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포스코 사내하청 불법파견 인정/직고용 대법원 판결 관련 기사

새벽길 2022. 8. 18. 07:06

늦었지만, 의미 있는 판결이라 관련 기사를 옮겨놓는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2/07/667282/
포스코 직고용 판결에…산업계 줄소송 우려 (매경, 문광민 김형주 기자, 2022.07.28 17:36:25)
하청직원 손 들어준 대법 판결에 대혼란
소송 11년만에 근로자로 인정
협력사 직원수만 1만5000여명
직접 고용땐 인건비 부담 급증
경총 "노동시장 현실 반영 못해
글로벌 경쟁력 발목 잡을 것"
대법원이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포스코와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다고 최종 판단함에 따라 노동계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협력사 직원 총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건에서 정년이 지난 4명의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직원들의 청구는 인용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상고심이 진행되는 도중 정년이 도래한 직원 4명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지위가 확인되더라도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각하했다. 앞서 대법원은 해고 무효 확인, 전직 명령 무효 확인 소송에서도 정년이 지났을 경우 "확인 이익이 없다"는 판례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나머지 55명에 대해서는 포스코와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협력사가 해고한 일부 직원들에 대해서도 포스코의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용사업주에게 직업고용 의무가 발생한 후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해도 이런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 간주나 직접고용 의무와 관련된 법률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오랜 시일이 지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아 권리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포스코 협력사 직원 57명은 포스코에 파견돼 근무한 기간이 2년이 넘었으니 포스코의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며 2011년과 2016년에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직원 2명은 근로자 파견 대상이 아닌 업무에 투입됐다며 직접고용 의사를 표시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옛 파견법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한편 이번 판결은 파견근로자와 관련한 경영계 고용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도급 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 생태계 변화, 노동시장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염려했다. 경총은 이어 "도급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 생산 방식"이라며 "특정 제품 자체의 생산을 완성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산공정 일부도 얼마든지 도급 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판결은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파견 제도에 대해 합리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포스코와 하도급 직원들의 관계를 파견법상 '파견 근로'라고 판단하면서 포스코는 승소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이미 제기된 여러 건의 소송을 포함해 향후 '줄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내 협력사는 100곳 내외로 협력업체 직원 수만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포스코 직영 인력 1만7700여 명과 맞먹는 인원이다.
이날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하도급업체 직원 전체를 직고용하라는 취지인지, 특정 범위에 한해 직고용하라는 것인지 판단한 다음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에서 쟁점이 된 MES(제조업생산관리시스템)는 포스코를 비롯한 대규모 제조업체에서 품질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원도급업체가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제조 전 과정이 관리되기 때문에 협력업체에 대한 작업 지시 또한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대법원은 포스코가 도입한 MES를 통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작업 정보가 전달된 것은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라고 간주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2742.html
하청 3500명 직접고용 되나…대법, 제철업 ‘불법파견’ 첫 인정 (한겨레, 신다은 안태호 기자, 2022-07-28 18:03)
대법원 제철업계 불법파견 첫 인정
사내하청 59명 “포스코 노동자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소송에도 영향
원·하청 업무 유사성·유기성 근거
대법원이 28일 제철업계 ‘불법파견’을 처음으로 인정함에 따라,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3558명(금속노조 각 지회 추정)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011년(1차 15명)과 2016년(2차 44명)에 근로자 지위 확인(불법파견) 집단소송을 제기한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을 ‘포스코 노동자’로 판단했다. 1차 소송 제기자들은 주로 강판을 크레인으로 운반하는 일을 했고, 2차 소송 제기자들은 강판 시제품을 옮기거나 아연을 기계에 투입하는 등 제철 공정의 ‘틈새’를 메우는 업무를 맡았다.
각자의 업무는 조금씩 달랐지만 대법원은 ‘유기적인 흐름을 가진 포스코의 제철 공정 특성상 포스코가 하청 노동자 업무를 세세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맡은 강판 운반 업무 등이 압연공정에 필수적인 데다, 여러 업무에 걸쳐 포스코 노동자들과 광범위하게 협업했다는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포스코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그날의 작업 계획과 작업 순서, 작업 수량 등을 세세하게 전달 받아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 하루 작업의 내용을 전달하는 ‘작업표준서’ 역시 명의는 하청업체 것이었지만 이를 검증한 주체는 포스코였다. 대법원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포스코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정년을 맞은 4명을 제외한 55명이 소 제기 11년 만에 포스코 노동자가 된다. 대법원은 이들을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은 ‘파견근로자’라고 판단해, ‘2년 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파견법에 따라 포스코의 직고용 노동자임을 확인했다. 다만 2007년 이전 근무한 52명만 ‘2년 초과 시 이미 고용된 것으로 본다’(2006년12월 개정 전 파견법)는 규정에 따라 이미 고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나머지 3명은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닌 업무를 했을 경우 고용 의무가 발생한다’(2012년2월 개정 파견법)는 규정에 따라 앞으로 포스코가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
대법원은 정년이 지난 노동자 4명에 대해선 포스코와의 고용관계를 확인하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근로자 지위 확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중에는 최초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고,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의 모든 불법파견 소송 실무를 전담한 양동운 전 사내하청지회 지회장도 있다. 정준영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소 각하가 됐지만 2심까지 포스코 노동자임이 인정됐기 때문에 임금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자겸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는 지금이라도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협력업체 직원 모두를 직고용해야 하며, 50년간 착취한 노동 보상으로 이제 사내하청을 직고용하고 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749명이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도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3∼4차 소송은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5∼7차 소송은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지난 2월 인원이 모자라 중단했던 8차 집단소송단 추가 모집도 재개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655명과 당진공장 2154명이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9년 2심에서 이번 판결과 비슷한 근거로 ‘현대제철의 노동자’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들의 업무 내용이 각기 달랐으나, 당시 2심 재판부는 전산관리시스템에 근거한 현대제철의 지휘·감독과 현대제철 원·하청 노동자의 협업 등을 근거로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의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정준영 금속노조 변호사는 “제철소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는 주로 원청 공정에 필수적이거나 주요 공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작업이 단순·반복적이라는 점이 비슷하다”며 “이번 판결이 다른 원고들의 소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207282011025
[사설] 포스코 불법파견 인정 판결, 제조업 하청구조 개선 계기로 (경향, 2022.07.28 20:11)
자동차업계에 이어 철강업계에 만연한 사내하청도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정년이 지난 4명을 제외한 원고들에 대해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스코 노동자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의 잇단 판결이 제조업 하청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번 판결은 사내 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 형식으로 활용해온 제조업계의 오랜 관행에 또다시 철퇴를 가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2010·2012·2015년 현대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파견은 파견사업주(하청)가 노동자를 고용해 사용사업자(원청)의 지시·감독을 받아 원청을 위해 일하는 형태다. 파견법은 원청이 파견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직접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철강·조선 등의 제조업은 파견금지 업종인데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파견을 활용해왔다. 사내 하청노동자는 정규직과 함께,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나 복지에서 차별을 받기 일쑤다. 경기부침에 따른 고용불안도 피할 길이 없다. 최근 끝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처럼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대법원의 잇단 판결에도 기업들이 하청구조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대법 판결에 맞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7월 대법 확정 판결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위아는 소송 무마를 위해 자회사를 세워 지원하도록 한 뒤 응하지 않은 노동자를 전보시켜 문제가 됐다. 대법 확정 판결을 앞둔 현대제철은 1·2심이 불법파견을 인정했음에도 자회사 고용에 응하지 않은 하청업체와의 계약 해지 등 법적 책임 회피에만 골몰한 행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책임 있는 기업들의 자세가 아니다. 기업이 산업생태계의 변화와 노동 현실을 받아들여 하청구조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대법원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인정 판결 기조가 조선업계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2017년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업계 최초의 불법파견 소송이다. 1·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207282113015
“포스코 전산관리시스템은 업무상 지휘·명령 수단” (경향, 이혜리 기자, 2022.07.28 21:13)
대법원 “사내하청도 포스코 소속 노동자”…불법파견 인정
하청 업무, 연속된 공정 판단
작업 평가 반영한 점도 감안
파견법 위반에 ‘직고용’ 취지
업계 관련 소송에 영향 주목
대법원이 28일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해 그동안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불법파견 논란이 제철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하청이 사용하는 ‘전산관리시스템(MES)’을 불법파견 근거로 인정한 대목이 의미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청노동자들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의 핵심은 포스코와 하청업체가 명목상으로는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 파견이었다는 것이다. 도급은 특정 업무를 따로 떼어내 별도 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원청이 지휘·명령을 하지 않는다. 반면 파견은 원청이 하청노동자에게 지휘·명령을 하고, 하청노동자는 원청 소속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한다. 파견법은 사용 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는데, 포스코가 이를 어겼으니 하청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하청노동자들 업무가 압연코일 생산에서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했다. 또 포스코 소속 정규직들의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연속적으로 진행된다고 봤다. 도급과 같이 별도 공정으로 따로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후 공정 간 연속 조업량 증대를 위해 물류의 생산 타이밍(시기) 관리가 중요’ 등 내용이 담긴 교육자료를 배포했다.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작업을 결정하고 일의 결과만 완성할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포스코가 작업표준서와 전산관리시스템인 MES를 통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지휘·명령을 했다고 봤다. 하청업체 명의의 작업표준서가 있더라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그 내용을 정했기 때문에 지휘·명령 관계가 성립한다고 했다. MES는 포스코가 주문받은 정보를 입력하면 작업 내용·장소·위치·순서 등 구체적인 공정계획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이 불법파견 근거로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포스코는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포스코가 하청노동자의 작업 처리 속도를 확인하고 작업 지연을 평가에 반영한 점도 감안했다. 하청노동자의 선발, 승진·해고 등 인사관리, 조퇴·휴가 등 근태관리를 하청업체가 하기는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사정만으로 파견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은 제철업계 불법파견 소송의 ‘리딩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원에서 심리 중인 다른 포스코 불법파견 소송만 원고 수가 800명에 달한다. 현대제철도 3000명 넘는 원고가 참여한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철강업은 다른 업종보다 하청 비율이 높다. 2010년 고용노동부의 ‘300인 이상 사내하도급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31개 철강업 사업장 중 27개가 501개 하청업체를 거느렸다. 이들 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비율은 43.7%에 달했다.
이번 소송에서 노동자 쪽을 대리한 정기호 변호사는 “2010년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나왔을 때 현대차가 망한다고 했지만 더 잘나가고 있다”며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이윤 추구를 할 게 아니라 생산력을 올릴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167
포스코 하청직원 직고용 대법원 판결에 매경 “쇼크” 한경 “대혼란”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2022.07.29 07:41)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경향 “다른 기업 소송에도 영향 받나”
지난해 시작된 인구 붕괴, 2041년엔 인구 ‘5000만 명’도 깨져
조선일보 “저출산 문제, 양육 수당 몇 푼 더 준다고 해결 안 돼”
대법원이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포스코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첫 소송을 낸 지 11년 만에 판결했다. 대법원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8일 광양제철소에서 크레인 운반 작업 등에 종사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제철공정 특성상 하청업체와 포스코가 유기적인 업무를 해왔고, 노동자가 직접 포스코에게 관리·감독을 받아왔다고 봤다.
29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두고 한겨레·경향신문과 매일경제·한국경제는 전혀 다른 내용의 보도와 사설을 냈다.
포스코 하청직원 직고용 대법원 판결에 매경 “쇼크” 한경 “대혼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광양제철소의 열연·냉연·도금 공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한 운반 작업 등을 담당한 이들은 △포스코로부터 그때그때 작업 지시를 받아 크레인 업무를 수행했고 △포스코 직원이 담당하는 업무와 협력업체 직원 업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포스코가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근태 관리, 인원 배치에 관여했다며 ‘포스코 소속 노동자’임을 주장했다”며 “즉 포스코와 하청업체노동자를 지휘·명령하는 ‘근로자파견계약’ 형태였으므로, ‘2년 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파견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해 일한 원고들을 포스코가 직접고용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업 관련 다른 기업들에 제기된 유사한 소송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3558명(금속노조 각 지회 추정)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대법원은 ‘유기적인 흐름을 가진 포스코의 제철 공정 특성상 포스코가 하청 노동자 업무를 세세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맡은 강판 운반 업무 등이 압연 공정에 필수적인 데다, 여러 업무에 걸쳐 포스코 노동자들과 광범위하게 협업했다는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포스코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그날의 작업 계획과 작업 순서, 작업 수량 등을 세세하게 전달받아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판결은 사내 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 형식으로 활용해온 제조업계의 오랜 관행에 또다시 철퇴를 가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2010·2012·2015년 현대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며 “사내 하청노동자는 정규직과 함께,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나 복지에서 차별을 받기 일쑤다. 경기부침에 따른 고용불안도 피할 길이 없다. 최근 끝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처럼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문제는 대법원의 잇단 판결에도 기업들이 하청구조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라며 “현대차가 대법 판결에 맞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7월 대법 확정 판결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위아는 소송 무마를 위해 자회사를 세워 지원하도록 한 뒤 응하지 않은 노동자를 전보시켜 문제가 됐다. 대법 확정 판결을 앞둔 현대제철은 1·2심이 불법파견을 인정했음에도 자회사 고용에 응하지 않은 하청업체와의 계약 해지 등 법적 책임 회피에만 골몰한 행태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대법원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인정 판결 기조가 조선업계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2017년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업계 최초의 불법파견 소송이다. 1·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며 “대법원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기업들이 혼란에 빠질 것만을 우려했다. 한국경제는 1면 기사에서 “이번 판결로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2만여 하도급 근로자의 직고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현재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비슷한 소송 8개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제계에선 불법파견 소송 중인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삼성전자에서도 비슷한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만 명의 하도급 근로자를 직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앞으로 하청근로자의 정규직화가 사실상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만 명의 포스코 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평균 연봉을 가정할 때 2조원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각종 후생복지 비용까지 고려하면 정규직화에 다른 비용 부담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라며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내하도급 인력을 쓰지 못하고 이들을 전원 정규직화하면 가격경쟁력과 고용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기업들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일본이 사내도급 파견 규제를 기업에 풀어준 예시를 들었다. 한국경제는 3면 하단 기사에서 “재계는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경쟁국가에 비해 국내 사내도급 및 파견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서 사내 협력업체를 적극 활용하고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BMW의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의 외부 노동력 활용 비중은 57%에 달한다.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는 원하청 근로자의 근무지가 섞여 있지만 불법파견 논란은 없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1만8000여 명에 달하고 유사한 소송을 8건이나 진행 중인 포스코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데에는 의미 있는 판결이지만 하도급업체를 활용하고 있는 철강, 조선 등 제조업체들은 ‘직고용 비용 쇼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산업계에서 불법파견 논란이 빚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한국의 낡은 파견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이런 혼란은 1988년 제정된 낡은 파견법 탓이 크다. 우리나라 파견법은 청소·경비 등 32개 업무에 한해서만 최대 2년 동안 파견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파견업종과 기간을 까다롭게 제한해 놓은 나라는 드물다. 미국·영국·독일은 파견업무나 기간에 대한 제한이 아예 없다”며 “기업들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낡은 파견법은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32개 업무에만 협소하게 허용하는 파견법의 범위를 확대하고 파견 기간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52863.html
포스코, 승소한 사내하청 55명 직고용…나머지 1만5천명은? (한겨레, 안태호 기자, 2022-07-29 16:17)
철강협회 “인건비 2∼3배 늘어” 부정적
3~7차 소송 따라 추가 직고용 결정할듯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포스코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 당사자 55명을 직고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머지 사내하청 노동자 1만5천명에 대한 직고용 여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모두 달라 개별 소송으로 직고용 여부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29일 포스코는 “1·2차 소송에 참여해 근로자지위를 인정받은 55명에게 직고용 안내문을 발송했으며, 향후 소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적정 직무 배치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결문을 신속히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포스코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7차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이 난 1·2차 소송은 2011년, 2016년에 제기됐다. 이후 제기된 3∼4차 소송은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5∼7차 소송은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총 749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8차 집단소송도 추진될 계획이다. 하지만 추가로 소송을 제기해도 대법원 판결을 받을 때까지 5년 이상이 걸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포스코하청지회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포스코는 전날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판결문 취지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날 저녁 철강협회가 내놓은 발표문을 보면 포스코의 속내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철강협회는 철강업계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철강·제강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철강협회는 발표문에서 “철강업 도급은 독일, 일본 등 철강 선진국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 생산방식”이라며 “철강업 사내 하도급을 금지하고, 협력업체 직원을 모두 직고용하게 될 시 필연적으로 철강업체의 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쪽에 따르면 포항·광양의 포스코 하청 업체는 80여개로, 사내 하청노동자만 1만5천명에 달한다. 이들을 한꺼번에 직고용하기에는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회사 쪽 고민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하청직원 1명을 직고용하면 급여, 복지 수준 등을 모두 더해 인건비가 2∼3배까지 늘어난다”며 “만약 하청직원들을 직고용하면 정부가 일부를 보조해줘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남은 3∼7차 소송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개별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1·2차 소송 대상자들과 달라,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1차 소송 당사자들은 크레인으로 강판을 운반했고, 2차 소송 당사자들은 강판 시제품을 옮기거나 아연을 기계에 투입하는 업무를 맡았다.
포스코가 소송이 진행되는 지난 10년간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손상용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지난 10년간 단 한 차례도 사내하청 노동자 직고용과 관련해 포스코와 협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해 3월 주주로서 주주총회장을 찾은 하청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아서기도 했다. 이들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에게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주총에 참여하려 했으나 포스코센터 건물조차 출입할 수 없었다.
 
https://www.khan.co.kr/people/people-general/article/202207312208005
“11년 만에 얻어낸 ‘포스코 노동자’ 지위…다음 세대는 차별 없는 세상에 살아야죠”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31 22:08)
포스코 불법파견 소송 첫 제기
양동운 사내하청지회 전 지회장
하청노동자 독립업무 불가능 구조
대법원서 명확히 한 점 의미 있어
30년 넘게 일하고 지난해 정년퇴직
남은 1만8000명에 희망준 것 기뻐
지난 28일 대법원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포스코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제철업종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11년 전 이 소송을 시작한 양동운 전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3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고 저한테 한마디 했어요. ‘너 참 잘했다. 그동안 힘들었지’.”
소송은 2011년 5월 시작됐다. 그러나 11년 동안 싸운 양 전 지회장은 정작 판결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양 전 지회장은 지난해 12월31일 정년퇴직했다. 애초 대법원 선고일이 지난해 12월30일이었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싸움은 아니었다. 양 전 지회장은 “정규직으로 인정한다는 명확한 판결을 받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현재 근무하는 1만8000명의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줬다는 생각에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양 전 지회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포스코 생산구조상 하청노동자 업무가 독립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정규직과 업무를 구별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점이 의미 있다”면서 “또 포스코가 운영하는 전산관리시스템인 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지시에 따라 원·하청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한 판결이었다”고 했다.
양 전 지회장은 1987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입사해 30년 넘게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열연공장에서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는 코일을 크레인으로 들어 운반하는 일을 도맡았다. 양 전 지회장은 “크레인을 운전하려면 원청사인 포스코 지시가 있어야 했다. 하청사 독자적으로 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도급이라면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지 않고 원청에서 수주한 일감을 자체적으로 처리해 결과물만 납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작업표준서도 포스코에서 만들어 배포했다.
하청사들은 포스코가 요구하는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에는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다. 또 파견법은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는데,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원청은 직접고용 책임이 있다.
양 전 지회장이 바꾸고 싶은 것은 또 있었다. 위험하고 힘든 일은 하청노동자들이 도맡아 하는데도 임금격차가 컸다. 2011년 기준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정규직에게는 영업이익의 5.5%를 성과금으로 지급했는데 비정규직은 한 푼도 없었다. 2010년대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현장복과 안전모 색깔도 달랐다. 양 전 지회장은 당시 자신이 착용한 파란색 현장복과 노란색 안전모를 또렷이 기억했다.
양 전 지회장은 이 같은 문제제기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려다 쉽지 않자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 나섰다. 소송 이후 사측은 하청사 반장을 대리인으로 세웠지만 업무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또 MES에서 사용하는 ‘지시’라는 용어를 ‘정보공유’로 변경하며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양 전 지회장은 증거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모았다. 포스코 손을 들어줬던 1심은 2심에서 뒤집혔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양 전 지회장은 “잘못된 부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권리주장한 결과로, 뿌듯함이 컸다”며 “제가 자식이 3명인데 우리 자식들이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보는 감정도 남달랐다. 양 전 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상황은 임금차별 등 전국 어디든 똑같구나 느꼈다”며 “하청노동자 없이 생산라인은 돌아가지 않는다. 사용자가 하청을 쓰는 이유가 결국 노무비 절감이나 노무분쟁 감소일 텐데 이는 기업경쟁력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직 간 갈등으로까지 번진 것을 두고는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반으로 쪼개놓은 결과로 보인다. 언젠가 정규직 일자리도 위협받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청노동자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게 공정한 사회”라고 말했다.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56&gopage=1&bi_pidx=34667
[법원] 현대제철 사내하청도 “불법파견”...MES 보는 법원, ‘대법 판결’ 악재 (월간 노동법률 2022년 9월호 vol.376, 이지예ㆍ김대영 기자, 2022-08-01 08:09:00)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2, 3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이다. 법원은 앞서 1차 소송과 마찬가지로 현대제철이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지휘ㆍ명령했다고 판단했다. 불법파견과 관련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현대제철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 대법원이 최근 MES를 지휘ㆍ명령 수단으로 본 첫 판결을 제시한 것은 현대제철 입장에서 악재일 수밖에 없다.
 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임성철)는 현대제철 순천공장 비정규직 A 씨 등 25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A 씨 등은 현대제철의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제철의 작업현장에 파견돼 사실상 현대제철로부터 직접 지휘ㆍ명령을 받으면서 현대제철을 위한 근로를 제공했다"며 "원고들과 현대제철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2, 3차 소송도 "불법파견 인정"...MES 통해 지시했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은 현대제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다. 순천공장은 냉연간판과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한다. 냉연강판 생산공정은 5가지 주요 공정과 지원업무ㆍ공정으로 나뉜다. 근로자들은 지원공정ㆍ업무 중에서도 산재생업무(ARP 공정), 후처리 공정, 물류, 크레인 운전, 전기정비 업무 등 13가지 공정에 종사해 왔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현대제철로부터 지시와 통제를 받는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파견 기간이 2년을 넘긴 만큼 파견법에 따라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제철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작업을 발주하고 결과를 확인했을 분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제철로부터 직접 지휘ㆍ명령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제철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했다"고 봤다. 실제 현대제철은 작업 내용과 방법을 기술한 작업표준서를 작성해 교부했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정해진 작업 방법과 내용, 순서, 속도, 장소를 위반하거나 임의로 변경할 수 없었다.
현대제철은 패널티 규정을 만들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업무지시에 따르도록 했다.
법원은 특히 MES를 통해 작업 지시가 이뤄진 사실에 주목했다. MES는 전산에 입력된 작업 내용 등 정보를 토대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MES는 제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불법파견 사건에서 지휘ㆍ명령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현대제철 직원들은 MES를 구축해 작업 물량, 작업 위치 등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작업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범위를 정해줬고 실시간으로 근로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업무 지시를 하고 업무수행상태를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사내협력업체가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가진 업체라면 현대제철이 기술이나 작업방식 등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 MES가 단순히 발주나 검수를 위한 시스템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사내협력업체는 독자적인 기술과 작업 방식을 가지고 일을 완성한 것이 아니라 현대제철로부터 전수된 기술을 이용해 노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A 씨 등이 현대제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고 사내협력업체가 소소 근로자들의 근태를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던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업무 범위가 구분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정 중 세분화된 작업이 맞물려 있어 각 공정별로 현대제철 직원들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각 공정의 업무를 수행했다"며 "기존 사내협력업체가 폐업하고 새로운 사내협력업체가 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작업내용의 변경 없이 기존 근로자를 승계해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했다"고 했다.
다만 소송에 참가한 근로자 중 일부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한 명은 이미 현대제철에 별정직으로 입사했고 나머지 근로자는 정년이 지나 소송을 하더라도 현대제철의 근로자가 될 수 없는 탓이다.
포스코는 직접 고용...현대제철은?
이번에 선고가 난 것은 2, 3차 소송이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5년부터 정규직 전환 투쟁 중으로 지금까지 4차에 걸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해 왔다. 1차 소송은 근로자 측의 연승이었다. 1, 2심 모두 현대제철이 불법파견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4차 소송의 경우 2020년 12월 제기됐다.
1차 소송에 이어 2, 3차 소송에서도 근로자 측이 승소하면서 현대제철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지 주목된다. 포스코는 앞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사용한 것이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 직후 소송 당사자 55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포스코 불법파견 사건에서 MES가 지휘ㆍ명령 수단이라는 첫 판단을 내놨다.
현대제철의 경우 대법원 선고 전이지만 1차 소송 1, 2심과 2, 3차 소송에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하다. 법원의 판단 내용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MES나 지휘ㆍ명령에 관한 판단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1차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 2, 3차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이 같은 업종의 포스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불법파견으로 본 것도 악재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경우 이미 고용노동부의 행정명령을 받았다. 노동부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불법파견 수시감독을 실시했고 지난해 2월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516명을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직접 고용 리스크 덜기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자회사 현대ITCㆍIMCㆍISC를 설립해 협력업체 근로자를 고용했다.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하는 대신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한 것이다.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 당시 채용 대상 협력업체 인원은 약 7000명. 이 가운데 4500여 명이 자회사에 입사했다. 다만 순천공장의 경우 자회사 고용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경우 협력업체 인원을 대상으로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을 진행해 왔다"며 "비용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불필요한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던 만큼 포스코와는 결이 다소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공정 전반에 대한 직접고용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채인수 지회 부지부장은 "회사는 대법원 판단까지 보겠다는 입장인데 대법원에서 1차 소송을 이기더라도 회사는 소송 당사자인 157명을 현대위아 사례와 같이 인천이나 포항, 당진 등 다른 지역으로 강제 전출시킬 수 있다"며 "지회는 불법파견 문제를 개별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공정 자체를 불법파견 공정으로 보고 해당 공정 사람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3108.html
대법 ‘6년 하세월’에 ‘포스코 불법파견’ 당사자는 정년 넘겼다 (한겨레, 신민정 기자, 2022-08-01 16:36)
포스코 불법파견 소송, 대법원서만 6년간 심리
지난해 12월30일 선고기일 당일 아침에 연기도
11년 진행된 소송에 정년 지나자 소송 ‘각하’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라며 포스코와 다퉈온 소송에서 무려 11년 만에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소송이 10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정년이 지나버린 노동자들에게 대법원이 ‘각하’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노동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지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광양제철소에서 크레인 운반 작업 등에 종사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59명 가운데 55명의 원고를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양동운 전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을 포함한 4명의 청구를 각하했다.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였다.
포스코 노동자는 만 60살이 되는 해 말일에 퇴직하게 된다. 이 규정에 따르면, 1961년생인 양 전 지회장의 정년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였다. 결과적으로 승소하더라도 포스코 쪽에 노동자의 지위를 확인받을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양 전 지회장 말고 3명도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9년(1명)과 2021년(2명), 각각 정년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같은 각하 판결을 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 뒤 구자겸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대법원 선고가 너무 늦어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없는 양동운 동지 등을 생각하면 서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미안하고 고맙다”며 울먹였다.
포스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무려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안에서 크레인 운반작업 등을 했던 양 전 지회장 등 15명은 2011년 5월 ‘포스코 노동자임을 인정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속만 하청업체로 돼 있지, 포스코가 이들을 2년 넘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고 인사에도 관여하는 등 사실상 ‘근로자 파견계약’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1심 패소 뒤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포스코의 상고로 2016년 9월 상고심에 접어들었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지회장 등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6년이나 묵혀 있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 통상 법원의 ‘장기 미제사건’의 기준이 2년6개월인데, 그 두배 넘게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법원은 당초 지난해 12월30일 이 사건의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당일 오전에 선고 연기를 통보한 바 있다. 예정대로 선고를 했다면, 지난해 말일(12월31일) 정년에 이른 원고 3명은 승소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을 맡았던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대법원에서 심리가 장기화하는 동안 일부 원고들의 정년이 지났다. 대법원이 재판 장기화로 인한 원고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해주길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양 전 지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같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원청과 하청은 작업복도, 안전모 색깔도 달랐다. 그런 차별을 20년 넘게 겪었는데, 이제야 승소하게 돼 반갑다. 그런데 정작 내 사건은 정년 도과로 각하라니 아쉽긴 아쉽다”고 복잡한 마음을 밝혔다. 양 전 지회장 등 각하 판결을 받은 4명은 포스코의 직접 고용 노동자로 인정받은 동료 55명과 함께 ‘포스코 노동자로서 받지 못한 임금(차액)을 달라’는 취지의 임금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다. 포스코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된 만큼, 임금청구소송에서도 승소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노동사건 전문 변호사는 “노동사건은 노동자 다수가 원고인단이 되는 경우가 많아 소송이 장기화하면, 그 가운데 일부는 정년을 넘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지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소송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8022134005
포스코 하청 1만5000명…안 끝난 ‘직접고용 투쟁’ (경향, 고귀한 기자, 2022.08.02 21:34)
대법 판결로 정규직 전환 길 열렸지만 ‘승소 55명’에만 해당
남은 이들은 추가로 개별 소송 해야…원청 포스코는 ‘침묵’
“11년 소송 끝에 정규직 전환의 문이 열렸지만 겨우 작은 틈만 벌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규직이 되려면 모든 노동자가 추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대법원 판결로 포스코에서도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은 ‘소송 승소 노동자’로 제한적이다. 1만5000여명의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려면 모두 ‘개별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법원이 포스코 하청노동자 59명에 대해 ‘포스코 지시를 받는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노동조합에 관련 소송에 추가로 참여하겠다는 하청노동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대법원 판결 이후 추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추가 소송에 참여하는 하청노동자가 최대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노동자들이 같은 소송을 또 제기해야 하는 이유는 소송에서 이겨야만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법원 판결 이후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상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59명 중 정년이 지나지 않은 55명이 전부다.
포스코에는 대법원이 ‘포스코의 직접지시를 받는 노동자’로 판단한 제조 분야에만 하청노동자 1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들의 직고용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포스코 측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법 판결문에 명시된 이행 취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현재 시점에서는 직고용과 관련된 어떠한 말도 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이런 입장은 하청노동자의 직고용에 대해 개별 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하청노동자들은 현재도 포스코를 상대로 여러 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청노동자 882명이 제기한 5건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포스코 측은 ‘부당하다’며 항소나 상고한 상태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스코가 소송에서 이긴 당사자들은 빠르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도 구조적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은 결국 소송에서 이겨야만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국내에 집단소송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준호 변호사는 “국내에는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일부 분야에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어 포스코가 하청노동자들을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선 개별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가 포스코에 대해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면서 “노동부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직무유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390
사내하청은 파견이다 (매노,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2022.08.09 07:30)
1. “사내하청은 파견이다.” 지난달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하청업체 근로에 대해서 파견근로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 선고가 있었다. 당사자인 원고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노동자들이 환호했다. 원고들과 같은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포스코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그리고 포스코와 같은 작업 방식으로 제철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나아가 제철소를 넘어 자동차·조선 등 유사한 방식의 사내하청 노동자들까지도 자신들도 원청 근로자지위를 가질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대법원 판결을 반겼을 것이다. 물론 환호하고 반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을 대변해 온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언론 보도를 보면, 원청 사업주들인 재벌·대기업 등 사용자·자본은 포스코에서만 비용 부담이 수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둥 ‘쇼크’니 ‘대혼란’이니 하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고 기업활동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2. 이번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분석한 언론기사를 보면, 제철소의 통합전산관리시스템(MES)에 의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작업 수행에 주목해서 판결했다며 사내하청 근로를 파견근로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도했다.
원청 포스코가 구축해 놓은 MES를 통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광양제철소에서 해당 공정 업무를 수행한다. MES를 통해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냉연·열연 등 철강 생산이 이뤄진다. MES를 통한 작업 수행은 원청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원·하청 노동자들 모두가 MES로 지시된 작업을 수행하고, 작업한 결과를 보고한다. 이는 과거 관리자 내지 상급자에 의해서 직접 작업지시를 하고 작업자가 그 작업 수행 결과를 보고하던 것이 전산화된 시스템인 MES를 통해서 통합적이고 자동화돼 이뤄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보더라도 MES는 원청 사업주가 원·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작업 수행을 지시하고 수행 결과를 보고받는 관리시스템임을 알 수 있다. 당연히 그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에 대한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번 포스코 사건에서 당연하고 정당하게 판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판결 이전에도 이러한 제철소의 MES에 주목해서 사내하청 근로는 파견근로라고 판단한 법원 판결들이 있었다. 그중 처음으로 나온 것이 현대제철 순천공장(2013년 합병 전 ‘현대하이스코’) 사내하청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 철강 생산업체인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현대제철을 상대로 파견근로라고 주장하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서 2016년 2월 1심 법원(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파견근로라며 원청 근로자로 간주하거나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 판결 내용을 보면 MES에 주목해서 파견근로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재판에서 원고 노동자들의 대리인으로 나는, MES를 통한 작업지시와 보고 체계야말로 원청 현대제철에 의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휘·명령 자체라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 현대제철의 대리인 변호사들은 사내하청업체뿐만 아니라 사외의 협력업체까지도 MES를 통해서 납품물량 등을 확인하면서 작업한다며 MES를 원청의 작업지시로 인정하게 되면 이 나라에서 협력엽체 노동자들 모두가 파견근로자로 인정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항변하면서 MES가 주된 쟁점으로 부각됐다. 당시 피고 현대제철은 이번에 대법원이 선고한 바로 그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사건의 1심 법원(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파견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원고 노동자들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문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다행히도 같은 법원의 동일한 재판부였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 주장을 인정해서 판결했고, 원·피고간 쟁점으로 크게 공방을 벌였던 MES에 관해 자세하게 판결문에 적시했다. 그리고 그 뒤에 1심에서 패소했던 포스코 사건의 항소심 법원(광주고법)도 MES를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지휘체계로 전향적으로 판단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파견근로로 인정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바로 이번에 대법원에서 판결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사건이 바로 그 사건이다. 이제 그 사건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 결과에 기대서 최초로 MES에 주목해서 파견근로로 인정받았던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조만간 바라던 판결이 대법원에서 선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사건에 관한 지난달 28일 대법원 판결 선고에 자신들에 대한 판결인 양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3. 사내하청은 원청을 위해 존재한다. 이 대한민국에서 사내하청의 존재는 원청 말고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사용자·자본의 이윤 확보를 위한 온갖 이데올로기와 그에 따른 법적·제도적 기술로 포장된 것들을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있는 그대로 솔직히 드러내 보시라. 이 나라에서 사내하청업체는 원청의 사업을 위해서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러니 사내하청업체가 원청의 이해에 반해서 제 계산으로 자신의 사업을 한다는 건 사실일 수 없다. 이와 반대로 원청이 제 사업을 위해서 사내하청제도를 기획·도입했고, 이를 통해 사내하청업체가 고용한 노동자를 저렴하게 자신의 사업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또 그렇게 해 왔다.
원청의 지휘·명령, 원청 사업에 편입 등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파견근로로 판단하는 법원의 기준은 이렇게 명백한 이 나라 사내하청의 존재 이유로 볼 때 사실 너무 답답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이러저런 법적 기술을 부리기만 하면 그 판단 기준에 해당하지 않고 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실제로 2015년 2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사건에서 대법원이 이러한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에 관해 판결한 뒤, 사용자들은 판단 기준에서 언급한 요소들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직접 지휘·명령하지 않고 작업 공간 및 공정을 구분해서 분리하며, 작업도구 일부를 사내하청업체가 소유하도록 하거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엔 원청이 임대해 주는 식으로 하는 등 이 나라에선 원청 사업주들은 궁리하고 실행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나라에서 위와 같은 사내하청의 존재이유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건 사내하청의 존재 이유를 원청 스스로 재확인하는 행위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원청은 사내하청 노동자를 자신의 사업을 위해서 사용해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오늘 이 나라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파견근로하며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그걸 거둬 내고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수고를 하게 됐고, 그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법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은 파견이라는 확인을 받고 있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사건은 물론이고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사건에 관한 판결도 그러했다.
4. 포스코 사내하청에 관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경제지를 중심으로 한 언론은 독일과 일본 등 제조업 경쟁국가에 비해 파견 규제가 지나치다며 한국의 낡은 파견법을 손봐야 한다는 사용자 자본의 주장을 받아서 보도했다. 그 기사 일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독일에서는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 사내 협력업체를 적극 활용하고 비중을 늘려가고 있”고, “BMW의 라이프리치 공장의 외부 노동력 활용 비중은 57%에 달”하며, “원하청 근로자의 근무지가 섞여 있지만 불법파견 논란은 없다”면서, 독일 등에서는 “파견업무나 기간에 대한 제한이 아예 없”으니 우리도 파견법을 개정해서 파견 대상업무를 확대하고 파견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매일경제). 한마디로 독일 등에서 파견 규제가 우리보다 덜하니 우리도 파견법을 개정해서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는 것이겠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 어디에도 노동자의 권리 내지 지위 상태는 찾아볼 수 없다. 독일에서 파견노동자나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의 권리 내지 지위가 이 나라에서와는 달리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내하청의 존재 이유가 원청 사업에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인 이 나라의 현실은 무시하고서 하는 이 같은 주장은 원청 사용자·자본의 보다 많은 이윤 확보에 기여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 나라에서 사내하청의 존재 이유가 달라지지 않는 한 파견법은 ‘사내하청은 파견’이라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오히려 현행 파견법 규제는 더욱 확대·강화돼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54055.html
포스코 정규직 된 ‘55명’, 하청 1천명과 섞여 일할 수 있을까 (한겨레, 안태호 기자, 2022-08-09 13:47)
포스코 대법원 승소 노동자…업무배치 어디로?
정규직 된 55명 “기존 업무 수행 요구할 것”
포스코, 소송 불리하고 관리주체 불명확해 난감
포스코가 대법원에서 정규직 고용 판결을 받은 사내하청노동자 55명을 어느 업무에 배치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소송에서 이긴 노동자들은 기존에 해오던 업무를 지속하려고 해, 회사 쪽 의견과 충돌하며 또다른 갈등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정규직이 될 이들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섞여 동일한 업무를 하게 하는 게 회사 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도 곤혹스럽다.
9일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 8∼10일 대법원에서 정규직 고용 판결을 받은 사내하청노동자 55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 중이다. 오는 16일부터는 사내교육도 시작한다. 포스코는 지난 29일 이들에게 직고용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이같은 계획을 통보했다.
포스코 근로자지위확인(불법파견) 소송은 2011년 처음 시작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16년 제기된 2차 소송 참여자를 포함해 총 55명을 포스코의 정규직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제기된 3∼4차 소송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이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5∼7차 소송은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가 1·2차 소송에서 승소한 55명을 직고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정규직으로 고용될 승소 인원들이 해오던 업무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회사 쪽에 전달할 계획이어서다. 1차 소송 당사자들은 크레인으로 강판을 운반했고, 2차 소송 당사자들은 강판 시제품을 옮기거나 아연을 기계에 투입하는 업무를 맡았다.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약 800∼100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1·2차 소송 당사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정규직과 사내하청노동자가 동일한 업무에 투입되는 걸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진행될 소송에서 회사 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향후 1·2차 승소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이 소송에의 불리한 근거가 될 수 있고, 사회적 명분에서도 밀리기 때문에 회사 쪽은 (55명을 기존 업무에 투입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관리상의 문제도 발생한다. 포스코는 관련 업무를 4조 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사내하청노동자 사이에 정규직 인원이 섞일 경우 작업 지시 주체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현재 포스코는 근로자지위 소송 제기 이후,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작업 지시는 하청 소속 관리자가 하고 있다. 정준영 금속노조 변호사는 “이번에 정규직화된 분들에 대해선 포스코가 직접적으로 작업 지시를 할 수밖에 없을 텐데, 하청 소속 노동자에 대해선 하청관리자가 지시해야 하니 (정규직과 사내하청노동자가) 양립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가 55명을 별도 직군으로 묶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상용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소송 승소자들을 생산기술직에 넣지 않고 별도의 직군을 만든 뒤 임금 체계를 (기존 생산기술직과) 다르게 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향후 인력 운영에 대한 <한겨레>의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포스코 쪽은 “(승소 판결을 받은 55명에 대해) 향후 소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적정 직무 배치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