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손배·가압류 문제,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새벽길 2022. 7. 1. 19:49

2019년까지 잡다한 것에 관심이 있다 보니 손배·가압류 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그 뒤부터는 공공기관에 관심을 갖느라 그 이후 논의를 따라가지 못했는데,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더라. 얼마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 이후 하이트진로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반적인 민사법상 제도인데도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손해배상,가압류 제도로 인해 노동기본권이 봉쇄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일단 여론의 환기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697
[헌법 좀먹는 손배·가압류 ①] ‘손해배상 금액만 3천억원’ 사법부는 외면했다 (매노, 홍준표 기자, 2022.07.01 07:30)
손해배상·가압류는 일반적인 민사법상 제도인데도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정당한 쟁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노동자 개인에게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헌법 33조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조는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법률을 무력화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공개 자료를 토대로 손배·가압류 소송과 관련한 사법부 판단의 문제점과 손해배상 청구로 인한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분석했다.<편집자>
“사법부가 노동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전체 맥락에서 법이 충돌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어디까지 허용하고 불법이라고 보느냐. 이런 부분을 판사들이 잘 모르는 거죠.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손배·가압류 문제들은 계속 살아나고, 노조할 권리나 단체행동권 관련 제약은 더 심해지고 있어요.”
손배·가압류 소송을 당한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조합원 A씨가 법원에 불신을 드러내며 한 말이다. 사법부가 노동법에 대해 몰이해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3년간 197건 소송기록 분석
1심까지 26개월, 대부분 ‘개인’ 대상
손배·가압류 제도가 ‘노조파괴’ 수단으로 활용되고 노동 3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법률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사법부는 기업 편향적 판결을 내리고 있다. 적법한 쟁의행위를 한 노동자들조차 숨통이 끊긴다고 절규하는 이유다.
지금도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협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8일 만에 일단락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이유로 하이트진로는 화물차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동문화재단도 파업했다는 이유로 올해 1월 노조에 3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동자들 피해는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손잡고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연 ‘헌법, 노조법과 손해배상·가압류’ 토론회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집한 소송기록 197건(손해배상 185건, 가압류 신청 12건)이 공개됐다. 이마저도 전체 기록은 아니라 실제 청구된 금액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배상 금액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198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조사된 손해배상액만 ‘3천160억2천865만원’이다. 소송을 당한 노동자들이 ‘피고’가 되는 기간이 길수록 배상금액도 늘었다. 소송 접수 후 1심 판결까지 평균 26개월이 걸렸고, 최대 7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원금에 이자가 붙는다.
더군다나 ‘개인’을 겨냥한 손해배상 청구가 대부분이다. 손잡고가 수집한 197건의 사건기록 중 94.9%(187건)는 노동자 개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조 단독으로 청구 대상을 삼은 사건은 단 10건에 불과했다. 기업이 아닌 국가가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14건으로 조사됐다.

편집 : 김효정 기자

1심 사용자 일부 승소 47%
법조계 “쟁의행위 정당성 협소하게 판단”
그렇다면 사법부 판단은 어땠을까. 사용자가 1심에서 일부승소한 사건은 197건 중 93건으로, 47%였다. 노동자가 소를 취하한 경우(24건)까지 합하면 법원이 사실상 기업 편을 들어준 것이다.
법조계는 사법부가 ‘쟁의행위 정당성’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이날 토론회에서 소송 원인이 된 쟁의행위 발생 유형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소송기록을 분석하면 쟁의행위 발생 원인은 △단체교섭·단체협약 체결(82건) △불법파견(36건) △노조파괴·부당노동행위(26건) △해고·정리해고(43건) △근로기준법 위반(8건) △기타(41건)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파업 배경인 ‘교섭상 분쟁’을 제외한 ‘정리해고’와 ‘불법파견’ 관련 쟁의행위의 경우 경영권에 편중돼 해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 변호사는 “법원의 판례 법리가 지나치게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정당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리해고와 관련해 판결이 경영권에 편중됐다고 강조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관련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조합원 139명에게 50억원이 청구된 사례와 철도노조를 상대로 제기된 97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정리해고’는 노동자의 고의·과실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데도 법원은 ‘경영권’을 내세웠다. 하 변호사는 “법원은 정리해고를 ‘고도의 경영상의 결단’에 관한 사항으로 보고 이에 대한 쟁의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라고 판단해 왔다”며 “이러한 이유로 소송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희망이 존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단체행동권과 경영권이 조화를 이루는 해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법파견’과 관련한 쟁의행위 역시 사법부가 정당성을 인정한 사례는 드물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동양시멘트 등 많은 기업의 불법파견 판결에도 법원은 이와 관련한 파업에 대해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과 현대제철 사례와 같이 ‘원청의 실질적 지배’를 인정해 법원이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 변호사는 주장했다.
소송기록 이면에 드러난 손해배상의 모습은 잔인했다. ‘노조파괴’ 수단으로 사용하고, 공포감을 유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성기업 사건이다. 2011년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조파괴 전략을 짰고,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4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갑을오토텍과 보쉬전장 사례도 마찬가지다.

희망퇴직·노조탈퇴 ‘조건부 소 취하’
“노동자 공포감 유발 수단 악용”
조건을 달고 소송 취하를 종용하는 사례도 상당수 확인됐다. 수집된 소송기록 중 35건이 ‘조건부 소취하’가 이뤄졌는데, 희망퇴직(11건)·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포기(17건)·노조탈퇴(5건) 등 조건을 걸고 소송이 취하됐다. 하 변호사는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히 재산상의 피해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노조에 대한 탄압과 공포감 유발을 위한 수단으로 남용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동자들의 피해는 심각했다. 올해 2월 불법파견 비판 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 지회장은 “법원은 2018년 8월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쟁의행위를 한 비정규 노동자들 7명에 대해 지난 6월 1억7천만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선고했다”며 “회사는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노동자의 가정과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종인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장도 이날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등 관련 소송은 모두 노조가 이겼는데도 손해배상 소송만은 노조와 개인에게 책임을 지웠다”며 “2011년 이후 10년은 손해배상과 고소·고발, 징계로 기억된다”고 토로했다. 대전고법은 2015년 12월 유성기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동자 13명에게 10억1천1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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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22990&ref=A
“손배가압류 당한 노동자, ‘극단적 선택 고민’ 일반인의 20배” (KBS뉴스, 김지숙 기자, 2019.01.24 15:28)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비율이 일반인의 20배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단체 '손잡고'와 '심리치유센터 와락', 고려대학교 김승섭 교수 연수팀은 오늘(2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8년 손해배상 가압류 피해 노동자 노동권 침해와 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연구팀이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 230여 명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1년 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남성 노동자는 일반인에 비해 19.6배, 여성 노동자는 14.3배 높은 수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박주영 박사는 이에 대해 "한국 사회가 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은데, 그런 사회의 남성 인구와 비교했을 때 19.6배가 높다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응답자 가운데 10억 원 이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사람은 전체의 약 74%로, 특히 200억 원 이상 걸려 있는 응답자도 전체의 24%에 달했습니다.
20%가 넘는 응답자는 손배가압류 금액을 들먹이는 회유나 협박을 당한 적이 있거나, 관리자에게 감시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대다수 노동자인 응답자의 95%는 손해배상 소송 이후 동료가 노동조합을 탈퇴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손배가압류를 당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에 대해 이뤄진 첫 실태조사로, 손배가압류에 따른 노동권 침해 실태와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동안 이뤄졌습니다.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은 "손배가압류가 노동 3권을 파괴할 뿐 아니라 노동자 개인을 파괴한다는 것을 실제 데이터로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242137005&code=940702
노동자 30% “자살 충동”…손배 가압류는 ‘희망 압류’였다 (경향, 이효상 기자, 2019.01.24 21:37:00)
‘손해배상 가압류’ 피해 노동자 236명 첫 실태 조사
“해고 기간 55개월.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액 14억7000만원. 퇴직금 가압류. 부동산 가압류.”
지난해 6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씨는 4년 전 한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고도 해고지만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2009년 국가는 쌍용차 사태 당시 투입한 헬리콥터와 기중기가 손상됐다며 수리비 24억원을 청구했다.
김씨가 세상을 떠나고 3개월 만에 쌍용차 사태는 봉합됐지만 동료들에게 청구된 손배는 여전히 남았다. 2심은 손배액을 11억8000만원으로 인정했지만 9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갑절의 이자가 붙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김씨에게서 문자를 받았던 시민단체 ‘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특정 집단의 건강상태를 조사하는 고려대학교 김승섭 교수팀(김승섭·박주영·최보경·김란영), 심리치유센터 ‘와락’과 함께 지난해 4월부터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쌍용차·유성기업 등 금속노조 소속 9개 사업장의 236명 노동자를 만나 심리·건강 상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 “희망이 없어 죽는다”
회사와 국가의 손배 소송은 당장의 생존권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청구 금액이 워낙 천문학적이다보니 노동자의 희망을 저당 잡는다. 지난해 손잡고 조사에서 노동자 ㄱ씨는 “원래 손배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자를 갚을 방법이 없다”면서 “100억원이면, 20억원씩 계속 (이자가) 붙는 걸 무슨 수로 갚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응답자 236명 중 10억~100억원 미만의 손배 소송이 들어왔다는 응답이 94명(40.3%)으로 가장 많았다. 200억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56명, 100억~200억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24명 있었다.
문제는 회사가 청구한 금액의 산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처음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청구했다가 노조가 문제제기를 하면 깎아주는 식이다. 청구 금액이 부당해도 그 부당성을 입증하는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다.
■ “조끼 벗으면 제외해준다니까”
손배와 가압류는 노조를 와해하는 효과적 방식이다.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유성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취한 민형사상 소송만 1300건에 달한다. 평생 만져보지 못할 금액을 이고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조합원 이탈로 이어진다.
응답자의 94.9%는 손배·가압류 이후 동료가 노조를 탈퇴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합원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는 응답도 64%에 달했다.
손배·가압류 이후 회사의 회유는 설득력을 얻는다. 노동자 ㄴ씨는 “정말 고민이 많았다. 조끼 벗으면 손배 명단에서 제외해준다니까”라고 말했다. 실태조사 참여자들에게 동료가 노조를 탈퇴한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관리자가 탈퇴를 권유해서”(52.0%)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동시에 차별과 협박이 진행된다. 조사 참여자의 절반 이상은 손배·가압류 소송 도중 ‘인사고과, 성과급에서 불리하게 평가받은 경험’(51.1%)이 있었고, ‘사직을 고민’(30.5%)하거나 ‘손배 금액을 들먹이는 회유·협박을 당한 적이 있다’(29.6%)고 했다.
■ ILO도 “손배 문제 해결해야”
손배 청구는 대개 파업 등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 이후 이뤄진다. 손배 청구를 받은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응답자들은 “점거에 따른 업무방해”(74.2%), “파업 등에 따른 영업손실”(58.4%) 등을 꼽았다. 사실상 ‘괘씸죄’에 해당하는 “정신적 피해 보상”(18.5%)을 이유로 손배를 청구받은 경우도 있다.
헌법 33조 1항은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합법 파업’이라는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정부가 앞장서 손배·가압류를 장려한 역사가 있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 최병렬 당시 노동부 장관은 “노조 쪽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후 ‘파업→업무방해 형사고발→손배·가압류 청구’는 하나의 공식이 됐다.
이는 국제기준과 거리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7년 6월 이사회 보고서에서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한국 정부에 파업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같은 해 10월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손배·가압류에 대해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에 대한 보복조치”라며 “당사자국의 자제와 독립조사 실시”를 권고했다.
■ 악화된 건강
압박과 감시 속에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낸 조사 참여자들의 건강은 예상대로 나빴다. 손배·가압류 남성노동자 201명에게 건강 상태를 물었을 때 “건강이 나쁘다”는 응답은 34.8%에 달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 남성에 비해 12.4배나 높은 수치다. 노동자의 신체건강을 보여주는 대표적 병증인 근골격계 통증을 조사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하다. 손배·가압류 남성노동자는 일반 남성에 비해 허리 통증은 5.4배, 어깨·목 통증은 2.6배, 무릎·발목 통증은 3.3배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도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사 참여 남성의 절반 이상(59.7%)이 “지난 1주간 우울증상을 느꼈다”고 답했다. 일반 남성의 11배에 달하는 수치다. 조사 대상 남성 62명(30.9%)과 여성 6명(18.8%)은 “지난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각각 일반 남성·여성에 비해 19.6배, 14.3배 높은 응답률이다. 전체 응답자 중 6명은 지난 1년간 실제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 “가족들은 손해배상 몰라요”
김승섭 교수는 참여 노동자들의 심각한 우울증상에 대해 “아픈 사람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분들은 회사에서는 감시와 회유, 협박에 시달리고, 가정에서는 가족이 (손배·가압류 사실을) 알까봐 전전긍긍하며 우편함 앞을 지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사 참여자에게 손배·가압류 노동자에 대한 주변의 인식을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응답자의 80.3%는 “손배·가압류를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내가 손배·가압류를 당한 것이 남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65.7%), “손배·가압류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45.9%)는 응답도 많았다.
한 설문조사 참여자는 “아직 가족들은 손해배상에 대해 모르고 있다. 가족들에게 숨기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는 일, 갚을 수도 없는 돈에 옥죄이고 있는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박주영 박사는 “이분들 정신건강을 어떻게 빠르게 치유할까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손배·가압류로 악화되는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지에 초점을 뒀으면 한다”며 “어떻게 하면 가압류 자체를 조금 더 제한시키고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없앨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9727.html
손배·가압류 당한 파업노동자 ‘월급 압류’ 지옥의 문…이겨도 낭떠러지 (한겨레, 오연서 정환봉 기자, 2019-01-24 15:51)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사회역학팀 노동자 실태 조사
“자살 진지하게 고민” 일반인에 견줘 수십배 이상 높아
수십억 배상금에 극심한 스트레스…소송 이겨도 남는 건 병뿐
50대 노동자 강만수(가명)는 회사의 이름을 말할 수 없다. “회사에 피해가 갈 수 있는 내용으로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저 문장을 약속이라고 말하지만, 강만수에게 이 문장은 협박이다. 강만수가 이를 어길 경우, 회사는 손해배상(손배)을 집행할 수 있다. 사연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만수의 회사는 2008년 노동조합에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강만수는 그때 노조 지회장이었다. 파업은 필연이었다. 회사는 이듬해,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호소하며 20여억원의 손배 소송을 냈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가압류도 신청했다. 노조 간부들도 해고했다. 파업 참가자들의 월급을 떼어가고, 전세금과 집 등을 가압류했다.
2014년 1심 법원은 노조원들에게 10억여원의 회사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회사도 법원도 강만수의 굴종을 강요했다. 강만수는 모든 게 무너졌다. 노조원을 모두 탈퇴시키고 파업 해고자 7명의 퇴직금을 압류해가는 요구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장에 복귀한 노동자들에게 건 손배는 집행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겨우 얻어낸 대가다. “빨가벗고 항복”했다.
끝이 아니었다. 회사는 여전히 2024년까지 손배금 압류 권한을 갖고 있다. 채권 소멸시효가 10년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그저 ‘꽃놀이패’를 들고 노동자들을 쥐락펴락한다. “파업을 함께했던 동료의 아내가 암에 걸렸어요. 모든 동료가 뭐라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죠. 파업 기간에는 임금을 못 받았고, 회사에 복귀한 조합원들은 가압류당해 돈이 없고…. 다른 것보다 그런 게 억수로 힘들었어요.” 주름진 강만수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노동자 상대 손배·가압류 30년, 사상 첫 실태조사
회사가 노동자를 상대로 처음 손배 소송을 낸 건 1989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로 꼬박 30년 동안 숱한 노동자들이 회사의 손배 앞에 죽거나 죽지 못해 살아왔다. 2003년 1월9일 파업 이후 회사의 손배에 시달리던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는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몸에 불을 붙였다. 16년이 지난 지난해 6월27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은 아내에게 “그동안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시키고 마지막에도 빚만 남기고 가는구나”라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경찰은 2009년 옥쇄파업 진압 당시 장비 등 피해를 봤다며 101명의 쌍용차 노동자에게 손배 24억원을 청구했다. 김주중은 101명 중 한명이었다.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깊이 들여다본 사회역학팀의 연구 조사 결과가 30년 만인 24일 세상에 공개됐다. 사회역학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구조와 제도, 관계 등을 추적하는 학문으로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김승섭, 박주영, 최보경, 김란영)은 그동안 세월호 생존학생과 성소수자, 소방관 등의 고통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을 들어왔다. 연구팀은 지난해 4월부터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등과 함께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236명을 만나 조사한 실태 조사 결과를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발표했다. 실태 조사 결과는 조사에 응한 236명 가운데 233명의 설문조사 답변을 기초로 작성됐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경험을 묻는 말에 남성 노동자 30.9%, 여성 노동자 18.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남성·여성에 견줘 각각 23.8배, 13.4배 높은 수치다. 실제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남성 노동자는 6명으로 응답자의 3%였다. 이는 일반 남성을 상대로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나온 0.1%의 30배 수준이다. 지난 1주일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경우도 남성 노동자 59.7%, 여성 노동자 68.8%로 일반 인구보다 각각 9.5배, 6.7배 높았다.
손배 가압류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이들의 실제 몸을 갉아먹고 있기도 했다. 병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대답은 남성 노동자의 경우 33.8% 일반 남성에 견줘 4.3배 높았다. 여성 노동자들은 37.5%가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대답했는데, 일반 여성의 1.1배 수준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50%가 진료를 받지 못한 이유로 ‘진료비가 부담되어서’를 꼽았다. 특히 이들의 열악한 경제적 상황은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두드러졌다. 남성 노동자 중 34.3%가 치과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고 이 가운데 42%가 진료비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 40.6%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이 가운데 69.2%가 진료비 부담을 그 이유로 들었다. “돈이 없으니 아파도 병원을 미루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혼을 미루는 조합원들이 있어요. 아이 계획은 꿈도 꾸기도 힘들죠. 노조 사무실이 평소 왁자지껄한데 전자월급명세서가 게시되는 9일이 되면 조용해집니다.” 경북 구미의 반도체 회사 케이이씨(KEC)의 손배·가압류와 싸우고 있는 38살 노동자 이종희의 말이다.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4명 중 3명 10억 이상 갚아야
이종희는 2016년 9월 이후 150만원 이상이 찍힌 월급 통장을 본 적이 없다. 한 회사에서 20년 동안 일을 했는데도 그렇다. 이종희는 그래도 “나는 혼자 사니까 다행”이라며 웃었다. 고통이 몰려오는 건 동료들의 삶을 바라볼 때라고 했다. “그래도 아빤데, 천원짜리 과자를 사달라는 아이의 말에 멈칫하게 된다”고 어떤 동료가 말했을 때, 이종희는 목이 잠겨오는 걸 느꼈다. 케이이씨에는 30년을 넘게 일했어도, 야근을 해도, 주말 특근을 해도 한달 월급 150만원을 넘기지 못하는 노동자 41명이 일한다. 역시 회사의 손배 소송 때문이다.
회사는 2010년 파업 때문에 손실을 봤다며 2011년 케이이씨 노동자들에게 301억원의 손배 소송을 냈다. 2016년 9월 법원은 30억원으로 양쪽이 조정하라는 강제 조정안을 내놨다. 노동자들은 조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지옥’이 열렸다. 법에서 압류를 금지한 최저생계비 150만원을 뺀 모든 돈이 회사로 꼬박꼬박 입금됐다.
이런 일은 비단 강만수와 이종희의 회사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김승섭 교수 연구팀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4명 가운데 3명이 10억원이 넘는 손배 금액을 지고 있었다. 회사나 정부가 이들에게 제기한 손배 금액이 10억~100억원인 경우는 40.3%, 100억~200억원인 경우는 10.3% 200억원 이상인 경우는 24%였다. 10억원 이상을 다 합치면 74.6%나 된다.
설문에 응한 노동자들은 회사 쪽이 손배 소송을 거는 이유(복수응답)로 ‘점거에 따른 업무방해’(74.2%), ‘파업 등에 따른 영업손실’(58.4%) 등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회사가 손배를 거는 목적(복수응답)에 대해 물었을 때는 ‘노동 쟁의 제한 및 노동조합 위축’(94.4%), ‘파업 노동자 보복’(69.1%), ‘노조 탈퇴’(66.1%)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가 파업으로 인한 손해 보전보다는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손배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겨레>가 직접 만난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케이이씨의 이종희는 “회사가 손배 노동자들에게 여러 차례 퇴직을 하면 손배에서 빼주겠다고 이야기했고 실제 그렇게 회사를 떠난 조합원이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회사와 정부의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나눠지는 게 아니라 남에게 전가하도록 강제한다. ‘부진정연대채무’가 대표적이다. 케이이씨의 경우 애초 손배 금액 30억원을 나눠서 져야 할 노동자는 66명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회유로 25명이 회사를 떠나거나 노조를 탈퇴했다. 41명만 남았다. 하지만 갚아야 할 돈은 그대로다. ‘부진정연대채무’는 쉽게 말해, 한 사람이 손배 책임을 면제받으면 그 몫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나눠서 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41명은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다. 남아 있을 동료에게 고통을 떠넘길 순 없었다고 했다. “손배는 노조를 깨기 위한 거였다고 생각해요. 아마 회사도 우리가 남을 줄 몰랐을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더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종희가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강만수의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손배를 걸고 월급을 가압류하자 하나둘씩 노조를 탈퇴했다. 회사는 노조를 탈퇴한 사람에게 가압류한 월급을 돌려줬다. 노조원 수는 금세 반 토막이 났다. 실제 김승섭 교수팀의 실태조사에 응한 노동자 94.9%가 ‘손배 이후 동료가 노조를 탈퇴했다’고 말했다. ‘손배 이후 조합원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답변은 64%에 달했다. 동료의 노조 탈퇴 이유(복수응답)는 ‘회사 관리자의 탈퇴 권유 때문’이라는 응답이 49.4%로 가장 높았다. 가압류나 압류 방식(복수응답)은 ‘임금이나 전세보증금 등 채권 압류’가 55.8%로 가장 많았다.
■회사는 불리해도 여전히 ‘꽃놀이패’를 들고 있다
손배·가압류는 회사가 불리해졌을 때 역공을 펼칠 도구가 되기도 한다. 2010년 11월30일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일 동안 시티에스(CTS·자동차 문 찰탁 공정) 라인 점거 파업을 하는 바람에 영업손실을 봤다며 노동자 29명을 상대로 20억원의 손배를 청구했다. 2013년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11명이 연대해 회사에 20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손배라는 무기를 쥔 회사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회유에 나섰다고 한다.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집단소송을 취하해주면 손배 대상에서 빼주고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이기면 현대차의 불법파견이 인정되고, 이는 곧 현대차가 조합원들을 모두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많은 이들이 회사의 설득에 넘어갔다. 결국 29명 가운데 4명만 남아 회사와 싸우고 있다. 4명이 각각 5억원씩, 모두 20억원의 손배 금액을 나뉘서 지고 있다는 얘기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해도 상처는 남는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이었던 43살의 이도한은 회사의 설득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소하고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되는 다른 조합원의 모습을 보면서도 버텨냈다. 하지만 주거래 통장까지 회사에 압류된 채 5년을 보냈더니, 생활이 붕괴되고 말았다. 결국 회사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도장을 찍었다. “2003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를 만들면서 회사의 고용 형태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받기 위해 애써온 노동자들이 많았어요. 당연히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고 싶지 않았죠. 손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지만…. 힘들게 싸워왔던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이 아직도 남아 있죠.” 이도한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배 소송 이겨도 오랜 싸움 끝에 남는 건…
물론 손배 소송에서 노동자들이 이긴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모든 것이 망가진 이후다. “회사는 손배·가압류를 너무 쉽게 이용하는 데 노동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겨도 낭떠러지, 지면 지옥인 거고….”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를 만드는 상신브레이크 노동자인 42살의 정준효는 손배·가압류 소송의 보기 드문 승자다.
상신브레이크는 2010년 노조 간부 등 5명을 해고하고 2011년 그들을 상대로 10억원의 손배 소송을 냈다. 2010년 6월25일부터 57일 동안 파업 기간 비상근무를 하는데 들어간 근무수당과 같은 해 8월23일 직장폐쇄를 하면서 쓴 경비용역 비용 등이 손배의 명목이었다. 2012년 11월 1심 법원은 “쟁의 기간 동안 지출한 연장 특근비 등보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이 훨씬 많은 이상 회사가 입은 손해는 없으며 회사가 직장폐쇄라는 쟁의행위를 스스로 결정한 이상 직장폐쇄를 유지하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회사의 손배 청구를 기각했다. 2015년 8월27일 대법원 판결로 기각 결정이 확정됐다. 노조 간부 등 5명 가운데 4명은 2017년 4월 해고무효 소송에서도 이겨 복직했다. 노조가 모조리 이긴 것이다.
하지만 6년 걸린 소송 기간 동안 정준효가 얻은 것은 병이었다. 2017년 6월 정준효는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 “암은 회사가 준 선물”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병을 얻은 건 손배 소송 판결 전 회사가 가압류로 위협을 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손배 청구 전 정준효 등 9명을 상대로 4억1000만원의 가압류를 걸었다. 가압류가 들어오고 손배 소장이 집으로 날아오자 부부 사이도 서먹해졌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정준효는 불안감에 아이를 낳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부부가 아이를 가지기로 한 것은 2012년 1심 판결이 나온 뒤였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지금 5살이다. 정준효는 아이를 가리키며 “승소 덕분에 태어난 아이”라고 말했다.
정준효는 2010년 8월 회사가 직장폐쇄를 했을 때 회사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손배 소송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끝까지 보여주겠다.” 그 말은 정준효의 암세포로 현실이 됐다.
이름 없는 회사의 노동자 강만수는 해고와 가압류의 고통에 허덕이던 2013년 월세 25만원짜리 신혼집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딸이 사는 집에 들러 반찬이라도 전해주고 싶어했던 장인과 장모에게 놀러 오라는 말도 한번 하지 못했다. 1년6개월 뒤 작은 임대아파트를 마련하고 나서야 장인, 장모가 집에 들를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정신이 없어서 슬픈 줄도 몰랐어요. 장인 장모에게 집에 놀러 오시라는 말을 한 뒤에야 갑자기 슬픔이 밀려오더라고요. 속으로 많이 울었죠.”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강만수가 몸과 정신을 세상에 압류당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9733.html
‘노조 파괴’ 손배·가압류…노조원 개인 책임부터 제한해야 (한겨레, 오연서 기자, 2019-01-24 16:03)
법원 파업 정당성 좁게 해석해 사용자 손배 소송 남발
6월 ILO 총회 100주년 전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손해배상 및 가압류(손배·가압류) 소송은 주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파괴할 목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파업을 한 노동자들에게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가해서 결국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노조 탈퇴 등을 유도해 노조가 붕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는 얘기다.
상신브레이크 노조 간부 등 5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맡았던 법무법인 대안의 신지현 변호사는 “노조가 집단행동을 하게 되면 일단 회사는 형사상 고소, 조합원 개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 및 거액의 손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그 뒤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손배 소송을 취하해주는 대가로 쟁의행위를 중단하거나 노조를 탈퇴할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케이이씨(KEC)가 작성한 2010년 7월2일 ‘비상경영상황일보 문건’을 보면 ‘압박 전략 차원에서 각 조합원에 대해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준비한다’고 나와 있다. 2012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노조파괴 컨설팅의 실체 그리고 그 효과’ 자료집을 보면, 상신브레이크와 창조컨설팅이 2010년 12월6일 전략회의를 진행하면서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시기적절한 민·형사 처분은 노동조합에의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 기록이 담겨 있다.
■ 파업 정당성 좁게 해석… 손해배상 소송 남용하는 회사
파업의 정당성을 너무 좁게 해석하는 재판부도 비극을 만든 ‘당사자’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조에서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법원이 임금 인상과 관련한 파업 외에는 대체로 ‘정당한 파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는 “임금 인상 이외에는 대부분 불법파업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이로 인해 법원에서 불법 파업이라고 판결하면 회사도 불법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더욱 쉽게 제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송영섭 변호사도 24일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 236명 첫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갚을 수 없는 돈, 돌아오지 않는 동료’에서 “노조법 제3조로 인해 평화적인 노무 제공 거부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의 영업손실에 대한 노동조합의 책임이 허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이 아니라 노조 간부나 조합원 개인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은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노조 간부나 조합원 개인이 파업 등 쟁의행위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와 무관하게 특정 조합원만 콕 집어 소를 제기하거나 선별적으로 소를 취하하는 등의 수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쟁의행위는 개별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 집단의 행동이므로 노동자 개인에게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은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준식 영산대 교수(법학)는 “현재 민사상 손해배상 범위가 넓게 인정되다 보니 사용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사용자가 심대하고 중대한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압류도 문제다. 사용자가 손배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노동자의 급여를 가압류하는데, 가압류는 손배 소송과 달리 가압류 금액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사용자가 입증할 책임이 적기 때문에 실제 손해액수보다 훨씬 많은 액수로 가압류를 신청해도 법원에서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신지현 변호사는 “월 급여로 생활하는 근로자들에게 이런 가압류는 생계에 매우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 6월 ILO 총회 100주년 전에 정부가 나서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 무분별한 손배나 가압류를 하지 말라고 한국에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미카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도 지난 21일 한국을 방문해 노동조합의 파업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해온 관행을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ILO 핵심협약 국회 비준과 노동관계법 및 행정 개혁”을 요구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정부는 이같은 국제노동기준에 맞춰 현재의 손배·가압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오는 6월 ILO 총회 100주년 이전에 사용자의 손배 소송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입법안을 정부와 국회가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9760.html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 “괜찮다고 말하면서 죽어간다” (한겨레, 정환봉 오연서 기자, 2019-01-24 17:35)
236명의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만난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
“정부가 노동자 실태조사 나서고 기업 손배·가압류 막아야”
21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활동가 윤지선씨는 노동자들에게 씌워진 손배·가압류라는 굴레를 ‘유령’이라고 불렀다. 현실적이지 않은 큰돈이지만 그 돈이 주는 공포는 생생한 현실이다.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은 쉽게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사상 첫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실태 조사를 위해서 윤씨는 이들을 하나하나 설득해야 했다. “한 분은 설문조사를 2번이나 거절했어요. 그러다 겨우 만났죠. 택배 일을 하시더라고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대요. 그런데 그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손배 당한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으니까….”
많은 손배·가압류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망각을 선택한다. 윤씨는 손배·가압류를 당해도 “괜찮아”, “살만해”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노동자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힘든 거 아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하냐”라고 물었더니 “잊지 않으면 못 사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공포가 낳은 망각이었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실태조사에 응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여러 회사가 소송에서 이긴 뒤에도 손배를 집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맞는 것보다 언제든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운 법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손배·가압류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구했어요. 재벌 등 기업 쪽에서는 손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일부일 뿐이고, 손배를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냐고 이야기하니까요. 하지만 일부가 아니고요. 집행하지 않는다고 고통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숫자가 필요했어요.”
실태조사는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맡았다. “저도 손배·가압류 노동자의 상황을 숫자로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만나본 전문가 중에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 김승섭 교수였어요.” 윤씨는 김승섭 교수팀과 수차례 질문을 만드는 회의를 했고, 전국을 돌며 설문을 받았다. 오랫동안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윤씨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노동자들도 실태조사에 응했다. 그렇게 만난 노동자가 236명이다.
이들 중에는 혼자 수십억원의 손배금을 떠안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가 손배에서 빼줄 테니 ‘노조를 탈퇴해라’, ‘회사를 나가라’,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하라’ 등의 회유를 해요. 누가 안 흔들리겠어요? 통장도 집도 압류하는데. 그렇게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혼자 남으면 수십억원을 떠안는 거죠.”
윤씨가 실태조사를 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억울함’이었다. “손배·가압류 노동자들을 만나면 절절한 억울함을 느껴져요. ‘파업을 한 것이 나와 내 가족까지 죽도록 고통받아야 할 죽을죄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다. 하지만 회사가 고소·고발을 하고 손배 청구를 하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파업이 합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변호사를 사고, 노무팀을 동원해 파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반면 노동자들은 변호사 구할 돈도, 수사기관과 법원을 찾아다닐 시간도 부족하다. 창조컨설팅과 같은 노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파업을 유도한 뒤 노동자들에게 손배·가압류를 걸어 노조를 없애는 전략을 짠 사실이 들통난 회사가 여럿이지만, 기업을 상대로 한 수사는 늘 지지부진하거나 한없이 늦춰진다.
윤씨는 악순환이 앞으로도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백명을 만났지만,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이 훨씬 더 많다. “저희도 한 일인데, 정부는 더 잘할 수 있잖아요. 정부가 손배·가압류 노동자들의 상태에 대해 실태조사하고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막는 방안을 내놓았으면 좋겠어요.”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79936.html
[사설] ‘죽음의 덫’ 노동자 손배·가압류, 입법으로 풀어라 (한겨레, 2019-01-25 18:41)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손배) 소송과 가압류가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덫’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사회역학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손배·가압류를 당한 남성 노동자의 30.9%가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봤고, 실제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3%였다고 한다. 일반 남성에 견줘 각각 23.8배, 30배나 높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도 대조군보다 13.4배 높았다.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를 실제로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해 6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주중씨의 자살은 손배·가압류에 따른 경제적 고통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도 같은 이유로 분신했고, 같은 해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은 손배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 농성을 하다 목숨을 끊었다.
이번 조사 대상의 75%는 10억원 넘는 손배 금액을 지고 있다고 한다. 이자의 늪에서도 헤어날 수 없게 족쇄를 채워 노조를 와해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손배·가압류 이후 회사가 명단에서 빼주겠다며 회유하는 경우가 많고, 조사 대상자의 94.9%는 동료들이 이 때문에 노조를 탈퇴했다고 답했다. 조합원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경우도 64%나 됐다고 한다.
손배·가압류의 역사는 1989년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듬해 최영철 당시 노동부 장관은 기업들이 이 수단을 적극 활용하도록 지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1994년 대법원은 처음으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내렸다. 노동자들에게 구속·해고보다 훨씬 가혹한 손배·가압류의 전성시대가 기업-정부-사법부의 합작으로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동조합법은 진작부터 기업들의 손배·가압류 남발에 길을 터주는 제도로 지목돼왔다. ‘합법 파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정하고 있는 탓에 노동자의 생존권에 직접 영향을 주는 민영화나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등을 놓고 벌이는 파업도 모두 불법이자 손배 대상이 된다. 파업을 못 하게 막는 법을 놔둔 채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을 수는 없다. 노동자들이 계속 벼랑 끝으로 몰린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강조하는 ‘건전한 노사관계’도 불가능하다. 빨리 법부터 고치길 바란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0424.html
9년만에 복직 쌍용차 노동자 경찰 가압류로 월급 ‘반토막’ (한겨레, 정환봉 기자, 2019-01-29 20:08)
경찰이 2009년 파업 피해에 소송…아직도 39명 3억9천만원 ‘족쇄’
“회사가 미리 알려줬지만 착잡”…경찰 “이달 중순 해제 의견냈다”

지난달 31일 9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쌍용자동차 노동자 김정욱씨가 복직 뒤 받은 첫 월급이다. 경찰이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당시 장비 등 피해를 입었다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으로 가압류한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25일 받은 월급명세서에서 ‘법정채무금 공제’라는 명목으로 나라가 빼간 돈은 91만원이다. 김씨가 손에 쥔 돈보다 많다. 김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쌍용차 복직 노동자들은 세 명이다. 장아무개씨는 19만771원, 최아무개씨는 123만원이 월급 통장에 입금되기도 전에 뜯겨 나갔다.
경찰은 2009년 67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1인당 1000만원의 임금 및 퇴직금 가압류를 했다. 부동산이 있는 노동자 22명에게는 1000만원을 추가로 가압류했다. 모두 8억9000만원 규모다. 2016년 항소심 이후 가압류가 일부 풀리긴 했다. 하지만 지금도 39명에게 3억9000만원의 임금 및 퇴직금 가압류가 걸려있고 이 가운데 1명은 부동산까지 가압류됐다. 퇴직금이 부족해 가압류 금액 1000만원을 채우지 못한 3명의 노동자가 복직해 소득이 생기자 바로 압류가 다시 시작된 셈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119명 가운데 지난달 31일 복직한 사람은 71명이다. 회사는 나머지 노동자들도 올해 상반기 안에 복직해주기로 약속했다. 2009년 파업 이후 9년 동안 서른명의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이 목숨을 잃은 뒤에야 들을 수 있었던 첫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복직의 기쁨을 가압류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다.
“회사가 미리 월급이 가압류될 것이라는 말을 해줘서 짐작은 했어요. 그런데 막상 설을 앞두고 반 토막 난 월급을 받으니 마음이 착잡하네요.” 김정욱씨는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파악한 결과, 최근 복직한 71명 가운데 경찰의 가압류 대상자는 모두 27명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은 이번달 중순께 27명의 가압류를 해제하겠다는 의견을 검찰에 보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기남부경찰청이 손배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데 검찰 쪽에 가압류 대상자 중 이번에 복직한 20여명의 가압류를 풀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판단은 가압류보다 손배 소송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복직한 경우 소득이 생기기 때문에 지금 가압류를 해제해도 대법원에 계류된 손배 소송이 경찰 승소로 확정되면 압류할 재산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가압류가 ‘현재진행형’인 이유는 수원지검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당사자인 소송은 소송 지휘를 검찰이 담당한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가압류 해제 여부를 묻는 말에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금액’과 무관하게 당사자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앞선 24일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팀(김승섭, 박주영, 최보경, 김란영)은 손배 가압류 노동자 233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남성 손배 가압류 노동자들의 자살 시도 비율은 일반 남성의 30배에 달했다. 지난 1주일 동안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경우도 남성노동자는 59.7%, 여성노동자는 68.8%로 일반 인구보다 각각 9.5배, 6.7배 높았다.
“우체부가 (압류) 등기전달을 위해 수시로 찾아오며 집이 비어 있을 때 현관에 법원 등기를 받으라고 스티커를 붙여놓고 갔을 때… 아이들이 뭐냐고 물었을 때 힘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 이런 것들이 힘들었습니다.”, “공황 장애로 약을 먹으면서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모두 김승섭 교수팀의 설문에 응한 손배 가압류 노동자들이 적은 고통들이다.
당장은 가압류가 걱정이지만, 더 큰 공포는 손배가 확정돼 집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2013년 경찰이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인정된 금액은 14억1000만원이었다. 항소심에서는 11억6760만원으로 배상 금액이 줄었지만, 지연 이자가 붙어 쌍용차 노동자들은 15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 뒤로 매년 20%씩 지연 이자가 붙어 현재 손배 금액은 20억원이 넘는다. 대법원 판결은 언제 날지 알 수 없다. 김정욱씨는 “가압류는 그렇다고 해도 손배 금액은 정말 갚기 어려운 규모라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이번 가압류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복직이 희망이 아니라는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다. 쌍용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위해서는 경찰이 건 손배 자체가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경찰의 쌍용차 노동자 진압 과정을 조사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경찰에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관련 가압류 사건을 취하하라’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은 30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국가의 손배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302042015&code=990101
[사설]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차 노동자 첫 월급 가압류하다니 (경향, 2019.01.30 20:42:01)
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중 일부가 많게는 첫 급여의 절반가량을 가압류당했다고 한다. 2009년 ‘옥쇄파업’ 당시 경찰이 장비파손 등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힘겹게 돌아온 일터에서, 그것도 설 명절을 앞두고 받은 첫 월급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10년간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 일방적 구조조정에 파업·농성으로 맞서다 회사 측의 직장폐쇄와 국가의 무력진압으로 1700여명은 회사를 떠나야 했고, 165명은 해고됐으며, 30명은 극단적 선택이나 병으로 사망했다. 파업이 끝난 뒤에도 국가와 쌍용차 사측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가압류로 노동자들을 괴롭혔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팀이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 236명의 심리·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남성 노동자 10명 중 3명이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또 전체의 3%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씨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씨가 손배·가압류에 따른 고통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그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으려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다름없다. 경제·심리적으로 위축시켜 또 다른 비판이나 시위를 막아보려는 ‘겁주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29개주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을 제정했고, 스웨덴은 이를 헌법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국제노동기구도 2017년 정부에 파업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쌍용차 파업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손배·가압류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 더욱이 “쌍용차 공권력 투입은 정당하지 않다”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결론도 나와 있지 않은가.
쌍용차 복직자들에 대한 가압류 해제 여부는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 경찰은 이미 쌍용차 복직자들에 대한 가압류를 풀어달라는 의견서를 검찰에 전달했다. 쌍용차 사측은 오래전에 소송 및 가압류를 취소했다. 그런데도 국가가 이를 계속 고집한다면 노조활동 방해를 일삼은 ‘창조컨설팅’과 뭐가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제라도 손배·가압류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2011405001&code=940301
정부, 쌍용차 복직 노동자 손배 가압류 해제 (경향, 정대연 기자, 2019.02.01 14:05:00)
정부가 쌍용차 복직 노동자들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했다. 최근 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차 복직 노동자들이 설을 앞두고 받은 첫 월급이 많게는 절반 이상 압류 공제되자 사회적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1일 “쌍용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피고들 중 최근 복직한 26명의 쌍용차 근로자에 대해 국가가 설정한 임금·퇴직금채권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직하지 않은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이번에 가압류 해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수행한 경찰이 제반 사정을 참작해 가압류 해제 의견을 개진했다”며 “이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가압류 유지는 근로자들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돼 가압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한 “쌍용차 근로자들은 회사 측과의 오랜 분쟁 끝에 최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복직해 근무하고 있어 이전과 달리 가압류를 유지할 필요성도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사측의 대규모 해고 통보에 저항해 ‘옥쇄파업’을 벌였지만 해고를 막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10년간 투쟁 끝에 지난해 마지막 날 복직했다. 10년 동안 30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생계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복직 노동자들은 지난달 25일 복직 후 처음 월급을 받았지만 많게는 절반 넘는 돈이 ‘법정채무금 공제’라는 명목으로 공제됐다.
경찰은 2009년 쌍용차 노조의 ‘옥쇄파업’ 진압 당시 입은 인적·물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노조 및 조합원을 상대로 총 16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16년 2심 이후 가압류 일부가 풀렸지만 총 39명에게 4억원에 달하는 가압류 금액이 남은 상태였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경찰의 쌍용차 파업 진압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이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법무부 발표에 대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국가손해배상대응모임,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국가손배철회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는 ‘가압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음에도 복직자 26명에 대해서만 ‘선별적 해제’했다. 복직대기자들에게는 가압류마저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했다”며 39명 전체에 대한 가압류 해제를 요청했다. “가압류의 원인이 됐던 경찰의 손해배상청구가 그대로 남아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 철회 이행도 촉구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0886.html
법무부의 뒤늦은 쌍용차 노동자 가압류 해제 (한겨레, 정환봉 기자, 2019-02-01 15:32)
1일 쌍용차 복직 노동자 26명 가압류 해제 밝혔지만
노동자 2명은 월급에 이어 이날 나온 상여금도 가압류
해고자 가압류는 유지하고 손배 취하 논의는 진전 없어

법무부가 쌍용자동차 복직 노동자 26명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1일 밝혔다. 하지만 이미 이날 지급된 복직자 2명의 명절 상여급이 가압류된 뒤 나온 뒤늦은 조처다.
법무부는 이날 “쌍용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소송 피고들 중 최근 복직된 26명의 쌍용차 근로자들에 대해 국가가 설정한 임금·퇴직금 채권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또 “가압류 유지는 근로자들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하여 가압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2009년 쌍용차 파업 진압 당시 장비 등이 파손됐다며 67명의 노동자에게 각각 1000만원의 임금 및 퇴직금 가압류를 했다. 부동산이 있는 노동자 22명에게는 1000만원을 추가로 가압류했다. 모두 8억9000만원 규모다. 2016년 항소심 이후에는 가압류가 일부 풀려 39명에게 3억9000만원의 임금 및 퇴직금 가압류가 걸려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복직 후 첫 월급날이었던 지난달 25일까지 가압류 금액 1000만원을 채우지 못했던 쌍용차 노동자 3명의 임금이 가압류되기 시작했다. 3명 중 한명인 김정욱씨는 91만원이 가압류돼 월급을 85만1543원밖에 받지 못했다. 또 법무부의 뒤늦은 조처 때문이 이날 나온 설 상여금 역시 가압류된 상태다. 쌍용차 복직자 최아무개씨도 이날 상여금이 압류됐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일단 법무부의 가압류 해제 조처를 환영하면서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배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가압류 철회는 일단 환영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우선 가압류 대상자 39명 중 복직자 26명만 선별 해제한 것이 안타깝다. 나머지 13명은 여전히 해고자 신분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가압류의 멍에마저 계속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경찰이 제기한 손배 소송 취하 논의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쌍용차 노동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손배 소송 금액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20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월급에 이어 이날 상여금까지 압류된 김정욱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미 가압류된 상여금은 곧 풀리지 않을까 한다. 그건 다행이지만 복직자보다 힘든 해고자들의 가압류가 풀리지 않은 것이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날 법무부의 발표 이후 국가손배대응모임, 쌍용차 범대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은 ‘늑장대응과 선별적 가압류에 유감을 표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이미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복직노동자의 첫 급여 가압류에 이어, 오늘 설 상여금마저 가압류됐다. 이미 상처가 헤집어진 뒤에야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라며 법무부의 늑장 조처를 비판했다. 또 “가압류의 원인이 됐던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가 그대로 남아”있다며 경찰과 청와대 등에 빠른 손배 철회를 요구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201099051004?input=1195m
법무부, 쌍용차 복직 노동자 월급 가압류 풀기로(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2019-02-01 18:24)
"복직자에 가혹…가압류 유지 필요성도 상당부분 해소"
쌍용차노조 "39명 중 26명만 선별 해제 유감"

복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급여가 가압류된 것과 관련해 법무부가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1일 "쌍용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소송의 피고인 중 최근 복직된 26명의 쌍용차 노동자에 대해 국가가 설정한 임금·퇴직금 채권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직접 피해를 보고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수행한 경찰이 제반 사정을 참작해 가압류 해제 의견을 개진한 점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가압류 유지가 복직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고, 사회적 갈등 비용을 증대시킬 것이란 점도 판단 배경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은 회사 측과 오랜 분쟁 끝에 최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복직해 근무하고 있으므로 이전과 달리 복직 근로자들에 대해 가압류를 유지할 필요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9년 구조조정을 하면서 노동자를 대거 해고했다. 쌍용차 노조는 10년 동안 투쟁을 이어왔고, 결국 지난해 사측과 노조가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합의했다.
그러나 복직 노동자 중 일부가 설을 앞두고 받은 첫 급여명세서에서 법정 채무금 명목으로 압류 공제된 항목을 확인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국가손해배상대응모임 등은 입장문을 내 "법무부와 경찰청의 '늑장 대응'과 '선별적 가압류 해제'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전체 가압류 해제를 넘어 손해배상 철회에 대한 이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39명의 '쌍용차 국가 가압류 대상자' 가운데 26명의 복직 노동자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한다고 법무부가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2242141005&code=940702
복직 후 10년 전 퇴직금 받았지만…손배·가압류에 ‘절망의 덫’ (경향, 선명수 기자, 2019.02.24 21:41:00)
쌍용차 복직자 사례로 되짚는 손배·가압류의 비극
쌍용자동차 노동자 김모씨는 압류됐던 퇴직금을 찾기 위해 최근 법원을 찾았다. 2009년 ‘쌍용차 2646명 정리해고 사태’ 때 해고된 그는 지난해 12월31일 복직했다. 10년 만의 복직 이후에야 만져보게 된 퇴직금 1000만원. 그는 최근 법무부가 쌍용차 복직자들에 대한 임금·퇴직금 가압류를 해제하면서 이 돈을 돌려받게 됐다.
“그날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어본 것 같아요. 원래 내 돈이었는데도…. 지난 10년간 그 정도 돈이 통장에 들어온 건 처음이거든요.” 퇴직금을 찾은 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연 이율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갚은 것이다. “제2금융권에서 받았어요. 한결 마음이 후련하죠.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2009년 파업 당시 김씨는 노조 집행부였다. 파업은 77일 만에 끝났지만, 회사와 국가가 청구한 수십억원대의 손배(손해배상)·가압류가 지난 10년간 그를 따라다녔다. 경찰은 파업 당시 피해를 배상하라며 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원 67명에 대해서는 임금과 퇴직금, 부동산 등 8억9000만원을 가압류했다. 2016년 항소심 이후 금액이 줄어 김씨를 비롯한 39명에게 4억원 상당의 가압류가 남았다. 지난해 노사 합의로 10년 만에 돌아온 복직자들의 첫 월급조차 가압류로 반토막이 나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뒤늦게 가압류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가압류 대상자 39명 중 복직자 26명에 대해서만 해제돼 나머지 13명은 해고자 신분으로 가압류까지 짊어지고 있다.
■ ‘희망’까지 압류당했다 
10년간 퇴직금 묶여 빚더미에
법무부, 복직자만 가압류 해제
해고자들은 여전히 무거운 짐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10년의 세월을 “내 이름으로는 계좌 하나 만들기도, 월세방 계약을 하기도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했다. 김씨는 “가압류에 걸린 사람들은 안정된 일자리보다는 일용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쌍용차 출신’이라고 하면 채용을 꺼리는 회사들이 많았다. 고정급여를 받으면 언제 다시 가압류를 당할지 몰랐다.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불안’과 ‘불안정’이 옥죄었다. “집 계약이나 자동차 등 경제활동 모두를 아내 명의로 했어요. 하다 못해 가압류가 언제 걸린다는 걸 알면 계획이라도 세울 텐데, 그것도 아니니까요.”
10년의 해고 기간만큼 빚이 쌓였다. 가압류 해제로 퇴직금 일부를 되찾게 된 또 다른 복직자 원모씨도 “퇴직금을 받자마자 대출금을 갚는 데 썼다”고 했다. 원씨는 “손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고 복직하지 못한 분들의 가압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했다.
쌍용차 노조와 조합원에게 남은 손배 금액은 11억6700만원으로, 매달 1900만원 가까이 붙는 지연이자까지 합하면 18억원이 넘는다.
김씨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그의 이름을 꺼냈다. 고 김주중. 지난해 6월,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쌍용차 서른 번째 희생자다. “힘든 점이 많았는데, 그분한테도 손배 문제가 있었거든요. 저도 그랬어요. 몇 만원도 조급해지고 아쉽고…. 사용자나 국가는 밥 먹듯이 쉽게 거는 게 손배·가압류인데, 그게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거죠.”
김승섭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1월 발표한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건강실태를 보면, 손배·가압류를 경험한 남성 노동자의 30.9%가 ‘지난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일반 남성에 비해 19.6배 높은 응답률이었다.
■ 노동자 내모는 손배, 더 악랄해져
“이틀 후면 급여를 받는 날이다. 6개월 넘게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돌아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 유서)
노조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이 손배소로 대응한 첫 사례는 1989년 노태우 정부 때로 알려졌지만,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천문학적 금액의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이 세상을 등지고 난 이후부터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주익씨가 ‘사람을 죽게 하는’ 손배·가압류를 고발하며 목숨을 끊었다.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배달호씨가 고발했던 ‘통장 잔액 0원’이 이제는 최저생계비 정도 보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기업은 물론 국가의 손배 청구는 더 공격적으로 진행됐다. 시민단체 ‘손잡고’에 따르면 2002년 345억원 규모였던 손배 금액은 2017년 1867억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창조컨설팅 등 노무법인을 통한 전략적인 ‘노조 파괴’ 기획이 진행되면서 손배·가압류가 대표적인 노조 탄압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손배를 노조가 감당할 방법도 없고, 회사의 청구 목적도 실상은 ‘배상’이 아니라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북 구미의 반도체 부품업체 KEC에서도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됐다. 2011년 2월 이 회사는 노조 파괴 및 친기업 노조 설립 전략을 담은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이라는 문건을 만들었다. 2017년 법원은 이 문건을 근거로 KEC가 파업에 참여한 금속노조 조합원 75명을 정리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사측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지만, 당시 파업을 했던 조합원들은 여전히 회사가 낸 손배소로 월급을 압류당하고 있다.
150만원. KEC 노동자 이종희씨의 월급통장에 매달 찍히는 금액이다. 그와 금속노조 KEC지회 소속 41명의 동료는 잔업이나 특근을 해도, 명절 상여가 나올 때도 급여를 더 받지 못한다. 150만원이란 ‘최저생계비’만 남기고 나머지는 채권 가압류로 회사가 가져간다. 이 생활이 2016년 10월 이후 28개월째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2010년 파업을 벌이자 노조를 상대로 301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6년여 후인 2016년 법원은 ‘3년간 임금 가압류를 통해 30억원을 배상하라’는 강제조정안을 내놨다.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 형사재판 판결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4개월 뒤였다. ‘파업자 심리적·경제적 압박 강화’ ‘손배소 가압류로 조합의 자금줄 봉쇄’ 등 구체적인 전략이 회사의 노조 파괴 문건에 담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지만, 이미 급여 압류는 꼬박꼬박 진행되고 있었다.
사측의 ‘노조파괴’ 무기에
노동자들 ‘극단적 생각’ 많아

이 와중에도 회사는 복직한 노동자들에게 손배·가압류를 ‘무기’로 휘둘렀다. 이종희씨는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지금이라도 퇴사하면 손배에서 빼주겠다고 했고, 그런 회유·협박에 못 이겨 퇴사한 사람들이 꽤 된다”고 했다.
700여명에 달하던 조합원 숫자는 현재 112명으로 줄었다. 이중 41명이 3억원을 3년간 나눠 내야 한다. 누군가 퇴사하면, 그 빈자리만큼 남은 이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커지기 때문에 퇴사도 쉽지 않다. “아이가 셋 있는 사람, 홀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 그런 조합원들이 함께 분담하는데, 여기서 그만두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는 거죠. 힘들지만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가 돈으로 탄압받고 월급까지 압류되고 있지만, 우리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회사는 다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우리는 끝까지 버텨서 이렇게 노조를 지켜냈다는 것을요.”
■ 국회서 잠자는 법안
손배소 피해 노동자들은 손배·가압류가 사측의 ‘노조 탄압의 종착점’이라고 말한다. 김승섭 교수팀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회사의 손배·가압류 이후 동료가 노조를 탈퇴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이 94.9%에 달했다. 형사처벌과 징계, 경제적 압박으로 기존 노조는 와해되고, 친기업 성향의 제2, 제3 노조가 들어선다. 혹자는 회사를 떠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노조 파괴 전문 컨설팅업체인 ‘창조컨설팅’이 휩쓸고 간 유성기업에서도 손배소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로 2017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아 법정 구속됐지만, 그가 복역 중일 때도 개별 조합원들에 대한 사측 관리자들의 손배소 소장은 꾸준히 날아들었다.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 사무장은 “2011년 파업 이후 사측이 처음 청구한 손배 금액이 40억원 정도였는데, 노동자 입장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평생 만질 수도 없는 금액”이라며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는 제대로 기소되지 않는 데 비해 이에 맞서 노동자들이 싸우면 쉽게 형사처벌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7년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파업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같은 해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도 손배·가압류를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규정하며 당사국의 자제와 독립조사 실시를 권고했다.
국회서 잠자는 ‘노란봉투법’
애꿎은 노동자만 노랗게 떠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19대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단 한 차례 논의됐을 뿐 20대 국회에서도 잠자고 있다.
쌍용차처럼 국가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배소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경찰의 쌍용차 파업 진압을 청와대에 의해 최종 승인된 과잉 진압으로 결론 내리고 손배소 취하를 권고했다. 하지만 반년이 흐르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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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에 ‘20억대 국가 손배소’…복직 노동자들 10년째 ‘또 다른 수갑’ (경향, 이효상 기자, 2019.06.24 22:06)
작년 조사위 취하 권고에도
경찰 “대법원 판단 따를 것”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7일로 1년이 된다. 10년 가까운 해고 기간 동안 김씨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국가가 제기한 십수억원의 손해배상액은 심적 압박이 됐다. 쌍용차 해고자 119명이 내달이면 10년 만에 모두 복직하지만 국가의 손해배상·가압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손해배상을 철회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해 경찰에 권고한 국가 손배소 취하를 이행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2009년 8월 쌍용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반대해 파업을 진행했으나 공권력에 의해 강제 진압됐다. 뒤이어 노동자 2646명이 정리해고됐다. 경찰은 노조의 파업과 진압과정에서 크레인·헬기가 파손되고 경찰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쌍용차지부 등 101명의 노동자를 상대로 2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심은 이 중 11억6760만원에 대한 노조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지연이자까지 붙은 금액은 20억원대로 불어났다. 국가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며 현재까지 손배소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쌍용차 노동자 71명이 복직했지만 첫 월급의 절반가량이 압류됐다. 법무부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복직 노동자 26명에 대한 임금·퇴직금 채권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했다. 문제는 가압류 해제 조치가 일부에 한정한 일시적 조치였다는 점이다. 오는 7월1일부로 복직하는 노동자 48명 중에는 6명의 가압류 대상자가 포함돼 있다. 생활고 등을 견디다 못해 회사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류에 서명하고 희망퇴직한 이들까지 합하면 가압류가 해제되지 않은 노동자는 13명에 달한다. 특히 희망퇴직자들의 경우에는 복직 대상이 아닌 탓에 국가의 손배소 취하가 아니면 구제받기 어렵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7년 6월 이사회 보고서에서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한국 정부에 파업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9년 경찰의 쌍용차 파업 진압을 공권력을 남용한 과잉 진압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지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국가폭력 피해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악용된 손배가압류가 철회되지 않는 한 2009년부터 시작된 국가폭력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642548_28802.html
파업 책임 100억 내라?…'손배'란 이름의 국가폭력 (MBC뉴스 김성현 기자, 2019-12-19 20:12)
앵커: 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차의 해고자들, 일터로 돌아왔더니 당장 백억 원이라는 빚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회사와 경찰이 지난 2009년 파업에 따른 손실을 물어내라며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게 백억 원까지 불어난 건데요. 대법원의 판결이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성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초동 대법원 앞에 등장한 천칭저울. 법원 안 천칭 저울은 정의를 상징하며 늘 평형을 이루지만, 이 저울은 한쪽이 확 기울어졌습니다. 100억원이 갖는 무게 때문입니다. 반대편엔, 지난 10년간 해고의 고통 속에 세상까지 등져야했던 30명의 쌍용차 희생자를 뜻하는 작업복들이 걸려있습니다.
지난 2009년 파업 당시, 경찰은 대테러 부대인 경찰특공대를 공장 옥상에 투입해 진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헬기와 크레인 장비가 일부 훼손됐다며 노동자들에게 2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습니다. 회사 역시 공장시설이 파손됐다는 이유 등으로 노조에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현재 2심까지 나온 판결 액수는 회사 33억원, 국가 11억원, 모두 44억원입니다. 여기에 배보다 배꼽이 커진 지연 이자까지 더하면 100억원에 달합니다.
[김득중/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사실은 천문학적이잖아요. 심리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주변적으로나 상당히 고통입니다. 만져보지도 못한 돈들이잖아요."
월급의 절반을 꼬박꼬박 가압류 당한 조합원도 있었습니다.
[채희국/쌍용차 노동자] "도저히 갚지 못할 것 같은 몇 십억이라는 큰 돈의 무게가 저를 무기력하게 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동료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작년 8월 경찰 인권침해조사위는 쌍용차 파업 진압은 국가폭력이라며 경찰에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하라고 권고했지만, 경찰은 1년 반이 지나도록 아무 응답이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기대는 대법원의 판결 뿐입니다.
[송상교/민변 사무총장]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마지막 책임이 현재 대법원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시 처음부터 이 사건을 제대로 검토해보겠다는 자세로 국가기관의 폭력을 이 사건의 가장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판결문에 적어야…"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과잉 진압으로 인권을 침해한 경찰이 소송으로 노동자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판결이 나올때까지 1인 시위를 시작합니다. 지연이자는 지금도 하루 60만원씩 붙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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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401/h2014011803310022100.htm
[Cover Story] 헌법정신 유린하는 파업손배소 (한국, 류호성기자, 2014.01.18 03:31:00)
기업 "영업손실 물어내라" 노동자 위협·보복수단 악용
사실상 노동 3권 무력화
외국선 손배소 엄격히 규제… 법원 기계적 판결 등 도마에
부산지법은 17일 2010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부를 상대로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59억5,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 연말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파업에 대해 15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 재산 116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지난달 법원은 2010년 공장을 점거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와 조합원에게 90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고, 11월에는 2009년 파업을 벌인 쌍용차 지부와 조합원에게 약 47억원을 배상토록 했다. 쌍용차 배상액 중 13억7,000만원은 경찰이 청구한 것이었다.
산업혁명의 고향 영국에서도 태프베일 철도회사 노조의 파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일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1901년의 일이다. 1906년 노동당은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면책을 법으로 규정, 손해배상을 지렛대 삼아 노조를 통제하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영국은 조합원 수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가액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통상적인 파업권의 행사가 아닌 폭행, 파괴 등으로 인한 손해 배상만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져 인정한다. 독일의 경우 노조의 민사상 면책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진 않지만 노조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론적 가능성으로 존재할 뿐이다. 대전지법 최누림 판사는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 "선진국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어떠한 방향으로든 경감하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인 권두섭 변호사는 "외국에서는 돈 많은 기업이 돈 없는 노동자들한테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 부도덕한 기업으로 비난 받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제로 소송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손해배상 소송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노동자에 대한 보복과 위협 수단으로 악용, 남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헌법 정신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헌법 33조는'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기업의 경제적 피해는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파업권의 본질적 부분이다. 폭력이나 파괴 책임이야 따질 수 있겠지만 영업 손실까지 배상해야 한다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과 가압류로 노조가 위축되고 노동자가 목숨까지 끊는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판례에 기대 기업의 영업손실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쟁의권 보장을 위해 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국회는 발의된 법 개정안조차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정부 공권력은 파업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나서며 오히려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 손해배상 책임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들이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401/h2014011803302021950.htm
[Cover Story] '쟁의 끝나면 소송취하' 옛말… 무릎 꿇을 때까지 간다 (한국, 류호성기자, 2014.01.18 03:30:20)
■ 노조타격 무기가 된 손해배상소송
청구소송 총액 1130억 넘어 선고 前 임금·주택 등 가압류 노동자 가정 벼랑 끝으로
"사측은 그 돈 없어도 살지만 노동자는 그 돈 없어서 죽어 가"
결국 노조 무너뜨리기가 목적
2003년 1월 9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공장에서 이 회사 노동조합 대의원 배달호(당시 50세)씨가 분신했다. 그는 "두산이 해도 너무 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이라 쓴 유서를 남겼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노조가 단체협약 파기 등을 이유로 파업을 벌이자 노조와 조합원에게 6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부동산과 임금을 가압류했다. 두 달 뒤 사측은 노조와 손해배상 등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2012년 12월 21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노조 사무실에서 이 회사 노조 간부인 최강서(당시 35세)씨가 목을 맸다. 그의 유서에는"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 등으로 갈등을 빚다 파업에 나선 노조에 대해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였다. 10년 전과 달리 회사는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법원 판단을 받은 후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끝까지 가는 손해배상 소송
국내에서 회사가 파업 등을 이유로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후반이다. 학계는 1997년 구제금융 사태 이후 형사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까지 묻는 손해배상 소송이 본격화한 것으로 진단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많아지면서 사용자가 노조를 타격하는 주요 무기로 손해배상을 활용했다. 2003년 배달호씨 사망으로 사회적 쟁점이 됐지만 해결이 안 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총액은 2003년 10월 575억원에서 지난해 말 1,135억원으로 증가했다.
손해배상 소송 규모도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쟁의가 끝나면 노사합의로 소송을 취하하는 게 관행이었다. 한 대기업 노조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조합원들의 부동산을 가압류한 적이 있는데 한 조합원의 집이 재개발 지역에 있었다. 노사합의로 가압류가 풀릴 때까지 집을 팔지 못했는데 결과적으로 '알박기'가 돼 돈을 번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뜻밖의 작은 행운은 이제 옛 말이 돼가고 있다. 소송을 취하하는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파업으로 15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걸린 철도노조의 사례를 보면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2002년 철도노조는 파업으로 4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지만 이후 노사합의로 소송이 취하됐다. 2003년 3일간의 파업은 24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는데 노사합의로 1년 동안 나눠 조합비로 배상했다. 2006년 3일간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는 사상 최대인 69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철도노조는 법정이자 20%를 합산해 최종 100억원이 넘는 돈을 배상해야 했지만 과거와 달리 노사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배상을 위해 조합비를 1%에서 1.8%로 올렸지만 그래도 부족해서 조합원과 외부 모금으로 우선 변제를 하고 계속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아직도 빚이 수십억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의 손해배상 기록은 지난달 깨졌다. 지난달 19일 울산지법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점거했던 비정규직 노조와 조합원 21명에게 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뿐이 아니다. 현대차는 2010년 생산라인을 멈춘 정규직ㆍ비정규직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총 19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해 7건에 대해 119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 노조는 과거 파업 등으로 숱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지만 판결까지 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노사간 협의 과정에서 소송취하를 대가로 요구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있었는데 원칙 없는 대응에서 벗어나 단호하게 법을 준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는 "애초 한계가 있었던 게, 관행은 한쪽만 틀어버리면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마비되는 노동자의 삶
90억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천의봉 법규부장은 "소송을 당한 사람들 재산을 다 모아도 90억원이 안 된다. 한 달에 200만~300만원씩 월급을 받아 사는 사람들이 무슨 수로 그 돈을 마련하겠나. 손해배상이 집행되면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집행되지 않은 손해배상 액수가 심리적 압박을 준다면 법원의 선고가 나오기 전부터 이뤄지는 가압류는 노동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옥죈다.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2009년 77일간 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와 조합원에게 약 4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아직 집행되지 않았지만 소송을 당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미 시작됐다. 임금 퇴직금 부동산 등 28억9,000만원이 가압류로 묶였기 때문이다. 쌍용차에서 16년 동안 일하다 2009년 파업으로 해고된 조만희(43)씨는 퇴직금 5,800만원을 한 푼도 만져보지 못했다. 절반은 회사에서 받았던 주택융자 때문에 떼이고 나머지는 가압류됐기 때문이다. 파업 후 7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는 그는 "형사 처벌이야 혼자 받으면 되지만 손해배상 가압류는 가정 전체를 궁지에 몰리게 만든다. 보험 영업도 해봤고 지금은 당진까지 나가 일용직으로 일하지만 생활이 안되니까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고자라고 은행에서는 받아주지 않고 집까지 가압류돼 담보가 안 된다. 결국 이자가 비싼 제2, 3금융권에 가야 하는데 한달 이자만 150만원이 넘는다. 애들 둘이 중학생인데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낸다. 압박 수준을 넘어 삶이 마비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회사에 복귀한 김석만(46)씨는 월급 명세서를 보지 않는다. 가압류로 월급 절반을 떼이고 민사집행법이 규정한 최저생계비인 15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그는 "월급날만 되면 짜증이 확 난다. 같은 일을 하는데 월급이 반만 나오면 환장할 노릇이다. 맞벌이를 해도 애들 둘을 키우다 보면 외식이나 여행은 생각도 못한다. 그냥 밥만 먹고 회사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사는 것이다. 막말로 회사가 그 돈 없다고 피해 보는 게 얼마나 되겠나. 칼로 찌르고 목을 조르는 것만 죽이는 게 아니다 손해배상 가압류는 무언의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압류는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죄를 지었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법원이 공탁금만 걸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결국 돈 많은 사람이 돈 없는 사람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무너지는 노조의 기반
'그 돈 없어도 살 수 있는' 회사는 왜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걸고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버티는 것일까.
경북 경주의 자동차 부품업체 말레오만도는 2010년 노조가 외주화 반대 등을 이유로 연장ㆍ야간근로를 거부하고 태업을 하자 2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2년 1월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회사의 청구 대부분을 기각하고 노사 충돌과정에서 파손된 문 등에 대한 손해만 인정, 노조에 1,08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거액의 손해배상은 면했지만 노조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정연재 전 발레오만도노조 지회장은 "회사가 노조를 탈퇴하면 손해배상 소송에서 빼주겠다고 회유를 해 끝까지 남았던 조합원 58명 중에서도 30명이 결국 떨어져 나갔다. 남은 조합원이 모내기를 하러 다니고 길거리에서 은행을 주워 파는 등 별일을 다 해서 소송비용을 댔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의 스테인리스후판 생산업체 DKC 노조 조합원 A씨는 2009년부터 3년간 월급을 반밖에 받지 못했다. 회사가 2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임금을 가압류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어려서 맞벌이도 못하는데 월급이 150만원밖에 안 나왔다. 생활이 안 되니까 딸 이름으로 들었던 통장도 해약하고 폐물도 팔아야 했다. 조합을 탈퇴하면 월급을 다 주고 못 받은 돈까지 돌려준다니까 순간순간 탈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많이 했다. 나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애들도 크고 돈 쓸 데가 많은 형님들은 탈퇴를 하기도 했는데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쟁의가 끝난 후에도 몇 년간 지속되는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는 서서히 노동자의 삶을 억누르고 노조의 조직력을 고사시킨다. 결국 버티지 못하는 노동자는 사측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고 노조는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손해배상 청구는 실제로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 받으려는 것보다는 파업을 저지하려는 위협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과 노조는 파트너인데 한쪽을 완전히 패배시키고 도태시키려 해선 안 된다. 노조가 기업을 도산시킬 목적으로 쟁의를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기업이 손해배상을 통해 노조를 사실상 형해화 하려고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401/h2014011803303921950.htm
[Cover Story] 해법은 고사하고… 정부가 직접 소송 내기도 (한국, 류호성기자, 2014.01.18 03:30:39)
■ 과잉 손배소송, 국가의 대책은
형사 이어 민사 '이중 처벌'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 노사문화, 선진국에 100년 뒤져
"영업손실까지 배상 지나치다" 손배금지 법개정안 국회 낮잠
"도덕적 해이" 반대 목소리도
노조에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하는 한국의 노사문화는 선진국에 비해 100년은 뒤처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역사적으로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통제는 형사적 처벌에서 민사적 처벌로 옮겨갔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서구 선진국에서는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고 손해배상도 제한해 왔다. 한국처럼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21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지법 최누림 판사는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쟁의행위에 대한 통제는 형사면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사상 대응까지 가중되는 매우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주요 국가기관들은 손을 놓고 있다. 법원은 대부분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선고하고 있고,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서 진전이 없고, 정부는 해법을 찾기는커녕 스스로 소송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손해배상 양산하는 사법부의 잣대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판단하는 법원의 잣대는 쟁의행위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고 기업의 손해배상 범위를 인정하는 데는 관대하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90억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약 47억원 등 노조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문에는 똑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 있어야 하고, 셋째 조합원의 찬성 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니어야 한다' 노조의 파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주체ㆍ목적ㆍ절차ㆍ수단 4개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합법파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사내 하청 노조가 쟁의에 나서면 주체에서 문제가 되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면 목적 때문에 정당성을 상실하고, 분쟁이 격렬해져 공장 점거가 발생하면 수단이 불법이 되는 식이다. 법원의 쟁의행위 정당성 판단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목적이다. 대법원은 정리해고를 포함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경영상 결단에 속하기 때문에, 민영화는 정부의 정책사항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의 김태욱 변호사는 "대법원이 정당한 파업의 목적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불법파업을 양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은 노조의 쟁의를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성실히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노조는 더 과격한 수단에 끌리게 되고 수단에 의해서도 불법이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는 이유는 법원이 기업의 영업손실을 손해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그 배상책임을 지는 배상액의 범위는 불법쟁의행위와 상당 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로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이익 감소와 고정비(세금 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 지출을 손해액으로 산정한다. 쌍용차 손해배상의 경우 법원은 2009년 77일간의 파업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의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생산차질 대수를 정하고 여기에 차종별 1대당 공헌이익(매출액-변동비)을 곱해 손해액을 정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인 권두섭 변호사는 "파업을 해서 일을 안 하면 임금을 못 받는다. 그것으로 노조는 근로제공 거부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폭력이나 파괴에 대한 부분은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영업손실까지 배상하라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고 말했다. 조경배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는 "파업이 있으면 집단적인 근로제공의 거절로 인한 손실, 즉 영업손실은 사용자가 감수해야 하는 당연한 몫이 된다. 그것이 파업의 본질적인 요소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동자의 요구를 거절할지 아니면 들어줄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영업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면 사용자가 양보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국회서 잠자고 있는 개정 법률안
손해배상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대법원의 판례는 동산의료원의 파업에 대한 판결로 1994년에 나온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각급 법원은 이 판례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노조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부과하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는 "법원이 판례를 바꿔주면 좋지만 사람이 죽어도 요지부동이다. 입법을 통해서라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3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은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얼핏 노조의 손해배상을 면해주는 내용인 것 같지만 '이 법에 의한'이라는 표현 때문에 이 조항은 현실에서 종종 무력해진다. 노조법은 쟁의행위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으로 정의하는 등 촘촘하게 노조 활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노조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012년 7월 노조법 3조를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및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심상정 의원실의 김가람 보좌관은 "영업손실 등 단순한 노무제공 거부로 인한 손해배상을 제한하고 폭력 등으로 직접 피해가 발생한 부분만 책임을 묻자는 취지다. 손해배상의 사회적 폐해가 크기 때문에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여당이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법개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사상 책임을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당장 현안 하나를 해결할 순 있겠지만 그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사회당 정권 시절인 1982년 '노동분쟁에 기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소송도 제기할 수 없다'는 법이 통과됐지만 위헌 결정을 받았다.
손해배상 주체로 나서는 정부
정부가 손해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적도 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씨의 분신 직후인 그 해 3월 정부는 노동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불법파업이라도 비폭력일 때는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12월에는 노동부장관, 노사정위원장,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한국노총 위원장 명의로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문도 나왔다. 하지만 이 합의는 결국 말 잔치로 끝났고 이후 정부는 손해배상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2003년 노사정의 합의는 권고이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로서는 손해배상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사 소송은 당사자들끼리 하는 것이니까 국가기관이 관여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왜 이렇게 불법쟁의와 손해배상이 반복되는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급한 것은 노조에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불법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손해배상의 상당 부분은 정부와 정치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정부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체로 나서고 있다. 경찰은 2009년 쌍용차 파업 진압 중 장비가 파손되고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노조를 상대로 14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11월 손해액의 9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0년 강희락 경찰청장은 "민주노총과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민사적 대응이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앞으로 불법 집회나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인적ㆍ물적 손해가 발생하면 예외 없이 손해배상 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2011년 충남 아산 유성기업 노조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1억1,400만원을 청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국가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과거에는 없던 흐름"이라며 "공무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충돌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면서 여기에 더해 손해까지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벼랑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222200525&code=940702
민노총 주요 사업장 노조 손배 피소 총액 1000억원 (경향, 박철응 기자, 2014-01-22 22:00:52)
ㆍ소송 전 가압류도 일상화
ㆍ코레일은 위자료도 청구
ㆍ사측, 노조 ‘와해용’으로
쌍용차에서 23년간 근무했던 ㄱ씨는 2009년 정리해고를 당했다. 당시 회사 측은 그의 퇴직금 중 절반인 2500만원을 가압류했다. ㄱ씨는 지난해 11월 법원이 쌍용차 노조 등에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릴 때 대상자에 포함됐다. “2500만원이 어디 작은 돈입니까. 가장 힘든 때였는데 그 돈만 있었어도 훨씬 나았겠죠. 이제 47억원의 손배 판결까지 나왔으니 취업을 해도 월급을 떼일 것 같고, 사업을 해보려 해도 누가 종잣돈이라도 빌려주겠습니까.” 자동차 정비 분야 베테랑인 그는 대리운전과 보험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말 집계한 주요 사업장 노조의 손배 청구 금액은 983억원에 달한다. 최근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청구한 162억원의 손배액과 위자료를 포함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손배 청구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급여 등을 가압류한 금액만 63억6000만원에 이른다.

법원은 잇따라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010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벌인 한진중공업 노조에 지난 17일 59억5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지난달에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90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무려 29건의 손배 청구를 당했고 금액으로 따지면 모두 260억원대에 달한다. 지난해 7월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천의봉씨를 지원하기 위해 운행했던 ‘희망버스’를 이유로도 2억원이 청구돼 있다. 2009년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 11월 47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손배 청구는 실제 회사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보다는 노조 와해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철도노조의 경우 지난해 말 23일간의 파업 기간 조합원들이 받지 않은 급여만 따져도 손배 청구액보다 많다. 특히 코레일은 파업으로 인해 코레일 이미지와 명예가 실추됐다며 이례적으로 10억원의 위자료까지 청구했다.
해외에서는 노조에 대한 손배 청구가 극히 제한돼 있다. 영국은 조합원 수에 따라 소송가액을 법으로 제한하고, 프랑스는 파업권 행사 외 폭행이나 파괴 등에 대한 손배만 엄격히 따져서 인정한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손배 청구를 해봤자 비용만 날리고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변호사)은 “파업 이후 명예 실추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노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후 손배와 가압류는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한다. ㄱ씨는 “파업을 했더라도 사람이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데 돈으로 짓밟으니까 정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608
2013년 철도파업은 정말 코레일에 손해를 끼쳤을까?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2014.03.29  11:07:02)
“민영화 쟁의 목적 될 수 없다며 제기한 손배가압류 제동 걸어야”
2002년 발전노조 파업은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과 닮았다. 두 노조 모두 ‘민영화 반대’를 목적으로 파업을 벌였으며, 파업 기간 회사가 실질적으로 손해를 입었는지도 논쟁거리다. 물론 사측은 민영화 반대는 파업의 이유가 될 수 없고, 파업기간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에 손배가압류를 걸었다. 발전노조의 경우 본안소송에서 손해발생이 인정되지 않아 회사의 손배청구는 기각됐다.
그렇다면 철도노조도 파업기간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손배가압류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지난 2월 기준으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공공운수노조연맹 전국철도노동조합에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162억 원이고, 가압류는 77억7000만 원이다. 2009년 파업으로 걸려있는 가압류 38억5000만 원까지 포함하면 가압류의 총 금액은 116억2000만 원이다. 2009년 파업에 대한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코레일이 노조에 청구한 손배는 영업손실, 대체인력투입 비용, 브랜드가치 하락 위자료 등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코레일은 서울서부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평소 대비 새마을호는 50%대, 무궁화호는 60%대로 감축운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KTX도 파업 9일째인 12월 17일부터는 감축운행을 하고 있으며, 화물열차도 평소 대비 30%대의 운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코레일의 영업손실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철도는 KTX, 광역전철, 새마을·무궁화, 화물 4개 영역으로 나누는데, KTX만 유일하게 흑자를 낸다. 나머지 3개 부분은 모두 적자다. 운행을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라며 “파업 초기 일주일간 KTX는 100% 운행을 했고 나머지 기간에도 80% 운행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즉, 감축 운행이 무조건 적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체인력투입 비용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코레일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며 “외부인력 약 1300명에 대해서도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이에 대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근속연수 등을 고려했을 때, 임금공제 금액은 대략 260억이다. 일시적인 외부인력 등에 투입되는 금액이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가치 실추 위자료에 대해 코레일은 소장에서 “(파업으로 인해) 공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사회 여론과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게 됐고, 그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에 그나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데 있다. 민영화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논쟁의 대상이다. 공기업 민영화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쟁은 제쳐놓고라도, 노동자들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987년 일본 국철 민영화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겨레 12월 기사에 따르면 민영화 직전인 27만7000명이던 국철 직원 가운데 민영화된 회사로 고용이 승계된 이들은 21만 명뿐이다. 4만8000명은 희망퇴직을 했고, 2만 명은 다른 민간기업에 취직했다.
이런 논쟁들이 남았음에도 코레일은 노조의 예금과 채권, 부동산까지 가압류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만약 파업 기간 동안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손배가압류는 모두 철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에 계류중인 소송은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철도노조는 2009년 파업과 관련한 소송도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7242158395&code=940702
[헌법에만 있는 노동3권]노조 두 번 죽이는 ‘손배·가압류 폭탄’… 개인 삶까지 파괴 (경향, 강진구 노동전문기자(공인노무사)·박철응 기자, 2014-07-24 21:58:39)
ㆍ(4) 손배·가압류 ‘공포’
양형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책실장(51)은 2010년 7개월의 옥살이를 마치고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회사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때문이었다. 20여년간 일한 퇴직금은 모두 가압류돼 영수증만 손에 쥐었다. 형벌로 해고돼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됐고, 설상가상으로 살고 있던 아파트도 압류돼 경매로 넘어갔다.
취업을 하려 해도 ‘쌍용차에서 밀려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어려웠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양 실장은 “매달 월급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에게 수십억원 손배를 청구해버리면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면서 “아내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쌍용차와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 공판에서 파업 노동자들에게 4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3월 복직한 무급휴직자 26명은 월급의 절반이 가압류된 채 최저임금 수준인 월 120만원가량을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게 끝도 아니었다. 46억원의 손해배상도 버거운데, 이번에는 보험회사가 110억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내밀었다. 2009년 파업 중에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쌍용차에 110억원을 지급한 메리츠화재가 “화재 책임이 노조에 있다”며 전액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 이 소송은 소장만 접수된 채 3년여간 진행되지 않다가 지난주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 월급부터 집까지 가압류 퇴직금도 송두리째 빼앗겨
파업권 무력화 ‘신종 무기’
“정당 쟁의활동 범위 확대와 손실액 산정 기준 바꿔야”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자들의 최후 권리인 파업을 벌인 대가가 노조와 개인·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며 벼랑으로 밀어넣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파업(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손배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사측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위협이나 소송을 당한 노동자들은 “그 공포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고 말한다.
2008년 부산 삼화여객 정비사·사무직노조 대표를 이끌며 조합원 16명과 함께 6개월간 파업투쟁을 했던 서양수씨(47)는 회사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추정 손해액 15억원’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을 보는 순간 ‘정말 지면 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씨는 “회사에서 고소하고 경찰 가서 조사받아도 흔들리지 않았는데, 회사가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신원보증인에게도 손해배상을 물리겠다’고 통보하면서 노조가 와해됐다”고 말했다. 단지 기업들의 피해 보전 차원을 넘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얼마나 노조를 겁박하고 와해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지 몸으로 겪은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이 잘돼야 노동자도 산다’는 논리와 기울어진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1월 두산중공업에서 배달호씨 분신 사건이 일어난 후 손해배상·가압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시민단체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논의는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10년간 신용보증제도를 개선하고 임금 압류 범위를 2분의 1로 제한하는 조치가 이뤄졌을 뿐이다. 그사이 쟁의행위 후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액은 2001년 200억원에서 올해 초 민주노총 17개 사업장만 해도 1691억원으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외려 손배·가압류는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공공기관도 벤치마킹하는 ‘통치수단’으로 더 활개를 치고 있다. 법무부는 2009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부문에서도 손해가 발생하면 민사책임을 추궁하겠다”고 선언했다. 2010년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민주노총과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냈는데 민사적 대응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 흐름은 경제민주화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긴 직후인 2012년 12월21일,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가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을 철회하라’는 유서와 함께 노조 회의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현 정부도 기업들의 무분별한 손배소송에는 ‘법과 원칙’만 앞세우며 팔짱을 끼고 있다. 지난 2월 민주노총이 공기업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예고하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부에 주문한 것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었다. 경총은 당시 회원사 행동지침을 통해 “단순 가담자라도 맡은 역할 및 행동에 따라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며 “노조의 불법행위와 손해 발생에 대한 구체적인 채증에 신경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사용자의 손배 청구가 방어보다 공격 수단으로 변모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과거엔 파업 후 노사 양측 합의 때 손배 청구를 취하하거나 최소한 가압류라도 풀어주는 일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조합원 개개인의 재산에 건 가압류를 대법원 소송까지 유지해 노조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012년 파업 종료 후에도 회사가 가압류를 풀지 않아 2년간 조합비 21억원이 모일 때까지 노조 통장을 사용하지 못했고, 집을 압류당한 조합원들은 지금도 집을 팔 수도 전세로 내놓을 수도 없어 이사가고 싶어도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손배·가압류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 쟁의로 인한 민사소송 대상과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쟁의행위에 대해 4가지 정당성 요건(주체·목적·절차·방법)을 기준 삼아 어느 하나라도 벗어나면 불법파업이라고 판단하는 대법원 판례가 바뀌지 않는 한, 기업 입장에서는 사소한 트집을 잡아 손쉽게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경기변동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된 제품은 모두 판매된다’고 전제해 파업 손실액을 산정하는 것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법원이 쟁의행위 정당성 요건을 협소하게 보면서 경영상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다”며 “기업들로서는 노조 탄압의 손쉬운 수단으로 파업을 활용하고, 손배·가압류 청구를 통해 파업을 하면 오히려 이득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7242159225&code=940702
[헌법에만 있는 노동3권]정태욱 보워터코리아지회장 “가진 돈 압류당하고 닥치는 대로 일, 궁핍·고립… 이 땅서 사는 게 버겁다” (경향, 박철응 기자, 2014-07-24 21:59:2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7242159065&code=940702
[헌법에만 있는 노동3권]“사측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조 피해 고작 400만원 인정…법의 이중잣대” (경향, 강진구 기자, 2014-07-24 21:59:06)
ㆍ성진우 전 해양개발연구원지부장
 
http://www.nocutnews.co.kr/news/4350601
“굴뚝 위 노동자에 웬 벌금? 외국선 이해 못해” (2015-01-08 06:00 CBS 시사자키 제작진)
- 158억 손배소에 하루 100만원 벌금까지 
- 선진국, 파업에 대해 우리처럼 가혹하지 않다 
- 파업자체를 불법으로 몰아가는 풍조 문제 
- 손배소 너무 쉽게 인정하는 법원도 문제 
- 법원이 쉽게 인정하니 기업은 소송 남발 
- 유럽에선 민영화 관련 파업도 불법단정 안해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1월 7일 (수) 오후 6시 1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조경배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 
◇ 정관용> 쌍용자동차, 지금 해고노동자 두 명이 평택공장 굴뚝 위에서 농성하고 있죠. 사측이 ‘퇴거단행 가처분 신청’ 제기했고요. 농성 풀지 않을 경우, 1인당 하루 100만원씩 돈을 내게 하는 '간접강제금' 부과도 요구했습니다. 이미 해고노동자들에게 158억원 대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가 돼 있는 상태고요. 이런 조치 어떻게 봐야 할지 또 외국도 이러한지 법학자의 의견 들어봅니다. 순천향 대학교 법학과의 조경배 교수, 나와 계시죠? 퇴거단행 가처분 신청이라는 건 어떤 겁니까? 
◆ 조경배> 그러니까 타인이 소유하는 건물이나 또는 지역에 불법적으로 들어왔으니까 나가라는 얘기죠. 그래서 그게 안 나가면 거기에 강제하기 위해서 벌금을 부과하는 그런 것입니다. 
◇ 정관용> 그 간접강제금이라는 게 바로 나가게 하기 위한 벌금입니까? 
◆ 조경배> 네,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까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만약 받아들여지게 되면 그리고도 나가지 않으면 하루에 100만원씩을 내게끔 되는 강제가 되는 거로군요? 
◆ 조경배>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것을 법원에다 판단을 구한 거고요? 뿐 아니라 주거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이미 검찰에 형사고소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경찰이 들어가서 체포할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체포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험이나 안전 문제 이런 것 때문입니까, 어떤 겁니까? 
◆ 조경배> 그렇죠. 그러니까 아무래도 지금 요즘은 그렇게 좀 민사 구조절차를 주로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요. 그게 직접적으로 근로자들한테 재산상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당장 효과가 크다고 아마 보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검찰에 형사고소까지 했지만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 대신 경제적으로 100만원씩, 100만원씩 내라 이런 식으로 지금 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리고 지금 158억원 손해배상 소송도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죠? 
◆ 조경배> 그렇습니다, 네. 
◇ 정관용> 이건 이제 하나하나 외국하고 비교해 보죠. 이렇게 손해배상 소송 같은 것을 외국 다른 나라들도 합니까? 파업에 따라서? 
◆ 조경배>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일어나는 게 아니고요. 이런 일은 주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겁니다. 최근에 특히 많이 심해졌는데요. 파업이라는 게 노사 간에 서로 이해 조정이 안 돼서 갈등이 일어나는 문제인데 회사가 자기 노동자를 상대로 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그리고 수십억원 대의, 갚을 수 없는 금액을 청구한 이런 일이 흔하지는 않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법은 너무 쉽게 이걸 인정해 주기 때문에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지금도 수많은 건들이 지금 기업마다 밀려있습니다. 
◇ 정관용> 실제로 쌍용차 같은 경우에 이제 불법파업이라고 사측은 주장하면서 그 파업으로 인해서 공장을 점거하고 이랬기 때문에 '재산상 손해가 있었다.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 손해배상을 해 달라'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 조경배>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말씀하신 외국의 경우는 그런 손해배상 손해가 없나요, 아예? 아니면 손해가 있는데도 소송을 안 한다는 겁니까, 어떤 겁니까? 
◆ 조경배> 아…. 근본적으로는 그 파업에 대해서 법률의 제도나 법원의 판결 태도가 우리하고는 확연이 다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파업 자체를 충분히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해도 그것이 인정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고요. 또 간혹 불법적인 파업이 있는 경우에도 기업이 사회적인 여론이라든가 또 장래에 노사관계에 미칠 나쁜 영향들 때문에 그걸 굉장히 주저하고 자제하는 편이죠. 그런데 한국은 우리 법체계 자체가 총체적으로 파업을 불법시 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그러한 손배 청구를 거의 그대로 인정해 주는… 그래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파업에 대한, 파업이 노동자의 권리라고 하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하고요. 그래서 거기에도 각종 노동 관계의 법령들이 파업을 다 형벌로 규제하는 그런 체계로 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파업을 형벌로 규정하는 법들이 거의 없죠. 그러니까 이런 일들이 원칙적으로 벌어지지 않습니다. 
◇ 정관용> 조금 구체적으로 외국의 사례를 전해 주시겠어요? 
◆ 조경배> 외국의 경우에 간혹 그런 불법파업이라고 해서 회사가 손배 청구를 하는 경우에 노동자들이 그 금액을…. 두 개의 경우입니다마는 5페니짜리, 아주 작은 동전을 회사 앞에 쌓아놓거나 이벤트를 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면 각종 지역 언론들이나 각종 방송국에서 나와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취재를 하고 막 그러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 관심이 굉장히 높죠. 그런데 한국은 총체적으로 파업을 불법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또 대부분의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파업하면 불법 아니냐, 이런 식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훨씬 관심이 덜 하고 물론 또 잠시 관심을 보이다가 금방 또 사라지고 이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 의식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 정관용> 우리는 보통 정리해고에 대한 반대, 민영화에 대한 반대 이런 게 이제 불법파업이냐, 합법파업이냐 항상 논란이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럽 같은 경우는 정리해고나 민영화 같은 것도 다 합법파업이 되나요? 
◆ 조경배> 당연하죠. 그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나 사회, 경제적 지위와 직접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러한 결정 자체에 대해서 기업이 압력을 가하든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데 또는 파업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무슨 그런 불법적인 행동들이나 그런 것들이 불법이 될 수는 있어도 우리처럼 아예 '기업의 정리해고 자체를 불법이다'라고 해서 모든 파업을 금지하고 이런 데는 없죠. 
◇ 정관용> 그리고 일부 불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것 자체를 기업이 부끄러워하게 되는군요. 
◆ 조경배> 사회적인 여론을 의식하기 때문이죠. 고객들도 생각하게 되고 또 기업이라고 하는 게 노동자들하고 소위 자본에 계약한 형태이기 때문에 자기 노동자들을 상대로 해서 손해배상 청구한다는 것 자체가 좀 굉장히 상식상 잘 맞지는 않죠. 
◇ 정관용> 최근 몇 십년 사이에 이런 유럽에서 손해배상 소송해서 배상을 받아낸 사례가 있기는 있습니까? 
◆ 조경배> 거의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고요. 오래 전에 약 60, 70년대에 일부 그런 경향도 있기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아내고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유예했다가 그냥 포기하거나 일본의 경우에도 소위 일본 국철이 민영화할 때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었는데 법원에서도 사실상 그걸 사용자 측 손을 잘 들어주지 않고 소송을 한…. 몇 년 씩 걸렸으니까 그래서 거의 한 20년 가까이 그런 경우가 있고요. 
◇ 정관용> 20년이요? 
◆ 조경배> 네, 우리 법원은 너무 쉽게 인정하죠. 그러다 보니까 기업들이 자꾸 소송을 남발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리고 업무방해죄, 이런 것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별로 없다면서요? 
◆ 조경배> 거의 없죠. 일반적으로 이런 우리나라도 뭐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한데 노동자들의 파업 자체를 그냥 업무 방해다 해서 형사처벌을 하는 데는 없습니다. 아예 파업 자체에 형벌 자체를 동원하지는 않죠.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은 거의 전 조문에 걸쳐서 다 형벌화 되어 있습니다. 형벌화 되어 있고 그래서 쉽게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으로 인정되기 쉽게 되어 있죠. 
◇ 정관용> 그러면 우리 법을 바꾸어야 되는 겁니까? 법원의 인식을 바꾸어야 되는 겁니까, 우선 법을 바꾸어야 되는 건가요? 
◆ 조경배> 아, 그냥 총체적인 문제죠, 그게. 총체적인 문제인데 우선 그렇다고 뭐 법원이나 입법부가 그냥 단독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는 파업이 노동자의 권리라고 하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좀 바뀌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 바탕에서 그동안에 쭉 쌓여온, 한 30, 40년 동안 계속 쌓여온 이 파업에 대한 금지나 규제들을 조금씩 정상화시킬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더 중요하겠죠. 
◇ 정관용> 그리고 법조항들도 바꿀 건 바꿔야 되고요. 
◆ 조경배> 거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은. 
◇ 정관용> 현행법이 그러하니까 법원에 어떤 태도만 탓할 수도 없는 거겠네요, 현재로써는. 
◆ 조경배> 그렇습니다. 
◇ 정관용> 사회적 인식 변화와 법의 전면적 개혁 촉구해 주셨고 몇 달 전에 쟁의행위와 책임에 대해서 국제 학술대회를 하셨다면서요? 
◆ 조경배>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유럽에서 참가한 교수들이 우리들의 질문을 잘 못 알아들었다면서요? 
◆ 조경배> 그렇죠. 그게 왜 그런 게 있을 수 있는지 '상식 밖이다'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손해배상소송청구 이런 것을 물어보고 정리해고 반대 파업이 합법이냐, 이런 것을 물어보니까 잘 납득을 못 한다고요? 
◆ 조경배> 다른 나라들에서는 파업 자체가 합법적인 권리로써 광범위하게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왜 그런 상황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고요. 또 실제 우리나라 지금 노동관계법령들에 대해서 국제노동기구라든가 또 UN 사회권위원회 같은 국제인권기구에서도 거의 매년 그 법을 결정하라, 권고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동안에 우리가 왜곡된 노동3권을 정상화 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고 또 법령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관용> 손해배상소송 문제가 저희가 자주 다루어서 오늘은 진짜 글로벌스탠다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들어봤습니다. 순천향대학 법학과의 조경배 교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