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관련 기사

새벽길 2022. 8. 18. 08:39

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을 나름대로 주의깊게 살펴보긴 했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 관련 분야가 아니어서일 터이다. 관련기사만 옮겨놓는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343
조선소를 떠나는 또 다른 이유 (매노,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2022.08.05 07:30)
조선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많은 노동자들이 조선소를 떠났다. 이들 중 일부는 경기도 반도체 공장, 울산·여수·대산(충남)의 석유화학산업단지, 발전소 같은 플랜트 건설현장으로 떠났다. 이들이 건설현장으로 떠난 첫 번째 이유는 임금이다. 임금 하락이 발생한 조선소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안전관리다. 조선소에서 플랜트로 넘어온 작업자들과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이들 대다수가 조선소에 비해 플랜트에서 일하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한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플랜트 현장이 좀 더 낫다는 이야기다. 조선업이나 건설업 특성상, 산재사고 규모와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산재로 작업이 중지되면 돈을 벌지 못한다. 심지어 장애를 얻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있다. 이러니 안전한 사업장을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다.
조선소는 제조업 사업장이다. 하지만 산업 특성 때문에 건설업 안전기준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선박 한 척 크기가 웬만한 건축물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상 조선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관리비 계상 기준만 하더라도, 건설업처럼 프로젝트나 진척률에 따른 계상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 조선업이 사업장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선박 제작을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건설업처럼 세세한 규정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조선소 안전관리는 건설업에 비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하면서 모든 조선소에서 안전관리를 외치고 있다. 한 조선소가 하청노동자 연쇄 산재 사망사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수천억원의 안전비용을 투자하겠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바뀐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교육은 직영(원청 직원)과 일부 1차 하청에 간신히 적용되는 수준이다. 실제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은 형식적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화기·비계(발판)하부·밀폐공간 감시인, 크레인 신호수와 같은 안전 보조인력 배치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고정식 크레인 설비는 크레인 이용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배치되지만, 그 외 영역에선 감시인들에 대한 기본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반도체 플랜트의 경우 화기·비계(발판)하부·밀폐공간 감시인, 크레인 신호수들에 대한 별도의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교육 내용과 관련한 시험을 통과해야 현장에 배치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건설과 조선소 최대 재해인 추락사고 대응도 마찬가지다. 비계(발판) 작업시 비계가 올바르게 설치됐는지 검사를 하고, 사용허가 태그를 붙어야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조선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워낙 많은 하청업체들이 비계(발판)를 설치하면서 어떤 업체에서 설치했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도 간혹 생기고 있다. 원청사가 전문 안전감시 인력을 고용해 비계 검사를 비롯한 안전관리를 하지 않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관리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조선소 역시 화학물질을 다루는 산업이다. 선박과 도장작업시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한다. 보온(배관, 설비 등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단열재를 붙이는) 과정에서 공기 중 보온재 부스러기 흡입 문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작업자들이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고, 사고 발생시 초기대응·직업병·유해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플랜트 산업군처럼 전문 안전관리자를 고용하기보다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안전부서에 배치하는 사례도 있다. 아무리 정규직들이 안전관리를 맡는다 한들,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소용없다. 당연히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잘 되지 못한다.
산재 대응 문화도 후진적이다. 예컨대 모 조선소에서 LPG 절단기 사용 작업 중 폭발사고로 작업자가 숨지는 일이 있었다. 사고가 나서야 비상통로를 설치하거나, 화기감시자를 추가 배치하거나, 가스류 보관법이 개선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이다.
조선소 내 안전관리 옴부즈맨 시스템도 형식적이다. 현장 작업자들이 위험요소 발견시 회사에서 만든 앱에 제보하더라도, 위험요소 제보 사진을 삭제하라며 오히려 제보한 하청노동자에게 압력을 행사한 사례가 있다. 제보를 받으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형식적인 안전관리만하고, 실제 인원투입이나 피드백은 전무하다. 이러니 어느 노동자가 조선소에 더 붙어 있으려 할까?
건설업 역시 재하도급 문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원청사는 안전계획수립과 관리·감독을 하고, 하청업체가 실무를 도맡는 틀은 갖춰져 있다. 또한 각 공정에 따른 전문업체에 하도급 주는 기본적인 꼴은 갖추고 있다. 하지만 조선소 하청은 인력공급식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아무리 원청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 해도, 다단계 하청 구조에선 안전교육과 책임소재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다단계식 하청에 대한 개선책도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
조선소의 저임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임금만 올라서는 안 된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현장이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조선소로 노동자들이 돌아올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3965.html
조선업 ‘열악한 처우’가 문제인데…정부 해법은 ‘외국인 노동자’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8-08 19:15)
추경호, 비상경제장관회의서
“9월부터 외국인 9천명 도입
숙련기능전환인력 쿼터 추가”
조선업 특화 내일채움공제 확대
“이주노동자 와도 다른 업종행”
정부가 조선업 구인난 해결을 외국인 노동자 9천여명을 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조선업 숙련공 유출의 핵심 원인인 열악한 노동 처우 개선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대책에 따로 포함하지 않았다.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4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9월부터 용접·도장공 등 외국인 신규기능전문인력을 9천명까지 도입하고 ‘숙련기능전환인력’도 조선업에 대해 별도 쿼터(신청 인원)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전문 지식·기술을 가진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하는 ‘특정활동(E-7) 비자’ 요건을 변경해, 인력을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조선업 관련해선 용접공·도장공·전기·플랜트 공학 기술자 4개 직종에서 특정활동 비자가 운영 중인데, 용접공·도장공 각각 600명과 300명 등 연간 900명의 입국 인원 제한을 폐지하고 하청업체별로 ‘내국인 노동자 인원의 20%’ 한도 안에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조처로 국내 7개 조선사 하청업체들이 기존 허용 인원의 10배인 9000명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숙련도와 근속 기준 등을 충족하면 숙련기능인력(E-7) 비자로 전환해 체류기간 제한 없이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숙련기능전환인력’ 제도를 내년에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사업 대상을 2천여명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조선업에 대해선 따로 인원을 할당할 방침이다. 내국인 인력을 조선업에 유치하기 위해 시범운영 중인 ‘조선업 특화 내일채움공제’도 확대한다. 조선업 하청업체 정규직 재직자가 1년간 근속해 15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지자체가 450만원을 지원해 총 6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수혜자 연령 상한을 기존 39살에서 45살로 올리고 대상 지역도 기존 4개 지역(울산·거제·영암·해남)에서 조선업 밀집 지역 전체로 넓히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력 유인책만으론 조선업의 숙련공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51일에 걸쳐 파업한 까닭은 20년차 숙련공 월급이 200여만원 수준에 그치고 임금체불 피해가 만연하는 등 열악한 노동 처우가 원인이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한국 선박의 핵심 경쟁력은 품질이고 이를 보장하려면 숙련공이 남아야 하는데 지금 이대로면 남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조선업에 난립하는 소규모 업체를 대형화하는 등 근본적인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김춘택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도 “이주노동자들이 와도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얼마 안 가 임금이 더 높고 일이 더 쉬운 업종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선업 노동자 처우 개선과 관련한 대책을 범부처 협의체를 만들어 따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원·하청 하도급 구조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간 선택권 확대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위한 중장기 개선책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09/114868312/1
조선업 근로자 61%가 사내하청… 고용 경직성이 분쟁 키워[인사이드&인사이트] (동아일보, 김재형 산업1부 기자, 2022-08-09 03:00)
대우조선 파업 이후, 분쟁 해법은
《‘소속 외 근로자’(파견, 용역, 사내도급)는 특정 업무를 아웃소싱(외주)받은 협력사 직원이면서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말한다. 흔히 사내하청 근로자로도 부른다. 국내 소속 외 근로자는 지난해 기준 86만4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497만3000명의 17.4%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부터 고용형태조사를 해왔다. 이 통계에 따르면 소속 외 근로자는 2016년 93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88만1000명까지 하락했다. 2020년 91만3000명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다시 5만 명 가까이가 줄었다. 등락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90만 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 노사 협상은 기업과 해당 기업 소속 근로자가 직접 샅바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소속 외 근로자의 경우 구조가 복잡해진다. 하청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와 테이블에 앉지만 실은 원청기업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51일간 파업하면서 옥포조선소 1독을 점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 ‘하청 근로자’ 비중이 60%가 넘는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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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에서 사내하청 근로자(소속 외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의 61.2%나 된다. 주로 용접, 도장, 취부(블록 등을 사전 용접하는 작업) 등 조선소에서 업무 강도가 높고 힘든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조선업 침체기의 구조조정 1순위 대상이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에 따르면 ‘수주 절벽’ 시기였던 2017년 국내 조선 11개사 사내하청 근로자는 6만1465명으로 전년(10만 8841명)보다 4만7376명(43.5%)이 줄었다. 원청 직원 감소율(16.9%)의 두 배 이상이다. 실제 조선업 전체의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은 2015년 67.8%에서 2018년 57.1%로 3년 새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그만큼 수주가 줄어들어 경영이 악화되자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조선소를 떠났다는 얘기다. 남은 이들 역시 일감 부족으로 인해 잔업수당이나 상여금 등을 받지 못했다.
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2/08/09/114868272.2.jpg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삭감된 임금을 원상회복하는 수준인 임금 30%를 인상하라”고 요구한 배경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고용 불안과 저임금 상태에 놓였던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수주에 다시 활기가 돌자 억눌렀던 요구를 한꺼번에 쏟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지회 측은 사내하청 근로자들 상당수가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 수준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협력사들의 얘기는 다르다. 협력사 측 주장을 종합하면 직무와 개별 생산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평균 시급은 1만1160원 수준이라고 한다. 도장 업종은 1만3200원 안팎이다. 최저임금보다는 20∼40%가량 많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순 없지만 협력사 직원 대다수가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대우조선해양 정규직의 70%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하청업체들은 또 수주가 잘된다고 공사대금이 갑자기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임금 인상을 해주더라도 ‘시차’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선업에서 선박 수주 후 설계를 거쳐 하청업체에 일감이 내려가려면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책임론’을 꺼내들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분식회계 사건 이후 공적 자금이 7조 원 넘게 투입됐지만, 부채 비율이 여전히 500%가 넘는다. 이런 부실 경영은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고, 노동계는 이에 ‘강 대 강’으로 맞붙으면서 공회전을 거듭해 왔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환경 규제나 경기 변동의 국면마다 근시안적인 경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다가 조선업의 경쟁력을 잃었다”며 “사내하청 노동자를 수시로 해고의 위험에 내몰며 고용 안전망까지 해체시킴으로써 양측이 극단적으로 자신의 실리만 고집하는 ‘공멸의 구도’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사내하청 근로자 직고용?”…곳곳에서 지위 논쟁
지난달 28일,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9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정년이 지난 4명을 제외하고 원고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청이 전산관리시스템(MES)으로 업무를 하달한 것에 대해 “사실상의 직접 지시(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이에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사내하청 형태로 크레인 업무 등을 담당한 협력사 직원들을 “포스코 직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회사 측은 단순히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MES를 쓴 것은 지시나 지휘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 날 55명에게 직고용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입사 후 소정의 교육을 받은 뒤 포스코 정규직원 신분으로 다시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포스코는 이번 판결 외에도 이미 1100여 명이 제기한 7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스코는 협력업체 직원 전원을 지금이라도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에서 일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은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크레인 업무 외 다른 하청 근로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기업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판결로 인해 원청 기업의 하청업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요구가 산업계 전반에서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대규모 정규직화가 실현된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12년부터 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 특별채용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까지 누적 약 1만 명에 이른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현대ITC·IMC·ISC 등 자회사를 설립해 원청의 80% 임금 수준으로 협력사 직원들을 고용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는 ‘사내하청 구조’는 결국 대한민국 노동법의 경직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사내하청을 많이 써온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산업들은 정규직 노조의 발언권이 특히 세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우선 과제”라며 “동시에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다단계 하청(도급) 구조에 대해선 엄격한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5106
대우조선 파업, 윤석열 정부의 실력을 묻다 (오마이뉴스, 22.08.09 06:45 l 양승훈(flyinghendrix)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넥스트브릿지] 사내하청 파업 톺아볼 것들
대우조선해양(이후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7월 22일에 사내 하청업체 사측과의 교섭으로 종결됐다. 장장 51일간의 파업이었다.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는 1973년 국영기업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가 착공을 시작했다가 멈추고 1978년 대우그룹이 인수해 1981년 준공된 이래 단 한 번도 진수(도크에 물을 주입해 선체를 띄워 바다로 내보내는 공정)를 멈춘 적이 없었는데, 유최안 노동자가 자신을 도크 바닥에 용접하고 옥쇄 투쟁을 시작하면서 40여 년 만에 처음 진수를 멈췄다.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해 오래된 노동자들과 관리직, 즉 '중공업 가족'들은 물의 흐름이 막힌 이 순간을 혈이 막힌 느낌이라고 전했다. 공정이 전개되어야 매출을 일으키고 수익을 내 경영정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뉴스에서는 매일 피해 액수를 산정하다가 최종적으로는 7000~8000억 원에 달하는 액수를 제시했다.
한편 자신을 가둔 하청 노동자는 100여 명의 조합원을 믿고 불볕더위와 하루하루 싸우고 있었다. 더위 속에서 타죽더라도 물을 막아야 한다는 처연한 역설을 실천하면서, 파업을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내세웠다.
조선업의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 30%' 회복이 노동조합의 핵심 주장이었고, 파업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회사가 진행한 손해배상 소송에서의 조합원 면책 문제, 파업 기간 중 폐업한 기업에 종사한 조합원의 고용 승계 문제, 노조 상근자에 대한 타임오프 등도 의제가 됐다. 최종적으로는 하청 노사 간에 임금 평균 4.5% 인상(업체별 차이 및 직무별 차이 있음), 명절 및 여름 휴가비 총 140만 원 지원, 조합원 고용 승계를 위한 노력 등에 대해서만 합의했다.
손배소는 여전히 협상 중이다.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노조 간부만 손배소 대상이 되고 조합원은 면책되는 사안은 여전히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노조 상근자 타임오프 역시도 인정되지 않았다.
파업 그 후
일단 마무리는 이렇게 되었지만 평가는 분분하다. 우선 교섭 조건 중 제대로 달성한 것이 별로 없으니 노동조합의 실패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조합이 어쨌거나 원청과 산업은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내하청업체 대표단'(이번 파업의 명목상 사측)을 앞에 두고 교섭의 주체로 인정받은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다. 만약 내년에도 지금의 조합원들이 유지된다면 이번에 한 차례 성사된 교섭은 향후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설이나 공장 건설 현장 등에서 지금보다 더 높은 단가로 노동자들을 모신다면 현재의 조합원들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일당 기준 20만 원을 넘게 받는 수도권 공장과 위험하고 힘든데 15만 원을 받기가 힘든 거제도·울산의 조선소 근무 중 어디를 선호할지 묻는다면 갑갑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회사 관점에서 매출액을 영업일로 계상해 최대치로 7~8천억 원의 손실을 냈으니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해석이 있다. 산업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이미 극심한 손실을 보았고 추가 파업으로 손실을 볼 경우 지원을 할 수 없고 청산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손실은 날짜가 정해졌던 인도(배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 기일을 맞추지 못했던 선박에 대해서만 확정된 것에 불과하다. 야드(조선소 현장)에 적치(쌓여 있음)되어 있는 블록들과 자재들이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순환되고 공정이 정상화되느냐에 따라서 손실액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당장 교섭이 타결되고 나서 원·하청 할 것 없이 노동자들이 공정 재개를 위해서 2주간의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근무를 시작했다. 물론 관행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을 '갈아 넣어' 공정 일정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위험한 것은 기본이고, 효율성이나 비용 관점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 '긴급 작전'은 진짜로 긴급할 때만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긴급 작전'이 시행 중인데 7~8천억 원의 손실을 확정적인 것으로 기술하는 것도 공정한 일은 아니다. 실제 최종 손실은 추후 제3자인 회계 법인에서 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해결 과제들
좀 더 심층적으로 따져보자. 왜곡된 노동 시장의 구조가 문제의 뇌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제조업 노사관계 연구자들이 흔히 말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1차적으로 존재한다.
원청 노동자들은 기본급 외에 연공급 성격으로 호봉이 오를 때마다 임금이 오르고, 교섭력을 통해 달성한 다양한 형태의 복지와 성과급(교섭 타결금 포함)을 받는다. 같은 시점 같은 일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호봉제의 영향을 별로 받지 못하고, 성과급을 받기 힘들며, 그나마 임금을 보전해 주었던 짝수달마다 100%씩 받아 550%를 받던 정기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에 산입되면서 사라지게 됐다.
기본급 관점에서 원·하청 간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의 교섭력 유무에 따라 급여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원청의 사측은 조선산업의 유연한 노동 수요 때문에도 사내하청을 쓰지만, 임금을 낮추기 위해서도 사내하청을 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유한 두 가지의 변수가 이번 파업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먼저 사내하청과 연결된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아웃소싱이다. 원래 원청이 특정 구역의 작업을 인원과 물량을 적정히 산정해 하도급을 주는 것이 사내하청이다. 일감이 폭증해 갑자기 인력이 부족하여 '임시협력사'나 '프로젝트 협력사' 등을 추가하여 다단계 방식으로 하도급을 줄 수는 있으나, 이것이 만성이 되어 불황인데도 다단계를 거치는 탓에 노동자들의 임금 몫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10년 넘게 일했는데 200만 원 남짓 수령한다는 사내하청 용접 노동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더불어 사내하청사가 인력공급업체에 아웃소싱을 주면서 숙련공 상용직(사내하청 업체의 정규직) 대신, 불안정한 일당벌이인 물량팀 위주의 노동시장 재편도 벌어졌다. 사내하청업체의 아웃소싱은 불법이나 현장에서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특히 이 지점에서 원청이 알고서도 방조했다면 법이 개입해야 할 문제가 된다.
두 번째로 대우조선이 분식회계와 적자로 인해 구조조정을 매개로 공적자금을 받은 회사라는 점이다. 조선업의 위기로 인해 사내하청 업체들이 도산하고 노동자들이 해고당했지만, 같은 시점 원청 정규직들도 희망퇴직·임금 반납·무급휴직 등을 겪었다. 비정규직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원청 정규직들의 고통이라는 것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2019년 현대중공업 인수 과정에서 긴축 경영 기조를 바꾸지 않아 내부적인 문제들이 풀리지 않은 측면도 있다. 2022년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사무직과 기술직들의 임금은 주니어(사원~과장) 기준으로 조선3사와 연봉으로 볼 때 20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현직자들은 전한다(그나마 근속연수가 높은 생산직 노동자들은 동종사 대비 차이가 덜하다).
이런 불만 속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보다는 '노노갈등'의 측면이 외부에 더 많이 노출되기 쉬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양쪽 중 어느 쪽이든 가해자라고 볼 수는 없다.
외려 이 지점에서 대주주이자 경영관리단을 운영했던 산업은행의 역할과 비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노사자율 교섭을 원칙이라 이야기하면서도 수틀리면 공권력 투입을 언급한다. 십 수 년간 대우조선에 CFO를 파견했으면서 분식회계 문제는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채권단과 함께 '긴축'을 말하는 것 외에 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문제 풀어갈 리더십
지금까지의 맥락을 살핀다면, 부실기업을 정상화 해 가장 좋은 인수자에게 매각한다는 애초 목표가 조선산업에서는 제대로 달성된 바가 없다. 그러면서도 또 조선소의 선박-해양-특수선(군함 등 방산) 부문을 분리하여 매각하겠다는 뉘앙스만 흘리고 있는데, 조선소 부문들의 물리적 분할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산업은행이 과연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비판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산업은행 관리 하에서 경영진부터 노동자들까지 '공기업 체질'이 되었다면, 그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동안 진보진영이 주장했던 '국민주 기업'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국민주 기업과 산업은행 관리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연임을 위해 매출 실적을 쌓으려고 저가 수주를 단행해 시장을 교란하다가 결국 수감된 이들은 산업은행 관리 아래 임명된 대우조선의 경영진들이었다. 국민주 기업이 된다면 이런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까?
책임져야 할 대상이 '국민 일반'이라는 것과 정부-산업부-산업은행이라는 것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1년에 10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조선산업의 빅3를 운영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해서 좀 더 '현실감' 있으면서도 '책임감'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이 유럽연합의 LNG운반선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로 무산된 상황에서, 다른 대자본 중 누가 가장 적합한 인수주체가 될 것일까? 오래된 질문이지만 다시 되새김질을 해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우조선 사내하청노조 파업은 거버넌스, 노사관계, 원·하청 관계, 지역 문제가 얽혀서 만들어낸 모순을 한 번에 드러내 버린 트리거였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한 방'이면 되지만, 실제로 풀어내는 것은 지난한 숙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민주주의적 리더십의 문제가 된다.
저임금 구조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생산의 불법 하도급 체제도 깨야 하며, 인력과 기술력 같은 조선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 정부의 조선산업과 부산·울산·경남 경제에 대한 관점과 거버넌스 실력을 묻는 것이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부정적인 신호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433
‘원청의 사용자 책임’ 제도화해야 할 때 (매노,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2022.08.11 07:30)
51일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끝났다. 그런데 이후가 더 중요하다. 하청노동자들이 온몸으로 드러낸 현실을 바꾸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중층적 하도급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왜곡된 임금구조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제 시작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파업권 침해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손해배상 면책은 노사관계에서 성립한다. 즉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일 때에야 면책조항도 의미가 있다.
결국 핵심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사용자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빼앗긴 임금을 원상회복하려고 교섭했지만 교섭 당사자인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그들은 원청이 주는 기성금을 받아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중간관리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회복하려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원청은 자신이 하청노동자들의 ‘법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회피했고, 이렇게 왜곡된 교섭구조 때문에 파업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4.5% 임금인상도 형식은 사내하청 업체들과의 교섭이었지만 사실상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정한 선이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노동자들이 전면파업 중 1도크를 점거한 이유는 원청 관리자들로 구성된 구사대 폭력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쟁의조정 절차를 모두 거친 파업이었고 자신의 작업장에서 농성을 하는데, 관리자로 구성된 구사대가 노동자들을 끌어내고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는 파업을 파괴하는 심각한 부당노동행위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했다고 하는 나라에서 이런 심각한 부당노동행위가 버젓이 자행된다. 법원은 원청도 부당노동행위 당사자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자신이 하청노동자의 법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파업을 파괴한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제도화돼야 할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하청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배를 만든다. 하청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공간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작업도구를 갖고, 대우조선해양의 작업지시에 따라 배를 만든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결정하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한다.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배의 80% 정도는 하청노동자들이 노동한 결과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이윤을 얻는다. 하청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며, 노동자들이 단결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할 때 교섭 대상은 바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어야 한다.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지난 20여년간 싸워 온 용역·하청·파견·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말해 주고 있다. 지금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는 것이 바로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법이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여러 판결과 판정에서도 원청이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거나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자동차와 제철업종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사실상 원청이 사용자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도 그러하다. 진짜 사장이 책임자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파견·용역·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더 이상 증명해야 할 것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를 개정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함으로써, 원청이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일이다.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이야기하는 국회에서, 지난 20여 년 간 수차례 발의된 관련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비정규직을 시혜의 대상으로 삼아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정규직이 권리의 주체로 나서서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심사인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투쟁이 남긴 과제를 제대로 풀고자 한다면, 하청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노조법 2조를 개정하기 위해 힘을 다해야 한다. 이것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지난 20여년간 권리의 주체가 되기 위해 싸워 왔던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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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221741001
대우조선 하청 51일 만에 파업 풀지만···활짝 웃을 수 없는 ‘합의안’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22 17:41)
원청·대주주 산업은행 빠진 양자 합의
임금 인상안 후퇴···사측 뜻대로 4.5%
손배소 등 민·형사상 면책 추후 협의
임금·처우 별도 논의 효과도 미지수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가 하청사 교섭단인 ‘사내협력회사협의회’와 22일 임금협상 합의안을 타결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51일만에 막을 내렸다.
임금교섭 진행은 대우조선해양 원청업체 노사도 참여해 4자간 틀로 운영됐지만, 정작 합의안에 원청은 담기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빠졌다. 그간 조선하청지회는 “산업은행과 원청의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주문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의 협상주체는 하청업체들로 한정했다.
파업의 주된 이유였던 임금인상은 올해 4.5% 인상으로 합의했다. 조선지회하청이 주장한 임금의 원상회복(30% 인상)에서 두 차례 수정해 10%를 제시했고 다시 또 후퇴했다. 4.5%는 사측이 최초로 제시한 안이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지만 지난 15일에서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조선하청지회는 “이달 23일 휴가 시작 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22일 임금협상이 타결되면서 주말을 넘기지 않게 됐지만, 당초 노조가 주장한 임금 원상회복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손해배상 등의 민·형사상 면책도 추후 협의로 미루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조선하청지회와 사내협력회사협의회는 별도의 팀을 꾸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청과 산업은행이 합의안 주체에서 빠지면서 향후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청업체는 원청에게서 받는 도급비(기성금)를 근거로 하청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기 때문에 원청의 의지와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하청사와만 논의가 진행될 경우 근본적인 개선을 도출하는게 쉽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지난해부터 1년여간 하청업체들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원청 역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대금 집행을 할 수 없다. 만약 별도로 꾸린 팀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언제든 다시 터져 나올 수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 고질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 문제는 숙제로 계속 남았다. 이번 파업은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임금 삭감과 대량해고 등 반복된 피해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하청노동자들이 “이를 원상복귀 해달라.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대형조선소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사내하청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2015년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4배를 넘었고 현재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경우 약 70% 정도가 하청노동자다.
지난 정권에서 고용노동부는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세우고 조선업의 재하도급 고용구조 개선을 당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노사문제’로 선을 그으며 연일 ‘불법’만 언급했다.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의 일반적인 구조는 ‘원청 조선소 → 1차 하청업체(사내하청 혹은 (사외)협력업체) → 물량팀장 →물량팀원’이다. 원청 조선소가 특정 업무를 1차 하청업체에 내려주고, 1차 하청업체는 작업기간 단축 등을 위해 공정별로 2차 재하도급 물량팀을 투입하는 식이다. 이 구조에서 위험한 업무는 사내하청 등 외주로 떠밀린다. 20~30년 경력을 가진 숙련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여기에 조선산업 침체까지 겹치면서 지난 5~6년 동안 일터를 떠난 하청노동자만 7만6000명이다.
이번 파업을 마무리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손해배상 면책’ 문제를 추후 합의하기로 한 부분 역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원청에 이어 하청업체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농성장에서 일터로 복귀한 노동자들은 또 다른 고통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전문가들은 “쟁의행위 등 노동3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면서도 ‘일정한 요건’에 따라 파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해석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윤석열 정부와 경영계가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파업의 평화적 해결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https://www.news1.kr/articles/?4751115
'8000억 손실·K조선 신뢰도 타격'…상처뿐인 대우조선 사태 봉합 (거제=뉴스1, 김민성 기자 | 2022-07-22 18:39)
불법 점거에 11척 인도 지연…대우조선 심각한 후유증 우려
원·하청 고질 구조 해결 과제…'노조리스크' 타 조선사도 긴장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51일 만에 봉합됐지만 노사 누구도 승자가 없이 후유증만 남긴 '상처뿐인 두달'로 기록될 전망이다. 8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피해 규모에다 '노조 리스크'로 인한 우리나라 조선업의 대외적인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장기 불황 터널을 지나면서 형성된 조선업의 고질적인 다단계 저임금 하도급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대우조선 외 다른 조선사에도 불통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남기게 됐다. 조선업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조선업계의 중론이다.
하청 노조의 불법 점거로 대우조선의 거제사업장이 멈춰서며 천문학적 피해를 입은 것을 두고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성난 목소리도 들끓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51일째 파업을 이어 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와 협력업체 측의 협상이 진통 끝에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하청노조측의 요구안 중 임금인상과 고용승계는 접점을 찾았지만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합의하지 못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51일간 8000억 손실…'채권단 관리' 기업의 흔들리는 재무대응 여력
어렵사리 '잠정 합의'를 이뤄냈지만 2015년부터 7조1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채권단 관리' 기업인 대우조선이 감당해야 할 후유증은 적지 않다. 약 8년간 이어진 조선업 불황 속에 대우조선의 자금 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도 5000억원대 손실로 추산된다. 이번 파업 손실 피해(7월만 기준 8165억원)까지 반영하면 영업손실 폭은 6000억~9000억원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추가 대출 등 자금지원이 없다면 올해 말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지분율 55.7%)인 KDB산업은행이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보상을 위해 1원도 추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까지 밝히면서 유동성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손해를 최소화하려면 건조 속도를 높여서 공정 지연을 최대한 해소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오는 23일부터 대우조선은 휴가에 들어가지만 상당수 인력이 출근해서 중단된 진수 작업을 비롯한 각종 공정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두 달 가까이 파업이 이어졌기 때문에 평소 공정률로 회복은 쉽지 않다"고 했다.
◇'노조 리스크'에 무너진 대외신뢰도…"10척 인도 못했는데 누가 일감주나"
하청지회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지난해부터 4차례나 독을 점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4월 7일 대우조선해양 1독을 점거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 두 차례, 5월 한 차례씩 2독을 점거했다고 한다.
이들은 건조의 핵심 장소인 도크를 무단 점거해 생산 자체를 중단시키면서 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일종의 '끝장 농성'을 펼쳤다. 과거에 원청 노조의 파업 때는 크레인만 점거해 선박 건조에는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유독 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도 노조의 이같은 농성 행태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청노조의 이번 불법 점거 행태는 그간 일반적인 파업과 결이 달랐다는 점에서 다른 조선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글로벌 신뢰도는 이번 사태로 완전히 금이 갔다. 대우조선이 선주에게 넘기지 못한 선박은 11척에 달한다.
단순히 보면 선박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실이지만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의 신뢰도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한국 조선업이 정확한 납기 준수로 지금껏 고객들과 쌓아온 신뢰에 금이 간 것은 가장 큰 손실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10척이 넘는 선박을 제때 넘기지 못한 조선사에 일감을 주는 게 쉽겠나"라며 "노조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상존하는 상황에서 어느 조선사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병' 원·하청 노동구조는 여전…저임금 해결도 과제
원청과 하청이 얽힌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노동구조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간 2차, 3차 하도급을 주는 국내 산업구조와 맞물려 하청업체들이 조선업 불황 기간에 저가 수주로 인한 비용 부담의 상당 부분을 떠안았다.
원청은 하청에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로 비용 부담을 떠넘기고, 하청업체가 다시 2차, 3차 재하도급 업체에 부담을 넘기면서 인건비가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대형 조선소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사내하청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조선업체들은 인력난이 심해지자 다단계 하도급까지 활용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조선업 하도급은 '원청 조선소→1차 하청업체(사내하청 혹은 사외협력업체)→물량팀(하청의 하청)' 구조다. 1차 하청업체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물량팀, 알바천국 등에서 인력을 모아 조선소에 공급하는 아웃소싱 업체들이 덩달아 늘어났다. 
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6~7년째 이어지는 저임금 상황과 조선업 원·하청 구조의 본질적인 문제를 정부에서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며 "아직은 못느끼겠지만 이런 구조 탓에 고용의 질은 악화되고 현장사고로 이어지고 건조된 배의 퀄리티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221923001
노동계 “조선하청노동자 현실 알리는 계기 됐길, 남은 과제 해결해야”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22 19:23)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의 원상회복과 단체협약을 주장하며 돌입한 51일 동안의 파업이 막을 내렸다. 노동계는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이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처우개선 등 남은 과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하청이라는 이유로 그림자처럼 살아오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한 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더 이상 양보하지 않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모든 조합원의 투쟁은 전국의 조선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 공단의 미조직 노동자의 깃발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힘을 조선 하청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다시 모으려고 한다”며 “정부를 포함한 조선산업 원·하청 노사, 노동시민사회단체, 정당, 종교계 등에 범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 더 이상 조선 하청노동자들이 그림자 노동자로 살아가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비록 우리의 요구가 합의문에 다 담기지는 못했지만, 51일의 투쟁 과정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실상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상을 세상에 다시 알렸다”며 “바지 사장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사장, 원청의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자본과 정권의 갈라치기와 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시작이다. 51일을 이어온 투쟁의 열기와 결기로 노조할 권리와 비정규직 없는, 차별 없는 세상을 여는 투쟁을 열어가자”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성명서를 내고 “과거부터 산업현장에서 투쟁적 노동운동과 불법이 계속된 것은 미온적인 법 집행과 불법에 대한 ‘민형사 면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산업현장의 잘못된 관행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의 첫 걸음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2055.html
대우조선 하청노조 임금 못 올렸지만…“이 합의서 쓰는데 6년 걸렸다” (한겨레, 거제/ 박태우 서혜미 최상원 기자, 2022-07-22 19:23)

30% 인상 요구했으나 스스로 철회
파업 전 수준 ‘임금 4.5% 인상’ 합의
내년부터 상여금 140만원 지급키로
폐업 하청 노동자 고용승계도 노력
파업 손해 ‘민·형사 책임’ 추후 논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51일, 옥포조선소 제 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 투쟁 31일이 하청업체 대표들과의 협상 타결로 마무리됐다. ‘1㎥ 철제 구조물에 갇힌 노동자’로 상징되는 조선하청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애초 요구였던 임금 인상 등을 관철하지 못했고 파업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도 매듭짓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는 2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4.5%(업체별 평균) 임금 인상 △내년부터 설·추석 각 50만원과 여름휴가비 40만원 등 상여금 140만원 지급 △고용계약 최소 1년 단위 체결 △재하도급 금지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최우선 고용하기 위해 노력 등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후 열린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총회 투표에서 90% 이상 찬성으로 이 합의안을 가결했다.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31일간 진행했던 옥포조선소 제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31일 동안 자신을 ‘1㎥ 철제 감옥’에 가둔 채, 나머지 6명의 노동자는 15m 난간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여왔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스스로 용접했던 철제 감옥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남경찰청 쪽은 “시설물을 점거하고 있던 조합원들이 장기간 농성으로 인해 건강상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선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후 관계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협상이 시작된 이후 19일부터 본격적으로 ‘타결 임박’ 관측이 흘러나왔으나, 노사는 이날도 파업 손해 면책과 고용승계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오후 4시께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내용은 ‘임금 30% 인상’ 등 조선하청지회가 지난달 2일 파업을 시작하면서 요구했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노조는 최근 조선업 호황을 맞아 2016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으로 삭감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대우조선 원·하청이 경영난 등을 주장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음에 따라, 조선하청지회는 올해 초 협력업체별로 이미 인상한 4~7% 수준(평균 4.5%)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노사 양쪽은 하청업체 저임금구조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티에프(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임금뿐 아니라, 막판 쟁점이었던 민·형사상 면책과 고용승계에서도 조선하청지회의 입장이 관철되지 못했다. 이날 하청 노사는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전원 고용승계’ 하는 대신 ‘최우선 고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조선업계에는 통상 한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같은 직종의 다른 업체가 인원을 승계하는 관행이 존재했다. 하지만 하청업체 쪽이 최근 파업을 전후해 폐업한 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하면서, 협상 막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교섭 막바지 사흘간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 온 ‘파업 손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 문제는 이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조선하청지회쪽 교섭위원으로 참여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면책 관련해서는 남은 과제로 남겨놨다”며 “앞으로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7천억원 피해”를 주장하며 손배소를 예고한 대우조선해양은 “당사는 파업과정에서 발생된 제반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의 기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금속)노조 조끼 입고 교섭장 들어갔다고 회사는 교섭 거부했다. 금속노조 이 이름 하나 합의서에 넣기 위해 6년 싸웠다”며 “오늘 드디어 초라하고 걸레 같은 합의서지만 금속노조 이름을 넣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업에 참여한 한 조합원 역시 <한겨레>에 “그래도 하청노동자들이 언제 단체교섭을 해보겠느냐. 이게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금속노조 도장 찍은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권수오 사내협력회사 협의회장은 “국민적 관심과 지역민, 대우조선 관계사 가족들의 관심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잠정합의안 타결 이후 노사 상생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원청 대우조선도 이날 “지금부터 지연된 생산공정 만회를 위하여 모든 역량을 투입할 예정이며, 또한 원하청 상생협력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 인상 등 파업의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박 건조를 위해 필수적인 진수(공정이 끝난 배를 도크에서 안벽으로 옮기는 작업)를 하지 못할 정도로 생산공정에 큰 차질을 빚었던 이번 투쟁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해부터 임금인상을 위한 개별교섭을 진행하다 진전이 없자, 하청업체 집단교섭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거농성이 장기화되고 노동부·산업부 장관이 사태 해결을 요청하는 담화문을 발표한지 하루 만인 지난 15일부터 하청업체들과 노조 사이의 집단교섭이 시작됐다. 진작 집단교섭이 있었다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원·하청 구조에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권리보장 방안은 이번에도 큰 논란이 됐다. 원청이 지급하는 ‘기성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하청업체의 특성상,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은 원청에 많은 결정 권한이 있다. 점거 농성이라는 ‘극단적 투쟁’이 하청 사용자는 “권한이 없다” 하고 원청은 ‘뒷짐’지는 구조 때문에 시작된 셈인데, 원청은 이번 사태 해결 과정에서 교섭 첫날 테이블에 앉았을 뿐 이후 등장하지 않았다. 조선하청지회의 투쟁 과정에서 노동법률가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 협약을 근거로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원청 사용자가 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선하청지회의 이번 파업은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시민들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 인력난이 문제로 손꼽히면서도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여전히 낮았다. 또 하청업체의 사회보험료 체납·임금체불 등 조선업계 ‘불법일터’ 문제가 이번 투쟁을 통해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이에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19일과 20일 이틀동안 대우조선에서 조선하청지회를 만나 “농성을 해제하면 구조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파업 도중 임금을 받지 못해 대출을 당겨쓰며 생활비를 충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연대하기 위해 조선하청지회가 추진한 ‘1만×1만 기금’ 프로젝트 모금에 1억원 넘는 돈이 모여 155명 파업 참가자의 180만원 생활비로 쓰였다. 20개 도시 시민 2천여명을 태운 ‘희망버스’도 23일 거제로 집결해, 당초 예정된 조선하청지회 연대 투쟁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222117005
원청·산업은행 빠진 합의안…임금·처우 근본적 개선 미지수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22 21:17)
협상 타결에도 남은 과제들
임금 인상, 사측 입장 그대로 반영
노동자 측 요구 못 미쳐 갈등 불씨
별도 팀 꾸려 하청노동 처우 논의
원청·대주주 없이는 결론 어려워
‘다단계 하청 70%’ 고용구조 도마
정부 개선노력·손배소도 숙제로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가 하청사 교섭단인 ‘사내협력회사협의회’와 22일 임금협상 합의안을 타결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51일 만에 막을 내렸다.
임금교섭 진행은 대우조선해양 원청업체 노사도 참여해 4자 간 틀로 운영됐지만, 정작 합의안에 원청은 담기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빠졌다. 그간 조선하청지회는 “산업은행과 원청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의 협상 주체는 하청업체들로 한정됐다.
파업의 주된 이유였던 임금 인상은 올해 4.5% 인상으로 합의했다. 조선하청지회가 주장한 임금의 원상회복(30% 인상)에서 두 차례 수정해 10%를 제시했고 다시 또 후퇴했다. 4.5%는 사측이 최초로 제시한 안이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지만 지난 15일에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조선하청지회는 “이달 23일 휴가 시작 전에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22일 임금협상이 타결되면서 주말을 넘기지 않게 됐지만, 당초 노조가 주장한 임금 원상회복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손해배상 등의 민형사상 면책도 추후 협의로 미루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조선하청지회와 사내협력회사협의회는 별도의 팀을 꾸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청과 산업은행이 합의안 주체에서 빠지면서 향후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청업체는 원청에서 받는 도급비(기성금)를 근거로 하청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기 때문에 원청의 의지와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하청사와만 논의가 진행될 경우 근본적인 개선을 도출하는 게 쉽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지난해부터 1년여간 하청업체들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원청 역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대금 집행을 할 수 없다. 만약 별도로 꾸린 팀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언제든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 고질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 문제는 숙제로 계속 남았다. 대형 조선소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사내하청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2015년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4배를 넘었고 현재는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경우 70% 정도가 하청노동자다.
지난 정권에서 고용노동부는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세우고 조선업의 재하도급 고용구조 개선을 당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노사문제’로 선을 그으며 연일 ‘불법’만 언급했다.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의 일반적인 구조는 ‘원청 조선소 → 1차 하청업체(사내하청 혹은 (사외)협력업체) → 물량팀장 → 물량팀원’이다. 원청 조선소가 특정 업무를 1차 하청업체에 내려주고, 1차 하청업체는 작업기간 단축 등을 위해 공정별로 2차 재하도급 물량팀을 투입하는 식이다. 이 구조에서 위험한 업무는 사내하청 등 외주로 떠밀린다. 20~30년 경력을 가진 숙련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여기에 조선산업 침체까지 겹치면서 지난 5~6년 동안 일터를 떠난 하청노동자만 7만6000명이다.
이번 파업을 마무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손해배상 면책’ 문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노동전문가들은 “쟁의행위 등 노동3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면서도 ‘일정한 요건’에 따라 파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해석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윤석열 정부와 경영계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파업의 평화적 해결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2218400000811?did=NA
농성만 끝냈다... '숙제' 산더미 남긴 대우조선 파업 사태 (한국일보, 거제= 박은경 거제= 김재현 기자, 2022.07.23 04:00)
하청노조 장기파업, 51일 만에 마무리
손배소·고용승계 핵심 쟁점 미완으로
노조, 임금만 대폭 양보... "이미지 악화"
7000억 손실 해소 등 단기 해결 어려워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는 노조와 사측 모두에 상처만 남긴 51일이었다. 양측은 22일 교섭 협상에 잠정 합의했지만 물리적 충돌 없이 파업만 끝냈을 뿐, ‘손해배상 소송’과 실직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등 핵심 쟁점에서는 절충점을 찾지 못해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1년 끈 노사교섭, '선박 점거' 극한 투쟁으로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 갈등은 2021년 6월 시작된 노사교섭이 1년 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결국 올해 6월 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1통영ㆍ고성 하청지회는 대우조선 협력사를 상대로 △노조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그래도 교섭에 진척이 없자 같은 달 22일부터 ‘선박 점거 농성’이란 최고 수위 투쟁으로 맞섰다. 6명이 조선소 1독(dock) 원유운반선 탱크 20m 난간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한 명은 운반선 탱크 바닥에 만든 가로ㆍ세로ㆍ높이 각 1m 크기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두는 이른바 ‘옥쇄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선박 점거의 타격은 컸다. 대우조선은 창립 41년 만에 처음으로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관련 공정이 연쇄 정체되면서 급기야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작업 차질은 초과근무 및 특근 축소, 야간작업 중단 등 근무시간 조정에 따른 급여 삭감으로 이어졌고, 불만이 누적된 원청 직원과 하청 직원 간 ‘노노(勞勞)갈등’으로 번졌다. 윤석열 정부도 때맞춰 법과 원칙을 앞세워 하청노조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경찰도 조선소 주변 배치 인력을 크게 확충하면서 강제 진압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이날 합의로 ‘파국’은 겨우 막을 수 있었다.
여론 악화 노조 "얻어낸 게 없다"

합의 결과를 놓고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노조 측이 대폭 양보한 셈이 됐다. 노조는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막대한 매출 손실 등 모처럼 찾아온 조선업 호황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코너로 몰렸다. 여기에 곧 다가올 하계 휴가와 경찰의 노조 간부 출석요구 기한까지 만료되는 등 악재가 쌓였다.
고심하던 노조는 당초 임금 인상 요구안(30%)에서 크게 후퇴한 4.5%를 받아들였다. 손배소 취하를 노린 ‘통 큰’ 양보였지만 얻어낸 건 없었다. 사측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취하를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가 재발할 경우 이번 사태를 소급 적용하는 단서를 다는 등 안전장치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워낙 의견 차이가 커 우선 사태 해결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민ㆍ형사 면책 부분은 협상 과제로 남겨놨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50일 동안 물질적 이득은 고사하고 노조 이미지와 여론만 악화했다”고 불평했다.
납기지연 해소, 손배소 해결... 숙제 수두룩
사측도 웃을 처지는 아니다. 당장 선박 납기 지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번 파업으로 원청 대우조선이 입은 피해는 7,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납기 지연에 따른 자체배상금은 별도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1독에서 건조 중인 호선은 모두 4척으로 인도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2독과 플로팅 독, 안벽에 계류된 일부 선박들도 1~4주 지연 영향을 받고 있다. 노사는 이르면 23일부터 생산을 재개할 방침이나, 시설점검 기간 등을 감안하면 더 미뤄질 수 있다.
봉합되지 않은 손배소 쟁점의 폭발력도 크다. 노사는 휴가 기간이 끝난 뒤 이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작은 접점조차 찾지 못해 공전만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도 지금껏 손배소가 마무리되지 않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노노 갈등 역시 잠복돼 있다. 원청노조는 전날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를 강행했다. 이날 부정투표 잡음이 일어 탈퇴 여부 결정이 연기됐으나 노조 내부 분열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노사 합의에 상관없이 농성 조합원들을 경찰이 수사하기로 해 노조 대응이 대정부 투쟁으로 방향을 틀 여지도 없지 않다. 김병수 경남경찰청장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조합원들은 치료를 먼저 받게 하겠지만,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791584
'절반의 성공' 대우조선 하청 노조 파업…그 숙제와 성과 (경남CBS 이형탁 기자, 2022-07-23 06:30)
임금 인상 이미 반영돼…사실상 인상폭 없어
민형사상 면책 합의문 담지 못해…소송 가능성 높아
고용 승계 원칙적 노력…"자리 생기면 고용한다는 의미"
성과는 평화적 파업 종료, 조선 다단계 하청 재조명
원청, 교섭에서 빠진 게 타당? 노동법률가 "실질적 지배력 있다면 사용자"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51일간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노사합의로 최종 마무리됐다. 노조가 단순 합의문만 뜯어보면 관철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이번 파업으로 조선 하청 노동자의 참담한 현실과 조선업계의 실상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는 22일 오후 4시 15분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내 외업복지관 2층에서 잠정합의안을 발표했다. 잠정합의안 내용은 크게 4.5% 임금 인상과 폐업한 하청노동자의 원칙적 고용 승계다. 이후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총회 투표에서 대다수 찬성(투표 129명, 찬성 120표, 반대 9표, 찬성 96%)으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켜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숙제, 임금 인상 이미 반영돼…사실상 인상폭 없어
이 같은 합의안 내용만 놓고 보면 노조가 크게 얻은 것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4.5% 임금 인상은 애초 하청노조가 지난달 2일 파업을 시작하며 빼앗긴 임금을 회복해야 한다며 내건 30% 인상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 사실상 사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하청 사측은 지난달 22일부터 유최안 부지회장 등 7명이 사내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원유선반선을 점거하기 전후로 경남도청과 거제시청 등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미 4~7%(평균 4.5%)의 임금을 인상했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권수오 사내협력회사협의회 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원청에게서 3.2% 인상된 기성금을 받아서 하청 협력사별로 4~7% 임금 인상을 했다"며 "다만 각 협력사의 임금인상에 미동의한 노동자들이 일부 있어 이번 합의안을 조건으로 전부 동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형사상 면책 합의문 담지 못해…소송 가능성 높아
핵심 쟁점이었던 민형사상 책임 면책도 합의안에 담지 못했다. 더구나 정부는 이날 관련 입장문을 내고 "이번 불법점거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기반한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 문화가 정착되도록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한 일 또는 노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건조 중인 선박의 점거 행위'에 대해서는 파업이 종료됐더라도 끝까지 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민사부분 또한 원·하청이 수천억 원대의 경영 손실을 입었다고 밝힌 만큼 하청 노조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지도부가 민·형사 책임을 지더라도 조합원에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조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 또한 높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형사 면책 관련해서는 남은 과제로 남겨놨다"며 "이후에 성실하게 더 협의를 할 지점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고용 승계 원칙적 노력…"자리 생기면 고용한다는 의미"
폐업한 하청 노동자의 고용승계 문제도 합의문에 '전원 고용승계'라는 명확한 문구를 박지 못하고, '원칙적'으로 노사가 노력한다는 내용을 남긴 데 그쳤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잠정합의문 발표 뒤 사내 1도크 앞 기자회견에서 "30여 명의 조합원이 해당되는데 노사가 신뢰를 가지고 성실하게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측 권수오 협의회 회장은 "같은 직종에서 빈 자리가 생기면 고용을 하도록 노력한다는 의미다"고 했다. 이처럼 노사 합의안 내용만 뜯어보면 노조가 교섭과정에서 사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거나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킨 부분을 찾기 어렵다.
성과와 의미는 평화적 파업 종료, 조선 다단계 하청 재조명
하지만 합의문이 아닌 이번 파업 전체로 시각을 넓히면 여러 의미와 성과를 찾을 수 있다. 일단 노사 협상 타결은 공권력 투입 등 일단 파국을 막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가 '불법 파업'이라 규정짓고 공권력 투입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사실상 협상의 마지노선로 정해졌던 이날 최종합의로 파업을 평화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사내 1도크를 점거 중이던 7명의 조합원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평가다.
이 파업을 계기로 조선업의 다단계 하청 구조와 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재조명도 이뤄졌다. 조선업계가 원청 조선소가 특정 업무를 1차 하청업체에 내려주고, 1차 하청업체는 공정별로 2차 재하도급 물량팀을 투입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임금은 그 단계를 거치면서 점차 삭감돼 하청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조선업보다 임금수준이 높은 전국의 건설업계 등으로 유출됐는데,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5~6년간 7만여 명의 하청 노동자가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김형수 지회장 등 하청 노조원 120여 명은 이 같은 문제를 파업 51일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원청, 교섭서 빠진 게 타당? 노동법률가 "실질적 지배력 있다면 사용자"
이 같은 조선업계 구조는 이번 파업에서 벌어진 교섭 문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협상테이블에 교섭 당사자는 근로계약 당사자인 근로자측 하청노조와 사용자측 하청회사에 국한됐는데, 사실상 우월적 지위를 지니며 사실상 실제 사용자라 볼 수 있는 대우조선 원청이 교섭에 빠진다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제 하청 회사는 대우조선해양 원청이 내려주는 기성금(대금)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주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임금을 올려 줄 능력이 거의 없다. 하청 사측이 원청이 기성금을 3% 인상한 데 불과해 올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도 이날 하청 노사가 합의한 액수대로 평균 4.5% 정도에 그쳤고, 실제로 기성금 대부분이 하청 노동자의 인건비로 쓰인다. 충분한 근거 없이 기성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등 불법하도급으로 대우조선 원청이 2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153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사실까지 더해보면 원청이 '법적 사용자가 아니'라며 현재처럼 교섭에 빠지는 게 아니라 실질적 사용자로서 참여해야 한다는 게 노동법률가의 지적이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법학계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원청이 노동자와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고,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장)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및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노조법상 사용자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에서는 현대중이 하청노동자 원고용주 하청업체와 비슷한 정도의 지배력을 갖거나 행사하면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행위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이 이 같은 조선업계 구조를 방관 또는 유지했다는 비판에 이전보다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점은 이번 파업의 또 하나의 성과로 읽힌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2077.html
하청의 불법 점거? 조선업계엔 ‘태초의 불법’이 있었다 [The 5] (한겨레, 김지훈 기자, 2022-07-23 14:00)
[더 파이브: The 5] 대우조선 파업, 누가 불법을 말하는가
파업 51일째, 점거투쟁 31일이 되던 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하청업체 대표들과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 “산업 현장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며 압박했고, 원·하청업체는 노조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같은 민·형사상 수단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몰아세운 결과일까요. 제 2의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로 나아가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이번에도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태의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정부와 기업의 행태는 반복됐습니다. 19일부터 거제 파업 현장을 취재한 박태우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협상이 타결될 듯 하다가, 계속 평행선을 달렸는데, 왜 그랬던 건가요?
박태우 기자: 파업에 대한 노조의 민형사상 책임 부분 때문입니다. 보통 노사합의를 통해 투쟁을 종료할 때, 파업에 따른 민형사 면책 합의를 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핵심요구였던 임금 인상 요구 자체를 포기했던 하청노동자들은 민형사 면책을 요구한 거죠. 반면, 하청업체는 원청과 별도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하청노사 합의와는 별개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역시 “7천억원 피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던 거죠.
[The 2] 만약 합의가 결렬됐다면, 정부가 강제 진압을 했을까요?
박태우 기자: 현장에 직접 내려와서 보고 내린 결론은 이곳은 절대 경찰력을 투입해선 안 되는 곳이란 것입니다. 경찰이 투입되면 100여명의 조합원들은 거세게 저항했을 겁니다. 농성 중인 도크에서 열걸음만 물러서도 바로 바다입니다. 경찰이 농성장으로 진입하는 과정도 굉장히 위험했을 겁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가파른 계단으로 도크 밑바닥까지 10m 이상 내려가야 하고, 도크 밑바닥에서 다시 사다리를 타고 5m를 올라가야 농성 중인 원유 운반선에 들어올 수 있는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The 3] 강경 진압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요?
박태우 기자: 22일이 노조 집행부에 대한 4차 경찰 출석 요구일이었습니다. 만약 노조가 이때도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컸죠. 그러면 경찰이 이를 집행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할 명분이 생겼을 겁니다.
안타까운 건 정부입니다. 애초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다면, 원청이 하청노조의 투쟁에도 뒷짐만 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런 극한 대립까지 이르진 않았을 겁니다. 지난 14일 노동부와 산업자원부 장관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니 바로 다음 날부터 원청 주선 아래 하청노조와 하청업체들 사이의 집단교섭이 시작됐거든요. 파업 시작 후 40여 일 동안 정부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다가, 담화문을 발표한 지 5일 만에 대통령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하는 게 의아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이 회복되길 기다려왔는데 말입니다.
[The 4] 파업의 부당함을 인정한 법원 판결도 있었잖아요? 파업이 정당한 쟁의 행위의 범위에서 벗어났다며 퇴거 명령에 불응할 경우 사쪽에 하루 3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던데요.
박태우 기자: 법원의 결정처럼, 점거농성 자체가 위법일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노조가 이러한 투쟁을 벌이게 된 배경을 봐야 할 것입니다. 애초에 조선하청지회가 개별 하청업체랑 1년 간 임금 협상을 해왔는데 전혀 진전이 없어 하청업체들과의 집단교섭을 요구했습니다. 원청도 무시했고요. 이른바 ‘불법 점거’를 하니까 그제서야 원청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극단적으로 투쟁을 하지 않으면 상대가 움직이지 않는데 노조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이런 구조가 굉장한 사회적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7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 하청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보정하라고 권고해온 이유가 있는 거죠.
[The 5] 타결된 내용을 보면, 노조 입장에선 임금 인상을 관철하지 못했고, 민·형사 책임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던데요. 득보다 실이 큰 것 같아요.
박태우 기자: 저도 합의 내용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노조가 많이 양보했다고 봐야겠죠. 민·형사상 면책과 고용승계가 막판 협상의 쟁점이었는데요. 면책 문제는 향후 대화를 통해 푼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고용승계 하는 문제는 ‘전원 고용승계’ 대신 ‘최우선 고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청노사 합의와는 별개로 원청 손배소가 남아있어서 그것 역시 남은 쟁점입니다.
조합원들로서는 정말 아쉬움이 컸을텐데, 이 합의안에 노조 조합원의 90% 이상이 찬성했더라고요. 31일 동안 ‘끝장농성’을 했던 동료 조합원의 건강상태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계문제, 공권력 투입의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조선하청지회의 ‘집단교섭’을 통한 첫 ‘단체협약’이라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더라고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사실상 처음으로 맺은 단체협약이니까요. 그리고 조선소의 하청노동에 관한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이 투쟁의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는 중이었지만 하청노동자 임금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거든요. 또 하청업체의 보험료 체납, 임금체불 등 조선업계 불법 일터 문제가 이번 투쟁을 통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이른바 ‘불법 점거’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자행된 불법에도 엄정한 대응을 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구조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죠.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242107005
“노조 이름 넣기까지 6년”…하청노동자가 끌어낸 ‘노조할 권리’ (경향, 조해람 기자, 2022.07.24 21:07)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 판례 수두룩해도 현장에선 안 통해
하청노조, 요구안에 임금 인상 외 노조 전임자 인정 등 포함
전문가 “직접 계약 안 했어도 원청이 사용자…법에 명시를”
51일간 계속된 대우조선해양 파업은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함께 노동권 보장과 관련한 고질적 문제인 ‘노동조합 인정’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하청노동자들의 처우를 실제로 결정하는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이자 교섭 대상으로 보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4일 노동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에 파업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2017년 2월 출범했다. 조선업체가 몰린 경남 거제·통영·고성을 중심으로 했다. 노조는 이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 측에 꾸준히 교섭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과의 교섭은 쉽지 않았다. 하청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상 원청과 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청노동자의 처우는 사실상 자신들과 연대하는 정규직 노조의 교섭에 달려 있었다.
원청, 하청회사는 하청노조의 노조활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2018년 3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와 연대하며 관련 유인물을 배포한 정규직노조 조합원 김정열씨에게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번 파업에서도 사측은 회사에 우호적인 노동자들을 동원해 ‘맞불 집회’에 나섰다. 김형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지회장은 파업을 마무리한 지난 22일 해단식에서 “지난해 노조 조끼를 입고 교섭장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회사는 교섭을 거부했다. 한발 물러나면서 이를 꽉 물고 꼭 합의서에 노동자들 이름을 새기겠다고 다짐했다”며 “오늘 드디어 초라하고 걸레 같은 합의서지만 노조 이름을 넣을 수 있게 됐다. 금속노조 이름 하나 합의서에 넣기 위해 6년을 싸웠다”고 했다.
조선업 불황과 저임금으로 인한 생활고가 노조 힘빼기에 ‘악용’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4월 도장업체들은 하청노동자들의 재계약 시기에 당시 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제안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조는 당시 도장업체들이 하청노동자들과 직접 계약 대신 ‘아웃소싱’ 소속으로 돌리려 했다고 본다. 4대 보험 등 책임을 피하고 노동자들의 결사·교섭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에서도 원청은 파업 한 달이 넘어갈 때까지 하청노조와의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요구안에 임금 인상·고용승계와 더불어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설치 등이 들어간 것도 노조활동을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원청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면 파업이 이렇게 길어지지도, 제1독 점거로 인한 피해액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이자 교섭 상대라는 판례와 결정은 수두룩하다. 2010년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청을 ‘사용자’라고 봤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택배노조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CJ대한통운에 대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하며, 원청과의 단체교섭 성사를 위한 목적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불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국 정부에 수차례 권고했다.
노동·법률 학계 전문가들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청 사업주가 권한과 이윤은 누리면서도 사용자로서 책임은 힘도 없는 하청업체에 떠넘겨버리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윤애림 박사는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10여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정치권은 나서지 않았다”며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원청을 사용자로 보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2415240004732?did=NA
휴가 반납하고 작업 매달리고 있지만…대우조선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일보, 거제= 권경훈 기자, 2022.07.24 18:00)
손해배상, 민·형사 면책 여부 등 핵심 문제 합의 못해
경찰, 조합원 등 9명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 진행
사측, "파업서 발생한 문제 법과 원칙 따라 대응"
하청노동자 저임금 구조 근본적 개선도 없어
51일간의 파업을 끝낸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이 작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 대한 손해배상과 사법처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그대로 남았다. 또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 개선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파업 기간 공백을 만회하기 위한 작업으로 분주했다. 일부 직원들은 23일부터 시작된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파업 기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정상화 수순에도 불구하고, 조선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가장 큰 문제는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다. 사측은 이번 파업으로 입은 8,100억 원 상당의 손실에 대해 노조 측을 향해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조합원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어, 향후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도 손해배상 소송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파업 가담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도 뇌관이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전날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하청업체 조합원 9명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노사 협상이 타결돼 점거 농성이 해제된 데다, 해당 조합원들이 경찰에 나와 조사받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병원 치료 경과를 지켜본 뒤 순차적으로 소환해 수사를 이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사측은 협상 타결과 별도로 이번 파업 사태 책임을 엄격하게 묻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파업 적극 가담자에 대한 강한 사법처리가 이뤄질 경우 노사 간 갈등이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국의 진보 시민단체에서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향후 정상화 과정의 변수로 꼽힌다. 실제 23일 오후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희망버스)가 거제에 도착했다. 전국 31개 지역 71개 시민사회단체가 희망버스를 신청해 버스뿐만 아니라 자가용, 비행기 등을 타고 2,500명가량이 거제에 집결했다. 이날 집회는 전날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에 타결하면서 하청노동자를 격려하는 취지로 진행됐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다시 촉발할 경우, 언제든 희망버스 등을 통한 전국 단위의 대규모 집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실제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때 처음 등장한 희망버스는 이후 특정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 연대의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인 조선소 하청근로자 저임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우려를 낳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측은 조선소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를 포함한 조선업 원·하청 노사, 노동시민사회단체, 정당, 종교계 등에 범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국의 주요 조선소에서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2178.html
조선소는 불법일터…정부는 ‘노동자 불법’ 책임만 물었다 (한겨레, 거제/서혜미 박태우 기자, 2022-07-25 05:00)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현실
하청은 월급 안주고 문닫기 일쑤
불황 탓하며 상여금 무단 삭감
정부가 ‘특별지원업종’ 지정 뒤
사회보험료 체납도 일상화
노동자 “불법파업 뒤엔 불법업체
조선소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51일간 파업, 31일간 제1 도크 점거투쟁은 지난 22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와 사내협력회사협의회의 극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조선소 역사상 유례없는 하청노동자들의 ‘위력’ 투쟁은 일상적인 불법을 온몸으로 감내했던 하청노동자들의 누적된 피해의 결과였다.
<한겨레>가 만난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10명은 모두 하청업체의 ‘불법’으로 ‘권리’를 침해당한 경험이 있었다. 김철민(46·가명)씨가 다니던 하청업체는 지난달 말 폐업했다. 지난 2일 파업 시작 전 임금도 현재까지 받지 못했다. 그는 “원청에선 우리 월급 주라고 기성금을 줬을 텐데, 그걸 갖고 폐업하고 날라삤다”며 “밀린 월급 중 20%만 주고 나머지는 체당금(대지급금)을 신청하라고 해 대출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대지급금은 사업주의 폐업에 따라 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 최종 3개월 치와 3년 치 퇴직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예외적이고 제한적인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대지급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을 ‘정상’인 듯 행한다. 노동자가 대지급금을 받기 위해선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를 처벌할 수도 없다. 김덕용씨는 “하청업체 대표들이 나랏돈으로 눈먼 돈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보험료 체납도 ‘일상’이 됐다. 2016년 조선업 위기에 따라, 정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금을 ‘납부유예’ 시켜줬다. 고용·산재보험료는 현재까지도 납부유예가 유지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부터 건강보험은 올해부터 납부유예가 중단됐지만, 하청업체는 사회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돈’으로 인식했다. 하청업체가 사업자 부담분을 체납하면, 노동자들의 노후 안전망인 국민연금 수급액이 줄어들 수 있다. 조합원 일부는 ‘직업훈련’에 참가한 뒤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하청업체들은 일감이 부족해지면 일부 노동자들을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과정에 보낸다. 이때 교육비는 모두 노동부가 지원하지만, 임금은 사업주 부담이다. 조합원 강민성(49·가명)씨는 “우리가 노동청에 확인하고 항의하자 그제서야 임금을 줬다”고 했다.
조합원들이 경험한 불법은 숱했다. 특히 상여금 삭감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노동자 동의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불법이 횡행했다. 조선소 내 일부 직종은 월 기본급의 550% 수준의 상여금을 받았는데, 2016년 조선업 불황과 맞물려 대부분 삭감됐다. 특히 2017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과정에서 상여금을 기본급에 ‘녹이면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자주 발생했다. 강씨는 “일부 원청노동자들이 우리 보고 불법이라고 하는데, 만약 자기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사내협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업체들이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고,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1~22일 연이틀 대우조선을 찾아 조선하청지회에 “농성을 해제하면 조선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2일 타결된 하청노사 사이의 합의에는 임금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과 조선업 하청노동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가동 내용도 포함됐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24일 <한겨레>와 만나 “티에프와 협의체에서 요구할 내용을 시간을 두고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127
대우조선 51일간 파업, 윤석열 정부 5년의 예고편 (매노, 김미영 기자, 2022.07.25 07:30)
실질 지배 원청에 교섭권 없는 간접고용 노동자 … 극한 갈등 해법 찾기보다 ‘불법 몰이’ 하는 정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51일 만인 지난 22일 일단락됐다. 2014년에 비해 31%나 줄어든 임금을 정상화해 달라는 요구에서 시작한 파업은 회사가 정한 임금인상률 4.5% 수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출범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는 처음으로 대우조선협력사협의회와 체결한 노사합의서를 손에 쥐게 됐다. 지난해 7월 22개 하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한 지 1년여 만이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협상 타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0.3평 쇠창살 안에 자신을 가둔 유최안 부지회장의 31일간의 모습은 조선 하청노동자의 삶 그 자체”라며 “빼앗긴 임금을 되찾자는 애초 목표는 관철하지 못했지만 하청노동자의 삶을 전 국민에 알렸다는 점은 성과”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극한 대립은 끝났지만 다단계 하도급구조 가장 밑에 있는 하청노동자의 저임금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의 숙제로 남겨졌다.
파업 부른 낮은 임금
경찰력 투입·손배 압박에 ‘교섭 쟁점’서도 밀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는 지난 22일 ‘기인상된 2022년 임금인상 적용’과 휴가비로 설·추석 50만원씩, 하계휴가 4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올해 임금을 4~7% 인상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평균 인상률 4.5%를 적용한다. 상여금은 대우조선해양 노사 협상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또 고용안정을 위해 근로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파업의 발단은 30% 삭감된 임금의 정상화였다. 15년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2021년 임금은 3천429만원으로, 2014년(4천974만원)보다 31%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섭 막판으로 갈수록 임금은 쟁점에서 밀려났다. 지난 15일 파업 이후 처음으로 원·하청 노사가 마주 앉았는데 이 자리에서 사측은 기존 입장과 동일한 ‘4.5% 인상’을 고수했다.
여기에 정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면서 상황은 노조에 더 불리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수위를 높여 압박하자 교섭 쟁점은 손해배상 책임 범위로 바뀌었다.
노조쪽 교섭대표를 맡았던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임금을 올리려면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에 주는 기성금을 올려야 하는데 임금 30% 인상에 필요한 재원이 1천200억원가량”이라며 “연초에 이미 기성금이 결정된 상황에서 임금인상에 대한 협상 여지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번 노사합의를 통해 원·하청 노사와 전문가 2명, 필요시 지방정부도 참여하는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에서는 동종업종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적정 기성금 수준과 하청노동자의 적정 임금수준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정규직보다 하청노동자 두 배 많은 조선소
원·하청 교섭구조 없으면 극한 갈등 되풀이
협상 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민·형사상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사는 최종 합의 과정에서 이미 제기된 형사소송과 고용노동부 진정 건을 제외한 나머지 민형사 부제소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가 소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와 금속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의 51일간 파업으로 입은 손해가 8천165억원이라고 주장한다. 자체 추산 결과 매출감소 6천468억원, 고정비 1천426억원, 지체보상금 271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노동부 등 3개 부처 장관은 “노조의 불법행위가 종결됐지만,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타결 이후에도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조선소에서 선박의 진수가 멈출 정도로 극한의 파업을 한 이유는 하청노동자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이 ‘사용자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교섭에도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2만5천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는데 원청 정규직은 8천명, 하청 비정규직은 1만7천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많다. 조선소에서 중요하지만 위험한 업무 대부분을 하청노동자들이 수행한다. 노동법률단체와 학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와 같이 단체교섭에 참석했다면 사태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청 사업주가 단체교섭에 나서도록 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10년 이미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2020년 수자원공사에서 점거농성을 한 청소 용역노동자의 파업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구조적 현안에는 눈감은 채 ‘법과 원칙’만 강조한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사업장 점거’ 파업을 선택하면 정부가 ‘공권력 투입’으로 파업 해산을 압박하고, 사용자는 수백억·수천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51일간의 파업은 윤석열 정부 5년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2263.html
“하(청+바)퀴벌레” 정규직 모욕이 더 아팠다, 대우조선 트라우마 (한겨레, 거제/박태우 서혜미 기자, 2022-07-25 15:17)
[1㎥ 감옥의 외침, 그 후] 하편
조선하청지회 51일 파업 31일 점거농성
원청 노동자 연장·휴일근로 수당 줄어
오픈 채팅방서 하청노동자들 비하·비난
점거농성 현장에선 천막 찢고 폭력 행사
원청지회 “주로 생산 책임진 현장관리자”
24일 ‘대우조선해양을 지키는 모임’이라는 ‘오픈 채팅방’에 파업 기간에 올라왔던 글들을 보면, 일부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노동자들을 ‘하퀴벌레’(하청+바퀴벌레)라 부르며 맹비난했다.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으로 일부 공정의 생산이 중단되고, 그만큼 연장·휴일근로를 할 수 없게 돼 임금 손실 등이 발생하자 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대우조선 생산직으로는 4800여명의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1만1천여명의 하청노동자가 일한다. 
얼린 생수병 던지고, 농성장에 자전거 던지고
대우조선, 하청 비난집회 간다고 조퇴하면 ‘유급 처리’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2277.html
“일당 20만원 주는 데로 빨리 옮겼어야”…숙련공 떠나는 조선소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7-25 16:11)
[1㎥ 감옥의 외침, 그 후] 하편
저임금·고용불안에 대거 이직
하청업체 대형화해 고용 안정화
재하도급 금지해 처우개선 필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수십년 차 기술직 월급이 200여만원밖에 안 되는 낮은 임금 수준, 임금 체불, 사회보험료 체납, 소규모 하청업체의 잦은 폐업, 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제한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2016년 조선업 불황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노동 처우가 열악해진 하청 노동자들은 수년이 지나도 여건이 개선되지 않자 일터를 떠나기 시작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하청의 기능직 노동자는 2014년 13만975명에서 지난 5월 4만8303명으로 8만2천여명(63.1%)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원청 기능직 노동자가 3만7251명에서 2만2468명으로 1만4700여명(39.7%)가량 줄어든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 때문에 조선업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한 ‘종사자 보호책’을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협상력 없는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하면 원청은 기성금(발주자가 공정률에 따라 나눠 지급하는 금액)을 낮추기가 유리하다. 반면 하청업체는 낮은 기성금 안에서 이윤을 내기 위해 재하도급을 주고 소속 노동자 처우 개선은 뒷전으로 미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처우 개선과 고용 불안 개선의 첫 단추는 폐업이 잦은 소규모 하청업체를 대형화하고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것인데, 건설업처럼 조선업도 이런 내용을 담은 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청노동자가 원·하청 사용자와 ‘공동 교섭’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원청 조선소 안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혼재돼 일하는 조선업 현장 특성상, 임금과 휴가 등 하청노동자의 핵심 노동조건을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업체가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원 판례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사용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청 사용자가 하청노동자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우조선해양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수십년 누적된 원·하청 공동교섭 문제를 이제 국회가 넘겨받아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조선업 원-하청 노동자의 임금·처우 격차 해소 방안 검토에 나섰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 모두발언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에 대해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한 근본적 문제들을 되돌아보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깨닫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다단계 하도급 문제 해결, 원·하청 상생방안 마련 등 구조적 과제는 경사노위 등을 통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각 국실별로 조선업 원·하청 노동자 격차 해소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9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점거 현장을 찾아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52346.html
돌아오지 않는 하청 숙련공, 선박 ‘수주 호황’ 웃을 수 없는 이유 (한겨레, 안태호 기자, 2022-07-26 05:00)
1㎥ 감옥의 외침, 그후
떠난 조선 하청숙련공 왜 안돌아오나
물량팀·돌관팀…고착화된 재하청 구조
품질·안전 문제 발생…기술 축적도 안돼
원청 생산직과의 작업장 내 불공정도 문제
51일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마무리됐지만, 파업이 던진 물음표는 아직 유의미하다. 한국 조선업이 긴 불황의 터널을 건너 곧 호황기를 맞이할 텐데, 그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느냐이다. 조선업 종사자들이 전한 현실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였다. 무엇보다 저임금 구조에 떠난 하청 인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재하청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숙련 노동자가 줄고 뜨내기 물량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는 선박 수주를 많이 해도 건조할 능력과 인력 모두 충분치 못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은 한국 조선업계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조선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산업이다. 1990년대 이후 호황기를 맞을 때마다 조선업계는 부족 인력을 하청노동자로 채웠다. 사실상 첫 장기 불황이 시작된 2015년부터는 하청노동자가 대거 현장을 떠났고, 남은 인력은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감당해야 했다. 2015년 13만3천명에 달했던 하청 생산직은 올해 5월 기준 4만8천여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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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하청업체들의 고용의 질 마저도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조선업은 다단계 재하청 구조이다. 무기계약직(본공), 단기계약직(일당공), 물량팀(특정 공정의 업무를 일정 기간 수행하는 팀), 돌관팀(단기간 웃돈을 얹어서 업무 수행하는 팀) 등으로 이어진다. 물량팀·돌관팀은 과거 호황 시 일감이 넘치고 인력이 부족할 때 쓰던 인력 풀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하청 ‘본공’들로는 감당이 안될 때 물량 단위로 웃돈을 주고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대신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이 없다. 고용과 사회적 안전망을 포기하고 높은 임금만 받는 셈이다.
그런데 불황을 맞아 일감이 줄었는데도 물량팀·돌관팀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사무장은 “과거엔 본공이 조선소 생산인력의 기본을 차지하고 물량 변화에 따라서 물량팀 재하도급을 줬는데,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이 구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본공보다 시급은 높지만 관리가 편하고 4대보험 등을 챙겨주지 않도 돼 하청업체들이 물량팀을 상설화시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량팀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품질 저하, 안전 불감증, 숙련공 부족 등이다. 이김 사무장은 “물량을 빠르게 처리하면 수익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은 뒷전이 돼버린다”며 “사내 협력사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 적어지니 기술이 축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업장 내 불공정도 하청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지점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는 본청 생산직들이 도맡고, 어렵고 위험한 업무는 하청노동자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윤용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선박의 녹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면, 외판은 정규직이 하고 블록 안 쪽은 하청이 한다. 외판은 장애물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일할 수 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며 최저시급을 받는 하청노동자가 많다”고 말했다.
원청이 이같은 문제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사내협력사 대표는 “하청 인력 단가가 시간당 3만원 정도인데, 2016년부터 원청에서 50∼60% 수준만 주고 있다. 월급은 또 제대로 줘야 하니 대표들 빚이 늘어간다”며 “3사 조선소장 이상급들이 3개월에 한번씩 회동을 하면서 담합을 한다”고 말했다. 3사 하청노조 관계자도 “원청들끼리 협의해서 (하청 단가) 수준을 맞춘다. 한쪽이 올리면 다 그쪽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에 떠난 하청 인력은 주로 경기도 제조업 단지나 건설현장에 자리를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나 일반 제조업은 조선업에 비해 근로 강도 대비 임금이 훨씬 높다. 지금 같은 조건으로는 조선업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153만CGT 중 45.5%(979만CGT)를 수주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하청 인력 생태계를 재건하지 못하면 수주받은 선박을 제 때 건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지금의 조선업 하청 질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호황 때 전혀 대비를 안해놨다. 수주가 많이 돼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171
상처만 남긴 파업? (매노,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2022.07.26 07:30)
1. 경찰력을 투입할 듯했던 날들이었다. 당장이라도 파업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불법 엄단’할 기세였다. 그런데 “상처만 남긴 파업”이라고 비난하다니 나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하청업체들과 교섭을 타결해서 투쟁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포털뉴스에서 검색하다가 “상처만 남긴 대우조선 파업 … 임금 4.5% 더 받자고 8천100억대 손실”이라는 커다란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여기에 “하청노조측 마지막에 ‘지도부 빼고 손배소 말라’ 요구, 협력사측 ‘수용불가’ 입장에 잠정합의안에서 빠져“라고 작은 제목을 덧붙여 놓고 있었다. 22일 저녁에 게재된 조선비즈 기사였다. 투쟁 요구에 공감하기라도 한 듯한 태도로 다만 투쟁의 방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표정을 한 기사였다.
이 나라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투쟁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 제목부터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해야겠다. 노동문제를 사용자 자본을 위해서 보도해 온 이 나라에서 대표적 보수언론의 경제지에 나는 어떤 기대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관점을 뒤섞어 쓴 기사에 그만 기분이 잡치고 말았다. 임금 30% 인상에 원청사까지 포함한 일체 민형사책임 면책, 하청업체로의 고용승계를 넘어 원청 대우조선해양의 정규직으로 직접고용까지 쟁취해 내지 않아서 실망하기라도 한 표정으로 겨우 4.5% 임금인상을 쟁취하겠다고 8천100억원이나 손실을 끼쳤냐고 비난하다니. 그걸 비아냥이라고 읽고서 나는 순간 기분이 잡치고 말았다. 이런 비난은 진심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했을 때 할 수 있다고 믿기에 비아냥에 참을 수가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4.5% 수준이 아닌 수십% 수준의 대폭적인 임금인상이 필요하고, 원청에 직접고용돼야 한다는 데에는 아무런 진심이 없다. 이것은 이 나라에서 뉴스를 읽는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진심이 있었다면 감히 투쟁을 비난할 수 없었다. 이러한 진심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이 나라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헤아려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원청에 타격을 주는 강력한 투쟁 없이 이뤄 낼 수 없는 요구라고, 그러니 당연히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상처만 남긴 투쟁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알았을 것이다.
이처럼 태도에 기분 나빠 끄적거렸지만, 기사 내용 자체의 타당성을 살펴보자. 원청 대우조선해양은 8천100억원대의 손실을 초래하면서까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얼마든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두고서 협상에 나서 임금·고용 등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에서 주인은 원청 대우조선해양이다. 이 나라 원청 사업장에서 원청과 사내하청업체, 그리고 노동자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주인의 지위는 원청이 차지하고 있다. 원청사용자가 원청노동자를 포함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 등 처우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대우조선해양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데도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협상에 나서지 않고 방관했다면 무엇인가. 스스로 8천100억원대의 손실을 감수한 것이라고 평가해 줘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본다면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투쟁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원청 대우조선해양의 방관을 비난해야 마땅했다. 기사는 반대였다. 그런데 기분 나쁜 기사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2. “권성동,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향해 ‘민주노총 극단적 투쟁 고립 자초’”라는 커다란 제목에 “불법 행위는 단호한 처벌로 귀결될 것”이라는 작은 제목을 덧붙여서 이 언론사는 24일 기사를 게재하고 있었다. 이번 파업투쟁의 마무리에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까지도 기고만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투쟁을 민주노총 차원의 거대한 투쟁이라도 되는 듯이 바라보고 비난하고 있으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파업투쟁을 비난하면서 권선동 대행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가 노사 간 협상 타결로 마무리된 것에 대해서는 “대우조선 파업이 51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급한 불은 껐다” “법과 원칙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민주노총의 극한투쟁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분규를 해결한 중요한 선례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과 같은 권선동의 말에 따르면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전개하기라도 한 것처럼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위와 같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했다. 민주노총은 총연합단체로서 어디까지나 지지와 연대를 했을 뿐인데, 권선동은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집권여당 대표의 머리에는 민주노총은 불법투쟁을 일삼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는 불법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협력업체들과의 교섭을 타결토록 했다고 강조하면서 법과 원칙을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법과 원칙은 무엇인가.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통해서 보면, 노동자 파업투쟁에 대한 단호한 경찰력 행사를 말한다. 경찰병력 등 공권력 행사를 통해서 노동자투쟁을 진압하겠다는 것이고, 이번에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에서 그 효과를 봤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이 나라 노동자를 윽박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불법파업투쟁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경찰력 행사로 진압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번 대우조선해양이 중요한 선례가 된다고 했으니 이제 노동자 파업투쟁에 대해 불법이라면서 경찰력을 통해 진압하려 들 게 분명하다.
사실 이러한 권 대행에 앞서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투쟁에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면서 더는 기다려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말은 경찰력 투입을 통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을 강제진압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날부터 이 나라 노동자투쟁은 다시 경찰력의 위협 아래서 숨이 막히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만, 그들의 투쟁만이 그런 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틈만 나면 법과 원칙을 내세워 불법을 엄단하겠다고 반복해서 말해 왔는데, 특별히 노동문제에서 강조해 왔으니 노동자의 파업이 정당하지 않아서 불법으로 내몰리게 되면 노동자들은 사용자 자본 외에 국가권력을 상대해야 할 상황이다.
3. 이상과 같이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투쟁은 이 나라의 보수언론과 자본,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권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결코 노동자에 우호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적대하고 있다고 보일 지경이다. 특히 그들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불법 엄단을 말하는 걸 듣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경찰력을 투입해 노동자투쟁을 강제진압할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경찰력 행사를 통한 노동자투쟁 강제진압은 그 노동자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은 상처만 남긴 경찰력 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 경찰력 행사를 통해서 파업투쟁은 진압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파업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의 처지와 요구는 진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오늘은 경찰력 행사를 통해 노동자투쟁을 진압할지라도 그것으로 노동자의 내일까지 진압할 수는 없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2448.html
[이상헌의 바깥길] 우린 이대로 살 순 없지 않나 (한겨레, 이상헌 | 노동경제학자, 2022-07-26 18:09)
“내 몸도 그리고 내 심장도 굶주려 가네”. 백년 전, 미국 동부의 섬유 공장 노동자들은 공장주들의 짬짜미에 맞서 15%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공장주가 정부의 노동시간 제한조치에 임금 삭감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공장주는 경찰과 법원과 함께 발끈했다. 이번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총구를 닦고 몽둥이를 매만졌다. 당시 가장 힘셌던 노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하고 백인 남성으로 뭉친 미국노동연맹은 50여개의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 노동자들의 파업을 냉소적으로 봤다. 게다가 여성노동자가 주도한 파업이었다. 끝내 지지하지 않았다.
세계산업노동자연맹이라는 신생 노조가 이들을 도왔다. 저임금의 배고픔도 컸지만 무시, 경멸, 차별의 고통은 더 컸다. 그래서 빵만이 아니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빵과 장미의 파업”이라 불렀다.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았다. 어둠에서 빛을 찾았던 헬렌 켈러는 ‘갈라진 노동’에 분개하고 모든 노동자를 감싸 안는 새로운 연대를 격렬히 옹호했다. 정치적 핍박이 따랐지만 개의치 않았다. 파업은 지루하게 이어지다 임금 5% 인상으로 겨우 마무리되었지만, 그 뒤로 체포, 투옥과 재판이 뒤따랐다.
들끓는 여론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였다. 기존 노조도 바뀌지 않았다. 노조가 모든 노동자에게 문을 활짝 여는 데는 수십년이 더 필요했다. 장미 한 송이를 피운다는 것,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는 일이었다.
얼마 전 유독 비릿했던 바닷가 바람 속에서 “빵과 장미”를 구했던 파업은 끝났다. 임금 인상 30%를 원했으나 4.5%를 얻었고, 여기 한번 봐달라는 목소리는 바람에 날리듯 사라지고 있다. 나는 이 짠 내 나는 싸움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알량한 이성을 동원해도 좀체 풀리지 않는다.
먼저 ‘빵’을 따져 보자. 가장 최근 사업체노동력 조사(2022년 4월)를 보면 임금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평균 6.4% 올랐다. 늘 그랬듯, 평균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은 10.8%나 올랐는데, 다른 작은 기업들은 5.0% 정도 올렸다. 비정규직의 처지도 마찬가지로 반쪽 신세다. 게다가 올해 소비자 물가는 6% 이상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수치만 두고 보자면 4.5% 인상은 많은 노동자가 ‘투쟁’ 없이도 얻는 것이고, 물가상승에도 못 미친다. 빵의 크기가 외려 줄어들었다. 그런데 조선 관련 업종 기업들은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인력이 부족하면 임금을 올려 부족을 메꾸는 것이 기업의 일이고 이른바 시장의 원리다. 원가가 오르면 판매 가격은 대번 인상하면서, 노동에 대해서만 시장 논리는 접고 야박하게 구는지 모를 일이다. 빵을 줄 생각이 없었으니 장미는 언감생심이겠다.
시장가격 논리가 아니라면 결국 ‘힘’의 논리겠다. 그러면 ‘힘’은 어떤가. 자신을 용접하여 가둔 하청노동자를 도울 힘이 없었을까. 없지는 않았다. 힘이 있어도 쓰질 않았다. 정치의 풍경부터 보자면, 다수 정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분은 자신을 소년공 출신으로 소개했다. 복잡한 노동문제에 대해 그는 자신의 ‘출신성분’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런 정당이 이번에 유난히 조용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업의 구조개선과 임금 문제를 책임지고 맡았던 정당이다. 책임 있는 지원과 지지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법대로”를 외치자, 큐 사인을 받은 배우처럼 분노하고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민주유공자법을 지지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민주화운동으로 고초를 겪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야 인지상정이겠으나, 그 법안에는 해당자에게 “채용시험 때 득점의 5~10% 가산점”을 부여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차별에 항의하며 하청노동자가 싸울 때, 다른 쪽에서는 ‘특혜’를 만들고 있었다. 백번 지당한 이유가 있겠으나, 시의적절하진 않다.
노동의 ‘힘’도 갈라졌다. 이번 파업은 하청노동자라는 ‘하청 계급’의 파업이었다. ‘원청 계급’은 무심하고 냉정했다. 파업 노동자를 도우려는 그룹에 대해서는 가혹했다. 돕는 자를 비난하고, 그들과 조직적 연계를 끊으려고 했다. 하청노동자가 쓰러져 갈 때, ‘원청 계급’은 금속노조 탈퇴를 두고 투표했다. 요즘 부쩍 숫자를 늘린 전국적 노동조합들도 이를 어찌하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희망버스를 보낸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조선소 도크에서 자라나는 절망의 먹구름을 먼 산처럼 바라볼 뿐이었다. 정부와 산업은행에 대해 칼날을 바싹 올려세웠지만, 노동의 ‘계급적’ 분열에 대해 어쩔 줄 몰라 했다.
‘펜’의 힘도 아스라했다. 임금 30% 삭감이 파업의 원인이었으나, 어떤 연유로 어떻게 삭감이 이루어졌는지를 제대로 살펴보질 못했다. 철창에 갇힌 하청노동자의 얼굴과 잔뜩 화난 기업과 정부의 모습만 교대로 보여줄 뿐, 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엇갈리고 심지어 모순적인 주장들이 설명되지 않은 채 분주하게 보도될 뿐이었다.
노동자가 ‘장미’를 요구한 대가는 컸다. 그간 도크 뒤편에서 숨어 있던 ‘힘’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액이 7000억원에 이른다면서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한국의 손해배상 관련 법을 따지지는 않겠다. 무엇보다도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7000억원은 하청노조 조합원이 속한 모든 기업의 종업원들(약 2800명)의 임금을 노조의 요구대로 30% 인상한 뒤 그 임금 수준을 2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규모의 돈이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는 곧 기업의 무책임성과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얘기이기도 하다. 진정 그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면,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하청노동자와 서둘러 협상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을 당장 두자리 숫자로 올리는 게 7000억원 손해 보는 것보다 합리적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이든 누구든 기업의 운영을 최종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이런 대규모 피해를 준 책임자를 처벌하려 할 것이다. 짧은 법적 지식으로 다소 무리하게 짐작해 보자면 이 또한 배임 혐의가 아닌가. ‘기업이 서야 나라가 산다’고 믿으면서 이런 비합리적인 기업 대응을 내버려두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어느 경제신문의 사설에서 외쳤던 것이었을까. 노조의 ‘못된 버릇’을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
하청 용접공 유최안은 “이대로 살 순 없습니다”라고 오래 외치다가 실려 나갔다. 임금 인상액은 아쉽지만, 제 목소리를 낸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제 부끄러운 우리가 따지고 물어야 한다. 우리 정말 이대로 살 순 없지 않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18520&ref=A
조선업 고된 노동·낮은 임금…88% “인력 돌아오지 않을 것” (KBS 뉴스 9, 홍성희 기자, 2022.07.26 21:36)
[앵커] KBS는 50일 동안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계기로 우리 조선업의 현실을 짚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세계 1위라는 구호에 가려진 우리 조선업의 어두운 단면을 들여다봅니다.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가 나아지지 않자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조선업이 긴 암흑기를 지나 다시 호황을 맞았지만 떠난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을 거란 우려가 큽니다. 이유가 뭔지, 방법은 없는지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우조선해양에서 16년 동안 일한 하청노동자 이학수 씨의 4월 임금 명세서입니다. 시간당 만 270원, 한 달 급여는 209만 원. 10년 이상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학수/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 "(근무)연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오늘 신입이나 20년 된 사람이나 천 원 차이가 나나?"]
열악한 처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조선업 하청노동자는 2015년 13만 명대에서 4만 명대로 줄었습니다.
[이김춘택/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최근에 저희 30대 조합원이 용접하는 노동자였는데, 용접 한 10년 넘게 했죠. 최근에 경기도에 철근 일 하는 데 일당 24만 원 준다고 그곳으로 갔죠."]
최근 해외 수주가 증가하는 등 호황을 맞으면서 조선업계는 내년 최소 만 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계산합니다. 하지만 8개 조선사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 응답자 88%가 떠난 인력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조선업 기피 이유가 임금 수준이 낮아서란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박종식/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 "육상 플랜트 건설 현장이 처우도 양호하고 잔업, 특근 안 해도 조선소보다 꽤 많이 받으니까. 조만간 복귀할 거 같진 않습니다."]
급한 대로 외국인 인력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단계 하도급 문제와 원청과 하청의 구조적 갈등을 해결할 법률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흥준/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 교수 : "조선산업의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법으로 보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특히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되는 게 조선산업기본법일 수 있기 때문에..."]
또 영세 하청업체들이 교섭력을 키우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앵커] 보신것처럼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는 건, 임금이 적어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26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공적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노사정이 각자 원하는 걸 전부 다 책상위에 놓고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더불어 민주당도 조선업의 구조 혁신을 논의할 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노사가 해결 못 할 정도로 곪아버린 문제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186
조선업 노동자 88% “조선소에 돌아오지 않을 것” (매노, 강예슬 기자, 2022.07.27 07:30)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구조 넘어서야 ‘승승장구’ … “원·하청 교섭과 적정임금제 도입” 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51일간 파업은 한국 조선업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하청노동자 희생에 기댄 다단계 하도급구조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을 해결하지 못하면 곧 닥칠 인력난을 해결하기 힘들다. 벙커C유(중유)·LNG 선박에서 친환경·스마트 선박으로 전환하는 산업전환기 장기전망은 더 어둡다. 국내 노동자의 조선소 기피 현상이 숙련 형성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파업이 남긴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가야 할까. 26일 오전 경남 창원대에서 이와 관련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조선산업 사내하청 문제 진단 및 해법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금속노조와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창원대 사회학과가 주최했다.
“원·하청 교섭구조 없으면 대우조선 사태 반복”
조선·해운 분석업체인 클락슨 리서치 전망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1년까지 세계 조선 발주량은 연평균 4천9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로 한국이 수주난을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친환경·스마트 선박으로 넘어가는 산업전환기다. 친환경·스마트 선박을 만들려면 우수인력 확보가 절실한데 현재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는 숙련을 쌓을 틈이 없다. 김태정 노조 정책국장이 “한국 조선업은 더이상 저가 벌크선을 만들어 팔 수 없고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우수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현실은 암울하다. 노조는 지난 5~6월 8개 조선사 노조가 모인 조선업종노조연대를 상대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8개 조선소 정규직 노동자 1천5명 중 88%가 “조선소 노동자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돌아올 것”이라고 답한 노동자는 1.6%에 불과했다. 청년들이 조선소를 기피하는 이유로는 낮은 임금 수준을 꼽는 이가 47.4%로 가장 많았다. 높은 업무 강도(24.8%), 위험한 작업환경(16.6%)이 뒤를 이었다. 장기 전망이 불투명해서라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산업전망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노동환경이 좋지 않아서 조선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태정 정책국장은 “자본의 입장에서 사내협력사의 장점은 인건비 절감과 고용유연성이지만 숙련 형성이 저해되면 낮은 생산성과 산재 위험을 피해 갈 수 없다”며 “원·하청 중층적 고용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법적·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적정임금제 도입하면 기술경쟁 가능”
중층적 고용관계 속 원청과 하청노동자 교섭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노조 현대위아 비정규 노동자로 구성된 현대위아비정규직 3개(광주·안산·창원)지회는 2020년 7월부터 △자회사 방안 철회 △미래 아이템 확보 △고용안정 비전 제시 등을 주제로 원·하청 노사 합동포럼을 운영 중이다.
정준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교육위원장은 “3개 지회가 원·하청 3자 직접교섭 테이블 내지는 원·하청포럼 쟁취를 내걸고 투쟁한 결과 원청 인사지원실장 명의의 확약서를 받았고 원·하청 노사 합동포럼을 운영할 것을 합의했다”며 “현대모비스 10개 지회도 원청사가 참가하는 미래차위원회와 교대제 재편 위원회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 원·하청 노사 합동포럼은 회사 경영 실정, 공장별 고용문제, 생산현안 등에 관해 논의하는데 올해 7월까지 5차례 열렸다.
국내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되는 적정임금제 도입도 해법으로 제시됐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적정 공사비 지급이 모든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며 “건설공사에서 단가를 후려치면 공사비 부족으로 인해 재하도급, 편법 시공으로 약자에 (위험과 비용이)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원청 조선업체가 시장가격보다 낮은 기성금을 협력업체에 지급하면 협력업체가 하청노동자의 생산 효율을 높이려 빠른 작업을 강요하고,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악순환 구조다. 낮은 기성금 탓에 제대로 임금을 주지 못해 임금과 4대 보험을 체납하는 일도 발생한다. 피해는 다단계 하도급구조 맨 아래 하청노동자가 입는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적정임금제는 노동자에게 줘야 할 임금 수준을 직접 규제하는 것으로 가격경쟁을 억제하고 기술경쟁을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시행 중이고, 한국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현장에서 시범사업 중이다. 심 전문위원은 “조선업에서 적정임금제 시범사업 대상을 선정해 도입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766
[기고] 대우조선 원하청 문제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미디어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2022.07.27 17:07)
대우조선 하청지회 노동자들의 파업이 끝나자 언론은 조선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기획 기사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마다 해법은 서로 다릅니다. 
매일경제는 그 원인을 '귀족노조'와 '노동시장 유연화'에서 찾습니다. 매일경제는 <대기업 '귀족노조'가 임금 끌어올려…영세기업과 격차 키웠다>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이 기사에서 "3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시간당 평균임금 1만 4899원을 받는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3만 2699원을 받는다"면서 '연공서열형 호봉제'가 격차를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호봉제로 왜곡된 국내 노동시장의 임금 결정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임금 이중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매일경제의 해법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시장은 OECD에서 최고 수준의 '유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우조선의 원하청 문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에서 비롯됐습니다. 
매일경제도 기사에서 "그동안 조선업체들은 불황이 오면 하청업체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연화 했다"고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경남도민일보가 전하는 조선업의 원하청 문제의 해법은 매일경제와는 많이 다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26일 열린 '조선산업 사내하청 문제 진단 및 해법 모색' 토론회를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현재 조선업이 처한 저임금, 고위험 환경으로는 신규 유입이 어렵다"면서 원하청 관계가 재정립되기 위해서는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구조를 법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신원철 부산대 교수는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는 노사협의기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원청에 정규직 만이 아니라 하청노동자 임금 격차나 차별 문제를 공개하고 시정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시선이 있습니다. 곽태원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은 국제신문에 기고한 칼럼 <조선업계 사내하청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에서 '조선사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만약 조선사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인 조선사의 통제를 받는다면 이는 사실상 파견에 해당하고 불법파견이 된다"는 거죠. 
곽태원 원장은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대책'에 의하면 사내하청업체는 생산라인의 일부를 배정받고, 조선소의 기계와 시설을 이용하며, 조선소가 제공하는 도구와 재료로 작업을 한다"면서 "이처럼 최소한의 시설이나 자재도 없는 업체라면 하청업체가 아닌 파견업체가 옳다"고 주장합니다.
곽태원 원장도 "조선사 사내하청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원청이 직접 하청업체의 노사관계에 책임을 지고 참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산별교섭을 법·제도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선산업뿐 아니라 자동차산업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다단계 원하청 구조'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하청 노동자들이며,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사상 최대의 이익을 얻었었는데, 이는 수많은 하청업체의 희생으로 가능했습니다. 국내 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기업과 불평등한 수직적 구조에 놓여 있는 하청업체(중소기업·중견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리고 있고, 청년은 저임금·장시간노동·위험한 노동을 기피하게 되면서 국가적인 고용 시장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재편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정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파트너인 '노동조합'에 대해 음해하고 왜곡을 통해 불신을 조장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대기업과 재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신문이라도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무엇이 경제를 위한 것인지' 이성적인 보도가 필요합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2614350005158?did=NA
"우린 살기 위해 떠났다"… 조선소 호황에도 인력 썰물 (한국일보, 전혼잎 최나실 최은서 기자, 2022.07.28 04:30)
[조선업 인력난-노동자들에게 듣다]
조선소에서 일하다 건설업 등으로 돌아서
한때 13만 명 하청 노동자, 5만 명도 안 돼
"산재 신청하려면 블랙리스트 올린다 협박"
"사람 죽어도 '죽었네' 하고 그냥 일하는 곳"
"다른 일하니 업무 강도 줄고 돈은 더 받아"
"거긴 21세기가 아니야" "인력난 자업자득"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조선소에서 일하다 떠난 일꾼들에게서 조선소의 악몽을 들어봤다. 사람이 죽으면 "죽었네" 하고 마는 곳, 산업재해 신청을 하려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곳, 하루 15시간 일하고 월 260만 원 받는 곳, 소변볼 시간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곳. "내가 만든 배가 바다에 뜬 순간의 뿌듯함"을 기억한다는 노동자는 "조선업의 인력난은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조선소 숙련공, 신용불량자가 되다
산재 요양이 끝나고 복귀해 1, 2년을 더 일했다. 하필 조선업 불황의 시작이었다. 한때 실수령 300만 원 후반까지 찍었던 월급은, 100만 원 밑으로 뚝 떨어졌다. 2016년 수주 절벽에 '일감이 없다'며 무급 휴가가 이어졌다. 회사 몰래 밤에 대리운전도 뛰었다. 다친 몸을 이끌고 죽어라 투잡을 뛰었지만 결국엔 신용불량자가 됐다. 버티고 버티던 명석씨는 결국 2017년, 조선업계를 떠난 다른 많은 이들처럼 육상 플랜트 분야로 업을 옮겼다.
"주변에 조선소 나온 사람들 얘길 들어봐도, 차라리 퀵 배달을 하든 주유소 알바를 뛰든 하지. 다른 데 가면 일도 덜 힘들고, 돈도 몇 배 주는데 누가 돌아가겠습니까? 일하다 사람이 죽어도 별 반응 없이 그냥 '죽었네' 이라고 조금 있다가 다시 일하고. ○○중공업뿐 아니라 어느 중공업이든 사람 목숨을 갖다가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에 대한 소회를 물었더니, "보면서 기가 찼다"고 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 공권력 투입하겠다'는 소리를 하던데. 왜 그렇게까지 목숨 걸어가며 파업하는지 얘기는 들어봐야 할 것 아닙니까."
찜통 속, 쉬는 시간 하루 단 20분
비나 눈이 와도, 찌는 듯한 더위에도 쉬는 시간은 하루 20분. 여름에는 작업공간이 달궈져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였지만 폭염으로 인한 추가 휴식은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또 "(다른 회사의) 타워크레인 사고 때 노동자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10분가량 이르게 쉬다가 사고가 났다고 문제를 삼더라"고 어이없어 했다.
"업무 강도도 조선소에 비해 덜하고, 돈도 더 줘, 점심이나 휴식 시간은 더 긴데 퇴근 시간은 빠른 육상공사로 다들 떠날 수밖에 없죠." 세동씨도 현재 건설현장에서 일한다. "(조선소는) 업무 강도에 비해 돈이 안 돼요." 조선업 위기에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됐고, 이후 복원 없이 6~7년을 지나며 최저임금에 가까운 시급을 받는다.
세동씨는 "나는 비록 자신이 없어 떠났지만 파업에 나선 분들도 그렇고, 현장에서는 다들 조선업에 자부심을 갖고 몸을 바치시는 분들"이라고 했다. 그는 "조선업의 인력난은 자업자득"이라며 "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신청하면 블랙리스트에
영호씨는 “산재 처리를 하면 협력업체에 페널티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심하게 다치더라도 공상 처리(회사에서 보상)까지가 최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7인치짜리 그라인더 하나가 7, 8㎏ 되는데 그걸 들고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을 하면 몸이 안 아플 수가 없다”며 “그런데 산재 신청이라도 하면 업계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걸 아니까 다들 참고 일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소에서 다친 몸, 아직도 아프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0528
1도크 밖으로 나온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지금부터 2라운드’···쟁점은 (노동과 세계, 조연주 기자, 2022.07.28 18:34)
대우조선하청 파업 종결에 따른 금속노조 입장 발표 기자회견
“손배 소송 방지 ‘노란봉투법’ 제정하고, 산업은행법 손보겠다”
원하청-전문위원 TF로 다단계하도급 착취구조 개선 마련할것
시민사회 응원으로 가능했던 일, 끝까지 함께 '관심과 지지 호소'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선박 밖으로 나와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진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투쟁을 이어받아 1100만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로 확대 전개하고, 구체적인 법 제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손배 소송 방지 ‘노란봉투법’ 제정하고, 산업은행법 손보겠다”
대우조선하청 파업 종결에 따른 금속노조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11시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열렸다. 금속노조는 “다시 한번 전국민적 관심 속에 마무리 된 대우조선하청 노동자들 투쟁에 함께 마음을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한국사회 불평등 다단계 하청 착취구조와 천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민들과 손잡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힌다”고 했다.
브리핑을 맡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의 말을 정리하면, 금속노조는 노란봉투법 제정과 산업은행법(한국산업은행법) 개정 투쟁을 시작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 자금을 관리하고 운영하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대상으로 오로지 자본과 금융의 논리로만 대하며 구조조정까지 지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지분 55.7%를 소유한 지배회사로, 기업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권이 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산업은행은 하청노동자 파업과 관련이 없다’며 이번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방기하고 노사간 노노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는다. 홍 부위원장은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유의 국책은행의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에 대한 지휘 감독 등에 개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의 노동3권 특히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사측의 손배 가압류를 금지하는 법안 속칭 ‘노란봉투법’을 국제 노동 기준에 맞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법 기준을 개정해 진짜 사장의 원청 사용자 책임에 대한 법제화를 통해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전사회적 과제로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노동3권을 행사한 것을 이유로 기업과 국가 등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뜻하는 노란봉투법의 이름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손배 가압류에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모금을 시작한 데서 유래됐다.
내달 7일까지 예정된 휴가일정이 끝나면 TF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당사자인 대우조선 원하청 노사 주체와, 전문위원 두 명이 배석된 자리를 만들어 민사적 책임을 최소화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어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다단계 착취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도 마련된다.
추후 논의하기로 한 민형사상 면책 논의에 대한 질문에,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22개 하청회사는 더 이상 민사소송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원청 대우조선해양과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형사상 책임여부에 대해서는 정당한 파업이었기에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다툴 것이라 정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의 편만 든 정부,
“공권력 투입 시사에 죽을까 두려웠다”
이날 참석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에 편에 서서 사측을 비호했던 정부를 향해 규탄발언도 했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대우조선의 진짜 사장이 산업은행과 윤석열 정부임이 드러났다. 실질적 책임자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윤석열 정부는 사태 해결은 커녕 공권력 투입을 운운하며 노동자들을 협박했고, 원청 사용자에게는 손해배상 청구를 압박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노동을 대하는 관점과 실상이 적나라하게 확인됐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 밝혀진 행안부 장관의 경찰 특공대 투입 검토 지시는 실로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테러 진압에나 투입되는 경찰 특공대를 파업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그런 지시를 내렸다니 노동자들이 테러 집단인가. 민주노총은 오직 자본의 편에 서서 자본의 대리인 노릇을 하며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자를 범죄 집단으로 내몰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삐뚤어진 시각과 위험한 발상을 투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51일 동안이나 손실을 감내하면서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자본과 정권에 극악한 탄압도 확인됐다”고 한 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 정부는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경찰 특공대 투입을 검토하는 등 공권력으로 압박했고, 자본은 노조 분열을 부추기며 대우조선지회 민주노조까지 파괴하려고 부던히 애를 썼다”고 했다.
김형수 하청지회 지회장은 51일간의 파업에 대해 “누군가는 공론화시켜야 되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앞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이 사회가 겪고 있는 이 문제들을 함께 손잡고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유최안 부지회장의) 옥쇄투쟁은 마무리 됐지만,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은 현장과 이 사회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교섭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공권력 투입 시사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는 사측에 노동조합의 요구를 절대 들어주지 말라는 시그널이 됐고, 저희에게는 물러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협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는 이번 투쟁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원상회복하라 노동조합을 인정하리는 요구지만 실질적으로는 차별을 철폐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하라는 그런 요구”였다며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시민사회에 당부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186
‘대우조선해양 8000억 피해’ 주장, 언론은 왜 ‘받아쓰기’만 할까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07.30 09:09)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51일간 지속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끝났습니다. 7월22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노조는 △임금 4.5% 인상과 상여금 지급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고용승계 노력 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다만 핵심 쟁점인 손해배상 소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 노조 지도부를 업무방해로 고소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합의 직후 언론에선 사측 피해액을 강조하거나 파업 책임을 하청노동자에 돌리는 보도가 쏟아졌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이후 언론 보도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주장 피해액, 검증 없이 받아써도 될까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들과 하청노동조합 간 협상 타결 이후, 언론엔 부정확한 피해액을 사후 과제로 강조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대우조선, 8000억 손실 남긴채 파업 ‘매듭’>(7월23일 이건혁·최창환 기자)과 국민일보 <“물 들어올 때 노 내동댕이친 격”… 대우조선 사태가 남긴 상처>(7월24일 이용상·박상은 기자) 등이 대표적인데요. ‘8000억 원’ 손실은 대우조선해양 측의 주장으로 언론이 타당한 피해액인지 살펴보지 않고 쓴 금액입니다.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제목에 ‘8000억’을 넣어 사측 피해 주장과 그 규모를 부각했고, 국민일보도 제목에 강조한 바대로 호황기에 진입하는 시기에 “하필 이때 터졌다”며 “51일의 파업으로 대우조선은 8165억 원(매출감소 6468억 원, 고정비 1426억 원, 지체 보상금 271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추산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일보가 기사 말미에 “그나마 하청업체 노동자의 곤궁한 삶이 부각된 건 수확”이란 표현을 썼으나 파업의 근본 이유보다는 ‘시기’를 문제 삼고 사측 추산 피해액을 그대로 받아쓰기만 했는데요. 사측이 추산한 피해금액 ①매출감소 6468억 원 ②고정비 지출 1426억 원 ③지체보상금 271억 원은 따져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쓸 만한 내용일까요?

▲ 검증 없이 보도한 관련 기사를 바탕으로 계산한 대우조선해양 파업 손실 추정액. 표=민주언론시민연합
① 매출감소 6468억? 회수 가능한 비용인데…
‘손실’ 표현 자체가 부적절
대우조선해양 측이 가장 큰 비중으로 뽑은 손실은 ‘매출’에 대한 손실입니다. 생산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을 말하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일평균 259억 원, 7월 말까지 총 6469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출손실은 <민언련 보고서>(7월22일)에서 언급했듯 공중으로 날아간 돈이 아니며 “생산 출하가 지연된 총액”으로 생산이 재개되면 회수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경향신문 <고비 넘겼지만…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전에는 파업 재발 ‘시간문제’>(7월24일 김상범 기자)는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주장하는 피해액을 설명하면서도 “다만 매출 손실은 파업 기간의 공정 진행률 0%를 반영한 예상 치이기 때문에 공정 재개에 따라 회수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MBC <파업 손실 7천억 원?>(7월21일 차주혁 기자) 또한 대우조선해양이 ‘하루에 매출 감소 260여억 원, 고정비 손실 60여억 원’으로 “하루 320억 원 피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1년 365일로 계산하면 12조 원”으로 “작년 대우조선해양의 총 매출액은 4조5천억 원에 불과”해 “매출액보다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MBC는 “대우 옥포조선소의 5개 도크 가운데, 파업으로 멈춰선 건 1개뿐”으로 “나머지 4개는 정상 가동 중이고, 선박도 차질 없이 건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결국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피해액 중 가장 비중이 큰 ‘매출지연’ 비용은 하청노동자의 업무 복귀로 회복할 수 있으며, 과대하게 부풀린 손해액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② 고정비 지출 1426억? 노사 함께 치러야 할 비용
고정비 지출, 협상 미룬 대우조선해양에도 책임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이 주장하는 피해액 중 두 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정비 지출’로 일평균 57억 원, 7월 말까지 총 1426억 원에 달하는데요. 먼저 고정비는 생산량의 변동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지출되는 비용으로 설비?기계 감가상각비, 임대료, 지분 이자, 연구개발비, 광고선전비 등이 포함됩니다. 즉, 생산량에 관계없이 기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며 노사 간 협상이 빠르게 이뤄져 파업 기간이 길지 않았더라면 줄어들었을 비용입니다.
그러나 조선비즈 <수천억 손실 입힌 뒤 “손배소 말라”는 대우조선 하청노조>(7월22일 박정엽 기자)는 하청노조의 점거 농성으로 “매일 260억 원의 매출 손실, 60억 원의 고정비 손실 등 지금까지 약 7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매출 손실은 나중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지만, 수천억 원이 넘는 고정비 손실은 확정 손실”이라며 하청 노조가 “파업은 하면서도 손해 배상 소송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비즈는 매출 손실의 회수를 인정하면서도 고정비 손실은 불가피한 비용으로 보고 노조의 책임을 강조한 것인데요.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조합과 대화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한겨레 <1㎥ 감옥투쟁 ‘하청’ 절규에도… 대우조선·대주주 산은 ‘모르쇠’>(7월10일 신다은·방준호·안태호·전슬기·조윤영 기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지난 7월 초 거통고지회와 조합원이 소속된 협력사, 대우조선해양과 정규직노조 등과 간담회를 제안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그동안 대우조선해양과 대화를 하지 못했다”는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이후 경향신문 <“노조 이름 넣기까지 6년”… 하청노동자가 끌어낸 ‘노조할 권리’>(7월24일 조해람기자)는 “파업 한 달이 넘어갈 때까지 하청노조와의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며 “원청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면 파업이 이렇게 길어지지도, 제1독 점거로 인한 피해액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라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습니다. 하청노조의 끊임없는 대화 요구에도 대우조선해양 측은 소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한 것입니다.
매일노동뉴스 <상처만 남긴 파업?>(7월26일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 투쟁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원청 대우조선해양의 방관을 비난해야 마땅했”다며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데도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협상에 나서지 않고 방관했다면” 대우조선해양이 “스스로 8천100억 원대의 손실을 감수한 것이라고 평가해”야 되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천문학적인 피해액은 파업에 나선 하청노조만의 문제가 아닌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대우조선해양도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③ 지체보상금 271억? 발생하지 않은 지체보상금 포함됐다
‘제때 인수 불가능’ 전제하고 비판, 인도 지연·지체보상금 가능성 거의 없어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피해액 중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체보상금은 파업으로 인해 선박 인도에 차질이 생겨 선주사에게 지급하는 지연보상 피해 비용입니다.
한국경제 <대우조선 8000억 손실 났는데… 손배소 결론 못낸 ‘반쪽 합의’>(7월22일 곽용희 기자)는 “옥포조선소 1번 도크 점거로 당장 대우조선은 조업이 중단되고 선박 인도에 차질을 빚으면서 8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파업 때문에 11척의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을 납기일 내에 차질 없이 건조해 해외 발주사에 넘겨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한국 조선소만의 경쟁력”이 이번 파업으로 “신뢰도에 금이 간 데다 지체보상금까지 물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청지회의 1번 도크 점거 파업으로 선박 11척의 납기 지연이 발생할 것이며, 피해액은 271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선박 인도 지연이나 지체보상금 가능성이 없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연합뉴스 <하청노조 파업 후유증에도 대우조선 납기 준수 ‘청신호’>(7월26일 한지은 기자)는 “대우조선은 보통 예정일보다 한 달 빨리 인도를 마칠 수 있도록 일정을 잡”기 때문에 앞당겨 생산에 들어가 “5주에 걸친 진수 중단에도 인도 지연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계약 인도일에서 한 달가량 유예기간이 있어 지체보상금을 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1 <“투쟁” 대신 ‘깡깡’ 쇳소리 넘친 대우조선… “사태 심각한데 일해야죠”>(7월26일 강대한 기자) 역시 대우조선해양은 “통상 선박 목표 인도일을 한 달 정도 일찍 계획해 제작 일정”을 짜고 “게다가 최대 40일간 선박 인도 유예기간을 둔 터라 선주사와 의견 조율이 된다면 큰 무리 없이 선박을 납기일에 맞춰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결국 지체보상금 271억 원은 일어나지 않을 피해에 대해 지레짐작한 비용으로 언론이 검증에 나섰다면 포함되지 않았을 피해 비용입니다.
‘받아쓴’ 피해액 부각하며 노조 꾸짖는 언론
손실만 남은 파업?
이렇듯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피해액 8000억 원은 과도하게 추계된 부분이 있고, 아직 손해배상 소송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측의 일방적 피해 주장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대부분 언론은 피해액 ‘8000억 원’을 제목으로 부각하고, 협상 결과가 나오자 ‘이런 결과를 얻으려고 8000억 원대 손실을 끼치냐’며 노조를 나무라기까지 했습니다.
조선비즈 <상처만 남긴 대우조선 파업… 임금 4.5% 더 받자고 8100억원대 손실>(7월22일 박정엽 기자)은 “여론 악화와 정부의 압박”에 “하청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안도 처음 30%에서 10%대로 낮추고 최종적으로 4.5%에 합의했다”며 하청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비롯해 다른 활동 지원 요구도 협상 과정에서 내려놓아 결국 “이번 파업으로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남기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파업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데일리 <현장에서-승자 없이 패자만 남은 대우조선 파업 사태>(7월24일 박민 기자)도 “선박 작업 중단으로 협력업체 도산과 지역 상권 피해라는 막대한 손실을 끼치면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데일리는 8000억에 달하는 피해액을 언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 추후 산업은행 등의 유동성 지원 축소 우려 등은 미처 환산하지 못한 피해액”이라고 파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파업으로 ‘희망’ 찾은 하청지회 노동자
그러나 파업에 참여한 하청노조원들은 이번 파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겨레 <대우조선 하청노조 임금 못 올렸지만… “이 합의서 쓰는데 6년 걸렸다”>(7월22일 박태우·서혜미·최상원 기자)에서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금속노조 이 이름 하나 합의서에 넣기 위해 6년 싸웠다”며 “오늘 드디어 초라하고 걸레 같은 합의서지만 금속노조 이름을 넣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며 “하청노동자들이 언제 단체교섭을 해보겠느냐. 이게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금속노조 도장 찍은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한 조합원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 <“51일 싸워 4.5% 인상… 그래도 희망은 있다”>(7월25일 김다솜 기자)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철지회 부지회장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임금 4.5% 인상 등을 담은 이번 합의를 두고 “그렇게 싸웠는데 왜 4.5%냐. 이게 현실”이라며 “우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수십 년 겪고 살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조합원 찬성을 얻은” 것이라 언급했는데요. 유 부지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가 하청 노동자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된 것을 성과로 뽑으며, “조선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희망을 가지고 잘못된 구조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방적 주장 받아쓰기 아닌 제대로 검증하는 보도 필요
한겨레 <투쟁이 소용없다 말하지 말라>(7월25일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시간외근무 확대 등으로 쉽게 회복할 수 있는 만큼 만일 소송이 진행된다면 손실액과 관련된 명확한 증거자료 제시가 필요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의 보수를 받는 노동자에게 수십,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은 사법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노동자를 자살로 몰아가는 노조 죽이기의 또 다른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투쟁이 소용없다 말하지 말라”며 “헛되이 부서지는 지친 파도는, 결국은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고 강조했는데요.
KBS <고된 노동·저임금… “노동자 떠난다”>(7월26일 홍성희 기자)와 같이 조선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살펴보는 심층 기획보도가 늘어난 것도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에는 ‘8000억’이라는 허황된 숫자를 받아쓰며 하청지회 노조를 몰아세우는 보도가 많습니다. 적은 임금인상에도 희망을 찾는 노동자를 보며, 더 나은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살펴보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닐까요? 사측의 일방적 주장을 쉽게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주장은 없는지 살피는 ‘정확한’ 노동보도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310918001
조선소 다단계 하도급 ‘물량팀’이 문제다 (경향, 김지환 기자, 2022.07.31 09:18)
대우조선 하청 파업이 남긴 과제
“원청에서 1차 하청업체, 그리고 물량팀(1차 하청업체로부터 단기 재하도급을 받아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으로 가는 과정에서 ‘기성(도급비) 후려치기’가 이뤄집니다. 혹시 물량팀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하도급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
“물량팀의 문제점은 안전보건교육 미흡, 법적 관리 사각지대, 직무교육 미흡, 경미한 사고의 경우 노동자 스스로 산재 처리 요구 등입니다. 이게 적법입니까, 불법입니까?”(이 의원)
“그것은 위법입니다.”(이 전 장관)
“조선소는 불법·탈법으로 왜곡된 도급구조로 인해 위험한 현장입니다. 이런 구조를 계속 방치한다는 것은 불법에 대한 묵인이라고 생각합니다.”(이 의원)
“1차 하청업체의 물량이 늘어나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할 경우 단 한 달간이라도 1차 하청업체가 직접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원청과 협의해서 2차, 3차로 가지 않도록 저희가 지도를 하겠습니다. 거기서 위법의 문제가 있다면 철저하게 조사해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이 전 장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과 이 전 장관 사이에 오간 대화다. 조선업 다단계 사내하도급 구조의 문제점과 노동부가 어떤 방향으로 감독을 해야 할지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문제는 국정감사에서까지 조선업 노동시장의 기형적 구조가 언급될 정도로 ‘그림자’가 짙은 상황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원·하청업체 모두 고착화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곪을 대로 곪은 문제는 지난 6월 2일부터 51일간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하청노동자가 되레 많은 조선소
조선소 생산인력은 크게 원청업체 소속 정규직 노동자, 원청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1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상용직 노동자(본공), 1차 사내하청업체로부터 재하도급을 받는 물량팀 등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전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원래 조선소 생산인력은 원청 정규직 노동자가 다수였지만 2000년대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겪으면서 하청노동자 비중이 되레 더 커졌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2016년 10월 월간 ‘노동리뷰’에 게재한 ‘조선업 고용구조 현황과 문제점’을 보면, 조선산업에서 사내하청 비중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시기는 1990년대다. 조선소들이 수주량에 따라 투입 인원이 결정되는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해 ‘노동 유연성’ 확대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조선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들어 사내하청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20%였던 하청 비율이 2002년 들어 50%를 넘어섰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한국 조선산업이 2010년대 초 너도나도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면서 필요한 인력을 직영이 아닌 하청, 그중에서도 물량팀 위주로 투입했기 때문에 하청 비율 급증이 더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조선업 위기가 본격화한 2016년부터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하청노동자 수는 급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를 보면 2015년 말 13만명가량이던 하청노동자는 지난해 말 4만7000명가량으로 줄었다. 하청노동자 중심으로 단행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기준 하청노동자 수는 원청(4만5000명가량)보다 조금 더 많았다. 올해 하반기부터 물량이 늘어나면 하청노동자 비중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원·하청노동자 간 임금 격차로 이어졌다.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가 원청 정규직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다. 평균적으로 원청 정규직의 임금을 ‘100’이라고 한다면 1차 사내하청업체 본공이 ‘50~60’, 물량팀이 ‘70’이다. 일당제인 물량팀은 단기간 내 급한 작업을 하고 빠지는 구조라 본공보다 시급 기준으로는 많이 받지만 퇴직금, 복지 혜택 등이 없다. 중대재해도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조선업에서 발생한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는 모두 324명이었다. 원청 노동자는 66명인 데 비해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는 257명이었다.
■묵인 속에 온존해온 물량팀
“6월 1일부터 물량팀 사용은 불법입니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 협의회는 2015년 울산조선소 내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붙이고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물량팀에 대한 지적이 나온 뒤 고용노동부가 감독을 벌이자 나타난 움직임이다. 당시 하청노동자들은 “보여주기식 쇼”라며 물량팀 근절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차 하청업체는 일감이 줄어들 때 쉽게 고용을 조정할 수 있는 물량팀 사용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가 2018년 8월 발표한 사고조사 보고서를 보면 하청노동자들 예상대로 물량팀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조선사는 하도급 계약서에 1차 사내하청업체의 재하도급은 ‘원청의 승인사항’이라고 명문화했지만 이는 현장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위원회는 “조사결과 1차 협력사가 재하도급 승인을 원청에 제대로 요구하지 않고, 원청 또한 재하도급 활용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물량팀 사용 관행을 억제하는 동력이 된 것이 산업안전 이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하청노동자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그 원인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자 원청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말부터 물량팀을 ‘프로젝트 협력사’로 ‘양성화’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1차 하청업체의 생산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나 일부 단기 프로젝트성 성격의 블록(조립된 철판)에 대해선 원청이 1차 하청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젝트 협력사에 도급을 주는 방식이다. 도급단계를 하나 줄이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5월 작성한 안전작업계획서를 보면 1차 하청업체는 123개사(1만550명)였고, 프로젝트 협력사는 27개사(1686명)였다. 현대중공업은 “(건조 부문을 기준으로) 2019년 50% 수준의 물량팀 비중이 20%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과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대우조선해양에선 (프로젝트 협력사 대신) ‘사내임시협력사’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프로젝트 협력사가 물량팀에 재하도급을 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현대중공업은 “물량팀을 양성화한 프로젝트 협력사에서 다시 물량팀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젝트 협력사 관리를 강화하고 우수 프로젝트 협력사는 정규 사내협력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중공업 프로젝트 협력사는 33개사다.
노동계는 원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이다. 윤용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원청이 양성화라고 표현을 하지만 (프로젝트 협력사는) 그냥 물량팀이다. 기존의 물량팀장들이 사장을 한다”고 말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프로젝트 협력사는 규모가 큰 물량팀이라고 볼 수 있다. 정년보장이 안 되고 주로 단기계약이니 하청노동자 입장에선 고용이 점점 불안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조선소 다단계 하도급의 또 다른 양태는 ‘아웃소싱’이다. 물량팀은 물량팀장이 노동자들을 데리고 1차 하청업체 밑으로 들어가 일을 하는 것인 데 반해 아웃소싱은 조선소 밖에 인력공급업체 사무실을 차려두고 인력을 모아 하청업체에 공급하는 것이다. 조선업 연구자인 박종식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그간 원청이나 하청업체는 급하게 사람이 필요하면 조선소 경력이 풍부한 작업자 출신이 주도하는 물량팀 네트워크를 통해 일을 처리해왔다. 그런데 2018년 하반기쯤부터 시작된 조선업 구인난으로 인해 물량팀 네트워크로도 인력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자 하청업체들이 인력공급(아웃소싱)업체에도 구인 요청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최근에 구인난이 더 심해지면서 인력공급업체들이 일종의 물량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인력공급업체는 물량팀과 달리 조선소 업무에 전문성이 없다 보니 단순 인력공급 역할만 한다.” 무허가 인력공급업체가 노동자를 모아 공급하는 것은 중간착취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직업안정법 위반이다.
■‘본공 중심’의 안정적 고용구조로
선박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하청노동자 중대재해 위험을 높이는 조선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이후 한국사회에 남겨진 과제는 ‘기형적 원·하청 구조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다.
노동계와 조선업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은 단기 재하도급인 물량팀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임금 인상, 손해배상 등 쟁점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요구안에는 “재하도급 또는 아웃소싱 업체에 물량을 재하도급(아웃소싱)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물량팀 사용 금지의 다른 말은 조선업 노동시장을 본공이라고 불리는 하청업체 상용직 숙련노동자 중심의 고용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지난 7월 6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상황 관련 긴급 국회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심각한 조선소 인력난은 구체적으로 하청업체 상용직 숙련노동자의 부족이다. 지금의 임금 수준으로는 하청업체가 상용직 숙련노동자를 구할 수 없다. 결국 하청업체는 급한 대로 재하도급 물량팀 또는 아웃소싱 노동자를 주로 고용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고용이 2~3년 지속되면 하청업체 상용직 숙련노동자 중심의 고용구조는 붕괴되고 재하도급 물량팀 중심의 고용구조로 변화하고 말 것이다.”
2008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건설업이 조선업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박종식 부연구위원은 “여전히 건설업에 다단계 하도급이 있다고 하지만 예전보다 도급단계가 크게 줄어들었다. 도급단계가 심화될수록 생산관리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선박 품질저하, 산재 위험이 커지는 만큼 (조선업에서) 물량팀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물량팀으로 일하는 것이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것보다 임금만 놓고 보면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 때문에 다단계 도급 금지는 하청 부문의 상용직과 물량팀의 임금 차이 문제를 조정하는 노력과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원칙적으로 물량팀 사용 금지를 요구한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는 합의문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가 지난 7월 22일 서명한 합의서에는 “불법적 재하도급(아웃소싱)을 금지한다”고 적혀 있다. 이김춘택 사무장은 “합의서에 ‘불법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매우 제한적인 합의였다. 조선소에선 재하도급이 법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아웃소싱의 경우 불법파견 성격이 강한 사례가 많다. 노조가 법률적으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향후 다단계 하도급 개선을 위한 본격적 논의는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공동교섭 틀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소 하청 노사관계 현안은 하청 노사의 교섭만으론 해결할 수 없고, 칼자루를 쥔 원청의 일정한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종식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올해 초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파업도 택배기사 노조와 대리점연합회의 대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다. 이런 중층적 거래·고용관계 하에서의 노사관계가 한국사회에서 점차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이고, 조선업도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그간 사실상 공백 상태였던 원·하청 노사관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중층적 교섭 테이블 안착화에 대한 노사정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그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3088.html
하청노동자는 원청과 대화할 수 없는 ‘법’…대우조선 사태 꼬았다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8-01 15:27)
현대위아 광주공장 ‘비공식’ 교섭 사례
‘불법파견’ 판례 없는 조선업선 어려워
“사용자 범위 확대하는 법 개정 필요”
“대화라도 하자고 했는데 원청(대우조선해양)이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51일 동안 파업을 했던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최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청과의 대화’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조선하청지회가 내건 핵심 요구였다. 조선업 불황 때 줄어든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들에 지급하는 기성금(도급 단가)을 늘려야 가능했던 탓이다.
그런데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동자 교섭은 애초 불가능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 26일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등이 주최한 ‘조선산업 사내하청 문제 진단 및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현대차그룹의 차량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광주공장 사례가 언급됐다. 현대위아 광주공장 사내 하청노동자인 정준형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교육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지난 2015년 ‘금속노조 광주자동차부품사비정규직지회’(현대위아 광주공장 하청노조)가 원청인 현대위아와 비공식 교섭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그 뒤로도 원청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 타결안을 마련했다”며 “비공개 형태이지만 원·하청 노사 공동 단체교섭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형식적으론 하청업체와 협상했지만, 실질적 임금인상 조율은 원청 사용자와 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위아가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에 응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우선 현대·기아차의 직서열 공급방식(Just in Sequence)을 들었다. 완성차 생산공정에 맞춰 필요한 부품을 실시간으로 부품 업체에 발주해 납품받는 방식이라, 파업 등으로 현대위아 공장에서 부품 생산이 중단되면 단시간 내 완성차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 대법원은 현대위아의 평택공장 하청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직접고용요구) 소송에서 ‘계약상 사용자는 하청업체지만 실질적 지휘·감독자는 현대위아’라며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대위아가 작업배치를 비롯한 하청노동자 노무 전반을 관리한 점 등을 들어,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 제조업의 직접 생산 관련 업무에 노동력을 ‘불법 파견’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사내 하청노동자에 의존해 부품을 생산하던 현대위아가 하청노동자와의 대화 자리에 나갈 수밖에 없는 압박 요인이 됐고, 하청노동자들 역시 수년이 걸리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단 당장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실익이라고 판단했다. 정준형 위원장은 “(원청) 사 쪽에 (하청노동자들이)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위아 광주공장 사례는 비공식 교섭이라, 법으로 이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에 따라 체결된 단체협약은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뒤따르지만 비공식 교섭을 통한 합의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현대위아 쪽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단체교섭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정준형 위원장은 “비공개 교섭이라 내용을 공개하지 못했고 합의서도 하청업체와 쓸 수밖에 없었다”며 “법 제도 개선 없이는 원청 사용자가 공개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 산업과 달리  ‘불법 파견’ 인정 대법원 판례가 나온 적 없는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경우 이러한 방식의 교섭을 진행하긴 사실상 어렵다. 선체 각 부분을 잘게 쪼개 각각의 하청업체에 작업을 맡기는 조선업은 자동차 산업과 다르게 원·하청 노동자 공동작업 비중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원청 사용자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게 하기 위해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정의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라도 노동조건 등 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조선업 3사의 경우 자동차업계처럼 불법파견으로 패소한 판례도 없고, 하청노동자들을 방치한 지 오래돼 원청 스스로 단체교섭에 나설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며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원청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임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애림 서울대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도 “과거 삼성전자서비스 등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 자리에 앉기까지 극단적으로 투쟁해야 했고 어렵게 끌어낸 원청사용자와의 합의도 이후 원청이 뒤집은 사례가 있다”며 “이제는 노조법을 개정해 불확실성 없이 공개적으로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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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1450.html
대우조선 파업 두고 점점 강해지는 정부의 으름장…공권력 투입 명분쌓기 우려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18 17:44)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1450.html
파업 전에 폐업 예고한 기업까지, 파업 때문에 문 닫았다?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7-18 19:27)
여당 ‘대우조선 하청 파업’ 비판하며
“협력업체들 폐업으로 내몰려”
위기 업체 절반은 이전부터 경영난
하청대금 낮아 폐업위기 빈발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182057005
윤 대통령, 대우조선 파업에 “불법” 낙인 (경향, 유정인·박은경·조문희·유선희 기자, 2022.07.18 20:57)
5개 부처 장관 담화문 내고 “철지난 폭력·불법적 투쟁 종식” 압박
여당도 “단호한 대응” 한목소리…노동계 “산은이 해결책 내놔야”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해 “산업 현장에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계장관 공동 담화문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처를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는 등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한목소리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정 파열음이 커지면서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이 다시 시험대에 섰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오찬 겸 주례회동에서 한 총리에게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 파업 상황을 보고받은 뒤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한 총리는 ‘파업 장기화로 조선업과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대우조선 노사 및 협력업체가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대우조선해양 현황보고를 받은 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관계부처 장관 등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하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과 주례회동 전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를 연결한 화상회의에는 한 총리를 비롯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이상민 행정안전부·이정식 고용노동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5개 관련부처 장관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명의로 발표한 공동 담화문에서 “기업 정상화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 불법 점거 사태는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근로자와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 조선이 쌓아올린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밝혔다.
여권은 하청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추 부총리는 담화문에서 노조의 파업 행위를 “철지난 폭력·불법적 투쟁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간에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불법적인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120명이 10만명의 생계를 막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이라며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정부를 겁박할 게 아니라 국민의 싸늘한 눈초리를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불법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정부의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노동계는 “오늘 관계 장관 회의는 정부의 책임은 뒤로한 채 오로지 하청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투쟁을 종료하라고 겁박하고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삭감된 임금을 달라는 것도 아닌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데에 대한 답이 오로지 법과 원칙이라는 말뿐”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대우조선의 실질적 주인인 산업은행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030
윤 대통령 ‘불법 파업’ 낙인, 그는 왜 스스로를 가두었나 (시사인 774호, 거제·나경희 기자, 2022.07.19 06:48)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활동 보장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성과급을 삭감한 경우를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 원상복귀에 불과하다.
6월22일 오전 8시30분, 유최안씨는 평소처럼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로 출근했다. 1도크(선박을 만들어 바다로 내보내는 공간)에서 30만t급 원유 운반선을 만들고 있었다. 유씨는 원유를 저장하는 시설인 탱크톱 바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중간에 책상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었다. 그는 몸을 숙여 그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는 휘발성 물질인 시너가 든 통과 유언장이 들려 있었다.
유씨는 전날 준비해둔 철판 자재들로 입구를 막았다. 20여 년 동안 용접 기술 하나로 버텨온 하청노동자의 손놀림은 빠르고 꼼꼼했다. 사방이 다 막히자 그는 비로소 안도했다. 회사 측이 고용한 용역이 와도 자신을 끌어낼 수 없었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밖에 되지 않는 좁디좁은 공간을 고른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용접하는 도중에 들키면 회사에서 전기를 내리고 저를 끄집어낼 거거든요.”
함께 파업 중이던 동료들도 이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우리한테라도 미리 말하지 그랬느냐”라는 서운함 뒤에는 “몸을 펼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만들어줬을 텐데”라는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유최안씨의 키는 178㎝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 “그 친구가 몸이 커요, 하필이면.” 1제곱미터에 불과한 공간에 갇혀 있기에 더욱 크게 느껴지는 키였다.
동료 6명은 유씨가 있는 탱크톱 바닥으로부터 10m 위 난간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바닥에 자신을 가둔 유씨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적은 종이를 밖으로 들어 보였다. 허공에 올라간 동료들은 “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지금처럼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유씨가 고개를 꺾어서 위를 올려보면 고공 농성 중인 동료들이 그를 향해 소리치며 안부를 물었다. 무기한 점거 농성이 시작됐다. 지난 6월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노조)가 노조활동 보장과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지 21일 만이었다. 유최안씨는 하청노조 부지회장이기도 하다.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진 바닷가에선 덥고 습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건조 중인 선박에 깔린 철판도 열기에 달구어졌다. 유최안씨가 점거 중인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1도크에서는 여전히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람이 죽어도 일을 하는 곳이 조선소인데요, 뭐.” 7월4일 오전 동료가 바꿔준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유최안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일부러 자신의 휴대전화를 놓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가족들한테도 말하지 않았거든요. 알게 되면 전화해서 그러지 말라고 할 거니까.” 그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하루에 두 끼만 먹고, 기저귀에 용변을 보고, 한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1999년부터 용접 기술을 배웠다. 고향인 통영에서 조선소에 납품할 블록(조립된 철판)을 만드는 하청업체에서 일했다. 조선소 밖에 있는 하청업체들이 작은 블록을 만들어 조선소에 보내면, 조선소에서 이 블록들을 쌓아 큰 배를 만드는 식이었다. 당시에는 주문 물량도 많고 급여 수준도 만족스러웠다. 체감경기가 나빠진 건 2012년부터다. “작은 업체들이 문을 닫더라고요. 그때마다 임금을 떼였어요. 제가 옮겨 다니는 걸 안 좋아해서 계속 (같은 회사에서) 일했는데 결국에는 통영에 있는 웬만한 하청업체들이 다 문을 닫았어요.”
“이 바닥서 폐업은 더 악질이 온단 뜻”
2016년 그는 거제로 왔다. 조선소 안에 있는 하청업체에 가면 적어도 임금은 안 떼인다는 말을 믿었지만 1년 뒤 또다시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돈을 받지 못했다. ‘나만 가면 임금이 떼이나’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상여금도 550%에서 400%로 깎였다. “정규직이 먼저 임금 10%를 삭감하니까 하청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면서 상여금 150%를 깎았어요. 1년 지나니 남은 400%도 삭감하더라고요. 진짜 억울한 게, 정규직들은 10% 삭감했던 걸 이자까지 쳐서 다시 받았어요.”
임금이 떼여도 묵묵히 일해온 그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하청노조에 가입했다. “그때 대우조선 안에 하청업체가 140곳 정도 있었어요. 그중에 저희 회사만 유일하게 상여금 400%가 안 없어졌어요. 저희가 반발해서 취업규칙을 못 바꿨거든요.” 하지만 유씨는 여전히 상여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업체가 또 폐업하고 임금을 떼먹고선 도망가버렸어요. 이 바닥에서 폐업은 더 악질적인 사람이 사장으로 온다는 의미거든요. 원청인 대우에서 기성금(건조가 진행된 만큼 주는 돈)을 더 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야금야금 깎여나간 임금이 원래 임금의 30%를 넘어요. 불법인 ‘무급 데마찌(무급 휴업)’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조차 안 돼요. 지금 저희가 30% 인상해달라는 요구는 애초 임금수준으로 원상복귀라도 해달라는 말인 거예요.”
유씨가 다니던 회사를 인수한 새 사장은 취업규칙을 바꿨다. 근로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그렇지 않으려면 상여금을 포기해야 했다. 그런 방식으로 지난 7년 동안 유씨가 소속된 업체는 여섯 번 바뀌었다. 하청업체와 이루어진 개별교섭은 언제든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청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①단체교섭권 인정 ②단체교섭을 통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30% 인상을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파업이 시작되고 보름 정도 지나니 생산 일정이 차츰 지연됐어요. 후공정이 멈추니까 선공정도 멈추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대우에서 일종의 구사대(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를 투입하더라고요. 하청업체마다 대표, 소장, 직장, 반장 이렇게 댓 명씩 차출해오는 거예요. 자꾸 구사대가 들어와서 파업 의지를 꺾어놓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끌려 나가지 않는 공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게 이 감옥이에요.” 유씨가 말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노조의 불법행위로 매주 1250억원씩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청업체와 하청노동자 사이에 원청이 개입하는 것은 하도급법 등을 위반하는 불법이기 때문에 하청노조를 단체교섭 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17년 동안 도장공으로 일한 안준호 하청노조 부지회장은 “하청업체와 개별교섭을 하려고 해도 ‘원청에서 기성금을 올려주지 않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요.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건 원청이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특성상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라고 반박했다.
7월1일 거제경찰서는 하청노조 김형수 지회장과 유최안씨 등 총 3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로부터 보강수사를 지시받은 상태다. 7월4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대표·직장·반장 등이 모여 조직한 ‘현장직반장책임자연합회’는 경남경찰청에 신속한 공권력을 투입해달라는 촉구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하청노조와 하청업체 대표단 사이에 협상 테이블이 세 차례 마련됐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유최안씨는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는 회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조선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불법이거든요. 노조가 인정될 바에야 문 닫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올 법해요. 지금 1도크에 있는 배가 20일 가까이 진수(배를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일)를 못하고 있는데, 회사가 얼마나 노조를 인정하기 싫으면 납기 기한이 20일 넘어가도 버티겠어요. 노조가 강성이라고 하는데, 회사가 강성이기 때문에 노조도 강성이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저희가 엄청난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산업안전보건법에 적혀 있는 근로기준을 지켜달라는 건데. 그걸 보장해주지 못하는 직장은 차라리 문 닫는 게 낫죠.”
그에게 왜 조선소를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자신이 조선소에 남은 마지막 젊은 세대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용접을 배울 때 또래가 엄청 많았어요. 지금은 아무도 없죠. 저 이제 마흔두 살밖에 안 되거든요.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싸우겠다는 사람들을 두고 나갈 수는 없잖아요. 가족도 이제 그만하라 하지만 노조를 찾아간 것도 저고 사람을 모은 것도 저니까요.”
유씨는 ‘나갈 사람들은 이미 다 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다른 업계, 다른 도시로 떠난 사람이 많다. 남아 있는 하청노동자 대부분은 나이가 많거나 거제를 떠날 수 없는 개인 사정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걸 아니까 회사가 더 가혹하게 나오는 거죠. 물러설 곳 없이 계속 물러선 사람들, 어차피 갈 곳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아니까. 속 편한 사람들은 ‘정 그렇게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데 가서 일하라’고 하는데 못 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이하 정규직노조)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하청노동자 수가 1만100명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조선업이 호황이던 때 2만명을 훌쩍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하청노조는 전체(약 1만100명) 중 약 600명이 조합원이고, 현재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150명 정도라고 밝혔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선박의 품질’
조선업계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언급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곽재근 정규직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도 조선업을 기피합니다. 건설업체, 육상 플랜트에 가면 조선소보다 훨씬 처우도 좋고 근무 환경도 좋은 걸 다 아니까요. 요새는 외국인 노동자들끼리 커뮤니티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어디가 좋더라’는 정보가 금방 돕니다”라고 말했다.
유최안씨는 앞으로 조선업이 외국인 노동자를 국내 전역으로 내보내는 출입구가 될 거라고 예상한다. “조선소에서 잠깐 머무르다 근무조건이 더 좋은 곳을 찾아 내륙 각지로 뻗어나가는 거죠.” 한쪽에서는 하청노동자가 ‘일을 하겠으니 돈을 달라’며 파업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하청기업 대표가 ‘요새 외국인 노동자들은 원하는 대로 다 맞춰줘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풍경이 동시에 펼쳐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정규직·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조선업계 노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선박의 품질’이다. “조선은 기술집약적인 산업이에요. 조선소에서 기술자 한 명을 키우려면 최소 3년이 걸려요. 최종 조립 단계인 ‘탑재’ 공정에서 일할 사람은 5년 동안 배워도 부족해요. 그런데 금방금방 빠져나가고 대체되는 외국인 노동자로 이 산업을 굴리겠다는 건 품질을 포기하겠다는 얘기죠. 실제로 선박 품질이 엄청 나빠졌거든요. 외국인 노동자만으로는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원청에서도 알고 있는데… 답도 없이 사태를 키우는 거 같아요.”
그는 회사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호황기 시절을 생각하면 다시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지만, 거품이 꺼지니까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사람들이 다 봤잖아요. 누가 굳이 기술을 배워서 오겠어요? 대책이 없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1266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현수막에 말 문 막혔습니다 (오마이뉴스, 22.07.19 05:17 l 송경용)
[송경용 신부 기고] 대우조선해양 파업 노동자들을 위한 희망버스를 제안하며
조선업 용접공 시급이 고작 1만원 안팎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불황이 오면 노동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당합니다. 경기가 좋아져도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습니다. 기업은 구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수천 억에서 수조 원의 지원을 받습니다. 현재 대우조선의 법정관리사는 산업은행입니다. 어려움에 부닥쳤던 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작업, 즉 구조조정의 최종 책임자는 산업은행입니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에게 산업은행은 황제보다 더 센 존재입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어느 기업이든지 종이 한 장을 쓰는데도, 임직원의 급여와 판공비에 대해서도 모두 산업은행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노사 갈등이 터지면 뒤로 빠집니다. 노사가 해결할 문제이지 산업은행은 권한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위에서 지침(가이드라인)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에 따라 독점이나 지배주주로 권한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더 큰 권한은 국책은행으로써 구조조정에 관한 정책부터 개별 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 재정 사용 권한, 임원 선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나서야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은행이 나서야 합니다. 결단해야 합니다. 전권을 행사하면서, 거의 모든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조정하면서 갈등이 생기면 뒤로 숨는 행태를 더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입니다. 국가의 정책에 따라 산업과 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고, 되살리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 정상화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기업의 한 축인 노동에 대해서는 그림자 취급을 하던가, 또는 정리 대상으로만 취급했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업에는 막대한 구제 금융을 주는 것, 노동자들은 해고한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이제 산업은행도 바뀌어야 합니다. 기업을 일구는 주체는 경영자만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로 노동을 할 수 있어야, 위에서 언급한 대로, 기업의 생존능력도 향상되고 지속가능성도 보장될 것입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밥은 누구에게나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가질 수 없듯이 밥은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나눌수록 더 큰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하나가 되기를 간곡히 기원하며, 다시 한 번 더 정부와 산업은행, 대우조선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016
[조선소에서 일한 지 23년] 최저임금 받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굽은 손가락 (매노, 강예슬 기자, 2022.07.19 07:30)
“위험 업무 떠맡지만 최저임금이 최고임금” … “인간답게 살아 보자”며 47일째 파업
<매일노동뉴스>가 18일 노조와는 거리가 멀었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가입하고, ‘불법파업’이라는 눈총을 견디며 50일 가까이 파업에 참여하는지 저마다의 이유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과 15일 각각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 단식농성장에서 이뤄졌고, 전화로 추가 인터뷰가 진행됐다.
“중노동에 골병 든 하청노동자”
“최저임금 9천160원
조선소에서는 ‘최고’임금”
“위험 업무 떠안고, 사고 위험 감수”
“협력업체 마음대로?
주먹구구식, 깜깜이 임금”
“생계 걸고 노조하는 하청노동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994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우조선 노동자 파업에 “쌍용차 기억하라”는 중앙일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2.07.19 07:51)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48일째
세 갈래로 나뉜 신문들…조선보도 직접 바로잡은 한겨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법상 쟁의권을 얻고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한 지 48일째인 19일, 아침신문의 논조는 세 갈래로 나뉘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들의 전방위 압박에 정부 입장을 비판 없이 전달한 신문과 원·하청 책임을 빼놓은 주장에 사실관계를 바로잡은 신문, 오히려 정부에 경찰 투입을 부추긴 신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 주례 회동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에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말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5개 부처 명의로 “국민들께서 노조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충분히 참고 기다렸다”며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파업을 “지역 경제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6년 전 조선업 불황기 깎인 임금 30%를 원상회복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 중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2016년 조선 불황으로 7만여명 해고되고 임금 30%가 삭감된 뒤 현재까지 오르지 않고 있다. 20년차 고숙련 용접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목표 수주액의 40%를 넘긴 실적을 달성한 뒤 올해 지난해 실적을 초과달성 중이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55%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19일 아침신문들은 모두 1면에 관련 기사를 냈다. 신문들은 정부가 경찰 투입 가능성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5개 부처 장관 입장을 1면에 단순 전달한 뒤 “대통령·정부·여당이 하청노조 파업을 동시에 직격한 이유는 공원력을 투입하기 전 여론의 지지를 얻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도 1면에 정부 입장을 그대로 전달한 뒤 2면에서 파업에 따른 피해를 거듭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논의가 진전을 보는 건 아니지만 원하청 노사는 사태 해결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화불응 책임 떠넘긴 정부…노조 “대우조선 원청이 거부”’에서 ‘노동자들은 이미 대화를 하고 있었다’고 정부 발표를 바로잡았다.
한겨레는 “정부는 조선하청지회가 대화에는 응하지 않고 점거농성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이미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나흘동안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사와 4차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5개 부처 장관이 회의를 열었던 오전 11시에도 4자 협상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했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의 “우리는 교섭을 거부한 적이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경향신문은 1·2면에서 윤 대통령이 대우조선 파업을 ‘불법’으로 낙인 찍었다고 지적하면서 여권이 지지율 하락 국면을 바꿔보려 전방위 파업 옥죄기에 나섰다고 풀이했다. 5개 관계부처 장관 공동 담화문에 “불법점거” “불법행위” “철지난 폭력·불법적 투쟁방식” “명백한 위법” 등 노조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13차례 담겼다며 “노동 의제에 여권이 총력전에 돌입하며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친기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온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성이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신문들은 정부 입장을 “최후통첩”이라고 규정하면서 오히려 경찰 투입을 재촉하고 나섰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경기가 좋았던 시절과 비교해 노조가 임금을 30%나 올려 달라는 것은 억지다. 계약 상대방인 협력업체를 놔두고 원청인 대우조선이나 산업은행더러 책임지라고 하는 것도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업계가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던 데는 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 희생이 자리했던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며 “하청 노조는 일단 무단 점거를 풀고, 협력업체와 대우조선은 좀더 통 크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상단 기사를 ‘윤대통령, 긴급 장관회의 지시, 경찰청장은 헬기 타고 거제로’라고 제목을 붙였다. 급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노동자 파업에 원인을 돌리는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정부 내에선 불법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들에 대한 형사상 책임은 물론 대우조선이 본 경제적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하는 직·간접 인용은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미 (파업으로 인한) 매출 감소액도 5000억원이 된다”고 대통령실 관계자 입장을 1면에 전했지만,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임금이 2016년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30% 깎여 현재까지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3면에 ‘노조 임금인상 외 타임오프 보장·실직 조합원 재취업 요구’란 제목의 기사를 전했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를 직접 지적했다. 18일 ‘민노총 하청 파업 47일… 대우조선 협력사 7곳 ‘눈물의 줄폐업’ 기사다. 한겨레는 “정부·여당의 파업노동자 때리기에 앞서 이날 조선일보는 하청업체들이 ‘눈물의 줄폐업’을 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며 “이들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하청지회 파업 전부터 경영 위기로 ‘폐업’을 예고하거나 4대 보험료가 장기간 밀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하청업체의 경영난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2019년 온갖 편법으로 하청업체에 제조원가보다 낮게 거래대금을 지급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려 153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며 “정부가 지금 할 일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중재, 나아가 조선업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는 근본 대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정부 입장을 ‘경고’라고 풀이한 뒤 사설에서 ‘쌍용차를 기억하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쌍용차 노조의 긴 투쟁의 결과를 대우조선 하청노조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했다.
쌍용차 사태는 좁게는 2009년 대량해고에 맞서 76일 간 평택공장을 점거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폭력진압한 사건을 말한다. 경찰은 헬기와 기중기를 동원해 진압작전을 벌였고, 무장해제한 노동자를 곤봉과 방패로 때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진압 직후 경찰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17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중앙일보가 대표적인 경찰 폭력 사례로 꼽히는 사건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경고’에 나선 셈이다.
 
https://www.news1.kr/articles/?4746594
'대우조선 파업 적극 대응' 대통령 주문에 경찰 "사고 우려, 진퇴양난"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2-07-19 12:11)
"기다릴만큼 기다려, 불법 안돼"…尹, 적극 해결 지시
노조, 인화물질 들고 셀프감금…충돌·인명사고 우려도
◇尹 "산업현장 법치주의 엄정 확립돼야"…경찰청장 후보자도 거제 行
◇"사고나면 결국 비판은 경찰로"…대통령까지 나서자 난처해진 경찰
◇불법파업·점거 48일째…경찰은 4차 출석요구서 보낸 상태
 
https://www.yna.co.kr/view/AKR20220719088300001?input=1195m
'불법 불용' 목소리 높인 尹, '공권력 투입' 시사하며 초강경 대응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2022-07-19 12:14)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에 연이틀 '불법' 지적…공권력 투입 가능성도 배제안해
대통령실, 구체 계획엔 "현장서 결정할 일"…尹정부 5년 노정관계 시험대 관측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1428
"목숨 걸고 15년 일해도 최저임금...불법? 윤 대통령 속 편한가" (오마이뉴스, 22.07.19 14:00 l 김성욱(etshiro))
[인터뷰] 대우조선 '발판' 작업 하청노동자 강행진씨 "국민들 연대에 눈물 나"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7191617001
대우조선해양 파업의 핵심은 다단계 하청구조 속 저임금과 인력난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19 16:17)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에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직접 시사하면서 노정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계는 “폭력으로 짓밟는다면 노동자들은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출근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산업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이유는 외면하고 불법행위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지난달 22일부터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0.3평 남짓한 철제구조물에 스스로 들어갔고 6명이 고공농성 중이며, 지난 14일부터는 3명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하청노동자들의 ‘벼랑 끝 파업’ 이유는 다단계 하청구조 속 고질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이다. 대형조선소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사내하청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2015년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4배를 넘었고 현재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의 일반적인 구조는 ‘원청 조선소 → 1차 하청업체(사내하청 혹은 (사외)협력업체) → 물량팀장 →물량팀원’이다. 이러한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20~30년 경력을 가진 숙련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기 일쑤다. 여기에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삭감과 대량 해고 등 피해를 봤다. 지난 5~6년 동안 일터를 떠난 하청노동자들만 7만6000명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를 전망하면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조선업 근로자 규모는 10만명으로 전체 근로자(145만5100명)의 0.7%(고용보험 피보험자 기준) 수준이다. 조선업종의 미충원율은 21.5%로 전년 같은 기간대비 15.3%포인트 증가했다. 인력 미충원의 주된 이유는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32.1%)이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핵심은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인력난이 문제이고, 여기서 하청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저희의 행위를 비판할 수는 있어도 이 행위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정부가 상황인식이라는게 있어야 한다. 이런 인식이 없으니 해결책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 원청업체 노사, 하청업체 노사는 지난 15일부터 사태해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사측은 조선하청지회에 기존과 동일한 4.5% 임금 인상률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회는 당초 제시안에서 한걸음 물러난 조건을 제시하고, 인상도 기간을 두고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는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한 산업은행,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측에 “오는 23일 휴가 시작 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노동계는 이날과 오는 20일이 협의 진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려면 산업은행과 원청의 역할이 뒤따라야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 또는 이들 기관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55.7% 보유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은 “지분을 55% 가지고 있는 ‘진짜 사장’ 산업은행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하청업체가 자체 역량만으로 큰 폭의 임금인상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원청업체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하고 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지분 절반을 가진 산업은행을 방관하고 방치해 현 사태를 만들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해결의 열쇠는 산업은행이 쥐고 있고, 그 말은 즉 윤석열 대통령이 문제해결을 할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상당히 양보한 안을 내온 만큼 이제는 산업은행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답해야 한다”면서 “윤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즉각 총파업에 들어갈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히며, 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으로 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656
조선일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에게 폐업 덤터기 (미디어스, 송창한 기자, 2022.07.19 16:56)
조선일보 "파업 때문에 하청업체 줄폐업"
한겨레 "파업 전부터 폐업 예고"
대통령·장관들, 공권력 투입·법적대응 시사
일부 언론, 삭감된 임금 30% 원상복구를 30% 인상요구로 보도
19일 한겨레는 사설 <조선업 생태계 붕괴 위기, 하청노동자 파업 탓만 할 건가>에서 전날 조선일보 기사 <민노총 하청 파업 47일… 대우조선 협력사 7곳 ‘눈물의 줄폐업’>을 직격했다. 협력업체 7곳 중 상당수는 하청노동자 파업 전부터 경영위기로 폐업을 예고하거나 4대 보험료가 연체됐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마치 파업 때문에 줄폐업하는 양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겨레 <파업 전에 폐업 예고한 기업까지, 파업 때문에 문 닫았다?>기사를 보면 대우조선해양 110여개 하청업체 가운데 현재까지 폐업을 예고한 하청업체는 7곳, 이 중 절반 이상은 하청노동자 파업 이전부터 경영난을 겪었다. '영일산업', '수호마린'은 올해 1월부터, '삼주'는 지난해 10월부터 4대보험료를 연체하고 있었다. '진형'은 5월 12일 대우조선해양에 폐업 의사를 밝혔다. 
한겨레는 "조선업 하청기업들이 인건비 대비 낮은 기성금(건설 발주자가 공정률에 따라 나눠 지급하는 금액)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매년 약 10~15개 기업이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폐업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업체가 채운다"고 전했다. 전직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대표는 한겨레에 "하청업체는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95%인데 원청이 주는 기성금이 그보다 적고 거기다 인력난으로 사람까지 못 구하면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19일 사설 <민노총의 상습 과격 행위에 대한 법원의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불법은 종식돼야 하고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는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이런 당연한 원칙이 노동 현장에서, 특히 민노총이 개입된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법무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장관은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행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동료 근로자 1만 8천여명의 피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 행동"이라며 '노-노 갈등' 부추기기에 나섰다. 또 이들은 "주요 업무시설을 배타적으로 점거한 하청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며 재물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이들은 "국민들께서 노조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충분히 참고 기다렸다"며 책임을 노조에 떠넘겼다. 윤 대통령은 19일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선하청지회는 파업과정에서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KDB산업은행에 사태 해결을 위한 역할을 촉구해왔다. 원청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는 동안 산업은행은 사태 해결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밀었다. 
18~19일 윤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이 발표한 입장은 지난 15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4자 협상(대우조선해양 노·사, 하청업체 노·사)을 왜곡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19일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사실은 분명히 하자. 정부는 기다린 것이 아니라 파업 시작 후 40일간 손 놓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고, 지난주 목요일(14일)에 부랴부랴 대화로 해결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며 "고작 5일이 지났다. 기다릴 만큼 기다린 정부의 인내심이 성장기 유아의 참을성만큼도 안 되니 사업장의 노사관계가 얽히기만 할 뿐 풀릴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1606.html
“이대로 살 순 없다” 철창의 외침 위로 ‘공권력 헬기’가 날았다 (한겨레, 거제 박태우 기자, 2022-07-19 20:10)
현장 | 대우 옥포조선소 긴장감
윤 ‘공권력 투입 시사’ 5시간 만에
정부 쪽 대화 시도 “일단 나오라”
‘불법행위 엄정조치’ 원론 되풀이
옥쇄농성 노동자 “노조할 권리를”
노조 ‘30%→올해 5% 인상’ 제시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1917450002305?did=NA
노동자는 시너, 경찰은 수사팀 증강... 긴장 최고조 대우조선 파업현장 (한국일보, 거제= 박은경 기자, 2022.07.19 21:00)
행안·노동부 장관, 경찰청장 현장 방문
금속노조는 20일 서울·거제 총파업 예고
노사 4자회담 난항 "23일 안에 타결해야"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1독(dock) 앞에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느냐"며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이날 오후 한때 협상에 진전을 보이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타결은 불발됐다.
지난달 2일부터 20m 높이의 1독 초대형 원유 운반선 탱크탑(원유저장 공간) 난간에 올라가 파업 중인 하청노동자 6명은 이날도 연신 "하청노동자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 독 바닥 한가운데 가로·세로·높이 1m의 철제 구조물 속에 스스로를 가둔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도 팔다리만 밖으로 겨우 내놓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에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파업 현장을 찾았다. 명분은 파업 철회를 설득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도 있었다. 이상민 장관은 "공권력 투입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며 "투입 시기는 워낙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압박에도 노조는 임금 30% 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등 요구 조건들이 수용될 때까지 파업을 접지 않을 태세다. 여기에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도 20일 서울과 거제에서 동시 총파업을 예고하며 지원사격에 나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상황이 파국으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몫이며, 이는 정부를 향한 노동자·민중의 거대한 투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경찰도 공권력 투입을 위한 수순을 진행 중이다. 기존 거제경찰서 전담수사팀에 경남청 광역수사대 등 수사 인력 18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경남경찰청 요청에 따라 부산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를 20일부터 파업 현장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 현장인 조선소 독 주변이 경비 작전을 펼치기에 위험한 지역이라, 공권력 투입 시 인명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형수 하청지회 지회장은 "현재 유 부지회장은 시너 2통까지 지니고 있어 공권력이 투입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지회장은 그러면서 "공포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빵을 훔치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노사 양측은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이달 23일 이전에 협상이 타결돼야, 이번 파업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2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2주간 여름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노사 양측 모두 교섭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원청과 하청을 포함해 4자 회담을 진행 중인 노사는 일부 쟁점에 대해선 의견차를 좁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임금 부분에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저녁 노조가 일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끝장협상'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최종 타협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51614.html
윤 대통령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중재커녕 강경몰이 한발 더 (경향, 김미나 박수지 선담은 기자, 2022-07-19 22:45)
윤 정부, ‘경제살리기’ 명목 친기업 정책 노골화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대응 노동정책 시험대
지지율 수세 국면 전환용?…거센반발 초래할수도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 사태와 관련해 공권력 투입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그 시기는 언제인지’ 질문을 받고 “산업 현장에 있어서, 노사 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전 국무회의에서도 “불법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노사를 불문하고 산업 현장에서 법치주의는 엄정하게 확립돼야 한다”며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이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042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정말 ‘불법’일까 (매노, 강예슬 기자, 2022.07.20 07:30)
목적·절차 갖춘 합법, 점거농성은 다툼 여지 … “‘점거농성=불법’ ILO 87호 협약 어긋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자원부 장관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불법파업’으로 명명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으로 노동선진국이 됐다는 정부 주장과는 반대로 ‘불법파업’ 낙인으로 간접고용 노동자가 노동 3권조차 보장받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쟁의조정 절차 거친 ‘합법’파업”
우리나라에서 합법파업은 무수한 장애물을 건너야 얻을 수 있는 명칭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파업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방법과 절차도 법에 정한 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파업 목적은 근로조건의 향상만 해당한다. 대개 임금·근로조건 사항을 놓고 충실한 협상을 했는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만 파업할 수 있다. 민영화 반대 같은 목적의 파업을 하면 현행법으로는 불법이다. 쟁의조정 절차도 거쳐야 하고 조합원 동의도 얻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은 합법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지회는 올해 22개 협력사와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최초로 진행했고, 지난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거쳤고, 정식으로 쟁의권을 획득한 상태다.
원청사업장 안 하청노동자 파업도 원칙적으로 합법이다. 대법원은 2020년 9월 검찰이 공공운수노조 수자원공사지회를 업무방해와 퇴거불응죄로 기소한 사건에서 하청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은 업무방해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도 지난 15일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유최안 부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채권자의 공정(건조, 진수 일정 포함) 또는 채권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은 지회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판례상 배타적 점검농성은 불법” vs
“사법부 최종 판단 없이 ‘불법’ 규정 안돼”
물론 위법성을 다퉈야 할 지점은 있다. 유최안 부지회장과 지회 조합원 6명의 1도크 점거농성이다. 지회는 지난달 2일 조선소 안 8개 거점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형태로 파업을 해 왔지만, 사측 관리자 집단과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자 1도크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대법원은 1990년 10월 “근로자들의 직장점거는 사용자측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조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 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기업 시설을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유하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노조법에는 점거행위를 할 수 없는 시설을 대통령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에 이를 열거했는데, 그중 이번 파업과 관련해서 해당하는 조항이 있는지 따져볼 여지는 있다. 통영지원은 지난 15일 가처분 신청에서 노조법이 정한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민변은 이날 성명에서 “대법원은 하청노동자의 원청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폭력 또는 파괴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점거농성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파업투쟁 과정에서 일부 위법사항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곧바로 부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합법·불법 논란과는 별도로 정부가 ‘불법파업’ 운운하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동 변호사(금속노조 경남법률원)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쨌든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를 잘 조율해 나가야 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며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없는 상황에서 불법이다, 아니다를 단정 지은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 문제는 현재 파업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전체 하청노동자 처우 문제가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제기준은 사업장 점거 보장”
지난해 국회 비준을 거쳐 이달 28일이면 발효 100일을 맞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에 관한 협약)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ILO 기본협약을 비준한 상황에서 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이라며 “큰 손실을 끼쳐서 불법이라는 표현도 하는데, 원래 파업·쟁의행위라는 것은 업무의 정상적 행위를 저해하는 행위로 손실을 수인하는 것이고 손실이 많이 난다고 불법은 아닌데 그런 식으로 몰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는 “기본협약 87호가 보장하는 파업권은 직장점거도 합법적인 형태로 인정한다”며 “살인·방화·테러 등 극단적 방식이 아닌 평화적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쟁의행위 후 노동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하는 관행에 대해 “우리나라가 국제노총(ITUC) 노동권 지수에서 매년 최하등급인 5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라며 “쟁의행위에 형법이나 민법을 적용해 사실상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적법이냐 위법이냐를 떠나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정부가 진압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 관한 바로미터 될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문제는 전체 간접고용 노동자의 권리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철폐연대 활동가는 “굉장히 많은 노동자들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을 지켜보는 이유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정당한 파업권을 행사했을 때 그것이 어떻게 가로막히는지, 이후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공권력 투입 운운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인 모든 파업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심지어 노조법상 절차를 다 거친 합법파업이 불법파업이라고 하고 탄압의 명분을 만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720053200052?input=1195m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장기 파업사태 노사 의견 좁혀 (거제=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2022-07-20 10:20)
임금 인상 폭 좁히고 내년 임금 인상안 조율…"적극 협의 중"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의 해결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하청업체 노사는 지난 16일부터 대우조선지회 중재로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해 이견을 좁히고 있다.
노사는 임금 30% 인상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전날 사측 4.5% 인상, 노측 5% 인상으로 폭을 좁혔다. 다만 노조가 내년 1월 1일부터 임금 10% 인상을 요구해 이를 두고 조율 중이다.
이 외 노조 전임자 지정 등 노동조합 활동 인정을 두고도 노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동행한 노동부 담당 과장이 대우조선에 남아 의견을 듣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공권력 투입 등도 거론되는 상황이라 속히 사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노사가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다"고 전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7201128001
“장사? 안 돼도 파업노동자 응원할래요” 조용히 지지하는 거제시민 (경향, 김현수 기자, 2022.07.20 11:28)
“장사? 안 되죠. 그래도 응원해요. 하청업체 노동자들 돈 못 받는 거 거제사람 다 아는데 뭘.”
지난 19일 오후 8시쯤 경남 거제시 아주동 식당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 수준을 거제도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했다.
그는 올케인 B씨와 이곳에서 지난해 장사를 시작했다. 거제도에 자리를 잡은 지는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도 동생도 타지에 있다. 일자리를 찾아 거제도에 자리 잡았지만, 다시 일자리를 찾아 거제도를 떠났다. 그는 “조선소 시급이 최저임금과 비슷한 9200원이라고 들었다. 식당 아르바이트도 시급이 1만2000원인데 파업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주동의 한 중국집에서는 임씨의 말처럼 첫 직장이었던 조선소를 그만두고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C씨는 조선업을 ‘개고생하고 푼 돈 받는 직업’이라고 평가하면서 첫 직장을 그만둔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더울 땐 더 더운 곳에서, 추울 땐 더 추운 곳에서 일하는 게 조선업”이라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식당에서 일해도 받는 임금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업은 지난해 대규모 수주로 호황을 맞았지만, 인력난을 겪고 있다. 6~7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 당시 조선업을 떠난 숙련공들이 돌아오지 않아서다. 정확히는 조선업 하청업체 숙련공들이다. 2015년 말 13만3346명에 달했던 조선업 하청 인력은 2022년 2월 기준 5만1854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파업 노동자들은 정부가 공권력 투입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불법파업 주장에 대해 “이번 투쟁의 핵심은 불법 파업이 아니라 하청노동자의 저임금”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원청의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가 파업과 고용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한다.
식당 주인 D씨도 원청 직원과 하청 직원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고 했다. 똑같은 일을 해도 하청노동자들에게 떡은커녕 ‘콩고물’도 안 떨어지니 일할 이유가 없다고 성토했다. 10년 전까지 그도 조선소 하청업체 직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다고 했다. D씨는 “파업을 하는 분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에 파업까지 이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노조도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E씨는 단골손님이 사라져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 조선업의 열악한 처우 탓에 모두 경기 평택시의 육상플랜트 건설 현장으로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E씨는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평택에서는 월 700만원은 번다고 하더라”며 “여기선 300만원도 못 번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F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파업을 두고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원청이든 하청이든 우리 손님은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며 “노동자가 돈을 많이 벌어야 장사도 잘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은 “한 번씩 식사할 때마다 식당 주인께서 여기서 절대 멈추면 안 된다고들 한다. 열악한 처우에 하청노동자들이 거제도를 떠나고 있는걸 알기 때문”이라며 “같이 살고 싶어서 7년 전에 빼앗긴 임금의 원상 복귀를 요구하고 있을 뿐인데도 어느새인가 누군가에 의해 우린 ‘귀족노조’로 둔갑해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1667.html
[편집국에서] 거기, 사람이 있다 (한겨레, 이세영 | 전국부장, 2022-07-20 13:34)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유최안이 1㎥ 쇠우리에 제 몸뚱일 가두며 철창 밖에 적어 붙인 구호는 비장하고 서늘하다. 유최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끌려나가지 않을 공간이 필요해 만든 게 이 감옥”이라고 <시사인>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대로는 살 수 없어’ 옮겨간 공간이 도무지 그대로는 살 수 없어 보이는 한여름의 0.3평 철창이라니.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매한가지임을, 철창 밖 삶이 철창 안 삶과 다를 바 없음을 유최안은 온몸으로 증언하려 했던 것이라고 감히 나는 짐작해본다.
그의 철창 밖 삶이 어떠했는지는 소상히 알지 못한다. 다만 유최안이 속한 하청노조지회가 파업을 시작하며 내건 요구 두 가지를 보면 그들이 처했던 상황이 어렵잖게 그려진다. 그들 요구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30%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이다. 올랐어도 부족할 임금이 5년 새 3분의 1 가까이 깎여나가고,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에 회사는 완강하게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는 얘기다. 조선업계의 고질인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20~30년 경력의 숙련노동자도 한달 200만원 안팎의 저임금을 감내해왔다는 지역언론 보도도 눈에 띈다.
우려스러운 건 유최안과 하청노조의 점거농성에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반응이다.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되어선 안 된다.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대통령의 19일 출근길 발언이다. 집권당 임시대표 권성동은 한술 더 떴다. “정부는 더이상 주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치외법권 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19일 원내대책회의 공개발언) 사회적 갈등을 조율하고 중재해야 할 정치인 입에선 결코 나와선 안 될 말이다. 사법기관도 아닌 집권당 수뇌부의 인식이 어쩌면 저리 무모하단 말인가.
그 무모함은 타인의 행동을 ‘합법’과 ‘불법’의 눈금만으로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들이 볼 때 하청기업에 고용된 자들이 원청기업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원청기업에 말을 걸 자격은 법이 그 권리를 인정한 원청노동자들에게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듯 법은 ‘자격 있는 자’와 ‘자격 없는 자’를 구분하고, 후자의 목소리를 ‘사람의 말’이 아닌 ‘들려도 이해되지 않는 소음’으로 간주해 인지와 공감의 영역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들의 존재 자체를 감각의 세계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최안과 하청노조지회의 ‘도크 점거’는 존재가 지워진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 ‘난입’이었다.
‘난입’의 사전적 의미는 “허가 없이 함부로 뛰어듦”(<표준국어대사전>)이다. 눈길을 끄는 건 뜻풀이에 따라붙는 용례 소개다. “그는 폭도들의 난입을 막다가 부상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난입이라는 행동의 주체를 ‘폭도’로 적시해 그것이 자격 없는 자, 무법자의 난동이란 의미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윤석열, 권성동의 인식과 판박이다. 우리 사회의 평균 인식이기도 하다. 이 관점에서 본 난입은 금지와 제재의 대상이다. 문제는 난입을 하지 않고선 ‘있음’ 자체를 드러내기 힘든 이들이 우리 곁에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유최안과 하청노동자들의 처지가 정확히 그러하다.
다행히도 ‘유최안들’의 난입은 작지만 소중한 효과를 빚어내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움직이고 정치권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유최안과 조합원들이 농성 중인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연대 미사’를 열었다. 미사 참석자들이 든 손팻말에는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낯익은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이 말은 원래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불타는 망루를 바라보며 절규하던 철거민의 것이다.
확실한 사실 하나는 평범한 시민들 다수가 조선업 하청노동자의 존재와 처지를 인지하고 연민과 공감의 시선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23일엔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 2000명을 태운 희망버스가 거제로 떠난다. 그들을 불러모은 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절규하듯 되묻는, 살아 있는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다. 그러니 우리, 멀리서라도 말하자. 거기, 사람이 있다고.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라고.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024
대우조선 파업 무관심하더니, 대통령 한마디에 정부·사측 편들기 ‘우르르’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07.20 14:09)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6월2일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원상회복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원청 대주주 산업은행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파업 21일째인 6월22일부터는 하청노동자 7명이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 들어가 점거농성을 시작했고, 이 중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운반선 바닥에 철판을 용접해 1㎥ 남짓한 철제구조물 안에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노사교섭이 1년 지나도록 진전이 없자 선박에 올라 파업에 나선 것입니다.
하청노동자 파업 이후 뜸하던 언론보도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14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선박 점거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경고하자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7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도량이 더 늘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합법” VS “불법” 입장차 뚜렷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선박 점거농성 시작 당일인 6월22일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하청노조 파업을 “불법행위”라고 비판한 다음 날인 7월15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 신문 지면부터 살펴봤습니다. 보수언론·경제지 등은 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사측과 정부입장을 전하는 데 앞장섰고, 경향·한겨레는 노조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던 이유에 이어 정부와 산업은행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습니다.
해당 기간 대부분 신문은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가 <대우조선 하청노조 선박점거 농성에… 진수작업 중단>(6월23일 이건혁 기자)에서 처음 관심을 보였으나 첫 문장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건조가 거의 마무리된 선박을 점거해 진수(進水) 작업이 중단됐다”며 파업으로 중단된 작업에 무게를 실었고, 한겨레가 1주일 뒤 <‘1㎥ 철장’ 속의 하청노동자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6월29일 안태호 기자)에서 처음으로 파업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조선일보는 7월2일부터 ‘무법천지 노조공화국’ 기획보도를 하며 첫 기사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다뤘습니다. 노조 파업에 뒤늦게 관심을 보인 측면도 있지만 기획보도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노사 상생의 해법을 찾기보다는 노조를 공격하며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내용이 다수입니다. 이날 1면에 <협력업체 120여명 불법점거에 세계최대 독 마비>(7월2일 김강한 기자)를 싣고 “진수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협력업체 직원들이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면서 독 내부에서 농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조선일보는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 탓에 한국의 노사 관계는 이미 병들 만큼 병들었다”며 노동계에 책임을 떠밀고, “불법 파업에 공권력이 느슨하게 대응한 결과 과격 파업이 반복되고 있다”는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의 발언을 전해 마치 공권력 개입이 해결방안인 듯 제시했습니다.
3주간 방송 보도 5건 불과
같은 기간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와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4사의 저녁종합뉴스는 손에 꼽을 정도로 관련 보도량이 적었습니다. 그조차도 7월 14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에게 파업 중단을 촉구하자 방송 보도가 시작됐는데요.
KBS?TV조선?MBN이 이를 보도했고, TV조선과 MBN은 정부와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 노조 파업을 부정적으로 전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특히 TV조선은 방송사 중 대우조선해양 파업 소식을 가장 많이 다뤘는데 3건 모두 사측과 정부 입장 위주로 보도했습니다. TV조선 <“점거 농성은 명백한 불법”… 공권력 투입?>(7월14일 박상현 기자)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점거농성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는 단호했습니다”, “조선소 점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습니다”라며, 이를 “경찰 투입과 같은 강경 대응의 사전 조치”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보도는 KBS와 사뭇 다른데요. KBS는 <점거 농성 장기화… 정부 “중단해야”>(7월 14일 홍성희 기자)에서 하청노동자 노조의 농성 상황과 요구사항을 전하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담화문에 대해 “정부가 오늘 처음 입장을 냈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불법행위라며 중단을 촉구했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 발언 이후 보도량 급증
해당 기간 미미했던 언론 보도량은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발언 이후 급격히 늘었는데요. 윤 대통령은 7월18일 오전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와 관련해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하고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정부는 당일 오후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5개 관계부처 장관 명의로 발표한 공동 담화문에서 “이번 불법점거 사태는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대다수 근로자와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 조선이 지금껏 쌓아 올린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밝혔는데요. 여권 역시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비판에 나섰습니다.
하청노동자 파업에 무관심하던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경향신문·중앙일보는 이전 20일간 보도보다 7월19일 하루에 낸 보도량이 더 많았고, 무보도로 일관하던 방송도 7월18일 당일 1~3건씩 보도하며 주요 이슈로 다뤘습니다.
중앙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관계부처 장관 사진 1면 게재
특히 윤석열 대통령 발언 다음날인 7월19일 경향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매일경제·한국경제 등은 지면 1면에 해당 소식을 전했는데요. 각 언론의 논조는 이번에도 크게 갈렸습니다.
조선일보는 <윤대통령, 긴급 장관회의 지시 경찰청장은 헬기 타고 거제로>(7월19일 최경운·김동하 기자)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특정 현안에 대해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지시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19일 오전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로 내려가 대우조선해양 상공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강조했는데요. 점거 농성이 시작된 지 20여 일이나 지나 뒤늦게 관심을 보인 대통령과는 다르게 급박히 정부가 움직이는 듯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4면에 <5개부처 장관 “대우조선 파업 엄정대응” 공권력 투입 경고>(7월19일 전주영·이건혁·신동진 기자)를 싣고 “윤 대통령의 긴급장관회의 소집 지시와 이어진 담화는 정부의 마지막 경고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공권력 투입을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윤 대통령 “산업현장 불법 종식” 대우조선 ‘경찰력 투입’ 긴장감>(7월19일 박태우·박종오·배지현·박수지 기자)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하청노동자 파업 중재커녕 압박”이란 소제목을 달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관계부처 합동담화문을 발표하며 “‘불법’이라는 단어를 12번 언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1면에 쓰인 사진 역시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관련 부처 장관들의 모습을, 한겨레는 파업에 참여한 시민의 모습을, 경향신문은 정부와 노조 둘을 모두 배치해 차이를 보였습니다.
중앙일보, ‘쌍용차’ 언급하며 강경 대응 주문
보수언론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강압적인 공권력 투입을 주문했습니다. 중앙일보는 헬기와 기중기 등을 동원해 폭력진압에 앞장선 경찰의 쌍용차 사태 진압까지 거론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법과 원칙 따라 엄정 대응을>(7월19일)은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점거농성은 합법의 틀에서 벗어났다”며 “쌍용차 노조의 긴 투쟁의 결과를 대우조선 하청노조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하청노조의 점거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는데요.
매일경제 역시 <사설-국민 돈으로 살린 대우조선, 노조가 사지로 몰고 정부는 엄포만>(7월19일)에서 “하도급업체 노조가 사지로 몰아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엄포만 놓을 뿐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며 정부에 “한심하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변죽만 울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모든 채널을 총동원해 불법 점거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향·한겨레 “하청 구조적 문제 살펴야”
이와 달리 한겨레 <사설-조선업 생태계 붕괴 위기, 하청노동자 파업 탓만 할 건가>(7월19일)는 “하청업체들에 협상 여력이나 자율성이 없다는 건 업계에서는 다 아는 사실”임에도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하청업체들에 교섭을 떠밀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태를 방관해오던 정부와 여당이 한날 파업노동자들을 공격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내비친 것”이라며 “강경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중재, 나아가 조선업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는 근본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하청구조는 놔두고 대우조선 파업 불법 규정한 윤 대통령>(7월19일) 또한 정부가 사안을 표면적으로만 살펴 “파업 사태의 책임을 노조 탓으로 돌린 것”이라며 “조선업의 70%인 비정규직, 다단계로 쪼개진 하청구조, 저임금 등 구조적인 원인”은 외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제적 손실과 조선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만 강조할 뿐, 대우조선해양과 실질적 주인인 산업은행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점은 모른 체했다”며 “파업을 빌미로 민주노총을 때리면서 국면전환을 노리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자 파업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한겨레 <1㎥ 감옥투쟁 ‘하청’ 절규에도… 대우조선·대주주 산은 ‘모르쇠’>(7월11일 신다은·방준호·안태호·전슬기·조윤영 기자)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 주주 한국산업은행, 정부와 여당은 사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며 “사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이 대화에 임하지 않는 것은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의 발언을 실었습니다.
경향신문도 <사설-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농성 불법 규정한 정부, 대화로 풀기를>(7월14일)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해놓고도 이번 파업은 하청업체의 노사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다”며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의 도급단가(기성금)를 올려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은이 결단해야” 하고, “정부도 파업의 불법성만 강조하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임금·특수고용·하청 노동자일수록 교섭의 힘은 더 작고, 이들의 불안정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은 더욱 필요합니다. 저임금-중노동을 당연시하며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터로 돌아올 수 있게 중재하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0461
노동법률단체, “대우조선 원청의 교섭거부, 여지없는 부당노동행위···사용자 책임져야” (노동과 세계, 조연주 기자, 2022.07.20 14:53)
노동법률가단체 긴급 기자 간담회 ‘대우조선의 원청 사용자 책임 부정이 근본 원인’
정부·여당, 사태 근본적인 해결을 도외시하고 대우조선해양 불법을 방치하고 있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대우조선 원청의 사용자 책임 부정이라는 논의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의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조법상의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대우조선의 원청 사용자 책임 부정이 근본 원인이다’-학계, 노동법률가단체 긴급 기자 간담회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 20일 오전 10시30분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주최한 자리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온 것이다.
노동법률가들과 학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며, 법률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라고 하면서 하청노동자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노조법상 사용자 여부 검토해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형성 및 작업배치, 업무방법, 노동안전 기준 설정과,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실질적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SAP시스템 등을 활용해 선박 건조에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내용 전반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점검·관리했고, 하청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작업방법도 통제, 실질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의 휴일, 휴가, 특근 등 작업일정도 정하고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같이 하청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하청 노동자들과의 관계에서 노조법 상 사용자임이 명백하고 하청 노동조합이 요구한 교섭사항(임금, 성과급, 학자금, 노동조합 활동, 산업안전관련 사항 등)과 관련해서는 더욱 더 강하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지회에 대한 교섭 거부는 어떠한 여지도 없이 노조법 제81조 제3호 상당의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 3권 보장과 현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이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하청지회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교정한 정부를 향해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단체교섭 사항 등 근로조건 등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제지나 합당한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있다"고 비판했다.
하청 노동조합의 불가피하고 절실한 투쟁의 일부 불법성만 부각하며 강경 대응만을 외치는 정부·여당의 행태는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도외시하고 대우조선해양의 불법을 방치한 채 하청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https://m.khan.co.kr/local/Gyeonggnam/article/202207201505001#c2b
등떠밀려 ‘맞불 집회’ 나온 대우조선 노동자 “부끄럽고 미안하다” (경향, 김현수 권기정 기자, 2022.07.20 15:05)
노동자들, 사측 ‘맞불 농성’ 독려 탓 시위 동참
협력업체, ‘인간 손잡기’ 참여 메시지 보내기도
“윤 대통령 ‘공권력 투입’ 발언, 노노갈등 키워”
A씨는 “힘들고 위험한 조선소 일을 해가며 한 달에 손에 쥐는 게 300만원 안팎이다. 그런데 강성귀족 노조란다. 기가 찰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 이어 “가정이 있다는 핑계로 (파업에) 동참은 못 했어도 돌은 던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하자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동료 4명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40대 B씨도 파업을 벌이고 있는 하청업체 노조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파업에 동참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지,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를 왜 모르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이 힘들 때 끝까지 남아서 조선업을 지탱했던 하청일꾼들을 불법집회를 벌이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일부 언론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한 번이라도 직접 나와서 조선업의 실상을 파악했으면, 한 번이라도 노동자 이야기를 들어 봤다면 나올 수 없는 기사”라며 “원청직원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되는데 4000~5000명이 거리에 나와서 시위하느냐. 다들 회사 측에서 시위에 나가라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선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202120015
6년간 일터 떠난 하청노동자 7만명 넘어…고용불안에 벼랑 끝 파업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20 21:20)
전 정부 5700억 투입에도 인력 확보 위한 임금 인상 해결 못해
윤석열 정부, 조선업 구조적 문제 언급 않고 “불법”만 내세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지난달 2일부터 벼랑 끝 파업을 진행 중이다. 하청노동자들의 ‘끝장 파업’ 배경에는 조선산업의 침체, 이로 인한 고용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5~6년 동안 일터를 떠난 하청노동자만 7만6000명이다. 경력 10년이 넘는 숙련공도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산업 침체에 따라 고용 사정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2016년부터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최소 570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고용지표는 나아지지 않았다.
노동부가 2019년 작성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추진성과’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16년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5700여억원을 투입했다. 이 중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고용유지 관련 지원금이 2200여억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고용유지지원금 689억원, 사업주 직업훈련 지원 218억원,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19억4000만원, 고용·산재보험료 납부기한 연장 및 체납처분 유예 1307억원 등이다.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금은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18억원, 구직급여 신규 신청 3544억원이었다. 노동부는 “사업별로 예산을 편성해 우대지원을 한 것과 달리, 구직급여 신규 신청은 일반적으로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을 상실한 노동자들이 수령한 금액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통해 “조선업 침체 시기 사업주·노동자의 고통 경감과 재도약 지원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인력 확보를 위한 임금 인상 여력 부족 등을 지적했다.
정부는 2019년 3월 ‘조선업 인력수급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고용정책심의회는 2019년 12월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을 연장하면서 “조선업계에 재하도급을 금지 또는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2020년 2월6일 이재갑 당시 노동부 장관은 거제조선업희망센터에서 조선업계, 자치단체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열고 “수주량 불안정성 등으로 원청 및 1차 협력업체가 직접고용을 줄이고 2차 재하도급을 활용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조선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숙련기술 축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정책심의회가 권고한 대로 조선업계가 직접고용을 늘리고 재하도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노동부 입장은 달라졌다. 이정식 현 노동부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고용구조 문제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연일 ‘불법’만 내세우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특별고용지원업종은 고용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는 제도로 근로자들을 해고시키지 않도록 지원을 해줬다. 일감이 없거나 임금 수준이 맞지 않아 스스로 그만둔 경우까지 담당할 수는 없다”며 “업종 지정 기간에 대량해고가 없었고 현재 수주가 늘어난 부분으로 볼 때 제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51900.html
“윤 대통령, ‘손배 당연하다’ 생각”…대우조선 해법에 걸림돌 되나 (한겨레, 서영지 김미나 기자, 2022-07-21 18:05)
윤석열 정부, 강경 기조 고수
“면책 관행 계속되면 불법 반복”
윤석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강경하게 ‘법대로’를 강조하면서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노조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사는 손해배상 면책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빨리 불법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점거 중단’을 촉구했다. 여당은 “불법과 폭력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며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66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강성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 불법에 대한 미온적 대응은 불법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이 장악한 사업장은 대한민국의 치외법권 지대, 불법의 해방구가 됐다”며 민주노총을 “사업주와 비조합원들에게 갑질과 폭력을 일삼는 조폭식 이익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여당이 ‘불법 파업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협상은 꽉 막혀 있다. 노조는 이전의 관행대로 조선소 시설 점거에 따른 회사 쪽의 손해배상 소송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에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대주주가 산업은행인 만큼 세부 협상 과정에서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불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으면 파업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사 간 갈등이 생기면 민형사상 면책하던 관행이 있었고,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 그 불법이 반복된다. 배임 문제도 있어서 손해배상 소송을 걸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이 문제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건은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어느 건은 준수하지 않을 수 없다”며 “(파업) 수단이 명백히 불법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이 뒤따르는 건 당연하다는 게 우리 당과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파업 이후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배소송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억압하려는 ‘전략적 봉쇄’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법대로’ 손해배상을 진행해 향후 ‘불법 파업’을 ‘예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공권력 투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권력 행사 등이 현재 상황에선 우선적인 옵션일 수는 없다”면서도 “쟁점이 많이 좁혀졌기 때문에 잘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790916
산은 "손배소 문제는 대우조선이 결정할 사항"…'역할론'에 거리두기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2022-07-21 18:08)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사협상서 '손배소' 쟁점
노조는 대우조선 최대주주 '산은 역할론' 강조
산은은 "현 상황 우려"라면서도…거리두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사 협상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파업 손해배상 면책 문제와 관련해 "대우조선의 손해배상 청구 여부는 회사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21일 CBS노컷뉴스의 질문에 "현 상황을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정부 관계 부처와 협력해서 산은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진통을 겪고 있는 노사 협상이 출구를 찾으려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은이 적극적으로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쟁점에 대해서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전날 하청 노사의 교섭에선 노조가 임금 원상 회복 문제와 관련해 사측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이견이 좁혀지는 듯했지만, 노조의 파업 손실 관련 손해배상 면책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는 수용 의사였던 사측이 입장을 갑자기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개된 협상의 쟁점으로 손해배상 면책 문제가 부각된 배경이다.
임금 원상회복 문제에 대해 한 발 양보 의사를 보였던 노조는 하청업체 측뿐 아니라 원청인 대우조선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영손실을 이유로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만큼, 원청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원청 측에선 소송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 외 다른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기 때문에 사측과 산은 양자 만이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096
손배소송 제기 안 하면 배임?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다” (매노, 강예슬 기자, 2022.07.22 07:30)
노동자 벼랑으로 모는 손배·가압류 … “대우조선, 노동자에 책임전가”
2014년 11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 당시는 법원이 그를 포함한 노동자 122명이 2010년 7월 현대차 울산공장 점거농성한 것과 관련해 현대차에 17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직후였다. 현대차는 신규채용에 응한 이들에게는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지만, 이를 거부한 이들에게는 손해배상 소송을 유지했다. 노동자를 상대로 한 기업의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어떻게 악용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평생 벌어도 갚을 수 없는 배상액에 노동자는 움츠러들고, 손발이 묶인다. 노조활동도 포기한다. 기업이 바라는 시나리오다.
이 일이 있은 뒤 8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를 옥죄는 기업의 손해배상·가압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하청노동자가 파업을 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서 하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단은 배임죄 성립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제안한 ‘민·형사상 책임 면책’을 거부했다. 면책 합의를 하면 배임죄로 처벌받는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럴까.
“민·형사상 면책 합의
‘못’ 아닌 ‘안’ 하는 것”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장)는 “농성을 정리하거나 (노사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면책 합의가 수없이 많이 이뤄졌다”며 “이런 면책 합의를 가지고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는커녕 수사가 된 사례는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광주형 일자리 선도기업이라 불리는 자동차 부품업체 ㈜호원이 그 사례 중 하나다. 금속노조 호원지회는 지난해 3월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농성을 했는데, 농성 닷새 만에 노사는 해고된 노조간부의 복직, 노조 관계자에 대한 모든 징계 취소 등을 포함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용자쪽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는 2014년 8월18일 사내하청 노동자가 근로자지위확인·체불임금 청구소송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한 자에 한해 회사가 민·형사 소송을 즉시 취하한다고 합의했다. 당시는 불법파견 혐의를 받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농성을 벌여 회사쪽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시달리던 때였다.
현대차 사례로 봤을 때 민·형사상 책임 면책 합의는 회사가 하지 못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안’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대법원에는 현대차가 취하하지 않은 손배 소송이 4년째 계류 중이다. 이 사건을 대리하는 정기호 변호사(금속노조 울산법률원)는 “현대차가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점거농성에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투쟁을 위축시켰듯이 (대우조선해양쪽이) 손해배상 소송 청구를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왜 하청노동자가 파업을 했는지 초점 맞춰야”
노조활동을 한 노동자들에게 기업이 손배·가압류 소송을 하면서 내세우는 근거는 1994년 대법원 판결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조는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사용자가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1994년 대법원은 “민사상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국한된다”고 해석했다. 정당한 쟁의행위 요건을 충족하려면 쟁위행위 절차상 제한규정은 물론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쟁의수단의 정당성까지 충족해야 한다.
힘이 약해 벼랑 끝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손해배상 위험을 감수하고 투쟁을 하거나, 권리 찾기를 위한 노조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배경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노동쟁의 정의 규정을 확대하고 노조행위 등으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 진전 없이 국회 계류 중이다.
김유정 변호사는 “면책합의를 하는 것은 투쟁을 마무리해 회사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그건 하나의 경영 판단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두고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전혀 법리에도 맞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윤지선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활동가는 “노사갈등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책임은 회사에 있는데, 소가 제기되기도 전에 노동자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며 “왜 하청노동자가 파업을 했는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68MCUBN45
대우조선 하청 연봉, 원청의 40%…이대론 파업의 굴레 (서울경제, 세종=양종곤 기자, 2022-07-22 12:02:59)
하청 월급 200만원 가정 시 차이보니
원하청 임금 격차 등 이중구조 심화
노조 사업장만 임금 오르는 악순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51일째 파업은 하청 근로자의 삭감됐던 임금 회복 요구로 촉발됐다. 여기에는 원하청간 임금 차이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두드러진 임금 양극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파업 중인 하청 근로자들은 월 2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고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청업체는 조선업 불황 당시 깎였던 임금에 대한 정상화를 요구한다. 이날도 '철창감옥’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월급이 200만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다만 조선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숙련, 작업 형태에 따라 임금이 천차만별이다.
월 200만원(연 2400만원)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평균 직원 연봉의 35.8%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은 8625명의 1인 평균 연 급여는 6700만원이다.
이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원인은 원하청 구조 탓이다. 원청은 하청과 재하청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넘긴다. 하청업체는 원청에 비해 재정 여력이 낮아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도 줄어드는 구조다. 이번 파업도 하청 노조와 하청 사측의 임금 교섭이 불발되면서 벌어졌다. 하청업체는 노조 요구대로 임금을 높여줄 수 없는 경영 상태라고 했다. 저임금을 받고 고위험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도 많다. 이 때문에 하청 노조는 하청 사측이 아니라 원청이 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우려는 이런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임금 인상을 더 쉽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공공, 대기업에 치중됐고, 반대 사업장이 대부분 중소기업인 점도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전국 노조 조직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 조직률은 14.2%다. 1989년 조사 이래 단 한 차례도 20% 선을 넘지 못했다. 10명 중 8명의 근로자가 비조합원으로 노조법에 따른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발간한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년간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대기업의 1인당 월 임금을 100%로 놓고 중소기업 월 임금과 비교한 결과 1999년에는 비율이 71.7%였는데 2019년에는 59.4%로 급감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은 임금과 근로시간에 촛점을 맞췄다. 노동유연성 제고와 같은 급진적인 방법론이 빠졌다는 게 노동학계의 지적이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064
불법으로 ‘토끼몰이’하고 공권력 투입 카드 있다고 ‘협박’하는 언론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2.07.22 14:40)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결국 임금 회복 요구 철회
보수언론 “불법” 낙인 찍자…정부 장단 맞추고 언론 되받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들의 파업이 50일을 넘겼다. 노조는 핵심 요구인 ‘30% 깎인 임금 원상회복’을 포기하고 사측이 고수한 4.5%안을 받아들였지만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는 파업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일부터 경찰 투입이 이어지면서 22일 오전 현재 거제조선소 농성 현장은 긴장 상태다.
“2022년도에 2016년도 연봉을 달라고 말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강봉재 조합원)
“불법이라고 했는데요 뭐. 거기서 (판단은) 끝났죠.” (이광훈 조합원)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하청노동자들은 정부 입장을 전하는 언론보도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애초에 언론 보도가 호의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파업하는 노동자가 받는) 언론의 피해가 컸다는 건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정부와 언론은 파업 옥죄기에 나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수언론은 초기부터 파업을 ‘불법’이라 규정했다. 정부·여당은 같은 수사구를 반복해 노조에 낙인 찍었다. 다수 언론은 사실을 바로잡지 않고 화답했다. 정부 압박에 장단 맞춰 폭력 진압 가능성을 놓고 급박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합법파업에 조선일보, “불법, 불법, 불법” 이미지 씌우기
보수언론은 일찍부터 이번 파업에 ‘불법’ 프레임을 씌웠다. 특히 조선일보는 파업 자체를 ‘불법’이라고 규정한 기사를 쏟아냈다. 파업이 시작한 2일부터 “공권력 대응도 여전히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하청지회 불법파업”(7일)이라고 규정했다. “대우조선 같은 불법 파업 관행 끊겠다”, ‘대우조선 사무직 독에서 맞불농성 “불법파업 멈춰라”’ ‘윤, 대우조선 사태에 “빨리 불법파업 푸는 게 국민 바람”’ 등이다. 대다수 관련 기사에서 “협력업체 노조의 불법 파업” “이번 불법 파업” 등 표현을 썼다.
채널A는 21일 메인뉴스에서 ‘불법 파업과 헤어질 결심’이란 제목의 앵커 브리핑을 했다. ‘대통령 “불법파업, 장관 나서라”’(중앙일보), ‘대우조선 하청지회 불법파업 50일째’(아시아경제)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합법이란 사실은 이미 여러 언론이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는 20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지회가 올해 처음으로 22개 협력사와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해 지난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회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정식 쟁의권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와 주류 언론이 사실관계가 틀린 표현을 쏟아내면서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그 자체로 ‘불법’ ‘막무가내’ 이미지를 덧입었다.
보수언론은 유최안 부지회장과 지회 조합원 6명의 1도크(선박건조공간) 점거농성에도 비난을 높였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거제조선소 1도크 탱크톱 바닥에 철판을 용접해 0.3평 ‘감옥’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간 지 한 달이 됐다. 조합원들은 10m 높이의 스트링거(난간)에 올라 농성 중이다. 지회는 다른 노동자들과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점거 농성이 불법인지는 법적 다툼의 대상이다. 통영지원이 지난 15일 1도크 쟁의행위 등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한국이 발효시킨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에 관한 협약)는 직장점거를 합법 형태로 인정하고 있어 현행법제가 국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논란이 크다.
현장 폭력 행위…“대우조선이 하면 합법”
하청노동자들은 이들 보도에 “노동자가 해서 불법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언론 조명이 닿지 않는 현장에선 시시각각 원청 관리자(직반장)들의 폭력과 기물 파손 행위가 벌어진다고 했다.
산업은행 앞 농성장을 지키던 발판공 이광훈씨와 단식 농성 중인 용접공 강봉재씨는 거제조선소 현장에서 원청 관리자가 자재 위에 올라 현장을 찍는 조합원을 위력으로 끌어내린 뒤 그의 핸드폰을 바닥에 힘껏 던지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여줬다. 그는 “누가 댓글에 그렇게 달았더라고요. 노동자가 하면 불법이고. 경영계가 하면 합법이냐고”라며 씁쓸해했다.
단식 농성 중인 계수정씨(도장)는 “직반장이 칼로 농성 천막 텐트를 찢는다”며 “대우조선은 14일 파업 중단 촉구 ‘인간띠 두르기’ 행사를 하면서는 하청업체마다 10명씩 나오도록 하고, ‘1시간 나와주면 시간을 달아주겠다(잔업수당)’는 공지가 하청노동자들이 포함된 익명 카톡방에 올라오기도 했다”고 했다. 문화일보, 조선일보, 연합뉴스TV, 한국경제 등 다수 언론이 ‘띠두르기’를 대우조선 임직원과 거제 시민들이 참여한 행사라고 전했다.
물리 진압 가능성 시사에 보수언론 기세등등
대통령·정부·여당은 지난 18일 동시에 나서 하청노조 파업을 비난한 뒤 연일 “불법 종식” “엄정 대응”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공권력 투입을 예고했다. 이후 경찰은 농성 현장에 경력을 대거 배치했다. 
일부 언론은 파업의 본질과 거리를 두면서 급박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제목을 쓰며 선정적인 보도를 했다. ‘금속노조 5000명 - 대우조선 4000명 대치…20m 거리 일촉즉발’(동아일보), ‘윤대통령, 긴급 장관회의 지시, 경찰청장은 헬기 타고 거제로’(조선일보) 등이다. 
이런 보도 행태에 언론계에서도 비판과 자성이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1일 성명에서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고 노조의 분열을 선동하는 이들에게 도대체 취재라는 행동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사태를 풀어야 할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에게는 왜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못하는가”라고 물었다. 언론노조는 “무려 11년 전 충남 아산 유성기업 공장에 투입된 공권력의 만행을 기억한다. 언론노조 1만 5천 조합원은 노동정책의 퇴행이자 국가권력의 횡포에 온 몸으로 맞설 것”이라고 했다.
노조 강경몰이 속 ‘연대기금 성공’마저 비난
정부와 언론이 파업을 궁지로 모는 분위기 속에서 막무가내식 노조 때리기 보도도 나왔다. 한경닷컴은 17일 ‘대우조선, 임금 30% 깎는데... 파업 노조는 180만원씩 받았다’ 기사를 냈다. 지회가 임금을 포기하고 파업하는 조합원에 대한 시민 연대기금을 모은 결과 15일 총 2억 7900만원 모금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은 이를 놓고 ‘원청 대우조선 노동자 570명은 파업으로 인해 (부분 휴업으로) 임금 70%만을 받는다’며 노노 갈등으로 그렸다.
일부 언론은 지회가 협상 과정에서 내놓은 민형사상 책임 면제 요구를 ‘욕심’ 내지는 ‘억지’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20일 ‘파업 매출손실 5700억인데… 노조 “민형사 소송 취하하라”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피해액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태로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이 매출 손실 5700억원 포함 7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지만 하청지회는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와 세계일보도 19~20일 보도와 사설에서 같은 주장을 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21일 “사쪽이 (노조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금전 보상보다는 노조 활동 위축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현실을 전했다. 2002년 두산중공업의 손배 가압류로 노조 간부 배달호씨가 조합비와 임금, 살던 집까지 가압류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11년 한진중공업 최강서 노조 조직차장도 사쪽의 손배소에 목숨을 끊었다. 한겨레는 유럽에서는 합법파업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