는 아리셀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인 만큼 회사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1월부터 상시노동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환경부도 ‘관심’ 단계 화학사고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염소와 황산화물 등 유해화학물질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리튬 외에 톨루엔, 메틸에틸론, 염화싸이오닐, 수산화나트륨 등의 화학물질을 취급했다. 이중 전지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염화싸이오닐이 연소하면서 염소와 황산화물, 염화수소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모니터링 중이다. 다만 환경부는 불소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6251328011#c2b
‘화성 참사’ 작업장에 비상구 없었다…‘안전보건규칙 위반’ 해당되나 (경향, 김지환 기자, 2024.06.25 13:28)
리튬배터리 완제품 검수·포장 공정
‘위험물질 제조·취급’ 인정 여부 쟁점
https://www.ajunews.com/view/20240625125618329
[뉴스 플러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에...중소기업계 안타까움과 우려 교차 (아주경제, 김정래 기자, 2024-06-25 14:16)
"수십 명 희생에 침울... 중처법 유예 불똥 튈까 우려도"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4474
[르포] 참사 배터리공장 인근 외국인 노동자 “안전교육이 뭐예요? 열심히 일해요” (일요신문, 제1677호, 주현웅 기자, 2024.06.25 17:51)
‘샌드위치 패널’ 화재 취약, 외국인 파견직 피해 키워…아리셀 측 “불법 없어, 사고 책임 다할 것”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2510511
근로자 3% 외국인, 사망산재는 4배 많다 (한경, 곽용희/조철오 기자, 2024.06.25 17:55)
외국인근로자 100만명 시대 '화성의 비극'
1분기 산업재해 사망자 213명 중 24명 차지
내국인 중심 안전교육 안바꾸면 제조업 멈춰
근로자 3% 외국인, 사망산재는 4배 많다국내 취업자 중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지만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중대재해 사망자) 비중은 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의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가 발생해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18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하며 이들에 대한 산업안전 교육과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국인력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아리셀의 공장 3동 화재로 전체 근로자 23명이 사망했다. 이 중 외국인은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등 총 18명으로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산업현장의 고질적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비전문 취업(E-9)비자를 발급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를 올해 16만5000명 이상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만 명보다 4만5000명(37.5%)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비례해 외국인 산재 사망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874명) 중 외국인 근로자는 85명으로 9.2%였다. 지난해에는 812명 중 85명으로 비중이 10.4%로 높아졌다. 올해는 3월까지 전체 사망자 213명 중 24명으로 11.2%에 달했다.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92만3000명(작년 5월 기준)으로 전체의 3.2% 수준이지만 사망사고 비중은 이의 네 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한국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위험한 일자리를 외국인이 메우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이는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주의 형사 처벌은 사망 근로자의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며 “내국인 중심의 산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516530001397?did=NA
‘참사 전조 있었는데’.. 이틀 전 배터리 화재 자체 종결한 화성 공장 (한국일보, 이종구 이유진 기자, 2024.06.25 18:00)
당시에도 배터리 화재, 진압 중 근로자 화상도
이틀 뒤 옆 공장 건물서 배터리 폭발 화재 참사
전문가 "대응 아쉬워, 리튬전지 쌓아놓은 것 위험"
5년 전에 허가량 23배 초과 리튬 보관 적발도
24일 근로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리튬)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는 불과 이틀 전 위험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리튬 배터리에서 불이 나 부상자까지 나왔는데, 자체 진압 외에는 별다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에 취약한 배터리 사고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회사가 안일하게 대응해 참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리셀 모 회사 에스코넥 박순관 대표, 아리셀 박중언 본부장 등은 25일 오후 화재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분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지난 22일 오후 아리셀 공장 2동 1층에서 화재가 한 차례 발생한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불은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던 중 배터리의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당시 작업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해 마무리됐고, 그때 화재 규모나 종류는 이번 화재 원인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또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자체적으로 종결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틀 만인 24일 오전 바로 옆 3동 건물에서 배터리 결함으로 추정되는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고 전조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로 숨진 여성 근로자의 유족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숨진 딸과 지난주 통화했는데 ‘공장 내부에 불이 났다. 소화기로 껐다’고 말하면서 ‘같이 일하는 남자 근로자가 손에 화상을 입었다.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가 나면 사후에 신고하는 제도가 있으나 해당 화재 사고의 경우 사전, 사후 신고 아무것도 없었다"며 "이 부분은 추후 경찰과 함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폭발력이 큰 리튬 배터리에서 한 차례 화재가 났다면 안전점검과 화재 대응훈련을 더욱 강화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참사의 원인인 리튬전지 완제품 3만5,000개를 작업장 입구에 쌓아놓은 점도 안전불감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화재와 폭발에 취약한 배터리 특성상 소분해서 따로 보관해 놓아야 사고 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보관 규정이 새로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사는 2019년 리튬을 허가량보다 23배 초과해 보관하다가 적발돼 벌금 처분을 받았고, 2020년에는 소방시설 작동 불량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22일 화재와 이번 참사와의 관련성, 당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공장 측의 화재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한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박 대표, 인력공급업체 대표 등 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해 조사 중이며, 입건자 5명 전원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도 했다.
이날 추가 수색을 통해 수습한 1명을 포함해 사망자 23명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도 본격화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이들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했다. 사망자 23명 중 아직 신원이 확인 안 된 20명에 대해서는 신원 확인 작업에 필요한 유전자정보(DNA)를 채취해 분석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23명의 국적은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2510391
산재사망 10명 중 1명 외국인…손짓발짓 교육에 안전지대는 없다 (한경, 조철오/곽용희 기자, 2024.06.25 18:00)
외국인 근로자, 산재 4배 많아
외국인력 100만명 시대의 그늘
영세기업일수록 외국인 많은데
언어·문화장벽에 안전교육 부실
"안전구호 뜻도 모르고 외치기도"
"중대재해처벌은 국적 안가려"
산재예방 패러다임 대전환 필요
근로자 3% 외국인, 사망산재는 4배 많다
외국인근로자 100만명 시대 '화성의 비극'
1분기 산업재해 사망자 213명 중 24명 차지
내국인 중심 안전교육 안바꾸면 제조업 멈춰
“안전 교육이요? 한국인 사장은 대화도 안 통하는데요. 일당 외에는 서로 관심 없어요.”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전곡산업단지 내 A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태국 국적 근로자 B씨는 25일 이렇게 말했다. B씨는 약 6년 전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뒤 비자 기한이 만료됐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화성 산단에서 일하고 있다. B씨는 “여러 사업장에서 일했지만 제대로 된 산업안전 교육을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외국인 산재 사망 비중
25일 통계청의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은 143만 명이며 이 중 취업자는 92만3000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국내 취업자의 3.2%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147851.1.jpg
산재사망 10명 중 1명 외국인…손짓발짓 교육에 안전지대는 없다외국인 근로자 100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늘도 짙어졌다. 외국인 산재 사망자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중대재해 사망자) 874명 중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85명으로 9.2%였지만 지난해에는 812명 중 85명으로 10.4%로 뛰어올랐다. 올해도 3월 기준으로 11.2%를 기록 중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내국인 산재 사망자는 감소하고 있는데 외국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한 일자리를 외국인이 차지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 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전문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지속해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5만2000명, 2022년 6만9000명에 그친 비전문 외국인력 쿼터는 2023년 12만 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부터 16만5000명 이상으로 더 확대된다. 화재 참사를 겪은 아리셀과 같은 제조업체에 절반 이상인 9만5000명이 배정됐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배정 쿼터를 초과해 외국인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부실한 외국인 대상 안전 교육
외국인은 늘어나는데 산업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중소기업 위주로 근로자를 배정하는 고용허가제 특성상 외국인은 대부분 영세기업에 취업한다. 인건비와 인력 부족 문제로 외국인을 쓰는 영세사업장이 산업 안전보건 관리를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현황 파악 및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유해 위험 요인이 많고 작업환경이 열악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주로 근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언어와 문화 장벽까지 겹치면서 대형 사고 위험성은 더욱 크다.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근로자는 입국 후 15일 내 취업 교육기관에서 16시간 동안 교육받는다. 하지만 산업안전 관련 교육은 4~5시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현장 교육이 아니라 교재 위주의 교육으로 이뤄진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기준 사업장 근무 기간 1개월 이내 사고 비율은 내국인은 16.1%인 반면 외국인은 26.8%에 달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법을 지키는 시늉을 하느라 작업 전에 함께 모여 산업 안전 구호를 외치는 ‘툴박스 미팅’을 하지만 외국인들은 뜻도 모르고 소리만 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아리셀처럼 외국인들이 ‘도급·파견’ 인력이라면 현장 상황에 어두워 산재 위험성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인력업체 관계자는 “아리셀처럼 파견·도급 형식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다 쓰는 사업장도 부지기수”라며 “화성 일대 산업단지는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화성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제조업체(2만758개)가 몰려 있고 고용허가제 외국인 수도 2만346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고용부 한 산업안전감독관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16개국 언어로 번역한 안전관리 교재를 배포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개별 공장마다 제각각인 근로 환경 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당국은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m.yna.co.kr/view/AKR20240625153800530
화성 화재 아리셀, 외국인노동자 '불법파견' 여부도 도마 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2024-06-25 18:16)
대표 대국민 사과하며 '파견업체서 도급 인력'…'불법파견'은 부인
'고용허가제 대상 사업장' 아닌 곳서 외국인 노동자 어떻게 일하게 됐는지도 수사해야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38
위험물질 ‘리튬’ 아리셀 안전보건규칙 지켰나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6.25 19:11)
철저한 화기 관리 필요·출구 외 비상구도 있어야 … 전지 화재 예방 범정부 TF 구성키로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9308430&code=11131100&cp=nv
“밤새 아무런 안내도 없어”… 비보에 잠 못 이룬 가족들 (국민일보, 김승연 기자, 화성=윤예솔 기자, 세종=박상은 기자, 2024-06-26 00:03)
유가족 대기실 화성시청에 설치
희생자 4명 유족만 모여… 울분 토로
아리셀 공장 ‘불법 파견’ 의혹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509560005325?did=NA
안전 교육 못 받고, 말 서툴러 우왕좌왕… 대피·안전도 차별받는 외국인 노동자 (한국일보, 전유진 김태연 기자, 2024.06.26 04:30)
교육 의무 법 어기고, 형식적인 경우 많아
"이런 환경 개선 안 되면 참사 반복될 것"
"일용직 노동자한테 안전 교육이요? 해주면 고맙고 안 해줘도 어쩔 수 없는 거죠, 뭐."
몇 년 전 중국에서 귀화했다는 이모(46)씨는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 소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 한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을 때 한 번도 안전 교육을 못 받았다. 그전에 약 2년 근무했던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장은 일용근로자 및 근로계약 기간이 일주일 이하인 기간제 근로자에게 채용 시 0.5~1시간의 안전 보건 교육을 해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씨는 "지금 생각하면 불났을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리셀 공장 화재가 단일 사고로는 가장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참사로 기록되면서, 이들에 대한 안전 교육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특히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안전 교육에 소홀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화성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외국인 사고사망자 10%
25일 고용노동부 '2023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사고사망자는 85명으로 전체(812명)의 10.5%를 차지했다. 전체 사고사망자는 전년(874명) 대비 62명 줄었지만, 외국인은 전년과 동일한 규모(85명)로 유지됐다. 외국인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소홀한 안전 교육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여러 언어를 활용해 안전 교육을 하기엔 업체 실정이 마땅찮거나 며칠만 일하고 떠날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화재 및 산업안전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이주민 지원 시민단체인 이주공동행동의 정영섭 집행위원은 "외국인에게 산업안전 관련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건 오랜 문제"라며 "모국어 진행 등 현장 맞춤형 교육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답답해했다. 실제 안전 교육 미비로 외국인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은 매년 반복된다. 2022년 7월 경남 양산 금속 부품 제조 공장에서 기계 내부를 청소하다 머리가 끼여 사망한 네팔 노동자 A씨 관련 사건에서 재판부는 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교육을 하지 않아 안전 문제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사고 이틀 전 불났는데도 교육 없어"
교육을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는 경우도 적잖다. 외국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한국어로만 일방적 교육을 한다든가, 온라인 프로그램을 제작해놓고 수강은 자율에 맡기는 식이다. 외국인 노동자 피해 사건을 다수 맡아 온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건설 현장에 나가 보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있는데, 그 나라 언어에 맞춰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아리셀 공장 외국인 노동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국적 사망자 A씨 유족은 "아내가 사고 이틀 전(22일) 배터리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대피 교육을 받았다는 말을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리셀은 50인 이상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면 선임하도록 돼 있는 안전관리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은 정기적으로 충분히 이뤄졌다"고 항변했지만 형식 맞추기에만 급급했던 건 아닌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노동자를 둘러싼 교육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대형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노동분야 전문가인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위험성 높은 일자리에서 주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교육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취약한 조건들을 들여다보고 안전 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일하는 공간이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어선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260600005
이주노동자들 “한국서 일하다 죽는 것, 남 일 아냐” (경향, 김송이·전지현 기자, 2024.06.26 06:00)
방글라·미얀마 국적 노동자 “안전교육 들어본 적 없어”
이주민단체, 참사 진상규명·피해자 지원 등 대책 촉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6536.html
“이주노동자 ‘안전제일’ 구호 외치는 게 교육 전부”…재해 무방비 (한겨레, 심우삼 기자, 2024-06-26 14:31)
화성 리튬전지 폭발 참사
산업안전공단 1500여건 교육자료 중
중국어 제공 화재 관련 자료 19건뿐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아리셀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일용직 이주노동자로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법정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용직 이주노동자들은 고용 기간이 일정치 않고, 한국어 능력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안전교육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용직 노동자라 해도 산업안전교육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교육은 업무시간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구색맞추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이주민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김사강 이주와인권사무소 연구위원은 2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보통 이주노동자들에게 공장에서 무슨 안전교육을 받느냐 물으면 일하기 전 ‘안전이 제일이다’ 구호를 외치는 것이 전부라고 답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로 숨진 이아무개씨(36)씨의 남편 박아무개(36)씨도 지난 25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안전교육을 해야 하고 비상사태 때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가르쳐줘야 하는데, 모르니까 안에서 다 죽은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주노동자들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안전교육을 받아도 어려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큰데, 당국의 뒷받침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외국인 근로자용 산업안전교육 자료를 개발·제공하는 산업안전보건공단 누리집만 봐도 1500여건의 자료 중 중국어로 제공되는 제조업종(공통업종 포함) 화재 관련 교육 자료는 19건 뿐인데, 이 중 포스터나 경고 표지판 등을 뺀 실질적인 교육 자료는 ‘소화기 종류 사용법’(중국어 포함 16개 국어 제공)이 전부다.
사업장별로 산업안전교육이 내실 있게 이뤄지는지 따지기 힘든 구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업주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안전교육 자료나 실시현황 등을 고용노동부나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현장감독이 이뤄지긴 하지만 증빙자료를 통한 사후적인 검증이어서 일일이 교육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산안공단의 소화기 종류 사용방법에는 금속 화재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금속화재 발생 시 모래나 팽창 질석을 덮어 진압하라는 대목이 간단하게나마 나오는데, 이번 화재 발생 건물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는 일부 직원이 배터리 폭발이 일어난 직후 일반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회사 쪽의 안전 교육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참사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에게 사전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고 위험한 물질에 대한 안전장치를 갖추었으면 이런 무고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514040001019
①외국인 다수 ②시신 확인불가 ③대조 DNA 부재… 빈소도 못 차린 화성 화재 (한국일보, 이유진 김태연 기자, 2024.06.25 16:12)
[화성 화재: 신원 확인부터 난관]
사망자 23명 중 외국인 노동자 18명
아직 가족 생사조차 모르는 이들도
시신훼손 있고 대조DNA 확보 불가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625516730
‘비전문 취업’ 비자 느는데 ‘안전관리 사각’… 산재사망 10%는 외국인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세계일보, 이지민 기자, 2024-06-25 18:20:00)
고위험 환경서 중대재해 노출
인력난에 비전문 취업 역대최다
저숙련자 대거 유입된 조선업종
상반기만 외국 근로자 2명 숨져
불법체류 포함 땐 산재 더 늘 듯
의사소통 한계 등도 원인 꼽혀
당국 “外人 산재 예방책 마련중”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6251852011
[사설] 화성 참사의 민낯, ‘위험의 이주화’ 국가적 대책 세워야 (경향, 2024.06.25 18:52)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목숨을 잃은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들로 파악됐다. 사망자 23명 중 17명은 중국(조선족) 국적이고, 1명은 라오스인이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이 땅에서 가장 힘없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사망자는 모두 건물 2층에서 나왔다. 이날 마지막으로 발견된 1명을 제외하곤 사망자 모두 막다른 벽 앞에서 발견됐다. 화재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불길과 연기가 차오르자 출입구·비상계단이 아닌 반대편으로 피했다가 고립되어 참변을 당했다. 불길이 아무리 빨리 번졌다곤 해도 특별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일용직은 건물 구조도 생소해 출구 쪽으로 대피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작업 전에 하도록 돼 있는 화재 예방·피난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엄중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의 산업 현장은 ‘위험의 이주화’가 도드라지고 있다. 국내 이주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과 영세 규모 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하청에 의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저출생으로 생산인구가 부족해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번 사고는 이 실상을 보여준다. 외신들도 이 점을 집중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 동안 낮은 출산율을 겪은 한국은 기피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점점 더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사회가 위험 업무를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손쉽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땅히 수반돼야 할 안전관리에는 소홀했던 결과가 참극을 불렀다. 노동자의 생명이 더는 경제성에 밀려 희생되어선 안 된다.
대형 사고 때마다 안전 불감증을 탓하며 뼈저린 반성을 했지만, 그때만 반짝하곤 달라진 건 없다.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을 대신해서 고위험 업무를 맡아 다치거나 죽어야 하는 비극적 현실에 대해 한국 사회는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그 사회 인권의 바로미터가 된다. 급할 때만 쓰는 소모품이 아닌 것이다. 생명을 최우선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철저한 수사와 함께 이주노동자 안전에 대한 체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명 피해를 유발한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선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 그것은 이 땅의 모든 노동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죽음을 이번에도 헛되이 흘려보낸다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지원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20
[화성 리튬전지 산재 참사] 화재 취약한 리튬 다루면서 이주노동자 마구잡이 고용 ‘논란’ (매노, 정소희 기자, 2024.06.25 19:10)
시신 추가 수습 … 사망자 23명으로 늘어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1465
화성참사 공장 사장의 황당 주장 "외국인들 파견도급직" (오마이뉴스, 24.06.25 19:05 l 김성욱(etshiro))
[현장] 불법파견 부정했지만 전문가들 "도급과 파견은 다른 개념"... 이틀 전 화재 사실은 인정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경기도 화성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이 2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외국인 노동자 불법파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해명 과정에서 개념이 전혀 다른 '파견'과 '도급'을 동시에 사용하고, 고용형태를 묻는 질문에 "파견도급직"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 불법파견 의혹만 키웠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화성시 전곡산단에 위치한 공장 화재 현장 앞 기자회견에서 '불법파견이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총 103명 근로자가 있고 이중 내국인 정직원이 50명, 나머지 53명이 외래(외국인) 근로자였다"고 했다. 박 대표는 안전교육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측은 유독 불법파견이나 외국인 노동자 채용의 불법성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번번이 말문이 막혔다.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자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말이 없었다. 대신 답변에 나선 박중언 아리셀 본부장은 "그 부분은 현재 파악 중에 있다"고 했다.
'고용허가제 대상 사업장이 아닌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두 파견직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박 본부장은 잠시 침묵한 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제조업에서 파견은 금지돼있는데, 파견직이라는 건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거냐'라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파견도급"이라는 업체... 제조업 '파견'은 법으로 금지
심지어 '돌아가신 분(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가 어떻게 되나'란 질문에 박중언 본부장은 "파견이다. 도급이다"라고 말했다. 박순관 대표는 "파견도급직에 대해서는 인적 사항을 저희가 갖고 있지 않고, 인력 도급 회사가 갖고 있다"면서 아예 '파견도급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파견과 도급이 엄연히 다른데, 둘 다였다고 한 것이다.
파견은 사용업체가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 반면, 도급은 사용업체가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하면 불법이다. 제조업에서는 법적으로 파견이 금지돼있는데, 이를 피하려고 '도급'을 덧붙였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대재해전문가넷 대표인 권영국 변호사(정의당 대표)는 통화에서 "파견은 다른 회사에서 인력을 공급 받아 사용주가 지시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도급은 수급자에게 아예 독립적으로 업무를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둘은 법적으로 같이 쓸 수 없는 개념"이라며 "불법파견에 대한 공세를 받으니 황당하게도 '도급'이란 표현을 함께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도급의 경우 법으로 업무 지시를 막고 있는데, 실제 제조공정에선 지휘명령을 한 정황들이 보인다"라며 "불법을 빠져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 역시 "아리셀 사측은 파견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파견이 안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근로자 파견은 해당 공장과 같은 생산 공정이나 제조업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라며 "(화재가 난) 배터리 검수 및 포장 업무 자체도 일시적이고 간헐적인 업무가 아니라 상시적인 업무다. 103명 중 53명이 파견직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짚었다.
하지만 아리셀이 위치한 전곡산단에는 이같은 불법파견이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이사는 "산단 자체가 중소 사업장 위주"라며 "제조 공장에서도 인력 업체를 통한 파견이 음성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현장 주변에서 만난 한 자동차 부품 공장 노동자(여, 55)는 "전곡산단에는 주로 인천이나 안산 등에 위치한 파견업체들을 통해 불법 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 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있나'란 질문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참사로 인한 23명의 사망자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사측 "참사 이틀 전 화재 발생한 것 맞다"
한편, 사측은 참사 발생 이틀 전날에도 화재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틀 전 화재는 참사가 일어난 3동이 아닌 2동에서 발생했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참사 전에도 화재가 있었는데 쉬쉬했다는 말이 있다'라는 질문에 "쉬쉬하지 않았고, 6월 22일 토요일 오후에 최초의 화재가 다른 현장에서 발생한 게 맞다"면서 "실시간으로 보고 받아 교육 받은 작업자가 적절하게 조치해 진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119신고는 왜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앞서 소방 당국은 22일 화재에 대해 신고 접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46456.html
[사설] 방치된 위험 외주화, 이주노동자 덮친 리튬공장 참사 (한겨레, 2024-06-25 19:09)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1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고로 숨진 희생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였다. 25일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23명 가운데 17명이 중국인이고 1명이 라오스인, 나머지 5명은 귀화한 중국동포를 포함한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대형 참사로 인한 희생이 한국인 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작업공간에 고립돼 있던 외국인 일용직에 집중되면서 안전에 취약한 이주노동자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리튬 전지는 한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천도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물이 닿으면 2차 폭발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화재 진압 방식을 쓰기도 어렵다.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와 달리 1차전지는 만충 상태로 보관돼 불이 나면 더 위험하다. 이 때문에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화재 당시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보면 발화 초기 작업자들은 2차 폭발이 시작됐는데도 분말소화기로 진화를 하는 등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쇄 폭발 뒤에야 자리를 피한 이들도 보였다. 적치물 때문에 대피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도 화재 발생 시 대처 요령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정황들이다.
이주노동자들에 희생이 집중된 데는 안전에 취약한 복잡한 고용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화재 사고가 난 제조사 아리셀의 전체 직원 100여명 중 절반 이상은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보내진 일용직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은 외국인에 대해서도 안전교육을 했다고 밝혔지만 일감이 있을 때 투입되는 일용직들이 제대로 안전 교육이나 대피 훈련을 받았을지 의문이다. 제조업은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이 아니어서 불법 파견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희생자들에 대한 관리 책임 소재조차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희생자는 아직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빈소에는 이름 대신 식별번호만 붙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무분별한 ‘위험의 외주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종을 울린 또 하나의 사건이다.
정부는 인구 감소와 내국인 노동자 기피 등을 이유로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를 계속 늘려왔지만 그에 따른 처우 개선이나 안전 관리 등은 사실상 방치해왔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비율은 내국인의 6배에 이른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장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도 이주노동자 산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함께 이주노동자 산업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22
합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모두 불법파견이었나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6.25 19:11)
아리셀측 부정하면서도 파견·도급 구분 못해 … 인력사무소·파견업체 통해 채용됐을 가능성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6463.html
“얼굴도 모르고 보냈다”…화성 사망 노동자 ‘불법 파견’ 가능성 (한겨레, 박태우 김가윤 김해정 기자, 2024-06-25 20:39)
폭발사고 ‘아리셀’ 2층 소재 ‘메이셀’
파견법상 ‘불법 파견’ 해당할 가능성
아리셀 쪽 “파견” “도급” 오락가락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515280004380?did=NA
[사설] 참담한 외국인 노동자 희생··· 보호 정책 방치도 차별이다 (한국일보, 2024.06.26 00:10)
경기 화성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화재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로 드러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재 원인과 배터리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 정책 또한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어제까지 화성 참사 희생자는 23명으로 늘었다. 한국인이 5명, 중국인이 17명, 라오스인이 1명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가 희생됐다. 리튬전지 완제품을 포장하고 검수하는 일을 했으며 대부분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은 외국인이면서 일용직이라서 공장 구조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낮은 출산율로 고통 받아 온 한국은 점점 더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첨단 기술과 제조업으로 유명하지만 오랫동안 화재를 비롯한 인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정부를 겨냥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고위험 사업장에 파견·일용직 고용으로 위험도가 더욱 높은 가운데, 안전교육이나 최소한의 대피 방법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이중삼중의 구조에서 20명의 이주노동자가 희생된 것”이라며 “위험한 업무에 최소한의 교육도 없이 이주노동자로 물량 빼내기에만 혈안이 되는 사업주, 매년 백여 명씩 이주노동자가 죽어 나가도 대책 없이 방치한 정부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비정규직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에 이어, 이주노동자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는 ‘위험의 이주화’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지적은 틀리지 않다. 정부는 한 해 16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E-9 비자)를 들여오면서도, 이들의 상담을 지원하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폐쇄를 추진하는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폈다. 이번 참사의 일차적인 원인은 배터리 안전관리 정책의 부재에 있지만, 이주노동자에게 더 적극적인 안전 교육을 지원하고 관리했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 설비나 매뉴얼 강화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며, 여기에 투입하는 예산과 인력을 아까워한다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46472.html
불타는 공장, 누구도 그들에게 살길 알려주지 않았다 (한겨레, 이승욱 이정하 기민도 기자, 2024-06-26 05:00)
사측 “정기적 안전교육” 밝혔지만
CCTV 보면 화재 대처 미숙 드러내
연기 일자 손으로 배터리 옮기고
연쇄 폭발에도 계속 진화 시도
https://www.sedaily.com/NewsView/2DAM3M76M7/GD0602
매뉴얼도 연구도 없었다…리튬배터리 관리사각지대가 참극 불러 (서울경제, 세종=박신원 기자·김창영 기자·장형임 기자, 2024-06-26 05:30:28)
화성 배터리공장 참사 '예고된 人災'
고온·수증기 만나면 폭발하는데
일반화학물질 분류 안전기준 無
금속화재는 화재유형 분류 없고
전용소화기 있어도 차선책 불과
적재기준 없어 3.5만개 한 곳에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625519721
“딸, 결혼 앞뒀는데”… 신원 확인 기다리며 가족들 오열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세계일보, 화성=백준무·이예림 기자, 유경민·정지혜·이지민 기자, 2024-06-26 06:00:00)
국과수, 사망자 시신 부검 착수
23명 중 신원확인 피해자 2명뿐
대기자들 “혹시라도…” 실낱 희망
“부검 전 남편 보게 해달라” 호소
외국인 사망자 18명 불체자 아냐
정부, 입국·통역 등 유족 지원방침
화성시, 희생자 합동 분향소 설치
구인난에 올해 E9 규모 4만여명 ↑
의사소통 어려운 저숙련자 늘어
고위험 환경서 안전관리 미비
정부 “외국인 산재 예방책 강구”
https://www.news1.kr/local/daejeon-chungnam/5459611
[기고]외국인노동자 대형 참사 예방책 무엇인가 (뉴스1, 김봉구 대전외국인복지관장, 2024.06.26 오전 11:18)
대형 참사 현장엔 늘 외국인노동자가 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외국인노동자가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나 방문취업제는 건설업, 제조업, 농축산업, 일부 서비스업에 종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내에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16개 국가와 MOU를 체결해 인력을 송출받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노동자는 밀입국을 했거나 불법적으로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초청한 '손님 노동자'다. 정부나 중소업체들은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 인력을 해마다 늘려 왔다. 고용허가제를 시행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농어촌의 부족한 일손은 법무부가 계절노동자라는 제도를 만들어 각 지자체에서 인력을 초청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외국인노동자다. 그들의 명복을 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참사 현장에서 희생당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외국인노동자는 내국인노동자에 비해 산업재해율이 2배 높고, 산재 인정률은 내국인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언어 소통의 문제, 작업숙련도,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노동, 차별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되풀이되는 참사를 줄일 예방책은 무엇일까?
첫째, 산업안전법이나 중대재해법은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효과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을 만들거나 바꿔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법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교육이나 안전관리사를 배치하되 외국인노동자가 자국어로 안내받을 수 있도록 통역원을 배치하고, 자국어 안전 안내서 비치 등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정부는 3년이었던 외국인노동자 근무 년수를 최장 10년으로 연장시켰다. 정부가 이들의 체류기간을 확대해 온 이유는 부족한 인력 문제, 제조업체들의 숙련노동력 선호, 저출생고령사회의 대안 등 한국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도 한국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세금도 내고, 4대 보험료도 납부하고, 인력난도 해소하고, 인구절벽의 대안이기도 하다. 저렴하게 쓰고 버린다는 식의 근시안적 관점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범정부적 차원으로 이주민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한다. 입국 전부터 철저한 사전교육을 진행해 조기 정착률을 높일 수 있고, 각종 재해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현지 사전교육에 신경을 쓰는 게 저비용 고효율이다.
전국적으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민간에 위탁해 노동부가 커버하지 못하는 각종 민원에 즉각 대응하는 것 역시 저비용 고효율 정책이다.
연간 외국인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수수료·과태료 등은 2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예산은 고작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작년에 노동부 외국인노동자 사업비 100억원도 삭감했다. 외국인노동자는 증가하는 데 상담소는 폐쇄하고, 예산은 삭감하는 모순된 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예산을 없애는 건 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 비자 10년은 이들이 이주노동자에서 지역주민이 된다는 의미다. 5년 이상 거주할 경우 영주권이 부여되므로 정부는 저출생고령사회의 대안으로 외국인주민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에 대한 각종 복리후생정책과 예산을 반영해 각 지자체에 잘 정착하도록 해야 하며, 행정안전부 등과 협조해 사문화된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에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 중인 계절노동자 기숙사 건립처럼 노동부도 이주노동자 기숙사 건립 정책을 추진하고, 외국인노동자센터 등 이들의 사랑방을 확보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의 지역 정착률을 높이는 것이 지역소멸의 대안이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상생의 경제공동체라는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 한국으로 오는 이주노동자, 돌아가는 노동자들은 평생 한국과 동반자 관계로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자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브릿지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하다가 네팔로 돌아간 노동자 6명이 지난해 시장으로 당선돼 현재 시정을 펼치고 있다. 누구와 어떻게 파트너십을 이루며 외교·통상을 하는 게 효과적인지 답이 보이지 않는가?
https://www.yna.co.kr/view/AKR20240626078600530?input=1195m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위험업종 채우는 외국인 근로자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2024-06-26 11:53)
외국인 취업자 9만명 넘어서…산재 사망자 줄었지만, 외국인 비중은 홀로 '우상향'
현장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 못 받아…사고시 '우왕좌왕' 불가피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6261356001
정부·여당 뜻대로 했으면…‘화성 참사’ 아리셀, 중대재해법 피할 뻔했다 (경향, 김지환 기자, 2024.06.26 13:56)
노동부 문서엔 ‘상시 노동자 43명’
연초 ‘5인 이상’ 법 확대돼 처벌 대상
당정 추진한 ‘법개정안’ 통과 됐다면
23명 사망에도 ‘적용 유예’ 받았을 듯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261441011
“아리셀 화재 반복되지 말아야”…시민사회 재발방지책 마련 촉구 (경향, 이예슬 기자, 2024.06.26 14:41)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261447001
소방당국, 3월에 아리셀 ‘3동’ 화재 위험 정확히 지목···“급격연소로 다수 인명피해 우려” (경향, 전현진 김송이 기자, 2024.06.26 14:47)
3개월 전 사전 점검서 ‘위험’ 보고
사측에겐 안전수칙 준수 등 ‘지도’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133911
[기획] ‘위험의 외주화’가 된 외국인력들… ‘3대 허들’ 없애야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2024.06.26 15:16)
사업장 변경제한 및 취업비자, 불법하도급 개선 등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894
'아리셀 중대재해' 대책위 꾸려졌다···"다단계 고용구조 속 이주노동자 목숨 방치돼"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6.26 16:04)
㈜ 아리셀 중대재해 철저한 진상규명
시민대책위 요구 발표 기자회견 열려
경기도 화성시 리튬 배터리공장 '아리셀'에서 중대재해 참사로 30여 명의 노동자가 죽고 다친 가운데,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등이 (가)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대책위는 26일 오전 10시 참사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발생 이후 드러나는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는 명백히 기업이 저지른 중대범죄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소방법 등 다수의 현행법 위반이 명확해 지고 있으며, 더 밝혀져야 할 진실과 진상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참사로 돌아가신 노동자의 영정 앞에 고개 숙여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하며, 부상당한 노동자의 쾌유와 함께 깊은 상처를 받은 모든 분의 빠른 회복을 전했다.
대책위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노동자, 시민이 안전한 현장과 사회를 열고 함께 조직적 대응을 위해 꾸려졌다. 기자회견에서는 대책위의 요구를 제시하고, 활동 계획을 설명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피해자 권리 보장 및 지자체의 고위험사업장 안전관리 ▲참사로부터 안전한 사회 등이 대책위의 요구다.
발언자 중 우다야라이 이주노조(MTU) 위원장은 “한국정부와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고 있다”라며 “이주노동자들은 3D에 죽음이 더해진 4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현실을 고발했다. 또한 “이주노동자는 이 땅에 죽으러 오지 않았다. 한 해 백 명 넘는 이주노동자 사망 문제에 한국사회, 정부가 답을 해야한다. 이주노동자 목숨도 소중하다. 더 이상 이 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상황이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전근대적 참사 맞으며 괴로워해야 하나. 무사히 퇴근하는게 그리 큰 꿈인가. 지금까지 나온 정보만 보더라도 이번 사건은 예견된 참사였다"며 분노했다. 더해 "아리셀의 인력공급업체라는 메이셀은 아리셀 공장에 주소를 두고 있어 사내 불법 위장도급업체로 보인다. 이런 위장도급업체들은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유해물질을 다루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재사망에 집중되고 있다. 정주노동자의 3배 이상이다"라고 했다.
중대재해 사업장이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제대로 기소, 수사조차 되지 않는 현 실태 또한 반복되는 재해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이 수석은 "자본의 요청만 받아안으며 각종규제 완화에만 골몰하는 윤 정권을 규탄한다. 아리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엄중처벌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유족과 부상자에 대해 앞뒤없는 지원이 이뤄져야한다.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 지원과 인권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본부장은 "경기도본부는 이번 참사를 '에스코넥 자회사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로 규정했다. 참사 이후 하나둘씩 드러나는 내용들을 보니 어쩌면 참사가 예견된 것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그만큼 다수의 법위반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고 한 뒤 "그러나 이런 위법 사항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정확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화마에 쓰러져간 노동자들의 명복을 비는 일"이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리튬 배터리의 화재 취약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한 뒤,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연이틀 언론에서 리튬 배터리는 화재 발생시 소화가 어렵고, 특히나 아리셀 참사에서는 방재대책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미 배터리 산업계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사고를 통해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큰 손실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화재 특성과 위험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여 소방?방재 대책이 부적합하거나, 혹은 현재의 방호수준을 개선하고자 하여도 참고할 만한 방재기준이 없다'는 소방방재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번 참사를 통해 현실화 됐을 뿐이라고 대책위는 전하면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누가 화재의 위험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러한 고위험업무에 이들이 투입했고, 희생되도록 방치했는가"라고 분노했다.
대책위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죽음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 단순히 화재폭발 취약성의 문제(직접원인)로만 국한되지 않고,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인 '다단계로 이어진 고용관계 등을 포함한 근본원인, 조직문화 등'을 찾아 규명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6261610001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산재 참사,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관건은? (경향, 김혜리 기자, 2024.06.26 16:10)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6568.html
“이주노동자 목숨도 소중하다”…‘안전할 권리’ 외침 커진다 (한겨레, 이지혜 이승욱 김채운 기자, 2024-06-26 16:23)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 기자회견
안산지역 이주민단체 모여 ‘안전’ 요구
지난 24일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전지 폭발 참사’로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화성시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도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26일 안산지역 이주민단체가 모인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가칭)는 참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튬배터리 산업이 신산업으로 각광받으며 성장하는 사이, 화재 취약성에 대한 방재대책이 전무했던 것뿐 아니라 (노동자들은)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다단계로 이어진 고용관계 등을 포함한 근본원인을 찾아야만 다른 일터에서도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에 나선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외쳤다. 그는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이 여러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아주 열악하고 안전하지 않다. 3D에서 이제 죽음이 더해진 4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안전에 대한 권리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꾸려진 대책위는 이주민 유가족의 장례 지원과 법률 지원, 한국에 연고자가 없는 이주민 사망자의 신변 정리, 안산 합동분향소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오전에는 화성시청 1층 로비에 희생자 23명을 기리는 분향소도 마련됐다. 주검 훼손이 심해 신원 확인이 더딘 탓에 분향소 단상에는 영정이나 위패는 놓이지 않았다. 분향소에는 유족은 물론 시민과 관계기관 직원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화성시 봉담읍에 사는 변정옥(63)씨는 “외국인 희생자가 많았다. 외국에서 한국에 돈 벌기 위해 왔는데 안전하게 일하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화성시 반월동에서 온 이종화(55)씨는 “우리나라 노동자가 부족하니까 이주노동자가 많이 오는데 정책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4536
밑 빠진 자회사에…‘화성 화재’ 아리셀 모기업 에스코넥 어떤 회사? (일요신문 제1677호, 신민섭 기자 전동선 프리랜서, 2024.06.26 16:26)
스마트폰 금속부품 주력,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 높아…박 대표 아들이 아리셀 사업 주도 ‘승계’ 관련 시선도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6581.html
석달 전 “아리셀 3동 급격한 연소 위험”…소방당국 경고했다 (한겨레, 고나린 엄지원 이정하 기자, 2024-06-26 17:00)
경찰, 제조업체 압수수색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6261733001
불법파견이 ‘화성 참사’ 피해 키워…“노동부 부실감독도 원인” (경향, 김지환 김태희 기자, 2024.06.26 17:33)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40627010015171
[화성공장 화재참사] “불법파견·도급계약, 지휘 감독자가 핵심”… 중처법 적용 땐 중형 가능성 (아시아투데이, 김형준 박세영 기자, 2024. 06. 26. 18:00)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48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짙어지는 불법파견 정황, 참사 주범 지목되나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6.26 19:03)
숨진 이주노동자 18명 고용·산재보험 미가입 … “정부가 불법파견 묵인했기 때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46633.html
아무 때나 자르는 ‘일회용 인간’…이주노동자 불법파견 해놓곤 (한겨레, 김해정 박태우 기자, 2024-06-26 19:28)
‘화성 참사’가 드러낸 ‘위험의 외주화’
제조업 생산직 파견 불허 업종인데도
공단지역 중소제조업 불법 파견 만연
안전교육·산재보험 가입은 ‘남의 일’
“파견직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신세죠. 다쳤다고, 물량이 줄었다고 문자메시지로 바로 잘려요. 퇴직금도 못 받고 산재 처리도 안 되죠.”
2년 전 귀화한 중국동포 40대 김아무개씨는 인천 부평공단에서 5년째 파견노동자로 제조업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다. 일감이 있을 때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공장에 들어가 일하는 방식이다.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서도 수차례 썼고, 일하는 곳도 자동차부품업체, 도금업체 등으로 여러번 바뀌었다.
그에게 지난 24일 이주노동자 18명을 포함해 모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폭발참사는 남의 일 같지 않다. 김씨는 26일 한겨레에 “예전에 도금공장에서 일할 때 도금액이 눈에 튄 적이 있었다. 치료도 내 돈으로 받았는데, 3일 동안 아파서 못 나간다고 하니 잘렸다”며 “이번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도 저랑 비슷한 처지일 텐데 법은 있으나 마나”라고 밝혔다.
공단지역에서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직 파견’은 수년 전부터 고질적인 문제였다. 파견노동은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임금을 받으면서, 다른 업체(사용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는 것을 뜻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대한 파견을 금지하고 형사처벌하지만, 구인구직 누리집에 제조업 생산직 채용공고가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올 정도로 불법은 만연하다. 파견업체들은 통근버스를 운영해가며 파견노동자들을 공단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특히 내국인들의 중소제조업 기피가 심해지면서 중국동포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으로 자리를 메우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의 김용철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노동상담소장은 “기술 기능직은 직접 고용하기도 하지만, 단순 생산직은 이제 파견직 고용이 대세”라며 “채용 등 인사노무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파견업체가 책임지니 리스크를 외주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의 이주화’가 널리 펴져 있는 셈이다.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업체가 일감이 없을 때 노동자를 바로 해고하는 ‘노동 유연성’은 노동자의 권리 침해와 맞닿아 있다. 임금체불이나 4대 보험 미가입,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의 2020년 ‘이주노동자 파견노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파견노동 경험이 있는 노동자의 절반 이상인 58.9%가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일을 그만둔 이유로 ‘낮은 임금 때문에’(15.4%), ‘일이 힘들어서’(11.9%) 등의 응답과 함께 ‘그냥 나오지 말라고 해서’(16.8%), ‘소개받은 조건과 실제 노동조건이 달라서’(11.1%) 등도 만만치 않았다.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은 “애초 파견시장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이주노동자나 고령 내국인”이라며 “특히 이주노동자는 한국어도 익숙하지 않아 문제 제기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파견노동자에게 작업장 안전보건 교육이나 산재보험 가입 역시 먼 얘기다. 이번 참사에서 파견노동자들은 대피경로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해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들을 고용한 메이셀은 노동자들을 산재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는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김씨 역시 “그냥 현장에 투입됐고,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노동자 파견업체에서 일한 ㄱ씨는 한겨레에 “당장 일하기 바쁜데 안전 교육이나 화재대피 교육 같은 것을 할 시간도 없다”며 “파견업체 대부분이 산재보험 가입을 하지 않고, 치료비가 많이 들 경우만 산재보험 처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동안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노동계는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고칠 것을 요구해왔다. 이대우 금속노조 전략조직국장은 “금속노조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공단지역 불법파견업체를 고소·고발했지만 노동부·검찰이 무혐의·약식기소에 그치는 등 안일한 대응을 해왔다”며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계속 눈감는다면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40627.22018007719
[도청도설] 위험의 이주화 (국제신문, 이은정 논설위원, 2024-06-26 19:49:41)
얼마 전 일본 후쿠오카에 갔을 때다. 시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할 때 보니 계산원이 필리핀인이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매할 때도 동남아시아 출신 직원들이 많이 보였다. 과거 호텔 청소를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가끔 봤지만 이제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소매유통업체에서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초고령·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일본 경제가 부족한 일손의 상당수를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조선업이 활황을 맞으며 경남 거제에선 2022년 5861명이었던 등록 외국인이 올 5월 현재 1만3075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불황 시기에 구조조정으로 떠난 내국인 하청근로자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전국적으로는 조선업계 외국인 근로자가 2만 명에 육박한다. 베트남 태국 파키스탄 몽골 등 여러 나라 출신 근로자가 함께 일하다 보니 언어 소통이 안되는 게 심각한 문제다. 가뜩이나 작업 환경이 위험한 데 한국인 작업반장이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설명하면 한국말을 조금 아는 외국인 근로자가 전달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인명 사고가 잦다.
내국인이 3D업종을 기피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외국인 공급 없이는 산업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다. 2004년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를 통해 올해 들여오는 비전문 인력(E9) 규모는 16만5000명에 이른다.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는 ‘위험의 이주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는 2017년 6302건에서 2022년 8286건으로 5년 새 31% 늘었다(고용노동부).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1차 전지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였다. 리튬 전지는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000도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물이 닿으면 2차 폭발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화재 진압 방식을 쓰기도 어렵다. 회사 측 주장과 달리 외국인 근로자들이 제대로 안전 교육이나 대피 훈련을 받았을지 의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장 내부 구조를 잘 몰라 피해가 더 컸을 수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리셀에 이들을 파견한 인력업체가 고용·산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서 이들을 위한 안전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626162000061?input=1195m
석달전 경고·이틀전엔 화재…화성 참사, 드러나는 안전불감증 (화성=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2024-06-26 19:53)
사고 막을 기회 수차례 놓쳐…아리셀 무사안일주의가 빚은 '인재'
사상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화재 발생 석 달 전 소방당국의 경고가 있었고 불과 이틀 전에는 실제 불이 나기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사안일주의가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화성소방서는 지난 3월 28일 아리셀 공장의 소방 여건을 조사했다.
소방당국은 아리셀 공장처럼 연면적 1만 5천㎡ 이하인 비교적 소규모인 공장에 대해 2년에 1차례 소방활동 자료 조사를 한다. 화성소방서는 이 조사서를 통해 아리셀 공장 내 건물 11개 동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점을 짚으면서 "상황 발생 시 급격한 연소로 인한 연소 확대 우려가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화성소방서는 특히 이번에 불이 난 3동과 관련해 "3동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 있음"이라고 조사서를 통해 경고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에서는 화재 발생 3개월 전부터 아리셀의 건물 현황과 구조, 보관 중인 위험물의 종류, 연소 확대 요인 등을 근거로 일단 불이 나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화성소방서는 이어 화재 발생 19일 전인 지난 5일 아리셀에 직접 방문해 화재예방컨설팅을 하기도 했다.
당시 화성소방서 산하 남양119안전센터장을 비롯한 소방당국 관계자 4명은 아리셀 공장을 찾아 안전관리 담당 직원 3명을 대상으로 화재 등의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피 방법을 설명하고, 위험물안전관리법상 3류 위험물인 리튬의 특성과 사고 사례를 소개했다. 일종의 화재 예방·안전 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화성소방서 측의 소방활동 자료 조사 및 화재예방컨설팅이 두 달 사이 연달아 이어졌지만, 아리셀 측의 무사안일주의는 계속됐다. 특히 이번 사고 이틀 전인 지난 22일에는 리튬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으나, 아리셀은 119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불은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던 중 갑자기 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의 온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급상승했고, 이에 따른 과열로 불이 났다는 것이다.
다행히 불이 다른 곳으로 옮아 붙지 않아 큰 사고는 피했지만, 아리셀 측은 재발 방지나 화재 예방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아리셀은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화재 사실을 실시간 보고받고 조치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신고 절차 없이 생산을 재개했다"고 했다.
한번 불이 나면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연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리튬 배터리를 제조하고, 수만개를 보관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의 해명이라기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결국 소방당국의 경고에 이은 현장 방문과 실제 소규모 화재 발생까지, 사고를 예방할 기회가 여러 차례 주어졌음에도 아리셀의 안전불감증 탓에 아무런 잘못 없는 근로자들이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11652_36515.html
"사무실도 없이 그때그때 파견만‥" '사실상 위장 도급' 시인 (MBC뉴스 장슬기 기자, 2024-06-26 20:05)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11654_36515.html
'서툰 한국말·단기 고용' 탓 부족한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MBC뉴스 이재욱 기자, 2024-06-26 20:08)
앵커: 경찰은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에서 인명피해가 커진 이유로 안전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많은 다른 지역은 안전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이재욱 기자가 경기도 시화공단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산과 시흥은 기초자치단체 중 등록외국인 수가 각각 전국 1등, 3등입니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시화공단 때문입니다. 부족한 일손을 이주노동자들로 채우고 있는데 아직 우리말이 서툰 사람들이 많습니다.
[동티모르 출신 이주노동자 (음성변조)] "<혹시 이 근처에서 일하시는 거예요?> 몰라. <어디서 오셨어요?> 어? <어디서 오셨어요?> 나? 동티모르."
[파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음성변조)] "<한국말 할 줄 아세요?> 한국말 조금. <어느나라에서 오셨어요?> 파키스탄 사람. <얼마나 되셨어요, 한국 온 지?> 10분."
업체가 종종 외부강사를 초빙해 안전교육을 진행하지만 한국어로 진행되는 교육으론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시화공단 노동자 A (음성변조)] "<회사에서 어느 나라 분들, 외국인 노동자들 좀 많으신가요?> 필리핀이요. <그 분들 한국말 좀 할 줄 아세요?> 아니, 못해요. <영어로 아니면 필리핀말로 (안전교육을?)> 딱히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냥 한국말로?> 네, 한국."
그마저도 직업소개소나 파견업체를 통해서 온 단기 이주노동자들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시화공단 노동자 B (음성변조)] "<근무하시는 데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 좀 있는 편인가요?> 아니오, 그냥 용역으로만 와서. <인명사고가 있는 걸 대비해서 안전교육 이런 건 그러면 아무래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고‥> 그렇죠."
[박천응/안산이주민센터 대표] "갈 때마다 안전 교육을 할 수가 없어요. 빨리 출근을 하면 일을 해야 되는 거죠.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무엇에 대한 조치 이런 것들은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사망자들도 대부분 단기 이주노동자였습니다.
[김진영/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어제)] "그때 당시에 작업했던 근로자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일용직이 대부분이어서 건물 구조를 잘 몰라서 대피로를 제대로 찾지 못해서 한쪽으로 몰리면서 대피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올해 3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213명, 그중 24명이 이주노동자였습니다. 산재 사망 10명 중 1명꼴입니다. 화성 배터리 제조공장 화재는 단일사고로는 가장 많은 이주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최악의 참사가 됐습니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626580409
[사설] 외국인 노동자 대형 참사, 더 이상 되풀이 안 된다 (경기일보, 2024-06-27 03:00)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업체 화재로 숨진 사람 대부분이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다. 사망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다.
아리셀 공장에서 벌어진 참사는 배터리 기술은 선진국이지만 안전은 후진국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열악한 작업공간에서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고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주노동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에서 일하다 죽는 게 전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의 안전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전국이주인권단체는 성명을 내고 “이주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는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됐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이 없었다”며 화재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도 한국의 외국인 노동력 의존 심화 현상 등을 조명했다.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공장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저임금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화성과 같은 공업도시의 소규모 회사들과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 돌아가기 불가능할 정도다’, ‘한국은 산업재해 사망률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들의 지적이 틀리지 않는다. 낯 뜨겁고 부끄러운 현실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활동인구 부족으로 갈수록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이 기피하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과 영세 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당연히 수반돼야 할 안전관리는 소홀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위험한 장소·시설·물질에 대한 경고와 비상시 대처를 위한 지시·안내 등을 나타낸 ‘안전보건표지’를 해당 외국인 근로자의 모국어로 작성해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각국 언어로 된 안전표지를 제대로 부착하는 일은 드물다. 안전보건 교육을 받지만 형식적이거나 언어적 걸림돌로 내용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내국인 산업재해 사망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외국인 사망자는 늘고 있다. 외국인 산재 발생률이 내국인보다 4배가량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조치는 상당히 미흡하다. 필요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받는 데만 급급했지 내국인 못지않은 안전과 노동 인권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안전에 대한 체계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모국어로 산업별 안전지침을 마련하는 등 맞춤형 교육 시스템이 절실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전담 안전보건 교육 전문가로 양성할 필요도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9356
화성 '메이셀'의 과거도 수상...외국인 불법파견 위해 만든 업체? [화성 리튬공장 참사] (중앙일보, 이보람·이찬규 기자, 2024.06.27 05:00)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626580316
“사람만 보냈을 뿐인데”… 책임 떠안는 파견업체의 눈물 (경기일보,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 김은진 김도균 한준호 박소민 오종민 기자, 2024-06-27 05:00)
화성 참사 ‘불법 파견’ 의혹 제기... 사고땐 불법 계약에 책임 전가
아리셀 대표 “도급 인력” 주장... 인력 업체 “불법 증거 제출 계획”
고용부 “신속 수사… 엄중 조치”
“불법이어도 일단 부르면 사람부터 보내죠. 우리에겐 선택권은 없어요.” 화재가 발생한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파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사무소 등 파견업체들은 사고 시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되는 등의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비, 청소, 주차관리 등 32개 업종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법에서 원청업체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을 지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제조업은 파견 근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도급 형식으로 계약을 하되, 원청업체가 업무 지시를 내리고 노동자 수까지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한 인력 업체 관계자는 “공장 일이 힘들다 보니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그래서 업체에서 편의를 봐주고 있다”며 “도급 업체들은 돈을 벌 수 있고 원청업체는 구하기 좋기 때문에 편법으로 계약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도급 업체들은 원청 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원하는 만큼 인원수를 맞춰주고 원청에서 업무 지시까지 이뤄진다”며 “이미 불법으로 이뤄진 계약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도급 업체가 책임을 다 지게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같이 노동자를 파견받는 것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외국인 노동자를 도급이 아닌 파견받아 투입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파견과 도급은 지휘·명령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파견은 파견 업체와 계약을 맺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지만 도급은 수급인에게 권한이 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전날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 모두 ‘도급 인력’이라고 언급하면서 인력을 공급받은 업체인 메이셀에서 업무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이는 불법 파견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메이셀 측은 불법 파견이 맞다고 반박하고 있다. 메이셀 측은 아리셀에 공급하는 노동자들에게 근무지로 향하는 통근버스 사진만 문자로 보내줄 뿐, 업무지시는 아리셀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는 그동안 아리셀과 주고받은 연락 내역 등 불법 파견 정황을 담은 증거를 경찰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도급을 위장한 파견으로 밝혀질 경우 파견법 위반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들 간 도급계약서는 없으며 구두 상으로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길수 고용노동부 지역사고수습본부장은 “(아리셀 측이) 주장한대로 도급 계약이 맺어졌는지 작업 공정이나 인사노무관리 지휘를 누가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필 것”이라며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https://www.nocutnews.co.kr/news/6167899
'불법고용·안전부재' 그늘서 숨진 외국인들…"위험의 이주화" (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2024-06-27 05:00)
경기 화성 화재 발생한 아리셀 "불법 고용 의혹"
아리셀·메이셀 "외국인 특례고용허가 받지 않아"
노동부 "두 업체, 구두로 도급계약 한 것으로 보여"
소방당국, 참사 19일 전 화재안전 컨설팅 했지만
'3동 화재 시 인명피해 우려' 경고 현실화
'불법고용·안전부재' 의혹 속 이주노동자 다수 희생
전문가 "위험의 외주화 넘어 이주화 사례"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57
막을 수 있었던 참사, 이윤보다 안전을 (매노,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2024.06.27 07:30)
끔찍한 대형 산재 또 일어났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 가운데 18명은 중국과 라오스 등 이주노동자다. 사고 현장에서 대피한 노동자의 진술과 사고 당시의 CCTV 영상에 따르면 가연성 금속인 리튬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됐고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발화 장소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천여개가 보관돼 있어 거센 불길이 급격히 번져 나갔다.
개탄스럽게도 화재로 인한 대형 산재참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29일 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로 노동자 38명이 사망했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레탄폼 작업과 화물 엘리베이터의 용접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었다. 우레탄폼은 한번 불이 붙으면 폭열을 일으키며 연소하는 특성이 있기에 우레탄폼 발포시 주변에서 용접과 같은 화기작업을 절대 금지해야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발주처가 냉동창고 결로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대피로를 폐쇄해 노동자들이 제때 빠져나오지 못해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동시에 했던 배경에는 발주처의 공사 기간 단축 요구가 있었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는 공사 기간 단축 요구에 시공사와 감리업체가 상당한 압박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 참사는 그로부터 12년 전, 노동자 40명이 목숨을 잃은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사고와 판박이였다. 냉동창고의 건설 공사 마무리 작업 중 우레탄 발포 작업 후에 유증기가 가득찬 현장에서 용접 불티가 튀어 폭발사고가 났고, 공사현장에 남아 있던 화학물질 때문에 폭발이 계속되면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냉동창고의 밀폐된 구조와 유독가스로 피해는 더욱 커졌다. 엄청난 규모의 사망사고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다시 똑같은 참사가 반복됐기에 이를 지켜보는 것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참담한 2020년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우리는 또다시 참사 현장을 지켜보게 됐다. 직접적인 화재 원인은 다르다. 이번에는 용접 불티가 원인이 아니고 건설현장의 화재도 아니다. 하지만 사고가 이런 대형참사로 확대되게 된 근본적 이유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시 2층 노동자 다수가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2층에서 흩어진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언론에 보도된 소방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 탈출로는 두 개였고 폐쇄돼 있지 않았는데도 희생자들은 탈출하지 못했다. 불이 빠르게 번졌다고는 하지만 대피로가 있는데도 수많은 노동자가 발화지점에서 그대로 희생됐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소방당국은 그 이유로 용역회사에서 파견을 받아 근무하던 일용직 이주노동자들이 공장 내부 구조를 잘 알지 못해 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봤다. 관리자들은 모두 대피했다고 하니 이러한 분석에 수긍이 간다.
심지어 정규직과 일용직이 섞여 있어 화재 초기 정확한 작업 인원조차 확인이 어려워 실종자 숫자 파악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사정이라면 과연 일용직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화재시 대피로 교육 등 안전 조치가 제대로 됐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비용절감을 위해 파견노동자를 사용함으로써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등한시한 것은 아닌지 엄중히 따져 봐야 할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은 리튬배터리를 취급하니 불이 날 경우 대형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주기적으로 재난 대비 훈련을 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면 모든 노동자를 직접 채용해 작업을 수행하게 하고 위험을 직접 예방하고 관리했어야 한다. 석 달에 한 번 하는 교육이 오늘 하루 일하고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대피로의 방향도 모른 채 낯선 사업장에서 배터리 포장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모습에서 내가 다루는 화학물질이 뭔지도 모른 채 휴대폰 부품을 만들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했던 파견노동자의 모습이 겹쳐져 떠오른다.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워 위험한 작업을 일용직 파견노동자에게 전가한다면 대형참사는 앞으로도 막을 수가 없으리라는 것을 잊지 말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6675.html
[단독] ‘화성 참사’ 아리셀 최근 5년 노동부 안전감독 0번 (한겨레, 심우삼 기자, 2024-06-27 10:18)
2년 전 근로감독에선 ‘성희롱 교육 위반’만 적발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감독·점검을 한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구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선임, 부실한 안전교육 의혹 등 총체적 안전체계 부실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당국의 허술한 감독망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아리셀에 대해 산업안전감독 또는 점검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매년 중대재해가 발생했거나 위험 기계 또는 유해·위험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을 중심으로 사업장 안전보건 감독·점검을 실시한다.
일부 사업장을 선별해 이뤄지는 감독·점검이지만, 아리셀이 고위험 물질인 리튬을 취급하고 이주노동자 밀집도가 특히 높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 감독망의 허술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리셀은 출입구 외 비상구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선임, 부실한 안전교육 등 각종 산업안전보건 법령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당국의 감시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가 지난해부터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자기규율 예방 방식의 위험성평가로 대체하면서 안 그래도 허술했던 감독·점검 제도의 구멍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해 실시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사업장 위험을 가장 잘 아는 근로자가 위험성평가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취지였지만, 아리셀 같이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이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자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명선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안전보건실장은 “기존에도 노동부의 감독은 전체 사업장의 1%도 안 되는 수준에서 이뤄졌다. 아리셀처럼 실질적으로 산업재해 요소가 은폐돼 있거나, 산재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감독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며 “그나마도 위험성 평가점검으로 바뀌고 나서는 적었던 감독물량의 절반 가까이가 더 줄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의 일반 근로감독 역시 아리셀의 ‘불법파견 의혹’을 바로 잡지는 못했다. 아리셀은 용역업체에서 이주노동자를 파견받았는데, 제조업 공정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파견법이 정하는 파견 허용업종이 아니라 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는 2년 전인 2022년 5월 아리셀에 대해 근로감독을 진행했으나, 당시엔 성희롱 예방교육 조항 위반 사항만 적발됐다. 언론보도로 아리셀의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논란이 제기되자, 노동부는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감독 건수는 매년 500건 안팎으로 미미했다.
박해철 의원은 “이번 사고는 현 정부의 자율예방 중심 산업안전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기업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아리셀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감독점검을 실시한 이력은 없으나 2023년과 24년 고위험 사업장으로 선정해 연초에 공문을 보내 안전보건조치를 철저히하도록 안내한 바 있다”며 “지역산업단지의 불법파견 근로감독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271137001
‘화성 참사’ 인력공급업체는 ‘가족기업’···“주먹구구식 운영” (경향, 조해람 김지환 기자, 2024.06.27 11:37)
[기자회견문] 일하다 죽지않게 파견법을 폐지하라! 기업살인 강력 처벌! 중대재해처벌법 강화하라! (2024년 6월 27일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화재폭발이 일어나 3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아리셀 공장에서 일용직 파견 형태로 노동자들이 투입된 현장은 불과 석 달 전 소방당국이 리튬화재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곳이지만, 결국 아리셀도 정부도 제대로 된 화재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화재참사는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불안정노동자들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다시금 드러냈다.
아리셀에서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근로자파견이 대규모로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리셀 측은 불법파견 정황을 부인하고 있지만, 참사 현장에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은 “도급이 아닌 파견이 맞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그마저도 메이셀은 무허가 인력파견업체였다.
이처럼 참사의 책임을 양쪽이 옥신각신하며 서로 떠넘기는 것만 보더라도, 일자리를 미끼로 내건 중간착취 사람장사를 더 이상 허용해선 안 된다. 허가도 받지 않은 메이셀이 노동자들을 아이셀에 파견하고, 아이셀은 불법파견으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이 노동자들을 투입한 것이다. 올해로 시행 26년째를 맞는 파견법은 이곳 화성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아무 때나 쓰다 버리는 일회용 노동을 양산했다. 특히 제조업 중소사업장에서는 임시?파견직이 아니고선 채용 기회조차 얻을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조업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다. 사법부 역시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왔다. 얼마 전 6월 25일 울산 HD현대건설기계 파견법 위반 1심 재판에서도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이어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만 명의 하청노동자들을 불법적으로 사용해 왔고,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하청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를 해고했던 사용자에게 고작 700만 원 벌금형이 내려진 것이다. 이는 자본가들에게 ‘불법파견을 계속 사용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동안 파견제도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사람장사, 중간착취,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본질에서 단 한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불법파견-일용직-이주노동자라는 가장 취약한 지위가 사용자들에게는 이윤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 이번 아이셀 화재참사가 그러하듯, 많은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헐값에 부려먹기 위해 임시?파견직을 사용해 왔고, 이것이 미흡한 안전관리,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20년간 불법파견에 맞서 싸워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화재참사를 참담한 심정으로 마주하며‘파견법 폐지’를 거듭 외치는 이유다. 파견제도는 고쳐서 쓸 수 없다. 지금 당장 파견법을 폐지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
한편, 아리셀은 에스코넥의 자회사이고, 에스코넥은 갤럭시 휴대폰 부품과 배터리 관련 부품을 삼성SDI에 납품하는 협력사로 알려져 있다. 건설업·조선업·자동차제조업 등 수많은 산업에서 그러하듯, 전지산업 역시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다단계 하청구조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청에서 재하청을 거칠수록 단가는 낮아지고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과 생명안전에 대한 책임도 점차 불분명해진다.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취약해지고 중대재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줄기차게 이야기해 왔다. 김용균 투쟁으로 만들어진 개정산안법의 쟁취는 소중한 한 걸음이었지만, 여전히 위험업무에 대한 외주화 금지는 부족하고 협소하다. 그동안 정부는 리튬전지 등 전기전자업종을 전기차 시대에 꼭 필요한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한껏 추켜세워 왔다. 정부와 국회는 신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기업 규제완화와 특혜 제공에만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전기전자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대책부터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화재참사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로 일터의 위험이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아리셀은 이주노동자에게도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둘러댔지만, 인원 변동이 수시로 일어나는 임시?파견직 신분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안전 교육이나 대피훈련은 고사하고 표준안전작업 매뉴얼이 제대로 전달됐을지도 의심스럽다.
이주노동자를 부품 갈아끼우듯 사용해 온 아리셀 같은 기업은 특별히 악독한 사업주라서 생겨난 게 아니다. 이주노동자를 그저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며 저임금·고위험 업종에 이주노동자를 확대?공급하는 정책에 주력해 온 정부가 ‘위험의 이주화’를 부추긴 주범이다.
이번 아리셀 화재참사에서도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일터와 사회에서 참사가 연이어 반복되고 있지만, 끝내 막지 못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결국,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를 비용으로만 간주하면서 차별이 확대되고 덩달아 위험은 증대됐다. 이 같은 참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참사 피해자의 권리, 나아가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일하다 죽지 않게 파견법을 폐지하라!
- 불법파견 노동자 집단사망 아리셀 참사 책임자를 처벌하라!
- 이윤보다 생명이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라!
- 기업살인 중대재해 엄중히 처벌하라!
- 죽음의 이주화 지금 당장 멈춰라!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46828.html
아리셀 이주노동자 3인 인터뷰…“교육? ‘안전하게 일하자’ 정도” (한겨레, 이승욱 기자, 2024-06-27 20:05)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6272101005
파견 노동 시장 메운 재외동포들…산재 위험에도 무방비 노출 (경향, 김지환 기자, 2024.06.27 21:01)
외국인 사망자 18명 중 17명 중국 국적…15명이 ‘동포 비자’
‘파견’ 인력업체 통해 취업 가능…직고용 꺼리는 곳서 선호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272101015
아리셀 작업장 소화기 39대 모두 ‘리튬엔 무용지물’ (경향, 조해람 기자, 2024.06.27 21:01)
리튬전지 ‘소방 사각지대’
화재 취약 샌드위치 패널에
방염처리·비상구도 없어
관련 안전규정 마련 시급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0628/125662832/2
“라오스인 아내, 근로계약서 요구에도… 파견업체 2년간 거부” (동아일보, 화성=서지원 화성=이수연 화성=김수현 기자, 2024-06-28 03:08)
‘화성 화재참사’ 유족들 분노
사고날 뇌수술받은 한국인 남편… “포장하라 불러 용접까지 시켜”
유족들, 화재업체 대표-관계자 만나… “안전교육 똑바로 했나” 거센 항의
사망자 23명 전원 신원확인 완료
https://www.news1.kr/articles/5461749
중처법 시행 후 최악 '화성 참사'…수사능력 시험대 오른 고용부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4-06-28 06:35)
중처법 시행 3년차 수사역량 쌓여…혐의 입증 무리 없을 듯
'블법 파견' 입증 여부는 관건…아리셀 초호화 변호인단 구성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72
현 정부 불법파견 감독건수, 문 정부 ‘절반 수준’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6.28 07:30)
정부 관리·감독 책임 방기, 사각지대 만들어 … “파견 범위 축소 등 법 개정 필요”
윤석열 정부의 불법파견(사내하도급) 감독량이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사고가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관리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는 지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4일 발생한 아리셀 화재 사고로 노동자 31명이 죽거나 다쳤다. 전체 사망자 23명 중 18명은 외국인으로 인력 파견업체 메이셀이 아리셀에 공급한 노동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합법체류 자격을 가진 노동자지만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노동부 행정데이터에는 집계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단 뜻이다.
코로나 유행 전까지 연 1천600여건
2022~2023년 연 500건 채 안 돼
고용노동부가 2021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비례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사내하도급 감독은 1천159건(사업장)이었다. 2017년 5월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비정규직 남용·차별 해소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과 함께 민간부문 불법파견 단속을 강화한 결과다.
2017년 1천349건의 사내하도급 감독이 진행됐고, 2018년과 2019년에는 1천600건대를 기록했다. 다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 확산과 함께 정규직화 정책 추진 동력이 상실되자 감독건수가 677건(2020년), 534건(2021년)으로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불법파견 감독은 400건대로 뚝 떨어졌다. 노동부가 27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89건, 2023년 465건이었다. 노동부는 아리셀 화재 사고로 드러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산업단지에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제조업체 등에 대한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감독 사업장(건수)은 500곳에 그쳤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정책적 의지가 없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고용한다는 의지가 분명했고, 그에 따라 감독을 포함한 노동행정을 펼친 결과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도 일부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2017~2021년 8월 문재인 정부의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 688개 사업장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2만6천124명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렸다. SK브로드밴드는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아 2017년 7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를 자회사 홈앤서비스 소속으로 바꿨다. 노동계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꼼수 고용이라고 비판했지만, 기존의 고용구조보다 개선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간접고용 구조에 노동자 안전 위협
“파견 대상 업무 엄격히 제한해야”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화재 사고는 제조업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정부가 관리·감독하지 못하면서 방치된 열악한 노동환경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는다.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이 흐른 26일에도 아리셀에 인력을 파견한 메이셀 소속 노동자가 몇 명인지, 노동자의 근속기간과 계약형태, 노동환경 모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노동환경과 계약형태는 메이셀측과 유가족의 증언을 통해 짐작되는 상황이다. 메이셀측 주장에 따르면 그때그때 필요 인력을 아리셀에 파견하는 시스템으로, 메이셀 노동자가 충분한 안전보건교육을 받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소장은 “법이 보장하는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노동자가 밀집돼 일하다 보니, 산업안전보건 관련 기본교육이나 사고예방 조치, 시설 개선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된다”며 “결국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가 난 뒤에도 정부는 누가 일했는지도 잘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와 파견 대상 범위 축소 등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서범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재계를 중심으로 파견근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명확히 있고, 정부도 이런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파견 엄격하게 금지하는 방식으로 법개정을 재논의하고,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곳에 노동자를 파견하고 사용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도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하지만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김유선 이사장은 “현 정부가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정책적 의지가 약하더라도 있는 법은 지켜져야 한다”며 “상시지속적인 일자리는 직접고용을 대전제하고, 내국인과 이주노동자에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현행 32개로 제한한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는 ‘파견제도 선진화’ 정책을 약속해 왔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281123001
[단독] 입수한 아리셀 안전관리 컨설팅 보고서 보니···“중대법 조치 미흡” (경향, 조해람 기자, 2024.06.28 11:23)
대형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나온 경기 화성 아리셀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에서 “안전보건담당임원의 안전보건 경영 의지는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치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까지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가 열악한 상황에 있었다는 방증이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아리셀의 ‘안전보건관리체계 1차 컨설팅 결과보고서’를 보면, 안전보건공단의 위탁을 받아 3월28일 컨설팅을 진행한 민간업체는 아리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상시근로자가 40여 명인 아리셀은 지난 1월27일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공단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은 1차에서 5차까지 진행된다. 아리셀이 2차 컨설팅을 받기 전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1차 컨설팅은 사업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준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지적이 나오진 않았다. 다만 해당 업체는 아리셀에 “안전·보건 경영방침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안전·보건 경영방침 수립은 중대재해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사업주의 의무 중 하나다.
아리셀의 컨설팅 보고서는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까지 50인 미만 사업장들의 안전보건조치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와 여당, 경영계 등은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미만)에 대한 3년간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법 시행이 미뤄졌다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안전환경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안전보건공단 컨설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리셀 1차 컨설팅에는 대표이사가 불참하고 안전관리담당 임원만 참가했다. 대표이사 참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노동계에서는 아리셀 같은 산단 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공동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하는 등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김 의원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이 유예되면서 충분히 법시행에 따른 안전점검과 대비를 할 수 있었음에도 아리셀은 늦장 컨설팅을 실시했고 그 결과마저 안전보건조치 미흡으로 나왔다”며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이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는 분명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91
[단독] 노동자 숨진 뒤 ‘고용·산재보험’ 신청한 아리셀 파견업체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6.28 11:30)
외국인 노동자 3명 일용직으로 지난 26일 신고 … 노동부 “1명 산재승인, 2명 산재신청”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710.html
이름도 얼굴도 불탔다 (한겨레21 1520호, 이재호 기자, 2024-06-28 11:34)
출구 찾지 못해 막다른 곳으로 달려간 희생자들
파견 불가 제조업체 아리셀 ‘불법파견’ 의혹 짙어
‘전곡산단 화재사건 故(고) 21번, 故 16번, 故 11번, 故 6번, 故 23번.’
2024년 6월25일,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노동자들이 안치된 화성 송산장례문화원 벽에 걸린 새하얀 게시판엔 망자의 이름 대신 번호가 써졌다. 불에 타고 연기에 그을린 노동자의 몸이 심하게 훼손돼 눈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번호는 주검이 발견된 순서에 따라 매겨졌다. 유가족들은 이름과 얼굴을 잃어버린 노동자들 사이에서 가족을 찾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황망해했다. 6월24일 오전 10시31분 화재가 발생한 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연락이 끊긴 가족들은 23구의 주검이 나뉘어 안치된 다섯 곳의 영안실을 돌며 발을 동동 굴렀으나 “신원을 확인 중”이라는 당국의 짤막하고 건조한 대답만 들었다.
사망자 17명 중국동포
화재 등 주검이 훼손될 수 있는 참사에서 여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인상착의와 지문 분석, 치아 식별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 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유전자(DNA) 분석 등의 작업을 거쳐야 해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런데 화성 참사에서는 한 가지 변수가 더 생겼다. 망자 가운데 이주노동자 17명(중국동포)이 포함된 것이다.
주민등록이 되지 않았고,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에도 없는 이주민들의 신원을 확인하자면 가족(부모 또는 형제)의 체세포를 받아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중국에 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들이 있어 정부는 6월27일 오후에야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숨진 노동자 23명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은 1972년생, 52살이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50대 미만이었다. 희생자들은 모두 안산과 시흥에서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해 통근버스를 타고 공장으로 출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검수 작업을 위해 사무실 한편에 쌓아놓은 배터리에서 고열이 발생하면서 일어난 불과 연기에 목숨을 잃었다.
유가족들이 숨진 노동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애태우는 시간, 정부는 이들이 어떤 경로로 고용돼 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신원 확인이 유족에 대한 위로와 보상을 위한 작업이라면, 노동의 형태를 규명하는 일은 참사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절차다.
6월26일 지역사고수습본부가 꾸려진 화성시청에서 브리핑을 연 민길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은 ‘하도급 노동자인지, 파견 노동자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민 청장은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아리셀 대표가 적법도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도급계약서는 없어 좀더 내용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며 “(파견사업주 혹은 하도급업체) 메이셀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고용 관계가 직접도급 형태인지 파견이었는지 등 정확한 내용은 조사와 수사를 통해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의무 저버리고 ‘거짓말’ 의혹
민 청장의 브리핑이 있기 하루 전인 6월25일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과 모회사인 에스코넥의 대표이사를 겸하는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은 화재 현장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고용 형태가 정확히 어떻게 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파견이다. 도급이다”라고 대답해 혼란을 초래했다. 파견과 도급은 엄연히 다르다. 희생자들이 파견 노동자였다면 파견사업주(메이셀)와 고용계약 관계를 맺고 사용사업주(아리셀)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했어야 하고, 하청 노동자였다면 하도급업체(메이셀)와 고용관계를 맺은 뒤 메이셀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해야 한다. 이 경우 하도급업체(메이셀)는 도급업체(아리셀)와 도급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런데 1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은 파견이 불가능한 제조업종이다. 이에 기자들이 재차 “파견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박 본부장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돌아가신 분들의 업무지시를 누가 했나”라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이들은 “파견업체에서 지시했다”고 답해 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반면 메이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파견업체가 현장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휴대전화 문자로 통근버스 탑승 위치를 안내한 뒤, 아리셀에 도착하면 (아리셀) 관리자들이 인솔해서 일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결국 희생자들이 파견 노동자인지 하청 노동자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리셀은 ‘위장도급업체’라고 주장하고 메이셀은 ‘파견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자들만 ‘불법 비정규직’으로 보호의 테두리 바깥에서 일해야했다. <한겨레21>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아리셀과 메이셀은 각각 도급·하도급업체이거나 파견·사용사업주일 경우 가질 수 있는 이점만을 취하고, 의무는 저버리는 방식으로 ‘직접 고용’이라는 노동의 원칙을 형해화했다. 애초에 파견이 불가능한 제조업 공장에서 파견 형식으로 노동자를 받아서 일하다가,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형식적으로만 도급 형태로 변형시켜 눈속임했을 가능성이 크다. 메이셀의 주소는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아리셀의 모회사(에스코넥)와 같았다.
이들이 이런 꼼수를 쓰는 건 오로지 ‘비용절감’ 때문이다. 아리셀이 노동자들에게 지휘·명령을 내려서 파견 형식으로 일했으면서도, 동시에 메이셀과 묵시적으로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용사업주의 의무를 숨기기 위해서다. 파견 노동자는 노동 기간이 2년이 지나면 사용사업주(아리셀)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하고, 산업안전의 책임도 사용사업주에게 있다. 하지만 도급 계약을 맺으면 아리셀에서 2년 넘게 일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없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도 없다.
임금과 주휴수당, 퇴직금, 4대보험 가입 등의 의무는 메이셀(파견사업주)이 지게 되는데, 메이셀은 애초에 이러한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파악한 내용을 보면, 메이셀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직업소개업 사업장으로 등록도 하지 않았다. 특히 2021년 7월부터 2024년 4월까지는 ‘한신다이아’라는 이름으로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해오다 2024년 5월 돌연 이름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파견업체의 전형적인 위장폐업 행태다. 한신다이아가 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고 밀린 4대보험료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회사를 닫았다 새로 여는 것이다.
파견법 예외조항 파고드는 업체들
이런 형태의 노동권 침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화성보다 앞서 산업단지가 발생했던 시흥과 안산에선 이미 10년 전부터 제조업 공장에서 횡행하는 불법파견이 사회문제로 대두돼 대규모 조사까지 이뤄졌다. 민주노총 안산지부와 안산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안산비정규직센터)가 2016년 3월 발간한 ‘반월시화공단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활동백서’를 보면, 2014년 하반기 기준으로 전국 파견 노동자 13만2148명 가운데 안산 지역의 파견 노동자가 2만6410명(19.99%)으로 기초자치 단위 중 압도적으로 많았다. 파견사업체도 303곳으로, 전국 2468곳 가운데 12.28%를 차지했다.
인력파견업체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예외조항인 제5조 2항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업무에도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근로자파견사업을 할 수 있다’를 파고들었다. 2014년 하반기 기준 안산 지역 파견 노동자 2만6410명 중 2만5764명(97.55%)이 파견허용업무가 아닌 제조업 등에 일시·간헐적으로 파견된 노동자였다. 이러한 노동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아무런 예고 없이 퇴근길에 해고를 통보받기 일쑤였고, 파견업체가 폐업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노동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고발이 잇따르자, 노동 당국은 감시를 강화했다. 그러면서 고용 통계에서 파견 노동자의 수가 감소했고, 논란도 잠잠해지는 등 불법파견 노동이 줄어드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불법파견 노동 문제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화성)과 다른 형태(위장 도급), 다른 사람(이주민)에게 전가된 것이었음이 이번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로 확인됐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시흥과 안산 지역의 지대(땅값)가 높아지고, 리튬 배터리 등 신산업이 발달하면서 산업단지가 화성 등지로 확장됐는데, 불법파견 노동도 진화하면서 뻗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온라인 누리집을 보면 경기뿐만 아니라 충남 등 전국에서 배터리 공장 노동자를 구하는 구인광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안산비정규직센터 문상흠 노무사는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불법파견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공장주들이 실질적으로는 파견 형태이면서 도급 형태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쓰는데, 이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산업안전에 관한 사업주의 책임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며 “안산 지역에서 단속이 심해지면서 파견업체 수가 최근 반 가까이 줄었는데, 다른 지역으로 주소를 옮기거나 메이셀처럼 하도급 업체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노무사는 “이번 화성 참사를 계기로 아리셀과 같은 불법 파견 형태의 사내 하도급 노동이 얼마나 있는지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파견인지 하도급인지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는 현행 법제도를 바꿔 사업주가 증명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숨진 노동자 23명 중 여성이 15명
이처럼 불안정하고, 불안전하며, 취약한 일자리에는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과 여성이 있었다. 아리셀에서 숨진 노동자 23명 가운데 여성은 15명이었고, 중국동포는 17명(남성 5명, 여성 12명)이었다. 상당수가 중국동포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경력 단절에 시름하기 쉬운 30~40대 이주여성이 많았던 점을 보면, 노동 현장의 열악함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되는지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노동자들은 사무실 입구에 쌓아둔 전지에서 발생한 불과 연기를 등지고 도망치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막다른 벽에 내몰려 목숨을 잃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하청업체 노동자가 작업할 때 도급업체에 안전보건과 관련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화재 발생에 따른 대피방법 훈련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의무 등을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노동자가 이런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았을 것 같진 않다.
이들의 죽음은 자본의 탐욕에 내몰린 노동권의 현실을 은유하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프다.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영정 사진도 놓지 못한 화성시청 분향소에 희생자 유가족 외에 일반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6902.html
[단독] 노동부, 아리셀 ‘고위험 사업장’ 지정하고 손놨다 (한겨레, 심우삼 기자, 2024-06-28 11:35)
지난해·올해 2월 연속 지정
‘자율예방’ 권하고 점검 안 해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1200/article/6612282_36486.html
'31명 사상' 아리셀 공장 5년간 안전감독 없어 (MBC뉴스 이문현 기자, 2024-06-28 12:09)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628_0002791153
'화성 화재' 외양간 고치기 나선 정부…배터리 제조업체 합동 점검(종합) (서울=뉴시스, 구무서 성소의 기자, 2024.06.28 13:37:08)
한화진 환경부 장관, 국회 환노위 참석
"화성 공장화재, 유해물질 모니터링 중"
"아직까지 검출되진 않아…지속 실시"
"완제품, 재활용 등 관리 방안 등 개선"
정부가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를 계기로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을 점검해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28일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유관기관과 함께 사고 대응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유해화학물질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 지역 대기오염 농도 모니터링을 지속 수행 중이며 상황 종료 시까지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또 업무보고를 통해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안전점검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 안전관리 기준을 충실히 준수했는지, 방재 소화 설비를 적절히 구비했는지 등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며 "취약 업종·중소기업의 설비 개선과 컨설팅을 지원해서 화학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손옥주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사고는 배터리 완제품 사고로 추정되나, 제조업체는 다수의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화학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 중심으로 관계부처 합동 점검을 추진하는 중"이라며 "전지 등 화학 방지대책 태스크포스(TF)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인한 유해 화학물질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며 현재까지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손 실장은 "해당 사업장에 취급하는 유해 화학물질과 리튬배터리 연소 과정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불화수소 등이 주변 지역에서 검출되는지 모니터링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측정 결과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미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화재 현장에서 사용된 소화용수 유출 방지를 위해 인근 하천인 구름천 합류지점 전에 방재선 구축을 했고 하천 유입을 검사한 결과 특이사항이 없었다"며 "화재사고가 발생한 3동 1층 제조시설에서 폐전해액과 잔류전해액이 확인돼서 지정폐기물 처리작업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 종료 시까지 주변 지역 오염물질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검경 등 사고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위험물질이 포함된 완제품 관리 방안에 대해 "물질 자체의 위해성뿐만 아니라 제품에 물질이 들어갔을 경우 어떻게 안전관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 더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또 "폐배터리 운반, 보관, 재활용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개선하고 보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은 군부대에서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차전지 관련 사고에 대해 "현장에서 계속 화재가 나서 환경부에서 관리지침 가이드라인을 군부대에 통보했다"며 "대대 이하 부대는 여전히 부적정 보관되고 있고 방치될 우려가 있어서 국방부와 협업을 강화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4667
“비용 절감이 원인” 조회수 폭발…‘화성 참사’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 (일요신문, 중국=배경화 언론인, 온라인 기사 2024.06.28 15:03)
희생자 대부분 중국 국적이라 주요 이슈로 다뤄…리튬전지 업계 안전 경각심 목소리 높아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4675
위장 도급업체 직접 세웠나…‘화성 화재’ 풀리지 않는 의문점 셋 (일요신문 제1677호, 주현웅 기자, 2024.06.28 15:31)
출구 몰랐나? 적치물 등 쌓여 대피 방해 추측…완제품서 발화? 제품 자체 결함 가능성 ‘무게’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281551001
국가인권위원장 “‘위험의 이주화’가 ‘화성 참사’ 원인··· 근본 대책 마련해야” (경향, 배시은 기자, 2024.06.28 15:51)
송두환 국가인권위위원장이 28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로 23명이 숨진 ‘화성 참사’에 대해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향후 이와 같은 참사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전부터 지적됐던 산업구조 및 안전관리상의 여러 문제점을 적시에 개선했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최근에는 저임금·고위험·고강도의 노동환경으로 인력확보가 쉽지 않은 산업구조 말단부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돼 ‘위험의 이주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산재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의 비중이 점점 늘어가고 있고, 이번 사건에서도 사망자들의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번 참사로 숨진 노동자 23명 중 18명은 중국·라오스 국적의 이주노동자로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한 제조업체 아리셀은 이주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 형식으로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의 불법 파견 방치로 인한 관리·감독 등 미비로 사고의 피해가 더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송 위원장은 “정부는 2023년 조선업 외국인력 확대, 고용허가제 허용 업종 및 규모 확대를 추진하는 등 우리 산업 현장에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라며 “그러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작업 환경을 구축할 것인지 방안은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인권위는 설립 초기부터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해왔다”며 “2018년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조사 시행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 급지 작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권고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이주노동자 사망에 관한 원인 분석과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사망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인권위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6942.html
“위험의 이주화 뚜렷”…인권위원장, 아리셀 참사 근본대책 마련 촉구 (한겨레, 김채운 기자, 2024-06-28 17:27)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93
[화성 아리셀 공장 산재 참사] 국회 환노위서 ‘자기규율 예방체계’ 효용 논란 (매노, 임세웅 기자, 2024.06.28 18:34)
아리셀,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이었으나 대형 참사 … 야당 “산업안전 패러다임 전환 내세우며 감독 소홀”
https://www.nocutnews.co.kr/news/6169243
인권위원장, 화성 참사에 "위험의 이주화 뚜렷…정부 대책 필요" (CBS노컷뉴스 박인 기자, 2024-06-28 18:44)
경기도 화성 리튬 1차전지 공장 화재 참사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송두환 위원장, 8일 성명 발표
"'위험의 이주화' 뚜렷…정부 방안 충분치 않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경기도 화성의 리튬 1차전지 공장에서 불이 나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화재 참사와 관련해 저임금·고위험·고강도 노동환경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는 '위험의 이주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화 송두환 위원장은 28일 성명을 내고 "최근에는 저임금·고위험·고강도의 노동환경으로 인력확보가 쉽지 않은 산업구조 말단부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돼 그 비율이 높아지면서 '위험의 이주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재 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 비중이 늘어가고 있고, 이번 사건에서도 사망자들의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기업이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위험하고 유해한 업무들을 외부에 전가했다"면서 "그 결과 위험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보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방안은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조선업 외국인력 확대, 고용허가제 허용 업종 및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지난해 12월에는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산업 현장에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인권위는 설립 초기부터 안전한 노동환경을 구축하도록 정부에 지속적인 의견을 전달해왔다. 2018년에는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19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상 도급 금지 작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산업재해 발생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올해 이주노동자의 산재사고 사망자 수와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점, 고립된 환경에서의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 다양한 요인들로 자살 같은 고위험 상황에 처하는 사례들이 보고되는 점을 고려해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송 위원장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향후 이와 같은 참사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5명은 내국인, 18명은 이주노동자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628026455607
[화성 리튬공장 화재] 유가족 협의회 발족 “공동대응 필요 느껴” (경인일보, 김지원 기자, 2024-06-28 18:58)
외국 국적 유가족들 대응 어려워
오송·이태원 참사보다 조기 구성
“아리셀측 일방적 사과… 판단 계기”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12423_36515.html
[알고보니] '위험의 이주화' 어디까지 왔나? (MBC 뉴스, 이준범 기자, 2024-06-28 20:23)
기자: 화성 화재 참사로 숨진 23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험의 이주화'라는 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외주화를 넘어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넘기는 '이주화'로 가고 있다는 건데요. '위험의 이주화', 어디까지 왔는지 팩트체크 <알고보니>에서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는 92만 3천 명으로 사상 처음 90만 명을 넘었습니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이제 우리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그럼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는 어떨까요. 지난해 산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12명. 이 가운데 외국인은 85명으로 10.5%를 차지했습니다. 외국인 취업자 비율과 비교하면 사망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3배나 높은 겁니다.
그 추이는 어떤지 10년 전과도 비교해 보겠습니다. 업무상 사고 사망자의 전체 숫자는 992명에서 812명으로 크게 줄었는데요. 외국인 비중은 7.5%에서 10.5%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위험의 이주화'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주 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하다가 다쳐서 산업재해를 신청한 외국인도 2019년 7천777명에서 2022년에는 8천49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이렇게 일하다가 다쳐도 치료조차 제대로 받기 힘들다는 겁니다. 지난해 일터에서 다친 외국인 가운데 산업재해 보상금으로 치료했다는 외국인은 27.3%에 그쳤습니다.
[우다야 라이/이주노조 위원장] "고강도로 위험하게 일하고 일해야 합니다. 사업주가 원하는 양을 생산해야 합니다. 아니면 사업주에게 불이익을 받습니다."
또,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재해나 질병,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관련 집계는 제외돼 있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노동자를 돕는 지원센터 예산 71억 원을 올해부터 전액 삭감했습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726.html
‘대피를 연습할 권리’조차 없었다 (한겨레21 1520호, 화성=신다은 기자, 2024-06-29 02:04)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727.html
위험물과 노동자가 한자리에 있었다 (한겨레21 1520호, 화성=신다은 기자, 2024-06-29 02:42)
화성 리튬전지 공장 폭발로 23명 사망, 8명 부상…위험물 관리 방치한 영세업체·정부가 빚은 참극
https://www.sedaily.com/NewsView/2DANZSJVIV
[단독]유해물질 서류로 점검?…환경청 부실점검 논란 (서울경제, 이승령 기자, 2024-06-30 15:07:51)
■화성참사 2개월 전 정황 포착
홈페이지에 '현장점검 대체' 공지
"특이사항 없는 곳까지 대면 불가"
인원부족 등으로 점검 난항 지적
아리셀 대표 이르면 이번주 소환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47057.html
노동의 약한 고리 파고든 참사 [아침햇발] (한겨레, 황보연ㅣ논설위원, 2024-06-30 15:14)
베트남에서 온 형과 동생이 지난해 8월 경기도 한 신축 공사장에서 한날 숨졌다. 9층 바닥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가 시설물이 무너져 내린 사고였다. 당시 공사장에선 아래층에 동바리 (지지대)를 받치지 않는 데크플레이트 공법이 쓰였다. 비용과 공정을 줄일 수 있어 건설사들이 선호하지만 작업 순서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배치됐다. 당시 같은 사고를 당한 뒤 구조된 4 명도 전부 중국 국적이었다.
흔히 건설업은 원래 위험한 일터이고 그래서 산재 사고가 빈번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슬아슬한 높이의 공사장을 바라볼 때면 특히 그렇다. 그런데 한국 건설업 사망만인율(1만명당 사망자·퍼미리어드)은 1.65(2021년 기준)로 미국(0.97)이나 일본(0.79), 싱가포르(0.29) 등에 견줘서도 월등히 높다. 왜일까.
위험은 노동의 약한 고리, 즉 취약한 고용구조를 파고든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건설 현장을 더 위험한 일터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원래는 공사 발주처가 원청 건설사에 일을 맡기면 이를 다시 분야별로 전문화된 업체들에 하청을 주는 것까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현장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일용직으로 채우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건설 현장엔 여러단계에 걸친 불법 하도급이 만연해 있다. 많게는 6차, 7차 하청으로 이어진다. 수익을 남기려면 비용을 줄이고 공기를 단축시켜야 한다.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사고는 제조업에 만연한 불법 파견이 ‘약한 고리’로 작동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아리셀 공장의 직원 100여명 가운데 50명 이상이 일용직 이주노동자였다. 희생자 중 이주노동자도 18명에 이른다. ‘위장 도급’을 위해 메이셀이란 회사를 차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이주노동자를 공급받는 ‘불법 파견’의 통로로 삼았다. 주문량에 따라 그때그때 인력 규모를 고무줄처럼 조정할 수 있고 노무 비용과 관리 책임도 줄이려 한 것이다. 현장에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최정규 변호사)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한국 사회가 사실상 눈감아온 불안정 노동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엔 희생된 이주노동자들이 많았던 검수와 포장 업무도 해당된다. 파견이 금지된 것은 기간산업인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고용 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잦은 인력 교체가 초래할 부작용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 제조업체가 몰린 공단 지역에선 불법 파견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아리셀에서 차로 30분 거리 안산에는 파견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퍼져 있다. 매일 아침 통근버스가 이들을 공장으로 실어 나른다. 당국의 단속·적발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의 약한 고리와 이주노동자가 만나면 일터의 위험은 증폭된다. 내국인보다 더 세심한 안전교육을 필요로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아리셀에서 불법파견으로 일한 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도 비상구가 어디인지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임금노동자는 전체의 4.2%(87만3천명·2023년 5월) 수준인데 산재 사망자 중 외국인 비중은 10.5%(85명·2023년)로 훨씬 높다.
정부는 최근 몇년 새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급격히 늘려왔다.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수급 문제를 배경으로 거론하지만 실상은 낮은 처우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 일자리를 메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택배 상하차, 음식점 주방 보조, 호텔 청소원 등의 업종에 고용허가제가 새로 허용됐다. 정책 결정 과정에선 사업주단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내국인 기피 업무가 이주노동자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로 굳어지면, 노동의 약한 고리가 개선되기는커녕 고착화되는 경로를 밟는다. 땜질식 도입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신원 확인에만 며칠이 걸린 외국인 희생자들의 빈소에는 한동안 이름 대신 식별번호만 붙어 있었다. 곡소리가 나오는 대신 적막이 흘렀다. 이들에게는 함께 목소리를 높여줄 노조도 없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다시 이주노동자에게로 위험이 전가되는 동안, 우리 사회가 ‘일터의 죽음’에 무덤덤해져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화성 참사의 교훈이 아리셀만의 문제로 좁혀져선 곤란하다. 안전한 사회로의 전환, 사람이 귀한 사회로의 전환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내고 바꿔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47062.html
“아리셀, 안전교육 미비했다”…경찰, 노동자 20여명 참고인 조사 (한겨레, 이정하, 이승욱 기자, 2024-06-30 15:40)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6301815001
[사설] ‘화성 참사’ 겪고도 파견 규제 완화하겠다는 노동부 (경향, 2024.06.30 18:15)
화재 참사로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위험성평가’를 실시했다는 이유로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의 산재예방활동을 유도할 목적으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인정을 받은 사업장의 산재보험요율을 인하해주는데, 아리셀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 수단 중 하나로 제시한 위험성평가가 아리셀처럼 단기 파견인력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30일 경향신문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아리셀은 산재예방요율제 혜택으로 2022~2024년 산재보험요율을 17~20% 감면받았다. 감면 금액은 580만4330원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예방요율제는 위험성평가나 사업주교육을 실시한 50인 미만 사업체에 산재보험요율을 낮춰주는 제도다. 아리셀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건 생산인력 대부분을 외부에서 파견받아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규모로 사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로 숨진 일용직 노동자들은 무허가 파견업체인 메이셀을 통해 파견됐다.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렇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위험성평가에 참여하거나 그 결과를 공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이 이번 참사와 같은 중대재해 위험 요인임을 말해준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불법파견을 근절하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화성 참사’를 겪고도 파견 규제 완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현행 파견법과 관련해 “법을 준수하기 어려운 제도적 미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월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파견·도급 기준 법제화, 파견대상 확대 등 방향으로 파견제도를 손질하겠다고 했는데, 이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느슨한 근로감독으로 불법파견을 방치한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아예 양성화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할 일은 불법파견 단속, 파견 사업장 안전체계 점검과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 대책 마련,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이다. 파견 규제 완화는 이에 역행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비극을 되풀이할 셈인가.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6302100015
“안전교육 없었고 비상구 위치도 몰랐다”…경찰, 아리셀 노동자들 진술 토대로 수사 (경향, 김태희 기자, 2024.06.30 21:00)
아리셀 대표 소환 가능성도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302100005
아리셀 ‘위험성평가 실시’ 이유로 수년간 산재보험료 감면받아 (경향, 조해람·전지현 기자, 2024.06.30 21:00)
현장직 상당수 파견 노동자 채워 ‘상시노동자 50인 미만’ 유지
희생자들 평가 참여 사실상 불가…“제도 실효성 재점검 필요”
화재 발생으로 23명이 사망한 경기 화성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위험성평가 실시를 이유로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희생된 일용직 파견 노동자들은 위험성평가에 참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업체는 혜택을 받은 것이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스스로 위험 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하지만,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방치하면 위험성평가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아리셀은 ‘산재예방요율제’의 혜택을 받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산재보험요율을 17~20% 감면받았다. ‘기타 전기기계기구 제조업’ 일반요율인 0.6%에서 0.48~0.498%로 요율이 조정됐고, 감면 금액은 580만4230원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예방요율제는 위험성평가나 사업주교육을 실시한 50인 미만 사업체에 산재보험요율을 낮춰주는 제도다. 사업주의 자체 산재예방 활동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2014년 도입됐다.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 현장실사 등을 거쳐 ‘인정’을 받으면 근로복지공단이 감면해준다. 아리셀은 2021년 위험성평가를 시행해 다음해인 2022년부터 감면받았다.
아리셀은 현장직 중 상당수를 파견업체를 통해 공급받으면서 상시 노동자 50인 미만 규모를 유지해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산재예방요율제 적용 대상은 상시 노동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이번 사고로 숨진 일용직 파견 노동자들은 위험성평가에 참여하거나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은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원청의 위험성평가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 파견 노동자의 경우 사용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를 져야 하지만, 일용직 파견 노동자들이 위험성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험성평가 인정 심사 중 ‘노동자(파견 포함) 참여’ 항목 배점도 100점 만점에 4점(가중치 계산)에 불과하다. 불법파견·위장도급이 만연한 고용구조에선 위험성평가 등 자기규율 예방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위험성평가가 현장에서 효과를 내기엔 노동현장의 고용구조가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아리셀은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이주노동자 등을 파견받는 방식으로 상시 노동자 수를 낮춰왔다”며 “50인 이상 사업장인데도 형식적으로 50인 미만으로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고용안정이라는 사업주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산재보험요율 인하라는 인센티브로 사업주 자체 산재예방 활동을 유도하고 있는데 그 실효성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937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 협의회’ 구성 “진상규명에 유족추천 전문위원 참여해야”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6.30 21:46)
유족, "안전교육 받았다는 사측 주장은 거짓말"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3011370002828?did=NA
화성 화재만 그랬을까… 온라인만 봐도 '제조업 불법 파견' 일상화 (한국일보, 김재현 기자, 2024.07.01 04:30)
파견법상 32종 외 '파견인력' 금지지만
제조업 관련 파견인력 공고는 곳곳에
화재 참사 발생 기업인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불법 파견 근로자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아리셀은 "불법 파견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인력 공급업체 측에선 "우리는 작업을 지시하지도 않았고, 회사(아리셀) 요청으로 인력을 보냈다"며 책임을 서로 피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제조업체가 직접생산 공정에 파견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제조업의 불법 파견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일보가 주요 채용 공고 사이트와 인력 파견(아웃소싱) 관련 온라인카페를 살펴봤더니, 제조업 등의 파견 관련 채용 공고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카페에는 조립·포장·검사 등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홍보하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또 다른 글에는 "각종 조립·도장·도금·검사·포장 등에 인력을 파견 중"이라며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해주겠다는 홍보 문구가 있었다. 유명 채용 사이트에도 파견 업체들이 케이블, 자동차 부품, 반도체 관련 생산이나 조립 인력을 구하고 있었다.

파견법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이 가능한 업무는 컴퓨터·창작·방송·통신·음식 조리·운전 등 32종으로 제한되어 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은 원칙적으로 파견이 금지되어 있다. 적정한 임금과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파견을 가능한 한 줄이자는 취지다. 원청업체가 파견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 등을 하는 것 역시 불법인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엔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출산·질병·부상 등 결원이 생긴 경우 예외적으로 최대 6개월간 파견직을 쓸 수 있다. 이 예외조항을 계속 연장해서 파견 인력을 쓰는 일이 현장에선 반복된다고 한다. 한 인력업체 관계자는 "겉으로는 정상적인 공고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위장 불법파견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제조업체 인력 파견은 모두가 쉬쉬하던 일"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비용 부담이 큰 중소 제조업체들은 파견직을 활용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단순노동력도 인건비가 만만찮게 들고, 4대 보험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김모(34)씨는 "케이블 조립 업체에서 일했는데 4대 보험 가입은 의무 아니냐고 따졌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해주겠다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난 곳은 리튬 배터리를 검수·포장하는 곳이었는데, 헌법재판소 결정을 보면 이런 경우도 파견이 금지된 분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헌재는 휴대폰 케이스 제조에 파견직을 써 처벌을 받았다가 헌법소원을 낸 사건에서 '제품을 검사 및 포장하는 업무'도 직접생산 공정(파견 금지)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경영계는 현행법이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0일 '파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엄격한 파견규제는 노동시장 경직성을 심화시켜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확보를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도 파견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구현 △파견·도급 기준 법제화 △파견 대상 확대 등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아리셀 사고처럼 불법파견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단속이나 개선 없이 규제 완화만으로 불법파견을 양성화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여전하다. 파견이 합법화하면 제조업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파견직 사이에 심각한 임금 격차가 그대로 용인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파견법이 그동안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는 현 상황을 방치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입법론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9738857&code=11131800&cp=nv
올해 외국인력 16만명 오는데… 유명무실 안전교육, 불안 키워 (국민일보, 세종=박상은 기자, 윤예솔 기자, 2024-07-01 05:09)
[화성 화재 참사] 아리셀 노동자들 “교육 없었다”
법으로 의무화… 현장선 교재로 대체
통역지원 통해 구체적 교육 필요
https://www.nocutnews.co.kr/news/6169580
'아리셀 화재 참사' 모기업 에스코넥으로 책임 확대 가능성 ↑ (CBS노컷뉴스 주영민 정성욱 기자, 2024-07-01 05:30)
수사당국, 이르면 이번 주부터 피의자 소환 예정
에스코넥, 사실상 아리셀 운영·매출 등 '관리'
에스코넥, 자회사 설립 전부터 '아리셀' 제품 브랜드로 홍보
중대재해처벌법 "하청 실질 지배하는 원청에서 산재 발생…처벌 가능"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7010700001#c2b
김앤장 선임 아리셀, ‘3만원’ 안 내 안전보건 컨설팅 못 받아 (경향, 김지환 기자, 2024.07.01 07:00)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사고가 난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단돈 3만원을 내지 않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2차 컨설팅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종주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은 총 5회로 진행된다. (아리셀의 경우) 지난 3월 1차 컨설팅이 이뤄졌는데 이 회사가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컨설팅을 하는) 민간기관에 주지 않아 6월에 (하기로 한 2차 컨설팅이) 중단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산업안전보건공단은 민간 재해예방기관 전문가들이 중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해 기업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할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을 하고 있다. 아리셀은 올해 초 컨설팅(위탁형)을 받겠다며 신청을 했고, 지난 3월28일 1차 컨설팅을 받았다.
컨설팅을 하는 민간기관은 산업안전보건공단, 컨설팅을 받는 사업장으로부터 각각 수수료를 받는다. 사업장 자체 부담 수수료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다른데 당시 노동자 수가 43명이었던 아리셀은 1회당 3만원을 내야 한다. 사업장에서 다음 회차 시작 전까지 수수료 미납 시 컨설팅은 종료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유해·위험요인 파악·제거 등) 본격적인 컨설팅은 2회차부터인데 (2회차를) 하기 전에 이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아리셀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큰 기업은 아니지만 3만원이 없어 2차 컨설팅을 못받을 상황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를 내지 않아 2차 컨설팅이 사고 전 진행되지 못한 것은 아리셀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를 받을 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아리셀에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돈은 있고, 안전보건 컨설팅을 이어가기 위한 3만원은 없었던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아리셀은 화재 사고 이후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331
아리셀 화재, 적극적으로 방치된 위험 (시사인 877호, 화성/김다은·주하은 기자, 2024.07.08 07:09)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95
[아리셀 참사의 교훈] 고용구조 해결없이 ‘위험의 이주화’ 못 막는다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7.01 07:30)
비용절감 위한 다단계 하도급이 산재 악순환 … “저임금·저숙련 인력 의존 탈피해야”
31명이 죽거나 다친 지난 24일 화성 아리셀 전지공장 화재사고. 값싼 외국인력 없이 돌아가지 않는 국내 산업현장의 현실, 내국인을 대신해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하고 있지만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현실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하청노동자가 더 적은 돈을 받고, 더 위험한 일을 하도록 하는 다단계 하청구조로 왜곡된 노동시장을 개선하지 못하면 유사한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로 숨진 노동자 23명 중 18명(78%)은 파견업체를 통해 공급된 이주노동자였다.
내국인 기피 일자리에 이주노동자 고용
외국인력 사고 재해율, 전체 노동자 두 배
위험의 외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줄곧 있어 왔다. 하지만 기업에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 주는 다단계 하청구조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를 외국인이 채우면서 시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업무 외주화가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화’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아리셀 전지공장 화재사고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제조업은 내국인력이 부족한 대표 업종이다. 지난 5월 기준 고용허가제(E-9)로 들어온 이주노동자 26만명 중 21만명은 제조업에서 일한다. 전체 산재 사고사망자 중 외국인 비율은 2010년 7%에서 지난해 10.4%로 늘었다. 사고 재해율은 2020년 내·외국인 전체 0.49%(산재보험 가입자 기준)였지만, 이주노동자는 0.87%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이주노동자가 업무상 사고재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단 의미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보다 규모가 작은, 안전보건 환경이 취약한 사업장에서 일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규모와 고용구조는 산재와 연관관계가 깊다. 2023년 산재보상승인 통계 기준 사고사망 재해 현황을 보면 50명 미만 기업 산재 사망자는 637명으로 전체 사고사망 재해의 78%를 차지했다. 반면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산재사망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산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2019년 10대 건설사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노동자는 1천678명인데 이 중 88%(1천471명)는 비정규직이었다. 지난해 외국인력이 크가 증가한 조선업에서는 업무 중 재해로 14명의 노동자가 숨졌는데 이들은 전원 하청노동자였고, 2명은 외국인으로 확인됐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6월28일 아리셀 화재참사 관련 성명에서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전부터 지적됐던 산업구조 및 안전관리상의 여러 문제점들을 적시에 개선했더라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선업 신규인력 중 86%가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내국인 대신 활용할 수 있는 값싼 인력으로 취급, 확대에만 급급한 정부의 정책은 ‘위험의 이주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조선업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1만4천359명의 신규인력이 조선업에 투입됐는데 이 중 86%가 외국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조선업 하청업체에서 일한다.
이병락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이주노동자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이주노동자 안전사고도 늘고 있다”며 설명했다. 지난 5월부터 6월28일까지 사고 속보로 전해져 현장에 알려진 이주노동자 재해만 최소 5건이다. 드릴작업 중 장갑이 드릴날에 말려들어가 손을 다치거나, 1.5~2미터 수직사다리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져 찰과상을 입는 등 유형은 다양하다.
올해 1월 한화오션 폭발사고부터 시작해 지난달까지 조선업에서는 발생한 업무중 재해로 노동자 14명이 숨졌는데 이들은 전원 하청노동자였다. 이 중 이주노동자는 2명이다.
이 지회장은 “이주노동자가 늘고, 사고 노출의 빈도가 많지고 있는데 자국어 안전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회사는 현장에 각국 언어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했다고 하는데, 통역관이 안전교육을 할 수 있는 업무지식·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위험작업에 대해 그림이나 영상을 보는 수준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농·축산업과 어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두 산업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가 제조업에 이어 가장 많이 일하는 업종이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켰다면 살 수 있었던 이주노동자의 황망한 죽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7년 경북 군위에서 양돈장 정화조를 청소하던 네팔노동자 2명은 돼지분뇨를 수거 과정에서 황화수소 독성으로 질식사했다. 가축의 분뇨에서 유해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지만, 사업주는 유독가스 측정을 생략했고 보호구도 없이 노동자를 일터로 몰았다. 2019년 경북 영덕 오징어업체에서는 이주노동자 4명이 지하 폐기물 탱크를 청소하러 들어갔다 질식사했다. 이들도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걸실장은 “이주노동자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들어올 때 일반안전교육을 한 뒤 안전교육은 개별 사업장에 맡겨져 있다”며 “주로 일하는 곳이 작고 위험한 사업장이다 보니 이후 별도의 교육이 어려운 상황으로, 안전교육이나 정보 제공을 위한 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대책은 미흡한데 정부는 올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를 사상 최대규모인 16만5천명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업, 숙박·음식점업, 택배업 상하차 업무처럼 내국인이 기피해 인력난을 겪는 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돌봄인력 부족 해결책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외국인 가사사용인(가사노동자)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저임금·저숙련 구조가 위험의 이주화 불러
“구조적 위험 제거하는 적극적 조치 필요해”
고용구조 개선이 근본 해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지원 전남대 교수(사회학)는 한국경제지리학회지에 발표한 ‘이주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과 위험의 이주화: 영국 건설업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위험의 이주화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이나 노동조건의 개선 및 보편적 산재보험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저임금·저숙련 인력에 의존하는 고용구조와 국가의 노동이주정책이 상호연관된 문제”라며 “이에 교육훈련이나 법제도에서 이주노동자를 배제하지 않는 소극적 차원의 선언적 정책을 넘어 구조적 위험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주노동자의 유연한 노동력은 건설업에서 구조적 필연성을 가지지만 허위자영업·비정규·임시·단기파견·이동성으로 특징지어지는 고용형태는 이주노동자를 비가시화한다”며 “이들의 위험 또한 드러나지 않거나 공론화되지 않고 개인의 취약성으로 전환된다”고 덧붙였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나 불안정한 고용형태처럼 안전보건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리셀 화재 사고 직후 정부는 아리셀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수, 고용구조를 확인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주노동자는 정부의 행정데이터에서 제외됐고, 안전보건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단 의미다.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소장은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며 “노동시장에 일할 사람이 없으면 임금과 근로조건이 올라가야 하는데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나 미등록 체류자를 쓰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을 올리지 않고 (사업을) 운영한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결국 국내 노동시장을 계속 열악한 환경에 머물게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고용구조 문제는 하도급을 주는 단가 조정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이주노동자를 값싸게 데려다 쓸 수 있는 구조가 있는 상태에서 원청은 이를 맞춰 하도급 단가를 책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301
아리셀 화재폭발사고와 불법파견의 유혹 (매노, 구은회 일환경건강센터 PL, 2024.07.01 07:30)
경기도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폭발사고의 피해자 대부분은 불법파견으로 투입된 정황이 짙은 여성 이주노동자였다. 이들은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않은 엉터리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회사에 들어갔다가 화마에 휩싸였다. <무사안일> 열세 번째 사연은 사업주의 욕망을 부추기는 법과 제도가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짧은 고찰이다.
소규모 사업장에 불법파견이 만연한 이유
영세 제조업체가 밀집한 전국의 산업단지마다 불법파견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제조업 파견사원 모집”이라고 대놓고 써 붙인 인력업체가 쌔고 쌨다. 인력을 공급하는 회사도, 인력을 받아쓰는 기업도 이러한 고용관행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불법이 판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일터는 위험하다. 크고 작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의 깊게 살피고 관리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관계법령은 누가 어떻게 일터의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지 규정하고 있다. 법을 적용받는 기업은 재해예방 의무를 이행하는 주체인 동시에 정부의 관리대상이 된다. 불편한 상황에서 근로감독관을 대면하고 싶지 않다면? 법을 잘 지키면 된다.
그런데 현행법은 위험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을 ‘없는 자식’ 취급하는 이상한 논리구조를 취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상시인력 50명 미만 기업에게는 각종 의무를 면제해 준다.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핵심적인 법조항을 안 지켜도 그만이니 어지간해서는 근로감독관을 만날 일도 없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소규모 사업장에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방치다.
아리셀이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상시근로자수는 43명, 사고 당일 파견 형태로 투입된 일용직은 53명이었다. 정직원을 일정 규모로 이하로 관리하면서, 기업의 필요에 따라 외부인력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해 왔을 것이다. 전형적인 사업장 쪼개기다. 기업은 사업장을 잘게 쪼개는 것만으로 각종 규제와 책임으로부터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관계법령에 나열된 복잡하고 귀찮은 의무조항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용의 유연화라는 확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사업주가 이 좋은 걸 마다할까. 현행 법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불법파견의 유혹은 강렬하다.
유해·위험요인으로 작동하는 ‘사업장 쪼개기’
불법파견에 수반되는 사법 리스크도 규제로부터의 자유를 향한 사업주들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다. 법망을 피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엉터리 인력공급업체와 짬짜미해 합법적인 도급계약관계로 위장하는 건 일도 아니다. 아리셀도 메이셀이라는 요건도 못 갖춘 인력공급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눈가림해 온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화재폭발사건에서 도급이냐 파견이냐 시비를 가리는 일은 부차적이다. 아리셀의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 기소가 이뤄지고 법원이 이를 인정할 경우 사업주에게 내려질 처벌의 수위는 높아지겠지만, 산업현장에서 불법파견이 근절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업장을 쪼개는 것이 기업에 이득이 되게끔 작동하는 법과 제도, 소규모 사업장을 방치함으로써 사업주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행정력의 오작동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지켜보다가 리튬전지 더미에 최초 폭발이 있은 뒤 노동자들이 분말소화기로 불을 끄려 시도하는 장면에서 탄식이 새 나왔다. 42초에 불과했던 마지막 골든타임은 시꺼먼 연기 속에 사라져 갔다. 위험물질에 대한 정확한 교육, 실제 상황을 가정한 비상대피훈련이 정기적으로 이뤄졌더라면 최악의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 인력만 유지한 채 나머지 인원은 배터리 교체하듯 갈아치우는 기업이 교육·훈련에 적정 시간과 비용을 투여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발화지점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피해자 대부분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였다. 영세성을 이유로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덜어 주는 현재의 방식이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3회 연속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의 비결
노동부 신고 기준 50명 미만 사업장인 아리셀은 올해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리셀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돼 지난 3월 한 차례 컨설팅을 받았다. 정부가 시행하는 ‘산업안전 대진단’에도 참여했다.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2021년부터 3년 연속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증도 받았다. 하지만 리튬전지 화재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 사이렌은 끝내 울리지 않았다. 정부의 물량공세식 중대재해 예방대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취지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를 사망 등에 이르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엄하게 처벌하자는 것이지, 처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뿐만 아니라 안전보건 관련법과 제도의 궁극적 목표는 같다.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적합한 개선대책을 마련해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법과 제도는 완전히 거꾸로 굴러가고 있다. 사업장의 위험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변명의 수단으로 변질됐다.
위험성평가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적 의미의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부상?질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살피고, 위험하다면 그것을 감소시키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순환의 과정이다. 그런데 현실판 위험성평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정부인증을 받기 위한 요식절차로 전락했다.
정부인증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사업장이 안고 있는 진짜 위험을 드러내기보다는 과태료나 처벌을 면할 정도로 ‘관리된 위험’만 보여주고 마는 식이다. 형식뿐인 위험성평가에서 실효적인 대책이 나올 리 없다. 법은 지키는데 법의 취지와는 멀어지는 가성비 최악의 상태다. 위험성평가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재해예방이라는 정책효과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다. 아리셀이 3년 연속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증을 받은 비결도 여기에 있다.
주입식 자율규율, 규제완화의 또 다른 이름
아리셀 화재폭발사고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지난 2016년 휴대전화 부품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급성중독 실명 사건을 떠올린다. 불법파견으로 투입돼 자신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일하다 심각한 손상을 입은 노동자들이 오버랩되는 것이다. 그로부터 8년이나 흘렀지만 우리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하라는 재계의 외침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불법파견과 소규모 사업장이 만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23명의 노동자가 생때 같은 목숨을 잃었다. 규제로부터 벗어나려는 사업주들의 욕망을 부추겨 열악하고 위험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덜어 주는 현행법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소규모 사업장이 망한다는 주장에 흔들릴 것이 아니라, 이들 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자율규율(Self-Regulation)은 안전보건관리를 위한 소규모 사업장의 체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얘기다. 고상한 말로 포장된 주입식 자율규율은 규제완화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2701
'네덜란드의 오류'를 기억하자 (오마이뉴스, 24.07.01 09:01 l 김용만(freundkim))
아리셀 화재 참사 '위험의 외주화' 넘어 '위험의 이주화'... 왜?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지금까지 23명이 숨지고 3명이 형사 입건되었다. 사망자 23명의 국적은 한국 5명, 중국 17명, 라오스 1명이다. 18명이 이주노동자다. 한국 국적자 중 귀화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희생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라고 봐야 한다. 더욱이 아리셀이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으로 파견받았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까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아리셀의 모회사는 코스닥 등록 업체 에스코넥이다. 에스코넥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박순관 대표다. 아리셀 대표이기도 하다.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은 직업소개업 등록을 하지 않았고 파견 허가도 없다고 한다. 메이셀 소재지는 아리셀 공장으로 되어 있다. 메이셀 관계자는 아리셀과의 연관을 부인한다. 사람도 주소지를 정할 때 무관한 곳으로 정하지 않는다. 하물며 이해관계에 민감한 법인은 말할 것도 없다. 모회사부터 인력파견업체까지 그려지는 가치사슬은 상식선에서 이해된다.
원인 파악과 진실 규명이 우선이다. 결과에 따라 책임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보상도 합당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언론들은 연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상 말고 본질을 보자. 위험은 왜 전가되는지 말이다. 잘못이나 책임을 왜 다른 사람에게 넘겨씌우는지 말이다. 위험은 약자에서 강자로 전가되지는 않는다. 강자에서 약자로 전가되기 마련이다.
다른 당사자에게 위험 부담을 지우는 이유는 복잡하다. 한두 가지가 아니고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 측면을 보자. 비용과 잠재적 손실을 줄일 수 있고 내부에서 갖추지 못한 전문성 활용이 가능하다. 시장 변동에 용이하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사회 측면에서는 법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규제 요건을 충족시켜 정당성 유지가 가능하다. 현상의 기저에는 자본주의 시장 작동 메커니즘이 있다.
통제가 안 되는 시장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추구한다. 가급적 적게 비용을 투입해서 가능한 많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현 자본주의가 당면한 난관을 극복하는 길은 '개입 없는 시장의 자율 조정'이란 게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요체다. 하지만 인간 사회는 그리 녹록지 않다. 복잡한 이해관계들과 수많은 매개변수들이 점철되어 움직이는 곳이다. 많은 한계들이 드러나면서 신자유주의 실험은 실패했다는 게 정설이다.
신자유주의가 부추긴 '위험 전가'의 폐해는 심각하다. 세계는 지금 그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용이 오히려 증가했고 내부 통제력을 상실했다. 의존도가 증가했고 위험이 집중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상승했다. 책임 회피가 일상이 되면서 사회구성원 간 신뢰에 금이 갔다. 아직 '길'은 없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은 있는데 가야 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각개 전투'는 계속되어야 한다. 위험을 외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걸 막아야 한다. 결국 지역 주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지역 케이블카 건설은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자본주의는 내부 모순을 외부로 전가시켜 해결하려고 한다. 냉전이 막을 내리고 신냉전의 시대, 신자유주의는 이런 과정을 극대화했다. '네덜란드의 오류'를 기억하자.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의 생활은 지구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그럼에도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심하지 않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경제 성장도 이루었다고 자축하는 것이야말로 '오류'다. 경제 발전에 따라오게 마련인 부정적 영향을 글로벌 사우스로 떠넘긴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6월 30일 프랑스 총선이 치러졌다. 미국 대선을 넘어 인류사 중요한 순간이 될 듯하다. 마크롱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극우 집단이 득세할 빌미를 주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젊은 대통령의 도박 탓에 프랑스에 극우 내각이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극우 정당이 위험한 건 파시즘으로 경도되기 쉽기 때문이다. 파시즘이 빚어 낸 비극의 역사를 보건대, 신자유주의가 가고 파시즘이 도래 하는 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꼴이다.
극우 정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건 표면상 '이민 문제' 때문이다. 난민을 포함한 이민 문제는 사실 모순의 전가에 따른 '기후 위기'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었다. '기후 난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때 이민자들은 꿈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국경을 넘는다. 재해와 전쟁으로 자국에서는 먹고 살 방편이 막연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대표가 이민을 반대하면서 환경 문제는 적극 개입하겠다고 한다. 괴이한 포퓰리즘이자 어이없는 아이러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70109532959259
23명 사망한 화성 공장 참사, 尹의 안전점검 지시만으론 부족하다 (프레시안, 시민건강연구소 | 2024.07.01. 10:58:41)
[시민건강논평] 재발방지대책,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그리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이번에도 사전 예방을 통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이미 지난해 해당 업체를 '고위험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올해 2월에도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3개월 전에는 소방 당국이 아리셀 공장 현장에 나가 '다수 인명피해 발생우려지역'으로 지정했다. 한 달 전에는 공장이 자체 안전 점검을 통해 스스로 미흡하다는 평가 결과를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이틀 전에도 공장에서 불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그 위험성은 관련 당국과 업체 모두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참사로 2008년 이천시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 화재로 40명이 사망한 사건, 2020년 이천시 (주)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에서 38명의 노동자가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만 한정하여 살펴봐도 이 외에도 이러한 대형 화재가 빈번히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6월 24일 자 '[일지] 2000년 이후 국내 대형 화재')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세우는 등 대응 패턴 역시 유사하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화재는 그 대응이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서울경제> 6월 25일 자 '화재 7% 감소 발표 이듬해 2% 증가…이름값 못하는 '범정부 대책'')
이번 참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 주목받는 것은 사망자 가운데 18명이 한국 외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20명이 하청노동자라는 것이다. 이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화재에서처럼 사망자 대다수가 이주노동자였던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두 번의 이천시 화재 모두 이주노동자 사망자가 포함돼 있었다. 또한 2020년 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희생자 전원이 하청노동자였으며, 주요 원인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지적된 바 있었다. 많은 희생자가 한 사업장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그간 소리 소문 없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는 일상적으로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이주화'를 목격하고 학습하고 있다.
모순되게도 정부의 재발방지대책은 반복되는 참사의 또 다른 원인이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과 그에 대한 관리만 짚을 뿐 그 구조를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대로 건드리지 않는 구조적 요인 중 핵심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구조다. 안전 교육이나 소방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안전보다 우선된 탓이다. 애초에 안전 교육이나 소방훈련의 효과를 무용하게 만드는 불법파견은 기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다. 착취에 저항하기 힘든 이주노동자에게 불합리한 고용조건을 강요하는 기업들을 향해 '이주노동자에게 합당한 안전관리와 교육훈련을 하라'는 권고와 주장은 공허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참사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업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업은 경기침체를 벗어나 호황을 맞이했지만,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해 생산 현장은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발화재로 인한 사망, 떨어지고, 깔림으로 인한 사망, 잠수작업 중의 사망 등 산업재해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벌써 13명이 사망했다. 이들 중 1명 빼고 전부 하청노동자였고, 2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쿠팡에서는 최근 또다시 과로사로 목숨을 잃은 하청노동자가 발생했다. 특히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은 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이다.
국가권력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구조를 제도와 행정관리 측면에서 뒷받침한다. 경제성장이 통치의 최고 관심사일 때 정부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보다 기업의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경도되기 마련이다. 노동시간 늘리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에 힘쓰고, 만연한 불법파견은 건드리지 않는 정부. 값싼 노동력을 요구하는 기업과 합심하여 이주노동자는 대폭 증가시키면서,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은 전액 삭감한 정부.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떼먹은 사업주를 처벌하기보다는 그들의 편에 서는 정부 등 그러한 징후는 여기저기서 보인다.
'생명'조차도 이윤 앞에서 밀려나는데, 다른 '권리'들은 오죽할까. 각각의 권리마다 내용, 맥락의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여러 권리가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구조 앞에 무력해질 수 있다. 이를테면, 물가가 크게 상승하든 말든, 노동자가 최소한의 건강과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든 말든, 기업은 그들의 이윤과 반비례하는 임금을 가능한 한 낮춘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을 낮게 유지하려는 노력에 더해 특정 집단에는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으려는 경제권력의 시도가 집요하다.
각각의 권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특정 집단의 권리는 다른 집단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정 업종, 연령, 국적, 지역 사람들의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평등권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면서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조건을 형성한다. 더 나아가 이런 조건은 노동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평가절하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정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데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좋을 수 없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만연하다면 정주노동자의 조건까지 하향평준화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권력은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가르고, 정주노동자를 다양한 고용형태로 분열시키고, 영세자영업자와 노동자 간의 대립을 조장하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핵심은 결국 이윤이 우선시되는 구조다. 그리고 그것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의 여러 권리를 침해하며 상호 영향을 미친다면, 그 구조에 틈을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화재 현장을 방문해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리셀도 수차례 위험성이 확인되었지만, 예방은 자율에 맡겨져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재발방지대책에 단지 화재의 원인에 대한 기술적 대책만 포함된다면, 또 하나의 실효성 없는 문서만 추가될 뿐, 반복되는 참사를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변화다. 안전 점검뿐만 아니라 불법 파견은 없었는지 일제 점검과 조치가 필요하다. 재발방지대책에는 만연한 불법파견을 뿌리 뽑을 방안, 간접고용 중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방안, 고용과 안전보장의 불평등과 질을 개선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추가적인 조치는 이윤을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 적절히 배치되어야 한다. 이 재발방지대책과 구조와의 연관성은 이윤을 우선시하는 국가권력과 자본을 시민사회와 노동자가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701111000061?input=1195m
"너희 나라로 돌아가"…외국인 희생자 향한 도 넘은 '2차 가해' (화성=연합뉴스, 김솔 기자, 2024-07-01 14:50)
전문가 "이주 노동자 의존도 갈수록 높아질 것…상생 방안 찾아야"
"중국인들 싹 다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면 된다. 제발 오지 좀 마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47177.html
[한줄 노동법] 아리셀 ‘불법파견’을 대하는 노동부의 자세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4-07-01 14:23)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근로자파견 대상 업무 등) ①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ㆍ기술ㆍ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
⑤ 누구든지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거나 그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役務)를 제공받아서는 아니 된다.
사망자 23명 가운데 20명이 하청노동자였던 아리셀 리튬배터리 화재참사는 ‘중소사업장’의 산업안전 문제와 하청업체 노동자가 일용직처럼 일해왔던 고용형태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된다. 고용노동부는 정확한 화재원인을 파악하고, 아리셀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하청업체 메이셀과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떻게 일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참사 이후 ‘고용형태’ 수사에 있어서 노동부의 자세를 보면, ‘불법파견’ 의혹에 애써 눈감으려 하거나, 이참에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금지된 제조업에도 파견을 허용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청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파견을 ‘양성화’하자는 의지로도 읽힌다.
파견과 도급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노동자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파견’이란 쉽게 말해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맺는 사업주(파견사업주)와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사업주(사용사업주)가 다른 고용관계를 말한다. 임금을 주는 사업주와 일을 시키는 사업주가 다른 것이 노동자 파견이다. 근로기준법은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즉 ‘중간착취’를 못하도록 규정하는데, 법률을 통해 예외로 두고 있는 몇 안되는 사업이 ‘노동자파견’ 사업이다. 예외적으로 노동자파견을 허용하는 것이니만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에게 많은 규제가 뒤따른다. 파견사업주는 노동부로부터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용사업주 역시 자신의 노동자는 아니지만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는 사용자의 의무 대부분을 준수해야 하며, 자신이 직접고용한 노동자와 파견노동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 불법파견을 받은 사용사업주는 해당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사업주들은 법이 정한 이같은 의무를 면할 목적으로, 또 인건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노동자파견’ 관계를 ‘도급’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도급은 원청이 하청업체에 ‘일의 완성’을 대가로 업무 자체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만약 원청과 하청이 맺은 계약이 ‘도급’이라면, 원청업체는 하청노동자들의 채용에 관여하거나, 업무지시를 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 등을 한다면 노동자파견 관계가 된다. 특히 하청업체가 노동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해당 업무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처럼 파견법의 ‘파견허용업무’가 아니라면 불법파견이 된다.
도급계약을 ‘구두’로?
이번 사건으로 돌아와 아리셀의 하청업체 메이셀의 법인등기를 보면, 사업장주소는 아리셀 공장이며 설립목적을 1차전지·2차전지 제조업으로 하고 있다. 메이셀 노동자들은 리튬배터리 포장·검수업무를 해왔다. 아리셀과 메이셀이 도급관계인지, 근로자파견관계인지를 확인하려면, 메이셀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한 사람이 누군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아리셀 쪽은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한신다이아’(메이셀 이전의 하청업체 이름)를 ‘인력공급업체’라 칭하면서도, 이 업체와의 관계를 “도급”이라고 했다가 “파견”이라고 했다가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 메이셀 노동자에 대한 업무지시를 “메이셀이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이셀은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 노동자 얼굴도 모른다. 노동자 파견을 한 것이지만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인데도 노동부는 “수사해봐야 안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노사법치주의’를 강조하며,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일벌백계하겠다는 태도를 강조해왔는데 유독 아리셀의 ‘불법파견’ 혐의와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민길수 중부고용노동청장은 지난달 26일 언론브리핑에서 아리셀이 “ 구두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도급계약서가 없거나, 계약서 내용이 파견관계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구두로 체결했다”는 아리셀의 주장을 그대로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민 청장은 노동자들이 맡은 업무가 파견법이 노동자 파견을 금지하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검수 패키지 과정에 대한 파견 문제는 정책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좀 더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미 여러차례 불법파견 사건 판결에서 직접생산공정의 범위를 폭넓게 보고 있다. 완성차 선적 작업 등도 직접생산공정에 포함된다고 판단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민 청장은 메이셀 노동자들이 검수·패키징 작업을 했기 때문에, ‘직접생산공정이 아니어서 불법파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이참에 파견규제 완화?
민길수 청장의 이런 발언들은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다소 ‘원론적’으로 답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참사에 대한 대응을 총괄하고, 참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후속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파견노동자 20명이 숨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견법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파견노동자가 10만~20만명 밖에 안되는 이유가 뭐냐면” “(노동관계에서) 법을 실효적으로 (집행)하기 힘든 제도 미비가 있다”고 한다거나, “파견제도가 현실적으로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작동해야 하고, 파견·도급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정부 지침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 장관의 발언의 맥락을 따져보면, 파견노동자 수가 적은 것(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파견노동자는 9만1천여명이다)은 노동자파견을 받기 위해선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이를 ‘도급’으로 위장하고 있으므로 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파견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작동하기 위해선 다른 나라들처럼 제조업에도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견·도급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 역시 법원이 판례를 통해 폭넓게 해석하고 있는 불법파견의 범위를 좁혀 ‘합법도급’으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는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파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내용과 대체로 일치하며, 지난해 1월 노동부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파견제도 선진화’ 명목으로 밝힌 ‘파견·도급 기준 법제화, 파견대상 확대’ 관련 내용과도 부합한다.
불법-합법보다 생명이 우선
중소 제조업체들의 인력난이나 ‘고용유연성’ 필요 주장은 지속 제기돼왔지만,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번 사고의 교훈으로 ‘파견 규제 완화’가 대안으로 제시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슬픈’ 상황이다.
경영계와 노동부가 추진하겠다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허용’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그것이 현실화됐을 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헌재는 2017년 파견법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한결정하면서 “제조업의 핵심 업무인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노동자파견을 허용할 경우 점차 제조업 전반으로 간접고용이 확대되어 수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인력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초래되어 결국 제조업의 적정한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히는 한편,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노동자파견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불법파견의 형태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이 합법적인 파견노동자로 채용됨으로써 명목상의 고용률 및 해당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가 다소 향상되는 정도를 넘어 제조업체의 인력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숙련되지 못한 파견노동자가 업무의 내용이나 작업 환경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업무에 투입될 경우 사고가 발생하거나 작업의 안정성·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판단은 이번 아리셀 참사와 정확하게 부합한다. 파견노동자는 사용사업주 필요에 의해 ‘유연하게’ 사용되는 노동자들인데, 내일 이 노동자를 쓸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해당 노동자에게 제대로된 안전교육을 시킬리 만무하다.
헌재는 “제조업체의 인력난은 무엇보다도 근로자들이 상시적,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해결하여야 할 문제”고 지적했다. 제조업 현장에 고령·이주노동자 밖에 남지 않게 되고, 그마저도 인력난이 심각해진 원인은 그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란 점은 명백하다. 이번 참사는 ‘중간착취’ 당했던 노동자들이 안전하지 못한 작업환경에서 하루아침에 숨진 사건이다. 노동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불법파견노동자’라는 ‘노동약자’를 ‘합법파견노동자’로 바꿔낼지가 아니라, 중소 제조업 일자리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일자리로 만들 수 있을지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47199.html
‘위험의 이주화’ 후속 조치 나서나…“불법파견 대책 또 배제” 지적 (한겨레, 김해정 기자, 2024-07-01 15:31)
화성 리튬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희생자 다수가 중국 동포 등 이주 노동자로 확인된 가운데, 정부가 이달 중 이주 노동자에 대한 산업안전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참사를 계기로 ‘위험의 이주화’ 지적이 나오자 후속 조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번 참사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불법파견 대책은 빠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2차 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에서 다수 희생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 강화 방안도 충분한 실태 파악과 현장 및 협회·단체 의견 등을 토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전·후로 안전교육을 하고 16개 언어로 교육자료를 보급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책이 보다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개선대책을 7월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현장의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준비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금도 안전교육은 강제이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는 만큼 1차적으로 16개국으로만 (번역)돼 있는 걸 더 확대하고 교육 내용도 알기 쉽게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교육 미이수 땐 사업주는 최대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노동계는 산업안전 강화 대책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 대책은 아니라고 짚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한겨레에 “표면적으로 이주노동자 집단 산재지만, 핵심은 불법파견”이라며 “파견 노동자의 안전교육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만큼 이들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나아가 불법파견 자체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5∼2016년 메탄올 집단실명 사태 당시에도 피해자들은 불법파견 노동자로, 메탄올 등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메탄올 등 규제만 강화되고 불법파견 문제는 방치됐다”며 “정부가 이번에도 불법파견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정식 장관이 이날 밝힌 입국 전·후 안전교육 실시 대상은 고용허가제(E-9, H-2)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다. 반면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재외동포비자(F-4)와 영주비자(F-5), 결혼이민비자(F-6) 등을 받았다. 이에 노동부 관계자는 “그간 교육에서 제외된 에프-포(F-4) 등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전체에 대한 안전교육을 통합 관리해, 사각지대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ttps://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40701010000335
아리셀, 위험성 평가 우수?··· 정부, 위험성 평가 전면 개편한다 (브릿지경제, 세종=정다운 기자, 2024-07-01 16:02)
노동부 등 정부, 중수본 2차 회의 개최
https://www.fnnews.com/news/202407011812063921
기피 일자리 채운 외국인… 화성참사로 드러난 불법파견 관행 (파이낸셜뉴스, 주원규 기자, 2024.07.01 18:12)
아리셀 측 "도급계약" 해명 내놔
하청 증언 등 불법 정황 속속 등장
관리·감독 사업장 500곳 못 미쳐
관련 당국 문제 방치 지적도 나와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참사 이후 일선 산단의 불법 파견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망한 외국인 18명에 대해 아리셀측은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했지만 용역업체인 메이셀 측은 "용역 직원을 보냈을 뿐 작업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현안보고를 받으면서 고용노동부에 아리셀 불법파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불법 파견 감독 사업장은 지난해 465개로 지난 2017년(1349개)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불법파견 관리·감독 '미흡'
1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아리셀 화재 당시 사망한 외국인들에 대해 불법파견 근로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부는 불법파견·노동 관련 전문가 등 7명 규모의 수사팀을 투입중이다.
현행법상 제조업체는 파견근로자 사용이 제한돼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32개 업무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는 금지하고 있다. 아리셀 측은 "불법파견이 아니라 도급 계약"이라고 해명했지만 하청업체의 증언 등 불법파견으로 보이는 정확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근로자가 하청 업체인 메이셀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아리셀에서 일했다면 도급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이셀 측은 지휘·감독 등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메이셀 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불법 파견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혹에 산업계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쓰는 '꼼수'인 불법파견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최근 2년간 정부가 불법파견을 관리·감독한 사업장 수는 500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불법파견 감독 사업장수는 △2017년 1349개 △2018년 1609개 △2019년 1626개에서 △2020년 636개 △2021년 534개 △2022년 489개 △2023 465개로 줄었다. 정부의 미흡한 감독이 산업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늘어나는 외국인 산재 사망자
내국인이 기피하는 중소제조업 자리가 불법파견 외국인으로 대체된 가운데, 부실한 안전교육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 김해의 한 공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는 60대 A씨는 "최근 몇년간 공장에 일하러 오는 젊은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안전은 스스로도 조심해야 하지만, 다양한 국적의 젊은 외국인이 짧게 공장에 들어오고 나가면서 안전 교육 등은 점점 형식화됐다"고 했다.
국내 산재 사망자 중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은 지난 2022년 9.7%에서 지난해 10.4%로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의 산재 승인 건수는 지난 2019년 3250명에서 지난해 4123명으로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 값싼 외국인을 쓰는 중소기업들의 관행이 이번 참사로 드러났다"면서 "전반적인 노동 현장의 문제에 대해 정부와 산업계가 어떻게 해결할지 성찰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320
아리셀서 역할 못한 '위험성평가 인정사업' 손본다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7.01 19:11)
이정식 장관 “원점 재검토” … 전문가 “드러나지 않은 위험성 평가해야”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012044005
[세상읽기] 상처받은 사람과 사회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 (경향,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4.07.01 20:44)
21세기가 도래하여 사회의 생산 시스템이 첨단기술을 맘껏 활용하게 된다면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다. 1990년대 원진레이온 공장 마당에서 그곳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고통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분의 장례를 지켜본 적이 있다. 그래도 미래의 노동은 달라지리라 기대했다. 당시 사건은 한국 초기 자본주의의 야만성이 뒤늦게 터져나온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일하다가 여럿이 죽는 것은 산업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점점 사라질 것이라 낙관했다. 날로 세련되어지는 건물과 사람들을 보며 나는 생산현장도, 노동도 달라진 줄 알았다.
아리셀 공장 화재사건은 일하다 죽는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무려 598명. 숫자의 무게가 무겁다. 조사 대상 사건에서만 그렇다고 하는 것은 은폐된 죽음도 상당수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화재사건에서 돌아가신 스물 세 분 중 열 여덟 분이 이주노동자라는 것은 충격을 주기보다 이미 알려진 노동현장의 변화를 확인시켜주었다. 대다수는 파견직이며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아리셀 공장에 파견노동자를 공급한 업체는 화재가 난 이후에야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산재보험 가입을 신청했다고 한다. 더욱이 아리셀은 소위 위험성이 낮다고 인증된 사업장이었다. ‘위험성평가’ 인증심사를 통과했고 심지어 2021년부터 6월까지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이었다고 한다. 정작 노동자들은 위험물질을 다루는 데 필요한 안전교육은커녕 비상구가 어딘지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사람의 안전과 보장이 가볍게 취급되는 한 한국 자본주의의 야만성이 줄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위험의 이주화, 고통의 이주화가 언급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적이나 고용형태로 사람들을 나누고 차등화하는 자본의 기술은 고도화되었다. 고통의 범위가 좁아져 눈에 덜 보일 뿐, 고통은 줄지 않았고 고통받는 사람이 더 외로웠을 뿐이다. ‘타인의 고통’이 ‘타인만의 고통’이 된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덜어내고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데 사회보장제도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는 책 <위험사회>의 문구가 너무나 정확하게 들어맞아 화가 날 지경이다. 위험의 배분만큼 사회안전망 역시 불균등하며 불평등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특히 국적을 내세운 노동의 불평등과 배제에 대응하는 데 더욱 무기력했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형태로 외국인 노동자를 사회서비스에 더 널리 사용하겠다고 하니 나는 사회보장 전공자로서 걱정이 앞선다.
산재보험이든, 고용보험이든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는 사람을 위한 넓은 그물망이 되지 못한 채 누군가를 끊임없이 밖으로 밀어내고 분할시켜내는 한국 자본주의 작동방식을 그저 뒤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흐름을 거스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산업안전에 관해 감독보다는 사업장의 자기규율 예방, 자율점검을 내세우고 있다니 이런 패러다임을 뒤집는 변화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더 넓게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도 입증되었다.
사람도 상처받지만 사회도 상처받는다. 사람의 회복만큼 사회의 회복도 필요하다. 모두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건 원인의 진실을 규명하고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책임 있는 자가 사과하고 책임질 수 있다. 또한 진짜 변화를 이뤄내야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다. 상시 일하는 사람을 일용직으로 만들거나 파견노동자를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제대로 예방하고 보상할 수 있도록 우리의 노동과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짜는 것, 이것이 진짜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7012104015
위험성평가 인정사업 ‘실효성 논란’…노동부 “전면 개편” (경향, 김지환 기자, 2024.07.01 21:04)
아리셀, 우수사업장 선정되며 산재보험료 580만원 감면
실제론 안전교육도 제대로 안 돼…당국 “재점검하겠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7012104005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도 ‘불법파견’ 의혹 (경향, 김지환·강한들·조해람 기자, 2024.07.01 21:04)
인력 공급 업체 한신다이아, 파견 아닌 ‘제조 업체’로 등록
주소지도 에스코넥과 같아…아리셀과 방식 ‘판박이’ 정황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949
아리셀 중대재해 첫 번째 ‘시민추모제’ 열려···비통한 표정의 유족들, "행사 방해한 화성시 규탄"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7.01 23:17)
"화성시 공무원, 유족에 전화해 ‘추모제 취소’ 거짓 정보"
대책위, 화성시청 합동분향소 앞 ‘추모의 벽’ 설치 운영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7301.html
“조사 과정 공유 없어”…아리셀 참사에서도 ‘피해자’는 없었다 (한겨레, 고경주 김가윤 기자, 2024-07-02 06:00)
“묻기 전까진 조사상황 알수없고
지원내용조차 제대로 공유 안돼”
경기도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폭발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이 넘어가는 가운데, 과거 참사 때처럼 수습 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되고 있다는 유가족들의 호소가 이어진다. 장례 절차까지 미루며 진상 규명과 후속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유가족들은, 사고 조사와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김태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 협의회 대표는 1일 한겨레에 “먼저 물어보기 전까지는 사고 조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전혀 공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또한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가족 등 참사 피해자가 사고 수습과 지원책 마련, 진상 조사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을 짚은 것인데, 이는 유가족협의회가 전날 사고 조사에 유가족이 추천한 외부전문위원의 참여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과거 세월호·이태원 참사처럼 이번 참사 수습 과정에도 유가족 등 참사 피해자 관점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사고 조사 상황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유가족 지원과 안내, 시민 분향소 설치 등 세부적인 추모와 지원에서도 유가족 입장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게 유족들의 하소연이다. 한 유가족은 “신원이 밝혀질 때 울며 쓰러지거나 호흡곤란이 오는 유족도 있었는데, 유가족 쉼터에는 의자만 있고 누워 쉴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전했다. 딸을 잃은 채아무개씨는 “추모 분향소에 시민들이 희생자들에게 남긴 방명록과 추모 글들조차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희생자 다수가 중국 출신 노동자인 이번 참사의 특성상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이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동포와 유동인구가 많은 신도림역 주변에 분향소를 설치하려던 전국동포총연합회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못했고, 결국 이날 정오 자체 비용을 들여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복지장례문화원에 분향소를 열었다. 분향소를 찾은 유가족 10여명은 “분통해서 못살겠다” “엄마를 이렇게 두고 가면 어떡해!”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간 이태원·세월호·오송 참사 등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은 사고 이후 수습 과정에서 유가족의 참여를 보장하는 ‘피해자 권리’를 5년 단위의 재난 관련 기본 계획인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참사 초기부터 배제당한 유가족의 경험이 의구심과 상처를 남겨 유가족을 ‘고통스러운 투사’로 만드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8일 심의·확정된 5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5~2029년) 또한 ‘피해자 권리’ 부분은 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센터장은 “피해자들이 공식 창구를 통해 조사·수습 상황 등을 직접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피해자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세월호 참사 때부터 계속 주장해왔는데도 이번 화성 화재 참사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7021413001#c2b
‘화성 공장 화재’ 아리셀 대책위 “민·관 조사위 구성해 참사 진실 규명” (경향, 김태희 기자, 2024.07.02 14:13)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951
아리셀 중대재해 대책위 구체 요구안 나왔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가장 기본적 피해자 권리 보장"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7.02 12:58)
피해자 권리보장, 진상규명 재발방지 관련 구체 요구안
피해자 가족들, "대책위와 대응 함께, 참여 소통 보장해야"
아리셀 중대재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의 구체적인 요구안이 공개됐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발생 직후 노동, 법률, 이주, 인권, 종교, 시민사회 등이 모여 긴급하게 대책위 구성을 논의하고 유가족을 중심으로 한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실규명 등 관련한 대응 방향을 모색한 결과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요구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2일 오전 11시 화성시청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렸다. 노동시민사회가 꾸린 대책위와 아리셀 중대재해 사고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이 피해자 가족 협의회'를 구성한 가운데, 가족협의회가 대책위와 대응을 함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요구한 내용은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다.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요구는 고용노동부, 경찰, 화성시 등 책임당국이 재해 사고조사에서 확인되는 내용과 재해조사의견서를 투명하게 피해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아리셀과 모회사 에스코넥에 대한 요구도 담겨있다. 이번 중대재해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충분히 보상, 현재 치료 중인 부상자를 지원하고 생존 대책을 마련 등이다.
화성시와 경기도는 관내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안전을 위하여 안전 제보 창구를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이주민 및 유사업종 종사 노동자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실시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는 ▲사업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성평가’를 위한 법제도 개선 ▲1,2차 전지(배터리) 사업장에 대해 책임지고 전수조사한 PSM 도입, 하도급 금지 등 근본적인 위험 대책 마련 ▲아리셀과 용역업체 메이셀의 불법적인 직업소개, 불법행위 철저한 조사와 처벌 ▲민관합동 사고조사위원회 구성이다.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때마다 유족이 협의회를 만들고, 시민사회가 대책위를 구성하는 한국사회 현실이 개탄스럽고 분노스럽다. 법과 제도, 정부의 역할이 온전히 작동했다면 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집중할 것이고, 시민사회도 추모에 집중했을 것이다"라며 "우리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놓아두지 않고 있기에 유족들은 아픔을 뒤로하고 가족협의회를 구성하고, 시민사회가 대책위를 통해 온전한 진상규명에 나서는 것"이라고 취지발언했다.
최근 전주 제지공장에서 특성화고 졸업 청년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고,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가 ‘개처럼 뛰고 있다고’ 하다가 과로로 희생됐다고 전한 양 공동대표는 "그리고 이곳 아리셀 현장에서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희생됐다. 가장 열악한 현장, 가장 극심한 착취의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있다. 노동자의 목숨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사회 풍토가 바뀌지 않으면 잔인한 죽음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했다.
노동, 법률 이주, 인권, 종교, 시민사회 등이 모여 5명의 공동대표를 둔 대책위는 피해자 지원과 권리보장, 진상규명과 온전한 책임자 처벌을 만드는 것,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양 공동대표는 밝혔다. 더해 "급작스레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곁에서 든든한 힘이 되고, 한치의 의혹도, 억울함도 없도록 함께 싸워나가겠다.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비는 것은 잠시 미루어두고 산자들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족의 대표발언이 나왔다. 김태윤 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유족들은 고통속에서 하루하루 버텨가며 '안녕하십니까' 인사 대신 '오늘도 버티자', '진상규명 될때까지 싸우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한 뒤 "우리는 이 중재대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위에 우리 대책위가 추천한 전문가가 들어가기를 요청했다. 그것이 돌아가신 고인들에 대한 예의와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당국은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고,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을 지목하며 에스코넥 대표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하지만, 에스코넥은 유족 개개인별로 연락해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고 김 공동대표는 전했다. 그 당시 유족들은 진정성 있는 내용들로 사과를 다시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하면서 "조만간 다시 만나겠지만 그때처럼 아무런 대책없는 사과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현장이 제대로 규명되고, 응당한 대책이 나와야한다. 그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내걸고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공동대표는, 지난 1일 진행된 시민추모제를 화성시가 불허하고 이 과정에서 화성시 공무원이 유족에게 전화해 "추모제가 취소됐다"고 하는 등의 거짓과 압박을 가했다며 공식적으로 화성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주노조(MTU)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70퍼센트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 낙후된 기계, 설비로 고강도로 일해야 한다. 너무나 위험하다.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칠 수 있고 사망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해야 한다”고 현실을 고발했다. 이어 “더욱이 아리셀 참사에서 사업주는 고용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동포 노동자들을 인력업체를 통해 불법적으로 파견 노동을 시켰다. 이들의 안전에는 관심 없었다. 그러니 이런 다단계 하청 파견노동이 더욱 위험을 키우는 것이다. 불법파견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라고 규탄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3139
'원형감옥'에 갇힌 아리셀 유가족들 (오마이뉴스, 24.07.02 14:57 l 충북인뉴스 김남균(043cbinews))
[주장]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신속해야 하는 이유
https://www.seoul.co.kr/news/society/accident/2024/07/03/20240703014005
“아리셀 수사 공개·보상하라”… 대책위 18가지 요구안 발표 (서울신문, 명종원 기자, 2024-07-03 14면, 2024-07-02 18:00)
유가족 진상규명·재발방지 당부
민관 합동 사고조사위 구성 주문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총 18개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대책위)와 산재피해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는 2일 오전 11시 화성시청 내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권리 보장’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담은 요구안을 발표했다.
먼저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 사고조사 과정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에스코넥과 아리셀 등 사측에는 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에게 충분히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보상 방법에 대해 김태윤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추후 아리셀이나 에스코넥 등과의 교섭을 통해 그 부분은 점차 확인해 갈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치료 중인 부상자 지원, 아리셀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심리 지원,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도 제시됐다. 또 경기도와 화성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선 지역의 이주노동자 안전 담보를 위한 ‘안전 제보 창구’ 신설 등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요구도 이어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 안전 보건 조치사항 내용을 강화하고 위반 시 강한 처벌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차 전지(배터리) 사업장 전수조사를 통해 공정안전관리제도(PSM) 도입, 리튬 전지산업 사내외 하도급 금지, 리튬·염화티오닐 등 리튬 전지산업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하라”고 했다.
끝으로 대책위는 아리셀과 용역업체 메이셀의 불법적인 인력 알선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면서 유가족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사고조사위원회’ 구성을 주문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021835001
“아리셀 화재 경고 소방조사서 2년 전 조사서와 똑같아”…용혜인 의원 “토씨 하나 안틀려” (경향, 주영재 기자, 2024.07.02 18:35)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733.html
아리셀, 위험성평가 3년 연속 우수? 노동자 참여 점수 ‘낙제’ (한겨레21 1521호, 신다은 기자, 2024-07-03 08:14)
2021~2023 위험성평가 우수 사업장 인정심사 결과서 보니
대형 화재 참사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의 리튬 1차전지(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공단)의 위험성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됐지만,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노동자의 평가 참여 및 이해 수준에서 유독 저조한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성 평가가 노동자 참여 없이 형식적 수준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24년 7월2일 <한겨레21>이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안전공단의 아리셀에 대한 2021~2023년 3개년 위험성평가 결과보고서 내역을 보면, 위험성평가를 구성하는 4개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구성원의 참여 및 이해 수준’ 점수가 3년 평균 68점으로 가장 낮았다. 다른 평가 항목인 ‘사업주 관심도’는 3년 평균 82.6점, ‘위험성평가 실행수준’은 83.3점, ‘재해 발생 현황’은 100점이었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주가 사업장의 잠재적 유해·위험 요인을 미리 발굴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제도다. 위험성 평가를 체계적으로 실시한 사업장에 대해선 안전공단이 현장 심사를 거쳐 우수 사업장으로 인정도 한다. 아리셀은 2021년 처음으로 위험성평가 우수 사업장으로 인정된 뒤 2023년까지 자격을 유지해 산재보험료를 20% 감면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하면서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전공단의 아리셀에 대한 2021~2023년 3개년 위험성 평가 결과보고서 세부 내역은 이런 의혹을 더욱 짙게 하는 근거가 된다. 보고서를 보면, 아리셀은 ‘사업주 관심도’와 ‘위험성 평가 실행수준’ 항목에서는 대체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업주 관심도’ 항목에서는 3년 간 81점→92점→68점을 받았고, ‘위험성 평가 실행수준’ 항목에서는 3년 간 81점→92점→77점을 받았다. ‘사업주 관심도’와 관련해선 사업주가 관련 교육을 꾸준히 이수했고, 안전보건 관련 예산도 집행했다고 되어 있다. ‘위험성 평가 실행수준’에서는 위험성 평가가 필요한 공정의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고 적혀 있다. ‘재해 발생 현황’은 3년 동안 재해가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00점을 받았다. 안전공단은 2021년 보고서에서 “위험기계 기구별 유해위험요인을 체크리스트 식으로 작성했다. 또 사업장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인 톨루엔 등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성 평가표도 작성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위험성 평가 참여권을 보장하는 ‘구성원의 참여 및 이해 수준’ 항목에선 3년 간 66점→72점→66점으로 꾸준히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게다가 구체적 문제점도 지적 받았다. 2021년에는 “ 위험성 평가 결과에 대한 교육으로 근로자들 이해는 높으나 직접적 유해위험발굴 참여도는 다소 떨어짐. 위험성 평가 회의에 근로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람”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2022년에도 “위험성평가 활성화를 위한 근로자 참여제도(유해위험요인, 아차사고사례 제안)가 미흡함. 인센티브제도 권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2023년에도 “근로자 참여제도를 통해 동기부여 권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아리셀이 사업주와 안전관리부서 위주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정작 산재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참여는 배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리셀은 이번 화재 참사 이후 노동자의 절반 가량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때그때 하청으로 노동자를 수급하기 때문에 위험성 평가 같은 작업에 정기적으로 노동자를 참여시키기 어려운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둔 셈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법적으로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위험성 평가를 함께 한다지만, 실제로는 노동자 참여가 배제되고 사업주가 요식 행위처럼 하는 수준”이라며 “노동조합 참여가 보장돼야 하고, 위험성 평가 이후 현장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보는 정부의 감독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리셀의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또 있다. 아리셀이 안전공단에서 받은 위험성 평가 총점은 3년 간 81점→88점→75점이다. 우수 사업장 인증 첫해인 2021년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2년에는 경각심을 갖다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논의가 시작된 2023년 들어선 위험성평가에 대한 관심이 꺾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2023년 9월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노동계 반발 등으로 인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그러나 2024년 6월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박홍배 의원은 “노동자보다 사업자, 안전보다 경제논리를 우선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적 행보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제 위험의 일용화, 위험의 이주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사업주에 대한 면죄부보다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우선하는 법이 우리 사회의 반복되는 후진국형 산재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4/07/04/20240704010003
[단독] 10명 중 1명 그친 외국인 노동자 안전교육… 오늘도 ‘바늘구멍’ (서울신문, 박상연 기자, 2024-07-04 10면, 2024-07-04 03:39)
예산 매년 늘지만 ‘취업비자’ 한정
5년간 92만명 중 12만명만 ‘기회’
취업 뒤 교육도 사업장 요청 필수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15221
[사설] 불법파견 막아야 노동자 보호·산업안전 만든다 (경남도민일보, 2024.07.04 07:34)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지난 2일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와 관련해 "아리셀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소홀한 행정이 일터를 위험하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평균 1528건에 달하던 불법파견 감독 건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평균 477건으로 70%가량 감소했다"며 감독 소홀을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파견규제 완화 기조가 '소극적 노동 행정'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시각이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한 사업장 수는 2021년 534개, 2022년 489개, 지난해 465개였다. 이와 같은 기조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를 계기로 '파견법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법원이 판례를 통해 해석하고 있는 불법파견 해당 범위를 좁혀 '합법 도급'으로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를 주장한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인력난이나 '고용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속 제기돼왔지만, 불법파견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고를 빌미로 '파견규제 완화'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 불법파견 감시를 소홀히 하다가 사용자들이 지키기 어려우니 불법파견을 양성화하자는 꼴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7년 경영계와 노동부가 추진하겠다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허용'을 위한 파견법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하면서 "제조업의 핵심 업무인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노동자파견을 허용할 경우 점차 제조업 전반으로 간접고용이 확대되어 수많은 노동자가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인력난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초래되어 결국 제조업의 적정한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불법파견 규제가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제조업 현장에서 고령·이주노동자만 남게 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당하고 안전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먼저 힘써야 한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976
위험은 외주화되고, 이주화된다 ··· "다시는 이런일 없도록" 서울서 '아리셀 중대재해' 추모 행동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7.04 10:48)
전국이주노동인권단체, 화성 아리셀 화재참사 희생자 추모행동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042055005
화성 참사 공장 ‘불안전계획서’ (경향, 조해람 기자, 2024.07.04 20:55)
비상통로 없는데 “비상대피로 이용”
전용 소화기 대신 “일반 소화기 사용”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v2gmn3kxypo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숨진 중국 조선족 노동자의 이야기 (BBC 중국어 뉴스, 뤼자훙 & 리뤄 기자, 2024년 7월 5일)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990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아리셀 화재참사 희생자 추모행동 (노동과세계, 유혜지 기자 (서울본부), 2024.07.05 13:12)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741.html
영세기업이면 안전 소홀해도 괜찮아? (한겨레21 1521호, 신다은 기자, 2024-07-05 10:51)
안전관리 의무 완화한 까닭에 산업재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50명 미만 사업장… “의무도 지원도 많아야”
“50명 미만 기업에 가보면 사무실 직원 1명이 안전관리를 겸임해요. 그것도 안전 쪽 서류 챙겨놓는 것밖에 없고 실무는 전혀 모르고요. 저희가 현장 갔다가 ‘어 위험한데, 사고 날 것 같은데’ 싶어서 담당자를 찾잖아요? 전달할 사람이 없어요. 안전관리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영세기업 안전관리에 대한 공유정옥 경기동부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의 진단이다. 그는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일상적으로 만나며 실태를 목격했다. 이런 사업장에는 체계적 안전관리는 물론, 이를 전담할 인원조차 없었다. 2024년 6월24일 리튬 1차전지(배터리) 화재 참사로 사상자 31명이 발생한 ‘아리셀’이 대표적이다.
기업에 편법, 탈법을 부추기는 제도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60%가 50명 미만 사업장(건설업 50억원 이하. 2023년 기준)에서 발생한다. 역량이 모자라서만은 아니다. 법과 제도가 이들 기업에 인력 투자를 요구하지 않고, 정부는 위험 정보를 안내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셀 참사는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너무 속상해요.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 규모가 작다고 의무를 면제하면 안 되거든요. 일단 모두가 지키게 하고 역량이 안 되는 기업에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데, 의무 자체를 완화해놓으니까 엉망진창이죠. 사실은 제도가 (탈법을) 안내하는 거예요.”( 공유정옥 부센터장)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보호하는 법이다. 크든 작든 노동자를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이 법을 모두 적용받아야 한다. 현실은 다르다. 일단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이면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다. 공정 위험과 화학물질 유해성을 관리하는 직원이 따로 없어도 된다는 뜻이다. 또한 50명 미만 사업장은 공장에 상주하는 의사인 산업보건의를 선임할 의무가 없고, 위험에 관한 노사 공동 회의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만들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2022년부터 2년간 적용을 유예받았다 .
규제에서 비켜난 50명 미만 사업장
아리셀도 예외가 아니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아리셀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43명. 위험물(리튬 1차전지)과 유해물질(염화티오닐)을 다루는 사업장임에도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 선임 의무 등을 면제받았다. 아리셀은 그 대신 정부가 50명 미만 사업장에 제공하는 안전공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무상으로 받았다.
그런데 화재 참사로 아리셀의 편법이 드러났다. 배터리 포장 쪽 직원들이 이 숫자에서 빠져 있었다. 아리셀은 형식적으론 ‘메이셀’이라는 하청업체에 공정을 외주화한 것처럼 하고, 실제론 메이셀 노동자들을 아리셀 공장에 데려다 썼다. 불법파견이다. 사고가 난 날도 근무 인원 103명 중 51명을 하청이 공급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리셀처럼 사업장 규모가 커져도 서류상 인원을 적게 유지하면 규제 사각지대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산안법이 상시 근로자 수를 사업체마다 따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라도 원청 노동자로는 집계가 안 된다.
“파견·용역 등 탈법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직접 고용된 직원 수만 가지고 영세 사업장 여부를 판단하는 건 현실과 전혀 안 맞다. 산안법처럼 노동자 생명을 지키는 법은 원칙적으로 전면 적용하고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 정부가 법 준수를 돕는 식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기업의 쪼개기 관행을 오랫동안 다뤄온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가 말했다.
아리셀 역시 제도의 틈새를 잘 알았던 듯하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2021~2023년 아리셀의 위험성 평가 인정심사 결과서를 보면, 아리셀의 직원 수는 3년 내내 41명이었다. 이 기간 매출이 5배나 성장(8억원→47억원)했는데 직원 수는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고 쓴 것이다. 노동부는 아리셀이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고의로 축소했을 가능성을 포함해 수사하고 있다.
폭발 위험 방치했지만 ‘위험성 평가 우수’
법부터 소규모 기업에 안전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고, 그 결과 기업도 관련 역량을 기르지 않는다. 결국 요식행위만 늘고 사고 위험은 방치된다.
아리셀은 2021~2023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심사를 거쳐 ‘위험성 평가 우수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사업주가 자기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스스로 찾고 관리하는 절차(위험성 평가)를 잘 이행했다는 평가다. 일터의 숨은 위험을 발굴·관리하는 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아리셀엔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직원이 없었다. 더구나 위험물인 리튬 배터리와 노동자를 한 공간에 방치했다. 그런 아리셀이 어떻게 위험성 평가 우수 사업장이 됐을까.
점수표를 살펴보니, 대부분의 평가 기준이 위험성 평가 절차와 형식에 관한 것이었다. 사업주 의지가 담긴 지침을 만들었는지, 공정별로 유해·위험요인을 도출했는지 등이다. 사업주가 파악한 위험 요인이 현실과 동떨어졌어도 절차만 지키면 문제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결과서를 본 박미진 원진재단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아리셀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이 뭐고 회사가 그걸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이 보고서엔 없어요. 그냥 위험성 평가 제도의 형식을 잘 지켰다는 것뿐이죠. 굳이 따지자면 ‘위험성 평가를 평가’한 거라고 봐야겠죠.”
일터의 위험을 그대로 둔 채 서류만 갖추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 역할도 ‘시스템 만들기’가 아니라 ‘위험정보 전달하기’에 맞춰야 한다고 박 위원은 본다. “리튬 배터리 취급 기업은 불량품 폭발과 화재를 조심해야 한다고 노동부가 미리 업계에 알려줬으면 어땠을까요? 배터리 보관 장소를 따로 마련하고 대피요령도 알기 쉽게 벽에 붙여놓게 했다면요? 정부가 위험 정보를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복잡한 절차보다 중요한 게 산업별, 유해·위험 요인을 기업에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거예요.”
쪼개진 일자리, 누가 안전 책임지나
파편화된 일터도 영세기업 노동자를 사각지대로 내몬다. 아리셀 폭발 사고 희생자 23명 가운데 20명이 메이셀 소속 하청 노동자였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었고 대피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희생자 대부분이 대피로를 찾지 못해 밀폐된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성수기만 지나면 해고되는 노동자들이 정기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박현철 화성외국인노동센터 부소장은 쪼개진 일터의 한계를 지적한다. “ 한국 제조업은 공정을 전부 잘게 쪼개서 외주화하는 것으로 인건비를 낮춘 지 오래됐어요. 자본이 그렇게 대처하는 걸 정부가 방치한 거죠 .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여기저기 사람 태우고 가는 거 다 보여요. 그래도 중소기업 인력난이라고 (정부가) 눈감는 거죠. ” 박 부소장은 지방자치단체와 노동부가 작은 것부터 시도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큰 공장이 많은 울산, 여수와 달리 경기도 화성은 다양한 업종의 영세기업이 밀집해 있거든요. 아무런 사고 대책이 없는 데가 많아요. 지자체가 지금이라도 한 달에 한 번씩 대피 훈련을 하면 좋겠죠. 기업 스스로도 대피 경로가 어딨는지 확인하게 하고요. 그렇게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해요. 지금은 어이없는 죽음이 너무 많아요.”
대피 못해 숨진 참사 또 있다
화성에서 발생한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0월에도 화성 향남제약단지 내 화일약품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아세톤 유증기가 유출됐는데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고 위급상황을 알릴 사내 방송설비도 없었다. 2021년 8월에도 화성의 한 제조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30대 이주노동자가 주말 밤샘 근무 중 좁은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사회가 머뭇대는 사이 죽음의 행렬은 계속된다. “6월26일 대구에서도 고장 난 기계를 고쳐야 하는데 사업주가 빨리빨리 일하라고 시켜서 사망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살아서 (고향)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고 모든 노동자가 사람입니다. 우리가 더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을 날을 기다립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2024년 7월2일 아리셀참사 대책위 기자회견에서 외쳤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998
이주노조 조합원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추모 위해 화성시청 분향소 방문 "함께하겠습니다"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7.07 18:38)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일하다 죽으러 오지 않는다. 우리도 피땀 흐르는 사람이다"
이주노조, 아리셀 참사 유족들, 충북지역 노동시민사회 활동가들 함께 기자회견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072032005
[지금, 여기] 상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경향,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2024.07.07 20:32)
“빠르게 흐르는 강가에 서 있는데 물에 빠진 사람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요. 강물에 뛰어들어 그를 물가로 끌어올린 다음 인공호흡을 하죠. 그가 숨을 쉬기 시작하자마자 또다시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 들려요. 또다시 강에 뛰어들어 구조하고 인공호흡을 하는데, 그가 숨을 쉬기 시작하자마자 또 다른 구조 요청이 들립니다.
그래서 다시 강으로 들어가 손을 뻗고, 잡아당기고, 인공호흡을 하고, 숨을 쉬게 하고, 또다시 구조 요청, 이게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어요. 저는 뛰어들어 사람들을 끌어내고 인공호흡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상류에서 누가 사람들을 밀어 넣고 있는지 알아볼 시간이 없어요.”
지역사회 활동가 사울 알린스키 혹은 의료사회학자 어빙 졸라가 들려준 우화라고 한다. 그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눈앞에 벌어진 문제 대응에 급급하다 보니 근본적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는 딜레마, 그리고 상류에서 벌어지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비슷한 희생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드러낸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그대로이다.
지난 6월24일, 경기 화성시 (주)아리셀 리튬배터리 제조 작업장의 화재 사고로 23명이 사망했다. 이 중 20명은 하청업체 ‘메이셀’ 소속이었고, 그중에서도 18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사고 후 원인 분석이 잇따랐다. 폭발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대량으로 작업 공간에, 그것도 출구 쪽에 쌓아놓아 탈출을 가로막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리튬전지의 열폭주는 일반 소화기로 대응할 수 없는데 특수 소화 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노동자들이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재발 방지책은 자동으로 나온다. 설비를 잘 갖추고, 안전교육을 잘하고, 노동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기만 하면 된다. “참 쉽죠!” 그런데 이상하다. 이 쉬운 답을 왜 맞히지 못하는 것일까? 왜 어디서 본 듯한 비슷한 사고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일까?
2008년 1월, 경기 이천시에 건축 중이던 코리아냉동 물류창고의 화재 사고로 40명이 사망했다. 당시 절반 이상이 임시 노동자였고 13명은 이주노동자였다. 2020년 4월, 역시 이천시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축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화염과 유독가스가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와 여권을 일일이 살펴본 후에 공격하는 것도 아닌데, 사고 희생자의 대부분은 불안정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이다.
김위상 의원(국민의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사고성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812명, 그중 10.4%인 85명이 이주민이었다. 올해 3월까지의 사망자 213명 중에서는 24명으로 11.2%에 달했다. 국내 취업자 중 이주노동자 비중은 3.2%에 불과하지만 산재사망은 서너 배나 높다.
이번 사고를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피해 노동자들이 소속된 하청업체는 서류상 배터리 제조업체로 등록되어 있지만 사무실조차 없다. 대표가 스스로 밝혔듯 노동자들에게 작업 지시를 내리기는커녕 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다. 그날 그날 인터넷 구인광고를 통해 사람들을 모아 버스에 태워 아리셀에 보내는 ‘불법파견’이었던 것이다. 아리셀은 노동자 안전교육을 제대로 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그걸 안 하려고 불법파견을 활용하고 ‘싼값에’ 일용직 이주노동자를 쓰는 것 아닌가. 그러니 리튬에서 아르곤, 메탄올로 위험물질이 바뀌고, 배터리 제조공장, 건설현장, 조선소, 비닐하우스로 작업 현장이 바뀌어도 희생자는 항상 비슷하다.
이쯤 되면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강 상류로 뛰어 올라가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가 ‘국룰’이 된 노동시장 질서를 바꾸지 않는 한, 하류로 떠내려오는 엇비슷한 노동자들의 구조 요청을 계속해서 듣게 될 것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072038015
[정동칼럼] ‘안전’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 (경향,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2024.07.07 20:38)
‘자본주의’ 사회라는 용어가 뒤트는 진실은 그것이 ‘사회’인 한 여전히 사람이 가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존엄함도 원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화성시 리튬전지 생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돌아보며 자본주의 사회의 고도화라는 시스템 중심적 사고에 묻힌 생산자로서의 시민을 위한 자리는 어디 있는지 묻게 된다.
이 화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첫째, 화재방지와 대피시스템이 고도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단일 화재로 23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은 고도화될수록 설계자도, 그 안의 사람들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취약지점들을 만들어낸다. 누구도 이 지점에서 시스템의 안정성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23명의 사망자 가운데 18명이 이주노동자, 그리고 20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위험한 작업 현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주·하청노동자들로 채워지고, 노동유연성을 명목으로 필요 이상의 하청 구조가 자리를 잡아버린 한국의 노동시장이 이렇게 얼굴을 드러낸다. 2017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서 비정규직의 삶과 노동조건보다 정규직이 될 자격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되어버렸을 때, 어렵사리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고, 유예기간이 끝날 때쯤 다시 유예가 논의되었을 때, 이미 보았던 얼굴이다.
셋째, 이 화재는 공적 점검시스템이 어쨌든 작동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이미 작년 고용노동부에 의해 고위험 사업장으로 지정되었다. 소방관서도 올해 공장 한 동을 다수 인명피해 발생우려지역으로 지정했다. 회사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관리 컨설팅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화재 예방을 위한 다중 점검시스템이 형식적으로는 갖춰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점검 서류가 쌓이는 동안에도 화재의 위험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혹스러움을 안긴다.
결국 실천이 없었다는 말이다. 시스템은 인간의 실천을 통해서만 작동한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란 중력의 법칙과 달리 구체적인 사람들에 의해 학습되고, 내면화되고, 실천되지 않는 한 실체가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자주 외면한다. 안전시스템은 사람들이 위험 요소들을 인지하고, 회피할 수 있고, 그런 행동들이 조장될 때 작동한다. 위험이 내재된 작업장에서 위험 요소들을 알리고, 위험 감수가 아니라 안전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책임은 바로 리더십에 있다.
유명 제빵 회사 공장에서 고추냉이 소스 혼합 작업을 하다가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에 대한 고용노동부 백서는 사고 원인을 네 가지로 짚었다. 안전장치에 해당하는 덮개가 덮이면 기계가 작동하고, 기계가 작동하면 덮개가 열리지 않도록 기능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교차잠금 장치의 부재(‘고장’이 아니다), 자꾸 뭉치는 소스를 풀어주는 수작업을 위해 편의상 덮개를 열고 작업을 하는 오랜 관행, 안전조치를 수행하면서는 도저히 맞추기 어려운 규모의 작업량, 그리고 안전교육의 미비.
어떤 이들은 왜 안전 대신 편의를 택했냐며 희생된 노동자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자신도 회사의 일원이라는 책임감에 어떻게든 작업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했던 노동자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는 말이다. 숙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에 위험이 있는지 채 알지 못했던 노동자의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는 말이다. 위험하다는 감각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으로 여겨지는 조직 분위기를 감추는 말이다. 지금까지 누구나 그렇게 해 왔다는 관행의 압력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는 일선 노동자의 처지를 외면하는 말이다.
안전을 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위험인지, 무엇이 안전한 길인지 정보가 있어야 하고, 현장의 급박함 가운데 안전을 택해도 된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 내에 흐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참들이 처하는 물리적, 기술적, 사회적 불확실성이 조직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제는 형식적인 시스템의 고도화뿐 아니라 사람의 처지에 주목해야 한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보내는 신호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이것은 리더의 일이다.
우리 사회가 생존을 위해 효율과 이윤을 강조하긴 하지만, 정말로 마음속으로까지 그런 나라를 정당하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이 나라에서는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와 제도가 갖추어져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그 어떤 국가들보다 낮은 산재율을 기록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통계로 보여주고 싶은 리더들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누구나 안전을 선택해도 안전한 나라가 좋은 나라이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707580128
불 나면 대형참사… 경기도 공장·창고 화재 무방비 (경기일보, 김은진 기자, 2024-07-08 05:00)
경기도내 사망자 3년간 201명 달해...관련 안전 교육 없고 점검 허술
전문가 “특성 맞춤 대응법 필요” 道 “사업장별 교육 내부 검토 중”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331
아리셀 화재, 적극적으로 방치된 위험 (시사IN 877호, 화성/김다은·주하은 기자, 2024.07.08 07:09)
리튬전지 소재 특성상 관련 공장에서 화재는 빈번히 발생해왔다. 아리셀이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제도의 공백으로 아리셀 공장의 위험은 계속 방치돼왔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4481
아리셀 대책위 "참사의 진상규명 위해 수사에 속도 내달라" (오마이뉴스, 24.07.08 13:58 l 임석규(rase21cc))
경찰, 유가족·피해자 가족들 찾아 수사 중간브리핑... 고용노동부는 돌연 불참
지난달 24일에 발생한 아리셀 참사로부터 2주가 지난 뒤 경찰이 희생자 가족들을 찾아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경찰은 8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도 화성시청 앞에 있는 모두누림센터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유가족·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그간 진행된 수사에 대해 브리핑했다.
해당 브리핑은 언론 비공개로 5분 정도로 진행됐으며, 대책위 측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 외에는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책위 내 변호사로서 함께 참석했던 손익찬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많은 질문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수사상의 사유'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여 가족들이 답답함에 경찰을 질타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상진 대책위 대변인도 "경찰은 향후 수시로 유가족들과 만나 수사 진척 상황 등을 공유하기로 했으며, 사정상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물 수 없는 유가족들은 경찰을 향해 수사에 속도를 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주 수사본부가 설치된 화성서부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경찰서로 방문하라고 했다가, 대책위와 가족들의 항의를 받아 장소를 변경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경찰과 함께 방문하기로 했던 고용노동부가 참석을 돌연 취소한 것에 대해 "사측 아리셀이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섭외한 것은 문제가 안 되고, 피해자들 곁을 함께 지켜온 대책위나 민변 등이 배석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것인가"라고 항의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4500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반복 막는 키워드 다섯 가지 (오마이뉴스, 박종국 경기도노동정책전문관, 24.07.08 14:55)
[주장] 고용형태 점검하고, 형식적 위험성 평가 지양... 근로감독 권한 지자체 공유 필요
지난 6월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소재 일차 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베터리 폭발 화재로 23명이 사망하고 8명(중상 2명 경상 6명)이 다치는 등 총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이미 CCTV 영상자료가 확보되어 언론들의 보도대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경기도는 사고수습 및 비탄과 절망에 빠져있는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기도청 노동국의 현업에 종사하는 필자는 이번 화재참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고용형태 문제다. 노동계(대책위 등)는 아리셀 전지 업체는 직접생산공정 제조업무라서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일명 파견법)'에 의해 파견이 금지된 사업장으므로 '불법파견'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럴땐 사업주들은 '합법도급'을 주장하곤 한다. '산업단지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공동성명(7/5)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단지는 1300개가 넘고 고용인원은 23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아리셀 참사 사상자 31명 중 21명, 그 중에서도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아리셀 소속이 아니라 파견업체인 '메이셀 소속'이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아리셀 업체는 인력파견 용역업체를 통해 일용직 노동자를 채용하여 주로 포장업무 등 단순업무에 투입해왔다. 알다시피 건설현장에서 좀처럼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주로 일용직 형태의 고용구조 때문이다.
상용직이 아나라서 해당 비상출입문 등 사업장 구조를 잘 모르니 위급한 상황시 곧바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갑을관계 고용 구조상 자신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사업주에게 요구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힘없는 이주노동자들이라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명시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반영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및 노사협의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행업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위험성 평가 제도
둘째,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 문제다. 산안법 제36조에는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ㆍ기구ㆍ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근로자의 작업행동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유해ㆍ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부상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를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중소사업장들은 이 위험성 평가 제도가 서류대행 업체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노동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하여 실질적인 위험성평가 이행을 할 수 있는지 사진 및 영상기록을 반드시 남기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정안전보고서(법44조) 작성 및 보고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또한 서류상으로만 존재 해 왔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전국의 중소형 많은 사업장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그리고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항목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는 수은, 납 또는 카드늄을 제련하거나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등 일부 사업에만 '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도 경영계는 계속해서 화학물질관리법 '규제완화'를 주장해 오고 있다.
셋째, 화재에 취약한 건축물 구조와 제품포장제 문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장형 건축물들은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이다. 드라이비트 공법(Exterior Insulation Finishing System)에 의해 유독성 유기질 스티로폼 소재가 들어가 있어 화재 발생시 화재진압도 쉽지 않고 유독성 연기에 의해 집단사망이 많이 발생한다. 심지어 대형 물류창고들은 우레탄폼 시공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건축법 개정으로 난연성이 첨가된 준불연재 성분이 많이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노후 건축물에는 개선이 안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건축물에도 정부의 에너지효율화 정책에 의해 이러한 유독성 유기질 단열재들이 엄청나게 내외장재로 들어가고 있다. '글라스올이나 미네랄울' 같은 불연재 건축자재들은 효율성 부족과 비용을 이유로 외면 당하고 있다.
아울러 아리셀 화재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베터리 제품 포장재의 불연재 도입이 필요하다. 최소한 급격한 2~3차 화재로 확산되는 재해를 막기 위함이다. 오래전부터 다른 사업장들에서도 베터리 폭발화재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때 구체적인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지금이 고용노동부 '안전대진단' 기간이라고 하지만 또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었다.
언제까지 권한 없는 지자체 탓만 할 것인가?
넷째, 중앙정부의 위험물질사업장 관리 등 감독권에 대한 지자체 공유 문제다. 경기도는 오래전부터 근로감독 권한 지자체 '공유'를 건의해 오고 있다. 현재 유해화학물질 관리 권한은 환경부에 있고 근로감독 권한은 고용노동부에 있다. 전국에 수많은 유험물질 사업장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면 수만명의 공무원들을 신규 채용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여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다면 이러한 참사들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중앙 정부는 감독에 대한 '통일성'만 확보해 주면된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언제까지 권한없는 지자체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흑묘백묘(黑猫白猫) 즉, 검은 고양이든 흰색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겠는가? 심지어 인구 1400만 경기도에는 '지방노동청'도 없다. 다행히 경기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노동안전지킴이'를 육성하여 건설업 현장 중심으로 중대재해 예방 활동을 하고 있으나 제조업 사업장 예방활동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더딘 상황이다.
다섯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대책들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위험하고 힘든 업종에 투입돼 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른바 '위험의 이주화'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문화환경 및 복잡한 산업현장 구조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관련법률 및 규정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설령 조금은 안다고 해도 비노조원이 대부분이므로 갑을 관계상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 할 수도 없다. 하여 이들의 모국어에 맞는 안전메뉴얼 및 사업주 인식교육 등 체계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력 파견업체 및 직업소개소 사업주들에 대한 노동법 및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운명을 달리하신 노동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https://www.fnnews.com/news/202407081826058219
진척 더딘 아리셀 참사 진상규명.. 대책위 "빠른 수사 간곡히 부탁" (파이낸셜뉴스, 김동규 기자, 2024.07.08 18:26)
사측과 교섭도 지지부진한 상태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455
[아리셀 참사 부른] 리튬전지 화재·폭발, 군에서는 10년간 92건 발생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7.08 18:53)
30% 단순 보관 중 발생 … 이용우 의원 “리튬전지 보관 중 재해 대응방안 마련해야”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7082112005
화성 아리셀과 같은 리튬전지 사고, 군에서 최근 10년간 92건 있었다 (경향, 김지환 기자, 2024.07.08 21:12)
28건은 단순 보관 중 발생…완제품서도 화재 가능성 드러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2135
낡은 법 놔두고 ‘법대로’만 외치나 (중앙일보, 서경호 논설위원, 2024.07.09 00:30)
경기도 화성시의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생때같은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이 하청노동자(20명)였고, 외국인 노동자(18명)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파견 노동자들이 생산 공정의 산재 사고에 노출된 ‘위험의 외주화’이고,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3D 생산현장의 빈자리를 메우는 ‘위험의 이주화’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율은 3.2%인데 지난해 산재 사망자 중 외국인이 10.5%나 차지했다.
아리셀의 경우 불법 파견 논란이 일었고,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이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 대상 업무를 32개로 한정했다.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는 파견이 금지된다. 파견은 급여를 주는 고용주와 일을 시키는 고용주가 다르다. 일 시키는 고용주(사용사업주)도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의 사용자 의무 대부분을 지켜야 한다. 직접 고용한 노동자와 파견노동자를 차별해서도 안 된다. 파견은 규제가 많다.
화성공장 화재로 불법 파견 논란
파견법 자체가 현실에 안 맞아
통상임금도 서둘러 입법화해야
반면에 민법상 계약인 도급은 특정 업무의 완성을 약정하고 원청이 하청에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일을 완성해야 하기에 하청업체의 지시권이 인정된다. 도급이라고 주장해도 현장에서 원청이 업무지시를 했다면 파견이 된다. 아리셀 경영진은 불법 파견을 부인하지만 ‘법대로’ 해석하면 불법 가능성이 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아리셀의 업무지시가 있었다면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고, 이들이 맡은 포장·검수 업무는 헌법재판소가 2017년 제조업 근간이 되는 핵심 업무로 직접 생산공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만큼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파견법 자체가 낡고 문제투성이라는 점이다. 파견법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도입됐다. 한데 지나치게 엄격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오히려 심하게 만들었다. 예외적으로만 파견을 허용하다 보니 병원 서비스를 상담하는 병원 코디네이터처럼 산업 발달로 새로 생긴 업종은 파견이 가능한지 불투명하다. 이러니 우리나라 파견활용률은 임금근로자의 1%로, 경쟁국인 독일(2.3%)이나 일본(2.9%)보다 훨씬 낮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81%가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도 파견 허용을 원했다. 사용자 주장이라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파견 규제는 너무 강하다. 미국·영국은 파견 대상 업무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고, 독일·일본은 극히 일부 업무를 제외하곤 대부분 업무에 파견을 허용한다. 경총이 최근 ‘22대 국회에 드리는 입법 제안’에서 파견·도급 규제 완화를 두 번째로 꼽은 이유다. 파견 대상을 확대하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도급으로 위장하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파견 노동자로서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업무지시라는 파견법 적용 기준 때문에 원청이 사업장의 안전관리 의무에 소홀한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불법 파견과 사내 도급을 명확하게 가르는 기준을 법에 담아야 현장의 혼란이 줄어든다. 파견법만 낡은 게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의 모든 임금 항목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와야 하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한탄했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 조치가 없어 불필요한 분쟁이 계속 생기고 모두 법원으로 들고 온다는 것이다. 소송이 많아지니 로펌만 콧노래를 부른다.
최저임금 규제도 생각해 볼 문제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301만 명, 전체 근로자의 13.7%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이렇게 많은 위법을 양산하면 결코 좋은 규제라고 할 수 없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법을 고쳐야 한다. 22대 국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60명의 법조인이 있지만 낡은 법을 고쳐 법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우리 모두 검찰공화국에 너무 오래 살아서일까. 낡은 법 조항에 위배됐는지만 기계적으로 따진다. 이런 식의 ‘법대로’가 제대로 된 법치(rule of law)는 아닐 것이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377983
[시론] ‘불법파견’ 경고한 아리셀 참사 (이투데이, 김준호 한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2024-07-09 05:10)
무려 31명의 안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참사는 불법 인력파견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아리셀은 인력공급업체인 메이셀과 구두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메이셀에서 적법하게 작업자에게 업무지시를 했다는 입장이고, 메이셀은 아리셀이 요청하는 인력만 공급했을 뿐 아리셀에서 직접 작업지시 및 교육을 했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악의 참사를 앞에 두고 피해자들을 고용한 업체인 아리셀과 메이셀이 자신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서로 상대방 측이 진짜 고용주임을 떠넘기고 있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제조업 인력난에 불법인력공급 만연
메이셀은 아리셀 공장 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업체다. 피해자들은 리튬배터리 포장·검수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먼저, 아리셀의 주장과 같이 양측이 맺은 계약이 ‘도급계약’이라면, 아리셀은 메이셀 근로자들의 채용에 관여하거나, 업무지시를 해서는 안된다. 아리셀이 메이셀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 등을 했다면 ‘파견계약’ 관계가 성립되고, 대법원의 최근 판결과 같이 포장·검수업무를 직접생산공정으로 볼 경우 파견금지직종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불법파견’으로 인정되어 아리셀은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법령상 고용주로서의 일체의 책임을 지게된다.
반대로 아리셀 측의 주장과 같이 정상적인 적법한 도급관계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메이셀이 직접고용주로서 법적인 책임을 지게된다. 현재 언론보도만으로 볼 때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 측에서 파견관계임을 상세히 밝히고 있어 아리셀 측의 주장과 같이 적법한 도급관계로 판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관련 TF에서 안전조치와 더불어 불법파견 여부도 같이 조사 중임을 밝히고 있어 조만간 판단이 나올 예정이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의 사고 조사가 마무리되면 중소 제조업체 안전관리 현황과 불법파견 등 고용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예상된다.
한편 중소 제조업체는 인력난이 점차 가중되는 실정에서 일부 지역은 외국인 근로자 부족 현상까지 대두되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싶어도 제조업 회피 및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취업인력의 감소로 자체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더구나 임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인력DB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부득이 지역의 인력공급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세업체의 경우 생산량에 따라 인력 규모를 고무줄처럼 조정할 수 있고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는 불법인력공급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현실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불법파견 근로감독 현황에 따르면 불법파견 감독건수는 2019년 1626건에서 2022년 489건, 2023년 465건으로 감소한 반면에, 불법파견 적발률은 2019년 10.9%에서 2022년 30.5 %, 2023년 35.1%로 3배가량 증가하였다.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 등 현장관행에 대한 효과적 개선을 위해 사업장을 선별하고 적발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근로감독을 내실화한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 제조업체에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난과 음성적으로 만연해 있는 불법파견의 해결방안으로 직접생산공정 등으로 파견 직종을 확대하고 , 파견기간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한다는 우려로 단기간에 국회에서 통과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노동시장 양성화 꾀해야
장기적으로는 경직된 파견법 개정을 고려하되, 현실의 무분별한 인력공급에 대한 중단기적인 처방으로 인력소개회사 및 파견업체 등 인력공급업체에 대해 인건비, 복리후생, 안전교육비, 4대 보험료 등의 노무비용과 제반 경비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외국인 등 근로자입장에서는 본인의 인건비 및 4대 보험 가입여부 등 안전망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고, 인력공급업체 및 수급업체로서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경쟁을 통해 만연해 있는 불법 노동시장의 양성화와 안전한 노동현장이 구축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6247
사람을 '납품'하는 한국사회가 빚은 화성 참사 (한국기자협회보, 김지환 경향신문 정책사회부 기자, 2024.07.09 18:31:39)
[이슈 인사이드 | 노동]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김대중 정부는 이듬해인 1998년 노사정 합의를 거쳐 파견법을 도입했다. 국난 극복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워낙 힘이 강했던 시기였다.
파견법 도입에 따라 ‘노동조합’이 아닌 곳도 사용 사업주에게 파견 노동자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노조만이 근로자공급사업을 할 수 있었다.
파견법 제정으로 파견노동 빗장이 풀렸지만 원칙적으로는 파견을 금지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일부 업무(제정 당시 26개 → 2007년 32개로 확대)에만 파견을 허용하며 파견기간도 2년으로 제한한다는 제동장치가 있었다. 파견 허용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제동장치가 마련됐던 것은 파견에 ‘중간착취’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개입해 이익을 취하는 중간착취는 쉽게 말해 ‘사람장사’다. 근로기준법 9조(중간착취의 배제)가 중간착취는 법률에 따라 예외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이지만 파견은 제조업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사용자들이 파견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꼼수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그 발명품의 이름은 위장도급이다.
원청 대기업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의 경우 파견이 허용되지 않자 사내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 우회로를 택했다. 서류상으로는 전문성과 기술이 있는 사내하청업체가 도급받은 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내하청업체는 원청에 인력만 공급했다. 현대차·기아·한국지엠 등 완성차 업체,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 업체가 사내하청업체로부터 불법적으로 인력을 파견받았다는 판결이 잇달아 나온 것도 ‘무늬만 도급계약’이 만연하다는 걸 방증한다.
대공장에선 하청노조가 조직되고 원청을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이어졌다. 하지만 영세 사업장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 불법파견은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고용노동부는 제대로 된 감독을 하지 않았고, 노동운동은 산업단지 불법파견에 익숙해져갔다.
“2013년부터 산업단지 불법파견에 대한 문제제기가 노동계 중심으로 이뤄지자 대놓고 파견법을 어기는 방식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위장도급 형태로 파견법을 피하는 꼼수가 늘었다(정현철 금속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장).” 대표적 사례가 지난달 24일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사고가 난 경기 화성시 아리셀이다. 아리셀은 메이셀이라는 사내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어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파견 노동자들’은 메이셀이 아니라 아리셀 지휘·명령을 받고 일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메이셀은 참사 당일 50명가량의 노동자를 아리셀에 보냈다. 일용 파견 노동자를 사실상 아리셀에 ‘납품’한 셈이다. 파견 등 간접고용은 화성 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아닐 수 있지만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일용 파견 노동자들은 사업장 유해·위험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부는 ‘파견 규제 완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중간착취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9조를 근거로 ‘직접고용 원칙’을 말하는 것이 되레 멋쩍은 세상이 됐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022
"아리셀 공장 4번 불나는 동안 조치 안한 경찰이, 노동부가, 불법파견한 박순관이 죽인 겁니다"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7.09 21:46)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추모 행동 발언 모음
"기업의 탐욕 있는 곳에 노동자 죽음이 있다"
"값싸게 쓰다버리는 산업노예 취급 언제까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914150002912?did=NA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막는 사회적 의지 (한국일보,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2024.07.10 00:01)
산업 현장의 계속되는 인명 희생 사고들
위험에 더욱 노출된 외국인, 청년, 여성
노조가 핵심 역할인 민간 거버넌스 필요
대형 사고 소식이 유난히 많은 여름이다. 한 명 한 명 소중한 사람들이 허망하게 스러졌다. ‘사고’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고가 예측 불가는 아니다. 경험과 통계로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스템 상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곳에서 일어난다면 그것은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사회적 사건이다.
한밤중에 300여 개의 배송을 10시간 노동으로 감당하던 쿠팡 로켓배송 하청노동자 정슬기씨의 죽음,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물질인 리튬 배터리를 제대로 된 안전교육 한 번 받지 못하고 다뤘던 아리셀 공장 노동자들, 특히 하청, 불법파견, 일용직 노동이 뒤엉킨 형태로 투입되었던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그래서 ‘사고’일 수 없다. 언제든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유지한 직·간접 고용주들은 물론이고 이를 방치한 정부와 사회도 모두 이 사건의 가해자다.
한국 사회와 정부가 일터의 안전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주요 산업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던 한국의 산업재해 수준은 지난 20여 년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이르기까지 강화되어 온 제도의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한국의 재해율은 여전히 높다. 높은 재해율만큼 중요한 것은 재해 발생이 불평등적이고 차별적이라는 점이다.
2020년 발생한 882건의 사망사고 재해는 소규모 사업장 중고령 임시 일용 노동자에 집중돼 있다. 건설업 현장 사고가 많은 영향이다. 제조업 사망 재해는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공장 노동의 대부분을 외국인 청년과 여성들이 채우고 있으므로, 이들이 재해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계속 높아져 왔다. 2020년 재해 사망자 중 외국인 노동자가 10.7%를 차지했는데,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중(3~4%)에 비해 크게 높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19~2021년 발생한 중대재해 중 35%는 하청노동자에게 일어났다. 이렇듯 ‘위험의 외주화’에 ‘위험의 이주화’까지 더해진 구조적 불평등 위에서 이번 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산업 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공학만이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산업 현장뿐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 재해의 현장은 급격하게 건설과 제조업으로부터 유통 및 통신업으로 전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디가 현장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모든 삶의 장소에 존재하는 플랫폼 종사자들 때문이다. 우중 배달에 대한 프리미엄 지급 논란에서 보듯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 노동을 단 몇백 원, 몇천 원의 대가로 구입하려는 시도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위험을 알고도 배달에 나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뒤에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사회 구조가 있다.
무서운 것은 반복되는 재해에도 계속 방치되는 사각지대와 방관적 태도다. 방법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2013년 방글라데시에서 공장 단지 붕괴로 1,134명이 사망하고 2,500여 명이 다친 ‘라나플라자 참사’를 떠올려 보자. 사고 한 달 만에 다수 글로벌 브랜드와 글로벌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화재 및 건물 안전에 관한 협약(Accord on Fire and Building Safety in Bangladesh)’을 체결했다. 노동자 안전과 노동권 간 관계를 간파한 이 협약하에서 광범위한 위험성 평가와 교육이 실시되고, 산업안전 여건이 획기적으로 나아졌다.
다수의 관련 연구는 성과의 주된 요인으로 노조가 핵심적 역할을 한 민간 규제 거버넌스의 효과를 강조한다. 노조의 형식적 참여를 막기 위해 노동자 대표에 체계적 교육을 실시하는 등 실질적 대안도 중요했다. 탄탄한 제도 위에서 정부 집행력의 한계를 보완할 중층적 거버넌스의 작동. 우리도 이런 노력을 시작해 볼 수는 없을까. 그런 의지도 관심도 없다면, 구조적 ‘사건’들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2415
[사설] 화재 4회, 폭발 3회…위험 징후 무시했던 아리셀 참사 (중앙일보, 2024.07.10 00:30)
사고 잇따랐지만 안전 규정도 장비도 미비
금속 화재 발생 물질 안전 기준 강화해야
https://www.news1.kr/politics/assembly/5474347
최근 5년간 軍 리튬 전지 폭발 31건…3건은 '화성참사' 아리셀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2024.07.10 오전 09:04)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육군에서 총 31건 폭발 사고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6874
아리셀 참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노동법률 2024년 8월호,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2024-07-10 15:29:09)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국내 제조업체 역사상 최악의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와 언론은 이번 참사의 본질과 근본적 원인을 꿰뚫지 못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 사망했다는 현상 중심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참사가 내국인, 외국인 근로자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중소기업 안전보건관리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의 축소판이라는 점은 외면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본질이 위험성평가, 안전보건교육 제도를 포함한 산재예방법제의 엉성함에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실효성이 없고 거친 법제가 이번 참사의 배경으로 작용했음에도 정부는 '제도' 자체를 손대지 않고 이에 기반한 '사업'만 손대려고 한다. 예컨대 엉성하게 개악해 놓은 위험성평가 제도 자체는 그대로 둔 채 이에 기초한 위험성평가 인정사업만을 전면 개편한다는 식이다. 참사를 다루는 정부의 진정성과 능력을 보면 앞날이 몇 배 더 걱정스럽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안전보건에 어느 재해예방 선진국보다도 많은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그 수준이 올라가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건 중소기업의 안전보건역량을 끌어올리는 기법을 개발ㆍ보급하는 데는 소홀하고 비효율적인 재정지원과 물량 위주의 사업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ㆍ폭발사고 예방 관리도 중대산업사고 예방센터를 중심으로 공정안전보고서(PSM) 제출 대상업체에만 집중하고 사고 예방에 정작 취약한 중소업체는 중대산업사고 예방센터, 지방고용노동관서 모두의 예방관리 대상에서 비켜나 있어 사실상 법집행의 공백상태에 있다.
안전보건교육은 오래 전부터 산업안전보건 제도 중 가장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장의 문제제기를 귓등으로만 듣고 방치해 왔다. 비교법적으로 교육 시간, 교육 대상 등 현실에 맞지 않은 과잉규제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기업들의 형식적 안전보건교육의 주범이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려고 하지 않은 채 법정교육 실시만을 강조하다 보니, 기업들은 시간을 채우거나 서류를 허위 작성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참사로 안전보건공단의 엉성한 인증과 심사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측면도 간과해선 안 된다. 아리셀은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3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업체 인정을 받기까지 했다. 이번에 표출된 위험성평가 인정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공단이 맡고 있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 공정안전보고서 심사제도 모두 이번 기회에 확실히 손을 봐야 한다.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의 경우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실적에 집착해 스스로 이 사업의 부실화를 조장한 것이 이번 참사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7월 1일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시)을 개정해 상시 근로자 수 20명 미만의 경우에는 '위험성 추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위험성 추정이 위험성평가의 필수적인 절차인 점을 고려할 때 위험성 추정을 생략하는 것은 더 이상 위험성평가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개정은 위험성평가의 개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개악이다. 이 잘못된 개정은 급기야 2023년 5월 22일 고시 개정 시 위험성평가 절차에서 위험성 추정을 삭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위험성평가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터무니없는 개악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했다. 고용노동부 주연, 안전보건공단 조연으로 위험성평가를 형해화시킨 것이다.
KOSHA-MS는 큰 사고가 날 때마다 사고발생업체가 KOSHA-MS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때마다 고용노동부에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두선으로 그치고 말았다. 안전보건공단이 그 존속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하고 있어 고용노동부가 폐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이 없다 보니 외부의 가벼운 청탁성 지적에도 쉽게 흔들려 약속한 폐지는 기대난망일 것 같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와 공정안전보고서 심사 제도도 부실하기는 도긴개긴이다. 두 제도의 경우 보고서 작성을 업체 스스로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고용노동부 보고와 획일적인 이행상태평가와 같은 선진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행정편의주의적 규제가 기업들의 형식적 대응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공정안전보고서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안전보건공단이 사고 예방이라는 염불보다는 퇴직 후 일자리 보장용으로 무작스러운 규제를 온존ㆍ강화시키는 잿밥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산업현장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이번 사고는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에 집중하고 감독ㆍ점검을 생색내기 좋은 대기업에 집중해 온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안전보건이 취약한 중소업체 아리셀이 설립 후 5년간 단 한 번도 고용노동부의 감독ㆍ점검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고용노동부의 감독행정이 얼마나 편중됐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담당 근로감독관 인력과 산재예방 예산이 문재인 정부 5년간 2.3배나 늘어났지만 중소기업의 안전보건수준을 높이는 데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과 안전보건공단 직원의 전문성의 부족도 지적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지적한 문제를 낳은 핵심적 원인에 해당한다. 안전보건공단 직원 중에는 기술사ㆍ지도사 자격과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안전보건 자격증과 학위가 대부분 실질적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전보건에 관한 기본서 한 권 읽지 않고도 관련 자격증과 학위를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자격과 학위가 전문성을 올리는 계기로 작용하지 못하고 간판을 따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많은 대학이 노골적으로 '학위 장사'를 하는, 학문적 양심이 의심되는 실력 없는 교수로 가득 찬 상황에서 자격과 학위가 전문성을 높이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제조업 역대 최악의 참사가 아이러니하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에도 착목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의 안전보건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약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경고 사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들이 실질적인 안전보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공포분위기에 휩쓸려 수동적이고 형식적인 안전보건을 하는 데 매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겉으로는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증가하는 등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안전보건이 멍들고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아리셀 참사를 특정 기업의 특수한 문제인 양 국소적이고 피상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내부 깊숙이 잠재돼왔던 문제가 표면화된 사고로 일반화해야 한다. 이렇게 접근할 때 비로소 이번 참사로부터 재발방지를 위한 많은 교훈과 학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참사로 희생되신 분과 유족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기도 하다.
구조적이고 심층적인 원인 도출과 근본적 제도개편 없이 우선 성난 여론을 잠재우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사고업체 엄벌과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으로 미봉하는 것은 이번 참사로 희생된 분들과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취약한 안전보건수준과 조악한 안전보건 제도라는 엄중한 현실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034
“지속적인 법 위반과 안전 경시의 결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고소, 고발 진행 (노동과세계, 전승우 기자 (경기도본부), 2024.07.10 16:17)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책임 묻기 위해 협의회, 대책위 51명이 에스코넥·아리셀 박순관 대표이사 등 5명 고소, 고발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48557.html
화성 노동자들의 죽음, 정부가 방치했다 [왜냐면] (한겨레,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2024-07-10 16:31)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공장에서 참극을 당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2016년 초반, 인천과 경기 부천 공단지역 파견노동자들에게 일어난 ‘메탄올 실명’ 사고조사 보고서를 열어보았다. 보고서라고 하기에는 소박한 자료집에 불과하지만 대기업의 하청으로 스마트폰 부품을 깎던 20대 노동자들이 왜 실명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기록해놓았다. 6명의 청년은 인터넷에 올라온 인력소개업체 광고를 보고 공장으로 갔다. 인력업체엔 수수료로 계산되었고, 사업주에겐 누가 와도 그저 작업대가 비어 있지 않으면 되었던 파견인력이었다.
6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인력업체들은 여러 곳이었지만, 한결같이 산재보험은 가입하지 않았고 사회보험료를 떼먹었다. 사고가 일어난 공장은 모두 세 곳이었다. 대학교 학비에 보태려고 ‘알바’로 온 이가 있었고 부모와 살기 위해 온 중국 동포 청년이 있었다. 실명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겨울, 공장의 환기시설은 형편없고 휴대전화 새 모델 출시를 앞두고 바빴다. 노동자들은 보호장비 없이 주야 맞교대로 부품을 생산했다. 사업주들은 메탄올의 독성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말을 믿기는 어렵다. 메탄올 용액의 ㎏당 단가가 에탄올보다 몇백원 저렴했기에 유해물질을 세척액으로 사용했다. 근로감독관이 공장에 감독을 나갔을 때 공장주가 메탄올이 담긴 통을 숨겨두었다가 감독이 끝난 후 다시 사용할 정도였다. 실명의 직접적 이유들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노동자,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노동시장이 ‘메탄올 실명’을 부른 구조적 원인이었다. 당시 노동건강연대가 만난 6명 가운데 2명은 실명 시기가 달랐다. 사고가 알려진 2016년 1월 무렵에 공장에 들어간 4명의 노동자는 메탄올 중독 후 원인도, 서로의 존재도 알지 못한 채 각자 약국·의원을 찾고 응급실로 실려 가는 며칠의 시간을 보낸 후 사고의 진상을 알게 되었지만, 2명의 노동자는 다니던 공장을 앞서 그만두고 자신의 공간에서 수개월째 칩거하던 중이었다.
4명의 노동자에게 일어난 실명 사고가 티브이(TV) 뉴스에 나오고 공단지역이 시끄러워지면서 이들의 지인이 “어쩌면 공장에서 일한 것 때문에 시력이 손상된 것이 아닌지 알아보라”며 소식을 전해주었다. 한사람은 3주, 또 한사람은 5개월을 일한 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장애가 생겼다는 것을 확인했다. 산재신청을 하려고 사업주를 찾으니 급여를 입금해준 인력파견 업체는 사라진 뒤였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사라진 업체의 사업주와 동일인이 운영하는 인력사무소를 찾아냈을 때는 회사명이 세 번이나 바뀌어 있었다.
공단은 멀리서 보면 밀집되어 있고 집약되어 있지만, 공장 안의 사람들은 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다. 6명의 노동자는 공장에서 대화하는 사람이 없었다. “일이 고되다” “몸이 아프다” “아무개가 병원에 다녀왔다더라”같은 대화가 있어야 노동환경에 대한 정보도 유통될 수 있다. 옆자리에 서서 부품을 찍어내는 노동자들은 서로에게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이방인들이었다. 2015년 메탄올 중독 후 숨어들어 간 두 사람에 대해 공장 사업주들이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면, 옆자리에 나오던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을 궁금해한 동료가 있었다면, 수개월 후 4명의 노동자가 더 실명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산재 사고는 때로 착시를 일으킨다. 안전관리계획, 대피계획, 응급상황 조치계획…, 법이 정한 온갖 계획은 서류로 만들 수 있다. 서류가 너무나 완벽해 실제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쳐도 승합차에 실려 공단을 떠도는 파견노동자들을 이 계획의 대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안전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은 어떠한가. 교육은 얼마든지 서류로 증빙될 수 있다. 조심스러워야 한다. 교육과 노동자 책임론은 연관돼 있다. 메탄올 실명 사고 당시 노동부는 메탄올 취급업체를 점검한다고 부산했다. 그러나 2014년에 이미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또 다른 파견노동자 중국 동포가 있었고,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음을 2017년에서야 알게 되었다. 2014년의 실명 사고를 은폐한 책임을 물어 고용노동부 장관 둘을 고발하였지만 무혐의 처분되었다.
경제단체들은 더 많은 파견노동자와 임시 고용을 원한다.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일손이 부족하다. 법무부는 외국인 인력정책을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확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황폐한 노동시장에 눈감은 채 안전 그 자체가 보장되는 시스템이 가능한 것처럼 속인다. 리튬전지공장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969
함병호 교수 “화성 참사는 합리적 규제시스템 미비가 불러 온 재난” (안전신문, 박창환 기자, 2024.07.10 16:35)
한국안전학회, 10일 동국대서 전문가 토론회 개최
함병호 한국교통대 교수는 화성 리튬전지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이번 참사는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적 위험을 시기 직절하게 법과 제도에 반영하는 합리적 규제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함병호 한국교통대학교 화학물질특성화대학원 교수는 10일 한국안전학회(회장 박달재)가 동국대학교 문화관 4층 초허당 세미나룸에서 개최한 화성 리튬전지공장 폭발·화재사고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산학연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함병호 교수는 ‘화성 폭발·화재사고의 위험성 및 안전관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화성 참사의 문제점과 관련, 그동안 수많은 배터리 폭발 화재사고가 발생했으나 안전기준이 미비했음을 지적하며 사후약방문식 규제시스템을 비판했다. 또 함 교수는 수규자들의 법 준수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는 부실한 법 집행 체계도 또 하나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해재난 업무 담당자들의 업무회피, 신규직원 배치로 인한 전문성 결여, 부적절한 의사결정 구조, 임기내 책임지려 하지 않는 보신주의 문화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형 재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함 교수의 발표에 이어 김두현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지정 토론자로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박은주 삼성SDS 자문역, 박주원 KCC 안전관리팀장,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유병태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박상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이 나서 각각 발표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박달재 한국안전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은 “이번 사고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여진다”며 “이에 그동안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고 동종 또는 위험물 취급 관련 산업현장에서의 동종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방향 등을 모색하고자 이번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또 박달재 회장은 “이 자리가 모든 참여자에게 건설적인 토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안전학회는 성찰의 차원에서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4827
"한국, 이주노동자 사람으로 대하는 걸 손해라고 생각" (오마이뉴스, 24.07.10 17:53 l 김성욱(etshiro))
[아리셀 참사 인터뷰] 30년 이주노동자 우다야 라이 "임금 높으니 죽음도 감수하라는 뜻"
https://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715
아리셀 참사에서 드러난 '위험의 이주화' (인천인, 허진구 / 노무사, 민주노총인천본부 노동법률상담소, 2024.07.10 18:05)
[노동칼럼]
불법파견과 위험의 이주화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504
국가는 당신이 죽든 살아남든 신경 쓰지 않는다 (매노, 박다혜(법률사무소 고른 대표변호사), 2024.07.11 07:30)
지난 24일 화성시 리튬 전지 제조사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후 회사 대표가 언론에 남긴 말이다. 위 사업장에는 사망한 피해자들을 비롯해 다수의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물론 국적이나 출신국만으로 구사하는 언어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얼굴도 모른 채 인력파견을 했다는 껍데기에 불과한 회사를 중간에 끼워 불법파견을 일삼은 회사가, 각자가 구사하는 언어를 헤아려 제때 안전교육을 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얼마 전 한 이주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한 사건을 맡아 피해자의 생애 흔적을 뒤지던 중 깨달은 사실과 판박이다. 해당 사건에서도 피해자와 동료들은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했는데 회사에서 안전교육과 근로계약 등을 담당한 직원 중 이들의 출신국 언어를 아는 이는 없었다. 즉 알아듣지 못하는 안전교육을 했다는 것이고(그조차도 실제 했는지 의문이지만) 읽을 수 없는 확인서와 계약서에 그저 서명하도록 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피해자가 사망한 후 사건을 들여다본 국가의 모든 기관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회사가 제출한 서류 속 피해자의 노동은 전혀 다른 것으로 둔갑해 있었고, 국가는 굳이 들추어 의심하지 않았다.
노동자가 이해하는 언어로 안전교육을 하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 사용자가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조치를 성실히 이행할 리 만무하다. 그동안 여러 연구와 실태조사 등을 통해 이주노동자가 내국인보다 유해물질에 두 배 이상 더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고, 같은 사업장 안에서도 더 위험한 업무를 맡고 있으며, 산재보험 제도에 따른 재해율도 더 높은데 해마다 그 차이가 증가하고 있음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산재 은폐가 더 많이 발생하고 산재보험 비적용 사업장 소속 이주노동자가 다수라는 점을 제쳐둬도 이 정도다. 이주노동자 사고사망 만인율도 내국인에 비해 현저히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그 격차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는 내내 모른 척하고 있다. 아니, 이를 알고도 제도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위험의 이주화’를 방조하고 있다.
국가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을 통해, 저임금과 고위험을 벗어나려는 이주노동자들을 현재 사업장에 묶어둠으로써 비로소 수익을 달성하는 사업의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 스스로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는 강제노동 상태의 이주노동자가 있어야만 유지되는 부실한 사업장을, 국가가 누군가의 기본권을 통제함으로써 유지·존속시키는 비참한 상태인 것이다. 근로조건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감독·지원하기보다 그편이 쉽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고용사업장 지도점검 결과 법 위반 적발 건수는 늘지만, 적발된 위반 사업장에 대한 고용허가 취소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2020년 국정감사).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고용허가 취소 사유 중 하나로 “노동관계법 위반 등으로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정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자의적으로 그 사유를 좁히면서 가끔 여론의 눈치만 볼 뿐이다. 아리셀 같이 제대로 된 예방조치 없이 수시로 화재가 발생하는 위험천만한 사업장도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 위험을 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고,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국가가 고용허가를 취소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국가는 위험이 방치된 죽음의 공장들을 쉼없이 돌리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누군가의 강제노동을 제도화할지도 모른다. 또 다시 누군가는 유해·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묶인 채 일하지 않도록, 현실에 눈 감지 않는 이들이 필요하다.
*제목 ‘국가는 당신이 죽든 살아남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 등이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과 이주민이 사하라 사막에서 겪는 위험에 대해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이 여정에서는 당신이 죽든 살아남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에서 빌려 왔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71109423629435
[단독]화성 참사 보름만의 대책…외국인근로자 입국 후 화재 훈련 (머니투데이, 김성진 조규희 기자, 2024.07.11 16:25)
2박3일 의무교육에 화재 훈련 추가하기로
사망자 가장 많았던 F4 외국인은 빠져
사업장서 年 2회 화재 교육, 비상구 외국어 표시 의무 단속 강화해야
https://www.sedaily.com/NewsView/2DBP6WB7FE
[기자의눈] 아리셀 유족 두번 울린 法 (서울경제, 이승령 기자, 2024-07-11 16:50:25)
https://vop.co.kr/A00001657502.html
[한인임의 일터안녕] 대형 참사 현장에는 항상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민중의소리,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 2024-07-11 17:45:58)
7월 24일 경기 화성시의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장에 있던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 발생 2주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하면 조사하는 대로 불법이 판치고 있었고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고 있다. 불법파견에 안전시설이나 교육은 전혀 없었고 관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과거 4차례의 화재가 이미 있었던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형국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숨진 23명의 희생자 중 18명은 중국(17명), 라오스(1명) 국적의 이주 노동자였다. 사망자 중 약 80%가 이주노동자라니 이 회사는 이주노동자만 사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주노동자는 언어소통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좀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할 수 있는데 리튬의 위험성과 출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제공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유족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기시감이 든다. 기시감은 곧 사실이었다. 2008년 1월 이천시에서 짓고 있던 냉동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명이 사망했다. 이 중 13명은 이주노동자였다. 뿐만 아니라 2020년 4월, 코로나19로 물류가 폭증하면서 또 이천의 물류창고 건축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이 중 3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산재 사고사망 자료에 따르면 연간 900명 가까이 사망하는데 이 중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0% 수준을 넘고 있다. 국내 취업자 수는 약 2천9백만 명이고 이주노동자 수는 약 130만 명으로 추정(등록+미등록)된다. 그렇다면 4.5%가 이주노동자라는 얘기인데 노동자 사망자 수 규모로는 10%를 넘고 있으니 두 배를 훌쩍 넘고 있는 것이다.
산재 사고 사망자의 특성을 보면 영세사업장 노동자, 노인노동자, 비숙련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그리고 ‘을’중의 ‘을’ 이주노동자이다. 이주노동자는 주로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비정규직이며 비숙련노동자이다. 게다가 언어장벽도 가지고 있다. 학대를 당해도 웬만해서는 이직을 할 수도 없다.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취약노동계층이 이렇게 죽어나가는데 정부의 조치는 별게 없다.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지난해 12만 명보다 37% 증가한 16만 5천명으로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는 앞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출생률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급격한 노령화는 노동력 부족을 야기한다. 이미 일본에서 겪고 있는 문제가 우리에게 현실로 닥친 것이다. 출생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현 정부의 태도를 보아서는 결코 높아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이주노동자 유입을 장려할 수밖에 없을 텐데 손님들 불러놓고 더 많이 죽으라는 꼴이다.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향상을 위해 정부가 더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111841001
[에디터의 창] 올해도, 내년에도 2000명이 죽는다 (경향, 김종목 사회부문장, 2024.07.11 18:41)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71217501504565
한국사회 불평등의 종합판, 아리셀 산재 참사 (프레시안,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 2024.07.12. 20:59:45)
[인권의 바람] 누구도 죽으려고 경계를 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는 죽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지난 3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아리셀 산재참사 추모행동에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한 말이다.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기에 서울에서도 함께 추모하고자 만들어진 행사였다.
아리셀 산재 참사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현실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참사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30분, 화성에 있는 리튬 1차전지 공장인 아리셀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가장 큰 이유는 폭발이 난 3층 아래 2층에 있던 노동자들이 문이 있는 곳이 아닌 반대로 가다 연기에 질식했기 때문이다.
사망 과정 자체가 참사의 원인을 짐작하게 한다. 왜 공장 노동자들에게 대피로 안내 등 기본적인 안전교육도 안 했는가. 배터리 보관 장소와 노동자 업무 장소도 혼재됐고, 화재 대비용 물품도 제대로 없었다. 일용직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다. 희생된 이주노동자 18명 중 17명이 중국 동포이고 한 명은 라오스 출신이다. 노동자들에게 대피 안내도만 주고 교육도 한국어로 형식적으로 했다고 증언한다. 비정규직에 이주노동자이니 회사는 안전 교육에 소홀히 한 것이다.
위험신업의 다단계 하청구조가 재벌기업의 안전의무 빠져나가게 해
아리셀은 에스코넥이 96%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다. 에스코넥은 갤럭시 핸드폰 금속부품, 리튬 1, 2차전지 생산을 하는 업체다. 에스코넥은 아리셀의 운영, 매출 등 실질적인 지배관리를 해온 원청기업이다. 게다가 자회사인 아리셀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메이셀과 도급 계약을 맺고 있었다. 제조업에서는 파견을 금지하고 있으니 법망을 피하려고 도급 계약을 맺는 꼼수를 쓴 것이다.
메이셀도 인정했듯이 불법파견이다. 안산시흥공단 등 많은 사업장에서 인력소개소 같은 곳을 통한 제조업 일일 불법파견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비정규직 불법파견을 사용하는 기업이 안전교육을 제대로 할 리 없다. 원청에게도 안전 배려 의무는 있지만 직접적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피해갈 구멍이 많으니 불법파견 하청노동자, 일용직 노동자들은 죽음이 상존하는 곳에서 일하는 셈이다.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노동비용을 최소화하고 산업재해의 위험을 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기업에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하청·파견·독립계약자 제도 등을 활용하는 것을 여전히 우려한다"고 한 이유가 이번 사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1차전지 산업이 화재 폭발 위험이 많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리튬전지는 화재나 물에 취약해서 화재 폭발 위험이 높다. 국방부도 이 때문에 보관 시설을 바꾸기도 했다. 아리셀은 이번 참사 이전에도 화재 폭발이 있었다.
위험산업은 노동자를 직접고용을 하고 안전교육과 안전조치를 충분히 해야 '일하다 죽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노동계는 위험업무 외주화, 도급 금지를 주요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의 도급 금지 조항은 매우 협소하고, 1차전지나 신소재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갈수록 전기차 등의 폭발적 수요로 리튬전지의 생산은 확장되고 있는 현실인데도 도급 금지 조항은 여전히 그대로다.
리튬산업은 다단계 하청산업 구조다. 에스코넥은 삼성SDI에 1차전지를 납품한다. 삼성SDI는 2차전지 회사다. 위험산업이므로 원청 대기업이 유해위험업무 과정 전체를 책임지고 안전관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위험업무는 다 하청기업에 준다. 그리고는 원청이 안전관리 책임을 다했다고 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러고도 삼성SDI 울산사업장은 정부의 동탑산업훈장 사업장 상을 받았다. 아리셀 산재참사가 발생한 후인 지난 1일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SDI가 "협력사의 안전 협력사의 안전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가상현실(VR) 안전체험장 설립 등 산재 예방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수상이유를 밝혔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에서도 기업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관련해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글로벌 기업인 삼성SDI는 아리셀 참사에서 책임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위험은 하청업체, 협력업체에 떠넘기고도 안전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나 영세업체에 맡기고 정부는 영세업체니 안전체계가 부족해도 괜찮다며 제대로 안전관리 감독도 하지 않는다. 아리셀은 고용노동부로부터 2021년부터 3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돼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화학물질 특성에 맞는 소방기술을 개발하고 AI 등 과학기술"이 없어서 산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고 위험 업무를 외주화하고 기업의 안전의무를 면제했기 때문에 발생한 참사다. 유해위험산업에서 다단계 하청구조를 없애고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기업만이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죽음의 외주화, 이주화를 멈출 수 있다.
체류자격에 따른 위험의 이주화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3D)은 이주노동자에게 온다. 지난해 KBS의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10명 중 7명 정도가량이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대부분 영세 사업장이니 통역 등 최소한의 정보 접근도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주노동자의 중대재해 사망은 정주노동자보다 3배가량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 추방에만 여념이 없다. 이주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필요하다. 자신이 다루고 있는 물질이 무엇인지, 작업이 어떤 것인지 알 권리가 있어야 한다. 산재보상 기준도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적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동등한 노동조건 등의 처우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값싼 인력으로 여기며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번에 희생된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중국동포다. 재외동포비자(F-4)로 온 사람들이다. 그 외에도 방문취업비자(H-2)와 결혼이민비자(F-6)인 분도 있다. 이들은 사업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직업소개소를 거쳐 일용직 파견으로 일한다.
안전교육도 없다. 사용자가 안전의무를 하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으니 위험하게 일한다. 체류자격에 따른 노동 통제가 이주노동자 중간착취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이제라도 다양한 체류자격에 따른 노동 재해의 양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혐오를 이용하는 세력들
산재 참사 후 정부는 발빠르게 대응하는 듯했다. 대통령이 찾아가고 화성시청에 분향소도 차렸다. 그러나 역시나 일주일이 지나자 화성시는 태도를 바꾸었다. 영정이 있는 분향소로 만들려니 반대했고, 희생자 유가족에게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겠다고 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태도를 바꿨다.
화성시는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는 오는 31일, 친인척 및 지인은 10일까지만 지원한다며, 빨리 끝내라고 압박을 줬다. 대책위와 유가족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그러자 언론 등에서 유족들을 이기적인 폭력세력인 양 호도한다. 산재참사 유가족에 대한 비난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까지 덧붙여진 것이다.
김용균 발전 비정규직 산재참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와 기업의 자료 은폐나 책임 회피로 진상규명 과정은 시일이 오래 걸리기 일쑤다. 유가족들이 이주민인 경우 오래 한국에 머물지 못해 제대로 진상규명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에서도 이주노동자가 3명이었으나 제대로 사과받고 보상받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긴다고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는 게 아니다. 누구도 '죽으려고 국가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과거 한국의 경제력이 약했던 시절 독일에 갔던 광부와 간호사를 떠올려보라.
세계화로 우리는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즉, 언제든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다. 그들이 돈을 벌러 온 것이든, 한국의 문화가 좋아서 온 것이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온 것이든 간에 그것이 비난을 받거나 혐오받을 이유가 될 수 없다. 우리도 작게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이유와 욕망으로 이주하며 노동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아리셀 사측은 제대로 진상규명과 교섭에 응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익은 챙기면서 노동자의 목숨은 챙기려 하지 않는가. 더 많은 정주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때다. 이주노동자를 생명과 존엄을 가볍게 여기는 '예외적 존재'로 인정한다면, 가진 자들은, 정부와 자본은 필요할 때 우리도 예외적 존재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이주노동자의 목숨도 소중하다. 이것이 대전제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142031025
[NGO 발언대] ‘환대’할 준비가 안 된 나라 (경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2024.07.14 20:31)
https://www.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407142034005
불법파견 근절만이 ‘노동자의 죽음’ 끊을 수 있다 (경향, 김현주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2024.07.14 20:34)
지난달 24일 23명의 노동자가 숨진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참사 소식을 듣고 몇 년 전 부천지역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7명의 환자를 만난 일이 떠올랐다. 그들은 서로 다른 공장에 다녔지만 공통적으로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공급하는 3차 하청업체의 불법 생산직 파견 노동자들이었다.
환자가 발생한 5개 공장의 약 160명에 대해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참담했다. 그들은 인력파견업체와 연락해 길에서 모인 후 승합차를 타고 간 공장에서 1분 정도 작업방법을 배우고 일을 시작했다. 몇 달간 일한 노동자들은 그즈음 유난히 약품 냄새가 지독했다고 했다. 휴대폰 신제품 출시를 앞둔 시기였다. 몇 주 정도 일한 노동자들은 기계에서 수도꼭지에서처럼 나오던 그 액체가 물인 줄 알았다. 그 일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지도 전혀 들은 적이 없었다. ‘동료’ 노동자가 그 일을 하다가 실명을 했다는 사실도 병원에 와서 건강진단을 받으면서 처음 들었다.
지난 20년간 직업환경의학 의사로서 여러 직업병을 진단하고, 산재 사망의 원인 조사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 곱씹어본 순간이 자주 있었다.
청년 노동자들의 실명 원인은 메탄올 그 자체가 아니다. 전자산업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생산직 불법파견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노동자들을 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한 게 문제다. 불법파견을 근절해야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2019년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면서 컨베이어벨트 내의 회전체 그 자체가 아니라 위험을 외주화하고 위험작업을 ‘2인 1조’로 실시하지 못하게 한 도급계약 때문에 김용균이 사망한 것임을 알았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산재사망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리튬전지의 위험성을 몰라서 참사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아리셀의 사업주는 숨진 노동자들이 무허가 인력공급업체로 보이는 메이셀과 근로계약을 했고, 아리셀은 메이셀과 도급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메이셀 관계자는 숨진 노동자들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불법파견이든 위장도급이든 노동자들을 보호할 책임은 실질적으로 이들을 지배·감독한 아리셀 측에 있음이 분명하다.
그 공장에서는 이전에도 여러 번 화재가 났다고 한다. 그러나 아리셀은 노동자들에게 화재의 위험조차 알려주지 않았고, 화재 시 대피로도 확보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파견·도급 기준 법제화, 파견 대상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파견노동자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안전 관련 의무는 유해작업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제공한다는 조항 하나뿐이다.
생산직 인력 파견을 합법화한다면 위험의 위주화와 함께 위험관리 공백으로 위험이 더 증폭될 것이다. 이는 생명안전에서의 차별을 합법화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파견을 확대할 게 아니라 불법인력파견을 근절해야 아리셀 참사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실질적 지배감독을 하는 사업주에게 노동자 안전보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해야 노동자 생명을 지킬 수 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710514372
“아리셀 화재, 리튬 진압 집중했으면 더 큰 참사…드라마에 나올 만한 화재” (세계일보, 안경준 기자, 2024-07-14 21:00:00)
‘화성 배터리 화재’ 박철완 교수 인터뷰
화재 초기부터 염화싸이오닐 위험성 경고
“아리셀 사고는 배터리 아닌 화학물질 사고”
열폭주 동반하는 전기차 배터리와는 달라
현장 출동 소방·경찰관 등 건강 체크 필요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7835
‘화재 참사’ 화성시, 특례시 승격해도 소방 권한 無…국회 “특별법 본격 논의” (인천일보, 김현우 기자, 2024.07.15 19:06)
소방력 확대 급한데…특례시도 '119 설치 권한' 없다
아리셀 화재 발생 화성시 내년 승격
소방업무 자율성, 광역지자체 한정
창원시만 소방 직접사무…시범 운영
김성회 관련법 발의…국회서 논의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717010002058
'화성 재난지역 선포' 거부… 참사 수습 외면한 정부 (경인일보, 김학석·조수현 기자, 2024-07-16 20:24)
'아리셀 화재' 지정 불가 통보
유족 수송·체류 등 국비 지원 불발
행안부, 과거 사건과 형평성 고려
역대 사회재난 선포, 10여건 불과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화성시가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정부에 건의(6월26일자 2면 보도=[화성 리튬공장 화재] 화성시 '특별재난지역 선포' 정부에 건의키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화성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화성 서신면 아리셀 화재 사고 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불가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행안부는 '국가 차원의 긴급한 수습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라고 보기 어렵고, 시의 재정능력으로 조치할 사안'이라며 불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시는 대규모 인명사고 발생에 따른 기초 지자체 차원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복구 관련 비용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어 장례절차 지원, 피해 보상책 마련은 물론 외국에 있는 유족의 수송, 국내 생활 지원 등에 활로가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화재 직후 정명근 화성시장이 직접 나서 "중앙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시는 이 같은 행안부 판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 부처 간 대책본부를 꾸려 행정적인 대응에는 차질이 없다면서도, 피해 규모가 크고 외국인 사망자가 대다수인 점에서 수습 비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통합지원센터가 설치돼 상황마다 대응하며 유가족 지원을 해오고 있다"면서도 "사고 피해가 크다 보니 시와 경기도 차원에서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건의했는데 (불가 통보가 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상진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대책위 대변인도 "이번 사고에는 회사의 책임뿐 아니라 안전한 일터를 마련해야 할 국가가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책임도 있다"며 "지역사회가 슬픔에 잠긴 데다, 지금도 가족 지원 문제 등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보면 특별재난지원 선포를 통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과거 사회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사례와의 형평성과 지자체의 재정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해 대형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하며, 피해액을 산출해 선포되는 자연재난과 다르게 '정성평가'를 거친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역대 사회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사례는 삼풍백화점 참사(1995년), 동해안 산불(2000년), 세월호 참사(2014년), 이태원 참사(2022년) 등 10여 건에 불과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과거 선포 사례들과 비교해 (아리셀 참사의) 피해 규모가 크지 않고, 시의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7171701001
아리셀 유족 “국적·비자 구분없이 평등하게 보상하라” (경향, 김태희 기자, 2024.07.17 17:01)
23명이 숨진 화성 화재 참사와 관련해 사고가 난 공장인 아리셀 측이 일부 유족들에게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으니 퇴거 대상”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감안해 산업재해 보상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족들은 “책임을 떠넘긴다”라며 국적이나 비자 종류 구분 없이 보상을 평등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아리셀 측이 선임한 노무법인은 최근 일부 유족들을 대상으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재외동포(F-4)는 단순노무행위를 할 수 없다”며 “단순 노무행위를 한 경우 체류기간 연장이 불가능하고, 퇴거 대상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아리셀 측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추후 유족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는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들에게 만 65세까지 일하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일실수입’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
외국인의 경우 비자를 기준으로 한국에 얼마나 체류할 수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체류 예상 기간은 한국에서의 소득을, 나머지는 본국의 소득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앞서 아리셀 측은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했다가 사망한 경우 국내 체류 기간(7년)은 내국인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적용하고, 이후 65세까지는 중국 현지 근로자 임금으로 일실수입을 적용했다. F-4 비자를 가진 희생자가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면 아리셀 입장에선 보상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유족들은 이런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비자 종류에 따라 채용하고 업무 배정을 하는 것은 회사의 책임인데 이를 무시한 채 ‘불법파견’을 받아놓고 문제가 생기니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현재 노동자들이 단순 노무행위를 했는지부터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불법인 단순 노무를 희생자들에게 시킨 것이 사측이므로 비자 연장 불가를 전제한 보상액 수준은 향후 법정에서 다퉈볼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이날 화성 화재 참사 유족들은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리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참사로 딸과 조카를 잃은 한 유족은 “아리셀은 최저임금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숨값을 결정했다”며 “너무나 허망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내국인·외국인 따지지 말고 다 같은 인간으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보상안과 관련해 사측은 개별 접촉하지 말고 공식 대표단을 통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49548.html
아리셀 참사 유족들 “국적·비자 따져 차등 보상이라니” (한겨레, 이정하 기자, 2024-07-17 18:40)
아리셀 입장에 반발 “공식 교섭 나서야”
경기도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공장인 아리셀에서 난 화재로 희생된 노동자의 유족들이 국적이나 비자 종류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보상할 것을 회사 쪽에 촉구했다. 회사 쪽이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일부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해 취업했다며 보상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오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아리셀 쪽에 “유족에게 개별 접촉을 중단하고 대표단과 교섭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아리셀 쪽은 외국인 사망자의 경우 비자 종류, 체류 기간 등에 따라 배상액을 다르게 산정해 유족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동포(F-4)나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했다가 이번 사고로 사망한 경우, 국내 체류 기간(7년)은 내국인 기준으로, 이후 65살까지는 중국 현지 근로자 임금으로 일실수입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한 경우 단순 노무직으로 불법 취업하고 비자 연장도 불가능하므로, 체류 기간 7년 이후는 중국 임금을 기준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쪽의 보상 계획에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비자를 확인할 책임이 사쪽에 있을 뿐더러 그동안 불법파견을 묵인해놓고 문제가 발생하니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유족 법률지원단장은 “희생자분들이 실제로 법으로 금지된 ‘단순 노무’를 해왔는지조차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불법인 단순 노무를 희생자들에게 시킨 것이 회사 쪽이므로 비자 연장이 불가능할 것을 전제해서 정한 보상액 수준은 향후 법정에서 다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유족협의회와 대책위는 “대형 참사에도 통상적인 위자료 수준, 중대재해처벌법상 징벌적 손해배상(5배) 등도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희생자 23명의 유족이 모두 대책위 소속 법률지원단에 위임장을 제출한 만큼 회사 쪽은 공식 대표단을 통해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아리셀 화재로 숨진 23명 가운데 현재까지 5명만 장례를 치렀으며, 이번주 중 4명이 추가로 발인할 예정이다. 14명의 희생자 유족은 장례 절차를 미룬 상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71718010335124
'1대1 회유'에서 '혐오여론'까지…상처 투성이 된 아리셀 참사 유가족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화성)/이명선 기자(=화성) | 2024.07.18. 05:01:31)
[현장] 참사 발생 22일 만에 직접 언론 앞에 선 유가족들 "꼭 진실 밝힐 것"
"고(故) 김지○ 엄마, 고 이향○ 이모입니다. 아이들은 저나 동생의 하나씩밖에 없는 아이, 전부였습니다. 이제 우리 가정에 희망도 미래도 없네요. 참담합니다. 산산조각이 났네요. 앞으로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 -아리셀 참사 유가족 김신복 씨
"고 엄정○ 엄마입니다. 진짜 너무 억울하고 분통합니다.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안 오지만, 엄마로서 진짜 열심히 밥을 먹고 있습니다. 꼭 진실을 밝히고 철수해야 하니까요. 애를 저기 차디찬 데 눕혀놓고 있지만, 끝까지, 목숨 닿는 데까지 싸울 겁니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 이순희 씨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22일 만인 17일 경기 화성 모두누림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언론 앞에 섰다. 참사 후 처음 공식석상에 선 이들은 사측 아리셀의 '1대1 회유' 작업은 물론 화성시와 정치권의 미온적 대응,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혐오 발언들로 인해 받은 상처들을 털어놨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유가족은 20명이 넘었고, 발언자는 8명에 달했다. 그들이 한 이야기를 전한다.
① '1대1 회유' 나선 아리셀
박순권 아리셀 대표이사는 참사 발생 하루 뒤인 지난달 25일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과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겠다"며 언론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난 5일 아리셀 사측과 유족 간 진상규명, 보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첫 교섭이 열렸다.
그 뿐이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아리셀은 유족들의 2차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접근해 위자료를 주겠다며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오는 19일까지 합의하면 5000만 원을 더 주고, 합의하지 않으면 회사가 정한 위자료를 공적기관에 공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백지 위임장도 함께 건넸다.
고 김재○ 씨 고모 김신복 씨는 "아리셀이 유가족한테 서류 한 장을 가만히 1대1로 가져다주고 합의해 진실을 숨기려고 하면서 우리를 떠밀고 있다"고 성토했다. 고 이혜○ 씨 사촌언니 여국화 씨는 "제발 아리셀 대표,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라"며 "유가족 앞에 와서 진실된 사죄를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② 희생자 친인척·지인 지원 끊은 화성시
화성시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화성시는 지난 10일 아리셀 참사 희생자의 친인척과 지인에 대해 숙식비 등 지원을 중단했다. 시는 재해구호법상 직계존비속이 아닌 친인척과 지인이 재난 피해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같은 법에는 "구호기관이 구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도 재난 피해자로 볼 수 있다고 돼있다.
김신복 씨는 이에 대해 "억울한 죽음을 하소연하려고 뛰어다녔는데, 화성시는 친지들에 대해서는 식대부터 숙박비까지 모든 것을 싹 끊었다"며 "화성시가 처음에는 뭔가를 하는 척 했는데 며칠 안 갔다"고 비판했다.
화성시가 아리셀 사측과 유족 간 2차 교섭 성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 김재○ 씨 고모부 공민규 씨는 "화성시가 아리셀 대표와의 협상을 빨리 진행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움직임이 없다"며 "저희가 시장님 면담 요청을 몇 번 했다. 그러나 얼굴 한 번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③ 화환 뿐이었던 정부와 국회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아리셀 참사로 아들과 며느리를 잃은 이병렬 씨는 "처음 여기 왔을 때 자식을 잃었지만 가슴속에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며 "왜냐. 대통령께서 화환을 보내왔다. 국회에서도 화환을 보냈다. 그걸 보고 마음속에 '아 이번에는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겠구나'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까지 (사태 해결에) 아무런 진척이 없다. 왜인가. 정말 미치겠다"며 "제발 좀 이 미친 사람이 제정신 있게 살아가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④ 혐오가 키운 상처
아리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혐오 표현에 상처를 받는다고 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여국화 씨는 "우리는 대한민국에 와 일을 하며 세금 따박따박 내고 한국의 법을 올바로 지키면서 일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온라인상에서) '너희는 중국인이니까 중국에 가서 보상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한다. 가족을 잃은 아픈 사람들인데, 그 아픈 마음에 또 소금을 친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신복 씨도 "어떤 댓글 보면…"이라고 아리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혐오하는 내용의 댓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뒤 "아직도 조카가 집에 들어오는 생각밖에 안 한다. 숨통이 마구 끊어질 정도다. 그런 댓글까지 보면 더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은 활동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근시일 안에 고용노동부에 조속한 중대재해 조사를, 아리셀 사측에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는 '실천행동'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기자간담회 말미에 유가족들이 외친 구호는 "진상을 규명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였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649
참사, 진상규명에 이르는 길 (매노, 최진일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대표(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2024.07.18 07:30)
지난 14일 아리셀 참사 희생자 중 일부 가족들이 눈물을 머금고 장례절차를 진행했다. 참사 피해자에 대한 지원문제를 두고도 농성을 벌여야 하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먼저 가족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이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부끄럽고 죄스럽기까지 하다. 남아있는 가족들은 장례 시점에 대해 당연하게도 ‘참사의 진상이 규명된 후’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언제쯤 그들은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리셀 참사의 진상규명은 무엇으로 가능할까.
참사 이후 아리셀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마치 전혀 몰랐다는 듯,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듯. 그리고 언제나처럼 쉽게 쉽게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자 다양한 언어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한다. 불법파견이 문제라고 지적하니 특별근로감독을 하겠다고 한다. 아리셀이 3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이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위험성평가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전지제조업의 화재폭발 위험이 부각되자 ‘전지공장 화재 재발 방지 TF’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신들은 참 좋겠다. 모든 게 그렇게 쉬워서.
아리셀 참사는 위에 나열한 문제들이 모두가 뒤엉켜 빚어낸 비극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위험의 외주화가 자리하고 있다. 폭우에 반지하 집이 먼저 잠기듯, 위험은 더 열악한 곳으로 몰려들고 그곳에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다. 진상규명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불법파견의 문제를 아리셀만의 문제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왜 소규모 제조업 현장에 불법파견이 만연한지, 왜 이주노동자들이 그런 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지 살펴야 한다. 수십 가지 언어로 안전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들 아리셀과 같은 불법파견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이루어질 것인가. 이윤의 극대화, 책임의 최소화를 위해 태어난 외주화는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국가의 방임과 화학적으로 결합돼 있다. 이 강력한 결합을 해체하지 않는 한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다.
아리셀 참사는 행정관할의 난잡함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와도 여러모로 관련돼 있다. 굳이 리튬전지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사업장 안전관리에서 소방과 안전의 영역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책임의 분산과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행정의 관할권 역시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로 이원화돼 있다.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그 노동자가 농사를 짓는지, 물고기를 잡는지에 따라, 심지어 작은 배를 타는지 큰 배를 타는지에 따라서도 담당 기관이 달라지고 다른 법이 적용된다. 겉으로는 복잡한 행정체계의 문제지만 이것이 이 나라가 가진 이주민에 대한 차별의 근간이다.
‘우리 가족이 왜 죽었는지만이라도 알고 싶다’라는 유가족들의 물음에 답하려면 이 문제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아리셀이나 에스코넥이 충분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대답은 국가의 몫이다. 어쩌다 이 나라는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되었는지, 어쩌다 이 나라는 이주노동자가 7배나 더 많이 죽는 나라가 되었는지, 국가의 진지하고 뼈아픈 대답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참사들 속에서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진상규명의 성과를 남긴 경험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다. 구의역 사망재해 진상조사를 통해서 스크린도어의 기술적인 안전문제를 넘어 고용구조와 외주화의 문제까지 살필 수 있었고,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조사를 통해서 직접적 원인을 넘어 발전산업의 심각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드러낼 수 있었다. 그 많은 죽음을 겪고도 뿌리 뽑지 못한 위험의 외주화가 이번에는 노동의 저 밑바닥에서 또 다른 참사를 일으켰다. 이제 우리는 다시 그 길을 걸어야 한다. 국가의 책임하에 유족과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는 진상조사가 시작돼야 한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107
아리셀 참사 유족들, 기자간담회서 억울한 심경 터져나와 "진상규명하고 사과하라"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7.18 09:37)
사측 주장 F4비자 단순노무직 불법 취업, 실상은...
민변이 주관한 ‘추모와 다짐’의 시민추모제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436
노동자 23명 사망한 ‘화성 참사’ 불씨는? [세상에 이런 법이] (시사IN 878호, 임자운 (변호사), 2024.07.21 06:58)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2001년 겨울, 깜깜한 새벽이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어느 인력사무소는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책상에 무심하게 놓인 바구니에 사람들이 신분증을 쌓았다. 내 주민등록증도 그 위에 올려졌다. 잠시 후 나를 포함한 몇 명이 호명되었고, 그 순서대로 사무실 밖 승합차에 태워졌다. 차는 곧 어디론가 떠났다. 아무도 목적지가 어디인지 묻지 않았다. 첫째 날은 경기 용인의 신축 아파트 공사장, 다음 날은 서울 선릉의 대형 빌딩 공사장이었다.
열흘 남짓, 그렇게 이곳저곳으로 운반되어 시키는 일을 했다. 별 기술이 없는 탓에 주로 공사 자재나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일이 주어졌다. 나를 채용한 사장(인력사무소)과 나에게 일을 시킨 사장(건설회사)이 달랐으니, 일종의 ‘파견’ 노동이었다. 건설공사 현장 업무는 예나 지금이나 파견 사업 대상이 될 수 없으니(파견법 제5조 제3항 제1호), 불법파견인 셈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의 노동이 불법인지 몰랐다. 그저 일이 고되고 날이 추웠으며, 많은 것이 참 낯설고 무심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떨구어진 일터와 주어진 일,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낯설었고, 서로에게 참 무심했다. 굳이 익숙해지거나 친밀해질 필요도 없었다. 당장 내일은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다른 사람과 하게 될 수 있었으니까.
그 낯설고 무심했던 노동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2016년에 발생한 끔찍한 산재사고 때문이었다. 부천의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메탄올에 중독되어 실명하고 말았다. 사업주가 작업공간에 분사되는 절삭 용액으로 에탄올보다 값이 싼 메탄올을 사용한 게 원인이었다. 노동자들은 그 용액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고, 적절한 보호장비도 지급받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실마리는 파견이었다. 피해 노동자들이 모두 인력사무소를 통해 그 공장에 투입된 파견직이었다. 과거에 내가 짧게 경험했던 파견 노동을 사업주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낯설고 무심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사업주에게는 어떤 존재로 비칠까. 고용한 사람이 아니라 구매한 인력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사정으로 이곳에 왔는지, 언제까지 여기서 일할지 모두 관심 밖일 것이다. 그들의 안전이나 건강 따위를 신경 쓰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법은 위험한 일터에서는 파견 노동이 허용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을 틈타 불법파견이 횡행했고, 2016년 메탄올 중독 사고는 그러한 불법파견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많은 활동가가 불법파견 문제를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 이유다.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사고 원인으로 고작 사업주의 부도덕이나 안전불감증 따위를 내세웠고, 파견 문제와 관련짓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까지 보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파견 규제 완화, 파견업 확대를 앞장서 추진했던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안전교육 못 받았고 비상구도 몰랐다”
파견 규제 완화 기조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되어,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한 소극 행정으로 이어졌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동부가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한 사업장 수는 2020년 636개, 2021년 534개, 2022년 489개, 2023년 465개였다”라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 또 한 번의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화성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노동자 23명이 화재로 사망했다. 그들은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비상구도 알지 못했다”라고 했다. 불이 난 공장에서 대피로를 찾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출구 반대편에서 우왕좌왕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체 왜, 또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이번 의문도 파견이라는 키워드로 풀린다. 사망자 대다수가 위장도급 업체에 의해 불법파견된 노동자로 나타나고 있다. 위험한 일터에서 자행된 불법파견이 또 하나의 참사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부의 태도는 여전하다. 이번 참사도 파견 문제와 관련짓지 않으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심지어 파견 규제 완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파견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려면 더 많은 노동자가 시력을 잃고 생명을 잃어야 하는 걸까. 노동자들에게 참 고약한 국가다. 화성 참사 피해 노동자들의 명복을 빈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722010002472
[안은정의 '문득, 인권'] 그들의 기억이 비극이 되지 않도록 (경인일보,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2024-07-21 19:43)
아리셀 화재로 노동자 23명 희생
안전교육 제대로 했다면 참사 막아
유가족, '이주노동자 관리 중요성'
정부·사회에 촉구 중요한 시작점
더 이상 불행 없도록 변하길 바라
생전 연이 닿아본 적 없는 사람들의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영정 사진을 보며 목놓아 우는, 또 그마저도 하지 못해 마른 울음으로 가슴만 치는 유가족들을 만난다. 영정 사진 속 사람들이 잡아줘야 할 손을 내가 잡고, 안아주고, 같이 운다. 그렇게 아리셀 화재참사 유가족 곁을 지키고 있다. 6월24일 리튬전지를 취급하는 아리셀이란 회사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로 23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이주노동자였다. 낯선 땅에 이주해 의지할 곳이 필요해서였을까. 희생자 중에 가족, 친척 관계인 사람이 많았다. 부부가, 이종사촌이, 자매가 동시에 세상을 떠났다. 부고를 들은 가족들이 중국에서, 라오스에서 입국했다. 낯선 도시에서 세상을 떠난 가족은 찬란했던 생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희생자들이 일했던 아리셀은 빈번하게 화재가 발생했던 위험한 일터였고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대책은 부재했다. 자신들 때문에 대규모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유가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 한마디 없다. 23명이 사라졌는데도 사과하지 않는 회사, 문제가 많은 회사를 관리 감독하지 않는 정부. 외국에서 온 유가족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매년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의 수가 늘고 있다. 이주노동자 취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앞으로도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의 이주화'라는 말처럼 이주노동자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예방대책은 부재한 실정이다. 안전교육 강화는 주요한 예방대책 중 하나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언어가 다르기에 위험 상황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일터에서 취급하는 물질이나 작업 과정의 위험성,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에 대한 안전교육이 정주민보다 더 철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안전교육을 대충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아리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리셀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비상구가 어딨는지 몰랐다고 증언했다. 교육만 제대로 이루어졌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리셀은 빈번하게 화재가 발생한 사업장이었음에도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히려 2021년부터 3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돼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회사의 자율에 맡겨진 안전대책이 얼마나 부실한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리셀 참사는 한 악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가 처해있는 보편적인 현실이었다. 그래서 아리셀 참사의 해결이 중요하다.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제대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것.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 필요한 안전대책도 함께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리셀 참사는 이주노동자의 유가족이 정부와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중요한 시작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온다는 건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온다는 것, 연결된 삶들이 함께 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안전대책에 소홀해서는 안되며 노동자의 인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알려주고 있다.
몇 해 전 한쪽 손이 절단된 이주노동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20대의 젊은 노동자는 한국에 온 지 3개월 만에 한쪽 손을 잃었다. 손을 앗아간 프레스기의 안전장치는 꺼져 있었고 그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다.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나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안전교육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지금, 한쪽 손을 두고 온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아리셀 유가족은 앞으로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그들의 기억이 비극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212039025
아리셀 참사는 사회적 참사다 (경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2024.07.21 20:39)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되어간다. 아리셀 참사는 2024년 한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회적 참사’다. ‘사회적 참사’는 사고의 원인이 개인의 잘못과 불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공백을 비롯한 사회적인 것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누구나 참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기에 참사의 피해 역시 개인이 혼자 감당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의지를 담고 있다.
배터리는 어디서든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화학물질로 만든 물건이다. 화재가 난 아리셀 공장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리튬배터리를 만들었다. 만들어진 배터리는 국가 안보에 필요한 군사작전용 무전기에 쓰였다. 1차전지라고 불리는 일회용 배터리는 폭발에 취약하다.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는 전체 용량의 20~30%를 충전해 포장하지만, 1차전지는 100% 충전해 출하한다. 그만큼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이 크다. 불량품이 제대로 검수되지 못하고 충전된 상태에서 폭발하면 다른 배터리로 순식간에 옮겨붙는다.
사고 당일 CCTV 영상을 보면 쌓아둔 배터리에서 연기가 난 지 불과 몇십초 만에 3만5000개의 배터리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연쇄 폭발을 막으려면 불량품 검수를 철저하게 하고, 포장된 배터리를 조금씩 나누어 분리 보관하며, 열 감지 센서 등을 비치해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소화장치가 작동하도록 해야 했다. 리튬 등 화학물질이 폭발하는 경우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짙은 연기가 발생하므로 내부 공간을 단순하게 설계하고 대피로도 여러 방향으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법과 제도에 이러한 내용이 없었다. 아리셀이 지난 3년간 위험성 평가 인정심사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비극적 아이러니다.
아리셀은 가장 위험한 공정인 배터리 검수 및 포장공정에 숙련된 노동자가 아닌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 사업장 주소지가 동일한 인력공급업체를 만들어두고 더 영세한 무허가 인력업체를 이용해 사람을 실어 날랐다. 이윤의 논리 앞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안전교육은 무시되었다. 위험업무의 도급을 금지하는 법이 있었지만, 공장 내 가장 위험한 공정이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고,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힘없는 이주노동자로 채워지는 ‘위험의 이주화’ 과정에서 법과 행정은 놀랄 만큼 무기력했다. 체류 외국인 3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위험의 이주화’를 방지할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면 제2, 제3의 아리셀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리셀 참사는 사회적 참사다. 참사의 원인은 사업주의 법 위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법과 제도의 부족함에도 있다.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 모두는 참사의 책임과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의 피해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사회적 연대에 기초해야 한다. 진심으로 위로하고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필요한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기록에 남기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사회적 참사에 외부세력이란 없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21544410&code=11171222&cp=nv
[뉴스룸에서] 도면에만 있던 비상구 (국민일보, 김경택 사회부 차장, 2024-07-22 00:37)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722_0002820408
"'화성 화재' 최대 이주노동자 참사…안전대책 '반짝'에 그쳐선 안 돼" (서울=뉴시스, 권신혁 기자, 2024.07.22 13:43:18)
민주노총, 참사 원인·재발 방지 대책 긴급토론회 개최
"소규모 사업장 안전문제에 이주노동자 문제 얹혀져"
"이주노동자 교육 총 4시간 정도로 짧아 실효성 낮아"
"이주민 피해자 특성·취약성 맞는 지원 받을 권리 보장"
아리셀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가 발생한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가운데, 이주근로자 관련 안전대책이 '반짝' 빛나고 그칠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는 22일 오후 국회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은 '아리셀 화재'를 두고 "최대의 이주노동자 집단 참사"라며 "정부, 지자체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반짝 대책, 사상누각(모래 위에 세운 누각)의 대책으로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해당 사고로 외국인 근로자 18명 등 총 23명이 숨진 바 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정책과제와 개선 방향'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류 이사장은 "이주노동자의 안전보건문제는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문제와 중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사업장은 위험관리에 따르는 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책임의 공백이 생기며 이 위에 한국사회 이주노동자로서의 문제가 얹혀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를 향해서는 "소규모 사업장의 영세성 등을 이유로 사전적 위험 관리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제대로 지원하지도 규제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의 관리책임은 사업장의 규모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류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교육이 총 4시간 정도로 매우 짧은 데다 업종이나 사업장 특성별로 구체화돼 있지 않고 실제 작업 현장을 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중대한 위험경보에 대해서는 고용허가제 국가들의 언어로 번역해 다양한 경로로 유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류 이사장은 정부를 두고 '파견 사업주'라고 부르며 "고용허가제 취업 사업장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거나, 반복적 산재가 발생했거나, 혹은 산재 은폐를 한 경우 추후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제약을 두는 제도나 행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중소사업장의 외국인 고용 증가로 안전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많은 소득을 위해 빈번하게 사업장을 이탈하고 특히 중소사업체가 외국인을 다수 활용하면서 교육 역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대다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임시일용직으로 근무하며 사업장 전반의 안전문화 수준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경희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상임대표는 피해자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이주민 피해자의 특성과 취약성에 맞는 지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번 참사 피해자의 대다수는 중국 국적 동포"라며 "피해가족에 대한 숙식제공 기준은 고물가의 취약성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한국인의 기준에 맞춘 지원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해구호계획에만 명시돼 있는 지침이 아니라 보편적인 지원과 피해자들의 취약한 조건을 보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의 요구를 밝힌 박세연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중소영세사업장 안전 개선 점검지원 강화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교육 실질화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안전한 기숙사 보장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대책 부서 설치 등을 요구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17701&ref=A
“화성 아리셀 화재는 예견된 참사”…이주노동자·화학물질 제도개선 촉구 (KBS뉴스, 최유경 기자, 2024.07.22 14:33)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위장도급·불법파견 해소 방안과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대책, 화학물질 관리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민주노총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등은 오늘(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 국회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16명이 사망한 1989년 럭키화학 사고보다 사망자가 많은 최악의 화학 폭발 사고이자, 17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상 최대의 이주노동자 집단 산재 참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참담한 것은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는 것”이라며 “참사의 근본원인인 위장도급 불법파견은 여전히 아무런 대책이 없고, 정부 부처나 경기도, 화성시가 준비한다는 사고조사, 점검, 안전대책에는 현장 노동자나 피해자와의 논의는 일절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송성영 아리셀 대책위 공동대표도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주화라는 산업현장의 인명 경시의 부당함이 이번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개선 대책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핑계로 방치한 이 정부는 목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승인이 있거나 임금체불 같은 위반 사항이 있을 때만 일터를 옮길 수 있는데,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한 탓에 노동자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허가제는 차후 보완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증언자로 나선 정기백 금속노조 삼성SDI 천안지회 사무장은 리튬전지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노동자가 주관하고 추천하는 ‘민관합동 안전보건활동’과 배터리사업 분야의 자격심사 강화, 위험물 취급사업장의 하도급 금지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전지산업 종합안전관리 대책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지도감독 강화와 도급 금지 대상 작업 지정 확대, 위험성 평가 제도 개선, 화학물질관리법상 리튬 사고대비물질 지정 관리, 배터리 제품안전 기준과 관리체계 점검 등을 요구했습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파견·도급·특수고용 등에서 비롯된 산재 문제를 지적하며, 50인 미만 사업장 등 중소사업장의 안전관리 공백과 위험의 전가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류현철 일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소규모 사업장 문제와 중첩되는 이주노동자 안전보건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자들에게 제도적 권리를 부여하고 노출 위험의 특성과 노출집단의 특성에 맞는 구체적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류 이사장은 특시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정부가 ‘파견사업주’라며 정부의 관리 책임을 강조했는데, 국가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통해 업종별 기획 감독의 대상을 제시하고 다양한 민간조직과 연계해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리셀 대책위 피해자 권리보장팀 정경희 대표는 참사 피해자가 직접 정부의 조사과정에 참여해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리셀 대책위 박세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를 위한 법·제도 개선, 1·2차 전지 사업장 전수조사, 아리셀과 용역업체 메이셀의 불법적인 직업소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민관합동 사고조사위원회 구성,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민주노총, 아리셀참사대책위원회,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는 내일(23일) 아리셀 사고 30일째를 맞아 서울고용노동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5일 30분간 진행된 1차 교섭 이후 에스코넥·아리셀 사측이 유가족과의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정부의 구속 수사와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722110900530?input=1195m
"산재도 '이중구조' 심화…중소사업장 특성 반영한 대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2024-07-22 15:03)
아리셀 참사 재발 방지 토론회…"소규모 사업장에 사망사고 집중"
대기업에 비해 산업안전이 취약한 중소사업장에 산업재해 사고가 집중돼 산재의 '이중구조'도 심화하고 있다며, 중소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민주노총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야당 의원들과 공동으로 국회에서 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대책' 토론회에서 종사자 1∼49인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가 전체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8년엔 국내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 중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비중이 49.8%였으나 2020년엔 처음으로 80%를 상회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사고 사망자 812명 중 50인 미만이 637명(78.4%)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300인 이상 사업장 사고 사망 재해자 수는 2001년 대비 2020년이 약 6분의 1 수준으로 빠르게 감소한 반면 50인 미만은 같은 기간 1천38명에서 714명으로 300명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며 "산업재해의 이중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이중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기업 규모나 고용 형태 등에 따라 근로조건과 임금 격차가 큰 것을 가리킨다.
중소사업장은 안전관리 역량 자체도 대기업보다 열악한 데다 도급구조로 인해 관리체계의 공백이나 위험의 하도급화, 산재 은폐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도급 노동자들의 잦은 이직이나 열악한 처우 등도 산재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도급관계 중소사업장 특성과 고용 특성을 반영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원청 대기업의 역할, 지역·업종 차원의 커뮤니티 구축, 중앙 정부의 네트워크 형성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도 '이주 노동자 안전보건 정책과제와 개선 방향' 발표에서 "위험 관리비용이 도급단가로 실현되지 않는 소규모 하청 사업장들의 위험관리 자원이 결여돼 있다"며 "이윤을 실현하기 위해선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고 위험을 무릅쓴 노동이 만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류 이사장은 "이주 노동자의 안전보건문제는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문제와 중첩돼 있다"며 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권리 부여, 국가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정책 수립, 소규모 사업장에 위험관리 자원·역량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802477
예견된 ‘화성 아리셀 참사’…불법파견·화학물질 대책 필요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2024.07.22 16:57:28)
민주·혁신당 등 야당 의원 및 민주노총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대책위 공동주최
근본적 원인 ‘위장도급·불법파견’ 대책 無
“경제 핑계로 개선 방치한 정부도 책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위장도급·불법파견 해소 방안과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대책, 화학물질 관리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득구·김성회·김주영·박정·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 야당 의원과 민주노총,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등은 22일 국회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 국회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토론회에서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16명이 사망한 1989년 럭키화학 사고보다 사망자가 많은 최악의 화학 폭발 사고이자 17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상 최대의 이주노동자 집단 산재 참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예견된 참사”라며 “근본적 원인인 위장도급·불법파견은 여전히 아무런 대책이 없고, 정부 부처나 경기도, 화성시가 준비한다는 사고조사와 점검, 안전대책은 현장 노동자나 피해자와의 논의가 일절 없다”고 꼬집었다.
송성영 아리셀 대책위 공동대표도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주화라는 산업현장의 인명 경시의 부당함이 이번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개선 대책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핑계로 방치한 정부는 목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전지산업 종합안전관리 대책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지도감독 강화와 도급 금지 대상 작업 지정 확대, 위험성 평가 제도 개선, 화학물질관리법상 리튬 사고대비물질 지정 관리, 배터리 제품안전 기준과 관리체계 점검 등을 요구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파견·도급·특수고용 등에서 비롯된 산재 문제를 지적, 50인 미만 사업장 등 중소사업장의 안전관리 공백과 위험의 전가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0171.html
아리셀 희생자 8할이 중국 동포…“이주노동자 최대의 산재 참사” (한겨레, 고경주 기자, 2024-07-22 17:04)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 긴급 토론회 열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이주 노동자 고용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확대하고 유명무실한 위험성 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등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이주노동자 상당수가 일하고 있는 소규모 공장의 불법적 고용 관행, 허술한 안전관리가 빚은 ‘이주노동자 최대 집단 산재 참사’로 규정했다.
22일 화성 지역 시민단체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등이 모인 아리셀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긴급토론회’를 열어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리튬전지 폭발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를 위한 법 제도 개선 △무분별한 불법인력공급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민관 합동 사고조사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아리셀 참사를, 특히 이주노동을 중심으로 한 한국 산업 저변의 주먹구구식 노동관계와 안전 관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으로 짚었다. 박세연 아리셀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고위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아 취약한 안전보건 구조에서 언어와 문화 차이라는 이중 삼중의 위험에 노출됐다”며 이번 참사를 “이주노동자 최대의 집단 산재 참사”로 규정했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 가운데 18명은 중국 동포 등 이주노동자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통계를 들어 한국 사회 소규모 사업장과 이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이주 노동자의 업무상 사망 만인율(1만명당 사망 인원)이 1.39로 취업자 전체(0.77)에 견줘 두 배 이상 높은 사정 등을 전하며 “소규모 하청 사업장은 위험관리 자원이 결여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이윤을 실현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위험을 무릅 쓴 노동이 만연하다”며 “위험의 외주화가 위험의 이주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리셀의 경우 직원 수 50명 안팎의 소규모 사업장이었고, 사망자 상당수는 불법파견이 의심되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배터리의 폭발 위험성을 고려할 때 예견된 참사였다는 현장 노동자 증언도 나왔다. 정기백 금속노조 삼성 SDI 천안지회 사무장은 “전지는 충·방전을 하는 순간부터 발화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사고였다”며 “초기 진화 과정에서 배터리가 적재된 트레이를 맨손으로 만지고 방독면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 소방훈련 등이 잘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127
'맹탕' 정부 관리 속 '안해도 되니까' 방치한 아리셀···이중 삼중 사각지대 속 일터 죽음 커졌다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7.22 20:11)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 국회토론회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토론회할 때마다 그렇습니다. 국회의원 인삿말과 사진촬영에 30분 걸리는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해놓고 사진 촬영만 끝나면 다 가버립니다. 정부 부처 오라고하면 오지도 않고 와서도 형식적으로 얘기하고 끝납니다. 오늘도 정부 관계 부처에서 한 명 왔습니다. 뭐하러 오세요? 그리고 사람 한두 명 죽으면은 그때 돼서 위로를 하니 추도를 하니 대책을 마련하니 그래가지고 대책이 되겠습니까?"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 국회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최정학 방송통신대학교 법학 교수의 분노섞인 발언이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를 국회와 정부의 태도가 토론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 부처에서 한 명 왔다'는 최 교수의 말에 화성시 관계자가 '화성시도 왔다'고 했지만, '그럼 오셨으니까, 토론석 앉으셔서 토론하실거냐'고 최 교수가 되묻자 화성시 관계자는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수많은 취재진과 대책위로 북적거리던 토론회장에 침묵이 찾아왔다. 엄숙해진 분위기 속에서 토론회가 시작됐다.
토론회는 22일 오후 1시 30분 민주노총,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 더불어민주당 안호영·김주영·강득구·권향엽·김성회·김태선·박정·박홍배·박해철·이용우·이학영·허성무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의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진행됐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토론회에 앞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예견된 참사였다.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횡행하는 산업단지의 위험은 2015년 메탄올 중독으로 7명의 청년 노동자 실명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었다”며 “참사의 근본원인인 위장도급 불법파견이지만, 대책은 없다. 정부 관계부처나 경기도, 화성시가 준비한다는 사고조사, 점검, 안전대책에는 현장 노동자나 피해자가 개입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그동안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남발한 주체들이 다시 모여 참사가 언론에서 잊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긴급 토론회를 계기로 아리셀 참사 피해자 유족과 대책위가 요구하는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차별 없는 피해자 권리보장이 될 수 있도록 지혜와 마음을 모으는 분기점이 되기를 기원하며, 민주노총도 피해자 유족, 노동시민사회와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송성영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 공동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주화라는 산업현장의 인명경시의 부당함이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참사 이후 한달여가 지나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의 움직임은 더디고, 성의없는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이어 “산업현장에서 이주민들의 인명경시, 인권 무시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되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오로지 자본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안일한 무대책으로 일관해 참사를 야기시킨 노동경시의 이 정부 또한 살인의 공범”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토론회 발표는 현장증언과 5개 주제로 진행됐다. 현장증언자로 나선 정기백 금속노조 삼성 SDI 천안지회 사무장은 20년간 원형, 각형, 파우치 전지부서의 생산 및 설비 유지보수, 현업부서 안전 담당자다. 정 사무장은 “평소에는 발화와 같은 사고가 발생 되지 않지만 전지는 충방전을 하는 순간부터는 발화의 위험이 발생된다”며 리튬전지의 위험성과 참사의 원인을 제기했다. 노동자가 주관하고 추천하는 민관합동 안전보건활동과 배터리사업 분야의 자격심사 강화, 위험물 취급사업장의 하도급 금지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리튬전지 산업의 종류와 현황, 위험성을 지적하며 전지산업 종합안전관리 대책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지도감독 강화, PSM 대상사업장 지정 확대, 도급 금지 대상 작업 지정 확대, 위험성 평가(화학물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화학물질관리법상 리튬 사고대비 물질 지정 관리와 화학사고 정의의 광범위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또한 “제품안전기본법 및 전안법상 배터리 제품안전기준 및 관리체계 점검, 화학물질제품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화학안전 및 제품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종식 한구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용형태에 따른 산업재해의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 이원화로 인한 소통 공백이 발생하거나 지체되면서 안전관리에 빈틈이 생기고 위험이 하청 또는 파견도급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짚었다. 박 연구위원은 더해 “법제도의 미비로 재해위험의 전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중층적인 하도급 관계 하에서 재해위험의 전가가 복잡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정보제공 정도가 300인이상 사업장에 비해 50인미만 사업장은 1/3수준에 그치는 등 중소사업장 근무환경의 열악한 실태를 발표했다. 대책으로는 ▲도급관계와 고용 특성을 반영해서 원청(대기업)의 지원 ▲지역-업종 수준의 해결방안 모색 ▲중앙정부의 안전보건네트워크 형성 지원 ▲지자체를 통한 지역단위 산재예방활동의 활성화 ▲협회/단체/노조를 통한 협력체계 구축 등 지자체 및 단체의 역할 등을 제시했다.
류현철 일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이주노동자 재해현황과 소규모 사업장문제와 중첩되는 이주노동자 안전보건문제를 제기하며,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정책 개선방향으로 노동자들에게 제도적 권리를 부여하고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소규모 사업장 위험관리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아리셀 대책위 피해자 권리보장팀 정경희 대표는 “피해자의 권리로서 ▲정부의 조사과정에 참여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 시 참여할 권리 ▲연대하고 조력 받을 권리 ▲애도하고 추모할 권리 ▲이주민 피해자의 특성과 취약성에 맞는 지원 받을 권리”를 강조했다.
다섯 번째 발표자인 아리셀 대책위 박세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한국의 일터에서 이중 삼중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된 노동자의 죽음"이라고 규정하면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에 더해 대책없는 이주노동자 안전대책이 '이주노동자 최대 집단 산재 참사'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맹탕'인 위험성 평가 인증제도가 참사를 방치했고, 리튬 배터리에 대한 수차례 경고에도 안전이 무시됐다는 것이다. 사측인 에스코넥과 아리셀, 정부당국인 화성시와 경기도, 국가에 각 역할과 요구를 촉구한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끝으로 민관합동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222037015
[세상읽기] 참사는 리튬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경향,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24.07.22 20:37)
불은 리튬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참사는 리튬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위험물을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대피할 통로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작업장이 있었고,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라는 듯 사람을 ‘쓰면서’ 정작 위험할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기업이 있었다. 리튬에는 책임이 없다. 그런데 아리셀 참사 이후 정부의 재발방지대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운 소방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어느 때나 할 수 있는 ‘아무말’에 가깝다. 리튬전지 화재 진화가 어렵다는 사실은 정부도 아리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리튬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위험물로, 지정된 수량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저장하거나 취급해야 한다. 아리셀은 주의를 기울이기는커녕 과도하게 많은 전지를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에 쌓아두고 있었다. 국가의 안전 규제가 실패한 결과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오히려 “규제와 처벌만으로 산업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방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노동자들더러 위험을 감수하라는 말이다. 이처럼 원인을 왜곡하는 재발방지대책은 참사를 지속시킨다.
노동안전재해는 숨어 있던 위험이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발생하지 않는다. 작업과정에 상존하는 위험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구조가 무너질 때 등장한다. 기계든 물질이든 사람이든 예상되는 공정을 빗나가는 경우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노동자는 작업하며 다루는 물질이나 기계, 자신의 동선이나 동작이 어떤 위험과 연결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습득한 정보는 실제 작업 과정에서 동료와 상호작용하며 몸에 익히는 숙련으로 이어져야 한다. 위험을 느꼈을 때 바로 일을 멈추고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을 시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위험을 다스려야 한다. 단체행동의 권리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아리셀의 불법파견처럼, 기업이 필요에 따라 사람을 ‘더 싸게’ ‘썼다 버렸다’ 할 수 있게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 구조를 무너뜨려왔다. “혁신적인 원가절감, 납기준수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에스코넥 아리셀 홍보문은 “급구 좋은 일자리 배터리생산 검사 포장 면접 없음”이라는 메이셀의 구인 글이 된다. 포장일을 할 ‘아무나’는 유연하게 구할 수 있으므로 ‘아무나’를 위해 단단한 안전 장치를 마련할 이유는 없어진다. 노동과정이 분절화되고 노동의 권리가 파편화되는 만큼 재해는 가까워진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노동자의 권리를 무력화하면서 무권리 상태의 노동자를 ‘공급’하는 정책과 함께 간다. 이주노동자가 위험에 더욱 많이 노출되고 안전에 더욱 취약해지는 이유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 다수가 이주노동자란 사실에 주목한 듯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 산업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어긋나는 듯하다. 며칠 전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서 화재 발생 시 행동요령’ 포스터를 배포했다. 네 컷 삽화와 16개국 언어로 번역된 짧은 메시지가 적힌 포스터를 보다가 당황했다. “조기진화를 실시하고 실패 시 즉시 대피!”, “계단으로 낮은 자세로 대피”. 아리셀에서 불길을 피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을 떠올린다면, 최소한 지금 내놓을 포스터는 아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안전에 취약한 이유를 언어가 다른 문제로 한정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작업장에서 저마다 다른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화재 시 대피해야 한다는 정보가 아니다. 정보가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노동의 권리다.
어떤 물질도 저절로 위험이 되지 않는다. 특정한 구조와 관계 속에서 위험이 구성된다. 위험을 끊임없이 만들고 흘려보내면서 노동자들더러 피하라는 것이 안전대책일 수 없다. 참사가 리튬에서 시작되지 않았듯 안전도 리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안전은 노동의 권리에서 시작된다.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147
‘예견된 위험’ 아리셀 참사···작은 사업장 이주노동자 죽음 멈추려면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2024.07.22 21:31)
사망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사상 최대 이주노동자 집단 산재’
폭발 위험물 취급 수칙 미비·위험의 외주화 등 문제로 지적돼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사망자 23명을 포함해 총 31명의 사상자를 낸 배터리 폭발 화재 사건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약 한 달이 됐다. 리튬 전지로 인한 화재는 진압이 어렵고 연쇄 폭발을 동반해 한 번 사고로 큰 피해가 발생한다. 이런 위험을 일으킨 이번 참사의 원인이 부실한 전지 산업 안전관리 대책과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는 지적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참사 29일째인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국회의원 총 16명이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폭탄 다름없는’ 리튬 전지 취급 현장서
기초적인 안전 수칙조차 누락된 ‘인재’
토론회 참석자들은 아리셀 참사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진단했다. 하나는 이미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리튬 전지를 다루는 데 있어 안전관리 조치가 미비했다는 점이다. 이차전지 제조 사업장 노동자인 정기백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 사무장은 “모든 전지는 충·방전하는 순간부터 발화 위험성이 있으며 제조 단계에선 불량품이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아리셀 참사도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고 했다.
리튬 전지는 발화하면 ‘열폭주’ 현상을 일으켜 폭격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 열폭주란 전지에 불량이 있거나 과충전, 방전, 가열 등 화학적 충돌이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열폭주가 일어나면 배터리를 이루는 기초 단위 ‘셀’의 내부 온도가 증가하고, 전압 증가 등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주변 셀들까지 연이어 발화하게 하는 현상이다. 더구나 이렇게 발생한 화재는 전기화재이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은 물로는 오히려 추가 폭발까지 발생할 수 있다.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런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리튬 전지는 가능한 소량씩 분리 보관하고, (보관 장소에) 열감지 센서와 함께 충분히 대량으로 물을 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인 지난 6월 25일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이 진행한 브리핑에 따르면 아리셀은 연면적 제한에 미달해 일반적인 스프링클러조차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아리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기백 사무장은 “(공개된 현장 CCTV 영상에서) 노동자들은 초기 진화 과정에서 폭탄과 다름없는 배터리들이 적재된 트레이를 맨손으로 만지고 방독면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충전된 배터리를 보관할 때는 별도의 개별 소화 장비가 갖춰진 안전한 곳에서 취급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위험물을 다루는 현장에서 안전보건 관리가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파견·용역·이주노동···‘약한 고리’로 몰리는 위험
“하도급 자체=산재 원인” 지적도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하도급 자체가 산업재해의 원인으로 작동한다”며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이번 참사의 배경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종식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부터 제조업 현장이 원청인 대기업에서 하청업체·협력업체를 동원하는 ‘하청 계열화’ 방식으로 재편됐다. 그러면서 중층적이고 파편화된 노동 계약이 확산됐다. 규제를 받고 안전관리 책임을 지는 ‘진짜 사장’이 불분명해진 것이다. 그러면서 위험이 외부로 전가되고 파견·용역, 이주노동자 등 불안정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로 집중되는 ‘위험의 외주화’가 벌어졌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중소 사업장, 불안정 고용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안전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안전보건 표지를 외국인 근로자의 모국어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뿐”이라고 류현철 이사장은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다른 조항들이 적용 제외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위험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조치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류현철 이사장은 이번 참사가 산업 현장의 위험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위험의 이주화’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박종식 부연구위원이 분석했듯 제조업 현장에서 규제와 책임이 불분명해지면서 이윤을 위해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류현철 이사장은 “노동자들에게 ‘위험’이란 신체적·정신적 건강 그 자체이지만 기업의 ‘위험’은 이윤의 저하”라며 작은 사업장들은 이윤 저하를 막고 ‘위험 관리’를 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에 상주하는 이주노동자 92만 3,000명 중 78.8%(약 72만 9,000명)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망자 2,292명 중 80.4%(1,843명)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숨졌다.
‘예견된 참사’ 재발 막으려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권리 높이고
전지 산업 안전 규제 강화해야
류현철 이사장은 노동자의 ‘위험’과 기업의 ‘위험’ 사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노동자들에게 제도적 권리를 부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주 처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안전보건 조치 확충을 위해선 노동자들의 안전권 자체를 강화해야 한단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보험 접근성 개선, 작업중지권 실효성 강화, 위험도 높은 사업장에서의 도급 금지 등이 방법으로 제시됐다. 또 정부가 노동자를 모집하고 배분하는 ‘파견사업주’로서 이주노동자들의 일터 안전보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안도 나왔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지 산업 자체에 대한 안전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순 실장은 △산업안전보건기준과 관련 지도감독 강화 △중대산업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인 ‘공정안전관리’ 대상 사업장에 리튬 전지 제조업 추가 △도급 금지 작업과 대상 물질에 리튬 전지 제조업과 리튬·리튬화합물 추가 △화학물질 위험성평가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번 참사 피해자들을 지원할 대책도 논의됐다. 대책위 피해자권리보장팀에서 활동하는 정경희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상임대표는 피해자들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로 △정부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과정에 참여할 권리 △연대하고 조력받을 권리 △애도하고 추모할 권리 △이주민 피해자의 특성과 취약성에 맞게 지원받을 권리 등을 제시했다.
박세연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아리셀 참사에 이주노동자 불법 파견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와 관련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아리셀, (아리셀에 이주노동자들을 파견한) 용역업체 메이셀, 아리셀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모기업 에스코넥 등 불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처벌해야 한다”며 “또 불법 인력 공급 업체 실태를 조사해 간접고용 관련 법·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72219152931068
"피해가족 권리 보장이 아리셀 참사 해결의 지름길"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 2024.07.23. 04:29:55)
아리셀 참사 대책 토론회…'위험의 외주화', '위험물질' 관련 제도 개선 주장도
아리셀 화재 참사 발생 한 달.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의 교훈을 제대로 되새기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가족들의 이러한 주장이 과연 가족을 잃은 데 대한 단순한 하소연일까. 전문가들은 아리셀 참사와 같은 중대재해 사건의 피해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또다른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라고 지적한다.
아리셀 중대 재해참사 대책위원회(대책위) 피해자권리보장팀에서 활동 중인 정경희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토론회'에서 "아리셀 노동자들은 이미 피해자가 됐다. 그리고 피해 가족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들의 권리가 잘 지켜질 때 이 문제가 해결되고 예방도 제대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재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될 권리가 피해자의 권리"라며, 이는 "사건을 초래한 각각의 행위에 책임을 묻고 (가해자를) 정당하게 처벌하며 피해에 대해 배보상을 요구해 정의를 실현할 권리,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받을 권리,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회복과 지원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든 권리를 위해 피해자들은 모이고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에게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현장 합동조사나 재해조사가 피해 가족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피해 가족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다"며 유가족들이 재해 조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참여할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연대하고 조력 받을 권리도 침해받고 있다"며 "지난 6월 30일 피해가족협의회가, 7월 2일 대책위가 발족했다. 그러나 경기도 화성시는 협의회와 대책위를 인정하지 않고 유가족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7월 31일로 유가족에 대한 (화성시의) 행정 지원이 종료되는 데 대한 화성시장과의 면담이 내일로 예정돼 있다"며 "이 자리에도 (화성시가) 대책위는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피해자와 제대로 소통하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달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가족과 소통하며 "피해자 행정 지원을 축소, 종결하지 않고 아리셀이 교섭에 적극 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희생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인 아리셀 참사의 배경에 '위험의 외주화', 작은 사업장의 열악한 산업안전 환경, 위험물질 관리체계 미비 등 이주노동자가 아닌 이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지난 5월 기준 이주노동자 80% 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통계청 통계를 제시하며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문제는 중소 사업장 안전보건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재해의 77%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정부는 영세성 등을 이유로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면제해 준다"며 "기업은 회사를 쪼개기만 하면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를 만들거나, 하청업체에 위험 업무를 맡기려는) '위험의 외주화'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며,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는 더 위험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방부, 삼성SDI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에스코넥의 자회사인 아리셀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 참사 희생자 23명 중 20명은 인력공급업체 메이셀을 통해 아리셀 공장에 고용됐는데, 아리셀이 하청 노동자를 위주로 위험물질을 다루는 공정을 운영하며 제대로 된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현재순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희생자들이 생산하던 리튬 1차 전지와 관련 "이미 위험물질로 지적돼 있었고, 군 내 폭발사고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도급 금지 대상 작업에 리튬 및 리튬화합물 작업을 추가하고, 화학물질관리법상 '사고대비물질'에 리튬을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startup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297
[현장] "아리셀 참사 반복 없도록 제도적 보완 이뤄져야" (오늘경제=김종현 기자, 2024.07.23 06:50)
정 사무장 "노동자 주관 민관합동 안전보건활동 실시돼야"
토론회 참여자들, 제2아리셀 참사 막을 ‘제도적 보완’ 강조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가 주관하는 민관합동 안전보건활동이 실시돼야 합니다.”
아리셀 참사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정기백 삼성SDI 천안지회 사무장은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사무장은 “배터리 사업 분야 자격심사 강화는 물론 위험 취급사업장 하도급 금지 등이 법제화 돼야 한다”며 “회사 유해인자나 잠재 위험을 지적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참여 없인 참사를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도 제도적 결함 보완을 강조했다. 현 실장은 “화학물질관리법 제7조의 2와 제11조의 2상 화학물질관리위원회와 배출저감이행점검 지역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게 돼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구성과 실행율이 낮은 상황”이라며 “지역 이해당사자 그룹이 참여한 화학안전협의체를 구성해 사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보충했다.
지난 22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김주영·강득구·권향엽·김성회·김태선·박정·박홍배·박해철·이용우·이학영·허성무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민주노총,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가 공동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노동 전문가들은 사전 예방 및 안전 보건 활동 등 제도적 허점만 보완 됐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며 제2의 아리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사무장은 “배터리 사고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사회에 전달됐다”며 “이번 아리셀 화재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후에 안전교육과 소방 훈련을 원활히 했을까’란 의문이 든다”며 “회사의 유해인자나 잠재 위험을 지적할 수 있는 노조 및 유관 단체들의 참여 없인 이번 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제2의 아리셀 참사를 막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가 주관하고 추천하는 민관합동 안전보건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현 실장도 지자체별 화학안전협의체 구성이 필요한 점을 언급하며 “화학물질관리법 제7조의 2와 제11조의 2에 해당 내용이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구성과 실행율이 낮은 상황”이라며 “해야한다 등 강제성 있는 문구로 법제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노동당국의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효율·효과적 행정집행의 실패 사례라 지칭하며 “환경부와 소방청, 고용노동부 등 안전당국 협조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회도 제2의 아리셀 참사를 막기 위해 제도적 보완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입법·정책적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시한 대책은 빈틈 투성이다”며 “이번 참사가 단순 사고에 그치지 않고 비극을 막기 위한 대책, 법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50227.html
“아리셀 화재, 30년 이주노동자 역사상 최대 참사” (한겨레, 이준희 기자, 2024-07-23 06:00)
[짬]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
“한국의 30년 이주노동자 역사상 가장 큰 참사입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69) 목사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벌어진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목사는 “이번 사건은 150만 이주노동자를 한국의 먹이사슬 가장 밑바닥에 고정해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착취하는, 약탈적인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과 같은 이주민 정책은 우리 사회에 큰 불행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하는 김 목사를 9일 경기도 포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주종관계’ 만든 고용허가제와 침묵 당한 이주노동자
김 목사는 이주민 단체 활동가 중에서도 손에 꼽는 산업재해(산재) 전문가다. 포천을 중심으로 경기북부에서 주로 활동한다. 노동선교와 일반교회 사역을 거쳐 2017년부터 이주노동자 사역을 하는 그는 산재 지정병원에서 이주민들과 첫 인연을 맺었다.
김 목사는 “2012년 포천에 온 뒤 주말마다 거리를 가득 채우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보면서 관심을 갖고 시작했고, 2018년에는 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며 “이주노동자와 접점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차에 찾은 곳이 포천에 있는 산재 지정병원이었다”고 돌아봤다.
병원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은 김 목사의 상상 이상이었다. 손가락이 잘리고 허리가 부러지는 등 갖가지 산재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김 목사는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만나다 보니 마음을 쉽게 열었지만, 대화를 해보면 산재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며 “그때부터 상담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매일 병원으로 출근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그는 이주노동자들을 설득해 산재 신청을 하자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주노동자 일부는 산재 신청을 했지만, 상당수는 다음날 갑자기 말을 바꿨다. 이주노동자가 침묵하는 원인을 밝히려고 애쓰던 김 목사는 “고용허가제가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 목사는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사업주에게 있고, 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꿀 자유조차 박탈하는 제도가 고용허가제”라며 “결국 이주노동자와 사업주의 관계가 철저한 주종관계다 보니, 사장이 얼굴만 찡그려도 노동자는 침묵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법과 제도로 쌓아 올린 차별…한국의 이주민 사회는 “내부식민지”
김 목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주종관계가 일터의 위험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인간으로서 기본권인 산재 신청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 속에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에 대해 노동자들이 감히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위험이 있어도 말할 사람이 없다 보니 사업주들은 그런 환경을 개선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고 결국엔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가 “내가 만난 산재 피해자들이 겪은 사고는 모두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도 김 목사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안전을 생각하는 나라나 사업주는 리튬전지 공장 작업장을 1층에만 둔다고 한다”며 “아리셀은 작업장을 2층까지 뒀을 뿐더러, 2층에 이주노동자를 집중적으로 배치했고 그중에서도 일용직 단기직을 많이 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주노동자)들이 안전교육을 받거나 공장 구조를 알고 있었겠느냐”며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그들을 위험으로 내몬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목사는 이런 차별이 법과 제도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는 점에서 “이주노동자 사회는 사실상의 내부식민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2021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위헌소송에 대해 재판관이 7대 2로 합헌 판결을 내린 사례를 들었다. 김 목사는 “10년 전에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하면서 ‘국익’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번에는 합헌 결정을 하면서 ‘사업주들이 외국인 노동력을 원활하게 공급받고 원활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며 “국민의 인권지수는 향상됐는데 헌법재판소는 더 노골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역행한 것”이라고 했다.
이주민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불평등 구조부터 바꾸자”
해법이 있을까. 김 목사는 이주민 문제가 결국 한국에 사는 대부분 사람들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이주노동자도, 내국인도 노동으로 먹고사는 노동자”라며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열악해지면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조건도 함께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때문에 그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또 “지금의 한국처럼 1대99의 착취구조는 그대로 두고 외국인 인력만 무분별하게 받겠다는 정책은 우리 사회에 큰 불행을 안길 것”이라며 “재벌을 위한 착취공장인 현실을 바꾸면서 장기적인 로드맵으로 이주민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정반대의 정책만 펼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723086900004
유족단체 "아리셀 화재 참사 한 달…진상규명·대책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2024-07-23 14:19)
민주노총과 서울지방노동청 앞 회견…유족 체류지원 연장도 요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0397.html
안전교육 1분, 계약서 없이 10시간…나는 ‘유령 노동자’였다 (한겨레, 고나린 기자, 2024-07-24 05:00)
리튬전지 공장 참사 한달
“오늘 작업할 곳은 137부터 158까지고요. 뭐… 중요한 건 안전. 사고 예방을 좀 해야 되고 작업하면서 위험한 게 있나 없나 잘 보세요.”
아침 7시50분, 안전교육이 끝났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굉음을 내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컨테이너 모양의 공장 한쪽에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 12명이 서서 ‘안전 교육’을 받았다. 한국어였다. 안전교육이 끝난 뒤 이들은 눈치껏 흩어져 기계 앞에 자리잡았다.
한달 전인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23명이 숨졌다. 18명이 이주노동자였고 대부분이 일용직이었으며, 15명은 여자였다. 인력 사무소 노릇을 한 메이셀을 통해 아리셀에 사실상 파견돼 일했다. 참사 발생 뒤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정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사 한달, 경기도 화성의 조립 공장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여전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상당수의 일용직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은 인력사무소를 통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공장에 배정됐고,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겨레는 지난 19일 참사 희생자들의 경로를 따라 경기도 화성의 인력사무소를 거쳐 공장에 일용직으로 취업했다.
아침 6시40분 인력사무소: 다국적 여성 노동자
“저 오늘 처음 왔는데, 취업하려면 뭐 써야 하나요?” “그냥 저기 앉아 있으세요.” 아침 6시40분께 화성의 한 인력사무소 사장의 말을 듣고 사무실을 둘러보니 30명 정도의 이주여성이 소파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일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발에 파란 눈동자, 히잡을 두른 앳된 얼굴, 이따금 들려오는 중국 억양. 출신 국가는 다양했다.
누구도 오늘 하루 어느 곳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하게 될지 몰랐다. 한국어는 서툴렀다. 8개월 전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왔다는 방글라데시 여성이 영어로 말했다. “처음 왔어? 난 일한 지 한달 됐어요. 자리 나는 곳에서 부르면 가는 거예요. 우리는 매일 새로운 공장에 가요.”
아침 7시께 인력사무소 사장이 몇명을 가리키며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젊고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이들이 1순위였다. 밖에 나와보라는 사장을 따라가자 “주민등록증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답하니, 손사래를 치며 “(주민등록증) 안 줘도 된다. 있기만 하면 된다”며 6공장이라고 써진 포스트잇을 붙인 작업확인서를 건넸다. 곧장 승합차에 타라고 했다.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도 묻지 않았다.
이날의 일터는 어떤 곳인지, 승합차를 운전하는 인력사무소 직원을 통해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순 없었다. “ㄱ공업 갈 건데, 아마 자동차 부품 조립하는 곳일 거야. 몇시까지 일하는지랑 얼마 받는지는 가서 물어보면 돼. 퇴근 30분 전에 전화만 줘.” 직원은 휴가철인 탓에 공장에 일감이 없어 한국인부터 데려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장에 한국인 직원이 많으냐는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에이, 외국인이 훨씬 많지. 가보면 알아.”
노동자와 공장이 서로의 정보를 모른 채 성사된 취업은, 오늘 나의 노동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게 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용직 근로계약서’ 작성은 이뤄지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인력사무소를 통한 파견근무를 하게 된 셈인데,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노동자 파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노동자 파견이 가능하지만, 이날 하게 될 일이 정말 일시적·간헐적인 업무인지 또한 모호했다.
존재 자체가 불법과 편법의 경계에 있는 와중에, 법대로 안전교육을 해달라는 요구는 언감생심이었다. 일용직 노동자에게 1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 29조는 1분짜리 설명으로 대체됐다. 근무시간을 묻자 “일 시작도 안 했는데 퇴근시간을 묻느냐”는 면박만 돌아왔다.
아침 8시 공장: 보이지 않는 소화기
주눅 든 채 플라스틱 부품을 상자에 담는 노동자들 사이를 기웃거리자 중국동포 노동자가 면장갑을 건네며 부품 포장 방법을 일러줬다. 140, 141, 153, 154, 155번 기계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조립해 상자에 담고, 한 상자가 채워질 때마다 컴퓨터에서 뽑아온 라벨과 테이프를 붙여 카트 위에 올렸다. 네 상자가 쌓일 때마다 카트를 끌고 공장 입구로 가서 상자를 쌓았다. 틈틈이 새 박스를 접고 빗자루로 기계 주변을 쓸었다. 이날 ㄱ공업 6공장에서 주간 포장 업무를 하는 6명은 전부 여성이었고 그중 4명은 이주노동자였다. 한쪽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인이라는 대답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국인이 여기를 와요? 여기는 다 이주노동자들이야.”
‘다 이주노동자들’이었지만, 외국어로 된 안전보건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계에 한국어와 함께 걸려 있는 타이어 매뉴얼이 유일한 외국어였는데, ‘금속탐지기에서 알람이 울리면 작업을 정지하고 관리자에게 보고한다’는 알람 발생 시 행동요령이 전부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사업주가 안전보건표지를 노동자의 모국어로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달 전 참사의 처참함을 의식하며, 스스로 눈치껏 안전을 확보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노동자의 작업반경은 기계 5대 정도 사이를 오가는 데 불과했고, 이를 넘어서 공장 전체의 지형지물을 파악할 여유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불이 난다면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출입구는 어디에 몇개가 있는지, 소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소화기를 발견한 건 일을 시작한 지 3시간여가 지난 오전 11시께 물어물어 찾은 화장실 옆에서였다.
낮 2시 기계 앞: 까마득한 안전
물 마실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 노동 강도 역시 안전을 까마득히 잊게 만들었다. 140번 기계에서 나온 플라스틱의 포장을 끝내고 정신없이 뛰어 나머지 기계들에 다녀오면 140번은 또다시 수십개의 플라스틱을 뱉어내고 있었다. 진동하는 굉음과 플라스틱 태우는 냄새, 열기에 머리가 핑 돌았다. 이날 바깥 기온은 30도가 넘었지만 공장 냉방시설은 선풍기가 유일했다. 갓 나온 플라스틱을 잡으면 장갑 안까지 열기가 스몄다.
1시간의 점심시간과 15분씩 2번의 휴게시간이 있었지만 모두가 한번에 쉴 수 없었다. 다른 노동자가 점심을 먹으러 가면 돌아올 때까지 더 많은 기계를 맡아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멍한 상태로 ‘버티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된 사이 “작업하면서 위험한 게 있나 없나 잘 보라”는 공장 관리자의 짧은 안전 주의사항은 아득해졌다.
발바닥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던 오후 6시께, 중국동포 노동자에게 “퇴근할 때 어떤 걸 적어야 하냐”고 묻자 인력사무소에서 준 작업확인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일한 지 10시간 만에 처음으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말하게 된 순간이었다. 진위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작업확인서에 ‘직종: 여자, 이름: 고나린, 등록번호: 010-××××-××××(휴대전화 번호)’를 적고 “사인은 대리님이 해야 하니 잠깐 기다리라”고 말했다.
저녁 7시: 유령 노동
상·하의, 속옷까지 온통 땀에 젖고 난 저녁 7시가 되어서야 공장 밖으로 나와 허리를 폈다. 그제야 생각했다. ‘이날 내 노동의 정체는 무엇이었나.’ 산업단지와 공장을 잘 아는 이들은 “만연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했고, 전문가들은 “불법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형철(가명)씨는 6공장 구내식당에 저녁밥을 나르고 있었다. 그는 “잔업하는 사람이 있어서 저녁을 가져왔다”며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베트남… 국적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일용직 노동자는 근로자 수에 안 들어가니까 (근로자 수에 따른 규제를 피하려고) 공단 내 회사들이 거의 이주민이나 일용직을 쓴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인력파견업체를 10년 넘게 운영한 중국동포 ㄴ씨는 “남자들은 보통 공사 현장으로 가고 여자들은 공단으로 많이 가서 인력사무소에 이주여성들이 특히 많았을 것”이라며 “일용직이라도 인력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이나 외국인등록증을 확인하지만, 인력사무소와 공장이 친한 사이여서 서로 봐주는 관행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저녁 7시20분께 인력사무소 이름이 적힌 20인용 버스가 공장에 들어서며 경적을 울렸다. 노년 여성 2명과 젊은 남성 2명이 지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력사무소에 도착해 작업확인서를 내밀자 사장은 펜으로 이름을 죽 긋고 현금 10만6천원을 건넸다. 인력은 제공됐지만 노동의 기록은 남지 않았다. 아리셀 또한 참사 초기 실종된 노동자의 명단 확인을 두고 혼란이 일었는데, 그 배경엔 노동자 정보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은 관행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안전교육, 다국어 안전보건표지가 없던 것도 불법이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노동’은 고용노동부의 사후 단속도 무용지물로 만든다”고 말했다.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센터장도 “하물며 한국인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불법이 만연한데, 말도 안 통하고 글도 모르는 이주노동자는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다. 아리셀 참사는 하나의 사례일 뿐,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의 노동을 기억하는 건 통성명조차 제대로 못 해본 동료들뿐이다. ㄱ공업 6공장의 이주노동자들은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도 공장을 찾은 ‘낯선 이방인’에게 손짓발짓으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했다. 한 이주여성은 서툰 한국어로 “언니, 핸드폰 보면 혼나. 박스 안에 넣어서 숨겨서 해. 그러면 안 걸려”라고 말했다. 금발의 노동자는 사무실에서 쿠키와 우유를 꺼내와 건넸고, 옆 건물에서 일하던 남성들은 상자를 쌓을 때마다 멀리서 달려와 그냥 놔두라는 손짓을 하며 상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들처럼, 모두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타국의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이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0395.html
고위험 사업장인데 안전 ‘셀프점검’…이주민 불법파견 밥먹듯 (한겨레, 이지혜 기자, 2024-07-24 05:00)
리튬전지 공장 참사 한달
노동현장 고질병 3가지 재확인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화재는 우리 사회가 방관해온 노동 현장의 해묵은 문제를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회적 참사였다. 이후 한달, 노동자의 죽음이 드러낸 과제는 여전히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가 드러낸 ①고위험 사업장의 부실한 안전관리 대책 ②인건비 절감을 위한 불법파견 일자리 양산 ③이주노동자에 대한 불안정한 지위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① 산업안전 자율규제 허점…역할 못 한 ‘위험성평가’
아리셀은 위험물질 리튬을 취급하는 ‘고위험 사업장’이었지만, 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가 개입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은 한번도 없었고, ‘자율예방’을 강조한 공문만 두번 보냈다. 대신 아리셀은 정부가 독려해온 ‘위험성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했고, 산업 안전보건공단의 인정심사에서 3년 연속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돼 산재보험료 감면까지 받았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2022년 11월 정부가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며 도입했다. 적발·처벌 위주의 정기감독을 기업 주도의 위험성평가로 대체하겠다는 게 뼈대였다. 다만 강제성이 없고, 전문성도 떨어져 ‘규제 완화’의 우회로가 됐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참사 이후 “위험성평가 인정 사업을 원점부터 살펴 전면 개편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위험성평가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위험성평가를 개별 기업에만 맡겨두면 이윤을 고려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니, 업종별 협회 등의 논의를 통해 고도의 안전표준을 세우고 정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현재는 업종별로 디테일한 안전표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개별 사업장 단위의 위험성평가만 독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② ‘F비자 가능’ ‘외국인 환영’ 불법파견 만연한 산단
참사 희생자들은 아리셀 공장에서 일하다 숨졌지만, 아리셀이 아닌 메이셀에 속해 파견됐다. 하지만 아리셀의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은 노동자 파견이 제한돼 있어 ‘불법파견’ 가능성이 크다. 아리셀은 이들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었고, 일용직 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참사 당시 산재·고용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
희생자들이 아리셀 일자리를 얻은 통로였던 온라인 구인 누리집에는 ‘에프(F)비자 가능’ ‘외국인 환영’ 등의 제목으로 이주노동자를 겨냥하는 구인공고가 가득하다. 대부분 어느 회사에서 낸 공고인지 명시하지 않은데다 구인 관계자의 연락처는 인력업체로 연결되는 식이라, 역시 불법파견 가능성이 크다. 불법파견이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산업단지의 불법파견은 고질적이고 만연하지만, 정부 감독은 해를 거듭할수록 축소됐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불법파견 근로감독 건수는 2019년 1626곳에서 2023년 465곳까지 꾸준히 줄었다.
③ 사고 뒤에도 목숨값 차별받는 이주노동자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였다는 점은 ‘위험의 외주화’가 ‘이주화’까지 이어진 노동 현실을 드러냈다. 이들은 숨진 뒤에도 차별을 받는다. 아리셀이 지난 12일 유족들에게 보낸 사쪽 합의안에서 희생자의 국적 또는 체류자격(비자)에 따라 보상금을 달리 책정한 탓이다.
통상 보상을 위한 외국인의 일실이익(살아 있었다면 장차 얻었을 이익)은 국내 체류 가능 기간엔 국내 수입으로, 이후엔 출국할 국가(보통 모국) 수입으로 계산된다. 특히 아리셀은 재외동포 비자(F-4) 희생자들이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상 취업이 제한된 ‘단순 포장’ 업무를 해왔다며, 강제출국 가능성을 전제해 국내 체류 가능 기간을 짧게 계산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중국 동포들은 보통 체류자격 연장과 변경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아, 사망 당시 체류자격만으로 보상금을 달리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시민사회와 유족들의 설명이다.
법조계 의견도 유족 쪽 손을 들어왔다. 서울지역 지법의 한 판사는 “회사 쪽이 재외동포 노동자를 취업시켜놓고 이제 와서 취업제한 업무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행위금지(금반언)의 원칙에 반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0396.html
회사는 갈라치기, 지자체는 흔적 지우기…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한겨레, 고경주 기자, 2024-07-24 05:00)
리튬전지 공장 참사 한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8071
아리셀 유족 통역사의 호소 "우리도 한때 이주노동자였다" (오마이뉴스, 24.07.24 10:19 l 박수림(srsrsrim))
[인터뷰]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 "사람 목숨 흥정" 전하며 겪은 괴로움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526
아리셀 화재, ‘보통의’ 이주노동자 산재와 다르다 (시사IN, 김다은 기자, 2024.07.25 05:55)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로 희생된 이주노동자 중 미등록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 취업 허가를 위한 다양한 종류의 비자는 현장에서 덫으로 작용해 비극을 낳았다.
이주노동자에게 비자는 ‘계급’이다. 지난 6월24일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이 가운데 중국 동포는 17명이었고, 11명이 재외동포(F-4) 비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주노동자의 비자는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갖는가’를 결정한다. 체류 기간부터 취업 가능 업종, 정부 지원 등을 결정하는 데다 산업재해가 발생해 회사에서 보상금을 책정할 때에도 ‘한국에 얼마나 체류할 수 있는가’에 따라 지급 규모가 달라진다. ‘비자에 따른’ 차별적인 보상이 공공연하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F-4 비자를 소유한 이주노동자는 속칭 ‘최상위 계급’ 이주노동자다. 이 비자를 받으면 주민등록번호 구실을 하는 국내거소신고 번호를 취득한다. 금융 거래, 부동산 거래 등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며, 내국인의 일자리 보호를 위한 단순노무 같은 일이 아니라면 취업에 별다른 제한도 받지 않는다. 3년 단위로 체류 기간을 연장해 무기한 체류도 가능하다. 사실상 한국 사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법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이 지점에서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주노동자 산업재해와 미묘한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제껏 주로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는 비전문취업(E-9) 비자의 이주노동자 산업재해가 주목받았다. 사업주 횡포와 임금 체불 등으로 결국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돼 노동시장의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에서는 희생된 이주노동자 중 미등록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 F-4 비자가 아닌 이들도 영주권(F-5) 비자, 결혼이민(F-6) 비자, 동포에게만 발급하는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참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긴다. 그나마 이주노동자 중에 법적 지위를 넓게 보장받는, 가장 많은 선택지를 가진 이들마저 불법 노동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파견업체로 허가받지 않고’ ‘고용·산업재해 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인력업체(메이셀)를 거쳐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면서도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공장(아리셀)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F-4 비자를 보유한 노동자들마저 피할 수 없는 ‘이주노동 시장의 취약성’은 여타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구조적 한계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취업 절차와 규정이 F-4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까지 불법취업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좀 더 단순하고 접근하기 쉬운 이주노동자 노동시장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아리셀에서 근무했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이주노동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분절성’이다. 정부는 외국인에게 취업 허가를 내어줄 때 업종이나 직종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비자를 발급한다. 중국 동포 노동자들 역시 비자에 따른 취업 업종 제한 때문에 고질적 문제를 겪고 있다. 김정룡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은 “비자가 오히려 덫이 된 지 오래됐다”라고 말했다. 가장 단적인 예가 F-4 비자가 있는 노동자에게 단순노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F-4 비자는 외국 국적자라도 한국인 부모·조부모가 있으면 입출국 및 체류를 편리하게 해주고자 만들어졌다. 다만 직업·학력·경제 수준 등을 고려해 일정 조건을 갖춘 이들을 대상으로, 또 단순노무에 종사할 수 없다는 조건을 두고 발급됐다. 국내에 편입되는 재외 동포의 ‘질’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노동시장에서 ‘저렴한’ 외국인 단순노무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정부는 F-4 비자를 그대로 둔 채 중국·고려인 동포 등을 대상으로 단순노무 취업 시장을 개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H-2 비자다. 대신 H-2 비자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 취업할 경우 사업주가 신고해야 취업을 인정받는 특례고용 허가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다. 사업주가 근로개시 신청을 하지 않으면 ‘불법취업’이 되는 등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
한 동네에 살면서 같이 일자리를 구하는 중국 동포들도 이렇게 F-4 비자와 H-2 비자를 얻은 이들로 나뉘게 됐다. 경제활동 능력이나 일자리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비슷하지만 F-4 비자를 받은 중국 동포는 생계를 위해 이삿짐 운반, 택배, 건설업 같은 일용직 노동이나 도소매· 가사노동 같은 서비스업 등에서 일을 할 경우 모두 ‘불법’이 된다. 안정적인 체류 조건을 갖는 대신 진입장벽이 낮은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이 막힌 셈이다.
국내 노동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이런 비자별 규제 장벽이 더 이상 실익이 없다는 진단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김정룡 소장은 말했다. “현실에서는 내국인 노동자들의 참여율이 낮은 단순노무, 제조, 돌봄시장 같은 ‘빈자리’를 F-4, H-2 비자의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산업현장 전 분야에 내국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각종 노동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비자 구분은 변화된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채 ‘불법노동자’만 확대할 뿐이다. 이주노동자 100만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 시장에는 이런 혼란들이 그대로 있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이들을 하위 노동시장 인력으로 활용하면서도 ‘단순노무 직종 금지’ 같은 이중적 잣대로 취업 규정을 운영함으로써, 불법취업 시장이 확대되는 현실을 방치한다는 것이다.
분절된 노동시장의 혼란이 지속될수록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업체 같은 ‘사적 알선’ 통로에 의존한다. 박선희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노동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제조업체들의 불법파견 관행과, 취업 제한이라는 규정에 갇혀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주노동자, 그리고 위험 사업장 안전문제가 만난 ‘무법지대’에서 아리셀 참사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E-9 비자와 H-2 비자에 해당되는 단순노무직 노동자에 대해서만 ‘고용허가제’라는, ‘공공알선’ 제도를 통해 구인·구직자를 연결하는 방식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이웃 노동자’ 되려면
그러나 다른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에 대해선 “고용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는 수준”이다. 박선희 사무국장은 지역별 고용센터에 일자리 지원을 받으려 해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F-6까지만 해’ ‘우리는 E-9만 해’ 이런 식이다. 일자리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어디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지 몰라서, 지인이나 동네 직업소개소를 통해 알음알음 일자리를 구하게 되는 이주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업체에 자신의 일자리를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계를 찾아 헤매는 이런 구조는 결국 부메랑처럼 다시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한다. 박선희 사무국장은 말했다. “정부가 취약계층 이주노동자가 고용된 사업장 안전점검을 강화한다고 해보자. 과연 고용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불법파견 업체를 통해 인력을 충원한 아리셀 같은 사업장이 이런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될까?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한 걸러내기 힘들다.” 결국 ‘불법’의 절대량을 줄여야만 합법적 시스템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제호 변호사는 “이주노동자들을 수단과 관리의 대상으로만 볼수록 법적 지위가 까다롭고 복잡해진다”라고 말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시장의 수요가 늘고, 이들을 대하는 사회문화적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이주노동자’가 ‘이웃 노동자’로서 공동체 내에 정주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비자 체계의 간소화다. 이민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조차, 외국인 체류 자격 편람을 봐도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것 자체가 구인자(사업주)와 구직자(외국인)에게 ‘고용 리스크’가 된다.
다음으로는 고용노동부의 변화다. 지금은 체계에서 누락된 다양한 법적 지위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노동부가 관할하지 않아서 아무런 고용 정보가 없는 F-4, F-5, F-6 자격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E-9 외의 E계열 취업비자 등도 노동부가 관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어디서 이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지 노동부가 파악하고 근로감독을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는 느는데, 시장에선 여전히 불법이 횡행한다.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는 이주노동 시장의 ‘중개자’인 정부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9005
아리셀 참사 유족 가로막고 "세금 그만" 외친 사람들 (오마이뉴스, 24.07.25 18:38 l 박수림(srsrsrim))
[현장] 피켓 든 채 불쑥 등장해 화성시청 앞 도열... 유족들 "입장 바꿔보라" 오열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9698
화성 아리셀공장 화재 현장 찾은 송옥주 “충분한 피해보상에 최선 다 할 것” (인천일보, 라다솜 기자, 2024.07.28 14:02)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피해자 유가족 면담 및 관계기관 간담회 개최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9758
아리셀 유족 지원 갈등…“이주노동자 고려한 대책을”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2024.07.28 17:28)
화성시, 유족 숙식 지원 중단 방침
유가족 “사측 합의 때까지” 요구
전문가 “상황에 맞게 연장 가능”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72814040085434
"아리셀 참사 재발 막아야"…노동부, 배터리 사업장 150곳 기획점검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 | 2024.07.28. 18:09:23)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120곳에는 작업·주거환경 현장점검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282034005
아리셀 화재 그 후, 우리는 달라지고 있나 (경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2024.07.28 20:34)
적나라하게 드러난 노동 최말단
참사 피해 상당수가 이주 여성
이제 그들 없이 살 수 없는 한국
아직, 들려오는 건 씁쓸한 소식들
2024년 6월24일 10시30분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1분도 되지 않는 순간 불꽃과 연기가 작업장을 뒤덮었고 22시간이 지나서야 진압되었다.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5명은 한국인, 18명은 외국인이었다. 그중 17명이 여성이었고(한국 2명, 중국 14명, 라오스 1명),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였다.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가족이 모이고 장례를 치르고 정부 조사가 시작되었다. 경기도는 사건 백서를 만들겠다고 했고, 고용노동부에서는 리튬 취급 사업장 점검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종 소방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의 ‘대국민 보고들’이다.
그런데 정작 희생자와 부상자, 그리고 유가족을 위한 예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대국민 메시지와는 매우 다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화성시청 1층에 설치된 추모 공간은 다른 건물 지하로 옮겨질 예정이고, 유가족에게 지원되던 숙식 제공도 7월 말 종료될 것이라고 한다. 며칠 전에는 화성시 통리단장협의회 소속 주민들의 추모 중단 요구 시위까지 있었다.
가장 중요한 희생자 보상 문제에서 회사와 유가족의 협상은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단 한 차례 유가족과 만났을 뿐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회사는 유가족에게 개인별 문자메시지를 보내 보상안을 제시했고 국적과 비자에 따른 차등 보상을 주장해 유가족의 분노를 샀다.
무엇보다도 여성노동자의 희생이 큰 사건이라 여성의 관점에서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재외동포(F-4) 비자 신분의 노동자들이다. 이 비자로 입국한 분들은 규정상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단순노무직 취업은 금지된다. 따라서 불법취업으로 간주하고 강제출국 가능성을 전제해 국내 체류기간을 7년으로 한정하며 이후는 중국 임금을 기준으로 보상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보상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사고 희생자 중 11명이 재외동포 비자를 가지고 있었다.
비전문취업(E-9) 비자는 고용허가제 규제를 받아 사업장을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을 갖지 않은 교포 여성들에게 재외동포 비자는 한국 입국에 용이한 수단이 되어왔다. 2023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92만3000명 중 32.3%(29만8000명)가 여성이다. 이 중 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사람은 9만8000명(32.9%)으로 8개 비자 범주(비전문, 방문, 전문인력, 유학생, 영주, 결혼이민 등)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 중 상당수는 단순노무직에 취업해 ‘불법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안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지만, 아리셀처럼 (실제로는 100명 이상이 일하지만) 50명 이내의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감독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하청의 하청이 구조화된 제조업에서 소규모 사업장으로 갈수록 여성이 많다. 흔히 중대재해라면 건설이나 중공업 같은 남성 사업장을 연상하지만, 전기전자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중소영세 사업장에는 여성이 많다는 것이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여성은 꼼꼼하게 일하지만 낮은 임금을 줄 수 있고 일을 시키기도 쉽다는 현장의 통념들 때문이다. 파견인지 도급인지도 불분명한, 불법적 노동현장에서 자신이 다루는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어떤 주의나 경고도 받지 못한 채 이들은 그날그날 고용되어 일한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산업이란 수식어가 붙은 배터리 산업의 최말단 사업장에는 불법노동의 위험과 폭발·화재의 위험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주여성이다.
이주여성 노동자는 계급과 젠더·인종의 위계가 지배하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 그들은 ‘수입된 노동력’이 아니라 ‘노동자’이며, 한국인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저임금 노동의 대가를 누리며 살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식당과 공장, 간병과 돌봄 등 ‘단순노무’로 취급되는 서비스직과 생산직의 수많은 일자리를 채우는 ‘조선족’ 노동자 없이는 지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 세계가 이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좌우로 대립하는 지금, 무작정 외국인력을 늘리고 필리핀에서 아이돌보미를 데려오면 그뿐일까? 이주민들을 맞기 위해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이주민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함께 살아갈 한국인들에게 더 절실한 것일지 모른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173
아리셀 참사 진상규명 아직인데 '백서 발간 준비' 경기도···유족들, "성급히 종결 짓겠다는 거냐"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7.29 19:04)
아리셀 대책위-유족협의회 공동성명
"지금 백서에 무엇을 담을 수 있나"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백서 발간을 준비중인 경기도를 두고, 유족들은 "진상규명도 되지 않은 참사에 무엇을 담을 수 있는가. 성급히 문제를 종결짓겠다는 것 아니냐"며 우려와 비판의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도지사 김동연)가 지난 25일 언론을 통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백서(이하 아리셀 백서) 발간을 위해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했다는 소식을 접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와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는 29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기도는 9월 초까지 백서 발간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리셀 백서에 ▲화재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 ▲사고 수습 과정의 평가 및 개선 방안 도출 ▲유사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 ▲경기도의 산업안전 및 이주노동자 대책 등을 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와 유족들은 "현재 아리셀 참사의 원인을 밝히는 진상규명과 수사에 진척이 없고,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아리셀 대책위와 아리셀산재가족협의회가 참사 직후부터 진상규명을 위해 요구해 온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또한 요원한 상태"라며 "현재 진행형의 참사를 경험하고 있는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백서가 무엇을 담을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리튬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가 사회적 참사가 된 것은 신소재 고위험 산업에 대한 국가/지자체/산업계 차원의 관리·책임의 부재와 법·제도의 미비, 이주노동자를 왜곡된 고용구조에 방치하고 위험에 노출 시킨 결과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예견된 참사가 현실화 되는 데 있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핵심 당사자인 정부와 지자체가 ‘셀프수사’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문제의 당사자인 아리셀이 공식적인 교섭에 나서지 않고 개별 가족과의 접촉을 통해 사태를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희생자 가족의 체류 등 지원 대책이 화성시와의 갈등으로 된 상태에서도 정작 한발 물러나 뒷짐이나 지고 있던 경기도가 ‘사고 수습 과정의 평가 및 개선 방안 도출’에 있어, 과연 무엇을 남기고 기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더해 이들은 "참사의 장기화에 있어 경기도는 자신의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진상규명에서도 수사당국의 책임을 핑계로 한발 물러나 있고, 피해자 권리보장에서도 화성시에 책임을 떠넘기고 모르쇠하고, 사측의 교섭해태에 대해서도 아리셀 사측과 당사자들 간의 문제이니 개입할 수 없다는 태도는 도내에서 벌어진 이 사태를 대하는 경기도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결국 경기도가 발간할 아리셀 백서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는 배제당한 채 경기도와 경기도지사의 자화자찬 소위 김비어천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더해 "아리셀 백서를 만들겠다는 발빠른 행보는 경기도가 이 참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라도 경기도는 본인들이 가장 무거운 책임의 당사자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874
[번갯불 콩 볶듯] 9월 초 아리셀 참사 백서 낸다는 경기도 (매노, 어고은 기자, 2024.07.29 19:09)
유가족 “일방통행 행정 답습” … “진상규명 없는 셀프 면죄부 될 것”
경기도가 아리셀 참사 종합보고서 발간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유가족과 시민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와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참사 백서 발간 행보에 우려를 표한다”며 “경기도 행태는 참사 이후 경기도가 보여 왔던 일방통행의 행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25일 ‘화성 공장화재 종합보고서 제작 관련 자문위원 및 추진단 연석회의’를 열고 아리셀 참사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 목차와 주요 내용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산업안전과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될 백서를 제작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종합보고서 제작 자문위원회는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를 포함해 산업안전·화학물질·이주노동자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이 참여한다. 보고서는 9월 초 완료를 목표로 한다.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들 단체는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부와 지자체가 ‘셀프수사’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든데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백서가 무엇을 담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9월 초까지 아리셀 백서를 발간하겠다는 것은 성급히 이 문제를 종결지으려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권리보장 문제는 화성시에 책임을 떠넘기고 사측의 교섭해태에는 당사자 사이의 문제라 개입하기 어렵다는 태도는 경기도가 취할 행동이 아니다”며 “이제라도 가장 무거운 책임의 당사자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3015190004301
"아리셀, 유가족에게 불법합의 종용"…딸·아내 잃은 가족들의 눈물 (한국일보, 송주용 기자, 2024.07.30 16:30)
유족협의회 "공식 교섭 대신 피해자 개별 접촉"
법률지원단 "권한 없는 노무사 통해 접근, 위법"
유족들 "심리적 스트레스 극심… 사과받고 싶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50138
"아리셀 측 처벌불원서? 외국인이라고 막 대해도 됩니까" (오마이뉴스, 24.07.30 18:54 l 김성욱(etshiro))
[현장]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 "사측, 교섭 없이 개별 합의 종용... 경기도 태도도 차별적"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302126015
“화성 화재 유가족 개별 교섭, 불법 자행 아리셀 고발할 것” (경향, 오동욱 기자, 2024.07.30 21:26)
유가족 단체 ‘분노의 회견’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942
화재산재 교훈 못 찾으면 “제2 아리셀 나온다” (매노, 강예슬 기자, 2024.08.01 15:56)
23명 숨진 뒤 화재예방 우수사례 확산 나선 노동부 … “인명 피해 없어도 사업장 화재사고 원인 조사해야”
1·2차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비츠로셀은 최근 10년 새 두 차례 화재를 경험했다. 피해가 컸던 만큼 화재 예방에 힘썼다. 새로 지은 공장에는 화재가 발생해도 확산을 방지할 수 있게 전지 보관 구역을 격리했고, 창고는 콘트리트 격벽 구조로 만들었다. 하지만 비츠로셀이 얻은 교훈은 동종업계의 변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지난달 화재로 아리셀 노동자 23명이 숨진 이유다. 사업장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정부가 사고 원인을 분명히 조사하고, 해당 교훈을 동종업계에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전지 제조업체 ㈜포엔 화성지사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2015년과 2017년 대형 화재를 겪고 화재예방을 위해 노력한 비츠로셀 사례가 발표됐다.
비츠로셀의 충남 예산공장은 2017년 화재로 전소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후 당진에 공장을 새로 세우면서 철근콘크리트 단층 구조로 건물을 구축했다. 전지 보관구역 등 공정별로 건물을 분리하거나 격벽을 설치했다. 화재가 발생해도 불길이 번지는 것을 위한 조치다. 열화상카메라 등 발열·화재 감지장치도 설치했다.
이 장관은 “화재·폭발을 사전 예방하려면 시설 구조와 공정 안전관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며 “화재·폭발이 발생한다면 신속한 대피가 최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츠로셀의 우수사례를 현장에 널리 확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화성 아리셀 전지공장 화재 사고는 23명의 인명피해를 낳으면서 화재 예방 중요성이 상기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막으려면 지금의 정부 대처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공학)는 “소방당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사업장 화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노동부 차원에서 교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이따금씩 발생하는 참사급 화재는 예방할 수 없다”며 “다음엔 아마 다른 종류의 업체가 화재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부는 현장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8월 중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 지원 강화를 포함한 정부 대책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50828
아리셀 참사 가족협·대책위 "아리셀 대표 구속해야" (오마이뉴스, 24.08.01 17:50 l 임석규(rase21cc))
가해자 사죄·즉각 교섭 등 촉구하며 행동에 나서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877.html
“내 자식보다 예쁘게 키운 조카가…” 또다시, 왜 죽어야만 했는지 묻다 (한겨레21 1525호, 서혜미 기자, 2024-08-02 23:14)
[아리셀 참사 한 달]
아리셀·에스코넥 첫 만남 뒤 공식 대화 거부… 지자체 ‘전폭 지원’ 약속 뒤 ‘뒷짐’
“불바닥에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유족 울분에도 회사·경찰·지자체 서로 떠밀기만
“내 새끼보다 예쁘게 키웠다”고, 김재형씨를 두고 고모 김신복(58)씨는 말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없이 자란 조카가 안쓰러웠다. 남동생과 함께 조카를 돌봤다. 그렇게 스물셋이 된 재형씨는 2024년 4월12일 한국에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했다. 첫 일자리를 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6월24일, 재형씨는 경기 화성시의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졌다. 이 참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23명 가운데 18명은 중국·라오스 국적이다. 대부분은 중국 동포였다. “좋은 나라에 왔다고 얼마나 좋아하고 기뻐했는데 그걸 이렇게 보내, 돈도 못 쥐어보고 보내….” 7월26일 경기도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한겨레21>과 만난 김씨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배·보상 메시지만 일방 전달… 피해자 알 권리 뒷전
7월25일 김신복씨는 참사 이후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동안 가족들이 만류해 오지 못했지만, 이날은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아리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비슷한 업무 경험이 있는 김씨가 직접 본 참사 현장은 “공장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화장터” 같았다. 배터리가 출입구 방향에 쌓여 있었기에 희생자들이 불을 넘어가지 않는 한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김씨는 조카가 “그 불바닥에서 아프다고 소리도 못 지르고 얼마나 많이 무서웠을지”를 생각하면 “현실이 너무 참담해 뼈 마디마디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유족의 아픔은 상실감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자신들을 “여기에서나 저기에서나 떠밀고 있다”는 감각도 고통을 더한다. 아리셀과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은 7월5일 유족으로 구성된 ‘아리셀참사 피해자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와의 첫 만남 이후 공식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유족의 요구에도 회사는 유족 쪽 대리인과 공식 교섭을 하는 대신 배·보상에 대한 문자와 카카오톡을 유족 개개인에게 반복해서 보낼 뿐이다. 그날도 김신복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아리셀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도대체 왜 조카가 죽어야만 했는지, 이후 상황이 어떻게 돼가는지를 정부 기관에 물어도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재난 피해 당사자들의 ‘알 권리’는 후순위로 밀렸다. 수사 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7월8일 수사 상황을 설명하는 중간 브리핑을 열었지만, 언론 보도 이상의 내용이 나오진 않았다. 중간 브리핑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할 예정이었던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대책위원회)에 유족에 더해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함께한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김씨는 조카가 버스에서 내려 공장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모습이 찍힌 시시티브이(CCTV) 영상만이라도 경찰에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사 중이라 아직은 어렵다’는 대답만 되돌아왔다. 김씨는 “모든 게 다 안 된다는 말만 30일 넘게 듣고 있다. 어떻게 어디에다가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셀한테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달라고 해도 거부하고, 화성시청에 면담을 요청해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고 엄정정씨의 어머니인 이순희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도 “그래도 시장이라면 이 일을 해결해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화성시는 (유족들을) 경기도로 미루고, 경기도는 또 경찰서에 미룬다. 외국인이라 그런지 내치기만 한다”고 말했다.
화성시 ‘법적 근거 없다’ 지원 일부 중단
참사 이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참사 초기 지방자치단체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경기도는 전례 없이 예비비로 부상자, 희생자의 유가족에게 긴급생계안정비를 지원했다. 화성시는 유족에게 숙박시설과 식사를 지원하고 스포츠센터인 모두누림센터를 유족이 사용하도록 했다. 지자체와 경찰은 사고 발생 이후 유족들에게 전담공무원을 배정해 유족들의 출입국·법률·생활편의·장례 등 각종 행정 절차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참사 초기에서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 사회재난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제도에 공백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우선 유족 숙식을 지원하던 화성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7월10일부터 지원을 일부 중단했다. 법은 유족을 ‘사망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로 규정하는데, 희생자의 고모 김신복씨처럼 친인척·지인은 지원할 근거가 없다며 친인척·지인에 대한 지원은 중단한다는 것이다. 또 행정안전부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은 유족(또는 이재민)에게 숙박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간을 7일로 규정한다. 화성시는 애초 유족 숙식 지원을 7월31일 이후부터 중단하겠다고 했다가, 7월31일 당일에 이르러 한 달 더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재난과 재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일대일로 배치되는 전담공무원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담공무원들은 유족들을 밀착 지원하며 상황 초기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사건 발생 초 경황이 없는 유족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돕는 게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들은 평소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이 생기면 일단 현장에 투입부터 된다. 사람마다 업무 능력에 편차가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존 업무와 유족 지원을 병행해야 해 장례식을 치르는 초반 상황을 제외하면 밀착 지원은 불가능하다. 유족이 먼저 전담공무원에게 연락해 요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정작 전담공무원들은 유족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면밀하게 알지 못한다. 대응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
경기도 모두누림센터 2층의 유족 대기실이 있는 공간에 복합기가 설치된 과정은 이 빈틈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희생자의 유품을 받거나, 고인의 신원 확인을 위해 디엔에이(DNA) 검사를 해야 할 때, 생계비 지원을 받는 각종 과정에서 유족들은 여권과 신분증 사본 등을 빈번하게 제출해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본과 문서를 생산해야 했지만, 정작 공무원들이 일하는 공공기관 건물 안에 있는 유족 대기실에 복합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유족 곁에서 상주하는 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이를 보다 못해 곳곳에 수소문한 뒤 복합기를 대여해 설치해야만 했다. 대책위원회의 랄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실제 이 전담공무원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잘 작동하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운용한다면 이 제도에 대한 평가와 공무원 상시 교육 같은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왜 무엇을 빨리 묻으려 하나
이렇다보니 아리셀 참사의 경우, 피해자 지원은 ‘희생자 장례 치르기’에만 몰두하는 형국으로 보인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 가운데 14명의 유족은 가해 기업이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 전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족협의회와 대책위원회는 불법파견·위장도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고용 관련 서류, 안전보건 관리와 관련한 서류를 회사 쪽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자체가 각종 법적·행정적 절차를 지원하기 위해 배치한 법률지원팀 인력이 유족 상담에서 한 이야기도 장례와 산재 처리를 통한 상황 마무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김태윤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행안부 매뉴얼에 있는 전담공무원, 심리상담, 법률지원 등의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교섭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공무원과 변호사·노무사가 계속해서 산재 신청과 장례를 하라는 건, 역으로 이 죽음에 대한 피해자들의 ‘알 권리’를 묻어버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질적인 참사 피해자 지원은 알 권리를 보장하고, 가해 기업 대표가 실제 교섭에 나서게 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필요로 하는 숙식 지원 등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의 장례를 잘 치르고 싶은 건 유족이다. 이순희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빨리 조사하고, 빨리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차디찬 곳에 있는 우리 애들도 빨리 보내줄 게 아니겠나. 부모 도리는 그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유족을 도와 회사가 교섭에 나서게 해서 이 상황을 마무리 짓는 게 시나 도, 경찰이 할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센터장도 “지자체는 피해자들이 불리한 국면에 처하지 않게끔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조정해나가야 한다”며 “아리셀이 사과하게 하고 도의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들을 화성시청 밖으로 내모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유족 불신 더하는 행정 편의주의
“전폭적인” “빈틈없는” 지원을 약속하며 각종 센터를 설치하고 인력을 투입하지만, 유족에겐 충분히 와닿지 못한다. 오히려 일방적인 태도, 행정 편의주의적인 접근에 정부를 향한 불신이 쌓이기만 한다. 7월30일 아리셀 참사 유족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사쪽의 불법적 개별합의 종용을 비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보인 고압적인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태윤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나는 설명하러 왔으니 듣기 싫은 사람은 나가라’라는 식이었다. 게다가 유족 설명회에 희생자 임금명세서를 가져왔는데, 이 자료는 유족들이 아무리 고용노동부에 달라고 요청해도 수사 중이라며 주지 않는 자료”라며 “도대체 행정2부지사는 어디서 이 자료를 얻었는가”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8042031005
불법파견,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다 (경향, 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2024.08.04 20:31)
지난 6월24일 일어난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폭발화재 사고는 ‘사회적’ 참사다. 개인 탓이 아니라 사고의 개연성이 있는 구조나 관행(아리셀은 불법파견)을 사회가 방치해서 일어났기에 ‘사회적’이다. 사회적 참사는 사고가 나도록 방치한 사회를 고발하고 반성을 촉구한다. 우리 사회는 반성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는 반복한다.
‘유령노동’ 현실 앞, 안전은 사라져
당장 40명이 사망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38명이 사망한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가 떠오른다. 당시에 지목된 문제점은 대략 이렇다.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와 방화 셔터를 잠가 놓았다, 화재경보기를 꺼놓았다, 대피로와 방화문을 폐쇄했다. 위험물질 리튬에 대해 교육하고 정기적으로 비상 대피 훈련을 했다면, 대피로가 있었다면, 작업장과 리튬전지 보관 장소를 분리했다면, 아리셀에서 한순간에 23명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사의 뇌관은 모두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1981년 제정되었고(1990년, 2018년 전부 개정),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장,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 불법파견 탓이 크다. 이를테면, 산업안전보건법 36조는 노동자의 ‘위험성평가’ 참여를 규정한다. 사업장의 특성을 잘 아는 노사가 함께 위험 요소를 찾아 개선하라는 취지로 합리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업장의 현실이다. 지역 산업단지에 밀집한 소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인력업체에서 일용직 형태로 노동자를 공급받는다. 아리셀은 인력업체 메이셀을 통해 사람을 썼다. 인력업체는 이름도 나이도 묻지 않고 사람을 모집한다. 메이셀은 아리셀에 보낸 노동자의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불법파견에 ‘유령노동’이 성행하는 현실 앞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법은 작동하지 않는다. 일용직이 다수인 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에 노동자가 참여한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수시로 바뀌는 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아리셀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5~2016년 메탄올 실명 피해자들도 불법파견 노동자였다. 위험성평가는 정부 인증을 받는 요식 절차로 전락했다. 아리셀은 지난 3년 연속 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사고에 취약한 구조와 관행을 찾아내 바꾸자는 상식적인 요구다. 아리셀 참사는 겉으로는 폭발화재 사고지만, 근본적으로는 불법파견 문제다. 아리셀은 진상을 가리고 변호인으로 대형 로펌 ‘김앤장’을 선임하는 등 책임 축소와 자기방어에 바쁘다. 어떻게든 사고를 빨리 마무리하려 든다. 이런 행태가 또 다른 참사를 예비한다. 불법파견은 ‘불법’이지만 정부는 기업 부담과 관행을 빙자하여 이를 방치했다. 불법파견 사업장에 재해가 나도 불법파견 자체는 애써 외면했다. 아리셀은 불법파견 정황이 짙지만, 노동부는 이참에 파견법을 ‘개선’해서 불법파견을 양성화하자는 태도를 보인다. 사업장을 더 위험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다시 ‘희망버스’를 타야 할 때다
불법파견이 일상인 사업장은 어떤 법으로도 결코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없다. 노동자의 존재를 지우고 노동력만 빼먹는 사업장에서 위험은 중대재해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사라진다, 다음을 기약하며. 불법파견 노동자는 재해를 당해야 그 존재가 드러난다, 대개는 시신으로. 치명적인 위험은 갈수록 힘없는 사람에게 전가되고, 힘없는 사람은 점점 늘어난다. 아리셀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에 ‘이주’노동자다. 그러나 힘이 없다고,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다.
얼마 전 목포 신항에 있는 세월호를 찾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상징한다. 이윤을 생명보다, 효율을 안전보다 앞세운 잔혹하고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는 세월호 이후는 그 이전과 달라야 한다고 했다. 몇년 후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이 있었다. 그때도 코로나 이후는 그 이전과 달라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10년, 코로나19도 지나간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제는 이윤보다 생명을, 효율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부자 되세요’ 주술에서 벗어났을까? 부두에 뉘어 있던 세월호가 바로 세워진 것처럼 이제 우리 사회도 바로 섰을까? 세상은 여전히 자본이 사람을 갉아먹는 소리로 가득하다.
지난달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서울역까지 아리셀 희생자 영정 행진이 있었다. 쏟아지는 폭우를 무릅쓰고 행진에 함께한 많은 사람을 보며, 행진을 보고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알려주던 엄마를 보며, 거듭되는 사회적 참사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희망을 만들려 희망버스를 얘기한다. 희망을 나누려 희망버스를 탄다(아리셀 희망버스는 8월17일 출발합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972
[아리셀 참사 42일] 회사 대표 ‘불구속’, 사측은 ‘꼬리자르기’ 시도 (매노, 이재 기자, 2024.08.05 07:30)
경찰 ‘출금’ 걸더니 구속영장 청구 안 해 … 아리셀 “메이셀 빼고 처벌불원서 좀”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8052039035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이번 희망버스는 ‘아리셀’로 간다 (경향, 송경동 시인, 2024.08.05 20:39)
https://www.hspublic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93
릴레이기고② 반복되는 참사 앞에 침묵하거나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화성시민신문, 박유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사무국장, 2024.08.06 18:06)
6월 24일은 화성의 시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잔인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공장 건물을 삼킨 화마.
화성 전곡산업단지 아리셀이라는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화재는 23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뉴스를 들으며 대낮에 벌어진 사고인데 다들 빠져 나오겠지 금방 불길이 잡히겠지 했던 저의 바람은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활동을 하는 화성시민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참사 발생 당일 저녁 사람들과 현장에 갔습니다. 기자들과 소방관, 경찰 그리고 연신 현장에 방문하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로 정신없던 그곳에 눈물을 흘리며 가족을 찾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족을 찾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딸이 연락이 안 되어 찾아왔다 말했습니다. 그분들은 어디로 들어갈지 몰라 공장 밖을 한 바퀴 돌다 겨우 소방관의 안내에 공장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제발 그분들이 찾고 있는 딸이 이곳에 없기를 간절히 바랬었습니다.
그러나 딸을 찾아 헤매던 그 가족과 저는 23명의 고인 중 한분의 가족으로 그리고 피해가족을 지원하는 활동가로 만나고 있습니다. 우연히 참사 당일에 대해 얘기하다가 서로를 알게 되어 고인의 어머니와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저의 간절한 바람은 또 다시 무너졌습니다.
피해가족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하며 매일이 좌절과 한국사회에 대한 한탄의 연속입니다.
왜 죽었는지 알고 싶고 나와 같은 일을 다시는 누군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가족들의 바람은 사건 발생 44일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에스코넥·아리셀의 대표이사 박순관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노동자들을 공급한 메이셀과 관련된 파견법 위반 혐의를 받고있지만 현재 불구속 수사 상태입니다. 소환조사도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처음 이뤄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회사는 대형로펌을 선임하고 가족들에게 개별합의를 종용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으려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하청업체인 메이셀로 지우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숨지 말고 나와서 제대로 가족과 만나서 대화하라고 대표이사를 구속 수사하라고 가족들은 노동청, 경찰청, 대표이사 집 앞을 이 무더위 속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입니다.
피해 가족들을 대하는 화성시, 경기도 행정의 태도는 어떠할까요.
누구보다 고인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고인을 잘 보내드리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가족입니다. 그럼에도 빨리 장례를 치르라하기도 하고, 분향소를 지하로 옮기겠다 하고, 희생자가 이주노동자가 많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직계가족으로의 지원을 한정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법과 제도가 익숙하지 않은 피해가족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행정을 보며 고인들이 전부 한국 사람이었어도 이랬을 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 사람들입니다.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온전하지 못한 시신이 자꾸 떠올라 약을 먹으며 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는 가족들에게 제대로 관리감독을 못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어쩜 이럴 수 있을까..
회사와 행정기관들의 무시, 무관심은 좌절을 넘어 분노와 울분으로 쌓여갑니다. 이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빨리 잊고 끝내기를 바라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 이따 보자. 이렇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가 작년 한해만 812명입니다. 오늘도 일터에서 노동자다 죽었을지 모릅니다. 단지 숫자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 부모, 친구, 가족인 사람들입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리셀 같은 중대재해 참사는 또 다시 반복 될 것입니다.
분노와 좌절을 넘어 반복되지 않을 현실을 위해서 저는 피해가족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비상구가 어딘지 알았다면, 아리셀에서 2년 사이 4차례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더라면 이라는 안타까운 탄식을 넘어 전국의 수많은 아리셀과 같은 일터에서 더 이상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을 강화하고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함께 하고자 합니다.
8월 17일 아리셀 희망버스에 탑승해서 죽음과 차별을 멈추기 위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함께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213
“아리셀, 처벌불원서 들이밀며 카톡으로 ‘월말까지 합의하면 5천만원 더준다’” 유족들 방송서 폭로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8.06 22:10)
태어나 중국길림성 가본 적도 없는데
길림성 제조업 평균 임금 손실액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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