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국제, 평화, 민족

노벨 평화상에 모하마디…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새벽길 2023. 10. 9. 18:15

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히잡 시위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10867.html
제2의 아미니? “이란 16살 소녀, 도덕경찰 폭행에 혼수상태” (한겨레, 김미향 기자, 2023-10-04 19:33)
관영 언론은 “혈압 낮아 쓰러져”
사건 보도한 기자는 한때 구금
이란에서 16살 소녀가 히잡 착용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하철에서 도덕경찰에게 폭행당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이란 인권단체가 주장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1년이 보름 남짓 지난 시점에 도덕경찰의 횡포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3일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누리집을 통해 성명을 내어 “1일 이후 16살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가 혼수상태에 놓여 있다. 이란 지하철역에서 도덕경찰에게 심각한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것이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라완드가 테헤란 지하철 쇼하다역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된 뒤 현재 혼수상태에 빠진 채 파즈르 공군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이 엄격한 보안 조처를 취하고 있어 가족들의 면회조차 금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헹가우는 “가라완드가 히잡 착용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도덕경찰)에 의해 신체적 공격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가라완드는 쿠르드족이 많이 거주하는 이란 서부 도시 케르만샤 출신이지만 현재 테헤란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에 방문한 이란 개혁주의 일간지 샤르그의 저널리스트 마리암 로트피는 가라완드의 사연을 보도한 뒤 이란 보안군에 의해 잠시 구금됐다. 헹가우는 “보안군의 경비가 강력해 가족 면회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지하철 운영사 ‘테헤란 메트로’가 공개한 이미지엔 한 소녀가 의식을 잃은 채 여러 사람들에 의해 지하철 객차 안에서 플랫폼으로 옮겨지는 장면이 담겨 있을 뿐이다. 해상도가 너무 낮아 쓰러진 소녀가 히잡을 썼는지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소녀가 차 안에서 어떤 일을 당해 쓰러지게 됐는지 등 핵심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
이란 관영 언론들은 지하철 운영사의 말을 인용해 가라완드가 혈압이 낮아져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소녀의 아버지 역시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영상을 확인했다. 단지 사고일 뿐이라는 게 명확하다. 아이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이란 사회는 1년 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진 아미니의 의문사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바싹 긴장하고 있다. 가족들과 테헤란으로 여행을 왔던 22살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13일 도덕경찰에 연행돼 재교육센터로 끌려갔다. 이후 혼수상태에 빠졌고 사흘 뒤 병원에서 숨졌다. 이란 당국은 폭력 사용을 부인하며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시민들은 당국의 설명을 신뢰하지 않았다. 아미니의 죽음은 2021년 8월 집권 이후 모욕적인 히잡 단속을 벌이는 등 보수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미국의 오랜 제재로 피폐해진 이란의 경제 상황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국적인 시위의 기세가 꺾이자 이란 정부는 다시 히잡 단속을 강화하는 등 보수 정책으로 회귀했다. 테헤란 시장은 지난 8월 지하철 내 히잡 순찰을 강화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8월 이후 도덕경찰이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들과 폭력적 대치를 벌였다는 보고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이란 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 20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벌금을 기존의 100배인 10억리알로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한 새 법(3년간 적용되는 한시법)을 통과시켰다. 텔레그래프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지난해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시킨 아미니 사건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어 이란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10062105035
노벨 평화상에 모하마디…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경향, 박용하 기자, 2023.10.06 21:05)

선정 배경에 ‘히잡 시위’ 주목
이란 정부의 가혹한 여성 인권 탄압에 맞서 수십년간 싸워온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사진)가 올해 노벨 평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모하마디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 위원회 측은 “이란의 여성 억압에 맞선 싸움과 우리 모두의 인권과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싸움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권리를 탄압한 이란 정부에 맞서 수십년간 싸워왔다. 당국은 그간 모하마디를 13차례 체포하고 5차례 유죄 판결을 내렸으며, 총 31년의 징역에 154대의 태형을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반국가 선동’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선정 배경에는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의 영향도 컸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금된 뒤 의문사했으며,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위원회 측은 “올해 평화상은 지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란 정부의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수십만명의 사람들에게도 수여되는 것”이라며 “시위대가 채택한 모토인 ‘여성, 생명, 자유’는 모하마디의 헌신과 노력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국가 선동 혐의로 10년형 복역 중 수상
모하마디는 감옥 안에서도 이란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 위원회는 “감금 상태에서도 모하마디는 (히잡)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모하마디는 지난 1월 여성 수감자들에게 성적·신체적 학대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58명의 여성 수감자 명단과 그들이 겪은 비인간적인 고문 내용을 상세히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모하마디는 “지난해 히잡 시위로 수감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이 상당히 증가했다”며 학대를 “조직적”이라고 표현했다.
모하마디는 수감 중이기에 이번 수상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 6월 뉴욕타임스에 서면으로 보낸 성명에서 “나의 인권 옹호에 대한 전 세계적인 지지와 인정은 나를 더욱 결단력 있고 책임감 있으며, 열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만들어준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남편인 타기 라흐마니도 인권운동가이며, 올해 16세가 되는 쌍둥이 자녀들과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8년 동안이나 아이들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엔 옥중에서 언론 인터뷰와 교도소 내 성폭행을 폭로한 대가로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라흐마니는 아내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 “이란 여성과 생명, 자유와 관련된 운동에 대한 인정”이라고 했다.
모하마디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두 번째 이란 여성이다. 그의 동료이자 인권변호사인 시린 에바디가 2003년 이 상을 받았다. 두 여성은 2001년 에바디가 설립한 ‘인권 옹호자센터’에서 함께 일한 바 있다.
모하마디는 구금 중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다섯 번째 수상자다. 벨라루스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미얀마 정치인 아웅산 수지, 독일 평화주의자이자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 등이 구금 상태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모하마디가 시상식에 실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노벨위원회 측은 “이란 당국이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그를 석방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린 그를 (시상식에) 초대해 영예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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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사망’ 아미니 1주기 관련 기사 (2023-09-27 03:49)
 
써 1년이 넘으니 아미니의 죽음도 잊혀지는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이란에 대해 지껄였던 윤통의 헛소리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물론 윤통이 국내외에서 워낙 헛소리을 많이 해댄 것도 이유겠지만... 히잡 반대 시위에 나선 이란 민중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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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08108.html
아미니 죽음 1년…‘히잡 반대 시위’ 희생자 유족들이 끌려간다 (한겨레, 김미향 기자, 2023-09-12 06:00)
애도마저 ‘단죄’…시위 재점화 틀어막는 이란

지난 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0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시민들이 이란 반정부 시위의 구호인 ‘여성, 삶, 자유’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손팻말 등을 들고 행진하며, 이란 여성들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5일, 이란 북서부 도시 사케즈에서 30살 남성 사파 아엘리가 이란 보안군에 체포됐다.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이날 성명을 내어 보안군이 탄 차량 다섯대가 아엘리의 집에 도착해 체포영장도 없이 그를 붙잡아 갔다고 전했다. 현재 아엘리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사케즈는 쿠르드족이 모여 사는 이란 쿠르디스탄주(쿠르드족의 땅)의 주도다.
아엘리는 지난해 9월13일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지 사흘 만에 의문사한 22살 이란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삼촌이다. 아미니의 첫 기일인 9월16일을 불과 열흘께 앞두고 삼촌이 체포된 것이다. 최근 아미니의 묘지 주변엔 새 보안카메라가 설치돼 누가 방문하는지 살피는 특별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헹가우는 전했다.
■ 유족 괴롭히는 정부…무덤도 파헤쳐
아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이란 전역을 뒤흔든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머잖아 1년이 된다. 아미니의 죽음 이후 이란 전역에선 이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히잡 단속에 반대하는 거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이란 매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1월 기준 반정부 시위로 최소 522명이 사망했고 2만여명이 체포됐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탄압으로 시위가 잦아든 뒤 저항의 싹을 뽑으려는 폭력적 억압은 더 강해지는 중이다. 시위 발발 1주년을 앞두고 시위가 재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 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시위 희생자들의 가족을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헹가우는 시위 기간 보안군에 의해 숨진 희생자의 유족 중 최소 72명이 최근 5개월 사이에 보안기관에 체포됐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란 쿠르디스탄주 사난다지에서 보안군의 곤봉에 맞아 숨진 16살 여성 사리나 사에디의 유족도 보안군의 괴롭힘을 피해 가지 못했다. 시위 발발 초기 숨진 사에디는 ‘제2의 아미니’로 불리며 시위가 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에디의 아버지 하셈 사에디는 지난 7월 재판에 넘겨져 “공공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형과 40차례의 채찍질을 선고받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사에디의 아버지처럼 이란 정부가 시위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유족을 괴롭힌 22건의 사례를 모아 지난달 21일 보고서 ‘시위 중 사망한 희생자 가족에 대한 괴롭힘은 끝나야 한다’를 냈다. 유족 괴롭히기는 주로 올해 4~8월께 쿠르드족이 밀집한 지역에서 이뤄졌다. 이란 당국은 유족들을 상대로 구타, 자의적 체포·구금, 부당한 기소, 불법 감시 등 다양한 인권 침해를 일삼고 있다. 희생자의 무덤을 훼손하고, 관을 알 수 없는 곳으로 이장하겠다고 위협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대중의 애도 물결까지 엄단하고 나섰다. 지난 7월 이란 중부 도시 아라크에서 지난해 반정부 시위 때 목숨을 잃은 지인을 추모하던 8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시위 도중 보안군에 의해 사망한 스무살 청년 메르샤드 샤히디네자드의 묘지에서 추모 행사를 연 이들이었다. 요리사로 일하던 샤히디네자드는 집회 도중 체포돼 혁명수비대 정보국 구치소에서 곤봉으로 구타당한 뒤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 8명에게 이란 사법부는 “신성을 모욕하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체제에 대한 선전을 조장했다”며 6년의 징역형과 74대의 채찍형을 선고했다.
■ 히잡 단속 위해 인공지능(AI)까지 활용
탄압의 대상은 인권운동가나 언론인들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15일께 이란 북부 길란주에서 최소 12명의 인권운동가가 구금됐다.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었다. 아미니 사건을 보도한 언론인들도 계속 이란 당국의 감시망에 있다. 아미니 사건을 적극 보도한 개혁 성향 매체의 여성 기자 두명이 지난 3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온 이란 명문 샤리프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알리 샤리피자르치는 지난달 26일 해임됐다. 학생들 6천여명과 샤리프대 교수진은 복직 청원을 내며 반발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센터(CHRI) 하디 가에미 전무이사는 지난 1일 뉴욕타임스에 “이란 정권은 애쓰지 않으면 새로운 시위가 전국을 휩쓸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이란 연구원 타라 세페리 파르도 “체포될 수 있는 범죄의 기준이 예상치 못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점점 커지는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 그들(이란 정부)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권의 대응은 점점 더 첨단화·지능화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도심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신고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3일 ‘감시자’란 뜻을 가진 ‘나제르’(Nazer)란 이름의 앱은 정권에 협조하는 감시자들이 쉽게 당국에 협력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정부 기관에 협력하겠다고 나선 개인은 간단한 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 앱 접근 권한을 부여받아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신고할 수 있다. 악명 높은 도덕경찰이 직접 현장에 가지 않아도 히잡 없는 여성을 신고할 수 있다. 신고자는 차량번호 등을 앱에 입력하고, 정부 기관은 차량 소유주에게 경고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때때로 차량을 압수하기도 한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신고된 차량과 차량의 위치 정보는 어떠한 확인 과정도 없이 감시자의 판단만으로 입력되기 때문에 앱의 오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시민을 괴롭히는 새 접근 방식으로 인식된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이란 정부는 인공지능을 동원해 히잡 착용을 감시하는 새 히잡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란 의회는 히잡 미착용이란 불법 행위를 한 자에게 5~10년의 장기 징역형을 내리는 내용의 새 법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처벌 수위는 10일~2개월이었다. 벌금도 700배 이상 높이려 하고 있다. 미착용자를 상점에 들인 업주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특히 70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법안은 히잡 미착용 여성을 식별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일 시엔엔(CNN)은 이 법안에 “경찰이 고정식 또는 이동식 카메라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 불법 행위자를 식별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고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 저항의 도구 다양해지는 이란인들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는 이란 정부의 잔혹함이 도를 넘어서자, 이란인들은 온라인 등을 통해 당국과 물리적 충돌을 피하면서 자유를 외치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시위 중 보안군이 쏜 총에 눈을 잃은 젊은이들은 한쪽 눈에 붕대를 한 자신의 얼굴 사진을 저항의 문구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대거 올리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지난 4월 “이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엔 보안군의 산탄총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젊은이들의 셀카가 가득하다”고 전했다. 노래·춤 같은 문화 행동도 저항의 도구다. 42살 이란 대중 가수 메디 야라히는 유튜브 채널에 히잡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들의 용기를 응원하는 노래와 영상을 올렸다. 그는 “스카프를 벗어라, 머리를 흘러뜨려라” “겁내지 마, 웃어라. 눈물에 맞서 시위하라”라는 가사와 함께 “‘여성·삶·자유’ 운동의 최전선에서 용감하게 싸운 내 고향의 여성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구독자 4만명의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4천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는 4일 “불법 노래를 불렀다”며 당국에 체포됐다.

지난 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80회 베네치아영화제에 참석한 이란 여성 배우 베히 드자나티 아타이는 이란의 히잡 반대 운동 대표 구호인 ‘여성, 삶, 자유’가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란인들은 세계 전역에서 저항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80회 베네치아영화제에 참석한 이란 여성 배우 베히 드자나티 아타이는 5일 이란의 히잡 반대운동 대표 구호인 ‘여성·삶·자유’가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이 문구가 보이도록 포즈를 잔뜩 취했다. 베네치아영화제의 심사위원단도 힘을 보탰다. 심사위원단은 지난 2일 무대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이란 여성들의 뒷모습이 그려진 대형 손팻말을 들고 관객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9141716001
잔혹한 탄압과 경제난에 잊히는 이란 ‘히잡 시위’…그래도 투쟁은 계속된다 (경향, 손우성 기자, 2023.09.14 17:16)
히잡 미착용 의문사 이란 여성 아미니 사망 1년
아미니 삼촌 체포·히잡법 제정 등 추모 저지
심각한 경제난에 “히잡은 부차적인 문제” 목소리도
타임지 “아마니 죽음, 여전히 이란 정권 괴롭혀”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지 오는 16일(현지시간)로 만 1년이 된다. 아미니 죽음을 계기로 이란에선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전개됐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정부는 이를 잔인하게 탄압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위 첫 달에만 최소 537명이 사망했다.
당시 국제사회는 분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권은 수십 년 동안 자국민의 자유를 부정하고 협박과 강요, 폭력으로 억압해 왔다”고 날을 세웠고, 유엔과 인권단체에서도 다양한 경로로 우려를 제기했다. 이란을 겨냥한 각종 제재도 이뤄졌다. 일각에선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연대가 이란 신정 권위주의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미니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란 사회에서 ‘히잡 시위’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이란은 개혁하기에 이념적으로 매우 경직돼있고 무자비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히잡 시위가 동력을 잃은 가장 큰 원인으론 당국의 강경한 진압이 꼽힌다. 이란 보안군은 지난 5일 북서부 사케즈에서 아미니의 삼촌 사파 아엘리를 영장 없이 체포하는 등 아미니 사망 1주기를 앞두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했던 남성 7명이 반론권 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채 사형당했다.
히잡 미착용 여성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계속되고 있다.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지난 8일 건축 엔지니어인 제이나브 카젬푸어에게 태형 74대를 선고했다. 그는 지난 2월 테헤란에서 열린 ‘건축 엔지니어링 조직 연례 총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연단에 올라 “스카프를 두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선 출마를 불허하는 의회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개월 만에 판결을 내린 배경에 대해 이란인터내셔널은 “아미니 1주기를 앞두고 이란 당국이 고조되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이란 의회는 새로운 히잡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미 CNN 등에 따르면 70여 개 항목으로 구성된 법안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게 5년에서 1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엔 2개월 구금이 최대였다. 벌금도 700배 이상 인상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히잡 미착용 여성을 단속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대중 사이에서 히잡 시위에 대한 여론이 차갑게 식었다는 점이다. 수도 테헤란에 사는 41세 자흐라는 AFP통신에 “나는 히잡보다 경제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회계사 라하 또한 “히잡은 완전히 부차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인플레이션이 50%에 육박하고,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이란의 많은 사람은 인권보단 경제가 우선이라고 믿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놓고 미국과 이란 사이에 부는 훈풍도 히잡 시위에 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등 서방이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이란 곳곳에선 히잡 벗을 권리를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아미니의 아버지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악명 높은 에빈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최근 출소한 언론인 나질라 마루피안은 아미니 1주기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노예제를 거부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24는 “히잡 시위의 원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고 탄압의 나사가 더욱더 단단해졌지만, 이란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용감하고 솔직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지도 “아미니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이란 정권을 괴롭히고 있다”며 “이란 당국이 얼굴인식 기술 등을 도입해 여성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지금도 거리엔 히잡 착용 규칙을 무시하는 수천 명의 사람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앰네스티 독일 지부도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 당국이 수십 년간 억압과 불평등에 저항해 온 이란 국민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며 “국제 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9141716011
구기연 교수 “이란 정권, 히잡 시위로 민중의 힘 인식…처벌 강화는 두려움 때문” (경향, 김서영 기자, 2023.09.14 17:16)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이란 대학생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해 9월13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붙잡혀 3일 뒤 석연찮게 숨졌다. 이란 정부는 그가 구타당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으나, 아미니의 죽음은 오랜 강압 통치에 지친 이란 시민들에게 저항의 불길을 댕겼다. 이란 안팎에서 삭발을 하고 히잡을 불태우는 연대 시위가 일어났으며,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과 청소년도 거리로 뛰쳐나왔다. 시위 장소도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았다.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잠시 소강 상태에 빠진 시위는 아미니 사망 1주기인 오는 16일을 앞두고 다시금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시위와 저항은 무엇을 남겼을까. 겉으로 드러나는 시위는 아미니 사후 몇달 동안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는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히잡 시위는 이란 정권이 민중을 두려워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최근 오히려 강화된 히잡법은 “체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정권의 불안과 공포가 커졌음을 방증한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이란에는 “이미 세상을 다 알고 있는” 10대 여성들이 있다고 구 교수는 강조했다. 이들은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K팝 등 외국 문화를 받아들인 세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찢고 학교에 ‘낙서 테러’를 하는 10대 소녀들을 보면서 오히려 기성 세대가 용기를 얻었다고 구 교수는 전했다. 서로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주는 이란 시민들이 있는 한 정권의 탄압에도 희망의 불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위의 핵, ‘젊은 이란 여성’은 누구
- 최근 이란 내 시위 동향이나 규모는 어떤가.
“사실 많이 잠잠해졌다. 지난 연말까지 시위 참가자 500여명이 사망하고, 일부는 사형집행까지 당했으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주동자 역할을 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잡혀가거나 해외로 망명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들어보면 수도 테헤란이나 도시에서 히잡을 안 쓰고 다니는 여성들이 눈에 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전히 쓰고 있으니까 변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없다. 시위 전에는 히잡을 쓰지 않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경찰 앞에서도 히잡을 벗고 다니는 여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적이고 미시적이지만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다.”
- ‘여성, 생명, 자유’가 시위의 대표 구호였다. 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 구호의 기원은 옛 쿠르드 독립운동이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혁명을 할 수 없다’며 독립운동의 한 분야로서 여성 권리 향상을 주창했던 것이다. 그런만큼 그 구호에는 ‘여성’뿐 아니라 생명과 자유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담겼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이란 사회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 이란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여성, 생명, 자유’라는 뜻이다. ‘숨쉬면서 살고 싶다’, ‘인간답게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는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투쟁이라고 본다. 이번 히잡 시위는 이전 시위들과 달리 농촌과 도시, 남성과 여성, 부자와 빈자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일어났다. 이란인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사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며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 이번 시위 이전부터 이란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꾸준히 저항의 게시물을 올려오곤 했다.
“이란 출신 기자인 마시 알리자네드가 2014년 ‘카메라는 나의 무기’ ‘내 비밀스런 자유’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히잡 벗은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자 많은 여성들이 동참했다. 초창기에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나 뒷모습이 올라왔지만 점점 더 과감해졌다. 이전까지 히잡 문제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없었던 이란 여성들은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비로소 ‘히잡 강제에 반대하는 이들, 용기내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이버 페미니즘 운동이 지속됐기 때문에 오늘날 사람들이 (히잡 시위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히잡 시위에서 가장 눈에 띈 건 10~20대 젊은 이란 여성들의 힘이었다. 이들에게는 어떤 세대적 특징이 있나.
“이란 당국을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이 바로 이 10대 여학생들이다. 여학생들이 하메네이 사진을 끌어내리고 교과서를 찢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학교에 낙서를 하도 많이 해서 부모들이 페인트값을 물어줬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냉소주의와 정치 무관심에 빠졌던 기성세대가 오히려 이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기도 했다. 10대 여학생들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에 태어나 시장 개방을 경험한 세대다. 그래서 이들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차이가 특히 크다. 몸은 남녀 분리와 히잡 강요가 있는 이슬람 세계에 속해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10대, 20대가 누리는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실제 삶은 연애도 하고 싶고 아이돌도 좋아하는 여느 또래와 다르지 않다. BTS 공연과 블랙핑크의 댄스를 본 아이들더러 ‘히잡 똑바로 쓰라’, ‘정숙한 이슬람 여성으로 시선을 낮추라’고 교육하니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두려움에 더 옥죄는 단속…1주기 앞두고 삼엄한 분위기
- 그럼에도 이란 정권이 ‘히잡 의무 착용’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이란 내에 사회적 불만이 꽉 차있기 때문에, 이란 정부는 ‘히잡 자유화’라는 틈을 주면 정권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클 것이다. 히잡은 이란의 이슬람식 통치를 상징한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일으키면서 ‘무함마드의 시대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전세계에 이를 알릴 수 있는 가시적인 방법이 여성에게 히잡을 씌우는 것이었다. 히잡이 본연의 종교적 의미를 잃고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 것이 패착이다. 재미있는 것이 비행기가 이란 상공을 벗어나자마자 이란 여성들은 히잡을 벗는다. 자율적으로 뒀더라면 쓸 사람은 쓰고 안 쓸 사람은 안 썼을 텐데 말이다.”
- 최근 나온 히잡법 초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국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히잡 미착용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있다.
“(저항의) 목소리에 대한 두려움이다. 히잡 시위는 이란 정권이 민중의 힘을 두려워하는 계기가 됐다. 단순히 여성을 억압하는 차원이 아니라 더 심한 통제와 처벌을 고안한다는 것 자체가 ‘제한을 이 정도로 높이지 않으면 언제 또 치고 올라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내포한다. 시민운동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기 위해 사람들을 겁주려는 취지지만, 실은 정권의 두려움을 방증한다. 폐쇄회로(CC)TV 단속을 늘린 것 또한 시민들의 저항 때문에 면대면 단속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88)가 연로해 후계 구도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또 터진다면 과연 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도 내부적으로 분명히 있을 것이다.”
- 아미니 1주기를 앞둔 분위기는 어떤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망자의 사후 40일과 1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아미니 사후 40일에도 시위가 크게 일어났다. 이번에도 쿠르드 지역에서 시위를 준비하고 있고, 1주기 당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소요 사태가 일어나리라 본다. 지금 이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심지어는 1주기 시위대를 잡아들이기 위해 정부가 교도소를 미리 비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 현 국면의 출구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동안은 긴장감이 이어지고, 정권으로서도 다시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술을 세울 것이다. 신정일치 이란에서는 정치 비판이 곧 종교 비판이다. 비판을 하면 신을 배반하는 행위처럼 되다 보니 무언가를 정치적으로 비판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1979년 이란인들이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세울 때 내걸었던 구호 역시 ‘자유’였던 것처럼, 이란의 자유가 퇴색하지 않도록 희망이 주어지길 바란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108851.html
‘히잡 사망’ 아미니 1주기 시위 우려…이란당국, 한때 유족 억류 (한겨레, 박병수 선임기자, 2023-09-17 13:54)
“묘지서 1주기 행사 하지 마라”…경고 뒤 풀어줘
대규모 시위 재발 우려해 추모행사 막으려 한 듯

이란 여성들이, 일부는 머리에 의무적인 스카프 착용을 하지 않고, 13일 테헤란 거리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란 당국이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들려 조사받다 숨진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아버지를 한때 억류했다 풀어줬다. 사망 1주년 추모행사를 계기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마흐사의 아버지 암자드 아미니는 16일 아침 이란 서부 사케즈에서 집을 나서려다 곧바로 이란 보안당국에 가택 연금됐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쿠르드족 인권단체네트워크(KNRN)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암자드는 보안당국으로부터 딸의 묘지에서 1주기 행사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들은 뒤 풀려났다.
이란의 국영 통신인 이르나(IRNA)는 암자드가 억류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며 보안당국이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암자드는 지난주 딸의 1주기를 맞아 추모행사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이란 보안당국에 소환된 적이 있다. 그의 친척 사파 아엘리는 5일 체포된 뒤 지금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마흐사의 기일을 맞아 이른바 ‘요주의’ 인물들과 그 가족을 체포하거나 조사하는 등 사전 단속에 나서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란 당국이 그동안 시위에 참여했다 숨지거나 처형된 사람의 가족에 대해 예비 검속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마흐사의 사망 1주기 행사를 계기로 또다시 이란 전국을 뒤흔들 반정부 시위가 발생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1년 전인 2022년 9월13일 쿠르드계 이란인인 마흐사는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조사받은 지 나흘째인 16일 숨졌다. 많은 이란인이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당국의 지나친 이슬람법 집행에 분노하면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몇 달 동안 이어졌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 기간에 551명이 숨지고 2만2천명 넘게 체포됐다.
인권단체들은 이란 보안당국이 마흐사의 묘지로 가는 길을 모두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인권단체는 파르딘 자파리란 이름의 젊은 청년이 묘지로 가려다가 총에 맞아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위중한 상태라고 전했다. 테헤란 거리 곳곳에도 보안병력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에는 테헤란 외곽의 주택가에서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 “여성, 생명, 자유” 등의 슬로건을 외치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9172132005

이란 당국, 아미니 1주기 앞두고 부친 구금히잡 시위 재확산 차단 (경향, 박용하 기자, 2023.09.17 21:32)

“1주기 추도식 열지 말라” 경고 후 석방…아미니 묘소 접근 막아

테헤란 인근 산발적 시위…SNS엔 차량 경적 시위 등 영상 공개

‘한쪽 눈’으로 지켜볼 자유의 날을 기다리며.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 추모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이 이란 보안군이 쏜 고무총에 맞아 실명한 청년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아미니가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뒤 이란 전역으로 반정부 시위가 번졌고, 이란 정부는 무차별적인 탄압을 벌여 국제사회 비난을 받았다. EPA 연합뉴스

이란 보안 당국이 히잡 시위’ 1주년을 앞두고 구금 도중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아버지를 체포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유족들의 추모 행사가 시위의 재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16(현지시간) 비정부기구인 쿠르드인권네트워크를 인용해 이란 보안군이 전날 쿠르드족 지역의 시위를 진압하고 아미니의 부친 암자드 아미니를 잠시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아미니는 1년 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쿠드르족 여성이다. 사건 이후 이란 전역에서는 과도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암자드는 전날 이란 서부 세키즈에 있는 집에서 외출하려던 중 군 병력에 체포됐으며, 딸의 1주기 추도식을 열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뒤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암자드는 1주기를 맞아 딸의 묘소에서 철야 기도 등 고인을 추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나, 결국 이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당국은 시위 1주년을 앞두고 그간 아미니 일가의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암자드는 지난 2주간 지역 정보당국에 4차례 소환당해 심문을 받았으며, 가족 구성원들이 추모 활동에 참여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메시지를 공유하면 다른 자녀가 체포될 수 있다는 협박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미니의 삼촌인 사파 아엘리는 이미 지난 5일 지역 당국에 의해 구금된 상태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1주기를 맞아 시위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보안 당국은 시위가 발생할 수 있는 아미니의 묘소 인근에 군중들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으며, 쿠르드족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 대규모 경찰과 군 병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당국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수도 테헤란 서부 카라즈 인근의 고하르다슈트, 북부 마슈하드 등에서는 이날 산발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SNS에는 이란을 되찾을 것이라고 외치는 시위대와 경적 시위를 벌이는 차량들을 촬영한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란 관영 매체들은 당국이 불법 시위를 일으키려는 시도를 무산시켰으며, 여러 도시에서 반혁명적 인사테러리스트가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들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구타나 총격에 따른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아미니의 사망 이후 책임자들에 대한 어떤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히잡 시위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인 탄압을 벌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지난 1년간 시위 과정에서 미성년자 71명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 보안군의 유혈 진압으로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또 당국에 체포된 인원만 2만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히잡 시위 1년을 맞아 인권 침해에 연루된 이란 개인 및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 조처를 잇달아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국무부는 지난 15일 이란혁명수비대(IRGC)·이란 교도소 책임자 등 개인 25, 국영 언론 3, 인터넷 회사 1곳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고, EU 이사회도 개인 4, 기관 및 단체 6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921517439

이란 히잡 미착용 징역 10새 법안 통과 (세계일보, 서필웅 기자, 2023-09-21 19:21:18)

‘히잡 의문사’ 1주기 후 처벌 강화

유엔 “女 복종 노린 극단적 성차별”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기 위해 이슬람 율법에 따른 복장 규정을 어기는 사람에게 최대 10년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안이 히잡 의문사’ 1주기 이후 나흘 만에 이란 의회에서 통과됐다고 영국 BBC방송, 가디언 등이 20(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이란 의회는 히잡과 순결 법안을 찬성 152, 반대 34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 법안은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옷을 입거나 복장 규정을 4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대상으로 510년의 징역형과 1800036000만리알(570~114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각종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히잡 착용을 조롱하거나 신체 노출을 조장한 사람에게 벌금형을 부과하고, 히잡 등 적절한 복장을 하지 않은 여성 운전자와 탑승자를 태운 자동차의 소유주에게도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유엔은 법안이 여성과 소녀들을 완전히 복종시키기 위한 의도를 갖고 체계적인 차별을 위해 만들어진 젠더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성차별 정책)”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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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politics/defense-diplomacy/article/202301172111015

대통령 가벼운 입’, 외교 리스크 (경향,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이윤정 기자, 2023.01.17 21:11)

“UAE 적은 이란” 발언 일파만파

대통령 ‘가벼운 입’, 또…외교 리스크

“한·이란 관계 무관” 진화 불구

이란 “한국 설명 예의주시 중”

“안보·경제 얽힌 3국 악영향”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 우려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 중이던 지난 15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기 때문에 우리와 UAE는 매우 유사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UAE와 이란을 적으로 단정했다는 점에서 문제다. UAE가 한국과 형제 국가라고 설명해 한국과 이란은 적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야당 외교 참사난타윤 대통령, 편향된 국제 인식 문제

3국 이란 예민한 관계건드리며 불필요한 오해 자초

껄끄럽던 UAE·이란 경제 밀착작년 외교관계 복원

이란이 우리 적인가사실 말한 것외통위 공방

외교 의전에 밝은 한 소식통은 대통령 발언에 세세하게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본인이 정확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대통령의 국제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교 상대국마저 아군과 적군으로 편을 갈라 구별하려는 편향적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외교관 출신의 한 전직 관료는 대외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전 세계가 오디언스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의 공개 발언 기회를 줄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049

대통령 실언에 불안한 건 왜 시민 몫이어야 하는가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2023.01.18 16:46)

[기자 수첩] 실언 못 막고 수습 못하는 시스템이 진짜 문제

예상컨대, 윤석열 대통령의 이란은 적발언을 놓고 실언(失言)이라 규정하고 여러 정치지도자의 실언 퍼레이드를 조명하는 뉴스가 쏟아질 것이다. 정치지도자 실언은 정치 뉴스의 단골이다. 윤 대통령 실언에 대한 파급력과 함께 여러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대통령의 실언이 일정 패턴을 갖고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언이 나오는 시스템의 오작동을 살펴봐야되는 시점에 단순히 정치지도자 실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만 다뤄지면 곤란하다.

윤석열 대통령 실언을 보고 창피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불안하다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면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다음에 어떤 실언을 하게 될지 마음 졸이며 보는 상황에 온 국민이 내몰리는 건 불행한 일이라는 얘기다. 정치지도자 메시지에 무게가 실리지 않으면서 그 후과(後果)는 메시지 관리 실패 책임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대통령 실언은 대통령실이 자초한 면이 크다. 바이든-날리면 사태 당시 대통령실이 해당 보도 매체에 대한 날선 반응을 보이면서 스텝이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발언 진위는 가리지 못한 채 실언 여부는 미궁 속에 빠져버렸다. 온 국민 듣기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는데도 오로지 언론을 향한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하는데만 급급했다. 대통령 실언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고, 적대적 언론관만 노출시켰다. 대통령 메시지 관리 시스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번 이란의 적발언에 대한 대통령실 반응도 일을 키우지 마라는 식이다. 명백한 실언까지도 인정하지 않은 대통령 이미지를 만들어 일을 키우고 있는 건 대통령실이다.

특히 여권 내에서 내놓은 대통령 실언에 대한 해명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실언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대통령 본인의 말 스타일, 그리고 그런 스타일을 관리하지 못하는 참모진의 책임은 없는지 두루 살피는 작업이 필요한데 엉뚱한 소리가 난무한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한 말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은 YTN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이게 국내 정치에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세처럼 더 문제가 불거지게 되는 순간 오히려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공산이 큽니다. 일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살펴보게 되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UAE의 적은, 하고 한 템포를 좀 쉽니다.”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저도 대통령과 후보 시절 꽤 오랜 시간을 같이 있어서 윤석열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서 같이 지켜보게 되면 이야기를 하다가 거기에 대해서 잠깐 멈칫하고 그다음에 발언에 대한 정정의 메시지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적은이라고 했던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위협적인 국가라고 에둘러서 정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꼭 UAE의 적은 이란이다라고 규정 짓듯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 오히려 이란에게 보내게 되는 대한민국과의 더 안 좋은, 부정적인 메시지들만 양산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인식 수준이라면 대통령 실언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한템포 쉬고나면 실언이 아니라니라는 조롱을 받을 지경에 이른 것을 보면 김병민 위원의 말 자체가 실언이다.

바이든-날리면 사태 때 대통령 실언을 수습하는 역량이 부족하거나 무리했다라고 본 여론이 적지 않다. ‘이란 적이라는 발언을 이런 적이라고 잘못 들었다고 해명하는 건 아닌지 비꼬는 글은 그래서 날카로운 비평에 가깝다.

계속되는 대통령 실언이 윤석열 정부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어떤 참모가 됐든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 메시지 관리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전 발언 내용을 조율하는 등 기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창피하고 불안한 마음이 국민의 몫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1076380.html

XX는 시작일 뿐이었다외교참사 2 (한겨레, 김양진 기자, 2023-01-19 14:50)

[한겨레21] 뉴스 큐레이터

참을 수 없는 윤 대통령 ‘말’의 가벼움

순방 중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

 

https://www.yna.co.kr/view/AKR20230119146400504?input=1195m

악재 쌓인 한·이란관계 'UAE 발언'에 출렁'대사 맞초치'까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수진 기자, 2023-01-19 17:25)

동결자금·인권문제 현안 속 尹대통령 발언 나오자 긴장 고조

이란, 'NPT 위반'까지 거론하며 무리한 반응…한국도 주한대사 불러 '맞대응'

 

https://www.khan.co.kr/politics/defense-diplomacy/article/202301191745001

작심한 이란, 실언으로 불만 분출긴장 수위 높아지는 한-이란 (경향, 유신모 기자, 2023.01.19 17:45)

이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작심한 듯 한국에 대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UAE와 조심스럽게 외교 관계를 관리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제3국 대통령이 이란과 UAE는 적대적 관계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하는 비상식적 발언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이란 간에는 최근 몇년 동안 외교적으로 악재가 쌓여 있는 상태여서 윤 대통령 발언의 파장은 매우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이란과의 불편한 관계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정(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가동하면서 시작됐다. 이란 제재 복원으로 인해 원유 대금 70억달러가 이란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원유를 수입해왔던 한국 국내 계좌에 동결됐고 지금까지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돈은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0211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선원들을 억류한 것도 이 동결 자산 때문이었다.

지난해 이란이 히잡 시위를 강경 진압한 이후 국제사회가 이란을 규탄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에 한국이 동참한 것도 이란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는 지난해 이란을 ECOSOC 산하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제명하는 결의안을 찬성 29개국, 반대 8개국 표결로 채택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이 이란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수출하고 방산협력을 한 것도 이란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윤 대통령 발언은 이란이 그동안 갖고 있던 한국에 대한 이같은 불만을 터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란이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등의 파국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이란이 한국과 관계를 파탄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란은 한국의 명백한 실수를 빌미로 이란에 대한 정책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UAE 방문은 이란과의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대외메시지 관리에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917210000490?did=NA

이란과 대사 '초치' 맞불... , 'UAE의 적' 발언에 대립 격화 (한국일보, 정승임 기자, 2023.01.19 19:00)

한국과 이란이 각각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사상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온갖 트집을 잡아 독설을 쏟아내는 이란을 상대로 정부는 적극 반박하며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18(현지시간) 윤강현 주이란대사를 불렀다.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양국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핵개발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이란이 적반하장으로 쏘아댄 것이다.

주한이란대사 초치해 1시간 면담

동결자금 해결 어렵고 호르무즈 선박 안전 우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1076471.html

대사 맞초치-이란 관계 난기류한국과 관계 재검토 (한겨레, 신형철 김미향 엄지원 기자, 2023-01-19 19:31)

윤 대통령 “UAE의 적은 이란” 발언 후폭풍

이란, 동결 원유대금 70억달러까지 거론

이란 외교부는 18(현지시각)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이 윤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테헤란 외교부 청사로 불러 윤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나자피 차관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우호관계에 대한 간섭이나 마찬가지이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친다. 한국 정부는 이 발언에 대해 즉각 설명하고 접근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크부대를 방문해 아랍에미리트의 적,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양국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악의 경우 호르무즈 사태 같은 것이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다며 외교부가 적극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20211월 한-이란 관계가 악화하자 이란은 앞바다인 호르무즈해협 공해상을 지나던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정부 당국은 이번에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우리 국적 선박에 대해 안전 대책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한·이란 의원친선협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이란 관계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이란을 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오해를 불러일으켜 한-이란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역지사지의 마음과 진솔한 자세로 이란 측에 충분히 해명하고 필요하다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1192105005

·이란 초치로 대치거세지는 실언 후폭풍 (경향, 이윤정 기자, 2023.01.19 21:05)

이란, 윤 대통령 “UAE의 적” 놓고

입장문 이어 한국대사 불러 ‘항의’

‘핵무기 제조’ 발언엔 “NPT 위반”

외교부, 이란대사 불러 거듭 설명

이란 정부가 18(현지시간) 테헤란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외교부도 19일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들여 윤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윤 대통령 발언 파장이 상호 대사 초치로 이어지면서 외교 문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레자 나자피 이란 외교부 법무 담당 외교차관은 18일 윤강연 한국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엄중 항의했다고 IRNA 통신 등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나자피 차관은 윤 대사에게 이란은 걸프 지역 국가 대부분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문제와 관련해 한국 당국이 즉각적으로 해명하고 입장을 신속히 정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한국이 이란의 금융자산을 차단하는 등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자피 차관은 윤 대통령이 최근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는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외교부는 맞대응하듯 19일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정부의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이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들여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조 차관은 이란 측이 NPT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전혀 근거 없는 문제 제기라며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이러한 의무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해나가자는 취지로 한 것이라며 이란 측의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이란 측에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이란 측도 이해한 것 같다고 밝혔지만, 사태는 봉합 수순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오히려 이란 측은 주한 이란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별도의 입장문을 낸 데 이어 테헤란 주재 한국대사까지 초치하는 등 항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주한 이란대사관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란은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과의 공동의 노력과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과 안보 그리고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124000400111?input=1195m

이란 "한국정부, 실수 바로잡으려는 의지 보였지만 불충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2023-01-24 00:43)

'맞초치' 후 첫 이란 반응…"상호 협력·안정 강화하는 행동 해야"

동결자금 문제 해결 재차 요구…"한국 정부 노력에 불만족"

이란 외무부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응을 일정 부분 평가하면서도 조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3(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테헤란과 서울에서 우리는 진지한 입장을 전달했다""대화에서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양국이 대사를 '맞초치'한 뒤 처음 나온 이란 측 반응이다. 칸아니 대변인의 이 발언은 최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Arabian Gulf)이라고 지칭한 이라크·중국 문제와 한국 대통령의 발언 등 외교 현안에 대한 이란 외무부의 대응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걸프 해역의 명칭은 국제적으로 페르시아만으로 통용되는 데 일부 국가들이 이를 '아라비아만'으로 칭해 이란과 갈등을 빚곤 한다.

칸아니 대변인은 한국과 중국 정부에 시의적절하며 진지한 이란의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지역(중동) 국가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역외 국가들은 불필요한 긴장을 피하고, 상호협력과 안정을 강화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란 외무부는 한국 정부에 동결자금 반환 약속을 이행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칸아니 대변인은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만족하지 못한다"면서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양국의 다른 현안과 관계없이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현재 70억 달러가량의 이란 자금이 원화로 동결돼 있다.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계좌가 동결된 것으로, 이는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동결 자금 문제는 수년간 한·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 왔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지난 18일 윤강현 주이란 대사를 초치하고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중동 국가들의)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유감을 표했다. 당시 이란은 한국 대통령이 최근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는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와 관련한 추가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도 지난 19일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076764.html

이란 한국 정부, 실수 바로잡으려는 조처 충분하지 않다 (한겨레, 조기원 기자, 2023-01-24 14:27)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던 이란에서 외무부 대변인이 한국 정부가 실수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불충분했다는 발언을 했다.

23(현지시각) 이란 국영 <이르나>(IRNA) 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페르시아만 명칭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과 한국에 대해서도 적시에 외교적 대응을 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와 관련해 논의가 이뤄졌고 한국 정부는 잘못을 바로잡을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서 물론, 우리의 의견으로는 (한국 정부의)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만인 페르시아만에 대해 이라크 등이 아라비아만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포함한 이란 외교부 현안 대응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언급됐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아크부대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고, 이튿날인 16일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과 역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과 빠르게 진행되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서 완전히 무지하다(totally unaware)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이란과 한국은 서로 상대 대사를 초치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로 인해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 해결을 거듭 요구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만족하지 못한다한국 내 이란 자금은 양국의 다른 현안과 관계없이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084430.html

혹독한 탄압에도 탈히잡불씨 번진다신정체제균열 낼까 (한겨레, 조해영 기자, 2023-03-21 05:00)

14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마흐사 아미니의 얼굴이 그려진 이란 잡지를 들고 있다. 평범한 이란 여성이었던 아미니는 지난해 9월 히잡 착용 미비로 도덕경찰에 붙잡혔다 숨지면서 이란 전역에서 자유와 저항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 이틀 전인 지난 6일 이란 사법당국은 이란의 여성인권 시계를 반년 전으로 되돌리는 충격적인 발표를 내놨다.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는 이슬람 복장 규율을 어기는 여성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히잡 반대시위가 이란 전역을 휩쓴 지 반년 만에 이란 정부가 이 투쟁을 사실상 제압했음을 알리는 공식적인 승리 선언을 내놓은 셈이다. 그는 히잡을 벗는 것은 이슬람 공화국과 가치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러한 비정상적 행동에 동참하는 이들은 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잡혔다 사흘 만에 숨진 마흐사 아미니(숨질 당시 22)의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17일로 반년째를 맞았다. 이 시위는 한때 1979년 시작된 이란의 이슬람 신정 체제의 전복을 넘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예전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달 반여 전인 131이란의 거리시위가 조용한 반란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지만, 여러 저항의 흐름을 한데 묶어 연대하려는 새로운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테러 규탄하면서도 히잡은 써라?

한때 시위의 주체였던 젊은 여성들은 이제 독극물 테러를 당하는 객체로 밀려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란 전국의 여학교 수백곳에서 유독가스 테러가 일어나 수천명의 학생이 큰 피해를 입었다. 피해 학생들은 구토·어지러움·마비 증상 등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피해 규모가 상당했지만, 여학생들을 노린 이 테러가 외부로 드러난 것은 2월 말이 되어서였다. 이 연속 테러의 배후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히잡 시위에 반감을 가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히잡 시위에 대한 물리적인 백래시’(반격)였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 사건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자 엄중한 대응을 공언했다. 실제 이란 당국은 최근 테러 관련자 110여명을 잡아들였다.

이란 정부가 복장 규율을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히면서 독극물 테러엔 엄중 대응하고 있는 것은 일견 모순되게 보인다. 하지만 이란 내부의 사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때 체제를 위협했던 반정부 시위를 이겨냈다는 이란 정부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이란 정부는 시위가 발생한 초기엔 이를 서방의 음모라 폄하했다. 하메네이는 시위가 시작된 지 보름여 뒤인 103일 반정부 시위에 대해 폭동이라 규정하며 그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규정했다. 대규모 시위로 인해 내부적으로 정통성의 위기를 맞자 외부의 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도 저항의 불길이 잡히지 않자 폭동에 가담한 이들을 대규모로 잡아들이고 사형 집행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이란 정부는 올해 초에는 8년 만에 경찰 수장을 교체하며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를 앉혔다. 시위에 더욱 고압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신호였다.

그러면서도 유화책도 함께 내놨다. 히잡을 단속하는 도덕경찰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은 지난해 123일 도덕경찰은 사법부와는 무관하다며,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 단속이 크게 줄어 테헤란 등 대도시에선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의 모습이 증가했다.

시위가 시작된 지 반년 동안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가 사형된 것으로 공식 확인된 이는 4명이다. 인권단체들은 그 밖에 시위 진압 과정에서 500여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탄압으로 시위의 기세가 꺾이자 이란 당국은 지난 1월께부터 히잡 단속을 다시 강화하게 된다. 이란 반관영 <이스나>(ISNA) 통신은 지난 110일 검찰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부적절한 히잡 착용을 범죄로 단정하고, 금고형·벌금·사회봉사활동·출국금지 등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한편 이란 정부는 13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금됐던 22천명을 사면했다. 시위가 더는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와 동시에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행보는 노골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 진압의 최전선에 나선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지 민병대를 격려했고, 지난달엔 9살 안팎 소녀들이 히잡을 쓰기 시작하는 타클리프행사에 참석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22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강렬한 시위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당국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받아들였다변화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하메네이가 1979년 이후 이란을 통치해온 신정 체제를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배경엔 반정부 정치세력 등이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구심점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히잡 시위는 처음엔 여성인권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경제난 등 다양한 의제를 흡수해 갔다. 지역·계층을 가리지 않고 시위가 확대되며 하메네이에게 죽음을같은 급진적인 구호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력 있는 정치세력이 부족했다. <파이낸셜 타임스>거센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나 야권 지도자의 등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정부 연대 결성새로운 물결 예고

하지만 올해 들어 저항 흐름을 한데 묶으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공식 발표한 마지막 사형 집행은 17일이다. 이날로부터 40일이 되던 지난달 중순 수도 테헤란과 제2 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위가 열렸다. 이날 이란의 노동조합, 페미니스트 단체, 학생 조직 등 20개 단체는 정치범 석방,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이들의 요구는 정부 입장에선 사실상 체제 변화였다. 정부가 동의하지 않을 것을 이들도 알고 있었다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시위 지도부를 만들겠다는 의지이고 많은 이들이 새로운 물결을 예고한다고 믿는다고 짚었다.

비슷한 시기 이란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연합이라는 이름의 모임도 결성됐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와 이슬람 혁명 당시 축출된 팔레비 왕조 후계자인 레자 팔레비 등을 주축으로 한 이들은 히잡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의 이름을 딴 마흐사 헌장을 발표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을 민주국가로 바꿀 것을 요구하면서 사형제·차별·혁명수비대 폐지 유엔 협약 가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외에서 활동하며 국제사회의 지원과 이란에 대한 압박을 끌어내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이란의 전통적인 불꽃 축제 차하르샨베 수리’(Chaharshanbe Suri) 기간인 14, 테헤란 등지에선 시위대가 보안군을 향해 폭죽을 던지며 항의하거나 히잡을 태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이슬람 당국은 반정부 시위 이전에도 이 축제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금기시해왔다. 춘분을 기점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이란 사람들은 나쁜 기운을 막는다는 의미로 모닥불을 피우고 이를 뛰어넘으며 논다. 불의 밝은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모닥불을 뛰어넘듯 신정 체제의 억압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복장 규율을 어기면 처벌받을 것이라는 서슬 퍼런 선언에도 6개월 전보다 많은 여성들이 히잡을 거부하고 있다. 32살의 산부인과 의사 아쌀은 여성의 날인 8<자유유럽방송>에 히잡 없이 거리를 걷는 일이 온몸을 떨리게한다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계속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4051523001

내 눈을 겨눴지만 심장은 여전히 뛴다눈 잃고도 저항 이어가는 이란 청년들 (경향, 김서영 기자, 2023.04.05 15:23)

반정부 시위서 한쪽 눈 잃은 청년들

SNS에 영상 올리며 연대·저항 이어가

당국 진압 때 고의로 얼굴 겨냥 주장

&lsquo;히잡 의문사 사건&rsquo; 이후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 한쪽 눈을 잃은 가잘 란즈케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ighazaaaali

한 눈으로 자유를 목격하겠다.” “너희는 내 눈을 겨눴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지난해 9월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히잡 시위에 참가했다가 보안군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이란 청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연대하며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고 BBC5일 보도했다.

박사과정생인 엘라헤 타보코리안은 지난해 9월 이란 북동부 도시 마슈하드 인근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가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오른쪽 눈을 잃었다. 그는 머리에 박힌 총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병원 침대에 누워 나는 이 사실을 말하기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는 SNS너희는 내 눈을 겨눴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내 심장 안의 빛과 좋은 날이 오리란 희망이 나를 미소짓게 한다. 그러나 너희들의 심장은 매일 어두워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의 사진은 시위대가 드는 팻말에 등장하며 연대의 고리가 됐다. 그는 나중에 국제법정에서 (내 머리에서 나온) 이 총알을 내보이겠다고 밝혔다.

&lsquo;히잡 의문사 사건&rsquo; 이후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 한쪽 눈을 잃은 엘라헤 타보코리안의 인스타그램 피드. @elahetavakolian14

법대생인 가잘 란즈케시(21)도 지난해 11월 반다르아바스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가 눈에 총을 맞았다. 그는 오른쪽 눈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와중에도 승리의 표시로 브이’(V)자를 들어보이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영상은 이란 안팎에서 화제가 돼, 이란 정부가 청년들을 어떻게 노리고 있는지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가 올린 눈의 소리는 어떤 외침보다도 강하다는 문구 역시 시위의 슬로건이 됐다.

그는 고통은 견딜 수 없지만 적응하게 될 것이다. 내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살아갈 것이라며 우리의 승리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가까이 있다. 한 눈으로 자유를 목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초 케르만샤에서 열린 시위에서 보안군의 총에 맞아 왼쪽 눈을 실명한 이란 양궁 국가대표팀 코사르 코슈누디키아 역시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나 자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초 이란 케르만샤에서 열린 시위에서 보안군의 총에 맞아 왼쪽 눈을 실명한 이란 양궁 국가대표팀 코사르 코슈누디키아. 트위터 갈무리

이처럼 시위 현장에서 유사한 피해를 입은 이란 청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공동체를 찾았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이란 전역에서 눈 부상과 실명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병원에서 체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치료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이란 매체 이란와이어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보안군의 유혈 진압 도중 총알, 최루탄 또는 기타 발사체에 맞아 심각한 눈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에서 11월 사이 테헤란에 있는 병원 3곳에서 유사한 부상으로 치료를 받은 이들이 500여명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시위에 참여했다 실명한 청년들은 자신들이 표적이 됐다고 추정한다. 당국이 진압 과정에서 고의로 얼굴을 노렸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이후 전국에서 일어난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란 보안군과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고무총 등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최근 이런 의혹을 부정했다. 진압경찰 사령관인 하산 카라미 준장은 “(시위대의 얼굴을) ‘고의적으로쐈다는 주장은 선동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간신히 실명을 피한 사람들 역시 후유증과 경제적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 모하메드 파르지(32)는 지난해 9월 테헤란에서 산탄총에 눈을 맞았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병원에 간 덕에 눈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병원비로 2500달러(327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바람에 추가 치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자유를 위해 한 눈을 바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안과의사 모하메드 자파르 가엠파나는 실명한 시위 참가자들이 이란 사회에 영원한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부상자에 대한 지원을 더 많이 늘려달라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한 의사 400여명 중 한명이다. 그는 이 젊은이들은 이란의 탄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