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현장에서
비정규직 800만 시대 경향신문 기획기사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을 넘어간다는 것이 기념할 일은 아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도 있고...
비정규직에 관한 글이나 기사를 자주 보긴 하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
길어지겠지만, 경향신문의 기획기사를 발췌하여 담아오면서 이전에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었던 기획도 함께 담아놓는다.
2008. 9. 1
경향신문의 비정규직 800만 시대 기획기사가 토론회 정리기사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토론회에서 다룬 쟁점은 비정규직법을 어떻게 볼 것인지, 비정규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지, 진보진영의 대응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적 타협은 가능한지 등이다. 지금 상황에서 전혀 가능하지 않은 사회적 타협이 포함된 것은 조금 생뚱맞은데, 만약 필요했다면 그 발제자로 김호기 교수보다는 이종태 연구위원이나 장하준 교수, 또한 사민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이 나오는 것이 타당했을 것이다.
토론회에서 발제에 대해 반대토론을 부친 것이 흥미로웠다. 은수미 연구위원의 입장은 예상은 했지만 실망을 금할 수 없었고, 김성희 소장은 최근에 그렇듯이 갈수록 왼쪽으로 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상정 대표는 오랜만에 내 맘에 드는 말을 해주었지만, 과연 자신의 발언을 진보신당 내에서조차 관철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비정규직 조직화와 관련된 부분이 중요한데, 박승흡 대변인과 이재영 기획위원 모두 나와는 생각이 달랐다. 비정규직 조직화가 노조로 가능한지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며, 진보정당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는 있고, 해야한다는 점에서 이재영 기획위원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점차 맛이 가고 있는 기존의 진보정당으로는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뭐? 글쎄... 제대로 건설된 산별노조가 제 역할을 하는 수밖에...
김호기 교수가 사회연대전략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먹이는 것은 사회연대전략의 급진성에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과연 이를 통해 계급을 형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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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사회 전체가 비정규직 바다” (경향, 장은교기자, 2008년 07월 14일 18:24:17)
시리즈를 시작하며
회사원 김영진씨(27·가명)는 비정규직 6년차다. 대학졸업 후 세 번 직장을 옮겼다. 모두 비정규직이다. 지금은 제조업체의 임원 비서실에서 일한다. 김씨는 “제가 하루에 만나는 비정규직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라고 묻고는 “사회 전체가 비정규직 바다예요”라고 자답했다.
비정규직. 정규직과 구별짓는 앞 글자 ‘비(非)’는 한숨과 절망의 상징어가 됐다.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인력시장의 주홍글씨가 된 지 오래다. 작년 한 해 최저임금(시급 3480원)도 받지 못한 노동자의 94.4%는 비정규직이다. 똑같이 주 45시간을 일하지만 평균 월급은 124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이다. 정규직이 십중팔구 가입한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률도 30%대다. ‘직업 계층’ 사다리의 끝에 매달린 그들의 위기는 스스로 꿈을 접어가는 현실이다.
지난 3월 기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비정규직 숫자는 858만명. 여기에 지난해 평균 가구원수(2.87명)를 대입하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비정규직 생활권’에 있다. 741만명인 정규직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숫자는 많지만 그들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는 “비정규직은 촛불집회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주변인)로 본다. 노동시간 결정권이 약하고 주말과 밤 시간대에 일이 더 몰리는 파트타임 인생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정된 비정규직법은 고용의 질이 낮은 파견·용역·파트타임직을 양산하며 이달부터 100~299인 기업까지 확대 적용된다. 정작 비정규직의 애환이 함축된 산업재해·하도급·외주화는 정부 통계에서도 사각지대다.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은 2.8%. 비정규직은 뭉치지도, 스스로를 대변하지도 못한다. 대선·총선 때마다 대표적인 ‘계급 배반’ 투표층으로 분류될 정도다. 정치·사회적 음지에 고립된 비정규직의 갈등이 위험수위까지 차올랐다는 뜻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고병권 대표는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이 다수이면서도 아직까지 ‘예외적 상황’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무능한 정치 때문에 사회적 난민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와 임금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본 의미를 되묻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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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1)대물림 악순환…엄마는 청소, 세 딸은 임시직 (경향, 정제혁 장은교(사회부) 이호준(산업부) 배명재 김한태 윤희일 최인진 최승현기자(전국부), 2008년 07월 14일 18:10:31)
비정규직의 더 큰 고통은 자식의 비정규직 대물림이다. 비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낳는 것이다. 비정규직 부모의 자녀는 정규직이 되기 힘들다. 비정규직 부모의 자녀는 정규직 부모를 둔 사람과의 경쟁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 교육도 취업도 그런 구조다. 사교육을 잘 받아야 소위 ‘일류대학’에 갈 수 있다. 일류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부모의 자녀에겐 다 사치스러운 일이다. 비정규직 부모들은 자녀만은 정규직으로 만들려고 몸부림쳐보지만 많은 경우 비정규직의 대물림으로 막을 내린다. 사회적 차별과 고단한 삶도 덤으로 대물림된다.
대학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는 김모씨(54·여·광주시). 본인과 세 딸 모두 비정규직이다. 김씨의 비정규직 이력은 8년째다. 지난 2000년 남편이 세상을 뜬 이후부터다. 장례식 이튿날부터 식당에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비정규직이었다. 1주일에 나흘 일하고 월 80만원을 받았다. 몸도 마음도 고달펐다. 더 힘든 것은 저임금과,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엉망이 된 집안 살림과 자녀 교육이었다.
고생 끝에 세 딸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딸들은 하나같이 학자금 대출로 대학등록금을 해결했다. 용돈은 아르바이트를 해 충당했다. 취업공부도 제대로 못했다. 신문에 회사 모집공고가 날 때마다 입사원서를 쓰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임시직 학원 강사로, 주유소 주유원으로 일한다. 이러다보니 취업 시험공부 등 준비를 못한 채 입사를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다시 비정규직 일을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씨는 남편 사별 후 나들이는커녕 영화 한 편 본 적 없다. 그런데도 삶은 고단하다. 광주시에 지하철이 생긴 지 4년이나 지났는데도 타보지 못했다. 김씨의 가장 큰 고통은 비정규직 대물림이다. 김씨는 “그렇게 애를 썼건만 애들이 번듯한 직장을 잡지 못한 게 걸린다”며 “이러다가 손자들마저 비정규직 자식을 낳을 것 같아 늘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숲 가꾸기 공공근로 비정규 일을 하고 있는 김모씨(57·강원 속초시). 그가 비정규직이 된 것은 IMF사태 직후. 인쇄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직장을 잃었다. 김씨는 이후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쇄회사라면 한 번씩은 두드려봤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수입원이 없어지면서 당시 고교생이던 아들을 대학에 보내지 못했다.
간병사 서모씨(49·울산 남구)는 비정규직으로선 흔치 않은 노조원이다. 그녀가 속한 노조는 ‘울산지역연대노조’다. ... 지난해 해직된 것도 서씨가 노조활동을 하는 데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소송을 제기해 복직 판정을 받았지만 서씨는 아직도 일을 하지 못한다. 요양시설 측이 “직장 분위기가 악화된다”며 당분간 나오지 말아달라고 해서다. 그 ‘당분간’이 벌써 6개월이 됐다. 처음에는 출근을 하려 했지만 요양시설 측이 막았다. 서씨는 “비정규직에게는 노조도 사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의 ‘비정규직 인생’은 올해로 4년째다. 견인차를 운전하던 남편이 식도역류증을 앓아 수입이 줄어든 것이 계기였다. 이리저리 알아본 끝에 간병사 양성학원을 다녀 간병사 자격증을 얻었고, 운 좋게도 치매환자 요양시설에 취업했다. 20명의 간병사가 250명의 환자를 돌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10명씩 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일을 해야했다. 결국 간병인 한 사람이 환자 25명의 목욕, 식사, 배변 등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일이 끝나면 파김치가 됐지만 결근하면 ‘대근비’를 내야 해 하루도 쉴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 서씨는 간병인 일이 그립다. ‘집에서 빈둥거리다 보니’ 비정규직이라도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노조를 탈퇴하면 요양시설 쪽 분위기가 누그러질 것 같긴 하지만 탈퇴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비정규직도 일할 권리와 복지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 노동자라는 것을 알려준 곳이기 때문이다. 서씨는 “노조는 가족 빼고는 세상에서 유일한 내 편”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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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학습지교사들 사실상 종속관계 (경향, 장은교기자, 2008년 07월 14일 17:59:48)
비정규직 관련 용어
■ 기간제 고용(계약직·임시직·일용직)
■ 간접고용(용역·파견)
■ 특수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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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10년뒤 저축·車·결혼 없는 ‘3無세대’ (경향, 배명재·백승목·장은교기자, 2008년 07월 17일 18:53:45)
희망 잃은 세대, 20代
20대가 패기와 도전 정신을 상실한 국가와 사회에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20대 비정규직 문제가 시급한 국가·사회적 해결과제인 이유다. 역대 정부는 청년실업 해결을 부르짖고, 이명박 정부도 ‘일자리 300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취업 전장’의 20대는 일자리 숫자뿐 아니라 ‘어떤 일자리’를 늘릴 것인지 묻는다.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20대 임금노동자의 49%는 비정규직이다.
지모씨(26·여)는 최근 은행입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계약직이었기 때문이다. 지씨는 지난해 서울의 4년제 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2년째 직장을 구하는 중이다. 이른바 ‘장미족’(장기 미 취업자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도 지씨가 입사를 포기한 데는 사정이 있다.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그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지씨는 “(기업이) 말로는 사회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원한다고 하지만 비정규직 경험은 저평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서연씨(27·증권사 계약직 사원)는 “섣불리 비정규직에 발을 담그는 것은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 6월 입사한 전씨는 입사 동기들보다 경력이 2년 이상 많았지만 임금 등 대우는 똑같았다. 경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으로 경력을 쌓아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은커녕 계약기간을 지켜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하는 비정규직도 많다. 파견업체 계약직인 이현미씨(25·여)의 최대 근무가능 기간은 파견계약 2년과 본사계약 2년을 합해 4년이다. 하지만 동료들은 대부분 3년째에 이직한다. 회사에서 말은 안 하지만 무언의 압력을 느끼는 것이다.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경주의 한 호텔에서 전기 관련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허모씨(28)는 월 300여시간을 일하고 116만원을 받는다. 생활비를 아껴 월 50만원을 저축한다. 하지만 결혼하면 저축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결혼 생각을 못한다. 학원강사 오모씨(28·여)는 보험 미가입자다. 학원 측은 최근 4대 보험에 가입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월급 140만원에서 보험료를 제하면 생활이 불가능해 포기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박사는 “25세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진출해 10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주택청약저축이 없고 자가용이 없고 결혼을 못하는 3무세대가 된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인권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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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2)서울 대졸취업, 정규직 50%·비정규직 16% (경향, 정제혁 장은교(사회부) 이호준(산업부) 배명재 김한태 윤희일 최인진 최승현기자(전국부), 2008년 07월 17일 18:51:24)
전국 대학 3곳 졸업생 전수조사·실태
지방 소재 사립 ㄱ대학 무역학과 2007년 졸업생 39명 중 정규직 취업자는 17명. 전체 졸업생의 43% 수준이었다. 나머지 졸업생 가운데 10명은 미취업 상태였고, 9명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지방의 국립 ㄴ대학 이과계열 한 학과는 지난 2월 졸업생 36명 중 21명(58%)만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취업한 것은 12명으로 전체 졸업생의 33%에 그쳤다. 나머지 취업생 가운데 9명은 비정규직이었다. 이밖에 10여명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부를 더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직장을 얻기 위해 ‘가방끈’을 늘리려는 것이다.
서울 소재 사립 ㄷ대학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 대학 신문방송학과 97학번 38명 가운데 취업한 사람은 25명. 아직 직업을 갖지 못한 사람도 8명이다. 3명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으며, 2명은 취업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 졸업자 가운데 정규직 취업자는 50%인 19명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불만은 월급문제와 고용불안이다. 정규직과 똑같은 노동을 하면서 급여는 정규직의 70% 수준이기 때문이다. 언제 길거리로 내쫓기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긴장한 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ㄱ대 무역학과 2007년 졸업생 김현선씨(25·가명)는 경북의 한 지방도시에 있는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비정규직 강사다. 월~금요일에 매일 오후 5~9시 4시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 달에 50만원을 받는다. 김씨의 꿈은 정규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대학 재학 때부터 줄곧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
송영선씨(24·가명)는 희망을 갖고 사는 경우다. 그는 대전시 소재 연구기관 총무부서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이 기관은 다행히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송씨는 “급여가 적어 힘들지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도 불안하고 임금도 낮은 비정규직으로 평생 살아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며 “내가 다니는 곳처럼 다른 직장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씨의 학과 동기생 정소라씨(25·여)도 서울의 한 연구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담당업무는 인터넷 사이트 관리. 정씨의 급여는 월 150만원. 부모님이 전세로 구해준 원룸에서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며 산다. 근검절약이 몸에 뱄다. 송씨는 “지방대 졸업자가 제대로 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껴왔다”며 “비정규직이라도 어렵게 직장을 잡았으니 여기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명 시중은행 창구 비정규직인 ‘텔러’ 윤은희씨(25)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잡으며 살고 있다. 윤씨는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부여되는 사내 정규직 전환 시험을 노리고 있다. 윤씨는 “만약 정규직 전환 시험에 실패한다면 무기계약전환 시험에라도 응시해 안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비정규직의 가장 큰 고통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김현선씨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합격을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결혼을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처럼 데이트를 즐기고 싶지만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그런 것을 생각할 만한 심리적인 여유는 물론 경제적인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제약회사의 정규직 영업사원인 심상규씨(27·가명)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의 질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 문제”라며 “정규직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평생 보장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제필씨(28·가명)는 얼마 전 한 무역회사에서 면접 시험을 본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씨는 졸업을 앞두고 몇 차례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포기했다. 비정규직으로는 절대 갈 수 없다고 결심한 까닭이다. 그가 비정규직을 기피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씨는 “무슨 일만 있으면 1차로 해고 대상이 되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려고 하면 바로 잘리는 여자친구의 회사 동료들을 보면서 ‘이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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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비정규직 걱정…내 문제죠” (경향, 장은교기자, 2008년 07월 17일 18:54:17)
연세대 내 비정규직 고민하는 모임 ‘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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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3)“보험도 퇴직금도 없어 해고는 곧 사망선고” (경향, 특별취재팀, 2008년 07월 22일 17:47:39)
3040세대
냉장고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조성만씨(48·가명). 70대 노모와 대학생 아들(19)을 둔 비정규직 가장이다. 월급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의 40%인 130여만원. 그나마 일주일에 6일, 매일 오후 10시까지 잔업을 해야 만질 수 있다. 성과급도 명절 보너스도 없다. 월급을 받으면 먼저 매달 30만원을 저축한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의 등록금을 대기 위해서다. 아들의 월 생활비로 20만원을 보낸다. 여기에 가족 생활비 30만원과 노모의 약값·병원비 20만원을 지출하면 교통비 정도만 남는다.
30~40대 비정규직의 고민은 교육·의료·주거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 비정규직의 절반가량은 최저생계비를 겨우 웃도는 월급으로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 국내 전체 임금노동자 1599만명 가운데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시간당 4989원)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계층은 427만명(26.7%). 이 중 정규직은 46만명(6.3%)인 반면 비정규직은 381만명(44.4%)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에 육박한다.
연수원 시설용역체 직원인 김준석씨(36·가명)는 비정규직 가장으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해 “꿈도 희망도 없이 그날그날 먹고 사는 게 전부인 삶”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3월 김씨는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다. 안 하려고 했지만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의 유일한 소원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하려고 했지만 월소득 100여만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김씨가 한 달에 400시간을 일하고 받는 월급은 실수령액으로 118만원. 대학(전자공학 전공)을 나왔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구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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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동부가 4만2161개 업체를 표본 조사한 ‘2007년도 사업체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40대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의 62.6%의 임금을 받아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하청업체 비정규직인 변모씨(45)는 최근 정규직이 휴지통에 버린 급여명세를 보고 허탈해했다. 한달 453시간을 일하는 자신의 월 급여는 200만원이었지만 자신과 똑같이 페인트 작업을 하는 정규직은 370시간을 일하고 320만원을 받고 있었다. 정규직은 유해수당과 교대근무수당, 가족수당 등 수당만 12가지가 넘지만 자신은 한 달간 결근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1만2000원짜리 만근수당이 전부였다. 학자금 지원도 정규직에게만 해당된다. 비정규직은 다쳐도 치료비가 본인 부담이다. 지난해에는 7년간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고 회사명과 사장이 바뀌었다. 다행히 직원은 모두 승계됐지만 비정규직들은 모두 신규입사자가 되면서 7년 동안 누적돼 온 연차마저 사라졌다.
중국 수출업체 사무실에서 배송일을 하는 한주복씨(42·가명)는 올 초 집주인으로부터 4500만원이던 전세금을 1200만원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부부가 맞벌이하는 한씨 가족의 한 달 수입은 280만원 정도. 500만원은 은행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직장 재직기간이 짧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대출이 거부되었다. 다른 은행 4~5곳의 문을 더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2008년 3월 기준으로 직장에서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한 정규직 비율은 82~98% 수준. 반면 비정규직은 33~36% 수준에서 맴돈다. 정규직의 99.2%가 퇴사 시 퇴직금을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은 26.3%만이 퇴직금을 받는다. 보험도 퇴직금도 없는 비정규직에게 해고는 ‘사회생활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실업 수당마저 끊기고 나면 세금 체납과 카드 연체가 시작된다. 의료보험과 같은 공공서비스로부터도 가장 먼저 버림받는다.
2005년 택시회사에서 해고된 강효석씨(43·가명)는 “(해고되고 보니)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가 더 큰 사람들이 결국 가장 먼저 버림받게 되는 것이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라고 말했다. 해고 후 각종 세금과 공과금은 그를 상습 체납자로 만들었다.
택배·폐지수집·청소일… ‘화려한 은퇴’는 없다 (경향, 특별취재팀, 2008년 07월 22일 17:50:37)
5060세대
50대 이상 취업자의 절대 다수는 비정규직이다. 50세 이상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224만명, 정규직은 100만명 수준이다. ‘실버세대’니 ‘골든에이지’니 하는, 노후와 여생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단어들이 넘쳐나지만 화려한 은퇴와 든든한 보험, 해외여행 같은 노후는 대다수 노인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끝나지 않은 자식 뒷바라지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척박한 일상과 대면한 노인들은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일거리만 달라’고 몸부림치고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오토바이 택배일(특수고용)을 하는 김정수씨(61·가명)는 쉬는 날에는 지하철을 돌며 폐지를 수집한다. 생활비와 병원비, ‘장미족’(장기미취업졸업생)인 딸의 뒷바라지까지 하려면 오토바이 택배일로 버는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타다 보니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엔 일하러 나오기가 죽기보다 싫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는 있지만 써주겠다는 곳은 없다. 아파트 경비나 사우나 관리원처럼 인기가 좋은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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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앞둔 박정순씨(59·여·가명)는 얼마 전부터 병원 청소일을 다시 시작했다. 몇 년 전 몸이 아파서 스스로 일을 그만뒀지만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 사정을 해서 계약직으로 겨우 일자리를 얻었다. 그동안은 목수일을 하는 남편이 생계를 책임져 왔지만 올해 막내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일을 하고 나면 일요일엔 하루 종일 이불을 덮고 끙끙 앓아눕는다. 남편은 당장 일을 그만두라며 매일같이 성화지만 생활비를 뻔히 아는 처지에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라는 걸 안다.
박씨는 “막내까지 결혼시키려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동창회에 나가면 여행이니 보험이니 노후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마다 서글프다”고 말했다.
◇50세 이상 비정규직들은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해고에 가장 취약하다. 오로지 몸을 쓰는 노동으로만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이들은 그래서 언제나 퇴출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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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정차 단속원 김영민씨(59·가명)도 하루하루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다. 2003년 명예퇴직 당한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재 직장에 자리를 잡았지만 언제 그만두라는 통보가 날아올지 모르는 상태다. 지난 2년 동안 동료 5명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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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노인 직업소개소 풍경 (경향, 이호준기자, 2008년 07월 22일 17:51:29)
6070세대
비정규직조차 간절한 이들이 있다. 60~70대 노인들이다. 이들은 젊은이들이 꺼리는 일거리라도 찾기 위해 오늘도 발품을 팔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ㄷ직업소개소. 이른 아침이지만 2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지친 표정의 60~70대 노인들이 그득했다. 한 60대 할머니는 소개소 직원이 전화로 자신의 일거리를 알아보는 동안 옆에서 연방 “잘할 수 있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노인들은 행여 소개소로 급한 구인전화가 걸려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소파에 앉아 아침부터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단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60대 초반의 한 할아버지는 소개소에 자신의 연락처만 남기고 서둘러 문을 나섰다. 그는 “오늘 아침부터 연락처를 남긴 직업소개소가 이번이 5번째”라며 “직업소개소를 한 곳이라도 더 돌아다녀야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발길을 재촉했다.
이 직업소개소 관계자(60)는 “젊은 사람들은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보수가 상대적으로 좋은 공장이나 건설현장으로 다 빠져나간다”면서 “우리 소개소를 찾는 노인들은 결국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푸대접을 받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일자리라도 40대는 120만~150만원을 받지만 50대는 100만원, 60대는 75만원 식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월급이 내려간다”면서 “65세가 넘으면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아파트 경비원 등의 직업도 시간당 최저 임금의 80%를 지급하도록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노인들의 일자리는 오히려 씨가 말랐다는 게 직업소개소 직원들의 전언이다. 이 법의 애초 취지는 노인들이 주로 일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을 올려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비직’이 젊은 사람들로 교체되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노인들에게 고용계약서는 기피대상이다. 정부의 생활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매달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 부담 때문이다. 오모씨(67)는 “생활보조금으로 한 달에 21만원 받고 있는데 (계약서를 써서) 수입이 있다고 하면 당장 지원금이 없어진다. 어찌 보면 일을 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 신세”라고 토로했다. 여성 구직자들이 식당일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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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4) “비정규직화 계속땐 한국 빈민율 중남미 수준 될 것” (경향, 장은교기자, 2008년 07월 24일 18:14:10)
인터뷰 | ‘한국학’ 전문가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한국학)는 “지금처럼 비정규직화가 진행된다면 한국의 빈민율은 중남미 저개발국가의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교수는 “유럽에도 비정규직이 있지만 특수한 경우에만 국한시켰고 임금·단체 협상도 할 수 있어 임금격차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5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뒤 “광우병에 걸려 죽을 확률보다 미친 고용 때문에 굶어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비정규직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이메일로 진행됐다.
-비정규직 문제가 왜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조직률은 겨우 3% 정도에 불과합니다. 조합 조직력이 매우 약해 목소리가 많이 들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자기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성장시키자면 조직과 투쟁 이외의 방법은 없습니다. KTX 여승무원과 기륭전자,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사회의 상당한 관심을 끌었지만 정규직 노동조직의 지원 미흡 등의 이유로 아쉽게도 현실적인 승리를 많이 거두지 못했습니다. 조·중·동 등 재벌 언론들의 ‘계획된 무관심’, 학계의 관심 부족 등도 사회적 인식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왜 문제라고 보십니까.
“이윤율을 중·단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이는 경우가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고용은 ‘생산과 소비’를 위주로 하는 자본주의의 논리로 봐도 단기적 고육책이요 장기적 함정에 불과합니다.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들이 소비를 늘리지 않으니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력이 떨어져 경제 성장의 기반이 파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비정규직들은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고 동기 부여가 약하므로 생산성과 능률이 떨어집니다. 물론 이외에 인간적 차원에서는 고용 불안이란 노동자의 심신 안정 등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등 수많은 ‘인간적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현행 비정규직법에 대해서, 그리고 차별철폐냐 사용사유제한이냐 하는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행법의 가장 큰 문제는 2년 후의 외주화, 용역화, 파견 직원으로의 대체를 못 막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아주 철저한 ‘비정규직 고용 사유 제한’에 있는 듯합니다. 법적으로 정규직 고용을 ‘정상’으로 인정하고 ‘비정상적 고용’의 사유를 단기적·계절적 일거리라든가 휴가 중인 정규직 노동자의 일시 대체 등 특수 사유로만 제한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단기적 이윤에 눈멀어 장기적인 체제 불안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기업주들의 욕심을 억제시키고 사회의 장기적 안정과 번영의 기틀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를 쉽게 원자화시켜 그 조직력을 파괴할 수 있는 파견근로는 노동자의 연대, 나아가서 사회 전체의 연대력을 심각하게 위협하지요. 유럽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건 사실인데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는 유럽의 파견근로는 몇몇 특수 직종을 중심으로 늘어나 적어도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등 핵심 분야에서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부분입니다. 노르웨이에선 파견노동자의 상당수는 고급 기술 직종(컴퓨터 관계 전문가 등)이나 환경미화원 등입니다. 핵심 산업과 유통 부문에서의 근로자 파견은 법적으로 제한돼 있지요. 또 파견근로자도 노조가입권이 인정되고 임금·단체 협상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있는 오슬로대에서 파견근로로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연봉은 25만~27만크로네로, 경력 10년 이상 정교수 평균 연봉의 45~50% 정도 됩니다. 임금 격차가 한국만큼 크지 않습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제시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왜 이런 계급배반적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십니까.
“민노당, 진보신당 등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투쟁 현장에서의 역할은 아쉽게도 크지 않았어요. 이외에 비정규직에게 다소 냉정했다고 인식되는 정규직 노조를 기반으로 한 민노총이 민노당의 주요 세력이라는 이미지도 비정규직들에게 아마도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다가올 만한 매체력, 현장 개입 능력(투쟁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활동가) 등이 진보 정당들에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왜 이런 ‘노노 갈등’이 일어나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노노 갈등’은 사용자 측의 분리 통치 책략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정규직 ‘노조 관료들’과 조합원의 일부가 계급의식이 결여돼 자신과 회사의 이해관계를 동일시하고 있으며 (‘기업주의’), 비정규직, 특히 파견 노동자 등을 ‘남’, ‘타자’, ‘우리 직장에 일시적으로 온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더군다나 비정규직은 여성과 청년, 저숙련, 미숙련자들이 많아 한국 특유의 연령주의적, 남성우월주의적 환경에서 중년의 남성 숙련공들에게 쉽게 이질시됩니다. 그러니까 크게 보면 정규직들이 지배계급의 통치 전략에 놀아나 체제 내화돼 포섭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경제적 위기가 더욱 본격화돼 그 정규직들의 직장도 위협을 더 크게 받아야 그들이 각성하게 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조설립에 사용자 측의 엄청난 방해 공작이 따르는데 정규직의 도움 없이 버텨내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조직률이 저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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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공공부문’이 되레 앞장… 정규직이 사라진다 (경향, 장은교기자, 2008년 07월 28일 17:54:50)
2부 - (1) 비정규직 양산 앞장 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가 앞에서는 ‘짝퉁정규직’을 만들어 정규직화를 회피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뒤로는 외주화를 진행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에도 비정규직 해고가 우선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모범을 보이겠다던 공공부문이 오히려 비정규직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무보조일을 하는 김인영씨(33·가명)는 ‘무기계약직’이다. 2004년 학교가 내민 계약서에 서명하면서부터다. ‘무기계약직’은 정부 설명대로라면 ‘기간을 정하지 않는 노동자’를 말한다.
김씨와 같은 교무직원들은 정부가 1차로 세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중 두번째 항목(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을 체결하거나 자동계약갱신 등을 통해 상용직화한다)에 해당돼 무기계약을 맺었다. 정규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사업의 축소·폐지, 도급(용역) 시행 또는 예산 감소 등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고용조정이 필요한 경우’ 직권면직될 수 있다. 특히 김씨와 같은 ‘학교노동자’들은 교육청이 아닌 학교장 소속이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해고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화하겠다던 직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공무원과 동일업무에 종사하는 상시위탁집배원, 학교 영양사, 사서 등 5000명은 공무원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현재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신설해 공개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들 직종의 신분은 공무원으로 승격됐지만 기존의 비정규직들은 더 큰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특히 학교 영양사의 경우 새 제도에 따라 자격을 갖춘 영양교사가 부임하면 전에 일하던 영양사들은 무조건 그만두도록 돼 있다. 지난 2월에도 서울 42개 학교의 영양사들이 새 영양교사가 부임하면서 자동해고됐다. 정규직 식품위생직원의 경우 일정 금액을 내고 양성과정을 이수하면 영양교사가 되지만, 무기계약직은 5학기 과정의 영양교육대학원을 다니거나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녀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영양교사 임용고사에 합격해야 한다. 영양사 자격증과 실무경력이 있지만 새 제도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서울지하철노조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전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공사가 내민 계약서에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명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노조 허섭 미조직특별위원장은 “공사에서는 임금 등 조건 개선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백지계약서를 내밀며 일단 무기계약전환부터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현재 비정규직은 올해 시급도 적용받지 못하고 작년 시급 3480원을 받는데,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해도 공사 측은 정규직 임금협상이 끝나면 그때 소급적용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종합대책 추진백서’는 “정규직은 공무원 여부와 관계없이 무기계약근로자를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무기계약직’이라는 새로운 고용형태를 만들어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하지 않고 일단 무기계약직으로 돌리면 된다는 식으로 일종의 정규직 회피 모델을 앞장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무 분사와 민간위탁 등의 ‘외주화’는 최근 공공부문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구조조정 방식의 하나다. 새 정부 들어 공공부문 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실상 많은 업무를 외주화해 정규직이 할 수 있는 일을 비정규직으로 바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일용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해 고용을 보장해줄 것처럼 하지만 사실상 이들 업무를 순차적으로 외주화시키는 방식으로 ‘뒷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가 산하의 시설공단이나 관리공단에 1차로 위탁하고 2차로 민간위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구청이 1차로 재활용수거업무를 송파시설관리공단으로 위탁하고, 공단은 2008년 1월부터 이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것이 좋은 사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30명의 노동자들이 지난해 말 집단해고를 당했다. 정규직이었던 이들은 투쟁 끝에 공단 측으로부터 “7월1일부터 일용직으로 복귀하고 8월1일 원직복귀한다”는 합의서를 받아냈으나 공단 측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그 사이 15명의 노동자들이 살 길을 찾아 떠났다. 장애인 콜택시 역시 서울시가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위탁했다. 공단 측은 운전자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맺었고 이들이 비정규노조를 만들자 공단 측이 부당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부당해고됐다 복직판정을 받은 노동자 중 2명이 아직도 원직 복직이 되지 않았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를 파악할 때 외주화 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제외시킨다.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 노동자들과 공기업 산하기관과 자회사들의 비정규직도 빠져 있다. 정부 통계상으로 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줄어들고 있지만 사실상 공공부문에 간접고용된 비정규직은 늘고 있는 셈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성희 소장은 공공기관들이 직접고용 비정규직수는 줄이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수는 늘리는 것에 대해 “기획예산처에서 진행하는 공공부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임금은 인건비에 들어가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임금은 사업비로 구분되기 때문에 실제 사용예산과 상관없이 ‘인건비’ 항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인건비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주요 기준이기 때문에 이런 편법이 많이 사용된다”며 “외주화로 인한 비용절감은 전적으로 외주용역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의 대폭적 저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14개 공공기관이 정부에 제출한 외주화비용 보고서를 보면 전체 비용 절감은 14%, 인건비는 27%로 인건비 절감이 총비용 절감의 두배에 가깝다.
공공기관의 외주화 확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기 위해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를 구분해 주변 업무에 한해 외주화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불명확하고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메트로가 진행 중인 분사업무 중에는 전동차 경정비·중정비 업무가 포함돼 있다. 공사 측은 이를 주변 업무로 보고 있지만 노조 측은 “전동차를 완전 분해해 점검·교환하는 것은 안전기준상 핵심적 업무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평가한 보고서에는 “핵심업무라도 합리적인 사유가 있으면 외주화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인데, ‘비용절감 효과나 민간부문과 경쟁시킬 목적으로 필요성이 명백한 경우 등’이란 문구를 포함시켜 해석 여하에 따라 무제한으로 외주화가 가능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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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 절반 담당… 월급 60만원대” (경향, 장은교기자, 2008년 07월 28일 17:57:15)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
대학 시간강사들. 이들은 현재 대학 교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이다. 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7년 전국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정규직 교수)은 5만5612명으로 시간강사 6만5399명보다 적다. 하지만 교양강좌의 경우 전임교원 강의(5만636개)보다는 시간강사 강의(7만8204개)가 훨씬 많다. 계약기간이 정해진 비전임교원들의 강의(2만5381개)까지 합하면 전임 교원 강의 수의 두 배에 이른다.
시간강사들은 따로 고용계약서가 없고 시급을 적용받는다. 교수신문이 전국 3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2008년 평균 시급은 4만1000원. 보통 한 학기에 두 강좌씩 맡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에 16시간을 강의(강좌당 1주일에 2시간 강의 기준)하고 받는 월급은 64만원 정도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교통비와 숙박료를 부담해가며 강의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4대 보험 가입률도 낮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만 가입되고 이마저 허용하지 않는 대학도 14곳이나 된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 두 곳에서 강의하고 있는 김영곤씨(61)는 “대학만큼 악랄한 사용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대학에서 시간당 5만300원씩 1강좌, B대학에서 3만원씩 2강좌를 하는 김씨의 한 달 급여는 88만2400원이다. 적은 월급보다 더 힘든 것은 다음 학기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김씨는 “어떤 설명도 없이 다음 학기 시간표에 이름이 없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말했다.
1995년부터 시간강사로 일해 온 한수경씨(42·가명)는 “50대가 되어서도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공부가 좋아 적게 벌어도 공부하며 늙자고 생각했는데 한 달에 50만~60만원 수입으로는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씨는 “강사 자리는 알음알이로 채용되기 때문에 그나마 있는 강의라도 잘리지 않으려면 단체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시간강사는 “다들 쉬쉬하지만 시간강사들의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시간강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현실은 그대로다. 학교 노동자라는 특성상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외에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법과 노동법 사이에 끼어 어느 쪽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강사의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에서 10년 가까이 시간강사로 일해 온 하모씨(49)는 “대학은 해고도 편하고 임금도 적은 시간강사들을 쉽게 쓰고 버리고 있고, 정부는 모른 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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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위탁 생산라인 850명…정규직은 0명 (경향, 서성일기자, 2008년 07월 31일 18:20:23)
2부 - (2) 정규직 없는 공장
충남 서산에 위치한 ‘동희오토’는 기아차 ‘모닝’을 생산·납품하는 국내 첫 완성차 위탁생산업체다. 2001년 기아차와 자동차부품업체 동희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공장의 생산라인에선 노동자 850여명이 쉴 새 없이 일하고 있지만 정규직은 한 명도 없다. 모두 도급업체 소속이다. 그것도 1년 계약직이다. ‘기아차-동희오토-협력업체-노동자’로 이어지는 연쇄 도급사슬의 맨 밑바닥이다. 7개의 작업 공정을 도급업체 10개가 나눠 맡고 있다.
비정규직 공장은 기업주에게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질 법하다. 노동자의 임금은 낮고 전환배치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노조도 활성화되기 힘든 조건이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는 열악하다. 2008년 모닝 공장 1년차 노동자의 시간당 급여는 3770원. 올해 법정 최저임금과 같다. 2년차는 30원 더 많은 3800원이다. 2년차부터는 상여금 600%를 받는다. 상여금을 포함해 5년차 노동자가 주야 10시간 노동에 주말 특근까지 해서 받는 급여는 세금 떼고 월 170만원 선.
고용조건이 열악하다보니 이직률도 높다. 85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2003년부터 5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채 100명이 되지 않는다. 도급업체인 ‘위성’ 직원 장동준씨(36)는 “지난 4년간 모닝 공장을 거쳐간 노동자가 4000여명은 될 것”이라며 “서산·당진·태안의 어지간한 젊은이들은 한 번씩 거쳐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M&I는 GM대우차에 승용차 시트를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다. 97년 4월 설립된 이 회사의 군산공장 6생산라인에는 정규직이 없다. 4개 도급회사에 소속된 사내하청 노동자 200여명이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원청에 직접고용된 정규직 18명은 관리업무만 한다.
‘정규직 없는 공장’은 다른 업종에서도 발견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창원 STX중공업 공장에서는 하청업체 26개 하청노동자 1840명이 배 엔진을 만들고 있다”며 “STX중공업은 하청업체를 70명 규모로 쪼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칼과 문구용 칼, 면도날을 만드는 도루코 문막공장도 생산직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부강, 원흥산업, 혜성산업, 선교산업 등 4개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45명이 생산을 전담한다. 도루코 직원 18명은 관리업무만 맡는다. 도루코는 2000년 자체 생산 공정을 4개로 쪼개 팔았다.
종전 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양상은 제조업 전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대부분 사내하청 형태다. 지난해 9월 한국비정규직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의 전체 사원수 대비 비정규직 평균 비율은 34.9%다. 이 중 사내하청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91.3%에 달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하다. 원청 노동자에 비해 일은 더 하고 급여는 훨씬 적게 받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2006년 노동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업종의 경우 하청노동자의 월 노동시간은 원청노동자의 1.07배였다. 반면 연 급여총액은 원청노동자의 절반수준(51.7%)에 그쳤다. 기계·금속 업종도 노동시간은 길고(월 노동시간 원청노동자의 1.03배) 급여는 적었다(연 급여 원청노동자의 49%). 복리·후생 부문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고용불안은 심각한 상황이다. 2006년 자동차업종 하청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2.4년. 원청노동자(12.5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기계·금속업종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의 근속연수도 3.8년으로 원청노동자(14.1년)의 26.9%에 불과했다.
사용자가 져야 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위장도급’이다. 하청회사가 원청에 노동자를 단순 공급하거나 노무대행 역할을 하는 경우다. 김성희 소장은 “대부분의 사내하청은 위장도급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 불법이다.
현행법상 ‘불법파견’에 대해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려면 사측·노동부·검찰·법원의 4중벽을 뚫어야 한다. 고용도 불안하고 조직력도 취약한 하도급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불법파견’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노동자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법적 수단은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내는 것이다. 최근 현대 미포조선 하청노동자나 코스콤 비정규직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도 검찰을 ‘우회한’ 결과다. 그러나 법원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고용의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놓고 또 다른 법적 다툼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결국 기댈 것이라곤 몸을 던져 여론의 지지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들의 투쟁이 분신·자살·단식·점거·고공농성 등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는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노동쟁의도 간접고용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내하도급에 대한 허술한 법적 규제는 기업들이 외주화를 선호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랜드와 코스콤 사태가 대표적이다. 법·제도의 허점이 취약 노동자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은수미 박사는 “사내하도급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현재의 파견법을 개정해 사내하도급을 차별시정의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며 “원·하청의 연대책임 혹은 책임분배의 원칙을 확립하고 이것을 법·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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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여성 65%가 비정규직…‘女風’의 허상 (경향, 장은교기자, 2008년 08월 07일 18:18:27)
2부 - (3) 알파걸은 없다
킨들런 교수가 한국 여성노동시장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한국 알파걸’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성차별 없이 동등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은 아직까지 소수의 정규직에 불과할 뿐, 다수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안에서도 더 심한 차별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으로 입사해도 결혼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재취업 시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2008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여성 임금노동자 3명 중 2명은 비정규직이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분석). 여성 노동자는 정규직 233만명(34.5%), 비정규직 416만명(65.5)으로 비정규직이 더 많다. 여성 취업률이 높다지만 그중 65.5%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여성의 고용상황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기간제 임시근로’(남 18.9%, 여 24.4%), ‘시간제 근로’(남 4.2%, 여 13.5%), ‘특수고용’(남 2.2%, 여 5.9%), ‘파견근로’(남 1.0%, 여 1.2%) 등의 직종에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김성희 소장은 여성 비정규직이 늘어난 원인의 하나로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들었다.
임금도 차별받고 있다. 경기 평택의 한 LCD 생산업체의 경우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80%를 받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서 흠집을 찾는 검수 작업을 하는데, 이 회사는 세밀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여성에게만 이 업무를 배당하면서도 임금은 생산라인에 있는 남자 노동자들보다 적게 주고 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재취업에 나선 오경희씨(36·여·가명)는 얼마 전 계약직 영양사로 취직했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영양사 자격증을 취득한 오씨는 결혼 전 7년간 대기업에서 정규직 영양사로 일했다. 그러나 만 4년 만에 직업전선으로 돌아온 오씨의 경력은 인정되지 않았고 그나마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이를 더 낳을 계획이 있느냐”는 말에는 “없다”고 거짓말도 해야 했다.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퇴직을 강요당하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결혼적령기의 여성들은 비정규직 노동시장에서조차 기피대상이 되고, 결혼 후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에 몰린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은 통계로 확인된다. 비정규직 분포를 성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남성은 저연령층(20대 초반 이하)과 고연령층(50대 후반 이상)만 비정규직이 많다. 그러나 여성은 20대 후반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비정규직이 많다.
한 차례 경력이 단절됐다 재취업한 기혼여성의 임금은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한 여성보다 월평균 43만원 정도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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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일때 정규직 쓰라는 건 문닫으란 얘기” (경향, 이호준기자, 2008년 08월 07일 18:22:59)
기업들, 이래서 비정규직 원한다
기업들은 비정규직은 ‘문제’가 아니라 ‘고용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때로는 장려되고 확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재계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원인은 기업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기업으로 하여금 정규직을 쓸 수 없도록 압박하고 결국 비정규직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기가 불황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건비 비중을 무한정 확대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규직에 대한) 퇴출 장벽이 명확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정규직을 뽑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요구는 문을 닫으라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비정규직과 관련,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파견대상업무 제한 완화, 차별적 처우 범위 제한 등 비정규직 보호법의 주요 골자를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 마디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기업이 쓰고 싶을 때는 사람을 뽑아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자유롭게 퇴출시킬 수 있는 문을 열어달라는 주장이다.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근로자를 자르고 싶다는 게 아니라 쓸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퇴출 장벽이 완화되면 결과적으로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기업이 비정규직을 써야 하는 상황도 당연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하상우 고용정책팀장은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처우에 대한 문제이지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 팀장은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완화되고, 뽑았다가 상황이 안 좋을 때 해고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조정이 된다면 전체적인 실업률도 낮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나 해고에 대한 개인·사회적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등 한때 ‘노동자 천국’으로 불린 선진국들이 노동 관련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실업 감소와 성장률 회복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실증적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박사는 “(우리 사회는) 정규직 일자리를 늘려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은 박사는 “2001~2007년에 전체 고용은 17.3% 늘었지만 정규직은 2.3% 느는 데 그쳤고 비정규직은 56%나 늘어 고용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특히 재계의 고용 선순환 논리를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해소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업체들은 또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행 2년의 기간제 사용제한 규정을 폐지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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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강제해고·폐업에 조직화 무기력…“非국민” 한탄 (경향, 정제혁기자, 2008년 08월 13일 17:57:58)
3부 - (1) 비정규직이 못 뭉치는 이유
헌법보장 단결·단체행동권은 ‘정규직法’
법적 분쟁중 계약 만료되면 복직도 못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조항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고용조건 때문에 무력화되기 일쑤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선 해고 위협을 무릅쓰고 노조에 가입하기 쉽지 않고 어렵사리 가입한다고 해도 회사가 재계약을 거부하면 끝이다. 기업은 노조에 가입한 직원을 ‘재계약 거부’라는 방식으로 솎아낼 수 있다. 실제 많은 비정규직 노조원이 이런 식으로 해고됐다. 노동부·노동위원회·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기간이 끝나면 고용관계도 종료된다고 보고 있다. 해고 노동자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법원에 호소할 수 있지만 법적 다툼을 벌이는 도중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법원의 판정 결과에 관계없이 복직이 불가능하다.
간접고용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원청에서 파견·용역·위탁계약을 해지하거나 하청업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원청은 도급업체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을 걸러낼 수 있다. 동희오토와 기륭전자가 단적인 예다. 원청에는 이중삼중의 ‘합법적 해고장치’가 주어져 있는 셈이다. 사내하청의 경우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고용에 대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원청업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원청업체는 고용사업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일 원청을 상대로 파업이나 집단행위를 하면 불법파업으로 간주돼 징계해고·손해배상청구·가압류·업무방해 등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 파업 지도부는 구속되고 노조원들에겐 수십억원대의 손배·가압류 딱지가 날아든다. 기륭전자는 월 평균 기본급여 64만1850원인 노조원 32명을 상대로 54억원의 손배·가압류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법당국은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고용주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 무척 인색하다. 하청노동자들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합법파업’을 벌이려고 해도 제약이 많다. 원청업체가 다른 직원들에게 일을 시켜 파업에 따른 업무 공백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파업은 압박수단으로서의 효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현행법은 파업 중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지만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고용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항구적 고용불안정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결단의 영역이다. 노조원이 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할 만큼 두려운 일이다. 한때 이랜드일반노조는 비정규직 조합원을 ‘비밀조합원’으로 분류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이 낮은 것은 이런 법·제도적 제약 탓이 크다. 지난 3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3%. 전체 858만명 중 25만7000여명만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정규직 노조조직률의 7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사회적으로 최대 다수 집단이지만 조직 규모로는 ‘소수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장귀연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해고의 위협을 감수하고 부당한 일에 항의하거나 노조에 참여할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며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98%가 고용기간을 정해놓고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비정규직 특유의 고립성·분산성도 노조로 묶는 데 장애가 된다. 예를 들어 사내하청의 경우 같은 사업장에 많게는 수십 개의 업체가 들어와 일을 하는데 이들을 하나의 틀로 묶기가 쉽지 않다. .
은 박사는 “법적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불분명한 경우 간접고용 노동자를 조직하기 힘들다. 조직에 참여해서 얻는 비용보다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고용형태의 다변화에 맞게 노동조합 관련법을 손질하거나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라도 탄력적인 법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광복 노무사는 “원청회사가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것을 법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며 “노조법에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 기타 노동관계상의 제이익에 대하여 실질적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를 사용자의 지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견법에도 원청사업주가 파견노동자와 근로조건에 관해 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원청업체가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처럼 업종·산업 단위로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랜드 사례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듯이 지역을 중심으로 비정규직과 정치조직·노조·사회운동활동가·지역주민·소비자가 연대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수미 박사는 “비정규직은 존재 방식이 유연한 만큼 노조 외에도 새로운 조직 모델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소모임이나 지역적 틀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박사는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을 높이려면 외부의 도움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비정규직 조직을 위해 가가호호 방문한다. 풀뿌리 방식으로 조직한다. 전문적인 활동가들이 움직인다”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산별노조의 핵심 문제를 비정규직 지원으로 놓고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은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분노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회사보다 정규직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며 “정규직이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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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1년 목숨’ 연장 위해 처절한 몸부림 (경향, 최인진기자, 2008년 08월 13일 18:05:35)
학교 비정규직의 현실
행정실장 빨래 해주기, 교장에게 선물하기, 교장실 청소하기….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학교 비정규직들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교장이나 행정실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경기 광명시 한 중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30대 여성 이경자씨(가명)는 행정실장의 개인빨래를 해주고 있다. 행정실장이 은근히 요구해서다. 비정규직인 이씨에게 행정실장은 직장에서의 생살여탈권을 쥔 절대자나 다름없다. 주변에서도 이씨가 수모를 겪는 줄 알지만 다들 쉬쉬한다. 이씨는 “행정실장이 더 심한 것을 요구해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11월26일 경기 부천시 ㄴ중학교에서는 여성 교무보조원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교장의 인격 모독과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병을 얻었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이 여성의 남편은 교육청 홈페이지에 교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교장의 행위에 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징계를 요구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전교조는 “문제의 교장은 쓰러진 여 교무보조원에게 담당업무와 무관한 교장실 청소 등의 일을 시키고 법으로 보장된 연월차 휴가를 가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경기학교비정규직지회 조영선 회장은 “학교 비정규직들은 교장에게 찍히면 잘린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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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사측 전략·정규직 냉담에 ‘연대의 길’ 멀어져 (경향, 정제혁기자, 2008년 08월 17일 18:45:05)
3부 - (2) 노동운동의 위기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38)은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전국 사업장을 누비고 다녔지만 사업 성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무엇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 교육을 마치고 나면 그가 항상 받는 질문이 있다. “사내하청(노동자)을 마음대로 자르지 못하면 결국 우리가 잘려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부장은 “기업이 사내하청을 쓰는 이유는 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대답하지만 설득이 쉽지 않다. 그는 “사내하청을 정규직 고용의 바람막이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측의 이데올로기가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GM대우차는 2001년 회사 부도로 생산직 노동자 1750명을 전원 해고했다. 이때 해고된 노동자들은 지난해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복직됐다. 해고의 아픔을 뼈저리게 겪은 이들도 GM대우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투쟁에는 시큰둥했다.
그러나 개별사업장으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으로 여기는 정서가 여전하다. 김경란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민주노총이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이라는 것은 한계다. 그렇지만 극복할 수 있는 한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를 극복하려는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회연대전략’이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 성격을 띠었다면 금속노조의 ‘1사1조직’ 운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대등한 주체로서 ‘연대’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만들려고 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실험이다. 지부·지회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단일조직이 결성되면 합법적 발화통로를 찾지 못했던 비정규직도 떳떳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기아차지부는 ‘1사1조직’ 사업에 앞서 지난해 2월 정규직·비정규직 단일노조로 통합했다. GM대우차지부는 규칙개정안은 통과시켰으나 구체적인 가입 범위나 대상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군산에 있는 대우타타상용차지부는 지난 6월 만장일치로 규칙개정안을 가결했다.
‘1사1조직’ 운동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통합으로 인해 자신들의 목소리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숫자를 압도하는 조선업종 정규직 노조가 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다. 비정규직 노조로는 조직력이 강한 편에 속했던 기아차 비정규직지부가 통합을 반대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박점규 금속노조 부장은 “현대차지부에서 규칙개정안이 통과되면 ‘1사1조직’은 일단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지부의 성과를 토대로 조선업종 지부를 설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이 단일 노조에 둥지를 틀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은수미 박사는 “산별차원에서 조직통합과 함께 비정규직의 조직률을 높여야 한다. 비정규직의 독자성을 높이는 교섭구조를 만드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조직만 통합하면 비정규직 입장에선 관리자 노조와 통합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타타대우상용차지부 노조는 2003년부터 단협 요구안에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포함시켰다. 권태환 지부장은 “신입사원으로 비정규직만 들어오다보니 조합원은 노령화되고 수도 늘지 않았다”며 “외환위기 당시 300여명의 정규직이 희망퇴직했는데 그에 상당하는 정규직을 채용해야 한다는 우리 요구를 사측이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현 지부 간부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력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 권 지부장은 “비정규직 출신 노조간부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정규직은 절대 알기 힘든 비정규직의 처지와 마음을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들에겐 마음을 연다”고 말했다.
정규직에게 비정규직과의 연대는 도덕적 결단의 문제이면서 같은 노동자로서 공동의 운명체로 묶여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의 문제이다. 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자본주의는 구조변동의 과정에 있다. 언제 공장이 없어질지,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질지 알 수 없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의 좁은 울타리를 깨고 나와 지역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나름의 계획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자신들에게 위기가 닥쳐도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
권태환 지부장은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이 동참하지 않으면 우리가 파업을 해도 승리하기 힘들다. 대체근로가 이뤄지면 파업은 깨진다. 결국 우리 살자고 비정규직과 연대하는 것이다’고 이야기하지만 설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정규직 노조원의 불만도 높아졌다. 노조에 가입하지도 않는 비정규직을 위해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느냐고 물어오면 대답하기 난감했다. 비정규직 사업을 위해 매장에 갈 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대하면서 나도 서운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 작은 성과라도 만들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도부의 헌신적이고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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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그들은 정규직의 바람막이인가 (경향, 박유기 | 전 현대차노조 위원장, 2008년 08월 17일 18:49:58)
前노조간부의 자기반성 기고
조합원의 정서. 지난 몇 년간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 간부들이 가장 많이 늘어놓았던 핑계요, 변명거리다. 그러나 정작 조합원들의 올바른 정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노력했던가. 조합원들의 표심에 기대 잘못된 정서를 부추겼던 건 아닌가. 정규직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2003년 현대차노조 사무국장이던 나는 각 공장을 순회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노동조합 조직으로 단결하라.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투쟁에 나서라. 현대차노조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수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타낸 관심과 의지를 대규모 노조로 묶어내지 못했다.
2005년 노동부는 1만명에 이르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정규직과 사내하청이 회사를 상대로 공동 투쟁을 벌였지만 불법파견 문제는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당시 나는 전략기획팀의 일원으로 공동투쟁에 참여했다.
2006년 현대차노조위원장으로서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적인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변변한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금속노조 가입 후 정규직-비정규직 단일노조를 꿈꿨지만 대의원대회에서 규칙개정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물론 노조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이후 매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2005년까지는 대리교섭을 통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역할을 했다. 2006년부터는 비정규직의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지원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반대하는 정규직은 없다. ‘차별 철폐, 조직화, 정규직화’라는 주장에도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구호나 선언을 넘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을 고용안전판으로 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서’가 장벽처럼 놓여있다.
20~3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채용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령대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고령화된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비용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비용절감 욕구가 강해지는 만큼 고연령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요인은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은 고령화된 정규직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대기 중인 노동자인지 모른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특히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이 앞장서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설비투자를 통해 기피공정의 작업 여건을 개선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사는 길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시야가 자기 공장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기륭전자나 홈에버 등 장기간 힘겹게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원해야 한다. 투쟁기금 모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집회에도 참석해야 한다.
노동자의 힘은 연대로부터 나온다. 연대는 노동운동의 최고 가치다. 지금 우리가 연대해야 할 대상은 858만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나부터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한 걸음씩 실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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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후 20-30대 정규-비정규 임금차 심화” (경향닷컴, 2008년 08월 18일 10:15:13)
2030 정규-비정규직 임금차 60만 원으로 확대 (2008년 08월 18일 (월) 10:52:28 CBS노컷뉴스)
비정규직법 취지 무색, 전체 비정규직 고용질 하락 원인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20-30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종사자 간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온라인채용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정규직 및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20-30대 직장인의 2006년과 2008년 임금 3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정규직의 평균 월급은 228만2000원인 반면 비정규직의 평균 월급은 168만9000원으로 임금 격차는 59만3000원으로 정규직 대비 74% 수준이었다.
2006년 정규직의 평균 월급은 215만4000원, 비정규직 평균 월급은 166만1000원으로 월급 격차는 49만3000원으로 정규직 대비 77.1% 수준이었다. 즉 2년 만에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월급 격차가 49만3000원에서 59만3000원으로 10만원 늘어났으며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급 수준도 77.1% 수준에서 74% 수준으로 낮아졌다.
학력별로 살펴보면, 고졸 이하와 전문대졸업자보다는 대졸과 석박사 등 고학력자의 월급 격차가 2년 전보다 더 커졌다. 임금상승률에서도 올해 정규직 월급은 2년 전보다 5.9% 인상된 반면 비정규직은 1.7% 인상에 그쳤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차가 좁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오히려 월급 격차가 커지고 임금상승률 또한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3배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계약직 종사자들은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보다 해고의 불안감이 더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보호라는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실시한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도,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후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오히려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비정규직 간 월급 격차가 71.2만 원(2007년)에서 83.2만 원(2008년)으로 증가한 것. 비정규직의 월급 수준도 정규직 대비 64.1%(2007년) 수준에서 60.5%(2008년) 수준으로 더 내려갔다. 또 임금상승률 역시 정규직은 6.0% 임금이 상승했지만 비정규직은 0.1% 감소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비정규직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용여건이 양호했던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일부 전환되었지만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파견직, 시간직으로 전환되면서 전체 비정규직 고용의 질도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하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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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다수의 약자’ 세력화… 진보정당의 역할 중요 (경향, 정제혁기자, 특별취재팀, 2008년 08월 20일 18:16:18)
4부 - (1) 정치적으로 조직돼야
지난 5월 초부터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참여했던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 양승준씨(36)는 어느 날 혼란에 빠졌다. 구사대로 파업의 폭력적 진압에 참여했던 회사 인사가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양씨는 “내가 왜 그 사람과 같은 자리에 있게 됐는지…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구로디지털단지 내 기륭전자 앞.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이런 말을 했다. “기륭 노조원들이 광화문 촛불집회 때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외치려고 하는데 못하게 막더랍니다. 그것도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촛불대열에서도 ‘소수’요 ‘타인’이었다. “비정규직은 촛불시위에 나올 여유도 없다”거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은 시위에 참여하기도 힘들다”는 탄식은 비정규직의 단면을 아프게 드러낸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장기투쟁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말하는 것이 촛불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눈치를 살펴야 했다.
비정규직은 정치적으로 소수다. 비정규직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세력은 소수다. ‘진보개혁 진영’ 내부를 봐도 그렇다. ‘세계화 흐름 속에서 비정규직 확산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정치·경제·사회의 전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기준으로 좌우를 가르면 국회 의석분포는 294대 5다. 비정규직 정책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별 차이가 없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노동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한 현 정부와 이전 정부의 정책 차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시민운동 진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2006년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다룰 때 유력한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부의 비정규직보호법이 차선이라면서 지지선언을 했다”며 “노무현 정부 때 시민사회가 신자유주의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취함으로써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이데올로기에 사실상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편에 선 ‘전통적’ 진보진영도 그리 신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당위’와 정규직 중심의 조직구성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종종 머뭇거렸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개별 사업장의 투쟁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열심히 싸우기는 했지만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신자유주의 담론의 압도적 우세 속에 진보진영은 ‘브레이크’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형세다.
‘예비 비정규직’인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어느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들은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인식을 보였지만 철저히 개인적인 해법을 추구했다. 사회를 바꾸기보다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요컨대 “우리가 나선다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패배주의, 냉소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사람들은 연대감을 잃고 홀로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대안은 없다”는 비관론의 결과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나타난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사회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체적이고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상적 작동을 위한 첩경일 테지만 현실은 “비정규직 노조원에게 촛불집회에 나가자고 하면 힘들다며 관심 없어 한다. 정규직들이 오히려 여유가 있어 관심을 보인다”(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기 쉽다. “어느 사회나 개별화돼 있는 층이 가장 보수적인데, 비정규직은 일터에서 흩어져 있고 광장에는 나오기 힘든 처지”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집단적 정체성을 갖기도 쉽지 않다. “비정규직은 일종의 사회적 낙인이기 때문에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있어 비정규직 ‘외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누군가 나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묶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현실적으로 진보정당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찾는 논의가 진보정당의 활동 평가로 귀결되곤 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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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대표는 “진보진영은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문제의 틀에서만 바라봤다. 정치의 복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담론이나 프레임은 개발하지 못했다”며 “사회연대전략을 구체화함으로써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비전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치적으로 결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문제는 중소기업의 문제와 중첩되고 중소기업 다수는 존립이 힘든 처지에 있다”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 기업이 존립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이유는 단기수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단기수익 극대화는 ‘수인의 딜레마’다. 남들은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손해가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두 하지 못하도록 사회적으로 규제를 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의제화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도집단의 일방적 계몽활동에서 탈피해 노동자·서민의 다양한 참여가 가능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정당·시민단체·소비자·노동자를 엮을 수 있는 지역 활동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랜드일반노조의 파업을 예로 들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역의 시민단체와 정치운동단체, 소비자운동이 자연스럽게 결합되면서 사회적 파급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고용 형태는 굉장히 다양하고 차별받는 형태도 천차만별인데 (비정규직 문제를 보는 진보진영의 시각에는) 투쟁하는 비정규직의 입장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돼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도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으며 고용의 질, 중소기업 성장전략, 청년실업, 불법파견 등 때에 따라 적절한 쟁점을 만들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교수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소비자운동과 결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고용 및 처우 등을 반영해 기업을 평가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기업 투자는 물론 제품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발상이다. 현재 참여연대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8월 중 지표를 공개하고 하반기부터 기업 평가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심각한 ‘시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정책 문제’라는 데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오건호 공공노조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촛불의 힘이 비정규직 문제를 여론화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촛불시위 참여를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시민들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과는 여러모로 성격이 다르다. ‘쇠고기’ 문제가 계층과 세대를 넘나드는 대형 이슈였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계급적·이념적 성격이 짙다. 그만큼 관심층이 좁다. 여론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 수 있는 특별한 계기를 찾기도 어렵다. 또 쇠고기 문제가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정부 이래 지속돼온 신자유주의 정책기조 자체를 문제삼는다. 국익과 민족담론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같은 반(反)신자유주의 이슈인 한·미 FTA와도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촛불이 보여준 벼락 같은 자생적 폭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진보정치 세력이 노력한 눈금만큼 정직하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이슈라는 것이다.
박상훈 대표는 “비정규직이 850만명을 넘어서는 일이 허용됐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을 대표하는 제대로 된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 한국 민주주의가 갖는 위기의 핵심을 말해주는 것도 없다”고 규정했다. 박 대표는 “노동을 폭넓게 대표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정당’이 출현하지 않는 한 한국 정치의 자기 파괴적 상황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진보정당의 ‘비정규직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정치적 자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체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외부’의 지원과 연대도 힘을 얻을 수 있다. 김성희 소장은 “악성 차별구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제도는 턱없이 부실하다. 누가 대신 싸워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루하고 힘든 싸움이 될지언정 비정규직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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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가 2006년보다 1.6% 감소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 시점의 노동부 보도자료에 보면 제목으로 버젓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남성이 아니라 여성일수록 더 많이 더 오랜 시간 더 낮은 임금에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 또한 정규직의 1/6밖에 되지 않고...
안타깝기는 한데, 뭘 어떻게 해야할까.
60대 비정규직, 젊은 비정규직 보다 10시간 더 일해 (참세상, 이꽃맘 기자, 2008년01월04일 12시48분)
노동부 실태조사 결과, 비정규직에 나이 많고 여성일수록 저임금 장시간 노동
용역 노동자, 정규직에 비해 임금은 절반에 6시간 더 일해
노동부의 조사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법이 시행돼도 여전히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정규법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외주용역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용역 노동자들은 시간당 정액급여가 정규직 1만 1041원에 절반 밖에 안 되는 5천 598원에 그쳤지만 주당 총근로시간은 정규직이 43.4시간인 것에 비해 용역 노동자는 49.2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노동부가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가사서비스업, 국제 및 외국기관을 제외한 전 산업 사업체 중 4만 2161개의 표본사업체를 선정해 소속 노동자 75만 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년도 사업체 근로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노동부는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에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 2006년보다 감소했다”라며 공치사를 했지만 이는 겨우 1.6%에 불과했다.
여성노동자 임금 격차 그대로, 학력이 낮을수록 격차 더 커져
임금의 차이는 여성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더 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시간당 정액급여가 남자의 경우 1만 1825원인 것에 비해 여자는 7천 662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남성 노동자의 64.8%에 그쳤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비교해서도 남성 노동자가 8천 594원을 받는 것에 비해 여성 노동자는 6천 193원을 받아 2천 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노동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남성 노동자가 정규직에 대비해 69.1%, 여성 노동자가 74.9%라며 남성이 여성보다 크다고 발표했지만, 여성 정규직의 경우 이미 남성 정규직의 66.5%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노동부의 분석은 신빙성은 떨어진다. 여기에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가사서비스업까지 포함될 경우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가사서비스업의 경우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력에 있어서도 임금 차이는 뚜렷했다. 중졸 이하의 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 평균 보다 4천 원 정도 적은 7천 67원을 받았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는 5천 654원을 받아 정규직 평균의 51%에 그쳤다. 또한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2천 원 이상 차이가 났다.
임금 차이는 물론 상여금과 퇴직금 적용에 있어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는 분명했다. 정규직은 69%가 상여금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비정규 노동자는 23%만 받고 있었으며, 퇴직금은 정규직이 75%, 비정규직은 40.6%가 받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구렁텅이로
또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정상노동시간을 비교한 결과 정규직 노동자 전체 평균이 41.3시간인 것에 비해 60세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는 47.7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비교에서도 큰 차이가 드러났는데 비정규 노동자의 주당 정상노동시간 평균이 38시간인 것에 비해 60세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는 10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50대 비정규직 노동자는 39.4시간을 일하다가 60대로 넘어가면서 8시간을 더 일하게 된다. 결국 이는 정년퇴직 이후의 60대 노동자들이 대거 용역 노동자로 몰락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용역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의 임금만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정규직의 1/6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노조 조직률은 정규직에 1/6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 노동자는 15.1%가 노조에 가입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노조가입률은 2.5%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형태별로 노조가입률을 살펴보면 파견 노동자는 1.3%, 용역 노동자는 2.4%, 일용직 노동자는 2.8%, 기간제 노동자는 4.8%였으며, 단시간 노동자는 0.3% 밖에 되지 않았다. 전체 노동자 평균 노조가입률은 12.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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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비정규직의 문제가 앞으로 갈수록 심각해질 듯하다. 특히 과기부 폐지로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자리가 더욱 문제되는데, 작은 정부를 위해서 이들이 해고되어야 하는 것인지... 작은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걸까?
무늬만 정규직화-고용보장 ‘살얼음’ (한겨레, 황보연 기자, 2008-01-22 오후 10:57:54)
공공기관 6만7600여명 ‘무기계약직’ 전환됐다지만…
타부 발령·임금차별 여전, 새 정부서 구조조정 예고, ‘해고 1순위’ 신세 우려
#1. 2003년 5월 국립암센터에 취직한 뒤 6개월마다 다시 계약을 맺었던 비정규직 간호사 ㅇ(39)씨는 지난해 11월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도 잠시, ㅇ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형식적 절차일 뿐이라던 ‘3교대 근무 동의서’에 서명한 뒤, 곧바로 중환자실로 발령을 받았다. ㅇ씨는 “하루아침에 경험도 없고 근무조건도 맞지 않는 곳으로 발령을 낸 것은 사실상 그만두라는 얘기였다. 정규직 전환 발령을 함께 받은 동료 간호사 3명도 사직서를 냈다”며 울먹였다. 그가 일해온 외래간호사 자리에는 다시 비정규직이 채용됐다.
#2.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원 300여명도 지난해 7월 ‘현장직’이라는 새 직군으로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고용을 보장해 준다’는 조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들의 업무를 외주화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공사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47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노동부가 1월 22일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밝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추진 현황’을 보면, 시·도 교육청이나 국·공립학교에 소속된 비정규직 4만9515명을 비롯해 중앙행정기관 6408명, 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 4678명, 공기업 및 산하기관 6999명 등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일부 기관은 도로공사의 경우처럼 정규직 전환과 외주화를 동시에 추진해 ‘생색내기’에만 그친데다, 정규직 전환에도 임금 등 근로조건은 종전과 같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기업, 국립대학의 경우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인상 폭이 월평균 20만원 미만인 경우가 31.8%(6038명)로 가장 많았다. 아예 임금인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28.8%(5472명)로 높게 나타났다. 대체로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기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선 폭은 미미한 셈이다. 노동부가 지난해 11~12월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자 8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42.9%는 정규직 전환 뒤 ‘임금 및 근로관계’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정규직 전환 뒤에도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새 정부 출범 뒤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무기계약 전환자들이 해고 1순위가 될 우려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규직 전환 규모가 가장 큰 학교 비정규직들의 경우, 무기계약 전환 이후에도 예산 편성이 안 되면 바로 해고될 수 있도록 한 시도교육청의 지침을 적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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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硏 비정규직 연구원 대량 실직 위기 (서울, 박건형기자, 2008-01-22 5면)
과학기술부 폐지 결정으로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연구소가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일부 연구소가 발빠르게 조직개편에 나서면서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실업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21일 대덕연구단지 관계자들이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원자력연구원(KAERI), 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등 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가 대대적인 슬림화 작업에 돌입했다.ETRI는 1소·3부문·10단·4본부·40그룹의 조직을 4부문·2본부·29센터 체제로 축소하기로 했다. KAERI도 유사 조직을 통합, 부서를 대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IER는 기존 본부를 전면 개편하면서 1개 본부를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은 조직개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경우 실업과 직결되는 조직개편에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원부서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석·박사급 연구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출연연의 특성 때문에 개편 과정에서 고학력자들의 대량 실직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과기부 산하 26개 출연연 직원 1만 2846명 중 비정규직은 4811명으로 전체의 33%에 달했다. 특히 3개 연구회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천문연구원(KAO) 등이 속한 기초기술연구회의 비정규직 비율은 45%, 공공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의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27%,34%였다.
출연연의 한 연구원은 “몇몇 연구소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거나, 계약 당시 ‘팀이 없어지면 바로 해고된다.’는 전제를 달고 고용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미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통보받은 연구원도 꽤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실직한 연구원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일할 곳이 없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겠다고 말하면서, 있는 일자리도 빼앗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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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현장에 기간제 교사로도 모자라 시간강사를 채용한다니...
교육공공성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교육현장에 예산 절감, 효율성을 내세우다 보니 비정규직의 남용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교육의 질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교육이 담보해야 하는 전인교육의 의미를 내다버린 조치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급 1만4천원 짜리 시간강사 자리도 아마 노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채용되려는 경쟁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러고 있으니까...
학생들이 비정규직 교사에게서 배우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움을 잘 알게 될까. 그것도 아닐 듯 한데... 갈수록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비정규직의 파도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이건 단지 교육재정 확보를 외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교육의 본질조차 망각한 학원장사치들이 사립학교 교육을 말아먹고 있는 한 여기에 국가가 보조 몇 푼 한다고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사립학교법마저 거꾸로 되돌리려 하고 있으니... 걱정된다.
초중고 시간강사 “우린 시급 1만4천원 인생” (한겨레, 유선희 기자, 2008-04-29 오후 08:41:01)
퇴직금·4대보험 대부분 안돼
학교장 눈밖에 날까 전전긍긍
“퇴직금이요? 4대보험이요? 그런 건 없습니다. 우리는 시간당 1만4천원짜리 인생일 뿐입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시간강사 ㅁ아무개씨는 자신의 처지를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에 비유했다. 그는 “대학 때 과외를 해도 이보단 많이 벌었다”며 “이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강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시간강사들의 급여는 대개 시간당 1만4천원이다. 계약기간은 한 달에서 1년이지만, 계약기간 중 방학이나 수학여행 등 학교행사 때문에 수업을 하지 않으면 급여는 그만큼 줄어든다. 시간강사들은 기간제 교사와 똑같이 1년을 일해도 고용보험 등 4대보험이나 퇴직금 혜택을 받기 힘들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은 강사도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나머지 3가지 보험에 대해서는 ‘학교장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 지침마저 학교 자율화 조처로 폐지돼, 앞으로는 산재보험 적용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시간강사들은 이런 차별보다 교장의 눈 밖에 날까봐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시간강사는 “집안 사정 때문에 갑자기 그만둬야 했는데, 교장이 ‘그런 식으로 하면 주변 학교에 발을 못 붙이게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고 전했다. ㅂ아무개씨는 “교장이 스승의 날에 교생까지 꽃을 달아주면서도 ‘시간강사들은 조회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내가 과연 교직에 몸 담은 교사라 할 수 있는지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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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저…’ 사립 교사 ‘비정규직’ 급증 (한겨레, 김소연 유선희 기자, 2008-04-29 오후 08:42:12)
‘예산 절감’한다며 기간제·시간강사로 때우기
작년 신규채용 85%나 차지…‘자율화’로 더 늘듯
학생들도 ‘임시직’ 알고나면 수업 집중안해
초·중·고교 교단이 비정규직 교사로 채워지고 있다. 일선 학교들이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기간제 교사와 시간강사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교사가 늘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6개 시·도교육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신규 채용된 초·중등 사립학교 교사 가운데 비정규직이 무려 85.6%를 차지했다. 특히 경북지역에서는 기간제 교사는 486명을 채용한 반면 정교사 채용은 9명에 그쳐, 비정규직 비율이 98.2%나 됐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전체 국·공·사립 중학교와 일반계 고교의 기간제 교원 비율이 1995년에는 각각 2.57%, 1.20%이었으나, 2005년에는 4.72%, 5.90%로 급격히 증가했다. 기간제 교원 비율은 2006년에는 5.06%, 5.96%, 지난해에는 6.14%, 6.42%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시간강사는 아예 수치로도 잡히지 않아, 실제 비정규직 교사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최근 교과부가 학교 자율화 조처의 하나로 비정규직 교사 남용을 막기 위해 마련한 ‘계약제교원 운영 지침’을 폐지해, 앞으로 비정규직 교사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학교 자율화 조처의 후속 대책에서 교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학교에서 강사로 일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고용 기간이 1개월 미만일 때만 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한 기간 제한 규정도 폐지했다.
비정규직 교사들은 자신들을 ‘교사’로 보지 않는 학생들의 시선이 가장 무섭다고 말한다. 서울 ㄱ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했던 ㅇ아무개씨는 “기간제라는 것을 숨기지만 학생들이 귀신같이 알아낸다”며 “뭔가 부족해 정교사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종종 ‘그거 확실해요?’라며 의심을 하는 등 은근히 무시를 당한다”고 말했다. 경기 ㅁ중학교에서 영어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ㅇ아무개씨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해보고 싶어도 튄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소극적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며 “정교사처럼 연수 기회도 전혀 없어 전문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도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행수 전교조 사립위원회 사무국장은 “가뜩이나 공교육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정규 교원 증가로 교육의 질이 한층 더 떨어지고 있다”며 “교원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교단에 설 수 있게 됐으니,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나 마찬가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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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현장기자로 나왔던 박점규 부장이 금속노조의 직책으로 레디앙과 프레시안에 노동절을 맞이하여 제2의 노조민주화운동, 제2의 산별노조건설운동으로서 비정규직 가입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글의 마지막에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아름다운 연대를 실현한 몇 개의 사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엄혹하다. 어느 정도 파악하고는 있었지만, 활자화된 현장의 상황은 상상을 불허하고 있다.
하기야 우선 지금의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무작정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고 해서 비정규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자신이 속한 곳에서부터, 자신이 맞부딪히는 곳에서부터 비정규직의 문제를 살피고 이를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전체적인 분위기의 형성도 중요하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레디앙에 실린 박점규 부장의 기획연재글 세 편을 담아온다. 밑줄 친 곳도 있지만, 시간을 내서 기사 전체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노동운동의 질곡이자 우리 사회 모순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에 이어, 보다 높은 강도로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위한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정규직이 아예 없는 공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통의 중심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만들어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력과 자본의 억압과 통제라는 압도적인 힘에 눌려있는 한편 정규직 노동자와의 '분절'로 인한 고통도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정규직,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단결을 통한 문제 해결 이외에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별도로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적이 우군 세력이 대단히 미약한 조건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은 조직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투쟁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정책 대안과 홍보 전술을 마련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레디앙>은 118주년 노동절을 맞아 비정규직 문제의 실상과, 비정규직 정규직 단결을 어렵게 하는 현실을 현장의 사례를 통해 짚어보고, 1사1조직 운동 등 대안적 조직화 방안의 의미와 실천운동 현황 등을 알아보는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레디앙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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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모닝, 기아가 안 만든다고? (레디앙, 2008년 04월 28일 (월) 16:51:38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정규직 없는 공장이 늘고 있다
[노동절 특집] 제2의 노조민주화, 비정규직 가입운동①
시골 마을에 자동차공장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너나없이 기뻐했다. 울산처럼 공업도시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꿨다. 군대를 막 제대한 20대 후반의 젊은이들은 ‘정규직’인 줄 알고 이 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헛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원한 비정규직’이었다.
이들의 월급은 얼마나 될까? 2007년 법정최저임금은 시급 3,480원. ‘모닝’ 공장 1년차 노동자는 이보다 20원 많은 3,500원이었다. 2년차는 3,550원 수준이었다. 이 공장 설립과 동시에 입사해 만 5년을 근무한 노동자들이 주야 10시간 노동에 주말 특근까지 온 몸이 파김치가 되도록 일해서 받는 연봉이 2천2백만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끔찍한 노동강도다. ‘팔팔한’ 청춘들인데도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85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2003년부터 5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채 100명이 되지 않는다. 저임에 장시간 노동과 살인적인 노동강도 거기에 덧붙는 비인간적인 대우….
자본이 노리는 또 하나는 바로 ‘노조의 무력화’다. 회사는 2004년 3월 하청업체별로 일제히 기업별노조를 만들었다. 2005년 9월 4일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를 결성했지만 노동3권은 사실상 박탈되어 있다. 파업을 하면 원청회사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파기하면 되고, 하청업체는 노조원과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28일 STX중공업에 전화를 걸어 생산공정에 정규직이 있는지 묻자 한 직원은 “잘 모르겠다. 관리감독도 있을 수 있고, 현장에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6개 하청업체 1,84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STX중공업 공장에서 배 엔진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STX중공업은 하청업체를 70명 규모로 잘게 쪼개 ‘관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 소속 한 노동자가 이 하청업체에 들어갔지만 노동조합을 만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노조를 만들었다가는 업체를 폐업하고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자본에게 사내하청 노동자는 도깨비 방망이다. 정규직 대비 40~50%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 그만이다. 학자금 등 복지후생을 포함하면 30% 수준이다. 무엇보다 업체 계약해지와 폐업을 통해 ‘해고의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정신 나간’ 하청노동자들이 ‘행여나’ 노동조합을 만들라치면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다. 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그 뿐이다.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긴 하지만 법원도 대체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수준이 아니다. ‘1석(石) 10조(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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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네가 우리공장 점거하고 난리냐 (레디앙, 2008년 04월 30일 (수) 11:37:45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거리에선 비정규 철폐, 공장에선 외면
[노동절특집②] 정규직 조합원들 “비정규직 안 쓰면 우리 회사 망한다”
“쟤네들이 비정규직 맞아요? 하청업체 정규직이잖아요.”
“하청업체 정규직이 우리 공장 점거하고 난리를 치는 게 말이 됩니까?”
2007년 8월 30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도장공장 앞. 기아차비정규직지회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도장부를 점거하고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일주일째 파업을 벌이자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비정규직을 성토하고 있었다. 한 노동자는 농성장 창문을 부수기도 했다. 회사와 가까운 보수적인 조합원들은 다음날 화성공장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결의대회에 참가한 이랜드,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장 밖 수백 미터를 쫓아가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정확히 7년 전인 2001년 5월 1일, 노동절이었다. 에어컨을 만드는 광주 캐리어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용역깡패와 구사대에 의해 공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이 구사대 대열에 소수지만 정규직 조합원들이 섞여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은 이들을 차에 싣고 경찰서로 끌고 갔다.
“우리 일터를 지키자”는 이야기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대적으로 유포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는 박살이 난 것이었다. 캐리어사내하청 송영진 조합원은 “형님, 동생하며 같이 일하던 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을 위해 쇠파이프를 들어 우리를 향한 폭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비극의 정점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캐리어 제명의 교훈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기아차 광주공장(2002~2003년), 금호타이어(2003~2004년)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연대로 이어졌다. 2년 후 캐리어노조는 하청노조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시 민주노총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정규직노조의 비정규직 외면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보수언론으로부터 노사화합의 모범으로 ‘칭송받는’ 현대중공업노조 역시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고 일부 대의원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2004년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에 제명당했다. 최근에는 코스콤 비정규투쟁을 외면했다는 이유로 사무금융연맹은 코스콤노조를 제명할 계획이었고, 코스콤노조는 한국노총으로 달아났다.
비정규직 사용을 양보한 자동차 공장은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끼우는 현장이 되었다.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힘든 공정은 비정규직 차지가 됐고, 똑같이 일하면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게 됐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고용의 방패막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제조업 뿐만이 아니었다. 외주화와 간접고용의 바람은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식당, 세탁, 청소노동자 등 같은 조합원이었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하청업체로 ‘팔려갔다.’ 은행, 증권 등 사무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을 대량 고용했고, 업무를 쪼개 하청업체로 넘겼다. 외주화 공세는 최근 이랜드 사태까지 이어졌다.
한진중공업은 영도, 다대포, 울산공장을 포함해 정규직 조합원은 1,500명, 사내하청 노동자는 3천5백명이 넘는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정규직 조합원 2천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8천명, 대우조선은 정규직 6천명에 사내하청은 1만명이 넘는다.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은 정규직 1만7천에 사내하청은 2만5천명 규모다. ‘상상초월’이다.
조선업종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 대신 하청노동자를 계속 늘려가고 있고, 조선소는 사실상 하청노동자로 운영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하청노동자 착취를 통해 조선분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청노동자와의 연대는 여전히 미약하기만 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비정규직을 내보내면 된다”는 ‘고용의 방패막이’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회사는 다 비정규직 쓰는데 우리만 안 쓰면 회사 망한다”는 회사 논리도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 결사 투쟁!” 공장과 거리에서 노동조합 간부들이 구호를 외칠 때 구호 끝에 따라 붙이는 ‘후렴구호’가 어느 샌가 비정규직 문제로 ‘통일’됐다. 2006년 11월 ‘비정규직확산법’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파업에 현대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거리에서 싸웠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박수치고, 빵과 우유를 건넸던 1987년, 1996~97년과는 달랐다. 정권의 ‘대기업노조 이기주의 이데올로기’도 크게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떳떳할 수 없었다. 같은 공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50%도 안 되는 임금과 복지수준에 서러움을 받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외치는 구호는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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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민주노조'는 없다 (레디앙, 2008년 05월 01일 (목) 10:32:25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노동절특집③] "비정규 가입 노조민주화운동…희망의 싻 돋아"
지난 해 7월 1일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후 외환은행 노사는 1,572명의 비정규직 중에 '1천명 고용보장'에 합의했다. ‘고용보장’은 정규직화가 아닌 ‘무기계약직’이었다. 회사는 면담을 통해 1천명을 선발했고, 남은 572여명은 기간제노동자(계약직)으로 남아있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은 없어졌지만 정규직과의 차별은 똑같다. 단체협약은 정규직에게만 적용된다. 무엇보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에 가입할 수가 없다.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 해 지부위원장 선거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외환은행지부 한 관계자는 “노조 가입보다 단체협약을 먼저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과 부산은행 정도에서만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같은 회사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노조 가입은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에 가입할 수 있을 뿐이다. 정규직의 연대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비정규직 별도노조’에 선뜻 가입할 비정규직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은행권 비정규직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행복’한 조건에 속한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절이 쉬는 날인지조차 모른 채 고단한 노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월차를 냈다는 이유로 관리자가 아킬레스건을 절단한 충격적인 사건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휴가조차 낼 수 없는 처지다.
계약직(기간제) 노동자들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사내하청, 청소 경비 식당 같은 파견업체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노동조합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주노동자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상급단체의 규약은 열려 있지만 사업장 단위에서는 철저하게 봉쇄되어 있다.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금융노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별노조들이다.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가입을 원하는 노동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게 산별노조다. 그러나 별도의 비정규직 노조는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노조(지부, 지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속노조는 가입을 희망하는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과 동일한 조직에 가입한다는 ‘1사1조직’ 규약을 가지고 있다. ‘1사1조직’이란 하나의 사업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직과 이주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하나의 조직에 가입한다는 노동자 단결의 정신을 구현하는 규약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대자동차 지부 규칙 제 2장 7조에는 “지부는 현대자동차(주)와 현대모비스(주)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다.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지만 정규직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청소 경비 식당 노동자들은 현대차지부에 들어갈 수 없도록 ‘가입의 문’이 봉쇄되어 있다. 특히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많은 사업장에서 노조 가입의 문이 닫혀 있다. GM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와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 등 조선소,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철강사업장 등이 대표적이다.
1987년 20~30대 생기 넘치는 조합원들로 들썩거렸던 민주노조운동은 2008년 40~50대 ‘늙은’ 노동자들로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진취적이고 변혁적이었던 노동자들은 이제 대학생 자녀를 둔 중년의 가장이 됐다. 지출이 가장 많은 나이인데 직장을 잃는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원들은 보수화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확산법 반대, 노사관계로드맵 반대, 한미FTA 반대 파업은 하지만 집회에는 나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
식당과 경비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대한이연지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노조로 싸우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22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삼우정밀지회 등 ‘아름다운 연대’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2007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 4월 14~25일까지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분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고, 2~3차 하청노동자, 식당, 경비노동자들까지 모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2008 비정규직 단협 요구안을 마련해 하청업체 사측에 전달하고 하청업체 집단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6월말까지 산하 사업장의 노조가입 범위를 “조합 규약에 따라 가입승인을 얻고 ○○○○ 사업장의 모든 노동자로 구성하며, 직접고용 비정규직(임시, 일용, 단기계약직), 간접고용 비정규직(사내하청, 용역, 파견 등), 이주노동자를 포함한다”로 고치기로 했다.
2006년 자동차 4사의 산별노조 전환이 제1의 산별노조운동이었다면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진정한 산별노조를 만들어가는 ‘1사1조직’ 운동은 제2의 산별노조 운동이다.
20년 전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바꾼 운동이 제1의 노조민주화운동이었다면 제2의 노조민주화운동은 바로 비정규직을 같은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노조 가입의 문호를 활짝 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뭉쳐 신자유주의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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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노동절 집회가 있었던 대학로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을 보았다. 특히 기륭전자, 이랜드.홈에버, 코스콤 등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연대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에는 너무 안타깝더라.
이들 중에 코스콤 동지들은 거리에서 처음 만났다. 많이 힘들텐데, 여전히 힘찬 모습. 그들은 4월 29일에 자전거를 타고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선전전을 진행한 바 있다. 그래,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치지 않고 질기게 투쟁하여 승리하시길...
얼마 전 공기업 경영공시를 한 것을 보니 코스콤 직원들의 임금이 엄청나던데, 거기에는 비정규직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코스콤 정규직 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하여 한국노총으로 옮겼다.
코스콤 투쟁과 관련된 기사를 몇 개 담아놓는다. 특히 10분 남짓 도로를 점거해 농성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1인당 벌금 100만원씩에 약식 기소되었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위기를 벗어났다. 그렇다고 법원이 중립적이라거나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봐서는 곤란하다. 판결을 내렸던 마은혁 판사는 이전에 알고 지내던 분인데,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에 들어간 이후 연락이 끊겨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었다. 그런데 신문지상에서 코스콤 관련 기사를 통해 볼 수 있어서 반갑다.
![](http://imgnews.naver.com/image/001/2008/04/29/kp1_080429028600.jpg)
코스콤 비정규직, '자전거 타고 시민속으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008-04-29 13:41)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29일 오전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증권가를 다니며 시민들에게 비정규직 차별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장기간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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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사용자는 벌금 200만원, 노동자는 벌금 7천8백만원 (노컷뉴스, 2008-03-20 08:30:00)
사법 당국이 집회. 시위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장기 투쟁중인 노동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관할 영등포구청에 의해 강제로 천막을 철거당했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7일 밤, 다시 또 천막을 치려는 과정에서 경찰의 방패에 찍히는 등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코스콤 비정규지부 이덕기 쟁의국장은 "우리의 의사 없이 이름도 모르는 다른 회사에 양도 양수해서 인신매매처럼 넘기는 게 억울하고 분해서 노조 만들어 투쟁중인데, 똑같은 대우는 못 받을지언정 직접고용까지는 가야 한다"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또 지난 해 10월,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 하는 과정에서 여의도 네거리를 10분 남짓 점거농성한 혐의로 과도한 벌금형을 받아 마음이 무겁다고 한다.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김은아 씨는 "연행자를 풀어달라고 집회중인데 경찰이 몰래 연행자를 차에 태워 경찰서로 이송해 갔다"며 "차를 쫒아가다 여의도 사거리에서 차를 놓쳐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드러누웠는데 조합원측에 7천 8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10년 20년을 벌어도 모으기 어려운 금액 아니냐"며 벌금형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코스콤은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2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되는데 도대체 무엇이 법과 원칙인지 모르겠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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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 미행, 감시"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2008-03-27 오전 11:50:41)
코스콤측 자료로 드러나…이동경로와 화장실 이용까지
비정규직 갈등으로 200일 가까이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코스콤이 미행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감시해 왔다는 의혹이 27일 제기됐다. 근거 자료는 코스콤 사 측이 법원에 제출한 '증권노조 비정규직지부 일일상황'이었다.
코스콤은 최근 비정규직지부와 증권노조 간부 등을 상대로 8억26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 MB, '社 불법은 OK, 勞에겐 벌금ㆍ손배 청구') 이 소송의 사 측 근거자료로 제출된 '일일상황'은 코스콤 측이 차량을 동원해 노조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노조의 내부 회의 내용까지 알아내는 등 감시 활동을 벌인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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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날벼락 벌금’ 법원서 제동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8-04-08 오후 08:29:26)
100만원씩 기소 비정규직 15명 선고유예
재판부 “임금도 못받았는데 너무 가혹”
10분 남짓 도로를 점거해 농성했다는 이유로 1인당 벌금 100만원씩을 낼 뻔했던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이 벌금형 ‘족쇄’에서 풀려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마은혁 판사는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네거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혐의로 검찰이 벌금 100만원씩에 약식 기소한 것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코스콤 노조 비정규지부 조합원 15명에게 8일 선고유예 판결했다.
마 판사는 판결문에서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은 비정규직 증가 및 위장 도급 문제, 노사 갈등과 교섭 등 우리 사회 진로와 관련한 ‘사회적 토론’의 계기가 된 사건”이라며 “노조에 모두 6050만원에 이르는 벌금형을 선고하게 되면 노조를 재정적으로 파탄시켜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이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파업이 장기화해 7개월째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 개인에게 100만원씩 벌금을 매기는 것도 너무 가혹하다”며 “이들이 합법 집회를 열었고 노조 간부가 경찰에 연행된 것을 뒤쫓다가 우발적으로 교통 방해에 이르게 된 점, 평일 낮 짧은 시간 동안만 도로 통행을 막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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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직 안 죽었어요, 독하죠?“ (레디앙, 2008년 05월 06일 (화) 15:42:34 이근원 / 현장기자)
[속깊은 얘기-KTX 오미선] "일하고 싶다…전태일이 이해돼요"
간부였던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세원도, 도경, 효미, 지선, 해인, 혜주도 없다. 함께 울고 웃던 그 발랄하고 싱그럽던 웃음들은 기억만 남겨둔 채 과거가 되었다. 그녀가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거 같아요.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과 소신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정말 승무원이 하고 싶어요. 조금만 더 버티면 승무원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다 나갔는데도 남아 있는 이유는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마무리는 같이 해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어떻게 끝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무리를 잘 하고 싶어요. 지금 와서 그만 두면 나중에 나이를 더 먹어 되돌아 볼 때 조금 더 버티지 못해서 마지막 마무리를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할 것 같아요. 정도 많이 들었어요.
2004년 4월에 입사해서 2006년 2월 28일까지 일하고 3월 1일부터 파업을 시작했어요. 결국 우리도 일했던 시간보다 투쟁했던 시간이 더 많아진 거죠. 오늘 문득 그 생각을 하는 데 점점 KTX 승무원이라는 이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어요.
- 저희가 서울역하고, 용산역에서 농성하고 그랬잖아요. 그 농성에 대해 가처분 신청이 떨어졌고, 전체 간부에 대한 판결이었어요. 주문은 “불법적으로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벌금은 내야 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전체적인 판결문 내용은 실질적인 사용자가 철도공사라는 판결이었고, 그걸로 인해 파업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걸로 나왔어요,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지방법원에 이어 고등법원의 판결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죠. 그런데 법원 판결이라는 게 일종의 권고 성격이지 실질적으로 공사에게 가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공사도 권한 밖의 판결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우리 KTX 승무원들에게는 희망이 있는 거죠. 2년 동안 이렇게 해 온 것이 헛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렇게 투쟁해도 안되는 걸 보면서 ‘괜히 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드는 데 저를 위로하는 차원에서라도 법원에서 이렇게 판결도 내려진 거잖아요.
인권위 권고도 그렇고, 많은 여론들이 우리 편인 거고, 그 담에 교수들이나 변호사 등 지식인들도 “우리가 옳다”라는 판결을 내려준 거잖아요. 그래서 “졌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겼어요. 저희가 이겼는데 직업을 얻지 못한 거예요. 다 이긴 거지만 직업이 없는 거죠.
- 파업을 3년 가까이 하면서 정말 얻은 게 하나도 없고, 다 잃어버렸고,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못 살 것 같아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는 정말 많이 힘들고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얻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안주해버리고, 이 생활이 편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없이 그렇게 사는 것 보다는 모험과 변화를 통해서 삶의 의미가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이걸 통해서 더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할 수 있었고, 많은 걸 느낄 수 있었고,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이게 저만의 생각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조합원들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어려움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 얼마 전에 정말 친했던 승무원들이 또 나갔어요. 옛날에는 “조금만 참아라” “끝이 보인다” 그렇게 얘기를 해 줄 수 있었잖아요? 이제는 나가게 되면 뭐라고 말 할 수가 없어요. 그 친구들이 정말 잘 돼서 나가면 저도 좋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다만 여기 있는 게 힘들고, 전망이 안보여서 나간다고 하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너무 힘들어요.
- 많은 승무원들이 패배의식이 심할 거 같아요. 아무리 열심히 싸우고, 연대를 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 자본과 권력 앞에는 아무리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하고, 단정해 버리면 앞으로 더 힘들어 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야 후회하지 않잖아요. 막연한 긍정적인 생각이 항상 좋은 건 아니에요. 그래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버텨보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빨간색 유니폼 입고 서울역을 왔다 갔다 하는 승무원들을 보면 울화가 치밀고 부러워요. “저 자리는 내 자린데” 하는 생각도 들고, “나 때문에 네가 잘 되고 있는거야” 라는 생각도 들어요. “정말 어리석다. 그 때 파업할 때 참여하지 말았어야지” “나를 희생하면서 이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당시 나를 등 떠밀던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노동운동 이런 거 굳이 겪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생각도 있어요.
이런 마음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면 내 정신건강에 안 좋으니까 이런 운동을 통해서 정말 많은 사람을 얻었잖아요. 그리고 제가 ‘성숙해졌다’라는, ‘인간적으로 컸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조합원들도 그럴 거예요.
- 절실히 느낀 것은 노동자들이 자본과 권력과 투쟁하고 있지만 노동자 역시 ‘자본’과 ‘권력’이 없이는 투쟁할 수 없다는 거예요. 투쟁하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리고 권력도 필요해요. 국회나 그런데 찾아가잖아요. 영세사업장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을 해요.
회사에 들어가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경쟁을 해야 된다거나 상위 1%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잖아요. 엘리트 중심의 모든 경험들이 나도 모르게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사회는 그렇게 변화해가고 있는 데 우리는 그것을 거슬러 가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힘든 거 같아요. 그래서 노동자들이 정말 단결하지 않으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런 것에 맞서서 싸우기에는 힘들 것 같아요.
노동자들이 이런 집회를 하거나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자본이 원하는 대로 가겠죠.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늦춰지는 거죠. 하지만 투쟁하고 있는 개인들은 “달라졌다” "변한다“라는 것을 못 느껴요.
사실 노동조합에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20~30대를 조합원으로 받아야 발전할 텐데 그렇지 않잖아요. 세대의 변화를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회는 21세기 최첨단을 달리는데,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는데 노동운동의 흐름은 70~80년대에서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정말 일하고 싶어요. 여성들이 이렇게 오래 싸운 게 정말 헛된 싸움이 아니었고, 이 사람들이 정당하게 싸웠고, 이 사람들의 투쟁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주려고 한다면 같이 책임을 져야 해요.
지금 여성이 많은 사업장에서 싸우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델이 되거나 모범이 되려면 이 투쟁이 정말 시시하게 마무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그것들이 정말 KTX 승무원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인 것 같고, 전체 노동운동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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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끝을 내려고 다시 시작합니다"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2008-05-09 오후 4:44:29)
파업 800일 KTX승무원 "남자를 만났으면 결혼하고 애도 가졌을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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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옷장 안엔 KTX 승무원 유니폼이…"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2008-05-13 오전 8:27:39)
[파업 800일 인터뷰] KTX 승무원 4명의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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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이 고통분담’ 연대인가 자해인가 (한겨레, 황보연 기자, 2008-06-26 오후 09:14:54)
‘사회연대전략’의 실현 가능성
사회연대전략은
1. 복지소득 연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 계층 644만명에게 5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월소득 235만원 이상인 노동자들은 235만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누진적 부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2. 임금소득 연대: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의 25% 수준에 그치고 있는 최저임금을 50% 수준(16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지불능력이 취약 기업에 대해서는 인상 차액분 일부(5년간 약 5조 5천억원)를 고용보험 기금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3. 일자리 연대: 연간 총 노동시간을 2천시간으로 제한하는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해 일자리를 나누도록 하는 방안이다. 시간단축에 따른 추가 고용 및 임금손실분 일부는 고용보험기금으로 보전하도록 했다.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뜻밖에도 시민사회는 ‘비정규직 차별’에 관대해 보인다. 심지어 노동조합 마저 ‘정규직 중심’이라는 비판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차별 철폐’ 구호는 주로 파업과 농성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0일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연 ‘진보ㆍ개혁에 따져 묻다 - 비정규직 해법’ 두 번째 토론회에서 ‘연대’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번 토론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비정규직과 선뜻 연대하지 못하는지, 이를 가로막는 복잡한 현실 속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두고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적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뜨거운 논쟁이 오갔다.
비정규직 해법을 찾는 시선을 ‘연대’에 두기로 한 것은, ‘비판’은 많았지만 ‘토론’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논쟁의 실마리는 진보신당이 지난 4월 핵심 총선공약으로 내건 ‘사회연대전략’(그래픽 참조)으로 풀어 나갔다.
윤진호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국민적 합의가 어느 정도 있는지 모르겠다. 자본과 정부가 먼저 의지를 보여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국민들의 양보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노중기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연대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규직들의 참여로 임금소득과 복지소득, 일자리 등을 비정규직과 나누자는 것이다. 그동안 실천되지 않았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수호 (사회연대전략은) 지난 2006년에 민주노동당이 제기했던 저소득 계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과 맥락이 닿아 있다. 당시 왜 좌초됐는가를 잘 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소극적 태도를 보여서 발목 잡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현상만 봐선 안 된다. 이런 사업이 현실화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가능하다고 보나. 예컨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실노동시간을 단축하자고 할 때, 최소한 지금 받고 있는 임금 수준은 보장이 돼야 한다.
박태주 임금의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한다. 임금 손실이 전혀 없는 속에선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부영 정부와 기업이 추구하는 ‘고통분담론’ 혹은 ‘정규직 양보론’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정부와 악덕 기업주에 칼을 들이밀라고 진보정당을 만들었는데, 그 칼을 왜 노동자에게 내미는가.
노 정부와 기업에 책임이 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 동안 싸워왔지만, 결과가 어땠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는 더 심해졌고,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비정규직의 불만도 커졌다. 좀 더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가 10원을 더 내면, 기업은 100원을 더 내도록 하는 정책의 틀을 잡아나가야 한다. 우리가 왜 돈을 내야 하는지로 접근해선 안 된다.
현정희 (양극화를 만든) 주범을 찾다보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걸린 셈이다. 이전 정부에서부터 이런 인식이 있었는데, 위험한 발상이다.
윤 노동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꺼려하는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가 핵심이다. 정부나 사용자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그나마 정규직이라도 나서서 양보하면 충격을 주지 않겠냐는 논리인 것 같다. 다만 도덕적으로만 접근해선 안된다. 정규직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논의를 풀어가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틀을 벗어나게 되면, 그들도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금 밑거름을 쌓자는 식으로 접근하자는 거다.
현 정규직 양보론은 연대에 도움이 안 된다. 갈등만 더 조장한다. 가장 절실한 것은 비정규직을 노조로 끌어들이는 거다. 현재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이 3% 수준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산별노조 등을 통해 비정규직 조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경욱 사회연대전략을 정규직 양보론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이랜드 투쟁 1년이 다 됐는데, 민주노총이 결의한 생계비를 현대자동차노조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이랜드를 위해 엄청난 지원을 했지만, 그럼에도 비판이 이어지는 것은 비정규직들의 고통에 비해서 민주노총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 현대차노조가 2006년에 비정규직 문제로 파업을 10차례나 했다. 조합원 1인당 100만원 임금 손실이 있었다. 이랜드 생계비 문제를 논의할 때 이런 점들도 고려될 수밖에 없었다.
노 그동안 현대차노조가 정치적 볼모로 잡혀 있었던 측면이 있다. 정부는 현대차노조를 공격하지만, 결과는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이 아닌 주변의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더 나빠지는 걸로 나타난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안정성이 일부 양보되더라도, 전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 그럼, 현대차노조가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건가? 이미 물량에 따라 다른 지역의 공장으로 옮기는 것도 감수하고 있다. 비정규직 해법을 어떻게 찾을 건지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 알량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고, 기업이 더 양보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기껏해야 180만명인 대공장 노동자들이 어떻게 1300만명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정규직화하는 비용을 20조원으로 추산한 적이 있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이 기업의 초과착취에 있는 만큼, 기업이 이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노 자동차 산업이 많이 유연화됐고 노조가 많이 양보를 해왔다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이처럼 유연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데도 노조의 요구가 상당부분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데 모아져 있었다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것 아닌가.
윤 논의가 좀 더 진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동자만 부담해선 안 될 텐데, 경영계와 어떻게 분담할 건지, (일정정도 임금손실이 있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한 뒤 임금보전은 어느 정도나 할 건지 등 세부 방안이 필요하다. 연대라는 큰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각론에는 차이가 있다. 아쉬운 점은 노동운동이 방어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연대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자꾸 해봐야 한다. 원칙을 정해 놓고 그 틀에 안 맞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바라봐선 안 될 것 같다.
“사회적 기준 바탕 직무급 도입을” “성과급 변질 우려”
고용 높이게 연공 임금 바꿔야하나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덜 고용하는 대신 정규직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도록 하는 유인책은 없을까? 일각에선 정규직 노동자들의 보편적 임금체계인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근속연수가 올라갈수록 임금이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노동자가 결혼 및 출산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늘어나는 생계비를 기업이 뒷받침해주는 생애임금의 성격을 지녀 왔다. 하지만 기업이 장기 근속자의 임금 부담을 피하려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하게 되면서, 비정규직을 늘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아 왔다.
그동안 노동운동 안팎에서도 이런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대안적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이 비정규법 시행에 따른 차별시정 제재를 피하려 직군과 직무를 분리한 직무급 임금체계를 도입하면서 좀 더 복잡해졌다.
윤진호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현재의 연공급 임금체계로는 곤란하다. 비정규직들은 대체로 회사를 다닌 기간이 짧아서 격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박태주 연공급 임금체계가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뜯어 고치긴 어렵겠지만, 일의 내용과 특성에 따라 가치를 매기는 직무급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부영 연공급 임금체계를 바꾸려면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칫하면 당장 생계비가 깎일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행 임금체계를 바꾸기 힘들다.
이수호 더 시급한 것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어떻게 시정할 것인가에 있다. 할인매장에 죽 늘어서 있는 계산원들도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이 다른 것 아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노중기 장기적으로 기업 내부의 특수한 임금 결정 요소들을 뛰어넘는 사회적 임금체계를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기업들이 이전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막 쓸 수 없다보니 왜곡된 개념의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직군을 만들고 이를 통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런 시도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
김경욱 우려가 있다. 연공급을 기반으로 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일종의 기준치가 돼 왔다. 연봉 2천만원만 받고 일해 온 비정규직들이 같은 일을 하면서 연봉 5천만원을 받아 온 정규직들만큼 대우가 올라가야 하는데, 정규직의 임금체계가 흔들려버리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
노 연공급이 유지된다고 해도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주진 않을 거다. 또 비정규직 입장에서 볼 때도, 연공급이 아닌 직무급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임금을 받는 사회적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보니 기업마다 자의적으로 직무급의 개념을 설정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고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연공급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산업별 교섭을 통해 그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
윤 오해가 있다. 똑같은 기술을 갖고 있다면 전국 어떤 기업을 가도 똑같이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임금을 주는 데는 없다. 임금은 어차피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돼서 결정된다.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기존 임금 격차가 얼마나 줄어들지 계산해봐야 한다. 의외로 큰 차이가 안날 수도 있다. 직무급을 도입하더라도 경험과 숙련 요소는 반영이 된다. 이런 논의 자체가 상당히 왜곡된 측면이 있는데, 보다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현정희 노동자가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자신의 노후까지 해결할 수 있는 생활임금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기업이 주도하는 직무급은 노동자 개인의 삶은 개인이 책임지라는 식이다. 사실상 능력이나 성과급 위주로 바뀔 우려가 크다.
윤 비정규직법에 명시된 차별 시정의 기능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현장에선 이런 문제가 더 다급해 보인다. 하지만 지향점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직무급으로 이야기하니까 자꾸 혼선을 빚는 것 같다. 이미 경영계가 개념을 선점해서 그렇다. 새롭게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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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이 저소득층 연금 재원마련 참여’ (한겨레, 황보연 기자, 2008-06-26 오후 09:06:10)
지난해 민노당 정책제안 ‘논쟁 출발점’
지난해 1월 민주노동당은 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월 소득 91만원 이하의 저소득 계층 644만명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제도로 도입됐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미가입자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상 제구실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핵심은 재원 마련에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인 노동자의 참여를 전제로 깔았다는 점이었다. 발상은 신선했다. 이제까지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확대를 위해 노동자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 적도, 이런 사업을 먼저 제안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5년간 저소득 계층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려면 모두 17조원의 재원이 필요했다. 이 가운데 노동자들이 4조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미래에 받을 연금액 가운데 일부(월 1700~3200원)를 내서 3조원을 마련하고, 연간소득이 5천~6천만원 수준의 상위 계층 노동자들은 추가로 월2천원~1만4천원씩 보험료를 더 내서 1조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보험료 지원 사업’은 논란만 증폭된 채,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당 안팎에서 보험료 지원 사업의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 사업이 일회성 정책 제안이 아닌 ‘사회연대전략’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당의 주요 대선 사업으로 검토되자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사업의 추진 주체가 될 민주노총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사회연대전략을 지지한 이들은 “노동운동의 난관을 타개하고 새롭게 노동자 연대의 활동 모델을 마련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반대론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재원 마련에 참여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규직 책임론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맞섰다.
특히 민주노총에선 고소득 노동자들이 보험료를 추가 지원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동자들이 미래에 받게 될 연금액의 일부를 삭감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당시는 국민연금 급여율 인하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논쟁의 한 복판에 서 있던 오건호 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은 “사회연대전략이 정규직 책임론을 부각시킬 것인지, 정규직 연대를 보여줄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팽팽했다”며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한 자성의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막상 구체적인 사업을 벌일 때는 ‘정규직 책임론’에 악용당할 우려 때문에 적극성을 보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오 위원은 “진보 진영이 그동안 ‘요구’ 중심의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참여’를 통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였다”며 “단순히 시론적 수준의 논의에 그칠 게 아니라 본격적인 내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잠복해 있던 사회연대전략은 올 들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진보신당은 진보의 재구성을 사회연대전략으로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노동당과의 분당 사태 등으로 인해 전혀 조명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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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국가차원 의제로 다뤄야” (한겨레, 황보연 기자, 2008-06-26 오후 09:04:04)
시민사회서도 고립…정치·환경 등 이슈에 밀려 뒷전
“비정규직들은 ‘고립된 섬’에 있는 것 같다. 시민사회가 비정규직 문제에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지가 명확하게 해명이 잘 안 된다. 사회운동의 사각지대다.” 한 노동전문가의 ‘날선’ 비판이다. 그는 “‘나 스스로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내 아이도 그럴 수 있지만’, 정작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저항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부)는 “스웨덴 국민들은 소득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면서 복지사회를 지켜가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며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할 국민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노동과 시민이 구분되는 양상을 보였고, 시민운동은 주로 중산층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으로 굳어져 갔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담론으로 형성된 것도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비정규 입법 과정을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비정규직 노조들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을 해봤더니, 비정규직 노조들은 주로 비정규직 노조들 내에서 연대하는 경향이 뚜렷이 보였다”며 “이는 노동운동 혹은 시민사회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주변에 머물고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연대의 손길을 뻗치기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반면, 시민사회 단체 쪽에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시민사회 단체들도 나름대로 비정규직 실태조사도 하고 비정규직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활동도 벌였지만, 2005년께 노사정 당사자가 비정규직 법안을 협상하는 단계로 접어든 이후엔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며 “이익단체가 아닌 시민단체가 노동계의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도 “대학에 가 보면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일자리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될 텐데도, 비정규직 문제는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한다”며 “이른바 ‘88만원 세대’인 이들에게 미래의 노동조건에 대해 각인시키는 등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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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회피 논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윤정 최현석 기자, 2008-06-30 15:37)
30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일부 금융공기업들이 `변칙 계약' 등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해고를 통보받은 직원들은 회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중은행들은 분리직군제 도입 등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달 3일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는 50명의 계약직 직원 가운데 오는 30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17명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들은 30개월 동안 주택금융공사에 근무하면서 11개월씩 두 번, 2개월 한번, 6개월 한 번씩으로 계약을 연장해왔다. 최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A씨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줄 알았는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주택금융공사 인사부 관계자는 "정부가 2006년 8월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면 상시로 필요한 인력에 대해서만 정규직화 하도록 돼 있다"며 "채권추심업무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이 급감하면서 필요인력이 줄고 있어 전원 정규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공사는 지난해 계약직 인력 114명 가운데 2년이상 근무한 3명을 무기계약직으로 변경했다.
금융공사 측은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가운데 계약기간이 남는 33명 중 10명 내외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향후 채권추심업무에 공백이 발생할 경우 별도 계약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못한 비정규직 직원들은 "비정규직 인력을 감축해놓고서 다시 필요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것은 정규직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신용보증기금도 채권추심업무에 종사하는 125명의 비정규직 가운데 계약 기간이 만료된 6명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금융공기업들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속속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비정규직 인원 8천350명(텔러직, 지원직, 텔러마케터 및 기능인력)을 무기계약직으로 순차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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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로 차단"..반발 (뉴시스, 이국현기자, 2008-07-07 11:03)
민주노총은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노동부에 건의한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업계의견 건의문'과 관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통로 자체를 차단하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 고용안정의 최소 조건으로 2년이 되면 정규직화를 했는데 그것마저 없애자는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랑 똑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예외대상을 55세에서 50세로 낮추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50세부터는 비정규직으로 쓰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전체 노동자가 비정규직화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내년 7월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될 '비정규직 차별 금지 규정'을 2012년까지 3년간 유예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의 고용 위기가 심각한데 유예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파견 업종을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용자 측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갈 수 있는 통로 자체를 차단하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쓰자는 것"이라며 "양극화의 고통이나 경제 위기 등을 전부 노동자의 희생으로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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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사용자와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개악음모 중단하고 전면 재개정에 나서라. (2008. 7. 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현재의 비정규직법은 허술한 비정규직 보호규정으로 인해 그 효과는 거의 발휘하지 못한 가운데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가 급증하고 위장 도급이 확대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비정규직법의 전면 재개정을 요구해왔으며 대부분의 학계는 물론 노동부조차도 간접고용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시급히 대책마련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비정규직법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개악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주문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업계의견 건의문’을 노동부에 제출했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화해야 하는 규정을 완화해 그 사용기한을 4년으로 연장하고 그나마 50세 이상의 노동자는 비정규직 사용기한 적용대상에서도 제외하자는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 실시되는 1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법 적용은 유예하고 파견업종 허가규정을 금지규정으로 전환하며 제조업의 생산공정에도 파견근무를 허용해달라고 했다. 이러한 건의문을 제출하면서 대한상의는 인력운영이 유연성을 높이고 대규모 계약해지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라며 허울 좋은 이유를 달았지만, 그 의도란 사실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최소한의 규정까지 모조리 없애 기간제한마저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까지 폐쇄시켜 비정규직을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이며 나아가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려는 음모다.
비정규법이 시행되자마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해고, 외주화하면서 비정규법을 악용해 온 사용자들이 비정규법 개악요구를 줄기차게 하고 있는 일차적 원인은 이명박정부의 친 재벌 편향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며, 비정규직법을 의도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데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심각한 사회양극화의 고통을 비정규노동자에게만 전가시키려는 사용자들의 파렴치한 작태에 대에 분명한 처벌 및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를 철회하고 친재벌 편향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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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차별없는 ‘괜찮은 일자리’ 확대…고용안정 절실 (경향, 송윤경기자, 2008년 08월 26일 18:49:45)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대가를 받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 ‘목표’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한마디로 말하기 힘들다. 두 가지 쟁점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쟁점·해결책1 - 규모축소 vs 차별철폐
대기업 - 中企 임금·근로조건 격차 해소 필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최소화할 것인가. 아니면 차별을 철폐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 것인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은 이렇게 두 범주로 나뉜다.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지만, 연구하는 이마다 강조점을 달리 둔다. 한국 노동시장의 미래상에 대한 견해가 달라서다.
‘비정규직 규모 최소화’를 문제해결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정규직 고용이 정상이고 원칙임을 못 박아야 질 나쁜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비정규직 고용은 일시적 공백에 따른 비정상적 고용상태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더 현실적인 이유로 비정규직 규모 최소화를 지지하는 관점도 있다. 비정규직노동센터 김성희 소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현실화 등 차별철폐는 꼭 필요하긴 하지만, 일정수준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드는 사회적 비용과 시간은 엄청날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고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규모 최소화에 강조점을 두는 이들이 내세우는 제1의 해법은 법률 개정이다. 프랑스처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유 몇 가지를 법률로 명시하고, 그밖에 다른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정규직 고용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 유도를 위한 제안도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보험부담금 증가 등의 부담을 주자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비정규직 증가로 몸살을 앓았던 스페인이 2006년 도입해 조금씩 성과를 보고 있는 방법이다.
한편 비정규직 일자리를 차별이 없는 ‘괜찮은 일자리’로 만듦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로 학계에서 나온다. 이들은 고용형태의 다양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본다. 정이환 서울산업대교수는 “정보기술의 발전, 서비스업 비중의 강화 등으로 기업은 사람을 고용해 키우기보다 외부노동시장을 선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고용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며 “이를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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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철폐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자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같은 일을 하는 대기업 정규직과 큰 차별이 없는 임금, 그리고 해고돼도 다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업종 수준의 고용안정이 그것이다.
임금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다시 여러 가지로 나뉜다. 먼저 일한 연수에 따라 봉급이 올라가는 연공급이 아닌, 일의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급 혹은 숙련급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야만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차별을 자연스럽게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이환 교수는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직무급 체계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무급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의견도 적지 않다. 유럽에서는 근대화 시기부터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면 비슷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상식이 생겨 직무급 혹은 숙련급 임금체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다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산업별 최저임금제도이지만 이 또한 장애물이 있기는 마찬가지. 산업별 단체교섭이 거의 정착돼 있지 않고, 산업별 최저임금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해고되더라도 다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된 뒤에도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실업급여를 줘야만 한다. 그러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율 (2008년 3월 현재 33%~36%)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고, 실업급여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또한 ‘괜찮은 일자리’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직업훈련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우리의 복지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하는 일이다.
‘비정규직 규모를 최소화할 것이냐, 차별을 철폐해 괜찮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것이냐’는 상호보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비정규직을 덜 쓰게 되고, 그러면 차별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김유선 소장)이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비정규직 규모 최소화 방안과 차별 철폐 방안의 혼용방안을 내놓는다. 노동연구원의 은수미 연구위원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과 나머지 중소영세사업장의 비정규직에 대해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정규직 전환프로그램’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고, 정규직화가 별 의미가 없는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같은 일을 하는 대기업 정규직과 임금 및 근로조건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쟁점·해결책2 - 정규직 양보 필요하다 vs 아니다
기업소득 대 노동소득 불균형 날로 심화
정규직 양보 → 비정규직 보호 연결돼야
이제까지 기업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풀려면,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규직에게 보장된 고용안정, 복지혜택 등을 내놓아야, 그 비용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자본소득 대 노동소득의 불균형 심화’ 문제를 지적한다. 노동사회연구소의 김성희 소장은 “외환위기를 넘긴 후 주요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최고에 달했지만,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았다”며 “기업들이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그에 맞는 책임은 지지 않고, 비용문제의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양보의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정하고 확실한 연대 시스템을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정규직이 임금동결을 받아들이면 그것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연대임금정책)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쓴 전략과 유사하다. 이들 국가의 노조는 매년 사용자 대표와 만나 그 해의 임금수준을 결정한다. 그 결과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므로 기업별 노사협상을 했다면 ‘임금을 더 받을 수 있었던’ 노동자, 즉 대기업 노동자들은 양보를 하는 셈이 된다. 대신 노조는 기업들로부터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 등의 약속을 받아냈다.
‘정규직 양보론’에 대한 근본적인 차원의 비판도 나온다. ‘비정규직 희생 아니면 정규직 양보가 필요하다’는 사고방식은 낮은 인건비를 당연시하는 후진적인 경영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유선 소장은 “우리 기업은 아직도 싼 인건비로 물건을 만들어 이윤을 보려는 ‘저품질 저가격’ 전략을 쓰고 있다”며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고품질 고가격’ 전략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노동력을 ‘소모품’으로 대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근시안적 처사에만 모든 책임을 돌리기도 힘들다.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우리는 주요 주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주주자본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단기수익 극대화에 목 멜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는 경우 경영권이 위태로워지기 때문. 즉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 측에서 “불황일 때 정규직만 쓰라는 건 문 닫으란 얘기(2부 3회 소개)”라며 격하게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대 경제학)는 ‘한국경제를 말한다’를 통해 “김대중 정부 시절 주주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택하기 전까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듯 하는 행태는 없었다”고 지적한다. 차별은 있었지만 적어도 ‘함께 성장하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 양보론이 나오는 구조를 살피고, 그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규직이 양보할 경우 그것을 어떻게 비정규직 보호로 연결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바탕이 돼야 한다. 이런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정규직이 양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논쟁은 비생산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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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선진국의 비정규직, 정규직 취업의 ‘징검다리’ (경향, 송윤경기자, 특별취재팀, 2008년 08월 26일 17:43:13)
4부 - (2) 외국은 어떻게
일단 양적인 면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은 선진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30% 선이지만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은 53~54%다. 두 배 가깝다. 질적인 면의 차이는 더욱 크다. 선진국의 비정규직은 성격이 우리와 다르다.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 기능을 하는 비정규직,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보장받는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덜한 비정규직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OECD 가입국의 고용상태를 보여주는 자료(OECD employment Outlook(2002))에 따르면, 임시노동자가 2년 내에 상용직으로 이동한 비율은 국가별로 34~71%에 이르렀다. OECD의 ‘상용직’ 개념은 계약기간이 따로 없고.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전혀 차별받지 않는다는 면에서 우리의 정규직과 유사하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우리보다는 훨씬 큰 폭이다. 우리의 경우 비정규직이 4년 내에 정규직으로 재취업되거나 전환된 정도는 9%(고용정보원 이시균 연구위원 논문, 1998~2002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이는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동기’가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고용정보원 이시균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우, 일시적인 인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혹은 기업과 필요한 인력을 선별하기 위해 주로 비정규직을 선발하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재취업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비해 우리는 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쓰기 때문에 이들이 정규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는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계약기간을 따로 두지 않고, 단지 노동시간만 짧은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있다. 근로조건은 정규직과 동일하고 급여도 노동시간에 비례해 받는다.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이 이를 ‘정규직 파트타임’으로 부르는 이유다.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이 같은 형태의 비정규 노동이 유럽 내 비정규 노동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규직 파트타임’ 고용형태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곳은 ‘유연안정성’의 나라 덴마크와 네덜란드다. EU 가입국의 노동시장을 분석한 자료(Employment in Europe(2001))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경우 파트타임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41%에 이른다. 대다수가 스스로 선택한 경우다. ‘풀타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파트타임 노동을 선택했다고 응답한 이는 2.5%에 불과하다.
물론 유럽에도 고용불안을 겪는 기간제 노동자가 있고 그 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Employment in Europe’에 따르면 EU 가입국 중 15개국에서 기간제 노동자는 1991년 9.2%에서 2001년 11.4%로 늘어났다. 파트타임 노동자 중에서도 정규직과 다름없는 파트타임 노동자가 아닌 ‘임시직 파트타임 노동자’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1997년 현재 남성 34%, 여성 18%. European Labour Force Survey).
하지만 유럽은 비정규 노동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이 같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별처우 금지’ 등을 주용 내용으로 하는 파트타임 노동지침(1997년), 기간제 노동지침(1999년)을 마련했고 유럽 각국은 이 기준에 맞도록 법률을 제·개정한 상태다.
99년 일본 후생노동성의 만족도조사(임금노동자 3만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무내용, 노동시간 등에서 비정규직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현재의 고용형태를 지속하고 싶다는 대답은 76.1%에 이르렀다. 일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먼저 비정규직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일본 국민 대부분이 ‘정규직 생활권’에 속해 비정규직에 대한 불만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일본 비정규직의 만족도가 높은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사회보험 등 비정규직에 대한 국가복지의 적용률이 우리보다 높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보다는 장기 근속하는 비정규직이 많다는 점, 정규직에 비해 노동시간이 짧고 자유롭다는 점,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가볍다는 것을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임금 등에서 느끼는 차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점(정이환 교수)” 등이 그것이다.
사실 일본은 노조가 잘 조직돼 있는 것도 아니고, 비정규직 관련 제도가 우리보다 잘 정비돼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과 관련, 국민 대다수의 삶을 고려한 ‘조심스러운 증가 추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일본 특유의 기업가 정신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노동연구원의 은수미 연구위원은 “일본 기업가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경기침체 시에는 임금삭감이나 구조조정을 막자는 방안을 짜내는 등 노동자들의 삶을 고려한 결정들을 자주 내린다”며 “2차 대전 패배 이후 노동운동이 거세지는 등 여러 조건이 맞물리면서, 일본 경영자들이 자구책 차원에서 만든 전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증가에 대한 비판여론은 결코 적지 않다. 파견노동, 파트타임 노동을 전전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소위 ‘정규직 생활권’도 파괴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본식 비정규직 운용에서 배울 점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지난 6월 일일파견노동자가 행인 16명을 살상한 아키하바라 사건을 계기로 파견노동자를 양산하는 파견법에 대한 비판이 일본 내에서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노동시장을 그저 ‘시장원리’에만 맡겨두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적어도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보호만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 OECD가 “노동자 가구에서 빈곤을 축소하고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한다”고 분석한 ‘최저임금’을 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2003년을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의 최저임금은 노동자 임금총액의 33.6%. 반면 우리는 21.2%(377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의 경우 이 같은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2.5%(2006년 현재)에 이른다. 김유선 소장은 “이는 미국보다 심한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연공급(근무연수에 따라 임금 결정)이 아닌 직무급(일의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임금 결정) 임금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커다란 임금차별을 받는 일은 많지 않다. 결국 우리는 미국식을 지향하면서, 미국보다 더 심각하게 노동자를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구자들이 “아류가 더 무섭다(은수미 연구위원)”고 말하는 것도 그 이유다.
김유선 소장은 “미국에서 미국식 노동시장 모델이 굴러갈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 전체 일자리의 50%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자리 대부분이 중소영세기업에서 나오는 우리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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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유럽 노동시장의 공통분모 ‘강력한 노조’ (경향, 송윤경기자, 2008년 08월 26일 17:48:58)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위해 연대
노·사·정 대타협 등진보진영도 큰 역할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 노동시장의 ‘모델’로 자주 꼽힌다는 점이다. 먼저 스페인과 프랑스는 ‘비정규직 규모 최소화’에 비중을 둔 국가다. 프랑스는 기간제 노동자와 파견 노동자에 대한 규제가 유럽 중에서도 가장 강한 편에 속한다. 사용자가 법률에 명시된 몇 가지 사유를 어기고 기간제 혹은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적발 즉시 ‘정규직 고용’ ‘직접 고용’으로 간주된다.
스페인도 비정규직 규모 최소화에 중점을 둔 국가지만 ‘비정규직 급증’의 경험이 있다는 면에서 우리와 유사하다. 스페인은 1980년대, 국제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을 풀었다. 이후 10년 만에 기간제 노동자 등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30%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80년대 이전까지 비정규직 고용이 불법이었므로 이 같은 변화는 스페인 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스페인은 사유제한 규제를 다시 마련하는 등 비정규직 규모 줄이기에 나섰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고,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는 사회보험금 증가 등 벌칙을 주는 ‘정규직 전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비정규직 규모 축소보다는 차별 철폐에 중심을 두고 있다.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동등한 임금을 줘야 하고 노조 가입 등 권리도 대부분 인정해야만 한다. 비정규직은 설사 일자리를 잃는다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이 안정되고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른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유연성과 노동자가 요구하는 안정성의 결합. 즉 이들 국가의 목표는 이른바 ‘유연안정성’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럽 모델’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각국 노동시장 자체보다는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이다. 이들 국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먼저 노동조합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했다는 점이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복지’를 통해 “유럽의 경우 국가가 전면적인 탈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전면 대립이 불가피한데 이는 어떤 정치세력으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조와 전면전을 치른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우파가 집권했다 할지라도 전면적인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이지 못했다.
유럽에서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의 노조는 미국과 달리 소속 조합원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를 위한 결정을 자주 내린다. 전체 노동자를 위해 운동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북유럽의 연대임금제(전체 노동자의 대표와 사용자의 대표가 만나 그해의 임금수준을 결정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제도)는 대기업 노조에는 불리한 내용이지만, 영세사업장의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스페인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노조가 적극적으로 노·사·정 협상에 참여했던 것도 이런 까닭이다.
노동자들도 설령 자신이 조합원이 아닐지라도, 노조가 자신까지 함께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안다. 진보진영의 노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스웨덴, 덴마크 등의 노·사·정 대타협은 대부분 사민당 정권 시절에 이뤄졌다. 스페인이 비정규직 축소를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것도 사회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였다. 이들 정권은 노조에 ‘노동자에게 반하는 정책을 펴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줬다. 또한 유럽의 진보정당들은 “우리와 달리 나름의 치밀한 ‘고용전략’을 세운다(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연구자들은 유럽 노동시장 자체를 ‘모델’로 삼기보다는 이들의 ‘공통분모’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유럽에선 좋은 일자리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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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시대]“비정규직, 국가적·국민적 의제화 시급하다” (경향, 정제혁·송윤경기자, 2008년 08월 31일 18:44:56)
비정규직 주요 쟁점 토론회
경향신문은 ‘비정규직 800만 시대’ 기획을 마무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4개의 주제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 토론회 전체 사회를 맡았다. 제1주제(‘비정규직법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는 발제를 맡은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이 토론을 벌였다. 제2주제(‘진보진영 대응 방향’)는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발제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정토론을 맡았다. 제3주제(‘비정규직 조직화, 어떻게 가능한가’)는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발제자로,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이 지정토론자로 나섰고, 제4주제(‘사회적 타협은 가능한가’)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발제와 심상정 대표의 반대토론으로 진행됐다.
차별시정 요구조차 못해 현실적 한계 뚜렷
1. 비정규직법을 어떻게 볼것인가
“비정규직 문제가 10개라면 그중 1~2개는 비정규직법으로 해결됐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비정규직법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효과보다 긍정적 효과가 더 컸다고 말했다. 은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비중이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촉진된 것”을 비정규직법의 효과로 꼽았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일자리 감소는 경기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며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은 연구위원은 일일근로·용역 등 취약노동자가 증가한 점, 차별시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점을 비정규직법의 한계로 지적했다.
차별시정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노동자가 차별시정신청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 측으로부터 받게 될지 모를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지난 5월 말 현재 차별시정신청을 한 경우는 전체 기간제·파견노동자의 0.9%(2816명)에 그쳤다. 차별시정신청을 하더라도 시정명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지난 5월까지 차별시정신청을 한 814건 중 579건이 기각됐다. 은 연구위원은 “차별시정제도가 차별을 합리화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시정의 대상이 기간제와 파견으로만 제한되어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처우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은 연구위원은 비정규직법의 큰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 시행 1년의 결과만을 가지고 입법효과를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차별시정제도와 같이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 문제에 대한 입법적 보완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사내하청·일일근로 및 단기근로·특수고용 등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고용형태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 연구위원은 “간접고용은 원·하청 연대책임을 핵심으로 해 기존의 법제도를 보완하거나 새로운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사용 자체를 제한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입장을 취했다. 비정규직 규모가 너무 커져버린데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도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이다. ‘정규직 대체형’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간접고용 사용 관행이 정착된 상태에서 ‘사용사유’를 제한할 경우 간접고용 등 취약노동자만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비정규직법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김 소장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종사자 수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은 줄고, 100인 이하 기업의 비정규직은 늘어났다”며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규직을 늘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법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크고, 한 번 제도로 만들어지면 쉽게 고치기 힘들어진다”며 “차라리 비정규직법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사회의 고용원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비정규직 사용관행이 만연한 현실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관행이나 간접고용 확대추세도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원칙에 입각해 규율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소장은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것은 고용의 기준과 원칙의 문제”라며 “차별관행은 제도적 수단으로 시정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용사유 제한이라는)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간접고용의 경우 상시직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성격이나 국회의 구성을 보면 비정규직법을 좋은 방향으로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제도의 바깥에서) 운동적 차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적 주체로 성장 시켜야” 원칙엔 동의
2. 진보진영 대응 방향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민주정부 이래 ‘비정규직 확산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득세해 온 과정을 두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이른바 진보개혁 진영이 참여정부의 비정규직화 드라이브에 무기력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 참여정부와 공모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의 위기가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비정규직법 입법화 과정에서 시민사회세력이 기간제를 수용하고 차별을 부분적으로 시정하자는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따랐다”며 “참여정부 시절 시민사회세력은 성장주의와 신자유주의 전략의 기본 틀을 대체로 전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 “조합원의 상당수가 참여정부를 세우는 데 참여했던 민주노총은 정권 초기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정부에 끌려다녔고,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묶어낼 만한 정치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여러 제약에 안주했다”고 분석했다.
심 대표는 비정규직이 정치적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진보진영은 성장주의와 대비되는 구체적인 비전과 프로그램을 갖고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심 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고용주와 노동자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정치적 슬로건으로는 매우 미흡하고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가 보장되고 노동의 가치에 걸맞은 대가가 지불돼야 한다는 것, 비정규직이라도 노동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재교육과 직업훈련, 생활수단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 그를 위해 고용과 임금, 복지, 기업민주화, 원·하청민주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담은 개념과 프로그램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상황이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경도돼 있는 경우 균형을 잡기 위한 방법은 왼쪽으로 확실하게 꺾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비정규직법 개악을 막겠다고 ‘개악 저지’를 슬로건으로 내놓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대토론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국가적·국민적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데는 심 대표와 인식을 같이했다. 이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는 정치·경제·사회·노동의 전 분야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내수 침체, 자살률의 증가, 노사갈등 심화, 노동 없는 민주주의, 노동운동의 연대성 위기 등이 비정규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심 대표와 상당한 입장차를 보였다. 특히 비정규직법 도입 과정에 대한 평가를 놓고는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교수는 심 대표의 태도를 원칙론, 자신을 비롯한 시민사회세력의 태도를 현실론으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비정규직법에 사유제한 항목을 넣는다고 해도 자본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느냐”면서 “자본은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간접고용을 늘려 법 규제를 회피할 수도 있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된 조건 속에서 좋건 싫건 경쟁과 노동·자본의 이동은 피할 수 없다”며 “이런 현실적 제약 속에서 타협도 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실현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정부·여당의 비정규직법 개악을 막고 기존 입법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규모 영세사업장 조직화 주력해야
3. 비정규직 조직화 어떻게 가능한가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적 공론의 장에 끌어내는 것은 진보정당·노동운동·시민사회운동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비정규직 문제의 정치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발제를 했다.
박 대변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로 묶는 것이 정치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조직화는 기업별 노조체계를 넘는 방향으로 진전되어 왔고 대중적인 조직화의 기초는 마련했다”면서도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조직화에 머물러 있고 비정규직 대다수가 분포하는 소규모 사업장으로는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산별노조 체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산업을 뛰어넘는 비정규직 간의 연대가 급속하게 약화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방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에 비해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나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려들기보다는 겉도는 양상”이라며 “민주노총은 다수가 된 비정규직을 포괄하지 못함으로써 계급대표성의 위기와 함께 사회적 신뢰의 하락, 정치적 무기력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과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노동운동과 시민·사회 진영의 연대도 복원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주의적 성향이 노동운동의 성장과 확장을 가로막고 정치적인 고립을 불러왔다면 사회적 연대를 전면화함으로써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물론이고 정치적 고립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은 진보정당의 역할에 좀더 강조점을 뒀다. 그는 “노조가 일정 수준에 이른 이후에는 노조를 통해 노동자들이 정치화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민주노총에 기대지 말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획위원은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을 근거로 비정규직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조직구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논쟁적 의견도 제기했다.
그는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의 임금에 비해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비조합원 임금은 45%밖에 안 되고, 비정규직을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노조도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모든 노동자가 함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기존 원칙이 계속 지속돼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위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신자유주의 문제라기보다는 재벌을 최정점으로 하는 한국 특유의 수직적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수직적 구조의 상대적 수혜자로서 포섭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노동운동·시민사회 다시 뭉쳐라”
자본 압도하는 현정부엔 기대 힘들어
4. 사회적 타협은 가능한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살폈다. 김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여건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협약 참가자들 사이의 상호 신뢰가 필수적이지만 우리 사회의 경우 이해집단들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계 대표집단들과 전경련, 경총 등 기업계의 대표집단들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책결정의 경험은 전무하다”며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불신 또한 사회적 합의에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교적 합의가 쉬운 이슈를 통해 신뢰를 쌓은 다음 점차 어려운 이슈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비정규직법 개정(노조에 차별시정 청구권 보장, 간접고용 전환 기준과 원칙 마련)부터 시작해 사회연대전략 3대 방안(사회연대 생활임금 도입,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참가자들의 대표성을 높여야 사회적 합의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대표성이 낮은 경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타협의 결과에 대한 무관심과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현재 경총이나 전경련의 결정이 개별 기업에 구속력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타협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 정부에 사회적 타협을 요구하기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 등을 신자유주의 좌파라고 하는데 사회적 타협은 보통 이들에 의해 추진된다”며 “어느 나라든 (이명박 정부와 같은) 우파 신자유주의 정부는 타협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느 나라건 타협이 추진되는 시기는 자본과 노동 모두 벼랑 끝에 놓여 있을 때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본이 타협에 선뜻 응해줄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지금처럼 자본의 힘이 노동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비정규직 문제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경우 힘의 균형이 전제돼야 합의 도출이 가능하다”며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인정할 때 타협이 가능한 것이지, 양보만 해온 사람에게 또 양보하라고 하는 것은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유럽 나라들을 보면 진보정당이 집권을 했거나 제1야당 수준으로 성숙해 있는 조건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우리 사회는 노사간 이해관계의 규형을 조정해낼 수 있는 정치적 힘이 없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사회적 타협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의 문제를 검토하지 않은 채 사회적 타협만 주장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노사간 힘겨루기가 가능한 수준까지 노조운동이 성장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기 교수도 “우리 정치는 강력한 보수와 보수에 경사돼 있는 중도, 그리고 소수의 진보로 구성돼 있어 정치적 교환을 위한 조건이 결여된 상태”라며 “사회적 타협이 가능하려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당들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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