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한 저번 수도권 물난리 이후 관련기사를 모았다. 반지하 개선으로 논의가 모아지긴 했는데, 이것말고도 생각할 꺼리가 많다. 특히 비극적 재난참사를 야기한 것은 바로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뒤늦었지만 관련기사만 옮겨놓는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389
[사설] ‘대통령실 거품’이 진짜 문제다 (미디어오늘 1364호, 2022.08.15 15:10)
최근 윤석열 대통령 행보를 보면 ‘패착’에 가깝다.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서울시 관악구 반지하 집 현장을 찾아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는지 모르겠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이 되더라고”라고 한 발언도 전파를 탔다. ‘퇴근길에 피해를 보고도 퇴근했다니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대통령실은 수해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자택에서 전화로 지시했다고 했지만 관련 발언은 여론을 악화시켰다.
뒷수습도 점입가경이었다. 반지하 집 방문 사진을 카드뉴스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참사 현장을 구경하는 듯한 이미지가 부각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도 못했으면서 해당 사진을 국정 홍보로 활용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수해로 국민의 어려운 삶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 윤석열 정부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었지만 오히려 대국민 소통은 온데간데없다. 미국 역대 대통령을 취재한 케네스 티 월시는 ‘백악관의 죄수들’이라는 책에서 백악관 생활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멀어져 교감을 떨어뜨리고 국민 소통에 걸림돌이 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백악관 거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통령실 거품’에 둘러싸여 국민 삶을 체감할 수 없는 상태로 들어선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언론이 해법으로 내놓은 건 대통령실이 쓴소리를 듣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레드팀’을 구성하라는 주문이다. 각계 인사들이 정부의 취약성을 지적하고 이를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게 레드팀 취지이다. 레드팀 성공의 관건은 얼마나 속 깊은 국민 여론을 취합하고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본래 레드팀 역할은 언론과 비슷하다. 정권이 잘못된 정책을 내놓거나 국민 여론과 반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레드팀을 구성하고 주효하려면 과감한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 적어도 극단적인 인사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이미 극우 유튜버 안아무개씨의 누나 채용 문제가 불거졌고, 과거 부정선거 등을 주장했던 인물이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산하 청년대변인으로 발탁된 인물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혐오 발언 의혹 당사자로 떠올랐다. 아무리 레드팀이 제 역할을 하더라도 인적 쇄신 없이는 ‘대통령실 거품’을 없앨 수 없다.
특히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대통령실 거품’을 키우는 상징적 인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강 수석은 지난 10일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의 수해 대응을 해명하면서 “비에 대한 예고가 있다고 그래서,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라고 말했다. 명백한 실언이다.
강 수석이 보수 성향 유튜브에 출연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해당 유튜브는 21대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내용으로 시끄러웠는데 대통령실 수석 출연 자체가 적절한지 비판이 나왔다.
시민사회수석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계속 연출하는 것도 문제다. 과거 정부 시민사회수석은 대국민 현장과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를 찾는 일정 등을 소화했다. 사회 주요 갈등 문제를 조율하거나 해결하는 게 주 역할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찾기도 했고, 갈등이 첨예한 노동 문제를 물밑에서 조율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강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 시민사회수석이 정권 홍위병은 아니지 않은가. 언론이 ‘대통령실 거품’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더욱 매섭게 질타해야 한다. 과거 이런 인물이 있었다면 언론은 어땠을까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81515595398955
"불평등이 재난이다" ... 폭우참사에 '불평등' 질문하는 시민들 (프레시안, 한예섭 기자, 2022.08.15. 16:18:22)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이번 폭우참사는 사회적 참사"
지난 8일과 9일 발생한 폭우로 기초생활수급자, 발달장애인, 저임금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사회적 불평등이 비극적 재난참사를 불러오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이 나온다.
15일 폭우피해 대응을 위한 연대체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을 구성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불평등이 재난이다"라며 16일부터 진행할 추모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16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폭우참사로 사망한 재난 피해자들을 기리는 시민분향소를 설치, 1주일간 대중 추모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일 폭우 당시엔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면서 주거취약계층이 마주한 재난 취약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사고를 당한 일가족은 서비스 노동자이자 노동조합 간부인 홍 아무개 씨와 발달장애인인 그의 언니, 그리고 10대 딸이었다.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 주택에서도 발달장애인인 50대 여성이 폭우로 숨졌다. 피해자들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추모행동 측은 "재난 피해는 특히 주거취약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발달장애인, 저임금노동자 등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취약한 조건에 놓인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이번 폭우참사는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이자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재난 대응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금번 폭우참사가 재난 예방 의지도, 취약한 조건에 놓인 이들에 대한 구조 의지도 없는 정부와 서울시의 무책임 속에 벌어진 사회적 참사임을 분명히 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요구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기자회견과 추모행동의 취지를 밝혔다.
폭우 자체는 예방할 수 없는 재해일 수 있으나, 폭우로 인해 특정 계층이 집중적으로 경험한 '참사'는 예방할 수 있고 예방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라는 지적이다.
추모행동 측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책적 책임자들은 "안일한 대응태도와 실효성 없고, 부적절한 대책"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과, 재발방지, 사회적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16일 기자회견엔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이강훈 주거권네트워크 변호사, 탁미선 발달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 등이 참여해 취약계층의 현실과 대책 요구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54827.html
노후 공공임대 10만호도 안되는데 반지하 20만호 대체? (한겨레, 전종휘 최하얀 기자, 2022-08-15 20:36)
서울시 “재건축으로 23만호 이상 확보 가능”
공공주택 확충 세부계획 내놨지만
“물량 확보 어려울 것” 실효성 지적
20년 내 반지하 주택을 모두 없애겠다고 한 서울시가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순차적으로 건축 내구연한(30년)이 지나는 공공임대주택을 용적률을 올려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23만호 이상을 확보해 반지하 거주자에게 공급한다는 게 뼈대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20년 내 반지하 주택 소멸’ 목표 달성에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당장 올해 말까지 연한이 지나는 서울시 소유의 공공임대주택은 1만8천호에 그쳐 실제 반지하 거주자에게 공급되는 물량은 향후 5년 내에 5만호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연한이 지나는 공공임대주택의 20%가량은 서울시가 조정하기 어려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급 물량이다.
이날 발표는 지난 10일 반지하 주택을 10~20년에 걸쳐 없애고 반지하 거주자에겐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준다고 밝힌 데 이은 추가 대책이다. 공공주택 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20년 내 반지하 거주 소멸’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김선수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예전엔 용적률에 못 미치는 5층짜리도 많이 지었다. 현재 용적률 기준을 크게 조정하지 않더라도 공공주택을 두배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간 재개발을 포함해 정비 사업을 확대해 반지하 주택을 줄인다는 구상도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침수 방지시설 같은 단기 대책에 더해 노후 공공임대주택단지에 대한 신속한 재정비로 반지하 주택 거주 가구를 지상층으로 올리는 근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구상대로라도 ‘20년 내 반지하 주택 소멸’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 핵심 수단으로 서울시가 제시한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건축 연한이 지났더라도 곧바로 재건축하기 어려운데다, 올해 말까지 연한이 꽉 차는 물량은 1만8천호, 5년 뒤까지도 6만호 남짓에 그친다. 재건축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반지하 가구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7~8년 뒤에도 10만호가 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확보 예상 물량에 서울시와 무관한 엘에이치 물량도 포함했다. 엘에이치 물량은 서울시가 밝힌 전체 물량(향후 20년 기준)의 20% 안팎에 이른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공공주택도 재건축 땐 소셜믹스 차원에서 분양을 넣을 수밖에 없고 기존 주민을 쫓아내는 일은 큰 사회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가 공공주택 재개발을 너무 쉽게 보는 듯하다”며 “실효성과 현실성을 좀 더 따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16/114967427/1
“반지하서 지상 이주땐 월세 20만원 2년간 지원” (동아일보, 이청아 기자 | 정순구 기자, 2022-08-16 03:00)
[반지하 대책] 서울시, 반지하 거주민 대책 발표
“공공임대 20년간 23만채 공급”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 거주민의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또 지상층으로 이주할 경우 매달 20만 원씩 최대 2년간 월세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서울지역에 내린 폭우로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반지하 주거를 없애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15일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민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향후 20년간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채우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258개 단지를 재건축하면서 용적률을 높여 공공임대주택 23만 채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 반지하 주택 거주 20만 가구를 순차적으로 흡수하기에 충분한 물량”이라고 했다. 시는 또 반지하 주택 밀집지를 공공재개발 등 정비사업 대상지로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상층으로 이주하면 매달 20만 원씩 최대 2년간 월세도 지원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재탕’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이 이슈가 되자 국토교통부는 반지하 주택 거주민 이주 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최근 2년 동안 1136가구만 혜택을 봤다.
서울시 “공공임대 23만채로 반지하 퇴출”… 20년 걸려 실효성 논란
폭우 피해 뒤 반지하 주민 대책 발표… 단기대책으론 지상 이주때 월세 지원
‘주거급여’ 대상-금액도 확대하기로… 반지하 밀집지, 정비사업 우선 검토
“당장의 피해 막기 역부족” 지적 나와… 서울시 “전수조사뒤 세부대책 확정”
국토부도 오늘 반지하 대책 밝히기로
서울시의 이번 반지하 주택 거주민 지원 대책은 10일 ‘반지하 주택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발표를 두고 ‘취약계층이 거주할 곳이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는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해 향후 20년 동안 23만 채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장 이주를 원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월세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 공공임대주택 확보, 주거비 지원 등 발표
○ 장시간 걸리는 재개발 대책…실효성 지적도
이날 발표한 서울시의 지원 대책이 효과를 내기까지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있다.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서울형 소규모 정비사업을 적용해도 재개발에는 약 4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발표한 23만 채를 모두 공급하려면 20년가량 걸린다. ‘당장 내년 폭우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미 2020∼2021년 국토부와 서울시가 반지하 거주자의 이주를 위해 시행했던 ‘주거상향 지원사업’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통해 반지하 거주자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보증금, 이사비 등을 지원해 왔지만 지난해까지 혜택을 본 가구는 1136가구뿐이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160300045
[세상읽기] 아래쪽의 재난 (경향,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22.08.16 03:00)
아래쪽 집들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 걸 보며 대통령은 퇴근했다. 재난은 아래쪽의 문제였을 뿐이다. 침수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집 앞에서 반지하 방을 내려다보던 사진만큼 솔직한 고백이 있을까. 그는 아래쪽의 재난을 구경하는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폭우와 함께 재난불평등이 드러나고 있다. 가난할수록 재해에 더 잦게 노출되고 더 크게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은 새롭지 않다.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재난에서 더 취약한 집단이 있다는 사실도 재난 대응 정책의 서두에 곧잘 언급된다. 이번에는 반지하가 주목을 받았다. 그 도시의 시장은 반지하 주택을 없애나가겠다고 했다. 그 나라의 장관은 “그분들은 어디로 가나” 물으며 반지하 거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아무도 아래쪽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고 듣지 않았다.
재난불평등에서 피해의 격차만큼 중요한 회복의 격차는 잘 조명되지 않는다. 재난에서 회복하는 과정에는 사회적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원하고 획득할 수 있는 자원도, 회복을 돕고 지지할 관계망도 불평등의 구조를 따라 차이가 난다. 아래쪽의 회복은 더디고 무겁다. 아래쪽 사람들은 공론장에 등장하기도 어렵다. 피해가 잊히는 순간 정치적으로도 잊힌다. 재난 대응 자체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재난 대응 정책에서도 취약성의 조건을 바꾸는 일은 뒤로 밀린다.
코로나19는 젠더불평등을 확연히 드러냈다.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도 격차가 있다. 여성은 일자리를 잃기 더 쉬웠다. 노동권 보장이 취약한 일자리에 있었거나, 공적 돌봄의 중단으로 돌봄 부담을 떠안게 되었거나, 타인을 돌보는 대면 노동이 중단되거나 하는 등의 이유다. 그러나 갱신을 거듭하는 코로나19 대응책에는 젠더의 관점이 담기지 않고, 피해의 회복은 여성 개인들에게 떠넘겨졌다. 여성의 일할 권리와 쉴 권리도, 돌봄의 공공성이나 책임 분배도 논의되지 않는다. 회복의 격차는 불평등 구조를 강화하고 고스란히 피해의 격차로 이어진다.
코로나19를 겪는 와중에 폭우가 쏟아진 것처럼, 재난은 회복을 기다려 찾아오지 않는다. 기후위기 시대, 재난은 더욱 가쁘게 밀려올 것이다. 아래쪽 사람들은 더 아래쪽으로 밀려나고, 아래쪽의 재난은 더 참혹해지지만 잠깐의 구경거리가 되고 만다. 불평등은 재난의 수식어가 아니라 본질이다. 아래쪽의 재난을 두고 위쪽에서 갑론을박하게 둘수록 재난이 반복된다. 재난 대응과 회복은 평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재난불평등을 마주하는 시간은 두 갈래로 흐를 수 있다. 우리가 취약한 집단에 속해 있음을 절망스럽게 확인하며 숨어드는 시간,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세계에 맞설 계기를 발견하며 모여드는 시간. 우리는 어떤 시간을 바라는가.
대통령이 구경하던 아래쪽 집에는 네 명의 여성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동시에 노동자였고 어린이였고 노인이었고 장애인이었다. 주로 돌보는 사람, 서로 돌보는 관계,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저항. 그곳에는 피해의 굴레이기도 한 취약성을 연대로 빚어 재난 이후의 세계를 틔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의 애도는 비탄에서 멈출 수 없다. 평등을 향한 아래쪽 사람들의 정치를 만들어가는 일이 애도이자 우리가 살아갈 유일한 방법이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6830
“불평등이 재난이다”…폭우참사에 대한 정부 규탄 쏟아져 (참세상, 박다솔 기자 2022.08.16 16:58)
168개 단체, 주거취약계층·장애인·노동자 등 희생자 위한 추모주간 시작
지난주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가 주거취약계층에 집중되며, 이를 ‘사회적 참사’로 명명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기초생활수급자, 발달장애인, 저임금 노동자 및 그 가족들이 목숨을 잃는 와중에도 실효성 없고 근시안적 대책만을 내놓고 있어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16일부터 23일까지 폭우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위한 일주일간의 추모주간행동을 선포하고 기후재난 근본대응과 불평등사회 대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너머서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빈곤사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68개 단체는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폭우참사는 재난 예방책도, 취약 계층에 대한 구조 의지도 없는 정부와 서울시의 무책임 속에 벌어진 사회적 참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폭우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과, 재발방지, 사회적 대책을 촉구한다”라고 추모 주간의 목적을 밝혔다.
지난 8일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참변을 당한 일가족의 이야기는 발달장애인과 빈곤층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였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 간부였던 홍 모 씨와 그의 10대 딸, 발달장애인 자매가 사망한 이 사건을 두고 “재난의 위험이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따라 아래로 흘러 약한 곳을 덮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조합원이자 함께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홍 모 씨 가족의 참사를 설명하며 정부의 무능을 규탄했다. 강 위원장은 “함께 활동했던 네 명의 노조 전임자가 신림동 집으로 쫓아갔을 땐 이미 천장 밑 한 뼘 남짓한 곳까지 물이 들어차 있었다. 동료들은 절규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해달라고 외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시각 대통령은 뭘 했나. 최고 비싼 고층 아파트에 머물면서 아무것도 안 했다. 낮부터 폭우가 예고돼 있어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밤 12시가 지나서야 첫 번째 메시지를 발표했을 뿐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음날 신림동에 직접 찾아와선 딱 두 마디를 했다. ‘주무시다 돌아가셨구나’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은 왜 미리 대피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침수된 신림동 주택을 배경으로 카드뉴스를 제작해 대통령이 열심히 뛰고 있다고 알렸다. 무책임하고 무지하고 무논리하다. 현재의 대한민국 민낯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무정부 상태다”라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된 장례에도 대통령실, 서울시, 국민의힘 관계자 누구 하나 문상하러 오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정치인들은 오로지 언론 앞에서 보여주기식의 대책을 발표하고, 사진만 잘 나오면 된다는 식의 망발을 일삼는 일밖에 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지난 8일, 또 다른 50대 장애인 여성이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목숨을 잃은 일도 주거취약계층의 실태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재앙 때마다 대한민국의 최약체들이 희생되고, 희생자 중엔 늘 중증 장애인들이 있다”라며 “정부는 장애인들을 보살피지 않고 가족에게 그 역할을 떠넘기고 있고, 이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대표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지하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애인 주거권 보장을 미루고 있는 정부를 규탄했다. 권 대표는 “장애인들은 21년 동안 권리 보장해달라고 외치고, 정부자 권력자들은 ‘검토하겠다’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돈이 없다고 하는데 지난 5년 동안 40조 원의 부자감세가 이뤄졌다”라고 꼬집었다.
정록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은 “불평등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며 “기후재난이 반복되는 것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과 과도한 자원 착취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록 집행위원장은 “기업은 끊임없는 이윤 추구로 자본을 축적해 성장하고, 권력까지 손에 쥐려 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새로운 돈벌이가 생겼다고 반색하는 기업에 기후위기는 기회이지만, 일터에서 쫓겨나는 노동자와 농어민에게 기후위기는 재난이 된다”라며 오는 9월 24일 광화문에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직접 행동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기후정의동맹이 제안하는 ‘9.24 기후정의행진’은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녹색성장이나 시장주의적 대응책으로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 나아가 개인이 겪는 수많은 위기와 문제들을 체제의 문제로 인식하고, 체제 전환을 주장한다.
“지하가구 없애겠다? 미봉책에 불과”
이날 기자회견에선 주거취약계층 전반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충이라는 큰 방향의 과제가 제시됐다. 서울시는 지하·반지하 거주가구에 대한 주거 상향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서울시는 15일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 등을 통해 약 23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물량면에서도, 기존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주거권 보장 측면에서도 적절한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한계도 예상된다. 서울시는 기존 주거용 지하·반지하에 대해 10~20년의 장기 유예기간을 설정해 순차적으로 없애겠다고 하지만 강행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현재 주택 정책을 유지하면서 지하 주택을 없앤다면 도심의 저렴한 주택을 찾아 지하·반지하 거주자들이 더욱 열악한 주거로 내몰릴 위험도 있다.
주거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이강훈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는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지하주택 거주자들만을 위한 대책은 있을 수 없다”라며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합심해서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대책을 내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지하·반지하에 사는 가구수가 32만 가구에 달하고, 또 많은 가구가 주택이 아닌 집에서 살고 있다. 지하 가구를 지상으로 옮기면 지상에 있는 일반주택에 거주하고 있지 못한 가구들에 연쇄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대책인데 정부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대책을 남발하고 있다. 우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김윤영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활동가 역시 “정부가 문제에 대한 진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윤영 활동가는 “이번 수해 참사를 보며 가장 황망함을 느낀 부분은 사망자가 발생한 가구 안에 모두 기초생활 수급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현행 주거급여법상 기초생활수급가구를 대상으로 주택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주택의 안전성, 방수, 단열 등의 사항, 비주택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같은 정보를 활용해 주택 상향 의무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인제 와서 갑자기 주거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이 어떤 실효성이 있을까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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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6449
신림동 사고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이해불가 태도 (오마이뉴스, 22.08.10 15:35 l 박성우(ahtclsth))
[주장] 침수 보고도 퇴근, 사고 정보 미파악 그리고 고인에 대한 무례까지
윤 대통령 말대로 고지대에 있는 자신의 자택도 1층이 침수됐다면, 저지대 상황은 훨씬 심각할 것이 뻔했다. 국민 정서는 이런 상황에서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대통령실로 복귀하는 모습을 바랄 듯하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대비된다. 오 시장은 퇴근 3시간 뒤인 밤 10시께 시청으로 복귀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의 의아한 해명들
수많은 국민이 비 피해를 보고 있던 그때 윤 대통령은 전화로 상황을 지휘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어제(8일)는 상황실에 안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당당하게 내놨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는 말은 덤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수해 현장에 가기 위해 경호팀에 동선 확인 지시를 내렸으나 자택 주변 도로가 막혀 갈 수 없었다. 헬기 이동도 검토했으나 주민 불편으로 단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랬던 대통령실은 9일 "(자택 주변에) 침수가 있던 건 맞지만, 대통령이 현장에 나와야겠다고 했다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더해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할 경우, 보고나 의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로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처음엔 상황실과 현장에 가려 시도했으나 침수로 갈 수 없었다더니 이제는 내부 판단에 따라 자택에 남아있었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윤 대통령은 신림동 사고에 대해 무엇을 파악하고 간 건가
서울 신림동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피해자) 모녀 중에 어머니는 어디 몸이 불편하셨나", "사고 발생 시간이 몇 시냐"고 물었다. 사고가 난 다세대 주택 주민에게도 "피해자 모녀 중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셨나"라고 재차 물었다.
답변을 들은 윤 대통령의 반응도 눈길이 간다. 사고 발생 시각을 듣고는 "아, 주무시다 그랬구나"라고, 주민이 "큰딸이 장애가 있었다"고 말하니 "아, 그분이 장애인이시구나"라고 말했다.
사전에 사고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던 걸까. 윤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40분 즈음.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사고와 관련한 기초적인 사안 파악이 안 된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격이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예의란 무엇인가
사흘. 윤 대통령이 폭우 피해 발생 후 정부의 책임자로서 사과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는 10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에서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적절한 행동과 언행이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줄지는 의문이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54234.html
“반지하 참사가 구경거리인가”…대통령실 잔인한 카드뉴스 (한겨레, 배지현 기자, 2022-08-10 15:48)
국정홍보 카드뉴스에 반지하 침수 현장 사진 써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 많아…죄송” 삭제하기로
대통령실은 전날 윤대통령이 기록적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사고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담은 카드뉴스를 만들어 대통령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이 카드뉴스에는 윤 대통령이 반지하 창문 앞에 쪼그려 앉은 채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관련 상황을 보고 받는 사진 위에 “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신속한 복구, 피해 지원과 아울러 주거 취약지역을 집중 점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확실한 주거 안전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습니다”라는 설명이 담겼다.
이 카드뉴스가 공개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비참한 현장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등 비판이 쇄도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진도 사진이지만, 카피와 구도 자체에서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위기를 해결하겠구나(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나”라며 “이미지 디렉팅이 최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8101600001
이번엔 주택침수 참변 현장 홍보포스터···“대통령 홍보실 ‘안티’인 수준” (경향, 유경선 기자, 2022.08.10 16:00)
논란되자 “죄송”···현장방문 게시물 ‘삭제’
메시지 관리 등 호우 대처두고 비판 확산
윤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대통령실이 홍보 포스터에 활용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직장인 김모씨(43)는 “불과 하루 전 국민이 안타깝게 죽은 현장을 구경하는 듯한 모습도 문제지만, 이를 포스터에 활용했다는 게 경악스럽다”며 “홍보실이 ‘안티’인 수준”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관리 실패를 주된 문제로 꼽는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반복돼온 현상”이라며 “문제라고 지적받는 부분을 설명하기보다 방어형으로 대응을 거듭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은 상징성을 지닌 자리이고, 국민은 국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통령이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기 원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8101705001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기록적인 폭우가 드러낸 ‘불평등의 민낯’ (경향, 이유진 강연주 기자, 2022.08.10 17:05)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엔 흙과 쓰레기만 남은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 ‘재난 불평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침수로 인한 피해도, 이를 복구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짐도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이번 재난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지하철역을 지킨 건 평균 연령 60대의 청소노동자들이었다. 이찬배 민주여성노조 위원장은 “재난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일한다”며 “모든 현장 업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각자도생식’ 복구작업에 진땀을 흘리는 곳은 또 있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는 구청 직원들과 군인들이 수습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상인들은 “공무 인력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했다. 상인들은 인력을 직접 고용하거나 가족 등 지인을 총동원해 전날부터 수습에 나섰다는 것이다. 오전 10시20분쯤 ‘수해 피해를 입은 상인 중 필요한 곳에는 인력을 더 보내주겠다’는 안내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한 상인은 “이제 보내주면 뭐 하냐. 우리가 사람 고용해서 다 치웠는데”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기록적인 폭우·폭염의 근본 원인으로 기후위기가 지목된다. 이번 폭우는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의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반지하 거주자 등 주거약자를 중심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이번 폭우처럼 폭염도 사회적 약자를 먼저 덮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간한 ‘2020 폭염영향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고소득층(건강보험료 상위 20%)의 온열질환 발병률은 1만명당 7.4명인 반면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의료급여수급자는 21.2명이 온열질환을 앓았다. 약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 참사 이면엔 발달장애인 언니와 어린 자녀를 돌보는 하청 노동자의 삶이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서비스연맹이 공개한 부고에 따르면, 이 사고로 숨진 홍모씨는 면세점 협력업체 소속 현장 판매직 노동자이다. 연맹은 “홍씨는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훌륭한 활동가였다”고 추모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이번 폭우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동시에 그에 따른 피해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극명히 드러냈다”며 “기후재난이 거듭될수록 취약계층의 피해는 커질 것이다. 기후위기 이면에 숨겨진 불평등 문제를 직시해야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국가재정이란 결국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인데,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국가지원을 계속해서 축소하고 있다”며 “재난으로부터 사회적 약자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8101843001
[르포] 수마에 휩쓸린 컨테이너 속 이주노동자…반복되는 죽음의 사각지대 (경향, 화성 | 유선희 기자, 2022.08.10 18:43)
산사태로 컨테이너 무너지면서 숨져
미신고 ‘임시숙소’ 지자체는 뒤늦게 철거명령
6개월 전에도 파주서 컨테이너 사망 사고
재해로 컨테이너에 있던 이주노동자가 죽은 일은 불과 6개월 전에도 있었다. 지난 2월22일 경기 파주시 조리읍의 한 공장에서 인도 국적의 이주노동자(G-1 비자·난민신청자 신분 임시 체류)가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그보다 앞서 2020년 12월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이주노동자의 주거 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졌고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화마와 수마에 휩쓸린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주노동자 대책이나 주거시설 대책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에도 기숙사 설치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근로기준법 제100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기숙사를 설치할 때 설치장소와 면적, 주거환경 조성 등 규정을 따라야 한다. 2019년에 개정된 이 조항은 ‘사용자는 산사태·눈사태 같은 자연재해 우려가 현저한 장소 등 근로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거주하기 어려운 곳에 기숙사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화성시 사고의 경우 컨테이너는 산사태 발생 취약지역에 있었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노동부가 주거시설 개선대책을 내놓고 근로기준법에 기숙사에 대한 조항이 개정되는 제도 개선은 있었지만 제대로 이행되는지 전반적인 관리감독 등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9, H-2 비자 외에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폭염이나 폭우 등 기후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숙소 문제가 앞으로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810138551004?input=1195m
폭우 취약한 반지하 주택, 서울서 사라진다…"건축 전면불허"(종합)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2022-08-10 20:14)
기존 주택 20만호는 유예기간 주고 없애기로…정비사업도 적극 추진
이주 세입자에 공공임대주택·바우처 지원…현실성 부족 지적도
앞으로 서울에서 지하·반지하는 사람이 사는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장기적으로 서울에서 지하·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게 목표지만, 대체 주거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시는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현재 건축법 11조에는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의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면' 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이러한 조항이 시행된 뒤에도 반지하 주택이 4만호 이상 건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는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을 불문하고 지하층은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는 이번 주 중으로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한다. 기존에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의 유예 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물을 없애는 제도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한다. 이 경우 건축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마련한다. 근린생활시설,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혜택을 주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곳으로 유지되는 지하·반지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리모델링해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시는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을 대상으로 모아주택,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빠른 환경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키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반지하 퇴출 정책'이 실제 성과를 내려면 기존 세입자의 대체 주거지 마련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반지하만큼이나 저렴한 값으로 지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야 세입자가 반지하주택에서 자발적으로 나올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는 이를 위해 '주거상향 사업'과 '주거 바우처'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주거상향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충분해야 한다. 또한 주거 바우처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예산 확보가 필수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도 전제돼야 한다.
시는 이번 발표에서 긴급히 이주해야 하는 지하·반지하 세입자 수나 이를 매칭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보 상황, 주거 바우처 예산 규모 등 자세한 내용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언적 대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거 환경이 가장 취약한 세입자부터 차례로 이주시키면 장기적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이라며 "반지하 주택 퇴출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표명한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54305.html
서울시, ‘반지하방’ 못 짓게 한다…강남 등 6곳 ‘빗물 터널’ 재추진 (한겨레, 전종휘 선담은 기자, 2022-08-10 21:15)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 불허
기존 20만호는 용도 전환 유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입장문’을 내어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폭우 때 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를 비롯해 도림천과 광화문 일대는 2027년까지, 동작구 사당동 일대와 강동구, 용산구 일대엔 2030년까지 빗물터널을 설치한다. 하수관로 정비와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도 짓는다. 3조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했다.
빗물터널은 도심 지하에 거대한 관을 묻어 집중호우 때 물을 담는 구실을 하는 동시에 기존 하수관로 대신 물길을 멀리 돌리는 시설이다.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 이후 당시 오 시장이 7곳에 설치하려 했으나, 이후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양천구 신월동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사업은 조정한 바 있다. 박 전 시장은 평소 지하 도로로 쓰다 폭우 땐 저류조로 이용하는 ‘스마트 터널’이나 지하 배수시설을 신설·확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양천구에서 봤듯 설치 때 피해 범위를 줄이거나 침수 시간을 줄이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대한하천학회장)는 “(빗물터널이 없는) 광화문은 비 피해가 거의 없었다. 또 사당동엔 스마트 터널 실시설계가 진행 중인데 별도로 빗물터널을 짓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남역도 배수터널 본공사가 완료돼 인근 배수구 등과의 연결이 끝나고 나면 그 효과를 본 뒤에 (빗물터널 건설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1017180000959?did=NA
"비 오는 날엔 잠 못자요"... 폭우가 가장 먼저 덮치는 그곳, '32만 반지하집' (한국일보, 나광현 나주예 기자, 2022.08.11 01:00)
115년 만 폭우, 반지하방 덮쳐 주거민 4명 사망
전국 32만7000가구 여전히 땅 밑에 살고 있어
재해 취약·환경 열악해도 '빈곤층 최후 주거지'
"대책은 항상 사후약방문, 사고 때만 반짝 관심"
115년 만 물폭탄에 "죽을 뻔했다" 곳곳서 아우성
반지하 96% 수도권 몰려... 빈곤층 '마지막 쉼터'
반지하 침수는 집중호우 때면 어김 없이 반복되는 ‘고질적’ 사회문제다. 이제는 진짜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장마철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저지대 주거용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전국의 반지하 거주 가구는 30만 곳이 넘는다.
2020년 작성된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는 32만7,000가구의 주거 형태가 (반)지하라고 나와 있다. 이 중 무려 96%(31만4,000)가 서울(20만1,000), 인천(2만4,000), 경기(8만9,000)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반지하 집이 주거비가 비싼 수도권에서 궁핍한 가족의 마지막 쉼터인 셈이다.
장마철에만 반지하의 삶이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바퀴벌레와 곰팡이로 뒤덮인 열악한 환경 탓에 거주자들은 호흡기ㆍ피부질환을 달고 산다. 시흥시 대야동 반지하 집에서 5년째 살고 있는 정모(59)씨의 팔에는 바퀴벌레들이 물어 뜯은 흔적이 가득했다. 그는 “반지하로 이사온 뒤 전에 없던 피부병이 생겼지만,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대책은 늘 '흐지부지'... 전수조사조차 안 해
2019년 5월 영화 ‘기생충’이 화제가 되면서 잠시 주목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는 매번 비로 사람이 죽으면 대책을 내놓지만 잊혀질 만하면 늘 흐지부지된다”고 지적했다.
실태 파악을 정확히 해야 대책도 제대로 나올 수 있다. 반지하 주거공간의 △물리적 상태 △재해 취약성 수준 △점유자의 경제적 상황 등을 두루 감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지하 거주자의 70% 이상이 전세나 월세를 들어 사는 세입자인 만큼, 공공재개발 사업 등의 대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일단 서울시는 주거용 지하ㆍ반지하 건축물을 없애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침수 가능성을 불문하고 지하에는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하고, 건축주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고, 주거 안정에 필요한 근본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1017170001014?did=NA
[여의도 별별] 대통령은 왜 폭우를 뚫고 퇴근했을까 (한국일보, 이동현 기자, 2022.08.11 04:30)
전날 115년 만에 폭우가 내렸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왜 정시 퇴근을 했는지를 가장 궁금해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금, 정무적 판단으로 봐도 “왜 그랬을까”라는 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에선 폭우ㆍ폭설 대응 실패를 국정 지지도를 가장 크게 깎아먹는 변수로 본다. 그래서 역대 정권은 재난ㆍ재해에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했다.
여권에서는 당장 “도대체 국정상황실은 뭘 한 거냐”며 참모진 책임이 크다고 성토한다. 윤 대통령은 9일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을 찾아 "(어제) 퇴근하면서 보니까 다른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하며 ‘재택 지시’ 논란을 되레 키우기까지 했다.
여당 보좌진과 국민의힘 사무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예고된 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애초 대통령실이 민심을 세밀하게 살피기 어려운, 정무적 판단 기능을 약화시키는 구조로 짜였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을 꾸릴 때 국회의원 보좌진과 당 사무처 출신을 2, 3급으로 ’늘공’(직업 공무원)보다 높여주던 관행과 달리 4, 5급으로 일괄 배정하다 보니, "월급이 깎이고 직급이 낮아지면서까지 대통령실로 갈 이유가 없다"며 고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편으론 ‘검공’(검사 출신)ㆍ늘공ㆍ어공(정무직 공무원) 순의 위계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대통령 의사 결정에 정무적 판단을 더할 통로가 막혔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54309.html
관악구 반지하 가족에게 지상으로 올라올 ‘주거 사다리’는 없었다 (한겨레, 최하얀 기자, 2022-08-11 05:00)
2020년에서야 주거상향 대상에
33만 가구 중 1100여 가구만 혜택
공공임대 물량 부족 가장 큰 문제
제도 운영 인력·예산 지원 늘려야
지난 8일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로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반지하 주택에서 애꿎은 시민들이 죽어나갔다. 열악한 주거 여건이 목숨까지 앗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정부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수설비 개선은 임시방편일 뿐, 반지하 가구가 땅 위 ‘안전한 집’으로 이동할 ‘주거 사다리’를 충분히 갖추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부의 핵심 주거 사다리 정책인 ‘주거 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은 공공임대주택 물량 부족과 열악한 주거복지 행정 인프라 문제로 불충분한 실정이다. 33만 반지하 가구(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의 삶은 한두시간 폭우에 좌우될 만큼 위태롭기만 하다.
재난보다 느린 주거 사다리
정부는 주거기본법과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주거취약계층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주거상향 지원사업에 ‘시장 등이 홍수·호우 등 재해 우려로 이주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지하층’ 주택이 포함된 것은 2020년부터다. 반지하는 쪽방이나 고시원과 달리 ‘주택’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 해 80가구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한 데 이어서 지난해에 1056가구가 이주했다. 지난해 전체 지원 대상자 6026가구 가운데 17.5%가 반지하 가구일 정도로 수요가 많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인데, 그만큼 제도 개선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의 ‘사각지대’도 작지 않다. 정부의 주거상향 지원사업 대상자는 정해진 소득 기준 이하이면서 동시에 ‘무주택자’여야 한다. 잦은 이사가 부담스러워 반지하 ‘자가살이’를 택한 가구는 소득 수준이나 주택 가격에 무관하게 제도 밖으로 밀려나 있다. 당장 이번에 참변을 당한 신림동 일가족(70대 노모, 40대 발달장애인 큰딸, 40대 직장인 작을딸, 13살 손녀)도 없는 살림에 전월세 난민이 되는 것은 피하고자 이번에 침수된 주택을 7년전 매입해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임대주택은 늘 부족합니다”
‘안전한 집’으로 이주가 시급한 주거 취약계층은 넘쳐나는데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늘 부족하다. 그나마 지난 문재인 정부 들어 ‘주거복지로드맵 2.0’ 설계와 함께 주거상향 사업 확대가 추진되면서 2016년 1070가구에 그쳤던 공공임대주택 입주 가구가 2021년 6026가구로 크게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달 20일 국토부가 올해 사업 대상 가구를 1만가구로 늘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길제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작년 947가구에 이어 지난해에는 1996가구가 전국 30개 시·군·구에서 입주대기 상태로 남았는데 이는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이주가 필요한 주거취약계층이 입주할 수 있는 주변 공공임대주택 ‘공실’을 찾아내 연계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한계가 명확하다. 앞으로는 공공임대 물량 계획을 세울 때 주거상향 지원사업 수요를 파악해 이를 우선 반영하는 등 제도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공동대표도 “주거상향 사업 대상군이 쪽방, 고시원, 노숙인 시설에서 반지하, 가정폭력 피해자, 출산 예정 미혼모 등으로 계속 늘어왔는데, 이에 견줘 공공임대주택 확보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제 발굴 중요한데 인력·예산은 ‘불안불안’
주거사다리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인력과 예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주거복지재단이 2018년 수도권 비정상거처(고시원, 쪽방촌 등) 거주자 1만2954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주거복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 1순위(응답자의 29.4%)가 ‘제도 존재 자체를 몰라서’였고, 2순위(23%)가 ‘신청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였다. 이 때문에 고령층 등 제도 접근성이 낮은 주거 취약계층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발굴’하고 상담, 입주지원, 사후관리 등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지자체의 위탁을 받아 이런 역할을 하는 ‘주거복지센터’는 2020년 말 기준 전국에 46곳뿐이고 센터 1곳당 평균 3.3명이 일하고 있다. 그마저도 서울시가 26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는 5개, 인천시는 2개 등 다른 지역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토부는 광역·기초 지자체가 최소 1개씩 센터를 만들어 2027년에는 전국에서 243개 센터가 운용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센터 운영에 필요한 예산·인력 지원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더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센터 설립·운영에 국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 취약계층에겐 부담이 큰 보증금과 이사비 지원을 정부 예산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현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부동산원 등이 조성한 사회공헌기금으로 보증금 50만원과 이사비 20만원을 지원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8월에 기금이 고갈돼 주거상향사업 자체가 일시 중단된 바 있다. 이길제 부연구위원은 “기후 위기로 인해 반지하 주택을 비롯한 주거취약계층이 맞닥뜨린 위험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주거상향 사업이 더 신속하게 필요한 사람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54318.html
국민 11명 잃는 동안, 윤석열표 ‘이동식 지휘소’ 대기만 했다 (한겨레, 서영지 기자, 2022-08-11 07:00)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국민 안전이 걸려 있는 위급한 상황이면 단 1분1초라도 공백 생겨선 안 된다. 대통령이 퇴근하면 서초동 자택에 (이동용 지휘소인) ‘국가지도통신차량’을 24시간 운영할 것이다.”(2022년 3월24일)
“국가지도통신차량을 확인했는데 시설이 정말 잘 돼 있더라. 특히 재난안전 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어 산불 등으로 국민 안전이 위태로우면 영상이 실시간 전송되고, 관련 장관한테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3월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다고 했을 때 안보공백과 재난대응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윤 당선자도 당시 청와대를 ‘한 톨도 남기지 말고 국민에게 돌려주라’며 안보위기나 재난 등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를 이용하지 않고, 이 차량을 쓰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미니버스 크기의 국가지도통신차량이 화상회의시스템, 재난안전통신망, 국가비상지휘망 등을 갖추고 있다고 홍보했다. 또 이 차량이 윤 대통령이 ‘이동 시’에 함께 하며 서초동으로 퇴근하고 난 뒤에는 아크로비스타 근처에 24시간 정차하며 비상상황에 대기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도권 물난리 사태 동안 국가지도통신차량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집중 호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저녁부터 9일 새벽까지 “집에서 전화를 통해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차량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망 11명, 실종 8명(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1일 오전 11시 기준)에 이르는 집중 호우 사태 동안 국가지도통신차량은 대기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저 내부에 국가지도통신차량과 비슷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각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며 “국가지도통신차량을 이용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350
[아침신문 솎아보기] 분노하며 꾹꾹 눌러쓴 동아일보 사설 “BANJIHA”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2022.08.11 07:46)
동아·한국, ‘반지하’ 이슈 때만 관심 갖는 정부 비판
조선, 윤 대통령에 “노 전 대통령 표현 빌리자면 농부가 밭 탓할 수 없어”
지난 8일부터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5년 만에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방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40대 여성 자매 2명과 13세 어린이 등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 역시 빗물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에 10일 서울시가 “앞으로 서울에서 지하·반지하는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지하·반지하를 주거용으로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기존 건축물에 있는 지하·반지하 건축물은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비주거용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창고나 주차장으로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자 동아일보, 한겨레, 국민일보 등은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동아·한국일보, ‘반지하’ 이슈 때만 관심 갖는 정부 비판
전국에 있는 반지하 32만7320가구(2020년 기준) 중 2만 가구가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한 관악구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4면 기사에서 “(전체 반지하 가구)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있다. 이번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2만113가구가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정부는 1992년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반지하에 배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2010년 태풍 곤파스 이후 침수 피해가 많은 저지대에는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대책들이 나오기 전에 지어진 건물 반지하는 여전히 침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번에 사망자가 발생한 동작구 주택도 1980년대에 지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반지하’가 이슈될 때만 잠깐 관심 갖고 말아버리는 정부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국토교통부는 영화 ‘기생충’의 영향으로 반지하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2020년 초 전국 반지하 주택을 전수조사해 주거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흐지부지됐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0일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아 ‘건축물 설계관리 기준을 정비하는 등 실질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한국일보 역시 “반지하 침수는 집중호우 때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고질적’ 사회문제”라며 “이제는 진짜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장마철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저지대 주거용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전국의 반지하 거주 가구는 30만 곳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폭우 피해와 복구 모두 ‘약자’ 몫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에 퍼부은 기록적인 폭우는 수년째 지하철 청소 업무를 하는 A씨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해였다. A씨는 폭우로 폐쇄됐던 서울 9호선 동작역의 청소 작업에 투입됐다”며 서울 지하철역 청소노동자들이 감전 위험 속 모래와 진흙을 닦아내는 복구작업을 하는 것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7호선 이수역 청소노동자 B씨도 상황은 같았다. 이수역은 지난 8일 폭우로 빗물이 들어차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B씨는 이날 ‘(지난 8일) 지하철 계단 등에서 물이 막 폭포수처럼 내려오는 게 보이더라. 물길을 막고는 싶었지만 쓸려 내려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그때는 위험한 줄도 모르고 일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까 침수지역 곳곳에 전기 설비가 참 많았다’고 했다”며 “자칫 감전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B씨는 ‘연일 강행군으로 일하다보니, 언니들(청소노동자) 얼굴이 다들 붓고,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엔 흙과 쓰레기만 남은 것이 아니었다”며 “한국 사회 ‘재난 불평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침수로 인한 피해도, 이를 복구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짐도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이번 재난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지하철역을 지킨 이는 평균 연령 60대 청소노동자들이었다”고 강조했다.
폭우 속 반지하 사망자 속출에 동아일보 “BANJIHA” 사설
동아일보는 ‘BANJIHA<반지하>’ 제목의 사설에서 “주거용 반지하는 일부 불법 개조 건축물 외에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열악한 생활공간이다. 햇볕이 부족하고 환기도 잘 안 되는 눅눅한 환경에서 거주자들은 습기와 퀴퀴한 냄새, 곰팡이, 벌레와 싸워야 한다. 외부 보안이 취약하고 폭우 시 물에 잠길 위험도 크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외신들은 ‘banjiha’를 고유명사처럼 쓰면서 한국의 폭우 피해를 전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참사에 대해 ‘영화 기생충 속 폭우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결말은 더 최악’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우로 반지하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와 동작구에 반지하가 절반 이상 몰려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통계청에 따르면 반지하에 사는 가구 수는 32만7320가구(2020년 기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집값이 비싼 서울에, 서울 내에서도 침수 피해가 잦은 관악구와 동작구 등지에 몰려 있다”며 “수백만 원의 보증금조차 버거운 사람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호화 아파트와 마천루가 들어선 세계적 도시 서울의 어두운 그늘”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서울시가 반지하 사용을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는 순차적으로 없애거나 창고, 주차장으로 전환토록 하는 대책을 내놨다”며 “이번엔 말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속도감 있는 이행과 함께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보 등 주거 대안도 함께 제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이 반지하 주택에 갇힌 채 목숨을 잃는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811079400004?input=1195m
가난한 동네에 더 가난한 이들 사는 데…"나가라면 어쩌나"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오보람 김윤철 기자, 2022-08-11 12:24)
은평구·관악구 반지하 집 대부분 물막이판도 없어…방범창도 낡아 범죄 취약
"열심히 살았지만 뜻대로 안된 사람들…반지하 수요 어떻게 흡수할지 대책 중요"
이날 기자들이 찾아간 은평구와 관악구의 반지하 주택 주민들은 집이 침수 피해를 보기 쉽고 범죄에도 쉽게 노출돼 늘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날 서울시가 내놓은 '지하·반지하 주택 불허' 계획을 듣고는 유일한 터전인 반지하 집에서마저 내쫓길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신림동 반지하 집 평균 시세는 전용면적 4평 원룸 기준으로 보증금 500만원에서 월세 30만원 선이다. 인근의 대학동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원으로 더 저렴한 편이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열심히 인생을 살았으나 뜻대로 되지 않은 분들, 실직했거나 사업에 실패한 분들이 이곳에 많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3689
천재지변 탓이라고? 강남 물난리는 '백조' 아닌 '코뿔소'였다 [현장에서] (중앙일보, 문희철 기자, 2022.08.11 15:59)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이번 폭우를 천재지변으로 치부하는 듯한 서울시의 태도였다. 비 피해가 확산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150년에 한 번 정도 올 만한 천재지변 성격의 막대한 양의 비가 불과 수 시간 만에 쏟아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물론 전문가들도 기상 관측 이래 최대 기록을 경신한 이번 폭우가 천재지변에 가깝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었던 치명적인 사건(검은 백조·black swan)이라기보다는, 위험성이 익히 알려졌지만 위험신호를 무시하다가 맞닥뜨린 거대한 위기(회색 코뿔소·gray rhino)라고 비유한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목초지 형질을 아스팔트로 변경하면 비가 내릴 때 배수되는 양(유출계수)이 3배 증가하는데, 형질 변경은 자연이 아닌 사람이 결정한다”며 “물론 비가 많이 왔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태가 전적으로 자연재해라는 주장은 공학적으로 볼 때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남역 등 그간 고질적인 침수 지역에서 또다시 피해가 극심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구릉지 형태인 강남 지역은 폭우가 내리면 지형적으로 역삼·신사·양재 등 주변 지역에 내린 빗물까지 유입되기 때문에 침수 피해를 예견할 수 있다”며 “제대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거나, 문제를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질적 침수지역, 또 잠긴 건 人災
만시지탄이지만 서울시는 대심도(大深度)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중장기 수해방지 대책을 9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방재 한계를 초과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찾아오면 또다시 침수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 8일 오후 9시경 서울 동작구에선 1시간 동안 무려 141.5㎜의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시가 향후 목표 강우량을 100㎜로 끌어올려도 여전히 침수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예측할 수 없는 비상사태를 전제한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복합재난이 증가하면서 더 이상 완벽한 방재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이보다는 재난 발생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재난을 축소·적응하는 능력(감재)과 재난 피해를 빠르게 복구하는 능력(회복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208111318001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수해복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사진 잘 나오게” (경향, 정대연 조문희 기자, 2022.08.11 13:18)
주호영, 현장 의원들에 입단속 지시 직후
김 의원 아랑곳 않고 부적절 발언 내뱉어
당시 상황이 촬영된 영상을 보면 김 의원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김 의원 옆에는 권 원내대표와 임이자 의원이 함께 있었다. 임 의원은 김 의원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을 직감했는지 손으로 김 의원의 팔을 툭 치며 제지하고는 방송 카메라를 가리켰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4406.html
[아침 햇발] 장애·저임노동·어린이…겹겹의 소외 드러낸 ‘반지하의 폭우’ (한겨레, 안영춘ㅣ논설위원, 2022-08-11 17:04)
발달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감정노동하는 면세점 사업장 노조 간부와 열세살 비성인이 깊은 밤 서울 신림동 빌라 반지하 방 안에서 익사했다. 이웃 사람이 안간힘을 썼으나, 빼내지 못했다고 한다. 창틀 밖에 한 사람만 더 있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가정은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노모가 화를 면한 것만큼이나 우연에 기대고 있다. 그들도 우연히 집을 떠나 있었다면, 지금쯤 젖은 세간을 창틀 앞에서 말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비극은 폭우에 무방비로 노출된 주거 조건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그들의 주거 조건은 발달장애, 저임 노동, 비성년이라는 겹겹의 소외된 위계 위에서 구성됐다. 그들을 물에 가둔 건 그 사회구조였다.
반지하 방에서 멀지 않은 강남 지역은 차들의 무덤이 됐다. 피해 차량은 3000여대고, 그중 800여대는 고가 외제차였다. 폭우는 차들에 대해 ‘민주적’이었다. 차주들은 재산상 피해만 입고, 무사히 차에서 빠져나왔다. 지하 주차장 등 몇곳에서 실종자가 발생하기는 했다. 실종자들도 제가끔 소우주이고 누군가의 가족일 것이다. 물에 잠긴 차 위로 올라가 태블릿피시를 보는 어느 차주의 사진은 에스엔에스를 뜨겁게 달궜다. 거센 탁류 위에서 보여준 침착함은 방재 전문가도 칭찬할 정도였고, 망연한 포즈는 미학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의 실종 또는 고립과 사회적 위계의 관계는 뚜렷해 보이지 않았다. 신림동 반지하와 강남의 폭우는 사회학적으로 상이한 기상현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지하 방 바깥에서 높이가 어른 팔뚝 길이만 한 쪽창 너머를 들여다봤다. 그 모습은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 시절>에서 어린 발터 베냐민이 어느 건물 반지하실 안을 조그만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곤 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베냐민은 그 안에서 카나리아 새나 램프, 사람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으나, 정작 마주한 건 ‘꼽추 난쟁이’였다. 그는 이 요정에 무관심했던 기억을 현재로 소환해 돌아보고는 했다. 타자에 대한 성찰이다. 하루 만에 내려진 대통령실 홍보 카드뉴스를 보면, 윤 대통령이 보고자 한 건 자신의 애민하는 모습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그의 나르시시즘은 빈곤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타자화하는 자신의 무의식을 드러냈을 뿐이다.
빈곤과 기후위기는 뿌리가 같다. 제3세계 어느 지역에서 기아와 물 부족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그곳을 오랫동안 식민화했던 제1세계가 화석연료와 축산 가공품을 맘껏 누리고 있는 것과 깊이 닿아 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도를 ‘덩어리과제’로 지목해 해고 사유를 확대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겠다는 발상과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를 버리고 원전산업을 부흥시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발상을 동시에 하는 것도 그러한 회로 안에서 벌어지는 사태다. 가령 그 회로 안에서는 세계 최고 원전 밀집지역에 사는 하청노동자가 빈곤과 기후위기 위계의 상징적인 기층을 이룬다. 그들도 쪽창 너머 반지하 방의 세 가족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8112109015
‘사후약방문’ 서울시 반지하 대책엔 ‘사람’이 안 보인다 (경향, 강은 기자, 2022.08.11 21:09)
10년 전엔 ‘반지하 허용 후 제한’…이번엔 ‘원칙적 금지’ 표방
공공물량 확보 등 구체적 이주 방안 없이 ‘없애는 데’만 초점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기존 거주민 지원책 찾는 게 중요”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이 이번에는 현실화될 수 있을까.
지난 8일부터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목숨을 잃자 서울시가 지난 10일 지하 공간을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 주택은 일몰제를 통해 점차 없애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당시에도 반지하 주택을 제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2012년 건축법 제11조가 개정됐다.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지자체가 심의를 거쳐 건축을 불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대책이 반지하를 ‘원칙적 허용’한 후 일부를 골라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원칙적 금지’를 표방한 셈이다.
서울시의 대책이 발표되자 현재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 구체적 이주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 대책 역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 대안 없이 반지하 주택만 없애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반지하 거주민이 옮겨갈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마련돼야 하는데 (서울시 대책은) 이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서울시 대책은 ‘선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래부터 반지하 주택 수는 줄어드는 추세였기 때문에 신규 건축 금지 조치에 대해 형식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반지하 가구는 33만가구로 2005년 59만가구, 2010년 52만가구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최 소장은 “(2005년) 주차장법이 개정된 후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2층부터 방이 들어서 있는) ‘필로티 구조’ 주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규 반지하를 막는 것보다 기존 거주민들에 대한 지원책을 찾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것에만 집중하면 고시원, 옥탑 등 다른 유형의 ‘안 좋은 집’ 비중이 커지는 풍선 효과가 일어날 우려도 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센터장은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환경적 조건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또 다른 악성 주택이 반지하를 대체할 것”이라면서 “반지하를 없애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중심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지하 주택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저렴한 가격으로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살고자 하는 저소득 다인 가구 등이 반지하 주택의 주 수요층인데, 이들 중에는 공공임대 지원 대상이 될 정도로 경제적 최저계층이 아닌 경우도 많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공공임대 대상자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다른 곳(지상층)으로 이사를 가면 임대료를 지원하는 등 유인책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물이 찬 반지하는 다시 쓰기 힘들다”면서 “이재민들에게(LH 장기 미임대 공실 등을 활용해) 임시주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미 허가된 지하·반지하 주택은 10~20년의 유예 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는 ‘일몰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공공임대 등 대체 주거지로 전환될 때까지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반지하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당장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차수판’(물막이판) 설치라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지하·반지하 20만여가구 중 침수 방지 시설이 설치된 곳은 지난해 말 기준 9만5000곳 정도다.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8/11/2022081190196.html
與김성원, 수해복구 현장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오면 좋겠다" (TV조선 황병준 기자, 2022.08.11 21:21)
주호영 비대위, 시작부터 헛발질
[리포트] 초록색 새마을 운동 모자를 쓴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습니다.
주호영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재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놓치지 마시고 장난치거나 또 농담하거나 (하지 말고.)"
봉사 활동 전에 동료 의원들에게 한 당부였지만, 이미 10여분 전 김성원 의원이 실언을 한 뒤였습니다.
김성원 / 국민의힘 의원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수해복구를 지원하러 온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발언이었는데, 함께 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고개를 돌렸고, 임이자 의원은 김 의원의 손을 친뒤 카메라를 가리켰습니다. 비난이 쏟아지자 김 의원은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했습니다. 주 위원장도 "김 의원에게 엄중 경고했다"고 했지만, 김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언론을 탓하면서 진정성에 의심을 샀습니다.
주호영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 의원이 장난끼가 좀 있어요."
주호영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여러분들 노는 데 가서 우리가 다 찍어보면 여러분들도 나오는 거 없는 줄 아나"
주 위원장은 봉사 시작 전에 주민으로부터 길을 막는다는 항의를 받자 삿대질을 하며 취재진 탓으로 돌리기도 했는데,
주호영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따라와서 교통을 방해하니까 우리가 욕을 다 얻어먹어"
언론에 일정을 공개한 건 국민의힘이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정신 노동만 하다 육체 노동을 하니 '힐링'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97
이번 폭우는 기후재난, 반지하 없앤다고 문제 해결될까 (비마이너, 강혜민 기자, 2022.08.11 21:23)
서울시 ‘반지하 없앤다’ 대책 발표
시민사회단체 “주거취약계층 더 열악한 주거로 몰릴 것” 우려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안전과 주거권 보장 받는 사회로 전환해야”
기후위기로 이례적인 폭우가 내렸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았다. 반지하에 살던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죽고, 컨테이너로 지어진 임시숙소에 머물던 이주노동자가 폭우로 인한 산사태에 사망했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정부 컨트롤타워는 부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막대한 폭우가 예상됐음에도 퇴근 후 집에 머물며 관련 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9일 오전에야 윤석열 대통령은 부랴부랴 신림동 사고 현장을 찾았다.
이튿날인 10일 오전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상도동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이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거환경정비·도시계획·스마트기술 등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결집하여 주거취약계층의 안전 강화를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시도 “시민 안전 위협하는 반지하 주택 없애 나간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폭우가 기후재난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 반지하 없애는 것은 근본 대책 아냐,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핵심
이번 침수로 주거공간으로서의 반지하가 새삼 조명됐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반지하는 일반적인 주거공간 중 하나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약 33만 가구가 반지하에 살며, 이 중 96%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5%에 달하는 약 20만 호의 지하·반지하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높은 집값 때문이다. 즉,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은 가난한 사람들이 그나마 택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일어난 “신림동 반지하 시세가 2억 정도”라고 한다. 네 가족이 살 수 있는 방 세 칸 집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서울에서 저렴한 편에 속한다.
홍 씨가 활동했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는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 재난으로 면세점 노동자들의 소득 저하는 반지하가 아닌 다른 주거 형태를 선택하기 어렵게 했을 것”이라면서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 나은 주거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서울시 대책에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은 없다. 10일 서울시는 보도자료에서 향후 지하·반지하는 주거 목적 용도로 허가하지 않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반지하 주택 일몰제’로 10~20년에 걸쳐 주거용 지하·반지하는 순차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 대상으로 모아주택·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곳에 사는 세입자들에겐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거나 주거바우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 너머서울·민주노총 서울본부(아래 너머서울 등)는 서울시가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서 순차적으로 없애는 것과 관련해 “강행규정 없이 건물주에 대한 인센티브만으로 용도변경을 유도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면서 “무엇보다 현 상태로는 지하·반지하를 없애면 거주자들 갈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정비사업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지하주택의 수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심의 저렴주택이 줄어들면 가난한 이들은 또 다른 형태의 열악한 주거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주거 상향을 돕겠다고 밝힌 계획도 실효성이 없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원 대상자만 늘렸을 뿐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그나마 공급되는 주택 유형 대부분은 민간임대주택을 활용한 전세임대주택으로, 현재 전세임대주택 지원금으로는 반지하나 옥탑방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밝혔다. 주택바우처 또한 1인 가구 월 8만 원 수준이어서 서울시가 밝힌 주거상향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너머서울 등은 “지하·반지하 주거를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도심 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통해 안전하고 저렴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공공임대주택 확대 계획 없는 반지하 대책은 개발 명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또한 “이번 사고를 빌미로 대책 없이 반지하마저 사라지면 서민들이 살 곳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원희룡 장관이 만들어야 할 근본 대책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만 안전을 보장하는 개발도시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조차 평등한 안전과 주거권을 보장받는 사회로의 전환”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반지하 가족들이 당한 참변은 집으로 돈 버는 사회가 만든 죽음이자, 가난과 장애를 사회가 아닌 가족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해 온 사회에서 발생한 인재”임을 강조했다.
- 이번 폭우는 ‘기후위기 그 자체’,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 필요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폭우는 ‘기후위기 그 자체’라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재난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너머서울 등은 비상상황임에도 서울시가 기후재난에 더 취약한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깊이 우려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시가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는 개발에 관한 규제 완화와 각종 개발 계획이 가득하다”면서 “탄소배출 저감, 재난 대비, 서울의 에너지 자립도 제고 등을 위한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폭우 때 복개천 주변 지역의 피해가 큼에도 성찰 없이 수변지역 개발 의지만 난무한다”고도 규탄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번 침수는)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재난인프라 구축, 도시 녹지의 충분한 면적과 회복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방증”이라면서 “(그럼에도)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을 의지와 노력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에 “지금이라도 적극적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재수립하고, 기후재난에 취약한 계층과 부문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대규모 정책 수립과 예산 확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번 폭우로 11일 현재 사망자는 11명, 실종자는 8명이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412.html
장애인 아니었어도 누구라도 빠져나올 수 없는 집 (한겨레21 제1426호, 손고운 기자, 2022-08-12 03:33)
폭우 속 3명의 목숨 앗아간 신림동 반지하 빌라
노모·장애언니·어린 딸과 갈 곳은 반지하뿐
“창살을 아무리 뜯어내려고 해도 안 됐다”
관악구 신림동, 신사동 일대에 물난리가 났지만 홍씨 집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위험한 집이었다. 연락할 건물 관리자가 없었고, 창이 땅바닥에 딱 붙어 있었고, 창문 전체에 쇠창살이 달려 있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노모, 아픈 언니, 어린 딸이 사는 집인데 방범용 창살이 다 붙어 있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위험한 집이 아니었겠느냐”며 “폭우를 걱정해 일상적인 위험을 감당할 순 없었을 것이다. 결론은 반지하에는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 든 엄마, 장애 있는 언니, 어린 딸과 살 집
홍씨 가족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단란하고 밝게 살고 있었다. 반지하 집은 이 가족에게 적은 돈으로도 여러 개의 방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집이었다. 형편이 어려운데 가족 구성원이 많다면, 반지하 집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홍씨 집과 같은 골목에 있는 ㄴ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그 정도 반지하와 비슷한 집은 이 동네에서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6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반)지하 주택은 32만7천여 가구에 이른다. 100가구에 1.6가구꼴로 지하 또는 반지하 주택에 사는 셈이다. 서울에만 20만800여 가구가 (반)지하 집에 산다. 2020년 3월 나온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반지하 주거 현황과 시사점’을 보면, (반)지하 가구 가운데 29.4%가 기초생활수급가구다. 장애인이 있는 가구도 15.5%다.
휠체어를 탄 딸을 둔 홍윤희 장애인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관악구 가족의 죽음을 보면서) 화나고 참담하다. 장애인 자녀가 태어나면 돌봄 인력이 필요해 전반적으로 가족의 소득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홍씨가) 경제적 부담을 저희한테 따로 얘기한 적은 없고 어머니가 나이가 있어 아프신 것 고민하고, 언니 항상 신경 쓰고. 본인보다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본인은 (가족에게) 더 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어요.” 홍씨의 직장 동료였던 김수현씨는 장례식장에서 이렇게 고인을 추억했다.
“항상 손 잡아주는” 면세점 노조 활동가였던
홍씨 가족의 죽음 이후에 서울시는 곧바로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지하와 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각 자치구가 건축허가 때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하고, 이미 허가된 (반)지하 건축물은 10~20년 유예기간을 줘 순차적으로 없애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012년 침수 우려가 있는 지역의 지하층은 서울시 심의를 거쳐 주거용으로 건축을 불허할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됐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반지하 주택 건축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빈곤사회연대는 8월10일 성명을 내어 “두려운 건, 대책 없이 반지하마저 사라지면 (도심에서) 서민들이 살 곳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이라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침수 피해 지역을 방문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는데, 원 장관이 만들어야 할 근본 대책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만 안전을 보장하는 개발 도시’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조차 평등한 안전과 주거권을 보장받는 사회’로의 전환”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11일 홍씨의 어머니가 살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모든 반지하 거주자가 공공임대주택으로 갈 수는 없다.
홍씨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반지하 집에 사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들은 흐느꼈다. “싫다는 말을 못하고, 거절을 안 하는, 누가 부탁하면 항상 손 잡아주는 친구였다.” 홍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일자리를 잃거나 월급이 줄어드는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업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조합 상근자로 활동했다. 김소연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은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임금 구조는 최저임금 수준 기본임금에 판매수당 등이 붙는 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임금이 평균 30만원 이상 저하됐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고, 휴업으로 그냥 구조조정당한 사람도 많았다”며 “(홍씨가 속한 노조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게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체 누가 누구를 위해 이렇게 헌신하고 노력하고 살아왔는지 고인에게 묻고 싶다”며 울먹였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4504.html
[기고] 누구를 위한 반지하방 퇴출인가…살고 싶어 사는 이 없다 (한겨레,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2022-08-12 09:00)
가장 약한 이들이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는 비극의 연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적인 성급한 대책 발표 아니라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지난한 협의 필요
지난 8일 폭우가 내리는 동안 서울 신림동 반지하 방에서 3명이 숨졌다. 46살 홍아무개씨는 갑자기 쏟아진 빗물에 잠겨 발달장애를 가진 언니, 자신의 10대 딸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물이 들이치는 과정에서 그들이 느꼈을 공포를 지우지 못해 며칠을 서성였다. 참사 이틀 뒤, 서울시는 ‘지하, 반지하’를 주거 목적으로 짓는 것을 전면 불허하고, 향후 20년 안에 반지하 주택을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숨진 홍씨가 2018년 내가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한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건강실태 연구’의 참여자였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다. 가라앉는 배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했던 304명처럼, 반지하 방에 살던 세 가족은 물에 잠겨 밖을 나오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2014년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을 살리지 못했던 참사를 두고 당시 대통령이 내놓았던 대책은 ‘해경 폐지’였다. 구조 과정에서 무책임했던 해경 처벌은 필요했지만, 황급하게 해상안전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을 폐지하는 것이 미래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대책일 수는 없었다. 지난 8년을 돌이켜보며 되묻는다. ‘해경 폐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이번 서울시 대책은 얼마나 다를까. 장기적으로 반지하 거주자가 줄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반지하를 좋아해서 거주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햇빛이 들지 않는 자리를 찾아온 이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반지하 방이 없어지면 그들은 더 안전한 곳을 선택해 살 수 있을까. 정책 결정 과정에 지하와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반영됐는가. 그 복잡한 맥락을 헤아릴 시간도 가지지 않은 채 반지하 주거금지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회문제 해결은 그 복잡함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한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푸는 대신, 큰 칼을 휘둘러 자르는 행동은 칼을 휘두르는 이를 영웅처럼 보이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영웅적 행동은 종종 상황을 악화시킨다. 면세점 노동자였던 홍씨는 과거 회사의 엄격한 ‘꾸밈 지침’과 관련해 “면세점 직원들은 상품보다 빛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겨레>와 인터뷰했다고 한다. 상품이 빛나기 위해 인간이 희생돼선 안되듯이, 정책을 돋보이려 주거취약지에 머무는 이들의 삶을 지워서는 안 된다.
재난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는 약자를 먼저 덮친다. 가장 약한 이들이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는 비극의 연쇄를 막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적인 성급한 대책 발표가 아니다. 어떤 정책으로 생겨날 영향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지난한 협의 과정이고, 그 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의지와 인내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이들은 그 지난한 조율 없이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힘이 있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 있어 ‘합리성’을 획득하고 있으니까. 면밀한 검토와 협의 없이 선포되는 정책 결정 과정은 약자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투정이나 무능함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참사 대책이 결국 미래의 또 다른 참사를 만드는 시작이 아니라고 우리는 확신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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