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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태국 ‘쌍둥이 독재자’에 맞서는 밀레니얼 연대

새벽길 2021. 2. 27. 12:27

미얀마-태국 청년들의 국제적인 연대를 응원한다.
태국이나 미얀마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어려운 경제상황 운운하면서 저항을 무력화하는 시도가 없는지 모르겠다. 사실 근시안적으로 보면 총파업을 포함하여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자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기화로 쿠데타세력이나 친정부언론에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집회, 시위에 나서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라고 종용하지는 않는지... 한국에서라면 당장 이게 먹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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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태국 ‘쌍둥이 독재자’에 맞서는 밀레니얼 연대

[토요판] 랜선 동남아⑩ 군부독재와 밀크티 동맹민 아웅 흘라잉 장군-쁘라윳 총리쿠데타로 집권한 ‘닮은꼴’서한 주고받으며 우애 과시미얀마, 태국 군부통치 답습‘중국 제일주의’ 맞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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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태국 ‘쌍둥이 독재자’에 맞서는 밀레니얼 연대 (한겨레, 현시내 서강대 동아연구소 연구교수, 2021-02-27 11:09)
[토요판] 랜선 동남아
⑩ 군부독재와 밀크티 동맹
민 아웅 흘라잉 장군-쁘라윳 총리
쿠데타로 집권한 ‘닮은꼴’
서한 주고받으며 우애 과시
미얀마, 태국 군부통치 답습
‘중국 제일주의’ 맞서며 다진
동남아시아 ‘밀크티 동맹’의 힘
태국 학생-미얀마 이주노동자
방콕서 쿠데타 반대 시위 벌여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미얀마의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 태국과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총리의 발표 전부터 온라인에서는 쁘라윳과 민 아웅 흘라잉을 “쌍둥이 독재자”라고 부르고 있었다.
쁘라윳과 민 아웅 흘라잉은 선거를 통해 압도적 지지로 선출된 여성 정치인을 쿠데타로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다. 모든 쿠데타 세력이 그렇듯 둘 다 쿠데타의 합법성을 주장했다. 민 아웅 흘라잉은 비상시 대통령이 “국방부와 국가안보회의와 협력”하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미얀마 헌법 417조(2008년 개정)를 근거로 들고 있다. ‘비상시’를 멋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아웅산 수치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고소하기 시작했다. 쁘라윳 또한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은 뒤 잉락 친나왓 전 총리로 인해 국가가 분열됐다며 ‘국가평화질서회의’(National Council for Peace and Order)를 세우고 의장직을 맡았다. 3개월 만에 그는 단독후보로 출마해 총리로 선출된다.
쌍둥이 독재자는 쿠데타 직후 행보도 비슷했다. 제일 먼저 인터넷을 차단하고 언론을 통제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 특히 이들이 소셜미디어 통제를 강화한 이유는 청년·학생들 중심의 반쿠데타 움직임이 인터넷을 통해 조직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통제는 잘 안 먹히고 있다. 쿠데타가 일어난 지 3일 만에 양곤에서는 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얀마 연예인들은 빨간색 옷을 입고 세 손가락을 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이 방호복을 입고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들고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법의 수호자인 변호사와 판사의 동조 시위, 그리고 스님들의 거리시위로 이어졌다. 군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난 22일에는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 쿠데타(2월1일) 이후 최대 규모의 쿠데타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시민들의 저항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태국의 청년과 학생들, 그리고 미얀마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6일 방콕에 있는 유엔 사무소 앞에서 대규모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다. 국적을 불문하고 시위에 참가한 이들이 우려하는 바는 한 가지다. 바로 “합법적 군부독재”의 끈질긴 생명력이다.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지난 1일부터는 태국 각지에서 반쿠데타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쌍둥이 독재자 쁘라윳과 민 아웅 흘라잉 사진이 나란히 소셜미디어에 쏟아져 나왔다. 양은냄비를 쓰고 나와 미얀마 국기를 들고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는 태국의 젊은이들과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나란히 행진하는 모습은 반목의 역사를 넘어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태국 학생들은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폭압적인 상황에 공감하면서 이에 저항하기 위해 태국 곳곳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들과 손을 잡았다. 태국 청년들이 미얀마의 청년들과 연대하는 배경에는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확산되고 있는 ‘밀크티 동맹’이 있다. 밀크티 동맹은 아시아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중 정서에 기반하지만, 독재정부에 대항하는 청년들의 국제적 연대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변모하고 있다.
밀크티 동맹의 주도세력인 밀레니얼 세대의 전략은 20세기의 민주화 운동과는 다르다. 이들이 참가하는 반독재·반정부 시위대에는 주동자가 없다. 리더는 곧 타깃이 되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투쟁 방식과 구호의 다양화로 이어졌다. 작년과 올해 태국과 미얀마의 반독재 투쟁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시위자들이 요구하는 민주화가 반드시 민주주의의 정치적 제도화에만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성적 소수자와 여성들이다. 이들과 트랜스젠더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시위대의 선봉에 섰다. 유난히 많은 여성 시위대는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구호도 외친다.
아세안 국가들의 미온적 태도도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비판적이었던 싱가포르가 “심각한 우려” 정도로 대응했을 뿐 대부분의 나라는 중국과 같이 “내정간섭”을 핑계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 청년들의 움직임은 더 돋보인다. 이들은 군부가 시내 곳곳에 배치한 전투경찰, 사복경찰, 극우 청년단들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얀마 쿠데타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거의 매일 벌이고 있다. 태국의 젊은이들의 이러한 용기와 절박함은 어떠한 강대국도 자신들과 미얀마의 미래를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역사적 성찰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밀레니얼 청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군인과 총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잃는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20세기의 유산인 군부독재의 억압을 깨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21세기의 아세안을 열어갈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