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현장에서

현대중공업 노사 ‘그들만의 돈잔치’ - 14년연속 무쟁의 타결 뒤엔 비정규직 눈물

새벽길 2008. 7. 27. 01:41
최근에 조중동문에 현대자동차과 현대중공업을 비교하는 기사가 자주 나온다. 특히 14년 연속 무쟁의 타결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대서특필한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상급단체에 조합비를 내지 않으면서 정규직 노조원들을 위해서만 조합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적립금이 150억원 넘게 쌓여있고, 여러가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조중동문과 경제신문들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비정규직 및 산별노조 등에 대한 단체협약을 제시한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산별노조 자체가 구태의연하다고 비난한다. 한쪽으로는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개별 사업장을 넘어선 요구를 하게 되면 그에 대해서도 비난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산별노조를 폐기하고, 노조를 없애야 할까.
 
아래 경향신문 기사는 베스트 클릭 기사로 올라와 있어서 그러한지 의외로 많은 댓글이 달려있는데, 그 중에는 현대중공업 사측이나 노조에서 의도적으로 올린 듯한 것도 있다. 아마도 평소에는 보지 않았을 경향신문
홈페이지까지 와서 의견을 조작하는 댓글을 다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쓰럽다.
 
이와 관련하여 예전에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글도 함께 담아온다.

 
------------------------------
현대중공업 노사 ‘그들만의 돈잔치’…회사격려금 정규직 850만원, 비정규직 0원 (경향, 정제혁기자, 2008년 07월 26일 02:34:51)
14년연속 무쟁의 타결 뒤엔 비정규직 눈물
 
현대중공업 의장부문에서 일하는 ㄱ씨(31)는 배 내부에 파이프 라인을 설치하는 비정규직 용접공이다.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 저녁 6시까지 하루종일 큰 파이프 2~3개, 작은 파이프 14~15개쯤을 설치한다. 잔업을 포함해 월 300시간 넘게 일하고 받는 돈은 150만원. 휴가를 가면 그 기간만큼 임금에서 제외된다. 일당을 받는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휴가는 ‘무급휴직’이나 다름없다.
 
같은 작업장 바로 옆에서 일하는 직영 노동자(현대중공업이 직접 채용한 직원)는 휴가를 앞두고 회사로부터 근 1000만원에 가까운 축하금과 격려금을 받는다.
 
배의 외장을 만드는 건조부에서 일하는 ㄴ씨(30)는 휴가를 갈지 못갈지 알지 못한다. 소속 하청회사의 휴가 일정이 여태 나오지 않아서다. 현대중공업 직영 노동자들은 8월 2~13일 12일간 여름휴가를 떠나지만 이 기간에도 공장은 가동된다. 회사는 직영 노동자들로부터 특근 신청을 받아 생산계획을 잡고 하청회사의 휴가 일정은 거기에 맞춰 결정된다. 그는 지난해 휴가비조로 30만원을 받았다.
 
정규직은 다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3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지었다. 14년 연속 무쟁의 타결 기록이다. 정규직 노동자 2만5000여명은 임금이 9만8800원 인상됐다. 상여금은 700%, 연말엔 성과금 387%를 받는다.
 
올 여름엔 영업이익 2조원 돌파 축하금(통상금의 100%), 군산조선소 기공 축하금(100%), 노사공동선언 지속 실천 격려금(100%),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만원, 무쟁의 타결 축하금 50만원, 무재해 2배수 달성을 위한 격려금 50만원이 지급된다. 이에 따라 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29일 평균 850만원의 격려금을 받게 됐다. 사측은 “종업원들이 더욱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안은 160여개 업체 소속 1만8000여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직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는 하루종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을 한다. 신분만 다를 뿐이다. 신분에 따른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850만원 대 0원이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사측과의 단체협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 측은 “직접 채용한 직원들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교섭을 요구하면 폐업을 하거나 주동자를 해고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04년 이후 매년 단체협약서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직영노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있으나마나다. 올해 단체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사내하청의 처우 개선과 관련한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현중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지만 회사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며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올해는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 사내하청지회 측에선 말을 아꼈다. 이승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것처럼 포스터를 붙이고 선전하기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할 말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같은 공장에서 함께 일해 성과를 낸 것인데 하청 노동자는 빼고 정규직만 돈잔치를 한 데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