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기사지만...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86604.html
인종·젠더 넘어…바이든 정부, ‘21세기 뉴딜’ 꿈꾸나 (한겨레, 정의길 선임기자, 2021-03-13 02:3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노동)조직권보호(PRO)법이야말로 민권법이다. 단체협약을 하면 모두가 같은 임금을 받는다. 남녀, 흑인과 백인 사이에 차이가 없다. 엘지비티큐(LGBTQ), 여성에 대한 보호도 있다. 법만으로는 그들을 항시 보호할 수 없다. 그들의 단체협약이 그들을 보호한다.”
미 하원에서 지난 9일(현지시각) 찬성 225, 반대 206으로 통과된 노동법 개정안인 ‘조직권보호법’을 두고 미국 최대 노조조직인 미국노동연맹-산별노조협의회(AFL-CIO) 의장 리처드 트럼카가 한 말이다. 이 법은 미국에서 노동법이 제정된 1930년대 뉴딜 시대 이후 노동권 확대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법안이다.
이 법이 발효되면, 징계와 해고에 맞서 노조를 조직하려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한편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용자를 처벌하는 정부의 권한이 확대된다.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에게 강제하는 모임 등도 불법화된다. 거대 플랫폼 회사들이 직원들을 독립 자영업자로 규정하는 데 제약을 가해서, 우버의 기사나 택배노동자들도 노조원이 되는 길을 열 수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총기 안전, 성소수자 권리, 이민, 투표권 확대 등 미국의 평등과 공정, 안정을 향한 12개의 법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법은 최저임금 인상법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사회 지형 개조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의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10일 의회에서 통과된 1조9천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경기부양안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7천원)로 올리는 법안도 포함하려 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번 조직권보호법 역시 상원에서 통과될 전망은 크지 않다. 두 법 모두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보수적 의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두 법이 관철되지 않으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의제로도 내세울 계획이다. 이 법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저학력 백인 중하류층 사이에서도 지지가 높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인 전국고용법프로젝트의 조사를 보면,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내년 중간선거의 격전지 선거구에서 유권자의 3분의 2가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했다. 지난 대선 때 바이든을 지지한 유권자의 82%, 대학교육을 안 받은 백인의 63%가 지지했다. 저학력 백인층은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민주당 진영에서 일고 있는 ‘정체성 정치’ 극복 움직임이 배경이다.
민주당은 1960년대 린든 존슨 정부가 사회복지와 민권을 확대한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 이후 노동·임금·복지 등에서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1980년대 이후 로널드 레이건의 공화당이 주도하는 감세, 사회복지 축소, 정부 지출 삭감 등에 밀려왔다. 이에 민주당은 빌 클린턴 이후 젠더·인종·여성 등 소수자와 약자 문제에 비중을 두며 지지층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대중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 부재한 가운데 소수자·약자 중심으로 차이를 강조하는 정책은 ‘정체성 정치’라고 지적받았다.
이는 보수층과 공화당이 내세운 ‘역 정체성 정치’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저학력 백인 중하류층이 백인 정체성을 강조한 트럼프 쪽으로 지지를 바꾼 것이다.
현재 연방 차원의 최저임금은 7.25달러다. 인플레를 고려한 현재 실질가치 기준으로 보면, 1968년의 12달러가 최고치였다. 그 뒤로 무려 30% 넘게 하락했다. 성인이 가족을 부양하는 최저생활임금은 시간당 16달러로 평가된다. 미국 노조 조직률은 1950년대 노동자의 3분의 2에서 현재는 10%로 떨어졌다. 특히 갈수록 늘어나는 거대 플랫폼 회사들의 노동자들은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인종·젠더와 상관없이 고임금뿐만 아니라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연구로 검증됐다.
대중 전반을 포괄하는 사회경제적 의제로 노선 전환을 주도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경기부양안 표결 때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려다 11시간50분이라는 역대 최장 표결 시간 기록을 세우게 만들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팀 라이언 하원의원은 조직권보호법 통과 찬성 연설에서 “닥터 수스는 그만 말하고,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자”고 일갈했다. 인종 정체성 왜곡 논란에 스스로 출판을 금지한 유명 작가 닥터 수스의 그림책 논란도 좋지만, 인종과 젠더를 불문하는 전체 노동자의 공동 이익을 위해 힘쓰자는 말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저임금과 노동법 개정을 시작으로, 노동자·중산층·진보층·약자를 두루 아우르는, 특히 멀어졌던 백인 중하류층을 다시 모으는 ‘21세기 뉴딜’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102140005&code=970201
수천만 미국 노동자 노조 가입의 길…또 ‘상원의 벽’ (경향, 정유진 기자, 2021.03.10 21:41)
바이든·민주당이 공들여 온 ‘단결권보호법’ 하원서 통과
플랫폼노동자 권리 확대…노조 결성 방해 기업엔 제재도
기업·공화당 “경제 붕괴” 반발…최소 10명 이탈해야 가결
“뉴딜 이래 가장 중요한 노동 관련 법”이라 평가받고 있는 ‘단결권보호법’이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공화당과 기업의 반대를 뚫고 상원까지 통과해 수천만명의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의 길을 열어 줄 수 있을지, 아니면 공화당의 반대에 좌초된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법안의 뒤를 따를지 주목된다.
미 하원은 9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단결권보호법을 찬성 225표, 반대 206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5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 법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도입된 ‘일할권리법’을 무효화하고, 우버와 맥도널드 같은 플랫폼·프랜차이즈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크게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뺏긴 백인 노동자 지지층을 되찾아오기 위해 대선 때부터 노동권 강화 의제에 공을 들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아마존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노력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조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지면 바로 가입하겠다는 미국 노동자가 6000만명에 달하지만 너무 많은 주정부와 고용주들이 노조 결성을 방해하고 있다”며 법안 통과를 지지했다.
실제 갈수록 확대되는 소득 격차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악화된 노동환경 탓에 노조에 가입하길 원하는 노동자의 규모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조 지지율이 65%로 나타나 200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는 노조를 결성하려는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연방 노동법을 위반한 고용주에게 건별로 약 5만달러(약 5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담겨 있다. 이 같은 기업 제재 조항을 만든 것은 미국 노동법 역사상 처음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아울러 이 법은 공화당이 장악한 27개 주에 도입된 일할권리법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할권리법은 신규 채용된 노동자가 자동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비를 내도록 한 유니언숍을 금지해 노조 활동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 법이 우버 드라이버 같은 플랫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업체로부터 실질적으로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고, 거래와 직업 선택 등에서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도록 엄격한 조항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플랫폼노동자가 ‘노동자’로 분류돼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노동계는 크게 환영했다. 리처드 트럼카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 위원장은 “이 법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진정 이 나라의 불평등을 바로잡고 싶다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에 말했다.
반면 기업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고용자들을 관련없는 갈등에 휘말리게 하고, 경제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소매협회도 “의회에서 통과시킨 최악의 법안”이라고 했다.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원 통과다.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를 저지하고 법안을 처리하려면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현재로선 상원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20년 초에도 단결권보호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던 상원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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