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재미/노래도 부르고

저 평등의 땅에

새벽길 2025. 2. 6. 01:23

랜만에 노래에 관한 글을 올린다.
그제부터 <저 평등의 땅에>를 작곡한 류형수 님이 돌아가셨다는 글이 페북에 떴다. 그가 쓴 선언 1,2, 철의 기지, 저 하늘 위로, 해방을 향한 진군 등을 모두 좋아하고 즐겨 불렀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저 평등의 땅에>는 내 애창곡 중의 하나였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예전에 네이버블로그에 이 노래에 대해 쓴 것이 생각나 옮겨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윤선애 님이 부른 버전은 2019년 박정기 선생 1주기 추모제에서 부른 것과 2017년 고양 김대중 평화문화제에서 부른 게 있더라. 그리고 2023년 6월 류형수 콘서트 '하루'에서 류형수 님이 기타를 치면서 영어로도 번안하여 부른 버전이 있다. 음질이 깨끗한 것은 민주주의의 노래(The Songs of Democracy)에 실린 버전이다. 하루 음반에 실린 경쾌한 버전도 자주 들으면 들을 만하다. 그리고 류형수 텔레비에 1988년 공연 실황이 올려져 있어 함께 올린다. mp3는 나중에 추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KHndFY298E
윤선애_저 평등의 땅에
 
https://www.youtube.com/watch?v=3CyrpMqmpTo
저 평등의 땅에 / 윤선애
 
https://www.youtube.com/watch?v=Glv2ufy_cB8
류형수, 노윤선, 윤선애 - 저 평등의 땅에 (2023.6.24 류형수 콘서트 '하루' @소월아트홀)
 
https://www.youtube.com/watch?v=EzgerPHjp9A
the equality (저 평등의 땅에)
 
https://www.youtube.com/watch?v=7CtIAmoIHNI
음반 '하루' - 저 평등의 땅에 (feat. 윤선애)

https://www.youtube.com/watch?v=hMyG0MtMT8M
저 평등의 땅에 - 1988년 실황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80700.html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한겨레, 서정민 기자, 2025-02-04 15:53)
‘저 평등의 땅에’, ‘너를 위하여’, ‘선언 1·2’, ‘철의 기지’ 등 고인이 만든 노래는 행진곡풍의 기존 ‘운동권 가요’와 달리 클래식 기법을 따랐다. 신시사이저 등을 이용해 변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1988년 6·10 민주화 항쟁 1주기를 맞아 ‘새벽’이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개최한 공연 ‘저 평등의 땅에’를 주도했다.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2집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가수 윤선애가 부른 ‘낭만아줌마’(2017)를 만들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 ‘류형수 테레비’를 통해 자신이 만든 곡을 발표했다. 2023년 6월 자신의 곡으로 공연하고 음반을 냈다. 공연과 음반 제목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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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평등의 땅에> (2005. 4. 5. 8:57)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마냥 좋았다.

우선은 그 정제된 가사 때문이었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만 하더라도 직설적으로 현실에 대한 분노와 투쟁을 노래하는 곡들이 많았지만, 이는 쉽게 싫증이 났다.

하지만 이 노래는 달랐다.

 

차분하고 섬세한 선율도 맘에 들었고, 화음 또한 다른 곡과는 달랐다.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관념성 때문이겠지만, 그냥 쉽게 부를 수 있는 곡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르겠다.

 

1984년 결성된 노래모임 '새벽'은 대학 노래패들이 모여 나름대로 운동에 기여해보고자 만든 것이었고, 현장 외곽에서 소공연 등을 하면서 현장지원을 하였는데, 1986년 '새벽'이 속한 민중문화운동협의회가 민중문화운동연합으로 개편되면서 자신들의 음악적 활동에 전문성을 부여하게 되었고, 1987년 대선을 거치면서 노동운동과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된다. 그리고 1988년 민문연의 음악분과가 되면서 노동자계급의 진출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노래로 표현하려 하였고, 그 과학적 세계관은 음악 속에 수용하려는 노력을 펼쳤다. [노동자의 노래], [오월의 노래3], [유월의 노래], [선언1, 2], [철의 기지], [저 평등의 땅에] 등이 그런 노래였고, 1988년 민문연 합동공연인 [민중문화의 날] 중 <저 평등의 땅에, 저 평화의 바다에>라는 공연에서 이러한 노래들이 발표되었다. 이는 노래운동에 있어서 하나의 기념비적 성격을 띠는 공연으로, 당시 대중들의 폭넓은 호응을 이끌어내었다(<메아리 10집>(1993)에서 요약).

 

<저 평등의 땅에>, 이 노래는 1988년 노동자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노래극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에서 처음 선보인 노래이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지식인적 감수성이 보이는 '새벽'의 노래 중에서 이를 한단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사실 이 노래도 노동자들보다는 학생등과 지식인들이 더 좋아했으니, 약간은 아이러니하다. 뭐, 이 노래를 통해 누가 되든지 감동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메아리 10집> 노래책은 <저 평등의 땅에>를 이렇게 얘기한다.

 

고난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노동자를 차분하게, 그러나 슬프지 않게 노래하고 있는 명곡이다.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류형수는 서울대 중앙노래패인 메아리 출신으로 선언2, 철의 기지, 저 하늘위로, 해방을 향한 진군, 봄소식 등의 곡을 쓴 새벽의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 음반에 권진원의 목소리로 많은 사람이 접하였지만, 나에게는 노래모임 "새벽"의 윤선애의 목소리가 더 친숙하다. 사실 노찾사 음반에 실리기 전에 윤선애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노래가 이 노래이다. 메아리의 "A tribute to 1977~1996" 앨범에는 이 노래의 시작부터 함께 해온 윤선애의 차분한 목소리가 잘 나타나 있다.

 

메아리 A tribute to 1977~1996 - 저 평등의 땅에


나는 이 노래를 접하면서 민중가요 중에서도 대중가요 못지 않게 훌륭한 곡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노래패 활동도 하지 않았으면서 민중가요라면 사족을 못쓰고 다 수집하곤 했다. 아마 내가 여전히 운동과 관련을 맺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 중의 상당부분은 민중가요에 힘입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노래의 힘일 것이고...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어설프게나마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새롭게 결의를 다지게 된다. 그냥 가슴이 벅차서 괜히 눈물도 찔끔찔금 나오고... 열정만으로 밤새도록 목청껏 민중가요를 부르던 그 시절이 그립다. 두세곡을 부르면 목이 맛이 감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불러제꼈는지....

 

벗 하나가 오늘 미로니에 공원에서 있을 예정인 비정규 노동자들의 희망찾기를 위한 비정규 철폐 문화제에 정윤경, 크랙다운밴드 등과 함께 출연하는데, <저 평등의 땅에>를 부른다고 한다. 이미 17년이 된 노래이지만, 그 감동은 여전하겠지. 단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노래로서 이 곡이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빈곤과 불평등에서 신음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이룰 평등의 땅은 멀리 있기에...

 

아래 노래는 1988년 제2회 민중문화의 날 공연실황을 담은 민중문화운동연합의 노래모음 제12집 '저 평등의 땅에'에 실려있다. 역시 목소리는 윤선애이다. 그리고 노찾사 2집에도 실려 있는데, 이 버전이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제2집 - 저 평등의 땅에

 

 

민중문화운동연합 제12집 - 저 평등의 땅에

저 하늘아래 미움을 받은 별처럼

저 바다 깊이 비늘 잃은 물고기처럼

큰 상처 입어 더욱 하얀 살로

갓 피어나는 내일을 위해

그 낡고 낡은 허물을 벗고

잠 깨어나는 그 꿈을 위해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

저 넓디 넓은 평등의 땅 위에 뿌리리

우리의 긍지, 우리의 눈물

평등의 땅에 맘껏 뿌리리

평등의 땅에 맘껏 뿌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