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8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하여 "왜 허용이 안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며 "왜 이 (영리법인 허용) 방법을 못 본 체 하고 막아야 하는지 우리나라의 장래를 답답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의료서비스 민영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경쟁을 도입해서 의료 산업의 질을 높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단다. 나아가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면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의료비가 상승한다고 하는 것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리법인의) 진입을 통해 경쟁이 촉구되면 의료서비스 질은 상승하고 의료비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 양극화 우려를 얘기하는데 기본적으로 차별화를 거부하는 정서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도 논란이 되었던 것 같은데 일반적인 경제학 교과서하고 보건경제학 교과서는 상당히 다르단다. 보건경제학의 1장에서 설명하는 것은 보건의료분야의 경제가 다른 경제 분야와 다른 점은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라고 하는데, 윤증현 장관의 소신은 현실경제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미시경제학 교과서만을 보고 나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저 정도 소신(이건 소신이 아니라 종교, 이데올로기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을 표명할 정도면 재정부 장관이 아니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라고 해야 맞겠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가지고 NGO들과 한번 토론이라도 붙여봤으면 한다.
윤증현 장관의 헛소리를 길게 인용한 이유는 어제가 세계 보건의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민중들의 건강을 지키려 하기는 커녕 병원장들과 재벌보험사들의 이해에 맞는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형식적으로나마 영리병원 허용 문제에 대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던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영리병원의 조건부 허용 쪽으로 선회하였다.
최근에 이와 관련된 논의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의료민영화, 영리병원 허용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래 영리병원 허용문제에 대한 보건의료단체의 성명서와 함께 관련 기사를 담아온다. 특히 4월 3일자 경향신문에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를 분석하는 기획기사의 3부 첫 기사로 나온 의료민영화 관련 기사는 의료민영화의 실상을 예를 들어 쉽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읽어보기를 권한다.
오늘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우리들은 한국정부가 국민건강을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작년 의료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정부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입장을 바꾸었다.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 비영리병원의 채권발행을 통한 간접적 영리병원 허용,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주무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정책을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와 전재희 장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영리병원 허용 입장에 강력히 항의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기존의 영리병원 불허방침에서 전면적으로 후퇴하여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영리병원을 허용할 수 있다” 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건강보험당연지정제가 지켜지고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이 허용되지 않으면, 영리병원허용이 한국의료제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매우 위험하며 영리병원 전면허용과 다를 것이 없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영리병원의 허용은 한국의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변화이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는 달리 환자치료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자본투자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병원의 허용을 뜻한다. 당연히 의료비는 폭등하고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된다. 영리병원은 과잉진료, 부당청구, 응급실과 같은 ‘돈 안되는’ 부문의 폐쇄 등을 통해 의료비를 높이고 서민들의 의료이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영리병원이 가장 많은 미국에서의 영리병원에 대한 연구는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20%가까운 의료비를 더 부과했고 노인건강보험환자만을 두고 보아도 16%의 의료비를 더욱 부과했음을 보여준다.
복지부가 지키겠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는 당연히 붕괴된다. 합법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병원의 허용은 ‘모든 병원이 공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원칙과 명백히 어긋난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현재의 헌법재판소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재정이 견뎌낼 수가 없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는 더 늘어나고 60%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성은 더욱 줄어들며 결국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곧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이고 건강보험의 붕괴와 다르지 않다. MSO 즉 병원경영지원회사의 허용도 마찬가지다. 병원의 시설, 운영 등을 별도의 회사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그 회사를 영리법인으로 허용하는 것은 영리병원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 복지부의 말대로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없다. 비영리병원을 폐쇄하면 현행법상 그 재산은 국고로 환수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대다수 비영리병원들은 장부상으로는 채무가 더 많아 병원을 폐쇄하고 영리병원으로 간판을 바꾸어 달아도 국고에 환수할 재산이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비영리에서 영리로 간판만 바꾸어 달게 될 것이고 병원들은 아무 지장이 없다. 또 공공병원이 60-90%인 외국과는 달리 8%에 불과한 한국에서, 그리고 병원협회의 자체조사로 병원들의 영리병원 전환의사가 70%이상임이 확인된 상황에서 영리병원 허용이 한국 의료제도에 제한적으로만 영향을 미친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주장은 도대체 무슨 근거를 가진 주장인가?
한국과 같이 공공병원이 적은 사회에서 비영리병원제도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다. 이중 어느 하나를 무너뜨리면 그 결과는 전체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의 붕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병원 채권발행법 추진에 반대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비영리법인은 채권발행을 할 수 없는 기존의 법적 원칙을 뒤흔들면서 병원의 채권발행을 허용하려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 추진의 근거를 중소병원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채권발행은 영리병원을 간접적으로 허용하는 방법이다. 비영리병원이 채권을 발행하면 그 채권을 감당하기 위해 영리추구행위를 하게 되며 ‘채권단’이라는 사실상의 소유주가 생기게 된다. 주식이나 채권은 결국 병원이 영리추구행위에 전념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오히려 비영리병원의 채권발행허용은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불편을 겪지 않고 채권만 발행해서 투자자에 대한 이윤배분은 맘대로 하고 비영리병원의 세제혜택은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정책일 수 있다. 의료비가 폭등하는 것은 영리병원이나 채권발행병원이나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소병원장들의 어려움은 이해하는 정부가 왜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는 이해하지 않는가? 그토록 오랫동안 병상허가제를 주장하며 대형병원과 서울로 몰리고 있는 의료공급체계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올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지금의 병상과잉문제와 중소병원의 위기문제는 정부가 병원자본에 대한 규제를 하지 못한 결과다.
그동안 대형병원의 병상증설에 대해 정부는 어떤 통제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동네중소병원에서 치료해야할 맹장염환자이나 폐렴 같은 비교적 단순한 질병도 모두 대형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동네병원들은 특수클리닉으로 바뀌고 지역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것이 정부가 병원들 간의 경쟁을 혼란에 극치에 달할 때까지 아무런 규제 없이 놓아둔 결과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하겠다는 대책이란 것이 중소병원을 위해 채권 발행을 허용해 의료비를 더욱 높이고 병원들끼리의 무분별한 경쟁을 더욱 가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안인가? 게다가 병원이 채권발행을 한다면 정부의 말과는 달리 대형병원부터 채권을 발행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할 일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1차 의료기관이 제자리를 잡도록 규제하는 일이고 공공의료체계로 그 확고한 중심을 잡는 일이다. 정부가 경제위기시기에 걱정할 것은 병원장들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셋째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방침에 대해 항의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보험업법개정안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정보를 금융감독원이나 민영보험회사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것으로 복지부의 일이 끝나서는 매우 곤란하다.
현재 민영의료보험은 매년 그 보험료가 10조원에 달하고 전체 가구의 70%이상이 하나 이상의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그 관리체계는 전무하다. 민영의료보험이 정부 말대로 ‘건강보험의 보충보험’이라면 최소한 미국에서 하듯이 보험상품의 표준화가 실시되어야 한다. 민영보험의 천국인 미국에서조차 법적으로 보험료의 70%는 가입자에게 돌려주게 되어있고 실제로는 75%이상을 돌려준다. 유럽은 80%이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민영의료보험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보험료의 비중은 60%정도이다. 보험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 보험상품 비교도 되지 않아 가입자들이 보험상품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과잉광고와 지급거절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해 민영의료보험을 포함한 모든 보험상품의 출시에 대한 현재의 최소한의 사전허가제마저 폐지하고 몇 가지 기준만 충족시키면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는 네거티브 리스트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세계 1위의 보험회사 AIG가 파산을 선고받고 전 세계가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한국만 보험규제를 완화하려하는 것이다.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간다.
보험회사들의 부실을 보험가입자에게 전가하려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전면 보류되어야 하며 보건복지가족부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보험규제완화가 아니라 민영보험 표준화 및 실손형 보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가 경제위기시기에 환자들의 의료비경감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대해 엄중 항의한다. 실업대란이 임박해있는 상황에서 보건복지가족부는 실직자나 신 빈곤층에 대한 실질적인 의료비경감대책과 건강보험의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방안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들은 서민들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재벌병원이나 병원장들의 걱정뿐이다. 도대체 병원장들이 어렵다고 한다면, 그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국민들과 환자들의 고통은 얼마나 심하다는 말인가? 정부의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국민은 없다. 그리고 아픈 환자의 고통에 대한 이해도 없다. 의료비를 폭등시킬 영리병원 허용방침이나 의료채권법, 재벌보험사들의 배만 불릴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찬성입장만을 내놓는 보건복지가족부는 지금 명백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가족부와 전재희 장관이 지킬 것은 국민의 건강이지 병원장들과 재벌보험사들의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지금은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영리병원허용, 의료채권발행허용, 민영의료보험상품 규제 완화 등의 의료민영화정책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다수의 서민들을 위한 의료비경감과 건강보험의 강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경제위기시기에 돌봐야 할 것은 국민들의 건강권이지 부자들과 재벌들의 돈벌이가 아니다.(끝)
영리법인병원(영리병원) 허용을 비롯해 정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내달리고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대국민 의료서비스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른바 '미래 성장동력'인 의료서비스산업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정부의 영리법인병원(영리병원) 허용에 대해 보건의료단체들은 필연적으로 의료비 폭등을 불러올 것이라며 재차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정국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엔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정부와 반대진영 간에 진실게임이 한창이다.
"영리병원 허용, 오히려 서비스 질 악화시킨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으로 구성된 '건강권 보장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건강연대)는 12일 오후 정부 주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앞서 토론회 장소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기자회견를 개최했다.
단체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영리병원 허용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해외 연구결과 등을 들어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연대는 "미국에서 324개 병원을 조사한 연구는 영리병원 의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9% 높았고, 메디케어(노인대상 공보험)를 비교한 연구도 영리병원 의료비가 16.5% 높았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영리병원은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줄여 서비스 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부 논리를 반박했다.
병원의 인건비 비율은 제조업 분야의 10배 수준인 50%에 달하고 의료인력의 규모는 의료서비스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영리병원 도입에 따라 병원 간 경쟁이 격화되면 인건비를 줄일 것이고 이는 의료서비스 질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공공병원 비율 OECD 1/10, "건강보험 못 버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촛불정국을 거치며 거센 논란이 일었던 건강보험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는 유지 입장을 밝히 있다. 하지만 단체들은 한국의 공공의료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아 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건강보험제도 역시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OECD 국가 중 영리병원이 허용된 국가들의 공공병원의 비율은 60~95% 수준이다. 미국만 해도 민간비영리병원(60%)과 공공병원(20%)을 합해 88%(2001년 기준)고, 캐나다는 아예 영리병원이 없고 공공병원 비율이 98%에 이른다. 독일도 공공병원(51%)과 민간비영리병원(35%) 비율이 86%에 달한다. 때문에 이들 나라에선 영리병원이 있어도 공공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공공병원 비율은 OECD 평균의 1/10 수준인 7%에 불과하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복지부가 당장은 당연지정제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의료비가 상승해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당연지정제는 없어질 수밖에 없고 건겅보험제도는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천만 달러 적자? "영리병원 허용한다고 국내서 '원정출산'하나" 또 기획재정부는 해외진료비 등 의료서비스 수지 적자를 영리병원 허용의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 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재정부는 연간 6천만 달러가 해외진료비로 빠져나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적자액 규모 6천만 달러(2007년 기준 665억 원)는 해외서비스 전체 지출액 19조 원을 놓고 보면 차지하는 비율이 0.3%로 미미한 수준이다.
건강연대는 "해외의료서비스 대부분은 원정출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국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한다 해서 원정출산이 줄어들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원정출산을 해결할 수도 없고 해외서비스 지출액의 0.3%에 불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근본을 뒤바꾸려 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과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건강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기자가 '자기표절' 유혹에 빠진 이유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09-03-15 오후 5:03:41) [기자의 눈] MB정부, 의료정책 프레임도 '다양성'
최근, 다시 자기표절 유혹이 엄습했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의료서비스산업선진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를 지켜본 직후였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마련하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사회자로 나선 이 토론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주최 측이 허겁지겁 임시의자를 마련했지만, 장소를 가득 메운 청중이 앉기에는 자리가 부족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입구 뒤에까지 줄지어 서서 토론을 지켜봐야 했다. (☞관련 기사: MB정부, 영리병원 허용 여론몰이 본격화, "원정출산 줄이려고 영리병원 세우겠다고?")
이처럼 뜨거운 관심에 비해, 토론 내용은 새로울 게 없었다. 대형 병원과 의료계 상층부, 재벌 계열 보험회사와 보수 언론 등이 주도한 영리병원 허용 움직임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가속화돼 왔던 탓이다. 나올만한 이야기는 이미 다 나왔던 것.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구성된 토론회
게다가 이날 토론회의 핵심 의제인 "의료기관의 자본 참여 다양화 방안"을 둘러싼 토론은 정부 측 토론자 한명을 제외한 나머지 토론자 여섯 명 가운데 2명만이 반대 입장이었다. 정부 측 역시 사실상 찬성 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토론자 7명 가운데 찬성 입장 5명, 반대 입장 2명으로 구성된 토론인 셈이다. 공정한 토론이 애당초 불가능한 구조다.
하긴, 이런 자리에서 찬성과 반대의 기계적 균형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 수 있다. 찬반 여론에 관계없이, 기획재정부는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중앙일보>는 최근 경제부문 에디터의 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병원 영리화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촛불시위 탓에 잃은 '실용'을 되찾아 국가 경제를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욕을 먹더라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이런 방향과 맞는 정부 아닌가"라고 마무리되는 칼럼이다.
현행 제도와 양립할 수 없는 새 제도 도입하며, 현행 제도 유지하겠다?
욕 먹더라도 추진하라는 당부 앞에서, 비판 한 줄을 덧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영리병원 도입이 낳을 위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돈벌이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게 영리병원이다. 이윤을 노리고 자본을 투자한 이들 입장에서는 현행 건강보험체제가 거슬리는 게 당연하다. 당연지정제 폐지 등 현행 건강보험체제를 허물어뜨리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건강보험이 무너지고, 민간보험이 그 자리를 메우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대개는 알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에 담긴 풍경이 멀지 않다.
물론, 보건복지부는 현행 건강보험체제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행 제도와 양립할 수 없는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경제위기에도 의료비 늘리려는 정부의 역설
더구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 상황을 떠올리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야 할 이유가 더 궁색해진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비가 올라가리라는 것은 영리병원 찬성 측도 인정한다. 의료비 상승의 정도에 대한 생각에서 찬성 측과 반대 측 사이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빈곤층이 대폭 늘어나면,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 의료 소외지역에 보건소를 확충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지금보다 대폭 강화하는 정책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의료비를 높이는 정책을 밀어붙인다. 그리고 주요 언론은 여기에 호응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여기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이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다. 이 책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사람들은 진실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프레임(생각의 틀)에 따라 왜곡해서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언어'다. '세금 구제'와 같은 독특한 언어 사용 전략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생각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힘을 발휘한다.
한국 정부와 언론도 이런 수법을 종종 쓴다. 누군가 한국의 획일적인 교육에 대해 비판하면, 보수 언론은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왜곡해서 해석한다. 고교 평준화 정책을 '획일성'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평등과 획일성은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획일적이지만 서열화된 교육, 획일적이면서 평등한 교육, 다양하면서 서열화된 교육, 다양하면서 평등한 교육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물론, 이 가운데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다양하면서 평등한 교육이다. 그러나 평등을 획일성으로 이해하는 보수 언론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이런 점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의료에서도 '다양화' 프레임 동원한 MB정부
경제 위기 속에서 의료비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 역시 독특한 프레임을 동원했다. 13일 토론회에서 영리병원 찬성 측이 자주 꺼낸 단어는 '독점'이었다. 왜 의사만 병원에 투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의사들이 병원 투자 기회를 독점하는 구조를 깨서, 돈만 있으면 누구나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회 주최 측이 사용한 표현 역시 "의료기관의 자본 참여 다양화 방안"이었다. 기회 독점 구조 대신 자본 참여 다양화를 꾀한다는 뜻이니까, 찬성 측 토론자들과 주최 측이 비슷한 프레임을 동원한 셈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다.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독점'을 허물고, 기회를 개방하자는 이야기로 들리니까. 여기에 '다양화'와 같은 표현이 곁들여지면 긍정적인 느낌은 더 고조된다.
중요한 것은 의료 이용자의 병원 접근성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세금 구제'와 같은 말장난일 뿐이다. 병원의 목적이 오직 돈벌이뿐이라면, 병원 투자에 대한 규제를 줄이는 게 옳다. 하지만, 병원의 목적이 꼭 돈벌이만이 아니라면, 다양한 의료 이용자가 병원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 누가 병원에 투자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리고 누구도 병원의 목적이 오직 돈벌이뿐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병원 접근성이다.
부차적인 문제 때문에 중요한 문제가 외면당한다면, 오히려 그게 진짜 문제다. 따라서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측이라면, 돈만 있으면 누구나 병원에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한 의료 이용자의 병원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지방 거주자 및 서민에게는 너무 먼 영리병원
의료 이용자의 경제 수준과 지리적 조건이 모두 제각각이다. 돈이 많고, 서울에 사는 사람만 의료 이용자가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이처럼 다양한 조건을 가진 의료 이용자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병원을 이용하게 될까. 적어도 13일 토론회에 참석한 찬성 측 토론자들은 여기에 대해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찬성 측 토론자가 반대 측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배치된, 독특한 토론회였음에도 그랬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높은 수익을 노린 대형 자본이 투입된 병원이 대도시가 아닌 곳에 세워질 가능성은 없다. 또,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일 리도 없다. 다수 의료 이용자의 접근성은 떨어진다는 뜻이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정부가 추진할만한 정책이 못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정부가 국민 다수에게 욕을 먹더라도, 영리병원을 도입하라고 주문한다. 중요 논점을 흐리는 '프레임'의 힘을 믿는 걸까. 그래서 반발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런 모양이다.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정보 공개, 별개의 사안을 한데 묶은 이유
13일 토론회는 크게 2부로 나뉘었다. 핵심 쟁점인 영리병원 문제를 다룬 것은 2부 토론이었다. 1부 토론은 의료 정보 공개에 관한 것이었다. 1부 토론 발표를 맡은 이상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병원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는 제도라고 했다. 의료비용, 의료사고 횟수, 진료 효과 등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 의료 이용자가 더 높은 권리를 누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2부 토론과 달리, 1부 토론에서는 찬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정보 공개의 폭과 추진 속도, 강제성 여부, 의료계의 담합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해서 작은 이견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대체로 찬성 의견이었다. 오히려 이런 제도가 제대로만 실현되면, 대형병원으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도 개선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작은 병원이 의외로 내실 있는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알려지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의료 정보 공개와 영리 병원 허용 문제가 왜 같은 자리에서 논의될까. 토론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 만난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병원과 의사가 독점해 왔던 의료 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의료 공공성에 부합한다. 또, 다수 국민도 찬성하는 정책이다. 반면, 영리 병원 허용 문제는 그렇지 않다. 성격이 서로 다른 정책을 묶어서 공론화하는 배경에는 '전문가의 기회 독점을 해소하고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의료 정보 공개와 영리 병원 허용을 한데 아우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변 국장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의료 정보 공개로 이용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과 자본의 투자 기회가 넓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의료 정보 공개에 관한 발표를 맡은 이상일 교수 역시 이 문제가 의료 민영화 쟁점과는 전혀 별개라면서, 공공의료가 발달한 영국에서나 민간의료 중심인 미국에서나 모두 의료 정보 공개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요컨대 의료 정보 공개와 영리 병원 허용은 굳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없다. 영리 병원 허용에 반대하는 이들이 마치 의료 정보 공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것인양 몰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다양한 선택권'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결국, 문제는 다시 '프레임'이다. '다양성', '선택권' 등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를 내세운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된다. 선택권을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부유한 소수에 불과하며 나머지 다수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문제다. 정부가 이런 식의 '프레임' 전략으로 논점을 흐리는 일은 주로 교육 부문에서 잦았다. 그런데, 의료 부문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게으른 기자가 교육 담당 시절 썼던 기사를 '자기 표절'하는 유혹에 노출된 이유다.
(☞관련 기사: 이명박식 '교육자율화', 부메랑은 시간문제, "획일적인 교육통제 반대가 꼭 평준화 해체론은 아니다")
------------------------------------ '영리병원 허용' 찬반 격돌 (참세상, 김삼권 기자, 2009년03월13일 21시37분) "영리병원 허용, 의료비 싸진다" vs "경제학 교과서 다시 봐라"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법인병원(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영리병원 허용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영리병원 허용에 따른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체계 붕괴 등의 논란에 대해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격돌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 8개 관계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 일환으로 개최됐다. 토론회엔 정부 및 보건의료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영리병원 허용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의료민영화 논란, 음모론적 시각에 입각해 있다"
우선 찬성 측 인사들은 기존 병원 대다수가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영리병원'이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고, '의료비 폭등' 등의 비판은 이념공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인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병원은 이미 대다수가 영리성(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이고 의사들이 동업해서 세운 주식회사 병원도 존재한다. 영리병원이란 용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고 '투자개방 병원'이란 용어가 적절하다"며 밝혔다.
이기효 인제대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의료를 민영화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의료민영화' 논란은 "음모론적 시각에 입각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 문제 등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음모론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또 "건강보험체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총, 칼을 들고 집권해도 어렵다. 이걸 어떻게 무너뜨리냐"며 '건강보험제도 붕괴' 주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영리병원 허용에 따른 의료비 폭등 우려에 대해선 "의료비가 올라간다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반대론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당연지정제, 모든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에 영리병원이 도입되더라도 기본적인 의료수가는 어딜 가나 같다. 부자들(이 이용하는 영리병원) 얘기를 하는데 부자들이 바보냐, 의료비 비싸면 부자들도 (영리병원에) 안 간다"며 이 같이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도 "경쟁이 강화되면 의료비가 올라간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가격 경쟁을 합리적으로 하게 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시장 원리에 맞다"며 의료비 상승 우려를 일축했다.
"영리병원 허용, 의료비 상승 초래할 뿐"
반대 측 인사들은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로 들고 있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이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은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에 비해 서비스 질과 접근성 등에서 우수하다는 게 대다수 연구의 결과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도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좋다는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창보 소장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시설 고급화 등 영리병원의 행태를 비영리병원도 그대로 따라갈 공산이 크고 이는 국민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근 제주대 교수도 국내 대형병원의 예를 들며 "경쟁이 심화되면 서비스가 고급화되고 의료비가 상승한다. 실증적으로 재원일 당 평균 진료비는 고급 병원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리병원 허용 요구는 병원에 가격결정권을 달라는 것인데 결국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존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영리병원 허용 반대 세력을 '이념에 치우친 반대세력'이라고 하는데 현재 정부가 영리병원을 밀어붙이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이념에 치우친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고 찬성 측 주장을 받아쳤다. 특히 박 교수는 '경쟁이 강화되면 의료비가 떨어진다'는 권용진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경쟁이 심해될수록 의료비가 뛰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이다. 제대로 보고 얘기해라"고 쏘아 붙였다.
이에 권용진 연구원은 "초음파 검사에 A의원은 4만 원이고, B의원이 6만 원이면 환자들은 어디로 가겠냐"며 "박형근 교수님과 교과서 펴 놓고 얘기해봐야겠다"고 날을 세웠다.
복지부, '당연지정제 유지' 선에서 영리병원 허용할 듯
한편, 이날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김강립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영리병원 허용을 전제로 토론회를 하는 거냐'는 김창보 소장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연지정제와 관련한 어떠한 부분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으로 전환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당연지정제 유지'와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 불가' 선에서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셈이다.
-------------------------------------- 장기하도 말한다…"별 일 없이 좀 살고 싶다" (프레시안,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2009-03-17 오전 10:37:20) [기고] '영리법인 병원 토론회' 포복절도 스케치
보건복지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이 추최한 '의료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필자가 주최 측에 제일 먼저 요구해야 했던 것은 '의자'와 '자료집'이었다. 작년에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던 정부가 촛불 때문에 할 수 없이 접은 영리법인 병원. 역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똑같은 주장으로 이번에는 그냥 밀고나가겠단다. 그리고 그 똑같은 주장을 계속 듣고 있다보니 열을 안 받을 수 없었다.
이날 영리병원 찬성측 주장 5인(반대측은 2인) 중 한명이었던, 오래전부터 영리병원 추진의 모델을 만들어 온 전국병의원네트워크 박인출 회장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내 병원들 이미 다 영리병원이다. 의사들 동업해서 개원하지 않나? 이거 주식회사다. 하지만 '영리' 라는 말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 우리는 영리병원화라는 말보다는 '투자개방형병원' 하자는 거다. 나도 의사지만 지금 의사들의 독점권 문제 있다. 의사들 독점권을 반대하는 건데 왜 시민단체가 같이 반대하냐?"
현재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비영리기관이다. 병원에서 번 돈은 다시 환자 치료에만 쓰도록 법적으로 규제돼 있다는 말이다. 삼성이나 현대 등의 대형 병원들이 병원에서 번 돈을 다른 곳에 빼돌리고 싶어도 불가능하고, 주식회사로 만들어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매진해 돈을 벌고 그 돈을 주주들에게 이윤배당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다 영리병원이다'라는 이야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작년 촛불 운동 와중에 제주도 영리병원화와 관련한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 때 이기효 교수가 했던 '오래된 사기'다. 그때 이미 국민들이 다 알아버려서 다시는 안 칠 줄 알았던 사기를 이번엔 예치과의 박인출 회장님께서 새롭게 써먹고 있다.
'오래된 사기'의 주인공 이기효 인제대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거 이념 논쟁하지 말자. 우리의 공동 목표는 건강을 위한 뜻을 같이 하는 동지다. 피켓들고 있는 사람들은 부자냐 서민이냐 이분법적 사고하지 말아라. 고정관념 버리고 오픈해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다. 영리병원화는 자본의 의료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하자는 거다. 의료 민영화는 말 자체가 성립 안된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있어서 이거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다. 이건 총칼로 집권해도 무너뜨리기가 어렵다.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도입하자는 게 왜 건강보험 붕괴냐. 음모론에 입각해서 보니까 그런 거다"
영리병원은 '과연 누굴 위해 하는가', 라는 문제를 짚지 않고서는 그의 말처럼 "왜 자본의 의료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 해줘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병원이 돈 벌자는데 왜 부자냐 서민이냐는 이분법적 이념이 나오느냐고? 병원이 벌 그 돈 때문에 의료비는 폭등하고 그 돈은 바로 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게 아니면 인료 인력을 감소시켜 인건비를 줄이거나다.
이기효 교수는 '총칼로 집권해도 무너뜨리기 어렵다는 건강보험'이라고 하면서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는게 왜 건강보험 붕괴냐고 물었다. 건강보험과 경쟁하는 민간의료보험이 정부가 말하는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이다. 즉 이기효 교수는 건강보험 안 무너뜨리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영리병원 허용만 해도 당연히 당연지정제는 무너진다. 영리병원은 돈벌라고 합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병원인데 국가가 의료비를 결정하는 현재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는 이들에게는 불필요한 규제가 된다.
영리병원 허용 정책은 이념 문제다. 자본을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또 부자들을 위한 것인지 서민들을 위한 것인지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영리병원 찬가를 부르는 조·중·동 뒤에 누가 있느냐는 문제다.
보건경제학의 1장에서 설명하는 것은 보건의료분야의 경제가 다른 경제 분야와 다른 점은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다. 즉 의사와 환자가 대등한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장면처럼 맛없으면 안 가면 되는게 아니라 의사가 검사하라면 하고 수술받으라면 받아야 되는 분야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가 의료를 끝까지 공공적 성격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 병원영리법인화 관련 예산, 이번 추경에서 530% 증가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2009-03-27 오후 4:20:48) 당초 10억에서 63억으로, 대형병원 퍼주기?…복지부 "일자리 창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경제위기를 맞아 저소득층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28.9조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확정했다.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저소득층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당정이 마련한 추경안이 최악의 재정건전성 희생을 감수할 만큼 실질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14조나 책정된 4대강 사업에 추경을 통해 1조를 증액한 것처럼 경제위기를 빌미로 필요하지도 않고, 시급하지도 않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증현 재정기획부 장관이 밀어붙이고 있는 병원 영리법인화 관련 예산이 추경을 통해 530%나 증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09년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추경 예산(안)'에 따르면, 추경 예산에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명분으로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지원'에 53억 원이 배정됐다. 당초 이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10억 원에 불과했다.
한국 의료 인지도 제고 등 홍보비에만 38억 원
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지원은 원래 예산에는 9억8402만 원이 책정돼 있었다. 하지만 추경을 통해 52억6600만원이 늘어나 총 62억5002만 원으로 확정됐다. 추경을 통해 535% 증가된 것이다.
추경을 통해 증가된 금액은 대부분 홍보비로 쓰인다. △브랜드 마케팅전략수립 및 타겟국가 시장조사에 11억 원 △마케팅.홍보활동에 5억 원 △글로벌 헬스케어 박람회 개최에 4억3600만 원 △국제의료 전문가 파견사업에 3억 원 △국제의료 관계자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11억5000만 원 △소형의료기관 외국인 환자 유치상담에 3억 원 등 한국의료 인지도·신뢰도 제고사업에 37억8600만 원이 쓰인다. 나머지 금액 중 14억5000만 원은 외국인 환자 친화적 의료환경 조성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의료분쟁 사후대책 매뉴얼, 의료불만.분쟁 상담 및 응급환자 지원사업에 5억 원 △의료통역전문가양성에 5억 원 △지방 병원국제마케팅전문가 양성과정에 1억5000만 원 등이다. 또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지원사업 관리로 3000만 원이 배정돼 있다.
복지부는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CKMP :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등 35개 의료기관, 보건산업진흥원, 한국관광공사 참여 협의체)가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지원 받아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장관의 '파워'에 밀린 복지부?
병원 영리법인화에 대해 복지부는 그다지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민간자본 투자허용에 대해서 "계획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장관은 "영리병원 도입은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해 시범적으로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주민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에 현재는 정부가 별달리 추진하는 일이 없다"면서 "기획재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에 있던 병의원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허용 방침(공익 투자법인제도)도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병원.학교 영리법인화 추진'을 언급함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 취임 후 재정부에서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현 경제위기의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나섬에 따라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복지부가 기존의 입장을 고집하기는 힘든 상황이 된 것. 원래 예산에는 10억 원만 배정돼 있던 것이 추경을 통해 대폭 늘어난 것도 재정부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병원에 대한 퍼주기"…복지부 "일자리 창출 사업"
한국의료 인지도 제고사업 등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가 과연 추경에 들어갈 만큼 시급한 사업인지는 의문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과연 추경의 목적에 부합되는지 의문"이라면서 "당장 경제위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실장은 해외 환자 유치 등 영리법인화를 준비하고 있는 병원이 대형병원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결국 대형병원들에 대한 퍼주기 아니냐"며 "대형병원들의 이윤을 늘리는 일에 왜 정부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미래성장동력 확보 사업일지 모르지만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본다"며 "일자리가 당장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열리는 시장이라 새로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추경의 한 목적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혜택이 대형병원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해외 환자를 볼 수 있는 병원들이 물론 평범한 병원은 아니다. 큰 병원, 전문화된 병원들이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냐"고 해명했다. 홍보예산만 38억 원이 배정된 것에 대해 그는 "우리가 빨리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단 우리 의료 서비스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리 병원은 일반 투자자에게 자본금을 조달해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형태의 수익추구형 병원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국가·지방자치단체·비영리법인에만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하고, 영리법인의 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의료의 질이 높아지고, 해외환자를 국내에 유치할 수 있어 의료산업 발전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국민들의 진료비 부담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의료 민영화로 이어져 돈없는 사람들은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놓고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장과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 지난 27일 경향신문에서 만나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장(이하 이기효)=의료서비스산업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핵심적인 기반산업입니다. 또 의료서비스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산업이고, 특히 고용창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영국·프랑스는 의료서비스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지만 우리나라는 3% 미만에 불과해요. 의료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1960년대 이후 의사와 비영리법인, 국가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바뀌었어요. 이는 의사들이 전문직으로 정착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일반인의 진입을 막는 부작용도 생겨났습니다.
김창보 건강세상 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하 김창보)=정부가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보건의료나 건강권을 정부가 책임지기보다는 ‘회피’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영리병원이 생기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경기가 회복된다거나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병원들은 과잉투자로 인해 병상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상태에서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경쟁과잉 상태가 됩니다. 도대체 영리병원을 왜 도입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기효=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의료분야 투자를 위해서고, 또 하나는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서입니다. 과잉투자라고 하시는데 병상과잉만 제외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진료받을 때 의사를 2~3분도 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수익도 올려야 하니 빨리 빨리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적은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질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분야 투자는 국가, 비영리 법인, 의사 개인 등 세 가지가 있어요. 먼저 국가가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국·공립병원 등 공공부문 의료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투자가 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모를까 앞으로도 공공 의료투자는 쉽지 않아요. 비영리법인 투자의 경우 미국과 영국에서는 빈민구제 차원에서 지역사회가 기부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전통이 없습니다. 국민 건강보험이 일반화되면서 의료서비스로 돈을 번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한마디로 병원에 자본 투입구조가 막혀버린 것이지요.
김창보=의료분야에 자본투입이 필요하다면 이는 공공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병원을 짓게 해준다고 해서 환자 입장에서 더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어요. 오히려 투자한 만큼 빼내려 하면서 의료수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또 단순히 영리병원 설립 허용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포화상태로 새로운 분야에서 이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어요. 영리병원 설립 허용은 결국 민간 의료보험과 결합되고, 최종적으로 의료 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기획재정부가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에서 건강보험공단의 개인 질병정보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법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의료 민영화를 위한 포석으로 읽힙니다.
이기효=국민들이 자신이 낸 세금으로 병원을 짓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정부도 이를 수용해야 합니다. 개인 병원은 의사가 돈을 빌려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병원을 세우면 되고, 일반인은 안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에요. 미국에서 이른바 ‘베스트 20’으로 꼽히는 병원들은 모두 비영리 병원입니다. 의료분야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과 인력이 필요하죠. 아무리 대형자본이라도 수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재벌들은 비영리 병원을 설립하려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결국 영리병원은 중소형 규모가 될 것입니다. 개인 병원들이 조직화돼 영리법인이 될 수도 있고요.
김창보=제약자본이나 보험자본이 들어와서 병원을 소유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민간자본의 가장 큰 목표는 주주배당이에요. 주주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서는 고가 의료서비스를 개발해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입니다. 일부 영리병원이 그런 식으로 의료수가를 올리면 다른 병원도 따라가고, 결국에는 모든 의료기관의 진료비가 늘어날 것입니다. 의료행위가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기효=진료비가 올라갈 것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지금도 개인 병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고 있어요. 개인 병원들은 그 대가로 이자를 내야 합니다. 은행에 이자를 내는 것이나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지금도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규제가 워낙 많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창보=보건복지가족부는 영리병원이 설립되더라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에 반대합니다. 건강보험은 준조세적 성격이 강한데 그 돈을 영리병원에 줄 이유는 없다고 봐요. 만일 영리병원 허용으로 의료수가가 올라가면 건강보험공단 지출도 늘어나고,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지출 부담을 영리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돈없는 서민들이 져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또 영리병원이 생기면 과도한 투자에 따라 망하는 병원도 나오게 됩니다. 병원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환자 입장에서도 유리할 게 없습니다.
이기효=현재 병원들은 너무 안정적이어서 문제예요. 비영리 병원은 망할 수가 없습니다. 적자가 나도 부채 끌어들이고, 껍데기만 남더라도 운영은 됩니다. 최악의 경우 이사장이 퇴출되더라도 정부와 사회가 병원을 끌어안게 되는 것이지요.
김창보=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재정부 논리를 보면 너무 빈약한 게 많습니다. 재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수지가 개선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요. 또 재정부는 앞장서 나가고, 복지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뒷수습 수준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기효=의료산업은 자본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병상이 1000개 있는 대형병원을 지으려면 최대 3000억원이 들어가고, 여기에다 병원을 운영할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노하우는 하루 이틀 만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저 역시 의료서비스 수지 적자가 내국인의 원정 진료 때문이라는 정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의료서비스를 산업적 측면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이는 복지부 소관이에요. 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지식경제부에서 경쟁적으로 뭔가 하려고 한건주의로 접근하는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김창보=영리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논리일 뿐입니다. 은행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리는데 왜 병원은 국가재정 투입이 불가능합니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간병인 제도를 잘 운영하고, 실적이 좋은 병원은 정부가 더 지원해주면 됩니다. 경제가 어려워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급증하고 있어요. 경제위기 때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합니다.
이기효=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시중자금이 800조원이라고 하는데 그 돈을 병원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의료분야 투자는 삶의 질을 높이는 인프라 투자로 봐야 합니다.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다 해도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특히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려 하면 그동안 사회에서 지원받은 것을 모두 환원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창보=투자가 필요하다는 병원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의료시스템을 흔들리게 할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국민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기효=의료시장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습니다. 투자는 늘리되, 규제를 하면 진료비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은 무사할까?" (프레시안, 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제주대 교수, 2009-03-17 오전 7:43:30) [복지국가SOCIETY] 영리법인 병원, 의료 민영화의 시발점
병원 시장에 다양한 자본 투자를 허용한 후에 초래할 결과를 객관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국내 병원 시장의 실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병원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재벌병원 주도의 병원 간 경쟁 심화'로 정리할 수 있고, 그 변화 양상은 세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병원서열이 자본 조달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병원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병원 시설이 고급화되었고, 일반 환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좋아졌으며, 의료비 또한 상승하였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서비스 질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신축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처럼 대규모 자본 조달 능력이 없는 병원들도 가능한 범위에서 리모델링이나 소소한 신축 또는 증축, 그것도 못하면 하다못해 색 바랜 내벽의 페인트칠이라도 새로 해가면서 떠나가는 환자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이다. 의료비야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니 경쟁이 기여한 부분을 정확히 정량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보건경제학 교과서에는 의료보험이 존재하고 병원 선택에 자유가 보장된 병원 시장에서 병원 간 경쟁이 촉발되면 의료비가 상승한다고 적혀있다. 다른 재화시장과 달리 의료보험이 존재하는 병원 시장에서는 서비스 구매 시점에 보험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격에 둔감해지기 때문에 좋은 병원, 즉 고급스럽고 유명의사가 진료하며, 첨단 시술을 선도하는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드는 게 병원 시장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환자들이 좋은 병원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병원들이 경쟁시장에서 좋은 병원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 비용을 보험자와 환자에게 전가하게 된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셋째, 점차 경쟁이 심화하면서 그 동안 병원 시장의 경쟁 체계의 핵심인 국민건강보험 체계 내에서의 경쟁이라는 기본 구조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에 가면 더 비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서비스 질을 고려할 때 지불 가능한 수준이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재벌병원의 경우 서비스 차별화에 준하는 가격 차별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주로 진료량 확대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본조달이 어려운 병원들은 환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서울소재 대학병원, 종합병원, 지방병원의 환자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그 근거이다.
자본 투자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국내 대다수 병원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자본 조달 기전의 합법화와 민간보험과의 자율적 가격 협상을 통한 가격 결정력 제고에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소수의 병원만 가능했던 고급화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모든 병원에게 달라는 것이고, 그 경쟁이 지속 가능한 경쟁이 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민간보험과의 자율적 계약이 가능한 체계로 바꾸어 달라는 것이 병원계의 핵심 요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업을 통한 GDP 늘리기에 한계를 느낀 경제부처와 의료 민영화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보험회사 등 여타의 집단이 결합되어 의료 민영화, 즉 정부의 표현대로 하면 의료 서비스 산업 선진화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병원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영리병원의 신설을 허용하고, 비영리병원에 대해 의료채권 발행과 MSO를 허용해주는 것은 병원 시장 자본 투자 경쟁의 뇌관을 터트리는 것이다. 그 결과 병원 간 환자 유치 경쟁은 지금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고, 개별 주체의 자본 조달 능력에 따라 승패가 확연하게 갈라지는 시장 구조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료비가 급격하게 뛰어오를 것은 불문가지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원 시장에서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이든 비영리병원이든 다른 병원보다 하나라도 낳은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투자 재원이 필요하고, 투자에 대한 보상은 진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과잉 진료나 비급여 진료의 확대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은 건강보험대로 재정 적자에 직면하거나 높은 수준의 보험료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고, 투자비에 대한 보상과 운영 자금 확보에 힘들어 하는 병원들은 그들대로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다른 대안에 골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몰린 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을 관리할 정부로서는 민간보험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의료보험 체계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정부와 민간보험사들은 이를 예상하고, 영리병원 허용에 뒤이어 국민건강보험 질병 정보의 민간보험사 제공과 비급여 항목에 대한 민간보험사와 병원 간 계약에 의한 실손 보장 민간보험 상품 허용 논의가 곧이어 등장할 듯싶은데, 이는 두고 볼일이다. 다수의 논자가 주장하는 바처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 논의는 의료비 증가와 국민건강보험의 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필자가 동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제시된 인구 1000명 당 병원 종사자수(정규직)를 보면, OECD 주요 선진국 평균이 13.4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6명에 불과하다. 딱 3분의 1 수준이다. OECD 평균만큼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대략 40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병원들이 이처럼 부족한 인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필수 업무 위주로 역할이 최소화되어 있고, 많은 부분이 환자와 가족에게 넘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재벌병원인데, 단위 병상 당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간호 인력을 쓰고, 실력 좋다는 의사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수준이 가장 높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간호 인력 수로 보면 미국 병원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현장의 국민들이 체감하는 병원 서비스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지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진료를 하려면 현장의 의사들이 담당하는 진료량이 줄어들어야 하고, 그만큼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수가 늘어야 한다. 간호사 또한 대거 충원돼야 선진국처럼 와병환자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도 간호사의 일이고, 식사가 불편한 환자를 도와주는 것도 간호사들이 수행하게 될 것이다. 국내 병원 서비스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의학적 차원의 서비스 질 향상도 중요하지만 인력의 절대수를 늘려서 1인당 제공하는 서비스 양을 줄이고 개별 환자 당 진료 시간과 양을 늘리는 것이 의료서 비스 선진화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아야 하는 영리병원, 투자자에게 충분한 수익배당을 해주어야 할 영리병원들이 과연 인력을 충분히 늘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정적이다.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확보 가능한 인력의 최대치는 재벌병원이 보여주고 있다. 대체형 민간보험체계로 전환되더라도 부자와 중증 환자를 상대로 하는 병원의 일자리야 당연히 늘겠지만 보통의 병원들은 여전히 부족한 인력으로 헉헉대며 거친 현장을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서비스 제공 인력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 보면 민간의료보험을 매개로 한 차별화보다는 현행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 하에서 전국 병원의 상향 평준화가 더 효과적이고, 일자리 창출 규모도 더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정책 방향에는 무관심하다. 예상되는 일자리 창출 분야가 민간보험 쪽에 더 크기 때문이다. 전국의 의원, 약국, 병원 등 추가로 필요한 보험청구 인력만도 10여만 명이고, 판매 및 영업직 확충과 보험가입 상담을 위한 소개업, 관련 교육 시장 등 일자리 창출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보험회사가 챙겨갈 이윤을 제외하더라도 이를 위해 부담해야 할 보험료와 의료비, 당연히 천정부지로 뛸 것이다.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경제 관료들이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단기적 경기 부양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아닌 일부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대답을 내놓아야만 한다.
------------------------------------------------------- <기자회견문> 의료비폭등, 건강보험 붕괴, 영리병원 반대한다! (2009년 3월 13일,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 -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 추진 즉각 철회하라 -
작년 6월 촛불 앞에 머리를 숙여 사과했던 이명박정부가 또다시 국민을 속이며 영리병원, 의료채권 등 의료민영화를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지난 3월9일 기획재정부가 영리병원의 설립 허용을 추진 중임을 발표한데 이어 13일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무엇이 필요한가?’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여 의료민영화의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전국에 걸쳐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의 근거는 간단하다.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들면 의료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병원 간 경쟁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의료비는 저렴해지며,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작년 촛불저항을 불러일으켰던 당연지정제 폐지는 없을 것이라고 믿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영리병원은 환자 진료가 아닌 영리추구가 목적이며 따라서 의료비는 폭등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고용효과도 적으며 고용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 외국인 환자의 유치 역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첫째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비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영리병원은 의료기관에서의 수익을 의료기관 내에서만 쓸 수 있는 비영리병원과 달리,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창출이 그 목적이 되는 병원이다. 결국 정부가 병원이 환자 진료보다는 수익 창출을 위한 기업임을 법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의 여러 연구는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비가 높다는 점을 한결같이 지적하였다. 324개 병원을 연구한 대표적 연구는 영리병원 의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9% 높았고 메디케어를 비교한 대표적 연구도 영리병원 의료비가 16.5% 높았다는 것이다. 반면 영리병원은 수익성 창출을 위해 의료인력을 줄여 서비스 질이 낮다. 미국의 베스트 20병원은 모두 비영리병원이라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둘째 영리병원 허용은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후진적이라고 질타하지만 OECD 국가에서 영리병원 허용된 나라들은 공공병원의 비율이 60-95% 정도로 한국의 7%인 공공병원 비율과 비교조차 안된다. 더욱이 병원협회의 자체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병원들은 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영리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향을 가진 병원들이 80% 정도였다. 영리병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도 13%정도만이 영리병원이다. 공공병원이 OECD 평균의 10분의 1도 안되는 한국에서 영리병원의 허용은 건강보험 재정을 감당치 못하게 하고 결국 당연지정제폐지와 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기획재정부가 해외진료비 수지적자로 드는 연간 6000만 달러정도의 비용을 영리병원 허용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근거가 전혀 없다. 해외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은 해외원정출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한다고 해서 원정출산이 줄어들리 만무하다. 2007년 해외의료서비스 적자액은 665억원으로 전체 해외서비스 지출총액인 19조의 0.3%에 불과하다. 원정출산을 해결할 수도 없고 또 해외서비스 지출액의 0.3%에 불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근본을 뒤바꾸려 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잘못된 정보에 기반하여 국민들을 또 한번 속이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민영화는 일부 재벌 병원, 민간보험회사의 배만 불려줄 뿐 의료기관 당연지정제의 폐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붕괴, 일차의료의 쇠락과 같은 도미노 파국을 야기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의료비의 폭등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경제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의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서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병원을 기업화하겠다는 발상. 그것 자체만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대다수 서민들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경제파탄, 민생파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국가 위기적 상황에서 기어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의 확대, 의료급여의 확대, 공공의료체계의 강화 등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건강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에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이명박 정부은 지금이라도 영리병원, 의료채권, 민간보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전면 폐기를 약속하고 건강안전망과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국민을 위한 정부로 다시 태어나길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이러한 국민적 경고를 무시하고 오직 소수의 가진 자를 위해 국민을 짓밟고 무차별 질주하는 이명박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고집스럽게 추진할 경우,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의 무모한 추진으로 인해 제2의 촛불항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미국 큰언니 출산때 하룻밤 진료비 2000만원” (경향, 유희진기자, 2009-04-02 17:56:53)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1) 의료민영화 韓·美·伊 세자매경험으로 본 실태
ㆍ“예방접종도 수십만원…가족 아프면 파산해요”
서울 종로 3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혜영씨(40)의 세 자매는 우연히도 10년 전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3 대륙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김씨는 서울에서, 큰 언니는 미국에서, 작은 언니는 이탈리아에서 각각 출산을 했다. 1997년 세 자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6개월 사이에 순차적으로 임신을 한 것이다. 김씨가 한국에서 6월 첫 아이를 가졌고, 약 20일 뒤에 큰 언니가 미국에서 둘째 아이를 가졌다. 그리고 6개월 후에는 작은 언니가 이탈리아에서 첫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을 하게 되면 궁금한 게 많잖아요. 특히 저랑 작은 언니는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서로 물어보면서 대답해주고 그랬어요. 초음파 검사 및 각종 검진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각 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서도 알게 되더군요.”
세 자매 가운데 의료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사람은 이탈리아에 있는 작은 언니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산모 등록을 하자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정기 검진비부터 출산 전후로 4박5일 동안 병원에 머무른 비용, 심지어 출산 후에 아기가 잘 크는지 확인하는 사후 관리 비용까지 전부 무료였다. “무료라고 하니까 왠지 진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병원 시설도 훌륭하고, 입원해 있는 동안 모유 수유 전문가가 와서 수유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간호사들은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해요. 이 정도면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낼 가치가 있지 않나요?” 당시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던 작은 형부는 월급 중 약 40%는 세금으로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첫 아이를 출산했던 김씨는 어땠을까. “저도 작은 언니처럼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녔어요. 병원에서 권유하는 피검사, 초음파 검사 등은 다 받았죠. 검사는 작은 언니보다 더 많이 받았어요. 검사 비용은 비싸야 10만원대였고, 진료비는 2만원 정도였어요. 출산 때는 여성 전문병원의 1인실에 4박5일 동안 입원했는데 병원비는 36만원 정도 나왔어요. 병원비가 전액 무료인 작은 언니에 비하면 비싼 것 같지만, 제가 낸 보험료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씨는 월 27만원 정도를 의료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출산한 큰언니가 가입한 의료 보험은 임신과 출산 비용 혜택이 제외된 것이었다. 이렇게 보험 없이 치른 출산의 대가는 컸다. “큰 언니는 검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저나 작은 언니처럼 검사도 제대로 못받았어요. 기형아 검사 같은 건 꿈도 못꾸었고, 산모와 아이 건강 체크하는 검사만 겨우 받았죠. 병원비가 비싸니까요. 진통이 시작되고 출산이 임박해서야 겨우 병원에 입원하고, 다음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퇴원했어요. 산후조리는 언니의 시어머니가 맡으셨죠. 병원은 호텔처럼 으리으리했대요. 하지만 그 호텔에서 1박2일 머문 대가가 2000만원이었어요. 그뿐만 아니에요. 출산 후에 아이에게 맞혀야 하는 예방접종 때도 한번 맞을 때마다 수십만원씩을 내더군요.”
미국의 큰 언니 가족은 매년 초에 의료 보험료로 약 250만원 상당을 한꺼번에 내고 가족 의료 보험에 가입한다. 그렇게 많은 돈을 내고 보험 가입을 하고도 큰 언니는 한국에 나올 때마다 습관처럼 아이들과 병원 순례를 한다. 민영 보험에 가입해도 미국의 진료비는 본인 부담이 높아 한국에서 병원을 다녀 오는 게 훨씬 싸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가 다른 두 동생과 달리 높은 출산 비용을 내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에는 전 국민을 포괄하는 공공보험이 없다. 미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는 공공보험인 노인의료보험(메디케어)과 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보험(메디케이드)에 가입돼 정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인구의 약 67.5%는 민영 의료보험에 의존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돈이 없어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위태롭게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큰언니뿐만이 아니에요. 7년 전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막내 남동생이 교통사고가 나서 새끼발가락이 부러졌는데 그냥 참고 다니는거예요. 몸이 중요하지 돈이 더 중요하냐 싶어 병원에 가라고 했더니 의료보험이 안돼서 병원비 감당이 안된대요. 차라도 팔아야 하는데 학교에 다니려면 차는 꼭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때 제대로 치료를 못받아서 지금도 발가락 모양이 기형이에요.”
각종 자료들을 봐도 미국의 의료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진료비는 6401달러로 OECD 국가들의 평균(2759달러)보다 2배 이상 높고, 한국(1318달러)의 5배와 맞먹는다. 높은 의료비 부담을 피하고자 각자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지만 모든 질병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의료보험 가입 시 지정해 놓았던 질병에 대해서만 의료보험 회사에서 진료비를 대줄 뿐이다. 다른 질병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힘멜스타인 교수는 2005년 “미국 내에서 파산 신고를 하는 사람 가운데 50%에 달하는 200만명은 의료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의 세인트 조지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재미 동포 도미틸라 수녀는 누구보다 미국 의료체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중산층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려면 한가지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절대로 아프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환자 보호자가 있어요. 아널드 돌셋이라는 분인데, 연 수입이 7만달러가 넘는 회사원이었습니다. 교외에 본인 소유의 집까지 있었던 전형적인 중산층이었죠. 부인, 세 자녀와 함께 꾸려가던 화목한 가정에 먹구름이 끼게 된 건 아들 재커리가 아프면서부터였습니다. 재커리가 8살 때 면역체계 기능장애 판정을 받았거든요. 그 때부터 돌셋 가족의 의료보험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게 됐죠. 의료보험은 재커리의 병원비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결국 3만달러가 넘는 카드 빚을 지게 되고 자동차 할부금이나 주택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도 어려워졌어요. 돌셋에게 남은 선택은 파산 신고 뿐이었죠. 돌셋은 결국 파산하게 되면서 단순히 돈만 잃은 게 아니라고 했어요. 파산 신고를 하는 순간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부심을 잃었다고 했죠.”
그는 의료 민영화가 환자들의 병을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는 환자의 상태에 상관없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날을 제한해요. 보험회사가 지정한 규칙에 따라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며칠만 머물고 집에 돌아갑니다. 그러면 며칠 후에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또 와요.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상태는 당연히 훨씬 악화되죠. 보험회사 때문에 환자들은 점점 병을 키워가는거예요.”
미국의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는 환자들이 먹는 약값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미국 뉴욕주의 한 대형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는 이현호씨(28)는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것을 약국에서는 매일 경험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지으러 왔다가 처방전을 그냥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 화가 나서 제 앞에서 그 처방전을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죠. 보험이 없으면 약값은 비싸거든요. 약 보험이 있어도 환자 본인 부담액이 높으면 약을 포기하죠. 수많은 약들 중 브랜드가 있는 약은 한알에 1~5달러이고, 심지어 한알에 50달러짜리도 있어요. 이렇게 제약회사들이 비싼 값에 당당히 약을 내놓는 이유는 민영화된 의료보험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가 고혈압 약을 팔아요. 다른 경쟁사들도 고혈압 약을 팔죠. 가격이 더 싼 카피약도 있을 겁니다. 제약회사는 보험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보험회사 고객들이 약값이 비싸도 자신의 회사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이씨는 “미국의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 환자는 의사가 추천해준 약을 사먹을 선택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미국인들이 취업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값비싼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병원비, 약, 안과 보험, 치과 보험 등을 다 따로 들어야 해요.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약국에서 의사, 병원, 약, 치과 보험을 제공해줍니다. 이 보험비를 제가 다 지불하려면 1년에 2000달러를 넘게 내야 하지만, 회사에서 대부분 부담을 하기 때문에 1년에 520달러만 내는 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씨처럼 회사를 다니면서 의료보험 지불비용을 낮춘다. 통상 회사는 직원들의 의료보험비 70% 이상을 부담한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로 회사에서 해고 당한 후 병이라도 걸린다면, 그 인생에는 미래가 없다. 힘멜스타인 하버드 의대 교수의 말이다. “어떤 사람이 병에 걸려 회사에 못나가게 됩니다. 해고되면 회사가 지불하는 보험도 없어지죠. 보험도 없고 돈도 없는 그 사람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이게 바로 ‘생산력 없는 사람은 바로 폐기처분된다’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입니다.”
이씨는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들을 싼 값에 제공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의료 민영화를 하면 가격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럼 서비스가 더 좋아진다고요? 제가 미국에서 약사를 하면서 경험하기로는 오히려 그 반대예요. 예를 들어 한 대형 보험회사가 특정 의료 서비스나 약들을 보험 가능한 항목에서 빼요. 그러면 다른 보험회사들도 기다렸다는 듯 역시 다 같이 그 보험 항목을 포기해버립니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죠. 물론 보험액은 내리지 않아요. 결국 그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 환자들만 피해를 입죠.”
----------------------------------------------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병원이 수익경쟁 시장터로… 저소득층 감당 못해” (경향, 유희진기자, 2009-04-02 18:02:47)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1) 의료 민영화
ㆍ렐만 하버드의대 명예교수 인터뷰
아널드 S 렐만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명예교수(86·사진)는 의사이자 의학잡지 편집인으로서 민영화된 미국 의료 체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1946년 컬럼비아 의과대학 졸업 후 보스턴 의대와 펜실베이니아 의대,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냈다. 77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잡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의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의료제도의 개혁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상원의 사회·과학·기술위원회에서 영리의료체제 도입의 문제점에 관해 증언하는 등 미국의 전국민 의료보험제 도입과 상업적 의료제도의 개혁을 위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의 저서 <시장과 이윤을 넘어선 미국의 전국민 의료보장을 위한 계획>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결국은 국가가 지원하는 ‘통합된 국가적 보험 계획’만이 미국 내의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교수님께서는 미국 의료 민영화 정책을 수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왜 그런 활동을 하게 됐습니까.
“77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 편집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자들로 구성된 민간 기업이 비영리 공공 의료 기관을 대체하거나 공적 기관과의 경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건의료체계가 환자의 진료에 전념하는 전문적 서비스에서 수지 맞는 경쟁시장으로 변하고 있었던 거죠. 이로 인해 미국의 의료 보험료가 늘 것은 자명했고 의료 기관의 서비스 또한 줄어들 것이 분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런 현상에 대해 공공연하게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라도 대중과 의료계에 이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미국 의료 민영화의 폐해 중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장 논리에 따라 운영이 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가 너무 비싸고 비효율적입니다. 돈이 없는 빈곤층에게는 불공정한 일이죠.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건강과 안정을 우선시한다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합니다. 의료업 종사자들의 윤리적인 기준을 무너뜨린다는 점도 심각한 일입니다.”
- 미국의 의료보험 민영화에서 이익을 보는 쪽은 누구인가요.
“의료보험이 단순히 시장 소비재가 되면서 돈있는 사람들만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신 돈 없는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점점 더 많은 부분에서 민영화가 됐는데 그 사이 의료보험 없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비싼 돈을 내고 개인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조차 어려움을 겪었죠. 민간 보험회사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 가입자들이 비싼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꼭 필요한 수술이나 약인데도 막았던 거죠. 수술 비용이 비싸면 그 수술을 못받도록 갖은 수를 썼어요. 당연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병은 더 악화됐죠.”
- 왜 그런 문제 많은 의료 민영화를 하게 된 걸까요.
“투자자들은 미국 의료 민영화라는 대안이 나왔을 당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민영화가 됐을 때 보험 업계에 엄청난 돈이 들어오리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좋은 기회로 봤던 거죠. 바로 이들이 의료 민영화를 주도했습니다. 정부의 수동적인 대응은 의료보험이 민간 산업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당시 민영화에 반대한 이들은 나를 포함해 소수였어요. 반면 자유 시장 논리에 따라 의료 서비스업계를 지지한 쪽은 정부를 포함해 기업, 경제 관계자 등으로 훨씬 많았습니다. 수적으로 대항할 수 없었죠.”
- 민영화 이후의 미국 의료제도는 아파도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에 못가고,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걸까요.
“현 미국 의료 민영화 시스템에서 국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보험회사와 제약회사들은 많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로비 등의 활동을 통해 미국 정부가 현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죠.”
- 그러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의료보험 체계를 개혁할 수 있을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도 의료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할 재정을 마련하자고 의회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방향은 높은 의료비를 규제하고 의료보험 및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가진 경제적인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나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미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의 결단이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 미국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은가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의료비를 지원하는 ‘통합된 국가적 보험 계획’입니다. 빈곤층에는 정부 보조금으로 의료비를 지원해야 해요. 의료진은 1차 진료 서비스 공급자 및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의료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비영리 그룹으로 조직되어야 합니다. 임금도 이 그룹을 통해 지급받아야 해요. 병원 및 외래 환자용 시설은 의사 그룹에 할당된 기금으로 운영하고 서비스 비용은 정부가 맡도록 하는 겁니다. 요양 기관이나 만성 질병 또는 재활 병원과 같은 장기 서비스 제공 기관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의료 시설은 비영리 기관이 되는 겁니다.”
- 한국은 최근 미국 모델을 따라 의료보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러 심층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민간 의료보험 및 의료 서비스는 공공 또는 비영리 민간 기관에 비해 비용이 더 비싸면서 서비스 질은 그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의료 서비스 질을 조사해본 결과 민간 영리 시설은 비영리 기관의 시설보다 우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낮은 경우도 있었어요. 의료 민영화가 더 큰 의료 혜택을 가져다 준다는 논리는 증명된 바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의료보험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데 골몰하고, 서비스에서 파생되는 더 비싼 행정 비용은 국민에게 떠넘겨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입을 수 있겠습니까. 의료 보험 민영화 추진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미국의 의료보장 가입자 현황 공적의료보험 가입자 13.7%
민영의료보험 가입자 67.9%
무보험자 15.3%
*출처: 미국 통계청, 미국의 소득, 빈곤 및 의료보장(2006년, 2007년)
------------------------------------------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영리병원의 목적은 이윤 창출 (경향, 조홍준 울산대의대 교수, 2009-04-02 18:01:33) ㆍ이명박 정부 ‘의료 선진화’ 논리의 허구성
ㆍ인력 줄여 의료서비스 질 저하
한국 정부는 지난 3월13일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의료 민영화 재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의료 민영화는 다음의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한다. 하나는 현재 비영리인 병원을 주식회사형의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것, 다른 하나는 현재 건강보험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 민영화의 추진 명분으로 삼고 있는 논리는 의료기관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 및 고용창출, 경쟁을 통한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 해외원정 진료 감소 및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비 절감 등이다. ‘삽질’ 말고는 달리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 정부에 병원은 좋은 투자처로 보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은 모두 ‘비영리’이다. 많은 병원이 ‘돈벌이’를 하고 있는데 이를 ‘비영리’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여기서 영리성을 나누는 기준은 영리적 행위 여부가 아니라, 발생한 이윤을 병원의 외부로 유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은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이를 외부로 가지고 갈 수는 없고, 병원에 재투자를 해야 한다. 영리병원이 되면 외부 자본이 이윤을 목적으로 투자될 수 있고, 병원은 환자의 건강보다는 투자자의 이윤 창출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는 것이다.
미국을 보자. 병원의 응급실 기능은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미국 영리병원은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응급실을 닫기도 한다.
영리병원이 된다고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다. 영리병원은 기본적으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지출을 최소화하려 한다. 병원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지 않고는 지출을 줄일 수 없다. 실제 미국 비영리병원의 100병상 당 의료인력은 522명으로 영리병원의 352명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영리병원은 특히 진료와 관련된 인력(간호사, 의사 등)을 줄이기 때문에 이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 영리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미국의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질에 관한 연구를 종합한 한 연구에 의하면 영리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비영리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2% 더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영리기관에서 인공신장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사망률이 비영리기관에 비해 20%가 높았다. 영리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나쁘다는 연구 결과는 이외에도 수 없이 많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진료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부가 추산한 해외의료비 적자는 약 6000만달러(당시 기준 665억원)이다. 이는 국민의료비 54.5조원의 약 0.12%에 불과하다. 더구나 해외원정의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정출산이나 부유층의 해외 의료 이용이 영리병원 도입으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 정부의 주장 중 가장 황당한 것은 의료 민영화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의료기관간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반론만 되뇌고 있다. 환자가 병에 걸리면 환자가 아닌 의사가 환자의 대리인으로 의료서비스의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병원간 경쟁이 심하다고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영리병원은 멋있는 인테리어 등으로 환자를 ‘유인’해서 높은 진료비를 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영리병원 도입은 악화되고 있는 건강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영리병원의 높은 진료비 부담은 저소득층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심각한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의료 민영화의 다른 한 축인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는 어떤 영향을 줄까. 현재 민간 의료보험의 건강보장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미국은 전 국민의 16%인 4700만명이 건강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은 전국민건강보험을 가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민간보험의 역할을 대폭 확대해서 현재의 건강보험을 대체하도록 하면, 건강보험은 현재보다 대폭 축소될 것이며 일부 저소득층은 ‘실질적으로’ 건강보장을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민간보험은 환자진료에 필요한 진료비(민간보험회사는 이를 ‘의료적 손실’이라고 한다)는 가능한 한 줄이지만 행정비용은 훨씬 더 많이 지출한다. 캐나다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는 가입자 1만명당 직원이 1.2명인 데 비해 미국 최대 민간보험사인 에트나는 20배인 20.8명에 달한다.
의료 민영화는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최근 거의 부도 상태에 빠진 GM 자동차가 경쟁력을 상실한 이유 중의 하나는 직원과 은퇴자에 대한 과도한 의료비 부담 때문이다. 미국 GM의 경우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1525달러를 지출하는 데 비해 캐나다 GM은 187달러, 일본 도요타는 97달러를 지출했을 뿐이다.
주식회사형 영리병원 허용과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는 의료부문을 자본의 ‘놀이터’로 만들 것이다. 이제 병원은 국민의 건강이 아닌 투자자의 이윤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본은 의료정책의 결정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할 것이며 이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취약계층의 접근성 축소와 건강 불평등의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정책변화가 한 번 이루어지면 뒤로 무를 수 없다는 데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다시 건강보험체제로 돌아올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에는 래칫조항(다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적용되고, 그 외의 지역에는 투자자국가제소조항이 기다리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선진화는 의료 민영화로 달성할 수 없다. 의료기관에 대한 공적 자본 투입 확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함께 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올바른 대안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거나(예를 들어 보건소 방문간호 서비스 확대 등)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면(보호자 없는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 등) 질 좋은 일자리를 훨씬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는 의료를 시장에 맡기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 "병원 주식회사 허용하면, '정치인 전재희'도 끝!" (프레시안, 김창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2009-04-07 오전 10:02:58) [복지국가SOCIETY] 복지부, 영리법인 병원 허용하나?
지금,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 간의 입장 조율이 진행 중이고, 의료 민영화 추진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 세력 간에 격렬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 논쟁에서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찬성하는 입장이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시대에 영리법인 병원을 도입하는 것이 잘못된 방향의 정책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영리법인 병원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며, 의료 이용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반면,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성장 등의 경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비판에 찬성하는 쪽이 설득력 있는 반박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언론에 비춰진 모습의 일단을 그려보자면, 기획재정부가 이를 추진하려 하는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가 반대를 하고 있어 두 정부 부처가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최근에 뭔가 정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여러 기사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이번 4월 국회에 제출한 추경예산에서 해외 환자 유치 등 의료 민영화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원래 예산에서는 10억 원도 안 되었지만, 이번 추경에서는 무려 52억 원이나 늘어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기획재정부의 압력도 있었겠지만, 힘이 약한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렇게 큰 금액의 추경 예산을-그것도 홍보비로만 37억 원이 사용되는 예산-확보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혹시 '영리법인 병원'과 관련이 있을까?
최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언급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겉으로는 "영리법인 병원과 관련하여 아무런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전재희 장관은 영리법인 병원에 관해 "찬반 양측에서 과도한 기대와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큰 이슈가 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전재희 장관의 발언은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전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역시 최근의 일인데, 보건복지가족부가 기획재정부에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예산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띄운 것도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와 관련된 듯 보인다.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 확충 예산을 요구한 것이며, 이는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여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의사 표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를 통해 사실상 영리법인 병원 허용이 야기할 부작용이라는 큰 사회적 쟁점을 희석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겉으로는 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하는 모양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는 이와 다를 가능성을 크다. 기획재정부는 영리법인 병원 도입 허용이라는 실리를 챙기고, 보건복지가족부는 공공보건의료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였으니 그래도 할 만큼 하였다는 식의 '명분 쌓기'를 위한 과정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재희 장관은 영리법인 병원의 논쟁이 불거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 논쟁을 축소 또는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리법인 병원 논쟁의 찬반 쪽 모두에 대해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공공보건의료 확대'와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놓고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타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덕분에 이러한 타협과 물 타기를 아무리 시도하더라도 '정치인 전재희'는 '의료민영화의 핵심 사안인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라는 역사적 오명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으로 그의 정치적 인생도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민영화' 논쟁의 핵심 배후이자 궁극적 승리자는 금융자본이다.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이 병원에 자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이득을 보는 것 이외에도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져서, 영리법인 병원과 민간의료보험이 짝을 짓는 '미국식의 민간의료보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의료비는 치솟겠으나, 금융자본 입장에서는 영리법인 병원 투자를 통해서도, 민간보험회사를 통해서도 크게 돈을 버는 것이다.
최근의 논의를 보면, 대자본과 금융자본은 짐짓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처럼 보인다. 오히려 영세업자에 불과한 네트워크병원과 개인전문병원들이 영리법인 병원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곧바로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설립할 태세이며,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본 투자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위한 소규모 선두 공격 부대에 불과하다. 정작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를 무너뜨릴 가장 가공할만한 적수는 이들 네트워크병원 등의 영세자본이 아니라, 대규모 자본을 가진 재벌과 금융자본이다. 이들 자본은 차별화된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과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과 같은 재벌병원들이 영리법인 병원으로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병원이 영리적 활동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비영리법인으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영리적 활동과 자본투자가 가능한 방안을 찾고, 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 핵심에 바로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있는 것이다.
현재는 개인병원 간에 MSO는 만들 수 있지만 아직은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는 정도의 수준이며, 공동구매와 투자 등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식대로 된다면 비영리법인 병원과 의원들도 영리법인인 MSO에 대한 지분 참여가 가능해짐으로써 간접적으로 영리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의료법인의 경우 비영리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영리사업을 할 수 없으며, 영리사업에 투자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모두 풀리는 것이다.
작년에 출범한 삼성헬스케어그룹의 이종철 회장은 향후 발전 방향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MSO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삼성헬스케어그룹의 경우 MSO를 활용하여 장비 구매, 인력 관리 등의 활용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구축하여 체인화를 시도할 것이며, 해외 환자 유치와 제약 산업에 대한 투자까지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MSO가 의료민영화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MSO에 대한 자본의 시각과 관심이 좀 더 솔직한 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의료민영화 논쟁은 지금의 '영리법인 병원 허용' 쟁점으로부터 'MSO' 쟁점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와 같은 MSO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리법인 병원'과는 달리 보건복지가족부가 직접적인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MSO는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묶여있는 대학병원 등의 대형병원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에 대해 모호하게 반응하고 있다.반면, 의료채권, MSO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보건복지가족부도 의료민영화에 상당히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국민 건강권을 사수해야 할 책무를 직접적으로 지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마저 앞장서는 모습은 보지 않길 기대한다. 우리 시민사회와 온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영리병원 전면 허용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윤증현 장관의 영리병원 전면 허용 방식에는 반대하고 있으나, 영리병원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김강립 국장은 공개석상에서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바 있다. 또한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보다는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서 우선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두 부처 간에는 영리병원 허용의 속도 차이 정도 밖에는 없는 셈이다. 경제자유구역은 현재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방방곡곡에 지정되어 있어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과 다를 바 없다.
영리병원을 도입하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겠다는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병원에 건강보험이 가격을 통제하는 당연지정제 방식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근 선출된 신임 의사협회 회장의 당연지정제 폐지 주장도 건강보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를 향한 전재희 장관의 강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윤증현 장관과 전재희 장관의 차이는 영리병원 허용 방식을 둘러싼 매파와 비둘기파 정도의 차이에 불과해 보인다. 전재희 장관이 진정 국민의 건강권을 걱정하고 전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지키려 한다면 어떤 방식이나 내용으로도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설치가 전국적 영리병원 설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 복지부 “영리병원 조건부 허용”…시민단체 “말로만 조건부”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2009-04-07 오후 08:55:03) “의료비 부담 가중” 비판
기획재정부가 영리병원 허용 뜻을 밝힌 데 이어 이에 반대해 온 보건복지가족부도 최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등을 전제로 영리병원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자,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건강연대,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등 50여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 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건강보험의 재정을 위협하게 돼 결국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복지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 불가능 등의 조건을 지키면 영리병원의 추진 쪽과 반대 쪽이 상생하는 안을 만들 수 있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기대와 우려가 너무 크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조경애 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은 “미국 연구를 보면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견줘 20% 가까운 의료비를 더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웠다”며 “한국은 미국보다 공공병원이 적어 의료비가 더 오를 수 있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수 없게 한다’는 전제도 “실효성이 없다”고 이들 단체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쪽은 “아직 영리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모양도 없는 상황”이라며 “당연지정제 유지, 의료양극화 방지 등 현 의료제도를 지킬 몇 조건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서 (영리병원 찬성 쪽과 반대 쪽의)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견지했던 영리병원 불허 입장에서 조건부 허용입장으로 선회함에 따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이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기대와 우려가 너무 커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자 민주노동당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장관의 발언으로 매우 부적절하고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예산을 보면 해외 환자 유치 등 의료민영화에 관련 예산이 대폭 확산됐고 원래 2009년 예산에는 해외 환자유치 활성화 지원으로 9억8402만원이 책정됐으나 추경을 통해 52억6600만원이 늘어나 총 62억5002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영리병원 추진을 위해 예산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당연지정제 유지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찬반 양측 의견이 조율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영리목적에 부합하다보면 당연지정제는 당연히 무력화의 수순을 밝게 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병원은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해 수입을 충당하고 이들에게 각종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건강보험 적용을 원하지 않는 부유층 환자를 진료해 추가적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데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형 병원들이 등장하면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및 고가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매진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이러한 경향은 주변 비영리병원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의료비의 폭증을 불러오게 되고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안정성이 악화되고 민간의료보험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사실상 무력화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