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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지하철 파업 불가 이유도 가지가지, '이 가뭄에 웬 파업'도...

새벽길 2008. 11. 18. 11:48

철도, 지하철이 20일 경에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니 역시나 보수언론에서는 항상 내세웠던 레퍼토리를 되풀이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웬 파업이냐는 것이다. 힘을 합쳐도 모자란 판국에 노사갈등은 안된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이 언제는 이번에는 파업이 정당하고, 해도 된다고 한 적이 있었던가.
 
경제가 좋을 때면 좋은대로 분위기를 망치는 파업은 안된다고 했었다. 아래 공공운수노동자에서 언급된 것처럼 '가뭄으로 온 나라가 난리인데 웬 파업?'이라고 하면서 천재지변을 근거로 삼은 적도 있었다. 하도 희안한 논리를 폈기 때문에 내가 아직까지 기억한다. 바로 2001년 봄이다. 이와 관련한 미디어오늘의 기사를 함께 담아온다.
 
공공운수노동자의 아래 글은 좋은 선동글이다. 여기에 시각적으로 비교되는 그래프를 포함하면 더욱 좋았겠지만, 한국에서 파업은 아무래도 담론 싸움이 우선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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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지하철 파업 불가 이유도 가지가지 (공공운수노동자 블로그, 2008/11/17 18:38)
 
역시나 예상했던 철도, 지하철 파업 반대이유다.
연합뉴스는 17일 철도, 지하철 파업 관련 기사에서 “경제위기 심화로 공공부문의 파업에 대한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했다. 말인즉슨 나라 안팎이 경제위기에 휘둘리고 있어 철도, 지하철 파업에 대한 여론이 안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가 좋으면 철도, 지하철의 파업은 용인해줄 수 있는가? 그 동안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2년에는 조중동을 포함한 ‘이 가뭄에 웬 파업’이라는 희한한 기사가 실렸다. 도대체 가뭄과 노동자들의 파업이 어떤 연관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보수언론은 연일 나라가 가뭄인데 노동자가 파업을 벌인다며 호통을 쳤다.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우제라도 먼저 지내야 한다는 말인가? 당시 오히려 가뭄에 직접 피해를 받은 농민들이 앞장서서 노동자들 파업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보수 언론은 이런 류의 소식은 못 본 척 했다.
 
이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참 다양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경제 활성화에 노동자 파업 찬물’이라고 한다. 경기가 나쁘면 ‘불경기에 웬 파업’이라고 한다.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벌이는지, 어떤 부분이 쟁점인지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파업은 나쁜 것이고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는 물론이고 날씨까지 들먹인다. 여기에 안정된 직장과 연봉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조종사 노동자들에게는 1억 연봉에 웬 파업이냐고 물어뜯었다. 1억을 받은 조종사는 졸려도 잠 안자고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무슨 특별한 인간인가? 조종사들이 주로 파업을 벌인 이유는 피곤하니까 비행시간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비행시간을 줄이면 당장 비행수당이 줄어 결과적으로 임금을 손해보는 것임에도 보수언론은 아랑곳 없다. 그저 ‘1억 연봉에 웬 파업’이냐는 얘기만 되풀이한다.
 
다시 지하철, 철도 파업 얘기를 하자. 지하철, 철도의 요구조건이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일하는 사람 줄이지 말라는 얘기다. 안전하게 운행하자는 거다. 지하철, 철도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발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편하고 빠르고 싸게 이용하게 하자는 게 노동조합의 요구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도 필요하고 투자도 필요하다는게 노동조합의 얘기다. 
 
노동조합은 숱하게 요구한다. 1년 동안의 단체 협상 때 수십번을 만나 얘기하고 요구하고 협상한다. 하지만 사용자측은 끄덕 없다. 대화가 안된다. 맘대로 해보라고, 파업을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한다.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다. 
 
할 수 없이 노동조합 집행부들은 조합원들을 만나서 현재 교섭과 협상의 진행 상황을 얘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토론한다. 그런 연후에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투표하고 결정한다. 그 결과가 파업이다. 
 
노동조합이 파업하면 국민들이 불편하다. 맞는 얘기다. 이런 예를 들고 싶다. 우린 지금도 고속도로에서 숱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안다. 공사구간은 다른 곳에 비해서 다소 밀리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공사를 중단하라고 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공사로 인한 불편함이 공사를 하지 않았을 경우의 위험성보다 훨씬 낫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 지하철 파업도 마찬가지다. 불편하지만 시민을 좀더 편하고 빠르게 운행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손을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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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책임 노동자에 덧씌우기 보도 ‘횡행’ (미디어오늘, 2001년 06월 14일 (목) 00:00:00 조현호 기자)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만 부각시켜 쟁점흐리기도
전농·민언련 “가뭄핑계로 파업 탄압말라” 성명 

 
최근 언론을 통해 가뭄문제가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언론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해 균형을 잃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언론사들은 ‘가뭄에 왠 파업이냐’는 논리를 들이대는가 하면 민주노총이 정치현안까지 주장한다고 몰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해 여론몰이식 보도가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국의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본격적으로 파업이 시작된 12일부터 언론사들은 가뭄과 파업을 연결지으며 일제히 비난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간지와 경제지들은 12일자에 <“가뭄때 파업 부당”>(국민) <항공 결항사태 ‘비상’>(경향) <가뭄이어 경제 또 시련>(한국) <경제난에 가뭄까지 지금 파업은 안된다>(한경) <가뭄비상에 파업비상까지>(세계) <최악가뭄…총파업…“경제 큰 타격”>(파이낸셜) <이 가뭄에 연대파업 비상>(조선) <엎친 가뭄에 덮치는 파업 “하필 이때” 자제여론>(중앙) <가뭄에 연대파업 겹쳐 경제 상반기 최대고비>(동아) 제하의 기사를 1면에 보도했다.
 
기사 뿐 아니라 사설에서도 <‘가뭄’속에 ‘명분’ 약한 연대파업>(조선) <연대파업은 노조 자충수다>(파이낸셜) <결국 파업 강행인가>(세계) <연대파업 즉각 철회해야>(한경) <지금이 연대파업 할 땐가>(한국) <’연대파업’ 끝내 강행하나>(경향) <이 판에 끝내 연대파업인가>(국민)를 통해 파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언론사들이 가뭄과 파업을 연결지어 기사화 한 건 지나친 비약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선전실장은 “파업을 하지 않으면 가뭄이 해소될 수 있느냐”며 “언론이 냉정함을 찾지 못해 고용불안과 생존권 박탈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마저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2일 <가뭄을 핑계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투쟁을 탄압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은 파업중인 레미콘 차량 100대를 파주에서 물 실어 나르기 활동에 지원키로 하는 등 가뭄 극복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하고 있는데 왜 언론은 가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덧씌우려 하느냐”며 “우리 언론의 반노동자적 본질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매일의 박록삼 기자는 기자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가뭄 극복만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인지, 아니면 노동자들의 파업이 가뭄 극복에 걸림돌이라는 건지, 이것도 아니면 농민들을 위하는 마음이 ‘약간’ 왜곡되게 나타난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일부 언론은 민주노총이 정치현안까지 걸고 파업하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2일자 3면에 <근로조건 개선부터 “MD 반대” 구호까지> 제하 기사에서 “여론이 노동계의 근로조건 관련 요구 외에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국회통과와 심지어 MD 체계를 강요하는 미국반대 등 노동현안과 관계없는 정치적 주장까지 뒤섞여 왜 파업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민주노총 손낙구 실장은 “현재 파업중인 노동계의 요구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주5일 근무, 임단협 문제”라며 “노동 현안도 아닌 MD를 걸고 파업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대다수 언론은 이달초부터 고액 연봉을 받는 항공기 조종사들도 파업에 참여한다고 보도하면서 전체 파업참가자에 대한 비난여론을 더욱 확산시켜 이번 파업의 쟁점을 흐리게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 조종사 문제는 120여 개 단위사업장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음에도 이 문제에 가려져 파업에 참가하는 다른 노동자들에 대한 보도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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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에서 지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폭넓게 확산되지는 못했다. 노조나 파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향신문에 실린 하종강 소장의 칼럼을 읽어보긴 권한다.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비판하는 글이기는 하나,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이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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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발을 자르는 정부도 있나” (참세상, 이꽃맘 기자, 2008년11월18일 17시08분)
철도-지하철 파업에 시민사회 각계 지지 이어져

철도·지하철 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노동 네트워크와 공공부문 사유화저지 공동행동, 서울지역 사회공공성 연대회의,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은 오늘(18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철도-지하철의 구조조정 방안은 졸속시행으로 엄청난 부작용이 초래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라며 “수익성 중심의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철도와 지하철에서 사고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라며 “그 이유는 안전시설의 미비, 매우 높은 혼잡도, 이용자 중심이 아닌 이익 중심의 경영시스템 등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올바른 구조개편안이라면 당연히 이런 문제를 해결해 철도-지하철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함에도, 서울시와 철도공사는 이에 역행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라며 “구조조정이 그대로 관철된다면 필연적으로 대형사고 등 안전사고의 수준이 높아지고 철도-지하철 이용자는 물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장담할 수 없게 될 것”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철도공사와 정부, 서울시의 구조조정 일방 강행 즉각 중단 및 성실 교섭 통한 문제해결 △대형사고 유발 위험 있는 외주화, 민간위탁, 1인승무, 역사 무인화 중심의 구조조정 중단 △인간적 친환경적 대중교통체계 확립 및 안전설비와 시민편의시설 확충 △무분별한 이윤논리와 상업화 정책 중단 및 공공적 요금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김영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도 “시민의 재산인 지하철을 마음대로 민간에 위탁하는 것을 막으려 하는데 이를 사측은 경영권에 대한 침해라고 한다”라고 전하고, “서울메트로가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노조 탄압에만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라며 “노조는 안전한 시민의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대화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교섭이 파행을 거듭한다면 이 모든 책임은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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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전교조가 ‘마녀’인가 (경향, 하종강|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2008년 11월 18일 18:06:40)
 
미국 사회는 종종 유럽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 한다. 프랑스 배우 줄리 델피가 출연하고 감독도 맡은 영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2 Days In Paris)>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집에 좀 늦게 들어온 딸에게 엄마가 이유를 묻자, 딸이 답한다. “데모 때문에 차 막히고 난리 났어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타이른다. “불쌍한 간호사들이 파업도 못하니? 여기는 미국이 아니야.”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천박한 자본주의’ 미국에서나 하는 교양 없는 짓이라는 은근한 비난이 그 짧은 대사 속에 담겨 있다.
 
그렇지만 유럽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는 미국에서도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나라처럼 편협하지 않다. 올해 초, 미국에서 골든글로브 영화제 시상식 행사가 열렸을 때, 배우는 한 명도 없이 사회자만 참석해 수상자를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국 작가노조의 파업에 배우들이 동조해 영화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송사의 작가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벌였는데 탤런트와 배우 등 유명 연예인들이 그 파업에 동조하면서 한 명도 출연하지 않더라…. 그런 일을 우리는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천박한 자본주의’라는 미국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인 미국 노사관계 전문가조차 한국 정부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것은 운동선수의 팔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렴치한 일인데,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무노조 경영’을 자신들의 경영 철학이라고 말하고 국민이 그것에 분노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보수 세력이 그토록 즐겨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세계의 표준적 시각이다. 우리나라처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노동운동을 혐오하는 사회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국을 방문했던 핀란드 교장협의회 피터 존슨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핀란드에서는 대부분의 교장들이 교원노조에 가입해 있다. 나도 그렇다.” 영국에는 교사노조(NUT)와 교장노조(NAHT)가 따로 있다. 한국 사회 지도층이 그토록 좋아하는 이른바 ‘선진국’들에서는 교장도 전교조에 가입한다.
 
교육감이 교원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고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말하고, 교육청이 교원노조가 사용할 사무실, 집기 및 비품 등을 제공해온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에 대해 시민들이 분노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일천한지 보여준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가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 놓은 홍보물에 대해서조차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단체협약은 교육청과 전교조 지부가 맺은 것이니, 학교 단위 분회에서는 단체협약 규정을 거론하지 말라”거나 “일과 시간 중에는 ‘전교조’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등 후안무치한 주장을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하는가 하면, 그러한 대응논리를 개발해주면서 ‘밥 빌어먹고 사는’ 자칭 전문가 지식인들은 제철을 만났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지식을 파는 ‘지식 장사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전교조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해 보고하게 하는 등 ‘마녀 사냥’하듯 전교조를 몰아붙이는 몰염치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가능한 이유는 “교사가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전근대적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조합원들 중에도 불성실한 교사가 있다”는 지적은 그 다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