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가 위태위태하더니 결국 외주화를 용인하면서 노조까지 거의 와해되는 수준에서 타결되고 말았다. 뉴코아 노사가 발표한 '노사화합 공동선언문'이 레디앙에 올라와 있는데, 여기에는 외주화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단지 미안할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오마이뉴스에 상세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랜드는 뉴코아처럼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더욱 더 힘찬 연대가 필요하다. 작년에 추석을 넘기지 말고 승리하자고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 ‘뉴코아 사태’ 434일 만에 타결 (레디앙, 2008년 08월 29일 (금) 15:00:09 손기영 기자) 계약만료 36명 전원 재고용…2010년까지 ‘무파업’
‘뉴코아 사태’가 434일만에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박양수 뉴코아 노조위원장과 최종양 뉴코아 사장은 29일 오전 평촌 뉴코아아울렛에서 계산직군 외주화로 인해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 36명을 전원 재고용하는데 합의했다. 대신 노조는 ‘노사상생’을 위해, 2010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 노사 양측은 △자녀학습 보조비 지급 △고객만족 격려수당 변경 △임신 여직원 수당 지급 및 고정연장 근로제외 등 모성보호를 위한 조항과 복리후생 증진 등의 조항에도 합의했다.
이와 함께 노사는 이날 발표한 ’노사화합 공동선언문’에서 “뉴코아와 뉴코아노조는 고용안정과 직원 복지향상을 통한 상생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노사간 신뢰를 정착하고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며 “노사분규 없는 사업장 구현 등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 ‘뉴코아 쟁의’ 434일만에 타결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8-08-29 오후 08:20:26 ) 힘에 밀린 노조 ‘외주화 용인’ 36명 재고용 합의…이랜드노조는 교섭 계속
계산 업무 외주화와 비정규직 해고에 항의해 400일 넘게 파업을 벌여 온 이랜드그룹의 뉴코아노동조합이 29일 ㈜뉴코아와 ‘비정규직 36명 재고용’ 등에 합의해 타결됐다.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과 최종양 뉴코아 사장은 이날 경기 안양시 평촌 뉴코아 아울렛에서 노사 합의서에 서명했다. 회사 쪽은 “노조가 ‘계산직 외주화 금지’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회사는 지난해 6월 외주화로 계약 기간이 끝났던 비정규직 36명을 재고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연배 뉴코아 이사는 “점포 17곳 중 15곳은 계산 업무 외주화가 끝났고, 이후 외주화 실행과 관련해선 노조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의는 노조가 지난 1년여 동안 촉구해 온 ‘외주화(외부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간접 고용하는 것) 금지’ 요구를 철회함으로써 이뤄졌다.
노사는 이날 ‘노사 화합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2010년까지 무파업을 선언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델 기업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100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징계 해고된 18명 복직 등의 처리는 합의서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추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외주화 요구 철회 등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손배소·가압류·해고자 복직 문제 등을 풀지 않은 점도 파업 노동자들에게 큰 짐으로 남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뉴코아노조의 한 조합원은 “노조가 두 손 든 것이나 다름없지만, 정규직이 90% 이상을 차지해 투쟁 동력이 떨어진 노조로선 더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뉴코아노조와 함께 외주화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온 이랜드 일반노조는 회사 쪽과 교섭을 하고 있으나 노조 간부 해고·징계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한가위를 앞둔 다음달 초 ‘이랜드 불매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 434일만에 뉴코아 돌아가는 노동자, 그러나 (오마이뉴스, 선대식 (sundaisik), 2008.08.29 18:18) 노조 사실상 와해... 비정규직 고용불안은 더 심화
지난해 '이랜드 사태'로 뉴코아에서 쫓겨났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434일 만에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회사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노조가 와해 위기에 처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양 뉴코아 사장과 박양수 뉴코아 노조위원장은 29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평촌 뉴코아 아울렛에서 만나 계산원 외주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36명을 재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또 노사화합공동선언을 통해 회사는 직원의 고용안정 및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노조는 2010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합의는 힘이 떨어진 노조가 회사 쪽의 주장을 대부분 들어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계문제로 노조를 이탈해 최근 집회를 열기도 힘들었던 상황에서,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노조 내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한 정규직 조합원은 이날 합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오늘 합의 결과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라서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합의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의 원인이었던 외주화 철회라는 노조의 주장은 반영되지 못했다. 노조는 "외주화를 추진할 때 노조와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단서조항을 얻어내긴 했지만,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대량해고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게 됐다. 노병규 이랜드그룹 홍보팀 부장은 "파업의 발단이 된 게 외주화 문제였는데, 노조가 그간의 주장을 철회하고 외주화가 회사 경영상의 부분임을 인정했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노사 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징계·손해배상 철회 여부 역시 "철회는 없다"는 회사의 주장이 관철됐다. 노병규 부장은 "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노조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박양수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18명 해고를 당한 것을 비롯해, 모두 27명의 조합원이 징계를 당했다. 또 노조는 모두 35억원의 손해배상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노조가 와해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조 와해나 이로 인한 어용 노조 탄생이 현실화될 경우, 정규직 노동자 역시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뉴코아 노조를 잘 알고 있는 한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전직 간부는 "최근 뉴코아 노조는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현 노조 임기도 아닌 2010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오늘 합의 내용을 보면, 노조 존립이 매우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36명 재고용 문제의 경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계산원 업무는 이미 외주화가 마무리돼 돌아갈 자리가 없다. 또한 이들은 1년 계약직으로, 1년 후 계약연장이 안 되면, 일터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들 36명은 끝까지 투쟁현장에 남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노조는 당초 "비정규직 노동자 350여명이 외주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복직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날 합의로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뉴코아 복직 꿈은 물거품이 됐다. 현재 뉴코아 노조 집행부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뉴코아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뉴코아 노조와 함께 투쟁을 해왔던 이랜드 일반노조는 사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홈에버가 곧 홈플러스에 인수될 예정이라, 회사는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28일 두 달 만에 교섭했는데, 내용이 전혀 없다, 또한 회사가 지난주 조합원 60여명을 징계위원회로 회부했다"며 "이랜드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 일반노조는 이번 추석에도 '타격 투쟁'에 나선다. 다음달 2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신촌 이랜드 본사나 홈에버 주요 매장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홈플러스와의 대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천막농성에 찾아든 '아름다운 밤' (레디앙, 2008년 08월 30일 (토) 15:22:24 고세진 기자) [현장] 달라진 이랜드 금요문화제…감미로운 째즈선율
아고라 은평모임 회원이라고 수줍게 자신을 소개한 참가자가 색소폰 연주를 시작하자, 상암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거대한 야외 째즈바로 변신했다. Only you, Summer time......연주가 계속될수록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들의 수도 조금씩 늘어갔다. 이대로 밤을 지새워도 좋을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다.
하지만 파업투쟁 431일을 맞이한 이랜드 조합원들에게는 진정한 ‘아름다운 밤’은 아직 요원해 보였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진보신당 정현정씨는 “사측은 우리들에게 ‘팔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라고 해놓고 팔을 잘라주면 다리를, 다리를 잘라주면 머리를 내놓으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잘라준 팔다리가 대체 무엇이 있냐?”라며 분개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오히려 우리들의 목숨, 비정규직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이 진실”이라며 “이번 추석에 이랜드와 홈에버에서는 아무 것도 사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한가위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 일반노조는 설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이랜드 일반노조 생계비 마련을 위한 추석특판‘ 행사를 벌인다. 영광굴비, 상주곶감, 신고배 등 최상급의 물건을 유통비용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추석특판행사를 맡은 일산분회 박경은 조합원은 “추석 직전에는 주문이 몰려 배송이 늦어질 수 있으니, 지금부터 미리미리 주문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특별한 정보를 귀뜸(?)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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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아 노사가 발표한 '노사화합 공동선언문'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있는데, 그 이면에 있는 내용은 더욱 심각한 것임을 프레시안의 기사가 보여주었다. 뉴코아 노동조합은 해고된 15명의 간부의 경우 사직서 작성을 통해 자진 퇴사 형식을 만들어 이후 가능한 부당해고 법적 소송 권리까지 내어 준 것으로 보아 복직 요구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노조 간부에 대한 개인적인 손해배상 소송은 철회되었지만, 민주노총 등에 걸려 있는 손해배상 소송은 그대로 두었다.
그 동안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 뉴코아 노조간부들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뉴코아 투쟁이 자신들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항복한 것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번 뉴코아 노조의 항복은 손배가압류를 통한 노조 탄압이 과거보다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나았다는 둥 별 소리를 해도 지난 정권 하에서 손배가압류 문제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을 놓고서도 여전히 이 문제가 노동자 압박의 무기가 되고 있는 걸 보면 노무현 정권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보수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어떤 사안에서나 마찬가지이다. 그래놓고는 이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 이를 기반으로 왜곡보도가 확대재생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중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통로가 미디어오늘 같은 인터넷 매체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김형근이 뉴코아 노조에 대해 더이상 연대가 붙기 어렵다는 말을 할 자격이나 있나. 서비스연맹이 도대체 뭘 했는데...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노조 싸움을 말아먹고도 반성못하더니, 뉴코아 투쟁에 대해 뭐라고? 외주화를 통해 잘못된 법을 악용하는 기업에 대해 전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었다고? 당신 같은 인간이 서비스연맹 위원장으로 있으니 현장 투쟁이 안되는 거다.
--------------------------------- 뉴코아 노조 434일 투쟁 ‘끝내…’ (경향, 정제혁기자, 2008년 08월 31일 18:26:59) 손배·가압류·고발 등 사측 ‘탄압’에 밀려 외주화 용인 ‘참패’ … 다른 파업장 파장
노조가 이처럼 사측에 무기력하게 손을 든 데는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사측의 무차별 손배소와 부동산 가압류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노동단체는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반(反)노조 강경정책도 장기파업 노동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뉴코아 사측과 점주들은 노조간부·조합 등을 상대로 현재 각각 35억원, 100억원의 손배·가압류를 제기한 상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뉴코아 노사의 합의안이 이랜드 일반노조나 기륭전자 등 다른 장기파업 사업장에도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3년 넘게 회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사측으로부터 54억원의 손배소에 피소된 상태다. 외주화 반대와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1년째 농성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들에게 사측은 12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랜드 사측과 점주들은 파업 중인 일반노조원들을 상대로 130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해 놓고 있다.
--------------------------------------- 뉴코아 노조의 굴복… 보수·경제지들 승자의 오만? (미디어오늘, 2008년 09월 01일 (월) 08:43:15 이정환 기자) [경제뉴스 톺아읽기]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은 얼마나 더 양보해야 하나
애초에 파업을 시작한 이유가 외주화 반대에 있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외주화 요구철회는 사실상 백기항복이나 마찬가지다. 한겨레는 1일 한 노조 조합원의 말을 인용, "노조가 두 손 든 것이나 다름없지만 정규직이 90% 이상을 차지해 투쟁 동력이 떨어진 노조로선 더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사실상 항복으로 마무리 됐다"며 "이번 합의가 기륭전자 등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장기 파업 사업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애초에 파업을 시작한 이유가 외주화 반대에 있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외주화 요구철회는 사실상 백기항복이나 마찬가지다. 한겨레는 1일 한 노조 조합원의 말을 인용, "노조가 두 손 든 것이나 다름없지만 정규직이 90% 이상을 차지해 투쟁 동력이 떨어진 노조로선 더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사실상 항복으로 마무리 됐다"며 "이번 합의가 기륭전자 등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장기 파업 사업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회사로선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가는 존립이 어려운 입장"이라면서 "유통매장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의 경우 비정규직 수납직원이 워낙 많아 한꺼번에 해결책을 찾는 것은 무리였다"고 일방적으로 이랜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애초에 이랜드 사태의 근본원인이 무리한 인수합병 경쟁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이다. 이 신문은 이랜드가 노조와 갈등 때문에 홈에버를 2년 만에 삼성테스코에 팔아넘긴 것처럼 비난하고 있지만 홈에버에서 손을 뗀 것은 노조 때문이 아니라 경영판단 착오에 따른 과도한 차입의 결과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뉴코아나 홈에버의 경영부실은 이 회사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 주주들이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려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를 끌어안고 힘들어 하면 이 회사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묵묵히 일만 해야 하나. 노동자들은 이 회사를 위해 일을 해야 하나, 아니면 주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나. 홈에버의 주인이 이랜드에서 삼성으로 바뀐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노동자들은 이들의 머니게임에 큰 관심이 없다. 이들에게 절박한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동조건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심지어 "민주노총의 후원이란 회사를 결딴내고 결국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종업원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을 말한다"면서 "노조는 그렇게 자주 그런 사태를 봐왔으면서도 그걸 몰랐던 모양"이라며 비수를 꽂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홈에버 분규도 끝낼 때가 됐다"고 못을 박았다.
매일경제도 1일 사설에서 "근로자들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라며 "기업 실적이 악화되는데 임금이나 복지가 향상될 리 만무하다"고 노조 파업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보수·경제지들은 노조 파업 때문에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실적이 악화되면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기묘한 논리를 강요한다. 임금을 올려 받고 싶으면 파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임금을 깎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랜드 사태고 기륭전자 사태고 코스콤 사태다.
한국경제의 지난달 30일 기사는 더욱 교묘하고 악의적이다. 이 신문은 1면과 2면에 걸쳐 실은 "뉴코아 분규 400여일만에 전격 타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00여일을 거치며 노사 모두 만신창이가 되고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것에 비하면 허무한 결말"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노동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너무나 당연한 수준의 합의문을 만드는 데 400일이나 걸렸다는 게 노동 문제의 현주소"라며 "노사 간 문제에 외부 세력이 복잡하게 개입하면서 사태가 꼬인 결과"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2면에 이어지는 기사에 "무노무임… 외부세력 개입으로 상처뿐"이라는 제목을 내걸었지만 정작 노조가 무노무임을 감수하면서 434일의 투쟁에서 요구한 것은 단순히 임금인상이 아니라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 찾기였음을 간과하고 있다.
---------------------------------------------- '434일 만의 타결' 뉴코아 노사, 이면 합의 있었다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2008-08-31 오후 8:08:02) [단독] 해고자 법적 투쟁 포기…노조·연대단체 빼고 간부 손배만 풀어
노조 간부를 포함해 조합원 대부분이 정규직인 뉴코아 노조가 500일 가까이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벌였던 '아름다운 투쟁'은 결국 뉴코아 사측의 완승으로 끝난 셈이다. 이런 합의로 뉴코아 노사의 극단적 갈등은 종료됐지만, 같은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를 상대로 아직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런 사정 탓에 일각에서는 "노조가 개인의 손배만 풀고 노조의 존립을 포함한 모든 것을 회사에 다 넘겨줬다"는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정작 8월 29일 뉴코아 노사 양 측이 밝힌 합의안에는 그간 쟁점이 됐던 △징계 해고된 18명의 복직 △회사가 노조와 조합원 및 연대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고송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뉴코아 관계자는 "추가 논의하겠다"고만 말했다.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노조의 패배"라는 평가가 나왔다. 오랜 파업의 근본 원인인 '외주화 철회' 요구도 노조가 포기했기 때문이다. 파업 과정에서 회사가 제기한 100억 여 원의 각종 손해배상 소송도 철회한다는 약속이 없었다. 이 정도 합의라면, 지난해 12월에도 타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프레시안>의 확인 결과 양측의 합의 내용은 더 있었다. 비공개 합의에는 민감한 내용들이 대거 포함됐다. 뉴코아 노조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계자도 이면 합의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우선, 뉴코아는 노조로부터 파업 과정에서 징계 해고된 18명 간부의 복직 포기를 받아냈다. 그 방식은 징계 해고를 회사가 철회하고 당사자들이 스스로 사직서를 작성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고자들이 개별적으로라도 부당해고 소송을 벌이는 일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부당해고 구제 소송을 통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복직 판정을 받은 일부 해고자들의 복직도 요원해진다. 노조가 스스로 법이 정해 준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대신 회사 측은 해고자들에게 3개월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손배 소송도 노조 간부 개인에게 걸려 있는 것들만 취하하기로 했다. 현재 뉴코아 사측은 노조 간부 개개인과 뉴코아노조,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을 상대로 수십 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런데 이 가운데 노조 간부 개개인에게 걸려 있는 소송만 취하해주기로 한 것이다. 노조에 걸려 있는 손배소는 그대로 두고, 노조 간부들의 복직마저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향후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에도 심각한 어려움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뉴코아노조가 이 같은 합의안에 도장을 찍은 배경과 관련해 경제적 문제 등의 현실적 어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더 연대가 붙기도 어렵고 사회적 이슈로 주목 받는 것도 한계가 온 상황에서 시간만 보내는 것은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정규직인 뉴코아 간부들이 오랜 파업에서 비롯된 경제적 어려움과 각종 손배소로 인해 아파트까지 가압류되는 등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그런 환경들이 노조 간부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이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내 몬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파업 중인 노동자에 대한 수십억 대의 손해배상 소송이 노조를 무릎 꿇게 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뉴코아 노사의 합의가 이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당장 뉴코아노조와 함께 파업을 시작한 같은 이랜드그룹의 유통업체 홈에버의 비정규직 문제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뉴코아 노사 이상의 수준으로 합의하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랜드 노사 교섭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형근 위원장도 "이랜드일반노조의 파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이랜드일반노조와 홈에버는 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조 간부 해고와 손배소 문제에서 전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한 달이 넘도록 수배 생활을 하고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영장 발부 사유에까지 올랐던 이랜드 그룹의 파업 뿐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TX 승무원, 기륭전자, 코스콤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정규직 갈등도 파업 중에 발생한 해고와 손배소가 쟁점으로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뉴코아노조가 이 모든 '상처'를 껴안고 파업을 정리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탓에 일각에서는 "뉴코아노조 간부들이 자기 개인의 것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팔아넘겼다"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들린다. 뉴코아 노사의 합의를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주화라는 편법적 방식을 통해 잘못된 법을 악용하는 기업에 대해 전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김형근 위원장의 의미 부여가 초라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