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규제,안전,행정통제,반부패

이태원 참사 관련 글 2 (22.11.06-11.17)

새벽길 2022. 11.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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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1121854001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국가가 사과하라” 궂은비에도 ‘추모 촛불’ 타올랐다 (경향, 박하얀 기자, 2022.11.12 18:54)
“그날 이태원에 갔던 희생자들, 생존자들 모두 잘못한 건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니까. 오히려 서로를 구했던 건 우리니까.”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한 시민 A씨의 편지)
전국민중행동 등 100여개 시민단체들은 12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으로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 주체는 국가라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집회에는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주최 측 추산 5만명이 참석했다.
집회 시작과 동시에 비가 쏟아졌지만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이어갔다. 이들은 “막을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국가가 책임져라” “정부는 없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비가 내리는 상황을 감안해 휴대전화 조명이 촛불을 대신했다.
A씨는 참석자가 대독한 편지에서 “CPR(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다 와달라고, 그냥 할 줄만 알면 다 와달라고 해서 갔다”며 “사람들과 같이 한 명씩(에 대해) CPR을 했다. 그중 몇 명은 살았고 몇 명은 다시 숨을 쉬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는 “무섭기도 하고, 죄책감이 들었다”며 “이태원에 간 사람들 잘못이 아니라고, 막을 수 있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보면서, 구조에 나섰던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씩 추스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에 간 게 잘못이 아닌데, 서로 밀쳐서 죽은 것도 아니고 평소에 CPR 교육을 받지 못해 죽은 것도 아닌데 자꾸 탓하는 뉴스만 보인다”며 “그날 이태원에 갔던 희생자들, 생존자들 모두 잘못한 건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참사 희생자의 친구 B씨도 편지를 통해 “그날 그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고, 오늘은 너가 더이상 아프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입을 뗐다. B씨는 “기사 댓글이, 정부의 반응이, 검은 종이에 내가 쓴 한 글자 한 글자가 가슴을 후벼파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소방에서 나온 참석자들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당시 용산소방서 지휘팀장 등 실무자들이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입건된 반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했다.
김주형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장은 “10월29일 국가는 없었지만, 소방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며 “(이상민 장관은) 시행령을 개정할 때는 ‘지휘가 필요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사건이 나니 보이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직원들은 격려 한 마디 못 듣고 압수수색 영장을 선물로 받았다”며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당장 꼬리 자르기식 수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현장에 있는 시민들은 박수 갈채로 호응했다.
집회 참석 단체들은 “충격과 슬픔을 추스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참사 발생 직후부터 참사 전후의 부실 대처가 시시각각 드러나면서 이번 참사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 국가의 부재, 콘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한 참사라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물론, 참사에 책임지려는 공직자는 단 하나도 없고, 현장 경찰과 소방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참사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 성향의 정당들도 정부 책임을 꼬집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엄중 경고한다. 더이상 이상민 장관 감싸기로 시간을 보내지 말라.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사과를 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똑같은 재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처음 열리기도 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1219522076056
폭우 뚫고 밝힌 5만 개 '촛불' … "이태원 참사, 국가책임이다" (프레시안, 한예섭 기자 | 2022.11.12. 20:09:02)
[현장]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 촛불집회' 개최
"막을 수 있었습니다. 살릴 수 있었습니다."
전국 100여개 시민단체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물으며 촛불을 들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10.29참사청년추모행동, 정의당 등 100여개 시민단체 및 진보정당들은 12일 저녁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 모여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민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현장에 남아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저녁부터 여타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이에 더해지면서 세종대로 일대는 주최 측 추산 5만 여명의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집회가 시작된 오후 5시 20분께부터 현장 일대엔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촛불 대신 스마트폰 불빛을 통해 '추모의 밤'을 밝혔다. 
특히 이날 현장엔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쳤던 시민과 참사 피해자의 친구 등 참사의 직간접적 당사자들이 익명의 편지를 보내와 '진정한 추모'의 의미를 묻기도 했다. 
'핼러윈이라는데 이태원은 한 번 가봐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마음으로 당일 현장에 방문했었다는 청년 A 씨는 "현장에 서기엔 힘이 들어" 직접 쓴 편지의 대독을 주최 측에 부탁해왔다. A 씨는 편지에서 "내가 심폐소생술(CPR)을 했는데도 살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나 때문에 살지 못한 것만 같아 죄책감으로 돌아왔다"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날 이태원에 갔던 생존자 분들께도, 돌아가신 피해자 분들께도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고 추모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당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세상을 떠난 한 피해자의 친구 B 씨도 편지를 보내왔다. B 씨는 "참사 현장에 아는 사람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엔 울분을 참으면서 없다고 (거짓) 말을 했다"면서도 "나는 이제 살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한 후 너희들(피해자)을 보러가겠다"고 피해자 '추모'의 의미를 되짚었다.
시민들은 "막을 수 있었던 참사와 살릴 수 있었던 피해자들"에 대한 최종 책임이 결국 "국가에 있다"며 경찰청·행정안전부 등 주무부처의 '꼬리 자르기'식 태도를 규탄했다. 
김주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지난 11월 9일은 제60주년 '소방의 날'이었다. 그런데 소방관들은 그날 정부로부터 용산소방서와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라며 "참사의 책임이 정말 현장에서 쉬지 않고 뛰어다닌 일선 실무자들에게 있나, 지난 경찰국 시행령 이후 소방 당국의 지휘권도 함께 가져간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 아니었나" 되물었다. 그의 물음에 시민들은 "윤석열이 책임져라", "행안부가 책임져라",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등의 구호를 즉석에서 연호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대표, 나도원 노동당 대표,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등 현장을 찾은 진보정당의 대표들도 "꼬리 자르기 식 수사를 중단하고 책임의 '몸통'을 규명하라"고 입을 모았다. 
김예원 녹색당 대표는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조는 재난을 예방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재난 대처에 대한) 능력도 의지도 없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우리는 용산구민과 이웃 시민들의 안전을 단 하루도 맡길 수 없다"고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의 책임 부재를 역설했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렇게 참사의 '진짜 책임'을 묻고, 그를 통해 "안전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행위야말로 '참사를 애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특히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상의 안전에 무관심하다. 혹은 안전을 파괴해 가고 있다"라며 "오늘과 같은 추모의 자리가 더 다양하게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의 수사는 참사의 원인 규명이 아닌 법적 처벌의 대상자를 가려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일 현장에 있던 생존자가 가해자로 지목되고, 일선 소방관과 경찰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사는 '왜 위험성을 낮게 인식했는가', '위험을 인식하고도 왜 재난관리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재난의 원인이 된 재난·참사에 있어서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마련할 것 △피해자 가족이 다른 가족들을 만나고 법률 지원과 심리치유 등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 △피해자 가족 및 생존자 등에게 참사의 진상규명과 수습, 조사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가 설정한 국가 애도기간이 종료된 후 처음으로 개최된 이날 촛불집회는 전국민중행동 등 참여단체들의 논의를 통해 전국행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시민추모촛불 제안 기자회견'에서 "12일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각 단체가 주최하는 전국적인 릴레이 추모행동이 이어질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7041.html
“윗선 수사는 안 하나” 일선 경찰 반발…특수본 “범위 확대할 것” (한겨레, 서혜미 기자, 2022-11-13 18:30)
이태원 참사 전 핼러윈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정보보고서를 참사 뒤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이 숨지자, 경찰 내부에서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윗선’이 아닌 ‘아랫선’에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특수본은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정아무개 경감이 숨진 뒤, 경찰 내부망인 ‘폴넷’과 블라인드 등에는 정 경감에 대한 추모글과 더불어 특수본 및 경찰 수뇌부에 대한 비판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한 경찰은 “계장님 명복을 빌어드리자"며 “용산에서 큰 집회 상황관리해도 ‘모두가 다 고생하는데 계장이라고 빼면 안 돼’라며 팀원인지 계장인지 모를 허름한 복장에 종횡무진 뛰셨던 분”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자는 글을 썼다.
앞서 정 경감은 핼러윈 전 정보과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회유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한 정보관이 핼러윈 기간에 몰린 인파로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별도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를 다른 직원을 시켜 해당 정보관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지우게 했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정 경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지난 7일 입건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회유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대기발령 조처된 정 경감은 지난 11일 낮에 서울 강북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들은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를 비판했다.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 올라온 글을 보면, “우리 수뇌부들은 왜 제대로 말을 못하느냐”며 “대통령 경호·경비에 치중하느라 이태원 지역축제에 신경을 잘 쓰지 못했다고, 그래서 경찰력을 대통령 경호와 집회·시위에 더 많이 집중했다, 그리고 이태원 지역 축제의 안전사고의 1차 책임자는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는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책임의 주체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고 긴급구조기관은 소방청·소방본부·소방서로 돼있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 수사는 좀처럼 윗선으로 향하지 못하고 하위직만 수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재난 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대해선 법리 검토 단계에 머물기만 할 뿐, 지휘체계와 책임 규명보다 지엽적인 사안만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경찰청장이나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의 출석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폴넷엔 “권한만 누리고 책임지지 않는 윗선 수사는 전혀 하지 않고 정권 눈치만 보고 현장 경찰만 윽박지르고 있다” “경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경찰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도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 왜 책임을 경찰관에게만 묻고 정부에는 물어서는 안 되는지 답을 들어야 한다” 등의 댓글도 올라왔다.
이에 대해 특수본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은 다수의 기관이 수사 대상이고, 사고 원인 및 책임 규명을 위해서는 각 기관의 사전 계획 수립여부, 현장대응, 상황조처 및 보고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정이 우선”이라며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426485_28993.html
[스트레이트] 무책임, 떠넘기기, 꼬리자르기‥10·29 참사 뒤에도 "국가는 없다" (MBC뉴스, 2022-11-13 20:56)
지난 4일 낮 이태원 해밀톤 호텔 앞. 한 청년이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숙입니다. 생사를 오간 그 날 이후 처음으로 현장을 다시 찾은 민성호 씨입니다.
[민성호/참사 생존자] "이미 제 대각선 쪽에 여성 분은 눈을 감은 채로 계셨고요. 그래서 저는 다음 차례는 제가 되겠다."
겨우 숨만 쉴 수 있었던 한 시간. 옆 사람이 대신 전화를 걸어줘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까지 건넸습니다.
[민성호/참사 생존자] "저는 외쳤어요. 미안하다고 정말 사랑한다고 그렇게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하고서‥"
그렇게 살아 남았지만,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트라우마란 말을 떠올리기조차 죄스럽습니다.
[민성호/참사 생존자] "트라우마는 없어요. 트라우마가 있다는 건 고인분들에 대한 예의가 저는 아닌 것 같아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너무 미안하고 실례되는 말들이 제발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민성호/참사 생존자] "대통령이나 높으신 자리에 있는 분들도 피해자분들과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먼저 공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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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참사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희생자 157명. 속속 드러나는 진실은 미리 대비했더라면, 좀 더 서둘렀더라면, 이들을 지켜냈을거란 수 많은 가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번 참사에서 경찰이 책임져야 할 부분,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찰만 책임져야 할 일도 분명 아닙니다. 가장 최근의 여론 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 소재는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경찰 지휘부였습니다. 정부 사태 수습과 대응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대응, 뭐가 문제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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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참사 바로 다음날. 경찰을 왜 미리 배치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참사 다음날)]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
대비했어도 막기 힘들었을 거란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핼러윈에만 기동대나 경비 경찰이 전혀 배치되지 않았고, 잇따른 신고 전화에도 부실 대응한 사실이 드러났죠. 경찰의 잘못이 확인되자 이상민 장관, 이번엔 경찰과 선을 긋습니다.
[이형석/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7일, 국회 행안위)] "행안부는 경찰청을 지휘·감독 합니까, 안 합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휘·감독 권한이 지금은 없습니다, 현재."
[이형석/더불어민주당 의원] "지휘·감독 권한이 없어요?"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네, 없습니다."
그런데 다섯 달 전 발언은 좀 다릅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 6월)] "경찰청 역시 대통령, 국무총리, 행안부장관, 경찰청의 지휘라인에 위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파업땐, 경찰특공대 투입을 검토하라고 경찰 지휘부에 지시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은 이번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 7일, 국회 행안위)] "지금 사의 표명한 적은 없습니다. 주어진 현재의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심지어 어젠 이렇게 말하기도 했는데요.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그건 국민에 대한 도리도, 고위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
무거운 책임 앞에서 폼을 따질 일이냐는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이창민/변호사 (민변 사법센터)] "자신이 지휘·감독할 권한만 있고 나는 책임 안 진다? 그건 권한과 책임은 일치해야 되거든요 민주사회에서. 그 점에선 완전 틀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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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공분을 샀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판을 자초했죠. 먼저, 한 총리 뒤에 붙어 있는 브리핑 제목을 보시죠. '이태원 참사'가 아니라 '이태원 사고'라고 돼 있습니다. 
영어로는 'Incident'... '참사'도 '사고'도 아닌, '사건'에 더 가까운 말입니다. 참고로 외신 보도에선 대부분 참사나 재난을 뜻하는 'Disaster'로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외신 기자들에게 참사의 원인과 대응을 설명하는 자리, 당연히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회견 도중 통역 장비에 문제가 생겼는데요, 이때 한 총리가 기자에게 농담을 건넵니다.
[스텔라 킴/ 미국 NBC 기자]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시는지 질문했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
그런데 농담은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습니다. 한 일본 기자가 '주최자 있는 모임에 10만 명이 모이면 어느 정도 경력을 투입하냐'고 묻자 한덕수 총리가 또다시 당황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버렸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가 있다면 굉장히 많은 경찰인력을 투입해야겠죠. 아닌가요? <맞아요.> 오케이."
저희가 만난 한 외신 기자는 매우 실망스럽고 불쾌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라파엘 라시드/영국 기자] "이런 농담을 하기엔 부적절한 때와 장소였습니다. 매우 매우 실망스러웠고, 매우 불쾌했어요.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이런 농담이라니요."
굳이 '사고'라고 규정한 정부의 의도 역시 읽어냈습니다.
[라파엘 라시드/영국 기자] "그들(정부)이 '사건(incident)'이라는 단어를 쓴 건, 이번 일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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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에 나온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태도도 비슷했습니다.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정 감사장에서 소리내 웃다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수진/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8일, 국회 운영위)] "그냥 미소를 지은 게 아니라 소리 내서 웃었고요. 그 소리를 제가 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고, 대통령께서 이런 분들과 일한다는 게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위원장님."
김은혜 홍보수석은 '웃기고 있네'란 메모를 썼다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는데요.
[김대기/대통령비서실장(지난 8일, 국회 운영위)] "국회가 자기들은 국회의원도 해봤고 해서 좀 편하니까 아마‥ 잠깐 그 일탈이 있는 거죠. 계속 떠든 것은 아니잖아요."
다음날 김은혜 수석은 10·29 참사를 언급하며 잠시 눈물을 보이더니, 메모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김은혜/대통령실 홍보수석(지난 9일)] "반성합니다. 다만 이 필담은 운영위나 이태원 참사와 전혀 관계가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국가 애도 기간 중 나온 행정안전부 지침도 추모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죠. '참사'가 아니라 '사고',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쓰라고 공식 지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설치된 분향소의 명칭,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됐습니다.
[천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7일, 국회 행안위)] "이태원 사고입니까? 이태원 참사입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천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태원 참사 사망자입니까? 희생자입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사망자라고도 할 수 있고, 희생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정 사진과 위패도 분향소에 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검은색 근조 리본도 글자가 안 보이게 달라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도 공문으로 내려왔는데요.
[공공기관 직원] "갑자기 그걸(글자 없는 검은 리본) 달라고 해서 직원들 다 좀 이상하다고 많이 생각을 했어요. 무슨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이렇게 시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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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박희영 / 서울 용산구청장]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습니다."
용산구청은 어떤 대책을 세웠을까요? 참사 당일 구청 당직자는 8명 뿐이었습니다. 여기에 박희영 구청장의 거짓말까지 드러났습니다. 참사 초기엔 "저녁 8시 반쯤 순찰을 했다"고 말했는데, 실제론 '귀갓길'이었던 게 나중에 CCTV로 확인됐죠. 특히 참사 직후엔 굳이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규정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죠.
[박희영/서울 용산구청장]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할로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박 구청장 뿐만 아닙니다. 정부도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매뉴얼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습니다.
[김성호/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참사 사흘 뒤)] "주최자가 없는 그런 인파에 의한 사고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지침이나 매뉴얼이 없는 상황입니다."
내 잘못은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정부 고위 인사의 공식 사과는 신고가 빗발친 112 녹취록이 공개되고 나서야 처음 나왔습니다. 참사 사흘 뒤,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 (참사 사흘 뒤)] "국민 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후 책임 추궁도 경찰에 집중되는 분위깁니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고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윤 대통령은 20분 가까이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7일)]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 112 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태원 이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겁니까?"
참사 초기 대통령실은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은 없다"고 했었는데, 며칠만에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겁니다. 경찰 이외의 책임엔 선을 그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7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시설이 무너져 내리거나 해서 사람이 다치면 자치단체에서 책임져야지. 그러나 위험상황에 대한 관리가 안 되어가지고 거기에서 대규모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거는 경찰 소관이죠. 이걸 자꾸 섞지 말라고."
실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10·29 참사 관련 책임자들을 입건했는데, 대부분 용산 경찰과 소방관들입니다. 수사를 받던 용산서 간부는 소환을 앞두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일선 경찰과 소방관들 사이에선 경찰 때리기다, 꼬리 자르기란 반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손까지 떨면서 브리핑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입건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깁니다.
[김진철/서울 용산소방서 행정팀장 (지난 9일)] "저도 이렇게 눈물이 막 북받쳐서요. 제일 먼저, 제일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셨던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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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경찰의 부실한 현장 대응을 놓고 '마약과의 전쟁'이 원인이란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10월 윤 대통령은 경찰에 이런 당부를 했었죠.
[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21일, 경찰의날 기념식)] "우리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주십시오."
지난달 법무부 역시 마약과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라고 검찰에 지침을 내렸고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지난달 6일, 국회 법사위)] "아주 아주 강력하게 대책을 수립하고 결국은 마약상과 마약 거래에 대한 아주 강력한 엄단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검찰과 경찰이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길이 될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다보니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137명 가운데 마약 수사 인원이 50명이나 됐다는 겁니다.
[김광호/서울경찰청장 (지난 7일, 국회 행안위)] "이번 핼러윈 데이에서 마약이 다시 문제가 되면 안 된다는 깊은 인식을 하고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특히 은밀한 마약 단속을 위해 정복 입은 경찰을 덜 배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는데요. 이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김광호/서울경찰청장 (지난 7일, 국회 행안위)] "우리 형사들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조끼를 입고 예방 활동을 하는 게 분명히 나오고."
그러나 마약 수사가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 간부급 경찰은 "성범죄 예방과 교통 관리 등 과중한 업무에 마약수사라는 국정과제가 내려오면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두겠냐. 자원 배분의 균형이 깨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경찰 기동대 출동 상황도 볼까요. 서울 시내 21건 집회에 기동대 70개 부대가 동원됐지만, 이태원에는 전혀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용산경찰서장도 삼각지역 집회 현장에 있다가, 뒤늦게 참사 현장에 도착했죠. 이러한 판단에는 결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상희/건국대 로스쿨 교수] "대통령의 안전을 도모하는 경비 수요에 최우선적인 순위를 줬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다른 모든 정책 가치에 열등한, 미뤄둬도 좋은 가치가 되어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자의 법적 책임만 따질 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단 얘기인데요, 불과 1년 전,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수천 명씩 나올 때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는 정부의 방역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책임자로 대통령을 지목했습니다.
[윤석열/당시 대선 후보 (지난해 12월)] "대통령의 오판이 부른 참사라고, 위드 코로나를 밀어붙이며 성급한 신호로 참사를 불러왔습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무능한 데다 이렇게까지 무책임할 수 있나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진 듯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7일)]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거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거는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처음엔 윤 대통령 본인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습니다. 출근길 문답도 취소하고, 아무 말 없이 연일 조문만 하는 모습에 '대통령이 추모객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죄송한 마음'은 참사 엿새 만에 그것도 종교 행사를 통해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4일, 추모 위령법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장승진/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는 멀쩡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죠. 그럼 저는 사과한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고쳐가겠다'라는 책임을 인정해야지,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로는 사과라고 보기가 어렵죠."
국민의힘에서 선대위 활동을 했던 금태섭 전 의원도 비판에 나섰습니다.
[금태섭/전 의원 (지난 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찰도 정부고, 대통령도 정부고, 행안부장관도 정부거든요. 그러면 대통령과 행안부장관이 사과하고 시작해야지, 철저히 감찰하고 수사하겠다 그러면 무슨 검사도 아니고, 이거는 사법절차가 아니거든요."
지난 주 MBC 여론조사에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는 '책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김대기/대통령비서실장 (지난 8일, 국회 운영위)]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것도 저는 좀 후진적으로 보입니다."
동남아 순방길에 나선 윤 대통령은 배웅을 나온 이상민 장관과 가장 먼저 악수하면서 어깨를 두 차례 두드려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게 무슨 의미였는지는 귀국 후 이 장관의 거취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사 보름이 지났습니다. 이곳 이태원역 1번 출구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주희(30살)] "제 동생의 지인 분도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와봤어요. 마음이 너무 아파요."
[박한결(23살)] "3년 만에 코로나가 이제 풀리고 나서 오랜만에 핼러윈이었는데, 저 같아도 그랬을 것 같아요. 나와서 놀고 싶고, 자유를 누리고 싶을 것 같았는데, 제 또래들이 여기서 이렇게 변을 당했다는 걸 좀 믿기 싫습니다 아직까지."
국가도 같은 마음일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변명과 호통만 들렸던 지난 보름의 기록에선 그 마음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앞으로도 10·29 참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희생자들의 명복과 생존자들의 쾌유를 빕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211132111015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유가족들 “구조적 원인 똑같아…서로 힘이 됐으면” (경향, 이혜리·김희진·전지현·김송이 기자, 2022.11.13 21:11)
“피해자 잘못 없어” 2차 가해 비판…심리치료 등 지원 요구도
과거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보는 이태원 참사는 또 다르다. 참사 유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이겨내기도 전에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 유가족인 김선애씨(42)는 지난 3일 통화에서 “피해자들은 절대 잘못이 없다”며 “유가족들이 서로 많이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0년 4월29일 경기 이천시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씨는 당시 현장에서 배관 수리 일을 했던 아버지를 잃었다. 처음에는 충격이 먼저 왔다. 한 달 정도 멍하게 있었다. 각기 다른 곳에 거주하던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이천시에서 설치한 분향소에 모였다.
이천 참사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 배경에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화재에 대비한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안전관리자는 없었으며, 대피로는 폐쇄돼 있었다. 김씨는 ‘다시는 이런 참사로 인해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잘못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가족들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달라’며 공사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의 임직원 처벌을 호소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김씨는 “정부는 이번 이태원 참사를 사고라고 하지만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인파가 모이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고, 112신고가 있어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김씨는 “(두 참사는 모두) 불의하고 나태한 구조로 인해 발생한, 이미 예견돼 있던 사건”이라며 “시작부터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대체 언제쯤 안전 문제를 제대로 알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향해 “저희(이천 참사 유가족)가 다른 큰일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슬픔의 띠로 같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서로 힘이 많이 되어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분향소에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있다가 집에 홀로 돌아온 뒤 힘들어하던 일을 떠올리며 “분향소에 모여 있던 게 큰 힘이었는가 보다고 생각했다”며 “유가족분들이 서로 힘이 될 수 있게 조금씩이라도 모이셨으면 좋겠다. 혼자 있으면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은 절대 잘못이 없다”며 일각의 2차 가해를 비판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놀고 싶은 것은 본인 자유이지, 참사와 무슨 관련이 있겠느냐”며 “유가족들이 경황이 없을 테니 필요한 생활물품이나 심리치료 등 물질적·정신적 지원이 꼭 있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211132111005
‘비용·보상 프레임’에 유가족 진상규명 목소리 묻혀선 안 돼 (경향, 이혜리·김희진·전지현·김송이 기자, 2022.11.13 21:11)
피해자 보호 못하는 정부
③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
재난 대응 책임에 선 그으며
구체적 보상액 서둘러 발표
피해자들에 비난 여론 몰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는 사고 경위를 조사해 책임 소재를 가리고 대책을 마련한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 참사 이후 원칙으로 자리 잡은 게 있다. 정부가 피해자와 유가족을 보호하고 참사 이후 절차에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보호하고 참여를 보장하는 데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주최자 없는 행사임을 강조하거나 경찰 배치 문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간담회에서 “막연하게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저한 진상과 원인 규명, 확실한 사법적 책임을 통해 유가족분들에게 보상받을 권리를 확보해 드려야 한다. 충분한 배상과 위로금 지급도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가능해진다”고 했다. 재난 대응의 적절성이 아니라 ‘법적 책임’만 강조하며 보상 문제와 연결한 것이다. 정부는 참사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부터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액수’를 언급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놀러간 이들에게 왜 세금을 주느냐’는 식의 여론에 불을 붙였다. 정부 책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보상 액수까지 언급해 화살이 더욱 피해자 쪽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정부는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면서도 도의적 책임만 지고 법적 책임은 안 지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여론은 피해자를 비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재난을 일으킨 게 아닌데도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재난안전법 등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피해자에게 여러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돈 문제 앞세워 유가족 공격
박근혜 정부 세월호와 판박이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가 진상규명보다 ‘돈’ 문제를 앞세운 탓에 피해자들이 공격받았다. 보수진영 인사들은 유가족을 ‘세금 도둑’이라고 공격했다.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정책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박근혜 정부는 예산 편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상규명’ 프레임을 ‘비용’ 프레임으로 바꾸어 유가족 등 피해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뒤 경찰청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향후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될 소지가 있다”며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와 치료비, 보상금과 관련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 “보상 문제는 외부인 참여가 늘어날수록 협의가 어려워진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피해자와 유가족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월호 참사 때는 피해자 대부분이 단원고 학생이었고, 구조 작업이 장기간 이어져 진도와 안산에 모인 유가족들이 의견을 모으고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반면 이번에는 피해자들이 서울과 경기도의 병원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한데 모여 정부의 수습 상황 등을 공유받거나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없다. 참사 수습 절차는 오롯이 정부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4·16재단이 지난해 발행한 ‘재난 및 안전사고 피해자 권리 매뉴얼’은 참사 피해자 지원을 피해자의 권리라고 규정한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진상규명, 책임감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과 실행, 충분한 애도, 삶의 회복 등에 도달할 때까지 피해자가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같은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모여 함께 논의하고 대처하는 것이라고 매뉴얼은 제시한다. 피해자는 ‘주변인’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 방식은 정부 정보 제공
피해자와 논의 후 결정해야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지원 방식이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피해자들이 논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공이 필요하다”며 “보상금 액수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데 현 정부는 보상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공격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일 변호사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고통을 나누고 의사를 모으는 활동을 정부가 지원해주고 요구사항이 있다면 정부가 창구를 열어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일상을 빨리 회복할 수 있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국가 상대 손배소 시작할 듯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에서 일어난 압사사고는 민형사상 책임이 모두 인정된 사례로 꼽힌다. 불꽂놀이에 인파가 몰려 11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유가족들이 시와 경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05년 일본 법원은 5억6800만엔(약 54억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법원은 경찰이 혼잡한 상황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것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행안부 장관이 참사 초기 경찰 배치 문제가 아니라고 선언해 현장에 있던 모두를 잠재적 수사 대상으로 만들고 비난과 혐오의 대상으로 내던졌다”며 “피해자의 권리가 무참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접촉하는 피해자들 중 다른 피해자를 만날 수 없다고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며 “공무원이 피해자를 1 대 1 담당한다고 피해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정부가 국가 애도기간 선포 등 통제적·치안적 관점에서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113/116457020/1
“이태원 책임, 왜 실무자에만…” 경찰-서울시 내부 반발 확산 (동아일보, 최미송 이기욱 이청아 기자, 2022-11-14 03:00)
용산署-서울시 실무진 잇단 사망에
내부망 “윗선 수사 없이 정권 눈치”
소방노조 “오늘 이상민 장관 고발”
특수본 “빠른 시일 수사범위 확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업무를 하던 서울시 공무원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던 서울 용산경찰서 간부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와 경찰 등의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내부망 등에선 “일선 실무자들만 참사 책임을 지는 게 맞느냐”는 취지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 “참사 이후 업무 폭증, 중압감 컸을 것”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시 안전지원과장 A 씨는 참사 후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날 A 씨의 빈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동료는 “A 씨가 참사 이후 국회 요구 자료 등을 만들고 수습 업무를 맡느라 퇴근도 제대로 못 했을 것”이라며 “참사 이후 업무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시공무원노조 관계자도 “해당 부서가 (참사) 후속 조치는 물론이고 일반에 공개되는 자료 요청을 많이 받다 보니 중압감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직원만 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도 “이태원 (참사와) 엮어서 왜 매뉴얼이 없었냐, 사전에 대비 안 했냐 등 취조하듯 했을 것”이라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사망 당일 경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 없는 부서’라고 밝힌 것을 두고선 “관련 없는 부서에서 왜 요구 자료를 제출하고 민원 답변을 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31일 ‘이태원 사고 관련 재난심리회복 지원 계획’을 비롯해 다른 행사의 안전점검 관련 공문을 여러 건 결재했다. 참사 관련 서울시의회와 국회 요구 자료 제출, 관련 민원 처리도 A 씨 부서가 담당했다.
○ 숨진 정보계장 동료 “전날까지 억울함 토로”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우려를 담은 내부 문건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특수본 수사를 받던 중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B 씨의 동료들은 “B 씨가 특수본 수사에 상당히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12일 B 씨 빈소에서 만난 한 동료는 “사망 전날 저녁에 통화했는데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며 억울해했다”면서 “잘 마무리해 보자고 다독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족들은 이날 빈소를 찾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살려내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고성으로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사망 이후 경찰 내부 반발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한 경찰은 경찰 내부망에 “특수본이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전혀 안 하고 정권 눈치만 보며 현장 경찰만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경찰은 “수뇌부는 왜 제대로 말을 못 하느냐”며 “대통령 경호경비가 우선순위라 경찰력을 대통령 경호와 집회 시위에 더 집중했다. 경찰 책임도 있지만 1차 책임자는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이라고…”라고 썼다. 이 글에는 공감을 표시하는 동료 댓글이 1400개 넘게 달렸다.
특수본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지휘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한 것을 두고선 소방 내부에서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방청지부는 “14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수본 수사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특수본은 13일 기자들에게 “‘지지부진하다’, ‘하위직만 수사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청취하고 있다”며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니 믿고 결과를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구 및 서울교통공사 직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참사 당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 조치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했다. 참사 발생 직전 경찰의 무정차 통과 요청을 이태원역장이 묵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실 관계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12일에는 용산경찰서, 용산구, 용산소방서 직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1222160003945?did=NA
나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입니다. "힘내서, 살아내고 싶어요" (한국일보, 조소진 이유진 오세운 기자, 2022.11.14 04:00)
이태원 참사 2주 후... '생존자 위한 시간' 필요
앞쪽에 깔렸다 구조된 중상자 "다리 마비 상태"
소중한 일상 되찾기 위해 '살아내겠다' 의지 다져
"죄책감은 사고 책임자들이 느껴야 할 감정"
'이태원에 간 게 잘못' 폭력적 시선 거둬야
“살아있다”가 아니라 “살아…내고 싶어요. 다들 일상을 살아냈으면 좋겠어요.”
한국일보는 참사 2주 후 생존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몸과 마음 곳곳에 새겨진 참사의 고통을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생존자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생존자 중에는 공포, 죄책감, 미안함, 무기력을 동시에 호소한 경우도 있었지만, 일상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이들도 있었다.
맨 밑에 깔렸다 생존...중상자가 기억하는 10월 29일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일을 더 시켜달라고 했어요. 그럼 기억이 안 날 것 같아서...”
'생존자들을 위한 시간' 필요
이태원에 간 것이 잘못이라며 희생자를 탓하는 폭력적 태도는 남겨진 이들이 아픔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린다. 심리치료 과정을 글로 남기고 있는 김씨는 당부했다. “‘놀다 죽은 거다. 스스로 죽게 만든 거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힘들어요. 이태원은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입니다. 핼러윈 분장을 사진에 담는 걸 손꼽아 기다린 사람도 있고요. 이번 참사가 다양한 일상을 존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스윙댄스와 탭 댄스 등 춤을 취미로 삼았던 이씨에게 이태원 참사는 일상을 앗아갔다. 병실로 향하던 그는 휠체어를 잠시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다시 춤추고 싶어요. 친구들과 연례 행사였던 핼러윈도 언젠간 다시 즐길래요. 그런데 참사 수습과정을 보니, 이태원이 안전해질 수 있을지 확신이 안 드네요. 사람들이 죄책감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건 살아남은 우리가 아니라,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1316320001507?did=NA
"참사와 무관?" "아래만 죽어나"... '책임 회피'에 서울시·경찰 공무원 격앙 (한국일보, 원다라 박준석 김재현 기자, 2022.11.14 04:30)
"숨진 공무원 참사와 무관" 시 해명에 내부 격앙
경찰 안에서도 "하위직 희생양 삼나" 성토 빗발
특수본 "기초수사 우선" 고수... 윗선 조사 하세월
“안전지원과가 이태원이랑 관련이 없다고?” “이 조직은 미래가 없다.”
최근 며칠간 서울시청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는 공무원들의 분노 어린 글로 도배가 됐다. 앞서 11일 서울시 재난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안전지원과 소속 공무원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꼬리를 문 의문에도 서울시는 “고인은 대책회의 참석 대상도 아니다”라며 이태원 참사와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시는 “참사와 관련 없다는 게 아니라 재난상황실이나 사고 현장에서 근무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유서를 남기지 않아 A씨의 정확한 사망 이유는 모른다. 공무원들이 분노하는 건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조직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숨진 서울시 공무원, 참사 후속조치 책임자
1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이태원 참사 후 국회의원 자료 요구,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대응 등을 맡은 실무 책임자였다. 서울시는 8일 ‘참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묻는 민원에, “시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재난을 예방할 책무가 있는 서울시가 사고를 막지 못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답신했는데 이 역시 A씨가 결재한 문서였다.
누가 봐도 고인이 참사 업무에 깊숙이 개입돼 있는 데도, 서울시가 죽음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니 격한 반응이 쏟아지는 것이다. 블라인드 글은 “관련 없는 부서가 왜 요구 자료를 제출하고 민원에 답했나” “안전지원과, 이제부터 이태원 업무 다 보이콧 하세요” 등 성토 일색이다. A씨 빈소를 조문한 한 서울시 공무원도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시 고위직 의중이 담긴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 후속 대응도 빈축을 샀다. 반발이 거세지자 시는 “참사와 관련 없는 부서라는 최초 해명은 경찰이 언론에 배포한 내용”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에 확인한 뒤 언론에 (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도 기관들끼리 볼썽사나운 진실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경찰 유족 "명예 회복해 달라" 오열
경찰 조직도 ‘꼬리 자르기’ 비판에서 별반 자유롭지 않다. A씨와 같은 날 사망한 채 발견된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사건을 두고 경찰 내부망엔 “우리 수뇌부는 왜 제대로 말을 못하나” 등 경찰 지휘부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2일 빈소를 찾았는데 유족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오열하며 명예 회복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기초수사 먼저"라는 특수본, '윗선'은 언제?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들은 동료의 죽음이 그저 안타까워서 분개하는 것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원인과 진실 규명을 위해 꾸려진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말단직원들만 희생양 삼기 위해 저인망식 표적 수사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수본은 12, 13일 주말에도 용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책임 소재의 윗선 격인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수사는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특수본은 “하위직만 수사한다는 의견도 겸허히 청취하겠다”면서도 “기초수사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내주에는 총경급 간부인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류미진 서울청 상황관리관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지금 분위기라면 행안부와 서울시 고위직을 수사할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997
애도의 시간을 보내며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시사인 792호, 김동인 기자, 2022.11.14 06:59) 
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실무진을 단죄하고 국민을 대표해 애도를 표하는 것으로 국가지도자의 사명을 수행했다. 국가의 책임을 따져 묻는 공간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참사로 희생된 내국인의 장례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도 11월5일로 종료되었다.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애도하는 마음과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잦아든 것은 아니다. 서울시청 앞에 놓인 정부 공식 분향소는 철거되었지만,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는 추모객은 여전하다. 국가의 책임을 따져 묻는 공간은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이제 참사가 남긴 숙제는 정치의 몫이 됐다.
정치권은 11월1일을 이번 참사의 분기점으로 여긴다.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현장의 위험 징후를 알리는 시민들의 신고가 112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되었고, 경찰이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가책임론이 부상했다. 문제는 이렇게 부각된 ‘책임’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해결책 중 하나가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의 사퇴다. 그중에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용퇴가 참사 직후부터 거론됐다. 일단 이상민 장관 본인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11월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이 장관은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느냐”라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표명한 적 없다”라고 답했다. 사퇴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주어진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독 정부 당국자 가운데 이상민 장관에게 사퇴 요구가 쏟아지는 것은 그가 남긴 말 때문이다. 10월31일 참사 발생 직후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사 직후 경찰 대응에 허점이 발견되었고, 대응 인력을 제때 보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그의 초기 발언이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후 이 장관의 발언은 참사의 성격에 대해 반문하지 않는 선에서 도의적 책임감만 언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 장관은 11월4일 제6차 안전조정회의에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발언한 데 이어 11월7일 국회에서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공개한 대통령의 34분 발언
이상민 장관의 ‘버티기’를 가능케 해주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통령실은 일관되게 특정 인사의 용퇴는 참사를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11월8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러는 것도 후진적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김대기 비서실장이 남긴 다른 발언은 이상민 장관 유임의 진짜 이유를 추측하게 한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실무적인 이유를 언급하며 “지금 사람을 바꾸고 하는 것도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면 또 청문회 열고, 뭐 하면 두 달이 또 흘러가고, 행정 공백이 또 생기고”라고 말했다. 청문회 같은 임명 절차의 부담, 내각 공백을 다시 맞닥뜨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친 것이다.
5월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막 ‘취임 6개월’을 지났다. 그러나 정부 첫 내각이 최종적으로 완성된 건 11월7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한 이후다. 그동안은 18개 부처 장관 모두 출석한 국무회의를 열기 어려웠다. 참사 이전까지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은 인사였다. 국정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시점마다 인사 난맥이 이어졌고, 제대로 된 정책 어젠다를 부각시키기도 어려웠다. 더욱이 이상민 장관은 집권 초 경찰 내부 반발을 무마하면서까지 행안부 산하 경찰국을 신설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뜻 ‘장관 문책’을 꺼내들기 어려운 이유다.
대통령 본인도 문책의 방식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11월7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의 모두발언 가운데 34분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공개된 발언만 해도 1만 자 분량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 영상이 이 정도 분량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발언의 상당 부분은 참사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 112 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반말이 섞인 발언도 여과 없이 공개했다.
34분 발언에서 정치적으로 눈여겨볼 점은 ‘책임지는 범주’를 언급한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 대응 문제를 지적한 직후 “경찰 전체를 잘못됐다고 질타하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발언을 놓고 보면, 참사의 원인이 된 경찰 대응 미비에 관해 행안부 장관이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은 윤 대통령 관점에서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의 ‘버티기’는 여당인 국민의힘에 큰 부담이 된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가동 중인 국민의힘은 내년 초 당대표 선거 이전에 69곳 당협위원장을 채우며 내부 정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당무감사를 비롯한 당 재정비 일정 전반이 이태원 참사로 인해 지연되었다. 자연스럽게 새 당대표 선출 일정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사 출신인 이 장관은 국민의힘과의 접점이 옅은 편이다. 참사에 대한 정부책임론을 방어하는 여당으로서는 전선을 ‘행안부 장관 보호’까지 넓히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요 당권주자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은 이상민 장관을 털어내고 가야 한다는 기류를 만들고 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1월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이 장관이) 스스로 사퇴 표명을 하셔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 사퇴설에 힘을 싣는 여권 인사들 중에는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참사 여파를 어느 정도 수습한 뒤, 상당한 시일이 지난 다음에 물러나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날 “최소한 해야 할 도리를 하고”라며 가능한 한 빨리 스스로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11월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당시) 갓 임명된 행안부 장관은 왜 바로 해임되었나? 정치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책임은 사법책임과는 달리 행위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진상규명과 상관없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갓 임명된 행안부 장관’은 2014년 4월2일에 임명된 강병규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을 뜻한다. 취임 2주일 만에 세월호 참사에 직면한 강 장관은 국회에서 해경과 해양수산부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을 해 여야 모두에게 강하게 질타받았다. 당시 국회 안행위에서 현안보고를 받던 새누리당 소속 7선 서청원 의원도 “잘못했다고 얘기하라. 당신이 죄인이다”라고 호통을 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강 장관은 그해 7월에 물러났는데, 당시 분위기만 놓고 보자면 현 시점 이상민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 당연한 수순에 가깝다. 홍 시장의 말처럼 임명직 장관에게 사법상 책임보다 정치적 책임이 앞서기 때문이다.
종교계와의 만남 계속하는 이유
이상민 장관보다 더 큰 정치적 책임은 한덕수 국무총리,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향한다. 윤 대통령은 11월4일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에서 열린 위령법회에 참석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라며 처음으로 사과 발언을 했다. 이 사과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움직임도 달라졌다. 11월4일 사과 이전까지 윤 대통령은 매일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올리는 것으로 ‘애도’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11월4일 첫 사과를 꺼낸 이후로는 크게 두 가지 움직임에 집중했다. 하나는 경찰을 비롯해 실무진을 문책하며 진상규명과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 그리고 나머지는 최대한 종교계와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다.
11월4일 조계종 방문을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11월5일 보수 기독교 교단이 중심이 된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에 참석했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등이 함께 자리하고, 윤 대통령도 연단에 올랐다. 다음 날인 11월6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미사에 참석함으로써 주요 종교 행사를 모두 방문했다. 이후에는 종교계 원로와의 만남을 연이틀 이어갔다. 11월7일과 8일 이틀간 윤 대통령은 불교·개신교·가톨릭 인사들을 만나 ‘종교계 경청’ 자리를 마련했다. 국가지도자가 닷새 동안 종교 관련 행사와 간담회에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지도자의 사명을 실무진에 대한 단죄와 국민을 대표해 애도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립했다. 현실 속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대신 종교 행사에서 희생자에 대해 기도하는 것으로 공동체가 겪은 참사 후유증을 수습하려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같은 행보는 참사로 인한 정치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태원 참사로 위기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내외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직전 30%를 기록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비율은 참사 직후인 11월1~3일에 29% 수준을 나타냈다. 11월6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KBS-한국리서치 대통령 취임 6개월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 평가는 30.1%, 부정평가는 64.9%로 집계됐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오차±3.1%포인트). 정부에 책임이 있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대통령 지지율은 ‘더는 나빠지지 않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바꿔 말하면 이 30% 지지층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권 차원의 책임론을 막아주는 방파제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30% 지지층을 단단하게 엮어주는 것은 북한이다.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 중 39.8%가 ‘대북 강경 대응’을 평가의 이유로 꼽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과 대북관계 불안이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강성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이상민 장관이 ‘버티는’ 원동력이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이 고위층 문책을 계속 회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대북 강경 모드를 통한 보수층의 결집이다.
하지만 주요 인사에 대한 책임을 언제까지 회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KBS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3.8%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안전행정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질이 필요하다는 응답자 가운데 78.9%는 적어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까지는 경질해야 한다고 답했다. 30%의 지지율에 안도하며 정치적 책임에서 눈을 돌릴지, 아니면 외연 확장을 위해서라도 용단을 내릴지는 11월11일부터 16일까지 예정된 캄보디아·인도네시아 순방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111401070927270001
‘참사책임’ 거취논란 속 이상민, 재난안전개편 TF단장 맡아 (문화일보, 민정혜 기자, 2022년 11월 14일(月))
"실효성 있는 대책 내놓겠냐" 목소리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구성된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지만 커지는 거취 논란에 TF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부터 경질론이 불거졌음에도 후속조치까지 책임 있게 이끌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역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행안부에 따르면 이 장관이 단장을 맡은 1개 반 4개 분과로 구성된 TF는 이번 주 킥오프 회의를 연다. 17개 부처·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한다. TF는 안전관리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대책을 다룬다. 주요 추진과제는 긴급구조시스템 개선 방안, 재난 상황 보고·통제체계 개선, 인파 관리 안전 대책, 기술 융·복합 등에 따른 신종재난 대응방안 등이다. TF는 12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부처별 칸막이 없는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행안부 수장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일각에선 ‘TF 힘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이 장관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TF가 주도권을 잡고 범정부 개선안을 만들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 장관이 최근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냐”는 발언이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이 같은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 장관은 후속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내뱉은 말이지만 이 발언이 오히려 이 장관의 거취를 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300개 기관이 참여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이날부터 25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훈련 때는 훈련정보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불시 훈련을 확대하고,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할 계획이다. 한편 소방노조는 14일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1116500265
오세훈 “이태원 참사, 시·행안부·경찰·소방이 반성해야” (종합) (서울신문, 강민혜 기자, 2022-11-16 17:49)
오 시장, 시의회서 답변…“신고 통합관리 논의 착수”
자치경찰 지휘·통솔권 강조…거듭해서 “책임” 언급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서울시·정부·경찰 등 관계 당국의 ‘예측 실패’를 지목했다. 오 시장은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이날 회의 시정질문을 통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오 시장은 “사고의 원인을 따져보자면 핼러윈 때 이태원, 홍대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한 데 있다”며 “서울시·행정안전부·경찰·소방이 반성할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시·경찰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서울시도 예측에 실패했지만, 경찰이나 소방 쪽도 예측에 실패한 건 마찬가지다”라며 “그래서 처음에 대응하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지체됐고 여러 혼선이 빚어진 걸로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 오 시장 “사고 이후에야 핼러윈 문건 확인”
“자치경찰 권한 있었다면”…아쉬움 토로하기도
오 시장은 또 사고 이후에야 자치경찰위원회에 용산경찰서가 쓴 핼러윈 관련 문건이 와 있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은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활동을 펼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월 개정 경찰법 시행과 동시에 도입됐다.
자치경찰의 총책임자는 해당 지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다. 그러나 자치경찰을 일선 경찰관이 겸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경찰의 지휘·통제를 받게 된다. 오 시장은 “자치경찰위가 파출소나 지구대를 관할하고 지휘·통솔할 권한이라도 있었다면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예방 조치를 하는 데 실효성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아쉬워 했다.
● 오 시장 “재난 예측 시스템 개발” 약속
사고 당일, 첫 신고 13분 후 인지
오 시장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대형사고나 재난을 예측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오 시장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112와 119 신고를 어떻게 통합해서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며 “인공지능(AI)이나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도입해 보완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시청사 지하 3층에 재난안전상황실을 두고 24시간 상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상황은 재난안전상황실에서 파악할 수 없었다.
시에서는 그날 오후 10시 15분 119 신고가 처음 들어온 지 13분 뒤인 오후 10시 28분 서울종합방재센터를 통해 사고를 인지했다. 재난안전상황실에는 시내 지능형 폐쇄회로(CC)TV 약 2만 9000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용산구 내 지능형 폐쇄회로(CC)TV는 해당 시스템에 연결돼 있지 않았다. 오 시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공사 vs 경찰 진실공방
오 시장은 사고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벌인 진실 공방에는 말을 아꼈다. 오 시장은 관련 질문에 “경찰과 교통공사 사이에서 무정차 통과와 관련해 ‘요청했다’, ‘시간이 언제다’라는 등 각자의 의견이 엇갈리는 걸로 보도됐다”며 “나도 확인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에 변함이 없어서 수사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공사는 서울시에서 제일 규모가 큰 투자출연기관인 만큼 최종 책임은 시에 있다”고 인정했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시장의 지휘·통제하에 있다”며 “소방재난본부장은 시장의 지휘·통솔을 받고 사고가 발생하면 시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선조치 후보고‘ 원칙에 따라 구호·구급 활동을 먼저 하고 현장 상황을 전파한다”고 부연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시 조직이지만 소방청의 지휘를 받고 본부장 인사 권한도 소방청에 있다. 자치경찰과 마찬가지로 ’이중 구조‘로 이뤄져 있어 본부와 서울시 간 빠른 보고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 시장은 이날 시정질문에 답하며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뭐든 책임지겠다”, “최종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며 여러 번에 걸쳐 책임을 강조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67580.html
[편집국에서] ‘세월호 참사’와 다른 결말을 원한다면 (한겨레, 전정윤 | 사회정책부장, 2022-11-16 18:47)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과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큰소리칠 때까지만 해도 감히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지는 않았다. 그저 재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몹시 부적절한 발언이라 여겼을 뿐이다. 한국 정부의 디엔에이(DNA)에 적어도 세월호 참사의 교훈만큼은 각인돼 있어, 설마 이태원의 그날이 맹골수도의 그날과 포개질 리는 없으리라 믿었다.
불법 증개축과 행정 태만, 안전사고 예방 미비, 신고전화 무시, 컨트롤타워 실종, 경찰과 소방의 초기 대응 실패, 재난안전통신망 부재와 사상자 수습 혼란…. 결과적으로 예고된 참사. 세월호 참사 때 온 국민의 ‘국가는 없었다’던 탄식이 이태원 참사로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에 대한 믿음은 회의로 변해갔다. 급기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1시간21분 미스터리’를 접하곤 디테일까지 소름 끼치는 기시감에 할 말을 잃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이후 50분이나 늦게 현장에 도착했고, 참사 발생 1시간21분 뒤에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골든타임에 어떠한 조처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의 ‘1시간 미스터리’ 역시 8년이 흐른 지난 9월 발간된 ‘4·16 세월호참사 종합보고서’에서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모든 참사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막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참사 뒤에는 누구 하나라도 참사 발생 전 ‘전조’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뒤늦은 후회가 수반된다. 2014년 4월16일 맹골수도의 세월호 침몰은 돌발적 사건이 아니었다.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증개축과 과적, 그 위험한 배를 바다로 내보낸 해양수산부·한국선급·해운조합, 절박한 신고에 다급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해경·안전행정부·청와대의 조직적 무능과 방조 결과였다.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다. 용산구청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길 보행을 방해하는 불법 증개축 건물을 10년 가까이 방치했다. 인파가 운집하면 위험한 이 일대에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릴 거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지역축제가 아니라며 관리 의무에 손을 놨다. 경찰은 반정부 집회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현장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경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더욱이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112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빗발쳤지만, 경찰은 조처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뒤 1조5천억원을 들여 만든 경찰·소방·의료 재난안전통신망도 무용지물이었다. 참사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실인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인지조차 여전히 혼선이다.
한국 정부는 8년 전 304명의 목숨을 잃고 한치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한 채 다시 158명을 잃었지만, 그 결말은 세월호 참사와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 했다’는 여론의 추궁이 시작되자, 검찰 수사의 초점을 선원과 선장, 해운회사, 운항관리자로 집중시켰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은 물론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과 진상규명도 방해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을 ‘순수 유가족’과 ‘강성 유가족’으로 분리하고 고립시켰다. 한국 사회가 여전히 세월호의 진상을 온전히 알지 못한 채 분열되고, 유족이 고통받는 건 박근혜 정부의 이런 대응 탓이 크다.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 국면 전환과 정국 안정을 노리는 것은 정부의 본능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역설적으로 신속하고 투명한 진상규명과 완전한 국가책임, 피해자에 대한 전 사회적 추모, 유족에 대한 위로와 합당한 보상이 국면 전환과 정국 안정의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국정조사도 특검도 아닌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셀프 수사’를 고집하며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정부·여당, 야당 의원이 대통령실의 참사 대응을 따져 물을 때 “웃기고 있네”라고 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재난 주무부처 행안부 이상민 장관 문책과 정치적 책임을 묻는 여론에 침묵한 채 경찰만 질타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디 세월호 참사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1618110004300?did=NA
오세훈 "이태원 참사, 서울시·행안부·소방·경찰 예측 실패" (한국일보, 원다라 기자, 2022.11.16 21:00)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법 확대해석해 주도면밀했어야"
"자치구 CCTV 공유 시스템 구축"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근본 원인에 대해 서울시와 정부, 경찰, 소방 등 유관부처의 '예측 실패'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1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사고 원인을 따져보면 핼러윈 때 이태원이나 홍익대 인근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한 데 있다"며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소방, 경찰이 다 반성할 부분"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책임에 대해서 "(관련 법이 없더라도) 때로는 법을 확대해석해서 좀더 주도면밀하게 대응했어야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시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법령 개정과 무관하게 주최가 있든 없든 안전관리대책을 세우는 데 소홀함 없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정질문에서는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에 구축된 2만9,000여 대의 시내 폐쇄회로(CC)TV 가운데 용산구 CCTV가 참사 당일 연결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서울 상암동 스마트서울CCTV안전센터에서 전 자치구의 CCTV를 다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참사 직후 대응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소방재난본부는 서울시 지휘감독하에 있다"면서 "소방재난본부는 (참사 당일) 오후 10시 29분에 소방차를 출동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경찰과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저희도 예측에 실패했지만 경찰이나 소방도 예측에 실패한 건 마찬가지"라면서 "초반에 상당히 시간이 지체됐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혼선이 빚어졌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산하인 서울교통공사와 경찰 사이에 벌어진 '이태원역 무정차 책임 공방'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간에 무정차 통과 요청 여부와 언제 요청했는지 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결국 수사를 통해 결론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은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에서 제일 규모가 큰 투자 출연기관인 만큼 최종 책임은 시에 있다"고 언급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67603.html
‘치안’은 행안장관 일이라더니…이상민 “경찰청은 남의 살림” (한겨레, 오연서 기자, 2022-11-16 21:50)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집무실 이전때 용산서 인력·예산 고려여부 묻자
“따로 살림 난 동생집 가서 하라마라 못해” 답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경찰청은 별도의 외청이라며 “남의 살림까지 제가 챙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행안부의 경찰 통제·지휘 권한을 명확히 하겠다며 경찰국까지 신설해놓고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부실대응에 따른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은 남의 살림’이라며 거리를 둔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 ‘용산서의 업무 부담이 커지겠구나’, ‘경찰 인력 더 필요하겠구나’, ‘예산 지원 필요하겠다’ 이런 판단을 못 했나”라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경찰청만 하는 게 아니라 전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해서 그 부처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그때 저희 조직실에서 검토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을 챙겨야 하지 않나”라고 문 의원이 다시 묻자 “그런 것까지 내가 할 순 없다”며 “경찰청은 별도의 청으로 나가있는데, 그 조직을 하나하나 가서 남의 살림까지 제가 챙길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경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행정안전부는 △정부조직법 34조에 따라 행안부 장관의 사무로 ‘치안’을 규정했으며 △정부조직법 7조 4항에 따라 경찰청장의 중요정책 수립에 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찰 인력 배치 등 치안 관련 업무는 행안부 장관의 사무인데 이 장관은 이를 부인한 것이다.
문 의원이 “그렇게 말을 하니 빈축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이 장관은 ‘딴 살림론’을 이어갔다. 이 장관은 “예산이나 조직이나 모든 게 독자적으로 수행되고 있는데 제가 거기서 무슨 따로 살림 나간 동생집에 가서 살림살듯이 뭐 하라마라 할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티에프(TF) 단장을 맡는다는 이 장관에게 문 의원은 “재난안전 업무에 식견도 없고 준비도 안 된 분이 티에프 단장 맡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이 장관은 “의원님 지적사항을 명심해서 더욱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1717140001076?did=NA
8년 전 세월호와 지금 이태원 (한국일보, 이준희 고문, 2022.11.17 18:00)
재난의 정치화로 퇴색된 세월호의 교훈
같은 정치적 궤적을 밟아가는 이번 참사
최대한 책임 묻고 국정조사도 감당해야
솔직히 말하자. 세월호가 불편한 이름이 된 지는 오래다. 웬만하면 입에 담기를 꺼리고, 계층과 성향에 따라서는 아예 건드리지 않는 금기어가 돼있다. 국민 모두가 제 일처럼 애통해했던 게 겨우 8년 전이다. 영원할 것 같던 기억과 추모의 염이 잦아든 이유는 다들 아는 대로다. 정치 사안으로 변질된 탓이다.
사고 원인은 처음부터 뻔한 것이었다. 제 살 궁리만 찾은 선장 선원들, 안이한 관제센터 근무자들, 구조를 머뭇거린 해경, 과적에 화물결박비용까지 아낀 선사 관계자들, 배의 부실 증축을 도운 정치인 공무원들…. 정권을 넘나들며 수사와 조사를 거듭했어도 더 나온 건 없었다. 그런데도 정권 방조설, 국정원 개입설, 미 잠수함 충돌설, 의도적 사고 유발설 같은 온갖 정치적 주장들이 유포됐다. 책임을 면해보려는 청와대와 집권세력의 행태가 단초를 만들었다. 교훈은 실종되고 박근혜 7시간만 남았다. 세월호는 절대로 그렇게 다뤄져서는 안 될 것이었다.
당시 썼던 글을 되짚는다. ‘모든 죽음은 사회적이다. 아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죽었어도, MT에서 천장이 무너져 죽었어도, 밤늦은 길에서 폭행당해 죽었어도, 집에서 학대로 죽었어도. 어느 하나 사회구조와 무관한 죽음이 없고, 사회적 의미를 갖지 않는 죽음은 없으며, 그리하여 사회가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죽음이란 없다.’
그런데도 이태원 참사는 어김없이 세월호의 궤적을 밟아가고 있다. 사회적 책임공유와 치유 노력, 재발 방지와 안전한 사회를 위한 공동체적 다짐은 공론의 중심부에서 사라졌다. “윤 대통령은 책임지고 물러나라.” 참사 직후 민주당 당직자의 언급이 시발점이 됐다. 이후 현역의원들까지 대통령 퇴진을 입에 올리면서 또 정치 사안이 됐다. 의석수로 얼마든지 가능한 국정조사를 거리서명운동으로 끌고 간 데서도 참사를 천재일우의 정치적 국면전환책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이재명 대표 리스크에 몰린 절박함에서 비롯한 민주당의 무리수야 그렇다 치자. 참사가 정치사안으로 고착화하는 것을 막을 근본적 책임은 누가 뭐래도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 결과는 참혹하지만 참사의 원인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세월호처럼 음모론이 끼어들 여지도 별로 없다.
참사 직후 발 빠른 현장방문, 연이은 조문, 중앙재난안전대책회의 소집, 재발방지책 약속 등 윤 대통령의 행보는 비교적 적절해 보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국정 최고 담임자로서 마땅하게 책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재난 총괄책임에 경찰지휘권까지 가졌음에도 “인력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거짓말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어떻게 그 자리에 놓아두고, 심지어 재난대책TF 단장에 임명할 수 있으며, 더욱이 순방에서 돌아오면서 “수고했다”고 격려할 수가 있나. 거기에 기꺼운 듯 응답한 이 장관의 미소는 윤 대통령의 진정성 이미지를 일거에 지워버렸다.
나아가 국정쇄신 차원에서 한덕수 총리까지도 문책성 인사 대상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참사 직후 외신기자들 앞에서 농담을 한 그의 처신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책임을 가벼이 여긴 것이다. 무엇보다 한창 높아져있는 선진국가 위상을 일거에 나락으로 밀어버린 이 참사만큼 국정쇄신에 필요한 명분이 어디 있나.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도 담대하게 받아들이길 주문한다. 어느 대목에서든 머뭇거리면 정치화 공세를 차단하기 어렵다.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달리 정치적 책임은 최대한 확대해 감당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습의 원칙이다. 이태원 참사마저 또다시 정치사건으로 기억되도록 놔둬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다른 해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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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1106500091
‘이태원 핼러윈 인파 사고 위험’ 경고한 내부 보고서 몰래 삭제한 용산서 (서울신문, 최영권 기자, 2022-11-06 16:42)
특수본 “용산 정보과·계장 직권남용·증거인멸 혐의 수사“
“서장 지시 여부, 과장 독단 행동 여부도 판단할 예정“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 전 ‘대규모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용산경찰서의 정보보고서가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특수본은 6일 “핼러윈 인파 사고 우려를 담은 문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참사 이후 이를 삭제한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용산경찰서 정보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 등은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 등은 안전사고 우려와 관련된 일부 정보보고서를 용산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 등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참사 발생 이후엔 임의로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정보과가 생산한 모든 문건이 내부망에 등록됐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일부 보고서가 누락됐다면 어떤 사유로 삭제됐는지도 수사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된 용산경찰서의 ‘2022년 핼러윈 데이 관련 질서유지 확보 대책’에는 “핼러윈 전후 이태원 일대 대규모 인파의 운집이 예상된다”고 적시돼 있지만, 무허가 클럽·마약·성범죄 단속 계획만 담겼을 뿐 안전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가 최근 5년간 작성한 관련 보고서에는 인파 사고 우려가 꾸준히 등장해 왔다. ‘2020 핼러윈 데이 종합치안대책’에는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와 추락 등 안전사고 상황 대비”라는 표현이 적시돼 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745
대통령실 경호·집회 기동대, 이태원 배치 불가능했나…국민의힘 “억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2022.11.06 17:23)
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 11가지 질문 제시 “국정조사 수용”
“대통령 사과 총리 경질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청장 파면하라”
국민의힘 “대통령 관저는 원래부터 경찰인력 배치”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당일 대통령실 경호와 집회에 배치되었던 그 많은 기동대 일부라도 전환 배치할 수 없었는지, 경찰 지휘부는 왜 공백이었나 등 11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경질,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의 파면을 촉구하면서 국정조사에 즉각 응하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질문 등에 가짜뉴스이자 궤변이라며 국정조사는 경찰수사를 받은 뒤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는 6일 오후 기자회견문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사실에 국민은 더 큰 비통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참사 앞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대책본부는 그러면서 이번 이태원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와 관련해 11가지의 질문을 제시했다.
대책본부는 특히 “대통령실 경호와 집회에 배치된 그 많은 기동대의 일부를 전환 배치 할 수는 없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2년 10월29일 경력운용계획’을 보면, 집회 시위 등에 70개 부대(60개 기동대, 3개 중대, 교통 5개, 여성 2 등)를 거점근무에는 14개 부대가 편성됐다. 이 가운데 이날 야간에 2개 기동대가 배치된 서초의 경우 집회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배치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KBS는 “곳곳의 시위 때문에 이태원에 배치할 병력이 부족했다는 이상민 장관 설명과 달리 투입 가능한 인원이 있었단 얘기”라고 지적한 뒤 경찰청이 이에 “대통령 사저는 매우 중요한 곳으로 신고된 집회가 있어야 근무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민주당 대책본부는 이를 포함해 다음과 같은 11가지 질문을 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매년 취하던 통행 통제나 안전조치 대책을 왜 유독 이번에는 마련하지 않았는가
△관할구청 책임자인 용산구청장은 왜 사전대비나 현장조치도 취하지 않았는가
△자치경찰 책임자인 서울시장은 어떤 대비를 했고, 다산콜센터에 접수된 신고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가
△사고 4시간 전부터 압사 사고 우려 112 신고가 빗발치는데 경찰은 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실 경호와 집회에 배치되었던 그 많은 기동대의 일부를 전환 배치 할 수는 없었는가
△현장 상황이 누구에게까지 보고되었고 지휘는 어떻게 행사되었는가
△그동안 구축하였던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왜 제대로 작동이 안 되었는가
△재난안전보고체계는 왜 구멍이 났는가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은 왜 가동 되지 않았는가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행안부 장관 등 지휘부의 이해할 수 없는 동선과 장시간의 공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소방청의 대응은 적절했고, 재난상황보고는 신속하게 전파되었는가
민주당 대책본부는 “객관적이고 철저한 원인규명을 위해 국회 국정조사는 필연”라며 “국민들이 품고 있는 의문을 해소하고, 책임 있는 자를 가리고,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대통령은 국민 앞에 공식 사과 및 국정 전면 쇄신 △국무총리 경질 행정안전부 장관·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파면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은 응당한 책임,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 △국민의힘 참사를 정쟁수단으로 삼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조사 수용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과 요구사항을 가짜뉴스이자 호도라며 국정조사 즉각 수용에 거리를 뒀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대통령실에 배치한 경찰인력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대통령관저는 법령에 따른 대한민국 ‘국가중요시설’”이라며 “역대 청와대부터 대통령실 경비는 101, 202경비단과 22경찰경호대 등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대통령실 등의 경호, 경비업무는 수 십년전부터 일반 경찰과 전혀 별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마치 대통령 경호 때문에 사고를 막지 못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빈집인 대통령 관저를 지키기 위해 200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이 투입되었다’는 것도 가짜”라며 “관저는 국가중요시설이며 경력 배치 인원자체가 대외비사항으로, 정치공세를 위한 민주당의 억지주장일 뿐”이라고 답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기동대가 대통령실 집회 현장에 파견된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궤변”이라며 “당시 ‘정권 퇴진’ 시위는 인원도 대규모였을 뿐 아니라, 차도 점거 행진까지 수반되었다”고 해명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지금은 사태수습 및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신속하게 밝히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최초단계인 용산경찰서장의 ‘늦장 보고’에 대한 책임 소재부터, 모든 과정을 국민께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 정부 알박기 인사와 현 정부 인사 가릴 것 없이 성역 없는 감찰과 수사를 통해 책임 인사가 뒤따라아 한다며 ‘알박기 인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같은 당의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마저 민주당이 억지 트집을 잡고 있다”며 “그저 슬픔마저 또 하나의 기회로 삼으려는 억지라면 제발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국정조사를 두고 “지금 국정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수사에 방해만 될 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렵고, 그저 정쟁으로 흐를 것”이라며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남아 있다면, 그때 가서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답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65972.html
[사설] 문책도 국정조사도 않겠다는 대통령과 여당의 무책임 (한겨레, 2022-11-06 18:07)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국가애도기간이 지난 5일 자정 끝났다. 이제는 참사의 원인과 대응 과정의 잘못 등을 총체적으로 짚고 따질 국회 국정조사와 책임자 문책에 나설 시간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 경질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엉뚱한 이유를 대며 국정조사를 한사코 거부하는 중이다. 참사 발생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그저 모면과 회피에만 급급할 뿐 진심으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10일부터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긴급 안전점검’을 한달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곳을 찾아내 방비를 서두르는 일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더 절실하고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156명의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를 가려내는 일이다.
그래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과 야당의 요구에 국민의힘은 “수사에 방해가 되고 논점만 흐릴 뿐”(주호영 원내대표)이라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캐는 수사와 달리 국정조사에서는 사안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훨씬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진다. 2016년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검찰 및 특검 수사와 동시에 진행된 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 국정조사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 상당수가 지금 국민의힘 소속인데 이런 핑계를 대는 것은 몹시 궁색해 보인다.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의 경질을 머뭇거리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 지휘부의 잘못을 경찰이 수사하는 ‘셀프 수사’도 신뢰받기 어렵지만, 윤 청장과 이 장관이 여전히 지휘계선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수사 방해 요인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이 오죽 답답했으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야당과 국민의 비난 대상이 된 인사들은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홍준표 대구시장)거나 “(이 장관 등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서병수 의원)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윤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국정조사는 거부하고 문책 경질은 하지 않으면서 이런 회의나 연다면 ‘보여주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기 십상이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과 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때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은 사례는 역사에 차고 넘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5382
[사설] 이태원 참사 정쟁화 조짐, 옳은 접근법 아니다 (중앙일보, 2022.11.07 00:10)
윤 대통령 “비통·죄송”…책임 소재는 규명해야
여당 책임 회피, 야당 정권퇴진론 모두 잘못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이 그제로 끝났다. 희생자 발인과 송환 절차도 마무리 단계다. 이제는 국민적 애도의 마음을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책임 규명과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의 힘과 지혜로 승화시킬 때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흘간 불교·개신교·가톨릭 추모 행사에 연이어 참석해 애도의 뜻을 나타낸 것은 그 첫걸음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계종 추모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한 데 이어 개신교 행사에선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저와 정부가 마음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무한한 책임감’도 말했다. 마땅한 자세다.
경찰의 대응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대처, 입법 과제, 더 나아가 시민적 자세까지 하나하나 짚어 봐야 할 게 너무나도 많다. 한두 명 처벌하고 한두 가지를 바꾼다고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그간 우리는 고통스럽게 경험해 왔다. 섣부른 결론으론 실질적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따뜻한 가슴 못지않게 냉철한 이성을 유지해야 할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과 주변부에서 “‘문재인 정권이었다면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 집단과, 대통령·주무장관·지자체장이 져야 할 지휘 책임마저 부정하는 집단이 서로 쌈질”(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을 시작한 건 개탄할 일이다. 정쟁은 진실을 드러내기보다 더욱 어지럽게 한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일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국무위원과 고위 공직자들, 여당 의원들까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제대로 보였다면 정쟁의 소지가 줄었을 것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무책임한 언행이나 경찰 수뇌부의 한심한 행태가 빌미를 제공했다. “의무가 없는데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 않으냐”(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는 식의 두둔도 잘못됐다. 면피하려고도, 자리에 연연하려고도 하지 말라.
민주당의 최근 대응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참사 초기엔 정쟁과 거리를 두는 듯하더니 일부라곤 하나 ‘정권 퇴진’을 입에 올리는 이가 늘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려다 취소했는가 하면,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주말 촛불집회에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는 구호까지 외쳤다. 자신들이 불과 6개월 전까지 집권하며 만들어놓은 시스템 탓도 있다는 걸 외면한 것이다. 염치없는 일이다.
참사가 정쟁화했을 때의 반면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족하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해양 사고에 들이고 수사·감사·조사가 아홉 차례 되풀이됐지만 진영 간 갈등이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해양 조난 사고도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같은 실수를 또 할텐가.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107/116343766/1
용산署, 안전우려 보고서 3건 작성… 119신고, 참사前에도 1건 (동아일보, 조응형 김기윤 강승현 기자, 2022-11-07 03:00)
[이태원 핼러윈 참사] 특수본 ‘정보과장 삭제 관여’ 수사…“직원에 함구령 등 회유 의혹도”
소방청 밝힌 119 첫 신고 3분전… “숨이 막혀서” 전화 새로 드러나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삭제된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보고서는 경찰의 사전 대응이 적절했는지 수사할 때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허위 보고에 이어 용산서 정보과장의 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경찰 중간 간부들이 사고 직후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용산서 정보과장 보고서 삭제 지시 정황”
6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특별감찰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참사 이후 삭제된 보고서는 용산서 소속 정보관이 작성한 것으로 핼러윈 축제 기간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복수의 용산서 관계자에 따르면 용산서 정보관들은 지난달 초부터 핼러윈 기간 이태원역 일대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3건 이상 작성했다고 한다.
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정보과장 주도로 보고서가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용산서 정보계장도 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특수본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삭제와 관련해 ‘함구령’을 내리는 등 직원들을 회유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통상 직속상관인 정보계장과 정보과장 검토를 거친 뒤 경찰 내부망에 등록되는데, 검토 단계에서 묵살됐던 보고서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내부망에 등록된 보고서는 3일가량 뒤 자동 삭제되기 때문이다.
용산서 정보과장 A 씨는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향후 감찰 및 수사 과정에서 소명하겠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보계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 “사고 3분 전 119신고 있었다”
소방청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참사가 발생한 오후 10시 15분) 전 이태원 일대에서 17건의 신고가 있었고, 그중 사고 현장에서의 신고도 1건 있었다”고 했다. 소방청은 그동안 참사 당일 오후 10시 15분에 참사 관련 첫 119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혀 왔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2분 이태원1동에서 이뤄진 신고는 ‘압사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신고자가 다급한 상황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한 여성은 “이태원…죠. 숨이 막혀 가지고…”라며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동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 “○○아, 일로(이리로)”라고 했다. 접수자는 “119입니다” “여보세요”를 반복했고 신고자는 “…떨어뜨렸어… 여보세요”라고 했다. 혼잡한 상황에서 휴대전화 등을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전화가 잘 안 들려요”라는 접수자의 말에 신고자가 “아, 네…”라고 답한 뒤 전화가 끊겼다. 신고자 주변은 매우 시끄러웠던 듯 ‘주변 소음’이라는 상황 설명도 2차례 기록돼 있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전 신고들은 밀집도가 높아 위험하다거나 압사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아니었다”며 “최초 신고 시간은 오후 10시 15분이 맞다”고 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참사 당일 서울시와 용산구청에 각각 오후 10시 26분, 29분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출장 중이던 오세훈 시장은 오후 11시 20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오후 10시 51분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107/116343889/1
용산署, ‘안전사고 우려 보고서’ 참사후 삭제했다 (동아일보, 조응형 김기윤 강경석 기자, 2022-11-07 03:00)
경찰 “정보과장 삭제 지시 혐의 수사”
해당 과장 “향후 감찰-수사서 소명”
“119 첫 신고, 소방 발표와 달라” 논란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가능성을 사전 경고했던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보고서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후 용산서 정보과장 주도로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소방 측이 밝힌 참사 당일 최초 119신고 시각보다 3분 앞서 이태원에서 ‘숨이 막힌다’는 119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지면서 정부 내 은폐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보과의) 정보보고 인멸과 (과장의 인멸) 종용을 인지해 파악 중”이라며 “(두 의혹 모두) 감찰 대상”이라고 밝혔다. 2일 용산서 정보과 등을 압수수색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도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하고 (직원들을) 회유한 혐의(증거인멸)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삭제된 보고서는 실무진이 작성한 뒤 정보과장 등이 검토했지만 경찰 내부망에는 등록되지 않은 복수의 보고서로 추정된다. 용산서 정보과장 A 씨는 삭제 의혹에 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향후 감찰과 수사에서 소명하겠다.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10시 12분 현장 인근에서 참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자인 여성은 “이태원…죠. 숨이…. 막혀 가지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신고 중 휴대전화 등을 떨어뜨렸던 듯 “떨어뜨렸어…. 여보세요”라고 하다 통화가 중단됐다.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 시각이라고 밝힌 오후 10시 15분보다 3분 빠른 시점이었다.
여야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0613270002361?did=NA
[단독] 잠실 불꽃축제 투입된 '서울경찰청 안전진단팀', 이태원엔 없었다 (한국일보, 우태경 기자, 2022.11.07 04:30)
참사 당일 광화문 일대 집회 현장 투입
경찰청 "불꽃축제 땐 지자체 요청 있어"
집회·시위나 축제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현장에서 안전진단 및 지도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의 관련 부서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참사 당일 광화문 일대 집회 현장에 투입됐지만,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됐던 이태원 핼러윈데이 축제 현장에 해당 인력을 배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집회·시위현장 안전진단팀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서 벌어졌던 집회 현장에 투입됐다.
집회·시위현장 안전진단팀은 지난 2009년 용산 참사에 대한 후속 대책 일환으로, 2019년 전국 지방경찰청에 설치된 부서다. 서울지방경찰청에는 현재 3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규모 집회·시위 현장을 비롯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일반 행사장과 재난 등의 현장에서 위험 요소를 진단하고 현장 지휘관에게 자문을 제공하거나 행정 지도를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안전진단팀은 설치 이후 올해까지 총 134건의 행사에 투입됐다. 이 가운데 2019년 잠실 롯데월드타워 불꽃 축제와 구로 G페스티벌 행사, 서울시청 앞 퀴어 축제 등 일반 행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올해에는 21건의 행사에 투입됐는데, 퀴어 축제를 제외한 20건은 모두 집회였다.
경찰 측은 이태원 핼러윈 행사가 안전진단팀이 출동하는 현장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집회·시위가 아닌 일반 행사에서도 안전진단팀이 투입된다"라면서도 "'핼러윈 행사'라고 하는데, 핼러윈데이에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고 했다.
2019년 당시 안전진단팀이 잠실 불꽃축제 등에 투입된 배경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요청을 들었다. 경찰청 측은 "(2019년) 잠실 불꽃축제나 구로 G페스티벌 행사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행사로, 해당 지자체의 협조 요청이 있었다"며 "이태원 행사는 주최자도 따로 없고 지자체 요구도 없었기 때문에 출동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오영환 의원은 그러나 "안전진단팀은 집회·시위뿐 아니라 행사장과 재난 현장 등 안전 조치가 필요한 장소에서 현장 지도를 하도록 돼 있다"며 "올해 핼러윈데이 행사는 3년 만에 '노 마스크'로 치러지면서 경찰 측이 혼잡 상황을 충분히 예측했던 만큼 반드시 투입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0615320003847?did=NA
[사설] 尹, 사과와 수습·문책의지 더 명확히 해야 (한국일보, 2022.11.07 04:30)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지난 4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조계사 위령법회 추모사를 통한 언급이었다.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이후 6일 만에 공식석상에서 사과의 뜻을 처음 밝힌 것이었다. 6일에는 명동성당 추모 미사에 참석하는 등 사흘 연속 종교계를 찾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사과 형식과 위로 행보를 놓고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족과 국민의 아픔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참사 당시 이태원엔 국민의 위험을 지켜준 공무원도, 국가도 존재하지 않았다. 총체적 위기관리 실패의 최종 책임이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인 대통령에게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직사회의 지휘관도 대통령이다. 당연히 공식적인 형태로 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가 나와야 한다. 그때그때 무거운 심정을 표하는 식으로는 부족하다. “명백한 잘못에 왜 그토록 사과에 인색하고 주저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민주당의 비판을 정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천재(天災)든, 인재(人災)든 어떤 정부도 모든 대형 참사를 완전하게 피해 갈 도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참담한 실패와 아픔을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가안전시스템을 구현해야만 한다. 그 출발점은 대통령이 유족의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준엄하게 이 사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112신고 녹취록만 보더라도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정부의 부실대응과 직무유기임이 명확하다.
국정 총책임자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 사고수습 및 제도개선의 분명한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위로하는 수순이 절실하다. 일방통행식 담화가 돼서도 안 되며 유가족, 일반국민, 시민단체,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쌍방향 국민과의 대화 형식을 갖춰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국민 신뢰를 되찾는 최소한의 조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829
이태원 참사, 노동계가 바라봐야 할 곳은 (매노,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2022.11.07 07:30)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다. 지난 5일 한국인 사망자 130명 전원의 발인도 마무리됐다. 
이제부터는 진실과 책임의 시간이다. 그동안 정부 또는 여당은 “지금은 애도할 때”라거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진상조사 요구를 봉쇄하면서도, 사건 당일 관계자들의 행적을 수사하며 책임 범위를 좁혀 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없는가?
제일 먼저 짚을 것은 “개최 주체가 없어서 선제적인 안전관리가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배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주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발언이 모두 맥락을 같이한다. 그런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66조의 11은 개최 주체가 있는 축제의 경우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감독하고 행안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이를 지도·점검하라는 내용이다.
개최 주체가 없다고 해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법 4조1항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규모 인파로 인한 압사 사고라는 사회적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는 결국 국가와 지자체에게 있다. 또한 이러한 재난안전법상의 의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해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편 이태원 참사가 ‘극도의 혼잡’에 해당되므로 경찰관에게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 ‘위험 발생의 방지 등’에 해당하는 의무가 있었는지에 대해, 5조에 나오는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재량조항이므로 방지의무를 지우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경찰관의 조치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행위가 돼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다45927 판결 등).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는 경찰관의 ‘직무’로 부여돼 있고(경찰관 직무집행법 2조1호), 앞서와 같은 재난안전법상 의무도 있으므로, 압사와 같은 재난발생이 예견될 때는 경찰관의 재량이 ‘0’으로 수축하거나 의무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또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경찰의 조치의무가 인정되므로 ‘무제한의 책임 확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직사 살수로 사망에 이른 고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인정돼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9. 8. 9. 선고 2018도1671 판결, 대법원 계류 중). 구 전 청장은 당시 현장에도 없었고 살수차를 직접 지휘·감독하는 현장지휘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경찰 인력·장비 운용과 집회 안전관리의 총괄 책임자로서 자신의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는 원인과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됐다.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은 2018년 정부와 구 전 청장 및 현장지휘관 등과 조정이 성립해 별도의 국가배상 판결이 선고되지는 않았다.
이런 사례에 비춰 보면, 이번 이태원 참사 관련 혼잡경비 실패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의 책임은 현장 근무자들 외에도 이를 보고 내지 신고받고 적절한 지휘를 내리지 않은 경찰 지휘부에도 인정될 수 있다. 국가 역시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 관한 검토는 노동현장에서의 국가 및 공공기관의 법률적 의무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도 일정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행정근거로서의 재량조항은 구분될 필요가 있지만, 구체적인 조치에 관한 재량조항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가 이태원 참사에 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연대해야 할 이유이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노동조합 조합원을 비롯해 모든 희생자들께 조의를 표한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747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과도한 집회 시위가 이태원 사고 대응 가로막은 원인”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2022.11.07 08:05)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은폐 의혹 확산
야당 국정조사 요구에 조선·중앙 “참사의 정쟁화 멈춰라”
기후정상회의 COP27 개막했지만…조선·중앙·동아 언급 없어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 규명과 원인 파악이 이어지고 있다. 인파사고 가능성을 사전 경고했던 보고서가 참사 당일 용산서 간부 주도로 삭제된 정황이 드러나 정부 내 은폐 의혹이 확산됐다. 야당은 정부 재난 대응 시스템 재점검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참사를 정쟁으로 이용하는 정치 선동’이라고 선을 그으며 “도를 넘은 과도한 정치 집회·시위가 사고 대응을 가로막은 한 원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던 광부 2명이 고립 221시간만에 극적 생환하면서 ‘봉화의 기적’이 일어났다. 7일 아침신문은 기적의 배경으로 ‘생존 매뉴얼’을 꼽으면서도 붕괴 사고의 ‘구조적 원인’에 주목했다. 지난 8월 같은 수직갱도에서 광부 2명이 매몰돼 1명이 숨졌고, 업체의 은폐 의혹, 당국의 초기 대응 등이 문제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찾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오는 18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197개국이 참여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 해당 소식을 다뤘다. 하지만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7일 지면에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중앙 “참사 정쟁화 반면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족하다”
7일 아침신문은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의 ‘은폐 의혹’에 주목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인파 사고 경고 문건을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참사 발생 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과장 등을 직권남용 및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경향신문은 “보고서가 용산서 정보과 간부들을 거쳐 서울경찰청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전해졌다”며 “실제 보고서는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이후 경찰 내부망에서 삭제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경찰 수뇌부의 ‘늦장 대응’도 입방아에 올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 47분 보고를 받고 도보 10분 거리를 사탭 발생 50분만인 11시 5분에 도착했다. 차량 정체에도 관용차량 탑승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방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첫 긴급지시를 내린 시각(오후11시21분)에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은 사고가 난지도 몰랐다”며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29일 소방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뒤 90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 발생을 인지한 시각은 행안부가 서울시·용산구에 상황 관리를 통보한 뒤 27분이 지난 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은 “이 장관의 사고 인지 전까지 행보는 여전히 미궁”이라고 했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6일, 야당은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촉구하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의 거취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를 ‘참사의 정쟁화’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7일 사설 ‘도 넘은 참사 정치화 세력, 재발 방지엔 관심도 없을 것’에서 “사고 수습과 진상 조사를 해야 할 책임자들을 무조건 다 물러나라 하면 어떻게 하나”면서 “민주당은 당장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나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에선 여야가 편 갈라 싸움만 벌일 뿐 진상을 제대로 밝혀낸 경우는 드물었다”라고 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남대문·용산 등지에선 모두 15건의 집회·시위가 있었다. 한국·민주노총과 촛불행동, 자유통일당, 신자유연대 등 좌·우 성향 단체 4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집회 대응을 위해 서울 지역 경찰 기동대의 거의 전원인 3540명이 현장에 출동했다”며 “참사 현장의 요청에도 기동대가 신속하게 투입되지 못했다. 도를 넘은 과도한 정치 집회·시위가 사고 대응을 가로막은 한 원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7일 사설 ‘이태원 참사 정쟁화 조짐, 옳은 접근법 아니다’에서 “민주당의 최근 대응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참사 초기엔 정쟁과 거리를 두는 듯하더니 일부라곤 하나 ‘정권 퇴진’을 입에 올리는 이가 늘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려다 취소했는가 하면,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주말 촛불집회에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는 구호까지 외쳤다”며 “자신들이 불과 6개월 전까지 집권하며 만들어놓은 시스템 탓도 있다는 걸 외면한 것이다. 염치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참사가 정쟁화했을 때의 반면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족하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해양 사고에 들이고 수사·감사·조사가 아홉 차례 되풀이됐지만 진영 간 갈등이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해양 조난 사고도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같은 실수를 또 할텐가“라고 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에 사과 및 결단을 촉구하는 사설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7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국정조사는 거부하고 문책 경질은 하지 않으면서 이런 회의나 연다면 ‘보여주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기 십상이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과 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때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은 사례는 역사에 차고 넘친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尹, 사과와 수습·문책의지 더 명확히 해야’에서 “총체적 위기관리 실패의 최종 책임이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인 대통령에게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직사회의 지휘관도 대통령이다. 당연히 공식적인 형태로 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방통행식 담화가 돼서도 안 되며 유가족, 일반국민, 시민단체,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쌍방향 국민과의 대화 형식을 갖춰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국민 신뢰를 되찾는 최소한의 조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0708110003060?did=NA
윤 대통령 "경찰 업무 대대적 혁신 필요···이태원 참사 책임 엄정히 물을 것" (한국일보, 김지현 기자, 2022.11.07 08:53)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첫 주재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대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업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질책했다. 특히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책임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면서 참사 후 드러나고 있는 경찰·정부의 부실 대응에 대한 문책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먼저 "참사 일주일이 지났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이번 참사를 책임있게 수습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또 이태원 참사 후 경찰과 정부의 부실 대응이 속속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사고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 안전관리체계의 전반적인 혁신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일상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하고 제가 책임지고 챙기겠다"고 거듭 말했다.
다중 인명피해 줄일 인파관리 구조시스템 논의
이날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는 다중에 대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안전관리로서 인파관리 긴급구조시스템이 집중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재난 대응의 기본은 선제적 대비와 피해의 최소화"라며 "현행 안전진단처럼 특정 시설이나 대상뿐 아니라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재난대응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파관리는 지하철, 쇼핑몰, 경기장, 도로 등 인파 운집 장소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안전관리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안전관리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신속한 보고체계에 관해 전반적인 제도적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가안전관리를 전면 재점검하는 차원에서 향후 산업재해와 재난재해에 대한 점검 회의도 개최할 방침이다.
 
[성명] 국회는 국정조사 실시하고, 이상민·윤희근·박희영은 사퇴하라. (2022년 11월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지금까지 156명의 희생자와 196명의 부상자 등 총 35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경실련>은 이태원 참사의 기본적 책임이 정부와 지자체, 경찰 등에 있다고 판단,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참사의 책임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다양한 제보와 의견이 있었다. 인파 속 누군가 일부러 민 것이 원인이라는 의견부터 해밀턴 호텔의 불법 증축이 원인이라는 의견, 정부와 경찰 소방 당국의 책임론 등이 제기되었다. 이태원 참사의 복합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경찰 소방당국, 지자체 등의 책임여부 등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의 방향 및 특별감찰 등은 경찰 소방 당국의 아랫선을 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어 꼬리자르기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가 높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일차적인 책임이 국가의 대응 부족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 및 책임자 처벌 등에 나서야 한다. 철저한 조사 및 관련자 처벌 없는 대통령의 사과는 의미 없다. 정부의 무능력과 경찰과 소방 당국의 부실 대응으로 무려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누구의 책임인지 명명백백히 밝혀 엄중 처벌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제시하겠다는 진정어린 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고 이후 이태원 참사의 핵심 책임자들이 그들의 책임을 축소하고 회피하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마치 행정안전부에 없었던 것과 같은 발언을 내놓는가 하면, 당시 경찰 인력이 배치되지 못한 것은 “서울 시내 곳곳에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책임을 다른 곳에 떠넘기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핼로윈은 주최 측이 없기 때문에 행사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정부와 경찰, 소방 당국의 부실 대응이 드러났다. 11월 1일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에 이미 “압사 당할 것 같다”며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있었으며, 이후 총 11건의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1월 3일 언론보도를 통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사고 이틀 전 ‘핼로윈 대책 회의’가 있었음에도 불참한 사실, 사고 당일 첫 신고 직후 해밀턴 호텔 뒤편 사진을 보고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본인 인터뷰 사진을 올린 사실, 사고 현장을 지나며 수많은 인파를 직접 목격하고도 했음에도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포함된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 계속 신경 쓰고 있겠다”는 내용을 게시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 등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11월 5일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사 당일 충북 제천 캠핑장을 방문해 잠들어 사건 당시 보고를 제때 받지 못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로써 경찰과 지자체가 신고를 받거나,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인력 지원을 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졌다.
한편, 11월 2일 추가로 언론을 통해 경찰청이 지난 10월 31일, 진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다수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 정보를 수집해 내부 문건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정부와 경찰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경찰의 관심이 시민의 안전이 아닌 정부의 안위와 정권 유지에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조속히 사퇴해야 한다. 그동안의 경찰 수사와 시민 제보, 언론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것들을 통해 경찰과 소방 당국의 책임이 어느 정도 뚜렷해졌다. 현재 경찰이 경찰 아랫선에 대한 징계를 통해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과 불신이 큰 상태이므로, 국정조사를 실시해 정부와 경찰 소방 당국의 부실 대응의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국정조사가 미흡할 시, 특검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여야는 결코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해서는 안 되며, 국정조사를 실시해 현재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명명백백히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과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제2의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사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경실련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1107016800001?input=1195m
[이태원 참사] 尹대통령, 국가안전시스템 재구축 방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2022-11-07 09:40)
용산 대통령실에서 110분간 민관합동으로 열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관 합동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110분간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현 재난안전관리체계의 진단 및 평가와 시스템 재구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임영재 서울경찰청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김기환 서울 송파소방서 구조팀장, 윤한승 서울교통공사 종로3가(1호선)역장 등 일선 공무원들도 자리했다. 민간에서는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장홍석 SK Telecom 광고 · 데이터 부문 부사장,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재난안전 관리체계의 현황을 분석하며 그간 부족했던 점과 재난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보고했다. 이어 ▲ 인파관리의 현황과 관리 방안 ▲ 긴급구조 시스템(112·119) 진단 및 개선 ▲ 네트워크 사회의 새로운 위험요소 대응방안 등에 대한 보고와 토론이 진행됐다.
다음으로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의 '국가안전시스템 대전환' 발제와 참석자들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매뉴얼·규정 중심의 소극적 대응이 아닌 실전 ·현장에서의 대응능력 강화, 현장과 괴리된 안전 규제 난립이 아닌 안전 최우선의 정책 추진 및 집행 이행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전했다.
또 늑장 보고·근무지 이탈 등의 책임감 부재를 막을 신상필벌 강화와 현장 지휘 권한의 대폭 강화, 경험과 개인의 능력이 아닌 시스템과 정보통신(IT) 기술에 기반한 과학적 안전관리, 부처·기관 간 칸막이가 없는 시스템 연계 및 유기적 소통 강화 등의 의견도 나왔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1066022.html
누가 밀었다? 희생양 찾기 너머…7번의 ‘왜?’로 본 참사 원인 (한겨레,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 2022-11-07 10:00)
[윤기영의 원려심모] ‘누가 밀었나’ ‘무정차’ 등은 희생양 찾기
대규모 행사 사전대비 없었던 게 주원인
근본 원인은 ‘열린 소통’ 문화 없었던 것
중립적 전문가의 체계적 조사로 밝혀야
있어서는 안 될 참사가 10월 마지막 주말 밤 이태원에서 일어났다.
이태원 참사는 2014년 세월호 기억을 다시 불렀다. 생때 같은 아이들을 허망하게 보낸 세월호 참사는 공동체인 한국사회에 깊고 넓은 상흔이다. 당시 고등학교를 다녔던 세대가 다시 이태원 참사의 기억을 갖게 되었다. 깊고 넓은 상흔 위에 또 깊고 넓은 상처를 입었다. 그간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를 돌아보니, 더 쓰라리고 아프다.
그런데 정부 당국의 행태는 8년 전과 다르지 않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상황에 끌려 영혼 없는 사과를 하는 듯하다. 이번 참사에서 형사 범죄가 핵심 원인이 아님에도 경찰은 칼춤을 추려 한다. 정부는 근본원인을 탐색하지 않는다. 세월호 때와 다르지 않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그 다음부터는 희극으로.” 그러면서도 “역사는 수레바퀴와 같이” 반복되면서 전진한다. 정부 당국의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슬픈 희극이다. 그 희극 속에서 전진하는 힘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본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원인 가설들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와 원인을 찾는 주장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어떤 주장이 더 현실에 부합할까?
심층 원인을 분석하는 데 활용하는 다중인과계층분석(Causal Layered Analysis)과 ‘5 whys’ 기법을 융합해 이를 도표로 그려봤다. 다중인과계층분석은 미래학 방법의 하나이며, ‘5 whys’는 특정한 상황에 대한 원인을 묻고 그 원인의 원인을 묻는 기법이다. 원인을 다섯번 물으면 근본원인에 도달한다고 해서 ‘5 whys’ 기법이라 한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라는 여러 주장을 ‘5 whys’ 기법을 응용한 ‘7 whys’로 일차 정리한 다음 다중인과계층분석의 상위 3개 계층인 현상, 과학적 원인, 세계관으로 묶었다. 다중인과계층분석은 4개의 계층으로 구성되며, 가장 하위 계층은 ‘신화 혹은 내러티브’다. 이는 일단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도표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근본원인에 가깝다.

 

다중인과계층분석과 ‘5 whys’ 기법을 결합해 작성한 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도
우선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누군가가 밀었기 때문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다. 그런데 다수가 밀집돼 있는 상황에서 몇명의 힘이 밀집된 사람들을 밀 수 있을까? 수백명이 참여하는 줄다리기 경기에서 진 이유를 한 두명에게 지울 수 있을까? CCTV를 돌려보면 줄다리기 앞에 있는 사람을 찾을 수야 있겠으나 이는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
남의 나라 축제인 핼러윈 행사에 찾아간 희생자를 탓하는 의견도 있다. 공식화된 주장은 아니나 SNS나 댓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되는 정글 세계에서는 타당한 주장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거대한 전장이고, 거리와 영화관, 유람선 등은 전투 장소일까?
누군가 밀었거나 밀렸다면, 그 원인은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 밀집돼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의 통제가 없었고, 이태원역을 무정차로 운행하지 않아 사람들이 분산이 안 되는 등 여러 이유가 있다. 2017년 행사 땐 20여만명이 모였는데 이번엔 13만명 모였다고 한다. 사고가 없었던 2017년과 2018년엔 경찰 통제가 있었다.
이태원역 무정차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우선 경찰이 무정차 요청을 서울교통공사에 제대로 했느냐 여부다. 무정차 요청은 사전에 공문을 통해 해야 한다. 긴급한 경우라면 전화나 메신저로도 할 수 있겠으나, 112 신고 대응도 못한 경찰청으로서는 책임 떠넘기기로 보인다.
핵심 원인은 무정차보다는 사전 준비를 하지 않은 데 있다. 전화로 요청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사전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징표다. 경찰 통제가 있었다면 전철의 무정차는 필요하지 않았다. 20만명이 모였던 2017년 핼러윈 축제 당시 이태원역에서 무정차했다는 기사를 찾을 수 없다.
해밀턴호텔의 불법증축으로 사고 현장 골목길이 좁아진 것을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근본원인이 아니다. 일방통행만 되어도 해당 문제는 해결된다. 해밀턴호텔의 불법은 행정조처를 받아야 할 것이나, 당국이 따로 조처해야 할 일이다. 또다른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
112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걸 이유로 들기도 한다. 사전대응책 준비가 근본원인이나, 그것이 없더라도 112신고에 경찰이 기민하게 대응했더라면 참사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29일 오후 6시부터 압사 위험 등을 신고하는 112 신고가 79번 있었다. 기동대 투입 등 제대로 된 대응만 있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때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경찰국 신설에 따른 경찰 지휘체계 분산, 시민 안전이 아닌 마약 수사 집중, 용산 대통령실 보안 우선 등이 짐작되는 정도다. 그 원인이 정부 내에 있어서 근본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이는 경찰과 검찰 등이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중립적 조사기관이 근본원인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경찰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경찰력 부족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이상민 장관은 29일 광화문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력이 투입된 것을 이유로 든다. 반면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통령 집무실이 준비없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것을 근본 이유로 든다. 둘 다 일부 타당한 주장이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경찰력은 항상 부족하다.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어떤 절차로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경찰력이 그렇게 부족했다면, 경찰력이 필요 없는 이태원역 무정차라도 해야 했다. 이미 투입하기로 한 137명의 경찰 중 일부를 마약 단속이 아니라 안전사고 방지에 배치했어야 한다.
지하철 무정차와 경찰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사전에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 준비 부재는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시장, 용산구청장에게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대통령실,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등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재난안전기본법 66조의 11 1항과 3항을 든다. 1항과 3항은 각각 행사의 주최자가 정부이거나 민간인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주최자가 없는 탈중앙화된 자발적 행사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일종의 법률 미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잘못되었다. 헌법 7조, 경찰법 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로 재난안전기본법의 미비를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핼러윈 축제 때에도 주최자가 없었으나 경찰력을 투입해 시민 안전을 지켜온 것을 보면 관행도 있었다. 참사에 사전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 법률과 제도 미비를 드는 것은 궁색하며 현행법에도 맞지 않다.
대규모 행사에 대한 매뉴얼이나 경험이 폐기 혹은 단절된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근본원인에 해당한다. 구체적 매뉴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과거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경찰 통제 아래 무난히 진행된 것을 보면 경찰 조직 내에 경험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매뉴얼과 경험이 단절되었다 하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열린 소통 문화만 있었더라도 안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열린 소통 문화를 어렵게 한 것은 무엇일까? 공무원 사회의 권위주의 문화에 주목한다. 용산구청의 한 공무원은 이번 이태원 할로윈 축제에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보았으나, 시민 안전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열린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자리를 옮기고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되지 않은 배경에는 정권교체도 있을 것이다. 행안부 내 경찰국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 등이 그 근본은 아니었을까? 시장과 구청장이 바뀐 것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때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7월이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엔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정권교체로 매뉴얼과 경험이 단절되었다면 직업공무원제가 훼손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다.
현상에 집중한 대응은 책임 회피
무엇을 해야 할까?
대통령실을 포함해 정부와 지자체는 참사의 원인을 현상에서만 찾고 있다. 현상은 근본원인이 아니다. 현상에 집중한 대응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희생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CCTV를 뒤져 가해자를 찾거나, 해밀턴 호텔에 책임을 씌우고 말단 경찰에게 112 신고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은 책임 회피다.
과학적 방법으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 1차적으로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것에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매뉴얼과 경험이 단절된 이유에 대해서도 원인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여린 소통 문화와 절차를 강화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직업공무원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업공무원제의 강화는 헌법정신을 지키겠다는 한국사회의 전반적 인식과 다짐을 전제로 한다. 단순한 구호와 선언으로는 헌법 정신이 지켜지지 않는다. 공무원 사회의 권위주의 문화도 우리의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정부 내의 제도적 대응을 위해서는 중립적인 전문가의 체계적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112 신고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 경험과 매뉴얼이 단절된 이유, 많은 사람이 참석할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사전에 준비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6166.html
경찰만 때린 윤 대통령, ‘참사 책임’ 이상민에 ‘안전 책임’ 맡기나 (한겨레, 고병찬 김미나 곽진산 기자, 2022-11-07 19:53)
“안전사고를 예방할 책임이 어디에 있나? 경찰에 있다” “아비규환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다는 정보를 일선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 생각한다”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이 아니다. 정보 역량도 뛰어난데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태원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것이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경찰 쪽 책임을 시간대별, 업무별로 하나하나 지적하며 성토했다. 회의에는 참사 발생 2시간이 흐른 뒤에야 첫 보고를 받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의 비공개회의 발언을 브리핑을 통해 자세히 공개했다.
윤 대통령의 격한 질책은 거의 전적으로 경찰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경찰의 대대적 혁신을 요구하며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소방을 포함해 재난과 안전관리 총책임자인 행정안전부 또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이 장관 경질 요청에 귀를 닫고 경찰 수뇌부 문책 정도에 그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안전관리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신속한 보고체계에 관해 전반적인 제도적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대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업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도록 하겠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책임을 묻겠다’는 대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의 혁신을 언급한 뒤 이런 발언을 한 만큼, 이태원 참사 당시 총체적 부실 대처로 국민적 공분을 산 경찰 수뇌부를 문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재난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다”고 했지만, 발언의 무게는 대부분 경찰 책임론에 쏠렸다. 그는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집단행동 때도 “국기 문란”이라며 경찰 쪽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행안부와 대통령실은 뺀 책임 돌리기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 간부급 경찰은 “서로 협조가 안 되는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전체로 접근해야 대안이 마련될 수 있는데, 경찰에만 책임을 돌리는 건 책임 회피다.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경찰만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지역 경찰관은 “그동안 경찰의 힘을 빼는 일을 해왔던 대통령이 이번에는 책임 소재를 끄집어내는 데만 급급하다. 국정 운영의 잘못은 숨기고, 경찰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책임 지울 대상을 찾기 위해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태에서 대응을 제대로 못 했다고 하더라도, 지자체나 중앙정부 책임도 함께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 문책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공언한 경찰 혁신 업무는 당분간 이 장관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상황에 대한 관리가 안 돼 대규모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것은 경찰 소관이다. 이걸 자꾸 섞지 말아야 한다”고 호통을 치며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발언은 재난·안전 관리 총책임, 주무 장관인 이상민 장관에게 제기되는 책임론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당장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주무 부처 장관에게 국가 재난대응 시스템 개선 업무를 맡기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 장관은 판사 출신으로 재난안전 업무를 다뤄본 경험이 없다. 참사 직후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등 법적 책임에만 민감한 ‘비전문가’ 모습을 노출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찰 내부에선 이 장관이 경찰 혁신 주체가 아닌 참사 책임 주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간부급 경찰관은 “행안부가 (경찰 혁신을 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행안부 장관은) 책임을 지려는 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국 신설로 경찰 업무에 대한 행안부 권한이 확대된 만큼 책임도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간부급 경찰은 “과거에도 경찰에 대한 직접적 지휘를 하지 않았더라도 잘못한 게 있으면 결국 행안부 장관이 정무적·정치적 책임을 져왔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참사가 국가 안전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가) 시스템이 안되고 제도가 미비하다는 이야기는 저는 여기에서 안 맞는 것 같다”며 참사의 원인이 정부의 행정, 제도적 부실 탓이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무능하고 소극적인 경찰 탓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0315030001588?did=NA
[사설] 장관·경찰 말로만 "무한책임"... 책임 통감 맞나 (한국일보, 2022.11.08 04:30)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7일 오후 현안질의에서 이태원 참사 수습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불러 참사 대응에 대해 질타했다. 행안위원들은 여야 없이 뒤죽박죽 보고 문제와 112 신고 묵살 등을 지적했고, 출석자들은 낮은 자세로 “국가의 무한책임” “유감”을 반복했다. 그러나 사전 대비에 대해선 "보고받은 적 없다"는 식이었고 사후 대응은 변명에 그쳤다.
이 장관은 "경찰을 더 배치한다고 참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등 과거 망언에 대해 수차례 유감을 표명했으나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 현 위치에서 할 일을 다 하겠다”고 자진사퇴론을 일축했다. 박 구청장 역시 “참사에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마음의 책임”이라고만 답했다. 김 청장은 전년과 달리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데 대해 “코로나 방역을 위한 것이었다. 오히려 경찰 인력을 늘렸다”고 답해 여전히 경각심 없이 책임을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이 진짜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경찰 등이) 제출하라고 한 자료의 대다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역시 “참사일 112 신고 내용을 요구했었는데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에 공개했다”며 “국회마저 무시하는 무소불위 경찰”이라고 따졌다. 경찰이 참사를 막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 의지를 갖고 있다면 국회의 진상 규명에 성실히 응해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찰 업무에 대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혁신과 책임 추궁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나 실무진 처벌이나 ‘해경 해체’ 같은 희생양 찾기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가 재난 대응 최고 책임자들의 정치적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기 바란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0811425217201
추모객이 된 대통령…재난에서 분리된 尹대통령에 관한 고찰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 2022.11.08. 11:43:04)
[기자의 눈]
대통령은 주인공이 아니라 객석으로 들어가는 걸 선택한 것 같다. 10.29 참사 이후 대통령은 추모객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광장과 녹사평역에 마련된 분향소에 엿새 연속 방문했다. 분향소는 희생자의 위패가 마련되지 않는 곳이다. 위패는 희생자의 혼을 상징하고, '문상'의 행위는 매우 개인적인 행위다. 위패도 없는 대통령의 분향소 방문은 엄밀히 얘기하면 추모를 위한 상징적 정치 행위다.
대통령이 며칠씩 분향소를 찾고, 종교 행사에 참석해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행위는 사실 좀 의아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궁금증도 생겼지만, 속시원한 사정을 어디에서도 듣지는 못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며 선보인 조직도엔 경찰 지휘 라인 맨 위에 대통령이 자리한다. 그 바로 아래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있다. 이 경찰청 지휘 체계 변화가 "헌법 법령에 합치"한다며 직접 설명했던 게 불과 수개월 전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자 국민 안전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스스로를 '추모객' 자리에 놓은 것 같다. 
지난 7일 '가감없이 공개하라'는 명에 따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우리가 이 사안을 어떻게 이해해 볼 수 있을지, 조금 더 명확해진다. 대통령은 "그런데 이번에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저는 대통령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거침이 없었다. 
"6시 34분에 첫 112신고가 들어올 정도되면 그게 아마 거의 아비규환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은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까?" 
"저는 경찰에 정말 제가 묻고 싶어요. 왜 그 앞에, 그 6시 34분에 인파가 너무 밀집해서 숨쉬기도 어렵고 경찰에 통제조치를 해 달라고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 상황이면 그 상황을 당시에 이태원 지구대든 용산서 경찰관들이든 130여 명의 경찰들이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경찰서장이 늦게 왔냐, 빨리 왔냐의 문제가 아니고 왜 그런 도로 차단조치를 해서, 차선 차단조치를 해서 그 인파들에게 통행공간만 넓혀주면 벌써 이 압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걸 중앙선까지만 공간을 확보해 줘도 저 해밀튼호텔 옆 골목에서 내려오려고 하는 사람들의 숨통은 터질 수가 있어요. (중략) 그리고 137명이 못 할 상황이 아니에요. 추가로 서울경찰청에서 인원이 보강되거나 용산서에서 비상을 걸어서 경찰관들이 추가로 오지 않아도 충분히 그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데, 이게 도대체 왜 안 이루어졌는지 저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갑니다." 
"지금 재난의 컨트롤타워,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습니다. 모든 국가위험과 사무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에요.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고체계나 이런 것들이 신속하게 되느냐. 예를 들면 어떠한 재난이고 행안부나 소방청, 경찰청에서 하는 것이지만, 이게 대통령에 딱 보고되니까 즉각 군을 투입해라, 이런 결정은 다른 데에서 못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속하게 보고를 받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위험의 확산을 막을 수 있고" 
대통령은 정부 최고위 공직자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책임자의 언어가 아니라 경찰의 서비스를 받는 '한 사람의 시민'의 입장으로 사안을 보고 있다. 발생했던 일, 발생하지 않았던 일, 발생해야 마땅했으나 발생하지 못한 일을 열거한 대통령은 재난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지만 그 컨트롤타워를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건 "보고 체계"이며, 이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을 못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음을 질타하고 있다. 말하자면 대통령은 이 재난상황에서 분리돼 있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은 지난 8월 수해 현장을 찾아 이런 말도 했다. "서초동에 제가 사는 아파트가 전체적으로는 좀 언덕에 있는 아파트인데도 거기가 1층에 물이 들어와 가지고 침수될 정도니,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요." 지난 9월 뉴욕을 방문한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후 막말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대통령의 발언은 관전자의 발언이었다. 한국은 당시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당사국'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하는 말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이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 대통령은 이 순간 당사자가 아니었다. 
국가의 중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은 '관전자'가 되었다. 이 극을 보는 관객은 혼란스러워진다. 배우가 무대 밖으로 튀어 나올때마다, 극에 대한 공감도는 떨어진다. 갑자기 객석에 앉은 배우를 보고 있는 관객은 극에 대한 몰입도를 훼방당한다. 과거 극작가들은 이걸 '소격 효과'라고 불렀다.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재난을 대하는 태도도 주목해 볼 만 하다. 참사 초기 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이 사건은 거의 '자연 재해'에 가깝다. 핼러윈의 인파 쏠림은 '축제'때문이 아닌 하나의 '현상'(박희영 용산구청장)이고, "경찰, 소방을 미리 배치한다고 달라질 것은"(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아닌 일이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윤석열 정부 전직 비서관의 인식은 더 참담하다. "왜 부모도 자기 자식이 이태원 가는 것을 막지 못해 놓고 이태원 골목길에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넣었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인지"라며 "경찰의 직무유기 문제를 떠나서, 국가가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선택한 자유의지에 대해 개인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김성회 전 대통령실 비서관)고 훈계까지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독특하게 이념화된 '자유'의 실체가 이런 것인가. 위험천만한 인파 쏠림을 불러온 축제는 '현상'이고, 이것은 불가역적인 것이며, 그날 이태원에 갈 자유를 행사한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인식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무대 이탈'과 함께 그 주변인들의 상황인식이 결합되니 뭔가 이 사건을 대하는 '책임자'들이 공유하는 어떤 기류가 감지되는 것 같기도 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친이 소개해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라는 책을 감명받았다면서 "2006년 대검 중수부 연구관 할 때까지 그 책을 늘 갖고 다녔다"고 했다. 그는 "상부에서 이런 것 단속하라 저런 것 단속하라는 단속지시가 대검 각부서를 통해 일선 청으로 내려오는데, 프리드만 책을 보면 거기에 다 나온다"며 "단속이라는 것은 기준을 잘라줘서 이것보다 떨어지는 것은 형사적으로 단속을 하라는 건데 프리드만은 그것보다 더 아래도 먹으면 병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는 것은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이거야. (중략) 예를 들어 햄버거 50전 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50전짜리를 팔면서 위생이라든지 이런 퀄리티를 5불짜리로 맞춰놓으면 그건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밀튼 프리드먼은 단순한 사상가가 아니었다. 그는 행동가였다. 과거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 고용된 '용병'이었고, 그는 자신의 운동을 국가로부터 시장을 해방시키려는 노력으로 봤다.(나오미 클라인 <쇼크독트린>.국내 번역명은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모비딕북스) 밀턴 프리드먼의 눈에 피노체트 독재 정권은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개인과 시장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실험장이었다. 피노체트 독재 정권과 '자유'는 어울리는 말인가? 그런데 밀턴 프리드먼에 따르면 그곳은 '자유'의 해방구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에게 '자유'는 19세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주의'가 아니라, 20세기 밀턴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다. 
국가의 역할 최소화, 그리고 시장과 개인 자유의 극대화. 대통령은 지금 재난 상황 하에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있고, 재난은 정부의 '자유 이데올로기'의 자장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흔한 대통령의 '사과' 타령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린 지금 우리가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인식하고 있던 '대통령직'이 아주 낯설게 변하고 있는 풍경을 목격하고 있다.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을지 모른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나타난다. 이 '자유호'는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정권에 대한 관찰자로서 한 '시민'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불현듯 떠오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해법'이라는 제목의 시에 나오는 구절로 글을 마무리해 본다.
"국민들은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그 신뢰를 되찾는데는 두 배의 노력이 듭니다. 이럴 바에야, 정부가 국민들을 해산하고 새로운 국민들을 선출하는 게 더 쉽지 않겠습니까?"
 
https://www.news1.kr/articles/4857588
한덕수 "분명 국가는 없었다"…이태원 참사 책임 인정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박혜연 기자, 김유승 기자 | 2022-11-08 12:48)
"집회 있던 용산 치안 담당자들 제대로 대응 못해"
이진복 "처음부터 비상근무할 사안으로 판단 안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에 치안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며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것"이라고 정부 책임을 인정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지금 우리 청년들이 6시34분 국가는 없었다고 정부 책임 묻기를 시작했다. 청년들이 저렇게 이야기하는 게 잘못된 건가"라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전 의원이 언급한 '6시34분'은 이태원 참사 당일 112에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첫 신고가 접수된 오후 6시34분을 의미한다. 정의당·진보당 등 진보정당 청년조직과 청년단체들은 지난 2일부터 매일 오후 6시34분부터 1시간 동안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진복 대통령 정무수석 역시 "처음부터 저희들이 비상근무를 할 사안이라고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들어오고 나서 이런 사고들이 생길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챙겼는데, 아마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이후에 갑자기 군중이 모이다 보니 판단이 제대로 안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전 의원이 '이런 일에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이 정무수석은 "글쎄요 사고를 예측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도 큰 행사가 있으면 국정상황실은 토요일에도 근무했다'는 질문에는 "요즘은 뭐 통신이 있으니까 비상근무를 그런 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 의원은 "행사 주체가 없어 안전 대책 수립을 못 했다고 하는데, 참사 원인은 복잡하지 않다"면서 "대통령실, 총리실, 경찰, 서울시, 용산구청 어디 하나만 걱정하고 챙겨도 안 생기는 일이었다"라고 비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1081444001
“윤 대통령, 팔 붓도록 심폐소생술한 경찰에만 책임 묻나”···경찰 반발 확산 (경향, 김세훈 강연주 기자, 2022.11.08 14:44)
참사 투입 경찰관들 ‘트라우마 치료’가 우선
“재난 업무 총괄 행정안전부도 수사 받아야”
“경찰관 몇 명이서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했던 경찰관 A씨는 지난 7일 기자에게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참사 당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현장에 급파된 경찰 기동대와 함께 수백명의 사상자를 구급차에 실었다. 인명 구조에 전력을 다한 A씨는 “우리에게 초동 대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하면 말단에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그 상황에 놓인다고 해도 사전에 대규모 인력 지원 없이 사고를 막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이번 참사를 둘러싼 비판의 화살이 경찰에 집중되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번 참사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집중 질타한 데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한 현장 경찰관들의 노고는 깡그리 무시한 채 부실대응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B씨는 8일 “팔이 부을 정도로 심폐소생술을 했던 경찰관들에게만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현장에 나간 경찰관 대부분이 그렇게 많은 시신은 처음 봤을 것이다. 지금은 이 사람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회피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관 C씨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 조정한다’는 재난안전법 제6조를 거론하며 “왜 모든 책임을 경찰에게만 덮어 씌우고 왜 모든 원인을 경찰에게서만 찾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관 D씨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헌법 제34조 6항과 재난안전법 제4조와 제66조 등에 명시된 안전관리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산구청장, 행안부장관, 서울시장을 즉각 소환 조사하고 용산구청, 행안부, 서울시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씨는 “이태원 참사는 경찰 한군데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전체 시스템이 붕괴한 것”이라며 “국가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https://www.peoplepower21.org/stablelife/1919225
‘10. 29. 이태원 참사’ 민변·참여연대 공동 기자간담회 개최
‘10.29. 참사’ 민변·참여연대 공동 기자간담회 - 국가의 책임과 피해자의 권리
2022.11.8.(화) 오후 2시, 민변 대회의실(지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2022. 11. 8.(화) 14:00, 민변 대회의실에서 <‘10·29 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공동 기자간담회 -국가의 책임과 피해자의 권리>를 개최했다(자료집 보기).
기자간담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조영선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조영선 회장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영선 회장은 이번 참사를 통해 정부의 무능·무책임의 민낯을 보았다면서 정치적 책임조차 거부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조영선 회장은 법적책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피해자들의 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선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발언이 이어졌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민변 개혁입법팀장이 좌장을 맡아 국가, 재난책임기관, 경찰공무원의 책임에 대한 분석, 해외사례가 가지는 시사점, 국제인권기준과 해외사례에 비추어 본 피해자들의 권리에 관한 분야별 발언을 진행했다.
첫번째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난과 국가책임’이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한 대표는 헌법이 명시하는 국가의 생명권 보호의무는 생명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국가의 의무를 의미한다는 점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유럽 인권재판소의 사례 등을 통해 설명했다. 더불어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방기하였고, 이태원 희생자들은 국가 부작위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형사적, 민사적 혹은 행정적 책임, 즉 법적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특히 정치적 책임 역시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로 오민애 민변 ‘10·29 참사’TF 공동간사 변호사가 ‘재난책임기관의 역할과 법적책임’이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오 변호사는 10월 29일 주최자가 존재하는 행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용산구, 서울시 등이 이미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이상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응급대응조치, 서울시 또는 용산구 조례에 따른 응급대응조치 등이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오 변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규정 취지상 법이 정하고 있는 ‘지역축제’인 경우에만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안전 관련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제한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정부의 책임회피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오 변호사는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점검 및 관리하지 아니한 행전안전부 또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았다.
세번째로 이창민 민변 ‘10·29 참사’TF 공동간사 변호사가 ‘경찰공무원의 역할과 법적책임’이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이창민 변호사는 경찰공무원에게는 경찰법, 경찰관직무집행법, 경찰공무원법,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메뉴얼 등과 판례에 따라 위험발생상황에서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위험발생조치를 취해야 할 법령 및 조리상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이창민 변호사는 참사발생 이전 과거 이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경비인력을 배치했던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 참사 당일 참사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고가 11차례 있었는데 인파의 이동경로를 통제하여 위험발생을 방지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창민 변호사는 경찰의 의무 불이행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뿐만 아니라,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와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네번째로 양성우 변호사가 일본과 영국사례를 중심으로 시사점을 살펴보았다. 양 변호사는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는 해외사례로서 영국의 ‘힐스버러’ 참사와 일본 ‘효고현’ 참사를 제시하며 각 참사가 시사하는 바를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경찰의 사건조작으로 27년이 지난 후에 비로소 경찰의 과실치사 책임이 인정된 ‘힐스버러’ 참사에 비추어봤을 때, 경찰보고서 등이 삭제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10·29참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철저한 원인규명을 촉구했다. 또한, 양 변호사는 지방자치단체와 경비업체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경찰간부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성립을 인정한 일본 ‘효고현’ 참사 사례도 소개했다. 양 변호사는 사전 준비단계에서의 피고들의 과실과 참사 당일의 피고인들의 과실을 모두 인정한 사례로 10·29참사의 경우에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끝으로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4.16연대 집행위원장이 ‘10·29참사 피해자들의 개별적, 집단적 권리와 피해자 권리옹호단체의 역할’이란 주제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 위원장은 피해자는 직접적인 피해자 뿐만 아니라 재난으로 인해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제인권기준이 인정하는 진상규명과 정의에 대한 권리, 배상의 권리, 기억과 애도의 권리 등 피해자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피해자의 권리 중에서도 피해자의 참여권이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며 국정조사,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 설립을 위한 조사활동, 책임자 고소고발 또는 국가배상청구소송, 피해자 중심의 기억/기록의 관리와 아카이브 등에 피해자들이 참여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10·29 참사’ 피해자들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옹호될 수 있는 환경과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일부로부터 조력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면담을 진행한 사실을 발표했다. 하 총장에 따르면 유족들은 누구보다 힘든 상황에서 결정을 재촉받는 방식으로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피해자 이면서 비난을 받게되는 상황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하 총장은 정부 담당부처에 피해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TF를 구성한 사실을 발표하며 모든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 총장은 진상규명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혹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증거의 멸실을 막기 위한 법적조치로 증거보전신청은 바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동기자간담회 자료집 [원문보기/다운로드]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간담회 순서
좌장 :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 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장
[발언1] 재난과 국가책임 :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언2] 재난책임기관의 역할과 법적책임 : 오민애 민변 ‘10·29 참사’TF 공동간사 변호사
[발언3] 경찰공무원의 역할과 법적책임 : 이창민 민변 ‘10·29 참사’TF 공동간사 변호사
[발언4] 해외사례와 시사점 : 양성우 민변 ‘10·29 참사’TF 공동간사 변호사
[발언5] ‘10·29 참사’ 피해자들의 개별적-집단적 권리와 피해자권리옹호단체의 역할 :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 4.16연대 집행위원장
법률지원 계획 발표 :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788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어떻게 보셨습니까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2.11.08 17:08)
이태원 참사 관련, 종교행사 및 회의석상에서 “죄송한 마음”
역대 대통령과의 사과와 비교, 책임 있는 대처 요구 잇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거듭 밝혔지만, 진정한 사과로 보기 부족하다는 야권 비판이 여전하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역대 대통령이 참사 당시 대응했던 방식이 비교되면서 정치지도자로서의 책임 있는 사과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의 참사 초기 대응은 신속한 동선·지시사항 공개에 집중됐다. 이태원에서의 압사사고가 처음 알려진 지난달 29일엔 오후 11시36분께 이재명 부대변인 서면브리핑을 시작으로 대통령의 지시사항들이 전달됐다. 자정을 넘겨 대통령의 긴급상황점검회의, 추가 지시사항, 김은혜 홍보수석의 서면 브리핑 등이 이어졌다. 30일 오전 9시49분경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로 부상자 회복 및 유가족 위로와 함께 의료지원, 사고 원인 파악과 유사 사고 방지를 약속했다.
그리고 10월30일 윤 대통령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이달 5일까지 정해진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은 홀로 또는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취재도 윤 대통령의 분향소 추모 장면을 기록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엔 참사 관련한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경질 요구를 받아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분향소 조문에 동행했다. 이 기간 ‘정쟁 중단’ 명목으로 책임 규명 요구를 누르려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의 첫 ‘사과’로 해석된 메시지는 종교행사에서 나왔다. 참사로부터 엿새 째였던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추모 위령법회’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석상에서 윤 대통령은 다시금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밝혔다.
일련의 대응에서는 이번 참사에 대통령이 얼마나 정서적 공감을 하는지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7일 회의 당시엔 상당히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의 회의 발언이 글과 영상 형태로 공개됐다. 10포인트 크기의 글로 A4 용지 네 장 분량인 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은 연신 경찰을 ‘꾸짖는’다. 
이현우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저서 ‘사과의 공식’에서 정치인의 사과 관련해 사과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존 케이도의 ‘5R 공식’을 소개한다. 잘못에 대한 확인(Recognition), 책임감의 인정(Responsibility), 양심의 가책 표현(Remorse), 원상 복구를 위한 배상 제시(Restitution),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Repetition) 등이다. 윤 대통령의 사과는 ‘양심의 가책 표현’에 치중하는 양상이란 지적이 가능하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7일 대통령 발언에선 특히 감정적 질책이 두드러진다. “인파 관리의 기본 중 기본이 뭐라고 그랬나, 밀집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자치단체도 결국은 경찰이 협조하는 것이다. 안전 사고를 예방해야 할 책임은 어디 있나? 경찰에 있다” “경비경찰이라고 하는 것은 불법시위나 위기의 상황에서 방패, 몽둥이, 그리고 각종 기구들을 가지고 인파를 해산시키는 훈련을 받아온 사람 아닌가” 등의 발언이다. 앞서 1일에도 윤 대통령은 ‘112신고’에 경찰의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격앙’ ‘격분’했다는 수식어가 기사 제목에 붙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회자되는 역대 대통령의 사과문은 이번 윤 대통령의 사과문과 다소 차이가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관련 담화에서 “국민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참담한 심경과 허탈감, 그리고 정부에 대한 질책과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 저는 대통령으로서 저의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종 서울시장을 경질하면서도 이영석 국무총리 사표를 반려한 이유에 대해서는 “심사숙고 끝에 국무총리의 사표를 반려한 것도 무엇보다 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1999년 6월 씨랜드 화재 다음날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유가족을 만나 사과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미안하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사태를 책임지고 경질되거나 사의를 표한 내각 인사는 없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 이틀 뒤 참사 현장에 방문했다. 사흘째인 2월21엔 대통령직 인수위 회의에서 “국민이 불행한 일을 당하면 정치하는 사람들과 스스로 지도자로 칭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죄인된 느낌을 가지고 일을 해왔는데 내 심정도 그렇다”며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거듭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했다. 이번 참사 국면에서 사과문 자체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입장이다.
‘최악의 사과’라는 비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모인다. 참사 당일 구조 실패,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보고·대응 미작동으로 질타 받았던 박 전 대통령은 4월16일 참사로부터 열흘이 넘도록 사과하지 않았다. 당시 언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왜 사과를 안할까”(국민일보) “성난 민심이 묻다…대통령은 왜 사과 안 하나”(서울신문) 등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13일이 지나 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사과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받아들이는 쪽에서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한 일은 해선 안 될 사례로 거론된다.
이번 윤 대통령 ‘사과’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두 번째 사과 이후 비판 강도가 더 높아졌다. 8일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위원은 칼럼(윤석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에서 “대통령은 조문객에 머물 수 없다”며 “시민은 대통령의 마음이 아니라 책임이 궁금하다”고 했다. 동아일보 김지현 정치부 차장은 칼럼(참사 앞 밑바닥 드러낸 尹 정부의 ‘엘리트’들)을 통해 “(참사 다음날 사고 현장을 방문해)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반말로 툭툭 질문을 던져대던 윤 대통령은 여전히 범죄 현장을 수사하는 듯한 검사의 모습에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재난의 책임자가 아닌 방관자 내지 제3자의 추모객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는 칼럼(추모객이 된 대통령…재난에서 분리된 尹대통령에 관한 고찰)에서 “대통령은 정부 최고위 공직자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책임자의 언어가 아니라 경찰의 서비스를 받는 '한 사람의 시민'의 입장으로 사안을 보고 있다”며 “참사 초기 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이 사건은 거의 ‘자연 재해’에 가깝다”고 했다.
청와대 연설비서관 출신 강원국 작가는 미디어오늘에 “기본적으로 지도자, 리더는 측은지심이 있어야 한다”며 “참사 현장에 가서 (압사로 인한 참사 관련해) ‘뇌진탕 아닌가’라 말하는 것은 국민의 피해에 이입이 된 안타까움을 표하는 게 아니라 제3자적 입장에서, 검사가 사건 현장에 나온 듯한 말과 표정으로 느껴졌다”며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가. 정치인의 사과는 국민에게 일종의 위로도 될 수 있고 치유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참사 관련 논의가 대통령 사과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다른 나라 사례를 냉정히 보면 미국 9·11 테러 등에 대해 애도는 풍부한데 총리 책임이다, 대통령으로서 뭘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사과를 위한 사과에 얽매인다는 생각도 든다”며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 때 ‘인격적으로 진정성 있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시스템 재발방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분해서 볼 때 전자의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사안을) 잡아먹으면 다른쪽의 공간은 줄어든다”고 밝혔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6933
"이태원 참사, 정책에 우선순위 세운 정부에 정치적 책임 물어야" (참세상, 은혜진 기자 2022.11.08 18:30)
민변·참여연대, 법적·정치적 책임 지적을 위한 기자간담회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책임론을 부각한 가운데, 시민·법률단체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정책적 선택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태원 참사 이전, 참사의 발생 가능성이 예측됐음에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지 못한 이유·원인의 규명과 함께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 뒷전 정책…정부의 책임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한 대표는 "법적 책임만 묻게 되면 결국 실제 행동해야 하는 말단 행정직만 책임을 지게 된다"면서 이런 식이면 "재발 방지와 넓은 의미에서의 피해 보전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것들은 재난에 대한 정책 가치를 어떻게 부여하는가와 직접 연관된다. 이 때문에 재난 발생 시 그에 대한 정책 결정권을 갖는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재난에 대한 정책 순위가 바뀐다는 메시지를 사회와 국가 영역에 던져줘야 한다"라며 이것이 정치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에는 경찰청의 책무가 우선하지만, 그 이전의 책임 소재는 재난 관리의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한국의 재난관리 체계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한 대표는 "참사 당일, 대통령 경호, 집회 관리, 이태원 등 세 가지는 각각의 위험을 예정하고 있었다. 이 세 가지 위험에 대한 예측·예방에서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을 중심으로 하는 관련 기관들은 순위를 정하고 있었다. 이태원을 맨 마지막으로 미룬 것"이라며 "이런 정책 판단은 누구로부터 이뤄졌고, 명시적 명령은 아니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라고 했던 업무 마인드로부터 연루된 것인지, 나아가 (참사) 당일에 근접하면서 경찰을 배분할 때 잘못된 판단이 있었는지, 대통령 경비를 최우선 순위로 둬야 했던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한다. 여기에 행안부 장관의 책임, 경찰청장의 책임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해 한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발언문에서 당시 헌재가 "국민의 신임 여하가 탄핵을 결정하는 한 요소에 해당한다고 선언"했다면서 "정책결정권을 갖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책임 귀속은 행위책임이 아니라 그러한 정책선택이나 정책판단의 결과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신뢰 여부에 달려 있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이해된다"라고 말했다. 국가가 어떤 정책을 우선하는지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대표는 안전이 우선되지 않은 판단의 지속을 통해 재해가 발생하면,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권한의 정도에 따라 책임을 분배하고, 이태원 참사의 경우 책임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관련 법령, 재난 책임기관의 안전 조치 의무 제한한 것 아니다"
재난 책임기관의 역할과 법적 책임 문제도 지적됐다.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 참사 TF 공동간사 변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 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지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변호사는 앞선 용산구청, 행안부의 이태원 참사에 주최자가 존재하지 않아 법적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들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용산구가 이미 3년 전부터 핼러윈 시기 이태원 거리에 밀집 인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참사 사흘 전에 '핼러윈데이 대비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안전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지됐던 점 등을 비추어 봤을 때 대응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지역 축제 개최 시 안전관리 계획 수립과 안전 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지만(제66조의11), 이는 "법이 정하는 '지역축제'인 경우에만, 나아가 주최자가 있는 경우에만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안전 관련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제한한 규정으로 볼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당 규정은 "제8장 '안전 문화 진흥'에 마련된 규정인데 해당 조항이 마련될 당시 개정 이유가 안전 문화 진흥을 위한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의무를 정하면서, 그 일환으로 중앙행정기관 등이 축제를 주최할 경우 안전관리계획을 세우는 등 안전 문화를 증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음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피해자 권리 옹호 측면에서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정부의 책임이 강조됐다.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4.16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참사' 대신 '사고'로, '피해자' 대신 '사망자'로 표현하는 등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국가 책임의 인정을 회피"했다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을 참사 발생의 원인 제공자(가해자)로 매도했다. 피해자의 일부인 생존자를 수사대상으로 간주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운영위원장은 "(참사 피해자들의) 재난 발생 이후 국가 등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의미 있게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와 특히 "피해자들이 모임이나 단체를 조직·운영할 집합적 권리"가 침해됐다고 했다. 피해자의 참여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한편 민변은 공익인권 변호사들로 구성된 '10·29 참사 TF'를 통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응해오고 있다. 관련해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피해자 몇 분이 개인적으로 (민변에) 연락을 줬다. 앞으로 피해자 대리인으로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법적 대응과 관련해서는 바로 증거보전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궁극적으로는 국가배상을 전제로 해 관련 자료에 대해서는 보전하고, 법적 조치는 조사 진행 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필요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했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셀프 조사의 문제, 법적·정치적 책임 등을 지적하는 것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에 관한 논의 방향을 사회에 알리고자 진행됐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0817100503641
"尹 정부, 세월호 선장·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프레시안, 이상현 기자 | 2022.11.08. 18:45:52)
민변·참여연대 "정부·지자체, 안전관리법 위반·배상책임 명백…직권남용·증거인멸도 가능"
이태원 참사는 '국가'가 본연의 책무를 이행하지 못해서 발생한 참사로, 경찰뿐만 아니라 지자체, 행정안전부도 이번 사태에 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날선 비판이 법조계와 시민단체로부터 나왔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8일 서울시 서초구 민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후 지자체와 행안부가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등의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민애 민변 '10.29 참사' 대응 TF(이하 TF) 공동간사 변호사는 △용산구가 이미 3년 전 핼러윈 축제 당시 이태원 거리에 밀집한 인파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10월26일 상인회 등 유관기관과 간담회를 진행한 후에도 용산구가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이미 예상되었던 점 등을 보아 "주최단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관련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재난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안전관리법)'과 동법에 기반한 지자체 조례 등을 고려할 때 안전 주무부처 장관과 서울시장, 용산구청장에게는 재난예방조치 의무와 응급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음에도 이들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이는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난이 예상되는 상황에 미리 안전대책을 세우거나, 시민이 밀집한 후에는 현장에 대피명령, 통행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책무 이행 상황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행안부·서울시·용산구 법적 책임 뚜렷" 
특히 안전관리법 중 '지역축제 개최 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66조의 11)'는 조문의 존재 이유가 '안전 문화 진흥'임을 고려할 때, 해당 법은 주최자가 있는 경우에만 주무부처 장관이나 지자체장 등에게 안전 관련 조치 의무를 부여한 제한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오 변호사는 주장했다. 주최자가 없는 경우에도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구할 책임이 단체장 등에게 부여된다는 뜻이다. 
오 변호사는 "법에서 지역축제를 언급한 이유는 지역축제의 경우에만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안전 문화 진흥' 의무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현재까지 나온 상황만 보더라도 서울시와 용산구가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데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 또한 지자체의 안전대책을 점검 및 관리하지 않은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오 변호사는 판단했다. 
국가배상책임 역시 명백하다는 해석이 내려졌다. 법원 및 헌법재판소 판결을 고려할 때 "반드시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및 공무원은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 의무"를 지기 때문에 안전 대책 및 응급조치 위반 등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민 TF 공동간사 변호사는 "경찰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미 핼러윈 대책을 세운 바 있었음에도 올해는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참사 직후에도 안전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아울러 "현장 출동 경찰관이 위험 발생을 인지했음에도 상부에 기동대 요청 등을 하지 않은 점이 확인되거나, 현장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상부가 시위 등의 이유로 경비인력(기동대)을 의도적으로 출동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되면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와 증거인멸죄 성립 가능성도 제기됐다. 참사 전 인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취지의 보고서가 올라왔지만 경찰 상부가 삭제를 지시했다면 "정보를 삭제할 의무가 없음에도 정보 삭제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이며, 인파 운집 위험성을 감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에 증거인멸죄"라고 이 변호사는 주장했다.
"과거 해외 참사 사례와 유사…사후 법적 판단도 유사할까" 
인파 운집에 대한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사고 후 조치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 정부 및 유관기관이 책임을 졌던 해외 사례도 제시됐다. 
1989년 영국 잉글랜드 셰필드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94명의 관람객이 압사한 사건에 대해 영국 법원은 "팬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당시 경찰 책임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1년 일본 효고현 아카시(明石)시 불꽃축제 당시 인파 운집으로 11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일본 법원은 혼잡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정 등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효과적인 방안이 강구되지 않았고, 일선 경찰관으로부터 기동대 출동 검토를 요구하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 공무원과 경찰 간부, 경비업체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피해자 및 유족들이 이들을?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양성우 TF 공동간사 변호사는 위 사례를 제시하며 "영국의 경우 배심원들이 사고 전 경찰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후에도 비상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제시했다"라며 경찰의 사전 대책이 없었고, 참사 전·후 기관 간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참사가 유발·확대된 점을 미뤄 보면 "힐스버러 참사는 이번 이태원?참사와 원인과 사후 정부 대응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일본 아카시시 사례에서도 "참사 발생 직전에 경찰 신고가 수차례 있었을 뿐 아니라 기동대 등 추가인력 요청이 이루어졌지만 경찰·소방 등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경찰이 많은 인파로 인한 재난 및 안전사고 등에 대비하기 보다는 폭주족 또는 마약 대비 등 다른 목적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안전사고 등에서 경찰인원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점" 등이 이번 참사와 상당수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상민 장관, 정치적 책임 져야" 
정부가 법적 책임을 넘어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법적인 책임만 물으면 가장 근접한 자리에 있는 말단 행정직만 책임을 지는데, 이러면 재난 처리에 필요한 재발방지나 넓은 의미의 피해 보전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며 "재난이 발생하면 반드시 재난에 대한 정책 결정권을 가지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책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특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 "경찰·지자체 대책에 대한 궁극적인 통할 권한은 행안부에게 있다"라며 "재해안전관리법상 행안부의 권한 등을 고려했을 때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의 귀착점은 행안부 장관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참사 피해자가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태호 4.16연대 집행위원장은 알 권리, 피해자 참여권 등 "피해자의 권리가 무참하게 침해받고 있다"라며 "참사 초반 행안부 장관이 '사회적 책임이 아니었다'고 선언하면서 생존자와 실종자는 비난과 혐오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대해 '순수한 피해자 답지 않다'라거나 '재난의 정치화'라는 말도 나온다"라며 "피해자들이 모이는 것이 정치라면 그 정치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향후 참사 피해자를 위한 법률 지원과 함께 증거보전신청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피해자 유족이 대리인 요청을 해왔다"라며 "향후 피해자를 위한 모든 법률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전대책 필요 보고 문건 삭제 지시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증거보전신청을 한 후 순차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66358.html
‘참사 위험' 미리 막을 기회인데…축소된 ‘안전도시 서울플랜’ (한겨레, 이승욱 기자, 2022-11-08 19:29)
서울시, ‘도시안전계획’ 의견수렴 줄여
서울시가 내년부터 재난·안전 관리 사업의 밑그림으로 활용할 3차 도시안전 기본계획을 만들면서 전문가와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차 기본계획을 만들던 2018년에 견줘 참여 전문가는 절반으로 줄었고, 토론회 같은 시민 의견 수렴은 설문조사로 대체됐다. 관에 포착되지 않은 ‘안전 사각’ 발굴을 위해 도입한 절차들이 행정 편의주의에 밀려 외면받고 있다는 얘기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되는 3차 도시안전 기본계획 착수보고회를 지난 9월 열었다. 보고회 참석 인원은 외부 전문가 5명에 내부 인원 4명을 더해 모두 9명이다. 지난달에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도 용역을 맡은 서울연구원 소속 연구원 5∼6명이 참석했을 뿐이다. 이는 서울시가 2018년 2차 도시안전 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 19명의 기획위원을 위촉해 의견을 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시민 의견 수렴 절차도 대폭 축소됐다. 2차 도시안전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는 시민 200명을 모아 대토론회를 진행한 뒤 시민 설문조사, 안전정책 공모 등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대토론회가 빠졌다.
도시안전 기본계획은 재난 및 안전 관리 사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계획이다. 서울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재난을 유형화한 뒤 분석과 방지 계획 등을 담는다. 서울시는 2014년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18년에는 2차 기본계획인 ‘안전도시 서울플랜’을 만들었다.
서울시가 1·2차 기본계획을 만들 당시 전문가 위촉과 시민 의견 수렴에 공을 들인 이유는 사회재난을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관 중심 접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2차 기본계획 수립 당시 행정적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시민 대토론회 등을 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서울시가 낸 토론회 보도자료를 보면 ‘안전정책을 바라보는 공무원과 시민의 인식의 온도 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됐다. 시민들은 개인이 대비하기 어려운 사고와 안전사고 이면의 배경에 주목하는 반면, 정책 입안자인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은 각종 시설물 점검을 통한 대형사고 예방과 공사장 등 안전사고 다발 분야에 대한 정책 개발에 비중을 두는 등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 차를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3차 기본계획 수립도 지연되고 있다. 기본계획은 원래 내년 1월부터 적용되어야 하지만, 5월쯤에야 완성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용역 심의에서 조건부 부적정 판정을 받은 뒤 내용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계획 수립이 늦어졌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라는 대형 사회재난이 발생한 상황인 만큼, 대비책을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민 토론회 등 절차적 보완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211082046005
생존자들이 한결같이 물었다…“이 나라, 시민을 지킬 수 있을까” (경향, 이혜리·김송이·전지현·김나연 기자, 2022.11.08 20:46)
왜 또 참사인가 ①생존자들이 전하는 ‘참사 그리고 그 후’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다. 젊은이들의 축제였던 그날, 그곳에서 사상 초유의 압사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시민들은 여전히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다. 정부는 8일 현재 156명이 사망하고 197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이 참사로 고통받는 실질적인 피해자는 훨씬 많다.
술집서 문 열어줘 살고, 길 건너편에 있어 화를 면한 이들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죄책감에 ‘생존자’라는 호칭도 “사치”
참사는 왜 또 발생했는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사망한 이래 안전과 생명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키워드였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 등 여러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반성했고,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전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 아래서 재난안전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의 선진국임을 자랑하는 한국은 이번 참사로 또다시 ‘위험한 곳’임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만나 참사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목이 메었고, 몸을 떨었다. 여전히 잠을 잘 수 없고, 집 밖에 나가기 힘들다고 했다. “지옥이었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참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글을 올리고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참사 후 어떤 사람들은 ‘이태원에 놀러간 게 잘못’이라며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돌렸지만, 생존자들은 “누구한테나 벌어질 수 있는 참사였다”고 했다. 이태원은 누군가에게 파티 장소이고, 일터이고, 사는 동네이다. 일상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재난이 자신과 관련 없다고 생각하지만, 생존자들은 재난은 특별하지 않다고 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태도에 생존자들은 분노했다. 정부 책임의 크기가 얼마만큼인지를 두고는 저마다 생각이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현장에 경찰이 몇 명만 있었어도 이렇게 큰 사고는 나지 않았다는 것. 이런 비극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역시 그 자신도 피해자인 생존자들이다. 이들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의 수습까지 스스로 해야 하는 생존자들. 이들은 ‘국가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참사
“이태원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A씨 말에 심리상담사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가지 말았어야 할 곳을 간 게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국가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게 맞다. 당신이 놀고 사치를 부린 게 아니라 그저 일상을 보내다가 참사가 일어난 것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태원에 간 게 잘못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비난’을 심리적 방어기제의 작동으로 분석한다. ‘핼러윈 파티에 가지 않는 나는 재난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식이라는 것이다. A씨가 말했다. “동네 슈퍼에 가서 장을 보다가 죽었다고 하면 그 사람한테 슈퍼에 왜 갔느냐고 안 하잖아요. 나는 늘 가던 곳이고 때마다 갔는데 말이죠. 할머니들이 가수 임영웅 콘서트에 간 것과 같은 예인데요. 각자 취미생활이 있잖아요. 이태원에 사는 사람에게는 자기 동네 길이고, 동네 편의점 같은 곳이에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이태원을 인식하고 있는데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한 달에 한 번꼴로 이태원을 방문했던 B씨(26)도 참사 당일 이태원에 있었다.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고 느꼈지만 큰 사고가 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핼러윈 축제를 맞아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는데, 나중에 피해자들이 압사 사고 후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됐다. B씨는 “오후 10시쯤 지인을 만나기 위해 (사고 난 골목) 건너편 교차로에 있었다. 만약 지인을 만나는 위치가 바뀌었더라면 저도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몇 시간 전에 나와 사진을 찍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죽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우울하고 계속 생각이 난다”며 “이번 참사는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했다.
“경찰 한두 명이라도 배치했다면 사고 났을까” 아쉬움
핼러윈 말고도 축제 많은데 “피해자 탓은 너무 잔인해”
■ 예방 못한 정부, 사후도 책임 회피
C씨(20)는 참사 당일 한 술집에서 안전 경호 업무를 하던 중이었다. 그는 참사 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썼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CPR을 했지만 살리지 못한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한 여성분이 제 옷깃과 팔을 잡아당기면서 ‘제발 살려달라, 제발 도와달라’고 했을 때 제가 ‘꼭 살릴 테니까 진정하고 계시라’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돌아가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너무 큰 거예요.” 그는 혹시 유가족과 마주칠까 두려워 분향소로 가는 발걸음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생존자들은 참사 당일 이태원 거리에서 인파를 관리하는 경찰이나 구청 공무원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핼러윈 축제가 주최가 없어 정부 책임이 없다거나, 경찰을 더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정부 반응에 C씨는 화가 났다고 했다. “핼러윈 하면 이태원이잖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기 때문에 작년에도 핼러윈 때 사람이 많이 모였는데, 올해도 모이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저 같은 시민도 생각을 하는데 나라에서 못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아무도 배치를 안 했다니 황당했어요. 안전사고를 예방하지 않은 거잖아요.”
경찰은 참사 현장에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을 받은 ‘토끼 머리띠’ 남성을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고,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을 받은 ‘각시탈’ 남성들은 수사 중이다. 골목에서 1시간10분 넘게 깔려 있다가 구조된 D씨(23)는 고의로 민 사람들이 있다면 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D씨는 “저희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라고 외쳤지만 ‘밀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며 “사람들이 자기 갈 길만 가려 하고 그 사이에 낀 사람들은 이동할 수가 없었다. 조금씩만 양보했으면 됐을 텐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D씨는 “꼭 여의도 (불꽃)축제만 100만명이 오는 게 아니라 이태원에도 그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골목에 경찰이 한두 명이라도 배치됐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며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고, 꿈이 깼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존자 E씨(32)는 참사 이후 정부 대응이 면피를 위해 책임자를 찾는 ‘폭탄 돌리기’ 같다고 했다. “안전대책이 제대로 돼 있었다면 부상은 몰라도 사망까지 있었을까 싶어요. 사실 (정부가) 사과를 못해도 돼요. 재난을 인정하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거든요. 그런데 참사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되고 사고라고 해야 된다는 식으로 정부가 책임을 면하는 데만 집중하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지금 아무리 국화를 바치더라도 핼러윈 행사는 또다시 할 텐데 그때도 주최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누가 죽든, 사고가 나든 ‘우리가 왜 책임져야 되느냐’고 할까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의 태도를 보면) 또 발생할 거라고 생각하게 해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식의 생각이 대부분일 것 같은데요.”
세월호 이후 변했다 생각했는데 “정부가 사과 안 하는 것은 같아”
예방·구조·죄책감·수습까지 떠안은 생존자들 ‘국가란 무엇인가요’
■ 국가는 시민을 지킬 수 있을까
F씨(32)는 참사가 발생한 골목 근처에 회사 사무실이 있어 참사 당일 행사 비품을 옮기던 중이었다. 매일 지나다니던 그 길에서 F씨는 1시간10분가량을 깔려 있다가 구조됐다. 반려동물과 부모님을 떠올리며 ‘죽을 수 없다, 살아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는 F씨는 나중에 SNS에서 자신이 찍힌 영상을 보고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 인파에 깔려 있을 때는 몰랐던 주변이 그제서야 보였다.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그는 영상을 찾아다니며 삭제해달라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모자이크 처리가 돼도 제 영상들이 떠돌아 다니고, 사건 관련 내용들이 계속 올라오니 보다가 견디지를 못하겠더라고요. 답답하고 이렇게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지워달라고 요청했어요. 국가에서나 시민들 의식으로라도 다 같이 협동해 더 이상 영상이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트라우마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던 F씨는 다산콜센터에 전화했는데, 사망자·실종자·부상자·목격자·유가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큰 부상을 입은 건 아니라 ‘참사 현장에 있던 피해자’라고 설명했더니 콜센터에선 그런 사례가 매뉴얼에 정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고 했다. 트라우마센터 연락처를 안내받은 F씨는 스스로 병원에 다니며 트라우마를 치유해야 했다. 이태원이 일터인 F씨에게 참사는 그야말로 일상이다. F씨가 말했다. “저는 그 길을 다시 지나가야 한단 말이에요. 옆길로 갈 수는 있겠지만 평생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핼러윈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곳이었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고 생각해요. 어느 콘서트, 행사장, 대규모 집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요. 놀러갈 수 있죠. 코로나 이후 첫 핼러윈이고, 주최는 없지만 ‘핼러윈은 파티하는 날’이라는 게 다 정해져 있잖아요. 크리스마스에 압사 사고가 (눈 때문에) 미끄러우니까 더 쉽게 나지 않을까요? 그때 가서도 ‘왜 크리스마스에 밖에 나가서 사고를 당했느냐’ 이런 소리 할까요?”
A씨는 대학교 3학년 때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당시에는 먼발치에서 추모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피해 당사자로 참사를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무엇이 바뀌었을까. 앞으로 또 무엇이 바뀔까. 잊을 만하면 계속되는 참사에 국가가 안전을 책임져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존자와 시민들에겐 별로 없었다. “(참사를) 직접 경험하고 보니까 세월호 참사 때 피해자와 유족들은 정말 힘들었겠다 싶어요. 그때는 지금보다 사회가 덜 성숙했고, 무자비한 공격도 많았잖아요. 심리지원센터도 그때 이후로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그때도 (정부는) 사과를 안 했던 것 같은데 사과 안 하는 것은 여전하구나, 사회가 많이 변한 것 같으면서도 안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A씨)
생존자 G씨(27)도 “핼러윈 말고 대학교 축제나 벚꽃축제, 불꽃축제 등 행사가 많지 않으냐.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축제를 가는 게 아닌데 (피해자 탓은) 너무 잔인한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국가는 과연 시민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G씨가 덧붙였다. “처음엔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사고였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미 신고가 수차례 됐었더라고요. 처음에 조치를 취했더라면 피해자가 이렇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처럼 큰 사고가 났고 누구나 느끼는 바가 있었을 테니 당분간은 어떤 행사를 하든 통제가 이뤄지겠죠. 그런데 또 이런 사고는 날 수 있고 그때도 국가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피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안전을 보장받기보다는요.”
지난 3일 이태원에서 만난 한 상인(74)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이태원에 와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즐기고, 재미있게 맛난 것 먹는 게 뭐가 나빠요? ‘이태원 가니까 재밌더라’ 하는 게 뭐가 나빠요? 더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정부가 무한 책임을 져야죠. 우리가 살아야 할 땅에서 이런 것(안전)을 해달라고 세금 내는 것 아닌가요? 우리를 지켜달라고, 그게 정부의 역할이잖아요. 우리는 못할지라도 정부 차원에서는 예상하고 대비를 해야죠.” 추모를 하러 나온 한 시민(60)은 울먹이며 말했다. “세상에 이럴 순 없어요. 법에 나와 있잖아요. 국가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고. 세월호 이후로 이런 일은 끝난 줄 알았는데 어떡하나요.”
 
https://en-movement.tistory.com/395
10.29 이태원, 재난서사는 어떻게 구축되는가?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2022. 11. 10. 06:41)
재난서사란, 참사의 원인과 사회적 의미가 사회적으로 ‘등록’되고 ‘유통’되기 위해 수행되는 실천의 종합이다. 다시말해, ‘재난서사를 구축한다는 것’은 재난이 발생한 이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재난의 부인’이라는 집단적인 반응에 개입하는 집단적, 의식적 실천에 의해 마련된다. 
참사는 잠재적인 위험이 비로소 현실로 드러나, 대규모의 인명과 피해가 발생한 폭력이다. 그러나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 구조적인 폭력이라는 점에서, 참사의 원인은 한 사회의 알려지지 않은 위험과 불안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실천의 한 복판에서 규명된다. 이때 위험은 개별적인 요인(factor)이 아니라 요소들간의 관계로, 관계들의 상호작용을 복합적으로 파악해 ‘구조화된 원인’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재난서사는 희생자, 생존자, 그 가족들을 포함한 피해자 뿐만 아니라, 국가, 기업, 시민사회, 대중에 의해 구성되며, 서사를 구축한다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간의 서사를 둘러싼 갈등과 경합의 과정을 포함한다. 왜냐하면 참사의 발생 자체가 ‘우리 사회는 안전하다’는 모두의 믿음과 인식을 깨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사 초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재난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는 믿음이 매우 취약한 토대 위에서 작동되고 있다는 폭력적인 각성을 부인하거나 부정하려는 원초적인 반응으로 채워진다. 참사의 원인이 ‘현장’에서 유발된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한정되어 피해자나 현장에 구조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난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러한 반응의 결과다. 
‘재난서사’는 언론과 시민사회운동의 주체들, 재난참사를 먼저 겪었던 피해자들이 각각 사고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과 정보공개, 피해자의 낙인찍기에 대한 반대, 참사를 협소하게 다루어 ‘신속한 수습’에만 매몰되는 정부에 대한 비판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로부터 유가족과 피해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낼 수 있는 또 다른 장이 마련된다.
10월 29일 밤 이태원참사가 발생하자, 새벽내내 언론은 참사와 마약과의 관련성을 보도했고, SNS상의 익명화된 대중들은 ‘놀다가’ 떼죽음을 당한 어이없는 일로 1차적인 재난서사가 형성되었다. 참사에 대한 1차적인 서사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구성된다. 사회적으로 위험을 해결하고 소통하는 역량이 취약할수록 위험은 개별화되고, 또 그만큼 위험은 과소규정되는데, 이렇게 위험이 과소규정된 사회일수록 참사에 대한 부정적인 서사는 강력하게 구축된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 제도적으로 구축되고 작동하지 않는다는 전제, 이미 학습된 전제로부터 참사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사회일수록 정부나 기업, 즉 위험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기 때문에 사고의 책임 또한 부여되는 주체들은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재난서사는 이러한 위험책임의 실패를 드러내는 실천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압력이 정부(/기업)의 책임을 강제한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의 말과 시민단체의 성명은 이러한 재난서사를 둘러싼 갈등과 경합의 장을 마련한다. 정부, 집권여당의 말들은 시민들의 애도를 국가의 수중에서 통제하고자 했다. 또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일차적으로 부정하면서, 대중들의 원초적인 1차 서사에 힘을 싣고, 재난서사 구축을 봉쇄하고자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참사의 원인규명과 피해자의 권리, 언론의 재난안전보도 준칙의 준수를 짚으며 참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1) 국가애도, 희생자에 대한 1대1 관리 VS 집단적인 권리주체로서 피해자
특히, 참사 다음날 발표한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재단, 4.16연대가 발표한 성명서는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대면해야하는 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었다. 같은날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애도기간 선포”를 위한 짧은 담화문과 달리 성명서는 “희생자, 부상자, 실종자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파악과 가족과의 연락 및 소통”을 주문했고,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과 지원체계를 요구했다. 이는 대통령 담화문에서 유가족과 공무원을 1대1로 매칭해 장례와 수습과정을 지원한다는 방침과 다른 것이다. 
참사 피해자의 권리는 국가가 개별적인 보호와 관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집단적인 권리주체로서 모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방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법적 처벌 VS 법적 책임
또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성명서 또한 언론과 시민들이 참사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유포하고 혐오표현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의 말들, 피해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원인을 참사 피해자들에게 전가시키는 말들은 열흘 내내 반복되었다. 112 신고 결과가 언론에 공개되고 나서야, 사과의 말들이 나왔지만 드러난 책임의 방향을 노련하게 경찰과 112 상황실, 소방서의 현장인력으로 돌리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참사 초기에, 정부는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책임없음’을 주장했는데, 이와 관련 일부 소방방재학, 안전공학 전문가들이 언론을 통해 동일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부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재난안전기본법’상 지역축제에 대한 좁은 해석에 기반한 것이었다. 언론 역시 전문가들에게 중대재해법과 재난안전기본법상 정부 관계자의 처벌가능성을 중심으로 취재한 결과이기도 하다. 책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아니라 처벌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사회적 책임이 법적 책임, 그것도 시행령과 시행규칙 중심의 한정된 법적 책임으로 좁혀졌다. 
법에 근거한 처벌 이전에 법에 근거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포괄성을 획득한다. 그러한 면에서 민변의 성명은 초기 법적 처벌을 중심으로한 전문가-언론의 프레임에 대한 일종의 해독제 역할을 했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모임(민변)은 헌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해야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상기하며, 피해자 중심적 관점으로 이번 참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합니다.”(10.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는 11월 7일 민변과 참여연대의 공동 기자간담회, “국가책임과 피해자의 권리”를 통해 국가의 생명보호의무에 대한 헌법적 근거, 그리고 재난에 대한 국가책임의 문제를 보다 폭넓게 다루는 작업으로 진전된다. 
3) 책임자 사퇴 여론의 맥락
112 신고내역이 공개된 11월 1일을 기점으로 시민사회단체 성명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안부장관, 경찰총장의 파면과 제대로된 진상규명을 강하게 요구하는 내용으로 구체화된다. 
참사의 책임과 관련되어 고위직 공직자들의 사퇴는 한정적이다. 지난 참사에서 반복되었던 것은 고위공무원 몇몇의 사퇴를 통해 ‘꼬리자르기’식 수습과 정치적 논란을 종결해왔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는 이러한 사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야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사퇴요구가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고위 관료들을 조기 사임시킬 경우 그 다음의 책임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버티기의 일환일 수 있고, 여당과 시민사회가 이러한 프레임에 말려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관련 책임자의 사퇴요구는 정부 스스로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줄기찬 시도를 중단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자를 사퇴시키는 것과 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자를 사퇴시키는 맥락과 의미는 다르다. 박 전정부에서 공직자 사퇴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되었지만, 윤정부에서 공직자 사퇴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4) 기준점을 낮추지 말자. 
‘세월호 이후’의 참사다. 지난 열흘 동안의 성명서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시민사회의 역량은 세월호 참사를 통과하며 이전보다는 더 나은 방향으로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지난 열흘 동안 정부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윤정부가 세월호에 대한 강력한 부인이라는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재난서사가 사회적으로 구축되기 전, 대중들이 원초적으로 느꼈던 공포, ‘안전한 사회’가 매우 취약한 토대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현실적 각성에 대한 두려움이 극복되거나 치유되지 않은 채 퇴행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인식구조에 이태원 참사 대응의 수준을 낮추지 말아야 한다. ‘이 정부는 어차피 안돼’ ‘문재인이니까 그나마 세월호 참사를 조사한거야.’ 식의 체념이 세월호 이후의 시민적 역량을 뒤로 돌린다. 우리의 기준점은 ‘세월호 참사’이지, ‘윤석열 정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더더욱 아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의 시민들만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재난서사를 구축하는 실천을 수행할 수 있다.
 
이태원참사, 열흘의 기록_정부의 말과 시민사회단체의 성명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오전 9시 45분) 대국민담화 발표. 
“정부는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본권 사고의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긴급현안 브리핑.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 또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습니다.”
 
생명안전시민넷, “모든 힘을 합쳐 인도적인 수습을 해야 할 때입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재단, 4.16연대, “이태원 참사에 관한 4.16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과 시민의 입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라"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안전할 권리를 외면한 국가가 참사의 주범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피해자와 가족에게 추모와 위로의 마음을 드립니다.”
민주노총, “어쩌면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고에 희생되는 분들을 추모하며 빠른 수습과 함께 재난 없는 안전한 사회와 일터를 향해 민주노총에게 부여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전국민중행동,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삼가조의를 표합니다.”
참여연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전국민중행동, “참담한 이태원 참사,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최선을 다 하라”
한국여성단체연합,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합니다.”
  
10월 3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 
“(경찰이나 소방의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모인 시민이 예년 8∼10만에서 이번 13만으로 예년 대비 30% 정도 늘었고, 경찰은 예년 80∼100명에서 올해 130여명으로 40% 증원이 됐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도 대참사를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 기자간담회, “주최측이 없는 다중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관련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대통령실,  “주최 측 요청이 없을 때 경찰이 선제적으로 국민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은 없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MBC와 인터뷰,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할로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
-전국언론노동조합, “이태원 참사··· 애도 속 언론 윤리 다질 때”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주민들에게도 평등한 지원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노동당,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반성이 필요하다-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성명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시민들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피해자와 가족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고 수습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책임있는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나눔의집 협의회, "우리는 깊은 애도와 함께, 신중하고 정확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책임지는 조치를 요청합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중 10대가 12명, 중학생 1명, 고등학생 5명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우리는 청소년인권단체로서 돌아가신 청소년분들께 더욱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11월 1일 (112 녹취록 공개). 
- 한덕수 국무총리, 이태원사고 외신 브리핑, 
“주최자 없는 자발적 행사는 선제적 안전관리가 쉽지않다. 주최 측이 없으면 경찰은 (군중관리) 통제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없다.”
“경찰 수사에 의해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 정부의 무한 책임이다”
“잘 안 들리는 것의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
- 오세훈 서울시장, 기자회견, 
“수사기관의 수사가 예상된다. 조만간 수사가 계속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책임소재가 밝혀질 것이다”라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아직 순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의 생명을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 “먼저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
- 윤희근 경찰청장 긴급브리핑, “신고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이태원참사 애도 성명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수습, 지원 대책에 대한 입장”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열한 차례의 112 구조 신고, 자본가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언론4단체(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선정적 보도와 혐오 표현을 거부합니다.” 
 
11월 2일
- 한덕수 국무총리, (전날 외신기자 브리핑 농담 관련)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
-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이태원이란 지역은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다. 내국인도 많이 가지만 외국인도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다. 그래서 그런 지명 뒤에 ‘참사’, ‘압사’라는 용어를 쓰면 그 지역 이미지에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준다. 그러면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거기서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에게 갈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태원 참사에 깊이 애도하며, 정부와 책임자들에게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조치, 재발 방지책을 촉구합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치적 선동, 날조 문건을 작성한 경찰청 강력 규탄한다.”
민주노총, “인정할 것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할 것을 사과하지 않으며, 책임질 것을 책임지지 않는 데서 정권의 몰락은 시작된다.”
참여연대, “국가부재가 초래한 이태원참사, 철저히 원인 규명하고 책임 물어야.”
 
11월3일
재난·산재 피해자단체 등 25개 시민사회단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이대로는 안 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 대신 정권 안위 앞세운 경찰청 문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전국민중행동, “국민이 무서우면 사찰이 아니라 사과를 해야 한다.”
 
11월 4일
윤석열 대통령,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성명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대통령 직접 사과하고,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즉각 파면해야
정부와 지자체, 경찰의 대응 부실 철저한 진상규명 필요”
추모집회 참여 종교인 성명, “지금 이 순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말고 다른 1순위 사안이 있는가?”
국가인권위원장,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슬퍼할 겨를도 주지 않는 무능·파렴치 윤석열 정부에 분노하며, 국가의 역할을 묻는 시민행동에 노동자들부터 나서겠습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한국작가회의 성명
  
11월 7일
- 박희영 용산구청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출석, “여러가지 지금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제 마음의 책임입니다.”
- 이상민 행정안정부 장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시,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
- 윤석열 대통령, 정부·전문가·공무원 참여 민관합동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137명이 못 할 상황이 아니에요. 추가로 서울경찰청에서 인원이 보강되거나 용산서에서 비상을 걸어서 경찰관들이 추가로 오지 않아도 충분히 그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데, 이데 도대체 왜 안 이루어졌는지 저는 도저히 납득이 안갑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회는 국정조사 실시하고, 이상민·윤희근·박희영은 사퇴하라.”
인권연대, “이태원 참사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
 
11월 8일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아직까지 그런 것(대통령실로부터 사의 요청)은 없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국정감사
“어린 영혼들이 이유도 모르게 어처구니 없게 죽어서, 지금 어린 영혼들이 지금 위에서 쳐다보고 있다..근데 우리는 죽은 것을 가지고 이렇게 사고냐 참사냐 따지고 있고. 얘들이 보면 어떻겠느냐?"
“국정상황실은 대통령 참모조직이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참사와 관련해) “국정상황실이 아주 잘했다고 보고 있다.”
(이상민 장관 해임관련) “지금은 사의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람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후진적”
- 민변, 참여연대, ‘10.29. 참사’ 민변·참여연대 공동 기자간담회, “국가의 책임과 피해자의 권리”
 
11월 9일
참여연대, “10.29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 분명히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해야”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939
아카시시 압사 사고 취재기자가 꼽은 이태원 참사와 공통점 [특별기고] (시사인 791호, 아와노 마사오 (프리랜서 기자), 감수·문성희 (〈슈칸 긴요비〉 편집장), 2022.11.10 07:08) 
2001년 7월21일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 육교 압사 사고로 11명이 숨졌다. 이태원 참사와 아카시시 사고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이 사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일본인은 홋카이도 네무로시 출신 도미카와 메이 씨(26)와 사이타마현 출신 고즈치 안 씨(18) 두 명이다. 둘 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하고 있었다. 참사 3시간 전에도 비빔밥이 맛있었다는 문자를 딸한테 받은 메이 씨의 아버지 도미카와 아유무 씨(60)는 “딸이 한국을 무척 좋아했다. 빨리 만나고 싶다”라며 아내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한국으로 향했다. 고즈치 안 씨 가족도 외무성을 통해 “딸은 우리의 보물이다. 보물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현실을 지금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한국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희생자 수가 많았던 군중 사고로는 1956년 새해 첫날 니가타현 야히코 신사에서 일어난 참사다. ‘떡 뿌리기’ 행사에 사람들이 몰려 124명이 숨졌다. 현재 일본인들은 2001년 7월21일 밤 효고현 아카시시 육교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를 떠올린다. 이날 불꽃축제 관람객 11명(어린이 9명, 노인 2명)이 압사했다. JR 산요 본선 아사기리역에서 선로와 국도를 가로지르는 육교는 당일 열린 불꽃축제 장소인 오쿠라 해안과 연결되어 있었다. 불꽃축제가 끝난 오후 8시30분쯤 귀가하려고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축제가 열리는 해안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100m 길이의 다리 위에 밀집했다. 통로 폭은 6m이지만 해안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통로의 절반 정도 폭에 불과한 병목 구조가 문제였다. “밀지 마” “돌아와” “살려달라”는 절규가 난무했다. 결국 연약한 아이와 노인들이 지옥의 그림자가 드리운 다리에서 맥을 못 추고 숨졌다.
고베시의 시모무라 세이지 씨(64)는 당시 세 살이 되기 직전인 둘째 아들을 잃었다. 그는 사고 후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활동 등에 힘쓰며 유족회 회장을 맡고 있다. 유족 가운데는 이 사고로 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이도 있다. 당시 71세였던 한 할아버지는 낯선 아이를 살리기 위해 높이 들어 올려 아이는 살리고 본인이 숨지기도 했다. 이날 육교에서 약 6000명이 엉켜 있었다. 한 사람 위에 쏟아진 압박감이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 무게였다고 한다.
서울 이태원 참사와 아카시시 불꽃축제 육교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전에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한국 경찰은 마약 밀매 적발에 집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카시시 사고에서도 경찰은 폭주족 단속에 300명 이상을 투입했다. 불꽃축제 현장에는 경찰 30여 명만 배치했다.
불꽃축제 주최는 아카시시였다. 시는 오사카의 니시칸이라는 경비 회사에 경비를 위탁했다. 니시칸이 효고현 경찰에 제출한 경비계획서는 전년도에 열린 불꽃축제 계획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사고 후 밝혀졌다. 전년도 행사에는 5만여 명이었지만 그해 불꽃축제에는 15만명 이상이 몰렸다.
유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니시칸은 다리 위의 갈색 머리 젊은이들이 일부러 밀어서 사고가 났다는 정보를 흘렸다. 당시 이를 ‘진실’로 여기고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오히려 젊은이들은 다리 지붕으로 올라가 구급차를 부르거나 역에서 행사장으로 오는 사람을 오지 말라고 소리치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해 애쓴 것으로 드러났다. 시모무라 세이지 씨는 사고 사흘 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워낙 자세히 기억하고 있어서 당시 필자가 매우 놀랄 정도였다. 보험업을 하는 그는 “교통사고 현장을 머릿속에 그리듯이 떠올리고 일하기 때문에 이런 현장도 그렇게 기억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효고현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아카시시, 니시칸, 아카시시 경찰서의 경비 담당자 등 12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고베 지방검찰청은 이 가운데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04년 12월 고베 지방법원은 아카시시 경찰관과 니시칸 직원에게 금고 2년6개월의 실형, 시 공무원 3명에겐 금고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내렸다. 2007년 4월 오사카 고등법원은 피고인 전원에 대해 항소를 기각했다. 2010년 5월 형이 확정되었다.
유족들은 아카시시 경찰서장과 부서장이 최고 책임자인데도 불기소된 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족들은 고베 지방검찰청 심사회에 이들을 기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베 지방검찰청 심사회도 기소가 상당하다고 결정했다. 당시 검찰은 심사회 결정을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되었기에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아카시시 경찰서 부서장은 계획 단계에서 육교 주변에 경찰관을 배치했고, 필요하면 기동대 등을 투입하는 권한을 현장 지휘관에게 부여하는 등 사고 방지 조치를 강구했다. 또 경비 계획 단계에서 당일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검찰 심사회 권한이 강화된 사법개혁안이 통과되자, 검찰 심사회 문을 다시 두드렸다. 결국 2010년 1월 검찰 심사회가 부서장에 대한 기소 의결을 했다. 하지만 공소시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미 처벌받은 아카시시 경찰관과 과실공동정범으로 기소됐는데, 고베 지방법원은 부서장을 공동정범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시효가 지났다며 면소판결을 내렸다.
유족들은 아카시시, 니시칸, 아카시시 경찰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냈다. 2005년 6월 법원은 유족들에게 총 약 5억6800만 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카시시 사고로부터 21년이 흐른 올여름, 유족과 변호사들은 사고 당시와 그 후의 재판 과정을 담은 〈아카시시 육교 사고 재발 방지를 바라며-숨겨진 진상을 포기하지 않은 유족들과 변호인단의 투쟁 기록〉을 출판했다. 저자 중 한 명으로 당시 어머니를 잃은 시라이 요시미치 씨는 “책을 낸 직후 이런 사고가 이웃 나라에서 일어난 게 분하면서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카시시가 주최한 불꽃축제와 달리 서울의 참사는 자연 발생적으로 모여서 주최자가 불분명하지만, 핼러윈을 맞아 젊은이들이 대거 모일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했을 것이다. 한국 경찰만이 그런 예상을 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본질이다.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행정력이나 경찰력이 동원되면 참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유족들이 겪을 아픔과 관련해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붐비는 장소에 간 사람이 잘못이다’ 같은 말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분명 잘못된 말이다.” 그를 비롯한 유족들도 “어린아이를 그런 곳에 왜 데려갔나” “자업자득이다” 따위 비방을 들어야 했다.
아카시시 불꽃축제 육교 사고 후, 일본 사회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아카시시 불꽃축제는 폐지되었고, 다양한 축제가 혼잡 사고를 경계해 중지됐다. 일본 경찰의 경비 체계도 바뀌었다. 책 출간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우리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생활이 달라졌다. 이러한 사고는 누구나 겪을 가능성이 있다. 안전보다 나은 건 없다”라고 말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1110168400530?input=1195m
[이태원 참사] "경찰 지휘·감독 권한 없다" 행안장관 발언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2022-11-10 19:40)
6월 경찰국 추진할 땐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 있어"
논란 일자 행안부 "경찰국은 치안 지휘·감독과 무관한 조직"
"(경찰에 대한) 일체의 지휘 권한이 없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런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으로부터 '경찰에 대한 지휘 권한과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일체의 지휘 권한이 없다"고 했다. 또 "법적 책임은 당연히 없다"면서도 "도의적이나 정치적인 책임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7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 이형석 의원으로부터 '행안부는 경찰청을 지휘·감독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휘·감독 권한이 지금 없다"고 답했다. 경찰로부터 치안 관련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8월 출범한 행안부 내 경찰국은 인사와 경찰 지원 업무를 하며 "치안과는 전혀 무관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개월 전인 지난 6월에는 달랐다. 이 장관은 경찰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청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시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 규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청의 업무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 통제에 대한 비판을 무릅쓰고 경찰국까지 만든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발언을 뒤집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참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이 장관은 야당의 사퇴 압박에도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행안부는 진화에 나섰다. 10일 오후 반박자료를 내고 이 장관이 경찰국 신설 추진 당시와 반대되는 주장을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경찰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려면 감찰과 징계권이 필요하고 최소한 경찰로부터 경찰업무를 보고받아야 한다"면서 "다만 감찰과 징계권은 법률 개정사항으로 즉시 실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적어도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시 업무보고 등의 의무라도 포함하려 했지만 강한 반대 의견이 있어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휘규칙에는 법령 제정·개정 관련 보고, 법령질의 등에 관한 사항 등이 있을 뿐 치안상황 지휘·감독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6월에 의도했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지휘규칙 및 경찰국이 만들어졌고 결국 행안부 장관에게는 이번 이태원 사고와 같은 치안상황에 대한 지휘·감독을 수행할 조직과 권한 및 보고체계가 없게 됐다"면서 "현재의 행안부 경찰국은 출범 당시부터 치안상황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와 관련한 보고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국은 치안상황 지휘·감독과는 전혀 무관한 조직"이라고 밝혔다.
 
https://newstapa.org/article/sPgeI
참사 그 날의 경찰, 이태원보다 대통령실이 중요했던 이유 (뉴스타파, 신동윤, 2022년 11월 10일 20시 00분)
지난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당일 신고 전화를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6시 34분에 첫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 되면 그게 아마 거의 아비규환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은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까?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할 책임은 어디에 있습니까? 경찰에 있어요.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 아닙니다. 정보 역량도 뛰어나고.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 - 윤석열 대통령
오후 6시 34분 첫 신고가 접수된 이래 사고 발생까지 경찰이 받은 신고는 총 11건이다. 현장 경찰은 용산경찰서에 기동대 급파를 요청했지만 경찰 지휘부는 묵살했다. 같은 시각 대통령실에서 약 1km 떨어진 삼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집회 시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위험을 알리는 보고가 묵살당한 것은 참사 당일뿐만이 아니었다. 참사 나흘 전에는 이태원파출소장이 경찰청 내부 메신저를 통해 서울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에 '핼러윈데이에 교통기동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경력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때도 지휘부의 응답은 없었다.
또 그다음 날 용산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위험이 경고됐다. 이 보고서는 실제 참사가 일어난 해밀턴 호텔 일대를 정확히 언급하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안전띠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용산서 정보과장은 이 보고서를 묵살하고 '대통령실 집회를 챙기라'라고 지시했다. 참사 이후, 용산서 정보과장이 해당 직원에게 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회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장과 경비과장 등 용산서 지휘관들은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일대에서 벌어진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 시내 경찰기동대 48개 부대가 총동원됐다. 이 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시각 13만 명의 인파가 몰린 이태원에는 137명의 경찰관이 배치됐다. 그마저도 인파를 관리하는 혼잡경비 업무를 맡은 경력은 없었다.
경찰 지휘부는 왜 현장 일선에서 수차례 제기된 참사의 전조를 무시했을까. 대통령실 경비에 쏟아부은 경력의 일부라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투입할 순 없었을까. 취재진은 20년 이상 경력의 현직 경찰관들을 만나 물어봤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실 경비에 총력 기울인 이유... 당근과 채찍
취재진이 만난 일선 경찰관들은 대통령실 이전과 이후 용산경찰서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전이 이뤄진 지난 6개월, 용산서 지휘부의 관심은 대통령실 경비 업무에 쏠려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이전은 용산경찰서 지휘부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만에 하나 대통령실 경비에 실패할 경우 지게 될 무거운 책임이 위기라면, 집회를 잘 통제했을 때 돌아오는 지휘부의 승진은 기회다.
"대통령실에 대한 경호, 지키는 그런 경비가 실패했을 경우에는 바로 나가요. 바로 나가요 잘못되면, 그것이 잘못되면 책임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한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 용산경찰서 경찰관
"예를 들어서 경비가 무너져버렸다 하면 이것은 그 정도 뉴스에 살짝만 떠도 청장들이나 경찰청장이나 서울청장 같은 거 날라간다고 봐야 돼." - 서울 소재 경찰서 현직 경찰관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잘 통제할 경우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게 경찰 내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되기 전에는 광화문 경비를 담당하는 종로경찰서가 '경찰 승진 1번지'로 불렸다.
실제로 뉴스타파 데이터팀이 지난 20여 년간 역대 종로경찰서 서장의 승진 과정을 분석해 봤더니 실제 역대 종로서장 23명 중 11명이 치안감(2급 이사관급) 이상 승진하며 승승장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총경(4급 서기관급) 승진자 명단을 보면, 다른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각 1명 내외의 승진자가 나온데 비해 같은 기간 종로경찰서에서는 7명이나 되는 총경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12만 경찰에게 있어 승진은 강도 높은 업무의 보상받는 유일한 방식이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종로경찰서의 위상은 고스란히 용산서로 옮겨가게 됐다. 앞으로는 용산서의 대통령실 경비 업무가 경찰 고위직 승진의 등용문이 된다는 의미였다.
"예전 같은 경우면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나 정보과장이 집회시위 잘 막으면 승진했고, 묵시적으로 다 알지 우리 조직에서는 그렇게 하니까. 어쨌든 올 연말 승진 인사는 사실상 용산서장과 경비과장은 무조건 승급 케이스로 있던 사람들이었어요." - 서울 소재 경찰서 현직 경찰관
대통령실 이전에 치안 공백도 생겨
대통령실 경비에 관심이 쏠려 있는 건 상급 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도 마찬가지다. 서울지방청은 대통령실 이전에 맞춰 용산경찰서가 대통령실 경비 업무에 집중 투입되도록 인력과 관할을 조정했다. 지난 5월 10일 발표된 서울지방경찰청 훈령에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서의 경비작전계, 정보계 경찰관이 각각 7명 충원된 것이 확인된다.

▲ 서울특별시경찰청 훈령 제364호 (2022. 05. 10.)

또 서울지방청이 22년 상반기에 작성한 ‘용산경찰서 지역경찰 관할 조정(안)’을 보면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되면서 관할을 조정한 것으로 나와 있다. 용산경찰서 일선 경찰관은 이렇게 관할이 조정되면서 지역 치안 관리보다 대통령 경호에 더 무게가 실렸다고 말한다.
"경호 같은 것도 타 경찰서에서 차출을 많이 하고, 차출이 자주 있고 하다 보면 그런 거에 많이 신경을 쓰죠. 도보로 돌아다니면서 높은 건물이나 경호상에 위해되는 건 없는지에 대한 순찰을 도는 팀을 만들었단 말이에요. 그 인원은 빠져 나가잖아요, 물론 더 받는다고 하지만. 그게 뭐예요 벌써 경호에 신경을 더 썼다는 거잖아요." - 용산경찰서 경찰관
결국 경찰 조직 정점으로부터 내려온 메시지에 따라 용산경찰서의 업무 무게중심과 지휘부의 관심이 대통령실 경비에 쏠리게 됐고, 시민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참사 이유, 보고 체계 때문이라는 경찰 수뇌부... 반성과 성찰 없어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경찰 수뇌부는 경찰 대응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안위를 챙기느라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경찰 조직을 잘못된 방향, 잘못된 메시지로 이끌었다는 반성은 볼 수 없었다.
"총체적 지휘책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서울청장으로서 보고체계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
"저희 경찰 내의 보고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고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 윤희근 경찰청장
용산경찰서 경찰관은 서울청 소속만 81개 기동대가 있고, 필요하면 지방청에서도 지원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상황에 10만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에 3개 기동대조차 지원을 안 했다는 건 집회에만 신경 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과거에 문제가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경찰 수뇌부를 비판했다.
"혼잡경비를 통해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일이었는데 기동대 배치를 안 해서 혼잡경비를 아예 손놓고 있었다는 것 자체부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책임을 면할 수가 없죠." -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찰 장악에만 몰두한 윤석열 정부... 책임 면할 수 없어
윤석열 정부 들어 31년만에 부활한 경찰국이 시민 안전보다 정부의 안위를 살피는 경찰 내부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설된 행정안전부 내부 경찰국은 산하 외청인 경찰청에 대한 인사권 및 승인이 필요한 중요 정책 사항을 관장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월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민정수석실 등에서, 밀실에서 불법적으로 지휘하던 경찰에 대한 그런 통제를 이제 공개된 행안부 안의 경찰국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투명하게 운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후 3개월이 지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말이 달라졌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 언론에 “경찰력을 미리 배치해 막을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라고 말하며 정부의 책임을 회피했다.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냐는 것은 수사와 감찰을 통해서 파악이 돼요. 그런데 그 잘못을 저지른 사람 선에서 꼬리 자르기로 책임 추궁이 끝날 일은 아닌 거죠.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낸 그러한 경찰 운영 방향을 만들어낸 상층부의 책임이 있는 것이죠." -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국 신설 당시 이미 안전 참사는 예견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국이 신설되면 집회 시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책임 치안에서 정부의 치안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부분을 이야기했었거든요. 승진 때문이죠. 인사죠." - 민관기 경위 / 경찰직장협의회장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211102117015
정권 따라 바뀌는 재난 소관…‘재난 거버넌스’ 또 오작동 (경향, 이혜리·전지현·김송이·김나연 기자, 2022.11.10 21:17)
② 여전히 뒷전인 안전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후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수립
MB 때 NSC에서 행안부로
박근혜 때 국민안전처 신설
문재인 땐 ‘위기관리센터’로
“현장 경찰관이 애썼다는 건
관련 기관들 허술함의 방증”
안전, 기본권으로 인식해야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다던지 하는 정보를 경찰, 일선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이태원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것인가. 저는 납득이 안 된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 주체로 경찰을 지목하고 강하게 질타했다.
10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등 일선 안전 담당자들의 미흡한 대응이 이번 참사의 주된 배경이라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적 재난 컨트롤타워’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재난 대응을 지휘하는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대통령실에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는 위험 인지를 통한 사고 예측부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들은 “후진국형 사고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의 재난 안전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골목 진입 인원을 막고, 진입한 인원은 가능한 한 넓은 방향으로 빼내는 등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현장 경찰관이 애를 썼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관련 기관이 얼마나 허술하길래 개인의 희생과 봉사 정신에 입각해서 일이 돌아가야 되느냐는 뜻”이라며 “용산지역을 담당한 경찰과 구청이 위험을 인지하고 군중 통제 대책을 확립한 뒤 가동시켜야 했지만 방심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 대비계획이 없어 인파를 예측한 뒤 보행 흐름을 유지시키지 못했고, 소방로 확보가 미리 되지 않아 구조대가 현장에 빨리 도착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의 수준은 높지만 상부에 보고한 뒤 지시를 받아 조치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보고 중심의 매뉴얼 때문에 행동과 조치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용산구에서 발생한 문제는 일단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가 대응하고, 벅차면 서울시와 행안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게 법 내용”이라며 “기초지자체의 재난관리가 잘 되고 그게 모여서 국가의 안전관리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행사 주최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하는 사고는 일선 경찰이나 구청, 소방서 차원이 아니라 재난 안전 체계의 컨트롤타워에서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으로 인력 운용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난 전문가는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재난 상황은 파출소나 소방서가 최선을 다해도 대응하기 힘들다”며 “그래서 어느 나라건 컨트롤타워인 최고위층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부처 간 벽이 높고 윗선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경직된 공무원 조직의 경우 권한도 갖고 책임도 지는 컨트롤타워의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 다른 안전 전문가는 “위험성 평가에 따라 막대한 위험이 나타날 때 기본적으로는 소관부처가 담당하겠지만 행정적 판단을 해줄 곳이 필요하다”며 “많은 국민이 일시에 죽는 참사가 발생한 비상상황이라면 경찰청장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칠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실이 빨리 움직여야 하고, 평소에 그런 비상보고 체계와 위기관리 매뉴얼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후 노무현 정부 때 수립된 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노무현 정부는 포괄적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통일·외교·안보 현안과 함께 안전·재난도 다루게 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 시스템을 폐지하고 재난 대응을 행안부에 맡겼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를 만들었지만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지하벙커에 있던 위기관리센터에서 재난 대응을 주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위기관리센터 기능이 유명무실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번 참사에서는 정부가 지역의 위험요소를 잘 아는 시민·상인, 전문가 등과 함께 논의하는 ‘재난 대응 거버넌스’도 작동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안전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음에도 정부가 생명·안전을 여전히 뒷전으로 인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강조하고 재난 보고 체계를 갖춘다고 했지만 제대로 내면화되지 않았던 게 이번 참사로 나타난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태도 등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했다.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집회·시위에 경찰을 투입하면서 이태원의 대규모 인파에는 신경쓰지 않은 정부 행태를 비판했다. 김 공동대표는 “정부는 여전히 안전을 소요나 시위에 대한 통제, 억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시민들이 생명 위협 없이 생활하게 할 것이냐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안전권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헌법 제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문언 그대로 ‘노력해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 안전권을 권리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발표한 헌법 개정안에서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는 제37조 1항을 신설하고 2항으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해 생명·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수사 프레임’으로만 보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일 변호사는 “정부는 책임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은 어느 선까지만 수사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공정하고 독립된 조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211102117005
안전관리 매뉴얼은 진화해 왔다…‘적용’의 적극적 판단이 부족했을 뿐 (경향, 김희진·김송이·전지현·김나연 기자, 2022.11.10 21:17)
17년 전 상주 압사 사고 이후
각종 축제로 관리 대상 확대
매뉴얼·주최 문제가 아니라
정부 책무 방기가 진짜 문제

“주최가 없는 다중 인파사건 대응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10월31일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 “주최 측 없어 축제가 아닌 현상, 구청은 할 수 있는 역할 다했다”(10월31일 박희영 용산4구청장), “주최 측이 없으면 경찰은 통제권을 가질 수 없다”(11월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최자 없는 행사는 관리할 법적 의무가 없고 매뉴얼도 없다.’ 이태원 참사 직후 정부와 경찰이 내놓은 발언은 이렇게 요약된다. 일사불란하게 근본 원인을 제도적 한계에서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 방안을 마련하라”고 응답했다. 국회는 여야 없이 개정안을 쏟아냈고, 행안부는 지난 3일 ‘다중밀집 인파사고 안전관리 지침’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벌어진 지 5일 만이었다. 정말 매뉴얼이 문제였을까. 지침이 만들어지면 시민들은 압사 위험에서 안전해질 수 있나.
매뉴얼과 주최자 유무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방기한 관계 당국이 매뉴얼을 탓하며 책임을 미루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핼러윈을 앞둔 상황에 적용할 만한 매뉴얼은 이미 갖춰져 있었다. 애초에 ‘압사 사고’를 계기로 탄생한 매뉴얼은 ‘참사’로 불리는 사건을 겪을 때마다 개정되고, 추가되고, 보완됐다.
압사 사고와 관련된 안전 매뉴얼은 17년 전 처음 만들어졌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공연에 입장하던 시민 11명이 압사하자 압사 사고 대책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경찰청은 그해 ‘수익성 행사 관리 매뉴얼’을, 소방방재청은 이듬해 ‘공연·행사장 안전 매뉴얼’을 각각 만들었다.
경찰청은 당시 민간 행사도 안전관리 필요성이 제기되자 ‘혼잡 경비’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매뉴얼을 펴냈다. 이 매뉴얼은 2006년 ‘혼잡 경비 실무 매뉴얼’로 개정됐다. 민간이 주최하는 행사뿐 아니라 군중이 모이는 각종 축제로도 안전관리 대상을 확대했다. 2014년엔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로 재차 개정됐다. 이 매뉴얼 마련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관리 분야를 위한 65번째 국정과제로 선정된 터였다.
경찰청의 2014년 버전 매뉴얼을 보면 ‘다중운집’ 개념을 “조직되지 않은 다수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 공연, 체육경기, 행사 등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정부·민간, 옥내·옥외, 국내·국제, 수익성·공익성 여부를 불문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누가, 어디서 열었는가와 상관없이 다중운집 행사의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현장 관리 방안도 담겼다. 거대 인파가 모이거나 극단적으로 혼잡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하철 입구 등 취약시설에 경력을 배치하고, 인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시설물로 안전공간·통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참사가 벌어진 당시 이태원 상황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매뉴얼이지만, ‘주최가 있는 행사’를 전제로 한 매뉴얼이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청 매뉴얼 내용과 유사한 지침이 현장에서 작동된 때도 있었다. 용산경찰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다중 인파 안전사고 대책을 포함한 ‘핼러윈 치안대책’을 세웠다. 특히 2020년 대책에선 안전사고 예방 및 조치사항에 ‘압사’를 직접 언급하며 주요 골목 10곳에 경찰기동대 60명을 배치하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현장 질서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같은 지침은 올해 들어 마련한 안전사고 대책에선 빠졌다.
소방방재청의 매뉴얼도 예상치 못한 참사들을 겪고 몇차례 개정을 거쳐 ‘2021년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로 보완됐다. 그사이 공연·행사장에서 지역축제로까지 적용 대상이 늘었다. 안전관리계획 수립 의무 역시 ‘지자체장’에서 ‘민간’ 개최 축제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이태원 핼러윈 행사의 경우 특정한 주최가 없어 매뉴얼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와 용산구청 입장이다. 매뉴얼의 토대가 된 재난안전법 조항이 지역축제 개최 시 안전계획수립 주체가 없을 때 책임자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매뉴얼은 ‘모든 축제에 대해 안전관리계획 수립’을 권고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시장, 군수, 구청장은 지역축제의 특성·위험·규모 등을 고려해 본 매뉴얼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지자체와 경찰 모두 적극적으로 판단하면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었음에도 이번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권설아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재난안전혁신센터장은 “이런 매뉴얼은 지자체별로 지역 특성에 맞춰 수정·적용하도록 돼 있다”며 “1차 재난관리 책임기관인 구청에서 용산구만의 매뉴얼을 갖고 있어야 마땅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법적 근거만 따지며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 근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재난안전법 4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경찰 등 국가기관이 재난이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고 명시한다. 헌법 34조 6항은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권설아 센터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1차 목적이어야 할 국가가 (주최 측이 없어 대응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미 매뉴얼 자체는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난별 매뉴얼이 마련돼 있으며 고치거나 더하는 일보다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할 때라는 것이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매뉴얼이 없다’고 하는 게 가장 쉬운 답이지만 오히려 온갖 재난별로 매뉴얼이 너무 많아서 무용지물이 되곤 하는 게 문제”라며 “어떻게 해야 현장의 실무자들이 매뉴얼을 쉽게 숙지하고, 간단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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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 불법증축 난립…‘돈 되는 골목’에 벌금 물면서 버틴다 (경향, 김희진·김나연·김송이 기자, 2022.11.10 21:25)
이해관계 얽힌 이태원 골목
인근 건물 14곳 중 6곳 위반
1곳은 무허가 건출물 증축
임대료·이윤·소유권 얽혀
시정조치에도 철거 안하고
안전 정비 못해 계속 좁아져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가 커진 요인 중 하나로 일대 골목에 늘어선 건물의 무단증축이 꼽힌다. 분위기 있는 테라스와 화려한 간판, 이색적인 건물 외관은 이태원으로 발길을 끌어당기는 특색이지만 13만 인파가 몰린 지난달 29일엔 걸림돌이 됐다. 무단으로 증축된 시설물이 거리를 좁혀 병목현상이 더 심해졌고, 참사 당시 대피로를 막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불법건축물이 골목 경계를 침범하기까지 당국이 손 놓고 바라본 건 아니다. 구청은 무단증축 건물에 시정을 명령하고 이행강제금을 물렸다. 그런데도 이태원 같은 장소에는 불법건축물이 판친다. 활성화된 상권인 데다 땅값이 뛰면 임대료 수익도 덩달아 올라 벌금으로 때우더라도 증축을 택하는 게 ‘남는 장사’다. 여기에 복잡하게 얽힌 구도심의 지분관계까지 더해져 골목을 안전하게 정비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진다.
임대료와 이윤, 소유권 같은 현실적 문제들 앞에서 ‘안전’은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태원 같은 장소는) 이익을 위해 증축하면서 도로 공간이 계속 좁아지는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이라면서 “불법과 적법의 경계에서 균형점을 찾으며 유지되어오다 문제가 누적돼 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동안 야금야금 좁아졌다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이 세계음식문화거리와 맞닿은 지점에는 해밀톤호텔 본관과 별관이 마주보고 있다.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은 사고가 난 골목을 향해 가는 이 인도에서부터 인파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도로를 가운데 두고 본관·별관이 각각 무단증축을 한 데다 별관 주점이 당일 임시 부스까지 설치해 사람이 오가는 통행로의 너비를 좁혔다.
건축물 대장을 보면 해밀톤호텔 본관은 세계음식문화거리 도로변 쪽 주점 테라스를 불법으로 증축했다. 2011년 창틀(새시)을 세우고 테이블을 놓은 게 시작이었다. 현재는 경량철골과 유리로 된 면적 17.4㎡짜리 테라스를 세워둔 상태다. 별관은 1층에 31㎡를 경량철골과 투명 플라스틱 패널 등으로 불법증축했다가 2013년 적발됐다. 2017년엔 증축 면적이 51㎡로 늘어났다.
이 거리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비교해보면, 별관은 외벽을 덧대는 등 바깥쪽으로 확장하며 무단증축한 것으로 보인다. 10여년 시간이 지날수록 본관과 별관 사이 거리 폭은 조금씩 좁아졌다. 참사 당일 설치된 별관 앞 임시부스까지 고려하면 일부 거리 폭은 약 5m에서 3m까지 줄어들었다. 구청은 2013년부터 시정명령을 내린 뒤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해밀톤호텔은 9년간 5억원이 넘는 금액을 내면서 시정조치 없이 영업을 지속해왔다.
이태원 일대 골목에서 무단으로 면적을 늘려 영업하는 곳은 해밀톤호텔만이 아니다. 사고가 난 골목과 그 골목에 T자 형태로 접한 거리에 늘어선 건물 14곳 중 6곳이 무단증축됐다. 나머지 8개 건물 중 1곳은 무허가 건물이고, 4곳은 과거 무단증축한 이력이 있다. 구청에 적발되면 잠시 철거했다 다시 증축하기를 반복한 사례도 있다.
■돈이 되는 땅, 벌금 내고도 버틴다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건축물이 난립하는 이유는 상가 입장에선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무단증축 상태를 유지하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무단증축으로 벌어들이는 임대료 상승분·만족도 대비 철거할 때 드는 비용 등을 저울질하면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티는 게 ‘돈 되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이행강제금이 무겁다고 하면 시정 조치를 따르겠지만, 생각만큼 무겁지 않으니 ‘장사하면서 세금 낸다’ 생각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이 오랜 기간 ‘흥행 상권’이었다는 점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해밀톤호텔 본관 뒤로 이어지는 세계음식문화거리 쪽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만 해도 이태원 일대 권리금이 가장 높은 ‘상권의 중심지’로 꼽혔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장사가 잘되는 곳이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2~3년 동안 공실이 늘기는 했지만 이태원에서 가장 먼저 회복세를 보인 상권도 이 지역이다.
무단증축이 이뤄질 유인은 차고 넘치지만 지자체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마땅치 않다. 용산구 관계자는 “시정될 때까지 계속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이 현재로선 가장 강도 높은 제재 조치”라고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건축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강제 철거에 나서기 어렵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고발 조치를 택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용산구는 불법건축물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나서야 해밀톤호텔 건축물 5곳에 대해 건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호텔 주변에 불법구조물을 세운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해밀톤호텔 대표이사를 입건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과 교수는 “이태원 골목은 폭이 일정치 않은 구도심인 데다 축제 당시 모였을 외지인들은 불법구조물에 익숙지 않은 경향이 있어 위험이 더 커졌을 것”이라며 “무단증축 건축물이 버틸 수 있는 현행 수준 이행강제금 체계를 개선하는 등 인파가 몰리는 지역의 안전을 확보할 행정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좁은 비탈길, 쪼개진 수많은 소유권
사고가 난 골목의 경우 정비를 거쳐 통행 여건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좁고 비탈진 구도심 특유의 골목길 형태가 사고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지분관계를 해소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대대적인 재정비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쪽과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잇는 이 골목은 길이 10m 정도의 좁은 비탈길이다. 해밀톤호텔에서 설치한 폭 70㎝의 분홍색 가벽이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어 아래로 내려올수록 폭이 좁아진다. 가벽은 에어컨 실외기와 환기 시설을 가리기 위해 설치된 차폐시설로 2017년쯤 만들어졌는데, 지붕이 없어 단속대상은 아니다. 가벽 때문에 골목은 폭이 4m에서 3.2m로 좁아졌다. 건축법상 도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폭이 4m 이상이어야 하는데, 여기에 못 미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태원 음식문화거리를 대상으로 2013년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했지만, 사고가 난 골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비사업은 해밀톤호텔 뒤편 전신주와 통신줄 지중화, 도로포장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골목길 개조 같은 대대적인 개선 작업은 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땅의 복잡하게 얽힌 소유 관계도 서울시나 용산구가 손을 대기 어려운 요인이다. 이 골목은 약 48평(160.7㎡)짜리 좁은 도로이지만 34명이 지분을 나눠서 갖고 있다. 서울시와 해밀톤호텔도 지분이 있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도로 확장 등을 위한 기부채납과 토지매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태원은 이 골목을 비롯해 좁은 도로 투성이인 데다 상업·주거용 건물이 혼재돼 있고 소유권도 쪼개져 있다”며 “구청이나 시에서 정비하려 해도 사유재산이 걸려 있어 소유관계를 정리하는 일부터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부채납으로 일부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재원과 예산에는 항상 한계가 있다”며 “결국은 전반적인 도시 재정비가 필요한 일인데 대다수 정비 사업은 기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현 이행강제금체계 강화해
도로 ‘통행 흐름 조절’ 필요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도로 정비보다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안전조치를 제대로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유 교수는 “이번 사고는 도로 용량에 맞는 수준의 보행자가 통행하도록 통제를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에 가깝다”며 “건물의 용도와 도로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고려해 도시계획을 짜는 일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이태원에서 났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홍대 부근이나 연남동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갑자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상황에서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게 하고, 어떻게 경찰과 소통할지 계획을 세워 제대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