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국제, 평화, 민족

오바마 재정정책 분석 및 평가 - 계급전쟁까지는 아니다

새벽길 2009. 3. 6. 16:04
한겨레가 오바마 예산안을 분석하면서 미국에서 '부의 재분배'를 선언한 것이고, 계급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변하는 계층을 살펴보면 이는 과도하고 선정적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미국에는 노동당이 없지 않은가.   
 
그에 대한 나름의 설득력 있는 진단을 김정진 변호사가 해주고 있다. 역시 조세법을 전공한 이라서 세금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오바마의 재정개혁을 두고 노동당의 유의미성 문제까지 확장시키는 것은 조금 지나친 감이 있지만, 흥미롭게 살펴볼 만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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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부의 재분배’ 선언…“계급전쟁 시작됐다” (한겨레, 김순배 기자, 2009-02-27 오후 07:02:06)
부유층에 6360억달러 세금 더 걷어 중산층이하 돕기
보수진영 “로빈후드보다 더 나빠”…의회 격랑 예고

   
‘오바마 예산안’ 의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발표한 예산안은 부유층의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 이하를 돕는 ‘부의 재분배’에 핵심이 맞춰졌다. 이 때문에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계급전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레이건 시대 이후 부유층 감세와 작은 정부라는 경제 이데올로기를 처음으로 뒤집는 내용에 공화당 등 보수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오바마의 예산안은 지난 30년간 정부와 시장을 지배했던 ‘레이거노믹스’로부터의 “역사적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정부가 큰 폭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시장에 다시 뛰어든 것이다.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균형 재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진보적 정책을 과감히 실현하지 못한 것과도 비교된다.
 
오바마는 진보 가치를 실현할 핵심으로, 당연하지만 세제개혁을 선택했다. 향후 10년간 부유층에는 6560억달러의 세금을 더 걷지만, 중산층 이하에는 1490억달러를 깎아준다. 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게 걷은 세금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중산층 이하한테 혜택으로 돌아간다. 의료보험 및 교육혜택 확대다. 특히 의료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계층에게 10년간 6340억달러가 투입된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 외에도 온실가스권 배출권 판매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복안이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은 2020년 이후에는 연간 3천억달러까지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렇게 확보된 세수를 서민층 감세에 5257억달러, 청정에너지기술 개발에 1200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미국 사회는 지난 30년간 심각한 빈부격차 확대를 겪었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하위 80%가 상위 1%에게 해마다 1만달러 수표를 건네주고 있는 꼴이라고 비교했다. 오바마는 이날 “잘못된 과거” “심각한 무책임의 시대”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제야 우리 국가의 가치를 선언한 예산안이 마련됐다”며 지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정부가 빈부격차를 줄여 부의 재분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진영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존 보너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큰 정부 시대가 돌아왔다”며 “민주당은 당신에게 그 비용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는 진통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약 8천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이 재정적자를 확대한다며 반발해왔다. 경기부양책에 공화당은 상원의원 3명만이 찬성했다. 민주당 내 보수적 의원들의 지지부터 당장 끌어내야 한다. 앞으로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하자는 거냐’는 식의 논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세제와 지출을 둘러싼 치열한 정치적 격돌이 불 보듯 뻔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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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예산안, 진보-보수진영 뜨거운 공방 (한겨레, 김순배 황보연 기자, 2009-02-27 오후 10:49:21)
폴 크루그먼 “대단히 대단히 좋아 보인다”
피터 모리시 “일시적 행복…결국 눈물바다”

 
부유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 가난한 이들을 지원한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은 미국 사회에 혁명적인 화두를 던졌다. 진보와 보수 진영은 환호와 비판으로 뜨거워졌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오바마의 새 예산안은 지난 8년 (부시 행정부) 정책뿐 아니라, 지난 30년의 (신자유주의) 정책과도 엄청난 단절이다. 의회에서 통과된다면 미국을 근본적으로 새로운 길로 올려놓을 것이다. 오바마가 진보적 의제를 희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사라졌다. 의료보장제도 개혁에 책정된 6340억달러는 전국민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에는 모자라지만, 좋은 출발이다. 재정적자를 약속대로 줄일 수 있는지 묻는데, 오바마는 할 수 있다. 위기가 지나면 재정 상황은 급격히 개선될 것이다. 오바마는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이번 예산은 대단히, 대단히 좋아 보인다.”(<뉴욕 타임스> 27일치 칼럼)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 “드디어 진보적 예산안이 나왔다. 오바마의 예산안엔 그 누구도 고집하지 않던 야망이 담겨 있다. 미국은 오바마가 미국의 어려운 시절을 극복해내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새 예산안은 명백하게 부유층의 소득을 중산층과 빈민층에게 재분배하도록 하고 있다. 상위 1% 고소득층의 소득은 지난 30년간 빠르게 치솟았다. 2007년 미국 전체 소득의 22%를 상위 1% 고소득층이 가져갔다. 반면 중산층의 소득은 더디게 늘거나 실질적으로는 감소했다. 사회적 평등이 위기를 맞으면서 전체 미국 경제도 위기를 맞았다.”(27일 개인 블로그에서)
 
피터 모리시 메릴랜드대 교수: “이번 예산안의 세제 부분만 놓고 보면, 로빈 후드보다 더 나쁘다. 오바마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계급전쟁을 다시 일으켰다. 우리는 큰 정부가 더 큰 정부를 낳고 실업을 확대시킨다는 것을 쓰라린 경험에서 배웠다. 새 시대의 문제에 대한 1970년대식 해법이다. 일시적으로 약간의 무료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며 행복해하겠지만, 결국은 눈물바다로 끝나게 될 것이다.”(<로이터> 통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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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를 더 왼쪽으로’ 미 진보 블로거들 나서 (한겨레, 황보연 기자, 2009-02-27 오후 07:06:06)
중도성향 민주의원 교체 추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무브온’ 등 풀뿌리 진보단체와 블로거들이 민주당을 ‘더 왼쪽으로’ 이끌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26일 무브온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진보적 블로거들은 민주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에 대한 ‘도전’을 통해, ‘더 진보적인’ 민주당이 되도록 압박하겠다고 공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날 미국 최대 서비스노조인 국제서비스노조(SEIU)도 이들과 공동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중도 성향 민주당 의원들을 교체할 목적으로 ‘정치행동위원회’를 결성해, 진보 성향의 후보자들을 물색하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스스로 ‘어카운터빌리티 나우’(Accountability Now)라고 칭한 이들 블로거 그룹은 “오바마 대통령이 거국 연정을 구성하려 하면서 종종 그의 진보적 가치관을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왔다”며, 오바마가 지지기반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진보적 정책들을 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룹을 이끄는 블로거 제인 햄셔는 “우리의 목표가 이념적 잣대로 의원들을 솎아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형적으로 로비자금에 의해 움직이며, 기업 편에 서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보장제도 개혁과 같은 오바마의 진보적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는 뜻이다.
 
이들은 이미 50만달러의 후원금을 모았으며, 의원들의 의회 투표기록과 지역내 지지도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무브온과 서비스노조 등은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자원봉사와 수천만달러의 선거기금 모금으로 막강한 힘을 과시한 바 있다. 2006년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코네티컷주의 네드 러몬트 예비후보는 진보적 블로거들의 도움으로 좀더 보수 성향인 조지프 리버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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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보 - 보수 ‘예산 전쟁’ 불붙었다 (경향, 박지희기자, 2009-03-01 22:59:15)
ㆍ“통과” “저지” 맞서…의보개혁 가장 첨예
ㆍ오바마 “개혁 반대세력과 나도 싸울 것”
 
미국 진보·보수 진영이 명운을 건 ‘예산 전쟁’에 돌입했다. 30년간 이어진 ‘작은 정부’를 뒤집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2010 회계연도 예산안이 불을 붙였다. 진보 진영은 의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보수 진영은 예산안 통과를 저지하거나 상당 부분 수정하기 위해 일전을 벌일 태세다. 특히 이번에는 대 의회 로비활동에 관한한 보수 쪽에 한 발짝 뒤져온 진보 진영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가장 첨예한 전선은 의료보험 개혁 분야다.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보수파들의 대대적인 로비에 무릎 꿇은 분야이기도 하다. 당시 보수파는 대기업의 지원으로 라디오 광고, 케이블TV 뉴스 등을 통해 여론을 장악해 개혁을 무산시켰다. 이번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 발표 후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화당 지도자들이 증세에 반발하는 석유·가스기업 경영진 등과 연합 행동을 모색하고 나섰다.
 
하지만 진보 쪽 역시 클린턴 행정부 당시 손놓고 있던 것과 달리 발빠르게 개혁 지원 행동에 돌입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위해 진보적 시민단체가 모인 ‘의료보험을 위한 전국연합(NCHC)’은 상·하원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진보적 싱크탱크이자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인사들을 배출한 ‘미국진보센터(CAP)’는 TV 광고와 케이블 뉴스·언론 등의 전문가 인터뷰, e메일 캠페인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무브온’ 등 풀뿌리 시민단체와 ‘미국을 위한 미디어 운동’ 등은 물론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스티브 빙 등 저명인사들도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대기업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전력회사 엑셀론과 식음료 소매체인 자이언트는 NCHC의 TV 광고, 인터넷 블로그 선전 등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소매체인 월마트와 통신회사 AT&T의 경우 CAP가 주도한 ‘의료보험 개선행동’이라는 단체에 가입하기도 했다.
 
오바마 역시 이 같은 지지를 등에 업고 ‘개혁 반대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의료보험 등 과감한 개혁 조치들이) 옛날 방식으로 일하는 특정 이해집단이나 로비스트들에게 잘 맞지 않을 수 있고, 그들이 일전을 벌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음도 안다”며 “그들에 대한 나의 메시지 또한 ‘나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질적이고 극적인 변화를 꾀하는 이번 예산은 워싱턴의 기성 정치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지난해 11월 미국인들이 찬성한 바로 그 변화이며 나는 미국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위기 이후 차분하고 정제된 연설을 해온 그로서는 파격적일 만큼 강하고 직설적인 어투였다.
 
보수 쪽 역시 수백만달러를 쏟아붓는 대응 캠페인을 벌이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 존스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홍보국장은 “과거 민주당은 공화당처럼 바닥부터 단단한 결속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들도 집념과 체계를 갖춘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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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없는 복지개혁 어디까지? '계급전쟁'은 과도, 부시 이전 복귀 (레디앙, 2009년 03월 06일 (금) 08:15:38 김정진 / 변호사)
[오바마 재정정책 분석 및 평가] "아직 지지층 배신 않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몇 안되는 이 세계 최고(?)의 선진국에서 오바마 정부의 주도 하에 야심찬 조세-재정개혁안이 발표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에서 '계급 전쟁' 또는 '로빈후드식 개혁'이 시작되었다고 호들갑이다.
 
이러한 호들갑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왜냐하면 미국의 정책변화는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처럼 지배엘리트들이 미국의 압도적 영향을 받는 나라는 더더욱 큰 영향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가 정당한지에 대해서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우리가 여기서 시사받을 만한 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일 것이다.
 
왜 미국은 조세부담률이 유럽과 차이가 날까하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지 않고서는 오바마 정부의 조세재정 개혁에 대해서 올바로 평가할 수 없다. 오바마 정부의 획기적 증세라고 하는 것도 2009년 중앙정부 세입보다 2013년 세입을 GDP 대비 3.6% 올리는 것이고 재선되었을 경우 2017년 세입하고 비교하면 GDP 대비 3.9%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오바마는 재정적자 확대를 제외하고 자신의 임기 8년 동안 GDP 대비 약 4%의 증세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4%라고 하니 얼마 안되는 것 같은데, 이는 약 1조 8,560억달라(한화로 약 2,784조이고 우리나라 1년 세수의 12배정도 된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원래 조세부담률이 낮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조세부담률은 OECD의 평균치였다. 70년대 중반부터 유럽이 전체적으로 지속적으로 증세가 되었던 반면 미국은 증세와 감세를 반복하였고, 클린턴 정부 시절 경제호황으로 한 때 29.9%(2000년)까지 달했던 조세부담률이 부시 행정부 이후에는 25.9%(2003년)까지 떨어지게 된다.
 
미국이 전체적으로 조세부담률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조세구조상 미국은 연방세제로서의 부가가치세가 없기 때문에 GDP 대비 소비세 비중이 유럽보다 낮고, 사회보험이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보험료 부담 비중도 낮기 때문이다. OECD 세입 분류 상 소비세에 해당하는 항목 5,000의 GDP 대비 비중은 미국이 4.8%(2005년), OECD 평균이 11.4%(2005년)이고, 사회보험료인 항목 2,000의 경우 각각 6.7%, 9.2%이다.(참고로 한국의 조세부담률 증가는 사회보험료 증가에 힘입은바 크다.)
 
이러한 조세구조의 정치적 원인으로 노동당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 또한 가능하다.(그러나, 유럽의 경우에도 노동당이 힘이 약한 경우에도 조세부담률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 유일한 원인이 아닐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아마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 내지 공적 의료시스템의 미비가 미국의 낮은 조세부담률을 강제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소비세와 같은 간접세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이것이 정당화되는 이유는 공적 의료시스템의 필요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비록 소비세가 부과 단계에서는 공평하지 않더라도 그 대부분이 지출단계에서 복지에 쓰인다면 소비세 부과가 어느 정도 정당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세입 측면에서는 소득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전히 소득세가 강력하여 공정성은 확보되나 세출 측면에서 충분한 복지지출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오마바가 대선 선거운동 당시 자신의 어머니도 말년에 병원비 걱정을 했다라고 한 맥락은 이런 의미인 것이다.
 
특히 오마바 정부의 조세 재정개혁안을 보면 2010년부터는 2조달러 이상을 사회보장과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에 쏟아 붓고 있고, 미국 사회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한 사회복지의 확충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복지의 확대를 주창하고 있는 한국의 진보세력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오마바 정부가 부자 증세를 유력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부시 정부 때의 부자감세 제도를 수정하는 의미가 강하다. 예를 들어 부시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을 35%로 내리는 등 부자들의 감세를 추진하였는데 오마바의 경우 이것을 다시 35%를 36%로 올리고, 25만달러(부부 합산, 싱글은 20만달라) 이상인 자에게 39.6%의 세율을 부과하여 과거의 세율을 회복시키려고 하고 있다.
 
8년간 GDP 대비 약 4%의 증세를 한다는 것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나 '계급전쟁'이나 '로빈후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도하다. 오히려 오마바 정부의 개혁은 조세와 재정을 OECD 평균에 조금 더 근접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마바 정부의 제안대로 실행이 되더라도 미국의 조세부담률은 여전히 OECD 평균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며, OECD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을 기록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마바 정부의 개혁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도 보아야 겠지만, 노동당이 정치적으로 부재한 상태에서도 그것이 어디까지 진전될 수 있는가이다. 일단은 지금의 계획으로는 오마바 정부는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재정을 더 투여하는 방식을 취한 것 같다.
 
그러나, 만약 여기서 더 나아가서 유럽식 내지 유럽에 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재정은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고, 과연 여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하는 것이 필자의 관심사이다. 만약, 오마바 정부가 이를 실시할 수 있다면 노동당이 부재한 상태에서도 의미있는 복지확대가 가능하다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며 이는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클 수 있다.
 
한국은 왜 조세, 재정 개혁이 어려운가. 그 정치적 이유는 분명하다. 증세-복지 모델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그래도 40%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끊임없이 감세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종부세와 상속세는 사회적 형평성을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세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오마바처럼 소득세를 개혁해야 많은 재원이 확보되는데, 이 양 정부는 소득세 감세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의 야당은 정치적으로 현 정부의 부자감세에 대해서도 제대로 맞설 수 없는 것이다.
 
오바마는 최소한 조세 재정 정책에 있어서 로빈후드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지지층을 배신하는 정책은 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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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서 의료보험개혁 토론회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2009-03-06 02:12)
오바마 "개혁 지금 당장해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5일 의료보험 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의료보험 개혁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연설문을 통해 "통제불능의 의료비 부담 문제를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다룰 여유가 이 나라에는 없다"면서 "우리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재건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올해 이 행정부 안에서 치명적인 의료보험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비용을 극적으로 낮출 의료보험 개혁에 투자는 장기적으로 재정적자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의사, 약사, 환자, 기업가, 보험사업자, 제약회사 대표, 공화당 소속 의원 등 의료보험에 관련된 인사 120여명이 초청됐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비 때문에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4천600만명이 건강보험 없이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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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의료보험 올해안 개혁” 뚝심 (한겨레,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2009-03-06 오후 07:37:15)
보수진영 참석한 국민토론회서
개혁정책 ‘시금석’ 시한 못박아

 
초강대국 미국의 치부 중 하나인 의료보험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안 개혁을 다짐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의료보험이 미국의 진보-보수 진영 대결의 첫번째 전장으로 떠오르며, 오바마 개혁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개최한 의료보험 개혁 토론회에서 “경제가 좋을 때도 하지 못했고, 아닐 때도 하지 못했다”며 “하지 못할 이유는 항상 있게 마련이지만 지금은 이 문제를 다뤄야 할 바로 그 때”라고 역설했다.
 
토론회에는 지난 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의료보험 개혁을 좌초시켰던 공화당 의원들과 제약·보험업계 로비스트들까지를 포함해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국민의료보험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의 국민적 인기와 의보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에 밀려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개략적인 개혁구도에 원칙적인 동의를 밝히지 않을 수 없었고,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보험 체계로 알려진 미국은 연간 2조4천억달러를 의료비에 지출하고도 3억명 국민 가운데 4800여만명 이상이 의료보험이 없는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포괄적 개혁의 시한을 분명히 밝히며, 보험 수혜범위 확대, 의료서비스 개선, 비용절감 등의 일반적인 원칙을 내놓았다. “공공의 이익”에 우선해 의회가 입법화할 것도 요구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각자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고, 어떤 제안도 완벽할 수는 없다”며 의료보험 개혁의 찬반 양쪽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잘못 해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국민의료보험을 주장하는 진보진영에 대해선 “비용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비용 문제를 염두에 둘 것을 촉구했고, 천문학적 비용 문제에 얽매여 있는 보수진영에 대해선 “사회안전망을 방치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뇌수술 이후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해 “이 과업을 이루기 위해 한 사람의 보병이 되겠다”며 “우리는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감동적인 연설로 가장 큰 갈채를 받았다.
 
의보 개혁은 오바마의 여론정치 시험대가 되고 있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지 못한 클린턴 행정부의 실패한 의료보험 개혁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선거조직들을 활용해 3천여회의 토론회로 국민여론을 모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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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의료개혁, 클린턴 실패서 해법 찾는다" (세계,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2009.03.06 (금) 19:45)
의회·이해단체와 협의 ‘공개주의 방식’으로 차별화 시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국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인 의료보험 개혁 추진 과정에서 클린턴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0년대 의료개혁을 주도했던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의 시도가 다수당이던 공화당의 반대로 좌절을 겪은 쓰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우선 클린턴 정부 시절 채택했던 비밀주의 방식을 공개주의로 바꿨다. 클린턴 장관은 당시 의회와의 사전 협의 없이 전 국민 의료보험제를 골자로 한 개혁안을 마련한 뒤 의회의 동의를 구하려다 공화당의 반발에 부닥쳐 끝내 좌절했다. 오바마 정부는 ‘의료보장 범위는 넓히면서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인다’는 대원칙만 제시한 뒤 구체적 해결 방안은 의회를 비롯한 의료보장 이해단체의 합의에 부쳤다.
 
5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의료개혁 포럼에는 연방 상·하원 의원을 비롯, 의사와 병원, 보험사, 의료 소비자 단체 등 의료보장 관련 이해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클린턴 정부 시절 보험회사 로비스트로서 클린턴 장관 의료개혁을 좌절시키는 데 앞장섰던 칩 칸 미 병원연합 의장을 비롯, 개혁 반대파가 다수 참석했다.
 
의료개혁 추진 시기도 전격전 방식을 택했다. 집권 초반 새 행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추동력으로 삼아 100년 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기치를 치켜든 이래 성과를 내지 못한 의료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집권 11개월이 지난 이후에야 의료개혁에 착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포럼 기조 연설에서 “100년 전부터 의료개혁 논의를 해왔으나 매번 말만 무성했을 뿐 워싱턴 정치와 의료보장 업계 로비에 밀려 땜질 처방에 그쳤다”면서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정부 시절 전 국민 의료보장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국민의 세금투입이 불가피한 비용 문제를 등한시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금에 의존하지 않고 의료보장 체계 개선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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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복지국가’ 실험 성공할까 (시사인 [78호] 2009년 03월 09일 (월) 11:39:48 이종태 기자)
오바마의 ‘계급전쟁 예산안’은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다. 미증유의 경제 위기 상황을 사회정의와 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방법으로 돌파하려는 오바마 정책의 미래는?  
  
‘미국 2010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발견되는 오바마 경제 정책의 기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해외 유력 언론들의 표현인 ‘계급 전쟁’에 나타나듯, 부유층의 소득을 ‘중산층 이하’로 이전시키는 소득분배 측면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경제 전반에 걸친 ‘효율성 높이기’다. 이는 독점과 담합 등 ‘미국식 연고 자본주의’로 왜곡된 시장 구조를 과감히 수정함으로써 장기적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의료 복마전’ 개혁
민간 보험 중심인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복잡하고 비싸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질병 종류도 매우 적다. 1인당 건강보험료가 수천 달러에 달하며, 이에 따라 어떤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미국 전체 인구의 16%인 4700만명에 이른다. 그나마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물론 민간 보험이 중심인 미국에도, 메디케어(노년층이 수혜 대상)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같은 공적 건강보험이 존재한다. 국가가 민간보험사에 보험 업무를 위탁하고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간보험사와 의료자본의 집단 이기주의와 담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국가의 보험 재정 중 의사·병원·보험사·제약사 등의 몫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피해자는 환자와 국가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 시스템 안에서는 주로 비싼 ‘브랜드 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브랜드 약품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지만, 가격은 ‘수십 분의 일’ 수준으로 저렴한 일반 약품(generic medications)은 사용하기 어렵다. 제약사와 병원만 비싼 약품으로 재미를 보는 시스템인데 이는 전형적인 시장 왜곡이다. 미국의 의료 부문은 사회정의와 ‘시장 효율성’을 함께 짓밟는 복마전이다.
 
오바마의 개혁안은 이후 10년 동안 6340억 달러를 투입해 ‘의료 복마전’을 개혁하는 것이다. 보험료를 낮추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질병 종류를 확대하며, 공공 보험사를 설립해 거대 민간 보험사의 독점을 견제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개혁의 재원인 6340억 달러는 어디서 나오는가. 우선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를 올려 일부를 충당한다. 또 하나 주요 재원은 건강보험 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운영을 효율화하는 것에서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들의 비효율성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국고가 낭비되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컨대 값싼 일반 약품이 아니라 브랜드 약품만을 구입하거나 의사·병원·보험사 등 서비스 공급자에게 지나친 보상을 제공하는 ‘과다 지급’이 일상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를 효율화함으로써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이 317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오바마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 보건정책 담당자 카렌 대번포트는 추산한다.
 
또한 건강보험 제도 개혁은 미국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고용주가 노동자들의 보험료 중 일부를 민간 의료보험사에 낸다. 그런데 이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아 미국 상품의 경쟁력을 해친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 바꿀 에너지 정책
에너지 정책의 기조 역시 환경 보호라는 사회정의 측면과 함께 경제 효율성 문제를 깔고 있다. 미국 경제가 ‘해외(중동)에서 생산되는’ 석유에 깊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경제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미래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방법이 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 ‘석유 수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부문 투자의 재원은 어디서 나오는가. 일단 ‘탄소 배출권 거래 시스템’이다. 우선 국가가 허용하는 탄소 배출 규모를 정하고, 각 기업들은 일정한 규모의 탄소를 배출할 권리(탄소배출권)를 경매로 구입해야 한다. 기업들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적절한 생산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장 원리를 이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탄소배출권 경매를 통해 만들어진 돈으로는 ‘중산층 이하’의 감세 규모(이후 10년 간 1490억 달러)를 메우는 한편, 새로운 청정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의 세계 전략 전환과도 연관성이 깊다. 그동안 미국이 중동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 이유는 석유에 얽힌 국익 때문이었다. 미국의 석유 의존도가 줄어든다면 중동 개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오바마 에너지 정책과 녹색성장 전략은 세계 체제를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가 예고하는 대규모 교육 투자는 한마디로 글로벌화한 경제 시스템에 적합한 우수 인재를 공교육 시스템을 통해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공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서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교육 개혁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문은 ‘우수한 교사 양성’이다. 심지어 ‘효율적인 교사(effective teacher)’란 수사마저 동원한다. 미국진보센터 교육 부문 담당자인 신시아 브라운은 “학생의 학습 성취도에 교사의 역할이 결정적이며, 또한 교사 간 능력 차이가 대단히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경쟁적 보수 시스템을 만들어 능력 있는 교사들에게는 높은 보상을 제공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에게는 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심지어 퇴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도전적 실험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개선에도 막대한 재원이 투자될 전망이다. 미국의 고등학교 중 상당수는 ‘중퇴자 공장(dropout factory)’이라 불릴 만큼 열악한데 이런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수업일수 늘리기도 허용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교육 격차 문제를 중시해 ‘한 살부터 다섯 살까지(zero to five)’ 시스템을 통해 저소득층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전’ 교육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들은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경제 위기를 핑계로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 사항들을 덮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감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년간 예상되는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경제 시스템 전반과 국민의 경쟁력을 높여 경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감한 도전’은, 분배(복지)를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상상’할 수 있는 오바마 그룹의 세계관 덕분에 가능했으리라. ‘반값 등록금’ ‘신혼부부 내 집 마련’ 따위 사회정책을 슬며시 숨기고 ‘부자 감세’에만 골몰하는 이명박 정부가 되새길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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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소득 재분배 절대 인정 못해” (시사인 [78호] 2009년 03월 09일 (월) 12:01:44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공화당은 물론이고 우군인 민주당의 일부 의원마저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들은 부유층의 소득을 증세를 통해 재분배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백악관에 입성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앞길이 갈수록 험난하기만 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3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공화당은 물론 우군인 민주당의 지지마저 떨어져나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그가 7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 부양안을 의회에 제출했을 때만 해도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지지는 전폭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공화당은 경기 부양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오바마 행정부 집권 초반부터 당파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나마 경기 부양안이 하원을 거쳐 상원을 가까스로 통과할 수 있었던 데는 온건파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의 협조가 결정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초당적인 국정 운영’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공화당은 갈수록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기에 일부 민주당 의원조차 합세할 태세이다. 그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초반부터 의회에 발목이 잡혀 휘청대는 게 아니냐는 걱정마저 든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예산안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의 구도는 단순히 오바마 대 공화당이 아니다. 오히려 공화당보다는 우군인 민주당 단속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실 하원은 민주당이 안정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어 별문제는 없다. 골칫거리는 오히려 상원이다. 상원도 전체 100명 중 58명이 민주당 의원이다. 그러나 특정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강제로 끝낼 수 있는 정족수인 60명에 2명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해도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2명의 협조를 얻지 않고는 허구한 날 토론으로 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예산안만은 60명이 아닌 51명 찬성으로 통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민주당 상원의원 14명이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예산안 수정을 요구하기로 행동 통일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그중 한 사람인 에반 바이어 상원의원은 “예산안 가운데 지출 규모가 너무 커 걱정이 태산 같다”라면서 공화당이 주창해온 반대 논리를 그대로 표출했다. 또 온건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벤 넬슨 의원도 “3조6000억 달러라는 예산 규모가 걱정이다”라고 말해 백악관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예산안 가운데 공화당은 물론이고 일부 민주당 의원조차 난색을 보이는 대표적인 대목은 고소득자와 온실가스 배출 업자에 대한 세금 인상이다. 예를 들어 이번 예산안은 향후 10년간 보건 의료 개혁 부문에 투입될 재원 6460억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연간 25만 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의 세금을 올렸다. 또 일정 기준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는 초과분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
 
공화당, ‘이념 투쟁’으로 몰아가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우선 고소득자의 세금을 올리면 이들이 각종 종교기관과 비정부 기구, 연구기관 등에 내는 기부금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상원 예산위원회의 켄트 콘라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대목을 재고하라고 요구한다. 또 공업지대가 많은 주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온실가스 규제에 따라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쓰는 업체, 특히 화력발전소의 반발에 민감하다. 게다가 관련 업체들은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게 뻔하기 때문에 전기 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민주당 의원들은 염려한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예산안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기류가 이 정도이니 공화당 쪽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공화당은 이번 예산안이 기본적으로 부자를 겨냥한 것이라며 일종의 이념 투쟁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존 카일 상원의원은 “예산 숫자만 봐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데다, 이런 예산안이 가져올 정책적 파장을 고려하면 끔찍하다”라며 부유층 증세를 비난했다. 한마디로 부유층의 소득을 증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재분배함으로써 사회주의적 발상을 도입하려 한다는 것이 공화당의 가장 큰 불만이다.
 
심지어 범공화당 인사의 우상인 극우파 논객 러시 림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본질적으로 ‘스탈린’이라면서 “난 그가 실패하길 바란다”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해 충격을 던졌다. 실제로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쇼를 듣는 공화 우파 청취자가 전국적으로 2000만명에 달하는 까닭에 많은 공화당 의원이 그의 발언이 도를 지나쳤다는 걸 알면서도 쉬쉬한다. 최근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에 당선된 마이클 스틸이 림보의 발언을 두고 “그는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닌 연예인일 뿐이다”라고 말했다가 곧바로 사과 발언을 해야 했을 정도다.
 
현재 공화당 측의 반대 논리에 맞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포함된 증세 계획이 당장 실시되는 게 아니라 경제가 회복될 시점인 2011년부터 시행된다는 점, 또 증세 계획이 효과를 발휘하면 95%의 보통 가정과 97%의 소규모 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 보통 가정이 잃어버린 세금 혜택을 도로 찾아주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제기한 ‘재분배 불가론’에 일리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워싱턴 포스트의 유력한 정치 칼럼니스트인 E. J. 디온은 “현재 미국 정치의 중심 문제는 이 나라가 과연 지난 30년간 점증해온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역전시켜야 하느냐 마느냐이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오바마가 제시한 예산안이 설령 소득 재분배를 겨냥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사상 최악의 경제 난국을 극복하는 데 과연 필요한지를 정치권이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바마의 예산안이 본질적으로 소득 재분배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중산층은 세금이 감면되거나 증세가 없지만 부유층은 앞으로 세금을 더 내게끔 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터 오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도 “지난 20~30년간 미국 최고 부자 1%가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서 20%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금이 이들이 세금을 좀더 많이 내야 할 적기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관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증세안이 기본적으로 최고 부자층을 겨냥했고, 예산의 우선 순위를 에너지와 교육 그리고 보건에 맞췄다는 점, 나아가 모든 정부 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했다는 점을 들어 결국 대다수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68%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이번 예산안에 다소 불만을 가진 온건파 민주당 의원은 물론 온건파 공화당 의원과 온건파 주류 공화당 인사의 지지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들마저 등을 돌리면 예산안 통과는 물론이고 앞으로 중요한 국정 과제가 번번이 좌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의 대표적 온건파 보수 논객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우린 오바마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많은 것에 대해 동정심을 갖고 있다”라면서도 “미국 사회는 결코 계급 간 증오를 겪은 적이 없는데, 오바마가 제시한 예산안은 계급 분할에 기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건파 보수 인사들의 지지가 이탈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