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국제, 평화, 민족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 페트로 당선, 첫 흑인 여성 부통령

새벽길 2022. 6. 23. 00:16

롬비아에서 첫 좌파 대통령이 나온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의미있는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내길...
그 와중에 조선일보는 관련기사의 제목을 첫 좌파 대통령이 아니라 게릴라 출신 대통령으로 뽑았다. 역시 조선일보는 달라.


https://www.yna.co.kr/view/AKR20220620035400087?input=1195m
뚜렷해진 중남미 좌파 물결…변화 열망 속 주요국 속속 '좌향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2022-06-20 09:27)
페루·칠레 등 이어 콜롬비아까지…브라질 10월 대선도 좌파 승리 가능성
변화 향한 여론이 정권교체 이끌어…경제·외교정책 등 노선 변경

(보고타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좌파 대선 후보 페트로의 승리 축포 뒤로 "변화는 멈출 수 없다"는 구호가 스크린에 쓰여 있다. 2022.6.20
콜롬비아의 19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좌파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62)가 승리하면서 중남미 정치 지형은 확연하게 왼쪽으로 기울게 됐다. 오는 8월 페트로가 취임하면 경제 규모 상위 중남미 주요 국가들 중 브라질을 제외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 중인 브라질도 오는 10월 대선에선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룰라 전 대통령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지지율로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도 최근 몇 년 사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된 경우다. 중남미 국가 중에선 볼리비아와 온두라스도 최근 대선서 좌파 대통령을 택했다. 반대로 에콰도르,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유권자들은 최근 대선에서 우파 성향의 대통령을 택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다.
중남미에선 지난 1990년대와 2000년 무렵 좌파 정권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른바 '핑크 타이드'가 나타났다. 그 무렵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남미 자원부국들의 경제도 성장세를 탔고, 좌파 정권도 득세했다.
'제2의 핑크 타이드'라고 할 만한 지금 중남미 상황을 보면 개별 정부의 이념 성향은 과거보다 덜 선명할 수 있지만, 좌파가 장악한 면적은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콜롬비아의 경우 과거 좌파 물결이 중남미를 휩쓸 때도 흐름에 비켜 서 있었다. 좌익 반군과 정부군을 중심으로 한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반세기 넘게 겪은 콜롬비아에선 좌파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콜롬비아 국민이 첫 좌파 대통령을 택한 것은 중남미 다른 나라에서 그랬듯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 상황 악화와 늘어나는 범죄 속에 콜롬비아 국민은 변화를 원하게 됐다. 2019년과 2021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바닥 수준으로 추락한 현 중도우파 정권 지지율은 이러한 변화 요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2019년 비슷한 시위를 겪었던 칠레, 부패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던 페루, 중도우파 정권에서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던 아르헨티나 등이 좌파 정권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AP통신은 이날 결과를 두고, 페루, 칠레 온두라스 등과 더불어 "유권자의 변화 열망이 부추긴 중남미 좌파의 정치적 승리"라고 표현했다.
국민은 '이념'을 택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문한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중남미에 좌파 성향 지도자가 늘어나면서 여러 정책이나 대외관계 등에선 분명한 영향이 있다. 자원 민족주의 경향이 나타나거나 환경을 보다 중시하거나 미국과의 관계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 그 예다.
콜롬비아만 해도 그동안 미국의 든든한 중남미 우방으로 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강경책 등에 보조를 맞춰왔으나 앞으로 4년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콜롬비아와 '앙숙' 관계였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일찌감치 페트로의 당선에 축하 트윗을 올리며 "형제 국가에 새 시대가 엿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https://www.news1.kr/articles/?4716563
콜롬비아 사상 첫 좌파 대통령 당선…"국민과 역사의 승리"(종합)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2-06-20 09:40) 
우파 기득권층 맞서온 'M-19' 게릴라 출신 경제학자…급진적 개혁 예상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개표가 98.22% 이뤄진 결과 구스타보 페트로(62) '역사적 조약' 후보가 50.51% 득표, 당선을 확정 지었다. 
함께 결선에 오른 로돌포 에르난데스(77) '반부패리그(정당은 아닌 대안 단체)' 후보의 득표율은 47.22%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써 페트로 후보가 2022~2026년 임기로 나리뇨하우스(콜롬비아 대통령궁)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됐다.
페트로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국민의 축제일"이라며 "국민의 첫 승리를 축하하고, 그 많았던 고통이 오늘 조국의 심장에서 영광으로 차오르길 바란다"며 사실상 승리 선언을 했다. 그는 "이번 승리는 신의 승리이자, 국민의 승리이며, 역사의 승리"라면서 "오늘은 거리와 광장의 날"이라고 덧붙였다.
페트로 당선인은 좌익 게릴라 '4·19 운동(M-19)' 출신 경제학자다. 1980년대 게릴라 조직이던 M-19가 1990년대 민주동맹 정당으로 전환되면서 중앙 정치인으로 활동, 하원 의원과 수도 보고타(2012~2015) 시장을 지냈다. 지난 2018년 대선에도 진보 진영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한 바 있다.
콜롬비아는 남미 어느 나라보다 우파 기득권층의 그림자가 짙어 좌파 정권이 출범한 역사가 없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사상 최초로 기득권 우파 후보가 결선에 오르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는데, 이 같은 변혁의 돌풍이 결선투표까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이반 두케 현 대통령과 기득권층에 쌓여온 반감이 뒷심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민심을 바탕으로 새 정부가 얼마나 급진적인 개혁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페트로 후보의 승리 소식을 전한 일간 엘에스펙타도르 기사에는 '콜롬비아 만세! 평화와 정의, 평등, 화해를 이룰 것', '첫 임무는 국가 파괴자 (현 대통령) 이반 두케의 금융쓰레기를 청소하는 것', '새로운 시작, 새로운 공화국'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편 이로써 중남미 지역에는 2000년대 초반의 좌파 돌풍 '핑크타이드' 재현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2019년 말 아르헨티나 정권교체에 이어 2020년 볼리비아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좌파 정부가 부활하면서 청신호가 켜진 좌파 바람은 지난해 페루, 칠레, 온두라스 대선을 거쳐 콜롬비아에도 상륙한 것이다.
멕시코는 2018년 출범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좌파 정부가 건재하고,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핑크타이드 원년 멤버'이자 '남미 좌파 대부'인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47661.html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 페트로 당선,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한겨레, 김미향 기자, 2022-06-20 11:40)
19일 결선 50.47%대 47.27%로
상대후보 3%포인트 차이로 눌러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콜롬비아에서 게릴라 출신의 좌파인 구스타보 페트로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콜롬비아에서 첫 좌파 정권이 탄생하면서 남미에서 속속 좌파 정권이 탄생하는 흐름을 뜻하는 ‘핑크 타이드’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 선거관리 당국은 19일(현지시각)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인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62) 후보가 50.47%를 기록해 우파를 대변하는기업인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77) 후보(47.27%)를 꺾었다고 밝혔다. 전체 유권자 3900만명 가운데 약 2160만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약 55%를 기록했다.
페트로의 이번 당선으로 콜롬비아는 첫 좌파 대통령이자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을 갖게 됐다. 페트로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환경·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는 가사노동자 출신이자 싱글맘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우파 성향의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은 8월6일 임기가 종료되는대로 퇴임하게 된다.

대선에 세번째 도전하는 페트로는 당선이 확정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최초의 민중 승리를 기념하자. 오늘은 시민의 기념일이다. 오늘 국토의 심장부가 범람하는 기쁨에 수많은 고통이 완화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젊은 시절 페트로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좌익 게릴라 단체 ‘엠(M)-19’(4월19일 운동) 사회운동으로 투옥됐고 사면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어 그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시장직을 지냈고 현재 상원 의원으로 입법활동을 해 왔다.
부동산 재벌이자 기업인 출신인 로돌포 에르난데스는 빠르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나는 결과를 받아들인다. 나는 이 결정이 모두에게 유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말했다. 그는 한때 존경하는 인물로 나치를 이끌었던 아돌프 히틀러를 언급해 큰 설화를 빚기도 했다. 그 때문에 ‘콜롬비아의 트럼프’라는 악명을 얻었다.
페트로는 연금·세금 개혁, 석탄·석유산업 축소, 부자 증세 등 전통적인 좌파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보건 분야와 농업 분야를 개혁하고, 마약 카르텔과 무장 단체들과 싸우는 방법에 변화를 줄 것도 제안했다.
이번 선거는 콜롬비아에서 인플레이션과 불평등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커지는 와중에 치러졌다. 이는 지난 달 대선 1차 투표에서 유권자들은 오랜 기간 집권해온 중도 및 우파 성향의 정치인들에게 등을 돌리고 페트로와 마르케스를 결선 투표 후보자로 선택했다. 외신들은 페트로의 등장에 대해 유권자들 사이에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져가는 가운데 남미에서 가장 최근 이뤄진 좌파 정치인의 승리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 두케 대통령이 미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페트로의 취임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중남미에서는 연달아 좌파 성향의 대통령이 집권해 제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도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1998), 브라질의 룰라(2002) 등 1998년부터 2000년대에 중남미 국가 여러 곳에서 좌파 정권이 집권하며 이를 핑크 타이드라 불렀었는데, 2010년대에 들어서며 다시 우파 정권이 확산되면서 이 흐름은 옅어졌다. 하지만 2018년 말 이후 멕시코·아르헨티나에 이어 지난해 칠레·페루·온두라스까지 줄줄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뀌었다. 19일 콜롬비아에 이어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에서도 좌파 후보가 우세를 보이면서 핑크타이드 재연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
 
https://www.news1.kr/articles/?4716858
중남미 '핑크타이드 시즌2' 완연…산업변혁·교육 확대, 성공할까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2-06-20 12:05)
콜롬비아 첫 좌파 정부 출범 이어 브라질에선 10월 룰라 재선 확실시
멕시코 필두 '美 미주정상회의' 보이콧 바람 등 새 대미관계 예고
1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결과 좌익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62) '역사의 조약'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지으면서 중남미 좌파 물결 2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일간 엘에스펙타도르에 따르면 이날 개표가 98.22% 이뤄진 결과 페트로 후보가 50.51% 득표, 2022~2026년 임기 나리뇨하우스(콜롬비아 대통령궁)를 차지하게 됐다.
페트로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전한 승리 선언 메시지를 통해 "신의 승리이자, 국민의 승리, 역사의 승리"라며 "오늘은 거리와 광장의 날"이라고 말했다.
남미 어느 나라보다 우파 기득권층의 그림자가 짙은 콜롬비아에서 좌파 정부가 출범한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이반 두케 현 정부는 물론, 정계와 경제, 사회 각계를 주물러온 기득권층에 쌓여온 오랜 반감이 마침내 뒷심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트로 당선인은 오랜 기간 우익 기득권층과 싸워온 '4·19 운동(M-19)' 출신 경제학자다. 1980년대 게릴라 조직이던 M-19는 1990년대 민주동맹 정당으로 전환되면서 중앙 정계에서 활동해왔다.
◇2018년 멕시코 이어 콜롬비아도 사상 첫 좌파 정부 출범…"상당한 의미"
콜롬비아마저 좌파 정부 출범이 확실시되면서 2019년 전후 중남미 지역에 불기 시작한 좌파 돌풍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2000년대 초반 지역을 휩쓴 '핑크타이드(좌파물결)' 부활이다.
2000년대 전후 중남미를 휩쓴 좌파 돌풍은 2013년 우고 차베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망과 2016년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시들해졌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21세기 사회주의'를 주창, 풍부한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좌파 정부간 협력을 도모해 제국주의 서방으로부터 중남미 부와 자원을 지켜내겠다는 이상을 품은 인물이다. 베네수엘라와 인근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지에 '그란 콜롬비아'를 건설하겠다는 열망도 품었는데, 유럽으로 치면 유럽연합(EU)과 유사한 통합체를 구성해 힘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그를 '악의 축'으로 낙인 찍었지만, 그에 대한 역내 평가는 결코 박하지 않다. 2006년 볼리비아에 선거로 탄생한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정부, 미국의 오랜 제재 대상이던 쿠바 정부와의 협력을 도모하고 역내 온건좌파 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베네수엘라에 급진 차베스가 건재했다면,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에서는 철도노동자 출신 '실용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복지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좌파의 대부'로 승승장구했다.
이즈음 칠레에서는 현재 유엔인권최고대표로 있는 미첼 바첼레트 중도좌파 정부가 성장과 복지발전을 도모했고, 아르헨티나에도 크리스티나 키르츠네르 좌파 정부가 집권한 가운데 인근 우루과이에선 100년여를 번갈아 집권한 홍·백당 역사를 청산하고 좌파연합(Frente Amplio)이 첫 집권하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차베스 사후 집권한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더 강경해진 서방의 제재와 원자잿값 하락 등으로 경제위기가 가중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오일머니는 힘을 쓰지 못했다.
브라질 좌파도 중남미 정계를 휩쓴 대형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결국 룰라의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이 의회에서 탄핵되면서 몰락하는 듯 했다.
강한 국민적 지지 속 3선 집권해온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도 4선에 성공했지만 야당과 군경의 쿠데타로 사임하고 해외로 망명하는 등 역내 좌파 정부는 다같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2015년 기업인 출신 마우리치오 마크리 당시 대통령이 당선하며 우향우 정권교체를 했던 아르헨티나에서 2019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 당선으로 좌파가 복귄한 건 중요한 신호탄이 됐다. 이미 한 해 전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의 첫 좌파 정부가 취임한 직후였다.
이듬해 볼리비아에서는 우익 성향의 임시대통령 체제 하에 1년여 혼란을 겪다 다시 치른 대통령 선거 결과 우파와 군경쿠데타로 쫓겨났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임시대통령이던 자니네 아녜스는 쿠데타 주도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달 초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중남미 핑크타이드 부활의 결정타는 지난해 펼쳐졌다. 페루에서는 교원노조 파업을 주도한 시골 교사 출신 정치 신예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빈곤층과 개혁을 원하는 중도층의 민심을 모아 정권을 잡았고, 칠레는 평등과 부의 불공정한 분배를 외친 당시 35세 청년 가브리엘 보리치가 당선했다. 중미 온두라스 역시 12년 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좌파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 시오마라 카스트로 당선으로 역사를 '바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대대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기까지 중남미에는 소요와 굴곡이 많았다. 칠레에서는 2019년 10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민심이 폭발해 2년간 개헌 및 사회 개혁 요구가 국가를 뒤흔들었고, 콜롬비아에서도 지난해 대대적인 반정부시위가 벌어졌다.
이 같은 불만은 국가 부의 원천인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이 외세와 결탁한 기득권층에 의해 국외로 빠져나가고 부패와 빈곤, 불평등이 고질병으로 굳어진 데 따른 것이다.  
감자의 원산지인 안데스 지역 페루에서 "왜 우리가 썩은 감자를 수입해서 먹어야 하느냐"던 카스티요 대통령의 선거 연설 중 일침은 중남미 지역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잘 반영한다.  
이제 오는 10월 예정한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복귀가 결정나면 중남미 핑크타이드는 '시즌2'에 접어드는 셈이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은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 취소로 수뢰 혐의를 벗은 데다,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정부의 인기가 시들해 이변이 없는 한 당선될 전망이다.
움베르도 베크 멕시코 컬리지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엘파이스 인터뷰에서 2018년 멕시코와 이번 콜롬비아 좌파 정권 출범을 동일선상에 놓고 "역사적인 변화다. 중남미에서 좌파가 득세하지 못했던 유일한 두 대국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콜롬비아) 페트로의 승리는 분명 미국에 대항해 자체 리더십 구축을 추구하는 멕시코의 새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브라질) 룰라까지 당선하면 라틴아메리카 지도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대외관계 예고…시즌1 실패 성찰한 변화도 관건
이 같은 중남미 좌파 돌풍 재현은 그간 역내 우파 정부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온 미국과의 새로운 외교관계 정립을 예고한다. 이달 초 미국이 의장국으로서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미주정상회의에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3국 정상을 초대하지 않자, 멕시코 대통령을 필두로 온두라스와 볼리비아 등 여러 나라 정상이 잇달아 불참한 것은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스페인 엘파이스는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은 비단 콜롬비아에만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통합을 재활성화하는 과정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어 "이는 그의 잠재적 동맹(좌파 정상)들과의 공동의 목표"라며, "이번 미주정상회의는 중남미가 미국과 거리를 벌리고 미주기구(OEA)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조된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남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미국과 전략갈등을 빚어온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이상 친미 일색이 아닌 콜롬비아 새 정부 출범으로 인근 베네수엘라와의 관계가 개선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 추가 연대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다만 핑크타이드 시즌2의 성공은 석유나 자원, 코카 판매로 인한 수익 분배를 넘어, 자체적인 정치경제 체제 개편 여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 당선인은 이번 선거 기간 "전쟁이 아닌 교육을, 석유와 코카인이 아닌 노동과 산업 변혁을, 국가를 지배하는 소수 지배체제가 아닌 다인종 민주주의를 이룩하겠다"고 공약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62017334565357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 부통령도 빈곤층 출신 40대 흑인 여성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 2022.06.20. 18:18:12)
불평등 완화 공약 내세워 당선…중남미 '핑크타이드' 부활하나
부자증세와 무상교육 등 불평등 완화 공약을 내 걸고 젊은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 당선인 구스타보 페트로(62) 옆에는 빈곤층 출신으로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될 환경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 프란시아 마르케스(40)가 있었다.
19일(현지시각)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페트로 후보가 50.5%를 득표해 47.3%를 득표한 '반부패 통치자 리그'의 로돌포 에르난데스(77)를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페트로는 8월 취임하면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정부를 이끌게 된다. 페트로는 지난 2010년과 2018년에 이어 세 차례 대선 도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페트로 당선에는 우파인 이반 두케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주요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뒤 경제난으로 빈곤율이 40%를 넘긴 콜롬비아에서는 지난해 소득세 및 부가세 증세를 골자로 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서민과 중산층이 반발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정부는 곧 개편안을 철회했지만 이미 불이 붙은 시위는 빈곤, 불평등, 부패 등을 문제 삼으며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4~7월간 시위와 관련된 사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적어도 28명의 시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세계적으로 식품값 등 물가가 급상승하며 정부에 대한 불만은 한층 더 거세진 상황이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미 지난달 29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우파연합의 페데리코 구티에레스 후보가 탈락하며 결선 투표는 좌파 반군 출신으로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낸 현직 상원의원이자 경제학자인 페트로와 기업인 출신으로 전 부카라망가 시장 에르난데스 두 후보가 치르게 됐다. 포퓰리스트로 불린 에르난데스는 이번 선거전에서 부패 척결 외에 공약의 구체화 및 공식 토론을 피하고 소셜미디어(SNS) 틱톡 등을 활용한 홍보 전략을 펴며 '콜롬비아의 트럼프(미국 전 대통령)'에 비유되기도 했다. 
페트로는 1980년대에 좌파 게릴라 조직 M-19(Movimiento 19 de Abril, 4·19 운동)에서 활동했고 불법무기소지 혐의로 수감된 적도 있다. 1970년 4월19일 콜롬비아 총선 및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조직된 M-19는 콜롬비아의 대표적 무장반군 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폭력성이 덜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반군 조직이 벌인 가장 잔혹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히고 적어도 94명의 사망자를 낸 1985년 대법원 습격을 주도한 조직이다. 페트로는 당시 수감 중이었다며 이 공격에 대한 연관성을 부인했다. M-19는 이후 1990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합법적 정당 활동에 뛰어들었다. 
변호사이자 정치분석가인 헥토르 리베로스는 수세대 동안 좌파를 무장조직과 연계시켜 생각해 왔던 콜롬비아에서 2016년 FARC가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은지 불과 6년만에 페트로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낙인이 벗겨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콜롬비아는 2018년 이후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서 이뤄진 우파에서 좌파로의 정권교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10월 치러질 브라질 대선에서도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권력을 탈환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쓴 '핑크타이드(좌파물결)' 부활이 예견된다. 페트로는 이미 다른 남미 좌파 정부와의 협력을 언급했다. 미국과의 관계도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트로는 반미 독재정권이 집권 중인 베네수엘라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외교 전략에 대한 협력 등에 대해 재고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마르케스, 선거 과정에서 흑인 정체성 드러내며 불평등 논쟁 촉발…페트로, 마르케스 지적에 임신중단 지원으로 입장 바꾸기도 
이번 선거에서 빈곤 및 불평등 완화 정책을 내세운 페트로는 젊은층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 빈곤층이 평균 소득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11세대가 소요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콜롬비아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OECD 평균은 4.5세대였다. 여론조사에서 18-25살 연령대의 페트로 지지율은 64%에 달했다. 
페트로는 이번 선거에서 고액자산가에 대한 부유세, 회사의 배당금 및 역외자산에 대한 과세 등을 골자로 한 '부자증세'로 걷은 세금으로 시민들에게 무상 고등교육, 보편적인 건강보험제도 확립, 비혼모를 위한 기본소득을 보장하겠다고 내걸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이 조치는 4000~5000명 정도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정의를 가져오고 생산을 촉진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자금의 원천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페트로의 러닝메이트로 콜롬비아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에 당선된 환경·인권운동가 마르케스는 불평등에 초점을 맞춘 페트로의 선거 전략에 설득력을 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이 빈곤층 출신으로 16살에 비혼모가 된 마르케스는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금광에서 일했고 가사 도우미로도 일한 적이 있다. 그는 2014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불법 금 채굴에 반대하는 행진을 주도한 공로로 2017년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지역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해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마르케스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커다란 장신구와 화려한 무늬의 옷을 착용하며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역사적으로 예속되고 소외되고 배제된 공동체의 일원이다. 이는 단지 피부색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자신은 우월하고 나머지는 열등하다고 믿는 엘리트의 문제"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매체는 마라 비베로스 비골라 콜롬비아국립대학 젠더연구·인류학 교수를 인용해 "마르케스는 엘리트에 의해 통치되는 정부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전혀 모르는 공동체를 대표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콜롬비아 인구의 적어도 6.2%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은 대부분 금광 채굴을 위해 스페인인들이 데려온 노예의 후손으로 여전히 전국 평균보다 높은 빈곤율에 직면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르케스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콜롬비아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집요하고 솔직하고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콜롬비아의 가장 강력한 정치 집단에서 거의 이야기되지 않는 인종과 계층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마르케스는 노동계급 출신의 흑인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최고 권력에 거의 도달해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사람"이라며 "그는 다른 흑인 정치인들이 거의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특권에 대해 질문하도록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르케스의 불평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은 젊은층, 흑인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소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페트로는 선거 과정에서 페트로는 여성을 위한 공약으로 가난한 비혼모를 위한 기본 소득, 전업주부를 위한 연금에 더해 임신중단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이 중 임신중단에 대한 지원은 지난해 마르케스의 비판 뒤 페트로가 기존 입장인 '임신중단 제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페트로와 함께 출마하기로 한 마르케스의 결정은 여성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봤다.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206202155005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 페트로 “불평등 깰 변화, 오늘부터” (경향, 박은하 기자, 2022.06.20 21:55)
무장 게릴라 출신의 정치인
대선 도전 세 번째 만에 당선
“석유 탐사 금지·기업 과세”
미의 ‘중남미 동맹’ 변화 촉각
콜롬비아에서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중남미 핑크타이드(좌파물결)가 또다시 확인되면서 국제 정세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엘파이스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62)는 50.5%를 얻어 47.3%를 얻은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77)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페트로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된 후 보고타 무비스타 아레나의 연단에 올라 “우리는 콜롬비아, 라틴아메리카, 세계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는 유권자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희망, 대화, 이해에 기반한 정치를 약속했다.
콘서트홀에서는 지지자들 수천명이 어깨에 국기를 두르고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쳤다. 거리에서는 페트로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려퍼졌다. 엘파이스는 우려했던 선거 불복이나 소요 등은 없었다며 “콜롬비아는 새로운 정치 시대로 들어섰다”고 평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좌파 무장 게릴라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30년 이상 제도권에서 경력을 쌓은 정치인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수도 보고타 북쪽의 광산촌에서 자랐다. 18세가 되던 1978년 좌파 무장조직 M-19에 가입해 빈곤 지역에서 활동했다. M-19가 1989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제도권 정당으로 변신하면서 페트로 후보도 제도권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그는 두 차례 하원의원을 지냈고 2018년부터는 두 번째 상원의원 임기를 보내고 있다. 2012~2015년에는 보고타 시장을 지냈다.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콜롬비아에서 첫 좌파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는 만성적 불평등이 있다. 2022년 기준 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은 42.5%에 이른다. 재정적자가 심각해지자 중도우파인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이 지난해 서민층의 부담을 늘리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페트로 당선인은 과도한 석유 수출 의존과 지나치게 번창한 불법적 코카인 사업 등이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석유 탐사를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일자리, 공공보건 시스템 강화, 고등교육 보장 등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올해 초 인터뷰에서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이른바 (국가 경제) 모델의 부재로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을 “새로운 유형의 진보주의자”라며 사유재산 몰수 등의 과격한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페트로의 당선은 (콜롬비아의) 경제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수십년 동안 이어졌던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관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페트로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석유 산업의 축소는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농민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수입 관세 인상 등과 같은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은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좌파연합이 의회에서 아직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탓에 페트로 당선인이 공약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에 이어 콜롬비아까지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남미 핑크타이드는 더욱 짙어졌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 모두 좌파가 집권하게 된다.
중남미에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차 핑크타이드 물결이 일었다. 탈냉전으로 인해 미국의 중남미 영향력이 약화되고 그 빈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기 시작했으며 원자재 시장이 호황을 맞았던 것이 배경이었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국제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취약해지고 부패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다수의 중남미 좌파 정권들이 2010년대에 우파 정권에 다시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과 불평등 심화에 반발이 거세지면서 2010년대 후반부터 다시 2차 핑크타이드가 일고 있다.
페트로 당선인은 오는 8월 두케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다. 보고타 부시장이자 환경운동가 출신인 프란시아 마르케스(40)가 부통령이 된다. 콜롬비아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2022370003179?did=NA
콜롬비아 사상 첫 좌파 대통령 탄생… "핑크 타이드 몰아친다" (한국일보, 김표향 기자, 2022.06.20 22:41)
페트로 후보, 기업가 출신 경쟁자 꺾고 당선
연금 개혁, 부자 증세, 대학 무상 교육 등 공약
멕시코, 아르헨, 칠레, 페루 이어서 좌파 집권
콜롬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오랜 경제 불황과 고질적인 불평등에 우파 집권층을 향한 분노가 터져나온 결과다. 2000년대 초중반 중남미를 휩쓴 ‘핑크 타이드(좌파 득세)’가 20년 만에 또다시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 구스타보 페트로(62) 후보가 득표율 50.48%를 기록하며 47.26%를 얻은 백만장자 기업가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77)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환경ㆍ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됐다.
페트로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된 후 “오늘 우리는 콜롬비아, 라틴 아메리카, 세계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며 “절대 유권자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곧 출범하는 새 정부는 희망, 대화, 이해에 기반할 것”이라며 “농민, 원주민, 여성, 청년 등 일반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핑크 타이드 시절에도 우파가 득세했던 콜롬비아에서 정권 교체를 이룬 첫 번째 좌파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 시절 좌파 게릴라 단체 ‘M-19’에 가입해 무장 투쟁을 벌인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M-19가 1990년 정부와 평화협상을 통해 제도권 정당으로 변신하면서 페트로 당선인도 중앙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두 차례 하원의원을 지냈고, 2012~2015년에는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냈다. 현재는 상원의원으로 재임하고 있다. 대선 도전은 2010년과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페트로 당선인이 승리한 배경에는 정권 심판론과 개혁 열망이 자리잡고 있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콜롬비아는 40%에 달하는 빈곤율과 20%대 청년 실업률, 10% 안팎 인플레이션, 강력 범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중도 우파인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실정과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페트로 당선인은 연금 개혁, 대학 무상 교육, 석탄ㆍ석유산업 축소, 부자 증세, 공공 의료체계 전환 등을 약속하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페트로 당선인의 승리는 오랜 빈곤과 불평등에 좌절한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짚었다.
페트로 당선인은 대미 정책에서도 변화를 예고했다. 콜롬비아는 미국의 오랜 우방으로 여겨졌으나 페트로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를 주장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마약 카르텔 퇴출 정책에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미 성향 베네수엘라와의 외교 관계를 재개할 의지도 내비쳤다. 페트로 당선인은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린 에르난데스 후보는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선 1차 투표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켰으나, 그 기세를 결선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아들이 연루된 회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사업체 입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도 받고 있다. 에르난데스 후보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인다”면서 “페트로 당선인이 반부패 공약을 이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남미의 정치 지형은 왼쪽으로 확연히 기울게 됐다. 2018년 멕시코, 2019년 파나마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2020년 볼리비아, 지난해 페루 온두라스 칠레에서 줄줄이 좌파가 정권을 잡으면서 새롭게 ‘핑크 타이트’가 부활하고 있다.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에서도 10여 년 만에 대권 재도전을 선언한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까지 승리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에 전부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1048&ref=A
[지구촌 돋보기] 콜롬비아 첫 좌파 정권 탄생 (KBS뉴스, 2022.06.21 10:47)
[앵커] 남미 콜롬비아에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1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중남미 주요국에서 좌파물결, 이른바 핑크타이드가 다시 재현되게 됐습니다. 대구가톨릭대 임수진 교수님과 함께 알아봅니다.
첫 좌파 대통령이나 포퓰리스트 대통령이냐 관심을 모았던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 결과, 먼저 전해주시죠.
[답변] 콜롬비아 국민들은 기득권 정치를 심판하고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두 후보 모두 변화를 주장했지만 좌파연합인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50.44%를 득표해서 47.31%를 얻은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마지막까지 승리를 예측할 수 없을만큼 박빙이었습니다만 개표 결과 70만 표 이상의 표 차이를 보였습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계속해서 안정을 추구해 온 보수적인 콜롬비아가 빈곤과 불평등, 부패 해소를 위한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 환경·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가 콜롬비아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겠습니다.
[앵커] '옛 반군'이나 '옛 게릴라'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 페트로 당선인은 어떤 인물입니까?
[답변] 페트로 당선자는 좌파 게릴라단체인 4월 19일 운동(M-19) 출신의 경제학자입니다. 제도정치에 입문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좌파 게릴라 조직원이었던 경력이 페트로 이름 앞에 늘 따라다녔고, 지난 두 번의 대선 도전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좌파게릴라 조직원 출신의 급진적 이미지를 지우는 데 주력하였고요.
여성, 광부, 어부, 커피 재배 농민 등 가장 빈곤하고 소외받는 계층과 지역을 찾아서 소통하는 전략을 내세웠고, 주요 공약으로 급진적인 경제 개혁 대신 에너지 전환, 친서민 복지정책 확대와 같은 정책을 내세우면서 좌파게릴라 출신이 아니라 '진보' 후보임을 부각하였습니다.
[앵커] 콜롬비아 유권자들이 처음 좌파정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변] 이번 선거는 양 극단의 두 후보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하는 선거였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가운데 현재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향후 정국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포퓰리스트 우파 후보보다는 상하원 의원과 보고타 시장을 지낸 바 있는 좌파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2019년과 2021년 사회적 폭발 이후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빈곤율이 40%에 달하고, 실업률이 12%, 청년실업률은 올 초 21.5%까지 올랐는데요. 국민들은 부패, 폭력, 빈곤에 대한 변화, 즉 근본적인 사회개혁 요구를 해 왔습니다.
페트로 당선자는 연금 개혁, 세제 개혁, 사회정책 확대 등 국민들의 요구를 주요 공약으로 수용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전국적 시위를 주도한 청년들이 이번 대선의 주요의제를 사회적이고 진보적인 문제로 바꾸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페트로를 지지한 것이 이번 선거의 승리 요인이라고 봅니다.
[앵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까지 좌파 대통령이 당선되면 중남미 주요 6개국 모두 좌파정권, 중남미에 좌파물결, 이른바 핑크타이드가 다시 한번 자리 잡게 되는 셈이네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페트로 당선자는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대통령에게 새로운 동맹을 형성할 것을 이미 제안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페루, 브라질까지 더하면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주요국에 좌파정부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고, 1990년대 후반에 나타난 핑크타이드보다 더 확장된 좌파동맹이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각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고, 각국 좌파정부의 이념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좌파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보다는 다양성, 포용, 평등과 같은 사회적 의제와 실용적인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과거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 좌파동맹과는 선을 긋는 입장입니다. 과거 핑크타이드가 자원민족주의를 앞세워 중남미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을 가중시켰다면, 현재 좌파 정부들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좌파의 물결은 넓게 일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남미 통합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남미 좌파 성향 지도자들이 늘면서 여러 정책이나 대외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콜롬비아는 수십 년 동안 중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의 우방이었고, 이 지역 안보동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페트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재평가하고, 미국과의 FTA 재협상, 베네수엘라 관계 회복, 중국과의 실용적 관계 유지 등을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콜롬비아를 기반으로 해서 베네수엘라 같은 중남미 반미 국가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중남미 진출은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페트로 당선자는 미국·콜롬비아 양자관계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 정책, 민주주의, 인권, 안보, 아마존 보호와 같은 의제에서 협력할 것을 약속하면서 에너지 전환 회의를 제안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와는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2110120004012?did=NA
'미국 앞마당' 남미에서 '좌파 물결' 거센 세 가지 이유는? (한국일보, 김청환 기자, 2022.06.22 09:00)
콜롬비아 등 잇딴 좌파 집권… ‘핑크 타이드 시즌2’
‘시즌1’과 달라… 기후변화ㆍ소수자 권리 등 집중
새로운 차원의 중남미 통합 추진 동맹 출현 전망
친미 국가였던 콜롬비아에서 좌파 정권이 탄생한 것은 '핑크 타이드(분홍 물결·남미 각국에서 좌파가 집권하는 현상)'의 부활을 예고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중남미 12개국 중 10개국의 정권을 좌파가 잡아 반미 연합을 형성한 것을 1기 핑크 타이드로 부른다면, 최근 몇 년 사이 2기 핑크 타이드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8년 멕시코, 2019년 아르헨티나, 2020년 볼리비아, 지난해 페루와 칠레에서 연달아 좌파 정권이 등장한 데 이어 올해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도 좌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핑크 타이드의 귀환이 의미하는 바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크게 3가지 틀에서 분석했다.
①코로나19 팬데믹 직격, 보수 기득권에 거부감
새로운 핑크 타이드의 출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뜩이나 취약했던 남미 경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이후 남미에선 한 해 약 1,200만 명이 중산층에서 밀려났다. 먹고살기가 팍팍해진 유권자들은 보수 기득권 세력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좌파 세력을 대안으로 택하고 있다.
WP는 "좌파 게릴라 출신인 구사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의 탄생은 감염병이 남미 정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라고 했다.
중남미의 좌파가 극단적 반미 투쟁에 매몰되는 대신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쏟은 것은 득표 확장력을 키웠다. 각국 좌파 정치 세력은 에너지 전환과 녹색성장을 통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장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등 페미니즘에도 친화적 태도를 보였다. 베네수엘라 등 전통적 좌파 정권이 석유경제에 기반한 남성 우월주의를 고수하는 것과 대비됐다.
②기후변화, 성소수자, 페미니즘... 변화에 민첩 대응
좌파들이 '가톨릭 자장'에서 벗어나 사회 변화를 읽으려 한 점도 핑크 타이드의 동력으로 꼽혔다. 보수 가톨릭 교리는 임신 중단(낙태)을 여전히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멕시코와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에선 잇따라 ‘낙태 비범죄화’가 조건부로 이뤄졌다. 칠레는 지난해 동성 결혼을 허용했다. 콜롬비아 법원은 지난달 안락사를 일부 허용했다.
중남미 좌파 세력은 공동의 가치 추구를 위한 동맹 형성도 추진하고 있다. 페트로 대통령 당선인은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재집권한다면) 브라질과 진보 동맹을 구상중”이라고 올해 초 W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③미국, 러ㆍ중 패권경쟁 시각 접근... 남미서 영향력 ↓
‘핑크 타이드'의 부활은 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WP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이란, 북한 등 다른 지역 문제에 몰두하느라 남미에서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비영리 단체인 라틴아메리카 워싱턴사무소(WOLA)의 아담 이삭슨 국장은 “미국은 오랫동안 러시아ㆍ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이른바 ‘냉전 2.0’의 시각에서 남미를 대하면서 장악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맞춤형 대외정책을 펼치지 못하면서 중남미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됐고, ‘핑크 타이드’ 부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