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행정, 정책 일반

무능, 무책임, 무지, 무논리의 윤석열 정부

새벽길 2022. 8. 18. 07:30

석열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그런데 이제 100일이 남은 느낌. 이번 물난리가 결정타였다.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실장의 지적처럼 수도권 물난리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 무책임, 무지, 무논리를 보여주었다. 더이상 윤석열 정부가 나아지리라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자진해서 물러나진 않을 듯하고,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일단 그 근거들을 쌓을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한 주체역량도 쌓아야 하고...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0521.html
[편집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두달, 국민이 묻는다 (한겨레, 정유경 | 디지털뉴스부장, 2022-07-11 18:30)
민심이 심상치 않다. 모처럼 언론들이 보혁을 막론하고 입을 모은다. 기대가 컸던 것도 아니다. 후보 시절부터 “좋은 사람 잘 선발해서 위임할 것이다. 대통령이 전 분야에 대한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 않나”라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굳이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고백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사람을 보는 눈도, 위기를 관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자부했던 윤석열식 ‘공정’도 보여주지 못했다. 청와대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까지 검찰 출신으로 요직을 채웠다. 윤 대통령과 8촌 사이라는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등 친인척 채용 논란이 이는 가운데, 4촌 이내 친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친인척 채용 때에는 신고하도록 한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교롭게도 이번 정부 들어 삭제됐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수시로 터지는 민간인 동행 논란마저 감싸고도는 대통령은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유류세 인하로는 꿈쩍 않는 물가에 심상찮은 국제 정세까지 생각하면서, 내각 꾸림새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
이 와중에 떨어지는 지지율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태도가 화를 키운다. 화가 난 건 국민인데, 국민들에게 화를 내기까지 한다. 음주운전에 성희롱 전력이 있는 후보들을 데려다 놓고선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며 전국민이 보는 카메라 앞에서 말을 자르고, 표정을 굳히며 손가락질했다. 끝내 사퇴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그리고 임명된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관련해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버럭’했던 장면이다.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은 코로나 재유행 우려를 들어 11일 중단됐다.
지난 총선 이후 정치부를 떠나 디지털뉴스부장으로 온라인 동향을 살핀다. ‘데드크로스’ 여론조사를 굳이 뜯어보지 않아도,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편드는 지지층의 목소리가 언론 기사에서도 댓글창에서도 부쩍 사라졌다. “심각한 위기신호”(동아일보), “국민을 이기려는 오만”(경향신문) 등 지적이 이어졌다.
불안함을 불러일으키는 국정운영 콘텐츠는 부실한 이미지 관리를 만나 증폭된다. 윤 대통령의 기본 이미지는 애주가, 애처가에 머무르고 있다. ‘김건희 여사 ‘레이저 눈빛’? 이준석이 밝힌 그날의 진실’(조선일보 5월19일), ‘MZ 공무원 만난 윤 대통령 “건배사는 별로…술 마실 시간 줄잖아”’(한겨레 5월26일), ‘월드컵 영웅들 만난 윤 대통령…독일전 지고 열 받아 술 먹어’(한국경제 6월2일).
사생활과 기호를 떠나 업무 수행과 관련해 불안감을 자아낸다는 점이 문제다. 집무실 이전과 인사 불통에서 엿보인 ‘독단’의 이미지가 ‘무능’과 ‘위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치명적이다. 모르면 알려 하고, 부족한 점은 채우려는 의지를 찾기 어려워서다. “일이 많을 땐 주 120시간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더니 취임 3일 만에 출근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러시아·중국과 미국·유럽 간 긴장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나토 정상회의로 향하는 비행기에선 ‘유럽 축구를 봤다’고 했다. 외국 호텔에서 백지 자료를 넘기거나 텅 빈 모니터를 응시하는 사진은 “쇼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실소를 불러왔다. “보안 때문이었다”는 해명은 뒤늦었다. 우스개 영상도 만들어졌다. 참모들을 불러 앉힌 윤 대통령이 회의를 하는 모습엔, 다음과 같은 가짜 자막이 붙었다. “일단 딱 도착하면 소주부터 사 놓자고. 맥주는 한국 거, 스페인 거 골고루 사고 어차피 소맥으로 섞어버리면 맛은 똑같으니까.”
지지율 하락과 경제침체 신호에 긴장한 윤 대통령이 장관들을 불러 일대일 압박면접성 보고를 받기로 했다는 기사에도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그나마 조심스러운 한 이는 이렇게 적었다. “압박면접을 하려면 발표자보다 면접관이 그 분야를 잘 알아야 효과적 질문이 가능한데 지금 인물 구성으로 가능한가? 장관들도 전문성보다 검찰 출신과 인맥 중심으로 뽑아놓고서….” 국민이 묻는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7132026005
두 달 남은 듯, 두 달 지난 윤석열 정부 (경향, 이용욱 논설위원, 2022.07.13 20:2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자주 선보였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볼 때마다 의아했다. 무엇을 겨냥한 것인가, 유세장 지지자들은 왜 열광할까.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것일 수도, 국정에서 한 방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면 선 넘은 도발이겠지만, 자신감은 대단해 보였다. 헤비급 권투선수를 연상시키는 윤 대통령의 풍채와 어퍼컷은 썩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런데 임기 두 달이 지난 현재 국정 상황은 윤 대통령이 보였던 자신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능력주의 인사, 도어스테핑이라는 어퍼컷은 허공을 갈랐고, 대통령은 인사 실패, 각종 설화, 배우자 리스크 등의 잽을 연타로 맞았다. 3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 현재를 말해준다.
일각에선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 20%대로 폭락한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지만 사정은 더 나쁘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휘말렸지만, 현 정부는 가랑비에 옷 젖듯 지지율을 까먹었다. 훅 한 방에 휘청이는 것보다 연타로 맞은 잽에 골병드는 법이다. 계속되는 잔펀치에 속병이라도 든 것일까. 윤석열 정부는 우왕좌왕한다. 작은 잘못은 너그럽게 봐준다는 허니문 기간임에도, 여권은 늘 소란스럽다. 임기 말에나 있을 법한 현상들도 보인다. 과장을 보태자면 두 달 지났는데, 두 달 남은 것 같다.
특히 비선보좌 논란은 전형적 임기 말 현상이다. 과거 비선 문제는 임기 후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진 권력자가 사적 인연의 사람들과 국정·인사를 논하게 되고, 비선들이 월권과 부정을 저지르면서 불거지곤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첫 순방인 나토 정상회의에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인사비서관 부인이 동행하고, 전용기로 귀국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실에선 믿을 수 있는 사람 도움을 받는 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알려지면 곤란한 무슨 비밀이 있어, 사적 인연을 공무에 끌어들인 것인가 되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을 단죄했던 윤 대통령 주변에서 비선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일했던 사람의 말이다. “최순실도 1호기(전용기)는 못 탔다.”
윤 대통령의 ‘버럭’도 임기 말 대통령들과 비슷하다. “열심히 일했는데, 너무 몰라준다.” 과거 대통령들도 그렇게 억하심정을 풀었다. 윤 대통령은 부실인사 비판에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며 격앙했는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했던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만취운전 등이 확인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언론, 야당의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했다. 과거 대통령들도 갈수록 남 탓을 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의미 없다”고 했는데, 4년차 대통령들이 한다는 ‘역사와의 대화’를 벌써 시작한 것인가.
설상가상, 국민의힘은 아수라장이다.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당원권 정지, 이 대표와 윤핵관의 권력투쟁, 대표를 차지하려는 윤핵관들끼리의 신경전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그로기 상태가 됐다. 집권여당다운 국정 책임감은 온데간데없다. 여당 못지않게 한심한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율도 역전당했다. 이런 식이면 여당이 대통령보다 먼저 흰수건을 던질 수도 있다.
모든 혼란은 윤 대통령의 오해와 착각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국정지식과 정치경험이 부족한 약체 후보였음에도 정권심판론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이겼다고 착각했고, 이런 오해는 윤 대통령이 국정을 만만하게 여기도록 했을 것이다. ‘어려운 검찰총장도 했는데, 국가 운영쯤 못하겠느냐’는 자만심까지 겹친 것 같다. 검찰식구들을 요직에 앉힌 것도 국정을 검찰 운영하듯 하면 된다고 자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정은 검찰조직보다 복잡미묘하다. ‘한잔혀!’식의 골목대장 리더십으로 경제·안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겠는가.
윤 대통령은 한없이 신중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시원시원한 결단의 리더십이라고 주변에서 추켜세울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겐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비칠 수 있다. 검찰 특유의 호승심이 발동해 현재 국정운영 방식을 고집한다면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대통령 혼자만 모르는 레임덕이 시작될 수 있다. 국정의 무게를 절감하지 않는다면, 임기 말 남는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의 늘어난 몸무게밖에 없을지 모른다. 자기관리에 실패한, 흘러간 복서의 모습으로 대통령이 기억된다면 국민들에게도 슬픈 일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1368.html
그 무엇도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덮을 순 없다 (한겨레, 김영희ㅣ논설위원실장, 2022-07-18 14:51)
대선이 끝난 뒤 만난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제 나라가 정상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모이기만 하면 ‘나라 걱정’ 끊이지 않던 분들도 이젠 나라 얘기를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만나면 기류가 달라졌다. 걱정이 많아졌다. 보수지 언론인들이 “<한겨레>라도 좀 더 세게 써야 한다”고까지 한다. 하긴 출범 두달여 만에 윤석열 대통령 걱정이나 김건희 여사 비판이 보수지에 돌아가며 등장하는 건 이례적이다. 비록 이들의 우려가 주로 ‘인사’와 대통령의 ‘애티튜드’(태도)에 머물고 있지만.
그런데 인사와 애티튜드만의 문제일까.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과 ‘내로남불’로 무너졌다지만 바탕에는 ‘무능’ 프레임이 있었다. 방향에 동의하는 우호층 가운데도 정책능력 부족과 복잡한 현실을 섬세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모습에 고개를 내젓는 이들이 많았다. 그 ‘무능’을 집요하게 제기했던 세력이 집권을 했다면 적어도 ‘무능하지 않음’은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윤 정부가 중도층과 40%가 넘는 콘크리트 반대층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두달여간 국민 기억에 남는 게 집무실, 도어스테핑, 김건희, 한동훈 정도인 건 집권세력이 정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일이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 이유 부동의 1위이던 ‘인사’ 대신, 지난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선 ‘독단’과 ‘경험과 능력 부족’이 어금버금 1·2위에 꼽혔다.
며칠 전 꺼내든 취약계층 금융지원은 이미 2차 추경에 잡혀 있던 걸 ‘포장갈이’하거나 구체화한 정도였다. 감세와 건전성을 다짐한 터라 이조차 실현할 방법은 금융기관 ‘팔 비틀기’ 정도밖에 없다. ‘과학방역’이라 해놓고 코로나 4차 백신이 어떤 득실이 있는지 국민을 설득할 변변한 데이터도 내놓지 못했다.
이웃 일본마저 분배와 성장을 함께 생각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고민하는 때인데, 정부의 국정 기조엔 자율과 경쟁 외에는 철학도 어젠다도 보이지 않는다. ‘따뜻한 보수’라는 레토릭이나 ‘양극화 해결’ 같은 다짐조차 없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는 퇴행을 벗어날 기회를 놓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역사적 사명은 생각보다 무겁다.
나토 참여, 한일 관계 등을 놓고 외교 논쟁이 벌어져야 할 시기에는 김 여사 논란이 덮었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을 부각해도 모자랄 정권 초기에 컴퓨터 빈 화면이나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내려다보는 연출 사진을 ‘나토 비(B)컷’이라 내놓은 건 정상적인 대통령실 발상이라 믿기 힘들다.
윤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도, 정책 효능감이 단시일에 나올 수 없다는 것도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두달여 만에 티케이·장년층이 이탈하고 ‘능력 부족’ 대답이 늘어난 것은 참고 지켜보던 국민들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여기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이 “문재인 정부보다는 낫다가 아닌 윤석열 정부라서 다행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르겠다”고 밝힌 건 상징적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왼팔’이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연합뉴스>에 “대통령께서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국민 감성보다는 법과 원칙을 앞세우다 보니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겠으나, 결국 진심이 구석구석 전달되고 각종 정책이 어느 정도 익어가면 곧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승리’인지 오기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무능 자체도 있지만 그 무능을 덮기 위해 스스로 유능하다고 여기는 요란한 수사와 전 정권 비판만 앞서고 있다는 데 있다. 진영 논리와 편가르기가 지긋지긋하다는 이들에게 지금 집권세력의 인식엔 ‘적대 의식’만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에 대해 최근 작심한 듯 쏟아낸 비난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요즘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수지들도 민주노총이 장악했다는 걸까.
보수언론에 ‘조기 레임덕’ 우려가 먼저 등장했다. 얼마 전 탄 택시에서 “5년이 길 것 같다”는 동행인의 말을 듣고 기사는 “5년까지 안 갈 거라는 말도 많던데요”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런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은 윤 대통령에게도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 큰 불행이다. 이래선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범죄’로 전제한 수사몰이와 ‘내로남불’은 그에 맞서는 상대방도 닮아가게 만든다. 잇단 선거 패배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과 평가도 않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적대적 공생 시스템이 따로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며 사회와 개인에게 내면화된 능력주의와 각자도생은 문재인 정부 내내 갈등의 바탕이 됐다. 문 정부의 실패엔 능력 부족과 자신들만 옳다는 자만심으로 인해 이런 인식의 구조를 바꾸지 못한 탓 또한 컸다. 일본마저 분배와 성장을 함께 생각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고민하는 때인데, 윤 정부의 국정 기조엔 자율과 경쟁 외에는 철학도 어젠다도 보이지 않는다. ‘따뜻한 보수’라는 레토릭이나 ‘양극화 해결’ 같은 다짐조차 없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는 퇴행을 벗어날 기회를 놓칠 것이다. 윤 정부의 역사적 사명은 생각보다 무겁다.
 
https://www.khan.co.kr/politics/president/article/202207300954001
바닥 모르는 지지율? 윤 대통령의 ‘자업자득’ (경향, 김찬호 기자, 2022.07.30 09:54)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의혹,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도어 스테핑) 등의 본인 문제부터 사적 채용, 경찰국 신설 등의 정책적 문제가 겹쳤다. 집권 초반임에도 반등보다 오히려 추가 하락을 염려하는 상황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민의와 대립하는 듯한 태도는 실망감을 부추긴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괘념치 않았다. 의미 없는 것”이라는 발언은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불렀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대응 역시 우려를 낳는다. 탈북어민 북송 문제 등 전임 정부와의 마찰이 대표적이다. 지지층을 결집해 추가 지지율 하락을 막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민심 이반’→‘지지율 하락’→‘전임 정권 공격’이라는 흐름은 이명박(MB) 정부의 집권 초반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 역시 지지율의 하방 정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은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공개한 역대 대통령의 1년차 1분기 ‘직무 수행 긍정률’을 보면, 노태우 29%(1988년 3월), 김영삼 71%(1993년 3월), 김대중 71%(1998년 3월), 노무현 60%(2003년 4월), 이명박 52%(2008년 3월), 박근혜 42%(2013년 3월 평균), 문재인 81%(2017년 6월 평균)였다. 동일 기준으로 윤 대통령은 50%(2022년 5~6월 평균)다. 이마저도 7월 들어서며 긍정률은 30% 초반대로 떨어졌고, 부정률은 60%로 치솟았다.
해당 수치를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 변동과 비교해보면 심각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같은 조사에서 박근혜씨에 대한 긍정률이 40%를 처음 밑돈 시기는 집권 2년여가 지난 2014년 12월 셋째 주, 부정률이 60%까지 오른 시점은 2015년 1월 셋째 주다. 전임 문 전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이 처음 40%를 밑돈 시기는 임기 2년여가 지난 2019년 10월 셋째 주였다. 부정률이 60%까지 오른 것은 이보다 늦은 2021년 4월 셋째 주가 처음이었다. 윤 대통령은 집권 100일도 되기 전에 IMF 경제위기, 광우병 사태 등의 굵직한 사건도 없이 지지율이 20~30%까지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물가상승 등의 복합적 위기가 겹치고 있지만 대통령의 존재감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여름휴가’, ‘경찰과의 갈등’, ‘전임 정부 비판’ 등에서는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언론이 잘 알지 않나. 그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무력감만 키운다. 적어도 대통령 체제에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과 책임은 복잡하게 따질 문제가 아니다. 지지율이 오르든 떨어지든 모든 변동의 시작점은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어떤 의미인가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트루먼, 클린턴 대통령 등의 멘토 역할을 해온 리처드 E.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힘은 설득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정책적 의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정치행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권력의 근간은 ‘대통령의 대중성’이다. 대중을 설득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이 정책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일과 같다는 의미다.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시간’, ‘경제상황’, ‘사건’이 주요하게 언급된다. 시간은 재임기간을 의미한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말로 갈수록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통령의 임기 말 통치력 약화를 의미하는 ‘레임덕’은 지지율 하락과 동반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왜 지지율은 하락할까. 이를 설명하는 세가지 대표 이론이 있다.
첫째는 소수동맹론이다. 대통령선거를 치르며 형성됐던 정치세력 간 연합이 선거 이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붕괴된다. 재임기간 중 연합내의 다른 정파나 지지자들의 기대와 정치적 선호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도 지지율은 하락한다. 둘째는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론이다. 유권자들이 임기 초반 대통령에 대해 비현실적 기대를 갖고 긍정평가를 하지만 이내 환상이 깨지고 지지율은 하락한다. 마지막 셋째는 엘리트 리더십 이론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각이다. 임기 초반, 이른바 ‘허니문’ 시기에는 대통령 비판이 덜하다. 임기 말로 갈수록 정치인이나 언론에 의한 대통령 비판이 가열되며 지지율도 하락한다.
‘경제상황’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경로는 비교적 단순하다. 국민은 신임 대통령이 국가를 경제성장 및 번영으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경제의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묻는다. 경제상황 평가 지표로 주요하게 사용되는 것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으면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으로 ‘사건’은 대통령의 연설, 외교협정, 정책을 둘러싼 갈등 등이 지지율에 미치는 효과다. 경우에 따라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반대로 지지층 이탈을 만들기도 한다. 전용주 동의대 교수는 논문 ‘대통령 지지도 변화요인에 대한 연구’에서 이상의 선행 이론들이 한국 대통령제에서도 적용되는지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국 역시 임기 초반에 형성된 높은 지지도가 특정 수준까지 내려가게 된다. 이때 경제상황 혹은 중요한 사건들에 의해 지지도는 등락 현상을 보이며 하락한다.
■지지율도 ‘좋아, 빠르게 가’?
윤 대통령 지지율이 갖는 특성은 각종 이론이 예측하는 정도를 뛰어넘는 속도로 하락한다는 점이다. 5년간의 지지율 하락 추세를 단 3개월 과정으로 축약했다. 그러면서도 지지율이 하락하는 원인은 빠짐없이 반영 중이다. 외부에서 발생한 큰 충격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급락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현상의 발단은 대통령의 발언, 행보, 가족 등 ‘본인’ 문제다.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 엘리트 리더십 이론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임기 초, 윤 대통령은 소통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청와대를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 명분은 ‘국민과의 소통강화’였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는 국민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논리다.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후에는 출근길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했다. 현안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을 피하지 않고 직접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야심차게 시작한 국민과의 소통은 시도 두 달여 만에 위기를 맞았다. 윤 대통령 스스로 ‘여론조사’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그럼 어떤 국민과 소통한다는 것이냐”는 반발을 낳았다. 또 질의응답 과정에서 손가락질을 하거나 정제되지 않은 말을 내놓으며 빈축을 샀다. 정권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는 식의 책임회피 발언도 쏟아졌다.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IMF 사태에 버금갈 만한 경제위기가 터진 것도, 외교적 참사가 벌어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하락한 것은 결국 대통령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설익은 리더십, 가벼움, 자기는 옳고 남은 틀렸다는 태도 등에 반감이 쌓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 문제는 계속해서 유사한 사건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소통을 이유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해놓고 지지율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 태도에서 국민은 신뢰감보다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상황에 따라 모순을 만들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는 또 있다.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문제다. 대통령선거 당시 김 여사의 ‘허위 이력’ 의혹 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김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여사의 행보는 ‘조용한 내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토 정상회의 일정에 동행하며 외교무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인사 비서관의 배우자가 김 여사 일정을 기획하고 조율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른바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기간 김 여사를 둘러싼 ‘허위경력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조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공정, 상식, 법치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정치권, 언론을 중심으로 쏟아졌다.
실제로 이들 요인과 지지율 하락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2~3개의 질문만 받아 짧게 답변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김 여사는 공개 행보를 줄였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지지율은 30% 초반대에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새롭게 떠오른 뇌관...지지율은 어디로?
윤 대통령이 공개발언을 줄이며 지지율 하락은 멈췄지만 특유의 화법과 행동은 계속됐다. 새로운 뇌관으로 떠 오른 것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한 2030 지지층과의 결별이다. 해당 사안은 보수 핵심층만 남았다는 지지율 30%대를 시험해볼 만한 사안이다. 전형적인 소수동맹론의 특성이 임기 100일도 안 돼 나타났다.
성상납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게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7월 8일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 불복 입장을 밝힌 이 대표는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임하는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26일 윤 대통령이 권 대행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가 방청석에 있던 국회사진기자단 소속 기자에게 포착됐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문자를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자 당대표 징계에 이른바 ‘윤심’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실은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로 정치적 쟁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만 해명했다. 내용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이 대표는 “오해의 소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 못 알아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정치권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다.
문자 공개 이후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권 대행의 사퇴 촉구와 윤 대통령 비판 글이 넘쳐났다. 일부 당원들은 게시판에 탈당을 인증하기도 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윤 대통령이 당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한다’라고 말한 것은 당내 정치 개입으로 보일 수 있다”며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당내 정치에나 개입하는 상황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갈등 전개 양상에 따라 지지율은 계속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요인 ‘경제상황’ 역시 악화일로다. 이와 관련된 대통령의 행보, 발언은 그 자체로 지지율 하락을 만든 ‘사건’이 됐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물가상승률 문제에 대한 답변 변화다.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물가상승을 압박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그럼 추경 안 합니까”라고 답했다. 지난 6월 경제위기 국면을 묻는 질문에는 “근본적 해법을 내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지난 7월 5일에서야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경우 한 6% 정도 상승했다”며 “앞으로 제가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답변이 두 달여 만에야 나온 셈이다.
■윤 대통령에게 지지율은 어떤 의미인가
그렇다면, 대통령 지지율은 윤 대통령 발언대로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을까. 실제로 대통령 지지율은 여론조사를 하는 업체마다 결괏값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또 표본 크기가 한정돼 있다는 점, 응답자가 왜곡된 답변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의를 완벽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여론조사결과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대통령이나 일부 여권 인사들의 자신감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전문가들 역시 여론조사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의미를 두고는 해석이 다르다. 특히 윤 대통령처럼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의 지지율 하락은 생각보다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아무리 거대한 팬덤을 가졌더라도 전체 지지율 측면에서 보면 많아야 20~40% 수준이다”며 “팬덤의 절대적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내는 지지 목소리가 여론을 형성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의 지적은 이른바 ‘침묵의 나선이론’과도 연결된다. 다수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여러 집단의 목소리가 경합한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견처럼 보일 때는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만 소수의견처럼 보일 때는 고립이 두려워 침묵하게 된다. 이를 지지율과 연결해 보면 팬덤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며 그에 대한 지지가 다수 여론처럼 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정 정치인의 열성적 팬덤이 유권자의 20~40%에 달하면 여론을 반전시키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지속된 요인도 이를 일정 수준에서 막아줄 팬덤이 없다는 측면이 결정적”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무서운 건 지지율 하락의 마지노선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지지율 변동은 주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지지율이든 주가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왜 떨어지고, 왜 올라가는지’ 찾아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옆에서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락하는 주식에서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현상이 발견되듯 정치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지지율이 붕괴하면 바닥을 모르고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7월 25~27일 상황을 기반으로 지지율 추이를 예측했다. 대다수는 “30% 지지율도 장담할 수 없겠다”는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 7월 29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7월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윤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를 물은 결과 긍정평가는 28%였고, 부정평가는 62%였다.(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해당 조사는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의 문자가 공개된 이후의 여론 추이를 반영한다. 지지율과 문자 사건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나타난 셈이다.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은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 상실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은 반드시 반대에 부딪힌다’, ‘공무원, 야당, 언론, 여론 모두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심리적 장벽을 형성할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당의 공세 수준부터 달라진다”며 “국회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추진하는 입법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 위원은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지지층의 지지 이유가 다른 어떤 정권보다 취약하다는 점”이라며 “정권교체 외에 내세운 것이 공정, 상식, 원칙 등인데 이러한 추상적인 가치들로는 국민이 5년 안에 실질적 변화가 생기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체감 가능한 새로운 상품을 내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게 놓인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신 교수는 “지지율 반등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제는 지지율이 더 하락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팬덤이 단기간 형성될 수도 없는 만큼 윤 대통령은 결국 지지기반인 보수층에 더욱 호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층으로 이뤄진 지지층을 관리한다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처럼 반대 여론이 더 높은 사안에서도 결국 사면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상황을 뜻한다”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53606.html
국민의힘 “지지율 10% 될 수도…컨트롤타워 있느냐” (한겨레, 서영지 기자, 2022-08-05 05:00)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내가 <한겨레>에다가 하소연할 줄은 몰랐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자 여권의 난맥상에 답답함을 토로하던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의 얘기다. “(여권의 수뇌부가) 우리 얘기는 안 듣는 거 같다”, “<한겨레>가 제대로 더 지적을 좀 해달라”는 주문도 이어진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런 하소연은 ‘쓴소리’를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내부 분위기의 반영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본인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비방한 사실이 알려지고, 실제 징계로 이어지면서 ‘대통령한테 찍히면 끝장’이라는 공포는 더욱 커졌다. 한 중진 의원은 “얘기를 하면 경청하고 ‘그럴 수 있구나’ 이런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반발로 비치니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웅 의원을 제외한 89명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침묵이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 탓에 의총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도 적지 않았다.
위기를 자초하고 홀연히 휴가를 떠난 윤 대통령을 향한 불만도 다음과 같이 폭발 직전이다. 윤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을 만나지 않고 전화통화로 갈음한 건 중국을 의식한 절충적 제스처이기도 하지만, 여당 안에서는 한·미 동맹을 무시했다는 불만도 팽배한 상황이다.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한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이 겸손하지 않은 데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구설’을 만들어서 일을 보탰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휴가를 가냐. 민생이 난리고, 코로나 확진자가 이렇게 증가하는데…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금까지 임명하지 않은 건 직무 태만이다. 대통령은 2년 뒤 총선, 5년 뒤 대선에서 평가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래선 안 된다. 국정평가는 하루하루 쌓이는 거고, 그걸 무시해선 안 된다.”(국민의힘 중진 의원)
“지금 완전 개판이다. 경제가 ‘퍼펙트 스톰’이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는데 대통령은 휴가를 갔다. 동네 구멍가게 사장도 휴가갔다고 이렇게 안 한다. 지금 대통령실과 여당에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있냐. 미국 현직 하원의장이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했는데 우리는 휴가 갔다고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왜 한미 동맹을 그렇게 외쳤나. 대통령실은 한 번 쓴 사람 계속 쓴다는 영웅의식에 빠져 있지 말고, 제대로 된 군기반장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율 10%도 곧 온다.”(국민의힘 당직자)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론을 읽지 못하고 여전히 민심과 동떨어진 소리를 하고 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와이티엔>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의 이상민(행정안전부), 박순애(교육부) 장관 교체 주장에 대해 “그분들이, 야당이 싫어하는 개혁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냐”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건설업체가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에 참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저나 지난번에 나왔던 사적 채용 등은 대통령실의 특수성, 보안, 국정철학 등 이런 부분과 함께 맞물려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 측면만 보고 ‘사적인 인연 때문’이라고 보는 건 일방적 프레임 공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아전인수식 해석’에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의 잣대가 본인에게는 관대하다. 검찰 내부에선 ‘엄격한 칼잡이’였지만 지금은 법과 원칙을 본인에게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152030005
‘실제 상황’ 물난리, 윤석열 정부는 없었다 (경향, 김민아 논설실장, 2022.08.15 20:30)
꼭 1주일이 지났다. 8월8일 저녁. 대통령은 물에 잠긴 서울을 보며 집으로 향했다. 신림동에선 40대 발달장애인 언니와 그 동생, 동생의 10대 딸이 반지하주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상도동의 반지하에서도 50대 여성이 숨졌다. 60대 공무원은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다 감전사했다. 50대 누나와 40대 남동생은 맨홀에 빨려들어가 참변을 당했다. 중국인 노동자는 컨테이너에서 잠자다 산사태로 매몰돼 사망했다. 대통령은 9일 아침까지 고층 아파트에서 나오지 않았다. 수도권 물난리라는 ‘실제 상황’은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난맥을 드러냈다.
무책임
기상청은 8일 낮 12시50분 서울 동남·서남권에, 오후 4시40분 서울 동북·서북권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 퇴근했다. 용산 대통령실을 떠난 시간은 오후 8시 전후로 추정된다. 이튿날 윤 대통령은 말했다.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고요.” 후보 시절 울진 산불 이재민보호소를 찾은 윤 대통령은 “산불 나면 헬기라도 타고 와야죠”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차를 돌리지 않았다. 폭우와 관련한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자정 직전에 나왔다.
무지
재택근무가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은 9일 일가족 3명이 숨진 신림동 반지하주택을 찾았다. “아, 주무시다 그랬구나.” 사고 발생 시각을 들은 윤 대통령 반응이다. 피해자들은 자고 있지 않았다. 사망한 자매 중 동생은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해 밤 9시 전후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런 내용은 9일 오전 수많은 매체에서 보도됐다. 윤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40분 즈음이다. 대통령은 포털사이트만 검색해도 나오는 ‘기초적 팩트’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신림동 방문 후 그는 하천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을 환경부에 지시했다. 신림동 사고의 원인이 된 도림천에는 수위계 등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공감
윤 대통령이 신림동에서 말했다. “근데 어떻게 …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데 찾기가 어렵습니까?”라고 했다. 기시감을 지우기 어렵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대통령 계신 곳이 상황실”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역시 “대통령 계신 곳이 집무실”이라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발언을 연상케 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반지하 창문 앞에 앉은 사진을 카드뉴스로 제작했다가 뒤늦게 삭제했다. 고위공직자들에게 공감능력은 ‘디폴트값’이다.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은 공직 말고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낫다.
무논리
대통령실에선 8일 밤 상황을 두고 “대통령이 고립된 게 아니다. 이동 시 보고·의전으로 인한 대처역량 약화를 우려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대통령에게 차량이 떠다니는 강남역이나 천장 무너진 이수역을 찾으라 했나. 240여개 지자체와 화상회의가 가능한 국가위기관리센터로 가면 대처역량이 강화되지, 약화될 리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 자택이 지하벙커 수준”이라 했으나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사저의 제한된 통신회선을 이용해 보고하느라 진땀깨나 흘렸을 것이다. ‘어록 제조기’ 강승규 수석은 “비가 온다고 퇴근 안 하느냐”는 말로 분노를 돋웠다. 그날 내린 비가 가랑비였나.
‘4무’가 야기한 결과는 ‘무정부’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9일 블로그·뉴스·트위터에서 ‘무정부’가 언급된 횟수는 2만3251건에 달했다. 폭우가 쏟아지기 전인 7일 언급량(304건)의 76배를 넘는다. ‘무정부’에 대한 긍정·부정 인식을 보면 부정적 인식이 91%로 압도적이었고, 긍정·부정 인식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어이없다’였다.
취임 100일을 맞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홍보라인을 보강할 것이라고 한다. 위기의 원인을 홍보에서 찾는 모양이다. 잘못 짚었다. 물난리를 겪으며 대통령의 언행은 날것 그대로 시민에게 전달됐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 한 세계 최고의 스핀닥터를 모셔와도 달라질 건 없다. 윤 대통령은 자료 숙지하기, 입을 다물고 귀를 열기, 말하기 전에 생각하기부터 학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