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한 얘기에 대한 반응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상식을 가진 이라면 당연히 알 터인데,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는 피드백이 없는 모양이다. 청와대는 자화자찬했다지 않은가. 아날로그 감성으로 IT마인드를 이루만졌다고? IT마인드가 안되니까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했겠지.
다음 아고라를 비롯하여 인터넷을 들어가보면 (오프라인에서는 아예 이를 화제로 꺼내지도 않으니까) 비판하는 글 일색인데, 긍정적인 반응을 어디서 얻은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혹시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개설엔 라디오 연설 관련 게시판에 올라온 50여 개의 글 중에서 연설을 칭찬하는 글들만 골라 읽은 것인지...
어디 보니 MB의 라디오 연설에 대한 시민 반응으로 아고라 최고의 댓글이 인상적이다.
"여보! 아버님댁 라디오 부숴버려야겠어요"
진중권은 다음과 같이 평했는데, 공감이 간다. "그러잖아도 살기 팍팍한데, 국민에게는 아침부터 재수있을 권리도 없나요?"
----------------------------------------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어땠습니까? (프레시안, 황준호/기자, 2008-10-13 오전 10:16:10) [기자의 눈] 라디오 연설, 그 불길함에 대하여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라디오 주례연설을 끔찍이 챙겼다. 2001년 취임 후 현재까지 총 404회를 했는데 단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주제가 특별할 때에는 부인 로라가 대신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라디오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숱한 거짓말을 남겼다. 2005년 7월 30일자 라디오 연설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세금을 공제하고 소비를 억제한 덕분에 오늘날 미국 경제는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지금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고, 이는 부시 시대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거짓말이 됐다.
1933년 권좌에 오른 히틀러는 독일제국방송국(Reich Broadcasting Corporation)을 접수했다. 각종 프로그램에 엄격한 검열을 가했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프로그램들을 내보냈다. 당시 독일 사람들이 나치당의 연례 전당대회였던 '뉘른베르크 집회' 소식을 처음 들었던 것도 라디오를 통해서였다. 나치 당국은 거리에 커다란 스피커를 쌓아 두고 뉘른베르크에서 전해지는 소식을 전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들은 물론 모두 거짓말이었다. 2차 대전에서 독일이 엄청난 공습을 받고 연합군이 동서 양쪽에서 협공을 해 들어올 때도 나치는 승리의 길로 가고 있다고 선전했다. 독일제국방송국에서 만드는 뉴스 프로그램들은 불리한 전세를 암시하는 어떤 보도도 할 수 없도록 철저히 검열받았다. 심지어 1945년 4월 연합군이 베를린을 포위하고 히틀러가 지하 벙커에 은신해 있을 때에도 라디오에서는 독일이 곧 역사적인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괴벨스는 4월 20일 히틀러의 생일이 되면 독일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대중은 거짓말을 듣고 처음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거짓말을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 언론은 정부의 손 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 괴벨스는 대중 선동에 관한 수많은 '명언'을 남겼고,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전후 괴벨스의 대중 선동 기술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로널드 레이건 이후 미국 대통령의 주례연설이 정착된 것도, 부시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그토록 아꼈던 것도 결국 괴벨스의 유산인 것이다.
<미디어오늘>의 10일자 칼럼에 따르면 노변정담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미화된 측면이 많다. 루즈벨트는 뉴욕 주지사 시절부터 라디오 연설을 했는데, 정적을 향한 강력한 공격 수단으로, 혹은 자기가 제출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압력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노변정담이라는 '훈훈한' 이름은 그같은 공격성을 순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루스벨트의 라디오도 히틀러나 부시의 라디오와 다를 바 없는, 정치 선전의 유용한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론 히틀러의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루스벨트도 라디오를 통해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 "'인터넷 시대'에 '히틀러 라디오'가 웬 말?" (프레시안, 홍성태/상지대 교수·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2008-10-13 오전 10:18:37) [홍성태의 '세상 읽기'] 히틀러와 라디오
1930년대 미국에서도 배울 것이 있기는 하겠지만, 60년 전의 미국과 지금의 한국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예컨대 60년 전의 미국보다 지금의 한국이 훨씬 더 개방적이고 복잡하다. 더욱이 1930년대 미국에서 라디오는 최첨단 방송매체였지만, 지금 한국에서 라디오는 <라디오스타>같은 영화가 보여주듯이 오래 전에 한물간 방송 매체이다. 대통령이 인터넷 시대에 라디오 연설로 국민에게 '희망의 미래'를 얘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그저 '절망의 미래'를 더욱 더 강하게 예감하게 할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배워야 할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올바른 정책'이다. '잘못된 정책'을 끝도 없이 양산하면서 아무리 '노변담화'를 해 봤자 위기는 더욱 더 깊어질 뿐이다. '노변담화'는 '올바른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발신자의 편에서도 외모나 논리를 떠나서 가장 일방적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매체가 라디오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라디오는 오래 전부터 '독재의 매체'로 이용되었다. 사실 라디오를 아주 잘 활용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체제도 '미국형 파시즘'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 히틀러와 나치즘이다. 물론 라디오를 이용해서 '잘못된 정책'을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순응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이 나라는 대학 진학율이 80%를 넘고 초고속인터넷 보급율이 95%를 넘는 세계 최고의 지식사회, 정보사회이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더 근본적인 것은 발상 자체의 문제이다. 어떻게 양방향 인터넷 시대에 일방향 라디오로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말 너무나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 닉슨이 텔레비전 연설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고 했다가 실패한 것도 이미 35년 전이다. 미국과 한국이 일방향 동영상 텔레비전 시대를 지나 양방향 동영상 인터넷 시대로 접어든 것도 어느새 15년이 넘는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방향과 양방향의 차이이다. 이명박 세력은 이 점에 대해 정말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 차이는 바로 민주성의 차이이다.
----------------------------------- 이런 '라디오 연설'은 무익하다 (프레시안, 김종배/시사평론가, 2008-10-13 오전 10:19:22) [김종배의 it] 사과도, 진정성도 없는 일방통행
첫 연설을 청취한 후의 소감은 백 번 양보해도 기대는 난망하다는 것이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정부부터 "있는 사실 그대로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했다.
뒤에 나오는 얘기는 달랐다. 이런 식의 연설은 무익하다. 하나마나 한 숫자타령을 읊고, 경제학의 ABC를 암기하고, 국민의 자세를 다그치는 연설은 의미가 없다. 실상을 알고 대책을 듣고 싶은 국민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다 반감만 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 인식이 그렇다면, 경제 예측이 그렇다면 먼저 밝혔어야 했다. 대선 때 힘주어 강조한 '747공약'은 달성하기 어렵다고, 국민에게 헛된 꿈을 안겨준 데 대해 죄송하다고 먼저 머리 숙였어야 했다.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슬쩍 걸치는 식으로 발언할 게 아니라 대국민 연설 기회에 대놓고, 솔직하게 고백했어야 했다.
'연설'이라는 형식이 규정하는 내용의 한계, 즉 일방성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정성인데 이게 묻어있지 않다. "생활 속에서 공감하는 주제" 이전에 먼저 풀어야 하는 숙제, 즉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한 자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 알맹이 없는 8분30초, 반성 빠진 ‘감성호소’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13일 (월) 12:13:23 류정민 기자) [뉴스분석]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 시작부터 ‘전파 낭비’ 논란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경제실정에 대한 반성은 생략된 채 감성에만 호소한 알맹이 없는 신변잡기에 불과했다”면서 “국영방송인 KTV에서 방송할 수준의 내용을 갖고 공중파를 아깝게 낭비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조건 대통령을 믿고 따르라는 훈시가 아니다. 일방적 정권 홍보도 아니다. 진솔하고 따뜻한 소통의 정담(情談)이 아니라면, ‘노변정담’은 ‘노변괴담(爐邊怪談)’일 뿐이라는 점을 대통령은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그 달러, DJ-노무현 때 벌어논 거요" (레디앙, 2008년 10월 13일 (월) 14:12:22 이재영 기획위원) [MB 라디오연설 비평] "이대통령 아버님과 요즘 경비의 차이점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말하는 건 좋은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도 괴벨스가 어쩌니, 지레 난도질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화하자며 어린 검사들 윽박지르던 노무현 대통령보다 덜 위압적이면 낫겠다 싶다. 베네수엘라 차베스처럼 저 혼자 몇 시간 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송은 어른스럽지 못한 남 탓뿐이다. '노변탓담'이다.
이 대통령은 “도대체 경제, 언제쯤 나아지겠나?”라고 자문하며,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 선진국들이 모두 0%대로 잡고 있는데 … 우리만 독야청청할 수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런데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은 7% 성장을 장담하지 않았던가. 작년 말에도 국내외 경제단체와 연구기관들은 하나같이 국제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섰다고 경고하고 있었는데, 유독 이 대통령만이 독야청청 7% 성장을 장담하지 않았던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요즘”이라고 국제경기를 탓하기 전에, 뻔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고 먼저 사과할 일이다.
이 대통령은 외환보유고가 2,400억 달러나 되니 걱정할 것 없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그 돈,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것 아니던가. ‘잃어버린 10년’이라며 난리치더니 이제 와서는 앞선 두 정부의 치적을 자기네 것인 양 자랑하기 낯뜨겁지 않을까? 더 중요한 건, 외국돈이 훨씬 더 많았었는데 지난 반 년 동안 240억 달러나 까먹었다는 사실이다. 재벌들 돈벌기 쉬우라고 환율 장난 치고, 나중에는 그 후과 막느라 거꾸로 돈 쓰고…. 10년 걸려 모은 돈 10%를 반 년 만에 날려먹은 일부터 반성할 일이다.
이 대통령은 기름 아끼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한국이 기름 너무 많이 쓰는 것이야 사실이지만, 요즘 기름 펑펑 쓴다는 사람 주변에서 본 적 없다. 5,500cc 마이바흐 타는 이건희 불러 조용히 타이르면 될 것을, 온 국민이 기름 과소비 공범인 것처럼 떠넘기니 아주 많이 언짢다.
이 대통령의 아버지 세대 때에는 경비일 해서 어찌어찌 아들 대학 보낼 수 있었겠지만, 월급 80만 원짜리 요즘 경비들은 500만 원 등록금 고려대는 꿈도 못 꾼다. 이 대통령 아버님은 회사가 망해 일자리를 잃으셨었지만, 아직도 생존해 계셨었다면 비정규법을 악용하는 파견회사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을 것이다. 기업만 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나라에서 이 대통령 아버님 같이 힘없는 이들은 견뎌낼 도리가 없다.
어려웠던 시절 아버지를 들먹이며 “지금도 저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제 책임을 면피하고 국민을 옥죄는 건 비겁한 짓이다. 이 대통령은 “이 아침, 가슴을 활짝 펴고 한 주를 힘차게 출발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지만, 외국 경제 탓하고, 서민 탓하는 소리 아침부터 들으니 심히 언짢다. 오늘처럼 알맹이 없고 남 탓하는 이야기하려면 아까운 공영 전파 낭비하지 말고, 포탈사이트에서 공짜로 개설해주는 개인 블로그에 올리길 바란다.
--------------------------------- '이명박 라디오'에 네티즌 냉소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8년10월13일 14시52분) 이 대통령 첫 라디오 연설에 국민 반응 무관심, 야당은 혹평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라디오 첫 연설을 듣고'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긴 김봉순 씨는 "8분 13초의 시간을 투자했지만 연설의 목적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며 "이젠 더 이상 대통령 연설이나 어떤 방법으로도 경제를 잡을 수 없고 이 난국 수습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라디오 첫 연설은 국민을 얕본 답답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두번째 연설은 안 하시는 것이 지탄을 안 받는 길일 것"이라고 적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담화와 관련한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국민 의견을 받고 있지만, 연설이 방송된 오늘 오후 2시 30분 현재 50개도 안되는 의견글만이 올라오는 등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당초 이 라디오 연설을 MBC 등 타 방송사에서도 내보내려 했으나, 방송일 전날 MBC가 방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KBS 라디오를 통해 연설을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