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3 내란 사태를 통해 탄핵을 자초했지만, 사실 그 전부터 탄핵가능성은 예견되고 있었다. 불법계엄이 이를 앞당기고 현실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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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4671.html
여권 핵심 “한덕수, 헌법재판관 3명 임명 않기로 입장 굳혀” (한겨레, 서영지 기자, 2024-12-24 14:38)
여권 핵심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에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총리실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를 두고 내부 법률 검토를 해왔는데 지난 23일 ‘임명 불가’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권한대행 스스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그는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는 지금보다 한층 심한 불신과 증오가 자라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2415300000352?type=AB6
신중한 한덕수의 무모한 결단... 특검도 헌법재판관 임명도 국회로 떠넘겨 (한국일보, 김현빈 기자, 2024.12.24 17:00)
쌍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 등 국회에 공 돌려
"정치 본령은 이견 조정"... 국회의장은 반박
탄핵 시 더 큰 혼란 오지만, 한 권한대행 입장 강경
3명이 공석인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까지 외면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현재의 '6인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될 경우 6명 전원이 찬성하지 않으면 탄핵은 무산된다. 신중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한 권한대행의 무모한 결단이 정국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우 의장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 문제를 여야가 타협·협상할 일로 규정하고 다시 논의 대상으로 삼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도 정치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권한대행을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며 우려해온 쌍특검법은 그렇다 쳐도, 헌재 재판관 임명 권한마저 포기한 것을 두고 헌재 심리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정 혼란을 수습한다며 외교, 경제, 안보 행보에 분주하면서도 정작 탄핵 국면을 매듭지을 가장 중요한 임무는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74727.html
[사설] ‘내란 비호’ 한덕수, 더 이상 권한대행 맡길 수 없다 (한겨레, 2024-12-24 18:0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내란 특검법 공포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여야 타협을 빌미로, 시급한 두 사안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수사를 받아야 하는 내란 피의자가 내란 수사를 가로막고 헌재의 탄핵심판마저 훼방하는 것이다. 조속한 내란사태 수습과 국정 안정이라는 임무를 거스르는 한덕수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 행위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국민의힘에서 재판관과 검사가 같은 쪽에서 추천돼서 넘어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한 권한대행 발언에) 이런 내용이 내포된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탄핵심판의 ‘검사’ 역할을 맡는데 ‘판사’에 해당하는 헌법재판관을 국회가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힘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국회가 선출하는 것은 헌법의 명문 규정이다. 총리실과 국민의힘 주장은 헌법을 부정하는 언어도단이다. 23·24일 청문회를 거친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 선출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항인데, 한 권한대행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마치 여야 합의가 없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위헌적인) 흠결이 전혀 수정되지 않고 있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의 핑계를 댔다. 그동안 내란 우두머리가 이끌던 정부가 내세워왔던 억지 논리 그대로다. 결국 특검을 통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내란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권한대행은 내란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피의자다. 그런데도 정부 2인자로서 내란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는 길은 내란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는 것인데, 오히려 내란 상황을 연장시키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12·3 내란사태로 시급한 외교·경제 현안이 표류하며 나라 전체가 멍들고 있다. 국민은 여전히 불안감 속에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 위헌적인 궤변을 늘어놓으며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한 권한대행은 내란 세력임을 자처하고 있다. 더 이상 국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122417020481919
한덕수, 관록의 '결정회피'…'권한대행 탄핵' 자초하나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 2024.12.24. 18:01:46)
민주당, 韓 탄핵소추 착수…총리실 "대단히 유감"
한 대행은 거듭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강조하며 야당이 요구하는 '쌍특검(내란 일반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위헌적 요소가 많아 그대로 공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쌍특검법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앞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던 이유를 환기하며 "그런 흠결이 전혀 수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특검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도록 한 위헌적 조항이 여전하며, 내란 특검법 역시 "같은 결함을 갖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그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결정하겠다"면서도 "재판관과 검사가 같은 쪽에서 원사이드에서 추천돼 넘어왔다"고 했다. 탄핵소추의 주체로 사실상 검사 역할을 하게 된 국회가 판사까지 지명하는 것은 탄핵심판을 받는 윤 대통령에게 불공평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국민의힘의 반발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한 대행 측의 이같은 주장은 수위만 완곡할 뿐, 위헌·위법성을 내세우며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반복하고 야당을 자극했던 윤 대통령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히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와 대통령 배우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인 만큼, 여권의 입김이 배제돼야 한다는 여론 및 법조계 시각과도 차이가 크다. 한 대행 역시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여야 간 정치적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에 대해 한 대행이 국회로 공을 떠넘기고 결정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내란특검' 및 '김건희 특검법' 처리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할 일로 규정해 국정협의체 논의 대상으로 삼자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며 "두 사안 모두 국회의 논의와 결정 단계를 거쳐 대통령과 정부로 넘어간 사안"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241814001
[사설] 내란 특검 뭉개는 한덕수, 탄핵 민심과 180도 다르다 (경향, 2024.12.24 18:14)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4747.html
한덕수, 내란 엄호 논리로 쌍특검법 거부…정국 불안 고조 (한겨레, 기민도 장나래 기자, 2024-12-24 20:05)
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치 기울어짐 없이 이루어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실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두 특검법안은 위헌 소지가 있는데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헌법재판관 임명 역시 여야 견해가 다르니 바로 공포하거나 임명 절차에 돌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즉각 탄핵안을 발의해 26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27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가결하기로 했으나, 국회 의안과에 탄핵안을 제출하기 직전 ‘즉각 탄핵’ 방침을 철회해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본회의 표결이 있는 26일까지 한 대행의 태도를 지켜보기로 했다. 26일까지 한 대행이 △내란 상설특검 추천 의뢰 △두 특검법안 공포 △헌법재판관 임명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탄핵안을 발의해 올해 안에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국민의힘이 반대하니까, 즉 내란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반대하니까 헌법기관 구성을 미뤄서 헌정 질서를 사실상 파괴하고 판단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 아니냐”며 “이건 또 다른 헌정 질서 문란, 국헌 문란 행위이자 독립적인 내란 행위라고 생각된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174758.html
한덕수, 민심 정면으로 거슬러…윤석열 신속탄핵 ‘암초’ 자처하다 (한겨레, 고한솔 기민도 장나래 기자, 2024-12-25 05:00)
쌍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야권, 예상과 다른 행보에 당황
“시간 끌며 윤 돕는 쪽 선택한 듯”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내란 공범으로서 처벌받을 기로에 서 있지 않나. 주어진 역할을 잘 이행한다고 해도 추후 선처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시간을 끌면서 결국엔 윤 대통령을 돕는 쪽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헌법과 법에 따라서 판단하겠다는 말은 ‘내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며 “평생 공직 생활을 해온 사람인데 마지막에 내란에 연루돼 불명예스럽게 퇴장하느니 최소한 보수진영에서 자신의 명예를 어떻게 지킬지 그 고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도 한 대행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탄핵안 발의를 늦춘 건 최대한 인내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탄핵의 명분을 더 쌓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336
쌍특검 거부 한덕수… MBC 앵커 “적반하장으로 국힘 편들고 유체이탈”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2024.12.25 13:10)
한덕수, 국민의힘 의견 따라 내란·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할 듯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원조 윤핵관’ 권영세 내정
경향·한겨레 “저의가 의심” “권한대행 직분을 망각” “주권자 배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킨 김건희·내란 특검법에 대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공포를 거부했다. 헌법재판소가 요청하고 있는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도 같은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MBC 앵커와 경향신문, 한겨레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방탄에만 혈안인 국민의힘과 동조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적반하장” “저의가 의심” “권한대행 직분을 망각” “내란 세력임을 자처” 등 강도 높은 비판 표현이 나왔다.
25일 경향신문은 1면 <특검 뭉개고, 친윤 앞세우고 민심 거스르는 한덕수·국힘> 기사에서 “내란 특검은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수사의 혼란을 줄일 대안으로 평가된다. 한 권한대행이 야당의 특검 추천권 등을 문제 삼아 공포를 미루며 출범이 늦어지게 됐다”며 “한 권한대행은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두 특검법 모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한 권한대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여야 타협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여권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내란 특검 뭉개는 한덕수, 탄핵 민심과 180도 다르다> 사설에서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뭉개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권한대행 직분을 망각한 채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한 대행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 대행은 여야의 정치적 합의를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는 위선이요 핑계에 불과하다. 내란에 외환 혐의까지 받는 대통령 윤석열이나, 그 비호와 탄핵 방해에만 혈안이 된 국민의힘과 내통하지 않고서야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의 오판으로 망가진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입법부·사법부의 노력을 폄훼하고, 마치 자신이 직접 선거로 선출된 새 대통령인 것처럼 헌법을 곡해하고 선동하고 있다”며 “주지하듯 한 대행은 윤석열 내란죄 공범 혐의 피의자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를 한 대행이 소집했다. 정족수 11명을 채우자마자 열린 국무회의는 ‘회의록’도 없이 5분 만에 끝났고, 곧바로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졌다. 그런 한 대행에게 주권자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행정부’를 다시 바로세워 조기에 헌정 질서를 수립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한 대행은 주권자를 배신하고, 윤석열 수사·탄핵 절차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내란 비호’ 한덕수, 더 이상 권한대행 맡길 수 없다> 사설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여야 타협을 빌미로, 시급한 두 사안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수사를 받아야 하는 내란 피의자가 내란 수사를 가로막고 헌재의 탄핵심판마저 훼방하는 것이다. 조속한 내란사태 수습과 국정 안정이라는 임무를 거스르는 한덕수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내란 세력임을 자처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결국 특검을 통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내란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권한대행은 내란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피의자다. 그런데도 정부 2인자로서 내란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는 길은 내란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는 것인데, 오히려 내란 상황을 연장시키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며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 위헌적인 궤변을 늘어놓으며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한 권한대행은 내란 세력임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현용 MBC 앵커도 24일 저녁 뉴스 클로징멘트에서 “내란을 일으키기 전에 그랬어야 할 국무총리가 적반하장으로 이제와서 내란을 두고 타협, 토론, 협상, 공평함을 운운하며 마치 중립적인 척, 내란죄 피의자들을 편들고 있다”며 “자신과 가족들을 총으로 위협하고 감금하고 사살하려 했다는 범죄자와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타협하고 토론할 수 있습니까? 대다수 국민이 자기 발아래 있다는 듯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이어 “또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면서 불확실성이 남아있지 않게 하겠다는데, 광기 어린 내란 세력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하지도 못하게 스스로 막아서 놓고 그래서 언제 무슨 일이 또 생길지 모르는데 무슨 예측가능성과 심리를 운운합니까, 유체이탈”이라고 말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70702_36515.html
헌재도, 후보자도, 학계도 모두 "문제 없어" (MBC뉴스 유서영 기자, 2024-12-25 19:50)
앵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하는 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학계에선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이죠. 문제가 없다는 건 헌법재판소도 똑같은 입장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헌법학계는 물론 헌법재판소와도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건, 내란 수괴로 지목된 피의자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노리는 정치적 셈법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건 문제 없다는 게 헌법재판소 입장입니다.
[김정원/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지난 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은 행사할 수 있다고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도 모두,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후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한창/헌법재판관 후보자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 "규정상은 당연히 임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헌법재판관 정원 9명 가운데 국회 몫은 3명입니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거친 3명 가운데 마은혁, 정계선 후보는 민주당이, 조한창 후보는 국민의힘이 추천했습니다.
이 국회 몫 3명은 청문회 등 적법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면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게 헌법학계 중론입니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 임명권'이라는 겁니다.
[김선택/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직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선출한 3명 몫을 선출해서 보내면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할 수 없어요."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권한대행의 임명권을 문제 삼고, 한덕수 권한대행도 임명 '버티기'를 시사한 건 정치적 셈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 탄핵 인용에 필요한 정족수는 6명인데, 국민의힘 뜻대로 공석 3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6인 체제가 이어지면 재판관 1명만 반대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는 겁니다.
[정태호/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권은) 탄핵 심판 절차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대응책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하나 유일하게 기대하는 게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 안 하고 차일피일 늦추는 거죠."
인사청문회를 앞둔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도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학계 다수의견"이라며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문제가 없다고 재확인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2839
[사설] 헌법재판관 임명은 정국 혼란 줄이는 최소 조치 (중앙일보, 2024.12.26 00:36)
재판관 6명으로 대통령 탄핵 결정은 논란 불가피
미루지 말고 한 대행이 재판관 3명 임명 결론내야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346
한겨레 “한덕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위헌… 역사적 소임 다하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2024.12.26 07:30)
[아침신문 솎아보기] 탄핵 감수하고 ‘헌재 완전체’ 거부 가능성 커져
조선일보 “여야 함께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한겨레 “탄핵정국 농단”
검찰 이어 공수처 출석 요구도 거부한 윤석열… “내란 끝나지 않았다”
한국일보 “‘용현파’ 수차례 대북 포격 직전까지 갔다… 北 국지전 유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완전체’를 위한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국민의힘도 권한대행에 임명권이 있는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임명 반대’를 주장했다. 한덕수 대행 탄핵을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에 조선일보는 한 대행 주장처럼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라”고 했고 한겨레는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오히려 위헌”이라고 했다.
한덕수 대행에 대한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논조 차이는 1면 제목서부터 보인다. 조선일보는 1면 톱으로 <韓대행, 거야의 데드라인 거부 방침>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한 대행은 이 사안들(내란 특검,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 권한을 제한적으로 행사하라는 헌법상 대행 체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1면 톱에서 <권한대행 한덕수 ‘탄핵정국 농단’>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지금으로선 한 대행이 탄핵소추를 감수하고라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12·3 내란사태에 책임이 있는 한 대행이 내란을 부정하는 여당의 비호 아래 국정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한덕수 대행과 같은 주장을 했다. <잇따르는 위헌·위법 논란, 여야·법조계가 함께 혼선 막아야>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권한대행에겐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며 헌법재판소 유권 해석을 얻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헌법·법률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탄핵소추 카드로 한 대행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복잡한 법리 혼선을 낳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법률적 이슈들은 어느 한 정당이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다수 의석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조계와 전문가들 그리고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최선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헌법에 맞는 것이라 선을 그었다. <한덕수 대행, 헌재 ‘9인 체제’ 완성이 역사적 소임이다> 사설에서 한겨레는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다.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소극적 인사권 행사이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있다는 게 다수 법률가들의 견해”라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를 비롯해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 또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이런데도 한 대행이 머뭇거리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아니라 국민의힘 눈치를 보기 때문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은 최근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검사가 판사를 임명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를 들고나왔는데, 한 대행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계엄 직후 헌법재판관 추천 절차를 진행해놓고도 뒤늦게 엉뚱한 핑계를 찾아내 합심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74894.html
우리가 모르는 한덕수 [12월26일 뉴스뷰리핑] (한겨레, 권태호 기자, 2024-12-26 09:34)
#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를 통과한 헌법 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에 거부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대행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한다”며 이런 뜻을 밝혔습니다.
-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헌재 재판관에 대한 국회 인준이 끝나도 한 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28일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1. 한덕수 권한대행의 논리
1) “검사가 판사 임명하는 셈”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국회가 ‘판사’에 해당되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개입하는 건 문제”
- 헌재 재판관 9명 중 공석인 3명은 국회 몫입니다.
- 한 대행의 이 논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 헌법에 국회가 3명의 헌재 재판관을 뽑도록 돼 있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 해석을 자의적으로 할 권한이 없습니다.
- 또 ‘검사-판사 논리’는 헌재 재판관의 임무를 ‘탄핵 심판’에만 국한한 것입니다.
-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국회가 추천한 3명의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대통령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2) “여야 합의해달라”
-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 ‘법리 해석’은 대체로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게 지배적 논리입니다. ‘안 된다’는 주장은 극소수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법리 해석이 충돌하고 있지 않습니다.
- 정치적 견해는 국민의힘 ‘친윤계’가 임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란을 일으켜 탄핵심판을 받아야 하는 윤 대통령 쪽을 지지하는 ‘친윤계’의 ‘정치적 견해’를 이견이라며 ‘합의를 하라’는 게 합당한 주장입니까.
- 매사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국회에서 만장일치는 극히 드뭅니다. 국민의 대표가 모인 곳이 국회인데, 국민들이 늘 만장일치가 될 수 없습니다. 다수결을 통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일종의 ‘협의’인데, 이를 무시하고, 소수파인 국민의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2. 민주당, “28일 탄핵”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한 권한대행이 이미 ‘날 샜다’는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헌법재판관을 국회가 동의했음에도 임명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고, 내란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처리됩니다.
- 그럼에도 한 대행이 이들 3명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 한 대행 탄핵안을 보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 그렇게 되면,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또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3. 국민의힘, “헌법소원 심판 청구”
- 반대로 국민의힘은 오늘(26일)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덕수 대행이 이들을 임명할 수 있는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밝혔습니다. 또 이와 함께 임명동의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시간을 끌고, 또 한 대행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입니다.
- 이미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권한대행의) 국회 몫 헌재 재판관 3명 임명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대법원도 어제(25일)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놓고 ‘적극적’으로 해야 되느냐, ‘소극적’으로 해야 되느냐를 놓고 초기에 논란이 있었습니다. ‘적극적’을 택하면, 거부권도 행사하고, 임명도 하는 게 맞고, ‘소극적’으로 하면 둘 다 않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권한대행더러 ‘거부권’은 행사하라고 하고, ‘임명’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스스로도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엊그저께부터는 새로운 논리를 내놓았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는 국가원수의 지위와 행정부 수반의 지위가 있는데, 법률안 거부권과 장관 임명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대행이 할 수 있지만,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가원수 권한이기에 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4. 한 대행은 왜 이럴까?
- 한덕수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이 됐을 때, 그의 앞에 연말 안에 처리할 3가지 숙제가 있었습니다. △양곡법 등 6개 정책법안 △헌재 재판관 임명 △내란·김건희 특검법 등이었습니다.
- 처음에는 ‘양곡법 등 정책 법안’에 대해서는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 두 사안에 대해선 그대로 통과시킬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특검법’에 비해서도 ‘헌재 재판관 임명’을 우려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 헌재 재판관을 6명 불완전 체제로 ‘대통령 탄핵 여부’를 심판하자는 게 이치에도 맞지 않고, ‘국회 추천 몫을 권한대행이 임명을 거부한다’는 게 논리에도 맞지 않고, ‘탄핵 심판을 흔들자’는 게 대다수 국민 뜻에도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 더욱이 한 대행이 정치적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이고 온건하다는 평을 들어온 터라 이렇게 철저하게 국민의힘 논리를 따를 것이라고는 잘 생각하지 못했던 탓입니다.
- 양곡법 등에 대해서는 시장주의자인 한 대행이 이전부터 반대 뜻을 강하게 밝혀왔기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이들이 많았습니다만.
- 그래서 지금 한 대행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짚고 있는데, 모두 근거는 전혀 없이 미뤄 짐작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1) 여당 ‘친윤계’에 의존하려는건가?
- 한 대행은 내란죄 피의자로 앞으로 수사를 받아야 하고,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당과 보수층만 보고 가는 게 더 낫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정입니다.
- “(한 대행이) 지금의 정치 지형에 대한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내란과 관련해 추후 수사로 밝혀질 부분까지 고민을 했을 것”(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MBC 라디오)
2) ‘내란에 더 깊이 관여된 건 아닌가?’
- 지금까지는 ‘계엄을 막으려 했으나, 못 막았다’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 그런데 헌재 재판관 임명까지 막고 나서자, ‘왜 이러지’라는 생각에 이런 의구심이 커지는 것입니다.
- “한 대행이 내란에 너무 많이 개입된 것 같다. 계엄을 사전에 통보받았거나 하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게 더 있을 수 있다”(민주당 지도부 관계자)
- 윤석열 대통령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도 계엄 당시 부처 행동지침을 전달했는데, 국정을 총괄하는 한 대행에게는 더 크고 포괄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았겠냐는 의심입니다.
- 심지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한 권한대행 배우자가 무속에 심취한 사람으로, 김건희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한민수 대변인은 “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본인이 뭘 해보겠다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망상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이런 주장까지 나오는 것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박지원 의원의 주장에 뚜렷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고, 또 한 대행이 `뭘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는 건 상식적으로 힘듭니다. 다만, 애초에 한덕수 권한대행이 경험이 많고, 합리적이어서 현재의 내란·탄핵 국면을 큰 무리없이 조정해 나갈 것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윤 대통령 정부 인사이지만, 내란으로 인해 탄핵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윤석열 정부 쪽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했을 법한 행동과 똑같습니다.
5. 법조계 의견
1) 헌법재판소, ‘임명 가능’(17일)
“헌법재판관이 공석이 됐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2)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합당’(23~24일)
“임명하는 것이 적절”, “권한대행의 임명이 헌법 규정에 합당”(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후보자)
여당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를 포함해 헌재 재판관 후보자 3명이 모두 공통된 의견을 보였습니다.
3) 대법원, ‘임명 가능’(25일)
- 대법원 관련 입장
“탄핵 소추안 의결 이후 (국회) 임명동의 절차도 거쳤다면, 삼권분립 등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
4) 헌법학자, ‘임명 가능’(25일, 동아일보)
-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와는 관계가 없다”(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6. 국민의힘 안에서도 ‘임명해야’ 목소리
- 물론 ‘친윤계’가 아니거나, 원외 등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윤계’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의 말이라는 한계는 있습니다.
-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친한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내년 4월18일이 지나가면 지금 2명의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된다. 그 사태가 되면 헌법재판관 수가 4명이 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완전히 마비된다”(25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 김영우 전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은 골로 가고 있다. 헌재의 탄핵 불인용 가능성과 이재명의 2심 유죄 판결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는 모양새인데 정말 답이 없어 보인다”(24일, SNS)
7. 한 대행, ‘결국은 처리할 것’(?)
- 한 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한 근거가 뚜렷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처리할 것이라는 근거도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가 워낙 비상식적이라, ‘결국은 처리하겠지’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다분히 희망 섞인 상식적 기대라고 봅니다. 막판 극적 효과를 연출할런지는 모르겠으나, 현재까진 한 대행의 입장이 완강한 편입니다.
-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어제 저녁 MBC 라디오에서 한 대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를 임명해준 사람에 대한 약간의 부채 의식이 있을 것이고 역사적인 판단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이나 여야의 구체적인 압박들이 중첩이 돼서 본인이 상당히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분이 이런 식으로 미적지근하게 나오는 거는 아마도 관료 출신이고 자기가 책임을 지기 싫은 것이다. 아마 국민의힘에서 굉장히 압박을 가하고 있을테니 역사적으로 내가 욕을 덜 먹을 방법만 생각할 것으로 약간의 시간만 주면 26일 통과시킬 거라고 본다”
-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어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는 아직까지는 여야 간 해결이 먼저”라면서도 “여야 합의가 없으면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동아일보)
- 그런데 이 문제를 갖고 이렇게 시간을 끌고, 온국민이 조마조마해야 할 사안으로 만드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인가요.
8. 사설 제목
한겨레 = 한덕수 대행, 헌재 '9인 체제' 완성이 역사적 소임이다
경향 = 윤석열의 내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동아 = 韓 대행,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즉시 임명하는 것이 옳다
한국 = 민주당, '탄핵을 위한 탄핵'은 안 된다
중앙 = 헌법재판관 임명은 정국 혼란 줄이는 최소 조치
조선 = 잇따르는 위헌·위법 논란, 여야·법조계가 함께 혼선 막아야
- 언론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헌재 재판관 임명해야 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습니다. 여론의 지형이 어떠한지, 지배적 여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 보수 매체로 분류되는 동아 중앙일보도 ‘재판관 임명을 더는 미룰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제목만 보면, 다소 오해 소지가 있지만, 이는 ‘국무위원 탄핵’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고, 헌재 재판관 임명에 대해선 “거부권 대상도 아니고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며 ‘즉시 임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다만 조선일보만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분명하게 ‘임명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면 국방·행안부 장관이나 주중국 대사처럼 공석으로 놔둬선 안 될 인사를 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법조계와 전문가들 그리고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최선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조선일보는 이날 1면 기사 제목을 ‘韓대행, 거야의 데드라인 거부 방침’이라고 뽑아, 현 상황을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가 아니라, ‘민주당의 한 대행 탄핵 압박’이라는 식으로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3면에는 ‘여권 인사들, 일제히 野에 포문...“무정부 상태 만들어 정권 잡겠다는 거냐”’, 4면에는 ‘美 등 우방국 지지로 韓대행 체제 안정화...탄핵 땐 ‘2차 경제 충격’’ 등의 제목을 달았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1226120000001?input=1195m
韓, 헌법재판관 임명 野요구 거부…野,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돌입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유미 홍국기 기자, 2024-12-26 17:06)
韓 "임명 보류" 담화에 野 내일 韓탄핵안 표결…尹탄핵심판 시간표 염두
"내란 대행이 尹심판 지연" "야당이 국정초토화·경제파괴"…여야 책임 공방
野·우의장, '151석 가결 기준' 탄핵안 처리 방침…與 '200석 기준' 반발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75012.html
[사설] 끝내 국민 뜻 배신하고 탄핵 자초하는 한덕수 대행 (한겨레, 2024-12-26 18:00)
국회가 26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보류하겠다”며 임명을 거부했다. 야당이 곧장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함에 따라, 국회 표결은 27일 열린다.
한 대행의 이날 ‘임명 거부’ 담화는 궤변과 억지로 점철돼 있다. 국회 본회의 표결은 여야가 치열한 협의와 협상 끝에 사안을 확정짓는 민주적 결정 방식이다. 만약 여야가 기계적으로 합의한 내용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면, 국회 입법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다. 그런데 압도적 다수 찬성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를 모두 통과한 임명동의안에 대해 ‘다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라’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는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추천 몫도 아닌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은 형식적·소극적 인사권 행사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지체 없이 국회 뜻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헌법 전문가와 법률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임명권 행사가 헌법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고, 국민의힘이 추천한 후보를 비롯한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헌재 6인 체제에선 1명만 생각이 다르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도 심리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자칫하면 국정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 나라야 어찌 되든 말든 아랑곳 않는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 세력이 가장 반기는 일이다. 한 대행도 그들과 똑같은 생각인가.
지금 한 대행과 같은 주장을 하는 쪽은 국민의힘 친윤 당권파가 유일하다. 이들은 임명동의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 탄핵심판을 훼방놓고 있다. 한 대행은 가능성 없는 합의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친윤 여당의 방해 공작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만일 진정 본인의 ‘소신’이라 하더라도, 극소수만 동의한다면 다시 돌아봐야 한다. 평생 공복으로 살아온 한 대행이 국민께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국민은 내란을 사실상 방조한 한 대행의 엄중한 잘못을 알면서도, 신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마지막 기회를 줬다. 그러나 한 대행은 또다시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권한대행 자리에 머물 자격이 없다. 탄핵이 불가피하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5017.html
윤 탄핵심판 막은 한덕수 ‘탄핵 부메랑’…“직무유기 도 넘어” (한겨레, 엄지원 고경주 기자, 2024-12-26 18:19)
국회가 26일 본회의에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7일 이를 의결하기로 했다. 내란죄 피의자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날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탄핵심판을 향한 압도적 민심과, 이날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는 국회의 최후통첩에도 한 대행이 끝내 응답하지 않은 것은 단지 국정 정상화의 책임을 회피한 것을 넘어 ‘제2의 내란을 획책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선출안을 가결 처리하고, ‘한덕수 총리 탄핵안’을 보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정계선 후보자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 모두 195명의 찬성표를 얻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라는 가결 정족수(151명)를 거뜬히 넘겼다.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 탄핵안을 올린 것은, 한 대행이 이날 오전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탄핵소추 추진에 한 대행은 “야당은, 여야 합의 없이 헌법기관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라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가 추천해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건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이다.
국회는 27일 오후 2시 열릴 본회의에서 한 대행 탄핵안 의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는 전례가 없지만, 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어지럽힌 헌정 질서를 수습하기보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큰 까닭이다.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쪽이 ‘12·3 비상계엄 건의를 하기 전에 한덕수 총리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주장하면서 야당은 한 대행 탄핵에 명분을 더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대행의 담화 직후 입장문을 내어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김 전 장관 쪽의 회견으로 한 총리가 내란사태의 핵심 주요 임무 종사자임이 분명해졌다. 한 총리는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음이 분명해졌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은 것이 직무유기라며 27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도 하기로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 지연이나 거부는 명분이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께서는 헌법과 법률,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보시기에 불안정성을 축소시키는 방향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법이 정한 절차의 이행을 두고 또 다른 국정 혼란을 야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 역시 한 대행의 ‘국헌 문란’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도 한 대행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고 규탄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한 대행이 내란 가담자임에도 국정 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권한대행을 맡게 된 사실을 망각한 채 국민에 맞서 탄핵 및 내란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261849001
[사설] 헌법재판관 임명도 거부, ‘내란 피의자 한덕수’ 탄핵하라 (경향, 2024.12.26 18:49)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본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7일 표결하기로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본회의 직전 국회 추천 몫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권한대행으로서 공석인 헌법재판관을 지체 없이 임명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여기에 한 대행이 12·3 비상계엄 방조자가 아니라 사전에 인지하고 계엄 선포 절차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이 통과된 지 13일 만에 국무총리가 탄핵 소추될 상황이지만, 이는 한 대행이 자초한 것이다.
한 대행은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권한대행이) 자제하라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권한대행의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한 대행은 어느 나라 ‘헌법과 법률’을 근거로 반대로 가는 것인가.
이날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은 여야 합의에 따라 국민의힘 1명, 민주당이 2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직접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보이콧하더니, 본회의 표결에도 4명 외엔 집단 불참했다.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술책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한 대행이 ‘내란 잔당’ 소리 듣는 국민의힘과 합의하라는 것은 자신도 한통속임을 실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 대행은 국무총리로서 내란에 가담한 피의자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용현의 진술’이라며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법에 따라 사전에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한 총리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절차에 적극 관여한 것이다. 앞서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는 한 총리 말은 거짓말이 된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특검법 공포를 거부한 이유가 내란 세력을 비호하고 자신도 수사를 피해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이었던 건가. 총리실은 김용현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한 총리는 애초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해선 안 될 사람이었다. 내란 사태 수습과 국정 안정을 위해 야당이 양해해줬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권한대행을 유지하면 국정의 불안전성이 커지고, 내란 상황이 연장될 뿐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국회는 한 총리를 탄핵해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세워야 한다.
헌재는 27일 변론준비기일을 갖고 탄핵심판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측은 아직도 헌재가 요구한 서류와 대리인 선임계를 내지 않았고, 변론준비기일에도 불출석할 거라고 한다. 헌재는 헌법재판관 3명이 결원인 6인 체제에서도 심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헌재는 탄핵 심판을 조속히 해달라는 절대 다수 국민의 뜻을 새겨 ‘윤석열 내란’ 심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5028.html
한덕수의 궤변…대법·헌재 문제없다는데 “여야 합의 필요” 억지 (한겨레, 이승준 기자, 2024-12-26 19:17)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근거 ‘꿰맞추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6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임명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내세웠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이 권한대행의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며, 역으로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여권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할 수밖에 없는 근거로 △황교안 권한대행의 사례 △여야 합의 없이 임명한 사례 없음 △여야 입장이 이전과 달라짐 등 크게 세가지를 거론했다.
하지만 세가지 근거들 모두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기 위해 억지로 꿰맞춘 탓에 구멍이 많다. 우선 한 대행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직무정지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헌재 결정(탄핵 인용)이 나온 뒤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고 말했다. 황 대행이 대법원 몫인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후임자인 이선애 재판관을 헌재 결정 이후인 3월29일에야 임명한 사실을 언급한 것인데, 당시 이선애 재판관 임명이 늦어진 건 대법원의 후임자 추천 자체가 늦어지며 일정이 지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는 그해 3월13일 만료되는데, 대법원은 3월6일에야 이선애 재판관을 지명했다. 게다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는 탄핵심판 결정(3월10일)보다 3일 더 남아 있는 상태였다.
또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는 한 대행의 말과는 달리, 이날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 3명은 모두 여야 합의로 추천됐다. 한 대행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마은혁·정계선 재판관과 조한창 재판관을 추천하기로 사전에 합의한 사실은 무시한 채, 여당이 이제 와 반대하고 있다는 점만 들어 임명 보류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를 두고 “여야 합의를 핑계 대는 것은 궁색하고 옳지도 않다”며 “임명 행위는 애초 여야 논의의 대상이 아닌데도 이를 합의해달라는 것은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여당의 참여 여부를 떠나서 국회가 선출해서 보내왔는데 한 대행이 임명하지 않으면 부작위에 의한 위헌적인 행동이 된다”며 “권한대행이 여당 편을 드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관 충원에 대하여 여야는 불과 한달 전까지 지금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며 12·3 내란사태 이전 헌법재판관 추천에 소극적이던 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직무정지에 따른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9인 정상 체제가 돼야 한다는 국가기관의 입장 등을 무시하는 궤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의 1차적 의무는 헌정 질서를 빨리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라며 “가장 시급한 게 헌법 수호의 직무를 수행하는 헌법재판소가 제기능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야 합의나 전례를 들어서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71066_36515.html
'한덕수 논리' 반박한 헌재‥"윤 대통령 재판 예정대로" (MBC뉴스 김현지 기자, 2024-12-26 19:55)
앵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보류 발표에도, 헌법재판소는 상반되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재판관 후보자들의 발언을 예로 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하는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밝힌 겁니다. 김현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헌법재판소는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이미 헌재가 밝힌 입장입니다.
[김정원/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지난 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은 행사할 수 있다고…"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추천 정당이 어디냐와는 상관 없었습니다.
[마은혁/헌법재판관 후보자(지난 23일, 민주당 추천)]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출된 인물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계선/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난 23일, 민주당 추천)] "만약 임명하시지 않으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조한창/헌법재판관 후보자 (그제, 국민의힘 추천)] "당연히 임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국회가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지금까지 국회 몫 재판관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적은 없습니다. 대통령 임명권이 '형식적 임명권'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학계의 이견도 없습니다.
[노희범/전 헌재 헌법연구관]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치적인 이유를 근거로 자신의 책무를 게을리 한다는 거, 거부한다는 것은 국정 혼란, 헌정 혼란을 더 부추기는…"
헌재는 내일로 다가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측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6인 체제'에서 재판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겁니다. 부친상을 당한 김형두 재판관도 오늘 출근했습니다.
[김형두/헌법재판관] "저희로서는 제출된 자료를 가지고 재판을 준비를 하고 있고요."
헌재는 윤 대통령이 내지 않은 '계엄 포고령 1호' 등 핵심 자료는 국회 측 대리인단이 제출한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윤 대통령측은 아직도 변호인단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일 첫 재판 방청 신청은 2만2백여명이 몰렸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2616290002003?did=NA
"괜히 기다렸다 당했다"... 한덕수 기습 담화에 野 탄핵열차 급시동 (한국일보, 박세인 기자, 권우석 인턴 기자, 2024.12.26 22:00)
27일 오전까지 데드라인 유보했다가
韓 기습 담화에 "즉시 탄핵" 격앙 모드
"김용현, 총리에 사전 보고"도 탄핵 사유
한덕수 측 "전혀 사실무근" 법적 대응 검토
사상 초유 대행 탄핵 역풍, 줄탄핵 부담도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226/130733619/2
[사설]비현실적 ‘합의’ 핑계로 헌재 재판관 임명 피한 韓의 무책임 (동아일보, 2024-12-26 23:30)
―‘정치 실종’ 속 여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
야당의 탄핵 공세에도 ‘여야 합의 우선’을 내세워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 대행의 태도는 소극적인 미루기를 넘어 적극적인 버티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한 대행이 주장하는 여야 합의는 듣기엔 그럴듯한 얘기지만 그런 합의가 우리 정치권에 기대하기 어려운 비현실적 희망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런 정치 현실을 한 대행이 모를 리 없는데도 여야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간 대화와 타협은 거부한 채 야당에 책임을 미루다 결국 극단적 위헌 행위까지 벌인 윤석열 대통령식 행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금의 탄핵 정국은 새삼 ‘정치의 힘’을 강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탄핵 결정에는 헌법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한데 지금 같은 6인 체제에서 1인이라도 반대해 기각된다면 그 결정에 과연 국민이 쉽게 승복할지 의문이다. 헌법재판소의 9인 체제를 갖추는 것은 대한민국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해 헌법적 절차를 정상화하는 조치로서 당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다만 대통령 몫도 아닌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므로 임명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 대다수도, 헌재 사무처장도, 국회 동의를 받은 후보자 3인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사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고, 임명안 표결에는 소수지만 여당 의원도 참여했다.
그런데도 한 대행은 새삼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국회에서 넘어온 양곡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처럼 적극적 권한도 이미 행사한 바 있는 한 대행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여야 합의”를 핑계로 내건 그의 권한 행사 자제론은 결국 책임 회피이자 소수 여당이 반대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한 대행에겐 다하지 못한 큰 책임이 남아 있다. 한 대행은 12·3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면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의 무도한 행동을 온몸을 던져 막지 못한 책임을 뒤늦게라도 다하려 한다면 헌재의 탄핵 심판에 시간 끌기나 정당성 시비가 끼어들지 않도록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한쪽 논리에 기운 채 줄타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한 대행이 할 일은 스스로 밝힌 대로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을 분별하는 것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2616440005266?did=NA
[사설] 파국 몰아가는 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한국일보, 2024.12.27 00:1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둔 헌법재판소의 정상화를 지연시키고, 극심한 국정 불안정을 초래할 오판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안을 27일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마은혁·정계선(민주당 추천), 조한창(국민의힘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의결했다. 앞서 한 대행은 대국민담화에서 여야가 합의부터 해야 한다며 임명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 등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는 것이 헌법·법률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은 재판관 9명 중 3명의 국회 선출 권한을 명시했다. 국회 추천 몫인 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만큼 임명 거부로 국회 추천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위헌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낸 마당이다.
한 대행의 선택은 내란 수사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내란 동조자'라는 우려를 일축하고 권위를 바로세우기는커녕 혼란을 부채질하는 격이라 유감이다. 국론 분열을 막고, 국가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 대행이 재판관 3명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어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계엄에 적극 가담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방기 등을 사유로 한 대행 탄핵안을 발의했다. 국회 탄핵 정족수가 151명인지 200명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탄핵안 가결 시 한 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중 누가 적법한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민주당에선 '최 부총리가 낫다'는 말도 나오지만,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입장에서 대통령 고유 권한 행사 입지는 더욱 좁을 수밖에 없다. 당장 탄핵안을 처리하기보다 수권정당으로서 신중한 판단으로 난국을 풀기 바란다. 파국만은 피해야 한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369
동아일보 “한덕수, 여당 반대하면 어떤 것도 안 하겠다는 것”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4.12.27 07:49)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헌법재판관 임명도 거부, ‘내란 피의자 한덕수’ 탄핵하라”
내란 구속 김용현측 ‘선택적 기자회견’에 중앙일보 “위험한 언론관”
국회가 26일 본회의에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7일 이를 의결하기로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6일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27일 아침신문들은 모두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에 올렸다.
다음은 이날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 한덕수, 윤석열 지키려 ‘탄핵의 길’로
국민일보 : 재판관 임명 안한 韓…즉각 탄핵 나선 민주
동아일보 : 韓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野, 오늘 탄핵 표결
서울신문 : ‘野요구 거부’ 韓대행 오늘 탄핵 기로
세계일보 : 韓 결국 ‘거부’ 野 끝내 ‘탄핵’
조선일보 : 두 번 무너지는 정부… 野, 오늘 韓 탄핵 표결
중앙일보 : 한, 거부권 쓰고 임명권 거부…야당, 릴레이 탄핵
한겨레 : 한덕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윤 탄핵 ‘어깃장’
한국일보 : ‘대통령 대행 탄핵’ 파국 선택한 한덕수
국회가 26일 야당 주도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선출안을 통과시켰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들의 임명을 거부했다. 한 대행은 국회의 재판관 선출안 가결 전에 먼저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선출안을 가결 처리하고, ‘한덕수 총리 탄핵안’을 보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정계선 후보자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 모두 195명의 찬성표를 얻었다.
신문들은 한 대행이 한 ‘여야 합의’ 주장의 모순을 짚었다.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법조계는 한 권한대행에게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있다고 거듭 밝혔지만 한 대행이 이를 거슬렀다는 점,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한 후보들에 대해 다시 ‘여야 합의’를 요구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는 점을 입모아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회가 추천해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건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한 권한대행이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한 권한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등 6법에 대해 적극적 권한 행사로 꼽히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한 대행 담화를 두고 “여야에 호소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특정 정치진영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살 만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 대행은 이날 담화에서 ‘개인의 거취나 영역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한 것을 두고 40여 년 관료 출신 공직자의 전형적인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나온다”며 “여권의 ‘배신자’ 비판을 감내하거나 탄핵심판 기각 시 불어닥칠 정치적 후폭풍을 감내하기보다는 야당에 의해 탄핵당하는 게 낫다고 선택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사태를 두고 “한 권한대행과 여당이 공조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에 ‘만장일치’가 필요한 헌법재판소 6인 체제를 유지시키면서 방탄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한 권한대행에게 임명 권한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만큼 사실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탄핵심판을 향한 압도적 민심과, 이날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는 국회의 최후통첩에도 한 대행이 끝내 응답하지 않은 것은 단지 국정 정상화의 책임을 회피한 것을 넘어 ‘제2의 내란을 획책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한 대행이 “파국을 선택”을 했다고 했다. “정치가 실종된 상태에서 탄핵 정국의 엄중함과 국민적 열망을 외면한 한 권한대행의 소극적 판단이 혼돈을 가중시켜 파국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탄핵안이) 27일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한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된다”며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까지 업무에서 배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임박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 대행은 처음엔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할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며 “그러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이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오면서 한 대행이 원점에서 관련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과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하단의 별도 기사로 짚었다.
다수 신문은 한 대행이 12·3 비상계엄 방조자가 아니라 사전에 인지하고 계엄 선포 절차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밝혔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이 26일 기자회견에서 ‘김용현의 진술’이라며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법에 따라 사전에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밝힌 것을 두고서다.
경향 사설 “애초 권한대행 안돼, 탄핵하라”…일부 신문은 비판하면서도 제동
여러 신문이 사설로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를 맹비판했다. 경향신문의 사설 제목은 <헌법재판관 임명도 거부, ‘내란 피의자 한덕수’ 탄핵하라>였다. 경향신문은 “한 총리는 애초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해선 안 될 사람이었다. 내란 사태 수습과 국정 안정을 위해 야당이 양해해줬을 뿐”이라며 “(한 대행의 임명 거부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술책임을 삼척동자도 안다”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특검법 공포를 거부한 이유가 내란 세력을 비호하고 자신도 수사를 피해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이었던 건가. 총리실은 김용현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비현실적 ‘합의’ 핑계로 헌재 재판관 임명 피한 韓의 무책임> 사설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여야 합의’를 핑계로 내건 그의 권한 행사 자제론은 결국 책임 회피이자 소수 여당이 반대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간 대화와 타협은 거부한 채 야당에 책임을 미루다 결국 극단적 위헌 행위까지 벌인 윤석열 대통령식 행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일부 신문은 한 대행을 비판하면서도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논조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파국 몰아가는 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에서 “헌재의 정상화를 지연시키고, 극심한 국정 불안정을 초래할 오판”이라면서도 탄핵안 처리에는 정족수에 이견 등이 있다는 이유로 “당장 탄핵안을 처리하기보다 수권정당으로서 신중한 판단으로 난국을 풀기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한 대행의 ‘여야 합의’ 주장이 “공염불”이라면서도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 대행의 임명 거부 적절성에 대한 언급 없이 탄핵 시도를 비판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 헌법과 법률에 명확한 규정은 없다”며 여야 주장이 “충돌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안에 “탄핵을 빨리 끝내고 조기 대선을 하고 싶은 민주당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5123.html
한덕수 탄핵안 통과돼도, 국힘 버티면 혼란 가중될 듯 (한겨레, 이승준 기자, 2024-12-27 11:52)
국회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탄핵안이 151명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는 상황을 가정해 여당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한 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 대행이 직무정지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여당이 앞장서 탄핵에 불복하며 ‘버티기’를 할 경우 국정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한 대행은 공식 일정 없이 국회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 대한 여야의 ‘해석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총리 탄핵소추 기준으로 국회의원 재적수의 과반(151석) 찬성을 적용할 경우 가결 가능성은 크고 한 대행의 직무가 정지된다.
야권에선 한 대행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대행의 탄핵소추가 대통령 기준인 200석 이상이 의결정족수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서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날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한 대행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여야 합의 없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한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한 대행은 “마지막 소임”, “개인의 거취나 영역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사실상 탄핵에 따른 직무정지를 각오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국민의힘이 탄핵 가결정족수를 계속 문제 삼고,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 한 대행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국은 더욱 혼란해질 전망이다. 12·3 내란사태를 두고 야당·시민사회와 여당·한 대행이 대립하는 구도가 지속되면서 국정 혼란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당장 이날 오전 한 대행 탄핵소추안 가결시 권한대행직을 넘겨받게 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연 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와 다름없다”며 정치권에 탄핵소추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더 이상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취지의 입장발표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통한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덕수 총리에 대해서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으면서 야당에 대해서만 탄핵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집단적으로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명확하고 쉬운 해결책은 외면하고 불가능한 요구만 늘어놓으며 상황 악화에 대한 책임을 미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5174.html
최상목 입 바라보는 ‘촛불 민심’…민주, 헌법재판관 임명 뭉개면 ‘탄핵’ (한겨레, 기민도 고한솔 기자, 2024-12-27 16:38)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로 새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 반대했다’고 한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주길 기대하면서도, 만일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권한대행의 대행’까지 탄핵할 수 있다고 벼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우리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더이상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가중되지 말아야 한다”며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상설특검 추천 의뢰, 김건희 특검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최 부총리가) 대행으로 되는 순간 이것(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고, 그 입장을 들어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시기를 말씀 드리진 않았지만, 지체없이 (탄핵)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한덕수 국무총리든 최상목 부총리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불확실성의 제거를 위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며 “그것을 하지 않았기에 명백하게 내란 상황에 대해 지속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고도 덧붙였다.
민주당 쪽에서는 일단 탄핵 시기를 정확히 못박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를 피력한 최 부총리가 즉각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중진 의원은 “최 부총리는 국무위원 중에서도 계엄선포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던 사람으로 알려져있지 않냐”며 “지금의 한 대행보다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헌재재판관 임명에 나선다는 보장도 없어 불안한 분위기도 읽힌다. 당장 최 부총리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위원간담회를 열어 “국가적 비상 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를 재고해달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에서 최 부총리에게 확답을 받은 것도 아닌 상황이잖나. 경제관료 선배인 한 대행이 탄핵을 당하는데 도의상 헌재 재판관 임명을 바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이에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공포에 나서지 않으면 역시나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애초 민주당이 한 대행 탄핵소추 사유에 12·3 내란에 관여한 부분만 넣어서 의결정족수 논란을 일축하려다 권한대행 시절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지 않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을 사유에 포함한 것도 최 부총리 탄핵을 대비한 포석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3일 지역위원장들이 모인 텔레그램방에서 “그렇게(한 대행의 총리 시절 사유만 탄핵소추안에 넣으면) 하면 부총리 탄핵 길이 막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총리가 12·3 계엄 당시 적극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부총리 당시 한 일이 탄핵소추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니,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뭉갤 것을 대비해 권한대행 시절의 문제점도 탄핵소추 사유로 넣어야 한다는 논리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끝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경우, 아예 국무위원을 ‘줄탄핵’시켜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최 부총리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여러 명의 국무위원을 함께 탄핵시켜야 된다고 본다”며 “사실상의 내각 총사퇴 수준의 국무위원 탄핵에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271833001
[사설] 한덕수 탄핵은 사필귀정, 최상목 대행 ‘헌정 혼란’ 조기 해소해야 (경향, 2024.12.27 18:33)
국회가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윤석열의 12·3 내란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직무를 유기했다는 게 탄핵 사유였다. 야당 의원 등 192명이 표결에 참여해 전원 찬성했고 국민의힘은 표결에 집단 불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무총리 탄핵 의결정족수인 151명 이상을 충족해 소추안이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이로써 한 대행은 탄핵안 가결 직후 직무가 정지됐고, 국무위원 승계 순번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넘겨 받았다.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는 본인이 자초한 것이고 사필귀정이다. 12·3 내란 사태로 대통령 윤석열이 지난 14일 탄핵된 뒤 국민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 총리가 헌정 질서 조기 회복에 협조·주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총리가 내란에 공모한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들 역시 이러한 국민적 기대를 감안해 일단 탄핵을 보류했다. 하지만 2주 동안 그가 보여준 태도는 그 기대를 배신하는 것이었다. 한 총리는 국회를 통과한 내란·김건희 특검법 거부 의향을 비친데 이어 급기야 지난 26일 국회 추천 헌재 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거부 의사까지 밝혔다.
내란 이후 이어진 국가적 혼란은 헌법이 정한 방법으로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신속히 퇴진시켜야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 임명이 지연되면 이 절차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 총리는 여야 합의가 없어서 임명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사실도 타당한 이유도 아니다. 애초 3인 재판관은 여야가 합의 추천한 인사였고, 국민의힘이 내란 이후 입장을 바꿨을 뿐이다. 누가 봐도 대통령 탄핵 절차를 지연·방해하려는 의도이다. 국회의 재판관 선출 과정에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 헌법이 의도한 바다. 한 총리가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임명안은 재가하면서도 헌법이 정한 절차를 통과한 국회 몫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윤석열의 내란 수괴 혐의는 수사에서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에는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라” “계엄 해제돼도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된다”는 윤석열의 지시가 담겼다. 윤석열 일당이 지난 3월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점도 포함됐다.
이제 공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최 대행은 이날 서면으로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현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은 국정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헌정 질서의 조속한 회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회가 선출한 헌재 재판관 3명을 신속히 임명하는 것이 그 첫 걸음이다. 최 대행을 비롯한 국무위원, 공무원들은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예정대로 이날 첫 변론준비기일을 가진 헌재는 윤석열 측 지연 전략에 휘둘리지 말고 엄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길 바란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5234.html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민주, 헌법재판관 임명·쌍특검법 공포가 탄핵 잣대 (한겨레, 이승준 기민도 전광준 기자, 2024-12-28 08:00)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로 얻게 된 직함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 ‘권한대행의 대행’이 된 최 대행은 당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과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 여부 등을 두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여야는 한 대행 때와 마찬가지로 최 대행을 각각 압박할 태세인데, 그의 결정에 따라 야당의 추가 탄핵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대행은 이날 오후 5시19분 한 대행의 직무가 정지되고 40여분 뒤인 저녁 6시 서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는 국정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정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뜨거운 관심사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임명 문제 등에 대해선 일단 말을 아끼며, 원론적 입장만 내놓은 것이다. 다만 최 대행은 이날 대행 업무 개시 전 기자들과 만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고 계신다”고 했다. 한 대행보다 권한이 제한된다는 뜻에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힌다.
최 대행은 이후 곧바로 부처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긴급지시를 하며 대행 업무를 시작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최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3명 임명할지 여부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이미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의 임명은 형식적 권한행사로 대통령 권한대항이 임명할 수 있다고 한 상태다. 그러나 이날 직무정지된 한 대행은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실 때까지 저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사실상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최 대행을 향한 여야의 압박은 바로 시작됐다. 여당은 이날 한 대행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이 원천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즉각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탄핵사유가 될 수 없을 뿐더러 탄핵소추안에 대한 의결정족수를 재적인원의 2분의1(151명)로 해석한 것도 위헌이라는 게 이유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쪽에서는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에 나설 수도 있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다만 최 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적극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 대행이 ‘긍정적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최 대행은 국무위원 중에서도 계엄선포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던 사람으로 알려져있지 않나. 지금의 한 대행보다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에 나선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 불안한 분위기도 역력하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에서 최 부총리에게 확답을 받은 것도 아닌 상황이잖나. 경제 관료 선배인 한 대행이 탄핵을 당하는데 도의상 헌법재판관 임명을 바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쪽에선 최 대행이 내란 상설특검 추천 의뢰, 내란 일반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공포도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와 더불어 두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행의 경우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한다는 이유로 두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검토해왔다. 두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1월1일까지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에 참여해온 만큼 최 대행도 한 대행과 같은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내란 사태와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국정 안정과 민심을 고려해, 최 대행이 1월1일 전 공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공포에 나서지 않으면 추가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392
보수신문 “탄핵으로 경제 위기” 주장에 “내란 동조 세력” 비판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24.12.28 13:49)
보수·경제신문 중심으로 ‘한덕수 탄핵=경제 치명타’ 프레임 등장
조선일보 “대행의 대행 체제는 한국의 정치 리스크 다시 부각시켜”
언론노조 “‘여야 대립 경제 위기’ 프레임, 범죄자 도주로 열어줘”
경향신문 “내란 수괴 체포·구속·파면이 경제 위기 극복 유일한 길”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된 가운데 보수신문과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탄핵=경제 위기’ 프레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 왜곡이자 내란 동조라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파면만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27일 사설에서 “계엄 이후 한국 경제는 외국인의 주식 투매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소비 심리, 투자 심리 지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1차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 뒤 한덕수 총리 탄핵 이후 “‘대행의 대행’ 체제는 한국의 정치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 환율과 달러 조달 금리 급등 등 ‘2차 충격’이 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에 대한 안달과 집착을 버리고 여야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갔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같은 날 사설에서 “민주당이 국정 마비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권한대행 탄핵을 실행에 옮긴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탄핵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은 어제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증시는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도 같은 날 사설에서 “겨우 한 대행 체제에 호흡을 맞추려던 해외 주요국들은 다시 황당할 것이다. 이러다 한국은 경제 협상 대상국에서 없는 나라로 취급될 수도 있다”며 한 총리 탄핵이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같은 날 사설에서 “원화값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주가도 연일 떨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쟁만 벌이는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이 빚어낸 경제 참사”라고 주장했다.
28일에도 관련 사설이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한 비판을 넘어 탄핵을 강행한 건 어느 모로 봐도 지나치고 부적절하다. 한 대행 탄핵은 12·3 계엄의 충격을 가까스로 추스른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국정 컨트롤타워가 계속 흔들리고, 여야는 극한 대립으로만 치닫는다면 국정이 잘될 리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조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7일 성명을 내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내각이 부추기는 ‘여야 대립 경제 위기’ 프레임은 본말 전도이며 사실 왜곡이다. 이런 속 보이는 꼼수에 장단을 맞춰 붓을 놀린 언론 매체가 적지 않다”면서 “지금 내란 우두머리와 잔당에게 힘 보탤 말을 할 때인가. 언론자유를 말살하려 한 범죄자들에게 도주로를 열어 주고, 민주주의와 민생 위기를 조장하는 매체들은 명백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경제 안정 지름길은 조속한 내란 진압뿐”이라며 “한국 언론사의 부끄러움을 넘어 주권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내란 동조 보도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해당 언론의 실명과 범죄적 보도 행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역사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면서 “내란 우두머리의 위헌 불법 망동을 막지 않았기에 경제 위기가 왔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덕수는 권한대행의 최우선 책무인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을 가로막고 나섰다. 권한대행에게 신속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촉구하고 설득해도 모자랄 최상목 부총리는 외려 탄핵 재고를 외치며, 국가 경제 몰락과 민생 위기는 아랑곳없이 내란 종식의 합법적 경로를 이탈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MBC는 27일자 ‘뉴스데스크’ 팩트체크 코너에서 “지난 3일 1402.9원으로 마감했던 환율은 그날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다음 날 1410.1원으로 급등했다.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가 무산되자, 1437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1주일 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1435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3일 2500선을 기록했던 코스피지수 역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제 2400선이 깨질 상황에 놓였다”면서 “경제 불안의 원인은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라는 것이 숫자로 증명된다는 점에서, 내란으로 비롯된 탄핵을 탓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7일 사설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 절차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장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런데도 비열한 권력자는 제 한 몸 건사하겠다고 경호원들의 도움 속에 한남동 관저에서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국민의힘은 한 대행 탄핵이 경제 위기를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적반하장이다. 헌법재판소를 9인 재판관 체제로 신속히 정상화하고 내란 수괴를 체포·구속하고 파면하는 것이야말로 경제 위기 극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민생을 구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5254.html
“최상목, 윤 탄핵은 기정사실 발언”…기재부 “그런 적 없어” (한겨레, 천경석 기자, 2024-12-28 15:00)
김양희 대구대 교수 페이스북에서 밝혀
지난 6일 대외경제자문회의 비공개 발언
기재부 “그런 취지의 발언한 적 없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3 내란 사태 사흘 뒤 열린 회의에서 “어차피 윤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기획재정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의 비공개 발언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김 교수는 “비공개회의 석상에서 한 발언이었으나 워낙 엄중한 시국이라 불가피하게 일부 발언을 공개함을 양해 바란다”고 했다.
김 교수의 설명을 보면, 애초 회의는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였다. 그러나 12·3 내란 사태 여파로 회의 주제는 ‘현 시국에서의 대외부문 관리방안’으로 바뀌었다.
‘최 권한대행의 당시 발언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힌 김 교수는 “(당시 최 권한대행이) 이번이 자신이 공직자로서 겪는 세 번째 탄핵이라면서 ‘어차피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며 의외로 담담했다”며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장기화할 것인가’라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최 권한대행의) 당시 그 말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다”며 “당시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문제를 벌인 자들이 엎질러 놓은 물을 경제에 국한해 쓸어담는 부수적인 것이었다면,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은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결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는 서민경제를 나락으로 빠트리고 국가신인도를 추락시키며 이 엄동설한에 평범한 시민을 광장으로 내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어차피 기정사실인 탄핵’의 강을 최대한 빨리 건너는 것”이라며 “지금 그것을 막는 세력은 어떤 이유를 대든 내란동조자일 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기재부 국제(금융)차관보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다시 올리며 “지금은 침묵할 상황이 아니다. 이런 전화할 시간 있으면 대통령 권한대행께 신속한 탄핵을 위해 노력하라고 진언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기재부는 28일 늦은 오후 보도 설명자료를 내어 “지난 12월6일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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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cham.net/articles/111344
"우리가 이겼다! 이제 시작이다!" 윤 탄핵안 가결 (참세상, 류민 기자 2024.12.14 18:01)
광장의 촛불들, 탄핵 너머 새로운 사회를
촛불을 들고 광장을 밝힌 노동자 시민들이 해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가결 순간, 광장에 모인 촛불들은 몸을 일으켜 환호하며 "우리가 이겼다! 이제, 시작"이라고 외쳤다.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부르는 이들의 손에는 '윤석열 탄핵'과 함께 저마다 바라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요구들이 적힌 피켓들도 들려 있었다.
https://youtu.be/dmcBqvrTLKs
탄핵안 가결의 순간, "우리가 해냈다!". 참세상
국회는 14일 오후 4시 본회의를 열고 야6당이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200만 명의 촛불들은 "탄핵해! 탄핵해!" 구호를 외치며 표결을 지켜봤다.
오후 5시, 표결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모두 숨을 죽였다. 결과는 찬성 204표, 반대 85표, 무효 8표, 기권 3표로 가결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난 7일 1차 표결 때와 다르게 자리를 지켰다. 이날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했으나, 소속 의원 12명이 이탈해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회로부터 탄핵안 의결서 사본을 전달받는 순간, 윤석열의 대통령 권한은 정지된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12.3 내란사태' 이후 11일 만이다.
https://youtu.be/rjrpBIV8SqE
"탄핵해! 탄핵해!" 외치며 표결을 지켜보는 촛불들. 참세상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후 입장문을 발표해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하다"면서,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 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고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표결 결과 이후에도 국회 앞을 지키던 시민들은 분노했다. 충북에서 왔다는 한 50대 여성은 "대통령의 입장문에는 여전히 반성도, 진심어린 사과도 없다"면서 분노했다. 그는 "탄핵은 시작일 뿐, 이제 내란의 동조한 세력들도,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활개치게 만든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도, 모두 뿌리부터 뽑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행진을 주최해온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입장문을 발표 "망상에 빠진 윤석열과 탄핵 반대 당론을 고수해온 국민의힘을 무너뜨린 것은 국회와 광장, 각 지역에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과 민주주의, 촛불의 힘"이라고 짚었다.
비상행동은 "특검을 통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내란의 동조자 부역자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단죄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오늘의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은 사회대개혁을 위한 첫 발"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고조시켜온 남북위기와 노동·장애·여성·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친일역사쿠데타와 언론탄압, 기후위기와 불평등, 양극화를 혁파하고,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과 피해자 인권을 보장하며, 2017년 못 다 이룬 촛불혁명의 과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발표, "탄핵이 끝이 아니다. 노조법 2·3조 개정,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열어야 한다.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의료·돌봄·교육·교통·주거·에너지 공공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막아내고, 내란범 윤석열 탄핵의 광장을 열어낸 노동자 시민의 힘으로 사회대개혁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49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는 16일부터 매일 광화문앞에서 촛불을 이어간다. 광화문 집회 이후에는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을 하며 "내란수괴 윤석열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한다. 21일 오후 3시에는 전국광역지역에서도 동시다발로 촛불을 밝힐 계획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1411070000592?did=NA
헌법 전문가들 "윤 대통령 파면 가능성"... 수사기록·국회증언도 영향 (한국일보, 정준기 이근아 기자, 2024.12.15 04:30)
헌재로 넘어간 탄핵심판… '인용' 전망 우세
요건 충족 못한 계엄령… 중대한 위헌·위법
수사기록·국회 증언 등 객관적 자료도 풍부
尹 계엄 정당화 강변, 헌법 수호 의지 '의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제 시선은 탄핵안 인용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로 쏠리고 있다. 본격 심리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법조인들은 대체로 헌재가 윤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 자체가 내용과 절차 측면에서 위헌·위법적 요소가 많은 데다, 내부자들의 잇따른 폭로로 계엄의 불순한 목적까지 속속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수사도 진행되고 있어, 윤 대통령 입장에선 방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요건 충족 못 한 계엄령… 중대한 위헌·위법 소지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라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법원과 헌재는 그간 '통치행위도 위헌·위법성이 있다면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실제 대다수 헌법·법률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야당의 잇단 공무원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선포한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회 통고 절차 누락은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고 쳐도, 계엄 선포 요건이 전혀 충족되지 않은 점은 명백히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형식을 빌려 야당이 야기한 위기 상황을 알리려 한 것이고 △질서 유지에 필요한 병력만 투입했으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고 주장한다. 헌재 심판에서도 이런 이유를 들어 '현직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위헌·위법의 중대성이 크지 않다'고 강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국회 장악 실패'를 미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군경 지휘부에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사실관계… 선관위·국정원 의혹까지
탄핵소추 사유에 적힌 사실관계가 얼마나 정확하고 구체적인지는 탄핵심판을 결정할 때 중요한 잣대다. 이번 사태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 선포 △무장 병력의 국회 강제 진입이 고스란히 중계됐고, 이런 내용은 탄핵안에도 담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침투시켜 '4·10 부정선거' 음모론을 조사하려 한 정황도 계엄 목적이 위헌·위법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진술이 헌재에 제출되면 실체 파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군경을 동원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을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사실로 확인되면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체포조를 운영해 '정적'을 감금하려 한 게 맞다면, 계엄을 개인적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오남용한 것이기에 불법성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尹 '12·12 궤변', 헌법수호 의지에 의문
윤 대통령은 7일 짤막한 담화를 통해 뒤늦게 '사과'를 입에 올렸지만, 국회의 탄핵안 의결을 막기 위해 등 떠밀려 사과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12일 재차 발표한 담화에선 "계엄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헌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때도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지금 혼자 살겠다고, 지지 세력까지 위헌·위법한 계엄을 옹호하도록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261864
직무 멈췄어도 尹 '2라운드'로…심판 여론과 '정면 대결'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2024-12-15 05:10)
탄핵 가결에도 "결코 포기 않겠다"
담화엔 '버틸 의지', '야당 탓', '자화자찬', '지지층 결집'
법조인 출신, 박근혜 때보다 '법적 투쟁' 더 강할 듯
권한 대행 韓총리도 '공범'…尹 우회적 입김 가능성도
https://www.kptu.net/board/detail.aspx?mid=F686C1F3&idx=52027
탄핵소추 이후,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2024년 12월 15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12.14.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주권자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승리이다. 내란범죄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속도를 내야 하며, 헌법재판소의 심의도 늦추지 말아야 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 시민 민주주의 투쟁이 그려온 서사의 마지막이어선 안 된다. 이에 우리 공공운수노조는 여야와 정부를 상대로 아래와 같이 밝힌다.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권한대행 체계는 현상 유지를 위한 소극적 권한에 그친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만일 권한대행의 권능을 확대해 앞세우며 거부권을 악용해 각종 개혁입법의 실현을 가로막는다면, 이는 윤석열 퇴진을 요구했던 노동자-시민의 뜻과 어긋나는 것이며, 그 자체로 혼란의 연장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아울러 그간 윤석열의 폭정을 떠받혀 왔던 각종 개악 정책과 악덕지침을 조속히 해소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향해왔던 국정 폭주를 멈춰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입증해야 한다.
퇴진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함성은 단지 윤석열 탄핵에 멈추지 않았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죽지 않고 일하고 싶어서, 차별받지 않고 싶어서, 국민의 기본권을 되찾고 싶어서,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서 광장에 나왔다는 시민들의 연설과 발언이 이어졌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은 탄핵소추 가결에 안주하지 않고, 이러한 촛불시민의 열망을 담은 개혁입법 조치에 당장 나서야 한다. 빗나간 책임감으로 우클릭이나 보수화의 길을 택한다면, 민주당 역시 ‘우리 사회의 윤석열들’ 중 하나라는 자백과 같음을 명심하라.
국민의힘은 입을 다물고 해체해야 한다.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이 바로 내란정당이다. 공천을 위해 국민을 버리는 정당은 민주정당이 아니다. 탄핵소추 이후에도 여전히 찬성투표자를 색출해 저주하겠다는 당이 제정신인 정치세력인가. 이제 한국 사회에 국민의힘이 설 자리는 없다. 더 험한 지경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해체하는 것이 옳다.
공공운수노조는 내란획책 사태 이후 지금까지, 철도노조-교육공무직본부 파업과 화물연대 1만 조합원 상경투쟁 등 총력을 기울여 퇴진투쟁에 매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시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직 우리가 싸워 쟁취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서 멈추지 않는다. 탄핵소추를 투쟁의 시작점으로 삼고, 온전한 공공성-노동권 확대와 국가책임 실현을 위한 더 넓고 더 큰 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139
‘탄핵 가결’ 호외…중앙일보 “김건희 의혹 끌려다니다 계엄 자충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2024.12.15 11:58)
주요 신문 탄핵 가결 직후 ‘호외’ 발행, 권한 정지·탄핵심판 과정 등 담겨
중앙일보 “949일, 김건희 의혹 끌려다니다 계엄 자충수” 尹 임기 평가
경향신문 “윤석열이 추락시킨 국격, 시민이 되살려…시민민주주의 승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오후 5시경 국회에서 가결됐다. 주요 신문들은 가결 직후 긴급히 ‘호외’를 발행해 탄핵안 가결의 순간을 전했다. 윤 대통령의 권한 정지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 등 추후 주목해야 할 사안들 관련 내용도 실렸다. ‘불법계엄’으로 949일 만에 멈춘 윤 대통령의 지난 임기를 평가한 신문도 있었다.
호외 1면은 탄핵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신문과 윤 대통령의 사진을 실은 신문으로 나뉘어졌다.
경향신문의 1면 기사 제목은 <시민이 이겼다>였다. 윤 대통령을 ‘내란 주범’으로 명시한 해당 기사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겨레도 1면 기사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안 가결>에서 기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실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한국일보도 1면에 마찬가지로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동아일보는 1면에 탄핵안 가결 직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실었다.
국민일보는 1면에 계단에서 내려오는 윤 대통령의 사진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침통한 표정의 윤 대통령의 얼굴을 1면에 크게 담았다. 문화일보와 중앙일보, 디지털타임스, 한국경제신문은 1면에 아래를 내려다보는 윤 대통령의 사진을 실었다. 매일경제는 1면에 탄핵안이 가결된 후 녹화 영상을 통해 ‘국민께 드린 말씀’을 전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실었다.
중앙일보 “949일, 김건희 의혹 끌려다니다 계엄 자충수” 尹 임기 평가
일부 신문사는 호외에서 윤 대통령의 임기 2년7개월을 정리,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기사 <949일, 김건희 의혹 끌려다니다 계엄 자충수>에서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사실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나름 점수도 땄다”며 “강제징용 해법 제시와 셔틀 외교 복원 등 한·일 관계 정상화는 한·미 동맹 강화의 지렛대가 됐다. (중략) 탈원전 정책 폐기를 통한 원전 생태계 복원, 한국수력원자력의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하지만 대다수의 기간 윤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가웠다. 국정 방향 그 자체보다 국정 운영 방식이 주로 문제였다”며 태도와 소통 방식의 문제, 인선 실패, 여권 내부의 갈등,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처신 등을 거론했다. 아울러 “특히 2022년 9월 미국 방문 도중 불거진 ‘바이든 날리면’ 비속어 논란은 임기 초반 윤 대통령의 이미지와 국정 동력 약화에 결정적 사건이었다”며 “최대 리스크는 부인 김건희 여사였다”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황태자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는 치명적 뇌관이었다”며 “대형 참사(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주무 장관인 충암고 후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하지 않은 건 불통 이미지를 더 고착화시켰다”고 했다.
호외에는 탄핵 반대 집회 소식을 비중있게 넣은 기사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둘로 나뉜 거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4일 국회 앞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과 광화문 앞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반응을 비교했다. 문화일보도 기사 <여의도선 “민주주의 승리” 환호, 광화문선 “탄핵 원천무효” 분노>에서 “시민들 반응이 희비 교차”됐다며 두 집회를 비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동아일보 기사 <尹, 헌재 변론 직접 출석 검토…관저-경호 등은 유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앞으로 국무회의 주재, 부처 보고 청취 및 지시, 정책 현장 점검 등 국정 수행 업무를 하지 못한다. 이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양됐다. 다만 윤 대통령의 신분은 탄핵 심판 기간 동안 유지된다. 한남동 관저와 용산 대통령실에 위치한 집무실도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통령 경호와 관용차 이용 등 예우도 그대로 유지된다.
세계일보 <국군통수·계엄선포권…헌법상 모든 권한 ‘올스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헌법상 갖는 권한인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법률안 거부권 등이 모두 정지된다. 또 선전포고 및 강화권을 행사할 수 없고, 조약을 체결하거나 외국사절을 신임·접수 또는 파견할 수 없게 되는 등 외교상 일정도 수행할 수 없다. 급여(올해 연봉 2억5493만원)는 그대로 받게 된다.
대다수 신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탄핵심판에 착수했다. 헌재는 180일 이내에 탄핵 인용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상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이다. 탄핵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헌재는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관 6인이 결론 내리면 법적 정당성에 대한 부담이 따를 수 있어 9인 체제가 완성된 뒤 결론을 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대체로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법조인들은 대체로 헌재가 윤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이번 비상계엄 자체가 내용과 절차 측면에서 위헌·위법적 요소가 많은 데다, 내부자들의 잇단 폭로로 계엄의 불순한 목적까지 속속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지 않아 파면 결정 여부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다만 윤 대통령이 내란수괴(우두머리)죄 혐의를 전면으로 부인하고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어 법리 다툼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디지털타임스는 한 면을 할애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요지 전문을 실었다.
경향신문 “윤석열이 추락시킨 국격, 시민이 되살려…시민민주주의의 승리”
일부 언론사는 사설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탄핵’, 시민이 민주주의 구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로써 국민과 국회에 총부리 돌린 반역자를 헌법 절차에 따라 권좌에서 끌어내려 단죄하는 장대한 도정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며 “시민의 힘으로 최고권력자의 반란을 진압하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또다시 지켜낸 것이다. 피 흘려 이룬 민주공화국 정체성을 유전자에 새긴 시민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라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이 추락시킨 국격을 시민이 되살렸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 심판을 집중 심리해 조속히 파면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내란 범죄 전모를 규명·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할 특검을 최대한 빨리 출범시키기 바란다. 그에 앞서 국수본·공수처·검찰은 대통령실·관저를 즉각 압수수색하고, 윤석열을 내란죄 현행범으로 체포·구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윤석열 탄핵 후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이끌 건지가 큰 과제로 놓여 있다”며 “여야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거국내각 수립 등 국정 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尹 탄핵안 가결…국정 공백 최소화에 국가역량 모아야>에서 “헌재는 충분한 심리를 보장하되 집중심리 등의 방식을 활용해 최대한 신속한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며 “이제 윤 대통령의 거취에 대한 결정은 헌재의 손으로 넘어간 만큼 10여일간 거리를 뜨겁게 메웠던 탄핵 찬반의 시위행렬은 각자 일터로 돌아가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호절제와 합리적 타협으로 국가적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간다는 자세가 각별히 요구되는 때”라며 “반도체특별법, AI기본법, 연금개혁안 등 시급한 민생경제 입법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 3자 비상경제점검회의든 조속히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 사설을 실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제 신속한 탄핵 심판과 수사는 극단적 혐오와 분열로 찢긴 대한민국 공동체를 복원하는 길”이라며 “국회는 경제는 물론 국방 외교 등 어디도 성한 곳이 없는 국가적 위기 극복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탄핵 가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정파적 이해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앞서 비상계엄 조기 해제는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들의 동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지켜봤다”고도 했다.
한국일보는 제1야당 민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친명 강경파를 중심으로 계엄을 막지 못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가 정상화를 위해 최선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당장은 국회가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체제와 긴밀히 협력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을 안정화하는 게 우선이다. 윤석열 정권 실패에 책임이 큰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탄핵 반대 당론을 고집하며 정국 혼란을 가중시켰다. 친윤계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물러나고, 이제라도 집권여당답게 책임 있는 자세로 국가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215/130648219/2
[천광암 칼럼]탄핵 의결로 막 내린 정치 초보자의 무모한 ‘내란 도박’ (동아일보, 천광암 논설주간, 2024-12-15 23:21)
尹 정치입문 8개월 만에 대권, 大運
독선과 불통 끝에 무모한 ‘계엄 도박’
구차한 변명과 남 탓, 거짓말 그만두고
‘모든 책임은 내게’ 언행일치 보여야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218/130677379/2
[김순덕 칼럼]비겁한 尹-비열한 李, 국민은 또 속을 것인가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 2024-12-18 23:21)
부인 전화도 못 보는 겁 많은 대통령
국민엔 불법 비상계엄… 통치행위 주장
“신속 탄핵” 외치는 이재명도 내로남불
사법부는 6개월 안에 2심·3심 결론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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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ocutnews.co.kr/news/6254657
[칼럼]제 운명 재촉한 윤석열 (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 2024-12-04 04:57)
비상계엄 선포, 위헌 논란과 탄핵·하야 정국으로 이어질 듯
평온한 연말의 밤을 뒤흔든 비상계엄 조치가 온 나라와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계엄이 실제상황으로 선포되자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맥락에도 맞지 않는 느닷없는 조치일 뿐 아니라 10.26 사태를 떠올릴 정도로 퇴행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또 "지금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계염사는 포고령 1호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명령을 발표했다.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과 태업, 집회행위도 금지해 헌법에 보장된 정치활동과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에 재갈을 물렸다.
지난 40여년 동안 대한민국은 6월 항쟁과 IMF 금융위기 등 변화와 굴곡을 넘기면서 OECD 10대 강국으로 성장했는데 이런 '불장난'이 통할 거라고 믿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현재의 입법 지형은 임기 초반 국민을 크게 실망시킨 댓가이자,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 매긴 성적표임에도 반성은커녕 검찰의 칼도 모자라 총칼로 상황을 뒤집으려 하는 발상이야 말로 반헌법적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세계 외신들은 민주화된 이후 처음 나온 이례적인 조치에 충격적이라는 소식을 타전하고 있다. AP통신은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국격을 심각하게 흔들고 국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자폭행위에 다름아니다.
대국민담화에서 국민에게 고개 숙였던 윤 대통령이 왜 4주 만에 태도를 바꾸었는지 이해하기 힘들 뿐 아니라, 그가 내세운 계엄선포의 이유도 공감하기 어렵다. 낮은 대통령 지지율과 여소야대를 비상계엄으로 돌파하려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체제 발상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정부나 여당내 상당수 인사들이 계엄선포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볼 때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는 지 불분명하다. 만일 정상적인 절차를 생략했다면 위헌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 89조와 계엄법 2조 5항은 계엄 선포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의무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현재의 국내 상황이 군이 개입해야 할 정도로 국가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기상황에 처했는지도 위헌 여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결의안에 따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포했더라도 위헌논란과 함께 정국은 탄핵국면으로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차 비상계엄 조치를 '위법.위헌적'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태는 내수 침체의 여파로 비교적 잠잠했던 민심에 기름과 불씨를 공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각에서는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올 것이다. 여당도 들끓는 민심 앞에서 결단을 재촉받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취임 후 고비마다 묘수보다 악수(惡手)를 두어 온 윤 대통령, 시대착오적 비상계엄 사태가 대통령의 운명을 재촉하는 패착이 될지 두고볼 일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41514011
[경향의 눈] 미치광이 기관사에게 운전대를 더 맡겨둘 수 없다 (경향, 손제민 논설위원, 2024.12.04 15:14)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70930.html
[사설] ‘계엄령 선포·국회 난입’ 관련자 모두 내란죄 수사해야 (한겨레, 2024-12-04 18:03)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다. 전두환·노태우를 처벌한 ‘12·12 군사반란’ 대법원 판결에서 내란으로 규정한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내란죄는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중대 범죄일 뿐 아니라, 개인의 정권욕을 채우기 위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국가적 범죄 행위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모든 인사들에 대해 형사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4일 새벽 국회에 난입한 수방사와 특전사 부대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체포대’를 꾸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3명을 체포·구금하려 했다고 한다. 국회 기능을 마비시켜 비상계엄의 효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이었다. 헌법과 형법은 이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12 군사반란 사건 재판에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회의 소집을 막으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므로 그 자체가 내란 범죄”라며 반란 수괴인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비록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회 의결에 따라 150분 만에 해제됐지만, 군대를 국회에 보내 의결을 막으려고 시도한 것은 심각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다. 윤 대통령의 부당한 명령에 따라 군 투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관여한 군 인사들도 모두 내란의 공범으로 처벌받는다. 군인과 공직자들이 내란 또는 그에 준하는 범죄에 동참하고선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말은 전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부당한 명령을 따른 이들도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이번 계엄 선포는 2017년 박근혜 정권 탄핵 정국에서 작성된 기무사 ‘계엄 문건’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 당시에도 여소야대로 계엄 해제가 가능했기 때문에 기무사는 여당 의원들이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차단하는 한편, 시위에 참여하는 야당 의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의결 정족수에 미달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 문건에 근거해 ‘계엄 준비설’을 제기한 야당에 대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대통령 참모들은 “거짓 선동”이라고 했다. 이 또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42012001
[사설]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 윤석열 물러나라 (경향, 2024.12.04 20:12)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만장일치 해제 요구로 150분 만에 무위로 돌아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과 그 민심에 부응한 여야가 ‘친위 쿠데타’에 가까운 헌정 중단 시도를 막아냈다. 백척간두 위기였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는 정상 궤도를 회복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헌법 수호 의무를 진 대통령 자격을 상실했다. 사익을 위해 헌법을 파괴한 행위는 온전히 그가 책임질 몫이 됐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민이 피 흘리고 희생될 수도 있는 결정을 한 것은 용납받기 어렵다. 헌법 정신과 절차에 따라 탄핵됨이 마땅하다. 헌정 질서 유린에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다면, 탄핵 이전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유로 ‘내란’적 상황을 들었다. 내란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형법 87조) 경우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91조)이다. 헌정 질서를 짓밟고 국회와 야당을 무력화하려 군이라는 국가 폭력을 동원한 것은 윤 대통령이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말살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폭거이고 독재적 행태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감액 예산안 처리와 야당의 정부 인사 탄핵을 계엄 선포 사유로 들었다. 둘 다 헌법상 계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헌법 77조 1항). 지금 상황이 전시·사변에 준한다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 더구나 예산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10일까지 여야 협상을 촉구한 상황이고, 야당이 정부 인사 탄핵을 추진해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받는 헌법 절차가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는 자신과 배우자를 궁지로 모는 ‘명태균 게이트’ 등과 연관지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와 국민은 재앙과 같은 상처를 입었다. 국가 신뢰가 추락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이번 사태가 미국에서 일어난 1·6 의사당 폭동보다 더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평판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외신 평가는 뼈아프다.
야6당은 5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6~7일 표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수 국무위원들의 반대까지 무시하며 계엄을 강행해 탄핵 요건을 갖췄고,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틀어막기 위해 포고령 1호로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군까지 국회 봉쇄에 투입한 것도 헌법 위반이다.
독재적 발상으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권력자를 국민이 용납할 리 없다.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때 국가 신뢰 회복과 정상화도 첫발을 뗄 수 있다. 여야는 국정조사 등 모든 방법으로 계엄 선포 진상을 규명해 국민 앞에 공개하고, 관련자들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그것만이 광복 후 79년간 국민이 피 흘리며 이룩하고 지킨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역사와 향후 헌정 책임자들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기는 길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42101005
현직 대통령 최초 ‘내란죄’ 심판대…하야냐 탄핵이냐 (경향, 조미덥·신주영 기자, 2024.12.04 21:01)
야 6당, 탄핵안 제출·고발 “국회 배제 위한 폭력은 명백한 내란”
본회의 보고 마쳐 이르면 내일 표결…여당서 8표 이탈 땐 가결
윤 대통령, 당·정·대 회동서 “민주당 폭거 맞선 것” 당위성 주장
내란죄 성립 땐 대통령 임기 중 형사소추 가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7445
'서울의 밤' 6시간 계엄 희비극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 2024.12.05 00:30)
이건 아니다. 아무리 야당 하는 짓이 미워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말 이건 아니다. 상대가 심한 욕설을 내뱉는다고 참지 못하고 버럭 흥분해 냅다 주먹을 휘두르면 방금까지 피해자로 여겨지던 사람이 일순간 가해자로 바뀐다.
헌법학자들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선포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주장한 계엄 발동 요건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고, 전시·사변도 아닌데 한밤중에 계엄군이 국회로 밀고 들어간 것은 불법이라 비판한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이렇게 쉽게 제한하려는 시도엔 동의하기 어렵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돌연 영사 업무를 중단하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후 독재정권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오죽하면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인 중국에서 "지난해 상영한 한국 영화 '서울의 봄' 현실판 같다"는 비아냥이 나올까. 주요 7개국(G7) 가입까지 기대되던 선진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 자존감이 하룻밤에 비민주 저개발국 수준으로 추락했다. 톡톡히 나라를 망신시킨 책임이 무겁다.
국격 떨어뜨린 위헌적 계엄령
정치위기 탈출 '꼼수' 의심 받아
자기희생의 리더십 보여줄 때
9수 끝 늦깎이로 사시를 통과해 검찰총장까지 역임한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설마 법을 몰랐을까. 충암고 동문 연말 송년회도 아닐 텐데, 윤 대통령을 필두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충암고 동문 3총사'가 둘러앉아 국가 중대사를 졸속으로 다뤘다는 말인가. 그나마 정무적 파장을 판단해 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논의에서 벗어나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 5공화국 시절도 아닌데 왜 무책임하게 국무위원들은 계엄 들러리를 섰나.
정말 왜 그랬을까. '서울의 밤'에 벌어진 사태를 찬찬히 복기하면서,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는 대통령의 좁고 빗나간 현실 인식을 가장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일 밤 10시23분 긴급 대국민 담화 발표부터 4일 새벽 4시27분 계엄 해제 발표까지 약 여섯 시간. 윤 대통령은 자못 비장한 표정이었다. 야당의 고위 공직자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에 따른 행정부 마비 시도를 비판하며 윤 대통령은 "헌정 질서를 짓밟고 국가기관을 교란해 내란을 획책한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직격했다.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할 때는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물론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려고 국회를 볼모로 삼는 야당의 극한 정쟁은 비판받아도 싸다. 일부 종북 세력이 대한민국의 질서와 가치를 위협해 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물이 뜨거워지고 있었지만 아직 끓어 넘친 것은 아닌데, 갑자기 냄비를 깬 형국이다.
비상계엄 선언으로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려는 대통령의 조급한 해법도 틀렸다. 헌법에 삼권분립이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입법부와 사법부를 존중해야 마땅하다. 108석의 국회 소수당이 배출한 대통령 눈에는 국정 파행 위기감이 컸겠지만, 국회 전체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매도한 것은 의회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배경에 뭔가 다른 의도와 계산이 있는 것 아닌지 꼼수를 의심한다. '김건희 특검' 압력이 임계점에 육박하고, 채 상병 사건의 대통령실 외압 의혹은 여야가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했고, 명태균 연루 의혹도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모두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칼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을 야당에 떠넘겨 정치적 탈출구를 모색하려고 이 야단법석을 일으켰다는 의심이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남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자기희생의 리더십이 있는 지도자라면 국민이 원하는 가장 소중한 것도 내놓을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높은 자리든지, 어여쁜 사랑이든지. 계엄 선포라는 날카로운 부메랑을 휙 내던진 윤 대통령에게 돌아온 업보(業報)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7444
"저 믿으시죠?" 거역하면 처단합니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2024.12.05 00:30)
아침에 SNS를 보니 다들 그저 "한심하고 어이없었다"고들 하는데, 난 간밤에 무방비 상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장면을 라이브로 지켜보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백번 양보해 "민주당이 판사를 겁박하고, 장관 탄핵 시도로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예산 폭거로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한다"는 윤 대통령의 계엄 취지에 동의한다 치자. 아무리 그래도 세계 10대 경제 강국 선진국 반열에 오른 21세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야당의 '입법 독재'를 친위 쿠데타를 통한 '계엄 독재'로 막겠다는 대통령의 폭주가 몽상에 그치지 않고 비록 짧게나마 버젓이 실행됐다는 게 공포스러웠다. 시장통 방송 부스에 앉아 상인들에게 "열심히 하겠다. 여러분들, 저 믿으시죠?"라고 마이크 잡은 바로 다음 날 안면 몰수하고 국가 위신을 시궁창에 처박고 국민 기본권을 유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는 대통령이라니. 이런 불안정한 인물이라면 다른 비상식적 행보도 얼마든지 가능하겠다 싶었다.
민생 행보 후 표변해 계엄 선포
생뚱맞은 전공의 '처단' 포고령
국민 적대시 속내 드러났나
더욱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거나 "범죄자 집단의 소굴""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등의 표현은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는 과격한 언사로 조회 수 장사하는 극단적 유튜버라면 또 모를까,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할 때 써야 하는 정제된 발언이라기엔 너무 거칠고 감정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채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계엄 결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계엄사의 1호 포고령을 들여다보면 결코 과장이나 비약이 아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상황이 종료된 지금이야 다들 어처구니없는 150분짜리 소극을 조롱하지만, 국회 출입문이 봉쇄된 상황에서 3일 밤 11시부로 발령된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6개 항목 포고령이 막 공포됐을 땐 이 나라가 정말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국회 등의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위헌적인 제1항도 그렇거니와, 지난 2월 대통령의 일방적인 의료 농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콕 집어 언급한 제5항은 경악 그 자체였다.
대통령 입으론 분명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는데, 여기에 왜 생뚱맞게 전공의를 언급하는지부터 아마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다. 게다가 이미 오래전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를 '파업 중'이라고 하질 않나, 계엄 소동 탓에 아마 수면 부족인 채로 다음날 출근해야 했을 병원이나 연구소·기업에 이미 다니는 사직 전공의들더러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라'니 윤석열 정부의 시계는 의정갈등이 처음 빚어진 지난 2월에 그대로 멈춰 있는 건가 하는 기막힌 상상까지 했다. 현실 부정이든 정보 부재든 의료계와 관련한 윤 정부의 왜곡된 상황 인식을 노출한 것만은 분명하다.
뭐, 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제5항 마지막 구절,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표현은 그냥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이고 실제 작성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젯밤 상황을 복기해볼 때 포고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거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그런 포고령에 전공의를 향해 굳이 '처단'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또 '위반자에 대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 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며 한 번 더 '처단'을 반복했다. 일부에선 1979년과 1980년 계엄 포고령을 급하게 베끼느라 벌어진 일이라 추측하지만, 무려 45년 전 쓰인 과거 두 포고문조차 개별 항목에선 '금한다'거나 '불허'라는 표현만 썼다. 이런 상황에 비춰, 대통령이 평소 전공의뿐 아니라 국민 누구든 본인의 뜻을 거스르면 '처단'해야 할 적으로 여겨온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도 용납하기 어렵지만, 비상계엄이라는 형식을 빌려 드러난 대통령의 이런 비민주적인 대민관을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어제(4일) 페이스북에 포고령의 '처단'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은 지난 2월부터 업무개시명령 이름으로 전공의를 수차례 위협한 바 있다"며 "금번 계엄령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땐 의료개혁으로 포장했지만, 이젠 "군사적인 강력한 제재로 굴복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숨기지 못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고 국회도 악마화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국민이 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피땀 흘려 이뤄온 빛나는 성과를 하룻밤 새 무너뜨린 괴물은 바로 대통령 자신이 아니었을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416500001387?did=NA
[사설] 국가 대혼란 야기한 윤 대통령, 퇴진 결단해야 (한국일보, 2024.12.05 00:10)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를 국민 앞에 서약한 현직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유린한 참담한 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벌인 비상계엄 선포(3일)·해제(4일) 사태로 대한민국은 계엄 선포 명분으로 그가 내세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4일 국무위원과 대통령 비서실장·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해 행정부가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졌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6개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의 국회 표결을 7일 자정까지 속전속결로 마치겠다는 태세다. 국민이 국정 마비와 국가안보 위험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9분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4일 오전 1시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자 오전 4시 27분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굴욕적으로 끝난 셀프 쿠데타”라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3일(현지시간) 평가처럼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일 뿐 아니라 국민에게 공포를 안긴 6시간이었다. 국민들은 “나라가 망하냐”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다.
대통령은 헌법 수호의 최고 책임자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 사태로 헌법을 위반했다.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 요건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윤 대통령이 제시한 정부 관료 탄핵 소추안 22건 발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삭감 등 거대 야당의 의회 폭주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중론이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정치활동을 일절 금한 것도 위헌 소지가 크다. 헌법은 계엄 발동 시 행정부와 사법부 권한에 대한 특별조치를 허용했을 뿐, 입법부는 예외로 뒀기 때문이다. 국회 장악을 위해 계엄군이 창과 문을 부수고 국회 본청에 난입해 본회의장 등을 포위한 것은 경악스러운 장면이었다. 일부 계엄군은 민주당 대변인과 시민들에게 총구를 들이댔고,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체포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윤 대통령이 꿈꾼 대한민국의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과 계엄법은 계엄 선포와 변경 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것과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할 것을 명시했지만,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 측근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극소수 인사들이 계엄을 주도한 것이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이처럼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것은 계엄을 정치적 난국 타개의 승부수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해석이다.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의 국가관과 상황판단력의 수준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일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을 만나 야당 폭거를 막기 위한 계엄 선포는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태의 엄중함을 여전히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민 신뢰와 통치 능력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실했다. 남은 임기 2년 5개월간 그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계엄의 밤’을 거치며 확인된 민심이다. 국민의힘에서도 탈당과 탄핵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가결 요건이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인 만큼 소속 의원이 108명인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가결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7년 만에 비극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탄핵 정국 통과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 이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3개월이 걸렸다. 보수진영조차 "국익을 위해 하야를 통한 질서 있는 퇴진을 끝까지 설득했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다. 경기침체 위기 고조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 재등장 등 각종 대내외 리스크가 닥쳐오는 지금이야말로 국정공백과 혼란을 방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학계 의견이 나오는 만큼 더 큰 국가적 오욕을 막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된다. 이 모든 것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나라의 위기가 증폭된다. 현실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본인의 안위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바란다.
여야, 국가 위기 극복 위한 정치 복원을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특히 정치권 역할이 막중하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와 별개로 여야는 사생결단 식 정쟁을 중단하고 거국내각 구성을 비롯한 국정 공백 해소 방안 모색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드러난 친윤석열·친한동훈 세력 간 자중지란은 국민 안위보다 계파 이익을 중시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한 대표와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함께 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나, 당파적 이해가 아니라 대국적 견지에서 국가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사심 없는 대응이 요구된다. 이재명 대표가 이번 사태를 사법 리스크 탈출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의심을 해소해야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있다. 이 대표는 4일 "(윤 대통령은) 북한과 국지전이라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처럼 위기를 부추기는 태도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합당한지 돌아보기 바란다. 민주당도 의회 폭주에서 벗어나 수권정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경제도 풍전등화… 후폭풍 차단에 만전을
가뜩이나 경제가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국정 공백과 혼란의 장기화는 위험하다. 계엄령 사태로 어제 증시는 장중 2% 넘게 하락하는 등 종일 요동쳤다. 금융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며 7% 안팎 급락세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또한 한때 2년 만의 최고치인 1,440원대로 치솟았다. 금융시장 혼란은 시간이 지나며 안정세를 찾아갈 수 있다 쳐도, 대외 신인도 추락은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기습적인 계엄 선포 자체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의 정치·사회적 불안이 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안 그래도 내수 부진 장기화에 경기 둔화, 세수 부족, 그리고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내외 악재가 켜켜이 쌓인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경제와 민생은 볼모가 되어선 안 된다. 정부는 이 사태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경제 후폭풍 차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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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내란죄’ 해석 가능” 경향신문 “친위 쿠데타 尹 물러나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4.12.05 07:42)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탄핵 투표 앞둔 尹, ‘계엄’ 전모 밝히고 수습책 제시해야” 한겨레 “국가 통치 자격 없다” 한국일보 “모든 것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령 선포 뒤 이틀째, 경향신문이 1면 머리에 사설을 내고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은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다른 신문들도 윤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을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의 퇴진 또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일부 보수신문은 윤 대통령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며 ‘수습책 제시’를 주문했다.
경향신문, 오늘도 1면에 사설 배치 “윤석열 물러나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4일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국회는 5일 자정을 넘겨 본회의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4일 저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를 ‘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5일 오전 대국민담화를 예고했고, 사과 의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은 5일에도 1면 머리기사에 사설을 배치했다. 제목은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 윤석열 물러나라>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을 총 4건 냈고,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내용이었다.
경향신문은 1면 사설에서 “독재적 발상으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권력자를 국민이 용납할 리 없다.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헌법 수호 의무를 진 대통령 자격을 상실했다. 사익을 위해 헌법을 파괴한 행위는 온전히 그가 책임질 몫이 됐다”며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와 국민은 재앙과 같은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내세운 비상계엄 사유를 하나 하나 꼽으면서 그의 행위가 독재 폭거에 해당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들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유로 ‘내란’적 상황을 들었다”며 “헌정 질서를 짓밟고 국회와 야당을 무력화하려 군이라는 국가 폭력을 동원한 것은 윤 대통령이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말살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폭거이고 독재적 행태”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윤 대통령은 국회의 감액 예산안 처리와 야당의 정부 인사 탄핵을 계엄 선포 사유로 들었다”며 “지금 상황이 전시·사변에 준한다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는 자신과 배우자를 궁지로 모는 ‘명태균 게이트’ 등과 연관지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수 국무위원들의 반대까지 무시하며 계엄을 강행해 탄핵 요건을 갖췄고,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틀어막기 위해 포고령 1호로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군까지 국회 봉쇄에 투입한 것도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때 국가 신뢰 회복과 정상화도 첫발을 뗄 수 있다”며 “여야는 국정조사 등 모든 방법으로 계엄 선포 진상을 규명해 국민 앞에 공개하고, 관련자들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그것만이 광복 후 79년간 국민이 피 흘리며 이룩하고 지킨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역사와 향후 헌정 책임자들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기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 <시대착오적 ‘대국민 쿠데타’, 윤 대통령 탄핵해야 한다>에서 “사익을 위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가를 통치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반헌법적 폭거를 일으킨 윤 대통령을 탄핵해 헌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대표가 할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수십년간 피와 눈물로 일궈온 민주주의를 힘으로 짓밟으려 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그 내용과 절차 모두 위헌적이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이 목격한 것은 계엄군이 민의의 전당을 침탈하고 의사진행 방해를 시도하며 민주주의를 군홧발로 짓밟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폭거’를 강조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대국민담화에서도 비상계엄 선포를 야당 탓으로 돌리며 임기 중단 개헌이나 탈당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것을 두고는 “국민 눈높이는 아랑곳 않은채 정략적 계산만 앞세우는 여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중앙·한국일보 “내란죄 해석도 가능” “학계, 내란죄 해당 의견”
중앙일보는 ‘내란죄 해석도 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이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라고 했고,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의 ‘퇴진 결단’을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정치 현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중단시키려 한 것은 터무니없는 독재적 발상이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2024년 한국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윤 대통령이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본회의 진행을 막으려고 한 것은 계엄의 권한을 넘어서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해석까지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대통령의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 모든 것을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엄중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피하다. 김용현 장관 등 계엄 관련자 문책도 필수”라며 탄핵안이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통상 사설 3건을 배치하는 사설란에 장문의 사설 1건을 냈다. 한국일보는 <국가 대혼란 야기한 윤 대통령, 퇴진 결단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일부 계엄군은 민주당 대변인과 시민들에게 총구를 들이댔고,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체포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며 “남은 임기 2년 5개월간 그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계엄의 밤’을 거치며 확인된 민심”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학계 의견이 나오는 만큼 더 큰 국가적 오욕을 막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된다. 이 모든 것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일부 보수 신문들은 윤 대통령에 ‘수습’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탄핵 투표 앞둔 尹, ‘계엄’ 전모 밝히고 수습책 제시해야>에서 “대통령의 궤도 이탈로 초래된 위기인 만큼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국회의 탄핵과 사퇴 요구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회피만 하는 것으로 넘어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먼저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해명하고 수습책과 함께 어떻게 책임질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광화문에, 광주에…광장엔 ‘윤석열 퇴진’ 요구 집회 불붙다
광장에선 ‘윤석열 퇴진’ 요구 촛불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퇴진 요구 집회 사진을 올리고 바로 밑엔 <계엄 사태 ‘탄핵 촛불’ 불붙다>란 제목의 기사를 붙였다. 한겨레도 1면 머리기사로 <“윤석열 퇴진” 전국 촛불…야6당, 탄핵열차 시동>을 배치했다.
한겨레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 대전, 광주, 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시민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광주에선 44년 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 10만명 이상이 모였던 5·18 민주광장을 시민들이 빼곡히 메웠고,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도 1천여명의 시민이 ‘윤석열 내려와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규탄했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결정 절차 분석 “요건·절차도 안 갖춰, 위법·위헌”
신문들은 윤 대통령이 헌법에 따른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집중 보도했다. 국무위원들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와 선포 직후 국회 통고 여부 미준수 등이다. 신문들은 상당수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으나 윤 대통령이 선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뿐 아니라 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친위 쿠데타 시도이자 내란 사태로 직접 규정했다. 1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 ‘내란죄’ 심판대>에 섰다며 “국회가 4일 비상계엄 선포로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2면에선 참모진과 국무위원 사퇴를 전하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사태의 여파로 4일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9명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과 한 총리, 19개 부처 장관 기준 20명이 총원(여성가족부 공석)이고 의사정족수는 11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정족수는 맞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헌법 제77조 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신문들은 “대통령에게 이런 통고를 받았다는 국회의원은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시간 순서대로 윤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를 결정하는 과정을 추적한 기사에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 참모진들과도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를 자신이 건의했다고 밝혔고 참모진 중에서는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도만 이를 알았던 만큼 대통령실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신문들은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입모아 진단했다. 국민일보는 4명의 헌법학자들을 인터뷰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는 여러 면에서 위헌·위법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헌법학자들은 4일 계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 통보 조항 등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국회 활동 금지 포고령이 발표되는 등 사실상 ‘헌정질서 유린 사태’가 발생해 탄핵 사유가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이 기사로 사태를 ‘내란 사태’라 규정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계엄 선포는 헌법 위반이 다수설…내란죄 성립 여부는 엇갈려>라는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경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이해충돌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경찰 핵심 지휘부인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비상계엄 선포·집행 과정에서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저지하는 데 지시·관여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205/130581424/2
[이기홍 칼럼]자폭성 소극(笑劇)으로 이재명 살리고 자기 정치 생명 끊은 윤석열 (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 2024-12-05 23:21)
“패악질을 일삼아 온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한밤중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계된 소극(笑劇·Farce·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는 상황을 연출하는 짤막한 희극) 같은 장면들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3년 반 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실내로 옮겨 보자.
“선배님, 이제 그만 가져오셔도 됩니다.” 문재인 정권의 불의에 맞서 사표를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아직 선거 출마를 선언하기 전의 시기였다. 윤 전 총장의 자택에 60대 초반 남성이 초인종을 눌렀다.
초청하지 않아도 거의 매일 찾아오는 그의 손에는 여의도 정가 동향을 정리한 문서가 들려 있었다. 충암고 1년 선배인 남자는 윤 전 총장을 “아우님”이라 호칭했다. 문서 내용은 허술했다. 하지만 그 정성이 지극해 윤 전 총장은 “힘드실 텐데 그만 가져오셔도 된다”고 조심스레 사양하기도 했다.
그 후 대선 캠프를 꾸린 윤 전 총장은 그 선배를 외교안보팀에 넣어줬다. 거기서도 보고서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소리가 나왔다. 팀장은 우회적으로 “직접 쓰기 힘드실 텐데 현역 시절 데리고 있던 부하들한테 시켜 보지 그러느냐”고 권했고 보고서 내용이 업그레이드됐다.
고교 후배의 집에 드나든 그 전직 장성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더불어 대통령 경호처장이 됐고, 2년 4개월 뒤에는 국방장관이 됐다. 그러고는 장관 취임 3개월 만에 황당하고 엉성해서 ‘자학 개그’라고 불러도 좋을 계엄 사태의 ‘조연’을 맡았다.
조연이라고? 김용현 국방장관이 계엄을 건의했으니 주연 아니냐며 갸우뚱할 독자들을 위한 설명은 잠시 후에 하겠다.
게재 요일이 정해져 있는 고정 칼럼은 보통 며칠 전부터 준비한다. 오늘 자에 게재될 칼럼도 이미 지난 화요일 오후쯤 제목과 내용의 골격을 완성해 놓은 상태였다. 제목은 ‘국민은 민주당과 이재명을 탄핵하고 싶다’였다.
공직자 탄핵 남발과 예산 농단 등 민주당의 의회 권력 남용이 건국 이래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여서 곧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사람 됨됨이를 알고 싶으면 권력을 줘보라고 했는데, 현재 민주당의 힘자랑은 이재명 정권에서 펼쳐질 전횡의 예고편이므로 스스로 낙선 운동을 하는 셈이라는 논지였다. 이 대표가 175석 권력에 취해 자기 발등을 찍고 있다는 게 최근 필자가 취재한 중도층과 온건 보수층의 민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적처럼 수호천사가 다시 나타났다. 지난 총선 때 김일성의 남로당 숙청을 연상케 하는 공천 학살로 참패가 예상됐던 이 대표에게 선거 직전 막판 등장한 윤석열 부부가 대승을 안겨줬듯, 이번에 윤 대통령은 정치사에 남을 어처구니없는 방법으로 이 대표 구원자 역할을 해냈다.
필자 취재에 따르면 계엄은 순전히 윤 대통령 본인의 흥분 격노에 의해 돌발적으로 결정됐다. 윤 대통령을 결정적으로 분노에 휩싸이게 만든 사안은 민주당이 경찰의 대공 수사에 쓰일 특활비 특경비까지 삭감한 대목이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없애더니 이젠 경찰 수사까지 마비시킨다고? 종북주의자들이 정말 국회 깊숙이 침투한 것 아니냐며 격노했다고 한다.
계엄을 선포해 봤자 국회 표결로 무효화된다는 엄연한 현실은, 군이 알아서 조치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 묻혔는데, 믿었던 국방장관은 고도의 정교함과 치밀한 사전 준비가 요구되는 이런 고난도 작전을 실행할 능력도, 시간 여유도 없었다. 즉흥적, 감정적이며 고집대로 밀어붙이는 윤 대통령의 성정과 예스맨 충성파만 선호하는 인사 스타일이 합쳐져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 행태를 보라, 내가 뭘 잘못했냐”며 여전히 억울해한다고 한다. 물론 야당이 상상 초월 수준으로 저급하고 노골적인 의회 독재 행태를 보이는 건 국민도 다 안다. 하지만 야당에 슈퍼 의석을 만들어준 장본인이 자신임을 잊어선 안 된다. 명품백 사건 직후 물도 안마시고 드러누운 아내를 설득해 사과하게 했다면, 선거 직전 의료대란·이종섭 출국 등의 현안에 대해 고집만 조금 꺾었더라면, 총선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이 대표는 총선 때 윤 대통령에게서 175석 요술방망이를 선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대권행 고속도로를 선사 받았다. 이대로 탄핵을 밀어붙이면 사법 리스크는 사라지고 대권 쟁취는 식은 죽 먹기다.
보수는 딜레마다. 국민의힘이 최고 지도자로서의 신뢰 자본을 잃은 윤 대통령을 감싸고 돌면 공멸이 불문가지다. 하지만 탄핵이 된다면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계엄 선포는 자폭 테러나 마찬가지였는데 폭탄을 터뜨린 곳이 상대 진영이 아니라 자기집 건물 한복판이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탈당 출당조차 반대하고 있다. 정말 민심을 전혀 모르는 안이한 집단이거나, 정권이 좌파에 넘어가는 게 TK 등 보수 아성에서 의원직을 오래 하는 데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이기적 계산의 발로다. 윤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회생 불가능하다는 엄중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책이 모아진다.
보수가 궤멸을 피하려면 지지층 재결집을 호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 명분을 쌓아야 한다. 보수 몰락의 최대 요인이었던 김건희 여사 문제가 특검법 통과로 엄정한 사법 처리 절차 궤도에 올라서고, 계엄 주도 세력이 처벌 받고,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쥐 죽은 듯 눈과 귀에서 멀어져야만 등 돌린 온건 보수 시민들이 “그래도 헌정 중단은 안 된다. 좌파 너네들은 더 큰 허물이 있지 않느냐”며 재결집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야당이 강성 좌파와 손잡고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사회를 더 극심한 혼란의 도가니로 밀어넣으면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계엄령 사태의 책임은 냉정하게 법에 따라 엄히 물으면 된다. 계엄령 사태에 국민이 분노한다고 해서 야당의 의회 독재와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님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205/130581671/2
[사설]尹, 혼란 최소화의 길 스스로 찾아라 (동아일보, 2024-12-05 23:31)
-계엄 선포가 경고성이면 다음엔 뭘 한단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정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야당에 대해 경고만 하려던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아가 한 대표가 ‘계엄군이 왜 나를 체포하려 했느냐’고 항의하자 윤 대통령은 “그랬다면 정치활동 금지를 명시한 계엄포고령 위반이니 체포하려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 인사들을 통해 전해진 발언은 그게 진짜 윤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인지,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 지도자의 말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그 발언은 온 나라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비상계엄 선포가 무장 군인을 국회에 투입해 야당을 겁박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작전이었다는 자백과 다름없다. 특히 그 발언에 깔린 인식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야당과 국회 정도는 총칼로 다스릴 수 있다는 군사정권 독재자의 사고방식이 담겨 있다. 그게 별일 아닌 듯 말하는 데선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경고성이라면 다음엔 뭘 더 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사실 윤 대통령의 3일 밤 계엄 선포 담화에 이미 그런 극단적 인식이 담겨 있었다. 국회를 ‘괴물’ ‘범죄자 소굴’로 규정하고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같은 적대적 언사로 일차적으론 야당, 나아가 자신에 거스르는 여당 내부까지 겨냥했다. 계엄포고령 1항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는 그런 인식을 친위 쿠데타와 다를 바 없는 계엄 실행 조치로 구체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외치던 자유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몰상식과 무책임이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잇단 탄핵소추와 예산안 삭감 등 야당의 독주로 인한 국정 마비를 계엄 선포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반대하는 정당(opposition party)으로서 야당의 역할, 나아가 그런 야당과 대화를 통해 타협을 끌어내는 장(場)으로서 국회의 존재를 부정하며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게 과연 대통령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률가로서 헌법 요건에도 맞지 않고 법률에 어긋나는 조치를 하고도 윤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다고 강변한다. 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각료들 상당수가 우려 또는 반대했다는데, 윤 대통령은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러곤 비상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여당의 해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면직 처리해 새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탄핵 위기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이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국민의힘에서 이탈 의원 8명만 생겨도 소추안은 가결된다. 여당 내에선 윤 대통령 탈당이나 임기 단축 등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혹여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지층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는다면 착각일 것이다. 여권에서도 공멸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리더십을 상실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실격(失格) 사유를 여실히 보여줬고 영(令)이 안 서는 현실을 자초했다. 한 외신은 “그 스스로 대통령직은 물론 어떤 자리에도 부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했다. 사태 장기화는 국가적 불안정을 높인다. 정치 혼란을 넘어 경제 사회적 파장도 커진다. 윤 대통령 스스로 냉정하게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할 길을 찾아야 한다. 이제라도 책임 있는 결단으로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7772
[사설] 나라 난장판 만들고 침묵만 지키는 윤 대통령 (중앙일보, 2024.12.06 01:29)
지금도 계엄 불가피했다고 확신하는지 설명해야
빨리 수습책 입장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
45년 만에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이 길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27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것을 끝으로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정치권은 아수라장이 됐다. 경제적 파장이 만만찮고, 국제적으로도 국격이 추락했다. 이런 막장 드라마를 연출해 놓고도 당사자는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 매우 무책임하다.
원래 어제 오전에 윤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모종의 이유로 일정이 취소됐다고 한다. 물론 작금의 사태가 해명이나 사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미 지적했듯이 윤 대통령은 엄중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국민들은 이번 사태에서 윤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으니 본인의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폭거를 하니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며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윤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정리하는 게 바람직한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지 않겠나.
국민이 궁금한 것은 그뿐이 아니다. 비상계엄은 누구랑 상의한 것인지, 아무리 계엄이라도 국회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한데 충분히 판단한 것인지, 계엄 포고령에 난데없이 파업 의료인의 현장 복귀 명령은 어떤 영문으로 들어간 것인지, 계엄을 선포할 때 이렇게 금방 해제가 될 것을 예상했는지,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계속 직을 유지하면 틀림없이 제2의 비상계엄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그런 생각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도 비상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고 굳게 믿고 있는지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사실 그대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
정국의 수습 방향도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달라진다. 그제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은 73.6%였고, 반대는 24%에 불과했다. 아무리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당론을 정했어도 여론이 이러면 무작정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탈당과 계엄 관련자들의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 어제 여당 소장파 의원 5명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했다. 이런 출구전략은 윤 대통령의 동의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윤 대통령은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기 단축이나 기타 수습책에 대해 조속히 입장을 내놔야 한다. 그게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71265.html
불가피해진 탄핵…정치검찰에 틈 주지 않아야 한다 (한겨레, 이철희 정치평론가, 2024-12-06 07:00)
[이철희의 돌아보고 내다보고] 20 _탄핵의 정치학
윤 대통령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헌정을 우격다짐으로 중단시키려 했으니 이제 ‘탄핵 모멘트’를 맞이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제 국민이 더는 참지 않을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 직에서 쫓아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계엄 사유도 안 되는 억지 핑계에다 극우 유튜버 수준의 저질 언어를 구사하고, 필요한 절차도 온전히 지키지 않고 계엄령을 발동했으니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다. 딱 떨어지는 탄핵 사유다.
그간 탄핵을 저어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지난 박근혜 탄핵을 경험하면서 얻은 학습효과가 그 하나다. 일부 여당 의원조차 동의했기에 탄핵이 가능했는데, 그들은 배신자로 몰려 오랜 고초를 겪어야 했다. 탄핵 뒤 여당은 ‘당연히’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여당은 완강하게 버텨왔고, 상당수 국민들도 주저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탄핵으로 잃는 게 너무 많다면 누구라도 주저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여당의 태도는 매우 아쉽다. 탄핵을 저지하는 의회 의석을 방패로 가지고 있는 여당이 대통령을 올바르게 계도하고, 가드레일을 쳐줬다면 대통령이 그렇게 멋대로 하진 못했을 것이다.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친윤’ 이름하에 권력을 즐기느라 졸개 노릇에 만족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제멋대로 할 수 있었다. 한동훈 대표와 몇몇이 이에 저항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애당초 결기가 부족했고, 리더십이 부족했다. 그들이 더 담대한 용기를 냈다면 갈등의 노이즈가 더 커졌겠지만 대통령의 폭주를 제어할 순 있었을 것이다.
검찰 개입에 대한 우려가 다른 하나다. 지난 박근혜 탄핵 때를 돌아보면 검찰의 기민한 변신이 눈에 띈다. 검찰이 어느 날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 수사가 특검의 수사로 이어져 형사범죄가 밝혀졌고, 그 결과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검찰의 수사가 탄핵을 성공하게 만든 요인인 건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검찰의 힘이 너무 커졌다.
검찰은 늘 위기 때마다 국민적 관심을 끄는 수사, 수사 포퓰리즘으로 극복해왔다.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막아냈다. 그 수사로 정치권은 초토화되다시피 했고, 대기업들도 검찰에 무릎을 꿇었다. 검찰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다시 그 노하우를 발휘했다. 십상시 문건 처리 등 정권의 방패로 역할하던 검찰이 탄핵 국면에 정의의 사도로 표변해 검찰개혁의 칼끝을 무디게 만들었다.
하지만 탄핵은 형사처벌이 아니다. 탄핵으로 형사처벌이 면제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사범죄가 있어야만 탄핵되는 것도 아니다. 현행 탄핵제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헌법도 그렇다. 탄핵소추권을 가진 미국 하원의 안내서에 따르면, 탄핵은 처벌수단이 아니라 교정수단이다. 탄핵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 절차이자 과정이다(이철희,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탄핵의 정치학’).
검찰이 개입하면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 진영 또는 세력을 이끄는 엘리트 중 상당수가 강제로 퇴출되고 영어의 몸이 되면 그로 인한 인적 공백뿐만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안긴다. 감정적 앙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원한(rancor)이 정서적 양극화를 추동하게 된다. 자칫 정치보복의 제도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 시도는 검찰의 개입 없이 그를 탄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누가 봐도 윤 대통령이 일종의 ‘친위 쿠데타’를 도발한 것이기에 그가 왜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안 되는지 분명해졌다. 형사범죄도 드러나지 않았는데 무슨 탄핵이냐며 반발하는 일부의 반발도 어렵게 됐다. 대통령이 군사력을 동원해 헌정을 뒤집고, 민주주의를 전복하려 했으니 누가 무슨 명분으로 반대하랴.
이제 탄핵을 피하긴 어렵다. 탄핵을 면하려면 스스로 물러나는 길밖에 없다. 자진 사퇴가 어쩌면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법일 수 있다. 시간을 절약하고, 이런저런 난맥과 다툼의 표출을 막을 수 있다. 가장 깔끔하긴 하나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해온 걸로 봐서는 버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어쩌면 제2의 계엄을 획책할 수도 있다. 자발적 퇴진은 어렵기에 여당이 이를 설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얼마 전 기자회견 때 미국에서도 탄핵이 성공한 예가 없다고 말했다. 맞다. 하원에서 탄핵이 소추된 예는 있으나 상원에서 가결된 예는 없다. 그런데 실제 탄핵과 다름없는 사례가 바로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퇴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이 백악관을 찾아 이대로 가면 탄핵안이 가결될 수밖에 없다는 협박성 설득에 굴복해 하야를 선택했다. 국민의힘이 이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으나 현재 그 당의 분위기론 이 또한 무망해 보인다.
여야가 합의로 또는 여당의 일부가 야권과 손을 잡고 탄핵에 나설 수도 있다. 박근혜 모델이다. 이 경우 다시 배신자 프레임이 제기될 수 있으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온 국민이 밤잠을 설쳐가며 군의 국회 진입을 지켜보며 국회를 응원했고, 한마음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지금 누가 배신 운운할 수 있으랴. 그 배신을 입에 담는 사람이 국민과 민주주의의 배신지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탄핵을 하더라도 지혜가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정치권이 주의하고, 절제해야 한다. 특히 검찰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정치검찰은 언제든지 총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검찰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 정치적 대타협도 필요하다. 탄핵 절차와 탄핵 일정 그리고 무엇보다 개헌 등 정치개혁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한쪽이 수적 우위로 서둘러 밀어붙이면 탄핵의 성공도 성공이지만 탄핵이 묵은 과제 해결을 위한 발전적 승화가 아니라 대선 경쟁의 차원으로 변질되고 왜곡된다. 야당은 탄핵을 밀어붙이되 여당에도 운신의 폭을 열어줘야 한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우리 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제로섬이 아니라 온 국민이 승리하고, 국가적 혁신의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탄핵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848
동아일보 “尹, 시간 문제일 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불가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24.12.07 10:20)
중앙일보 “80년 ‘서울의 봄’ 재연될 뻔...與 ‘탄핵 안된다’만 되뇌면 안 돼”
조선일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전말을 밝힌 뒤 어떻게 책임질지 밝혀야”
경향신문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으로 있는 한 친위 쿠데타 무력화 아냐”
한겨레 “내란 앞에서 탄핵 이후 유불리 따지는 것은 국민에게 죄짓는 것”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고된 가운데, 주요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동아일보)고 전망했다. 여당을 향해선 탄핵 이후 유불리만 따진다면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한겨레)이라며 탄핵 표결에 동참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내란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는 한 친위 쿠데타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경향신문)는 경고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속속 흘러나오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당시 행적에 관한 전언과 증언들은 그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단순히 야당을 겁주려는 경고 수준이 아니었다. 일선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실시간 상황을 챙길 정도로 비상계엄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또 계엄군의 중앙선관위원회 점거 이유가 ‘부정선거 의혹’이었던 사실을 언급한 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의 4·10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에 얼마나 경도돼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이미 위헌·위법적 계엄 선포 자체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격을 잃었다. 이번 계엄 사태는 그간 이면에 가려 있던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이고 위험한 현실 인식, 나아가 감정적 충동적 의사결정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과연 그런 생각과 성정을 가진 지도자에게 대한민국 국정의 운전대를 계속 맡길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을 낳게 했다”며 “이제 윤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거의 없는 듯하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게 자의가 될지 타의가 될지 선택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고 했다. 이어 “국민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국회 활동을 막으려 한 것은 명백한 계엄법 위반이다. 위헌·위법적인 조치임이 명백하다”면서 “계엄과 탄핵 정국에 경제·안보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환율·주가는 흔들리고 기업들의 위기감은 깊어진다.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전말을 밝힌 뒤 어떻게 책임질지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한 대표가 언급한 ‘직무 정지’는 윤 대통령이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도 모자라 ‘제2의 계엄’까지 획책한 정황이 여당 지도부에게 포착되면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며 “까딱했으면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야밤에 잡혀가 구금된 80년 ‘서울의 봄’ 이 재연될 뻔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한 대표가 전한 독대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에게는 앞으로도 기대할 게 없으리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갖는다. 따라서 한 대표와 여당 의원들이 국민이 납득할 수습책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해 이행을 담보해내지 못한다면 보수 정부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비극을 막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할 것이란 우려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명백히 헌법을 어겼어도 감싸고 가겠다는 논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을 향해 “정권 붕괴의 악몽을 정말 막고 싶거든 막무가내로 ‘탄핵은 안된다’만 되뇔 게 아니라,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이나 2선 후퇴·거국 내각 등 국민이 납득할 적극적 수습책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이 지난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과 그에 따라 취해진 일련의 조치는 위헌 그 자체였다.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국회에 즉시 통고하지 않았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을 무력화하려 정치활동 일체를 금지했고, 국회를 침탈했고, 주요 정치인들의 체포를 시도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계엄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들이닥쳤다. 궁극적으로 국회 해산을 노린 게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비상계엄이 윤석열의 의회 권력 찬탈과 집권 연장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내란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친위 쿠데타가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윤석열을 권좌에서 끌어내려 이 국가 불안의 뇌관을 제거해야 쿠데타는 실패로 종결됐다고 확정할 수 있고, 그의 범죄를 단죄하는 일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여당은) 지난 며칠의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동참하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촛불은 횃불이 되고, 그 횃불이 여당마저 태워버릴 것”이라 경고했다.
한겨레는 “국회는 반민주·반헌법·반역사적 범죄를 저지른 윤 대통령 탄핵안을 압도적으로 가결시켜 그를 헌법재판소 심판대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20년 사이 대통령 탄핵이 세 차례나 되풀이되는 것은 비극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저지른 12·3 내란은 온 국민의 이름으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쏟아져 나온 관련자들의 증언은 윤 대통령을 당장 탄핵해야 할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해준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6일 국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자신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라’면서 방첩사령부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며 “개념이 전혀 없고 무능, 무도한데다 비겁하기까지 한 윤 대통령을 집무실에 하루라도 더 있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관건은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표(재적 의원의 3분의 2)를 채울 수 있도록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올 것인지다”라며 여당을 향해 “대통령의 내란 행위 앞에서 탄핵 이후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명백한 헌정 유린에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를 들이대 탄핵안을 부결시킨다면 후손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은 탄핵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보다, 앞으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폭발물 같은 윤 대통령을 직무정지시켜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이어 “조기 대선 혼란을 막겠다고 임기단축 개헌 등 ‘질서 있는 퇴진’을 말하며 시간 벌기를 꾀하는 것은 사치이고 기만”이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1171660.html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 시민혁명으로 몰아내야 (한겨레,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2024-12-08 09:08)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65
친위 쿠데타로 헌정 중단 기도…탄핵은 헌법 절차
탄핵소추 불발 후폭풍 국민의힘 감당할 수 있을까
“박근혜 탄핵이 체제 붕괴”는 추악한 권력욕 궤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회가 강제로 해산된 것은 모두 세 차례였습니다. 헌정 질서가 파괴된 것입니다.
첫째, 1961년 박정희의 5·16 쿠데타입니다.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국회를 대신했습니다.
둘째, 1972년 박정희의 10월 유신입니다. 비상국무회의가 국회를 대신했습니다.
셋째,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입니다. 국가보위입법회의가 국회를 대신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는 친위 쿠데타였습니다. 1972년 10월 유신과 같습니다. 포고령으로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했습니다.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하는 것은 헌정 중단 기도입니다. 내란 범죄입니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즉각 체포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주장이 아니라 법률적인 당위입니다. 대통령 자리에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 끌어내려야 합니다. 안 되면 직무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탄핵소추해야 합니다.
국회가 12월7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해 의원총회를 했습니다. 이탈표 방지를 위해서였습니다.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탄핵소추안은 결국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습니다.
이날은 대설이었습니다.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3도였습니다. 바람이 강해서 낮부터 추웠습니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한참 전부터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여의도로 수많은 시민이 모였습니다.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 동참하라”고 목이 터질 듯 외쳤습니다. 시민들의 함성에 국회 건물이 들썩였습니다.
국회 안에서 함성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할까요?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 을)이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를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보듯이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 체제 탄핵과 붕괴로 이어진다. 대통령 한 사람 탄핵하려다가 대한민국 체제를 탄핵할 우려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개인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체제와 후손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거짓말과 궤변이 어디 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체제가 무너졌나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지극히 정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는 헌법 규정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정권 인수 절차도 없이 선거 바로 다음 날 새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국정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공무원, 정치인들의 역량 덕분입니다.
그런데도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체제 붕괴라고 주장합니다. 쿠데타로 체제를 무너뜨린 사람은 그의 전 장인 전두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윤상현 의원의 궤변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러웠습니다. 윤상현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들도 비슷한 논리로 탄핵에 반대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가만히 들어보면 ‘체제 붕괴’가 아니라 ‘정권 상실’을 두려워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의원총회에서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막는 것”이라고 노골적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나라보다 정권이 더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추악한 권력욕입니다.
12월6일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탄핵소추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12월7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말을 슬쩍 바꿨습니다. ‘직무집행 정지’에서 ‘조기 퇴진’으로 물러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디딤돌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급 회동을 했습니다. 1시간 20분 동안 국정 운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마치 차기 대통령이 정권 인수에 나선 듯한 모양새입니다.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등 일련의 사건의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권력 투쟁이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찬성 카드로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동훈 대표 체포를 지시했습니다.
비상계엄이 실패하자 한동훈 대표는 탄핵소추 찬성 카드로 윤석열 대통령을 위협했습니다.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전형적인 권력 투쟁입니다.
두 사람의 싸움은 쓰나미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 멱살잡이를 하는 취객을 닮았습니다. 동네 꼬마들의 골목대장 놀이를 닮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일단 한동훈 대표의 등 뒤로 숨었습니다. 당분간 얼굴을 내밀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내란죄 수사에 나섰습니다. 제대로 수사를 할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민주당은 12월11일 개회하는 임시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다시 발의할 것입니다. 부결되면 1주일 뒤 그다음 임시국회에서 또 발의할 것입니다. 가결될 때까지 계속할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놀랐던 민심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12월 6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16%, 부정 75%였습니다. 취임 이후 각각 최저치, 최고치입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월 4~5일 기준으로는 긍정 13%, 부정 80%였습니다.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아마도 더 나빠졌을 것입니다. 민심의 분노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덮칠 것입니다. 민란 수준의 집회와 시위가 전국적으로 잇따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 노릇을 하기는 참으로 고달픈 것 같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와 싸우고, 국정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 쫓아내느라고 피곤했는데, 이제는 친위 쿠데타를 하고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윤석열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해 이 추운 겨울에 또다시 거리 투쟁을 하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을 압박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내려져야 합니다.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데,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으로 미루어 파면 결정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살아서 돌아오기라도 하면 이건 정말 큰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몰아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탄핵 소추된 공직자는 해임할 수 없습니다. 국회법 134조 2항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대통령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임명권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탄핵소추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몰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몰아낸 경험이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월26일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하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다음날 국회에 대통령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지금도 대통령 퇴진은 ‘하야’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저는 하야라는 단어를 쓰기 싫습니다. 권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퇴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도 시민혁명은 계속됐습니다. 1979년 부마 항쟁, 1980년 광주 항쟁, 1987년 6월 항쟁의 빛나는 시민혁명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시민혁명으로 헌법을 수호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잡았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을 반드시 몰아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2024년 겨울 시민혁명으로 헌법을 수호하고 대한민국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815530004837
[사설] 국헌문란 지휘 윤 대통령, 즉시 강제 수사해야 (한국일보, 2024.12.09 00:10)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어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 체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반면 내란죄 직접 수사권이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검찰의 합동수사본부 구성 제안을 거절하고 자체적으로 김 전 장관 집무실과 공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중복수사 해소를 이유로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했다. 지금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수사기관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일 때인가. 수사에 진정성이 있다면 이렇게 다투기 앞서 국헌문란을 진두지휘한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로 증거부터 확보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어제 새벽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한 김 전 장관은 6시간 넘는 조사를 마친 직후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며 윤 대통령 입건 사실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던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크다. 김 전 장관이 경찰이 아니라 검찰에 자진 출석을 한 것을 두고 “검찰로 피신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경찰은 국수본이 정당한 수사 주체라며 검찰과의 합동수사 대신 인력을 추가 투입해 150여 명의 매머드급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을 압수수색하고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았을 뿐 정작 사태의 최정점인 윤 대통령 근처엔 접근도 못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모의하고 지시하고 직접 선포했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내란죄가 인정된다면 최고책임자로서 사형이나 무기징역, 무기금고 외엔 처벌 형량이 없는 중대범죄 피의자다. 관련 증거들이 인멸되지 않도록 압수수색 등을 통해 휴대전화, 보고서류 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아니겠나.
출범 4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성과 하나 못낸 공수처에 수사를 맡기는 것도 미덥지 못하다. 결국 특별검찰이 답이다. 다만 증거 확보에 신속성이 생명인 만큼 어디든 지체 없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기 바란다. 향후 특검이 구성된 다음 초기 증거 미확보나 훼손이 수사에 큰 장애물이 된다면 검찰도 경찰도 공수처도 계엄의 공범으로 남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71817.html
[세상읽기] 질서 있는 헌정 회복 절차가 ‘탄핵’이다 (한겨레, 류영재 |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판사, 2024-12-09 07:00)
2024년 12월3일 밤 10시2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12월7일 밤 9시26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부재를 이유로 폐기되었다. 12월8일 오전 11시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질서 있게 조기 퇴진시킬 것이고, 퇴진 시까지 윤석열 대통령을 사실상 직무배제할 것이며, 그 기간 국정은 국무총리가 여당과 협의하여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이 헌정질서에 위배됨을 독립된 헌법기관인 판사로서 단언한다.(다만, 이 의견은 사법부를 대표하지 않음을 밝혀둔다.)
비상계엄부터 살펴본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이고 위법하다. ‘야당의 정부 인사 반복 탄핵 및 예산 삭감’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므로, 비상계엄 선포는 선포 사유를 갖추지 못했다. 또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권한이 있는 국회의 의정 활동을 전면 금지함으로써 헌법과 계엄법이 명문으로 인정한 의회의 계엄 통제 권한을 원천봉쇄했다. 군이 국회의사당에 침입하여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한 행위가 사실이라면 위헌, 위법을 말하기도 민망하다. 늦어도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이 발령된 순간에는 인식할 수 있었던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사법부가 즉시 지적하지 않아 비상계엄이 해제되기까지의 6시간 동안 군경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시민들이 비상계엄을 적법하다고 오해할 여지를 준 점에 대하여 판사로서 사죄드린다.
일련의 ‘비상계엄 사태’가 일단락된 후 진행된 상황을 보자. 헌법은 헌정질서가 한시라도 중단되지 않도록 몇가지 비상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상계엄도 이에 속한다. 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대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헌정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태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하여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그러한 비상계엄 권한을 자신의 국정운영에 반대하는 야당 인사 등을 잡아들이고 노동자 파업과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막고 전공의 등 의사들을 의료 현장으로 강제 소환하기 위해 남용했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 군이 나라를 접수했고 국회의 의정 활동이 불가능해질 뻔했으며 국민들의 기본권이 중단되었다. 헌정질서 유지·회복을 위한 비상계엄으로 인해 헌정질서가 침해된 것이다. 하지만 헌법은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헌정질서를 유린한 경우에도 헌정 중단 없이 헌정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헌정질서 회복 절차가 바로 탄핵이며, 우리는 이미 한번 경험했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는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 사실상의 직무배제, 국무총리와 여당의 국정운영’을 선언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이 그 직을 유지하면서 권한만을 여당 대표와의 합의 아래 내려놓을 수 있는가.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판결 등으로 자격을 상실한 때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등으로 하여금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정지시키는 규정은 국회법과 헌법재판소법상 탄핵소추 의결을 받았을 때가 유일하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는 현 상황을 ‘사고로 인하여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로 간주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물리적으로나 규범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님에도 대통령과의 합의를 근거로 현 상황을 ‘대통령의 사고 발생’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탄핵소추가 아닌 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정지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헌법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헌법은 대통령의 궐위, 사망, 자격 상실 시 60일 이내 후임자 선출을 명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탄핵을 막고 자의적으로 대통령의 사고 발생을 선언하여 선출되지 않은 국무총리의 직무대행 상태 및 대통령의 사실상 공백 상태를 장기화하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
헌법에 의하면 국회는 대통령보다 앞서 규정되어 있다. 그만큼 우리 헌정질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여야 한다(헌법 제46조). 국회는 조속히 헌법이 정한 헌정질서 회복 절차를 이행하길 바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72041.html
[사설] 출국금지 현직 대통령, 혼돈 끝낼 방법은 탄핵뿐이다 (한겨레, 2024-12-09 19:5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916110002120
尹 탄핵돼도 현직 땐 체포·압수수색 '험로'… "하루빨리 하야를" (한국일보, 최동순 이근아 정준기 기자, 2024.12.10 04:00)
대통령 직무정지돼도 의전·경호 등 유지
檢 수사 가능해도 현직 신분 땐 장애 많아
소환 땐 포토라인 치욕… 구속 땐 직무 불능
"우리 알던 그 검사 아냐" 尹 결심에 달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출국금지까지 당하자 하야(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 방어 수단으로 대통령직을 활용한다면 비상계엄 사태에 버금가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직무정지도 어려운 '현직 대통령' 수사
내란죄는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예외에 해당한다. 따라서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해선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 강제수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가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직무는 정지되지만, 의전과 경호는 유지된다.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로 거부될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이 지금까지 청와대를 상대로 한 강제수사에 성공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국정농단 사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무정지된 상태에서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검찰 소환조사 역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에야 가능했다.
체포나 신체 수색 등도 쉽지 않다. 내란 혐의가 적용되면 원칙적으로 구속도 가능하지만, 대통령 경호실 등이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를 들어 막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현직 국회의원 압수수색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강제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소환→구속→재판' 전망... 하야는 언제쯤
검찰 내부에선 수사기관과 윤 대통령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하야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 지위를 '방탄용'으로 쓰기보다는, 국민적 혼란을 초래한 사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는 첫 번째 시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됐을 때가 꼽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9일 김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실상 내란 혐의 수괴라는 점을 시사했다. 김 전 장관이 구속수감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이 악화되면 야당이 14일 재추진할 탄핵소추안 표결 때 국민의힘에서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출석 시점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하야를 결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인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은 자기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멘털은 의외로 약한 편"이라며 "윤 대통령의 성격을 고려하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은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수감을 앞둔 시점을 하야 시기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구속은 헌법상 대통령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규정한 '사고' 또는 그에 준하는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김진한 변호사는 "1분, 1초도 공백이 없어야 하는 군통수권자 지위를 고려할 때, 체포나 구속 순간부터는 권한대행 체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선 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검찰이 영장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결국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대통령이 계속 자리를 지킬 경우, 현직 대통령이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다. 대다수 법조인들은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 의무가 있는 형사재판을 받는 것은 국가와 사법체계 안정을 고려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 선택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적으로 여기는 윤 대통령이 대선 시계가 빨라지는 하야를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우리가 알던 '검사' 윤석열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은 다른 사람인 것 같다"며 "과거의 그를 알았다고 해도,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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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질서 있는 퇴진론이 더 무질서… 탄핵은 가본 길”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2024.12.10 07:32)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일보 “계속 바뀌는 한동훈의 말, 어떤 게 진심인지 모를 정도”
‘6개월 내 퇴진’, ‘2026년 퇴진’, ‘탄핵 표결 참여’ 갈림길 선 한동훈...국민의힘 의총, 계파 갈등에 결론 못 내
사상 초유의 ‘출국금지’ 대통령… 한겨레 “혼돈 끝낼 방법은 탄핵 뿐”
동아일보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자고 나면 바뀌는 한동훈의 말이 혼란과 불안 키운다> 사설을 냈다. 앞선 채상병 특검 문제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까지, 계속되는 말바꿈을 놓고 “여당 대표의 말이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질서 있는 퇴진론이 더 무질서하고 불확실성이 크다”며 “탄핵은 그래도 한번 가본 길”이라 했고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이 탄핵소추안 2차 표결 때는 참여할 것이라 예상했다.
침묵 지킨 한동훈… 당내 갈등 격화에 탄핵 통과 가능성은
지난 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의원총회에서도 발언 없이 의원들 의견을 듣는 데 치중했다. ‘질서 있는 퇴진’의 구체적 방안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10일자 3면 <당내 조율도 버거운 한동훈, ‘질서 있는 퇴진’ 방법에 묵묵부답> 기사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 퇴진 시기를 못 박지 못하는 데는 구체적 시점을 두고 당내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한계는 1년 내 퇴진, 친윤계는 임기단축 개헌을 통한 2026년 퇴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치르려는 계획이다. 동아일보는 10일자 1면 <친한 “탄핵보다 빠르게 하야” 친윤 “임기단축 개헌”… 또 충돌> 기사에서 “당내에선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서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10일 ‘퇴진 로드맵’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표결에도 나선다. 10일자 1면 <與, 오늘 ‘尹 질서있는 조기퇴진’ 로드맵 내놓는다> 기사에서 “한동훈 대표가 지난 8일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당내 여론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는 기존 ‘반대’ 당론을 유지하면서도 1차 표결 때와 달리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동아일보 “여당 대표의 말, 어떤 게 진심인지 알 수 없을 정도”
동아일보는 10일 <자고 나면 바뀌는 한동훈의 말이 혼란과 불안 키운다> 사설을 내고 “12·3 비상계엄 사태 수습을 놓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고 있다”며 “말이 너무 자주 바뀐 것은 물론이고 당내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때문인지 의원들과의 이견도 자주 표출되면서 혼란과 혼선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한 대표가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 찬성을 시사했다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언급하며 탄핵 반대로 선회한 것을 놓고 동아일보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놓고 여당 대표의 말이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는가”라고 했다.
한 대표가 꺼내든 ‘국무총리-여당 공동 국정 운영’에 대해선 “위헌과 월권 논란은 둘째치고 이런 중대한 방침을 최고위원회든 의원총회든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불쑥 발표할 수 있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앞서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발의하겠다”고 했다가 선회한 것을 지적하며 “정치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니 어느 정도 입장이 달라질 순 있다. 그러나 40여 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초유의 현직 대통령 내란죄 수사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국의 한 축인 여당의 대표가 어떤 게 진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말의 신뢰’ 차원을 넘어 현 시국을 여당이 제대로 수습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상 초유의 ‘출국금지’ 대통령… “혼돈 끝낼 방법은 탄핵뿐”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출국금지’됐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피의자 윤석열’ 현직 대통령 첫 출국금지>(경향신문), <尹 출국금지, 현직 대통령 사상 초유>(동아일보), <尹대통령 출국금지>(조선일보), <윤석열 출국금지… 현직 대통령 ‘사상 초유’>(한겨레) 등 10일자 아침신문 1면 대다수에 소식이 실렸다.
한겨레는 10일 <출국금지 현직 대통령, 혼돈 끝낼 방법은 탄핵뿐이다> 사설을 내며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윤 대통령은 법적으로 직무정지가 되지 않은 탓에 여전히 국군통수권을 갖고 있는 등 ‘대통령 아닌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과 내각, 여당 어디에도 컨트롤타워가 없다. 이런 정국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해소할 유일한 헌법적 방법은 탄핵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대통령 명예롭게 탈출시키자’는 여당, 제정신인가> 사설에서 “여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구실 삼지만, 시간벌기 술책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며 “헌법에 따라 윤석열이 사퇴하거나 국회가 탄핵하는 것보다 질서 있는 방식이 있는가. 내란 수괴를 하루라도 빨리 직무에서 배제시키라는 게 국민 명령”이라고 했다.
탄핵에 찬성하는 취지의 칼럼은 보수성향 신문에서도 나온다. 서경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2024년 12월 한국의 ‘덤 앤 더머’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라며 “거리의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 추산 15만 명,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참석한 (지난 주말)집회는 박근혜 촛불시위 때처럼 ‘일반 시민’의 잔치였다”고 했다.
서경호 위원은 “질서 있는 퇴진론이 더 무질서하고 불확실성이 크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탄핵 불발 이후 처음 열린 어제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원화 값이 폭락한 이유다. 탄핵의 길도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래도 한번 가본 길”이라며 “도도한 탄핵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허무하게 휩쓸리며 ‘덤 앤 더머’가 될 것인가, 담대하게 용기를 내서 험한 파도를 타고 갈 것인가. 여당이 마지막 초읽기에 몰렸다”고 했다.
전 헌법연구관 김진한 변호사도 중앙일보 칼럼에서 탄핵소추를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가까스로 지켜낸 공화국이 또다시 위태롭다. 헌법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혼란이 생긴 원인도, 그 혼란을 해결할 방법도 자명하다. 공화국을 배신한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절차와 원칙에 따라 탄핵소추 의결되어야 한다. 말과 기술의 정치로 이를 피하고 넘어가려 하는 행위, 그리고 그것을 허용하는 태도야말로 공화국의 자해행위”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즉각 하야를 촉구했다. 장인철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은 <윤 대통령, 즉각 하야가 국익이다> 칼럼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싶지 않았던 중년의 한 사람으로서, 귀싸대기라도 한 대 후려치고 멱살 잡아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도대체 들떠 돌아갔던 전 정권보다는 낫겠지 했던 소박한 기대마저 오만, 방자 끝에 이토록 얼빠진 짓으로 단숨에 뭉개 버리는 형편없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장인철 위원은 “지금은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견제라는 여당 당략보다 국정혼란의 최소화가 우선이다.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무리한 시도를 접고, 즉각 거국내각 구성 등을 통한 국정 정상화에 매진하는 게 집권당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 퇴진은 일주일 후도 1개월 후도 아닌, 당장 이행돼야 한다. 그게 국익이자, 보수의 진정한 새출발을 도모할 지름길”이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72253.html
[사설] 국힘 ‘2~3월 하야’, 그때까지 ‘대통령 윤석열’ 하란 말인가 (한겨레, 2024-12-10 18:12)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72256.html
[사설] ‘내란 수괴’ 윤석열 당장 체포하라 (한겨레, 2024-12-10 18:24)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내란’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는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공모하여” 12·3 내란을 일으킨 것으로 적시됐다. 김 전 장관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종합해 국가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계엄 당일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윤 대통령한테서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 이토록 위험한 인물에게 더 이상 대통령 권한을 맡길 수는 없다. 수사기관은 당장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서야 한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영장에 적었다. ‘충암파’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과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모두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내란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의 반란 행위를 총지휘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곽 사령관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밝혔다고 한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으나 곽 사령관이 따르지 않았다. 자칫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여전히 국군통수권과 계엄선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라도 재범 가능성이 높다. 증거 인멸도 직접 실행하거나 지시할 수 있다. 앞서 김 전 국방부 장관도 검찰 출석을 앞두고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한 바 있다. 이번 사태와 연관된 핵심 인물들이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긴급체포는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이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요건에 들어맞는다. 검찰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인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당장 실시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핵심 증거가 인멸되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경호처가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막는다면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다. 내란 혐의 수사 때는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우세하다. 수사기관은 당장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라.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997
조선·중앙·동아, 윤석열 비상계엄 맹폭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2024.12.10 20:47)
“명확한 조치는 탄핵소추” 尹 강도 높은 비판
탄핵 투표 불참한 국민의힘 향해서는 “졸렬”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도 윤석열 대통령을 포기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윤 대통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며,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는 논조를 공통적으로 보였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어떻게 자리에서 물러날지를 두곤 엇갈리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이 탄핵에 찬성할 경우 불모지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성 칼럼을 냈다. 중앙일보는 칼럼을 통해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퇴진 방법을 두고 국회의 탄핵소추, 국민의힘이 제안한 ‘질서 있는 퇴진’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TF는 10일 내년 2~3월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고, 2개월 뒤 대선을 실시하는 정국 수습 로드맵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탄핵 시도를 계속 해 나갈 방침이다.
‘질서 있는 퇴진’ 강조한 조선…중앙 “명확한 조치는 탄핵소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모두 윤 대통령이 임기를 빨리 끝마쳐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임기를 끝마쳐야 하는지에 대해선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논설실장·논설위원 등 칼럼을 통해 탄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관련 사설은 내지 않았다. 한겨레·경향신문이 윤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는 사설을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선일보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국민의힘이 탄핵에 동조할 경우 불모지가 될 것이라는 칼럼을 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지, 질서 있는 퇴진이 적합한지 등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10일 1면에서 국민의힘의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與 오늘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 내놓는다> 보도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9일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 <총리까지 탄핵한다는 민주당, 무정부 상태 원하나>에서 “대통령 직무 정지 때 권한대행을 맡게 될 총리마저 탄핵한다면 무정부 상태가 되고 말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문제는 민주당이 안달하지 않아도 결국 법과 순리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은 지난 7일 칼럼 <‘윤석열의 끝’이 ‘이재명의 시작’은 아니다>에서 국민의힘이 탄핵에 동조할 시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로 변할 것이라며 “(다른 방안은) 탄핵에는 반대하더라도 대통령 임기를 단축해 2선으로 후퇴시키면서 개헌과 함께 ‘질서 있는 퇴장’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에선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는 칼럼이 나왔다. 서경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덤 앤 더머>에서 “질서 있는 퇴진론이 더 무질서하고 불확실성이 크다”며 “탄핵의 길도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래도 한번 가본 길”이라고 했다. 최훈 중앙일보 대기자는 칼럼 <‘계륵 대통령’, 질서있는 조기 퇴진뿐이다>에서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용산에서 2000여 명 고위 인사, 군 통수 결재의 펜을 쥔 한 어떤 해법도 쉽지 않을 터”라며 “헌법에도 없는 ‘2선 후퇴’ 같은 애매함은 애초 불가능이다. 가장 명확한 헌법적 조치는 탄핵소추뿐”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동훈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지난 9일 칼럼 <‘대선 시간표’에만 매달리다간 ‘심판의 문’ 들어설 것>에서 “조속한 직무정지의 길은 탄핵밖엔 없는데, (한 대표는) 한남동 관저를 다녀온 뒤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으로 전환했다. ‘당에 일임’이란 대통령 말에 넘어간 건지, 이참에 자신이 정국을 리드할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조선·중앙, 탄핵 투표 불참한 국힘에 “명분 부족”
탄핵소추 투표에 집단 불참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은 한 목소리였다. 조선일보는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뒤인 지난 9일 사설 <‘피의자 윤석열’, 한심하고 참담>에서 “탄핵에 반대한다면 투표에 참여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되는데, 집단 표결 불참이라는 떳떳하지 못한 방법을 택한 것도 자신들의 선택에 명분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탄핵 대신 대통령 직무 배제… 얄팍한 정치공학 아닌가>에서 “탄핵안을 무산시킨 방식도 졸렬하다”며 “당리당략에 매몰돼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는 여당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같은 날 칼럼 <내란죄 피의자의 군 통수권 행사는 안 된다>에서 “(국민의힘이) 헌정 중단 우려 때문에 탄핵을 막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여당의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건 자기 자신과 집단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10일 칼럼 <“나는 시민을 대리한다” 당론 ‘어긴’ 與 의원의 일갈>에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든 공개석상에서든 ‘윤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고 했거나 ‘탄핵소추안 투표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던 의원들은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는 헌법과 국회법을 어긴 셈이 됐다”며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국민이 준 본회의 투표 권한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동아, 비상계엄 선포 후 “비상식적”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연이은 국무위원과 검사 탄핵, 주요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비상계엄 선포 전,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민주당의 국무위원·검사 탄핵과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사설에서 “이재명 대표를 건드린 기관을 예산 삭감과 탄핵으로 보복하면서 수사도 막으려는 것”이라고 했으며, 중앙일보는 지난 3일 사설에서 “사정기관 옥죄기와 이재명 대표 방탄 시도를 감추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민주당의 검사·국무위원 탄핵과 예산 삭감에 문제의식을 느낄 순 있지만, 비상계엄 선포는 도를 넘은 조치라는 공통적인 평가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 사설 <국민 당혹시킨 계엄 선포, 윤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에서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순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합당한 선이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느닷없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무슨 일인가>에서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상식적 상황이다. 터무니없는 계엄 선포로 윤 대통령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고 했으며, 동아일보는 사설 <국민 철렁케 한 한밤 계엄 선포… 혼란과 불안 빨리 끝내야>에서 “여당 의원들까지 참여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상황이 뻔히 예견됐는데도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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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참모 대부분과 소식 끊겨"…朴탄핵 정국 닮아간다, 장면 셋 (중앙일보, 허진 기자, 2024.12.11 05:00)
8년 만의 데자뷔일까. 여권엔 악몽과 같았던 2016년 탄핵정국이 되풀이될 조짐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긴장하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10일 “비상계엄 사태 뒤 흘러가는 모습이 점점 2016년과 비슷해진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때도 12월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은 2016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처음 진행된 7일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유지하며 가까스로 탄핵안 통과를 저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14일 두 번째 표결을 앞두고 있다.
①탄핵 반대→자율 투표?
2016년 탄핵정국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전방위로 확산하며 야권의 탄핵 시나리오가 구체화되던 때였지만 ‘4월 퇴진-6월 대선’으로 당론을 정했고,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설득한 끝에 수용 의사도 받아냈다.
하지만 촛불집회 참석 인원이 대규모로 불어나고 여론이 날로 악화하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탄핵해야 한다”는 여권 내 목소리가 확산했다. 결국 탄핵안 표결 당일 새누리당 의원들은 ‘탄핵 반대’가 아닌 ‘자율 투표’를 당론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이때 60여명이 탄핵에 찬성하며 박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이 됐다.
이번에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1차 표결까지는 표결시 집단 퇴장 및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안철수·김예지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고, 김상욱 의원은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욱 의원은 10일 “차회(次回)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배현진 의원도 표결 참여를 공식화했다. 당에선 “이런 추세면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②여권 분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차 탄핵안이 부결된 뒤 탄핵 대신 ‘직무 배제’ 카드를 꺼내 들며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한계에선 “니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홍준표 대구시장)는 거친 반발이 나왔고, 윤 대통령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직안을 재가하며 논란을 키웠다.
1차 표결 뒤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놓고도 사퇴를 만류하는 비한계와 사퇴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부 친한계가 충돌했다. 12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도 친윤계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추대할 생각이지만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부적절하다”며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8년 전에도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거칠게 충돌했다. 이후 당시 여권은 분당 절차를 밟았고 이듬해인 2017년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홍준표)과 바른정당(유승민)으로 분열된 채 5월 대선을 치렀다. 여권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식으로든 치를 내년 대선 때 여권이 한 덩어리로 유지된다고 보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③소통 안 되는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탄핵정국에서 의원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당시 여권이 어려움을 겪었다. 윤 대통령도 닮은꼴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심야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7일 오전 “우리 당에 일임” 대국민 담화 외에 일절 공개 일정을 삼가고 주로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며 두문불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참모진은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진석 비서실장과 김주현 민정수석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참모와 소식이 끊긴 상황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4일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주호영·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여당 중진을 만났고 6일 관저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곤 다른 인사와 소통했다는 소식이 끊기며 “윤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의구심만 증폭하고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9303
윤 대통령은 왜 아직 그 자리에 있나 (중앙일보,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2024.12.12 00:28)
지난 9월 ‘계엄 괴담과 국민 모독’이란 칼럼을 썼다. 야당에서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했을 때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계엄이 가능하다고 여긴다면 우리 국민에 대한 모독이란 내용이었다. 칼럼은 계엄이 불가능한 이유로, 우선 헌법 77조 5항에 따라 더불어민주당(170석)만으로도 계엄 해제 의결(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로 군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둘째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셋째로 국제사회가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비상계엄, 국민 목숨 위협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망가뜨려
이미 대통령 자격 잃어버린 것
그런데, 지난 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다음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야당 국회의원들과 일부 여당 의원은 담을 넘어가며 필사적으로 국회에 모였다. 4일 새벽 1시 국회는 출석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다. 그것으로 윤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은 무효가 됐다. 이 과정에서 국회에 투입된 MZ세대 군인들은 군 지휘부의 불법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지 않았다. 국민도 용납하지 않았다. 많은 시민이 국회로 달려갔다. 그러곤 군경과 대치하며 자리를 지켰다. 시민들은 군 버스 앞에 드러누웠고 장갑차를 가로막았다. 휴대폰으로 현장을 생중계했다. 국제사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미디어가 실시간으로 속보를 띄웠다. 미 국무부는 즉각 “중대한 우려를 갖고 한국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커트 캠벨 부장관)고 밝혔다. 날이 밝자 윤석열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완전히 실패했다. 칼럼 내용대로였다. 사실 계엄 불가 사유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상식적 사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이성이 마비돼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 ‘계엄 선포가 민주당에 대한 경고성’이라는 윤 대통령의 해명은 거짓말이다. 그는 그날 밤 의원들이 국회로 속속 모여들자 특수전사령관에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그의 고교 후배인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와 구금시설을 준비 시켰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이행됐더라면 사회는 암흑천지가 됐을 것이다.
12·3 계엄 사태 이후 8일, 그사이 벌어진 일들은 국민을 다시 분노케 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한덕수 총리 체제’의 등장, 내년 2·3월로 넘어가는 퇴진 로드맵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얘기들이 튀어나왔다. 가장 기괴한 것은 위헌적 계엄을 실행한 윤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지닌 대통령 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다는 것이다. 국군통수권도 그에게 있다. 그는 조기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 몇 가지 이유만으로도 그는 자격 상실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목숨을 위협했다. 무장한 최정예 계엄군을 국회로, 선관위로 보냈다. 그들이 시민과 충돌하고 총탄을 쏘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공포스러운 일이다. 30여 년의 ‘문민통제’가 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대통령 스스로 민주주의를 저버렸다. 국회 봉쇄, 계엄 포고령의 정치활동 금지와 언론·출판 통제 등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짓밟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스스로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치솟고 있다. 세계가 선망하던 대한민국이 졸지에 기피 국가가 됐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여차하면 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태세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두 기둥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배반이었다. 검찰·경찰·공수처 수사가 내란 혐의 피의자인 대통령을 향하면서 나라는 대혼란으로 빠져들고, 국가 위상은 수직 추락하고 있다. 이런데도 윤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왜 아직 그 자리에 앉아 있는가.
https://www.chosun.com/politics/2024/12/12/ANZ2IYPYJBHUFK5JKKWTMQMKSA/
헌재서 '할 얘기 다 하겠다'는 尹… 하야 대신 탄핵 택한 4가지 이유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2024.12.12. 00:55)
[비상계엄 파동] 탄핵안 기각 기대하고 이재명 재판 일정도 감안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내년 2·3월 조기 하야(下野) 대신 탄핵 소추당하더라도 법적 대응 하는 쪽을 택한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주변 인사들은 표면적인 이유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소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한다. 이와 아울러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아보는 게 하야보다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① “내란 아니다” 법적 다툼 예고
윤 대통령은 최근 변호인을 물색하면서 헌재 탄핵심판 등 법률 싸움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내란 혐의만큼은 벗고 싶어 하는 걸로 안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 후 대통령을 만났다는 한 의원은 “대통령은 ‘민주당의 고위 관료 무차별 탄핵과 예산안 일방 삭감 등을 헌정 질서에 대한 폭거로 봤다. 정부 전복의 위기감 때문에 합헌적인 범위 내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서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계엄군을 국회 등에 진입시켰지만 내란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내세워 법정에서 다투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② “내년 상반기 이재명 항소심 선고…시간 벌어야”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어렵게 될 경우 조기 대선 시점 차원에서도 내년 2·3월 하야보다는 탄핵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면 헌재는 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헌재가 만약 탄핵을 인용하면 결정 선고 이튿날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재에서 최장 기간 심리가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차기 대선은 내년 7~8월에 치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조기 퇴진 로드맵(내년 4·5월 대선)’과 비교했을 때 탄핵 절차를 밟는 게 2개월 이상 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시간에 쫓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지난달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최종심에서 이 판결대로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선거법은 1심 선고 이후 항소심·상고심이 각각 3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적어도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결과는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으로 버텨 조기 대선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파국이 이 대표의 대선 승리로 당연히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③ “탄핵안 기각될 수도”
윤 대통령 주변에선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돼도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재는 9명의 헌법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국회 선출 몫 3명이 공석이다. 여권에서는 “재판관 6인의 성향으로 볼 때 법리 싸움 여하에 따라 기각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일부 감지된다.
헌법 113조는 탄핵 결정에 헌법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6인 체제에서 결정이 내려진다면 재판관 6인 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현재 재판관 6명 가운데 4명(정형식·김복형·김형두·정정미)은 중도·보수 성향, 2명(문형배·이미선)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회 몫 후보자 추천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오다가 윤 대통령을 탄핵할 필요가 생기자 자기들 몫 재판관 후보자 2명의 선출 절차에 들어갔다. 국회에서 재판관 3명(국민의힘 몫 1명, 민주당 몫 2명)을 추천하게 되면 재판관 구성은 중도·보수 성향 5명, 진보 성향 4명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④ “수사 대처에도 탄핵당하는 게 유리?”
검찰·경찰·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도 윤 대통령이 탄핵을 선호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지만 직(職)은 그대로 유지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 신분으로 수사받는 것이 자기방어권 행사 측면에선 ‘자연인 윤석열’보다는 한결 나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파가 엄청나 헌재의 탄핵심판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046
중앙일보 “조속한 국정 혼란 수습, 탄핵밖엔 길이 없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2024.12.12 07:33)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동아 尹 탄핵소추 불가피성 인정
한국·경향 尹 체포 요구… 칼럼에서도 윤 사퇴 요구 빗발쳐
여인형 방첩사령관 “尹 총선 후 계엄 꺼내, 무릎 꿇고 만류”
윤석열 대통령이 자진하야 의사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주요 일간지들이 탄핵소추가 불가피하다는 공통적인 입장을 냈다. 조선·중앙·동아는 탄핵 절차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체포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뒤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계엄 이야기를 꺼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11일 윤 대통령이 자신사퇴나 하야 대신 강제수사와 탄핵 심판에 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한동훈 대표 역시 탄핵 찬성 기류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중동도 인정한 탄핵 투표 불가피성… 한국일보는 구속·체포 요구
이에 12일 주요 일간지들은 국민의힘에 14일 탄핵소추 투표 참여를 요구했으며,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요구한 언론사는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명백해진 내란수괴 혐의… 체포·구속 늦출 이유 없다>에서 “증거로 보나 전례로 보나 내란 혐의가 명백한 만큼, 현직 대통령이더라도 체포·구속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경우 대통령실과 수사기관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윤 대통령 스스로 수사기관에 출석하거나 강제수사를 받아들이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그게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 <용산 압수수색·김용현 구속, ‘내란 윤석열’ 긴급체포하라>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법을 위반한 윤석열의 범죄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현시점에서 군·경찰·국정원 간부 등을 한 명 한 명 조사해 윤석열 혐의를 입증하는 수사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윤석열 일당에게 증거인멸과 도주 기회를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당장 윤석열을 체포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라. 윤석열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면 지명수배를 내리고 현상금이라도 걸라”며 “그것이 작금의 난국을 타개하고, 권력의 시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지, 질서 있는 퇴진이 적합한지 등 사설을 통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조선일보는 사설 <탄핵소추 가능성 높아지는 尹 거취, ‘法의 길’이 유일한 해법>에서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이 오히려 무질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헌법이 규정한 탄핵 절차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군 통수권을 비롯한 안보와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전까지 예측 가능한 법적·정치적 일정이 제시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정국의 혼란에도 경제와 국제 신인도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헌법이라는 나침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법과 법률이 제시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질서를 회복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김용현 구속, 조지호 체포, 용산 압수수색… 임박한 尹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대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한다. 1차 탄핵 표결 전 임기 문제 등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한다고 했지만 결국 시간 벌기 전략이었던 셈”이라며 “국민적 분노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런 꼼수가 먹힐 걸로 본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내란죄 수사와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빠져나갈 구멍은 거의 막혔다. 이제라도 본인의 살길보다 혼란의 조속한 수습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조속한 국정 혼란 수습, 탄핵밖엔 길이 없다> 사설에서 “대다수 국민은 이런 중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이 왜 내년 2~3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탄핵이라는 간단명료한 절차가 있는데 말이다”라며 “더 시간을 끌면 ‘윤석열의 자멸’을 ‘보수의 자멸’로 확대하는 모양밖엔 안 된다. 국민의힘은 여론의 역풍을 맞고 더 가라앉기 전에 탄핵안을 통과시켜 정국을 수습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尹 사퇴하라” 신문사 칼럼 이어져
칼럼을 통해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103명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명함>에서 “벼랑 끝에 놓인 지금 무슨 엄청난 일을 또 벌일지 이젠 정말 누구도 모른다”며 “답은 단 1분, 1초라도 빨리 그를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뿐이다. 자진하야가 아니라면 직무정지를 할 수 있는 건 헌법에 규정된 탄핵 외에 없다”고 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칼럼 <명예를 안다면 대통령직 사퇴하라>를 내고 “혹시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온 국민이 들고일어나게 된다. 윤석열 한 사람 때문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성 기자는 “대통령 이전에 인간으로서 마지막 남은 한 조각 자존심과 명예를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결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렬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역시 <윤 대통령은 왜 아직 그 자리에 있나>를 통해 “과연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두 기둥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배반이었다”고 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칼럼 <尹, 지지층과 黨 부끄럽지 않게 탄핵·수사 임해야>에서 “이번 주말 2차 투표는 의원 각자의 소신대로 찬성과 반대를 표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한때 당의 어른이었던 대통령의 마지막 배려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총체적 지휘 책임을 인정하는 가운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감싸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 “尹, 총선패배 뒤 계엄 꺼내” 여인형 발언 보도
한편 중앙일보는 1면 <“대통령, 총선패배 뒤 계엄 꺼내 무릎 꿇고 안된다 만류한 적도”>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4월 총선패배 후인 지난 여름 여인형 방첩사령관과의 식사 자리에서 계엄 이야기를 꺼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특수본은 여 사령관의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대한 불만과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 등으로 계엄 선포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지시한 것은 아닌지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여 사령관에게 계엄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 사령관은 특수본에 “대통령이 계엄을 점점 더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고, 정말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직언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만류까지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022년 대선 당시 캠프 관계자에 계엄 관련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관계자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이 촛불시위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그게 무슨 걱정이냐. 계엄령을 발동해 다 쓸어버리면 되지’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전가옥에 불러 ‘계엄 작전 지휘서’를 전달하고 브리핑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면 <“尹, 계엄 3시간 전 경찰 수뇌부에 작전 설명”>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軍) 주요 지휘관뿐 아니라 경찰 지휘부에도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 같은 명령을 하달한 정황이 나타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과 국회·선관위·민주당사·MBC·여론조사 꽃 등 주요 점령 지점을 지목했다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72765.html
[사설] 최대 경제 리스크 된 윤석열, 탄핵이 경제살리기다 (한겨레, 2024-12-12 18:01)
12일 오전 12·3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되자, 금융시장이 한때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현재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윤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가뜩이나 힘든 한국 경제가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1원 내린 1429.1원으로 개장했으나, 담화 소식이 전해지자 오름세로 전환해 1434.80원까지 상승했다. 장 초반 2468.80까지 오르던 코스피도 담화 직후 2448선까지 하락했다. 다행히 두 시장 모두 안정세로 마감했으나, 선동에 가까운 대통령의 담화가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흔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히 환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내란사태 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만 넘어도 당국과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했으나, 어느새 1400원대가 익숙해졌고, 심리적 마지노선이 1450원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환율이 불안한 상태에서는 기업들이 내년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도 없다. 더 이상 정국 불안이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만 위기인 것이 아니다. 내수 부진 장기화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그나마 연말 특수에 기대를 걸었다가, 내란사태로 송년회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란발 불황’을 겪고 있다. 관광업계도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발을 구른다. 조속한 정국 안정만이 이런 애꿎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내수 침체, 수출 둔화, 성장률 저하, 긴축 예산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전쟁 등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악재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을 통해 시한폭탄 같은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후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가라앉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2797.html
‘혐의 부인’ 윤석열 담화…법조계 “재범 위험, 신속 구속해야” (한겨레, 배지현 정혜민 이지혜 기자, 2024-12-12 20:54)
내란 혐의 정면 부인 12·12 담화에
법조계 ‘신속한 강제수사’ 필요성 제기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1212/130632968/2
[사설]끝없는 망상과 자기부정, 尹 직무배제 한시가 급하다 (동아일보, 2024-12-12 23:30)
왜곡과 거짓, 궤변과 억지
남탓과 회피, 망발과 선동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4/12/13/63FFAR3GL5H4PGZOUK64M6T26Y
[사설] 이 지경 사태 출발점엔 '尹 부부' 그래도 여전히 남 탓만 (조선일보, 2024.12.13. 00:25)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거대 야당은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 대통령 퇴진과 탄핵 선동을 반복하며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여왔다”며 “계엄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과 위기 상황을 국민께 알리고 멈추도록 경고하기 위한 비상조치였다”고 했다. 또 “계엄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맞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29분간 담화 내용 대부분은 야당 비판이었다. 윤 대통령 지적대로 민주당은 특검 법안을 27번이나 발의하고 무려 20여 명의 정부 관료를 탄핵소추했다. 거의 모두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었다. 많은 국민이 이런 민주당 행태를 비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사태에만 발령해야 할 비상계엄이 정당화될 수 없다. 모든 일에는 합법적이고 적절한 수준이 있다. 민주당의 폭주와 국정 방해는 대국민 호소 등 다른 정치적 수단으로 대응해야 했다. 이 대표 방탄도 정상적 사법 절차를 따르면 됐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계엄과 같은 후진적 행태는 졸업한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 자부심을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파괴하자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금의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근본 원인은 지난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때문이다. 민주당 폭주의 문을 열어준 사람은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다. 총선 참패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로 민심이 악화한 것이 가장 심각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를 성역으로 만들어 민심 이반을 키웠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등 윤 대통령의 오만 불통이 연속으로 드러났고 막판에는 김 여사 문제로 여당 대표와 싸움까지 벌였다. 스스로 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폭주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과 김 여사의 과오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과를 했어야 한다. 모든 문제가 거기에서 시작된 것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비로소 국민과 소통이 될 수 있다. 그런 다음의 민주당 비판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국민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남 탓뿐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봉쇄 의사가 없는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했지만 군·경찰·국정원 수뇌부 등의 진술은 다르다.
그동안 ‘질서 있는 대통령 퇴진’을 모색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탄핵소추안 표결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에 참여하겠다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늘고 있다. 이 모든 게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9610
정권 망친 윤 대통령의 3중 중독 (중앙일보, 김정하 논설위원, 2024.12.13 00:43)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는 ‘확신범’의 면모를 선명히 드러냈다. 내용 자체는 취임 후 한 담화 중에 가장 명료했다. 거대 야당의 횡포를 격렬히 비난하는 대목은 동의할 국민도 꽤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갑자기 비상계엄으로 급발진한 과정은 도무지 합리적으로 납득하기가 힘들다.
국회에 병력을 보낸 데 대해 윤 대통령은 “국회를 마비시키려 한 게 아니라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군 투입이 애들 장난인가. 한국 사회에서 군의 정치 개입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생각도 안 해 봤나. 윤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왜 이렇게 됐을까. 이번 사태는 그의 세 가지 중독 때문에 발생한 듯하다.
첫째는 권력 중독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한 번 찍은 표적은 어떻게든 구속하는 칼잡이로 유명했다. 거물급을 줄줄이 잡아넣으면서 그는 자신의 검사 권력에 대한 강한 확신이 생겼을 것이다. 내가 마음먹으면 제압하지 못할 대상이 없다는 믿음이다.
권력 중독, 영장 청구하듯 비상계엄
유튜브 중독, 음모론 신봉 망상으로
알코올 중독, 쉽게 격노 판단력 저하
뇌신경학자 이언 로버트슨에 따르면 권력감은 도파민(행복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촉진해 뇌의 중독 중추를 활성화한다고 한다. 로버트슨은 “권력은 코카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시야를 좁게 만든다”(『승자의 뇌』)고 지적했다.
권력에 깊이 중독된 윤 대통령은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래서 토론도 없이 무작정 청와대를 옮겼고, 껄끄러운 여당 대표를 내쫓았고, 대책도 없이 의대 정원을 2000명이나 늘렸다. 그런데 지난 4월 총선 참패 후 거대 야당이 사사건건 자신의 권력 행사를 방해하니 울화가 쌓여 폭발 지경이 된 듯하다. 권력 중독자에게 대화와 타협은 머릿속에 없는 개념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흔한 구속영장 청구 정도로 인식했을 것이다. 군 병력을 동원해 ‘범죄자’가 이끄는 야당을 제압하겠다는 발상은 권력 중독의 종착점이었다.
둘째는 유튜브 중독이다. 윤 대통령은 신문ㆍ방송보다 유튜브에 심취했다. 윤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직접 특정 유튜브 채널을 추천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구독자 수에 목을 매는 유튜브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제한적 시청층을 대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자극ㆍ편파적이고 검증 안 된 불량 콘텐트가 난무한다.
윤 대통령이 즐겨 보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우파 채널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는 그만이었을 것이다. 맨날 신문ㆍ방송은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꼬치꼬치 따지지만, 유튜브에선 이 모든 게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종북ㆍ반국가 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시원하게 정리해 주니 얼마나 듣기가 편한가.
유튜브에 중독되면 음모론이 지배하는 망상의 세계에 빠진다. 이번에 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선관위에 진입해 서버 확보에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얼마나 신봉했는지 보여준다. 그는 어제 담화에서도 선관위에 대한 강한 의심을 장황하게 표출했다. 그가 2022년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났을 때 이태원 참사에 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새삼스럽다. 윤 대통령은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봤다.
셋째는 알코올 중독이다. 윤 대통령은 수십 년간 폭음을 해왔다. 술은 뇌의 전두엽을 망가뜨린다. 전두엽은 충동을 억제하고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부위다. 술 때문에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툭하면 흥분하고 격노한다. 나중에 증상이 심해지면 술을 안 마신 상태에서도 그렇게 된다.
윤 대통령은 진작에 알코올 중독 상담을 받았어야 했다. 그랬으면 계엄 선포와 같은 비극적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술로 인한 판단력 저하가 자신의 인생과 정권을 파멸로 몰고 갔다. 쓰고 나니 뜨끔하다. 새해부턴 술을 줄여야겠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9614
[사설] 자기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 윤 대통령 담화 (중앙일보, 2024.12.13 00:48)
야당의 탄핵·특검 공세가 국회에 군 투입 이유 되나
선관위 허술한 시스템 보안 시정하려 군대 보냈다니
불리한 내용 빼고 견강부회 가득…처벌 모면에 급급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078
대다수 언론, 탄핵 가결 예상...조선일보 “대통령이 자초”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2024.12.13 07:34)
[아침신문 솎아보기] 두 번째 탄핵안 가결될 듯...“익명의 찬성 의원 있어, 최소 8명”
동아일보 사설 “벌거벗은 임금님 한시라도 빨리 끌어내리는 수밖에”
조국 징역 2년 확정 판결에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탄핵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담화를 발표했으나 계엄을 정당화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언론은 이를 ‘궤변’이라며 스스로 ‘탄핵 열차’에 올라탔다고 탄핵 가결을 예상했다. 여당에서 8명이 탄핵에 찬성 표결하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데 이미 찬성을 밝힌 여당 의원이 7명이다. 언론에 따르면 익명의 찬성 의원이 있어, 최소 8명은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음은 1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두 번째 탄핵열차 종착지가 보인다>
국민일보 <尹 “계엄은 통치행위” 탄핵열차 스스로 올랐다>
동아일보 <불법 계엄이 통치행위라는 尹의 궤변>
서울신문 <민심 등진 담화…내일 탄핵 가결 확실시>
세계일보 <尹 끝내 사퇴 거부…한동훈 “탄핵 외엔 방법 없다”>
조선일보 <韓 “탄핵만이 방법” 친윤 “반대가 당론”>
중앙일보 <이재명 무죄 준 판사도 체포 대상이었다>
한겨레 <윤석열의 ‘궤변의 29분’, 탄핵 민심에 기름 부었다>
한국일보 <불법 계엄이 통치행위라는 ‘12·12 궤변’>
윤 대통령은 계엄 사태와 관련해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탄핵을 하든 수사를 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며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는가”라며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라고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임기 등의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겼다”며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의사가 없는 이상, 탄핵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은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될 것이라 봤다. 한국일보 1면 기사 <불법 계엄이 통치행위라는 ‘12·12 궤변’>는 대통령 담화를 가리켜 “반성은 없고 억지 주장만 넘쳤다”며 “극우 진영의 음모론에 사로잡혀 야당을 공박하고 자기 변명에 급급했다. 12·3 불법계엄 이후 참담한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탄핵이 왜 필요한지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고 썼다. 이어 “압도적 탄핵 여론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라 덧붙였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윤석열의 ‘궤변의 29분’, 탄핵 민심에 기름 부었다>에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담화는 즉각 거센 역풍을 불렀다”고 평가했다.
특히 12일 담화로 인해 국민의힘 의원들도 돌아서면서 14일 탄핵이 가결될 것으로 언론은 예상했다. 한국일보나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한 의원이 7명이라 보도했고 마지막 1명은 의견을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1면에 “익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5면 <탄핵 ‘매직넘버’까지 단 한 표 남았다...여당 탄핵 찬성파 7명으로 늘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국민의힘 의원들이 7명으로 늘었다. 윤 대통령 탄핵까지 이제 단 한 표가 남게 됐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의원 중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의원에 김상욱, 조경태, 김재섭 의원이 있었고 12일 진종오, 한지아 의원이 늘었다. 한동훈 대표가 탄핵 찬성 깃발을 들었기에 언론은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이미 나온 7명 외에 이탈 의원이 더 있을 거라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국일보는 5면 기사에서 “마지막 매직넘버를 채우는 의원은 사실상 대통령 탄핵 가결의 종지부를 찍는 상황이 되는 만큼, 공개적인 의사표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 <‘탄핵 전초전’ 특검법 표걸, 與 당론 깨고 이탈표 발생>에서 국민의힘 의원 3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22명이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22명 중에는 공개적으로 탄핵소추 찬성 입장을 밝힌 7명이 포함됐는데 정확하게 ‘반대’ 입장을 낸 의원은 2명이라 전했다. 그 외 의원들은 ‘고민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與 ‘탄핵 둑’ 터졌다… 최소 8명 “내일 찬성 표결”>에서 “이날 친한(친한동훈)계 진종오 한지아 의원도 탄핵 찬성 입장을 내놓으면서 여당에선 이날까지 7명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을 예고했다”면서 “익명의 한 여당 의원도 탄핵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최소 8명이 탄핵 가결 입장을 밝힌 것”이라 전했다.
동아일보 사설 “벌거벗은 임금님 한시라도 빨리 끌어내리는 수밖에”
조선일보 사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고밖엔 할 말이 없다”
언론사 사설들 역시 비상식적 계엄에 이어 비상식적 담화로,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라 판단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한동훈도 선회, 여당 윤석열 탄핵·출당하라>에서 “탄핵 찬반을 떠나 표결 의사를 밝힌 의원이 10여명이어서,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고 한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을 조속히 해소하려면 탄핵은 더 늦추고 피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음 직하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 <탄핵 재촉한 억지와 궤변의 담화>에서 “비상식적인 계엄만큼이나 담화도 상식을 크게 벗어났다. 대통령직에 더 머물게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끝없는 망상과 자기부정, 尹 직무배제 한시가 급하다>에서 “지난 열흘 동안 윤 대통령은 스스로 위험한 권력자의 본색을 드러냈다. 망상에 빠진 지도자가 어처구니없는 망동을 벌이고도 버젓이 망발을 일삼는 믿기 어려운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며 “자진 사퇴를 통해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킬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마저 끝내 저버렸다. 이미 모든 기회를 잃고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이젠 법적 절차에 따라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한시라도 빨리”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날 사설 <이 지경 사태 출발점엔 ‘尹 부부’ 그래도 여전히 남 탓만>에서 대통령이 담화에서 민주당을 비판한 것을 두고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사태에만 발령해야 할 비상계엄이 정당화될 수 없다. 모든 일에는 합법적이고 적절한 수준이 있다”며 “무엇보다 지금의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근본 원인은 지난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때문이다. 민주당 폭주의 문을 열어준 사람은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게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사설 <자기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 윤 대통령 담화>에서 “국내외를 충격에 빠뜨린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는 견강부회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야당이 반대한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처사는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는 여당 의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사설 역시 “위험한 사고를 가진 대통령으로부터 국군 통수권을 포함한 국정 운영 권한에 대한 접근을 하루라도 빨리 막는 것이야말로 국가 정상화의 첫걸음일 것”이라 전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1311070005214?did=NA
[사설] 오늘 尹 내란 탄핵 표결...헌법 46조 '국익과 양심' 새기길 (한국일보, 2024.12.14 00:10)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1341
윤석열은 독재자다 (참세상, 김민하(시사평론가) 2024.12.14 10:26)
대통령 윤석열이 구상한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는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스케일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불법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의 감정적, 즉흥적 결정이 만든 돌발적 사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경의 책임자들이 지금까지 수사기관과 언론에 털어놓은 얘기를 보면, 단순히 그런 식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게 드러난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대통령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건 언제였을까? 문재인 정권 당시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를 담당한 게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이었다는 점에서 검사 시절부터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구체적인 단계에 도달한 것은 지난 총선을 전후한 시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충암파’ 중 한 명인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총선이 끝나고 초여름에 대통령과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시국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격해지다가 (대통령이) 계엄 이야기를 꺼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여 사령관에게 계엄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이 계엄을 점점 더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고, 정말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직언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만류까지 했다”는 여인형의 진술을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윤석열이 방첩사령관에게 계엄 관련 언급을 직접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총선 직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당시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이 공관에서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과 모임을 가졌고 이게 더불어민주당 등에 의해 ‘계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산 계기가 됐다는 점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총선 전후’라는 시점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총선 직전까지의 분위기를 되짚어보자. 여당의 승리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 용산은 이원석 총장 체제의 검찰을 적대하고 있었고,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도 확산하는 상황이었다. 채 해병 사건으로 위기감이 더 커지는 가운데 용산은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과도 당 운영과 공천 등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보수언론은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은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경고를 날리는 상황이었다. 조선일보에는 총선 패배 시 대통령이 자진 사퇴의 결단을 내리는 게 차라리 나을 거라는 식의 칼럼이 게재되기도 했다.
예상대로 여당은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일반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라면 국회 다수를 점한 야당과 타협해 가능한 만큼이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력을 발휘해 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그런 성격의 지도자가 아니다. 타협이라기보다는 협잡에 가까운 아이디어들이 일부 흘러나오긴 했으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말 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더 이상 선거는 없지만, ‘한 방’에 모든 것을 뒤집어야 한다… 그러려면 계엄뿐이다…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닐까? 김용현은 그러한 임무를 안고 경호처장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게 아닐까?
계엄을 선포하려면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있어야 한다. 최근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김용현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등을 합참에 요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긴장을 조성하여 계엄의 요건인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 이러한 시도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명태균 의혹 관련 수사 변수 통제가 어려워지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으로 김건희 특검 재의결 관련 전망도 낙관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불법 계엄을 강행하게 된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
계엄 당일의 상황을 보면 윤석열은 그 자신의 반복된 항변과는 달리 절차적 측면에서도 법을 준수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헌법 89조는 계엄 선포와 해제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국회에서 계엄 선포를 앞두고 열린 걸로 알려진 국무회의에 대해 “절차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했다. “회의 기록과 속기, 개회 선언, 종료 선언 등이 이루어졌느냐”는 질문에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 말씀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간 보도에 의하면 국무회의는 한덕수 총리가 형식적 요건이라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여 열린 걸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사실상 국무회의는 열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인 윤석열이 국무회의를 거칠 의향이 ‘전혀’ 없었던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과거 전두환의 사형 선고 사례를 보면 헌법기관인 국회를 장악한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가 내란 혐의 인정의 핵심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불법 계엄 선포를 하더라도 이후에 내란 혐의를 부정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면 국회를 공격하거나 계엄 해제를 방해하는 일 등은 절대 해서는 안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을 통해 사실상 정치 활동 일반을 금지하고 특전사 등의 국회 점거 및 정치인 체포 등을 직접 지시 및 독려했다. 뒷일을 생각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애초에 법 절차를 준수하려 했다고 주장할 생각조차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윤석열이 국민과 국제사회에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놓으려 한 시나리오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이다. 지금까지 계엄에 동원된 군경 관계자들의 증언과 당일 군의 움직임 등을 종합해 볼 때, 또 윤석열이 실제 주장하고 있는 바를 볼 때, 윤석열은 야당 의원들이 부정선거에 의해 선출됐고 이 과정에 북한이 개입했으며 체포된 의원들은 당선 무효이고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총선 결과를 뒤집고 김건희 특검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는 ‘옳게 된 국회’를 재구성하려 한 게 아니냐는 거다.
대국민 호소문 등을 볼 때, 윤석열은 극우 유튜브 등이 유포하고 있는 부정 선거론을 진지하게 믿었던 듯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황당한 이론을 어느 수준까지 믿었느냐와 별개로, 이를 활용해 실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민주공화국을 자처하는 국가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에 관한 규범을 준수할 의지가 아예 없고, 이에 대한 아무런 이해조차 없는 자가 지도자로서 2년 반을 넘게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세간에서 말하는 대로 단지 정신적 문제가 있거나 알코올중독으로 합리적 판단이 되지 않는 ‘이상한 사람’에 그치는 지도자가 아니다. 윤석열은 독재적 수단에 쉽게 이끌릴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를 거부할 민주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엄을 활용해 총선에 불복할 수 있다는 구상이 가능한 것이며, 절차를 전혀 존중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행태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자를 우리는 독재자라 불러왔다.
12일 윤석열의 대국민담화는 부정 선거론을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극우 유튜브의 세계에 살고 있는 극소수의 급진적 유권자에게 구조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의 대안적 세계 속에서 윤석열의 ‘선관위 상륙작전’은 이미 성공하고 있다. 비극은 이들의 대안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격차가 극대화되는 지점, 부정 선거를 증명하고 종북세력을 박살 내는 윤석열과 탄핵당하고 구속기소 되는 윤석열의 희비가 드라마틱하게 엇갈리는 시기에 발생할 것이다. 어쩌면 이는 한국판 트럼프의 의사당 점거 폭동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대선 때 이런 윤석열을 자유민주주의를 재건할 엘리트로 간주하고 심지어 지지를 보내기도 한, 왕년엔 진보를 표방했던 일군의 인사들이 있었다. 왜 그때 알아보지 못했냐는 식의 소모적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식의 복기는 모든 것을 황폐화할 뿐이다.
답을 얻어내야 할 질문은 이런 것이다. 어째서 독재자를 자유민주주의자로 오인하는 정치가 존재할 수 있게 되었는가? 어떻게 우리는, 독재자를 당장 자리에서 끌어 내리자는 당연한 요구를 하면서도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식의 공학적 사고를 한 묶음으로 내놓는 정치의 인질이 되었는가? 어쩌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에게 이용당하지 말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국민의힘에 이용당하거나, ‘국민의힘에 이용당하지 말라’고 외치는 민주당에게 이용당하는 신세가 되었는가?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독재자가 집권해 있는 이런 나라에서, 이런 것이야말로 정말 곱씹을수록 딱하고 서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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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10212116005
대통령 탄핵 요건에 대한 검토 필요 (경향,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2024.10.21 21:16)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당장 대통령 탄핵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탄핵요건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탄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탄핵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갈등과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전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이다. 요건도 까다롭다. 대통령이 실정(失政)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탄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탄핵소추를 했다가 기각되면, 오히려 정치적 혼란만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거대 야당 소속 정치인이 지금 시점에서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정치권 바깥에서 탄핵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권력남용에 대한 견제 효과도 있을 수 있다.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꾼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탄핵 요건에 대한 검토와 논의를 할 때, 우선 봐야 할 것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일 수밖에 없다. 모두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던 사례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달랐다. 전자는 탄핵이 기각됐고, 후자는 헌법재판관 전원이 탄핵에 찬성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단순히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만으로 탄핵의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능하려면,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큰” 경우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에만 탄핵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정치적 무능력,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고, 대통령 취임 전의 일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기준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사실관계와 의혹들을 헌법재판소의 판단기준과 맞춰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워낙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 왔기에, 집단지성에 의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 탄핵 사유로 인정된 핵심은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거나 국가기관이나 조직을 동원한 점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에 재산출연을 강요하는 등 기업의 사적 자치 영역에 간섭한 점 △직무와 관련된 비밀이 유출되도록 지시 또는 방치한 점 △공직자가 아닌 사람의 의견을 비밀리에 국정에 반영한 점 등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적용해 보자. 카테고리별로 유형화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외압을 행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갈아치우는 등 여당 당무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했고, 대통령은 이를 방치한 의혹이 있다. 국민은 김건희 여사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않았다. 선출되지 않은 사람의 국정 개입을 방치하는 대통령이라면, 그 자격이 없다. ‘십상시’니 ‘김건희 라인’이니 하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이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대통령실 이전 과정 의혹,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를 은폐·비호하기 위해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는지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는 헌법상 인정된 권한이라고 치자. 그렇지만 그 외의 방법으로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은폐·비호한 것이 드러난다면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를 얘기하지만, 그 선에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아닌 사람의 국정 개입은 국기문란이므로 반드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 물론 의혹만으로는 안 된다.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
이런 검토와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탄핵도 헌법 질서의 한 부분이라면, 검토와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5979
[중앙시평] 시간은 윤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중앙일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2024.10.22 00:44)
“위기? 무슨 위기?(Crisis? What crisis?)”
요즘 정국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을 보면서 떠오른 말이다. 원래 이 표현은 영국 노동당 총리 캘러헌을 향한 것이었다. 1978년 영국 사회는 인플레와 노조의 파업 등으로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른바 ‘불만의 겨울’이다. 그렇게 명명될 정도로 당시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컸지만, 캘러헌 총리는 국민의 이런 불만과 어려움에 공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혼란(chaos)이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둔감한 대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의회의 내각불신임으로 이어졌고, 뒤이은 총선에서 노동당은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에 권력을 넘겨주고 말았다.
정책 난맥, 부인 논란에 민심 동요
대통령은 ‘무슨 위기?’ 팔짱만 껴
선거 치러야 하는 여당은 위기감
여당과 관계서 대통령은 이미 ‘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20%대 초반까지 떨어진 데서 알 수 있듯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높다. 임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딱 부러지게 풀어낸 정책이 없다. 의사들과의 다툼은 장기화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안 보이고, 노동, 연금, 교육 등 약속했던 개혁 정책도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는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안 그래도 불편한 민심에 불을 질렀다. 더 불편한 건 대통령의 안이함이다. 민심이 요동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함을 공감하지 못한 채, ‘위기? 무슨 위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대통령이 둔감하게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여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팔짱 끼고 편히 지켜볼 수가 없다. 윤 대통령은 여당을 지원 조직 정도로 생각하고 당연히 자기를 지지하고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협조는 자동적인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한번 당선되고 나면 그만이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거를 겪어야 하는 여당의 처지는 대통령과 다른 것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국민의힘이 참패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 그 결과는 오롯이 여당이 뒤집어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당은 정치적 위기 국면에 예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사람들은 듣기 싫은 소리에 대통령이 화를 내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민심이 위험하게 출렁거리는데도 대통령이 안 움직이면 스스로 살기 위해서라도 여당은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어제 ‘마침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회동했다. 그동안 여당 대표와의 회동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서,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만나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싶었다. 그 회동이 결정된 후 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면서도 이게 이 정도로 주목받을 일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양보해서 만나 준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대통령-여당 관계에서 시간은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여당은 임기 말을 향해 가는 대통령, 더욱이 인기 없는 대통령과는 차별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여당 내에 친이-친박 간 갈등이 있었고, 여당 내 분열은 결국 이 대통령이 추진해 온 세종시 수정안의 좌절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차기 주자로서 박근혜는 이 대통령과 차별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분명히 했다.
상명하복의 위계적 조직에 익숙한 윤 대통령은, 한때 자신의 부하였던 여당 대표를 여전히 그렇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당의 도움을 절실하게 부탁해야 하는 건 오히려 대통령이다. 점점 더 여당은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겨우 8석의 근소한 의석으로 대통령 거부권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는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 제일 중요한 일이다. 대통령이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줄 수 있는 ‘선물’도 마땅치 않다. 공천 여부가 달려 있는 선거는 윤 대통령 임기 중에는 없고, 옛날처럼 정치 자금을 나눠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대통령이 여당에 낮은 자세로 먼저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이 관련된 논란이라는 휘발성 높은 사안을 잡은 거대 야당의 공세는 앞으로도 더욱 강해지겠지만, 대통령을 정말 힘들게 할 수 있는 건 여당이 등을 돌릴 때이다. 대통령의 레임덕은 야당 때문이 아니라 여당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여당과의 소통과 협력은 대통령에게 중요하다. 특히나 여당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절박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해결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위기? 무슨 위기?’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최고 정치 지도자의 둔감함은 노동당이 권력을 잃는 것으로 끝이 났다. 캘러헌도 총리 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그 책임은 여당만이 홀로 지게 된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여당과의 관계에서 대통령은 이미 ‘을’의 입장이 되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164529.html
경선 뒤 관계 단절?…“윤 캠프 대선 당일도 명태균 여론조사로 회의” (한겨레, 엄지원 기자, 2024-10-27 17:53)
대선 캠프 신용한 전 정책총괄지원실장 주장
“경선 뒤 명씨와 관계 단절” 윤 해명과 배치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가 선거 당일인 3월9일에도 명태균씨가 작성한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 등을 자료 삼아 전략회의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 캠프에 전달한 적 없다는 명씨 주장과 배치된다. 대통령실은 뉴스타파의 해당 보도 이후 8시간이 지나도록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22년 3월9일 핵심 캠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전략조정회의에서 명씨가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가 배포됐다”고 밝혔다. 정책 총괄인 신 전 교수 본인을 비롯해 좌장인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이철규 의원 등 캠프 핵심 관계자 20여명이 매일 아침 진행하던 회의에 명씨가 작성한 보고서가 회의 자료로 제공됐다는 것이다.
당시 캠프 주요 관계자들에겐 여의도연구원을 비롯해 여러 곳의 여론조사가 구두 보고나 파일, 인쇄물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됐다고 한다. 신 전 교수가 파일 형태로 갖고 있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차기 대통령 선거 9차 면밀조사 결과 보고서’는 대선 하루 전인 3월8일 작성된 것으로, ‘미공표·비보도’ 조사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예측한 이 보고서는 응답자들에게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단일화로 인해 어떤 후보가 유리한지’ 등을 질문했다. 신 전 교수는 “당시엔 명태균씨나 미래한국연구소에 대해 몰랐지만, 최근 명씨 의혹이 불거져 노트북의 자료를 살펴보니 해당 파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 전 교수의 주장은 그동안 ‘자체조사한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이 없다”는 명씨의 주장이나, ‘2021년 11월 대선 경선이 끝난 뒤로는 명씨와 관계를 단절했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과 거리가 있다. 신 전 교수는 “매일 이뤄지는 전략조정회의의 기본은 데이터고, 데이터(여론조사)에 근거해 후보의 일정과 정책이 수시로 바뀐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엔 선거 당일 저녁까지 총력 체제였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캠프에 공유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후보에게 보고됐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 전 교수가 보관 중인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는 하나지만, 캠프에 명씨가 만든 다른 조사 자료들이 공유됐을 가능성도 있다. 대선 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으로 있으면서 명씨의 지시를 받았던 강혜경씨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81차례 여론조사를 돌렸고 이 가운데 23개의 미공표 여론조사가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캠프에서 전략회의 자료로 사용한 여론조사 보고서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정치자금부정수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낸 뒤 보수정당에 몸담아온 신 전 교수는 대선 직후 탈당하고 총선을 앞둔 올해 2월 외부 영입인사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65181.html
윤 ‘공천 지시→임기 중 실행’…박근혜는 공모만으로도 유죄 [영상] (한겨레, 김남일 기자, 2024-10-31 11:07)
[집중분석]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공소시효·판례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9일 김영선 전 의원 보궐 선거 공천을 두고 직접 공천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육성 녹음이 공개됐다. 통화 녹음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자 신분 때 공천 개입이 이뤄졌고, 대통령 임기 중 실행(공천 확정)됐다. 당선자 신분의 법적 지위,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공소시효 등을 관련 법령과 헌법재판소·법원 판례로 따져봤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과 공천·국정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사이에 이뤄진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 대화에서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고 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도움을 많이 줬기 때문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김 전 의원을 공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윤 대통령 발언이 있은 다음날인 5월10일 김 전 의원을 아무런 연고가 없는 경남 창원의창 보궐 선거 공천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통화가 이뤄진 날짜가 2022년 5월9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이다. ‘대통령 당선자’의 지위와 권한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서 예우와 권한을 규정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를 위하여 필요한 권한을 갖는다’고 돼 있으며, 그 권한으로 임기 시작 전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 권한을 갖는다. 국무위원 지명 권한, 임기 5년 국정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설치 등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와 일정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다만 당선자는 아직 선출직 공무원 신분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공천이 확정된 것은 대통령 임기 시작 첫날인 5월10일이다.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인 서영교 의원은 “(공천 지시) 행위가 영향을 미친 공천 발표가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했다. 공천 지시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 때 이뤄졌지만, 실제 실행(공천 확정)된 것은 현직 대통령 신분 때라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공천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정당 민주주의를 해치는 공천 개입은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돼 왔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기준 6개월이다. 그러나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때는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청와대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범죄를 범하는 경우 일반인에 비해 선거의 공정과 자유를 크게 저해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가 크다. 이 같은 범죄는 공권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되어 단기간에 밝혀지기 어려울 수도 있어 단기 공소시효에 의할 경우 처벌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공소시효 10년’ 조항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당원 신분으로 공천과 관련해 공천관리위원회에 ‘개인 의견’을 밝혔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박근혜씨가 대통령 시절 공천 개입을 승인·공모했다는 혐의만으로도 기소한 바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계 의원 등이 공천을 받도록 지시, 친박 리스트와 공천 규칙 관련 대응자료 등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 친박 후보 출마 지역구 선정 등에 관여, 비박 컷오프와 친박 단수공천 등 지시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이 사건 재판에서 법원은 대통령이 공천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영향을 끼친 것만으로도 유죄를 선고했다.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윤 대통령 육성이 공개된 뒤 “당의 1호 당원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선 자신의 정치적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엄호했다.
이에 대한 판단 준거가 될 수 있는 법원 판례도 윤 대통령이 기소했던 박근혜씨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법원은 선거운동 기획행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이 사건에서 대통령의 ‘단순한 의견 개진’과 ‘능동적 의견 개진’을 구분했다.
법원은 “대통령도 당원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하는 통상적 정당 활동의 하나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박 후보 배제와 친박 후보 다수 당선이라는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계획적·능동적으로 실행한 것이어서 정당원으로서 할 수 있는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공천 개입은 헌법과 공직선거법 등이 규정하는 정치적 중립 등 대통령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 박근혜 국회 탄핵소추 시점에는 공천 개입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공천 개입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 2018년 11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5255.html
[아침햇발] 이대로면 식물 대통령, 자진사퇴, 탄핵뿐이다 (한겨레, 황준범 | 논설위원, 2024-10-31 16:02)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단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게 거북하지 않은 정국이다. 31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에게 “공천관리위에 김영선이 경선 때 열심히 뛰었으니까 (공천) 좀 해주라고 했다”고 말하는 육성이 공개돼 사람들이 ‘이러다 탄핵인가’ 또 술렁였다.
조국혁신당은 앞장서 “탄핵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국 대표는 서울 서초동 대통령 탄핵 집회(10월26일)에 3000여명이 참석한 것을 언급하면서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면 가을이 온 줄 안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지금 오동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락은 다르지만 여당에서도 탄핵 언급이 잦아졌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30일 ‘보수의 혁신과 통합’ 토론회에서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2016년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똑같다. 데자뷔, 기시감이 든다”고 했다. 8년 전 여당이 친박 대 비박으로 분열해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는데, 지금의 여권 분열 또한 탄핵을 부를 수 있으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이 임기단축 개헌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정치 원로나 논객들도 부쩍 늘었다.
실제로 현재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유사점이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을 비교연구한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 탄핵 결정요인 분석’ 논문에서 ‘여당 분열’ 등 몇 가지를 탄핵 요인으로 꼽았다. 지금 여권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회복불가의 관계이고, 당은 친윤 대 친한 갈등으로 살얼음판이다. 여당이 직전 총선에서 패배해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라는 점도 8년 전과 지금의 공통점이다. 이런 구도일수록 ‘대통령 리더십’이 잘 발휘돼야 하는데, 박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의회를 적대시하고 대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탄핵소추에 취약해진다. ‘대통령 인기’ 측면에서 윤 대통령도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훨씬 높다. ‘스캔들’이 탄핵 촉발의 중요 요소인데, 명태균씨를 고리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추가되면서 파문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차이점이 있다. 8년 전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대통령의 불법 행위가 확인된 뒤 탄핵소추와 심판이 이뤄졌다. 반면, 지금은 검찰 등 사정기관이 윤 대통령 부부를 철통같이 보호해주고 있어, 수사 결과로 나온 게 아직 없다. 시민들의 분노도 아직은 8년 전처럼 거리의 대규모 촛불로 불붙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탄핵으로 보수가 궤멸하고 정권을 내준 기억이 또렷한 여당이 또다시 탄핵에 동참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매우 낮다.
이 모든 게 다 ‘아직은’ 그렇다는 얘기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반을 일상화된 ‘임기단축 또는 탄핵 얘기들’에 둘러싸인 채 보낼 건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대로 가면 남은 길은 ①식물대통령 ②자진사퇴 ③탄핵이다.
윤 대통령이 적당한 땜질과 시간끌기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식물대통령이 될 것은 자명하다. 대통령이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말해도 공허하게 들리고, 비상한 외교·안보 상황에서 내놓는 발언에도 100%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조롱거리가 되고, 국정 동력은 실종되고, 국민들은 계속 스트레스 받는 2년 반이라면, 끔찍하지 않나.
식물대통령 상태에서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다면,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자진사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마저도 거부한다면 민심의 폭발로 탄핵의 길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식물대통령, 자진사퇴, 탄핵 모두 국가적 불행이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한 국정 전면 쇄신 밖에 답이 없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국민이 볼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는 기본이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길이다. 문제될 게 없다면, 특검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정부가 이 위기에 이를 때까지 대통령과 그 배우자 옆에서 곁불만 즐긴 참모와 공직자들도 바꿔야 한다. 2년 반은 그냥저냥 참아내기에 너무 긴 시간이지만, 새출발하기에도 아직은 늦지 않은 시간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10311815011
[사설] 윤 대통령 육성으로 확인된 ‘공천 개입’, 이 사태는 위중해졌다 (경향, 2024.10.31 18:15)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에 개입했음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통화 음성파일이 31일 공개됐다. 윤 대통령 부부가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전언은 한둘이 아니지만, 윤 대통령 육성이 나온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은 실체가 있는 사건임이 명확해졌다. 현직 대통령 부부가 정당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흔들고 왜곡시킨 사건의 중심에 선 것이다. 실로 엄중한 사태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윤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2022년 5월9일 통화 녹음을 보면, 윤 대통령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했다. 이에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다른 통화 음성파일에서 명씨는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아침에 이래 놀라셔가지고 전화오게끔 만드는 게 오빠 대통령으로서 자격 있는 거야?’ 그래서 (윤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라고 했다. 이어 “그리고 바로 (윤 대통령과의 전화) 끊자마자 마누라(김 여사)한테 전화가 왔다”며 “‘선생님 윤상현이한테 전화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오십시오’ 이렇게 됐다”고 했다. 명씨와의 통화를 듣고 있던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 건을 해결하지 못했냐고 타박하자 윤 대통령이 해결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국민의힘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도 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 윤 대통령은 취임했고, 김 전 의원 공천도 확정됐다.
이 음성파일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을 보여주는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여러 통화 녹취에서 명씨와 김 전 의원은 ‘김 여사가 공천받게 해줬다’ ‘명씨 덕택에 공천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일관되게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허무맹랑한 의혹’이라고 깎아내렸는데, 이들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윤 대통령 육성이 공개된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통화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 “명씨가 김영선 후보의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취임을 하루 앞둔 대통령 당선인이 일개 정치브로커의 공천 민원 전화나 겉치레로 응대할 만큼 한가했다는 건가. 정말이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공천개입이 위법 소지가 크다는 건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을 수사·기소한 사람이 윤 대통령이고, 박 전 대통령은 이 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더구나 김 전 의원 공천은 지난 대선 때 명씨가 윤 대통령 측에 3억7500만원 상당의 조작된 여론조사를 제공한 대가라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물론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혐의까지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명씨의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개입, 창원국가산단 지정 개입 의혹에 이어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파업 강경 대응에 명씨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전방위에 걸친 명씨의 국정·선거 개입 의혹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대통령 부부를 업고 명씨라는 비선이 선거·국정까지 활개친 정황이 쏟아지는 와중에, 윤 대통령 육성까지 공개됐다는 건 ‘명태균 게이트’의 둑이 무너졌음을 뜻한다. 김 여사는 위법인 줄 알고 보안까지 강요하지 않는가. 이제 틀어막기 시도나 어설픈 해명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윤 대통령은 노도처럼 일어나는 국민적 공분 앞에서 명씨와 김 여사의 의혹 전모를 소상히 밝히고, 특검 수사를 자청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 지금이 자칫 통치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비상시국임을 직시해야 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3118520002984?did=NA
의혹보다 위험한 국정의 가벼움 (한국일보,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2024.10.31 19:30)
대통령 부부 처신이 이렇게 가벼워서야
의혹들 결국 소통 능력, 정치력 부족 탓
국정에서는 무게감 있고 신중한 행보를
명태균 의혹이 온 나라를 덮을 기세다. 대통령에 이어 김건희 여사의 녹취 목소리까지 들었단 이도 한둘이 아니라 파장을 종잡기 힘들다. 의혹 자체도 심각하지만 정말 위험한 건 의혹에 가려진 진실이다. 피터 드러커는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그중 하나가 대통령 부부의 처신이 이럴 정도였나 싶게 가볍다는 점이다. 사적 통화와 만남이 녹취되고 폭로되는 것부터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심각성은 대통령의 가벼움이 국정에선 깊은 고민이 배지 않은 형태로 발견되는데 있다. 명품백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별게 아닌 듯 말했고, 의대생 증원 문제도 중대하게 보지 않고 시작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가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한 4대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로 막상 ‘충분한 준비 없는 추진’을 지목한 것도 이런 취지다.
대통령의 가벼움도 스타일일 수는 있다. 하지만 국정에서 가벼움은 소통 능력과 정치력 부족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실제로 일방적 소통과 협치 없는 강제적 정책이 민생부실, 민심이탈로 이어진 것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민망한 외교적 결례나 방향성이 부재한 경제정책이 위기대응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도미노 게임처럼 충분한 검토 없는 졸속은 오락가락하며 정책의 일관성을 흔들고 국정능력까지 의심받게 한다.
대통령의 가벼움은 대통령에만 문제가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 따라 하기인 양 단호히 대응하고 조치할 문제마저 넘어가 국가기강을 해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 하나가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대통령 관저 공사의 계약, 관리 총책임자인 행안부 장관의 사례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경찰에 지휘권이 있으나 관저 공사의 불법, 탈법은 장관 책임이 된다. 하지만 드러난 문제에 이상민 장관은 사과 한마디 없고, 국감에선 감사보고서마저 읽어보지 않았다며 당당해했다. 장관의 책임이,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 언행에선 오만과 무능이 겹쳐 보인다.
공개된 부산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일주일 앞두고 판세를 분석한 외교부 공문도 다르게 보기 어렵다. 공문은 사우디와 접전을 거쳐, 2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유치 성공을 장담하고 있다. 3급 비밀문서 공개란 논란에도 불구, 항간의 소문으로 돌던 무능이 그대로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29표란 망신을 당한 책임과 반성까지 비밀로 덮어서야 국정의 기강이 설 리 없다.
대선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보다 15%포인트가량 높았는데 실제 표 차이는 0.73%(24만 표)포인트에 그치자 두 가지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역량이 그만큼 못 미쳤다는 것과, 이재명 대표의 돈 풀기 공약의 효과라는 것이다. 임기 절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어느 해석이 맞느냐의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 게 됐다.
빠른 의사결정과 정책 설정은 대통령제의 장점 중 하나로 친다. 과거 대통령들은 리더십을 통해 이 같은 제도적 역할까지 수행했다. 물론 정치권력의 정책 개입을 적폐나 인치로 께름칙하게 여길 만큼 지도자 리더십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렇다 해도 국정운영 능력을 향상시키고 민생을 해결하려면 대통령부터 무겁고 신중한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의혹에 대해 여론이 잠잠해질 때만 기다리며 침묵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는 건 발목 잡히는 일일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가 없는데 ‘사실’을 믿고 안 믿고의 신념의 문제로 치환할 수는 없는 일이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110110151624704
'농단'이 부른 탄핵, 그 불길한 징후들 (프레시안,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 2024.11.01. 13:58:04)
[최창렬 칼럼] 공천 개입 의혹, 대통령이 해명해야
권력정치의 관점에서 정치를 움직이는 힘은 권력을 향한 집념이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투쟁을 불러오고, 게임의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여권의 양태는 전형적인 권력암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는 서로 일상의 여항(閭巷)에서도 보기 어려운 적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상호 존중과 신뢰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남사스럽다. 사실상의 '적대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들을 교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 대표는 민의에 직진하지 않고 있다. 해병대원 제3자 추천 특검은 사라졌고, 생뚱맞게 특별감찰관 이슈를 꺼내들었다.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는 "민주주의는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시스템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에서 이겼다. 그리고 곧 이어 실시된 지방선거 역시 승리했다. 대선에서 근소한 차로 이겼지만 불과 석 달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구청장을 싹쓸이할 정도로 대승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윤석열 정권은 역대 어느 정부의 지지율보다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됐고 20%대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개월 후의 총선의 바로미터라고 의미가 부여된 지난 해 10월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대패한 국민의힘이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대표를 투입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싸고 용산과 충돌했고, 대통령실은 노골적으로 당시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당정이 각자 갈 길을 간다고 하지만 이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당에는 선출직이면서 친윤 핵심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버티고 친윤의 철옹성은 견고하다. 한 대표는 당을 대표하지만 실질적으로 당내 세력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여당 투톱의 대립, 당정 수장의 대결 구도가 여권의 권력지형이다.
김 여사가 정국의 블랙홀이 되었고, 9월 중순 경부터 발화한 명태균 '사태'와 강혜경의 '폭로'는 정국을 저열한 진위공방의 늪으로 빠뜨려 정국은 수사와 정치가 혼재한 최악의 블랙 코미디로 전락했다. 급기야 어제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뚜렷이 보이는 통화 녹취가 생생한 목소리로 공개됐다. 이제 김 여사 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에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집단은 문제의 핵심을 모르는건지, 외면하는건지 마이동풍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시탐탐 대통령 탄핵의 방아쇠를 당길 기회를 엿본다. 당장 탄핵을 공식화할 '헌법과 법률 위반'이 없을지 모르지만 정치와 사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휘발성 강한 뇌관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상태로 임기를 마치기 어렵다고 보는 게 상식이 되는 건 아닌가.
행여 11월의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유죄 시 국면이 바뀌어 '이슈 체인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정무적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민주당이 세 번째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은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에서 재표결 시 통과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대통령실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탄핵도 처음에 법 위반 차원이 아니었다. 연설문을 최서원에게 미리 보여주고 비선에게 정치건, 정무건, 국정이건 조력을 구한 게 드러나면서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선출자에 대한 주권자의 분노와 징계가 구체화되어 나타난 게 현직 대통령의 파면이었다. 박근혜 탄핵의 시발점이 '국정농단'이었단 얘기다.
한국정치에서 '전향'은 분단의 구조적 비극에서 비롯됐지만, 이제 윤 대통령 부부는 진정한 전향(轉向)을 하지 않으면 역사의 데자뷔가 재연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향은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용과 대통령의 육성에 대한 대통령 자신의 분명한 해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해병대원 특검에 대해서도 제3자 추천 등의 조항을 보완해서 특검을 수용할 때 정권이 혈로를 뚫을 수 있다. 두 특검이 결국 정권의 말로를 재촉한다고 보는 게 여권 핵심의 시각이라면 이는 교정해야 마땅하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민심은 두 특검에 대해 압도적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하고 타락했다고 해도 민심을 이길 수 있는 정권은 없다.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게 민주주의의 핵심이지만 정권을 장악한 측에서 이 원칙을 알지 못하고 민심과 역행한다면 정권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달 중순 경부터 발화한 명태균 사태와 강혜경의 폭로는 정국을 저열한 진실공방과 수사가 뒤엉킨 '난장'의 도가니로 밀어넣었다. 여기에 법치와 정치가 뒤얽힌 소용돌이의 정국의 연속이다. 이제 대통령이 그의 육성에 대해서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김 여사가 진실을 밝여야 한다. 또 다시 '농단'이 정치를 양대 진영의 거대한 쟁투로 인도하는가. 바야흐로 또 한 차례 '소용돌이의 정치'가 서서히 에너지를 모아가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11032137025
이승만 시대를 사는 무사 대통령 (경향, 박영환 정치부장, 2024.11.03 21:37)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부터 ‘데드덕(권력공백)’ 위기를 맞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9%로 취임 후 최저를 찍었다. 민주화 이후 임기 반환점을 맞는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 하야, 탄핵이란 단어가 시민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987년 민주항쟁과 개헌을 통해 우리 사회는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도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된 인물이 대통령이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갖게 되면 사회를 얼마나 후퇴시킬 수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자유란 단어를 35번이나 사용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확대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가 말한 자유는 밀턴 프리드먼의 무정부주의적 자유주의에 그칠 뿐 공화주의적 자유주의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부정식품을 먹을 자유, 120시간 노동할 자유’만 말할 뿐 평등, 공정, 정의 등 자유시민의 존재 기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노력은 강조하지 않는다. 취임사에서 통합이란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유인지, 결국 자본과 권력자만 더 자유로워지는 게 아닌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의 자유민주주의는 이승만 시대의 자유민주주의를 닮았다. 윤 대통령은 틈만 나면 야당이나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공산전체주의라고 공격한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유주의 세력의 연대를 위해 한·일 과거사는 선제적으로 양보했다. 북한 흡수통일론을 제시하고,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외교도 강화하고 있다. 이승만도 자유민주주의를 미국 주도 냉전체제에 편입되기 위해 한·미 동맹, 반공주의의 의미로 사용했다. 그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해산하고 친일 청산을 외치던 독립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였다. 윤 대통령은 그런 이승만의 복권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친미반공과 이승만의 하이브리드인 뉴라이트 인사들과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그들을 중용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인식 역시 민주화 시대 이전에 머물고 있다. 반말하고 지시하고 격노할 뿐 책임지지는 않는다. 협치는 없다. 여소야대 국회임에도 야당 대표와 대화하지 않고 의회를 통과한 법안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부 거부한다. 여당 대표도 본인이 낙점하고 당정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윤 대통령 부부 불법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는 이런 윤 대통령을 ‘장님무사’에 비유했다. 칼을 잘 쓰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고 통제가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윤 대통령은 ‘하마상’이라 대화가 안 된다고도 했다. 박수를 칠 찰진 비유다. 검사 윤석열의 비르투가 대통령 윤석열을 망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한국 사회는 뿌리부터 흔들렸다. 헌법이 명시한 민주공화국 체제의 기초와 민주화 이후 37년간 쌓아온 사회적 상식이 무너질 위기다. 대통령 배우자는 법치의 예외가 됐다. 300만원짜리 명품백을 받아도,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돼도 기소조차 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은 대통령 옹호 기관이 됐다. 검찰은 대놓고 대통령 배우자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고, 독립 기관인 감사원은 정권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공산주의 혁명 수단이라는 반인권 국가인권위원장, 파업 노동자를 사유재산 제도를 없애려는 공산주의자에 비유하는 반노동 노동부 장관, 헌법에 명시된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하려는 반독립 독립기념관장이 임명되고 있다. 대화 채널이 단절된 남북은 적대적 두 국가로 향해 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지지율 19%에 담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끝내 ‘힘들어하는 집사람을 위해 돌을 맞고 가겠다’면 거리는 다시 시민들로 넘쳐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시대에 뒤처진 국정기조를 전면 쇄신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또한 우리가 교훈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제도다. 시민들은 이번에도 권력자에게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또다시 통제 불가 대통령을 뽑아 정치적 혼란을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일각에선 ‘한국 피크론’이 제기되고, 국제사회는 전간기와 유사한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개헌을 통해 정치 시스템을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11042108005
[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 탄핵? 퇴진? 임기단축 개헌?···윤석열 정권을 어찌할꼬 (경향,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24.11.04 21:08)
국민의힘·보수언론의 윤 정권 개선 가능성을 전제로, 탄핵 혹은 퇴진 요구를 봉쇄하기 위한 대응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듯하다
윤 정권 규탄은 김건희 특검 수용과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사과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총체적 파탄’을 문제 삼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넘어서서 무책임·무능함·무도함·무지함을 해소할 좋은 보수정치 역량 발굴에까지 시선이 가닿아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정치·사회적 인식과 태도에 ‘질적 변화’가 일기 시작한 듯하다.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통령 국정지지율의 하락 정도를 갖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정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지되어온 ‘판단의 신중함과 행동의 유보 심리가 지배하는 국면’이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혹은 윤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사회적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지난 10월30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가 대한민국 생존의 필요조건이라며 윤 정권의 즉각적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31일에는 한국 외국어대 교수 73명이 헌정질서 파괴를 우려하며 김건희 특검 수용과 검찰 개혁을 요구했고, 이에 앞서 가천대 교수노조는 10월28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것과 같은 시민불복종운동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정권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그간의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추세를 볼 때 새롭지 않다. 윤 정권이 그나마 의존하고 있던 지역적 기반, 즉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이탈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다는 데서 다소 놀라울 따름이다. 그것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는 충격이 깃든 물음을 자아내는 놀라움이 아니라,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라는 수긍의 순간에 다다랐음을 자각하게 해주는 놀라움이다.
출범 후 최저치로 내려앉은 윤 정권의 지지율 하락에 비해 교수들의 연이은 시국선언은 새롭다. 공익을 증진해야 할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역할 복원을 인정할 때조차 교수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주장이 강해 공동의 뜻을 모아내기 쉽지 않다. 양극화된 구도에서 결국 편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조직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시국선언과 같은 공동행동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공통적으로 인지한 중요한 상황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학과 교수의 위신이 아무리 약해졌다 해도 교수들이 함께 모여 시국선언 같은 것을 하면 정치권과 언론이 주목하는 이유다.
윤 정권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인식과 태도의 질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면, 그것은 시간과 사건들의 누적과 융합이 만들어낸 ‘4무(無)의 맥락적 효과’에 따른 것이다. 배우자 리스크의 감수를 회피하고 억압하는 무책임.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빈번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의료 공백과 세수 부족으로 나타난 국정운영의 무능함. 총선 대패에 개의치 않고 국제정치 질서의 군사화 국면에 편승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호전적인 대북한 인식과 태도를 보이는 무도함. 공천개입 의혹 파문으로 드러난 정치적 어리석음과 무지함. 이런 것들이 이어지고 뒤섞여 불만과 불신과 불안을 키워오다 도저히 개선이 불가능한 정권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한 것이고, 이 판단이 그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전향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것, 즉 정치적 위기의 감내라는 비용 지불의 필요성을 승인하는 의사 표출로 이어진 것이다.
지식사회·야당 공동행보 조짐 고조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1월2일 30만명(민주당 추산-경찰 추산 2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탄핵, 퇴진, 하야 등의 표현을 쓰며 윤 정권을 규탄했다.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 입장도 등장했다. 민주당은 장외집회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며 9일에는 대전 개최를 예고했다. 조국혁신당은 탄핵소추안 작성에 들어갔고, 초안을 이달 중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윤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야당 세력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야당들의 행보가 교수들을 비롯한 지식인들, 더 나아가 사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을 얼마나 확산시킬지, 또 교수들과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주요 야당의 장외집회를 얼마나 활성화시킬지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지식사회와 야당 간의 공동행보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상황 변화를 한층 더 촉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상황 변화의 의미 구성, 즉 상황을 어디로 끌고 갈지를 두고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탄핵, 퇴진, 임기단축 개헌 등의 구호와 의견이 그 내용적 의미의 구성이 미비한 채 각기 따로 제출되고 있을 따름이다.
우선 탄핵을 보자. 실제 추진할 수 있을지, 추진하면 성사될지 아닐지 그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회 내 의석 분포와 제도적 절차를 감안할 때 특히 그렇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한 200석을 채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란표가 나와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시점에선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정도의 분명한 사유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공천개입 의혹이 사실로 규명된다 해도 그것이 대통령직을 박탈할 만한 사유인지는 합의가 쉽지 않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탄핵을 성사시켰다 해도 그것이 양극화된 정치 현실의 개선으로 나아갈지 아닐지, 유능한 정권 출범으로 이어질지 아닐지 알 수 없다.
개헌엔 권한조정 문제의식 담아야
퇴진은 탄핵에 비추어 개념적 의미가 아예 부재하고 실제 구현 방식도 찾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속히 결단을 내려 용산에서 떠나거나, 누군가가 강제로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순간 온갖 위협에 노출될 윤 대통령이 자발적 퇴진을 수용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강제적 퇴진은 적어도 정부 역할 수행에 마비를 가져올 정도의 공무원들의 대규모 파업에 준하는 집단행동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직의 정상적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광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는 정도로는 가능하지 않다.
임기단축 개헌은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이다. 윤 정권에 대한 처벌의 의미도 가질 수 있으면서 대통령제 개선이라는 오랜 정치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반 의석이 넘어 야당만으로 발의가 가능하고, 정치 개혁 동참이라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여당의 동의를 얻는 데도 수월하고 그래서 국회 통과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대통령제 개선 여론도 높아 국민투표 통과 가능성도 상당하다. 문제는 시간과, 의도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냐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5월)에 개헌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논의를 시작하면 실제 그럴지 미지수다. 또 탄핵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이 좋은 정치와 유능한 정부를 가져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책을 해보겠다며 결단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다만 개헌의 긍정적 효과를 내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유도할 구체적인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 정치적·사회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에 힘의 균형 상태를 구현할 좋은 정당과 시민의 정치참여를 바탕으로 한 정부 통제 가능성을 고양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를 염두에 둔 개헌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항간에서는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데, 정치적·사회경제적 부문 간의 힘의 균형 상태를 조성하기 위한 권한 조정-분권과 자치를 위한 개헌-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권한 조정,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한 조정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최근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윤 대통령에게 국정쇄신을 요청하겠다면서도 아직까지는 그와 같은 적극적인 정권 비토 움직임에 대해, 특히 민주당의 장외집회에 대해 1심 선고 공판을 앞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유죄 판결 방지를 위한- 방탄집회로 의미를 한정하고 싶어한다.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그런 의미망 속에 가두려고 할 공산이 크다. 윤 정권 출범의 동맹자이자 정권의 지탱자인 주류보수 언론도 국민의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에는 장내(국회)로 들어가라고 압박하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는 각각 국정쇄신과 당정일체를 요구하고 있다. 윤 정권의 개선 가능성을 전제로 탄핵 혹은 퇴진 요구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힘과 주류 보수언론의 그와 같은 대응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듯하다. 무엇보다도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윤 정권을 규탄하는 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윤 정권 규탄 움직임은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과 공천개입 의혹 파문에 대한 사과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정권의 ‘총체적 파탄’을 문제 삼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넘어서서 4무(無·무책임, 무능함, 무도함, 무지함)를 해소할 좋은 보수정치 역량 발굴에까지 시선이 가닿아야 한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11041443001
10%대 추락한 윤석열, 그리고 8년 전 오늘 (경향,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2024.11.04 14:43)
2016년 10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앉았다. 취임 이후 최저치, 17%였다(한국갤럽). 경향신문은 기록했다. “국정이 사실상 붕괴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2024년 1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20% 선이 무너졌다. 취임 이후 최저치, 19%였다(한국갤럽). 문화일보가 공개한 별도 조사에선 17%로 나왔다.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명태균씨의 폭로는 ‘트리거’일 뿐이다. 시민은 ‘윤석열·김건희 정권’이 어떻게 2년 반을 보냈는지 똑똑히 보았다. 윤 대통령은 무능·무지·무위·무책임으로 일관했다. 유일하게 근면성과 성실성을 입증한 분야는 ‘아내 보호’였다. 검찰·경찰·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거의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아내를 옹위했다. “김건희 보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인물로 보였다.
아내는 그러나 ‘보호받는’ 역할로 만족하지 못했다.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명씨와 통화한다.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한 달 후 쯤 명씨가 지인에게 전한 통화 상황은 이렇다.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 했어?…오빠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 그래서 (윤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
김 여사는 취임식 전날까지 ‘오빠’의 대통령 자격을 의심했다. 아마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 때도 ‘내가 출마한다’고, 당선 때도 ‘내가 당선됐다’고, 취임 후에도 ‘내가 대통령’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니 ‘명 선생’과 공천을 논의하는 일 역시 자신의 업무로 간주했을 터다.
명태균 의혹의 핵심은 여론조사 조작과 공천개입이다. 두 가지는 얽혀 있다. 대선 당시 명씨가 수십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일부의 결과를 조작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먼저다. 명씨가 조사 비용 3억7000만원 대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대가로 받았다는 정황이 보태진다. 사실이 아니라면, 명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 된다. 대통령 부부는 고소하지 않았다.
보다 중대한 문제는 ‘거짓말 릴레이’다. 대통령실은 당초 “대선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육성 녹음 공개로, 이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명씨를 알게 된 경위를 두고도 ‘입당 전 국민의힘 고위당직자와 당 소속 정치인이 명씨를 집에 데리고 와 두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론 취재 결과, 최소 네 차례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리처드 닉슨·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비리 자체보다 이를 은폐하려 한 거짓말에 발목 잡혀 사임하거나 탄핵 직전까지 몰렸다.
대통령실에선 ‘반전 카드’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그런 건 없다. 부부에게 더 이상 선택지는 없다. 시민은 선택할 기회를 충분히 줬다. 참모를 바꾸라 했고, 정책을 바꾸라 했고, 특별감찰관·제2부속실을 만들라 했다. 기회를 걷어찬 건 두 사람이다.
남은 건 책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작게는 공천개입 의혹, 크게는 2년 반 동안의 실정(失政)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과 김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곤 소추(기소)되지 않지만, 수사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든 피해가려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가 나오면 민심이 달라지겠지 기대할 법하다. 설령 유죄가 나온다 해도, 대통령 부부 문제가 가려지지 않는다. 외려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한, 원내 과반 제1야당 지도자는 사법 심판을 받는데, 왜 대통령 부부는 수사조차 피해가는지 분노가 비등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등 외교안보 상황을 핑계 삼을 수도 있다. 대통령을 흔들면 혼란이 가중되고 위기가 심화된다…. 20년 전쯤엔 먹혔을지 모르나, 지금은 아니다. 민주주의 없는 안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국 내 민주주의를 외면한 지도자들이 자국은 물론 전 지구적 위협이 되고 있음을 목도하는 터다.
안보 위기 때문에라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작금의 안보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북괴군 부대를 폭격, 심리전으로 써먹자”는 헛소리에 국가안보실장이 “넵”이라 맞장구 치고, 안보실장보다 더 실세라는 안보실 1차장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면 자신이 ‘그 참모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이토록 위험하고 오만한 정부를 시민이 믿을 수 있겠나. 정권 핵심의 불투명·부정의부터 정리해야, 시민도 정부를 신뢰하고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
시간은 용산 편이 아니다. 국회에서 특검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검찰이 선수 칠 수도 있다. ‘사람 말고 조직에 충성하는’ 검찰이, 윤석열·김건희 구하려다 검찰청 문을 닫게 될까봐 겁이 나서. 어느날 심우정 검찰총장이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명태균 의혹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겠다’며 ‘검찰의 명운’을 건 ‘성역 없는’ 수사를 선언할지 모른다. 윤 대통령이 검사 해봐서 잘 알지 않는가.
2016년 10월 3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 20% 선이 무너진 지 이틀 후. 박근혜는 우병우·안종범 수석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경질했다. 꼬리 자르기였다. 시민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11월 4일 공개된 지지율은 5%였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064
尹 ‘공천개입’ 녹취록에 ‘탄핵’ 경고하는 언론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4.11.05 19:15)
지지율 첫 10%대 추락에 ‘탄핵’ 언급 보도량 증가
중앙일보 “박근혜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 없다”
대구신문 “TK에서도 탄핵이라는 말 생소하지 않아”
김건희 여사에서 시작된 ‘공천개입 의혹’이 본진을 흔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와의 통화 육성이 공개된 가운데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0%대로 내려앉았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앞둔 국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언론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뉴스토마토가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보도한 이래 윤석열 대통령은 의혹과 한 발 떨어져 있었다. 김 여사가 2022년 6월 보궐선거, 올해(2024년) 4월 총선 당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개입한 의혹이 알려진 뒤, 김 여사와 관련 대화를 나눈 명태균씨가 여권에서 ‘정치 브로커’ 역할을 한 정황이 여러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명태균 녹취’ 공개로 이 사안은 더 이상 ‘김건희 리스크’가 아닌 윤 대통령 본인의 문제가 됐다. 녹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 통화에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가 다른 이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그거 처리 안 했나’ ‘대통령으로서 자격 있는 거야?’라며 따졌다고 전하는 내용도 공개됐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3.1%p, 응답률 11.1%)해 1일 공개한 결과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19%, ‘잘못하고 있다’는 72%에 달했다. 보수 정당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의 긍정 평가는 전체 평균에 못 미치는 18%였다.
이를 기점으로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보도가 주된 흐름이 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로 104개 언론사의 ‘대통령’ ‘탄핵’ 보도를 주간 단위 분석한 결과,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시작된 9월5일에서 11월4일까지 총 5461건의 보도가 이뤄졌다. 특히 ‘윤-명 녹취’ 공개 이후 관련 보도가 급증하면서 해당 주간에만 1091건의 보도가 쏟아졌다. 그간 ‘탄핵’이 일부 야권과 시민사회 주장에 그친 것과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이 시기 ‘대통령 탄핵’ 보도의 핵심 연관어로 ‘윤석열’이 떠오른 것도 확인됐다. 10월 첫 주 관련 보도의 주요 연관어에 윤 대통령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육성이 공개된 주간 주요 연관어에는 ‘김건희’ ‘윤석열’ ‘공천개입’이 나란히 5~7순위에 올랐다.
탄핵이 거론되는 맥락도 심상치 않다. ‘윤-명 녹취’가 공개된 다음 날인 1일자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의 경우 윤 대통령의 10%대 지지율이 나온 다음날(2일) 사설에서 “탄핵 국면이나 IMF 사태 같은 극단적인 상황 때나 나오는 수치”(조선일보)라는 평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중앙일보)는 전망을 내놨다. 대통령을 두고 “꿩처럼 머리 박고 현실을 외면하는 심리”(동아일보)라는 지적까지 했다.
특히 4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에 대한 건의를 담은 입장문을 냈다”며 “탄핵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에서 나온 당부였을 것”이라고 했다. 5일 최민우 중앙일보 정치부장은 “보수층은 8년 전 섣불리 탄핵에 방조 혹은 동조했다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보수 세력이 처참히 궤멸한 경험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지지층의 상처 혹은 공포심을 인질 삼아 버티는 정권. 지금 윤석열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날 대구신문 사설은 “이제 TK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당정이 다시 하나가 돼 쇄신하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방송사의 경우 JTBC, MBC가 가장 적극적으로 공천개입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 KBS를 제외하고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대다수 방송사들이 메인뉴스에서 해당 의혹을 상당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TV조선 ‘뉴스9’ 윤정호 앵커는 4일 방송에서 “지금 용산은 어떤가.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척이라도 하나”라며 “실망이 환멸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통화녹취는 국민 눈에 2016년 탄핵의 트리거가 됐던 ‘태블릿PC’와 겹쳐 보이는 상황”(시사저널)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공천개입 의혹을 비롯해 본인과 김 여사를 둘러싼 문제에 충분한 해명이나 사과를 내놓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국면이 올 거란 전망도 나온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66576.html
[사설] ‘지지율 17%’ 최저 경신…실종된 대통령의 위기의식 (한겨레, 2024-11-08 18:14)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가장 낮은 1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주 전 조사에서 심리적 방어선인 20%가 무너진 데 이어,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국정운영 동력이 바닥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에게서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11월 1주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17%, 부정평가는 74%로 집계됐다. 전주 조사보다 긍정평가는 2%포인트 떨어지고, 부정평가는 2%포인트 오른 수치다. 역대 대통령을 돌아봐도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경우는 찾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국민사과를 할 때의 지지율이 17%였다.
현 정부의 최대 위기 요인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및 이를 비호하는 정권의 태도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부정평가 사유로 ‘김건희 여사 문제’(19%)가 가장 많이 꼽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소명하고 사과하기보다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박으로 일관했다.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 “대통령을 도와 국정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 여사에 대한 비판을 “침소봉대” “악마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배우자의 조언 정도가 아닌, 공천 개입과 ‘비선 라인’을 통한 국정개입 여부 등이다. 명태균씨와의 부적절한 소통이 문제가 되는데도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 없어 물어봤다”고 했다.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보다 ‘김 여사 남편’이라는 정체성이 우선하는 것 같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다음 순방 일정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김 여사를 담당할 제2부속실을 출범하고 윤 대통령 부부의 개인 휴대전화도 교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적 소통에 중점을 두고 비공식 소통을 줄이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히 했어야 하는 상식적 조처일 뿐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쇄신책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윤 대통령 본인 및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와 인적 쇄신을 포함한 국정기조 대전환 등이 없이는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지지율 17%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11090900021
“이러다간 또 탄핵”… 신용한이 인수위를 떠난 까닭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 2024.11.09 09:00)
대통령실의 ‘계속된 거짓해명’에 윤석열 캠프 있었던 일 공개 결심
신용한 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인터뷰
“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나만 깨끗한 척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명태균이라는 사람 한 마디에 제대로 된 답도 못 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끌려다니는 대한민국을 놓고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이런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새벽 5시 10분부터 밤 12시 10분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일을 했던가. 자괴감이 들었다. 폭로라는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내가 했던 일에 대해, 그리고 지금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월 5일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신 전 교수는 자신이 캠프에 있을 때 명태균씨가 작성한 ‘대외비 여론조사 결과’도 받아보았다며 해당 PDF 파일을 공개했다.
신 전 교수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폭로’에 나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총공세에 나섰다. “당시 캠프에서 신 전 교수를 본 적 없다”, “신 전 교수는 그런 정보를 다룰 위치가 아니었다”, “정치판을 기웃거린 철새다(신 전 교수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민주당에 영입 인재 15호로 입당했다)” 등.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신 전 교수가 말했다. “국감이 있던 날 철새 이야기를 하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철새는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먹이를 찾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곡을 눈앞에 두고 자기 스스로 추운 곳으로 가는 철새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인수위가 가장 권력이 막강할 때잖아요. 그때 사표 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대한민국에서. 제가 잘났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수위 경제1분과 소속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했으니 장관 자리는 안 준다고 하더라도 어디 차관급이나 공기업 사장을 줬을 거 아닙니까. 저는 그냥 홀연히 떠났어요. 탄핵 트라우마 때문에.”
-대선캠프에서 윤 대통령을 겪어보니 ‘이 정권은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건가.
“분명 윤석열 대통령의 큰 장점은 있다. 정말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당시 캠프에 저와 동갑내기로 정승윤(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 부산대 로스쿨 교수였다. 이 친구가 캠프에서 정책발표를 하는데 보도자료 초안에 ‘오또케’라는 말을 여성비하인 줄 모르고 써서 난리가 났다. 언론에 두들겨 맞으니까 캠프에서 사퇴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이 부산으로 짐 싸서 간다고 하니 위로, 격려할 것 아닌가. 그때 윤석열 후보가 뭐라고 그랬냐면 ‘정승윤, 너무 힘 빠지지 말라고 해라고 전해라.’ 뒤의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곧 다시 부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는 의미였다. 이런 게 굉장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리더십은 어디서 통하는 건가. 또래집단 같은 데다.”
-형, 동생 하는 조폭 같은 조직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예를 들어 학교 선후배 술자리 같은 데서 ‘야, 인마 이 XX 뭐 걱정하지 마’ 이런 거다. 그러나 기업 단위나 어떤 큰 공조직, 국가 단위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잖나. 그런 곳에서는 냉정한 이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그 장점으로 (윤 대통령 밑에) 수많은 소위 ‘똘마니’들이 있는 것이다. 충성파 똘마니들. 이렇게 되다 보니까 회의가 늘 하향식이다. 거기다가 이분(윤 대통령)이 재미있는 것이 잡학다식하다.”
-그런 인상평이 많다.
“정말 잡학다식하다. 예를 들면 검사들이 전국 돌면서 근무하지 않나. 내일 광주에 방문해서 공약을 발표한다 치자. 광주가 고향이 아닌 사람이 지역 현안을 얼마나 알겠는가. 그러니 국회의원이든 전문가든 광주 출신을 대동하고 회의 자리에 간다. 참고자료가 있고 맨 위에 A4 2장 정도 요약본이 올려져 있는 회의자료가 나온다. 후보도 회의 자리에서 한 4~5분은 듣는다.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듣는다. 그러다가 ‘야, 내가 말이지. 광주지검 근무할 때 말이야. 그 지검 앞에 치킨집이 있는데 야, 이름이 고상하게 치킨집 이름이 포시즌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그걸 또 아무도 제지를 못 하는 건가.
“주말 같은 때, 토요일 오후가 되면 긴장이 풀린다. 그러면 이야기가 3시간씩 간다. 속된 말로 만담꾼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또 재미있다. 인간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이 있다면 오전 10시에 들어가야 한다. 조금 있으면 기자회견이니 예를 들어 GTX 연장 지도를 놓고 막 설명해야 한다. 한 5분 듣다가 또 이야기한다. 설명에 집중하지 않는다. 기자회견 10분 남겨놓고 그때 가서야 요약 페이퍼만 대충 보는 거다.”
-검사 출신들이 많은 분량의 공소장을 읽으려면 속독을 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한다.
“펜을 꺼내서 대각선으로 짚으며 읽는다. 아마 조서를 많이 읽을 때 습관인 듯하다. 후보자 토론을 하는 데 공보·정책 담당은 난리가 난다. 예를 들어서 수치 같은 게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 사실관계 확인을 해 해명이 나가게 해야 한다. TV토론 준비팀은 따로 있는데 백업팀도 죽어난다. 한 20명이 모여 하는데 살인적인 일정이다. 매일 명태균에게 휘둘리는 걸 보고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이따위 정권을 보려고 그 새벽부터 정말 그렇게 120일 동안 일했냐고. 나는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으로 탄핵을 겪었기 때문에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 (2022년) 2월부터 혼자 슬슬 마음을 먹고 있었다.
-떠나겠다고?
“정의와 공정을 캐치프레이즈로 후보도 됐고, 대통령도 됐다.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포장했는데, 내가 본 모습은 선택적 정의와 공정이었고, 상식과 합리를 말했는데 ‘선택적’ 상식과 합리였다. 아래를 섬기는 리더십 같은 걸 본 적 없다. 대통령은 참모 몇 사람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정이라는 것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총괄선대본부장 등 본부장들과 ‘오늘 회의 마치면 진언을 드리자’고 이야기했다. 회의 끝나고 진언할 타이밍인데 전부 휴대폰을 꺼내 딴짓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모두 눈치를 보고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것이다. 윤 대통령 사고방식이 자기가 하는 것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그른 것이다.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재단한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지 않지 않나. 원탁회의를 하는데 누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대응 관련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런 전화는 따로 안쪽에 후보 방으로 가서 받는다. 그런데 밖에도 들리도록 큰소리로 쌍욕이 터져 나온다. 그다음에 나와서 ‘다시 회의하자’고 하는데….”
-분위기가 싸늘해졌겠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분위기였나.
“김 여사와 관련해 뭘 건의한다든가 언급하는 건 내가 그 많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선 전에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김건희 여사 녹취록이 터졌고, 김 여사 비선 라인 의혹이 터졌다. 캠프 내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나.
“왜 뒷말이 없었겠나, 많았다. 누구누구가 멤버라더라, 황○○, 우○○가 어떤 관계다. 그런 이야기는 그때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비선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그 친구들이 스스로 떠들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남이 떠든 게 아니고.”
신 전 교수는 인터뷰 중에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단일화 관련 대외비 문건, 선거 당일 열린 회의 메모 등을 보여줬다. “내가 이것 가지고 오버해 허위사실을 이야기할 일은 없다. 했던 일과 관련해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다만 성격이 꼼꼼한 편이다. 이것만은 덧붙이고 싶다. 명태균 사건을 보면서 남는 소회다.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147
지지율 17% 추락...동아일보 “무슨 힘으로 임기 완주하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24.11.09 09:28)
한겨레 “지지율 17%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일보 “임기 반환점인데 정상적 국정운영 불가능한 수준”
조선일보는 “실질적 조치 잇따라 내놔...김 여사 국정 개입 의구심 해소에 도움 될 것”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일주일 만에 취임 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갤럽 8일 발표한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7%로 지난주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도 74%로 2%포인트 높아져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조간신문은 9일자 사설을 통해 17% 지지율의 의미를 비중 있게 지적했다. 이날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지지율 17% 기사를 1면에 배치한 반면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3면에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9일 사설 <1위 여사, 2위 경제, 3위 소통… 3대 난맥에 부정평가 역대 최고>에서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국정 난맥상을 반성하고 쇄신책을 제시함으로써 추락하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대통령은 김 여사를 감쌌고, 김 여사 특검은 ‘정치 선동, 인권 유린’이라 했으며, 자신의 육성 녹취까지 공개된 명태균 씨 의혹은 부인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은 2시간 20분간 목이 아프도록 해명했지만 말이 길어질수록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에 대다수 국민들은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동아일보는 “민심이 돌아서고 있는데 무슨 힘으로 (임기를) 완주한다는 건가”라고 되물으며 “대국민 담화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엉뚱한 소리 하는 대통령실 참모진부터 모두 갈아 치워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사설 <‘지지율 17%’ 최저 경신…실종된 대통령의 위기의식>에서 “국정운영 동력이 바닥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에게서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을 돌아봐도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경우는 찾기 어렵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국민사과를 할 때 지지율이 17%”라고 했다. 김 여사를 담당할 제2부속실을 출범하고 윤 대통령 부부의 개인 휴대전화를 교체하기로 했다는 대목을 두고서는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쇄신책으로 평가하긴 어렵다”며 “지지율 17%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같은 날 사설 <‘트럼프 2기’ ‘4대 개혁’… 난제 첩첩 임기반환점에 尹 지지율 17%> 사설에서 “임기반환점(10일)에 국정이 힘을 받기는커녕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라 분위기를 침울하게 한다”며 “지지율 추락 관성을 막기 위한 시급한 과제가 김건희 여사 문제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다음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지만 냉랭한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무엇보다 그제 미흡한 회견 탓에 대통령 ‘신뢰의 위기’가 국정 최대 리스크로 되레 부각하는 형국”이라며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며 대국민 사과 원인 제공자의 조언을 전하는 기이한 모습까지 보였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최저 지지율과 관련한 사설을 쓰지 않았다. 대신 <김 여사 해외 순방 불참,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실이 제2 부속실 설치와 김 여사의 순방 불참, 대외 활동 중단, 개인 휴대폰 폐기 등 실질적 조치를 잇따라 내놓는 것은 김 여사 국정 개입에 대한 국민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미룬다면 윤 대통령이 더 적극 나서서 특별감찰관 역할을 할 사람을 자체적으로라도 임명했으면 한다. 그러면 국민 신뢰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7일 대국민 담화 이후 지지율을 올릴 국면을 만들기 위해 애써 정부 비판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66724.html
[사설] 대결정치·여사의혹·정책실패만 남은 윤 대통령 전반기 (한겨레, 2024-11-10 18:07)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년6개월은 대결과 갈등, 국정 사유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공정과 상식은 윤 대통령 부부 의혹 앞에서 무력화됐고, 오만과 불통 탓에 국정 난맥상은 심화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의 대립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정치 참여 선언 9개월 만의 ‘성공 신화’는 국정 철학과 비전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그만큼 짧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정책 혼선과 인사 실패, 독단적·즉흥적 국정운영으로 현실화했다.
정권 초 느닷없이 발표한 ‘초등학교 입학 나이 만 5살 조정’을 비롯해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 도입 논란, 과학기술계 카르텔 주장 및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은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뒤 철회된 대표적 정책들이다. 최근엔 연금·교육·노동·의료 등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권 초 골든타임을 놓쳤거나 노동자만 불법 집단으로 몰아가는 데 그쳤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의대 증원 2천명’은 의료공백 장기화로 이어지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대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지난 2년 반 동안 11차례에 걸쳐 24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 37년 만에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고, 예산안 시정연설 참석도 거부했다. 인사는 부실 검증과 부적격자 임명 논란에 휘말리자 아예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틀었다.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 임명을 강행한 이는 모두 29명에 이른다. 돌려막기·회전문 인사는 일상화됐다.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현 정부의 최대 위험 요인이 되었는데도, 윤 대통령은 이를 ‘정치 공세’로 치부하며 비호에만 급급하다. 그는 지난 8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정부의 영부인도 논란에 휩싸였다”고 했다. 주가조작, 국정 개입 논란 등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기는커녕 여전히 ‘뭐가 문제냐’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의 지난 2년6개월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지지율 17%(한국갤럽 11월 1주 조사)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역시 지난 2년 반과 다를 바 없다면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11101846001
[사설] 시국선언과 집회에서 표출된 민심, 여권은 두렵지 않나 (경향, 2024.11.10 18:46)
주말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분출했다. 대학가에서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 등 정권의 무도함에 분노한 민심이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를 떠올리게 하는 비상한 시국이다. 정부·여당은 위기의식을 갖고 국정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9일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대회에서 조합원·시민 10만여명(주최 측 추계)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쳤다. 한국노총도 여의대로에서 노동자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심판이든, 탄핵이든, 하야든 투쟁과 저항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 집회’ 참가자들은 “전쟁광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한국외대·한양대·숙명여대·인천대·전남대·충남대 등에서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정부의 민주주의 훼손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으로 국정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이던 회견마저 궤변으로 일관하면서 민심 수습은커녕 분노만 더 커졌다. 시민들은 이제 집단행동을 통해서라도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국정 변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모두 윤석열 정권이 자초한 일이다.
여당의 행태를 보면 우려가 커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회견 다음날인 8일 “이제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며 윤 대통령이 변화라도 한 것인 양 갈등 봉합에 나섰다. 같은 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7%로 10%대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당 지지율도 전주에 비해 3%포인트 추락하며 동조현상을 보였다. 여당 지지층이 한 대표에게 힘을 모아준 것은 정권 실정과 차별화해 보수의 바른 희망을 만들라는 취지일 것이다. 한 대표는 이런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공멸을 선택한 것인지 묻고 싶다.
정부·여당은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김건희 특검’ 외에 정국 위기를 풀 돌파구가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특별감찰관을 특검 모면을 위한 방패막이로 여긴다. 내부 갈등을 얼기설기 봉합해봐야 정부·여당의 위기가 해소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159
주말 대규모 퇴진 집회, 경향신문 “박근혜 말기 떠오르는 비상 시국”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2024.11.11 07:47)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는 “정치 투쟁 올라타고 다시 고개 드는 민노총 폭력”
대통령 임기 후반 시작…동아일보 “대대적 개각 필요” 중앙일보 “신속한 변화·쇄신”
주말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각 신문마다 보도 양상이 갈린다. 특히 사설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 최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고 쓴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판결과 위증 교사 사건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이 의도를 가지고 집회를 열고 있다고 바라봤다.
지난 9일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대회에서 주최 측은 조합원·시민 10만여명이 몰렸다고 했지만 경찰은 1만5000여명이 모였다고 했다.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 집회’ 참가자들은 “전쟁광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가천대를 시작으로 한국외대·한양대·숙명여대·인천대·전남대·충남대 등에서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9일 민주노총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등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 1차 퇴진 총궐기’ 사진을 배치, 집회로 인해 경찰과 충돌해 도로가 혼잡해보이는 사진을 배치했다. 한겨레는 5면에 9일 집회 사진을 싣고 <불통 정권에 실망 분노한 시민들 “더 이상은 못참겠다, 물러나라”>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해당 기사는 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한국일보는 3면에 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날’ 집회에 참석한 내용을 다뤘다. 이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15일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방탄 집회’라는 비판에도 불구, 3주 연속 대규모 도심 장외집회라는 초강수로 세결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6면 기사 <이재명 “두 글자 차마 말 못해” 왜?>에서 “탄핵에 대해 민주당은 넉 달 넘게 로키(Low-Key)전략”이라며 장외 집회를 해도 ‘탄핵’이라는 단어를 발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져도 여당 지지율은 버티고 있다는 민주당 중진의 발언을 인용하며, “집회 인원이 과거보다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것도 민주당이 주저하는 이유”, “선부른 탄핵 드라이브의 역풍을 우려하는 시각”이라 전했다. 민심이 ‘박근혜 정권 말기 같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박근혜 탄핵 집회 당시처럼 집회 인원이 늘지 않고 여권 지지율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르다는 것이다.
주말 대규모 집회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 vs “이재명 선고에 맞춰 탄핵 몰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시국선언과 집회에서 표출된 민심, 여권은 두렵지 않나>에서 “박근혜 정부 말기를 떠올리게 하는 비상한 시국”이라며 “정부·여당은 위기의식을 갖고 국정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으로 국정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이던 회견마저 궤변으로 일관하면서 민심 수습은커녕 분노만 더 커졌다. 시민들은 이제 집단행동을 통해서라도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국정 변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모두 윤석열 정권이 자초한 일”이라 전했다.
한겨레는 <정권퇴진 집회 강경대응한 경찰, 국민과 싸우겠다는 건가>에서 해당 집회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11명이 경찰에 연행된 사실과 관련해 정부 비판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같은 날 또 다른 사설 <대결정치·여사의혹·정책실패만 남은 윤 대통령 전반기>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난 2년 6개월을 평가하면서 그동안 혼선을 만든 정책들을 짚고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관련해서 “‘정치 공세’라면서 비호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국민일보의 사설 등은 해당 집회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1심을 앞둔 상황과 연결해 바라봤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 <매주 장외 집회 민주당, 제1당의 마땅한 자세인가>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예산정국에 돌입한 상황에서 주말마다 대규모 장외집회에 당력을 쏟아붓는 게 제1당의 마땅한 역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이 장외집회 장기화를 예고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건으로 1심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썼다. 이어 “대통령 탄핵은 엄격한 법적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절제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파를 뛰어넘는 민심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성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정치 투쟁 올라타고 다시 고개 드는 민노총 폭력>에서 “민노총은 오는 20일과 다음 달 7일에도 총궐기 집회를 벌이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좌파 단체들도 정권 퇴진·비판 집회를 연이어 예고한 상태”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가 불리하게 나오면 이 집회들이 더욱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불법 폭력 집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엄정한 법 집행밖에 없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외 3면 기사에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표가 선고를 앞두고 장외집회를 연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을 전했다.
중앙일보 역시 민주당의 주말 집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역시 2주째 지속 중인 주말 거리투쟁부터 재고해야 마땅하다”며 “과반 1당으로서 힘의 과시가 아닌 그 제도의 틀 안에서 문제를 풀어야 옳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도 이날 사설 <지금은 사법의 시간…민주당, 노골적 재판 개입 멈춰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판결이 이번 주(15일) 내려진다. 그 열흘 뒤에는 위증교사 사건의 선고도 예정돼 있다”며 “오래 끌어온 사법리스크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시점에 민주당은 2주 연속 주말 장외집회를 벌였다. 9일 집회에서 쏟아낸 발언과 연출한 모양새의 요지는 ‘탄핵’이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처럼 촛불을 켰고, 군소야당과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대통령 탄핵’을 외쳤으며, 이 대표도 직접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이 사설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 선고에 맞춰 탄핵 여론몰이에 총공세를 펴는 상황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며 “정권의 급변 가능성을 이토록 요란하게 설정하는 시점과 방법 모두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 임기 후반 시작…언론은 인적 쇄신부터 주문
윤석열 대통령이 5년 임기 가운데 2년 반이 지나, 오늘부터 국정 운영 후반기에 접어든다. 신문들은 윤 대통령의 임기 후반을 평가하면서 최근 지지율이 바닥난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신속한 변화·쇄신에 윤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명운 걸어야>에서 “반전의 계기를 조속히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정 운영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그 돌파구는 변화와 쇄신에서 찾아야 한다. 그 밖의 뾰족한 비법이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대통령실에선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다음 순방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김 여사를 공식 보좌하는 제2부속실도 과거 청와대 무궁화실보다 3분의 1이 안 되는 규모로 정식 출범했다. 대통령의 사과에 이은 후속 조치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라고 긍정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사설은 “이참에 ‘김 여사 라인’도 신속히 정리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임기 후반 시작한 尹, 쓴소리에 귀 열고 인적 쇄신 서둘라>라는 사설에서 후반기부터는 “윤 대통령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국정 운영의 전환을 위해서는 대대적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대통령실에서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참모들을 정리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그 모양이 되도록 할 말을 못한 비서실장도 바꿔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실패에 총리의 책임도 없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기자 장관들이 복지부동(伏地不動)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대대적 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111202102269058001
[장영수 칼럼] 임기단축 개헌, 무엇이 문제인가 (디지털타임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2024-11-11 18:12)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참가한 주말 장외집회를 통해 임기단축 개헌 요구가 다시 강조되었다. 탄핵보다는 임기를 단축해서 조기에 대통령을 교체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런가?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문구만 보면, 임기연장과 달리 임기단축 개헌은 윤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기단축 개헌을 통해 재임 중의 대통령을 조기 퇴진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1980년 헌법에서 이 조항이 처음 도입된 것은 장기집권 및 독재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고, 임기단축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임기연장과 중임변경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오늘의 진영갈등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임기연장에 못지않게 임기단축도 법적·정치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수 야당의 압력에 의해 재임 중인 대통령의 임기를 일회적으로 단축하기 위한 개헌이란 헌법개정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속성과 안정성이 핵심인 헌법을 건드려서 대통령의 임기를 바꾸는 것보다는 하야 또는 탄핵이 오히려 헌법의 본질에 맞는 해결일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2017년의 국회 개헌특위와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이 모두 소임을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이 정말 더 시급한 것일까? 지난 37년 동안 축적된 개헌 필요사항들이 막중한데, 그 모두를 외면하고 임기단축을 앞세우는 것이 올바른 개헌일까?
셋째,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5년 임기의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런데 지금 이를 단축하는 개헌이 국민의 뜻에 맞는 것일까? 개헌을 확정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신임투표에 의해 중간에 물러날 수 있다고 한 것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넷째, 임기단축 개헌을 추진하면 정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안 그래도 극단적인 진영갈등 상황에서 여야 모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대통령 탄핵과 임기단축 개헌을,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법원 판결을 앞두고 과연 어떤 극단적인 대립이 전개될까? 서로가 '벼랑끝 전술'이라도 쓰자는 것인가?
다섯째, 임기단축 개헌 이후의 대한민국은 또 어떻게 될까? 윤 대통령의 실정 때문에 임기단축 개헌이 필요했다는 책임론과 개헌 요구를 수용했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무책임론이 대립할 것이며, 그로 인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진영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건설적 경쟁이 아닌, 소모적 갈등이 다시금 대한민국 대선 판도를 좌우할 우려가 매우 크다.
그밖에도 임기단축 개헌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초래할 후폭풍은 가히 엄청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임기단축 개헌이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최선의 해법일까?
무엇이 최선의 해법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윤 대통령도,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도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나와야 한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극단적 정치갈등이 완화되고, 경제가 나아지고, 사회가 안정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기단축 개헌이 초래할 심각한 혼란보다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협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윤 대통령도 야당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되어야 한다. 야당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정부-여당과 협력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야의 적대적 공존과 이를 통한 국민의 정치불신 심화는 결국 제살깎기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 정쟁을 계속할 것인가? 대한민국이 기울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11112006035
윤 정권 퇴진 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경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2024.11.11 20:06)
지난 11월9일 세종로 일대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민주노총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한 총궐기대회에서는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집회를 연 한국노총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대학교수들도 연이어 정권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퇴진운동본부는 온라인에서 국민투표(https://outvote.kr/ )를 진행 중인데, 11일 현재까지 23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이미 10%대로 떨어졌다. TK 지역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이 확연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7일에 열린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돌아선 민심을 돌려세울 마지막 기회였지만, 형식적인 사과와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더 끌어올리는 결과를 자초했다. 누구도 그가 남은 2년6개월의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7년여 전처럼 다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을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다. 워낙 대통령과 정권이 막무가내로 나라를 망가뜨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2년6개월 동안 곳곳이 무너졌다. 부정부패의 한가운데에 있는 대통령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사유화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소수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정책을 밀어붙이고, 개혁이라고 치장한 정책들은 하나같이 불합리하기만 하다. 철 지난 이념전쟁으로 전쟁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이러니 이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수 있겠다 싶다.
탄핵은 우리 삶을 바꾸는 것이어야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 뒤가 걱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린다 치자. 그다음은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정권을 잡을 것인가? 그 정권은 망가진 국가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지금의 다중적 위기를 극복할 대안세력일까?
지난 4일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주식시장이 너무 어려워 동의했다고 하는데, 전체 주식 투자자의 1%에게 혜택을 주는 결정을 한 것이다. 고통받는 서민들이 주식 투자로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리는 없으니 결국 소수의 주식 부자를 위해 조세정의 원칙을 부정하는 결정을 했다. 주식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왜곡된 지배구조 문제 때문임을 모두가 인정하는데, 이게 마치 금투세 때문에 주식 투자가 안 되고, 주식시장이 저평가되는 것처럼 왜곡한다. 이러면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한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트럼프의 낙승이었다. 후보를 교체하면서까지 트럼프와 맞섰던 민주당은 패배했다. 가자지구와 중동에서 학살을 비롯한 인권유린을 저지르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만이 아니라 국내적으로 기득권 정당이라는 점이 분명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결과라고 한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그렇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당시 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공동대표를 맡아서 매주 촛불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한겨울임에도 쉬지 않고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 싸웠다. 그 결과 탄핵에 성공했고, 국민행동은 해산했다. 그런 다음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 완수를 자신의 과제로 삼았다. 그렇지만 적폐청산도 사회대개혁도 흐지부지되고, 급기야는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탄핵 촛불 진행 당시 사람들은 물었다. “대통령 탄핵 뒤에 우리의 삶이 달라질 것인가?” 결과적으로 나는 그들에게 근거 없는 희망을 주고 말았다.
윤석열 퇴진 뒤의 대안 확신 못해
나는 누구보다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희망한다. 그런데 그 뒤에 대해서, 대안에 대해서 아직 자신할 수 없다.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탄핵이어야 한다. 우리의 사람을 바꾸기 위한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7년 전의 불행을 반복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삶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 그런 일을 갖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걱정이 많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111/130406797/2
[동아광장] 정권의 위기, 대한민국의 불행 (동아일보, 박원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2024-11-11 23:15)
국회 설득 별 노력 없이 입법 포기한 2년 반
시민사회와의 피드백 과정도 작동 안 돼 심각
5년 단임 대통령제 수명이 다한 건 아닌지…
임기 전반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여러 조사에서 채 2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적어도 4명 이상이 대통령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임기 절반을 갓 채운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것은 전에 없던 일로, 정권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불행이기도 하다.
사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과 취임 초기의 출발점에서 주었던 부푼 기대가 금방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그라지는 것을 우리는 되풀이하여 지켜보았다. 이것은 어쩌면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숙명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통령이 겪는 정치적 위기는 다음 두 가지 의미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심각한 것이라 단순한 정권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행이기도 하다.
첫째, 윤 정부 현재의 위기는 입법을 포기한 구조적 통치의 부재가 2년 반 동안 누적된 것이며, 단발적인 스캔들과 녹취파일들에 드러난 “처신”들은 이 문제에 비하면 차라리 사소하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를 후세가 평가한다면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허약한 정권이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2년 반이 지나도록 윤석열 정부의 ‘시그니처’라 할 만한 입법 성과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부 출범부터 국회에서 여당은 항상 소수였고, 심지어 지난 4월 총선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소야대가 전혀 새로운 현상도 아니며, 적어도 행정부가 국회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인지를 찾으려는 노력은 했어야 하지 않는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연금, 노동, 교육과 저출생의 “4+1 개혁”이 정말 시급하고 정부가 그것에 진심이라면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한 가지를 주고 한 가지를 받는 것이 정치가 아니었던가.
진심으로 걱정되는 것은 이 설득의 역할이 대통령의 일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이다.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고, 국회 시정연설이라는 권한을 포기하며, 야당 대표는 고사하고 여당 대표조차 만나기가 어려운 것을 보면 너무나 쉽게 국회와 입법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회의만 하지 말고 대통령령으로 손볼 수 있는 것들부터 빠르게” 바꾸라고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더 그렇다.
사실 의료, 연금, 노동, 교육, 저출생 등의 뿌리 깊고 심각한 문제들을 입법이 아닌 시행령의 수준에서 다루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 사회의 모든 해묵은 갈등과 모순이 중첩된 저 ‘4+1’의 문제들을 국회에서 논의하지도 않고 행정부 독자적으로 “빠르게 손보려는” 무모함이다. 그런 섣부른 시도 중의 하나가 바로 지금의 의료 대란이 아닌가. 임기 후반부에는 개혁 과제들을 국회와 같이 신중하게 논의하여 윤 정부의 레거시로 남을 수 있는 입법의 토대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기 내 성과를 바라면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고, 섣불리 실패할 거라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둘째, 역대 정부들에서 볼 수 없었던 현 정부의 다른 문제 하나는 시민사회와의 피드백 과정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대통령이 가장 즐겨 쓰는 비유,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응축되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밤잠을 설치면서라도 전광판을 뚫어지게 봐야 하지 않나.
예전 정부들도 ‘소통의 부재’라는 비판은 늘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처럼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이를 ‘뚝심’으로 홍보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반개혁 세력들이 저항하고 언론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의 80%라는 숫자가 전광판에 찍혔다면 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작전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훌륭한 감독일수록 지는 경기는 빨리 포기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와의 단절, 시민사회와 언론 피드백 과정의 붕괴, 이 두 가지 문제는 우리가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유산은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한국에서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사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https://www.donga.com/news/dobal/article/all/20241115/130432699/1
[김순덕의 도발]선조 때 ‘사화 트라우마’… 지금은 ‘탄핵 트라우마’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니스트·고문, 2024-11-16 12:01)
노파심에 밝히자면, 나는 또 탄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적지 않은 국민이 ‘탄핵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당 대표나 비서실장, 장관한테는 대면보고 한번 안 받으면서 사인(私人)의 국정농단을 허용한 전임대통령. 대통령 권력을 남용한 ‘유신 공주’만 파면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절로 복원될 줄 알았다. 아니었다. 후임 대통령 문재인은 우리국민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몰고 갔다.
● 대통령 부부는 안드로메다에 살고…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대통령 내외가 안드로메다에 살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선뜻 탄핵 소리가 안 나오는 건 탄핵 트라우마 때문이다. 설령 윤 대통령이 공천개입을 했거나 부인이 국정관여를 했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 분위기다.
그래서 당장 대통령이 물러나면 어쩔 건데? 우파궤멸도 겁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 집권은 더 겁난다. 죽어도 경험하기 싫은 나라로 끌고 간다면, ‘검찰공화국’이나 ‘김건희의 나라’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답답할 때는 혹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역사를 들여다본다. 세상에 이럴 수가. 1498년(연산군 4년) 무오사화, 1504년(연산군 10년) 갑자사화, 1519년(중종14년) 기묘사화, 1545년(명종 원년) 을사사화 등 4대 사화(士禍)로 사대부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새 임금이 등극한 조선 선조 시절(재위 1567~1608), ‘사화 트라우마’가 ‘마이너스 에너지’로 작용했다는 거다. 류성룡 관련 학술지인 2023년 ‘서애연구’에서 발견한 대목이다.
● 사화 후유증에 사대부들은 몸을 사렸다
● 잘난 체하면서도 개혁의지 없는 선조
● 환관의 국사 개입까지 허용했다
● 트라우마 속에서도 당쟁은 벌어졌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냐? 닦달하지 마시기 바란다. 사화 트라우마가 존재하던 선조 때 시작된 것이 당파요, 당쟁이었다. 기개 있는 군자라면 “아니되옵니다!” 목숨 걸고 국왕의 잘못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하길 마다하지 않았다.
● 탄핵의 존재 의미 “대통령도 조심하라”
선조 이후, 사화 트라우마가 있어 사화는 더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우리에게도 탄핵 트라우마가 있어 대통령 탄핵은 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탄핵이란, 잘못하면 대통령 직(職)에서 파면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만 처절히 새기고 있다면 말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과연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는지 여부다. 공천 개입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오는데도 거짓 해명으로 국민 염장을 지르거나, 부인의 국정 개입 의혹이 역력한데도 “절대 국정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끝내 안 하는 걸 보면, 과연 윤 대통령이 국민을 두렵게 여기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출신 대통령인지라 자신이 검찰을 장악했다고 믿기 때문일 수 있다(검찰이 언제까지 ‘권력의 주구’일지 궁금하다). 헌법재판소를 믿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탄핵 결정에는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행 6인 체제에선 한명이라도 이견이 있으면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영부인 사주’가 있다는 부인을 믿는다는 소문도 나돈다^^.
● 대통령 부인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순 없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자신만만한 것이라면, 제발 생각을 바꿔주기 바란다.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로 보나, 죽을 만큼 힘든 우리 삶으로 보나, 대통령 내외가 여유부릴 때가 아니다. 윤 대통령에게 이대로 국정을 맡겨놔도 되는지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속히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바꾸고, 야당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새 국무총리를 들여야 한다. 찔끔찔끔 말고 가시적 개편이 시급하다. 헌법대로 총리 제청을 받아 유능한 인물로 새 내각을 구성해 내각제처럼 운영하는 등 확 달라지는 모습을 뵈주는 것이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세번 째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휘두르기 전, 부디 심사숙고했으면 한다.(관저에 가서 물어보라는 뜻 아님). 저널리스트 마이클 브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국민과의 계약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썼다.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는 계약 말이다. 대통령(V1)은 물론 대통령 부인(V0)도 법 위에, 국민 위에 존재할 순 없음을 윤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임계점을 넘으면 우리 국민 감정 속 ‘야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11182143005
대통령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경향,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24.11.18 21:43)
나의 대통령 퇴진 구호는 ‘김영삼’에서 시작됐다.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정리해고 반대 투쟁 폭력 진압, 이라크전쟁 파병과 비정규악법 통과,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 이유도 방향도 분명했다. 대통령을 바꾸자는 구호이기보다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였으므로 그것은 급진적 민주주의의 요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익숙했던 퇴진 구호에 이물감이 들기 시작했다.
대통령 퇴진이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요구는 아니다. ‘문재인 퇴진’에 앞장선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난민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것처럼, 방향은 제각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탄핵소추를 당했으나 그것을 민주주의의 역사로 기억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박근혜 퇴진 촛불의 경험은 대통령 파면을 민주주의의 증거로 기억하게 한다. 그러나 국민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민주주의가 실패한 증거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정치 시스템의 붕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수십 년 작동하던 정치 시스템이 무너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다. 시스템을 통해 선출된 권력이 안에서부터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선거제도나 결과를 존중하는 선이 관례로 유지되었다면 선거제도를 악용하거나 결과에 시비 거는 것이 정치가 된다. 상대 정당이나 정치인을 정치 무대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목표가 되고, 사법과 언론의 동원과 통제가 민주주의로 둔갑한다.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이 노동자나 여성, 소수자를 제대로 대표한 적 있었겠냐마는, 최소한 말로는 내가 당신의 편임을 설득하는 것이 정치였다. 이제 정치인들은 당신이 나의 적임을 고지한다.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상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과 이재명에게 판돈을 모두 걸어버린 탓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당 내부에서 이견을 제거하며 정치가 시작되니 민주주의가 숨 쉴 수 없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남발하고 국회는 강행처리를 반복하면서 정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사법과 언론도 정치 때문에 너덜너덜해지고 있다. 대통령 퇴진 요구는 민주주의의 전선이 아니라 진영의 구분선이 되어가고 있다.
여야가 상대를 비난하는 수사에 경제와 안보는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갖고 있는 구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정치가 실종됐다고들 한다. 그러나 대화가 단절되는 자리만큼 타협이 빠른 자리가 있다. 우리 삶과 세계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토의하는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정치 실종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 물가와 부채와 과로와 차별과 죽음에 응답하며 변화를 만드는 일이 정치에서 사라지고 있다.
‘박근혜 퇴진’의 의미는 ‘임기 단축’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우리는 촛불을 들며 다른 세상을 꿈꿨고 나의 일터와 우리 동네에서 민주주의를 키울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묻고 “네 잘못이 아니야” 말해주는 관계들로부터, 노동의 존엄과 권리가 실현되는 세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지 않는 세상,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을 세상의 꿈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응답하지 않는 정치 대신 우리 스스로 움직였기에 민주주의의 증거가 됐다. 퇴진을 요구해서 가능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민주주의의 장소들이 이미 만들어져왔기에 가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받는 지지율 성적표에는 윤 정부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가 섞여 있다. 삶이 달라질 리 없다는, 세상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체념. ‘윤석열 퇴진’으로 모이는 일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디딤돌이 아니라 걸려 넘어질 돌부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집권 세력을 비판하는 만큼 정치를 회생시켜야 할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장소에서 더 모이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8125.html
윤석열 퇴진, 그 숨막히는 교착과 파국 사이 (한겨레,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2024-11-19 15:40)
[신진욱의 시선]
정치 상황이 심상치 않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논란과 공천개입 의혹에 이어 명태균이라는 정치 브로커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등에 업고 선거와 국정에 깊이 관여해왔다는 혐의가 짙어지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질쳤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가열되고 있다. 대통령이 임기 도중 퇴진할 만큼 중대한 상황일까? 그리고 그게 가능할까?
퇴진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는 개인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국민 다수가 퇴진을 요구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하나, 시민과 언론의 자유가 무너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자유’를 수백번 말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반대 의견을 말하는 시민들을 ‘입틀막’했고, 비판적인 언론사와 기자들을 압수수색했으며, 방송 장악을 집요하게 시도했다. 올해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도 지수에서 한국은 62위로 평가됐다. 아프리카의 군사독재국가 가봉보다 아래다. 놀라운가? 자유의 박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건만, 우리는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둘, 대통령의 독단으로 국정의 합리성이 무너졌다. 대통령은 자기 뜻과 다른 국회 결정을 모두 거부권 행사로 무력화했다. ‘수사해봐서 안다’는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그해 수능 문제가 좌우됐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대란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국민이 무서워하는 건 대통령의 힘이 아니다. 진정 두려운 건 무능한 그의 독단으로 의료체계 붕괴나 전쟁 발발 같은 국가적 참화가 일어나는 일이다.
셋, 법의 공정성이 무너졌다. 윤 대통령은 법치와 공정을 내걸었지만 실은 검찰을 사유화하여 ‘법의 지배’ 대신 ‘법을 이용한 지배’를 확립했다. 과거 군사정권이 ‘간첩’을 조작했다면, 지금 검찰정권은 ‘죄인’을 생산한다. 죄 없는 사람을 죄인 만들기, 수사·기소 남발하여 범죄자 이미지 만들기, 정적의 죄만 파헤치고 권력의 죄는 은폐하기 등의 방식이다. 여기서 ‘유죄냐? 무죄냐?’는 사안의 핵심이 아니다. 반대자를 ‘죄’의 프레임이 가두고 자신은 ‘법 밖에’ 두는 큰 구조가 본질이다.
넷, 사인(私人) 지배로 헌정 질서가 무너졌다. 대통령의 부인과 그 지인들이 여론 조작, 공천개입, 정부 인사, 국책사업, 노동 탄압까지 광범위하게 개입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대표성도, 국가기관의 공적 권위도 없는 순전한 사인들이 나라의 실질적 주인인 것이다. 이런 종류의 후견 체제는 군부나 토호 세력이 실권을 가진 후진적 독재국가에나 있는 것이다.
다섯,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명태균씨는 지난 대선 때 다수의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와 대통령 부부는 또한 총선, 지방선거, 국민의힘 당내 선거의 공천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만약 이 중 일부라도 사실로 판명된다면, 그것이 우리 체제에 주는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이상의 오각형을 이어보면 민주주의, 법치, 거버넌스의 구조물이 허물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사람은 윤 대통령이 어떻게든 임기를 다하면서 국정을 개선하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이대로 계속 가는 것보다 나쁠 순 없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사퇴, 탄핵, 개헌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중 무엇이 바람직하며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하지만 여러 조건을 분석해보면 어느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사퇴’는 윤 대통령이 반성하고 물러날 리가 없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퇴 후 사법 처리를 안 한다는 걸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러나면 감옥 갈지 모르는데 대책 없이 물러날 사람이 있겠는가?
한편 ‘탄핵’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 탄핵 후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현시점에서, 국민의힘이 변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소추가 된다 한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되면 윤석열 정권은 더 큰 정당성을 갖고 폭주할 수 있다.
끝으로 ‘개헌’ 역시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데,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짓 남은 상태에서 임기 단축의 의의가 있을 만큼 신속하게 개헌 이후 정치제도의 내용에 합의하는 것은 어렵다. 1987년의 ‘직선제 개헌’ 구호처럼 각 정당의 복잡한 계산을 넘어설 큰 대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는 지루한 ‘교착’의 지속, 또는 국민적 공분의 폭발에 의한 ‘파국’이다. 교착이란 바람직하지 않지만 출구가 없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상태다. 여당은 ‘이재명 대통령’보다 나쁜 대안은 없으니 현상 유지를 원하고, 이재명 대표는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지만 반대 역시 커서 민심이 확장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한국 사회의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급변하는 세계에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몇년을 보낼 수 있다.
바로 여기에 국민들의 숨 막히는 답답함이 있을 것인데, 만약 이렇게 분노가 축적되다 어떤 촉발 사건으로 점화된다면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파국의 출발일 수 있다. 사퇴, 탄핵, 개헌이 모두 닫힌 상태에서 정권이 강압을 동원하고 우익 세력이 일제히 참호에서 올라온다면 우리 사회는 큰 갈등과 혼돈에 빠질 수 있다.
그 같은 시나리오를 피하고 ‘질서 있는 변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은 매우 좁아 보인다. 퇴진 후 권력을 둘러싼 ‘불확실한 게임’이 예상되거나, 반대로 ‘확실한 대안’이 있을 때 다이내믹이 개시될 것이다. 지금처럼 ‘윤석열 때리기’와 ‘이재명 때리기’를 주고받는 것으로는 판이 변하지 않는다. 반윤이 커져도 반이 때문에 한계가 있고, 반이가 커져도 반윤 때문에 더 힘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당파적 역학 안에서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 한계를 뚫을 힘은 거대한 국민의 명령에서 나올 것인데, 그 분출을 막는 것은 바로 ‘퇴진 이후’에 대한 회의다. 국민들은 탄핵, 촛불, 그 후의 환멸까지 다 겪었다. 이번엔 다를 수 있을지를 묻고 있다.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을 넘어, 더 큰 희망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때 행동이 시작되고, 변화가 개시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192108015
[정희진의 낯선 사이] 기민과 탄핵 (경향,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2024.11.19 21:08)
2016년부터 시작된 ‘촛불시위’에 연인원 1700만명이 참여했다. 이듬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촛불’은 전국 각지에서 장기간 대규모로 이루어진 자발적 힘이었다. 당시 ‘여론 주도층’은 이 집회의 동력과 원인에 대해 많은 토론과 분석을 시도했다. 구한말 만민공동회가 역사적 기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1980년대 ‘변혁 이론’ 중 하나였던 제헌의회 그룹(CA)의 이론적 전제는, 일반 대중은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 있으므로 해방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직업 혁명가의 지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이 가장 경계한 것은 대중 추수(追隨)주의였다. ‘촛불’은 이들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역사다. 8년 전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귀가하지 않고 콘서트를 즐겼으며 도로를 점거하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자체 토론을 벌였다(물론 성추행과 절도도 있었다). 사회운동 세력은 대중을 동원하거나 조직하기는커녕, 사람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조차 몰랐다.
‘주간경향’ 1603호(2024·11·11~11·17)의 커버스토리는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절반 마칠 수 있을까”이다. 지금 정국의 최대 사안이다. 탄핵이냐, 하야냐, 임기 단축 개헌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자발적 하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처럼 “이게 나라냐”며 분노했을 때와 달리 “결국, 이게 나라구나”라고 포기할까? 대한민국은 고민 중이다.
어쨌든 중론은 탄핵의 동력이 8년 전과 다르다는 것이고, 여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그나마 한 명의 대통령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부부 대통령’이다. 모든 사안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탄핵을 해봤자…”라는 피로감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윤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세상이 나아질까?라는 의문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의 기억과 먹고사는 일상이 너무 고달프다.
국민이 아니라 기민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류학자 엄기호는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의 국가는 노동을 재생산하는 것을 국가 정책의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노동의 재생산은 국가의 부를 생산하는 데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국가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을 탈락시켜 ‘쓰레기’로 만들고, 그 쓰레기를 합리화하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있다. (…) 요컨대 노동의 영역으로 편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네가 왜 잉여가 되고 쓰레기가 되어야 하는지 납득시키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목적이 된 것이다. 이 통치의 성공과 더불어 남성들은 성공적으로 잉여 처리된다. 이 잉여들은 스스로를 국민이라고 느낄 수 없다. 다만 국민의 짐, 시민의 덤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대다수 남성들에게 대단히 낯설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이 국민이며 정치적 주체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촛불’에서 이들이 ‘국민’이라는 기표에, ‘시민’이라는 호명에 매혹되고 힘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쓰레기가 되는 삶들> <유동하는 공포> <새로운 빈곤 - 노동, 소비주의 그리고 뉴푸어>도 이러한 현상을 다룬다. 또한 이미 28년 전인 1996년, 프랑스에서 메디시스상을 수상한 비비안느 포레스테의 <경제적 공포 - 노동의 소멸과 잉여 존재> 역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분석한 책이다. 출간 직후 17개 언어로 번역되어 마르크스 이후 가장 많이 팔린 경제서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옥은 비어 있고 악마들은 다 우리 곁에 있다.” <경제적 공포 - 노동의 소멸과 잉여 존재>는 부제가 주제이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실감하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고용은 줄어든다”는 상황이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지은이는 자본주의가 지구를 삼켜버리고, 인간은 인간성 밖으로 추방된 시대의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다.
나는 위 분석들에 동의한다. 불과 8년 사이에 한국 사회는 국민이든 시민이든, 주체들이 소속하고자 했던 국가(의 역할)가 사라졌다. 이는 미국에서 왜 극도의 인종주의자이자 성차별주의자인 트럼프에게 유색인종과 적지 않은 여성들이 투표했는지를 설명해 준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가져온 극단의 양극화와 그 통치 체제인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국민 대신 자본을 선택하고 자본의 열렬한 후원자가 되었다. 국민은 관심 밖, 잉여다.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이들, 기민(棄民)은 이 거대한 비극에 저항하기보다는 아무도 믿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 생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바로 옆의 눈에 보이는 타자(이주민, 여성 등)를 혐오한다. 한국 사회의 ‘이대남’ 현상이 그것이다. 그러나 20대 남성을 ‘버린’ 주체는 국가이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기민들의 탄핵은 가능할 것인가
미국의 진보적 중산층은 캐나다로 이주하거나 트럼프 임기 내내 미국을 떠나는 4년짜리 크루즈 여행을 고민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나는 한국인들의 국가관은 더욱 복잡하고 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외세로 인해 늘 ‘주체 역량’을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했던 굴곡의 근대화 역사 때문이리라.
한국인들의 심리에는 애국주의, 국민주의도 강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왕조)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1994년에 출간된 조한혜정의 <탈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2>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나온다. ‘공중전화 시절’에 잔돈이 남으면 한국 사람들은 뒷사람을 위해 전화기를 끊지 않고 전화통 위에 올려놓는데, 일본 사람들은 끊어버린다는 것이다. 일본 사회는 한국인의 이러한 문화를 “인정 어린 미풍양속”으로 평가했는데, 조한혜정의 분석은 다르다. 한국의 경우 공중전화에 남은 돈은 국가에서 장애인 복지 사업을 위해 쓰게 되어 있는데, 일본 국민은 국가가 그런 일을 하리라 믿기에 돈을 ‘기부’하지만 우리는 국가에 돈을 기부하길 싫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낸 세금의 혜택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으며, 오히려 국가에 바친 세금의 상당 부분이 권력자가 부정으로 축재하거나 더 나쁜 일을 저지르는 데 쓰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국가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믿을 것은 가족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버전으로 말하면, “믿을 것은 나밖에 없다”.
내 생각에 현 정권에 대한 탄핵 국민 행동 여부는 ‘주체 역량’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그다음 정부, 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다르다. 정치평론가 이철희는 최근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출간 인터뷰에서 “탄핵의 문은 열렸지만, 야당은 서두르지 말라”고 경고한다. 국민들이 현재 수권세력으로서 야당에 대한 신뢰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은, 야당 역시 국민을 저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의 생각을 모르고 야당(들)이 탄핵 국면을 주도하는 것은 여야, 그들끼리의 정쟁으로밖에 안 보일 것이고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되자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자축(?)과 의기양양한 어투의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었는데, 그 표현은 나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금투세 폐지, 해냈습니다!” 뭘 대단하게 해냈다는 말인가. ‘해냈다’. 이 표현은 어렵고 힘들지만 의미 있는 일을 성취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마치 무슨 억압에서 누군가를 해방시켰다는 말로 들린다. 금투세 폐지에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국민들이 더 많다. 금투세 폐지가 그리 대단한 민생 사안인가. 금투제 폐지는 국가가 국민을 버리는 기민 행위에도 나름 완급 조절을 한다는 사례일 뿐이다. 그나마 야당은 지난 정권에서 자신들이 발의했던 법을 스스로 포기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이렇게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이들은 처음이다. 이전의 군사정권은 국민들과 싸웠다. 국민들도 그들과 싸웠다. 그러나 지금 정권은 국민에게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대통령 부부라는 사실만 중요하다. 게다가 현재 기민들은 극도로 분열되어 있다. 자신이 기민인 줄도 모르고 자신을 버린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 자신이 기민인 줄 알기에 분노하여 거리에 나설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과연 어떤 국민들이, 아니 어떤 기민들이 이 지옥에서 살아남을까.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81526
왜 촛불에도 우리는 윤석열 정권이란 반동을 맞았나 (오마이뉴스, 24.11.21 18:14 l 이도흠(ahurum1) 한양대 교수/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 공동대표)
[주장] 차고 넘치는 윤 대통령 퇴진 사유... 촛불 불씨와 내딛어야 할 '한 걸음'
지지율이 10%대에 이른 대통령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이 무도한 정권을 맞아 대한민국은 정치와 민주주의, 경제, 사회문화, 외교와 안보, 노동, 국민의 보건과 복지, 안전,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군사독재정권 수준으로 반동과 퇴행이 자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심각한 국정농단이 선을 넘고 전쟁 직전의 위기에까지 처하였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대통령은 성찰도, 협치로 전환할 의사도 없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하여 언급했으니 생략한다.
탄핵은 쉽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민의힘이 2016년 촛불 때 너무도 쉽게 권력을 내주었다고 학습된 것이 있어 이번에는 탄핵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범법 사례에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법적 근거를 갖는 위법·위헌 사항을 구성하기 어렵다. 헌재도 보수 쪽 재판관이 더 많다. 무엇보다 공론장이 붕괴되어 여론이 갈라치기가 되고 광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설혹 국회에서 의결한다고 하더라도 헌재에서 인용되지 않으면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고 역풍이 불 것이다.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은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불기소를 조건으로 한다면 미리 사면해 주는 형국이 되고 나쁜 사례를 남기게 된다. 개헌을 4년 중임제 등 정치공학적인 논의로 한정하면, 이미 시효가 다한 6공화국을 답습하게 된다. 임기 이후 재판은 재판대로 받게 하되, 국민발안제, 경제민주화, 권력기관의 시민 통제, 시민저항권, 동물권, 재생에너지 전환, 인공지능의 평화적 이용과 규제 등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담고 간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헌법을 담아야만 그나마 한국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국민 3.5%가 모이면 정권은 바뀐다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퇴진 운동으로 대통령을 내쫓는 것이다. 2016년부터 누차 말하였듯, 에리카 체노웨스가 여러 나라의 대중운동을 조사하여 내린 결론대로, 국민의 3.5%가 지속적으로 비폭력투쟁을 하면 정권 교체가 100% 성공하였다. 그러니 180만 명이 광장으로 다시 나와 촛불을 들면 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인데도 왜 민주당의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비슷하고 시민들은 선뜻 광장으로 나서지 않는가. 분노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탓이 아니다. 기대나 비전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라며 촛불을 들며 다른 나라를 꿈꾸었지만 국민을 위한 새로운 나라는 없었다. 민주당은 이미 기득권 카르텔의 일원이 되었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과 약속한 사회대개혁을 하지 않았고 이재명 대표 체제는 사법리스크가 심할 뿐만 아니라 금투세마저 폐지할 정도로 보수화를 가속하고 있다. 진보는 분열된 채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모두 쇄신하고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일터와 교실과 지역, 사회관계망에서 공론장을 복원하고 담론투쟁을 전개하여 아직 국민의 가슴에 남아있는 촛불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하나로 힘을 모아 지금 당장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하지만, 또 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광장으로 시민들을 다시 불러들이려면 전제가 있다. 민주당이 성찰과 쇄신을 하고 사회대개혁, 좌우동거정부를 수용해야 한다.
2016년 11월 7일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의 진로'라는 칼럼을 한 신문에 게재하면서 1차 목표로 퇴진과 구속, 2차 목표로 기득권층의 교체와 개혁, 3차 목표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생태복지국가로서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주장하였다.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퇴진 행동에 들어가서 나름 노력했는데 절대 다수가 탄핵에만 몰두하였다. 에드워드 카아의 말대로 역사가 나선형으로 반복되며 나아간다면, 그 차이와 진전을 만드는 것은 성찰과 실천이다. 성찰이 없는 과거는 미래가 된다.
"위기는 낡은 것이 다 죽어가는데 새것이 오지 않을 때 생겨난다."(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왜 촛불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이 오히려 윤석열 정권이라는 반동을 맞았고 우리는 불평등의 극대화, 기후위기, 패권의 변화와 전쟁의 위기,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 위기 등 복합위기를 맞고 있는가. 문재인 정권에서도 신자유주의 체제와 기득권 카르텔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거기에 더하여 참여민주제를 향하여 한 걸음도 더 내딛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본산인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이 체제의 실패를 인정하였고 데이비드 코츠는 실증적 조사를 거쳐 신자유주의 축적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와 달러패권은 이미 무너지고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침체의 토대에서 가짜뉴스, 딥페이크, 확증편향으로 공론장이 붕괴하고 이주노동의 문제가 더해지자 극우 포퓰리즘과 극단적인 종교가 빠르게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자본-국가-보수언론-종교권력층-사법부-전문가집단과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기득권 카르텔의 돈, 권력, 정보의 독점과 부패는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극대화하면서 사회를 붕괴시킬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히 퇴진운동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 불평등과 기후 위기를 극복한 사회, 공존공영의 세계체제와 한반도 평화 체제, 참여 민주제를 향하여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어야 한다. 사회대개혁을 결합하여 기득권 카르텔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자 제2의 윤석열 정권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9124.html
윤 대통령은 언제까지 여유로울 건가? [권태호 칼럼] (한겨레,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2024-11-25 17:20)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개각설이 돌았다. 국무총리 후보로 주호영 국회부의장, 권영세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현 전 의원 등이 거론됐다. 이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추가됐다. 그러더니 ‘대미 외교가 중요하다’며 주미대사 출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급부상했다. 그러다 25일엔 ‘경제가 중요하다’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름이 거론된다. 동시에 대통령 지시라며 “여성 총리 후보” 얘기도 나온다.
익숙한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모습이다. 총리 인선을 앞두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건 탓할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 거론되는 인물 대부분이 ‘내 사람’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주 부의장이나 권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나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큰 국정기조 변화를 예고하는 인물은 아니다. ‘친윤계’ 원희룡-추경호, 그리고 정진석 비서실장까지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는 건 윤 대통령 마음을 내보인 것이다.
더욱이 행정안전부 장관에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 교육부 장관에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여성가족부 장관에 윤 대통령과 같은 법무법인에 있었던 전주혜 전 의원, 그리고 국정원장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하마평까지 이르면 ‘제2기 친위 내각’을 꾸리고 싶은 속내가 그대로 보인다. ‘자폭’ 기자회견, 바닥 치는 지지율에도 아무런 성찰도 아픔도 없는 것이다. 하마평이 그대로 이뤄지진 않겠지만, 하반기도 전반기와 똑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윤 대통령은 “국면 전환용 개각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그러면 10%대 국면에 안착하겠다는 건가. 거론되는 인물로는 어차피 ‘국면 전환’이 될 수도 없다.
총리 후보 논의 과정을 보면, 윤석열 정부 특징인 ‘즉흥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깊은 고려나 방향성에 대한 고민보다 “그 사람 어때”라는 ‘불쑥’ 방식이 느껴진다. 한은 총재를 총리로 발탁하겠다는 발상에선 그동안 정부가 틈날 때마다 ‘금리 인하’를 거침없이 내뱉은 바탕이 뭔지 알게 해준다. 그리고 11월에 하마평을 띄우면서 개각은 내년 초에나 진행할 것이라 한다. 참으로 여유롭다.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대표적인 일이 △‘골프 외교’ 논란 △정무수석의 “기자 무례” 발언이다. 지난 8월부터 계속된 ‘주말 골프’는 기자회견 이틀 뒤인 9일에도 쉬지 않았다. ‘트럼프 골프 준비’라는 거짓말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치자고 하면, 그린피로 얼마를 요구할까.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실 내부 평가에서도 ‘횡설수설 대통령’ 아닌, ‘무례 기자’를 성토했던 것인가. 홍철호 정무수석은 ‘용산’에서 그래도 온건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니 ‘용산’ 매파들은 어느 정도일까.
음주운전으로 벌금 800만원형을 받고도 대통령실에 복귀해 논란이 일었던 강기훈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지난 22일 사의를 표명하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죄송하다는 말 대신 “제가 지금까지 본 분 중 가장 자유 대한민국을 걱정하시고 사랑하시는 분은 대통령님”이라고 말했다. 홍보수석이나 대변인 아니고는 수석도 물러나면서 입장문을 발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서관도 아닌 행정관이 이러는 건 주제넘은 일이다. 그것도 개인 비리로 물러나 대통령실에 큰 부담을 줬으면 조용히 물러나는 게 예의다. 그런데 또 부담을 줬다. 누구 보라는 입장문인가. ‘대통령실 직원들은 각자도생이구나’라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요즘 대통령실이 잔뜩 고무됐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 한동훈 대표의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 ‘티케이’(TK)와 ‘70대 이상’의 분전으로 지지율은 17%에서 20%로 올랐기 때문이라 한다.
앞으로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 난항, 김건희 특검과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진, 친윤·친한 분란이 계속될 것이다. 그 와중에 경제는 1%대 저성장이 우려되고, 트럼프 2기 외교적 파고가 예고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계속 여유로울 것이다.
신용한 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이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당시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내일 광주 방문해 공약을 발표한다 치자. 맨 위에 A4 2장 요약본이 올려져 있는 회의자료가 나온다. 4~5분은 듣는다. 그러다 ‘야, 내가 광주지검 근무할 때 말이야. 지검 앞에 치킨집이 있는데, 야 이름이 고상하게 포시즌이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토요일 오후엔 3시간씩 간다. 기자회견 직전에, 예를 들어 지티엑스(GTX) 연장 지도를 놓고 설명해야 한다. 5분 듣다 또 이야기한다. 설명에 집중하지 않는다. 10분 남겨놓고 그때 가서야 요약 페이퍼만 대충 보는 거다.”
당락이 왔다 갔다 하는 대선 기간에도 이리 여유로웠던 대통령이다. 2년 반,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7일 회견이 답해준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72106015
[정동칼럼] ‘윤석열의 죄’와 윤석열 이후 (경향,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2024.11.27 21:06)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을 통해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해 국민스타로 성장했다. 그 덕으로 대통령까지 됐다. 하지만 이제 자신이 ‘국정농단의 주인공’이 되고 만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은 그가 저지른 ‘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어 특검 등을 통해 밝혀야 하는 죄가 박근혜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검사로 살아왔고 박근혜를 비슷한 혐의로 감옥에 보낸 사람이 자신도 매우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박근혜가 유죄선고를 받은 죄 중 하나가 공천개입인데, 명태균과 이준석 의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영선 전 의원부터 김진태 강원지사, 김태호 강서구청장 등의 공천에 개입했다고 한다. 자신은 검찰 출신이기 때문에 비슷한 짓을 해도 검찰이 봐줄 것이라는 오만인가?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시기가 문제일 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특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생파탄, 친일외교, 민주주의 파괴 같은 정책적 문제부터 김건희의 국정개입,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에 이르기까지 ‘윤 대통령의 죄’는 끝이 없다. 내가 보기에, 진짜 큰 죄는 국정운영과 정치를 너무 엉망으로 해 물귀신처럼 더불어민주당까지 ‘망쳐’ 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촛불항쟁으로 만들어준 정권을 탐욕과 무능, 부패 등으로 망쳐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도 뼈를 깎는 쇄신은커녕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집단도취에 빠지고 말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재명당’을 만들기 위해 공천에서 비명계를 집단학살하는 ‘비명횡사’를 저질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사건 외압의혹 주인공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키는 등 독선으로 민주당에 171석이라는 압승을 선물했다. 공천학살을 해도 윤 대통령이 더 독선을 부려 압승을 하는데 민주당이 왜 혁신을 하겠는가?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을 통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을 막아왔다. 다시 말해, 그는 현재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까지도 망쳐 버리고 말았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죄가 박근혜 못지않지만, 아니 더 중하지만, 박근혜와 달리 탄핵은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 잊고 있지만, 박근혜 탄핵은 정의당, 민주당, 안철수의 국민의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의 뿌리인 자유한국당에서 최소한 63명이 같이해 가능했다. 초당적 공감이 있었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민주당과 야당이 192석이나 의석을 가지고 있어 국민의힘에서 8명만 동참하면 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잘못했더라도 민주당 역시 탄핵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기단축 개헌도 마찬가지다. 탄핵이나 임기단축 정도는 아니지만 특검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회만이 아니다. 일반 국민의 경우도 박근혜 탄핵 때는 ‘진보개혁세력’만이 아니라 ‘중도층’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두 가지 때문이다. 촛불의 결과에 따른 허무주의다. 촛불항쟁이 출범시킨 민주당 정권이 5년 뒤 가져온 것이 기껏 윤석열 정권이라니? 다른 하나는 ‘윤석열 이후’를 상징하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이다. 박근혜 탄핵 때는 민주당이 지금 같은 사법적, 도덕적 결함이 없었다. 이 대표의 사법적 문제 등은 중도층 등이 퇴진운동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미 두 재판 중 한 재판 1심에서 유죄를 받았고 줄줄이 재판이 남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길은 조기 대선으로 대법원 판결 전에 선거를 치르는 것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기에 중도층은 퇴진운동을 순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집회에 파란 옷을 입지 말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탄핵 등으로 ‘윤석열의 비극’을 빨리 끝내려면, 민주당이 도덕적·법적 문제, 1인지배체제 등에 대해 발본적 혁신으로 중도층과 일부 여당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아니라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대립하며 그 덕으로 서로의 지지기반을 유지하는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 국정은 표류할 것이다. ‘윤석열 이후’도 문제다. 촛불항쟁을 말아먹고도 제대로 된 반성이나 혁신도 하지 않으면서 비명계가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협박이나 하는 ‘전체주의 정당’으로는 희망이 없다. 집권해봐야 자기들을 반대하는 국민은 “당원들과 함께 죽이겠다”고 나설 것 아닌가? 퇴진운동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혁신, 아니 한발 더 나아가 촛불항쟁과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탈헬조선) 사회대개혁’이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127/130521646/2
[김순덕 칼럼]윤 대통령은 왜 노무현을 좋아한다고 했을까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 2024-11-27 23:21)
도덕성 흠집 나면 지지율 회복 어려워
尹도 盧처럼 ‘실패한 대통령’ 될까 우려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할 게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 추진한 盧 본받길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주자 시절인 2021년 9월,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른 적이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 서거 때부터 추모식마다 등장하는 곡이다. 높은 음까지 내진 못했지만 “2009년 대구지검에 있을 때,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그때 내가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했다.
노무현 연설을 다 외울 정도로 윤 대통령은 정말 고인을 좋아한다고 했다. 노무현 영화를 보고 혼자 두 시간을 운 일도 있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선 전, 한 인터넷 매체 기자와 통화 녹음에서 부부가 다 노무현 팬이라며 했던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특히 국가지도자로서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은 어딘가 닮아 있고 따라 하려 애쓰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한 주간지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타고난 정치적 감각은 메시이고 호날두인데 문 정권 사람들은 그걸 따라 하려고 하지만, 그만큼 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특한 해석이다.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 1위가 노무현이긴 해도 (2위는 박정희, 3위는 김대중) 살아생전 그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서다. 무엇보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열린우리당이라는 ‘대통령당’이 생겼다 사라졌으며, 가족과 측근 관리에 실패해 세상을 등진 아픔이 있다.
윤 대통령에게 노무현 같은 정치적 감각이 있다면, 시대정신을 읽고 ‘공정과 상식’을 대선 구호로 들고나와 다수 국민을 열광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무현도 윤 대통령처럼 임기 1년도 안 돼 직무수행 평가가 20%대(한국갤럽 조사)로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은 아는지 의문이다. 2004년 초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고 열린우리당이 152석의 거대여당이 됐음에도 노무현은 2004년 2분기 반짝 34% 지지율을 올렸을 뿐, 임기 말까지 대부분 30%를 넘기지 못했다.
이유는 취임 직후 줄줄이 터진 측근 비리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처럼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대선 구호로 들고나왔다. 도덕성과 연계된 가치 쟁점은 한 번 흠집이 나면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경제성장 같은 대선 공약은 기대가 환멸로 바뀌기까지 3년은 기다려 줄 수 있으나 알고 보니 ‘내로남불’이라는 배신감으론 지지율 반등도 힘들다. 최준영 인하대 교수가 2014년 논문에서 밝힌 연구 결과다.
집권 4년 차 12%까지 지지율이 추락했음에도 노무현은 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진상규명법·언론관련법을 개혁입법이라며 밀어붙였다. 성공할 리 없다.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고 강한 야당(지금의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개혁을 고집해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다.
윤 대통령이 진정 노무현을 좋아한다면, 정치 감각이 아니라 지지율부터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노무현은 측근 비리를 사과하고 국민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다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아직 방법이 없지 않다. 노무현처럼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말없이) 고집할 상황이 아니다. 김 여사가 일반 국민과 똑같이 검찰에 수사 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제라도 공정과 상식이 살아 있음을 입증하기 바란다.
그러면 실망했던 지지층이 돌아온다. 그 힘으로 ‘양극화 해소’라는 윤 대통령의 새 국정과제에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고, 정권 재창출의 희망도 가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구 집권을 못할 바에야 어차피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피할 수 없다. 정권을 뺏기기 전에, 차라리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을 때 받고 넘어가는 게 여러모로 낫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은 검찰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좋아했던 노무현은 청와대가 간섭하지만 않으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이뤄진다고 믿은 대통령이었다. 청와대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검찰개혁을 추구했다던 노무현이 지금 검찰 출신 대통령에, ‘검사 위에 여사의 나라’가 된 대한민국을, 하늘나라에서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노무현이 최고의 관료로 꼽았던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노무현의 대체불가능한 장점이 “그럼 내가 생각을 바꾸지요”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들어보고 맞다 싶으면 자신과 반대되는 생각도 유연하게 받아들였고,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반박해 주는 것을 즐겼다고 최근 저서에 적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노래나 부를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31706001
나라가 더 망가지기 전에 (경향,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2024.12.03 17:06)
19-17-20-20-19. 윤석열 대통령의 11월 국정지지율이다(한국갤럽). 미국이 트럼프 2기로 방향을 틀고, 이재명 대표 선거법·위증교사 1심이 유무죄로 갈린 그 한 달, 국정지지율은 19%로 시작해 19%로 끝났다. “대한민국은 1주 단위로 숨쉰다.” 오래전 사석에서, 주한 외교관이 ‘여론조사 공화국’이라며 한 말이다. 아프고 정확하다. 이 겨울 대통령 지지율만 섰는가. 예산국회가 섰고, 의·정 대화가 섰고, 연금 협치가 섰다. 공직사회가 선 것도 꽤 됐다. 용산·국회·TF 안 가려 몸사리고, 정책도 ‘복지안동(伏地眼動)’하고, 위 지시를 녹음하며 남몰래 상황일지도 많이 쓴단다. 나라가 섰다. 대통령은 말이 날린다. ‘국정 발광체’의 힘과 믿음을 잃고, 동네북이 됐다. 둥 두둥 둥.
“거부한다.” 50여대학, 5300명 넘은 교수·연구자 시국선언에 등장하는 네 글자다. 글은 김건희, 채 해병, 검찰국가, 이태원참사, 역사왜곡, 입틀막, 혐오, 의료·기후·R&D 대란에 피가 끓는다. 경희대는 진실·윤리·평화, 공사의 경계가 무너진 땅을 ‘폐허’라 했다. 윤 대통령 모교 서울대는 ‘영혼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했다고 사죄했다. “특검 받아라, 물러나라, 아님 탄핵하자.”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문인·의료인·종교인·해병대예비역·교사·대학생들로, 어디 직장·단체 소속된 데 없는 수백의 ‘윤퇴청’(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으로 번졌다.
그 절규대로다. 나라의 토대가 거덜 났다. 생산·소비·투자가 10월 다 뒷걸음쳤고, 세수는 2년간 86조원 펑크가 나고, 내년·내후년은 1%대 성장하리란다. 환율·가계빚·주식시장 다 빨간불이다. 1년 새 ‘쉬는 청년’이 25% 늘고, 파산 법인 수는 27% 치솟았다. 그런데도, 정책은 탁상공론하고 낙관하다 몇 박자 늦는다. 각자도생은 약자부터 잡아먹는다. 동서고금 예외 없다. 민주주의 위기는 삶의 위기에서 온다.
민생뿐인가. 군함도에서 일본에 속더니, 사도광산은 더 쌩한 뒤통수를 맞았다. 애걸복걸 외교의 참사다. 결국 우리도 묵묵부답할 것을, 트럼프가 끝내려는 우크라 전쟁에 살상무기까지 설레발친 외교가 국격을 깎는다. 얼마나 박수칠 게 없으면, 바닥 보인 몰빵 외교가 대통령 지지 이유 1위인가. 인권위에 ‘인권’, 통일부에 ‘통일’, 노동부에 ‘노동’, 환경부에 ‘환경’이 없다. 응급수술·큰 수술 못한 한스러운 부음만 11월에 네 번 들었다. 이게 국정인가. 민족·민주·민생의 봄은 멀고, 안전하지도 않은 나라, 어찌 살라는 건가.
비할 데 없다. 올해의 인물은 김건희다. 노벨상 탈 한강이 걸리나, 이 땅의 울화 맺힌 김건희가 더 꽂힌다. 대통령까지 육성으로 공천 개입시키는 비선 실세를 본 것 아닌가. 그 ‘대통령 놀이’는 대통령 박근혜를 호가호위해 재벌 돈 뜯은 최순실보다 더 거침없다. 이제껏 명태균의 ‘여론조사 조작’까지도 못 간 창원지검 수사가 저리 더디고 무딜 뿐이다. 탄핵 발의에, 검찰과 감사원이 거칠게 맞서도 세상의 요동은 적다. 시민은 그들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저 특검 지지율처럼, 매섭게 김건희만 보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 2016년 11월4일이다. 국정 기밀문서가 최순실 태블릿PC에서 쏟아진 지 열흘 만에, 지지율이 5%로 폭락한 그날, 박근혜가 한 말이다. 2024년 판이라면, “내가 이러려고 용산으로 옮겼나?”일까. 조롱받는 권력은 고립된다. 부평초(浮萍草)처럼 붕 떠버린다. 해도, 대통령은 ‘옜다! 사과’로 국민 부아 일으키고, 휴대폰만 바꿨다. 그게 소통인가. 원효대사가 경계한 갈대 구멍 크기로 하늘을 보고, 귀 닫고, 국민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어리석은 혼군(昏君) 되려 집권한 이 있겠는가. 하나, 임기 반 갓 지나 세상은 진창에 빠졌다. 참사로 참사를, 거짓말로 거짓말을, 분노로 분노를, 실정으로 실정을 덮는 나라가 됐다.
닷새 전이다. 이른 해넘이 자리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찍었다는 스마트팜 농부 친구가 술잔을 내밀었다. “나도 시국선언하고 싶다”며 이럴 줄 몰랐다고, 이 나라는 볼수록 검찰스럽고 김건희스럽고 부자 먼저란다. 망조 든 정권에 시민이 던지는 네 마디 오랏줄일 게다. ‘김건희 특검’ 없이, 이 나라가 한발이라도 내딛겠는가. 공직기강과 정책리더십이 서겠는가. 무너진 정권은 늘 자만하고 자승자박하다 자멸했다. 위정자는 국민 눈높이가 마지막 생명줄이다. 하라면 하고, 말라면 식물정부 되는 게 주권재민이다. 저 촛불, 진보·보수 논객의 날선 글, 시국선언 결기가 한 사람을 향한다. 2년 반 제대로 된 참회도, 결자해지도 없는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다. 나라가 더 거덜 나고, 더 망가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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