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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 경제부처 개편 논의 관련 글 2 (~2021년 7월)

새벽길 2021. 12. 22. 23:12

기획재정부 / 경제부처 개편 논의 관련 기사 두번째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정세균 총리의 말이 기재부 개편의 도화선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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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244540
이재명 “’관료에 포획’됐다는 노무현 대통령…이보다 생생할 수 있을까?”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2021.01.07 19:1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서 중에 무릎을 내리쳤다. 단순 공감을 넘어 가슴이 사무칠 정도로 ‘절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에서 그만 시선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바로 故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남긴 《진보의 미래》라는 책을 통해서다.
이 경기도지사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새해 첫 독서.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퇴임 후 남기신 《진보의 미래》를 다시 꺼내 읽고 있다”며 “서슴없이 ‘관료에 포획’됐다고 회고하신 부분에서 시선이 멈춘다. '균형재정' 신화에 갇혀있는 정부 관료들에 대한 이보다 더 생생한 술회가 있을까”라고 운을 뗐다.
"이거 하나는 내가 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던 거는 오히려 예산을 가져오면 색연필 들고 '사회정책 지출 끌어올려' 하고 위로 쫙 그어버리고, '여기에서 숫자 맞춰서 갖고 와' 이 정도로 나갔어야 하는데. (……)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요.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서….”
오늘날 이 지사 본인이 직접 겪고 있는 현실과 어쩌면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는지, 노 전 대통령의 술회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절대 공감을 느낀 것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지원금 문제 등을 둘러싸고 나라 곳간열쇠를 움켜쥐고 있는 홍남기 경제기획부장관과 건건이 충돌하고 있다. 현장 속의 땀내 나는 실무경험을 토대로 한 이 지사의 살아 숨쉬는 행정이 이른바 '모피아(MOFIA)'로 상징되는 경제관료들의 안일한 탁상 마인드에 부딪히는 작금의 현실이 오래 전 노 전 대통령 시절과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전근대적 상황을 떠올리며 개탄을 금치 못한 것이다.
이 지사는 “(노 대통령님은) 대안으로 ‘시대의 기온으로 관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이셨다”며 “관료조직을 적대시하기보다 시대의 온도, 시대의 가치관을 통해 ‘계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이해했다.
그리고는 “오늘날 코로나와 양극화로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사는 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때, 대통령님은 어떤 말씀을 주셨을까”라고 묻고는 “새삼 거인의 부재를 느낀다. 그 고뇌의 뜻을 이어나가는 것은 남은 이들의 몫”이라고 되새겼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478484
'관료들을 어찌하리오'…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불러낸 이재명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자, 2021-01-08 16:44)
故 노무현 '관료에 포획됐다' 자평…"시대의 기온으로 관료주의 극복해야"
이재명 "노무현의 고뇌, 이어나가야…결국 용기와 결단의 문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중앙관료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보수적 재정정책 기조 속에서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에 무게중심을 둬 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난해 여러차례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또 '산재예방을 위해 근로감독관을 늘려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사업장 단속과 관리에 나서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는 "나쁜사람들"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질타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17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료들이 시장 중심사고에 갇혀 코로나19 확산과 양극화라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유연하고 유능한 사고를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관료들이 공부를 더하고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故 노무현, '관료에 포획됐다' 자평…"시대의 기온으로 관료주의 극복해야"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관료주의 타파'를 위해 고심했다. 그가 퇴임 후 직접 쓴 육필 원고와 참모진과 학자들에게 구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엮어낸 책 '진보의 미래'의 2부 '참여정부는 관료주의에 포획되었나'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이거 하나는 내가 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던 거는 오히려 예산을 가져오면 색연필 들고 '사회정책 지출 끌어올려' 하고 위로 쫙 그어버리고, '여기에서 숫자 맞춰서 갖고 와' 이 정도로 나갔어야 하는데…… (중략)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요.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서……"
노 전 대통령은 특히 관료와의 관계에 대해 "그냥 앉아서 관료에 포획됐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료를 바라보는 노 전 대통령의 시선만큼은 따뜻했다.
"나는 그 관료들을 보고 관료들이 자기들의 이익에 충실한 거는 맞고, 자기들의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것도 맞고, 관료들도 사람이고 조직에 소속된 이상 조직 이기주의가 있는데, 말하자만 관료주의라고 하는 이기주의가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적대시해선 안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관료주의를 조금이라도 희석시켜 열심히 일하게 하고 일하는 방향을 바꾸게 할 수 있을까. 그는 책에서 관료주의 극복 방법으로 이른바 '시대의 기온론(氣溫論)'을 역설했다. 관료들도 시대와 동떨어져서 가려고 하진 않는만큼 관료들이 그 시대의 가치관을 실용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온이 계절을 만들어 내는 거 아닙니까? 진보 정권이 들어가면 관료들이 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것이죠. 갑자기 어느 날 호루라기 딱 불어서 '야 옷 벗어' 이게 아니고, 봄이 왔다는 것을 계속…… 지금은 봄이다, 지금은 진보주의 시대다, 진보주의가 우리의 살 길이고 우리의 미래다, 이런 것을 끊임없이 확산시키고 거기에 맞는 일들이 생기도록 신호를 주는 그런 게 중요해요. 총론적으로 신호를 주고 각론적으로도 최대한 신호를 주고 해서 그렇게 하게 만드는 것이죠."
◇ 이재명 "故 노무현의 고뇌, 이어나가야…결국 용기와 결단의 문제"
노 전 대통령이 주장한 '시대의 기온론'은 중앙 관료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이재명 지사에게도 울림을 전했다. 이 지사는 7일 페이스북에 '관료에 포획되지 않으려면.. 노무현 대통령님의 회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대통령님은 관료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관료조직을 적대시하기보다 시대의 온도, 시대의 가치관을 통해 계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 고뇌의 뜻을 이어나가는 것은 남은 이들의 몫"이라고도 했다. 이 지사가 '고뇌'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에게도 '관료주의 극복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앞서 언급한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정책과 관료주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손해도 이익도 없는 것은 정책이 아닙니다. 정책이란 개혁이란 전진이란 기존의 제도로부터 이익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 구조를 바꾸는 거예요. 그러니까 모든 개혁 정책에는 이해 갈등과 충돌이 있어요. 즉, 기득권의 저항이 있어요. '이걸 할 수 있냐 없느냐'는 결국 기득권자들의 저항을 견뎌낼 용기와 결단의 문제입니다"
관료사회와 줄곧 예리한 각을 세우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지지율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오늘날 코로나와 양극화로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사는 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우리 사회를 진단했다. 서민들이 '죽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정치인과 관료사회의 토론은 아무리 격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12201072203015001
장·차관 모두에 ‘개혁 저항세력’ 몰이… 동네북 된 기재부, 직원들 사기 바닥 (문화일보, 조해동 기자, 2021년 01월 22일(金))
‘동네북 된 경제 총괄 부처!’
우리나라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치권의 압박에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기재부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뿐만 아니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마저 ‘개혁 저항세력’으로 몰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존재 이유마저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22일 “과거 기재부가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일은 많지만, 보람이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는데, 요즘은 기재부 직원의 사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경제계에서 “4차 재난지원금, 이익공유제,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제 등도 어차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 의사대로 결정될 것이 뻔하니 기재부의 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방송 인터뷰에서 “개혁 과정에 항상 반대세력도 있고, 저항세력도 있다”며 기재부를 ‘개혁 저항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차관이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법 관련 질문에 대해 “해외 사례를 일차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에서 모멸적인 질타를 들은 것은 김 차관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국가채무 악화를 이유로 홍 부총리가 난색을 표명하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홍 부총리, 김 차관 외에도 대외적으로 공개를 안 해서 그렇지 기재부 예산실 등에서 근무하는 다수의 공무원이 정치권에서 “기재부는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개혁 저항세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홍 부총리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 부총리가 너무 쉽게 소신을 접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지난 19일 끝난 5급 공채 신임 사무관(재경 직렬) 부처 지망에서 기재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정원 미달’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부처에서는 “과거 행정고시와 연수원 성적 상위 1~10등 대부분이 지망하던 기재부의 위상 추락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말이 나온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2HDAPU58M
이재명 "집단자살 방치 재정건전성 무슨 의미 있나···기재부 또 저격 (서울경제, 윤종열 기자, 2021-01-23 20:56:32)
"재정건전성 지키겠다고…소비지원·가계소득지원 극력 반대 안타깝다"
홍남기“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내년 처음으로 1000조 넘을 것”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일 기획재정부를 또다시 저격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집단자살사회에서 대책 없는 재정 건전성’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재정 건전성 외치면서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전 세계가 확장재정정책에 나서는데 안 그래도 너무 건전해서 문제인 재정 건전성 지키겠다고 국가부채 증가 내세우며 소비지원, 가계소득지원 극력 반대하니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정당 표방하면서 경제 살리는 전 국민 소득지원 반대하는 가짜 경제정당이나, 기득권 옹호하느라 경제 활성화하는 확장재정정책을 가짜 통계 내세우며 반대하는 엉터리 경제지들은 왜 우리 사회가 집단자살 사회가 되어가는지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기재부와 야당 보수경제지들은 하준경 교수님의 이 주장을 반박할 수 있으면 해 보시라”며 “외국 빚에 의존하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는 곧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다. 미래 세대는 길게 보면 채권, 채무를 모두 물려받으니 국채가 이들의 부담을 늘리는 원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지난 2019년 6월10일 한 매체에 실린 글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을 다녀가면서 ‘집단자살 사회’라고 한탄했다 한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고 밝혔다. 하 교수는 “과감한 정책전환 없이는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좋은 일자리가 넘치고 주거비와 양육부담(돈과 시간)이 확 줄면 나아지겠지만, 이것이 저절로 해결될 일인가. 장기 재정전망을 걱정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단자살을 방치하는 재정 건전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그나마 지금 한국의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일본, 중국을 앞서는 국가신용도도 아기들이 덜 태어나고 베이비붐 세대가 덜 은퇴해서 만들어진 과도기적 효과일 뿐이다. 5년 남짓 남은 이 과도기에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는가”며 확장재정정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여당의 각종 지원책에 난색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은 인정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여건이 악화하여 가고 있다”며 “내년도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이 지사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하신 적 있는 정세균 총리님께서 행정명령 피해 자영업자 보상 문제와 관련해 기재부의 문제를 지적하셨다”면서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0129.html
재난지원·이익공유 놓고 이재명·이낙연·정세균 ‘3각 견제’ (한겨레, 김원철 장나래 기자, 2021-01-24 17:31)
정세균·이재명, 기재부 직격
“재정건정성만 지키겠다니…”
“곳간지기 구박하면 나아지나”
이낙연, 정 총리·이 지사 비판
이재명 기본소득엔 이 대표·정 총리 ‘협공’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재정의 역할을 둘러싸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사이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유력 주자와, 대선에 뜻을 둔 당정의 투톱이 물고물리는 정책 논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전선은 재난지원금의 지급범위를 둘러싼 보편-선별 논쟁에 허용가능한 재정적자의 규모에 대한 견해차, 민간부문의 자율적 참여에 기반한 이익공유제에 대한 찬반까지 겹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낙연, 기재부와 각세운 이재명·정세균 비판
이 지사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단자살 사회에서 대책 없는 재정건전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지출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전 세계가 확장재정정책에 나서는데 안 그래도 너무 건전해서 문제인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고 국가부채 증가(위험만) 내세우며 소비지원, 가계소득지원(은) 극력 반대하니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쓴 글 두편을 공유하면서 “‘외국 빚에 의존하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는 곧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다. 미래 세대는 길게 보면 채권, 채무를 모두 물려받으니 국채가 이들의 부담을 늘리는 원인은 아니다’라는 하 교수의 주장을 기재부와 야당, 보수 경제지들은 반박할 수 있으면 해 보시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이낙연 대표가 같은 날 <한국방송>(KBS) 심야토론에 나와 이 지사와, 최근 손실보상의 제도화와 관련해 기재부의 보수적 태도를 질타한 정세균 국무총리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먼저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 독하게 얘기해야만 선명한 것이냐”고 이 지사를 겨냥했다. 그러고선 “당정 간에 얘기하면 될 일이지, 언론 앞에서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정 총리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손실보상 법제화에 난색을 표한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을 두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도된 정 총리를 지칭한 발언이었다.
재난지원·이익공유제 두고선 편 바꿔 협공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선 이재명 지사를 정 총리와 이 대표가 협공하는 구도다. 정 총리는 지난 7일 이 지사를 향해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자”며 이 지사의 보편지급론을 강하게 비판했고, 22일에는 당내 대표적인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이 이 지사를 향해 “포퓰리즘 논쟁은 중지하자”고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경기도가 ‘감염취약시설 선제검사'에서 전국 최하위의 검사율을 보이고 있다”며 ‘기본부터 잘 하라’는 충고를 던지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 역시 이 지사가 경기도민 모두에게 10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려는 데 대해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대표가 최근 꺼내든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반대로 이 지사와 정 총리가 비판적이다. 이 지사는 이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워낙 다급하고 어려운 시기니까, 효율성 여부보단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는 선의로 한 게 아닐까”라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이익공유제가 위기 극복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 총리도 ‘저는 그 단어를 쓰지 않는다'며 흔쾌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주도권 다툼 그만, 내부 정리부터’
국민의힘은 “대권주자들의 코로나 기싸움에 국민만 골병든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잠재적 대권주자들과 기재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이는 난타전은 볼썽사납다. 스러져가는 국민 앞에서 지금이 내부저격할 때인가”라며 이렇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의 절체절명의 위급상황에도 ‘중구난방’에 뭐 하나 분명해진 게 없다. ‘이익공유제’, ‘전국민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세 주자의 기싸움에 국민이 볼모가 되어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이 문 정부의 최종방침인지 분명히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12417270002117
이재명 "나랏빚은 민간 자산이라는데… 기재부 반박해보라" (한국일보, 2021.01.24 18:40)
이재명 경기지사 SNS통해 또 기재부 비판
하준경 교수 기고 인용 "반박해 보라" 요구
하 교수 "외국빚 아니면 나랏빚은 민간 자산"
이재명 경기지사가 보수언론사 객원논설위원의 기고내용을 인용하며 확장재정정책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를 또다시 비판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단자살 사회에서 대책 없는 재정건전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글에서 “재정건전성 외치면서 무조건 적게 쓰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가 확장재정정책에 나서는데 안 그래도 너무 건전해서 문제인 재정건전성 지키겠다고 국가부채 증가 내세우며 소비지원과 가계소득지원 극력 반대하니 안타깝다”고 했다. 이 지사는 “왜 우리 사회가 집단자살 사회가 돼가는지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며 야당과 일부 언론을 비판했다.
이 지사는 해당 글에 2017년 11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쓴 언론사의 기고를 링크했다. 이 지사가 제목에 쓴 ‘집단자살 사회’는 하 교수가 언급한 문구다. 하 교수는 당시 기고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을 다녀가면서 ‘집단자살 사회’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고 했다.
언론들도 당시 IMF총재의 ‘집단자살 사회’ 발언에 대해 우리나라의 급격한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및 생산성 저하, 재정 여건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가리키며 쓴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이 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하 교수의 2019년 6월 10일 기고까지 링크하며 ‘기재부와 야당, 보수경제지들은 하준경 교수님의 이 주장을 반박할 수 있으면 해 보십시오’라며 기재부를 또 언급했다. 이 지사는 “외국 빚에 의존하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는 곧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다. 미래 세대는 길게 보면 채권·채무를 모두 물려받으니 국채가 이들의 부담을 늘리는 원인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하 교수의 기고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다.
이 지사는 하 교수의 기고 글을 인용하며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기조를 내세우는 기재부를 비판하면서 확장재정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지사의 기재부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광역버스 요금인상에 따른 비용 분담 문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간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라는 표현을 썼다.
2019년 정부는 전국의 버스파업을 막기 위해 경기도에 버스요금 인상을 요청했다. 이 지사는 ‘요금인상 대신 광역버스 국가 사무 전환’을 역제안해 합의에 이르렀다. 경기도는 요금을 인상하는 대신 광역버스 비용 부담률 70%를 덜어낸 것이다. 그러나 파업이 중단되자, 정부가 난색을 표했고, 결국 경기도는 50%를 부담하기로 국토부와 재합의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 합의마저 깨려고 한다는 게 경기도의 주장이다.
이 지사는 지난 연말에는 한국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작은 것을 거론하며 홍남기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향해 “전쟁 중 수술비를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https://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69472
[사설] 기획재정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중부일보, 2021.01.24 19:31)
지금 기재부의 처지는 참담, 그 자체다. 여기저기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서다. 지난 주말 이재명 지사도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로 기재부를 정조준 했고 이전에도 정세균 총리가 자영업자 손실보상 문제와 관련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을 하자 이 지사가 대한민국은 기재부의 나라가 아니고, 국민의 나라라고 호응하면서다. 당시에도 이 지사는 ‘집단자살 사회에서 대책 없는 재정건전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전 세계가 확장재정정책에 나서는데 재정건전성 지키겠다고 국가부채 증가를 내세우며 소비 지원, 가계소득 지원을 극력 반대해 안타깝다는 말로 기재부에 대한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이 지사의 이런 기재부에 비판은 수차례 반복되어 왔다. 지난해 연말 한국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작은 것을 거론했는데 당시 홍남기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향해 "전쟁 중 수술비를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는 말로 우회적인 비판을 했다. 아마도 이러한 이 지사의 의중은 외국 빚에 의존하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가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라는 하준경 교수의 주장을 대신한 듯 여겨진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집단자살을 방치하는 재정건전성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요지다. 또한 예전에 광역버스 요금인상 비용 분담과 관련해서도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간 합의를 기재부가 뒤집고 예산을 삭감한 것에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라고 비판한 것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분위기는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기는 하다. 정 총리 역시 정부 방역기준으로 영업을 제대로 못 한 사람들을 위해 적절한 지원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할 때라며 영업손실 보상의 법제화 검토를 지시한 바 있어서다. 이러한 정 총리의 강경함은 영업손실 보상제를 몇 차례 언급했는데도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해외에서 법제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로 난색을 보이면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이제 영업손실 보상제도가 정책화 단계로 접어든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국회에 여러 건의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는 것도 병행해서다.
반면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얻어맞고 있던 기재부에 대해 "기획재정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이 지사를 향해 직격했다. 확장 재정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전제를 하면서도 정부 내 아군인 홍 부총리를 공개 비난하지 말자는 메시지로 판단된다. 듣기 따라서 대권과 관련해 이 지사와 정 총리에게 견제구라는 분석이다. 자영업자 손실을 현금으로 직접 보상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해도 버팀목 자금 기준에 불과하다면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 될 수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불만과 형평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기재부의 애매한 처지가 안쓰럽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전제되어야 함도 물론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250600035&code=910402
여권 대선 주자들의 계산된 ‘기재부 때리기’ (경향, 박광연 기자, 2021.01.25 06:00)
이재명 ‘선명성’·정세균 ‘존재감’·이낙연 ‘안정감’ 부각
‘각’ 세워도 손해 없고 민생 우선 챙기는 이미지 구축 전략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연달아 거친 표현을 동원해가며 재정당국의 소극적 재정 지출을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맞서 민생을 우선 챙기는 대선 주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정세균 국무총리는 각각 ‘선명성’과 ‘존재감’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안정감’을 부각시키는 등 입장차도 엿보인다.
시작은 정 총리였다. 정 총리는 영업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손실보상을 해주는 문제를 두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해외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고 하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인가”라고 질책했다. 정 총리의 엄포로 일단락된 듯한 논란은 2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로 재점화됐다. 홍 부총리는 ‘재정당국의 소명’을 언급하며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 지사는 다음날 SNS에서 “안 그래도 너무 건전해서 문제인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고 소비 지원과 가계소득 지원을 극력 반대하니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23일 KBS에서 “지금 단계에서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이 재정당국을 향해 제각각 한마디씩 한 셈이다. 대권 주자들로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재부와 맞서는 이미지는 ‘손해볼 거 없는 장사’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4일 통화에서 “재정으로 돈을 주게 되면 ‘나의 공’이고, 못 주게 되면 ‘기재부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정당국과 각을 세우는 건 비슷하지만 여권 주자들의 발언에선 온도차가 감지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두고 기재부를 강하게 비판해온 이 지사는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을 감내하며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 총리는 평소 온건한 태도와 달리 ‘개혁 저항세력’ 같은 강한 표현을 써가며 존재감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언론 앞에 (기재부를)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한가”라며 이 지사와 정 총리를 견제했다. 여당과 정부, 정부 내부의 의견 조율을 강조하며 안정적 리더십을 내세운 것이다.
향후 대선 국면에서 ‘돈 풀기’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떠오른 ‘국가의 역할을 얼마나 강화할 것인가’라는 의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만큼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시기는 없었다”며 “(돈 풀기 이슈는)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리더십 차이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123057200002?input=1195m
"기재부 나라냐"…곳간서 돈 빼자 논의에 동네북 된 기재부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2021-01-25 06:11)
이재명 지사 이어 정총리까지 비판 대열 합류하자 기재부 '허탈'
4차례 추경·310조 대책 만들었지만 기피부처 신세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이른바 '동네북'이 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개 곳간에서 돈을 더 빼 쓰자는 논의가 진행되는데, 말리는 순간 '기재부의 나라냐'는 등 혹독한 비판이 뒤따른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를 향해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한 법적 제도 개선을 공개 지시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내부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기재부를 개혁 저항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비난하고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정 총리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됐다.
해프닝의 시작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정례브리핑에서 '자영업 손실보상법'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해외 사례를 일차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발언한 데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정 총리가 MBC 라디오에서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해 "정부가 국회와 함께 제도도 만들고 입법을 해 국민들에게 합법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우회적인 반대 의견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김 차관의 이날 발언을 돌려 해석하면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들 역시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업 제한을 법제화를 통해 손실보상한 사례는 없다는 것인데 결국 재정 상황을 고려한다면 법제화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영업제한 소상공인에 독일 정부가 임대료·인건비를 최대 90%까지를, 프랑스 정부가 최대 월 1만유로(약 1천340만원)를 지급하지만 이들 국가의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경제규모는 더 크다. 이들 부자 국가 역시 일회성 지원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보상안을 법제화하는 경우 자칫하면 급격한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능한 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재정은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지만 화수분은 아니다"라는 뼈있는 발언을 함께 남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력 대권후보들과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곳간지기 기재부 간의 이 같은 대결구도는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더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곳간을 열어 돈을 쓰는 것이 유권자의 인기를 얻기 쉬운 방법인 반면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해 이를 말려야 하는 곳간지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칭찬을 받기 어렵다.
1년여에 걸친 코로나19 국면을 타개하고자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감내해왔던 기재부 직원들은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부터 이런 비판을 들은 것에 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총 310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 4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낮과 밤, 주중과 주말의 구분이 없는 삶이 1년간 이어지면서 평소 별다른 지병이 없던 30대 사무관이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고 국·실장급 병가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일에 생활을 갈아 넣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서기관·부이사관 등 승진은 여전히 타 부처보다 몇년씩 느리고, 최근에는 조달청과 관세청 등 외청장 자리도 외부에 내주면서 고위급 인사 순환도 적체돼 있다.
기재부가 2020년도 신임 5급 공무원들의 부처 지망 순위에서 새만금개발청과 함께 꼴찌를 기록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국가 경제의 콘트롤타워로서 행정고시 1등이 앞다퉈 지원하던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고 수습 사무관 정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힘의 중심이 청와대나 여당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무력해지는 공무원 사회의 상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 한 사무관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상당수 기재부 직원들이 개인의 삶을 아예 포기하고 일만 한 경우가 많다"면서 "일은 많은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없고 업무도 당청에 끌려다니다 욕만 먹는 경우가 많아 신규 진입은 없고 다른 부처로 옮기려는 수요만 많다"고 전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125500010
“자린고비”…‘동네북’ 된 기획재정부, 내부 동요 상당해 (서울신문, 김채현 기자, 2021-01-25 08:46)
이재명 지사 이어 정총리까지 비판 대열 합류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를 향해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한 법적 제도 개선을 공개 지시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내부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기재부를 개혁 저항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비난하고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정 총리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됐다.
시작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정례브리핑에서 ‘자영업 손실보상법’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해외 사례를 일차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발언한 데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정 총리가 MBC 라디오에서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해 “정부가 국회와 함께 제도도 만들고 입법을 해 국민들에게 합법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우회적인 반대 의견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김 차관의 이날 발언을 돌려 해석하면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들 역시 아직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영업 제한을 법제화를 통해 손실 보상한 사례는 없다는 것인데 결국 재정 상황을 고려한다면 법제화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능한 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재정은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지만 화수분은 아니다”는 발언을 함께 남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력 대권후보들과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곳간지기 기재부 간의 이 같은 대결구도는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더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1년여에 걸친 코로나19 국면을 타개하고자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감내해왔던 기재부 직원들은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부터 이런 비판을 들은 것에 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기재부 한 사무관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상당수 기재부 직원들이 개인의 삶을 아예 포기하고 일만 한 경우가 많다”면서 “일은 많은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없고 업무도 당청에 끌려다니다 욕만 먹는 경우가 많아 신규 진입은 없고 다른 부처로 옮기려는 수요만 많다”고 전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77941
[취재일기]영혼 없는 경제관료, 동네북 된 기재부 (중앙일보,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2021.01.25 15:34)
예로부터 곳간 지기는 우대받았건만, 요즘 대한민국 곳간 지기는 영 아니다. 연일 ‘동네북’ 신세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얘기다. 홍 부총리를 겨냥한 십자포화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20일 정세균 국무총리)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2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기재부 곳간 지기를 구박한다고 뭐가 되겠나.”(2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대표 얘기까지 듣고 있자니 서글펐다. ‘구박’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다그칠 땐 써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쓰는 단어는 아니다. 구박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큼 초라한 기재부 신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믿고 따라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 수장을 둘러싸고 청와대ㆍ당에 밀려 번번이 소신을 접었다는 취지에서 ‘홍백기(白旗, 항복의 의미)’,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란 말이 떠돌 정도니 오죽할까.
지난해만 해도 여당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등을 밀어붙이고, 홍 부총리가 반대 의견을 냈다가 접는 일을 반복했다. 그 와중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홍 부총리 경질을 언급하거나(3월),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가 대통령이 반려하는 일(11월)까지 일어났다. 경제부총리 자리가 학급회장 자리도 아닌데 그만둬라 말라 하거나, 그만두겠다 했더니 말리는 촌극을 빚었다. 격무에 시달리는데, 부총리마저 이리저리 치일 정도니 5급 공무원시험(행정고시)의 꽃으로 불리는 ‘재경직’ 합격자조차 기재부를 기피하는 추세다.
추락한 기재부 위상은 세 개 조합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무책임한 관료, 밀어붙이는 여당, 방관하는 대통령. 한 전직 경제부총리는 “과거에도 청와대ㆍ여당과 기재부 입장이 다를 때가 있었지만, 부총리가 공개 사표까지 들고나온 적은 없었다”며 “이견이 있더라도 최소한 국민 앞에선 일치한 입장을 보여줘야 하는데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기개 넘치는’ 경제관료와 ‘기개를 받아준’ 대통령은 추억으로만 남겨야 하나. 1969~1974년 재무부 장관을 지내며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끈 고(故) 남덕우 전 총리, 김재익 경제수석을 가리켜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좋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통령과 타협할 것은 타협하고, 주장할 것은 끝까지 밀어붙여 관철한 뚝심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명(名)재상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거침없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은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회자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대통령이라고 다 아는 것 아니잖느냐”며 경제정책 소신을 밀어붙인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과 소신을 받아준 MB가 있었다.
최근 새 정부가 출범한 미국 재무부의 위상과도 대비됐다. 달러 지폐 7종류 중 대통령을 지내지 않고도 모델로 등장한 인물은 2명이다.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과 초대 재무부 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해밀턴은 연방정부와 소통해 독립전쟁을 치르며 쌓인 나랏빚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 경제의 초석을 닦았다. 미국에선 그를 10달러 지폐에 그려 기린다.
경제관료는 테크노크라트(전문 기술을 갖춘 관료)로서의 영혼(소신)을, 청와대ㆍ여당은 큰 정치가로서의 영혼(나라의 미래)을 챙길 때다. 나라 곳간을 든든히 지키면서도, 필요할 땐 과감하게 푸는 게 경제부총리의 임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청와대와 국회뿐 아니라 국민까지 모든 플레이어를 설득한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청와대ㆍ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진짜 성공을 위해서라도 선거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 대신 경제만큼은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내년이면 나랏빚이 1000조원에 이른다. 이래저래 각자 영혼을 다잡을 때가 왔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78294
[취재일기] ‘구박데기’ 기재부 ‘홍백기’ 홍남기 (중앙일보,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2021.01.26 00:02)
여권 독주…홍남기 매번 백기 들어
선거 염두에 둔 포퓰리즘 아닌 경제논리로 푼 경제정책 추진해야
예로부터 곳간 지기는 우대받았건만, 요즘 대한민국 곳간 지기는 영 아니다. 연일 ‘동네북’ 신세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얘기다. 홍 부총리를 겨냥한 십자포화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특히 서글펐던 건 “기재부 곳간 지기를 구박한다고 뭐가 되겠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로 아닌 위로였다. ‘구박’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다그칠 땐 써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쓰는 단어는 아니다. 구박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큼 초라한 기재부 신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믿고 따라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 수장을 둘러싸고 청와대·당에 밀려 번번이 소신을 접었다는 취지에서 ‘홍백기(白旗, 항복의 의미)’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란 말이 떠돌 정도니 오죽할까.
지난해만 해도 홍 부총리가 반대 의견을 냈다가 접는 일을 반복했다. 그 와중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홍 부총리 경질을 언급하거나(3월),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가 대통령이 반려하는 일(11월)까지 일어났다. 경제부총리 자리가 학급회장 자리도 아닌데 그만둬라 말라 하거나, 그만두겠다 했더니 말리는 촌극을 빚었다. 격무에 시달리는데, 부총리마저 이리저리 치일 정도니 5급 공무원시험(행정고시)의 꽃으로 불리는 ‘재경직’ 합격자조차 기재부를 기피하는 추세다.
추락한 기재부 위상은 세 개 조합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무책임한 관료, 밀어붙이는 여당, 방관하는 대통령. 한 전직 경제부총리는 “과거에도 청와대·여당과 기재부 입장이 다를 때가 있었지만, 부총리가 공개 사표까지 들고나온 적은 없었다”며 “이견이 있더라도 최소한 국민 앞에선 일치한 입장을 보여줘야 하는데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바로 전 정권까지만 해도 ‘기개 넘치는’ 경제관료와 ‘기개를 받아준’ 대통령의 일화는 미담처럼 회자됐다. 하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최근 새 정부가 출범한 미국 재무부의 위상과도 대비됐다. 달러 지폐 7종류 중 대통령을 지내지 않고도 모델로 등장한 인물은 2명이다.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과 초대 재무부 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해밀턴은 연방정부와 소통해 독립전쟁을 치르며 쌓인 나랏빚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 경제의 초석을 닦았다. 미국에선 그를 10달러 지폐에 그려 기린다.
경제관료는 테크노크라트(전문 기술을 갖춘 관료)로서의 영혼(소신)을, 청와대·여당은 큰 정치가로서의 영혼(나라의 미래)을 챙길 때다. 나라 곳간을 든든히 지키면서도, 필요할 땐 과감하게 푸는 게 경제부총리의 임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청와대와 국회뿐 아니라 국민까지 모든 플레이어를 설득한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청와대·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진짜 성공을 위해서라도 선거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 대신 경제만큼은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10125010014353
[취재뒷담화]동네북 된 기재부…곳간지기 의무 다해주길 (아시아투데이, 이지훈 기자(세종), 2021.01.26. 06:00)
연일 계속되는 정치권의 공세에 나라 곳간을 책임진 기획재정부가 동네북으로 전락한 모양새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불어난 나랏돈 쓰임새를 놓고 유력 여권 대권후보들의 간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기재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정치인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입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며 보편 지급을 주장해 온 이 지사는 선별 지원을 고수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수차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최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와 관련 선별 지급에 무게를 둔 기재부를 향해서는 “조금 험하게 표현하면 게으른 것 아니냐”고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재부와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대주주 주식양도세 3억원 인하’ 방안을 무산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이례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시 반려하며 재신임을 했지만 여론에 민감한 당과 국정과제 수행이 우선인 정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영업손실을 법으로 보장하자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죠.
이처럼 여당 대권후보들의 잇따른 기재부 때리기가 계속되면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열악해진 재정 상황에서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없는 만큼 부담감도 커지는 것이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 손실 보상의 경우 법제화보다는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 중요한데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기재부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이라며 “기재부는 나라 곳간을 관리하는 부처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2일 소상공인 손실보상 방식과 필요한 재원 규모 등에 대해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도 “재정은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지만 화수분은 아니다”라며 여당의 무차별 돈풀기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부디 그 소신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0469.html
[아침햇발] 이 나라는 관료의 나라가 아니다 (한겨레, 손원제ㅣ논설위원, 2021-01-26 17:21)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
최근 쏟아진 정치권의 ‘말·말·말’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웠던 발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이 범상치 않은 발언이 나온 경위를 찾아봤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왔다. “(정부가 방역 목적으로 영업을 제한하는 경우) 합법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그런 길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님과도 여러번 논의해서 공감대가 만들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제도화를 적극 추진할 작정이다.”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처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 보상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기획재정부에 지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몇시간 뒤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가 열렸다. 브리핑에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코로나 손실 보상을)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총리가 대통령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힌 ‘영업손실 보상 법제화’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 회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했다. 기재부의 집단 의지가 깃든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 총리는 김 차관의 발언을 보고받고 격노했다고 한다.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질타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도록 했다. 이날 저녁엔 <연합뉴스티브이>에 출연했다. “헌법 정신에 따라 그런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개혁을 하는 과정엔 항상 저항 세력이 있다”며 기재부를 개혁 저항 세력에 빗댔다.
다음날 기재부가 꼬리를 내렸다. 김용범 차관은 21일 “총리 지시 말씀대로 준비를 충실히 하겠다”며 “해외 제도를 소개한 것인데, 반대하는 것으로 비쳤다”고 말했다. 다만 꼬리 토막은 남았다. 홍 부총리는 22일 “보상 제도화에 참여하겠다”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토를 달았다.
최종 결론은 대통령이 지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손실 보상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당정이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상 법제화’를 명토 박으면서 기재부의 우려 또한 반영했다.
‘개혁 저항 세력’ 등의 발언이 총리로서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기재부가 세계에서 가장 건전한 수준인 우리 재정을 두고 줄곧 앓는 소리만 해온 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최규하 총리의 보고를 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의료보험 도입을 반대하는 경제부처 장관들을 모두 부른 자리에서 최 총리에게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교수들도 의료보험부터 하라고 하니까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세요’라고 지시했다. 최고 통치자와 장관들의 생각이 이렇게 달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쓴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의 한 대목이다. 경제 관료들이 반대하는 의료보험 도입을 위해 총리 직속 위원회를 만들어 일주일 만에 찬성 보고서를 내게 한 일화를 담았다. 김 위원장은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선 “본질은 살피지 못하고 표면에 드러난 문구 몇개에만 집착하는 관료들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쓴 글 ‘참여정부는 관료주의에 포획되었나’는 “관료들은 정치권력 못지않은 막강한 권력”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런 대목도 있다. “이거 하나는 내가 좀 잘못했어요. (…) 예산안을 가져오면 색연필 들고 ‘사회정책 지출 끌어올려’ 하고 위로 쫙 그어버리고, (…) 지금 생각하면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서….”
손실 보상은 민생은 물론 방역 성공에도 절대적 요인이다. 자영업자들이 더 못 버티겠다며 방역지침을 거부하기 전에 길을 터줘야 한다. 곳간을 채워온 건 이럴 때 쓰라는 것 아니었나. 이 절박한 민심을 관료적 타성에 밀려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이 나라는 관료들의 나라’일 것이다.
정 총리의 발언은 정책을 넘어 정치적 효과 또한 노렸을 것이다. 민생·방역에 뚜렷한 족적을 새김으로써, 잠룡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고자 했을 터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면론’ 패착 여파가 짙다. 이익공유제는 ‘보상 법제화’만큼 수혜 대상이 분명하지 않다. 정 총리가 대체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이 대표가 반전 계기를 잡을지는 누가 더 민심에 확 다가가는 민생 성과를 주도할 것인지에 좌우될 것이다.

https://www.ajunews.com/view/20210126151259152
[김호균 칼럼] 기재부 재정건전성 논리의 '불건전성' (아주경제,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2021-01-27 09:18)
재난재정을 둘러싼 정부여당 내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거친 말투로 공허한 내용을 대신하려는 1980년대의 미숙한 버릇도 간혹 보이지만 논란의 흐름은 그동안 야당과의 차별화나 대통령과의 친소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던 당내 여러 분파들의 노선 차이를 점차 분명히 해주고 있다. 당내 주류는 경제정책을 대체로 기획재정부에 맡겨놓은 상태였다. 코로나19 재난국면에서도 이 입장은 ‘선별적 지원’이나 ‘필요한 곳에 두텁게’ 한다는 표현으로 요약되었다. 다만 선거국면에 이르러서는 여당 정치인과 기재부 관료의 태생적 차이가 정책에 투영되면서 정부여당 내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반면에 비주류는 처음부터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보편주의’와 ‘확장적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와 무관하게 코로나19와 같은 재난국면에서는 정부가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부여당 내 논란은 (정책)이론적으로 본다면 신자유주의와 케인스주의의 갈등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전략에 가장 큰 걸림돌은 처음부터 기재부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반대하면서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결국 사임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기재부의 절대적인 영향 하에 있는 한국개발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비학술적인 ‘청부’보고서를 발표했다. 퇴임하면서 야당에 입당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그를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영입하려는 여당 일각의 움직임은 정치적, 정책적 무감각과 무정견을 보여줄 뿐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여당의 ‘개혁적’ 정체성에 상반되는 기조를 선택한 데에도 기재부의 역할이 컸다. 기재부의 정책에는 ‘경제’와 ‘시장’으로 포장된 (대)기업지원정책은 차고 넘치지만 ‘사람 중심’의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동차 특소세 면제에 이어 가전제품 구입에 대한 10% 환급 등 기업에 대한 지원은 알아서 베푸는 데 반해 취약계층을 포함한 ‘사람’을 위한 직접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은 금기로 여겨진다. 기재부가 1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에 마지막까지 서명하지 않았고 ‘관제 기부’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지원금 혜택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에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소비자인 ‘사람’을 향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여당 내에 ‘호통’ 말고 기재부를 견제할 논리와 정책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21대 국회가 구성되고 열린 여당의 첫 번째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류 위원들이 21대 국회의 장기전략이나 비전을 제안하기는커녕 당내 비주류를 견제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실망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주류의 코로나19 재난 대책이 재정부담을 이유로 ‘선별주의’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고용부담을 이유로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인상을 억제했던 과오를 반복할 우려가 크다. ‘보편주의’의 부작용이 있다면 부작용대로 치유해야지 보편주의를 포기하고 선별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아이디어 빈곤이다. 최근 여당 주류가 기재부에게 가하는 압박은 정책적 차이라기보다는 선거를 앞둔 정치인과 선거가 없는 관료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신자유주의적 ‘재정건전성’ 논리는 지금은 경제위기가 아니니 건전재정을 견지하고 적자재정은 언젠가 경제위기가 닥치면 선택하자는 주장이다. 대단히 위험할 뿐만 아니라 자기모순으로 가득 찬 주장이다. 이 주장은 1930년대 대공황국면에서 경제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중시켰던 미국 후버정부의 균형재정정책과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오늘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정부들이 앞다투어 천문학적인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이유도 바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없으면 경기회복도 지연될 뿐만 아니라 결국 더 많은 비용과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역사적 교훈 때문이다. 미국 폴 크루그먼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바이든 행정부에게 “정부의 역량(power)을 신뢰할 것”을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논리는 자기모순이다. 코로나19 발발 이전부터 기재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의 조기집행을 관행처럼 시행하고 있었다. 이 관점을 중장기적으로 연장하는 논리가 바로 대담한 적자재정을 편성하여 미래의 재정수입을 앞당겨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호전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독일처럼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는 정책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 국가채무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정부지출이 투자나 소비를 증대시켜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결국 세수증대를 가져온다는 동태적 사실을 간과하는 무지한 억지이다. 그리고 크루그먼이 “공화당의 지원을 기대하지마라”고 미국 민주당에게 건넨 조언이 아니더라도 기재부가 야당의 재정건전성 동조에 고무된다면 현 정부의 실패밖에 정권재탈환의 기회를 찾을 수 없는 야당을 돕는 결과가 될 것이다.
기재부의 신자유주의 논리는 ‘진보’를 자임하는 여당 주류도 무의식중에 체화하고 있다. 여당 분파들이나 대선주자들 사이의 과당경쟁이 정책오류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다. ‘선택과 집중’, ‘선별주의’, ‘핀셋대책’과 같은 그럴듯한 표현들에 숨겨진 반(反)인간주의적 본질을 타파하지 않으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 ①항)를 가지므로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②항)는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길은 갈수록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판 재난자본주의는 여당에게 ‘야만과 계몽’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344806628948552
“자긍심요? 욕받이죠”…동네북 전락한 文경제 컨트롤타워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이명철 원다연 기자, 2021-02-08 오전 5:00:00)
[동네북 된 기재부]① 행시 1~5등, 기재부행 0명…신입 사무관 기피부처로
4년 만에 급변…文정부 초기엔 10명 중 8명 기재부행
“워라밸 문화+격무에도 보상커녕 정치권 공격 결과”
“기획재정부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사기를 진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젊은 사무관들이 업무에 손 떼고 싶어할 정도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라며 “‘다른 부처로 전출하고 싶다’, ‘예산실 벗어나고 싶다’는 요구가 빗발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공직자가 되겠다며 수재들이 몰려들던 기재부가 문재인정부 들어 기피부처로 전락했다.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하는 등 정치권의 과도한 비난과 기재부의 무기력한 대응이 맞물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일 이데일리가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행시(5급 공채) 수습사무관 2021년 부처 배치 현황’에 따르면 일반행정직 1~5등 수습사무관 중 한 명도 기재부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세청(2명), 고용노동부·국민권익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각 1명)에 배치됐다.
‘행시의 꽃’으로 불리는 재경직도 비슷한 추세다. 재경직 1~5등 중에서 기재부로 배치된 수습 사무관은 1명에 그쳤다. 금융위원회에 배치된 사무관이 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에도 각각 1명씩 배정됐다. 과거부터 행시 수석·차석이 기재부로 가던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행시 상위권뿐 아니라 수습 사무관 전반에 기재부 기피 현상은 두드러졌다. 수습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부처별 지망을 지난달 접수한 결과, 기재부는 재경직에서 ‘정원 미달’ 굴욕을 당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워라밸·QOL(Quality of life ·삶의질) 중시에 따라 기재부행이 줄었더라도 이렇게까지 외면당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워라밸, 격무, 인사적체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인 2017년만 해도 당시 행시 재경직 수석·차석을 포함해 1~10등 중 8명이 기재부를 지원했다.
기재부 1차관 출신으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기재부 장관이 국가 정책 결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인데 지금은 ‘기재부의 나라냐’는 비난까지 들을 정도로 정치권으로부터 공격받기 일쑤”라며 기재부가 정치권 욕받이로 전락한 게 이같은 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은 “행정부가 정치권력에 예속되면서 공직자로서 일하는 보람이 퇴색됐고 자부심마저 깨졌기 때문”이라며 “기재부를 비롯해 공직자들을 국가의 자원이자 인재로 존중하고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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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보람·자부심 무너져”…기재부 공무원들은 왜 분노하나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이명철 원다연 기자, 2021-02-08 오전 5:20:00)
[동네북 된 기재부]②기재부 기피 현상 원인 보니
‘기재부 나라냐’ 정치권 전방위 공격에 자괴감 커져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일했는데 보상 없고 인사적체만
워라밸 문화 수용, 공직 비전·보상·보람 재정립 필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신입 사무관들의 기피 1순위 부처로 전락했다. 공직사회도 워라밸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기재부는 부처업무 특성상 격무에 시달리고, 인사적체가 심한 곳이어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수급,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할 일은 더 많아졌는데 보상은커녕 ‘정치권 욕받이’ 신세가 된 것도 신입 사무관들이 기재부를 외면하는데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직원들도 공공연하게 타부처 전출을 요구하는 등 내부 동요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재부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해법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젊은 사무관들, 부글부글 끓는다”
7일 이데일리가 기재부 안팎 관계자들 발언을 종합한 결과 국가 경제를 설계하고 육성한다는 자부심 넘치던 기재부가 신입 사무관들조차 외면하는 찬밥 신세가 된 원인은 다양했다. 무엇보다도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이 깨지고 자괴감만 커졌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 59년 만에 4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는데 인정은커녕 비난만 많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최근에 홍 부총리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기재부의 나라냐”, “사퇴하라” 등 정치권의 비난이 거셌다.
기재부 A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많게는 100조원씩 재정을 풀자고 책임 없이 말하는데 재정당국이 할 말은 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대정부질문에서 “행정이나 정치나 국민행복을 위해서 같은 목표로 달려가는 수레바퀴”라며 “한쪽이 너무 크고 한쪽이 작으면 똑바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에 대한 내부 불만도 많다. 그동안 과로를 견디면서 일했는데 적절한 보상이 없어서다. 지난해 기재부 고위직들이 위암·신장이식 수술 등을 받으면서 잇따라 병가를 냈다. 2018년 12월에는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에서 야근한 50대 예산실 직원이 새벽 2시 반께 뇌출혈로 쓰러져 후송됐다. 이렇게 격무에 시달리는데도 인사·승진에서 제대로 된 보상이 없다는 게 내부 불만의 핵심이다.
특히 일 많은 예산실이 대표적인 기피 부서다. 기재부 B 관계자는 “인사혁신처 소관 공무원임용령, 기재부 인사 지침에 따라 사무관들이 예산실에 발령받으면 4년간 다른 실·국으로 갈 수 없다. 전문성을 쌓으라는 취지지만 한 번 발령 받으면 4년간 고생 길”이라며 “인사처와 협의해 인사교류 숨통을 트든지 만성적인 승진 적체를 풀든지 해야 한다.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고 일만 많이 시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기재부 모두 혁신해야”
신입 사무관들 사이에서도 기재부 기피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격무로 힘들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현실화하는데 따른 보람과 적절한 인사 보상도 있었던 과거와 달라진 만큼 더 이상 기재부를 지원할 이유가 없어서다. 기재부 C 국장은 “올해 재경직 수습 사무관들이 지망 부처를 냈는데 기재부가 정원에 미달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고 우려도 됐다”고 토로했다. 기재부 D 사무관은 “나 때는 당연히 기재부가 목표였는데, QOL(Quality of life ·삶의질)을 중시하는 신입들의 마음이 지금은 이해된다”고 전했다.
기재부 퇴임 관료들과 인사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기재부 모두 혁신 대책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단순히 기재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 국가정책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서다. 이대로 가면 정부·여당 간 엇박자만 커지고 민생과 밀접한 경제정책이 퇴색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 기재부 퇴임 관료는 “정부와 정치권이 힘의 균형을 맞추려면 지금의 행정도 혁신해야 한다”며 “‘나 때는 이랬는데’라는 과거 향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치밀한 행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은 “정치권은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며 부총리를 사퇴하라고 할 게 아니라 행정부의 인사 독립성·중립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권에 유착하는 공직자가 아니라 소신 있게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공직자들을 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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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받이 장관 돼서 뭐하나”…워라밸 부처 몰리는 90년대생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한광범 최정훈 기자, 2021-02-08 오전 5:10:00)
[동네북 된 기재부]③ 워라밸 문화 “야근 덜하고, 전문성+서울 출퇴근까지”
유연한 조직 문화 “상명하복보다는 수평적 업무 관계”
文정부서 높아진 조직 위상 “일 많아도 업무 인정받아”
90년대생 신입 사무관들의 1순위 선호 부처는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이다. ‘욕받이’ 장·차관이 되기 위해 인생을 투자하기보다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 퇴직 후를 대비하는 ‘워라밸’ 공직생활을 희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7일 이데일리가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행시(5급 공채) 수습사무관 2021년 부처 배치 현황’에 따르면 일반행정직 및 재경직 각각의 성적 최상위 5위권(총 10명) 중 국세청에 배치된 사무관이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융위원회(2명), 공정거래위원회·고용노동부·국민권익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기획재정부(각 1명) 순이었다.
과거에는 행시 수석이 기재부를 주로 택했지만, 최근에는 국세청·공정위·금융위로 가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행정고시 일반행정직 수석합격자인 A 사무관은 국세청을 희망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 배치됐다. 작년에는 행시 재경직 수석, 차석, 5등, 9등이 모두 공정위로 갔다. 2019년 금융위에 배치된 사무관 6명 모두 행시 재경직 상위 15위권이다.
관가에서는 공직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는 ‘워라밸 문화’ 영향으로 해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요즘 신입 사무관들은 욕먹는 부총리·장차관이 되기보다는 개인의 일상을 우선하기 때문에 기재부 지원이 뚝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골치 아프고 야근 많은 기획·정책 업무가 기재부보다 덜하다. 다른 성격의 일을 옮기며 하기보다는 세제라는 한우물을 파며 전문성을 키울 수도 있다”며 “서울·중부청에 배정되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에 위치한 금융위도 출퇴근이 용이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유연한 조직 문화’도 신입 사무관들이 부처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습 사무관들이 합격 후 국가인재원 등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부처별 정보를 공유한다”며 “공정위는 업무가 전문적이고, 조직 문화가 다른 부처에 비해 수평적이어서 선호하는 신입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사무관 등이 일선 현장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명하복 문화가 덜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 위상이 높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 공정위 구내식당을 찾아 오찬을 함께 하며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도 업무 과중이 적지 않은 부처이지만 최근 들어 신입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며 “문재인정부에서 일자리 정책이 중요해져 업무 효용성이 큰 점, 부처 분위기가 상당히 끈끈하고 권위적이지 않은 점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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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득세하면 나라 근간 흔들려…기재부가 사명 다해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2021-02-08 오전 5:05:00)
[동네북 된 기재부]④기재부 전현직·전문가 제언
“테크노크라트, 국가 뼈대…정치가 흔들면 답 없다”
“재정 여건 녹록치 않아…필요할 때 축적해서 써야”
“‘기재부 무조건 반대한다’ 선입견 깨는 노력도 필요”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했는데 어느 나라나 테크노크라트(전문 지식·기술을 갖춘 관료)들이 국가 시스템의 뼈대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이들이 무너지면 논리와 이성이 아닌 감성과 정치적 이해가 득세해 정책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다.”(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나라곳간을 책임지고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는 기재부의 위상은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와도 직결한다. 기재부 고위 관료 출신 선배들은 정치적 이슈가 첨예한 상황일수록 재정당국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 빠르게 대안을 제시해 이슈를 선점하는 등 정무적 감각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도 했다.
기재부 1차관 출신으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과거와 달라진 기재부의 위상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예전 예산실장은 부처 장관급 대우를 받았고 기재부 장관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으로서 존중받았는데 지금은 여기저기서 공격받기 일쑤”라며 “전문관료로서 일을 충실히 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흔들어대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예산실 출신으로 기재부 2차관을 지내고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 담당 장관이나 부처는 정치권에서도 존중해 줬는데 지금은 국가 재정 책임자가 기재부 장관인지 여당 대표인지 알 수가 없다”며 “기재부의 존재감이 없어졌기보다는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앞서면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 등과 같은 대규모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사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곳간지기인 기재부를 공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기재부가 국가부채 등 재정건전성 지표 관리에 급급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돌아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효율적 지출 관리는 기재부 고유업무이자 재정 파수꾼으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출신의 한 전문가는 “재정의 건전성은 올해 내년 이슈가 아니고 부채 규모가 커졌을 때에 대비해 대응해야 하는 것인데 현재 기재부는 관련 입장을 잘 유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지출 소요 증가에 대비해 정부는 계속 재정을 비축하면서 써야지 당장 전국민 지원 같은 사업은 필요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최 전 회장도 “빚이 많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며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해도 하위 30% 이상은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재정은 필요할 때 써야 하고 지금이 쓸 때가 맞지만 만약 쓰더라도 재정의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기재부 공무원들은 법에서 정한 기재부의 역할·기능·임무·사명에 따라 꿋꿋하게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재정 담당자들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유연한 대응이 아쉽다는 조언도 있다. ‘기재부가 재정지출이 뒤따르는 정책은 무조건 반대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에서 예산 업무를 담당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일례로 손실보상이 이슈가 됐을 때 선제적으로 소득축소 신고가 관행처럼 이뤄진 점을 앞세워 소득 성실신고가 먼저라는 점을 부각했으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정치권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2371.html
[편집국에서] ‘기재부 때리기’를 넘어 (한겨레, 안선희ㅣ경제부장, 2021-02-08 18:19)
여당, 정세균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의 재정지출을 둘러싼 공방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여당이 추진하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기재부가 하위 70%에게만 지급하겠다고 맞선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표출됐고, 최근에는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놓고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개혁저항 세력” 같은 기재부에 대한 날 선 비판과 기재부의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감당 가능한지 짚어봐야 한다” 같은 항변이 오갔다.
사안은 조금씩 다르지만 구조는 비슷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과 국민 피해를 더 많은 재정지출을 통해 줄여야 한다는 쪽과 국가채무가 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지출 규모를 축소하려는 기재부의 대립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다소 빨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많은 나라가 국가채무 증가를 감수하면서도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지출해 국민들의 고통을 막으려 노력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지출한 재정은 국내총생산 대비 3.4%로 주요 20개국(G20, 스페인 포함 21개국) 가운데 15번째에 그쳤다.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비율(3.1%)과 국가채무비율(48.1%)은 G20 평균(13.0%, 106.8%)의 4분의 1, 2분의 1 수준이다. 한국재정학회의 최근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하에서 재정확장을 통한 투자는 총수요를 늘릴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자체의 잠재력을 확장하여 비용의 일부 혹은 전부를 상쇄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코로나19 대응 재정정책의 효과와 재정건전성 관리방안 연구’, 책임연구위원 류덕현 중앙대 교수)
이번 갈등이 어떤 식으로 봉합되든 재정 논쟁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과정에서 케이(K)자로 벌어진 양극화를 치유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산업·노동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처, 고령화·저출산 심화에 대한 대응까지 정부에 요구되는 과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을 마련하는 주된 방식은 두가지다. 빚을 내는 것(국채 발행)과 세금을 걷는 것이다. 두가지 모두를 피하자면 복지를 비롯한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재정학회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재정 트릴레마’(Fiscal Trilemma)라고 표현한다. ‘낮은 국가채무비율-높은 복지 수준-낮은 조세부담률’ 세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지국가 선두주자인 스웨덴은 국가채무비율이 국제 평균보다 낮지만 조세부담률은 높다. 일본은 복지 수준이 높은데 조세부담률이 낮고, 대신 국가채무비율이 높다.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과 조세부담률이 모두 낮은 대신 복지 수준도 낮다.
복지 수준을 높이고 정부가 사회변화에 맞춰 제 역할을 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국채 발행과 증세를 통해 재정 규모를 키워야 한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최악은 적자 혐오증과 증세 기피증에 사로잡혀 둘 다를 회피하다 정부 역할이 계속 위축되는 것이다.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국민들이 쓰러져가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는가”라고 외치다가도 이를 위해 빚을 내겠다고 하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며 반대한다. 증세를 하자고 하면 “결국 국민부담을 늘리겠다는 건가” 하며 막아선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일 뿐 실제로는 정부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꼴이다.
여러 정치인과 대선주자들이 ‘기재부 때리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역할에 소극적인 기재부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의 역할과 재원 조달이라는 문제 앞에서 우리가 어떤 해결책을 지향할지다. 어느 수준의 정부지출과 복지를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지, 이를 위해 재정이 얼마나 요구되는지, 국가채무는 어디까지 늘릴 것인지, 세금은 어느 정도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도가 제시되고 논의돼야 할 때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2421.html
재정건전성만 되뇌는 기재부, 새로운 규칙 제시해야 (한겨레, 이정훈 기자, 2021-02-09 09:42)
현장에서
“코로나19 유행은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야기했지만, 아직 방향을 바꾸기에는 늦지 않았다. 새로운 경제에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난해 가을 국제통화기금(IMF)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는 경제 상황을 바꿨다. 케이(K)자 성장은 승자와 패자를 갈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의 종사자들은 급증한 영업이익만큼 상여금도 더 요구하는 반면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밤 10시까지 한시간만이라도 더 영업하도록 허용할 것을 간청 중이다.
위기로 승자와 패자의 벌어진 틈을 메우는 데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59년 만의 네차례 추경 편성과 마스크 공급 등으로 바삐 움직였다. 동시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논의된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보상도 난색을 표했다. 정의당이 발의한 재난연대세에도 고개를 저었다. 모두 ‘재정건전성’이 이유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말만 1년 내내 되풀이한 셈이다. 그사이 사회적 거리두기는 길어졌고 피해는 깊어졌다. 재정건전성이 이를 메울 수 없다. 일자리를 잃거나 영업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 대안을 제시하고 고통을 연대해야 한다.
기재부는 반대 외에는 소극적이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의 세 축 가운데 하나인 디지털뉴딜만이 기재부의 아이디어였다. 그린뉴딜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은 다른 부처가 제시했다.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도 ‘경제 컨트롤타워’의 몫이 아니었다. 대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의 ‘100조원 투자 발굴 프로젝트’를 올해 10조원 더 늘렸다. 영국이 1차 세계대전 당시 한시적으로 전쟁으로 이득을 얻은 기업에 부과했던 ‘초과이득세’(excess profits duty, 세율 40~80%)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다른 나라들이 획기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과는 달랐다.
새로운 규칙이나 대안은 실행될 때뿐만 아니라 제시될 때도 설득력이 크다. 지금을 견디면, 더 나아진다는 기대를 걸 수 있어서다. 재정건전성에는 이런 희망이 담겨 있지 않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자유방임의 종말>에서 “정부에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하거나 조금 더 잘 못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혀 시도되고 있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금 시민들이 기재부에 바라는 역할이다.

http://www.signal.or.kr/news/articleView.html?idxno=12352
[박홍순의 모래알 ⑪]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 (시그널, 박홍순 인문학·사회학 작가, 2021.02.13 21:29)
행정 각부의 업무를 총괄하고 국무위원을 통솔하는 국무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라고 역정을 낸 일로 며칠간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다. 이례적일 정도의 날 선 비판에 대해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꽤 많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전 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찬물을 끼얹은 곳이 바로 기획재정부였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로, 온갖 물건을 담아 두면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다고 한다. 기재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결과 한국은 지난 1년 동안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 가운데 정부 지원금 지출이 가장 적었다.
최근 3차 대유행으로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만들라고 공개 지시하는 과정에서 기재부가 난색을 보이자 강하게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기재부 장관은 다시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화수분 운운했다. 주류 언론에는 국무총리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여기는 평가들이 줄을 이었다. 혹은 대통령 임기 후반부에 공직사회 레임덕 조짐을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과장된 표현을 했다는 식이었다.
기재부의 나라가 아님을 똑똑히 알라는 말이 오히려 다른 진실로 우리를 인도한다. 본래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이 중심이고 정부 부처와 관료는 결정에 따른다는 의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의도와는 반대의 진실이 담겨있다. 강조하고자 했던 바와는 달리 ‘이 나라는 관료들의 나라다.’라는 점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선출직 정치인들을 관료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로 보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른다. 부표는 바닷물이 움직이는 대로 출렁거린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4~5년에 한 번 선거를 통해 자리에 오른다. 특히 한국 대통령은 단임제이기 때문에 5년 후에는 물러날 사람이다. 정치인들이 정책 결정을 하고 관료들이 따르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관료들이 올린 두어 개의 정책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한국에서 고유하게 나타나는 상황이 아니다. 또한 독재체제나 권위주의 통치세력 아래에서의 특수한 양상도 아니다. 관료의 지배는 현대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미국과 유럽처럼 민주주의 제도가 고도로 발달한 국가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겉으로는 선출된 정치인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실질적으로 국가를 움직이는 힘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관료집단에서 나온다.
현대국가의 권력 중심에는 관료들이 있다
이미 20세기 중반에 미국 사회학자 라이트 밀스는 《파워 엘리트》에서 은밀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을 분석했다.
“시대 상황이 맞물리면서 파워 엘리트가 부상하도록 만들었다. (…) 권위는 형식상 ‘국민’에게 있다. 그러나 발의 권한은 사실상 작은 집단들에게 있다. 조작의 표준적인 전략은 큰 집단의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꾸민다.”
시대 상황이란 거대 국가의 출현이다. 수천만 명이 넘는 구성원을 가진 국가체제를 만들었다. 필연적으로 권력 기구는 확대되고 중앙으로 집중되는 피라미드 구조를 갖게 된다. 관료들이 수직적인 피라미드의 각 층을 채운다.
규모가 큰 만큼 연결망은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업무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일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린다. 관련 업무를 장기간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관료가 아닌 한 일의 장악이 불가능에 가깝다.
정책 결정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정부 정책은 막연한 구상이나 추상적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관료에 의한 실행과정 사전 검토 없이는 입안 자체가 곤란하다. 실질적인 ‘발의의 권한’은 관료라는 ‘작은 집단’에 있다. 먼 거리에서 볼 때는 선출직 책임자와 대의기관을 통한 국민 결정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료의 의사가 가장 크게 반영된다. 결국 민주주의 형식이란 ‘조작의 표준적인 전략’에 의해 움직이는 틀이 되어버린다.
문제는 민주주의 제도가 발달한다고 해서 관료의 힘이 약화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탈리아 정치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서 지적한 다음 내용은 현실에서 거의 그대로 나타난다.
“민주국가와 관료국가는 매우 날카롭게 대조적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이 둘은 역사적으로 훨씬 긴밀한 상호 연관성을 지녀왔다. 보다 민주주의적으로 변해간 모든 국가는 동시에 관료주의적으로 되어갔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관료기구는 지속적으로 팽창되어 왔다. 민주국가에서 요구되는 복지기능 확대도 관료기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고용보장제도, 노후연금제도, 의료보험제도, 공공주택제도, 출산과 육아 관련 제도 등은 복지 확대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이 모든 기능은 관료조직 확대를 동반한다. 관련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관료들의 영향도 증가한다.
관료들은 주로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는가? 당연히 경제적 관계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당장 이익은 물론이고, 퇴직 후 거액의 연봉을 보장해주는 기업의 영향이 다른 무엇보다도 강하게 작용한다. 그러므로 “기재부 나라냐?”라는 말은 불쑥 튀어나온 정치적인 수사나 과장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 정치 나아가 현대 민주주의가 맞닥뜨린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짧은 칼럼이기에 구체적 방안은 무리이겠지만, 해결 방향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관료의 힘이 수직적인 거대한 피라미드 관료조직으로부터 생겨나기에, 해결은 엄격하게 위계화된 절차주의를 약화시키는 방향에서 온다. 이를 위한 가장 유력한 길이 분권과 자치의 확대다. 또한 관료제의 동력인 비밀주의를 약화시키는 방향이다. 정보공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일상적으로 제도화하는 길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2985.html
[세상읽기] 기재부와 검찰이 닮았다 (한겨레, 이철희ㅣ지식디자인연구소장, 2021-02-15 13:14)
“재정상의 민주화란 나라살림의 민주적 운용을 뜻하는 것으로 의회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하겠습니다. 근대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인 재정상의 민주주의 확립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정치적 민주주의도 한낱 허울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1988년 가을, 재정학회의 학술대회에서 최임환 회장이 한 말이다. 30여년이 흐른 2021년, 이 재정 민주화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우리나라의 재정은 건전하고 튼실하다. 그런데 이 재정 건전성은 오랫동안 쓸데 안 써서 확보된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의 규모는 재정을 통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부재와 노후 복지 부담의 사인화에 따른 결과다. 취약한 복지도 재정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한 탓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공공사회복지지출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11%)에 불과하다. 국민부담률 대비로 보면 오이시디 중에서 꼴찌다. 외환위기 때 금융계와 기업을 위해 160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됐다. 코로나 위기 때문에 40조원이 넘는 재정을 기간산업에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상이나 보편적 재난 지원을 얘기할 때는 어김없이 재정을 앞세워 손사래를 친다. 명백한 불공정이고 차별이다. 이를 시정하는 것이 재정 민주화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재정의 정보를 알고 나아가 그 편성 및 용도에 관여하는 권리’인 재정권은 국민에게 있다. 따라서 재정 민주화는 주권을 대리하는 의회에 의한 재정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의회는 심의를 넘어 재정을 어디에 쓸지 등 편성에도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정이 보통사람들의 삶이나 사회경제적 안정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재정구조를 서민 생활, 즉 민생의 논리에 의거하여 전면 재편성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기획재정부가 건전성을 명분으로 재정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은 검찰이 정의를 앞세워 수사·기소권을 자의적으로 남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심지어 검찰과 기재부는 닮은꼴같이 독점적 권한을 근거로 정치에도 개입한다. 이들이 기소권과 재정권을 독점하면서 정부 안의 정부(deep state)처럼 군림하는 구조·관행은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로서 민주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한다.
코로나 위기에서도 우리의 재정은 서민에게 무심하고 인색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으로 선진국들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지원한 비율은 국내총생산의 많게는 16.7%(미국)에서 적게는 14.6%(캐나다)에 이른다. 우리는 고작 3.4%에 불과하다. 지출액으로 보면, 미국이 4조130억달러, 일본 2조2110억달러, 독일 1조4720억달러, 영국 8870억달러, 이탈리아가 7900억달러인 데 반해 우리는 겨우 2220억달러에 그친다. 위기 대응에 따른 재정결손에선 우리가 국내총생산 대비 4.18%인 데 반해 방역 모범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는 9.14%, 12.66%다. 방역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재정이 나서서 사회적으로 부담하지 않고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얘기다.
낡은 프레임도 문제다. 싫든 좋든 의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데, 국회가 재정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에 대해 말하면 돈 퍼주는 나쁜 짓이 된다. 기획재정부는 알뜰하게 국민 세금을 아끼는 착한 곳간지기가 된다. ‘나쁜 정치, 착한 행정’은 왜곡된 프레임이다. 이는, 정치의 개입을 위축시킴으로써 편재한 불평등과 차별을 유지하고, 그럼으로써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이다. 재정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의회가 주도하고 통제해야 한다. 일반 국민의 개입도 제도적으로 열어줘야 한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원리의 참뜻도 이것이다. 국민의 재정주권을 보장하는 재정 민주화가 이뤄져야 복지를 위한 증세도 가능해진다.
최임환 교수는 이런 말도 했다. “성장 위주의 자본의 논리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서민대중, 나아가 노동층의 논리에도 깊은 배려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들 다양한 이익집단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때 비로소 재정의 민주화는 구현되는 것입니다.” 재정이 국민,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돌보는 것이 바로 재정의 민주적 개혁이다. 이제 ‘안’ 쓰는 재정이 아니라 ‘잘’ 쓰는 재정으로 가야 한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215514815
[강호원칼럼] 재정경제 관료들 다 어디 갔나 (세계일보, 강호원 논설위원, 2021-02-15 23:53:58)
대법원장도 발간 거짓말하는 나라
빚 살포가 “국민 뜻”이라는 정치인
청년들의 ‘칠흑 미래’ 생각해 봤나
‘재정 파수꾼’ 없는 나라는 망한다
최악의 거짓말이 있다. 그것은 국가재정을 두고 하는 거짓말이다. 다른 종류의 거짓말은 사람을 갈고, 선거를 통해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거짓말에 파탄 난 국가재정은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가 그런 나라다. ‘돈 살포’ 포퓰리즘에 탕진해 버린 재정. 더 이상 빚조차 낼 수 없게 되자 돈을 찍어냈다. ‘빚의 굴레’, ‘파탄의 굴레’가 찾아든다. 희망은 사라지고 캄캄한 절망이 나라를 뒤덮는다. 가난이 만연하고 탈출은 일상화한다. 국가조직은? 삶의 무덤일 뿐이다. 그런 나라는 망한다. 왜? 덫과 같은 존재로 변해 버린 정부가 누구에게 애국심을 호소하겠는가. 아널드 J 토인비의 ‘화석화한 문명’은 바로 그런 곳을 두고 한 말이다.
암울한 미래를 부르는 악성 거짓말은 만연한다. 상징적인 시발점은 2019년 5월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다. 그런 곳엔 가질 않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재정 관료를 윽박질렀다. “국가채무비율 40%의 근거가 뭐냐”며. 확장재정을 외쳤다. 교묘한 수사다. 수십년간 이어온 ‘40% 둑’은 허물어지고 이젠 60%를 마지노선이라고 한다. 그 선은 지켜질까. 턱도 없는 소리다. 정부가 만든 엉터리 재정전망에서도 2045년 99%까지 치솟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탕진은 그때부터 더 불붙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뿌린 지난해 4·15 총선, 달콤한 돈맛을 봤던 걸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빚 뿌리기가 다시 불붙고 있다. 돈 살포 외에는 관심이 없다. 재원에 대해서도, 빚더미에 오를 청년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너희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니 내 상관할 바 아니다’라는 오불관언만 판친다. 무슨 진리라도 설파하는 양 “돈을 뿌려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자영업자 영업손실보상법을 만들겠다던 정세균 국무총리. “그런 것을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는 기획재정부 관료를 향해 “개혁 저항세력”이라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랏빚 증가에 반대하는 재정 관료를 향해 “재정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윽박질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전도사처럼 행세한다.
탕진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것이 ‘개혁’인가. 재정의 주인은 누구인가. 나라 곳간을 거덜내는 정치집단이 주인인가.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그를 믿어도 될까. 그는 누구일까. 현 정권의 빚 살포 포퓰리즘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양치기 소년’ 별칭까지 붙어 있다. “쇼를 한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고(故)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 “국민은 대통령과 여당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도 믿어야 할 곳 한 군데쯤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경제정책 총괄 부서여야 한다.”
무슨 뜻일까. 국가재정의 파수꾼. 그것이 바로 재정 관료의 사명이라는 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는 없다. ‘혼 빠진’ 정치인에게 국가재정을 어찌 맡기겠는가. 재정 관료는 사명을 다하고 있을까. 그랬다면 빚 뿌리는 정치에 대한 비판이 지금쯤 봇물을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입을 봉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침묵인가. 수십년간 나라의 기둥 역할을 해온 올곧은 재정경제 관료는 다 어디 갔나.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9112.html
‘기재부 관료’로 다 채운 청와대 경제팀…홍남기 후임도? (한겨레, 이정훈 기자, 2021-04-01 02:44)
경제정책비서관에 이형일 차관보
정책실장-경제수석 뒤이어
임명 관료들 일제히 배치는 이례적
청와대 ‘경제팀’에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잇달아 선임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들어 관료들의 약진이 뚜렷하다. 교체 가능성이 높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 역시 같은 부처 출신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청와대는 경제정책비서관에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이호승 경제수석이, 30일에는 경제수석 후임으로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정책실장-경제수석-경제비서관으로 이어지는 청와대 경제정책라인이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기재부 관료로만 경제정책라인이 짜인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일 뿐더러 과거 정부에서도 드물었다. 참여정부 막바지인 2006∼2007년 변양균 정책실장(기획예산처)과 윤대희 경제수석(재정부) 수석이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장하성·김수현·김상조 등 대학교수 출신이 자리를 이어오다가 임기를 1년 여 앞두고 무게중심이 기재부 관료로 옮겨진 셈이다. 이호승 실장과 안일환 수석은 행정고시 32회 동기이며, 이형일 비서관은 네 기수 아래다. 모두 기재부에서 대부분의 공직 생활을 보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안일환 신임 경제수석 등의 임명 배경으로 “경제 분야 정무직 인사는 대내외로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정부 후반기 당면 현안과 경제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새로운 도약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남은 임기 동안 기재부 관료들을 중용해 안정감 있게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관심은 4월7일 재보궐 선거 이후 개각에서 교체가 예상되는 홍 부총리의 후임이 누가 될지에 쏠린다. 후임으로는 청와대 경제정책라인처럼 기재부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경제정책라인과 보조를 맞춰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집행하려면 기재부 출신이 적임일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에 따라 기재부 출신인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후보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기재부 안팎에서는 “정부의 인재풀이 좁아 ‘회전문 인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판과 “임기 막바지에 기존 경제정책 수행에 적합한 사람은 관료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989287.html
각광 받는 ‘모피아’ 금융업계 진출 활발…“최소한의 규범 필요”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1-04-01 18:58)
다시 떠오르는 모피아들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고위 금융 관료들이 금융권에 속속 진출하는 가운데 금융당국 감독을 받는 은행권도 모피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권에 혁신을 일으키겠다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 31일 금융 관료 출신인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모피아 영입 대열에 합류했다.
모피아란 재무 관료(옛 재무부를 뜻하는 MOF)와 마피아를 합성해 만든 단어다. 국가 주도 경제개발과 금융정책이 지배적이었던 박정희 정부 당시 옛 재무부 관료들이 금융권에 큰 영향력을 끼친 데 이어 그 후손 격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관료들도 현직을 지내며 금융기업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고액 연봉의 자리를 제안 받는 등 유착 관계를 갖는 현상을 비꼬아 만든 말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부실 점검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대거 물갈이되면서 모피아의 민간 금융권 진출도 한동안 주춤했지만 지난해부터 흐름이 다시 바뀌는 모양새다. 업계의 민원 창구 역할을 하는 은행연합회장에 금융위 출신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손해보험협회장에 금융위 출신 정지원 전 거래소 이사장이 취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맡은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보험 대표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거친 금융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은행도 최근 모피아 영입에 나섰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낸 임승태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서태종 사외이사도 신규로 선임했다. 카카오뱅크가 사외이사로 선임한 진웅섭 전 금감원장도 재무부의 후신인 재정경제원과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등을 지낸 정통 관료다. 과거 은행의 주된 영입 대상은 주로 은행을 직접적으로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퇴직자에게 집중됐는데, 이제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정통 관료들도 영입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고위 금융 관료가 금융업계에서 다시 부상한 이유는 뭘까. 일차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주요 금융 관련 부처에서 쌓은 실력이다. 금융 유관협회 관계자는 “경영진 입장에서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해당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리더를 필요로 하는데, 공무원 가운데 실력이 특히 좋은 금융 관료가 적격”이라며 “경험적으로 업계 출신 리더보다 대체로 식견이 더 넓다”고 말했다.
법을 직접 다루는 공무원이라는 무게도 고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숙기에 진입한 은행, 보험 등 금융산업이 새 먹거리를 찾느라 분주한 만큼 현행 규제가 어떤 점에서 걸림돌이 되고 어떻게 바꾸도록 건의할지가 큰 숙제”라며 “법을 직접 다루는 건 공무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금감원이나 한국은행 등 공무원이 아닌 인력을 영입해 오는 것과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산업을 추진하거나 금융당국의 지침을 받은 금융회사는 당국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관료를 기용한다. 카카오뱅크도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확대하라는 금융위의 권고에 따라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재무부 관료처럼 금융 권력을 쥐고 흔드는 시대가 아니라도 금융 관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 입김을 미친다는 건 그만큼 업계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로비’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는 뜻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지금은 업계가 전직 관료를 통해 로비하더라도 어떤 걸 요구했고 어떻게 법을 바꿨는지 그 내막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로비스트 활동을 하는 사람의 활동 내역을 주기적으로 조사하는 등 최소한의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528012
김상조 떠나고 기재부 관료들로 채워지는 靑 경제라인…왜? (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2021-04-02 04:00)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비서관 모두 기재부 출신
文정부 들어 처음…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도 흔하진 않아
김상조 경질, 갑작스럭 인사 상황서 안정 찾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여권에서는 안정 택한 만큼 레임덕 가속화 우려도…"불행한 상황까지 밀린 셈"
4월 교체 예상되는 홍남기 부총리 후임에도 역시 기재부 출신?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경제정책 라인이 기획재정부 관료들로 채워졌다. 청와대 경제라인을 기재부 관료들이 장악한데 대해 여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경질은 기재부 관료 중심 인사의 도화선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실장 후임에 기재부(행시 32회) 출신인 이호승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공석이 된 경제수석 자리에는 안일환 기재부 2차관(행시 32회)을 기용했다.
지난달 31일 경제정책비서관에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행시 36회)를 임명하면서 경제라인 재정비를 마쳤다.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비서관으로 이어지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경제정책라인이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통상 경제정책비서관에는 기재부 관료 출신을 써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실장과 경제정책수석 모두 기재부 관료로 채워진 경우는 이번 정부 들어서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임기 4년 간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등 교수 출신을 장관급인 정책실장에 써왔다. 대선 캠프 시절부터 공약을 만드는 데 함께 해와, 국정 철학과 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들이 정책실장을 맡아온 것이다.
기재부 관료들의 청와대 경제라인 장악은 과거 정부 사례를 봐도 드문 경우다.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장관급의 청와대 정책실장이 있었던 참여정부의 경우 임기말이었던 2007년 9월 마지막 정책실장으로 교수출신인 성경륭 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임명했다. 당시 보조를 맞췄던 경제수석은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의 김대유 수석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정책실장은 기획예산처 관료 출신이긴 했지만, 당시 정책실장은 차관급으로 지금과는 급이 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책실장의 자리는 없었지만, 마지막 두 경제수석은 모두 정치인 출신이었다.
임기말로 외부에서 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도 청와대 경제라인 모두가 기재부 관료로 채워진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닌 셈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임기말 기재부 관료들이 약진한 이유로는 갑작스러운 인사 상황에서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교체는 예상돼 오던 것이지만, '전세금 인상' 논란으로 시기상 갑작스러운 인사를 내며 이 실장을 승진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종에 '사고 수습'을 하기 위해 관료로 자리를 채우는 인사를 낸 것.
이 실장은 정권 초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김 전 실장과 내내 보조를 맞춰왔다. 관료출신이긴하지만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등 현 정부 중점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여권에서는 기재부 관료로 채워진 정책라인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정책을 주도하기 보다 안정적인 관리에만 치우치게 되면 레임덕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책통으로 꼽히는 여권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공석이 생기니까 급하게 데려올 사람을 찾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관료 출신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전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 가장 불행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교체될 것으로 보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후임으로도 기재부 출신들이 물망에 오른다. 기재부 출신인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9457.html
다시 찾아온 ‘관료 전성시대’…개혁 마무리 맡겨도 될까 (한겨레, 박현 경제산업부 선임기자, 2021-04-03 02:3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정권 말기가 되자 다시 관료의 전성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물러난 자리를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물려받고, 다른 경제정책 요직들도 속속 관료들로 채워지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더 안타깝다. 적폐청산과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내달려왔건만 개혁을 마무리 지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관료들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건 아이러니하다. 고위 관료들 대부분이 이미 기득권 세력화한 탓이다.
관료들이 전진 배치되고 부동산 투기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정권 초·중반기 그나마 씨앗을 뿌렸던 개혁적 조처들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개혁 청사진을 가진 정권 핵심부와 실무에 능한 관료들 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런 구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법만 만들어놓는다고 결실을 맺는 게 아니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시행령과 규정, 세칙 등에 담긴다. 제아무리 좋은 취지의 법률이어도 이를 집행하는 세부 방안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용두사미가 되기 십상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데, 이 작업이 온전히 관료들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특히 재벌·부동산·금융 등 경제정책 전반의 후퇴가 우려된다.
요즘 관료들은 과거 개발연대 시기의 공직자가 아니다. 옆집에 철이와 순이 같은 가난한 친구를 둔 관료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다. 고위 관료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보라. 서울 강남과 세종시에 각각 아파트를 소유하다가 청와대의 다주택 처분 방침에 따라 ‘똘똘한 한채’를 강남에 남기고, 예금은 적게는 수억, 많게는 십수억을 가진 게 요즘 잘나가는 관료들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런 이들에게 서민을 중심에 둔 경제정책이 나오길 바라는 건 연목구어에 가깝다.
관료들의 기득권화 현상은 단순히 사고방식과 이념의 보수성에만 기인하는 건 아니다. 관료들은 민간 경제권력들과 끈끈하게 유착·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통로는 정보와 자리다. 고급정보를 끼리끼리 공유하면서 이른 시기에 목 좋은 곳에 아파트를 장만하고, 심지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에서 보듯이 투기까지 한다. 퇴임 이후에는 공공기관이나 유관 협회, 대기업·금융회사 사장 등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간다. 기재부 관료들이 사용자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고위직으로 가고, 금융위원회 관료들이 민간 금융협회장으로 가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위 관료들은 협회장 자리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협회의 2인자 자리인 전무까지 차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이 문제제기를 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정권 말기 공직 기강이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착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으로만 끝나면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피해를 일반 국민들이 본다는 게 문제다. 금융 분야에서는 대형 금융 스캔들로 번진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들이 7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사모펀드 사태는 직접적으로는 금융회사의 탐욕이 촉발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관료들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 체계도 갖춰놓지 않은 채 규제를 무분별하게 풀어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폐해를 이미 신물 나도록 봐왔는데도 우리는 아직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현 정부는 금융 분야에서는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개혁의 씨앗을 뿌렸다. 지금껏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금융회사를 중시해온 정책 기조에서 큰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금융 감독을 책임지는 금융감독원장에 금감원 출범 이래 처음으로 관료가 아닌 민간 출신 개혁 인사(윤석헌 원장)를 앉혔기에 그나마 가능한 일이었다. 윤 원장은 소비자 피해를 초래한 금융회사 경영진에게 중징계 제재를 내리는 등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이에 금융업계는 강한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피아(금융 관료)들도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모피아 출신인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의 최근 발언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금번 금융 감독 당국의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의 원칙’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금융권에서 예측하기가 어렵고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
재·보선을 계기로 개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료들에게 맡기면 일이 그럴듯하게 처리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촛불시민들이 요구했던 근본적 개혁의 길은 멀어질 것이다. 그나마 움트기 시작한 개혁의 싹마저도 잘려나갈지 모른다. 이런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40414520001140?did=NA
역대 경제관료 ‘순장조’, 정권 바뀌면 웃지 못했다 (한국일보, 세종 = 박세인 기자, 2021.04.05 04:30)
기재부 출신 마지막 청 간부, 대부분 친정 복귀 무산
정권 교체후 청 경력 낙인… 해외 파견·외청 떠돌아
"인사 명령 따랐을 뿐… 아쉬운 인재" 평가도
최근 국가 경제정책 핵심 라인인 청와대 정책실장(이호승), 경제수석(안일환), 경제정책비서관(이형일)이 모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이라 이들은 사실상 ‘순장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청와대 안에서도 중요한 자리로 여겨져서일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지킨 기재부 출신 비서관급 이상 8명(수석 2명 포함)을 추적해 본 결과, 이들의 정권 교체 후 경력은 그 이전까지의 화려함과는 크게 대비됐다.
정권 바뀌자 절반은 해외로
4일 청와대와 정부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제금융비서관이었던 김철주 전 비서관은 정권 교체기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부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청와대 근무 전까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보직을 거친 경력에 비하면, 마지막 비서관이었다는 점 때문에 불이익을 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경제금융비서관이었던 최원목 전 비서관은 정권이 바뀐 직후 유일하게 친정(기재부)으로 복귀해 주요 보직으로 분류되는 기조실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 역시 1년 4개월여 만에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문재인 정부에서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 등으로 승진을 거듭한 구윤철 현 국무조정실장도 노무현 정부가 끝난 직후 미주개발은행(IDB) 자문관으로 한국을 떠나 있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내내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비서관급인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외청·지원기구 근무… 수석은 은퇴
다른 비서관 3명은 친정 복귀 대신, 외청이나 청와대·총리실 산하 기구로 자리를 옮겼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기획비서관이었던 최재영 전 비서관은 정권이 바뀐 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을 거쳐 현재는 국제금융센터 원장을 지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경제정책비서관이던 문일재 전 비서관은 정권 교체 후 외부 공모 절차를 거쳐 조달청 차장이 됐다. 이후 은행권 부실자산 관리기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출범 때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우기종 전 국민경제비서관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을 지킨 뒤 국무총리실 산하 건국60주년 기념사업 추진기획단장,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기획단장 등 외부로 돌았다. 이후 이명박 정권 마지막 통계청장으로 돌아와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경제수석이었던 김대유, 김대기 전 수석은 정권이 바뀐 뒤 공직을 떠났다. 정책실장을 겸임했던 김대기 전 수석은 단국대 초빙교수 직함을 달고 있다. 김대유 전 수석은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 2018년부터 KT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관료 출신 마지막 청와대 간부들의 이후 경력이 순탄치 못했던 만큼, 후배 공무원들의 시선에도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을 더 할 수 있는 데도 청와대 근무 경력만으로 낙인찍힌 선배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2KYT6DEZR
'세베리아'에 갇힌 공정위·산업부···정보수집 어려워 정책 실효성 뚝 (서울경제, 세종=양철민 김우보 기자, 2021-04-05 17:50:01)
[무너지는 관료 사회] <상> 방향 잃은 '정책 나침반'
외부인 접촉 어렵고 지리적 고립
공정위 현역-OB 만나도 대화 못해
산업부도 "부처·기업간 협업 한계"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 세종에 위치한 데다 김영란법까지 더해지니 저희 부처의 정보 수집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만난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각종 규제로 업무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호소했다. 특히 공정위는 기업이나 시장 관련 정보를 부지런히 수집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기업 내부 고발이나 신고 등에 의지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공정위가 최근 ‘대기업 위장 계열사 신고 시 최대 5억 원 포상’ 등의 정책을 행정 예고한 것 또한 예전 같지 않은 ‘경제 검찰’의 수사력과 관련이 깊다.
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 직원들이 최근 가장 선호하는 부서는 기업의 인수합병 심사를 담당하는 시장구조개선정책관 산하의 과(課)들이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점점 교묘해져가는 기업 담합 조사보다는 관련 부서가 기업들의 협조를 끌어내기 쉬운 데다 퇴직 후에도 자리를 옮기기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의 한 과장급 관계자는 “대형 로펌들로 구성된 대기업 변호인단과 담당 직원 몇 명으로 구성된 공정위 관계자들이 전원회의에서 맞닥뜨릴 경우 공정위 입장에서는 명백한 증거 없이는 대형 로펌의 논리를 이기기 쉽지 않다”며 “내부 전문성을 키우는 수밖에 없지만 지금과 같은 인력 구조하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최근 한 사무관이 로스쿨로 자리를 옮긴 것 또한 이 같은 ‘인력 부족’의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정위 직원들은 내부 규제 때문에 옛 상사들의 조사 노하우를 전수받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공정위는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을 통해 △대기업에서 공정위 관련 업무 취급자 △공정위 관련 사건 수임이나 담당 경력이 있는 변호사나 회계사 △대기업이나 로펌에 취업한 전직 공정위 공무원 등을 만날 경우 5일 이내에 감사 담당관에게 별도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상갓집에 갔는데 공정위 현역 직원과 옛 직원(OB)들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다른 테이블에 어색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며 “서울에 자리한 데다 김영란법 영향에서 자유로운 국회 대비 공정위의 정보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정치권의 이런저런 압박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종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오후에 회의를 하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응당 저녁을 함께하며 협의를 연장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회의만 마치면 바로 나와야 한다”며 “기업의 속사정을 알아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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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빠진 官街···'정책 파수꾼'이 사라졌다 (서울경제, 세종=황정원 기자, 2021-04-05 17:51:26)
[무너지는 관료사회]
靑·巨與에 정책 주도권 뺏기고
LH사태 땐 적폐·개혁대상 몰려
국가 중장기 미래 그려야하는데
5년짜리 정부 심부름꾼으로 전락
관료적 합리성은 사라지고 정치적 합리성만 목소리를 높인다. 청와대와 거대 여당에 정책 주도권을 빼앗긴 관가에서는 ‘청(靑)기친람’에서 ‘여(與)기친람’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온다. ‘마스크 대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적폐로 몰리며 개혁 대상이 된 것은 공무원뿐이다. 당청과 정책을 논의하는 파트너였던 관료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머리 없는 손발’로 추락했다. 관료 사회의 붕괴는 정책의 연속성을 파괴한다. 전직 고위 관료는 “후배들이 5년짜리 정부 단기 정책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다”며 “관료는 나라의 중장기적 미래를 생각하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5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행정부가 정책 운영의 독립성을 잃으면서 관료들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무기력증이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친노동 성격의 법안 강공 드라이브와 재난지원금, 가덕도 특별법까지 정부 목소리는 그대로 묻혔다. 특히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이념이 담긴 정책들은 실패했고 책임은 관료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180석의 거여가 탄생한 후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과 보신주의는 극에 달하고 있다. 제어장치가 사라지자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당의 의지대로 징벌적 부동산 정책이 이어졌고 부메랑이 된 것은 집값 급등이었다. 조세정책을 최전선에서 지휘하던 조세실장은 국회 조세소위에서 “잠깐 나가 있으라”는 말을 들으며 쫓겨나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은 부처 1급과 공기업 임원 인사까지 청와대가 모두 손에 쥐고 있다. 인사권이 없으니 무력감은 커진다. 국회는 생색만 내고 책임은 관료 사회로 떠넘기니 “이럴 거면 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참여정부의 DNA를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정권 초부터 ‘늘공(늘 공무원)’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출발했다. 참여정부 개혁의 발목을 잡은 것이 경제 관료라는 트라우마는 관료를 불신하게 했다. 정권 초기인 지난 2019년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개 회의에서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도맡아 하겠다”라는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익명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관료를 정책 전문가로 대우하지 않고 정치인들이 군림하려 드니 사기가 떨어지고 점점 움츠러들게 된다”며 “나라의 기둥인 관료 사회가 흔들리면 국가 리더십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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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감은 옛말···5년차 미만, 기재부서만 6~7명 줄사표 (서울경제, 세종=우영탁 김우보 기자, 2021-04-05 17:51:42)
[무너지는 관료 사회] <상> 방향 잃은 '정책 나침반'
"권한없고 책임만…경쟁 치열해 비위 맞춰야 승진" 자괴감
文정부 출범 후 산업부 과장급 10여명·2년차도 5명 퇴사
"특공커녕 전세도 못구해" 세종 집값 급등도 사기 떨어뜨려
“가끔 스타트업이나 여의도 금융권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요. 돈도 잘 벌고 주도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거든요. 거기다 화려하기도 하잖아요.”(28세 사무관 A 씨)
“행정고시를 왜 보는지 모르겠네요. 일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권한은 없고 책임만 크잖아요.”(33세 벤처캐피털 심사역 B 씨)
공무원이 떠나고 있다. 입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연차 사무관도, 이제 관록을 드러낼 과장도 직을 박차고 세종시에서 짐을 싸고 있다. 고시에 합격했다는 영광도 잠시다. 대기업에 비해 급여도 적고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에 기껏 만든 정책이 뒤집히는 일을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다. 더 이상 공직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5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를 나간 과장급 공무원은 10여 명에 달한다. 체력과 경험을 갖춘 공직 사회의 허리들, 그중에서도 소위 ‘에이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사표를 던지고 나간 터라 부처 내 파급력이 컸다. 이직하는 곳은 학계·기업·법조계 등 다양하다.
이들이 퇴직을 결정한 것은 공직 생활이 예전만 못하다는 회의감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하면 국·실장으로 승진하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지며 승진을 위해서는 상급자 비위를 맞춰야 하는 탓이다. 산업부의 한 서기관은 “통상 행시 50회 정도면 타 부처에서는 과장을 맡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산업부에서는 팀장 자리도 맡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언제 될지도 모르는 승진을 바라보기보다는 ‘민간에서 받아줄 때 가자’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 정책과 성과에만 매달리다 보니 중장기적인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도 없다. 아이러니하게 참여정부를 이었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보다 참여정부 시절이 더 낫다고 한다.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참여정부 시절 ‘비전2030’ 작업에 참여한 것이 공직 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었다. 그때는 밤새 일해도 나라의 중장기적 미래를 생각하며 큰 그림을 그린다는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며 “최근에는 단기적 성과 위주의 지시만 쏟아지고 눈앞의 일들을 처리하는 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영원한 인기 부처인 줄 알았던 기획재정부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기재부를 떠난 공무원은 100명에 육박한다. 기재부는 1월 5급 공채 신임 사무관(65기) 희망 부처 1순위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굴욕도 당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 같은 기재부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몇 년 새 정치권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기재부의 정책 기획이나 조정 능력 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조직 규모가 타 부처 대비 큰 데다 산하기관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아 인사 적체가 심한 것도 기피 부처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른바 MZ 세대라고 불리는 1990년대생 사무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입부 5년도 되지 않은 초임 사무관 동기 400명 중 6~7명이 그만뒀다. 2010년까지만 해도 5급 공무원은 임용 10년 이내 퇴직자가 전무했다. 심지어 행시의 꽃으로 꼽히는 재경직 사무관조차 미래를 찾지 못하고 대학원과 로스쿨 진학 등을 이유로 사표를 던진다. 산업부에서는 지난해부터 근무한 2년 차 사무관 중 5명이 퇴사했다. 관심 분야를 살려 벤처캐피털 투자자로 전업한 경우도 있지만 행시 합격 경력을 살려 공직적격성평가(PSAT)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반영되지도 않을 국가 정책을 매일 야근하며 짜는 것보다 속 편한 학원 강사가 낫다는 것이다.
특별공급 제한 정책은 세종시 집값 폭등과 맞물려 신임 사무관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신규 사무관은 세종시 조성 후에 임용됐기 때문에 사전에 직장이 세종시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별공급 혜택을 받지 못한다. 국·과장급의 선배 공무원들처럼 특공 혜택은 누려보지도 못한 데다 그나마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해 비교적 이르게 정착할 수 있던 장점조차 없어진 것이다. 기재부의 한 서기관은 “급등한 세종 아파트의 공시지가로 크게 오른 세금 이야기를 하다가도 신임 사무관들이 오면 입을 닫는다”며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몸값이 크게 높아진 개발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과 명예 모두 가진 스타트업 창업자의 이야기도 1990년대생 사무관의 마음을 흔든다. 한 재경직 사무관은 “많지 않은 월급으로 월세를 내며 타지 생활을 하다 보면 서울 여의도나 강남에서 일하는 대학 동기들이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며 “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둘러보다 보면 ‘나는 세종에서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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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치화'에 공무원 전문성 흔들···포퓰리즘 제어장치 무너진다 (서울경제, 세종=서일범 기자, 2021-04-05 18:06:51)
[무너지는 관료사회-(상) 방향 잃은 '정책 나침반']  
코로나·경제·부동산 등 해법모색 급한데
당청 일방통행식 정책 하달로 '관가 패싱'
주요부처 목소리 못내…국민 피해 불보듯
지난달 아파트 전세금 인상 문제로 퇴임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여당과 시민 단체의 업무 평가는 대체로 인색하다. 그의 전임이었던 장하성·김수현 실장이 ‘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적극적 개혁을 추진한 반면 김 전 실장은 관료들에게 포획돼 제대로 된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관료들의 설명은 다르다. 그래도 김 전 실장은 다른 ‘낙하산’ 실장들과 달리 관료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이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정도의 현실감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 전직 고위 관료는 5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가진 전문성을 배격하면 모든 정책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르게 된다”며 “김 전 실장은 관료에게 포섭당한 게 아니고 그들의 합리적 의사 결정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복합 위기의 틈바구니에 낀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황폐화된 관료 사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엘리트 집단인 경제 관료가 제 목소리를 내야 제대로 된 위기 극복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근혜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 관료들의 역량이 떨어져 정책의 품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진단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덧칠해진 정치색을 빼고 공무원이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부동산 등 다양한 경제문제들을 풀어낼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가 인터뷰한 관료들은 먼저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조차 동의할 수 없는 일방통행식 당청의 정책 하달부터 멈춰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주택자를 ‘죄인’으로 모는 징벌적 과세 체계와 같은 ‘억지 춘향’식 정책 수립이다. 예를 들어 최근 1급으로 승진한 한 정부 부처 고위 관료는 배우자가 어머니로부터 상속 받아 보유하고 있던 서울 아파트의 공동 지분 50%를 어머니에게 다시 증여하고 증여세 수천만 원을 물었다.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2주택자는 탈락시키기로 내부 검증 기준을 마련해서다. 이 관료는 공무원직을 그만두는 날이 오면 이 지분 50%를 다시 상속받을 예정이다. 물론 이때 상속세를 또 내야 한다.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언한 여당의 ‘이상한’ 기준 때문에 결과적으로 집 0.5채에 세금만 세 번을 납부하게 되는 셈이다.
기재부에서 세금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사무관급 공무원은 “집 두 채 가진 사람을 왜 세금으로 징벌해야 하느냐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며 “위에서 시킨 대로 일은 하지만 스스로 논리가 서지 않으니 정합성을 갖춘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경제 대책을 여당과 청와대 내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정책 품질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 ‘9전9패(청와대 및 여당과 맞부딪친 정책에서 모두 뒤로 물러섬)’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얻게 된 배경에도 사실은 제어장치가 망가진 거대 여당의 폭주가 있다는 게 관료들의 지적이다.
당장 홍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첫 재난지원금 편성안에 ‘농어민 일괄 지원 계획’을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여당의 강한 공세에 밀려 결국 지원금 지급 계획에 찬성했다. 선거 이후 당청이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전 국민 재난위로금 지급에도 기재부 내에서는 반대 기류가 강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위로금을 주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라 “반대 논리를 만들어봐야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체념의 목소리가 강하다.
무엇보다 관료들에 대한 운동권 출신 여당 핵심 세력들의 뿌리 깊은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9년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실수’가 이런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이 원내대표와 김 실장은 한 공개회의에 참석해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정부 관료가 말을 듣지 않는다. 잠깐 틈을 주면 엉뚱한 짓을 하고…” 등의 ‘속내’를 털어놓다가 외부에 공개돼 곤경을 치러야 했다.
경제 부처 출신으로 국내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전직 관료는 “여당 출신 정책보좌관들이 사실상 장관의 ‘문고리’ 겸 과거 국정원 정보관(IO) 역할을 하면서 정부 정책 수립 과정을 감시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국가정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기 어렵고, 이렇게 되면 결국 국민들이 최대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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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비리온상 낙인 찍어···우린 민심달래기 희생양" (서울경제, 세종=박효정 기자, 2021-04-05 18:08:58)
'지나친 적폐몰이' 불만 목소리
모든 직원 재산등록 의무화에
"재·보선 앞두고 꼬리 자르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가 불거지며 모든 공무원에게 재산 등록 의무가 부과되자 공직 사회에서는 ‘지나친 적폐몰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무원 직계 존·비속의 재산도 신고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000만 명의 국민 재산 정보가 신고 대상에 오를 수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공무원을 증원하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도로공사·농어촌공사·국가철도공단·LH 등 부동산 개발 관련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 모든 직원의 인사혁신처 재산 등록을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과 공공 기관 임원이 대상이었지만 이를 모든 직원으로 확대했다. 부동산 개발과 관련이 없더라도 모든 정부 부처 공무원들과 공공 기관 임직원은 전 재산을 소속 부처·기관 감사 부서에 등록해야 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기준 전체 공무원 111만 3,873명에다 공공 기관 41만 594명까지 합해 153만 명이 재산 등록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국민의 분노가 워낙 크니 이런 대책이 나온 것이겠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히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고위 공직자들이 즐비한데 재보선을 앞두고 공무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땅 투기 근절을 위한 후속 조치라고 내놓은 공무원 재산 등록이 모든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하위직 공무원의 책임으로 전가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본인을 비롯해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합칠 경우 인구 5명당 1명은 재산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제출한 재산 등록, 증빙 서류를 상시적으로 관리·검증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대대적인 충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전국 225개 기초자치단체, 17개 광역자치단체와 각급 교육청, 중앙 정부 부처와 경찰·소방청 지역 조직에 모두 재산 등록, 검증,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 팀을 만들 경우 최소 수천 명의 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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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내편 아닌 국민가치를 대변···공무원, 영혼·기백 가져야" (서울경제, 세종=우영탁 기자, 2021-04-06 18:32:08)
[무너지는 관료사회-< 하 > 전직관료 4인 '공직자·정치권에 쓴소리']
전윤철 "장관이 국무회의서 받아쓰기만 하면 미래 없어"
노대래 "좋은 정책, 학자 이론·실무 경험 합쳐져야 나와"
전광우·권태신 "정부는 관료 지적 귀담아들어야" 지적
“현직 공무원도 정치권과 치열하게 토론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경제 원로들은 관료들이 청와대와 여당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숙명론도 있지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공복’의 마음가짐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나설 때는 용기 있게 뚝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가 원로들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계층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사회·경제적 현실에서 중립적으로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이는 140만 공무원뿐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는 6일 “공무원이 영혼과 기백 없이 공직 생활을 하면 정치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경제부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감사원장을 지내면서 43년간 관료 생활을 했던 그는 “정치권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부총리는 이어 “정치권이 자기편인 계층의 이익을 위해 입법을 하며 공직자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공직자들의 사기를 꺾고 정치권에 끌려다니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보가 정치권의 독주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차 재난지원금 편성 과정에서 기재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의 피해를 덜어주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제안할 수 있었는데 곳간지기로서 반대만 하다가 정치권의 논의에 끌려갔다는 것이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행정 부처에 오래 몸 담아온 공무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현직에 있는 공무원들은 과연 내가 끝까지 주장을 제대로 했는지, 국민을 위해 과연 이 정책이 옳았는지를 끊임없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부존자원 없이 사람의 힘으로만 경제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공무원들 스스로 자원이라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태신 전 국무조정실장은 “공무원이라는 조직은 국가 전체에서 보면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라며 “국가가 우수한 사람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공채로 뽑았고 외국에서 교육도 시켜 키워낸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전 부총리 역시 “공무원들의 머리로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관료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 전 위원장은 “정책이 과도하게 정치화하면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부작용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주도했던 부동산 정책에서 해당 부처 관료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았다”며 “연속성이 필요한 장기적인 정책에는 관료의 생각과 판단이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전 실장 역시 “청와대·여당과 공무원은 한 몸인데 머리가 손발을 때려서는 안 된다”며 “참여정부 말기에 청와대 요소요소에 합류한 공직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파주 LCD단지 등 굵직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명하복의 문화를 타파하고 토론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전 전 부총리는 공직 사회가 자기 말을 하기 위해서는 장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무회의는 헌법상 최고 의사 심의 기관이다. 여기서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토론 없이는 개혁이 안 된다. 장관들이 받아쓰기만 하고 앉아 있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당정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해야 좋은 정책이 만들어진다”며 “좋은 정책은 학자의 이론적 배경에 실무자의 경험을 합쳐 만들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30108
"우리 관료들, 대공황 때 미국 답습... 역할 못하는 청와대 정책실 가장 무능하다" (오마이뉴스, 20.04.08 07:42 l 이승훈(youngleft))
[긴급진단]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국채 200조 발행해서라도 2차 충격 대비해야"
"1920년대 미국에서 경제 위기를 대공황으로 몰고 간 것은 정책 실패였다. 당시 미국의 관료들은 경기가 나빠져 세금이 안 걷히니까 오히려 균형 재정 한다고 지출을 줄여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료들이 지금 1920년대 미국 관료들이 했던 짓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정 건전성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위기 상황에 맞는 과감한 정책 마련에 실패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대공황을 불러온 미국의 관료들을 닮았다고 지적하면서다.
박 교수는 "미국과 EU 국가들이 발표한 경제안정화 패키지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를 보면 평균적으로 GDP의 11%"라며 "그에 비하면 우리는 추가경정예산 1차, 2차 합쳐서 20조원인데, 다른 나라들의 10분의 1 수준을 가지고 덜덜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은 절대적인 수준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수준 모두 양호하다"라며 "재정적자가 심한 나라들도 위기 국면에서 확장재정 정책을 쓰는데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우리가 움츠러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꼬집었다.
"실업 대책 마련이 훨씬 시급한데, 정책테이블에 없다"
지난 3일 박 교수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경제학자인 박 교수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아 재벌개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진보적이지만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청와대 정책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기재부 관료들이 1920년대와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를 이야기하면 그 중간에서 균형을 맞춰주고 바로잡아줘야 할 게 청와대 정책실인데 그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 정책실이 가장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주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기준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재난지원금 수급 기준을 놓고 논란을 벌이느라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정책 역량이 소모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4월 총선 이후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정부가 고집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특히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보다 앞으로 닥칠 실업에 대응할 고강도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코로나19로 "전 세계 일자리가 2470만개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대규모 실업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무급 휴직이 시작되는 등 고용불안정이 커지고 있다.
박 교수는 "실업 대책 마련이 훨씬 시급하고 돈이 많이 드는데, 정책테이블에 없다"며 "직종에 따라서 실업에 준하는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게 재난지원금보다 더 효과적이고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해고를 막는 고용유지지원금은 좋은 정책이지만 지원금으로도 실직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도 실업부조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올 2차 충격이 훨씬 커... 필요하다면 국채 200조원까지 발행해야"
박 교수는 필요하다면 200조원 규모까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앞으로 닥칠 위기의 규모가 전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가 수출 의존적인 경제인데 미국·유럽·일본·중국 시장이 모두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우리 제조업 중에 반도체 빼고는 모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감원이 생기거나 도산 위기로 내몰리는 충격이 올 수도 있다"라며 "그러면 또 다시 자영업 등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게 되는데 지금 온 1차 충격보다 앞으로 올 2차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를 사실상 국유화한 모델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정부가 도산 위험에 빠진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사태가 안정된 후 민영화하는 방식인데, 기업이 어려울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주식을 사들일 실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나 주 52시간제 후퇴 등을 요구하고 있는 재계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위기를 핑계로 혁신 대신 과거로 회귀하자고 하는 건 고등학교 갔더니 점수가 안나온다고 선생님에게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를 내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라며 "법인세 문제도 '우리가 사정이 더 나으니 더 내겠다'며 한시적으로나마 올리라고 했으면 국민들이 감동했을 텐데, 우리 재벌들이 천민자본주의자라는 것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상인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긴급재난지원금, 4월 추경 전까지 잘못 바로 잡아야"
-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하위 70%를 제시했다. 적절한 기준이라고 보나.
"건보료 외에는 정부가 당장 활용할 기준이 없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작년 연말 소득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올해 수입 감소가 반영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중에 소득이 급감한 분들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건보료 하위 70%를 자를 때 고액자산가를 어떻게 배제할지 구체적인 기준은 발표하지 않고 있고 일부 국민들도 형평성에 불만이 있어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정부는 별도의 소득 증빙을 통해 억울한 탈락자들을 구제할 것이라고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소득에 따라 '선별'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선별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재난 극복을 위해 '긴급'하게 지급하기 어렵다. 정부가 하위 70%를 자르고 추가적으로 지원 대상을 추리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방식이다. 차라리 서울시처럼 하위 50%에 지급하되 중복 지원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했으면 수급 기준에 대한 논란도 피하고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정쩡하게 70%를 들고 나와 논란이 커졌다.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재난지원금 수급 기준을 놓고 논란을 벌이느라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정책 역량이 소모되고 있어 안타깝다. 4월 총선 이후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까지 시간이 있다. 정부가 고집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자존심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 그렇다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게 낫나.
"쉬운 문제가 아니다. 보편적 지원은 신속하긴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재난을 당한 사람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재난을 당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덤으로 지원금을 줄 충분한 여력이 없는 게 문제다. 저는 재정 적자를 내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200조원까지 국채를 발행해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0조원을 계산에 넣어도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 왜 그런가.
"지금 우리 경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1차 충격이 온 상태다. 소상공인 위주의 서비스업,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등이 타격을 받았다. 이건 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1.5차 충격도 시작됐다. 항공·호텔 등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산업에서 실업과 무급 휴직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2차 충격은 더 걱정이다. 우리가 수출 의존적인 경제인데 미국·유럽·일본·중국 시장이 모두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우리 제조업 중에 반도체 빼고는 모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감원이 생기거나 도산 위기로 내몰리는 충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면 또 다시 자영업 등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는다. 1차 충격보다 2차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 여기까지 대비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 통 크게 '한 번 쏜다'고 해서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재난지원금보다 실업에 대응할 사회안전망이 시급"
- 그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나.
"선별을 하되 신속성 잃지 않게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데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재난지원금을 주는 예산까지 모두 보태 고강도의 실업대책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우선 1차 충격을 받은 소상공인과 프리랜서·일용직 노동자에게 실업급여에 준하는 실업부조를 최소한 6개월 줘야 한다. 당장 1차 추경 예산을 일부 당겨 쓸 수 있고 다른 예비비를 투입하면 된다. 이어서 사회안전망을 벗어나 있는 분들에 대한 실업부조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향으로 2차 추경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재난지원금 수급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 직종에 따라서 실업 준하는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게 더 효과적이고 시급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면서 각종 대응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고 있다.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뭔가.
"실업 대책이 너무 빈약하다. 앞으로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 고용보험으로 모두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은 금방 바닥 날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생기는 해고를 막는 건 좋은 정책인데 고용유지지원금으로도 실직을 막을 수 없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가게나 기업이 망하게 생겼는데 인건비의 10%만 부담하니까 고용을 유지하라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재정을 투입해서 그런 분들을 흡수해 줘야 한다.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실업부조 대책이 필요하다. 트럼프도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실업보험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우리도 이런 부분을 모두 포함해서 추경을 준비해야 한다. 실업 대책이 훨씬 시급하고 돈이 많이 드는데 정책테이블에 없다."
- 정부가 100조원 규모의 금융안정 패키지 정책을 내놨는데 그 정도면 위기를 넘기는 데 충분하다고 보나.
"기업 지원에 들어가는 50조원 중 중소기업·중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게 20조원 정도 된다. 대출을 1000만원씩 해준다고 하면 20만 곳 정도에 돌아간다. 소상공인 숫자 640만에 비해 액수가 너무 작다. 이원화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높은 소상공인은 저리 대출 위주로 지원해 주면 된다. 살아남을 수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금액도 3000만원 이상으로 키워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주면 된다. 신용등급 7등급 밑이 문제다. 대출 해줘도 돈을 떼일 가능성이 커 은행만 부실화될 수 있다. 이쪽은 아예 재정을 투입해 실업부조 차원에서 생활비 등을 긴급 지원하는 편이 낫다."
- 20조원의 채권안정펀드 규모는 충분한가.
"채권안정펀드를 만들어서 시중은행들이 사게 하면 액수에도 한계가 있고 은행들을 부실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 부실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나쁜 전략이다. 나중에 부실을 메꿔줘야 하는데 경제가 위기 국면 들어가면 금융권 부실의 충격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중은행 부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은행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처럼 기업 어음이나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는 게 낫다. 본원통화 공급을 늘리는 방식인데 지금의 한국은행법으로도 할 수 있다."
- 한국은행이 돈 풀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인플레이션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걱정 할 상황이 아니다. 현재 이자율 낮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이자율을 올려서 해소할 수 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보다 생존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 미국의 GM 국유화 모델도 염두에 둬야"
- 코로나19로 인한 2차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대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마련한 기업 지원 자금이 50조원인데 10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 항공 산업은 물론 자동차 등 수출 제조업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여력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실제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책 대응 타이밍을 놓친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를 사실상 국유화한 모델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가 도산 위험에 빠진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사태가 안정된 후 민영화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어려울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주식을 사들일 실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만 중요한 원칙은 대기업의 경우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지원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아니라 두산중공업처럼 평소 다른 문제가 심각했던 기업들까지 살려달라는 요구는 정부가 걸러내야 한다."
- 정부의 과감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재난지원금에 들어가는 10조원 정도를 놓고도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료들도 국가부채를 200조원 늘리자고 하면 깜짝 놀랄 것 같다.
"미국과 EU 국가들이 발표한 경제안정화 패키지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를 보면 평균적으로 GDP의 11%다. 그것도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추가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턱없이 낮은 수준을 이야기하고 있다. 추경 1차, 2차 합쳐서 20조원이다. 다른 나라들의 10분의 1 수준을 가지고 덜덜 떨고 있다.
재정건전성은 절대적인 숫자도 중요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인 수준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둘 다 양호하다. OECD 평균 국가부채비율이 119%다. 우리보다 국가부채비율이 낮은 나라는 2개밖에 없다. 우리가 코로나19 대응에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11% 올리면 51%정도가 된다. 다른 나라들도 11%를 더 쓰겠다고 했으니 상대적인 격차는 그대로다. 재정적자가 심한 나라들도 위기 국면에서 확장재정 정책을 쓰는데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우리가 움츠러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 일반 국민정서도 어쨌든 정부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빚을 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인데.
"1920년대 미국에서 과잉 공급이 경제위기를 촉발했지만 위기를 대공황으로 몰고 간 것은 정책 실패였다. 당시 미국의 관료나 경제학자들은 균형 재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경기가 나빠져 세금이 안 걷히니까 오히려 균형 재정한다고 지출을 줄여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료들이 지금 1920년대 미국 관료들이 했던 짓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학습효과, 대공황 학습효과가 있어 오히려 과감하게 정책 대응을 제대로 하고 있다. 경제를 망가뜨리게 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온다. 지금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외환보유고가 훨씬 많고 미국의 달러 스왑으로 달러 경색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건전성에 대해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경제 분야에선 청와대 컨트롤타워 기능 작동 안해"
-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청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 정책 라인이 기획재정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도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청와대 정책실이 뭐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 관료들이 1920년대와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를 이야기하면 그 중간에서 균형을 맞춰주고 바로 잡아줘야 할 게 청와대 정책실인데, 그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 논리에 대해 반대 논리가 없으니 설득 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위관료는 무능하다. 사람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똑똑한데 무능하게 만든다. 새로운 것을 못한다. 1차 추경 나왔을 때 그렇게 비판했는데 꿈쩍도 안했다. 그러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니까 그제야 따라한다. 청와대는 그런 관료들을 제대로 통솔하고 방향을 잡아서 끌고 가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 정책실이 가장 무능하다. 경제 분야에서 만큼은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작동을 하고 있지 않다."
-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아이러니한 게, 초기에 방역에 실패한 나라들은 오히려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정신 차리고 대응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는 코로나19 방역을 잘했다고 해외에서 평가받으면서 생긴 자만심 때문인지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위기 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2차 충격이 더 무섭다. 청와대 정책실이 2차 충격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걱정스럽다. 코로나19 확산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경제의 V자 반등은 힘들어졌다. U자로 갈 가능성이 큰데, 전제가 있다. 정부가 정책적 실패를 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실패하면 U가 아니라 경제는 L자, 최악의 경우 I자로 추락할 수 있다. 정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법인세 인하 요구한 재계, 정말 염치 없는 분들"
- 재계에서는 경제 위기 국면이라며 주 52시간제 후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원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장이다. 지금의 위기는 생산성 하락이나 공급 위축이 아니라 수요가 위축되면서 생겼다. 과거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기초한 경쟁력으로는 한국의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분명한데도, 위기를 핑계로 혁신 대신 과거로 회귀하자고 하는 건 고등학교 갔더니 점수가 안나온다고 선생님한테 가서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를 내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제조업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참 암울하다."
- 재계에서는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정말 염치없는 분들이다. 지금 법인세나 소득세를 낸다는 것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는 의미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우리는 사정이 나으니 더 내겠다, 법인세를 한시적으로나마 올리라고 했으면 국민들이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옆에서 사람은 죽겠다는데 자기는 케이크를 더 먹겠다고 한다. 우리 재벌들이 현대적인 자본주의자가 아니고 천민적이고 근대적인 자본가라는 것을 보여줬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http://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140
[신규철 칼럼] 대한민국은 기재부의 나라가 맞다 (인천투데이,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2021.04.29 16:06)
코로나19 확진자가 700명대를 오가며 확산일로에 놓여있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거리두기 단계조정 전 한 주간을 특별방역관리주간으로 정했다.
다중이용시설 점검과 단속이 강화된다. 공공부문은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을 확대 적용하고 회식과 모임을 금지시켰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한국은행이 27일 일분기 GDP(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연간 성장률도 3% 중반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으로 1·2분기 연속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성장률이 이 정도면 GDP총액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다 좋은 것만도 아니다. 서민경제 관련한 지표는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반도체·철강·조선·화학·가전 등 수출 대기업들은 호황이지만 중소기업과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종사 자영업자들의 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폐업이 증가하면서 취업자수는 도.소매업종 16만8000명, 음식.숙박업 2만8000명이 감소했다. 또한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의 자동화와 외주화 전략에 따른 결과이다. 이제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은 국민경제에 건전한 낙수효과가 아니라 부의 불평등만을 초래할 뿐이다.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경제 전체적인 거시지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 위기로 어려움이 큰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들의 힘듦과 고용 충격에 따른 청년·여성 등 취약계층의 민생 어려움이 있다. 경제 회복, 반등과 함께 양극화 완화 등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라며 이런 문제점을 시인했다.
그런데 립서비스일뿐 진정성이 없다.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력이 아니라 공익과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의 행정지침을 순순히 따랐던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상과 지원은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집합금지와 집합제한 등 행정명령으로 영업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영업손실 보상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다. 그 근거는 헌법 23조 3항의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에 담겨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예산을 핑계로 소급 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후 한국정부의 추가적인 재정지출은 GDP의 3.4%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16.7%, 영국 16.3%, 일본 15.6%, 독일 11.03% 브라질 8.3%, 중국 4.7% 등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정 건전성이란 말인가.
분노한 자영업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27일 국회 앞에서 실내체육시설 비상대책위원회, 코로나19대응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것은 손실을 정당하게 보상하라는 헌법이 정한 국가의 의무를 망각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코로나19 고통을 공정하게 나누고 책임을 분담하는 원칙 없이 산발적인 재난지원금과 대출 지원 정책은 경제적 손실을 메꾸는 데 한계가 분명하며, 사각지대를 양산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기재부의 태도에 대해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격노했다. 과연 억울한 이들에게 솟아날 구멍은 없는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중 한 사람인 우원식 국회의원은 “우리가 국가부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에 하나인데 이렇게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이유는 재난 시기에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민생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국민의 힘 최승제,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3당 의원 공동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손실보상법이 4월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각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특히 심상정 의원은 “기재부가 재정건정성 사수로 지표상 부자나라 만들기에 올인하는 사이, 가계부채는 명목 GDP를 넘어서며 국민은 가장 가난한 국민이 됐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은 기재부의 나라가 맞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선출되지 않은 관료 권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모든 정부 정책에 재정을 무기로 넘사벽을 치고 있다. 이들은 국회와 국민들의 요구에 철옹성을 치고 자신들만의 모피아 카르텔을 만들어 정치권, 대형로펌, 경제계, 금융권에 전관예우를 받으며 호가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민생’ ‘민생’ 말로만 떠들지 말고 기재부의 팔목을 비틀 용기 있는 정치를 보고 싶다. 시민안전을 위해 방역에 적극 협조한 자영업자 600만 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무너질 것이다.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5072047005&code=920100
기재부 “문 정부 4년, 경제 회복”…실업·양극화 그늘은 외면 (경향, 안광호 기자, 2021.05.07 20:48)
ㆍ‘거시 지표 호전’ 평가…일각선 ‘지나친 자화자찬 부적절’ 지적
ㆍ고용·내수 경기 부진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로 양극화 심화“
ㆍ다양한 의견수렴 거쳤어야…민간 일자리 활성화되도록 지원을”
기획재정부가 7일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을 평가하면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됐고, 수출강국 위상을 확고히 구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자평대로 성장률과 수출 등 거시 지표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과 주식 등 코로나19 이후 과열된 자산시장, 얼어붙은 일자리와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이 같은 자화자찬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가 이날 내놓은 ‘문재인 정부 4주년, 그간의 경제정책 추진성과 및 과제’를 보면, 정부는 코로나 위기와 일본 수출규제 등 어려운 대외 여건에 맞서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점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또 BIG3(미래차·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인프라 구축과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사회안전망 구축 등도 성과로 들었다.
하지만 고용과 내수 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용부진은 올해 1월 취업자 감소가 전년 대비 100만명(98만2000명)에 육박하며 ‘고용 참사’를 기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은행은 최근 ‘고용상태 간 노동이동 분석을 통한 실업률 분해’라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등 일시적 요인이 지난해 실업률(4.0%)에 미친 영향은 0.1%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자동화 등 산업구조의 변화,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추세적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임금근로자 수는 1년 전보다 20만6000명 줄었는데, 상용직이 400여명 감소한 반면 3개월 미만의 임시·일용직 등 단기 근속자는 3만6000명 늘었다. 고용 충격은 상대적으로 젊은층에 집중됐다. 지난 3월 20대 실업률은 10%(40만4000명)인 데 반해 30대는 4.1%(22만3000명), 40대는 2.7%(17만3000명) 등으로 집계됐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문제도 심화됐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과 지난해를 비교했을 때 1분위(하위 10%) 소득은 11만5000원 증가한 반면 10분위(상위 10%)의 소득은 257만1000원 증가했다. 자산 격차는 커지고 불균형은 확대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보유 자산의 소득 1·5분위 간 격차는 7억674만원이었으나 지난해는 8억4425만원으로 20%(1억3751만원)나 늘었다.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같은 기간 1255만원에서 1887만원으로 올랐고, 이 중 서울의 경우 지난해 2322만원에서 4304만원으로 85%나 급등했다. 코로나19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몰리면서 부유층과 서민·젊은층의 자산 격차가 커진 탓이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에서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위기가 전개되면서 일자리와 분배 등 측면에서 성과가 제약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일변도의 정책들이 과연 노동자와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정부가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쳤어야 했는데 그러한 과정이 부족했다”며 “그간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보다는 남은 1년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공 일자리보다는 민간 일자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95625.html
문 대통령, 상병수당·부양의무자 폐지 가속화 밝혀도 기재부는… (한겨레, 이정훈 이지혜 기자, 2021-05-18 04:59)
기재부는 재정 등을 이유로 도입에 소극적
“상병수당은 지난해 밝힌 계획대로 추진
최종안은 충분한 논의 거쳐 마련할 계획”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폐지는 ‘의료쇼핑’ 우려”
손실보상제·백신휴가 도입도 미온적 태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위해 상병수당 도입과 부양의무자 폐지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공약에서 후퇴하거나 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이들 제도 도입이 완전한 경제 회복의 종착점이라고도 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병수당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월 ‘상병수당 제도기획자문위원회’가 처음 열렸다. 같은 달 보건사회연구원은 복지부로부터 상병수당 연구를 위한 연구 용역을 맡았다. 상병수당 제도는 노동자가 아프면 일정 부분 소득을 보장받으면서 쉴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지난해 7월 정부는 한국판뉴딜을 발표하면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2021년 용역, 2022년 시범 실시 등 제도 도입 계획을 밝혔다. 1년이 안 돼 문 대통령은 제도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지난해 밝힌 대로 올해는 연구 용역을, 내년에는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다. 최종 방안은 이런 과정을 거쳐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내년 시범 실시 외에는 현재로써는 예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는 상병수당 도입은 물 건너 간 셈이다.
부양의무자 폐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부양의무자 폐지’를 약속했다. 주거급여는 2018년부터, 생계급여는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라져 사각지대가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급여에 대한 기준 폐지는 요원하다. ‘아파도 돈 없어 손쉬운 병도 치료받기 힘든’ 상황이 계속될 수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속도를 내겠다는 발언에도 기재부는 적극적이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료급여 1급은 자기 부담이 하나도 없어, 과하게 쓸 경우 ‘의료쇼핑’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완전 폐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빈곤 가구가 의료급여를 활용해 의료쇼핑을 할 것이란 우려부터 하는 것이 바로 빈곤층 삶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라며 “기재부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 건강보험료를 체납하지 않는 빈곤층마저도 본인부담금때문에 치료를 못 받고 파스로 버티다 중병이 드는 현실은 손쉽게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잉의료는 수요자가 아니라 (의사 등) 공급자 측면의 주도로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따.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최근 보건의료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질병 치료와 치료 중 생계보장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은 거의 답보상태이고, 상병수당 추진도 말뿐이지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위한 손실보상과 백신 휴가도 기재부는 소극적이다. 문 대통령은 손실보상에 대해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은 업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손실보상’이 아닌 ‘피해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를 위해서 필요한 백신휴가 역시 ‘재정’을 이유로 반대하는 형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휴가를 줄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며 “공직자는 연차 휴가를, 민간은 자율적으로 휴가를 줄 것을 권고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백신 접종자 4400만명이 휴가를 받을 경우 연간 최대 6조2천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http://news.inochong.org/detail.php?number=3153&thread=23r14
[기고] 기획재정부 중심 국가 관료제 개혁과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과 희망, 고광용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외래교수, 2021년05월21일 09시36분)
1. 서론: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언론에서 주로 회자되는 말이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도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둘러싸고 당정 간 이견조율 과정에서 전 국민 확대 지급 절충안 수용을 홍남기 부총리에 제안했으나 계속 거부하자, 정 총리가 두 차례나 질책하며,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 부총리는 재난기본소득은 재원문제 때문에, 소득·자산·고용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을 동의하기 어렵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20년 3월 말, 청와대와 정 총리의 전 국민 지급 결정에도 불구하고, 홍 부총리는 소득 하위 70% 이하 선별지급 계획을 끝까지 주장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과 같은 입장이었다.
지난 1월에도 정 총리는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기재부 등 관계부처에 제안했다. 그러나 김용범 기재부차관은 국정부담과 손실보상을 법제화 한 해외사례가 없다며 반대했고, 이 발언을 보고받은 정 총리는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또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기재부가 중앙예산기관(나라곳간 지킴이)으로서 내부적으로 반대 의사를 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의 지휘를 받고, 당정 및 국회 결정을 따라야 하는 위치에 있다. 또한 노동·시민사회계의 입장을 경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 합의나, 총리 결정에 대해 기재부가 공개적·지속적으로 반대 및 거부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재부로 집중되어 있는 막강한 기능과 권력이 있다.
2.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기능·권력 집중이 노동자들에 미치는 폐해
1)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기능·권력 집중
현 기재부는 ’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경제정책조정역량 강화와 재정 기능 일원화를 위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설립한 명실상부한 재정·경제·공공정책의 총괄부처다. 기재부의 직무는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경제·재정정책 수립·총괄·조정, 예산·기금 편성·집행·성과관리,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국유재산·민간투자 및 국채 등 광범위하다(대통령령 제31473호). 그래서 복수차관제(제1차관-세제·경제정책, 제2차관-예산·재정·공공정책)이며, 3실 11국 등 조직규모가 엄청나다.
그러나 기재부가 원래 일원화 체제였던 건 아니다. 기재부 관련 조직의 정권별 변동을 보면, 이승만 정부부터 노태우 정부까지 재무부-경제기획원의 이원화 체제였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첫 일원화(재정경제원) 되었으나, 외환위기와 국가부도 사태, IMF 구제금융의 결과를 낳았다. 또한 재경원이 타 부처에 비해 그 조직과 권한이 너무 비대하다는 비판으로 ‘98년 2월, 김대중 정부는 재경부-기획예산처 이원화 체제로 회귀하고 IMF 구제금융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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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재경부·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기재부를 출범시켜 2차 일원화를 했고, 현 문재인 정부까지 약 13년이 지났다. 경험적으로 권한이 집중된 일원화 체제일 때 개혁에 제동이 걸리고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재정건전성을 거론하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미온적 자세만 취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러한 방대한 기능과 권한에 인적 네트워크로 타 부처까지 실질적으로 장악·통제하고 있다. 첫째, 기재부는 중앙예산기관으로 각 부처 예산의 취합·조정·통제권, 총액설정권(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 심의권(예산실 산하 총괄·사회·경제·복지안전·행정국방 예산심의관)을 갖고 있어 각 부처들이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둘째, 국무조정실(부처 정책조정·평가) 및 일부 부처 장·차관과 재정담당자에 기재부 출신이 많다. 특히 국무조정실장은 대부분 기재부 출신인데, 이는 예산을 볼 줄 알고 기재부 통제역량과 강한 인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교통부장관, 과기부차관(R&D예산), 보건복지부차관(복지예산) 등을 기재부 출신이 맡기도 했다. 매 정권마다 기재부 출신이 중용된 이유는 부처 통제 및 정권이 원하는 자료를 가장 신속·정확하게 만드는 데 유능하다는 오랜 믿음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 기재부 권력 집중에 따른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폐해 및 함의
기재부는 경제와 밀접한 관련 있는 노동·보건복지에 대한 정책조정 역할도 사실상 맡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지침 결정 또한 보건당국이 기재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정부위원 2명이 노동부장관과 기재부장관이다(경사노위법 제4조). 기재부장관 동의 없이 경사노위의 어떤 결정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20년 11월, 경사노위 공공기관위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했으나 기재부는 노동이사제보다 근로이사제가 적절하며, 비상임이사 임명(상임이사 임명 시 혼란, 3년 이상 재직자 제한), 내부자인 근로자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제한을 주장한 바 있다.
둘째, 공공기관 관리도 기재부 책임으로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총괄조정 하고 있다. 공운위 위원장은 기재부장관이며 위원은 국무조정실장(기재부 출신) 지명공무원 1인, 관계부처 차관, 기타 기재부장관 추천 전문가 등 11인으로, 기재부가 장악하고 있다(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8~9조). 공운위는 공공기관 기관장·임원·감사 추천권, 예산·인사지침, 경영평가 등의 권한이 있다. 기재부가 공공부문의 노사협상 주체인 것이다.
셋째, 고용보험·국민연금 개혁 관련 노사정 합의도 중요한데, 기금운용 관리도 기재부장관이 한다. 고용보험·국민연금 모두 홍 부총리가 요율 인상 등 재정건전화 방안을 주로 직접 제기했다. 지난 ’21년 2월, 박화진 노동부차관은 기금 목적에 안 맞는 일부 사업의 일반회계 전환을 추진 중인데, 기재부가 난색을 보인다며 기금사업을 재편할 수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 즉, 고용보험기금 운용권이 노동부에 있지만, 실제 사업개편·요율인상 등은 기재부 개입이 강한 것이다. 전국민고용보험 도입도 일괄이 아닌 단계적인 것도 기재부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국민연금도 보건복지부가 책임부처지만 기금운용위 정부위원이 기재부차관이고, 기금의 공공부문 투자 목적 국채매입도 기재부장관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어 기재부 동의 없이는 주요 결정을 할 수 없다(국민연금법 제102조·103).
즉, 경사노위, 공공부문 노사협상, 연기금 개혁 등 노사정 협상이나 굵직한 노동정책 결정에 있어 협상 주체가 관련 부처인 노동부·복지부보다 기재부가 사사건건 개입되어 주요 노동권 제고에 대한 정책 결정이 지연 혹은 형해화 되어 왔다. 이 때문에 기재부의 과도하고 비대한 기능과 권한을 개혁하는 것이 국가관료제 개혁의 핵심이자 노동운동에 있어 중요한 과제이다.
3. 기획재정부 중심 국가 관료제 개혁과 노동운동의 과제 구상
1) 기획재정부 개편: 기능·권한 분산 등 이원화 체제(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분리)로 회귀
첫째,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경부로 분리할 것을 제안한다. 경제/세제/화폐·금융/정부회계·국채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축소 분리하고, 경제기획·예산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방안이다. 또한 주요 경제정책·재정관리·예산심의 관련 국장급 이상 직위에 개방형 외부전문가 임용이 요구된다. 현재 기재부 개방형 직위는 재정관리관/국제금융심의관/재정성과심의관 등인데 재정관리관·재정성과심의관은 내부임용되었다.
둘째, 기재부의 공공정책 조정기능을 축소하고, 공운위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공기업의 지배구조는 주무부처(산업정책적 관리감독)와 통합관리부처 기재부(장관=공운위 위원장: 이사회 임명, 총괄지휘감독)로 이원화된 이중 모형이다. 따라서 공운위 위원장을 대통령(혹은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민간전문가로 전환하고, 공운위 위원으로 노동계 인사 추천, 민관거버넌스 방식 운용, 핵심 사업으로 경사노위·공운위 바탕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노동감사제 관철을 제안한다.
셋째, 고용보험·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요율 인상이나 사업 개편 결정에 있어 당연직 정부위원 배제 등 기재부 개입 최소화를 요구해야 한다.
2) 기획재정부 견제 방안
첫째, 국무조정실 정부업무 평가위원회에 노동전문가(노총 추천) 평가위원 인사 요구다. 정평위는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민간위원(10명), 정부위원(기재부/행안부장관·국무조정실장 3명)으로 구성, 크게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 평가를 한다. 민간위원은 주로 행정학자, 경영/경제학자, 남북관계 전문가 등 학자 중심이며 노동전문가가 부재하다.
둘째, 감사원 노동감사제 도입이다. 감사원의 핵심 기능은 정부 회계검사·직무감찰이며 주요 조직은 회계검사 제1사무차장(재정경제·산업금융·국토해양·공공기관 등)과 제2사무차장(복지·행정안전·지방행정·국방), 공직감찰본부장 등이 있다. 그나마 두 기능으로 기재부를 견제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정부 노동감사기구로 노동감찰본부(장) 신설 혹은 제2사무차장 소속 노동(국) 직제를 요구하고, 한국노총 추천 인사를 요구해 볼 수 있겠다.

https://www.vop.co.kr/A00001571219.html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재경행시 출신의 경제 관료를 제압해야 나라가 바뀐다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 2021-05-24 08:41:16)
재경행시라는 것이 있다. ‘재정과 경제 분야 행정고시’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이는 공식 용어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행정고시’라는 말 자체가 비공식 용어다. 공식적으로는 ‘5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이라고 불러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행정고시라는 말에 훨씬 익숙하다. 이 용어가 폐지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언론에서는 버젓이 ‘행시 수석’ 어쩌고 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실 이런 언어 습관부터 매우 권위적이다. 왜 9급, 7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은 다 ‘9급 공무원 시험’, ‘7급 공무원 시험’이라고 부르면서 5급을 뽑는 시험만 고등고시(高等考試)라고 부르느냔 말이다. 7급 이하 공무원은 고등(高等)하지 않고 저등(低等)한가? 진짜 웃기는 이야기 아닌가?
나는 평소 이 재경행시를 ‘재경 5급 공무원 시험’이라고 부르는데, 문제는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나는 국가 개조를 위해 이 재경행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을 완전히 박살내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박살이라는 표현이 좀 과하다면 ‘제압’이라고 해도 괜찮다. 그리고 이는 거꾸로 말하면 재경행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을 제압하지 않는다면 국가 개조는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대체 재경행시가 뭔데 이렇게까지 말하나 싶은 분들이 있을까봐 이들의 위상에 대해 잠깐 짚어보려 한다. 2010년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든 예비 신랑 신부들의 등급표가 공개된 적이 있었다. 이것도 인간을 고등(高等)인간과 저등(低等)인간으로 구분하는 실로 가증스러운 짓인데, 일단 내용을 살펴보자.
등급표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1등급은 딱 한 부류,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들이다. 그리고 2등급에는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 서울대 출신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 5대 로펌 변호사가 포함됐다. 3등급에는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비(非)서울대 출신 판검사, 비서울대 출신 행시 재경직 합격자, 대형 로펌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놀랍지 않은가? 서울대 출신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 및 5대 로펌 변호사와 동급인 2등급이다. 그 시험에 패스하면 단번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계급으로 수직상승하는 것이다.
도대체 5급 공무원이 왜 이리 대단한가? 비밀은 두 가지다. 첫째, 이들은 재직 때 국가 경제를 휘두를 막강한 권한이 있다. 그 어떤 경제 정책도 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 나오는 것이 없다.
둘째, 이게 나는 더 위험한 일이라고 보는데, 이들은 퇴직 후에도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막강한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한다. 재경행시를 패스해 국장급까지 오른 인물 치고 그냥 곱게 은퇴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은퇴 뒤 반드시 민간기업의 어느 중요한 위치에 올라, 현직에 있는 행시 출신 후배들에 압력을 가하는 이익 집단 역할을 한다.
이들은 그 카르텔이 자기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 외에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 이명박 집권 시절 나는 우연히 재경행시 출신의 전직 장관과 현직 차관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동석했다. 그런데 전직 장관은 참여정부 출신이고, 현직 차관은 이명박 정권 소속 관료였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이질적 이념 집단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딴 거 없었다. 둘이 얼마나 친한지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들은 식사시간 내내(제 3자인 내가 동석한 사실을 전혀 개의치 않고) ‘현직 차관이 다음에 어느 자리로 가야 가장 이익인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여정부 출신 장관이 이명박 정부 소속 차관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이 살가운(!) 모습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이들에게는 이념도, 민중도, 국가도 안중에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들이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선후배들끼리 어떻게 밀어주고 끌어주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가장 이기적인 인간들
이 칼럼에서 숱하게 언급했지만 나는 주류 경제학이 전제하는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명제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런 류의 주장 중 유일하게 하나 인정하는 것이 있다. 공공선택학파의 창시자로 불리며 198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의 공공선택 이론이다. 이 이론의 요지는 “정치 또한 다른 경제 활동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다”라는 것이다. 뷰캐넌에 따르면 정치인이나 관료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의 이익에 너무나 충실한 전형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다.
그래서 뷰캐넌은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을 ‘정치적 기업가(political entrepreneur)’라고 부른다. 이기심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은 돈만 쫓는 기업가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뷰캐넌에 따르면 정치인의 유일한 관심사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국회의원은 국가와 민중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방법만 고민한다.
고위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뷰캐넌에 따르면 뇌물을 받지 않는 관료들조차 여전히 자신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다. 그래서 관료는 더 빨리 승진하고, 더 많은 월급과 연금을 받는 일에만 몰두한다.
내가 뷰캐넌의 이 의견에 동의하는 이유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이기적인 인간, 즉 가장 호모 에코노미쿠스에 가까운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경제 고위 관료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젊었을 때 재경행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꽤 많이 만났는데, 단언컨대 그들 중 국가와 민중, 공공을 위해 고위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출발부터 개인의 출세였다.
“그게 왜 꼭 재경행시 출신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인가? 다른 분야에서 행정고시로 고위 공무원이 되는 사람 다 비슷한 거 아닌가?”라는 반론은 충분히 옳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을 공부해 재경행시로 출세를 노리는 이들의 이기심이 다른 분야 행시를 노리는 자들의 그것보다 월등히 강하다.
실제 여러 경제학 연구를 종합해보면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일수록 이기적이다. 2018년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명예교수가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잠시 살펴보자.
“최근 이 문제와 관련된 후속연구들을 뒤져보니 이미 결론이 거의 난 셈이 돼있더군요. 즉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결과가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이기적인 태도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경제부처를 장악한 재경행시 출신 고위 관료들에 대한 신뢰가 1도 없다. 설혹 그들이 펼치는 정책이 맞다 한들 그건 국가를 위해 선택한 길이 아니라 그게 자기에게 유리해서 선택한 길이다.
그래서 나는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다음 대선에서 재경행시 출신의 고위 관료들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 선출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수십 년 동안 단단히 결속된 거대한 이익 카르텔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민주주의에 의해 부여된 권력뿐이기 때문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55286
통제 불능 관료집단과 전문성 제로 정당, 그 해결 방안이 있다 (오마이뉴스, 21.06.29 10:14 l 소준섭(namoo0011) 국제관계학 박사)
[주장] 공직사회가 정치의 통제를 받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하)
공무원이란 영어로 'public servant'로서 문자 그대로 국민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며, 한자어로는 '국민의 종'이라는 의미의 '공복(公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 관료집단은 주권재민이 아니라 주권재관(主權在官)으로서 지배자인양 군림하게 되었다. 윤석열, 최재형 그리고 홍남기는 통제되지 않는 관료조직의 상징이다.
한편 우리의 정당은 오로지 눈앞의 선거에만 골몰하고 표만을 구걸하면서 얄팍한 정치공학과 이벤트 정치로 일관할 뿐이다. 정책정당으로의 지향성조차 부재한 채, 국민의 불신 대상 1위의 자리를 굳힌 지 이미 오래다.
정책 불모지인 우리 정당이 정책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
우리 정치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정당으로의 발전이 필수 조건이다. 독일 정당의 정책 전문성은 정당의 전문성에 의해 좌우된다. 독일 의회는 입법 활동과 정책전문성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즉, 위원회에서 정당 간에 협상을 하기 전에 각 정당이 상임위원회별로 특정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토론과 연구의 진행을 통하여 전문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독일 의회는 각 정당 내 상임위원회마다 소그룹이 운영되며, 의원들은 각 분야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정당 소속 정책 전문위원들과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서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상임위 의제를 사전에 토론하고 조율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의원 개개인의 전문성도 향상되고 각 정당의 전문성도 증대되며 이는 의회의 전문성 제고로 이어진다. 소그룹에서 채택된 사항은 대부분 그대로 정당 전체의 견해로 채택된다.
독일에서는 정부의 정치적 의도 및 목표와 지속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관직에 취임하는 정치적 임용직 관료는 언제든지 이유를 명시하지 않고도 해임(Einstweiliger Ruhestand)할 수 있다. 독일에서 이렇게 고위공직자에 대한 해임 제도가 도입된 것은 바이마르공화국 수립 후 이전 시대에 임명되었던 행정부의 '왕당파 공무원'들을 통제하고 장악하기 위해 도입하였다. 이때 일반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절차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임용된 관료는 해임에 대한 불복 신청의 권리가 없으며 이에 대해 연방정부 인사위원회 및 연방의회는 관여하지 않는다(고한석, "직선제 왜곡하는 '관료당'과 '국무총리제' 대안을 묻는다면?" 참조).
고한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독일처럼 우리나라의 고위공무원단 중 절반 정도의 직위에 대해 공무원 신분보장을 없애고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퇴직당할 수 있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끝까지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고위공무원단으로의 승진을 포기하고 중간급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하는 길을 선택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 인원을 정당의 정책전문위원화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의석수당 2명의 원내 정책전문위원을 갖도록 확대 개편을 하면 현 시점에서 민주당은 320여 명, 국민의힘은 160여 명의 원내 정책전문위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 부처를 대상으로 10~20명의 전문위원들이 모니터링 및 정책연구 활동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정당의 정책 전문성을 양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정책전문가 풀(pool)에 정권교체 등으로 퇴직한 고위공무원들이 합류하면 질적인 강화도 이루어낼 수 있다."
필자는 이 주장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필자가 그간 오랫동안 주장해온 정당 소속 정책전문위원의 강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정말 반갑기까지 하다. 실제 독일의 정당에는 수백 명의 정책 전문위원이 소속되어 있다. 그들은 많은 경우 행정부 근무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정책 전문가로서의 높은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정당과 공직사회 그리고 국회는 어떻게 운용되어야 하는가?
다만 현재 국회에서 법안 및 예결산 검토보고는 국회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국회의원의 입법권 침해와 아울러 '일하지 않는 국회'를 초래한 핵심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 공무원의 이 검토보고 권한을 토대로 하여 관료들의 힘은 더욱 강화됨으로써 관료집단을 통제해야 할 국회조차 거꾸로 관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결국 전체 관료집단의 힘을 강화시켜 관료지배 사회를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정당 소속 정책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원 본연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역할 수행에 그 중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고위공직자라 하여 모두 전문가라는 선입견은 온당치 못하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전문가(specialist)로 임용된 것이 아니라 단순 시험에 의해 임용되는 일반행정가(generalist)이며, 더구나 1~2년 주기로 순환 근무하기 때문에 전문가로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내부 정보와 인맥에 의존하여 그간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로 '대접'받아온 측면이 강하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도처에는 많은 각계각층의 전문가 그룹이 존재하고, 이들을 공직에 적극 기용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관료들만의 "그들만의 리그"로 독점되거나 일반인 "접근금지 구역"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민간부문에 결여되고 있는 것은 그간 공직사회의 폐쇄성으로 공직으로의 진입이 강제로 차단되어 초래된 공직 경험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공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공직사회의 독점이 해소되고 민간과 공공 간의 건강한 교류가 이뤄지면서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점은 부패와 무능을 초래하고, 소통해야 비로소 건강해진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정당과 공직 사회 그리고 국회는 상호 어떠한 관계를 맺고 그 운용 기제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물론 이와 관련된 논의 역시 완전한 부재 상태였다. 이러한 문제가 효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통제 불능의 관료집단, 국민 불신 대상 1위 정치권이라는 "혼돈의 벽"을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그 길은 바로 우리 눈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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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범. (2007). "관료 공공성의 재정립과 시민적 거버넌스의 모색."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시민과세계] 제12호: 97-112/
1. 한국사회에서의 관료의 위상
2. 관료의 정책결정권 등 권한의 행사
3. 관료적 가치와 공공성
4. 관료적 가치의 보완
5. 바람직한 관료적 가치와 시민중심의 대안적 거버넌스의 모색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58103.html
“국가의 공공성 퇴보-관료·재계 유착이 주범” (한겨레, 강성만 기자, 2007-12-19 20:19)
‘시민과 세계’ 신자유주의 시대 공공성 다뤄
권위주의 시대 뿌리둔 관료엘리트 집단
민주화 뒤에도 공공성 강화 발목잡아
강력한 이념정당이 통제·역할 강화해야
지난 10년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의 집권이 곧바로 국가의 공적인 성격 강화로 이어졌다고 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개혁 정권’과 한 배를 탄 신자유주의적 관료-재계 연합 혹은 권위주의적 국가 유산이 국가가 정치공동체의 보편 이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국가와 관료제의 공공성을 강화할 방도는 무엇인가?
참여사회연구소(소장 이병천 강원대 교수)가 발행하는 반년간지 <시민과 세계> 하반기호는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관료 동맹과 공공성의 위기’라는 주제기획으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중앙대 신진욱 교수는 글 ‘국가를 경유하는 시민적 연대의 길’에서 한국에서 국가의 공공성 이슈는 △권위주의 국가 유산의 타파와 △권위주의 시기에 저발전되었던 국가의 공적 기능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와 연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공공성을 약화시킨 주범으로 ‘권위주의 시기에 형성된 관료 엘리트 집단’을 지목하며, 이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해야 시장 논리를 앞세운 자유주의 세력과의 경합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집단은 국내 명문대학 졸업, 미국 유학, 고시 제도 등의 선별장치들을 갖춰 특권화된 엘리트 카르텔을 형성해왔으며,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권력과 관료조직 전체에 대한 강한 영향과 비토 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집단이 과거에 독재 권력에 충성해 권위주의적 국가자율성을 관철시켰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재계와의 유착으로 국가의 계급적 편향을 강화함으로써 국가의 공공적 성격을 퇴색시키고 있다는 시각이다.
신 교수는 ‘국가의 공적 기능 강화’라는 과제와 관련해서는 “국가가 ‘얼마나’ 커야 하느냐가 아니라, 국가를 ‘어떤 관점에서’ 개혁하고 재편성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공공부문의 확대 여부가 초점이 아니라 억압적이고 발전주의적인 원리를 약화시키고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공공적 국가의 성격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서구복지국가 모델들을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도입하는 ‘추격혁명’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같은 잡지에 실은 글 ‘관료 공공성의 재정립과 시민적 거버넌스의 모색’에서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관료적 가치를 세우려면 △정보 접근권 확보와 동등한 수준의 정보 공유 △관료제 구성의 개방성과 대표성 △의사결정과정의 수평성과 민주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사회의 구실도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가 각 관심 영역에서 지속적인 문제의식과 비판적 의식을 갖는 것이며, 이에 기초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효한 활동을 담보하려면 상응한 내부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선 다양한 시민 단체의 연대가 요청된다고도 했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글 ‘투기자본-로펌-관료 삼각동맹’에서 관료적 폐단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으로 강력한 이념정당의 존재를 제시했다. 그는 강력한 이념 정당이 관료를 통제하고, 정당의 강령과 이념과 이상을 구현하는 역할을 관료들이 수행하도록 강제할 때 비로소 국민의 뜻이 왜곡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165873
공룡부처 기획재정부 권한 분산해야 (시사저널e, 정지원 기자, 2017.03.10 17:01)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기재부서 분리부터…독립기구화 등 검토를
차기정부 조직개편과 관련, 기획재정부에 쏠린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정책! 무엇을 할 것인가?’토론회에서는 공공기관에 실질적 관리감독 책임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기획재정부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치된 기획재정부 장관 소속의 위원회다. 현재 공공기관들은 기관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정책국이 통합·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이 역할을 담당하다보니 공공기관 운영을 지나치게 효율성 중심으로 재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부처의 산업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영평가제도가 기재부 전횡의 핵심으로 지적됐다. 경영평가결과 활용의 중심기능은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활동 감독과 경영개선 정보를 제공함에 있지만, 실제로 경영평가결과는 부수적 목적인 인사와 급여 관련사항 등에 치우쳐 있다는 분석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경영평가가 그 본연의 기능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30년 이상 지속되어온 경영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공기관에 대하여 효율성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요구하는 중장기적인 차원에서의 효과성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는 단순히 공공기관에 대하여 효율성(비용절감)만을 성과로 볼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감안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는 기획재정부에 종속된 공운위를 기재부로부터 분리, 독립시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모아졌다. 김병수 한국석유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공공기관 관리에 대한 중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최고의사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공운위를 독립기구화하거나 발제자의 논의대로 기획재정부 산하에서 총리실로 관할권을 상향하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등 많은 OECD 국가들이 소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준독립된 소유권기구에 집중함은 물론 그 범위와 내용을 체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공기업실(Shareholder Excutive), 프랑스의 공기업청(APE), 핀란드의 공기업 관리청(SOSD)의 사례처럼 선진국은 이런 기능을 독립기관에 맡기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경제개발협력국가(OECD)는 공기업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의 소유권 집중이 필요하더라도 해당 업무를 어디에서 관장하고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에서도 민주적 경영 지배구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광표 소장도 “공운위의 관할권을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국정총괄기구인 총리실 직속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총리실은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 통합하는 기능을 통해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과 함께 공공성을 유지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30/2017033002973.html
차기 정부조직개편 논의, 기획재정부 분리안 공감대 확산되나 (조선일보, 정원석 기자, 2017.03.30 18:16)
예산·재정 '기획예산처' 거시·금융·세제 '재정경제부' 분리안 부각
각 대선캠프 표면적으로는 손사레 치지만 주판알 튕기고 있어
19대 대통령 선거일까지의 기간이 40여일 가량으로 좁혀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는 차별되는 국정운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정부조직개편 계획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가 비효율적인 정부조직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 정부조직개편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정부조직개편의 핵심은 기획재정부의 기능 분산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출범한 기재부는 예산과 세제, 경제정책, 정책조정, 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등 정부 경제정책의 기능을 모아놓은 공룡부처였다.
특히 박근혜 정부 국정은 기재부가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권한이 막강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은 기재부 출신이 장관을 맡고 있고,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등도 기재부 출신이 차관을 맡으며 안살림을 챙기고 있다. 기재부에 집중된 기능과 힘을 분산시켜야 조화롭고 균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 민주당 일각·국민의당 기재부 분리안에 공감대
30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소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주최한 '2017년 이후의 대한민국: 대선 핵심 아젠다'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기재부 분리안의 구체적인 얼개가 드러났다. 더좋은미래는 몇몇 민주당 의원들의 모임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캠프에서 금융정책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김기식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더좋은미래가 제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경제부총리제 폐지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리 ▲행정혁신처 및 지방자치분권위원회 신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기능을 과학기술부·산업혁신부·기후에너지부 등으로 재편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통합 후 노동 전담부처 별도 신설 ▲교육부 축소 또는 폐지 및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국민안전처의 국민안전부로 승격 등이 주요 골자다.
이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기획재정부 분리안이다. 더좋은미래안은 기획예산처는 예산·국고·재정기획·공공정책·미래정책 등 예산 및 중장기 계획을 담당하고, 재정경제부는 세제·경제정책·정책조정 등 정책기획 기능과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정책을 관장한다. 국내금융정책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게 되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정책을 관장하며 금융감독원을 실행기관으로 관리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참여정부 모델로 기재부를 재편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더좋은미래는 현재의 기획재정부를 유지할 경우는 국제금융을 금융위원회로 이관시켜 금융부로 확대하는 방안도 2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경우 외환정책 수립책임을 거시정책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역할로 규정한 외국환관리법과 상충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시행되기 어려운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금융은 거시경제정책의 하위 수단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산업 증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금융위에 맡길수 없다”면서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합쳐서 금융부를 만들자는 발상은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아직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구상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기획재정부의 기능 분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예산과 재정기획, 공공정책 등을 관장하는 기획예산처를 만들고 거시정책 등 정책기획, 국제금융, 국고, 미래정책, 정책조정은 재정경제부에 맡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이 경우 국내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로 이동시키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된다.
◆대선캠프, 정부조직 논의에 소극적
하지만, 각 대선캠프에서는 정부조직개편에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정권을 잡은 후 즉각적인 정부기구 개편에 나서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후보 측은 정부조직 개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고, 안희정 후보측은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여론 수렴을 미루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캠프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본적인 원칙은 정부조직 개편은 최소화한다는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고 물어보시는데, 오늘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유일하게 공약한 것은 중소벤처기업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내놓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 외에는 (정부조직 개편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안희정 캠프 정책 총괄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정부 조직개편에 적폐청산의 관점이 과하다. 교육부 폐지론 등 징벌적 차원의 주장이 일부 있는데 타당하지 않다”며 “정부조직 개편을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 바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헌에 들어가는 핵심적 국가 책무에 따라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의 역할이 조정될 수 있다”며 “정부조직 역할은 개헌에 들어가는 내용을 고려해서 개편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표면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각 당 경선이 마무리되고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 기재부 분리 등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수면위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각 캠프의 유불리 계산이 아직 끝나지 않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대선이 본격화되면 정부조직개편 구상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009027006
[시론] 기획재정부를 생각한다 (서울신문,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2018-10-09 27면, 2018-10-08 22:52)
지난주 국회에서 경제부총리는 업무추진비 사건을 해명하는 데 한나절을 보냈다. 누군가는 조목조목 답변하는 부총리를 ‘잘하셨다´고 격려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치졸한 질문들도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우리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가 산적한 현안을 뒤로하고 지극히 실무적인 답변과 반박을 이어 가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런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실무 관료들이 쏟았을 시간과 노력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기획재정부는 약 1000명이 근무하는 거대 조직이다. 최고 엘리트로 자부하는 본부 실국장이 40명에 달하고, 과장만도 100명이 넘는다. 사무관급 우수 인재들도 550여명에 이른다. 행정안전부를 제외하고 본부 인력이 가장 많은 부처다. 청와대 조직의 두 배, 정부 부처 중 인력 규모가 가장 작은 통일부나 여성부와 비교하면 무려 4배가 넘는다. 기능상으로도 예산과 세제, 국제금융과 공공기관 등 경제정책의 핵심적인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다.
기재부의 막강함은 정책 현장에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국무총리가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은 어렵다고 했지만, 경제부총리는 차등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얼마 전 부동산 정책도 국토교통부 장관은 옆에 앉아 있고 부총리가 주관 발표했다. 근로시간 개선이나 일자리 정책에서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보다는 기재부의 목소리가 크다. 교육부총리나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새 정부에서 나타나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권력은 곧 인사로 나타난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고용, 복지, 중소기업 등 관련 부처에는 많은 기재부 고위직들이 파견돼 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위직도 기재부 출신이 차지하기도 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기재부 출신 장차관들이 즐비했고,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도 기재부 공무원을 선호한다. 새 정부 이후에도 기재부 출신은 정부 내외의 주요 직위에 여전히 임명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강력한 권한에 견주어 책임지는 일은 거의 없다. 경제가 잘못돼도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명확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 예산 배분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렵고, 문제가 생겨도 해당 부처에서 책임지기 일쑤다. 이번 개각에서도 교육부총리,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만 교체됐다. 일선 부처와 비교해 보면 정책 실패의 책임도, 감사의 부담도 약하다. 그래서인지 최고 인기를 누리는 부처다.
홈페이지를 보면 기재부는 스스로를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기재부는 다른 경제 부처를 명령하고 지휘하는 ‘통제센터’가 아니다.
주무 부처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지원자이자 조정자다. 축구 감독이 아니라 주장 선수인 것이다. 주장 선수는 다른 선수들의 역할을 직접 대신할 수 없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의 승리를 위해 선수들을 지원 격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의 새로운 전략과 목표를 공유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이제 기재부도 경제 부처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헌법 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실현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기재부의 조직편제상 ‘소득분배’국장이나 ‘경제민주화’국장은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성장 프레임에 갇힌 구조와 관습의 변화가 있는지 의문이다.
기재부의 재편도 검토해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사무차관의 스캔들로 재무성 해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재부의 미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예방 차원에서라도 예산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했다. 부처 통합은 비대해진 권력을 낳았다. 이제 권력을 분산하고 명확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테크노크라시에서 민주주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리성만 강조하는 영혼 없는 전문가들보다는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한 말이다.
불철주야 당면한 경제 현안을 해결하려는 기재부 관료들의 헌신과 충정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정부를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가 추구하는 본래의 가치와 역할을 존중하고, 기재부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맞게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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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기재부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2019.11.01 10:28)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국회는 기재부 허용범위에서 예산 삭감”…“기재부 총지출 결산자료 공개해야”
올해 기준 1년 정부지출은 470조원이다. 1년 GDP 1800조원의 4분의1이 넘는다. 5000만명으로 나누면 정부가 모든 개인에게 940만원씩 쓰고 있다. 이를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1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정부를 ‘전체 골의 4분의1을 넣는 편향적인 심판’으로 비유했다. “손흥민만큼 골을 넣는 심판이 있는데 그 심판을 빼고 선수들끼리 겨룰 수 있을까. 경기 승패를 사실상 정부가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예산을 감시해야 할 이유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가 정부예산을 감시하는 걸로 알려졌다. 헌법 54조를 보면 국회는 국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 국회 주 역할인 입법과 예산심의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이 위원은 “의원들이 법을 발의해도 국회에서 논의가 안 되면 임기만료로 폐기되지만 예산은 국회에서 논의가 안 되면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헌법 57조를 보면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이 헌법 조항과 압도적인 정보량 등으로 국회 견제를 피할 수 있다. 이 위원은 “국회는 예산을 깎는 능력밖에 없고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회의원 50명이 7000개 넘는 사업을 다 검토하고 논의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는 허수아비다. 이 위원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기간을 분석한 결과 기재부는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감액한 분량 안에서만 예산을 증액해줬다. 여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한다고 꼭 기재부가 국회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아니었다. 국회가 기재부 예산안을 증감하는 정도는 어떤 당이 정권을 잡았는지 와도 관련이 없었다. 정치권이 기재부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언론에선 매년 국회의원들이 선심성·지역구 예산을 추가하는 ‘쪽지예산’을 크게 보도한다. 마치 국회의원들이 예산심의라는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실무를 들여다보면 이는 본질이 아니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고 예결위원 임기는 1년이다. 1년에 50명씩 4년이 지나면 100여명은 예결위원을 해보지도 못한다. 예결위원 중에서도 실제 예산 증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는 의원은 많지 않다. 예결위 전체회의나 예결소위에선 정무적 발언이나 감액 얘기만 나온다. 증액은 ‘예결위 소소위’라고 부르는 ‘밀실회의’에서 교섭단체끼리만 소수가 진행한다.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이 위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회가 감액할 수 있는 부분을 이미 고려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의원들이 소위 ‘쪽지예산’을 요청하면 기재부가 예산증액이 불가능한 사업을 국회에 통보한다. 이후 기재부가 감액이 가능하다고 허용한 예산들을 국회가 깎는다. 그 규모가 1조원이면 1조원 안에서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증액예산으로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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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부터 2019년 정부예산안과 국회심의를 거친 최종안. 국회가 삭감한 금액 안에서만 증액이 이뤄졌다. 자료=이상민 수석연구위원
이때 감액 가능한 예산 중 하나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관련법에 따라 국민들이 납입하고 대상자들이 해당 금액을 받아간다. 다시 말해, 다음해 예산안에서 얼마를 깎는다고 해서 실제 다음해에 국민들 삶이 달라지진 않는다. 서류상 ‘국민연금 기금’의 잔고가 달라질 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기재부는 ‘말 잘 듣는 국회’에 ‘의원들이 원하는 사업예산 증액’이란 선물을 많이 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국회에 선물을 조금 줄 수 있다는 게 이 위원의 설명이다.
여야가 싸우는 판 자체를 기재부가 설계해놓은 셈이다. 국가부채비율이 40%를 넘으면 안 된다고 기재부가 제시하면 국회와 청와대는 40%를 기준으로 논쟁을 벌인다. 올해 예산이 슈퍼예산인지, 관리재정수지는 ?3%를 넘기면 안 되는지 등 프레임을 제시하는 건 기재부다.
청와대도 기재부를 쉽게 통제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확장재정을 펴겠다고 밝혔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지만 2017년과 2018년 결산자료를 보면 긴축예산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재부가 청와대에 확장재정인 것처럼 예산안을 올렸고 청와대가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기재부가 왜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위원은 “근본적인 복지국가를 위한 제도가 늘어나지 않고 일자리안정자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정부만 바뀌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사업만 늘고 있다”며 “각종 융자사업이나 출자사업 등이 겉으로 예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늘지 않는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 분석결과 문재인 정부 3년간 가장 예산이 많아진 부처는 금융위원회다. 세부내역을 보면 산업은행이 출자하는 혁신모험펀드 3000억원, 기업구조혁신펀드1000억원 등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청와대가 확장재정을 말하면 기재부는 이런 예산을 늘린다. 개인에 비유하면 재테크 금액을 늘렸을 뿐 실제 소비가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위원은 어떤 부문에서 예산을 많이 썼는지도 살폈다. 사회복지, 일반·지방행정, 교육, 국방 순으로 비중이 컸다. 사회복지 예산을 들여다보면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고용’ 부문으로 증가율이 약 90% 수준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일자리 안정지원자금 약 2조원, 문재인 정부 와서 345% 증가한 고용창출장려금(약 9000억원) 등 고용주에게 주는 이런 예산이 수치상 주목할 부분이다.
언론에서 문재인 정부가 단기일자리에 예산 많이 썼다고 비판하지만 예산안을 보면 타점을 잘못 잡은 비판이다. 진짜 문제는 청와대가 고용문제를 해결할 비전을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채 5년 뒤 없어질지 모르는 예산만 늘린 기재부의 예산안을 바로잡지 못한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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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 연혁. 정부수립때 재무부와 기획처를 만들었다. 재무부는 세제, 국고, 금융, 통화, 외환을 담당하고 기획처는 예산과 경제개발계획을 맡았다. 1994년까지 이 체제를 유지했다. 사진=기재부 홈페이지
이 위원은 “기재부가 권한만 있고 책임을 지게 할 수 없어 제어하기 대단히 어렵다”고 우려했다. 시민사회에서 기재부를 견제하기도 쉽지 않다.
기재부는 투명하지 않다. 이 위원은 “열린재정에 총지출 기준으로 예산결산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총계기준으로만 공개하면 (회계간, 회계-기금간 지출 등을) 다 발라내서 총지출 기준으로 결산자료를 만드는 데 며칠이 걸린다”고 말했다. 재정전문가가 아니면 기재부가 공개한 총계기준 자료만으로는 올해 쓴 예산이 얼만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예산서에 나오는 정확한 사업명을 알고 이를 담당하는 부처나 담당공무원에게 직접 요청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이 위원은 “우리가 실업급여로 부르는 걸 예산안에선 ‘구직급여’로 표기한다”며 “예산감시의 시작은 ‘구직급여’라고 부른다는 걸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위원은 참여연대와 함께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부처에 시민사회 의견을 지적하고 이를 공문으로 보내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 위원은 “예산서에 시민사회 등의 입장을 넣는 칸이 있는데 대부분 공란”이라며 “예산서를 담당공무원과 대부분 국회의원이 보니까 이 빈칸을 채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기재부를 쪼개는 방안도 고민할 부분이다. 이 위원은 “기재부는 거시경제, 금융, 예산, 세제 등을 다루는데 현재는 금융(금융위원회)만 기재부 밖에 있다”며 “어떻게 쪼갤 것인지 각각 장단점이 있어 최선의 방식을 찾기 어렵지만 행정고시를 붙었다는 이유로 국회나 청와대 위에서 예산을 결정하는 게 민주주의인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90317911
"공무원은 시키는대로 할 뿐"…'집단 무기력증' 빠진 경제관료들 (한경, 성수영/정인설/노경목 기자, 2020.09.03 17:37)
포퓰리즘 광풍에도 경제관료들은 "예스"
방만 재정 등 주요 정책 黨靑이 주도…부처는 실무만
정치권 뒤치다꺼리만 하는 하도급 기술자로 전락 '자초'
“나랏빚이 올해 110조원, 내년에 105조원 증가합니다. 이렇게 국가채무가 급증하게 재정계획을 세워도 되는 건가요.”
한 전직 경제부처 고위 공직자는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과 중기 재정전망을 본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명분으로 나랏돈을 흥청망청 쓰겠다는 것 같은데 공무원들까지 큰 반대 없이 그 생각에 동조해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제 관료들이 권력에 줄서고 정치권 뒤치다꺼리나 하는 하도급 기술자로 전락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 관료들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초반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무차별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탈원전 정책 등이 추진됐지만 반대 목소리가 경제부처에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경제 관료들의 출세지향주의와 무력감은 정권 중반을 넘어선 요즘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랏돈 풀기,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과세 원칙에 어긋나는 소수에 대한 징벌적 과세 등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이 추진돼도 소신을 갖고 제동을 거는 경제 관료는 사라졌다. 관가에선 “문재인 정부는 경제 관료들의 무덤”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재난지원금을 50번, 100번 줘도 괜찮다”고 하더니, “국가채무가 증가하니 재정지출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악의적인 주장”이라고까지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의 기본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니라 기본소득을 최고 가치로 내세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관료들은 정치권의 편향적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태도로 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료적 전문성은 어디로
유례없는 징벌적 조세정책에도…기재부 반대 목소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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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경제정책을 전문 관료들에게 맡겼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386 청와대 실세들과 번번이 충돌하면서도 신용카드 대란 직후 경제살리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토대 마련 등을 관철시켰다. 배경에는 “정치적으로 손해지만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며 경제관료에 힘을 실어줬던 노 전 대통령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는 반대로 시작부터 경제관료를 적대시했다. “관료를 쓰면 개혁이 물 건너간다”(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는 노무현 정부 실세들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2017년 김진표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취임 직후 “보수 정부 10년간 정부 관료들이 흘려들었던 우리의 국정 철학을 뼈저리게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는 현 정부 국정 운영 방향의 밑그림을 그린 곳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책 방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제관료에게 유독 가혹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혁신성장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지만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급기야 2018년 11월 국회에서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가 있다”고 밝힌 뒤 나흘 만에 경질됐다.
여야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관료 출신 장관들이 이견을 내지 않는 것도 이런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는 사이 정치권의 정책 주도권은 커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탈원전과 복지지출 확대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할 것을 밝히고 있다. 야당 대표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마저 현 정부 정책기조와 비슷한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럼에도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반기를 들지 않는다. 잘못된 경제정책이 부작용을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출세를 위해, 때로는 반대해 봐야 바뀔 게 없다는 체념과 무기력 속에 ‘하도급 기술자’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세제실이 대표적 사례다. 세제실은 작은 세율 변화 하나도 각 경제주체의 행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칙과 경제 영향을 중시한다. 그런 공무원들이 요즘 정치권이 밀어붙이는 원칙 없는 세금 정책을 뒷받침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청와대가 밀어붙여 세법개정안에 반영된 ‘부자 증세’가 그랬다. 기재부는 연 10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45%로 올리면서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사람은 근로소득세를 내는 사람의 0.0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고소득자 수가 적으니 더 걷어도 별 상관없다는 건 조세 원칙이 아니라 정치”라고 했다.
다른 경제부처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요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정부 규제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당초 공정위는 1~2년 정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규제 여부를 신중하게 따져볼 생각이었다. 섣불리 규제를 만들었다가는 산업 경쟁력이 약화돼 외국 플랫폼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여당이 “빨리 규제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연말을 목표로 정부안을 준비 중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는 정치권이 관료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 자율성이 약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포퓰리즘으로 폭주하는 입법부를 막기 위해서는 관료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