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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받던 ‘제임스웹’이 우주심연 찍은 사연

새벽길 2022. 7. 17. 02:55

제임스웹의 우주 사진도 그렇고, 제임스웹이 우주 사진을 찍게 되기까지의 사연도 그렇고, 흥미롭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10934&ref=A
[테크톡] 조롱받던 ‘제임스웹’이 우주심연 찍은 사연 (KBS뉴스, 이승종 기자, 2022.07.16 09:06)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2일 공개한,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촬영한 우주 사진의 감흥이 여전합니다. 46억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단, 죽어가는 별이 내뿜는 우주먼지가 만든 남쪽고리 성운, 소위 ‘춤추는 은하’인 스테판 오중주와 ‘별들의 요람’이라 불리는 용골자리 성운까지.

용골자리 성운
이들 사진은 제임스웹의 ‘선배’ 격인 허블 망원경으로도 이미 촬영된 곳들이지만, 결과물의 질이 달랐습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초기 우주의 선명한 사진에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가시광선을 촬영하는 허블과 달리 제임스웹은 파장이 긴 적외선을 촬영, 더 멀리 있는 심우주를 더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나사 연구진의 감회가 컸습니다. 우주 사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나사 관계자는 “처음 사진을 봤을 때 우리 모두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취소될 뻔했던 프로젝트를 기어이 성공시켜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성과 없다"..한때 프로젝트 취소까지
제임스웹의 설계는 1996년 시작됐습니다. 허블 망원경이 1990년 이미 발사돼 운용되고 있는 가운데, 허블 ‘이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서 비롯했습니다. 이는 허블이 발사 초기 기술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놀라운 성과물을 보여준 데서 고무됐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제임스웹은 애초 제작비 10억 달러, 개발 기간 10년을 목표로 했습니다. 허블의 예상 퇴역 시기에 맞춰 2007년 제임스웹을 우주로 쏘아 보낼 계획이었죠.
하지만 허블과 달리 대형 적외선 우주 망원경을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투입됐고, 발사 시기는 6차례나 늦춰졌습니다. 제임스웹을 두고 '천문을 삼킨 망원경', '세금 블랙홀'이란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급기야 2011년 미 의회는 청문회를 열고 나사를 몰아세웁니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과 개발 기간에 비해 성과물이 없다며 제임스웹 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삭감하며 사실상 취소 처분을 내립니다.
그러나 이미 제임스웹에 개발 비용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상황이었고, 차세대 우주 망원경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천문학계를 중심으로 제임스웹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성명이 잇달았고, 언론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결국 미 의회는 한발 물러서 제임스웹 프로젝트에 다시 예산을 배정해 줍니다.
여기에는 미 나사의 노력도 동반됐습니다. 제임스웹 프로젝트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연구 프로젝트를 취소하는가 하면,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제임스웹 설명회 등을 이어가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런 고난 끝에 지난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 제임스웹이 발사됐고, 이번에 세상을 놀라게 한 성과물을 보여준 겁니다.
■'딥 필드'를 찍은 이유
나사가 사진 5장을 모두 공개하기 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한 자리에서 미리 공개된 사진 1장이 있습니다. 은하단 ‘SMACS 0723’을 찍은 것인데 나사는 사진의 이름을 ‘웹의 첫 번째 딥 필드(Webb’s First Deep Field)’라고 붙였습니다.
딥 필드라는 이름은 '선배' 망원경인 허블에서 온 것입니다. 제임스웹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한 해 전인 1995년, 한 허블 관계자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우주 공간을 찍어 보자’고 제안합니다. 천문학자 로버트 윌리엄스였습니다.
관측할 가치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곳을 촬영해 보자는 그의 생각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됐습니다. 하지만 ‘한 번 해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시도됐고, 그 결과물이 허블의 최대 성과물인 ‘허블 딥 필드’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을 찍은 사진에서 수천 개의 은하가 반짝이는 모습으로 담겼습니다. 각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습니다. 인류는 눈에 보이는 우주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있음을 알게됐고, 딥 필드는 초기 우주의 모습과 환경 등을 연구하는 단서가 됐습니다. 이후 허블은 다양한 딥 필드 시리즈를 촬영하며 초기 우주와 심우주 탐사를 개척했습니다.
이제 허블의 뒤를 이어 제임스웹에서 '딥 필드'를 촬영하며 새로운 우주 탐사가 시작된 셈입니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제임스웹과 허블이 찍은 은하단 'SMACS 0723'으로 제임스웹 사진의 선명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웹의 주요 임무는 우주 탄생의 흔적이 담긴 초기 우주를 관측하고 외계인의 존재를 찾아내는 겁니다. 애초 임무 기간은 10년이었지만, 현재 추정으로는 20년까지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주를 바라보는 거대한 눈, 제임스웹의 놀라운 성과물은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